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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北 언제까지 빗장 걸어 잠글 텐가

    북한 군부와 언론이 연일 남북 열차시험운행 무산 책임을 남측에 떠넘기고 있다. 북 군부는 그제 담화를 내고 “북남열차시험운행이 중지된 것은 남측이 열차시험운행을 정략적으로 이용하려 한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개성공단에 대해서도 “우리가 넓은 부지를 내줬건만 남측은 한쪽 모퉁이에 시범공단이나 운영하는 정도”라며 “북남협력교류가 단명으로 끝난 금호지구 건설처럼 되지 않을지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어제 김대중 전 대통령 방북 실무접촉에서도 북측은 육로 방북에는 공감하면서도 열차 이용만은 난색을 보였다고 한다. 북 군부의 담화는 그들 표현을 빌려 획기적으로 통 큰 지원이 없이는 철길을 열 수 없다는 의지를 내보인 것이라 하겠다. 이는 결국 군부를 중심으로 체제 개방에 대한 북한 정권의 두려움을 반증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단계적인 남북협력 확대가 점점 체제 개방으로 이어지는 상황을 더는 지켜볼 수 없다는 군부의 조바심을 내보인 것이다. 얼마전 북한이 1949년 이후 지속해 온 중국과의 단기체류자 비자면제협정을 일방적으로 철회한 것과도 맥이 닿는다. 평양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중국발 개방물결을 일단 막고 보려는 심산인 것이다. 북측 언론까지 열차운행 무산에 대해 남측 책임론을 강하게 들고 나오는 것을 보면 당분간 군부의 이런 강경기류가 남북관계 전반을 위축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인민경제의 어려움과 국제적 개방압력이 가중되는 마당에 고슴도치처럼 갈수록 움츠러드는 북한 당국의 행태가 안타깝다. 빗장을 걸어잠근 채 뒤로는 손을 내미는 행태가 그저 딱하다. 미국과의 대치 속에 남한과의 교류확대 말고는 뾰족한 돌파구가 없음을 북측은 알아야 한다. 미국에다가 핵을 들이대고, 남으로는 철길을 막으며, 경제적으로는 중국의 사회주의식 개방경제마저 외면해서는 더이상 체제를 지탱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깨닫기 바란다. 다음 달 3일부터 남북 경협추진위가 열린다. 북측의 전향적 자세를 거듭 촉구한다.
  • DJ 새달 27일 육로 방북 합의

    김대중(DJ) 전 대통령이 6월27일부터 3박4일 동안 육로를 이용해 평양을 방문한다. 열차 또는 승용차를 이용하는 등의 경로에 따라 일정 조정 가능성이 남아 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을 수석대표로 하는 DJ 방북 실무대표단은 29일 북측 개성 자남산여관에서 북측 대표단과 2차 실무접촉을 갖고 이같이 의견을 모았다고 정 수석대표가 밝혔다. 정 수석대표는 실무 접촉을 마친 뒤 경의선 출입사무소에 돌아와 방북 일정에 대해서는 “6월27일부터 30일로 한다는데 일단 의견 접근이 이뤄졌으나 구체적인 일정은 방북 경로와 관련해 유동성이 있어 다음에 재논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그는 “철도가 될지, 승용차가 될지, 아니면 다른 방법이 될지 다음 회의 때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3차 실무접촉은 다음주 중 개성에서 열린다. 우리 측은 열차를 이용해 방북하는 방안을 제시했으며, 북측은 1차 실무접촉 때와 마찬가지로 직항로 이용방안을 제시하다가 일단 ‘육로 이용’에 대해서만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열차 방북의 불씨는 살려 놓았으나 북측이 3차 실무접촉에서 경의선을 이용한 열차 방북에 동의할지는 미지수다. 한편 정부는 남북 경제협력추진위원회(경협위) 제12차 회의를 6월 3∼6일 제주에서 개최하자는 북측의 수정제의를 수용한다는 전화통지문을 이날 북측에 보냈다.박정현기자 jhpark@seoul.co.kr
  • 北, 南언론인200명 개성방문 돌연 취소

    북한이 30일 예정됐던 남측 언론인 200여명의 개성공단 방문행사를 돌연 취소했다. 북한측은 29일 저녁 조선중앙지도총국 주동철 국장(개성공단 총국장)명의로 우리측에 통지문을 보내 “기관간 협의가 안돼 연기한다.”고 밝혔다.‘군부의 반대’를 시사하며 사실상 방북 불허방침을 통보한 것이다. 북측은 지난주까지만 해도 “개성시내 관광은 개성인민위원회가 허가를 내주지 않아 어렵다. 초청장은 29일 보자.”며 우리측 당국과 방문을 전제로 한 협의를 벌였었다. 북측은 그동안 남측인사의 개성공단 방문시 방문 당일 아침에 초청장을 내주며 속을 태우게 하긴 했으나,‘불허’입장을 밝힐 땐 2∼3일 전 미리 통보했었다. 이번처럼 방문 전날 일방 취소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지난 25일 남북철도 연결 시범행사를 일방 파기한 뒤 남측 언론의 보도 방향에 대한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보인다. 김수정기자 crystal@seoul.co.kr
  • 北군부도 책임전가 가세

    경의·동해선 열차 시험운행 취소를 놓고 남북 당국이 책임공방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북측 군부가 28일 남측을 비난하고 나서 주목된다. 남북 군사회담 북측 대표단 대변인은 이날 담화를 통해 시험운행이 취소된 원인은 남측에서 이 문제를 정략적으로 이용했기 때문이라고 강변했다. 대변인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열차 방북과 월드컵 응원단 경의선 이용 방안, 개성공단 활성화를 위한 열차 수송 등이 전혀 추진되지 않은 점을 들면서 “6·15공동선언의 정신에 맞게 쌍방이 합의한 대로 협력과 교류가 진행된다면 그에 따른 모든 군사적 보장조치를 제때에 세워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개성공단사업과 관련,“남측이 내는 소리는 요란했지만 우리가 넓은 부지를 떼어내 준 이후 평토작업이나 해놓고 한쪽 모퉁이에 시범공단이나 운영하는 정도”라며 “우리 군대는 개성공업지구 건설을 비롯한 모든 북남협력교류가 단명으로 끝난 금호지구의 건설처럼 되지 않겠는가 하는 데 대해 예리하게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남북은 29일 개성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방북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두 번째 실무접촉을 가질 예정이다.박정현기자 jhpark@seoul.co.kr
  • 北 “열차운행 중단책임 南에”

    남북관계가 험악해지고 있다. 우리 측이 경의·동해선 열차 시험운행이 취소된 책임이 북측에 있다고 비난한 데 대해 북측은 26일 오히려 책임이 남측에 있다고 비난했다. 최근 들어 남북간에 벌어지는 책임공방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남북 장관급 회담 북측 권호웅 단장은 이날 우리측 수석대표인 이종석 통일부장관에게 전화통지문을 보내와 “시험운행 중단의 책임은 전적으로 귀측에 있다.”고 주장했다.우리측이 전날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 남측 위원장인 박병원 재정경제부 차관 명의로 보낸 전통문에서 북측 책임을 지적했으나, 북측은 격을 한 단계 높여 권호웅 단장 명의의 전통문을 보내 비난의 강도를 실었다. 북측은 대남용인 평양방송을 통해서도 전통문 내용을 보도했다. 권 단장은 “귀측은 당국자들과 여·야당 관계자들, 대북 전문가들과 언론들을 내세워 시험운행 중단이 마치 우리측에 의한 것인 듯이 여론을 조성하고 있으며 그 무슨 통지문까지 보내오면서 책임을 회피해 보려고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 20일 팽성읍 안정리 K-6(캠프 험프리스) 정문 앞에서 열린 팽성상인연합회와 평택시재향군인회 주최 집회에서 평택 폭력시위를 주도하는 반미·친북세력 처벌을 요구하면서 인공기 화형식을 가진 점을 ‘엄중한 도발사태’로 규정지었다.권 단장은 “국가의 존엄 있는 상징인 공화국기를 감히 소각하는 것과 같은 화형식 망동을 감행한 것”이라면서 사과와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북측은 지난 24일 시험운행 중단을 통보하는 전통문에서도 인공기 소각 사실을 거론했다. 책임공방으로 남북관계가 험악해지면서 남북대화도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워졌다.29일 김대중 전 대통령 방북 실무접촉이나 다음달 초 경제협력추진위가 제대로 열릴지 주목된다. 권 단장은 “시험운행이 중단된 책임문제를 논하면서 그 무슨 경공업 원자재와 철도자재 제공을 감히 입에 올리는 것과 같은 졸렬한 태도까지 취해 나선 데 대해서도 문제시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난했다. 시험운행을 중단한 다음 날에 경제적 지원이 기대되는 경추위를 열자는 전통문을 보내온 데 대한 국내의 비난 여론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권 단장은 “우리는 지금까지 우리 식대로 살아왔으며 앞으로도 이 한 길을 갈 것”이라고 말했다. 경추위가 열리기 어려운 국면이 조성되는 듯하고, 설령 열리더라도 회담 진전의 기대치는 한층 낮아지고 있다.박정현기자 jhpark@seoul.co.kr
  • ‘방북수행 명예회복 좌절’ DJ측 불쾌

    박지원 전 문화관광부 장관이 25일 법정 구속되면서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방북을 둘러싸고 동교동과 현 정부 사이에 파인 골이 더 깊어지는 느낌이다. 박 전 장관의 방북 수행을 통한 대북자금 ‘특검’명예회복 시도가 일단 좌절됐기 때문이다. 전날 대통령 직속 기구인 동북아 시대위원회 이수훈 위원장이 KBS에 출연,DJ의 방북 의제를 공개 비판한 것도 DJ측을 불쾌하게 하고 있다. 김 전 대통령측은 25일 파기환송심에 앞서 박 전 장관의 ‘무죄 석방’을 기정사실화하고 있었다. 박 전장관과 임동원 전 국정원장, 이기호 전 청와대 경제수석 등 특검 연루자들을 DJ 방북 필수 수행원으로 꼽아놓은 상태. 특히 박지원 전 장관은 매일 동교동 김 전 대통령 자택으로 출퇴근하며 임 전 원장 등과 함께 방북 전략을 짜온 것으로 알려졌다. 열차방북이 사실상 어려워지고 있는 가운데 김 전 대통령측은 박 전 장관이 구속된 데 대해 “이해하기 힘들다. 이미 2년 가깝게 형을 살고, 지병이 있어 보석된 상태”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최경환 비서관은 “김 전 대통령은 대북송금 특검은 잘못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대통령 직속기구인 이수훈 위원장은 23일 DJ가 방북해 통일 문제를 논의하겠다고 한 것과 관련,“참 답답하다. 준비가 너무 번잡하게 되는 것 아닌가 한다. 정부는 별 기대하는 바 없다.”며 동교동측과 북핵문제 해결을 우선시하는 정부와의 불협화음을 시사했다.DJ측은 “혼란스럽고 이해하기 힘든 발언으로, 정부 관계자들이 사려깊게 말씀해 주길 바란다.”고 유감을 표시했다.김수정 구혜영기자 crystal@seoul.co.kr
  • [사설] DJ 방북만은 제대로 준비하라

    엊그제 경의·동해선 열차시험운행이 무산되더니 이제는 김대중(DJ) 전 대통령 방북을 놓고 여권 내부가 시끄럽다.DJ가 지난 23일 “북한에 가면 민족통일 문제를 얘기하려 한다.”고 한 데 대해 이수훈 청와대 동북아시대위원장이 “답답하다.”고 정면 비판한 것이다. 이에 열린우리당 소장파 의원들이 이 위원장을 맹비난하면서 자중지란의 볼썽사나운 모습마저 보이고 있다. 여권의 불협화음을 보는 국민들의 심정이 답답하다고 해야 할 판이다. 이번 DJ 방북은 현 동북아 정세에서 적지 않은 의미를 지닌다.6자회담이 중단되고, 북·미 대치가 악화돼 가는 상황을 타개할 중대 계기인 것이다. 그의 방북이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오히려 현 상황이 악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기회와 위기의 양날을 지닌 방북인 것이다. 정부와 김 전 대통령 측이 방북에 앞서 의제 등에 대해 면밀한 논의를 거쳐 공감대를 형성해야 함은 물론이다. 그럼에도 지금 정부와 김 전 대통령 진영의 움직임은 이와 거꾸로 가는 듯해 우려스럽다. 정부로서는 DJ가 6자회담의 물꼬를 터주기를 바라는 반면 DJ는 통일논의에 보다 관심을 두고 있어 마찰을 빚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종석 통일부 장관도 최근 한 비공개 모임에서 “DJ가 통일문제를 논의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그의 방북에 큰 의미나 기대를 걸지 않을 듯이 언급한 바 있다. 이 위원장의 발언도 이와 궤를 같이하는 것으로 보인다. 6자회담이나 북핵, 정상회담, 통일방안 등 그 어떤 의제도 나름의 의미를 지닌다. 무엇은 되고 무엇은 안 된다는 식으로 정부와 DJ측이 신경전을 벌일 일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무엇 하나라도 결실을 맺는 일일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정부와 김 전 대통령 측이 충분히 의견을 나눠 공감대를 이루길 바란다.
  • 박지원 前장관 법정구속

    박지원 前장관 법정구속

    “꽃이 네번 졌어도 녹음방초 계절은 다시 온다.” 25일 재판에 앞서 박지원 전 문화관광부장관이 한 말이다. 그러나 그의 희망은 곧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박 전장관은 4년여에 걸친 법정공방 끝에 현대비자금 150억원을 뇌물로 받았다는 혐의는 벗었지만 남북교류협력법 위반, 알선수재죄 등으로 징역3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서울고법 형사2부(부장 이재환)는 25일 현대로부터 150억원을 뇌물로 받았다는 혐의 등으로 기소된 박 전 장관의 파기환송심 선고공판에서 뇌물 수수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2003년 6월 대북송금 특검에서 긴급체포된 지 4년 만이다. 2004년 11월 대법원은 박 전 장관에게 돈을 건넸다는 김영완씨와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의 진술을 믿을 수 없다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그 뒤 검찰은 미국으로 도피한 김씨를 해외 영사관에 출두토록 해 진술을 받고 이 전 회장을 재조사하는 등 보완 조사를 벌여 지난달 4일 박 전 장관에게 징역 20년에 추징금 148억 5000여만원을 구형했었다. 재판부는 이날 김씨의 영사신문 진술서와 관련,“피고인과 이해관계가 상반된 김영완씨의 진술을 토대로 한 것으로 ‘특별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작성됐다는 요건을 갖추고 있지 않다.”며 증거로 보지 않았다. 또 이 전 회장이 법정에서 진술을 번복하는 등 대법원의 무죄취지를 뒤집을 만한 가치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파란색 넥타이에 정장을 입고 나온 박 전 장관의 표정은 밝았다.3년 전 구속될 당시 “꽃이 진다고 바람을 탓하랴.”고 읊었던 그는 누명을 벗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방북 행렬에 함께 할 뜻을 내비쳤다. 김 전 대통령도 지난 4월 말 박 전 장관과 함께 광릉수목원에 다녀오면서 “방북해 명예회복하길 바란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그의 기대는 곧 무너졌다. 재판부는 박 전 장관이 SK그룹에서 7000만원, 아시아나항공에서 3000만원을 받은 혐의 등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의 알선수재죄와 대북송금 과정에서 직권남용 및 외국환거래법 위반, 남북교류협력법 위반죄는 모두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당시 대북송금 사실은 숨기고 정상회담 사실만 발표했고 현대와 산업은행을 통해 북에 제공할 1억달러를 불법조달하는 등 대북송금에 대한 국민적 동의를 얻지 않고 진행해 국론분열을 초래했다. 또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는 데도 2회에 걸쳐 대기업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은 점은 사회적 비난가능성이 높다.”며 징역3년의 실형과 추징금 1억원을 선고했다. 박 전 장관은 그동안 재판을 받으면서 1년가량을 구속 상태로 있었기 때문에 앞으로 20여개월을 복역해야 한다. 한편 검찰은 “상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경호기자 kh4right@seoul.co.kr
  • [사설] 또 물거품 된 남북 열차운행

    오늘로 예정됐던 경의선·동해선 남북 열차 시험운행이 어제 북측의 일방적 거부로 또 무산됐다. 불과 열흘전 마련한 남북 당국간 합의를 손바닥 뒤집듯 깨버린 것이다. 지난 2004년 3월 8차 남북경협추진위에서 처음 열차시험운행에 합의한 뒤로 벌써 세번째 합의 파기다. 우리 정부와 국민의 남북간 화해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가 아닐 수 없다. 아무리 굴곡 많은 남북관계라지만 번번이 되풀이되는 북의 식언이 안타깝기만 하다. 북한 당국은 어제 남측에 보낸 통지문에서 “군사적 보장조치가 취해지지 않았고, 남한내 친미·보수세력들이 불안정한 사태를 조성하고 있다.”고 열차운행 거부 이유를 댔다. 남측 정세야 그들의 상투적 구실이니 대꾸할 가치조차 없다 하겠다. 문제는 군사적 보장조치와 관련한 북의 이중적 행태다. 지난달부터 계속돼 온 이번 열차시험운행 논의에서 남북 정부 당국은 그 어느 때보다 순조롭게 협의를 진행해 왔다. 탑승자 대표를 장관급으로 격상하는 등 진전된 합의를 이루기도 했다. 이는 우리 정부의 과감한 대북지원안에 힘 입은 바 크다. 그러나 구체적 지원 논의가 다음 달 경협추진위 회의로 늦춰지고, 서해 해상경계선 조정 문제가 진전을 보지 못하자 북 군부가 열차운행을 가로막은 것이다. 정부 당국자는 어제 “열차운행이 99% 성사될 줄 알았다. 왜 북한 군부가 틀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북측의 이중적 행태에 정부가 얼마나 어설프게 접근하는지를 보여주는 말이다. 북측 당국의 전향적 태도에 마음만 들떴을 뿐 군부를 비롯한 북한 내부의 기류는 등한시해 온 것이다. 열차시험운행 무산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육로 방북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실망하기엔 이르지만 설령 육로 방북이 무산돼도 방북 성사를 위한 노력마저 포기해선 안 될 것이다. 다만 이런 노력이 효과를 보기 위해서라도 강·온 기류가 혼재돼 있는 북한 내부사정을 보다 면밀히 파악해 접근하는 세심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 ‘대북 양보’ 발언뒤 파기… 정부 딜레마

    내달 예정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방북 행사를 정점으로 상승세를 타던 남북관계가 급속히 내리막길로 접어들 전망이다.24일 북한이 경의선 시험운행 합의를 일방 파기하면서부터다. 특히 김 전 대통령의 열차 방북에 짙은 먹구름이 드리워졌다.2차 정상회담 논의도 당분간 추동력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 남북간 신뢰에 다시 상처를 안겼다는 점에서도 심각하다. 더욱이 노무현 대통령의 ‘대북 양보’ 발언 뒤 이어진 북측의 약속 파기 및 정부의 오판과 관련, 우리 국민들의 정서적 반감도 당국의 대북 정책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향후 정부가 북측의 약속파기에 대응해 대북 지원사업 ‘유보’ 등의 조치를 취할지도 관심사다. 김 전 대통령은 철도를 통한 방북에 강한 집착을 보여왔으나,1차 방북 실무 접촉에서 북측은 ‘서해 직항로’로 방문할 것을 요청했다. 현재 분위기로는 오는 29일 2차 실무접촉(개성)에서도 되풀이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해 김 전 대통령측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있다. 동교동의 한 소식통은 “한 달이 남았다.”면서 “김정일 위원장이 김 전 대통령에게 ‘선물’차원에서 열차 방북을 허용할 것으로 보는 분위기가 있다.”고 전했다. 극적인 반전에 미련을 갖고 있는 셈이다. 이번 건이 남북관계 전반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란 분석에 대해 정부는 애써 선을 긋고 있다. 신언상 통일부 차관은 “한 사건으로 남북관계 전반을 판단하려 해선 안된다. 긴 호흡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북측이 개성공단과 같은 경제협력은 우리 정부가 정책을 바꾸지 않는 이상 스스로 발을 빼진 않을 것이지만, 군사적 긴장 완화나 신뢰 구축과 같은 문제엔 강경입장을 취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방위적 남북관계 진전에는 제동이 걸리기 마련이다. 그러나 경색 국면이 오래갈 것으로 보는 시각은 적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북측의 시험운행 취소와 관련,“남측으로부터 확실한 지원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며 6·15민족통일대축전과 DJ 방북 전후로 추가 지원을 요구하며 적극성을 띨 것”이라고 진단했다. 미국의 압박이 거센 상황에서 노무현 정권 임기 내에 경제적 실리를 ‘확보’해 놓아야 한다고 판단, 속도·강약 조절을 해가면서라도 남북관계의 보폭을 넓힐 것이란 관측도 많다.김수정기자 crystal@seoul.co.kr
  • 군사보장 합의서 없이 경의·동해선 시험운행

    25일 예정인 경의선과 동해선 남북철도 시험운행이 군사보장 합의서 없이 문서나 구두합의만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그동안 철도운행을 위해 군사적 보장합의서 체결을 북측에 계속 요구했으나, 북측이 시험 운행을 이틀 앞둔 23일까지 불응함에 따라 열차 시험 운행과 관련한 군사보장 합의서 체결을 포기했다. 정부는 대신 지난 1953년 체결된 정전 협정에 ‘군사분계선 출입시 남북 양측 군 당국의 승인을 받도록 돼 있다.’는 조항을 준용, 명단을 교환하는 것으로 신변보장 합의서를 갈음하는 선으로 물러섰다. 정전협정을 기본으로 2003년 1월 체결된 도로통행 잠정합의서를 준용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정부는 24일 중으로 경의·동해선 철도 시험열차에 탑승할 100명의 명단을 통보, 북측 명단과 교환할 예정이다. 남측 명단은 유엔사령부 군사정전위원회에 통고한 뒤 경의선 출입국관리사무소(CIQ)에 설치된 팩스로 북측에 보낸다. 정부는 장성급회담에서 군사보장 합의서 체결을 추진했고 차선책으로 잠정 합의서 체결 방안도 추진했지만 결국 무산됐다. 이번 케이스가 선례가 될 경우 DJ 방북 때도 문서화된 군사보장조치 없이 열차 방북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김수정기자 crystal@seoul.co.kr▶관련기사 29면
  • 北·日 불교계 첫 합동법요식

    북한과 일본의 불교계가 25일 개성에서 첫 합동 법요식을 연다고 교도통신이 23일 보도했다. 일본 교토 긴카쿠지(金閣寺) 주지인 아리마 라이테이 임제종 쇼코쿠지(相國寺) 관장 등 80명의 불교계 관계자들은 23일 베이징을 거쳐 평양으로 향했다. 이들 방북단은 북한 불교계 인사들을 만나 25일 개성의 영통사에서 낙성(준공)을 기념하는 법요식을 연다.영통사는 지난 1027년 고려 현종 때 창건됐으며 대각국사 의천이 천태종을 창설한 명찰.지난 16세기 화재로 소실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남북 불교계가 지난해 복원했다.도쿄 연합뉴스
  • 美 대북특사론 재등장

    |워싱턴 이도운특파원|미국 정부가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거물급 특사를 평양에 파견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워싱턴 정가에 다시 등장하고 있다. 토머스 허버드 전 주한대사는 22일(현지시간) 상원 러셀빌딩에서 열린 한미연구소(ICAS) 주최 심포지엄에서 조지 부시 대통령의 아버지인 부시 전 대통령을 대북 특사로 보내는 것이 “훌륭한 아이디어”라고 말했다. 허버드 전 대사는 이날 ‘한반도 평화 전망’을 주제로 연설한 뒤 우드로윌슨센터의 마크 모어 아시아프로그램 담당자가 “6자회담 진전을 위한 여건 조성을 위해 아버지 부시 전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하는게 어떻겠느냐.”고 묻자 이같이 말했다.허버드 대사는 교착상태에 빠진 6자회담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부시 전 대통령의 방북 같은 획기적인 계기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이에 앞서 워싱턴의 한반도 전문가인 스콧 스나이더, 랠프 코사, 브래드 글로서만은 미국평화재단(USIP)을 통해 공동으로 발표한 6자회담 전망 보고서에서 앞으로 선택 가능한 대안으로 북·미간의 항구적인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협상을 제시하면서 “김정일을 설득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고위급 외교 접촉을 통해 미국이 북한의 체제를 전복시키지 않겠다고 확신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dawn@seoul.co.kr
  • 청와대·동교동 ‘DJ방북 의제’ 갈등

    6월 말로 예정된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방북을 둘러싸고 청와대와 동교동간 불편한 갈등 기류가 감지된다. 방북의 최대 목표치를 무엇으로 잡느냐부터 동상이몽(同床異夢)이다. 수행단도 1차 정상회담 때의 주역들을 대거 포함시킬 예정이어서 참여정부와 동교동을 갈라놓은 ‘대북송금 특검’의 남은 상처가 되살아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정부의 한 고위 소식통은 22일 “노무현 대통령이 몽골에서 대북 양보 발언을 한 것은 2차 정상회담 성사보다는 DJ의 방북을 지원하면서라도 6자회담 교착이란 엄중한 현 상황을 돌파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북·미가 움직이지를 않고 중국도 관망하며 제 이익만 챙기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란 설명이다. 이 소식통은 “6자회담 재개를 방북의 최우선 의제로 하고 힘을 집중시켜야 하는데 동교동 분위기는 그런 것 같지 않다.”고 전했다. 다른 관계자는 “참여정부의 현실주의적 실용주의와 DJ측 햇볕론자 입장은 철학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이종석 통일부 장관이 최근 DJ 방북과 관련,“6자회담 재개가 최우선 의제이며 일각에서 제기하는 남북연합논의를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한 것은 현 정부가 동교동에 띄우는 ‘호소’란 설명이다. 동교동측 소식통은 “DJ 입장에선 6자회담 재개는 큰 부담이고, 원론적인 입장만 밝힐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2000년 합의사항인 2차 정상회담 이행도 DJ측의 우선순위에 해당되는 의제로 알려졌다. DJ시절 청와대 고위직을 지낸 한 인사는 “이번 방북에는 박지원 전 문화관광부 장관, 임동원 전 국가정보원장, 이기호 전 경제수석 등 1차 정상회담 주역들이 포함돼 있고 이들이 벌써 그림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여야 정치인과 기업인 등 각 분야 인사들의 DJ방북 수행단 줄서기가 치열한 것으로 알려졌다.김수정기자 crystal@seoul.co.kr
  • 印尼대통령 새달5~7일 방북 6자회담 복귀 촉구키로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다음달 초 방북,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회담을 열고 6자회담 복귀를 촉구할 것이라고 인도네시아 외무부 대변인이 19일 밝혔다. 데스라 페르카야 대변인은 이날 언론 브리핑을 통해 김 위원장이 유도요노 대통령과 만나는데 동의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유도요노 대통령은 다음달 5∼7일 북한을 방문하고 이어 7∼9일 한국을 방문해 원자력 및 관광부문 협력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할 계획이라고 페르카야 대변인은 덧붙였다. 그는 “이번 (남북한) 방문 목적은 남북한의 통일 과정을 진전시키고 북핵문제를 6자회담의 틀에서 해결되도록 하는데 도움을 주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카르타 외신종합
  • [사설] 北, 김 전 대통령 열차방북 수용해야

    남북은 엊그제 김대중 전 대통령이 새달 하순 3박4일 동안 평양을 방문한다는 데 합의했다. 그러나 남측이 희망한 열차 방북은 결론짓지 못하고 이달 말 다시 실무접촉을 갖기로 했다. 특히 남북은 어제 끝난 장성급회담에서 철도·도로 통행에 관한 군사적 보장 합의를 도출해내는 데 실패했다. 북측이 김 전 대통령 열차 방북은커녕 오는 25일 실시하기로 이미 합의한 경의선·동해선 철도연결 시험운행까지 무산시키지는 않을까 걱정스럽다. 한반도 정세가 불안한 상황에서 남북간 철도 연결은 평화를 위한 큰 걸음이 된다. 김 전 대통령이 서울에서 열차를 타고 평양에 내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북핵 등 현안 해결을 논의하는 모습을 보이면 국제사회의 대북 인식이 훨씬 나아질 것이다. 미 뉴욕타임스 인터넷판은 미국이 새 대북 접근법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북핵과 평화협정 체결을 동시에 논의하는 방안이라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미국 정부가 강경 방침을 다소라도 누그러뜨릴 조짐을 나타내고, 한국 정부가 남북관계 진전에 적극성을 보이는 시점에 북한이 이렇듯 완고한 자세를 고집해선 안된다. 서해 북방한계선(NLL) 문제에 집착해 철도·도로 연결 군사보장 방안을 매듭짓지 못한 것은 북측에 손해라고 본다. 남북 철도가 이어지면 운임 수입과 주변 산업단지 개발 등 북측이 얻을 혜택은 엄청날 것이다. 비록 장성급회담이 성과 없이 끝났지만 후속 실무접촉을 통해 25일 철도 시험운행을 차질없이 진행하기를 바란다. 이와 함께 북측은 김 전 대통령의 열차 방북을 수용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기술적 애로를 들어 김 전 대통령이 개성까지만 열차를 이용하는 절충안을 거론하고 있지만 서울에서 평양까지 직통 연결의 의미를 살리는 편이 바람직하다.
  • 개성까지만 열차 이동 ‘DJ 방북’ 새案 급부상

    “비관하지 않고 있다.”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열차이용 방북 가능성에 대해 이종석 통일부 장관은 이처럼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이 장관은 18일 기자간담회에서 “(열차로 갈 경우)개성에서 평양까지는 시간이 많이 걸리니까 어떨지 모르겠으나, 전체적으로 비관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우리측 실무대표단 수석대표인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도 “열차 시험운행이 좋은 쪽으로 작용하리라 본다.”고 기대감을 완전히 떨치지는 않았다.그렇다면 북측이 열차이용 방북을 거절하고 직항로를 이용해 달라는 방안을 제시했는데 왜 열차이용에 대한 기대감을 버리지 않고 있을까. 북측이 거절한 진의를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개성∼평양간에는 열차이용이 기술적으로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우리는 디젤 열차인데, 개성∼평양 구간은 전기를 이용하고 있고,DJ 방북 전에 이 구간을 시험운행하지 않은 상황에서 열차이용이 어렵다는 것이 표면적 이유다. 더구나 개성∼평양 구간은 열차로 4∼5시간이 걸려 고령인 DJ가 이용하기 적절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그래서 DJ가 문산에서 개성까지는 오는 25일 시험운행을 마치게 되는 열차를 이용하고, 개성에서는 열차에서 내려서 평양까지 육로를 이용하는 방안도 그럴싸하게 부상하고 있다. 북측이 열차 이용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일 경우에는 아예 서울∼평양간 육로를 이용하는 방안도 있긴 하다. 마지막으로 아예 북측이 제의했던 대로 직항로를 이용하는 방안이다. 이 세 가지 가능성을 놓고 남북은 오는 29일 개성에서 최종 조율을 가질 예정이다.박정현기자 jhpark@seoul.co.kr
  • [사설] 서해 NLL 조정논의 국민이해 구해야

    판문점에서 진행되는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에서 서해 북방한계선(NLL)과 관련해 남북 양측의 변화된 입장이 개진됐다. 북측은 서해 5도에 대한 남측 주권을 인정하되,NLL을 양측 수역의 중간으로 재설정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남측은 국방장관 회담에서 논의하자고 역제의했다. 어제 열린 두번째 회의에서 북측이 이를 거부해 진전을 보지 못했으나 주목해야 할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서해 5도가 엄연히 우리 영토라는 점에서 북측의 새삼스러운 주권 인정에 큰 의미를 두기는 어렵다고 본다. 다만 그들이 내세운 조정안이 현실적으로 진일보한 점은 평가할 수 있겠다. 그러나 거듭 강조하지만 NLL 논의는 남북기본합의서에 의거, 남북간 군사적 신뢰회복이 이뤄진 뒤에 다룰 사안이다. 공동어로수역 설정과 안전보장, 우발충돌 방지방안 등 실천적 과제들이 마땅히 선행돼야 하는 것이다. 영해주권이라는 중차대한 문제를 실무 성격의 장성급회담에서 다루자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북측은 2004년 3월이후 네 차례의 경협추진위에서 거듭 합의한 철도시험운행을 NLL문제를 내세워 지연시킨 전력이 있다. 지난주 어렵게 이뤄낸 경의선·동해선 시험운행 합의마저 이 문제로 또 무산시키려 해선 결코 안 된다. 오늘 열릴 마지막 회의에서 공동어로수역 설정 등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실천적 과제들을 논의하는 데 성의를 보이기 바란다. 김대중 전 대통령 방북 합의 등 고조돼 가는 남북관계 개선 움직임에 찬물을 끼얹는 일만은 자제할 것을 북한 군부에 당부한다. 정부에도 묻는다.NLL문제를 국방장관회담에서 다루자는 제의의 의미를 명확히 해야 한다. 많은 국민이 정부 입장이 바뀐 것인지 의아해한다. 노무현 대통령의 ‘제도적 양보’ 발언이 이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구구한 억측으로 소모적 논란을 가중시킬 필요는 없다. 신뢰 회복을 위해 전향적 자세를 보일 생각이라면 이를 국민에게 소상히 밝히고 이해를 구해야 할 것이다.
  • [열린세상] 외교도 살아 움직이는 생물이어야/김기정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정치는 살아 움직이는 생물과 같다.” 이 말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자주 언급하던 말이다. 그 나름의 정치에 대한 정의(定義)이자 한국 정치현장에 대한 그의 소회일 것이다. 짐작컨대 예상치 못한 사건으로 방향이 바뀌어 버리는 현실정치를 두고 한 말일 것이다. 이 말은 학문 방법론에서 거론되는 우발적 인과관계나 사회 영역의 카오스적 현상, 또는 복잡성 이론을 모두 헤아려 나온 말은 아닐 것이다. 또는 역사의 비결정적 경로에서 나타나는 변수간 상호종속성이나 복잡인과관계(complex causation) 등의 지식에 바탕을 두면서 이런 언급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인간 행위의 복잡한 등식에 대해 고민깨나 하는 사람들에게 이 말은 그리 가볍게 들리지 않는다. 사회적 행위의 복잡성이나 비결정성은 비단 국내정치적 영역만의 문제는 아니다. 국제정치도 마찬가지다. 모든 국제정치 현상이 처음부터 잘 짜인 각본에 의해 진행되거나 힘의 관계에 의해서만 고정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물론 국가간 힘의 강약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모든 현상을 힘의 강약이나 힘의 배열관계(구조)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때에 따라 국가가 표현하는 의도나 행위 자체가 현상을 낳고 새로운 돌파구를 만들기도 한다. 최근 노무현 대통령이 해외 순방 중 언급한 “북한에 대한 많은 양보” 발언 때문에 한·미관계가 악화될 것으로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물론 현시점 한국 외교에서 대미관계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의 안보를 위해 평택 미군기지 이전문제도 정해진 법률적 틀로써 접근하고자 하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아울러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문제에는 최악의 경우 미국을 한반도에 묶어 둘 수 있다는 전략적 의미도 내포되어 있다. 한국과 나눌 수 있는 경제적 이익이 존재하는 한 미국이 한국을 쉽게 포기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존 동북아 국제정치에서 최대 이슈는 북핵 문제다. 북핵 문제의 처리방향과 그 과정상의 외교적 방식이 향후 동북아 지역질서를 결정한다. 대화를 통한 해결이 어려워지고 국면이 경색된다면 지역질서는 대립으로 치닫는다. 반면 대량살상무기에 관한 이슈를 다자적 방식으로 해결하는 방법이 가능해진다면 동북아 안보질서는 새로운 국면으로 들어설 수 있다. 다자안보협의체에 근거한 안보질서를 모색해 나가는 열쇠가 되기 때문이다. 이런 중요성 때문에 한국은 지금의 갑갑한 상황을 조금이라도 변화시켜 보고자 하는 의도를 표현할 수밖에 없다. 이것은 동북아 협력질서 창출이라는 외교적 수사(修辭)만은 아니다. 동북아에서 대립중심의 질서가 나타나게 되면 그 고통스러운 폭풍은 고스란히 한국에게 불어닥치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이것은 현실적 문제이기도 하다. 노무현 대통령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길을 잘 열어주면 저도 슬그머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것을 남북 정상회담 개최 희망과 관련된 직설적 화법만으로 해석할 수는 없다. 남북한에 허용된 협소한 공간 속에서 협력과 평화를 향한 작은 의도들을 표현함으로써 경색되어가는 북핵 문제를 타개하고 싶다는 의미일 것이다. 또 그 성과 위에서 한국 외교의 공간을 넓혀가는 기회로 만들고 싶다는 의지표현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방북은 6월 경의선을 통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그가 가져갈 방북 보따리에 남북한 관계는 물론 한국 외교의 공간을 확대하고 활성화시킬 수 있는 해법이 담겨지기를 기대한다. 아울러 그것이 동북아 국제정치가 협력과 평화의 시대로 전환되는 물꼬를 틀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그렇게 되면 그의 어록도 다시 씌어져야 할 것이다.“외교 또한 살아있는 생물과 같다.”고 말이다. 한국 외교가 생물처럼 생명력을 가진 외교 전선을 열어가야 할 때다. 김기정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DJ 열차訪北 어려울듯

    DJ 열차訪北 어려울듯

    남북은 17일 금강산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방북을 위한 실무접촉을 갖고 6월 하순에 3박 4일 일정으로 평양을 방문한다는데 합의했다. 하지만 김 전 대통령이 희망하고 있는 열차이용 방북에 대해서는 합의를 이루지 못했으며, 오는 29일 개성에서 2차 실무접촉을 가질 예정이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과 이종혁 조선아태평화위 부위원장이 각각 수석대표로 참석한 실무접촉에서 우리측은 철도를 이용하고 싶다는 김 전 대통령의 강한 의사를 전달했으나, 북측은 “(서해) 직항로로 왔으면 한다.”고 사실상 거부 입장을 밝혔다. 이와 관련, 정 전 장관은 이날 접촉을 마친 뒤 동해선 출입사무소로 돌아와 “북측은 여러가지 준비 등을 이유로 직항로를 이용하는 것이 빠르지 않겠느냐고 했다.”면서 “철도시험운행을 하기로 했으나 군사보장 합의 문제를 타결해야 하는 것이 남아 있기 때문에 (그런) 요청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남북이 25일 경의·동해선 철도 시험운행을 갖기로 합의한 것이 DJ의 열차 방북을 보장하지는 않지만 전혀 무관하다 할 수 없다.”면서 “시험운행이 좋은 쪽으로 작용하리라 본다.”고 2차 접촉에서의 기대감을 표시했다. 남측은 경호인원과 김 전 대통령측 인사로 구성된 특별수행원, 의료지원단, 정부지원단, 기자단 등 4개 그룹 80명 규모의 대표단 구성을 제안했으며, 북측은 규모를 줄일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자는 “북측은 김 전 대통령의 6월 방북에 동의하고 이를 환영하며 초청자 측으로서 예우를 다해 맞이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전했다. 한편 이종석 통일부 장관은 이날 한 월간지와의 인터뷰에서 “김 전 대통령의 방북은 북측이 세차례 초청한 것을 구체화하는 것으로 북측이 돈을 요구한 적도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며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뒷거래설’을 일축했다. ‘DJ 방북에서 남북연합 논의가 의제에 포함될 것’이라는 관측에 대해서도 “김 전 대통령이 북측과 그런 논의를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수정기자 crysta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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