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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빗발치는 투자자 항의전화에 허둥지둥/재경원 이모저모

    ◎“기아 두둔·비자금 폭로 탓” 정치권에 화살도/강 부총리,1급회의 주재… 모든 조치 강구 지시 재경원이 다급해졌다.지난 13일 증시부양책 발표에도 주가가 600선을 지키지 못하고 수직하락했다.시장경제원리를 강조해온 강경식 부총리도 주가가 25포인트나 폭락하자 긴급 대책회의를 열어 대응책을 논의하기도 했다.이날의 폭락사태에 대해 재경원 관계자들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고 허둥댔다.증시대책을 발표한 증권제도과에는 16일 추가대책을 요구하는 투자자들의 항의전화가 무려 100통 이상이나 빗발쳤다. 재경원 윤증현 금융정책실장이 마지못해 여러가지 대안을 준비중이라고 했지만 투자심리를 살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더욱이 증시를 부추길 ‘실탄’도 거의 떨어진 상황이다.고작해야 기관투자자에게 매도보다 매수를 많이하라고 권유하는 것과 한국통신 주식상장을 연기,공급물량을 줄이는 정도다. 기관투자가의 순매수 우위야 그런대로 가능하겠지만 한통주식 상장연기는 정부로서도 부담이 된다.올해 상반기에 상장하겠다는 대국민 약속을 두차례나 어기는 꼴이 되는데다 올해 세입으로 잡힌 한통주식 매각대금 5천억원의 공백도 메워야 한다.국내 상장이 안되면 해외에서 주식예탁증서(DR)로 한통주식을 파는 것도 불가능하다. 예산실은 한통주식이 팔리지 않을 경우,담배인삼공사나 주택은행 포항제철 등 다른 정부보유 주식을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그렇지만 지금같은 증시여건에서는 파는 사람이나 사는 사람이나 기분이 좋을리 없다.그렇다고 과거와 같은 특별자금을 지원할 수도 없다. 윤증현 실장은 “대증요법이나 특단의 조치는 있을수 없으며 증시 주변여건과 수급상황을 개선하는 방안이 고려될 수 있다”고 밝혔다.섣부른 부양책은 증시의 자생력을 약화시킨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정치권의 안정을 통해 증권투자자의 불안심리를 없애는 것이 최우선책이라고 재경원은 강조한다.여기에는 신한국당에 대한 깊은 불신의 감정이 배여 있다.재경원은 증시폭락의 원인을 기아사태의 장기화와 기업의 연쇄부도,최근 터진 비자금 파문에서 찾는데 모두 신한국당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됐다고 본다.신한국당이 비자금 계좌를 공개함으로써 금융실명제에도 불구,재산이 노출될 수 있다는 큰손들의 우려감이 현실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강부총리가 세계경제포럼에 참석하고 귀국하자 마자 1급회의를 주재하고 증시안정을 위해 취할수 있는 모든 조치를 검토하라고 지시한 것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했기 때문이다.이에 따라 김우석 증권국장은 실무자들과 대책회의를 갖고 외국인 주식투자 양도차익에 대해 비과세하기로 한 것과 관련,일본의 투자자금이 이달안에 유입되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또 올해 말로 끝나는 근로자증권저축의 시행기간을 1년간 연장하고 1인당 저축한도를 1천만원에서 2천만원으로 확대,증시수요를 높이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배당소득을 비과세하고 증권거래세 인하도 추진중이다.
  • “수사 어렵다” 기존입장 고수/검찰 움직임

    ◎여론 주시하며 “국감전후 최후 결정” 국민회의 김대중 총재의 비자금 조성·관리 의혹이 폭로된 지 5일째인 11일 검찰은 수사가 어렵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이와 함께 오는 14일 열리는 대검찰청에 대한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여야 국회의원의 공세가 빗발치면서 수사 착수 여부가 결정될 수도 있는 것으로 보고 만반의 준비를 다하는 모습이었다. ○…박순용 중수부장은 이날 신한국당의 추가 폭로에 따른 수사 착수 여부에 대해 “박계동 전의원은 노태우전대통령의 비자금 가운데 일부를 폭로하기는 했지만 구체적인 사실을 적시,검찰로서도 수사를 시작하면 무엇인가 나올 것으로 확신했었다”면서 “그러나 지금은 말 밖에 없지 않느냐”고 설명. 박중수부장은 “국정감사 준비를 위해 일요일인 12일에도 출근하려 했는데 (수사에 착수했다는)오해를 살까봐 나오지 않을 작정”이라면서 “10일 재경위 국감에서 은행감독원장이 국회의원들의 질의에 ‘정치 공방에 휘말릴수 없다’며 직설적으로 답변하는 것을 보고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해 현재로서는 수사 불가 방침이 확고함을 시사. 그러면서도 검찰은 신한국당의 폭로 내용이 사실일 경우 어떤 죄목을 적용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한 법률 검토 작업과 함께 별도의 ‘특별 수사팀’을 구성할 것 등에 대비해 서울지검 특수부 검사 등의 수사 경력을 파악하는 등 긴장을 풀지 못하는 모습. ○…검찰 수뇌부는 김총재 비자금 의혹설에 대한 언론 보도의 흐름을 예의주시하는 한편 정국 동향을 파악하는데도 주력. 한 고위 관계자는 “대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신한국당은 수사를 촉구하며 맹공하는 반면 국민회의는 폭로 문서의 출처와 작성경위를 규명하자는 쪽으로 반격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국정감사를 전후해 수사 돌입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분석. 이 관계자는 “광주에서는 신한국당의 폭로는 비열한 짓이고 검찰 수사에도 부정적인 반응이 많은데 비해 영남권에서는 특별한 반응없이 무관심한 것 같다”며 국민 여론에에도 각별하게 신경을 쓰고 있음을 시사. 그는 “검찰 선·후배들도 수사하기가 어렵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고 말하는 등 정치권이 매듭을 풀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역력.
  • 수입 축산물관리 일원화 시급

    ◎검역은 농림·시중유통은 복지부 이원화/말썽만 나면 “소관 아니다” 책임회피 일쑤 축산물 안전관리 업무가 보건복지부와 농림부로 이원화돼 안전성에 문제가 있더라도 부처이기주이 때문에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축산물 안전관리업무는 검역은 축산물위생법에 따라 농림부,검역을 끝내고 국내로 반입된 뒤에는 식품위생법에 따라 복지부가 맡고 있다.쇠고기를 예로 들면 수입될 당시 그대로 가공되지 않았다면 검역을 통과했더라도 복지부가 안전을 관리해야 한다.이를 원료로 한 식품의 제조·가공 역시 복지부 소관이다. 얼핏 보면 농림부와 복지부가 이중으로 관리하기 때문에 더 안전할 수도 있다.그러나 두 부처 가운데 하나라도 제 소관이 아니라는 이유로 팔짱을 끼면 심각한 행정 공백을 초래할 수 있다. 그 예가 이번에 문제가 된 네브래스카산 쇠고기다.복지부는 농림부 산하 국립동물검역소가 지난 26일 검역과정에서 병원성 대장균인 O­157을 발견했다고 발표할 때까지만 해도 별다른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검역은 전적으로 농림부 소관이라며 네브래스카산 쇠고기가 이미 국내에 유통됐을 가능성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러나 국민들 사이에 수퍼마켓과 정육점 등에서 유통되고 있는 수입쇠고기의 안전성에 대해 우려가 확산되면서 정부의 안이한 대처에 대해 비난 여론이 빗발치자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기 시작했다.28일에 쇠고기를 수거해 검사하겠다고 밝힌데 이어 29일에는 유통 중인 쇠고기 3백40여t을 검사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농림부 역시 검역 중이거나 검역을 기다리고 있는 수입 쇠고기를 제외하고 유통중인 쇠고기는 복지부가 알아서 할 일이라며 관망하는 듯한 태도를 취했다.두 부처가 힘을 모아 O­157에 감염된 쇠고기를 찾아내고 철저한 검역 대책을 수립하는 일에 나서기 보다는 남의 일인 양 적극적으로 나서기를 꺼렸다. 복지부와 농림부는 축산물 안전관리업무의 소관을 놓고 오래전부터 갈등을 빚어왔다.농림부는 지난해 4월 축산단체를 앞세워 햄 소시지 우유 등 축산물가공식품 제조·가공 및 유통 업무를 복지부에서 농림부로 이관하는 안건을 행정 쇄신위에 상정했다. 복지부는 이에 대해 보건복지위 소관사항을 농림해양수산위에서 다루는 것은 옳지 않다며 반발하고 있다.식품위생법에 규정된 사항을 축산물위생처리법에 삽입하면 입법질서에 혼란이 빚어질 수 있다는 것 등이 그 이유다.그러나 문제가 생기자 두 부처 모두 자기 일이 아니라고 발뺌하면서 국민들을 우롱하고 있는 것이 현 상황이다.
  • 당개혁안 제출했을때와 입장은 같다/이인제 지사 문답

    ◎대통령께 심중에 있는말 그대로 전해 이인제 경기지사는 27일 낮 청와대에서 김영삼 대통령과 오찬회동 직후 여의도 개인사무실로 왔다.사무실에는 김운환 이상현 김학원 원유철 의원과 송천영 박홍석 이철용 김창석 위원장 등 원내외 위원장을 비롯한 지지자 50여명과 보도진 30여명이 이지사의 ‘얼굴’을 보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이지사는 시종 굳은 표정으로 보도진들의 빗발치는 질문에 “달라진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밝혔다. ­김대통령과 무슨 얘기를 나누었나. ▲대통령과의 면담내용을 말하는건 예의가 아니다. ­청와대의 발표가 이지사의 거취라고 봐도 되나. ▲발표 내용 그대로다. ­대통령의 뜻과는 다른 것인가. ▲오늘 만남이 대통령이나 나의 뜻과는 관계없이 사전에 알려진 것은 잘못됐다. ­당 개혁안을 제출했을 때와 입장이 달라진게 있나. ▲하룻 사이에 달라진건 없다. ­회동 분위기는. ▲아주 좋았다.대통령은 옛날 얘기도 하셨고 많은 말씀을 했다.나도 많은 말을 그대로 드렸다. ­대통령을 아버지와 아들관계라고 했는데,권력은 아버지가 아들에게도 넘겨주지 않는게 아닌가. ▲그건 ‘용의 눈물’(TV드라마)이다.지금 권력은 국민의 가슴속에 있다. ­대통령이 독자출마를 만류했다는데 ,받아들이는가. ­(묵묵부답).달라진 것은 아무 것도 없다.청와대의 발표가 ‘정확하다 정확하지 않다’거나 ‘잘됐다 잘못됐다’를 말할수 없다.
  • 3대 11명 모두 사망 이동훈씨 일가

    ◎형님·누나 미서 귀국 기념여행서 참변/“KAL기와 기구한 운명” 유족들 망연 대한항공 801편 여객기 추락사고에서 최대의 희생자는 이동훈씨(38·로토에니메이션) 일가족.부모 이영상(65)·유숙자씨(61),이씨와 부인 박미진씨(34)씨,그리고 딸 아들 남매,여동생 혜리씨(36) 부부와 남매,미국에 사는 처형 박미경씨(43)의 딸 티파니 강양(8) 등 3대에 걸쳐 모두 11명이 세상을 떠났다.사고 여객기에 탔던 일행 가운데 단 한명의 생존자도 없다. 희생이 컸던 만큼 유족의 슬픔은 엄청날 수밖에 없다. 이씨의 동생인 이지훈(33)·민지인씨(33) 부부는 9일 처참한 사고현장을 먼발치에서 지켜보며 망연자실했다.그러면서도 혹시나 산 사람이 있을지 모른다는 일말의 기적에 기대를 걸었다. 이씨는 “어머니가 한달전에 미국에서 귀국한 형님·누나 가족과 괌으로 가 재미있게 놀다 오겠다며 좋아하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며 눈물을 훔쳤다. 미국에서 달려온 박미경씨도 딸의 이름을 부르며 오열했다.딸 티파니 강양은 방학을 맞아 여동생 미진씨 집에 들러괌 여행에 나섰다가 변을 당했다.
  • 살아 있다던 내딸은 어디에…/김태균 사회부 기자(현장)

    ◎생존명단 보고 달려온 부정 실종 말듣고 “망연” “살아있다던 우리 딸은 도대체 어디에 있단 말입니까” KAL기 사고로 딸이 실종된 전봉호씨(48·사업·마포구 공덕동)는 7일 가슴에 두번이나 못이 박히는 고통으로 몸서리쳐야 했다. 멀쩡하게 살아있을줄 알았던 딸 영(22·U대학 영문과 1년)양이 아직 실종자 명단에 올라있다는 사실을 이날 새벽 현지에 와서야 확인했기 때문이다. 전씨는 지난 5일 하오 5시쯤 괌에 사는 외삼촌 백남정씨(41)를 방문하기 위해 문밖을 나서던 맏딸 영이의 뒷모습이 마지막이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새벽 TV뉴스를 통해 사고소식을 듣고 참담한 심정으로 딸의 생사를 기다렸다.그러던중 아침이 되자 TV를 통해 나오는 생존자 명단에서 딸의 이름이 집주소와 함께 또렷이 적혀 있는 것을 확인했다. 7일 밤 전씨는 남다른 기쁨에 들떠 피해자 가족들을 싣고 괌으로 향하는 대한항공 특별기에 몸을 실었다. “얼마나 다쳤을까,많이 다치지는 않았겠지”“처음 딸을 보면 뭐라고 말을 해줄까,아빠를 보면 알아보기는 하겠지”“같이 간 다른 실종자 가족들에게는 뭐라고 위로의 말을 건네야 할까” 하지만 괌 퍼시픽 스타호텔에 마련된 사고대책본부에서 생존자 명단을 확인한 순간 그는 하늘이 무너지는 절망을 느껴야 했다. 아무리 눈을 씻고 찾아봐도 딸의 이름은 생존자 명단에 없었다.미친듯이 딸이 입원해 있다고 알려졌던 메모리얼병원으로 달려갔지만 출입조차 시켜주지 않았다.갖은 노력끝에 “그런 이름 없다”는 내용의 절망적인 병원측의 확인전화를 받을수 있었다.부정확한 생존자들의 이름이 영문표기와 뒤섞여 잘못 알려졌던 것이었다. “딸의 생존가능성에 대해 별다른 기대는 두지 않고 있습니다.하지만 불확실한 확인으로 딸을 두번 잃은것 같아 더욱 가슴이 미어지는 듯 합니다” 이날 상오 니미츠 힐의 사고 현장을 버스안에 앉아 먼발치서 지켜보던 그는 설움이 한꺼번에 북받친듯 딸의 이름을 목놓아 불렀다.
  • 루머는 기업의 황소개구리(위기의 기업/쓰러지는 왕국에서 배운다)

    ◎대기업도 단숨에 삼키는 ‘괴물’/한입 건널때마다 뻥튀기… 신용경제 ‘와르르’/대책마련 틈도 없이 어음회부… 좌초의 길로 한국 기업은 위기다.저성장시대로 들어가는 전환기적 상황을 극복하지 못해 재계 8위인 기아그룹을 포함해 내노라하는 대기업들이 줄줄이 좌초하거나 좌초위기를 맞고 있다.‘부도’의 삭풍은 복더위마저 얼어붙게 할만큼 거세다.서울신문은 잇단 기업 부도의 원인과 내막을 재조명해 전환기에 선 한국기업들에 새로운 경영좌표를 제공하는 기획시리즈를 12회에 걸쳐 게재한다.〈편집자〉 부도는 루머에서 시작되고 있다.‘괴소문’의 영어식표기인 루머는 기업 생태계의 ‘황소개구리’에 다름아니다.루머는 태동과 함께 확대재생산의 과정을 거치면서 대기업마저 한순간에 삼키는 괴물로 자라고 있다. 약간의 약점이라도 있으면 루머의 위력은 더욱 강해진다.루머는 신용경제의 질서와 규범을 송두리째 무너뜨리면서 기업이 대응을 위한 신발끈을 고치기도 전에 종합금융사로 하여금 무더기 어음회부로 기업의 목줄을 죄도록 만들고있다. 루머가 어떻게 확대재생산 되는가를 보여주는 최근의 좋은 사례가 쌍용그룹이다.지난 22일 증권시장에 나돈 쌍용그룹 부도유예협약 적용설은 단숨에 주가를 하한가로 끌어내리고 쌍용은 창사이래 최대의 홍역을 치러야했다.이루머는 일부 언론에 실명으로 게재됨으로서 쌍용을 더욱 아연케 만들었다. 전말은 이렇다.재계 서열 6위에 25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쌍용그룹이 부도유예협약에 들어간다는 소문이 전날인 21일 하오부터 돌기 시작했다.이날 쌍용의 한계열사가 어음을 하오 늦게 까지 결제하지 못하고 연장하는 사건이 있었다.재계에서는 항용 있는 이작은 사건이,그러나 증시의 루머 확대재생산 과정을 거치면서 거대그룹 쌍용을 뿌리채 흔들었다. 다음날 증시가 개장하자마자 채권은행단에서 중대발표를 한다는 소문이 나돌기 시작했다.쌍용그룹 계열사 주식이 가이 모조리 하한가로 돌아섰다.쌍용이 급한김에 부도유예협약을 신청한 사실이 없다고 공시했지만 아무도 귀기울여 주지 않았다. 이어 주거래 은행인 조흥은행의 이름과 함께 하오 2시쯤중대발표설이 돌다 막상 2시가 임박해서는 채권은행단 회의가 5시로 연기됐다고 바뀌었다.일부 계열사를 어느 그룹에 매각한다는 등 쌍용그룹의 자구 내용도 그럴듯하게 포장돼 나왔다.소문은 스스로 눈덩이처럼 위력과 내용을 불려나갔다. 쌍용이 거대그룹답게 위기를 극복한 반면 우성그룹은 루머로 입은 내상을 치유하지 못하고 좌초하고 만 경우다.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우성그룹을 루머피해의 대표사례로 꼽는다. 부도가 나기 전까지 우성은 우성아파트의 인기에 걸맞게 탄탄한 건설업체였다.부도직전 1백57억원의 순익을 기록할 정도로 승승장구하고 있었다.우성이 법정관리에 들어간다는 1차 루머가 돌기 시작한 것은 참으로 우연한 계기였다. 지난 95년 3월 중순.최고경영자인 최승진 부회장은 주주총회를 끝내고 외국인학교 설립차 중국 북경을 방문하고 있었다.이 사실이 느닫없이 ‘중국 도피설’로 유포되기 시작했다.우성측은 “사업차 갔는데 웬 헛소문이냐”며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그러나 언론사 등으로부터 확인전화가 빗발치자 사정이 급박함을 직감했다.그룹차원에서 부랴부랴 최부회장의 동정자료를 언론사에 뿌리고 증시에 ‘루머대책반’을 파견해 가까스로 소문을 잠재우는데 성공한다. 그러나 소동이 진정된 것도 잠시뿐.6월말 삼풍백화점 붕괴로 다시 시련이 닥쳤다.삼풍 붕괴사고의 결정적인 원인이 무리한 내부 구조변경에 있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총체적 부실로 가닥을 잡아가면서 시공사에도 사회윤리적 책임이 돌아왔다.부도설에 가속도가 붙고 직원들의 사기도 떨어졌다.그해 10월로 접어들면서 부도설이 다시 본격화 됐다. 우성그룹이 부동산매각 등 자구노력에 들어간 것이 이때다.경영진은 자구노력으로 충분히 일어설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었다.제일은행과 협의해 자구계획을 짜고 이를 집행하기 위한 노력이 진행됐으나 때마침 터진 노태우 전대통령 비자금 사건이 이를 방해했다.루머로 속병이 든 우성은 평소같으면 극복했을 작은 ‘위기’를 끝내 극복하지 못하고 좌초하고 말았다.
  • 시인 구상(이세기의 인물탐구:138)

    ◎뿌리깊은 ‘시심’… 역사의식 음미/세속의 고달픔·분노·저항 시로 표현/50여년간 저서 30여권… ‘문단의 어른’ 시인에게 명징한 시정신을 요구하는 것은 세속에 시달린 고달픔과 분노와 저항이 순화되기를 기대하기 때문이다.우리 문단에서 사물의 현상을 감각적으로 포착하기 전에 맑게 열려있는 내부의 시선으로 시를 써온 구도자적 시인이 있다면 그가 바로 구상시인일 것이다. 그는 ‘사물에 대한 독자적 진실을 증거하기 위해’ 문학을 한다는 것이며 ‘만물은 감각이 아닌,존재론적 차원에서 음미하는것’이라고 말한다.그의 시는 존재론적 형이상학적 인식과 역사의식에서 출발하여 문단에 처음 나온 50여년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뿌리깊은 시심이 시들줄을 모른다. ○신부 되려 일 신학교 입학 한 시인이 펴낸 30여권의 저서는 문학에 대한 왕성한 열정과 강인한 정신력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어떤 시인 작가보다도 그는 수많은 태풍과 좌초와 시련을 겪었고 그로인해 구상문학의 심도는 그의 신앙과 관련된 어떤 헌사나 찬사도 한사코 거부한다. 본래 서울 종로 이화동에서 태어났으나 독일계 가톨릭 베네딕트수도원의 교육사업을 위촉받은 부친 구종진씨를 따라 4살 되던 해 원산시 근교인 덕원에 정착,그의 자전적 시집인 ‘모과나무 옹두리에도 사연이’에 그의 전 생애가 그림처럼 그려져있다.그는 부친이 쉰넷,어머니가 48세의 나이의 만득으로 노부모는 ‘심산의 동삼’처럼 애지중지하였고 장성할 때까지 의식주의 그리움을 모른채 그는 학문의 숭상과 인간의 구경이 현세에 있지않다는 참된 종교의 훈육을 받을수 있었다.그리고 부친이 돌아가실 무렵에 남긴 “너는 사물에 너무 기승을 하지 말아라.박빙인생인줄 알고 자신이나 자부를 너무 갖지 말라”는 것이 한평생의 좌우명이자 삶의 지침이 되었다. 소년시절부터 ‘미동’이란 소리를 들을 만큼 이목구비가 반듯했던 그는 ‘겉으론 신수가 훤하고 키도 작은 편이 아니어서’ 호주머니가 텅텅 비어있어도 친구들은 ‘기천금쯤이야 문제없겠다’고 했고 막걸리집에서 나와도 요정에서 취한줄 알았다.더구나 그의 집안 내력과 부모를 아는 사람들은 그의 역정이나 내정도 순풍에 돛단듯 귀공자나 행운아인줄 알고 있었다.그래서 그의 부드러운 외양만으로는 ‘옥고를 치렀다든가 북한에서 감옥탈출을 했다든가 폐결핵환자로 두번씩이나 폐수술을 했다’는 것을 아무도 짐작하지 못한다.말씨 역시 굼뜨고 어눌한 편으로 라디오나 텔레비전 좌담회에 나오면 말의 짝을 맞추는 철어방식이 제멋대로지만 긴장되고 조리가 서야 하는 교단에서는 능변에다 달변이요,문화행사의 연사나 사회자로 자주 초청될 정도다. 도쿄유학이란 것도 부모의 양해아래 대학진학을 목표로 정상적인 도항 수속을 밟은 것과는 달리 가톨릭 신부가 되기 위해 성베네딕트수도원 신학교에 들어갔다가 3년만에 환속을 했고 문학을 한답시고 ‘고향의 불령선인’들과 어울려 다니다가 걸핏하면 유치장 신세,‘스물 안짝에 교회에선 이단자,가문에선 불효자,마을에선 주의자 취급’을 당하다가 사회의 악의에 찬 눈길에서 벗어나고자 도쿄밀항을 시도하게 된것이다. 그간의 문학적 항해도 유유자적과는 전혀 거리가 멀다.널리 알려지다시피 그는 원산문학가동맹의 주동멤버였고 거기서 발간한 해방 1주년 기념시집인 ‘응향’에다 북한을 ‘까마귀와 불길한 아침,수상한 그림자가 배회하는 암흑지대’에 비유하여 ‘퇴폐적 악마적 반역사적 반민족적’등의 빗발치는 비난에 쫓겨 47년에 탈출하게 되었다. ○원산문학가동맹 주동멤버 6·25의 와중에서도 인간역사속의 오늘을 연작형태로 쓴 ‘초토의 시’로써 전쟁속에서도 섭리와 자유,선과 악,이념과 민족 등의 실존의식을 구상적으로 표출하였고 5·16이후 스스로의 행동적 현실참여에 허탈감을 느끼자 대학강단으로 전신하기에 이른다.이때 시작업의 휴면상태를 메우기 위해 연작 장시의 효시로 알려진 ‘밭일기’ 100편의 에스키스를 시작,‘나같은 사람은 어떤 일에 감동하는 촉발생심이나 그때그때 시류에 맞춘 시로서는 사물의 실재를 파악하지 못하기 때문에’ 시작에서 존재의 무한한 다면성을 조명하기 위해서는 ‘한 제재로써 응시를 거듭함으로써 관입실재하려는 의도’를 밝힌 바 있다. 만년의 그는 문단의 어른으로서 지휘하고 통솔하는 위치지만 단한번도 공직을 맡지 않았고 자신의 범주를 더이상 과장하지 않는다.먼저 간 오상순선생을 기리는 공초문학상을 위한 기금마련을 했고 그를 원하는 곳에 가서 상도 주고 축사도 서슴지 않아 사회적인 대소사에서 그를 만나기란 어렵지 않은 일이다.그러나 막상 자신을 위한 자리는 극단적으로 마다하는 결벽과 괴팍스러움이 있다는 것은 주의깊게 살펴보지 않으면 짐작하기 어렵다. 지금도 그의 친지나 가까운 이들은 ‘진작 죽을 사람이 부인덕에 살게됐다’고 말한다.고향에서 중매로 결혼한 부인 서영옥씨는 수년전까지 영등포에서 순심병원을 경영하던 여의사로 그의 고질병인 폐결핵 치료의 주치의이기도 하다.자녀는 아들과 수필집 ‘딸 자명에게 보내는 글발’의 주인공이 있다.부인과 사별후 지금도 여전히 여의도 시범아파트,문을 열면 그와 절친했던 이중섭의 그림이 한눈에 들어오는 분위기에서 20년 이상을 하루같이 아침이나 낙일에 강변을 반원을 그리며 산책하고 그 바쁜 틈틈이에도 순백의 동심에 젖기 위해 어린이 놀이터에서 소일하기도 한다.선친의 유언대로 크게 두드러지지 않고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며 그 명성과 자신이 갖춘것에 비해 겸허하고 양보한다. 그런 그는 어딘지 모든 것이 무난하므로 탈을 부리지 않으려는 무사안일로 오해될 수도 있다.그러나 그의 파란이 중첩된 생애를 꼼꼼히 살펴보면 시인의 가슴에 담긴 슬픔의 무게야말로 생활철학과 종교와 깊은 시심에서 우러나온 평균적 수치임을 알게 된다.사물의 현상을 감각적으로 포착하기 전에 심안을 통해 사리의 세계를 구축한 그의 구상문학도 끝없는 시심과 모나지않은 인품의 결과이며 이제 우리는 세속의 고달픔과 분노를 씻는 이 구도자적 노시인에게 진정어린 경의를 보내는 것만이 예의다. □연보 ▲1919년 서울 출생·원산 성장 ▲1941년 일본대 종교과 졸업 ▲1942­45년 북선 매일신문 기자 ▲1946년 시집 ‘응향’필화사건으로 월남 ▲1948­57년 연합신문 문화부장,승리일보주간,영남일보 주필 ▲1957­61년 서울대 서강대 출강 ▲1970­74년 하와이대 교환교수 ▲1976­현재 중앙대 예술대 대우교수 ▲1979­현재 대한민국예술원 회원 ▲1986·93년 아시아시인회의 서울대 회장,국제펜클럽 한국본부 고문 ▷저서◁ 시집 ‘구상’(51년) ‘초토의 시’(56년) ‘까마귀’(81년) ‘개똥밭’(87년) 자전시집 ‘모과 옹두리에도 사연이’(84년) 사회평론집 ‘민주고발’(53년) 수상집 ‘침언부언’(60년) ‘실천적 확신을 위하여’(82년) ‘나자렛 예수’(79년) 시론집‘현대시 창작입문’(88년) 영역시집‘타버린 땅’(89년 런던) ‘밭과 강’(91년 런던) 등 30여권. ▷수상◁ 금성화랑무공훈장(55년) 서울시문화상(57년) 국민훈장동백장(70년) 대한민국문학상 본상(80년) 대한민국예술원상(93년)
  • 경선 ‘대의원 혁명’ 이뤄질까/위원장 장악력 싸고 양론 팽팽

    ◎‘반란표’ 경계속 위원장 단속 활발/“부동층 상당수… 파란일 것” 주장도 “35명의 대의원도 장악 못하면 어떻게 위원장을 합니까.99%는 위원장을 따르도록 할거에요”(강원도의 한 초선의원),“요즘 빗발치는 대의원 여론조사에는 위원장이 지지하는 후보로 대답해주지만 전당대회에선 마음에 둔 다른 후보를 찍을 겁니다”(부산지역 40대 대의원). ○위원장 대의원 장악력 70% 신한국당 경선을 앞두고 대의원을 장악하려는 지구당위원장과 자율투표를 하려는 대의원의 기 다툼이 팽팽하다.이른바 ‘대의원 혁명’이 가능한 지는 합동연설회가 중반을 지나면서도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현재 위원장의 대의원 장악력은 40∼90%정도로,평균 70%로 보는 것이 정설이다.70%로 볼때 1차투표 과반수 득표를 하려면 150명의 위원장은 확보해야 하나 어느 후보도 이에 못미치고 있다. ○후보들 대의원 반란 경계 이회창 후보측은 30%대의 대의원 지지율을 합동연설회 중반부터 우세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40%로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대의원의 ‘반란’을 경계하면서이후보를 지지하는 위원장들의 ‘표 단속’도 어느 진영보다 활발하다.이후보를 지지하는 한 원내위원장은 “전당대회전까지 대의원들과의 ‘세미나’를 3∼4차례 열어 대의원들을 설득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도시중심 부동층 늘어 그러나 이인제 김덕룡 후보 등 다른 진영의 전략과 분석은 다르다.부동층이 늘어나는 서울 부산 인천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위원장 장악력이 갈수록 떨어진다는 주장이다.합동연설회를 통해 후보를 직접 평가할 수 있게 된데다,각종 여론조사의 추이를 지켜보면서 대의원들의 갈등도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부산의 한 위원장은 “특정후보에 줄을 섰더라도 투표에는 방관하겠다는 위원장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안다”면서 “비밀투표인 경선에서 위원장의 일사불란한 대의원 장악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고 말했다. ○영호남·충청 몰표 가능성 이런 양론에도 불구하고 대의원 혁명은 지역성이 미미한 서울 등 대도시에서 일어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쳐지고 있으며 지역적 몰표 가능성이 있는 영남 호남 충청권에서도 잠재력을갖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따라서 전 대의원의 20%정도로 파악되는 부동층과 ‘대의원 혁명’가능성을 변수로 고려하면 경선결과의 파란은 이뤄질수 없는 꿈만은 아닌듯 싶다.
  • 휴식기 들어선 정발협(여 경선변수 총점검:4)

    ◎특정후보 밀기 물밑작업 계속될듯/공정경선 명분에 공개활동 자제/민주계중심 정권재창출은 불변 3일 상오 신한국당 최대계파인 정치발전협의회의 서울 여의도 사무실은 철 지난 바닷가처럼 썰렁했다.2일 특정후보 지지철회를 발표하기 전만 해도 정발협 지도부와 실무팀,취재진으로 많게는 100명 가량은 북적거리던 분위기와는 딴판이었다.정발협 공동의장인 서석재 의원 등 핵심간부의 사무실에는 “정발협이 정말 활동을 중단하는거냐”는 문의전화가 하루종일 빗발치기도 했다. “정발협은 좌초했는가”는 물음에 대부분의 정발협 지도부는 고개를 저었다.서석재의장은 이날 “후보를 선정않는다 뿐이지 정권재창출에 주도적 역할을 한다는 출범취지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정발협 핵심부를 중심으로 특정후보를 지지하려는 움직임은 중단되지 않는다는 의미다.민주계의 한 인사는 “정발협이 왜 출범했는지를 짚어보라”고 말했다.그는 “문민정부가 들어서자 5·6공에서 그 위세당당하던 민정계가 숨을 죽이며 지냈다.대선에서 민주계가 정권을 재창출하지 않으면 처지가 바뀌게 되는 위기감에서 정발협은 출발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깃발을 내린 정발협이 당장 특정후보에 힘을 몰아주려는 시도는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정발협의 한 관계자는 “일단 휴식에 들어가지만 그 휴식은 길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정발협은 당 총재인 김영삼 대통령이 엄정중립을 선언했고,이만섭 대표서리 지명,정발협의 후보선정방침 철회지시 등으로 공정경선의 여건을 조성해놓은 만큼 공개적이고 조직적인 움직임은 자제하겠다는 방침이다.따라서 소그룹 모임 등을 통해 이견을 조정하고 의견을 한데 모아가는 물밑작업이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상오 63빌딩에서 비공개 간부회의를 열어 상임집행위나 확대간부회의를 지속키로 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4일 독일로 떠나는 송천영 전 의원 등 온산(최형우 고문 아호)계 6명의 최고문 면담결과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민주계가 누구를 염두에 두고 있고,행동통일이 가능한지는 의문으로 남는다.민주계의 주니어그룹은 물론 시니어그룹조차 이수성이인제 후보의 2분할구도에 일부 이회창 후보 지지자가 뒤섞여 있기 때문이다.온산계의 한 중진의원은 “누구 1명을 밀기로 하고 그 뜻이 이심전심으로 전달되면 행동통일은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이 중진은 “지구당위원장과 대의원,국민들의 생각사이에 괴리가 있다”면서 “우리는 결국 순리대로,민심이 바라는 후보를 선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인도 함피:하(세계 문화유산 순례:35)

    ◎자연과 어우러진 거대한 「조각도시」 함피의 비자야나가르 유적군은 독특한 대자연과 인공이 어우러진 한 무더기의 거대한 예술품이었다.눈에 보이는 것은 벌거벗은 바위산 골짜기와 훼손된 사원 뿐이다.그러나 그것이 이뤄내는 조화는 함피를 차라리 섬세하게 계획된 「조각도시」로 여겨도 좋을 만큼 절묘했다. 함피 유적지는 워낙 넓은 지역에 걸쳐 있어 대충 둘러 보는데도 적잖은 품이 든다.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인도산 택시 「앰배서더」를 한대 빌렸다.1950년대 영국의 「모리슨 옥스퍼드」를 모방해 만든 이 차는 비록 구식이었지만 오토 릭샤보다는 한결 널찍하고 빨랐다. 비탈라 사원으로 먼저 차를 돌렸다.16세기 비자야나가르 왕조가 남긴 최고 걸작품으로 꼽히는 유적이다.유장하게 흐르는 퉁가바드라강을 따라 남쪽으로 한참을 달렸다.멀리 희미한 물상이 망막에 잡혔다.대지의 복사열 때문일까.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비탈라 사원의 모습은 마치 사막의 신기루처럼 가물가물했다. ○곳곳에 훼손된 사원/벌거벗은 바위산과 절묘한 조화 마침내 비탈라 사원.장엄한 건축미에 압도된 채 사원안으로 들어섰다.사원 정면의 한 건물 주위에 사람들이 모여 웅성거리고 있었다.무얼까.사원 관리인에게 물으니 함피의 명소 「뮤직 템플」의 돌기둥에서 나는 소리를 듣기 위해 모여든 것이라고 했다.관리인은 제 나라의 문화를 자랑이라도 하려는듯 안내를 자청했다.『자,여기를 두드려 볼테니 무슨 소리가 나는지 한번 귀 기울여 보세요』 그는 돌기둥 하나를 손가락으로 가볍게 두드렸다.순간 더할나위 없이 청아한 음악소리가 기둥에서 흘러 나왔다.『사,레,가,마,파,다,니,사』(인도의 도,레,미,파,솔,라,시,도)….제국시절 이곳에서 궁중연회가 열리면 악사들은 아무런 악기도 없이 이 기둥을 두드려 음악을 연주하고,무대에서는 무희들이 음악에 맞춰 춤을 추었다고 한다.「뮤직 템플」은 단지 청각만을 자극하지 않는다.그 기둥에 새겨진 조각상의 정교함과 시각적인 아름다움은 비자야나가르 건축예술의 전범을 보여준다. 높이가 3.6m에 이르는 56개의 돌기둥 마다에 새겨진 사람과 동물의 모습은 살아 숨쉬는듯생동감이 넘쳤다.돌기둥에 삐죽 나온 선반격의 받침돌 초엽은 제비처럼 날렵했다.게다가 이 사원 기둥은 하나의 커다란 돌을 깎아 만든 것이어서 신묘함을 더했다. ○비탈라사원 56개 돌기둥은 손가락으로 때려도 청아한 소리 비탈라 사원의 또 다른 주목거리는 앞마당에 있는 돌수레다.이것은 원래 남인도에서 제단에 모셔진 신상이 바깥 나들이를 할때 사용하던 나무수레를 본따 만든 것이다.화강암으로 된 이 돌수레는 비시누신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비시누신은 피부색이 검고 노란색의 옷을 입었다고 한다.그리고 네 손에는 각각 곤봉과 소라고둥·원반·연꽃을 들고,「가루다」라는 커다란 독수리를 타고 다니는 것으로 묘사되는 신이다.비탈라 사원의 돌수레는 그 「가루다」의 이미지를 고스란히 안고 있었다.한때는 실제로 굴러 갔다는 이 돌수레는 지금은 멈춰서서 움직이지 않는다. 함피의 유적을 답사하는 것은 곧 성지를 순례하는 것과 같았다.끝없이 이어지는 힌두사원과 종교적 우상들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생각이 불현듯 일었다.신에 멀미가 나서 아뜩한 정신을 추스리며 꽤 먼 길을 갔다.폐허가 된 옛 왕궁터를 끼고 남동쪽으로 돌자 지금까지 보던 것과는 색다른 양식의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지도를 펼쳐 보았다.이곳이 바로 「로터스 마할(연꽃 궁전)」이었다.「제나나」라고 불리는 작은 성벽 안에 있는 이 2층 건물은 왕이나 군사령관이 묵었던 숙소다.종교적 색채가 그다지 느껴지지 않아 우선 신선했다. 「로터스 마할」은 함피에서 가장 잘 보존되어 있는 유적 가운데 하나다.이 궁전을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건축학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로터스 마할」은 인도­사라세닉 양식의 대표적인 건축물로 매우 복합적인 형태를 띠고 있다.궁전을 떠받치고 있는 24개의 사각 기둥들은 화려한 잎사귀 모양의 아치로 연결돼 있어 더없이 위풍당당했다.또 인접한 두 아치 사이의 삼각공간인 스팬드럴(spandrel)에는 원형 돋을새김 흔적이 역력해 환상적인 여운이 감돌았다. 「로터스 마할」에서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곳이 8각형 구조의 천장이다.천장은 둥근 지붕과 평지붕이 엇섞여 이뤄졌다.그 한 가운데에는 고딕 양식의 대사원에서나 볼 수 있는 고창층이 있어 시선을 끌었다.이곳은 치장벽토로 장식한 아치와 띠조각,굵은 동살,까치발,커다란 닫집인 벽감 등이 정교하게 어우러져 있어 비자야나가르 제국의 뛰어난 건축술이 그대로 엿보였다.기둥과 아치는 회교양식을,바닥·천장·배내기·치장벽토 장식 등은 힌두양식을 따랐다.그토록 상극이던 힌두교와 회교가 비록 건축물에서나마 행복한 결합을 하다니….아이러니와 허무로 가득찬 역사를 「로터스 마할」에서 읽었다. 인도­사라센 양식의 진수를 보았다는 뿌듯한 감흥을 안고 「로터스 마할」을 나왔다.먼 발치에서 다시 돌아보았다.건물 동쪽 모퉁이에 결딴난 채 방치돼 있는 돌기둥같은 물체가 눈에 띄었다.여인상 기둥인 카리아티드(caryatid)의 잔해임에 틀림없었다.그곳에는 뒷발로 일어선 「얄리」의 자취도 남아 있었다.「얄리」는 인도의 건축물에 흔히 등장하는 사자 비슷한 가상의 동물이다.비탈라 사원 돌기둥에서도 「얄리」를 만났다. ○왕이 머물던 「로터스 마할」굴은 인도­사라센 건축양식의 진수 함피에 또다시 아쉬운 어둠이 내리기 시작했다.일모도궁이라 했던가.마음을 함피 유적에 묶어두고 차에 올랐다.차창밖으로 보이는 진귀한 풍경이 이국정서를 자극했다.네루가 생전에 즐겨 썼다는 네루모에 허리를 감싸는 치렁치렁한 천 룽기를 걸쳐 입은 남자,바느질 없는 원색의 옷감 사리를 휘휘감고 짓붉은 이마점 빈디를 찍은 여인의 모습이 이채로웠다.또 십자 장대목위에 사탕수숫단을 싣고 가는 소며 더위에 지쳐 혀를 한뼘이나 빼어 물은 개,거무튀튀한 맨발에 발가락지까지 낀 낙타몰이꾼….함피는 언제 보아도 넉넉하고 평화롭고 정겨운 「생명의 도시」였다.
  • 압록강서 마주본 「눈물의 상봉」/이석우 북경 특파원(오늘의 눈)

    신의주와 단동을 가르며 흐르는 압록강.강위에서 보트를 탄채 조선족 한태수(56·심양거주)씨는 신의주쪽 뭍을 5∼6m 사이에 두고 뚝방위에 서 있는 여동생의 남편 정모씨(52·평안도 개천시)와의 8년만의 짧은 만남을 나눴다.둘은 아무말도 하지 못했고 손짓과 얼굴표정으로 의사를 전달하며 압록강의 흐르는 물위에 눈물을 떨구었다.10분간의 말없는 만남이었다.담배두갑에 만남을 묵인해준 북한 경비병은 총을 멘채 만남을 주선한 중국인 무역업자 왕모씨와 함께 뒤에서 말없이 지켜볼 뿐이었다.한씨가 친구 왕모씨로부터 매제 정씨의 편지를 받은 것은 올 3월.누런종이에 씌인 깨알같은 글씨는 숨가쁘게 구원을 요청했다. 『지난해와 대비가 안되는 생사의 갈림길에서 하루하루 지탱하고 있습니다.배가 고파 정신이 희미해지고 이것이 인생의 마지막인가 생각되기 그 몇번인지…』 몇개월 노력끝에 한씨는 얼마전 친구 왕씨를 통해 매제에게 3백달러를 전달했고,이날 압록강가에서 먼발치에서나마 그를 볼 수 있었다. 한씨 경우처럼 북한의 상황이 악화되자 이런저런 경로로 중국의 친지를 찾는 북의 동포들의 구원신호가 늘고 있다. 『아,이 편지가 마지막 편지가 되지 않도록 해주렴』이라고 중국의 사촌에게 애원하는 의주의 한 중학교장 선생님의 편지.『진짜 생사를 가름하는 시간이 오고 있다』며 호소하는 철도공무원…. 단동세관을 통해 북으로 들어가는 강냉이와 밀가루 행렬이 줄을 잇고 있다.남측동포들이 대한적십자사에게 모아준 식량도 지난12일부터 이 행렬에 동참하고 있다.그러나 단동서 보이는 북한상황은 절망적이다.국민들은 쓰러져가고 있는데 『붉은기 사상으로 전진하자』,『우리는 우리식대로 산다』며 「위대한 지도자동지」는 기득권수호에 안깐힘을 쓰고 있다.상황이 더한 파국으로 치달아도 변화는 있을수 없다는 절망감과 분노가 치민다. 밤늦도록 네온싸인이 밝은 단동의 압록강변에서 바라보는 신의주의 밤은 불빛없는 암흑이다.우리는 언제 이 암흑도시를 밝게 할 수 있을까.우리는 무거운 짐을 지고 있다.
  • 기업전산화 붐/인트라넷시장 달아 오른다

    ◎인터넷 동시이용 큰 장점/전자우편·상거래도 가능/올해말부터 활성화 전망/내년 시장규모 5백억원/관리비 그룹웨어의 20%/대기업SI업체 속속 진출 「미래의 황금어장」 인트라넷 솔루션 시장을 둘러싸고 개발업체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이 분야에 새롭게 진출하고 있는 업체들이 늘고 기존 제품의 기능향상(버전업)및 판촉경쟁이 눈에 띄게 활발해졌다.기업 전산화는 이미 거역할 수 없는 대세가 됐다.기업및 공공기관 등에선 최적의 시스템을 찾아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인트라넷 개발업체의 잇단 출현과 제품개발 경쟁은 인트라넷이 이러한 고민의 가장 유력한 해결책이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인트라넷은 웹(WWW)을 기반으로 적게는 수십명에서 많게는 수만명 단위의 조직원간 정보교류로 업무 효율을 높이는 조직내 전산시스템의 한 모델이다.전자우편,게시판,전자결재,개인정보관리 등의 기능을 수행하는 통합 솔루션이다. 국내에 인트라넷 솔루션 제품이 선을 보인 것은 지난해 하반기.웹 인터내셔널,아이소프트 등 인트라넷 전문업체들이 「인트라 오피스」,「앳 오피스」라는 패키지 형태의 솔루션을 출시하고 그룹계열사인 시스템통합(SI)업체 쌍용정보통신도 일찌감치 「사이버 오피스」를 내놓았다.그룹웨어로 명성을 얻고 있는 나눔기술도 비슷한 시기에 「스마트플로우」로 신고식을 마쳤다. 그밖에도 업체수가 꾸준히 늘어 지금은 20개 정도.최근엔 국내 그룹웨어의 대명사 핸디소프트가 「핸디◎인트라넷+」로 내놓았고 포스데이터,대우정보시스템,삼성SDS 등 대기업 SI업체들도 제품을 내놓았거나 준비에 한창이다. 인트라넷이 새로운 조직내 전산시스템으로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보다 인터넷을 동시에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기업간 전자문서교환,전자상거래 등 비지니스의 핵심기능까지 역할을 넓힐 인터넷과 동일한 기반기술을 이용하고 있는 것은 기업에 큰 매력이 아닐수 없다.또 비슷한 기능을 해온 기존 그룹웨어보다 설치 및 유지보수비를 5분의 1로 낮출수 있는 점도 「인트라넷 대세론」의 근거가 된다. 인트라넷에 대한 관심고조는 개발업체로의 빗발치는 문의전화에서도 읽힌다.채택률은 아직 미흡하지만 업계에선 시장활성화의 전조로 받아들인다.일부에선 올해말부터 붐이 일 것이라는 분석과 함께 내년 시장규모를 3백억∼5백억원으로 예상하기도 한다.개발업체들은 보안프로그램(파이어 월)문제와 실행속도에 대한 고객업체들의 우려를 씻어주는게 인트라넷 활성화의 열쇠이고 경쟁력의 핵심이라고 말한다.
  • 북,남에 금괴 대량판매/김일성,생일잔치 충당

    식량부족으로 최악의 기아에 직면하고 있는 북한이 지난 4월 성대하게 치러진 고 김일성 주석 85회 생일잔치의 행사비용 마련을 위해 상당량의 금괴를 한국측에 팔았다고 워싱턴 타임스가 29일 보도했다. 타임스는 서울의 무역업자들의 말을 인용,『북한이 지난 4월 「위대한 지도자」의 생일 행사 비용마련을 위해 달러가 필요하다며 금괴를 구입하라는 전화가 빗발치게 왔었다』고 전하고 최근 북한이 한국측에 판 금괴 대금은 지난 4월 1천980만달러로 최고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 현대무용가 박일규(이세기의 인물탐구:131)

    ◎현란한 율동언어로 대중곁에/춤의 난해성 배제… 음악과의 일체화 추구/검무와 탈출 접목한 새 「무무시리즈」 준비 주어진 모든 틀을 부정하고 신선하게 춤출뿐만 아니라 그는 안무감각,음악적 감각을 겸비한 행정가이자 춤의 결재자이다.일찍이 「무용의 형이상학적 난해성을 배제하여 음악과 춤,춤의 연극성을 추구한」 박일규의 춤을 보고 시인 김영태는 「그는 적어도 언제나 10년 이상 앞장서 있었다」고 말해왔다.그의 춤의 탐험은 무의 상태에서 유의 기능을 순식간에 연결하고 때로는 아다지오,때로는 빗발치는 알레그로로 눈부시게 춤을 구사해 나간다.마치 빛을 보는 것과도 같이 그를 통해 분해된 음악이 광선처럼 춤으로 흘러나오는 것을 알수 있다.그만큼 음악의 연구에 천착해 있었고 무용과 연극을 위한 작곡자로서도 남다른 재능을 보이고 있다. 그가 음악에 손대게 된것은 춤의 언어가 관객에게 쉽고 재빠르게 전달돼야 한다는 신념에서다.음악 따로 춤 따로가 아닌,음악과 춤의 일체감을 시도한다는 자세로 87년에 발표한 「서울에 핀 여든 여덟개의 장미」는 가수 조용필이 노래한 「창밖의 여자」를 스스로 편곡한 것이다. ○27세에 발레스쿨 입학 179㎝의 헌칠한 키에 잘생긴 용모,본래는 극단 자유에 소속된 연극배우였으나 뛰어난 연기력과 순발력이 국립발레단장이던 임성남씨의 눈에 띄어 「호두까기 인형」에 출연하면서 자연스럽게 발레에 스며들었다.그는 무엇보다 자신이 갖고있는 모든 에너지를 온몸의 동작으로 쏟아부을수 있는 새로운 예술에 매력을 느꼈다.억누를 수 없이 치솟는 영감은 어느때는 스프링처럼 튀어오르고 어느때는 알바트로스처럼 넓고 힘차게 날아오를수 있었기 때문이다. 인간의 육체로 만들어내는 순수한 도취의 순간을 영원히 쟁취하기 위해 그는 당장 미국으로 갔고 뒤늦은 나이인 27세에 저명한 조프리 발레스쿨에 입학했다.그러나 발레테크닉을 체험하는 동안 지나치게 인공적인 발레보다는 가장 조야한 현실에서 숭고한 추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율동언어로 춤출수 있는 현대무용에 한층 애정을 갖게 되었다.이 새로운 춤형식은 일상적인 것을 초월할 수도 있었고 의외성의 경이로움으로 역작용의 효과를 거둘 수도 있었다.「나도 나만의 정의를 가지고 춤을 만들수 있다」는 희망에 들뜬채 초기에는 문학적인 수단으로 창조과정을 밟아 나갔고 다음은 음악을 분석하면서 거기에 맞는 춤의 형태를 선택해 나갔다. 뉴욕에서는 홍콩출신의 현대무용가 챙칭(Chiang ching)의 많은 영향을 받은 셈이었다.챙칭무용단에 소속되어 영화 「마지막 황제」의 주인공이었던 존론과 「스프링 브라섬」「타히티안」 등을 춤추기도 하고 공연이 끝날 때마다 춤의 감시자들로부터 예상을 뒤엎는 환호와 박수갈채를 받았다.주로 세컨드 애비뉴 댄스컴패니에서 활동을 벌이면서 도약과 비상의 화려한 극점에 올랐으나 그무렵 시련의 한고비를 맞아 주춤거리지 않을수 없게 되었다. 5년만인 85년에 귀국하여 그는 국내활동을 벌이면서도 국제적 페스티벌과 행사에 지속적으로 참여하고 있었다.지난 88년에는 록펠러재단의 기금을 받아 인도네시아의 사르도노와 함께 「하나둘셋넷」이란 작품으로 아메리칸 댄스페스티벌에 참가,그러나 예술가라면 누구나 기대해 마지않던 뉴욕타임스의 잭 앤더슨의 평은 그의 춤인생을 180도로 전환시키고야 말았다.그의 평은 서두에서는 「움직임과 음악성은 생동감에 빛난다」고 쓰고 있었다.그러나 말미에서는 「코리안으로서의 아이덴티티가 없어 보인다」고 꼬집었다.예술가에게 아이덴티티가 없다는 것은 자신의 목소리와 개성이 없다는 것과 다름없었다.그는 치명적인 상처를 입고 「내가 해온 것은 무효다.나만의 정체성과 동일성을 추구한다」는 자세로 자신을 돌아보고 춤을 가다듬는 시간을 가졌다. 다음해 「무악」을 가지고 다시 국제무용제에 참가했다.윤이상 작곡의 「무악」은 한국 춤사위를 닮은 특이한 손놀림에서부터 이미 관객을 압도할 수 있었다. 물방울이 뚝뚝 떨어지는 듯한 음악은 정지동작과 다이내믹스를 절제하거나 확산시킨다.그리고 그로테스크한 빛과 어둠의 교차속에서 작가는 「한국인의 정신」을 초현실주의적인 추상회화로 그려내었고 「영원불멸의 직조와 심미학적 윤곽의 구축」「아름다운 체구에 번뜩이는 창의력을 지녔다」는 최대의 찬사를받아냈다.그후 그의 창작무는 영상 구음 절규 통곡과 폭소를 함축하여 배경군무가 빗살같은 섬광으로 번뜩이고 도끼같은 날카로움이 도처에 도사렸다.「아직도 그만한 춤을 발견할 수 없다」는 원로 박용구씨의 평은 그를 아끼는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사고 있다. ○번뜩이는 창의력 소유 그러나 자신에게 주어진 어떤 상황에서도 그는 의연하게 대처하는것 같지만 섬약한 감성과 지성감이 복합적으로 대립되어 불의와의 투쟁이 끊임없이 튀어나온다.지난 92년,주변의 원로나 대선배들의 총애때문에 「춤의 해」 기획추진실장,94년 세계무용연맹 한국지부 사무국장에 임명된 것이 선배들을 제치고 독주하는 것으로 오해되어 슬럼프와 혐오를 겪은 것이 그 한 예이다.그러나 밝고 원만한 성격으로 이를 극복할수 있었고 그의 주변은 「탁월하고도 다양한 그의 재능」이 무용계에 힘이 되고 있음을 믿어주었다.그는 그 기간동안 무대에서 춤추는 대신 자신을 재충전하는 의미에서 살풀이춤과 판소리를 배우고 대금 아쟁 사물놀이 등 우리 악기에 빠져들어 제2의 도약을위한 빈틈없는 준비기간을 거쳤다. 소설 「내가 설 땅은 어디냐」의 작가 허근욱씨의 외아들.소년시절부터 바이올린,성악을 사사하는등 그는 「예능」에 관한한 천의무봉으로 다재다능하다.그래서 그의 춤은 대중화를 시도하지만 누구보다 문학적이고 사고력과 명상력이 심오하다는 평을 듣는다. 지난봄,춤작가전에서 모처럼 「햄릿」을 춤추었고 요즘은 연극원 6월공연인 김우옥 연출 「아리랑」의 음악을 맡고 있다.이제 그는 그 안의 싸움을 끝내고 검무와 탈춤을 접목한 새로운 「무무」시리즈를 가을쯤 선보일 예정이다. 조지 발란신이 그런것처럼 참으로 진정한 춤을 추기 위해서 그는 오로지 음악의 산맥을 탐험하고 있었고 음악을 이루는 악기들에 밀착해 있었으며 이제부터는 자신이 바로 악기인듯이 그의 몸속에서 그만의 춤이 흘러나오는 것을 확신하는 듯하다.주어진 틀을 하나하나 분해하고 신선한 것을 모색할뿐만 아니라 자신만의 특이성과 본질을 파악한 그의 춤은 또하나의 색다른 광선으로 관객의 심장을 빗살처럼 관통하게 될 것 같다. □연보▲53년 청주 출생 ▲72년 이대부속고 졸업 ▲74년 서울연극학교 졸업 ▲78년 중앙대 연극영화과 졸업 ▲74­현재 극단 자유극장 단원 ▲76­80년 국립발레단 솔리스트,「골렘」「로미오와 줄리엣」 등 출연 ▲77­79년 KBS극회회원,연극 「환도와 리스」「휘가로의 이혼」 ▲80년 뉴욕 조프리발레스쿨 연수 ▲82­84년 뉴욕대 무용과 졸업,티르드론 댄스시어터 출연 ▲83년부터 챙칭무용단원 ▲84­85년 뉴욕대 예술대학원 무용과 졸업,뉴욕 라마마극장 초청 제3세계무용제 「춘궁기」안무 출연,뉴욕 세컨드 애비뉴댄스컴패니 「FOUR IN ONE」「WHERE AM I STANDING?」안무 ▲85­88년 A.D.F(아메리칸 댄스페스티벌)초청 「1985년 여름」안무,미 브루클린 댄스앙상블 단원 ▲85­현재 서울예전 교수 ▲87년 「동랑댄스 앙상블」 창단 ▲88년 88올림픽 개회식 안무 ▲89년 국제현대무용제 참가 ▲90년 홍콩국제무용제 참가 ▲91년 일본 모리오카시 축제 참가 ▲92년 「춤의 해」기획추진실장 ▲93년 대전엑스포 폐회식 안무 ▲94­95년 세계무용연맹 한국본부 사무국장 ▲95­96년 성균관대 대학원 출강 ▲96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출강 〈수상〉 서울무용제 음악상(90년) 코파나스상(91년) 문화부장관공로상(93년) 코파나스상
  • 대형체인점 끌어안기(미국시장을 다시 찾자:8)

    ◎“유통망 변화를 읽어야 「길」이 보인다”/소비자와 밀접한 미­가 실핏줄/95년 전체소매업 매출의 52%/급변 물결타면 “단시간에 성과” 미국시장 장악의 근본대책은 물론 기술개발을 통한 품질향상이다.그러나 품질향상이 가시화되기까지는 많은 시간과 투자가 필요하다.현지유통망을 잘활용하면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에 성과를 거둘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제시한다.올초 삼성전자의 컬러TV가 미국의 컨슈머 리포트지에 의해 최고 제품으로 선정된 뒤 샌프란시스코 부근 소도시에 사는 40대 교포부부가 이 TV를 사려고 근처 전자할인점을 찾았지만 제품이 없어 결국 카탈로그를 통해 구입했다.그러나 모든 소비자들이 이 정도의 관심과 노력을 쏟는다고 보장할 수 없다.제품이 아무리 좋아도 소비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없으면 소용이 없다. 전문가들은 우리 기업들이 90년 들어 급성장한 월마트 등 대형할인전문점이 미국 유통업계에 몰고온 변화를 제대로 읽지 못한 것이 진열대에서 한국제품이 사라진 원인중 하나라고 지적한다.미국시장을 되찾기 위해 미국과 카나다에 걸쳐 실핏줄같이 퍼져있는 미국 현지유통망의 변화를 읽어야 한다. 미국의 주요 소비계층은 전후 베이비붐 세대들이다.이들은 여가생활에 관심이 많다.경기가 좋아졌다지만 피부로 못느낀다.클린턴 행정부의 제도개선으로 사회보장혜택이 줄어들면서 노후생활을 대비,이들의 저축율이 높아졌다.그만큼 소비가 줄었다.질 좋고 값싼 제품을 찾아다니고 유통업체들은 이들을 끌어안기 위한 방법을 모색한다. 미국 소비자들은 95년 자동차딜러·주유소·음식점을 뺀 소매업에서 1조3천억달러를 소비했다.상위 100대 유통업체의 매출액이 약 6천8백32억달러로 전체 소매업 매출의 52.3%를 차지한다.슈퍼마켓이 전체소매매출의 27.2%이고 대형할인판매점이 16.7%,전문할일점 9.3%이다.백화점은 8%로 점유율이 낮아졌다. 백화점은 매출감소를 극복하기 위해 자체브랜드 개발,고객서비스 확충,합병등을 추진중이다.대형 소매유통체인들은 시장점유율을 확대시키기 위해 유통망을 정비하고 취급품목을 다양화한다.고객서비스도 기발하다.정장은 물론 청바지와 신발,비타민,침대 메트리스에도 맞춤제도가 도입됐다.코네티컷주에 있는 「커스텀 푸트」라는 신발가게에서는 고객의 발치수를 재 이탈리아의 공장에 소량 오더를 낸다.세계적인 청바지 메이커인 리바이스도 매장에 전문인력을 배치,여성 고객의 몸에 꼭 맞는 청바지를 주문,20% 정도 비싸게 판다.전체 매출의 25%가 이런 맞춤판매다.리바이스는 남성용에도 확대할 계획이다. 한 빌딩안에 식품,소프트 및 하드라인 제품을 함께 진열 판매,가족단위의 원스톱 쇼핑이 가능한 슈퍼센터의 급부상도 특징이다.대형화·단순화와 함께 멀티미디어 및 가상현실을 이용한 대화형 쇼핑 등으로 변화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의 쇼핑몰들은 그 규모가 엄청나다.잠실 롯데월드 같은 백화점 5∼6개를 한군데 모아놓았다고 보면 이해하기 쉽다.백화점들을 잇는 통로에 전문매장들이 즐비하고 중간중간 먹고 쉴 공간이 있다.가족나들이를 겸한 원스톱 쇼핑센터인 대도시 근교의 대형유통망들은 아예 소도시를 방불케한다.단적인 예가 99년 가을 뉴욕 근교에 준공될 초대형 쇼핑단지 메도우랜드 밀즈.6만평의 상가 임대단지와 6만여평의 사무동·호텔 등이 들어서고 쇼핑단지에는 입체영상관,테마 식당가,극장가,20여개 대형유통업체,200여개 소매유통업체 등이 입주할 예정이다. 미국의 무역관 관계자들은 대형유통체인과의 거래를 확보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 어선 타고 “필사의 남행” 나흘/북 두가족 귀순까지

    ◎“안씨 신의주 출발… 철산서 김씨 합류/오성홍기 걸고 중국 어선들 속숨어 탈출 북한 주민 안선국씨(46)와 김원형씨(57) 일가족 14명의 탈출 과정은 피말리는 위기의 순간으로 점철된 극적인 드라마였다.32t짜리 목제 어선에 의지,나흘동안의 사투 끝에 자유의 땅을 밟았다는 안도감에 이들은 마냥 눈물만 흘렸다. 『라디오 수신기를 통해 평소 남한 사회를 동경해 왔습니다』 탈출 선박에서 우리 해군 함정으로 옮겨탄 이들은 떨림과 감격에 한동안 제대로 말을 잇지 못했다. 안씨는 탈출선박의 선장,김씨는 기관장.배는 조선해상인민군 1669부대 소속 수산부 부업선이었다.두사람의 거주지는 신의주였다. 이들은 평소 라디오를 통해 간간히 전해들은 남한사회를 이심전심으로 동경했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탈출의 기회만 엿보고 있었다. 그러던 중 평북 철산군 동천리 수산부업선 부두에 정박 중이던 중국 어선의 출항일이 지난 10일이라는 사실을 알아냈고 이날을 D데이로 잡기로 했다. 「잡히면 끝장」이라는 불안감이 엄습할 때마다 망설이기도 했지만 자유에 대한 그리움이 마음을 다잡아 주었다.먹을 것이 없어 굶어죽는 사람까지 생기는 북한은 생지옥과 다름 없었다. 선장 안씨가 9일 가족과 함께 신의주를 출발,다음 날인 10일 통천리 부두에서 기관장 김씨의 가족을 태우기로 약속하고 헤어졌다.배는 중국어선으로 위장하기로 미리 짜 두었다. 9일 상오 11시30분 안씨는 가족 5명을 배에 태우고 신의주항을 출발했다.중국 어선 「오상어 3043호」로 위장했다.중국 깃발을 배위에 내걸었다. 김씨는 자동차에 가족을 태우고 신의주를 떠나 철산으로 향했다. 배는 이튿날인 10일 하오 1시 동천리 부두에 도착했다.이어 하오 9시쯤 부두에 도착한 김씨 가족은 어둠을 틈타 배에 올랐다. 이들이 동천리 부두를 출발한 시간은 다음 날인 11일 하오 1시.중국 선단을 따라 부두를 빠져나왔다.목숨은 하늘에 맡겼다. 얼마동안 배를 몰다 야간항해를 위해 4시간 가량을 철산 앞바다의 탑도에서 대기했다. 하오 8시가 되자 남서쪽으로 선수를 잡고 9시간 가량을 항해한 뒤 남동쪽으로 방향을 틀어 다시 7시간을 달렸다. 얼마를 달렸을까.동이 트면서 이들은 백령도 부근에서 어로작업중인 중국 어선단을 발견,합류했다.북한 경비정이 있는지를 감시하며 남한 해군 함정이 다가오기를 기다렸다. 12일 하오 2시25분쯤.먼발치에서 남한 해군 함정이 시야에 들어 왔다.중국 어선의 움직임을 감시 중이던 773 경비정이었다.망설일 것도 없이 중국 선단에서 빠져나왔다.이어 해군함정이 보내는 신호에 따라 귀순의사를 밝히고 해군함정의 뒤를 따랐다.이 때가 하오 4시28분. 이들이 해군함정에 옮겨탈 당시 목선의 중앙 밑부분은 침수된 상태였다.그리고 4시간 후에는 서해 해상에 폭풍주의보가 발효됐다. □탈출 상황일지 ▲9일 상오11시30분=안선국씨 가족,수산부업선을 타고 신의주항 출발.비슷한 시각,김원형씨 가족도 자동차로 신의주 출발. ▲10일 하오1시=안씨 가족,평북 철산군 동천리 부두 도착. ▲ 〃 하오9시=김씨 가족,동천 부두에 도착해 안씨 가족과 합류. ▲11일 하오1시=동천 부두 출항,철산 앞바다 탑도에서 4시간 정박. ▲ 〃 하오8시=7시방향으로항해. ▲12일 상오5시=5시 방향으로 항해. ▲ 〃 낮12시=4시 방향으로 항해. ▲ 〃 하오2시25분=우리 해군 함정에 발견. ▲ 〃 하오4시28분=구조. □귀순자 명단 ◇선장 안선국씨 일가 ▲안씨(48) ▲어머니 김봉선씨(68) ▲부인 김화옥씨(42) ▲장남 일천군(7) ▲장녀 일심양(13) ▲차녀 일영양(9) ◇기관장 김원형씨 일가 ▲김씨(57) ▲부인 김의준씨(54) ▲장남 희근씨(29) ▲며느리 서정심씨(25) ▲손자 남수군(2) ▲차남 희연씨(26) ▲3남 희성씨(20) ▲장녀 순희씨(23)
  • 문화유적 훼손 안타깝다/박우서 연세대 교수·도시계획학(서울광장)

    몇해전 덴마크의 코펜하겐시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중요한 회의를 마친 뒤 시간이 남아 인어상을 구경하기로 하였다.어디에 인어상이 있는지를 몰라 물어물어 찾아갔다. 시내 중심부에서 한참 떨어진 바닷가에 위치한 인어상을 보면서 몇가지 지울수 없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역사적으로 실재하는 인물도 아닌데 왜 이처럼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올까? 더구나 흔히 볼 수 있는 역사적 위인의 거대한 동상과는 비교가 안되게 왜소한 인어상을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러한 질문의 해답을 찾는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어렸을적 안데르센의 동화를 읽으면서 꿈을 키우던 때를 생각하면 쉽게 답을 찾을수 있다. ○왜소한 인어상 찾는 까닭 안데르센의 동화를 읽은 수많은 전세계의 어린이들이 인어상을 동경했을 것이다.어릴적에 머리속에 깊게 심어진 인어의 그림은 그들이 어른이 된 후에도 그대로 남아 있어 기회가 되면 인어상을 찾아가 보도록 만든다.결국 어릴적의 인상깊은 기억은 어른이 된 후에 현실적인 행동으로 옮기게 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서울풍납동 재개발아파트 공사현장에서 백제초기 역사적 유물들이 발굴되었다.3중 환호라고 하는 것이 그 중의 하나인데,이 시설은 마을 주변에 땅을 파고 물을 부어 방어시설로 활용한 것이라고 한다.이밖에 백제의 전형적인 삼족토기 등 많은 양의 토기와 파편들이 지난 1월4일 발견되어 그렇지 않아도 부족한 백제초기의 역사적 공백을 메울수 있는 귀중한 유산들이 빛을 보게 되었다. 이러한 유산들은 그동안의 친화작용에 의하여 지하로 매몰됐을 가능성이 크고,따라서 풍납토성 일대에는 더 많은 백제유적이 남아 있을 가능성이 높다.그러나 토성내부는 서울시와 관계당국의 무관심으로 주택지로 개발되어 1만9천여 세대의 6만여명이 거주하게 될 예정이다.국사시간에 배운 백제의 역사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유산들이 발굴되고 있음에도 우리의 몰지각한 개발로 훼손될 위험에 처해있는 것이다. 오래전 일이지만 뉴욕시에서는 우리의 서울역에 해당하는 중앙역사(Grand Central Station)를 개발압력에 의해 철거할 계획을 추진했었다.그러나 관심있는 시민들의 빗발치는 보존요구와 시민연대운동으로 그대로 보존하기로 결정했다.역사주변으로 고가도로를 설치하여 개발과 보존을 조화시킨 경우이다. 나는 뉴욕시에서 있었던 또 하나의 인상적인 보존방법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시내 한복판에 위치한 역사적 위인의 생가를 보존하려고 현대식 장비를 동원하여 건물을 그대로 들어내서 대형차량에 싣고 시외곽지역에 옮기는 것을 목격한 일이 있다.이것이 바로 우리 어른들이 우리 자녀에게 보여주어야 할 교육인 것이다. 미래의 주인공이 될 아이들에게 역사적 사실을 가르치고 꿈을 심어줌으로써 그들이 커서 꿈을 실현시킬수 있도록 해야 한다.실제 존재하지도 않는 인어를 어른들이 일부러 찾으려는 이유는 어릴적 꿈의 상징물을 찾아보려는 의도일 것이다.그런 의미에서 전국에 산재해 있는 역사적 유물과 사적지를 발굴·복원하여 아이들에게 꿈을 심어주는 노력을 이 시대의 어른들이 하지 않으면 누가 하겠는가? 역사적 유산의 보존은 엄청난 대가를 치르지 않으면 안된다.그렇다고 보존을 게을리하는 것은 어린이들에게 꿈을 심어주는 일을 게을리하는 것이다. ○발굴된 사적지 복원해야 장보고의 유적지가 완도주변에서 발굴되고 있으나 아직도 우리 아이들은 책으로만 역사를 배우고 있다.그 시대의 장보고의 역사적 위상을 이해하고 꿈을 키우는 일이 책만으로 가능하겠는가? 경주를 답사하는 아이들에게는 첨성대가 보잘것 없는 돌덩이에 불과할지도 모른다.그러나 여기에 의미를 부여하고 이를 통해 아이들에게 꿈을 심어주는 일은 우리 어른들의 책임이다. 개발도 중요하다.하지만 보존 역시 중요하다.더욱이 미래의 주인공에게 꿈을 심어주는 일은 더없이 중요하다.
  • 12·12 5·18­비자금 최종판결까지

    ◎14명에 유죄선고… 544일만에 대단원/28차례 공판… 전직대통령 3명 법정에 95년 10월19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당시 민주당 박계동 의원이 「노태우 전 대통령 4천억원 비자금 보유설」을 폭로하면서 시작된 비자금 사건과 12·12 및 5·18 사건이 17일 544일만에 대장정을 마쳤다. 검찰은 그동안 전직대통령 비자금 4천1백억원을 밝혀내고 12·12 및 5·18사건과 관련한 14명의 피고인에 대해 유죄판결을 끌어내는 성과를 올렸다. 박의원 폭로 하루뒤 본격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그 해 11월1일 노 전 대통령을 소환함으로써 오랜 「성역」을 깨뜨렸다.이후 대그룹 총수 36명이 줄줄이 소환되고 급기야 「노 전 대통령 구속」이라는 사상 초유의 「비극」이 이어졌다. 전직대통령에 대한 빗발치는 비난 여론에 힘입어 김영삼 대통령은 「역사 바로 세우기」를 천명하며 11월24일 5·18특별법 제정을 지시,역사의 물줄기를 틀었다. 이에 따라 검찰은 「공소권 없음」이라는 종전의 결정을 번복,11월30일 특별수사본부를 발족시키고 「골목 성명」까지 내며 반발했던 전두환 전 대통령을 경남 합천에서 연행,구속시켰다. 5·18특별법이 공소시효 등을 무시한 위헌이라는 헌법소원이 제기됐으나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2월16일 합헌결정을 내렸다. 검찰은 수사 석달만인 지난해 2월28일 수사를 종결하고 전·노 전대통령등 신군부 핵심 16명을 기소했다. 3월11일 서울지법 형사합의 30부(재판장 김영일 부장판사)심리로 1심 첫 공판이 시작됐다.이후 168일 동안 28차례 공판을 열어 전전대통령에게는 사형,노 전 대통령에게는 징역 22년6월을 선고했다.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33명 가운데 사공일 피고인 등 7명은 항소를 포기했다. 이어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권성 부장판사)심리로 열린 항소심에서 전씨는 무기징역으로,노씨는 17년으로 감형됐다.박준병 피고인에게는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가 선고됐다. 1·2심을 합쳐 174명의 증인이 참여했으며 특히 2심에서는 최규하 전 대통령까지 증인으로 채택돼 전직대통령 3명이 법정에 서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 정태수 리스트 “공개” “불가” 공방/한보국조특위 대검조사 중계

    ◎야­“정치인·공무원 이름대라” 집중 추궁/검­“명단 있지만 범죄요건 안돼 못밝혀” 4일 한보국정조사특위는 대검찰청을 상대로 한보사태 및 김현철씨 비리의혹 등에 대한 수사상황을 보고받고 조사활동을 펼쳤다. 의원들은 한보철강 대출과정의 「배후 몸통」 실체와 「정태수리스트」의 진위여부,김현철씨의 2천억원 리베이트 수수설 등의 검찰 수사상황을 캐물으며 엄정한 재수사를 촉구했다. 이에대해 김기수 검찰총장은 『정씨가 떡값을 주었던 인사들의 명단(정태수리스트)은 갖고 있지만 대가성이 없는 등 구속요건이 되지 않는다』며 리스트 공개를 거부했다.그러나 야당의원들의 정태수리스트에 대한 수사요구가 빗발치자 『확인하는 것이 옳다고 판단되면 국회윤리위에 그 명단을 통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혀 공개 가능성을 처음으로 시사했다. 김총장은 야당의원들의 끈질긴 사퇴요구에 대해 『스스로 거취를 결정할 사안이 없다』고 일축했으나 『한보수사가 마무리 된 후 (진퇴여부를)결심하겠다』고 말했다. ▷정태수 리스트◁ 단연 뜨거운 쟁점이었다.국민회의 이상수(서울 중랑갑)·조순형(서울 강북을)·자민련 이양희(대전동을) 의원 등은 『검찰은 정태수씨가 장·차관급 이하의 경제부처 공무원 등에게 명절때마다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씩 떡값을 상납해왔다는 사실을 알고도 명단을 밝히지 않고 있다』면서 『정태수리스트를 공개하고 정치자금을 받은 정치인을 뇌물죄로 형사처벌하라』고 촉구했다. 신한국당 이사철 의원이 『그 리스트에 여야의원들이 모두 포함돼 있는가』라는 질의에 김총장은 『그렇다』고 대답했지만 숫자에 대해선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얼버무렸다. ▷김현철씨 국정개입 의혹◁ 국민회의 김민석 의원(서울 영등포을)은 『한보사건과 관련 김현철씨의 국정개입에 대한 재수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했고 김경재(목+신)(전남 순천갑) 의원은 『김현철씨와 김씨 측근인 박태중씨에 대한 즉각적 소환조사 및 출극금지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선자금◁ 자민련 이상만 의원(충남아산)은 『대선직후인 93년초 산업은행 등이 타당성 검토없이 3천6백만달러를 한보측에 융자했다』며 『대선직후 거액을 대출해준 것은 대선과 관련이 있는것 아니냐』고 추궁했다. 이에 김총장은 『그 부분도 수사중』이라고 밝혔지만 연이어 의원들의 대선자금 수사를 촉구하자 『대선자금은 한보사태의 본류가 아니다』라며 수사의사가 없음을 간접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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