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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철 ‘입국장 패싱’…국가원수급 ‘특급 의전’

    김영철 ‘입국장 패싱’…국가원수급 ‘특급 의전’

    계류장에서 바로 공항 빠져나가 北외교관 “성과 내려 뉴욕 왔다” 북·미간 숙소 거리 불과 1.4㎞ 폼페이오, 트럼프 면담뒤 뉴욕행만찬장에서 김영철과 ‘화기애애’ 미국 정부는 18년 만에 이뤄진 북한 최고위급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의 방미에 특별히 예우를 갖춘 모습이었다. 국제적 관심 속 이번 북·미 고위급회담의 중요성뿐 아니라 미 정부의 새달 북·미 정상회담 개최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김 부위원장이 도착한 뉴욕 JFK공항 1터미널에는 31일(현지시간) 오전부터 한국 등 세계 각국의 취재진 수백 명이 몰렸다. 이들은 김 부위원장을 마중 나온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외교관들에게 북·미 정상회담의 전망을 묻기도 했다. 북한의 한 외교관은 “성과를 거두려고 하니까 뉴욕까지 온 것 아니겠느냐”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대부분의 북한 외교관들은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김 부위원장이 탄 에어차이나 CA981기가 JFK공항에 도착한 것은 오후 2시쯤. 그때부터 취재진은 긴장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김 부위원장은 공항여객터미널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미 국무부가 항공기 계류장에서 김 부위원장을 직접 마중하면서 여객터미널을 거치지 않고 공항을 빠져나간 것이다. 항공기 도착과 맞물려 6~7대의 검은색 세단과 경찰 차량이 계류장으로 들어가는 장면이 목격됐고, 30여분 뒤 경찰 차량이 앞뒤에서 검은색 차량을 호위하는 대열로 계류장을 빠져나갔다. 이는 취재진의 카메라 세례를 피할 수 있도록 한 미국 측의 배려로 풀이된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전용기가 아니고 일반 여객기의 승객을 공항 계류장에서 직접 에스코트하는 것은 통상 ‘국가원수급’에 해당하는 의전”이라면서 “미국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김 부위원장 경호와 의전에 각별히 신경을 쓰는 눈치”라고 말했다. 김 부위원장의 숙소는 공항 인근 ‘뉴욕 밀레니엄힐튼 뉴욕플라자’로 알려졌다. 유엔본부 및 주유엔 북한대표부와 인접한 이 호텔은 지난해 유엔총회 때 리용호 외무상이 묵는 등 북한 고위 당국자들이 자주 이용해 왔다. 1시간여 뒤인 오후 3시 30분쯤 호텔 앞에 모습을 드러낸 김 부위원장은 입국 소감과 회담 전망 등을 묻는 취재진에 시선도 주지 않은 채 한마디 발언 없이 곧바로 호텔로 들어갔다. 그는 이어 오후 7시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의 만찬 회동 장소인 미 유엔대표부 차석대사 관저로 향했다. 이들은 90분간 진행된 만찬 회동을 마치고 오후 8시 40분쯤 호텔로 돌아갔다. 폼페이오 장관이 만찬 이후 트위터에 올린 2장의 사진에 따르면 이들은 만찬장에서 미소를 머금은 채 서서 악수를 했고, 배석자들과 함께 테이블에 앉아 웃는 표정으로 잔을 맞대고 건배했다. 배석자로는 지난 10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폼페이오 장관 접견 때 배석했던 앤드루 김 미 중앙정보국(CIA) 코리아임무센터(KMC)장 등이 확인됐다. 폼페이오 장관은 “김영철(부위원장)과 오늘 밤 뉴욕에서 훌륭한 실무 만찬을 가졌다”면서 스테이크와 콘(옥수수), 치즈가 메뉴로 나왔다고 전했다. 앞서 폼페이오 장관도 이날 오전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면담한 뒤 오후 워싱턴DC를 떠나 뉴욕에 도착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맨해튼 시내 롯데팰리스호텔에 묵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미 정상회담 추진의 최전선에 있는 김 부위원장과 폼페이오 장관의 숙소는 불과 1.4㎞ 떨어진 거리다. 이들은 1일 오전 본회담을 진행했으며, 폼페이오 장관은 오후 기자회견에 나섰다. 뉴욕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북·미 ‘마지막 반전’은 평양 정상회담?

    트럼프 노벨상 위한 ‘깜짝 카드’ 北 조명록 방미 후 클린턴 방북 2000년 상황 재현 가능성도 6·12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다면 그 장소는 싱가포르일 것이라는 점은 기정사실처럼 돼 있다. 지난달 10일 북·미 양측이 정상회담 일시와 장소를 ‘6월 12일 싱가포르’로 확정했기 때문이다. 그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회담을 전격 취소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고 있긴 하지만 회담 장소는 여전히 싱가포르로 인식되고 있다. 실제 북·미 양측의 실무진이 이미 싱가포르에 들어가 회담 준비를 하고 있다. 나아가 지금은 구체적인 회담 장소로 싱가포르의 샹그릴라호텔, 이스타나 대통령궁, 센토사섬 카펠라호텔 등이 거론되는 거의 최종 단계에 이르렀다. 그런데 상황이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며 롤러코스터를 타자 혹시 회담 장소도 막판에 바뀌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특히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31일 미국을 전격 방문하자 북·미가 ‘마지막 반전’으로 평양을 회담 장소로 합의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온다. 앞서 2000년에도 조명록 북한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 겸 인민무력부 총정치국장이 미국을 찾아 빌 클린턴 당시 대통령을 만난 것을 계기로, 클린턴 대통령의 방북이 합의됐기 때문이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이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을 언급하면서도 ‘싱가포르’라는 장소를 거의 언급하지 않는 점도 이런 추측에 기름을 붓는 요인이다. 물론 현재로서는 이런 관측이 호사가들의 추측에 가까운 측면도 있지만, 정황을 살펴보면 아예 터무니없지는 않다는 시각도 있다. 우선 싱가포르에서 사전에 공개된 회담을 하기 위해 평양을 비우는 것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입장에서 매우 부담스럽다. 이 기간 만에 하나 권력 공백에 따른 정변이 발생할 우려 때문이다. 이런 우려 때문에 김 위원장은 물론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 때도 북한 정상은 단 한번도 외국 방문 일정을 사전에 노출하지 않고 극비리에 움직였다. 따라서 김 위원장 입장에서는 설득할 수만 있다면 트럼프 대통령을 평양으로 부르는 게 안전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도 할 수만 있다면 한반도와 관련한 역사성도 없고 중립지대에 불과한 싱가포르보다는 미국 정상 최초로 북한 땅을 밟는 게 그림상으로도 좋고 노벨상 수상 가능성도 높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시나리오는 북·미 간에 협상이 잘될 경우, 즉 비핵화와 관련해 북한으로부터 얻은 게 많다는 평가가 미국 여론 사이에서 내려지는 경우가 전제돼야 한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실제로 북·미 정상회담의 평양 개최 가능성을 아직 배제할 수는 없다”면서 “장소 변경에 대한 변수는 북한보다는 미국 내 여론”이라고 분석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폼페이오, 김영철과 만찬 앞서 트윗 “만남 기대”

    폼페이오, 김영철과 만찬 앞서 트윗 “만남 기대”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30일(현지시간) 6·12 북미정상회담 최종 조율을 위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의 만남에 기대감을 표시하며 ‘완전한 비핵화’ 원칙을 재확인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뉴욕에서 김 부위원장과 만찬 회동을 하기에 앞서 올린 트위터 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간에 있을 정상회담을 논의하기 위해 뉴욕에서 김 부위원장과의 만남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한반도의 비핵화(CVID)에 전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방미한 김 부위원장을 만나기 위해 1박2일 일정으로 뉴욕을 방문했으며, 이날 만찬에 이어 31일 공식적인 북미 고위급회담을 개최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허무하게 끝난 ‘조·올의 꿈’… 북·미 18년 만에 다시 꿈꾼다

    허무하게 끝난 ‘조·올의 꿈’… 북·미 18년 만에 다시 꿈꾼다

    2000년 10월 훈장이 주렁주렁 달린 군복을 입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특사가 미국의 수도인 워싱턴을 방문했다. 북한 권력 서열 2위로 김 위원장의 최측근이자 군부를 대표하는 실력자 조명록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 겸 인민무력부 총정치국장이었다. 사상 처음으로 북한 고위급 인사가 미국 땅을 밟은 것이다.조명록은 백악관에서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을 예방하고 이튿날 북·미 관계 개선과 평화체제 구축 의지를 밝힌 ‘북·미 공동 코뮈니케’를 발표했다. 뒤이어 같은 달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은 평양을 전격 방문해 김 위원장을 면담하고 북·미 정상회담 개최에 전격 합의했다. 불가능해 보이던 북핵 문제 해결과 북·미 적대관계 청산이 손에 잡힐 듯 가까웠다. 성사됐다면 한반도의 운명을 바꿨을 역사적인 첫 북·미 정상회담은 같은 시기에 터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 그해 11월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대통령 당선으로 물거품이 됐다. 그후 북한은 6차례 핵실험을 통해 핵무력을 완성했고 지금에 와서야 다시 북·미 정상회담이 극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18년 전의 아쉬움을 뒤로한 채 지금이야말로 북핵 문제를 해결할 마지막 기회라는 얘기가 나온다. 조명록의 뒤를 이어 31일 북한 고위급 인사로는 18년 만에 미국을 방문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은 조명록과 올브라이트가 못 다 이룬 꿈을 이룰 수 있을까. 북·미 정상회담으로 가는 도정의 마지막 단계인 김영철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만남에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18년 전 조명록의 방미가 이뤄진 때는 미국의 ‘페리 프로세스’ 발표로 북핵 위기가 누그러지고 미국의 대북 경제제재 완화와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 중단 선언에 이어 2000년 6월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면서 한반도 문제의 획기적 진전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진 시점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4·27 남북 정상회담과 5·26 남북 정상회담을 열어 북·미 정상회담을 중재한 것처럼, 당시에도 한국 정부의 활약이 빛났다. 2000년 남북 정상회담에서 김정일의 대화 의지를 확인한 김대중(DJ) 당시 대통령은 회담 직후 황원탁 외교안보수석비서관을 백악관에 급파해 클린턴에게 회담 결과를 자세히 설명했다. 그러면서 “북·미 관계를 개선하려면 김정일 위원장과 직접 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반응은 좋았다. 7월 태국 방콕에서 열린 아세아지역안보포럼을 계기로 북·미는 즉각 첫 외교장관 회담을 열어 김정일의 미국 특사 파견 문제를 협의했다. 김정일은 그로부터 석 달 뒤 특사 파견을 결정했다.샌프란시스코를 거쳐 10월 9일 워싱턴 덜레스 공항에 도착한 조명록은 군복 차림으로 클린턴을 만나 김정일의 친서를 전달했다. ‘북한 인민과 군대가 안보에 아무런 위협이 없다고 확신할 수 있다면 미국이 우려하는 안보 문제 해결이 가능할 것’이라며 관계 정상화를 희망한다는 요지의 친서였다. 클린턴을 평양으로 초청한다는 김정일의 메시지도 전달했다. 이에 클린턴은 “먼저 사전 조율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며 올브라이트의 평양 방문을 제안했다. 이런 북·미 공감대를 바탕으로 올브라이트는 미국 고위층 인사로는 처음으로 2000년 10월 23일 오전 7시 평양 땅을 밟았다. 웬디 셔먼 대북정책조정관, 스탠리 로스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 로버트 아인혼 비확산담당 차관보, 찰스 카트먼 한반도평화회담담당 대사, 잭 프리처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아시아담당 국장 등 선발대 50여명과 기자단 57명 등 210여명이 수행했다. 올브라이트의 첫 일정은 김일성 주석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기념궁전 방문이었다. 김정일 면담은 방북 둘째 날 있을 것으로 예상됐으나, 첫날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올브라이트는 회고록에서 “도착 첫날 점심식사를 하던 중 오후에 예정된 모든 일정이 취소되고 김 위원장을 만나기로 됐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올브라이트는 김정일에게 클린턴의 친서를 전달하고 3시간가량 회담했다. 그는 김정일에게 “북한 미사일과 관련한 만족스러운 합의 없이 내가 클린턴 대통령에게 정상회담을 권유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그러자 김정일은 “북한이 전쟁을 일으킬 것이라고 판단한 것은 잘못이며, 미사일 문제는 진지하게 검토하겠다”면서 “성실하고 진지하게 대화를 나눈다면 우리가 못 해낼 일은 없다”고 밝혔다.이 자리에서 김정일은 시리아와 이란에 미사일을 수출하는 것은 외화벌이 때문이라고 밝혔다. 회담 뒤 올브라이트는 김정일의 안내로 5·1경기장에서 열린 집단체조와 카드섹션 ‘아리랑 공연’을 관람했다. 당시 평양 군중의 일사불란하고 거대한 매스게임을 보고 놀라는 올브라이트의 표정은 큰 화제가 됐다. 공연 중간에 대포동 미사일 발사를 묘사하는 대목에서 김정일은 올브라이트에게 “저것은 우리의 처음 미사일 발사입니다만 마지막이 될 것입니다”라고 했다. 북·미 관계 개선을 향한 복합적인 메시지가 담긴 말이었다. 북·미 회담은 시간문제로 여겨졌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의회를 장악하고 있던 공화당은 클린턴 대통령의 평양 방문을 반대했다. 우파 전문가들도 북·미 정상회담을 반대했다. 올브라이트는 “그간 추진해 오던 미사일방어(MD) 계획을 클린턴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수포로 돌릴 수 있다는 두려움이 깔려 있었다”고 회고했다. 임기 말의 클린턴은 정치적 반대를 물리칠 동력을 상실했다. 더 큰 문제는 중동 평화협상이었다. 12월이 다가오며 클린턴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문제를 매듭짓는 일에 매달려야 했다. 다급해진 미국은 김정일에게 회담 장소를 평양이 아닌 워싱턴으로 바꿀 것을 제안했지만 북한은 거부했다. 결국 클린턴은 북·미 회담을 포기하고 12월 21일 아침, 우리 정부에 “평양을 방문하지 않기로 했다”고 알려왔다. 29일에는 “중동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에 벌어진 심각한 폭력 사태에 클린턴 대통령이 중재에 나서게 되면서 방북 일정을 잡기가 애매해졌다”며 평양 방문 포기를 공식 발표했다.훗날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은 회고록에서 “웬디 셔먼 대북정책조정관은 나에게 김 위원장의 ‘시간 개념 부족’을 탓했다. 만일 김정일이 조명록의 방미를 한 달만 앞당겼어도 역사는 달라질 수 있었을 것이란 얘기였다”고 밝혔다. 새로 출범한 부시 행정부는 2001년 3월 워싱턴을 방문한 DJ에게 “대북한 정책 검토를 끝내기 전까지는 북한과 협상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이후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했다. 첫 북·미 정상회담 추진은 이렇게 허무하게 끝났지만 18년 전과 지금은 다른 측면도 많다. 당시는 미국 정권 교체기였지만, 지금은 한·미의 대통령이 모두 임기 초반이다. 18년 전보다는 북·미 정상회담 합의를 지킬 ‘시간적 변수’가 유리한 셈이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김영철 ‘美 독자 제재’ 대상… 수도 워싱턴 피해 뉴욕 선택

    김영철 ‘美 독자 제재’ 대상… 수도 워싱턴 피해 뉴욕 선택

    NYT “협상 중요 포인트에 도달” 트럼프와 깜짝 만남도 배제 못 해‘세기의 회담’인 6·12 북·미 정상회담의 최대 분수령이 될 ‘뉴욕 담판’을 위해 북한의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3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 도착했다. 김 부위원장은 30일 인공기가 달린 주중 북한대사관의 1호 차를 타고 베이징 서우두 공항 귀빈실에 도착해 오후 1시에 뉴욕으로 출발하는 중국 국제항공 CA981편에 탑승했다. 세라 샌더스 미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성명에서 김 부위원장의 방미를 공식 확인했고, 헤더 나워트 미 국무부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김 부위원장이 뉴욕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회담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당초 당일 오후 1시 25분 베이징발 워싱턴DC행을 예약했으나 수차례 예약 변경 끝에 뉴욕행에 최종적으로 몸을 실었다. 이에 김 부위원장의 뉴욕행 이유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워싱턴 정가에서는 김 부위원장이 북·미 정상회담이 공식적으로 발표되지 않은 시점에 미국의 수도인 워싱턴행이 부담스러웠을 것으로 전망했다. 북·미 정상회담의 최대 쟁점인 북한의 비핵화 방식과 그에 따른 보상의 최종 협상에 나서기에는 워싱턴보다 북한대표부가 있는 뉴욕이 심적으로 편했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또 김 부위원장이 미국의 독자 제재 대상이라는 점도 뉴욕행의 이유로 꼽는다. 김 부위원장의 전격 방미에 미국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6·12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공식적인 선언은 아직 없지만, 북한의 김 부위원장 방미 선택이나 미국의 이번 김 부위원장 방미 허용 등은 북·미 양측이 정상회담 개최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는 “(김 부위원장의 방미는) 북·미 정상회담으로 이르는 가장 중요한 협상의 시작”이라면서 “(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협상이 중요한 포인트에 도달했다는 것을 드러내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김 부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직접 만남에도 국제사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의 빡빡한 일정상 가능성은 크지 않다. 하지만 깜짝 이벤트를 즐기는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상 모든 일을 제치고 김 부위원장을 만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베이징 윤창수 특파원 geo@seoul.co.kr
  • 북미관계 분수령…김영철, 폼페이오와 뉴욕서 1박 2일 담판

    북미관계 분수령…김영철, 폼페이오와 뉴욕서 1박 2일 담판

    비핵화-체제보장 빅딜 마침표김영철, 트럼프 만날 가능성도美 ‘천안함 주도’ 김영철, 여행 제재 일시 푼 듯 북미관계의 분수령이 될 북미고위급회담이 3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1박 2일간 열릴 전망이다. ‘세기의 담판’이 될 이번 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북한의 체제보장에 대한 양측 이견이 어떻게 조율되느냐에 따라 다음달 12일로 예정된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의 성사 여부가 확정된다.미국 정부는 29일(현지시간) 김영철 북한 노동당 대남담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뉴욕 회동을 공식화했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성명을 보내 “김영철이 뉴욕을 방문해 금주 중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만난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보다 앞서 “김 부위원장이 지금 뉴욕으로 향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헤더 나워트 미 국무부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폼페이오 장관이 북미 고위급회담을 위해 30일부터 1박 2일 일정으로 뉴욕을 방문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뉴욕 담판이 연이틀 개최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나워트 대변인도 이날 폼페이오 장관과 김 위원장의 회담을 언급하면서 계속 ‘복수형’을 뜻하는 ‘meetings’라는 표현을 썼다. 두 사람이 이 한 차례 만남에 그치지 않고 여러 번 만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둔 셈이다.김 부위원장은 29일 평양에서 출발해 중국 베이징에 도착해 머물고 있으며, 30일(미국시간) 오후 뉴욕에 도착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폼페이오 장관과 김 부위원장은 회동에서 북미정상회담의 최대 관건인 비핵화와 체제보장을 주고받는 ‘빅딜’ 논의에 마침표를 찍을 것으로 보인다. 대북 소식통은 “정상회담을 앞두고 합의문 조율뿐 아니라 비핵화 및 체제보장 의지를 서로 재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보수장 출신인 폼페이오 장관과 김 부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의중을 가장 잘 아는 최측근 인사로 꼽힌다. 두 사람은 수개월 전부터 북미 간 막후접촉을 진두지휘하며 해빙 국면을 이끌었다. 두 사람의 회동은 지난 9일 폼페이오 장관의 2차 평양 방문에 이어 이달에만 두 번째다. 특히 김 부위원장의 방미는 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인 2000년 조명록 북한군 차수(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 이후 18년 만의 최고위급 북한 인사의 미국 방문이다. 당시 조 차수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특사로 워싱턴DC를 방문해 국무부에서 매들린 올브라이트 장관과 면담한 뒤, 백악관을 찾아 클린턴 대통령을 만났다. 이에 따라 김 부위원장이 폼페이오 장관과 만난 뒤 김정은 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예방하고 김 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4, 5월 두 차례 방북한 폼페이오 장관도 김 위원장을 면담했다. 김 부위원장은 2010년 8월 천안함 폭침 사건을 주도한 의혹으로 미국의 독자 제재 대상에 올라 원칙적으로 미국으로의 여행이 제한된다. 미국은 북미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일시적으로 제재를 푼 것으로 보인다. 나워트 대변인은 이번 뉴욕 고위급회담이 비핵화 등 의제 조율을 위한 것이냐는 질문에 “(폼페이오) 장관이 김영철(부위원장)과의 회담은 이번이 세 번째로, 단언컨대 그들은 미국의 기대사항이 무엇인지에 대해 이미 구체적으로 매우 깊은 대화를 나눈 바 있다”고 언급했다. 나워트 대변인은 미국의 독자제재 대상인 김 부위원장이 뉴욕 외 다른 지역을 갈 허가도 받았는지와 관련, “뉴욕 이외에 다른 곳을 가려면 그에 대한 추가 제재면제를 받아야 한다”며 “그에 대해서 여러분에게 추가로 할 말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가동 중인 뉴욕-판문점-싱가포르 회담 채널을 염두에 둔 듯 “우리는 지금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3개의 회담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며 “불과 지난 며칠 사이 엄청난 진전이 있었다”고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과소평가 말라” 안절부절 中

    “정전협정 당사국”… 참여 의사 피력 한반도 비핵화 논의 과정에서 두 차례 파격적인 북·중 정상회담을 통해 존재감을 과시한 중국이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북·미 정상회담이 한국과 미국, 북한 3자 구도로 재추진되자 안절부절하며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2차 북·중 회담 이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배후론’을 거론하며 불쾌감을 표출한 뒤 중국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급기야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국·영문 자매지인 환구시보와 글로벌타임스는 29일 ‘한·미가 중국을 경시해서는 안 되며 중국을 탓해서도 안 된다’는 제하의 공동 사설에서 한반도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강조했다. 관영언론의 이와 같은 발언은 북·미 정상회담 사전 협의를 위해 북측 인사들이 방미 전 비자를 받으려고 베이징을 잇달아 방문하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라 주목을 끈다. 이 언론들은 “올해 남북 관계가 완화되고 북·미 정상회담 개최가 확정될 때까지만 해도 한국과 서방 언론에서 ‘차이나 패싱(소외)론’이 난무했으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3월과 5월 방중하자 중국이 한반도 문제에서 커다란 영향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또 “북한이 최근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해 강경 발언을 한 뒤 중국이 북한을 선동해 태도를 바꾸게 만들었다는 소문을 한·미 언론이 퍼트려 왔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 정상회담 취소 발언 후 북한이 신중하게 나오자 한·미 언론은 중국을 제외한 채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의 태도 변화에 큰 역할을 했다고 강조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 “중국을 배제하려는 ‘차이나 패싱론’은 중국이 한반도 종전선언에 참여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지만 중국은 정전협정 체결 당사국”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남·북·미가 추진하고 있는 종전선언에 중국도 참여해야 한다는 의사를 피력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차이나 패싱론’은 한반도에 영구적인 평화가 자리 잡길 반대하는 세력의 주장일 뿐이라며 “중국을 과소평가하면 안 된다”고 결론지었다. 마지막으로 “중국은 북·미 정상회담을 지지해 왔으며 중국의 노력 없이는 북·미 관계가 더욱 허술해질 것이며, 한반도 문제의 중대한 결정에서 중국을 소외시켜서는 안 된다”고 마무리했다. 추이즈잉(崔志英) 상하이 퉁지대 한반도연구센터 주임은 “평화협정과 한반도의 지속적인 안정은 중국 없이 달성할 수 없다”면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과정에서 사드를 포함한 추가적인 문제들도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베이징 윤창수 특파원 geo@seoul.co.kr
  • “재팬 패싱없다” 日 달래는 靑

    “납북자 北 요청해 日역할 활용을” “재팬 패싱(일본 배제)은 없다.” “북·일 관계 개선에 협력하겠다.” “일본인 납치자 문제 해결을 돕겠다.” 문재인 대통령은 비핵화 대화 국면에서 일본에 3가지를 약속했다. 4·27 남북 정상회담 사흘 전에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로부터 일본인 납치자 문제를 제기해 달라는 공식 요청을 받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이 문제를 언급했다. 지난 3월에는 대북특사단으로 북한을 방문했던 서훈 국정원장이 아베 총리를 직접 만나 방북·방미 결과를 설명했다. 문 대통령이 일본을 챙기는 이유는 비핵화를 대가로 북한의 경제 재건을 지원할 때 일본이 자금줄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미 민간기업 자본을 활용해 북한에 투자하는 식으로 경제 번영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바꿔 말하면 미국 정부 자금은 한 푼도 투입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중국이 북한에 몰아주기 식으로 경제지원을 하면 한국과 미국의 대북 영향력이 축소될 위험이 크다. 가장 좋은 그림은 한국과 일본이 북한의 경제 재건 자금을 대는 것이다. 일본이 대북 경제지원의 한 축을 짊어져야 한국도 부담을 덜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4월 청와대에서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을 만나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고자 일본이 건설적 역할을 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이원덕 국민대 일본학연구소장은 29일 “북·일 수교가 실현돼 북한이 일본으로부터 식민지 지배 배상금으로 최소 200억 달러 이상을 받아낸다면 경제 재건 자금으로 유용하게 쓰일뿐더러 한반도 통일비용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며 “김 위원장도 이 정도는 계산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일본이 납치자 문제를 들어 북한을 자극할 우려도 있다. 그렇다고 일본을 ‘방해세력’으로 규정하면 진짜 방해세력이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배제할 대상이 아니라 달래야 할 대상이라는 것이다. 청와대도 같은 인식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납치자 문제를 북한에 제기하더라도 판을 흔들 정도의 변수가 되진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미·일 동맹을 강조해 온 일본으로선 미국의 의사에 반하는 돌출 행동을 하기 어렵다. 북한도 2014년 ‘스톡홀름 합의’에서 납북자 재조사를 일본에 약속하고 진상조사를 실시하는 등 한 차례 성의를 보인 바 있다. 박영준 국방대 안보대학원 교수는 “일본의 역할을 더 긍정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면서 “납북자 문제는 일본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으로 진지한 조사를 해 달라고 북한에 요청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2000년 ‘김정일 특사’ 조명록 방미… 클린턴 대통령 만나 북·미수교 논의

    2000년 ‘김정일 특사’ 조명록 방미… 클린턴 대통령 만나 북·미수교 논의

    북한 김영철 노동당 대남담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29일 중국 베이징을 거쳐 미국 뉴욕행 비행기에 30일 탑승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과거 북한 고위급 인사의 미국 방문 내력에 관심이 쏠린다.이번 김 부위원장의 방미는 역대 두 번째 북한 고위급 인사의 미국 방문이다. 지금까지는 2000년 조명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미국을 방문한 게 유일하다. 18년 전인 2000년 9월 당시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밀레니엄 정상회의에 참석할 예정이었다. 북한으로서는 사상 첫 국가원수급 방미로 뉴욕에서 일본, 스웨덴과의 정상회담 일정까지 잡아 놨다. 그렇지만 정작 김 상임위원장이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뉴욕으로 가는 아메리칸항공(AA) 비행기에 탑승하지 않으면서 방미는 없었던 일이 됐다. 표면적 이유는 김 상임위원장이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AA 측의 신체 보안검색을 거부한 것이었다. 실제로 북한은 당시 미국 정부와 AA 사에 사과를 강력히 요구했다. 통상 국가원수급에 대해 보안검색을 하지 않는 관례를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김 상임위원장의 방미가 불발된 지 한 달 뒤인 그해 10월 북한 권력 2인자인 조 부위원장이 미국 수도인 워싱턴을 방문하면서 최고위급 인사의 방미가 이뤄졌다. 조 부위원장의 방미에는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이 동행했다. 조 부위원장은 유나이티드항공(UA)을 타고 샌프란시스코를 거쳐 워싱턴 덜레스 공항에 도착했다. 미국은 이번엔 항공사 측에 협조를 요청해 조 부위원장에 대해 이민·세관·검역 절차를 생략하고 특별라인을 통해 보안 검색대를 신속히 통과토록 했다. 조 부위원장은 미국에서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은 물론 빌 클린턴 대통령과도 만나 북·미 수교 등을 논의했다. 당시 인민군 차수였던 조 부위원장은 인민군 정복차림으로 클린턴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만나 북·미 간 상호 주권 인정과 적대관계 청산, 클린턴 대통령의 방북 추진 등을 뼈대로 하는 ‘북·미 코뮈니케(공동성명)’를 발표했다. 이어 같은 달 올브라이트 장관이 평양을 방문,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 클린턴 대통령의 방북까지 논의했으나 바로 다음달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후보가 승리하면서 북·미 관계는 급랭했다. 이제훈 기자 parti98@seoul.co.kr
  • 트럼프에 ‘김정은의 비핵화’ 직접 전달… 폼페이오와 최종 담판

    트럼프에 ‘김정은의 비핵화’ 직접 전달… 폼페이오와 최종 담판

    트럼프 “내 서한에 대한 답변” 김 위원장 속내 파악 기회로 美, ICBM·핵탄두 등 반출 요구 北은 불가역적인 체제보장 원해 실무회담선 결정할 수 없는 사항 북·미 고위급 ‘마지막 퍼즐’ 맞추기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6·12 북·미 정상회담 취소 선언(24일)으로 파국까지 치달았던 북·미 비핵화 대화가 급물살을 타는 모습이다. 김영철 북한 노동당 대남담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29일 전격적인 미국 방문을 위해 중국에 도착한 것은 북·미가 실무선에서 결정할 수 있는 비핵화 및 체제 보장 등 의제 협의를 대부분 끝냈으며 ‘마지막 퍼즐’을 맞추는 과정만 남은 것으로 보인다.김 부위원장의 방미 목적은 1차적으로는 카운터파트 격인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정상회담 의제 조율을 매듭짓는 데 있다. 김 부위원장이 워싱턴DC로 향하지 않고 뉴욕행 비행기에 오른다는 점에서 뉴욕의 유엔주재 북한 대표부나 중립적인 장소에서 회동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 외교관들은 특별한 면제를 받지 않는 한 미국에서 뉴욕 이외의 지역으로 여행하는 것이 금지돼 있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김영철 부위원장이 뉴욕을 방문해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회담한다고 밝혔다고 AP와 로이터 등은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김 부위원장은 핵 프로그램과 불법 활동에 관여한 혐의로 미국 재무부의 독자 제재 대상인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지만, 미국은 그가 입국할 수 있도록 제재 조치를 ‘면제’해 줬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김영철·폼페이오 회동의 관건은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미국의 체제 안전 보장 방안의 방식과 속도를 둘러싼 간극을 어떻게 좁히느냐다. 미국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 비핵화’(CVID)로 가려면 비핵화 프로세스 초기에 북한이 과감하고 가시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핵탄두·핵물질의 일부 국외 반출은 물론 강도 높은 사찰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북한은 미국이 적대관계 종식과 체제 보장 의지를 비핵화 종료 시점이 아닌 적절한 단계에서 제공할 것을 원한다. CVID의 교환조건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안전 보장’(CVIG·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Guarantee)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남·북·미 정상회담을 통한 종전선언과 정전협정의 평화협정 전환도 이 과정의 일환이다. ‘김영철·폼페이오 회동’이 워싱턴DC에서 이어질 수도 있다. 워싱턴에서 열린다면 김 부위원장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특사로 트럼프 대통령을 면담하고, ‘친서’를 전달할 가능성이 짙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도 폼페이오 장관이나 문재인 대통령을 통해 전해들은 김 위원장의 속내를 파악할 기회다.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 “내 서한에 대한 믿음직한 반응(solid response)이다. 고맙다!”고 한 점을 주목할 만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4일 공식서한을 통해 북·미 정상회담 취소를 발표하면서도 “(김 위원장의) 마음이 바뀐다면 주저하지 말고 내게 전화하거나 편지를 써 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김 부위원장은 김 위원장의 특사로서 비핵화 의지 및 북·미 정상회담 개최의 진정성을 담은 구두 친서를 가지고 갈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 정상회담 취소 서한에 대한 답변격”이라고 설명했다. 김 부위원장의 미국행은 예상보다 ‘타임테이블’이 앞당겨진 것이다. 당초 성 김 필리핀 주재 미국대사와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28일에 이어 30일 판문점 북측지역 통일각에서 벌이는 의제 협상에서 의견 접근이 이뤄진 뒤 ‘김영철·폼페이오 회동’에서 최종 담판을 짓는 수순이 될 것으로 관측됐다. ‘성 김·최선희 라인’이 얼마나 진도를 뽑았을지는 미지수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폼페이오 장관의 2차 방북(9일) 때 웬만한 합의를 이뤘고 판문점 협상은 그 합의가 유효한지 확인하는 과정”이라면서 “차관보급 실무협의에서 할 수 있는 ‘딜’이 아닌 만큼 이번 회동은 비핵화 프로세스 초기에 얼마나 과감하게 비핵화와 체제 보장을 교환할 수 있느냐를 최종 담판 짓기 위한 과정”이라고 전망했다. 이미 공동합의문 초안에 준하는 공감대가 이뤄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실무협의는 끝났고 양측이 최종적인 신뢰를 확인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서울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서울 서유미 기자 seoym97@seoul.co.kr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北 ‘비핵화 특사’ 김영철, 트럼프에 친서 전달할 듯

    北 ‘비핵화 특사’ 김영철, 트럼프에 친서 전달할 듯

    트럼프 “김영철 오는 중” 언급 김 부위원장과 면담 가능성 커 폼페이오와 뉴욕서 고위급 회담 정상회담 핵심 의제 담판 임박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최측근인 김영철(왼쪽) 노동당 대남담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30일 미국을 방문한다. 이에 따라 6·12 북·미 정상회담 성사를 위한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최종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 부위원장은 사상 두 번째로 미국을 방문하는 북한의 최고위급 인사가 된다. 2000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특사로 백악관을 방문해 빌 클린턴 당시 미국 대통령을 만났던 조명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이후 18년 만이다. 김 부위원장은 두 차례 평양을 방문했던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뉴욕에서 고위급회담을 갖는다. 이 회동에서 북·미 정상회담의 의제에 대한 합의가 매듭지어진다면 앞서 폼페이오 장관이 평양에서 김 위원장을 만났듯 김 부위원장도 특사 자격으로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대통령을 만나 김 위원장의 ‘친서’나 구두 메시지를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김영철 부위원장이 지금 뉴욕으로 오고 있다”며 “내 편지(24일 김 위원장을 수신인으로 한 공식서한)에 대한 확실한 답변, 고맙다”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김 부위원장은 이날 오전 10시쯤 고려항공 JS151편을 타고 베이징 서우두공항에 도착했으며, 30일 오후 1시 뉴욕행 중국국제항공 CA981 항공편 탑승객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김 부위원장 일행은 당초 이날 오후 1시 25분 베이징발 워싱턴행 CA817편을 예약했으나 베이징 도착 후 예약을 변경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항에서는 대미외교를 담당하는 최강일 북한 외무성 북아메리카국 국장대행도 목격됐으며, 방미 일정에 동행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판문점 북측 지역 통일각에선 지난 27일부터 성 김 필리핀 주재 미국대사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 등이 북한의 비핵화 로드맵과 미국의 체제 보장 방안에 대한 협의를 진행 중이다. 싱가포르에서는 조 헤이긴 백악관 대통령 부비서실장이 ‘김정은 일가의 집사’로 불리는 김창선 북한 국무위원회 부장과 의전·경호·보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김 부위원장이 예상보다 빨리 방미에 나선 건 판문점과 싱가포르에서 벌어지고 있는 ‘투트랙’ 실무회담에서 최종 담판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남한의 국가정보원장 격인 김 부위원장은 ‘김영철·서훈 라인’, ‘서훈·폼페이오 라인’으로 연결되는 남·북·미 3각 외교의 한 축이다. 그는 앞서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을 물밑 조율하고, 북·미 정상회담의 얼개를 설계했다. 또한 4·27 남북 정상회담과 5·26 정상회담에 북측 인사로는 유일하게 모두 배석했다. 서울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베이징 윤창수 특파원 geo@seoul.co.kr
  • 북미, 사실상 정상회담 준비태세…싱가포르서 의전 협의

    북미, 사실상 정상회담 준비태세…싱가포르서 의전 협의

    북미정상회담의 의전, 경호, 세부 일정 및 장소 등을 논의할 양측간 실무 접촉이 29일 싱가포르에서 개최된 것으로 알려졌다.복수의 정통한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김창선 북한 국무위원회 부장과 조 헤이긴 백악관 부(副) 비서실장은 이날 싱가포르 모처에서 만나 북미정상회담의 구체적인 개최 일정과 장소, 의전, 경호 등 실무적인 부분을 협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부장과 헤이긴 부 비서실장은 정상회담 준비의 실무 대표단 단장 자격으로 28일 각각 싱가포르에 입국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비서실장 격인 김 부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일정 관리를 총괄하는 헤이긴 부 실장은 향후 며칠 추가 협의를 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4일(현지시간) 6·12 정상회담 취소를 돌연 발표한 이후 아직 공식적으로 회담 개최를 다시 선언하지는 않았지만 북미 양측은 사실상 정상회담 준비태세에 돌입한 양상이라고 외교 소식통이 전했다. 미국의 실무 대표단이 머무는 싱가포르 남부 센토사섬의 레지던스식 호텔은 내달 12일 전후까지 예약을 받지 않기로 한 것으로 파악돼 의전 등을 담당하는 미측 실무자들은 회담 때까지 계속 체류할 것이라는 관측을 낳았다. 또 대북 소식통은 “김창선 부장은 10일 이상 싱가포르에 체류할 것으로 보인다”며 그가 정상회담 때까지 싱가포르에 남아 실무 총책 역할을 맡을 가능성을 예상했다.김 부장은 이날 싱가포르 중심가에 있는 풀러턴호텔을 나서는 모습이 일부 외신에 포착되기도 했다. 김 부장과 헤이긴 부 실장의 협의는 27일부터 시작된 최선희 외무성 부상, 성 김 주필리핀 대사 등 북미 양국 핵 협상가 사이의 협의,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의 30일 방미 협의 등 비핵화를 중심으로 한 의제 관련 논의와 병행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의제와 의전 투 트랙(two track)에 걸친 협의가 순탄하게 진행될 경우 이번 주 중으로 북미정상회담 개최 일정이 재결정될 것으로 관측통들은 보고 있다. 한편, 북미정상회담 개최 장소로는 싱가포르 대통령궁인 ‘이스타나’가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트럼프 대통령의 숙소로는 샹그릴라호텔 또는 실무진들이 묵고 있는 센토사섬의 호텔 등이 유력해 보인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내일 북-미 고위급 실무협상 예정…판문점과 싱가포르 투트랙

    내일 북-미 고위급 실무협상 예정…판문점과 싱가포르 투트랙

    내일(30일) 북한과 미국 양측이 6·12 정상회담을 준비를 위해 판문점에서 실무협상을 한다. 비핵화 및 대북체제보장 구상에 대한 논의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한편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은 미국을 방문해 고위급 회담을 할 예정이다.한 외교 소식통은 29일 “내일 판문점에서 미국의 성김 주필리핀 대사와 북한의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참석하는 실무협상을 한다”며 “여기에서 의제 조율이 대충 마무리될 것”이라고 밝혔다. 북·미 양측은 지난 27일 판문점 북측 지역 통일각에서 회담을 마치면서 30일 다시 만나 조율을 마무리하자는 입장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간 판문점 실무협상이 끝나면 비핵화 방식 및 북한의 안보 우려 해소방안 등 핵심 의제에 의견 접근을 이룰 것으로 보여 정상회담 준비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판문점 실무협상에서 이견을 보인 부분에 대해서는 북미 양측인 김영철-폼페이오 회담에서 담판할 것으로 보인다. 김영철 부위원장은 최강일 외무성 북아메리카국 국장대행과 함께 이날 오전 고려항공편으로 중국에 나왔으며 30일 오후 1시 뉴욕행 중국 국제항공 CA981편으로 미국으로 향한다. 김 부위원장이 미국을 방문하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만나 북미정상회담 합의문에 대해 최종 조율한다. 대북 소식통은 “김 부위원장과 폼페이오 국무장관 사이의 만남은 지난주 북미 사이에서 합의된 일정”이라며 “정상회담을 앞두고 합의문 조율뿐 아니라 비핵화 및 체제보장 의지를 서로 재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부위원장이 방미 기간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정상회담 조율을 잘 마치고 나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날지도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면담을 결정하면 김 부위원장의 자격이 특사로 바뀔 수 있어 김 위원장의 친서 또는 구두메시지 전달 여부도 주목된다. 한편 북·미 양측은 이르면 이날 중 싱가포르에서 정상회담의 의전, 경호, 세부 일정 및 장소 등을 논의할 실무접촉을 한다. 북측에서는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 미측에서는 조 헤이긴 백악관 부 비서실장이 전날 싱가포르에 도착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中 긴급회의 “한반도 문제 적극적 역할”… 다급한 아베, 새달 또 방미 추진

    中 긴급회의 “한반도 문제 적극적 역할”… 다급한 아베, 새달 또 방미 추진

    27일 중국과 일본, 러시아는 전날 열린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 재개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각국의 입장을 내세웠다. 중국 지도부는 시시각각 변하는 한반도 정세에 대해 이날 긴급회의를 연 것으로 알려졌으며, 중국 외교부는 “남북 정상회담을 지지하고 환영한다”면서도, 한반도 문제에 있어 계속해서 적극적이고 건설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며 ‘중국 역할론’을 강조했다.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26일(현지시간)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경제포럼에서 만나 북핵 위기 해소 방안 등을 논의했다. 푸틴 대통령은 공동 기자회견에서 “국제 현안 논의에서 한반도 상황에 각별한 주의가 할애됐다”면서 “이 지역의 평화 기조 유지에 대한 상호 관심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아베 총리도 “일·러 양국은 북한 비핵화 실현 필요성에 공감했다”며 “북한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가 규정하고 있듯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실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중국 외교 사령탑인 왕치산(王岐山) 국가부주석도 같은 포럼에 참석해 “한반도 안전 상황은 중국의 핵심 이익과 관련이 있으며, 어떠한 상황에서도 한반도에 전쟁이 발발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 역할론을 거듭 밝혔다. 일본 정부는 북·미 정상회담이 다음달 예정대로 개최될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고 보고 한국 정부로부터 구체적인 내용 설명을 기대했다. 일본은 북·미 회담과 관련해 스스로 설정한 3개 핵심 주제(핵, 미사일, 일본인 납치) 가운데 무엇보다 납치 문제에 진전이 이뤄질 수 있도록 미측에 더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아베 총리가 다음달 8~9일 캐나다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에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1차 남북 정상회담과 달리 비밀리에 이뤄진 2차 회담 이후 그동안 한반도에서 역할론을 주장했던 중국이 어떻게 움직일지는 불명확하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전망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중국은 롤러코스터와 같은 한반도 상황을 주시하고 있으며 긍정적인 결과가 나오길 희망한다”며 “중국이 한반도 상황을 일부러 복잡하게 만들었다는 의구심은 곧 해소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에서는 베이징에서 단둥, 다롄 등을 오가는 열차가 27~28일과 다음달 10~14일 중단된다는 소식을 근거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3차 방중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돌기도 했다. 베이징 윤창수 특파원 geo@seoul.co.kr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사설] 비핵화 해법, 북·미 정상회담밖에 없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전격 취소한 파장이 일파만파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올해 신년사로부터 시작해 평창동계올림픽을 거쳐 형성된 ‘한반도의 봄’에 일단 제동이 걸렸다. 이번 취소는 지난 3월 8일 방미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으로부터 북의 비핵화 의지를 확인한 트럼프 대통령이 5월 중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나겠다고 밝혀 ‘세기의 담판’을 기대한 뒤로 77일 만이다. 게다가 북한의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 행사가 2시간 지난 뒤 트럼프 대통령의 갑작스런 ‘회담 취소 발표’는 오히려 미국이 벼랑 끝 협상술을 발휘했다는 점에서 세계를 경악시켰다. 북한의 비핵화는 한반도와 동북아뿐 아니라 국제사회의 염원이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래도 북·미 대화의 빗장을 완전히 걸어 잠그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어제 공개 서한에서 “정상회담에 대한 당신(김 위원장)의 마음이 바뀐다면 주저 말고 내게 전화하거나 편지를 보내 달라”고 했다. 단기간에 비핵화를 할 용의가 있으면 북한과 대화를 재개하겠다는 여운을 내비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 실천을 의심해 판을 깬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도 “일방적 회담 취소에 유감”이라면서도 북·미 정상회담의 문을 열어 두었다. 어제 오전 북한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이 김 위원장의 ‘위임에 따라’ 발표한 담화에서 “트럼프 방식 문제 해결 방안되길 은근히 기대했다”면서 “대범하고 열린 마음으로 미국에 시간과 기회를 줄 용의가 있다”고 했다. “조·미 적대관계의 실태가 얼마나 엄중하며 관계 개선을 위한 수뇌 상봉의 절실함”을 강조했다. 북ㆍ미 어느 쪽도 ‘강 대 강’ 대결이 불러올 극단적인 대립이 각자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비핵화와 대북 적대 정책 포기는 한반도에서 북한과 미국이 책임을 갖고 미래를 열어 갈 유일한 선택지다. 한국전쟁 이후 한 차례도 마주 앉아 본 적 없는 북ㆍ미 두 정상은 회담이 무산된 원인을 면밀히 분석해 다시 판을 짜야 한다. 이를 위해 미국은 북한을 자극하고 위협하는 군사공격 언급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 북한도 더이상 미국을 자극해서는 안 된다. 최근 김계관 부상의 “정상회담 재고려”, 최선희 외무성 부상의 “아둔한 얼뜨기” 등 자극성 발언들은 미국을 너무 얕잡아본 행태다. 충격은 수습돼야 하고 북ㆍ미는 최대한 냉정함을 유지해 향후 행보를 재설계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 역할이 새삼 부각되는 대목이다. 문 대통령은 북ㆍ미의 입장을 최대한 포착해 두 정상을 다시 회담 테이블에 앉혀야 한다. 남북 핫라인 정상 통화를 가동하고 트럼프 대통령과 진심 어린 대화를 나누는 등 3국 정상 간 소통을 주도해야 한다. 그 길만이 북ㆍ미 정상회담을 성사시켜 한반도 비핵화 여정에 대전환점을 마련할 수 있다.
  • 김계관 “수뇌상봉 절실”… 트럼프 “따뜻하고 매우 좋은 뉴스”

    김계관 “수뇌상봉 절실”… 트럼프 “따뜻하고 매우 좋은 뉴스”

    김 부상, 전례없이 공손… 美 비난 안해 전문가 “북·미 모두 판 깨려는 것 아냐” 일각 “한국·유엔 등 조율 필요한 시점”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25일 ‘언제라도 문제를 풀어 나갈 용의가 있다’는 내용의 담화를 발표한 데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트위터를 통해 “따뜻하고 생산적인 담화를 듣게 된 것은 매우 좋은 뉴스”라고 환영의 뜻을 나타내면서 양측의 ‘대화 재개’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 24일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달 12일로 예정됐던 북·미 정상회담을 별안간 취소한 지 하루도 채 안 돼 양측이 적대적인 표현을 삼간 것이다. 전문가들은 북·미 간에 물밑 접촉의 진행 상황에 따라 당초대로 6월 12일에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고 봤다.먼저 김 부상은 이날 오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위임에 따라’라는 전제를 붙은 담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시기 그 어느 대통령도 내리지 못한 용단을 내리고 수뇌상봉이라는 중대사변을 만들고자 노력한 데 대해 내심 높이 평가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이라고 부르며 북·미 정상회담의 공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있음을 인정하는 등 전례 없이 공손한 표현을 썼다. 풍계리 핵실험장을 폭파한 날 허를 찔렸음에도 비난의 표현은 없었다. 오히려 김 부상은 “불미스러운 사태는 (중략) 관계 개선을 위한 수뇌상봉이 얼마나 절실히 필요한가를 그대로 보여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서신 말미에 “마음을 바꾸게 된다면 주저 말고 내게 전화하거나 편지해 달라”고 언급된 부분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아무 때나 어떤 방식으로든 마주 앉아 문제를 풀어 나갈 용의가 있음을 미국에 밝힌다”고 답했다. 북한 내부적으로 핵·경제 노선을 종료하고 경제 개발 집중 노선을 채택한 데다 비핵화 조치를 선포한 상황에서 북·미 정상회담을 통한 빠른 경제 제재 완화를 원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절박함이 읽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 취소 서신 역시 북한을 최대한 압박하면서도 퇴로를 열어두었다는 평가가 나왔었다. 외교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의 서신은 김정은 위원장을 ‘각하’(His Excellency)라고 표현하는 등 김 부상의 담화만큼 정중했다”며 “편지의 의도가 ‘대화의 판을 깨려는 게 내가 아니다’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실제 북한이 그간의 강경한 태도를 다소 굽히고 트럼프 대통령이 이에 대해 트위터로 화답하면서 북 특사단의 방미 가능성도 제기된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 취소 편지는 비핵화 협상 구도의 판을 깨려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판을 주도하기 위한 것”이라며 “물밑 협상에서 북한이 가져올 카드에 따라 다르지만, 트럼프식 해법에 북한이 완전히 동의한다면 6월 12일에 그대로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발언을 볼 때 적어도 6~7월에는 충분히 새로운 정상회담 일정을 잡을 수 있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미국이 못마땅해하는 중국보다는 한국이나 유엔이 나서서 조율하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 남중국해 ‘파워 게임’… 美 “림팩훈련, 中 오지 마라”

    남중국해 ‘파워 게임’… 美 “림팩훈련, 中 오지 마라”

    방미 왕이 “취소 결정 경솔한 행동” 美·中 제공권 둘러싼 경쟁 격화미국 정부가 중국에 대한 ‘환태평양 합동군사훈련’(림팩) 초청을 취소했다.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군사기지화 및 군사활동 수위를 계속 높이는 데 대한 불만과 대응 의사를 보여 준 것이다. 불신이 쌓여 가는 양국 관계가 더 냉각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당초 한 해 걸러 열리는 세계 최대 다국적 합동 해상군사훈련인 림팩에 2014·2016년에 이어 올해도 중국을 초청했다가, 최근 중국의 군사활동을 문제 삼아 이를 뒤집었다. 크리스토퍼 로건 미 국방부 대변인은 23일(현지시간) 이와 관련, “남중국해에 대한 중국의 지속적인 군사기지화에 대한 ‘초기 대응’”이라고 밝혔다. 지난주 중국이 장거리 전략폭격기를 최초로 남중국해 파라셀군도(중국명 시사군도) 인공섬인 우디섬에 착륙시키고, 각종 미사일을 배치시킨 데 따른 것이 이번 결정의 주요 배경이 됐다. ●매티스 美국방, 백악관 협의 후 취소 결정 미 국방부는 중국이 남중국해 스프래틀리제도(난사군도)에 지대공미사일과 전자 교란 장치를 배치했다는 증거가 있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이 내부 논의 및 백악관과 협의를 거쳐 중국의 림팩 참가 초청을 취소했다고 전했다. 이는 국방 교류 활성화와 관계 안정화를 위해 전임 버락 오바마 정부가 취했던 정책을 뒤집은 것으로, 유화정책 대신 힘으로 대응하겠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중국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때맞춰 미국 워싱턴을 방문 중인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회담을 가진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미 국방부의 초청 취소 결정은 매우 비건설적이고 경솔한 행동이며, 상호 이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그는 남중국해 군사기지화에 대해 “단지 방어 목적의 시설이며, 군사기지화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며 “이를 과장하거나 부풀려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중국은 이 지역에서 비행 훈련도 확대 중이며, 지난주에는 핵장착이 가능한 H6 폭격기 등 장거리 폭격기 여러 대를 파라셀군도의 우디섬에 이착륙시켜 미국을 자극했다. 남중국해를 내해로 만들려는 중국의 군사적 움직임이 가속화되며, 이를 둘러싼 미·중의 긴장 관계는 저강도에서 고강도로 옮겨 가고 있으며, 이 지역 제공권을 둘러싼 경쟁도 격화되고 있다. 미 국방부는 “남중국해 분쟁지역에서 계속된 중국의 군사기지화는 지역 안정을 해치고 긴장을 고조시킨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중국은 “남중국해 섬과 수역에 대한 확고한 주권을 갖고 있다”면서 “해당 지역의 관련 시설은 방어 및 민간용”이라고 일축하며 평행선을 걷고 있다. 앞서 26개국이 참여했던 2016년 림팩에 중국은 구축함 시안(西安)함, 프리깃함 헝수이(衡水)함 등 5척의 군함과 3대의 함재 헬기, 1200명의 병력을 파견한 바 있다. ●中 “미국산 제품 수입 확대할 것” 반면 미·중 무역 갈등은 중국 상무부가 24일 양국 간 무역 합의의 후속 조치로 미국산 제품 수입을 확대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하면서 다시 전기를 맞았다. 가오펑(高峰)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양측이 협력을 통해 호혜공영을 이룩할 수 있으며 중국은 수요에 따라 미국 제품 수입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내주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의 방중을 환영한다는 입장도 내놓았다. 이석우 선임기자 jun88@seoul.co.kr
  • ‘완전한 비핵화’ 문 열다…北, 풍계리 갱도 3개 폭파

    ‘완전한 비핵화’ 문 열다…北, 풍계리 갱도 3개 폭파

    북한이 판문점 선언에서 명시한 ‘완전한 비핵화’의 첫 발걸음으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북부핵시험장)을 폭파해 폐기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4월 남북 정상회담에서 핵실험장 폐기를 언급한 지 34일 만이다. 북한이 핵실험장 폐기를 통해 비핵화 의지를 분명하게 밝히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비핵화 대화의 입구’로 언급했던 핵동결에 진입한 것으로 평가된다.  무엇보다 2008년 영변 원자로 냉각탑 폭파와 달리 미국의 보상 조치가 없는 선제적 폐기다.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릴 ‘북·미 정상회담’의 청신호인 셈이다. 북한은 24일 오전 11시에 풍계리 핵실험장의 4개 갱도 중 2번 갱도 및 관측소를 폭파했다. 오후 2시 17분에는 4번 갱도와 단야장을, 2시 45분에는 생활건물 본부 등 5개의 건물을, 4시 2분에는 3번 갱도 및 관측소를 각각 폭파했다. 4시 17분에 군 건물인 막사 2개동을 폭파하는 것을 마지막으로 이날 폐기 행사를 마쳤다.  1번 갱도는 2006년 10월 1차 핵실험 때 방사능에 오염돼 이미 폐쇄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머지 2∼6차 핵실험은 2번 갱도에서 이뤄졌다. 3번과 4번 갱도는 향후 핵실험을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이곳에서 2006년 10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6번의 핵실험을 했고 2개월 후인 11월 핵무력 완성을 선언했다. 폭파가 순차적으로 진행된 것은 이미 6차례 핵실험으로 약해진 지반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또 북측이 시각적 효과를 노렸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CNN, 중앙(CC)TV, APTN 등 5개국(한국, 미국, 중국, 영국, 러시아) 30명의 기자가 현장을 참관했다. 이들은 이날 풍계리를 출발해 25일 아침 6~7시 정도에 원산 갈마초대소 프레스센터에 도착한 뒤 세부 현장 취재 결과를 전 세계에 타전할 예정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첫 방미길에서 “핵동결은 대화의 입구이고 그 대화의 출구는 완전한 핵폐기와 함께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풍계리 핵시설 폐기로 비핵화 대화의 입구가 열렸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또 문 대통령은 지난 14일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에 대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초기 조치로서 비핵화가 시작됐다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청와대는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개최한 뒤 “북한의 핵실험장 폐기가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첫 번째 조치임을 평가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최근 리비아식 모델 등 비핵화 방법론을 두고 북·미 간에 신경전이 벌어지는 상황에서도 북한이 해당 조치를 예정대로 진행했다는 데 의미를 뒀다. 장철운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무엇보다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긍정적 여건이 조성됐다”고 설명했다. 풍계리 외교부 공동취재단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 대한제국공사관 간 文 “136년 한·미 관계 굳건”

    대한제국공사관 간 文 “136년 한·미 관계 굳건”

    한·미 정상회담차 방미한 문재인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워싱턴DC 주미대한제국공사관 재개관 현장을 방문해 “136년 동안 유지돼 온 (한·미 관계) 역사가 대단하다”며 한·미 동맹의 의의를 강조했다.문 대통령은 조(선)·미수호통상조약에 대해 “열강이 우리를 노리던 시절 우리나라가 자주적으로 체결한 첫 조약”이라며 “자주 외교의 노력으로 중요했던 관계가 136년 동안 유지돼 온 역사가 대단하다”고 말했다. 이날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136년 전인 1882년 5월 22일 조·미수호통상조약이 체결됐다는 점을 언급한 문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사전에 보고를 받았는지 아는 듯했다”고 전했다. 특히 “한·미 정상회담도 잘됐고 이런 날 주미공사(관)가 재개관해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문 대통령은 “우리가 그냥 하늘에서 떨어진 나라가 아니다”라며 근대 외교공간 보존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이날 박정양 초대 주미공사의 손녀 등 공관원 후손들과 만나 “처음 박정양 선생이 공사관으로 왔을 때 정말 막막했을 것”이라며 “당시만 해도 나라의 위세가 기울 때 외교를 통해 힘을 세우려 없는 살림에 큰일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양은 귀국 이후 미국 제도와 문물을 정리한 ‘미속습유’와 ‘미행일기’를 남겼다. 초대 공사관 서기관이었던 월남 이상재는 일제강점기 국내 최대 항일민족단체인 신간회를 조직한 대표적 독립운동가다. 문 대통령은 “이런 이야기들이 제대로 기록으로 남아 알려져야 한다”며 “그 시기 개설한 러시아, 영국, 중국, 일본 등 공관들도 확인해 보고 문화재청에서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대한제국공사관은 1889년 우리나라 역사상 서양 국가에 최초로 설치된 곳으로, 근대 외교공간 중 원형을 간직한 유일한 단독 건물이다. 지상 3층·지하 1층의 미국 빅토리아 양식 벽돌 건물로 워싱턴DC에 남아 있는 19세기 외교공관 중 내·외부 원형이 보존된 유일한 곳이다. 대한제국이 1905년 을사늑약으로 외교권이 박탈되자 일본은 건물을 5달러에 강제로 사들이고 다시 10달러에 미국인에게 매각했다. 이후 2012년 문화재청이 문화유산국민신탁을 통해 미국인 젠킨스 부부로부터 350만 달러에 재매입하고 보수·복원 공사를 마쳤다. 귀국길에 오른 문 대통령은 페이스북 글을 통해 “재개관한 주미공사관 앞길엔 많은 교민들이 갑자기 쏟아진 폭우를 맞으며 태극기를 들고 긴 시간 기다려 줬다”며 “뜨겁게 환영해 주어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서울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워싱턴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단독] “주미 대한제국 공사관 태극기 뒤집혀 걸렸다” 논란

    [단독] “주미 대한제국 공사관 태극기 뒤집혀 걸렸다” 논란

    심재철 의원 “건괘가 오른쪽 윗편에 와야” 지적문화재청 “사진보고 19세기 원형 재현한 것”반박 대한제국 국기, 태극·4괘 다양한 형태로 사용“현 국기 게양법에 맞춰야 한다는 논리는 억지”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이 22일(현지시간) 재개관한 주미 대한제국 공사관에 태극기가 잘못 게양됐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문화재청은 19세기에 찍힌 당시 사진을 보고 그대로 고증 재현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역사적 장소를 복원할 때 원칙은 가능한 한 원형에 가깝게 재현하는 것이며 지금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는 설명이다.심 의원은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문재인 대통령이 대한제국공사관을 방문했는데 태극기가 뒤집어 걸린 게 아닌가 싶다”면서 “태극기를 세로로 길게 늘여서 게양할 때는 하늘을 나타내는 건괘(보통 긴 막대기 3개가 그어져 있는 모양)가 오른쪽 윗편으로 와야 한다. 대한민국국기법 시행령에도 그렇게 나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문화재청은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1893년 미국 헌팅턴도서관에 소장된 당시 공사관 사진을 보고 그대로 재현한 것”이라고 밝혔다. 당시 태극기가 걸려 있던 바로 그 자리에 같은 크기, 같은 모양의 태극기를 고증해 게양했다는 게 문화재청의 설명이다.주미 대한제국 공사관은 1889년 2월 우리나라 역사상 최초로 서양국가에 설치한 외교공관으로 이날 오전 재개관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문 대통령은 방미 마지막 일정으로 부인 김정숙 여사와 함께 이곳을 찾았다. 문 대통령은 “우리나라가 서양 최초로 개설한 공관이며 19세기 워싱턴에 개설된 여러 공관 중 원형이 보존된 유일한 곳”이라면서 “오늘 (조미수호통상조약)136년만의 재개관일에 한미정상회담이 있어 더욱 뜻 깊다”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주미대한제국공사관이 운영될 당시 건물과 내부를 그대로 재현하는 것이 이번 복원 사업의 기본목표였다”면서 “그 당시 자료와 서적, 사진자료가 복원사업의 근거가 됐다”고 말했다.실제 1893년 촬영된 공사관 내부와 복원공사 후 재현 모습을 보면 태극기가 게양된 위치는 물론 태극기 위에 걸린 광화문 사진을 넣은 액자까지 고스란히 125년 전 모습과 같다. 또 태극기 앞쪽에 놓인 작은 의자와 탁자, 탁자 위에 놓인 바구니, 원통형 도자기도 유사하게 되살렸다. 고종황제가 세운 대한제국 시대에는 다양한 모습의 태극기가 사용됐다. 국가기록원에 따르면 최초의 국기는 1882년 5월 조미수호통상조약 조인식에서 사용됐지만 당시 사용된 국기 형태에 대한 정확한 기록은 없다. 1882년 9월 박영효는 고종의 명을 받아 수신사로 일본에 가던 중 배 위에서 태극문양과 4괘 도안의 기를 만들어 사용했고 이 사실을 본국에 보고했다.이듬해 3월 고종은 왕명으로 태극과 4괘 도안의 기를 국기로 제정해 공포했다. 하지만 당시 국기제작에 관한 방법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아 태극기는 다양한 형태로 제작됐다. 실제 고종의 외교고문이었던 오웬 데니가 소장한 태극기(1980년경)나 의병장 고광순이 사용했던 태극기(1907년) 등 지금까지 남아있는 광복 이전의 태극기를 보면 태극의 문양과 괘의 위치가 조금씩 다른 형태로 사용됐음을 확인할 수 있다.통일된 태극기 제작법이 나온 것은 정부 수립 이후다. 정부는 1949년 국기시정위원회를 구성해 오늘날 국기제작법을 확정했고 1972년 국기에 대한 맹세를 실시했다. 현재는 2007년 제정된 대한민국 국기법에 따라 국기 관련 사무를 통합 관리하고 있다. 따라서 19세기 대한제국공사관에 걸려 있던 태극기를 현 국기 게양법에 맞추어 달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심 의원의 주장은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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