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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문제 없다면서 방사능 검출 왜 감추는가

    원자력 안전을 책임진 준정부기관이 방사성물질 공포를 부추기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은 최근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누출된 방사성물질인 제논(Xe)이 국내 대기 중에서 검출됐음에도 나흘 뒤에야 발표해 ‘은폐’ 논란을 낳았다. KINS는 지난 23일 강원도 방사능측정소에서 채취한 대기 부유진(대기 중 먼지)에서 방사성물질을 확인하고도 알리지 않다가 그제 뒤늦게 발표했다. 온 국민이 방사능 공포에 집단 히스테리를 일으킬 정도로 안절부절못하고 있는데 정작 당국은 긴장의 끈을 놓고 있었던 셈 아닌가. 당초 측정한 수준이 계측장비 오차범위 내에 있어 더 정밀하게 측정할 필요가 있었다는 게 늑장 발표의 논거다. 검증된 결과를 발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방사성물질이 조금이라도 검출되면 그 과정을 낱낱이 밝혀 불필요한 오해와 불신을 막아야 한다는 게 국민적 요구다. 비상한 사태에 이처럼 안이한 인식으로 느슨히 대처해서야 어느 국민이 정부의 대책을 믿고 따르겠는가. 뭔가 감추려 한다는 인상을 줄수록 유언비어만 양산할 뿐이다. 일본 정부가 초기에 정보를 은폐하는 바람에 사태를 악화시켰다는 사실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정부는 편서풍 때문에 일본 방사능 오염으로부터 우리나라가 안전하다고 누차 강조해왔다. 하지만 이번 강원도 방사성물질 검출로 한반도가 결코 방사능 무풍지대가 아님이 확인됐다. 다행히 검출된 방사성물질이 미량이라 인체나 환경에는 전혀 영향이 없다고 한다. 그러나 제논이 검출됐다는 것은 그보다 한층 치명적인 요오드나 세슘도 국내로 유입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일본의 원전 상황이 악화될 경우 한국도 영향권에 들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후쿠시마 원전 인근 해역이 법정 한계치보다 1850배 이상 오염됐다는 보도도 나왔다. 일본·중국 등 주변국과 국제 공조체제를 강화해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은 방사성물질 공포 속에서도 10명 중 7명이 원전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형 원전의 미래를 위해서도 투명한 정보 공개에 기초한 방사능 대책을 적극적이고 선제적으로 세워야 한다.
  • 日정부 ‘2호기 노심용해’ 공식 인정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원자로 2호기의 ‘노심용해’ 사실을 공식 인정했다. 에다노 유키오 관방장관은 28일 기자회견에서 “2호기 터빈실에 고인 물웅덩이에서 방사능 수치가 높게 나온 건 부분적인 노심용해에서 비롯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문제의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원자로 손상을 억제하는 냉각장치 복구작업이 세 가지 장애에 막혀 장기화할 전망이다. 우선 방사성물질이 포함된 물의 누출을 막을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배수가 어려워 원자로 냉각장치에 접근하지 못해 수리작업도 늦어지고 있다. 심각한 작업원의 피폭도 복구작업을 더디게 한다. 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은 고농도 방사성물질을 발산하는 것으로 확인된 물웅덩이를 치울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당초 임시 펌프를 이용해 원자로 터빈실 지하 1층에 있는 오염된 물을 퍼 올린 뒤 옆에 있는 복수기(復水器)에 넣고, 다시 원자로로 돌려보내려 했다. 복수기는 원자로에서 만들어진 증기를 다시 물로 돌려 놓는 펌프다. 1호기에서는 지난 25일 이 작업을 시작했고 2∼4호기도 작업을 검토했다. 문제는 2호기의 복수기가 이미 물로 가득 차 있어 이를 다른 곳으로 먼저 빼내야하는데 이 과정에서 방사성 물이 인근 바다로 흘러들어 해양오염을 가속화할 가능성이 높다. 오염된 물이 어디서 새는지 모르는 것도 문제다. 원자로에 연결된 배관이 지진으로 뒤틀려 물이 새는 거라면 원자로에 넣는 냉각수의 양을 줄여야 한다. 원자로에 냉각수를 집어넣는 고정식 대형 펌프와 ‘잔열 제거계’ 펌프를 돌려 바닷물을 순환시켜야 한다. 하지만 터빈실의 방사선량이 워낙 높아 쉽게 접근할 수 없다. 작업할 근로자를 구하기도 쉽지 않다. 지난 24일 3호기 터빈실 지하 1층에서 근로자 2명이 노출된 방사선량은 2000∼6000m㏜(밀리시버트)였다. 몸 전체가 노출됐다면 목숨이 위험했을지도 모르는 양이다. 원자로 주변에서 복구 작업을 하는 도쿄전력과 협력사 직원은 450명. 이들이 쬐는 방사선량 한도는 연간 250m㏜로 규정돼 있다. 2, 3호기 물웅덩이 옆에서 15∼20분만 일하면 한도를 넘을 수 있다. 한편 오자와 이치로 민주당 전 간사장은 최대 피해지역인 이와테현을 찾아 “원전 사고가 최악의 사태로 치달을 경우 일본이 침몰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 서울서 방사성 요오드 검출[동영상]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여파로 서울 등 우리나라 여러 지역에서도 요오드와 세슘 등 방사성 물질이 확인됐다. 윤철호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장은 29일 브리핑에서 “28일 전국 12개 지방측정소에서 공기를 채취 분석한 결과 모든 측정소에서 극미량의 방사성 요오드가 검출됐다”고 밝혔다. 기술원에 따르면 대기 중 방사성 요오드의 경우 최소 0.049 mBq/㎥에서 최대 0.356 mBq/㎥ 의 범위로 검출됐다. 춘천측정소에서는 세슘-137(137Cs)과 세슘-134(134Cs)도 각각 0.018 mBq/㎥, 0.015 mBq/㎥ 확인됐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여파로 서울 등 우리나라 여러 지역에서도 요오드와 세슘 등 방사성 물질이 확인됐다. 이에 앞서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은 28일 밤 서울 한양대 방사능 측정소에서 처음으로 방사성물질인 요오드131이 검출됐다고 밝혔었다. 요오드131은 핵분열때 나오는 방사성 물질이다. 원자력기술원 관계자는 이날 “서울에서 검출된 요오드131의 양과 인체에 미치는 영향, 어디서 날아든 것인지 등을 현재 분석 중이며 29일 오전 10시 정확한 분석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라면서도 “일부 언론에서 또 다른 방사성 물질인 세슘이 검출됐다고 보도했으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23일부터 강원도에서 방사성 물질인 제논(Xe)이 검출된 데 이어 이날 서울에서도 요오드 131이 검출됨에 따라 한반도 일원의 대기 및 연안에 대한 방사능 조사를 강화하고 있다. 윤철호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장은 이날 문제가 된 제논의 유입 경로와 관련, “공인된 컴퓨터 예측모델(HYSPLIT)로 분석한 결과 후쿠시마 원전의 방사성물질로 확인됐다.”면서 “일본에서 캄차카 반도와 북극권에 이른 뒤 시베리아를 거쳐 남하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또 “제논 검출을 계기로 주 1회 대기 물질을 채취해 검사하던 전국 12개 방사능측정소에서 앞으로는 매일 분석하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현재 전국 12곳의 측정소에서는 사람이 생활하는 공간과 비슷한 지상 1.2m에서 대기 중 방사성물질의 존재 여부를 검사하고 있다. 윤 원장은 또 후쿠시마 원전 주변 해양에서 다량의 방사성물질이 검출된 것과 관련, “울릉도·독도 주변, 제주 남쪽 해역, 서남부 도서지방 등 20곳에서 해수 등 시료를 채취해 방사능 검사를 진행하겠다.”면서 “결과는 2주 뒤에나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원자력안전기술원은 매년 4·10월에 해양 및 해양생물 방사능 조사를 해왔는데, 이번에는 이를 앞당기겠다는 것이다. 그는 “문제의 방사성물질이 편서풍을 타고 지구를 돌아 한반도로 유입될 수 있으나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와 관련, 오재호 부경대 환경대기학과 교수는 “이론상으로는 일본의 방사성물질이 편서풍을 타고 러시아 남단과 중국을 거쳐 우리나라에 도달할 수 있다.”면서 “이 경우 빠르면 이번 주에 한반도에 도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 환경보호부는 26일에 이어 27일에도 헤이룽장(黑龍江)성 푸위안(撫遠)·라오허(饒河)·후린(虎林)·둥닝(東寧)현 등에서 1㎥당 0.00018~0.00028Bq(베크렐)의 방사성 요오드가 검출됐다고 28일 밝혔다. 한편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내부 여러 곳에서 플루토늄이 처음으로 검출됐다. 교도통신은 28일 방사성물질을 대량으로 방출한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내부 여러 곳에서 플루토늄이 검출됐다고 보도했다. 원전 운용사인 도쿄전력은 이날 후쿠시마 제1원전 부지 내 5곳에서 플루토늄을 검출했다며 이번 원전 사고로 핵연료에서 방출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도쿄전력 측은 “검출된 플루토늄은 극히 미량으로 일반적인 환경의 토양에서 검출되는 수준”이라며 “인체에 영향을 줄 만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또 검출된 플루토늄의 농도가 과거에 행해진 핵실험 시 일본에서 검출된 것과 같은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도쿄전력은 그동안 요오드와 세슘 등 발사성물질의 누출 여부만 조사하고 플루토늄에 대해서는 누출 여부도 조사하지 않아 질타가 쏟아지면서 뒤늦게 조사에 착수했다. 베이징 박홍환·도쿄 이종락특파원 서울 김효섭기자 stinger@seoul.co.kr
  • 불안한 일본인들, 한국으로 몰린다

    불안한 일본인들, 한국으로 몰린다

    잇따른 지진과 방사능 공포에 지친 일본인들이 새로운 주거를 찾아 우리나라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일본에서 가까운 우리나라에 ‘안가’를 마련해 두고 싶다는 위기의식의 표출로 분석된다. 사태가 길어질 것을 대비해 생활 근거지를 보다 안전한 한국으로 옮기려는 사람들도 있다. 아예 귀화를 신청한 일본 거주 외국인들도 적지 않다. 27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지난 23일 부산 해운대구 중동 P부동산에 일본인 3명이 방문했다. 집을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이들 가운데 두명은 가구와 가전제품 등을 모두 갖춘 ‘풀 옵션’ 단기 임대주택을 원했다. 다른 한명은 아예 영구적으로 살기 위한 아파트를 찾았다. 이들 모두 원하는 집을 찾았고, 28일 임대차 및 매매계약서에 사인을 하기로 했다. 부산 좌동 G부동산도 최근 일본인 2명, 재일교포 3명으로부터 전셋집 계약 문의를 받았다. 이 가운데 일본인 한명이 해운대의 한 오피스텔을 1년 전세로 계약했다. 해운대의 한 공인중개사는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방사성물질 유출 사태 이후 한국에서 거주할 집을 찾는 일본인의 문의 전화가 늘고 있다.”면서 “부산이 일본과 가깝고 특히 해운대는 영화 등으로 일본인들에게 잘 알려져 있어 선호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 지역 아파트들도 일본인과 재일교포의 관심을 끌고 있다. 서울 도곡동 S부동산에는 최근 일본에 거주하는 한국인 기업가로부터 전화 한통이 걸려 왔다. 그는 “일본이 생각보다 위험하다. 전세든 매매든 다 좋으니 도곡동에 아파트를 빨리 구해 달라.”고 부탁했다. 서울 역삼동 W부동산에는 한국에 연고가 없는 한 재일교포가 한달 정도 살 집을 문의하기도 했다. 강남 지역의 한 공인중개사는 “하루에 3~4통가량 일본에서 상담 전화가 오고 있고, 대부분 호텔처럼 시설을 모두 갖춘 단기 월세를 찾고 있다.”면서 “특히 한국에 연고가 있는 재일교포의 문의 전화가 많다.”고 전했다. 아예 한국으로의 귀화나 국내 영주권을 취득하려는 사례도 늘고 있다. 지난 17일 일본 도쿄에 사는 한 파키스탄인은 한국 귀화 및 영주권 문제와 관련해 출입국행정업무 대행업체인 중앙행정사에 전화를 걸어 왔다. 그는 “한국인 부인과 함께 일본에서 하던 사업을 접고 인천에 정착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일본 도쿄에서 10년 넘게 거주해 영주권을 얻은 A(48)씨는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완전히 질려버렸다. 일본을 떠나야겠다는 생각에 중앙행정사에 상담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중앙행정사 관계자는 “지진 이후 하루 평균 상담건수가 평소 50여건에서 100여건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면서 “일본의 추가 지진이 불안해 안전한 한국에서 거주하고 싶다는 내용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김소라·김진아기자 jin@seoul.co.kr
  • ‘황사’ 올봄 한반도 대기 심상찮다

    ‘황사’ 올봄 한반도 대기 심상찮다

    올봄 한반도 대기가 심상찮다. 100년 만에 극심한 가뭄에 직면한 중국에서 예년보다 독한 황사가 밀려올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어서다. 바싹 마른 황사 발원지를 휩쓴 강풍이 한반도로 향할 경우 강력한 황사를 피하기 어렵다. 여기에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에서 누출된 방사성물질이 편서풍을 타고 지구를 돌아 한반도에 다다를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바람따라 규모 달라질 수도” 기상청은 “지난겨울과 올봄 중국 북부 지역의 강수량이 예년에 비해 크게 적다.”면서 “기류가 한반도로 향할 경우 예년보다 강한 황사가 몰아칠 가능성이 크다.”고 27일 밝혔다. 기상청 관계자는 “중국 북부 지방에서 100년 만에 최악의 가뭄이 계속되면서 대규모 황사가 우려된다.”면서 “이들 지역이 중국 서쪽에 위치해 한반도에 직접 영향을 끼칠 가능성은 적지만 우리나라에 영향이 큰 중국 고비사막과 동북 3성, 황토고원 지대도 지난해 말부터 강수량이 줄어 예년보다 큰 규모의 황사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한반도와 가까운 황사 발원지인 동북 3성 지역의 1~2월 강수량이 평년의 25~50% 수준에 그쳐 우려를 더하고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동북 3성에서 발생하는 황사는 6~12시간 만에 한반도에 도달한다.”면서 “예측이 어려운 탓에 다른 발원지보다 더 관심 있게 관측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서쪽에서 발생하는 ‘슈퍼 황사’보다 동북 3성에서 발생하는 황사가 더 걱정이라는 것이다. 기상청 황사연구과 김승범 박사는 “중국 황사 발원지가 예년보다 건조해 강한 황사가 불어닥칠 1단계 조건은 갖춰졌다.”면서 “봄철 기류를 면밀히 검토해야겠지만 예년보다 강한 황사를 만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 박사는 “하지만 바람에 따라 황사의 규모가 달라질 수 있으므로 현재로서는 가능성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기상청은 지난달 봄철 장기예보를 통해 올봄 황사 발생 일수를 평년과 같은 5.1일로 전망했다. ●“북극 통해 국내 처음 상륙” 한편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은 지난 23일부터 강원도 대기 중에서 극미량의 방사성 제논(Xe)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누출된 방사성물질이 국내에서 검출된 것은 처음이다. ●대기중 극미량 인체 영향없어 검출된 방사성 제논의 공기 중 최대농도는 0.878㏃(베크렐)/㎥이며 이는 방사선율로 환산할 때 0.00650n㏜(나노시버트)/h로 우리나라 자연방사선 준위(평균 150n㏜/h)의 약 2만 3000분의1 수준이다. KINS는 대기확산 컴퓨터 예측 모델을 이용해 이동경로를 역추적한 결과 일본 원전에서 누출된 방사성물질 일부가 캄차카 반도로 이동한 뒤 북극지방을 돌아 시베리아를 거쳐 남하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동명 KINS 방사능탐지분석팀장은 “특수 탐지기에만 검출될 만큼 소량이라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KINS는 매주 1회 전국 12개 방사능 측정소에서 대기 부유진을 채취해 실시하던 방사능 분석을 앞으로는 매일 실시할 계획이다. 김동현기자 moses@seoul.co.kr
  • “2주뒤 日 방사성물질 한국 올 것… 인공강우 등 대책을”

    “2주뒤 日 방사성물질 한국 올 것… 인공강우 등 대책을”

    “2주 뒤면 일본 후쿠시마 원전에서 유출된 방사능이 한국 쪽으로 올 것이다.” 러시아의 알렉세이 야블로코프 박사는 지난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내셔널프레스 빌딩에서 가진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일본에서 바람에 실려 태평양 쪽으로 갔던 방사능이 곧 아시아 쪽으로 올 것”이라면서 “한국, 중국과 러시아 극동 지역의 피해가 예상되는 만큼 각국 정부가 협력해 인공 강우 등의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야블로코프 박사는 1986년 4월 소련 연방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난 체르노빌 원전 사고 관련 전문가로 널리 알려진 생태학자다. 체르노빌 사고가 일어났을 때 미하일 고르바초프 정부에서 환경 관련 고문으로 활동했던 그는 당시 경험을 토대로 체르노빌 사고의 피해 상황을 장기간에 걸쳐 조사, ‘체르노빌, 대재앙의 결과’라는 공동저서를 2009년 발간했다. 현재 러시아 과학학회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체르노빌 사고 25주년을 맞아 반(反)원자력 관련 세미나 등 각종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한 그를 만났다. →방사능은 얼마나 위험한 것인가. -체르노빌 사고로 방사능에 오염된 사람들이 각종 암과 백혈병, 유전적 장애, 뇌 손상 등의 피해를 입은 사례가 나타났다. 특히 어린이들은 지능발달에 문제를 일으켰다. 방사능에 의한 피해는 당장 나타나지 않는다. 무려 7세대에 걸쳐 나타난다. 체르노빌 사고는 누출된 방사능의 강도가 5000만 퀴리(Ci)였고, 후쿠시마 원전 폭발은 200만 퀴리로 차이가 크다. 하지만 후쿠시마는 인구가 밀집한 지역이고, 특히 방사능을 훨씬 많이 배출하는 플루토늄이 흘러나왔기 때문에 시간이 가면 더 큰 피해가 확인될 수 있다. →7세대까지 피해가 유전된다는 주장은 어떻게 증명할 수 있나. -한번 오염이 되면 유전된다는 게 유전학으로 입증됐다. 오염 지역 어른들이 낳은 아이들에게서 이미 유전적 질병이 나타났다. 이것이 증거다. 2세대 만에 나타난 것이다. →그렇게 오래 영향을 미치나. -방사능이 공중에서 떨어지면 땅 속으로 스며든다. 이로 인해 식물 뿌리와 물이 오염된다. 이런 땅에서 자란 풀을 먹은 동물도 오염된다. 지난해 스웨덴에서 엘크(초식동물)가 방사능에 오염된 게 확인됐다. 그래서 그 지역 토양을 측정해 보니 20여년 전 체르노빌 방사능이 날아온 직후의 오염도와 똑같이 나왔다. 오염 지역의 물, 우유, 채소 같은 것을 먹으면 안 된다. →요오드화 칼륨을 복용하면 피해를 막을 수 있지 않나. -요오드화 칼륨 복용이 쉽고 간단한 보호 대책임에는 틀림없지만 충분한 것은 아니다. 그 약이 피해를 완벽하게 예방한다는 공식 데이터가 없다. 방사능은 매우 위험하다. 극소량의 플루토늄에 노출돼도 매우 심각한 피해를 입는다. →일본인들은 잘 대처했다고 보나. -내가 보기에 그들은 늦었다. 요오드화 칼륨은 방사능에 노출되기 전에 복용해야 효과가 있다. 조금이라도 방사능에 노출되면 엄청나게 해롭다. 방사능 피해는 오랫동안 잠복하다가 서서히 나타난다. 10년, 20년 후에도 엄청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일본 정부가 국민들을 소개(evacuate)시켰어야 했나. -그렇다. 일본 정부가 실수했다. →일본 정부가 방사능의 피해 가능성을 축소했다고 보나. -그렇다. →체르노빌 사고와 후쿠시마 사고의 결과가 비슷할 것이라고 보는가. -지금은 똑같지 않지만 몇년 뒤에는 매우 비슷해질 것이다. 특히 후쿠시마는 인구가 밀집돼 있어 큰 피해가 우려된다. 체르노빌 사고 때 방사능이 날아간 거리를 생각해 보면, 일본 전역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 →한국도 피해를 입을 수 있나. -그렇다. 한국, 중국 그리고 러시아 극동 지방이 모두 피해를 볼 수 있다. 지금은 방사능이 바람을 타고 동쪽으로 날아가서 태평양 쪽에 있다. 그것이 다시 2주 후면 아시아 쪽으로 날아오기 시작할 것이다. →방사능이 그렇게 멀리 가나. -체르노빌 사고 때는 독일, 스웨덴은 물론 스코틀랜드까지 방사능이 날아갔다. 그에 비하면 한국은 후쿠시마와 아주 가까운 거리다. →한국은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방사능이 육지에 도착하기 전에 비행기를 이용해 방사능을 머금은 구름에 인공강우를 일으켜 바다 위로 떨어뜨리면 된다. 체르노빌 사고 때도 그런 방법으로 피해를 줄였다. 주변국들과 협력해서 해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비행기가 엄청나게 많이 필요할 텐데. -아니다. 몇대로 충분하다. →한국인들이 다 대피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 -그럴 필요까지는 없다. 인공 강우를 빨리 실시하면 된다. →한국이 원전을 계속 가동하는 것은 어떻게 생각하나. -당장 문을 닫아야 한다.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즉각 원전 가동을 중단시키지 않았나. 특히 오래된 원전은 매우 위험하다. →사람들이 지나치게 우려하는 것은 오히려 정신건강에 안 좋은 것 아닌가. -사람만 질병에 걸리는 게 아니라 방사능에 오염된 토양에서 자란 식물을 먹은 동물까지 오염된 게 확인됐다. 더 이상 무슨 증거가 필요한가. 그런데도 우려를 하지 말라는 얘기인가. →당신의 주장에 대한 반론은 들어본 적이 있나. -각국 정부와 국제기구에 토론을 제의해도 그들은 거절한다. 그렇다고 내가 침묵을 지켜야 하나.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NATE 검색어로 본 e세상 톡톡] 대전서 울린 1초간 굉음에 시민들 휴~

    [NATE 검색어로 본 e세상 톡톡] 대전서 울린 1초간 굉음에 시민들 휴~

    꽃샘추위의 맹렬한 기세로 봄이 멀게만 느껴진 3월 넷째주, 동일본 대지진 관련 검색어가 순위에 많이 올라 방사능 공포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1일 우리 정부가 일본산 신선식품의 판매 및 수입을 잠정 중단키로 하면서 방사능 오염물질이 1위에 올랐다. 2위는 지난 23일 타계한 ‘영원한 클레오파트라’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차지했다. 엘리자베스 테일러는 6주 전 울혈성 심부전증으로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던 중 79세의 일기로 팬들 곁을 떠났다. MBC ‘우리들의 일밤-서바이벌 나는 가수다’에서 자진 사퇴 의사를 밝힌 가수 김건모가 3위를 차지했다. 김건모는 지난 23일 “재도전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 시청자들과 청중 평가단에게 너무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최진실 시신 강제 이장은 4위를 차지했다. 경기 양평 갑산공원이 묘지를 불법 조성한 것으로 드러나 배우 최진실·최진영 남매를 포함한 188기 묘지가 강제 이장될 처지에 놓였다. 양평군 측은 “최진실 묘지는 불법 조성 묘역에 있고, 동생 최진영 묘지는 일부가 불법 묘역에 포함돼 이장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대전에서 울린 굉음은 5위에 올랐다. 22일 오전 11시 10분쯤 대전 문지동과 노은동 일대에 ‘쾅’하는 정체불명의 굉음이 울려 시민들이 혼란에 빠졌다. 굉음은 1초 정도의 짧은 순간이었지만 카이스트 등 일부 건물이 흔들릴 정도의 위력이었으며, 확인 결과 전투기가 음속을 넘나드는 순간 발생하는 ‘음속폭음’(일명 소닉붐)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6위는 원전 작업자 피폭이 차지했다.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 발전소에서 작업 중이던 도쿄전력 직원 3명이 방사능에 피폭돼 이중 2명은 치료를 위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방사능 피폭 증상(8위)도 상위권에 들었다. 피폭되면 가벼운 구역질에서부터 림프구 감소, 식욕 감퇴, 피로감, 남성 불임 등이 발생할 수 있으며 피폭 시간이 길어지면 설사나 출혈, 일시적 탈모 증상과 30일 이내 50% 사망 확률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혼인빙자간음죄 폐지 관련 뉴스는 7위에 올랐다. 22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형법 개정안 중 ‘혼인빙자 간음죄’(현행형법 304조)가 폐지돼 이목이 집중됐다. 혼인빙자 간음죄는 1953년 사회적 약자인 여성을 보호한다는 취지 아래 제정되었으나 여성의 성(性) 결정권을 무시한다는 등의 이유로 끊임없이 폐지론이 대두됐다. 9위는 별장 파티에 참석한 여성들과의 사진이 공개된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가 차지했다. 검찰이 공개한 사진에는 TV 쇼걸로 활동하고 있는 바바라 구에라(32)가 몸에 꽉 끼는 경찰 제복을 입은 채 수갑을 들고 있는 사진 등이 포함돼 있다. 미얀마 지진 관련 뉴스는 10위를 차지했다. 24일 오후 8시 25분쯤(현지시간) 미얀마와 태국, 라오스 3개국 접경지대 인근에서 리히터 규모 7.0의 강진이 두 차례 연달아 발생했다. 쓰나미 경보는 발령되지 않았지만 산사태와 건물 붕괴로 최소 11명이 사망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日 유언비어 난무… 교민 “불똥튈라” 불안

    日 유언비어 난무… 교민 “불똥튈라” 불안

    동일본 대지진 피해 지역에서의 또 다른 공포는 바로 유언비어다. “외국인 절도단이 있다.” “전기가 앞으로 10년 동안 들어오지 않는다.” “강간 사건이 수시로 일어 나고 있다.”와 같은 근거 없는 소문들이 휴대전화나 이메일 등을 통해 빠른 속도로 퍼지면서 피해 주민들의 마음을 더욱 불안하게 하고 있다. 미야기현 경찰에 따르면 일본 경찰의 신고 접수 전화번호인 110번으로 이런 내용의 신고가 하루에만 500∼1000건씩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목격자의 착각이나 뜬소문 등에 의한 신고가 적지 않다. 특히 건강과 관련된 뜬소문이 이재민들을 괴롭히고 있다. 이시노마키시의 피난소에 있는 이재민들에게는 지난 18일 밤 송신자를 알 수 없는 휴대전화 메일이 쇄도했다.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와 관련해 “내일도 비가 내리면 절대로 비를 맞지 말아라. 확실히 방사능에 피폭된다.” “정부가 혼란을 피하기 위해 원전의 정확한 상태를 아직 공개하지 않고 있다.”라는 내용이었다. 인터넷을 통해 거짓 정보도 확산 중이다. “폭동이 이미 일어나고 있다. 집은 물론 옷, 음식, 물, 전기, 가스도 없으니까.” “2, 3건의 강도 살인사건이 있었다.”는 등의 무기명 글들이 넘쳐나고 있다. 미야기현 경찰은 초등학교 등에 설치된 대피소를 방문해 전단을 나눠 주며 이재민들의 냉정한 대응을 주문하고 있지만 유언비어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일부 교민들은 혹시 간토 대지진 때처럼 자신들에게 불똥이 튀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1923년 9월 1일 도쿄, 가나가와, 지바, 시즈오카 등에서 발생한 간토 대지진 당시 ‘재일조선인이 우물에 독약을 탔다.’는 유언비어가 나돌면서 조선인 6000여명이 학살된 아픈 역사가 있기 때문이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 [글로벌 시대] 환경위기에서 보는 중·미 협력의 미래/류진즈 베이징대 국제관계학 교수

    [글로벌 시대] 환경위기에서 보는 중·미 협력의 미래/류진즈 베이징대 국제관계학 교수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의 방사능 유출 위기는 국경을 넘어선 환경문제의 엄중성을 다시 일깨운다. 농산물과 수돗물 오염 확산으로 유럽과 미국에서도 후쿠시마발 방사능 물질이 검출되면서 지구촌은 화들짝 놀랐다. 방사능 위기가 아니더라도 각종 환경재앙에 지구촌은 몸살을 앓고 있다. 환경 문제는 일상의 삶과 생존에 직결되는 현안이 됐다. 이런 가운데 개별국가들은 국제적인 환경 안전과 환경 이익을 확보하기 위한 치열한 국제적 경쟁과 갈등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환경문제에 대한 국가 간 상호의존도 커졌고 국제 간 협력이 더 필요해졌지만, 이해가 커지면서 그만큼 환경문제를 둘러싼 개별국가들 간의 합종연횡은 더 복잡해졌다. 환경문제는 점차 ‘국제 이익분배 구조’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면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을 각각의 진영으로 갈라놓고 있다. 이 같은 국제적 갈등의 중심에 중국과 미국이 서 있다. 초강대국 미국과 덩치 큰 개발도상국 중국은 국제체제에서 지위와 시각 차가 현격하다. 두 나라는 환경외교의 원칙과 목표에 있어서도 차이가 크다. 전 지구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양의 절반가량을 뿜어내고 있는 두 나라는 때로는 날카롭게 대립한다. 2009년 코펜하겐 기후회의에서 미국은 공격의 칼날을 중국에 겨눴다. 미국은 “중국의 탄소배출량은 계속 가파르게 늘고 있고, 중국의 과감한 실천 없이는 국제사회의 배출량 삭감 목표 달성은 불가능하다.”며 압박했다. 미국은 2010년 11월 칸쿤 회의에서도 “중국 등 신흥경제대국들이 배출량에 더 많은 책임을 져야 한다.”며 “그러지 않으면 환경문제의 진전은 없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반면 중국은 선진국들이 지난 여러 세기 동안의 산업화를 통해 발생시킨 지구촌 오염에 대해 보다 더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본다. 또 “개별 국가들이 환경문제에 있어서 공통의 책임은 져야 하지만 그 책임은 똑같을 수 없고 ‘차등적인 책임’이 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환경오염에 대한 책임 소재, 환경기술 및 환경자본의 공유에 대해서도 두 나라의 입장 차는 뚜렷하다. 중국은 환경보호 문제가 경제 개발의 발목을 잡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고 경계하지만, 미국은 국익의 극대화를 위해 환경 문제를 정치화하면서 기득권 보장에 활용하고 있다. 상황이 비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두 나라의 환경협력은 국교정상화 다음해인 1980년부터 시작돼 연륜을 더하고 있다. 중국은 대기 및 수질오염 관리 등에서 미국의 앞선 경험을 배웠다. 1990년대 클린턴 대통령 시절 환경보호 문제는 양국 수뇌의 가장 중요한 사안 중 하나가 됐으며 관계 발전의 추진력이 됐다. 2001년 조지 부시 대통령 때 환경문제는 고위 전략대화에 포함됐고, 2007년 3차 전략경제대화(SED) 때 두 나라는 ‘향후 10년 동안 클린에너지 개발 등 자원의 지속 사용과 기후변화 대처 기술 개발 합의’를 이끌어냈다. 2008년 4차 SED 때는 클린 교통 및 대기 기술, 습지보호 등 5개 분야 분과를 설치하고 실천에 옮겼다. 2009년 5차 SED 때는 에너지 효율 목표를 설정하고, ‘중·미 에너지 10년 협력의 틀과 녹색협력파트너 계획’에 합의했다. 또 연구소, 대학, 각급 정부 간 협력과 공동 연구의 촉진 방안도 마련했다. 지난 1월 후진타오 주석의 미국 방문에 때맞춰 두 나라의 여러 기업들은 각종 신에너지개발 협력사업에 합의했다. 두 정상은 공동성명에서 신에너지 개발 및 환경협력의 중요성에도 공감하고 이를 발전시키자고 합의했다. 클린에너지공동연구소, 재생에너지파트너십, 에너지안전협력 등에 대한 여러 프로젝트들도 이제 걸음마를 시작했다. 물론 두 나라가 환경협력에서 ‘한 배를 탔다.’고 말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전략적 상호신뢰, 협력시스템의 제도화, 환경문제와 주권 불침범 원칙의 확립 등 두 나라가 갈 길은 멀다. 그러나 차이와 갈등 속에서도 최근의 노력들은 미래의 희망을 느끼게 한다.
  • [CEO 칼럼] 혼자가 아니기에 희망은 있다/박환규 한국가스안전공사 사장

    [CEO 칼럼] 혼자가 아니기에 희망은 있다/박환규 한국가스안전공사 사장

    세계 경제대국 일본이 대재앙 앞에 휘청거리고 있다. 세계 역사상 네 번째로 강한 동일본 대지진과 쓰나미로 사망·실종자가 2만명을 훌쩍 넘어섰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많은 희생자가 발생했다. 게다가 후쿠시마 원전 붕괴로 인한 방사능 공포까지 겹치며 혼란과 두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엔-달러 환율은 한때 제2차 세계대전 이래 최저치인 76.25엔까지 떨어졌다. 엔고가 지속되면 일본 기업의 수출경쟁력이 약화돼 가뜩이나 어려운 일본 경제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세계 3위의 경제대국 일본이 흔들리면 세계 경제가 입을 타격도 명약관화(明若觀火)하다. 피해 복구도 막막하기만 하다. 복구비용이 최소 1800억 달러(약 203조원)에서 많게는 일본 국민총생산(GDP)의 5%인 2500억 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복구기간도 1995년 한신 대지진 때보다 길어 5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가족과 삶의 터전을 잃은 이재민을 비롯해 일본 전체 국민이 감당해야 할 정신적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일 것이다. 눈물을 머금은 채 “모든 것을 잃었다. 희망이 없다.”고 말하는 한 할머니의 모습에서 그 고통의 크기를 어렴풋이 짐작만 할 뿐이다. 그러나 분명 희망은 있다. ‘희망’이라는 이름의 꽃은 절망 속에서 더욱 굳세게 피어나기 때문이다. 위기 속에서 빛난 일본인의 시민의식이 절망스럽지만 희망을 품게 하는 이유다. 재난에도 불구하고 사재기, 약탈, 폭동이 없었다. 구호품도 질서를 지켜 받았고, 누가 시키지 않아도 노약자들을 먼저 배려했다. 차가 다니지 않아도 파란불이 켜지길 기다렸다 횡단보도를 건너는 질서의식은 당연한 듯 보였다. 세계는 “인류정신의 진화를 보여주고 있다.”며 일본의 선진의식을 극찬했다. 대재앙을 내 일처럼 생각하고 각국이 보내는 도움의 손길도 일본에 희망을 더한다. 전 세계 128개국과 33개 국제기구가 일본에 성금과 구호물품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지원했다. 특히 이웃나라인 우리나라는 107명의 구조대를 미야기현 피해지역에 급파, 가장 오랫동안 머무르게 하며 활발한 구조 활동을 펼쳤다. 그뿐만 아니라 한류열풍의 주역들을 포함해 각계각층에서 성금을 전달하는 사랑의 손길이 끊이지 않았다. 촛불 하나하나가 모여 어둠을 몰아내듯 전 세계가 하나라는 글로벌 의식이 절망에 빠진 일본에 큰 힘이 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안타깝지만 이미 벌어진 일은 돌이킬 수 없다. 그래서 지금부터가 더욱 중요하다. 일본은 지금까지 보여준 선진국으로서의 모습을 통해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야 한다. 1998년 외환위기 당시 우리 국민이 보여준 자발적인 금모으기 운동은 그들이 본받을 만하다. 외채를 갚기 위해 350만명의 국민이 내놓은 결혼반지, 아기 돌반지를 모으니 금이 무려 227t에 달했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는 1년 3개월이라는 짧은 기간 내에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벌은 협동하지 않고서는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 사람도 마찬가지다.”라고 영국의 철학자 E 허버트는 말했다. 일본이 하나가 되고, 전 세계가 하나가 되어 온 힘을 모은다면 이보다 더 험난한 역경도 이겨낼 수 있다고 확신한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운 이유는 홀로 떨어져 외롭게 살지 않고, 우리라는 울타리 속에서 살을 비비며 희로애락을 함께 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끝으로 우리나라도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다. 일본처럼 재난에 침착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사전 학습을 통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재난 상황이 발생하면 가장 먼저 할 일이 가스 밸브를 잠그고, 전열기 코드를 뽑는 일임을 명심해야 한다. 한국가스안전공사도 지진 시 가스시설 파괴 등 재난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철저한 안전관리실태 점검과 국가재난 위기관리시스템 구축 및 행동 매뉴얼 개발로 재난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할 것임을 약속드린다.
  • [황성기 에디터 도쿄 프리즘] 원전 인접 공포의 이와키市 차량도 보행자도 거의 없어

    [황성기 에디터 도쿄 프리즘] 원전 인접 공포의 이와키市 차량도 보행자도 거의 없어

    후쿠시마 원전과 인접해 방사능 공포에 직면하고 있는 이와키 시를 취재하기 위해 기자가 승용차를 타고 도쿄를 출발한 것은 27일 오전 7시. 동북 지방으로 가는 고속도로 조반센에는 이른 시간인데도 꽤 많은 차량들이 다니고 있었다. 갓 출고한 차량 6대를 실은 화물차가 이채롭다. 이 와중에도 수요가 있다는 뜻이다. 석유 탱크로리도 눈에 띈다. 휴게소마다 재해지역으로 가는 자위대 트럭이나 일반 트럭들로 가득하다. 기름을 넣으려는 일반 차량들도 100m씩 줄을 서 있다. 동북쪽으로 이동할수록 일본이 자랑하는 요철 없는 고속도로가 마구 흔들린다. 지진 피해를 본 듯 도로 곳곳에 요철이 생기고 금도 가 있다. 고속도로를 내려 이바라키 현 기타이바라키 시에 접어든다. 진풍경이 보인다. 승용차가 1㎞ 정도 장사진을 치고 있다. 주유하려는 행렬이다. 어디든 주유소는 마찬가지다. 지붕이 무너진 집들이 눈에 들어온다. 대부분 전통 가옥이다. 그건 나은 편이다. 바다와 접한 곳에는 쓰나미가 할퀴고 지나간 자국이 선연하다. 육지로 올라온 배는 물론이고, 쓰나미가 덮친 가옥들은 재생이 불가능할 정도로 파괴됐다. 항구 여기저기 길이 솟구치고 꺼져 있다. 치우지 못한 쓰레기 더미도 흉물스럽다. 그래도 활기가 느껴진다. 곳곳에서 복구하는 크레인이 움직이고 편의점이나 상점도 문을 많이 열었다. 조그만 도시인데도 오가는 차량이 제법 많다. 국도 6번을 타고 현 경계선을 넘어서자 행선지 후쿠시마 현 이와키가 나타난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경계선을 넘었을 뿐인데 분위기는 전혀 딴판이다. 지나는 차량도 확 줄고, 사람들 모습도 잘 안 보인다. 무엇보다 문을 연 가게를 찾기 힘들다. ‘3無’ 적막한 시가지… 유일하게 문 연 곳은 대형마트뿐 ‘휴업’이란 종이를 붙여 놓은 주유소. 사장은 “새벽에 문을 열어 3시간 만에 기름을 다 팔았다.”고 말했다. 그래도 구급차·소방차 등 긴급차량을 위한 1200ℓ의 재고는 남겨 둔다고 한다. 1인당 판매량은 20ℓ. 그 20ℓ를 구하려고 몇 시간이고 기다린다. 기름을 구하려는 사람들은 인근 오나하마에 있는 정유소에서 탱크로리를 따라 어느 주유소로 가는지 뒤를 쫓을 만큼 필사적이라고 귀띔한다. 이런 얘기도 들려준다. “위조한 긴급차량용 종이를 가져와 기름을 달라는 사람이 있다. 그래서 경찰관이 영업할 때 입회한다.”고 한다. 이와키 시청으로 가는 길에 있는 한 편의점은 반갑게도 문을 열었다. “재해지역으로 다 보내는지 입하가 안 된다.”고 해 도쿄에선 구하지 못했던 카메라용 건전지가 이곳에는 있다. 그래도 점원은 “수돗물의 방사능 오염 가능성 때문에 미네랄워터 수요가 많은데 1인당 2병으로 판매를 제한하는 등 동일 상품은 2개 이상 팔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와키 시가지는 놀라울 만큼 한적하다. 오가는 차량도, 보행자도 거의 없다. 선로가 일부 파괴돼 기차도 다니지 않는다. 간혹 다니는 사람은 3명에 2명꼴로 마스크를 하고 있다. 사람이 모이는 곳은 시내에서 유일하게 문을 연 대형 마트다. 식료품과 일상용품을 사러 온 차량으로 주차할 곳이 없을 정도다. 한적하기는 시청 주변도 비슷하다. 시청에 들어서니 요오드제 배포를 알리는 안내문 등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휴일이라 시민들도, 응대하는 시 직원도 별로 없다. 총무과 직원 히구치 다다스케는 “시민들이 겪는 가장 큰 불편은 차에 넣을 기름이 없어 식료품을 구하러 가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옥내에 대피 중인 고령자와 장애인들은 시내에 나올 수 없어 불편이 한층 심각하다고 했다. 그래도 대지진 직후 100% 단수됐던 것과 비교하면 현재 수도복구율이 50%에 달하고 전기도 쓰나미 피해 지역 외에는 대부분 통하고 있다고 한다. 시청에서 500m 떨어진 이와키 재해대책본부가 있는 시 소방본부. 2층에선 생사확인 창구 직원들이 3·11 대지진 발생 17일째인데도 아직도 걸려 오는 전화를 받느라 분주하다. 벽에는 마을별 연락처가 빼곡하게 적혀 있고, 각종 명부를 놓고 대조 작업을 하고 있다. 대책본부 직원 아이자와 마사하루는 “현재 250명 사망이 확인됐으며 3900명가량이 59개 대피소에서 피난 생활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3층의 대책본부에는 자위대원들과 시 직원들이 섞여 있는데 상당수가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홍보를 맡고 있는 구보키 다카히로는 “최악의 물자부족 시기는 지났으나 역시 석유 부족이 가장 문제”라고 털어놨다. 영업을 재개한 편의점, 마트 등이 점차 늘고 있지만 아직 완전 정상화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구보키는 몇 가지 불만을 털어놨다. 방사능 피해가 사실상 없는데도 마치 이와키 전체가 방사능에 덮인 것처럼 인식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시가 1시간 단위로 방사능을 측정하는데 대략 1μ㏜(마이크로시버트) 안팎이라는 것이다. 그런데도 이와키 시로 물자를 싣고 들어와야 할 트럭들이 잘 오지 않아 물자부족을 부추기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지역 언론이나 금융기관조차 시를 떠났다고 화를 냈다. “현재의 방사능 수치로는 인체에 큰 영향이 없다.”는 이와키 시 대책본부의 말을 시민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방사선은 미량이라도 계속해서 쐬면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정설인데도 말이다. 시내에서 만난 50대 남성은 “무섭다.”고 말했다. 그는 “노부모를 모시고 있는데 사실 이와키를 떠날 형편이 못 된다.”고 말했다. 이와키를 떠나 도쿄 등지에서 피난 생활을 하다 돈이 떨어져 어쩔 수 없이 귀환하는 시민들도 있다고 한다. 방사능에 오염됐을지 모르는 수돗물, 농작물은 물론 대기 중의 방사능 수치도 정상치보다는 높은 이와키. 기약 없는 후쿠시마 원전 사태에 불안과 공포, 절망과 체념, 그리고 그 한구석에 희망이 뒤엉킨 모습은 이와키 시 어디에서든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글 사진 marry04@seoul.co.kr [용어 클릭] ●이와키 후쿠시마 현 최대의 도시. 인구 34만명에 면적도 일본 열도의 행정 시 가운데 두 번째로 넓다. 후쿠시마 원전에서 이와키 중심부와는 50㎞ 정도 떨어져 있다. 시의 동북부 일부가 옥내 대피 지시가 떨어진 30㎞ 이내에 걸쳐 있다.
  • 富를 부르는 짭짤한 저녁시간 활용법은?

    富를 부르는 짭짤한 저녁시간 활용법은?

     시간 활용은 현대인들 대부분이 고민하는 절실한 문제다. 하루 24시간이라는 한정된 시간 중 업무시간, 식사시간, 수면시간 등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을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 성공과 실패가 결정된다는 이야기도 있다.   때문에 이른 아침부터 어학 공부에 매진하는 직장인이나 늦은 밤까지 자기계발에 심혈을 기울이는 주부들을 주변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그렇다면 부자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보낼까? 부자들 중 상당수는 여분의 시간에 다른 부자들과 만나 부의 증진을 도모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경제신문 등 부와 관련된 다양한 네트워크를 통해 고급 정보를 얻는데 주력한다고 한다.  증권방송의 저녁 주식투자 무료방송 인기 폭발!  술 한잔 보다 100배는 유익한 시간 활용법  최근에는 재테크에 관심있는 일반 투자자들도 남는 시간에 관련 서적과 사이트를 찾는 경우가 많다. 이런 트렌드에 발맞춰 저녁시간에 무료 세미나와 방송을 제공하는 투자 관련사도 늘어나고 있다.  증권정보 제공업체인 리치증권방송은 현재 변동성장세에 대한 긴급 무료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리치증권방송 서비스팀 채승우 팀장은 “퇴근한 직장인과 대학생, 주부 등 엄청난 회원이 저녁 무료방송에 몰려 든다.”며 “혹시 발생할지 모르는 돌발상황 때문에 방송이 끝날 때까지 대부분의 직원이 비상근무를 서고 있다.”고 말했다.  이 특별방송은 회원들에게 ‘부를 부르는 가장 짭짤한 강의’라는 평을 듣고 있다. ruc***란 아이디 를 사용하는 회원은 “저녁에 보통 지인들과 소주를 즐기거나 드라마 ‘마이더스’를 즐겨보는 편이었는데, 최근 재테크에 관심을 두면서 최영동 소장의 직장인카페의 무료 증권방송을 접하게 됐다. 시황설명이나 전략이 와닿아 시간가는 줄 모르는 것이 특징이다.”라며 “술 한잔 마시는 것보다 100배는 유익한 저녁시간 활용법이라고 확신하다.”고 말했다.   피곤함이 몰려오는 저녁시간, 술 대신 인기 애널리스트의 강의를 택한 개인 투자자의 선택이 한 달 후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 궁금하다.    리치증권방송의 특집 무료방송 계획    3월 29일(화) 최영동소장의 직장인카페 특집 무료방송 20:00  3월 30일(수) 이안K의 선물방 특집 오전무료방송 09:00~12:00  3월 30일(수) 최영동소장의 직장인카페 특집 무료방송 10:30~12:00  3월 30일(수) 임돌이대표의 피닉스카페 오픈기념 무료방송 08:30~10:30  3월 30일(수) 마왕의 고수카페 저녁무료방송 20:00  3월 31일(목) 임돌이대표의 피닉스카페 오픈기념 무료방송 08:30~10:30  3월 31일(목) 이안K의 선물방 특집 오전무료방송 09:00~12:00  4월 1일(금) 임돌이대표의 피닉스카페 오픈기념 무료방송 08:30~10:30     리치증권방송은 시장에 대한 불안감에 차있는 개인투자자들을 위한 무료방송이 진행한다.  최고의 애널리스트들이 방송하는 리치증권방송에서 최고의 명강의를 들어보길 권유한다.  < 증권사 수수료 무료료 이용하려면? >  주식 수수료 무료 혜택과 더불어 억대 연봉 애널리스트의 빼어난 강의를 경험할 수 있는 리치증권방송의 제로쿠폰.   ◆ 장세가 혼란스러울수록 매매 수수료를 아껴야 한다고 생각 하시는 분!  ◆ 억대 연봉 애널리스트의 강의를 들으면서 투자실력을 업그레이드 하고 싶으신 분!  ◆ 금리상승, 유가상승 등의 경제현황을 주가에 적용하는 방법을 터득하시고 싶으신 분!  투자수익 추구와 함께 머리 속 투자지식도 향상시키기를 희망하는 개인 투자자라면 억대 연봉 애널리스트가 넘쳐나는 리치증권방송에서 부자가 될 수 있는 알찬 강의를 경험하기 바란다. (문의: 고객센터 1588-0648).    3월 28일 특징테마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앞바다의 방사능 기준치 초과소식에 상승한 수산주들이다. 국내 관련기업으로 신라에스지, 동원수산, 한성기업, CJ씨푸드 등이 상승세를 보였다.  또 인프라구축 본격화 소식에 누리텔레콤, 옴니시스템, 피에스텍, 일진전기 등의 스마트그리드 관련주들이 상승했다.  특징종목으로 금호산업이 대한통운 예비입찰 마감을 앞두고 급등했고 크라운제과가 턴어라운드 및 해태제과의 상장 기대감에 강세를 보이고 있다.  한솔케미칼은 1분기 실적호조 전망에 상승하였고 농심이 라면수요회복 및 가격인상 가능성 부각으로 상승하였다.  KC코트렐은 일본 원전사태 반사이익 기대감에 강세를 기록중이다.  ★공개 종목 추천이 보고 싶다면?★  ★특집 무료방송 시즌기간!★  ★주식 수수료, 언제까지 돈 내고 쓸것인가? 요샌 주식 수수료 무료!★ 출처 : 하이리치 본 콘텐츠는 해당기관의 보도자료임을 밝혀드립니다.
  • “방사능? 정말 가려운 건 기자의 마음”

    “방사능? 정말 가려운 건 기자의 마음”

    도쿄를 출발할 때 기자는 방진복, 마스크, 장갑을 몽땅 챙겼다. 여차하면 착용하려고 했던 것들이다. 하지만 준비해 간 보호장구는 결국 그대로 들고왔다. 방사능이 눈에 보이지 않은 탓도 있지만 이와키 주민들과 같이하고 싶었다. 이와키에선 마스크를 쓴 사람은 많았지만 장갑을 끼거나 방호복을 걸친 사람은 없었다. 일본 정부와 이와키 시가 발표하는 방사능 수치를 일단 믿어 보자는 마음도 있었다. 후쿠시마현 이와키는 흔히 말하듯 불안과 희망이 교차하는 곳이 아니었다. 그냥 그 둘이 한 덩어리로 뒤엉켜 있었다. 이와키에서 쓰나미 피해가 가장 컸다는 해안마을 도요마에서 만난 시케 다이스케(41·회사원). 바다에 접한 그의 집은 어디가 앞이고 어디가 뒤인지 구분이 가지 않을 만큼 만신창이가 됐다. 폐허더미를 뒤적이던 그에게 취재하러 왔다고 하니 잠깐 들어와서 보라고 했다. 참혹했다. 하지만 시케는 “아직 마음은 못 정했지만 잘 수리해서 다시 살 생각도 있다.”고 했다. 그의 집 벽에는 후쿠시마 방언으로 힘내라는 격려가 페인트로 써 있었다. 누군가 스스로를 격려하고 이웃에게도 힘을 주자는 뜻이었을 것이다. 대피소에서 만난 7살 된 마리와 2살 난 미호. 80명의 피난민 중 유일한 어린이인 두 아이는 지진이 난 11일 밤부터 그곳에서 지냈다. 마리는 활짝 웃는 얼굴로 그곳 생활이 “즐겁다.”고 했다. 방사능 공포 때문에 체육관 밖으로 한번도 나가지 못한 이 아이는 궁핍한 피난생활에서도 즐거움을 찾았다. 이와키시에 6시간을 머물다 도쿄로 돌아온 지금 얼굴과 손이 가렵다. 방사능 때문일까. 모른다. 아니 어쩌면 정말 가려운 건 머릿속이 아닌지 모르겠다. 이와키 주민, 그들은 정말 다시 일어설 수 있을까. 이와키의 참상과 그 위에서 반짝이던 마리와 미호의 천진난만한 눈빛이 머릿속을 간지럽힌다. 도쿄 황성기기자 marry04@seoul.co.kr
  • 온난화에 지친 지구 1시간 ‘Turn off’…인류의 내일은 ‘Turn on’

    불야성에 지쳐 있는 지구를 위해 세계인이 26일 ‘조명끄기 릴레이’를 벌였다. 전력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려고 세계 각국이 자국시간으로 오후 8시 30분부터 1시간 동안 일제히 조명 스위치를 내린 것이다. 올해로 5년째를 맞은 ‘지구시간’(Earth Hour) 소등행사에는 세계 134개국 1억명 이상의 인류가 참여해 어둠 속에서 ‘불편의 즐거움’을 누렸다. ‘소등 파도타기’는 이날 세계표준시보다 11시간 빠른 호주 시드니(서머타임 적용)부터 시작해 서쪽으로 향했다. 시드니 시민들은 저녁 8시 30분이 되자 집안 전등을 일제히 껐고 도시 명물인 오페라하우스와 하버브리지, 시드니타워 등의 조명도 소등했다. 다만, 선박 등의 안전운항을 위해 보안등 일부는 그대로 켜 뒀다. 세계야생동물기금의 아이디어로 2007년 ‘지구시간’ 행사가 처음 시작됐던 종주국인 호주는 이날 전체 국민의 절반가량인 1000만명이 참여해 칠흑 같은 어둠을 즐겼다. 아시아 주요국들도 자국 시간으로 오후 8시 30분이 되자 자발적으로 어둠 속에 묻혔다. 우리나라에서는 서울의 남산 N타워와 63빌딩, 프레스센터 등 주요 시설이 불을 껐고 중국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 주경기장이었던 ‘냐오차오’ 스타디움을 소등하며 행사의 뜻을 더했다. 강진과 쓰나미, 방사능 유출 피해라는 삼중고에 신음하는 일본의 일부 호텔 역시 불 끄기 행사에 동참했다. 인류 문명의 찬란함을 고스란히 담은 세계 주요 유적들도 예외없이 1시간 동안 조명 스위치를 내렸다. 그리스의 포세이돈 신전, 이탈리아의 콜로세움과 피사의 사탑, 프랑스의 에펠탑 등이 불 끄기 행렬에 동참했다. 특히 프랑스 파리에서는 소등행사가 시작된 뒤 1분 동안 일본 대지진 희생자를 기리는 묵념 행사를 갖고 인류애를 실천했다. 세계 네티즌들은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킹 서비스(SNS)를 이용해 각 가정의 불 끄기를 독려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처음 행사를 제안했던 앤디 리들리는 “2007년 ‘지구시간’을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이렇게 커질 줄은 몰랐다.”면서 “(지구 살리기를 위한 노력이) 문화와 국경, 종교의 장벽을 넘어서고 있다.”며 기뻐했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日 이와키 르포] 절망과 희망이 공존하는 그곳

    [日 이와키 르포] 절망과 희망이 공존하는 그곳

     도쿄를 출발할 때 기자는 방진복, 마스크, 장갑을 몽땅 챙겼다. 여차하면 착용하려고 했던 것들이다. 하지만 준비해간 보호장구는 결국 그대로 들고왔다. 방사능이 눈에 보이지 않은 탓도 있지만 이와키 주민들과 같이 하고 싶었다. 이와키에선 마스크를 쓴 사람은 많았지만 장갑을 끼거나 방호복을 걸친 사람은 없었다. 일본 정부와 이와키 시가 발표하는 방사능 수치를 일단 믿어보자는 마음도 있었다. ☞[사진] 日지진 그후…후쿠시마현 이와키시에 가다  후쿠시마현 이와키는 흔히 말하듯 불안과 희망이 교차하는 곳이 아니었다. 그냥 그 둘이 한덩어리로 뒤엉켜 있었다. 이와키에서 쓰나미 피해가 가장 컸다는 해안마을 도요마에서 만난 시케 다이스케(41.회사원). 바다에 접한 그의 집은 어디가 앞인지 뒤인지 구분이 가지 않을 만큼 망신창이가 됐다. 폐허더미를 뒤적이던 그에게 취재하러 왔다고 하니 잠깐 들어와서 보라고 했다. 참혹했다. 하지만 시케는 “아직 마음은 못 정했지만 잘 수리해서 다시 살 생각도 있다.”고 했다. 그의 집 벽에는 후쿠시마 방언으로 ‘がんばっぺ’(간밧뻬·힘내라)라는 격려가 페인트로 써있었다. 누군가 스스로를 격려하고 이웃에게도 힘을 주자는 뜻이었을 것이다.  대피소에서 만난 7살된 마리와 2살난 미호. 천진난만한 두 아이의 눈빛에도 희망이 어른댔다. 지진이 난 11일 밤부터 피난소에 왔다는 마리는 활짝 웃는 얼굴로 이곳 생활이 “즐겁다.”고 했다. 방사능 공포 때문에 체육관 밖을 한번도 못 나간 이 아이에게 즐거움은 무엇일까. 그곳 80명의 피난민 중 유일한 어린이인 이들은 피난민의 귀염둥이이자 웃음거리이고 희망이라고 했다. ☞[사진] 日지진 그후…후쿠시마현 이와키시에 가다  이와키시에 6시간을 머물다 도쿄로 돌아온 지금 얼굴과 손이 가렵다. 방사능 때문일까. 모른다. 아니 어쩌면 정말 가려운 건 머릿속이 아닌지 모르겠다. 이와키 주민 그들은 정말 다시 일어설 수 있을까.    도쿄 황성기기자 marry04@seoul.co.kr
  • 日식품 불안감에 국내물가 상승

    日식품 불안감에 국내물가 상승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방사능물질에 오염된 지역 식품 수입이 중단되고 불안감이 증폭되면서 물가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국내 신선식품 물가는 안정세를 찾는 듯하다가 일본 지진 사태 이후 오름세로 돌아섰다. 25일 농수산물유통공사에 따르면 돼지 삼겹살(500g)의 소매가격은 9603원으로 평년가격인 7222원보다(직전 3년 평균 가격) 33% 올랐다. 닭고기와 계란은 평년보다 각각 57.2%, 36.8% 높았다. 냉동 고등어와 건오징어가 각각 68.5%, 65.3%, 배추는 78.7% 올랐다. 500g 당 1만원을 넘던 돼지 삼겹살 가격은 지난 10일 9240원까지 내렸지만 24일에는 9603원으로 올랐다. 생물 고등어는 10일 3152원에서 24일 4267원으로 치솟았고, 배추도 4596원에서 4776원으로 올랐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배추나 오징어 등은 원체 공급물량이 달리는 데다가 일본 원전 사태 이후 수입상품을 기피하는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가격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심지어 일본 외 다른 나라 수입산도 꺼리는 소비자들도 있다.”고 말했다. 물가 안정을 위한 할당 관세물품이 들어오는 데도 가격은 내리지 않는다. 인플레이션이 확대될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수입상인들이 시중에 물건을 내놓지 않는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수입상품 기피현상까지 겹치면 국내 물량만으로는 신선식품 수급이 원활하지 못한 국내 시장으로서는 물가 급등을 막기 힘든 상황이다. 임종룡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과천 정부종합청사에서 열린 물가안정대책회의에서 “일본 원전 방사능 유출로 일본산 수입 식품에 대한 불안이 물가로 전이되지 않도록 각 부처가 철저한 검역 등 대응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임 차관은 4월 봄배추가 출하를 앞두고 있고 오징어도 미국 포클랜드의 어획량이 200% 증가했기 때문에 신선식품 물가는 대부분 안정을 찾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미 일조량의 증가로 시설 채소류 가격은 하락세다. 파프리카는 일본 수출길이 막히면서 100g당 962원으로 평년가격인 1102원보다 낮다. 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 설비피해 16조엔… 생산재개 꿈도 못꿔

    설비피해 16조엔… 생산재개 꿈도 못꿔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한 지 26일로 꼭 보름째를 맞는다. 대지진과 쓰나미에 이어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누출 사고가 잇따르면서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사망자만 5만명에 이를 것이라는 우려 속에 아직 정확한 피해 집계마저 여의치 않은 실정이다. 금융·산업계 등 일본 전 분야에 걸친 피해까지 감안하면 이번 대재앙의 후유증은 상당기간 이어질 전망이다. 분야별 피해를 중간 점검한다. 내각부에 따르면 피해지역 기업 설비의 피해액은 9조~16조엔에 이른다. 도호쿠 지역의 수많은 기업이 조업을 중단했다. 특히 후쿠시마 제1원자력 발전소 근처에 있는 공장은 종업원들의 접근조차 막혀 있어 복구나 생산재개를 꿈도 꾸지 못하는 실정이다. 최대의 장애는 부품 부족이다. 반도체 재료가 되는 실리콘 웨이퍼나 플라스틱과 고무의 원료가 되는 에틸렌은 이번 재해로 생산량이 크게 줄었다. 이로 말미암아 피해를 전혀 입지 않은 지역의 완성품 공장도 덩달아 기계를 돌리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일본 국내 자동차 생산은 11일부터 25일까지 35만대가 줄었다. 주식시장은 지진 재해 발생 이후 아노미 상태에 빠졌다. 15일에는 하루 만에 닛케이지수가 무려 1015포인트(10.55%) 폭락하기도 했다. 1987년 10월의 블랙먼데이, 2008년 리먼 브러더스 쇼크를 뒤잇는 역대 세번째 하락폭이다. 외환시장도 요동쳤다. 재해 지역 고속도로의 많은 구간이 유실돼 통행이 금지됐다. 25일에도 후쿠시마 제1원전으로부터 30㎞ 이내 구간은 통행이 규제되고 있다. 신칸센도 나스 시오바라에서 모리오카 간 운행이 중단된 상태다. 폐쇄했던 이와테 하나마키와 오다테 노다이 공항은 운항을 재개했으나 쓰나미에 활주로가 유실된 센다이 공항은 복구까지 오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지진 발생 직후 46만 가구에 가스 공급이 중단된 뒤로 제대로 복구되지 않고 있다. 24일 현재 미야기현 등 5개 현 약 36만 가구가 아직 가스를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 복구율은 13%. 상수도 역시 210만 가구에 공급이 중단된 뒤 점차 복구되고 있으나 10개 현 66만 가구가 지난 24일까지도 수돗물을 쓰지 못하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과 주요 화력 발전소가 지진 피해로 가동을 중단하면서 수도권에서 강제 단전을 실시하는 등 전력난이 이어지고 있다. 전철이 운행을 중단하는 등 시민들이 엄청난 불편을 겪은 것은 물론 기업체의 생산 기능도 사실상 정지됐다. 1970년대 석유 위기 이후 최대 에너지 위기 사태에 직면했다. 계획 정전은 4월 말에 일단 끝나지만 냉방 수요가 급증하는 여름철에 다시 실시해야 하는 상황이다. 후쿠시마의 원전에서 유출된 방사능으로 인해 후쿠시마현과 이바라키현, 군마현 등의 농산물 13개 품목이 취급제한이나 출하정지 조치가 이뤄졌다. 도쿄도 가나마치 정수장의 수돗물에서 유아(1세 미만)의 기준치를 2배 웃도는 방사성 물질이 검출돼 1400만명의 도쿄 주민들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 [씨줄날줄] 플라이진/이춘규 논설위원

    일본인들의 조어(造語) 능력은 탁월하다. 근대화를 단행했던 19세기 영어·네덜란드어 등의 용어들을 번역해 신조어를 만들어 냈다. society를 사회(社會)라고 번역했다. 철학(哲學) 등 수많은 사회과학 용어도 만들어냈다. 우리도 많이 사용한다. 이후 한자와 영어 혼용이 늘었다. 공(空)자에 오케스트라를 합한 가라오케, 만(滿)자에 탱크(tank)를 합성한 만탕쿠 등은 일본식 조어다. 조어들은 세계로 퍼져 갔고, 한국에서도 통용된다. 최근 영어 사용이 늘어난 추세에 맞춰 영어만을 이용한 조어도 급증하고 있다. 2004년부터 정부 주도로 시작한 ‘쿨 비즈’(Cool Biz) 운동. 지독하게 무더웠던 그해 여름 넥타이를 매지 않고 근무해 에너지 절약과 환경 보호를 실천하자며 개시됐다. 겨울에는 내복을 입어 난방비를 아끼자는 웜 비즈(Warm Biz) 운동이 펼쳐진다. 레스큐다이는 일본식 조어의 결정판이다. 구조대라는 일어가 있지만 영어 rescue에 한자 대(隊)를 붙여 만들었다. 2주가 지난 3·11 대지진도 신조어들을 낳고 있다. 플라이진(Flyjin)은 비행을 뜻하는 영어 플라이에 외국인을 뜻하는 가이진(外人)을 합성한 신조어다. ‘대지진과 방사능 유출 이후 비행기를 이용해 도망갔던 외국인’이란 의미다. 도쿄의 기업에서 일하는 외국인들이 일본의 타지방이나 가까운 한국·홍콩 등으로 피신했다가 도쿄 사무실로 돌아가면 일본인 상사나 동료들이 비겁한 플라이진이라며 불쾌감을 보이는 경우가 있다며 생겼다. 그래서 가족이 먼저, 직장이 다음인 외국인들은 마음이 불편하다고 한다. 그렇지만 “계속 근무하고 싶은데, 부모님의 성화가 심해 잠시 고국에 다녀오겠습니다.”라며 짧게 휴가를 얻었던 외국인들이 적지 않았다. 플라이진들의 도쿄 사무실 귀환이 본격화하면서 직장 내 화합을 해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세계화 시대를 맞아 플라이진들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하는 일본인들도 늘고 있다고 일본인들은 주장한다. 지난주 도쿄에서 지진 방사능 취재 중 만났던 일본인들은 “어디서든 맡은 바 업무를 수행하면 된다.”고 말했다. 직장 내 공동체의식을 중시했던 일본 직장인들의 의식이 크게 변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래서 플라이진이라는 말도 불만보다는 장난이나 놀림 정도로 사용된다고 한다. 도요타자동차에 근무하는 일본인 지인 등은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고 강조한다. 일본 직장인, 일본인들의 의식이 시나브로 변하고 있음을 실감했다. 이춘규 논설위원 taein@seoul.co.kr
  • [열린세상] 화·절·인(和·切·忍)/주창윤 서울여대 언론영상학부 교수

    [열린세상] 화·절·인(和·切·忍)/주창윤 서울여대 언론영상학부 교수

    일본 대지진 참사와 관련해서 일본인이 보여준 행동을 보면, 일본문화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든다.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한 이후 며칠 동안 일본인은 차분하게 질서를 유지했다. LA 지진이나 이집트 사태에서 발생한 혼란이나 폭력과는 분명히 달랐다. 방사성물질이 확산되면서 사재기 등과 같은 행동의 변화가 있었지만, 심각한 위기상황을 고려할 때 일본인은 상대적으로 절제와 인내심을 보여주었다. 일본문화는 화(和)·절(切)·인(忍)의 문화로 불린다. 603년 쇼토쿠 태자(聖德太子)가 성문 헌법에서 ‘화를 중시한다.’고 기술하면서 ‘화의 문화’는 일본 문화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상징이 됐다. ‘화의 문화’는 규율과 질서를 강조한다는 점에서 지배계급의 이데올로기를 반영하는 것이다. 그것은 나와 남 사이의 상호관계를 의미하는 것으로, ‘절’을 말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절’은 나와 남의 관계를 끊는 것이 아니라, 나 스스로 경계를 설정하고 그 경계를 넘어서지 않는 것이다. 문화인류학자 베네딕트는 ‘국화와 칼’에서 “일본인은 창피한 것을 아주 중요시하며, 어떤 일을 할 때 그것이 창피한 것인지 아닌지가 중요한 기준이 된다.”고 지적했다. 이것은 나의 경계를 지키는 ‘화의 문화’에 대한 진술이라고 볼 수 있다. 너무 튀는 행동을 하면 경계를 넘어서는 것이고, 창피한 행동 역시 경계를 벗어나는 것이다. 규율과 질서를 지키고, 조직과 제도 안에 나를 위치시키는 일은 ‘인’을 필요로 한다. 자신을 표출하고 싶어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적 욕망이다. 참는 것은 소중한 가치지만, 때로는 자신을 억압하기도 한다. 지진해일이 일어난 이후 일본 언론, 특히 NHK가 보여준 보도는 그동안 자연재해를 겪으면서 만든 매뉴얼에 따른 것이었지만 ‘화의 문화’라는 일본의 문화적 전통을 반영한다. NHK는 피해를 집중보도하기보다는 질서 있는 대응방안을 말하고, 흥분하기보다는 냉정한 자세를 유지하며, 부정적 태도보다는 긍정적 태도로 안정과 질서를 강조했다. 그만큼 절제되어 있으면서도 인내심을 가지고 사건을 보도했다. 이에 비하면 우리 언론의 보도에는 여러 가지의 바람직하지 않은 용어를 사용하면서 민족주의가 은연중에 내포되어 있었다. 그리고 재난과 피해자의 고통을 극화했으며, 그것은 썩 자극적이며 선정적이었다. 그동안 국내에서 했던 것처럼 똑같은 관행으로 일본 대지진을 보도했다. 우리 언론계 내부에서도 반성과 비판이 나오고 있다. 우리의 재난보도가 적지 않은 문제점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동의하지만, 그렇다고 NHK의 보도방식을 그대로 따를 필요는 없다. NHK의 재난 보도에서 따라야 할 점은 흥분하지 않는 절제와 냉정함이지만, 보여주고 싶은 것만을 보여주는 것은 언론의 역할이 아니다. 원자력 발전소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지만, 일본 국민이나 국제사회가 필요로 하는 정보는 너무 제한되어 있었다. NHK나 일본 언론들이 이번 사태와 관련해서 환경 감시기능을 포기한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들 정도였다. 일본 정부의 발표를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수준에 그침으로써 악화되는 위기상황에서 언론들은 제대로 된 환경의 감시와 비판적 기능을 수행하지 못했다. 우리는 일본 지진해일과 방사능 오염을 접하면서 일본문화가 지니고 있는 절제와 규율을 이상적인 것으로 보는 듯하다. 일본인은 위기 상황 속에서도 질서와 규율을 잘 지키지만 우리는 그러지 못할 것이라는 오리엔탈리즘이 지금의 일본을 보는 우리의 시선에 잠재해 있다. 사실상 한 나라의 문화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장기간에 걸쳐 지속되는 지리와 풍토와 같은 변하지 않는 구조다. 일본의 문화가 화·절·인의 문화라면, 그것은 쇼토쿠 태자가 ‘화’를 강조했기 때문이 아니라, 일본이라는 지리적 풍토 속에서 지속적으로 형성된 것이다. 일본이 지금 겪고 있는 고통을 위로해주고 함께 나누는 것은 필요하지만, 일본의 문화적 성향을 이상적인 것으로 볼 이유는 없다. 우리는 일본과 다른 지리와 풍토 그리고 사회환경 속에서 형성된 정(情), 한(恨), 아우름이라는 소중한 문화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 정부, 日우유·잎채소 수입중단 조치

    방사능 오염 우려가 있는 일본 4개현의 우유와 엽채류 등 일본 정부가 섭취 제한 및 출하 정지 대상으로 지정한 품목에 대해 우리 정부가 잠정적으로 수입을 중단하기로 했다. 정부는 25일 김황식 국무총리 주재로 국가정책조정회의를 열고 일본 방사능 오염지역 식품에 대한 잠정 수입 중단 등 안전대책을 확정했다. 정부는 또 향후 기준을 초과해 추가 오염이 확인되거나 일본이 신규로 출하 정지하는 품목은 즉시 잠정 수입중단 대상에 포함시킬 예정이다. 이를 위해 일본 수입식품 등은 매건 정밀검사하기로 했다. 현재 일본 정부가 섭취 제한을 지시한 품목은 후쿠시마현산 시금치·양배추 등 엽채류와 브로콜리·콜리플라워 등이다. 방사능 오염이 후쿠시마 원전에서 240㎞ 떨어진 도쿄도 채소까지 침범하면서 중국, 유럽연합(EU), 러시아, 타이완 등도 이날 일본산 식품 수입금지 대열에 새로 합류했다. 유지혜·정서린기자 wisepe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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