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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차 ‘깍듯’ LG는 ‘단출’

    남북 정상회담이 풍성한 뒷얘기를 낳고 있는 가운데,4대그룹의 의전 문화 차이도 세간의 화제다. 7일 재계에 따르면 4대그룹의 문화 차이를 보여주는 ‘재미있는 풍경’이 지난 4일 밤 청와대 연무관 앞에서 벌어졌다. 이곳은 방북 수행 기업인들을 태운 버스의 최종 도착지였다. 취재진 못지않게 각자의 ‘회장님’을 마중나온 기업체 인사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규모나 깍듯함 면에서 가장 눈길을 끈 곳은 현대·기아차그룹. 박정인 수석 부회장, 김동진 현대차 부회장, 설영흥 중국 담당 부회장 등 이른바 ‘부회장 빅3’가 총출동했다. 여기에 비서팀과 홍보팀 직원 등 20명에 가까운 영접단이 도열해 정몽구 회장을 맞았다.‘절대적 카리스마’로 통하는 정 회장의 그룹내 입지와 스타일을 엿볼 수 있다. SK그룹도 10명 가까운 영접단이 연무관에 떴다. 방북 길에 디지털 카메라로 직접 사진을 찍는 등 자유분방한 모습을 보여줬던 최태원 회장은 평소 혼자 다니는 것으로 유명하지만 이날은 취재진을 의식해서인지 마중나온 SK맨들에게 둘러싸여 현장을 빠져나갔다. 비서팀과 홍보팀 직원들이 출동한 다른 그룹과 달리,LG그룹은 비서실장(상무) 등 비서팀에서만 서너명이 나왔다. 일각에서는 “너무 단출하다.”는 평도 나왔지만,LG측은 “LG 스타일”이라고 받아친다. 구본무 회장은 해외 출장갈 때도 공항에 2명 이상 나오지 못하게 한다. 웬만한 경조사 현장은 비서조차 대동하지 않는다. 이건희 회장 대신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수행인으로 나선 삼성그룹은 윤 부회장의 비서(부장)와 홍보팀 직원(차장·과장) 등 총 3명만 현장에 내보냈다. 계산 빠른 삼성의 면모다. 한 재계 인사는 “이 회장이 버스에 타고 있었다면 (경호나 의전이)현대차그룹에 못지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4자는 6자 선순환 의미” “北개혁 연계돼야…”

    “4자는 6자 선순환 의미” “北개혁 연계돼야…”

    2007남북정상 선언 이후 남북관계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우려와 기대가 혼조된 양상이다. 국내 일각에서는 북방한계선(NLL)이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와 경협 이행에 따른 비용문제가 논란이다. 국제적으로는 3자·4자 정상회담을 둘러싼 긴장감도 적지 않다. 특별수행원으로 이번 정상회담을 직접 지켜본 문정인 연세대 교수와 미국의 대표적인 북한경제전문가인 스테판 해거드 교수로부터 각각 정상회담의 의미와 과제 등을 들어본다. ■ 문정인 연세대 정외과 교수 2007 남북정상 선언에서 정전체제를 끝낼 주체로 나온 ‘3자 또는 4자 정상간 논의’가 중국의 민감한 반응을 낳는 등 외교문제 조짐을 보이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의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평양을 다녀온 문정인 연세대 정외과 교수는 7일 이에 대해 “종전선언은 남북한과 미국, 이 3자가 하는 것이 마땅하나 평화체제를 6자회담과 연동해 선순환 관계로 만들기 위해 4자라는 표현을 쓴 것”이라며 “이 합의가 외교문제화한다는 시각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문 교수로부터 이번 정상회담의 의미와 방북 뒷얘기를 들어봤다. ●‘3자 또는 4자´ 표현 혼선과 논란 ▶남북정상선언에 종전선언의 주체가 ‘3자 또는 4자’로 표현되면서 혼선과 논란을 빚고 있다. -비핵화를 실현하고 정전체제를 끝내자는 부시 미 대통령의 뜻을 노 대통령이 전달한데 대한 김정일 위원장의 화답으로 3자가 나온 것이다. 다만 6자회담 9·19공동성명에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4자간 협의’가 언급된 점을 감안, 남북정상간 논의와 6자회담의 틀을 선순환 구조로 연결하기 위해 4자라는 표현을 쓴 것이다. ▶정전협정의 주체는 북한과 미국, 중국 아닌가. -과거 북한이 줄곧 주장해 온 얘기다. 법적으로 휴전협정 당사자는 북한과 중국, 미국 3자가 사실이다. 그러나 이것도 엄밀히 따지면 실제 국가주권을 바탕으로 서명한 나라는 북한뿐이다. 미국은 유엔 참전국 16개 나라를 대표해 서명한 것이고, 중국은 정부가 아니라 북한의 안전을 걱정해 자발적으로 조직된 비정부적 성격의 의용군 대표로 서명에 참가했을 뿐이다. 다시 말해 휴전협정이라는 건 북한이라는 주권국가와 중국의 의용군, 유엔이라는 국제기구를 대신한 미국이 맺은 협정이다. 따라서 종전선언을 북한과 미국·중국 3자가 하는 것은 법적으로도 구속력이 없다. ▶공식 수행원에 외교부 장관이 제외된 것은 잘못이라는 지적도 있다. -외교부 장관이 갔으면 더 모양새가 좋았을 수도 있다. 그러나 외교부 장관이 끼게 되면 자칫 북핵 정상회담으로 비쳐지면서, 평화와 공동번영이라는 남북회담의 기본취지가 퇴색할 수 있다는 지적이 관계부처 간에 있었던 것으로 안다.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건설 합의의 의미를 꼽는다면. -예상외로 흔쾌히 합의된 사항으로, 대단히 의미가 크다. 비무장지대가 철도와 도로로 연결된데 이어 바닷길에도 직항로가 뚫리는 것이다. 사실 서해 북방한계선(NLL)으로 북한은 많은 고통을 받아 왔다.NLL을 피해 돌아다녀야 했으니까…. 해주에 경제특구를 만들고 평화지대화하면 남북의 민간선박들이 서해 연안을 자유롭게 다니게 된다. 인천-개성, 개성-해주가 육로로 연결되고 인천-해주가 해로로 연결됨으로써 남북 번영을 이끌 황금의 삼각벨트가 한반도 허리에 생기게 되는 것이다. ●서해 북방한계선 무력화 우려에 대해서 ▶NLL이 무력화될 것이라는 논란도 있다. -군사적 신뢰관계는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 비군사부문, 즉 경제적 협력과 인적 교류, 환경·에너지 등의 협력을 통해 점진적으로 군사적 신뢰를 쌓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경제와 평화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자는 것이 해주평화특구의 기본 개념이다.NLL은 해양경계선으로 존속될 것이다. 단, 이와 관련된 지역을 번영을 위한 남북 공동의 평화 지대로 전환하고 양측 국방장관 회의 개최를 통해 이 지역에 대한 군사적 안전만 보장한다면 평화와 번영의 선순환 관계가 이루어질 것이다. ▶또다른 퍼주기가 아니냐는 지적은 어떻게 보나. -북한 사람들이 정말 우리를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것 중에 이 퍼주기 논란이 있다. 그들은 “언제 남한이 우리에게 퍼준 적이 있느냐. 개성공단이 퍼주기냐.”라고 생각한다. 이번 남북정상선언 5항에 ‘공리공영’과 ‘유무상통’이라는 표현이 있는데 상호 호혜적 교환 관계를 뜻한다. 사실 안변과 남포에 조선협력단지를 건설키로 한 합의는 북한보다 우리에게 절박했던 사안이다. 일본이 지금 저가(低價) 조선시장을 잡고 있는데 우리는 지금 배를 지을 땅이 없다. 안변, 남포 조선단지를 통해 남북이 협력하면 저가 조선시장도 우리가 잡을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중국과 일본의 샌드위치를 극복하는 대안이다. 자꾸 판을 깨려는 쪽이 퍼주기니 뭐니 하고 있다. 경의선 개보수 비용만 해도 철도공사측은 2700억원 정도면 충분하다는데 다른 쪽에선 5000억,6000억원 얘기한다. 비용조달 방안은 얼마든지 있다. 우선 부총리급 경제협력공동위원회에서 구체적 추진방안을 논의하고, 국제적 타당성 조사를 벌이는 게 먼저다. 이후 민간투자와 해외펀드, 정부예산을 적절히 조합하는 방안은 얼마든지 있다. ▶김정일 위원장의 파격행보가 외교적 결례 아니냐는 지적도 많다. -평양에 있던 우리(수행단)는 김 위원장의 회담 연장 제의를 ‘내실 있는 회담을 통해 제대로 결실을 보자.’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사실 3일 오전 1차 정상회담 때 노 대통령이 쏟아낸 의제들이 너무 많았다. 김 위원장으로서는 짧은 시간에 그걸 다 어떻게 검토하느냐 하는 생각이었을 것이다. 한편으로는 그 전날, 즉 2일 노 대통령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간의 신경전도 작용했다고 본다. 노 대통령을 방북 첫날 만난 김영남 상임위원장은 거의 50분 넘게 통일의 3대 저해요인, 참관지 제한 문제 등 북측 고유의 입장을 경직된 자세로 주장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노 대통령은 “들은 것으로 하겠습니다. 내일 오전 김정일 위원장과의 회담도 이러면 점심 먹고 짐 싸서 내려가야겠네요”라고 은근히 압력을 가했다고 한다. 김 위원장은 머리 회전이 빠른 사람이다. 노 대통령이 ‘점심 먹고 가겠다.’고 하는 발언을 계산하고 하루 더 있으라는 성의를 내보인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을 것이다. 회담 말미에 제안을 스스로 거둬들인 것만 봐도 고도의 계산된 성의표시라고 생각한다. 아리랑 공연도 하나의 이유였다고 본다. 그런데 김 위원장은 우리 일행보다 북한 인민들을 더 배려했을 가능성이 있다. ●노대통령 개성공단 동행제안에 김정일 “통행증명서 없어…” ▶개성공단에 대한 두 정상의 시각차가 컸나. -마지막날 송별 오찬 때 노 대통령이 ‘개성공단에 한번 가시자.’고 했다. 그랬더니 김 위원장 하는 얘기가 “내가 지금 개성엘 가려면 통행증명서가 필요한데 아직 신청 못했어요. 나오면 그 때 가보겠다.”고 하더라.(통관·통행·통신의 3통 문제 등 더딘 개성공단 진척 속도에 대한 불만을 은유적으로 내보였다는 뜻) ▶남북 정상간 핫라인 설치는 논의되지 않았나. -2000년 정상회담 이후 북한 통일전선부와 우리 국정원 사이에 직통전화가 설치돼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정상간 핫라인의 역할을 국정원과 통전부에 준 것이다. 중요한 부서간에 이미 핫라인이 있는데 정상간 별도 핫라인은 중요하지 않다고 본다. 진경호기자 jade@seoul.co.kr ■ 스테판 해거드 北경제전문가 |워싱턴 이도운특파원|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10·4 공동선언’을 통해 남북간의 새로운 경제협력 프로젝트들을 제시했다. 서울신문은 이같은 남북간의 경협 프로젝트들이 갖는 의미와 실현 가능성 등을 ‘제3자의 눈’으로 점검하기 위해 미국 UC샌디에이고 국제관계대학원의 북한 정치경제 전문가 스테판 해거드 교수와 이메일 인터뷰를 가졌다. 해거드 교수는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경협 프로젝트들이 북한의 노동력과 남한의 자본 및 기술을 결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겠지만 북한 경제의 개혁이 뒤따르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경제협력 프로젝트에 대한 평가 ▶이번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는. -무엇보다 정상회담을 통해 발표된 합의문은 남북관계에 긍정적인 진전을 가져왔다고 본다. 특히 6자회담 ‘10·3 합의’와 연결해서 보면 의미가 크다. 그러나 10·3합의든 10·4합의든 북한과 다른 6자회담 참가국들의 이행 의지에 성패가 달려 있다고 본다. ▶남북 정상이 합의한 경제협력 프로젝트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남북한의 경제는 분명히 잠재적인 상호보완성을 갖고 있다. 남한에는 자본과 기술이 있다. 북한은 고용을 갈망하는 노동력을 보유했다. 그러나 남북경협과 북한 경제 개발에는 반드시 고려해야 할 세 가지 사항이 있다. 첫째, 남북경협의 성공은 근본적으로 안보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북한이 핵 야망을 계속 갖고 있다면 통상과 투자는 늘어나지 않을 것이다. 특히 미국과 일본, 유럽 기업들은 투자하지 않을 것이다. 둘째, 외국의 지원은 북한의 개혁과 연계돼야만 효과를 발휘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북한이 시장경제를 확대하지 않으면 인프라(사회기반시설·제도)에 투자를 해봤자 충분한 이익을 얻지 못할 것이다. 셋째, 북한에 대한 지원과 ‘순수 상업거래’의 균형을 잘 유지해야 한다. 북한이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보이려면 민간기업을 육성해야 한다. 북한 정권이 개입하는 합동 프로젝트 방식은 별다른 효과가 없을 것이다. ▶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합의한 경협 프로젝트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공동어로수역과 해주경제특별지역 설치를 꼽을 수 있다. 왜나하면 두 프로젝트는 개성공단 모델을 북한의 다른 지역에 확대하려는 의지를 반영한 것이기 때문이다. 공동어로수역은 남북간의 중요한 안보문제(NLL 논란)에 접근하는 방안이기도 하다. 인프라 건설도 중요하기는 하지만 효율성이 뒷받침될 때만 그렇다. 예를 들어 평양∼개성간 신고속도로 건설은 경제활동 확대에 그다지 큰 기여를 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에 돈 낭비가 될 가능성이 크다. 조선소 건설 프로젝트도 철저한 상업적 원칙을 따르지 않으면 역시 기대한 효과를 얻을 수 없을 것이다. ▶남북경협이 북한의 경제발전과 북한 주민의 생활 개선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는가. -북한 주민은 절망적인 가난에 시달리고 있다. 경제성장을 하려면 외부의 협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북한 당국은 반드시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예를 들어 북한 주민의 30%는 여전히 농촌 지역에 살고 있다. 그러나 북한에서는 농민을 위한 농업 개혁에 대한 논의가 전혀 없다. 농지보유권이나 작물을 시장에 내다 팔 수 있는 조치들이 나와야 한다. 많은 북한 기업들이 사실상 도산 상태이다. 구조조정은 물론이고 외국 기업과의 제휴, 심지어는 민영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그런 개혁들이 특별경제구역보다도 중요하다. ●북한 경제를 살리는 최선의 방안은 ▶개성공단 사업이 성공했다고 보는가. 또 성공을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가공무역지대는 북한 경제개혁의 초기 단계로서 유용한 실험이 될 수 있다고 본다. 한국도 1960년대에 그런 지역을 만들었고, 중국도 같은 길을 걸었다. 그러나 한국이나 중국에서는 가공무역이 큰 전략의 한 요소에 불과했다. 개성공단이 성공하려면 그같은 실험이 다른 지역으로까지 확산돼야 한다. 또 투자자들도 일부 고립된 장소에서 벗어나 활동할 수 있어야 한다. ▶북한이 경제를 개방할 준비가 되어있다고 보는가. 북한경제를 살리는 최선의 방안은 무엇이라고 보나. -그것이 바로 결정적인 문제다. 북한의 경제가 개방되고 있다는 신호는 이미 나오고 있다. 그러나 그 대상은 중국에 국한돼 있다. 중국과의 무역이 한국과의 무역보다 훨씬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북한 정권이 남한에 경제를 개방하는 것은 주저하는 것이 아닌가 우려된다. 최근 개성공단을 방문했던 한국 기업인과 만날 기회가 있었다. 그 기업인은 개성공단에서 북한 직원들과는 대화를 할 수가 없었다고 전했다. 그가 대화할 수 있었던 상대는 안내인뿐이었다고 한다. 한국 비정부기구(NGO) 관계자들은 북한 주민들과 접촉할 수 있는 상황이 좀더 낫다고 들었다. 그러나 북한 당국은 분명히 한국과의 직접 접촉을 두려워하고 있다. ●미국 기업의 투자 여부와 북·미 관계 전망 ▶세계은행(WB)이나 국제통화기금(IMF)에서 북한 경제 개발을 위한 자금을 지원할 수는 없는가. -미국은 북한이 국제 금융기관에 가입하는 것을 반대해 왔다. 그같은 정책은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기관들에 가입하게 되면 북한은 여러모로 배우는 것이 많게 된다. 물론 WB나 IMF가 자선기관은 아니다. 그들은 이치에 맞는 경제 프로그램과 성공여부가 확실한 개발 프로젝트에만 돈을 빌려줄 것이다. 또 투명성을 갖춰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미국 정부가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하면 미국 기업들은 북한에 투자할까. -모든 글로벌 기업과 마찬가지로 미국의 기업들도 북한에서 이익을 낼 수 있다고 판단이 될 때만 투자할 것이다. 기본적으로는 안보(핵)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 또 투자자가 이익을 얻도록 하려면 북한의 법률도 손질해야 할 것이다. 만약 북한의 당국과 사업 파트너들을 신뢰할 수 없다면 미국 기업들이 왜 북한에 투자를 하겠는가. 그것은 한국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향후 북·미 관계를 어떻게 보나. -미국 정부는 북한과의 핵 문제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을 낭비했다. 어쨌든 현재의 6자회담 과정에는 만족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과 북한이 역사적으로 가장 중요한 전환기를 맞을 것인가는 북한의 지도부에 달려 있다. 만일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비록 점진적이라고 할지라도 개혁의 길로 들어서면 외부에서도 긍정적으로 반응할 것이다. 또 한반도의 미래도 활짝 열리게 된다. 그러나 북한 지도부가 현재의 길을 계속 고집한다면 비참하고 배고픈 상황만이 기다릴 것이다. dawn@seoul.co.kr
  • 美 ‘불능화팀’ 9일 방북

    북한 핵시설 불능화 작업을 위해 미국의 핵기술자로 구성되는 전문가팀이 9일 방북할 것으로 7일 알려졌다. 전문가팀이 9일 방북, 영변 5㎿원자로와 방사화학실험실과 핵연료봉 제조공장 등 불능화 대상 시설들을 둘러본 뒤 북한 측과 구체적인 불능화 방안을 확정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지난 3일 베이징에서 열린 6자회담의 비핵화 2단계 로드맵이 담긴 ‘10·3 합의’에 따른 것이다. 핵 불능화 작업은 이달 중순 이후 본격 착수돼 45일 정도 걸릴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팀은 지난 달 11∼15일 방북한 미·중·러 3국 핵전문가팀 단장을 맡았던 성김 국무부 한국과장과 미국 측 전문가들로만 구성될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팀은 연말까지 불능화하기로 한 영변의 5㎿ 실험용 원자로와 방사화학실험실(재처리시설), 핵연료봉 제조공장 등 3개 시설에 대해 복구까지 약 12개월 가량 걸리는 불능화 방식을 북측과 모색할 예정이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2007 남북정상선언 이후] “아리랑 공연 정교함에 놀라”

    정상회담을 수행하고 돌아온 기업인들은 대부분 5일 평소보다 다소 늦게 출근했다. 전날 자정 무렵 귀가한 데다 2박3일의 피로감이 누적된 탓으로 풀이된다. 부지런한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이날은 오전 9시30분쯤 출근했다. 이들이 전하는 뒷얘기도 흥미롭다. ●윤종용 부회장,“북한 기술지원센터 필요” 윤 부회장은 이날 언론에 돌린 방북 소감 자료를 통해 “기업들의 북한 투자와 사업 협력을 위해서는 기술인력 육성이 시급한 만큼 기술지원센터 같은 것을 운영해 고급 정보기술(IT)과 소프트웨어 분야의 기술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북한의 투자 시스템과 제도가 갖춰지고,3통(통신·통행·통관)이 보장되며, 전력·용수 등의 인프라가 확충된다면 삼성은 기존 사업을 포함해 신규분야 투자를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얼핏 투자 확대로 들리지만 전제조건이 많아 기존의 소극적 태도에서 별반 달라지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재계가 ‘방북 보따리’를 놓고 얼마나 고민 중인지를 단적으로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을 남쪽 단장으로 한 남북 경제인 간담회와 업종별 간담회는 북한이 생각만큼 사전 준비를 해오지 않아 “회의다운 회의는 하지 못했다.”고 또 다른 수행 기업인이 전했다. ●김정일 위원장,‘음식 수다’ 여전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2년 전 평양 방문 길에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독대했었다. 현 회장은 “(김 위원장이)여전히 호탕하고 활달하더라.”라면서 “주량도 여전하고 음식이 상에 오를 때마다 자세히 설명해주는 것도 똑같더라.”고 전했다. 전복죽에 들어간 상어지느러미며, 찹쌀로 만든 아이스크림 등을 일일이 자상하게 설명해줬다는 전언이다. 김 위원장을 비롯해 북측 인사들이 고(故) 정몽헌 회장의 얘기도 자주 입에 올려 현 회장은 개인적으로 가슴이 뭉클했다고 한다. 이한호 광업진흥공사 사장과 박재현 한국토지공사 사장은 “남한의 경제 투자에 대한 (북한 사람들의)기대감이 무척 크다는 게 피부로 느껴졌다.”고 입을 모았다. ●“‘아리랑’ 정확성이면 완벽한 제품 만들듯” 북한 안변에 선박 블록공장 건설을 검토 중인 남상태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북한 인력의 숙련도를 걱정하는 기자의 질문에 흥미로운 대답을 내놓았다. 남 사장은 “‘아리랑’ 공연을 보면서 그 규모와 (카드 섹션의)정확성에 놀랐다.”면서 “이 정도의 정교한 손재주라면 조금만 훈련시킬 경우 완벽한 제품을 만들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고 털어놓았다. 김기문 개성공단 입주기업 대표는 “한 북측 인사가 대통합민주신당의 경선 판이 깨졌는데 이게 정동영 후보에게 유리한 거냐, 불리한 거냐고 물어와 크게 놀랐다.”고 털어놓았다. 김장수 국방부 장관의 꼿꼿한 악수 자세도 처음에는 북측이 몰랐다가 남한 언론 보도를 본 뒤 투덜거렸다고 한다. 김 대표는 “북측 인사들이 남한 신문을 매일 접하면서 남한 사정을 자세히 꿰뚫고 있다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재계 총수들을 비롯해 방북 기업인들은 이날 출근하자마자 방북 성과 등에 관한 청와대 설문조사 ‘숙제’를 마치느라 바쁜 하루를 보냈다. 안미현 김효섭 강주리기자 hyun@seoul.co.kr
  • [2007 남북정상선언 이후] “北에 마이크로크레디트 제안”

    남북정상회담에 특별수행원으로 참가한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5일 “북한에서 마이크로크레디트(소액신용대출) 사업을 벌이는 방안에 대해 (북측에) 의사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이날 하나금융공익재단이 경기 남양주에 짓는 노인요양시설 ‘하나실버카운티’ 기공식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방북 결과를 설명했다. 김 회장은 “방글라데시의 그라민뱅크 같은 마이크로크레디트 사업은 원래 50∼100달러 정도를 지원하는 점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에는 적절한 사업모델이 아닐 수 있다.”면서 “그런 점에서 북한에 마이크로크레디트 모델이 적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채소나 아이스크림을 파는 가두판매대 제작비용 지원 등을 북한에서 가능한 마이크로크레디트 사업의 예로 들었다. 그는 “우리나라의 관계 요로에도 마이크로크레디트 사업과 관련한 자료를 전달했으며 북한에도 역시 관련 자료를 주고 왔다.”고 덧붙였다. 김 회장은 이어 “물론 법적·제도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검토가 필요하며 아직 구체적인 계획을 세운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또 마이크로크레디트 사업과 함께 북한에서 금융거래와 관련된 교육을 실시하는 문제도 북한에 제의했다. 그는 하나은행이 중국에서 실시하고 있는 금융교육프로그램을 예로 들며 “중국에서도 하고 있는데 북한에서 못할 이유가 없다.”며 “국제금융거래와 무역거래에 대한 실무교육을 북한에서도 실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방북기간 남북 금융교류에 대한 논의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조선무역은행 관계자를 만나기는 했지만 충분한 시간이 없어 금융분야와 관련된 구체적 논의는 하지 못했다.”면서 “테러지원국 해제 문제 등이 해결되지 않으면 국내 은행이 북한의 결제망에 들어가기 어려운 만큼 먼저 그런 문제가 해결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평양을 다녀와서] 이철 “남북 철길은…지름길”

    [평양을 다녀와서] 이철 “남북 철길은…지름길”

    10월2일 오전 9시6분, 대통령을 선두로 우리 방북단 일행은 마침내 금단의 선을 넘었다. 기나긴 세월 누구도 자유로이 갈 수 없었던 북행길…. 가슴이 벅찼다. 오늘 이 길이 화합의 길, 번영의 길, 민족상생의 길이 되기를, 그리고 마침내 끊어진 혈육을 하나로 잇는 통일의 첫걸음이 되기를 마음속으로 빌었다. ‘2007 정상회담’에서 필자는 대통령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철도관련 협의를 했다. 정상회담이 남북간 큰 틀의 합의를 담당한다면, 특별수행원들은 분야별로 북측의 관계자들을 만나 실질적인 분야별 교류 방안을 협의하는 역할을 맡았다. ●철도분야 합의내용 기대 이상 실질적인 남북 교류와 협력이라는 전제를 생각해 볼 때 철도가 갖는 상징성은 매우 중요했다. 철길은 곧 화해와 번영으로 가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통한다는 것은 곧 철길을 의미하며, 철길이 통하면 마음이 열리고 마음이 열리면 곧 사람이 오갈 수 있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이런 생각으로 북한의 김용삼 철도상을 만나고, 여러 관계자들과도 자리를 함께하면서 우리의 제안을 놓고 이야기꽃을 피웠다. 이번 회담에서 철도분야의 합의 내용은 실로 기대 이상이었다.‘문산~봉동간 철도화물 수송’이라는 합의는 우리 경제의 숨통을 트는 첫 신호탄이라는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개성은 문산에서 불과 30여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다. 이 가까운 거리를 두고 그동안 참 먼 길을 돌아왔다. 엄청난 운임을 쏟아부으면서 뱃길과 육로를 이용해 물자를 운송해 왔던 것이다. 철도는 화물의 대량 운송이 가능하다는 것이 최대의 장점이다. 이제 이 장점을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비록 20㎞ 남짓한 짧은 거리지만 앞으로 이 거리가 300㎞,3000㎞로 확대되어 우리 민족의 국운을 개척해 가는 황금의 길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또 내년도 베이징올림픽에 남북 응원단이 경의선 열차를 처음으로 이용하여 함께 참가하기로 합의했다. 우리 기차에 남북의 응원객을 싣고 북녘 땅을 가로질러 압록강 넘어 베이징으로 입성하는 장면을 상상해 보라. 얼마나 유쾌한 상상인가. 오랜 목마름 끝에 맛보는 단비와 같은 소식이다. 개성~신의주 구간 철도 개·보수도 추진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우리가 대륙철도를 활용하게 되는 큰 변화를 목전에 두게 되었다. 머지 않아 우리 경제가 더 넓은 시장과 연결되는 것이다. 무엇이든지 처음이 어렵다. 한번 뚫린 길은 쉽게 닫히지 않는다. 그 길은 다음 사람도 갈 수 있는 상시적인 통로가 될 수 있다. 민족의 국운이 대륙으로 뻗어가는 첫걸음이 되리라 확신한다.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아쉬움도 있다. 개성공단 통근열차와 금강산 관광열차 운행에 대한 합의를 끌어내지 못한 점 등이다. 그러나 남북의 정상이 평화와 번영, 그리고 통일이라는 공동의 기치 아래 군사적 보장 조치와 통행·통신·통관의 제도적 장치 마련에 합의한 이상 남은 과제들은 차후 관련 당사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하나하나 풀어가면 되리라 믿는다. ●남북철도시대 차질 없이 준비할 것 우리 코레일은 철도 운영의 주체로서 다가올 남북철도시대를 차질 없이 준비해 갈 것이다. 당장 임박한 문산~봉동(개성)간 화물열차의 운행, 그리고 베이징올림픽 응원열차의 조성과 운행방법 등에 대해서 기술적으로 점검하고, 아울러 중국을 포함한 관련국과 실무협의도 해 나갈 것이다. 또 개성~신의주까지의 개량사업을 포함한 북한철도 전반에 대한 기술적인 문제를 상시적으로 점검하고 협의할 수 있는 남북철도 협의체나 남북철도 합영회사 같은 것도 심도있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제 남북 상호 이익에 입각한 ‘경제공동체’라는 큰 물꼬는 텄다. 그 물줄기가 멈춤 없이 흐르게 하기 위해 철도는 수많은 지류를 만들어 갈 것이다. 물자와 물자, 사람과 사람, 문화와 문화가 오가는 희망의 가교로서 단절된 피를 통하게 할 것이다. 그것이 평화와 번영, 통일을 견인하는 진정한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 통일·국방 ‘NLL 엇갈린 언급’ 논란

    남북정상회담이 끝난 지 하루 만에 서해 북방한계선(NLL) 논란이 재점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공식 수행원으로 방북하고 돌아온 이재정 통일부 장관과 김장수 국방부 장관 간에 서로 다른 언급을 내놓으면서 논란이 다시 촉발됐다. 이재정 통일부 장관은 5일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 출석,“우리나라 어느 공식 문서에도 NLL이 영토적 성격이라고 써 놓은 곳이 없다.”며 “NLL이 영토개념이라는 것이 어디에도 붙어 있는 것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장관의 언급에 대해 일각에서는 정부가 공동어로 수역 설정과 해주항 직항 등을 위한 논의 과정에서 북측의 집요한 NLL 재설정 요구를 수용할 의사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 장관은 정상회담 전인 지난 8월10일에도 “NLL은 영토의 개념이 아니라 군사적 충돌을 막는 안보적 개념에서 설정된 것”이라고 말해 NLL 논란에 불을 지폈다. 그러나 김 국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북측이 NLL 재설정 주장을 끝까지 고집할 경우에도 해주항 직항 등을 허용하느냐는 질문에 “기존 NLL 인정 하에, 우리가 제시한 통항 절차를 준수한다는 조건이 선결조건”이라고 분명히 했다. 그는 이어 “해상경계선이 있을 때 공동어로 개념이 생기는 것이지, 해상경계선이 없는 상태에서 공동어로 구역이라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김 장관은 이날 오전 국무회의 참석에 앞서 일부 기자들에게 서해 NLL을 지킨 것이 정상회담의 군사분야 성과라고 말하기도 했다. 논란이 재연될 조짐을 의식한 듯 청와대 천호선 대변인은 이날 NLL 문제에 대해 “협의할 수 있지만 현재는 경계선 유지라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며 진화에 나섰다.천 대변인은 이어 “서해평화특별지대 합의는 군사적인 차원의 접근 말고 평화협력 구성을 위해 접근하자는 중요한 발상의 전환”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NLL 재설정 논란은 오는 11월 개최키로 합의한 제2차 남북 국방장관회담에서도 남남갈등으로 비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2007 남북정상선언 이후] 이수훈”北,국책연구기완장 교류 긍정적”

    [2007 남북정상선언 이후] 이수훈”北,국책연구기완장 교류 긍정적”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은 나빠진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얼굴 윗부분이 조금 붉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3일 평양 인민문화궁전에서 남측 수행원들과 악수하며 배우 문성근씨가 ‘제가 문성근입니다.’라며 인사하자 김 위원장은 발길을 멈추고 ‘반갑습니다.’라고 친근함을 표시하는 등 소탈하고 자상한 모습도 보여주더군요.” 남북 정상회담에 노무현 대통령을 수행했던 대통령 자문 동북아시대위원회 이수훈(53) 위원장은 “전력사정이 눈에 띄게 좋아진 점 등 북한 경제형편은 많이 나아지고 있는 게 분명해 보인다.”고 5일 말했다.2004년에 이어 세번째 방북한 그는 이날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특히 2001년 8월 민족대축전을 맞아 평양을 방문했을 때와 견줘 이같이 강조했다. ●“늦은밤 평양 환해 전력사정 좋아진 듯” 이번에 찾은 평양 거리에는 우리의 성탄절 분위기와 비슷하게 트리 장식이 돼 있었으며 아파트 등 주택가에도 밤 11시 넘어 늦게까지 불이 켜져 있는 등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었다고 한다.2004년엔 사흘이라는 짧은 체류기간 때문에 자세히 살피지 못했지만 2001년에는 일찍 전등이 꺼지는 등 적막강산이었다고 회고했다. 낮에도 아파트 창문에 비닐 같은 것으로 덮어 씌워 놓는 등 비교적 어두운 느낌을 받았으나 이번엔 도로나 주택가가 말끔히 단장됐다는 느낌을 줬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북측 인사들은 “우리는 늘 이렇게 하고 있다.”고 뽐냈다고 전했다. 전력 공급이 어떻게 좋아졌느냐는 물음에는 “수년에 걸쳐 소형 수력발전소를 많이 지은 결과”라고 답변했다는 것이다. 시내 건물도 깨끗하게 도색해 6년 전과 달리 황폐한 느낌이 아니라 ‘사람 사는 냄새’가 풍기는 인상이 짙었다고 그는 말했다. 이 위원장은 또 “2000년 1차 정상회담이 상징적이고 추상적인 것이었다면, 그로부터 7년이 지난 이번 회담은 화해와 협력을 다지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 큰 의의”라고 강조했다. 경제적 협력과 제반 협의의 틀을 마련한 기회였다는 설명이다. 그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군사적으로 요충지인 황해도 해주를 정보기술(IT) 경제특구로 개방하는 문제에 대해 곧바로 수락한 점을 사례로 손꼽았다. 북 해군전력의 60%를 차지하는 이 지역을 놓고 ‘통 큰 결단’을 내렸다는 사실이 한반도의 바뀐 분위기를 증명한다는 것이다. 그는 “해주 경제특구가 갖는 상징성이 크다는 사실은 개성공단에서 엿보인다.”면서 “당시 군사시설을 수㎞ 밖으로 물리면서까지 공단을 조성하지 않았느냐.”고 되물었다. 또 정상회담 준비과정에 우여곡절이 숱하게 많았는데도 불구하고 북측이 매우 협조적이었다는 점도 들었다. 방북단 규모를 당초 200여명에서 300여명으로 늘린 점, 노 대통령이 걸어서 군사분계선을 넘어갈 계획을 통보한 것만 해도 엄청난 준비가 뒤따라야 하는 등 갖가지 복잡한 문제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끝까지 남측을 배려해 줬다는 이야기다. 마지막날 발표된 ‘2007 남북 정상선언’ 합의문도 남측이 80∼90%를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라고 했다. ●‘인민은 위대하다´는 외교 의전상 배려 노 대통령이 4일 서해갑문을 방문해 방명록에 ‘인민은 위대하다.’라는 글을 쓴 점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잘라 말했다. 그는 “국민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한 말로, 외교 의전상 상대방을 배려한 것”이라면서 “북녘에서 북한이라는 말 쓰면 안 되듯 우리 표현으로 하면 결례”라고 덧붙였다. 노 대통령의 방명록 서명을 놓고 네티즌들은 “그래서 영혼을 팔아 먹었다는 말까지 듣는 것”“남측으로 치면 국민이라는 뜻으로 국민을 위해 일해야 한다는 것이니 문제 아니다.”라는 등 입씨름이 한창이다. 한편으로는 “오히려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겐 (주민인권 등 탓에) 따끔한 얘기로 들릴 수 있다.”는 말도 나왔다. 마지막으로 이 위원장은 “남북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공유하기 위해서라도 국책연구기관장들의 교류가 필요하다.”고 제안해 북측으로부터 긍정적 반응을 얻었으며 다음달 방북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리종혁 아태평화위원회 부위원장 겸 조선통일연구원장과 최승철 통일전선부 부부장 등 고위 관계자들이 초청요청을 흔쾌히 받아들였다고 귀띔했다. 그는 정상회담에 따른 미국과 일본 전문가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8일 출국한다.16일까지 머물며 빌 클린턴 정부부터 조지 부시 정부 초기까지 미국의 대북 특사를 맡았던 찰스 프리처드 한·미경제연구소(KEI) 소장, 한인으로 미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국장을 지낸 조지타운대 빅터 차 교수, 릿쿄대 이종원 교수 등을 만난다. 이 위원장은 “이들은 한반도 전문가들이기는 하지만 비핵화 문제 등 핫이슈에 대해 피부로 느끼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면서 “직접 회담에 참석한 입장에서 자세한 설명을 통해 이해를 넓히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남북 정상회담후 北·美관계도 ‘훈풍’

    |워싱턴 이도운특파원|남북 정상회담과 북핵 6자회담에서 ‘긍정적인’ 합의가 나오면서 북·미관계도 탄력을 받고 있다. 북한 영변 핵 시설의 불능화를 이행할 실무팀이 10일쯤 다시 방북, 올해 안에 5㎿급 원자로 등을 불능화하기 위한 준비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실무팀은 성 김 국무부 한국과장이 이끌게 되며 중국·러시아의 핵 전문가도 포함돼 있다. 6자회담의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3일 PBS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올해 말까지 북한 핵시설을 불능화하고 모든 핵프로그램 목록을 신고받으면 2008년에는 마지막 단계에 들어가 50㎏ 상당의 폭탄을 만드는 장치를 폐기하는 등 완전한 북핵 폐기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힐 차관보는 “북한에는 이미 생산된 플루토늄이 있고 목록상 규모가 50㎏으로, 핵무기 5∼10개를 만들 수 있는 양”이라고 덧붙였다. 핵 문제 진전과 함께 북·미 민간 차원의 교류도 활성화되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오케스트라인 뉴욕필하모닉은 북한의 초청을 받아들여 평양에서 공연하기로 결정하고 세부 일정을 협의 중이라고 워싱턴의 소식통이 4일 전했다. 뉴욕 필하모닉은 평양 공연 준비팀을 6일 북한에 보내 8일까지 북측 관계자들과 공연과 관련한 협조사항들을 논의한다. 특히 방북 준비팀에는 미 국무부 관리도 동행해 북한 당국과 의견을 조율한다고 소식통은 말했다. 뉴욕필의 평양 공연은 이르면 연내에 이뤄질 전망이며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직접 관람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북한의 태권도 시범단이 사상 처음으로 미국 땅을 밟았다. 배능만 조선태권도위원회 부위원장이 이끄는 북한 태권도 시범단 18명은 4일 로스앤젤레스(LA) 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이같은 변화에 대해 미 언론도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4일 조지 부시 행정부가 북핵 공동합의서를 이끌어 내는 과정에서 감탄할 만한 외교적 창의력과 유연성, 인내심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dawn@seoul.co.kr
  • [2007 남북정상선언 이후] ‘核포기↔테러국 해제’ 첫 관문

    [2007 남북정상선언 이후] ‘核포기↔테러국 해제’ 첫 관문

    한반도 정세가 요동치고 있다. 지난달 말 베이징에서 북핵 6자회담 참가국들은 연말까지 북한 핵시설 불능화 및 핵프로그램 신고를 끝낸다는 비핵화 2단계 로드맵을 만들었다. 이후 남북한 정상은 지난 2일부터 사흘간 평양에서 머리를 맞대고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협력을 다짐했다. 비핵화 이행의 속도가 빨라지면 그만큼 정전체제 종식과 평화체제 구축이 앞당겨질 것이라는 기대도 한층 커가고 있다. 그러나 조그만 상황 변화로도 방향을 틀어버리는 ‘북핵’의 민감성과 한반도 주변국들의 복잡다기한 이해관계를 감안하면 이같은 평화체제의 로드맵이 순항을 이어가 목표점에 도달하기까지에는 적지 않은 암초가 도사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비핵화 이행, 북·미 신뢰 관건 6자회담 참가국들이 지난 3일 채택, 공식 발표한 비핵화 2단계 로드맵은 핵시설 불능화 방법 및 핵프로그램 신고 대상, 테러지원국 해제 문제 등에 대해 모호성을 노출,‘반쪽 합의’에 그쳤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영변 원자로 등 3개 핵시설을 최소 1년 정도 불능화한다는 데는 합의했지만 이를 실현할 방법에 대해서는 여전히 이견을 좁히지 못한 상황이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2차 핵 불능화 기술팀이 다음주 초 다시 방북, 북측과 벌이게 될 협의가 1차 관건으로 꼽힌다.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에 대한 해명과 플루토늄을 핵프로그램 신고 대상으로 명시하지 않은 점도 북·미간 갈등을 불러올 소지가 있다. 한 외교 소식통은 “UEP·플루토늄은 미국 강경파가 명시하지 말자고 해 잠정 합의 이후 채택 과정에서 문구가 수정된 것으로 안다.”며 “미국이 북한의 신고 과정에서 요구 수준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 시점도 북·미간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합의문에는 ‘북·미 실무그룹 회의 결과에 기초한다.’로만 돼 있다. 언제까지라는 시점이 없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남북정상회담에서 북측의 핵폐기 의지를 확인했다지만 북한은 핵문제를 남한이 아닌 미국과 풀려고 하기 때문에 북·미간 신뢰와 합의 이행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평화체제 구축, 멀고도 험해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종전 선언을 추진하기 위해 협력하기로 했으나 평화체제는 남북한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도 과제를 던져준다. 비핵화 이행을 통한 북·미 관계 정상화, 그리고 관련 당사국들의 종전선언 합의 등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송민순 외교부 장관은 평화체제 협상 개시 시점에 대해 “비핵화가 돼 가는 것을 보며 해야 할 것”이라며 “선언문에 비핵화와 평화체제가 한 조항에 들어가 있는 데서 보듯 평화체제 논의는 비핵화가 이뤄지는 데 따라서 같이 일어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평화체제 문제는 이미 2005년 6자회담 9·19공동성명에 이은 2·13합의에 ‘직접 관련 당사국들은 적절한 별도 포럼에서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에 관한 협상을 가질 것’이라고 명시된 사항이다. 그만큼 6자회담 참가국들의 엇갈린 이해에 따라 표류할 소지가 높다. 허문영 통일연구원 평화기획실장은 “각국은 국익에 따라 3자 또는 4자,6자까지 평화체제 협상에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할 것”이라며 평화체제 앞에 놓인 험로를 지적했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서울광장] 바보들아, 문제는 외교야/이목희 논설위원

    [서울광장] 바보들아, 문제는 외교야/이목희 논설위원

    노무현 대통령의 방북 공식수행원에 외교전문가가 없는 것을 걱정했었다.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이 여의치 않았다면 그 밑의 고위급 전문가라도 가야 했다. 아마 북한 눈치를 본 탓일 게다. 외교부 관리는 미국에 우호적이고, 핵문제에 집중한다는 선입견을 우려했을 수 있다. 그래도 그렇지, 한반도 평화체제와 북핵을 핵심외교관 없이 논의하려고 한 뱃심이 어이없게 비친다. 10·4 정상선언은 6·15 공동선언과 마찬가지로 ‘우리 민족끼리’를 제일 앞에 내세웠다. 내용의 구체성에 차이가 있을 뿐 경협 역시 강조되었다. 이번에 뚜렷하게 달라진 부분은 ‘한반도 외교’의 중요성이 표출된 점이다. 합의문 4항에서 정전체제를 종식시키고,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3자 또는 4자 정상회담을 추진키로 했다. 또 핵 해결은 6자회담에 맡겼다. 평화체제, 비핵화라는 근본 과제를 주변국과의 외교협상에 미룬 셈이다. 만약 노 대통령의 평양행에 외교 핵심인사가 동행했다면 다자문제를 다룬 4항이 다듬어졌을 것이다.3자,4자라는 애매한 문구, 어정쩡한 핵 언급을 구체화해야 했다.3자,4자 정상회담과 관련한 외교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조짐이어서 아쉬움이 더 남는다. 북측이 핵심 외교라인을 활용한 것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2000년 정상회담에서는 북측의 핵협상 전문 외교관리들이 등장하지 않았다. 이번에는 정상회담 도중 김계관 외무성 부상을 참석시켜 6자회담 합의내용을 설명하도록 했다. 정상회담에 단독배석한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은 외교관 출신으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외교브레인이다. 미국통인 강석주 부상 역시 오찬 자리에 모습을 드러냈다. 우리 민족끼리에 집착하고, 정상회담 의전을 수시로 무시할 정도로 비(非)외교적인 북측이 왜 이랬을까. 한반도 주변국과 협상이 중요함을 깨달았기 때문일 것이다. 정상회담 과정에서 북측 움직임에 대응해 천영우 우리측 북핵 협상 대표를 평양으로 불렀다면 모양이 좋았고, 결과가 나았을 것이다. 궁극적인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은 다음 정권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대선후보들이라도 외교인식이 높다면 좋으련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는 ‘4강 외교’를 경제 측면에서 강조하고 있다. 부시 미국 대통령 면담 불발 과정에서 나타났듯 외교참모진이 빈약하다. 미국 등을 상대로 중요 협상을 해본 경험이 없는 이들이 미묘한 평화외교를 주도할 수 있겠는가. 범여권 주자들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남북 정상회담의 과실을 따먹으려 ‘평화대통령’을 부르짖고 있다. 그러나 ‘외교대통령’이 되어야 ‘평화대통령’에 이른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으니 도무지 미덥게 보이지 않는다. 독일 통일과정을 되돌아보는 것은 또다시 교훈을 준다. 정상회담을 포함해 동서독간 끈질긴 교류협력 확대 노력이 있었다. 그럼에도 통일의 결정적 계기는 주변국 외교였다. 미국·영국·프랑스 등 2차대전 승전국이 동서독 통일을 묵인하고 소련의 고르바초프 정권이 동독을 포기함으로써 기적이 완성된 것이다. 당시 유럽에서 서독의 위상은 동북아에서 지금 우리보다 강했다. 대한민국이 믿을 게 무엇이 있겠는가. 주변국을 적극 설득해 내 편으로 만들어야 한다. 빌 클린턴이 1992년 미국 대선에서 내놓은 성공적인 구호 가운데 ‘경제’를 ‘외교’로 바꾸어 본다.“이 바보들아, 가장 중요한 것은 외교야!” mhlee@seoul.co.kr
  • [2007 남북정상선언 이후] “소외 당했다” 과학계 불만

    과학기술계는 “짐을 다 싸기 어려울 만큼 성과가 좋았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말을 전혀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기대했던 계획들이 회담 과정에서 철저히 소외됐고, 선물 차원에서 준비했던 기상청 정보 제공도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과학기술부의 준비가 미흡했던 면도 있지만 장기적 전망을 고려해야 하는 과학기술분야가 우선순위에서 밀렸다는 지적이다. 과기부는 이번 회담에서 ‘과학기술협력센터 구축’,‘북측의 우수 이공계인재 영입’,‘기상청 정보 북측 제공’ 등을 주요 과제로 꼽아 왔지만 4일 발표된 ‘2007 남북정상선언’에는 포함되지 았았다. 과학기술계를 대표해 방북한 김우식 부총리 겸 과학기술부 장관은 회담 기간 중에 공식과 비공식을 포함해 일정이 전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과총)측은 “건설단체총연합회장이나 섬유산업연합회장 등이 방북해 성과를 낸 것과 비교하면 과학기술계가 너무 무시당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과기부 역시 다른 부처들이 후속 대책 마련에 분주한 것과 상반된 모습이다. 회담 대책팀에 참여했던 과기부의 한 과장은 “소나무 몇 그루를 가져 온다는 것도 성과로 평가되는 마당에, 수해를 입은 북측에 기상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조차 실현되지 못했다.”며 아쉬워했다. 일각에선 단기간에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기 힘든 과학기술 분야의 특성상 의도적으로 배제됐다는 분석도 있다.과기부 고위 관계자는 “평양 과학기술대 설립이 대대적으로 기사화된 상황에서, 그 이상의 의미 있는 이슈를 만들기 힘들다는 의견이 있었다.”면서 “이공계인재 영입 계획도 북측이 인력유출을 이유로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을 고려해 꺼내지 않았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2007 남북정상선언 이후] “NLL 국민우려 北에 전달”

    남북정상회담 공식수행원으로 평양을 다녀온 김장수 국방장관은 5일 국방부 청사에서 방북 결과를 설명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기자들과 나눈 일문일답을 요약해 싣는다. ▶공동어로수역 설정이 NLL 무력화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도 있다. -공동어로 수역이라는 것도 해상경계선이 있을 때 있는 것이지, 해상경계선이 없는 공동어로 수역은 무의미하다. ▶북측이 NLL 재설정을 주장하면. -노 대통령이 회담을 마친 뒤 “국민의 입장에서 본 NLL의 성격, 인식을 자세히 설명해서 북측 김 위원장도 더 이상 언급이 없었다.”고 했다. 해상경계선과 관련, 여타의 군사적 신뢰구축 조치와 함께 병행해 논의할 수 있다는 기본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 ▶11월 국방장관 회담에서 NLL문제 논의하나. -그것만 따로 논의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공동어로 수역은 그동안 장성급회담 등에서도 결론을 내지 못했는데. -과거에 북측이 주장했던 공동어로 수역 범위와 우리가 뜻하는 수역에는 차이가 있다.NLL을 중심으로 공동어로 수역을 설정함에 있어 해당 수역의 어족자원, 지형 특성, 안보상 문제 등을 고려해 합리적으로 결정할 것이다. ▶공동어로 수역에 북 함정이 들어오는 경우엔 어떻게 하나. -수역 내에는 행정지도선이나 비무장 경찰선 등만 출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기를 바라지만 (북 함정이)넘어오면 공동어로 수역의 의미가 없어지는 것 아니냐. ▶11월 국방장관회담 추진 일정은. -공동어로 수역, 경협의 군사적 보장 등 여러 사안이 있는 만큼 유관부처와 협의해야 한다. 국방장관회담을 먼저 할지, 총리급 회담을 먼저 할지도 정부내 협의가 필요하다. 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2007 남북정상선언 이후] 노대통령 “점심먹고 짐싸야 될지도”

    [2007 남북정상선언 이후] 노대통령 “점심먹고 짐싸야 될지도”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는 초반에 양측 입장이 팽팽히 맞서다 노무현 대통령의 ‘역지사지’ 발언 이후 분위기가 급반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동취재단이 취합한 뒷얘기를 정리한다. ●北측 개혁·개방 용어에 불편한 심기 드러내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지난 3일 오전 단독 정상회담에서 예상보다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며 개성공단 사업의 속도와 남측의 ‘개혁’,‘개방’ 용어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고 한다. 그러자 노 대통령은 “이렇게 하면 점심먹고 짐싸고 가야 될지도 모르겠다.”고 ‘농반진반’으로 김 위원장에게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정색한 것은 아니고 웃으면서 얘기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을 우회적으로 압박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전날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도 노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개혁·개방 문제를 거론하며 북측의 기존 입장을 교과서적으로 50분 동안 설명하자 노 대통령이 난감해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노 대통령이 30분 동안 남측 입장을 적극 설명하면서 양측 입장이 팽팽히 맞섰다는 후문이다. ●옥류관 오찬서 “북측 체제 존중하는 배려 필요” 회담 분위기가 반전된 데에는 3일 오전 회담 직후 노 대통령의 옥류관 오찬 발언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노 대통령은 남측 방북단에 오찬을 베푼 자리에서 북한 체제를 존중하는 ‘역지사지’의 자세를 강조하며 “개혁과 개방이라는 용어에 대한 불신감과 거부감을 회담에서 느꼈다. 개성공단의 성과를 얘기할 때 북측 체제를 존중하는 용의주도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의 발언은 현장에 있던 북측 관계자를 통해 김 국방위원장에게 즉각 보고됐고, 이 과정에서 북측 고위참모들이 노 대통령의 태도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는 후문이다. 오후에 속개된 회담은 훨씬 분위기가 밝아졌다. ●“평양 인민대학습당 정보화 공사중” 김 국방위원장은 이번 회담에서 “나도 인터넷 전문가”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지난 3일 회담에서 노 대통령이 개성공단 입주기업의 업무 편의를 위해 인터넷 개통이 필요하다고 지적하자 “나도 인터넷 전문가”라면서 “공단 안에서만 통하면 되는데 북쪽 다른 지역까지 연결돼서는 문제가 많다. 그 문제가 해결되면 (개성공단에 인터넷을) 못 열어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북측 관계자는 “평양 인민대학습당의 경우 김 위원장 지시로 정보화 공사가 한창 진행중”이라고 말했다. ●재벌총수들,“힘들다, 힘들어” 특별수행원으로 참석한 경제계 인사들은 수행원 없이 2박3일간 일정을 혼자 소화했다.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 구본무 LG회장, 최태원 SK회장, 현정은 현대그룹회장 등 재벌총수들은 직접 가방을 들고 다니며 회의장이나 행사장을 옮겨 다녔다. 지난 3일 인민대학습당에서 열린 특별수행원들의 대기업 부문 간담회 때는 북측 여성안내원이 들고 있는 회담분과 안내판 앞에 한줄로 나란히 선 뒤 안내원을 따라 줄지어 간담회장으로 들어가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박찬구기자 ckpark@seoul.co.kr
  • 노대통령 “경제공동체 前단계”

    노무현 대통령은 5일 ‘2007 남북정상선언’과 관련,“남북경제공동체로 나아가는 전 단계로서, 전면적인 경제관계를 선언한 것”이라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임시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이번 선언의 의미와 관련,“남북관계의 발전을 위한 포괄적 합의이고 구체적인 방안이 들어있는 합의”라며 이같이 언급했다고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노 대통령은 “남북경제의 단계로 봐서 우리 경제로서도 그 애로점을 극복할 수 있는 돌파구이자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청와대는 이와 관련,2007년 남북정상선언문을 국회에 보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후 정례브리핑을 통해 “제일 중요한 것은 남북관계발전 기본법에 따라 국회에 보고하도록 돼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국회 동의와 관련,“이번 선언이 국민에게 많은 재정적 부담을 지운다고 보고 동의를 받아야 하는지, 아니면 구체적인 사업시행 과정에서 재정소요가 있는 사업에 대해서 동의를 받아야 하는지는 검토해야 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상선언의 후속 조치와 관련,“‘후속조치 기획단’을 구성, 후속조치 추진 종합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방북 결과를 국민에게 다양한 수준에서 보고할 것”이라며 “특별수행원들도 직접 부딪쳤던 경험과 느낌을 갖고 분야별·지역별 설명을 10월 중순까지 진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박찬구기자 ckpark@seoul.co.kr
  • [평양을 다녀와서] 평양에서 만난 사람들

    [평양을 다녀와서] 평양에서 만난 사람들

    리 선생, 기억하십니까. 리 선생은 지난 2일 노무현 대통령의 육로 방북과 평양 시내 카퍼레이드 환영식을 “역사적 사변”이라고 표현했습니다. 리 선생은 김일성 전 주석과 김정일 현 국방위원장이 지난 1955년부터 10년간 사용했던 러시아제 무개차(오픈카)에서 저의 첫 취재길을 안내했죠. 리 선생은 “역사의 현장에 같이 있었으니 통일이 되면 같이 회포를 풀자.”고 했습니다. 저는 취재단 선발대로 하루 먼저 방북하는 바람에 평양 시내에서 오픈 카로 6㎞ 남짓 이동하며 주민의 생생한 표정을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슬라이드처럼 확신과 신념에 찬 수많은 눈길이 저와 마주쳤습니다. ●지쳐보이던 시민들 지워지지 않아 하지만 리 선생과 대화 중에도 전날 개성~평양고속도로를 이동하던 중 차창 밖을 스쳤던 다른 북측 주민들의 얼굴이 좀처럼 지워지지 않았습니다. 지쳐 보였습니다. 손님맞이를 위해 고속도로 주변을 비질하는 촌로, 자전거를 도로에 세워둔 채 선발대 버스쪽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청년들, 벌거숭이 산길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던 꼬마들…. 이들의 무표정과 무기력은 평양 주민의 활기와 달라 보였습니다. 다음날 노 대통령의 방북길에는 이들이 목격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대신 개성시와 고속도로 주변에는 연출된 정돈과 정적이 감돌았다고 합니다. 체제나 이념의 문제를 말하려는 건 아닙니다.‘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보고 싶었던 게 방북 취재단의 심정이었을 겁니다. 장엄하고 정돈된 꾸밈보다는 남루한 일상이라 하더라도 같은 민족끼리 숨김없이 드러낼 수 있는 솔직함이 아쉬웠습니다. 남측 기자들의 취재 활동이나 범위를 엄격히 통제하고 취재 현장을 뺀 호텔 출입을 일절 금지한 북측의 전략적 사고에 실망한 것도 같은 이유일 겁니다. 4일 환송식장에서 만난 김 선생도 생각납니다. 방북단의 아리랑공연 관람이 화제가 됐죠. 김 선생은 남측 내부의 논란을 의식한 듯 “우리가 스스로 역사를 정리해 우리를 자랑하는데 뭐가 어떠냐. 배 아픈 사람들이나 싫은 소리를 한다.”고 저를 떠보았죠. 공연에 참가하면 학생과 가족에게 평생 명예가 된다고도 했습니다. 아리랑공연을 70년대 반공교육의 관점이나 주민 통제라는 체제의 시각으로 바라보고 싶진 않습니다. 학생 시절 공연에 참가하면 신체 발육이나 유연성에 도움이 된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한 안내원은 “10만명의 참가자들이 기계처럼 잘 맞아떨어지지 않느냐.”고 자부심을 보였습니다. ●개운하지 않았던 아리랑 공연 그럼에도 아리랑공연을 직접 관람한 느낌은 개운하지 않았습니다.15만명을 수용하는 능라도 5·1경기장 한쪽 끝에서 어린 학생이 특수기구로 ‘인간 대포’처럼 쏘아 올려져 공중으로 커다란 포물선을 그린 뒤 반대쪽 그물로 떨어지는 장면이나 수십m 상공에서 아래쪽 그물을 향해 흔들림 없이 수직으로 몸을 던지는 장면은 가슴을 쓸어내리게 했습니다. 저라면 제 자식을 그런 공연에 참가시키고, 명예를 얘기할 만한 자신이 솔직히 없습니다. 사회나 체제보다 중요한 건 인간과 생명의 가치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안내를 맡은 박 선생은 “심장에 남는 사람은 못 되어도 기억에 남는 사람은 돼야 한다.”며 제게 말문을 열었습니다. 박 선생의 말대로 ‘심장’에 남으려면 단순히 차이를 인정하는 것에서 벗어나 차이를 솔직히 내보이고, 서로가 이해할 수 있는 공간의 폭을 넓혀나가는 과정이 중요할 겁니다. 평양에서 90㎞ 남짓 남쪽에 있는 서흥군 수곡휴게소 2층 옥류민예전시관에 전시된 김성근 선생의 그림 ‘몽금의 파도’가 눈에 선합니다. 다음 방북길에는 금방이라도 그림 바깥으로 몰아닥칠 것 같은 몽금포 파도의 의연함과 꿋꿋하게 날갯짓을 이어가는 갈매기떼의 생동감을 느낄 수 있길 기대해 봅니다. 박찬구기자 ckpark@seoul.co.kr
  • [열린세상] 10·4선언과 한반도 평화/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열린세상] 10·4선언과 한반도 평화/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2007년 정상회담의 시작은 노무현 대통령이 군사분계선을 걸어서 넘어간 것으로 시작됐다. 비공식적으로 남북 밀사들이 넘나들었을 38선.1989년 평양축전을 마친 뒤 가냘픈 여대생 하나가 힘들게 걸어 내려온 그 선. 노무현 대통령은 전 세계의 기대와 호기심 어린 시선을 끌어모은 채 한걸음으로 성큼 넘어갔다.2000년 김대중 대통령이 비행기를 이용하여 방북했던 것보다 통일에 그만큼 더 가까워진 것 같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 기간에는 한반도의 평화정착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되었다.10월3일 6자회담의 합의문이 그것이다. 단순하고 통상적인 합의문이 아니다. 북핵문제와 북한체제의 인정에 대한 해결의 실마리를 풀었기 때문이다. 올해 안에 북한은 모든 핵 프로그램을 신고하고 핵시설의 불능화를 완료하기로 했다. 미국은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해 나가고 일본은 북한과 관계를 정상화시키기로 했다. 게다가 나머지 5개국이 북한에 중유 100만t 상당의 경제적인 지원도 약속했다. 북한이 핵무기를 폐기하는 것은 모든 문제의 선결조건이다. 지난 9월 APEC 정상회담에서 부시 대통령은 북핵이 폐기되면 자신의 임기 안에 북한과 종전협정을 체결하고 북·미수교와 평화협정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실 이것은 북한이 10년이 넘게 핵을 통하여 얻고자 추구했던 것이다. 먼 길을 돌아 양측이 확보하고 싶은 것을 달성하게 된 셈이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의 정점은 본항과 별항으로 구성된 10개항의 합의문 작성이다.2000년의 6·15 남북공동선언이 돌파구를 마련하고 얼개를 짠 것이라면 2007년의 10·4 남북공동선언은 자세하고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마련한 것이다. 처음 2007년 정상회담이 발표됐던 8월에 예상했듯이 항구적인 평화체제의 정착과 지속적인 경제협력에 큰 성과가 확인된다. 남북관계를 상호존중과 신뢰 관계로 확고히 전환시키고 서로 적대시하지 않으며 군사적 긴장을 완화시켜 분쟁문제들을 대화와 협상을 통하여 해결하기로 했다. 이에 기초하여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하여 직접 관련된 3자 또는 4자 정상들이 한반도지역에서 만나 종전을 선언하는 문제도 추진하기로 한 것이다. 그 결과 연내에 비핵화 프로세스가 종결되면 한반도 어느 곳에서든 남북한과 미국 및 관련국이 평화협정까지 체결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제 정치논리에 의하여 휘둘려왔던 남북의 경협문제도 안정궤도에 오르길 기대해 본다. 샌드위치 신세를 돌파할 한국의 경제를 위해서나 낙후한 북한의 경제개발을 위해서나 다가올 통일한국에 이롭고 경사로운 일이 될 것이다. 하루빨리 백두산 직항로를 개설하고 경의선도 복구하자.2008년 북경 올림픽에는 기차타고 단일팀을 응원하러 가고 유럽으로 뻗어가자. 앞으로 1년 동안은 남북의 관계 장관, 총리, 정상의 회동은 물론 북·미의 정상도 만나는 일이 벌어질 것이다. 자주 만나다 보면 건배사에서 무슨 말을 했네, 방명록에는 어떤 용어를 썼네, 김정일 위원장이 행보가 어떻네,2000년과 다른 것은 뭐네 하는 입방정은 사라질 것이 분명하다. 정상회담의 본질에서 벗어난 것이요, 이미 남북 간에 왕래가 잦아지면서 국민들에게는 익숙해진 것이다. 오히려 걱정은 노무현 대통령 임기 뒤이다. 이라크 전쟁으로 부시 대통령의 인기도 바닥이며 임기가 1년여밖에 안 남았다.2008년 미국 대선에서는 민주당이 승리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부시의 북·미수교 정책은 돌이킬 수 없을 것으로 예측된다. 남북정상회담 기간동안 딴전을 피우고 부시와 면담을 비공식적으로 추진하다 망신만 산 한나라당이 변화하는 한반도 문제에 어떻게 보조를 맞출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데스크시각] 아리랑 공연이 뭐길래/강동형 공공정책부장

    노무현 대통령과 남북정상회담 방북대표단이 3일 밤 관람한 ‘아리랑 공연’을 두고 말이 많다. 보수단체는 방북단의 아리랑 공연 관람에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검찰은 이에 앞서 “국가보안법상 이적표현물이란 누가, 왜 보느냐에 따라 적용여부가 달라진다.”며 방북단의 아리랑 공연 관람은 법위반이 아니라는 해석을 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아리랑 공연 녹화테이프를 소지하고 있던 모씨에 대해 법원이 무죄판결을 내리자 대법원에 상고하겠다고 밝혔다. 아리랑 공연의 사진이 올라 있는 사이트를 놓고도 논란이 됐다. ‘아리랑 공연’을 보지 못한 사람들은 무엇이 문제인지 알 길이 없다. 그래서 공연을 본 사람의 입을 빌려보면 내용은 이렇다. 출연진 6만∼10만명, 공연기간 90분, 매스게임형태의 집체극. 여기까지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문제는 다양한 관람평에 있다. “동원된 아이들이 불쌍하다.”“고 김일성 주석을 신격화하는 등 정치적 냄새가 강하다.”“일부 체제선전도 있지만, 북한 예술의 결정판으로 예술성도 있다. 출연진의 일사불란한 행동에 소름이 돋는다.” 관람평을 종합하면 작품의 예술성에 문제가 있거나, 관람자의 시각에 문제가 있거나 문제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나는 경중의 차이는 있겠지만 둘다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예술성은 ‘아리랑 공연’이 ‘아리랑’의 보편성을 어떻게 구현하고 있는지가 판단기준이다. 백과사전은 ‘아리랑’을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아리랑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민요다. 우리 민족의 한과 생활의 정서를 담기에 좋은 곡조와 장단으로 이뤄져 혼자 부르기도 좋고 여럿이 부르기도 좋다. 아리랑은 180가지가 넘고 제2의 애국가로도 불린다.’ 나는 아리랑의 사전적 의미에 한민족만이 느낄 수 있는 ‘민족의 소통어’라는 지위를 하나 더 추가하고 싶다. 일제강점기, 아리랑은 금지곡이었다. 그러나 우리민족은 일경의 감시를 피해 쉬지 않고 아리랑을 불렀다. 조정래씨의 대하소설 아리랑에는 태평양상의 작은 섬에 끌려간 사람들이 아리랑을 부르면 원주민들이 따라 부르는 대목이 나온다. 원주민이 흥얼거릴 정도로 많이 불렀다는 얘기다. 조정래씨의 ‘소설 아리랑’은 민족정서가 농축된 가락과 한을 예술작품으로 잘 승화시킨 작품이다. 그래서 ‘아리랑’이라는 이름에 부족함이 없다. 그는 일제 36년, 우리민족의 고단한 삶을 ‘아리랑’ 12권에 담아내고 있다. 나는 아리랑을 읽다 주인공들의 삶이 너무 무겁고 사무쳐서 몇 번이고 책 읽기를 중단했다. 그러나 한장 한장 책장을 넘길 때마다 ‘아리랑’의 의미가 마음속에 자리잡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책을 읽은 뒤 책장에 이렇게 적었다.(1998년 3월 1일 01시 30분, 작가가 4년여 고혈을 짜낸 아리랑을 6개월이나 걸려, 만세일에 다 읽다(중략). 책을 읽은 소감은 ‘아리랑….’이 한마디 밖에는 더 보탤 말이 없다. 아이들이 커서 이 책을 꼭 읽었으면 좋겠다….) 이 책을 읽었거나 앞으로 읽을 독자들이 비슷한 느낌을 가질 것이라 생각한다. ‘아리랑 공연’의 관람평을 방북단 일행으로 아리랑 공연을 본 아리랑의 작가 조정래씨에게 듣고 싶다. 그가 공감했다면 ‘아리랑 공연’이 지니는 ’아리랑의 보편성’을 인정할 수 있을 것 같아서다. 그가 아니라고 한다면 아직은 ‘아리랑’이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은 작품임에 틀림없다. ‘아리랑 공연’을 바라보는 시각에도 문제가 있다. 국가보안법을 적용하는 검찰의 이중잣대, 보수단체의 집회 등에서 알 수 있듯이 높고 두꺼운 분단의 벽은 우리가 극복해야 할 몫이다. 반겨레가 아닌 온겨레가 ‘아리랑 공연’을 작품 자체로 받아들일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을까. 그 날은 남과 북이 하나가 되는 날이 될 것이다. 강동형 공공정책부장 yunbin@seoul.co.kr
  • [2007 남북정상선언] MB “평화노력 인정…핵 미흡”

    [2007 남북정상선언] MB “평화노력 인정…핵 미흡”

    ■ 한나라 반응 한나라당은 이번 정상회담을 대체적으로 긍정 평가했다. 일부 사안은 수용 의사를 밝혀 공동선언문이 앞으로도 ‘연속성’을 확보할 수 있음을 반영했다.‘퍼주기’‘이벤트성’ 같은 거친 말로 격앙된 논평을 내놨던 과거와는 사뭇 달랐다. 대선을 코앞에 두고 대북문제에 경직된 입장을 취할 경우, 예상되는 역풍을 우려해서다. 하지만 ‘아쉽다.’,‘우려스럽다.’며 미흡한 대목은 짚고 넘어갔다. ●이명박 “핵폐기 등 국민적 관심사 제외 아쉽다.” 4일 마산·부산을 방문한 이명박 대선후보는 “두 정상의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노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 “그러나 국제사회와 국민의 관심사인 핵폐기 문제와 인도주의적 문제인 이산가족·국군포로·납북자 문제가 본격적으로 다뤄지지 않아 매우 아쉽다.”고 언급했다. 강재섭 대표 주재로 열린 긴급최고위원회의의 톤도 비슷했다. 강 대표는 “남북 정상이 노력한 점을 인정한다.”고 총평했다. 다만 “대다수 국민이 염원했던 북핵 폐기, 분단고통 해소, 군사적 신뢰구축 등 핵심문제는 지엽적으로 다뤄져 아쉬움이 많다.”면서 “특히 국가보안법 폐지로 해석될 수 있는 ‘법률 정비’ 부분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평소 강경한 대북관을 유지해온 정형근 최고위원(당 남북정상회담 TF팀장)도 “노무현 대통령이 (방북할 때)군사분계선을 도보로 넘은 것은 역사적으로도 의미가 있고, 앞으로 기업인 왕래·이산가족 상봉, 나아가 남북한간 전면적 자유통행으로 발전하길 충심으로 기대한다.”며 긍정평가했다. 정 최고위원은 이어 “그러나 북핵폐기 없는 조기 종전선언은 매우 부적절하며, 종전선언 주체가 ‘3자’라면 관련 당사자인 대한민국은 제외된다는 것인지 불분명하다.”고 우려했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선언문 조항별로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2항의 ‘법적 제도적 장치 정비’는 결국 국가보안법 폐지약속이 아닌지 굉장히 우려된다.”면서 “또 3항의 ‘서해공동어로수역’은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우리의 해상영토를 포기한 것이 아닌지 묻는다.”고 지적했다. ●11월 회담 이어지면 대선에 영향? 한나라당은 이런 유연한 입장을 내놓기까지 내부에선 우려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선언문 후속조치로 새달부터 총리·장관회담 등이 열릴 경우, 대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우려하는 눈치다. 박형준 대변인은 “서해 공동어로 수역 같은 경우는 NLL을 무력화하지 않는 한 살려나갈 것”이라면서 “남북 경협도 이 후보의 구상과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어 수용은 가능하지만, 다만 실무적 협상방안이나 남북협력기금 사용 등에 대해 국회 논의와 동의가 필요하다.”고 계승할 의지가 있음을 내비쳤다. 박 대변인은 집권할 경우 가장 시급하게 해결할 문제로는 “더 기다리기엔 고령자가 너무 많은 이산가족 문제부터 풀어야 한다.”면서 “납북자·국군포로 문제는 반드시 다음 정상회담 때 논의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지연·부산 김지훈기자 anne02@seoul.co.kr ■ 민주신당 반응 ●정동영 “평화경제시대 개막 알리는 이정표 될 것” 정동영 후보는 “이번 ‘10·4합의’는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와 공동번영의 설계도를 압축적으로 담고 있다.”면서 “이 설계도는 평화와 경제가 선순환하는 새로운 한반도 평화경제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 후보 역시 “과거 통일부장관 시절 ‘9·19합의’를 이끌어내고, 개성공단을 만들었던 당사자로서 오늘 ‘10·4 합의’를 접하면서 가슴 벅찬 환희를 느낀다.”는 개인적 소회를 잊지 않았다. ●손학규 “민족 공동 번영에 초석될 것” 대통합민주신당 손학규 대선 경선 후보는 “이번 선언은 한반도 평화 정착과 민족 공동 번영에 든든한 초석이 될 것으로 믿는다.”면서 “2차 남북정상회담의 성과가 국민 속에 충분히 전달되고 후속조치의 실천이 평화와 번영 그리고 국민대통합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적극적 역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이번 선언에 지난 5월 북측에 제안한 주요 내용과 그 취지들이 모두 들어 있어 개인적으로 큰 기쁨과 보람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이해찬 “경제적·안보적 측면에서 유익한 합의” 이해찬 후보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직접 논평을 발표했다. 다른 후보들과 달리 각 문항을 조목조목 따지며 의미를 부여한 그는 “8개 합의문 중 종전 선언을 한반도에서 3자,4자 정상이 만나서 추진하도록 하자는 내용은 한반도 평화체제를 남북이 주도해서 구축하자는 점에서 획기적 합의라고 판단한다.”면서 “서해 우발적 충돌 방지를 위한 특별지대를 설정한 것도 경제적·안보적 측면에서 매우 유익한 합의”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이번 합의가 자신의 활동의 연장선이라는 것을 강조하면서 “친북 좌파라는 이념적 갈등으로 규정하는 후보로는 남북 공동의 평화적 노력을 실현할 수 없다고 본다.”며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와 차별화를 시도했다. ●세 후보, 대선영향은 글쎄… 각 후보측은 정상회담 성과는 높이 평가하면서도 대선에 대한 영향에 대해서는 크게 기대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범여권 진영이 집권해야 한다는 정당성에 힘은 실어 주지만 표로 연결된다고 보는 것은 성급하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었다. 손 후보측 우상호 대변인은 “경선에서는 거의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본다.”면서 “다만 본선에서는 평화 무드가 조성된 만큼 범여권 진영에 도움은 되겠지만 큰 영향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 후보측 정기남 공보실장은 “평화개혁세력이 국민들로부터 다시 기대를 받게 되는 계기가 만들어졌다는 점이 중요하다.”면서 “바로 대선승리로 이어지지는 않겠지만 대선판의 주도권을 쥘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고 해석했다. 이 후보측 김형주 대변인은 “노무현 대통령 지지율은 오르겠지만 그게 통합신당 지지와 연결될지는 미지수”라고 “어느 정도 효과를 가질지는 두고 봐야 한다.”고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민주당 “대체로 환영하나 인권문제 진전없어 유감” 민주당은 환영하면서도 아쉬운 대목을 지적하는 모습을 보였다. 유종필 대변인은 “이번 남북 정상회담이 남북 간 신뢰회복과 평화체제 정착에 진전을 이룬 것으로 평가한다.”면서 “회담 결과에 대해 대체로 환영하지만 국군포로 및 납북자 송환 등 국민이 바라는 인권문제에 진전이 없는 점은 유감”이라고 논평했다. 유 대변인은 “핵문제 해결을 위해 6자 회담의 합의가 이행되도록 노력하기로 한 점은 다행”이라면서 “반드시 실천에 옮겨져 궁극적으로 북한핵이 완전 폐기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선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이번 결과가 민주당 지지로 연결될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면서 “하지만 냉전 의식에 묶여서 현재 상황을 따라오지 못하는 경우에는 상당히 손해를 볼 것”이라고 전했다. ●권영길 “실질적 통일논의 없어 아쉽다.” 민노당 권영길 대선 후보는 “남북의 화해와 협력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를 담고 있고 6·15선언 이후 조성된 화해와 협력의 길을 더욱 넓힌 것으로 평가한다.”면서 “무엇보다도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고 군사적 긴장관계 해소와 공동번영을 위한 논의와 합의가 있었던 것은 높이 평가돼야 한다.”고 회담 결과를 반겼다. 그러면서도 권 후보는 “실질적인 통일논의가 있기를 기대했는데 이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없었다.”며 아쉬워했다. 김형탁 대변인은 “국방부 장관 회담 등이 이어져 이런 분위기가 정상회담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지속되는 만큼 대선의 주요 이슈가 될 것 같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도 “권 후보 입장에서는 특별하게 불리할 것은 없다.”면서 “그동안 평화와 통일을 강조해온 권 후보가 정상회담으로 인해 혜택을 볼지 여부는 두고봐야 하겠지만 이 부분에 대한 권 후보의 주장이 부각될 가능성은 높아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국현 “경제와 평화의 선순환 구조로 갈 단초” 범여권 제3후보로 꼽히는 문국현 전 유한킴벌리 사장은 “경제와 평화의 선순환 구조로 나아갈 수 있는 단초를 마련했다. 차분하면서도 실리의 관점을 견지하는 접근이었다.”고 호평했다. 이어 그는 “서해 평화협력 특별지대 조성에 합의한 것은 그간 본인이 꾸준히 주장해 온 ‘환동해 및 환황해 경제협력벨트’ 구축의 전제가 되는 내용으로 대단히 반가운 내용”이라면서 “본인이 주장해 온 한반도 공동 번영의 전제라고 할 수 있는 ‘북·미수교’가 반드시 이루어지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대선 표심과 연관성에 대해서는 장기적인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캠프 관계자는 “그동안 대북정책 비판의 단골 메뉴였던 ‘퍼주기’‘끌려다니기’ 등의 비판을 불식할 수 있었고 참여정부를 비롯한 민주세력의 소위 무능론도 불식할 계기가 됐다.”면서 “얼마나 구체적 임팩트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범여권 진영 비한나라 진영에 장기적으로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 같다.”고 분석했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노대통령 “김위원장 평화체제 전환에 동의”

    노대통령 “김위원장 평화체제 전환에 동의”

    노무현 대통령은 4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정전체제의 평화체제 전환에 기본적으로 동의한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방북 보고에서 도라산 출입국관리사무소(CIQ)에 도착, 이같이 밝혔다. 앞서 오후 1시에는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2007 남북정상회담선언’에 공동 서명하는 것으로 2박3일간 열린 남북정상회담 일정의 대미를 장식했다. 노 대통령은 보고에서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제안한 종전선언 방안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남측이 성사시키기 위해 한번 노력을 해보라고 이런 주문을 했다.”고 소개했다.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과 관련해서는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먼저 방문하겠다고 제의하고 좀더 성숙될 때까지 미루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번 남북정상선언에 대해서는 “다음 정부에 부담을 주는 공동선언이 아니라 다음 정부가 남북관계를 잘 풀어가고 토대를 만들어 주는 선언”이라고 규정했다. 노 대통령은 또 “김 위원장과 핵 폐기하는 데 6자회담에서 같이 풀기로 정리가 됐다.”면서 “북한 지도자가 핵폐기 이행의지를 밝힌 만큼 이행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해 평화협력특별지대와 관련해서는 “평화정착에도 도움이 되지만 남북어민과 기업에 직접적인 혜택이 돌아가는 평화번영 프로젝트가 될 것”이라고 각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납북자 문제 등에 대해서는 “국민의 기대만큼 성과를 못 거두었다. 국민께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아쉬움을 표시했다. 평양 남북정상회담 공동취재단·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 서해 NLL지역 ‘평화협력지대’로 남북한은 해주 지역과 주변 해역을 ‘서해 평화협력 특별지대’로 지정, 남북 공동어로와 평화수역을 설정하고 해주경제특구를 건설하기로 합의했다. 남북한 민간선박의 해주 직항로 통과도 허용된다. 개성∼신의주 철도와 개성∼평양 고속도로를 공동으로 이용하기 위해 개보수에 나서고 백두산 관광을 위한 서울∼백두산 직항로도 개설한다. 함남 원산 인근의 안변과 평남 남포에는 ‘조선협력단지’를 건설하고 농업 등의 협력사업도 진행하기로 했다. 특히 북한의 해군기지가 위치한 군사요충지인 해주와 남포를 북한이 개방키로 합의한 것은 경제협력과 긴장완화 연계라는 새로운 접근법으로 평가된다.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4일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문’에서 이런 내용의 남북 경제협력 확대방안을 밝혔다. 두 정상은 선언문에서 “남과 북은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과 공동의 번영을 위해 남북경협 사업을 공리공영과 유무상통(有無相通)의 원칙에서 적극 활성화하고 지속적으로 확대 발전시켜 나가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또 “민족내부 협력사업의 특수성에 맞게 각종 우대조건과 특혜를 우선적으로 부여하기로 했다.”고 밝혀 남북 경제공동체의 창구로 경제특구를 최대한 활용할 계획임을 제시했다. 남북한은 우선 서해상에서 마찰을 빚은 북방한계선(NLL) 문제를 해소하는 차원에서 ‘서해 평화협력 특별지대’를 설치, 공동어로구역 설정을 비롯해 북한측 민간 선박도 해주 직항로를 오갈 수 있게 했다. 한강 하구의 공동이용도 적극 추진된다. 안변과 남포에는 조선협력단지를 건설하는 것과 함께 농업, 보건의료, 환경보호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협력사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중국이 아닌 북한을 경유해 백두산을 관광할 수 있도록 서울∼백두산 직항로를 개설하기로 합의했다. 개성∼신의주 철도를 개보수, 내년 베이징올림픽에는 남북 응원단이 경의선 열차를 이용해 참가하도록 했다. 아울러 개성공단 1단계(100만평) 건설을 빠른 시일 안에 완공하고 2단계 개발에 착수하며 문산∼봉동(개성)간 철도 화물수송을 시작하기로 했다. 백문일기자 mip@seoul.co.kr ■ 3~4개국 정상 종전회담 추진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합의한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에서는 기존의 남북관계에서 뒷전에 있던 평화체제와 군사문제에 대한 해법을 담고 있다. 선언 4항에 따르면 남북은 한반도 정전체제 종식과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관련 3자 또는 4자 정상들이 한반도 지역에서 종전선언을 하는 문제를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종전선언’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당사자인 남북이 실질적으로 주도하기 위한 조치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는 지적이다. 남북 정상이 수시로 만나 현안을 협의하고, 다음달 서울서 남북 총리회담을 갖기로 한 것이 ‘수준 높은 남북간의 절차’를 담보하는 내용이다. 그러면서도 한반도 비핵화 문제와 관련해서는 6자회담,9·19 공동성명,2·13 합의가 순조롭게 이행되도록 미국과 중국 등 주변국가들과의 공동 보조를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는 수준이고, 핵문제 해결에 대한 북한의 의지 표명이 없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남북관계를 통일지향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각기 법률적. 제도적 장치들도 정비하기로 합의했다. 아울러 선언에서는 특히 군사적 긴장 완화와 신뢰 구축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 3항에서는 다음달 중 평양에서 남북 국방장관 회담 개최를 합의했다. 북방한계선(NLL)지역에서의 우발적 충돌방지를 위해 공동어로구역을 지정하고 이 수역을 ‘평화수역’으로 만들기 위한 방안과 군사적 신뢰구축 조치를 협의하기 위해서다. 5항에서 서해 해주와 주변 해역에 ‘평화협력특별지대’를 설치키로 합의한 것도 NLL의 위상에 변화를 줄 것으로 보인다. 공동어로구역 등이 실현된다면 군사적 적대관계 종식을 의미하므로 큰 성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대목들이다. 전반적으로 경제협력 분야에서의 합의 사항이 남측의 지원을 전제로 한 것이어서 실천 가능성이 높다. 김영수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선언이 구체적이어서 남북 관계가 좋으면 실현 가능성이 대단히 높지만 관계가 경색되면 휴지조각이 돼버릴 위험도 높다.”고 지적했다. 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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