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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축제속으로/ ‘晩秋의 단풍’ 어서오라 손짓하네!

    단풍의 막바지 절경을 놓치지 않으려는 나들이객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때마침 오색 단풍이 절정에 이른 명소 내장산 일대에서 ‘단풍축제’와 ‘정읍사 문화제’가 열려 단풍 여행지로 제격이다.그리 멀지 않은 전남 화순에서는 운주축제가 마련돼 관광객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내장산 단풍·정읍사 문화축제 “붉게 타오르는 내장산으로 오십시오.깊어가는 가을의 낭만과 풍요로움을 가슴 가득 담아드립니다.” 제7회 ‘내장산 단풍축제’와 제13회 ‘정읍사 문화제’가 오는 31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늦단풍이 절정을 이루는 국립공원 내장산을 무대로 펼쳐진다. 전국 으뜸의 단풍을 자랑하는 ‘내장산 단풍축제’와 정읍사 여인의 ‘기다림의 정한’을 새롭게 조명하는 ‘정읍사 문화제’가 함께 열리는 전북 정읍시는 이번주부터 늦가을의 정취를 만끽하려는 관광객들로 오색물결을 이루게 된다. ◆내장산 단풍축제 단풍이 가장 아름답게 물드는 11월 2∼3일 이틀간 열린다.이즈음 내장산 단풍은 수줍은 새색시의 홍조 띤 얼굴과도 비유될 정도로 곱다. 특히 내장산에 자생하는 ‘아기 단풍’이 온산을 울긋불긋 수놓으며 누구나 다가오라 손짓한다. 2일 풍물패의 ‘터벌림 굿’을 시작으로 악기의 울림소리와 흥겨운 장단에 모든 관광객이 함께 호흡하는 ‘두드락 공연’,‘유태평양 비나리 공연’,경음악단의 음악 공연 등이 줄을 잇는다.특설무대에서는 단풍가요제가 흥을 한껏 돋운다. 3일에는 단풍을 소재로 한 ‘헤어쇼’와 보디페인팅쇼,행위예술,청소년축제,전통국악공연 등이 선보인다. 정읍시는 내장산 단풍의 아름다움을 세계에 자랑하기 위해 외신기자들을 초청하고 아마추어 무선대회도 여는 등 홍보에도 힘쓸 복안이다. ◆정읍사 문화제 오는 31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정읍사 공원과 예술회관에서 개최된다. 시민과 관광객들이 축등행렬을 앞세우고 시내 주요도로를 걷는 ‘달맞이 걷기’가 축제의 신호탄이다.이에 충렬사에서는 불꽃놀이가,예술회관에서는 시립교향악단의 연주회가 열려 깊어가는 가을의 아쉬움을 달래준다. 새달 1일에는 망부사 제례를 올린 뒤 남편에게 헌신봉사하고 가정의 화합과 우애에 앞장선 기혼여성을 선발해 ‘부도상‘도 준다. 정읍농고 운동장에서는 투호,씨름,줄다리기 등 전통민속경기가 펼쳐치고 예술회관에서는 마당극 ‘옹고집전’과 학생 국악경연대회,시조경창대회가 이어진다. ◆인근 볼거리 정읍시내에서 불과 15분 거리의 내장산 국립공원은 만추의 진수를 맛보기에 더 없이 좋은 곳.일주문∼고내장∼서래봉에 오르거나 사슴목장∼서래봉,장군봉을 거쳐 신선봉에 이르는 등반코스는 내장산이 연출한 기막힌 단풍을 감상하기에 안성맞춤이다. 동학혁명의 발상지인 정읍은 가볼 만한 명소가 즐비하다.시내에서 30분거리인 이평면과 덕천면에서 만석보,동학혁명기념관,전봉준 고택 등 동학유적을 두루 살펴볼 수 있다. 옥정호 순환도로는 단풍과 드넓은 호수가 어우러진 환상의 드라이브 코스.절정의 가을 정취에 흠씬 취해 섬진강의 민물고기 맛도 음미할 수 있다.칠보면 시산리에는 상춘곡의 저자인 정극인의 시비와 묘가 있는 무성서원도 자리하고 있다. 정읍 현감을 지낸 이순신 장군의 사당인 충렬사(시청 뒤)와 최치원이 현감시절 지은 태인의 피향정,정읍사 부도,고부면 입석리 고인돌군 등도 이 지역이 내세우는 유적이다. 내장산에서 전남 장성 백양사에 이르는 추령 고갯길도 단풍철 드라이브코스로 제격이다. ◆먹을 거리 산과 평야를 끼고 있는 정읍시는 먹을 거리도 풍성해 미식가들이 즐겨 찾는 곳.단풍 절경을 감상한 뒤 내장산 산채백반과 더덕구이,도토리묵 등 이 지역의 ‘무공해 별미’로 출출한 배를 채우면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을 듯 싶다.옥정호를 끼고 있는 산내면 일대의 붕어찜,매운탕,다슬기수제비 등도 나들이객의 미각을 자극한다.유성엽(柳成葉) 시장은 “내장산 단풍축제와 정읍사 문화제를 볼거리·먹을 거리·살거리가 많은 세계적인 문화·관광축제로 육성하기 위해 차별화된 관광상품을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정읍 임송학기자 shlim@ ■화순 운주축제 - 문화유산 고인돌群 구경 오세요 석기시대때 고인돌을 어떻게 만들었을까.하룻밤에 세웠다는 천불천탑(千佛千塔)은 어떤 모양인가.야산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돌을 주제로한 ‘운주(雲住) 대축제’가 오는 31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전남 화순군에서 열려 단풍철 나들이객들의 관심을 모은다. ◆아는 만큼 보인다 춘양면 대신리와 도곡면 효산리를 잇는 보검재 계곡(3㎞)에는 596기의 고인돌군이 있다.단일 규모로 세계 최대여서 지난 2000년 12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현재 고인돌공원 조성사업이 한창이다.바윗덩이를 잘라낸 채석장 흔적이 발견돼 문화적 가치를 더하고 있다. 도암면 운주사에는 도선국사가 하루 낮과 밤에 천불천탑을 세워 새 세상을 열려 했다는 전설을 뒷받침하는 석조물이 흩어져 있다.동자승이 닭소리를 흉내내 미처 완성못해 누운 채인 국내 최대의 와불(臥佛·길이 12m)이 일어설 날을 기다리고 있다.이 석불이 일어서면 새 세상이 열린단다. 산속 벼랑 바위끝에 9층 석탑이 하늘로 치솟아 있고 원형 다층석탑과 다소 파격적인 모습의 돌부처가 바위밑 곳곳에 널려 있다.현재 경내에는 석탑 21개,석불 93개가 있다.절 아래쪽에는 스님들이 시장을 보러 몰려왔다 해서 붙여진 ‘중장터’가 지금도 건재해 절의 번창을 짐작케 한다. ◆고인돌을 만든다 공설운동장에 족장 사망을 알리는 연기가 피어 오른다.부족회의에서 선출된 새 족장이 돌무덤 축조를 선언한다.원시인 차림의 주민 70여명이 수십t 나가는 바윗덩이를 끌어 당긴다.구령이 시작되자 짚으로 꼬아 만든 동아줄이 팽팽해 진다.바윗덩이 밑에는 통나무를 깔아 바퀴처럼 굴러간다.지석 양쪽에 흙을 쌓아 덮개돌을 끌어 올려 덮는다.주변의 흙을 퍼내고 족장의 명복을 빌며 하늘에 제를 지낸다.이어 대동 한마당 풍악이 울려 퍼진다. 고인돌을 소재로 한 설치 미술전,고인돌군 현장방문도 관심거리다.원시인들이 살던 움막집과 마을 액막이를 위해 세운 솟대(대나무 끝에 동물형상을 매단 것)를 비롯해 원시인 뗏목타기,사냥하기 등 귀한 체험 시간도 있다.군민회관에서는 세계 거석문화 학술대회에 이어 세계 5개국 민속공연도 이어진다. 운주사 드넓은 잔디밭에서는 관광객들이 천불천탑을 흙으로 직접 빚는 솜씨자랑이 있다.석공들이 정으로 돌을 쪼아 석불을 직접 깎아내는 모습도 볼만하다.◆곳곳이 역사학습장 쌍봉사(이양면) 대웅전은 법주사 팔상전처럼 목조탑 양식이라서 눈에 띄고 고즈넉한 분위기가 그만이다. 방랑시인 김삿갓이 생을 마친 물염정(이서면),세상을 바꿔보려는 개혁주의자 조광조 선생이 사약을 받은 적려 유허비(능주면),북면 서유리 육식공룡의 발자국 화석 등이 흥미롭다.고인돌군이 있는 곳과 운주사를 잇는 셔틀버스가 30분 간격으로 운행된다. 임호경(林鎬炅) 군수는 “차별화된 돌 축제를 통해 독특한 거석문화를 널리 알리고 이를 통해 관광 화순의 이미지를 높여 소득을 창출하겠다.”고 말했다.(061)370-1224,1227. 화순 남기창기자 kcnam@
  • 고은시인, 시·산문·소설등으로 구성한 전집 38권 출간 “내게있어 문학과 역사는 한몸”

    그는 기원전 1125년 방랑시인으로 출생해 한때는 디오니소스의 친구이기도 했으며, 1302년에는 시베리아 예니세이 유역의 아기 무당으로 태어나기도 했다.또 모르는 어느 곳에서는 술집 주모,중앙아시아 사마르칸트에서는 행상,내몽고에서는 목동이기도 했으며,1689년 삼지연 어름에서는 피리부는 화전민이기도 했다. 올해로 고희를 맞은 한국문학의 큰 기둥 고은 시인이 이달말 출간되는 38권짜리 방대한 전집(김영사)의 연보에서 밝힌 자신의 전생(前生)이다. 지금까지 그의 문학세계를 총망라한 전집은 준비 기간만 3년이 걸렸으며 100여명의 편집위원이 나서 편집에만 2년이 걸렸다. 이렇게 출간되는 전집은 200자 원고지 12만장,책으로는 2만 3000쪽 분량으로 시 14권,산문 7권,자전 3권,소설 7권,기행 1권,평론과 연구 5권과 머리책 1권 등으로 구성돼 500질 한정판으로 출판됐다.출판을 맡은 김영사측이 “우리 출판계의 기념비적 사업”이라고 말할 만한 방대한 작업이다. 이렇게 ‘기념비적’이라는 수사로 운위되는 시인 고은,그는 누구인가.그는 문학적으로는 이른바 모국어를 모국어답게 지키고 가꿔온 지킴이였고,역사적으로는 압제에 온몸으로 맞서 싸운 전사였다. 일제하에서 국민학교 1학년 때 다카바야시 도라스케(高林虎助)로 창씨개명을 했다는 그는 “언어가 인간의 주체기호라는 사실은 식민지에서의 모국어가 어떻게 모독당하는가를 말해 주는 것과 함께 언어가 인간 존재의 고향이라는 사유도 함께 요구하고 있다.”고 당시의 체험을 회고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그 전까지 정치·사회문제가 범접할 수 없었던 그의 시세계로 ‘현실’이 들어와 자리잡게 된 70년대의 격렬한 저항 상황에 대해서는 “문학이 현실과 도저히 절연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이런 70년대가 없었다면 내 문학은 어느 한 쪽 골짜기에서 피 한 방울 없이 피울음을 우는 소쩍새의 밤이었다가 말았을 것”이라고 돌이켰다.지금도 ‘문학과 역사는 한 몸’이라는 그다. 그러나 시대가 그를 문학 밖으로 이끌었을지라도 문학의 순정을 향한 열정은 여전히 뜨겁다.그는 “행여 내 문학이 정치 현실이나 이데올로기의 하부구조로 봉사하는 사태가 일어난다면 나는 그것과 싸워야 한다.”고 단호하게 선언한다. 그는 문학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철저한 자유주의적 성향을 드러내 왔다.어떤 종속적 필요나 강제도 그를 굴복시킬 수 없었다.이런 그의 문학사상은 고은을 시인의 범주에만 묶어둘 수 없었다.그는 실제로 시뿐 아니라 소설,평론,산문 등 생각이 미치는 모든 영역의 문학을 두루 섭렵하는 재능을 보여 왔다.올해 노벨문학상 후보에 올랐다는 사실이 그의 문학적 잠재력을 과대평가한 결과가 아님을 말해 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어렸을 적에 ‘마을의 어느 머슴’으로부터 언문을 깨우쳤다는 그가 자신의 시를 평하는 진단에서 그의 자유롭고 역사의식적 사고법이 명료하게 드러난다.“나의 시는 그러므로 흐름”이라거나 “나의 시는 그러므로 울림”이라는 그는 시를 ‘역사의 음악’이라고 규정해 시의 음악성을 역사성보다 우위에 두고자 했다. 그러면서도 한사코 시를 정의하기를 주저한다.“시는 그 누구도 정의할 수 없고,그 누구도 얼마든지 정의할 수 있는 무한 생명체”라는 것이 시에 대한 그의 정의이다. 승려에서 환속해 굴곡진 세속의 삶을 살았으면서도 그의 내면에 자리한 고뇌는 오히려 탈속 때보다 더했다.지난 90년대 초 폐결핵 진단을 받았을 때는 “드디어 내 허구와 사실이 어떤 차이도 없었다는 문학적 자기동일성을 확인했다.”고 토로했는가 하면 네번이나 자살을 시도하는 치열한 자기성찰의 삶을 살아온 그다. “전생이 이따끔 보였다.많은 전생들 가운데 몇 번인가는 시인이었다.”는 그는 “평생 언어의 일부를 혹사함으로써 나는 시인이리라.이 사실은 희망이기도 하지만 자주 절망이었다.언어는 절망인지도 모른다.”는 말로 그의 심경을 대신했다. 심재억기자 jeshim@
  • [김성호기자가 본 종교 ‘萬華鏡’] 산으로 간 경찰

    “아버님 제가 이세상에서 바라는 것은 한낱 풀잎의 이슬처럼 아침에 맺혔다가 사라지는 허망한 권력이나 부귀영화가 아닙니다.이제 거짓된 나를 버리고 진실한 나를 찾아,번뇌가 없는 진리의 세계에서 모든 중생들을 구하여 열반에 들게 할 것입니다.” 결혼해 아들까지 둔 인도의 왕자 고타마 싯다르타가 궁전을 떠나면서 남긴 출가기이다.아들이 출가할 것을 염려해 궁정에 가두다시피 한 부왕에게 마지막 말을 이렇게 남긴 싯다르타는 마부만을 데리고 한밤중에 궁전을 떠났다.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마저 뒤로한 채 속세를 떠난 싯다르타의 그때 나이는 29세였다.싯다르타의 어린 시절을 전하는 설화는 거의 없지만 대부분의 이야기들은 공통적으로 왕실 유원지로 놀러나간 싯다르타가 유원지 길목에서 어렵게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생로병사를 느껴 출가할 결심을 한 것으로 전한다. 이런 극적인 출가기는 우리나라에도 적지 않게 전해지지만 와세다대학 법학과를 졸업하고 일제하 우리나라 최초의 판사를 지내다 출가한 효봉 스님 이찬형(1888∼1966)의경우는 대표적인 예로 남아 있다.‘엿장수 중’‘판사중’‘절구통 수좌’로 불리는 효봉스님은 후에 총무원장을 거쳐 통합종단초대 종정에 오른 인물이다.평양복심법원(지금의 고등법원)에 재직,법조인으로서 앞길이 훤히 트였던 그는 판사생활 10년만에 처음으로 사형선고를 내린 날 밤 ‘인간이 인간을 죽일 수 있느냐.’는 회의를 안고 전국 방랑의 길에 나섰다고 한다. 지난 99년 한 중견법관이 퇴직할 때,15년간 판사로 재직하면서 소송관계인들에게 혹 끼쳤을지도 모를 자신의 잘못을 속죄하는 유언장을 공개한 일화는 효봉 스님의 예와 맞물려 회자됐다. 명예퇴직서를 제출한 뒤 홀연히 출가,입산한 김기영 서울지방경찰청 차장의 이야기가 화제다.다음 정기인사에서 지방경찰청장 물망에도 올랐다는 뒷이야기까지 얹혀 잔잔한 감동을 더한다.김 차장은 “그간 승려의 길을 못가고 세속에서 많은 분들로부터 분에 넘친 사랑을 받으며 열심히 살아온 만큼,이제는 본래 갈 길을 가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고 한다. 부친이 승려이고,불교에 귀의하겠다는 생각을 주변에 전하는 등 평소 불교에 관심이 많았다고는 하지만 어쩐지 요즘 세태에 맞서 무언의 회향의식을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하다. 김성호기자kimus@
  • 9월의 문화인물 김병연(김삿갓)

    ‘방랑시인 김삿갓’으로 잘 알려진 조선후기 시인 난고 김병연(蘭皐 金炳淵·사진·1807∼1863)이 ‘9월의 문화인물’로 선정됐다. 김병연은 1812년 ‘홍경래의 난’ 당시 선천부사인 할아버지 김익순이 대역죄를 받는 바람에 강원도 영월에 숨어 살아야 했다.한때 신분을 숨기고 한양에 올라와 벼슬길을 모색했지만,부정부패에 환멸을 느끼고 35년 동안 방랑길에 나섰다. 김병연은 불의와 부정에는 해학과 풍자시로 응징했고,절경과 가인을 만나면 서정시로 화답했다.모두 1000여편의 시를 쓴 것으로 추정되지만,남은 시는 456편이다. 문화관광부는,오는 27일 오후2시 강원도 영월군 문화예술회관에서 ‘난고 김삿갓 심포지엄’이 열리는 등 김병연을 기념하는 다양한 문화행사가 펼쳐질 예정이라고 1일 밝혔다. 서동철기자 dcsuh@
  • 경북 영주 부석사/ 배흘림 기둥에 기대서서 1000년 세월을 듣는다

    경북 영주시 부석면에 있는 부석사에 가려면 귀찮더라도 예습부터 할 일이다.여느 사찰에 가듯 뒷짐지고 두어 바퀴 거닐다가,학창시절 국사 교과서에 나왔던 그 유명한 무량수전 앞에서 기념사진 몇 컷 찍고 나오기엔 부석사 나들이가 너무 허망하다. 신라 문무왕 16년(676) 의상대사가 왕명에 의해 창건했다는 부석사는 한국전통건축의 고전(古典)으로 꼽히는 사찰이다.고려와 조선시대를 거치면서도 법등이 끊이지 않았던 역사성,독특한 공간구조와 장엄한 석축단,당당하면서도 우아한 기품을 갖춘 세련된 건물들. 부석사엔 국보 제18호인 무량수전을 비롯해 석등,조사당,소조여래좌상,조사당벽화 등 5점의 국보와 3층석탑 등 4점의 보물이 있다.이중 부석사를 대표하는 것은 대웅전격인 무량수전이다.고려 현종 7년(1016) 원융국사가 중건했다.무량수전의 압권은 부드럽고 탄력적인 곡선미를 보여주는 배흘림 기둥과 팔작지붕이다. 거칠게 다듬어진 주춧돌 위에 세운 기둥의 지름 사이즈는 34-49-44㎝.기둥머리에서 미끄러지듯 아래로 내려오면서 굵어졌다가 다시 가늘어지는 배흘림은 팔작지붕과 어우러져 보는 이들의 탄성을 자아낸다.일직선이 아닌 정사각모양으로 돌려 쓴 무량수전(無量壽殿) 현판은 고려 공민왕의 친필이다.특이한 것은 무량수전에 오르려면 누구나 ‘극락’의 뜻이 담긴 ‘안양루’란 누각 밑 계단을 걸어올라야만 한다는 것.불자들은 부처님을 만나거나 극락에 오르는 길은 신분의 고귀함이나 미천함에 관계없이 평등하다는 깊은 뜻이 담겨있을 것이라고 해석한다. 안양루는 무량수전 앞마당 끝에 놓인 누각이다.이 건물은 위쪽과 아래쪽에 달린 편액이 다른 데 무량수전 앞마당과 이어진 위쪽엔 ‘안양루’,위로 오르기전 입구엔 ‘안양문’이라고 씌어 있다.무량수전에 오르기 전엔 ‘문’이고,오르고 나서는 ‘누각’인 이중의 기능을 부여했다.안양루에 서면 발아래 엎드리듯 모여 있는 경내 건물들의 지붕들,그리고 멀리 펼쳐진 소백의 연봉들이 한 눈에 들어온다.부석사 전체에서 가장 뛰어난 경관이다.그래선지 옛부터 많은 문인들이 안양루에 오르면 끓어오르는 시심(詩心)을 참지 못하고 적지않은 시문을 남겼다.그중 방랑시인 김병연 등 몇몇이 지은 시문은지금도 누각 안에 걸려 있다. ‘평생에 여가없어 이름난 곳 못봤더니/백수가 된 오늘에야 안양루에 올랐구나…우주간에 내 한 몸이 오리마냥 헤엄치네/백년동안 몇번이나 이런 경치 구경할까/세월도 무정하다 나는 벌써 늙어 있네.” 안양루에서 발 아래 경치를 감상하며 김병연의 시구를 읇조려보는 것 하나만으로도 부석사 나들이는 보람이 있다. 영주 임창용기자 sdragon@ ■여행 가이드 *가는 길= 풍기를 들머리로 잡는 것이 편하다.중앙고속도로 풍기IC에서 빠져나와 931번 도로를 타면 된다.30분 정도 달리면 소수서원,순흥향교 등을 지나 부석사에 닿는다.풍기서부터 이정표가 잘 되어 있다.대중교통을 이용하려면 일단 버스나 기차를 타고 영주 또는 풍기로 간 다음 부석사로 가는 버스로 갈아타야 한다. *숙박 및 먹거리= 주차장 인근에 명성식당(054-633-3262) 등 민박을 겸한 식당이 몇 군데 있다.좀더 깨끗한 곳에 묵으려면 부석사 입구의 코리아나호텔(633-4445),또는 풍기,영주시내 호텔이나 모텔을 이용하면 된다. 부석사 인근 식당에선 산채비빔밥을 주로 낸다.조금만 시간을 내 풍기로 가면 인삼정식,인삼갈비 등 인삼을 재료로 쓴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인근 가볼만한 곳= 신라 선덕여왕 때 두운조사가 창건한 희방사,조선 중종때 풍기군수 주세붕이 세운 소수서원,의상대사가 부석사 터를 구할 때 초막을 지어 기거하던 자리에 지었다는 초암사 등이 찾아볼 만하다.소백산 옥녀봉 기슭에 자리잡은 자연휴양림에선 삼림욕을 즐길 수 있다.문의 영주시 관광담당(639-6062). ■둘러 볼만한 곳/ 벽화·불상… 예술혼에 감탄 꼭 문화유적 답사가 아니라도 일단 부석사를 찾는다면 무량수전과 안양루 이외에도 아래의 몇가지는 눈여겨 둘러보자. 먼저 부석사 창건 당시의 작품으로 전해지는 무량수전 앞 석등.화려한 귀꽃 장식과 세련된 보살상 조각이 감탄을 자아내는 통일신라시대의 가장 아름다운 대표적 석등이다. 조사당은 부석사를 창건한 의상조사의 초상을 안치한 곳이다.정면 3칸,측면 1칸 규모의 작은 전각으로 소박하고 간결한 느낌을 준다.희귀하게도 건물내부 입구 좌우에 보살상,사천왕상이 남아 있다. 조사당 앞엔 이중 철창 속에서 보호받는 나무가 한 그루 있는데 이 나무가유명한 ‘선비화’다.의상대사가 짚고 다니던 지팡이를 땅에 꽂은 뒤 가지와 잎이 났다는 전설이 전해진다.선비화 잎을 따 삶은 물을 마시면 아들을 얻는다는 믿음이 생겨 뭇사람들의 표적이 되어 철창으로 보호하게 되었다. 조사당 벽면에 그려졌던 조사당 벽화는 고려 회화사에 귀중한 연구자료로평가되는 작품이다.불명(佛名) 미상의 보살상과 다문천왕상 등을 담은 이들벽화 6점은 고려조 예술이 지니는 아름다운 선의 성격을 잘 보여준다.무량수전에 모셔져 있는 소조여래좌상은 신라시대의 양식을 계승한 고려 초기의 걸작으로 꼽힌다.소조(塑造)상으로는 최대,최고의 불상으로,두꺼운 입술에서 고려불의 특징이 엿보인다.특이한 점은 불상이 정면이 아닌 측면,즉 동쪽을보고 앉아 있는 것으로,호국을 기원하는 뜻으로 서라벌을 향한 것이라는 설이 있다.
  • 이런책 어때요/ 베토벤과 그의 여인-들백작부인·농부의 딸…베토벤의 사랑 이야기

    천재의 삶은 어떤 각도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감상의 깊이와 맛이 달라질수 있다. 천재가 이성과 나눈 사랑에 초점을 맞춘 책이라면 은밀한 즐거움까지 만끽할 수 있지 않을까. ‘베토벤과 그의 여인들’에는 악성 베토벤의 일상과 사랑의 궤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음악세계가 아닌 알려지지 않은 그의 소소한 일상이 이성과의 로맨틱한 사랑에 버무려져 소개된다. 가장 뜨겁게 사랑한 요제피네 백작부인에서부터 방랑길에 만난 농부의 딸까지 그의 여인들이 한자리에서 모습을 드러낸다.1만3000원.
  • K-리그/ 첫 라운드 MVP 잡아라

    ‘라운드 MVP를 잡아라.’ 2002프로축구 정규리그가 부천,수원을 제외하고 팀당 9경기씩 치름에 따라 1라운드 최고 스타에게 주어지는 라운드 MVP(최우수선수)의 행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이번 시상은 초대 수상자를 가린다는 의미 외에 시즌 MVP의 향배를 가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9일 기자단 투표로 가려질 1라운드 MVP의 유력한 후보는 토종 스타 이동국(포항)과 우성용(부산) 등이다.한결같이 월드컵과는 무관하지만 프로축구 스타로서 올시즌 팀의 기둥 역할을 충실히 해낸 선수들이다. 가장 눈길을 끄는 스타는 이동국.연맹이 월드컵 대표팀에서 제외된 선수들을 대상으로 실시 중인 팬투표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친 선수로 평가받고 있다.7일 현재 투표자 9500여명 중 5000여명으로부터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 이동국은 사실 요즘들어 과거와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예전에 받은 “골찬스를 스스로 만들지 못한다.” “수비가담 능력이 떨어진다.”는 등의 평가와는 거리가 멀다.특히 최고 도우미 메도와 호흡을 맞추며 문전에서 공간을 확보해 골찬스를 창조하는 능력이 돋보인다.지난 4월까지 태극마크를 유지하다 월드컵 엔트리에서 제외된 것이 오히려 약이 됐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좀처럼 시도하지 않던 헤딩슛으로 정규리그에서 2골을 뽑은 것을 포함해 4골로 득점 공동3위 그룹을 이룰 만큼 골능력을 뽐내며 호시탐탐 득점왕을 넘보고 있다, 프로 입문 6년만인 지난해 16골-3도움의 맹활약을 펼친 끝에 난생 처음 베스트11에 선정된 우성용은 올들어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96애틀랜타올림픽 멤버로 활약했으나 부산 입단 초기 샤샤(현 성남)와 안정환에게 밀려 후보에 그친 한을 풀듯 존재가치를 높이고 있다.현재 정규리그 성적은 5골-3도움.득점은 1골차,도움은 2개차로 선두를 쫓고 있다. 그러나 골과 도움을 합친 공격 포인트에서는 8점으로 단독선두다.약점으로 지적된 파워와 투지,근성에서 급속히 발전을 이룬 결과로 평가된다.“훈련때마다 의도적으로 몸싸움을 자처하며 적극성을 띤 것이 주효했다.”는 게 본인의 설명이다. 이밖에 2년여 동안 해외에서 방랑생활을 하다 국내로 복귀한 중고 신인 신병호(전남),용병을 대표하는 다보(부천) 코난(포항) 샤샤(성남) 등도 저마다 라운드 MVP를 노리는 후보군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박해옥기자 hop@
  • 전국 휴양림 올 가이드/ 찌든 심신 ‘천연림 샤워’

    서늘함이 그리워지는 피서시즌을 앞두고 자연휴양림이 인기다.인파로 들끓지 않아 숲속 별장같은 통나무집에서 한적하게 가족 단위로 더위와 머리를 식히기에는 그만이다.천연림 속에서의 ‘피톤치드 샤워’와 주변 관광지는 ‘덤’.통나무집을 이용하려면 서둘러야 한다.산림청 자연휴양림의 경우 7월중순 이후의 예약은 대부분 끝났으며,1일 오전 9시부터 8월 이용 예약을 인터넷(www.huyang.go.kr)을 통해 접수한다.휴양림에는 매점이 없거나 있어도 규모가 작아 생필품과 비상약품 등은 미리 준비해야 편하다. ◇집다리골= 강원도 춘천시 사북면 지암리.소양호와 춘천호,의암호를 끼고 있다.맑은 물과 바위,계곡,원시림이 조화된 천혜의 휴양지다.한여름에도 추위를 느낄 만큼 시원한 이곳에는 다람쥐와 청설모가 뛰논다.숲속의 집,야영장,등산로,산책로가 마련됐다. 7·10·20평형(1박 이용료 4만∼12만원·이하 괄호 안은 1박 이용료)통나무집 21동이 있다.공동 취사장 3곳,잔디광장,출렁다리,물놀이터,대피소 등이 잘 정비됐다. ◇통고산= 경북 울진군 서면쌍전리.오염 안된 수려한 풍광을 자랑한다.울창한 숲과 계곡의 시원한 물줄기,운무(雲霧)가 어우러져 마치 한폭의 그림같다. 3·6·11·15·32평형(3만∼8만원)통나무집 22동에 TV·냉장고·선풍기·침구류를 비치했다.또 공동 취사장·샤워장 등을 갖춰 이용에 큰 불편은 없지만 생필품은 팔지 않는다. 불영사 계곡과 덕구온천,석류굴,나곡·망향·봉평해수욕장 등이 인근이다. ◇비슬산= 대구 달성군 유가면 용리.뛰어난 경관을 활용한 휴식공간과 풍부한 편의시설이 시선을 사로잡는다.집채만한 수백개의 바위가 산기슭에 펼쳐진 바위마당과 계곡 곳곳에 숨은듯 자리잡은 기암괴석이 탄성을 절로 자아낸다. 통나무집 7평형(6만원)10동과 사계절용 9평형(7만원)8실 1동,청소년수련관15∼45인용(10만∼25만원)1동이 들어섰다.텐트장과 캠프파이어장,야외공연장,폭포샤워장,물놀이장 등도 이용할 수 있다.7월 중순∼8월 중순에는 주말마다 한여름밤의 음악회가 공연된다. ◇금원산= 경남 거창군 위천면 상천리.계곡에 조성돼 주변 경관이 빼어나다. 방갈로는 2·4·5·8평형(3만∼5만원)13동으로 난방시설과 침구가 마련됐다.화장실과 급수대,취사장은 공동 사용한다.콘도는 1동으로 10·11·13·16평형(5만∼10만원)12실.방마다 가스레인지와 냉장고·TV·화장실 등이 있으며간단한 샤워도 가능하다.거창 수승대와 월성계곡,무주구천동,안의 용추사,남덕유산 국립공원 등이 가깝다. ◇신불산= 울산시 울주군 상북면 이천리.기암괴석과 각종 수종의 천연림,맑은 계곡이 어우러졌다.계곡 중간에 파래소 폭포와 정상 일대의 넓은 억새밭이 유명하다.주변 산세가 알프스산맥과 비슷하다 해 ‘영남 알프스’로 잘 알려져 있다. 통나무집은 상단과 하단지구로 나뉜다.상단에는 7·10평형(4만 4000∼5만 5000원)5동이,하단에는 7·10·12평형(4만 4000∼6만원)2동이 있다.산책로,등산로,야영장,,오토캠프장(상단)이 설치됐다.취사도구는 준비해야 한다.차로약 1시간 거리에 경남 양산 통도사와 석남사,표충사,밀양 얼음골 등의 관광지가 있다. ◇금강= 충남 공주 반포면 도남리.앞에는 금강,뒤에는 산이 있어 풍치가 더할 나위 없다.산 중턱에 10·12·13·14·16·30평형(5만∼11만원)통나무집 8동이 들어섰다.취사 도구와 타월은 없다.17일 물놀이장이 개장되며 산림박물관과 수목원,미니 동물원은 어린이 교육장소로도 좋다.차량을 이용해 10∼15분쯤 가면 갑사와 동학사,공주박물관이 있어 볼거리도 다양하다. ◇와룡= 전북 장수군 천천면 덕태산.50∼60년생 참나무와 소나무가 빼곡해 원시림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해발 500m에 위치,한여름에도 더위를 못느낄 정도다. 4·6·10·13평형 통나무 산막 26동(2만∼6만원)과 1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연수의 집’(26만원)이 있다.물썰매·물놀이장,산책·등산로 등을 갖췄다.산막에는 침구류·TV·냉장고 등이 비치됐다.실내 사워시설은 10평형 이상에만 있고,식기류·가스레인지 등은 갖고 가야 한다. 논개 생가,논개 사당,방화동 휴가촌,장안산 군립공원 계곡이 지근거리다. ◇백아산= 전남 화순군 북면 노치리.주변 경관이 빼어난 데다 광주에서 승용차로 1시간 거리로 접근성이 좋다. 소나무와 참나무숲이 어우러진 6부 능선에 10·11·13평형(6만∼7만원)통나무집 13동이 자리잡았다.산림욕장과 잔디공원,야영장,체육단련시설,물놀이장 등이 있다. 숙박지에서 백아산 정상까지 잘 닦인 3.5㎞의 등산로가 눈길을 끈다.반경 8∼12㎞에 있는 관광목장과 화순온천,방랑시인 김삿갓이 생을 정리한 적벽(赤壁)등도 볼만하다. ◇서귀포= 제주 서귀포시 하원동.한라산 국립공원 수림에 자리잡았다.100∼200년 수령의 울창한 천연림에 길이 1.1㎞의 맨발 산책로와 산림욕장 등이 조성됐다. 통나무 산막은 3·6·7·8·9·15평형(3만∼7만원)12동이 있고,텐트를 칠수 있는 나무 평상 150여개가 있다.산막과 연결된 황토방에서 샤워와 취사가 가능하다. 종종 예고없는 안개에 울창한 숲이 서서히 모습을 감출 때는 신비감마저 든다.만남의 숲,오토캠프장,주차장,놀이마당,협곡 탐험로,전망대,잔디광장 등이 있다.1100고지 휴게소와 영실휴게소,돈내코유원지가 멀지 않다. 전국종합·정리 울진 김상화기자 shkim@
  • [씨줄날줄] 한국형 보보스

    디지털 시대가 도래하면서 물질적 풍요와 정신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신 엘리트 소비계층이 등장하고 있다.이른바 ‘한국형 보보스(Bobos)’. 이들은 단순히 ‘돈많은 부자’가 아니다.날씬한 스포츠카를 몰고 시끌벅적한 대도시를 휘젓고 다니는 ‘자기과시형 소비자’들을 오히려 경멸한다.이보다는 4륜구동 자동차에 몸을 싣고 지리산의 험로를 찾아 오프로드 드라이빙을 즐긴다.남과 차별화된 자기만의 취향을 중시하며,맞춤형 서비스를 고집하는 ‘까다로운 고품격의 소비자’들이다. 보보스는 정신적 풍요를 추구하는 보헤미안(bohemian)의 ‘bo’와 물질적 풍요를 추구하는 부르주아(bourgeois)의 ‘bo’가 합쳐진 말.미국의 저널리스트인 데이비드 브룩스가 자신의 저서 ‘보보스 인 패러다이스’에서 처음 제시한 신조어다.1960년대 반항의 히피(Hippies)와 80년대 세속적 부르주아가 만나 태어난 21세기형 신인류를 말한다.기성세대의 제도나 관습을 거부하는 방랑자의 자유분방함은 히피를 닮았지만,고등교육을 받고 도시 근교에 살며 연 10만달러 이상의 고소득을 누리는 점은 여피를 닮았다.브룩스는 이들을 디지털 시대의 미국을 이끌어갈 새로운 상류계층으로 규정했다.그는 보보스의 특성으로 9가지를 들었다.①정보에 강하고 ②자신만의 독특한 소비감각이 있으며 ③자유롭게 사고하고 ④유행에 개의치 않으며 ⑤엉뚱하고 기발하며 ⑥일을 즐기고 ⑦여유가 있으며 ⑧적극적이고 ⑨돈이 많더라도 낭비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겉모습은 부르주아지만 몸속에는 보헤미안의 피가 흐르는 일군(一群)의 젊은이들.우리나라에도 과연 보보스가 있는가.제일기획은 최근 ‘한국형 보보스’에 대한 보고서를 냈다.설문조사 대상인 3500명의 소비자 중 월소득 400만원 이상인 20대 계층으로 비교적 ‘보보스’에 가까운 29명을 심층분석한 자료다.이에 따르면 한국형 보보스는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남들보다 빠르게 돈을 벌어 물질적 풍요를 누리고있다.그러나 가끔은 여유로운 삶을 위해 소득기회를 과감히 포기하기도 한다.고품격,실용성,소탈함이 어우러진 자기만의 멋을 추구한다.그러나 히피의 저항정신을 찾아볼 수없다는 점이 토박이 보보스와 다르다.이들이 10년 안에 기존의 소비계층을 완전히 대체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염주영 논설위원
  • 일요영화(19일)

    ◆초록물고기(SBS 영화특급 오후 11시40분)= 소설가 이창동의 영화감독 데뷔작.암흑가를 배경으로 부조리하고 허무한 삶을 핍진하게 그려내 97년 대종상 남녀주연,청룡영화제작품·남우주연,백상예술대상 작품·신인감독·남녀주연상 등을 휩쓸었다.제대군인 막동(한석규 분)이 돌아온 고향은 개발의 삽질아래 황폐화된지 오래.직업도 없이 떠돌던그는 우연히 나이트 클럽 싱어 미애(심혜진)를 통해 조직폭력배 보스인 배태곤(문성근 분)과 줄이 닿고 일자리도얻는다.점점 조직에 깊숙히 발을 들이며 태곤의 정부 미애와 위험한 사랑을 나누는 막동.그러던 어느날 조직 강화라는 미명하에 살인 미션을 하달받고 갈등하는데….19세이상. ◆화엄경(KBS1 명화극장 오후11시20분)= 고은 시인의 ‘화엄경’을 뼈대로 하되,구도의 길에 나선 어린 나그네 선재를 어머니를 찾아나선 고아로 탈바꿈시켰다.아기때 버려진 선재는 의붓아비인 문수가 사고사하자 어머니를 찾아 길을 떠난다.숱한 인물들,삼라만상과 조우하고,애인을 만나아이를 갖기도 하지만,정착하자는애인 손길을 뿌리치고다시 방랑길에 오르는 선재.장선우 감독은 이 영화로 32세에 대종상 감독상을 수상했다.19세이상. ◆거짓과 진실(EBS 일요시네마 오후 2시)= 52년 칸 영화제감독상 수상자인 크리스티앙-자크 감독의 63년작.변호사의 현란한 웅변술 앞에 나약하게 무너지는 정의를 고발하는법정드라마.와병중인 갑부 폴 뒤프레가 어느날 간호사 지나(비르나 리시)의 주사에 사망하자 미망인이 된 카트린뒤프레(마리나 블라디)는 그녀를 살인용의자로 몰고,숨겨둔 정부인 변호사 카시디를 불러들인다.예심판사가 수집한 증거는 죄다 지나에 불리할 뿐이지만 실상 범인은 모든증거를 조작해놓은 카트린.그녀는 카시디에게 모든 것을털어놓은채 사건조작을 요청하고,카시디는 현란한 언변으로 법정을 유린하는데…. ◆음식남녀2(MBC 일요심야극장 밤12시35분)= ‘음식남녀’속편이지만 타이완에서 홍콩으로 자리를 옮겨 전작보다 통통튀는 분위기로 화려한 볼거리를 마련했다.1945년 항일전쟁 직후 상하이 최고의 음식점 매룡진에서 열린 승리연회에선우연찮은 사고로 최고요리사 4명이 뿔뿔이 흩어지고음식점은 쇠락한다.50년후,매룡진 주인 방진금은 옛 명성을 되찾고자 후예들 소집에 나서는데….이국립 감독,오천련·진소춘 주연.12세이상.
  • 임권택 감독 ‘취화선’ 새달 10일 개봉

    임권택 감독이 오원 장승업이란 물감을 풀어 영화를 찍는다고 했을 때 다들 그게 인물화가 되겠거니 여겼다.그러나 최근 시사회장에서 두루마리를 푼 스크린은 차라리 풍속화,시대화에 가까웠다. 개인을 형성하는 시대의 요철을 밋밋하게 뭉개면서 한 천재화가의 개인적 드라마를 돋을새김하는 인물화하곤 거리가 있었다.오원의 예술혼은 구한말이란 베틀 속에 먹여지는 여러 실 가운데 가장 아기자기한 올이었다.예술과 시대,예술과 일상이 극도로 일기불순한 하늘처럼 간단없이 스파크를 일으키는 영화,‘취화선’이 다음 달 10일 극장가에 걸린다. 화면 가득 확 풀린 먹물이 일순 개이더니 선경인 양 돌아앉아 산을 치고 있는 사내가 오원(최민식).이윽고 카메라는 그의 어린 시절로 줄달음쳐 예술의 뿌리부터 냅다 훑어내린다. 비렁뱅이 고아 승업에겐 핏속을 철철 흐르는 환쟁이의 끼가 축복이고 또 천형이다.일찌감치 그를 알아본 개화파 선비 김병문(안성기)이 거두려하나,방랑의 역마살을 타고난천재를 사대부가 담벼락이 가둘 수는 없는 일.김병문과의인연은,승업이 삶의 매듭들을 하나씩 지을 때마다 번번이되돌아가 스스로를 비춰보는 거울로만 그치지 않는다.기둥 줄거리를 삼킬 듯 쏟아지는 인물들의 홍수속에서 잊을 만하면 되살아나는 둘의 조우는 카메라의 중심을 잡아주는삼발이이기도 하다. 외세가 조선을 한 뼘이라도 더 집어삼키려 으르렁대던 19세기 말.출신을 넘나드는 천재 화가라서 시대의 파란도 쉽게 넘나들까.명성을 박차고 “(세인의 평에) 발목 잡히면영원히 놀아나는 거야.”라며 괴나리 봇짐을 꾸리는 화가.허나 그를 편한 방에서 등떼미는 손길 하나가 갑신정변,동학혁명 등 불순한 날씨처럼 요동치는 시대라는 걸 감독은말하고 싶어 한다. 개인을 뛰어넘는 시대와 시대를 초월하는 개인의 예술혼이 전기의 음과 양처럼 맞부딪히는 영화는 거대한 기획을 요구한다.이 거대 스케일의 시대화,풍속화에는 우리 시대의내로라는 일가들이 힘을 보탰다. 한국화가 김선두가 오원 화폭 80여점을 재현,묵향을 피울때 정일성 촬영감독은 우리 국토 깊숙이 렌즈를 들이대 단아한 사계를 찍어올렸다.도올 김용옥의 박식이 난무하는대본은 국립국악원의 호젓한 정악연주에 버무려진다. ‘롱테이크(오래 찍기)’를 즐겨써온 감독이 이번엔 유난히 끊어찍기로 선회한 것은 관객의 스피드 식성을 의식한것만은 아니다. 개인사의 잔잔한 여울이 아닌 역사의 폭포를 파노라마로담기 위한 선택이었으리라.그런 화면에서 여러 부문의 쟁쟁한 일가들이 내공을 겨루다 보니 관객들은 숨이 가빠지기 쉽다.지긋이 걸터앉아 완상할 여백이라도 한 자리 있었으면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취화선’은 신선하다.죽끓듯 변해가는 영화계 프레임 안에서 예술과 역사를 얽어짜는 굵은 목소리를 들은 게 얼마만인가.칸 영화제도 그걸 알아보고 일찌감치 본선무대로 불러올리지 않았던가.쉽사리 감정선을내비치지 않는 ‘취화선’을 온전히 즐기려면,값비싼 보약을 먹을 때처럼 느긋해지는 법을 알아야 하리라. 손정숙기자 jssohn@
  • 진퇴양난 아라파트/ 이 압박·팔 통제력 약화 ‘이중고’

    “20년 전 그를 죽이지 못한 게 후회스럽다.”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가 지난 1월 30일 자국 언론과회견에서 주체할 수 없는 증오심을 드러냈던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샤론이 그토록 증오한 아라파트는 이 최후의 항전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1929년 이집트 카이로에서 부유한 상인인 아버지와 예루살렘의 반시온주의 율법가 집안 출신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카이로대학을 다니며 ‘팔레스타인 학생연합’ 의장을 지낸 뒤 토목기사로 취직했다. 56년 쿠웨이트에서 ‘자유팔레스타인’ 건설회사를 차려 무장조직에 뒷돈을 댔고 59년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의 모태가 된 ‘파타(승리)’를 결성해 이스라엘의 주요시설에 대한 파괴공작을 70여차례나 성공시켰다.67년 중동전때 450여명의 병력으로 1만 5000여 이스라엘군을 격퇴한 일은 ‘신화’로 전해온다. 68년 PLO의장에 오른 아라파트는 항공기 납치,뮌헨올림픽이스라엘 선수단 살해 등으로 악명을 떨침과 동시에,74년 11월 유엔에서 “내 한손에는 총이,다른 손에는 올리브 가지가 들려 있다.올리브 가지를 떨어뜨리지 않도록 해달라.”고세계에 호소하는 양면성을 드러냈다. 82년 당시 이스라엘 국방장관 샤론에 의해 쫓기듯 튀니지로 건너간 그는 기나긴 방랑끝에 ‘땅의 소중함’을 깨닫고 무장투쟁 노선을 접는다.93년 팔레스타인 자치를 인정하는 오슬로협정을 체결,고(故) 이츠하크 라빈 이스라엘 총리 등과함께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땅을 얻기 위해 PLO의 반이스라엘 조항을 삭제함으로써 과격파의 원성을 샀다. 그는 “폭력과 대결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자식들의 늦은 귀가에 초조해하는 이스라엘 어머니나 폭발음에 놀라는 이스라엘인들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다짐하며 99년 자치정부 수반에 올랐지만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타임 최신호는 이스라엘의 공격이 “아라파트 집무실에 대한 통신감청을 통해 그가 테러조직에 자금을 댄 정황이 포착됐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73세의 이 노회한 팔레스타인 전사겸 정치가에겐 샤론의 압박뿐만아니라 하마스 등 과격단체들에 대한 자신의 통제력약화라는 이중의 고난이 놓여 있다.그가 이 위기를 어떻게돌파하느냐에 중동평화의 시간표가 달려있는 것 같다. 임병선기자 bsnim@
  • 사진보며 중년 추억 더듬기

    ◇ 방랑(김홍희 지음/마음산책 펴냄). ‘방랑’은 지은이 김홍희씨의 이야기가 곁들여진 사진집이다.그러나 요새 유행하는 사진집들이 그렇듯,매끄러운종이 위에 그럴싸한 멋진 장면들이 펼쳐질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착각.‘방랑’은 재생지처럼 깔깔한 종이에 어둠이 깔린 뒤 펼쳐지는 다소 우울한 풍경이 찍혀있다.화려한사진집에 길들여진 탓에 ‘무슨 사진집이 그렇게 초라해. ’하고 책을 덮으려는 순간 간결하고 빼어난 지은이의 글들이 마음을 붙든다. 지은이는 이곳저곳 여행을 다니는 사진작가.어린시절의추억,여행을 다니면서 만났던 사람들과의 에피소드,그리고 낯선 곳의 인상 등을 사진과 함께 담담하게 실었다. 타고난 히피였던 지은이는 돈도 없이 사진을 배우러 일본 사진전문학교로 떠났다.어렵게 일해서 번돈으로 간신히학교를 졸업하고 7년만에 한국 땅에 돌아온 그는 그후에도 때때로 끝이 정해지지 않는 사진 여행을 떠나곤 했다. 그렇게 40살을 훌쩍 넘겨버린 지은이의 추억이 책속에서마치 어제처럼 생생하게 전달된다.어린시절,여행지에서만났던 여인에 대한 기억,일본에서 유학할때 은인이 됐던 스승과 좋은 이웃들에 대한 회상이 주를 이룬다.특별한 미사여구도 없고 특별히 아름다운 추억도 없다.게다가 글은 미사여구없이 무뚝뚝하게 쓰여졌다.그런데도 투박한 솔직함과 순수함이 묘하게 사진과 어우러져 한편의 성장소설을읽는듯 마음을 요동치게 한다.덕분에 사진에 대해 일자무식인 일반 독자들도 깊은 감명을 받을 수 있다. 갑갑한 일상에서 도무지 일탈의 엄두도 내지 못하는 중년의 독자라면 잊었던 과거의 추억을 생각해내고 어쩐지 서러워질 수도 있겠다.9800원. 이송하기자 songha@
  • 18일부터 스즈키감독 회고전

    오시마 나기사,이마무라 쇼헤이 등과 함께 1960년대 일본 뉴웨이브를 이끌었던 스즈키 세이준 감독 회고전이 ‘문화학교 서울’ 주최로 18일부터 25일까지 서울 종로구 소격동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린다. 이번 행사에는 초기작 ‘탐정사무소 23’(1963년),‘도쿄 방랑자’(1966년) 등에서부터 최근작 ‘피스톨 오페라’(2001년)에 이르기까지 감독의 대표작 15편이 상영된다.이회고전은 3월2일부터 9일까지 시네마테크 부산으로 옮겨한차례 더 열린다.www.cinephile.co.kr (02)533-3316
  • 6강티켓 최후의 혈전

    올스타전 휴식기를 마친 01∼02프로농구 정규리그가 2일재개된다. 당연히 팬들의 시선은 6강티켓 싸움으로 모아지고 있다. 현재까지 윤곽이 가려진 티켓은 3장.남은 3장을 1∼2게임차로 쫓고 쫓기는 4∼8위 5개팀이 다투고 있다. 공동 1위 동양과 SK 나이츠,3위 SK 빅스는 21∼25승을 올려 6강 안정권으로 점쳐지는 26∼27승 달성이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19∼16승을 기록중인 4위 SBS와 공동 5위 LG·코리아텐더,7위 삼성,8위 KCC 가운데서 남은 티켓 3장의 주인이 가려지게 된다. 최근 3연패에 빠진 SBS는 아직은 가장 유리한 입장이지만 ‘방랑용병’크리스 화이트가 부상으로 빠진 리온 데릭스의 공백을 어느 정도 메워주느냐에 따라 입지가 달라질 전망이다. 지난시즌 챔프를 다툰 삼성과 LG는 객관적인 전력으로 보아 6강권은 물론 상위권 판도까지 뒤흔들 가능성이 이 않다.삼성은 부상에서 회복한 용병듀오 아티머스 맥클래리와 무스타파 호프가 복귀해 전열이 재정비됐고 LG도 마이클매덕스와 칼 보이드를 축으로 한 골밑플레이를 집중 보완해상승세를 예고하고 있다. LG와 공동 5위를 달리는 코리아텐더는 에릭 이버츠-말릭에반스-전형수 트리오를 앞세워 6강 굳히기에 나설 생각이지만 결코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평이다. 4연승의 상승세에서 휴식기를 가진 KCC 역시 컴퓨터 가드 이상민과 용병센터 재키 존스의 콤비플레이와 양희승 정재근 추승균 등의 외곽포로 6강권까지 밀고 올라간다는 전략이지만 거센 반격에 맞닥뜨릴 것으로 여겨진다.특히 ‘교체용병’ 제런 콥이 새로 가세함에 따라 제공권과 조직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도 불안한 대목이다. 한편 조성원(LG)과 문경은(인천 SK)은 3점슛 700개 고지선점을 놓고 뜨거운 경쟁을 벌인다.현재 조성원은 5개,문경은은 10개차로 다가서 있다. 곽영완기자
  • 문화광장 포커스/홍사용의 꿋꿋한 민족정신 그려

    극단 城이 24일부터 27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선보일 연극 ‘나는 王이로소이다’(김성열 작·연출)는 노작홍사용(1900∼1947)의 삶과 예술을 새롭게 부각시킨 작품이다.암울한 시기인 1920년대 문예지 ‘백조’를 창간한 노작홍사용은 치열한 창작열 뿐만 아니라 방랑생활까지 하면서민족애를 간직했던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단지 시인으로 국한되고 있는 형편. 따라서 연극은 ‘조선사람은 조선을 알아야 한다’라는 유언을 남긴 홍사용의 꼿꼿한 지조와 꺾이지 않는 민족정신을되살려내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일제 강점기 많은 예술인들이 창씨개명 등으로 굴복했을 때끝까지 굴복하지 않은채 민중을 계몽하기 위한 방법으로 연극을 택한 홍사용과,같은 시기 뜻을 함께 했던 역사 속 인물들이 무대 위에서 재해석된다.(02)764-8760. 김성호기자 kimus@
  • 영혼이 깃든 광활한 자연

    미지의 세계와 광활한 자연을 독특한 기법으로 표현하는 작가 정연희(56)의 전시회가 8∼21일 갤러리 현대에서 열린다. ‘다섯번째 계절’을 주제로 한 이번 전시에 출품된 작품들은 40여점으로 영원의 세계를 좀 더 깊이있고 심오하게 보여준다.소품부터 대작까지 철판화,유화,천장화 등을 선뵌다. 그의 작품은 빛을 찾아 바다를 항해하는 오디세이 전설을연상시킨다.작가는 “물고기는 생명,희망의 상징”이라고 말한다.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물고기는 빛을 낸다.마치 물고기에영혼이 막 들어간 것처럼. 정연희는 어머니의 죽음 뒤 배를 그렸다.끝없이 방랑하는오디세이가 느껴지는 작품들은 그때부터 시작됐다. 그의 작품들에서는 예외없이 빛이 보인다.왜 그럴까. 계기는 정연희의 인도여행이었다. 보는 사람마다 가난하거나 신체가 성하지 않았지만 밝은 표정으로 웃고 있었다.몸에서 빛이 나오는 것을 느꼈다는 것이다. 빛은 어둠속에서 나온다.그래서 정연희는 작업을 할 때 먼저 검은 색을 바르고 흰색을 문지르거나 뿌려 빛을 생성시킨다. 출품작가운데 가장 큰 유화(183×488㎝)인 ‘깨어있는 도시’에서 정연희는 작품전체에 걸쳐 ‘빛’을 보여준다.빛나는 점들이 저 멀리 사라지는 가운데 발광하는 물고기가 똑바로 선 채 화면 군데군데 나타난다. 그림을 보면 밤하늘의 은하수랄까,뭐 그런 것도 생각난다.(02)734-6111유상덕기자 youni@
  • ‘김삿갓묘’ 진위 일단락

    강원도 영월군과 전라남도 화순군이 벌여온 ‘방랑시인 김삿갓 묘역’ 진위 공방이 18년만에 종지부를 찍었다. 22일 영월군에 따르면 최근 전남 화순문화원이 “김삿갓묘를 처음 조성한 곳(초분지)은 화순군에,실제 묘역은 영월군에 있다”고 인정하면서 일단락됐다고 밝혔다. 화순문화원은 최근 개최한 김삿갓 시서화각전 학술발표회를통해 “김삿갓은 1863년 57세로 별세,화순군 동복면 구암리680번지에 안장되고 3년뒤 후손에 의해 영월군 하동면 와석리 노루목에 이장돼 현재에 이르고 있다”고 밝혀 김삿갓묘역 위치 논란에 종지부를 찍게 된 것. 영월군은 82년부터 학자들의 주장에 따라 영월군 하동면 와석리 노루목에서 김삿갓(본명 金炳淵)의 주거 유적과 묘역을 발견했다고 밝혀왔으나 전남 화순군 등 일부에서는 그동안실제 묘역이 영월이 아닌 화순군에 있을 수 있다는 의견를제기해 오며 공방이 계속돼 왔다. 영월군 문화관광과 관계자는 “김삿갓으로 화순군과 특별한 인연이 맺어진 만큼 앞으로 양쪽의 김삿갓 관련행사에 적극 협조하기로 했다”고밝혔다. 영월 조한종기자
  • 소프라노 박정원 스승 독창회 마련

    베이스 오현명(77)이 제자가 마련한 무대에서 음악 인생 57년을 중간 결산한다. 회고 독창회는 오는 6월16일 오후 5시 서울 장충동 국립중앙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린다.(02)581-0041. 한양대 음대 학장 시절 그에게서 배운 소프라노 박정원(44·한양대 교수)이 비용을 모두 부담하기로 하고 함께 꾸미는 공연을 추진했다. “정원이가 기특한 일을 했어요.이런 자리는 처음입니다.”(오현명)“연로하신 스승으로서,또 우리 성악계에 한 획을 그은 예술가로서 존경하는 마음에서 더 늦기 전에 좋은 무대를 마련해 드리고 싶었어요.”(박정원) 뜻깊은 자리이니만치 성악계의 거목 오현명의 음악인생을되돌아볼 수 있는 사연있는 노래들을 골랐다. 그는 중학 1학년 때 교회에서 노래를 부른 것이 대중 앞에선 첫 무대였다.그때 성악가가 되기로 결심했다.당시 노래를 부르도록 한 임원식 선생이 작곡한 ‘아무도 모르라고’를이번에 부르며 그날을 회상한다.초등학교 동기동창인 윤용하의 ‘보리밭’도 어린 시절을 되돌아보게 한다.서울대 음대1회 동기생인 작곡가김달성의 ‘초혼’과 정회갑의 ‘그리움’을 열창하며 학창시절을 되새긴다. 10년간 교사로 봉직했던 이화여고의 동문 합창단 40명이 그에게서 배운 노래들을 들려준다.그들도 이제는 50,60대 할머니들이 됐다.당시 동료교사였던 이남수가 편곡·지휘를 맡는다. 오현명은 대학 은사 김형로 선생(6·25때 납북)에게 사사받은 슈베르트의 ‘방랑자’등을,박정원은 슈트라우스의 ‘세레나데’등을 각각 부르며 은사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한다. 그의 18번인 양명문 시인의 ‘명태’도 빼놓을 수 없는 메뉴.이 노래에는 사연이 많다.전쟁중이던 1951년 대구에서 양명문과 작곡가 김동진,한미연락장교였던 변훈이 정훈감실에함께 있으면서 낙동강에 취재를 갔다가 양명문이 ‘명태’와 ‘낙동강’을 즉석에서 작시했고,김동진과 변훈이 그 자리에서 각각 곡을 붙였다.오현명은 1952년 부산에서 친구인 변훈으로부터 악보를 넘겨받아 그의 ‘명태’를 먼저 불러 이곡이 더 널리 알려졌다. “두 사람의 ‘명태’와 ‘낙동강’ 네곡을 모두 부르려 했는데 대곡들이어서 ‘명태’ 두 곡만 부르게 돼 아쉽습니다. ” 모차르트의 ‘자 우리 손을 잡고 가요’를 함께 부르며 이날 무대를 마무리한다. 박정원은 “스승을 존경하는 풍토가 사라지는 것같아 아쉽다”면서 “이번 무대가 그런 풍토를 바꿔가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김주혁기자 jhkm@
  • 고은 새 시집 ‘순간의 꽃’

    아름다운 시어와 감각으로 삶의 해탈을 노래하는 거장 고은의 시집 ‘순간의 꽃’(문학동네)이 출간됐다.시집에 담긴시들은 옛시인들의 그것처럼 제목이 없다. ‘사진관 진열장/아기 못낳는 아낙이//남의 아이 돌사진 눈웃음지며 돌아본다.’ 불도를 닦은 노장의 시는 깊으나 어렵지 않고,아름답지만현란하지 않다.‘호미를 쥐고 밭을 일구듯이 붓을 잡았다’는 시인의 말처럼 시는 감각적이지만 정연하다. ‘해가 진다//내 소원 하나/살찐 보름달 아래 늑대되리.’ 이번 시집에서 고은의 시는 단순하고 짧지만 평범한 삶의편린들을 소록소록 속삭인다. 고은 시인은 1933년 전북 군산 출생.군산중학교 4학년까지가 공식적인 학력이다.1952년 19세의 나이로 입산하여 승려가 되었다.법명은 일초(一超)로 효봉선사의 상좌가 된 이래10년간 참선과 방랑의 세월을 보내며 시를 써왔다.조지훈 등의 천거로 1958년 현대시에 ‘폐결핵’을 발표하며 문단에데뷔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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