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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신문 제정 제14회 공초문학상 수상 성찬경 시인

    서울신문 제정 제14회 공초문학상 수상 성찬경 시인

    서울 은평구 응암동 성찬경(76·예술원 회원) 시인의 집에는 수많은 ‘고아들’이 산다. 생김새는 저마다 제각각이다. 낡은 헬멧, 녹슨 타자기, 고장난 라디오, 세탁기, 깨진 유리조각들…. 몽땅 길에서 주워 온 것들이다. 남들 눈에는 쓸모없는 고물이지만 시인에게는 마치 부모로부터 버림받은 자식처럼 측은한 ‘고아들’이다. 마당 입구에 걸린 ‘응암동 물질 고아원’이라는 간판이 시인의 마음을 헤아리게 한다. ●40평 마당 가득 채운 ‘물질 고아들´ “사람에게 인권(人權)이 있듯 물질에도 물권(物權)이 있습니다.‘물질 고아원’은 물질 학대에 대한 비판과 저항의 표시이지요.” 40평 남짓한 마당을 가득 채운 ‘물질 고아들’을 바라보는 시인의 눈빛이 빛났다.“꼭 보여줄 게 있다.”며 인터뷰 장소를 집으로 정한 이유를 그제서야 알 것 같았다. “구상 시인을 문학 스승으로 여긴다.”는 성 시인에게 이번 공초문학상 수상의 의미는 남다르다.“구상 시인이 가장 흠모하는 분이 공초 선생이셨는데 그 분의 뜻을 기리는 상을 받다니 과분한 영광”이라며 기뻐했다.1956년 조지훈 시인의 추천으로 ‘문학예술’을 통해 등단한 성 시인은 “당시 명동 청동다방에서 하루종일 담배를 물고 선후배 동료 시인들에게 둘러싸여 담소를 나누는 공초 선생을 먼발치서 바라보곤 했다.”고 회상했다. “흔히 ‘마음을 비운다’고 표현하는 데 공초 선생만큼 완벽하게 무욕, 무소유의 정신으로 살다 간 시인은 없습니다. 그때는 젊어서 잘 몰랐는데 요즘에 와서야 그 분의 크기와 깊이를 이해할 수 있겠더군요.” 시인은 공초의 시 가운데 ‘방랑의 마음’ 첫 구절인 “흐름위에/보금자리 친/오, 흐름위에/보금자리 친/나의 혼”을 “우리 시문학 100년사에 가장 빛나는 절창”으로 꼽았다. ●과학자 꿈꾸다 문학에 눈떠 진로 수정 시인은 올해로 등단 50년을 맞았다.‘마음과 얼굴’이 수록된 시집 ‘거리가 우주를 장난감으로 만든다’(한국문연)는 시력 반세기를 기념해 지난 3월에 출간한 신작 시집이다. 아인슈타인 같은 과학자를 꿈꿨던 시인은 고교 시절 외사촌인 서기원(소설가), 박희진(시인)과 어울리며 문학에 눈을 떠 문과로 진로를 바꿨다. 그리고 서울대 영문과 재학중이던 스물일곱살 때 시단에 이름을 올렸다. 등단 초기부터 시인은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택했다.‘밀핵시(密核詩)’라는 실험적인 시 이론에 몰입했다.“밀핵시는 시가 담을 수 있는 의미의 밀도를 극대화한 것입니다. 금, 다이아몬드, 라듐 등 부피는 작지만 중량은 큰 광물처럼 최소한의 단어에 최대한의 의미를 담으려는 것입니다.” 말의 낭비를 줄이고, 군더더기를 덜어내는 시도는 의미의 핵심 부분만을 간명하게 남기는 ‘요소시’로 이어졌고, 마침내 오직 한 글자로만 이뤄진 ‘일자시’의 경지에까지 이르렀다. 지난해 출간한 일곱번째 시집 ‘논 위를 달리는 두 대의 그림자 버스’(문학세계사)에 수록된 ‘똥’이나 ‘흙’은 단어 자체가 그대로 하나의 독립된 작품이다. 이같은 독특한 시적 경향은 그를 시단의 주류에서 한 발짝 멀어지게 했다. 시인은 이에 대해 “우리 시단의 시가 주로 여성적이고, 식물성인 데 비해 내 시는 남성적이고 광물성”이라며 “시단에 순순히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요소들이 섞여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50년 시를 써왔지만 그에게 시란 여전히 ‘목숨의 피와 땀을, 그리고 심로(心勞)의 제물을 먹으며 자라는 그런 것’이다.“고뇌를 밥으로 바꾸는 것이 나의 직업이다./평생 이 직업에 매달려 왔는데도/나는 아직도 이 직업이 돌아가는 얼개를 잘 모른다.”는 시인은 “고뇌의 뿌리에/해학을 꽃피게 하는 것이 이 직업 최고의 기술이지만/그 유현한 핵심적 골자를 터득하려면 멀었다.”(‘고뇌와 밥’중)고 고백한다. “인생과 마찬가지로 시를 쓰는 일 역시 공짜가 없고, 속임수도 통하지 않습니다. 좋은 시는 무게와 깊이가 있으면서도 읽을 때는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흘러야 합니다. 현상에 혹하지 않고 차분하게 사물을 들여다보는 태도가 요즘 젊은 시인들에겐 부족하지 않나 싶습니다.” ●시낭독회 313회… 독자와 소통 넓혀 창작뿐만 아니라 독자와의 소통을 넓히는 일에도 열심이다.1979년 구상(2004년 작고), 박희진과 함께 창설한 시 낭독행사 ‘공간시낭독회’가 이번 달로 313회를 맞는다. 시낭독을 예술의 차원으로 끌어올리려는 취지의 문학 퍼포먼스 ‘말예술’ 공연도 1996년부터 꾸준히 열고 있다. 시인 일가는 예술가족으로도 유명하다.4남1녀 중 장남 기완씨는 시인, 차남 기선씨는 지휘자, 셋째인 딸 기영씨는 시나리오 작가다. 아내 이명환(68)씨도 얼마 전 수필집 ‘지상의 나그네’를 냈다. 아들의 시에 대해 묻자 아버지는 “우리 세대와는 다른 디지털 감성에 깜짝 놀란다. 나는 쓸 수도 없고, 쓰지도 않을 시”라며 웃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심사평 올해로 시력(詩歷) 반세기를 맞는 성찬경 시인은 전통적인 서정시나 역사적 현장성의 사회의식의 시가 주류를 이뤄온 한국 시단에서는 자타가 공인하는 시학의 이단아인데, 따지고 보면 공초 선생 또한 근현대 시단의 한 이단아였다. 이단이어서 좋다는 뜻이 아니라 두 시인이 추구해온 역정은 다른데도 도달점에 가까워지면서 이렇게 닮을 수가 없다는 점이 새삼 소중하게 평가받은 것이다. 가히 한국 현대시단에서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특이한 ‘시학적 개성’이 돋보인다는 뜻이다. 공초 선생이 불교를 중심한 동양사상의 주관적 인식론에서 출발했다면, 성 시인은 가톨릭적 가치관으로 자연과학적인 존재론에서 시적 형상화 작업을 시작했다. 전자가 인과응보에 의한 존재의 총체적인 인식론에 자리했다면, 후자는 약간은 난삽한 과학과 문학이 혼음한 듯한 존재의 분석론에 치중해 왔다. 공초의 시가 서정적 감성만으로는 근접하기 어려운 불교와 동양사상의 합성 위에 펼쳐지는 오묘한 사유의 언어라면, 성 시인의 시세계는 모더니즘 이론만으로는 근접이 어려운 요인을 간직한 ‘광물성’적인 미의식의 결정체로 구축돼 있었다. 그런데 성 시인은 최근 시집에서 세상과 일정한 거리를 둔 탁류 속의 은둔자였던 공초의 시세계로 성큼 다가서고 있다. 그는 가톨릭과 불교는 물론이고 과학과 문학, 식물학과 광물학까지도 핵 융합시켜 모든 존재의 진실을 인식하는 방법론을 터득한 것 같다. 시 ‘마음과 얼굴’은 바로 이런 성찬경 문학의 한 꼭짓점을 이루고 있다.“보아서 좋은 것은 본질도 곱다./ 착한 모습은 착한 마음의 거울”이라고 외모만 보고도 속내의 가치를 판단하는 비의를 전수하는 이 시는 가히 화엄의 세계에 이른 시인의 원숙함이 스며 있다. 설사 “판독을 잘못하여 더러 속긴 하지만/풀밭에 둥실 뜨는 달빛처럼/모습을 칠하는 본질”이라는 구절에서 존재와 본질이 나누어질 수 없는 하나임을 깨닫는 선시의 경지에 이르게 된다. 이런 단계에 이르기까지 이 시인은 우주율(宇宙律), 밀핵시(密核詩), 요소시(要素詩), 반투명 이론이라는 숱한 관문을 거쳤다. 그 미학적 고행이 시인으로 하여금 적당한 거리를 유지함으로써 우주를 장난감으로 만들 수 있다는(시집 ‘거리가 우주를 장난감으로 만든다’를 연상하시라) 터득을 가져온 셈이다. 실로 반세기 만의 득도로 이룩된 이 시집은 어느 유파에도 속하지 않으면서도 모든 세대에게 두루 읽힐 수 있는 명상시의 오롯함을 간직하고 있다. 즐거운 상상 여행길 같다. 문단 선배에게 드리는 공초문학상의 의의가 여기에 있다. 심사위원 이근배·임헌영·천양희 ■ 성찬경 시인은 ▲1930년 충남 예산 출생 ▲1956년 ‘문학예술’에 조지훈 추천 시 ‘미열’‘궁’‘프리즘’으로 등단 ▲1964년 서울대 대학원 영문과 졸업 ▲1979년 구상·박희진 등과 함께 ‘공간시낭독회’ 창설 ▲1995년 성균관대 영문과 교수 정년퇴임, 월탄문학상 수상 ▲1996년 한국시인협회 회장, 서울시문화상 수상 ▲2000년 보관문화훈장 수상 ▲2001년 대한민국예술원 회원 ■ 작품집 시집 ‘화형둔주곡’(1966) ‘그리움의 끝을 찾아서’(1989) ‘묵극’(1995) ‘논 위를 달리는 두 대의 그림자 버스’(2005) ‘거리가 우주를 장난감으로 만든다’(2006)등
  • [책꽂이]

    ●소설로 읽는 도덕경(뤄강 지음, 신상현 옮김, 열대림 펴냄) 중국 작가 임어당은 노자의 ‘도덕경’을 “동양 고전 중 가장 먼저 읽어야 할 책”이라고 했다. 또 뉴욕타임스는 ‘도덕경’을 “세계 최고의 책”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이렇듯 동서양을 넘어 평가받는 고전인 ‘도덕경’은 5000자 남짓의 한자로 이뤄진,81장의 짧은 글이지만 주석서만 1500여권이 나와 있다. 이 책은 ‘도덕경’을 소설 형식으로 재구성한 것. 노자와 타오가 우주선 허무호를 타고 겪는 일련의 사건을 통해 도덕경의 진수를 파악할 수 있도록 꾸몄다.1만 1000원.●시네마, 슬픈 대륙을 품다(임호준 지음, 현실문화연구 펴냄) “폐가 공기를 필요로 하듯 미국 경제는 라틴아메리카의 광물을 필요로 한다.” ‘수탈된 대지:라틴아메리카 500년사’를 쓴 우루과이의 지성 E 갈레아노는 이렇게 지적했다.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 이후 현재까지 500여년에 걸친 ‘고독의 땅’ 라틴아메리카의 역사는 곧 수탈의 역사라 할 수 있다. 그렇기에 모든 라틴아메리카 영화들은 역사적 트라우마를 의식하고 있다는 가설도 성립된다. 이 책에선 세계영화의 전위에서 특유의 미학으로 치열하게 현실을 담아내는 라틴아메리카 영화에 대해 본격적으로 소개한다.1만 7500원.●신경과의사 김종성 영화를 보다(김종성 지음, 동녘 펴냄) 영화를 통해 뇌에 관한 궁금증을 풀어간 독특한 영화 에세이. 저자에 따르면 영화 ‘메멘토’의 주인공이 5분밖에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우리가 경험한 것을 기억하기 위해 필요한 부위인 해마가 손상되었기 때문이다. 또 영화 ‘한니발’에는 FBI요원이 뇌의 일부를 잘라내도 고통을 못 느끼고 잘라낸 자신의 뇌를 먹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는 뇌에 통증섬유가 없기 때문에 실제로도 가능한 일임을 밝힌다.1만3000원.●파우스트(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이인웅 옮김, 문학동네 펴냄) 괴테(1749∼1832)의 ‘파우스트’는 지식과 학문에 절망한 파우스트 박사가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의 유혹에 빠져 쾌락을 좇으며 방황하다 결국 천상의 구원을 받는다는 내용의 고전.1773년에 집필을 시작해 1831년에 완성한 괴테 필생의 대작이다. 이번 번역본의 가장 큰 특징은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으로 유명한 프랑스 낭만주의의 선구적 화가 외젠 들라크루아의 석판화와 독일 표현주의를 대표하는 화가 막스 베크만의 소묘 삽화들이 곁들여졌다는 점.1만 3000원.●제로(마쓰다 유키마사 지음, 고현진 옮김, 미메시스 펴냄) 애드거 앨런 포의 황금벌레 암호, 방랑자들의 호보(hobo) 사인, 라이프니츠의 이진법, 돌턴의 원자기호, 헤르메스 사상의 연금술 암호, 측천무후의 측천 문자, 칼리오스트로 백작의 마법 알파벳, 유럽의 하우스마크, 얼굴표정 기호 키니식스 등. 인류가 만들어 온 다양한 기호체계를 한 권에 모았다.1만 8000원.●영산강문화권(국민대학교 국사학과 지음, 역사공간 펴냄) 담양에서 발원한 영산강은 장성과 무등산에서 내려온 황룡강, 극락강 등과 만나고 1300여개의 지류가 합쳐지면서 큰 물결을 이룬다.350리 영산강 물줄기는 호남평야와 나주평야를 아우르며 목포로 흘러들어 간다. 영산강문화권에는 담양의 소쇄원·식영정·서하당·면앙정, 장성의 관수정, 나주의 장효정·소요정, 광주의 풍영정·동백정·환벽당·희경루 등 뛰어난 누정들이 유난히 많다. 이곳에서 문인들은 수많은 시와 글을 남겼다. 남도문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누정문화다.1만 7000원.
  • 가장 아름다운 사랑?…34세男· 61세女 부부

    가장 아름다운 사랑?…34세男· 61세女 부부

    “이 정도의 사랑이라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랑’이라고 표현해도 되지 않을까요?” 중국 대륙에 아버지의 강력한 반대를 무릅쓰고 27살이라는 나이차를 극복하고 결혼한 30대 남성이 아버지가 끝내 결혼을 받아들이지 않자,자신들의 사랑을 꽃피우기 위해 아내와 함께 방랑길에 올라,화제를 모으고 있다. 지난 1월 결혼한 남편 위쥔즈(喩軍志·34)씨와 아내 장야오어(張要娥·61)씨 부부는 아버지 위정마오(喩正茂·62)씨가 자신보다 겨우 한 살 적은 며느리를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대의 뜻을 굽히지 않자,아버지가 허락할 때까지 집을 떠나 중국 대륙 전역을 발섭하는 방랑길에 올랐다고 소상신보(瀟湘晨報)가 21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위씨와 장씨 부부는 조그마한 시내를 사이에 두고 이웃 동네에 살아 오랫동안 잘 알고 지내는 사이였다.물론 나이차가 무려 27살인 만큼 어릴 때부터 사이좋게 지내는 소꿉친구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이들 부부가 처음 알게 된 것은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당시 위씨는 핑장(平江)현 창서우(長壽)진의 길거리에서 신발 수리점 점원이었다.이때 아내의 전 남편인 팡청취안(方成全)씨가 이 가게의 단골손님이 되면서 서로 알게 됐다.이들 두 사람은 알게 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서로 ‘죽이 맞아’ 나이차는 넘어 ‘호형호제’하는 사이로 급속히 가까워졌다. 팡씨는 고기잡이를 호구지책으로 삼았지만 경제적으로 어려운 애옥살이 살림이었다.이를 안타깝게 여긴 위씨는 일이 끝나면 먹을 거리를 사서 팡씨 집에 들리곤 하면서 이들 부부와 가까워졌다. 그러던중 지난 2000년,고기잡이를 나갔던 팡씨가 그만 물에 빠져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집안의 가장을 잃고 힘들게 살아가던 장씨는 엎친데 덮친격으로 물을 끓이다가 쏟는 바람에 왼쪽 다리에 심한 화상을 입었다.때문에 다리의 신경이 없는 등 완전히 못쓰는 장애인이 돼 혼자 살아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를 지켜보던 위씨는 팡씨와의 우정을 생각해 그녀를 곁에서 따뜻하게 보살펴줬다.위씨는 “그녀의 국가 생활보조금이라야 기껏 1년에 450위안(약 5만 8500원)인데,그 돈으로 어떻게 먹고 살겠습니까?.그래서 제가 조금씩 도와줬다.”고 말했다. 이렇게 위씨는 순전히 그녀를 동정하는 마음에서 도와주다 보니,확실치는 않지만 어느 순간부터 호감을 갖게 됐다.그는 “나는 언제부터인지는 모르지만 호감을 갖게 되고,이때부터 같이 생활하고 싶었다.”며 “그녀에게 이말을 전하니까,그녀도 흔쾌히 동의해 결혼을 하기로 결심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올 1월 9일,위씨는 장씨를 자전거 뒤에 태우고 핑장현 민정국에 혼인신고를 하고 결혼증을 받았다.민정국 직원들도 이들 부부를 뜨악한 눈초리를 보냈지만,이들은 일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위씨의 이런 행동은 곧 아버지를 속이는 일이었다. 설날이 얼마 남지 않은 1월 20일쯤,장씨의 집이 너무 낡아 비가 새는 바람에 도저히 장씨를 그대로 내버려 둘 수가 없었다.위씨는 곧바로 장씨의 집으로 달려가 집안의 간단한 가재도구를 챙겨 셋째 형님 집에 방을 하나 빌려 신접살림을 차렸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아버지 위정마오씨는 “왜 아버지의 말을 듣지 않느냐.어떻게 스물 일곱살이나 많은 여자와 결혼을 하느냐?”며 펄펄 뛰며 노발대발했다. 분노한 아버지를 말려줄 사람은 없었다.해서 위씨는 동네 원로인 촌주임을 찾아가 구원의 손길을 요청했다.촌주임은 곧장 달려가 “그들은 이미 부부가 됐다.당신은 자식 하나 없는 셈치고 신경쓰지 말고 내버려 두라.”고 설득했다.하지만 이런 노력도 허사였다.아버지 위씨의 분노는 조금도 너누룩해지지 않았다. 도저히 아버지를 설득할 수 없다고 느낀 위씨는 하는 수 없어 아내와 함께 고향을 떠나 방랑길에 오르기로 결심했다.조그마한 자전거에 간단한 신발수리 기구 등 호구지책 도구만 챙긴채로….아버지가 허락하는 날까지 중국 전역을 발섭하기로 한 것이다. 고향 창서우촌을 떠난 이들은 가는 곳마다 길거리에서 신발을 수리해주고 받은 고린전으로 연명했다.이들은 이처럼 신산(辛酸)의 삶에도 꿋꿋한 의지는 조금도 누그러지지 않았다. “‘혼인은 자유의사로 한 만큼 법률의 보호를 받는다.’고 민정국에서 말했습니다.이말이 무엇보다 지금의 어려움을 견뎌내는데 힘이 되고 있습니다.” 아내 장씨를 태우고 천천히 자전거를 몰고 가던 위씨의 얼굴에는 앞날에 대한 희망으로 흘러 넘쳤다.이런 의지 덕분인지,이들을 알아보고 먹을거리며 옷가지 등 생활에 필요한 물건들을 챙겨주는 사람들도 하나둘 나타나 이들의 무거운 어깨를 가볍게 해주고 있다. 위씨는 “비록 우리 두 사람의 나이차는 많지만,진심으로 사랑해서 결혼했다.”며 “아버지 등 집안 식구들이 자신을 이해해 하루 빨리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 [가슴 속 그림 한 폭] 르네 마그리트의 ‘피레네의 성’

    [가슴 속 그림 한 폭] 르네 마그리트의 ‘피레네의 성’

    강원도 화천군 다목리 감성마을 이외수의 집을 나선다. 숲을 실어 나르는 고개라는 수피령 뒤로하여 배웅하는 그의 부인이 손을 흔든다. 어스름한 시골길을 되짚어 서울로 오는 길에 처음 품었던 질문을 되뇌인다. ‘방랑의 대명사였던 그가 왜 정착했다는 표현을 썼을까.’ 도착하자마자 그가 말을 꺼낸 그림은 르네 마그리트의 ‘피레네의 성’ 이었다. 무지막지 한 크기의 바위섬이 바다가 아닌 하늘에 떠다니는 그림. 그는 인터뷰 내내 마그리트의 그림을 ‘떠다니는 성’이라 칭했다. “내 인생의 방랑이 시작된 계기를 만든 그림이죠.” 아니, 난 방랑의 시작이 아니라 끝인 정착이 궁금했다. 그러나 그는 시작과 끝을 구별할 필요성을 못 느끼는 듯 말을 이었다. “춘천교대를 다닐 무렵 난 열렬한 미술학도였죠. 그때 그리던 그림이 돌이 날아다니던 그림이었어요.25살에는 25개의 돌이 하늘을 날아다녔고,27살때는 27개의 나는 돌을 그렸죠. 그땐 돌이 나를 짓누르는 강박의 덩어리였고 미래의 무거운 불안감이었어요. 난 그걸 날려버리고 싶었죠.” “그래서 방랑이 시작되었나요?” 그가 어떻게 이 곳 감성마을에 정착하게 되었나 궁금했던 나는 다음 질문을 재빨리 던진다.“아니요. 어느날 학교 도서관에서 마그리트라는 화가를 만난 거죠. 그리고 30년 전에 이미 내가 그린 혹은 그릴 모든 것을 했더군요. 그림을 본 후 붓을 꺾었죠.” 막내 문하생이 황차를 우려낸다. 그가 답변을 미룬 채 잠시 차를 권한다. “지금은 육신이 정착했을 뿐이지요. 하지만 육신의 정착은 의식이 더 자유롭게 방랑함을 의미합니다. 제가 나름의 방랑을 마치고 마그리트의 그림을 보았을 때 더 이상 무거운 돌이라 보이지 않더군요. 저 돌안에서 내가 낮잠을 잘 수 있겠다 싶던데…” 그이에게 육신의 정착은 의미 없다는 뜻인가? “예전에 내가 정착할 곳을 찾아 떠돌 때는 불안했죠. 하지만 그 시간을 거치고 나니 지금은 내가 앉은 곳이 모두 정착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느 곳에서도 편할 수 있다는 것은 몸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하죠.” 그렇다면 방랑은 끝이 없다는 뜻인가? “죽음조차 정착이 될 수 없어요. 육체가 스러지더라도 의식의 방랑은 영원하죠. 큰애를 내 손으로 받았는데 미역 한 줄기 살돈이 없었죠. 햇빛은 우라지게 좋더군요. 내 인생 처음으로 붓을 꺾었죠.20번은 생계를 위한 직업과 글쟁이를 왔다갔다 했는데 이런게 윤회다 싶더군요. 결국 방랑은 윤회도 의미없는 궁극적 깨달음에서나 끝날 수 있는 것이겠죠.” 화천 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 1300여 관중 참사 면했다

    1300여 관중 참사 면했다

    어린이날을 맞아 1000명이 넘는 가족단위 관람객들이 지켜 보는 가운데 진행되던 공군에어쇼에서 항공기가 추락, 자칫 대형참사를 빚을 뻔했다. 5일 오전 11시51분쯤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공군 10전투비행단 비행장에서 어린이날 행사를 위해 진행되던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의 곡예비행 도중 A-37 전투기 한대가 활주로에 추락했다. 이 사고로 조종사 김도현(33·공사44기) 대위가 사망했으나 활주로 주변에서 에어쇼를 보던 방문객 1300여명은 다치지 않았다. 이날 사고는 고도 400m 높이에서 전투기 두대가 연무를 내뿜으며 300m 간격을 유지한 채 마주 날아와 360도 회전한 뒤 수직 상승하는 ‘나이프에지’(knife edge) 과정에서 한대가 상승하지 못하고 그대로 추락하면서 발생했다. 사고현장을 목격한 신영호(13)군은 “비행기 두대가 낮은 높이로 날며 양쪽에서 마주보며 엇갈린 뒤 한대가 갑자기 기우뚱하며 땅으로 떨어져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공군 관계자는 “기체에 가속도가 붙은 상태에서 곡예비행을 하고 있던 터라 비상탈출을 했을 경우 기체가 관람석으로 추락할 수도 있다는 판단에 따라 끝까지 조종간을 잡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숨진 김 대위는 생전에 “그간의 정신적 방랑을 끝내고 인생의 전화위복을 맞게 됐다.”고 말해 블랙이글팀 소속에 자부심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동료들도 “지난해 2월 배속된 김 대위는 ‘비행은 항상 겸손하게’라는 신조로 조종사의 길을 걸었다.”고 전했다. 사고원인 규명에 착수한 공군은 조종사의 음성기록 등 교신 내용이 담겨 있는 블랙박스를 수거했으며 조종사의 실수나 기계결함 등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어린이날을 맞아 기지개방 행사가 열린 공군 수원비행장에는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단위 관람객들이 찾아와 활주로 주변에서 오전 11시부터 시작된 에어쇼를 관람 중이었다. 블랙이글 소속 전투기가 추락한 것은 1998년 강원도 춘천에서 에어쇼를 앞두고 고난도 곡예비행 연습을 하던 중 전투기 두대의 날개가 서로 부딪치면서 한대가 추락한 것을 포함해 이번이 두번째다. 추락한 전투기는 우리 공군에 1976년부터 30여대가 도입된 노후기종이다. 수원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추락전투기 도입 30년된 노후기종

    “나도 언젠가 블랙이글팀에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많다. 막상 제안이 왔을 때는 축구를 하다 다리가 부러진 상태라 절망했다.” 5일 수원 공군비행장에서 발생한 에어쇼 전문 블랙이글팀의 A-37기 추락사고로 숨진 고 김도현(33·공사44기) 대위가 생전에 남긴 말이다. 김 대위는 당시 “5∼6개월 동안 비행도 못했지만 블랙이글에 들어가지 못한 것이 한스러웠다. 하지만 블랙이글은 나를 기다려 줬고 그동안의 정신적 방랑을 끝내고 인생의 전화위복을 맞게 됐다.”고 블랙이글팀에 참여한 기쁨을 밝히기도 했다. 지난해 2월 블랙이글에 배속된 김 대위는 블랙이글에서 누구보다도 훈련에 최선을 다해왔다고 동료들은 전했다. 김 대위의 빈소가 차려진 제8전투비행단은 슬픔이 가득했다. 김 대위의 부인은 이날 사고소식을 들은 뒤 울부짖다 실신해 의무대에서 안정을 취해야 했다. 김 대위는 어린이날 에어쇼를 앞두고 네살과 세살짜리 두 아들을 위해 부인과 경남 고성의 공룡박물관을 다녀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위의 영결식은 8일 오후 3시 제8전투비행단에서 거행된다. 김 대위는 국립묘지에 안장될 예정이다.한편 공군 ‘블랙이글’은 에어쇼를 전문으로 하는 특수비행팀이다. 지난 1953년 10월1일 F-51 무스탕 4대로 특수비행 시범에 나선 이후 1962년부터 ‘블랙세이버’,1967년부터 블랙이글로 명칭이 바뀌었고,1994년 12월12일 상설팀으로 재창설됐다. 조종사는 비행시간 1000시간 이상의 베테랑들이다. 사고기종인 A-37은 세스나사(社)가 중등 훈련기로 제작한 T-37의 공격형 기종이다. 저공 저속 기동성이 뛰어나 운용이 편리하다. 길이 8.9m, 높이 2.9m에 비해 폭이 11.7m로 큰 날개를 갖고 있으며 최대 속도는 시속 747㎞.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발견의 쾌감’ 전주영화제 개막

    ‘발견의 쾌감’ 전주영화제 개막

    27일 올해로 7번째를 맞는 전주국제영화제(JIFF)의 막이 올랐다. 다음달 5일까지 42개국 194편의 다양한 장·단편 영화들이 선보인다.‘디지털영화제’,‘예술영화제’라는 명성에다 외연을 넓히기 위한 노력까지 더해졌다. 그래서 한국의 주류상업영화를 선보이는 ‘한국영화 쇼케이스’ 코너도 만들었고 최고의 배우 최민식도 초대했다. 또 대중적인 영화를 찾는 팬들을 위해 ‘영화궁전’ 섹션도 마련했고, 관람객들 편의를 위해 거의 대부분의 영화를 전주 고사동 영화의 거리에서 상영토록 했다. 이처럼 영화제측은 대중성 강화에 주력했지만, 그래도 영화제의 참맛은 일반 상영관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이국적이고 특이한 영화들까지 고루 맛볼 수 있다는데 있다. 이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소비에트 특별전’에서 선보이는 구 소련 영화 10편. 대부분 작품성은 있지만 검열 때문에 상영금지됐다가 고르바초프 정부에서 사면받은 작품들이다. 소련과 인연이 있던 지역 외에는 한번도 상영된 적이 없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브랏 만수로프 감독의 ‘장례식’, 텐기즈 아불라제 감독의 ‘참회’,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감독의 ‘안드레이 루블료프’ 등이 있다. 경쟁섹션인 ‘인디비전’과 ‘디지털 스펙트럼’에는 실험적인 영화 12편씩이 각각 선보인다.‘방랑자’(로카르노영화제 대상)와 ‘달에 처음 간 사나이’(베니스영화제 호라이즌 부문 최우수다큐상)는 자칫 딱딱하고 지루할 것만 같은 다큐가 어디까지 갈 수 있고 어떻게 변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작품으로 꼽힌다. 이외에도 태국·인도 같은 아시아권을 물론, 페루·스페인·포르투갈·오스트리아·덴마크 등에서 제작된 각양각색의 영화가 있다.JIFF의 얼굴 ‘디지털 삼인삼색’도 올해에는 한중일 감독 중심에서 벗어났다. 참가한 감독은 펜엑 라타나루앙(태국), 다레잔 오미르바예프(카자흐스탄), 에릭 쿠태국(싱가포르)다. 관람료는 28∼30일 밤새 영화를 보는 ‘전주-불면의 밤’ 행사를 제외하고는 1편당 5000원. 인터넷 홈페이지(www.jiff.or.kr)에서 예매하거나 현장에서 살 수 있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儒林(587)-제5부 格物致知 제3장 天道策(23)

    儒林(587)-제5부 格物致知 제3장 天道策(23)

    제5부 格物致知 제3장 天道策(23) 한글로 옮기면 오히려 그 깊은 뜻이 반감되는 첫 문장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개인적으로 생각하건대 만 가지 변화의 근본은 하나의 음양일 따름입니다. 이 기(氣)가 움직이면 양(陽)이 되고, 고요하면 음(陰)이 됩니다. 한번 움직이고 한번 고요한 것은 곧 기이고, 움직이게 하고 고요하게 하는 것은 이(理)인 것입니다.…” 일단 첫머리를 열기 시작한 율곡의 붓은 더 이상 막힘이 없었다. 그는 엉킨 실타래에서 그 첫 실마리를 찾아 낸 사람처럼 일필휘지(一筆揮之)하였다. 지금도 남아 있는 율곡의 답안지를 보면 알 수 있듯이 한자도 덧붙이거나 한자도 뺀 것이 없는 완벽한 문장이었다. 율곡이 쓴 본론은 다음과 같이 이어진다. “하늘의 일은 소리도 없고 냄새도 없어서 그 이(理)는 지극히 미묘하며 그 현상은 지극히 드러난다 하는데, 이 말을 아는 사람과는 함께 ‘하늘의 도’를 논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제 질문을 하신 집사선생께서 지극히 미묘하고 지극히 현묘한 도리로써 조목별로 깊이 연구한 논설을 듣고자 하시니, 하늘과 사람의 이치를 연구한 자가 아니고서는 어찌 더불어 의논할 수 있겠습니까.…” 율곡의 문장은 마치 하늘이 내린 옥음(玉音)을 받아 적는 듯하였다. 하나의 망설임도 없었고, 추호의 걸림도 없었다. 그리하여 율곡의 천도책은 다음과 같이 마무리된다. “…원컨대 집사께서 천한 사람의 어리석은 말씀을 임금께 올려주신다면 가난한 선비는 움막 속에서도 남은 여한이 없을 것입니다. 삼가 대답합니다.” 모든 문장을 마친 율곡은 먹이 마르기를 기다려 자리에서 일어섰다. 전해내려 오는 이야기에 의하면 율곡이 납권한 시험지가 세 번째 답안지였다고 전해지고 있을 만큼 속결(速決)이었다. 율곡은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시험지 오른쪽에 적힌 자신의 이름과 본관을 다시 한번 확인하여 보았다. 답안지에는 시험보는 사람의 이름뿐 아니라 부, 조부, 증조부, 외조부 등의 품계도 차례대로 적는 것이 명문화되어 있었는데, 이는 시험을 본 사람의 이름을 가리고 채점을 한다고 해도 훗날 급제하였을 때 그가 어떤 집안출신인가, 혹은 역모나 사화에 연루되었던 대역죄인의 후예가 아닌가를 확인하기 위한 예비책이었던 것이다. 실제로 김병연(金炳淵)은 향시에서 장원급제하였으나 과거시험에서 할아버지 김익순(金益淳)이 홍경래에게 투항하였던 대역죄인이라는 사실이 밝혀지자 스스로 삭과하고 푸른 하늘을 볼 수 없는 죄인이라며 삿갓을 쓰고 일생동안 방황함으로써 ‘김삿갓’이란 별명으로 불리던 방랑시인이었다. 자진 삭과하지 않았더라도 김병연은 삭과되었을 것이니, 이러한 사실은 엄격한 계급사회를 반영하는 산증거라고 말할 수 있음인 것이다. 율곡은 답안지를 작성하여 이를 시관(試官) 앞에 제출하였다. 이로써 율곡은 우여곡절 끝에 과거시험을 무사히 끝낸 것이었다.
  • MBC 특별기획 드라마 ‘주몽’ 송일국

    MBC 특별기획 드라마 ‘주몽’ 송일국

    “코리아에 고구려가 없었다면 (지금의) 코리아가 없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어요. 이 드라마 꼭 성공해야 합니다. 민족의 자존심이니까요.” 지난 12일 오후 전남 나주시 MBC 특별기획드라마 ‘주몽’(연출 이주환·김근홍, 극본 최완규·정형수, 제작 초록뱀·올리브나인) 오픈세트장. 잦은 침묵 속에 빠져들던 송일국이 인터뷰 말미에 불쑥 내놓은 말이다. 많은 말을 들을 수 없었던 자리였으나 그가 드라마에 임하는 자세를 엿볼 수 있는 순간이었다. 송일국은 중국 대륙을 향해 뻗어나갔던 고구려를 세운 영웅 주몽을 맡았다. 생애 첫 타이틀 롤이다. 부담감도 다른 때와 비교할 수 없다. 앞선 작품에선 우여곡절이 많아 중간에 합류하는 등 기대치가 낮은 상황에서 그 이상의 결과가 나와 갈채를 받았지만 이젠 다르다고 했다. 주변 사람들이 자신에게 거는 바람이 커졌다는 점을 피부로 느낀다고 말한다. 나날이 연기력이 향상되고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덕담에도 “운이 좋은 사람일 뿐”이라며 그다지 수긍하지 않는 눈치다. 사극 연기가 어렵다는 것은 정평이 나 있다. 지난해 ‘해신’에 나왔기 때문에 또다시 사극을 택한 이유를 물었더니 “의상이나 분장, 대사 등이 정말 힘들지만 머리가 나빠 잘 잊어버린다.”고 농담도 던지면서 “좋은 역할이 있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고 답했다. 그런데, 이내 “운명인 것 같다.”고 덧붙이며 에피소드를 들려준다. 지난해 말 드라마 출연이 결정되기 전이었다고 한다. 한국 독립운동의 본거지였던 중국 헤이룽장(黑龍江)성 하이린(海林)시를 찾았다. 김좌진장군기념사업회에서 주관한 한·중 우의공원 준공식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김 장군의 외증손자다. 우연히 기념품점에 들렀다가 활이 눈에 띄어 구입을 했는데 나중에 주몽 역을 맡게 됐고, 그 이름의 뜻이 ‘활을 잘 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고 했다. 고구려 건국 과정을 그리게 되는 ‘주몽’은 ‘연개소문’(SBS·6월 중순 방영 예정),‘대조영’(KBS·8월초 방영 예정) 등에 앞서 고구려를 본격적으로 조명하는 첫 국내 드라마가 된다. 송일국은 신화 또는 설화에 존재하는 주몽이 아니라 사람의 이야기로 내려온 주몽을 연기하게 된다. 처음에는 유약하고 소심한 왕자에 불과하나 궁에서 쫓겨난 뒤 세상을 방랑하게 되며 조금씩 강해지고 다듬어진다. 한민족 최초의 국모로 일컬어지는 소서노(한혜진)와 사랑을 나누는 한편 그녀의 도움을 받아 고조선 유민을 이끌고 고구려를 세우게 된다. ‘허준’,‘상도’,‘다모’를 썼던 작가진으로 미뤄 퓨전 사극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역사를 왜곡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주환 PD는 “역사 속에 존재했던 인물과 실제 배경을 소재로 하고 있으나 사료가 많지 않은 탓에 상상력을 보태 채워야 할 공간이 많다.”면서 “과도한 상상력을 배제하는 등 결코 과장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구려의 하늘은 새달 8일부터 안방극장에 드리워진다. 나주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약먹고 죽겠다는 남자 - Q여사에게 물어보셔요(40)

    [사연] 약먹고 죽겠다는 남자 22세의 직장여성이에요. 오래 전에 한동네에 사는 남성에게서 사랑의 편지가 왔기에 냉정히 돌려보냈읍니다. 전부터 친절하게 지내는 사이였는데 갑자기 애정고백을 해 온 것입니다. 그러자 그 남성은 방랑의 길을 떠나고 타락한다는 소문이 났읍니다. 저는 겁이 나서 마음을 잡아 주려고 고백을 받은지 1년만에 만나 주었읍니다. 이제는 마음도 잡은 것 같아요. 그만 만나자고 말을 꺼내면 그 분은 죽는게 낫다고 하면서 울기만 합니다. 그분 말고 제가 사랑하고 또 결혼할 결심이 서있는 남성이 따로 있으니 큰 일입니다. 어떻게 하면 그 분에게 아무런 사고도없이 헤어질수가 있을까요. 그 분은 약까지 준비해 두었어요. 정말 죽을까요? <청주에서 Y녀> [의견] 값싼 동정심 발휘마세요 당신같이 어리석고 마음이 쓸데 없이 착한 여성 때문에 세상의 공연한 말썽거리가 생기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무슨 용기로 거절하고 1년이나 참았읍니까. 1년동안 식힌 그 남성의 마음을 공연스레 다시 불태워 놓고 지금은 또 헤어지고 싶다고요? 죽고 싶으면 그 남성은 1년 전에 죽었게요. 지금 만일 죽는다면 당신이 죽도록 사랑스러워서가 아니고 당신같은 어리석은 여자에게 사랑을 우롱당한 것이 분해서일 것입니다. 「당신 아니면 죽는」사람은 이 세상에 당신 자신 이외에는 없음을 명심하세요. 사고가 조금 나든 말든 지금이라도 그 남성의 진심을 우롱하는 짓은 단념하고 헤어지세요. 그리고「인심 좋은 과부 시아버지가 열둘」이라는 속담을 당신은 일생 좌우명으로 삼아야겠읍니다. 당신이 진실로 사랑한다는 그 남성과의 결합후에라도 당신의 그 값 싼 동정심이 함부로 발동했다간 큰 일이니까요. <Q> [ 선데이서울 69년 8/17 제2권 33호 통권 제47호 ]
  • 느림, 그러나 빠른 깨달음

    느림, 그러나 빠른 깨달음

    “어찌하여 느림의 즐거움은 사라져 버렸는가? 아, 어디에 있는가, 옛날의 그 한량들은? 민요들 속의 그 게으른 주인공들은, 이 방앗간 저 방앗간을 어슬렁거리며 총총한 별 아래 잠자던 그 방랑객들은? 시골길, 초원, 숲속의 빈터, 자연과 더불어 사라져 버렸는가?” -밀란 쿤데라 『느림』중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숨가쁘게 돌아가는 우리네 삶. 가끔 무엇인가 알 수 없는 허무함이 가슴을 메이게 한다.‘도대체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가.’,‘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인가.’ 피곤에 찌들린 일상에서 벗어나 그동안 살아온 생활을 돌아보고 재충전할 기회를 갖고 싶다면 ‘명상’의 세계로 들어가 보자. 반박자만 느리게 살면 인생이 달라질 것이다. 명상으로 잠시 느림의 미학에 빠져보자. 만물이 생동하는 봄, 자신을 찾고 마음에 평안을 얻고 싶은 사람들은 가족과 함께 가까운 명상 센터를 찾아보자. 글 사진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봄햇살이 따사로운 주말. 충북 진천에 있는 수선대를 찾았다. 여기는 수선재(043-536-0013,www.soosunjae.org)에서 운영하는 야외 명상 수련원이다. 지난 1999년 폐교인 진천 두촌분교를 개조해 만들었다. 숙소와 식당 등도 있어 편하게 자연과 벗하며 명상에 빠져들 수 있다. 어슴푸레 대지를 밝히려는 새벽,50여명이 손을 모으고 앉아 있다. “지금 막 태양이 빛을 뿜어내고 있습니다. 여러분 자신이 태양의 가운데 있다고 명상하세요. 그 찬란한 빛이 온몸을 감싸고 태양의 기운을 가득 받은 여러분 몸과 마음 어디에도 그늘진 곳은 없습니다.” 조용하지만 힘 있는 목소리로 이고(수선대 원장)씨가 명상의 세계로 사람들을 이끈다. 30분이 지났다. 다리가 아플만 하지만 어느 누구 신음소리 한번 내지 않는 적막감이 커다란 교실을 꽉 채운다. 어둠이 짙게 깔린 새벽 5시부터 시작된 수련은 아침해가 완전히 모습을 드러낸 오전 8시쯤 끝났다. # 자신을 찾아가는 길 수련을 마친 사람들의 표정은 맑고 깨끗했다.“힘들지 않았어요.”라는 질문에 한결같이 웃음으로 답하는 그들은 과연 ‘득도’를 한 것일까. 수련한 지 3개월 됐다는 민정화(28·그린티샵 매니저)씨는 “오늘 수련은 특히 너무 좋았다.”며 “마음의 평안 그 자체인 것 같다.”고 말했다. 녹차 전문점을 운영하는 그녀는 사람들에게 받는 스트레스로 몸과 마음이 편할 날이 없었다. 그래서 명상에 입문을 하게 됐다.“항상 내 자신의 가슴, 즉 내면을 들여다보며 반성하고 씻어내니 그저 마음도 몸도 편해진다.”고 말한다. 민씨의 권유로 명상을 시작한 언니 여경(35·대학원)씨는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 다니다가 지난해 그만두고 대학원에 입학했다.“이젠 생활의 중심이 잡히는 것 같아요. 내성적인 성격 탓에 남들에게 휩쓸려 다니는 일이 많았는데 이젠 스스로 돌아보고 결정하며 행동하는 모습에 제 자신도 놀라지요. 사람들을 만날 때 당당해지고 내면의 소리를 떳떳하게 말할 수 있는 성격으로 변했어요.” # 거대한 자연 속의 자신을 만나다 아침밥을 먹고 그들은 무변대란 곳으로 간다. 수선대에서 걸어서 20여분 거리에 있는 ‘무변대’는 제2의 수련원을 지을 곳이란다. “무변대는 볼텍스(Vor-tex)가 있는 곳으로 명상을 하기에 정말 좋은 장소.”라고 이고 원장은 설명한다. 볼텍스란 소용돌이, 와동이라는 뜻으로 지구 표면에서 발생하는 전자기장이 소용돌이를 일으키며 올라가거나 또는 지구 표면으로 빨려드는 현상으로 쉽게 말하면 ‘에너지 마당’이다. 우주에서 에너지가 내려와 좋은 기운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한 10여분을 걷자 이 원장은 “자 이제 왼손 바닥은 하늘로 향해 하늘의 기운을 받고 오른손 바닥은 땅을 향해 받은 기운을 쏟아내고 땅의 기운을 받아들입니다. 천천히 머릿속을 비우며 걸으며 자신에게 집중해 보세요.”라고 말한다. 사람들은 마치 무엇엔가 홀린 사람들처럼 나란히 서서 걷는다. 어디까지 가는지, 무엇을 느껴야 하는지 아무도 묻는 사람들도 없이 산길을 따라 간다. 수북하게 쌓여 있는 나뭇잎을 밟으며 사각사각 걷는다. 고행을 떠나는 성자의 모습을 보는 듯 하다. 문득 따사로운 햇살과 지저귀는 새소리에 그저 마음이 편안해지며 잡념이 사그라짐을 느낀다.1시간 정도를 그렇게 걷더니 김재은 사범의 말에 따라 모두 모여 간단한 체조를 한다. 서서 호흡을 고르던 그들은 이제 황금빛 잡풀들이 누워 있는 땅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는다. 그리고는 다시 명상에 들어간다. 눈을 감았다. 몸을 스치는 바람, 새소리, 온몸에 공명이 되어 울린다. “바람이 불어옵니다. 이제 바람이 몸을 통과해 지나갑니다. 가슴 깊이 있던 응어리와 분노들이 보이십니까. 바람에 날려보내세요.” 미움, 시기, 증오 등 우리를 옥죄고 있는 나쁜 마음들과 이별을 하고 따사로운 햇살을 가득 가슴에 품고는 일어선다. 이종민(38·에코샵 홀씨 대표)씨는 “이렇게 자연을 걸어 보고, 들어 보고, 함께 하다 보면 자신의 존재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풀 한 포기, 꿈틀대는 벌레 하나도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으며 자신 또한 인생의 주인임을 느끼게 하지요.”라고 수련소감을 말한다. 또한 이하정(25·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씨는 “이렇게 앉아 자연의 힘을 느끼고 돌아가면 마음이 너그러워지고 항상 웃으며 일할 수 있는 에너지가 됩니다.”라고 했다.5살 아들을 둔 박정인(35·주부)씨도 “이렇게 명상을 하면 급하다며 안달복달하는 마음이 없어지고 여유가 생깁니다.”고 의미를 부여한다. 비우려 하니 편해지고 다시 채워질 여유가 생겨서일까 다들 얼굴이 행복해 보였다. ■ 도심에서 명상 즐겨볼까 # 명상 백화점 웰빙 열풍을 타고 도심에서도 다양한 방법으로 명상을 할 수 있는 수련장이 생겨났다. 서울 종로경찰서 바로 뒤 인사동에 위치한 명상 아루이 선(02-722-6653)은 대표적인 명상카페. 아담한 한옥집을 개조해 만든 공간으로 차를 마실 뿐 아니라 다양한 명상 체험이 가능하다. 홍옥·청옥·자수정·맥반석 등 오색영롱한 광물들의 기운을 맨발로 느끼는 ‘걷기명상’을 비롯해 돌명상, 그림명상, 감촉(곡물)명상, 음악명상 등 10여 가지의 명상 체험을 할 수 있다. 헤드셋에서 나오는 내레이션을 듣거나 명상 지도사가 체험을 도와준다. 또한 귀한 차를 마실 수 있다. 산에서 직접 채취한 약재들로 끓여 기운을 북돋아주는 아루이선(仙)차, 호두·대추·밤을 넣어 두뇌 활동에 도움을 주는 고향 하늘차, 백련차 등 각종 선차가 송화다식, 녹차다식과 함께 나온다. 가격 1만원. # 차와 함께 명상을 서울 종로구 수송동에 있는 초의차명상원은 차를 마시며 명상을 하는 곳이다. 미얀마에서 명상과 선차 수행을 하고 돌아온 지장스님이 누구나 쉽고 편하게 명상을 할 수 있도록 하게 하자는 뜻에서 만든 공간이다. 명상에 쉽게 빠져들기 위한 매개로 차를 이용하는 독특한 방법으로 명상을 자연스럽게 유도해 인기가 많다. 스님과 함께 찻잔에 차를 따르고, 향·빛깔 등을 음미하며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는 방법으로 수련을 한다. 또한 녹차, 보이차, 타이차 등 여러 종류의 차를 마시는 즐거움도 있다.(02)732-7209. # 깨달음을 통한 명상 서울 가회동에 있는 안국선원은 ‘간화선’이란 독특한 방법으로 명상을 유도한다. 선원장인 수불스님이 던진 선문답을 고민하며 답을 구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간화선은 각박한 삶을 살아가는 도시인들에게 정신적인 깨달음을 주는 것으로 참선을 통해 스스로 번뇌를 깨치고 삶의 근원적인 답을 구하며 마음의 평안함을 되찾게 만든다. 종교와 상관없이 수행을 할 수 있다.(02)732-0772,www.ahnkookzen.org로 신청하면 된다.
  • 미스아닌 미스코리어 金志娟

    미스아닌 미스코리어 金志娟

    『저도 떳떳이 새 생활을 열어보기 위해 영화계에 나가렵니다. 너무나 암울한 나날만 보냈읍니다』- 연기인지 꾸밈인지는 모르겠으나 금년도「미스·코리어」진(眞)을 「미스」가 아니란데서 실격한 - 말하자면 「미스·코리어」를 「미스」한 「미스·코리어」- 불운의 「퀸」김지연(金志娟·21)은 영화계에「데뷔」 하는 심경을 털어 놓았다. 김지연(金志娟)양은 요즘 한강변의 시영 H「아파트」에 살고 있다. 동거인은 오빠 김광수(金光洙·28)씨 부부. 약 1개월 전에 서울 시내 갈월동94의 집을 나왔다. 부모님 곁을 떠나 비교적 자유로운 오빠부부의 감독 밑에서 살아 보기 위해서란다. 그녀의 출연작품은 태창(泰昌)흥업의『상해(上海)의 방랑자(放浪者)』 (전우열(全右烈)감독). 지난 7월 2일부터 뚝섬의 촬영장에 나가고 있다. 계약금은 50만원. 이 중 20만원은 이미 받았단다. 金양은 허장강(許長江)군과 공연, 그의 외동딸 역을 맡게 됐는데 42「신」에 나오는 완전 주역. 열심히 일해서 훌륭한 배우가 되겠단다. 『저로서도 무엇인가 해야 하지 않겠읍니까? 집에서 부모님의 신세만 지고 놀 수는 없으니까요. 「패션·모델」과 영화계의 두 길을 일단 생각해 보았읍니다. 그 중 「모델」에는 별로 매력을 느끼지 못했읍니다. 이번 기회를 잡아서 저는 저대로 자기자신의 앞날을 걸어 보는 것입니다』 金양은 미인 탓인지「미스·코리어」眞 에 실격하면서 구설수가 따랐다. 고급 「바·걸」 이라는둥 비밀요정의 「호스테스」라는둥 그럴싸한 소문들. 소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또 뒤따랐다. - 金양이 나가는 요정에서는 줏가가 더 올랐다는 소문이던데? 『그 일(실격된 것)이 있은후 저는 집 안에 박혀 있었어요. 그 난리를 치러 놓고 제가 아무리 뻔뻔스럽기로서니 그런데 나갈 수가 있겠어요?』 - 소문은 상당히 구체적인걸요. 가령 「팁」이 얼마에서 몇만원으로 뛰어 올랐다느니 혹은 남자손님들이 金양의 실격을 위로해 주는 위로잔치를 베풀어 주었다느니 해서 말입니다. 『아이 참 멋대로 쓰세요. 그렇지만 「팁」이 몇 만원으로 뛰었으면 얼마나 좋겠어요. 하룻밤에 몇만원 벌 수 있다면 정말 나가 보겠어요. 그런데 한 군데 소개해 주세요. 영화계 보다 그 쪽이 낫겠어요』(똑 바로 쳐다 보던 얼굴을 옆으로 숙이고 눈을 내려 깔더니 오른 손으로 이마를 짚는다. 이마에 경련이 스친다) 『기자들을 만나면 사형선고를 받는 것 같았어요. 오늘은 옛날의 제가 아니고 영화계에 나가는 병아리 김지연(金志娟)으로서 만나고 있읍니다. 옛날 일은 너무 들추지 말아 주세요』 金양은 그동안 거리를 나다니는 것도 무서웠다고 실토한다. 『「미스·코리어」가 된 뒤부터 (실격이라는 말을 쓰지 않았다) 남의 눈이 두려워서 행동을 더 조심스럽게 하고 있습니다』 언젠가 동거하고 있는 올케와 같이 남대문시장에 갔을 때 그녀의 움직이는 곳마다 인파가 쏠렸다. 그것도 여자 구경꾼들. 그 여자들 사이에서는 별의 별 소리가 다 나왔다. 『저게 실격한 「미스·코리어」래!』하는 소리에서 『뻔뻔스럽지』라느니 『「미스·코리어」를 어떻게 알고 있는거야』하는 따위, 돌멩이가 날아 올까 봐 두려울 지경이었다. 그녀에게 반갑지 않은 말을 던지든지 눈을 흘기고 지나가는 사람은 모두가 모두 여자들. 남자들은 의외로 관대하더란다. 한번은 반도·조선 아케이드에 「쇼핑」을 갔을 때의 일. 金양을 한번 보기 위해 남녀 가릴 것 없이 온통 사람 울타리를 이루어 빠져 나오지를 못했었다고 한다. 그래서 목욕도 집에서 하든가 언니와 독탕을 이용했다. 복장학원으로 나가 「디자인」을 공부할 생각도 해 보았지만 사람 눈이 무서워 그만 두었단다. 되도록 조용히 지내려고 했는데 영화계의 등쌀로 그만 또 세상에 나가게 되었다는 것이다. 金양이 「미스·코리어」에 실격되자 모친은 고혈압으로 성모(聖母)병원에 열흘동안 입원을 하는 소동도 빚었다. 그러한 난리 속에 끈질기게 영화계인사들이 출연교섭 공세를 펴왔다. 출연교섭을 해 온 영화사가 열 손가락은 넘는다. 실격 첫 날부터 전화「벨」이 울리면 영화사에서 온 것 이었다. 계약금도 경쟁의 도에 따라 20만원에서 30만원, 40만원, 50만원으로 껑충껑충 뛰어 올랐고 50만원 보다 더 내겠다는 제작자도 있었다. 영화출연 교섭경위에 대해 오빠 김광수(金光洙)씨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받으면 많이 받든지 안 받으면 아예 안받든지 둘 중의 하나를 택하기로 우리들은 마음 먹고 있었읍니다. 그래서 출연영화의 「시나리오」를 사전에 읽어 보기도 했고 누가 감독을 하느냐를 검토하기도 했읍니다. 너무 어려운 역을 맡아서 「데뷔」와 동시에 실패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겠고 여동생을 잘 키워 주는 믿을 수 있는 감독을 고르고 싶었습니다』 이러한 말은 제1회 작품의 연기에서 성공을 거두면 「스타돔」으로 향해 발돋움해 보겠다는 金양의 마음가짐을 간접적으로 뒷받침해 준다. 『전(全)감독이 제 친구입니다. 그래서 여동생을 한 번 맡겨 보기로 한 것입니다. 그것도 좋든 나쁘든 「매스콤」에 알려진 허명(虛名)을 선전으로 한번 이용해 보겠다는 속셈인지도 모르죠. 기왕 이렇게 된 바에야 믿고 나갈 수 밖에 없습니다』 그 옆에서 金양이 말을 이었다. 『모든 것이 경험에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겠읍니까? 저는 실격사건을 통해 세상공부를 많이 했읍니다. 새 인생의 「스타트」를 끊으려는 것입니다. 저를 좀 도와주세요』 21세의 젊은 나이치고는 파란 많은 인생을 살아왔다. 金양이 부모에게 끼친 심려의 횟수만해도 첫 번째가 65년 5월 시내 P여고를 3학년에서 퇴학당했을 때였다. 두 번째가 아직 법률상의 남편이 되어있고 한 때는 함께 살림을 한 김태문(金泰文·23)씨 와의 결혼식(67년 10월 31일)때. 이 때도 金양의 가정에서는 모두가 결혼에 반대했다. 그것을 무릅쓰고 김태문(金泰文)씨와 결혼했다. 세 번째가 반년도 못가서 결혼에 실패하고 친정으로 돌아 왔을 때. 이번에는 결혼에 반대하던 부모와 오빠들이 이혼에 반대했다. 일단 시집간 여자는 그 남편과 함께 지내야 한다는 완고한 가풍으로. 이 때도 金양의 모친은 집안체면이 망했다고 앓아 누웠다. 그리고 네 번째가 「미스·코리어」실격사건. 그때의 「쇼크」는 새삼 말할 것도 없겠다. 게다가 본인의 완강한 부인에도 불구하고 고급요정에서 인기를 독점하는 일류 「호스테스」가 되어 있다는 입방아는 여전 가시지 않고 있다. 『저는 저대로 이번 출연을 앞두고 여러 가지 생각을 많이 했읍니다. 이번에는 꼭 성공해서 부모님들을 안심시켜 드리고 싶습니다. 세상에 말하고 싶은 것은 저에게 꼭 한번의 기회를 달라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미스·코리어」로 뽑힌 미녀 중 김미정(金美貞),손미희자( 孫美喜子), 서양희(徐良姬) 의 3명이 영화계에 요란스럽게 「데뷔」했지만 3명이 모두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고독하게 사라져 갔다. 심지어 이중 한명은 현재 비밀 고급요정의 「호스테스」로 나가고 있다고 한다. 金양이 이러한 선배들의 선례를 깨뜨리고 우리나라 영화계의 빛나는 성좌의 일각을 차지할 것인지 두고 볼 일이다. [선데이서울 69년 7/6 제2권 27호 통권 제41호]
  • [송두율 칼럼] 하이네를 생각하며

    [송두율 칼럼] 하이네를 생각하며

    독일은 올해 열리는 월드컵 경기로 떠들썩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큼직한 문화행사로 연초부터 바쁘다. 고전음악의 정점이던 모차르트의 탄생 250주년이기에 많은 연주회의 프로그램도 그의 음악으로 꽉 차있다. 또 2월17일은 시인 하인리히 하이네의 서거 150주년이 되는 날이기 때문에 이를 기념하는 크고 작은 행사도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 우리는 대개 “옛날부터 전해오는 쓸쓸한 이 말이 가슴 속에 그립게도 끝없이 떠오른다.”는 소절로 시작하는 독일노래 ‘로렐라이’를 음악시간에 배웠다. 하이네의 시에 질허(Silcher)가 곡을 부친 이 서정적인 노래는 라인강을 따라 오르내리는 유람선이 로렐라이 암벽 밑을 지날 때면 으레 선내의 확성기를 통해 흘러나온다. 한국이나 일본에서 온 관광객들에게는 아주 친숙한 곡이기도 하지만 이 노래를 통해서 그들은 또 독일정신사에서 큰 줄기의 하나인 낭만주의가 전하는 분위기까지 쉽게 접할 수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독일사람들도 어느정도 이 노래에 관해 알고 있지만 곡과 가사를 모두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나치 때 이 노래 자체는 금지되지 않았지만 ‘작사자 미상’으로 되어 있었다. 개신교로 개종했지만 하이네는 원래 유대인이었다. 게다가 그는 프러시아제국의 배타적 민족주의와 권위주의를 신랄하게 조롱하고 비판했기 때문에 그의 저작은 기존질서와 관습을 파괴했다는 이유로 금서목록에 올랐다. 나치 패망후에도 서독에서는 하이네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었는데 그가 태어난 도시인 뒤셀도르프의 대학을 그의 이름을 따서 ‘하인리히 하이네 대학교’로 명명하는 문제도 근 20년을 끌다가 1989년에야 겨우 해결되었다. 비록 그에게 많은 고통을 준 독일이었지만 하이네는 “밤에 독일을 생각하면 잠을 이룰 수 없네/ 눈 부칠 수도 없이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리네.”라고 조국을 향한 심정을 노래하였다. 하이네는 두번에 걸친 짧은 조국방문을 빼놓고는 공화주의 혁명의 본거지였던 파리에서 오랜 망명생활 끝에 59세를 일기로 사망, 몽마르트 묘지에 묻혔다. 묘비에는 그의 시 ‘어디에’가 새겨져 있다. “방랑에 지친 나그네의 마지막 안식처는 어디에/남쪽의 야자수 아래에 있을지/라인강가의 보리수 그늘 아래에 있을지/어떤 사막에서 모르는 사람들에 의해서 매장될는지/어떤 해변의 모래 속에서 안식처를 찾을지/그 곳이든 이 곳이든 어디에 있든지 하늘에 둘러싸여 있겠지/별들은 나의 무덤을 비추는 등불이 되겠지.” 파란만장한 하이네의 삶의 뿌리에는 여러 경계선이 서로 엉켜 있다. 유대교와 기독교, 프랑스와 독일, 독일과 유럽, 혁명과 반동, 계몽과 반계몽, 민주주의와 권위주의를 가르는 경계선은 물론, 낭만주의와 사실주의, 시와 산문의 경계선까지도 자리잡고 있었다. 이렇게 많은 경계선이 부딪치는 긴장을 항상 예리하게 느끼면서도 그는 얽매이지 않는 자유스러운 정신과 착취 없는 평등한 사회를 갈구하고 투쟁했으며 그 깊은 고뇌의 흔적들을 주옥같은 작품으로 남겼다. 살아 있을 때는 말할 것도 없이 죽은 후에도 그를 박해한 프러시아제국과 나치독일의 수도 베를린은 동·서독 통일후 ‘인간성의 해방을 위한 전쟁의 용감한 전사’이자 탁월한 ‘혁명시인’인 하이네를 위해 기념조형물을 복원해서 그가 한때 공부한 훔볼트 대학교의 근처에 다시 세웠다. 여기에는 “우리가 이념을 거머쥔 것이 아니네. 오히려 이념이 우리를 거머쥐고 있네, 이념을 위해서 싸우도록 강요된 검사(劍士)로 우리들을 단련시켜 투기장 안으로 밀어넣은 것이야.”라는 그의 시적인 경구(警句)도 새겨져 있다. 이념은 인간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 거꾸로 인간이 이념을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는 하이네의 이 경고는, 민족분단의 골과 사회적 갈등을 여전히 확대 재생산하는 과잉된 이념의 시대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우리들에게도 깊은 뜻을 담은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 변관식 화백 30주기 회고전

    ‘금강산 작가’에서 ‘한국적 이상향을 향한 꿈을 완성한 작가’로.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정(小亭) 변관식(1899∼1976) 화백의 작고 30주년을 맞아 회고전을 마련하면서 강조하는 기획의도다.국립현대미술관이 17일 덕수궁미술관에서 개막한 ‘소정, 길에서 무릉도원을 만나다’전시에서는 금강산 그림에만 애착을 보인 것으로 알려진 소정을 농촌 풍경이나 근대도시풍경, 도화경(桃花景)을 그린 작가로 재평가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된다. 미공개작 15점을 포함해 소정의 작품 80여점이 소개된다. 특히 소정이 해방 후 30대 이후를 방랑생활로 보내고 결혼 뒤 정착하면서 그린 근대적 도시 풍경 작품들은 서양화식 풍경화 방식을 취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채롭다.1948년 소정이 종이에 수묵담채로 그린 작품 ‘영도교’는 부산 근대화의 상징인 영도교를 소재로 소정이 한국적 회화를 정립하기 위해 방황하던 시절의 산물로 이번에 처음 공개된다. 소정은 1925년 이당 김은호와 일본 유학을 함께 떠나 일본의 신남화적 경향을 배운 후 귀국해 방랑과 유람으로 30대를 보냈다. 해방과 더불어 국전 심사위원을 지내는 등 중견작가로서의 입지를 굳히다 1950년대 중반 국전의 비리를 지적하고 다시 야인으로 돌아가 우리 산야의 아름다움을 특유의 기법으로 그렸다. 소정의 산수화는 청전 이상범과 더불어 근대 한국화의 양대 산맥으로 평가됐다. 5월7일까지. 관람료 일반 3000원, 중·고생 2000원, 초등생·유치원생 1000원.(02)2022-0617.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문학영재교육원 초·중생 23명 ‘희망 쓰기’

    문학영재교육원 초·중생 23명 ‘희망 쓰기’

    ‘흐름 위에/보금자리 친/나의 혼…바다를 그려보다/가만히 앉아서 때를 잃고’지난 4일 북한산 기슭 빨래골 초입에 자리한 공초(空超) 오상순(1894∼1963) 시인의 묘소. 입춘을 시샘한 칼바람이 한낮에도 잦아들 줄 모르지만 시비에 적힌 공초의 대표작 ‘방랑의 마음(1923)’을 낭송하는 학생들의 표정은 더없이 진지하다. 학생들은 생전에 선생이 즐겨 썼다는 “고맙고 기쁘고 반갑습니다.”라는 말로 100년을 먼저 산 대선배와 첫 대면을 했다. 묘를 찾아 벌초하고 참배한 23명은 시인·소설가의 꿈을 키우고 있는 문학영재교육원 초·중학생들. 매월 2차례씩 토요일마다 현역 소설가와 시인으로부터 직접 창작지도를 받고 있다. 문학영재교육원의 탄생에는 수유중 오대석(56) 교장의 힘이 컸다. 소설가인 오 교장은 2003년 문래중 교장 시절 몇몇 학생들을 모아 직접 소설 창작을 가르쳤다. 얼마 후 자기가 가르친 제자 4명이 저명한 대산청소년문학상에서 상을 받자 문학영재 교육의 효과를 체감했다. 지난해 9월 수유중으로 온 직후 글짓기대회·백일장 수상자 등 일대의 문학영재들을 두루 수소문했다. 그 결과 초등학교 4곳, 중학교 3곳에서 23명이 모였고,11월 시·소설 창작반이 출범했다. 관할 성북교육청은 오 교장의 노력을 높이 사 강사료·운영비 등으로 올해 2300만원을 문학영재교육원에 지원하기로 했다. 영어·수학 등의 영재교육은 많지만 문학영재를 가르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김재천(56) 시인은 “아이들의 실력이 대학교 국문과 2학년생 수준은 된다. 초등학생이 러시아 형식주의의 ‘낯설게 말하기’ 기법까지도 제대로 소화해내고 있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수업 때마다 시를 써와 친구들 앞에서 낭독하며 함께 느낌을 이야기하고 생각을 교환한다. 어색하거나 어법에 안 맞는 표현이라고 해서 강사가 작품에 손을 대는 일은 없다. 오로지 아이들이 자유로운 발상을 통해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도록 접근방법이나 형식만을 도울 뿐이다. 소설반을 가르치는 김기순(42) 소설가는 “한 학생이 밥도 안 먹고 끙끙대며 40대 주부를 소재로 원고지 60장짜리 소설을 써왔다. 지금 당장 문단에 출품해도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고 극찬했다. 우이초등학교 6학년 유정애(12)양은 “시를 쓸 때 어렵다는 생각은 안 해봤다. 내 생각과 느낌을 표현할 수 있는 이 시간이 좋기만 하다.”고 말했다. 하계중학교 권혁우(15)군도 “머릿속에서 상상의 나래를 펴 소설을 쓰는 게 즐겁다.”면서 “같은 주제로 각기 다른 소설을 써오고 그걸 함께 읽고 비교하면서 많은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문학은 모든 예술의 밑그림입니다. 영어나 과학처럼 문학도 조기교육이 필요하지요. 이 아이들을 주목해 주십시오.10년쯤 뒤에는 등단해서 이름을 날리고 있을지도 모르니까요.”오 교장의 말이다.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 [책꽂이]

    ●한·미합동 첩보비화 6006부대(윤일균 지음, 한국학술정보 펴냄) 6006부대는 한국전쟁 때 적의 후방 곳곳에서 활약했덤 한미합동 특수첩보부대. 일명 ‘네코’부대로도 불린다. 공군준장 출신인 저자(이북5도 행정자문위원)는 이 책에서 한국전쟁의 참상과 당시 첩보부대의 활약상을 사실적으로 들려준다.8000원.●가부키(가와타케 도시오 지음, 최경국 옮김, 창해 펴냄) 가부키는 이즈모의 오쿠니가 ‘가부키 춤’을 창시한 1603년 이래 4세기에 걸쳐 서민의 전통예능으로 자리잡아 왔다.“서양에 셰익스피어극이 있다면 동양엔 가부키가 있다.”고 할 만큼 당당한 극예술로 평가받는다. 유네스코가 정한 세계무형문화유산 가부키는 노, 분라쿠와 함께 일본 3대 전통연극에 속한다. 발생 기원부터 화려한 색상의 구마도리 화장, 남성의 몸으로 여성을 연기하는 온나가타 등 가부키가 어떤 형태로 발전돼 왔는가를 다룬다.1만 8000원. ●68·세계를 바꾼 문화혁명(오제명 등 지음, 길 펴냄) 1968년 5월 프랑스의 학생시위로 촉발된 68운동. 그것은 정치적으론 비록 실패했지만 20세기 인류문화의 근본을 바꾼 의식혁명이자 문화혁명, 생활혁명이었다.68운동은 20세기 사상사를 규정한 비판이론과 해체론적 사유의 근원이 됐다. 또 예술쪽에도 변화의 바람을 몰고 왔다. 관객참여적인 놀이미술과 거리미술의 활성화, 새로운 연극운동으로서의 집단창작운동, 저항적 록음악과 저항가요의 등장 등이 그것이다.2만원.●교양으로 읽는 세계의 종교(아르눌프 지텔만 지음, 전영태 지음, 생각의나무 펴냄) 이스라엘과 함께 하는 야훼의 역사는 아브라함이라고 하는 최초의 방랑자로부터 시작한다. 야훼는 끊임없이 이스라엘을 단죄했지만, 한번도 그들과의 연대를 끊지 않았다. 요컨대 유대민족은 선택된 민족으로 남은 것이다.‘성스러운 무신론자’를 자처하는 저자가 들려주는 세계종교와의 대화.1만 3800원.●애완동물 공동묘지(스티븐 킹 지음, 황유선 옮김, 황금가지 펴냄) 스티븐 킹은 ‘호러 킹’이란 별칭이 말해주듯 공포소설의 대가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는 찰스 브록든 브라운과 에드거 앨런 포로부터 시작되는 미국 고딕소설의 전통 위에 서 있는 대중작가이자 본격작가다. 대중문학과 순문학의 경계를 허문 저자의 이 공포소설은 죽은 생명체를 묻으면 다시 살아난다는 인디언 공동묘지를 배경으로 한 좀비 호러다. 전2권 각권 9000원. ●조선시대의 음식문화(김상보 지음, 가람기획 펴냄) 음식문화와 조선 민중의 삶이 어떤 연관이 있는지 사례를 들어 설명. 임진왜란 이후 발달한 동족부락과 여기에 딸린 솔거노비·외거노비들의 문제, 연행사와 조선통신사에 의한 식품의 수출과 수입,1800년대 이후 대두된 청나라와의 인삼무역에서 생겨난 거부상인과 부의 문제, 양반의 몰락과 양반계층의 증가등을 음식문화와 관련해 다뤘다.1만 5000원.
  • 가출청소년 ‘방랑벽’ 살려 철도기관사과에 합격

    친구들의 집단 따돌림으로 가출을 일삼던 대안학교 학생이 ‘방랑벽’을 직업으로 승화시켜 대학 철도기관사과에 합격했다. 서울산업정보학교 부설 꿈타래 대안학교 3학년 임영식(18)군은 지난해 수시전형으로 안동 가톨릭 상지대학 철도기관사과에 진학, 문제아라는 오명(汚名)을 떨쳐냈다. 내성적이던 임군은 중학생때부터 아무런 이유없이 친구들의 욕설과 사소한 폭력에 시달렸다. 임군은 “지나친 친구들의 괴롭힘으로 학교에 다니기가 싫어졌고 급기야 상습적으로 가출하기 시작했다.”고 털어놨다. 학업 성적은 바닥으로 떨어졌다. 임군이 방랑벽으로 자주 이용하던 기차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3월 고교 담임 선생님의 제안으로 대안학교로 옮기면서부터. 대안학교에서 운영하는 ‘진로 프로젝트’에 참가, 철도 관련 포트폴리오까지 만들고 직접 기관사를 소개받아 기관사의 꿈을 키웠다. 하지만 임군의 성적으로는 기관사를 양성하는 철도전문대에 입학할 수 없었다. 그를 지도했던 하태민 교사는 “당시에는 진로와 진학을 연결시켜주지 못했던 진로 프로젝트에 한계를 느꼈다.”고 말했다. 그러나 꿈은 이뤄질 수밖에 없었던 것일까? 철도법 개정으로 철도기관사가 면허제로 바뀌면서 임군에게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철도기관사과를 신설하는 대학에서 임군의 포트폴리오를 본 뒤 합격은 물론 일본 연수 장학금까지 준 것. 임군은 “해외 연수를 다녀 온 뒤,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게 기차를 움직이는 기관사가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유종기자 bell@seoul.co.kr
  • 겨울방학 교육방송 100% 활용하라

    겨울방학 교육방송 100% 활용하라

    ‘교육방송에서 겨울방학을 즐겨볼까.’ 자녀들이 겨울방학에 들어갔지만 학부모들의 걱정은 여전하다. 방학을 알차게 보내도록 해야 한다는 것은 잘 알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해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평소 하지 못했던 여행이나 체험활동, 뒤처진 공부 등 시키고 싶은 일이 한둘이 아니다. 이번 방학에는 교육방송을 100% 활용해보자. 예상 외로 다채롭고 유익한 프로그램들이 많다. 겨울방학 동안 집에서 활용할 수 있는 교육방송 프로그램을 소개한다. ●유아·초등학생 교육방송(www.ebs.co.kr)에서 만 3세부터 취학 전 아동들을 대상으로 교육방송 TV를 통해 과거 방송됐던 프로그램들을 다시 볼 수 있다.‘방귀대장 뿡뿡이’,‘모여라 딩동댕’,‘고고 기글스’,‘뽀롱뽀롱 뽀로로’ 등 과거 인기 프로그램을 다시 볼 수 있다. 매주 월∼금요일 오전 8시30분부터 10분 동안 방송되는 ‘만들어 볼까요’는 방학을 맞은 유치원생 자녀와 함께 놀 거리를 찾지 못해 고민하는 부모들이 이용할 만하다. 초등학생들을 위한 프로그램으로는 ‘초등 방학생활’을 꼽을 수 있다. 내년 2월 19일까지 매주 월∼목요일 오후 1시 30분부터 45분 동안 교육방송TV에서 볼 수 있다. 재미있는 퀴즈 등으로 진행되는 ‘생방송 톡!톡! 보니하니’도 방학 중에 계속 시청할 수 있다. 영어 관련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다.‘엄마와 함께 하는 영어동화와 초등영어’,‘Billy the Bat’ 등이 대표적이다. 다양한 오프라인 이벤트도 있다. 곤충을 만지면서 체험할 수 있는 ‘세계곤충 대륙별 학습체험전’이 내년 2월 17일까지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다. 희귀종인 헤라클레스 장수풍뎅이를 비롯해 아프리카와 아마존, 동남아시아의 살아있는 곤충을 직접 볼 수 있다.‘뽀로로의 얼음나라 환상체험 학습전’은 EBS의 인기캐릭터인 뽀로로와 함께 동화 속 환상의 세계로 꾸며놓은 체험관에서 놀면서 배우는 가족 체험전이다. 내년 2월26일까지 서울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열린다. 이밖에 ‘몽양당 청학동 예절학교’를 비롯해 ‘2006 학교종이 땡땡땡’(2월4일까지 서울 코엑스 대서양홀),‘2006 성교육 대탐험전’(2월5일까지 일산 킨텍스),‘독일수학박물관 마테마티쿰 수학놀이 체험전’(3월1일까지 어린이회관) 등 다양한 체험 이벤트도 마련돼 있다. ●중·고등학생 중학생은 교육방송 본 사이트에서 학년별로 국·영·수, 사회, 과학, 기술·가정을 주문형 비디오(VOD)로 볼 수 있다. 영상학습자료와 영어듣기, 논리가 보인다, 사고력 훈련수업 등도 활용할 수 있다. EBSi(www.ebsi.co.kr)에서는 예비 고1·2·3학년들이 활용할 만한 학습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수능의 각 영역별로 교육방송 대표 강사들이 총출동하는 ‘6주 완성 특강’은 위성방송인 EBS 플러스1과 인터넷으로 64개 강좌가 진행된다. 예비 고1을 위한 내신대비 강좌는 국·영·수, 과목별로 고등학교 기초 과정의 중요한 부분을 다룬다. 예비 고2·3을 위한 수능 대비 강좌는 언어, 외국어, 수리, 사탐, 과탐 영역에 걸쳐 수능 기초부터 2006학년도 수능 유형분석, 교과서와의 관계 분석까지 수능 길라잡이가 될 수 있도록 구성했다. 모든 강좌와 관련한 궁금증은 상담교사단의 실시간 상담학습 Q&A 게시판에서 해결할 수 있다. 강좌를 선택하기 전에 자신의 실력을 확인할 수 있는 온라인 모의고사도 실시한다. 고등학생들을 위한 다양한 맞춤형 부가 콘텐츠도 있다. 겨울방학 학습계획을 세우는데 도움을 주는 ‘과목별 학습가이드’는 영역별 대표강사가 직접 설명해주는 동영상 형식으로 제공된다.‘오답노트 작성법’은 출연강사와 선배가 효과적인 오답 노트를 만드는 요령 등을 직접 설명해준다. 다채로운 어학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교육방송 본 사이트의 외국어센터는 토익과 토플, 영어회화, 비즈니스 영어, 주니어 영어, 청취·영작·문법·어휘, 제2외국어 등으로 구분된다. 토익은 ‘라디오 토익’,‘이지 토익’,‘김대균의 퍼펙트 토익’,‘윤성환의 토익 스타트’,‘주니어 토익’ 등 수준과 취향에 따라 골라 볼 수 있다. 토플은 ‘CBT토플 기초’,‘토플213’,‘CBT@TOEFL’ 등이 있다. 영어회화는 ‘서바이벌 잉글리시’,‘TV영어회화’,‘이지 잉글리시’,‘파워 잉글리시’,‘모닝스페셜’,‘왕초보 영어’,‘김삿갓 영어방랑기’,‘비즈니스 영어’,‘잉글리시 카페’,‘초보탈출’,‘잉글리시 고고’ 등 그동안 인기를 모았던 프로그램들이 총망라됐다. EBS-FM(수도권 104.5㎒)에서 방송되는 ‘귀가 트이는 영어’,‘중학영어듣기’,‘고교영어듣기’ 등도 매일 규칙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다. 김재천기자 patrick@seoul.co.kr
  • 이번엔 계약남매의 사랑?

    이번엔 계약남매의 사랑?

    SBS가 14일부터 수·목 미니시리즈 ‘사랑은 기적이 필요해’의 후속으로 로맨틱코미디 ‘마이걸’(연출 전기상, 극본 홍정은·홍미란)을 시작한다.일단 주연을 맡은 연기자들보다는 연출가와 작가에 눈길이 간다. 올초 고전 ‘춘향전’을 새롭게 해석한 ‘쾌걸 춘향’을 성공적으로 합작했던 전기상 프로듀서(PD)와 홍미란·홍정은 작가의 두 번째 합작품이기 때문. 전 PD는 “20∼30대가 아니라 10∼20대의 젊은층을 타깃으로 했다.”면서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팝콘 같은 드라마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계약 결혼, 계약 연애를 뛰어넘어 계약 남매라는 독특한 컨셉트를 가지고 나온 것도 젊은층을 포섭하기 위한 장치로 해석된다. 화려함을 위해 재벌이 등장하고, 가슴 떨리는 우연에다가 신데렐라 코드까지 기존 드라마 흥행 코드가 총동원된다. 사뭇 우려되는 측면도 있지만,‘춘향전’이라는 이미 알려진 이야기를 비틀어 군더더기 없는 간결한 연출과, 담백한 스토리로 흥행몰이를 했던 전 PD와 홍미란, 홍정은 작가를 한번 믿어봄직하다. 이들의 손길에서 진부한 요소들이 얼마만큼 하모니를 이루며 새롭게 빚어질지가 성공의 관건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신세대를 공략하기 위해 신세대 연기자들을 전면에 배치했다. 특히 이다해의 연기 변신이 기대된다.‘그린로즈’에서 재벌가 딸을 연기했던 이다해가 ‘청순가련’을 털고 대폭 신분을 낮춰 코믹 발랄 ‘귀여운 거짓말쟁이’로 돌아왔다. 사기꾼인 아버지를 따라 아시아를 유랑하며 임기응변을 체질화시킨 관광가이드 ‘주유린’ 역이다. 뛰어난 친화력과 화려한 ‘말빨’에다가 외국어는 방랑 생활의 덤. 오래 전 잃어버린 손녀를 그리워하는 할아버지를 위해 우연하게 교통사고로 인연이 닿은 유린에게 ‘계약남매’를 제안하는 재벌 호텔리어 ‘설공찬’은 ‘부모님전상서’에 나왔던 이동욱이 연기한다. 또 영화 ‘왕의 남자’에서 여장 남자로 나와 화제를 모으고 있는 이준기가 터프가이 바람둥이 ‘서정우’로, 에릭의 여자 친구라는 뭇시선을 뛰어넘고자 하는 박시연이 스포츠 스타 ‘김세현’으로 드라마 사랑 전선에 뛰어든다. 이다해는 “그동안 정적인 이미지에 치우쳐 있어 색다른 모습을 시청자들에게 보여주고 싶던 차에 캐스팅 제의가 들어와 흔쾌히 받아들였다.”면서 “엽기적인 모습도 연기해야 해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차츰 익숙해지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儒林(492)-제5부 格物致知 제1장 疾風怒濤(14)

    儒林(492)-제5부 格物致知 제1장 疾風怒濤(14)

    제5부 格物致知 제1장 疾風怒濤(14) 명조실록에 기록된 내용처럼 율곡이 자신의 전생을 김시습으로 보고 이 세상을 가낭선(賈浪仙)으로 보았다는 것은 이 무렵 율곡의 마음 속에 미친 바람과 성난 파도와 같은 인생의 질곡(桎梏)이 얼마나 그를 구속하고 있었던가를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김시습(金時習). 생육신의 한 사람으로 수양대군이 단종을 몰아내고 왕위에 올랐다는 사실을 듣자 그 길로 삭발을 하고 방랑의 길을 떠났던 음유시인. 율곡은 자신의 전생을 김시습이라고 노래하면서 현실과 이상에서 방황하고 있는 자신의 심정을 드러내고 있으며, 또한 한때는 중이 되어 무본(無本)으로 불리었다가 환속하여 시인이 되었던 당나라의 시인 가도(賈島)를 견줌으로써 자신의 비참한 처지를 은유하고 있음인 것이다. 어느 날 시인 가낭선은 늙은 말을 타고 천천히 장안의 거리를 지나면서 시 짓기에 열중하고 있었다. 그는 방금 절친한 친구였던 이응(李凝)의 집을 방문하고 돌아오던 길이었다. 가낭선은 ‘이응의 그윽한 거처에 붙여(題李凝幽居)’라는 시제를 정해 놓고 다음과 같은 오언율시를 짓기 시작한다. “한가로이 거처하니 이웃도 드물고 풀숲 오솔길은 거친 정원으로 통한다. 새는 연못가에 나무 위에서 잠들고 중은 달 아래 문을 두드린다.(閑居隣竝少 草徑入荒園 鳥宿池邊樹 僧敲月下門)” 그런데 시인 가낭선은 이 시의 마지막 구절에서 고민에 빠지기 시작하였다. 처음에 가낭선은 ‘중은 달 아래 문을 민다(僧推月下門)’라고 문장을 썼으나 갑자기 ‘중은 달 아래 문을 두드린다(僧敲月下門)’로 고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문을 민다(推)’로 하는 것이 좋을지 아니면 ‘문을 두드린다(敲)’로 하는 것이 좋은지 판단이 서지 않았던 가낭선은 늙은 말을 타고 고개를 숙이며 다음과 같이 중얼거리기 시작하였다. “민다로 하는 것이 나은가, 두드린다로 하는 것이 나은가, 그것 참 어려운 일이도다.” 그때였다. 갑자기 길거리에서 벽제소리가 들려 왔다. “비켰거라, 어느 안전이라고 무례하게 길을 막느냐. 네 이놈, 물렀거라.” 문득 고개를 들어보니 고관의 행차 앞을 자신이 타고 있던 말이 길을 막고 있는 것이었다. 그 당시 고관대작이 타고 가던 행차를 마주하면 즉시 길을 비키고 타고 있던 말이나 수레에서 내려 땅에 엎드려 부복하는 것이 법도였으므로 가낭선은 불경죄를 저지른 것이었다. 더욱이 길을 가던 사람은 당송팔대가의 한사람이었던 한유(韓愈). 그는 뛰어난 유학자였을 뿐 아니라 당의 도읍 장안의 경조윤(京兆尹) 벼슬에 올라 있던 최고의 권신이었던 것이다. 당황한 가낭선이 말에서 내리자 한유는 자신을 막은 사람이 다름 아닌 시인 가도임을 전해 듣고 그를 불러 자신의 곁에 오도록 한 후 그 연유를 물었다. 그러자 가도는 시를 짓는 도중 한 문장에서 가로막혀 그것에 신경 쓰고 몰두하느라 벽제소리를 듣지 못하였다고 변명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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