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방북에 기대한다/손장래 경남대학교 북한대학원 초빙교수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방북에 국내외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 전 대통령은 2000년 6월15일 남북정상의 회동과 선언으로 우리 민족사뿐만 아니라 동북아 국제 정세에 큰 이정표를 수립하였다. 앞으로 있을 6월 평양회동의 성과 여부에 관계없이 그분의 업적은 길이 남을 것이다. 그러나 특히 이 시점에서 그분께 다시 한 번 기대하는 것은 한반도를 둘러싼 여러 정황이 앞을 예측할 수 없이 혼미하고 어렵기 때문이다.
첫째로, 앞에 놓인 크고 어려운 난관이 극도로 악화된 북·미관계이고 핵 문제이다. 북핵문제를 푼다는 6자회담은 지난해 9월19일의 4차 회담을 끝으로 7개월째 정체상태에 있다.
핵문제 해결에 국한되지 않고 위폐, 마약, 인권, 민주주의, 마카오 은행계좌 거래제한, 그뿐만 아니라 김정일 국방위원장 스위스계좌 4000만달러 조사 운운 등 핵문제 해결과는 직접 관련없는 다른 의제들이 계속 속출하고 있다. 이 많은 문제들이 어떻게 협의되며, 핵문제가 과연 향후 수삼년 내에 해결되는 것인지, 또는 이 모든 압박수단이 효력 없으니 군사적 수단으로 처리해야 한다는 명분을 축적하게 되는지 혼란스럽고 불안하다. 악화되는 북·미관계에는 상호간의 뿌리 깊은 불신이 있다. 북으로서는 체제와 국가안전을 보장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먼저 핵시설을 해체할 수 없다는 불신이 있다.
6자회담 속개가 늦으면 늦을수록 북에 대한 압박은 강화될 것이고 긴장과 위기는 더욱 커질 것이다. 한국은 한반도에서 군사적충돌이 가져오는 그 비극적 재앙을 필사적으로 반대하고 예방하려 한다. 그러기에 이 시점에서 김 전 대통령의 해박한 국제상황 판단과 6자회담 참가에 대한 합리성 설명은 김 국방위원장의 정책결정에 큰 참고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6자회담에서 북의 핵 불보유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재천명하고,4차 회담에서 상호간의 말 대 말, 행동 대 행동의 조치를 내외에 촉구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
둘째로, 북핵 문제는 미국이 주도적으로 제기했고 그 평화적 해결책이 이런 이유 저런 이유로 지연되고 있고, 그 해결의 전망이 투명하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직접적인 당사자인 남과 북이 지금까지와는 다른 주도적이며 적극적인 역할을 창출해야 할 것이다. 만일 미측이 이라크, 이란 문제, 기타 국내외적 어떤 이유 때문에 북핵 문제를 향후 해결치 않고 ‘북의 위협’ 인식을 앞으로도 계속 유지할 경우, 우리는 그냥 이에 순응하고 긴장과 위기상황을 지속해야 할 것인가. 북에 대한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등 주변 강대국의 이해관계가 반드시 한국의 이해관계와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이, 더욱 남과 북의 분명한 능력과 의지를 냉혹하게 시험하고 있다.
남과 북 사이에는 1991년 12월13일에 체결된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가 있다. 남과 북은 이를 바로 국내와 유엔 등에 비준, 법제화하고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모든 조치를 조속히 취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남과 북은 당사국으로서 북핵 문제를 더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필요요건을 갖출 수 있다. 김 전 대통령의 방북이 남과 북 민족사에 다시 한번 기록될 의미 있는 성과를 낳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손장래 경남대학교 북한대학원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