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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학별 수시모집 특징…서강대 등

    ■서강대학교 1차 수능 최저학력 기준 적용 안해 서강대는 전체 모집인원의 60%인 1108명을 수시로 뽑는다. 수시 1차에는 수능 최저학력 기준이 적용되지 않는다. 일반전형·알바트로스 국제화 전형·학교생활 우수자 전형·글로벌 과학인재 전형·특기자 전형 등이 있다. 논술·학생부·공인외국어 성적·면접·서류 등을 평가하며 모두 다단계 전형이다. 전공예약제로 선발하는 수시 1차 일반전형에서는 학생부 30%·논술 50%·구술 면접 20%를 반영해 우열을 가린다. 외국어 능력이 탁월한 학생을 선발하는 알바트로스 국제화 전형에서는 공인외국어 성적 50%와 외국어 심층면접 50%를 본다. 학교생활우수자 전형은 학생부 70%와 면접 30%를 반영한다. 글로벌 과학인재 전형은 수학과 과학에 뛰어난 학생을 위한 전형으로 학생부 20%, 서류 30%, 면접 50%를 배정한다. 특기자 전형은 특정 분야에 재능이 있거나 모범활동이 있는 학생에게 문을 열었는데, 서류 60%와 면접 40%로 뽑는다. 수시 2차 모집에서는 가톨릭고교장 추천 전형을 제외한 나머지 전형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적용한다. 인문·사회계열은 수능 4개 영역 가운데 3개 영역에서 2등급 이내에, 자연계열은 2개 영역 이상에서 2등급 이내에 들어야 한다. 단, 일반전형에서 논술 및 학생부 합산 성적이 모집단위별 상위 20%에 들면 수능 최저학력 기준에 상관없이 합격증을 준다. admission.sogang.ac.kr (02)705-8621. 이 욱 연 입학처장 ■덕성여자대학교 논술고사 전공관련 3개 문항 출제 덕성여대는 수시 1차에서 일반학생 160명과 글로벌파트너십 48명을, 2차 모집에서 학생부우수자 119명과 사회 기여 배려대상자 22명을 뽑는다. 글로벌파트너십 전형은 고교 교육과정 중 일부를 외국에서 이수하고 국내 정규 고교를 졸업(예정)한 학생 및 2009~2010년 국내 고등학교 졸업학력 검정고시 합격자만 지원을 받는다. 수시 1차 일반학생 전형은 학생부 60%와 논술 40%를 반영해 합격자를 가린다. 글로벌파트너십 전형은 1단계에서 공인영어성적만으로 모집인원의 4배수를 선발한 뒤 2단계에서 공인영어성적 80%와 영어면접 20%로 평가한다. 수시 2차는 학생부 100%로 선발하고,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적용한다. 인문·사회과학 대학과 의상디자인 전공은 국어·영어·사회 교과, 자연과학대학 및 정보미디어대학, 프리-팜·메드 학과는 수학·영어·과학 교과를 본다. 전과목 석차 등급을 점수로 환산해 반영한다. 문제에 대한 이해력·비판적 사고력·창의적 문제 해결 능력·논리적 표현력·논증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논술고사는 전공과 관련된 3개 문항을 출제한다. 자연 공학계열은 수리 논술을 실시한다. 기출문제가 이 대학 입학 홈페이지에 올려져 있다. 올해로 창학 90주년을 맞은 덕성여대는 소규모 세미나식 교양교육 국제교류를 통한 학생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enter.duksung.ac.kr (02) 901-8691~5. 이 용 수 입학홍보처장 ■서울시립대학교 반장 경험자 차세대리더 전형 자격 서울시립대는 수시 9개 전형을 통해 878명을 뽑는다. 입학정원의 절반이다. 수시는 3개 차수로 나눠 1차에서 전국고교우수인재·베세토니안·포텐셜마니아·국가유공자 및 사회적배려대상자 특별전형을, 2차에서 서울고교우수인재·코스모폴리탄리더·사이언스파이어니어 특별전형을, 3차에서 서울유니버시안·차세대리더 특별전형을 실시한다. 전국고교우수인재 전형은 학생부와 논술을 보고, 베세토니안 전형은 외국어 특기 성적과 심층면접으로 합격 여부를 판단한다. 포텐셜마니아와 사회적배려대상자 전형은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전공 분야에 대한 열정과 잠재력·발전가능성 등을 본다. 코스모폴리탄리더·사이언스파이어니어·서울유니버시안 전형에서는 각각 영어와 사회·수학과 과학·영어와 수학 교과 성적을 중시한다. 올해 신설한 차세대리더 전형은 2개 학기 이상 반장을 맡았거나 출신 고교장 추천을 받은 학생으로, 학생부 기록봉사활동 시간이 100시간을 넘겼을 경우에 지원을 받는다. 학생부 100% 전형인 서울고교우수인재·서울유니버시안·차세대리더 전형에는 수능 최저조건이 적용된다. 단 서울고교우수인재 전형에서 모집인원의 30%는 학생부 성적만으로 우선 선발한다. 최원석 입학관리본부장은 “단순히 성적만 좋은 학생이 아니라 특정 분야에서 열정과 잠재력이 있고, 미래의 자기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학생을 뽑을 것”이라고 말했다. iphak.uos.ac.kr (02)2210-2103~4 . 최 원 석 입학관리본부장 ■동덕여자대학교 독립유공자 후손 수능 4등급까지 동덕여대는 수시 1차에서 일반전형(217명)·예체능계 실기 우수자(111명)·특기자(59명)·독립유공자 손자녀(5명) 등 392명을 모집한다. 특기자 및 독립유공자손·자녀 전형은 지원자격 서류심사 합격자에 한해 원서 접수를 받는다. 지원자격 심사서류는 9월8~10일 마쳐야 한다. 일반전형도 다단계 전형으로 1단계에서 학생부 100%를 반영해 모집인원의 5배수를 선발한 뒤 1단계 성적과 심층면접 점수를 반영해 2단계 합격자를 가린다. 심층면접 예시문제와 설명은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예체능계 실기우수자 전형에서는 학생부 성적과 함께 실기고사를 본다. 수시 2차는 일반전형만으로 선발한다. 올해 신설한 학생부 100% 전형으로 111명을 선발한다. 수능 2개 영역에서 3등급 이내에 들면, 수시 1차 일반전형과 수시 2차 전형에서 요구하는 최저학력 기준을 충족시키는 것이다. 특기자와 독립유공자 손·자녀는 4등급 이내에 들면 된다. 학생부 성적을 산출할 때에는 계열에 관계없이 국어와 영어를 필수로 하고, 사회·수학·과학 가운데 성적이 좋은 교과를 반영한다. 1학년에서 교과별로 1과목, 2·3학년에서 교과별로 2과목씩 9개 과목을 과목별 석차 등급으로 반영한다. 1학년 성적에 40%, 2·3학년 성적에 60%의 가중치를 둔다. www.dongduk.ac.kr (02)940-4047~8. 곽 형 기 교무처장 ■서울산업대학교 특허취득자 대상 우수발명자 선발 서울산업대는 수시 모집에서 일반전형 580명과 특별전형 414명 등 994명을 선발한다. 잠재능력 우수자(49명)·영어 우수자(41명)·우수발명(기능)자(10명)·특기자(71명)·전공적성 우수자(15명)·특정교과 우수자(41명)·산업체근무(경력)자(187명) 등이 특별전형 대상자다. 조형대학을 제외한 단과대는 일반전형 선발에서 학생부만 100% 반영한다. 특별전형 가운데 잠재능력우수자 전형은 학생부로 1단계 5배수를 뽑고, 2단계에서 학생부 50%와 면접 50%로 평가한다. 수능 최저학력 기준은 적용하지 않는다. 영어 우수자 특별전형에 지원하려면 토익 840점이나 토플(CBT) 247점, 토플(IBT) 98점, 텝스 743점 이상을 받아야 한다. 특허 취득자나 특허청 주최 전국대회 입상자는 우수발명(기능)자 전형에 지원할 수 있는데, 평가에서는 학생부 50%와 면접 50%를 반영한다. 전공적성우수자 특별전형은 별도의 지원 자격을 두지 않았고, 전공적성 시험 성적만으로 선발한다. 특정교과우수자 전형은 모집단위별로 지정된 특정교과 성적이 우수한 학생을 위해 마련, 학생부나 수능최저학력 기준을 반영할 때에도 특정교과만 본다. 특기자 특별전형은 체육특기(스포츠건강학과)와 예능(조형대학), 문학(문예 창작학과) 분야 특기생을 염두에 둔 전형이다. www.snut.ac.kr (02)970-6018~9. 김 태 수 입학처장 ■동국대학교 ‘두 드림’전형 단과대별로 특성화 동국대 서울캠퍼스의 수시 총 모집인원은 1270명이다. 논술고사를 실시하는 일반전형과 입학사정관 전형인 두 드림(Do Dream) 특성화 전형을 비롯해 10여개 특별전형이 진행된다. 수시 1차 일반전형에서는 444명을 뽑는다. 논술 60%와 학생부 40%를 반영하는데, 모집인원의 30%는 논술만으로 우선 선발한다. 두 드림 전형은 지난해까지 시행해 온 자기추천 전형을 진화시킨 모델이다. 156명을 뽑는데, 단과대학별로 각각 다른 형태의 전형을 진행한다. 학과별 특성화를 꾀하기 위해서다. 불교계추천 전형·리더십 전형·학교장 추천 전형·중구 핵심인재 전형 등도 수시 1차에서 진행한다. 전형별로 지난해에 비해 서류심사가 추가되거나 확대 시행되고, 면접 형태도 사정관 면접으로 바뀌었다. 중구 핵심인재 전형을 뺀 수시 1차 전형에는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적용하지 않는다. 수시 2차에서는 268명을 뽑는다. 학생부 100%를 반영하는 학업성적우수자 전형만 진행한다. 인문계는 언어·수리·외국어영역 가운데 1개 영역에서 2등급 이상을 수능 최저학력 기준으로 설정했다. 자연계에서는 1개 영역에서 2등급 이상을 받거나 2개 영역에서 3등급 이상을 취득해야 한다. 단 경찰행정학과는 상위 2개 영역에서 평균 1.5등급 이상을, 수학교육과는 수리 가형 2등급 이상을 최저학력으로 정했다. ipsi.dongguk.edu (02)2260-3961. 이 윤 호 입학처장 ■단국대학교 2차는 논술 우수자만으로 선발 단국대 죽전캠퍼스는 수시 1차와 2차에서 1736명을 선발한다. 1차에서 1360명을 교과성적우수자(193명)·면접성적우수자(409명)·실기성적우수자(70명)·어학특기자(133명)·한문특기자(10명)·미술특기자(11명)·체육특기자(10명)·국가독립유공자의 자(손)녀(10명) 등 정원 내로 846명을 뽑는다. 정원 외 농어촌학생 특별전형으로는 95명을 배정했다. 수시 2차는 올해 처음 실시하는 논술우수자 전형만으로 376명을 선발한다. 수시 1차에 포함된 입학사정관 전형을 통해 창의적 인재(140명)·IT와 CT 인재(40명)·지역인재(100명)·사회적배려대상자(20명) 등 정원 내 300명, 정원 외 전문계고 출신자(95명)·기회균형선발(24명) 등 119명을 뽑는다. 사정관 전형은 학생부 교과 50%와 서류 50%를 통해 1단계에서 3배수를 선발한 뒤 2단계에서 면접 100%로 최종 합격자를 가린다. 천안캠퍼스는 수시 1·2차에서 2121명을 뽑는다. 1424명이 배정된 수시 1차에 포함된 사정관 전형에서는 진취적 인재(162명)·충남지역 인재(80명)·BT인재(20명)·취업자(18명)·사회적배려대상자(10명) 등 정원 내 290명을 선발한다. 정원 외로 전문계고 출신자 전형을 통해 131명을 가려낸다. BT인재 전형은 물리·화학·생물 학업능력우수자를 선발하는 전형이다. www.dankook.ac.kr (031)8005-2550~3. 홍 석 기 죽전캠 입학처장 ■국민대학교 올해부터 재외국민 등 57명 특별전형 국민대는 수시 1차에서 1310명을, 수시 2차에서 448명을, 정시에서 1550명을 뽑는다. 정시에서 모집하던 재외국민과 외국인 특별전형 57명을 올해부터 수시모집에 포함시켜 선발하기로 했다. 수시에서는 1차와 2차에 중복해 지원할 수 있다. 수시 1차 전형 가운데 교과성적우수자 특별전형(Ⅰ)·북악리더십 특별전형·국제화 특별전형·특기자 및 실기우수자 특별전형은 최저학력 기준 적용을 받지 않는다. 논술우수자 특별전형에는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전문계고 출신자 특별전형과 기회균형 특별전형에는 학생부 최저학력기준이 적용된다. 올해 입학사정관제인 글로벌프런티어·취업자 및 농어촌학생 특별전형 등과 논술우수자 특별전형이 신설됐다. 수시 2차에서는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적용된다. 교과성적우수자 특별전형(Ⅱ)·특정과목우수자 특별전형 등은 전형별 특징에 맞춰 단계별 또는 일괄합산 전형을 실시한다. ‘학생부+면접고사’ ‘학생부+실기고사’ ‘어학성적+면접고사’ 등의 조합으로 치러진다. 이춘열 입학처장은 “수시 1차에서 인문계에 한해 학생부를 반영하지 않고 선발하는 논술우수자 전형을 신설했고, 수시 2차에서 자연계열에 한해 특정 과목 우수자 전형을 실시하는 게 특징”이라면서 “2008학년도 수시·정시 모집에서 실시한 논술 기출문제가 홈페이지에 게시되어 있으니 참고하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www.kookmin.ac.kr (02)910-4123~6. 이 춘 열 입학처장 ■상명대학교 사회기여자·배려자 특별전형 신설 상명대는 수시 전형을 통해 서울캠퍼스에서 704명, 천안캠퍼스에서 837명을 선발한다. 원서접수는 인터넷으로만 받는다. 서울캠퍼스 수시 1차는 학생부 주요 교과 우수자 전형(364명)·학생부 선택교과 우수자전형(182명)·글로벌리더 전형(70명)·사회기여자 및 배려대상자 전형(9명)·태권도특기자 전형(5명)·특수교육대상자 전형(4명) 등으로 구성했다. 이 가운데 주요교과 우수자 전형은 학생부 100%만, 선택교과 우수자 전형은 학생부 50%와 논술 50%를 반영한다. 수시 2차 특별전형 방식으로 전문가 추천자 전형(30명)·자기 추천자 전형(20명)·교사와 교장 추천자 전형(10명)·지역인재 전형(10명) 등이 있다. 모두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서류 50%와 면접 50%를 반영한다. 천안캠퍼스는 올해 수시에서 사회기여자 및 배려자 특별전형을 신설하고, 전형료를 50% 감면했다. 특기자·수상경력자 특별전형 모집인원을 지난해보다 늘렸는데, 사진영상미디어 전공은 입학정원의 절반인 30명을 이 전형(영어우수자)을 통해 선발한다. 공연영상미술학부는 올해 수시모집부터 실기고사를 생략하고 포트폴리오 면접을 실시한다. 천안캠퍼스 입학전형에는 학생부·수능 최저학력 기준이 적용되지 않는다. admission.smu.ac.kr (02)2287-5010, 7060, 7088. 이 명 식 입학처장
  • [발언대] 농약, 농산물·생태안전성 담보 필요/박재읍 농진청 국립농업과학원 농자재평가과장

    [발언대] 농약, 농산물·생태안전성 담보 필요/박재읍 농진청 국립농업과학원 농자재평가과장

    화학농약의 발명은 인류가 먹고사는 문제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삶을 추구할 수 있는 바탕이 되었다. 그러나 20세기 중반 이후부터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환경파괴에 대한 경고 중 상당부분은 농약에 대한 부정적 시각에서 비롯되었다. 하나뿐인 지구를 소중히 여겨야 한다는 데는 누구도 이견이 없을 것이나 지나침 또한 경계되어야 할 것이다. 사람들은 잔류성과 이동성이 없는 농약을 원하지만 그런 농약은 있을 수 없다. 다만 병해충이나 잡초 방제라는 농약의 목적을 충분히 달성한 뒤 부정적인 효과가 최소화되도록 하는 것이 현실적인 접근법이다. 농약에는 대략 세 종류가 있다. 이동성이 높지만 잔류성이 짧은 농약과 이동성은 낮지만 잔류성이 긴 농약, 그리고 이동성과 잔류성이 모두 긴 농약이 있다. 세계 각국은 이동성과 잔류성이 긴 물질을 잔류성 유기오염물질(Persistent Organic Pollutants, POPs)로 구분하여 금지하거나 사용을 제한하는 등 특별 관리하고 있다. 잔류성 유기오염물질로 분류되는 농약도 세계적으로는 다수가 있으나 다행히 우리나라에는 없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잔류성 측면에 집중하여 농약을 관리하여 왔으나 이제는 이동성 측면도 함께 고려하여야 한다. 시간과 속도의 곱으로 이동거리가 결정되듯이 지하수오염 가능성은 잔류성과 이동성의 조합으로 결정되므로 지하수 보호는 둘 중 하나를 통제할 수 있으면 가능하다. 그러나 지표수계에 대해서는 상황이 보다 복잡하다. 앞에서 논의한 잔류성과 이동성뿐만 아니라 농약의 살포방법, 강우 양상, 작물의 생육상태 등이 종합적으로 관계된다. 그동안 농약의 안전성에 대한 접근은 먹거리에 집중되어 왔지만 이제는 환경과 생태보호도 강조되어야 한다. 따라서 농업인의 농약에 대한 시각도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농산물 안전성 측면을 넘어 환경생태 안전성까지 담보하지 못하면 일반인들의 농약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극복할 수 없을 것이고, 그 결과 농업생산에 지장을 초래할 수도 있다.
  • [어린이 책꽂이]

    ●캡틴 쿠스토(제니퍼 번 지음, 에릭 퓌바레 그림, 유범한 옮김, 문학동네 펴냄) 수중 호흡기를 발명해 깊은 바닷속에 가장 처음 들어간 20세기 최고의 탐험가 자크 쿠스토의 일생을 그린 책이다. 왕성한 호기심을 가진 꿈많은 소년 쿠스토는 바닷속 깊은 곳을 늘 동경했고, 마침내 필요한 핵심 도구인 호흡기(애퀄렁)를 개발했다. 나중에는 바다 환경운동가로 활동했다. 9800원. ●쪼르르 또또(이상희 지음, 혜경 그림, 상상스쿨 펴냄) 유치원에서도, 집에서도 선생님 혹은 엄마에게 쪼르르 달려와 뭔가를 고해 바치는 아이들. 어른에게 고자질하는 상황과 도움을 요청해야 할 상황의 차이를 스스로 생각할 수 있도록 도움 주고 있다. 어른에게도 역시 무작정 고자질은 나쁘다고 야단치거나 응석을 모두 받아 줄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다. 9800원.
  • 1100여점 유물로 보는 ‘사농공상의 나라’ 조선

    1100여점 유물로 보는 ‘사농공상의 나라’ 조선

    국립중앙박물관이 신설한 조선실이 5일 일반에 공개됐다. 태조 이성계가 나라를 세운 개국일에 맞춰 문을 연 조선실은 ‘사농공상(士農工商)의 나라 조선’이라는 주제 아래 조선시대 유물 252건 1100여점을 한곳에 모았다. 박물관 1층 중·근세관에 설치된 조선실은 연대별로 총 5실로 구성됐다. 제1실은 태조 이성계의 개국부터 세종대왕의 찬란한 과학문화와 한글의 창제 과정까지를 당시의 대표적인 유물을 통해 보여준다. 제2실은 조선의 지식인인 사림들의 고유한 문화와 더불어 주변국인 중국·일본과의 관계를 집중 조명한다. 제3실에서는 임진왜란 등 전란을 극복한 뒤의 새로운 정치 질서와 사회제도, 생활 풍습과 관련된 유물들이 전시된다. 제4실에서는 영·정조 치세로 불리는 시기의 실학과 문화예술의 다채로운 변화상을, 제5실에는 열강의 각축 속에서 척사와 개화를 지향하는 상반된 움직임과 함께 근대국가로 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전시에서는 그간 일반에 공개되지 않았던 귀중한 유물이 대거 선보인다. 1441년 세계에서 최초로 발명된 관상감 측우대, 안동 이응태묘에서 출토된 ‘원이 엄마의 편지’와 머리카락을 넣어 짠 미투리, 독창적인 천문시계로 평가되는 혼천시계, 6·25전쟁 때 국외로 불법 반출됐다 반환된 ‘오얏꽃 무늬를 수놓은 표피’ 등이 관객을 맞는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이재석 심플렉스인터넷 대표의 ‘마침표 없는 도전’

    이재석 심플렉스인터넷 대표의 ‘마침표 없는 도전’

    [서울신문NTN 김수연 기자] 43세의 젊은 CEO는 반바지에 티셔츠 차림이었다. 직원수 460명의 심플렉스인터넷이 최고 가치로 내세우고 있는 자유와 창의성이 이재석 대표의 드레스 코드에서 묻어났다. 심플렉스인터넷은 웹·서버 호스팅, 쇼핑몰 솔루션, 온라인 마케팅 컨설팅(인터넷 광고대행), 홈페이지 제작 등 일체의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IT 비즈니스 기업이다. 서울 신대방동에 위치한 심플렉스인터넷 사장 집무실에서 이재석 대표와 마주 앉았다. ◆ 창립 11년만에 연매출 300억, 시장점유율 1위 달성이재석 대표가 심플렉스인터넷을 설립한 것은 벤처붐이 일던 1999년이었다. 포항공대 물리학과에서 순수과학을 전공한 그는 원래 데이터 해석과 예측에 관심이 많았다.이 대표는 자신의 관심 분야를 살리면서 돈도 벌 수 있는 일을 궁리한 끝에 지금의 사업을 구상하게 됐다. 인터넷 시대가 열렸던 것도 창업을 결정하는 데에 큰 계기가 됐다.그렇게 시작한 사업이 올해로 11년째에 접어들었다. 그 동안 작은 벤처기업은 직원수 460명에 연매출 300억원을 기록하는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사업 분야도 확장됐다. 이 대표는 웹 호스팅 사업의 노하우를 활용해 쇼핑몰 솔루션과 온라인 마케팅 컨설팅이라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 ◆ 모험처럼 보였던 ‘솔루션 무상제공’ 2000년 이재석 대표는 심플렉스인터넷의 브랜드 ‘카페24’를 출범시키고 3년 뒤 ‘카페24’를 통해 무료 쇼핑몰 솔루션 서비스를 개시했다. 이 대표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할 무렵을 떠올리며 “고객들이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터넷 콘텐츠에 대한 가격 탄력성은 작다. 또 싼 게 비지떡이라는 고정관념도 있었던 것 같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웹 호스팅 사업으로 인지도를 쌓아온 심플렉스인터넷의 역량을 믿고 끝까지 밀어붙이는 뚝심을 발휘했다. 그는 “일반적으로 6개월 정도 지켜보다가 잘 안 되면 접는 것이 인터넷 사업의 생리인데 이와 상관 없이 꾸준히 했더니 반응이 오더라. ‘이용해 보니 좋다’는 입소문 효과인 것 같다”고 말하며 겸손함을 보였다. 또 “‘공짜가 다 그렇고 그렇지’라는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더 열심히 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현재 심플렉스인터넷의 대표 브랜드인 ‘카페24’에 입점한 쇼핑몰 수는 40만개, 회원수는 300만에 달해 ‘성공’이라는 단어가 전혀 어색하지 않다. ◆ ‘발명적 접근’ 아닌 ‘발견적 접근’이재석 대표가 선굵은 행보를 거듭하고 있는 데에는 자신만의 사업 마인드가 큰 역할을 했다. 이 대표의 사업 신조는 ‘발명적 접근이 아닌 발견적 접근을 하라’는 것이다. ‘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해야 하는 것’들을 먼저 해보자는 의미다.이를 실천하기 위해 이 대표는 작은 일이든 큰 일이든 어떤 일을 시도할 때면 과연 어떤 방법으로 접근하는 것이 정답에 가까운 것인지 끊임없이 시뮬레이션한다고 한다. 경쟁사에 대처하는 방법이나 직원들을 대우하는 방식에 있어 감정적으로 치우치지 않고 장기적인 해결책을 마련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마인드가 몸에 밴 덕분이라고 그는 설명했다.이 대표가 ‘발견적 접근’을 통해 이룬 것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심플렉스인터넷만의 문화로 자리잡은 ‘레저 휴가’다. 주 5일제를 어떻게 하면 회사의 문화로 정착시킬 수 있을까, 어떻게 직원들이 자율적으로 주 5일제를 실천할 수 있을까에 대한 정답을 찾기 위해 고민한 끝에 ‘레저 휴가’를 도입했다. 이 대표는 3년 째 직원들을 대상으로 매월 10만원의 휴가비를 지원하는 레저휴가를 시행하고 있다. 레저휴가는 연차휴가, 안식휴가와 별도로 진행되는 심플렉스인터넷만의 휴가제도로 이를 통해 직원들은 경제적 부담 없이 실질적인 레저를 즐기고 있다. 심플렉스인터넷이 전직원을 대상으로 레저휴가 활용 및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지난 3년간 직원들의 레저휴가 사용률은 84%로 업무상의 이유로 당직을 신청하는 직원들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직원이 레저휴가를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컴퓨터도 과열되면 다시 껐다 켜야 한다. 사람도 쉼이 있어야 능률있게 일 할 수 있는 것”이라는 이 대표의 굳은 믿음도 제도 안착에 힘을 보탰다. ◆ 지치지 않는 도전, ‘카페24 마케팅센터’최근 심플렉스인터넷에 효자 사업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은 ‘카페24 마케팅센터’다. 쇼핑몰 사업자를 대상으로 온라인 광고를 대행해 주는 모델로 2006년 처음 선보인 이래 꾸준한 매출 상승을 이끌어내고 있다. 심플렉스인터넷은 점점 다양해지는 쇼핑몰 사업자들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카페24 마케팅센터’를 통해 쇼핑몰 매출 분석은 물론, 어느 광고를 언제 어떻게 노출하는 것이 효과적인가 등에 대한 전문적인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현재 ‘카페24 마케팅 센터’가 심플렉스인터넷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5%에 달한다. 고객의 니즈를 먼저 파악하는 ‘선제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이 대표의 경영철학은 심플렉스인터넷을 늘 고객 곁에서 공감할 수 있도록 해준다.◆ ‘소통’하는 쇼핑몰을 꿈꾸며 최근 이재석 대표는 쇼핑몰 사업자들과 그들의 고객이 서로 소통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구축하는데 전력투구 하고 있다.개성이 다양해지는 요즘 쇼핑몰 사업자들이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데에 최적의 지원을 하기 위해서다. 그는 쇼핑몰 사업자와 소비자 간 원활한 소통을 가능케 하는 시스템을 구현하는 과정에 심플렉스인터넷의 역할이 분명히 있을 거라고 강조한다.“미술 용품을 판매하는 쇼핑몰 운영자가 그림을 잘 그리는 법에 대해서 소비자와 소통할 수 있고, 야구 용품을 취급하는 운영자가 야구에 관해 수요자와 대화할 수 있는 그런 커뮤니티가 구축될 수 있도록 최적화된 시스템을 완성해 보고 싶습니다.” 지금 가진 것이 무엇인가를 제대로 파악하고 그것들의 조합을 통해 시너지를 창출해 내는 이재석 대표가 지금보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이유다. 사진 = 심플렉스인터넷 김수연 기자 newsyouth@seoulntn.com
  • [책꽂이]

    ●그림 읽어주는 남자와 33인의 화가(박세당 지음, 북성재 펴냄) 치과의사이자 발명가인 저자가 화가와 미술 수집가의 중간점에 서서 읽어낸 한국 현대미술의 해설서. 저평가된 한국 미술을 제대로 알리자는 취지에서 화랑을 쏘다니며 김종하, 구병규, 오현철 등 화가 33명의 그림과 해설을 담았다. 170여점을 실은 일종의 화첩으로 여름에 읽기에 알맞다. 1만 4000원. ●모략과 지략의 미학 삼십육계(천자이쥔 엮음, 박영환 옮김, 시그마북스 펴냄) 2000년 전에 완성된, 전쟁에 이기기 위한 병법서지만 제대로 읽어보면 목표를 향해 행동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하는 중국인들의 유연한 사고에 놀라게 된다. 삼십육계 줄행랑은 무조건 도망가는 것이 아니라 정공법과 우회하는 전략을 모두 갖춘 고대 성인들의 통찰력이 집대성된 생활 지침서다. 1만 6000원. ●아이들은 왜 수학을 어려워할까?(안승철 지음, 궁리 펴냄) 부모들은 대학에 입학하면서 수학이 어렵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고 아이들의 수학에 관대하지 못하다. 딸과 함께 수학 공부를 다시 하게 된 안승철 단국대 의대 교수가 아이들의 수 발달을 다루고 있다. 저자는 수학 문제집보다 동화책을 먼저 읽혀야 한다고 강조한다. 2만원. ●오바마의 서재(마쓰모토 미치히로 지음, 이재화 옮김, 책이있는풍경 펴냄) 미국 대통령 버락 오바마의 명연설 50대목을 소개하면서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 연설의 뒤편에 숨겨진 독서의 힘에 주목하고 있다. 구약성서부터 시작해 ‘리어왕’,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권력의 조건’ 등 오바마가 읽고 감상을 밝힌 다양한 책 30권을 따로 빼내 소개했다. 저자는 오바마에 대한 부드러운 접근법으로 오바마 파워의 실체를 분석하고 있다. 1만 2000원.
  • 양파 껍질이 공예품으로… ‘압화’의 마술

    양파 껍질이 공예품으로… ‘압화’의 마술

    음식물 쓰레기로 배출되는 껍질을 재활용해 공예품으로 만들 수 있을까. 아리랑TV의 데일리 매거진쇼 ‘아리랑 투데이’는 28일 오전 7시 양파와 옥수수 껍질 등 자연물을 활용한 압화 기술로 특허까지 출원한 압화 공예 플로리스트 신정옥씨를 소개한다. 압화는 들판이나 산에서 채집한 야생화의 꽃송이와 잎, 줄기 등을 압축해 건조시킨 뒤 평면의 회화로 재구성한 것이다. 플로리스트 신정옥씨는 이를 양파와 옥수수 껍질 등에 적용한 압화기술로 특허까지 출원했다. 제작진은 경북 청도 이서면 연구실로 찾아가 신씨의 작업 과정을 들여다본다. 이물질을 제거한 양파와 옥수수 껍질은 매염제에 담가 6개월에서 1년간 숙성된다. 염색이 끝난 껍질은 납작하게 눌러주면서 건조시키는 등 통상의 압화 제조 과정을 거친다. 일반 압화 공예와 달리 양파와 옥수수 껍질을 압화의 재료로 사용하는 것은 오랜 시간 기다림이 필요한 작업이다. 하지만 이 같은 과정을 통해 소재가 지니고 있는 고유한 질감과 결이 살아나 장식품의 가치를 더하고 있다. 신정옥씨가 플로리스트의 길을 걷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1985년 아마추어 플로리스트로 시작한 그는 한 압화 작품에 매료된 뒤 압화 공예를 시작했다. 압화를 인테리어 디자인으로 승화시키기 위한 연구에 매진한 지 13년. 그는 양파와 옥수수 껍질의 착색 기법, 평면 발광 소재의 압화 접목 기법 등으로 특허를 출원하며 압화의 새로운 장을 열게 된다. 신씨의 작품들은 2008년 ‘대한민국 압화대전’ 공예부문 금상 수상에 이어 ‘대한민국 여성발명품 박람회 및 세계 여성발명대회’ 출품으로 더욱 주목을 받았다. 특히 자연물 압화가 친환경 녹색성장 트렌드와 잘 어울리는 인테리어 신소재로 부각되면서 미국, 프랑스 등으로 수출까지 하게 됐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美 싱크탱크, 랜드연구소를 해부하다

    28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공화당과 민주당을 막론하고 역대 미국 정부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으며, 미 대륙을 넘어 영국, 벨기에, 카타르, 멕시코 등지로 활동범위를 넓힌 글로벌 싱크탱크. 미국 랜드(RAND)연구소의 화려한 이력이다. 하지만 옛 소비에트연방의 국영신문 ‘프라우다’는 ‘과학과 죽음의 학술원’이라고 혹평했고, 전 세계 음모이론가들은 세계 정부를 창조하려는 궁극의 악이라고 불렀다. ‘두뇌를 팝니다-미 제국을 만든 싱크탱크 랜드연구소’(알렉스 아벨라 지음, 유강은 옮김, 난장 펴냄)는 베일에 쌓인 랜드연구소의 실체를 본격적으로 파헤친 책이다. 기자 출신의 논픽션 작가인 저자는 랜드연구소 관계자들을 설득해 내부 자료를 넘겨받고 연구소에 몸담았던 인물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랜드연구소의 실상을 생생하게 증언한다. 1948년 문을 연 랜드연구소는 미 공군의 전신인 육군항공대의 공중전 전략·전술 프로그램을 평가하고 개발하는 민간연구소로 출발했다. 이후 핵전략과 수소폭탄, 다단계 로켓, 대륙 간 탄도미사일, 군사부문 혁신에 이르기까지 미군의 전쟁수행 방식을 좌지우지했다. 랜드연구소의 역할은 국가안보를 뛰어넘는다. 1950년대 말 핵공격이 벌어져도 통신을 계속하기 위한 방법을 찾아내려고 애쓰던 랜드연구소의 한 공학자가 만든 패킷교환 시스템이 인터넷의 토대가 됐다는 것은 잘 알려진 얘기다. 체계분석은 소련에 대한 선제공격 계획에서 탄생했고, 합리적 선택이론과 게임이론은 예측 불가능한 소련 지도부의 움직임을 모의실험하기 위해서 태어났다. 랜드연구소에 모인 미 최고의 두뇌들은 합리성과 과학성을 신앙처럼 신봉했다. 하지만 랜드연구소의 분석과 정책은 미국이 ‘선의 편’이라는 확고한 신념 아래 세계를 자국의 이익과 입맛대로 개조하려는 것에 불과했다. 이라크전쟁으로 절정에 달한 신보수주의, 신자유주의의 설계자 역시 랜드연구소이다. 저자는 랜드연구소가 만들어낸 궁극의 발명품은 “상위 5%가 전체 부의 60%를 장악하고, 기업 중역의 급여가 평균 노동자 급여보다 400배나 많은 사회”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랜드연구소처럼 도덕적으로 의심스러운 정책을 고안하는 기관들을 만들어내고 용인하고 계속 유지시킨 것은 다름아닌 미국인들이라고 지적한다. 저자는 “단지 그 정책이 미국에 가장 이익이 된다는 이유 때문”이라면서 “거울을 들여다보면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바로 랜드연구소임을 알 수 있다.”고 썼다. 1만 8000원.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타임머신이 있다면 언제로 돌아가고 싶으신가요”

    “타임머신이 있다면 언제로 돌아가고 싶으신가요”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어떤 이는 아련했던 첫사랑을 다시 찾을 것이고, 어린시절 꿈을 이루겠다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혹은 1주일 전으로 돌아가 로또를 산다는 현실적인 생각도 할 수도 있겠다.  2010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SICAF·21~25일) 국제디지털만화공모전에서 대상을 탄 ‘세운상가 블루스’(지정환 그림)는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간다.’는 가정을 기초로 한, 스크롤만화다. 스크롤만화는 인터넷 환경에 맞춰 ‘페이지 스크롤’을 위에서 아래로 내려가며 감상하게 만든 작품을 뜻한다.  ‘세운상가 블루스’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작품은 서울 종로 세운상가를 배경으로 삼았다. 주인공은 이곳에서 청춘을 바친 늙은 기술자. 한때 “인공위성도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돌 정도로 번성했지만 지금은 쇠락의 길을 걷고 있는 이 곳에서 주인공이 이야기를 풀어간다.  주인공은 기술과 추억이 녹아있는 가게를 정리하면서 옛날에 발명하다가 그만둔 타임머신을 다시 찾아낸다. ‘뚝딱뚝딱’ 타임머신의 개발은 쉽게 이뤄진다. 과학적 원리나 복잡한 이론 따위는 등장하지 않는다. 타임머신을 발명한 뒤 주인공이 무엇을 하느냐에 초점이 맞춰져있기 때문이다.  시험운행을 마친 주인공이 두번째 여행에서 만난 사람은 교통사고로 일찍 사별한 부인이다. 인사도 없이 떠나보낸 게 평생 한이 됐던 터였다.  “그동안 미안했어. 고마웠고 조만간 다시보세.”  다시 만나고도 그저 무심한 듯, 부인이 가장 좋아했던 귤과 함께 애처롭게 건넨 마지막 인사를 끝으로 다시 현실로 돌아온 주인공. 하지만 가슴의 응어리는 풀리지 않았다.  “역사를 바꿀 수 없는 방관자로만 머물러야 하기 때문에 돌아오면 결국 후회만 더 늘어가는구나.”  결국 주인공은 인생을 다시 살기로 결정하고 태어난 날로 돌아가기 위해 타임머신을 가동시킨다. 과연 늙은 기술자는 시간터널을 거슬러 원하는 과거로 돌아갈 수 있었을까.  타임머신을 발명한 기술자와 치매 걸린 노인, 그 기술자의 타임머신과 현실에 남아있는 평범한 고무 대야, 애지중지 모아놨던 타임머신의 부품들과 낡은 고철덩어리, 귤은 건네 받은 그의 부인과 며느리. 작가는 이런 단서들을 교차시키면서 만화의 종국에 물음을 던진다.  “치매 걸린 할아버지의 마지막 착각도 부질없는 것일까.”라는.  묘한 여운과 함께 또다른 화두를 던져볼 수도 있겠다. “타임머신이 있다면 돌아가고 싶은 순간은 언제입니까.”라고….  글·사진 인터넷서울신문 최영훈기자 taiji@seoul.co.kr  ☞ ‘세운상가 블루스’ 보러가기
  • “핵잠수함도 만들거라던 그곳엔 더 많은 얘깃거리가…”

    “핵잠수함도 만들거라던 그곳엔 더 많은 얘깃거리가…”

    “세운상가의 늙은 기술자가 타임머신을 발명해 과거로 간다.”  2010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SICAF) 국제디지털만화공모전 대상 수상작 ‘세운상가 블루스’의 내용이다. 타임머신이란 스케일 큰 소재에 잔잔한 드라마를 녹였다. 결말에 반전을 주면서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남겼다는 평가를 받았다.  ‘세운상가 블루스’로 심상치 않은 시작을 알린 만화가 지정환(28·사진)씨. 전남 고흥 출생인 그는 2006년 허영만 화백의 화실로 들어가며 만화계에 입문했다. 문하생으로 들어간 과정이 재미있다. 다른 문하생들은 자신들이 먼저 작품을 들고 허 화백을 찾아가 문을 두드리고 퇴짜맞는 과정을 반복했지만, 지씨는 허 화백측에서 먼저 ‘호출’을 했다고 한다. 지씨의 그림도 보지 않은 허 화백이 전화로 “개를 좋아하냐.”고 묻더니 “냉큼 달려오라.”고 말했다. 애완견 ‘처칠’을 돌보며 일을 할 사람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동안 지씨는 우스개소리로 ‘처칠 특채사원’이라고 불렸다.  ‘특채사원’에서 ‘대상 수상자’로 거듭난 지씨를 지난 22일 언론 최초로 만났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세운상가를 배경으로 삼은 게 인상깊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쇠퇴한 세운상가의 모습에서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대한민국 기술력의 발전을 한 눈에 보여줬지만 언젠가부터 남루하고 초라해진 그 곳에 많은 얘깃거리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타임머신이란 소재는 어떻게 생각했나.  -예전부터 세운상가는 인공위성이나 핵잠수함도 만들 수 있는 곳이라고 했다. 그래서 타임머신도 될 거라는 생각을 했다. 우리 주위에 분명히 존재하는 장소에서 비현실적인 일이 일어난다는 만화적 상상력을 발휘했다.  ▶작품에선 발명 과정은 별로 나오지 않는다. 특정한 이론도 언급되지 않는다.  -과학적 이론이나 설명은 의도적으로 배제했다. 복잡하게 늘어놓으면 이야기의 중심이 흔들리니까. 타임머신은 스토리를 풀어가는 소재로만 쓰려고 했다.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나.  -사실 처음엔 거창하게 ‘소멸’에 대한 얘기를 하고 싶었다. 그런데 막상 완성 시점에선 거창한 메시지보다는 애잔한 느낌을 주고 싶었다. 특정한 것을 강요하지 않고 여운을 남겨 독자 스스로 생각하게 만들려고 했다.  ▶마지막에 좀 헷갈렸다. 실제로 타임머신을 개발한 건가.  -아니다. 할아버지의 착각이었다. 수련이 부족해서 이야기 전개가 매끄럽지 못했는데, 그래서 설명이 덜 된 것 같다. 아직 배울 게 많다.  ▶허영만 화백의 문하생을 거쳤다고 했는데, 가장 존경하는 만화가는?  -당연히 허영만 선생님이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흐트러진 모습을 본 적이 없다. 수십년간 작품 활동을 하면서도 열정을 유지하는 모습을 본받고 싶다. 가장 닮고 싶은 작가는 윤태호 선배님이다. 대중에게 어필하는 능력도 뛰어나고,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얘기를 이야기로 풀어가는 감각을 닮고 싶다. (‘이끼’의 작가 윤태호씨도 허 화백의 제자였다.)  ▶앞으로 어떤 작품을 그리고 싶은가.  -‘식객’이나 ‘공포의 외인구단’처럼 다양한 연령대가 모두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다.  ▶ 차기작에 대한 계획은.  -야구만화를 구상중이다. 볼품없던 사람들이 점점 성장해가는 ‘스포츠 만화의 공식’을 따른 작품이다. 여기에 ‘고위층 비리’라는 소재를 넣어 차별점을 뒀다. 권력층이 자신들의 비리를 덮기 위해 시골에서 야구단을 창단해 사람들의 이목을 딴 데로 돌리려 한다는 설정이다. 독특하면서도 재미있는 만화가 될 것이다.(작가는 “기대해달라.”는 말로 차기작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글 사진 인터넷서울신문 최영훈기자 taiji@seoul.co.kr
  • “50년 애지중지한 수집품 어린이들에 꿈 주고 싶어”

    “50년 애지중지한 수집품 어린이들에 꿈 주고 싶어”

    어떻게 수집했냐면요…, 참 별의별 일이 다 있었죠.” 손성목(65) 참소리축음기에디슨박물관장의 눈길이 잠시 허공을 더듬었다. 그러고 보니 14살 때 처음 축음기를 사들인 이래 ‘에디슨 발명품’ 수집에만 몰두한 세월이 50년이다. 그 50년의 손때가 묻은, 애지중지 모은 수집품을 최근 선뜻 ‘무료 전시용’으로 내놓았다. 서울 능동 나루아트센터에서 공연 중인 어린이과학뮤지컬 ‘에디슨과 유령탐지기’ 공연장 복도에다. 어린이들이 공연을 본 뒤 ‘에디슨 정신’을 직접 눈으로 확인해 보라는 뜻에서, 강릉 박물관에 ‘모셔둔’ 소장품을 대거 서울로 가져왔다. 워낙 독특한 삶인지라 그동안 많이 회자됐음에도 수집에 얽힌 일화는 들을 때마다 새롭고 흥미진진하다. 그가 직접 털어놓은 ‘가장 기억나는 수집 무용담’ 하나. 1900년에 제작된 에디슨 축음기 아메리칸 포노그래프. 10대만 주문생산됐고 지금은 전 세계에 딱 1대만 남아 있다. 손 관장은 1985년 이 제품이 아르헨티나 경매시장에 나왔다는 얘기를 듣고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세계 유일 1900년산 축음기 낙찰 직항편이 없던 시절이었다. 미국을 경유해야 했는데 뉴욕에서 강도를 만나 어깨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다. 몸져 누워도 모자랄 판에 기어코 아르헨티나에 도착, 53명의 경쟁자를 제치고 낙찰받았다. 현지 언론은 ‘돈 많은 일본인을 누르고 에디슨 제품을 가져간 동양인이 있다.’며 난리법석을 떨었단다. “그래도 박물관에 전시해서 여러 사람들에게 보여줄 거라니까, 목적이 좋다면서 운반비용에서 5000달러를 깎아주고 포터블 축음기 한 개도 공짜로 주더라고요.” ●5살 때 여읜 어머니 피아노연주 그리워 ‘소리’ 수집 시작 손 관장은 다섯 살 때 어머니를 잃었다. 피아노 연주를 들려주던 어머니에 대한 진한 그리움 때문에 소리를 내는 축음기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 즈음 아버지가 선물로 준 축음기 ‘콜롬비아 G241’은 아직도 보물 1호다. 14살 때부터 본격적으로 축음기를 수집하기 시작했고, 축음기 수집작업은 전구 등 에디슨의 다른 발명품 수집으로까지 이어졌다. 그 덕분에 1992년 강릉에 문을 연 박물관에는 에디슨 발명품만 5000점 이상 전시되어 있다. 이는 세계에 남아 있는 에디슨 발명품 가운데 90%가 한국에 있다는 뜻이다. 유복한 집안 덕에 수집에 들일 돈 걱정은 별로 하지 않은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그는 정년퇴직하기 전까지 대기업체에서 평범한 직장생활을 했다. 어떤 이는 그의 ‘수집 인생’을 두고 “부모 잘 둔 덕”이라며 폄하하기도 하지만 부모 유산을 허투루 쓰는 2세들이 부지기수임을 상기하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25일까지 계속되는 뮤지컬 ‘에디슨’은 손 관장에 대한 헌정 성격이 짙다. 등장인물 가운데 할아버지 춘배는 에디슨 발명품 수집광인 데다 어릴 적 어머니를 잃은 인물로 나온다. 손 관장의 삶과 상당부분 중첩된다. 제작을 맡은 강현철 조아뮤지컬컴퍼니 대표는 “에디슨도 어머니의 부재 때문에 고통을 겪었고, 손 관장도 그렇고, 춘배의 손자 주현이도 극중에서 엄마를 동생에게 빼앗긴 아픔을 갖고 있는 아이로 나온다.”면서 “어머니의 결핍이 한 사람의 인생에 어떤 작용을 하는지 지켜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고 말했다. ●美 에디슨시 관계자들 방한… 해외전시 추진 중 손 관장은 요즘 수집품을 해외 전시하는 일에 매달리고 있다. “얼마 전 미국 에디슨시에서 30~40명이 박물관을 찾아주셨어요. 이렇게 많은 걸 잘 보존해줘서 고맙다고 하더군요.” 에디슨시는 에디슨이 발명작업을 했던 곳을 기념해 이름 붙인 뉴저지주의 도시다. 그곳에도 에디슨박물관이 있지만 손 관장의 박물관에 비해 소장품은 빈약하다. 손 관장은 이들과 미국 출장전시를 논의 중이다. 중국 전시도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애지중지하는 소장품을 전시용으로 내놓게 되면 불안하지 않을까. 뮤지컬 ‘에디슨’만 하더라도 공연시간을 1시간으로 줄이고, 박물관에서 가져온 수집품들을 관람할 수 있게 했다. “어릴 적부터 제 손으로 분해하고 청소하고 조립했던 겁니다. 다들 자식 같은 놈들이라 언제나 조마조마하지요. 허허.” 겉으론 멋지게 척 내놓았지만 속으론 손 탈까봐 안절부절못한다는 농 섞인 고백이었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잠자는 특허기술 지원합니다”

    “잠자는 특허기술 지원합니다”

    ‘잠자는 특허 기술을 깨워라.’ 특허 출원건수 등 기술지식재산이 날로 늘어가는 가운데 특허 기술의 활용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른바 ‘휴면특허’가 늘고 있는 것이다. 좋은 기술이 사업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장롱’ 속에서 잊혀진다면 국가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지식 재산들이 낭비된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인천지방중소기업청의 ‘휴면특허 활용사업’에 거는 기대가 크다. 13일 세계지식재산기구의 조사에 따르면 2008년 우리나라의 산업재산권 출원 및 국제출원 건수는 미국, 독일, 일본에 이어 세계 4위 수준이다. 또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구·개발(R&D) 투자비율도 2006년 3.21%에서 2008년 3.37%로 점점 커지고 있다. ●상당수 특허기술이 방치 그러나 질적인 측면을 살펴보면 반가울 수가 없다. 특허청에 출원된 특허 중 상당수가 활용되지 못하고 사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지식재산연구원이 발간한 ‘2009년 지식재산활용 실태조사’에 따르면 기업의 경우 40.7%, 대학 및 공공연구기관은 70.7%의 특허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공신력 있는 평가와 정책지원의 문제, 또 이것들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못하면서 휴면특허가 쌓여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허 범위를 설정할 때 전문가의 도움을 제대로 받지 못해 미리 사업성을 확보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 같은 수준의 기술이더라도 전문 컨설팅 과정에서 사업성의 범위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허청 관계자는 “건수 위주 출원보다 이른바 사업성의 범위가 넓은 ‘강한 특허’를 확보하려면 고품질의 심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특허를 사업화할 때 정책자금 지원이 창업 위주로 편성되는 것도 문제점으로 꼽혔다. 특허를 기반으로 창업이 성공하더라도 이후에 민간으로부터 지속적으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창업 이후 기술과 사업에 대한 중간평가 프로그램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아 민간 자본이 꺼리고 있다는 것이다. ●투자유치·기술이전 등 지원 유광용 한국지식재산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기술에 대한 정확한 평가, 이에 대한 정부의 보증, 기술 가능성에 대한 금융권의 투자 등 노력이 맞물려 선순환할 수 있는 구조 창출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기술거래시장이 활성화되지 못한 것도 휴면특허를 늘리고 있는 원인이다. 미국의 경우 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는 특허 중 일부를 판매용으로 공개해 기술들을 활발히 거래하고 있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인천중기청이 첫걸음을 내딛었다. 인천중기청은 13일 인천상공회의소 지식재산센터 등 관련기관 및 대학과 협약식을 갖고 전국 최초로 휴면특허 활용사업을 시작했다. 사업 참여를 원하면 발명진흥회를 통해 휴면특허의 기술성 및 사업성을 평가받고 인천지식재산센터, 송도테크노파크 등의 도움을 받아 사업화와 투자 유치, 기술 이전 등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인천중기청 김대임 과장은 “우수한 기술의 사업화, 기술이전 및 투자유치를 촉진시킴으로써 지역경제 발전에 이바지하게 될 것”이라면서 “사업이 성공하면 전국으로 확대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신진호기자 sayho@seoul.co.kr
  • 19禁 뱀파이어 시리즈가 온다

    19禁 뱀파이어 시리즈가 온다

    뱀파이어 영화 시리즈 ‘트와일라잇’이 인기 몰이를 하고 있는 가운데 ‘19금(禁)’ 뱀파이어가 등장한다. 영화채널 스크린은 23일 오후 11시부터 섹시 뱀파이어 시리즈 ‘트루 블러드’를 방영한다. 2008년 미국에서 시즌 1이 선보였을 때 회당 시청자가 1240만명을 넘어가는 등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또 뉴욕타임스 같은 언론으로부터도 “섹스 앤드 더 시티 이후 최고의 드라마”라는 찬사를 받기도 했다. 입소문 덕에 국내에도 열혈팬을 두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지금도 계속 출간되고 있는 샬레인 해리스의 소설을 원작으로 해서 인기 미드 ‘식스 피트 언더’의 제작자 앨런 볼이 연출했다. 드라마의 기본 콘셉트는 뱀파이어와 인간의 공존. 이를 가능하게 해준 것은 일본인 과학자가 발명한 인공혈액음료 ‘트루 블러드’ 덕분이다. 이 음료가 개발되면서 뱀파이어들은 더 이상 피를 구하기 위해 사람을 해칠 필요가 없어졌다. 뱀파이어의 공식 메뉴에서 인간을 지워버린 것이다. 이 때문에 뱀파이어들은 이제 더 이상 전설 속 괴물로 남아 있지 않으려 한다. 인간 사회로 내려와 인간들과 어울려 지내며 당당한 사회의 일원으로 행동한다. 그러나 원래 습성은 어디 가지 않는 법. 여전히 사회성이 부족한 뱀파이어들이 넘쳐나고, 이를 지켜보는 인간들은 불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한다. 뱀파이어들을 적대시하는 교회 등에서는 여전히 삐딱한 시선을 감추지 않는다. 미국 남부의 소도시 본톰에 사는 웨이트리스 수키 스택하우스(안나 파킨)는 평범해 보이지만, 특출한 능력이 있다. 다른 사람의 생각을 들을 수 있는 것. 특출나다는 것 때문에 고통받는 뱀파이어의 고충을 잘 이해하고 인간과 뱀파이어와의 공존에 대해 아주 긍정적이다. 특히 173살 먹은 잘생긴 뱀파이어 빌 컴튼(스티븐 모이어)에 대해서라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빌에 비해 훨씬 사회성이 부족한 다른 뱀파이어 동료들 때문에 두 사람의 사랑도 위기를 겪는다. 이 드라마 덕분에 안나 파킨은 골든 글러브 TV드라마 부문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국내 팬들에게는 배역 이름의 발음 때문에 ‘숙희’라 불린다. 뱀파이어 드라마지만, 회가 거듭될수록 늑대인간 등 다양한 존재들이 등장한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전쟁이 만든 구치 대나무 패션

    전쟁이 만든 구치 대나무 패션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란 말은 패션계에서도 통한다. 1921년 설립된 이탈리아 브랜드 구치를 상징하는 아이콘 가운데는 대나무(뱀부)로 손잡이를 만든 가방이 있다. 구치의 뱀부 백은 2차 세계대전 동안 생필품 난으로 가방을 만들 가죽이 부족하자 1940년대 처음 만들어졌다. 이탈리아 패션 디자이너 살바토레 페라가모(1898~1960)도 전쟁으로 구두 굽을 유지하는 튼실한 철심을 구하지 못해 구두 뒷굽과 앞굽 사이를 코르크 조각으로 채워넣어 웨지힐의 역사를 만들었다. 1971년 은과 에나멜, 18K 팔찌로 확대되었던 구치의 뱀부 디자인은 반지, 귀걸이에서 목걸이, 소맷동 링크로 그 혁신적인 아름다움의 지평을 넓혔다. 지난 6일 서울 청담동 카이스 갤러리에서는 구치 시계&보석 전시설명회가 열려 새로운 뱀부 디자인의 보석들이 선보였다. 구치의 혁신을 이끄는 디자이너 프리다 지아니니는 유행을 타지 않는 대나무의 아름다운 윤곽선을 재해석해 18K 금으로 만든 구치 뱀부 보석 컬렉션을 내놓았다. 구치의 뱀부 보석 컬렉션은 백금이나 황금으로 장식을 더했다. 독특한 교체식 디자인으로 유명한 시계 ‘유플레이 컬렉션’도 소개됐다. 시계판 위에 유리를 고정하는 테두리 부분인 ‘베젤’을 유광 스테인리스 스틸, 베이지 실크, 검정 에나멜, 흰색 도마뱀 가죽 4가지로 교체해서 끼울 수 있다. 시곗줄도 흰색, 파란색 타조 가죽, 검정 에나멜, 담자색 고무 등으로 기분에 따라 바꿀 수 있다. 구치 홍보팀의 강석민 주임은 “시계와 보석 신상품의 주제는 ‘영원함(timeless)’으로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구치만의 감각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제품들”이라고 소개했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로봇축제 구경 오세요

    로봇축제 구경 오세요

    “엄마, 로봇이 움직여요. 나도 커서 로봇을 만드는 과학자가 될 거예요.” 서울 도봉구에서 자라는 2세들에게 꿈과 희망을 키워주는 로봇축제가 열린다. 7일 도봉구에 따르면 오는 16~22일 구청 1층과 마당에서 ‘도봉, 하늘을 향해 과학의 꿈을 펼치다’라는 주제로 ‘미래과학로봇대전’을 연다. 로봇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과학분야와 한국 최초 휴머노이드인 휴보의 전시관람, 체험으로 진행된다. 특히 휴보를 비롯해 로봇태권V, 트랜스포머, 아이언맨, 아톰 등의 영화속 실제 모형들과 다양한 로봇들이 총출동, 어린이들에게 볼거리를 잔뜩 안겨 준다. 또 단순한 로봇 관람뿐 아니라 로봇의 기원과 역사에 대해 알아보고, 일상생활의 다양한 로봇 탐구와 더불어 로봇들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체험관도 함께 운영된다. 휴보 개발자인 카이스트 오준호 박사가 로봇의 미래와 발전 등 재미난 이야기를 통해 미래를 여행하도록 돕는다. 또 한국천문연구원 이동천문대가 출동하는 ‘찾아가는 천체관측’ 프로그램도 눈에 띈다. 서울시 학생과학발명품경진대회에서 입상한 학생들의 독창적인 과학발명품 전시회와 ‘국립과천과학관’에서 직접 촬영한 아름다운 천체사진 전시와 재미있는 별자리 이야기도 마련된다. 참가 학생들이 과학에 흥미를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체험공간도 마련된다. 서울로봇고, 서울산업대, 단국대(MAZE&Hz)등 과학동아리와 국립과천과학관 등 전문기관에서 운영하는 과학실험실 교실에서 물대포 만들기, 움직이는 쇳가루 등 과학원리들을 배울 수 있도록 꾸몄다. 이밖에 일상생활 속 과학을 쇼로 재구성한 사이언스쇼, 로봇퍼포먼스, 로봇댄스 등 흥미로운 이벤트들이 수시로 펼쳐지고 트리로봇, 화성여행 등 3D 입체과학 영화도 1일 6회 상영된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고전톡톡 다시읽기] SF 소설 창시자 웰스의 ‘타임머신’

    [고전톡톡 다시읽기] SF 소설 창시자 웰스의 ‘타임머신’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이 나오기 전인 1885년. 허버트 조지 웰스(1866~1946)는 빠른 속도로 시간을 여행하는 기계를 상상했다. 이 기계의 이름이 바로 타임머신이다. 웰스에게 공상과학(SF) 소설 창시자라는 수식어를 안긴 소설 제목이기도 하다. 그는 시간 차원으로의 여행이 가능하다는 사고전환에서 조금 더 밀고 나아가 당시 영국 사회의 자본가 계급과 노동자 계급 사이의 갈등이 지속된다면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해 질문한다. ●두 종족으로 진화한 인류 시간여행자는 자신이 발명한 타임머신을 타고 80만 2071년 후의 세계에 도착해 지구 역사의 막바지에 다다른 인류의 모습을 목격한다. 80만년 후의 인류는 두 가지 종족으로 진화해 있다. 시간여행자가 처음 만났던 종족은 엘로이족이다. 그들은 120㎝ 정도의 키에 가냘프고 우아한 목소리를 지니고 있으며, 노동을 하지 않고도 아무런 걱정 없이 지상에 살고 있다. 엘로이족이 아무런 일을 하지 않고도 지낼 수 있는 것에 의문을 품고 있던 시간여행자는 잃어버린 타임머신을 찾아다니다가 지하에 숨어 살고 있는 몰록족을 만나고서야 의문을 해결한다. 몰록족은 회색빛이 도는 붉고 큰 눈을 가졌으며 머리카락은 담갈색이고 피부는 차갑다. 지하에서 생활하면서 엘로이족과 다르게 진화한 몰록족은 인류의 한 종족임을 인정하기 힘들 정도로 추악한 겉모습을 지니고 있으며, 엘로이족을 잡아먹는 야만적 습성을 지니고 있다. 시간여행자는 추측한다. 지상의 종족을 위해 노동을 하던 몰록족은 지하에서 나름의 방식대로 적응해 나갔으나, 어느 순간 두 종족 사이에 단절이 생겨났을 것이며 식량이 부족해진 몰록족은 엘로이족을 먹이로 삼게 된 것이라고. 인류의 과학기술과 문명이 거의 완벽한 수준에 도달한 이후를 그려낸 것 치고는 ‘타임머신’에 등장하는 인류의 모습은 암울하고 비극적이기 짝이 없다. 훨씬 더 건강하고 재미난 미래를 상상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왜 그토록 디스토피아적인 미래를 묘사했던 것일까. ●계급 간 갈등이 빚어낸 디스토피아적 전망 “지금 현재도 가난한 노동자들은 땅 위의 자연적 환경으로부터 사실상 격리되어 살아오고 있지 않은가? 부유한 자들은 더 좋은 교육을 오랜 기간 받으려 하고 있고, 화려한 생활을 부추기는 여러 가지 것들이 있으므로 그러한 격차는 점점 커져 갈 것이다. 이로 인해 이들 두 계급 간의 소통은 더욱 어렵게 되고, 또 생물학적 분화를 막아줄 이들 상호간의 결혼도 점점 더 줄어들 것이다. 그렇게 땅 위에서 가진 자들이 쾌락과 안락과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동안, 땅 아래에서는 가지지 못한 노동자들이 노동 환경에 맞게 적응해 나가는 것이다.” 시간여행자가 경험한 미래는 연대와 소통으로 이루어진 조화로운 세계가 아니었다. 80만년 후의 세계는 자연 뿐 아니라 인간이 이루어 놓은 문화와 정신까지 말살된 세계이다. 암울한 미래의 모습을 통해 시간여행자는 자연스럽게 자신이 살고 있던 시대의 문제점을 떠올린다. ‘부유한 소수의 사람들이 많은 땅을 소유하고 울타리를 막아 사람들의 출입을 막는 등의 배타적인 경향’과, ‘보기 좋지 않은 문명 활동을 지하공간에 활용하려는 경향’이 두 종족의 분화를 부추긴 것이다. ‘타임머신’이 출간되고 100년이 지난 지금, 경제환경이나 산업구조가 바뀌면서 이러한 경향은 훨씬 복잡해지고 있다. 100년 전, 부(富)의 가치가 땅이었다면 현재는 눈으로 확인 불가능한 금융이나 주식 등의 다양한 형태로 뒤바뀌었다. 생활수준이 나아지고 많은 사람들이 금융이나 주식을 갖게 되면서 적절한 부의 분배가 이루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최고층과 최하층의 소득격차는 더욱 커져가고 있다. 더욱 난감한 사실은 명확해 보이던 두 계급 간 구분이 점점 더 확인 불가능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대기업에서 높은 연봉을 받는 이들을 두 계급 중 어디로 분류해야 할까. 자영업자 역시 두 개의 계급 중 하나에 끼워넣기에는 적당하지 않다. 대기업 연봉자나 공무원들은 밤늦게까지 야근에 시달리면서도 자신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새벽이나 밤늦게까지 외국어 강좌를 들으면서 자신을 혹사시킨다. 자영업자 역시도 이른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일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실상은 극소수의 최고 계급을 위해 자신의 일생을 투여하는지도 모른 채 말이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시간여행자가 생각했던 것처럼 노동자와 자본가 계급이 각각 지상의 영역과 지하의 영역으로 들어가 생활하는 모습은 아직까지 진행되지 않은 듯하다. 그러나 이주여성이나 비정규직 노동자처럼 노동의 영역에서마저 쫓겨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으니, 시간여행자가 짐작했던 것보다 문제는 훨씬 심각해진 셈일지도 모른다. 도시와 과학기술의 발달, 그리고 사람들의 욕망에 따라 도시는 끊임없이 개발되고 보기 좋게 세탁된다. 노동의 영역에서 쫓겨난 사람들, 개발을 이유로 도시 밖으로 쫓겨나 우리의 눈에 보이지 않게 된 사람들이 이 시대의 몰록족이 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웰스는 참혹한 대가를 치러야 하는 미래만 있는 것은 아니라고 덧붙인다. “문명의 발전이란 부질없이 쌓아 놓은 것에 불과하며, 마침내는 문명을 세운 사람들 머리 위로 무너져 내릴 것이라는 게 그의 이야기였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기에 미래는 여전히 공란으로 남아 있는 미지의 세계이다. 미래는 시간 여행자가 들려준 이야기에는 모두 담을 수 없을 만큼 광대한 미지의 세계인 것이다.” 타임머신이라는 SF 용어를 탄생시킨 주역으로서 웰스는 SF소설의 창시자 중 한 명으로 손꼽히고 있다. 그는 SF소설을 통해 단순히 과학적 지식을 전달하고자 했던 것은 아니다. 그는 ‘타임머신’을 통해 미래의 시간 속에서 그가 살고 있던 당시 영국 사회의 모순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질문을 던지고자 했다. 현재 우리 사회를 돌아보면 우리의 미래는 웰스가 생각했던 디스토피아보다 훨씬 더 비극적 결말로 내닫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웰스가 덧붙인 것처럼 미래는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는 미지의 세계이다. 이 공란의 미지의 세계를 어떻게 채울지는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 모두의 몫일 것이다. 박혜선 영상글밭 사하 연구원
  • 과학을 앞선 SF 소설들

    허버트 조지 웰스가 타임머신이라는 황당무계한 소재를 상상했을 때, 사람들은 터무니없다고 치부했다. 하지만 불과 10년 후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이 나오면서 이 황당한 상상력은 가능성이 되었다. 비슷한 사례는 또 있다. 윌리엄 깁슨의 ‘뉴로맨서’가 그러하다. 가상공간에 대한 개념조차 없었던 1984년 발표된 소설의 배경은 사이버 스페이스이다. 컴퓨터나 인공지능 등 컴퓨터에 대한 어떤 이해도 없었던 윌리엄 깁슨은 고물 타자기 한 대로 이 놀라온 소설을 완성했다고 한다. 오락실에서 오락을 하는 아이들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다는 소설은 지금 보아도 낯설기만 한 용어로 가득하다. 사람의 두뇌에 컴퓨터를 연결해서 사이버 스페이스로 들어가는 방식을 창안한 소설은 이후의 사이버펑크라는 SF소설의 하위 장르를 탄생시켰으며 소설뿐 아니라 음악, 영화에까지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쥘 베른의 소설 ‘달세계 여행’에는 미국에서 달나라로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가 나온다. 약 100년 뒤인 1969년 미국의 암스트롱이 달나라 착륙에 성공한다. 쥘 베른의 상상력이 현실이 된 사례는 또 있다. 그의 소설 ‘해저 2만리’는 잠수함을 타고 해저를 여행하는 이야기다. 소설이 발표되었던 1870년에는 아직 잠수함이 발명되기 전이었다. 그로부터 84년 뒤인 1954년 세계 최초로 취항한 미국의 핵잠수함은 ‘해저 2만리’에 나오는 잠수함 이름인 노틸러스를 그대로 썼다. 이름뿐 아니라 소설 속 다른 아이디어도 상당부분 수용했다고 밝혔다.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의 작가 아서 클라크의 일화도 있다. 영국 공군의 레이더 담당 교육장교로 근무하던 그는 최첨단의 통신 장비를 접하면서 기이한 아이디어를 생각해 낸다. 1945년 그는 공군 시절의 과학적 지식을 기반으로 한 ‘무선세계’라는 글을 발표했다. 그의 아이디어에 착안해 통신위성이 발사되었으며, 1964년 일본 도쿄올림픽이 전 세계로 TV중계 될 수 있었다고 한다. 때로 세상을 바꾸는 것은 소설가들의 놀라운 상상력이기도 한 것이다. 서울신문·수유+너머 공동기획
  • [문화마당] 문자의 죽음/신동호 시인

    [문화마당] 문자의 죽음/신동호 시인

    결국 담임선생님이 아이를 포기했다. 2학기부터는 특수반에서 문자를 깨우쳐야 한다. 애초부터 글자 배우기에 도통 관심이 없는 초등학교 1학년 막내딸 얘기다. 저학년 평교사로 정년퇴임한 외할머니도 손을 들었으니 주위에서 ‘바보 아니야?’라는 소리를 들을 만도 하다. 누구는 5학년이 되어서야 한글을 읽었더라는 말도 들었다. 속상함을 달래주려는 말이겠지만 의외로 더디게 글과 친해지는 아이들이 적지 않은가 보다. 하기야 인류가 문자를 가지고 산 기간은 그리 오래지 않다. 이야기나 노래가 훨씬 유용한, 사냥하고 채집하던 시절에 남겨진 버릇이 그리 빨리 사라질 리는 없다. 문자야말로 인류 최대의 발명이라 여기던 날이 있었다. 수메르의 쐐기문자로부터 중국의 갑골, 마야의 그림문자까지 호기심을 가지고 순례한 일도 있었다. 지식의 보고이며, 문명의 튼튼한 노둣돌이었다는 걸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 심지어 문자화되지 못한 모든 이야기와 지식은 하찮은 것이라 여겼다. 가난하던 날들, 동네 뒷골목을 걸으며 두런두런 나누던 이야기는 큰아이에서 막내로 내려오는 동안 그럴싸한 포장의 동화책으로 바뀌었다. 조악했지만 행복했던, 나의 이야기는 사라지고 문자의 권위에 나 또한 굴복해 버렸다. 배움의 기회를 갖지 못한 어머니로부터 듣는 모든 이야기를 언제부턴가 귓전으로 흘리고 교과서에 실린 문자에 안주했다. 지식이 권력이 되면서 문자는 하나의 상징으로 삶을 옥죈다. 죄가 먼저냐 법이 먼저냐 하는 논쟁은, 법조문이 규정해 놓은 기호가 인간의 삶을 어떻게 재단하는가를 보여준다. 가령 그 어떤 사악한 행위도 법조문에 담겨 있지 않다면 처벌할 수 없다. 문자시대의 한 단면이다. 또, 말 혹은 음성이 문자로 안착하면서 그 미묘한 감성의 표현과 현장성, 생명력이 사라졌다. 문자를 통해 우리는 상대방을 빼도 박도 못하게 단정시켜 버리기도 한다. 평론가 이명원과 강준만 교수의 책에서 마초 시인이라 적힌 나는 마초의 굴레를 벗어날 수 없게 되었다. 물론 그들과 나는 일면식도 없다. 마초가 아니라는 나의 변명은 그들보다 더 권위 있는 문자를 적어낼 때만 통할 게다. 근자에 서울시 교육청과 서울시가 초·중·고생과 시민을 대상으로 공모한 ‘전쟁 시나리오’를 보면서 그런 끔찍한 기분이 다시 들었다. ‘현대전에서 발생 가능한 상황 시나리오’를 적어내라는 것이다. 전쟁을 상정한 이 공모는 문자를 통한 적대의식의 각인이다. ‘전쟁’을 문자화한 아이와 ‘평화’를 문자화한 아이는 스스로를 다르게 규정할 수밖에 없다. 이야기를 나눌 땐 이랬다 저랬다를 반복하면서 생각을 정리해 보겠지만 ‘전쟁’을 문자로 적는 순간 전쟁은 아이의 삶을 지배한다. 아차! 글을 깨우치지 못한 막내의 더딘 성장은 얼마나 다행스러운가. 희망적인 건, 문자의 위대함을 존치시키면서 동시에 되살린 구술시대의 장점들이다. 인터넷과 정보화시대의 기술은 무수한 해석과 참견, 집단적 창작의 문화를 부활시켰다. 트위터는 문자를 이용하지만 구술시대의 회귀 같다. 생각과 생각이 실시간으로 교차되고 검증되며 적당한 것이 확산된다. 권위를 부여하지 않고 폭력적으로 각인하지 않는다. 신재효 이전의 판소리가 그랬다. 마을의 감성과 사람들의 희로애락을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취급했던 판소리는 마당이 벌어질 때마다 풍부해졌다. 문자로 정리되면서 그 기능을 잃기 전까지 말이다. 얼마 전 곽지균 감독의 죽음에서 문자의 죽음을 보았다. 시대와 교감하던 사랑이야기를 다시 보지 못한다는 안타까움만큼 변화하는 세계를 느꼈다. 그의 방에는 얼마나 많은 소설책과 시집이 뒹굴었을까. 영상세대로 자란 젊은 감독들과 달리 그는 문자세대였다. 최인호 원작의 ‘겨울 나그네’나 이문열 원작의 ‘젊은 날의 초상’을 찍기 위해 그는 또 얼마나 오래 문자 안에서 헤매었을까. 문자시대와 곽 감독에게, 그리고 여전히 시를 쓰는 나에게도 애도를 보낸다. 더불어 글을 깨우치지 못한 모든 초등학생들에게는 용기를!
  • [씨줄날줄] 우측보행 시대/함혜리 논설위원

    자동차가 발명되기 전 가장 널리 사용된 교통수단은 마차였다. 마차에서는 마부가 오른 쪽에 앉아야 채찍을 휘두르기 쉽고, 왼쪽의 승객이 안전할 수 있다. 오른쪽에 마부가 앉는 관습은 19세기 초반 영국에서 자동차가 처음 제작되고 증기 자동차가 실용화되는 과정에서도 계속 이어졌다. 한편 1885년 가솔린 3륜 자동차를 만들어 시운전에 성공한 독일의 칼 벤츠는 운전석을 왼쪽에 둔 자동차를 양산하기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이 오른손잡이여서 운전석을 왼쪽에 두는 것이 기어를 변속하기 수월했기 때문이다. 이후 유럽대륙 국가들과 미국 등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기능성을 감안한 왼쪽 운전석 방식을 따랐지만 보수적이고 자존심 강한 영국에서만은 오른쪽 운전석 방식을 버리지 않았다. 영연방 국가들과 영국의 기술 혹은 문화를 받아들인 일본, 태국 등도 오른쪽 운전석 방식을 따르고 있다. 왼쪽에 운전석이 있는 나라는 자동차가 도로의 오른쪽을 이용하는 우측 통행 방식을, 반대로 우측에 운전석이 있는 나라는 자동차가 도로의 왼쪽을 이용하는 좌측 통행 방식을 사용한다. 자동차가 우측 통행이면 사람도 우측 통행이고, 자동차가 좌측 통행이면 사람도 좌측 통행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우측 통행과 좌측 보행이 뒤섞여 있었다. 원래 1905년 대한제국의 경무청령에서는 우측 보행을 규정했으나 일제시대인 1921년 조선총독부령 ‘도로취체규칙’에 의해 일본과 같은 좌측 보행으로 바뀌었다. 자동차의 우측 통행은 미군정청에 의해 1946년 결정됐다. 뒤섞인 좌우통행방식을 통일해야 한다는 지적이 오래 전부터 제기되어 온 차에 정부가 지난해 4월 제12차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에서 교통운영체계 선진화방안으로 우측 보행을 확정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지하철역과 공항 등 다중이용시설에서 시범 시행을 거쳐 오늘부터 본격 시행된다. 국민 10명 중 8명이 오른손잡이인 나라에서 우측 보행은 보행 편의와 심리적 안정감을 줄 수 있다. 무엇보다도 보행안전사고와 교통사고 감소효과가 크다고 한다. 좋은 정책인 것만은 틀림없어 보이지만 반발도 컸다. 우측 보행을 선진교통문화라는 식으로 논리를 펴며 강제하는 것이 문제였다. “우파정부가 들어서 우측통행을 시행하느냐?”,“ 왜 걷는 방향까지 정부가 일률적으로 강요하느냐?”며 반발이 거셌다. 하지만 이왕에 결정된 것, 왈가왈부할 것 없다. 정작 중요한 것은 좌·우가 아니라 보행자의 편리와 안전이라는 점을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우리구 창의왕] 금천 도시관리국 전영민주임

    [우리구 창의왕] 금천 도시관리국 전영민주임

    “손만 대면 오색 조명이 살아서 꿈틀거려요. 금천, 나아가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디자인과 이미지를 한층 끌어올릴 수 있을 것입니다.” ‘인터랙티브 룸 라이트’ 발명 아이디어를 짜낸 금천구 도시관리국 전영민(32) 주임은 22일 이렇게 말하며 가슴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때마침 이날 서초동 서울시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창의 우수사례 발표회’를 통해 소감을 밝히게 됐다. 전 주임이 고안한 뒤 기술적인 부분은 민간 용역으로 해결한 ‘인터랙티브 룸 라이트’는 흔히 볼 수 있는 조명에 활기를 불어넣었다는 특색을 띤다. 용도도 아주 다양하다. 처음엔 금천구 가산디지털단지 공개공지에 조성하고 있는 ‘패션·IT(정보기술) 문화존’을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키울 길이 없을까 고민한 끝에 명품 조명을 갖추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공개공지란 도심에서 건물을 짓는 건축주가 용적률 등 혜택을 받는 대신 땅 일부를 시민들에게 휴게공간 등으로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연면적 5000㎡ 이상인 문화 및 집회·종교·판매·운수·업무·숙박시설이 해당된다. 대지의 10% 범위에서 긴 의자 및 파고라 등 공중이용 시설을 설치해야 한다. 언뜻 보면 매우 평범해 보이는 조명이지만 그렇지 않다. 접촉하거나 가까이 다가서면 감지 센서가 작동한다. 발광 범위, 빛을 뿜는 거리 및 밝기를 선택할 수 있어서 신비감마저 느끼게 만든다. 사용자와 직접 호흡할 수 있는 그야말로 ‘귀여운 괴물’인 셈이다. 최근 특허 출원까지 냈을 정도로 벌써부터 명성이 자자하다. 특히 조명의 크기에 따라서는 손전등으로도 사용할 수 있을뿐더러 각종 문구를 새겨넣는 등 잘 활용하면 미디어 기능으로까지 넓힐 수 있다. 디자인 도시를 표방하는 서울시 정책에 딱 들어맞는 셈이다. 전 주임은 “바닥에 설치할 경우 ‘스트리트 퍼니처’로 훌륭한 작품이 될 수 있다.”면서 “아주 적은 돈으로 공원, 거리, 민간 건축물 자투리 땅, 이벤트 공간 등에 널리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 스스로 놀랐다.”고 덧붙였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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