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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료 도시락 부족해 나눠 먹는 노인들… 그걸 탐낸 ‘벤츠 모녀’

    무료 도시락 부족해 나눠 먹는 노인들… 그걸 탐낸 ‘벤츠 모녀’

    문 닫은 급식소 많아 인천 등서 서울 원정오전 11시 배부한 번호표 30분 만에 동나“식재료비 기부 70% 줄어” 운영난 내몰려성남서는 벤츠 타고와 “공짜밥 달라” 소동“죄송합니다. 오늘 도시락은 끝났어요.” 지난 11일 서울 용산구 서울역 인근 서울시립 무료급식장 ‘따스한 채움터’를 찾은 노숙인들이 허탕을 치고 발길을 돌렸다. 오전 11시부터 배부한 점심 도시락 번호표 350장은 30여분 만에 동났다. 당황한 노숙인에게 직원은 난처한 얼굴로 “요즘 600명이 넘게 온다”고 말했다. “오늘 식사는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에 대부분은 익숙한 듯 “다른 데 찾아봐야죠”라는 말을 남기고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 서울역 지하도에서 지내는 노숙인 최모(60)씨는 “영등포와 다른 무료급식소들이 문을 닫아서 밥 먹을 데가 마땅치 않아져 경기 김포나 인천처럼 먼 곳에서도 이곳까지 오는 노인들이 많다”면서 “점심 도시락을 못 받으면 얼굴 아는 사람들과 도시락 한 개를 나눠 먹는다”고 말했다. 전국천사무료급식소는 지난달 25일부터 감염 예방을 위해 무료 급식을 중단했다.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인근의 한 무료 급식소는 “오는 18일까지 무료급식을 중지한다”고 안내문을 내걸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잦아들지 않는 탓에 이들이 언제 운영을 재개할 수 있을지도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무료급식소 명동밥집도 “다음달부터 급식을 시작할 계획이지만 코로나19 확진자 추이를 지켜보고 판단하려 한다”고 밝혔다. 급식봉사를 계속하는 자선단체들도 운영난을 호소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단체 자원봉사가 어려워진 데다 경기가 위축되면서 후원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봉사를 일시 중단한 단체 중에 영영 운영을 재개하지 못하는 단체가 나올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서울 용산구에 있는 가톨릭사랑평화의집은 하루치 식재료비를 기부하던 단체가 지원을 끊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기 탓인지 일반인들의 기부도 예년보다 70% 감소했다. 자원봉사자 수도 크게 줄었다. 김남훈 가톨릭사랑평화의집 소장은 “동자동 쪽방촌의 거동이 어려운 주민들이나 노숙인들은 도시락을 배달해 주지 않으면 끼니를 거를 수밖에 없다”면서 “평소 15~20명의 자원봉사자가 하던 배달 일을 지금은 5명이 맡고 있다”고 말했다. 날씨가 추워져 연탄이 필요한 취약계층이 늘었지만 연탄은행 후원이나 연탄을 나를 봉사자도 예년의 반토막 수준에 불과하다. 허기복 연탄은행 대표는 “한 가구가 한 달에 연탄 150장이 필요하지만, 올해는 100장씩만 나눠 주기로 했다”면서 “내년 4월까지는 연탄이 필요할 텐데 이웃들이 올겨울을 어떻게 넘길지 걱정”이라고 했다.이런 와중에 지난 12일 벤츠를 타고 온 중년의 모녀가 무료급식소에서 끼니를 해결하려고 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분노를 사고 있다. 경기 성남 무료급식소 ‘안나의집’을 운영하는 김하종 신부는 최근 페이스북에 “스스로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분들에게는 도시락 하나가 한 끼일지 모르지만, 노숙인 한 명에게는 마지막 식사일 수 있다”면서 “코로나 시기에 나만 생각한다면 사회는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 ‘잠시 멈춤’ 9시 이후… 방구석 1열엔 재미가 ‘북적’

    ‘잠시 멈춤’ 9시 이후… 방구석 1열엔 재미가 ‘북적’

    밤 시간 방송 시청 시간 증가 전망KBS 2TV 화제 됐던 다큐 재방송EBS 시민들 바뀐 일상 영상 제작tvN ‘수미네 반찬’ 이연복 등 출연 코로나19로 ‘집콕’ 기간이 길어지고 저녁 외출이 줄어든 시청자들을 위해 방송사들이 특별 편성과 프로그램을 마련한다. KBS는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2.5단계로 격상되면서 3주간 ‘코로나19 극복 집콕’을 편성했다. 연말까지 밤 9시 이후 ‘잠시 멈춤’이 이어져 방송 콘텐츠 시청 시간이 증가하는 데 따른 것이다. 1TV는 밤 12시 10분 영화에 집중한다. 9일에는 범죄 스릴러 ‘양자물리학’, 10일에는 유해진 주연의 코미디 ‘럭키’에 이어 ‘공작’, ‘협녀, 칼의 기억’, ‘성난 황소’, ‘동네사람들’ 등 국내 흥행작을 방영한다. 브래드 피트가 주연한 2017년 개봉작 ‘얼라이드’ 등도 마련했다.그동안 화제가 됐던 다큐멘터리는 2TV에서 밤 12시 이후 볼 수 있다. 9일에는 지난 4월 플랫폼 노동을 다뤘던 ‘다큐 인사이트-별점인생’을, 10일 밤 12시 15분엔 제48회 국제에미상 다큐멘터리 결선 후보에 오른 ‘다큐 인사이트-할미넴’을 방송한다. 스물일곱 청년 래퍼와 평균 나이 70세 할매들의 랩 교실을 다룬 뮤직 다큐멘터리다. 이후에도 유럽 동남부 최대 환경축제인 그린페스트 초청작 ‘23.5도’ 5부작,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증오’ 등이 이어진다.EBS 1TV는 8일부터 오는 29일까지 매주 화요일 밤 12시 20분 연말특집 ‘지식채널e’로 찾아간다. 코로나19로 인해 일상이 바뀐 시민들의 브이로그와 협업한 영상을 통해서다. ‘2020을 살다’를 주제로 삼아 확진자의 격리병동 생활부터 폐업 위기의 국밥집, 온라인 개강이라는 난관을 맞이한 시각장애인, 퇴사한 항공사 승무원, 선별진료소에서 일하는 공중보건의 등 11명의 일상을 담는다. 11부작으로 구성된 특집방송은 처음 겪는 재난 속에서 힘들지만 다시 일어서는 여러 세대와 직업의 사람들을 통해 희망을 전한다.집밥 고민을 덜어 주기 위해 김수미의 손맛도 돌아온다. tvN은 오는 17일부터 3주간 저녁 7시 20분 연말 특집 ‘수미네 반찬: 엄마가 돌아왔다’를 편성했다. 간판 김수미와 장동민이 출연하고, 이연복 셰프와 방송인 홍석천이 제자로 나와 다국적 메뉴를 선보인다. 해박한 요리 지식과 실력으로 주목받은 가수 이특도 합류한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시청자 영상일기·집밥 조리법…길어진 집콕 달래는 특집 편성

    시청자 영상일기·집밥 조리법…길어진 집콕 달래는 특집 편성

    코로나19로 ‘집콕’ 기간이 길어지고 저녁 외출이 줄어든 시청자들을 위해 방송사들이 특별 편성과 프로그램을 마련한다. KBS는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2.5단계로 격상되면서 3주간 ‘코로나19 극복 집콕’을 편성했다. 연말까지 밤 9시 이후 ‘잠시 멈춤’이 이어져 방송 콘텐츠 시청 시간이 증가하는 데 따른 것이다. 1TV는 밤 12시 10분 영화에 집중한다. 8일 ‘신의 한 수:귀수 편’을 시작으로 ‘9일 범죄 스릴러 ‘양자물리학’, 10일에는 유해진 주연의 코미디 ‘럭키’에 이어 ‘공작’, ‘협녀, 칼의 기억’, ‘성난 황소’, ‘동네사람들’ 등 국내 흥행작을 방영한다. 브래드 피트가 주연한 2017년 개봉작 ‘얼라이드’ 등도 마련했다. 그동안 화제가 됐던 다큐멘터리는 2TV에서 밤 12시 이후 볼 수 있다. 8일 밤 12시 25분 ‘개그우먼’을 비롯해 9일에는 지난 4월 플랫폼 노동을 다뤘던 ‘다큐 인사이트-별점인생’을, 10일 밤 12시 15분엔 제48회 국제에미상 다큐멘터리 결선 후보에 오른 ‘다큐 인사이트-할미넴’을 방송한다. 스물일곱 청년 래퍼와 평균 나이 70세 할매들의 랩 교실을 다룬 뮤직 다큐멘터리다. 이후에도 유럽 동남부 최대 환경축제인 그린페스트 초청작 ‘23.5도’ 5부작,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증오’ 등이 이어진다. EBS 1TV는 8일부터 오는 29일까지 매주 화요일 밤 12시 20분 연말특집 ‘지식채널e’로 찾아간다. 코로나19로 인해 일상이 바뀐 시민들의 브이로그와 협업한 영상을 통해서다. ‘2020을 살다’를 주제로 삼아 확진자의 격리병동 생활부터 폐업 위기의 국밥집, 온라인 개강이라는 난관을 맞이한 시각장애인, 퇴사한 항공사 승무원, 선별진료소에서 일하는 공중보건의 등 11명의 일상을 담는다. 11부작으로 구성된 특집방송은 처음 겪는 재난 속에서 힘들지만 다시 일어서는 여러 세대와 직업의 사람들을 통해 희망을 전한다. 집밥 고민을 덜어 주기 위해 김수미의 손맛도 돌아온다. tvN은 오는 17일부터 3주간 저녁 7시 20분 연말 특집 ‘수미네 반찬: 엄마가 돌아왔다’를 편성했다. 간판 김수미와 장동민이 출연하고, 이연복 셰프와 방송인 홍석천이 제자로 나와 다국적 메뉴를 선보인다. 해박한 요리 지식과 실력으로 주목받은 가수 이특도 합류한다. 연출을 맡은 문태주 PD는 “평범한 일상을 잃은 분들에게 활력을 드리고, 비슷한 배달 음식에 지친 시청자들에게 잊고 있던 집밥의 맛을 찾아 드리고 싶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역대 대통령 다녀간 ‘한일관’ 등 ‘백년가게’ 지정

    역대 대통령이 다녀간 해장국집 등 전통을 자랑하는 전북지역 음식점 11곳이 ‘백 년 가게’로 선정됐다. 전북중소벤처기업청은 8일 전주 ‘한일관’과 ‘한양불고기’, 군산의 ‘명월 갈비’와 ‘유정 초밥’, 남원의 ‘흥부골 남원 추어탕’과 ‘새집 추어탕’ 등 11곳을 백 년 가게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2018년부터 시작된 도내 백 년 가게는 총 46곳으로 늘었다. ‘한일관 본점은 한국전쟁 직후인 1954년부터 영업을 시작해 전주에서 가장 오랜 역사와 전통을 지닌 향토 전통음식점이다. 한정식과 콩나물국밥, 비빔밥이 유명하다. 한일관은 박정희·노태우·김영삼·이명박 등 전직 대통령들과 다수의 유명인들이 다녀간 음식점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한양불고기’는 최근 뜨고 있는 전주 객리단길에서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불고기 맛집이다. 신선한 국내산 재료만 고집해 40년간 한결같은 맛을 유지해오고 있다. ‘명월갈비’는 군산지역 대표 소갈비 맛집이다. 한우 갈비를 비법양념장으로 숙성한 소갈비 단품 메뉴만으로 3대째 운영해 오고 있다. ‘유정초밥’은 군산의 가장 오래된 일식집이다. ‘정직’이라는 경영철학을 기반으로 최고 선도의 원재료로 만든 신선한 초밥을 제공하고 있다. ‘일흥옥’은 군산에서 가장 오래된 콩나물국밥집이다. 뜨거운 국물을 부었다 부었다를 반복하는 토렴식 콩나물국밥으로 많은 단골손님을 보유하고 있다. 지리산 천왕봉 둘레길에 있는 ‘흥부골 남원추어탕’은 직접 키운 미꾸리와 인산 죽염을 사용해 특별한 맛의 추어탕을 제공하고 있다. ‘새집’은 남원 추어탕의 원조 격이다. 추어탕과 추어 숙회, 미꾸리 깻잎 튀김 등 다양한 메뉴로 유명하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호남으로 간 野

    호남으로 간 野

    국민의당 안철수(오른쪽) 대표가 27일 광주 북구 말바우시장을 찾아 시장 내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던 한 국밥집에서 시장 상인들과 식사를 하고 있다. 광주 뉴스1
  • 호남으로 간 野

    호남으로 간 野

    국민의당 안철수(오른쪽) 대표가 27일 광주 북구 말바우시장을 찾아 시장 내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던 한 국밥집에서 시장 상인들과 식사를 하고 있다. 광주 뉴스1
  • [포토] 안철수, ‘국밥집 사장님 눈물’ 위로

    [포토] 안철수, ‘국밥집 사장님 눈물’ 위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7일 추석을 앞두고 광주 말바우시장에서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시장 국밥집을 찾아 국밥집 주인을 격려하고 있다. 시장 국밥집에서는 지난달 말 첫 환자에 이어 n차감염이 이어지면서 20여명의 확진자가 발생, 시장 전체를 폐쇄하고 상인들은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다. 국밥집 주인 정모씨(69)는 “나 때문에 시장 상인들에게 피해를 준 것 같아 말도 못할 정도로 미안한 마음이 크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안철수 대표는 “코로나는 사장님 잘못이 아니다”라며 “고생하셨고, 이렇게 극복했으니 말바우시장이 코로나19 극복의 상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말바우시장 관련 확진자는 나오지 않고 있다. 뉴스1·연합뉴스
  • 뭍을 그리다, 뭍에 물들다

    뭍을 그리다, 뭍에 물들다

    다리가 놓이면 섬은 사람들 곁으로 바짝 다가선다. 물리적 거리가 줄어서다. 반면 마음의 거리는 조금씩 늘기 시작한다. 다리를 따라 뭍의 습속이 밀려들고, 저만의 시간이 느릿느릿 흘렀던 섬은 어느새 뭍과 같은 템포와 리듬으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충남 보령의 원산도도 그런 섬 중 하나다. 뭍과 연결된 건 지난 연말인데도 어느새 수도권 인근의 섬처럼 번다해졌다. 조금 더 늦게 원산도를 찾는다면 원형을 완전히 상실한 섬과 만나게 될지도 모르겠다. 원산도는 배의 닻처럼 생겼다. 섬 양쪽 끝이 두 개의 갈고리처럼 동서로 길게 펴졌고, 가운데 뭉툭하게 튀어나온 부분은 닻줄을 묶는 연결고리를 빼닮았다. 이 가운데 부분으로 지난해 연말에 원산안면대교가 놓였다. 그동안 배로만 접근할 수 있었던 섬을 자동차로도 갈 수 있게 된 것이다. 다리 북쪽은 태안 안면도다. 충남에서 가장 큰 섬인 안면도와 두 번째로 큰 원산도가 연도교로 이어지며 하나가 됐다. 내년 말쯤에는 갈고리의 동쪽 부분에 해당되는 저두마을 인근에 해저터널이 생긴다. 보령의 대천항과 원산도를 연결하는 물밑 교량이다. 그 덕에 보령에서 안면도까지 가는 시간이 종전보다 10분의1 정도로 확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차량으로 대천항에서 안면도를 거쳐 원산도까지 가려면 얼추 100㎞ 정도를 돌아가야 한다. 이게 14.1㎞로 줄어드는 것이다. 서해를 대표하는 두 관광 명소를 원형으로 묶어 돌아보는 ‘환상(環狀) 여정’에 대한 기대가 솔솔 피어오르는 이유다. 원산도가 교통의 중심이 된 것은 분명하지만 관광자원은 빈약한 편이다. 위로는 안면도, 옆으로는 대천이다. 두 관광지 사이에 옹색하게 낀 형국이다. 그래서 부랴부랴 해양치유센터를 짓고, 자연휴양림을 조성하는 등 관광지로 환골탈태하려고 애쓰는 모습이 역력하다. 원산도가 앞으로도 나름의 풍경과 문화를 유지할 수 있을지, 두 관광지의 연결고리 역할에 그치고 말지는 해저터널이 완공되고 나면 결판이 날 터다.원산도의 자랑은 고운 모래밭을 가진 해변이 많다는 것이다. 섬엔 원산도, 오봉산, 사창, 저두 등 4개의 해수욕장이 있다. 모두 남쪽을 바라보고 있어 조류의 영향을 비교적 덜 받는다. 모래도 곱다. 동해나 남해 등의 모래와는 빛깔이나 밟는 느낌이 다르다. 무척 곱고 단단하다. ‘밀가루 모래’라는 상찬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작은 해변도 많다. 가장 너른 곳은 원산도 해수욕장이다. 해변 길이가 2㎞에 이른다. 다만 주변 개발 공사로 어수선한 게 흠이다. 보령시와 민간 리조트 업체 등이 벌이는 공사가 끝나고 나면 섬 내에서 가장 큰 변화를 겪은 곳으로 남지 싶다. 이웃한 오봉산해수욕장은 원산도해수욕장보다 다소 작고 아담한 느낌이다. 섬 주변의 갯바위 등 볼거리도 나은 편이다. 두 해변 사이에는 사창해변이 있다. 소담한 어촌마을 앞에 자리잡은 해변이다. 캠핑 사이트가 제법 잘 갖춰져 캠퍼들이 종종 찾는다. 원산도는 바다낚시를 좋아하는 이들이 자주 찾는 곳이다. 꼭 ‘꾼’이 아니더라도, 낚싯대 들 힘이 있는 이라면 누구나 어렵지 않게 손맛을 볼 수 있다. 장비가 없어도 괜찮다. 선착장 주변의 낚시 가게에서 빌리면 된다. 요즘 주 대상 어종은 주꾸미다. 인조미끼를 써서 낚는다. 다만 인조미끼를 운용하는 데 다소 기교가 필요해 낚시 경력이 있는 사람이 도전하는 게 좋다. 초보자에게 적합한 건 망둥어 낚시다. 묶음추에 갯지렁이를 잘라 끼운 뒤 4~5m 앞에 던져 넣고 들었다 놨다 고패질을 해 주면 어렵지 않게 잡을 수 있다. 아직은 크기가 작지만 가을이 깊어질수록 망둥어 크기도 굵어진다. 선촌항에서는 빨간 방파제 주변과 카페리가 닿는 선착장 등이 포인트다. 초보자들에겐 선착장 쪽이 적당하다. 선착장 주변이 온통 뻘밭이어서 채비 밑걸림이 덜하다. 저도선착장 등도 상황은 비슷하다. 원산도는 해넘이와 해돋이를 동시에 볼 수 있는 곳이다. 여름철엔 초전항 인근이 포인트다. 저물녘엔 고대도 너머로 지는 해를, 이른 아침엔 원산안면대교 너머로 뜨는 해를 볼 수 있다. 여명에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보령화력발전소와 장항제련소 등의 풍경도 무척 이국적이다.등산에 자신이 있다면 오봉산을 오르는 것도 좋겠다. 고만고만한 다섯 개의 봉우리가 이어져 오봉산이다. 최고봉은 오로봉(116m·표지판 기준)이다. 주변에 높이를 견줄 만한 것이 없어서 전망은 제법 좋은 편이다. 안면도와 원산안면대교가 또렷하고, 멀리 크고 작은 섬들이 보석처럼 떠 있다. 이곳에서 보는 해돋이도 멋지다고 입소문 났다. 정상 부근에 봉수대터가 남아 있다. 조선시대 외연도 등에서 켜진 봉화를 수군절도사가 있던 보령 오천항으로 전달하던 곳이다. 오봉산 해변 뒤나 초전항 초입에서 오를 수 있다. 어디서든 1시간 안에 닿을 수 있다. 이정표에는 ‘오로봉’이 아니라 ‘봉수대’로 표기돼 있다. 지금은 폐교된 원의중학교 앞에 카를 귀츨라프(1803~1851) 선교비가 세워져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독일 개신교 선교사로, 가톨릭 선교사들보다 4년 앞서 국내 포교활동을 벌인 인물이다. 1832년 7월 25일에 로드 암허스트호를 타고 원산도 이웃 섬인 고대도에 상륙했다는 것이 교계의 정설이지만, 원산도에서 실질적인 포교활동을 벌였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머지않아 원산도에서 사라질 풍경 중 하나가 카페리다. 아직은 대천항과 효자도 등 원산도 인근 섬을 묶은 항로를 따라 배가 오가고 있지만, 대천과 원산도를 잇는 해저터널이 완공되면 카페리가 오가는 풍경은 더이상 볼 수 없게 된다. 안면도에서 77번 국도를 타고 내려와 원산도를 거쳐 카페리를 타고 보령까지 가는 환상 여정을 권하는 건 그 때문이다. 배 타고 대천까지 가는 경험은 아마도 많은 이들에게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테니 말이다. 글 사진 보령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 -소박한 갯마을 밥상을 내는 ‘명가식당’, 바로 뒤의 중국집 ‘태원각’ 등이 원산도에서 제법 이름이 알려진 밥집이다. 선촌항에 있다. 원산안면대교 건너 태안 영목항의 일억조횟집은 간장게장백반이 맛있다. 그리 짜지 않으면서도 탱글탱글한 속살이 ‘밥도둑’ 노릇을 톡톡히 한다. ‘원산도리커피’는 바다 풍경을 보며 커피를 맛볼 수 있는 전문점이다. 초전마을 쪽에 있다. -원산도에서 대천항까지 오가는 페리는 하루 3회 운항한다. 저두선착장, 선촌선착장에서 탈 수 있다. -섬 곳곳에서 개발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거리가 짧다고 내비게이션이 알려준 대로 좁은 길로 가다 보면 차단돼 돌아 나와야 하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가급적 큰길로 다니길 권한다. -선촌선착장 등 주변의 낚시가게에서 낚시 장비를 대여해 준다. 하루 대여료는 미끼를 포함해 2만원 정도면 충분하다.
  • “기대만큼 안 줄어”…광주시 ‘준 3단계’ 거리두기 20일까지 연장

    “기대만큼 안 줄어”…광주시 ‘준 3단계’ 거리두기 20일까지 연장

    광주시는 코로나19 방역 대응체계를 기존 ‘3단계에 준하는’ 사회적 거리 두기 상태를 20일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광주시 민관공동대책위원회는 9일 오후 회의를 열어 이같이 결정하고 일부 업종·시설별 방역 조치를 조정했다. 시에 따르면 3단계에 준하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작한 지난달 27일부터 이날 현재까지 지역감염자는 123명으로 하루 평균 9.5명이 발생했다. 하루 전인 8일에는 준 3단계 조치 이후 가장 많은 17명이 확진 판명됐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브리핑에서 “3단계 준하는 조치 격상 이후 폭발적인 감염 확산은 차단했지만 기대만큼 확진자가 줄고 있지 않다”며 이번 기간 연장 조치 배경을 설명했다. 시는 그러나 지난달 집합 금지였던 PC방은 집합 제한으로 하향하고 집단 감염이 발생한 기원을 집합 금지 대상에 새로 포함했다. 결혼식장, 장례식장, 영화관 등 집한 제한은 유지되고 직업훈련 기관, 제과점, 실외 골프 연습장 등을 다른 시설과의 형평 등을 고려해 집합 제한 대상에 추가했다. 광주시는 집합 금지 등으로 영업을 하지 못해 손해를 본 시설에는 추석 전 지원 방안을 강구하기로 했다. 광주에서는 최근 시장 밥집,석정사우나,성림침례교회,탁구클럽 등 소규모 집단별 n차 감염 추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현재 획지나자는 누적 459명으로, 이가운데 절반이 넘는 233명이 무증상 감염자로 나타났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김수환 추기경 “서로에게 밥이 돼 주십시오” 그 뜻 실천한 무료급식소 ‘명동밥집’ 생긴다

    김수환 추기경 “서로에게 밥이 돼 주십시오” 그 뜻 실천한 무료급식소 ‘명동밥집’ 생긴다

    천주교 서울대교구가 무료급식소 `명동밥집´(로고)을 운영한다. 8일 천주교 서울대교구와 한마음한몸운동본부(운동본부)에 따르면 `세계 가난한 이의 날´인 11월 15일 명동 가톨릭회관 후문 쪽에서 소외된 이들을 위한 무료급식소 `명동밥집´ 개소식을 갖고 운영에 들어간다. “서로에게 밥이 되어 주십시오”라고 당부했던 고 김수환 추기경의 뜻이 한국천주교 심장인 명동에서 구현되는 셈이다. 한마음한몸운동본부가 운영을 맡는 `명동밥집´은 매주 수·금요일, 주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 서울 종로·을지로·남대문 일대의 노숙인과 홀몸 노인 등 200여명에게 무료급식을 제공할 계획이다. 정해진 배식 시간 없이 누구나 자유롭게 찾아와 식사할 수 있다. 코로나19 상황이 지속될 경우 급식 대신 도시락과 간식을 제공할 방침이다. 운동본부 측은 운영이 안정되면 배식 일수를 주 5일로 늘리고 교구 사회사목국·문화홍보국, 영성심리상담교육원, 가톨릭중앙의료원(CMC) 등 기관들과 연계해 의료·물품 지원, 목욕·이미용 서비스, 심리 상담도 진행할 예정이다. 정식 개소에 앞서 이달부터 주 1회씩 종로, 서울시청, 을지로, 남대문 일대 노숙인들에게 간식을 우선 전달한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측은 `명동밥집´ 개소와 관련, “‘교회는 상처받은 사람들을 위로하는 야전병원이 돼야 한다’고 강조해 온 프란치스코 교황과 ‘서로 밥이 되어 주라’던 김수환 추기경의 말이 큰 힘이 됐다”고 전했다. 한편 운동본부는 10월 31일까지 `명동밥집´에서 일할 조리 및 배식, 청소 자원봉사자를 모집한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초밥 주문하면 몸짱이 갑니다” 일본의 보디빌딩 배달서비스

    “초밥 주문하면 몸짱이 갑니다” 일본의 보디빌딩 배달서비스

    일본의 한 초밥집이 특별한 배달 서비스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일본 나고야에 위치한 초밥집은 코로나19로 지쳐있는 고객들을 즐겁게 할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3대째 초밥집을 운영하고 있는 스기우라 마사노리는 고객들은 위한 즉석 보디빌딩 이벤트를 선보이고 있다. 스기우라는 초밥집의 셰프이자 올해 2월 세계 보디빌딩 챔피언십 3위에 오른 보디빌더다. 그의 초밥집 배달원들은 그의 보디빌더 동료들로 구성됐다. 배달 주문이 들어오면 배달원이자 보디빌더들은 배달음식을 들고 가게를 나선다. 배달지에 도착하면 배달원들은 상의를 탈의하고 포즈를 취해보인다. 고객들은 포즈를 취하고 있는 배달원들의 사진을 자유롭게 찍을 수 있다. 물론 사회적 거리두기는 유지하면서 말이다. 초밥집은 나고야에서 주로 주문을 받지만 거리에 걸맞은 가격을 지불한다면 도쿄, 오사카 등 먼 지역에서도 주문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하루 최대 10건까지 주문을 받고 있으며 최소 7000엔(약 7만 8000원) 이상이어야 주문이 가능하다.코로나19 팬데믹으로 배달 서비스 경쟁이 치열해진 가운데 스기우라는 보다 특별한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해당 서비스를 시작했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트위터 등 가게의 공식 계정에 게시된 ‘배달 몸짱’ 서비스 사진과 영상은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 모으며 큰 화제가 됐다. 이후 주문량도 늘어나며 매출 또한 상승하고 있다. 스기우라는 “나중에 몸짱이 선보이는 참치 손질 쇼 같은 것을 해보고 싶다”며 보디빌더 직원들을 활용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구상 중이라고 밝혔다. 강경민 콘텐츠 에디터 maryann425@seoul.co.kr
  • 매출 줄고… 지원 없고… 괴담 퍼지고… 확진자 방문 업소 ‘3중고’에 웁니다

    매출 줄고… 지원 없고… 괴담 퍼지고… 확진자 방문 업소 ‘3중고’에 웁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머물렀던 식당·커피숍 등이 매출 감소와 지원 전무, 괴담 확산 등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애꿎은 소규모 자영업자들은 엄청난 피해를 보고도 하소연조차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정부와 지자체도 이들의 피해를 외면하고 있다. 1일 전국 지자체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진자들이 다녀간 업소들이 안전재난문자로 지역 주민들에게 공개되면서 된서리를 맞고 있다. 이들 업소는 매출이 70~80%나 떨어져 폐업을 걱정하고 있다. 40여년 전통의 부산 유명 맛집 남포동 ‘D 순두부 식당’은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간 것으로 확인되면서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주인 신모(43)씨는 “지난 2월 코로나19 발생으로 매출이 반 토막 난 데 이어 보름 전 확진자가 다녀간 사실이 알려지자 하루 300~400명씩 오던 손님이 20~30명도 찾지 않는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수도권은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까지 겹쳐 피해가 더욱 심각하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머물렀던 경기 안양시 비산동 S 커피숍은 지난달 30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아예 손님이 끊겼다. 주인 황모(50·여)씨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간 이후 매출이 4분의1로 많이 감소했는데 이번 영업규제 조치로 아예 손님이 찾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더구나 확진자가 다녀간 시간에 같은 공간에 있던 주인과 직원 등이 접촉자로 분류돼 2주간 자가격리에 들어가지만,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은커녕 사후 대책도 없어 엄청난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실정이다. 또 매출 감소보다 더 무서운 것은 확인되지 않은 괴담이 꼬리를 무는 것이다. ‘폐업을 했다더라’, ‘주인과 종업원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던데 사실이냐’는 등 2차 피해로 자영업자들은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 확진자 동선에 노출됐던 전북 전주시 중화산동 소바가, 전북혁신도시 커피숍, 완주 삼례 콩나물국밥집 등은 하루에도 수십통씩 걸려오는 문의 전화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한다. 부천의 L식당 주인인 한모씨는 “소상공인 지원 등 3군데서 2억 2000만원 대출받아 가게를 오픈한 지 4년으로 이제 겨우 자리를 잡았는데 하루아침에 코로나19 때문에 직원 월급도 못 주게 생겼다”면서 “이런 상황이 몇 달만 가면 아예 문을 닫아야 할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한씨는 “우리도 방역이나 발열체크 등 생활지침을 철저히 지키고 있는데도 감염자가 이곳을 다녀갔다는 이유로 가게 이름까지 공개돼 큰 타격을 입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자영업자들의 피해를 정부와 지자체는 외면하고 있다. 전북 완주군에서 2대째 ‘K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송모(50)씨는 “확진자가 다녀간 뒤 매출이 70%나 줄었고 접촉한 직원이 자가격리에 들어가는 바람에 정상 영업이 어려운데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은 전혀 없어 고스란히 피해를 보고 있다”면서 “빠른 기간 내에 회생할 수 있도록 특별지원을 해 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안양 남상인 기자 sanginn@seoul.co.kr
  • 소상공인 두번 죽이는 코로나19-확진자 다녀간 식당 발길 ‘뚝’

    40여년 전통의 부산 유명 맛집 남포동 ‘A식당’은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간 것으로 확인되면서 매출이 곤두박질쳤다. 코로나19 사태 이전 이 식당에는 하루 300~400명의 손님이 찾아와 빈자리가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확진자가 다녀갔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가업을 이어 받은 주인 B(43)씨는 “지난 2월 코로나19 발생으로 매출이 반토막난데 이어 보름전 확진자가 다녀간 사실이 알려지자 하루 20~30여명 받기도 힘들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공장들이 밀집한 경기 부천시 도당동에 있는 한 뷔페식당도 지난주 확진자가 다녀간 식당이라고 소문이 나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다. 이 식당은 평일 500~600명이 이용했는데 지난 26일 다녀간 인근 회사직원이 확진자로 판정되자 손님이 확 줄었다. 방역을 한 뒤 주말까지 쉬고 지난달 31일 문을 열었지만 점심 시간대 손님이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였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간 식당·커피숍 등을 운영하는 소상공인들이 ▲매출 감소 ▲직원 자가격리 ▲괴담 확산 등 3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1일 전국 지자체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 발생 이후 매출이 눈에 띄게 줄었는데 확진자들이 다녀간 업소는 동선이 언론과 안전재난문자를 통해 일반에 알려지면서 된서리를 맞고있다. 이들 업소는 확진자가 짧은 시간 머물다 갔을 뿐 주인이나 종업원, 접촉자들이 음성 판정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낙인’이 찍혀 기피대상이 됐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특히, 안전재난문자를 통해 업소 이름이 불특정 다수인에게 발송되면 삽시간에 소문이 퍼져 단골 고객들 마저 얼씬도 하지 않는다며 대책을 호소하고 있다. 더구나 확진자가 다녀간 시간에 같은 공간에 있던 주인은 물론 직원, 고객 들까지 접촉자로 분류돼 검체 검사를 받고 2주간 자가격리에 들어가지만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은 커녕 사후 대책도 없어 엄청난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실정이다. 영업을 계속하려 해도 자가격리에 들어간 직원을 대신 할 일손을 구하기 힘들고 매출이 끊긴 상태에서 새로운 직원을 채용할 수도 없어 진퇴양난이다. 매출 감소 보다 더 무서운 것은 확인되지 않은 괴담이 꼬리를 무는 것이다. 확진자가 다녀간 업소 마다 ‘폐업을 했다더니 아직도 영업을 하느냐’, ‘주인과 종업원이 확진판정을 받았다던데 사실이냐’는 등 문의가 꼬리를 물어 이를 해명하느라 곤혹을 치르고 있다. 예상치 못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업소들은 대책 마련을 호소한다. 전북 완주군에서 2대째 ‘C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D(50)씨는 “확진자가 다녀간 뒤 방역당국에서 철저히 소독을 하고 직원들은 모두 음성으로 확인됐지만 매출이 70%나 감소했다”면서 “어디에 말도 못하고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만큼 정부나 지자체에서 빠른 기간 내에 회생할 수 있도록 특별지원을 해주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전남순천시는 확진자가 다녀간 식당이 어려움을 겪자 단체장과 공무원들이 솔선해 이용하면서 활기를 되찾아 귀감이 되고 있다. 순천시 해룡면 뱀부스 레스토랑 박병대(56) 사장은 “지난 3월 확진자가 다녀간 후 이용객들의 발길이 줄어 고전했는데 허석 시장 가족 분들이 와서 저녁식사를 하고, 시청 직원들이 부서별로 계속 찾아줘 이미지 개선과 매출 회복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확진자가 다녀갔다는 말이 퍼져 일반인들이 주저할텐데 시청 직원들이 페이스북 등에 먹는 사진을 올리고, 이런 모습이 언론에 알려지면서 사람들도 안전하다는 생각으로 다시 찾아왔다”면서 “한달 정도 타격을 입고 원상회복 했다”고 전했다. 코로나 확진자가 다녀가 홍역을 치렀던 순천시 상사면 보리밥집 ‘벽오동’의 유성호 사장은 “많이 알려진 식당이다보니 20여일 정도 지나서 손님들이 차츰 오기 시작했다”며 “조금만 참고 버티면 정상을 회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주 임송학 순천 최종필 기자 shlim@seoul.co.kr
  • 日신칸센, 코로나19로 승객 줄어들자 생선, 멍게 ‘총알배송’

    日신칸센, 코로나19로 승객 줄어들자 생선, 멍게 ‘총알배송’

    코로나19 사태로 항공편은 물론 열차편 승객도 급감한 가운데 일본의 고속철도인 신칸센이 매출 감소를 만회하기 위해 빈 좌석의 일부를 화물 운반에 돌리기로 했다. 도쿄를 기준으로 열도의 북쪽을 운행하는 도호쿠 신칸센은 26일 미야기현 센다이역에서 도쿄역까지 2시간여 만에 해산물을 실어 나르는 초고속 운송편의 시범운행을 실시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악화된 채산성을 조금이라도 만회해 보려는 고육책이다. 미야기현 이시노마키항에서 잡힌 참돔, 멍게, 굴 등 20상자는 이날 오전 10시 41분 센다이역을 출발해 낮 12시 48분 도쿄역에 도착했다. 이시노마키항에서 도쿄까지 트럭으로 육상운송을 할 경우 통상 다음날이나 돼야 실제 음식점 제공이 가능하다는 것을 감안할 때 획기적인 시간 단축이다. 시범기간 중 운송된 해산물들은 도쿄역 구내에 있는 초밥집이나 술집에서 식재료로 사용된다. 도호쿠 신칸센의 이용률은 긴급사태 선언 상태이던 지난 5월에는 전년의 10%까지 떨어졌고, 긴급사태 해제 이후에도 30% 수준에 머물고 있다. 도호쿠 신칸센 운영사인 JR동일본은 “지금까지 열차의 차내 판매 준비실에 식품을 실어 운반한 적은 있지만, 승객들이 탑승하는 좌석을 활용하기는 처음”이라며 “신칸센의 수익 증대 외에 코로나19로 매출이 급감한 도호쿠의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포토] 비키니여신 예리, 숨멎 섹시 화보

    [포토] 비키니여신 예리, 숨멎 섹시 화보

    머슬미니아 비키니여신 예리(본명 정유주)가 남성지 맥심을 통해 완벽한 볼륨감을 자랑했다. 예리는 미국 라스베이거스 호텔에서 촬영한 비키니 화보를 맥심 8월호에 공개했다. 미스맥심 콘테스트를 통해 모델 데뷔한 예리는 세계적인 피트니스 대회인 2019 마이애미 머슬마니아에서 수상하며 본인의 완벽 몸매를 인증 받고 섹시 스타로 발돋움했다. 다양한 화보, 광고 등에서 본인의 끼를 발산하고 있는 예리는 ‘국밥집 딸’로 본인을 소개하는 등 소탈한 성격으로도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으며, 맥심 스태프들 사이에서도 ‘가장 일하기 편한 모델’로 손꼽힌다. 맥심 8월호에는 옐로, 오렌지 등 화사한 원색 수영복을 입은 예리의 섹시한 수영복 화보가 실렸다. 예리의 건강한 몸매가 돋보이는 이 화보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호텔에서 촬영했다. 예리는 “외국인 남성들이 얼마나 적극적인지, 가는 곳마다 말을 엄청 걸어서 혼났다. 덕분에 영어가 많이 늘었다“유쾌한 경험을 전했다. 사진제공=맥심코리아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출근길·국밥집·아동시설… 골목 1만 5000보 ‘민원 해결사’

    출근길·국밥집·아동시설… 골목 1만 5000보 ‘민원 해결사’

    지난달 30일, 장마의 한복판에서 유성훈 금천구청장은 서울 금천구 시흥3동에서만 1만 5000보를 넘게 걸었다. 비는 오지 않았지만 습도가 높아 조금만 걸어도 금방 지쳤다. ‘골목구청장’이 돼 시흥3동을 찾은 유 구청장은 주민센터 등 모두 22곳을 방문하며 주민의 이야기를 들었다. 오전 7시 50분부터 오후 5시까지 쉴 틈 없이 시흥3동을 돌아다닌 유 구청장은 “오랜만에 주민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으니 힘든 줄 모르겠다”며 “오늘 들은 민원을 꼭 해결할 수 있도록 직원들과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오전 7시 50분, 시흥유통센터 버스 정류장 인근에서 출근길 인사로 시작했다. 유 구청장이 “마스크 꼭 하고 다니세요”라며 인사를 하자 출근하기 바쁜 시민들도 “고생 많으십니다”고 대답했다. 인근 나눔가게에서 순댓국으로 아침 식사를 하면서도 주인장의 민원을 들었다. 매출액이 기준보다 조금 벗어났다는 이유로 코로나19 지원을 받지 못한 자영업자를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였다. 아침 식사를 마친 유 구청장은 남부도로사업소 건물을 찾았다. 이곳 별관에는 목욕탕, 작은도서관 등 주민편의시설이 새로 들어섰다. 유 구청장은 “주민에게 꼭 필요한 시설이 생겼는데 코로나19로 운영을 하지 못해 안타깝다”면서 다음달 문 여는 박미보건지소 시설을 꼼꼼히 점검했다. 주민 김명자(70)씨는 “목욕탕, 운동시설 등 주민에게 꼭 필요한 공간이 생겨 기쁘다”면서 “앞으로는 멀리 있는 보건소를 가지 않더라도 동네에서 쉽게 건강 점검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지역아동센터로 이동한 유 구청장은 점심을 준비하는 주방 등 시설을 둘러봤다. 센터장 조원근(63)씨가 “코로나19로 실내에만 있다 보니 아이들이 답답해한다”고 말하자 유 구청장은 “구청에서 운영하는 친환경 텃밭에 아이들을 데려가면 체험활동을 할 수 있다”고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이 밖에도 어르신 생활공간인 보린주택 2호점, 박미회관 벽화작업 현장, 성·가정폭력 전문상담시설, 시흥대로 보도정비공사 현장, 발달장애인 주간보호시설, 진달래공원 물놀이시설, 무더위쉼터 등을 연달아 방문했다. 유 구청장은 지난해 3월부터 11월까지 매월 첫째, 셋째 목요일에 ‘골목구청장’이 돼 10개 동을 모두 돌았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올해는 지난해처럼 자주 동네를 방문하기는 어렵지만 한 달에 한 번이라도 골목구청장으로 주민을 찾아갈 계획이다. 유 구청장은 “오늘 들은 이야기 중 ‘주민들이 직접 조성한 장미길을 관리하는데 도와달라’는 민원은 꼭 해결하고 싶다”며 “구청에서 지원할 방안을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소병훈 “‘다주택자는 범죄인’이 아니라 투기꾼 말한 것”

    소병훈 “‘다주택자는 범죄인’이 아니라 투기꾼 말한 것”

    더불어민주당 소병훈 의원이 다주택자를 언급하며 “범죄인”이라고 한 발언이 논란이 되는 것에 대해 반박했다. 소 의원은 30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소병훈, 다주택자는 범죄인’이라는 기사 제목과 함께 ‘소병훈, 1주택 1상가’로 본질을 비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다주택자는 범죄인’이라는 말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며 “주택시장을 교란하는 투기꾼들을 형사범으로 처벌해야 한다는 발언을 했는데 내용이 잘못됐느냐”고 반문했다. 논란이 된 소 의원의 발언은 전날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나왔다. 그는 “집을 사고 팔면서 차익을 남기려고 하는 사람들은 범죄자로 다스려야 한다”며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면 법을 만들어서라도 범죄자로, 형사범으로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들의 행복권을 뺏어간 도둑들”이라고 표현하며 “헌법 위반이다. 그게 국민 행복 추구권을 막는 사람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주택자’들을 모두 범죄자로 매도한 게 아니라, ‘차익을 남기려는 사람’을 겨냥한 발언이었다는 게 소 의원의 해명이다. 다만 부동산 거래로 차익을 남기려는 사람을 모두 ‘범죄자’로 규정했다는 비판은 여전하다. 미래통합당 최형두 원내대변인은 “집을 사고 팔면서 차익을 남기고 싶지 않은 사람도 있나”라며 “전국의 주택 거래자를 절도범으로 만들었다”고 논평했다. 황규환 부대변인은 “다주택자를 악으로 규정하는 지긋지긋한 편 가르기도 모자라, 이들을 범법자로 몰아세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통합당은 지난 3월 소 의원의 재산신고 내용을 토대로 “주택만 한 채일 뿐, 딸들과 본인 공동명의의 건물, 배우자 명의의 임야 4건, 모친 명의의 밭 5건과 임야 2건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소 의원은 상가에 대해 “전북 군산에 있는 30여평짜리 가건물로, 돌아가신 선친이 아들 형제와 손자에게 증여한 450평 땅 위에 임차인이 지은 30여평짜리 콩나물국밥집 건물 7분의 1에 상당하는 지분”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2015년 팔았던 서울 둔촌주공아파트는 2배 이상 값이 올랐고, 지금 사는 경기 광주의 아파트는 구입한 가격 그대로”라며 “투기꾼의 행위를 반사회적 범죄로 처벌하자는 제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전했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금요칼럼] ‘을지로 모델’/황두진 건축가

    [금요칼럼] ‘을지로 모델’/황두진 건축가

    을지로는 뜨겁고 시끄럽고 오리무중이다. 일제강점기 ‘황금정’이라는 이름으로 그 골격이 잡힌 을지로는 서울 구도심의 주요 간선도로 중 역사가 짧은 편이다. 도심 공업지대라 할 정도로 수많은 철공소와 인쇄소, 밥집과 술집들이 낡은 건물들과 그사이의 골목길을 빼곡하게 채우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러던 이 일대가 어느 날 갑자기 세상의 관심을 끌게 됐다. ‘힙지로’라는 별명이 생겼고, 새롭고 이질적인 것들이 오래된 풍경 속으로 침투해 들어가는 현상 자체가 관심의 대상이 됐다. 그 이면에는 블록별로 진행되는 철거의 소음이 공존한다. 1970년 개발시대에도 끈질기게 살아남은 구도심의 기존 조직이 역설적으로 도심재생의 시대를 맞아 여기저기에서 지워지고 있다. 마치 척추처럼 남북으로 길게 들어선 세운상가는 요행히 살아남아 공적 자금의 투자대상이 되고 있으나 그 주변 지역의 미래는 누구도 예측하기 어렵다. 종전처럼 싹쓸이 재개발을 유일한 방식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재개발 지정이 해제돼 개별 필지별 건축행위가 가능하게 되기를 기대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도 저도 아니고 그냥 이 상태 그대로 있기를 원하는 사람들 또한 빼놓을 수 없다. 그러니 누구도 이 지역의 미래에 대해 청사진을 그려 보이기 어렵다. 대한민국 수많은 도시의 구도심의 상황이 이와 크게 다르지 않으니 그런 점에서 을지로는 징후적이다. 을지로를 조금 더 보편적인 관점에서 보면 어떨까. 즉 구도심의 역할이라는 관점으로 접근한다면? 이 역시 징후적 의미를 담아 ‘을지로 모델’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그 핵심은 ‘복합’과 ‘밀도’라는 두 가지 개념으로 정리될 수 있다. 즉 을지로를 포함한 구도심에는 단일 용도가 아닌 복합 용도의 건물이 적절하다는 것, 그리고 상대적으로 고밀도여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여기에는 전제가 있다. 복합에서 주거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야 하며, 또한 지역의 기존 생태계 맥락을 최대한 디자인 자산화한다는 것이다. 이를 가능케 하는 설계 기법 또한 이미 존재한다. 구도심 최대의 비극은 사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현대 사대문 안 인구는 조선 시대 수준인 25만명 내외라고 한다. 1960년대에 유행했던 ‘서울은 만원이다’라는 말이 무색할 지경이다. 인구밀도 그래프를 보면 도넛처럼 구도심 일대가 텅 비어 있다. 이런 현상이 도시 구조상 취약계층을 끊임없이 외곽으로 밀어내는 데 일조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의심스럽다. 그래서 상당한 수준으로 구도심 인구를 확보하는 것은 시급히 필요한 일이다. 기존의 구도심 개발 방식은 극단적으로 한 가지 유형밖에 없었다. 있던 것을 싹 밀고 기존 맥락과 무관한 섬 같은 건물을 짓는 것이다. 1980년대의 장교동 재개발이나 2000년대의 세운 재정비 6구역 재개발이 모두 그렇고, 계획안만으로 보면 현재 이슈인 3구역도 크게 다르지 않은 듯하다. 하지만 이제 새로운 유형이 나올 때가 됐다. 예를 들어 중소 규모 블록별로 개발을 하되, 저층부와 중층부, 고층부를 나누어 저층부에는 공장, 상점 등 기존 맥락을 수용하고 중층부에는 업무 시설을 들이며 고층에는 주거를 넣는 방식은 어떤가. 건물은 길에 밀착하는 중정형으로 만들고 골목길 개념을 적용해 각 중정을 보행자 동선으로 연결한다. 이를테면 독일 베를린의 하케셔마크트 같은 맥락의 개념을 더욱 고밀·복합화해 서울 구도심의 유형으로 새롭게 재구성하는 것이다. ‘구시가지는 도심 지대로서 상업, 업무, 문화시설 등 각종 서비스 기관을 위주로 한 도심기능의 중추부이며, 지대나 교통편리상 고급호텔과 고층 아파트로 이루어져 고밀도 지구로 적합.’ 이미 1966년 서울도시기본계획에서 등장한 이 선언은 아직도 을지로와 구도심이 이루지 못한 오래된 미래다.
  • 체육 요람이자 예술 총아… 서울 맨 위에서 격동의 역사를 목도하다

    체육 요람이자 예술 총아… 서울 맨 위에서 격동의 역사를 목도하다

    첫 돔구장 ‘장충체육관’… 스포츠 중심지김일·천규덕·장영철이 이끈 프로레슬링가난한 시절 찌든 마음에 통쾌한 선물로 김수영·박인환·변영로 등 문인·예술가전쟁 후 활동무대 명동서 국립극장 개관남산으로 이전한 후 문화의 새 뿌리로 ‘남산서울타워’ 1980년 일반에 처음 공개서울·지방 사람·외국인 인기 관광 코스서울은 역사 이래 한반도에 영토를 둔 나라들의 각축장이었다. 조선의 도읍이 되면서 역사의 전면에 나서게 됐고, 지금까지 역사의 중심축이다. 이곳에 있는 유무형의 문화재가 지난날 이야기라면, 시민의 역사가 시작된 이후 2000년 역사의 단층 위에서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오늘도 역사의 한 줄이 되고 있다. 서울신문이 서울시, 사단법인 서울도시문화연구원과 함께하는 2020서울미래유산-그랜드투어 ‘제7차 남산산책’ 편이 지난 11일 열렸다. 참가자들은 남산의 동쪽 장충체육관에서 출발해 남산 정상을 지나 남산의 서쪽 남대문시장까지 서울미래유산을 찾아 함께 걸었다.1960년대 중반 장충체육관은 우리나라 스포츠의 중심지였다. 우리나라 최초의 돔구장이었으며 각종 운동경기와 다양한 행사가 열린 곳이었다. 그중 가장 인기 있던 종목은 프로레슬링과 권투였다. 아련하게 귓전에 맴도는 말, ‘여기는 장충체육관 특설링입니다’. 프로레슬링이 열리는 날 체육관은 만원이었다. 박치기의 왕 ‘김일’, 당수의 명수 ‘천규덕’, 비호 ‘장영철’ 세 명은 우리나라 프로레슬링을 이끄는 주축이었다. 나라 전체가 가난했던 시절, 링 위의 그들은 일상에 찌들어 사는 사람들의 마음을 통쾌하게 뚫어 주는 명약이었다. 상대 선수의 공세와 반칙에 당하던 김일 선수가 한쪽 다리를 들어 올렸다가 체중을 실어 상대방의 머리를 향해 박치기를 하면 관중과 텔레비전을 보던 사람들은 엉덩이를 들썩이며 손뼉을 치고 환호했다. 김일 선수의 박치기가 상대 선수의 이마에 꽂힐 때마다 사람들은 “잘한다”, “잘한다”를 외쳤다. 천규덕 선수의 당수가 상대 선수의 가슴팍을 내리칠 때도 그랬다. 레슬링 경기가 끝나면 동네 아이들은 항상 모이는 친구 집에서 레슬링을 했다. 김일 선수의 박치기를 따라 했다가 머리에 혹이 나는 아이들도 있었다.김일 선수는 장충체육관에서 프로레슬링 세계 챔피언이 됐다. 권투에는 김기수 선수가 있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권투 세계 챔피언인 그도 장충체육관의 스타였다. 1963년 개장한 장충체육관은 2012년부터 리모델링을 시작, 2015년에 재개장했다. 새롭게 단장한 그곳에서 배구와 격투기 등 여전히 각종 운동경기가 열려 사람들의 발길을 모으고 있다. 한때 사람들 사이에서 장충체육관을 필리핀에서 무상으로 지어 줬다는 소문이 돌았는데,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장충체육관 부근에는 1971년에 지어진 장충리틀야구장이 있다. 서울에 하나밖에 없는 유소년야구장이다. 이곳에서 야구를 하며 뛰어놀던 어린 선수들은 1983년, 1985년, 2014년에 세계리틀야구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어릴 때 이곳에서 야구를 했던 선수 가운데 박찬호와 이승엽도 있었다. 배우 송강호와 김혜수가 열연한 영화 ‘YMCA야구단’을 촬영한 곳이기도 하다. 장충리틀야구장 위에 있는 테니스장도 1971년 문을 열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프로테니스 선수인 이덕희와 김봉수, 이형택 등 테니스 스타의 땀이 어려 있는 곳이다. 호주 오픈 본선 진출, US오픈 16강, 프랑스 오픈 본선 진출 등 이덕희 선수의 ‘한국 최초 기록’은 화려하다. 이번 미래유산 답사 코스는 아니지만 장충체육관 북쪽 약 1㎞ 거리인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자리에 동대문운동장이 있었다. 일제강점기인 1925년 경성운동장으로 시작, 해방 이후 서울운동장으로 이름을 바꿨다. 1959년에 재개장한 뒤 잠실에 종합운동장이 생기면서 동대문운동장으로 이름을 바꿨다. 프로야구와 축구가 없던 시절 동대문운동장에서 열리는 축구와 야구의 인기는 지금의 프로 경기 못지않았다. 특히 동대문야구장은 봉황기, 황금사자기, 청룡기, 대통령배 대회 등이 열리면 출신 지역과 학교를 응원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의 열기로 가득했다. TV는 물론 라디오에서도 경기를 중계했다. 그 시절 최동원 선수는 최고의 고교야구 스타였다.장충체육관, 장충리틀야구장, 장충테니스장으로 이어지는 동선은 국립극장으로 연결된다. 국립극장의 역사는 1950년 지금의 서울시의회 본관 건물에서 시작됐다. 첫 공연 작품은 ‘원술랑’이었다. 그해 4월 30일부터 5월 6일까지 7일 동안 5만명이 넘는 관객이 공연을 관람했다. 팬레터가 쇄도했다. “사랑하는 이를 눈물로 웃으며 보내는 예쁜 공주, 화랑 원술랑을 사모했던 것이 잘못일까?”라는 당시 어떤 팬이 보낸 팬레터의 한 대목이 남아 있다. 한국전쟁으로 인해 국립극장은 대구에서 문을 열게 된다. 휴전협정을 맺은 다음해 미국 여배우 메릴린 먼로가 위문 공연 차 우리나라를 찾았다. 당시 ‘춘향전’에 출연한 배우 백성희와 촬영한 기념사진이 남아 있다. 전쟁이 끝난 명동에 김수영, 박인환, 오상순, 이봉구, 변영로 등 문인과 음악가, 미술 분야의 예술인이 모여들었다. 1956년 박인환은 그의 마지막 작품이자 노래로도 만들어진 시 ‘세월이 가면’을 남겼다. 폐허가 된 명동에서 예술혼은 그렇게 피어나고 있었다. 박인환이 세상을 떠난 이듬해인 1957년 국립극장은 명동에 둥지를 튼다. 환도 기념 공연 작품은 카를 쇤헤어의 ‘신앙과 고향’이었다. 희곡 현상 공모도 했다. ‘딸들은 자유연애를 구가하다’가 제1회 당선작이었다. 1961년 극장 리모델링을 시작해 1962년 3월에 새롭게 개관했다. 이때 ‘국립극단’이 발족됐다. 국립극장은 명동 시대를 끝내고 1973년 10월 지금의 자리인 남산으로 이전한다. 국립극장 남산 시대의 문을 연 개관 기념 공연은 ‘성웅 이순신’이었다. 240여명이 출연한, 당시 한국 연극 사상 최대 규모의 작품이었다.국립극장을 뒤로하고 남산서울타워로 향한다. 조선 시대 한양도성 성곽을 따라 가파른 계단으로 올라가는 길이 있고, 남산순환버스가 다니는 도로를 따라 걷는 길이 있지만 무더운 날씨와 한정된 시간 때문에 남산순환버스를 타고 올라가기로 했다. 남산 정상 못 미쳐 넓은 터가 버스 종점이다. 종점 전망대에서 바라보니 일행이 출발했던 장충체육관의 돔 지붕이 보인다. 그 풍경을 뒤로하고 정상으로 올라간다. 짧은 오르막길을 다 오른 후 오른쪽으로 돌아 전망데크에서 서울 도심을 조망했다. 서울 도심에 조선 시대 한양도성의 경계를 그려 본다. 발 딛고 서 있는 남산에서 동쪽으로 이어지는 성곽은 출발 지점인 장충체육관 뒤편으로 이어져 동대문을 만난다. 동대문을 지난 성곽은 낙산 줄기 주택가 사이를 비집고 올라 낙산 정상에서 숨을 고른다. 성곽은 백악산(북악산)을 지나고 그 품에 조선 시대 종묘와 창덕궁, 창경궁, 경복궁을 품었다. 인왕산으로 이어지는 성곽이 다시 남산으로 흘러온다. 그 가운데 서쪽에서 동쪽으로 청계천이 흐른다. 청계천의 상류를 웃대라고 했다. 요즘 사람들이 많이 찾는 서촌은 웃대의 한 마을이었다. 청계천으로 흘러드는 계곡 물줄기가 만든 풍경이 선경이라 시인 묵객들이 모여들었다. 겸재 정선이 살던 집은 현재 경복고등학교 자리다. 백사 이항복은 세종마을음식문화거리의 한쪽 끝부분에 필운대라는 둥지를 틀었다. 송석원시사는 중인 출신의 문인들이 시서화를 창작하는 공간으로 유명했다. 하류는 아랫대로 군영이 많았다. 조선 후기에 군사체제와 경제체제가 흔들리자 군영의 군인들이 직접 농사를 지어 생계를 꾸리기도 했다. 현재 훈련원공원이 있는 곳이 훈련원이었는데, 조선 후기 훈련원 군사들이 농사지은 배추가 유명해 ‘훈련원 배추’로 팔렸다고 한다. 청계천 중류 중촌은 저잣거리이자 상업과 문화의 중심지였다. 종로 남대문 주변에는 시장이 있었다. 의원, 역관, 꼭지(광통교와 수표교 등을 중심으로 조직적으로 활동했던 한양의 거지 조직), 전기수(소설을 읽어 주고 일정한 보수를 받는 사람)가 서로 얽혀 살았다. 지리적으로 중촌의 북쪽은 북촌이다. 당대 권력의 중심에 있던 사람들이 모여 살던 곳이다. 중촌의 남쪽에는 남촌이 있었다. 양반 중 무반 쪽 사람들과 벼슬 없는 선비들이 많이 살았다. 그곳이 남산 기슭이었다.남산 정상 전망데크는 여러 곳이다. 그곳을 돌아다니며 도심 풍경을 봐도 좋고 남산서울타워 전망대(유료)에 올라 전망을 즐겨도 좋다. 남산서울타워는 전체 높이가 236m가 조금 넘는다. 남산의 해발고도가 270m다. 1971년 탑신과 철탑의 공사를 마쳤다. 전망대는 1975년에 생겼으며 일반에 공개된 건 1980년이다. 남산서울타워는 관록의 여행지이자 유행을 타지 않는 곳이기도 하다. 서울 사람은 물론 지방에 사는 사람, 외국인 등 서울을 찾은 사람들의 인기 관광코스다. 남산서울타워 전망대를 한 바퀴 돌며 굽어보는 시야에 인천 앞바다까지 들어온다. 남산서울타워를 뒤로하고 남대문 쪽으로 내려가는 길, 한양도성 성곽이 길을 안내한다. 백범광장을 지나 남대문 쪽으로 향한다. 오전 10시에 출발한 걸음은 낮 12시를 조금 넘겨 도착했다. 배가 고프다. 남대문시장으로 향한다. 오늘의 도착지 서울미래유산 남대문시장, 조선 태종까지 거슬러 오르는 시장의 역사를 뒤로하고 먹을 것이 넘쳐나는 골목으로 향한다. 50년을 넘긴 밥집이 여럿이다. 국밥에 곰탕, 닭곰탕, 칼국수, 갈치조림 등 한 끼 밥도 좋고 길거리 음식도 좋다. 돌아보니 출발했던 장충체육관 앞에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된 장충동 족발거리도 있었구나! 글 장태동 여행작가 사진 김학영 서울도시문화연구원 연구위원
  • 불도저에 추억마저 밀릴쏘냐…현대사 굴곡 닮은 만리동 고개여

    불도저에 추억마저 밀릴쏘냐…현대사 굴곡 닮은 만리동 고개여

    불도저는 낡은 집과 좁은 골목만이 아니라 애틋한 정과 추억을 함께 밀어 버린다. 아파트에 집착하는 대가로 상실하는 감성의 가치를 우리는 알지 못한다. 진화하는 아파트의 편리함에 매혹당한 탓이다. 성형수술로 얼굴을 다 뜯어고치듯 서울은 옛 모습을 잃고 있다. 서울역 서쪽의 만리재 언덕도 지난 10여년 동안 상전벽해의 변화를 겪었다. 지도에서 서울역과 충정로역, 애오개역을 이어 줄을 그으면 거의 정삼각형이 되는 지역이다. 세종의 훈민정음 창제에 정면으로 맞선 사대주의 학자 최만리가 나고 자란 곳이다. 만리재라는 이름도 최만리에서 나온 것이다. 재개발 바람은 서민의 애환이 구석구석 녹아 진한 여운을 풍기던 동네 분위기를 바꿔 버렸다. 언제 적 만리재를 말하느냐는 듯 시가 10억원이 넘는 번듯한 아파트들이 군데군데 치솟아 있다. “만리동 고갯마루에 소의초등학교가 있었다. 교문 옆에 아이스케키 통을 놓고 그 위에 걸터앉아 ‘두 개 시-버-언!’ 하고 소리를 질렀다. … 아이스케키 통을 둘러메고는 만리동 고개를 내려와 서울역광장을 돌아 남대문을 거쳐 명동까지 갔다가 다시 발길을 돌려 만리동 고개로 되돌아오곤 했다.”빈민 활동 선구자인 김진홍 목사는 ‘황무지가 장미꽃같이’에서 이렇게 썼다. 서울로 몰려든 사람들은 도심과 가장 가까운 주거지인 이곳에 몸을 겨우 눕힐 수 있는 땅뙈기를 구해 타향살이를 시작했었다. 지게꾼과 구두닦이, 행상이라는 일자리가 있었던 서울역이 지척이었다. 걸어서 20분이면 닿는 남대문시장에서 난전을 펴고 장사를 해서 자식들을 먹여 살릴 수 있었다. 만리재는 조선시대 때부터 마포와 서소문밖을 이어 주던 소통로(疏通路)였다. 걸어 오르려면 숨이 차는 큰 고개 만리재를 넘어 내려가면 작은 고개 애오개(아현)가 나온다. 애오개에는 일제강점기에 경성감옥이 있어 자식 옥바라지를 하려고 가파른 길을 넘어 걸어가던 눈물의 모정이 배어 있는 곳이기도 하다. 경성감옥 자리에는 서울서부지방법원과 서부지방검찰청이 들어서 법토(法土)의 맥을 잇고 있다. 양쪽 사람들은 정월 보름이면 서로 위험한 돌팔매질 놀이를 했다는데 무슨 원한 관계가 있었을까. 그렇지 않고 전해져 내려오는 세시풍속일 뿐이다. 애오개 쪽이 이기면 경기도의 농사가 잘되고 만리재 쪽이 이기면 평안도나 경상도 등 외도(外道)의 농사가 잘된다는 속설이 있었다는데, 그렇다면 만리재 쪽은 왜 피 터지게 싸우며 이기려고 했을까. 개발이 어려운 언덕바지라는 점이 땀과 눈물의 ‘트라이앵글’을 이만큼이나마 지켜 냈다. 삼각형 지역 속의 손기정기념관, 환일고등학교 십자관, 성니콜라스성당 등은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됐다. 몇몇은 파괴의 위기를 딛고 살아남았다. 굴곡진 현대사를 품은 건축물들은 방문객들을 잠시 감성에 젖게 한다.충정로역 근처에는 오래된 작은 아파트들이 유난히 많다. 사람 나이로 미수(米壽·88세)가 된 국내 최고령 아파트 충정아파트에 비하면 1969년생 미동아파트는 이제 51세로 젊은 축에 속한다. 충정로역 4번 출구에서 안쪽 좁은 도로를 따라 올라가면 성요셉아파트가 나타난다. 1971년 완공이니 미동아파트보다 두 해 아래다. 비탈길에 절묘하게 자리잡았는데 맨 아래쪽은 6층이고 맨 위쪽은 2층이다. 방앗간, 김밥집, 미용실, 세탁소 등의 작은 1층 상가들은 변두리 동네 어귀의 가게들처럼 정겹다. 인접한 약현성당의 성도들을 위해 지었다는 이 아파트에는 지금도 수도자들이 거주한다고 한다. 중림동 일대가 도시재생 활성화 지역으로 선정됨에 따라 이 아파트는 보존하기로 결정돼 안팎의 환경을 조금씩 개선하는 중이다. 동네를 칙칙하게 만든 주범이었던 아파트 바로 앞 무허가 창고를 ‘앵커시설’로 재개발, 지난 5월 16일 문을 열었다. 2층짜리 건물에는 ‘심야살롱’, ‘도시서점’이 입주해 도시재생사업의 새로운 진로를 모색한다. 하지만 보존에 반대하는 일부 주민은 탐방객들에게마저 싸늘한 반응을 보인다.성요셉아파트와 붙어 있는 남쪽 언덕에 약현성당이 있다. 약현(藥峴)은 조선시대에 약을 재배하는 밭이 있던 곳이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 영향이었을까. 이 지역에는 약을 만드는 기업들이 있었거나 지금도 있다. 잊혀져 가는 종기 치료제 ‘이명래고약’ 본점도 원래 중림동에 있었다. 이명래고약의 개발자는 이명래가 아니라 충남 아산에서 활동한 에밀 피에르 드비즈라는 프랑스 신부라고 하니 뜻밖이다. 서울에 살던 천주교도인 이명래가 박해를 피해 아산으로 내려갔다가 드비즈 신부를 만나 제조법을 전수받고 민간요법을 더해 발전시킨 게 이명래고약이다. 이명래고약은 현대 의약에 밀려 2011년에 생산이 중단됐다. 충정로역 바로 옆에는 제약회사 종근당이 있다. 철공소 견습공, 쌀 배달원으로 일하다 21살 때부터 약품 외판원으로 전국을 돌아다니며 약을 팔았던 고 이종근은 1941년 이곳에 궁본약방을 세웠고 1956년 종근당으로 발전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성당이자 고딕 양식 건물인 약현성당이 1998년 취객의 방화로 전소됐을 때 숭례문 화재만큼이나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당시 모습은 잃었지만 15억원을 들여 원형에 더 가깝게 복원됐다. 잘 꾸며진 정원을 갖춘 약현성당은 결혼식장으로도 사랑을 받고 드라마 촬영장으로도 애용되는 명소가 됐다. 서학(西學)을 믿었다는 혐의로 신유박해와 병인박해 당시 서소문 밖에서 처형된 98위의 순교자를 모신 성당 내 서소문순교자기념관은 방문객들의 옷깃을 여미게 한다. 만리재는 마라토너 손기정의 기억을 되살려 주는 곳이기도 하다. 소년은 초등학교 6학년 때 5000m 경기에서 어른들을 제치고 우승했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압록강 건너 중국 회사에 20리 길을 매일 뛰어서 다녔던 소년은 마라톤 특기생으로 양정고보에 입학했다. 1936년 베를린올림픽 시상식에서 은메달을 딴 선수는 활짝 웃고 있었지만 금메달 손기정과 동메달 남승룡의 얼굴에는 웃음기가 없었다. 일본 대표로 출전한 설움이 앞섰던 까닭이다. 시상식 사진을 보면 손기정은 가슴의 일장기를 나무 화분으로 가리고 있다. 시상식장에선 애국가가 아닌 일본 기미가요가 연주됐다. 손기정은 인터뷰나 축하 인사 때마다 ‘손긔정’이라는 한글 사인을 해주고 간단한 한국 지도나 ‘KOREAN’을 그리거나 써줘 한국인임을 알렸다.목동으로 옮긴 양정고등학교 교정은 공원화됐다가 마라톤의 성지, 손기정체육공원으로 재단장해 지난달 문을 부분적으로 열었다. 공원 내 손기정기념관은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됐으며 입구에는 ‘남승룡 러닝센터’를 지어 업적을 함께 기리고 있다. 손기정이 갖고 온 나무 화분(월계수는 독일 기후에서는 자라지 않아서 월계수가 아니라 미국 대왕참나무 화분이다)은 교정에 심어 84년 세월 동안 거목으로 자랐다. 손기정기념관의 바로 위에는 1895년에 문을 연 봉래초등학교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서울 교동초등학교보다 1년 뒤지는 유서 깊은 학교다. 만리재 고개 정상의 짙푸른 녹음은 과거에 이곳이 제법 깊은 산속이었음을 알려 준다. 잘 조성한 산책로는 여름의 열기를 이겨 내기에 모자람이 없다. 힘들여 멀리 갈 것도 없이 주민들은 시원한 자연 바람을 만끽하고 있다. 산책로들이 휘감은 고개 정상이 식수를 공급하는 저장고라는 사실은 주민들도 다 모를 것 같다. 1956년에 조성해 출입금지 지역으로 관리하던 곳을 철조망을 걷어 내고 ‘만리배수지공원’이라는 휴식과 운동 공간으로 탈바꿈시켰으니 행정의 힘이란 이런 것이다.배수지공원 언덕 아래에 환일고등학교가 있다. 기독교 감리교 계통의 학교로 1947년 균명중학교로 개교했다가 1957년 화재로 전소됐다.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된 이 학교 십자관은 화재 후 철근콘크리트와 석조를 섞어 지은 건물로 63년이 흐른 지금에도 원형이 잘 보존돼 있다. 찍어 낸 벽돌을 쌓아 올린 게 아니라 제각기 모양이 다른 돌을 마치 정교한 축대를 쌓듯이 짜맞춰 건축했다. 이런 방식으로 지은 건축물은 흔하지 않다. 1974년에는 학교 이름을 환일중고등학교로 바꿨다. 우리에게는 야구해설가로 유명한 고 하일성씨가 체육교사로 재직한 학교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소의초등학교에서 애오개역으로 내려가다 보면 왼쪽에 한국정교회 서울 성니콜라스대성당이라는 숨은 장소를 발견할 수 있다. 정교회는 동유럽에서 발전한 기독교의 한 교파다. 우리나라 신도는 3000여명쯤 되고 전국에 6개의 성당이 있다. 교세가 약한 것은 민족의 비극과 무관하지 않다. 1900년 최초 전래된 정교회는 러시아가 러일전쟁에서 패배하면서 신부와 신도들이 떠났고, 몇 안 되는 국내 신자들은 고아처럼 남겨졌다. 1906년 러시아 선교사가 다시 도착했지만 1917년 볼셰비키 혁명으로 정교회는 심한 박해를 받게 됐다. 이후 고립무원의 상태로 일제강점기를 넘긴 정교회는 유엔군 참전국의 일원인 그리스군 종군 사제의 도움으로 기적적으로 교회를 재건했다. 아현동에 부지를 마련해 대성당을 완공한 것은 1968년이었다. 반구형 돔을 얹은 비잔틴풍 건축물은 조창한 전 경희대 교수가 설계한 것으로 국내에 두 개밖에 없다. 독특한 돔 지붕을 보고 산동네 아이들은 ‘대머리교회’라고 불렀다고 한다. 아현4구역 재개발구역 안에 있는 성당은 옮겨질 뻔한 위기를 넘겼다. 만리재의 추억은 개발의 압력 속에서 연기처럼 사라졌다. 덕분에 사람들은 편안하고 깨끗한 주거 환경을 얻었다. 그러나 그것과 맞바꾼 것은 사람 냄새가 나지 않는 삭막함이므로 마냥 달갑지만은 않다. 군데군데 박힌 지난 시간의 흔적은 아련하기만 하다. 박제해 둘 수도 없었던 그때는 멀리서 무심히 흐르는 한강만이 기억할 것이다. 글 손성진 서울신문 논설고문 sonsj@seoul.co.kr사진 김학영 서울도시문화연구원 연구위원 ●제7회는 11일 오전 10시 남산산책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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