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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장애인들 결혼하고 잘 사는 건 꿈같은 얘기…출산, 말릴 수밖에”

    [단독]“장애인들 결혼하고 잘 사는 건 꿈같은 얘기…출산, 말릴 수밖에”

    “우리 아이들이 결혼하고 잘 사는 건 꿈과 같은 이야기예요.” “저는 결국 내 아이가 자녀를 낳지 않도록 유도된 선택을 하게 만들지 않을까 싶어요.” 사람은 누구나 사랑을 하고 결혼하고 출산을 한다. 그러나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에게 이런 보편적 삶은 꿈과 같은 얘기다. 발달장애인이 자녀를 낳는 순간 어떤 고통이 뒤따를지 뻔히 알기에 발달장애인 부모는 끝없이 반인권적 선택을 강요당한다. 자녀의 행복을 바라지만, 그 자녀를 지키기 위해 때론 출산하지 못하도록 불임수술이란 잔인한 선택을 한다. 세상은 자녀에게 불임수술을 시키는 부모를 반인권적이라고 비난하지만 발달장애인의 양육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데는 인색하다. 18일 서울 중구 서울신문사에서 성인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엄마 이은자(49)씨, 조미영(55)씨, 김수정(53)씨와 9살 발달장애인 아들을 둔 아빠 윤진철(41)씨, 10살 아들의 엄마 류승연(43)씨를 만나 발달장애인의 결혼과 출산에 대해 솔직한 얘기를 들었다. 류승연 “발달장애인 아들을 둔 엄마들 사이에선 정관 수술 이야기도 많이 해요. 공개적으로 내뱉지는 못해도 마음 속으로는 생각하고 있을 거예요. 결혼은 시키고 싶은데 아이는 낳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거죠. 우리 아이가 어렸을 때도 주변에서 성욕을 억제하는 약이 있으니 먹여보라고 권유했어요. 그때 처음으로 ‘동환이도 결혼할 수 있는데 약을 먹이기는 싫고 어떻게 하지?’라고 고민했어요.” 이은자 “교회에 함께 다니는 장애인 중에 결혼을 한 사람이 있어요. 부부 사이가 아주 좋았어요. 어느 날 이 분들이 아이를 갖고 싶다는 거예요. 하지만 그분들의 부모님이 반대해 결국 낳지 못했어요. 그래도 계속 갖고 싶어했어요. 이 문제를 두고 예전에 사회복지사들과 토론을 벌였죠. 사회복지사들은 장애인이 아이 갖는 것을 막는 것 자체가 반인권적이라고 말했어요. 본인이 결정해야 한다고요. 그런데 만약 발달장애인이 아이를 낳았다고 칩시다. 만약 부모가 모두 발달장애인이라면 이 아이가 어떤 상황에 처할까요? 하지만 장애인 부모는 아이가 처한 상황을 모를 거예요. 그분들은 그냥 아이가 갖고 싶은 것일 뿐이니까요. 그 상황을 이해하고 있다면 어느 부모가 발달장애인 자녀에게 아이를 갖게 하겠어요.” 김수정 “사실 내 자녀가 아이를 낳는 일은 고민이 돼요. 연애하는 거야 내가 개입할 사항이 아니지만, 아이를 낳으면 돌볼 수 있겠는가는 다른 이야기입니다. 내 아이가 낳을 자녀를 키우는 일도 결국은 나의 몫인데, 우리 아이 키우는 것도 힘들었는데 어떻게 감당하겠어요. 우리 애와 의사 소통이 가능하기 때문에 터놓고 이야기를 해보겠지만, 결국 아이를 낳지 않도록 유도된 선택을 하게 만들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요.” 조미영 “벌써부터 눈물이 나려고 하네요. 아침에 제가 장애인의 결혼과 출산에 대해 이야기하러 간다며 우리 하진(발달장애인 아들)이의 결혼에 대해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고 물었더니 남편과 딸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그런 상황이 과연 올까”라고 말하더라고요. 결혼해서 잘 살 수 있도록 사회가 뒷받침해준다면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가 살아 있는 동안 그런 상황은 오지 않을 것이란 말이었어요. 우리 딸에게 “너처럼 천사같은 아이가 하진이와 결혼해 엄마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했더니 딸이 그러더군요. 엄마는 내가 커서 장애인 남자 친구를 데리고 와 결혼할거라고 하면 축하해주겠냐고요. 요즘 사회가 인권 의식이 높아져 장애인이 결혼하는 것을 막으면 안 된다는 의견이 대세잖아요. 그런데도 부모 된 입장에선 발달장애인 자녀의 결혼과 출산은 가족의 의지만으로 해결하기가 어려워요. 우리 아이들이 결혼하고 잘 사는 것은 꿈과 같은 이야기예요.” 김수정 “학령기가 끝나면 받을 수 있는 서비스가 없어요. 그때부터 본능에만 충실한 생활이 시작되는 거죠. 비장애인도 폐쇄된 곳에 오래 있으면 먹고 자는 일에만 신경을 쏟게 되잖아요. 발달장애인도 취직을 하고 지원을 받아 각종 활동을 할 수 있다면 식욕과 성욕에만 집착하지 않을 겁니다. 이런 서비스가 없는 상황에선 발달장애인의 부모들이 끝없이 반인권적 선택을 강요당할 수밖에 없어요.” 조미영 “예전에 한 장애인 시설 여성의 절반 이상이 불임수술을 해 언론이 대서특필한 적이 있었죠. 부모들이 딸을 앉혀놓고 ‘아이를 가지면 낳아야 하고 그러면 네가 키워야 한다’는 식으로 유도 질문을 해 딸이 불임수술에 동의하도록 했대요. 하지만 그 소식을 접한 어떤 엄마도 그분들을 반인권적이라고 비판하지 않았어요. 묵인한 거죠.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윤진철 “10년 전 서비스를 지원하려고 공무원과 한 가정을 방문한 적이 있었습니다. 11명의 대가족이었는데 할머니만 비장애인이고 부인, 삼촌, 자녀가 5~6명 정도 되는데 다 지적장애인이었어요. 도대체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그냥 이야기만 듣고 왔어요. 해줄 게 없더라고요. 발달장애가 정말 유전이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걸 보면….” 이은자 “이런 가정도 있어요. 남자는 비장애인인데 아주 저질이고 여자가 장애인이에요. 결혼한 사람 보고 아이를 낳지 말라고 할 수는 없지만 태어난 아들을 전혀 돌보지 못한 거예요. 아이가 지적장애였는데 동네에 불을 지르고 다녔어요. 그 아이가 만약 비장애인 가정에서 태어났다면 아주 경증의 지적장애라 잘 살았을 거예요.” 김수정 “발달장애인의 경우 자녀들을 긴 호흡으로 계속 지원해줄 수 있는 양육 전문가들이 필요해요. 그런데 우리는 개별적으로 생존 전략을 짤 수밖에 없어요. 아까 얘기했듯 우리 아이가 출산을 선택하지 않도록 유도하는 것으로요.” 이은자 “국가가 정책적으로 탈시설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시설을 나와 자립할 때까지 중간 단계가 너무 없어요. 아이가 지역사회에서 살 수 있도록 설계해주고 싶지만 만약 실패하면 나중에 시설도 들어가지 못하게 될까 봐 미리 보내려는 부모들도 있어요.” 윤진철 “스웨덴은 시설 폐쇄법을 만들 당시 시설 폐쇄를 위해 무엇을 준비할 것이냐에 무게를 뒀어요. 시설 폐쇄가 핵심이 아니라 지역사회 인프라 구축이 핵심이었던 거죠.” 이은자 “우리도 그렇게 해야죠. 엄마들은 불안해 해요. 결혼해서 사는 것 자체가 보편적인 삶인데 아직 기본적인 탈시설 인프라도 제대로 구축이 안 돼 있죠. 탈시설도 힘든데 결혼하고 아이까지? 이건 멀고도 험난한 일이에요.” 김수정 “건강하게 성 욕구를 푸는 방법도 어릴 때부터 교육해 주고, 성욕과 식욕을 다른 곳으로 발산할 수 있는 서비스도 개발해 줬으면 해요. 자폐 장애인은 사회적 관계 맺기가 수월하지는 않으나 자기가 원하는 곳에서 여가 활동을 하고, 또래의 여성, 남성과 때로는 연애를 하고 섹스도 하길 바라요.” 조미영 “저는 우리 아들이 자위하는 것을 보고 운 적이 있어요. 아들의 표정이 너무 행복해 보이는 거예요. 사랑하는 여자와 함께한다면 더 좋을 텐데, 그런 생각이 들어 그 이후로는 보지 않아요. 자위로 충분히 자기 만족을 느낄 수 있다면 끝까지 그 기쁨만 누리게 해 주고 싶어요.” 김수정 “장애아를 낳았을 때 부모들에게도 성 교육에 대한 정보를 일찍 줬으면 좋겠어요. 부모들이 아예 성 문제는 차단해버리는 일이 많아요. 자녀의 성욕이 혹시 개발되고 커지지 않을까 걱정하는 거죠. 하지만 통제만으로는 안돼요.” 이은자 “우리 교회에 50세 발달장애인이 있는데 그분이 어머니에게 보낸 편지가 인상적이었어요. 첫마디가 ‘엄마 장가가고 싶어요. 엄마 장가보내 주세요’. 얼마나 마음이 아프던지요. 어떤 부모가 그걸 외면할 수 있을까 싶어요. 정말로 내 딸이 결혼을 원한다면 해 줘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그래도 출산 문제만큼은 관여하고 싶어요. 주변에 보면 행복한 발달장애인 커플도 많아요. 아이도 장애인인데, 그 아이를 데리고 특수교육을 받으러 다녀요. 하지만 본인들은 행복해해요. 우리가 봤을 때는 안타깝지만 ‘남편이 잘해 줘요’라며 씩 웃기도 해요.” 조미영 “우리 장애인 가족들 너무 노력하며 살지 않나요. ‘우리 좀 같이 섞여 살게 해 주세요’라고, ‘무릎 꿇고 존재를 인정해 주세요’라고요. 그렇게 노력하는데 비장애인들은 그런 노력을 너무 안 봐주는 것 같아요. 우리 아이들도 걱정없이 아이를 낳아 기를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세요. 그리고 그저 편한 눈으로 저런 형태의 삶도 있구나 그렇게 봐주시면 좋겠어요.”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 등록장애인 2명 중 1명 노인… 발달장애인도 갈수록 증가세

    등록장애인 2명 중 1명 노인… 발달장애인도 갈수록 증가세

    65세 이상 노년층 장애인 비율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더 많은 사회적 돌봄이 필요한 발달장애인(지적·자폐)이 갈수록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8년 등록장애인 통계’에 따르면 2011년 38.0%에 그쳤던 노인 장애인이 2018년 46.7%로 8.7% 포인트 급증했다. 전체 등록장애인 2명 중 1명은 노인인 셈이다. 전체 노인인구 중 장애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고령화 추세에 따라 2011년 11.2%, 2014년 12.7%, 2016년 13.5%, 지난해 14.8%로 점점 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아무런 소득이 없는 최빈곤층이다. 소득 지원과 생활·의료 지원 등 국가와 사회가 부담해야 할 몫이 커진 셈이다. 장애유형별로는 지체장애(47.9%) 비율이 여전히 높았지만 2009년 53.2%, 2015년 51.5%, 2018년 47.9%로 점점 감소하는 반면 발달장애는 2009년 6.9%, 2015년 8.2%, 지난해 9.0%로 증가세다. 장애 노인과 마찬가지로 발달장애인도 전 생애에 걸친 돌봄과 지원을 필요로 한다. 특히 그 수가 증가하고 있는 만큼 발달장애인에 특화한 서비스 개발에 더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권병기 복지부 장애인정책과장은 “매년 등록장애인 추이 분석을 통해 장애인 특성에 맞는 적절한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연령별로는 70대(57만 3000명, 22.2%), 60대(57만 1000명, 22.1%)에서 등록장애인 수가 가장 많았고, 9세 이하(2만 9000명, 1.1%), 10대(6만 1000명, 2.3%)에서 가장 적었다. 성별로는 남성(150만명, 57.9%) 등록장애인이 여성(109만명, 42.1%)보다 많았다. 중증인 1∼3급 등록장애인은 99만명(38.0%), 경증인 4∼6급 등록장애인은 160만명(62.0%)이었다. 지역별로는 경기도 등록장애인 수가 54만 7000명(21.2%)으로 가장 많았고, 세종이 1만 1000명(0.4%)으로 가장 적었다. 세종시 평균연령은 36.7세로 전국에서 가장 젊은데, 이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성남시 장애인 주간 행사 다양

    성남시 장애인 주간 행사 다양

    경기 성남시는 장애인의 날인 20일까지 다양한 주제의 주간행사를 진행한다고 16일 밝혔다. 성남시 율동생태학습원의 ‘해피투게더’, 한마음복지관의 ‘나누고 즐기고 반하다’, 한국장애인문화협회 성남시지부의 ‘위더스 with us 콘서트’, 성남시장애인연합회의 제39회 장애인의 날 기념행사 등이다. 모든 행사는 장애인과 지역 주민의 어울림에 중점을 두고 진행된다. 율동생태학습원은 장애 청소년 60명이 만든 쿠키 250㎏ 분량을 15~19일 판교고등학교 등 9개 고교 학급 친구 1919명에게 나눠주는 행사를 연다. 장애인에 관한 인식 개선을 위해 8년째 진행 중인 해피투게더 행사다. 이와 함께 20일 율동공원 관리사무소 앞 광장에서 포푸리 방향제 만들기, 토마토 씨앗 파종, 바리스타 체험장과 장애 청소년들이 만든 허브티, 드라이플라워, 드립백 판매장을 마련해 운영한다. 한마음복지관은 16~18일 발달장애인 알아가기 포럼, 16일에는 그림,쿠션 커버 등 장애인 작품 전시전, 17일에는 재가공한 의류, 생활용품 바자회, 18일에는 비보이 김완혁의 팟캐스트 생중계, 19일에는 한마음 노래자랑 등을 연다. 위더스 with us 콘서트는 18일 오후 7시 장애인 문화예술 평생교육을 위한 콘서트로 올해 처음 열린다. 개그맨 표인봉 씨가 사회를 맡아 바리톤 김동규, 가수 백지영, 알리, 클론 등 엔터테이너의 공연과 판소리(시각장애 조동문), 한국무용(지적장애 이지환) 등 성남시 장애인 예술가들의 공연이 펼쳐진다. 장애인 예술인과 엔터테이너들이 함께 무대를 꾸미고 객석에서는 장애인과 일반인 관객들이 함께 공연을 즐기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장애인의 날 기념식은 오는 19일 오전 11시 성남시청 온누리에서 열린다. 시민과 장애인 900여 명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하는 가운데 모범장애인(6명), 장애인복지유공자(26명), 유공 공무원(4명) 등 모두 36명이 성남시장·성남시의회의 의장·성남교육지원청장의 표창을 받는다. 성남시 등록 장애인은 시 전체인구의 3.7%인 3만5894명이다. 시는 장애인 복지를 위해 50곳의 복지시설에 연간 202억5600만원을 지원, 장애인 재활과 직업훈련을 돕고 있다. 신동원 기자 asadal@seoul.co.kr
  • 백석예대서 ‘제18회 전국 장애인요리경연대회’ 개최

    백석예대서 ‘제18회 전국 장애인요리경연대회’ 개최

    4월 ‘장애인의 달’을 맞아 지난 6일 백석예술대학교(총장 윤미란)에서 ‘제18회 전국 장애인요리경연대회’가 개최됐다. 사랑의복지재단(이사장 오정현)이 주최하고 백석예대가 공동주관한 이번 대회는 발달장애인들의 가사·생활능력 증진을 도모하고자 기획됐다.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발달장애인들만을 위한 요리대회로 2002년부터 해마다 꾸준히 열려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에도 기여해왔다. 대회에 앞선 개회식에서 백석예대 윤미란 총장은 “장애인들에게 삶의 용기와 희망을 선물하는 뜻깊은 대회를 섬기는데 우리 학교가 동참하게 돼 감사하다”며 “참가자뿐만 아니라 그 가족들에게도 즐겁고 보람찬 시간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정성껏 음식을 준비하는 여러분의 손길이 남에게 ‘기쁨’을 선물하는 복된 손길로 거듭나리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이윽고 시작된 경연에는 서울·부산·광주 등 각지에서 모여든 발달장애인 57명이 3인1조로 팀을 이뤄 참가해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이날 과제는 ‘돼지고기를 활용한 건강식 요리 1품과 디저트 1품을 100분 이내 출품할 것’이었다. 특히 백석예대 학생 40여명이 자원봉사자로 참가해 안전사고 없이 대회가 원활히 진행되도록 도왔다.  참가자들의 팀워크도 돋보였다. 한 명이 재료를 다듬는 동안 또 다른 한 명은 중간 중간 식기를 씻으며 뒤처리를 했다. 이들은 또 편견을 깨고 전문가 못잖은 실력으로 보는 이의 감탄을 자아내기도 했다. 삼겹살 튀김과 달래 샐러드를 만든 ‘성모푸드클럽’ 팀 나혜진 씨는 심사위원도 인정할 만큼 능숙한 칼질 솜씨를 뽐냈다. 그는 “집에서 언니와 엄마가 요리할 때마다 모든 칼질을 거의 도맡았을 정도로 열심히 훈련했다”며 “한때 포기할까 생각도 했지만 평소 하던 대로만 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란 지도 선생님의 말에 용기를 내 출전했다”고 말했다. 주최 측은 이번 대회에서 △협력상 △인기상 △참신상 등 상장과 소정의 상품을 지급하는 ‘특별상’을 마련해 모든 팀이 수상의 영광을 안을 수 있도록 했다. 이에 △장려상 네 팀에는 상장 및 상금 15만원 △동상 두 팀에는 상장 및 상금 30만원 △은상 두 팀에는 상장 및 상금 40만원 △금상 한 팀에는 상장 및 상금 70만원이 주어졌다. 영예의 대상에는 광주시 장애인주간보호시설 소속 ‘오늘은 내가 요리 왕’ 팀이 선정돼 상장과 함께 상금 110만원을 받았다. 이들은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 자체가 행복했기에 이렇게 큰 상을 받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면서 “상금은 고마운 마음을 담아 복지관 식구들과 선생님들에게 ‘한 턱 쏘는 데’ 사용할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끝으로 폐회사를 전한 사랑의복지관 남동우 관장은 “수상과 관계없이 이번 대회는 참가자들에게 친구들과 추억을 쌓는 소중한 기회가 됐을 것”이라며 “앞으로 각자 처소에 돌아가서도 지금의 마음가짐을 기억하며 꿈과 자신감을 갖고 당당하게 살기를 바란다.”고 격려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보이지 않아도, 들리지 않아도...편견 깨는 장애인 유튜버들

    보이지 않아도, 들리지 않아도...편견 깨는 장애인 유튜버들

    “청와대 청원에 대한 정부의 답변 동영상에 자막과 수화를 넣어주세요.” 지난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한 청원글이다. 청와대 유튜브 영상 하단에 답변 원고가 올라오지만 자막과 수화가 제공돼야 여러 유형의 청각장애인들이 내용을 이해할 수 있다는 취지다. 유튜브는 남녀노소 누구나 활용하는 미디어가 됐다. 모든 사람이 제작자이자 시청자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콘텐츠가 차고 넘쳐도 장애인들은 즐기기 어렵다. 비장애인의 편리성을 기준으로 제작되기 때문이다. 이런 한계를 넘기 위해 직접 콘텐츠를 만드는 장애인이 늘고 있다. 보이지 않는다고 영상을 못 찍는 것도, 소리가 없다고 내용이 없는 것도 아니다. 몸이 조금 불편해도 편히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 세상과 소통하려는 장애인 유튜버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달콤살벌 농인부부’ 채널 이샛별·김형건 부부 ●소리가 없어도… 손말로 소통하는 부부랍니다 자동차 소리만 들리는 영상 속에서 4개월 된 아기가 방긋 웃는다. 부부는 수화로 뭘 먹고 무엇을 할지 상의한다. 가족 여행 길 맛집에서 ‘먹방’(먹는 방송)은 필수다. 하지만 영상에서는 주변 소음 외에 다른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아예 소리가 없는 영상도 있다. ‘달콤살벌 농인부부’ 채널을 운영하는 청각장애인 이샛별(30), 김형건(32)씨 부부는 2016년 여름 처음 유튜브 채널을 열었다. 결혼 전 프러포즈 영상이 한 케이블 방송 프로그램에서 소개됐는데 “장애인끼리 결혼하면 불행할 것 같다”, “힘들 것 같다”는 댓글이 달린 것이 자극제가 됐다. 이씨는 “우리도 다른 부부들처럼 잘 지내고 우리만의 방식으로 소통하며 평범하게 살고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어 채널을 개설했다”고 말했다. 부부는 카메라를 들고 출산, 육아 등 일상을 담기 시작했다.평범한 일상 속에 장애인으로서 겪는 불편도 자연히 담긴다. 이씨는 출산 후기를 담은 영상에서 수어통역사가 없어 급박한 상황에서 문자로 의료진과 소통한 경험담을 털어놨다. 소리가 거의 안 들리는 탓에 아들이 감기에 걸린 것을 알아채지 못한 적도 있다. 이씨는 “다른 농인 엄마들이 육아 영상에 크게 공감해 준다”며 “이렇게 소통하면 육아 스트레스도 조금 풀린다”고 했다. 비장애인들도 이런 내용에 구독자들은 “수어 통역 지원이 잘됐으면 좋겠다”는 등 댓글을 달기도 한다. 소리가 거의 없는 영상을 음향으로 채워야 한다는 강박은 없을까. 이씨는 “오히려 소리가 없는 영상을 본 비장애인들이 평소 청각장애인들이 느끼는 답답함을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수화로 하는 방송이니 꼭 소리를 넣어야 한다는 게 고정관념일 수 있다는 얘기다. 대신 하나하나 자막을 달고 예능 프로그램처럼 다양한 그래픽으로 재미를 주려고 한다. 수어를 자막으로 일일이 바꾸면 5분짜리 영상 제작에 3시간 이상 걸린다. 하지만 전달력을 높이기 위해 필요하다. 수어와 자막 덕분에 청각장애인들이 불편 없이 채널을 볼 수 있다. 이씨는 “아직 케이블 방송이나 비장애인 유튜버 방송에는 말을 그대로 옮겨 자막을 넣는 경우가 거의 없다”며 “누구나 1인 미디어로 소통하는 시대이니 창작자들이 더 신경 써주면 정보 격차가 훨씬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를 돌보며 틈틈이 영상을 만드는 부부는 비장애인과 같은 장비를 사용한다. 혼자 촬영할 때는 손이 자유로워야 하는 수화의 특성상 액션카메라 등 초소형 카메라를 활용하거나 분유통에 카메라를 고정하고 찍는다. 편집도 이씨가 직접 한다. 유명 청각장애인 유튜버인 ‘하개월’, ‘데프문’ 등의 창작물도 참고한다. 이씨는 “한 유튜버가 편집을 알려주면서 일일이 자막을 달아준 덕분에 혼자 배울 수 있게 됐다”며 “앞으로 아들이 커가면서 청각장애인 부모와 소통하는 모습도 영상에 담을 예정”이라고 했다.■‘마누사마TV’ 운영 시각장애인 김민우씨 ●보이지 않아도…영상으로 담는 도전들 인형뽑기, 컴퓨터 게임, 레고 블록 조립. 만약 보이지 않는다면 이 평범한 놀이들을 할 수 있을까. 시각장애인인 ‘마누사마TV’ 운영자 김민우(32)씨는 일부러 이런 일들만 골라서 도전한다. 김씨는 국가대표 출신 15년 차 골볼(소리가 나는 공을 골대에 넣는 운동 경기) 선수다. 유전되는 망막 질환인 스타르가르트병을 앓아 중학생 때 이후로 서서히 시력이 나빠졌고 지금은 형체 정도만 분간이 가능하다. 시력을 잃는 상황에서 김씨는 좌절 대신 도전을 떠올렸다. 젊을 때 계속 무언가 시도하는 모습을 기록해두기로 한 것이다. 김씨는 “시력이 남아 있을 때 최대한 많은 것에 도전해보고 싶다”며 “모으면 나중에 자녀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인생 필름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1년 6개월 전부터 노래 영상과 스트리밍 생방송을 시작했다. 김씨에게 방송은 중요한 일상이 됐다.김씨는 시각장애인의 삶 자체가 도전이라고 말한다. 혼자 횡단보도를 건너는 것도 목숨을 거는 일이다. 그래서 채널의 주요 주제도 ‘도전와 극복’으로 정했다. 도전 과제를 반복하다 보니 인형뽑기는 비장애인보다 더 잘하고, 레고 조각을 하나하나 촉각으로 느껴 완성하기도 한다. 손으로 하나씩 그립을 더듬어 실내 암벽등반도 해봤다. 자신이 화면에 어떻게 담기는 지 확인이 어려워 혼자 촬영하는 것은 쉽지 않다. 김씨는 다행히 주변의 도움을 받는다. 혼자 촬영할 때는 휴대전화 셀카(셀프 카메라) 모드로 촬영을 하고, 아니면 아내가 카메라를 잡는다. 그는 “혼자 찍으면 앵글 맞추는 게 가장 어려워 삼각대를 세워두고 왼쪽 오른쪽으로 옮겨가며 촬영을 한다”고 말했다.<공들여 만든 영상의 구독자 대부분은 비장애인. 김씨의 인형뽑기 영상에는 오랜 팬들이 많다. 평소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서 팬 15명과 소통하고 있다. 김씨는 “비장애인은 대부분 처음에는 호기심에서 콘텐츠를 보는데, 지금은 콘텐츠 자체를 즐겨 준다”며 “지금은 그냥 동네 형처럼 대하고 내가 시각장애인이라는 것을 잊은 것 같다”고 했다. 시간이 쌓이며 변화를 느낀 그는 “나도 다른 장애에 대해 선입견이 있는 것처럼, 시각장애인에 대해서는 폐쇄적이고 시니컬할 것이라는 인식이 있다”며 “시각장애인에 대한 고정관념을 바꾸고 힐링도 된다는 반응을 볼 때 가장 뿌듯하다”고 덧붙였다. 인터넷 방송을 소재로 한 지상파TV 프로그램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 장애인이 1명 참여하면 어떨까. 김씨는 “엄청난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했다. 장애인의 이야기를 장애인의 시선으로 직접 다루기 때문에 새로운 관점의 콘텐츠가 나오고, 장애에 대한 편견도 해소할 수 있어서다. 그는 “기존 미디어에서 다루는 장애인은 아직 불쌍하고 어두운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했다”며 “기업이나 정부가 장애인 1인 미디어를 적극 지원하고 전문 기획사도 생겼으면 한다”고 강조했다.■‘동훈타파’ 주인장 뇌병변장애인 신동훈씨 ●이동 불편해도…영상 제작·소통 문제 없어요 “저의 슈퍼카를 소개합니다” “RE:이 세상 어떤 슈퍼카보다 멋지네요” 영상 속 한 청년이 자신의 휠체어에 앉아 앞으로 뒤로 자유롭게 휠체어를 움직인다. 슈퍼카를 소개한다며 보여준 것은 전동 휠체어. 구독자 7000여명을 보유한 ‘동훈타파’ 채널의 주인장 신동훈(19)씨다. 신씨가 처음 자신의 모습을 유튜브에 올리기 시작한 건 약 1년 전이다. 다른 장애인들의 영상을 보고 “장애인들도 유튜브를 할 수 있구나” 가능성을 발견했다. 학교와 집을 오가는 생활 속에 다른 사람과의 소통 창구가 되어 줄 것 같은 기대도 컸다. 이제는 학교에서 돌아와 셀카 모드를 켜고 카메라 앞에 앉는 것이 중요한 일과다.뇌병변장애인인 그는 거동이 불편하고 오른손을 잘 쓰지 못한다. 그러나 삼각대 위 카메라와 헤드폰을 이용해 혼자 촬영부터 업로드까지 한다. 편집은 어려워서 찍은 영상을 큰 편집 없이 그대로 올리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보니 신씨의 솔직한 평소 생각과 일상이 고스란히 담긴다. 먹방, ASMR(심신 안정을 유도하는 음원), 브이로그(소소한 생활상을 찍어 올리는 것), 게임 방송 등 다양한 내용을 담으려고 노력하는 신씨는 “이동권이 좀 더 보장되면 밖에서 역동적인 내용도 담고 싶은데 아직은 쉽지 않다”고 아쉬워했다. ‘랜선 친구들’(온라인에서 만난 지인들)과 소통하며 생긴 가장 큰 변화는 외로움이 줄어든 것이다. 다양한 사람과 실시간으로 만나며 힘을 얻는다. 구독자 대부분은 비장애인이다. 그의 영상에는 대부분 “멋지다”, “힘내라”는 댓글이 붙어있다. 신씨는 “뇌병변 장애인에 대해 몰랐던 비장애인에게 평범하면서도 특별한 일상을 알려주는 것이 뿌듯하다”며 “덤으로 유튜브로 수익이 생기면 할머니께 맛있는 것을 사드릴 계획”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1인 채널로 세상과 소통하려는 장애인들이 늘어나며 교육 프로그램도 생겼다. 서울 구립용산장애인복지관은 지난달 처음으로 발달장애인을 위한 유튜브 교육을 개설했다. 8개월간 촬영 및 인권교육을 진행하고 여름에는 2박 3일간 직접 촬영도 할 예정이다. 강원도와 전북 전주에서도 수업을 들으러 올 만큼 관심이 높다. 김성동 가족문화지원팀장은 “발달장애인 유튜버는 거의 없어 수업을 기획했는데 반응이 좋다”며 “이들이 최대한 내용을 숙지할 수 있도록 차근차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교육 성과로 유튜브 창작물이 탄생하면 장애인들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는 중요한 수단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장애인단체, 등급별 활동지원 시간 차등적용 안된다 ‘반발’

    장애인단체, 등급별 활동지원 시간 차등적용 안된다 ‘반발’

    경기 김포시가 이달부터 장애인활동지원 시간을 장애등급에 따라 차등 적용하면서 지난 1일 장애인단체들이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시는 등급과 상관없이 한달에 10시간씩 중증장애인들에게 지원하던 활동지원 추가시간 서비스를 이달부터 1~2등급은 10시간, 3~4등급은 5시간으로 차등 조정해 지원할 계획이다. 3~4등급 지원서비스를 반으로 확 줄였다. 최중증장애인에게는 제공시간을 24시간으로 확대하며 예산문제도 차등 적용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최중증장애인과 중증장애인이 각각 9명과 211명에서 각각 20명과 518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최중증장애인들 활동지원 서비스는 24시간으로 늘어 장애인들의 일상생활에 편리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반면 월 10시간가량 활동지원 서비스를 받아 오던 중증장애인들은 이번 조치로 월 5시간 밖에 서비스를 받을 수밖에 없게 돼 논란이 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장애인복지 문제가 정작 당사자인 장애인들과는 사전 협의조차 없이 결정되자 장애인단체들이 집단 반발하고 있다. 그러자 김포장애인자립생활센터는 지난 1일 김포시청을 항의 방문해 정하영 시장을 면담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어 예산문제를 이유로 중요 의사결정을 시가 일방적 결정한 것은 장애인들을 무시하는 처사라며 원상회복을 촉구했다. 센터 관계자는 “중증 발달장애인들이 지원받는 활동지원 시간이 턱없이 모자라 집에서 보내야 하는 시간이 많은데 3-4등급자들에게 5시간만 서비스를 받게 하는 건 너무 문제가 많다”고 비난했다. 최중증장애인들에 대한 24시간 서비스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시 관계자는 “3~4등급 대상자 중 활동지원이 반드시 추가 필요한 1인가구나 취약가구 대상자를 파악한 뒤 1~2등급과 마찬가지로 10시간으로 지원해줄 것을 검토하겠다”고 전했다. 이명선 기자 mslee@seoul.co.kr
  • “안전 차별 없도록… 장애인 지진 대피 매뉴얼 만들었죠”

    “안전 차별 없도록… 장애인 지진 대피 매뉴얼 만들었죠”

    젠가·스티커 등 활용 80쪽 눈높이 교육 30명 10주 교육… 재난 이해도 급상승 “취약계층에 다방면 매뉴얼 전파 기대”최근 포항 지진의 원인 논란으로 책임 공방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발달장애인들을 위한 지진 대피 매뉴얼과 프로그램이 주목받고 있다. 매뉴얼을 개발한 사람은 SK 대학생 자원봉사단 써니(SUNNY)의 리더그룹 14기인 심인집(27)씨. 지난달 조선대학교 사범대학 물리교육학과를 졸업한 그는 2일 “장애인들은 지진이 발생했을 때 어디로, 어떻게 피해야 할지 체계화된 교육을 받은 적이 없어 대처가 더 늦을 수밖에 없다”면서 “매뉴얼과 교육만 받는다면 장애인들의 피해를 줄일 수 있겠다는 생각에 ‘안전 차별’ 없는 사회를 만들고자 매뉴얼을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80쪽 분량으로 만들어진 매뉴얼은 발달장애인이 직접 스티커를 붙여가며 지진 대피 요령을 익히고, 자신의 집을 그려가며 지진 대피 이동로를 탐색할 수 있도록 했다. 예컨대 발달장애인들 앞에서 젠가를 이용해 블록집을 만든 뒤 책상을 흔들어 무너뜨리면서 지진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알게 해주는 식이다. 이후 종이에 집 도면을 그리고 스티커를 활용해 식탁, 가스 밸브, 전기 차단기, 책장, 현관문 등을 표시한 뒤 어떤 순서로 대피하면 좋을지 그리도록 유도하며 교육시키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심씨는 “지진이 어떤 것인지 이해하는 것부터 시작해 대피 실습, 나만의 안전 그림책 만들기 등 장애인의 시선에 맞춘 내용을 매뉴얼에 담으려고 했다”고 말했다. SK행복나눔재단은 써니를 통해 장애 지원 프로그램 ‘세이프 투게더’를 기획했다. 심씨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발달장애인 전용 재난 대피 매뉴얼을 개발하고, 장애인들이 안전 지식을 습득하도록 돕는 역할을 했다. SK행복나눔재단은 이 프로그램을 토대로 수원·광주·오산 4개 복지관에서 최근 발달장애인 30명을 대상으로 10주에 걸쳐 맞춤형 안전교육을 진행했다. 프로그램을 수료한 14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장애인의 재난 인식 및 대피 요령 이해도가 대폭 증가했다. 한 장애인은 프로그램을 시작하기 전 지진의 정의를 ‘흔들리고 무서움’이라고만 서술했지만 ‘세이프 투게더 프로그램’ 수료 후엔 ‘땅이 흔들려서 갈라진다’, ‘책상 식탁 탁자 밑으로 숨는다’, ‘머리를 보호해야 한다’ 등 재난 특성과 대피 요령을 정확하게 답변했다. SK행복나눔재단은 “설문 대상은 적지만 장애인 스스로 실질적인 대피 요령을 습득했다는 점과 앞으로는 장애인을 넘어 아동, 노인 등 재난 취약계층에 다방면으로 매뉴얼을 전파·확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면서 “올해 써니의 정규 사회변화 프로그램으로 도입해 서울, 수원 지역에서 재난뿐 아니라 화재 등 다양한 안전 콘텐츠로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심씨 역시 “장애인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하며 큰 보람을 느꼈다”면서 “앞으로 사회공헌 업무를 맡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신한은행 색다른 창립기념식

    신한은행 색다른 창립기념식

    1일 서울 중구 신한은행 본점의 카페두드림에서 열린 창립기념식에서 진옥동(오른쪽) 신한은행장이 참석자들과 기념 케이크를 자르고 있다. 학교 밖 청소년들이 바리스타 교육을 받는 이 카페에서 열린 기념식에는 발달장애인 연주 단체 관계자, 소호 사관학교 참가자들도 참석했다. 신한은행은 2006년 조흥은행과의 합병 이후 4월 1일을 창립일로 정했다. 신한은행 제공
  • 발달장애인 ‘스페셜올림픽’ 한국 메달·리본 120개 획득

    한국 대표팀이 2019 아부다비 스페셜올림픽(세계 발달장애인 스포츠 대회)에서 총 120개의 메달 및 리본을 획득했다. 한국 대표팀은 대회의 모든 경기가 종료된 21일까지 금메달 44개, 은메달 25개, 동메달 28개, 4위 리본 15개, 5위 리본 3개, 6위 리본 1개, 7위 리본 3개, 8위 리본 1개를 획득했다. 스페셜올림픽은 국가별 순위를 발표하지 않는다. 역도 종목에서는 임기묘, 임권일, 김형락, 박자주가 각각 4관왕에 올랐고, 김지희와 백경옥도 3관왕을 차지했다. 대표팀 최연소(13살) 선수인 롤러스케이트 박하은도 빼어난 실력을 뽐내며 2관왕에 올랐다. 배구대표팀은 2015년 로스앤젤레스대회에 이어 2개 대회 연속 금메달을 차지했다. 여자축구대표팀은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대표팀은 폐회식에 참여한 뒤 23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강서, 역세권에 자치구 첫 ‘시각장애인 쉼터’ 조성

    강서, 역세권에 자치구 첫 ‘시각장애인 쉼터’ 조성

    “시각장애인들이 맘 편히 쉬고 교류할 수 있는 곳이, 그것도 역세권에 생기리라곤 정말 꿈에도 생각지 못했습니다. 이렇게 좋은 보금자리를 마련해 주셔서 너무 행복합니다.” “시각장애인들이 함께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긴 것만으로도 너무 기쁩니다. 이런 쉼터가 강서를 시작으로 서울 전역으로 퍼져나갔으면 하는 바람을 품어봅니다.” 지난 15일 오전 11시, 서울 강서구 가양5단지 상가동 2층엔 감동의 물결이 넘쳤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 최초로 문을 연 ‘시각장애인 전용 쉼터’에 시각장애인들이 홀로 지팡이를 짚거나 활동보조원 도움을 받아 모여들었다. 환한 웃음을 지으며 기뻐하는 이들도 있었고, 서로 부둥켜안고 눈시울을 붉히는 이들도 있었다. 개소식에 참석한 노현송 강서구청장은 “시각장애인 전용 휴식 공간을 오래전부터 마련하려 했지만 공간 확보가 쉽지 않았다”며 “흔쾌히 쉼터 조성에 협조해 준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관계자들에게 감사드린다”고 했다. 기존 시각장애인 사랑방인 화곡6동 민들레경로당은 시설이 오래되고 환경도 열악해 시각장애인들이 이용하는 데 불편이 적지 않았다. 구는 시각장애인 복지 향상을 위해 쉼터 공간 물색에 나섰다. 이 소식을 접한 SH공사가 역세권에 소유하고 있는 가양5단지 상가동 2층 204·205·210호를 제공, 시각장애인 전용 쉼터를 조성할 수 있게 됐다. 쉼터는 쉼터공간, 사무공간, 안마교육장과 여가공간으로 구성됐다. 쉼터공간엔 안마의자와 음성지원이 가능한 혈압계를 비치했고, 사무공간엔 시각장애인용 컴퓨터와 점자프린터를 배치했다. 안마교육장과 여가공간에선 안마사 자격을 취득한 시각장애인들이 안마사 자격 취득을 원하는 장애인들을 돕고, 지역 내 어려운 이웃에게 정기적인 안마서비스도 제공한다. 하임출 서울시각장애인협회 강서지회장은 “시각장애인 중 70% 정도가 안마사 자격을 보유하고 있다”며 “우리도 어렵고 힘들지만 다양한 장애를 겪고 있는 이웃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드리고 싶다”고 했다. 구는 서울 자치구 최초 ‘장애인가족지원센터’ 개소, ‘강서수어통역센터’ 확장 이전, 발달장애인 자립을 돕는 ‘강서퍼스트잡(JOB)’ 사업 등 다양한 장애인 복지 정책을 펼치고 있다. 노 구청장은 “장애인 정책은 그들을 사회 구성원으로 인정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며 “장애 유형별 맞춤형 정책을 꾸준히 마련해 장애인과 더불어 행복한 강서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베풀수록 커지는 ‘착한 금리’… 낮은 곳 챙기는 ‘따뜻한 금융’

    베풀수록 커지는 ‘착한 금리’… 낮은 곳 챙기는 ‘따뜻한 금융’

    서울 도봉구 지역아동센터에서는 매달 100여명에게 짜장면을 무료 급식하고 다양한 문화행사를 하는 ‘짜장데이’가 열린다. 구청이나 봉사단체의 기부 활동이 아니다. 2015년 북서울신협이 지역주민들과 함께 시작한 봉사활동을 크라우드펀딩(후원·투자 등을 위해 다수로부터 받는 것)으로 확대해 지금까지 이어지는 행사다. 그해 진행된 크라우드펀딩 후원자는 후원액 1만원이면 연 2.7%, 2만원이면 3.0%, 3만원이면 3.3% 정기적금에 들 수 있었다. 아이들에게 짜장면과 추억을 선물하면서 시중은행 적금보다 이자를 더 받는 지역참여형 금융상품이다. 300만원이 목표였는데 105명이 참여해 337만 5000원을 모았다. 크라우드펀딩은 마감했지만 지역에 행사가 알려지면서 그 뒤로 신협을 통해 무료 급식봉사에 직접 참여하거나 짜장면값을 내는 주민들이 많아졌다. 민간 금융협동조합 신협이 서민금융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농협이 농어촌의 금융서비스를 책임지고 있다면 신협은 도시를 중심으로 조합원과 취약계층을 위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한다. 신협은 지난해 말 기준 전국 888개 조합에서 총 1653개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에 262개(29.5%), 지방에 626개(70.5%)로 지방이 더 많다. 이 중 137개(15.4%) 조합은 ‘사회적금융 거점 신협’으로 지역 특성에 맞는 서민금융 사업을 발굴해 진행 중이다. 김윤식 신협중앙회장은 14일 “신협은 경제적 약자들이 어려움을 스스로 해결하고자 자발적으로 조직한 비영리 금융협동조합이자 함께하는 금융공동체”라면서 “앞으로도 조합원은 물론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서울 도봉구 방학동에 있는 북서울신협은 2013년부터 ‘가치지향 금융’을 목표로 신협의 서민금융서비스를 이끌고 있다. 특히 지역사회를 돕는 다수의 크라우드펀딩을 개발해 후원자에게 고금리 적금에 가입할 기회를 준다. 짜장데이와 함께 ‘세그루 적금’이 대표적이다. 2016년 생리대값이 올라 일부 저소득층 청소년들이 신발 깔창 등을 생리대로 쓰는 ‘깔창 생리대’ 문제가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됐는데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출시했다. 후원금으로 취약계층 청소년들에게 1인당 면생리대 2개와 넣고 다닐 작은 가방을 줬다. 후원자들은 연 3.9% 적금에 가입했다. 면생리대는 지역 협동조합에서 기부했다. 한경아(57) 목화송이협동조합 이사장은 “후원자들이 적금을 들면 우리가 면생리대를 공급했다”면서 “신협은 우리가 만든 생리대와 앞치마 등을 창구에 진열해주는 등 판로를 열어주고 재무상담도 해준다. 이체 수수료도 없고 신용카드 단말기도 지원해줬다”고 말했다. 북서울신협의 사회적 적금 대부분은 도봉구 쌍문동에 있는 세그루패션디자인고교 학생들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북서울신협은 서민금융의 필요성을 알리고 지역사회와 관계망을 넓히기 위해 지역 중·고교와 업무협약을 맺어 청소년들에게 금융교육을 한다. 세그루패션디자인고교에는 금융동아리를 만들어 수업을 진행해왔다. 단순한 신협 창구 체험이 아니라 신협 신입직원 연수 프로그램을 그대로 가져와 교육한다. 학생들이 직접 금융상품을 개발하고 북서울신협과 회의를 거쳐 상품으로 내놓는다. 신협과 지역주민들의 지식 공유다.학생들과 협업한 금융상품은 지역은 물론 우리 사회 전체의 문제를 해결하고 취약계층을 돕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최근 아파트 경비원들에게 방석과 머그컵 등을 선물하는 ‘맨도롱’(‘따뜻하다’는 제주 방언) 적금도 나왔다. 주민들이 경비원을 폭행하거나, 공동전기료를 아끼겠다며 경비실 에어컨 설치를 반대하는 등의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지자 학생들이 주민 안전을 지키기 위해 고생하는 경비원들을 응원하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소소(소녀가 소녀에게)한 적금’은 크라우드펀딩 후원액을 위안부 문제를 알리는 캠페인에 쓴다. 일제 강점기에 상처를 받은 소녀들의 아픔을 현재 소녀들이 공감하고 작은 힘이나마 보태겠다는 취지이다. 밖에서 자유롭게 뛰놀지 못하는 발달장애 아이들에게 단짝 친구인 애착 인형을 선물하거나, 독거노인에게 생활용품이나 보청기를 선물하는 적금도 있다.어려운 이웃을 돕는 금융상품을 개발하고 지역 주민들과 함께 호흡하면서 신협과 지역사회의 관계는 더 끈끈해졌다. 2017년 6월 북서울신협에 입사해 청소년교육 등 사회활동을 담당하는 류화영 서기보는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저를 보고 편의점에 들어가 초콜릿을 사 와서 고맙다며 주고 가는 학생들도 있다”고 말했다. 류 서기보는 기업의 사회공헌 부서 취직을 준비하다가 북서울신협에서 금융과 사회활동을 같이할 직원을 채용한다는 소식을 듣고 지원했다. 북서울신협은 올해부터 사회적 적금을 대출로 확대할 계획이다. 전재홍 북서울신협 전무는 “수술비나 치료비가 필요한 암환자에게 주민들이 1만원씩 소액을 펀딩해 대출해주는 방식”이라면서 “암환자가 나중에 대출금을 갚으면 이 돈으로 또 다른 취약계층에게 대출해 줄 수 있다. 1회성 후원이 아닌 순환지원 금융상품”이라고 설명했다. 북서울신협은 은행권에서 돈을 빌리기 어려운 사회적 기업과 협동조합, 마을기업 등에도 대출해준다. 서울시에서 운용하는 서울시사회투자기금의 지원 기관으로 참여해 서울시와 10억원씩 20억원을 모아 사회적 기업 등에 연 2% 저금리로 빌려줬다. 북서울신협의 사회적경제 대출 실적은 지난달 말 기준 66억원, 연체율은 0.01%다. 총 144건 대출 중 개인회생을 신청한 1명만 연체했다. 소언섭 북서울신협 이사장은 “북서울신협은 1973년 10만원이었던 자산이 지난달 말 920억원으로, 같은 기간 조합원 수는 35명에서 1만 1321명으로 늘어났다”면서 “20여개 다양한 사회적 경제 활동을 통해 더디지만 의미 있는 성과를 내며 계속 성장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다른 신협도 서민금융서비스를 제공한다. 서울 동작구 상도동에 있는 동작신협은 ‘청년 부채 제로(0) 캠페인’을 한다. 학자금 대출 등으로 빚이 많은 청년들에게 채무 조정과 함께 저금리 대출로 바꿔주는 대환대출을 해준다. 에너지 복지 사업의 일환으로 지역 취약계층에게 가정용 태양광발전기를 무이자 할부로 설치해주는 ‘우리집 솔라론’ 사업도 한다. 경기 성남시 수정구 태평동에 위치한 주민신협은 ‘성남시 협동사회경제기금’을 조성해 사회적 기업을 지원한다. 매년 조합원 총배당금의 1.0%를 적립해 운용한다. 대구 달서구 두류동의 삼익신협은 대구시와 공동으로 ‘청년 등 사회적 기업가 육성 사업’을 진행 중이다. 8개 창업팀으로 구성된 협동조합에 2013년 6월부터 본점의 일부 공간을 공짜로 내주고 매년 240만원의 사업비를 지원하고 있다.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피해 증명하라는데… 다시 살균제 쓰고 아픈 애 낳으라는 건가요”

    “피해 증명하라는데… 다시 살균제 쓰고 아픈 애 낳으라는 건가요”

    “내 탓” 죄책감에 분노 넘어 파괴적 성향 우울·불면·자살 위험 등 정신 건강 적신호 조사한 100가구 경제 피해 126억~540억 실제 정부 구제는 28명·3억8400만원 그쳐 특조위 “정부 인정범위·피해 질환 간극 커”“피해자에게 자꾸 피해를 증명하라고 하면 저는 가습기를 다시 쓸 수밖에 없어요. 다시 흡입하고, 또 임신해서 아픈 애를 낳고 부검할 수밖에 없어요. 도대체 뭘 어떻게 증명하라는 건지….” 건국 이후 화학물질로 인한 최악의 인명 피해를 낳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이 심각한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살균제 노출로 인한 건강 피해가 폐 질환을 넘어 여러 신체 장기로 확대되고, 정신 건강에도 적신호가 감지됐다. 특히 성인 피해자는 단순 분노를 넘어 가습기 살균제 사용으로 가족들이 피해를 입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며 자기 파괴적인 성향을 보였다. 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회적참사 특조위)가 14일 발표한 가습기 살균제 피해 가정 실태조사 결과는 피해 실태뿐 아니라 심리·사회적 피해, 경제적 부담, 미비한 정부 지원 등이 종합적으로 담겼다. 정부가 지원하지 않는 질환으로 성인은 비염·비질환(63.5%), 폐기종 등 폐질환(53.6%), 결막염 등 안과 질환(48.8%), 위염·궤양(42.4%), 피부 질환(39.2%), 고혈압·고지혈증 등 심혈관계 질환(29.6%) 등을 자가 보고했다. 아동·청소년은 비염·비질환(80.8%), 폐질환(76.7%), 결막염·안질환(49.3%), 피부질환(43.8%), 자폐증·주의력 결핍 행동장애·발달장애(9.6%)를 호소했다. 특조위 관계자는 “살균제 피해가 의학·신체 질환에 국한되지 않았고, 특히 정부의 피해 인정 범위와 피해자의 건강 피해 경험에서도 차이가 컸다”면서 “피해자의 자가보고 질환에 대해 진단 시점, 의무기록 확보, 전문의료진 확진 등의 추가 조치가 요구된다”고 말했다.정신 건강에서도 전반적으로 위험 수준에 도달해 우울증·불안장애·불면증·자살 위험 등이 우려됐다. 사회적 고립 위험성도 확인됐다. ‘10명 이상 이웃과 인사하고 지낸다’는 응답률이 일반 국민보다 1.4배 낮았고, 필요할 때 부탁할 수 있는 이웃의 수가 ‘10명 이상’이라는 응답자는 7.1%로, 일반 국민(12.0%)의 절반 수준이었다. ‘사회적 연결망 밀도’는 0.3으로 일반 국민(0.5)보다 낮았다. 이는 소수 가까운 사람들에게 의지하는 정도가 일반 국민보다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에 조사한 100가구를 기준으로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경제적 피해 비용은 적게는 125억 8000만원, 많게는 539억 8400만원으로 추산됐다. 이 가운데 10가구의 사망 피해 비용은 적용 방법에 따라 29억 6700만~443억 7000만원으로 계산됐고, 100가구의 질병 피해 비용은 의료비용법에 따라 96억 1400만원으로 추정됐다. 이마저도 후생 손실 비용과 조기 사망, 고통 비용 등은 빠져 있다. 하지만 피해 100가구 중 실제로 정부의 구제 급여를 받은 피해자는 28명이며, 평균 급여액은 1400만원(총 3억 8400만원)에 그쳤다. 정부가 2017년 한국환경독성보건학회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1994~2011년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사람은 최대 4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이 중 건강 이상을 경험해 병원 치료를 받은 피해자는 50만명에 이른다. 사망자만 1379명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피해자 입증 원칙’ 탓에 신고자 6272명 중 798명만이 피해를 공식 인정받았다. 세종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서울 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 과천시, ‘장애인 독서문화 프로그램’ 4개월 간 운영

    과천시, ‘장애인 독서문화 프로그램’ 4개월 간 운영

    경기도 과천시정보과학도서관은 다음달부터 4개월간 발달장애인을 위한 독서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14일 밝혔다. 정보과학도서관은 이번 독서프로그램을 12회에 걸쳐 시장애인복지관과 함께 운영한다. 7월까지 운영되는 이 프로그램은 문화, 여가활동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성인기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전문 독서지도강사의 강의로 진행한다. 최근 정보과학도서관은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장애인도서관이 주최하는 ‘공공도서관 장애인 독서문화프로그램 공모사업’ 운영기관에 선정됐다. 장애인의 독서 문화 격차를 해소하고 사회와 소통하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장애유형별 특성에 맞는 독서프로그램 운영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지난 2월에는 장애인독서보조기기 국고지원 사업에도 선정돼 시각장애인을 위한 독서 보조기구를 갖추게 됐다. 신동선 정보과학도서관장은 “이번 프로그램이 장애인과 일반인의 독서문화 격차를 해소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며 “장애인의 독서문화 향유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겠다”라고 말했다. 남상인 기자 sanginn@seoul.co.kr
  • “학대·재산갈취 위험 치매노인 16만… ‘공공후견+공공신탁’ 안전망 구축을”

    “학대·재산갈취 위험 치매노인 16만… ‘공공후견+공공신탁’ 안전망 구축을”

    보살핌 못받는 60세 이상 홀몸 환자 후견인·치매안심센터와 2인3각 구성 자기결정권 보호… 의료·복지서비스 치매 환자 생활·금융지원 공백 없게 연금 등 재산 국민연금 위탁관리를“치매노인은 기초연금이나 생계급여를 받아도 이 돈을 자신을 위해 쓰기 어려워요. 치매 노인을 보살피는 시설도 이 돈을 함부로 찾을 수 없기 때문이죠. 어르신이 돌아가시고 나면 단 한 번도 어르신을 찾아오지 않던 자식들이 갑자기 나타나 이 돈을 가져갑니다. 생전 어르신을 위해 쓰여야 할 돈이 어르신을 내팽개친 자식들의 호주머니로 들어가는 것이지요.”(김경아 벧엘요양원장) “시설에서 입소 치매노인을 꼬드겨 2000만원을 가로챈 사건도 있었어요. 무연고 노인인 데다 치매가 있다 보니 경제적 학대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어요. 공공후견인 제도를 활성화해 치매노인 등을 보호해 줄 수 있는 안전망을 확충해야 합니다.”(정미정 서울남부노인보호전문기관 국장) 11일 한양대 산학협력단의 ‘치매노인 대상 후견제도 활용방안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돌볼 사람 없이 혼자 살며 치매를 앓는 고위험군 노인은 16만여명이다. 치매노인 75만명 가운데 적어도 10명 중 2명(21.3%)은 재산 갈취나 학대, 방임의 위험에 놓인 셈이다. 시설 입소 노인 또한 경제적 학대로부터 안전하지 않다. 치매 공공후견인 제도를 서둘러 안착시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는 치매국가책임제의 일환으로 지난해 9월부터 치매노인 공공후견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치매노인과 후견인이 맺어진 사례는 고작 7건에 그치고 있다. 제도가 워낙 복잡해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마저 잘 알지 못하는 데다 가족이 아닌 타인이 후견인 역할을 하는 데 대한 거부감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공공후견은 치매노인의 자기결정권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다. 후견인과 치매안심센터가 한 조가 돼 ‘2인 3각’으로 움직이며 치매노인의 의료 이용, 사회복지서비스 신청, 통장 관리, 간단한 계약, 주민센터 서류 발급 등을 돕는다. 스스로 후견인을 선임하기 어려운 치매노인을 위해 지자체가 나서 후견인을 연결해 주고 후견하는 데 필요한 비용을 지원한다. 치매안심센터가 후견인을 감독하기 때문에 가족이 아닌 제3자에게 재산 관리를 맡기는 데 따른 불안감을 어느 정도 없앨 수 있다. 가족이 없거나 가족의 학대나 방임으로 보살핌을 받을 수 없는 60세 이상 저소득(기초생활수급자+차상위계층) 독거 치매노인이 대상이다. 공공후견은 특정후견을 원칙으로 하고 제한된 때에만 한정후견을 허용하기 때문에 인권침해 소지가 적다는 이점도 있다. 후견제도(특정·한정·성년·임의) 중 하나인 특정후견은 후견인이 매번 치매노인의 의사를 물어 후견 활동을 해야 하며, 3년 후 계약이 종료된다. 반면 한정후견은 후견인이 치매노인의 의사를 묻지 않고 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사실상 영구 계약이다. 게다가 한정후견을 하면 피후견인, 즉 치매노인의 법적 권리가 관련법에 따라 200여개 이상 제한돼 인권침해 논란도 있다. 국가가 치매노인이 사망할 때까지 후견비를 지원해야 하는 문제도 있어 예산 부담도 크다. 공공후견제도를 지원하는 김기정 변호사는 “한정후견을 하면 치매 어르신들의 의사 결정을 국가가 제한하는 형태가 될 수도 있어 법원이 후견 형태를 한정후견으로 정하면 법원에 최대한 소명한다”고 말했다. 일부에선 특정 후견 위주로 공공후견제도를 운용하되 공공신탁을 추가로 도입해 계약 종료 후 생기는 생활·금융 지원의 공백을 메워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공신탁은 국민연금공단이 재산을 맡아 관리하고 필요할 때 찾아 쓸 수 있게 한 제도로 현재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하고 있다. 제철웅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캐나다의 브리티시컬럼비아주에선 돌봐줄 사람이 없는 장애인과 노인의 돈을 국가가 관리해 준다”며 “은행보다 높은 이자로 안전한 공공기관에 재산을 맡길 수 있어 공공후견과 함께 치매노인을 대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서울시 출입기자단, 바자회 수익금 발달장애아동 치료비로

    서울시 출입기자단, 바자회 수익금 발달장애아동 치료비로

    서울시 출입기자단이 연말 바자회를 통해 얻은 수익금을 발달장애아동의 치료비로 기부했다.11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41개 언론사 소속 기자 200여명으로 구성된 시청 출입기자단 간사인 본지 김승훈 차장은 지난 7일 서초구 서울시어린이병원을 방문해 김재복 병원장에게 후원금 403만원을 전달했다. 이번 후원금은 지난해 12월 6일 기자단의 송년회를 겸해서 열린 바자회를 통해 마련됐다. 출입기자들을 비롯해 박원순 서울시장, 서울시 간부, 25개 자치구청장 등이 참석했다. 당시 구청장들이 직접 기부한 물품을 바자회 참석자들에게 판매해 수익금 403만원이 발생했다. 역대 기자단 바자회 사상 최대 금액이라는 설명이다. 후원금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서울시어린이병원에서 재활치료를 받고 있는 5세 아동에게 전달된다. 대상 아동은 서울시자원봉사센터의 추천을 통해 선정됐다. 이 아동은 언어, 인지 등 전반적인 발달장애를 겪고 있으나 한부모 저소득층 자녀인 탓에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해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김 차장은 “출입기자들이 하나가 돼 아동 치료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돼 뿌듯하다”면서 “올해는 바자회를 확대해 더 많은 아이들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발달장애 아동을 둔 부모에게 시 출입기자들이 한 줄기 따뜻한 빛을 전한 것 같아 정말 감사드린다”면서 “발달장애 아동은 죽을 때까지 책임을 져야 하는데 부모가 죽으면 발달장애 아동들은 갈 데가 없다. 국가에서 관리하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권오중 아들 발달장애, “안지도 못했다” 둘째 낳지 않는 이유

    권오중 아들 발달장애, “안지도 못했다” 둘째 낳지 않는 이유

    권오중 아들 발달장애 소식이 전해져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3일 방송되고 9일 재방송된 MBC ‘궁민남편’에서 배우 권오중이 둘째를 낳지 않는 이유를 언급했다. 이날 권오중이 둘째에 대한 생각을 밝히는 모습이 그려졌다. 권오중은 “처음에는 아기를 안다가 떨어질까 봐 안지도 못 했다”며 초보 아빠 시절을 회상했다. 이어 그는 “지금 애를 낳는다면 너무 잘해줄 것 같다”고 말했다. 권오중은 “사실 첫째 애가 많이 힘들게 해서 둘째를 낳기 겁이 났다. 왜냐하면 첫째 애가 병원을 많이 다녀서 아내랑 내가 너무 힘들었다”며 “둘째를 낳을 생각을 못했다”고 털어놨다. 안정환은 “나도 권오중에게 혁준이에게 동생이 있으면 좀 괜찮아지지 않을까 싶어서 이야기한 적이 있다”고 했다. 권오중은 “‘동생을 만들어줄까’는 생각을 했지만 부모로서 큰형 때문에 둘째를 낳는 건 아이들에게 큰 부담이 될 거 같더라. 둘째가 큰형을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 것 같아 포기했다”고 전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권오중은 아들 권혁준 군이 희귀병을 앓고 있다. 권오중에 따르면 권혁준 군은 전 세계에서 15명이, 국내에서는 1명만이 투병 중인 발달 장애를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권오중은 아들이 근이영양증이라는 근육병으로 진단받았다가 오진으로 판명되면서 뒤늦게 발달장애 사실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사진 = 서울신문DB 연예부 seoulen@seoul.co.kr
  • 영유아 발달장애 정밀검사 지원 확대

    보건복지부는 4일 발달장애 영유아의 조기발견과 치료를 위해 영유아 발달장애 정밀검사비 지원대상을 확대한다고 밝혔다. 영유아 발달장애 정밀검사비 지원사업은 건강검진 발달평가에서 심화평가 권고 판정을 받은 영유아에게 발달장애 정밀검사비를 지원해 영유아의 장애 유병률을 낮추려는 정책이다. 지난해까지 의료급여 수급권자, 차상위계층, 건강보험료 부과금액 하위 30% 이하 가입자가 발달장애 영유아 정밀검사 대상이었지만, 올해부터는 건강보험료 부과금액 하위 50% 이하 가입자에게로 혜택을 확대했다. 이에 따라 올해 1000명이 추가로 정밀검사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올해 정밀검사를 지원받는 아동은 총 2000명이다. 검진기관에서 발급한 ‘영유아 건강검진 결과통보서’ 또는 주소지 관할 보건소에서 발급한 ‘발달장애 정밀검사 대상자 확인서’를 지참하고 시도에서 지정한 의료기관이나 원하는 의료기관에서 정밀검사를 받으면 된다. 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 ‘궁민남편’ 권오중, 아들 발달장애 언급에 오열 “나을 줄 알았어”

    ‘궁민남편’ 권오중, 아들 발달장애 언급에 오열 “나을 줄 알았어”

    배우 권오중이 발달장애를 앓는 아들을 언급하면서 눈물을 쏟았다. 24일 방송된 MBC ‘일밤-궁민남편’(이하 궁민남편)에서 출연진들은 권오중을 위해 ‘갱년기 파티’를 열었다. 이날 권오중은 “갱년기 검사를 위해 한 달 반 전 병원을 찾아갔다. 주말에는 나갈 힘도 없었다”면서 “병원에서 갱년기가 있다고 했다. 갑자기 욱하는 증상이 있었고 감정조절이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이에 심리전문가 김영한 소장은 ‘이중자아기법’ 치료를 통해 권오중의 마음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차인표와 김용만은 상황극에 나섰다. 차인표는 권오중에 “나는 너를 지난 48년간 쭉 봐왔는데 넌 잘하고 있어. 최고의 아빠야”라며 “아빠 금메달 딴 사람 같아. 더 잘하지 않아도 돼. 슬프면 울면 돼”라고 말했다. 이어 차인표는 권오중의 아들을 언급하며 “더 나이가 들면 아들 혁준이가 어떻게 살아갈지 걱정하잖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중요한건 너가 잘해내고 있다는 것. 그냥 그날을 열심히 살아온 거다”라며 “최고의 아빠이자 최고의 남편, 최고의 배우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용만도 권오중에게 “내가 아는 권오중은 굉장히 밝은 아이다”라며 “그런데 힘든 일 때문에 타협을 보려는 것 같다. 가끔 희망을 잊고 사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자 권오중은 “나는 우리 애가 나을 줄 알았어”라면서 “우리 애가 가끔씩 ‘나 언제 나아?’라고 물어보는데 내가 뭐라고 이야기해야 하니”라며 눈물을 흘렸다. 이에 김용만은 “이런 이야기를 네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나아질 수 없다고 해서 희망이 없는 건 아니다”라고 위로했다. 과거 한 방송에서 권오중은 “아들이 평범하게 태어나지 않았다. 굉장히 특별한 아이를 키운다고 생각한다”며 아들의 발달장애를 고백한 바 있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넥슨, 대전 공공어린이재활병원 건립비 100억원 기부

    넥슨, 대전 공공어린이재활병원 건립비 100억원 기부

    대전에 뇌성마비와 발달장애 어린이를 치료하는 전국 첫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이 건립되는 가운데 넥슨이 100억원을 기부했다. 허태정 대전시장과 김정주 NXC 대표는 21일 대전시청에서 공공어린이재활병원 건립 후원 협약을 했다. 이정헌 넥슨코리아 대표와 김정욱 넥슨재단 이사장도 참석했다. 넥슨재단이 병원 건립비로 4년간 100억원을 내는 것으로 대전시 역대 최대 기부액이다. 어린이재활병원은 푸르메재단이 서울에서 민간 병원을 운영하고 있으나 공공 병원은 이번이 처음이다. 뇌성마비 1~3급 중증장애나 발달장애 어린이가 치료받는 곳으로 지금은 병원이 부족해 대부분 집에서 제대로 치료도 받지 못한 채 지내는 상태다. 전정재 시 장애인시설팀장은 “이 병을 앓는 어린이가 대전에만 6000명 안팎에 이른다”고 했다. 정부 공모사업이지만 예산이 크게 부족했다. 하지만 이번 넥슨재단의 기부로 건립비가 447억원으로 늘었다. 서구 관저동 부지 6342㎡에 지하 2층, 지상 4층 규모로 지어 2021년 말 문 연다. 입원실 30실과 낮만 입원하는 병실 30개 등 60병실이 갖춰진다. 하루 120~200명의 외래환자도 받는다. 교무실과 교실 6개로 구성된 특수학교도 운영된다. 시교육청이 교사를 파견해 가르친다. 체육관, 어린이도서관, 무장애 놀이터도 있다. 병원에는 의사, 재활치료사, 작업치료사, 돌보미 등 200여명이 투입된다. 시는 연간 20억~30억원의 운영비를 지원할 방침이다. 전 팀장은 “민간업체가 관심을 갖고 기부해 줘 너무 고맙다”면서 “이 병을 앓는 전국 어린이들의 보금자리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2월 설립된 넥슨재단은 작은책방, 푸르메재단 어린이재활병원, 컴퓨터박물관 등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벌이고 있다. 대전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 [단독]“재난 대처법 몰라” 70%… 노인·장애인 위한 비상구는 없다

    요양원·복지시설 등 안전불감증 심각 이용자 절반 이상 안전교육도 받지 못 해 대구 사우나 화재 등 노인층 피해 집중 소방관 85% “약자 맞춤 재난 정책 필요” 지난 19일 대구 포정동 주상복합건물 사우나에서 불이 나 3명이 사망하고 80여명이 다치는 재난이 발생했다. 2017년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지난해 경남 밀양 세종병원 화재와 서울 종로 고시원 화재에 이어 몇 달 만에 또 발생한 재난이다. 대형 화재 사망자는 주로 60~70대 노인들이었다. 하지만 고령자를 포함해 임산부, 장애인, 환자 등 사회적 약자 중 재난 대피 방법에 대해 알고 있다고 응답한 이들은 10명 중 3명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절반은 안전교육조차 받지 못했다. 이 같은 내용은 20일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국가인권위원회의 ‘재난 발생 시 사회적 약자 보호 개선방안’ 보고서에 담겼다. 인권위 의뢰를 받은 충북대 산학협력단이 지난해 노인요양시설, 장애인시설, 산후조리원 등을 이용하는 사회 약자 11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보고서에 따르면 자신이 이용하는 시설에서 “재난 발생 시 대피 방법을 안다”고 응답한 이는 35.1%(39명)에 그쳤다. “재난 발생 시 안전한 대피를 보장받는다”고 답한 사람도 30.6%(34명)에 불과했다. 10명 중 7명은 화재, 지진 등 재난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모른다는 뜻이다. “재난 안전교육을 받은 적 있다”고 한 이는 절반에도 못 미치는 43.2%(48명)였다. 사회적 약자는 거동이 불편하거나 상황 인지 능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아 재난이 발생하면 피해가 집중된다. 지난해 1월 발생한 밀양 세종병원 화재는 환자 대부분이 중증환자이거나 고령자였다. 치료 중인 환자가 병원에 급속히 퍼진 유독가스에 노출돼 정신을 잃었고, 일부는 한쪽 손이 침대에 묶여 있어 건물을 빨리 빠져나가지 못했다. 의사소통이 힘든 장애인의 경우 구조 과정에서 더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경북 경주의 한 장애인 재활시설 관계자는 “발달장애인은 흥분하면 차로로 뛰어나가는 등 돌발행동을 할 위험이 큰데, 구조 주체인 병원이나 소방서는 이런 특성을 잘 모르고 있다”면서 “재난 상황에서 팔을 잡아끄는 등 무조건 건물 밖으로 내보내려다 보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이들의 개별적 특성에 맞는 별도의 안전교육과 관리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연구에서 재난 현장에서 활동하는 소방공무원 171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재난 유형별로 약자를 위한 별도 정책이 필요하다”고 답한 이는 85.4%(146명)에 달했다. 소방공무원 39.9%는 정부가 재난 발생 시 사회적 약자를 위해 관리 계획을 충분히 마련하지 않고 있다고 봤다. 한 소방 관계자는 “장애인은 휠체어 등 보조장비를 이용하는데 이를 소방 차량에 실을 수 없다는 점, 노인이나 환자는 의사소통이 어렵다는 점 등 각각의 특성에 따라 구조가 늦어지는 이유도 다르다”면서 “평소 이용 시설에서 약자의 성격에 맞는 장비를 구비하고, 정부에서도 별도의 대피 방안을 마련해야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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