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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탈북브로커’ 해외여행 규제

    정부가 탈북 브로커들에게 해외 여행 규제 등 각종 제재 조치를 내리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23일 알려졌다. 정부는 지원금으로 주택 임대료와 관리비를 먼저 주택공사에 지급하고 나머지 금액만을 탈북자 개인통장에 넣어 주는 방안도 준비하고 있다. 탈북자들이 국내 입국 후 입국비용 명목으로 정착지원금 입금 통장을 입금예상액의 절반으로 브로커에게 넘기는, 이른바 ‘통장깡’을 막기 위해서다. 통장깡이 적발되면 정착지원금 지급을 중단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같은 조치에 앞서 하나원 입소 탈북자를 상대로 브로커 피해 실태조사에 착수했다. 피해가 드러날 경우 경찰수사를 의뢰하기로 했다. 정부 당국자는 “제대로 정착하지 못한 탈북자 상당수가 해외 체류 탈북자의 국내 입국을 주선하는 브로커로 활동하고 있다.”면서 “탈북자의 원활한 국내 정착을 위해서라도 브로커에 대한 규제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다만 여행 규제에는 자유 침해 논란과 국내 입국 탈북자 등의 반발이 예상된다. 정부의 이같은 조치는 미국 인권법의 본격 발효에 앞서 예상되는 부작용을 사전에 점검·예방하려는 차원으로도 이해된다. 최근 잇따른 탈북자들의 외국 공관 진입 사례 가운데 상당수가 브로커들의 돈벌이 수단으로 이뤄졌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이지운기자 jj@seoul.co.kr
  • [국제플러스] 이란 가스형태 우라늄 농축 의혹

    |빈 연합|이란은 지난 15일 우라늄 농축 전면 중단을 선언하기 며칠 전 핵무기로 쓰일 수 있는 가스 형태의 물질을 상당량 생산했다고 외교관들이 19일(현지시간)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외교관들은 이란이 최근 이스파한에 있는 가스 생산설비를 이용해 ‘우라늄6 플루오르화물’을 생산했다고 밝혔다. 우라늄6 플루오르화물은 원심분리기에 넣어 돌리면 무기급의 우라늄으로 농축될 수 있어 핵탄두의 핵심부분을 만들 수 있는 물질이다. 이란은 지난 주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연합(EU) 3국과 협상 끝에 우라늄 농축을 중단하는 데 합의해 15일부터 협상안이 발효됐다. 한편 이란 정부는 21일 국제사회와 약속한 우라늄 농축 중단 약속을 준수하고 있다고 밝히고 이란이 핵활동을 지속하고 있다는 일부의 주장은 ‘선전선동’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 [환경엄마 김순영의 건강한 밥상] ‘엄마손 김치’로 아이들 입맛 살리자

    [환경엄마 김순영의 건강한 밥상] ‘엄마손 김치’로 아이들 입맛 살리자

    김장의 계절이다. 옛날에는 맛있는 김치 한 가지 만으로도 뚝딱 밥 한 공기를 비우기도 했으니, 김장은 겨울 몇 개월동안 가족 밥상을 책임지는 중요한 가정의 행사였다. 옛날보다야 중요성이 다소 덜하겠지만 그래도 김장은 여전히 한국인 최대의 음식행사인 셈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배추김치를 집에서 직접 담그지 않는 비율이 의외로 많아졌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매년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4가구 중 1가구가 1년에 한 번도 김치를 담그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1년에 10회 이상 담근다는 비율도 2003년 기준으로 13.3%에 불과하다. 반면, 김치상품 생산량은 매년 10% 이상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한 주부의 사례를 소개한다. 하루는 친정 어머니에게 “주변을 보면 매년 친정에서 김장김치를 택배로 보내주는 집이 많더라.”고 운을 띄웠더니, 친정 어머니 대답인즉슨 “요즘 어느 회사에서 나오는 어느 제품 김치가 맛있더라.”고 하더라는 것이다. 아닌게 아니라 사먹는 김치가 많아졌다. 그러나 주의가 필요하다. 우리나라 김치 수입량은 2002년 1042t에서 2003년에는 2만 9000t으로 무려 27배나 급증했다. 그 중 99%가 중국산 김치다. 이미 지난해 10월부터 우리나라는 김치 수출량보다 수입량이 많은 나라가 되어버렸다. 일본 소비자들이 김치를 찾기 시작하면서 불기 시작한 김치 붐의 최대 수혜자는 종주국인 우리나라가 아니라 중국이 되어버린 셈이다. 그러나 중국산 김치의 식품 안전성은 여전히 의심스럽다. 올해만 해도 몇 가지 사건이 계속 이어졌다. 중국산 부추, 고추 등이 잔류농약 허용 기준치를 넘어선 것으로 드러났고, 유통기한을 넘긴 중국산 김치가 유통됐다는 보도도 있었다. 김장은 되도록 직접 담그자. 김치로부터 멀어지는 아이들 입맛을 붙들기 위해서도 집에서 담가야 한다. 김치처럼 한국인의 건강에 좋은 음식도 드물다. 우리 선조들이 야채가 없는 겨울을 건강하게 날 수 있었던 것은 김치에 골고루 들어있는 비타민, 식이섬유, 무기질, 유산균 때문이었을 것이다. 지난 8월에는 김치 유산균에서 식중독, 세균성 이질 등에 강한 천연 항생물질이 발견되었다는 연구 결과도 있었다. 이미 항암작용, 다이어트, 동맥경화 예방, 노화 방지 등의 효과가 증명되기도 했다. 이렇게 훌륭한 김치지만 아쉽게도 1인당 김치 소비량은 계속 줄어들고만 있다.1980년 50㎏이던 것이 2003년에는 30.1㎏으로 대폭 줄었다. 아마 어린이 소비량은 더욱 줄었을 것이다. 번거롭더라도 이번 김장때는 몇 가지 다른 종류의 김치로 담가보자. 짜거나 맵지 않아 아이들이 좋아하는 백김치나 사각사각 씹는 맛이 일품인 동치미는 어떨까. 아이들이 좋아하는 야채가 있다면 그 야채로도 김치를 담글 수 있다. 옛날에는 김치 종류가 200가지가 넘었다고 한다. 먹을 수 있는 모든 야채와 식물이 다 김치의 재료가 됐던 셈이다. 배추김치를 맛있게 담그려면 찹쌀풀 대신 현미오곡죽을 넣는 것도 한 방법이다. 현미에 4가지 이상의 잡곡을 섞은 후 물에 충분히 불려 무르게 익히면 현미오곡죽이 된다. 현미와 잡곡까지 들어가 영양도 좋고 발효가 잘 되어 구수하다. 물김치를 담글 때는 녹즙을 만들어 넣는 것도 좋다. 김치를 보관할 때는 우거지나 무잎을 김치 위에 덮어두거나 김치 국물에 잠기게 하여 김치가 공기와 직접 닿지 않게 해야 한다. 공기에 노출되면 젖산이 발효하는 대신 초산이 늘어나 신맛이 일찍 들기 때문이다. 만약 김장김치를 주문하게 되는 경우라면 재료와 첨가물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요즘에는 유기농배추로 만든 상품도 많이 나오고 있다. 물론 인공 화학조미료나 합성착색료, 합성보존료를 사용하지 않았는지도 따져봐야 할 것이다.‘국산 김치’라고 표기된 상품도 면밀히 살펴야 한다.‘배추와 양념이 중국산일지라도 주재료인 배추만 원산지를 표기해 주고 국내에서 만들었으면 국산 김치라고 할 수 있다.’는 판례가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김장을 담근 뒤 몇 포기씩을 이웃집에 돌리며 정을 나누곤 했다. 올해 김장을 담거들랑 깔끔하게 몇 포기 담아들고 이웃집 문을 두드려 보는 것은 어떨까.
  • 盧대통령 “北核 한국이 주도”…부시와회담

    盧대통령 “北核 한국이 주도”…부시와회담

    |산티아고(칠레) 박정현특파원|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칠레를 방문중인 노무현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을 가진 데 이어 20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 회담을 갖고 북한 핵문제를 집중 논의한다. 부시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 뒤 처음 이뤄지는 한·미 정상회담은 2기 부시 행정부에 강경파들이 포진하고 있는 가운데 열리는 것이어서 한·미간 입장조율 결과가 주목된다. 이와 관련,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과 콜린 파월 국무부 장관은 19일 외무장관 회담을 갖고 정상회담 의제 등을 사전조율했다. 반 장관은 회담이 끝난 뒤 “노 대통령은 6자회담의 틀 안에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우리나라가 적극적이고 주도적인 역할을 해나가겠다는 입장을 부시 대통령에게 설명할 것”이라면서 “역점 프로젝트를 이른 시일 내에 추진하자고 제안할 것”이라고 밝혔다. 두 정상은 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를 통한 평화적 북핵 해결 원칙을 확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 재건을 위한 국제적 노력에 한국이 동참한 데 감사의 뜻을 표시할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은 20∼21일 개최되는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해 무역투자 자유화 촉진, 반부패·반테러 방안 등을 논의하면서 한반도와 동북아의 안정과 평화를 위한 APEC의 지지를 당부할 예정이다. 한편 노 대통령은 19일 산티아고 대통령궁에서 칠레의 리카르도 라고스 에스코바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200만∼300만 달러의 산업기술협력기금을 조성해 앞으로 4∼5년 동안 기술개발 협력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두 정상은 지난 4월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이후 교역량이 급증한 점을 높이 평가하고, 교역품목을 다양화해 FTA 효과를 더욱 높여 나가기로 했다. 두 정상은 특별동반자 관계를 21세기 공동번영을 위한 포괄적 협력관계로 발전시켜 나가기로 했다. jhpark@seoul.co.kr
  • 금감위서 처분조치 가능

    금융기관이 감자(減資), 법률이행 등 불가피한 이유로 비(非)금융기관 주식을 일정비율 이상 보유하게 되면 현재는 법 위반으로 제재를 받지만 앞으로는 금융감독위원회의 사후승인을 통해 허용된다. 또 금융기관이 금감위의 승인을 얻지 않고 한도를 초과해 보유한 주식에 대해서는 의결권 행사 금지는 물론, 금감위가 처분 등 시정조치를 내릴 수 있게 된다. 이번 조치로 삼성카드와 현대캐피탈 등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 재정경제부는 18일 이런 내용으로 금융산업구조개선에 관한 법률을 개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금감위가 지난 6월 삼성카드와 현대캐피탈이 각각 에버랜드와 기아자동차에 대한 주식보유 비율을 위반했다며 제재를 했으나, 두 사례 모두 감자 등으로 불가피하게 이뤄졌다는 지적에 따른 규정 보완이다. 현행법은 금융기관을 이용한 기업결합을 제한하기 위해 금융기관이 다른 회사의 주식을 ▲20% 이상 보유하거나 ▲5% 이상 보유하면서 사실상 지배주주가 되는 경우 미리 금감위의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다. 이번 법 개정안이 발효되면 삼성카드는 현재 보유중인 에버랜드 주식 25.6% 가운데 5%를 초과하는 지분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될 전망이다. 그러나 삼성그룹의 지주회사인 에버랜드의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압도적으로 많아 삼성카드의 의결권 제한은 삼성 지배구조에는 영향을 못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온실가스 제한 내년 2월16일부터

    |모스크바 연합|러시아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교토의정서 비준서를 18일(현지시간)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에게 기탁했다. 21년째 내전 중인 수단 사태의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에서 열리고 있는 특별회의에 참석한 아난 총장은 이날 러시아의 비준서 기탁 사실과 함께 앞으로 90일 뒤인 내년 2월16일 교토의정서가 공식 발효한다고 밝혔다. 교토의정서는 지난 5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의 의정서 비준에 최종 서명함에 따라 러시아 정부가 유엔에 비준 사실을 통보하는 시점으로부터 90일이 지나면 공식 발효될 것으로 예상됐다. 아난 총장은 이에 대해 “지구온난화라는 전지구적인 위협에 대항한 역사적인 진전”이라고 강조했다. 독일 본에 있는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본부도 러시아 정부가 비준서를 기탁함에 따라 내년 2월16일부터 128개 의정서 비준국 간에 구속적인 효력이 발생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지난 1997년 서명된 교토의정서는 선진국들이 2008∼2012년 이산화탄소 등 6가지 종류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에 비해 평균 5.2% 줄이도록 규정하고 있다.
  •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39)속초 아바이마을의 삶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39)속초 아바이마을의 삶

    ‘눈보라가 휘날리는 바람 찬 흥남부두’에 목을 놓아 불러도 보고, 찾아도 봤던 그 금순이는 어디로 갔을까.‘피눈물을 흘리면서 1·4 이후 나홀로 왔다.’던 무수한 그 ‘아바이’들은 어디로 갔을까. 속초시의 바닷가 마을 청호동의 이른바 ‘아바이마을’로 더 유명한 ‘함경도촌’을 찾아가면 그네들이 살아온 삶의 내력을 엿볼 수 있다. 속초에서 서울로 오자면 미시령을 넘게 마련인데, 그 고갯목에 차를 세우고 굽어보면 속초 시내와 동해가 한 눈에 들어온다. 왼쪽의 영랑호, 오른쪽의 청초호, 그 뒤편으로 동해가 배경막처럼 놓여져 산과 바다와 호수의 동네임을 한 눈에 알 수 있다. 그토록 아름답던 청초호의 길이 1㎞, 너비 80여m 남짓한 백사장에 함경도 피란민들이 처음 피란선의 닻을 내렸다. 그럭저럭 살다보면 돌아갈 수 있으려니 생각했으나 영영 불귀의 몸이 되어 하나, 둘 세상을 떠났다.1세대 세상은 거의 막을 내렸고,2세대도 이제는 거의 중년을 넘겼다. 그렇게 50여년을 청초호 바닷가에 뿌리 내리고 살았다. 속초는 본디 자그마한 읍내였다. 속초면이 속초읍이 된 시점이 1942년, 해방 이후는 38선 이북에 포함되어 있었다. 설악산을 병풍처럼 끼고 있고, 석호가 그야말로 그림같이 펼쳐져서 시인묵객들이 풍류를 즐기던 관동팔경의 하나이다. 주민들은 어업보다 주로 농업에 종사했다.1930년대, 정어리떼가 청초호로 몰려들어 배들이 새까맣게 닻을 내렸을 때도 정작 속초배들은 별로 없었다. 전쟁은 중앙의 역사만이 아니라 지역사도 송두리째 바꿔 놓았으니 속초도 예외가 아니었다. 어업에 종사하는 피란민이 원주민보다 많아지면서 급속도로 어업 중심지로 바뀌었다. 종전 이후에도 연고를 찾아 몰려드는 연쇄 이동이 맞물렸다.‘일가 친척 없는 몸’들이 고향 사람을 찾아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5만여명이 배를 타거나 육로로 내려와 이곳에 여장을 풀었다. 선단을 이룬 이들은 청초호 모래톱에 배를 댔다. 육로로 내려온 이들은 학사평(지금의 공설운동장 쪽)에 ‘해방촌’을 꾸렸으나 차차 흩어져서 도시 속에 녹아들었다. 반면, 본디 어업에 종사하던 청호동 사람들은 강인한 단결력을 과시하며 지금껏 버티고 있는 중이다. ●쌀로 빚은 가자미식해·북청 사자놀이 일품 함경도, 그 중에서도 함경남도 사람들이 7할 정도 차지한다. 정평 이원 영흥 단천 흥원 신창 신포마을 등 청호동 집단취락명은 이네들이 내려와서도 응집력을 갖고 살아왔음을 웅변한다. 이 중에서도 단천과 신포마을이 헤게모니를 쥐고 살았다. 속초에는 지금도 함남도민회, 원산시민회, 함흥시민회, 북청군민회 등등 무수한 ‘월남 조직’이 있어 ‘피란민 도시’의 면모를 보인다. 이들이 석호의 모래톱에 불과한 청호동을 선택하게 된 동기는 무엇보다 국가 소유 해빈(海濱)인지라 무단 정착이 용이하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가지고 있는 유일한 밥벌이 기술’인 어업을 지속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분단기에 이북 어민들이 전국 해안에 뿌리를 내리면서 ‘어업의 장기지속성’을 보여준 사실에 대한 연구는 본격적으로 이뤄진 적이 없다. 그러나 전국을 돌아보면 해안 곳곳에 이들이 정착했음을 알 수 있다. 가령 서해안 덕적도 진리포구는 황해도민이 집단 거주하며, 화성의 마산포같이 작은 포구에도 황해도촌이 존재한다. 인천시 화수부두에도 유별나게 황해도민이 많았으니, 김금화같은 무당들이 인천을 거점으로 배연신굿을 하는 토대도 바로 이곳이다. 전쟁때 선단을 통한 대대적인 피란과 정착이 이뤄졌음을 말해준다. 모진 해풍이 불어닥치는 낯선 바닷가에 당도하여 고생고생한 대목은 필설로 이루 말하기 어렵다. 한 마디로 분단의 비극이었다. 미군부대의 철조망 주변에 널린 레이션 박스를 주워 오고, 부서진 배 등을 엮어서 집이랄 것도 없는 집을 지었다. 겨울이 오면 흙을 발라서 흙집이 되었다. 구겨진 드럼통을 펴서 지붕을 얹기도 했고, 주변에 돌아다니는 모든 물건들을 주워 모아 청호동을 만들어 나갔다. 남해안의 여수, 거제 등으로 피란 갔던 이들, 경상도의 후포, 구룡포, 강원도의 양양, 대포 등에도 이들은 몰려 들었다. 나중에는 이른바 ‘반공포로’ 중에서도 많은 이들이 이곳으로 찾아 들었다. 참으로 모진 세월이었다. 청호동에서도 모래톱 맨끝에 형성된 신포마을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신포는 오늘날 북한 최대의 수산사업소가 있는 어업 전진기지이며, 일제시대에 함경도 어업의 최대 거점이었다. 한마디로 신포사람들은 동해안에서 가장 뛰어난 어민들이었으니, 이들의 저력이 모여 강원도 유수의 어항 속초를 만드는 힘이 되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신포는 남쪽으로 봉화반도가 뻗어 나왔고, 서쪽과 북쪽에 산이 있어 바람을 피하기 좋다.‘한국수산지’(1905)에 따르면, 호수 300, 인구 1360여명이었으며 명태 집산지로 이름 높았던 곳이다. 당시에 인구 1000명이 넘는 포구라면 상당한 규모다. 식민지로 접어들자 시가가 번창하며 기선 출입이 잦고 일본인 거주자가 증가했다. 건너편 북청으로 정기선이 다녔으며, 성진 원산 부산 등지로 연안 회항선도 다녔다. 1905년 당시에 이미 일본인 거주자는 수비대, 헌병대를 제외하고도 남자 31, 여자 23명이 살았으며, 직업도 무역상 기선업 잡화상 매약상 여인숙 음식점 과자상 우육상 등 다양했다. 신포 바로 앞의 마량도 출신인 박임학(79)옹의 증언.“북청군 신포읍 마량도가 고향이지요. 지금 경수로 만드는 곳까지 포함해 신포시가 되었어요. 신포 앞 섬, 거기가 내 고향 마량도지요. 신포 읍내에서 마량까지 수로로 10리 밖에 안되요. 연락선이 있었는데, 하루에 세번씩 다녔지요. 마량도는 12개 마을(리)로 되어 있었습니다. 소방서, 주재소, 그리고 국민학교도 있고,300여 호가 살았지요. 평지 대신 산이 많았고….” 지도를 펼쳐볼 필요가 있다. 신포와 홍원 사이의 마량도가 바로 코앞이다.12개의 마을이 형성될 정도의 크기이니 동해안에 섬이 없다는 우리들의 통념을 깰만 하다. 밑으로는 함흥이 있고, 함흥만 아래에 원산이 있어 천혜의 산란장이다. 이른바 한반도의 허리라고 하는 바로 그곳이다. 신포사람들은 청호동에 정착한 이래 한 시도 배를 떠나지 않았다. 함경도 명태잡이 기술이 이곳에 고스란히 전파되었다. 피란민을 통한 어업기술의 전파가 이루어진 것. 당연히 ‘아바이 말씨’와 음식도 함께 와 뿌리를 이어갔다. 덕분에 지금도 청호동 골목길에는 아바이순대를 비롯하여 함흥냉면 간판 등이 줄지어 서있다. 단천 출신으로 단천식당이란 작은 가게를 운영하는 윤복자(63)씨는 함경도 음식 중에서 해산물로 명란젓 창란젓 아가미젓 꽁치젓 메가리젓 오징어젓 등의 젓갈류를 꼽았는데, 그 중 가장 함경도적인 것으로 가자미식해(食)를 내세웠다. 생선을 소금에 절이면 염장어가 되고, 발효시키면 식해 또는 어장(魚醬)이 되는 것이니, 이런 유의 음식은 전 세계에 분포되어 있다. 생선식해는 이른바 ‘감주’식혜와는 다른 것이지만, 발효시킨다는 뿌리는 같다. 곡식과 생선을 섞어 발효시킨 것이 가자미식해이니, 동해안의 원래 주인공인 동예(東濊)나 발해인들이 바로 이 식해를 먹었을 것이다. 곡식과 생선을 버무려서 발효시켜 저장하는 기술은 선사시대 이래의 식생활이니 가자미식해는 한반도에 흔치않게 남아있는, 그 자체가 바로 살아있는 무형의 문화유산 아니겠는가. ●명태잡이 어업기술 고스란히 전파 사실 동해안에 가자미만큼 흔한 고기도 없다.“왜 식해를 만들때 수많은 생선 중에서 가자미를 쓰느냐.”는 질문에 “뼉다구가 날래 물르기(빨리 삭기) 때문”이란다. 덧붙여 “가재미 식해는 뼈가 물러야지 좋으니까.”라고 사족을 단다. 재미있는 것은 조밥 대신에 쌀밥을 쓴다는 점.“경상도 사람들이 조밥을 넣지, 여기서는 그리 안해요.”이런 습속은 다른 곳도 같아 강릉시 사천면 진리 일대 등 여타 강릉시 일대에서도 흰 쌀밥을 이용해 식해를 만든다. 조로 만드는 것과 비교해 맛이 어떠냐고 묻자 “조밥보다 쌀밥이 더 맛있어요. 예전에는 값도 쌀이 비쌌지요. 삼척 넘어가고 경상도 가니까 다 조밥 넣데요. 그러나 이 인근은 모두 쌀밥으로 해요.”우리가 알던 ‘조밥 가자미식해’와는 다르다. 반백년쯤 지나다보니 아바이들의 삶도 서서히 변해 갔다.2세대들은 강원도 원주민과 많이 결혼했으며,3세대들은 학교, 직장 문제 등으로 외지로 나가 사는 경우도 많아 ‘아바이마을’의 정체성이 서서히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게다가 속초시는 낙후된 이 일대를 대대적으로 ‘개선’하려는 계획도 갖고 있다. 지금도 드라마 ‘가을동화’에 등장한 ‘갯배’라는 독특한 도항 수단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새 다리가 완공되면서 거대한 교각에 마을 경관이 눌린 꼴이 되고 말았다. ●취락지 보존 ‘아바이박물관’으로 이런 생각을 해본다. 어차피 2세,3세로 내려가면서 피가 섞이고, 함경도적 정체성도 사라지고 있다. 그렇다면 오히려 적극적으로 청호동 바닷가 취락지를 보존해 ‘살아있는 아바이박물관’ 정도로 했으면 하는 희망이다. 분단시대의 박물관이자 분단의 균열 속에서도 고향의 응집력을 지니고 반백년을 살아온 그네들의 삶은 그 자체가 ‘역사자료’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해양문화사적으로 그들의 어업기술사는 이북의 신포와 마량도 어업사를 고스란히 옮겨온 경우에 해당된다. 옛 사진첩에 1950년대의 북청사자놀이가 확인되니, 무형문화재로 지정되기 훨씬 이전부터 고향의 춤과 노래를 계속 이어왔다는 증거 아닌가. 쌀밥으로 빚은 가자미식해와 북청사자놀이의 호탕한 대륙적 음악이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는 한 ‘아바이 삶’도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만 같다. 시신을 화장하여 속초 바닷가에 뿌리면서 바닷물을 통해서라도 고향으로 되돌아가길 기원하는 아바이들이 존재하는 한, 청호동은 지켜지고, 또 살아 남으리라.
  • [잘먹고 잘살자] 우~아하게 잔~잔하게 찬찬찬

    [잘먹고 잘살자] 우~아하게 잔~잔하게 찬찬찬

    특정 계층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와인이 시나브로 우리 곁으로 다가왔다. 국산 햇 포도주가 나왔는가 하면 프랑스의 보졸레 누보는 더이상 새삼스럽지도 않다. 국내 한 대학은 ‘포도주 개론’이란 강의도 개설했고, 한정식집에서도 와인을 갖추고 있다. 명절이나 결혼 집들이 선물로 와인을 안길 정도로 친숙해졌다. 와인을 서비스하고 추천·관리하는 소믈리에는 청소년들이 선망하는 직업으로 떠올랐다.많이 친숙해졌다고는 하지만 와인 테이블 매너는 여전히 어렵게 여겨진다. 국제적인 비즈니스를 위해서는 와인 테이블 매너가 필수조건이 됐다. 국내 최초의 와인경매사 조정용씨는 “마을 이름이 곧 포도주 이름”이라며 “전통적인 유럽 와인은 서양의 일상문화가 녹아 있어 우리에게 낯설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아는 만큼 즐길 수 있고 알수록 재밌고 매력적인 게 와인”이라고 덧붙였다. ■ 분위기 좋은 와인바 ●라포도-서울 갤러리아백화점 맞은편 (544-7636)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와인바 중에서도 라포도는 다양한 와인을 적당한 가격에 편안하게 마실 수 있는 곳이다. 정장 차림보다는 캐주얼이라도 불편하지 않은 밝고 깨끗한 분위기다. 홀 중간에 벽처럼 칸을 지은 와인셀러(와인보관창고)가 세련됐다. 야외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는 테라스도 있다.250여종의 와인을 3만원부터 마실 수 있다. 주종은 비교적 저렴한 편인 5만∼6만원선. ●라비뒤뱅-서울 압구정동 현대백화점 맞은편 (3446-3375) 최고급 케이크로 유명한 ‘카페 라리’의 최순길 사장이 지난해 국내 최대 규모로 오픈한 고품격 와인바다. 프랑스말로 ‘포도주 인생’이란 뜻이다.180평 규모의 와인바에는 동호회 모임 등을 할 수 있는 6개의 룸과 60여명이 앉을 수 있는 홀이 마련돼 있다. 구비하고 있는 와인은 300여종.4만원대부터 200만원대까지 다양하다. 프랑스에서 공부한 소믈리에와 뉴욕과 도쿄에서 오랫동안 요리 경력을 쌓은 주방장이 와인에 어울리는 음식을 낸다. 식사로는 양갈비 스테이크와 안심스테이크 등이 있다.2만원부터. 포도주를 처음 접하는 아마추어부터 까다로운 입맛을 갖춘 마니아까지 즐길 수 있다. ●살롱뒤뱅-서울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 뒤쪽 (546-1970) 서울 청담동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 뒤쪽 ‘포도주 골목’의 살롱뒤뱅(546-1970)은 한국 와인의 대명사인 마주앙을 개발하고 공장장을 지낸 김준철 부녀가 운영하는 와인바다. 그의 딸 역시 프랑스 보르도의 와인 스쿨 카파(CAFA)에서 정규 소믈리에 과정을 마친 제대로 된 소믈리에다. 와인을 향한 부녀의 애착만으로도 내놓는 와인에 대한 신뢰가 가는 곳이다.600여종의 와인을 3만∼250만원에 팔고 있다. 포도주 소매도 한다. 와인과 잘 어울리는 치즈 안주가 풍성하다. 아담한 실내에서 흐르는 샹송이 아늑하다. ●카페 티롤-삼청동 총리공관 맞은편 (732-7005) 삼청동 총리공관 맞은편의 카페 티롤(732-7005)은 한옥을 개조한 카페 분위기다. 색다르게 와인을 음미할 수 있는 곳이다.50여종의 와인을 구비하고 있다. 예약하면 리스트에 없어도 찾아 준비해 준다. 와인에 어울리는 치즈도 5가지가 푸짐하게 나온다. 저녁 시간에는 포도주 애호가들을 위해 저녁 메뉴가 따로 준비된다. ●이곳도 가보세요 이밖에 한때 입구에서 줄을 서서 기다렸다는 까사델비노(542-8003), 개인셀러를 갖춘 샤토21(517-3338)은 인터넷(www.wine21.com)을 통해 예약하면 1400여종의 와인을 즐길 수 있다. 강북쪽 와인바의 터줏대감격인 삼청동 까브(739-1788)는 와인창고 카브를 본떠 만들었다. 세종문화회관 뒤쪽의 매드포갈릭(722-4580)도 50여종의 와인을 갖춘 레스토랑이다. 홍대앞에 있는 비나모르(02-324-5152)는 국가별로 450여종의 와인을 부담없는 가격대에 즐길 수 있는 곳이다. 호텔도 잘 이용하면 저렴하게 즐길 수 있다. 손님이 포도주를 들고가서 마실 수 있는 BYOB(Bring Your Own Bottle)를 실시한다. 양식당에서 인터컨티넨탈호텔은 매주 목요일, 롯데호텔은 월요일에 BYOB를 시행하고 있다. 이날은 음식값만으로 호텔의 세련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 와인과 어울리는 음식들 와인이 음식과 궁합이 잘맞으면 시너지효과를 일으켜 음식의 풍미를 복돋워준다. 프랑스 음식에는 프랑스 포도주가, 이탈리아 음식에는 그 나라산 포도주가 잘 어울린다. 서양 요리에서 거위간 요리에는 소테른 화이트와인이, 달팽이 요리엔 부르고뉴 화이트와인, 철갑상어알 요리는 샴페인이 잘 맞다. 와인에 가장 무난한 안주는 치즈. 둘 다 발효식품인 까닭이다. 신세대들은 삼겹살이나 순대와도 같이 먹을 정도로 와인을 즐긴다. 하지만 식초가 많이 든 샐러드를 먹을 땐 와인을 피한다. 식초의 신 맛은 와인의 천적이다. 조정용씨는 “진한 맛이 나는 젓갈이나 김치를 제외한 한식은 대부분 재료의 맛을 살린 가벼운 소스로 요리되는 것이 특징이므로 백포도주가 무난하다.”고 말했다. 좀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면 우리의 나물은 리즐링, 소비뇽 블랑, 샤르도네 같은 화이트와인이 잘 어울린다. 하지만 명절에 먹는 쇠갈비 등 묵직한 고기 요리에는 프랑스 보르도산이나 호주 쉬라즈와인 등 적포도주가 잘 맞다. 그러나 맵고 짠 양념과 국물류에는 맞는 와인을 찾기 힘들다. 붉은색 살코기와 양고기는 드라이한 레드와인 즉 카베르네 소비농, 바롤로, 부르넬로 디 몬탈치노가 어울리고, 닭고기·돼지고기 등 흰살 육류에는 샤르도네와 피노 블랑이 어울린다. 해물류와 생선에는 상쾌한 맛의 화이트와인 즉 피노 그리지오 등을 권할만하다. ■ 와인경매사 조정용씨와 우아하게 와인 즐기기 ●조정용씨는 국내에선 생소하면서도 유일한 와인 경매사다.2000년까진 ‘잘나가던’ 은행 대리였던 그가 미국에 국제금융 연수차 갔다가 와인 경매로 방향을 바꿨다. 와인이라곤 ‘마주앙’밖에 몰랐던 그는 원서를 사서 매일 공부하고, 혀로 끊임없이 익혔다. 와인 관련 지식이나 품평이 웬만한 소믈리에를 뺨칠 정도의 전문가로 거듭났다. 이후 전문 와인경매회사인 아트옥션(02-2163-3126) 대표를 맡고 있다. 국내 최초의 와인 경매사 조정용씨가 들려주는 와인 테이블 매너다. 와인 주문이 까다롭다던데요? -음식점에서 와인을 잘 모를 경우 와인 전문가 소믈리에게 물어보면 된다. 단맛인지 텁텁한 맛인지의 기호와 음식, 가격 등을 말하면 된다. 주문한 와인은 호스트가 제일 먼저 맛보고 ‘좋아요.’라고 말하면 된다. 좋은 포도주를 고르는 비결은. -전문 숍에선 점원에게 물어보거나 안내 가이드를 찬찬히 훑어보면 된다. 포도주 병에 붙은 라벨이 바랬거나 깨끗하지 않은 것은 피한다. 누워있는 와인을 고르면 좋다. 오래 서있어 코르크 마개가 말랐거나 코르크가 튀어나온 것은 피한다. 코르크가 마르면 틈 사이로 공기가 드나들어 와인이 산화되기 쉽고, 코르크가 튀어나온 것은 보관할 때 심한 온도 변화로 압력이 높아진 탓이다. 레드와인은 붉은 빛이 연하면서 갈색 기운이 도는 것, 화이트와인은 색깔이 진해져 갈색 느낌이 나는 것은 변질된 것이므로 주의해야 한다. 와인을 따를 때의 에티켓이 있습니까? -포도주 병이 잔이 닿지 않게 따른다. 와인을 막 쏟아붓지 말고 시냇물이 졸졸졸 흐르듯 경쾌하게 따른다. 대개 잔의 변곡점이 있는 부분 대략 3분의 1 정도 따른다. 마무리 할때 병을 살짝 돌려주면서 따르면 와인 방울이 테이블에 떨어지지 않게 된다. 와인은 첨잔을 해도 무방하다. 하지만 병을 흔들지 않는다. 흔들면 와인 침전물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그러면 잔을 받을 때의 매너는. -서양에선 호스트가 따를 때 와인잔을 잡고 들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연장자나 상사가 따를 땐 무언가 잡지 않으면 2%부족한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이럴 때 잔의 다리를 잡는 시늉도 무난하다. 그러나 편하고 안전하게 따르게 하기 위해 잠자코 지켜보는 것이 좋다. 대체로 레드와인 잔은 둥글고 넓은데 반해 화이트와인 잔은 좁고 깊다. 그러면 건배를 해야지요. -잔의 다리 부분을 잡고 중앙 부분을 가볍게 부딪치며 건배한다. 잔을 돌리듯이 부딪치면 울림이 좋고, 깨질 염려도 없이 안전하다. 건배는 대개 호스트가 먼저 제안한다. 그냥 마시면 되나요? -받자마자 원샷하거나 벌컥벌컥 마시지 않는다. 먼저 색깔을 보고, 향을 맡아 와인의 풍미를 감상한 다음 한 모금 정도 입에 머금고 여운을 감상하는 게 순서다. 와인은 주량을 자랑하지 않으며, 식사할 땐 1∼3잔 정도가 적절하다. 폭탄주로 원샷하며 취해야 마셨다고 생각하는 중년들에겐 감질나는 주법이다. 와인을 보관하는 방법은. -직사광선을 피하면서도 보관 온도가 일정해야 한다. 또한 흔들림이나 진동이 있어서는 안된다. 김치 등 냄새가 강한 것 주위에 보관하는 것은 삼가야 된다. 마개를 땄을 경우 이삼일 가량은 괜찮다. 이후엔 남은 와인은 음식을 조리할 때 쓰면 된다. 오래 숙성된 와인이 좋은가요, 단맛이 나는 와인은 싸구려라고 하던데? -모든 와인이 오래 숙성되지 않는다. 보르도 등급 와인처럼 몇 십년 보관하는 것이 있고, 보졸레 누보는 금방 마셔야지 오래 보관하면 상해서 낭패를 본다. 와인은 타이밍이다. 그리고 단맛이 나는 와인은 품질이 떨어진다는 것은 편견이다. 단맛이 풍부한 디저트 와인 중에는 최고급이 많다. 식후 와인으론 단맛이 잘 어울린다. 글 이기철기자 chuli@seoul.co.kr 사진 이종원기자 jongwon@seoul.co.kr
  • 인천시 北개풍에 전용공단 추진

    인천시는 남북교류협력사업의 하나로 오는 2016년까지 북한 개풍군에 경제공동개발구를 조성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15일 시가 연구용역중인 ‘인천∼개성 연계발전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시는 현재 건설중인 개성공단 남쪽 개풍군 일대 2000만평에 2006년부터 2016년까지 3단계에 걸쳐 인천전용공단 및 배후단지를 조성하는 방안을 구상중이다. 우선 1단계(2006∼2008년)로 인천∼개풍간 교통물류관광 인프라를 개발하고, 기존 개성공단내에 인천제조업체의 진출을 지원하는 등 초기 인프라 구축에 주력한다. 2단계(2008∼2014년)로 개풍지역에 인천전용공단 건설을 완료하고 전용공단 입주업체들에 금융·예산·세제 지원과 판로를 개척할 방침이다. 3단계(2014∼2016년)로 개풍지역을 인천제조업의 임가공 생산기지로 육성하고 인천항·인천공항 등의 물류기지와 연계망을 확립, 개풍공단을 공동경제특구화한다는 전략이다. 시는 이를 위해 강화∼개풍간에 연륙교(1.4㎞)를 건설해 서해안고속도로∼개풍간을 2시간내에 연결할 수 있는 교통망을 구축하고 인천항과 개풍을 잇는 항로도 신설할 계획이다. 공동경제개발구 개발로 생산유발효과 176억달러, 고용유발효과 25억달러, 직접투자 26억달러 등 모두 262억달러의 경제적 효과와 건설기간 중 제조업 고용유발 연 11만 3000명 등의 파급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인천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 종부세 도입 진통거듭

    종합부동산세 도입 등 보유세제 개편작업이 극심한 진통을 겪고 있다. 바뀐 제도를 내년 초 발효시키려면 올해 안에 종부세법 제정안, 지방세법 개정안 등 관련법안을 국회에서 통과시켜야 하지만 첫 단추가 돼야 할 여당내 의견통일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러다보니 정작 가장 큰 난관으로 여겨졌던 야당에 대한 설득작업은 시작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15일 오전 당·정 확대간부회의를 열어 종부세 도입 문제를 논의했으나 도입시기와 발의주체, 조세저항 완화방안 등을 둘러싼 이견을 좁히는 데 실패했다.16일 재경위원회, 행정자치위원회, 정책조정위원회 소속 의원들과 재정경제부가 참석한 가운데 합동토론회를 열기로 했지만 당론 채택에 성공할지는 불투명하다. 조세형평 차원에서 종부세 도입이 필요하다는 ‘총론’에만 공감대가 형성돼 있을 뿐 ‘각론’에서 의원들간 견해차가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회의에서는 내년부터 3%에서 2%로 내리기로 한 등록세 외에 취득세와 양도소득세도 함께 인하하자는 주장이 제기됐다. 등록세 1%포인트 삭감으로는 국민들의 강한 조세저항과 부동산경기 냉각 등 부작용을 비켜가기 어려울 것이란 이유였다. 또 법안 발의를 정부입법이 아닌 의원입법으로 하면서까지 시간에 쫓기듯 연내 입법을 추진하는데 대한 반론도 제기됐다. 홍재형 열린우리당 정책위의장은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종부세 도입에 대한 방향이나 원칙에는 큰 이견이 없었지만 거래세 추가 인하 등은 좀 더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면서 “거래세 중 취득세와 등록세 부담은 더 낮춰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으나 양도소득세 인하는 형평성 문제 등으로 대체로 부정적이었다.”고 말했다. 홍 의장은 “이번주 중 법안을 발의하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으나 법안 자체에 대한 이견은 물론이고, 당 지지도가 떨어진 상황에서 왜 굳이 당이 나서 ‘표 떨어질 일’을 하느냐는 여당의원들의 반대가 많아 법안발의를 늦추는 등 속도를 조절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관련, 재경부 관계자는 “종부세법은 내년 초에만 통과되면 예정대로 내년 6월부터 시행이 가능하지만 지방세법, 지방교부세법 등은 과표기준 등 문제 때문에 연내에 법안 통과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균기자 windsea@seoul.co.kr
  • [월드이슈-대체에너지 개발] 佛 원자로 58기…獨 40만가구 태양열 활용

    유가가 배럴당 50달러선을 넘나들며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교토의정서의 내년 초 발효로 이산화탄소 등 온실효과가스 배출에 대한 규제는 점점 까다로워지고 있다. 에너지의 안정적인 수급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수력, 풍력, 태양열 에너지 등을 이용한 재생가능 에너지 개발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지속발전을 위한 기후변화협약 이행에 앞장서고 있는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은 국가별 상황에 맞는 대체에너지 이용을 확대하고 있는 추세다. |파리 함혜리특파원|선진국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주요 내용으로 1997년 12월 채택된 교토의정서가 내년 초 발효될 전망이다. UN의 기후변화에 관한 국제협약(UNFCCC)을 통해 마련된 교토의정서는 지구온난화에 대응하기 위한 유일한 국제적 협약이다. 교토의정서가 효력을 발휘하려면 온실가스 배출량의 55%를 차지하는 55개국 이상이 비준해야 한다. 지금까지 비준국가 전체의 방출량은 44.2%로,11% 가까이 부족한 상태였으나 지난 10월22일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전세계의 17.4%를 차지하는 러시아의 국가두마(하원)가 교토의정서를 비준함에 따라 이제 발효 조건은 충족됐다. 의정서는 비준서가 유엔본부에 기탁되고 90일 뒤 발효된다. ●‘발등의 불’ 온실가스 감축 의무 교토의정서에서는 EU, 일본, 캐나다, 스위스 등 38개국(1차 의무감축 대상국)이 2008년부터 2012년 사이 배출 총량을 1990년 수준보다 최소 5% 감축하되 각국의 경제적 여건에 따라 -8%∼+10%까지 차별화된 감축량을 규정했다. 교토의정서에서 정한 감축대상 가스는 이산화탄소(CO(F)), 메탄(CH(H)), 아산화질소(N(F)O), 불화탄소(PFC), 수소화불화탄소(HFC), 불화유황(SF) 등 6가지. 각 국의 배출한도량은 1990년의 배출총량에 감축 목표, 기간(5년)을 곱해 계산하며 의무 이행기간 중 총 배출량에서 배출한도량을 제한 것이 감축필요량이 된다. 그런데 선진국들은 대부분 국가들의 배출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 배출량에서 20∼30% 정도를 감축해야 목표치를 달성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선진국들이 화석연료를 대체할 신·재생 에너지원 개발과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배출가스 저감기술, 에너지 효율 향상 기술을 개발하는 등 각종 대책을 서둘러 내놓는 이유다. ●현실적인 대체에너지, 원자력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에너지원 가운데 대표적인 것은 원자력 에너지다. 독일 등 일부 서유럽 국가에서 환경에 대한 중요성 때문에 원전 추가 건설을 포기한 상태이지만 프랑스에서는 원전이 국가 에너지정책의 중추역할을 하고 있다. 프랑스는 1차 석유파동 이후 줄곧 원자력을 중심으로 한 에너지정책을 고수해 온 결과 석유사용 비율이 30년 전에 비해 30% 이상 현저히 감소했고,1970년 27%에 불과했던 에너지 자립도는 2003년에 50%에 이르렀다. 전기의 경우 자립도는 100%를 넘어서 남아도는 전기를 이웃 이탈리아, 독일, 스위스 등에 수출까지 한다. 프랑스 내 21개 원자력 발전소에는 현재 총 58기의 원자로가 가동되고 있고 이곳에서 프랑스 전체 전력의 77.8%가 생산되고 있다. 프랑스 경제산업부의 도미니크 마이야르 기초에너지 담당국장은 “원자력이 어느 정도 환경을 해치는 것은 분명하지만 에너지 정책에서 기적적인 선택은 없다.”면서 “원자력은 비산유국인 프랑스의 상황에 맞는 최선의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프랑스는 최근 1600㎿ 생산능력의 유럽형 경수로(EPR)를 서부 해안지역인 플라망빌에 건설키로 확정, 원자력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화석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신흥산업국가에서도 원자력 발전은 유일한 대안으로 각광받고 있다. 중국과 인도는 고유가 부담과 대기오염을 줄이기 위해 원전 건설에 적극 나서는 추세다. 세계원자력연합(WNA)에 따르면 서유럽에서 핀란드가 1기를 건설할 계획인 데 비해 아시아에서는 현재 20기가 건설 중이며 추가로 40기가 건설될 계획이다. 아시아에서 가장 많은 54기 원전을 가동 중인 일본은 앞으로 15기를 추가할 계획이다. ●친환경 대체에너지 개발 앞장선 독일 독일 정부는 2000년 10월18일 기후 보호를 위한 국가에너지프로그램을 선택한 이후 의욕적으로 친환경적인 대체에너지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05년 이전까지 25% 이상 줄이는 것을 시작으로 2020년까지 교토의정서가 설정한 6가지 온실효과가스 배출을 40% 줄인다는 것이 목표다. 독일은 노후설비 개량비용 지원이나 감세정책 등 기업에 대한 지원책으로 2003년 현재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0년에 비해 18.6% 줄이는 데 성공했다. 동시에 원자력발전을 2021년까지 완전히 포기한다는 역사적인 결정도 내렸다. 원자력발전의 포기는 15만명의 실업자를 양산하고 모자라는 전기를 수입해야 하는 등 많은 경제적 문제를 야기하지만 장기적 환경비용을 생각하면 재생가능 에너지의 사용이 훨씬 경제적이라는 것이 독일 정부의 의지다. 5700개의 수력발전소를 보유하고 있는 독일에서는 수력발전과 함께 태양광발전 기술이 현재로서는 가장 현실적이고도 친환경적인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현재까지 독일의 에너지프로그램은 매우 긍정적인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분석이다. 독일 전역에는 40만가구가 태양열 집열판을 이용한 태양열 에너지를 활용하고 있다. 그 면적을 합하면 340만㎡에 이른다. 독일 정부는 태양광발전 기기의 설비 생산이 지속적으로 늘고, 이로 인해 2010년까지 12만 5000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독일은 풍력발전 이용 비율이 세계에서 가장 앞선 나라다. 독일 전력의 5%에 해당하는 1만 4000㎿를 풍력으로 충당하고 있다. 풍력 사용은 10년 만에 3배로 늘었으며 북해 연안을 중심으로 한 풍력발전 용량은 전세계 풍력발전의 35%를 차지하고 있다. 이밖에 바이오매스(목재 땔감, 퇴비 등), 수소가스, 메탄 등도 미래의 에너지원으로 개발 중이다. 독일 정부는 재생가능에너지 개발 촉진을 위해 2개의 법을 새로 제정해 환경 보존에 기여하는 기술에 대해 환경세를 부담하지 않고, 바이오가스나 바이오매스를 사용하는 발전소에서 생산되는 전기는 일반 전기보다 비싸게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또 모든 유통회사는 일정부분 환경친화적 전기를 구입하도록 함으로써 재생가능 에너지원의 개발비용을 간접지원하도록 했다. lotus@seoul.co.kr
  • 문정동 동남권 유통단지사업 ‘탄력’

    서울 송파구 문정동에 들어설 동남권 유통단지 조성사업이 본격화된다. 서울시는 15일 문정동 280번지 일대 15만 6000평을 ‘서울 동남권 유통단지’로 지정·고시하고,SH공사(옛 서울도시개발공사)를 사업 시행자로 지정할 계획이라고 14일 밝혔다. 시는 조만간 토지보상 절차에 들어간 뒤 내년 상반기에 환경·교통·재해 영향평가와 실시계획 인가 등을 거쳐 부지 조성공사에 착공할 계획이다. 유통단지는 ▲의류 및 전자·전기·조명, 산업용재, 신발 등 청계천 상인들을 위한 이주상가단지 ▲화물취급장, 집배송센터, 창고 등이 들어설 물류단지 ▲복합상업단지 등 3개 단지로 나뉘어 2007년까지 개발된다. 시는 부지 조성비 4500억원과 도로개설 등 기반시설 조성비 2400억원 등 약 1조 6700억원에 달하는 사업비를 민자유치를 통해 조달할 방침이다. 일부 기반시설에는 시비와 국비가 투입된다. 앞서 시는 지난 8∼9월 청계천 상인들을 대상으로 유통단지 이주 희망자를 모집한 결과,6000여명에게 이주신청을 받았으며 ‘청계천 상가 이주심의위원회’ 심사를 거쳐 업종과 대상자를 올 연말까지 최종 확정할 방침이다. 시는 유통단지가 들어서면 동남권 지역의 물류시설 부족 문제를 해소하고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는 등 약 2조 2300억원의 생산유발효과와 1만 9300명의 고용유발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유영기자 carilips@seoul.co.kr
  • [기고] 변화하는 브라질,그리고 남미/김재순 재 브라질 언론인·前 서울신문기자

    노무현 대통령이 순방하는 아르헨티나, 브라질, 칠레 등 남미 3국은 엄청나게 변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브라질은 괄목할 만하다.2003년 1월 취임한 룰라 대통령이 각종 개혁정책을 실시해 이미 각 부문에서 질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경제 분야에서는 산업, 대외통상, 과학기술혁신 정책을 통합한 ‘수출국 브라질’정책을 강력하게 추진 중이다. 국내적으로 외국인 투자제도 정비, 수출진흥청 신설, 무역관련법 단일화를 이루고, 대외적으로는 G-20 결성과 남미공동시장(Mercosur)의 결속력을 강화해 국제통상무대에서 협상력을 높여가고 있다. 그 결과, 브라질은 올해 국내총생산(GDP) 예상성장률 4.5%, 인플레 6%대 달성(1년전 17.2%), 환율 안정, 국가 위험도 및 실업률 하락, 기록적인 수출 증가에 따라 무역수지와 경상수지가 흑자로 반전됐다. 룰라 대통령은 또한 세계 5위의 국토,6위의 인구 규모에 걸맞은 위상을 확보하기 위해 취임 이후 1년간 28개국을 방문해 외교력을 강화했다. 이를 통해 UN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 메르코수르를 매개로 한 유럽연합(EU), 인도, 남아공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을 추진하고 있다. 브라질은 이제 전통적인 유럽 및 북미 위주 전략에서 벗어나 새 경제 파트너로서 아시아와의 관계를 중시한다. 태평양시대에 대비해 중국과는 첨단산업, 식량 및 자원 분야, 일본과는 브라질 내 160만 일본인 이민 후손을 매개로 한 ‘전략적 협력관계’를 발전시켜 가고 있다. 한국의 중남미에 대한 관심은 1960년대 농업이민과 더불어 시작됐지만, 이민정책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곧바로 시들어 버렸다. 반면 일본은 100년이 넘는 이민역사를 통해, 브라질을 전세계에서 일본을 제외하고 일본인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나라로 만들었다. 또 일본 열도보다 넓은 토지를 매입하는 등 자원확보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중국은 날로 부족해지는 자국산 곡물과 광물, 에너지 자원 확보를 위해 남미 외교를 강화하고 있다. 또 브라질 이민자수를 150만명까지 늘리기 위해 대규모 정책이민을 계획하고 있다. 중·일의 남미 외교전은 최근 고이즈미 일본 총리에 이어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500여명의 경제사절단을 이끌고 브라질을 다녀가면서 더 치열해지고 있다. 한국은 지난 4월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발효를 통해 비로소 남미에 대한 관심에 다시 불을 지피기 시작했다. 그러나 칠레는 일부분에 불과하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를 자원공급원으로 삼고, 거대한 이머징마켓으로 떠오르는 남미연합을 공략하기 위한 장기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브라질은 러시아, 인도, 중국과 함께 4개 신흥 거대 개도국, 즉 브릭스(BRICs)의 일원이라는 점에서 더 중요하다. 안정적인 식량 및 자원 확보를 위해서도 그렇다. 브라질은 철광석·망간·알루미늄·주석 등 주요 자원보유국이자, 세계 과일의 3분의 1을 생산하고, 커피·오렌지·설탕 생산 및 쇠고기·닭고기 수출 세계 1위의 식량대국이다. 우리에게는 호혜적 협력의 파트너가 될 수 있는 조건이다. 노 대통령은 개인적으로도 얻을 것이 있다. 룰라 대통령은 좌파 정치인이다. 그러나 집권한 뒤에는 경제 최우선 정책을 내걸고 철저하게 시장경제원리를 추구했다. 재정금융정책을 긴축기조로 바꿔 정부지출을 과감하게 줄이는 한편, 경제발전의 발목을 잡는 불합리한 연금제도의 개혁을 강력하게 추진했다. 계층을 초월해 ‘국민적 코드’를 절묘하게 맞춰가며 국가경쟁력을 수직상승시키고 있는 것이다. 노 대통령의 남미 순방은 한국 대통령으로서는 1996년 김영삼 전 대통령 이후 8년 만이자 사상 두번째다. 남미는 한국 외교의 사각지대였던 셈이다. 따라서 우리 공관에 현지 언론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으며,5만여명의 교포도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대통령 방문에 맞춰 열리는 ‘한국일류상품전시회’에는 브라질뿐 아니라 남미 전 지역에서 많은 바이어들이 찾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순방이 브라질과 남미에 대한 시각을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김재순 재 브라질 언론인·前 서울신문기자
  • 韓·美정상 ‘북핵해법’ 한목소리 낼까

    남미 3개국 순방에 나서는 노무현 대통령이 오는 20일쯤 칠레에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30분가량 가질 정상회담에 관심이 모아진다. 짧은 회담이기는 하지만, 부시 대통령이 재선된 뒤 처음 갖는다는 점에서 ‘2기 부시 행정부’의 북핵 해법 변화 여부와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재선 부시 6자회담 입장 주목 부시 대통령은 재선에 성공한 강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북핵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제시할 가능성이 있다. 부시 대통령은 재선 직후 각료회의에서 “미국의 동맹국과 함께 테러범을 격퇴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는 터다. 북한이 핵관련 물질을 제3국으로 넘기는 경우를 ‘레드 라인(한계선)’으로 정하고, 만약 이 선을 넘으면 즉각 엄격히 대처한다는 얘기가 부시 행정부 내에서 흘러나온다.1기 행정부 시절보다 더욱 강경한 북핵 정책 가능성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노 대통령은 이에 대해 북핵을 ‘역점 프로젝트’로 정해 해결하자고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두 정상은 정상회담 직후 공동언론발표문에 6자회담을 비롯한 북핵해법을 담을 것으로 전망된다.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도 북핵문제 해결의 외교무대로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盧대통령, 對남미 경제외교 강화 남미 3개국 순방의 초점은 경제통상외교 강화다. 브라질 방문으로 러시아·인도·중국 등 ‘브릭스(BRICs) 외교’를 일단락짓게 된다. 강성 노조운동가 출신으로 노 대통령과 비슷한 측면이 많다는 다 실바 룰라 브라질 대통령과의 만남도 관심을 모은다. 청와대 관계자는 “노 대통령은 룰라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양국간 현안뿐 아니라 국제정세와 지역협력에 대해 깊이 있는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리카르도 라고스 칠레 대통령과의 회담에서는 올해 4월 발효된 우리나라 최초의 자유무역협정(FTA) 성과를 점검하고 이를 극대화하는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아르헨티나를 방문해 네스토르 키르치네르 대통령과 회담을 갖고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과의 무역협정 체결 방안을 논의한다. 메르코수르의 회원국은 아르헨티나·브라질·우루과이·파라과이 등 4개국이다. 이와 함께 미주개발은행(IDB)에 우리의 가입 방안을 협의하고 경제무역협력협정과 문화교육협력협정을 체결할 예정이다. 박정현기자 jhpark@seoul.co.kr
  • [책꽂이]

    ●파이 이야기(얀 마텔 지음, 공경희 옮김, 작가정신 펴냄) 열여섯살 인도 소년 파이가 벵골 호랑이와 함께 구명보트를 타고 227일 동안 태평양을 표류하는 줄거리의 장편소설.2002년 부커상 수상작으로,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를 연상시킨다는 찬사를 받았다.‘식스센스’의 나이트 샤말란 감독이 판권을 사서 영화로 제작중일 만큼 극적 구성이 탁월하다.1만원. ●나를 발효시킨다(이가희 지음, 문학세계사 펴냄) ‘한국 토종엄마의 하버드 프로젝트’를 펴내 화제가 된 시인 이가희가 첫 시집을 냈다. 무심히 뒹구는 일상속 글감들에 생명을 불어넣는 감각이 재치있고 여유롭다.6000원. ●그 스님의 여자(강은자 지음, 해와달 펴냄) 현실을 회피하기 위해 머리를 깎고 절로 들어간 남자가 창녀와 사랑의 시련을 겪으면서 조금씩 구도의 길에 접어드는 얼개의 장편소설. 지난해 프랑스 파이야르 출판사에서 출간돼 ‘부르고뉴 신인작가상’을 수상했다. 당시 작가는 ‘프랑스어권 문학의 혜성’‘동양의 진주’ 등의 찬사를 받았다.9000원. ●태평양을 막는 방파제(전2권)(마르그리트 뒤라스 지음, 김정란 옮김, 새움 펴냄) 인기소설 ‘연인’으로 관능적 문체를 각인시킨 마르그리트 뒤라스가 1950년에 발표한 자전소설. 프랑스령 인도차이나에서 10대를 보낸 작가가 식민지의 경험을 문학적으로 승화시켜 ‘시적 리얼리즘’을 일구었다는 평가를 이끌어냈다. 시인이자 문학평론가 김정란의 번역이 꼼꼼하다. 각권 8500원. ●뿌리(상·하)(알렉스 헤일리 지음, 안정효 옮김, 열린책들 펴냄) 1976년 발표된 미국 흑인문학의 고전 ‘뿌리’를 소설가 안정효가 다시 번역했다.1977년 안정효 자신이 번역한 책에서 빠진 부분(하권)을 보충하고, 만연체 원문의 특징을 최대한 살렸다. 각권 7500원. ●사랑(임의진 지음, 샘터 펴냄) 시인이자 포크송 가수, 수필가이기도 한 재주 많은 작가가 최근에 쓴 수필과 시들을 모아 책으로 엮었다. 전남 땅끝마을 강진의 흙집에서 살고 있는 작가는 자연과 생명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행간에 넘치도록 담아냈다. 작가가 손수 그린 기기묘묘한 그림들도 흥미롭다.9000원.
  • [사설] 中, 탈북자 강제북송 중단하라

    중국 당국이 지난달 말 베이징 교외에서 체포한 탈북자 62명을 북한으로 돌려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강제송환 당하면 투옥, 고문, 강제수용소행 등 엄청난 고초를 겪게 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북한에 돌려보내진 뒤 이들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잘 알면서도 송환시킨 것은, 국제법·국내법·인도주의에 입각한 처리를 강조해온 중국정부의 기존 입장과도 맞지 않다. 비인도적인 탈북자들의 강제북송은 즉각 중단돼야 한다. 같은 시기 주중 한국대사관 영사부로 진입을 시도하다 중국공안에 잡혀갔던 탈북자 8명도 이들과 함께 송환됐다고 한다.70명이나 되는 탈북자들을 체포 10여일만에 전격 북송시킨 게 사실이라면 예삿일이 아니다. 만약 지난달 중순 미국의 북한인권법이 발효된 데 대처하기 위해 중국이 탈북자 정책을 강경선회하기 시작한 전조라면 큰일이다. 앞으로 기획탈북을 막는다는 이유 등을 내세운 탈북자 체포 및 북송사태가 뒤따를 것이기 때문이다. 미온적인 자세로 일관한 우리 정부의 대처방식에도 문제가 있다. 정부는 지난달 주중 한국대사관을 통해 중국정부에 관대한 처리를 부탁했다. 하지만 이후 이들이 북송당하기까지 무대책으로 일관했다. 물론 우리 공관 담을 넘어들어온 탈북자들과 달리, 이번 경우는 우리가 외교적으로 개입할 여지가 제한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체포과정에서 이미 언론에 보도된 사안인 만큼 강제송환이 불가함을 보다 강하게 주문했어야 한다고 본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중국당국이 대대적인 탈북자 소탕작전을 벌일 것이라는 등 흉흉한 소문도 들려온다. 치안유지 필요성, 북한과의 관계, 앞으로 대량탈북에 따를 부담 등을 피하겠다는 중국 나름의 고민은 이해한다. 하지만 탈북자들에 대한 난민지위 부여 등 근본적인 문제해결 노력 없이, 강제송환이 능사는 아니다. 중국정부는 북한과의 관계와 국내적인 필요성 등을 십분 감안하더라도, 탈북자들의 강제송환만은 중단하기 바란다.
  • [시론] ‘헌재 결정’ 이후 균형발전 처방/권용우 성신여대 도시지리학 교수

    [시론] ‘헌재 결정’ 이후 균형발전 처방/권용우 성신여대 도시지리학 교수

    신행정수도에 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 이후 충청권은 정신적·경제적 충격에 휩싸였다. 연기·공주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충청권의 혼돈은 나라 전체의 경제 상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격분한 충청도 민심은 개헌이나 국민투표를 해서라도 원래의 신행정수도를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건이 어떻게 전개돼도 수도권 과밀을 해소하고 국가균형발전을 이루어 나라 전체를 살려야 한다는 논리와 명분은 분명하게 살아있다. 그렇다면 충청권이 겪는 고통을 극복하고 국토 전체를 균형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대안은 무엇이 있겠는가. 첫째로 두 개의 행정도시를 건설하는 방안이다. 헌재는 청와대를 옮기려면, 국회에서 3분의2의 동의를 얻어내고 국민투표에서 과반수의 지지를 받아 개헌을 해야 한다고 했다. 이를 달성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노무현 대통령도 개헌이나 국민투표는 어렵다고 했다. 청와대는 서울에 남을 수박에 없는 상황이다. 청와대가 서울에 있게 된다면 외교, 안보 부처도 함께 남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나머지 행정부처는 당초 신행정수도 예정지로 선정된 연기·공주로 이전하는 것이다. 이것은 서울과 연기·공주에 두 개의 행정도시가 들어서는 2극형 수도유형이 만들어짐을 의미한다. 독일이 베를린과 본 두 개의 도시에 행정도시를 설치하고 있다. 둘째로 정부 산하공공기관 중심으로 전국에 혁신도시를 세우는 방안이다. 수도권 소재 200여 개의 산하공공기관을 영남권, 호남권, 충청권, 강원권, 제주권에 분산 배치하되 혁신도시 형태로 들어서게 하는 것이다. 혁신도시는 지방이전 정부 산하공공기관과 지역내 산·학·연·관 사이의 협력과 네트워킹을 통해 혁신을 창출하고 활용함으로써 지역발전을 견인하는 지리적 공간을 뜻한다. 구체적으로 지역전략산업과 연관된 기업·대학·연구소와 지방이전 산하공공기관을 묶어 개발하는 것이다. 혁신도시는 기존도시를 활용하는 혁신지구형이나 독립된 새로운 도시를 만드는 혁신 신도시형으로 구분해 개발할 수 있다. 셋째로 수도권 기능을 변환시키는 방안이다. 수도권은 물류·금융·정보화·국제비즈니스 기능을 강화하여 국가경쟁력을 선도하는 지역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 서울은 도쿄, 상하이 등과 경쟁하는 동북아 금융·국제비즈니스 허브로 키우고, 인천은 중국 푸둥 지구에 버금가는 동북아 물류·비즈니스 중심도시로 개발하며, 경기도는 한국의 실리콘 밸리를 지향하는 첨단·지식기반산업의 메카로 성장시킬 수 있다. 반면에 수도권은 인구 유발효과가 큰 제조업 기능을 과감히 비수도권으로 이전해 수도권과 비수도권이 함께 살 수 있는 상생의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 넷째로 충청권의 국립대학을 통합하는 방안이다. 일각에서 수도권 인구분산과 균형발전을 위해 서울대를 충청권에 옮기자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서울대를 이전하는 일은 신행정수도 이전만큼이나 힘든 일이 될 것이다. 오히려 충청권에 있는 국립대를 통합해 서울대에 버금가는 대학으로 육성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충남대와 충북대가 통합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한 상태이고 공주대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등 가능성이 높다. 통합된 국립대는 가칭 ‘한국대학교’로 명명한 후 대학본부는 연기·공주에 두고, 충남대는 한국대 대전캠퍼스, 충북대는 한국대 청주캠퍼스, 공주대는 한국대 공주캠퍼스로 해 미국의 주립대 형식으로 운영하는 것이다. 위의 대안들은 유기적으로 운영해야 실효를 거둘 수 있다. 권용우 성신여대 도시지리학 교수
  • 성구매 남성 벌금 100만원

    대검찰청은 지난 9월23일 성매매처벌법 발효 이후 적발되는 성구매 사범을 벌금 100만원에 약식기소하고, 재범의 우려가 있으면 보호처분을 활용토록 하는 방침을 일선 검찰청에 보내 시행 중이라고 4일 밝혔다. 성매매처벌법은 성매매를 직접 한 남성 및 여성에게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종전 윤락행위방지법에서 규정한 형량과 동일하다. 그러나 윤락행위방지법 시행 당시에는 단순 성매매 사범에 대해서는 초범의 경우 대부분 기소유예 처분하는 등 처벌 강도가 극히 약했다. 한편 대검 방침에 따라 성매매처벌법 시행 이후 지난달 말까지 사법처리된 성매매 사범은 모두 260명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구속기소가 48명이고, 불구속 기소 61명, 약식기소 199명이다.640명을 입건한 가운데 조사가 끝난 370명 중 70.2%가 처벌을 받은 셈이다. 이는 윤락행위방지법 시행 당시의 평균기소율 49.9%보다 크게 높아진 수치다. 박경호기자 kh4right@seoul.co.kr
  • 산하단체는 ‘세금먹는 하마’

    “(공직사회엔)고질적 버릇이 있다. 부처마다 내놓을 줄은 모르고 기회만 되면 몸집을 불리려 한다. 과거에 장관으로 부임하면 첫 물음이 ‘내가 임명할 수 있는 산하단체장이 몇 명이지?’라고 했던 이들이 많았다. 그런 버릇에 재미를 붙여왔으니 부실투성이 산하단체가 많아질 수밖에….” 20여년을 경제부처에서 잔뼈가 굵은 한 고위관료는 예산낭비와 행정 비효율의 사례로 정부 부처들의 무분별한 ‘몸집 불리기’를 지목했다. 오랜 기간동안 이같은 타성에 젖어든 바람에 결국은 국민세금으로 이뤄진 예산과 행정력을 좀먹어 왔다는 지적이다. 그는 “지금 (정부 각 부처가 관할하고 있는)산하단체의 숫자가 모두 몇 개인지 집계조차 되지 않는다.”고 털어놓기도 했다.2002년 현재 기준으로 556개라는 통계도 있지만 이도 정확한 것은 아니다. 무슨 협회니, 위원회니 하는 작은 단체까지 합하면 750여개를 웃돈다는 추정도 나온다.“협회장 한 명에 직원이 달랑 한 명 있는 곳도 있다.”며 웃지 못할 실태를 전하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이들 단체들이 관리의 사각지대에 방치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규모가 큰 곳 몇 군데를 제외하곤 감사원 감사나 국회의 감시망에서 벗어난, 그야말로 ‘치외법권지역’이 수두룩하다. 산하단체 관리를 총괄하고 있는 기획예산처가 2001년부터 시행해 오고 있는 ‘경영혁신점검평가’ 대상 기관은 200여개, 정부투자기관관리기본법에 따른 ‘정부투자기관경영평가’는 고작 13개에 불과할 뿐이다. 지난 4월부터 정부산하기관관리기본법이 발효해 강력한 감시장치가 만들어졌지만 이도 비교적 규모가 큰 88곳만을 대상으로 할 뿐이다. 크고 작은 대부분의 산하단체에 보조금이니, 출연금이니, 부담금 등 형태로 방대한 재정이 투입되고 있지만 그 실효성을 제대로 따지기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효율성·필요성을 따져 설립하기보다 정부부처들이 오랫동안 낙하산 인사 등으로 산하단체를 쥐락펴락하는 데 맛들여 ‘몸집 불리기’에 치중해 온 결과다. 정부부처의 ‘기득권 집착’도 예산·행정력 낭비의 전형이다. 부처간에 중복되는 기구나 업무의 통합필요성이 제기될 때면 저마다 그럴듯한 이유를 대며 이를 회피한다.‘쥐고 있는 건 내놓지 않겠다.’는 입장부터 고수하고 본다. 문화관광부와 국가홍보처로 이원화된 해외홍보업무의 중복문제 해소도 지난해 초 노무현 대통령이 “창구를 하나로 통일하라.”고 지시했지만 여태 제자리걸음이다. 부처 이기주의 앞에선 ‘지엄한 대통령의 말씀’도 먹히지 않는 셈이다. 한국소비자보호원에 대한 관할권 다툼(재정경제부-공정거래위원회)이나 물관리 일원화를 둘러싼 줄다리기(환경부-건설교통부)도 비슷한 사례다. 국민을 염두에 둔 바람직한 의사결정보다는 정부부처들이 기득권을 버리지 않겠다는 태도가 사라지지 않는 한 예산낭비는 계속될 것이다. 박은호기자 unopark@seoul.co.kr
  • [뒷골목 맛세상] 가평의 자연과 맛

    [뒷골목 맛세상] 가평의 자연과 맛

    경춘선 국도를 따라가다 보면 남양주에서 가평으로 접어드는 어름에 ‘어서 오세요. 자연을 가슴에 담아가는 가평’이라는 선전문구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나는 그 아름다운 문구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덜컥, 하고 가슴에 걸리는 느낌이었다. 자연을 가슴에 담아가라고?하기는 가평이야말로 산과 물 같은 자연이 빼어나게 아름다운 고장임에 틀림없다. 군내를 관통하여 흐르는 북한강과 그 강이 군데군데 빚어놓은 청평호반이며 남이섬, 그리고 대성관광지 같은 절경들, 거기에 어울려 함께 이어지는 유명산과 운악산, 축령산, 명지산 등의 장려한 산자락들은 얼마든지 둘러보아도 결코 싫증나지 않는 풍광이다. 그러나 내 가슴에 덜컥, 걸린 자연은 그러한 풍광들보다는 그 뒤에 숨어있는 또 다른 자연이었다. 일찍이 노자는 세상살이의 지혜로 무위자연(無爲自然)을 말하였다. 한자를 그대로 풀이하자면 ‘꾸밈이 없이 저절로 그러하게’이다. 그 무위자연에 노자는 덧붙인다. 상선약수(上善若水), 살아가는 일을 물 흐르는 것처럼 해라. 아아, 단 한번이라도 나는 자신의 삶을 ‘꾸밈이 없이 저절로 그러하게’ 놓아둔 적이 있으며,‘물 흐르는 것처럼’ 흘려준 적이 있으랴. 계절마저도 가을이 깊어지고 어느 날 아침에 하얗게 무서리가 내린 끝에 저마다 제 빛깔이며 향기를 뽐내던 저 모든 생명 있는 것들은 시든 대만 남긴 채 흔적도 없이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그렇듯 무릇 생명 있는 것들의 마지막이란 시들어 말라붙다 못해 앙상한 형해(形骸)만으로 바둥대다가 끝내는 거친 시간의 바람 속으로 한 줌 먼지가 되어 사라지게 마련일 터이다. 불과 엊그제까지도 불붙듯 온 산에 붉고 혹은 노랗던 단풍들마저 낙엽이 되어 하릴없이 산야에 뒹굴고, 거기에 추수를 끝낸 빈 들판들도 덧없이 적막감에 싸인 채 보는 이의 눈을 시리게 한다. 언뜻 돌이키면 늙는다는 것은 저렇듯 적막한 늦가을의 풍경과 다름 없다. 비단 사추기(思秋期)의 여인만이 아니라, 자신의 살아낸 삶 속에서 무엇 하나 손에 잡히는 것 없이 허방을 짚는 듯한 이에게는 늙어서 마침내 죽음에 이르는 길이란 더더욱 적막하고 허무한 풍경이나 다름 없을 터이다. 그리하여 화려한 빛깔과 향기 대신에 시든 대로만 남은 저 많은 생명들 또한 자신의 삶처럼 처연하다 못해 추하게마저 여겨질지도 모른다. 만일 그대 또한 자신의 살아낸 삶이 처연하다 못해 추하게마저 여겨진다면,‘가슴에 자연을 담아가라’는 가평의 여행길에 나서기를 권하고 싶다. 가평에서도 운악산 가는 어름에 있는 ‘꽃무지풀무지’(031-585-4875)라는 야생 수목원에 들르기를 권하고 싶다. 그리하여 한나절을 좋이 늦가을의 햇살 아래 수목원 여기저기 한가롭게 거닐기를 권하고 싶다. 그러다 보면 누가 알랴. 번쩍 그대의 눈이 열려 그대가 전혀 몰랐던 그대의 자연을 만나게 될지. 원래 꽃무더기 풀무더기라는 뜻인 ‘꽃무지풀무지’에는 지난 계절 내내 야생 수목원을 원색으로 한껏 장식했을 온갖 야생화들의 빛깔이며 향기는 더 이상 흔적조차 남아있지 않다. 대신 수목원 가득히 펼쳐져 있는 것은 저마다 천명을 다하고 시들어 버린 꽃대들만이 지난 화려했던 시절의 증거처럼 남아서 잿빛 풍경을 이루고 있을 뿐이다. 수생식물원을 지나고, 습지원을 지나고, 향기, 붓꽃, 나리원을 지나, 산채원이며 덩굴식물원을 지나도 그대를 기다리는 것은 역시 잿빛 풍경뿐이다. 어거지로 찾아낸다면 수목원 가장 위쪽 그늘진 곳에 숨어있는 국화원의 한 쪽에서 쑥부쟁이 몇 다발만이 애잔하게 보랏빛 잔명을 이어가고 있을 뿐이다. 야생 수목원의 어디를 둘러보아도 그대가 위안을 받을 만한 풍경은 없다. 동자꽃, 노인장대, 맥문동, 제비꽃, 은방울꽃, 둥글레, 용담, 앵초, 금불초, 초롱꽃, 비비초, 애기기린초, 금강초롱, 말나리, 하늘나리, 참나리, 털중나리, 꼬리풀, 금낭화, 노루삼, 산작약, 마타리, 패랭이, 구절초, 해국, 울릉국화, 한라구절초, 모싯대…. 그 모든 야생화들은 이제 한낱 푯말로만 남아있을 뿐이다. 그러나 그뿐인가. 수목원의 뭇 야생화들은 정말이지 그대에게 아무런 의미도 남기지 않고 잿빛 풍경 속으로 속절없이 사라진 것뿐일까. 아니리라. 결코 그것뿐만은 아니리라. 그대가 흡사 자신의 처연한 삶이라도 어루만지듯 푯말과 함께 남아있는 야생화들의 시든 꽃대를 어루만지는 순간, 그대는 벼락처럼 한 가지 사실을 깨닫게 될지도 모른다. 시든 꽃대는 결코 시든 꽃대로만 끝나지 않는다. 시든 꽃대는 시든 꽃대대로 그 안에 길을 열고 있다. 그리하여 그대가 시든 꽃대가 안에 열린 길을 따라 어디론가 들어가게 된다면, 그대는 마침내 그대 안에 있는 또 다른 자연을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만일 그대가 그대 안에 있는 또 다른 자연만 만나게 된다면, 그대는 다시 한번 깨닫게 될 터이다. 늙는 것처럼 아름다운 일은 없다, 늙어서 그대 또한 시든 꽃대가 되면, 그때에서야 그대는 비로소 안으로 들어가는 길을 알게 될 터이다. 그렇게 안으로 들어가는 일이야말로 모든 생명의 현상 가운데 가장 아름답고 신비로운 일이다.은방울꽃의 시든 꽃잎 안으로 들어가 보라. 안으로 들어가 보면 바로 거기에는 다가올 어느 봄날 아침에 그다지도 화려하고 향기롭게 피어날 수천수만의 새로운 은방울꽃들을 만나게 되리라. 하늘나리의 시든 대 속으로 들어가 보라. 거기에는 이미 내년 봄에 새로운 줄기로 살아날 수천수만의 하늘나리들이 더없이 아름답고 신비한 모습으로 벌써부터 그대를 기다리고 있을 터이다. 아아, 늙어서 시들어진다는 것이야말로, 그리하여 안으로 들어간다는 것이야말로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그리하여 오래 잊었던 자신의 자연을 만나고, 마침내 ‘꾸밈이 없이 저절로 그러한’ 지혜의 물을 만나서 비단 그대만이 아닌, 모든 생명 있는 것들과 함께 영원한 강이 되어 흘러간다면, 어떠한 늙음이며 죽음이 더 이상 그대를 홀로 적막하게 하랴. 세상살이라는 것을 그대와 나는 자칫 저마다 가득히 채워야만 할 무슨 항아리 같은 것으로만 여겨오지는 않았을까. 그리하여 태어나서 죽는 날까지 그대와 나는 애오라지 항아리를 채우는 일에만 애면글면하지는 않았을까. 남보다 더 많이, 남보다 더 넓게, 남보다 더 가득히…. 그것이 결국은 밑이 빠져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항아리라는 것조차도 모른 채. 그리하여 마침내 자신마저도 잃어버리고 흡사 무슨 굶어죽은 아귀라도 씌인 것처럼 헛된 일에만 매달려 아등바등 하지는 않았을까. 아아, 무릇 모든 생명 있는 것들은 비운 다음에야 비로소 더욱 가득히 채워진다는 것을 그대와 나는 왜 몰랐던 것일까. ‘꽃무지풀무지’는 11월 중순경까지는 문을 연다. 비록 겉보기에는 아무 것도 없는 적막하고 처연한 잿빛 풍경일 터이지만, 그 잿빛 풍경 안에서 만일 그대가 그대의 또 다른 자연을 만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벌써 그대의 가을 여행은 온몸 가득히 충만해지리라. ‘꽃무지풀무지’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운악산 등산로 입구가 있고, 거기에 손두부집들이 올망졸망 촌락을 이루며 몰려있다. 그 중에서 할머니손두부가 유명하지만 어느 집을 들어가도 늦가을의 허기를 채우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따끈한 손두부(5000원)에 묵은 김치를 가닥으로 싸먹는 맛도 일품이지만, 거기에 가평의 명산품 잣막걸리를 한 잔 곁들이면, 꽃무지풀무지에서 이미 충만해져온 그대에게 더 이상 무엇이 부족하랴. 손두부 이외에도 순두부(3000원), 두부버섯전골(1만 2000원), 순두부백반(5000원) 등이 있다. 꽃무지풀무지에서 포천으로 가는 길목에는 현리에 국수호박을 전문으로 하는 시골마당(031-585-2309)이 있다. 이 국수호박은 호박을 국수로 만든 것이 아니라 호박 자체가 삶으면 국수처럼 줄줄이 면발이 되어 나오는 것으로, 여기에 양념장만 곁들이면 그대로 요리가 되는 100% 천연국수인 셈이다. 물국수호박과 비빔국수호박이 각각 5000원인데, 가평을 지나다가 출출하다 싶으면 한 그릇 뚝딱 먹어치우는 재미가 그야말로 별미일 터이다. 그대가 좀 더 가을 여행을 만끽하고 싶다면, 이번에는 신청평대교를 건너 유명산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설악면의 들풀(031-585-4322)을 찾을 것을 권하고 싶다. 블루베리 스파랜드라는 온천으로 가는 쪽에 여유롭게 자리 잡고 있는 들풀은 된장이며 청국장을 직접 담가서 팔기도 하고 요리로도 만들어내는 청국장 전문집이다. 들풀은 마당으로 들어서자마자 사람 키를 두 세배는 훌쩍 넘을 것 같은 콩 낟가리를 쌓아놓아 벌써부터 왠지 마음이 푸근해져오는 기분인데, 주인이 직접 농사를 지어 수확한 것이다. 콩 낟가리를 지나면 이내 항아리가 30,40개가 넘는 커다란 장독대에 다다르는데, 해마다 된장과 청국장 제조용으로 100여 가마씩 사용하고 있다. 들풀의 김용옥씨와 김안나씨 부부는 함께 주방일도 하고 서빙도 하면서, 주로 콩요리를 위주로 한 1만원짜리 정식을 한 상 차려낸다. 청국장찌개, 된장찌개, 생청국장, 두부부침, 된장부치미에 황태구이, 더덕구이, 잡채, 들풀무침 그리고 깻잎장아찌, 더덕장아찌, 황태장아찌에 각종 나물이 곁들여져 한 상 가득히 채우고 있다. 한 상 중에서도 특별한 맛을 내는 것은 생청국장으로, 고스란히 생으로 먹게 내온 것이다. 밑에 깻잎이나 머위, 상추, 김 등을 깔아 한 잎에 싸 먹게 되어있는데, 생청국장 위에 고명으로 얹은 보랏빛 오디가 주인의 살가운 마음씨를 엿보게 한다. 흔히 청국장이라면 아무리 몸에 좋다고 해도 우선 그 역한 냄새 때문에 먹는 것 자체가 고역스러운데, 여기에서는 매실을 넣고 검정콩가루를 섞어 발효시키는 비법으로 냄새를 해결한 것이다. ■ 된장찌개에 마늘은 ‘NO’ 들풀에서는 요리와 함께 청국장과 된장도 직접 판매한다. 청국장은 800g에 1만원, 된장은 3년 숙성된 것만으로 파는데,1㎏에 1만 5000원이다. 부부는 청국장과 된장을 팔기에 앞서 먼저 청국장이며 된장을 보다 맛있게 끓이는 법을 친절하게 일러주는데, 이들의 말에 따르자면 절대로 마늘을 넣지 말 일이다. 청국장에 무, 호박, 대파, 신김치, 양파, 청양고추, 두부를 준비해서 우선 무, 호박, 양파, 대파는 썰고, 신김치는 속을 털고 썰어서 꼭 짠 뒤 기름에 살짝 볶는다. 여기에 황태나 멸치를 우려낸 육수를 붓고 두부와 청양고추를 넣은 다음에 청국장을 알맹이 그대로 넣어서 걸쭉하게 끓이는데, 채소만 익었다 싶으면 금방 불을 끈다. 청국장은 유산균이나 비피더스균처럼 장을 깨끗이 하는 작용과 면역력을 키우는 효과가 있는데 자칫 오래 끓이면 이런 좋은 효소와 균이 파괴되기 때문이다. 된장찌개 역시 마늘을 넣지 않고 청국장에 들어가는 재료 외에 감자와 표고버섯을 곁들이는데, 된장을 체에 걸러 풀어서 청국장보다 2배 정도의 시간을 들여 푹 끓여내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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