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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푸른숲, 五感을 깨우다] (4) 진화하는 한국의 ‘산림 치유’

    [푸른숲, 五感을 깨우다] (4) 진화하는 한국의 ‘산림 치유’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지난 2일 오전 국립산음자연휴양림에 조성된 치유의 숲에는 웃음소리가 가득했다. 맨발에, 하얀 비옷을 입은 40~60대 남녀가 산림치유 운영요원의 설명에 맞춰 다양한 치유 프로그램을 따라했다. 궂은 날씨에 여러 가지 불편함이 있었지만 참가자들의 얼굴은 어린 아이들처럼 밝고 활기가 넘쳤다. 이날 산음휴양림의 숲 치유에는 양평의 교회에서 신도 12명이 참가했다. 건강증진센터에서 신체 상태를 점검한 참가자들이 숲에 들어가려면 무조건 신발을 벗어야 한다. 발바닥으로 오감을 깨우기 위한 필수조건이다. 산길을 오르자마자 운영요원의 무시무시한(?) 소리가 날아든다. “맨발로 걷는데 아프거나 몸이 흔들리는 것은 건강이 흔들린다는 징조입니다.” 순간 울퉁불퉁한 숲길을 힘겹게 오르며 고통스러워하던 참가자들이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숲 스트레칭에서도 동작마다 경고가 끊이질 않았다. 양손을 교차해 안으로 돌리는 동작이 안 되는 참가자에게 ‘오십견 주의보’가 내려졌다. 갑상선을 예방할 수 있다는 설명에 손바닥을 비빈 후 턱에 손을 대는 동작을 열심히 따라 한다. 김선묵 치유요원이 참가자들을 낙엽송 앞에 세우더니 체질이 ‘소음인’인 사람을 찾았다. 중국에서 중의학을 공부한 김 치유요원이 사상체질과 숲 치유를 접목한, 산음휴양림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기체조 프로그램이다. 소음인이라는 50대 여성은 설명에 맞춰 비옷을 입은 채 낙엽송에 다리를 올리고 엉덩이를 드는 체질별 나무군락 치유활동을 체험했다. 위와 장 계통이 안 좋은 소음인에게 기운이 단단한 낙엽송은 궁합이 좋다. 기관지와 폐 계통이 약해 호흡기 질환을 앓는 태음인에게는 함박꽃나무의 향기를 맡는 아로마테라피를 권했다. 함박꽃나무는 신이화(辛夷花)로 불리는데 예부터 코질환에 대표적인 한방약제로 사용됐다. 산음에서는 치유요원 5명이 배치돼 있는데 명상과 소리·놀이·자연공예 등 전공이 다르다. 숲길걷기 등 공통 프로그램을 제외하고 전체 프로그램을 경험하려면 최소 다섯 번은 찾아야 한다. 치유요원들은 “귀찮고 불편하지만 비 오는 날 숲 치유 효과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다”고 귀띔했다. 이날 숲 치유 프로그램을 처음 경험했다는 장미경(60·여·경기 양평군 단월면)씨는 “머리에서 발끝까지 개운해지는 느낌”이라며 “숲을 걷는 것이 막연히 좋다고 생각했는데 효과를 알고 걸으니 유용한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에서 생활하고 있는 자녀 등을 불러 가족이 함께 오고 싶다는 말을 덧붙였다. ‘치유의 숲’은 인체의 면역력을 높이고 건강을 증진시키기 위해서 향기, 경관 등 산림에 다양한 요소를 활용할 수 있도록 조성한 숲이다. 국내 치유의 숲은 산음을 비롯해 강원 횡성의 숲체원, 전남 장성의 편백숲 등 국유림 3곳과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장흥 편백숲 우드랜드’ 등 4곳이다. 치유의 숲에는 산림치유사가 반드시 배치돼야 하는데 오는 8월 첫 자격시험을 앞두고 있다. 산음휴양림은 국내 산림치유의 ‘발상지’와 같은 곳이다. 2009년 치유 프로그램을 시작한 첫해 1067명이 찾았다. 그 후 매년 증가해 지난해는 2만 247명, 올해 6월 현재 1만 1129명이 방문했다. 휴양림은 매주 화요일에 휴장하지만 숲 치유 프로그램은 연중무휴로 진행된다. 치유숲길 5개 구간이 조성됐고 노약자와 휠체어 사용자가 숲을 둘러볼 수 있도록 경사도를 낮춘 목재데크도 설치했다. 산음에서는 최근 공동협력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있다. 경기도 소방공무원과 사회복지공무원을 대상으로 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소방공무원은 우울증과 스트레스 장애가 심한 직원들을 우선해 1회 60명씩, 1년에 6회(2박 3일 코스)를 진행한다. 사회복지사는 1회 60명씩, 1년에 5회(1박 2일) 실시할 계획이다. 김명혜 산음휴양림 치유요원은 “숲길을 걷는 것도 좋지만 치유요원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참가했을 때 효과가 높다”고 설명했다. 강원도 횡성의 숲체원 내에는 북부지방산림청이 운영하는 ‘포레스트 힐링센터’가 2011년 8월 문을 열었다. 힐링센터는 최첨단 시설을 갖추고 있다. 지난해부터 연중무휴로 운영하는데 입소문이 퍼지면서 올해 참가자가 2500명에 달한다. 건강측정으로 시작하는 프로그램은 다른 치유의 숲과 비슷하다. 기본 3시간 중 2시간은 숲에서 몸 살리는 체조와 명상, 숲길 걷기 등으로 구성했다. 고교 생물교사로 퇴직한 이상수(62) 치유요원은 마사이 워킹과 웃음, 복식호흡 등을 통한 스트레스 해소와 맨발로 걷는 오감 체험을 안내한다. 이씨는 “숲 치유 프로그램은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게 진행해야 한다”면서 “일률적인 매뉴얼을 적용하기보다는 각 지역의 환경적 특성을 반영한 자체 프로그램 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숲길 체험 후에는 센터로 옮겨 수 치유와 열 치유를 체험한다. 수 치유는 계곡물에 발을 담그는 효과를 고려한 것으로 무릎 높이로 채운 물속에 다리를 담그고 휴식을 취한다. 수 치유를 통해 심신이 안정되면 열 치유실로 옮겨 편백나무 목침을 베고 15분간 누워 온몸에 편안함을 불어넣는다. 이후 2~3분간 수 치유를 받는 것으로 프로그램은 마무리된다. 힐링 프로그램은 무료로 이용할 수 있지만 치유 전문 시설로 계획돼 일부 제한이 뒤따른다. 체험 확산을 위해 한 사람이 지속적으로 이용하는 것을 제한하고 있다. 치료 목적이 아닌 건강한 사람의 건강 증진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는 점에서 홀로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은 참여할 수 없다. 프로그램 유료화의 필요성도 대두됐다. 무료로 운영되면서 예약 및 취소가 무분별하게 이뤄지고, 예약 후 불참하는가 하면 집중도가 떨어지는 문제점이 드러났다. 북부지방청 관계자는 “힐링센터 활용 및 치유 효과 확산을 위해 산림교육을 진행하는 숲체원에 운영을 위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 사진 대전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기초단체 부단체장 직급 상향 검토

    부이사관(3급)이나 서기관(4급)인 지방자치단체 부단체장의 직급 상향 문제가 본격적으로 검토된다. 지자체의 숙원 사안으로 실제 추진될지에 관심이 쏠린다. 22일 서울신문 취재 결과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은 지난 18일 지방공무원들과 함께한 자리에서 부단체장의 직급 상향 추진 의사를 밝혔다. 유 장관은 이 자리에서 “인구가 15만명인 시의 부시장이 서기관인 경우가 있는데 이는 맞지 않는다”면서 부단체장의 직급체계가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불가피성이 있었겠지만 지금도 부단체장과 국장이 동일 직급인 지자체가 있다”면서 “복잡하기는 하지만 모든 문제를 다 쏟아 놓고 해결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사실상 ‘백지상태’에서 직급 조정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의미다. 유 장관은 최근 안행부 실무자들에게 “인구 수에 따른 부단체장 직급 기준은 너무 획일적”이라며 현행 법령에 대한 검토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지자체들은 부단체장의 직급 조정을 수차례 요구했다. 지자체 사무를 총괄하고 직원들을 지휘·감독하는 부단체장은 단체장의 권한까지 대행할 수 있는 자리다. 그러나 일부 지자체의 경우 부단체장의 직급이 실·국장과 같아 지휘권을 보장받기 어렵다는 불만이 컸다. 특히 부단체장이 중앙정부의 과장급인 4급으로 정해진 일부 지자체는 직급이 지나치게 낮다며 부이사관까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이 같은 조정은 전반적인 직급체계 개선 문제와 연계되기 때문에 논의 자체의 파급력이 클 수밖에 없다. 안행부가 그동안 지자체의 요구에 사실상 반대 의사를 밝혔던 것도 이 때문이다. 안행부 관계자는 “불합리한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 검토 단계에 있다”고 말했다. 안석 기자 ccto@seoul.co.kr
  • [경제위기관리체제 본격 가동] 저성장·세수 감소 등 ‘경고등’… 경제민주화보다 경기부양 총력

    [경제위기관리체제 본격 가동] 저성장·세수 감소 등 ‘경고등’… 경제민주화보다 경기부양 총력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끄는 정부 경제팀은 리더십 부재 외에 현 상황에 대한 인식이 안이하다는 비판을 많이 받았다. 성장, 재정, 물가, 부채 등 우리 경제의 각종 위험 요인에 대해 사방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데도 큰 문제는 없다는 식의 입장을 보여 왔다. 과도한 불안심리를 막으려는 것이었지만 시장에서는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보다 정부가 너무 느긋한 자세를 보인다는 평가를 내렸다. 안팎의 박한 평가는 7월 들어 한층 거세졌다. 여당인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까지 나서 “우리 경제팀이 경제 현실을 너무 안이하게 보고 있지 않은가 하는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현 부총리가 부동산 취득세 인하를 둘러싼 정부 부처 간 이견을 조정하지 못한 것을 놓고 박근혜 대통령이 대놓고 질책을 하면서 경제팀에는 위기감이 한껏 고조됐다. 지난 16일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정부 경제팀에 대한 여론의 비판에 대해 세수부족, 지방공약 이행, 경제 상황인식 등에 대해 자기 입장을 밝혔다.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를 위해 러시아로 떠나는 날 오전 현 부총리는 경제 부처 장관들을 만나 취득세율 인하를 관철시켰다. 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돌아온 직후인 지난 21일 제주 신라호텔에서 열린 21세기 제주포럼에 참석해 “기업들이 불확실하게 느끼는 것이 경제민주화와 지하경제 양성화인데 하반기까지 이런 우려가 해소돼 경기회복과 연결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자신에게 쏠린 박한 평가에 대해서는 “비판에 개의치 않고 경기회복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현 경제팀은 민간 기업의 투자로 일자리를 늘리고, 민간 소비를 통해 경기를 부양하는 데 정책의 초점을 모으려고 했다. 여당에서도 화답하고 있다. 대표적 경제민주화 법안인 일감 몰아주기 방지법(공정거래법 개정안), 중소기업 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법률 등을 부작용 없도록 손보겠다는 것이다. 6월 국회에서 무산됐던 대표적 경제살리기 법안인 외국인투자촉진법 개정안, 분양가 상한제 폐지 및 전·월세 상한제 도입 등도 9월 국회에서 다뤄진다. 정부는 향후 의료영리법인 등을 포함한 서비스산업대책, 투자활성화 방안 등을 계속 내놓겠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위기대응의 강도를 높인 현 경제팀이 잃어버린 시장의 신뢰를 되찾아야 한다고 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의 경기전망이나 정책은 예측 가능할 때 효과를 볼 수 있다”면서 “단번에 확실한 효과를 볼 수 있도록 정책의 기간과 폭을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경제민주화 이슈는 수면 아래로 잠복할 가능성이 우려된다. 이에 대해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내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서는 해외 투자가 많은 대기업보다 중견기업들의 역할이 더욱 크기 때문에 공정한 경쟁 체제 구축을 위해 경제민주화는 경기부양과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예산 年3000억 집행하는데 직급 4급 불합리”

    지방자치단체의 부단체장 직급은 지방자치법 시행령 73조에 따라 인구 수를 기준으로 정해진다. 인구 50만명 이상의 시·군과 자치구는 지방 이사관(2급), 인구 50만명 미만 특별시의 자치구와 인구 15만명 이상 50만명 미만의 시·군 및 광역시의 자치구는 그보다 낮은 지방 부이사관(3급)이다. 인구 15만명 미만의 시·군 및 광역시 자치구는 지방 서기관(4급)으로 중앙부처에서는 과장·계장급 수준이다. 지난 해 말 기준 2급 부단체장은 23명, 3급은 87명, 4급은 117명이다.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이 부자치단체장 직급 상향 필요성을 제기한 배경에는 그의 경험이 자리하고 있다. 내무부 관료와 관선·민선 단체장을 두루 거친 그는 역대 장관 가운데서도 지방자치에 대한 이해가 가장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유 장관은 최근 지방공무원과 함께한 자리에서 1995년 인천 서구청장으로 재직했던 당시를 떠올리며 “서기관으로 인천 구청장이 됐는데 부구청장과 국장 3명이 모두 서기관이었다”고 언급했다. 일선 지자체들은 부단체장뿐만 아니라 자치구 기획조정실장이나 감사관 등의 직급 상향을 끊임없이 요구해 왔다. 전남의 한 기초자치단체는 “부단체장이 집행하는 예산이 연간 3000억원을 훌쩍 넘기는데도 예산 집행 권한이 없는 광역시·도의 4급 과장이나 중앙부처 4급 과장·계장들과 직급이 같을 수 없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경북 지역 지자체 관계자도 “상급기관이 직급이 낮은 부단체장보다는 단체장과 업무를 협의하려고 한다”면서 “실무를 총괄하는 부단체장의 역할이 제대로 활용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안행부는 이런 요구에 대해 “조직체계나 기구 설치 요건에 맞지 않는다”며 사실상 불가 방침을 되풀이해 왔다. 지자체의 직급체계는 중앙부처와의 관계, 직위별 업무 난이도 등을 고려한 것으로 어느 한쪽의 의견만을 수용할 수 없다는 답변이었다. 특히 광역시·도의 2급 직위 확대 요구 등 직급 상향에 대한 여러 요구가 있는 상황에서 부단체장의 직급만 높일 수 없다는 현실론도 있다. 또 직급 상향에 따라 급여 등도 추가로 소요될 수밖에 없고, 지자체의 이기주의라는 비판 여론이 제기될 가능성도 크다. 유 장관도 “재정 문제는 극복할 과제”라고 말했다. 하지만 유 장관은 인구 수를 기준으로 직급을 결정하는 현행 제도는 문제가 있다는 인식은 명확하게 갖고 있다. 자치단체 종류나 예산규모 등에 따라 부단체장 직급 기준이 세분화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특히 ‘성숙한 지방자치’를 강조하며 지자체의 자율성과 책임성을 모두 강조해 온 유 장관은 자율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으로 직급 조정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안행부는 이 같은 내용을 검토해 조만간 지방자치 관련 종합계획을 발표할 계획이다. 안석 기자 ccto@seoul.co.kr
  • [사설] 지자체들, 디트로이트市 파산에서 교훈 얻길

    미국 디트로이트를 여행해 본 사람이라면 근년에 그 도시의 을씨년스러운 풍경을 잊지 못할 것이다. 디트로이트가 결국 185억 달러(약 21조원)의 빚을 견디지 못해 엊그제 미시간주 연방법원에 파산보호 신청을 했다고 한다. 미국 자동차산업의 메카였던 디트로이트의 파산은 우리에게도 적지 않은 교훈을 준다. 우선, 방만한 재정의 비참한 말로다. 디트로이트는 인구가 줄어드는데도 모노레일 등 사회간접자본 확충에 돈을 썼다. 돈이 없다 보니 지방채, 중앙정부 보증채 등 빚을 마구 끌어다 썼다. 지난해 우리나라 지자체 채무는 27조 1252억원이다. 5년 전보다 50% 가까이(8조 9000억원) 급증했다. 72조원을 넘어선 지방공기업 부채 등을 합치면 지방채무는 100조원에 육박한다. 인천(35.1%), 대구(32.6%), 부산(30.8%) 등은 예산 대비 채무 비율이 이미 ‘주의’(25%) 단계를 넘어섰다. 디트로이트를 파산으로 몰고 간 직접적 원인은 과다 부채이지만 근본적으로는 미래 청사진의 부재가 자초한 결과다. 한때 200만명이었던 디트로이트 인구는 70만명으로 급감했다. 호황기 때의 고임금과 복지 수준을 견디다 못한 기업들은 떠나갔고, 일본·독일차 등의 부상으로 미국 차산업 자체도 경쟁력을 잃어갔다. 이는 인구 감소와 세수(稅收) 감소 등을 필연적으로 동반할 수밖에 없는데도 디트로이트는 이러한 변화의 흐름을 제대로 읽어내지 못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기업 유치 경쟁력과 재정여건에 기반한 중장기 청사진 없이 당장 눈에 보이는 도로 공사나 주민들에 대한 선심 행정에 매달리고 있는 국내 지방정부들은 디트로이트의 파산 소식에 가슴이 철렁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미국처럼 지방정부가 파산하는 제도는 없다. 하지만 사실상 파산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인천시는 한때 공무원 월급을 주지 못했고, 경기 성남시는 판교신도시 개발사업과 관련해 모라토리엄(채무지불유예)을 선언했다. 디트로이트의 파산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채권자들의 자산이 깎이고 일부 공무원들은 직장을 잃게 될 것이다. 이런 고통을 맛보지 않으려면 지금부터라도 우리 지방정부와 중앙정부 모두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지방재정 정보 공개 확대 및 지방공기업 부채 합산통계 계획 등을 차질 없이 이행해 사전 감시를 강화하고 이상조짐이 엿보이면 즉각 경보 발령과 함께 강제적 자구 노력을 주문해야 한다. 지방공기업 부채 감축도 고삐를 늦춰서는 안 될 것이다.
  • 지방행정연수원 새달 완주서 ‘제2 출발’

    “여러분은 이제 새로운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출발점에 서 있습니다.” 18일 경기 수원 지방행정연수원 본관 앞에 건립된 ‘지방행정연수원 옛터’ 표지석 제막식에 참석한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은 “수원 시대가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완주’ 시대가 시작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7월 말 혁신도시 이전 대상 기관으로, 전북 완주로 이전하는 지방행정연수원은 이날 표지석 제막식과 함께 수원에서의 마지막 교육을 진행했다. 유 장관은 이날 ‘성숙한 자치 구현을 위한 지방공무원의 역할’을 주제로 특강을 하며 “모든 정부 정책이 지방행정으로 귀결된다는 사실을 명심해 달라”고 주문했다. 1978년 서울 도봉구 쌍문동에서 경기 수원으로 이전한 지방행정연수원은 35년 만에 ‘수원 시대’를 마무리하게 됐다. 전북 혁신도시 이전 대상 12개 기관 가운데는 첫 이전이다. 대한지적공사와 농촌진흥청 등은 올해 말부터 이전할 계획이다. 임채호 지방행정연수원장은 “첫 이전 기관이기 때문에 타 기관에서도 관심이 높다”면서 “연수원이 혁신도시 이전의 바로미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반기 교육이 8월 12일 시작되기 때문에 한 달이 안 남은 기간 동안 이전과 신청사 개관 등으로 어느 때보다 분주하다고 연수원 측은 설명했다. 신청사 교통 및 정주여건 조성을 위해 대중교통 노선을 신설하고 출퇴근 시간에 차량을 집중 배차하도록 전북도 등과 협의를 마쳤다. 교육생을 위한 기숙시설도 기존의 150실에서 230실로 확대했다. 특히 연수원은 기관 비전을 ‘개방과 협력으로 신뢰받는 창의적 지방자치 리더 양성’으로 새롭게 바꾸는 등 완주 이전을 새로운 출발로 인식하고 있다. 임 원장은 “동영상과 강의 자료, 강사 현황 등 교육 현황을 모두 외부에 공개하는 등 새로운 기관으로 재탄생하겠다”고 설명했다. 완주에서 근무하는 인원은 안행부 소속 직원으로 100여명이다. 신순녀 연수원 국제교육팀장은 “개도국 등에서 오는 해외 연수생들을 위해 중앙과 지방이 적절히 조화를 이룬 교육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과거보다 더욱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안석 기자 ccto@seoul.co.kr
  • “北선박 무기부품은 SA2 사격통제 레이더”

    “北선박 무기부품은 SA2 사격통제 레이더”

    파나마 정부가 적발한 북한 국적 선박 ‘청천강호’에는 지대공 미사일용 레이더 시스템이 실려 있었다는 분석이 16일(현지시간) 제기됐다. 미국 군사전문지 ‘IHS 제인스 위클리’는 이날 북한 선박에 실려 있던 부품에 ‘RSN75 Fan Song’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는 것으로 미뤄 SA2 계열 지대공 미사일에 이용되는 사격통제 레이더 시스템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 전문지는 “북한의 방공망 증강을 위해 사격통제 레이더 장비가 운반되고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며 “북한의 방공망은 촘촘하지만 노후한 무기, 미사일, 레이더로 이뤄져 있다”고 했다. SA2 미사일은 북한 방공망의 중추로 미국의 핵우산 전력인 B52 전략폭격기 등에 대한 요격용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1958년 개발된 SA2 지대공 미사일을 옛 소련에서 도입해 성능개량 작업을 꾸준히 벌여 왔으며 최근에는 마하2 속력의 SA13 신형 지대공 미사일까지 개발했다. 현재 북한은 SA2 계열의 미사일을 1500발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SA2 계열 미사일은 15킬로톤(㏏)의 핵탄두도 탑재가 가능한 것으로 전해진다. 파나마 정부는 쿠바를 출발해 북한으로 향하던 청천강호의 대북 금수 품목인 탄도미사일 부품 탑재 경위와 목적 등에 대해 이날 유엔에 공식조사를 요청했다. 패트릭 벤트렐 미국 국무부 부대변인은 “미국은 파나마 정부가 북한 국적 선박을 검색한 것을 강력하게 지지한다”면서“조사 결과 무기가 실려 있다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1718호, 1874호, 2094호 위반”이라고 했다. 그러나 쿠바 외교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선박에 실린 무기들은 볼가와 페초라 등 방공 미사일 2기, 미사일 9기의 부품, 미그21Bis 전투기 2대와 이 전투기의 모터 15개 등으로 모두 20세기 중반에 만들어진 낡은 무기”라며 “이 선박은 수리 후 쿠바로 되돌아올 예정이었다”고 설명했다. 북한 무기가 아니라 쿠바 무기라는 해명이다. 워싱턴 김상연 특파원 carlos@seoul.co.kr
  • [이슈 & 논쟁] 한국사 수능 필수

    [이슈 & 논쟁] 한국사 수능 필수

    반만년 역사를 한 학기에 가르치는 파행적 교육법으로 청소년들의 역사 인식과 한국사 교육이 위기에 처했다. 고등학생 10명 가운데 7명이 6·25전쟁을 ‘북침’이라 일컫고, ‘3·1절’을 제대로 읽을 줄 아는 학생이 드문 것이 현실이다. 정부는 뒤늦게 역사교육 강화 방안 마련에 나서며 한국사를 수능 필수과목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고심 중이다. 학생들이 한국사 교과서를 다시 손에 쥘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대학 입시 반영만큼 효과적인 대책이 없다는 현실적인 고민과 중국과 일본이 촉발시킨 ‘역사전쟁’에 맞서기 위해 한국사 교육 강화가 시급하다는 절박함이 반영됐다. 하지만 한국사 수능 필수가 능사일까. 입시 위주 암기식 역사교육이 우리 역사에 대한 학생들의 흥미를 떨어뜨릴 것이라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양측의 주장에 대해 전문가 의견을 들어 본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일러스트 길종만 기자 kjman@seoul.co.kr [贊] 조법종 우석대 역사교육과 교수 “357시간 교육…中·日보다 적어 더이상 외면받는 과목 방치 안돼” 최근 국가적 이슈가 돼 버린 역사교육 문제에 대한 ‘대통령의 결단’으로 역사교육 강화 방안이 구체화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역사교육은 매우 기형적인 교육방식과 입시제도에 의해 ‘학교에서 가르치지만 배우지 않는 과목’으로 전락했다. 또 중국·일본과의 역사 갈등으로 인해 국가적으로 한국사 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되지만 정작 학생들은 소 닭 보듯이 역사 과목을 보고 있다. 더욱 개탄스러운 것은 중국에서는 애국주의 교육의 핵심으로 중국사가, 일본에서는 과거 영광 재현을 위한 과목으로 일본사가 강조되는데 한국에서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역사교육에 손을 대더니 학생에게 외면받는 한국사를 만들어 버렸다는 현실이다. 특히 이명박 정부는 중국·일본과 역사전쟁을 한다면서도 현재 시행 중인 2009 개정 교육과정에서 역사교육 시간을 총 357시간(초등 102시간, 중등 170시간, 고등 85시간)으로 중국(446시간), 일본(375시간)에 비해 가장 적게 만들었다. 게다가 ‘집중이수제’라는 학원주입식 단기 속성 방식이 도입되면서 중·고교에서는 2년에 배울 한국사 내용을 1년 또는 1학기에 몰아서 가르쳤다. 결국 이미 중학생 때부터 한국사는 재미없고 짜증만 나는 과목이 돼 버렸다. 더욱이 한국사는 2005학년도 대입수능 필수에서 선택과목이 되면서 27.7%만 선택하더니 서울대 진학생만 공부하는 과목이 된 이후인 2013학년도 수능에서는 전체 응시생의 7.1%(4만 3918명), 그리고 2014학년도 수능 6월 모의평가에서는 6.7%(4만 243명)가 선택했다. 만일 서울대마저 입시 과목에서 한국사를 제외한다면 한국사는 선택 0% 과목으로 전락할지도 모를 상황이 됐다. 이는 대입이란 지상목표 앞에 입시와 관련이 없는 과목이면 어떤 명분과 논리로도 선택받지 못하는 가슴 아픈 우리 교육의 현실을 보여 주는 것이다. 최근 고등학교에서 특강을 하는 도중 극소수 학생만이 기초적인 역사 관련 물음에 답을 하는 모습을 보았다. 나중에 특강이 끝나고 고 3학생이 자신은 서울대를 준비하지 않아 진작 한국사를 포기해 우리 역사를 잘 몰랐는데 1학년 후배가 답을 잘하는 것을 보고 너무 부끄럽고 화가 났다고 했다. 솔직히 한국사를 공부하고 싶어도 서울대에 갈 학생이 아닌 사람은 좋은 점수를 얻지 못해 선택할 수 없는 현재 상황이 너무 화가 난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이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반면 미국 조기 유학을 준비하는 지인의 아들은 미국 대학을 들어가기 위한 시험인 SAT를 준비하면서 미국 역사를 열심히 공부하고 있었다. 우수한 인재가 유학을 가면서 미국사는 열심히 하지만 한국사는 전혀 알지 못하는 상황인 것이다. 이렇게 우리 역사에 대한 이해 없이 성장한 ‘우수한 해외유학 인재’가 우리나라에 돌아와 국가 운영에 참여할 때 과연 무엇을 근거로 나라의 미래를 책임질 수 있을까. 이공계 학생들은 더더욱 역사 과목을 접할 길이 없다. 정말 역사가 필요 없는 것일까. 1980년대 철길을 도로로 바꿔 확장하는 공사가 실시됐는데, 일제가 의도적으로 우리 역사 유적을 파괴하고 한반도의 혈맥을 끊기 위해 부설한 철길을 도로로 덮게 됐다. 뒤늦게 이를 알려 주니 당시 지역 국토관리청장이 공사 설계 때 그 내용을 알았으면 유적을 복원한 뒤 도로 방향을 바꿨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당시 5억원이면 될 유적 복원이 이제 1000억원이 넘는 대공사가 돼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이는 우리 사회 전 분야에 걸쳐 역사 지식과 인식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 주는 사례다. 인문계뿐만 아니라 이공계 학생들에게도 우리 역사에 대한 이해와 교육이 절실히 필요함을 깨닫게 하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국사 교육 정상화는 대입수능 필수화가 아니면 현실적인 효과가 없다는 것이 교육계의 답이다. 학생들의 부담이 문제이긴 하지만 우리 미래의 주역을 위해 필요한 것이라면 국가 백년을 아니 만년을 위해 할 것은 해야 한다. [反] 나인호 대구대 역사교육과 교수 “시험 위한 역사교육 본질 흐려져…정치·이데올로기의 도구로 전락” 얼마 전 여러 언론은 청소년들의 역사에 대한 무식함을 연일 질타했다. ‘3·1절’과 ‘6·25’에 대한 무지, ‘야스쿠니 신사(神社)’의 ‘젠틀맨’(紳士)으로의 오해와 같은 비난이 그것이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국사교육의 강화와 한국사의 수능 필수 과목 지정’ 주장이 거세지고 있다. 그런데 이것이 과연 정확한 진단에 입각한 타당한 주장일까. 먼저 정량적 기준에서 볼 때 한국사가 경시되고 있다는 생각은 편견이다. 많은 사람들이 개탄하기를 국사 과목이 서울대 입시를 위한 소수에게 한정돼 대다수의 학생에게 외면을 당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예를 들어 2012학년도의 경우 사회탐구 영역 가운데 ‘국사’를 선택한 학생은 12%에 불과했으나, 같은 한국사 계열인 ‘근현대사’ 과목은 45%로 세 번째로 많이 선택된 과목이었다. 위에서 언급한 역사 지식은 모두 ‘근현대사’에서 가르치는 것들이다. 국사 과목이 외면을 당해 한국사 지식이 빈곤하다는 말은 사실과 어긋난다. 같은 맥락에서 한국사를 모르고는 각종 공무원 시험 및 공기업 시험에서 엄청난 불이익을 받고 있다는 사실도 지적해야겠다. 9급 공무원, 경찰 공무원 그리고 소방공무원 시험에서 한국사는 필수 과목이다. 또 외무·행정고시에 지원하려면 한국사검정능력시험 2급에 합격해야 한다. 올해부터 중등교원임용시험에 지원하기 위해서는 이 시험 3급 합격이 필수적이다. 이 밖에 각종 공기업 시험에서 이 시험이 요구되는 것은 물론이다. 둘째, 시험 준비를 위한 한국사 교육 및 학습이 더 큰 문제다. 네덜란드의 역사가 호이징가가 말했듯이 역사란 과거가 우리에게 던져 주는 의미를 해석하는 작업이다. 그러나 시험을 위한 역사교육은 이와는 거리가 멀다. 역사교육 과정에 담긴 이론과 현장 교사들의 교육학적 고민은 시험이라는 넘을 수 없는 벽 앞에서 무기력할 수밖에 없다. 역사는 이제 필연적으로 암기 위주의 딱딱하고 지루한 과목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몇 가지 주제를 선택해 심도 있는 토론 수업을 진행하고 역사 에세이를 쓰게 하는 유럽 및 미국의 역사교육과 단 1점이라도 더 높은 점수를 올리기 위해 주입식으로 교과서의 진도를 끝내야 하는 우리의 역사교육은 결코 같은 것일 수 없다. 그럼에도 한국사의 수능 필수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암기 위주의 수업이 아닌 토론과 이해 위주의 역사 수업을 주장한다면 이는 공허한 수사학에 불과하다. 셋째, 한국사만을 강조한다면 이는 외눈박이 역사교육에 불과하다. 앞서 언급한 수능 관련 통계를 한 번 더 언급하자. 불과 8%의 응시자만이 선택한 세계사는 사회탐구 과목 가운데 꼴등을 차지했다. ‘세계화’의 시대에 우리의 세계사 인식은 쇄국시대에나 걸맞은 수준이다. 미국 및 유럽, 그리고 일본의 역사교육에서 자국사와 세계사의 비중은 거의 반반이다. 다행히 우리나라에서도 개정 7차 교육과정 이후 ‘세계사 속의 한국사’ 교육의 틀이 갖춰졌다. 그러나 현재 국제 역사학계의 흐름이 초국사(transnational history), 더 나아가 글로벌 히스토리의 패러다임 속에서 진행되는 것을 고려한다면 한국사와 세계사가 더욱 유기적으로 통합된 역사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마지막으로 한국사 교육을 강조하는 목소리 가운데 역사교육을 국가안보와 애국주의, 즉 국가주의와 민족주의의 도구로 간주하는 흐름을 읽을 수 있다. 현재 동아시아의 평화를 해치는 한·중·일 삼국의 ‘역사전쟁’은 ‘과거를 현재의 욕망으로 해석’하려는 이러한 민족주의 역사학의 산물이다. 더 나아가 근래 과열되고 있는 한국사 교과서를 둘러싼 이념 논쟁을 보자. 역사가 정치와 이데올로기를 위한 날카로운 무기로 사용되고 있지 않은가. 이처럼 역사가 정치와 이데올로기의 도구로 기능하는 한 나는 역사교육의 강화에 반대한다. 이런 역사의 과잉은 니체가 말했듯이 현재의 삶을 질곡시킨다. 미래를 향한 창조성과 에너지를 고갈시키기 때문이다.
  • 러 폭격기 동해 한국방공식별구역 접근 까닭은

    러 폭격기 동해 한국방공식별구역 접근 까닭은

    ‘베어’(곰)라는 별명으로 잘 알려진 러시아의 전략폭격기 Tu95 MS(사진) 2대가 지난 15일 동해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에 접근했다가 우리 공군 전투기의 저지를 받고 돌아간 것으로 확인됐다. KADIZ는 미 태평양 공군사령부가 1951년 한반도 주변국의 항공기가 무력충돌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 설정한 공역(空域)이다. 국제법상 영공은 아니지만 외국 항공기가 진입하려면 우리 군 당국의 사전허가를 받아야 한다. 국방부 관계자는 16일 “어제 오전 11시쯤 러시아 Tu95 폭격기가 동해 상공에 설정된 KADIZ로 진입을 시도했다”면서 “공군은 F15K 전투기 2대를 긴급 출동시켜 감시·저지비행을 했다”고 밝혔다. 군 당국에 따르면 F15K는 즉각 러시아 폭격기에 “KADIZ 내로 비행하지 말라”고 경고통신을 보냈다. 이에 러시아 폭격기는 10여분 뒤 기수를 돌려 동해 공해상으로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일본 전투기도 일본방공식별구역(JADIZ)에 출격하는 등 긴장감이 감돌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국방부 관계자는 “러시아 폭격기가 동해 KADIZ 쪽으로 비행하는 사례가 종종 있다”면서 “정찰비행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최대 시속 800㎞, 항속거리 1만 2000㎞의 제원을 갖춘 Tu95는 핵폭탄을 탑재할 수 있으며 2010년 10월에도 동해 KADIZ를 침범, 11시간 동안 정찰비행을 했다. 당시 공군 KF16 전투기 4대가 출격했다. 2011년 9월에도 Tu95 정찰기가 KADIZ와 JADIZ를 침범, 한국과 일본 전투기 10여대가 긴급 발진했다. 이번 KADIZ 접근과 관련, 러시아 국방부는 이타르타스통신 등을 통해 “Tu95 MS의 동해 비행은 동부군관구 전투태세 점검 훈련의 일환이며 7시간 15분 비행하는 동안 일부 노선에서 한국 F15K 전투기와 일본의 F4J, F15J, F2A 전투기 등이 함께 날며 경계 비행을 펼쳤다”고 밝혔다. 하지만 “공군 전투기 비행은 공해상에서의 상공 이용에 관한 국제 규범을 엄격히 준수했고, 이번에도 마찬가지다”라고 강조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지역 SOC 10개 중 9개 ‘경제성 없음’ 예비타당성 판정에도 지자체·정치권 전방위 압박에 절절매는 정부

    박근혜 정부의 지역공약 이행계획 중 27개는 신규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이다. 이 중 이미 예비타당성 조사를 마친 10개 중 9개는 ‘경제성 없음’ 판정을 받았다. 지방 SOC 공약에 대한 대대적인 수정이 불가피한 이유다. 하지만 내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를 앞두고 지자체들이 ‘원안 추진’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고 정치권이 이에 가세해 중앙정부는 애매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일부 지역은 예비타당성 조사 자체를 거부하거나 조사과정에서 경제성 항목을 아예 빼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15일 전국 시도지사협의회는 오는 19일까지 박근혜 정부 지방공약 이행과 관련된 시도 입장을 종합해 기획재정부 등 중앙정부에 전달하고 성명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워낙 민감한 사안이라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을 수도 있다. 협의회 관계자는 “예비타당성은 법에 따른 절차라서 따르지 않을 수 없지만 (중앙정부에) 경제효과보다는 국가 균형발전이나 지역 낙후성 극복을 평가항목에 포함시키고 배점도 높이도록 해 달라고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2002년부터 추진된 경기도 이천과 충북 충주를 잇는 ‘중부내륙선철도’ 복선화 계획은 지난해 한국개발연구원(KDI)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경제성 분석(BC)은 0.29 안팎, 종합평가(AHP)는 4.01의 평가를 받았다. BC 1.0 미만, AHP 0.5 미만이면 사업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낙후된 지역을 살린다는 항목에 가중점수가 부여되면 얘기가 달라진다. 지역구 의원들은 권역별 모임을 꾸려 현오석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을 초청해 간담회를 열고 지역 사업의 당위성을 설명하는 등 정부를 전방위로 압박하고 있다. 새누리당도 이번 지역공약 이행계획에 대해 “국민과 약속한 지역공약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며 ‘최대한 원안 추진’ 방침에 힘을 실어 주고 있다. 기재부는 지자체와 정치권의 눈치를 보며 쩔쩔매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예비타당성에서 사업성이 없는 것으로 판정나면 수정을 해서라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타당성이 없는 것으로 나와도 대통령 공약인 만큼 안 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재정 낭비의 악순환을 자초한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세종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 [사설] 지자체 타당성 없는 SOC사업 집착 말라

    기획재정부가 박근혜 대통령의 지역공약 중 신규 사회간접자본(SOC) 공약 사업에 대해 예비타당성 조사를 한 결과, 공약 3개 중 1개가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나왔다고 한다. 지자체는 원안 추진만을 고집할 게 아니라 타당성 없는 사업은 포기하고 꼭 해야 하는 사업이라면 대안을 마련해 중앙정부를 설득해야 한다. 아울러 정치권은 다음 총선·대선에서는 표심(票心)만을 노린 선심성 지역공약은 아예 자제해 주기 바란다. 기재부와 한국개발연구원에 따르면 27개 신규 SOC 공약 사업 중 10개 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를 한 결과, 9개가 ‘경제성 없음’ 판정을 받았다. 이는 정밀한 비용-편익 분석을 거치지 않은, 급조된 공약임을 가리킨다. 우리는 이미 타당성이 부족한 사업은 보류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기재부에 따르면 대통령의 지역공약을 모두 이행하려면 신규사업비 84조원을 포함해 모두 124조원이 소요된다. 그런데 올 상반기 5개월 동안 10조여원의 국세 징수 차질이 예상되고 2차 추가경정예산 편성 가능성까지 대두될 정도로 나라 살림살이는 녹록지 않다. 민자사업을 활성화해 지역공약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한다고 하지만 경기불황 국면에서 민간사업자가 나설지 의문이다. 지자체로서는 지역공약을 원안 그대로 추진하고 싶겠지만 중앙정부는 재원 조달 가능성과 경제성 요인 또한 무시할 수 없지 않은가. 지자체는 꼭 필요한 지역사업은 대안을 제시하는 지혜를 짜내야 한다. 강원도의 경우, 1987년 노태우 대통령 시절부터 동서고속화 철도공약(춘천~속초) 사업을 추진하려 했으나 타당성이 없는 것으로 나오면서 현재 우회로 가능성에 대한 연구용역이 발주된 상태다. 정부는 지방공약을 추진함에 있어 지역균형 발전요소도 충분히 감안해야 한다. 기재부로서는 예비타당성 조사를 경제성 위주로 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유동인구가 많은 수도권은 경제성 분석에서 비수도권에 비해 유리할 수밖에 없는 만큼 경제성 분석에만 의존하면 수도권 집중화만 가중될 수 있어 지역 균형 발전이라는 잣대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아울러 정부는 내년까지 끝내기로 한 신규 공약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를 앞당기는 노력도 기울여야 한다. 내년은 지방선거가 있는 해로 선거와 관계없이 하겠다는 뜻으로도 볼 수 있으나 예비타당성 조사에서부터 실제 사업 착수에 이르기까지 최소 4~5년이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늦을수록 다음 정부에 부담이 될 수 있다. 개별 공약의 추진 일정과 방법, 지역별 우선추진 공약을 앞당겨 공개하는 게 온당하다. 나아가 정치권은 총선·대선에서는 선심성으로 비쳐질 지역공약을 제시하지 않는 게 옳다. 지역공약은 광역단체장 후보들의 몫으로 남겨두면 된다.
  • 김해시 뼈 깎는 자구노력

    경남 김해시가 울상이다. 1조 3124억원을 들여 2011년 개통한 경전철 때문이다. 연간 687억원의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경전철로 이어진 부산 역시 395억원의 비용 부담이 발생한다. 이 사업은 1992년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정부 시범사업으로 선정됐고 1995년 당시 재정경제부는 민자 유치 대상 사업으로 지정했다. 정부 출연 연구기관인 한국교통개발연구원은 사업타당성 연구용역 결과 하루 29만 2000명이 부산~김해 경전철을 이용할 것이라고 수요를 예측했다. 김해시는 민자를 유치하며 하루 18만 7266명의 승객을 보장하는 최소운영수입보장(MRG)을 맺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 보니 하루 평균 3만 3662명에 불과했다. 협약 수요의 18%였다. 연간 1082억원에 달하는 MRG 분담금이 발생해 분담 비율을 놓고 부산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 김해시는 뻔한 기초단체 살림이지만 마른 수건 쥐어짜기에 나섰다. 인건비와 경상경비 등 세출 구조조정을 감행했고 직원들의 월급을 자진 반납하는 등 안간힘을 썼다. 신규 지방채 발행을 중단했고 이율이 높은 지방채는 조기 상환해 채무 관리를 강화했다. 또 향후 3년에 걸쳐 500억원을 들여 짓기로 한 복지관 건설을 백지화하는 등 당장 급하지 않은 사업 16건(2298억원 규모)을 줄였다. 또 54억원 정도 들어가는 별도의 사업성 행사도 아예 없앴다. 그럼에도 재정 압박에 대한 숨통은 쉬 트이지 않았다. 김맹곤 김해시장은 지난 12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2013년 지방재정 전략회의’에 참석해 중앙정부와 함께 풀어야 할 과제를 절규하듯 읍소했다. 김 시장은 “사업타당성, 수요 예측 등 사업 전반을 주도한 국가의 책임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면서 “지자체가 뼈를 깎는 자구 노력을 기울이는 만큼 MRG 50% 국비 지원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정작 지방의 목소리를 듣고 함께 의견을 나눌 기획재정부는 현재까지 불가능하다는 입장일 뿐 아니라 이날 전략회의에도 재정업무관리관만 초반에 다녀가 실질적인 토론은 이뤄지지 못했다. 지방재정 전략회의에는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을 비롯해 각 시·도 부단체장과 기획관리실장, 기초단체장, 지방공기업 대표, 지방세연구원 등의 연구기관, 시민단체 관계자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서울 수해안전 홍보 명 받았습니다”

    “서울 수해안전 홍보 명 받았습니다”

    서울시는 10일 오전 서울시청 통합상황실에서 ‘푸른거탑’ 출연자 8명을 ‘서울시 수해안전 홍보대사’로 위촉했다. 홍보대사로 선정된 김재우, 김호창, 백봉기, 송영재, 이용주, 이장훈, 정진욱, 최종훈 등 8명의 배우는 여름철 수해 예방을 위한 서울시 홍보 드라마, 뮤직비디오, 광고에 출연해 시민 행동요령을 전달하는 등 수해 예방을 위한 홍보 활동을 할 예정이다. ‘푸른거탑’ 수해안전 홍보 영상은 유튜브 등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통해 시청할 수 있다. 서울시가 제작한 ‘푸른거탑’ 수해안전 홍보 드라마는 군부대 대민지원 상황을 배경으로 시민들이 집 주변 빗물받이를 점검하고, 침수취약 가구의 경우 물막이판 등 침수방지 시설을 미리 준비하도록 안내하는 시민행동 요령을 담고 있으며 수해가 발생했을 때 신속히 신고할 수 있도록 재난 신고방법 등도 안내한다. 뮤직비디오에는 평소 시민의 안전을 위해 노력하는 경찰, 소방공무원, 서울시 공무원들이 직접 출연해 함께 노래를 부르고 그들의 활동을 보여 주는 등 다양한 재미를 담았다. 김정은 기자 kimje@seoul.co.kr
  • 한국 장교, 러 공군대학 수석 졸업

    한국 장교, 러 공군대학 수석 졸업

    한국 공군 장교가 러시아 우주방공군대학 정규 과정을 수석 졸업했다. 1991년 3월 육군 방공포병 장교로 임관했다가 그해 7월 방공포병이 공군 소속으로 바뀌면서 공군 장교가 된 윤영호(45·학군 29기) 중령이 주인공이다. 1956년에 설립된 러시아 우주방공군대학은 우주 및 방공 분야의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군사학교로 우리나라의 공군대학에 해당한다. 한국군 장교가 수석 졸업한 것은 윤 중령이 처음이다. 윤 중령은 다른 군사대학 우수 졸업자들과 함께 지난달 26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모스크바 크렘린에서 주최한 만찬에 참석했다. 윤 중령은 위탁교육 과정에 선발돼 러시아 공군대학에서 2010년 10월부터 2011년 9월까지 러시아어를 공부했다. 간단한 의사소통도 못 하던 그는 밤을 새워 가며 노력한 끝에 우주방공군대학 지휘관 정규 과정에 입학했다. 한국과 중국, 몽골, 카자흐스탄 등 13개국에서 온 70명, 러시아 공군 등 157명의 장교들과 경쟁하면서도 31개 과목 모두 만점을 받을 정도로 두각을 나타냈다. 윤 중령은 9일 “위탁교육 기회를 준 공군에 대한 고마움, 대한민국 대표로 많은 기대를 받고 있다는 생각에 뒤처져서는 안 되겠다는 부담을 갖고 있었다”고 밝혔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사업 타당성 분석없이 일괄 잣대… 지역 낙후성 심해질 것”

    “사업 타당성 분석없이 일괄 잣대… 지역 낙후성 심해질 것”

    정부가 1조원 이상 소요되는 지방공약사업 가운데 신규사업은 차기 정부로 넘기기로 5일 결정하면서 지방자치단체와 주민들이 허탈해하고 있다. 권필상 울산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사업 타당성이나 효과 등을 분석하지 않고 ‘1조원 이상 신규사업 이월’이라는 일괄적인 잣대를 이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꼭 필요한 사업이면 금액을 떠나서 추진해야 하고, 정부가 타당성 분석과 지역주민의 동의 없이 다음 정부로 넘기는 것은 정부의 신뢰를 떨어트리는 처사”라고 말했다. 2018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동해안시대를 열겠다며 춘천~속초 간 동서고속철도를 추진하는 강원도는 초상집 분위기다. 가뜩이나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분야가 상대적으로 열악한데 3조 379억원이 들어가는 춘천~속초 간 동서고속철도가 실현되지 못하면 지역의 낙후성은 더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동서고속철도 사업은 올해 50억원의 예산이 편성돼 국토부에서 이미 14억원을 들여 타당성 용역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예비 타당성에서 2차례나 사업성이 없는 것으로 조사돼 번번이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태은 강원도 기획관은 “강원도 특성상 공급이 수요를 창출한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SOC사업을 추진해 줘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안타깝다”면서 “북방 경제시대를 맞아 동~서 간 물류 흐름이 늘고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라도 춘천~속초 간 고속철도는 반드시 이번 정부에서 시작돼야 한다”고 말했다. 경북도가 추진하고 있는 김천~거제 간 남부내륙 철도사업과 중부내륙 철도의 고속·복선 철도화 사업의 추진도 불투명해졌다. 남부내륙철도사업은 사업비가 6조 7000억원이고 중부내륙은 12조 200억원이 소요될 전망이다. 3조원 이상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대구지역 K2 군공항 이전사업도 급제동이 걸렸다. K2이전 사업은 지난 3월 ‘군 공항 이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이전 분위기가 고조되었지만 추진여부가 불투명해졌다. 전국종합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 재원 계획 없는 지방공약… SOC 민간투자 유치도 부작용 우려

    재원 계획 없는 지방공약… SOC 민간투자 유치도 부작용 우려

    기획재정부가 5일 현 정부 들어 두번째 ‘공약가계부’를 내놓았다. 지난 5월 발표한 134조 8000억원 규모의 1차 수입·지출 내역서가 중앙정부 차원의 ‘국정공약’ 수행을 위한 것이라면 이번 124조원짜리 내역서는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적용할 ‘지역공약’의 뼈대다. 124조원은 현재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계속사업의 소요재원 40조원과 앞으로 새로 착수하게 될 신규사업 소요재원 84조원을 합한 금액이다. 계속사업은 이미 계획이 수립돼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2013∼2017 국가재정운용계획과 내년도 예산안에 재원소요를 반영해 기존안대로 추진해 나가게 된다. 국비 기준으로 보면 올해까지 8조 3000억원이 집행되며 2014∼2017년 11조 4000억원, 박근혜 정부 임기 이후인 2018년부터는 6조 3000억원이 들어간다. 총 26조원의 국비가 투입된다. 여기에다 지방비 4조 8000억원, 공공기관 자금 2조 6000억원, 민간자본 등 6조 6000억원이 더해져 40조원이 완성된다. 계속사업만 놓고 보면 재정적으로 크게 압박되는 수준은 아니다. 문제는 신규사업이다. 96개 신규사업은 아직 사업내용이 구체화돼 있지 않아 재원소요 계획조차 나오지 못한 상황이다. 국비, 지방비, 민간자본 등 재원 간 분담비율은 물론 연차별 소요계획은 사업내용이 구체화돼야 확정할 수 있다. 계획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사업이 지체되거나 예산소요액이 추가로 늘어 총 재정소요가 124조원을 웃돌게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지자체의 재원 부담이 확대되는 점도 문제다. 무상보육 등 복지재원의 수요가 늘어 지자체의 재정여건이 크게 악화돼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특히 사회간접자본(SOC) 투자가 많은 지자체의 경우 심각한 재정난을 겪을 우려가 있다. 김태룡 상지대 행정학과 교수는 “정부가 세금은 더 걷지 않으면서 복지 지출은 늘리고 있어서 SOC에까지 재원을 쓸 여력이 없을 것”이라면서 “국가 장기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SOC 투자도 하지 못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쓸 곳은 많고 쓸 돈은 없는 상황에서 정부가 민간자본을 끌어들이는 일은 사실상 예정된 수순이었다. 정부는 신규사업은 물론 이미 재정 계획에 따라 진행되고 있는 계속사업도 민간투자 가능성을 타진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관련 제도를 개선하고 정부의 지원도 확대하는 방안을 내놨다. 법 개정을 통해 BTL(민간이 공공시설을 짓고 정부가 이를 임대해서 쓰는 민간투자 사업) 방식 등을 대폭 확대 적용키로 했다. 그러나 민간투자를 늘려 공약 재원을 조달하는 데 대해서는 비판적인 시각이 예상된다. 최소운영수입보장(MRG) 조항에 따라 국가의 재정지원 부담이 늘고 도로 등 시설의 이용료가 지나치게 높아지는 등 SOC 민간투자에 부정적인 여론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정부 의도대로 민간이 활발히 투자에 나서줄지도 미지수다. 문외솔 서울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저금리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BTL 등 민자유치 방식이 얼마나 민간투자를 끌어들일 수 있을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세종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 공기업 인사 올스톱에 금융기관까지 경영공백 직격탄

    공기업 인사 올스톱에 금융기관까지 경영공백 직격탄

    대통령이 취임하고도 한참 동안 장관 인선이 완료되지 않아 파행을 겪었던 박근혜 정부의 인사 잡음이 공공기관장 임명에까지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다. ‘낙하산’, ‘특정지역 봐주기’, ‘내정설’ 등 잇따라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지난달 중순 이후 공공기관장 선임이 ‘올스톱’ 상태에 들어가더니 파장이 금융기관으로 확대됐다. 정부 정책을 수행해야 하는 공기업의 경영이 방향타를 잃고 헤매는 데 대한 우려는 물론이고, 아무리 공공기관이라고 해도 지나치게 정부가 나서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신용보증기금 임원추천위원회는 최근 금융위원회에 활동 재개를 요구하는 건의서 제출을 검토 중인 것으로 4일 알려졌다. 신보 임추위는 지난달 금융위의 지시를 받고 차기 이사장 선임을 보류한 상태다. 중소기업 지원 기관으로 하반기 보증계획을 세워야 하는 상황에서 경영진의 공백은 발등의 불이다. 신보는 최고 의결기구인 이사회를 이달에는 열지 않기로 했다. 김봉수 이사장이 지난달 그만둔 한국거래소의 이사장 선임 절차도 정부의 지시로 중단됐다. 지난달 12일 신임 이사장 지원서 접수까지 마쳤지만 면접 등 일정을 보류했다. 정상적으로 진행됐으면 지난 3일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 이사장을 뽑았어야 하지만 불발됐다. 월말까지도 차기 이사장 선임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한숨이 내부에서 나온다. 정부가 최대 주주인 우리금융지주 역시 11개 계열사의 대표 선임이 멈춰진 상태다. 이순우 회장이 취임 이후 계열사 사장 대부분에 대해 물갈이에 나선 것이 오히려 역풍을 맞았다. 우리금융 측은 주요 계열사 대표 1, 2순위 후보자까지 정해 정부에 보고했지만 정부는 ‘인사 검증에 시간이 걸린다’는 답변만 되풀이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원규 우리투자증권 사장 내정자는 지난달 27일 취임식과 함께 기자 간담회를 가질 예정이었지만 다른 계열사 대표들이 선임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급작스레 연기됐다. 에너지 공기업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한국가스공사는 지난 4월 사임한 주강수 전 사장의 후임 인선을 재개하지 못하고 있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정부가 ‘주총을 9일로 미뤄달라’고 요청해 인선 작업을 멈췄다”면서 “인사검증 때문인지 청와대와 조율이 안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원자력발전소 위조부품 파문과 관련해 물러난 김균섭 전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의 후임 공모도 중단됐다. 정승일 전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도 5월 사의를 표명하고 퇴직했으나 여태까지 후임이 정해지지 않고 있다. 지난달 중순 정창영 전 사장이 물러난 코레일도 사장 후보를 공모조차 못한 채 직무대행 체제로 꾸려가고 있다. 기관장과 임원을 정하지 못하다 보니 해당 기관의 운영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은 노조 차원에서 반발하고 있다. 우리투자증권 노조는 내부 게시판에 “45년 역사상 초유의 사태”라면서 “(정부가) 350만 고객이 100조원 넘는 자산을 맡긴 우리투자증권을 구멍가게 취급한다”고 비난했다. 노조는 “민간 증권사의 대표이사를 뽑는 데 금융위는 대표이사 직무대행마저 금지해 도를 넘는 ‘관치금융’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기관장·감사의 전문성 자격 요건과 임추위 독립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공기업 인사 시스템을 개선하기로 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개선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원승연 명지대 경영학과 교수는 “체계적인 인사 시스템 없이 청와대의 한마디 말에 인사가 결정되는 게 문제”라면서 “인사가 늦어질수록 중요 사업의 결정도 더뎌지는 만큼 국민들의 피해가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경하 기자 lark3@seoul.co.kr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사설] 불요불급한 대선 지역공약 구조조정해야

    정부가 지난 대선 때 공약한 160개 지역사업 중 90개 신규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에 들어가기로 했다. 최종 예산 확정에 앞서 새로운 공약사업의 적합성을 먼저 점검하겠다는 뜻이다. 상당수의 공약사업이 표심을 얻기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충분히 공감이 가는 대목이다. 차제에 불요불급한 지역공약은 장기 과제로 돌리기 바란다. 기획재정부가 어제 밝힌 조사 대상은 70개 계속사업을 뺀 90개 신규사업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대선 공약집에 명기된 105개 지역공약은 이행한다는 게 원칙이지만 대형사업을 중심으로 타당성 조사를 거치겠다”고 말했다. 따라서 수익성과 공공성 분석을 통해 불필요하거나 시기가 빠른 사업의 상당수가 축소·보완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이러한 결정을 한 데는 빠듯한 예산 때문이다. 정부는 90개 신규사업에 84조원, 70개 계속사업에 40조원의 사업비가 필요한 것으로 분석했다. 재정 및 경제 여건을 감안하면 이 같은 막대한 재정 수요를 감당하기란 여간 벅차지 않을 것이다. 복지분야 등 중앙과 지역의 공약사업에는 최대 219조원이 들 것으로 어림된다. 또한 장기 불황으로 올 들어 4월 말까지 8조 7000억원의 세금이 덜 걷혔다고 한다. 들어올 돈은 한정돼 있는데 나갈 돈은 많은 구조라는 말이다. 지역 사업은 국토 균형발전이란 측면에서 꼭 필요하다. 따라서 주민에게 공약한 사업은 꼭 지켜져야 하고, 지키지 못할 약속은 애초에 하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우리 정치는 이와 거리가 먼 게 현실이다. 사업 타당성과 재원 조달방안은 감안하지 않고 공약을 무분별하게 쏟아내고, 결국 상당수 사업이 예산만 낭비한 채 무용지물처럼 된 사례는 수없이 많다. 이런 점에서 사업비가 많이 드는 고속화철도, 연륙교 건설 등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은 철저한 사전 검토를 거쳐야 마땅하다. 정부는 내일 지방공약가계부를 확정 발표한다. 정치권과 지자체는 원안대로 추진할 것을 요구하고 있어 적지 않은 공방이 예상된다. 가능한 사업은 우선 순위를 정하되 타당성이 부족한 사업은 과감히 보류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다. 정치권과 지자체, 지역 주민은 이러한 정부의 현실적인 어려움을 십분 이해해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가 말라 가는 보육예산의 확충을 놓고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것을 우리는 목도하고 있다. 타당성 없는 사업을 시행하는 게 국민 다수의 뜻은 아닐 것이다.
  • 朴대통령 지역공약사업 90여개 재검토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 때 약속한 160여개 지역공약 사업 중 절반이 넘는 90여개 신규 사업에 대해 전면적인 사업 타당성 검토가 이뤄진다. 이에 따라 신규 사업의 상당수가 축소되거나 보완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권과 지방자치단체는 ‘원안 추진’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3일 “대선 공약집에 명기된 105개 지방 공약은 이행한다는 것이 기본 원칙”이라면서도 “그러나 신규 사업의 경우 공공성이나 수익성 등이 검증되지 않은 만큼 예비 타당성 조사 등을 거쳐 상당부분 수정해 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대선 당시 105개 지방공약을 제시했다. 사업 수로는 계속 사업 70여개, 신규 사업 90여개 등 160여개다. 정부는 지난 1일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에 ‘박근혜 정부 지방공약 가계부’를 보고하면서 90여개 신규 사업을 시행하는 데 84조원, 70여개 계속 사업을 이행하는 데 40조원의 총사업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계속 사업은 중기 재정운용 계획에 반영돼 있어 당장 큰 문제는 없다. 그러나 신규 사업에 드는 84조원은 새롭게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이미 중앙정부 공약의 소요 비용이 135조원인 것을 감안하면 84조원 전액을 확보하기란 불가능한 일이다. 신규 사업이 상당 부분 축소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정부는 총사업비가 500억원 이상인 대형 사업에 대해 예비타당성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160여개 공약 사업 중 현재까지 예비타당성 조사가 끝난 것은 10개 정도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지난 정부 때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사업 타당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던 동서고속화철도(춘천~속초), 동서교류연륙교(여수~남해·한려대교) 등 사업은 상당 부분 수정 또는 보완된 상태로 추진될 전망이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김천~거제 남부내륙철도, 송정~목포 KTX, 충청권 광역철도, 경인고속도로 지하화 등 사업도 축소·보완 대상 후보로 거론된다. 정부는 이런 내용 등을 담은 ‘지방공약 가계부’를 5일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공약 내용 자체로 보면 경제성, 형평성 등 측면에서 무리인 경우가 많다”면서 대폭적인 수정·보완 가능성을 시사했다. 세종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 지방공기업 정보 상장사 수준으로 공개

    지방공기업 정보 상장사 수준으로 공개

    앞으로 지방 공기업도 상장기업 수준 이상으로 정보를 확대 공개한다. 안전행정부는 이 같은 내용의 ‘2013년 지방재정 공시 지침’을 지자체에 통보하고 관련 법령 개정에 들어간다고 3일 밝혔다. 지자체별로 매년 공시하는 재정 정보는 기존의 일반채무와 지급보증채무 외에도 복식부기에 따른 부채와 민자사업의 재정 부담액, 지방 공기업 부채 등이다. 복식부기 회계 기준을 도입하면 공공 부문의 부채를 더욱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1조 5000억원 적자로 사상 최대 경영 손실을 기록한 지방 공기업의 경영 정보 공개도 확대된다. 이에 따라 이익 배당 현황과 정규직 전환 실적, 임원 국외 출장 현황 등이 모두 공시된다. 안행부는 경영수지와 부채 1조원 이상, 3년 연속 적자 기업 등에 대한 통계도 공개해 해당 공기업의 경영 개선을 유도할 방침이다. 관리 사각지대에 있다는 지적을 받았던 지자체 출자출연기관의 경영 정보도 관련법 제정과 함께 공개를 추가하게 된다. 또한 투·융자심사 대상 사업 등 대규모 투자사업의 추진 상황도 상세히 공개하고 주요 사업에 대한 계약 발주부터 대가 지급까지의 과정을 지자체 홈페이지를 통해 알리게 된다. 안행부는 이렇게 되면 지난해 현재 25개인 지자체 재정 공시 항목이 올해 40개로 늘어난다고 밝혔다. 매년 전체 지자체의 공시 결과를 종합해 공개하는 통합 공시 항목도 기존의 9개에서 16개로 확대한다. 지자체 부채 비율과 재정 자주도, 사회복지비 지출 비율, 지방세 비과세·감면율 등이 신규 공개 대상이다. 또 교육부와 협조해 지방교육재정 등을 포함한 지방재정 통계를 추계할 계획이다. 이러한 정보는 안행부의 재정 정보 공개 사이트인 재정고 홈페이지에서 10월까지 통합 공시된다. 이경옥 안행부 2차관은 “재정 운용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고 재정건전성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면서 “근거 법률이 필요한 출자출연기관 관련 법률 제정과 관련 시행령 개정도 조속히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안석 기자 cct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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