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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젊고 건강한 아나운서 모십니다”

    ‘아나운서를 모십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건강보험제도를 대외적으로 알릴 홍보대사에 적합한 인물을 찾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다. 지난해 홍보대사인 탤런트 임현식·임채원(개명 전 임경옥),MC 강병규씨 등 3명은 계약기간이 종료된 상태다. 이에 공단측은 기존 홍보대사 1∼2명을 연임시킨 뒤 현직 아나운서를 영입하는 방안을 심도있게 논의해왔다. 공단 관계자는 “젊은층이 선호하는 발랄하고 깨끗한 이미지의 20대 중후반 아나운서를 섭외했지만 확답을 받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아나운서 모시기가 어려운 것은 방송사의 도움이 부족한 것 외에도 공단측의 까다로운 심사기준도 한몫하고 있다. 친근·깔끔하며 건강한 이미지는 물론 다양한 부대 조건이 따라붙었다. 공단측은 “여성 아나운서를 선호했는데 캐스팅 후 (남자친구와)헤어지거나 다른 염문이 나면 공단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실제로 A아나운서는 벤처기업가와의 열애설로,B아나운서는 남자친구와의 결별 가능성 때문에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단측은 결국 남자 아나운서쪽에 무게를 두고 방송국에 추천을 의뢰했다. 그러나 방송국측은 연간 30회가 넘는 홍보대사의 강행군 일정을 이유로 간판급 전속 아나운서의 추천을 꺼리고 있다. 건보공단이 아나운서에 집착하는 데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 비교적 싼 몸값과 깨끗한 이미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기 때문. 공단은 우선 아나운서 홍보대사 위촉을 미룬 채 연임대상인 임현식, 임채원씨로부터 이달 중순까지 확답을 받을 예정이다.2004년부터 홍보대사로 활동한 임현식씨로부터는 이미 긍정적 답변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2014년 아시안게임 개최지 결정 D-1

    2014년 아시안게임 개최지 결정 D-1

    2014년 여름 아시안게임 유치에 나선 인천에 운명의 날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17일 오후 7시30분(한국시간) 쿠웨이트 수도 쿠웨이트시티의 JW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리는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제26차 총회 투표에서 인천과 인도 뉴델리의 승부가 갈린다. 지난주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가 인천 지지를 공개 표명함으로써 인천의 승리는 9부능선을 넘었다는 게 유치위원회의 판단이다. ●단순 다수결로 단박에 승부 이날 표결에 앞서 인천은 뉴델리와 오후 5시부터 OCA 소속 45개국 국가올림픽위원회(NOC) 대표들을 상대로 최종 프레젠테이션을 실시한다.NOC 투표여서 표심을 어느 정도 점칠 수 있고 이에 따라 뜻밖의 승부가 연출될 가능성도 적은 게 사실이다. 이번 투표는 OCA 관례대로 공개투표를 원칙으로 하되, 의장의 결정이 있거나 출석위원 15명 이상의 요구가 있을 경우 비밀투표로 진행된다. 단순 다수결로 곧바로 승부가 갈리며 득표 결과는 공표되지 않는다. 인천유치위는 45개 NOC의 절반이 넘는 25∼30표 안팎을 확보했다고 장담한다. 각 국 선수단의 체재비와 항공료를 전액 부담하겠다고 나선 뉴델리의 막판 물량공세가 부담스럽긴 하지만 대세는 이미 갈렸음을 자신한다. 인천이 대회 유치에 성공할 경우 1986년 서울과 2002년 부산에 이어 한국 도시로는 세 번째로 대회를 개최하게 된다.2003년 체코 프라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강원 평창이 2010년 겨울올림픽 유치에 단 3표 차로 실패하면서 추락하기 시작한 국제스포츠 무대에서의 위상도 되살릴 계기를 잡게 된다.2003년 대구 하계유니버시아드를 끝으로 국제종합대회 공백기를 맞았던 한국 스포츠는 지난달 대구가 세계육상선수권을 유치한 데 이어 인천과 평창이 2014년 각각 아시안게임과 겨울올림픽 유치에 성공할 경우 ‘트리플 크라운’으로 화려하게 살아난다. ●인프라, 국제대회 개최 경험이 인천 승리의 열쇠 뉴델리가 1952년과 1982년에 이어 세 번째 개최를 노리지만 인천은 첫 도전이다. 국제공항을 끼고 있는 뛰어난 교통 근접성과 도시 환경, 국제대회 개최 경험, 최첨단 정보기술(IT) 강국 이미지, 손색없는 인프라 등을 뉴델리보다 앞선 점으로 꼽는다. 인천이 대회를 유치하면 중계권료 등 방송사 수입 210억여원에 광고수입 1000억여원, 입장권 판매 수익 250억여원, 복권사업 수익금 150억여원 등 예상 수익만 2000억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OCA에 넘길 수익 분담금과 대행 수수료 등을 빼더라도 1000억원 이상의 순수익이 떨어진다는 계산이다. 여기에 인천은 국고에서 지원받아 도로망과 통신 인프라 구축에 나서게 돼 경제특구인 송도 신도시를 ‘동북아 허브’로 만들려던 야심에 나래를 달게 된다. ●동북아 편중 vs 뉴델리 3회 개최 인천의 약점이자 뉴델리의 공격 포인트는 ‘동북아 편중론’.2008년 베이징 여름올림픽과 2010년 광저우 여름 아시안게임에 이어 또다시 동북아의 일원인 인천 손을 들어줄 수 없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는 것. 더욱이 2002년 부산 이후 12년 만에 인천에 또다시 개최를 허용하는 것은 너무 편중됐다는 시각이다. 평창이 같은해 겨울올림픽 유치에 나선 만큼 여름 아시안게임은 뉴델리에 넘겨달라는 노골적인 요구도 있어 왔다. 그러나 이런 논리는 뉴델리에도 자승자박이 돼 왔다. 뉴델리 역시 벌써 세 번째 대회 유치에 뛰어들었기 때문. 여기에 뉴델리의 물량공세를 마땅치 않게 여기고 올림픽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훌륭한 대회를 치러야 한다는 기류가 최근 OCA에 조성됐다는 게 유치위원회의 분석이다. 스포츠 후진국의 저변 확대를 겨냥한 인천의 ‘비전 2014’가 OCA의 호응을 얻고 있는 것도 인천의 자신감을 북돋는 대목이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신용석 유치위원장 인터뷰 신용석(65) 인천아시안게임 유치위원장은 2005년 5월 아시안게임 유치에 뛰어든 이래 30여 차례 아시아 각국을 돌았다. 짧게는 1주일에서 길게는 보름에 이르는 살인적인 일정을 이순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소화하는 열정을 보였다. 신 위원장은 17일 유치지 최종결정을 앞두고 지난 7일 이란에 도착 표밭갈이를 시작했다. 이후 시리아를 거쳐 결전장인 쿠웨이트로 직행한다. 신 위원장은 “인도 뉴델리와 접전지역인 서아시아를 마지막까지 공략하겠다.”고 밝혔다. ▶유치 가능성은 어느 정도인가. -45개 OCA(아시아올림픽평의회) 회원국 가운데 25표 정도를 얻을 것 같다. 인도는 10표 내외로 판단된다. 하지만 부동표가 10여표에 달하고 표심은 막바지에도 이해관계에 따라 변할 수 있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권역별 판세를 분석해 달라. -동아시아와 중앙아시아는 우리가 우세한 것이 확실하고 남아시아는 인도 쪽이다. 중동지역은 아직 상당수가 부동표로 보이며, 동남아시아는 서로 유리하다고 주장하는 형국이다. 하지만 우리에게 기울어져 있다는 것이 객관적인 판단이다. ▶대구 유치가 결정된 세계육상선수권대회와 동계올림픽과의 상관관계가 항상 거론되는데. -이들 대회와 아시안게임은 종목이 다를 뿐 아니라 개최국을 결정하는 주체도 다르다. 그동안 ‘국제대회는 한 나라에 몰아주지 않는다.’는 시각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시시각각 변하는 국제관계에서 더이상 불변의 법칙은 아니다. 인천이 종속변수가 아닌 독립변수로서 아시안게임에 접근할 수 있다. 따라서 인천이 평창의 동계올림픽 유치에 짐이 된다는 시각은 찬성할 수 없으며 인천과 평창이 ‘윈-윈게임’을 할 수 있다. ▶유치활동은 어떻게 해 왔는가. -표면적인 홍보보다는 실제로 표를 던질 각국 NOC(국가올림픽위원회) 위원장을 두세 차례씩 만나 스킨십을 다져왔다. 지난해 11월 인천을 방문한 OCA 평가단으로부터도 호평을 받았다. 또 최근에는 인천시 차원에서 아시아 스포츠 약소국을 지원하는 드림프로그램을 발표했다. ▶투표 당일 프레젠테이션은 어떻게 진행할 것인가. -그동안 약점으로 지적돼온 ‘중앙정부 유치의지 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노무현 대통령의 강력한 지원 의지가 담긴 영상 메시지를 상영하고, 인천의 장점인 경기장시설, 도시 인프라,IT 등을 집중 홍보하겠다. 인천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 방송계 몰카 남용 “이건 아니잖아~”

    방송계 몰카 남용 “이건 아니잖아~”

    이동통신사에 다니는 직장인 이모(30)씨는 아직도 몇년 전 일을 생각하면 씁쓸하기만 하다. 당시 한 지상파 뉴스 프로그램 제작진으로부터 몰래카메라(몰카)를 찍을 테니 마치 실제상황처럼 연기해 달라.’는 요청을 받은 것. 이씨는 실제처럼 보이도록 촬영중 몰카를 발견하면 놀란 표정으로 이게 뭐냐며 손사래치라는 연기지도까지 받았다. 다음날 밤 뉴스에 몰카화면으로 등장한 자신을 본 이씨는 시청자를 속였다는 죄책감에 사로잡혀 평소 꿈꾸던 언론사 입사까지 포기했다. 지난 8일 몰래카메라 취재방식에 불만을 품은 한 40대 남성이 MBC에 협박전화를 해 충격을 낳고 있는 가운데 방송 프로그램들의 ‘몰카’남용이 위험수위를 넘어섰다는 지적이 높다. ‘몰카’는 원래 뉴스·시사 프로그램 제작에서 취재대상이 숨기려 하는 증거를 잡아내기 위해 사용되는 취재기법. 그동안 ‘속임수가 아니냐.’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몰카의 공익적 성격이 우선시돼 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그 부작용이 도를 넘고 있다. ●“시청자가 원하면 뭐든 보여줘” 지난 5일 방송된 MBC 소비자 프로그램 ‘불만제로’에 앙심을 품고 협박전화를 한 유모(47)씨는 경찰에서 “방송사 리포터가 욕조의 기능을 설명해 달라며 물건을 사겠다고 해 집까지 공개하며 취재에 응했는데 결국 몰래카메라로 나를 속였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인터넷에는 “자신이 소비자를 속인 것은 외면한 채 방송사에서 몰래 찍어 내보낸 사실만 잘못했다고 주장하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의견과 “공익을 위해 개인의 권리를 무시해도 좋다는 발상은 분명 문제가 있다.”는 반론이 맞서고 있다. 8일 방영된 MBC 오락프로그램 ‘일요일 일요일밤에’도 몰카 논란을 부추기는 데 한몫했다.‘돌아온 몰래카메라’코너는 가수 아이비가 운전연수 중 경찰의 불심검문을 받고 무면허 운전 혐의로 지구대에 이송돼 고초를 겪다 눈물을 터뜨리는 내용이 방영됐다. 비(非)지상파 프로그램의 몰카 남용은 더욱 심각하다.tvN의 ‘리얼스토리 묘’나 Q채널의 ‘리얼다큐 천일야화’,m.net의 ‘추적! 엑스보이프렌드’등 수많은 프로그램에서 몰카를 통해 불륜, 퇴폐, 폭력 등 선정적 주제를 여과없이 방영하고 있다. 상대방의 외도사실을 추적해 폭로하는 tvN의 ‘독고영재의 현장르포 스캔들’은 재연 프로그램임에도 실제상황으로 오인하도록 프로그램을 구성했다가 방송위원회로부터 사과 조치를 받기도 했다. 몰카나 모자이크 화면처럼 실체를 노출하지 않는 영상은 연출화면이라는 사실을 은폐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되기도 한다.MBC ‘생방송 오늘 아침’은 불화를 겪는 부부의 삶을 연출한 화면을 모자이크 처리한 뒤 실제상황인 것처럼 방송한 것이 들통나 지난 1월 방송위로부터 제재를 받았다. ●내부 가이드라인 강화 필요 방송계에 몰카 등이 만연하는 이유는 ‘시청률 지상주의’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몰카 상황에서 출연자를 곤경에 빠뜨려 가학성을 극대화하는 일본 프로그램들의 영향도 몰카 남용을 부추긴다고 말한다. 문화평론가 김남훈(30)씨는 “오락프로그램 몰카의 경우 경찰, 군, 병원 등을 사칭해 관찰대상을 속이는 경우가 많은데 일반인들이 실제 긴급상황을 몰카 상황으로 오인해 위험에 빠질 수도 있다.”며 “방송사 내부 가이드라인을 통한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병자호란 다시 읽기] (14) 광해군과 누르하치,그리고 명나라Ⅰ

    [병자호란 다시 읽기] (14) 광해군과 누르하치,그리고 명나라Ⅰ

    누르하치를 치는 데 동참하라는 격문을 받았을 때 광해군(光海君)이 보인 반응은 신중했다. 아니 냉정했다. 그는 누르하치가 ‘천하의 강적’이기 때문에 미약한 조선군의 힘으로는 당해낼 수 없다고 했다. 그럼에도 왕가수가 격문을 보낸 것은 조선 사정을 잘 모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명의 요구를 호락호락하게 받아들일 생각이 없음을 보여준 것이다. 그러나 비변사(備邊司) 신료들의 주장은 달랐다. 그들은 격문에서 대의(大義)를 내세워 ‘재조지은(再造之恩)’에 보답하라고 했던 사실을 상기시키고 적어도 7000명 정도의 병력은 보내야 한다고 맞섰다. 그러자 광해군이 일갈했다.‘곧 장마철이 다가오는데 대병을 동원하여 호랑이 굴로 들어가는 모험을 벌이려는 명군 지휘부의 수준을 알 만하다.’는 것이었다. 파병 여부를 둘러싼 논란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것은 광해군 정권의 존폐, 나아가 조선의 운명에 영향을 줄 만큼 격심한 후유증을 남기게 된다. ●한반도에 강대국 입김 커질때마다 ‘부활´ 몇해 전, 모 방송사에서 고등학교 역사 교사들을 대상으로 우리 역사에서 다시 평가해야 할 인물들을 꼽아보라는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다. 교사들은 ‘다시 평가해야 할 대상’으로 광해군을 가장 많이 거론했다. 광해군이 인조반정(仁祖反正)으로 폐위된 뒤 ‘폭군(暴君·포악한 군주)’ ‘혼군(昏君·어리석은 군주)’ 이라는 낙인이 찍혔던 것을 고려하면 뜻밖의 일이었다. 광해군(1575∼1641)은 16세기 말엽과 17세기 초반을 살다간 인물이지만 오늘날 그는 하나의 ‘화두’가 되었다. 강대국 사이에 끼여 있는 지정학적 조건에서 외교문제와 관련된 현안들이 불거질 적마다 그는 ‘부활’하고 있다. 지난 2004년 이라크에 파병하는 여부를 놓고 국론이 분열되었을 때도 반대론자들은 그를 불러낸 바 있다. 한반도에 미치는 강대국의 입김이 사라지지 않는 한, 그에 대한 관심 또한 쉽사리 사그라지지 않을 것 같다. 광해군은 선조의 둘째 아들이었다. 선조는 정비(正妃) 의인왕후(懿仁王后) 박씨와의 사이에 아들이 없었다. 대신 후궁들과의 사이에 13명의 아들을 두었는데, 공빈(恭嬪) 김씨와의 사이에서 얻은 왕자가 임해군(臨海君)과 광해군이다. 선조는 54세 때인 1606년, 늘그막에 새로 맞이한 정비 인목왕후(仁穆王后)에게서 다시 영창대군(永昌大君)을 얻었다. 하지만 선조가 죽은 뒤, 그의 아들들 가운데는 비명횡사하는 왕자들이 속출한다. 광해군이 즉위한 뒤 임해군과 영창대군이 역모 혐의를 받아 죽었다. 광해군은 인빈(仁嬪) 김씨의 손자인 능양군(綾陽君-정원군의 아들, 인조)에 의해 왕위에서 쫓겨났다. 인조대에는 인성군(仁城君)이 역모죄에 걸려 죽었고, 이괄(李适)에 의해 국왕으로 추대되었던 흥안군(興安君)도 반란 실패후 비명횡사했다. 선조는 과연 이같은 상황을 예측했을까? 여하튼 첩자(妾子)이자 차자(次子)인 광해군은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왕은 물론 왕세자가 되는 것은 꿈도 꿀 수 없었다. 얼마 되지 않는 사료들 가운데는 ‘광해군이 총명하고 학문에 힘쓴다.’고 유년 시절의 그를 칭찬하는 내용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총명’과 ‘면학’ 만으로 적자(嫡子)도 장자(長子)도 아닌 그의 태생적인 한계가 극복될 수는 없었다. ●“총명하고 학문 좋아해 세자 책봉” 광해군의 운명을 바꿔놓은 것은 임진왜란이었다.1592년 4월28일, 충주에서 배수진을 치고 일본군과 맞섰던 신립(申砬) 휘하의 조선군이 참패했다는 소식이 서울로 날아들었다. 일본군이 곧 들이닥칠 것이란 소문에 도성의 분위기는 공황 상태에 빠졌고, 조정 신료들은 선조에게 파천(播遷)할 것을 건의했다. 뾰족한 대책이 없었던 선조는 건의를 받아들였다. 파천하기로 결정한 직후 우부승지 신잡(申)은 선조에게 빨리 왕세자를 책봉하여 민심을 수습하라고 건의했다. 그는 충주에서 전사한 신립의 형이었다. 선조는 대신들을 선정전(宣政殿)으로 불러모았다. 선조가 ‘왕세자로 누가 좋겠냐?’고 물었을 때 대신들의 대답은 한결같았다.“그것은 전하께서 스스로 결정하실 문제입니다.” 선조가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하자 대신들은 입을 열지 않았다. 신하된 처지에 ‘미래의 주군(主君)’을 선택하거나 추천하는 것은 엄청난 불충(不忠)이기 때문이다. 선조의 고민과 대신들의 침묵은 낮부터 한밤까지 이어졌다. 영의정 이산해(李山海)가 지쳤는지 자리를 피하려 하자, 신잡이 ‘오늘 끝장을 봐야 한다.’고 잡아끌었다. “광해군이 총명하고 학문을 좋아하니 세자로 삼고 싶은 데 경들의 뜻은 어떠한가?” 선조의 이 한마디에 대신들은 “종묘 사직과 생민들의 복입니다.”라고 외쳤다. 광해군이 엉겁결에 왕세자가 되는 순간이었다. 4월30일, 선조와 광해군은 북으로 파천 길에 올랐다. 이윽고 조정이 평양에 머물고 있던 5월, 선조는 광해군에게 분조(分朝)를 맡아 함경도로 떠나라는 명령을 내렸다. 일본군의 북상을 막아낼 전망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선조는 최악의 경우, 의주(義州)를 거쳐 명나라로 귀순할 것을 고려하고 있었다. 하지만 압록강을 건너는 순간, 선조는 더 이상 ‘조선의 왕’일 수 없었다. 분조란 바로 그같은 상황에 대비,‘조정을 쪼개’ 광해군에게 넘기는 것이었다. 광해군은 왕세자가 되자마자 ‘나눠진 조정’을 이끄는 왕이 되었다. 그에게는 전쟁으로 지친 민심을 위무(慰撫)하고, 근왕병을 모집하여 전란을 수습하라는 임무가 주어졌다. ●조명연합군 승리뒤 明의 힘 통감 광해군의 분조 활동은 1592년 6월부터 시작되었다. 그는 12월까지 평안도·함경도·강원도·황해도 등지를 옮겨다니며 민심을 수습하고, 일본군에 대한 항전을 독려했다. 그가 순행(巡行)했던 지역의 주변에는 곳곳에 일본군이 주둔하고 있어 경호 문제가 심각했다. 때로는 험준한 산악과 고개를 넘거나 노숙을 하는 것도 피하지 않았다. 광해군의 분조 활동이 남긴 성과는 컸다. 국왕 선조가 궁벽한 국경 도시 의주에 머무는 한, 황해도 이남의 사서(士庶)들에게 조정의 존재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실제 당시 의주의 조정은 강화도를 매개로 서해(西海)를 통해 삼남지방과 겨우 연결되고 있었다. 따라서 일본군이 할퀴고 간 내륙지역의 백성들 가운데는 나라가 이미 망한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바로 그때 광해군이 분조를 이끌고 나타나 조정이 건재하고 있음을 알렸다. 광해군의 출현은 백성들에게 ‘충성을 바칠 대상’이 아직 살아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1592년 12월, 이여송이 이끄는 명의 원군이 들어오고 이듬해 1월, 평양전투에서 조·명연합군은 승리를 거두었다. 전세가 역전되고 일본군이 후퇴하자 전쟁이 곧 끝날 것이란 기대가 넘쳐났다. 하지만 명군이 벽제(碧蹄) 전투에서 일본군에 참패하면서 상황은 다시 꼬이기 시작했다. 패전 이후 명군 지휘부는 입장을 바꾸었다. 일본군과 협상을 통해 전쟁을 끝내겠다고 선언했다. 더 이상 조선을 위해 피를 흘릴 수는 없다고 했다. 지루한 강화(講和)협상이 시작되었다. 협상 시작 이후 명군 지휘부는 조선 조정에 대해 일본군을 공격하지 말라고 강요했다. 일본군을 달래기 위해서였다. 명군 지휘부는 자신들의 명령을 어기고 일본군을 공격한 조선군 장수들을 잡아다가 매질을 하기도 했다. 조선군의 작전통제권은 명군 지휘부에 의해 박탈되었다. 선조가 명군 지휘부의 방침에 격렬히 반발하자, 명나라 조정에서는 국왕을 교체하겠다는 협박이 흘러나왔다. ‘무능한 선조를 퇴위시키고 유능한 광해군을 즉위시킨다.’는 것이다.‘광해군 카드’로써 선조를 길들여 자신들의 강화 방침을 관철시키겠다는 심산이었다. 이에 선조는 ‘광해군에게 양위(讓位)하겠다.’고 맞불을 놓았다. 광해군의 위기가 시작되었다. 그는 임진왜란을 통해 명나라의 실체와 권력의 속성을 뼈저리게 체험하게 되었다. 한명기 명지대 사학과 교수
  • [시론] 인터넷·방송·통신 융합의 성공조건/권기덕 삼성경제 연구소 연구원

    [시론] 인터넷·방송·통신 융합의 성공조건/권기덕 삼성경제 연구소 연구원

    인터넷·방송·통신 융합 추세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특히 미국과 일본 등지에서는 2006년 하반기부터 주요 방송국과 영화사 등 콘텐츠 업체들이 인터넷 영상부문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면서 전환점을 맞고 있다. 콘텐츠 업체들이 콘텐츠 보호에만 집중하던 기존의 수동적·방어적 입장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자사의 콘텐츠를 홍보·판매하는 채널로 인터넷을 활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전통 방송국들의 인터넷 입지는 크게 강화되었다. 미국의 투자전문회사인 파이퍼 제프레이(Piper Jaffray)에 따르면 최근 인터넷 영상사이트 점유율 순위에서 유튜브가 43.5%로 1위인 가운데,TV방송사들이 41%로 2위로 뛰어올랐다. 뒤이어 구글(26.5%),MSN(24.5%), 야후(22%), 마이스페이스(16.5%) 순이다. 이처럼 다량의 고급 영상콘텐츠가 인터넷으로 쏟아져 들어오면서 기존의 영상 유통구조에도 일대 전환이 예고되고 있다. 변화의 방향은 두가지이다. 첫째,‘영화관 상영-DVD 발매-케이블·지상파 방송’등의 순서로 이어지던 전통적 영상 유통단계 구분이 모호해지고 있다. 이미 2006년 말 미국 통신업체 컴캐스트는 영화사들과 DVD 발매 당일 VOD 서비스를 제공하는 협약을 체결했다. 국내에서도 개봉 영화가 DVD 발매 이전에 DMB·인터넷 등을 통해 서비스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둘째, 인터넷 영상 플랫폼이 PC 중심에서 TV로 확대되고 있다.TV에서 대화면·고화질로 다양한 콘텐츠를 시간적 제약없이 즐기고 싶다는 니즈 때문이다.TV의 변화는 인터넷 대응에 소극적이던 가전업체들까지 대응에 나서게 하고 있다. 소니와 애플 등은 PC와 TV를 연결할 수 있는 게이트웨이 단말기를 내놓았고, 일본 TV업체 5개사는 올해 2월부터 TV에 특화한 인터넷서비스 ‘acTVila´를 개시했다. 일본 가전업계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개최 직전 TV 판매경쟁에서 인터넷 VOD를 수신하는 고화질 TV가 주요 화두가 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그렇다면 인터넷과 TV 융합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어떤 조건이 필요할까. 무엇보다 ‘풍부한 콘텐츠, 기기의 고도화, 신규 시청행태 창출, 비즈니스 모델 정립’의 4가지 요소가 선순환 메커니즘을 형성해야 한다. 우선 콘텐츠와 기기는 상호 유기적으로 발전하며 시장을 확대하므로 양적·질적으로 풍부한 콘텐츠 제공과 이에 맞는 기기의 고도화가 필요하다. 다음으로 기존 영상콘텐츠의 온라인 공급을 늘리는 동시에 인터넷 고유의 특성을 살린 차별화된 콘텐츠,UCC 발굴 등이 필요하다. 장기적으로는 다량의 영상 콘텐츠가 배출될 수 있도록 제작시장을 조성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저가에 영상물을 제작, 편집할 수 있는 기기, 장비시장의 발달, 인력 양성 시스템 등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또한 인터넷 영상시장이 단순한 니치 마켓이 아니라 대중적 시장을 형성하려면 업계의 성장을 견인할 수 있는 탄탄한 수익모델 발굴과 새로운 시청습관으로의 정착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정부 차원에서는 신규 미디어서비스 도입을 지연시키는 제도적 장애요인을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 인터넷 강국인 우리나라에서 제도적 요인때문에 아직도 IPTV 서비스가 개시되지 못한 것은 매우 안타까운 상황이다. 그것은 단순히 서비스 하나가 늦어지는 차원을 넘어 ‘국가적인 혁신의 정체’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권기덕 삼성경제 연구소 연구원
  • 경인TV 정상개국 ‘산넘어 산’

    경인TV 정상개국 ‘산넘어 산’

    경인TV가 방송위원회(위원장 조창현)의 조건부 허가추천 의결로 이제 ‘개국’의 길에 들어섰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은 남아 있다. 경인TV측은 개국 일정을 서둘러 10월쯤부터 방송을 시작한다는 계획을 말하고 있지만 이번 허가 추천이 말 그대로 ‘조건부’라는 점이 난제다. 방송위는 ▲경인TV가 제출한 이행각서에서 약속한 사항 등을 충실히 이행해야 하고,▲수익의 일정 부분을 지역사회 발전 등을 위해 환원해야 한다고 조건을 내붙였다. 이행각서를 어길 때는 철회 및 재추천 배제 사유가 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경인TV와 최대주주인 영안모자측이 방송위에 제출한 이행각서에서 개국일정과 관련해 변수가 될 수 있는 부분은 맨 마지막에 적혀 있다. 영안모자 백성학 회장에 대해 제기된 국가정보 미국 유출 의혹과 관련해 향후 경인TV가 지상파방송사업자로서 방송법상 공적 책임, 공정성, 공익성 등을 이행하기 어려운 것으로 방송위가 판단하는 사실이 발생할 경우, 영안모자는 경인TV 지분을 처분하고, 주주로서의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내용. 백 회장이 국가 정보를 유출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는 경우라도 영안모자는 경인TV의 주식을 처분하면 이행각서를 이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허가추천 자체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서는 최대주주가 바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셈이다. 검찰은 사실상 수사를 마무리해 놓고 기소 시점만 저울질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위증 혐의는 국회의 고발이 선행돼야 하기 때문에 검찰은 국회 문화관광위원회에 수사 결과를 알려주면서 고발을 주문했고, 검찰은 고발장을 접수하는대로 기소 여부를 판단할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백 회장과 신현덕 전 경인TV 대표 가운데 누가 기소되느냐는 데 모아진다. 백 회장을 기소하면 신 전 대표가 주장한 백 회장의 국가기밀 미국 유출 의혹이 수사를 통해 확인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사법부의 판단이 남아 있기 때문에 시간은 걸리겠지만 최종적으로 사실로 확정되면 영안모자는 경인TV 지분을 팔아야 한다. 그렇게 되면 당초 밝힌 10월 개국 일정도 차질을 빚게 될 수도 있다. 방송장비 발주 등에 걸리는 시간 등에 따른 지연 가능성과 함께 최대주주 변경 가능성이라는 굵직한 변수가 남겨지기 때문이다. 검찰 수사결과에 이목이 집중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경인TV는 다음달 개국해 2010년까지 방송사업에 900억원을 투자하는 등 공격적인 경영에 나서 수도권에서 SBS와 경쟁구도를 갖춘다는 방침이었다. 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 [‘e권력’포털 대해부] (6) 전문가 좌담

    [‘e권력’포털 대해부] (6) 전문가 좌담

    서울신문은 ‘e권력 포털대해부’ 시리즈를 마치면서 지난 4일 전문가들이 참석한 좌담회를 갖고 포털이 나갈 방향과 정부의 포털 정책을 짚어봤다. 좌담회에는 정부 쪽에서는 공정거래위원회 김성만 독점감시팀장, 정보통신부 김종호 인터넷정책팀장이 참석했고, 학계에서 중앙대 성동규 신문방송학과 교수가 나섰다. 포털에 콘텐츠를 제공하는 업계의 대표로 최내현 인터넷콘텐츠협회 회장, 포털의 대외창구 역할을 맡고 있는 한국인터넷기업협회 한창민 사무국장이 참석했다. # 포털의 미디어적 영향력 ●성동규 교수 일부 언론이 여론의 흐름을 주도하는 기존 오프라인 언론과 달리 포털에서는 다양한 언론사의 기사와 논조를 읽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언론의 가장 중요한 기능이 게이트 키핑(뉴스 선택)인데, 포털에서는 이 기능이 왜곡될 가능성이 높다. 필요한 정보를 공정하게 제공했느냐도 심각하게 논의할 부분이다. ●한창민 사무국장 포털은 뉴스를 생산하지 않고 유통만 시킨다. 기사배치와 기사 제목을 일부 손질하는 정도의 편집행위를 하고는 있지만, 이를 두고 문제라고 하는 비판은 옳지 않다. ●최내현 회장 워낙 영향력이 크니까 포털의 미디어 기능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예로 들어 보자. 신문마다 논조가 다른데 포털에서는 가장 무난한 뉴스만 골라 띄운다. 사회적 의제설정 측면에서 봤을 때 바람직하지 않다. ●성동규 포털은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지닌 언론이기 때문에 사회적 책임을 해야 한다. 막강해지고 지나치게 비대해진 것은 분명하다. ●김종호 팀장 포털의 1차적 기능은 정보매개다. 정통부의 시각은 포털이 객관적 정보 전달자의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성만 팀장 공정위로서는 포털이 언론사업자든 인터넷사업자이든 중요하지 않다. 법 집행은 모든 사업 영역에서 본질적인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성동규 기존 언론사의 반성이 전제가 돼야 한다. 붕어빵처럼 신문을 찍어낸 관행이 신문 산업의 위기를 가져왔다. 하지만 포털과 언론사간 불공정 계약은 시정돼야 한다. 소위 메이저라 불리는 언론사는 정당한 대가를 받지만 작은 언론사들에는 계약이 지나치게 불리하다는 비판이 많다. ●한창민 조회수에 따른 계약 해지가 과연 불공정일지는 의문이다. 협회 차원에서 표준약관을 만들려는 고민을 하고 있다. 음악, 뉴스, 동영상 등 콘텐츠제작업체(CP)가 다양한데, 온라인신문협회나 콘텐츠협회가 공동으로 표준약관을 협의하는 것이다. 인터넷기업협회 이사회는 표준약관을 연구하기로 이미 결정했다. ●최내현 언론의 특수성이 반영돼야 한다. 뉴스는 클릭수를 기준으로 평가해선 안 된다. 클릭수에만 매달리다 보면 기사가 연성화되고 선정적이 될 수밖에 없다. 포털이 다양성을 훼손하는 건 사실이다. ●한창민 기사의 연성화는 기존 언론이 주도했다. 인터넷을 사용하는 층이 젊은층이다 보니 FTA보다 박지성이 골을 넣었냐, 보아가 무슨 옷을 입었냐가 더 중요하다. 시장기능에 충실한 것이다. 포털은 기사로 인한 피해를 적극 구제하고, 언론중재법 적용도 받을 생각을 하고 있다. ●김종호 포털을 기존 미디어와 동일하게 규제할 수는 없다. 정보전달의 도구로 포털을 본다면 독립적인 법제화는 가능하다고 본다. 기존 미디어 정보뿐만 아니라 누리꾼의 정보를 어떻게 객관적으로 전달하느냐는 룰이 만들어져야 한다. # 불공정거래 행위 논란 ●최내현 네이버와 야후의 차이점은 검색 결과를 어떻게 보여 주느냐에 있다. 개봉영화를 검색하면, 야후에선 자체 페이지와 다른 웹 페이지를 같은 비중으로 노출시킨다. 하지만 네이버에선 영화 소개, 배우 소개, 영화 예약까지 자사 페이지에서 다 되도록 해놨다. 정작 영화 관련 전문 사이트는 맨 밑에 있다. 전문 업체가 시장에 진입할 수 없는 상황이다. ●김성만 기본적으로 포털은 새로운 수익구조를 가진 신산업이다. 어떤 사이트를 우선 띄우는가는 기본적인 수익창출 과정으로 볼 수 있다. 그걸 불공정 거래로 볼 수 있느냐는 더 따져봐야 한다. 전체 인터넷 시장을 놓고 볼 때 포털 때문에 다른 사업자들이 사업을 못하게 된다면 불공정행위일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포털 산업에 대한 지나친 개입을 부를 수도 있다. 사실 포털 자체도 위태위태하다.1년 후에도 어떻게 될지 모른다. 이런 요소도 감안해야 한다. 고시나 특별법, 표준약관까지도 거론되고 있다. 표준약관은 기본적으로 사업자 단체나 관련 이익 단체에서 얼마든지 제기할 수 있다. 고시는 어떤 행위가 불공정거래인지 구체적으로 예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고시가 나을지 표준약관이 나을지는 내용을 봐야 한다. 다만 공정위는 기존 공정거래법으로도 2000년부터 디지털,IT분야의 공정거래, 경쟁 이슈를 놓고 계속 검토해 왔기 때문에 따로 법을 제정하는 건 아주 시급한 이슈가 아니다. 법 제정보다 기존 법 적용 의지가 문제다. ●한창민 포털을 백화점식 서비스 혹은 맞춤 서비스라고 한다. 좋은 물건, 잘 팔리는 물건을 배치해 파는 걸 비난할 수 없다. 그로 인해 중소업체가 죽어간다면 그건 사회적 문제다. 요즘 백화점을 보면 1층이 죄다 해외 명품이다. 포털도 그렇게 되지는 않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사자(포털)만 남고 초식동물(CP)은 없어진다고 하는데, 그러면 결국 사자도 죽는다. ●김성만 공정거래법의 목적은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촉진하는 것이다.‘포털이 시장지배적 사업자다.’라는 견해가 많다는 것은 공정위가 그 시장을 들여다 볼 이유가 충분하다는 것을 뜻한다. 물론 시장점유율이 높다고 무조건 낮추라고 할 순 없다. 그러나 계약의 부당성과 우월적 지위 남용이 현실화되면 불공정 이슈로 봐야 한다. # 저작권 침해 논란 ●성동규 저작권은 위반 사례들이 축적돼서 사안별로 해결될 문제다. 디지털 기술 속성상 저작권이 느슨하게 적용되는 태생적 한계가 있다. 하지만 포털에서 초기 화면부터 남의 저작물을 마구 올리는 것은 문제다. ●최내현 저작권 역시 검색결과로 인한 문제점이다. 검색을 하면 누리꾼이 퍼간 콘텐츠가 먼저 노출된다. 실제 저작권이 있는 사이트로 찾아가기 어렵다. 누리꾼을 자기 사이트에 잡아두기 위한 수단인 셈이다. 수익과도 연관된다. 포털마다 저작권 정책이란 게 있는데, 누리꾼이 올린 콘텐츠를 자기들이 수정, 배포, 변용, 편집 등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꼭 개선돼야 할 문제다. ●김종호 저작권은 개인적인 권리다. 디지털 환경에 맞게 조정돼야 한다. 권리만 주장할 게 아니라 가격을 내려서 공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한창민 UCC(손수제작물)와 관련해 방송사들은 호통만 친다. 저작권을 위반했다는 건데,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가격을 낮춰서 시장을 키우자든가 하는 협의가 필요하다. 특히 시청료를 받는 공영방송이 저작권만 주장하는 것도 문제다. 영국 BBC방송은 모든 콘텐츠를 인터넷에 공개하고 공유한다.UCC를 만드는데 자사 콘텐츠를 마음껏 활용하라는 거다. ●김종호 올 7월부터 제한적 본인확인제가 실시되면 엄청난 변화가 있을 것이다. 익명성으로 유발되는 문제가 상당부분 해결될 걸로 기대한다. 포털사업자가 파산하더라도 개인 데이터를 보호할 수 있는 이용자보호제도를 추진하고 있다. 음란물 등 사회적 문제가 발생하는 부분은 규제를 강화하겠다. ●한창민 야후는 음란동영상 사태로 글로벌 기업 이미지에 큰 타격을 받았다. 청소년보호위원회로부터 2년 연속 상도 받은 기업인데, 어처구니 없는 일로 UCC 서비스 자체를 폐쇄하게 됐다. # 포털의 정치적 영향력 ●성동규 포털의 영향력이 커지다 보니 정치적 편파성 우려까지 나온다. 하지만 포털과 정치 권력을 연결시키는 데는 무리가 있다. 대선에 영향력을 줄 거라고 하지만, 과연 기존 언론들이 그동안 대선 국면에서 보여줬던 모습을 포털도 따라할까?회의적이다. 다만, 과거에는 노출되지 않았을 특정 후보의 부정적 행위가 노출될 가능성은 높아졌다. ●한창민 포털 업계에선 대선 때문에 초긴장을 하고 있다. 동영상 한 건으로 회사가 없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포털은 태생적으로 정치중립적일 수밖에 없다. 다양한 시각을 갖춰야만 경쟁력을 갖는다. # 포털의 바람직한 미래 ●김종호 미국의 디지털 산업 경쟁력이 워낙 강해 구글이나 야후가 세계 시장을 점령했다. 우리나라는 다행히 토종 포털이 자리를 잡았다. 언어·문화적 한계가 있지만 인터넷 게임은 해외에도 진출하고 있다. ●한창민 포털 쪽에서는 정부가 구글의 한국 진출을 돕는 것을 우려스럽게 보고 있다. 정부가 각종 혜택으로 구글에 리크루트 자금을 대주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이렇게 되면 결국 구글은 국내의 유능한 인재를 빼내서 연구개발 센터를 세울 것이다. 실적은 차차 지켜봐야 하겠지만 네이버 등이 활발하게 해외로 진출하고 있다. ●김종호 ‘포털 2.0’이 되려면 포털들이 개방, 참여, 공유로 나아가야 한다. 변하지 않으면 신화 속 공룡으로도 남을 수도 있다. ●김성만 기존 오프라인 기업과 달리 포털이 강력한 네트워크 영향력을 가졌고, 시장이 복잡하고 중첩된다고 하더라도 독과점 문제에 관해서는 공정위가 충분히 시장 획정을 할 수 있다. 포털이 지식산업에서 발생하는 이익을 계속 향유하고 싶다면 하위 콘텐츠 제작업체에 대한 배려도 해야 한다. ■ 시리즈를 마치며… 서울신문의 ‘e권력 포털대해부’ 시리즈 기사에 독자들은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생활의 일부가 된 포털사이트에 이렇게 많은 문제들이 얽혀 있는지 몰랐다.”는 반응에서부터 “편리한 포털을 왜 문제삼느냐.”는 비판까지 다양했다. 한 독자는 포털에서 검색조차 되지 않는 지방 신문의 목록을 직접 조사해 보내 주기도 했다. 검색엔진최적화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독자는 “유독 우리나라의 검색엔진만 광고, 지식인, 블로그, 카페 등 자사 데이터를 먼저 노출시킨다.”며 세계 표준에 맞는 검색을 주문했다. 언론재단 관계자는 “포털 비판에 앞서 기존 언론의 반성이 필요하고, 이 시리즈가 신문업계의 공동 대응으로 이어졌으면 좋겠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내 왔다. 포털을 통해 자사 관련 기사를 모니터하는 대기업의 홍보담당자는 “더 늦어져 아무도 손대지 못할 지경에 이르기 전에 정부가 포털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정부의 대책을 촉구했다. 하지만 포털은 기사를 애써 외면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당초에는 포털에 대해 제기되는 비판적인 여론에 자신들의 입장을 설명할 기회를 준다는 차원에서 네이버·다음·네이트 등 포털 대표자들이 참석하는 좌담회를 추진했다.3사 모두 “참여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지난달 30일로 예정됐던 좌담회가 임박하자 ‘참석불가’ 입장을 알려왔다. 그래서 포털 3사가 참여하는 좌담회는 협회 대표자와 정부 관계자, 전문가 등이 참석하는 것으로 대체됐다. 어떤 포털도 ‘e권력 포털대해부’ 시리즈를 주요 뉴스로 다루지 않았다. 기사 선택권은 전적으로 포털에 있지만 시리즈 기사를 ‘대문’에 배치해 누리꾼들이 더 많은 토론을 벌일 기회를 가졌다면 포털 발전에도 도움이 됐을 것이다. 또 하나 아쉬웠던 점은 정부의 ‘정책 부재’. 포털이 새로운 산업이라는 이유로, 너무 방대한 서비스를 해서 주무 부처를 정하기 힘들다는 등의 이유로, 정부는 포털을 방치해 놓고 있다. 정부가 선진국 수준으로 규제를 개혁해야 하지만 시장 질서를 지키는데 게을리해서 안된다는 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시리즈를 계기로 정부가 포털업계의 시장질서를 확립하고, 불공정 행위로 피해보는 중소업체들이 나오지 않도록 정책적인 배려를 마련하길 기대한다. 이창구 강혜승기자 window2@seoul.co.kr ■글 실은 순서 1. 시장구조 왜곡 2. 통제되지 않는 언론 3. 대선 주무르는 ‘제5권력’ 4. 문화 텃밭 짓밟는 포털 5. 문어발 경영·불공정거래 횡포 6. 전문가 좌담
  • IPTV ‘방송사업자’로 분류

    IPTV ‘방송사업자’로 분류

    방송·통신 융합과 관련, 방송계와 통신계가 첨예한 이견을 보여온 인터넷프로토콜 TV(IPTV)의 서비스 성격에 대해 ‘방송을 주 서비스로 한다.’는 정부측 정책 방안이 나왔다. 국무총리 자문기구인 방송통신융합추진위원회(위원장 안문석)는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IPTV 도입을 위한 정책 방안’을 도출했다고 방송통신융합추진지원단이 6일 밝혔다. 전날 열린 위원회에서 다수 의견으로 받아들여진 정책 방안은 핵심 쟁점 가운데 방송위원회측 주장이 상당 부분 반영됐다. 서비스 성격에 대해서는 ‘방송이 주 서비스, 통신이 부수적 서비스’로 정의하고, 사업자는 ‘방송사업자(플랫폼)’로 분류했다. 실시간 방송과 주문형비디오(VOD) 서비스를 하려면 ‘허가면허’를 받도록 했다. IPTV 사업 진입과 관련해선 대기업, 지배적 기간통신사업자에게 제한을 두지 않도록 했다. 일간신문·뉴스통신의 지분 참여는 현행 33%에서 49%로 확대하고, 외국인 지분은 49%로 제한했다. 논란이 됐던 망 동등 접근권 의무는 ‘사업면허 때부터 모든 IPTV 사업자’에 부과하도록 했다. 현재 IPTV와 관련, 방송위원회와 정보통신부는 각각의 의견을 반영한 법안을 작성, 융추위와 국회에 보낸 상태이며, 융추위는 양측의 주장을 조율해 이번 방안을 도출했다. 융추위는 다수 의견과 소수 의견을 정리한 이번 방안을 국무총리에게 보고한 뒤 국회 방송통신특별위원회에 전달할 예정이다.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지상파DMB 전국방송시대

    그동안 수도권 지역에서만 가능했던 ‘손안의 TV’인 이동멀티미디어방송(지상파DMB)을 전국 어디서나 즐길 수 있게 됐다. 정보통신부는 5일 KBS와 지역MBC 6개사가 신청한 방송국과 KBS의 11개(부산, 울산, 창원, 광주, 대구, 전주, 청주, 춘천, 강릉, 서귀포, 제주시) 중계소에 대한 허가증을 교부했다고 밝혔다. 본방송 시작은 그동안 지역에서 실험방송을 해오던 KBS가 5월에, 지역MBC는 8월에, 지역 민방은 9월에 한다. 지난 3월27일 방송사업 허가 추천을 받은 지역민방(대전방송, 광주방송,KNN, 대구방송, 강원민방, 제주방송)은 이달 말에 허가가 이뤄질 예정이다. 이에 따라 올 하반기 수도권을 제외한 전국 24개 지역에 방송망 구축이 끝나면 지상파DMB 가시청권이 전국 면적 대비 75%에 달해 지역 이용자들도 비디오 6개, 오디오 1개, 데이터 5개 채널을 시청할 수 있다. 지상파DMB와 경쟁관계인 위성DMB의 TU미디어는 이날 정통부의 지상파DMB 활성화 지원정책 발표와 관련,“위성DMB가 차별적인 규제를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TU미디어는 “한해 800억∼900억원의 적자를 보고 있는 힘든 상황인데도 정부는 지상파DMB만을 위한 편향된 정책을 펴고 있다.”고 설명했다. 위성DMB는 113만여명의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고, 지상파DMB는 353만대의 단말기를 보급했다. 위성DMB는 “전파사용료, 주파수 할당대가, 허가·검사 수수료 등에서 지상파DMB와 비교도 안될 정도로 불이익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정기홍기자 hong@seoul.co.kr
  • “우리 권리 우리손으로” 대중가수 똘똘 뭉쳤다

    대중음악 관련 단체들이 한국예술실연자단체연합회(회장 윤통웅·이하 예단연)에서 집단 탈퇴하고 계약 해지를 선언했다. 대한가수협회(회장 남진)와 한국연예협회 가수분과위원회(위원장 박일서), 한국음반산업협회(회장 박경춘), 한국연예제작자협회(회장 안정대), 한국음원제작자협회(회장 이덕요) 등이 참여했다. 대한가수협회는 지난달 29일 서울 국회헌정기념관에서 ‘가수권리찾기 공청회 및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그동안 빼앗겼던 가수의 권리와 앞으로 발생할 권리를 스스로 확보하기 위한 첫 단계로 비실연자 출신 회장이 운영하는 예단연에서 집단 탈퇴하는 동시에 계약을 해지한다.”고 밝혔다. 예단연은 가수와 연주자 등 13개 단체 구성원의 권리인 저작인접권 가운데 방송보상금을 징수, 분배하고 개인 실연자의 전송, 복제권을 신탁·관리하는 단체이다. 대한가수협회는 “비실연자 출신 회장이 19년째 장기집권한 예단연은 방송사로부터 받은 보상금을 주먹구구식으로 관리해 실연자에게 막대한 손해를 끼쳤을 뿐 아니라 2000년부터 징수한 복제 전송 사용료 대부분을 분배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남진 회장은 “그동안 우리 가수들을 가리켜 ‘가수 나부랭이’라고 손가락질하고 조롱하면서도 뒤로는 권리를 유린하고 그 권리를 팔아서 자기 배를 채운 사람들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 분하고 인간적으로 섭섭했다.”면서 “오늘 이 자리를 통해 오랜 세월 동안 찾지 못했던 우리의 권리를 찾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열 가수협회 이사는 “작사나 작곡가는 권리를 인정받고 있지만 가수들은 예단연이 방송사로부터 수령하는 방송사용 보상금, 온라인상의 복제·전송권 사용료를 포함해 약 60억원을 분배받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원찬 가수협회 사무총장은 “가수와 레코딩뮤지션협회 회원인 연주자의 방송 기여도가 97∼98%에 이르는데도 방송보상금 분배 비율이 적절치 않다.”면서 “가수가 주최가 된 새로운 단체가 신탁관리 업체로 지정받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예단연의 한 관계자는 “가수협회 등 음악 단체들의 주장은 사실 무근”이라면서 “60억원의 미분배금이 어떻게 산출된 수치인지 정확한 근거 없이 언급하는 것은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어 단체 차원에서 논의한 후 대응하겠다.”고 반박했다. 이날 공청회에는 남진 회장과 정훈희 부회장을 비롯해 송대관·김도향·태진아·김흥국·김창열·김종민·박상민·하리수·손호영·KCM 등 가수들과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정병국(한나라당) 의원 등이 참석했다.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OUR STORY] 유채와 쪽빛 만났을때

    [OUR STORY] 유채와 쪽빛 만났을때

    ‘영변에 약산 진달래는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는 말없이 고이 보내드리오리다.’라고 했던가. 그렇다면 제주의 유채꽃은? 와락 품에 안겨 절대 보내지 못한다고 해볼거나. 맞다. 노란 유채꽃 색깔은 사람의 마음을 꽉 붙잡는다. 연인의 품, 그립고도 너무나 오랜만에 만나는 님의 품이라고 하면 어디 덧나지는 않을 터. 노랑색과 더불어 명시성을 가장 도드라지게 하는 것이 검정색이다. 그래서 노오란 유채꽃과 검은 돌담길이 어우러진 이맘때의 제주는 도도한 자태로 이방인의 시선을 송두리째 차지한다. 언제 가도 좋은 제주. 즐기는 방법도 다양하다. 그 중 하나가 스쿠터 여행. 서울에서 일어난 클래식 스쿠터 열풍이 지난해 여름 제주에 상륙해 이젠 어엿한 관광상품으로 자리를 잡았다. 물오른 제주의 봄내음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데다, 렌터카에 비해 가격이 저렴한 것이 장점. 조작방법 또한 간단해 자전거를 타본 사람이면 누구나 금방 익숙해 질 수 있다. 스쿠터 하나 빌려타고 노란 유채꽃에 파묻힌 제주의 봄을 만끽해 보는 건 어떨까. 마침 주말께면 벚꽃도 만개한다 하니 금상첨화 아닌가. 길이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나만의 길을 달려보자. 글 사진 제주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제주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배기량 50㏄ 스쿠터를 빌려 타고 해안도로 드라이브에 나섰다. 포근하고 촉촉한 봄바람이 온몸을 애무하듯 훑고 지나간다. 코끝을 스치는 봄내음 연둣빛 신록으로 빛나는 들녘, 노오란 유채꽃이 감싸안은 검은 돌담길. 잠시도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아름다운 풍경들이 줄을 잇는다. # 바다를 벗하며 달리다 차로는 들어갈 수 없는 조그만 마을길을 돌고 돌아 애월읍 신엄리에 스쿠터를 세웠다.‘남쪽에 있는 뜨락’이라는 뜻에서 ‘남뜨리’라고도 불리는 곳. 새로 조성한 유채꽃 단지에 노오란 유채꽃들이 가득 차 있다.2차선 도로 사이로 이웃한 쪽빛 바다와 어우러진 모습이 그야말로 일품이다. 비릿한 바다냄새를 음미하며 천천히 스쿠터를 몰았다. 도로 곳곳이 시속 50㎞ 제한구역. 과속단속 카메라에 찍힐 일도 없지만, 구태여 빨리 달릴 이유도 없다. 애월읍 한담동 아침하늘 휴게소에서 바라본 지중해풍의 바다는 너무도 이국적이어서 비췻빛이라는 순우리말보다는 에메랄드빛 바다라고 해야 제격일 듯하다. 풍경화에 필요한 구도의 3요소가 변화와 통일, 그리고 균형이라던가. 파란 하늘과 에메랄드 빛 바다, 손바닥만한 이름없는 모래사장과 검은 수중여 등이 어우러지며 진경산수화를 그려내고 있다. 언덕 바로 아래는 ‘4·3 사건’의 아픔이 남아 있는 곳. 처절한 핏빛 아픔이 쪽빛 바다와 노란색 유채꽃 물결의 아름다움으로 승화된 것이리라. 한담동에서 곽지리를 잇는 해변 산책로는 화가들과 사진 작가들이 즐겨 찾는 곳이기도 하다. 에메랄드빛 바다는 협재와 금능해수욕장에 이르러 절정에 달했다. 제주에서 가장 바다빛이 곱다는 곳. 걸음 한번 내디디면 닿을 듯한 비양도가 호박빛을 띤 채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차귀도를 지나 물질을 끝내고 돌아오는 해녀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산방산에 도착하니 어느덧 해거름. 뉘엿뉘엿 해가 질 때 다시한번 유채꽃을 유심히 들여다 보시라. 화사했던 한낮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절반쯤 남은 파란 하늘과 붉은 노을 사이에 선 유채꽃들의 요염함에 가슴이 두방망이질 친다. # 반드시 둘러봐야 할 여행코스 제대로 일주를 하자면 3박4일은 족히 걸린다. 하지만 그 정도 시간내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 제주의 봄을 만끽하기 위해서는 짧은 일정이라도 반드시 둘러봐야 하는 구간이 있다. ●하귀∼애월간 해안도로 제주공항을 나와 가장 먼저 마주하는 해안도로다. 전체길이는 약 10㎞. 독특하고 아름다운 카페 등이 밀집해 있어 다른 해안도로와는 사뭇 다른 느낌을 준다. 천혜의 자연미가 다소 훼손돼 있다는 느낌도 받지만, 화려하고 들뜬 분위기를 좋아하는 젊은이들에게 어울리는 코스다. ●귀덕∼협재간 해안도로 제주에서 물빛이 가장 아름답다는 협재해수욕장과 금능해수욕장 등을 만날 수 있다. 에메랄드빛으로 반짝이는 바다를 만끽하기에 가장 좋은 코스. 비양도가 지척으로 보이는 하얀색 해변을 따라 승마체험도 해볼 수 있다. ●고산∼일과간 해안도로 한치 건조대 위로 떨어지는 차귀도의 낙조와 고산리 드넓은 보리밭 등을 보기 위해서라면 반드시 선택해야 하는 코스. 총길이는 10㎞가량 된다. 고산리에서 신도리를 거쳐 일과리에 이르는 구간은 소박한 어촌풍경 일색이다. 오가는 차량이 거의 없어 드라이브의 쾌감을 만끽할 수 있다. 고산리에서 신도리로 향하다 보면 제주 서부지역 최고의 천연전망대라는 수월봉과 만난다.‘노꼬물오름’이라고도 불리는 수월봉은 정상까지 포장돼 있어 이름만큼 수월하게 오를 수 있다. 해발 77m의 조그만 오름이지만, 바닷가 쪽으로 돌출되어 있어 탁월한 전망을 제공한다. ●신산∼세화간 해안도로 가장 다채로운 풍광을 자랑하는 코스다. 신산리에서 하도리, 성산, 종달리를 거쳐 구좌읍 세화리까지 연결돼 있다. 영화촬영지였던 섭지코지와 큰 소가 엎드린 형상의 우도, 성산일출봉, 왜구의 침입을 막기위해 세웠다는 별방성지, 제주의 민속신앙을 엿볼 수 있는 종달리 신당 등을 품고 있다. 특히 우도는 자전거와 스쿠터의 천국. 유채꽃 만발한 13㎞의 해안도로를 도는데 스쿠터로 1시간이면 충분하다. 우도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성산포 항에서 배를 타야 한다. 성인 5500원. 스쿠터는 3300원(왕복 기준, 해상공원 입장료 포함). 우도에서 마지막 배가 오후 5시에 출발하기 때문에 시간계획을 잘 세워야 한다.(064)782-5671. # 여행일정 짜기 대부분의 대여업체들이 민박 등 숙박업소와 제휴체제를 갖추고 있다. 가급적 숙소를 중심으로 여행계획을 짜는 것이 유리하다. 또 해안도로를 따라 반시계방향으로 도는 것이 볼거리도 많고 안전하다. ●1박2일 첫째날은 차귀도와 산방산을 거쳐 중문에서 하룻밤 자는 것이 좋다. 협재·금능 해수욕장 등 그림같은 해안도로와 마주할 수 있다. 일몰 포인트는 산방산 일대를 추천할 만 하다. 유채꽃밭 위로 붉은 기운을 쏟아내는 일몰이 장관. 이튿날은 선택관광이다. 서귀포와 성산 등 해안도로를 따라 달릴 수도 있고,95번 국도를 타고 새별오름 등 내륙의 속살을 들여다 볼 수도 있다. ●2박3일 중문과 성산에서 각 1박씩 하는 것이 좋다. 중문과 서귀포 지역에 유명관광지가 밀집해 있기 때문에 아예 중문에서 2박을 하는 것도 괜찮다. 이 경우 첫째날은 차귀도 낙조와 모슬포 용머리해안, 둘째날은 산방산과 천제연폭포, 주상절리대, 마지막날은 서귀포시 쇠소깍, 남원읍의 큰엉해안 등으로 계획을 짜면 된다.1만원 정도 수수료를 내면 중문에서 스쿠터를 반납할 수도 있다. # 비가 오는 날이면 이곳을 가보자 ●제주 워터월드(www.jejuwaterworld.co.kr) 서귀포시 월드컵 경기장 내에 마련된 물놀이 시설로 바데풀과 스파 등은 물론, 닥터피시탕과 국내 최장을 자랑하는 길이 200m 실내 유수풀 등을 갖추고 있다. 리뉴얼 공사를 마치고 25일 재개장했다. 이곳의 가장 큰 자랑거리는 감귤이벤트탕. 서귀포시 법환동 마을과 일사일촌 협약을 맺고,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감귤을 이용한 각종 체험 상품들을 준비했다. 무료로 양껏 감귤을 먹을 수 있을 뿐 아니라, 감귤즙으로 전신 마사지를 할 수도 있다. 어른 2만 5000원, 어린이 2만원.(064)739-1930∼3. ●건강과 성 박물관 한 방송사 프로그램을 통해 ‘미성년자 입장금지 박물관’으로 유명해졌다. 여태껏 숨겨오기만 ‘성(性)’을 낮뜨겁지 않고 오히려 당당하게 펼쳐놓았다. 한 성 건강교육 자료, 가격이 천만원에 달하는 리얼 돌(real doll) 등 성 관련 기구와 유물 등이 전시돼 있다.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로 성교육전시관 3개관, 세계 성문화전시관 2개관, 섹스판타지관, 북카페 등으로 구성됐다. 입장은 만 18세 이상. 보호자를 동반할 경우 청소년과 어린이 입장도 가능하다. 입장료는 어른 9000원. 남제주군 안덕면 감산리.(064)792-5700. ■ 출발전 점검 이렇게 하세요 여행동화(064-713-4779), 스쿠터하이킹(742-5006), 제주 바이커스(711-4979), 한라 하이킹(712-2678∼9) 등의 업체가 영업중이다. 50㏄는 2만원,125㏄는 3만원을 받는다(24시간 기준, 헬멧 포함). 카드를 받지 않는 업체가 대부분이어서, 미리 현금을 준비해야 한다. ●안전 스쿠터는 자동차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다. 여행자 보험에서도 가입을 회피하는 경우가 있다. 안전운전이 최선. 스쿠터는 엔진출력이 낮기 때문에 고속화도로나 산간도로를 달리는 데 무리가 따른다. 사고위험이 큰 고속화도로(1100.516.99.11.1117번 도로, 산록도로)들은 피하는 것이 상책. 자전거와 스쿠터를 위한 길이 잘 마련된 해안도로를 이용하는 것이 여러모로 좋다. ●준비 1. 스쿠터를 몰기 위해서는 반드시 자동차운전면허증이나 원동기 면허증이 있어야 한다. 2. 봄이라고는 해도 여전히 아침·저녁으로는 차다. 겉옷 속에 덧입을 얇은 방풍재킷 하나쯤 가져가야 한다. 장갑은 필수. 가방은 메고 탈 수 있는 배낭형이 좋다. 여성의 경우 짧은 치마나 하이힐은 금물. 3. 연료통이 작기 때문에 따로 연료게이지가 달려있는 경우를 제외하면 40∼50㎞정도 주행한 다음 연료를 채워넣는 것이 좋다. 또 1시간 정도 주행한 다음 10분정도는 쉬어야 엔진에 무리가 가지 않는다.
  • [‘e권력’ 포털 대해부] (1) 시장구조 왜곡

    [‘e권력’ 포털 대해부] (1) 시장구조 왜곡

    포털없는 세상을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네이버·네이트·다음 등으로 대표되는 포털은 어느새 우리 생활의 일부가 됐다. 뉴스·카페는 물론이고 영화·동영상 등의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포털업체에는 재벌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인터넷의 최고 가치인 ‘개방·참여·공유’와는 거리가 멀다. 포털 업체들이 막강한 권력으로 형성한 제국의 뒤에서 콘텐츠 제공업체들은 신음하고 있다. 포털의 현황과 문제점, 바람직한 방향 등을 6차례의 시리즈로 나눠서 짚어본다. 본격적인 포털시대가 열린 지 올해로 꼭 10년째.25일 한국인터넷마케팅협회에 따르면 1997년 210억원에 불과했던 인터넷 광고시장은 지난해 8907억원으로 40배 이상 커졌다. ●국내 콘텐츠업계 고사 위기 서울신문이 네이버·네이트·다음 등 3대 포털의 지난해 매출액을 비교한 결과 이들의 광고수익은 약 6700억원(75%)인 것으로 집계됐다. 안동근 한양대 교수는 “포털 업체들은 신문사나 방송사를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성장했다.”고 진단했다. 포털업체들의 몸집은 공룡처럼 커졌지만 법적·윤리적 책임은 뒤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네이버와 다음·야후코리아에는 음란물이 잇따라 올라 사회적 파장을 불러왔다. 네이버는 지난해 2296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음란물 등의 모니터링에 들인 비용은 2005년 한 해 100억원 안팎인 것으로 알려진다. 시민단체 함께하는시민행동 측은 “포털이 영향력에 비해 사회적 책임에서는 많은 문제점을 노출했다.”며 “이용자가 중심이 돼 포털을 압박, 문제점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동근 교수는 “포털이 사회적 책임을 계속 피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네이버 관계자는 “이용자가 원하는 정보를 최대한 많이 제공하는 게 우리의 의무”라면서 “사회적 책임을 지기 위해 우리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항변했다. ●정부, 정보독점 규제 나서야 한국인터넷콘텐츠협회 최내현 대표는 “포털은 검색결과를 보여주는 본연의 기능에 충실해야 하는데 국내 포털은 뉴스, 음악, 영화, 지도, 동영상, 블로그 등 온갖 콘텐츠 영역에 손을 뻗고 있다.”고 지적했다. 비난받아온 국내 재벌의 ‘문어발식 경영’ 방식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탓에 국내 인터넷콘텐츠 업계는 존립 자체가 위태로울 지경이다. 한 인터넷 벤처업계 대표는 “전문 사이트 이용이 활발해야 콘텐츠 업체도 성장할 수 있는데, 지금은 포털만 남고 콘텐츠 업체는 사라지는 기이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털어놨다. 웹사이트 도달률(인터넷 사용자 가운데 특정 사이트 순접속자 비율)을 비교해 보면 포털의 집중화가 뚜렷하다. 웹사이트 분석기업 랭키닷컴은 3대 포털(네이버·네이트·다음)의 평균 도달률은 77%에 이른다고 밝혔다. 언론사 사이트를 비롯한 상위 100대 콘텐츠 사이트의 평균 도달률은 3.6%에 불과하다. 포털의 정보 독점, 불공정거래가 사회문제로 급부상하고 있다. 경희사이버대학교 민경배 교수는 “국내 포털은 모든 온라인 행위를 다 빨아들여 시장을 왜곡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거대 권력화로 인한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최내현 대표는 “독과점 횡포를 근절할 수 있는 정부 규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창구 강혜승기자 window2@seoul.co.kr ●포털은 집안으로 들어갈 때 반드시 지나가야 하는 현관(관문·Portal)처럼 누리꾼들이 인터넷에 접속할 때 거쳐가야 하는 사이트다. 핵심은 검색 기술이다. 네이버, 다음, 네이트, 야후 등은 뉴스, 블로그, 카페, 게임 등을 제공하는 종합포털이다. 인터넷기업협회에 등록된 포털은 173개이지만 대부분 연예, 취업, 디지털카메라, 동영상 UCC(손수제작물) 등에 특화된 전문포털이다.
  • 한미FTA ‘빅딜 희생양’ 되나

    한미FTA ‘빅딜 희생양’ 되나

    ‘이러다가 방송이 직격탄 맞는 것 아니야?’ 방송업계의 시장개방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유탄이 방송계에 떨어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한·미 FTA는 8차 협상까지 마치고 이제 마지막 고위급 회의만 남겨놓고 있는 상태다.19∼21일 서울과 워싱턴에서 고위급회의를 열어 최종 절충안을 도출한 뒤,26일부터 서울에서 열리는 통상장관급 회담에서 협상이 사실상 마무리된다. ●협상타결 때까지 비공개 방송계 최대의 관심은 방송시장의 개방 규모와 그 내용이다. 미국측은 종합유선방송사(SO)와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에 대한 외국인 지분제한을 완화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현행 방송법에 49%로 제한돼 있는 것을 51% 이상으로 완화해 직접경영이 가능하게 해달라는 것이다. 미국 측은 또 국내 방송의 외국프로그램 편성쿼터 제한도 풀어주고,CNN 등 외국방송의 한국어 더빙방송 허용과 국내광고 유치도 주장하고 있다. 아직 국내에서는 법제 정비조차 되지 않은 IPTV 등 방송통신융합서비스 시장과 인터넷 주문형비디오(VOD) 등의 온라인콘텐츠 시장도 개방하라고 요구한다. 방송계에서는 방송시장이 한·미 FTA의 ‘빅딜’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는 ▲한·미 양측이 국회상정 때까지 타결내용을 비공개에 부치기로 한 점 ▲방송위원회와 문화부 등이 한·미 FTA 협상과정에서 배제된 점 등을 고려한 분석이다. 방송계 일각에서는 IPTV와 온라인콘텐츠 시장 등 일부만 ‘미래유보’로 남겨두고 미국 요구안대로 전면개방될 수도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방송계 반발 어디까지 케이블TV에서는 18일부터 전 채널이 일정시간을 정해 2분가량의 반대성명서를 낭독하고 있다. 전국 SO 지역채널도 마찬가지다. 앞서 ‘한미 FTA 방송시장 개방 저지를 위한 케이블TV 비상대책위’(공동위원장 심용섭·송창의)는 15일 외교통상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23일까지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비대위 공동위원장인 송창의 tvN 대표는 “수직결합 등에 대한 규제가 없는 미국 메이저사들과 온통 규제로 일관된 국내 PP가 경쟁하라는 것은 국내 미디어 기업들에 사업을 포기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비대위는 21일 오후 방송시장 개방 저지를 위한 범국민 대토론회를 열어 국민들에게 문화주권 잠식의 심각한 상황을 알리기로 했다. YTN은 CNN의 한국어 더빙방송 추진에 대해 “사실상 외국 보도채널에 대해 국내 보도채널의 지위를 부여하는 것으로 방송법의 외국인 소유제한 규정을 사문화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고 주장했다. 또 CNN 등 외국방송이 한국어방송에 소요되는 경비를 국내 광고영업으로 충당할 것이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대교어린이TV도 “방송시장 개방은 기본적인 시청대상과 문화적 배경 등이 다르고, 상업방송의 연장선에서 제작된 분별없는 콘텐츠를 우리 어린이들에게 시청하라고 강요하는 것과 같다.”면서 “방송시장은 상업성보다는 공익성이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 카피라이터가 쓴 PD세계

    한때 한국 방송의 역사를 다시 썼으나 이제는 외주제작사에서 ‘사생결단하는 강호의 검객’이 된 PD들의 인터뷰가 책으로 묶여져 나왔다.‘이 바닥에 전관예우란 없다(미래M&B펴냄)’는 카피라이터 이규용씨가 방송사에서 20여년 이상 근무하며 전설적인 시청률을 남긴 PD들을 만나서 나눈 대화록이다. 사단법인 독립제작사협회의 회지인 ‘KIPA저널’에 13회 동안 연재됐던 기사가 바탕이 됐다. 방송사상 최초로 ‘대PD’란 직위를 받았으며 현재 팬앤터테인먼트의 고문인 장기오 PD도 “출연자들 몸값이 도무지 상식 밖입니다. 공중파 방송사의 월급·상여금·학자금·보험료 등의 리스크 부담을 다 요구하는 거죠.”라며 외주사들이 난립한 현실을 토로한다. 전설적 존재가 된 PD들의 방송철학과 연출 노하우 및 이제 독립PD로서의 고충 등이 담겨 있다.1만원.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미디어그룹, UCC견제 시작됐다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사용자제작콘텐츠(UCC)와 전통적 미디어그룹의 전쟁이 국내외에서 시작됐다. 미국의 거대 미디어그룹 ‘비아콤’은 13일(현지시간) 동영상 공유 서비스인 유튜브와 모기업 구글을 상대로 10억달러(약 940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지난해 10월 16억 5000만달러로 구글에 인수된 유튜브의 해적판 영상물이 지적재산권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비아콤의 필리프 다우만 최고경영자(CEO)는 “매일 유튜브 동영상을 조사하는 것이 우리에게는 큰 부담이었다.”면서 “장기간 노골적으로 (저작권을) 침해하는 이런 기업을 본 적이 없다.”고 비판했다. 유튜브가 16만건의 동영상을 무단으로 사용하고, 조회 건수가 15억건을 넘었지만 충분한 예방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두 기업의 갈등은 지난 2월에도 불거졌다. 비아콤은 자회사인 MTV, 니켈로디언, 코미디 센추럴 등이 제작한 동영상 10만여개를 삭제할 것을 요청하는 등 신경전을 벌였다. KBS·MBC·SBS 등 국내 지상파방송 3사와 KBSi,iMBC,SBSi 등 인터넷 자회사들도 방송 콘텐츠를 무단 사용하고 있는 포털 사이트와 웹하드,P2P 업체 등 38곳에 지난해 10월 1차 경고장을 보낸 데 이어 지난달 2차 경고장을 보냈다. 다음 주에는 소송 여부를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 방송사들은 이들이 불법 저작물로 방문자를 늘려 광고 수익을 얻거나, 웹하드나 P2P 사이트의 개인 서버에 올린 불법 저작물을 다른 회원이 다운로드할 때 수익을 챙기는 방식으로 저작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임문영 iMBC 미디어센터장은 14일 “지상파방송 3사와 각 사의 인터넷 자회사가 공동으로 법무법인과 계약해 경고장을 보냈고 현재 회신을 기다리고 있다.”면서 “위법 행위가 계속된다면 소송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방송사의 공세가 계속되자 UCC 방송사 판도라TV는 저작권 논란에서 우회하기 위한 방안으로 일정 분량의 동영상 편집을 허용하는 ‘인용권’을 요구하고 나섰다. 편집을 일종의 UCC 생산 행위로 보고 이용자가 기존의 동영상을 5분 이내로 편집해 UCC로 제작할 경우 규제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문화관광부와 정보통신부는 저작권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한준규 안동환기자 hihi@seoul.co.kr
  • KBS·SBS ‘차마고도’ 같은날 방영 왜?

    KBS와 SBS가 같은 날, 같은 주제로 대작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방송하는 ‘촌극’이 벌어졌다. 두 방송사는 중국 남부 고대 교역로 ‘차마고도’(茶馬古道·표기를 다마대신 차마로 통일)’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11일 밤 방송했다. 일단 시청률에서는 KBS가 조금 앞섰다.KBS 1TV는 11일 오후 8시 ‘KBS 스페셜’을 통해 ‘차마고도 5000㎞를 가다’를 방송했고 같은 날 SBS TV는 오후 11시5분 ‘SBS 스페셜’을 통해 ‘차마고도 1000일의 기록-캄(Kham)’을 내보냈다. 방송 직후 두 프로그램의 시청자 게시판에는 빼어난 영상미에 대한 호평의 글이 나란히 올라왔다. 그러나 시청자들 역시 “프로그램 제작에 많은 경비와 시간이 들어가는데 이렇게 같은 시간에, 같은 내용을 방송한다는 것은 국력 낭비가 아니냐.”는 지적이 많았다. 하지만 양 방송사 간 ‘차마고도’ 경쟁은 1회성으로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SBS는 11일에 이어 18일에도 ‘SBS 스페셜’을 통해 ‘차마고도 1000일의 기록-캄(Kham)’ 2부를 내보낸다. 또한 11일 ‘KBS 스페셜’을 통해 소개된 내용은 9월 본 다큐멘터리의 방송에 앞선 ‘맛보기’용이었다. 양사는 ‘차마고도’ 기획을 서로 상대방에 대한 ‘김빼기’용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양사가 이처럼 동시에 ‘차마고도’에 주목하게 된 것은 ‘2007 KBS 대기획’의 출발이 된 ‘티베트 소금계곡의 마지막 마방’(KBS 1TV,2005년 1월 방송)과 이번 ‘SBS 스페셜’을 같은 외주제작사인 낙미디어가 제작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SBS에 프로그램을 납품한 낙미디어는 자사가 개발한 아이템을 KBS가 따라한 것이라 주장하는 반면,KBS는 낙미디어가 ‘SBS 스페셜’을 준비하면서 2005년 1월 KBS에 방송된 내용을 일부 사용했다는 점을 들어 도의적 책임을 묻고 있다.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원자바오 총리, 4월 일본TV 출연

    |도쿄 이춘규특파원|중국의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오는 4월 중순 일본 방문시 일본 국민과 직접 대화하는 ‘타운 미팅’(시민과의 대화) 형식으로 일본 TV방송에 출연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11일 보도했다. 이는 원 총리가 직접 요청한 것으로, 일·중 양국 정부가 TV 방송사에 생방송 출연을 타진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중국 지도자가 일본 TV 프로에 출연하기는 지난 2000년 10월 당시 주룽지(朱鎔基) 총리가 TBS 방송에 100분간 출연한 이후 처음이다. 서민파 총리로 알려진 원 총리는 방일시 일본 국민과 직접 대화를 나눔으로써 중국에 대한 여론을 개선시킬 의도인 것으로 신문은 분석했다.taein@seoul.co.kr
  • 美타임워너 회장 “CNN 한국어 방송 검토”

    세계 최대 미디어그룹인 미국 타임워너의 리처드 파슨스 회장이 노무현 대통령과 만나 “세계적인 뉴스전문채널 CNN의 한국어 방송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혀 파장이 예상된다. 9일 파슨스 회장은 청와대에서 노 대통령과 접견한 뒤 “우리는 중앙방송과 합작으로 설립한 카툰네트워크코리아 사업의 일환으로 CNN을 한국어로 더빙해 방송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현행 방송법은 외국방송을 한국어로 더빙해 재송신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으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서 미국 측은 허용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한·미 FTA 8차 협상이 진행중인 가운데 세계적 매체인 CNN을 보유하고 있는 타임워너 회장의 이러한 발언에 방송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방송위원회는 한·미 FTA 방송협상 대응 방향으로 외국방송 재송신의 한국어 더빙은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을 지켜왔다. 이는 CNN과 같은 외국방송이 더빙을 통해 국내에 방송될 경우 보도전문채널이 허용되는 효과를 낳아 보도전문채널 승인제도의 입법 취지가 무력화되는 부작용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또 사실상 국내 방송사업자와 같은 역할을 하지만 방송법 등 규제를 받지 않아 형평성에도 문제가 있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분노와 폭력의 21세기’ 냉소적 접근

    1988년 한편의 소설이 전 세계를 들끓게 했다. 이슬람교 창시자인 무하마드를 부정적으로 묘사하고 그의 열두명의 아내를 창녀에 비유해 출간 즉시 격렬한 논란에 휩싸인 살만 루슈디(60)의 ‘악마의 시’가 바로 그것이다. 루슈디는 이슬람교를 모독했다는 이유로 이란 정부로부터 사형 선고를 받았고, 영국은 이 사건으로 이란과 단교했다. 루슈디 지지 사설을 실은 미국의 한 신문사는 폭탄테러를 당했고, 이 책의 일본어 번역가는 살해됐다. ‘분노’(김진준 옮김, 문학동네 펴냄)는 이 문제적 작가가 2001년에 발표한 액자소설 형식의 작품이다. 인도 뭄바이의 무슬림 가정에서 태어나 영국으로 이주, 케임브리지대 킹스칼리지에서 역사를 공부한 루슈디는 신화와 현실을 넘나드는 환상적인 필치와 장중한 문체를 구사하는 세계적인 작가다. ‘분노’는 루슈디가 영국 도피생활을 청산하고 뉴욕으로 건너가 쓴 첫 작품. 작가는 이 소설에서 ‘분노와 폭력의 21세기’를 냉소적으로 그린다.케임브리지대 사상사 교수인 말릭 솔랑카는 학문적인 삶에 염증을 느끼고 종신교수직을 내던진다. 학교를 그만둔 그에게 뜻하지 않은 기회가 온다. 인형들이 나와 대담을 나누는 방송사 철학 프로그램의 기획을 맡게 된 것이다. 하지만 솔랑카는 자신이 만든 인형이 저속한 대중의 아이콘으로 변질돼 가는 것에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낀다. 그러던 어느날 인형 때문에 아내와 말다툼을 벌인 뒤 살인충동을 느낀 그는 자신의 모습에 충격을 받고 홀로 미국으로 떠난다. 그러나 모든 과거가 사라지고 현재만 있을 것 같은 미국에서도 끊임없이 주체할 수 없는 분노에 사로잡혀 방황을 거듭한다. 평생 죽음의 위협 속에 떠돌아야 했던 작가 자신의 내면을 읽는 듯하다.1만 4000원.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고대 中~印 교역길 茶馬古道의 비밀

    ‘다마고도(茶馬古道)’를 아십니까. SBS는 11일과 18일 오후 11시5분 두 번에 걸쳐 방송되는 ‘SBS 스페셜-다마고도 1000일의 기록-캄(Kham)’을 통해 실크로드보다 더 오래된 고대 교역로 다마고도의 비밀을 공개한다. 수천년 전부터 두 개의 길이 중국 대륙과 서아시아를 이어왔다. 하나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실크로드. 또 다른 길은 중국 남부에서 티베트를 지나 인도를 거치는 다마고도다. 다마고도는 중국의 차와 티베트의 말을 교환하는 다마무역이 이뤄지던 옛길.중국 윈난성과 쓰촨성에서 생산된 소금과 차를 티베트, 인도 등지로 실어나르던 말과 카라반의 이동로로 오래 전부터 중국 남부의 험난한 산악과 협곡지대를 모세혈관처럼 이어주던 고대의 문명교역로였다. 제작진은 세계 방송사상 최초로 캄 지역과 다마고도의 전구간을 3년여에 걸쳐 촬영했다. 캄은 티베트와 중국 사이에 자리잡고 있던 부족국가의 연합체로, 전체 티베트의 3분의1에 이르는 방대한 면적을 지배하고 있다. 메콩강, 살윈강, 양쯔강 등 3개의 대하가 협곡을 이루며 나란히 흐른다고 해 ‘삼강병류’ 또는 ‘동방대협곡’이라 불리기도 한다. 그동안 미국 내셔널지오그래픽 TV와 일본 NHK 등 세계 유수의 방송사들이 다큐멘터리 제작을 시도했으나 촬영 허가를 얻지 못해 번번이 실패했다. 제작진은 외국인의 출입을 엄격히 통제하는 중국 당국을 설득하는 데만 수 개월이 걸렸다고 한다.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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