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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고]

    ●윤성수(세무사)경수(법무부 부이사관)씨 모친상 3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6일 오전 7시 (02)3010-2262●유성식(자영업)성도(한국토지공사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이사)씨 모친상 조진희(자영업)전호준(육군정보학교 교수)한현구(한국토지공사 인사처 부장)씨 빙모상 4일 부산의료원, 발인 6일 오전 10시 (051)607-2659●김효근(이화여대 교수·국제교류처장)민상(SK C&C 차장)혜련(시그마인사이트컴 대표)씨 모친상 3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6일 오전 7시30분 (02)3410-6916●이용위(자영업)용배(인터해운 대표)용헌(자영업)씨 모친상 4일 이대목동병원, 발인 6일 오전 8시 (02)2650-2742●이광인(오산비행장)광석(사업)금옥(대한생명)광옥(위드브로스)씨 부친상 권학순(대보기획 매체국장)씨 빙부상 3일 경기도 송탄 중앙장례식장, 발인 5일 오전 10시 (031)668-4482●박주롱(전 세진관광 대표)씨 부친상 4일 인하대병원, 발인 6일 오전 9시 (032)890-3196●정규영(전 서울시 상하수도국장·전 대한토목학회 부회장)씨 별세 김주영(라비돌 전무이사)씨 빙부상 4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6일 오전 8시 (02)3410-6920●임주환(한국은행 대전충남본부장)민환(자영업)씨 부친상 송흥섭(자영업)씨 빙부상 4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6일 오전 (02)3010-2266●이관희(전 남광토건 전무이사)씨 별세 준아(방송작가)지우(SK커뮤니케이션즈 과장)씨 부친상 김익표(한화건설 과장)씨 빙부상 3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6일 오전 8시 (02)3410-6918●이동원(현대건설 부장)태원(조달청 공사관리팀장)명신(인천교육과학연구원 연구사)영화(서울 성산초등학교 교사)씨 부친상 백은창(SK건설 부장)배윤성(사업)씨 빙부상 장유숙(큰사랑병원 간호사)문미경(배재대 강사)씨 시부상 4일 대전 건양대병원, 발인 6일 오전 9시 (042)544-4215●유성민(전 프로야구 LG 트윈스 단장·전 LG스포츠단 단장)씨 별세 성철(사업)성희(와코비아은행 상무)씨 형님상 4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8일 오전 6시 (02)3010-2291●김영하(광주 과학기술원 교수)영한(전 대우증권 국제사업부 상무)씨 모친상 강헌(서울대 화학과 교수)박창훈(미국 거주)장소광(〃)씨 빙모상 4일 분당 서울대병원, 발인 7일 오전 8시30분 (031)787-1507
  • [김문기자가 만난 사람] 제주에 코미디극장 짓는 개그계 왕고참 전유성씨

    [김문기자가 만난 사람] 제주에 코미디극장 짓는 개그계 왕고참 전유성씨

    난세에 유비, 관우, 장비가 만나 ‘도원결의(桃園結義)’했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내용이다. 그렇다면? 누구네 집 복숭아나무 밑에서 도원결의를 했을까. 장비네? 유비네? 답은 이렇다. 당시 이들은 날이 날인 만큼 술을 안 마셨을 리가 없다. 특히 유비-관우-장비네 집을 거치며 1차,2차, 최소 3차의 술자리까지 했을 터이다. 따라서 1차에서 본 사람들은 ‘유비네’라고 할테고 2차에서 본 사람들은 ‘관우네 복숭아’라고 대답할 것이다. 1800년 전의 ‘삼국지 무대’를 ‘구라의 달인’ 전유성씨가 특유의 재치로 풀어낸 상황설명이다. 올해로 개그무대 데뷔 38년째인 전씨. 현재 공식직함은 전주예원예술대 코미디학과 교수.60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여전히 철철 넘치는 ‘구라의 샘’으로 후배들을 길러내고 있다. 최근만 하더라도 ‘전유성의 구라 삼국지’ 1∼4권을 펴낸 데 이어 현재 9권까지 원고를 탈고, 오는 8월에 모두 10권을 채울 예정이다. 전씨는 개그계의 왕고참, 개그맨 1호 등등의 수식어로 우리나라의 개그계를 이끌어가고 있다. 특히 1969년 TBC에서 ‘쇼쇼쇼’ 프로그램 대본을 쓰던 중 개그맨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 당시 강변가요제를 진행하던 프로듀서에게 “가요제만 할 것이 아니라 개그콘테스트도 해야 되지 않느냐.”고 말을 꺼낸 것이 효시가 됐다. 그는 여행을 떠날 때마다 책 서너권을 항상 끼고 다닐 정도로 독서광으로 알려져 있다. 아울러 후배들에게도 책 선물을 잘하기로 소문나 있다. 하루는 전씨가 후배 이병진에게 책 한 권을 선물했다. 이병진은 하늘 같은 선배의 갑작스러운 책 선물에 무척 감격했다. 그런데 전씨가 갑자기 책값을 요구했다. 이병진은 “무슨 책값이요? 그거 선물로 주신 거잖아요?”라고 되받아쳤지만 전씨는 “야∼, 책을 받았으면 책값 주는 건 당연한 거야, 빨리 내!”라며 책값 8500원을 보챘다. 이병진은 할 수 없이 1만원을 건넸다. 하지만 전씨는 1만원을 주머니 속에 넣더니 시치미를 뗐다. 그러자 이병진은 “잔돈 주셔야죠?”라고 말했다. 이에 전씨는 “나머지 1500원은 내가 너에게 좋은 책을 권해준 값이야.”라며 유유히 자리를 떴다. 후배 사랑에 대한 일화 한 토막. 전씨는 어느 날 개그맨 후배들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산낙지를 먹기로 약속했다. 전씨는 약속한 날 식당에 먼저 도착해 산낙지를 주문했다. 후배들이 오자마자 바로 먹을 수 있도록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런데 갑자기 민방위 훈련 사이렌이 울렸다. 이러는 동안 꿈틀거리던 산낙지도 축 늘어졌다. 후배들은 민방위훈련으로 인해 약속시간보다 20분 늦게 나타나 자리에 앉았다. 이때 전씨는 움직이지 않는 산낙지를 건드리며 “야∼, 민방위 끝났어 임마! 좀 움직여봐. 민방위 끝났다니까.” 이날 전씨는 후배들과 모처럼 산낙지로 포식했다. 지난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혜화동에 위치한 전주예원대학 코미디학과 연습실에서 전씨를 만났다. 때마침 30여명의 학생들에게 창의력 개발에 대한 강의를 하던 중이었다. 살짝 엿들었다.“나는 가끔 부산에서 서울까지 어떻게 하면 가장 느리게 올라올 수 있을지 연구한다.”면서 “며칠 전에도 해운대에서 완행열차를 타고 대구를 거쳐 홍천∼화천∼춘천∼서울로 이어지는 여행을 했다.”고 한 예를 들었다. 이어 어떤 사건에 대해 고민하고 파고들다보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발상의 깊이는 훨씬 달라지는 법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소설가 이외수씨가 쓴 ‘글쓰기의 공중부양’이라는 책을 학생들에게 권했다. 잠시후 학과 사무실에서 전씨와 마주앉았다.“인터뷰료를 받아야 하는데….”라고 전씨가 먼저 말을 꺼내자 “외상으로 하시죠.”라고 응수했다. 이어 스승의 날에 선물 많이 받았느냐고 하자 전씨는 “문자로 많이 보내왔다.”고 대답했다. 지금까지 배출된 전씨의 제자들은 모두 200여명. 이 가운데 양배추, 김신영, 한현민, 김철민 등 현재 방송3사 인기 프로그램에서 활동 중인 개그맨들도 적지 않다. 전씨는 얼마 전 울릉도에 갔을 때 폐가 한 채를 샀다. 장소는 ‘그건 너’를 부른 왕년의 인기가수 이장희씨의 집과 가까운 북면의 바닷가. 미국에 살고 있는 이장희씨는 매년 봄이면 울릉도에 와서 지낸다. 전씨는 “처음에는 공연장을 만들려고 (울릉도 집을)사들였는데 뜻대로 잘 안 됐다.”면서 방향을 제주도로 틀었다고 밝혔다. 제주시 해안도로 주변에 연극·코미디 전용극장을 짓기로 했다는 것. 이에 앞서 제주도에 도움되는 일을 하나 준비 중에 있다면서 컴퓨터를 켰다. 그림을 하나 보여준다. 자동차 번호판이다. 제주 섬 모양과 돌하르방 형태로 디자인했다. 자동차번호판만 봐도 삼다도와 이국적인 느낌이 들도록 했다는 것이다. 곧 제주도 관계자에게 이 디자인을 보여줄 생각이라고 귀띔했다. “만약 공연이 90분이라면 40분 정도는 주민들이 출연하는 것입니다. 또 한 마을 사람들이 단체로 출연해서 연극과 코미디 공연도 자주 하는 공간이 될 것입니다. 이럴 경우 극장 주변에 특산물 장터도 열려 그 마을의 테마파크가 형성되는 셈이지요.” 아울러 제주에도 배우가 되고 싶어하는 학생들이 많을 텐데 그들에게 무료로 연기공부를 가르칠 작정이라고 말했다. 극장 형태에 대해서는 “정말 듣도 보도 못했던, 무한한 상상력과 판타스틱한 느낌이 가득한 공간”이라면서 할아버지-아버지-손자 등 한 가족 3대가 함께 볼 수 있는 편안한 극장이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가능하다면 공연을 보는 사이에 객석이 저절로 옥상으로 올라가는 형태도 구상 중이라고 했다. 극장이 완공되면 친한 연예인들을 불러다가 표를 팔게 하고 입장객들을 위한 안내역할도 시켜 그야말로 즐거움이 넘치는 분위기를 연출할 생각이라고 했다. 이들의 무료 특강 또한 자연스럽게 생겨날 것이라고 부연했다. 극장 규모와 관련,600석의 중극장 정도가 될 것이며 좌석별 협찬과 후원방식으로 운용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100석가량 거의 강매하다시피 분양했다며 웃는다. 현재 조감도 완성과 부지선정까지 마친 상태이며, 오는 7월쯤 설계와 토목공사 등 세부적인 공사일정이 그려진다고 했다. “앞으로 인간의 수명이 더욱 늘어나면 무진장 심심하지 않겠어요. 비참하게 늙을 수도 있습니다. 요즘 설렁탕 만드는 비법도 잘 안 가르쳐준다지만 할 수 있는 것은 다 가르치고 베풀면서 가야 합니다. 또 개그계 선배가 어떻게 돈을 받겠습니까. 후배들을 위한 일은 전부 무료입니다.” 인물전문기자 km@seoul.co.kr ■ 그가 걸어온 길 ▲서울 출생. ▲서라벌예대 연극연출학과 졸. ▲69년 TBC 방송작가 겸 개그맨으로 데뷔. ▲93년 불교방송 백팔가요 DJ. ▲97년 MBC라디오 전유성·박미선의 특급작전 공동 DJ. ▲96년 아트센터 영화학교 설립. ▲98년 공주 웅진전문대 교수. ▲2000년 사이버윤리 홍보위원. ▲01년 코미디전문극단 ‘전유성의 코미디시장’ 결성. ▲03년 MBC라디오 ‘지금은 라디오 시대’ 진행. ●저서 컴퓨터 일주일만 하면 전유성만큼 한다(95년), 조금만 비겁하면 인생이 즐겁다(96년), 남의 문화유산 답사기(97년), 전유성의 구라삼국지(07년) 등.
  • [부고]

    ●이윤선(외환은행 대리)윤경(대학원생)혜선(서울신문 편집미술팀 기자)상호(희성엥겔하드 직원)씨 모친상 김기찬(희성엥겔하드 과장)씨 빙모상 24일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 뉴타운장례식장, 발인 26일 오후 1시30분 (02)941-6299●이구용(인덕TCL 전무)구환(사업)구현(한국언론재단 국장)구만(동일금속 대표)씨 부친상 김영분(씨티은행 감사위원)씨 빙부상 25일 강남성모병원, 발인 27일 오전 9시 (02)590-2697●심영희(한양대 사회학과 교수)씨 부친상 한상진(서울대 사회학과 교수)씨 빙부상 25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27일 오전 7시 (02)3010-2240●오정은(동안고 교사)정석(학생)씨 부친상 김병수(매일경제신문사 기자)씨 빙부상 24일 안양 한림대성심병원, 발인 26일 오전 10시 (031)386-2345●이철종(계원피혁 고문)경종(목사)윤종(메르코 전무이사)문종(태영피혁 이사)선종(대동초등학교 교사)미연(초당초등학교 〃)씨 부친상 백봉현(사업)민경석(전 대한생명 상무이사)씨 빙부상 24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27일 오전 9시 (02)3410-6914●박영철(동강의료재단 이사장)씨 별세 정국(동강의료재단 상임이사)정우(사업)씨 부친상 탁종명(사업)차희철(의사)씨 빙부상 23일 울산동강병원, 발인 27일 오전 8시30분 (052)241-3100●조수행(건설업)씨 아우상 일행(사업)상행(〃)윤행(더페이스샵코리아 마케팅본부 이사)씨 형님상 24일 충북 청주 하나장례식장, 발인 26일 오전 9시 (043)237-6385●홍재순(전 재일본 한국인요리협동조합 감사)씨 별세 양충현(일본 淸本商社 사장)씨 모친상 이상근(일본 UB-TECH CO. 사장)손병학(GM대우 전무)씨 빙모상 23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26일 오전 6시30분 (02)3410-6916●조지현(전 한국투자신탁 부사장ㆍ전 동아금고 부회장)씨 별세 정아(통일연구원 연구위원)영아(서울사이버대 교수)연아(방송작가)씨 부친상 이효찬(삼성전자 책임연구원)씨 빙부상 25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27일 오전 9시 (02)3410-6912●송정면(하나은행 본점 론센터 심사역)진면(사업)경민(〃)경옥(한울지역정신건강센터 소장)씨 부친상 마광수(SK와이번스 변화관리TF팀장)씨 빙부상 25일 고대안암병원, 발인 27일 오전 6시 (02)921-1099
  •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데뷔 41년 괴짜가수 조영남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데뷔 41년 괴짜가수 조영남

    경우에 따라 군대 시절의 ‘보따리’가 무척 흥미진진하다. 그 주인공은 오늘날의 인기가수 조영남(62)이다. 대학 시절 그는 ‘딜라일라’를 불러 큰 인기를 얻었다. 그러자 꾀가 생겼다. 군 복무를 계속 연기했다. 여차 하면 ‘안가는 방법’까지도 궁리했다. 그러던 1970년 4월8일, 서울 마포구 노고산동의 와우아파트가 무너졌다. 세상이 요란스러워졌다.20여일 후 서울시민회관(현 세종문화회관) 무대에서 김시스터즈의 귀국공연이 열렸다. 김시스터즈는 국내 여성보컬 1호로 당시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도 큰 인기를 얻었다. 이 때문에 정권 고위층도 참석할 만큼 관심이 높았다. 여기에 조영남은 찬조 출연한다. 무대에 선 그는 무심코 노래 한소절을 바꿔 불렀다. ‘신고사니이∼우르르르 함흥차 떠나는 소리에∼’라고 해야 하는 데 ‘신고사니이 와르르 와우아파트 무너지는 소리에 얼떨결에 깔린 사람이 아우성을 치누나∼’라고 했다. 요즘 같으면 별 일이 아니겠지만 그때는 달랐다. 특히 다음해 대통령 선거에서 김대중 후보와 일전을 치러야 하는 박정희 정권으로서는 와우아파트 사건으로 심기가 매우 불편해 있었다. 이런 판에 조영남이 고춧가루를 뿌렸으니 분위기가 험악할 수밖에. 겨우 눈치를 챈 조영남은 무대 뒤로 간신히 빠져나와 평소 안면이 있던 서울신문사 사장 방에서 잠시 피신해 있다가 그날 늦게 집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다음날 새벽 4시에 두명의 형사가 집으로 들이닥쳐 “병역기피로 재판을 받아야 한다.”며 끌고갔다. 졸지에 재판에 회부된 조영남은 이화여대 법정대학장이자 최초 여류변호사인 이태영 박사의 도움을 받는다. 즉 이 박사가 조영남을 재판에서 빼내주었고 대신 군 입대를 조건으로 내세웠다. 평소 조영남이 이 박사가 잘 가는 소년원에서 무료로 위문공연해 준 인연이 작용했다. 결국 조영남은 이 박사의 보증아래 훈련을 받은 뒤 육군본부 합창대에서 근무했다. ●가사 바꿔 불렀다 여러번 ‘혼쭐´ 군복무 시절 다시 한번 아찔했던 순간을 겪는다. 바로 박정희 전 대통령 앞에서 노래를 부를 때였다. 조영남은 나름대로 민족의 애환이 깃든 노래를 한답시고 ‘각설이 타령’ 한곡을 ‘쭉∼’ 뽑았다. ‘작년에 왔던 각설이 죽지도 않고 또 왔네∼얼씨구씨구 들어간다∼’. 노래가 끝나자 마자 조영남은 모처로 불려가 혹독한 ‘취조’까지 받았다. 비슷한 사연은 또 있다. 전두환 전 대통령 시절에는 노래 도중 하모니카를 빼다가 경호원들의 제지를 받았다. 또 노태우 전 대통령 앞에서 영부인 김옥숙 여사를 향해 ‘나 하나의 사랑’을 열창했다가 눈총을 받아 분위기가 썰렁해졌다. 하지만 그의 대표곡 ‘화개장터’는 공교롭게도 1997년 대선 때 선거바람을 타고 빅히트를 쳐 ‘운때 맞았던’ 경우도 있었다. 이 노래의 작사자는 김대중 정권 때 문화부장관을 지낸 김한길 의원이다. 조영남은 원래 즉흥적으로 가사를 바꿔 부르는 재치와 끼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탈리아 칸초네 ‘카사 비안카(Casa Bianca)’를 ‘하얀 집’으로 바꿔 부른 것도 여전히 회자된다. 닉슨 미국 대통령 시절(재임 1969∼74년)이다. ‘시커먼 하얀집/어쨌든 하얀집/누가 뭐래도 하얀집/좌우지간 하얀집/불이 나면 빨간집/꺼지면 까만집/∼/닉슨이 사는 The White House’. 결국 그가 지칭하는 하얀집은 ‘백악관’이었다. 지난 2일 서울시내의 한 음식점에서 조영남씨를 만났다. 올해로 데뷔 41주년이 된다. 예순이 넘은 나이에도 한달에 한번꼴로 콘서트를 가진다. 얼마 전에는 다시 방송에 복귀, 최유라와 함께 ‘지금은 라디오 시대’(MBC-FM 오후 4∼6시)를 진행하고 있다. 아울러 가수이자 문학인, 화가, 전방위 예술가로 푸짐한 삶의 영역을 넓히고 있다. 따뜻한 봄날, 문득 선문답을 나눠보고 싶다는 당돌한 생각이 들었다. ●음악·문학·그림? 그건 그냥 취미야 “노래는 왜 합니까?” 우문이었을까, 뿔테 안경너머로 살짝 째려보더니 “밥벌이”라고 소리지른다. 갑자기 오기가 생긴다. “그렇다면 시는 왜 씁니까?” “암호해독이지, 진실의 핵심을 푸는 재미라고나 할까.” 내공의 깊이가 이 정도?. 고개를 약간 갸우뚱거렸다. 노려보던 시선을 흐트려뜨리며 “보들레르, 랭보, 예이츠, 에드거 앨런 포, 결국 아무것도 아냐. 인간 존엄성이지.”라고 뱉는다. “하지만 한 가지 못 푼 게 있어, 이상의 ‘날개’, 음 정말 암호가 많아.” 이때 MC 임백천씨가 나타났다. 귀엣말을 주고받더니 잠시 일어선다. 저쪽 방에 정대철 열린우리당 고문 등 몇몇 정치인들이 눈에 띄었다. 정 고문의 어머니 고 이태영 박사가 앞서 언급된 병역기피 재판 때 조씨를 도와주었다는 사실이 잠깐 오버랩됐다. 인터뷰가 다시 진행된 것은 20여분 후. “인간 조영남은 음악인, 문학인, 화가 중 과연 어느 쪽을 좋아합니까?” “아무 것도 아냐, 그냥 취미일 뿐이지.” “그렇다면 사는 재미를 어디에서 찾나요?” “재미의 순서? 젊은 여자들과 밥먹고 수다 떠는 것이 제일 재밌지.” “수다가 가능합니까?” “가능하기 위해서 무진장 노력하고 공부하지. 공부 안하고 연구없이 재미있게 살 수는 없어. 시도 쓰고, 그림도 그리고, 노래도 하고 다 재미있게 살려는 것이지.” “젊은 여자를 만나면 어떤 내용으로 수다를 떠나요?” “그날 그날 다 달라. 어제는 여름 이불이 어느 정도 얇아야 하느냐, 어떤 천이 좋으냐, 이런 주제로 2∼3시간 수다를 떨었어.” ●젊은 여자랑 밥먹고 수다떠는 게 제일 재밌어 “그렇다면 인생은 수다인가요?” “재미있게 수다 떨다가 죽는 것이 최종목표지 뭐.” “수다 뒤에 찾아오는 허무는 무엇으로 채우나요?” “무엇을 해도 허무해. 허무는 가만히 있으면 지나가고, 잠들면 되고, 책 읽고, 그림 그리고, 또 수다 떨고….” “주변에서 인간 조영남은 고독하고 쓸쓸한 팔자가 아니냐고 합니다.” “말 같지 않은 얘기야, 고독하지 않은 것이 없어. 고독 반, 고독하지 않은 것 반, 기쁨 반, 슬픔 반, 인간사 다 그렇지 않은가.” “고독이 몸부림칠 때 음악을 만드나요?” “몸부림친 적도 없어…, 다 구라치는 얘기야.” 조씨의 대답은 거침이 없었다. 툭툭 내뱉는 단어들이었지만 조합을 해보면 매사에 솔직하고 일관된 소신을 엿볼 수 있었다. 그래서 최종답을 위해 인생철학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정운찬·정동영·손학규, 삼두 정치 어떨까 “주변에 대통령이 될 법한 친구들이 많아서 기분이 좋아. 정운찬, 정동영, 손학규…. 그러나 그 중 한명(정운찬)이 떨어져 나가 승률이 줄어들었어.”이어 “정운찬은 쓸 만한 물건이고, 정동영은 잘 만들어진 물건이고, 손학규는 쓰기 편한 물건이고, 다 괜찮아. 말 나온 김에 옛날처럼 삼두(三頭)정치를 제의하면 어떨까.”라고 되묻는다. 왜 혼자 사느냐고 다시 직설적으로 물었다. “여자를 구하는 데 큰 문제는 없어. 같이 살자고 하면 살아줄 여자도 몇명 있지. 안 하는 이유? 두번씩이나 둘이서 살아봐서 아는 데, 혼자 살아보니 훨씬 재미있어. 난 역시 독립군 체질이야. 성격이 변태 같은데 감당하고 들러붙어 살 여자가 쉽게 나타나겠어?”그는 자신이 불렀던 곡 가운데 가장 아끼는 노래에 대해 이제하씨가 가사를 쓴 ‘모란동백’, 그리고 방송작가 김수현씨의 시에 곡을 붙인 ‘지금’이라고 대답했다. ‘맞아 죽을 각오로 쓴 친일 선언’ 파문을 언급하자 “많이 아팠다. 아픈 만큼 성숙해졌다.”고 했다. 인생 앞날의 계획을 재차 물었다. “죽기 직전까지 산다는 것이야.”라고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인물전문기자 km@seoul.co.kr 사진 안주영기자 jya@seoul.co.kr ■ 그가 걸어온 길 ▲1945년 황해도 남천 출생. ▲51년 1·4후퇴때 월남. ▲64년 서울 용문고 졸업. ▲66년 서울대 음대 시절, 미8군 무대데뷔로 노래인생 시작. ▲68년 첫음반 ‘딜라일라’ 발표. ▲74년 빌리 그레이엄 목사의 권유로 미 트리니티침례신학대학 입학. 이후 목사자격증을 받고 미국 생활. ▲81년 귀국후 가수활동 재개. # 대표곡 딜라일라, 제비, 물레방아 인생, 각설이 타령, 별은 빛나건만, 신고산타령, 화개장터, 웰컴투코리아, 사랑했기에, 겸손은 힘들어, 늘푸른 마을, 인생은 요지경, 무너진 사랑탑, 보리수. 내고향 충청도 등. # 주요 저서 어느 한국 청년이 본 예수(82년), 놀멘놀맨(95년), 조영남 예수의 샅바를 잡다(2002년), 길에서 미술을 만나다(03년), 맞아 죽을 각오로 쓴 친일선언(05년). # 그외 영화 서울에비타 등 출연.1990년 LA개인전을 시작으로 매년 미술 전시회를 갖는다.
  • [부고]

    ●이승염(MBC 광고국 부국장)승주(학원장)승봉(미국 거주)씨 모친상 김애옥(방송작가·동아방송대 겸임교수)씨 시모상 유양우(기초전력연구원 관리실장)김헌룡(사업)이걸(재미 사업)씨 빙모상 27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30일 오전 8시30분 (02)3010-2292●이창호(한경대 교수)명호(C&G골프 대표)미경(성원중 교사)씨 모친상 장석록(아스날 대표)씨 빙모상 24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30일 오전 8시 (02)3010-2265●고석표(대한생명 법인영업본부 상무)씨 모친상 조용호(광명 하안초등학교 교감)씨 빙모상 27일 이대목동병원, 발인 29일 오전 6시 (02)2650-2741●강천구(미국 거주)완구(제니스항공여행사 대표)씨 부친상 27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30일 오전 6시30분 (02)3010-2266●김용준(한국전력거래소 부장)씨 모친상 최길성(SK텔레콤 팀장)씨 빙모상 27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29일 오전 10시 (02)3010-2235●조현석(GS건설 차장)강산에(가수)씨 부친상 최용현(광주 용주초등학교 교감)신경주(미디어갤러리 대표)씨 빙부상 27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29일 오전 8시 (02)3010-2263●정명재(법률사무소 김앤장 변호사)형석(머니투데이 금융부 기자)씨 모친상 27일 강남성모병원, 발인 29일 오전 (02)590-2609●김선조(전 KT커머스 사장)선오(농협중앙회 차장)씨 부친상 27일 대전보훈병원, 발인 29일 (042)935-3499
  • [entertainment·information] 송정연 방송 25시

    [entertainment·information] 송정연 방송 25시

    글 송정연 방송작가, 청소년 소설작가 연세대 출신들은 건배할 때 ‘위하세’라고 하고, 고려대 출신들은 ‘위하고’라고 한다는데, 2007년 새해를 맞으면서 우리 라디오족들은 ‘위하라’라고 건배했다. 라디오니까 위하라! 라디오방송은, 보이지 않는 매력이 큰데, 요즘은 라디오방송도 ‘보이는 라디오(줄여서 ‘보라’)라고 해서 인터넷으로 볼 수 있게 제작하는 추세다. 우리 프로그램도 수요일마다 보이는 라디오방송을 하고 있다. 보이는 방송이 확대돼 가면 라디오의 뒷얘기들이 많이 사라지지 않을까 싶다. 음악 나가는 동안에 마이크가 꺼진 상황에서 진행자들은 어떤 얘기를 하고, 어떤 모습인지 궁금해 하는 청취자들은 이제 인터넷을 통해서 음악 나가는 동안 화장하고 대본 보고 준비하는 DJ들을 보게 될 것이다. 그러나 보이는 라디오에서 진행자들이 화면을 의식하고 하는 행동과, 보이지 않을 때의 행동은 차이가 있다. 모 진행자인 경우, ‘ON AIR’불이 켜지면 분위기 있는 목소리로 차분하고 사색적인 방송을 하는데, 노래가 나갈 동안, 이 진행자는 돌변한다. “에이씨. 이 노래 누가 만든 거야? 이렇게 라디오에 틀 거, 길게 만드는 놈은 다 사형시켜야 돼. 지루해서 미치겠잖아, 이거!” 터프하게 소리치던 이 미모의 진행자. 음악이 끝나고 스튜디오에 불이 켜지면 얼른 음성을 바로 잡는다. “아, 음악이 왜 이렇게 마음을 파고드는지요”라고 멘트한다. 음악 나가는 동안, 주식시세를 보고 오는 디제이도 있고, 음악 나가는 동안 문자 보내고 받는 진행자도 있다. 이숙영 씨의 경우는 커피를 좋아해서 좀 긴 음악이 나올 때는 라운지에 뛰어가서 커피를 가져오기도 한다. 어떤 DJ는, 음악이 오버랩 돼서 나가는 동안, 사온 옷을 입고 패션쇼를 벌이기도 한다. 9시 진행자인 김창완 씨는 종종 산악자전거 타고 강남 집에서 목동까지 오느라 스판으로 된 운동복(우리는 ‘쫄바지’라고 부른다)을 입고 스튜디오로 들어서기도 한다. 지금은 그만두었지만, 소설가 김영하 씨가 SBS 책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는, 김영하 씨도 종종 그런 산악자전거 복장으로 스튜디오에 들어선다. 어떤 때는 김창완 씨와 김영하 씨 둘 다 그런 차림으로 마주치면 우리는 그 그림 자체가 재미있어서 킥킥대고 웃는다. 그러면 김창완 씨는 지난 주말에 남도까지 갔다왔다며 자전거 여행담을 아이처럼 자랑스럽게 쏟아낸다. 진행자들의 이런 모습들은 스튜디오를 훈훈하게 하는 양념거리가 되어 같은 채널에서 일하는 우리들을 즐겁게 한다. 음악이 나가는 동안 스태프들을 당황하게 만드는 경우도 많다. 두 사람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인 경우, 둘 사이가 좋지 않은 경우가 꽤 있다. 둘이 서로에 대해서 안 좋은 감정일 때, 스튜디오 안의 온도는 영하 50도처럼 춥다. 예전에 커플 진행으로 유명한 A와 B 진행자의 경우, 사연 읽을 때는 할 수 없이 사이 좋은 척 장단 맞추다가도 사연 읽는 게 끝나고 음악이 시작되면, 얼른 서로 다른 쪽을 향해서 쌩, 하고 찬바람 나게 돌아앉는다. 음악이 끝나고 다시 사연 읽을 때는, 다시 돌아앉아서 사연 읽다가 다시 음악이 시작되면 쌩 하고 다시 돌아앉아서 서로의 불쾌한 기분을 나름대로 상대에게 표시한다. 둘의 사이가 그렇게 차가운 것도 모르고 어떤 청취자는, 둘이 부부냐고 물어왔다. 너무나 둘이 호흡이 잘 맞는다는 것이다. 모 방송에서 더블 진행 프로그램을 섭외하는데, C가 조건을 걸어왔었다. D랑 같이 한다면 진행하겠다고. 그래서 D를 섭외해서, C와 D, 더블 진행으로 방송을 시작했다. 그리고 1년후. C와 D는 서로 사이가 나빠져서 급기야는 프로그램을 그만두었고, 그리고 이제 C는 D랑 하라면 다시는 안 하겠다고 선언했다. 문제는, 녹음 스케줄 때문에 벌어졌다. C가 갑자기 해외에 일주일 가게 되자 급히 녹음해야 하는데, D의 스케줄도 꼬였다. D가 짜증냈고, C는 그게 서운했다. “예전에 지가 보름 간 해외 갈 때 그때 내가 아무 말 안 하고 스케줄 다 조정해 가며 해주었는데, 아, 이럴 수 있는 거예요?” 앞에서는 말 못하고 우리를 붙잡고 하소연 하는데, 그 호소 들어주고 나면 뒷날은 또 D의 하소연을 들어줘야 한다. “자판기 커피 한 잔 안 사는 저런 노랭이는 처음이에요, 사연 읽는데도 지만 좋은 거 읽으려고 하고, 못돼도 한참 못됐어. 아, 이렇게 내가 희생해 가며 녹음해 주면 그거 고마운 줄 모르는 사람이라구요. 내가 한마디 했다고 삐져서 저렇게 밴댕이같이 구는 사람, 아, 정말 마누라가 불쌍해. 어떻게 사나 몰라.” 두 사람이 진행할 때 서로가 잘 지내려면 서로에 대한 희생과 배려가 필요하다. 내 우선이기보다는, 내가 손해 봐야지, 하는 자세가 아니면 둘의 사이가 삐걱거리게 돼 있다. 그래도 방송이 시작되면, 서로 웃는 척 방송하는 것을 보면, 참 대단하다 싶다. 프로 근성일 수도 있고, 야, 저러니까 연기하고 사는구나 싶기도 하다. 이렇게, 라디오에서 들리는 목소리의 느낌과 실제 진행자의 모습이 아주 판이하게 다른 경우도 적지 않은 것이다. 반대로 방송에서 느끼는 그대로인 진행자들도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강석과 김혜영 씨. 두 사람이 오랫동안 방송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서로 적당한 거리를 두고 하나의 프로그램을 같이 만들어 가는 방송동지로 잘 지내고 있다는 뜻이다. 몇 달 전, 김혜영 씨 집에 초대돼서 저녁을 먹으면서 담소를 나누는데, 강석 씨 얘기가 우연히 나왔다. 김혜영 씨가 중간에 몸이 아팠을 때 강석 씨가 보여준 우정어린 마음씀에 대해서 진실로 감동했다고 한다. 내가 생각할 때 김혜영 씨도 평소에 정겹고 다정한 성품이 배어나는 사람이라, 강석 씨나 김혜영 씨나 서로가 배려하고 있다는 뜻이다. 배려라는 것은, 감정에서 가장 고감도인, 어려운 것인데, 음악 나가는 동안 이렇게 하나하나 이해하고 감싸주는 DJ는, 방송도 오래 가기 마련이다. DJ들이 말하는 대본을 쓰는 작가도 그 진행자를 생각하면서 가능하면 말 한마디라도 따뜻하게 쓰게 되니까 방송은 좋아질 수밖에 없다. 새해가 밝았다. 돼지띠 해를 맞으면서 돼지띠에 대한 멘트를 쓰는데, 돼지띠가 되지띠로 오타가 나왔다. 그래, 올해 돼지띠는 모든 게 잘돼서 ‘되지’띠라고 회상하도록 열심히 뛰어야지. 보이는 데서 일하는 게 아니라, 안 보이는 데서 더 열심히 일하는 게 라디오작가들이니, 올해도 내밀한 열정으로 새로운 도전과 성취에 젊음을 불사르고 싶다.     월간 <삶과꿈> 2007.01 구독문의:02-319-3791
  • ‘하늘이시여’ 방송작가 임성한씨 12세 연하 PD와 결혼

    “제가 결혼할 줄은 생각도 못했습니다.” SBS 주말극 ‘하늘이시여’의 임성한(47) 작가가 이 프로의 조연출을 맡았던 손문권 PD와 지난 1월 말 결혼한 사실이 22일 뒤늦게 알려졌다. 두 사람은 띠동갑으로 임 작가가 12살이 많다. 임 작가는 초혼이며 손PD는 재혼이라는 현실적 어려움을 뛰어넘고 결혼에 골인했다. 임 작가는 ‘하늘이시여’ 인터넷 홈페이지 게시판을 통해 결혼 사실과 함께 사진도 공개했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잘 가거라 2006년] 나의 올해는 행복했다

    [잘 가거라 2006년] 나의 올해는 행복했다

    글 송정림 소설가, 방송작가 KBS TV 소설 <너와 나의 노래> <약속> 등의 드라마와 <출발 FM과 함께> 등의 방송, 그리고 작품집 《슬픔이 아름다울 때》 《라디오 러브스토리》 등과 단상집 《마음풍경》과 자녀교육서 《아이가 자라는 동안 꼭 해줘야 할 46가지, 성장 비타민》을 펴냈다. 하얗게 망각한 이름 하나가 차가운 하늘을 가로질러 날아와 내 가슴에 박힌다, 까마득하게 잊어버렸던 친구 하나가 거리를 가로질러 달려와 내 어깨를 감싼다, 절대 빌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용서 하나가 거리를 달려와 내 손등을 어루만진다…. 한 해가 뒷모습을 보이는 요즘은 주의하시라, 이런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환상, 착오, 오해, 상상…. 하지만 그것들은 모두, 한 해를 살아온 나를 위로해 주는 따뜻한 착각이 아닐까. 언제나 한 해를 돌아보면 단어 하나가 풍선처럼 솟아오른다. 다사다난! 올해라고 다를까. 나라고 다를까. 일도 많고 탈도 많고 그런 만큼 많이 배웠고 많이 깨달았고 많이 컸다(늙었다는 표현은 싫다. 죽는 순간까지 사람은 큰다). 그런데 아주 행복한 사건 하나가 있었다. 다른 안 좋은 일은 다 잊어버리게 즐거운 사건이다. 아들 재형이와 함께 책을 냈고 그 책이 뜻밖에 좋은 반응을 얻었다. 그냥 추억 하나 만들자고 한 일인데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셨다. 세상일이 그런 것 같다. 이건 꼭 잘 돼야돼, 어깨에 힘주면 잘 안 되고 그냥 즐겁게 하자, 힘 풀면 그 일은 잘 된다. 제품디자이너가 꿈인 고등학생 아들이 삽화를 그리고 내가 아이를 기르는 동안 느낀 점을 쓴 책 《아이가 자라는 동안 꼭 해줘야 할 46가지, 성장 비타민》이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그것만으로 한 해의 캘린더가 온통 푸른색으로 색칠이 된다. 그것뿐인가. 올 한 해 얻은 것은 수도 없이 많다. 아들 재형이 키가 더 자랐고, 그 애 마음이 더 자랐으며, 시험공부다 뭐다 하는 동안 그 애의 지식이 늘었고, 밤새는 엄마에게 타주는 커피 맛이 더 향상되었으며, 그 애 친구가 더 늘었고, 성격 아직 안 버리고 대한민국 고교생활을 즐겁게 하고 있다. 그러니 나는 올 한 해 얼마나 감사해야 하랴. 아이가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나는 땅에 엎드려 감사하고 또 감사해야 한다. 게다가 부모님이 건강하시고 남편이 든든하게 버텨주고 있으며 형제자매들이 응원해 주는데 더 이상 무엇을 바라겠는가. 또 올 한 해가 보람찼노라 말할 수 있는 것은, 일일 아침 방송(KBS 1FM <출발 FM과 함께>) 원고 쓰는 일을 하루도 펑크 내지 않고 무사히 쓰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내가 아주 특혜를 누리고 있다는 증거다. 건강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고 즐겁지 않으면 못하는 일이고 팀웍이 좋지 않으면 해낼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몸이 건강하고 마음이 해피하고 좋은 사람들과 일할 수 있었으니 입이 천 개 만 개 있어도 그 고마움 다 말할 수 없다. 또, 친구들이 곁에 있고, 새롭게 좋은 사람들을 알았고, 내게 상처 준 사람을 용서했고,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사람에게 다가갈 수 있었으니 올 한 해도 나는 대박을 친 셈이다. 통장 잔고는 비었어도 마음의 창고에는 수확물이 가득하니 올해도 남는 장사한 것이다. 리차드 바크는 “생의 마지막 순간에 이르러 자기가 걸어온 길을 되돌아 볼 때 가장 가치 있는 단 하나의 질문은 ‘나는 누군가를 얼마나 사랑했는가’ 하는 것”이라고 했다. 에밀리 디킨슨도 “아픈 마음 하나 달랠 수 있다면 나 헛되이 사는 게 아니리”라고 노래했다. 누군가를 사랑했고 그 사랑을 위해 온 마음을 다했다면 올해도 보람찼노라, 자랑해도 된다. 잃은 것 헤아리면 끝이 없다. 나 역시 가슴 아픈 상실이 왜 없었을까. 그러나 잃은 것은 헤아리지 않는다. 얻은 것 헤아려도 그 수를 헤아릴 수 없기 때문이다. 이것이 내 인생 셈법이다. 흰 머리카락만 세지 말고 사람을 세고, 몸무게만 달지 말고 마음무게를 달아본다면 올 한 해도 누구에게나 대박이다. 한 해가 뒷모습을 보인다. 이제 남은 일은 사랑의 힘으로 한 해를 추억하는 일, 그리고 역시 사랑의 힘으로 새해를 꿈꾸는 일이 아닐까.     월간 <삶과꿈> 2006.12 구독문의:02-319-3791 
  • [부고] 중진시인 오규원 전 서울예대 교수 별세

    중진시인 오규원 전 서울예대 문예창작과 교수가 2일 오후 5시10분 서울 신촌세브란스 병원에서 지병으로 별세했다.66세. 1941년 경남 삼랑진에서 태어난 고인은 부산사범학교를 거쳐 동아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68년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했다. 문장사 대표를 지낸 고인은 70년 ‘분명한 사건’을 시작으로 ‘새와 나무와 새똥 그리고 돌멩이’ 등 10권의 시집을 냈다.20여년간 서울예대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수많은 문인들을 길러냈다. 신경숙 함민복 하성란 천운영 강영숙 박형준 백민석 등 문인 46명이 그와의 인연을 회고한 `문학을 꿈꾸는 시절´(2002)을 회갑기념 문집으로 내기도 했다. 현대문학상, 이산문학상, 연암문학상 등을 받았으며 2003년에는 대한민국 문화예술상(문학부문)도 수상했다.유족으로는 방송작가인 부인 김옥영씨와 2남1녀가 있다. 발인은 5일 오전 8시, 장지는 강화도 전등사 수목장. 빈소는 삼성서울병원.(02)3410-3151.
  • 마음 다리 놓이면 못 나눌 얘기 없지요-슈퍼주니어

    마음 다리 놓이면 못 나눌 얘기 없지요-슈퍼주니어

    취재,글_ 오진이(서울문화재단 전략기획팀장) 사진_ 한영희 라디오 방송작가 시절, 청취자가 보내온 생일 축하 엽서의 엄마 나이가 나랑 같은 나이인 걸 보고 일을 접어야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내 밥을 구하기 위해 내 자식뻘인 청소년 프로그램을 구성한다는 것이 가짜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헌데 십여 년이 다 지나 청소년들의 우상인 슈퍼주니어의 인터뷰를 덥석 맡았다. 인터뷰를 통해 그들을 좋아하는 중3 내 딸아이와 더 친해지고 싶어서. 과연 이십 년 이상의 세대 차를 넘어 그들과 소통할 수 있을까? 그들은 스튜디오에 들어서자마자 “늦어서 죄송합니다, 안녕하세요!” 우렁차게 인사한다. 빡빡한 일정에도 불구하고 피곤해하는 기색이 없다. 우선 그들의 새해 꿈은 무엇일까?“제가 돼지띠거든요. 새해에는 아시아뿐 아니라 세계로 뻗어나가는 게 꿈이에요.”(이특) “보다 다양한 장르에서 꾸준하게 활동하고 싶어요.”(은혁) “활동은 물론이고 음식점이나 옷가게 같은 걸 해보고 싶어요.”(신동) “노래를 좀 더 공부해서 단순히 아이돌스타를 벗어나 노래 잘하는 가수로 이미지를 바꿔보고 싶어요.”(성민) 같은 슈퍼주니어 멤버지만 13인 13색이고, 그 가운데 이들의 꿈도 4인 4색! 저마다 다른 그들의 꿈이 아름답다. (일부만 공개합니다) 월간<샘터>2007.1
  • [부고]

    ●공윤각(전 육군병기학교장·예비역 준장)씨 별세 성진(한나라당 국회의원)씨 부친상 12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16일 오전 7시30분 (02)3410-6914●윤석종(한국토지공사 부사장)씨 모친상 11일 전북 김제장례식장, 발인 14일 오전 10시 (063)545-8392●오두환(GS건설 상무)경환(코아시스템 이사)씨 부친상 12일 이대목동병원, 발인 14일 오전 6시 (02)2650-2741●김봉렬(EBS 홍보팀장)정렬(수협)정화씨 부친상 12일 경기도 성남 분당제생병원, 발인 14일 오전 10시 (031)781-6721●이성형(인천경찰청 홍보담당관)씨 빙부상 12일 신촌세브란스병원, 발인 14일 오전 (032)455-2113,2227-8401●김영관(서울지방국세청 주사)영웅(중소기업은행 차장대우)영안(세진에셀메니지먼트 부장)영준(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씨 부친상 12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14일 오전 6시 (02)3010-2292●이성우(신대한정유산업 이사)씨 부친상 심태보(숭실대 교수)씨 빙부상 12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14일 오전 8시 (02)3010-2294●최인규(오양수산 상무)씨 상배 유이(국악방송 PD)유원(방송작가)유연(한국예술종합학교 석사과정)유일(학생)씨 모친상 방정일(도이치은행 차장)씨 빙모상 12일 분당 서울대병원, 발인 14일 오전 6시 (031)787-1505
  • KBS 연예대상에 김제동

    방송인 김제동이 23일 밤 여의도 KBS 별관 공개홀에서 열린 `2006 KBS 연예대상´ 시상식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최우수상은 코미디 부문 정종철, 쇼오락 부문 이휘재가 각각 차지했다.`상상 플러스´는 시청자가 뽑은 최고의 프로그램상을 수상했다. 우수상은 김대범·강유미(코미디)와 정선희·현영(쇼오락)이 각각 받았다.다음은 부문별 수상자 명단.▲신인상=안일권(코미디 남), 김지민(코미디 여), 박지윤(MC) ▲최우수방송작가상=홍윤희(코미디), 이현주(쇼오락) ▲베스트엔터테이너상=김종민 ▲최우수코너상=`마빡이´(코미디),`날아라 슛돌이´(쇼오락) ▲우수코너상=`고음불가´(코미디),`위대한 밥상´(쇼오락) ▲최우수음악프로그램상=`열린 음악회´ ▲공로상=한영실, 허참 ▲특별상=김기봉(카메라), 엄재섭(제작기술)
  • [송정연 방송 25시] 백인백색 게스트 따라 울고 웃어요

    [송정연 방송 25시] 백인백색 게스트 따라 울고 웃어요

    방송 하다보면 게스트들도 가지각색, 백양백색이다. 어떤 게스트는 출연해 달라고 하자 대뜸 물었다. ”진행자, 예뻐요?” ”네…. 마음이 예뻐요.” ”마음은 소용없고, 얼굴 말예요, 얼굴 예뻐요?” ”와서 확인하세요.” 그 게스트 스튜디오에 들어서자마자 진행자가 먼저 ”오, 잘생겼네!”라고 하자, 오히려 기가 죽어서 진행자에게 압도당한 게스트였다. 지금도 그 물음들이 순수하게 기억돼서 피식 하고 웃게 된다. 어떤 분은, 자기가 들어오는데, 경비들이 자기를 몰라본다고(그분은, 문단 활동할 때는 필명을 쓰기 때문에 경비들은 그분이 그 유명한 시인이라는 것을 모르고 들어가지 못하게 막았다), 청와대도 출입증 없이 들어가는데, 왜 여기서 이렇게 몰라보냐고 호통치며 돌아가겠다고 하는 것을, 겨우 가서 빌어서 모셔 왔다. ”물 갖다 달라. 시원한 물 반에다 온수 반에다 섞어서 두 컵 갖다 달라”등등 주문이 유난히 많은 게스트가 있는가 하면, 출연해서 “나 예뻐! 나 스타!” 라는 뜻으로 말도 안 하고 묻는 말에는 단답으로만 답하고 새침하게 앉아 있다가 막상 스튜디오에 들어가면 다정한 듯이 마이크에 대고 얘기하는 스타들도 있다. 방송이라는 게 새벽이고 밤이고 가리지 않고 녹음하니까 스튜디오에 먹을 것이 늘 있는 편인데, 오자마자 먹는 일에 합세해서 스튜디오 들어가기 전까지 먹는 게스트도 있고, 인터뷰 준비해야 하는데, 휴대폰 들고 복도에서, 방송 들어가기 3초 전까지 통화하는 게스트도 있다. 그런가 하면 감동을 주는 게스트도 있다. 신영복님의 경우는, 번거로운 과정을 거치면서도 커피도 스스로 찾아가서 뽑아 마시고, 그리고 빈 종이컵을 버려주려고 달라고 하는데도 절대로 남에게 맡기지 않고 스스로 뛰어나가서 버리고 오셨다. 책과 품성이 이렇게 직접 만나도 일치할 때는, 이 지구라는 별이 정말 아름답고 괜찮게 느껴진다. 시인을 초대할 경우, 시인들의 특징은, 자기 시 읽는 것을 좋아하는 것이다. 어떤 시인은, 자기 시를 자기가 읽다가 스스로 감동을 느끼는지 눈물을 뚝뚝 떨어뜨렸다. 솔직히 목소리가 아주 안 좋은 편인 그 시인의 시는, 또 너무나 도회적이고 감성적이어서 그 시인이 읽으면 분위기가 살아나지 않아서 진행자가 읽는 것이 어떻겠냐고 하는데도 굳이 자기 시를 자기가 읽겠다고 하셨다. 방송을 지켜보는 우리는, ‘시는 너무 좋은데, 목소리가 깬다’고 생각하며 안타까워하고 있는데, 그 시인은 자기 시에 감동해서 흑흑거리셨다. 이런 게스트들은 아주아주 귀여운 편이다. 순수함에 미소가 절로 번진다. 하지만, 섭외하면 바로 돈 얘기부터 하는 게스트들이 있다. ”출연료 얼마 줘요?” ”저기 그게요. 규정이 있어서 그렇거든요. 5분 출연에 출연료는 5만 원입니다. 죄송합니다. 너무 적어서요. 그런데.” ”너무 심하다! 기름값도 안 나오겠네.” ”그래도 새로 내신 책 홍보된다 생각하시고 나와 주세요.” ”나 홍보에 신경 안 써요.” 섭외전화하면 이렇게 출연료를 따지는 게스트가 있다. 솔직히 출연료가 너무 적은 것은 사실이다. 나도 그것에 대해서 안타깝게 생각하지만, 하지만, 이런 게스트를 만날 때마다 난 이 네 글자를 속으로 외친다. 어,쩌,라,구?!! 출연료가 인상이 되어야 한다는 데는 공감하지만, 작가가 힘도 없는데, 출연료를 구조적으로 당장 고치기도 힘들고 섭외하는 당사자만 쩔쩔매게 하는 게스트가 있다. 어떤 중견 탤런트는 “난 큰 선물 안 주면 안 나가”라고 해서 속상해 하다가 결국 우리 스태프들이 선물을 따로 사서 준 적도 있다. 어떤 소설가는 일단 출연해 놓고 출연료에 대해서 하도 성토하며 기름값 타령을 해서 그 자리에 있던 PD랑 나랑 지갑의 돈을 각출해서 기름값 하시라고 돈을 드렸다. 어떤 작가는 이런 황당한 경험을 했다고 한다. 어떤 교수인데, 급해서 주차장에 못 세우고 길가 주차장에 세우고 왔다면서 아예 손바닥을 내밀며 주차비를 달라고 하더란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지갑에서 만 원을 꺼내서 드렸더니 냉큼 받더라고. 돈 얘기보다 더 황당하게 하는 게스트는 시간을 지키지 않는 게스트이다. “다 왔어요 바로 요기 엘리베이터 탔어요”라고 해서 엘리베이터 앞에서 기다리다보면 그게 자기집 엘리베이터를 탔다는 뜻이었다. 이런 능구렁이 같이 스태프들의 애간장을 태우는 게스트들이 있다. 이런 게스트는, 아무리 방송을 잘해도 다음 개편 때는 정리될 게스트 1호다. 아니, 개편 때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중간 개편을 하게 하는 게스트다. 올해 가을 개편은 11월이다. 개편이란, 게편인지 가재편인지 가려내는 시즌, 이라고 우스개로 말하지만, 우선 첫째는 애정과 열성이 있느냐 가려내는 것이고, 그리고 그보다 더 중요한 0순위는 성실성이다. 생각만 해도 웃음이 배이는 정직한 게스트, 웃는 게스트들이 고맙다. 글 송정연 방송작가, 청소년 소설작가     월간 <삶과꿈> 2006.11 구독문의:02-319-3791
  • [부고]

    ●박충근(서울중앙지검 형사제3부장검사)충석(포인트앤포커스 대표·전 중앙일보 문화사업국 차장)춘삼(사업)씨 부친상 이두진(국방부 사무관)씨 빙부상 7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9일 오전 9시 (02)3410-6915●송용길(전 서귀고 교감)용철(신라가든 대표)정연(방송작가)정림(〃)정미(홍익대 광고홍보학과 교수)씨 부친상 이근홍(서귀포시청 안전관리담당)이상영(한국방송통신대 법학과 교수)유종열(유진건설 대표)씨 빙부상 6일 제주 한국병원, 발인 10일 오전 7시 (064)722-7644●최찬욱(전주시의회 부의장)정관(자영업)씨 모친상 7일 전북대병원, 발인 9일 오전 10시 011-675-0001●박흥대(거봉건설 대표)씨 상배 7일 서울 순천향병원, 발인 9일 오전 8시 (02)798-1421●손남원(전경련 사업지원팀 과장)씨 모친상 6일 서울 국립경찰병원, 발인 8일 오전 6시(02)431-4400●이성희(서울여대 강사)씨 부친상 김철웅(동승통상 사장)씨 빙부상 6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8일 오전 9시 (02)3410-6914●최병준(통계청 총무과 주무관)씨 별세 6일 대전 을지대학병원, 발인 8일 오전 7시30분 (042)471-1680●김일래(대건약국 대표)광래(전 제일은행 여신감리부장)종래(인하대병원 부장)보강(목사)숙희(아동문학가)종혜(강릉시의원)씨 모친상 엄기영(공주대 교수)김택민(강원도 정선 사북고 교사)씨 빙모상 7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9일 오전 7시 (02)3410-6903
  • [송정연 방송 25시] 적어도 사기꾼은 되지 말자

    [송정연 방송 25시] 적어도 사기꾼은 되지 말자

    글 송정연 방송작가, 청소년 소설작가 하늘이 하루에 삼십 센티미터씩 높아가는 하루하루. 가을은 FM 방송 작가인 내가 살맛 나는 때다. 음악이 맛있어서 FM 방송 청취자가 늘어나는 때가 바로 요맘때. 도시의 가을은 여인의 옷에서 깊어져 간다. 가을은 FM 음악으로, 매일매일 쓰는 FM 작가의 원고에서 가을은 깊어져 간다. 그러나 방송작가는 디자이너와 같아서, 현재 계절의 옷을 만들면서 다음 계절의 유행을 생각하고, 다음 계절의 디자인을 구상하는 것이다. 나도 현재 원고를 쓰면서도 그날 방송이 끝나면 다음 개편을 생각하고, 다음 계절의 특집을 구상해야 한다. 항상 머릿속으로는 한 발, 또는 반 발 앞서가야 하는 것이 방송작가의 숙명이다. 지난여름에 가을 개편을 구상했고, 지금은 크리스마스와 새해 특집, 그리고 봄 개편까지 생각한다. 박찬욱 감독이 가훈을 ‘두 개의 종소리를 들어라’라고 정했다는데, 방송작가야말로 현재와 미래를 생각해야 하는, 늘 두 개의 종소리를 들어야 하는, 아니, 두 개의 종소리를 울려야 하는, 그런 직업인 셈이다. SBS 파워FM이 다음달 중순에 10주년을 맞으면서 대대적인 특집을 준비하는데, 이미 여름에 기획하고 진행해 왔기 때문에 가을은 여유 있게 시작된 편이다. 그러나, 특집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나는 이번에도 여러 번의 회의를 거쳤다. 수많은 ‘회의’를 거쳐서 출연자를 정하고, 그 출연자들을 섭외하는 과정에서 숱한 ‘회의’를 느꼈다. ”나와주세요.” ”네.” ”감사합니다.” 이러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런데, 스케줄을 조정하면 되는데, 머리를 굴리는 매니저들이 있다. 그런 매니저들에게 얌전은 통하지 않는다. ”이번에 출연해 줘야 음반도 틀죠”라는 직접적이고 치사한 회유책에서부터 “이번 일 안 도와주면, 앞으로 삐치지 말라는 법 없습니다. 제가 좀 뒷끝이 길거든요”라는 경고까지 말이다. TV와 라디오의 웬만한 구성을 다 경험한 방송작가들끼리 하는 얘기가 있다. TV 예능 프로는 ‘딴따라’가 되어야 하고, 교양프로는 ‘노가다’(편집과정에 참가하면서 밤새기가 일쑤니)가 되어야 한다고. 그에 비해 라디오 프로는 고상한 거라는 얘기를 많이 한다. 라디오 작가는 조용히 말해도 일이 되지만, 예능은 그렇게 하다가는 일의 진행이 순조롭지가 않다. 라디오 작가는 우아하게 입고서도 일할 수 있다. 라디오 일과 드라마 일을 다하는 동생이 전화하는 것을 들으면 지금 통화상대가 드라마 쪽 사람인지 라디오 쪽 사람인지 금방 알 수 있다. 거친 말투를 쓰면 드라마 쪽 사람이고, 품위있는 말투면 라디오 쪽 사람이다. 틀림없다. ”뭐요? 아니, 도대체 내가 감정이 동해야 술술 풀리지, 그런 주인공이면 감정이 나오려고 하다가도 들어가지. 주인공이 이 정도는 돼야 작가도 감정이 술술 풀리죠!” 이러면 드라마 쪽과 통화하는 것이고 ”네, 알았습니다. 아, 녹음 게스트는 누구라구요, 알겠습니다. 그렇게 준비하죠.” 이러면 라디오 쪽 사람과 통화하는 것이다. 라디오 일을 하는 사람들은, 감각 있고, 감성적이고, 혼자 바쁘면 되지만, 드라마나 예능일을 하는 사람들은, ‘더불어’ 함께 일해야 하는 환경이므로, 자기 주장을 펴기 위해서는, 강경한 어조와 적극적인 말투가 더 설득력이 있다. 그래서 라디오 작가와 TV 작가의 분위기가 차이 난다고 한다. 그런데, 라디오도 특집을 앞두면 다르다. 이번에도 이런 섭외 멘트가 나왔다. ”네? 이번에 출연이 안 된다구요? 아니, 앞으로 우리하고는 일 안 하실려구요?” 이런 섭외가 통하면 슬프지만, 이런 섭외까지 통하지 않으면 더 슬프다. 그러나 이런 마음도 FM 작가는 방송 시작하면 들리는 음악으로 치유가 된다. 가을 햇살이 상처를 치유하듯, 음악이 온갖 상념을 감싸준다. 어쨌든 특집 섭외는 끝났고, 그리고 돌아서서 이런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열심히 하되, 사기꾼은 되지 말자. 송정연 · TV 프로그램과 여러 라디오 프로그램을 거쳐 현재는 10년째 ‘매일 새로워지는 카피처럼’을 좌우명으로 SBS ‘이숙영의 파워FM’을 집필중이다. 청소년 소설 《그래, 가끔 하늘을 보자》와 《열일곱살의 쿠데타》《우울한 날엔 날개를 달자》 등을 썼고, 최근 《두뇌폭풍 만들기》를 펴냈다       월간 <삶과꿈> 2006.10 구독문의:02-319-3791
  • [부고]

    ●이세운(전 삼성전기 상무이사)대운(메디슨 대표)씨 모친상 남궁석(전 정보통신부 장관)씨 빙모상 29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11월1일 오전 8시 (02)3410-6903●이상권(한국산업은행 이사)상증(사업)상철(〃)상용(포천 상아치과 원장)현주(동양화가)주현(사업)상애(명성어린이집 원장)씨 모친상 고성진(전 국가공무원 관리관)김장배(현대중공업)씨 빙모상 30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11월1일 오전 5시30분 (02)3010-2294●유명식(전 아세아종합금융 상임감사)씨 별세 김순희(약사)씨 상부 병욱(재미 유학)승지(배명고 교사)정수(방송작가)씨 부친상 이수찬(LG텔레콤)박길남(자영업)씨 빙부상 29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11월1일 오전 4시40분 (02)3410-6917●노하석(한국수자원공사 주임)하갑(상계정신과의원 원장)하윤(사업)씨 부친상 신강욱(현대자동차 생산관리3부장)유창훈(아이그룹 회장)씨 빙부상 29일 고대안암병원, 발인 11월1일 오전 7시 (02)921-9499●박근수(유니코이엔지 대표)재호(유니아이 〃)씨 부친상 30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11월1일 오전 6시 (02)3010-2238●신연식(신한은행 인사팀장)판식(정식품 대리)은희(충북 농촌진흥원 생활지도사)은주(충주 혜원학교 직원)씨 모친상 한태구(삼마 대표)박선호(청주르까프 〃)박장순(LG생활건강 차장)씨 빙모상 29일 청주병원, 발인 31일 오전 7시 (043)224-2898●임병찬(임병찬국제특허법률사무소장)씨 별세 용원(자영업)수미(유니즌 대표)씨 부친상 유창열(동아기술공사 이사)씨 빙부상 29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31일 오전 8시30분 (02)3410-6908●안교훈(프로야구 SK 와이번스 운영단 기록원)씨 부친상 29일 경기 의정부 백병원, 발인 31일 오후 1시 (031)841-4444●최남억(대한경신연합회 이사장)씨 별세 수명(사업)수영(광진구청 과장)수형(사업)수진(대한경신연합회 사무총장)씨 부친상 29일 경희 동서신의학병원, 발인 31일 오전 9시 (02)440-8922●임종배(서울 관악구청 기획예산과 주임)·종덕(KT&G 영업팀장)씨 부친상 30일 서울 보라매병원, 발인 11월 1일 오전 7시 (02)834-7899●임재순(대우증권 경산지점장)씨 빙부상 29일 상주 적십자병원, 발인 31일 오전 9시 (054)535-7990●황광한(전 LA 총영사)광우(펜션 운영)씨 모친상 김교신(전 충주비료 공장장)김승정(전 SK글로벌 부회장)씨 빙모상 30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11월1일 오전 6시 (02)3010-2291●김유상(전 가승문화사 부사장)씨 별세 호준(스포츠조선 프로그램개발실)씨 부친상 29일 인천길병원, 발인 11월1일 오전 5시 (032)472-0873●박병주(건설업)철주(교사)씨 모친상 김종간(김해 시장)씨 빙모상 30일 김해중앙병원, 발인 11월1일 오전 9시 (055)324-4411●고남석(인천항만공사 감사)씨 부친상 30일 인하대병원, 발인 11월1일 오전 9시30분 (032)890-3199
  • 콕 찍은 영화 9편 “안보곤 못배길걸”

    콕 찍은 영화 9편 “안보곤 못배길걸”

    마음만 먹으면 9일간의 긴 휴식에 빠질 수도 있는, 올 추석은 말 그대로 ‘황금’연휴. 영화계가 일찌감치 이 황금시장에 눈독을 들였음은 말할 것도 없다. 추석 연휴에 각축하는 한국영화만도 무려 6편. 융단 폭소탄을 내장한 코미디에서부터 대규모 스케일의 액션, 눈물을 훔치게 만드는 감동드라마까지. 골라보는 즐거움에 생각만 해도 군침이 돈다.(감독/배우/장르/관람등급) 황수정 최여경기자 sjh@seoul.co.kr (1) 타짜 최동훈/조승우·김혜수·백윤식·유해진/드라마/18세 이상 허영만의 인기만화가 음모와 배신이 녹아든 드라마로 스크린에 옮겨졌다. 도박판에 인생의 전부를 걸어버린 젊은 타짜(속임수를 잘 쓰는 전문도박꾼)의 이야기. 조승우의 밀도있는 연기, 여유있는 카리스마의 진맛을 보여주는 백윤식, 화투판을 떡주무르듯 하는 ‘악녀’ 김혜수 등 이보다 더 완벽한 캐스팅은 없다. 방대한 원작을 최대한 쓸어담은 드라마가 지루할 때도 있으나,‘범죄의 재구성’의 그 치밀함을 다시 확인시키는 최동훈 감독! (2) 라디오 스타 이준익/안성기·박중훈·최정윤·정규수/드라마/12세 이상 배우 안성기와 박중훈의 건재를 유감없이 보여주는, 웃음과 감동이 반반씩 사이좋게 손잡은 휴먼드라마.‘왕의 남자’ 이준익 감독의 물흐르는 듯한 연출력이 돋보이고, 국민배우 안성기의 연륜이 그 어떤 영화에서보다 편안해 보인다. 지방도시의 라디오 DJ로 전전하는 왕년의 사고뭉치 가수왕과, 그를 변함없이 응원하고 보듬어주는 속깊은 매니저 이야기. (3) 가문의 부활-가문의 영광Ⅲ 정용기/김수미·신현준·김원희·탁재훈·공형진·신이/코미디/15세 이상 조폭가문 백호파, 업계 1위 김치회사 ‘엄니손김치’로 거듭나다! 그들을 향해 복수의 칼날을 가는 전직검사와 한판 승부. 세련된 현재의 모습과 ‘유치찬란’한 과거 행적을 번갈아 더듬으며 드라마의 강약을 조절해 간다. 전편의 캐릭터에 배우의 개인기를 제대로 버무렸다. 특히 구수하고 맛깔나는 전라도 사투리를 끊임없이 쏟아내는 김수미의 홈쇼핑 출연 장면이 압권. 한바탕 웃기 좋은 영화임에 틀림없다. (4) 잘 살아보세 안진우/이범수·김정은·전미선·변희봉/코미디/12세 이상 1970년대 정부의 산아제한 정책을 둘러싸고 시골마을에서 빚어지는 코믹 해프닝. 김정은·이범수가 엮는 환상의 복식 코미디에 전미선 변희봉 등 연기력 탄탄한 조연들 가세. 산아제한이라는 참신한 시대적 소재를 완성도로 연결시키지 못하고 흐지부지 주저앉은 후반부가 아쉽다. (5) 구미호 가족 이형곤/주현·박준규·박시연·하정우·고주연/뮤지컬 코미디/15세 이상 가족을 깊이 사랑하는 아버지, 남자 밝힘증이 있는 섹시한 첫째딸, 단순무식한 아들, 귀엽지만 엽기적인 막내딸. 단란한(?) 구미호 가족과 죄질 나쁜 한 남자의 좌충우돌 인간 되기. 서커스장을 배경으로 한 구미호 가족의 ‘생쇼’, 배우들의 캐릭터, 간간히 삽입한 뮤지컬 장면이 적절하게 녹아있다. 배우의 재발견이 가장 눈에 띄는 영화. 박장대소 없이 잔웃음으로만 이끌어가는 것이 살짝 아쉽네∼. (6) 무도리 이형선/서영희·박인환·최주봉·서희승/코미디/15세 이상 자살명당으로 소문난 강원도 산골짜기, 무도리. 세 노인과 방송작가, 자살동호회 회원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소동이 자잘하게 이어지다가 막판에 살짝 감동을 주는 소박한 이야기. 폭소보다는 독특한 소재에서 나오는 낯설고 다소 당황스러운 냉소가 튀어나오는 코미디 영화라고나 할까. 끈질기게 들이대는 철지난 유머는 난감하다. 노장의 힘으로 극복하려나. (7) 야연 펑 샤오강/장쯔이·대니얼 우·저우쉰/무협액션/15세 이상 10세기 중국을 배경으로 황실의 로맨스와 음모, 권력을 향한 욕망 등이 얽히고 설킨 서사무협. 화려하되 고즈넉한 색감, 잔인하되 부드러운 액션 등 대비와 강약을 거듭하는 화면의 균형미가 훌륭하다. 화려하게 스케일 큰 액션 화면을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더할 나위 없다. 장쯔이의 매혹적인 카리스마가 빛을 발한다. (8) 앤트 불리 존 A. 데이비스/줄리아 로버츠·니컬러스 케이지·메릴 스트립(목소리)/애니메이션/전체 ‘왕따’ 꼬마가 개미를 괴롭히다 마법사의 주술에 걸려 개미만큼 작아진 뒤 겪는 모험과 화해의 과정.‘폴라 익스프레스’로 3D 아이맥스 애니메이션을 만들었던 톰 행크스가 자신의 아들에게 원작 그림책을 읽어주다 제작을 결심하게 된 작품이라고. 폭력의 부당함, 약자에 대한 배려 등 교훈적 메시지가 뚜렷하다. (9) BB프로젝트 진목승/성룡·고천관/액션/12세 이상 눈이 즐거운 ‘성룡표’ 액션물. 개운하고 유쾌하며 코믹한 천연 액션 퍼레이드를 별 생각없이 즐기면 되는 팝콘무비. 두 명의 절도범이 어쩌다가 납치한 아기가 ‘빌리언달러 베이비’일 줄이야. 천진한 아기를 다시 엄마에게 돌려주기 위한 고군분투가 아찔하면서도 신명난다.6개월된 아기 매튜의 귀여운 ‘연기’가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 [작가 이야기] 김미라 ‘위로’ - 우리

    [작가 이야기] 김미라 ‘위로’ - 우리

    위로 ⓒ안재인 우리, 내 어머니의 고향은 통영에서 배로 30분쯤 더 가야 하는 섬입니다. 20년 전에 나는 어머니를 따라 오랜만에 통영에 간 일이 있습니다. 때마침 그곳엔 태풍이 오는 중이라는 소식이 들렸습니다. 항구에는 돌연 긴장감이 감돌았습니다. 배가 떠나지 않으니 우리는 섬으로 갈 수가 없었습니다. 속수무책으로 항구를 바라보기만 하던 그때, 나는 보았습니다. 항구에 정박한 배들이 두렵고 거센 태풍을 어떻게 견디는지를. 배들은 나란히 서서 팔짱 낀 사람들처럼 서로서로를 묶으면서 태풍을 견뎠습니다. 서로 연결되어서 두렵고 거센 비바람을 견뎠습니다. 극지의 눈보라 속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황제펭귄들은 어떻게 추위를 견디는지 아시는지요? 황제펭귄은 봄이 올 때까지 발등 위에 알을 올려놓고 꼼짝없이 서있어야 합니다. 아무리 눈보라가 몰아쳐도 그들은 잠시도 알을 발등에서 내려놓으면 안 됩니다. 황제펭귄들은 상상하기도 어려운 눈보라 속에서 어떻게 살아남을까요? 그들은 서로의 체온을 전달받을 수 있을 정도로 촘촘히 다가서서 추위를 견딥니다. 아프리카에는 ‘우분투’ 라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가 있음으로 내가 있다’ 라는 의미를 가진 단어라고 하지요. 서로를 묶으면서 태풍을 견디는 항구의 배처럼, 촘촘히 다가서서 눈보라를 견디는 황제펭귄처럼, ‘우리’는 더불어 극복해내며 살아갑니다. ‘우리’라는 단어와 눈이 마주칠 때마다 가슴이 울렁거렸던 이유가 선명해졌습니다. 월간<샘터>2006.09
  • 자전거 타는 간 큰 곡예사

    자전거 타는 간 큰 곡예사

    글 송정연 방송작가, 청소년 소설작가 내겐 지금 몇 가지 중요한 일들이 있다. 엄마라는 일, 방송작가라는 일, 논술강사 수업 중인 수강생이라는 일. 그 외의 일들에 대해서는 다 양해를 구해 놓아서 이 세 가지 일에 집중만 해도 되는데 이 세 가지 일이라는 것이 매일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일이다 우선, 엄마라는 일. 아이 영양을 위해서, 아이 스케줄을 위해서 도와줘야 하는 때이다. 절대로 뒤로 미룰 수 없는 일. 방송일도 그렇다. 매일 쓰는 라디오작가인 데다 원고량이 많은 2시간짜리 프로그램이라 잠시 다른 데로 마음 가 있으면 빈 구석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리고 논술강사 수업생인 일. 이 일도 아이의 논술을 도우려고 하는 공부인데, 철학공부까지 겸해야 하고, 어떻게 아이들과 소통해야 하는지 늘 정신을 쓰고 준비해도 따라갈까 말까한, 아주 버거운 작업이다. 유순신 씨 책에서 읽은, 서커스에서 접시 돌리는 사람이 생각난다. 어느 큰기업 경영자가, 자신이 접시 돌리는 사람 같다고 표현했다는데 내가 요즘 그렇다. 이 접시 열심히 돌리고 있으면 저 접시가 떨어지려 하고 황급히 그쪽 접시 살려놓으면 다른 접시가 핑그르르르 힘없이 떨어지려 한다. 여기 저기 허덕 허겁 돌리고 또 돌리는 곡예사 같은 느낌이다 그 와중에 유일하게 숨돌리는 일은, 영화 보는 일, 책 보는 일이다. 책과 영화는 빼놓을 수 없는, 나의 즐거움이자 나의 폐활량을 넓히는 일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모든 작업들이 다 앉아서 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몇 달 전 심한 두통에 시달려서 병원에 갔더니, 일을 쉬든지 아니면 운동하든지 하라고 한다. 헬스 클럽에 바로 등록했는데, 결국, 한 달간 딱 하루 가고 지나갔고, ‘아, 내가 그런 동적인 운동보다는 정적인 운동이 낫겠구나’ 싶어서 요가 등록을 했는데, 딱 두 번 가고 두 달을 보내고 말았다. 세 번째 생각한 게 자전거! 일단, 운동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즐거운 것, 그냥 하는 것’이라는 최면을 걸기로 하고, 스스로 자전거에 대한 공상에 들어갔다. 베를린 공원을 자전거 타고 달리던 기억이 짜르르 아리도록 난다. 독일 전국의 지하철노조가 파업했을 때 다들 자전거 타고 출근하면서 노조를 이해해주던 거리 풍경을 보면서 자전거가 참 따뜻하고 친근하게 느껴졌던 기억. 독일 녹색당 의원들이 장미꽃 입에 물고, 청바지 입고 자전거 타고 출근하던 상큼한 화면. 서울로 돌아와 이와이 순지의 영화 <러브레터>를 보면서 자전거 바퀴를 돌릴 동안 켜지는 불빛, 그 불빛에 비쳐보던 편지…. 자전거 타고 달리던 <러브레터>의 중학생 남자주인공과 사랑하는 소년에게 종이봉지를 씌워서 비틀거리게 만들던 자전거 두 바퀴…. 도서관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날리던 하얀 커튼 자락과 함께 자전거가 늘 오버랩 되게 만들던 영화. 창의력 짱이던 그 하늘로 오르던, 영화 <ET>에서의 아이들의 자전거. 영화 첨밀밀에서 장만옥을 뒤에 태우고 가던 여명의 낡은 자전거도 마음 아렸다. 영화 <일 포스티노>의 우체부 아저씨가 타던 아저씨의, 해변을 달리던 자전거 바퀴도 좋았다. 영화 <북경자전거>에서의 자전거 바퀴와 영화 <비욘드 사일런스(Beyond the Silence)> 에서 시각장애인인 어머니가 타는 자전거 바퀴는 슬펐다. 소설 《자전거 도둑》에서의 자전거는 은밀했고 영화 <아이리스>에서 수재에 호기심이 많은 여대생이 타던 자전거는 너무나 싱싱하고 섹시했다. 아, 자전거 타고 싶다. 그날 이후, 나는, 방송이 끝나면 여의도 공원으로 자전거 타러 간다. 그리고 방송원고가 더욱 밝아졌다.     월간 <삶과꿈> 2006.09 구독문의:02-319-3791
  • 영화 ‘무도리’

    영화 ‘무도리’

    ‘무도리’(제작 MBC프로덕션·싸이더스FNH·21일 개봉)는 선남선녀가 독식해온 스크린이 중견배우 ‘집단’으로 대체됐다는 사실부터 독특한 감상을 기대하게 된다. 여 주인공으로 ‘마파도’가 발굴한 스타 서영희가 나섰다는 대목도 기대감을 부풀리는 촉매로 작용하긴 마찬가지. 실제로 영화는 기대밖 흥행기록을 세웠던 ‘마파도’의 뉘앙스를 차용했다.‘마파도’가 지도에 없는 외딴 섬의 과부 다섯명이 엮는 코믹드라마였다면,‘무도리’는 홀아비 버전쯤 된다. 영화는 자살을 소재로 코믹 해프닝을 이어가다 막판에 한움큼의 감동을 내장한 소박한 드라마. 그러나 이 영화의 웃음은 폭소가 아니라 색다른 소재에서 발산되는 낯설고 때론 음산한 냉소 쪽에 가깝다. 영화를 보고나야 비로소 ‘길 없는 마을’ 혹은 ‘도리가 없는 마을’이란 중의적 제목의 암시를 이해할 수 있을 듯. 자살명당으로 소문난 첩첩산중의 마을 무도리로 이방인들이 속속 모여든다. 희망없이 가난하게 노년을 보내던 마을의 홀아비 3인방(박인환, 최주봉, 서희승)이 자살한 이의 가족에게서 한두푼 받은 사례금에 눈이 멀면서 자살을 돈벌이로 이용하려는 꼼수를 부린다. 무도리를 동반자살 장소로 선택한 인터넷 자살동호회 회원들이 찾아오고, 이를 특종취재하려는 초보 방송작가(서영희)가 따라붙는다. 직장을 잃지 않으려 특종을 낚아야만 하는 여 주인공의 필사적 몸부림, 생계를 위해 죽음을 방조하는 노인들이 해프닝으로 이어가는 드라마는 나름의 사회적 메시지를 투영하려 애썼다. 그러나 요령부득인 지점이 많다. 무도리 마을의 공간적 팬터지는 자잘한 소란만 성가시게 부각시킨 단선적 드라마로 무료한 핑퐁게임장처럼 주저앉은 느낌이다. 시선을 분산시킬 여지없이 칙칙한 화면, 수선스러운 여 주인공의 연기, 불편할 만큼 끈질기게 들이대는 철지난 화장실 유머는 말 그대로 ‘대략 난감’이다.15세 이상 관람가.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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