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거리 北주장과 다른점 있다”
윤만준 현대아산 사장은 15일 금강산 관광객 총격 사망사건과 관련해 “이번에 (북측이)사건의 조사에 관해서 조금 성의를 가지고 하는 듯했는데 과연 우리에게 흡족한 것인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금강산을 방문하고 귀환한 윤 사장은 김하중 통일부장관에게 방북 결과를 보고하기 위해 서울 삼청동 남북회담본부를 찾은 자리에서 기자들에게 “북측도 이번 사건의 전개에 당황하는 면도 있고 상당히 고심하는 면도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윤 사장은 사건 경위에 대해 “(숨진 박왕자씨의)발견 거리, 피습 거리, 출발시간 등이 확인됐으나 당초 보도됐던 내용과 다른 점이 있다.”면서 그러나 “그것은 몇분, 몇백 미터 차이로, 본질적인 변화는 아니고 마이너한(사소한) 부분”이라고 했다.
그는 또 “이번 사건의 파장이나 남측의 여론에 대해 북측에 상세히 설명했고 합동조사 필요성도 누차 강조했으나 소기의 성과를 얻지 못했다.”며 “앞으로도 여러 방안을 강구해서 찾아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사건 규명의 열쇠인 CC TV와 관련, 윤 사장은 “북측은 사고 당일 ‘CC TV가 작동하지 않았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하지만 CC TV가 제대로 작동됐는 데도 북측이 자신들에게 불리한 만큼 화면을 공개하지 않는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정부는 이번 사건 해결을 위해 중국, 일본 등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처음으로 밝혔다. 개성관광 중단 등 추가적인 대북 압박 조치를 불사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통일부 김호년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사건 발생 나흘이 넘도록 북한이 진상조사를 계속 거부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정부로서는 복안이 분명히 있다.”면서 “다만 지금 밝히기에는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중국과 일본, 미국, 유엔 등을 통한 우회적 대북 압박도 복안이 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김 대변인은 “그런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답했다.
김 대변인은 검토 중인 복안에 개성관광 중단 등 추가 제재조치도 포함되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정부에서 논의하고 있는 결과를 나중에 밝히겠다.”고 말해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정부는 남북 통신망 개선을 위해 북한에 제공하려던 31억원 규모의 장비·자재의 전달을 금강산 관광객 피살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 이후로 미루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또 오는 20일까지 북한 식량 사정에 대한 세계식량계획(WFP)의 현지조사 보고서가 나오면 옥수수 5만t을 간접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던 당초 계획도 피살사건 해결 후로 미루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12일에 이어 이날 오전과 오후 2차례에 걸친 판문점 연락관 접촉을 통해 정부당국 차원의 진상조사를 촉구하는 내용의 전통문 발송을 타진했으나 북측은 “받으라는 (상부의)위임이 없어서 받지 못하겠다.”고 거부했다.
안미현 김상연 김효섭기자 hyun@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