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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상 첫 동성애 주교 인준 / 美성공회 ‘왕따’위기

    역사상 최초의 동성애 주교 임명으로 미국 성공회가 자체 분열과 세계 교단에서 고립될 위기에 처했다.미국 성공회 주교회는 5일(현지시간) 투표를 통해 동성애자인 진 로빈슨(56) 신부를 뉴햄프셔 주교로 공식 승인했다.이날 표결 결과는 62대 45로 교단 내 첨예한 대립을 그대로 반영했다. 로빈슨 신부는 두 자녀를 둔 이혼남으로 13년간 동성 파트너와 동거해온 인물.미 성공회에 동성애 성직자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동성애자임을 공개하고도 주교로 정식 임명 된 사람은 로빈슨 주교가 처음이다.딸 엘라와 파트너 마크 앤드루가 지켜보는 가운데 로빈슨 주교는 교단에 감사를 표한 뒤 “하나님이 다시 한번 부활을 허락하셨다.”고 감격스러워했다. 동성애가 성경 교리에 어긋난다며 강력 반대해온 미국의 교계 보수파들과 해외 주교들은 즉각 반발했다.로버츠 던컨 피츠버그시 주교를 비롯한 19명의 주교들은 이번 결정에 분명한 거부를 밝히고 “(이번 결정으로)미국 성공회는 스스로 전세계 성공회 신도들과의 분열을 선택했다.”고 비난했다.이들은 이어 영국 성공회 수장인 로완 윌리엄스 대주교에게 “긴급 사태” 해결을 위해 나설 것을 촉구했다. 보수파 주교들과 신도들의 모임인 미국성공회위원회(AAC)는 앞서 대응책을 강구하기 위해 오는 10월 텍사스에서 특별회의를 열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각국 성공회에서도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말레이시아의 림쳉인 주교는 6일 “(회교도가 다수인) 우리 같은 나라에서 이번 결정은 교리에 어긋날 뿐 아니라 우리가 처한 환경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교세 확장에 나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우려했다.전세계 성공회 신도는 7700만명으로 미국내 신도는 230만명이다. 미국 보수파들이 탈퇴라는 극단적 결정을 내릴지 현재로선 가늠할 수 없다.그러나 완전 분파가 될 경우 무엇보다 교구 재산을 둘러싼 치열한 다툼이 일어나고 이에 따라 미국 성공회의 세계적 영향력은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윌리엄스 대주교는 5일 성명을 내고 반대파들에게 자제를 촉구했다.그는 “로빈슨 주교의 인준은 세계 성공회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겠지만 어떤 결과가 빚어질지 예측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돌이킬 수 없이 중요한 결정을 하기 전에 지금의 사태 전개를 숙고할 기회를 가지길 원한다.”며 성급한 행동을 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박상숙기자 alex@
  • ‘음주방송’ 이종환 DJ 사퇴

    MBC FM라디오 ‘이종환의 음악살롱’의 DJ 이종환씨가 ‘음주방송’파문과 관련,31일 자진 사퇴했다. 이씨는 전날 목포에서 진행한 방송에서 술에 취한 듯한 목소리로 현지의 공동 진행자에게 “목포 여자 예쁘냐,대답해라.”“유달산 가 봤느냐?여자랑?” 등의 돌출 발언을 했다.그는 시청자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이날 저녁 인터넷 홈페이지에 “면목없습니다.이대로 물러나겠습니다.”라는 사과문을 올렸다.31일 방송은 전문 MC 송기철씨가 대신 진행했다. 이에 앞서 이씨는 지난해 9월 ‘지금은 라디오시대’를 진행하던 중 청취자에게 폭언을 퍼부어 물의를 일으킨 뒤 마이크를 놓았다.
  • 현대百등 매출부진 횡포 기승 입·납품업체 가격 할인 강요 / 공정위, 10여건 포착 현장조사 착수

    현대,롯데,신세계 등 일부 대형 백화점들이 소비침체에 따른 극심한 매출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납품·입점업체에 가격할인을 강요하는 등 횡포가 극도에 이르고 있어 공정거래위원회가 대대적인 단속에 나섰다.부당행위 혐의가 구체적으로 포착된 10여건의 사례에 대해서는 이미 현장조사에 착수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29일 “최근 대형 백화점 및 할인점의 부당행위를 하소연하거나 제보하는 전화가 매일 빗발치고 있다.”면서 “신고업체는 물론 업계 전반에 대한 조사 및 감시활동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매장(MD) 재편 시기인 매년 이맘 때면 우월적 지위를 악용한 대형 유통업체들의 횡포가 반복되는데 올해는 경기 침체 탓에 더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정위에 접수된 대형 유통업체들의 주요 불공정행위 유형은 ▲계약에 없는 인테리어 비용과 광고비 부담전가▲정당한 이유없이 계약기간이 남은 업체를 방출▲자체 할인행사 강요▲가상매출 전표를 끊게 한 뒤 수수료 갈취▲중소 할인점 및 신규오픈 아웃렛과의 거래중단 요구 등이다. 힘없는 납품·입점업체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응하고 있는 실정이다.공정위는 부당행위가 확인될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고 형사고발할 방침이다. 안미현기자 hyun@
  • 盧 대선자금 회견 / 일문일답

    노무현 대통령은 21일 기자회견을 갖고 ‘대선자금 여야 동시공개’를 제안했다.이날 회견에서는 유독 ‘달라진’ 대통령과 검찰의 관계를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노 대통령은 ‘경선자금까지 공개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일방적인 고백이 그렇게 현명한 일이 아니라는 것은 옛날 김근태 최고위원의 고백이 웃음거리가 되고 말아버린 일로 봐서도 다 아는 일 아닌가.”라며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적은 돈을 썼는데,저 혼자 그렇게 어리석은 일을 하고 싶지는 않다.”고 강조하기도 했다.다음은 일문일답. 기업의 자발적인 공개가 가능하겠나. -자발적인 공개도 결심하면 할 수 있다.민주당에 대한 공개의 압력이 현실성이 있는 것이라면 재계에 대한 공개의 요구도 현실성이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치자금을 공개한 정치인과 기업인의 처벌 및 면책 범위는. -면책의 문제는 국민적 여론이 그것을 허용할 수 있다면 국회에서 스스로 면책을 전제로 한 법안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또 국민들이 허용하지 않으면 처벌을 각오하고 밝히겠다는 결의를 가지고 나갈 수 있는 것이다. 야당은 대통령 제안의 동기에 의구심을 떨쳐 버리지 못하고 있다. -정치적 목적을 가지지 않은 정치인의 발언이 있을 수 있나.야당이 제기하고 있는 정치자금에 관한 문제도 다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다만 그 정치적 목적이 정당하냐,국민들이 볼 때 떳떳하냐,이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여야 영수회담 개최에 대해. -저는 행정부의 수장이다.여야 영수회담을 하려면 민주당,한나라당 대표끼리 만나서 회담하는 것이 여야 영수회담이다.이 문제를 가지고 긍정적으로 검토하기 위해서 회담을 제안해 온다면 저는 행정부의 대표로서 국회의 대표들을 만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차제에 경선자금을 공개할 생각은. -경선 시기에는 소액후원금·성금이 아주 적었다.거의 없었다.그래서 그쪽은 명단을 공개할 수가 없다.경선자금은 제도가 없다.일반 국회의원의 후원금 규모의 범위 안에서 다 해결하라는 것인데 당시에 민주당의 후보등록기탁금이 2억 5000만원이었다.경선에 들어가는 홍보비용·기획비용 등 여러 가지들이 도대체합법의 틀 속에서 할 수가 없었다.경선이 끝나고 난 뒤에 자료를 무슨 자랑이라고 잔뜩 보관하고 있겠느냐.다 폐기하고 말았다. 정대철 대표의 검찰 출두를 당정분리라면서 방관하는 것 아니냐. -비록 소속 정당이라 할지라도 대통령이 대표에게 ‘출석하라,마라.’,이렇게 공식적으로 말하는 것이 적절할까.만일 검찰이 대통령의 눈치를 살피고 수사를 하지 않고 미적거린다면 제가 법무부장관에게 ‘엄정하게 수사하라.’,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수뢰와 관련,정 대표 외에 대통령의 주변인물도 거명되고 있다. -선거때 많이 도왔고 그 외에 정치를 하면서 친근했던 분들,또 우리 비서실장에 이르기까지 이런 저런 풍문이 있었던 것은 알고 있다.그러나 중요한 것은 수사결과다.그 누구라도 수사를 흐지부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통령이 검찰에 대선자금을 수사하도록 지시해야 한다는 여론에 대해. -만일에 대통령이 ‘수사하라.’고 지시한다면,또 검찰이 이와 같은 정치적 사건에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 수사를 한다면 여론의 비난이 빗발치지 않을까.국민의 여론이라면 법무부장관에게 지시할 용의가 있다. 문소영기자 symun@
  • [나의 건강보감]김명곤 국립극장장

    “극장장으로 발령받은 뒤 선배 한 분이 이런 말씀을 하십디다.하루 한번씩이라도 ‘멍’해지라고요.이제야 그 말의 참 뜻을 알것 같아요.요샌 바쁜 와중에도 가끔 창밖 남산 발치를 올려보며 혼자 ‘머엉’해 하곤 합니다.그러면서 마음속에 담을 건 담고 버릴 건 버리지요.” 립극장장 김명곤(51).영화 서편제에서 “소리를 지대로 할라믄 몸 속에 한을 쌓아야 쓰는 것”이라며 딸의 눈까지 멀게 하는 소리꾼 ‘유봉’역을 열연했던 바로 그 사람이다.그는 천상 배우였다.연극판이든,영화판이든 신명을 사를 곳은 ‘무대’라고 여긴다.그래서 지금 하는 일,국립극장에다 잊혀져가는 세상의 온갖 공연예술을 다 모아 놓고는,어르고 간지르며,사그라드는 혼을 일깨우는 일에 그렇게 공을 들이는지도 모른다. ●지나치지 않게 사는법 터득 마른 장마가 사나흘이나 이어지는 7월에 그를 만났다.어거지로 가꾸거나 꾸미지 않아 담백한 때깔에 바탕이 훤히 드러나고,그래서 더 웅숭깊어 보이는 그였다.그의 건강이 궁금했다. “딱히 좋달 수도,그렇다고 아니달 수도 없습니다.내세울 정도는 아니지만 내 일을 내 욕심만큼 할 정도는 되는 것 같아요.” 이어지는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한 사람의 삶에 있어 건강이 주는 의미가 어떤 것인지 새삼스럽게 다가왔다. “결핵을 오래 앓았어요.대학 시절에 발병해 십년 넘게 투병했지요.먹고 살기 바빠 약도 제대로 못먹고,연극에 미쳐 몸 살필 겨를이 없었지요.” 옛일을 돌이키는 그의 얼굴에 언뜻 비감이 스친다.그만큼 그에게는 처절한 시기였던 까닭일까.당시 그는 서울대 독어교육학과 학생이었다.“몸이 계속 시들어갑디다.어느 정도냐면,죽음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였지요.고작 스물 한두살 무렵이었는데,‘아,내 삶이 여기서 끝나는구나.’싶은 절망감을 못이기겠더라고요.결국 휴학하고 지리산으로 들어갔지요.” 지리산은 그에게 위안과 안식을 준 ‘어머니의 품’같은 곳으로 기억된다.참담한 죽음의 순간에 찾은 산,그곳에서 그는 단전호흡으로 건강을 추슬렀으며,암자의 불목하니로부터는 소리를 배웠다.그 ‘소리’는 훗날 명창 박초월 선생의 10년 사사로 이어지며 영화서편제의 씨알이 됐다.힘겨운 투병 끝에 ‘천형’인 결핵은 떨쳐냈지만 독한 약 때문에 위장과 간이 많이 상했다.“그때보다 건강은 훨씬 좋다.”는 지금도 무리하거나 흥분하면 곧 몸에 표가 난다.그렇다고 결핵이 그의 몸과 영혼을 마냥 갉아댄 것만은 아니었다.결핵 덕분에 ‘지나치지 않게 사는 법’을 터득했다. ●격정적이던 성격도 조용하게 변해 뒤풀이 술판이 예사인 연기자로 일하면서도 결코 무리하지 않는다.분명하게 절제의 선을 긋는 것은 물론 치받는 화도 숨고르기로 이내 삭인다.그가 온몸으로 깨우친 건강의 지혜다.그러다보니 격정적이기까지 했던 성격도 조용하고 부드럽게 변했다.성격뿐 아니라 생활도 덩달아 바뀌었다. “당연히 생활이 바뀌지요.축구,농구 등 격렬한 운동은 하지 않습니다.대체로 부드럽고 조용한 생활 패턴이지요.자주 서점에 들러 책을 사는데,마음에 드는 책을 갖는 것이 정신적 자족감이나 양식을 축적한다는 점에서 정말 좋은 일이라고 여겨져요.가족들과 얘기를 나누면서 일상의 번거로움을 잊기도 하고요.” 가끔은친구들과 만나 고래고래 노래도 부르면서 스트레스를 털어낸다.여유 시간에는 주로 독서를 한다.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그냥 손에 잡히는 대로 읽는다.오래 전에 사뒀던 책을 ‘독서백편의자현(讀書百遍義自見)’하는 식으로 두고 두고 읽는 즐거움도 무시할 수 없다고 했다. 사실,그의 지난 삶은 ‘과로’와 ‘과중’의 연속이었다.여간한 체력으로는 감당하기 힘든 연기 활동을 쉬지않고 해왔는가 하면 소리를 할 때는 화장실에 숨어 울컥,피를 토해내기도 했다.그러면서도 연극이든 영화든 무대라는 마당이 있는 곳이면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그는 이를 두고 ‘열정’이라고 했다.노도처럼 밀려드는 스트레스와 긴장으로부터 자신을 지킬 수 있었던 힘이 바로 이 열정에 있었다.“누가 1억을 준다해도 나는 오로지 내 이상을 좇아 하고 싶은 일을 할 뿐”이라고 했다.그는 운명적으로 가난한 사람인지도 모른다.그렇지 않고서야 요즘같은 인플레 세상에 자신의 이상을 고작 ‘1억원’에 견줄까. 대학 졸업후 배화여고 교사 등으로 일하기도 했으나 타고난 ‘팔자’를 속이지 못해 결국 무대로 돌아왔다.극단 한둘과 연우무대에서 힘을 기른 그는 지난 86년 아리랑극단을 창단,직접 연출과 기획,연기,제작 등을 맡으며 내공을 쌓아갔다.“그 때의 경험이 요즘 국립극장 경영에 거름이 되는 것 같아요.힘들었지만 거저 하는 고생이란 없나 봅니다.” ●건강한 문화예술 출발점은 가정 2000년 민간인으로는 처음으로 국립극장 운영을 책임진 그의 목표는 크게 두가지였다.하나는 극립극장을 국민들의 문화예술 마당으로 되돌려 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견실한 운영의 토대를 닦는 것.그는 “아직 할 일이 많지만 변화도 많았다.”고 했다. 부임 첫해에 전해의 3배까지 수입을 올리는 등 두드러진 경영 실적으로 지금은 선진국의 20%와 맞먹는 18%까지 재정자립도를 끌어올렸다.공익성과 예술성이라는 제약 속에서 이만한 성과를 얻는 게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런 그에게 듣는 문화예술의 건강성은 신선하다.“문화예술의 건강성이 자칫 획일주의나 경직성을 연상시킬까봐 두렵다.”며 “서울만이 아니라 지역의 것도 살고,기성세대와 신세대의 것이 공존하면서 창조적이라면 그것이 건강한 문화예술 아니겠느냐.”고 되묻는다.그는 건강한 문화예술의 출발점으로 ‘가정’을 들었다.우선 가족끼리 서로의 문화적 관점과 취향을 이해해야 지역,국가,세계로 확대되는 광역 문화가 다양하고 건강해진다는 시각이다.“이를테면 한 가정에서 ‘황성옛터’와 보아의 ‘컴 투 미’가 함께 불려지는 것이 바로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모델이라는 거죠.” ●‘멍'하게 남산 바라보면 스트레스 풀려 끊임없이 운명에 도전하는 시지프스처럼 그는 살아왔다.“한시도 도발과 도전을 멈추지 않았습니다.나름대로는 절박하고 처절한 삶이었지만,뭔가를 일구고 창조해야 한다는 열망 때문에 아플 수도,죽을 수도 없었습니다.” 건강은 틈틈이 챙긴다.시간날 때 남산을 걷고 단전호흡을 한다.남산을 ‘멍’하게 쳐다보는 것은 스트레스를 푸는데 도움이 된단다. 심재억 기자 jeshim@ ■단전호흡과 태극권 단전호흡과 태극권은 서로 다른 수련 이념을 가졌으면서도 기(氣)의 원활한 순환을 통해 무병장수를 꾀한다는 점에서는 같은 계보를 갖고 있다. 김명곤 국립극장 극장장은 병마와 사투를 벌이는 와중에 지리산에 들어가 우연히 만난 은인으로부터 단전호흡을 배운다.1년 가량 수련했는데 다시 ‘환속’해서 그때 익힌 복식호흡법으로 내면의 화를 잠재우고 스트레스를 풀곤 한다.물론 그가 단전호흡의 호흡법만을 중요하게 여기는 건 아니다.연극 등 무대에서 몸을 굴리려면 필수적인 조건이 유연성.그는 단전호흡에 태극권을 얹어 언제라도 주어진 역을 소화할 수 있도록 몸을 추스르곤 했다.“연기를 하려면 몸이 꺽꺽하지 않고 유연해야 하는데 그런 운동이 많은 도움이 됐지요.” 우리에게 꽤 익숙한 국선도 단전호흡은 정(精)·기(氣)·신(神)을 3체(삼단전)로 하고 있다.정은 일반적으로 단전이라 부르는 하복부에,기는 머리에,신은 가슴에 뿌리를 두고 온몸에 작용한다고 본다.이 3단전을 단련해 심신을 자유롭게 통제하고 이끌도록 하는 수련이다. 태극권의 내가권법(內家拳法)도 국선도 단전호흡과 흡사하다.태극설(太極說)과 동양의학의 원전격인 황제내경소문,노자사상의 기공법(氣功法)을 조합해 창안한 태극권 역시 정·기·신의 수련을 중추로 해 기력으로 부드러움의 극치에 이른다는 전기치유(專氣致柔)와 부드러움이 굳센 것을 이긴다는 이유극강(以柔克剛) 등을 추구하는 권법이다.특히 국선도와 태극권의 품세가 전신의 경직을 푸는 유연한 몸동작으로 이뤄져 연극이나 영화가 요구하는 다양한 동작을 소화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는 것이 김 극장장의 견해다. 최근들어 치병(治病)과 건신(健身)에도 좋은 것으로 알려져 서양에서도 관심을 끄는 국선도 단전호흡과 태극권이지만 처음부터 잘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전문가들은 “체계적인 수련 과정을 거치면 몸과 마음이 맑아져 힘이 넘치는 것은 물론 심신의 건강까지도 얻을 수 있는 매우 유용한 수련법”이라고 설명한다. ■ 도움말 국선도 임춘성 수사 심재억기자
  • 여름탈출 - 해외여행 / 필리핀 ‘팍상한’과 ‘타가이타이’

    |마닐라 글·사진 손정숙 특파원| 필리핀 마닐라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오는 길.40여년전 쯤으로 필름을 거꾸로 돌린 듯한 풍경이 펼쳐진다.무너져가는 수상가옥들,도시에 전혀 일체감을 보태주지 않는 형형색색의 조악한 대중교통편들,그 틈바구니를 무심코 활보하는 웃통벗은 사내들. 마닐라 변두리의 까맣고 앙상한 사람들에게는 도시의 역사가 읽힌다.500여년의 스페인 통치,다시 숨돌릴 틈 없이 미국,일본의 식민지배….제 것을 가져본 역사가 짧은 이 땅의 얼굴들과 가게들은 잔뜩 주눅들어 있었다.상품진열대마다 미제 캔디와 캐릭터상품들로 넘쳐난다. 하지만 필리핀의 태양만은 일급이다.적도에 한발을 걸친 필리핀은 남태평양위로 7000여개의 보석같은 섬들을 쏟아놓았다.섬들마다 가족들과 연인들을 겨냥한 리조트들이 성업중이다. 국내 여행사들의 필리핀 관광상품들은 크게 두가지다.리조트들이 만개한 섬에서의 휴양여행이 하나.세부-막탄,보라카이,엘니도 등은 가족들과 신혼부부들을 손짓하는 대표적 휴양지로 자리잡았다. 또하나가 마닐라 근교관광지 기행.통상 팍상한폭포-타가이타이 화산 등을 묶어낸 3,4박짜리 상품들이다.리조트 체류에다가 마닐라근교 관광까지 곁들인 ‘두마리 토끼잡이’ 상품도 보인다. 토박이들의 사는 모양새를 구경하려면 쉬러 온 외국인들로 넘쳐나는 리조트는 지루하다.물론 팍상한이며 타가이타이 역시 판에 박힌 관광상품이긴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노동하는 원주민들의 살냄새가 묻어난다. #1.물의 세례,‘팍상한’ 마닐라 중심가 호텔에서 나와 남동쪽으로 두시간여를 달린다.제법 그럴싸한 마천루들은 삽시간에 사라지고 한참동안 꾀죄죄한 슬레이트 지붕 행렬,그리곤 이곳 지주들이 소유했다는 끝이 없는 평원들을 바라보며 잠깐 졸다보면 어느새 팍상한 입구다. 수영장에 온것도 아닌데 계곡으로 접어드는 길목엔 남녀 탈의실과 샤워실이 오종종하게 붙어있다.홀딱 젖을 각오를 해야 한다는 여행가이드의 말을 한귀로 흘려버린 관광객들이라면 새삼 긴장하게 된다. 겁먹은데 견주면 시작은 싱겁다.바나나모양의 길쭉한 통나무배에 몸을 싣는 뱃놀이다.적도의 태양아래반들반들 그을린 검은 원주민 사공 두사람이 손님 둘을 맞아들인다.이렇게 넷이 한배를 타고 40여분간 물의 계곡을 거슬러오른다. 수영을 못해 빠지면 헤어나오지 못하는 소위 ‘맥주병’이라도 안심할 수 있다.바닥이 빤히 들여다뵈는 수심은 깊어야 어른 허벅지께.폭좁은 계곡은 딱 맞게 아늑하다.우거진 수풀 사이로 새들이 출몰하고 햇살 한줄기가 비스듬히 비춰들어 오수를 재촉할 즈음,갑자기 마음이 가시방석이 된다.바위가 이리저리 돌출한 급한 오르막이 앞을 가로막자 사공 두명이 강으로 첨벙 뛰어내려 아예 배를 밀고 끈다.코스를 통틀어 그런 ‘고난의 계곡’이 네댓차례 거듭되고 나면 바위틈을 디뎌가며 사느라 유난히 문드러진 사공의 엄지발가락이 눈에 밟힌다. 봉건시대,사람이 사람을 부리는 시스템이 신분제도였다면 현대의 그것은 돈이다.사공은 자기 직업에 종사하고 우린 그 노동을 사기 위해 돈을 내지 않느냐는 논리로 불편한 마음을 달랜다.그래서 때로는 강 중턱의 꼬치집에서 음료수 따위를 사달라는 그들의 가련한 요구를 “그건 다 상술이며 우린 그들에게 충분한 팁을 주고 있으니 넘어가지 말라.”는 가이드의 말을 떠올리며 뿌리치기도 한다. 상류에 닿았다.이제부터가 본게임이다.나룻배엔 한무리의 사람들이 벌써 잔뜩 올라타 있다.사공의 재촉에 사람들 틈바구니를 파고들며 주저앉는 순간,아차,선뜻한 뭔가가 아랫도리를 온통 적신다.나룻배를 반쯤 잠군 물이 어느새 허릿께까지 차올라 있다.사공들이 10m쯤 앞에서 떨어져내리는 폭포를 향해 노를 저어가면 나룻배위로는 벌써부터 비명이 난무한다.이윽고 비닐 우비위로 폭포줄기가 가차없이,아프도록 떨어져내린다.물의 세례.이 먼곳까지 날아와 이 무슨 고생이냐 싶은 한편으로 마음 한쪽이 개운해진다.물에 빠진 생쥐꼴이 되어 계곡을 되내려오는 길은 뭔가에 정화(淨化)된 듯하다.침례교도들의 마음을 알것도 같다. #2. 모래바람을 뚫고,‘타가이타이’ 역시 마닐라에서 1시간 30여분를 달려가야 하는 타가이타이는 세계에서 가장 작은 ‘타알화산’을 품고 있다.활동 한지 500년이 지나지 않아 지질학자들 분류기준으로는 아직도 활화산인 곳.살아있는 불덩이는 겹겹이 ‘천연요새’로 둘러싸여 있다. 일단 화산의 분화구 격인 ‘타알호’를 건너야 한다.모터보트를 타고 40여분간 질주,화산땅의 발치에 도달한다.뭍에 오르기 무섭게 밀짚모자를 든 아이들이 부옇게 먼지바람을 일으키며 달려든다.“원달러,원달러.”학교갈 나이도 안된 조그만 계집아이들이 모자며 먼지가리개용 스카프 따위를 팔고 있다.찰거머리처럼 달라붙는 집요한 눈빛들이 일렁이던 측은한 마음을 한순간에 질겁하게 한다. 한무리의 강매단을 뚫고 나와도 목적지인 산 정상까지는 한 고비가 더 남았다.하나 둘 도열한 말 등에 올라타고 해발 700여m 등성이를 올라가야 한다.길은 말그대로 모래바람과의 사투.밀짚모자를 있는대로 눌러써도,스카프를 꽁꽁 동여매도 어디서 날아왔는지 알수없는 모래 알갱이들이 입속에서 지금지금 씹힌다.눈동자를 사정없이 할퀴어온다. 드디어 정상.눈아래로는 아직도 부글부글 끓고 있는 작은 용암호.그 가운데로 타알화산이 그림처럼 모습을 드러낸다.지금이라도 저 분화구가 활동을 시작해맹렬하게 용암들을 뿜어낸다면?그런 생각에 사로잡힐 새도 없이 한쪽에서 판을 벌인 장사아치들이 코코넛 주스 한통을 건넨다.코코넛 한가운데 꽂힌 빨대를 빨아들이자 달싸하고도 미지근한 액체가 목젖을 적신다.오는길에 들이마신 먼지들이 한꺼번에 씻겨져 내려간다.다 마신 코코넛을 반으로 잘라 과육을 파먹으면 숙취해소에 그만이라지만 설탕섞어 거품낸 계란 흰자같은 그 맛이 비위에 안 맞을수도 있겠다.짧은 관광을 마치고 말을 타고 되돌아내려오는 길,벙어리같던 마부들이 어쩐일로 입을 뗀다.화두는 역시 ‘팁’을 달라는 거다. #3. 낙수 수상스포츠·골프 등을 즐길 수 있는 해변리조트 ‘푸에르토 아즐’,삼림욕과 온천욕을 한데서 해결하는 ‘히든 밸리’ 등도 마닐라 근교 명소로 손꼽힌다.마닐라 안에서만도 리잘공원,마닐라베이 등은 여행사마다 필수로 집어넣는 관광코스다. 이처럼 볼거리가 풍성한데도 마닐라는 3급 관광지 취급을 못면하고 있는 듯하다.차라리 남태평양의 리조트들은 변함없이 인기다. 우선은 가이드라도 딸리지 않고는 신변보장이 안되는 마닐라의 열악한 치안 탓.또하나는 오랜 식민 지배로 인한 전통의 공백이 마닐라 대기에서 은은한 문화의 발효향을 앗아가 버린게 아닌가 싶다.미 군용지프를 개조한 교통 수단인 지프니가 온통 길을 뒤덮고 싸구려 생 미구엘 맥주가 정갈한 마실거리를 대체하는 곳.리조트의 저녁밤을 장식하는 원주민들의 민속춤에서조차 화려하게 치장한 미제 분가루 냄새가 난다. 마닐라에서 진짜배기는 막노동판과 향락업소,관광지에서 함부로 몸을 굴리는 이곳 노동자들의 땀냄새,그리고 태양뿐인 것 같다.하지만 그래서 역설적으로 마닐라는 매력적이다.네온불빛 명멸하는 밤거리 사이로 생존에의 진한 욕망에 정면으로 대거리하는 사람들의 원시적 몸부림을 읽을 수만 있다면. jssohn@ 마닐라행 비행기는 인천공항에서 하루 세 차례 뜬다.오전 8시, 9시(금요일제외), 오후 8시20분.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필리핀 항공편이다.소요시간은 대략 4시간 내외.마닐라 공항을 벗어나면 길에 널린 게 지프니다.이곳 사람들에게는 버스값 정도의 값싼 대중교통수단이지만타갈로그어를 쓰지 않는 관광객들에겐 예사로 바가지를 씌우니 꼭 흥정을 한 뒤 승차할 것. 치안부재 상태인 마닐라 근교 등을 배낭여행하는 용감한 집단은 미국인들뿐이란게 정설.이곳은 어쩔수 없이 여행사들이 제공하는 패키지 프로그램에 의존하게 된다.마닐라 근교는 50여만원대,샹그릴라 등 최고급 리조트는 70여만원대부터 숙식포함 상품이 나와있다.싼게 비지떡이라는 말도 있으니 옵션 포함 여부 등을 꼼꼼히 따질 것.
  • [대한포럼] 경제특구에 대한 오해

    ‘경제특구는 노동자의 권익을 후퇴시키는가?’ 노무현 정부의 핵심 미래전략이 담긴 ‘경제자유구역 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경제특구법)이 노동계의 반발 속에 지난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정부는 이 법에 따라 김진표 경제부총리를 위원장으로 한 경제자유구역위원회와 추진기획단도 발족했다.이 법은 최적의 투자환경을 갖춘 경제특구를 건설해 세계 초일류 기업들을 유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그렇게 함으로써 한국이 홍콩이나 싱가포르,중국의 푸둥을 능가하는 21세기 동북아의 경제중심으로 발전한다는 전략을 담고 있다. 그런데 노동계가 이 법의 폐기를 요구하며 극렬한 투쟁을 전개중이다.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지난주와 이번 주에 걸쳐 이미 한차례씩 시한부 총파업을 벌였다.양대노총은 정부가 경제특구법을 폐기하지 않으면 시민사회단체들과 연대해 앞으로 더욱 강력한 반대투쟁에 나서겠다고 벼르고 있다. 노동계가 이처럼 경제특구법에 반대하는 이유는 이렇다.경제특구에 적용될 ▲월차휴가 폐지 ▲주휴 및 생리휴가 무급화 ▲파견제 확대 허용 등의 조항이 노동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므로 폐기돼야 한다는 것이다.노동계의 얘기를 좀 더 들어보자.“경제자유구역은 동북아 중심국가를 건설한다는 미명 아래 입주 기업들에 노동규제를 대폭 완화해줘 ‘노동권 말살구역’이나 ‘비정규직 착취구역’으로 변할 것이다.(민주노총)” “노동 문제뿐만 아니라,환경,교육,보건의료 등의 분야에서도 시민의 기본권에 많은 제약을 가하고 있어 노동자의 권익 후퇴는 물론 사회의 공공성도 크게 침해하고 있다.(민주노동당)” 노동계의 주장처럼 과연 경제특구가 지정되면 그 안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권익이 후퇴될 것인가? 필자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본다.오히려 그 반대라고 생각한다.경제특구로 근로자들이 몰려들고 근로자들의 복리후생은 더욱 증진될 것으로 예상한다.그 근거로 성공한 특구모델로 꼽히는 중국의 푸둥지역을 들 수 있다.중국의 상해 푸둥지역에는 서울과는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세계 유수의 초우량 거대기업들이 몰려들고 있다.이곳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은 중국내 다른 비특구지역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에 비해 평균 4∼5배나 높은 임금을 받는다.임금 이외의 노동조건도 여타 지역보다 훨씬 좋다.중국의 특구전략은 노동자의 총체적인 복지후생 수준을 높여주었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다.노동계가 경제특구를 ‘노예특구’라고 인식하는 것은 특구의 장래를 지나치게 비관적으로 바라보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경제특구에 대한 오해는 또 있다.이번에는 지나친 낙관론이다.즉 아무 곳이나 경제특구로 지정하기만 하면 지역발전이 획기적으로 앞당겨지고 땅값도 많이 오를 것이라는 생각이다.최근 재정경제부 산하에 발족한 경제자유구역 기획단에는 각 지방자치단체와 해당 지역구 의원들로부터 자기 지역을 특구로 지정해달라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이같은 요구도 역시 특구전략에 대한 오해에서 빚어지고 있다.경제특구는 한국이 미래의 세계최대 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는 중국과 경제대국 일본 사이에 위치해 물동량이 움직이는 국제 간선 수송로라는 지리적 특성을 최대한 활용하자는 것이다.이를 통해 21세기에 국제적인 물류와 비즈니스의 중심지로 발전하자는 전략이다. 이를 성공시키려면 경제특구는 당연히 국제 간선 수송로 상에 위치해야 한다.경제특구법이 입지요건을 ‘국제항만과 국제공항이 위치한 지역’으로 한정하고 있는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 경제특구는 노동자의 권익을 후퇴시키는 ‘노예특구’도,지역발전을 보장해주는 만병통치약도 아니다.경제특구 전략을 종합적으로 이해하고 기득권의 포기에 대한 국민적 합의와 협력이 뒷받침될 때 성공할 수 있는 전략이다. 염 주 영 논설위원 yeomjs@
  • 권노갑 동교동 방문 오열 / 눈물 글썽인 DJ

    민주당 동교동계의 맏형격인 권노갑 전 고문이 2일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큰절을 올린 뒤 오열을 터뜨렸다. 권 전 고문은 오전 진승현씨로부터 5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가 항소심 공판서 무죄판결을 받은 뒤 낮 12시 45분쯤 김 전 대통령의 동교동 자택을 찾아갔다.권 전 고문이 거실 바닥에 엎드려 울면서 큰 절을 올리자 김 전 대통령도 함께 눈물을 글썽이며 “법정투쟁하느라 고생했다.그런 일이 사실이 아닐 거라고 믿고 있었고 무죄가 돼서 나올 줄 알았다.”고 격려했다. 권 전 고문은 “건강을 유지하셔서 국민들을 위해 좋은 강연도 해달라.”고 인사했고,김 전 대통령은 “이제 그런 일은 자네들이 해야지.나는 은퇴했는데….”라며 30여분간 덕담을 주고 받았다.그러나 민주당 신당 문제나 특검 등 정치적 현안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이 없었다고 동행한 이훈평 의원이 전했다. 권 전 고문은 지난 2월 24일 김 전 대통령이 퇴임 때 동교동으로 가 먼 발치서 바라만보다 발길을 돌렸고,이후에도 “무죄를 받은 뒤에나 찾아뵙겠다.”는 의지를 밝혔었다.그는 정치 재개 여부를 묻는 보도진의 질문엔 손사래를 치며 웃음으로 대신했다. ●김 전대통령 영어통역 1명 공채 한편 동교동측은 김 전 대통령의 국제관련 업무 및 영어 통역을 담당할 별정직 2급 비서관 1명을 공개채용 한다. 이춘규기자 taein@
  • 민주노총 시한부 파업 / “정치성 투쟁” 조합원들 등 돌려

    평소 강경투쟁 노선을 걸어온 민주노총에 비상이 걸렸다. 민주노총의 전위대 역할을 해온 현대자동차가 24일 파업 찬반투표에서 간신히 과반수를 넘기는가 하면 궤도연대 지하철 3사의 파업에서도 조합원들이 속속 등을 돌려 사실상 하루만에 싱겁게 끝나버렸다. 특히 25일 시한부 총파업에서도 당초 민주노총의 예상과는 달리 6만 6000여명(노동부 추산)만이 파업에 참가했을 뿐이다. 이처럼 조합원들이 지도부 및 상급단체의 강경노선에 급제동을 걸고 나선 것은 임금·복지 등 근로조건 향상보다는 정치성 투쟁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과반수를 간신히 웃도는 파업 찬성률은 파업 지도부에는 충격적이라 할 수 있다. 현대차 노조 파업 찬반 투표 결과 재적조합원 3만 8917명의 54.8%만이 찬성표를 던졌다. 투표 가결 기준인 ‘재적 조합원의 과반수’를 간신히 넘긴 것이다.이는 2001년 70.3%,2002년 72.4%에 비하면 엄청난 차이다. 이러한 수치 차이는 곧바로 파업의 동력을 떨어뜨리는 작용으로 나타나게 된다.따라서 지도부는 전면파업이나 강경투쟁에는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게 된다. 부산지하철 노조는 전체 노조원 가운데 10% 미만의 노조원만 파업에 참가하는 ‘이례적’인 사태가 벌어졌다.특히 노조의 핵심이랄 수 있는 승무지부 기관사 402명은 “민주노총의 투쟁노선을 우선시하는 파업에 동조할 수 없다.”며 전원 파업에 참가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지도부는 협상 테이블에서 기가 꺾일 수밖에 없었다. 대구지하철 노조 역시 시민들의 비난이 빗발치자 이탈자가 속출,파업 8시간만에 노사합의에 도달하기도 했다. 25일 총파업에서도 당초 10만여명이 참가할 것이라는 민주노총의 기대와는 달리 6만 6000여명만이 참가하는 데 그쳤다. 노동부 관계자는 “현대차 파업 찬성률이 이례적으로 낮은 것이나 지하철 3사의 파업 동참률이 낮은 것은 노조원들이 정치성 투쟁에는 관심이 없다는 것을 직접적으로 보여준 사례”라면서 “오는 7월2일 총파업도 결속력이 상당부분 약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용수기자 dragon@
  • [사설] 무리한 지하철 파업이 준 교훈

    시민과 대다수 노조원들의 뜻을 저버리고 강행한 부산·대구·인천 지하철 노조의 파업은 사실상 실패했다.‘2·18지하철 참사’의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대구지하철은 시민들의 빗발치는 항의에 부딪혀 파업 돌입 9시간만에 노·사 협상이 타결됐으며 부산과 인천도 90%이상의 노조원들이 파업대열에서 이탈,‘집행부만의 파업’으로 전락하고 말았다.파업은 인내와 성실성으로 끝까지 협상을 벌여 합의점을 찾는 최선의 노력을 기울인 다음 단행하는 최후 수단이어야 한다.그래야 노조원은 물론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동조를 얻을 수 있다.그같은 절차를 충분히 밟지 않은 지하철 파업의 실패가 주는 교훈을 파업을 예고중인 다른 사업장에서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실리보다 ‘시민의 안전’이라는 명분을 앞세운 이번 파업은 처음부터 무리라는 지적이 많았다.우선 대구·인천지하철은 직권중재기간에,부산은 행정지도 상태에서 파업에 돌입해 일부 적법성 다툼이 있긴 하지만 불법 파업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특히 부산의 경우 밤샘 노·사 협상에서 노조측이 요구한 임금 9.1% 인상에 거의 접근한 데다 사측도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한 안전위원회의 설치 검토’라는 전향적인 수정안을 제시했는데도 끝내 노조가 파업에 돌입해 승무원들을 중심으로 한 노조원들의 집단 이탈을 불러왔다.이는 부산노조 스스로의 결정이기보다 전국궤도노조연대회의의 지시에 따랐기 때문이라는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극소수 노조원들의 파업이긴 하지만 장기화되면 피해를 주기 마련이다.대구지하철의 예에서 보여주듯 노조가 요구하는 시민안전을 위한 사안들은 얼마든지 대화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부산과 인천지하철 노·사도 대구처럼 타협을 해야 할 것이다.
  • 팝과 클래식 사이 어디쯤… “감성 주파수 맞춰보세요”/ ‘시크릿가든’등 해외뮤지션 3팀 내한공연

    초여름 늦은 오후.후텁지근한 바깥공기를 피해 냉방잘된 티켓박스 앞에 서는 기분은 꽤 근사할 것이다.그것도 팝과 클래식 사이 어디쯤에다 감상주파수를 맞춰 놓고 ‘낭만적 국외자’로 마구 풀어져도 좋을 무대를 찾았다면…. 해외 인기 뮤지션들의 풍성한 내한무대가 줄을 잇는다.먼저 재즈 마니아들에게 희소식.네덜란드의 ‘유러피안 재즈 트리오’가 처음으로 내한한다.1984년 결성된 이들은 그동안 몸값이 비싸,국내 공연 기획사들이 먼발치서 군침만 흘려온 세계 정상급 재즈밴드.피아니스트 마크 반 룬,베이시스트 프란츠 반 회벤,드러머 로이 다커스로 구성된 트리오는 재즈명곡·영화음악·클래식 소품·팝 등 장르를 넘나드는 다양한 레퍼토리로 폭넓은 사랑을 받아왔다. 데뷔 이후 지난해 ‘The jewels of the Madonna’까지 8장의 앨범을 냈다.새 음반 ‘Europa’도 내한에 맞춰 국내 출시된다. 이번 무대에서는 그동안의 인기곡들을 추려 들려줄 예정.온화하고 로맨틱한 사운드에 흠뻑 젖을 수 있는 무대로 기대를 모은다.어려운 재즈가 싫었던 이들에겐 안성맞춤.15일 오후 4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02)3487-7800. 북유럽의 로맨틱한 선율을 만날 수 있는 무대가 또 있다.구구한 설명이 필요없는 노르웨이 그룹 ‘시크릿 가든’.애조띤 선율의 동양적 정서가 그득한 ‘Song from a secret garden’등 대표곡이 국내 CF의 배경음악으로 쓰이면서 폭발적 인기를 누려온 이들은,지난해 새 앨범 ‘Once in a red moon’을 국내 발매해 변함없는 사랑을 확인했다. 롤프 러블랜드의 담백한 건반,피오뉼라 쉐리의 애조띤 바이올린은 이번엔 특별히 지방팬들을 찾아갈 예정.부산·대전·전주·광주·수원 등 지방 5개도시를 19일부터 하루씩 순회하며 대표곡들을 들려준다.1588-7890. 미국 출신의 팝피아니스트 짐 브릭만 콘서트도 빼놓을 수 없다.깔끔한 뉴에이지 선율부터 팝발라드까지 두루 즐길 수 있는 고급스럽고 경쾌한 무대다.브릭만의 최고 히트곡 ‘Valentine’을,인기가수 박화요비가 게스트로 출연해 함께 부른다. 박화요비는 이달 국내 출시될 브릭만의 9집 앨범에서 ‘Valentine’을 브릭만의 연주에 맞춰 불렀다.연인들에게 잘 어울릴 로맨틱 콘서트.11일 오후 7시30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02)548-4480. 황수정기자 sjh@
  • 노동부 직업상담원 정규직 전환 요구 / 공무원·수험생 곱지않은 눈길

    노동부 산하 고용안정센터에 근무하는 직업상담원들이 신분을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해 달라는 요구를 쏟아내고 있다.하지만 하위직 공무원들과 공무원시험 수험생들은 이같은 요구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일용직에서 정규직으로” 현재 노동부에 소속된 직업상담원은 1800여명에 이른다.이들은 지난 97년 IMF(국제통화기금) 직후 양산된 실업자가 최대의 사회 문제로 대두되면서 정부가 직업알선을 위해 직업상담원을 두게 됐다.이들의 신분은 1년 단위로 계약을 연장하는 일용직이다. 이들은 신분이 불안정한 비정규직이기 때문에 사기가 떨어지는 등 효과적인 업무수행을 하기 어렵다며 정규직으로 신분전환을 요구하고 나섰다.이를 위해 지난해 7월 노동조합을 결성하기도 했다. ●“무리한 요구” 직업상담원들의 요구가 알려지자 하위직 행정자치부 홈페이지(mogaha.go.kr)에는 이런 요구를 비난하는 공무원들과 공무원시험 수험생들의 글이 빗발치고 있다. 노동부에서 근무한다고 밝힌 ‘장상민’씨는 “두산중공업 사태와 화물연대파업 등 목소리를 크게 내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면서 “능력에 대한 공개적인 검증없이 무조건 신분전환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라고 비난했다.그는 “정부가 투명하고 공개적인 인사운용의 원칙과 기준을 고려해 처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수험생’이라고 밝힌 네티즌은 “최근 7·9급 공무원시험 경쟁률이 100대 1이 넘는 것이 예사”라면서 “상당기간의 수험생활과 치열한 경쟁을 뚫고 공직사회에 입문하려는 수많은 수험생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줘서는 안된다.”고 주문했다. ●요구 수용 가능성은 낮아 참여정부 출범 이후 이같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 요구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하지만 단기적으로는 이같은 요구가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낮다. 노동부 관계자는 “권기홍 장관이 지난 4월 국회에서 직업상담원의 공무원화를 추진토록 노력하겠다고 답변했다.”면서 “하지만 이들의 공무원화는 신분안정을 위한 하나의 대안일 수 있으며 우선 공론화 과정을 거쳐 여론수렴에 나설 계획”이라고 설명했다.행자부 관계자는 “다른 비정규직 노동자들과의 형평성,국가 재정상의 문제 등을 고려해 볼 때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장세훈기자 shjang@
  • “지리산 품 속 27년 183명 구했습니다”/ ‘지리산 욕쟁이’ 김종복 산악구조대장

    큰 산,지리산에는 큰 사람이 있었다. 산 사람의 자긍심을 지키며 온몸으로 산을 사랑하고 갖은 어려움 속에서도 조난자를 구해 내려오는 ‘지리산 지킴이’ 김종복(46)씨.산림훼손을 보고 그냥 지나치지 못해 ‘지리산 욕쟁이’로도 불린다.3개 도,5개 시·군에 걸쳐 있는 지리산 품(구례읍)에서 태어났다.1976년 19살에 제발로 지리산에 들어간 이래 27년 동안 산 그늘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냥 산이 좋고 편하다.”는 그는 89년,처음으로 ‘지리산 산악구조대’(대원 28명)를 만들었다.이후 그들이 구한 조난자는 183명에 이른다. 2001년 10월,전남 구례군 토지면 오미리 형제봉 아래 폐교인 문수분교를 빌려 지리산 산간학교도 열었다.이곳은 노고단 산장이 맺어준 부인(43)과 예쁘고 건강하고 예의바른 초등학생 두 딸이 ‘지리산 아빠’를 가장 자랑스럽게 여기며 사는 보금자리다. ●왜 산에 사느냐고요 학교 주변은 조선조 화가 정선의 ‘진경산수화’를 능가하는 무릉도원.노고단이 먼발치에서 병풍처럼 다가서고 눈앞엔 형제봉과 왕시루봉이 빚어놓은 수백길 낭떠러지,옹기종기 박혀 있는 다랑이(논),얼마 전 지리산 반달곰이 내려와 꿀통을 훔쳐 먹었던 문수골,면사포를 쓴 듯 수줍음을 터트린 밤나무꽃 군락이 어우러져 있다. “어릴 때는 산이 좋아 산에 갔고 철이 들면서 산이 나에게 찾아 들었지요.내가 좋아하는 산이기에 산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다 찾아서 합니다.” 고교 2학년이던 76년,가방을 내던지고 지리산에 들어왔다.그리고 지리산에 인생을 걸었다.88년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출범해 산장을 관리하면서 지리산에서 쫓겨났다.하지만 이듬해 호주머니를 털어 산악구조대를 창설,지리산에 기어코 다시 돌아왔다.1년이면 지리산 종주(2박3일)만도 평균 32번을 한다. 지리산 생활 27년이니 단순하게 계산해도 864번.그런 그도 얼마 전부터는 산이 두렵다고 했다. “그동안 정말로 지리산을 (손바닥처럼)잘 알고,자신 있다고 말했습니다.그런데 자연의 피조물인 인간이 감히 자연을 안다고 건방을 떤 거지요.”라고 털어놨다.산에서 해가 지는 걸 보면 괜히 눈물이 난다고 했다. “산은 자꾸 겸손하게 살라 말하는데 명예가 무슨 필요가 있겠느냐.”며 “내 만족감에 취해 산다.”고 웃었다. 86년 교통사고 때 친구 둘이 죽고 자신도 의사들이 포기했지만 기적적으로 살아났다고 기억했다.“살려 주십시오.남을 위해 살아왔고 앞으로도 남을 위해 살겠습니다.” 이 일이 있고 3년 뒤 그는 산악구조대를 만든다. ●산에는 사랑이 있다 “산은 언제나 사람을 반깁니다.배신을 모릅니다.산에서 내려오는 사람이 주변을 배신하지요.” 노고단에서 인생을 배운다는 거다.정상에 오르려면 힘들고,오르면 허무하고 또 내려가야 하는 게 인생과 같지 않느냐고 반문한다. 어느 날인가,그는 딸들을 불러 이렇게 말했다.“아빠가 죽으면 화장해서 지리산에 뿌려라.너희들이 지리산에 아무데나 와서 산을 보고 절하면 된다.지리산만큼 좋은 명당이 어디 있느냐.제사지낼 음식 싸들고 와서 산새들에게 먹이로 줘라.” 3년 전 겨울,자연의 품으로 당당히 돌아간 수녀 2명을 그는 잊지 못한다.시신은 못 찾았지만 눈 속에서 찾아낸 일기장에 이렇게 적혀 있었다.“기쁜 맘으로 구조대를 기다린다.자연이 주는 죽음을 받아들이겠다.” 노고단에 오르는 수학여행단 인솔교사에게도 한마디씩 늘 잊지 않는다.“지리산은 생태학습장입니다.사진찍거나 몇 시에 성삼재 주차장에 모이라고 큰 소리치지 말고 지리산 야생화 종류,한 때 삶과 죽음만이 존재했던 지리산의 역사 등 의미를 부여하는 자연학습을 해보세요.”라고. ●큰아이 아플 때 딱 한 번 후회 ‘왜 산에 가느냐.’는 질문에 머뭇거리던 김씨는 “산은 내가 사는 이유요,나의 생명”이라고 대답했다.산의 입장에서 산에 오르라고 한다.산악구조대 초창기에 먹을 쌀조차 없어 갈등도 많았다. “이 길이 걸어가야 할 길이 맞는가.내가 조금만 바깥 사람들을 편들면 쉽게 살 수 있을 텐데….”라고.하지만 “산의 자존심을 이렇게 망가뜨릴 수는 없다.누가 알아주든 말든 봉사하며 사는 그 자체로 만족하자.”는 쪽으로 이내 맘을 고쳐 먹는다고 한다. 지리산 산간학교(1일 80명 숙박 가능)를 기업이나 단체,개인에게 연수장소 등으로 빌려주고 자연보존 교육하고 받는 게 수입의전부다.그는 가난하지만 부자다.마음의 농장이 지리산이다.반달곰도 있고 산삼도 있다.맘에 들면 토끼봉도 주고 반야봉도 떼어준다. 하지만 지난해 큰 딸이 초를 다투는 큰 수술을 받을 때 병원비가 없어 애태우기도 했다.다행히 수술이 잘 됐다.처음으로 산에 들어온 걸 후회할 뻔 했다고 고백했다. “무능력한 아빠 탓에 혹시라도 딸에게 무슨 일이라도 나면….”하면서 눈시울을 적셨다.이 때 김씨를 다잡아 준 게 가족이었다.“우리는 아빠가 자랑스러워요.” 요즘 지리산을 글로 정리하고 있다.깊은 골짜기의 산 사람 이야기,산간마을 할아버지들의 언어,빨치산 이야기,뒷등골 큰 바위 이야기 등등. 글·사진 지리산 남기창기자 kcnam@
  • ‘1주택 양도세’ 비판 잇따라

    김진표(金振杓)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1가구 1주택에 대한 양도소득세 부과 검토 방침을 밝히자,당국의 무책임한 자세를 질타하는 비판여론이 빗발치고 있다.구체적인 검토도 없이 불쑥 말을 던져놓은 채 ‘아니면 말고’식의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재경부 안에서조차 “실현가능성 없는 제도로 국민 불안감만 조성한다.”는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파문이 커지자 재경부는 “구체적으로 결정된 내용은 아무 것도 없다.”며 손사래를 쳤다.일각에서는 김 부총리의 전형적인 ‘언론 플레이’라는 해석을 하기도 한다. ●선진 외국도 1가구 1주택자 사실상 비과세 25일 재경부에 따르면 미국·일본은 1가구1주택자에 대해 소득공제를 통해 세제혜택을 주고 있다.양도차익의 일정액을 소득에서 차감해주는 방식이다.일본의 경우 우리 돈으로 3억원 가량 소득공제를 해주고 있어 1가구 1주택자가 내는 세금부담은 거의 없다.재경부 관계자는 “우리나라처럼 1가구 1주택에 대해 완전 비과세를 적용하는 나라는 별로 없지만 선진 외국도 소득공제 등 형식만다르게 적용할 뿐,사실상 비과세 혜택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득’보다 ‘실’이 많다 재경부는 설사 양도소득세를 물리더라도 다수의 1가구 1주택 중산 서민층에게는 세금부담이 없도록 소득공제폭을 책정할 방침이라며 세수 측면에서 지금과 달라질 것은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양도세제를 변경할 경우 얻을 수 있는 것과 잃는 것은 뭘까. 우선 ‘득(得)’으로 조세원칙의 구현을 들 수 있다.재경부는 ‘소득있는 곳에 세금있다.’는 단순 투명한 원칙이 지켜짐으로써 ‘선진 세정’의 모습을 갖추게 된다고 설명한다.조세연구원 현진권(玄鎭權) 연구위원은 “양도세 실거래의 파악이 가능해진다.”고 장점을 꼽았다.지금처럼 주택의 절대 다수가 비과세·비신고 대상인 한 양도세 실거래가액 파악은 요원하며 과세표준 현실화도 어렵다는 주장이다. ‘실(失)’로는 1100만명(양도세 납세자)이 집을 팔 때마다 일일이 신고해야 하는 불편과 이에 따른 엄청난 행정력 낭비,불필요한 국민 반감 등이 꼽히고 있다. 제도상의 문제점도 적지 않다.참여연대 하승수 변호사는 “한 집에 오래 산 사람일수록 최초 (주택)취득가와 양도가 사이에 차액이 클 수밖에 없다.”면서 “부동산 투기와 아무 관계가 없는 장기 주택보유자가 세금을 많이 내는 역효과가 발생하는 만큼 이 부분에 대한 대책이 수반돼야 한다.”고 지적했다.주택 보유기간 동안의 물가상승분도 차감해줘야 하는 등 공제제도도 복잡해진다. 한 경제학자는 “1가구 1주택이라 하더라도 6억원 이상 고가주택이거나 ‘3년 보유,1년 거주’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비과세 혜택을 받지 못한다.”면서 “차라리 고가주택의 ‘6억원’ 기준을 낮추는 것이 더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안미현기자
  • 부산항 르포 / 부두마다 ‘컨테이너 山’

    우리나라 수·출입 컨테이너의 75.4%를 처리하는 부산항이 사실상 마비상태에 빠졌다.신선대부두,감만부두,허치슨부두,일반부두(1∼4부두)의 컨테이너 반·출입이 사실상 중단됐고,환적화물 처리도 위험수위에 달하고 있다.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최악의 물류대란이 불을 보듯하지만 이렇다 할 대책이 없어 애를 태우고 있다. ●쌓이는 컨테이너,멈춘 트레일러 12일 오전 화물연대 소속 부산지부가 집회를 갖고 있는 신선대컨테이너 터미널.야적장의 컨테이너 높이가 높아만 가고 있다.평소에 2∼3단으로 쌓던 컨테이너를 최대 높이인 4단으로 쌓고 있지만 화물을 반출하지 못해 야적장의 빈공간이 눈에 띄게 사라져 가고 있다.신선대 터미널은 야적장이 넓어 장치율(화물의 점유율)이 82.4%로 그나마 나은 편이다.인근 감만항 대한통운 터미널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장치율이 98.9%로 거의 꽉 차 극심한 동맥경화에 시달리고 있다.신선대 터미널 이정선 프레닝팀장은 “화물 반출·입이 사실상 중단돼 수입화물의 장치율이 급속히 늘고 있다.”면서 “일주일정도 화물 반출이 안될 경우 더이상 배를 접안시킬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수출화물을 쌓아야 할 공간에 수입화물을 임시로 쌓고 있지만 이마저도 오래가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부두에 컨테이너가 쌓이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이를 실어나를 트레일러는 터미널밖 8차선 도로 절반을 점거한 채 늘어서 움직일 줄 모르고 있다.“지입제 철폐하라.”“교통세율 인하하라.”라는 파업 참가자들의 목소리가 신선대 터미널 정문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환적화물·수출비상 부산 컨테이너 부두 전체 물동량의 약 40%를 차지하고 있는 환적화물 처리는 아직은 괜찮은 편이다. 인근 터미널에서 옮겨와 처리하는 물량이 전체환적화물의 15∼20%정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선대 터미널에서 컨테이너를 싣고 미국 동부지역으로 출항하는 케이프 찰스호는 인근 감만항에서 옮겨와야 할 50개의 컨테이너를 싣지 못한 채 출항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터미널 관계자는 “터미널간 이동은 가능하지만 적기에 화물들을 실어 나를 수 없어 환적화물 처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선주들의 전화문의가 빗발치고 있어 앞으로가 문제”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환적화물을 우리가 처리하지 못할 경우 대부분 일본의 고베항에 빼앗기고 이를 다시 찾아오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면서 “동북아중심 항만 역할을 하고 있는 부산항의 사활이 걸린 문제”라고 우려했다. 항만이 제기능을 못하면서 처리물량은 날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11일 오전 8시부터 이날 오전 8시까지 부산의 처리물량은 평소의 25.3%로 하루전보다 10%포인트나 떨어졌다.특히 신선대 터미널은 평소 4867개의 컨테이너를 반출·입했으나 이날에는 337개로 평소의 6.9%에 그쳐 물류 대란을 실감케 했다. 부산 강동형기자 yunbin@
  • [외교관 통신] 국위선양과 역사의 지혜

    세계에는 실물보다 커 보이는 나라와 작게 보이는 나라가 있다.영국은 늘 크게 보이는 나라다.처칠에서 대처 그리고 블레어에 이르는 영국의 지도자들은 “미국에 추종한다.”고 야유받을 법도 한데 그렇지 않고,국제무대에서 행세해왔다. ●결정적 순간 지도자 위험부담 감수 역학관계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되 대세를 따라가기보다 흐름을 선점하며 선두에서 행동하였기 때문이다.나아가 국가의 위신과 이익이 걸린 결정적 순간에는 지도자가 바른 선택을 위한 위험부담을 꺼리지 않았다. 처칠은 나치 독일의 야욕과 철의 장막 및 냉전시대의 도래를,대처는 고르바초프의 개혁과 냉전종식의 시작을,그리고 블레어는 미국이 그린 이라크 문제의 해법을 남보다 앞서 간파하고 세계를 향해 메시지를 발신하며 영국을 위한 최선의 행동을 취했다. 프랑스는 영국과 달리 미국을 향해 대의명분의 대항축을 세워 존재감을 보이는 경우인데,그 역사가 길지는 않다.1950년대 말 드골의 제5공화국 출?이후부터다.드골은 냉전의 절정기에 공산 중국을 승인하고,미국의베트남 개입을 토착 민족주의와의 승산 없는 전쟁으로 단정했다.아랍인의 존엄성에 상처를 내 팔레스타인 문제를 끝없는 나락에 빠뜨린다며 이스라엘을 비난하고 원조의 손길을 끊었다.엄연한 힘의 우열을 부정하며 맞서는 드골식 ‘빈자(貧者)의 철학’이 그 바탕이다.그러나 시대를 앞서가는 지도자의 통찰력과 도를 넘지 않는 절제,그리고 국가 위상에 애착을 갖는 국민들의 뒷받침이 있어 그 선택을 가능케 했다. ●日 패전이래 스스로 낮추는 자세 계속 반면 일본은 실물보다 다소 작게 보이는 편이다.겸손과 조화의 문화가,남의 앞에 서거나 남과 다른 소리를 내는 것을 꺼리게 하는 것이지만 역사의 멍에 때문에 허리를 펴려 하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 1945년 패전 이래 일본이 지켜온 이러한 자세는 스스로를 크게 보이려 해 화를 부른 과거에 대한 반성에서 비롯됐다.본래 일본인들은 두드러지는 것을 꺼린다.힘이 세도 어깨를 펴지 않는 것이 미덕이다.그들끼리는 예전에도 그랬고,지금도 그렇다.그러나 바깥 세계와의 관계에선 다른 잣대를 썼기 때문에패전에 이르렀다. 세계를 향해 시선을 낮추고 몸을 사려온 일본에서 최근 몇년 사이 ‘본래의 모습’을 되찾자는 소리가 나타나고 있다.정계·학계의 일각에서 나타나는 ‘보통국가론’이다.바깥 세계의 누구에게나 할 말을 하고 국제사회에서 제자리를 찾자는 것이다.영국형(型)보다는 프랑스형에 기우는 주장으로 비친다.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좁은 국토에 인구가 밀집하고 해외의 자원과 시장에 의존해야 하는 일본의 ‘전략적 취약성’을 거론하면서 두루 원만한 관계를 가져야 한다는 설득 논리도 있고,다시는 절대 우위의 힘을 가진 나라와 맞서 화를 자초해서는 안된다는 다짐도 있다.그리고 행간에는 ‘자아’를 찾은 후의 스스로 모습에 대한 일말의 불신도 배어 있다.영국형을 이상적으로 보지만 선두에 서기는 꺼린다. ●우리나라 지정학적으로 실체이상 역할·비중 요구 6년 남짓 외국을 전전하며 먼 발치에서 지켜본 한국은 차례로 역사의 새 장을 펼쳐가는 모습이다.한·일 관계에서 부(負)의 유산을 청산한 데 이어 포용정책으로 남북관계에 해빙의시대를 열었다.그러나 한편으로 남북관계가 연출한 감동에 젖은 많은 사람들이 한·미 관계를 거추장스러운 존재로 느끼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앞으로도 오랫동안 그 어느쪽도 소홀히 할 수 없는 남북,한·미관계의 정합성을 설명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한반도 전문가인 게이오대의 오코노기 마사오 교수가 어느 자리에서 한 말처럼 민족과 동맹을 함께 지켜야 하지는 않을까. 우리가 수명 긴 국위(國威)를 위한 전략적 사고를 갖고 있는지도 궁금했다.목표에 동요는 없으며 목표는 수단에 비례하는지,상황의 변화에 적응할 유연성은 있는지,현재적·잠재적 제약 요인을 정확히 예측해 대비하는지,안팎의 조류를 먼저 읽고 상황을 선제하는 것인지…. 영국형,프랑스형,일본형 가운데서 우열을 가리기는 어렵다.그 나라 역사·지리·문화의 산물이며 국가의 선택문제이기 때문이다.다만,국위를 떨치려는 나라에는 일정한 소양이 요구된다.지도자에게는 전략적 사고가 있어야 한다.국가의 위상을 높이려는 국민적 의지도 뒷받침돼야 한다.지도자와 대중에게 역사의식에서 배어나는 지혜가 있어야 하며,새로운 역사를 여는 데 따른 위험부담도 감수할 수 있어야 한다.우리의 지정학적 여건은 나라의 실체 이상의 역할과 비중을 요구한다.이를 위해서는 예측과 관리가 가능한 범위 내에서의 위험 부담이 필요할지 모른다.역사는 중요한 순간에 위험 부담을 안으며 스스로 길을 열어가는 자만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이주흠 駐日대사관 공사참사관 ●이주흠(李柱欽·53) 외시 13회, 동북아 1과장,이탈리아 참사관,오사카 부총영사
  • 위상바뀐 대공수사요원/ 대공기능 축소… 기피부서 1순위

    새 정부 들어 공안의 개념이 변화하면서 공안의 기능과 공안 수사관들의 역할도 변모하고 있다.공안의 핵심축인 국가정보원과 검찰,경찰,국군 기무사의 공안 분야 직원들은 과도기적인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할지 좌불안석인 모습이다.국정원의 경우 공안 분야의 ‘기능 조정’을 내세운 노무현 대통령이 기조실장에 서동만 상지대 교수를 임명하면서 대대적인 개혁 인사가 예고되고 있다.대공인력 절반가량을 타 부서에 배치한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국정원뿐만 아니라 다른 기관의 공안 조직체계와 역할에도 앞으로 큰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검사들처럼 ‘대통령과의 대화’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선배들 때문에 왜 우리가 피해를 봐야 합니까?” 젊은 공안수사관의 말이다.요즘 시대의 변화를 가장 절실하게 느끼고 있는 이들이 공안 분야 종사자들이다.좌익·대공에 대한 인식이 과거와 달라지면서 따가운 눈총이 그들에게 쏠리고 있는 것이다. ●기피부서로 바뀌는 공안직 공안직은 기피 분야가 되고 있다.참여정부가 들어서면서 한총련 등 일부 이적단체의 합법화 기준을 둘러싼 논란 등으로 공안 수사관들의 보폭은 더욱 좁아지고 있다.국정원,경찰,국군기무사 등에서 활동하는 전국 공안분야 공무원들은 1500명 안팎.과거에는 간첩이나 좌익사범 체포를 ‘한건’만 하면 1계급 특진 등의 기회가 많았기 때문에 선호도에서 ‘0순위’였다.공안팀 근무는 베테랑 수사관으로 인정받는 코스로 인식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다 흘러간 옛말이다.역할은 줄고,전만큼 수사에 애를 쓰지도 않는다.주머니돈을 털어가며 24시간 ‘야전에서’ 뛰는 요원들은 거의 없다.일반 정보형사처럼 동향파악을 하는 정도가 대부분이다.어쩌다 수배중인 좌익사범을 검거해도 재판에서 풀려나 맥이 빠질 때도 있다.이제 젊은 공안요원들은 구조조정을 걱정해야 하는 신세다. ●국정원 대공수사국 국정원은 30일 기조실장과 1,2차장등을 임명,새 체제를 출범시켰다.고영구 신임원장의 내부개혁안과 ‘인사파일’도 금명간 뚜껑이 열릴 예정이다.고 원장의 인사개혁에서는 대공수사국이 주요 타깃이라는 소문이 나돌아 대공요원들은 전전긍긍하고 있다. 국정원 대공수사국 본부에만 13개과에 수백명의 수사요원이 있다.국정원 안팎에서는 50%가량 감축된다는 설이 나돌고 있다.아울러 각 시·도 지부를 축소,공안인력이 감축될 것으로 보인다.축소되는 인원은 해외파트로 보강할 계획이다.국정원 대공수사팀은 군사정권 시절에는 크고 작은 간첩사건을 ‘터뜨려’ 정권유지에 한몫을 했다.때로는 포상휴가나 상을 받아 다른 부서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전직 국정원 대공수사팀의 한 관계자는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과 임동원 전 국정원장의 방북 이후 대공요원들은 사실상 ‘열중쉬어’ 상태나 다름없다.”면서 “남북관계 등 주변 여건을 감안하면 ‘평화 지키기’가 아닌 ‘평화 만들기’를 위한 요원들로 재무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 보안수사대 경찰청 보안국이 공안수사를 진두지휘하는 곳이다.200명 내외로 추산하고 있다.1과는 서무기능,2과는 대공업무의 분석기능을 하고 있으며,3과는 순수 대공수사 파트다.북한 귀순자나 간첩이 붙잡힐 경우 3과 요원들이 합심조에합류한다.유명한 남영동분실이 보안3과다.또 대공분야 외에 이적단체 등을 수사하는 홍제동분실(보안4과)이 있다.이밖에 서울청을 비롯,지방청별로 3개의 보안수사대를 두고 공안업무를 관장하고 있다. 경찰의 공안인력은 김영삼 정권 들어서면서 일부 조정돼 95년이전보다 전체적으로 30%가량 감축된 상태다.한 지방청장은 최근 취임하자마자 보안수사대 인원을 30% 이상 줄였다.이같은 추세를 반영하듯 최근 단행된 경찰 보직인사에서 상당수 공안요원들이 타부서를 희망했으나 대부분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경찰의 한 공안수사요원은 “시대가 바뀌었음을 실감한다.”면서 “보직 변경을 희망한다고 해도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기무사 대공수사단 기무사는 현재 서울 삼청동 사령부내의 대공처장 산하에 대공수사단과 군단·사단단위별로 대공팀을 운영하고 있다.최근 모 대령이 준장급 보직인 대공처장에 새로 부임했다.기무사는 대공팀뿐만 아니라 전체 인원을 줄여가고 있다. 우선 사단단위별 독립 기무부대를 없애기로 했다.이를 위해5월부터 5군단본부에서 시범적으로 3개 사단에 흩어져 있는 기무기능을 흡수통합 운영할 예정이다.사단 기무부대는 중령이 부대장이며 대공분석과장은 소령이 맡고 있다.또 계룡대 육·해·공군으로 흩어져 있는 대공팀을 통폐합할 예정이다.당장 준장급 2자리가 없어진다.축소되는 인원은 야전과 방산분야에 배치할 방침이다.감축 인원이 200명가량 될 것으로 예상된다.5년째 대공팀에 근무중인 한 직원은 “시대 변화는 감수해야 하지만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열심히 한 결과가 ‘야전행 열차’뿐”이라고 푸념했다. 김문기자 km@ ■어느 수사관의 하루 지방경찰청 보안수사대에 근무하는 Y(42)씨는 경찰에서 공안업무만 12년째 맡고 있다.그러나 요즘에는 출근을 해도 의욕이 생기지 않는다.얼마 전 다른 곳으로 옮긴 동료들의 빈자리를 바라보며 한숨짓는 일이 많아졌다. Y씨가 근무하는 보안수사대의 동료는 4월 중순 전까지만 해도 60여명.그러나 최근 전보인사 때 30%가량이 빠져나갔다. 새로 생긴 외사수사대 등으로 떠나버렸다. Y씨는 매일 아침 8시30분에 시작되는 회의에 참석하지만 긴박한 상황은 거의 없다.회의를 마치고 대부분 외부 활동을 나간다.오라는 곳은 거의 없다.감시대상 단체의 활동유무를 점검하지만 밀착감시는 어림도 없다.차량번호까지 이미 노출이 된 상태에서 가까이 다가갔다간 거꾸로 무슨 변을 당할지 모른다.그저 먼발치서 동태를 살필 뿐이다.오후에는 가끔 보안업무 교육에 참가하기도 한다.그러나 상실감만 더할 뿐 교육은 점점 더 유명무실해지고 있다. 저녁 때면 수첩을 뒤져가며 친구들에게 연락을 해본다.그러나 반응은 시원치 않다.Y씨는 “공안도 당연히 변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정치권 등에서 ‘폭탄 발언’을 할 때마다 처지가 원망스럽기만 하다.”고 말했다. 김문기자
  • 난립 사설 배드민턴장 정비 / 강서구, 화곡·개화동등에 37면 신설

    강서구는 마을 뒷동산마다 우후죽순격으로 난립한 ‘사설 배드민턴장’을 정리하기로 했다. 유영 강서구청장은 28일 “개화산·봉제산 등 마을 뒷산에 무분별하게 설치돼 산림과 경관을 해치는 배드민턴장을 철거하고,화곡배수지 등에 배드민턴장 37면을 새로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서구 관내 작은 산 5곳에는 각 배드민턴동호회 등이 임의로 철망이나 비닐천막을 둘러 만든 자체 배드민턴장이 79면이나 난립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주변 경관을 크게 해치는 것은 물론 일반 주민들의 이용이 제한돼 철거민원이 빗발치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구는 우선 개화산·봉제산에 설치된 배드민턴장 10곳 42면을 철거,산의 본래 모습으로 되돌리기로 했다.이전이 어려운 우장산·궁산·까치산 등의 배드민턴장 37면은 고속도로 방음벽처럼 주변 환경과 어울리는 가림막을 설치,규격화할 계획이다. 또 주민들의 체육시설 이용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24억원을 들여 화곡배수지에 13면,화곡동 무궁화공원에 4면,개화동 신공항 고속도로 교각 아래에 10면의 배드민턴장을 새로 개설한다.배드민턴장에는 화장실,탈의실,휴게소,음수대 등을 갖춰 ‘체육공원’으로 단장할 계획이다. 류길상기자 ukelvin@
  • [나의 건강보감]조순 前부총리의 ‘보완적 건강론’

    ●“70대에도 유연한 몸 모두 놀라지요” ‘산신령’이나 ‘포청천’이라면 알아도 그의 별칭이 ‘소천(小泉)'임을 아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 조순(76) 박사.민선 서울시장과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한국은행 총재,민주당과 한나라당 총재 등 굵직굵직한 요직을 두루 거쳐 직함이 많은 그를 굳이 ‘박사’라고 부르는 것은 아무래도 우리나라에 서구 경제학을 이식해 정착시킨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즉 학자로서의 면모가 가장 돋보이는 까닭이다. 조 박사를 서울 종로구 구기동 민족문화추진회 사무실에서 만났다.지난해 11월 이곳 회장으로 취임했다.훌쩍 고희(古稀)를 넘기고 어언 희수(喜壽·일흔일곱 살)의 발치에 이른 나이임에도 얼굴이 동안(童顔)처럼 맑다.“이전투구의 정치판을 떠나선지 무척 건강해 뵌다.”고 인사를 건네자 “허허”하고 웃었다. 지난 95년,국민의 신망을 안고 정치계에 발을 들여 놓은 이래 그가 겪은 부침은 간단치 않았다.그해 서울시 초대 민선시장으로 당선된 이후 그를 애워싸고 펼쳐진 정치 퍼즐을 학문 외길만 걸어온 ‘조순’이 감당하기에는 너무 버거웠던 것일까.그는 지금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원래의 자리로 돌아와 있다.귀거래사라도 한 구절 남김직 하건만 일언반구 말이 없었다.그 와중에 적잖이 속도 끓였을 것이고,또 세간의 풍속이 그렇듯 얻은 것과 잃은 것을 저울질하느라 심사가 복잡할 법도 하건만 그의 웃음에는 티가 없었다. 얘기중에 “정치를 통해 나를 알았다는 것이 득”이라며 “이제는 여의도에 갈 일이 없다.”고 했다.정치에 대한 혐오감 때문일까.“지금 하는 일이 재밌고 또 중요하다.”고 말머리를 돌렸다.민족문화추진회는 우리의 고문·고전을 국역하는 일을 하고 있다. ●25년 전쯤부터 독학으로 요가 시작 자연스레 건강 얘기를 나눴다.“한 25년쯤 요가를 했어요.어디서 따로 배운 건 없어요.책을 놓고 집에서 시작했으니 생활요가라 해야겠지요.제자가 권해서 시작한 건데 좋아요.”그에게 요가를 권한 사람은 한국개발연구원(KDI) 이계식 박사다.책을 사들고 와 요가를 권했다. “다른 사람들이 제 몸 유연한 것 보면 놀라요. 평상시 집에서 40분쯤 하는데 그 정도 시간이면 동작 열댓개 정도는 해내지요.많을 땐 스물다섯개까지도 해요.”듣다보니 그의 어투에서 강원도 냄새가 난다.가끔 말끝의 조사가 툭툭 떨어져 나간다.그는 강원도 강릉에서 나고 자랐다. 요가는 이른바 ‘몸을 움직여 정신을 얻는 운동’이다. 해서 요가로 몸이 튼튼해졌다기보다 몸이 좋아졌다거나 정신이 맑아졌다고들 한다.“우선 정신이 맑아지고 몸이 가벼워져요.평소 안 움직이는 관절이나 근육을 이용하기 때문에 몸의 기능 퇴화를 막아주지요.요가원 같은 곳을 애써 찾을 필요는 없다고 봐요.해보니까 혼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운동이에요.” 외국 여행중에는 호텔에서도 요가를 한다.어디든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것도 좋다고 들었다.“모든 운동이 그렇듯 하루,이틀새 좋다고 느끼겠어요? 못해도 석달쯤은 해야 하고 여섯달이면 묘미를 느낄 수 있을 거예요.” 요가 예찬이다.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 미대사에게도 권했다고 소개했다. 조 박사가 요가만 하는 것은 아니다.요가보다 훨씬 전에 등산을 시작했다.전문알피니스트는 아니지만 산이라면 국내외를 가리지 않는다.산을 찾는 일을 도락으로 여긴다.육체적 건강도 건강이지만 산을 타면서 방해받지 않는 사유의 시간을 갖는 것이 손꼽히는 매력이다. 전국의 명산치고 그가 자국을 남기지 않은 산이 없을 정도다.한라산만 벌써 다섯번을 올랐다.중국 아미산과 네팔 카투만두,미국의 셰난도에도 족적을 남겼다. ●‘사유의 시간' 갖는 등산은 또 다른 취미 산을 주제로 한 그의 ‘특질고(特質考)’는 산을 대하는 한 노학자의 철학과 맛닿아 있다.“옛적 서산 대사가 4대 명산의 우열을 이렇게 가렸어요.금강은 수이부장(秀而不壯=아름답되 웅장하지 못함)하고,지리는 장이불수(壯而不秀=장엄하나 빼어나지 못함)하고,구월은 불수부장(不秀不壯=빼어나지도 장엄하지도 않음)하며,묘향은 역수역장(亦秀亦壯=아름답고 또한 웅장함)하다고.이렇게 보니 설악은 확실히 수이부장하고,지리는 장이불수합디다.두륜산과 무등산 등 호남쪽 산도 참 좋아요.한라산은 돌산이라 걷기가 좀 그렇고….” 가장 좋은 산 하나를 들어달라고 청하자 “다 좋다.”면서도 “무게가 있고 시야가 막힘없는 산이 태백산”이라고 했다. 아직도 해발 1000m쯤은 거뜬하다는 그다.그에게 듣는 바람직한 산행 요령 하나.“천천히 걸어야 해요. 나도 걸음이 좀 빠른 편인데,그거 안 좋아요. 결국엔 운동량도 비슷해요.” 그는 등산하다 두 번을 크게 다쳤다.모두 부주의한 결과라고 했다. 그에게 있어 산행과 요가는 ‘보완적 건강론’의 한 실천 방법이다.이를테면 산을 오르지 않은 날은 요가를 하고,요가를 할 수 있으면 산행을 하지 않아도 크게 아쉽지 않은,건강의 이기론(理氣論) 같은 것이다. “단전호흡과 조깅도 해봤지만 내 운동이 아니다 싶어 그만 뒀습니다.우리 삶에서 건강없이 이룰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건강은 알파요,오메가입니다.” 경제 문제를 얘기할 때는 얼굴이 잠깐 굳어지기도 했으나 이내 밝게 웃으며 “몸이든 마음이든 건강이란게 모두 의지에 달렸다.”고 덧붙였다. 심재억 기자 jeshim@ ■요가의 건강학 자연은 원천적으로 변화·조화·안정을 지향한다. 자연의 일부인 인간도 이런 흐름에 따라 우주의 질서와 화합하는 방향으로 생명활동을 전개해 간다.이 생명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힘을 요가에서는 ‘푸라나’라고 부른다.푸라나는 상생,상극으로 작용하면서 다양한 형상을 만들고 생명을 유지하는, 정신적·지적·성적 에너지인 동시에 영적 에너지다. 이런 원리에 착안,인간에게 작용하는 푸라나를 스스로 조절하도록 잠재력을 일구는 운동이 요가다. 사실 인체는 앉고, 서고, 눕는 기본 동작만으로도 충분한 운동효과를 얻을 수 있으나 실제로는 그걸 못해 많은 근육이 퇴화, 마침내는 몸이 균형과 중심을 잃는 것이다. 조순 박사는 요가의 장점중 하나로 아무 곳에서나 할 수 있는 점을 든다.실제로 요가를 하기 위해서는 깨끗한 장소와 담요 한 장이면 된다. 그런가 하면 그는 한 번도 요가원을 찾지 않고 책 한 권으로 25년간 수련해 ‘생활요가’를 실천했다. 그동안 스스로 감당할 수 있는 동작 25가지 정도를 익혔다. 상당한 수준이다. 요가는 팔과 다리로 전신의 무게를 지탱하고 균형을 잡는 개인운동이다. 혼자서 할 수 있는 것도이 때문이다.문제는 혼자서 지속적으로 운동을 해내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요가원 같은 곳에서 체계적으로 배우면 흥미를 잃지 않고 오래 할 수 있다. 이렇게 3∼6개월 정도 지나면 자제력과 평정을 얻고 몸도 한결 가벼워진다.물론 요가를 단순한 체조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민첩성과 균형감,인내력, 활동력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는 체조의 효능과 비슷하나 심리적 안정을 얻는 수양이라는 점에서 체조와 구별된다.실제로 요가에서는 운동·호흡·정화법 외에 명상법을 중히 여겨 따로 수련하도록 한다. 요가에서 중요한 것은 몸의 수련을 통해 마음을 새로 닦는다는 점이라는 게 요가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 전하는 말이다. ■ 도움말 백인요가원 안지용 원장 심재억기자
  • [길섶에서] 산수유 꽃

    산수유 열매는 신장 기능을 강화하는 한약재로 쓰인다.산수유 나무는 한때 열매를 판 돈으로 아이들 학비를 댔다고 해서 ‘대학나무’라고도 불렸다.하지만 값싼 중국산 산수유 열매가 물밀듯이 들어오면서 일부 농가에선 인건비도 안 나온다며 아예 수확을 포기하기도 했다. 이런 산수유 나무가 꽃 축제로 새롭게 각광 받고 있다.전남 구례군 산동마을,경기 이천시 백사면에 이어 경기 양평군 개군면이 오는 5,6일 1만 6000여 그루의 산수유 군락지에서 첫 축제를 연다.꽃잎의 크기가 4∼5㎜ 정도로 아주 작아 하나하나 뜯어보면 볼품이 없어 그저 홀로 피고 지던 산수유 꽃이 매화·벚꽃의 반열에 오른 셈이다.그야말로 ‘산수유 유전(流轉)’이다. 산수유 꽃은 그러나 먼 발치서 유유자적하며 바라봐야 제격이다.가까이 다가설수록 꽃잎은 수십개의 ‘좁쌀’처럼 흩어진다. 저만치 비켜서야만 수십,수백 그루의 산수유 나무가 산골 마을을 배경으로 연출하는 파스텔톤의 노란색 장관이 한눈에 들어온다. 김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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