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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檢 ‘6·29 사표 반란’…대검 검사장급 5명 전원 사의

    대검찰청 검사장급 간부 전원이 2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수사조정권 처리 항의표시로 집단 사의를 표명해 파문이 일고 있다. 김준규 검찰총장은 대검 부장(검사장급)들과 심야회의를 가진 뒤 “국회 처리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다음 달 4일 입장을 표명하겠다.”고 밝혀 사실상 퇴진의사를 내비쳤다. 검경의 충돌이 집단행동으로 비화되면서 국정에 부담을 주게 됐다. 대검 검사장급 부장 전원이 사의를 표명하거나 사표를 낸 것은 헌정 사상 처음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협상의 검찰 측 실무 책임자인 홍만표(52·사법연수원 17기) 대검 기획조정부장이 법사위의 처리결과에 반발하며 29일 아침 김준규 총장에게 사표를 제출하자, 오후 들어 김홍일(55·〃 15기) 대검 중수부장, 조영곤(53·〃16기) 형사·강력부장, 신종대(51·〃 14기) 공안부장, 정병두(50· 〃 16기) 공판송무부장 등 대검 검사장급 간부 4명도 일괄 사의를 표명했다.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심각해지자, 박용석 대검 차장은 이들 검사장들과 긴급회동, 사의를 반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 기조부장은 검찰 내부망에 올린 ‘사직인사’에서 “이제는 떠나야 할 때가 된 것 같다.”며 “정치권과는 냉정하게, 경찰과는 따뜻하게 관계를 유지해 달라.”고 의미 있는 말을 남겼다. 홍 부장의 사표는 지난 28일 검경 수사권조정 합의안이 국회 법사위에서 수정 의결(법무부령에서 대통령령으로)된 것에 대한 강한 반발 성격으로 해석된다. 검찰 수뇌부뿐 아니라 부장검사급 중간 간부들도 잇따라 사의를 표명, 검찰은 엄청난 후폭풍에 휩싸였다. 구본선(43·연수원 23기) 대검 정책기획과장, 김호철(44·〃20기) 대검 형사정책단장, 윤장석(41·〃25기) 대검 형사정책단 연구관 등 대검 부장검사 3명과 최득신(45·〃25기) 대구지검 공판부장 등이 줄줄이 사의를 표명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검찰의 집단사퇴 움직임과 관련, “일종의 항의의사표시로 봐야 하지 않겠느냐.”면서 “그러나 분명한 건 검찰이나 경찰이나 집단행동을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현재 (사퇴의사를 밝힌 검사들을) 설득하고 있는 과정에 있다.”면서 “(거취를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김준규 검찰 총장도 사퇴를 고민하고 있는 것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검경은 이번 논쟁의 종착역이 될 30일 국회 본회의를 앞두고 제각각 집단반발 움직임을 내비치는 등 세를 과시하고 있는 모습이다. 사개특위 논의 내용이 검찰에 불리한 쪽으로 기우는 듯하자, 검찰 내부에선 대검 중수부가 진행 중인 저축은행 수사를 더 이상 못 한다며 어깃장을 놓는 듯한 모습도 연출됐다. 경찰도 지난 24일 전국의 전·현직 경찰, 경찰대생, 각 대학 경찰행정학과 교수 등 80여명이 모여 밤샘토론을 통해 합의안에 대한 이견을 드러냈고, 28일에는 전국 일선 경찰 긴급토론회가 예고되며 법사위를 압박했다. 결국 법사위는 형소법 개정안 196조 3항 ‘구체적 수사지휘’ 범위를 법무부령에 위임했던 합의안을 대통령령에 위임토록 바꾸는 결정을 내렸다. 이런 까닭에 정치권이 책임론의 중심에 서 있다. 중요한 결단의 순간마다 수사권과 조직표를 앞세운 검경의 집단행동에 움츠러들며 입법권이 흔들렸다는 측면에서 후폭풍을 잉태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홍성규·백민경·임주형기자 hermes@seoul.co.kr
  • [문화마당] 고시원과 포스트잇/조혜정 중앙대 예술대학원 교수·영화평론가

    [문화마당] 고시원과 포스트잇/조혜정 중앙대 예술대학원 교수·영화평론가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나는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했다(대학원에서는 영화학 전공). 많은 법대생들이 그러하듯, 한때는 고시원에 들어가 고시 준비를 해볼까 생각한 적이 있었다. 지금은 어쩐지 모르겠지만, 우리 시대에 고시원 하면 ‘신림동’이었고, 그곳엔 고시에 청춘을 거는 고시생들이 많았다. 나는 고시원 대신 집 근처의 독서실과 공공도서관을 선택했지만, 한때 고시를 보기 위해 밤샘공부로 지내던 세월이 내게도 있었다. 그래서 고시원 하면 당연히 치열하게 고시 준비를 하는 사람들, 희망과 막막함, 열정과 우울함이 묘하게 공존하는 그런 분위기가 연상되곤 했다. 그런데 요즘 고시원에는 고시 준비생들만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혹은 각자의 사연으로 고시원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들었다. 올 여름 100억원짜리 블록버스터 ‘퀵’을 연출한 조범구 감독도 고시원에서 생활한 경험이 있다고 한다. 조범구 감독은 2004년 ‘양아치어조’로 장편영화 감독 데뷔를 하고 2006년 ‘뚝방전설’을 만들었다. 새달 21일 개봉하는 ‘퀵’은 그의 세 번째 영화다. 단편영화계 스타이기도 했던 그에게도 역시 영화판은 녹록지 않아 ‘뚝방전설’을 만든 뒤 5년간 작품활동을 할 수 없었다. 서울 생활이 어려웠던 그는 연고도 없는 지방으로 ‘값싼 집값’ 때문에 이사했고, ‘퀵’의 감독을 맡으면서 지방의 집을 오가기 어려워 고시원 생활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제작비 100억원대 영화가 만들어지고 화려하게 조명되는 영화계의 생리상 자칫 간과되기 일쑤지만, 생활고에 시달리는 영화인들이 많다는 것은 엄연한 현실이다. 이러한 현실이 지난 1월 최고은 시나리오 작가의 죽음으로 환기되었지만, 아직까지 주목할 만한 변화는 없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영화인들의 처우와 복지에 대한 논의가 좀 더 활발해지고 국회와 정부에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노력들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예술인 복지법’이 지난 22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가결되고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는데, 이 법은 영화·공연·출판 등 문화예술 분야 종사자들에게 고용보험과 산재보험을 적용하도록 하고 있으며, 한국예술인복지재단 및 금고를 설치하여 예술인들을 지원하는 업무를 담당하도록 하고 있다. 법이 시행되기까지 넘어야 할 산은 적지 않다. 우선 정부 여당에서 예술인 규정에 대한 기준의 모호성과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면서 이 법을 유보하기로 했다. 대신 이 법을 보완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그 전에 영화사나 방송사에서 근로계약을 맺지 않고 스태프를 고용하는 불공정 관행부터 바로잡기로 했다고 한다. 제도를 정비하고 법을 제정하는 작업은 세심하고 정밀해야 한다. 법의 허점과 사각지대를 최대한 줄이고 보완해야 그 법의 취지도 제대로 살릴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만 된다면야 조금 시일이 걸린다한들 못 참겠는가. 그러기 위해서는 결국 영화를 포함한 예술현장의 여론을 청취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한다. 그것이 소통이다. 영화계 현실이 어렵고 영화인들이 생활고에 시달린다 해도 그들의 작품을 향한 열정은 결코 위축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하는 것은 감동적이다. 애니메이션 ‘소중한 날의 꿈’은 작품을 만드는 사람들의 열정이 얼마나 치열하고 대단한 것인지를 다시 한번 느끼게 해준다. 안재훈 감독은 이 작품을 구상하고 완성하는 데 11년이라는 시간을 쏟아부었고, 그 과정이 그의 작업실 벽면은 물론 천장까지 거의 빈틈없이 빼곡하게 붙여진 수많은 ‘포스트잇’ 속에 담겨 있었다. 3차원(3D) 애니메이션이 대세인 지금, 2D 셀 애니메이션으로, 그야말로 일일이 직접 그린 10만장의 ‘손그림’으로 완성한 이 작품은 만든 이들의 정성과 인내 그리고 긴 제작시간을 관통한 열정의 몫이 되었다. 그리고 그 열정은 ‘야심’이 아니라 ‘진심’의 발로이기에 더 소중하다. ‘소중한 날의 꿈’은 그 진심의 값어치를 발견하게 해준다.
  • IT업계 클라우드 개발자 ‘귀하신 몸’

    IT업계 클라우드 개발자 ‘귀하신 몸’

    대기업에 다니는 김모(36) 과장은 얼마 전 자신의 클라우드 컴퓨팅 관련 아이디어를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이하 앱)으로 만들어 보려다 깜짝 놀랐다. 전문 앱 개발사에 개발 비용을 의뢰했더니 “간단한 프로그램도 최소 1000만원은 들어간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김 과장은 “왜 이렇게 비싸냐고 묻자 ‘정보기술(IT) 업계, 특히 클라우드 컴퓨팅 분야의 인력난이 심각해 비용이 많이 들 수밖에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면서 “시간이 좀 들더라도 프로그래밍을 직접 배워 앱을 개발하기로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혁명’으로 시작된 IT업계의 인력난이 모바일 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분야를 거쳐 클라우드 컴퓨팅에까지 번졌다. 이동통신사, 포털사이트 등에서 너도나도 인력 확보에 나서면서 몸값이 큰 폭으로 뛴 데다 국내에 클라우드 개발에 적합한 인력이 부족해 중소기업은 돈을 주고도 사람 구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에 클라우드 열풍이 일면서 개발자 구인난이 심각해지고 있다. 국내 클라우드 컴퓨팅 관련 개발자 연봉이 최근 20~30%가량 오른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KT, SK텔레콤 등 통신사들과 NHN, 다음 등 포털사이트, 삼성SDS, SK C&C 등 IT 서비스 업체들이 너도나도 클라우드 관련 소프트웨어 개발 인력을 뽑고 있다. KT의 클라우드추진본부 인력은 현재 100명을 넘어선 상태이며, SK텔레콤도 클라우드 컴퓨팅 인력을 중심으로 200여명의 연구개발 인력을 충원하고 있다. SK C&C는 경력 3년 이상의 클라우드 개발자를 모집하고 있으며, NHN, 다음 등 포털사이트들도 각각 수십 명의 개발자를 충원해 클라우드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애플이 개인용 클라우드 서비스인 ‘아이클라우드’를 공개하고 구글도 클라우드 노트북인 ‘크롬북’을 선보이는 등 세계 주요 업체들이 잇따라 클라우드 시장에 뛰어들면서, 국내 업체들도 이 시장이 개화할 것으로 보고 본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당분간 인력 부족 현상은 갈수록 심해질 것이라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예전엔 IT 분야 중견기업 이상에 근무하는 5~6년차 개발자가 5000만~6000만원 정도를 받았지만 최근엔 7000만원 이상도 받을 수 있다. 그중에서도 소프트웨어 클라우드 서비스 관련 기획 및 개발자들의 경우 ‘부르는 게 값’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팀장급 경력을 갖추고 있으면 억대 연봉도 어렵지 않게 받을 수 있다. 이공계 기피현상도 클라우드 컴퓨팅 등 IT 업계 인력난을 부채질하고 있다. 야근과 밤샘 근무 등이 일상화된 데다 회사에서도 홀대받는 경우가 많아 대학에서는 소프트웨어 관련 학과들이 기피 대상이 된 지 오래다. 개발력을 인정받는 몇몇 명문 공대생들은 취업 대신 직접 창업에 나서는 경우도 많다. IT 업계 관계자는 “클라우드 서비스는 고객들의 기대 수준이 높다 보니 전문 인력을 확보하려는 기업들의 인력 쟁탈전도 상당하다.”면서 “때문에 자금력이나 인지도가 떨어지는 중소기업들은 인력 확보가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용어 클릭] ●클라우드 컴퓨팅 각종 데이터와 소프트웨어를 초대형 서버컴퓨터에 저장해 놓고 필요할 때마다 내려받아 사용하는 환경이나 서비스를 말한다.
  • “권검책경” 경찰 80여명 첫 집단행동

    “권검책경” 경찰 80여명 첫 집단행동

    정부의 수사권 조정 합의안을 두고 전국에서 모인 경찰관 수십명이 밤샘 토론회를 갖는 등 경찰 내부의 반발이 집단행동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앞서 수사권 실무 협상을 했던 경찰청 소속 2명이 다른 부서 전출을 공식 요구하고, 경찰 간부가 합의안 무효를 주장하며 경찰청사에서 ‘1인 시위’를 하기도 했다. 26일 경찰에 따르면 일선 경찰관과 경찰대생 등 80여명이 지난 24일 오후 9시부터 25일 오전 5시까지 8시간 동안 충북 청원군 강내면 충청풋살체육공원에서 검·경 수사권 합의안에 대해 밤새워 ‘마라톤 토론’을 했다. 현장에서 뛰는 실무 경찰들이 직접 나섰다는 점에서 경찰 수뇌부와 검찰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행사를 주도한 서울 모 경찰서 김모 경장은 “토론회에는 주로 비간부 경찰들과 경찰대학생, 대학교수, 시민들이 참석했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해양경찰청, 국가정보원, 특별사법경찰 등 수사권을 가진 기관이 많은데도 조현오 경찰청장이 의견 수렴이나 위임을 받지 않은 채 법무부 장관과 합의를 도출한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형사소송법 196조 1항의 ‘수사관, 경무관, 총경, 경정, 경감, 경위는 사법경찰관으로서 모든 수사에 관하여 검사의 지휘를 받는다.’는 문구 중 ‘모든’이라는 표현을 빼고 ‘지휘’ 앞에 ‘적법하고 정당한’이라는 문구를 넣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1만명 이상의 서명을 받아 국회의원들에게 합의안 수정을 요구하는 서신을 발송하고 대학교수나 경우회 등과 공동성명도 발표하기로 했다. 참석자들은 토론회 합의 내용을 건의문으로 만들어 경찰청장에게 전달하려 했으나 집단항명으로 비칠 소지가 있다고 판단해 따로 합의문을 작성하지 않고 각자 개인적으로 입장을 표명하기로 했다. 이들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및 본회의를 통해 법안이 처리되는 과정에서 자신들의 입장을 적극 피력할 예정이다. 토론회장 내부에는 ‘권검책경’(權檢責警·권한은 검찰이 쥐고 경찰은 책임만 진다) ‘나는 대한민국 형사다. 수사권은 없다.’ 등의 글귀가 나붙었다. 청원 남인우기자 niw7263@seoul.co.kr
  • 박유천 담요 패션…촬영장 추위 덜며 멋내기 각광

    박유천 담요 패션…촬영장 추위 덜며 멋내기 각광

    박유천 담요 패션이 화제에 올랐다. MBC 월화드라마 ‘미스 리플리’에 출연 중인 박유천이 밤샘촬영시 추위와 이슬을 피하면서 다양한 담요 패션을 선보인 것. 박유천은 각양각색의 담요들을 다양하게 활용하며 허름한 담요를 패션 아이템으로 격상시켰다. 담요를 어깨에 두른 채 셔츠처럼 돌려 매기, 하의처럼 허리에 감싸 하체 덥히기 등 센스 있는 박유천 담요 패션은 촬영장의 인기를 끌고 있다. 한 낮에는 30도를 넘나드는 폭염이지만 한밤중에는 아직 서늘한 철이라 체온을 지켜주는 담요는 배우들에게 요긴한 필수 용품. 특히 이다해와 강혜정 등 여배우들은 얇은 옷차림을 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두꺼운 윗옷이나 담요를 준비해 몸의 온도를 유지한다. ’미스 리플리’ 제작사 측은 “계속되는 밤샘촬영에도 연기자들의 열정이 대단하다”며 “이번 주 9~10회에서는 그동안의 상황을 반전시키는 충격적인 스토리전개가 이어질 예정”이라고 전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nownews@seoul.co.kr
  • MB ‘택배의 아픔’을 듣다

    MB ‘택배의 아픔’을 듣다

    “왜 물가와 기름 값은 오르는데 택배비는 떨어지는지 이해가 안 간다. 택배비도 조정이 됐으면 한다.”, “한달에 주·정차 단속으로 4~5번 걸리면 과태료가 20만원이 넘는다.”, “집 인근에 밤샘 주차를 하면 위반 스티커가 날아온다.” 이명박 대통령은 23일 서울 마포의 한진택배 터미널에서 택배 기사들과 만나 업계의 문제점과 애로사항을 직접 들었다. 이날 방문은 이달 초 한 택배 기사가 ‘청와대 신문고’에 작업 현장에서의 고충을 토로한 게 계기가 됐다. 사연을 접한 이 대통령이 국토부를 포함한 관련 부처에 현황 파악을 지시하고 일선 택배기사를 만나 봐야겠다고 지시하면서 현장간담회가 이뤄졌다. 낮은 화물 운송비 단가와 주차 단속 문제 등 택배기사들의 고충을 한동안 말없이 듣던 이 대통령은 “주택가에 밤샘 주차가 안 되는 이유가 뭔가.”, “택배 운송비 단가는 어떻게 결정되느냐.”, “영업용 번호판 제도는 어떻게 운용되느냐.”고 물으면서 관심을 보였다. 이 대통령은 “과거에는 택배 사업 규모가 작았지만 지금은 굉장한 규모로 성장해 하나의 산업이 됐다.”면서 “앞으로 택배가 점점 늘 텐데 여기에 맞는 법체제를 만들 때가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이해단체에 이리저리 질질 끌려 다니고 그런 식으로 하면 일을 안 하는 것과 같다.”면서 “정부는 이런 문제를 할 때 보면 여기 가서 이렇게 하고 저기 가서 저렇게 하고 검토만 하다가 장관이 바뀌면 새로 시작하고 그러니 되는 것도, 안 되는 것도 없다.”고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관료주의 행태를 비판했다. 이 대통령은 “사람 대우도 못 받고 반말하고 싫으면 그만두라고 한다고 (한 택배기사가) 청와대에 편지를 보냈다. 여러분과 택배 회사의 관계가 큰 회사에 납품하는 업체와 대기업의 갑을 관계와 같을 것”이라면서 “얼마의 수입은 보장되도록 하는 게 원칙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 이건희회장 ‘제2 도쿄구상’ 나온다

    이건희회장 ‘제2 도쿄구상’ 나온다

    ‘삼성의 미래를 건 최대 규모 투자를 해야 하는데, 정보기술(IT) 위기는 커져간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제2 도쿄 구상’이 현실화될까. 이 회장이 ‘삼성에서 부정부패를 척결하겠다.’며 쇄신 작업에 돌입하자마자 갑작스레 일본 출장에 나서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선친인 고(故) 이병철 선대 회장은 물론 이 회장 자신도 연초가 되면 도쿄를 찾아 삼성 경영의 밑그림을 그려온 터라, 이번 구상에 어떤 내용이 담길지 궁금증도 커지고 있다. ●반도체 투자·신경영 구상 모두 도쿄서 16일 삼성그룹에 따르면 이 회장은 지난 15일 업무상 일정과 지인들과 만나기 위해 1주일 일정으로 일본으로 떠났다. 공식적인 일정 없이 주요 경제 단체 대표와 지인들을 다수 만나기 위한 ‘나홀로 출국’이다. 당시 이 회장은 다소 굳은 표정에 양손의 주먹을 불끈 쥔 단호한 모습으로 공항을 빠져나갔다. ‘일본에서 여러 난제를 꼭 풀고 오겠다.’는 굳은 의지가 그대로 담겨 있었다. 도쿄는 삼성에게 있어서 남다른 의미를 가진다. 1983년 2월 신년 경영 구상을 위해 오쿠라호텔에 머물던 고 이병철 선대회장은 삼성 사상 최대의 모험인 반도체 투자를 결심했다. 당시 전문가들은 삼성의 선택을 무모하다고 했지만, 이병철 회장은 되레 “우리에겐 반도체가 (영국을 세계 일류국가로 성장하게 만든) 증기기관이 될 것”이라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 삼성이 글로벌 기업으로 올라설 수 있게 된 시발점이었다. 10년 뒤인 1993년 6월에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일본에 들러 도쿄 도청, 아키하바라(전자제품 밀집지역) 등을 둘러보고 삼성 사장단과 12시간에 걸친 밤샘 마라톤 토론을 벌였다. 이후 그는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건너가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라.”는 신경영 선언을 하게 된다. 삼성을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거듭나게 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애니콜 신화’와 같은 혁신적 성공 사례들이 이때부터 쏟아져 나왔다. ●지인들에 조언 듣고 가다듬을 기회 이 회장이 도쿄를 선호하는 이유는 그가 지인들로부터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와 조언을 듣고 자신의 구상을 가다듬을 수 있어서다. 초등학교 5학년 때 홀로 도쿄 유학길에 올라 와세다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이 회장은 일본 학계와 재계에 두루 인맥을 확보하고 있다. 삼성의 한 고위임원은 “이 회장이 일본에서 오래 생활했기 때문에 일본식 토론이나 문제 해결 방식에 익숙하다.”면서 “만나는 지인들 역시 각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전문가들”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이번 도쿄 구상에서는 어떤 메시지를 담아 오게 될까. 한 삼성임원은 지금 이 회장의 심정을 ‘일모도원’(日暮途遠·갈 길은 먼데 날이 저문다)이라는 말로 대변하며 향후 “삼성의 10년 이후 미래를 대비한 비전을 제시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해 이 회장은 삼성 복귀 이후 공격경영을 기치로 내세우며 ‘5대 신사업 투자 확정’ ‘올해 사상 최대 규모인 43조원 투자’와 같은 과감한 베팅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대내외적 상황이 결코 삼성에 우호적이지 않다는 게 이 회장의 고민이다. ‘스마트폰 쇼크’로 애플이 세계 최고 기업에 올라서고 노키아가 쓰러지는 것을 보며 ‘삼성의 미래 또한 단 한 번의 판단 착오로 어려워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느꼈다는 것이다. 때문에 삼성 내부에서도 최근 이 회장의 일련의 발언과 행동 등을 볼 때 ‘제2의 도쿄 구상’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이 회장이 신(新)도쿄 구상을 하게 된다면 그룹의 쇄신 프로젝트를 포함한 10년 이후 미래를 대비한 포석들에 대한 청사진이 담길 것”이라면서 “최근 삼성의 인사 쇄신은 이러한 거대한 변화를 위한 서막”이라고 설명했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안시국제페스티벌 초청 ‘소중한 날의 꿈’ 안재훈 감독

    안시국제페스티벌 초청 ‘소중한 날의 꿈’ 안재훈 감독

    고교 졸업 후 무작정 서울로 왔다. 만화를 그리고 싶었다. 제대 직후인 1992년 9월 어느 날, 신문광고에서 ‘고소득 보장, 애니메이터 모집’이란 광고를 봤다. 당시 신림동에 수없이 많던 일본 애니메이션 주문자 상표부착방식(OEM) 하도급업체 중 한 곳. 출근 첫날 밤샘을 하고 신문지를 덮은 채 쪽잠을 잤다. 한 달에 1000장 이상의 그림을 그려야 했지만, 서울 하늘 아래 그림을 그릴 책상이 있다는 것만으로 기뻤다. 미국 할리우드의 OEM 작업을 하면서도 창작 애니메이션의 꿈을 놓은 적은 없었다. 단편 ‘히치콕의 어떤 하루’(1998), 중편 ‘순수한 기쁨’(2000) 등을 거치면서 무르익었다. 1997~98년부터 ‘연필로 명상하기’란 창작공간에서 한솥밥을 먹은 동료들에게 오랫동안 준비해온 밑그림과 메모를 내놓은 것은 2000년 무렵. “그때가 기로였다. OEM 대신 우리 작품을 선택하면 (경제적) 어려움이 예상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 정도라면 포기하지 않겠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11년이 흐른 뒤 결실을 보았다. 오는 26일 개봉하는 애니메이션 ‘소중한 날의 꿈’은 10만여장의 그림을 한땀한땀 이어붙인 장인들의 수공예품이다. 일본 히로시마, 캐나다 오타와,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와 함께 4대 애니메이션 페스티벌로 꼽히는 프랑스 안시 국제 애니메이션 필름페스티벌 경쟁 부문에도 초대받았다. 페스티벌 참가를 앞두고 분주한 안재훈(42) 감독을 출국 전날인 지난 7일 서울 용산 CGV에서 만났다. 안 감독은 “어린 시절의 나, 혹은 여러분이 오늘의 나와 여러분에게 보내는 기분 좋은 응원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작품은 1970년대말 아우내(충남 병천의 우리말 표현)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트라우마(정신적 상처)를 간직한 소녀 오이랑과 서울에서 전학 온 한수민, 꿈많은 소년 김철수의 풋풋한 성장드라마다. 한혜진 감독과 ‘소중한’을 공동연출한 안 감독은 “가진 게 종이와 연필뿐인 우리 팀이 할 수 있는 건 잠 안 자고 그림 그리는 것밖에 없었다.”며 그림 수준에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기획에서 개봉까지 11년이다. 제작비와 인력은 얼마나 투입됐나. -제작비는 18억원쯤 들어갔다. 20명이 채 안 되는 ‘연필로 명상하기’ 식구들을 포함해 컬러(색칠) 작업에 투입된 중국 OEM 인력까지 300명 정도 투입됐다. →11년이면 도중에 ‘자빠질’ 뻔한 위기도 많았을 텐데. -처음부터 7~8년은 각오했다(웃음). 5~6년은 콘티 짜고 자료 조사하는 데 보냈다. 비용을 아끼겠다고 버너를 들고 숙식하면서 전북 군산 경암동 철길과 전주 기전여고 부근, 서울 이화동, 천안 아우내장터 방앗간 등 전국을 돌아다니며 헌팅(촬영장소 물색)했다. 그 무렵 할리우드 OEM은 끊고 애니메이션 ‘겨울연가’ ‘미안하다 사랑한다’(일본에서 유료 케이블채널로 방송됐다) 등을 작업하면서 ‘소중한 날의 꿈’에 몰두했다. 재미있었던 점은 전국의 방앗간 구조가 다 똑같더라. 기억의 흔적이 공유된 공간이란 점에서 좋았다.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 드라마 ‘달콤한 나의 도시’ 등을 쓴 송혜진 작가가 시나리오를 썼던데. -2003~2004년쯤 만났다. 내가 쓴 시나리오가 너무 만화 같다고 생각했다. 관객들한테 통할까라는 두려움이 있었다. 내가 갖지 못한 무언가를 채워줄 사람을 찾던 찰나에 송 작가가 연출한 단편영화 ‘안다고 말하지 마라’를 만났다. 질투가 날 정도였다. 더욱 내 작품을 맡기고 싶었다. →목소리 연기를 박신혜(이랑 역)와 송창의(철수 역)에게 맡겼는데. -철저하게 경험과 청력에 의지해 접근했다. 연기자들이 녹음에 임하는 태도나 스튜디오에 와서 애니메이터들과 감성을 공유하는 걸 보고 잘 (선택)했구나 싶더라. →배경이 1970년대 말이다. 2011년의 관객이 받아들이기 어렵지 않을까. -또래의 고민은 1970년대나 지금이나 차이가 없을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 애니메이션으로 줄 수 있는 가장 어색하지 않은 판타지는 나이 든 어른들은 기억으로, 젊은이들은 흑백사진으로 본 장면을 컬러로 재현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우리 애니메이션이 아직 문화적 다양성이나 깊이를 갖지는 못했지만 기억의 흔적으로 공유하는 작업은 누군가 해야할 일이다. 윽박지르는 영화가 아니라 담소를 나눌 수 있는 작품이면 좋겠다. →주인공의 모습에 감독의 과거가 투영된 것 같은데. -세 명에게 고루 반영됐다. 이랑의 모습에는 나만 아는 트라우마가 겹쳐져 있다. 내가 항상 달리기는 꼴찌였는데 부정한 방법으로 3등을 한 적이 있다. 차라리 손가락질을 받았으면 다행인데 아무도 몰랐던 게 트라우마가 됐다. 수민이가 자살 운운하는 건 어릴 때부터 내가 죽 써온 일기장에서 발견했다. ‘시집 한 권과 만화책 한 권을 내고 33세에 자살할 거야‘라고 써 있더라. 철수의 밑도 끝도 없는 당당함도 마찬가지다. →안시 국제 애니메이션 필름페스티벌에 초대 받았는데. -내일(8일) 출국이다. 주위에선 말씀들 많이 하시는데 입상에는 관심 없다. 아시아 애니메이션 하면 일본 지브리 스튜디오를 떠올릴 프랑스 관객에게 한국의 풍경을 선물하는 기분으로 간다. 지난해 11월 런던 한국필름페스티벌에서 상영했을 때 영국인들이 작품의 감성과 가치를 공유하는 걸 보고 놀랐다. 연필로 그린 진짜 애니메이션이란 표현방식은 물론, 소소한 꿈 때문에 고민하는 어린 시절의 모습에 공감하더라. →한국 애니메이션의 기술력은 세계 정상이다. 그런데 국내 업계는 여전히 영세한 까닭은. -아직 기회가 없었을 뿐이다. 테크닉은 좋은데 감성과 스토리가 부족하다는 평가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건 OEM을 따기에 급급하던 시절의 논리다. ‘소중한 날의 꿈‘이 편견을 바꾸는 작은 걸음이 됐으면 좋겠다. 글 사진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코카-콜라 제로’ 새 모델 닉쿤 ‘빨래판 복근’ 공개

    ‘코카-콜라 제로’ 새 모델 닉쿤 ‘빨래판 복근’ 공개

    ‘코카-콜라 제로’의 새 얼굴로 발탁된 2PM멤버 닉쿤이 지금까지 각종 예능프로그램이나 드라마에서는 보여주지 않았던 파격적인 야성미를 드러내 화제를 모으고 있다. MBC 예능프로그램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새하얀 피부에 사랑스러운 눈웃음으로 사랑을 받았던 닉쿤은 ‘코카-콜라’ 광고화보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짐승남’으로 변신했다. 기존의 귀여운 소년의 이미지에서 강인한 남성으로 완벽하게 이미지 변신을 이뤄낸 셈. 특히 이번 광고 영상에서 닉쿤은 격투스포츠인 킥복싱에 도전, 장기간의 격렬한 훈련으로 갈고 닦은 의외의 실력과 일명 ‘빨래판 복근’으로 무장한 탄탄한 몸매를 공개할 예정이다. ’코카-콜라 제로’ 측은 “닉쿤이 밤샘 광고촬영에서도 특유의 미소와 재치로 촬영현장의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톡톡히 했으며 ‘열정으로 거침없이 도전하는 남성’의 이미지를 훌륭하게 표현해 현장 스태프들의 찬사를 받았다.”고 전했다. 한편 ‘코카-콜라 제로’의 TV광고를 통해 새롭게 변신한 닉쿤의 모습은 6월부터 방영된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강경윤기자 newsluv@seoul.co.kr
  • “2013년 유네스코 IAC회의 한국 개최”

    “2013년 유네스코 IAC회의 한국 개최”

    2013년 열릴 ‘제11차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국제자문위원회(IAC) 회의’의 개최국가로 한국이 선정됐다. 유네스코 IAC 회의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심사하는 회의로 홀수 해마다 개최된다. 지난 23일부터 영국 맨체스터에서 열리고 있는 제10차 회의에 참석한 전택수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사무총장은 25일 “유네스코 측으로부터 다음번 회의를 한국에서 개최할 것을 정식으로 요청받았고, 문화체육관광부와 외교통상부도 환영해 개최확정이 결정됐다.”고 밝혔다. 유네스코 한국위원회는 세계 유일의 원나라 법전 원본인 ‘지정조격’(至正條格)을 몽골·중국과 함께 세계기록유산에 등재신청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2013년 회의에서 지정조격이 한국의 10번째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날 맨체스터에서 막 돌아온 전 사무총장에게서 5·18기록물과 일성록(日省錄)이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기까지의 상황을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홍보관에서 만나 들었다. 밤샘 비행으로 피곤할 텐데도 그의 얼굴엔 미소가 가득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맨체스터 회의장 분위기는 어땠나. -한국시간으로 24일 저녁 심사위원 비공개 회의에서 기록물 2종류가 통과됐다. 일성록은 심사위원 만장일치였지만, 5·18기록물은 논란이 있었다. 심사위원 중 일부는 “5·18민주항쟁의 가해자가 아직 생존해 있기 때문에 한국 내부적으로도 정치적 논란이 있을 수 있는 사안”이라고 우려했다. ●5·18기록물 ‘세계적 의미’ 평가 받아 →결국 두 가지가 모두 등재됐다. -세계기록유산은 정확한 등재기준이 있다. 그 기록물이 국가를 초월한 ‘세계적인 의미’(world significance)를 가졌느냐는 것이다. 심사위원 다수는 ‘정치적 의견은 배제하고, 세계적인 기록물로서의 의미만 보자’는 의견이었다. 결국 심사위원 비공개 회의를 통해 5·18기록물도 등재가 결정됐다. →5·18기록물이 ‘세계적인 의미’가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는 뜻인가. -그렇다. 민주화의 가치 등 5·18의 의미를 담은 기록물들이 다른 나라에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한 것이다. 또 다양한 기록물 속에서 나타난 보상원칙, 재판 결과 등이 글로벌 스탠더드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봤다고도 볼 수 있다. →이로써 한국은 9개의 세계기록유산을 가지게 됐다. -한국은 세계기록유산 부문에서 상당히 앞서고 있다. 아시아 1위다. 현재까지 중국은 5개, 일본은 하나도 없다. 작년부터는 유네스코 본부의 제안으로 다른 아시아 국가들을 위해 기록문화 등재를 위한 강연 등을 하고 있다. 내년에는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에서 워크숍을 열 계획이다. ●‘지정조격’ 세계기록유산 신청 예정 →세계기록유산을 비롯해 문화유산·자연유산 등 앞으로의 등재 계획은. -우선 한국학중앙연구원이 소장한 원나라 법전 ‘지정조격’을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를 신청할 계획이다. 지정조격은 1346년 중국 원나라 순제(順帝) 때 간행된 원나라의 마지막 법전이자 세계 유일본이어서 의미가 크다. 우리나라는 현재 10여개의 세계유산 잠정 등재 목록을 갖고 있으며, 그중 남한산성이 가장 유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유네스코 한국위원회의 향후 계획은. -세계유산의 원활한 등재를 위해 꾸준히 노력할 것이다. 또 지난해부터 아프리카 문맹 퇴치를 위한 한국청년 파견 사업인 ‘아프리카 희망 브리지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향후 4년 안에 한국에 전 세계 7억명의 성인 문맹자들을 위한 언어교육 봉사자 양성소를 세우는 것이 장기목표다. 유네스코 본부가 하는 여러 기능 중 특정 부분을 담당하는 국제기구를 한국에 세울 계획이다. 윤샘이나기자 sam@seoul.co.kr
  • 유성기업 정상화… 노사갈등 불씨 여전

    유성기업 정상화… 노사갈등 불씨 여전

    유성기업이 빠르게 정상화되면서 현대기아차 등 국내 완성차업체들은 25일 오후부터 멈췄던 디젤엔진 조립 라인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이르면 26일부터는 정상 조업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파업과 관련, 외부 세력의 개입 논란이 확대되고 있고 민주노총도 거세게 반발하고 있어 갈등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25일 자동차업계 등에 따르면 충남 아산 유성기업은 이날 공장 폐쇄 직전 생산해 재고로 남아 있던 피스톤링 1500여 대와 200여 대분을 각각 현대자동차 아산공장과 한국지엠 인천공장에 긴급 배송했다. 유성기업은 지난 24일 오후 공권력 투입 직후부터 발 빠르게 정상화를 위한 점검에 들어갔다. 아산공장은 전날 밤샘 점검을 마치고 25일 오전 8시부터 일부 생산 라인을 재가동하고 있다. 이처럼 빨리 공장 가동이 정상화될 수 있었던 것은 노조원이 점거했던 공장 기계들이 거의 파손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현대기아차 등 국내 완성차업체들도 조립 라인 정상 가동을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은 이날 오후 3시부터 디젤엔진 중 A엔진공장 생산 라인이 정상 가동됐다. R엔진도 야간조부터 정상 조립될 예정이다. 전날 절반 이하의 가동률을 보였던 울산4공장의 포터와 스타렉스 생산도 정상화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엔진 재고량을 활용해 포터와 스타렉스 생산이 70~80%가량 진행되고 있다.”면서 “유성기업이 일부라도 조업할 수 있다면 26일부터는 모든 생산 라인이 파업 영향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유성기업 파업 사태와 관련해 외부 세력이 개입했다는 정황을 포착해 수사에 나설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조현오 경찰청장은 이날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공권력을 투입한) 유성기업 노조에 외부 세력이 개입했다는 정황이 여러 군데에서 드러났다.”고 밝혔다. 조 청장은 외부 세력 실체에 대해 “상급 단체인 금속노조일 수도 있고 전혀 상관없는 제3의 사람일 수도 있다. 금속노조 신분을 갖고 있지만 별도로 이적 단체에 가입돼 있는 등 다른 활동을 하는 사람도 포함한 광범위한 개념”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과 민주노총 등은 “유성기업 파업에 현대차의 개입 정황이 있는데도 경찰은 무고한 노동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시한부 파업과 각종 집회를 통해 ‘주간 2교대 근무’의 정당성과 유성기업 공권력 투입을 규탄하겠다.”고 말했다. 한준규·백민경기자 hihi@seoul.co.kr
  • 요상韓 술문화? WP ‘서울 밤샘폭음’ 소개

    요상韓 술문화? WP ‘서울 밤샘폭음’ 소개

    “한국인들은 직장상사가 지치거나 만취해 술자리를 파하기 전에는 아무도 먼저 집에 갈 수 없다.” 미국의 워싱턴포스트가 1일 ‘서울에서의 밤샘 폭음’이란 제목으로 한국의 음주문화를 소개한 기사의 한 구절이다. 워싱턴포스트는 “한국의 음주문화는 직장생활 스트레스의 연속인 성격이 있다.”면서 이같이 보도했다. 신문은 “한국에서는 술자리가 1차, 2차, 3차까지 가는 게 다반사”라면서 “처음엔 저녁식사로 시작하지만 이것이 밤새 술집 순례로 이어지기 십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술집을 옮기며 차수를 늘려갈수록 더 가까운 사이가 된다는 얘기가 있다.”며 “종종 3차에서 중요한 계약이 성사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게슴츠레한 눈을 무릅쓰고 이 길고 살찌기 쉬운 (음주)여행을 한다.”고 했다. 신문은 “그렇게 밤새워 술을 마시면서 새벽이 다 돼 가도 그것을 ‘오늘 밤’이라고 한다.”면서 “귀가하기 위해 첫 새벽 지하철을 기다리며 추위에 떠는 취객들도 많다.”고 했다. 이어 주로 3차에 가게 되는 포장마차의 풍경을 신기한 듯 소개했다. 천장에 화장실에서 쓰는 두루마리 휴지를 매달아 놓고 냅킨 대용으로 사용하는 것, 닭발을 먹을 때 양념이 묻지 않도록 비닐장갑을 끼는 것, 깡통처럼 생긴 쇠컵에 물을 따라 먹는 것, 그리고 손님이 직접 프로판가스 가열기구를 켜서 음식을 익혀 먹는 것 등이다. 신문은 또 “한국음식 중에는 사람에게 특별한 힘을 주는 영웅 같은 요리들이 있다.”고 했다. 예컨대 감자탕은 숙취 해소에 좋고 닭발은 피부에 좋은 음식으로 간주된다는 것이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케이트 드레스’에 세계 의류계 ‘들썩’

    윌리엄 왕자 커플이 지난달 29일 결혼식 밤샘 파티를 벌일 동안 세계 각지의 의류업체들은 케이트가 입고 나온 웨딩드레스 짝퉁을 찍어 내느라 비지땀을 쏟았다. 뉴질랜드의 웨딩드레스 디자이너인 제인 예는 케이트의 드레스가 세상에 공개되는 동시에 밤새 똑같은 드레스를 쉴 새 없이 찍어 냈다. 이 복제 드레스가 출시됐다는 소식이 보도되자 결혼식이 끝난 지 채 몇 시간도 안 돼 오클랜드의 한 대형 슈퍼에는 드레스를 사려는 인파 500여명이 몰려 큰 혼잡을 빚었다. 지구 반대편 중국에서도 ‘케이트 드레스’ 복제 작전이 치열하게 펼쳐졌다. 중국 장쑤성 쑤저우의 한 웨딩드레스 공장 단지의 경우 입주 업체 700곳 대부분이 세라 버튼이 제작한 드레스를 더 싼값에 소비자들에게 내놓겠다고 밝혔다. 한 웨딩드레스 공장의 매니저인 쉬샹(24)은 “과거에도 우리 회사의 재단사들이 다이애나비의 드레스를 90% 가까이 똑같이 만들어 냈다.”면서 “15~20일 사이에 70~90파운드(약 12만 5000~16만원)짜리 케이트 드레스를 시장에 내놓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29일 비공개로 진행된 만찬 및 무도회에 참석한 이들은 “버킹엄궁이 거대한 나이트클럽으로 변했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새벽 3시 30분까지 이어진 파티에서 윌리엄 왕자는 신부를 가리켜 “내게 바위 같은 존재”라고 말했다. 선데이타임스는 다이애나비가 찰스 왕세자와의 이혼으로 고통스러웠던 시기에 “아들 윌리엄이 나의 닻이었다.”고 말한 바 있다고 전하고, 이는 윌리엄 왕자가 신부에게 비슷한 정서적인 안정감을 느낀다는 의미라고 풀이했다. 세인트제임스궁은 30일 성명을 통해 왕자 부부가 조만간 신혼여행을 떠날 계획이 없으며, 향후 여행지와 시기는 공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선거 밤샘과로死 업무상 재해”

    지난해 6·2 지방선거 때 밤샘 업무를 끝내고 귀가하자마자 뇌출혈로 사망한 공무원에 대해 업무상 재해를 인정해야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부장 김홍도)는 경북지역의 군청 공무원 이모씨의 유족이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27일 밝혔다. 재판부는 “이씨가 총무과장·회계과장 업무에다가 공명선거지원상황실 반장까지 맡아 업무량이 급격하게 증가한데다 당시 군수 후보자들 사이에 이해관계가 극명하게 대립해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선거 당일에도 새벽 2시까지 선거관리 업무를 처리하면서 과로했을 뿐만 아니라, 스트레스가 극심했다.”고 밝혔다. 이민영기자 min@seoul.co.kr
  • [사설] 온라인 게임 셧다운제 보완책도 마련해야

    온라인 게임 셧다운제를 골자로 한 청소년보호법 개정안이 어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결됐다. 본회의를 거쳐 법령이 공포되면 10월부터 시행된다. 이로써 심야시간(밤 12시∼오전 6시)에 만 16세 미만 청소년은 온라인 게임을 할 수 없게 된다. 우리는 셧다운제가 사회문제로까지 비화된 청소년 게임중독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는 점에서 환영한다. 올 초 행정안전부 조사에 따르면 청소년 인터넷 중독률은 12.4%로 성인의 두배가 넘는다. 밤샘게임에 건강을 해치는 일이 다반사다.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셧다운제 도입으로 게임중독을 예방할 단초는 마련됐다. 하지만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보완책이 뒷받침돼야 한다. 무엇보다 성인의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한 편법 접속행위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개인식별번호(PIN)나 공인인증시스템 개발 등 후속조치를 서둘러야 한다. 부모의 철저한 지도감독이 전제돼야 함은 물론이다. 모든 정책에는 그늘이 따른다. 셧다운제 또한 예외가 아니다. 게임산업이 위축될 수 있다는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업계는 게임이 곧 유해 콘텐츠로 인식되지나 않을까 걱정이 태산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펴낸 ‘2011 게임백서’에 따르면 올 한해 게임시장은 전년대비 16.7% 성장해 시장 규모가 9조 816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미래 성장산업을 둘러싼 안팎의 도전은 만만찮다. 2014년이면 중국이 세계 게임산업 매출의 25%를 차지할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중국 정부는 게임을 비롯한 인터넷 산업을 미래산업으로 키운다는 방침이다. 셧다운제는 청소년 게임중독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지만 게임은 문화이자 산업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건전한 게임문화 안착과 더불어 산업 활성화를 위한 진흥책 등 보완작업도 꾸준히 펼쳐 나가야 할 것이다.
  • 시리아 48년만에 비상사태 해제

    시리아 정부가 48년만에 비상사태 해제를 승인했다고 현지 관영 뉴스통신 사나(SANA)가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정치범 재판을 담당했던 국가보안법정을 철폐하고 평화적인 시위를 보장하는 새 법안도 통과시켰다. 그러면서도 ‘무장봉기’에 대해서는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전형적인 강온 병행 전략인 셈이다. 시리아 시민들은 한 달 전부터 시작된 민주화 시위에서 비상사태를 해제하고 광범위한 개혁 조치를 시행하라고 요구해 왔다. 집권 바스당이 1963년에 만들어 발령한 비상사태법은 법관의 영장 없이 보안사범을 구속하고 통신망에 대한 감청과 언론매체 통제를 허용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집권 세력은 시리아가 이스라엘과 전쟁 중이기 때문에 이 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왔으나 시민들은 세습 독재 체제를 유지하는 도구로 사용돼 왔다고 비난해왔다. 유화책과 별도로 내무부는 이날 이슬람 과격단체의 ‘무장봉기’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비상사태 해제라는 시위대의 주요 요구가 받아들여졌으니 시민들이 추가 시위에 나설 경우 강경하게 진압할 것임을 현 체제가 경고한 것이라고 AP통신은 지적했다. 현 체제는 지난달 15일 남부의 소도시 다라에서 시작돼 전국으로 확산한 민주화 시위를 유혈 진압해 200명 이상을 숨지게 했다고 인권단체들은 추산하고 있다. 알아사드 대통령은 1970년 무혈 쿠데타로 권력을 쥔 부친 하페즈 알아사드 전 대통령이 2000년에 사망하자 권력을 승계해 11년째 시리아를 통치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18일 군경이 시리아의 수도 다마스쿠스에서 북쪽으로 160㎞ 떨어진 홈스 시계광장에서 밤샘 시위를 하던 시위대 수백명이 해산명령을 듣지 않자 발포, 부상자가 속출했다고 현장에 있던 인권운동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AP통신은 시계광장에 모인 시위대 규모는 5000명을 넘었으며 이들은 호스니 무바라크 전 이집트 대통령의 퇴진을 가져온 것처럼 알아사드 대통령이 물러날 때까지 무기한 연좌시위를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목격자들은 시위가 장기화될 것에 대비해 시위대가 텐트를 세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일부 시민들은 이들을 위해 음식과 식수를 나눠 주고 있다고 말했다. 김균미기자 kmkim@seoul.co.kr
  • [윤곽 드러나는 사법개혁안] 존폐 기로에 선 중수부… ‘스타검사’ 후일담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가 20일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명운을 최종 결정한다. 중수부가 위치한 서울 서초동 대검청사 11층은 현대사의 줄기를 바꾼 곳이다. 비리 정치인과 고위 공직자, 뇌물 기업인들은 한번 이곳에 들어오면 다시 본래 모습으로 현관을 나서기 어려웠다. 검찰 최고 엘리트로 인정 받는 검사와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세도가가 치열하게 맞붙은 전장이었다. 하지만 부실수사 등으로 특검을 부르는 등 공과가 교차한다. 중수부 출신 역대 ‘스타 검사’들의 후일담을 추적해 본다. ●승승장구 1981년 4월 발족된 중수부의 첫 작품은 1982년 이철희·장영자 부부의 어음 사기 사건. ‘단군 이래 최대의 금융사기 사건’으로 불렸던 이 사건에서 ‘스타 검사’가 양산됐다. 다수가 평검사에서 주목받는 스타로 떠올랐다. 서울지검에서 중수부로 파견됐던 이명재, 김성호, 안대희, 박주선 검사는 훗날 검찰사에 한 획을 그었다. 이명재 검사는 이후 승승장구, 1998년 중수부장이 됐다. 2002년에는 검찰총장까지 올랐다. 김성호 검사는 중수부 과장을 지내다 검사장으로 승진했고, 2006년 법무부 장관이 됐다. 2년 뒤에는 국정원장을 맡았다. 안대희 검사 역시 2003년 중수부장을 맡아 불법 대선자금 수사를 총지휘했고, 2006년 대법관이 됐다. 중수부가 처음으로 대통령 가족에게 ‘사정의 칼’을 댄 사건은 1988년의 5공 비리 사건. 장세동 전 안기부장 등 전두환 전 대통령 측근 47명이 구속됐으며, 이때부터 정권 실세도 검찰의 ‘칼날’에 떨게 됐다. ‘스타 검사’도 많이 나왔다. 중수2과장 신승남 검사는 대검 차장을 거쳐, 2001년 검찰총장이 됐다. 중수4과장 이종찬 검사는 1999년 중수부장을 맡았고, 2008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에 임명됐다. 중수부에 합류한 서울지검 특수부장들도 훗날 비약했다. 심재륜 특수1부장은 1997년 중수부장이 돼 한보비리 수사를 총지휘했고, 최경원 특수2부장은 법무부장관까지 올랐다. 강신욱 특수3부장은 2000~2006년 대법관을 지냈다. 하지만 한보비리에서 미적거리는 수사로 최병국 중수부장이 도중하차했다. 중수부가 1993년 진행한 율곡사업비리 사건에서 주목받았던 검사는 함승희 검찰연구관이었다. 당시 ‘수표 추적의 귀재’로 불렸던 그는 이듬해 서산지청장을 끝으로 검찰을 떠났고, 이후 정계에 입문해 16대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1997년 5월 15일 대검 특별조사실. ‘한보비리’에 연루된 김영삼 당시 대통령의 아들 현철씨가 상기된 표정으로 방에 들어섰다. “들어오기 전 아버님과 통화했는데, 조사 잘 받고 오라고 하시더군요.” 그러나 주임검사인 이훈규 중수3과장은 “당신한테는 아버님이지만, 국민에게는 대통령이오. 공무원으로서 듣기 거북하니 그런 표현은 삼가 주십시오.”라며 냉담하게 응대했다. 현철씨를 구속한 이 과장은 2008년 인천지검장을 끝으로 옷을 벗었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중수부에서 활동한 검사 상당수가 검찰에 남아 있다. 전직 대통령 비자금을 수사한 김진태 검사는 현재 대구지검장을 맡고 있다. 한보비리 수사팀에 파견됐던 홍만표 검사는 대검 기획조정부장으로, 김경수 검사는 서울고검 형사부장으로 재직 중이다. ●우여곡절 중수부 ‘검객’에서 이름을 떨쳤지만, 이후 평탄치 못한 길을 걸었던 검사들도 적지 않다. 장영자 사건에서 중수4과장으로 활약했던 신건 검사는 중수부장과 법무부 차관을 거쳐 국정원장에 올랐지만, 2005년 ‘안기부 X파일 사건’에 연루돼 후배들에게 조사를 받아야 했다. 신 검사는 현재는 18대 국회의원이 됐다. 박주선 검사는 1998년 대통령비서실 법무비서관으로 발탁되는 등 승승장구하다 이듬해 ‘옷 로비 사건’에 휘말려 구속됐다. 그는 ‘세번 구속 세번 무죄’라는 이른바 ‘3종3금’의 시련을 겪었다. 2008년 총선에 출마해 광주 동구에서 전국 최고인 88.73%의 득표율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신승남 검사는 2002년 검찰총장 재임 시절 동생이 ‘이용호 게이트’에 연루돼 중도 퇴진해 특검을 불러왔다. 이후 수사기밀 누설 혐의로 중수부에 소환돼 13시간 동안 후배에게 밤샘 조사를 받았다. 2007년 대법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아 유죄가 확정됐다. 중수부에서 활약한 검사들이 꼭 출세가도를 질주했던 건 아니다. 장영자 사건의 중수2과장이자 주임검사였던 성민경 검사는 ‘비운’의 스타다. 성 검사는 ‘전형적인 전투형 검사’라는 호칭과 함께 후배들의 존경을 받았지만, 검사장에 오르지 못했다. 1987년 서울 북부지청장에서 승진 대열에서 탈락, 옷을 벗었다. 임주형기자 hermes@seoul.co.kr
  • ‘생방송 드라마’ 이제 그만!

    ‘생방송 드라마’ 이제 그만!

    배우 조민기의 사과로 ‘욕망의 불꽃’(MBC 드라마) 논란은 일단락됐지만 이번 기회에 ‘쪽대본’으로 상징되는 국내 드라마 대본 지연 실태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쪽대본 문제는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대본은 본래 미리 인쇄해 책자로 찍어 낸다. 하지만 시간에 쫓겨 작가가 낱장 대본을 팩스로 보내기도 한다. 쪽대본이라는 말은 여기서 생겨났다. 배우들과 제작진은 “예전에는 종영이 가까워오면서 쪽대본이 기승을 부렸지만 지금은 아예 방송 초반부터 속출한다.”면서 “생방송 드라마라는 말이 결코 과장이 아니다.”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연기 아쉬움” 종영 소회는 작가 겨냥 불만도? 한 여성 톱스타의 매니저는 “배우와 매니저 모두 드라마 현장에서 대본을 기다리는 일이 가장 힘들다.”면서 연일 이어지는 밤샘 촬영으로 인한 체력적인 한계로 좋은 컨디션으로 촬영하지 못하는 경우도 다반사”라고 털어놓았다. 많은 배우들이 드라마 종영 뒤에 “연기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다.”고 입을 모으는 것에는 대본 지연에 대한 불만도 녹아 있다고 해석된다. 대본이 일부만 나온 상태에서 촬영을 강행하다가 배우와 제작사 간에 마찰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최근 KBS 월화 드라마 ‘강력반’에서 방영 7회 만에 하차한 선우선이 대표적인 예다. 제작사 측은 선우선이 극 중 캐릭터의 비중이 적은 데 대한 불만으로 하차했다고 주장했지만, 소속사 측은 “애초 계약할 때는 선우선의 비중이 적지 않았으나 대본이 여러번 바뀌면서 이야기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고 맞서고 있다. 지상파 TV 미니시리즈에 출연 중인 한 주연 배우의 소속사 이사는 “1~2회 대본만 나온 상태라 드라마 출연을 망설였지만, 작가와 연출자가 워낙 확신에 찬 목소리로 권유해 믿고 출연시켰다.”면서 “그런데 막상 방영이 시작되고 보니 캐릭터의 매력이나 비중이 기대에 못 미쳐 배우 이미지 타격은 물론 다른 작품 출연 기회마저 잃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가장 큰 문제점은 사고 위험… 완성도도 떨어져 쪽대본의 가장 큰 문제점은 방송 사고 위험성을 수반한다는 것이다. 그 주 방송하는 미니시리즈를 해당 주에 촬영하다 보니 시간이 부족해 촬영장에서 잠깐의 실수나 오차가 생기면 바로 결방이나 방송 사고로 직결되기도 한다. 얼마 전 종영한 SBS 수목 드라마 ‘싸인’은 쪽대본이 이어지다가 결국 마지막회에서 화면 조정용 컬러바가 뜨는 방송사고를 냈다. SBS ‘아테나: 전쟁의 여신’도 정우성이 부상당해 단 하루를 쉬었음에도 촬영 분량이 모자라 1회 결방했다. 다른 드라마들도 방송 사고 직전까지 갔다가 스태프들이 가슴을 쓸어내린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쪽대본은 작품의 완성도도 떨어뜨린다. 촬영 당일 대본이 나오는 경우가 적지 않다 보니 연기자들이 엄청난 부담과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된다. 이는 연기력 저하와 완성도 하락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 많은 배우들이 드라마보다 영화를 선호하고, 일단 영화계에 발을 디디면 안방극장으로 돌아오기를 꺼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쪽대본으로 인한 밤샘 촬영은 둘째치더라도 대본 암기와 연기 연습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순발력으로만 버텨야 하기 때문이다. ●작가들, “우리도 할 말 있다” 방송 관계자들은 국내 드라마 시장 특성상 완전한 사전 제작은 어렵더라도 적어도 6개월 전에 방송사가 편성을 확정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말한다. 캐스팅 확정 및 대본 작업을 거쳐 최소 3~4개월 전에는 촬영을 시작하는 등 시스템을 체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원로배우 이순재는 “드라마 외주 제작이 많다 보니 (제작을 의뢰한) 방송사조차 대본 내용을 모를 때가 많다.”면서 “최소한 열흘 전에 방송사에 대본을 넘겨 검토할 시간을 주도록 아예 계약서에 못 박아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은규 한국드라마PD협회장(MBC 일일 연속극 ‘남자를 믿었네’ 연출자)은 “방송사들이 지금처럼 시청률과 광고를 의식해 드라마 방송 시간 및 횟수를 늘리는 데만 집착하면 제작 시스템 개선은 요원하다.”면서 “미국처럼 시리즈물을 정착시키고, 스타 작가 1인에 의존하는 것이 아닌 작가의 분업화를 통해 드라마 제작 틀을 바꾸는 것만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주장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중견 작가는 “일부 작가들이 습관처럼 쪽대본을 남발하는 경우도 있지만 배우 캐스팅이 지연되거나 중도 하차해 갑자기 줄거리를 바꿔야 하는 경우도 있고 우리나라는 워낙 시청자들의 입김이 거세 피디가 (시청자의 주문에 맞게) 내용 변경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보니 여유 있게 대본을 넘기기가 힘들다.”고 항변했다. 김영섭 SBS 책임프로듀서(CP)는 “작가나 피디가 시놉시스를 확정했다 하더라도 제작비 지원 등이 원활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시간에 쫓기게 되는 제작 풍토를 부추기는 측면도 있다.”면서 “단기적인 이익보다는 산업 기반이 단단해지도록 중장기적인 대책 마련에 대해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원자로 격납용기 감압 실패… 폭발력 1호기 때보다 훨씬 강력

    원자로 격납용기 감압 실패… 폭발력 1호기 때보다 훨씬 강력

    일본 정부가 대지진과 쓰나미를 능가하는 방사능 누출이라는 ‘제2의 재앙’을 막기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다. 최후의 수단인 바닷물까지 부어가면서 원자로 폭발을 막기 위해 냉각장치를 식히려고 노력 중이다. 원전들 가운데 냉각기능 정지 등 이상징후를 보이는 원자로들이 늘고 있어 긴장이 계속 높아가고 있다. 지난 12일 후쿠시마 제1원전 1호기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한 데 이어 14일 오전 11시 1분 3호기에서도 수소폭발이 발생해 11명이 부상했다. 에다노 유키오 관방장관은 기자회견을 갖고 “3호기의 폭발 원인도 1호기와 같은 수소폭발로 보인다.”면서 “그러나 대규모 방사성 물질이 떠다닐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후쿠시마 제1원전 2호기도 냉각장치 가동이 정지돼 냉각수 수위가 낮아지고 있다고 지지통신이 보도, 원전 폭발의 공포는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의 격납용기 내 압력을 낮추기 위한 밤샘 노력이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후쿠시마 제1원전 내 원자로 6기 중 정비를 위해 정지 중인 3기를 뺀 나머지 3기 모두 폭발할 가능성이 커진다. 앞서 지난 13일에는 한때 후쿠시마 원전 북쪽에 위치한 오가나와 원전과 남쪽의 도카이 원전에서도 기준치 이상의 방사성 물질이 검출됐다는 보도가 전해졌으나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돼 가슴을 쓸어내렸다. 도쿄전력은 원자로의 폭발을 막기 위해 가능한 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일단 제1원전에서는 지난 13일부터 바닷물을 주입해 냉각수의 수위를 높여 1, 3호기의 온도를 낮추기 위해 노력했다. 이날 밤 3호기에 바닷물을 넣었지만 장비 고장으로 2시간 만에 중단했고 결국 14일 오전 11시쯤 폭발했다. 14일 가동을 중단한 2호기에도 바닷물을 넣고 있다. 바닷물을 넣으면 원자로는 더 이상 사용이 불가능하다. 에다노 관방장관은 3호기 폭발 후에도 원자로가 내부의 압력을 견뎌내고는 있다고 밝혔지만, 냉각기능이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얼마나 오랫동안 압력을 견뎌낼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서 근무했던 핵전문가 올리 헤이노넨은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바닷물을 넣어 원자로 내 온도를 낮추기 위해 일본 기술진이 노력하고 있으나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원자로 내 온도가 내려갔는지는 하루 이틀 지나 봐야 알 것”이라며 유보적 입장을 보였다. 시즈오카현의 하마오카 원전 운영사인 주부전력은 비상용 발전기 차량을 추가로 배치해 전력 공급 중단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전력 공급이 재개돼야 한다. 그래야만 원자로 냉각시스템을 다시 작동해 노심의 용해를 막아 추가 폭발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제1원전 주변 20㎞ 내 주민 20여만명에 대해 대피 조치를 취했고 아직 대피하지 않은 주민들에게는 건물 내에 머물 것을 당부했다. 현재는 해당 원전 주변의 방사성 물질 수치가 법적 한도를 넘지 않아 위험하지는 않다고 하지만 여전히 평상시보다는 높은 상태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해 현재 후쿠시마 제1원전 주변의 방사성 물질은 인체에 위험한 정도는 아니지만 한달 만에 연간 허용치에 도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일본 정부 당국자들이 사고 원전 외부의 방사능 농도가 비교적 낮은 상태라고 밝히고 있지만 미국과 영국 등 외국 전문가들은 향후 상황을 낙관적으로 보고 있지 않다. 뉴욕타임스는 13일(현지시간) 자에서 미국 국방부가 헬기를 동원해 사고 원전 인근의 방사성 물질을 수거해 분석한 결과 세슘과 방사성 요오드 등이 검출된 것으로 나타나 심각한 환경 오염이 우려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원자로를 식히기 위해 주기적으로 방사성 증기를 외부로 배출시켜야 하는데 이는 핵융합 현상이 끝난 이후에도 1년 이상 진행될 수 있다고 전했다. 방사성 물질이 바람을 타고 도심으로 향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막기 위한 사투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김균미기자 kmkim@seoul.co.kr
  • 임권택 감독 101번째 작품 ‘달빛 길어올리기’

    임권택 감독 101번째 작품 ‘달빛 길어올리기’

    “‘달빛 길어올리기’가 101번째 작품이 아니라 새롭게 데뷔하는 신인감독의 첫 번째 작품으로 불리면 좋겠다. 지난 100편의 작품에서 도망쳐 새로운 느낌의 영화가 되었으면 한다.” 임권택(75) 감독이 3년 동안 공을 들인 ‘달빛 길어올리기’(17일 개봉)는 ‘축제’(1996) 이후 15년 만에 동 시대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50년 감독 인생 최초로 필름이 아닌 디지털 촬영방식을 취했다. 촬영기간 내내 “이렇게 신기한 게 있었느냐.”며 어린아이처럼 즐거워했다는 후문이다. 시대적으로든, 기술적으로든 소통의 폭을 넓히겠다는 노() 감독의 의지인 셈이다. ●취재·각본·촬영에 1년씩 임 감독은 “한지(韓紙)의 깊고 넓은 세계를 겁도 없이 영화화한다고 대든 게 경솔했다.”면서도 “후회하면서도 이런 깊은 세계를 한쪽이나마 영화로 담는 행운을 잡아 좋다.”고 말했다. “나 같은 나이 든 감독이라도 이런 영화를 해서 남겨야 한다는 절박함을 느꼈다.”고도 했다. 민병록 전주국제영화제 조직위원장과의 술자리에서 들은 한지 얘기에 솔깃해 3년짜리 프로젝트를 시작한 임 감독이나 영화 속에서 1000년을 버틸 한지를 재현해 보려는 장인들의 ‘무모한’ 열정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열정만큼 감동을 주는 것도 드물다. 게다가 절정의 고수는 화려한 초식으로 현혹하지 않고도 상대를 무릎 꿇게 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새삼 확인시켜 준다. 불현듯 찾아온 엔딩 자막이 올라가는 순간, 118분이 너무 편안했다는 사실에 놀랄지도 모른다. 임 감독의 영화이기에 가능했던 일도 많다. 국내 ‘빅3’인 CJ, 쇼박스, 롯데엔터테인먼트가 최초로 공동 투자배급에 나선다. 거장에 대한 예우와 존경의 표현인 셈. 임 감독의 가족들도 얼굴을 드러냈다. 배우로 활동 중인 둘째 아들 권현상(본명 임동재)과 첫째 아들 임동준이 한지 장인을 맡은 안병경의 아들로 나온다. 대부분의 장면을 권현상이 소화했지만, 막판에 사정이 생겨 임동준이 마무리했다. 유망한 배우였지만 임 감독과 결혼한 이후 내조에 전념해 온 채령은 지공예 공방 주인으로 깜짝 출연한다. ●7급 공무원과 아내, 그리고 다큐 PD 만년 7급 공무원 필용(박중훈)은 전주시청 한지과로 발령이 난다. 시장의 역점사업인 조선왕조실록 복원사업을 담당하면서 “잘만 되면 6급도 되고, 5급 돼서 ‘관’(사무관)도 붙여볼 기회”란 생각에 마냥 즐겁다. 필용은 뇌경색을 앓는 아내 효경(예지원)의 병 시중도 하고 있다. 대대로 한지를 만드는 집에서 태어난 아내는 신분이 미천하다는 이유로 필용 부모에게 타박을 당했다. 설상가상 필용에게 다른 여자가 있다는 걸 알고 충격을 받아 쓰러진 터. 날마다 밤샘 근무를 하면서 업무에 집중하던 필용은 한지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찍는 지원(강수연)을 도와주라는 상부의 지시를 받는다. 처음에는 티격태격했지만 어느새 이들의 거리는 좁혀진다. ‘달빛 길어올리기’는 한지와 얽히고설킨 세 남녀의 이야기다. ‘한지의 본향’ 전주시와 전주국제영화제가 순제작비의 60%를 지원했다. 때문에 필용이 교재 삼아 보는 다큐멘터리나 다큐 PD인 지원의 작품(‘달빛 길어올리기’)은 물론 다양한 한지 공예품과 한지 전문가 인터뷰 등 다큐멘터리와 극 영화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순간들이 몇 차례 나온다. 자칫 ‘한지의 세계화’라는 당위에 치우쳐 영화가 무거워질 법한데, 임 감독은 그 사이에 사람의 얘기를 촘촘하게 직조했다. 부부인 필용과 효경, 서로에게 끌리는 필용과 지원은 물론 경쟁자(?)인 효경과 지원까지 반복적으로 스치면서 미묘하게 마음을 연다. 특히 필용과 지원의 하룻밤은 외도라는 생각보다는 생활인이라면 한번쯤 겪을 수도 있는 에피소드처럼 그려진다. 임 감독은 “둘(필용과 지원) 사이의 감정은 일생을 살면서 피어나기도 했다가 잠자기도 했다가 큰 사고 없이 일상에 묻혀 지나가는 그런 것”이라면서 “그런 감정들이 파고들어 삶에 불편함을 주는 극적인 확대를 경계했다.”고 설명했다. 지원:한지는 물질보다는 영혼에 가까운 거 같아요. 옛 사람들은 백지를 흰 백(白)자가 아닌 백지(百紙)라고 썼대요. 손이 100번 가지 않고는 만들어질 수 없다는 뜻이죠.…효경씨는 한지를 어떻게 생각하세요? 효경:달빛은 소란하지 않고 고요해요. 달빛은 길어 올린다고 해서 길어 올려지는 것이 아니에요.…고요하고 은근하고 부드러우면서도 질긴 한지의 품성이 달빛과 너무 닮았어요. 우리 마음이 순수하고 담담하고 조용해졌을 때 한지와 같은 달빛은 한가득 길어 올려질 거예요. 필용과 한지 장인들이 무주 구천동 첩첩산중에서 1000년을 버틸 종이를 재현하는 장면에서 지원과 효경이 주고받는 대사는 메시지와 여백을 동시에 담은 듯하다. 어쩌면 101편에 이르는 임 감독의 필모그래피(작품 연보)야말로 ‘달빛을 한가득 길어 올리려는’ 영화장인의 지난한 도전 과정일지도 모른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임권택 감독의 주요 작품 ‘만다라’(1981) ‘안개마을’(1982) ‘길소뜸’(1985) ‘티켓’(1986) ‘씨받이’(1986) ‘아다다’(1987) ‘연산일기’(1987) ‘아제아제바라아제’(1989) ‘장군의 아들’(1990) ‘장군의 아들 2’(1991) ‘개벽’(1991) ‘장군의 아들 3’(1992) ‘서편제’(1993) ‘태백산맥’(1994) ‘축제’(1996) ‘창’(1997) ‘춘향뎐’(1999) ‘취화선’(2002) ‘하류인생’(2004) ‘천년학’(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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