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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鄭,후보 첫날 평화시장으로

    鄭,후보 첫날 평화시장으로

    숨가쁜 하루였다.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는 16일 대선후보로서 첫 공식일정을 바쁘게 소화했다. 속도전이었다. 캠프의 한 관계자는 “몽골 기병론이 되살아난 거 아니냐.”고 평가하기도 했다. 첫 행선지는 서울 동대문 평화시장이었다. 새벽 5시30분 어둑어둑한 시장 골목에 정 후보가 모습을 드러냈다. 공식일정의 시작이다. 이날 방문은 ‘서민경제를 살리겠다’는 정 후보의 강력한 의지 표명으로 읽혔다. 자신의 경선 공약이기도 하다. 정 후보가 평화시장을 방문한 이유는 또 있다. 그는 30년 전 평화시장에 옷을 내다 팔아 생계를 유지했다. 정 후보를 본 상인들은 ‘시장 계단에 앉아 고단함을 달래던 청년’을 기억했다. 어깨를 감싸며 반갑게 맞았다. 정 후보도 예전 일을 회상했다. 그는 “30년 전 가져온 바지가 안 팔려 아래쪽에 깔려 있으면 맨 위로 올려 놓곤 했다.”고 말문을 열었다.“그래도 사장님들이 마음이 좋으셔서 봐주셨다.”고 웃음을 보였다. 정 후보와 인연이 있었던 한 상인은 “대통령이 되려면 소탈해 보여야 하는데 귀공자 같아서 걱정”이라고 했다. 정 후보도 “내가 평화시장에서 일했다면 사람들이 도대체 안 믿어 준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면서 “평화시장이 없었으면 굶어죽었을 텐데 통일부 장관까지 했다.”고 감회에 젖기도 했다. 다른 상인은 손부터 부여잡았다. 백발이 성성한 할머니였다. 정 후보의 예전 모습을 기억한다고 했다.“수금 안 해 주면 달라는 말도 못 하고 계단에 앉아 기다리곤 했다.”고 옛일을 더듬었다. 정 후보는 “그때는 대통령이 될 생각은 꿈에도 못했는데 이제는 서민을 생각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정 후보는 이곳에서 해장국으로 아침을 먹었다. 식사 후 곧장 현충원으로 향했다. 그는 방명록에 ‘대한민국을 한단계 더 업그레이드시켜 영령들께 보답하겠다.’고 썼다. 이어 4·19묘지를 참배했다. 새벽 일찍 집을 나선 탓에 피곤한 기색도 보였다. 그러나 이동 중에 만난 지지자들에게 환한 웃음을 보였다. 팔짱을 끼고 함께 사진을 찍기도 했다. 캠프 관계자들은 “많이 피곤할 텐데.”라며 줄곧 걱정을 했다. 잠시 한국노총 사무실에 들른 정 후보는 국회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날은 통합신당의 제8차 의원총회가 계획돼 있었다. 지난해 5·31지방선거 이후 오랫동안 의원총회에 모습을 나타내지 못한 그다. 이제 대선후보가 되어 다시 의원들 앞에 서게 됐다. 정 후보는 환한 웃음을 지으며 강당에 들어섰다. 이날 참석한 70여명의 의원들은 박수로 대선후보를 맞았다. 정 후보는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감사하다.”는 인사도 건넸다. 특히 이해찬·손학규 진영의 의원들에게는 더 오래 말을 건넸다. 두 손을 꼭 잡으며 귓속말을 하기도 했다. 통합신당 의원총회는 오랜만에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오충일 대표는 “대선후보가 선출되고 나니 의원들 얼굴도 밝아졌고, 당도 밝아졌다. 오늘 신문을 보니 정 후보 얼굴에서 빛이 나더라.”고 인사말을 했다. 또 “이명박 후보의 얼굴과 정동영 후보의 얼굴만 비교해 봐도 이미 대선은 끝난 것”이라고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인사말을 위해 연단에 선 정 후보는 몇 시간 전 평화시장에서 나눈 대화로 말문을 열었다. 그러다 순간 눈시울이 붉어졌다. 예전 생각이 떠오른 듯했다. 한참 말을 못 잇고 헛기침을 했다. 잠시 호흡을 가다듬더니 말을 이어갔다.“차별 없는 성장, 가족행복시대란 얘기는 그냥 글이 아니었다.”고 했다. 그는 “저의 꿈을 가슴 밑바닥에서 직접 쓴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또 한번 말을 멈추고 눈물을 글썽였다. 의원총회장을 나온 정 후보는 통합신당 당사를 찾았다. 당직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격려의 말을 전했다. 당사에 들어서는 정 후보의 얼굴은 상기돼 있었다. 감회가 남다른 듯했다. 힘차게 악수를 나누며 “고맙습니다.”를 되풀이했다. 당직자들은 “그동안의 갈등을 잘 덮고 한마음으로 갔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피력했다. 어느새 점심시간이 훌쩍 넘었다. 통합신당 지도부와 하는 오찬이 마련돼 있었다. 정 후보측은 경선기간 내내 지도부와 크고 작은 마찰을 빚었다. 여론조사 반영과 원샷경선 도입 등 규칙 변경에 대한 불만을 적나라하게 표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 오찬장은 화합 분위기 일색이었다. 정 후보는 “연초만 해도 희망이 없었고 8월5일 창당때 마음속에 의구심이 있었지만 이제 자신감을 가지게 됐다.”고 했다. 정 후보는 이날 오후 캠프 해단식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당의 화합과 대선승리를 위해 정 후보를 지원한 사람들은 2선으로 물러나는 심정으로 임하자.”며 백의종군 자세를 결의했다. 박창규기자 nada@seoul.co.kr
  • [2007 남북정상선언 이후] 이수훈”北,국책연구기완장 교류 긍정적”

    [2007 남북정상선언 이후] 이수훈”北,국책연구기완장 교류 긍정적”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은 나빠진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얼굴 윗부분이 조금 붉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3일 평양 인민문화궁전에서 남측 수행원들과 악수하며 배우 문성근씨가 ‘제가 문성근입니다.’라며 인사하자 김 위원장은 발길을 멈추고 ‘반갑습니다.’라고 친근함을 표시하는 등 소탈하고 자상한 모습도 보여주더군요.” 남북 정상회담에 노무현 대통령을 수행했던 대통령 자문 동북아시대위원회 이수훈(53) 위원장은 “전력사정이 눈에 띄게 좋아진 점 등 북한 경제형편은 많이 나아지고 있는 게 분명해 보인다.”고 5일 말했다.2004년에 이어 세번째 방북한 그는 이날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특히 2001년 8월 민족대축전을 맞아 평양을 방문했을 때와 견줘 이같이 강조했다. ●“늦은밤 평양 환해 전력사정 좋아진 듯” 이번에 찾은 평양 거리에는 우리의 성탄절 분위기와 비슷하게 트리 장식이 돼 있었으며 아파트 등 주택가에도 밤 11시 넘어 늦게까지 불이 켜져 있는 등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었다고 한다.2004년엔 사흘이라는 짧은 체류기간 때문에 자세히 살피지 못했지만 2001년에는 일찍 전등이 꺼지는 등 적막강산이었다고 회고했다. 낮에도 아파트 창문에 비닐 같은 것으로 덮어 씌워 놓는 등 비교적 어두운 느낌을 받았으나 이번엔 도로나 주택가가 말끔히 단장됐다는 느낌을 줬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북측 인사들은 “우리는 늘 이렇게 하고 있다.”고 뽐냈다고 전했다. 전력 공급이 어떻게 좋아졌느냐는 물음에는 “수년에 걸쳐 소형 수력발전소를 많이 지은 결과”라고 답변했다는 것이다. 시내 건물도 깨끗하게 도색해 6년 전과 달리 황폐한 느낌이 아니라 ‘사람 사는 냄새’가 풍기는 인상이 짙었다고 그는 말했다. 이 위원장은 또 “2000년 1차 정상회담이 상징적이고 추상적인 것이었다면, 그로부터 7년이 지난 이번 회담은 화해와 협력을 다지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 큰 의의”라고 강조했다. 경제적 협력과 제반 협의의 틀을 마련한 기회였다는 설명이다. 그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군사적으로 요충지인 황해도 해주를 정보기술(IT) 경제특구로 개방하는 문제에 대해 곧바로 수락한 점을 사례로 손꼽았다. 북 해군전력의 60%를 차지하는 이 지역을 놓고 ‘통 큰 결단’을 내렸다는 사실이 한반도의 바뀐 분위기를 증명한다는 것이다. 그는 “해주 경제특구가 갖는 상징성이 크다는 사실은 개성공단에서 엿보인다.”면서 “당시 군사시설을 수㎞ 밖으로 물리면서까지 공단을 조성하지 않았느냐.”고 되물었다. 또 정상회담 준비과정에 우여곡절이 숱하게 많았는데도 불구하고 북측이 매우 협조적이었다는 점도 들었다. 방북단 규모를 당초 200여명에서 300여명으로 늘린 점, 노 대통령이 걸어서 군사분계선을 넘어갈 계획을 통보한 것만 해도 엄청난 준비가 뒤따라야 하는 등 갖가지 복잡한 문제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끝까지 남측을 배려해 줬다는 이야기다. 마지막날 발표된 ‘2007 남북 정상선언’ 합의문도 남측이 80∼90%를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라고 했다. ●‘인민은 위대하다´는 외교 의전상 배려 노 대통령이 4일 서해갑문을 방문해 방명록에 ‘인민은 위대하다.’라는 글을 쓴 점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잘라 말했다. 그는 “국민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한 말로, 외교 의전상 상대방을 배려한 것”이라면서 “북녘에서 북한이라는 말 쓰면 안 되듯 우리 표현으로 하면 결례”라고 덧붙였다. 노 대통령의 방명록 서명을 놓고 네티즌들은 “그래서 영혼을 팔아 먹었다는 말까지 듣는 것”“남측으로 치면 국민이라는 뜻으로 국민을 위해 일해야 한다는 것이니 문제 아니다.”라는 등 입씨름이 한창이다. 한편으로는 “오히려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겐 (주민인권 등 탓에) 따끔한 얘기로 들릴 수 있다.”는 말도 나왔다. 마지막으로 이 위원장은 “남북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공유하기 위해서라도 국책연구기관장들의 교류가 필요하다.”고 제안해 북측으로부터 긍정적 반응을 얻었으며 다음달 방북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리종혁 아태평화위원회 부위원장 겸 조선통일연구원장과 최승철 통일전선부 부부장 등 고위 관계자들이 초청요청을 흔쾌히 받아들였다고 귀띔했다. 그는 정상회담에 따른 미국과 일본 전문가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8일 출국한다.16일까지 머물며 빌 클린턴 정부부터 조지 부시 정부 초기까지 미국의 대북 특사를 맡았던 찰스 프리처드 한·미경제연구소(KEI) 소장, 한인으로 미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국장을 지낸 조지타운대 빅터 차 교수, 릿쿄대 이종원 교수 등을 만난다. 이 위원장은 “이들은 한반도 전문가들이기는 하지만 비핵화 문제 등 핫이슈에 대해 피부로 느끼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면서 “직접 회담에 참석한 입장에서 자세한 설명을 통해 이해를 넓히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열린세상] 10·4선언과 한반도 평화/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열린세상] 10·4선언과 한반도 평화/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2007년 정상회담의 시작은 노무현 대통령이 군사분계선을 걸어서 넘어간 것으로 시작됐다. 비공식적으로 남북 밀사들이 넘나들었을 38선.1989년 평양축전을 마친 뒤 가냘픈 여대생 하나가 힘들게 걸어 내려온 그 선. 노무현 대통령은 전 세계의 기대와 호기심 어린 시선을 끌어모은 채 한걸음으로 성큼 넘어갔다.2000년 김대중 대통령이 비행기를 이용하여 방북했던 것보다 통일에 그만큼 더 가까워진 것 같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 기간에는 한반도의 평화정착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되었다.10월3일 6자회담의 합의문이 그것이다. 단순하고 통상적인 합의문이 아니다. 북핵문제와 북한체제의 인정에 대한 해결의 실마리를 풀었기 때문이다. 올해 안에 북한은 모든 핵 프로그램을 신고하고 핵시설의 불능화를 완료하기로 했다. 미국은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해 나가고 일본은 북한과 관계를 정상화시키기로 했다. 게다가 나머지 5개국이 북한에 중유 100만t 상당의 경제적인 지원도 약속했다. 북한이 핵무기를 폐기하는 것은 모든 문제의 선결조건이다. 지난 9월 APEC 정상회담에서 부시 대통령은 북핵이 폐기되면 자신의 임기 안에 북한과 종전협정을 체결하고 북·미수교와 평화협정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실 이것은 북한이 10년이 넘게 핵을 통하여 얻고자 추구했던 것이다. 먼 길을 돌아 양측이 확보하고 싶은 것을 달성하게 된 셈이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의 정점은 본항과 별항으로 구성된 10개항의 합의문 작성이다.2000년의 6·15 남북공동선언이 돌파구를 마련하고 얼개를 짠 것이라면 2007년의 10·4 남북공동선언은 자세하고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마련한 것이다. 처음 2007년 정상회담이 발표됐던 8월에 예상했듯이 항구적인 평화체제의 정착과 지속적인 경제협력에 큰 성과가 확인된다. 남북관계를 상호존중과 신뢰 관계로 확고히 전환시키고 서로 적대시하지 않으며 군사적 긴장을 완화시켜 분쟁문제들을 대화와 협상을 통하여 해결하기로 했다. 이에 기초하여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하여 직접 관련된 3자 또는 4자 정상들이 한반도지역에서 만나 종전을 선언하는 문제도 추진하기로 한 것이다. 그 결과 연내에 비핵화 프로세스가 종결되면 한반도 어느 곳에서든 남북한과 미국 및 관련국이 평화협정까지 체결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제 정치논리에 의하여 휘둘려왔던 남북의 경협문제도 안정궤도에 오르길 기대해 본다. 샌드위치 신세를 돌파할 한국의 경제를 위해서나 낙후한 북한의 경제개발을 위해서나 다가올 통일한국에 이롭고 경사로운 일이 될 것이다. 하루빨리 백두산 직항로를 개설하고 경의선도 복구하자.2008년 북경 올림픽에는 기차타고 단일팀을 응원하러 가고 유럽으로 뻗어가자. 앞으로 1년 동안은 남북의 관계 장관, 총리, 정상의 회동은 물론 북·미의 정상도 만나는 일이 벌어질 것이다. 자주 만나다 보면 건배사에서 무슨 말을 했네, 방명록에는 어떤 용어를 썼네, 김정일 위원장이 행보가 어떻네,2000년과 다른 것은 뭐네 하는 입방정은 사라질 것이 분명하다. 정상회담의 본질에서 벗어난 것이요, 이미 남북 간에 왕래가 잦아지면서 국민들에게는 익숙해진 것이다. 오히려 걱정은 노무현 대통령 임기 뒤이다. 이라크 전쟁으로 부시 대통령의 인기도 바닥이며 임기가 1년여밖에 안 남았다.2008년 미국 대선에서는 민주당이 승리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부시의 북·미수교 정책은 돌이킬 수 없을 것으로 예측된다. 남북정상회담 기간동안 딴전을 피우고 부시와 면담을 비공식적으로 추진하다 망신만 산 한나라당이 변화하는 한반도 문제에 어떻게 보조를 맞출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2007 남북정상선언] 김위원장 “당뇨·심장병 없다”

    [2007 남북정상선언] 김위원장 “당뇨·심장병 없다”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4일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2007 남북공동선언문에 합의하며 샴페인 잔을 들었다.7년 전 6·15의 감동이 재연되는 순간이었다. 김 위원장이 주최하는 답례 오찬에 앞서 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 1시쯤 각각 합의문에 서명한 뒤 교환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이 잔을 부딪치며 건배하고 식사를 함께한 것은 이번이 유일하다. 두 정상은 남북한 참가 인사들의 힘찬 박수 속에 합의문을 교환하며 힘주어 악수했다. 노 대통령의 “수고 많으셨습니다.”라는 인사말에 김 위원장은 미소로 화답했다. 두 정상은 맞잡은 손을 들어 올리고는 샴페인으로 건배했다. 회담 마지막까지 합의문 작성에 애를 먹다가 밤 11시가 넘어서야 서명했던 1차 남북정상회담과 비교할 때 한결 여유있는 분위기였다. ●김 위원장,“김대중 대통령도 이 자리에 앉으셨다” 서명식장에 들어서기 전부터 두 정상은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행사장에 먼저 들어가라며 서로를 배려했고, 특히 김 위원장은 노 대통령의 오른쪽 등에 살짝 손을 올리는 스킨십으로 친근감을 표시했다. 오찬장으로 자리를 옮긴 김 위원장은 권양숙 여사를 비롯한 남측 공식 수행원들과 악수하고, 노 대통령은 북측 고위인사들과 악수를 나눴다. 원형 오찬 테이블 중앙에는 노 대통령이 앉고, 왼편에 김 위원장, 오른편에 권 여사가 자리했다. 김 위원장은 “김대중 대통령도 이 자리에 앉으셨다.”며 1차 회담의 감동을 전했다. 이에 북측의 김영일 총리가 “국방위원회 위원장 동지와 노무현 대통령께서 역사적인 선언을 채택하신 데 대해 모두의 마음을 합쳐 열렬한 축하를 드린다.”며 건배 제의에 나섰다. 남측에서는 이재정 통일부장관이 답사에 나서 “남북은 말이 하나고 문화가 비슷하고 생김새가 같아 쉽게 통하고 그러기에 앞으로 더 자주 만나야 한다.”고 화답했다. 건배 제의 후 김 위원장은 2000년 정상회담 때처럼 와인을 ‘원샷’했다. 오찬 자리에서 김 위원장은 “(남측언론에서) 내가 마치 당뇨병에 심장병까지 있는 것처럼 보도됐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면서 “우리가 심장병 연구가 약해 사람들 불러다가 연구하고 있는 걸 잘못 보도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내가 조금만 움직여도 크게 보도하는 걸 보니, 기자가 아니라 작가인 것 같다.”면서 “그래도 나에 대해 크게 보도하고 있어서 기분이 나쁘지는 않다.”고 말해 오찬장은 웃음바다가 됐다. 노 대통령은 오찬 뒤 평양 중앙식물원에서 남측의 소나무를 권양숙 여사, 북한의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함께 한라산 백록담 흙과 백두산 천지의 흙을 섞어 뿌리며 심었다. 인민문화궁전 앞길에서 열린 공식 환송식에서도 김 상임위원장이 노 대통령을 배웅했다. 오찬자리에서 노 대통령의 건강을 기원하며 ‘사실상의 환송’을 한 김 위원장은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평양 시민들은 진달래꽃 조화를 흔들며 ‘조국통일 만세, 환송’이라고 외쳤고 노 대통령은 손을 흔들어 답했다. ●“개성공단은 누구를 개방·개혁시키는 곳 아니다” 육로 귀환길에 오른 노 대통령은 남북경협의 상징인 개성공단에 들렀다. 노 대통령은 인사말에서 “(북측과) 대화해 보니 남측에서 개성공단을 정치적으로 이용해서 못마땅하다는 말을 들었다.”면서 “서울에 가면 적어도 정부는 그런 말을 쓰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또 “이곳은 남북이 하나되고 함께 성공하는 자리이지 누구를 개방·개혁시키는 자리가 아니다.”면서 “개혁·개방은 북측이 알아서 할 일이고, 우리는 불편한 것만 해소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개성공단 방문을 마치고 남북출입사무소에 도착한 노 대통령은 환영행사에서 2박3일간의 정상회담 성과와 의의를 밝혔다. 앞서 노 대통령은 이날 오전 남포시 평화자동차 조립공장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야심작인 서해갑문을 찾았다. 남측 평화자동차와 북측 조선민흥총회사가 합영해 2002년 지은 평화자동차 공장은 경협의 또 다른 상징이다. 노 대통령은 공장 현황과 조립공정 과정에 대한 설명을 들은 뒤 권 여사와 함께 쌍용자동차 부품을 조립해 만든 중형차 ‘준마’에 시승했다. 노 대통령이 운전석에 앉아 “자, 갑시다. 앞에 있는 사람들은 나와 주십시오.”라고 말한 뒤 시동을 걸었지만 차는 움직이지 않았다.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이 나서 브레이크 잠금장치 등을 점검한 후 재시동을 걸었지만 역시 그대로였다. 노 대통령은 “거 참, 운전해본 지 오래돼서 어떻게 하는지 깜깜하네.”라며 어색해진 분위기를 ‘수습’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오전 9시45분쯤 서해갑문 기념탑에 도착했다. 서해갑문은 최대 27억t의 물을 저장해 평남·황남 농지 20만정보에 농업용수를 공급하고 남포공업지구에 공업용수를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노 대통령은 기념탑 전망대로 올라가 고(故) 김일성 주석이 기념 촬영한 장소에서 권양숙 여사와 기념 촬영을 했다. 사진기자들의 요청에 “김일성 주석처럼 폼을 잡아보라는 겁니까.”라고 말한 뒤 권 여사에게 “분위기 있게 팍 기대세요.”라며 포즈를 취해 주위의 웃음을 자아냈다. 노 대통령은 서해갑문 방명록에 “인민은 위대하다.”라고 서명한 뒤, 남북 관계자들에게 “박수 한번 쳐달라.”고 말하며 행사를 마무리했다. 평양 남북정상회담 공동취재단·한상우 구동회기자 cacao@seoul.co.kr
  • “대장부 기개로 국가에 헌신할 것” 김성호 법무장관 퇴임

    소신 발언으로 유명한 김성호(57) 전 법무부 장관은 3일 “대장부의 기개로 국가에 더욱 헌신하고자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정부 과천청사 지하대강당에서 진행된 퇴임사에서였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 행보를 본격화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었다. 김 장관은 “청탁이 보편화된 현실사회에서 공·사를 엄격히 구분하다 보니 가까운 사람에게 섭섭하거나 노여운 감정을 느끼게 했을 것”이라며 “사적 이익이나 정파적 이해관계로 국민을 빙자·기만하거나, 오도·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못 박았다. 이어 “공직자는 모름지기 국민을 두려워해야 한다. 반드시 지켜야 할 덕목을 고르라면 ‘공정무사’를 들고 있다.”고 말했다. 퇴임사 도중 미국 정치학자 데이비드 바이레이, 맹자, 정약용 선생 등의 발언을 인용해 ‘공평무사’ ‘지조’ 등을 거듭 강조했다. 이 같은 발언은 최근 불거진 정윤재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의 세무조사 무마 청탁 의혹, 변양균 청와대 정책비서실장의 신정아 전 동국대 교수 비호 의혹과 맞물려 묘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김 장관은 또 “기업이 국민경제에 기여한 공적을 폄하하면 안 된다. 기업인의 노력과 헌신이 없었다면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삶의 질은 상상할 수 없다.”면서 기존의 기업친화적인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한편 퇴임식에선 법무부 국·실장들이 비용을 갹출해 김 전 장관의 홈페이지 ‘김성호의 행복세상’(www.ihappyworld.net)을 선물했다.‘국민’ ‘원칙’ ‘열정’이란 표어 아래 김 전 장관을 나폴레옹에 비유해 그린 캐리커처와 방명록·블로그·언론인터뷰·동영상자료 등으로 구성돼 있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현대家 2년만에 한자리

    현대家 2년만에 한자리

    ●상주는 MK 고인은 슬하에 8남1녀를 두었다. 그 가운데 셋을 잃었다. 장남 몽필씨는 1982년 교통사고로,4남 몽우씨는 1990년에,5남 몽헌씨는 2003년에 차례로 세상을 떠났다. 상주는 사실상의 장남 역할을 해온 차남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이다.3남은 정몽근 현대백화점 명예회장,6남은 정몽준 현대중공업 대주주겸 국회의원,7남은 정몽윤 현대해상화재보험 회장,8남은 정몽일 현대기업금융 대표다. 외동딸인 경희씨는 정희영 선진해운 회장의 부인이다. ●자식·며느리·손주 임종 속 눈감아 MK는 이날도 여느 때처럼 아침 일찍 서울 양재동 사옥으로 출근했다가 병원측의 급한 연락을 받고 외아들 정의선 기아차 사장과 함께 아산병원으로 달려갔다. 몽준·몽윤·몽일씨도 속속 병원에 도착해 임종을 함께 했다. 한 관계자는 “고인이 며칠 전에도 한차례 고비를 맞은 적 있어 가족들이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고(故) 정몽헌 회장의 부인인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임종을 지켜보는데 가슴이 너무 아팠다.”고 털어놓았다.“(고인이)며느리들에게 너무 잘해주셨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정몽준 의원 줄곧 자리지켜 몽준·몽윤·몽일씨는 일찌감치 빈소에 도착해 줄곧 자리를 지키며 장례절차와 준비상황을 꼼꼼히 챙겼다. 고인의 시동생인 정상영 KCC 명예회장을 비롯해 한라그룹(고 정인영 회장 계열), 성우그룹(고 정순영 회장 계열), 현대산업개발(고 정세영 명예회장 계열), 한국프랜지(김영주 명예회장 계열) 집안 사람들도 속속 빈소를 찾았다. 범 현대가가 한자리에 모두 모인 것은 2005년 5월 ‘포니 정’(정세영)의 사망 이후 2년 만이다. 계열분리·경영권 분쟁 등의 과정에서 생긴 앙금이 아직 남아있는 상태다. ●노 대통령 등 정·재계 조화·조문 노무현 대통령은 조화를 보내 고인의 삶을 애도했다. 대통령 조화는 당초 빈소 입구에 놓였으나 MK의 지시로 빈소 안으로 옮겨졌다. 이날 2층 장례식장은 박근혜 한나라당 대선 경선 후보, 손학규 범여권 대선 예비 후보,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등이 보낸 200여개의 조화들로 가득 메워졌다. 또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 김병준 청와대 정책기획위원장,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조석래 전국경제인연합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정·재계 인사들의 조문도 이어졌다. 범현대가 계열사 관계자 100여명이 현대·기아차그룹의 지휘 아래 역할을 분담해 조문객을 맞았다. ●이명박·김윤규도 조문 왕회장의 대선 출마 과정에서 현대가와 사이가 불편해진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경선 후보도 이날 저녁 빈소를 찾아 문상을 하고 상주인 정몽준 의원 등과 30분 가까이 자리를 함께 했다. 정몽준 의원은 “항상 20∼30명이 함께 살았기 때문에 어머님 속을 썩이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고 회상했다. 이 후보는 주로 정 의원 얘기를 경청했다고 이 후보측은 전했다. 이 후보와 정몽구 회장과의 만남도 관심을 모았으나 두 사람의 만남은 인사를 나누는 데 그쳤다. 한편 개인 비리로 나간 김윤규 전 현대아산 부회장은 현대그룹의 ‘눈총’과 관계없이 일찌감치 빈소를 찾아 방명록에 맨먼저 이름을 남겼다. 안미현 강주리기자 hyun@seoul.co.kr
  • ‘사건발생 일구팔공’ 리뷰

    ‘사건발생 일구팔공’ 리뷰

    미어지는 가슴, 스며 나오는 눈물. 그 와중에 툭툭 잽을 날리는 농담. ‘춘천 거기’로 2006년 올해의 예술상을 수상한 ‘사건발생 일구팔공’(김한길 작·연출,8월19일까지, 대학로 쇼틱 시어터 2관)은 화해할 수 없는 사람들의 화해를 다룬 작품이다. 낡은 상 위에는 서너 가지 찬이 올라오고, 구형 라디오에서는 판소리가 흘러나온다. 밖에는 비까지 내린다. 서른 여덟이 되도록 초코파이를 입에 물고 사는 정신지체 둘째딸 순희는 동물병원에 강아지 보러 가자고 보챈다. 엄마 정자, 셋째딸 선희, 막내 춘구 등 가족 모두 집을 비우자 혼자 길을 나선 순희는 영정 사진으로 되돌아온다. 깊은 슬픔에 잠긴 집으로 선희와 결혼할 지훈이 찾아온다. 지훈은 춘구 앞에 식칼을 디밀고 말한다.“우리 여기서 서로를 죽이는 일이 있더라도 솔직하게 얘기 하나씩 할까.” 처남과 매형 사이에 줄타기 하는 얄궂은 운명을 가늠대에 놓고 춘구는 주먹 대신 이런 말을 날린다.“용서, 양심, 이 지랄 하면서 절대 입밖에 내지 마라.” 대체 어디서 화해가 가능하고, 어디서 용서받을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는 연출자의 갈등이 비로소 해소되는 지점이다. 배우들은 연극이 끝나고 눈가가 벌개 커튼콜에 나올 정도로 성실하게 작품에 접근한다. 감당하기 힘든 주제를 시답잖은 농담으로 거뜬하게 끌고 가는 치밀함도 보인다. 특히 춘구는 아무렇지 않게 툭툭 내뱉는 무심한 말투로 객석을 여러번 뒤집는다.“엄마랑 나는 일촌이야, 관심일촌. 그러니까 방명록에 글 좀 남겨.” 입 험한 그가 아기 같은 순희 누나 앞에서만큼은 “존나 많아.”를 “(예쁜 물고기)대다수 있어.”로 순화하는 순간은 웃기면서도 찡하다. 연출자는 “‘내가 그때 왜 그랬지.’ 하고 속죄하고 싶은 순간, 떠나간 건 매듭을 짓고 다음 발을 딛자는 의미로 작품을 만들었다.”고 한다. “살면서 후회할 일 없이 산다는 거, 그게 되덜 않아.”라는 엄마 정자의 말에 먹먹해진 가슴이 풀리는 것도 그래서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서울 4色 탐험-박물관 천국] (7) 인사동 ‘목인박물관’

    [서울 4色 탐험-박물관 천국] (7) 인사동 ‘목인박물관’

    목인박물관은 서울 인사동 골목길에 숨어 있다. 숨은 그림을 찾듯 이정표를 따라 조계사 맞은편 청석골길을 따라가면 소담한 마당이 반긴다. 목인(木人)이란 나무 인형을 말한다. 우리 선조들은 종교나 주술, 의례에 사용하기 위해 사람이나 동물을 나무로 조각했다. 대표적인 것이 마을의 수호신, 장승이다. 목인박물관은 이런 목조각상 5000여점을 소장한 국내 유일의 목조각상 전문박물관이다. 박물관은 다양한 볼거리를 층마다 품고 있다. 지하라운지에는 꽃이 가득했다. 상여의 난간을 장식하던 꽃판 조각상이다. 연꽃, 모란에서 무궁화까지 화려한 색채를 뽐낸다. 꽃과 함께 물고기와 새도 그려져 있다. 큐레이터 이진아씨는 “물고기는 다산을, 새는 하늘과 땅을 잇는 메신저를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회화·영상·설치 등 다양한 현대미술을 감상할 수 있는 목인갤러리(1층)를 지나 2층으로 올라가면 생활에 쓰였던 민속 목조각상 300여점이 펼쳐진다. ●근·현대 인물상 5000여점 상여 장식용 조각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상여는 시신을 운반하는 일종의 ‘가마’. 우리 선조는 상여를 장식할 때 나무 조각상을 많이 사용했다. 목인이 죽은 사람의 마지막 길동무 역할을 맡은 것이다. 특히 서민들이 다양한 목인을 활용, 상여를 화려하게 꾸몄다고 한다. 죽어서라도 한번쯤은 양반으로 근사하게 대접받고 싶었던 것이다. 근·현대를 살아간 다양한 인물상들이 박물관에서 나무 조각으로 살아 간다. 갓을 쓰고 담배를 물고 있는 양반, 소를 타고 쟁기질하는 농부, 한복을 곱게 입고 나들이 나선 아낙네…. 시대의 변화도 그대로 묻어난다. 양복 입은 신사, 양산을 든 여성, 다정히 껴안고 사랑을 속삭이는 연인, 책을 들고 학교 가는 학생, 총과 칼을 든 군인, 기모노를 입은 일본인이 그렇다. 최고의 볼거리는 남사당패. 줄 타고, 대접 돌리고, 가면 쓰고, 물구나무 선 광대들의 모습을 순간 포착해 실감나게 표현했다. 이진아씨는 “알려지지 않은 장인과 목수가 만든 조각상이라 작품마다 개성과 재기가 넘친다.”고 말했다. ●돌 조각상이 있는 옥상카페 옥상으로 올라가면 정원이 모습을 드러낸다. 박물관이 제공하는 설록차와 커피, 음료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파라솔 의자 주변에는 돌 조각상이 놓여 있다. 산들바람이 코끝을 간질이고 햇볕이 따사롭게 발을 덮는다. 작은 쉼터가 연인에게도, 가족에게도 여유로움을 선사한다. 이발소 표시등이 걸려있는 지하라운지에도 이발소처럼 편안하게 쉬고 이야기도 나눌 수 있는 세미나실이 자리잡고 있다. 목인박물관의 또 다른 특색은 소장품을 맘대로 만질 수 있다는 것. 또 언제라도 무엇이라도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박물관이 권위적이고 엄숙할 필요가 없다는 김의광 관장의 철학이 오릇히 담겨 있다. 김 관장은 “아이들이 인형놀이를 하듯 목인을 만지며 옛것의 소중함을 자연스레 배웠으면 좋겠다.”고 했다. 지난해 3월 박물관을 세운 김 관장은 1975년 외국인 집에서 목인을 처음 만난 뒤 “외국 사람도 우리 것의 아름다움을 알아보는데, 나는 무엇을 하고 있나.”라는 부끄러움 때문에 그후 30년간 목인을 수집했다. 전시공간이 부족해 소장품을 한꺼번에 전시하지 못한다. 그래서 비정기적으로 전시품을 교체하고 있다. 방명록에 이메일 주소를 남기면 작품이 교체할 때마다 연락해 준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목이 멜 만큼 감개무량” YS 5·18묘지 첫 참배

    김영삼 전 대통령이 5·18 단체의 초청을 받아 처음으로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참배했다. 김 전 대통령은 22일 오전 김무성·정의화·이경재·김기현 의원 등 전·현직 의원 일행 20여명과 묘지를 찾았다. 김 전 대통령은 재임기간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을 재판에 회부하고, 현재의 묘지 성역화 사업을 주도했다. 그러나 ‘3당합당’을 이유로 방문을 저지하는 남총련 학생들에 의해 참배가 무산됐다. 김 전 대통령은 이날 방명록에 ‘自由(자유)·正義(정의)·眞實(진실)’이라고 적은 뒤 5·18단체 회원 100여명의 환영을 받으며 추모탑 앞에서 헌화·분향하고 묘역 마당에 금목서 나무를 심었다. 그는 이어 박경순 5·18묘지 관리소장의 안내를 받아 고 홍남순 변호사의 묘 등 묘역 곳곳을 둘러봤다. 또 희생자들의 영정과 위패가 모셔진 유영 봉안소를 둘러본 뒤 “더 일찍 왔어야 하는데 여건이 여의치 않았다.”며 “잘 꾸며진 묘역을 보니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오찬장으로 이동, 재임 당시 5·18 특별법 제정, 국회청문회, 국립묘지 승격 등이 이뤄진 점에 대해 5·18단체가 만든 감사패를 받았다. 그는 인사말을 통해 “1997년 묘지 성역화사업이 마무리된 이후 처음으로 참배하게 돼 목이 멜 만큼 감개무량하다.”면서 “민주주의를 최고 가치로 살아온 만큼 5·18 희생자와 동지들을 누구보다 존경하고 그 뜻을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광주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남북 노동형제 8년만에 ‘통일축구’

    남북 노동형제 8년만에 ‘통일축구’

    경남 창원시에서 열리는 ‘6·15 공동실천을 위한 5·1절 남북노동자통일대회’에 참석한 남북 노동자 대표단은 30일 대회 이틀째 행사로 상봉모임,3·15묘역참관, 통일축구 대항전 등을 가지며 우의를 다졌다. 창원에서 열리는 이번 5·1절 남북노동자통일대회는 분단 이래 처음으로 북한 노동자들이 남측을 방문해 남북 노동자들이 함께 개최하는 노동절 행사다. 북한에서는 2001,2004년 두 차례 남북노동자통일대회가 열렸다. 남북노동자통일축구는 1999년 8월14일 평양 5·1경기장에서 열린 이후 8년 만이다. ●축구 북측 1대0 승리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북측 조선직업총동맹 등 남북 3개 노동단체는 이날 오후 7시부터 창원종합운동장에서 남북노동자통일축구 경기를 벌였다. 남측에서는 민주·한국노총 소속 노동자 대표 선수, 북한은 평양철도노동자축구단이 출전했다. 축구경기행사 시작 전부터 비가 내려 관중은 2000여명에 지나지 않았지만 남북한 대표단과 노동자들은 한반도 단일기를 들고 ‘조국통일’을 외치며 하나되는 시간을 가졌다. 경기는 북측 노동자 대표팀이 후반 막판에 한 골을 넣어 1대0으로 이겼다. 경기가 끝난 뒤 남북노동자대표단은 창원호텔 3층 목련홀로 자리를 옮겨 지역 기관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축하만찬을 가졌다. 앞서 남북 3개 노동단체 임원 등 150여명은 이날 오전 10시40분쯤부터 창원호텔 2층 동백홀에서 ‘남북노동자대표 상봉모임’을 가졌다. 상봉모임에는 민주노총에서 이석행 위원장 등 임원 70여명과 한국노총 정광호 부위원장 등 60여명, 북측은 원형국 조선직총 부위원장 등 20여명(여성 6명)이 참석했다. ●북측 대표단 “자리 같이해 기쁘다” 원형국 조선직총 부위원장은 공개발언을 통해 “남북 노동자 대표들이 겨레의 관심 속에 자리를 같이하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북남 전체 노동자들이 동족으로 굳게 뭉치자.”고 말했다. 원 부위원장은 이념적인 내용을 섞어 10여분간 연설조로 발언해 한때 무거운 분위기가 감돌았다. 상봉모임은 당초 예정(오전 10시)보다 북측 대표단이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40분쯤 늦게 시작됐다. 상봉모임에 이어 이충복 6·15 공동선언 실천 북측위원회 부위원장 등 북측노동자대표단은 오후 2시30분쯤 마산 3·15민주묘지를 방문, 방명록 서명과 헌화, 묵념을 했다. 대회 사흘째인 1일에는 오후 3시 창원종합운동장에서 이번 대회 중심행사인 5·1절 남북노동자통일대회·통일축구단합경기·축하공연 등이 열린다. 한편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경남도에 4억 1000만원, 창원시에 5000만원의 행사지원금을 요구해 물의를 빚고 있다. 경남은 1억원을 지원하기로 했으나 창원시는 결정을 못하고 있다. 이날 5·1절 남북노동자통일대회를 알리는 현수막을 시 당국이 철거한 것과 관련, 주최측 자원 봉사자들이 시청에 몰려가 집단 항의하면서 시청 현관 대형 유리창 1개가 깨졌다. 창원 강원식기자 kws@seoul.co.kr
  • [Seoul In] 은평구 장애인 전용 홈피 개설

    은평구는 1일부터 장애인 복지전용 미니홈페이지 운영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장애인들의 친목을 도모하고, 어려운 일을 나누어 해결하는 온라인 만남의 장이다. 싸이월드에 만든 미니홈피 ‘함께 나누는 이웃’(town.cyworld.com/epwelfare)에는 장애인 복지시설, 복지뉴스, 장애인 편의시설 안내를 게시했다. 방명록을 통해 장애인의 의견을 듣고, 불편사항을 시시각각 접수·답변하는 민원창구 역할도 한다.또 지역내 장애인뿐만 아니라 전국 장애인들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할 예정이다.구 관계자는 “지역내 1만 6600여명의 장애인과 행정기관, 장애인시설이 수평적으로 의사 전달을 할 수 있도록 미니홈피를 만들었다.”고 말했다.이 홈페이지는 은평구 홈페이지(www.eunpyeong.seoul.kr)에 바로 연결돼 쉽게 접속할 수 있다. 이용자가 늘어나면 시각장애인, 청각장애인 등으로 세분화해 운영할 예정이다.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이명박, 印대통령과 과학·IT 협력키로

    |델리 이종락특파원|인도를 이틀째 방문 중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13일 대통령궁에서 압둘 칼람 인도 대통령을 만나 과학기술 및 정보기술(IT) 증진, 지식기반 구축을 위해 민간 차원에서 적극 협력키로 의견을 모았다. 이를 위해 ‘세계 지식플랫폼’을 공동 구축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세계 지식플랫폼은 과학기술 등 각종 정보가 모든 지역·계층에서 수집·가공·전파되는 총본산 개념이다. 이 전 시장과 압둘 칼람 대통령은 이를 위해 ▲양국간 온라인 화상대학 또는 연구소 설립 ▲국제과학비즈니스도시 구축을 위한 인력교류 등 협력 ▲과학·기술 분야 자문 패널 구성 ▲인터넷에 온라인 커뮤니티 구축 ▲과학자, 전문가, 산업체가 참여하는 지식플랫폼 네트워크 구축 등 5개항의 실천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압둘 칼람 대통령은 집무실과 무굴정원에서 1시간30분 동안 지속된 이 전 시장과의 회동에서 청계천 개발을 거론하며 이 전 시장을 ‘맨 오브 그린’으로 부르며 친근감을 표시했다.특히 압둘 칼람 대통령은 이 전 시장의 자서전 ‘흔들리지 않는 약속’에 나온 국제과학비전도시에 관심을 보이며 한글로 된 것을 영문으로 번역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앞서 이 전 시장은 간디 기념관을 방문했다. 그는 “어린 시절 어머니가 빌려다 준 간디 전기를 읽고 그의 행동주의에 너무 큰 감명을 받았다.”고 말했다. 방명록에도 “국가를 위한 그의 행동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다.”고 적었다. 이 전 시장은 14일 IT 산업의 메카로 불리는 방갈로르를 방문한 뒤 15일 귀국한다.jrlee@seoul.co.kr
  • 性정체성앓이 학생 교실서도 내몰린다

    사춘기에 성 정체성을 놓고 고민하는 동성애자 청소년들이 학교와 학생들로부터 ‘집단따돌림(왕따)’과 전학·자퇴 권유 등 부당한 대우를 당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6일 동성애 상담을 맡은 한국레즈비언상담소에 따르면 최근 들어 동성애자 청소년들이 친구들로부터 집단따돌림을 당하거나 일부 교사들로부터 자퇴와 전학을 권유받은 사례에 대한 상담이 급증하고 있다. ●교사가 “우리반 누가 이반인지 써라” 설문 경기도의 한 여고에 다니는 A양은 최근 담임 교사가 내준 설문지를 받고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설문지에 ‘우리 반에 어떤 아이가 이반(異般·동성연애자)인지 써라.’라고 적혀 있었던 것. 이후 A양은 학생부실로 끌려갔고 교사에게 “어떻게 행동했길래 아이들이 너를 꼽았느냐. 다른 아이들은 또 누가 있느냐.”는 채근을 들어야 했다. 결국 A양은 다른 ‘이반’들의 이름을 댔고 이들은 나란히 학생부실 앞 복도에서 손을 들고 벌을 선 뒤 다른 학생들의 놀림에 시달려야 했다. ●친구들에 끌려가 구타 당하기도 서울의 한 여고에 다니는 B양은 동성을 좋아한다는 소문이 돌아 친구들에게 집단따돌림을 당했다. 친구들은 “나 변태 싫은데, 진짜 더럽다.”라고 비아냥거렸고 B양이 자리를 비운 사이 체육복이나 책을 찢어 놓고 사물함을 부수기도 했다. 심지어 친구들에게 끌려가 구타를 당하기도 했다. 경기도의 한 남자 고교에 다니는 C군은 학교에 동성애자라는 소문이 돌자 교사가 C군의 부모를 불러 강제로 성 정체성을 밝히는 ‘아우팅’을 했다. 교사는 깜짝 놀라는 부모에게 “다른 학부모들이 반발하고 학교 지침에서도 받아들일 수 없으니 한 달 동안 잘 생각해 보라.”며 은근히 전학이나 자퇴를 유도해 C군의 가슴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서울의 한 중학교 3학년 D양은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테러’를 당했다. 친구들은 홈피 방명록에 “네가 어떻게 우리 학교에 다니냐.”며 연달아 D양을 비난하는 글을 남겼다.D양이 황급히 홈피를 폐쇄하자 이번에는 비밀번호를 해킹해 D양이 이용하는 다른 사이트까지 들어가 ‘○○○는 더러운 레즈비언이다.’라며 수치심을 안겼다. ●일탈·비행, 심지어 자살까지 불러 한국레즈비언상담소 관계자는 “동성애 관련 단체에서 학교측에 상담을 지원해 주겠다고 물으면 ‘이상 학생들을 계도해 다시 돌려놔야는데 더 이상하게 만들 일 있냐.’고 나오기 일쑤”라면서 “사회의 편견이 동성애 학생들의 분노를 일으켜 일탈과 비행, 심지어 자살이라는 극단까지 부르고 있다.”고 말했다. 중앙대 사회학과 신광영 교수는 “다양성을 수용하는 사회변화를 일선 학교에서는 전혀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 학생들이 상처를 받고 있다.”면서 “교육기관에서 동성애와 관련한 가이드라인을 정하고 학교 상담체계를 통해 학생들과 교사들의 인식을 개선할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재훈 이재연기자 nomad@seoul.co.kr
  • 성인스팸 ‘미니홈피’ 점령

    #1 ‘오빠, 너무 외로워요….’ 회사원 이모(39)씨는 최근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들의 ‘미니홈피’를 우연히 보다가 소스라치게 놀랐다. 방명록에 올라온 글을 클릭했더니 야한 누드 사진을 배경으로 한 성인용 1대1 채팅 사이트로 연결됐다. #2고교생 김모(18)군도 미니홈피로 날아온 ‘쪽지’를 무심코 열었다가 황당한 경험을 했다.“우연히 홈피를 보게 됐는데 왠지 맘에 들어서여. 좀 외롭구 좋은 친구 만들고 싶은데 님이 맘에 들면 편하게 엔조이 어때여.”라는 노골적(?)인 제안을 받았다. 온라인의 은밀한 개인 공간인 미니홈피가 마구잡이식으로 뿌려지는 성인용 스팸(불특정 다수에게 뿌려지는 광고)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회원 수 2000만명을 돌파한 대표적 사이트인 싸이월드의 미니홈피 가입자 가운데 18세 이하 회원이 약 240여만명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문제의 심각성을 짐작할 수 있다. ●싸이월드, 스팸퇴치 총력 싸이월드는 보안 프로그램 및 ‘삼진아웃제’ 등 스팸 퇴치를 위해 애쓰고 있다. 스팸을 등록하다가 처음 적발되면 7일간 이용이 정지되고, 두 번째는 30일, 세 번째는 1년 동안 싸이월드에 발을 들일 수 없도록 했다. 또 미니홈피 운영자도 키워드를 지정해 방명록이나 게시판, 쪽지로 특정 단어가 포함된 스팸이 못 들어오도록 걸러내는 것(필터링)이 가능하다. 하지만 스팸을 발송하는 업자들도 필터링을 피하기 위해 자음만을 조합하거나 특수 문자를 활용해 엉뚱한 제목으로 글을 올리기 때문에 완벽하게 차단하는 것은 어렵다. 싸이월드 고객센터 박성욱씨는 “스팸과 관련한 신고가 많다. 하지만 타인의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하거나 아이디가 본인 것이 아닌 경우가 많아 꼭 집어내기 어렵다.”면서 “사이버수사대에 수사의뢰를 해도 빨리 해결되지 않아 손쓸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교묘한 스팸 제목에 뚫려 싸이월드 신고센터에 접수되는 스팸은 하루 평균 100여건. 하지만 다수 이용자들이 신고보다는 스스로 삭제하는 예가 많은 것을 감안하면 스팸의 숫자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싸이월드 관계자는 “스팸 업자들은 외국 서버를 활용하거나 아르바이트생들을 고용하는 예가 많다. 음란성 쪽지가 오면 ‘신고하기’를 클릭, 차단 요청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보통신윤리위원회 김철환 심의총괄팀장은 “미니홈피에 쪽지를 보내는 것은 공개 목적이 아닌 개인간 통신이기 때문에 통신비밀보호법상 심의 대상이 될 수 없고, 사적 통신이어서 사업자도 조치를 할 수 없다.”면서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의심이 가는 성인 사이트에 댓글을 남기지 않는 등 주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박태환·김연아 사귀나

    ‘국민남매 박태환과 김연아가 사귄다?’ 수영의 박태환(18·경기고)과 피겨스케이팅의 김연아(17·군포 수리고)가 미니홈피를 통해 ‘일촌’을 맺자 네티즌들의 호기심이 폭발하고 있다. 박태환이 지난 15일 김연아의 미니홈피에 “나도 방명록 써여???   ㅎㅎㅎ”라는 글을 남기자 김연아가 “헉…일촌평 남길 줄은 몰랐어;;ㅋㅋㅋㅋ”라며 박태환의 미니홈피에 답변 글을 올렸다. 특히 네티즌들은 수줍은 듯 존댓말로 인사한 박태환과 한 살이 적으면서도 반말로 답변한 김연아의 성격이 그대로 나타났다며 재미있어 했다. 박태환은 성격을 반영하듯 자신의 사진에 화려한 액자를 붙여 올리는 등 장식을 많이 했다. 박태환은 16일 저녁에도 “항상 응원해주는 여러분 너무 감사하다.”며 선물 준 팬들의 이름을 거론하며 ‘입술도장’을 찍은 글을 쓰기도 했다. 김연아는 이날 발가락이 아프다는 제목으로 자신의 사진을 올리며 요즘 심정을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그러나 네티즌의 관심이 늘어나자 부담을 느낀 탓인지 이들은 16일 저녁에 인사말을 “ㅋㅋㅋㅋ”라고 줄여버렸다. 일촌을 맺었다는 소식을 들은 네티즌들이 “부럽다.”,“정말 잘 어울린다.”며 진짜로 사귈 것을 부추기며 합성한 사진과 함께 올린 글과 지난 16일 김연아가 연습중 넘어지자 박태환에게 위로해 줄 것을 당부하는 글들도 모두 지웠다. 일촌을 맺은 뒤 이들 미니홈피 방문객이 폭증하고 있다. 박태환은 17일 현재 하루 방문자 수가 3500명이며 지금까지 30만 6400명이 방문했다. 김연아는 하루 방문자 수가 7500명이고 지금까지 77만 2000명이 찾았다.김영중기자 jeunesse@seoul.co.kr
  • ‘환상선’ 눈꽃열차 594.6 km

    ‘환상선’ 눈꽃열차 594.6 km

    환상선 눈꽃 순환열차!겨울 눈꽃을 소재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해발 855m의 태백선 추전역, 하늘도 땅도 세평이라는 오지 중 오지 영동선 승부역, 그리고 우리나라 인삼 일번지 중앙선 풍기역 등을 돌아볼 수 있는 겨울철 대표적인 기차여행 상품이다. 연계버스를 이용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순수한 기차여행이라 부를 만하다. 왜 하필 이름이 환상선일까. 차창 밖의 눈꽃이 환상적이어서가 아니라, 열차 운행코스가 둥근 고리모양처럼 보여 환상선(環狀線)이라고 한다. 총 594.6㎞를 운행하는 동안 통과하는 터널은 210여개, 지나가는 교량은 500여개, 그리고 총 140개의 역과 만나게 된다. 경부선(서울~용산), 경원선(용산~청량리), 중앙선(청량리~제천~북영주), 태백선(제천~백산), 영동선(백산~북영주) 등 이용하는 철길만도 다섯개에 이른다. 글 사진 태백·영동·풍기 박준규 철도여행가 서울역 플랫폼. 여행사의 플래카드앞에 집결해 일정표와 좌석표를 배부받았다. 07시40분 개찰구를 나와 무궁화호 열차에 탑승. 오늘은 사람이 많은지 무려 12량(카페객차 1량 포함)이나 연결되어 있다. 맨앞에 디젤기관차 2량을 붙여 놓았지만, 과연 열차가 움직일 수 있을까 의문이 들 정도로 버거워 보인다. 07시50분 열차가 천천히 승강장을 벗어나기 시작했다. 오른쪽으로 잠시 한강을 따라 달리는가 싶더니, 어느새 청량리역이다. 08시14분 청량리역을 출발한 열차 창 밖으로 시골풍경이 펼쳐지기 시작하는데,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의 모습이 볼 만하다. 마술사들이 객실을 돌아다니며 마술쇼를 벌이는 가 하면, 이벤트 담당자들이 게임으로 승객들을 즐겁게 하기도 했다. 열차 탑승시간이 긴 편이어서-거의 하루 종일이라고 보아도 무방하다-다소 힘든 여정인 듯하다. 객실에서 벌어지는 각종 이벤트에 참가하거나, 카페객차에서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분위기를 잡아보기도 하면서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여행지를 구경하면 더욱 즐겁지 않을까. 사람의 마음처럼 따뜻하고 포근한 기차 안에서 밖으로 보이는 설경은 여행에 대한 설렘과 함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고, 지나온 시간을 돌이킬 수 있는 여유, 순백의 순수함을 느끼게 한다. 꿩과 구렁이의 전설이 서려 있는 상원사가 떠오르는 원주역, 뱀이 똬리를 틀 듯 한 바퀴를 돌아 나오게 되는 루프형 터널(금대2터널), 월악산국립공원, 역사 문화의 교육장 청풍문화재단지, 선비 박달과 금봉 처녀의 슬픈 전설이 서려 있는 ‘울고 넘는 박달재’로 알려진 제천역 등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이제부터는 태백선 구간. 열차의 속도가 더욱 느려지며, 창 밖으로 멋진 경치가 펼쳐졌다. 연당역을 지나 영월역에 들어서기 전, 왼편에 비운의 왕 단종이 기거하던 청령포가 보였다. 오른쪽으로는 서강(평창강)과 동강이 만나 남한강이 되어 흘러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자미원역을 지날 때는 높이 올라와서 그런지, 마치 비행기를 타고 넘어가는 듯한 기분이다. 왼쪽 아래로는 증산역에서 아우라지역까지 운행하는 정선선 철길. 정선 아리랑과 함께 기차여행의 향수를 떠올릴 수 있는 곳이다. 강원랜드 카지노와 새로 개장한 하이원 스키장이 있는 고한역을 지나면 정암터널과 만난다. 길이 4505m.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긴 터널이다. 터널을 통과하는 데만 무려 8분 정도 소요된다. # 여름에도 역무실에 난로 피워 정암터널을 빠져 나오면 드디어 첫번째 정차역인 추전역.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해발 855m에 위치해 있다. 정차시간은 20분정도. 여름에도 선풍기나 에어컨이 필요없고, 연중 난로를 피워야 할 정도로 평균기온이 낮은 곳이다. 몇해 전 여름에 추전역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역무실 안에서 난로를 피우는 신기한 모습을 보기도 했다. 대합실에는 열차 시각표와 운임표와 함께 멋진 기차사진,100주년 기념 고무인 날인 책과 방명록(방명록에 한마디 적고 가시는 것도 재미있겠지요.), 쉼 없이 물을 뿜고 있는 추룡소 모형 등이 전시돼 있다. 대합실 밖에는 석탄을 연료로 이용하던 시절 열심히 탄을 날랐던 광차, 추전역 기념석 등이 있다. 저 멀리 7기의 매봉산 풍력발전기는 이국적인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두어명의 시골사람들이 도시인을 상대로 먹거리를 팔고 있다. 너무도 달아 쓴 맛을 못느끼는 당귀동동주와 각종 나물, 그리고 취나물로 만든 취떡 등이다. 특히, 한 할아버지가 만든 취떡은 어찌나 맛이 좋던지, 잠깐 사이에 금방 동이 나 버렸다. 12시39분 추전역을 뒤로 한 열차는 두번째 정차역인 승부역을 향했다. 13시30분. 상하행 통틀어 하루 6회만 기차가 서는 승부역에 도착했다. 하늘도 세 평, 땅도 세평, 마당도 세평이라 불릴 정도로 열차가 아니면 갈 수 없는 외진 곳. 첩첩산중의 지형으로 알려진 봉화군에서도 험준한 영동선 철길에 자리잡은 시골 오지역이다. 승강장 앞 쉼터에는 다음과 같은 시가 적혀 있다. “작은꽃밭 애처로워 / 세평하늘 되었는지 작은꽃밭 넘친정에 / 세평하늘 되었는지 세평꽃밭 님의마음 / 하늘만큼 넓었으니 님의마음 승부역은 / 하늘꽃밭 만들어서 님과함께 정을주네” 오른쪽으로 뒤뚱거리며 냇가를 건너갈 수 있는 흔들다리가 놓여져 있다. 태풍과 수해를 겪으며 3번째 다시 태어난 사연을 간직한 다리다. 다리를 건너면 청아하게 물흐르는 소리가 들리는 계곡을 따라 트레킹을 할 수 있는 오솔길 코스, 옛 선조의 생활상을 표현한 농기구 전시관 등이 있다. 냇가쪽으로는 마을 아낙네들이 직접 경작한 산나물, 콩, 꽈리 등을 판매하고 있다. 깎아 달라는 도시인과 안된다는 시골 아낙네간 흥정을 보노라니 사람사는 냄새가 나는 듯하다. # “멋지다” 감탄사 연발 승부역을 나서면 이제 국내에서 가장 험준한 산악, 협곡지역을 지난다. 창 밖의 경치가 멋지다 못해 환상적이기까지 하다. 돈 주고도 보기 힘든 설경을 편안한 열차 안에서 실컷 볼 수 있으니, 영화제목처럼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이렇게 설경을 보며, 오순도순 정겨운 이야기를 하고, 계란을 까먹으며 부모님은 옛 추억을, 자녀들은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기차여행. 얼마나 좋은 것인가? 눈 덮인 고요한 산과 들을 굽이굽이 돌고, 스쳐 지나가는 이름 모를 간이역과 시골풍경을 바라보면 눈이 즐거워진다. 17시00분 한눈 팔 시간이 없을 정도로 계속되는 멋진 경치에 “우와! 멋지다∼”며 감탄사를 연발하는 동안 열차는 세번째 정차역인 중앙선 풍기역에 도착했다. 인삼으로 유명한 곳. 인삼향에 취해 역앞 인삼시장에서 인삼을 사기도 하고, 재래시장에서 사과, 고추, 참깨, 무, 파 등 신선한 농산물을 사기도 했다. 풍기역 앞 인삼모형에 얼굴을 대고 사진을 찍으면, 아쉽지만 서울로 돌아가야 할 시간. 18시00분 풍기역을 떠난 기차는 단양팔경과 고수동굴, 구인사, 남한강 물줄기가 보이는 단양역으로 향했다. 19시00분 카페객차에서 오늘의 마지막 이벤트 디스코 타임이 벌어졌다. 그동안 객실에서 조용히 여행을 했다면, 이곳에서 신나는 음악과 함께 잠시 몸을 흔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디스코음악도 멈추고 열차에는 다시 정적이 찾아왔다. 피곤한 하루를 정리하기 좋은 시간. 원주, 양평 등을 지나 21시 53분 서울역에 도착한 열차는 긴 한숨을 내쉬며 14시간에 걸친 기차여행을 마무리했다. # 여행정보 청량리역에서 다음달 11일까지 매일 출발한다. 주관여행사는 경인관광여행사(www.ktx7788.co.kr)(032)343-7788,(080)343-7788. 주중에 어른 3만 6000원, 어린이 3만 3000원. 주말에 어른 3만 9000원, 어린이 3만 6000원. 회원 가입 후 인터넷 예매시 2000원 할인(주중 출발에 한함). http:///www.traintrip.wo.to http:///cafe.daum.net/traintripwrite 참조
  • [국제기구 주름잡는 한국인] ‘반기문 시대’ 연 일등공신 유엔 한국대표부

    [국제기구 주름잡는 한국인] ‘반기문 시대’ 연 일등공신 유엔 한국대표부

    |뉴욕 이도운특파원|지난달 14일 저녁 6시. 뉴욕 유엔본부 건너편 이스트 45번가에 자리잡은 주 유엔 한국대표부로 승용차 행렬이 밀려들기 시작했다. 이날 한국대표부에서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취임을 축하하는 리셉션이 열렸다. 한국대표부에 도착, 차에서 내리는 내빈들은 대부분 각국 외교사절과 유엔본부 직원들이었다. 각종 국제 비정부기구 단체 관계자, 유엔 출입기자, 로비스트 등도 포함돼 있었다. 유엔에 정통한 한국 고위외교관은 “유엔의 외교는 공식 연설과 막후 교섭, 그리고 리셉션을 통해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내빈들은 백남준의 비디오 아트가 설치된 한국대표부 로비에서 방명록에 서명한 뒤 1층 홀로 안내됐다. 홀에서는 최영진 유엔대사 부부가 먼저 내빈들을 맞았다. 외교통상부 차관까지 지낸 최 대사는 능숙한 솜씨로 손님을 맞았다. 유엔에서 최 대사의 ‘카운터 파트’는 사무차장들과 각국의 유엔 대사들이다. 반 총장 선출을 위해 총력을 기울였던 최 대사는 지난해 안전보장이사회 15개 이사국의 대사들을 집중적으로 만났다. 또 미 전역의 각종 연구소와 단체 등으로부터 강연요청을 많이 받고 있으며,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워싱턴이든, 필라델피아든 직접 방문한다. 최 대사와 인사를 마친 외교사절과 유엔본부 직원들은 오준 차석대사와 조현 차석대사쪽으로 발길을 옮긴다. 오 차석대사는 유엔과장과 국제기구정책관을 지낸 외교통상부 내의 대표적인 다자외교 전문가다. 오 차석대사는 유엔에서 정무, 군축 및 국제안보와 함께 안보리를 담당하고 있다. 조현 차석대사는 유엔의 경제, 사회, 행정 및 예산 담당이다. 외교부 국제경제국장을 지낸 조 차석대사는 통상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외교관이다. 오·조 두 차석대사는 지난해 반 총장 선거운동 과정에서 수많은 외교관, 유엔본부 직원들을 공식·비공식적으로 만났다. 결국 선거를 통해 반 총장이 당선됐고, 한국 외교의 위상도 올라갔지만 두 차석대사의 유엔 인맥과 활동폭이 크게 확대되는 부수효과도 얻었다. 6시40분쯤 반기문 총장이 도착했다. 반 총장은 부인 유순복 여사, 최영진 대사 부부와 함께 나란히 서서 손님을 맞는다. 주요국의 외교사절들도 이때쯤 도착한다. 미리 한국대표부에 연락을 해서 언제 반 총장이 도착하는가를 파악해둔 것이다. 잠시후 오시마 겐조 일본대사가 도착했다. 겐조 대사가 도착하자 행사를 취재하던 언론인들이 일제히 겐조 대사에게 몰려간다. 그날 오후 겐조 대사는 왕광야 중국대사 등과 함께 “반 총장이 북한 문제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겐조 대사는 마이크를 내미는 기자들에게 발언의 취지를 설명했다. 이날 리셉션에 참석한 언론인 가운데는 유엔 출입기자단의 간사인 CNN의 리처드 로스 기자도 보였다.10년간 유엔만 담당해온 로스 기자는 유엔 내에서 일종의 ‘권력’이다. 리셉션에서도 로스 기자가 먼저 다가가기 전에 각국의 외교사절과 유엔 직원들이 몰려온다. 7시를 조금 넘어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이 부인 난 여사와 함께 등장했다. 모든 카메라의 조명이 반 총장과 아난 전 총장의 악수 장면에 집중됐다. 그것이 이날 행사의 말 그대로 ‘하이라이트’였다. 유엔대표부는 이날 리셉션에 900여명을 초청했고, 대부분이 참석했다고 밝혔다. 오준 차석대사는 “미국과 중국, 러시아, 일본과 같은 강대국이 주최하는 리셉션에 보통 400명 정도가 참석한다.”면서 “900명의 참석자는 유례가 없는 대규모”라고 말했다. 유엔대표부는 최근의 위상 강화를 피부로 느끼고 있다. 지난해 10월2일 주최했던 국군의 날 및 개천절 기념 리셉션에도 무려 600여명이 참석했던 것이다. 이날 행사에는 리셉션에 좀처럼 나타나지 않는 존 볼턴 당시 유엔주재 미국 대사도 참석했다. 오 차석대사는 이같은 변화가 일단은 반 총장의 당선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지만 한국의 다자외교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고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dawn@seoul.co.kr
  • [01일 TV 하이라이트]

    ●3만달러 시대의 조건 1편 ‘아일랜드와 일본에서 배운다’(YTN 오전 8시25분) 희망봉에 아침해가 솟아 오른다.2007년 대한민국은 희망이 있는가? 국가 부도의 위기 상황에서 20년만에 국민소득 4만달러의 복지국가를 만든 아일랜드. 세계 최고의 저출산 고령화 속에서도 경제 부활에 성공한 일본. 그들은 어떻게 성공했는가를 알아본다.   ●눈꽃(SBS 오후 9시55분) 동우의 작업실을 찾아간 강애는 그 자리에서 결혼하자는 말을 들려주며, 앞으로 동우와 새출발을 할 거라고 말해 동우를 기쁘게 한다. 잠시 후 동우는 강애에게 샴페인을 따르며 웃음을 멈추지 않는다. 다미는 일본 이곳저곳을 다니다가 우연히 강애가 쓴 방명록에서 자신을 걱정하며 쓴 글을 보고는 눈물이 쏟아진다.   ●숨은 여행 찾기(EBS 오후 8시) 서로의 나라를 바꿔 여행을 시작한 고운이와 성원이의 탐방기 두번째 이야기. 고운이는 영화 ‘더 비치’의 촬영지 피피섬을 찾는다. 한편, 난생처음 스키를 타보게 된 성원. 평균기온이 29도를 웃도는 태국에서는 결코 해볼 수 없는 경험이다. 그들이 서로의 나라에서 느끼는 짜릿한 감동과 신비가 펼쳐진다.   ●닥터스(MBC 오후 6시50분) 큰 수술비의 부담을 안고 결심한 다섯번째 수술. 운교는 궁금한 것이 많다. 어떤 방법으로 수술을 할까, 회복할 때 많이 아프지 않을까, 어떤 얼굴로 변할까, 혹시 실패하면 어떻게 될까…. 무섭지 않다며 엄마 아빠에게 환하게 웃어준 운교. 하지만 수술대에 누울 시간이 다가오자 두려움을 이기지 못한다.   ●김동건의 한국 한국인(KBS2 밤 12시45분) 정해년 새해, 한국을 대표하는 민족시인, 고은이 이야기하는 우리 문학계의 현주소와 미래를 들어본다.2006년 한국문학의 화두와 성과, 비판 등 지난해 한국 시단을 뜨겁게 달구었던 문학적 논쟁과 남은 과제를 들어본다. 우리 문학이 이뤄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와 미래도 전망해 본다.   ●TV, 책을 말하다(KBS1 밤 12시50분) 21세기는 지식의 시대다. 하루에도 수백 페이지 분량의 지식이 무차별적으로 쏟아지고 있다. 지식과잉의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그렇다면 이 넘쳐나는 지식들 속에서 무엇이 진짜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올바르게 판단하고 있을까? 지식의 범람 속에서 자신만의 지식을 만들고 경영하는 방법을 배워본다.
  • [책꽂이]

    ●자유, 사랑 그리고 열정 예술의 도시(이태훈 지음, 다른세상 펴냄) 동유럽은 그리스, 로마, 터키 등 동서양의 문화적 흔적들이 남아있는 아름다운 예술의 도시들로 가득하다. 크로아티아의 스플릿엔 로마 문화가 스며있고, 두브로브니크엔 베네치아의 문화가, 헝가리 페치와 죄르엔 오스만 튀르크족의 문화가 고스란히 남아있다. 유네스코 선정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도시가 수십 개나 될 정도로 문화의 보고인 동유럽의 매력을 소개했다.1만 6000원.●실크로드 문명기행(정수일 지음, 한겨레출판 펴냄) 중앙아시아는 지리적으론 멀리 떨어져 있지만 우리에게 왠지 낯설지 않다. 고구려 사신이 다녀간 아프라시압 궁전터가 있고, 고선지 장군이 이슬람 대군과 맞선 탈라스 싸움터가 있으며, 곳곳에 카레이스키(고려인)들이 살고 있어서일까. 실크로드학의 대가인 저자는 서울에서 이스탄불로 이어지는 실크로드 3대 간선의 하나인 오아시스 육로를 택해 문명탐험에 나섰다. 오리엔트 문명의 정화를 보여주는 중동 최대의 문명유적 페르세폴리스와 1500여년 동안 꺼지지 않고 타오르는 조로아스터교의 성화, 라틴문자의 모체인 우가리트 문자가 출토된 현장 등을 추적한다.1만 5000원.●앙코르와트(비토리오 로베다 지음, 윤길순 옮김, 문학동네 펴냄) ‘캄보디아의 영원한 등불’‘신의 정원’‘아시아의 보석’으로 불리는 앙코르와트. 지금은 관광명소가 됐지만 불과 200년 전만 하더라도 앙코르와트는 정글 속에 버려진 유적지였다. 아시아 예술사를 공부한 저자는 크메르인들이 받아들인 힌두신화와 천문학적이고 우주론적인 상징체계를 담은 건축물에 숨겨진 지혜를 밝힌다. 저자는 산스크리트어와 고대 크메르어로 된 비문들을 보면 크메르 제국은 매우 잘 조직된 사회였으며, 인도문화의 영향을 받았지만 자율성과 독창성을 발휘했다고 말한다.2만 3000원.●혈농어수(血濃於水)(강준식 지음, 아름다운책 펴냄) 민족지도자 몽양 여운형(1886∼1947)의 일대기를 다룬 정치소설. 해방공간에서 조선건국준비위원회를 결성, 좌우합작 정부수립을 추진하던 몽양은 당시 조선 민중에게 가장 인기있는 정치인이었다. 하지만 좌우통합을 주장하던 몽양은 좌우 양측으로부터 테러를 당한다. 혈농어수는 몽양이 일본의 고려 신사 방명록에 남긴 글로,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뜻. 이념이나 사상보다 민족의 하나됨이 중요하다는 몽양의 통합정신이 잘 드러나 있다. 전3권 각권 1만 9800원.●일본 모더니즘 소설 연구(강인숙 지음, 생각의나무 펴냄) 일본의 3대 모더니즘 작가를 분석. 저자(영인문학관 관장)는 일본 모더니즘 소설이 이상과 박태원, 이효석 등에게 큰 영향을 끼쳤고 1930년대 일본 문단의 영향 아래서 한국적 모더니즘이 형성됐다는 점에서 일본 모더니즘 작가 연구는 한국문학 연구를 위한 기초작업이라고 주장한다.1923년 관동대지진 이후 일본 문단을 주도한 신감각파 요코미쓰 리이치(橫光利一), 신흥예술파 류탄지 유(龍膽寺雄), 신심리주의파 이토 세이(伊藤 整) 등의 작품세계를 살폈다.1만 8000원.
  • 노대통령 DJ자택 주말 전격방문 왜

    노무현 대통령이 4일 ‘전격적으로’ 서울 마포구 동교동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자택을 찾아 2시간 동안 오찬을 함께했다. 현직 대통령의 ‘이례적인’ 전직 대통령 자택 방문이다. 여기에 시기적으로 정계개편과 맞물리면서 미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특히 DJ가 최근 ‘여당의 비극은 분당에서 비롯됐다.’고 발언함으로써 더욱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은 노 대통령과 김 전 대통령 사이에서 정계개편론과 관련해 “일절 언급이 없었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북핵과 부동산 정책 문제, 반기문 외교부장관의 차기 유엔 사무총장 당선 등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5일 논평을 통해 “(만남 자체가) 정계개편을 염두에 둔 정치적 행위”라고 비난했다. 노 대통령과 DJ 사이의 직·간접적인 접촉은 최근 들어 3차례나 된다. 만남을 통해 정치 현안에 대한 ‘교류’도 감지되고 있다. 노 대통령은 지난달 10일 북핵실험과 관련해 DJ 등 3명의 전직 대통령과의 오찬에 이어 다음날인 11일 유독 DJ에게 직접 ‘감사전화’를 했다. 같은 달 27일 연세대 김대중도서관에 후원금을 전달하기도 했다. 이어 4일 권양숙 여사와 함께 직접 김대중도서관을 둘러본 뒤 DJ 자택을 방문한 것이다. 노 대통령은 김대중 도서관의 전자방명록에 “치열한 삶으로 역사의 진보를 이루셨다.”고 써 DJ의 업적을 높이 평가했다. 윤 대변인은 이날 오찬은 김대중도서관 전시실 개관을 축하하기 위해 이뤄졌다고 말했다. 오찬에는 권 여사와 이희호 여사, 이병완 청와대 비서실장이 배석했다. 현재로선 윤 대변인의 전언처럼 정개계편에 대한 언급들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노 대통령은 “지역적인 분할 구도를 강화하는 쪽으로 가는 정개개편에 대해서는 반대한다.”는 평소 지론을 밝혔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정치권의 관측이다. 역설적으로 ‘대통합의 타당성’을 밝혔을 것이라는 얘기다. 정치권에서는 DJ를 찾은 노 대통령의 행보를 놓고 각기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다.‘숨은 속뜻 찾기’에 나선 분위기도 적지 않다.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은 논평에서 “노 대통령이 스스로 국정의 중심에 서는 것이 아니라 정치의 중심에 서겠다는 의중을 고스란히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정훈 정보위원장은 “지역기반이 취약한 노 대통령으로서는 호남이라는 확실한 지역기반을 바탕으로 정계개편의 중심역할을 할 수 있는 DJ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면서 “만남도 그런 계산이 깔려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DJ가 ‘상왕(上王)정치’를 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꼬집었다. 유종필 민주당 대변인은 “워낙 이례적이고 파격적이기 때문에 형식이 내용을 압도했다.”면서 “노무현 기획의 돌출적 이벤트”라고 말했다. 반면 우상호 열린우리당 대변인은 “파격적이고 신선하다.”면서 “정계개편과 연계시켜 정략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강조했다. 민병두 열린우리당 의원은 “DJ가 보는 정계개편의 지향점과 노 대통령의 시각은 완전히 다르다.”고 지적했다. 박홍기 전광삼기자 hkpar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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