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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이지 않고 거미 잡는 자연 친화적 도구 ‘클리터 캐처’

    죽이지 않고 거미 잡는 자연 친화적 도구 ‘클리터 캐처’

    벌레를 죽이지 않고 잡을 수 있는 자연 친화적 도구가 개발돼 화제다. 지난 14일(현지시간) 영국 미러는 직접 손을 대지 않고도 벌레를 잡을 수 있는 ‘클리터 캐처’(Critter Catcher)란 도구를 소개했다. ‘클리터 캐처’는 성인 팔길이 정도의 길이로 바닥에 솔이 달렸으며 상단에는 손잡이가 달려 있다. 손잡이를 잡아당기면 솔 부분이 벌어지면서 살생없이 벌레를 솔 안에 가둘 수 있다. 잡힌 벌레는 자연에 놓아주면 된다. ‘클리터 캐처’는 벌레들을 죽이기보다는 자연으로 되돌려 보내기 위해 제작됐으며 거미, 지렁이, 귀뚜라미, 바퀴벌레 등의 생활 속 벌레들을 손쉽게 잡을 수 있다. 이 기발한 도구를 개발해 낸 사람은 토니 알렌(Tony Allen)이란 남성으로 거미를 무서워하는 아들을 위해 ‘클리터 캐처’를 발명해 낸 것으로 알려졌다. 가격은 16.95달러(한화 약 1만 9500원)다. 사진·영상= INSIDER 영상팀 seoultv@seoul.co.kr
  • 집에서 힐링을

    집에서 힐링을

    간편하게 키울 수 있는 ‘씨드볼’ 등 집 꾸미기 열풍에 덩달아 인기 옥션 1분기 미니 화분 판매 두배↑ “작전은 인적이 끊기는 새벽 1시를 기해 단행한다. 지형지물을 미리 숙지하고 비밀 작전임을 명심하라. 작전이 노출되면 손에 든 (씨앗) 폭탄을 던지고 도주하라.” 2004년 영국 런던에서 시작된 ‘게릴라 가드닝’은 콘크리트 도시 한편의 버려진 땅에 몰래 꽃나무를 심은 데서 유래했다. 십여년 뒤 건국대 학생들이 학교 주변에 자발적으로 식재한 게 국내 ‘게릴라 가드닝’의 시초가 됐다. ‘게릴라 가드닝’은 황폐화된 도시를 향한 일종의 저항운동이지만 공동체를 교란시키기 보다 이웃들의 참여를 이끌어 내는 쪽으로 귀결되곤 했다. 게릴라전이 단행된 며칠 뒤 알록달록 새순이 피어난 땅을 체험한 시민들이 게릴라들을 지지하고 가드닝에 동참, 콘크리트를 무색하게 만드는 ‘식물의 힘’을 키우는 일이 반복돼서다. 올해 들어 ‘식물의 급습’은 집 안 곳곳을 향하고 있다. 온라인 오픈마켓 옥션은 올해 1분기 미니 화분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4% 증가했다고 10일 집계했다. 같은 기간 식물·난·분재용품 판매량은 10%, 공기정화식물 판매량은 35%, 분재 판매량은 32% 증가했다. 올해 초부터 집 꾸미기 열풍에 힘입어 원예 수요가 반등하는 기미다. ●침실엔 어두운 곳서도 잘 크는 관엽식물 까사미아가 이달 초 열린 ‘2016 서울리빙디자인페어’에서 선보여 인파를 모은 ‘도심 속 생활정원’ 전시는 흙이 없는 도시에서 화분이나 가든 퍼니처만으로 도시형 실내외 생활정원을 만들 기반이 갖춰져 있음을 증명해 냈다. 전시에서 까사미아는 집 안 공간별 가드닝을 구현했다. ●화장실엔 공기정화식물·부엌엔 허브 집 안에서 가장 환한 공간인 거실에서 흙에 심지 않아도 공기 중 수분과 유기물을 통해 잘 자라는 에어플랜트(틸란드시아)로 작은 정원을 연출한다면 비교적 어두운 공간인 침실에는 어두운 곳에서도 잘 자라는, 잎이 큰 관엽식물을 배치할 수 있다. 화장실에서 공기정화식물을, 부엌에서 채소와 허브를 키울 수 있다. 집 안 곳곳에 식물을 두었을 때 발생하는 긍정적인 효과는 이미 여러 차례 증명됐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도시농업연구팀은 “암 환자와 가족들에게 원예 치료를 한 결과 자아를 존중할 때의 느낌인 자아통합감이 증가했다”거나 “상추 기르기 활동을 한 어린이들의 관찰 능력과 통합적 사고 능력이 증진됐다”는 실증 연구 결과를 한국원예학회에 여러 차례 보고했다. 그런데 잘 가꾸면 좋은 줄 알면서도 막상 식물 재배를 시작하는 데 두려움을 갖는 이들이 많다. 한 화훼인은 “씨앗을 화분 맨 밑바닥에 두고 흙을 덮거나 씨앗을 심은 뒤 충분히 기다리지 않은 채 3~4일 후 전화해 싹이 나지 않는다고 문의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어려서부터 도시에 산 탓에 식물 재배법을 전혀 모르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고 귀띔했다. 최근 기술적인 어려움을 덜어 줄 다양한 원예 용품이 잇따라 출시되는 배경은 이처럼 ‘원예 문외한’이 증가하는 추세와 무관하지 않다. 또 한편으로 ‘도시에서 노동력을 최소화한 채 식물을 기른다’는 도시농업의 지향점 역시 이색 원예용품 발명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모세관 현상 이용한 ‘멀티 화분’도 눈길 공간앤정원의 ‘멀티 화분’은 직장인들이 식물을 재배할 때 가장 어려워하는 ‘물 관리’ 문제를 해결한 제품이다. 2011년 농촌진흥청 도시농업연구팀이 개발한 기술을 전수받아 진화시킨 제품인 멀티 화분은 투명한 용기의 화분 아래 별도 물통을 단 형태다. 가느다란 천의 섬유가 물을 빨아올리는 ‘모세관 현상’의 원리를 활용해 흙이 마를 새 없이 물을 공급하는 원리를 채택했다. 멀티 화분의 한쪽 면에는 자석이 있어 거울, 냉장고, 파티션 등에 붙일 수 있다. 권순동 공간앤정원 대표는 “눈높이 벽면에 식물을 붙여 두면 공간이 부드러워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틔움의 ‘씨드볼’은 원예의 첫 단계인 ‘싹 틔우기’의 고민을 덜어 준 상품이다. 허브, 방울토마토, 봉선화, 메리골드, 나팔꽃 등 다양한 씨앗을 배양토와 섞어 빚어 직경 2㎝ 형태의 볼 형태로 만든 씨드볼을 흙 위에 두고 물을 주면 초보자나 어린이도 손쉽게 싹을 틔울 수 있다. 유계림 틔움 대표는 “미국 대농장에서 파종할 때 씨앗과 배양토를 섞은 ‘씨앗 폭탄’을 공중에서 뿌려 싹을 틔우는 데서 착안, 씨드볼을 개발해 지난해부터 판매 중”이라면서 “버려지는 테이크아웃 컵을 화분 삼아 손쉽게 식물을 재배하거나 씨드볼에 자신의 마음을 담은 깃발을 꽂아 선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필에 씨앗캡슐 붙인 ‘꿈쟁이 연필’도 올해 식목일을 전후해 옥션에서 인기를 끈 ‘꿈쟁이 명화씨앗연필’은 연필에 씨앗캡슐을 붙여 연필을 쓴 뒤 씨앗을 심는 도구로 재활용할 수 있는 제품이다. 몽당연필의 꽁지를 아래쪽으로 향하게 비스듬히 기울여 심으면 캡슐이 녹아 방울토마토, 봉선화, 허브바질 등의 씨앗이 발아한다. 독일 인팜이 크라우드펀딩을 받아 개발해 지난해 일본 도쿄에서 열린 스타트업경진대회에서 1등을 차지한 ‘마이크로가든’은 실내에서 손쉽게 새싹채소를 개발할 수 있는 키트다. 종이컵 3컵(500㏄) 분량의 끓인 물과 우뭇가사리 가루를 섞고 식힌 다음 동봉된 무, 겨자, 루콜라, 콜라비 씨앗을 뿌린 뒤 기다리면 된다. 마이크로가든의 아이디어에 감명받아 지난해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회사를 설립, 마이크로가든 국내 판매를 시작한 토워드퓨처의 가재우 대표는 “마이크로가든은 실내에서 물을 보충하지 않고 새싹과 뿌리가 자라는 것을 지켜볼 수 있는 예쁜 디자인의 신개념 새싹 재배 방식”이라면서 “새싹 재배 과정을 관찰하는 것도 흥미롭지만 식물 재배를 통해 자연의 경이로움에 눈을 뜨게 됐다는 반응이 많다”고 소개했다. 식물을 재배하며 아파트 안 작은 공간에서도 계절의 변화를 깨닫고, 작은 씨앗이 생명을 키워내는 과정을 관찰하며 스스로의 성장 욕구를 가다듬는 것이야말로 식물 재배 수요를 키우는 동력이 된다는 설명이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119 비상소화전 특허 낸 영암소방서, 100억원 특허료 수입 올릴까?

    전남 영암소방서는 자체 개발한 ‘119 비상소화전’이 세외 수입을 올리는 효자 노릇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영암소방서는 지난해 창조경제 안전혁신을 통해 발명특허 등록한 119비상소화전을 최근 와이에스㈜와 특허권사용 계약을 체결했다고 30일 밝혔다. 선급금으로 1000만원을 받았다. ‘119비상소화전’은 원거리 자연마을 등의 소방 골든타임인 5분 확보를 위해 소방차가 도착하기 전에 주민이 화재를 초기에 진압할 수 있는 획기적인 소화장치다. 자체 모터와 꼬임 방지 기능을 갖춰 노즐과 호스가 꼬이지 않고, 슬라이딩 호스릴 설치로 풀고 감는 작업을 손쉽게 할 수 있다. 다른 소화전에 비해 편리하고 안전하면 경제적이다. 119비상소화전을 전국 농어촌 자연마을, 문화재, 사찰, 전통시장, 소방차 진입곤란지역, 축사, 야영장 등 16만 6000여개소에 설치한다면 영암소방서는 100억여원대의 특허료를 벌어들일 수 있다. 안전혁신 태스크포스(TF)는 올해 1700여개소 설치와 1억여원의 특허료 수입을 목표로 제품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 운영실태도 매년 평가 분석해 효율적으로 관리할 방침이다. 문태휴 영암소방서장은 “안전혁신 우수사례로 인정된 만큼 특허기술을 해외로 수출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영암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미래의 잡스’ 아이들, 부모 말문 막는 과학 질문 10가지

    ‘미래의 잡스’ 아이들, 부모 말문 막는 과학 질문 10가지

    당신의 아이가 미래의 에디슨 또는 아인슈타인일 수 있다. 스티브 잡스와 빌 게이츠가 되지 말란 법도 없다. 상상만 해도 흐뭇해진다. 하지만 분명한 전제와 출발점이 있다. 무한하게 확장하는 아이들의 호기심과 상상력 앞에 부모 역시 정직하게 대면하는 것이다. 어린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숱하게 아이들로부터 질문을 받는다. 그리고 역시 부모라면 한 번쯤은 즉석에서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을 받아본 경험도 있다. 특히 과학과 기술 등 관련해서는 부모들 역시 아이가 이해하기 쉽도록 설명하기 어려운 것들이 부지기수다. 그렇게 부모들도 잘 모르는 탓에 대충 얼버무리거나 아이의 호기심을 꺾었던 경험도 있을 수 있다. 영국공학기술연구소(Institution of Engineering and Technology)가 4~12세 자녀를 키우는 학부모 1102명을 대상으로 아이들의 질문에 답변하기 어려운 과학, 수학, 기술 관련 질문들에 대해 조사했다. 조사에 참여한 학부모들은 비교적 어려운 과학적 상식 또는 지식과 관련해 아이들로부터 질문을 받으면, 자신의 지식이 부족하다는 사실 때문에 쑥스러움과 어색함을 느낄 때가 있으며 때로는 순간의 당혹스러움을 피하기 위해 ‘하얀 거짓말’을 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전체 조사 참여자 중 61%는 아이들이 어려운 질문을 하는 것이 매우 두려워서 답변하는 것을 피하기도 한다고 밝혔고, 59%는 아이들이 과학과 기술과 관련해 부모이자 어른인 자신보다 더 많이 알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적이 있다고 밝혔다. 부모를 당혹케 하는 아이들의 과학·기술관련 질문 톱10은 다음과 같다. ▲광합성이 뭐예요? ▲어떻게 우주는 무한한 공간이 됐어요? ▲왜 태양은 그렇게 클까요? ▲태양은 왜 빛나요? ▲별은 어떻게 생겨요? ▲달은 왜 지구로 떨어지지 않아요? ▲하늘은 왜 파란색인가요? ▲컴퓨터는 누가 발명했어요? ▲ 벽돌은 인공적으로 만든건가요? ▲세상엔 얼마나 많은 공룡 종류가 있나요? 영국공학기술연구소의 나오미 클리머 소장은 “우리는 트위터 등을 통해 부모가 어려워할 만한 문제의 답을 제공하고 있다. 동시에 아이들이 과학과 기술에 더 많은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돕고 있다”면서 “아이들이 어려운 질문을 할때에는 함께 인터넷을 검색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답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설사 답하기 어려운 질문을 받더라도 훌륭한 질문을 건넨 것에 대해 칭찬해 주는 것이 옳다”고 전했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장영실이 뿌린 ‘과학의 씨앗’ 꽃피우다

    장영실이 뿌린 ‘과학의 씨앗’ 꽃피우다

    조선 세종 이후에도 의약·지리·자연철학 ‘일취월장’ 영국의 시인 T S 엘리엇은 ‘4월은 죽은 땅에서 라일락이 피어나는 잔인한 달’이라고 노래했지만 국내 과학계에서 4월은 대중과 과학이 만나는 축제의 달이다. 더군다나 올해는 ‘대한민국 과학기술 5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인 만큼 다채로운 과학기술 행사들이 준비되고 있다. ●한국 과학기술 50년… 행사 봇물 다양한 행사 중 눈에 띄는 것은 지난해 12월 문을 연 국립부산과학관이 이달 11일 시작한 ‘장영실 특별기획전’이다. 조선 세종조에 활약한 장영실은 생몰 연대조차 알려지지 않을 정도로 드라마틱한 삶을 살았던 과학자이자 발명가다. 최근 그의 생애를 조명하는 TV 드라마도 방영된 가운데 장영실을 통해 우리 전통 과학기술을 되돌아보자는 취지에서 마련된 전시회다. 많은 사람들이 장영실과 그를 적극 지원했던 세종대왕의 업적 때문에 당시가 우리 역사에서 과학기술이 가장 발달했던 때이며 그 이후 과학기술은 사실상 쇠퇴했다고 알고 있다. 과학기술 분야 석학들의 모임인 한국과학기술한림원에서 선정한 ‘명예로운 과학기술인’ 31명의 면면을 보더라도 20세기 이전의 인물은 11명에 불과한데 이 중 세종시대 인물이 3분의1인 4명에 이른다. 실제로 세종 때 이순지가 완성한 ‘칠정산’ 내편과 외편은 15세기 당시 세계 최고 수준의 역법으로 평가받았지만 이후 개선되지 못하고 후대 역법 연구자들은 천체 운행을 제대로 계산하지도 못했다. 또 장영실이 기존 아날로그 방식의 물시계를 정확한 시보 장치를 갖춘 일종의 디지털 물시계로 만든 ‘자격루’도 그가 파직된 후 제대로 관리할 수 없어서 무용지물이 됐다. 또 이천과 장영실이 세종의 명을 받아 완성한 ‘혼천의’ ‘간의’ ‘일성정시의’ ‘정남일구’ 등의 천문 기기들은 세종 이후 사용되지 않고 방치돼 있다가 임진왜란 당시 대부분 사라지고 남은 기구들도 사용법을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고 한다. 이런 사실들은 세종 이후 우리나라 과학기술 전통의 맥이 끊겼다고 하는점을 뒷받침하는 듯하지만 과학사 학계에서는 “그런 생각은 서양 과학과 유사한 형태만 과학으로 보는 시각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서울대 국사학과 문중양 교수는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역사가 짧다는 이야기를 하게 되는 이유는 17세기 이후 탄생한 서양 근대과학의 개념과 범주에서 전통 과학을 보기 때문”이라며 “우리나라 전통 과학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근대과학이라는 필터를 제거하고 특정 시대의 사회·문화적 배경 속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 이후에도 의약학과 지리학, 자연철학 분야는 더욱 발전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15세기 대표적인 의학 연구 서적은 ‘향약집성방’ ‘의방유취’인데 이는 금나라와 원나라의 의약학을 수용해 한국적으로 정리한 것에 불과했다. 임진왜란 이후 17세기에는 여기에 명나라의 의약학 기술까지 포함해 조선의 시각으로 정리하고 재해석한 허준의 ‘동의보감’이 등장했다. 당시 동의보감은 중국과 일본에서 의약학 교본으로 받아들일 정도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김정호 ‘대동여지도’는 지리학의 절정 지리학 분야에서도 후대에 갈수록 행정, 군사, 경제 등 다양한 목적과 기능을 가진 특수 지도가 만들어지고, 각 지방 군현 단위의 세부 축적 지도 등을 제작하면서 기술 발전이 거듭됐다. 이런 전통 지리학 기술의 발전은 19세기 중순에 만들어진 김정호의 ‘대동여지도’에서 절정을 이룬다. 형이상학적 자연철학 분야에서도 세종 때 이순지가 편찬한 천문학서 ‘제가역상집’이 후대에 나온 것보다 수준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다. 많은 사람들이 실학자들은 서양 과학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고 있으나 실제로는 전통적인 관점에서 서양 과학을 비판적으로 일부만 받아들이며 우리 고유 과학사상의 틀을 마련하려 했다는 것이 과학사학자들의 의견이다. 17세기 말부터 19세기 초까지 활약했던 실학자 중에서 김석문은 태극과 이(理)의 원리를 바탕으로, 홍대용은 기(氣)의 개념으로 각각 지동설을 주장했고 최한기는 기륜설(氣輪說)이라는 전통적 이론 체계로 당시 중국을 통해 들어온 뉴턴의 만유인력과 우주론을 해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 교수는 “한국 전통 과학과 근대 서양 과학은 과학적 사실과 내용은 비슷할 수 있지만 다른 패러다임으로 발전해 왔기 때문에 근대 이후 서양 과학은 발전해 왔는데 우리는 퇴보했다는 식으로 인식하는 것은 무리”라고 설명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투자 참여하고 아이디어 내고… 내 이름은 ‘금융 프로슈머’

    투자 참여하고 아이디어 내고… 내 이름은 ‘금융 프로슈머’

    일본 위안부 피해자들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만들어진 영화 ‘귀향’은 엔딩 크레딧이 길다. 영화 제작 후원에 참여한 시민 7만 5270명의 이름이 10분간 올라간다. 돈뿐만 아니라 뜻을 모아 준 시민들에 대한 감사의 표시다. 제작비 조달에 어려움을 겪었던 제작진은 공식 홈페이지와 포털 사이트에 진행 상황과 예고 영상을 내보내며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했고, 시민들의 참여로 제작비의 절반인 12억여원을 모아 영화를 완성할 수 있었다. 이렇듯 크라우드펀딩은 적은 돈일지라도 많은 사람들이 모이면 큰 보탬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출발한다. ‘대중’(Crowd)으로부터 ‘모금’(Funding)한다는 의미로 후원이나 모금의 개념과 유사하지만 최근에는 자금 조달에 성공하면 제품을 만들어 보상을 하거나 수익을 공유하는 방식이 자리잡고 있다. 올 1월 국내에서 정식으로 시행된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에는 한 달여 만에 34개 기업이 참여해 10개 기업이 12억 5000만원을 조달하는 데 성공했다. 27일 금융권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크라우드펀딩은 2005년 개인대출방식(P2P)으로 영국에서 처음 시작됐다. 이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활발해지면서 ‘소셜 펀딩’ 등으로 불리며 미국과 유럽에서 퍼지기 시작했으며 2011년 무렵 국내에서도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크라우드펀딩의 핵심은 온라인을 통한 활발한 의사 소통에 있다. 투자자들은 중개업체 사이트에서 실시간으로 의견과 정보를 주고받는다. 투자자가 창업자에게 직접 질문을 하기도 하고 여기에 대한 창업자의 답변과 태도에 따라 투자자들의 마음이 바뀌기도 한다. 크라우드펀딩 투자자들은 소비자인 동시에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공하면서 상품 개발 과정에 참여하는 ‘금융 프로슈머’(생산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소비자)의 역할을 한다. 펀딩 중개업체 와디즈 관계자는 “온라인상에서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신뢰할 만한 정보와 가능성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처음 투자하는 사람들은 전문 투자자들의 선행 투자와 중개업체 투자 자문단들의 질문과 피드백을 참고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귀띔했다. 유형은 크게 네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비투자형에는 후원형과 보상형이 있으며 수익을 내는 투자형에는 증권형과 대출형이 있다. 후원형은 앞서 영화 ‘귀향’처럼 대가 없이 자금을 지원하는 것으로 문화공연이나 사회 공헌 활동 프로젝트를 할 때 주로 이용된다. 공연 티켓이나 작은 기념품을 답례로 주기도 한다. 보상형은 발명품이나 시제품을 만들 때 자금을 모은 뒤 제품이 완성되면 이를 참여자들에게 돌려주는 것이다. 예컨대 발명품에 대한 상세한 설명과 목표액, 모금 기간 등을 제시하면 관심 있는 고객들이 돈을 입금한다. 목표 금액을 달성하면 그 돈으로 제품을 만들어 고객에게 보내고 목표 금액에 도달하지 못하면 받은 돈을 다시 고객에게 되돌려 주는 식이다. 사전 주문 제작인 셈이다. 미국의 스마트워치 제조사 페블은 크라우드펀딩 중개업체 킥스타터를 통해 2033만 달러(약 246억원)를 조달했다. 최근 뜨고 있는 유형은 투자형이다.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산업을 육성하고자 정부가 적극 지원하는 분야이기도 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월 25일 5개 크라우드펀딩 중개업체(와디즈·유캔스타트·오픈트레이드·인크·신화웰스펀딩)를 온라인소액투자중개업자로 등록하고 크라우드펀딩을 통한 지분 투자(증권형)를 법적으로 허용했다. 벤처·스타트업 기업에 관심 있는 일반 투자자들도 참여해 기업을 같이 키워 나가며 수익도 함께 나누자는 취지다. 집을 공유하는 형태인 ‘에어비앤비’ 형태의 숙박업이나 문화공연 프로젝트형 펀드도 조성될 예정이다. 예컨대 뮤지컬이나 영화 제작을 할 때 일반인들이 소액 주주로 참여하고 공연이 성공하면 수익을 함께 나누는 것이다. 고용기 크라우드펀딩기업협의회 회장(오픈트레이드 대표)은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연간 9만개 정도 만들어지는 법인이 자본시장에 편입되는 효과가 있다”면서 “앞으로는 후원형 크라우드펀딩으로 자금을 조달한 기업도 이후 성공을 해서 막대한 수익을 남기게 되면 이를 증권형이나 보상형으로 전환해 참여자들한테 주는 식의 ‘하이브리드’ 펀딩도 곧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크라우드펀딩 중개업체를 통해 개인들끼리 돈을 빌리고 빌려주는 P2P 서비스도 이미 시장에서는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제도권으로 완전히 들어오지 못해 어정쩡한 상태다. 현재 P2P 서비스 업체들은 대부업자로 등록해 영업하고 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어디까지가 불법이고 어디까지가 등록 업체인지 모르겠다는 불만이 나오는 이유다. 투자 한도 등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업계 관계자들과 투자자들은 “상한선을 정해 놓은 일반 투자자들의 투자 한도를 조금 더 유연하게 늘릴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현재 일반 투자자는 연간 500만원(기업당 200만원),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는 2000만원(기업당 1000만원)까지 투자할 수 있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동서양 경제 패권 바꾼 우연의 산물 ‘산업혁명’

    동서양 경제 패권 바꾼 우연의 산물 ‘산업혁명’

    대분기/케네스 포메란츠 지음/김규태 외 2명 옮김/에코리브르/686쪽/3만 8000원 동양은 가난하고, 서양은 부유하다. 너무도 당연해서 너나없이, 또 일말의 의심 없이 수용해야 하는 일종의 ‘진리’처럼 여겨진다. 한데 왜, 언제부터 경제력 격차가 생기기 시작했는가를 물으면 답변이 궁색해진다. 이에 대해 경제사학계에서는 1800년대 전후 영국에서 시작된 산업혁명을 단초로 본다. 바로 이 시기, 그러니까 산업혁명 이후 동서양 간 경제 성장률과 소득격차가 확대된 시기를 일컫는 말이 바로 ‘대분기’다. 그런데 ‘대분기’를 이끌었던 요인에 대해서는 견해가 엇갈린다. 일반적으로는 유럽 중심의 역사관이 주류를 이뤘다. 동양에서조차 구체적인 요인에 대한 의심 없이 이전부터 유럽이 자본과 기술 등 여러 면에서 ‘당연히’ 우위를 점해왔을 것이라 생각했다. 한데 새 책 ‘대분기’는 달랐다. 저자는 ‘대분기’가 이행되는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환경적 제약’을 꼽았다. 18세기 무렵 중국과 유럽(보다 정확히는 영국)은 동등한 위치에 있었고, 중세시대까지는 오히려 중국이 더 우세했다. 다만 영국은 우연히 석탄을 구하기 쉬운 지리적 요건을 갖고 있었고, 식민지 경영을 통해 값싼 원료와 노동력을 갖게 되는 ‘행운’까지 겹쳐지면서 중국과 큰 격차를 벌리며 도약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책은 이처럼 유럽 중심의 역사를 비판하고, 동시에 이를 극복하려는 시도를 담고 있다. 저자가 주목한 건 18세기 서유럽(주로 영국)과 중국 양쯔강 삼각주 지역의 경제 발전과 쇠퇴다. 두 지역을 탐색대상으로 꼽은 건 당시 경제적으로 가장 발달한 곳이었기 때문이다. 저자의 주장은 몇 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서유럽의 패권을 결정지은 대분기의 시점은 기껏해야 1750년대 중반 정도다. 산업혁명의 성공 원인을 근대 초기(15세기 전후)나 그 이전까지 거슬러 올라감으로써 유럽의 우위나 장점을 찾는 서구 학계의 전통적 시각에 대해서도 분명하게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낸다. 저자는 “1750년 무렵에도 중국이나 일본, 인도 등의 선진 지역과 비교하면 영국(과 서유럽)의 우위라는 것은 결코 존재한 적이 없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다. 다만 영국은 쉽게 구할 수 있는 석탄(노천 탄광)이 있었고, 이 같은 천연자원이 증기 기관의 발명 및 이용과 밀접한 관련을 맺으면서 산업혁명과 기술 혁신으로 연결됐다는 것이다. 결국 책의 핵심은 16~18세기에 아시아 국가들도 서유럽 못지않은 경제 발전 과정에 있었다는 것이다.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속도내는 모터스포츠 대중화… ‘한류 레이서’ 향해 달린다

    속도내는 모터스포츠 대중화… ‘한류 레이서’ 향해 달린다

    “월드랠리챔피언십(WRC) 1등이 포뮬러원(F1) 경기에 출전하는 것이 F1 챔피언이 WRC에 나가는 것보다 훨씬 유리하다.” 오픈휠 경주 머신으로 서킷에서 최고 속도를 가리는 F1 그랑프리의 황제 미하엘 슈마허가 랠리카를 탄 뒤 남긴 말이다. WRC는 자갈길, 진흙길, 눈길은 물론 낭떠러지를 불과 3~4㎝ 앞에 두고 아찔한 질주를 이어 가야 하는 만큼 F1에 비해 훨씬 난이도가 높다는 얘기다. WRC 드라이버들에겐 놀라운 균형감각과 순간적인 판단력이 절대적으로 요구된다. WRC는 F1 그랑프리, 미국 최고 인기의 박스카 대회인 나스카(NASCAR)와 함께 대표적인 3대 모터스포츠로 꼽힌다. 2017년에 열리는 WRC에서는 한국인 최초의 카레이서를 만나볼 수 있을 전망이다. 서울대 기계공학과 출신의 늦깎이 레이서 임채원(32) 선수가 주인공이다. 서울신문은 지난 24일 임채원 선수와 이메일 인터뷰를 했다. 그는 전 WRC 드라이버이자 프랑스모터스포츠협회 공식 랠리 드라이버 트레이너인 니콜라스 베르나르디의 지도 아래 프랑스 남부지역과 독일을 오가며 훈련을 하고 있다. 임 선수는 한국인 최초로 F3 챔피언에 올랐지만 모터스포츠의 불모지나 다름없는 국내에서의 관심은 ‘반짝’에 그쳤다. 결국 체급 상승을 위한 스폰서를 구하지 못했고 임 선수는 2014년 레이스를 멈췄야 했다. 그러다가 현대기아차가 운영하는 현대모터스포츠 월드랠리팀에서 제2의 기회를 잡았다. 지난해 유망주 육성 프로그램에 선발된 것이다. 임 선수는 “당시 한국에선 모터스포츠에 대한 인지도가 낮았기 때문에 스폰서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려웠다”고 떠올렸다. 그는 “유럽에서 프로무대에 가려면 포뮬러클래스를 거쳐야 하는데 공식 테스트와 경기 출전만으로도 감당하기 힘든 비용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또 “유럽 각지를 돌아다니는 투어 경기여서 목~금요일만 허용된 프리주행만으로는 본토 선수들과 경쟁하는 게 쉽지 않았다”고도 말했다. 레이싱 세계에서는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고 연습만 죽어라 했다’ 식의 헝그리 드라마가 통하지 않는다. 랠리카는 시중에 판매되는 양산차를 기반으로 하지만 개량에만 1대당 5억~10억원 혹은 그 이상이 투입된다. 2013년 WRC 출전을 재개한 현대자동차는 매년 1000억원 이상을 투자하고 있다. 그는 한국 모터스포츠의 부흥을 위해 “세계무대에서 활약하는 선수가 반드시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박지성, 박찬호, 박세리, 김연아 등 분야마다 개척자 선수들이 있었고 이들로 인해 해당 스포츠가 국내에서도 주목받았다고 설명했다. 축구선수가 꿈이었다는 그의 롤모델은 박지성 선수다. 임 선수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나아가는 모습으로부터 많은 용기를 얻었다”면서 “모터스포츠에서도 박지성 선수처럼 개척자로서 또 한국인 선수로서 좋은 모습을 보여 주겠다”고 말했다. 자동차의 발명과 함께 모터스포츠의 역사가 시작된 서양과 달리 우리는 1980년대 말에 이르러서야 모터스포츠가 열렸다. 현재 국내 모터스포츠는 전적으로 자동차 마니아들에 의해 행사가 치러지고 있는 실정이다. 2013년 WRC 재개를 선언하며 랠리계의 다크호스로 떠오른 현대차도 과거에는 고성능차 기술 육성보단 유럽을 중심으로 한 브랜드 인지도 향상에만 신경을 썼다. 2000년 ‘베르나’ 랠리카로 WRC에 출전했으나 투자 비용 대비 성과가 크지 않자 2003년 시즌 도중 발을 뺐다. 이런 가운데 한국인 카레이서 육성은 ‘고양이가 풀 뜯어 먹는 소리’에 가깝다는 평을 받았다. 하지만 최근 국내 모터스포츠의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현대차의 랠리 성적이 기대 이상인 데다 국내 모터스포츠 이벤트의 양과 질도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팬들이 많아지면 산업은 저절로 큰다. 코리아 스피드 페스티벌과 함께 국내 모터스포츠 이벤트의 양대 산맥으로 불리는 ‘CJ 슈퍼레이스’의 인기도 만만치 않다. CJ그룹의 적극적인 관심과 투자로 다음달 23일부터 시작되는 슈퍼레이스는 2006년 출범한 코리아 GT챔피언십의 바통을 이어받아 현재 아시아 최초이자 유일하게 스톡카(경주용 개조카) 레이스인 ‘슈퍼6000’을 열고 있다. 가수 김진표, 배우 류시원 등 유명 연예인들이 감독 겸 레이서로 참가하고 있다. 슈퍼레이스 관계자는 “2014년 누적 관람객 수는 5만 5331명, 지난해에는 9만명을 돌파했다”고 말했다. 아마추어 레이싱 대회로는 넥센타이어가 후원하는 ‘스피드레이싱’이 있다. 국내 모터스포츠 레이싱 대회에 참가할 수 있는 프로아마추어 선수층도 두터워지고 있다. 대한자동차경주협회(KARA)가 주관하는 드라이버 라이선스 취득자는 2011년 169명에서 지난해 479명으로 많아졌다. KARA 공인 대회도 2011년 13개에서 지난해 26개로 늘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한길 큰길 그가 말하다] 배명진 숭실대 교수

    [한길 큰길 그가 말하다] 배명진 숭실대 교수

    초등학교 때 소리 안 나오는 라디오에 미쳐 회로도 달달 외우고 전파상 취직 꿈꿨던 괴짜 용산공고 전자과 진학 금성사 실습 때 월급쇼크 뒤늦게 숭실대 입학 소리공학 연구로 세월호 선장 사형 증거잡기도 노벨상이 꿈 “저를 40대로 보는 사람이 아직은 좀 있죠.”(웃음) 지난 18일 서울 상도동 숭실대 소리공학연구소에서 만난 그는 TV 화면보다도 훨씬 젊어 보였다. 환갑을 앞둔 나이가 무색할 만큼 짙고 풍성한 모발을 갖고 있었다. “젊어 보여 좋으시겠다”고 하자 그는 한술 더 떠 서랍에서 자신의 30대, 40대, 50대 사진들을 꺼냈다. 그것들을 책상 위에 트럼프 카드처럼 늘어놓고는 “별로 안 변하지 않았느냐”며 익살맞은 눈짓을 보냈다. 그건 자기 전공 분야의 ‘효험’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었다. ‘소리’와 함께하는 생활이 젊고 건강하게 사는 비결이라는 얘기였다. 10평 남짓한 배명진(59·전자정보공학부) 교수의 연구실 내부는 ‘소리를 내는 클립’ ‘소리 바람 소화기’ 등 그의 아이디어가 깃든 작품들로 움직이기가 불편할 정도였다. -나는 ‘괴짜’로 불리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도 그렇다. ‘소리공학의 대가’, ‘과학의 대중화에 앞장서는 학자’라는 찬사도 듣지만 부정적인 평가도 적지 않다는 걸 잘 안다. “TV에 너무 많이 나온다”, “지나치게 자기 자신을 부각시키려 애쓴다” 뭐 이런 것들이다. “저렇게 외부 활동하고 애들은 언제 가르치느냐”는 말도 단골로 듣는다. 그러나 과학자라면 모름지기 사람들이 궁금해하거나 불확실한 것들을 규명하는 데 막중한 책무를 느껴야 한다. 난 거기에 최선을 다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연구실에 있는 학자도 필요하고 대중과 소통하면서 실생활에서 과학의 저변을 넓히는 학자도 있어야 한다는 게 내 소신이다. 그리고 나를 비판하는 사람들이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사실이 있다. 내가 제출하는 국제적 수준의 논문 편수가 최근에는 거의 매년 대학에서 전체 10위 안에 들었다는 사실이다. -“명진씨, 회로도에 맞춰 제대로 구성을 했는데도 안 되는데 이유가 뭘까.” 옆에 있던 ‘4년제 대졸 신입사원’ 형이 ‘고3 실습생’인 나에게 물었다. “형, 그건 이 부분에 문제가 있어서 그런 거예요.” 나는 거의 눈을 감고도 보이는 문제의 원인이 그분에게는 안 보였던 모양이다. 서울 용산공고 3학년 때인 1975년, 당시 서울역 앞에 있던 전자회사 금성사(현 LG전자)에 실습생으로 파견 나갔을 때 일이다. ‘4년제 대학을 나왔는데도 공고생인 나보다 한참을 모르네.’ -실습 생활을 3개월쯤 했는데 내가 원하면 금성사 정규직 사원이 될 수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충격을 받은 일이 있었다. 한양대 공대를 졸업한 신입사원 형의 월급봉투를 우연히 보게 됐는데 봉투 겉면에 ‘14만 5000원’이 찍혀 있었다. 내가 정사원이 되면 받을 초임(4만 5000원)의 3배가 넘는 금액이었다. ‘고졸’이냐 ‘대졸’이냐의 차이 때문에 평생 엄청난 처우 불평등을 안고 살아야 한다는 건 참기 힘든 일이었다. ‘자격증과 실력이 전부가 아니다. 나의 미래를 위해서는 학력이 필요해.’ 종로에 있던 대입학원 야간반에 등록했고 1977년 숭실대 전자과에 들어갔다. -1957년 내가 태어났을 때 가족들은 너무 약하고 볼품없어 얼마 못 가 죽을 걸로 알았다고 한다. 다리에 힘이 없어 아장아장 걸어 다닐 나이에도 외할머니의 등에 업혀 지냈다. 두 살 때까지 업혀만 있던 결과가 지금의 ‘팔(八) 자’형 다리다. 지금의 내 이름 ‘명진’(明振)은 다섯 살 되던 해 시주를 받으러 온 스님이 지어 주셨다고 한다. ‘밝을 명(明)’에 ‘떨칠 진(振)’. 결국 ‘소리로 세상을 밝게 만들라’는 이름대로 소리공학자가 된 것인지. 당시 스님이 “나중에 잘되면 다 내 덕이오”라고 했다는데 그를 만나지는 못했다. -어린 시절 소백산맥 기슭의 경북 예천은 세상과 단절된 곳이었다. 아버지는 고장 난 라디오나 재봉틀 같은 기계를 수리하는 일을 하셨다. 늘 풍기던 기름내가 지금도 기억난다. 당시에는 트랜지스터라디오만 갖고 있어도 좀 사는 집 축에 들었다. 미제 제니스 라디오는 쌀 수십 가마니와 바꿀 정도로 비쌌다. 나는 아버지가 고치는 라디오에 푹 빠졌다. 조그만 사람이 라디오의 작은 통 안에서 기어 나올 것만 같았다. “거기서 아무도 나오지 않아.” 어른들은 놀렸지만 나는 늘 라디오 앞에서 턱을 괴고 뭔가를 기다렸다. 그 모습이 귀여웠는지 군에서 막 제대한 막내 외삼촌이 ‘광석 검파 라디오 키트’를 사 줬다. 나의 첫 라디오였다. 그러나 조립이 잘됐는데도 소리는 먹통이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고도 2년간 ‘왜 소리가 안 날까’라는 질문을 스스로 던지고 답했다. 고민과 실험은 그 자체로 즐거움이었다. 라디오를 전깃줄에 이으면 될 거라는 누군가의 말에 방석을 10장 겹쳐 놓고 그 위에 올라가 집 안에 있던 전깃줄 피복을 벗겨 연결했다가 감전돼 죽을 뻔하기도 했다. 궁금증은 한참 후에야 풀렸다. 예천의 고립된 지형이 문제였다. 안동 방송국이나 점촌 중계소에서 전파를 받아야 하는데 두 곳 모두 우리 집에서 30㎞ 이상 떨어져 있었다. 광석 검파 라디오의 전파 수신 범위는 기껏해야 5㎞였다. 하지만 라디오와 몇 년을 씨름한 덕에 내부 회로를 눈 감고도 그릴 정도가 됐다. -그 실력은 중학교에서 빛을 발했다. 예천중 2, 3학년 때 정부에서 주관한 전국 라디오 조립 경연대회에서 연달아 우승을 차지했다. 중학교를 마칠 즈음 나는 독학으로 세계적인 발명왕이 된 에디슨처럼 되고 싶었다. 고등학교에 진학할 필요성이 느껴지지 않았다. 워낙 빈한한 집안이라 공부를 그만두겠다는데 말리는 사람도 없었다. “에디슨처럼 되려면 일단은 전문가의 밑에 들어가야 해.” 예천읍내 전파상을 찾아갔다. “저를 조수로 받아 주세요.” 전파상 주인은 “밥 좀 더 먹고 오라”며 코웃음을 쳤다. 일단 고등학교 졸업장은 받아 놓기로 했다. -1972년 대구의 한 고등학교에 들어갔다. 그러나 금호강을 건너가야 나오는 학교까지는 걸어서 2시간 30분이 걸렸다. 어릴 때부터 약했던 두 다리가 버티지 못했다. 몇 달 후 학교를 그만뒀다. 집에서 빈둥거리며 라디오나 만지작거리고 있는데 누나가 서울의 구로공단에 취직을 하게 됐다. 누나를 따라 서울로 왔다. 신림동에 3평 남짓한 월세방을 얻었다. 당시 누나 월급이 1만원이었는데 월세로만 7000원이 나갔다. 빠듯한 생활이었다. 시골에서 가난하면 산과 들에 캐거나 따 먹을 거라도 있지만 도시 빈민에게는 그런 호사도 주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마음속에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예천 촌놈에게 번화한 서울은 그 자체로 커다란 매력이었다. 계속 여기에서 살고 싶었다. 그러려면 배워야 했다. -원래 못하는 공부는 아니었기 때문에 서울살이 시작 이듬해인 1973년 용산공고 전자과에 들어갔다. 영어와 수학은 좀 부담스러웠지만 과학은 늘 1등이었다.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힘을 자격증 취득에 쏟아부었다. 고등학교 다니며 딴 자격증이 아마추어 무선사 등 14개에 이른다. 국가기능올림픽에 출전해 2위에 입상하기도 했다. -금성사의 ‘월급봉투 충격’ 때문에 우발적으로 시작한 대학 공부였지만 재미는 상상 이상이었다. 특히 실무를 아니까 책과 강의가 눈과 귀에 쏙쏙 들어왔다. 상당수는 내가 직접 만져 보고 고쳐 본 것들이었다. 새벽에 도서관 문이 열릴 때 들어가 한밤중 문이 닫힐 때 나왔다. 등록금은 학기마다 과 수석을 놓치지 않았기 때문에 장학금으로 충당할 수 있었지만 생활비는 해결되지 않았다. 대학생 과외 공부 아르바이트가 금지돼 있던 시절, 나는 동네 가전제품 수리 아르바이트를 했다. 발명연구실의 ‘조수’가 되겠다던 꿈을 대학교의 ‘교수’로 수정한 것은 입학 후 그리 오래지 않아서였다. -1981년 서울대 대학원에 합격했다. 숭실대에 전자과가 생기고 나서 첫 서울대 대학원 입학이었다. 학비가 다른 사립대학의 5분의1 정도밖에 안 되는 게 너무 좋았다. 하지만 대학원 생활은 시작부터 피 말리는 경쟁의 연속이었다. 우리 연구실의 7명 중 단 2명에게만 박사 과정 진학 기회가 주어졌다. 영어, 수학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했던 나는 논문이나 특허, 강의 경력에서 승부를 보기로 했다. 서울역 인근 남영동삼거리에 있던 한국전파학원에서 ‘기사 시험 전문반’ 강사로 나섰다. 강사료로 시간당 2만 5000원을 받았는데, 20대 중반 가난한 대학원생의 형편이 활짝 펴지는 순간이었다. 결국 나는 1983년 통신 분야의 거성으로 불리던 안수길 교수님에 의해 박사 과정 합격자 2명 중 1명으로 낙점됐다. -나는 ‘교수’보다 ‘소리공학자’로 불리기를 원한다. 숭실대 소리공학연구소의 소리박사라는 말이 참 듣기 좋다. 1992년 숭실대 교수로 오면서 소리공학연구소라는 간판을 달았는데 ‘소리공학’이라는 우리말 자체를 처음 만든 사람이 나였다. 소리공학연구소는 2008년 개인연구소의 지위에서 대학 공식 연구소로 격상됐다. -1983년 숭실대 시간강사 시절 사귄 교직원과 이듬해 결혼을 해 딸 둘을 얻었다. 딸들은 많은 연구에 모티브를 제공했다. 무수한 발명품 중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것도 ‘부모 목소리 동화 구연 시스템’이다. 첫째가 다섯 살, 둘째가 세 살 때였는데 내가 들려주는 옛날이야기에 빠져 있었다. 성우의 멋진 목소리보다 아빠의 허스키한 목소리를 더 좋아했는데, 성우들이 녹음한 목소리를 엄마, 아빠의 목소리로 바꿔서 들려주는 장치였다. 최근 발명한 ‘소리 바람 소화기’도 애착이 간다. 상품화를 진행 중이다. 소화기를 켜면 큰 소리가 나오는데 이 소리가 화재를 진압한다. -소리공학을 활용한 사건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이다. 2005년 소리 분석을 해 보니 저격범 문세광의 총이 아니라 경호원의 총에 육 여사가 서거했다는 결론이 도출됐다. 성덕대왕신종(에밀레종)이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는 이유가 중년 남성의 목소리와 닮아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 파도가 칠 때마다 조약돌이 구르며 내는 몽돌 소리가 스트레스를 감소시켜 준다는 이론 등도 기억에 남는다. -재미있는 연구도 좋아해 가끔 엉뚱하다는 소리를 듣는다. 나이가 들면 왜 트로트를 좋아할까. 원인은 사람의 청력이 1년에 1%씩 늙기 때문이다. 20~30년 지나면 20~30% 노화된다. 노화는 저음화를 의미한다. 10대는 1만 8000헤르츠를 듣지만 20대는 1만 6000헤르츠를 듣고 30대는 1만 4000헤르츠까지만 들을 수 있다. 트로트는 저음의 미학이다. 내 꿈은 여전히 노벨상을 받는 것이다. 사람들은 웃기도 하지만 나름대로 생리의학상 분야로 노벨상을 노리고 있다. 소리로 건강을 관리하는 방법을 실험 중이고 관련 논문들도 꾸준히 발표하고 있다. 일명 ‘불로음’(不老音)이다. -‘세월호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다. 우리의 공학적 연구 결과를 보고한다. 그동안에도 우리 연구팀의 소리 연구는 세월호 수사에 많은 도움을 줬다. 팬티 바람으로 퇴선하던 선장 뒤로 바람 소리에 날리는 세월호 안내 방송이 어렴풋이 들리는데 선장은 법정에서 “퇴선 명령을 안내 방송으로 내렸다”고 했지만 우리가 소리를 분석하니 “안전한 선내에서 대기하라”는 내용으로 결론 났다. 2심 재판에서 선장에게 사형이 선고된 결정적인 증거가 됐다. 이달 말 우리 연구소팀이 맡은 세월호 조사가 끝이 난다. 다음에는 국립중앙도서관과 요절한 가수들의 목소리를 복원하는 작업을 진행할 것이다. ‘애수의 소야곡’을 부른 남인수, ‘목포의 눈물’ 이난영, ‘돌아가는 삼각지’ 배호 등인데 요절해서 가짜 앨범이 너무 많다고 한다. 자세히 감정해 볼 생각이다.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가 어떻게 하면 매력적인 목소리를 가질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귀로 듣기에 좋은 목소리는 성대 주파수로 말하면 남자는 110~130헤르츠, 여자는 210~240헤르츠 정도의 중저음이다. 특히 남자는 저음의 울림과 함께 안정감과 부드러움을 느낄 수 있는 목소리, 여자는 밝은 음색의 목소리를 선호한다. 남자나 여자 모두 말을 할 때 톤에 변화를 주고 리듬감 있게 발음하면 듣는 사람이 정감을 느낄 수 있다. 좋은 목소리는 선천적으로 타고날 수도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좋은 목소리를 만들려는 노력이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사진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배명진 숭실대 전자정보공학부 교수는 이름조차 생소했던 ‘소리공학’을 국내에 도입하고 개척한 음향 분야의 최고 전문가다. 1992년 소리공학연구소를 설립해 과학적, 공학적으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 세계 3대 인명사전인 미국 ‘마퀴스 후즈후’에도 이름을 올렸고, 지금까지 국내외에 1500여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특히 그는 자신의 연구 성과를 방송이나 인터뷰, 저서 등을 통해 대중에게 알리고 함께 호흡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간혹 연예인으로 오해받기도 한다. ‘스펀지’ ‘TV동물농장’ ‘위기 탈출 넘버원’ 같은 TV 프로그램에 자주 나왔기 때문이다. 저서로 ‘소리로 읽는 세상’ ‘소리이야기’ 등이 있다. ▲1957년 경북 예천 출생 ▲예천중, 용산공고, 숭실대, 서울대 석·박사 ▲호서대 전자공학과 조교수, 숭실대 전자정보공학부 음성통신전공 교수 ▲한국음향학회장.
  • [박형주 세상 속 수학] 일자리 문제의 위기와 기회

    [박형주 세상 속 수학] 일자리 문제의 위기와 기회

    일자리가 요구하는 자질과 고용시장에 나온 젊은이들이 준비한 내용이 다르다는 얘기가 끊이지 않는다. 흔한 말로 ‘일자리와 스킬의 미스매치’다. 소위 스펙 중심의 취업 준비가 일상화되고 공무원시험 준비에 매달리는 젊은이들이 과도하게 많다는 걱정의 소리가 잦더니 지난달 청년실업률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처음 등장한 때를 기억하기 힘들 만큼 오랫동안 우리를 짓누르고 있는 청년 실업 문제지만, 원인 분석과 대책 수립은 백가쟁명 수준에 세대 갈등의 양상도 있다. 1980년대에는 적어도 일자리는 많았다는 중년 세대의 회고는 “소위 엘리트라는 사람들에게는 그랬겠지”라는 냉소에 맞닥뜨린다. ‘88만원 세대’라는 슬픈 신조어를 넘어 보려는 노력도 “위로의 멘토링을 가장한 기성세대의 달래기”라는 독설에 허망해진다. 오랜 침체를 벗어나는 중인 일본은 상황이 확연히 좋아졌다고 하고 미국도 경제 불황을 벗어나며 고용시장이 좋아지는 등 국지적인 예외는 있다지만 일자리가 사라지는 게 세계적인 대세인 건 분명하다. 이런 글로벌 문제가 우리나라의 특별한 상황과 공명해 더 아픈 것도 사실이다. 최근 구글이 만든 인공지능 알파고에 대한 국민적 관심의 와중에 일자리 문제도 우려의 대상이 됐다. 당장 무인택시와 무인진단법이 등장하면 택시운전사와 의사가 위기의 직업이 될 거라 하지 않나. 다보스포럼의 미래고용보고서는 이런 막연한 느낌을 데이터로 확인시켜 주었다. 로봇과 인공지능을 중심으로 하는 4차 산업혁명이 일어나고 있고, 인간의 역할이 대체되면서 일자리 위기가 심화될 거라는 내용이다. 5년 내 70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200만개가 새로 만들어진다고 한다. 이런 보고가 처음은 아니다. 현재의 직업 중에서 미국은 47%, 영국은 35%, 일본은 49%가 컴퓨터 시스템으로 대체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증기기관 등장에 따른 1차 산업혁명 시대나 전기의 발명과 대량생산으로 인한 2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없어진 일자리보다 더 많은 일자리가 창출됐으니까. 하지만 인공지능에 의한 생산성 향상은 이전과 비교 불가능한 수준이어서 처음으로 사라지는 일자리가 신규 일자리보다 많아질 거라는 게 다보스 보고서의 충격적인 함의다. 로봇과 인공지능이 일자리의 적이라지만 적절한 정책적 대응을 통해 노동자의 보조자나 협조자가 될 수 있다. 인간의 역할을 단순 반복 업무가 아닌 창의적인 일로 전환시킬 수도 있다. 저출산과 노령화 문제가 심각한 우리나라에서는 노동력 부족에 따른 사회적 문제 해결의 중요한 방편이 될 수도 있다. 시대의 변화와 함께 많은 직종이 사라지고 탄생할 것인데, 새 일자리에 요구되는 전문성과 자질은 이전과 다르고, 한 직업 내에서도 필요한 전문성이 끊임없이 변한다는 게 다보스 보고서의 결론이다. 특정 직종에서만 살아남을 수 있는 협소한 전문성으로는 다가올 파고를 넘을 수 없다는 것이다. 다보스 보고서의 신규 일자리 중 3위가 컴퓨터와 수학 관련이다. 데이터 분석가와 전문 세일즈 직원의 수요가 늘 것이라고 한다. 모든 산업에서 대규모 데이터가 창출되는 흐름에 따라 데이터를 분석하고 의미를 읽어 내는 능력이 중요해졌고, 이렇게 만들어진 복잡한 상품을 고객의 눈높이에서 설명하는 전문 세일즈직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논리적 사고와 데이터를 다룰 줄 아는 자질, 그리고 이를 타인과 소통하는 능력이 인재의 소양인 시대가 우리 눈앞에 와 있다.
  • 與 비례대표 1번 ‘창조경제’ 송희경… 2번 ‘DMZ 감동’ 이종명

    與 비례대표 1번 ‘창조경제’ 송희경… 2번 ‘DMZ 감동’ 이종명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가 22일 20대 총선 비례대표 후보자 45명을 선정, 발표했다. 총 665명(남성 441명, 여성 224명)이 지원해 14.8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당선권은 20번 안팎이 될 것으로 보인다. 비례대표 후보 1번에는 송희경 전 KT 평창동계올림픽 지원사업단장이 추천됐다. 송 전 단장은 한국클라우드산업협회장과 KT 기가 IoT(사물인터넷)사업단장 등을 역임한 정보통신기술(ICT) 전문가다. 박근혜 정부의 역점 화두인 ‘창조경제’가 비례대표 1번 선정의 키워드가 된 셈이다. 후보 2번에는 이종명 전 육군 대령이 추천됐다. 작전 수행 중 지뢰 폭발로 두 다리를 잃었지만 2년 2개월 만에 재활에 성공한 뒤 군으로 돌아가 후학 양성에 힘썼다. 공관위 관계자는 “이 전 대령의 감동 스토리가 국민들에게 짠한 울림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후보 3번과 4번은 노동계 몫으로 배정됐다. 임이자 한국노총 중앙여성위원장이 3번, 문진국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위원장이 4번을 부여받았다. 임 위원장은 20여년 동안 노동 현장을 누빈 노동 현장 전문가로, 2008년 5월 1일 근로자의 날 국무총리 표창을 수상했다. 문 위원장은 택시노조를 비롯한 노동운동의 산증인으로 알려져 있다. 최연혜 전 코레일 사장은 5번을 받았다. 이한구 공관위원장은 “철도 민영화 논란과 파업 사태를 잘 마무리하고 흑자 경영 성과를 최초로 이뤄낸 저력 있는 여성 기업인으로 공기업 개혁의 표상이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6번에는 김규환 국가품질명장이 이름을 올렸다. 김 명장은 ‘미천한’ 학벌에도 불구하고 강인한 도전 정신으로 62건의 특허, 대통령 표창 4회, 발명특허 대상, 장영실상 5회 등을 수상하는 업적을 쌓았다. 7번은 신보라 청년이여는미래 대표로 청년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고 세대 갈등을 해소할 적임자로 판단돼 상위권에 배치됐다. 8번은 김성태 전 한국정보화진흥원장에게 돌아갔다. 전희경 전 자유경제원 사무총장은 번호표 9번을 받았다. 전 전 총장은 지난해 10월 여권의 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에 일익을 담당하며 일찌감치 비례대표 등원이 예고됐던 인사다. 김무성 대표는 전 전 총장을 ‘영웅’이라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김종석 여의도연구원장은 10번을 받아 당선 안정권에 들었다. 김승희 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11번, 유민봉 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이 12번을 배정받았다. 13번을 받은 윤종필 전 국군간호사관학교장은 창군 이래 제3호 여성 장군으로 군 보건 분야와 간호 전문성 신장, 병영 내 성차별 해소에 앞장선 경력을 인정받았다. 프로바둑기사인 조훈현 9단은 14번을 받아 20대 국회 입성이 확실시되고 있다. 15번은 김순례 대한약사회 여약사회장에게 돌아갔다. 16번에는 강효상 전 조선일보 편집국장이 이름을 올렸다. 강 전 국장은 이번 총선에서 새누리당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 임명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현아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이 17번, 김철수 전 새누리당 재정위원장이 18번을 낙점받았다. 대구 중·남구에 출마했던 조명희 전 국가우주위원회 위원은 19번을 받아 당선이 유력시되고 있다. 허정무 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은 32번을 받아 당선권에서 멀어졌다. 한편, 공관위는 서울 용산에 황춘자, 경기 남양주병에 주광덕, 군포을에 금병찬, 인천 남을에 김정심 예비후보를 최종 후보자로 확정했다. 이로써 253곳 중 250곳에 대한 공천이 완료됐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 [씨줄날줄] 전기차와 제주도/서동철 논설위원

    [씨줄날줄] 전기차와 제주도/서동철 논설위원

    전기차는 자동차의 미래이기도 하지만, 자동차의 과거이기도 하다. 오늘날 대부분의 자동차는 동력원으로 내연기관을 쓴다. 휘발유나 경유와 같은 화석연료를 실린더 내부에서 연소시켜 동력을 얻는 내연기관은 1860년을 전후해 본격적인 개발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전기 모터를 동력으로 쓰는 자동차는 이보다 빠른 1830년 안팎 등장한다. 전기 모터와 축전지 기술이 급속 진보한 데 따른 것이다. 1900년대 뉴욕에는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전기차가 더 많았다. 1897년에는 전기 택시도 공급되기 시작했다. 당연히 전기차 충전소도 여러 곳 들어섰다. ‘발명의 아버지’로 알려진 토머스 에디슨도 전기차 개발자로 나섰다. 프랑스에서는 1900년 전기자동차를 파리 소방차로 썼다. 독일의 페르디난트 포르셰는 1898년 전기차 ‘포르셰 P1’을 개발했다. 전기 모터 2개가 장착된 최고 시속 35㎞의 P1은 80㎞의 거리를 달릴 수 있었다고 한다. 전기차의 역사에서 기억해야 할 사람으로 니콜라 테슬라가 있다. 세르비아계 크로아티아 사람인 테슬라는 교류가 직류보다 전송 효율이 높다는 것을 증명한 인물이다. 교류가 이른바 ‘전류 전쟁’에서 승리한 것인데, 테슬라에게 패한 직류파의 대표가 에디슨이었다. 테슬라는 25개국에서 300개 남짓한 특허를 획득했다고 한다. 세계 전기차 업계의 선두 주자인 미국의 테슬라는 그의 이름을 딴 것이다. 전기차는 과거나 현재나 냄새와 소음이 없는 반면 차값은 비싼데도 주행거리는 짧다. 과거 전기차가 시장을 장악한 것은 내연기관 자동차의 불편함이 더 컸기 때문이다. 당시 내연기관 차는 오늘날과 달리 전기로 돌리는 시동 모터가 없었다. 차 밖에서 크랭크를 돌려 시동을 걸어야 했는데, 상당한 고역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런데 미국 전역에서 대형 유전이 개발되고 휘발유 값이 떨어지면서 내연기관 차와 전기차의 상황은 역전된다. 여기에 컨베어벨트를 이용한 대량 생산 방식으로 포드 자동차가 1908년 전기차의 4분의1 값으로 T형차를 내놓았다. 1911년에는 발전기와 결합한 시동 모터가 캐딜락 자동차부터 장착되기 시작했다. 유럽에서도 내연기관 자동차의 성능은 크게 향상된다. 전기차는 인기를 잃어 갔다. 상황은 바뀌어 전기차 시대가 다시 도래하고 있다. ‘세계 유일의 순수 전기차 축제’라는 ‘국제 전기자동차 엑스포’가 제주에서 열리고 있는 것은 흥미롭다. 제주도는 2030년까지 ‘탄소 없는 섬’(Carbon Free Island)으로 거듭난다는 원대한 계획을 세우고 있다. 엑스포는 세계 전기차 시장의 ‘테스트베드’로 시장을 선도해 간다는 의지에 따라 세 번째 마련됐다. 주행 거리는 길지 않아도 좋지만 탄소 배출은 전혀 없어야 하는 제주도의 미래 운행 환경에 전기차는 최적이다. 제주도가 전기차의 운행 천국에 그치지 말고, 개발 성지(聖地)로도 우뚝 섰으면 한다. 서동철 논설위원 dcsuh@seoul.co.kr
  • [톡!톡! talk 공무원] 이경민 특허청 심사관

    [톡!톡! talk 공무원] 이경민 특허청 심사관

    “공직자로 변신해 업무가 바쁜 것은 별반 다르지 않지만, 계획적이고 예측 가능한 생활이 가능해졌습니다.” 삶의 가치는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경민(41) 특허청 차세대수송심사과 심사관은 국내 굴지 대기업의 전도유망한 연구원에서 공직자로 변신한 사례다. 대기업 입사와 2010년 뒤늦은 결혼, 출산 등으로 숨 가쁘게 돌아가던 일상은 2012년 공무원인 부인의 세종시 발령으로 변화를 맞았다. 논의 끝에 내린 결론은 “가족끼리 떨어져 살지 말자”였다. 그가 꿈꿨던 연구원 대신 가족에 무게를 둔 것이다. 때마침 민간경력특채(5급)가 도입돼 특허 공무원의 길을 선택했다. ‘부창부수’라고 부인도 2015년 특허청으로 길을 돌렸다. 이 심사관은 “박사후 연구원(포스닥)까지 마친 후 공직자로 변신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면서도 “기업에 근무할 땐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게 돼 아이와 대화도 변변찮아져 늘 미안했는데 이제 많은 시간을 함께한다”며 웃었다. 삶의 질이 높아졌다고 자평하면서도 ‘두 동강’ 난 급여에 집사람이 가끔 후회하는 것 같다고 살짝 귀띔했다. 현재 그는 해양플랜트와 선박 분야 특허심사를 담당하고 있다. 기계항공을 전공했고 경력도 있지만 과거 근무경험을 지닌 심사는 불허하기 때문이다. 가끔 선배 심사관이 민간 재직 때 발명자로 참여한 특허를 심사하면서 관심을 가져줄 때는 묘한 감정을 느끼기도 한다. 특허 생산자와 심사관의 차이에 대해 “개발자는 실패 때 자신의 노력으로 회복할 기회를 맞지만 심사관은 독점적인 권리를 부여하는 것이기에 판단을 둘러싸고 고민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또 조금만 다듬으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강한 발명이 많다며 특허 출원서에 대한 관심 부족을 아쉬워했다. 그는 “짧은 심사 경력이지만 대기업 출원에도 빈틈을 수두룩이 본다”면서 “게임도 컴퓨터보다 사람과 하는 게 어려운 것처럼 출원서에 발명자의 의도를 잘 녹여야 어필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생활의 변화에는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는 오전 7시 출근하는 유연근무제를 신청해 오후엔 육아를 분담하고 있다. 다만 출원물량에 비해 심사관이 부족해 퇴근 후에도 업무에서 손을 뗄 수는 없다. 최근 활발해진 민간 전문가의 공직 채용엔 조심스럽게 우려를 표시했다. 이 심사관은 “민간의 경쟁력을 공직에 도입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특허청 심사관처럼 실적이 분명하게 나타나는 분야의 경우 비교·평가할 수 있지만 법과 제도, 예산에 맞춰 업무를 수행하는 공직에서 민간 출신이 전문성을 발휘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기업의 고위 간부가 임금 등 처우와 미래를 포기하고 국·과장으로 공직에 들어오는 모험을 걸 수 있을까에 대해선 의문”이라며 “공직을 경력관리 수단으로 활용하면 곤란하다”고 끝을 맺었다. 대전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컴퓨터, 13년 후면 인간 지성의 수준에 도달”

    “컴퓨터, 13년 후면 인간 지성의 수준에 도달”

    “뇌 이식 나노로봇 새 감각 창조… 유전자 편집해서 병 고칠 수도” 미국의 유명 미래학자이자 발명가인 레이먼드 커즈와일(68)이 2029년쯤 컴퓨터가 인간 지성의 수준에 도달하거나 이를 능가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커즈와일은 미국 뉴욕의 문화센터 ‘92번가 Y’에서 지난 7일(현지시간) 열린 행사 무대에서 천체물리학자인 닐 더그래스 타이슨(57) 헤이든 플라네타륨 소장과 대화하면서 이렇게 예측했다고 CNN머니 등이 전했다. 그는 13년 후면 컴퓨터가 감정과 개성을 갖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커즈와일은 “내가 ‘컴퓨터가 인간 수준의 지성에 이를 것’이라고 얘기할 때는 논리적 지성에 관해 얘기하는 게 아니다”라며 “(남을) 웃길 줄 알고 사랑하는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얘기하는 것이다. 그게 바로 인간 지성의 최고점”이라고 말했다. 타이슨이 “컴퓨터가 언젠가는 노벨상을 받을 만한 소설을 써서 그런 면에서도 인간을 능가할 수 있겠느냐”고 질문하자 커즈와일은 “이를 달리 표현해야 한다”며 “우리가 그 지성과 결합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커즈와일은 사람의 두뇌에 세포 크기의 나노 로봇이 들어가서 지구 전체의 인터넷에 연결해 영화 ‘매트릭스’에 나오는 것처럼 필요한 기술을 그때그때 내려받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마치 컴퓨터 코드를 편집하듯이 유전자를 편집해 병을 고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커즈와일은 전망했다. 커즈와일은 CNN머니와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불평등이 심해지면서 부자들만 이런 두뇌의 놀라운 능력과 건강을 누릴 수 있게 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받고 “그렇다. 휴대전화와 마찬가지일 것”이라면서도 “나노 로봇 역시 누구나 이용할 수 있을 수준으로 가격이 떨어져 기술의 민주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뇌에 이식된 나노 로봇은 새로운 육체적 감각을 만들어 낼 것”이라며 “현재 귀가 음악을, 좋은 음식이 미각세포를 즐겁게 하듯 우리의 다른 감각을 위해 새로운 예술과 의례를 창조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커버스토리] 공포로 태어난 AI, 인류의 친구로 성장했다

    [커버스토리] 공포로 태어난 AI, 인류의 친구로 성장했다

    약 50년 전 ‘스페이스 오디세이’ 첫 등장형체 없이 우주선 시스템 조작 인간 공격 세계 톱클래스의 바둑 기사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의 대결로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잔뜩 부풀고 있다. 전체 다섯 번으로 이뤄진 승부에서 초반 두 판을 이 9단이 거푸 패하는 바람에 인공지능에게 인류가 ‘대체’될 수 있다는 원초적 불안감마저 솟아난다. 인간은 이미 자동차를 발명해 인류 발전의 수레바퀴를 끌었던 말들을 역사의 전면에서 퇴장시킨 바 있다. 산업혁명기에 공장 자동화로 길거리로 내앉은 노동자들이 기계 파괴 운동을 벌였던 기억도 있다. 그래서일까. 영화는 일찍부터 인공지능 또는 인공지능 로봇을 호환 마마처럼 그려 왔다. 인공지능에 대한 두려움의 원형을 마련한 첫 영화는 걸작 SF로 손꼽히는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1968)다. 이 영화에는 할(HAL)9000이라는 인공지능 컴퓨터가 등장한다. 수백만년 전부터 인류를 진화시킨 검은 돌기둥 모노리스의 기원을 찾아 목성으로 향한 우주선 디스커버리호에 장착됐다. 승무원들은 오작동을 일으킨 할9000을 정지하려고 하자 우주선 시스템을 조작해 승무원들을 공격한다. 형체는 없지만 승무원과 체스도 두고 사적인 대화도 나눈다. 불리한 상황에 처할 때는 화해를 청하거나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토로하는 등 매우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인공지능 개념이 실제 1956년에 생겼다고 하니 영화의 상상력은 놀라울 정도다. 인공지능에 대한 두려움은 리들리 스콧 감독의 SF 공포물 ‘에이리언’(1979)에서 과학장교 애시로 탈바꿈해 등장한다. 우주 화물선이라는 폐쇄된 공간에서 흉폭한 우주 생명체와 맞닥뜨린 승무원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뒤늦게 로봇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는 애시는 우주 생명체를 군사 무기로 사용하려는 회사의 명령을 받고 승무원들의 죽음을 방조한다. 여주인공 리플리가 ‘에이리언2’(1986)에서 또 다른 로봇 비숍을 만나 1편에서의 트라우마를 드러내기도 한다. 또 다른 걸작 SF ‘블레이드 러너’(1982)를 보면 유전학적으로 만들어진 유기체 로봇 레플리칸트가 나온다. 인간이라는 존재를 정의하는 기준은 무엇인지 철학적인 돌직구를 던지는 작품이다. 이 같은 주제 의식은 이후 등장하는 SF 영화에서 다양하게 변주된다. 레플리칸트는 인간과 동등한 지적 능력에, 더 뛰어난 신체 능력을 갖춘 존재다. 전투나 우주 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 투입된다. 하지만 수명은 4년으로 제한되어 있으며 소모품 취급을 받는다. 우주에서 폭동을 일으킨 뒤에는 지구에 거주하는 게 금지된다. 블레이드 러너는 지구에 불법 잠입한 레플리칸트를 ‘폐기’하는 게 임무다. 인간이 하기 벅찬 일을 레플리칸트가 대신해 줘 어찌 보면 풍요로워야 할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스크린에 비쳐지는 세상은 빈민가가 넘쳐나는 디스토피아의 세상을 보여준다. 수많은 질문을 던져 반응을 보는 방식으로 인간과 레플리칸트를 구분하는 보이트캄프 테스트라는 게 등장한다는 점도 흥미롭다. 오늘날 인공지능 판별법인 튜링 테스트와 같은 개념이다. 인공지능은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터미네이터’(1984)와 워쇼스키 자매의 ‘매트릭스’(1999)에 이르러서는 인류 전체의 평화를 위협하는 ‘절대 악’으로 절정을 찍는다. 인공지능이 정보를 통제하고 로봇이 사람을 지배한다. ‘터미네이터’ 시리즈에 등장하는 인공지능 스카이넷은 자신의 존재를 위협하는 인류를 없애기 위해 핵전쟁을 일으키고 로봇 군대를 만들어 얼마 남지 않은 인류와 현재, 미래, 과거를 오가며 전투를 벌인다. ‘매트릭스’의 인공지능 시스템도 스카이넷과 크게 다르지 않다. 지구를 파괴한 해로운 존재로 인류를 인식한 인공지능은 지구의 새로운 주인이 돼 인간을 가상 공간에 가둬 놓고 사육하며 인간의 생체 에너지로 살아간다. 인공지능이 마냥 부정적으로 그려지는 것은 아니다. 2000년을 전후로 인류와의 공존 가능성을 보여주는 작품도 나오기 시작한다. 불안과 공포가 여전히 깔려 있기는 하지만, 한편으론 희망도 이야기하는 것이다. 크리스 콜럼버스 감독의 ‘바이센테니얼 맨’(1999)과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에이. 아이.’(2001), 알렉스 프로야스 감독의 SF 액션물 ‘아이, 로봇’(2004)이 그렇다. 인공지능 로봇으로 인간의 삶이 보다 자유롭고 풍요로워질 것이라는 유토피아적 상상력이 살짝 엿보인다. 물론 인간과 동등한 관계가 아니라 소모품처럼 사용되고 버려지는 영화 속 로봇 입장에선 디스토피아일 수 있겠다. 대부분 각 가정에까지 인공지능 로봇이 보급되는 세상이 배경이다. 로봇들은 집을 청소하고, 정원을 가꾸고, 물건을 배달하며, 식당에서 시중을 들고 애완견과 아이들까지 돌본다. 인간의 편의를 위해 온갖 궂은일을 대신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작품들은 인간이 누리는 편의와 풍요에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인간의 감정이 깃든 로봇이 등장해 자신의 존재에 대해 고민을 한다. ‘바이센테니얼 맨’의 마틴, ‘에이. 아이.’의 데이빗, ‘아이, 로봇’의 써니 모두 인간에게 애정을 느끼고, 사랑을 갈구하고, 인간을 동경하거나, 인간처럼 되기를 원한다. 써니의 경우 인류와 갈등을 일으키는 로봇 무리에서 중재자 역할을 하기도 한다. 2014년 개봉해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던 ‘인터스텔라’에도 사각 블록 모양의 인공지능 로봇 타스가 나온다. 조금은 평면적이기는 한데 사람 입장에선 가장 긍정적인 인공지능 로봇 캐릭터가 아닌가 싶다. 주인공과 함께 우주 탐사에 나선 이 로봇이 멸망 위기에 직면한 인류가 생존하는 데 결정적인 조력자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SF 영화에 대한 토양이 척박한 한국에도 매우 드물지만 인공지능 로봇이 등장하는 작품이 있다. 2011년에 나온 옴니버스 영화 ‘인류멸망보고서’에는 김지운 감독이 연출한 단편 ‘천상의 피조물’이 실려 있다. 이 작품에는 해탈의 경지에 오르는 승려 로봇이 등장한다. 올해 1월 개봉한 ‘로봇, 소리’에서도 인간과 교감하며 동반자 역할을 하는 인공지능 로봇이 나온다. 잃어버린 딸을 찾아 전국을 헤매는 아버지의 여정을 함께한다. 모두 인공지능 로봇과 적대적인 관계보다는 공존의 가능성을 내비치는 작품이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AI 자율성 어디까지 줄 것인가 … 칼자루 쥔 건 여전히 인간”

    “AI 자율성 어디까지 줄 것인가 … 칼자루 쥔 건 여전히 인간”

    구글의 인공지능(AI) 알파고가 바둑 최고수 이세돌 9단을 두 판 내리 꺾은 사건은 제4차 산업혁명의 문턱에 선 인류에게 세기적 질문을 던졌다. AI는 종국적으로 과연 어떤 모습으로 인류 앞에 설 것인가, AI가 만들어 낼 문명은 과연 인류 모두가 행복할 유토피아인가, 아니면 인류 전체를 재앙으로 몰아넣는 디스토피아인가. 알파고가 던진 이 거대한 질문(Big Question)에 대해 과학기술정보 전문가와 인문사회학자 7명의 지상 좌담을 통해 해법을 모색해 본다. 좌담에는 포스트휴머니즘 분야 전문가 신상규 이화여대 이화인문과학원 교수, 과학기술윤리 문제를 전공한 이중원 서울시립대 철학과 교수, 학문의 경계를 넘나드는 노마디즘 철학자 이진경 서울과학기술대 사회학과 교수, 빅데이터 분석 전문가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사회연결망 분석 전문가 정민수 동덕여대 보건관리학과 교수, 의학 박사이자 정보기술 전문가인 정지훈 경희사이버대 IT디자인융합학부 교수, 정보사회학 전문가 최항섭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가 참여했다. AI는 인간의 생각·지식 집약된 작품일 뿐 ●정민수 교수 구글이 만든 학습 알고리즘이 정말 대단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보통 정보학 분야에서는 ‘자료→정보→ 지식’의 순차적인 구조를 강조한다. 즉 자료가 모여서 정보가 되고, 그것이 또 한 단계 고양된 것이 지식이다. 그런데 알파고는 단지 빅데이터를 가진 컴퓨터가 아니라 데이터에서 정보를 끌어내고 이를 지식으로 활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인공지능 컴퓨터와 인간이 서로의 생각을 나눌 날도 머지않은 것 같다. ●최항섭 교수 인공지능이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게 해 줄 것인지, 아니면 속박할 것인지의 기로에 서 있는 셈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 9단을 응원했던 것도 그를 통해 인간 존엄과 자유를 지키고 싶었기 때문일 것이다. ●장덕진 교수 이 9단의 패배에 많은 분들이 충격을 받았다고 하던데, 개인적으로는 그다지 놀랍지 않았다. 인공지능의 학습 속도는 일반인들 생각보다 훨씬 빠르다.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인공지능이 인간을 압도하는 날이 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진경 교수 이 9단의 패배가 인간의 패배를 의미하는 건 아니라고 본다. 앞으로 닥쳐올 기계와 인간의 싸움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여전히 시선은 인간에 두어야 한다. 이번 대국은 이세돌과 인공지능의 대결이 아니라 ‘알파고’라는 결과물을 만들어 낸 인간 지성 집단과 이세돌의 싸움이었다. 물론 그 중심에 인공지능이라는 기술이 있지만 인공지능은 결국 인간의 생각과 욕망, 지식이 집약된 작품에 불과하다. ●이중원 교수 달리 생각한다. 인간은 ‘깊이 생각한다’(호모 사피엔스)는 점에서 동식물뿐 아니라 기계 같은 인간이 만든 피조물과는 현격하게 다른 존재다. 인간처럼 생각하는 인공지능이 나온다면 인간의 정체성이 흔들리고 말 것이다. 인단 대체하는 기계, 새 양극화 초래할 것 ●최항섭 교수 인공지능이 창의력이나 감정과 같은 인간 고유의 영역까지 넘보면서 기계에 밀려난 개인은 점차 소외될 것이다. 기계가 인간을 대체할수록 개인은 점차 설 자리를 잃어 가는 대신 이런 기술을 소유·개발하는 기업은 몸을 부풀리며 새로운 형태의 양극화를 불러올 수 있다. ●이중원 교수 이미 애플의 앱 ‘시리’ 때문에 지난 10년간 영국에서 12만명이 직업을 잃었다. 지난해 말 미국 국방부의 군인 5명은 킬러로봇을 이용해 5년간 평균 1만명을 죽였다고 양심선언을 한 바 있다. 결국 인공지능 킬러로봇까지 등장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지훈 교수 영화 ‘터미네이터’에 나오는 스카이넷 같은 걸 보면서 인공지능이 인류를 파멸로 이끌지 모른다고 우려하기도 하는데 사실 기우라고 말하고 싶다. 인공지능에는 ‘강(强)인공지능’과 ‘약(弱)인공지능’이 있다. 약인공지능은 알파고처럼 특정한 영역에서 인간이 지시한 업무를 처리하는 인공지능을 말한다. 협의의 이런 인공지능은 도구일 뿐이다. 소달구지를 대신한 트랙터에 비유할 수 있다. 잘 사용하면 괜찮은 도구다. ●정민수 교수 누가 이기느냐 하는 승부와 상관없이 앞으로 인간이 인공지능을 이길 수 있는 분야가 줄어들 것이라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손발 역할을 하는 컴퓨터를 제어하는 인간의 역할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인공지능, 도구 아닌 주체적 행위자로 등장 ●신상규 교수 한 시대는 당대의 중심이 되는 기술에 좌우된다. 바퀴의 발명으로 시작한 농경사회나 엔진의 등장으로 시작된 산업혁명이 그 예다. 지금까지의 모든 기술이 물리적인 힘을 다뤘다면, 인공지능은 추상적인 정보를 다룬다는 점에서 새로운 혁신이다. 정보를 다루는 기술의 특징은 독립성이다. 정보를 통제하는 인공지능이 도구가 아닌 주체적인 행위자로 등장하게 된다는 뜻이다. 정보는 특성상 자가 증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결국 더이상 인간이 유일한 판단의 주체일 수 없다는 얘기가 된다. ●정민수 교수 컴퓨터가 프로그래밍 안 되는 걸 딜레마 상황이라 한다. 가령 인공지능이 기차를 운행한다고 하면 철로에 쓰러진 사람을 구하기 위해 승객들을 위험에 빠뜨릴지 말지 결정할 수가 없다. 그런 선택지는 프로그램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인간은 어떻게든 딜레마를 풀려고 하지만 컴퓨터는 그게 안 된다. 인공지능과 로봇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그걸 제어하는 건 사람의 몫이다. 기술의 속도 조절할 국가·제도 역할 중요 ●이중원 교수 인공지능의 등장은 침팬지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침팬지는 사람이 진화하기 전 단계의 존재일지 모르나, 진화된 인공지능은 생각하고 말하고 표현하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 미래에는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체할 수 있다는 뜻이다. 단순한 수준에서 인간도 태양에너지를 기반으로 하는 세포들의 집합체인 셈이다. 인공지능의 진화는 생명에 대한 정의까지 복잡하게 만들 것이다. 미래의 인공지능을 별도의 존재자로 인정하게 된다면 인공지능은 개발의 대상이 아니라 공존의 대상이 될 것이다. 이제는 기술 개발의 속도전에 제동을 걸고, 활용 가능한 영역을 명확히 해야 한다. 우선 인공지능을 정의할 범주부터 정해야 한다. ●최항섭 교수 문제는 구조적인 흐름 앞에 개인이 반발해 본들 기술의 편의를 거부할 수 없다는 점이다. 기술의 발전이 갖는 위험성을 인지하면서도 동시에 그 혜택을 누리고 길들여지는 것이다. 점차 기술 만능의 사회에 종속될 때 인간은 과연 자유로운 존재가 될 수 있을까. 기술의 수용은 반드시 인간이 전제돼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인간의 자유를 위해 기술 확장의 방향과 속도를 조절할 국가와 제도의 역할이 중요해질 것이다. ●신상규 교수 스스로 판단해 운행하는 자동항법장치 등 이미 독립적인 기계는 우리 삶에 들어와 있다. 다만 이 기술에 어느 정도의 자율성을 부여할지에 대해서는 아직 인간이 칼자루를 쥐고 있다. 인공지능과의 공존을 앞두고 인간적인 성찰이 중요해지는 이유다. 그동안의 학문은 기계를 사유의 범주에 두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사회·문화·철학 등 여러 각도에서 인공지능을 어떤 위치에 세울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 이젠 인간이 어떤 기계 만들지 고민해야 ●이진경 교수 선(善)을 대변하는 인간과 악(惡)을 대변하는 기계의 대결이라는 이분법적인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본다. 기계 안에는 이미 수많은 인간들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인간끼리의 선악 대결의 연장이라고 보는 게 맞을 거다. 결국 우리가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질문은 ‘기계가 인간을 지배할 것인가’가 아니라 ‘인간은 어떤 기계를 만들 것인가’가 돼야 한다. ●정지훈 교수 과학기술은 결국 도구다. 이 도구가 가진 특성을 이해하고 그걸 어떻게 이용할지를 가르치는 교육이 그래서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지금의 교육은 시대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이미 국방부 연구개발 부문을 담당하는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에서 로봇·인공지능의 도덕과 인공지능에게 자율성을 부여할지 여부 등을 연구하고 있다. 심지어 할리우드 극작가 협회에서 기금을 조성해 2012년부터 ‘WE! ROBOT 콘퍼런스’를 해마다 개최한다. 법학, 사회학, 공학 등 다양한 분야 연구자들이 모여 인간과 공존하는 인공지능 사회의 헌법과 판례, 제도 등에 대한 토론을 벌인다. 두려워하기보다는 받아들일 준비를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인문학은 중요하다. 하지만 단순히 중요하다고 외치는 데 그치면 안 된다. 인문학자들이 현대과학에 대해 더 많이 알아야 한다고 조언하고 싶다. 현대 과학기술 진보에 대해 이해도 못 하면서 인문학적으로 성찰한다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의문이다. 두려움보다 받아들일 준비를 해야 한다 ●장덕진 교수 지금 교육은 기존 지식을 더 많이 더 빨리 외우도록 해 그 결과를 칭찬하고 보상한다. 하지만 그런 건 이제 인공지능과 로봇이 대체해 가고 있다. 기존에 한 번 배운 걸 적용하는 건 기계가 대신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다. 시대 변화에 대응하는 미래세대를 키우기 위해서는 교육 제도와 방법을 하루빨리 바꿔야 한다. 가르치는 방식과 배우는 방식을 모두 바꿔야 한다. 자기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능력을 가르치고 키워야 한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유토피아냐, 디스토피아냐 - 다가오는 AI토피아] 인공지능을 왜 만들까

    인류의 삶 편리하게 할 목적…인간 감각·지적능력 확장 차원 이세돌 9단과 구글 인공지능 ‘알파고’ 간 세기의 대결로 인공지능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일부에서는 가까운 미래에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할9000’이나 ‘터미네이터’에 등장하는 ‘스카이넷’같이 스스로 사고하는 인공지능이 등장해 기계가 인간을 지배하는 디스토피아가 열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람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는 ‘강한 인공지능’이 나오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근본적인 문제가 너무 많기 때문에 그런 걱정은 ‘기우’에 불과하다고 강조한다. 이들은 “뇌 과학에서 인간의 자의식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도 제대로 밝혀내지 못한 상황에서 인공지능이 스스로 판단하는 자의식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판단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과학자들이 인공지능을 만드는 이유는 뭘까.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오상록 책임연구원은 10일 “인공지능을 통해 인류의 삶이 편리해지고 고양되는 부분이 많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에서 인공지능을 연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공지능 기술은 그 자체만으로는 의미가 없으며 빅데이터와 인터넷 기술이 하나로 결합돼 범용적 기술혁신이 이뤄질 때 개인 맞춤형 금융 및 의료서비스, 생산성 향상, 새로운 서비스와 제품 등장 등이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버클리) 레드우드신경과학연구소 설립자인 제프 호킨스 박사는 ‘생각하는 뇌, 생각하는 기계’라는 저서에서 “과학자들이 인공지능 같은 두뇌형 기계를 개발하는 것은 인간의 감각으로는 보기 어렵고 빠르게 계산하기 어려운 문제를 쉽게 해결함으로써 인간의 감각과 지적능력을 확장하자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인간의 편의성 추구뿐만 아니라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려는 ‘창조성’이란 과학자의 기본 성향도 인공지능 개발의 한 이유로 꼽힌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차두원 박사는 “기술의 궁극적 목표는 사람과 닮아가는 것으로 산업혁명의 단초를 연 증기기관의 발명도 인간의 발을 연장하기 위한 것이고 이족(二足) 휴머노이드를 개발하는 것도 사람과 비슷한 기계를 만들고자 하는 욕구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차 박사는 “과학계에서 마지막 미지의 영역이 바로 인간의 ‘뇌’인데 인공지능은 뇌를 모사하기 위한 것이고 뇌 과학이 발달할수록 인공지능 기술도 업그레이드돼 갈 것”이라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인공지능 또 이겨 집단 우울증” “실수하는 인간이 더 아름다워”

    “인공지능 또 이겨 집단 우울증” “실수하는 인간이 더 아름다워”

    세계 최고수 중 한 명인 이세돌 9단이 구글의 인공지능 ‘알파고’에 연달아 패하면서 시민들은 그야말로 충격에 빠졌다. 인공지능 로봇이 인간을 지배하는 내용의 공상과학 영화가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반응도 많았다. 로봇도 결국 인간이 만든 것이니 단순히 기계 대 인간의 싸움으로 보는 시각은 무리라는 평가도 있었다. 전망의 차이는 있지만 이번 대국은 시민들에게 ‘인공지능 시대’의 서막을 알렸다는 의미를 갖게 됐다. ●“로봇 시대 성큼 다가온 것 느껴” 10일 오후 5시 30분쯤 이 9단이 제2국에서도 패했다는 사실이 전해지자 회사원 박모(45)씨는 “이세돌이 첫판에서 패배를 당했을 때에는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두 번째 판까지 지고 나니 직장 동료들 사이에 집단 우울증이 확 번지는 듯했다”고 전했다. 회사원 이모(44)씨는 “이세돌에게 부정적인 멘트가 나올 때마다 영화 ‘터미네이터’ 같은 인공지능 로봇이 나에게 성큼성큼 다가오는 것 같았다”며 “2판을 내리 지다니 인간이 만든 기술이 인간을 능가할 날이 머지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공무원 이모(39)씨는 “학창 시절 바둑을 배웠는데, 이세돌이 쉽게 5연승을 하고 끝날 줄 알았다”며 “‘바둑의 신’이 컴퓨터에게 연이어 지다니 등골이 오싹했다”고 밝혔다. 인터넷 댓글에는 ‘아이로봇’, ‘허’, ‘엑스마키나’ 등 인공지능에 대한 영화의 제목이 대거 등장했다. 한 누리꾼은 ‘1970~80년대 세계 주판왕과 컴퓨터의 계산 대결에서 주판왕이 이겼는데, 바둑으로 인간과 대적할 만큼 발전했다’고 놀라워했다. 인공지능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증권사에 다니는 박모(34·여)씨는 “이미 주식투자로봇의 수익률이 증권고수보다 높다고 들었다”며 “로봇이 기사도 쓴다고 하던데 모든 분야에서 일자리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주부 최모(45·여)씨도 “마트 계산원이나 판매원 등 단순 일자리는 10년 내에 로봇으로 대체될 것 같다”고 예상했다. ●“의료 분야 활용하는 시대 왔으면” 인공지능도 인간의 발명품인 만큼 이 9단이 알파고에게 지더라도 그 또한 ‘인간의 승리’라는 주장도 많았다. ID ‘리틀 브라더’는 “우리가 인공지능을 두려워해야 하는 순간은 알파고가 바둑으로 이세돌을 이기는 순간이 아니라 바둑판을 뒤집어엎거나 돌을 집어던지며 인간이 부여한 룰을 깼을 때”라고 트위터에 글을 올렸다. ●“알파고 전원 뽑아라” 유머도 시민단체 활동가인 조민지(28·여)씨는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겨도 ‘실수를 하는 인간’이 더 아름답다”고 밝혔다. 직장인 김호열(30)씨는 “불치병으로 고생하는 사람이 많은데 의료 분야에서 암 치료 등에 인공지능이 활용되는 시기가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알파고 전원 플러그를 뽑아라’, ‘호텔 두꺼비집을 내리면 인류가 이긴다’, ‘알파고에게 연말정산을 시켜 인간의 고통을 깨닫게 하자’ 등 누리꾼들의 유머도 볼 수 있었다. 한 누리꾼은 ‘알파고를 이기는 법을 이세돌은 알고 있다’는 제목의 글에 이어 이 9단의 저서 ‘판을 엎어라’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새 영화] ‘조이’

    [새 영화] ‘조이’

    10일 개봉한 ‘조이’는 여성의 성공을 그리는 작품에 흔히 볼 수 있는 ‘백마를 탄 왕자’가 등장하지 않아 더욱 돋보이는 영화다. 미국 홈쇼핑 역사상 최대 히트 상품을 발명하며 성공한 여성 기업가가 된 조이 망가노의 삶을 그렸다. 그는 현재 미국 최대 홈쇼핑 채널 최고경영자(CEO)로 활약하고 있다. 데이비드 오 러셀 감독은 유독 작업했던 배우와의 인연을 계속 이어가는 것과 관련해 서울신문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친숙한 배우들을 생각하면서 시나리오를 쓰고 직접 이야기를 나누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배우들과의 대화는 내가 글을 쓰는 방식의 일부분을 차지한다”며 “캐릭터와 스토리의 흥미로운 점에 대해 서로 영감을 나눈다. 한 가족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영화 스토리는 전형적인 아메리칸드림에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된다. 꿈 많던 어린 시절이 있었던 조이는, 그러나 두 아이를 키워야 하는 싱글맘 신세다. TV 드라마에 빠져서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으려는 엄마, 그러한 엄마와 이혼했으나 애인과 헤어졌다고 다시 집으로 기어들어온 아빠, 가수가 되겠다는 헛된 꿈을 꾸지만 경제적으로는 무능력한 전 남편의 뒤치다꺼리까지 도맡아 하루하루가 서글프고 고단한 삶을 살아간다. 하나뿐인 언니는 조이를 질투한다. 조이를 믿고 격려해 주는 것은 할머니뿐이다. 어느 날 손으로 물을 짜지 않아도 되는 밀대걸레에 대한 아이디어를 떠올린 조이는 다시 꿈을 꾸기 시작한다. 하지만 싱글맘에게 비즈니스의 세계는 냉혹할 뿐이다. 일이 조금 풀린다 싶으면 어김없이 문제가 발생하고 훼방꾼이 생긴다. 조이는 계속 좌절감을 맛보면서, 파산 위기에 몰리면서도 결코 포기하지 않고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난다. 조이가 자신과 처지가 비슷한 여성들에게 도움을 건네며 또 다른 ‘조이’로 이끌려 하는 장면이 무척 인상적이다. 캐릭터에 개성을 부여하는 데 일가견이 있는 러셀 감독이 연출했다. 그의 작품에 출연한 남녀 배우가 오스카 후보에 오른 것은 모두 11차례에 달한다. ‘조이’에서는 제니퍼 로렌스와 브래들리 쿠퍼, 로버트 드 니로까지 러셀 사단으로 불릴 수 있는 연기자들이 대거 등장한다. ‘실버라이닝 플레이북’(2012)을 시작으로 ‘아메리칸 허슬’(2013)을 거쳐 ‘조이’까지 세 작품째 찰떡궁합을 뽐내고 있다. 제니퍼 로렌스의 경우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으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고 ‘아메리칸 허슬’과 ‘조이’로 거푸 오스카에 도전하기도 했다. 124분. 12세 관람가.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사이언스 톡톡] 140세 전화 출생의 비밀

    [사이언스 톡톡] 140세 전화 출생의 비밀

    나는 누구일까요? 나이는 140세. 별명은 ‘악마의 발명품’. 이렇게 불리는 친구들은 나 말고도 많이 있지만 원조는 바로 나야.눈치 빠른 사람은 벌써 알아차렸겠지? 난 바로 ‘전화’야. 공식적으로 등록된 내 생일은 1876년 3월 7일이지. 나처럼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것들은 특허라는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정확히 태어난 날짜는 몰라.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1847~1922)과 엘리샤 그레이(1835~1901)가 서로 자신이 내 아버지라고 주장했지만 미국 특허청은 벨이 내 아버지라고 손을 들어 줬지. 특허청에 등록된 내 이름은 전화가 아닌 ‘개선된 전신기술’이야. 진짜 황당한 일이 벌어진 건 내가 태어난 지 126년이 지난 뒤였어. 2002년 6월 미국 의회가 내 진짜 아버지는 벨이 아니라 이탈리아 발명가인 안토니오 메우치(1808~1889)라고 인정했다는 거야. 막장 드라마 같은 이야기지만 나를 지금처럼 성장시켜 준 게 ‘특허 도둑’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는 벨 아저씨라는 사실. 그건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 벨이 나를 세상에 처음 소개했을 때 사람들은 쓸모없는 것을 만들었다고 뒷얘기들을 했지. 그 당시에는 전신이 이미 널리 쓰이고 있었기 때문에 전화는 그저 값비싼 장난감 정도로만 생각했던 거지. 그렇지만 내가 특허청에 등록된 지 불과 10년 지난 1886년에는 미국 내 15만 가구가 전화를 소유하게 됐어. 최첨단 전화기라고 할 수 있는 스마트폰을 보더라도 지난해 기준 전 세계인의 36%가 갖고 있다고 하잖아. 저개발 국가와 영유아들을 제외한다면 전 세계 성인 모두 스마트폰을 갖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지. 내가 사람의 목소리를 멀리까지 전달할 수 있는 것은 음성을 전류나 전파로 바꿔서 전달하고 전파를 다시 음성으로 바꿔 주는 변환 기술 덕분이야. 벨이 특허를 받은 전화는 전자석에 전류를 흘려 주면 자석의 성질을 갖게 된다는 원리를 이용한 자석식 전화야. 송화기에는 전자석과 얇은 철로 된 진동판이 있어서 여기에 대고 말을 하면 소리가 진동판을 흔들면서 유도전류를 만들지. 이 유도전류가 전선이나 전파를 타고 가서 수화기의 진동판을 움직여 소리로 재생시키는 거야. 스마트폰은 ‘손 안의 작은 컴퓨터’라고도 불리잖아. 스마트폰은 음성 전달이라는 고유한 기능보다는 메시지 전송, 음악 감상, 인터넷 검색 등 다른 기능으로 더 많이 쓰인다는 통계를 봤어. 심지어 나한테 중독된 사람들도 많아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지. 아무리 내가 좋다고 해도 하루에 한 시간만이라도 나보다는 사람을 만나고 책을 가까이하는 습관을 가지려고 노력해 보는 건 어떨까.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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