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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린세상] 조금만 천천히/박산호 번역가

    [열린세상] 조금만 천천히/박산호 번역가

    “칙칙.” “에취, 에취.” “칙칙.” “에취, 에취.” 다음달이면 한 살이 되는 시바견 해피를 데리고 매일 산책을 나가기 전에 치르는 의례. 밖에만 나가면 우거진 풀숲으로 달려가 코를 박는 해피의 몸에 진드기 방지 스프레이를 뿌리면 세상에서 밥 다음으로 산책을 좋아하는 해피는 기뻐 어쩔 줄을 모르는 와중에도 그 냄새에 연신 재채기를 한다. 잠시 실랑이 끝에 목줄을 맨 뒤 엘리베이터를 타고 밖으로 나가면 총알처럼 튀어나가는 해피. 그 속도를 감당하지 못해 쩔쩔매면서 허둥지둥 끌려가는 나. 그렇게 누가 누구를 산책시키는지 모르겠는 산책길에서 이제는 낯이 익은 해피의 친구들과 종종 마주치게 된다. 이름은 모르지만 인형처럼 작고 예쁜 갈색 포메라니언은 항상 목줄도 없이 할아버지 옆에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다정하게 걷는다. 천천히 걷는 할아버지를 쫄래쫄래 따라가며 풀 냄새도 맡고, 잠시 멈춰서 나비랑 놀기도 하고, 한쪽 다리를 들고 쉬야도 하는 포메라니언을 처음 봤을 때 정말 신기해 한참 바라봤다. 할아버지와 그 강아지는 아주 오랫동안 같이 걸으며 호흡을 맞춰 온 커플처럼 서로가 서로의 속도에 맞춰 평화롭게 산책한다. 천수도 종종 마주치는 산책 동무다. 천수는 블랙탄 시바견인 해피와 달리 갈색 시바견인데 틱이 있어서 쉴 새 없이 몸을 움찔거리느라 제대로 걷지도 못한다. 주인은 펫 숍에서 어리디어린 천수를 샀다가 몇 달 후 틱이 있는 걸 알았다고 한다. 그때 천수를 숍에 돌려보낼 수도 있었지만, 이미 정이 듬뿍 들어 버린 아이를 차마 보낼 수 없어 그냥 키우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몇 달 동안 본 천수는 해피보다 몸집은 작지만 아주 천천히 크면서 조금씩 상태가 좋아지는 듯했다. 주인은 그날그날 천수의 컨디션에 맞춰 조금 걷다가 천수가 힘들어하면 벤치에서 오랫동안 같이 쉬면서 많이 쓰다듬어 주고, 다정한 말을 속삭인다. 그들에게도 둘만의 속도가 있었다. 천수 커플을 보고 있자니 최성연 작가가 쓴 ‘딱 1년만 청소하겠습니다’에 나온 말이 떠올랐다. “누군가를 배려할 때 우리는 결코 빨리하라고 다그치지 않는다. 길이 막혀 늦는다는 친구에게 `서두르지 말고 조심해서 와’라고 말하고, 걸음마가 서툰 아기에게는 `천천히 가자’라고 말한다. 함께 밥상에 앉은 사람에게 건네는 `천천히 많이 먹어’라는 말에는 그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 `천천히’는 가장 따뜻한 사랑의 언어라고 생각한다. 해피에게 정신없이 끌려다니다 보면 가끔 엄마가 떠오른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창궐하기 전엔 엄마 생신이나 어버이날 같은 행사가 있는 날엔 엄마와 같이 식사를 하러 서울에 갔다. 그러던 어느 해 고기가 맛있다는 식당을 향해 걸어가고 있는데 엄마가 보이지 않았다. 무슨 일인가 싶어 고개를 돌려 보니 엄마는 한없이 천천히 걷고 계셨고, 그런 엄마 옆에서 동생이 보조를 맞춰 걷고 있었다. 엄마랑 같이 살지 않는 나는 몰랐는데 당시 엄마의 고관절이 너무 상해 걷는 것조차 고통스러웠던 것이다. 평생 나보다 빨리 걸었던 엄마의 그런 모습을 보며 마음이 한없이 미어지던 순간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엄마는 그 후로 인공고관절 수술을 받고 이제 좋아지셨지만 지금도 엄마와 걸을 때면 항상 엄마의 속도에 맞춰 옆에서 천천히 걷는다.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얼굴로 어서 나가자고 깡충거리는 해피와 산책길을 나설 때면 우리의 속도에 대해 생각한다. 해피는 나와 맞춰야 하고, 나는 해피에게 맞춰야 한다. 세상엔 그 할아버지와 강아지 커플처럼 오랜 세월 시간을 들여 서로 완벽하게 맞춘 커플도 있고, 천수 커플처럼 주인이 천수에게 맞춰야 하는 커플도 있다. 같이 산다는 건 그런 것. 서로의 속도를 알고 배려해서 맞춰 주는 것이다. 허나 강아지 세상만 그럴 뿐 정작 인간 세상은 그러지 못하는 것 같다. 광란의 트럭처럼 미친 듯이 달리는 세상과 자본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사람들은 거기에 깔리는 것이 요즘 풍토처럼 보인다. 300㎏짜리 컨테이너 벽에 깔려 지난 5월에 사망한 청년 노동자 이선호씨가 그러했고, 지난 1년 동안 사망한 8명의 쿠팡 노동자가 그러했다. 우리가, 세상이 조금만 더 느리게 갈 순 없는 걸까.
  • [길섶에서] 트럼프 책/김균미 대기자

    하루에 많게는 수십 번 트윗을 날리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트위터와 페이스북 계정이 정지돼 직접 소통의 길이 막혔으니 얼마나 갑갑할까. 폭스뉴스 빼고 트럼프 관련 기사도 현저히 줄었다. 그런데 조만간 상황이 바뀔 것 같다. 다음달부터 트럼프 관련 책이 줄줄이 출간된다. 트럼프 관련 새로운 사실이 폭로되면 언론이 이를 다루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책 내용이 호의적인 것만은 아니어도 자신에 대한 뉴스에 목말라 있는 트럼프에게는 성공적인 홍보전략인 셈이다. 재임 중에도 트럼프 관련 책은 많았지만, 내년 말까지 적어도 17권의 책이 더 나올 예정이라고 미 언론은 전했다. 전임 대통령 관련 책이 이처럼 봇물을 이룬 적이 있었나 싶다. 트럼프는 지난 1월 말 퇴임 후 최소 22번 인터뷰를 했다. 플로리다 마라라고에서 보도·출판을 전제로 한 사람당 평균 90분을 할애했단다. 정장 차림으로 나와 다이어트 콜라를 ‘대접’한다고. 트럼프 백악관을 다룬 ‘화염과 분노’를 쓴 마이클 울프가 7월 27일 테이프를 끊는다. 자신에 대한 책을 2권이나 낸 워싱턴포스트 밥 우드워드의 인터뷰 요청은 이례적으로 거절했다. 책 내용은 차치하고 언론의 속성을 훤히 꿰고 ‘밀당’을 즐기는 트럼프가 놀랍다.
  • “1평 부스서 밥 먹어” “더 쥐어짜”…크래프톤도 직장 괴롭힘 터졌다

    “1평 부스서 밥 먹어” “더 쥐어짜”…크래프톤도 직장 괴롭힘 터졌다

    “유닛장·팀장, 지속적 괴롭힘” 고충 신고과한 업무 호소하자 “인사고과 불이익”사측 “즉시 보호 조치·자체조사 착수”네이버에 이어 게임회사 크래프톤에서도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이 터져 회사가 조사에 나섰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크래프톤 일부 직원들이 A 유닛장과 B 팀장으로부터 지속적인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며 사내 인사팀에 고충 신고를 했다. 이들 중 일부는 변호사를 선임해 해당 내용을 이날 서울동부고용노동지청에 우편으로 신고했다. 진술서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조직 개편으로 두 사람이 관리자로 부임한 이후 직원들은 각종 괴롭힘에 시달려야만 했다. A유닛장은 팀장 회의에서 “앞으로 업무가 늘어날 것이니 더 쥐어짜야 한다”며 야근을 요구했다. 그러면서도 회사에서 제도로 보장하고 있는 보상 휴가는 사용하지 말라고 강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직원이 이명이 발생해 이를 악화시킬 수 있는 업무를 줄여 줄 수 있냐고 요청하자 B팀장은 “인사고과에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하기도 했다. 또한 A유닛장은 지난 4월 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한 직원에게 1평짜리 전화부스로 출근해 그곳에서 업무와 식사를 모두 해결하라고 지시했다는 내용도 진술서에 담겼다. 피해 직원들은 업무 스트레스로 정신건강 전문의 상담을 받고 우울증 약을 먹는 등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크래프톤은 이번 일이 있기 전에도 ‘공짜 야근’이 가능한 포괄임금제를 고수해 직원들의 불만이 나오기도 했다. 고충 신고를 접수한 회사 측은 외부 노무사를 통해 자체 조사에 나섰다. 크래프톤 측은 “신고 접수 후 즉각 조사 진행과 구성원 보호 조치를 취했으며 조사 중인 구성원을 보호하기 위해 유급휴가로 공간적으로도 분리했다”면서 “조사가 완료되면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국내 대표 정보기술(IT) 기업인 네이버에서도 한 직원이 지난달 25일 평소 업무상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메모를 남긴 채 숨진 일이 발생했다. 이와 관련해 네이버는 사외이사로 구성된 ‘리스크관리위원회’를 통해 직장 내 괴롭힘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다각도로 조사를 벌이고 있다.
  • 뚝 끊긴 설악산 오색약수, 인근 호텔이 ‘꿀꺽’?

    설악산국립공원에 있는 강원도 대표관광자원인 오색약수터에 약수가 없어지면서 주민과 인근 호텔 간 갈등의 불씨가 되고 있다. 양양군 오색마을 주민들은 예부터 위장병 등에 효험이 있다며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오색탄산약수가 한 달여 전부터 용출량이 줄기 시작하더니 20여일 전부터는 아예 나오지 않는다고 23일 밝혔다. 오색약수는 500년 전쯤 인근 사찰의 승려가 발견한 것으로 전해진다. 2011년에 천연기념물 제529호로 지정되는 등 전국적으로 알려졌다. 한계령 도로가 개통된 뒤 1990년대만 해도 하루 수백명의 관광객이 약수를 받아 갔다. 위장병·신경통·피부병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색약수로 지은 밥은 푸른색을 띠어 주변 식당가에서도 인기를 끌었다. 약수가 더 이상 나오지 않자 마을주민들은 호텔이 온천 취수량을 늘린 게 원인이라며 대책을 호소하고 있다. 정준형 오색2리 이장은 “오색그린야드호텔이 탄산온천시설을 증설해 탄산온천 취수량을 늘린 게 약수 용출 중단의 원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색그린야드호텔 관계자는 “탄산온천수 취수량이 크게 늘어난 것도 아닌데 설악권의 소중한 관광자원인 오색약수가 나오지 않아 호텔에서도 안타깝다”고 해명했다. 양양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 “얼굴 봐야 소통” 반색… “심야 회식 막막” 사색

    “얼굴 봐야 소통” 반색… “심야 회식 막막” 사색

    정부가 7월 1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를 대폭 완화하기로 하자 재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당장 코로나19 이전 상황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이다. 1년 넘게 진행된 원격·재택 근무에 적응해 과거로 돌아가길 원치 않는 직원이 있는가 하면 대면 소통만큼 효율적인 게 없다는 이유로 ‘코로나 족쇄’와도 같은 재택근무 해제를 반기는 직원도 상당수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정부가 다음달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를 완화하기로 하면서 재택근무제를 도입했던 기업들도 하나둘 ‘원대복귀’를 검토하는 분위기다. 직원들이 회사 사무실에 모여 함께 일하는 시절로 되돌아간다는 뜻이다. 특히 6인(15일부터 8인) 모임과 자정까지의 영업이 동시에 허용되면서 회사 구성원끼리의 회식도 부활할 조짐이다. 정보기술(IT) 업체 직원 이모(47)씨는 “서로 얼굴을 맞대고 일하지 않다 보니 팀원끼리 서먹서먹해져 친밀함이 사라졌고 새로 입사한 직원 얼굴도 못 봤는데, 이제 다 같이 얼굴을 보고 밥도 먹을 수 있게 돼 다행”이라고 반겼다. 재택근무를 주 3회에서 주 2회로 축소할 예정인 한 유통기업 관계자는 “직원 상당수가 재택근무로 오히려 지친 분위기여서 재택근무 축소 지침에 거부 반응을 보이는 직원은 거의 없다”고 전했다. 특히 회사 고위층일수록 직원의 사무실 복귀를 환영하는 건 국내외 공통된 현상이다. 국내 대기업의 한 팀장(46)은 “채팅창으로 대화하고 화상회의를 하는 건 서로 의도를 파악할 수 없고 지적하기도 쉽지 않아 업무의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제임스 고먼 모건스탠리 최고경영자(CEO)도 최근 “협업·소통·교육, 원격으로는 도저히 못 하겠다”며 코로나를 핑계로 휴양지에서 원격 근무하는 직원들을 뉴욕 사무실로 호출했다. 반면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가기 싫다고 호소하는 직원도 적지 않아 갈등이 예상된다. 대기업 직원 김모(39)씨는 “저녁 7시쯤 4명이 단출하게 모여 딱 9시까지만 자리를 갖는 음주 패턴에 익숙해졌는데, 예전처럼 밤 12시까지 회식을 해야 한다니 막막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기업 연구원 직원 이모(35)씨는 “재택근무를 하면서 육아를 도울 수 있어 좋았는데, 출근을 하게 되면 등·하원 도우미를 새로 찾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재택근무를 더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실제 네이버 관계사 라인플러스는 다음달부터 내년 6월 말까지 1년간 주중 완전 재택근무와 사무실 근무를 자율적으로 하는 ‘하이브리드’ 근무 제도를 시행하기로 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조치가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나온다. 백신 접종 효과가 아직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아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신규 확진자 수는 정부의 거리두기 완화 조치 발표가 있었던 지난 20일 357명으로 저점을 찍었지만 이후 21일 394명, 22일 645명으로 이틀 사이 두 배 가까이 급증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지금도 팀장과 팀원의 재택근무가 순번으로 돌아가다 보니 서로 2~3주씩 얼굴을 못 보는 일이 많다”면서 “신입사원을 매뉴얼만 가지고 교육시킬 수 있는 게 아니듯 재택근무가 길어지면 장기적으로 개인성장과 조직발전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원상회복 시 어떻게 조절해야 하는지 고민이 깊다”고 말했다. 이영준·명희진·한재희 기자 the@seoul.co.kr
  • “마라탕 맵다” 별점테러… “맛이 달라” 환불요구

    “마라탕 맵다” 별점테러… “맛이 달라” 환불요구

    막무가내 환불요구·악성리뷰에 몸살공짜밥 먹는 ‘쿠팡 거지’ 신조어까지주문비율 압도적 배달앱에 생계 달려업주들 “시비 붙으면 장사 끝” 속앓이서울 서초구에서 마라탕집을 운영하는 전모(31)씨는 배달주문 고객들의 지나친 환불 요구에 골치가 아프다. ‘국물이 너무 빨갛다’, ‘음식이 너무 맵다’며 불만을 제기하는 손님들에게 “마라탕이 원래 그렇다”고 설명해도 소용이 없다. 음식이 정말 이상한 건지 직접 찾아가기도 했지만 품질에는 문제가 없었다. 전씨는 “그래도 ‘별점 테러’가 더 무서워서 손님 요구대로 음식값을 모두 돌려줄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최근 소비자의 끈질긴 환불 요구와 인격 모독에 시달린 김밥가게 점주가 뇌출혈로 사망한 ‘새우튀김 환불 갑질 사건’을 계기로 자영업자들의 분노가 터져나오고 있다. 식당 사장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특별한 이유가 없는 악성 리뷰와 평점 테러로 인한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기대한 맛과 다르다며 환불을 요구하거나 배달음식을 변기 등에 버리는 사진을 찍어 후기를 남기는 사람도 있다. 온라인에서는 악성 리뷰로 점주를 협박해 공짜 밥을 먹는 사람을 배달앱 쿠팡이츠, 배달의민족의 이름을 따 ‘쿠팡거지’, ‘배민거지’라고 부르기도 한다. 악성 민원을 제기하는 블랙컨슈머들이 기승을 부려도 업주들은 속수무책이다. 코로나19로 매장 손님보다는 배달앱 주문이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경향이 심화됐기 때문이다. 온라인 진상 손님이 많다고 배달앱 거래를 끊을 수도 없는 형편인 것이다. 자영업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가게의 매출에 큰 타격을 주는 이른바 ‘별점 테러’다. 양천구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김모(31)씨는 “한 달 평균 배달과 매장 주문 비율이 8대2 정도로 배달앱에 생계가 달려 있다”며 “배달앱은 후기 관리가 중요해서 비용을 감수하고 치즈볼, 감자튀김, 콜라 서비스를 넣어 준다. 배달앱에 주는 수수료, 광고료도 많은데 이래저래 을의 신세”라고 말했다. 사실상 ‘별점의 노예’가 된 업주들은 최저 별점을 받을 바엔 차라리 환불해 주는 게 낫다고 입을 모았다. 강남구에서 보쌈집을 운영하는 김모(35)씨는 “고객과 환불이나 평점 문제로 시비가 붙는 것을 다른 고객들이 보면 그 순간부터 장사는 끝”이라며 “별점 1개를 받을 바엔 돈을 물어주고 조용히 끝내는 게 낫다”고 말했다. 업주들은 후기와 평점을 날것 그대로 노출하지 말고 재주문 비율만 공개하는 등 보호책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매장의 평균 점수만 노출하거나 좋은 평점을 유지하던 가게에서 갑자기 극단적으로 낮은 점수가 나오면 통계에서 제외하는 등의 방안이 필요하다”며 “아웃라이어(평균치에서 크게 벗어난 표본)를 제거하는 데 드는 비용이 크지도 않다”고 말했다. 업주들의 불만이 커지자 배달 플랫폼들은 부랴부랴 대책을 내놨다. 쿠팡이츠는 지난 22일 악성 리뷰에 대해 해명 기능을 추가하겠다고 밝혔다. 배달의민족 측 관계자는 “업주가 후기 게시 중단을 요청하면 30일간의 임시 조치를 진행해 해당 후기를 노출하지 않고 있다”며 “욕설, 폭언을 반복하는 고객에겐 재발 방지 서약서 작성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 마라탕 빨갛다고 별점 테러…배달 앱 노예된 자영업자들

    마라탕 빨갛다고 별점 테러…배달 앱 노예된 자영업자들

    서울 서초구에서 마라탕집을 운영하는 전모(31)씨는 배달주문 고객들의 지나친 환불 요구에 골치가 아프다. ‘국물이 너무 빨갛다’, ‘음식이 너무 맵다’며 불만을 제기하는 손님들에게 “마라탕이 원래 그렇다”고 설명해도 소용이 없다. 음식이 정말 이상한 건지 직접 찾아가기도 했지만 품질에는 문제가 없었다. 전씨는 “그래도 ‘별점 테러’가 더 무서워서 손님 요구대로 음식값을 모두 돌려줄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최근 소비자의 끈질긴 환불 요구와 인격 모독에 시달린 김밥가게 점주가 뇌출혈로 사망한 ‘새우튀김 환불 갑질 사건’을 계기로 자영업자들의 분노가 터져나오고 있다. 식당 사장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특별한 이유가 없는 악성 리뷰와 평점 테러로 인한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기대한 맛과 다르다며 환불을 요구하거나 배달음식을 변기 등에 버리는 사진을 찍어 후기를 남기는 사람도 있다. 온라인에서는 악성 리뷰로 점주를 협박해 공짜 밥을 먹는 사람을 배달앱 쿠팡이츠, 배달의민족의 이름을 따 ‘쿠팡거지’, ‘배민거지’라고 부르기도 한다. 악성 민원을 제기하는 블랙컨슈머들이 기승을 부려도 업주들은 속수무책이다. 코로나19로 매장 손님보다는 배달앱 주문이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경향이 심화됐기 때문이다. 온라인 진상 손님이 많다고 배달앱 거래를 끊을 수도 없는 형편인 것이다. 자영업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가게의 매출에 큰 타격을 주는 이른바 ‘별점 테러’다. 양천구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김모(31)씨는 “한 달 평균 배달과 매장 주문 비율이 8대2 정도로 배달앱에 생계가 달려 있다”며 “배달앱은 후기 관리가 중요해서 비용을 감수하고 치즈볼, 감자튀김, 콜라 서비스를 넣어 준다. 배달앱에 주는 수수료, 광고료도 많은데 이래저래 을의 신세”라고 말했다. 사실상 ‘별점의 노예’가 된 업주들은 최저 별점을 받을 바엔 차라리 환불해 주는 게 낫다고 입을 모았다. 강남구에서 보쌈집을 운영하는 김모(35)씨는 “고객과 환불이나 평점 문제로 시비가 붙는 것을 다른 고객들이 보면 그 순간부터 장사는 끝”이라며 “별점 1개를 받을 바엔 돈을 물어주고 조용히 끝내는 게 낫다”고 말했다. 서비스 제공자에게 소비자 평가가 완전히 공개되지 않는 정보 비대칭도 문제로 지적된다. 카카오택시를 운영하는 기사 김모(67)씨는 “고객들이 매긴 평점의 이유도 개인 기사들에게는 공개되지 않아 어떤 점이 부족하거나 좋았는지 전혀 알 길 없다”며 “평점이 낮아질수록 콜 배정을 주지 않는 악순환이 반복되는데 개선점을 확인하고 싶어도 못 한다”고 호소했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개별 평가 결과가 제공되면 운행 기록을 통해 어떤 승객이 어떤 평점을 남겼는지 특정된다는 문제가 있다”며 “다만 민감한 평가는 기사에게 알려주고 해명 기회를 제공해 사실 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절차대로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업주들은 후기와 평점을 날것 그대로 노출하지 말고 재주문 비율만 공개하는 등 보호책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매장의 평균 점수만 노출하거나 좋은 평점을 유지하던 가게에서 갑자기 극단적으로 낮은 점수가 나오면 통계에서 제외하는 등의 방안이 필요하다”며 “아웃라이어(평균치에서 크게 벗어난 표본)를 제거하는 데 드는 비용이 크지도 않다”고 말했다. 업주들의 불만이 커지자 배달 플랫폼들은 부랴부랴 대책을 내놨다. 쿠팡이츠는 지난 22일 악성 리뷰에 대해 해명 기능을 추가하겠다고 밝혔다. 배달의민족 측 관계자는 “업주가 후기 게시 중단을 요청하면 30일간의 임시 조치를 진행해 해당 후기를 노출하지 않고 있다”며 “욕설, 폭언을 반복하는 고객에겐 재발 방지 서약서 작성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 “회식하니 좋아요” vs “재택 계속 할래요”

    “회식하니 좋아요” vs “재택 계속 할래요”

    정부가 7월 1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를 대폭 완화하기로 하자 재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당장 코로나19 이전 상황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이다. 1년 넘게 진행된 원격·재택 근무에 적응해 과거로 돌아가길 원치 않는 직원이 있는가 하면 대면 소통만큼 효율적인 게 없다는 이유로 ‘코로나 족쇄’와도 같은 재택근무 해제를 반기는 직원도 상당수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정부가 다음달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를 완화하기로 하면서 재택근무제를 도입했던 기업들도 하나둘 ‘원대복귀’를 검토하는 분위기다. 직원들이 회사 사무실에 모여 함께 일하는 시절로 되돌아간다는 뜻이다. 특히 6인(15일부터 8인) 모임과 자정까지의 영업이 동시에 허용되면서 회사 구성원끼리의 회식도 부활할 조짐이다. 정보기술(IT) 업체 직원 이모(47)씨는 “서로 얼굴을 맞대고 일하지 않다 보니 팀원끼리 서먹서먹해져 친밀함이 사라졌고 새로 입사한 직원 얼굴도 못 봤는데, 이제 다 같이 얼굴을 보고 밥도 먹을 수 있게 돼 다행”이라고 반겼다. 재택근무를 주 3회에서 주 2회로 축소할 예정인 한 유통기업 관계자는 “직원 상당수가 재택근무로 오히려 지친 분위기여서 재택근무 축소 지침에 거부 반응을 보이는 직원은 거의 없다”고 전했다. 특히 회사 고위층일수록 직원의 사무실 복귀를 환영하는 건 국내외 공통된 현상이다. 국내 대기업의 한 팀장(46)은 “채팅창으로 대화하고 화상회의를 하는 건 서로 의도를 파악할 수 없고 지적하기도 쉽지 않아 업무의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제임스 고먼 모건스탠리 최고경영자(CEO)도 최근 “협업·소통·교육, 원격으로는 도저히 못 하겠다”며 코로나를 핑계로 휴양지에서 원격 근무하는 직원들을 뉴욕 사무실로 호출했다. 반면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가기 싫다고 호소하는 직원도 적지 않아 갈등이 예상된다. 대기업 직원 김모(39)씨는 “저녁 7시쯤 4명이 단출하게 모여 딱 9시까지만 자리를 갖는 음주 패턴에 익숙해졌는데, 예전처럼 밤 12시까지 회식을 해야 한다니 막막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기업 연구원 직원 이모(35)씨는 “재택근무를 하면서 육아를 도울 수 있어 좋았는데, 출근을 하게 되면 등·하원 도우미를 새로 찾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재택근무를 더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실제 네이버 관계사 라인플러스는 다음달부터 내년 6월 말까지 1년간 주중 완전 재택근무와 사무실 근무를 자율적으로 하는 ‘하이브리드’ 근무 제도를 시행하기로 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조치가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나온다. 백신 접종 효과가 아직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아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신규 확진자 수는 정부의 거리두기 완화 조치 발표가 있었던 지난 20일 357명으로 저점을 찍었지만 이후 21일 394명, 22일 645명으로 이틀 사이 두 배 가까이 급증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지금도 팀장과 팀원의 재택근무가 순번으로 돌아가다 보니 서로 2~3주씩 얼굴을 못 보는 일이 많다”면서 “신입사원을 매뉴얼만 가지고 교육시킬 수 있는 게 아니듯 재택근무가 길어지면 장기적으로 개인성장과 조직발전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원상회복 시 어떻게 조절해야 하는지 고민이 깊다”고 말했다. 이영준·명희진·한재희 기자 the@seoul.co.kr
  • 해경청 여경 “직장 내 괴롭힘 당해…10년 전 성폭력 피해도” 국민청원

    해경청 여경 “직장 내 괴롭힘 당해…10년 전 성폭력 피해도” 국민청원

    해양경찰청 소속 여성 경찰관이 직장 내 괴롭힘과 더불어 10년 전 상사로부터 성폭력도 당했다며 국민청원을 제기해 해경이 감찰에 착수했다. 2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현재 같은 사무실 직원의 막말과 텃새, 순경 때 당했던 직장 내 성폭력 사고를 알리니 조사하여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올라왔다. 현직 해양경찰 여경이라는 A씨는 올해 2월 해경청으로 발령받은 첫 주에 서무 행정업무로 벅차 하자 사무실 동료 B씨가 “16년 동안 얼마나 날로 먹었길래 이딴 서무 (업무) 하나 못해서 이렇게 피× 싸고 있냐”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동료의 이러한 발언에 “다른 직원들도 있는 사무실에서 그렇게 얘기해 굉장한 수치심과 모욕감이 들었다”고 했다. 또 “생판 처음 보는 사람에게 그런 모욕적인 말을 들었는데 아무도 ‘너무 심한 거 아니냐’고 말하는 사람이 없었다”고도 했다. 이어 “B씨로 인해 대인관계를 기피하게 되고 밥도 제대로 못 먹는 등 고통스러워 정신과 치료를 받고 약도 먹게 됐다”면서 “회사에 B씨와 분리해 달라고 요구했으나 ‘육아휴직을 신청하라’라거나 ‘본청에 그 정도 각오 없이 왔느냐’라는 말만 들었다”고 주장했다. 또 2008년 일선 해경서에서 근무할 당시에는 회식 자리에서 상사로부터 성폭력 피해를 봤다고도 했다. 그는 “당시 반장이 할 이야기가 있다며 회식 장소 건물 지하로 데리고 갔다”면서 “따라가 보니 룸살롱이었는데 문을 닫더니 옆에 앉히고서는 과일을 이쑤시개로 찍어 주면서 입을 벌리라고 했고, 어깨에 손을 올리고 몸을 밀착시켰다”고 주장했다. 당시 무서워서 ‘지금 뭐하시는 거예요’라고 하며 뿌리치며 나왔고, 택시를 타고 관사에 들어갔다고 했다. 그런데 다음날 출근해서 계장에게 보고했더니 “미친 ××네”라고만 하고는 아무런 조치를 해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A씨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의원면직할 각오를 하고 국민청원 글을 올렸다”면서 “가해자들을 조사해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해경청은 A씨의 국민청원 글을 토대로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감찰 조사를 하고 있다. 해경청 관계자는 “국민청원 글을 토대로 현재 사실 여부를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설악산 관광자원 ‘오색탄산약수’…주민간 갈등 이유

    설악산국립공원내 대표 관광자원인 ‘오색탄산약수’가 말라 주민들간 갈등의 불씨가 되고 있다. 23일 강원 양양군 오색마을 주민들에 따르면 옛부터 위장병 등에 효험이 있다며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오색약수가 한 달여 전부터 용출량이 줄기 시작하더니 20여일 전부터는 아예 약수가 나오지 않고 있다. 주민들은 오색약수터 인근에 위치한 오색그린야드호텔이 탄산온천수 취수량을 늘린 것을 원인으로 꼽고 있다. 오색약수는 지난 2011년에 천연기념물 제529호로 지정되는 등 전국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1500년쯤 약수터 인근 사찰의 승려가 발견한 것으로 전해지는 이 약수는 한계령 도로가 개통된 뒤 1990년대만 해도 하루 수백명의 관광객이 약수를 받아 갈 만큼 유명했다. 위장병·신경통·피부병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오색약수로 지은 밥은 푸른색을 띠어 주변 식당가에서도 인기를 끌었다. 약수가 더이상 나오지 않자 마을주민들은 인근 호텔이 온천 취수량을 늘린 것이 원인이라며 대책을 호소하고 있다. 양양군에서도 최근 오색약수를 찾아 약수 용출량 등을 확인하고 주민, 호텔 측과 대책을 논의중이다. 오색약수가 끊긴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6년 전에도 이같은 현상이 발생해 양양군과 그린야드호텔이 소송을 벌이기도 했지만 당시 명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정준형 오색2리 이장은 “오색그린야드호텔이 탄산온천시설을 증설, 탄산온천 취수량을 늘린 것이 약수 용출 중단의 원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색그린야드호텔의 관계자는 “탄산온천수 취수량이 크게 늘이난 것도 아닌데 설악권의 소중한 관광자원인 오색약수가 나오지 않아 호텔에서도 안타깝다”고 해명했다. 양양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 [씨줄날줄] 가사노동/김상연 논설위원

    [씨줄날줄] 가사노동/김상연 논설위원

    ‘가사노동’에 대해 백과사전은 ‘가정 안팎에서 수행하는 여러 가지 일로 요리·세탁·청소 외에도 노인과 환자 돌보기, 친척 방문, 동회·은행·학교에서의 일처리 등’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가사노동이라는 용어는 최근에서야 일반화된 말로 사실 가사를 노동으로 인식하지 않는 사람이 아직도 많다. 노동이라 하면 밖에서 일해 돈을 벌어 오는 것으로 인식돼 왔기 때문이다. 가족이 하는 가사노동에는 금전적 보상이나 급여가 지급되지 않는다. 하지만 짧은 기간이라도 집안일을 전담해 본 사람이라면 가사가 얼마나 힘든 노동인지를 절감한다. ‘집안일은 해도 해도 끝이 없다’는 말처럼 적확한 표현은 없다. 인간은 하루 평균 세 끼의 밥을 먹어야 하고, 매일 옷을 갈아입어야 하며, 하루만 지나도 집안에 먼지가 쌓이기 때문에 집안일엔 휴일도 없고 야근도 비일비재하다. 여기에 육아까지 겹치면 슈퍼맨급의 노동력이 필요하다. ‘집안일+육아’보다 직장에 출근하는 게 훨씬 편하다는 ‘비밀’을 들킬까봐 전업주부가 아닌 직장인들은 표정 관리에 힘쓴다. 가사노동에서 해방되고픈 인간의 염원은 테크놀로지의 발달을 불렀다. 세탁기에 식기세척기, 로봇청소기까지 나날이 진보하는 가사의 기계화가 인간의 노동력을 덜어 주고 있다. 최근엔 요리하는 수고로움을 면제해 주는 ‘밀키트’ 배달 사업이 호황이다. 손질할 필요 없이 바로 요리하도록 다듬어진 식재료와 정량의 양념, 조리법을 세트로 구성해 파는 상품이다. 재료를 구입하고 손질하는 시간과 함께 설거지까지 줄일 수 있어 1인가구는 물론 여러 명이 함께 사는 가족한테서도 인기다. 또 아예 공동식당에서 입주민들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아파트까지 등장했다. 요리와 설거지에서만 해방돼도 가사노동이 크게 줄 수 있다. 그럼에도 아직 인간이 가사노동에서 해방되는 날은 가까워 보이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가사노동이 더 늘었다는 통계 자료가 나왔다. 지난 21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음식 준비, 청소, 돌봄 등 무급 가사노동의 경제적 가치는 2019년 기준 490조 9190억원으로 5년 전에 비해 35.8% 증가했다. 15세 이상 1명당 한 해 평균 949만원어치의 무급 가사노동을 했다는 뜻이다. 가사노동의 증가는 핵가족화로 1인가구가 늘어난 데다 새로운 가사노동을 인간 스스로 ‘개발’했기 때문이다. 반려동물 및 식물 돌보기에 들어간 가사노동 평가액이 2019년 기준 14조 4600억원으로 5년 전에 비해 111.2%나 증가했다. 결국 가사노동에서 해방되려고 기껏 머리를 짜내 온갖 발명품을 만들어 내면서도 한편으론 반려견 등을 돌보는 노동을 자초하고 있는 셈이다. 인간, 참 재미있는 종(種)이다. carlos@seoul.co.kr
  • 자연과 공존하는 생태관광… 느리지만 행복한 시간

    자연과 공존하는 생태관광… 느리지만 행복한 시간

    ‘불편한’ 자랑거리였던 자연자산이 ‘생태관광’(ecotourism)을 통해 지역주민과의 공존에 나섰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일상이 달라지면서 자연 속에서 행복한 삶을 찾는다는 생태관광이 주목받고 있다. 환경 보전을 전제로 불편함을 감수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여행이라는 점에서 일반관광과 구별되지만 농촌·녹색관광과 공통점이 많다. 환경부는 환경적으로 보전 가치가 있고 생태계 보호의 중요성을 체험할 수 있는 지역을 생태관광지역으로 지정하고 있다. 올해 3곳이 추가돼 2011년 제도 도입 후 국내 생태관광지역은 총 29곳에 달한다. 하지만 생태관광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보전 가치에 기반한 주민 수익 창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개인이 주도하는 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정부가 추진하면서 확산이 더디고 인지도가 낮다. 소중한 자연자산이 보전되려면 지역사회와 주민의 애정이 필요하다. 지역이 외면하면 자연 속에서 생명의 위대함을 느낄 수 있는, 지적 만족감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마저 사라질 수 있다.●아픔을 아름다움으로… 고창 호암마을 22일 참여한 전북 고창 고인돌·운곡습지 탐방의 첫 일정은 호암마을에서 생태밥상 체험으로 시작했다. 연잎으로 감싼 밥과 수육, 오색전과 다양한 나물, 방풍나물 샐러드 등이 차려진 형형색색의 밥상은 먹는 기쁨에 보는 즐거움을 더했다. 모두 마을에서 생산된 농산물로 상을 차린다. 생태밥상을 받기 위해서는 예약이 필수다. 마을에는 작은 성당과 오래된 기도실 등 낯선 건축물들을 만날 수 있다. 호암마을은 강칼라 수녀로 잘 알려진 한센인 정착촌이었다. 2005년까지는 축사가 들어서 접근을 꺼리던 곳이 지금은 생태관광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소가 됐다. 종교인들의 순례지이자 입소문을 타고 귀촌자까지 늘면서 작은 마을에서는 매년 3500여명의 방문객을 맞고 있다. 호암마을치유센터 대표인 방부혁 마을이장도 봉사를 위해 이곳을 찾았다가 정착했다. 방 대표는 “다른 지역은 생태마을을 하면서 공동체가 생겨난 반면 우리는 공동체 및 종교생활이 일상화됐기에 갈등이 거의 없었다”면서 “생태마을에 대한 아이디어는 외부 도움을 받았지만 프로그램에는 주민 모두가 참여해 역할을 맡고 수익은 균등하게 배분하면서 신뢰를 높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2011년 람사르습지로 지정된 운곡습지는 제주 곶자왈을 연상하게 했다. 과거 습지를 개간해 계단식 논을 조성했으나 영광원자력발전소의 냉각수 공급을 위한 저수지가 만들어지면서 자연 복원된 산지형 저층 습지로 전체 면적은 1.797㎢에 달한다. 운곡습지 탐방로는 데크가 설치돼 누구나 방문할 수 있다. 데크는 방문객으로 인한 습지의 육상화를 예방하기 위한 대책이다. 차가운 기운이 느껴지는 울창한 숲에는 과거 계단식 논의 형태와 전통적 논둑 복원 모습도 확인할 수 있다. 초식동물들이 물을 마시는 공간이 무너지자 중장비를 동원해 복원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는데 주민들이 직접 전통방식으로 옛 모습을 되돌렸다. 운곡습지가 람사르습지로 지정되면서 호암·용계마을 등 주변 6개 마을에서 보전을 전제로 생태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지역 차원에서는 봄과 가을에 6개 마을의 특산물과 생산물을 판매하는 오베이골 장터가 매주 토요일 열려 주민들의 일체감을 높인다. 고인돌·운곡습지는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이라는 지역 특수성과 다양한 볼거리, ‘지산지소’가 풍부한 먹을거리 등이 뒷받침되면서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전국에서 유일하게 방문객과 소득이 증가하는 성과를 창출했다. 신영순 고창운곡습지생태관광협의회 사무국장은 “주민들의 취미활동이 소득을 창출하면서 자존감이 높아지고 운곡습지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지는 선순환이 현실화됐다”며 “생태관광이 고령화시대 농촌을 유지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는데 관건은 주민 참여”라고 강조했다.●지역 차별화로 낮은 경제성 극복 전문가들은 전체 국토의 63%가 산림인 우리나라는 도시를 제외한 어느 지역에서든 생태관광이 가능하다고 평가한다. 최근 국내에서도 생태관광 성공모델이 나오고 있다. 고창은 국제보호지역으로 지정된 평범한 마을들이 생태관광을 통해 지역의 가치를 높였다. 마을 간 협업과 주민의 재능에 기반한 상품 개발 등이 더해지면서 고령화된 마을을 활성화하는 효과로 이어졌다. 강원 인제 생태마을은 민관이 협력해 농산촌관광 경험을 체계화했다. 홍보 및 프로그램을 하나의 단체가 총괄하면서 지역별 특화가 가능해졌다. 생태 프로그램의 수익성을 높이는 것이 과제다. 제주 서귀포 효돈천과 하례리는 관광자원이 풍부한 지역이라는 기본에서 출발했지만 지역이 주도한 모델로 주목받는다. 특히 젊은층이 참여해 프로그램의 다양성을 높였다. 지역 주민이 트레킹 가이드, 해설사 등으로 참여하고 다른 주민을 양성하는 도제제도를 통해 지속성도 확보했다. 그러나 여전히 다수의 지역들이 운영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환경부는 생태관광 추진 주체인 지역협의체를 사회적경제기업으로 육성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상품 및 프로그램 운영, 브랜드 개발을 통한 특산품 판매 등을 주민들이 주도하는 방식이다. 2022년까지 4곳을 선정해 시범사업을 실시하기로 했다. 강미희 국제지속가능관광위원회 아시아태평양 디렉터는 “생태관광은 희소성과 고부가가치를 추구해 돈이 안 되는, 그래서 지속성이 떨어지는 한계가 있다”면서도 “지역주민들이 해결책을 만들어 내야 할 과제지만 작은 변화의 물결이 일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우수한 생태자원의 활용에 그치는 것이 아닌 기후변화, 지속가능성에 대한 인식 제고와 에너지·물 등 통합적 접근을 통한 차별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국립공원 훼손 최소화하는 분산 탐방 국립공원에도 생태관광이 도입된다. 정상 정복형 탐방으로 인한 국립공원 훼손을 줄이고 생물다양성 증진과 기후변화 대응 등을 위해 ‘저지대’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야생 동식물이 서식하는 중·고지대의 탐방객을 분산시켜 인위적 접촉을 줄이는 방식으로 고지대는 생태 보존, 저지대는 자연 속에서 안전하게 휴식할 수 있는 탐방체계를 구현하기로 했다. 지역 상생이 가능해진다. 우선 산악·해상·도심형 등 형태별 국립공원 6곳에 지형·여건·주변 문화 등과 연계한 생태관광 기반을 시범 조성할 계획이다. 산악형은 설악산·지리산, 해상해안형은 한려해상과 다도해, 도심형은 계룡산·치악산이 각각 선정됐다. 저지대는 가족 및 교통약자의 탐방을 증진할 수 있는 생태휴양형 국민여가 거점을 조성하고 주변 지역과 연계될 수 있는 체험 및 교육 인프라를 확충하기로 했다. 국립공원 마을지구 등 낙후된 시설 정비와 경관 개선 등 재생사업도 이뤄진다. 공원 접근·이용에 따른 오염물질 발생량 저감을 위해 무공해차를 이용한 이동 시스템 구축 및 탐조대 형태 등 친환경 순환 시스템이 도입된다. 생태관광 참여에 따른 탄소발자국 저감 효과가 연간 5만 6000t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소나무 112만 그루를 심는 효과가 있다. 또 연간 4000만명에 달하는 국립공원 탐방객의 8%를 생태관광 참여자로 환산 시 연관 산업 활성화로 연간 2622억원으로 경제적 파급 및 일자리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분석됐다. 권영미 환경부 자연공원과 사무관은 “지속가능한 이용을 위한 국립공원 생태 문화·교육 플랫폼은 그린뉴딜 사업의 일환”이라며 “국립공원이 활용과 훼손 논란을 넘어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고 후세대와 미래를 위한 공간이라는 미래상을 담고 있다”고 강조했다. 고창·세종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이종수의 헌법 너머] 과거의 거울에 비춰 본 형사사법의 현재/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종수의 헌법 너머] 과거의 거울에 비춰 본 형사사법의 현재/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얼마 전에 1751년 조선조 영조 때에 벌어졌던 안음현 살인사건을 다룬 책을 흥미롭게 읽었다. 안음현은 지금의 경남 함양군 안의면에 해당하는 지역이다. 죽은 이들은 외근 중이던 기찰군관과 수행원인데, 이들이 도적떼에게 살해당했다며 변고를 처음 알려 온 동료 기찰군관들이 범인인 것으로 추후 판명이 났다. 특히 흥미를 끈 대목은 “네 죄는 네가 알렷다”며 그저 자백을 다그치는 ‘원님 재판’이 아니라 당시에 이미 현장검증 및 부검 등에서 나름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형사사법제도를 갖추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검시 과정에서 망자의 시신을 만지는 오작인과 더불어 전문가인 여러 참검인들이 함께하는 것은 물론이고, 정확한 검시를 위한 원칙과 표준이 실무책자를 통해 마련돼 있었다. 살인이 의심되는 사건에서는 초검에 이어 복검까지 최소한 두 번의 부검을 거치도록 하고, 중형이 예상되는 범죄인의 신문에는 관리 두 명이 함께 진행하는 ‘동추’(同推)가 적용됐다. 사형이 집행될 범죄의 경우에는 보다 신중을 기하기 위해 세 번의 심리(三覆)를 거쳐 국왕의 명령으로만 사형이 가능했다고 한다. 나름 전문성과 객관성이 담보되는 형사사법제도였던 셈이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범인들 중에 한 명이 신문 도중에 고문으로 인해 사망한 것은 아쉽게도 옥에 티로 남는다. 책을 덮고 나서는 오래전 유학 시절에 접했던 중세 유럽의 사법제도가 머리에 떠올랐다. 당시에는 서로 다투다가 또는 고의 아니게 타인을 죽인 경우 유책의 범인이 피해자의 가족과 합의해야만 했는데, 즉 당사자들 사이에서 사법(私法)상의 속죄 계약이 체결됐다. 이 계약을 통해 금전적 배상은 물론이고 억울한 망자를 기리려고 사망한 장소나 오가는 사람들의 눈에 잘 띄는 마을 초입 등 유족들이 원하는 곳에 돌로 만든 이른바 ‘속죄의 십자가’를 세워 두는 일이 14세기 초반부터 흔한 일이었다고 한다. 이것은 범죄피해자보호법이나 민사소송을 통해 피해자나 유가족을 배려하는 오늘날의 제도와도 흡사한데, 원상회복이나 남겨진 유가족의 생계 보호 관점에서는 오히려 더 나은 측면도 있다. ‘살인십자가’로도 불리는 이 돌십자가가 오늘날 유럽 전역에서 발견되는데, 독일에만도 4000여개가 남아 있다고 한다. 이렇듯 마을 단위에서 당사자끼리의 사법상 계약을 통해 자치적으로 해결해 오던 형사사법제도가 중앙집권적인 국가 시스템이 공고하게 자리잡고 난 이후로는 사라지게 된다. 특히 1530년 이후로 개신교계의 지역에서는 이 같은 속죄의 십자가가 더이상 세워지지 않았다고 한다. 피해자의 자력 구제와 복수 그리고 마을 단위의 자치적인 해결을 금지하고 수사와 기소 및 재판 등 사법 권한을 국가가 독점한 연후에 예전보다 더 나아졌는지가 한편 의문이다. 잘 알려져 있듯이 그 이후로 엄중한 처벌과 함께 모진 고문을 통해 자백을 강요하는 형사사법이 횡행했기 때문이다. 범인에게 늘 나긋한 목소리로 어리숙하게만 보이다가 극의 말미에 꼼짝 못할 증거를 들이대고서 끝을 맺는 ‘형사 콜롬보’ 시리즈는 그저 영화와 소설 속에서나 가능한 허구일 뿐이다. 오래전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화성 연쇄 살인사건의 진범이 뒤늦게 밝혀졌는데, 이로 인해 살인 누명을 뒤집어쓰고 억울하게 20년을 옥살이한 분이 있는가 하면, 경찰이 사망한 어린 피해자의 시신을 발견하고서도 은폐했던 사실 또한 함께 드러나면서 공분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선택적 정의 실현으로 비난되는 ‘정치사법’과 함께 심지어는 ‘사법살인’이 자행되기도 했다. 그리고 숱한 권력형 오심(誤審)들이 이후 재심을 통해 무죄로 번복됐다. 또한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계급사법’도 줄곧 논란이 됐다. 유죄를 확정한 판결문의 잉크가 채 마르지도 않았는데, 진즉부터 전직 대통령과 어느 대기업 총수에 대한 사면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법 앞의 평등’이라는 민주법치국가의 기본 전제가 애당초 허구였는지도 모르겠다. 불거져 있는 검경 수사권 조정을 둘러싸고서도 ‘밥그릇 싸움’이나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회의론이 팽배한 데에는 이렇듯 나름의 이유가 있다. 이러한 가운데 사법제도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도가 OECD 국가들 중에서 거의 꼴찌 수준이다. 뼈를 깎는 반성과 환골탈태라는 말도 그저 식상하기만 하다. 그러니 이제는 정말 달라져야 한다.
  • 쇠사슬로 서로 손 묶어 생활한 우크라 커플, 123일 만에 결별

    쇠사슬로 서로 손 묶어 생활한 우크라 커플, 123일 만에 결별

    권태기를 겪다가 사랑을 확인하고자 서로의 손을 쇠사슬로 이은 채 생활해온 우크라이나의 한 커플이 결국 넉 달 만에 이별을 선택했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의 ‘쇠사슬 커플’ 빅토리아 푸스토비토바(29)와 알렉산드르 쿠들라이(33)는 개인 공간이나 사생활도 없이 24시간 내내 함께 지내는 기록에 도전한지 123일 만에 포기를 선언하고 완전히 남남이 됐다.두 사람은 지난 16일 수도 키예프 드네프르 제방에 있는 통합 기념비 앞에서 취재진을 모아놓고 쇠사슬 절단식을 진행했다. 이곳은 이들이 밸런타인데이였던 지난 2월 14일 쇠사슬로 서로의 손을 연결하는 실험을 시작했던 곳으로, 그때와 마찬가지로 우크라이나 국가기록원 관계자가 참석했다. 두 사람은 절단기로 서로의 손에 연결돼 있는 쇠사슬을 끊어내자 그 즉시 거리를 두고 떨어졌다. 그러고나서 푸스토비토바는 그 자리에서 만세를 외쳤다. 그녀는 “마침내 자유로워졌다. 지금까지 우리를 지지해준 모든 사람에게 감사하다”면서 “우리는 행복했고 살면서 이런 경험을 할 수 있었다는 점에 대해서는 지금도 행복하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이 실험으로 결혼 계획은 물론 연인 관계까지 완전히 산산조각 났다는 점을 순순히 인정했다. 그리고 이제 서로 두 번 다시 볼 일이 없도록 서로 다른 지역에서 살기로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처음에 두 사람은 언제 어디서나 함께 있을 수 있어 행복했지만, 점차 불편하다는 점을 깨달았다. 밥먹을 때와 잠잘 때는 물론 화장실에 갈 때 목욕할 때도 쇠사슬이 이어진 채 생활해야 했다. 비카라는 애칭을 지닌 빅토리아는 그동안 인조 속눈썹을 만드는 일을 했지만, 이번 도전으로 일을 포기하고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을 판매하는 남자 친구의 일을 도와야 했던 것이 불만이었다. 알렉산드르 역시 비카와의 생활이 쉽지 않았다. 요리하거나 전화할 때 옆에서 시끄럽게 했고, 아침마다 거울 옆에 서서 비카가 화장을 다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지겨웠다고 인정했다. 알렉산드르는 “비카는 이전 삶의 리듬으로 돌아가고 싶어했다. 자신이 좋아했던 것을 그리워했다”면서 “함께 하고 싶은 일을 계속하자는 내 제안에도 그녀는 그다지 반응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결국 두 사람은 4시간에 걸쳐 크게 말다툼을 벌였고, 대안이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두 사람은 이번 도전으로 인기를 얻어 여러 방송에 출연하며 돈을 벌었지만 수익이 공개되지는 않았다. 다만 수익금 중 일부를 자선단체에 기부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인스타그램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소득 4만弗 시대 여는 강한 경제 대통령 될 것”

    “소득 4만弗 시대 여는 강한 경제 대통령 될 것”

    대기업 대주주 배당 등 3년 동결 제안정치인 축사 없애고 청년들과 토크쇼이낙연 등 참석… ‘反이재명 연대’ 구축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17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누리꿈스퀘어에서 ‘강한 대한민국, 경제 대통령’을 슬로건으로 걸고 대권 도전을 공식 선언했다. 정 전 총리는 “밥을 퍼 주는 일도 중요하지만 지금 우리에게 더 필요한 것은 새로운 밥을 지어 내는 역동성”이라며 ▲혁신 분야에 대한 집중 투자 ▲소득 4만 달러 시대 개척 ▲돌봄이 강한 대한민국 등 경제 대통령 구상의 세 가지 원칙을 약속했다. 특히 정 전 총리는 소득 4만 달러 시대를 위해 “담대한 사회적 대타협을 제안한다”며 “재벌대기업 대주주들에 대한 배당과 임원·근로자들의 급여를 3년간 동결할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그 여력으로 하청 중소기업들의 납품 단가 인상과 근로자 급여 인상을 추진하고 비정규직을 공정하게 대우하는 비정규직 우대 임금제를 도입·확대하겠다고 했다. 그는 “검증받지 않은 도덕성, 검토되지 않은 가능성은 국민께 신뢰를 받을 수 없다”며 자신이 도덕적으로 검증된 지도자라고 밝혔다. 이를 두고 당내 1위 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야권 유력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향해 동시에 날린 견제구라는 해석이 나왔다. 정 전 총리는 정치인 축사를 과감히 없앤 대신 청년들과 질의응답을 주고받는 ‘2030 토크쇼’로 행사를 시작했다. 출마 선언식에는 대선주자인 이낙연 전 대표, 이광재·김두관 의원 등이 참석해 ‘반(反)이재명 연대’ 구축 아니냐는 해석도 있었다. 정 전 총리는 여권 빅3(이재명·이낙연·정세균)로는 처음으로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그러나 지지율이 저조한 만큼 반전 모멘텀을 만들어 내는 게 급선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정 전 총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후보일 당시 (내가) 대선기획단에 있었는데, 처음에 시작하실 때 지금 저보다도 지지율이 낮았다”고 도전 이유를 밝혔다. 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 “붕괴 참사, 운전사가 엑셀만 밟았어도” 송영길에 광주 “망언” 격앙 (종합)

    “붕괴 참사, 운전사가 엑셀만 밟았어도” 송영길에 광주 “망언” 격앙 (종합)

    시민사회 “본질 이해 못한 상식 밖의 망언”“버스기사가 잘못해 피해 커졌다는 거냐”송영길에 사과 촉구 속 宋 “오해 있다” 해명宋 “버스정류장 옆 철거 현장 방치 질책한 것”宋 “언론의 악의적 참사…강력 대응” 언론탓17명의 사상자를 낸 광주 철거건물 붕괴 참사를 두고 매몰된 시내버스 운전사를 탓하는 듯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발언에 광주 시민사회가 “본질을 이해 못한 상식 밖의 망언”이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같은 당 이병훈 의원이 참사 다음 날인 10일 사고 현장에서 웃는 모습이 보도돼 물의를 빚자 사과한 지 하루 만에 나온 발언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송 대표는 자신의 발언을 언론이 악의적으로 보도한 것이라며 언론개혁에 정치적 소명을 걸겠다고 밝혔다. 송영길 “운전사가 본능적 감각으로엑셀만 좀 밟았으면 살았을 것” 송 대표는 1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붕괴사고 대책 당정협의 모두발언에서 “바로 그 버스정류장만 아니었다 할지라도, 운전사의 본능적인 감각으로 액셀러레이터만 조금 밟았어도 (희생자들이) 사실 살아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송 대표는 이어 “하필 버스정류장 앞에 이런 공사 현장이 돼 있으니 그게 정확히 시간대가 맞아서 이런 불행한 일이 발생하게 됐다”면서 “영화의 한 장면 같은 재난 현장을 보면서 많은 국민들이 안타까워하고 분노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당시 영상을 보면 시내버스가 버스정류장에 정차한 뒤 3∼4초 만에 건물이 붕괴하면서 해당 시내버스는 손쓸 틈도 없이 순식간에 매몰됐다.“‘세월호 참사는 단순 사고’ 라던 망언과 무엇이 다른가” 분노 이를 두고 기우식 참여자치21 사무처장은 “이게 광주에 핵심 기반을 둔 민주당의 당 대표 입에서 나올만한 이야기인가 믿기 어렵다”면서 “세월호 참사를 두고 단순 사고라고 했던 당시 망언과 무엇이 다른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왜 이런 사고가 났는지 본질적인 이해조차 하지 못한 것으로 보이는 발언”이라면서 “상식 밖의 망언에 화가 치밀어 무어라 논평하고 싶지도 않다”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오는 주말 붕괴 참사 관련 추모 행사를 계획하고 있는 민주노총 광주본부도 “마치 참사의 피해자인 버스 기사가 잘못해 피해가 커진 것으로 표현한 망언이다”고 입장을 밝혔다 민노총은 “정부, 정치권이 대형 사고가 터질 때마다 재발을 막겠다고 호언장담하면서도 또다시 재발하는 데에는 이런 얕은 인식하에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지 않아서다”라면서 “집권당의 대표는 자신의 망언을 사과하고 하루빨리 중대재해기업처벌법 개정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야당도 “참사 책임을 운전사에 떠넘긴다”고 꼬집었다.송영길 “버스정류장을 조금이라도앞으로 옮겨놨다면 피했을 것이란 말” 사고 현장까지 찾아와 사고 내용을 브리핑받기도 한 송 대표가 내용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일부 유족들은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지난 9일 발생한 철거 건물 붕괴 사고로 그 앞에 있던 시내버스가 매몰되며 버스에 타고 있던 9명이 숨지고 8명이 중상을 입었다. 논란이 확산하자 송 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오해가 있었다”면서 “제 말의 취지는 버스정류장 앞에 그 위험한 5층짜리 건물 해체 작업을 방치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버스 정류장을 조금이라도 앞으로 옮겨놨다면 버스가 더 진행하려는 과정에서 건물이 붕괴했을 것이고, 그 순간 본능적으로 엑셀을 밟았으면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말이었다”고 해명했다. 宋 “잘못된 보도로 상처 컸을 유족 죄송”“미디어 환경 혁신에 정치적 소명 걸 것” 그러면서 송 대표는 자신의 발언으로 곤경에 빠진 상황이 언론에 의한 악의적 참사라며 강력 대응 하겠다고 강조했다. 송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른바 ‘엑셀’ 발언 논란에 대해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일이 또 벌어진 것으로, 언론 참사와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오늘 어떤 기자는 제 말 일부를 잘라내 기사를 송고하며 ‘액셀러레이터만 조금 밟았어도’라는 대목만 키웠다.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면서 “미디어 환경 개혁의 당위성을 언론들이 만들어줬다는 점에선 정말 다행이다. 미디어 환경 혁신에 정치적 소명을 걸겠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버스 정류장이 없었다면, 그래서 버스가 바로 그 시간에 정차하고 있지만 않았다면, 혹시 버스가 사고 현장을 지나더라도 이상한 조짐이 보였으면 운전기사는 본능적으로 승객의 안전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했을 것이라는 제 심정을 표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제가 젊은 시절 택시를 몰며 택시노조 사무국장을 했고, 운전으로 밥을 벌고 젖먹이를 키웠다”면서 “그런 제가 다른 의미를 섞었겠느냐”고 반문했다. 송 대표는 “이와는 별도로 잘못된 보도로 상처가 더 컸을 피해자 유가족과 광주 시민에 죄송하다는 말을 드린다”면서 “호남의 아들인 송영길이 그런 정도로 바보가 아니다”라고 말했다.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이번엔 ‘역차별’ 논란 “닭고기 없는 닭볶음탕…격리병사만 챙겨”

    이번엔 ‘역차별’ 논란 “닭고기 없는 닭볶음탕…격리병사만 챙겨”

    “격리자들만 밥 다운 밥 먹는다”육군의 한 부대에서 닭고기가 들어 있지 않은 닭볶음탕이 저녁식사로 제공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17일 페이스북 페이지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에 글을 올린 28사단 소속 한 병사는 “지난 15일 석식으로 일반 병사들에게 고기 한 점 없는 닭볶음탕을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코다리 강정은 양이 적어 한 덩이를 가위로 2~4번 잘라 작게 2조각씩 주고, 김 하나 던져줬다”고 했다. 그는 격리병사와 비교해 오히려 ‘역차별’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 병사는 “격리자들 식사는 2명이 먹어도 될 정도로 넉넉하게 주고, 심지어는 삼겹살까지 제공했다”며 “(상부에) 보고를 올려야 한다며 항상 먼저 격리자들 식사를 분배하고 사진을 찍는데, 격리자들만 밥 다운 밥을 먹는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런 더운 날씨에 고생하는 일반 장병들은 뭐가 되느냐”며 “매번 이런 식으로 보여주기식만 하는 상황이 너무 화가 난다”고 덧붙였다. 이에 육군 28사단은 입장자료를 내고 “지난 15일 석식 메뉴는 닭볶음탕, 코다리강정, 맛김, 오이양파장아찌, 배추김치였고, 당시 급양관리관이 현장에서 조리와 배식 전 과정을 관리 감독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메뉴 중 코다리강정은 배식조(2명)에 의해 배식했고, 나머지 메뉴는 자율배식으로 운영했다”며 “배식 후에도 밥과 닭볶음탕, 코다리강정 등 모든 반찬이 남았다”고 주장했다. 부대는 “삼겹살의 경우는 부대 격리 인원 35명에게만 추가 반찬으로 제공됐다”며 “메뉴별 급식량의 편차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추가 확인해 보완할 부분은 없는지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김유민의 돋보기] 믿고 보낸 요양원 반복되는 학대

    [김유민의 돋보기] 믿고 보낸 요양원 반복되는 학대

    감염병 사태로 외부인 면회가 줄어든 노인 요양 시설을 중심으로 학대 의심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밥그릇에 반찬과 국물을 모아 잡탕처럼 섞어 배식하는가 하면 거동이 불편한 노인을 수일간 방치하는 일이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 2018년과 2019년 두 차례 노인학대 혐의로 과태료를 물고 원장까지 교체한 제주의 한 요양원이 또다시 방임 학대 판정을 받았다.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70대 할머니는 세 차례나 낙상사고를 당해 왼쪽 눈과 광대에 시퍼런 멍이 들었다. 이 할머니는 입소한 지 9개월 만에 체중이 7㎏가량 줄었다. 저녁 시간에는 밥과 반찬을 한 그릇에 담고 국물까지 부어 잡탕처럼 배식한 것도 폐쇄회로(CC)TV에 찍혔다. 인천의 한 요양원에서는 노인들에게 잔반과 상한 음식을 뒤섞어 배식한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이 요양원은 과거에도 비슷한 내용으로 신고가 접수돼 부평구로부터 행정처분을 받았다. 당시 단속에서는 유통기한이 지난 식재료가 발견됐다. 경남 창원의 한 요양원은 70대 환자의 팔다리를 최대 5일 동안 침상과 휠체어에 묶어 학대한 혐의로 업무정지 행정처분을 받기도 했다. 이 요양원은 환자가 식사할 때는 휠체어에 묶고, 잠을 잘 때는 침상에 신체를 억제하는 방식으로 방치했다.보건복지부 지침상 신체 억제대를 사용할 때는 2시간마다 환자 상태를 확인하고 체위를 변경해야 한다. 하지만 요양원은 의사 소견도 없이 “환자가 폭력성이 있어 요양보호사가 다칠 수 있기 때문에 몸을 묶었다”고 주장했다. 조사 결과 이 요양원은 건강보험공단 지원금을 부당 수급하고, 식자재비를 직원 월급 등 다른 용도로 사용한 사실이 적발됐다. 노인학대 의심신고가 접수돼 노인학대로 판정된 건수는 2015년 3818건에서 지난해 5243건으로 5년 새 37%나 늘어났다. 같은 기간 시설의 학대 비율은 2배 이상 증가했다. 가족과 떨어져 생활하는 노인들은 대부분 심신이 불편해 피해 호소도 쉽지 않은 만큼 학대를 예방할 수 있는 제도 보완이 시급한 상황이다. 현재 요양 시설은 80% 이상, 공동생활시설에는 50%가 CCTV를 설치했는데 의무화되지는 않았다. CCTV가 설치되지 않은 공간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노인학대가 은폐되기 쉽고, 신고를 하더라도 특정 피해자를 찾아내기 어렵다. 어린이집처럼 공론화 과정을 통해 CCTV 설치를 의무화한다면 보다 적극적인 관리 감독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발의된 ‘요양병원 CCTV 설치법’은 노인전문 의료기관에 CCTV를 의무적으로 설치하고, 보호자 요청 시 환자에 대한 투약 내역을 제공하도록 하고 있다. 수년 전부터 권고에 그친 내용이 반드시 입법으로 이어질 수 있기를, 노인학대가 근절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 병사들 보는데서 女중대장에 “돼지 같은 ×” 소대장…보직해임

    병사들 보는데서 女중대장에 “돼지 같은 ×” 소대장…보직해임

    여군 중대장과 나이 많은 군무원에 욕설“돼지 ××, 수류탄 꺼내 죽여버린다”A소대장 부대 밖 헬스사용 뒤 적발되자 “어떤 ××가 꼰질렀냐, 병×같은 ××”군 “A 소대장 조사결과 일부 사실 확인”여군 중대장과 나이 많은 군무원 등에 대해 외모 비하 발언과 인격 모독적인 욕설을 병사들이 보는 앞에서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육군 모 부대 소대장이 보직 해임됐다. 군은 가해 소대장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인 뒤 일부 의혹에 대해 사실임을 확인하고 보직 해임과 함께 법에 따라 엄중히 처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16일 페이스북 페이지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에 따르면 지난 15일 육군군수사령부 종합보급창 예하부대 A 간부(소대장) 행동을 제보한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이 제보에 따르면 A 간부는 병사들 앞에서 여군 중대장을 지칭하며 “돼지 ××, 돼지 같은 ×”이라고 욕설을 퍼붓고 “전쟁 나면 무기고에서 수류탄 꺼내서 죽여버린다”는 등 모욕했다. 부대 밖 헬스장을 이용했다가 당직사령(군무원)에게 적발되자 “‘어떤 ××가 꼰질렀냐, 그 병× 같은 ××라는’ 등의 아버지뻘 되는 군무원에게 욕설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또 제보자는 A 간부가 “소대장 활동비를 지난해 6월부터 1년 동안 딱 1번 사용했고, 소대 인원 1인당 핫도그 1개씩을 줬다”면서 “지난 1월 생일 때 소대원들이 선물을 주자 ‘너도 돈 보탰냐?’라는 질문을 했고 안 보탰다고 대답한 소대원에게 실망했다는 언행을 했다”고 주장했다.부상 입은 병사, 복귀해 숙소에 격리되자“저딴 ×× 밥도 주지 마, 전역 안달난 ××” 이어 “격리자들에게 나온 부식 라면 5박스 중 3박스가량을 가져 갔다”면서 “지난해 5월 부상한 병사가 지난 4월 복귀해 숙소에 격리되자 ‘저딴 ×× 밥도 챙겨주지 마라, 전역하려고 안달 난 ××’라고 욕설했다”고 전했다. 종합보급창은 16일 ‘입장’을 통해 “부대는 제보 내용을 인지하고 A 간부를 분리 조치한 뒤 엄정하게 조사하고 있다”면서 “현재까지 조사 결과 일부 내용이 사실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A 간부를 지난주에 보직해임 조치했고, 추가 조사 결과에 따라 관련 법규에 의거 엄중하게 처리할 것”이라고 알렸다.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잡탕 배식에 낙상 방치… 반복되는 요양원 학대 신고 [김유민의 돋보기]

    잡탕 배식에 낙상 방치… 반복되는 요양원 학대 신고 [김유민의 돋보기]

    감염병 사태로 외부인 면회가 줄어든 노인 요양 시설을 중심으로 학대 의심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밥그릇에 반찬과 국물을 모아 잡탕처럼 섞어 배식하는가 하면 거동이 불편한 노인을 수일간 방치하는 일이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 2018년과 2019년 두 차례 노인학대 혐의로 과태료를 물고 원장까지 교체한 제주의 한 요양원이 또다시 방임 학대 판정을 받았다.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70대 할머니는 세 차례나 낙상사고를 당해 왼쪽 눈과 광대에 시퍼런 멍이 들었다. 이 할머니는 입소한 지 9개월 만에 체중이 7㎏가량 줄었다. 저녁 시간에는 밥과 반찬을 한 그릇에 담고 국물까지 부어 잡탕처럼 배식한 것도 폐쇄회로(CC)TV에 찍혔다. 인천의 한 요양원에서는 노인들에게 잔반과 상한 음식을 뒤섞어 배식한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이 요양원은 과거에도 비슷한 내용으로 신고가 접수돼 부평구로부터 행정처분을 받았다. 당시 단속에서는 유통기한이 지난 식재료가 발견됐다. 경남 창원의 한 요양원은 70대 환자의 팔다리를 최대 5일 동안 침상과 휠체어에 묶어 학대한 혐의로 업무정지 행정처분을 받기도 했다. 이 요양원은 환자가 식사할 때는 휠체어에 묶고, 잠을 잘 때는 침상에 신체를 억제하는 방식으로 방치했다. 보건복지부 지침상 신체 억제대를 사용할 때는 2시간마다 환자 상태를 확인하고 체위를 변경해야 한다. 하지만 요양원은 의사 소견도 없이 “환자가 폭력성이 있어 요양보호사가 다칠 수 있기 때문에 몸을 묶었다”고 주장했다. 조사 결과 이 요양원은 건강보험공단 지원금을 부당 수급하고, 식자재비를 직원 월급 등 다른 용도로 사용한 사실이 적발됐다.노인학대 의심신고가 접수돼 노인학대로 판정된 건수는 2015년 3818건에서 지난해 5243건으로 5년 새 37%나 늘어났다. 같은 기간 시설의 학대 비율은 2배 이상 증가했다. 가족과 떨어져 생활하는 노인들은 대부분 심신이 불편해 피해 호소도 쉽지 않은 만큼 학대를 예방할 수 있는 제도 보완이 시급한 상황이다. 현재 요양 시설은 80% 이상, 공동생활시설에는 50%가 CCTV를 설치했는데 의무화되지는 않았다. CCTV가 설치되지 않은 공간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노인학대가 은폐되기 쉽고, 신고를 하더라도 특정 피해자를 찾아내기 어렵다. 어린이집처럼 공론화 과정을 통해 CCTV 설치를 의무화한다면 보다 적극적인 관리 감독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발의된 ‘요양병원 CCTV 설치법’은 노인전문 의료기관에 CCTV를 의무적으로 설치하고, 보호자 요청 시 환자에 대한 투약 내역을 제공하도록 하고 있다. 수년 전부터 권고에 그친 내용이 반드시 입법으로 이어질 수 있기를, 노인학대가 근절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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