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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환위기 10년 그리고 미래] 풀리지 않는 쟁점들

    [외환위기 10년 그리고 미래] 풀리지 않는 쟁점들

    한국 경제와 사회를 뿌리째 흔든 외환위기는 만 1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만약’이라는 전제를 달고 숱한 가설과 회고록들이 난무한다. 정확한 원인과 실체적 진실 규명 노력은 간 데 없고 네 탓 공방만 남아 있다. 당시 관계자들과 인터뷰를 통해 풀리지 않고 있는 쟁점들을 짚어 본다. 인터뷰에 응한 관계자들 대부분은 익명을 요구했다. ●불안한 조짐, 잘못된 상황인식 경상수지 적자가 1994년 45억달러에서 96년 237억달러로 확대되자 당시 모 연구기관장은 청와대를 찾았다. 환율인상을 통한 기업 경쟁력 강화를 건의했다. 하지만 역효과만 냈다. 당시 보고서에 관여한 연구원은 “청와대는 환율을 올리기보다 환율을 내려서라도 기업을 정신차리게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면박을 줬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환율 890원을 마지노선으로 잡고 물가관리에 치중하고 있었다. 97년 9월 말 재정경제원 모 과장은 하얗게 질린 얼굴로 장관실 문을 두드렸다.“큰일 났습니다. 한국물에 대한 해외에서의 인식이 최악입니다. 이대로 가면 위험합니다.”국제시장 점검차 뉴욕을 다녀온 직후였다. 이때까지도 설마하는 분위기에 편승, 위기를 덮으려는 시도가 적지 않았다.9월 홍콩에서 열린 투자로드쇼에서 “한국경제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던 한 연구기관장은 나중에 잘못된 홍보였다고 인정했다. 정부의 요청에 따라 나선 게 대외신인도를 악화시켰다고 전했다. ●불신당한 재정경제원, 금융개혁 논의에서 배제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지…어떻게 재경원이 금융개혁을 추진하나.”97년 1월 청와대는 민간인 등으로 금융개혁위원회를 구성, 금융감독 개편과 한국은행법 개정 등을 추진했다. 하지만 주무부처인 재경원은 발표 하루전까지 낌새도 못차렸다. 한 관계자는 “이석채 경제수석이 재무부가 장악한 재경원에 노골적으로 불신을 드러낸 결과”라고 전했다. 금개위의 과제 100개 가운데 재경원이 받아들인 부분도 15개 남짓뿐이었다. 그것도 김인호 경제수석으로 교체된 뒤의 일이다. 정부 관계자는 “청와대가 처음부터 재경원과 협의했다면 금융개혁을 놓고 갈등을 빚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경원 역시 중앙은행 독립을 놓고 한은과 정면충돌했다. 강만수 재경원 차관은 회고록 ‘현장에서 본 한국경제 30년’에서 “재경원이 자금경색을 풀려고 국고 여유자금 1조원을 방출하자 한은은 통화안정증권으로 바로 흡수한 일도 있었다.”고 밝혔다. 정책이 잘될 상황이 결코 아니었다. ●위기 부채질 부도유예협약, 오락가락 환율정책 기아자동차가 97년 10월22일 법정관리에 들어가자 국내금융기관의 외환차입이 어려워 외환시장은 요동쳤고 S&P는 한국의 신용등급을 떨어뜨렸다. 당시 사태해결에 나섰던 관계자는 “7월 기아차에 적용한 부도유예협약은 나중에 이헌재 금융감독위원장이 들고 나와 성공한 ‘워크아웃’ 개념과 다를 게 없다.”고 말했다. 실패한 것은 ‘국민의 기업’이라는 논리를 앞세워 기아차가 회장직 사퇴와 구조조정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앞서 제일은행과 국민은행을 합병시키려는 묘안도 짜냈지만 해법은 아니었다. 정부의 외환시장 대응책도 오락가락했다. 재경원은 10월28일 외환시장 개입을 중단했다. 외환보유고가 바닥났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주는 것으로 실무진들은 모두 반대했다. 당시 관계자는 “강경식 부총리의 지시가 너무나 강경해서 믿겨지지가 않았다.”고 했다. 한은 일각에서는 금융개혁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한 정치권 압박수단으로 외환시장 혼란을 이용하고 있다는 해석까지 나왔다.3일 만에 당국이 시장에 개입했으나 원·달러 환율은 이미 1000원을 돌파하고 있었다. ●강경식 부총리의 펀더멘털과 경질 배경 “펀더멘털에는 문제가 없다.”는 강 부총리의 주장에 동정론보다 비판론이 앞선다. 동정론의 근간은 “경제 수장이 펀더멘털이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하지만 대다수 관계자들은 “당시 상황은 미시적인 숫자게임이었다. 외환보유고와 환율의 전쟁이다. 당장 거시적으로 풀 상황이 아니었는데도 강 부총리는 거시적 해법에만 집착했다.”고 말했다. 금융개혁법안이 통과되면 대외신인도가 나아질 것이라는 발상도 불난 집에 지붕을 얹자는 논리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강 부총리의 경질은 예상됐지만 시기와 배경은 의문이다. 윤진식 청와대 경제정책비서관이 11월 김영삼 대통령에게 위기상황을 직보한 게 발단이 됐다는 게 일반적 해석이다. 하지만 정치적 판단이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인호 경제수석은 지금까지로 윤 비서관에게 섭섭함을 드러내고 있다. 경제수석이 왜 상황보고를 안했겠느냐는 것이다. 옛 재경원 고위관계자는 “청와대와 정보기관이 당시 대선을 앞두고 부총리의 전국 순회강연에 아주 불편해했다. 만류해 달라고 직접 전화한 적도 있다.”고 밝혔다. 다른 관계자는 강 부총리가 사석에서 “공무원 출신이 정치를 해야 한다.”고 여러차례 강조, 강 부총리는 ‘녹색당 총재’로 불리기도 했다고 전했다. ●임창열 부총리의 거짓말? 강경식 부총리는 11월19일 “IMF로 갈 수밖에 없다.”고 청와대에 보고한 뒤 바로 경질됐다. 문제는 신임 임창열 부총리가 취임 기자회견에서 “IMF의 도움을 받지 않고 갈 수 있는 방안을 찾겠다.”고 말한 점이다. 강만수 차관은 “이런 발언 때문에 IMF와 미국으로부터 불신을 얻었다.”고 호되게 비판했다. 하지만 그날 저녁 서울 강남 역삼동 르네상스호텔에 모였던 재경원과 한은 관계자들은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고 부총리도 별다른 해명이 없었다.”고 말했다. 다만 그날 회의에 참석했던 한 관계자는 “임 부총리 역시 IMF행을 알았다. 실무진이 모두 보고했다. 다만 취임 첫날 국치로 기록될 IMF행을 자신이 발표하기가 부담스러웠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다른 관계자는 “문제는 인수인계나 보고를 받지 않았다고 말한 점이다. 이후 ‘거짓말 논란’으로 번지면서 번복하기가 쉽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원격 조종에 무릎꿇은 한국과 IMF 임 부총리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미 재무부 간부들이 97년 11월 말 IMF와의 협상에 관여했다.”고 말했다. 협상을 맡았던 한 관계자는 “데이비드 립튼 미 재무부 차관이 당사자”라고 말했다. 그는 “IMF 협상단이 서울에서 립튼 차관을 만난 뒤부터 잘 진행되던 협상이 틀어졌다.”고 말했다. 대선 후보들의 협정준수 각서요구 등이 대표적이다. 협상 실무진들은 IMF에 ‘사기극’이라고까지 항의했으며 회의장을 박차고 나가기도 했다. 임 부총리가 취임 이튿날 일본을 방문, 대장성 장관에게 ‘브리지 론’을 요청하고 있을 때에도 립튼 차관이 도쿄에 모습을 드러냈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희생양 찾기와 계백장군 외환위기 특감의 희생양이 돼 공직에서 물러난 한 관계자는 “정책을 사후적인 관점에서 보면 똑같은 사람이 영웅도, 죄인도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당시 감사원 관계자는 “면죄부를 줄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고 토로했다. 여론에 밀린 희생양 찾기였음을 시인한 셈이다. 당시 책임공방의 핵심에 있던 재경원 관계자는 ‘계백장군설’을 피력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그는 “황산벌 전투에서 신라에 진 계백장군을 백제 패망의 주범으로 몰아붙일 수 있느냐.”고 말했다. 특감 관계자도 “최고 정책결정권자가 대통령이라고 해서 직무유기를 물을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우물안 개구리 깨달은 뉴욕외채협상 외환위기 회고록을 준비 중인 당시 재경원 고위관계자는 98년 1월 뉴욕에서 진행된 외채연장 협상에서 채권단을 이렇게 표현했다.“먹잇감을 앞둔 하이에나였다.”협상 전문가나 국제금융전문가가 없던 당시 우리 협상팀은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한 관계자는 “외채연장이 시급한 상황에서 금리를 내려달라는 말 이외에 만기 구조나 상환 기법 등을 따질 계제가 못 됐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우리가 칼자루를 쥐고 있었는데 협상에 실패했다고 비판한다. 한 관계자는 “한국이 IMF행을 결정했는데도 사정이 나아지지 않자 미 국방부와 국무부가 ‘한반도를 셧 다운시키려느냐.’고 재무부를 몰아붙이는 상황이었다.”고 지적했다. 결국 미국이 외채연장협상에 나섰지만 투자은행들의 전리품 챙기기는 방치했다는 주장이다. ●유동성 위기냐 구조적 한계냐 1998년 강봉균 청와대 경제수석은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고뿔(감기)에 걸리는 건 순식간이지만 치료하는 데에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IMF체제의 후유증이 오래 갈 것임을 시사했다. 이와 관련, 재경부 고위관계자는 “외환부족은 경제운영의 결과일 뿐 원인은 구조적 결함에 있었다.”고 지적했다. 미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부실처럼 외부에서 온 게 아니라 내부에서 발생한 문제라는 것. 반면 외환위기를 수습했던 ‘국민의 정부’ 관계자들은 구조적 문제에 공감하면서도 유동성 관리를 제대로 못한 문민정부 책임을 들춰냈다. 전문가들은 “이벤트성 회고록이나 과거를 들추는 검찰이나 감사원 보고서보다 위기의 본질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체계적인 지침서가 나올 때”라고 주장했다. 특별취재팀
  • [서울광장] 나쁜 성장론, 착한 성장론/우득정 논설위원

    [서울광장] 나쁜 성장론, 착한 성장론/우득정 논설위원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교수는 개도국과 빈곤국에 신자유주의를 강요하는 미국 등 선진국을 ‘나쁜 사마리아인들’로 규정했다. 나쁜 사마리아인들은 자신들이 오늘날 위치에 오르기까지 타고 올라온 사다리(보호주의)를 가난한 나라들이 이용하지 못하도록 걷어차 버리려 한다고 했다. 19세기 독일의 경제학자 프리드리히 리스트가 말한 ‘사다리 걷어차기’의 현대판이다. 장 교수는 나쁜 사마리아인들이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IBRD), 세계무역기구(WTO) 등 ‘사악한 3총사’를 앞세워 “우리가 했던 대로 하지 말고, 우리가 말하는 대로 하라.”고 강요한다고 한다. 신자유주의의 위선이다. 장 교수의 결론은 가난한 나라들이 어느 정도 경쟁력을 갖출 때까지 체력이 월등한 나쁜 사마리아인들에게 불리하게 경사진 경기장에서 게임하도록 허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선전에서 느닷없이 나쁜 사마리아인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발단은 대통합민주신당의 정동영 후보다. 그는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경제관이 신자유주의를 신봉하는 ‘나쁜 성장론’이라고 몰아붙인다. 성장을 우선시하는 이 후보의 ‘신발전체제’를 따랐다가는 잘 사는 20%와 못 사는 80%로 양극화 골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며 줄세우기에 여념이 없다. 이 후보라는 나쁜 사마리아인은 대기업과 부자라는 사악한 마녀를 앞세워 우리 사회를 승자 독식의 ‘정글 자본주의’로 몰고가려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차별없는 성장’이라는 착한 성장론자인 자신과 나쁜 성장론자인 이 후보가 가치논쟁을 붙자고 떼를 쓴다. 지지율 20%인 정 후보가 과반수 이상의 지지를 받는 이 후보를 일방적으로 나쁜 사마리아인으로 낙인찍은 뒤 가치전쟁을 붙자니 이 후보가 응할 리 없다. 더구나 이 후보는 ‘지원은 하되 간섭은 않겠다.’는 시장친화형 성장론을 표방하고 있다. 잘나가는 대기업과 부자에게는 규제를 줄이고 약자들에게는 보호를 강화해 성장과 삶의 질을 동시에 끌어올리겠다는 것이 신체제발전론이다. 그래서 정 후보의 ‘차별없는 성장론’은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 참여정부의 아류쯤으로 여긴다. 그럼에도 정 후보는 어떻게든 가치논쟁을 촉발해 아군으로 임의 분류한 ‘80%’로부터 호응을 이끌어내는 전략을 끝까지 고수할 것 같다. 하지만 정 후보는 가치논쟁에 앞서 ‘차별없는 성장’에 담긴 가치 충돌부터 소명해야 한다. 차별없는 성장의 전제인 고른 경쟁력을 갖추려면 성장을 모두 잠식하고도 남을 정도로 사전적 비용이 든다. 정 후보의 주장대로라면 오늘날 중국을 세계 경제의 엔진으로 이끈 덩샤오핑(鄧小平)의 ‘흑묘백묘론’(黑猫白猫論)도 잘못됐다는 얘기가 된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되는 게 아니라 골라서 잡아야 한다는 말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우리 경제의 당면 과제는 성장잠재력 확충이다. 그 해답은 기업이 미래를 향해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성장도, 일자리 창출도 기약할 수 있다. 그리고 성장잠재력 확충에 기여하면 ‘좋은 성장론’이고, 이에 반하면 ‘나쁜 성장론’이다. 유권자들은 경쟁없이 성장도 없다는 기본적인 상식쯤은 안다. 따라서 정 후보의 가치논쟁 집착증은 이쯤에서 거두는 게 낫다.“논평할 가치가 없다.” 중립적인 위치에 있는 한 경제학자가 정 후보의 경제공약에 내린 진단이다. 우득정 논설위원 djwootk@seoul.co.kr
  • 터키 전격 월경작전 왜?

    터키와 이라크 국경이 ‘세계의 화약고’로 급격히 떠오르고 있다. 분리주의자인 쿠르드노동자당(PKK) 반군에 대한 공격을 이유로 이라크 월경(越境) 공격을 경고해 온 터키군이 전격 월경 공격을 단행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라크전 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 정부는 또 한가지의 고민을 떠안게 됐다. 터키와 이라크 국경지대의 분쟁은 석유의 공급선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불안한 상태인 국제유가도 다시 자극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동안 터키의 강경 기조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특사를 파견하는 등 노력하던 부시 대통령은 24일에는 압둘라 굴 터키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PKK 반군 소탕작전에 대한 터키의 노력을 지지한다고 표명했다. 이 즈음 터키의 월경공격이 단행됐다. 터키와 미국 정부간 사전교감이 있었음이 감지되고 있다. 터키 사태의 발단은 PKK의 도발이다. 독립을 추구하며 터키 정부군과 무력충돌 및 휴전을 반복하던 PKK는 여름부터 공세를 강화했다.9월에는 터키 민간인 12명을 납치, 살해하기도 했다. 터키의 민심이 들끓었다. 그래도 터키는 PKK에 대한 군사작전을 자제해 왔다. 이 지역이 불안정해지는 것을 미국이 바라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정부군 13명이 PKK와의 교전 끝에 사망하고 민간인까지 피해를 입자, 터키는 강경 대처하기로 입장을 바꿨다. 미국이 PKK문제 해결에 적극적이지 않은 점도 지적된다. 특히 미국 하원 외교위원회가 ‘아르메니아 학살 결의안’을 10일 통과시키면서 터키는 급격히 강경해졌다.1914년 이후 옛 터키의 아르메니아인 150만명 살해를 대량학살로 규정한 결의안을 채택해 본회의에 회부했다. 일부 역사학자들은 터키의 전신인 오스만투르크에 의한 아르메니아 학살 사건을 20세기 첫 집단학살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터키는 내전 도중 일어난 일에 불과하며 조직적 학살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사망자도 30만명이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미국 의회가 구속력은 없다지만 결의안을 통과시키자 터키가 발끈했다. 유럽연합(EU)에 가입하기 위해 수년째 노력하고 있는 터키에는 심대한 타격이다.EU는 아르메니아 대량학살을 내세워 터키의 비원인 EU 가입을 꺼린다. 결국 결의한 채택이 터키인의 빈미감정에 불을 지폈다. 주미 대사도 소환됐고, 월경공격으로 이어졌다. 이같은 터키의 강수는 미 하원 본회의가 아르메니아 학살 결의안을 채택하는 것을 막기 위한 승부수로 전문가들은 풀이하고 있다. 그렇지만 터키의 협박성 강수가 통하지 않아 결의안이 미국 상·하 양원 본회의를 통과하면 사태는 더욱 복잡해질 수도 있다. 이에 따라 부시 대통령은 결의안 채택을 막기 위해 부심 중이며, 동시에 터키를 달랠 묘안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미국은 이라크를 침공할 때 터키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 터키 남부의 인시를릭 공군기지를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로 향하는 군수품의 보급기지로 사용하고 있다. 이라크로 가는 군수물자의 70%가 이곳을 통과하고 있다. 다급해진 미 백악관은 터키 전투기들이 월경해 쿠르드 반군을 공습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직후, 터키와 이라크 양측 모두의 자제를 촉구했다. 의회 설득도 강화했다. 이에 따라 미 결의안에 반대하는 의원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주목된다.이춘규기자 taein@seoul.co.kr
  • [프로축구] 울산 2-0으로 대전 완파… 준PO 진출

    [프로축구] 울산 2-0으로 대전 완파… 준PO 진출

    김정남의 ‘방패’가 40년지기 김호의 ‘창’을 부러뜨렸다. 김정남 감독이 이끄는 울산은 21일 울산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프로축구 6강 플레이오프 경기에서 이상호, 박동혁의 전·후반 헤딩골에 힘입어 김호 감독이 이끄는 돌풍의 대전을 2-0으로 일축,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울산은 전날 경남FC를 승부차기 끝에 제압한 포항과 28일 오후 3시 안방에서 준플레이오프전을 벌인다. 경기는 단판승부라는 무게감 때문인지 전반 중반까지 쉽사리 승부의 흐름을 드러내지 못했다. 최근 안방 14경기 연속 무패행진을 벌인 울산이 ‘방패’라면 역대 팀 최다 연승(5승)행진을 벌인 대전은 ‘창’의 양상을 보일 것이라는 게 당초의 전망. 그러나 전반 36분이 흐르도록 양 팀 슈팅은 겨우 1개씩. 중원에서의 치열한 몸싸움만 이어질 뿐이었다. 선제골은 울산의 이상호(20)가 건져냈다. 원톱 우성용에 대한 대전의 견제가 지나치게 쏠린 전반 39분. 대전의 오른쪽을 돌파하던 김영삼이 벌칙지역에서 칼날같은 크로스를 올렸고, 반대편에서 달려들던 이상호가 펄쩍뛰며 헤딩슛, 공은 골키퍼 최은성의 손을 스친 뒤 왼쪽 골망을 흔들었다. 지난 8월22일 베이징올림픽 최종예선 우즈베키스탄전에서 머리로 선제골을 넣었던 ‘떠오르는 골잡이’. 이날 선제골까지 헤딩으로 마무리해 대표팀 최단신(173㎝)의 ‘황금머리’를 또 과시했다. 반격에 나선 대전은 3분 뒤 슈바가 울산 골키퍼 김영광과 머리를 부딪치며 동점골을 성공시킨듯 했지만 선심의 오프사이드 깃발에 땅을 쳤다. 울산은 두 번째 골도 헤딩으로 뽑아냈다. 후반 26분 현영민의 왼쪽 짧은 코너킥이 우성용의 머리에 굴절된 뒤 문전으로 튀어오른 순간 골마우스 오른쪽에 버티고 있던 박동혁이 머리로 받아넣어 쐐기골을 뽑아냈다. 대전은 33분 고종수가 상대 아크 부근에서 프리킥을 얻어내는 등 몇 차례의 기회를 맞았지만 ‘대전의 돌풍’은 끝내 재현되지 못했다.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감독 한마디 ●승장 김정남 울산 감독 대전이 최근 매우 좋은 경기력을 보였는데 우리가 우성용을 선봉으로 대단히 좋은 경기를 했다. 오장은과 이상호는 올림픽팀 시리아 원정을 다녀와 피곤할 텐데도 승리에 큰 역할을 했다. 김영광이 퇴장당해 준플레이오프 이후엔 대체 골키퍼 김지혁을 믿을 수밖에 없다. 포항은 좋은 팀이지만 지금 우리 팀의 분위기와 자신감으로 보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 ●패장 김호 대전 감독 우리는 큰 경기 경험에 미숙하고, 개인 능력도 떨어진다. 조직력으론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오프사이드가 된 슈바의 골은 TV로 다시 봐도 골이다. 똑같이 따지고 보면 울산의 첫 골도 오프사이드다.‘물병사태’는 대전의 서포터스가 세련되지 못한 때문이기도 하지만 사태의 발단은 심판에게 있다. 우리 팬들은 심판에게 뭔가 한이 단단히 맺혀 있다.10년이나 그랬다.
  • ‘금산분리 존폐’논쟁

    ‘금산분리 존폐’논쟁

    기업집단이 은행을 소유하지 못하게 한 금산분리 원칙 존폐를 둘러싼 정치권 공방이 19일 격화됐다. 대선 후보들의 경제관을 투영하는 바로미터로 금산분리가 부상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는 금산분리 원칙을 지키자는 입장이고,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는 이를 완화해 대기업 그룹도 은행업에 진출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은 금산분리 완화를 시사한 참여정부 정책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면서 금산분리 유지를 촉구하고 있다. 정 후보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명박 후보가 어제 해외자본인 론스타가 건설업과 은행업을 동시에 영위한 적이 있다고 예를 들면서 금산분리를 해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면서 “신당이 견지하는 금산분리 원칙은 엄밀히 말해 은행과 산업을 분리하는 ‘은산분리’로써 차별화된 성장전략과 맞닿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시중 자금이 경색되면 은산분리 해제로 인해 가장 먼저 피해를 보는 게 서민과 중소기업”이라면서 “10년 전 일부 재벌사들의 금융사와 종금사가 사금고화돼 금융위기를 부른 게 생생하다.”고 우려했다. ●“금산분리완화 정부·삼성 유착 의혹” 김진표 정책위의장은 “이 후보가 글로벌스탠더드에 맞게 금산분리를 완화해야 한다고 했는데, 세계금융을 선도하는 미국이 은행에 관하여 금산분리를 지키고 있다.”고 꼬집었다. 반면 한나라당 이한구 정책위의장은 “전날 이 후보의 주장이 100% 맞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금산분리 완화가 재벌 편들기라면, 오히려 금산분리를 고집하는 것은 외국자본 편들기가 아니겠느냐.”고 반문한 뒤,“국내 산업이 은행을 인수하지 못하게 되면, 결국 국내에서는 외국 금융기관 외에 살 데가 없다.”고 현실적인 문제점을 꼬집었다. 이 정책위의장은 또 “외환위기의 발단은 재벌의 종금사 소유가 아니라 정부의 외환관리 잘못에서 비롯된 것”이라면서 “우리는 제2금융권부터 완화하고 그 다음에 일반은행을 완화하는 등 단계적으로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후보 선대위 경제2분과위원장인 윤건영 의원도 “은행을 설립 또는 인수할 때 건전 운용할 의사와 능력이 있는지 감독기관이 적정성 테스트를 하면 되는 것”이라면서 “금산분리는 결국 사후감독을 철저히 하면 된다.”고 제안했다.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측 심상정 선대위원장은 금산분리 문제와 관련,“정 후보가 모처럼 옳은 얘기를 했지만, 정 후보는 우선 참여정부의 금산분리 완화 배경에 대해 분명하게 말해야 할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심 의원은 또 “금산분리 정책이 무너져 내린 데는 삼성과 참여정부 유착이 자리잡고 있다는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한은총재 “산업자본 은행경영 신중을” 한편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국회 재경위 국정감사에서 금산 분리 정책과 관련,“산업자본이 은행 경영에 참여한다는 의미에서는 신중하게 접근하는 게 좋다.”면서 “한은은 이 문제에 대해 보수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외국의 경우 법률로 산업자본의 은행 참여를 제한한 국가도 있고 법률로 제한하지 않는 국가도 있지만 법률로 규정해놓지 않은 국가에서도 산업자본이 은행업에 참여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또한 은행의 경영이 금융논리가 아닌 다른 힘에 의해 휘둘리지 않을 수 있는 상황이 먼저 조성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두걸 홍희경 구동회기자 douzirl@seoul.co.kr
  • [씨줄날줄] 놈현스럽다/함혜리 논설위원

    지난 2003년 네티즌 사이에 유행하던 ‘놈현스럽다’라는 표현이 새삼 화제다. 국립국어원이 발간한 ‘사전에 없는 말, 신조어’라는 책자에 이 단어를 수록한 것이 발단이 됐다. 이 책자는 ‘놈현스럽다-기대를 저버리고 실망을 주는 데가 있다.’로 소개했다. 이밖에도 ‘노짱-노 대통령을 속되게 이르는 말’‘노비어천가-노 대통령을 치켜세우는 말’ 등 노무현 대통령과 관련된 용어들을 실었다. ‘놈현스럽다’는 노 대통령이 이라크전 파병을 결정하자 그를 지지하던 네티즌들이 만들어낸 말이다. 오마이뉴스는 2003년 4월6일자에 송태경 민주노동당 정책국장이 인터넷매체 ‘진보누리’에 실은 ‘놈현스럽다’에 대한 글이 화제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송 국장은 ‘상식과 원칙을 말하고 실천하다가도 결정적인 순간에 뒤통수를 친다.’는 뜻 외에 여러가지 확장된 용법을 갖는다고 소개했다. 예컨대 자기편이 아니면 모두를 적으로 간주해 보수든 진보든 모두 나쁘고 틀렸다고 우긴다거나, 즉흥적인 판단오류도 무언가 깊은 뜻이 있는 것처럼 포장하고 옳다고 우긴다는 식이다. 입장이 다르면 말이나 논리는 통하지 않는다는 뜻도 있다. 이 표현은 ‘얼짱’‘다모 폐인’‘귀차니즘’ 등과 함께 2003년을 풍미한 인터넷 신조어로 꼽힌다. 신조어는 그 시대의 문화와 생각을 엿볼 수 있는 키워드가 된다. 언어정책을 총괄하는 국립국어원은 이런 취지에서 올 한글날을 맞아 2002년부터 5년간 새롭게 생겨난 3500개 단어를 정리했다. 취지는 좋았는데 노 대통령과 관련된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자 청와대가 발끈하면서 문제가 심각해졌다. 청와대의 항의를 받고 한때 회수여부를 검토하는 등 한바탕 소동을 벌인 끝에 국립국어원이 배포를 중단하고 인터넷 사이트에 사과문을 싣는 것으로 사태는 일단락됐다. 국립국어원은 “앞으로 특정인의 인격권이나 명예를 침해하지 않도록 더욱 세심한 조사와 검토 절차를 마련해 이번과 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발끈한 청와대나, 청와대의 항의에 화들짝 놀라 백배사죄하는 사과문을 실은 국립국어원이나 놈현스럽긴 매한가지다.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정부 기자실 폐쇄] ‘죽치는 기자’ 발언 9개월만에 폐쇄

    [정부 기자실 폐쇄] ‘죽치는 기자’ 발언 9개월만에 폐쇄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을 둘러싸고 정부 부처 출입 기자들과 국정홍보처가 일전을 벌이고 있다. 홍보처는 합동브리핑센터를 마련한 뒤 기자들의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기자들은 기존 기자실을 고수하겠다며 항전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기자실 사태’로까지 번지고 있는 이번 사건의 원인과 쟁점을 점검했다. ●정부의 밀어붙이기가 사태의 발단 지난 5월 국정홍보처가 30여개 정부 기자실을 중앙정부청사, 과천정부청사, 대전정부청사 등 3개의 합동브리핑센터로 통폐합하는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후 노무현 대통령의 제안으로 언론단체가 참석하는 TV 토론회가 열렸지만 “부처 기자실이 왜 필요한지”에 대한 현장 기자들의 의견은 반영되지 않았다. 특히 8월들어 홍보처는 엠바고 파기시 기자를 제재할 수 있다는 총리 훈령을 만들어 비판을 받았다. 기자협회와 정부 관계자가 훈령안을 보완하는 협상을 진행했지만 협의 중에 9월14일 국정홍보처는 최종 수정안을 발표했다. 홍보처는 최종 수정안을 근거로 기자들의 합동브리핑센터 이전을 최후통첩했다. ●기자들 기자실 원상복구 요구 홍보처는 일선 기자를 비롯한 언론단체의 이의제기로 엠바고 문제, 취재시 대면접촉 가능 등 상당부분을 수용했다. 그러나 여전히 쟁점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기자들의 핵심요구사항은 기자실 원상복구다. 합동브리핑실로 옮길 경우 취재원인 공무원과 접촉할 기회가 대폭 줄어든다는 점을 이유로 들고 있다. 합동브리핑센터와 거리가 먼 기획예산처, 정보통신부, 건설교통부, 국세청 등의 단독 청사에서 대면 취재를 위해서는 많은 번거로움이 따르는 게 사실이다. 어떤 곳은 1시간 이상 차로 이동해야 한다. 홍보처는 이에 대해 “전자브리핑을 통해 볼 수 있기 때문에 거리는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기자들은 또 합동브리핑센터 출입증으로는 청사 출입시 방문증으로 교환해야 하는 불편을 겪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에 대해 홍보처는 “아무런 제한 없이 방문증을 교환해주기 때문에 변한 것은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정보공개를 대폭 확대하는 문제도 쟁점으로 남아 있다. 현재 언론계, 학계, 정부가 공동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개정안을 마련하고 있지만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숙명여대 박천일 언론정보학부 교수는 기자실 사태에 대해 “기자들과 취재원을 갈라 놓으려는 발상”이라면서 “공간적인 문제를 떠나 이는 취재의 자유를 크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무원도 불만, 시민반응 엇갈려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지만 공무원들도 불만이 많다. 홍보처가 모든 보도자료를 전자브리핑시스템을 거치도록 통제하고 있어 부처마다 기자들에게 제대로 보도자료를 제공하지 못하고, 브리핑도 제때 못 열고 있다. 한 중앙부처 공무원은 “홍보처와 기자 사이에서 눈치를 보느라 다들 브리핑을 미루고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기자실 폐쇄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한 네티즌은 “기자들은 왜 자신들만 특권을 누리려고 하나.”라며 비판 글을 올렸다. 한 회사원(32)은 그러나 “인터넷선을 뽑고 폐쇄하면서까지 할 필요 있느냐.”면서 “결국 국민들이 신속, 정확하게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라며 정부의 처사를 비판했다.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 ‘글로벌 게이머 입맛’ 공략

    ‘글로벌 게이머 입맛’ 공략

    ‘이제 한국시장은 좁다.’ 온라인게임업체들이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국산 온라인게임은 예전에도 해외시장에서 꽤 인기를 누렸다. 국내 인기작을 그대로 해외에 소개했다. 엄밀하게 말하면 국제용이라고 할 수 없다. 하지만 요즘에 와서는 게임 개발단계부터 수출을 염두에 두고 만들고 있다. ●해당 국가 언어변환 자유자재 곧 선보일 대작 가운데 하나인 웹젠의 다중접속슈팅게임(MMOFPS) ‘헉슬리’도 이런 경우다. 김남주 웹젠 사장은 “헉슬리는 지난 2004년 기획 단계에서부터 북미 시장 등 세계 시장을 겨냥해 만든 게임”이라고 말했다. 탄탄한 스토리를 좋아하는 북미 시장의 기호에 맞췄다. 단순한 총싸움이 아니라 총싸움을 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해주고 있다. 북미 시장에서 콘솔게임(비디오게임)이 인기를 끌고 있는 점도 주목했다.X박스360용 버전을 개발, 국내 최초로 PC온라인과 콘솔을 아우르는 ‘크로스 플랫폼’을 표방하고 있다.X박스360용 헉슬리는 내년 말 출시를 앞두고 개발이 한창 진행 중이다. 비공개서비스 중인 예당온라인의 ‘프리스톤테일2’도 마찬가지다. 전작인 프리스톤테일이 수출을 염두에 두지 않았음에도 브라질, 필리핀, 일본 등 해외 6개국에서 호평이 이어지자 후속작은 아예 처음부터 수출에 초점을 맞췄다. 해외 수출의 경우 해당 국가의 언어변환이 가장 큰 문제라고 판단, 프리스톤테일2는 개발 때부터 다른 언어로 쉽게 변환할 수 있도록 해놨다. 서비스지역에 따라 정액제나 부분 유료화 모두 적용할 수 있다. 넥슨의 ‘카트라이더’도 비슷하다. 카트라이더는 최근 시나리오 모드를 추가하는 등 대수술을 했다. 시나리오 모드를 좋아하는 미국·유럽 시장을 겨냥한 것이다. 넥슨 관계자는 “해외 이용자들의 취향에 맞춘 업데이트”라고 말했다. 또 차이나 드레스 등 아이템도 수출에 맞도록 만들기도 한다. 넥슨의 해외시장 공략의 ‘효자’인 메이플스토리도 아이템은 물론 해당 국가 고유의 맵을 선보였다. 타이완의 경우 타이베이 시내의 모습을 담기 위해 현지 파트너와 맵에 들어갈 상징적 건물을 협의하기도 했다. ●현지에 게임개발 스튜디오도 엔씨소프트는 한걸음 더 나아가 북미에 게임개발스튜디오를 3개나 만들었다. 현지 개발자들을 통해 현지 게이머들의 입맛에 맞는 게임을 선보이겠다는 계획이다. 첫 시험작이라고 할 수 있는 리차드게리엇의 ‘타뷸라 라사’가 다음달 북미 시장에 첫선을 보일 예정이다. 해외용으로 만든 게임이 국내에서 히트치기도 한다. 한게임의 ‘군주 스페셜’이 좋은 예다. 인기를 끌었던 군주의 글로벌 버전인 군주 스페셜은 수출용인 만큼 배경을 조선시대에서 중세 유럽으로 바꿨다. 한게임 관계자는 “해외용으로 개발했지만 일본과 중국에서 반응이 워낙 좋아 국내에 소개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공무원노조 ‘장외투쟁’

    공무원노사의 단체교섭이 진행되는 가운데 노측이 교섭 착수 이후 처음으로 ‘장내 협상’에서 벗어나 ‘장외 투쟁’에 나섰다. 공무원노조는 1일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정부의 단체교섭 불성실 및 임금정책 규탄’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의 불성실과 무성의로 단체교섭이 5개월간 공황상태”라면서 “단체교섭에 성실히 임해 줄 것”을 촉구했다. 발단은 내년도 임금 인상률을 둘러싼 노사간 이견이다. 정부는 지난달 말 임금 인상률을 2.5% 책정한 내년도 예산안을 확정,2일 국회에 제출한다. 노조가 정부에 요구하는 임금 인상률은 4.7%이다.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부산경선 심야에 무슨일이…

    30일 새벽 발생한 대통합국민신당 경선 과정의 ‘폭력 사태’의 전말은 무엇일까. 발단은 손학규 후보측이 정동영 후보측의 ‘차떼기 불법선거’의혹을 목격했다는 주장으로부터 시작됐다. 손 후보측은 이날 부산 벡스코 경선발표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역 의원 3명이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손 후보측에 따르면 이날 새벽 12시30분쯤 인적이 드문 장소에 300여명의 정 후보측 지지자들이 참석해 부산·경남 투표구별 차량동원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는 것이다. 게다가 전남, 경남, 서울 등 전국 각지의 번호판을 단 차량 100여대가 줄지어 부산 산업인력관리공단 주차장으로 들어갔다고 했다. 정 후보측 지지자들은 선관위 출동 사실을 모른 채 “북구의 차량 배치는 끝났다.” 등의 대화를 주고받으며 최종 상황을 정리하고 있었다는 게 손 후보측 주장이다. 식당의 한편에는 ‘주소별 분류’라는 박스가 나뒹굴었다. 손 후보측이 더 이상 상황을 좌시할 수 없어 진행을 저지하려는 순간,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졌던 것이다. 손 후보측 정봉주 의원은 “정 후보측 지지자 10여명이 나와 김영주·안민석 의원을 감쌌고 심한 욕설과 함께 옷을 잡아당기며 위협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정 의원 비서관이 현장을 휴대전화로 촬영하자 정 후보측 지지자 한명이 휴대전화를 뺏어 도망가던 중 김영주 의원에게 붙잡혔고, 김 의원에게 휴대전화를 내놓으라고 실랑이를 벌이던 도중 인근 편의점에서 폭력을 휘둘렀다. 위협을 느낀 김 의원은 편의점 직원에게 경찰을 불러달라고 요청했고, 김영주·정봉주·안민석 세 의원은 임의동행 형식으로 경찰서로 향했다. 변호사 출신 송영길 의원은 세 의원의 자문을 위해 경찰서에 도착했다. 경찰은 조사를 마치고 “형사 고발이 되지 않은 상태여서 조서만 받아놓았다. 차량이 모인 것은 확인되었다.”고 말했다는 것이 손 후보측의 주장이다. 그러나 정 후보측 주장은 이와 달랐다.30일 새벽 광주·전남의 승리를 자축하는 자리에 정 후보측 지지자들이 자발적으로 부산으로 모였다고 한다. 그런데 갑자기 손 후보측 김영주·정봉주·안민석 의원이 선관위 직원들을 대동하고 들어와 욕설을 퍼붓고 사진을 찍어댔다고 반박했다. 손 후보측은 “정봉주 의원은 지지자들에게 욕설을 퍼붓고 얼굴을 허락없이 찍는 행위를 서슴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정 의원의 행동에 불쾌해하던 정 후보측 지지자가 자신의 얼굴이 찍힌 파일을 삭제할 것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이 와중에 김영주 의원이 끼어들어 휴대전화를 두고, 밀고 당기는 몸싸움이 벌어졌다고 전했다. 부산 구동회기자 kugija@seoul.co.kr
  • 장제스 57년간 쓴 일기 첫 공개

    국공내전 패퇴로 중국 본토에서 쫓겨나 철권통치를 휘둘렀던 장제스(蔣介石) 전 타이완 총통의 일기가 처음 공개됐다. 30일 홍콩 시사주간지 아주주간 최신호에 따르면 장제스가 27세인 1915년부터 교통사고로 펜을 잡지 못했던 1972년까지 57년간 매일 한시간씩 쓴 일기를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에서 입수했다고 전했다. 중국과 타이완 학자들은 2년 동안 진위를 연구한 끝에 진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일기에는 그가 처음부터 일본과의 일전이 불가피함을 깨닫고 있었으며, 당초 서안사변의 주역 장쉐량(張學良)을 자신의 후계자로 내정했었던 사실들이 적혀 있다. 그는 중일전쟁의 발단이 된 노구교 사건 직전에 쓴 일기에서 “중국과 일본은 일전을 피하기 어렵다.”,“일본은 중국에 의해 반드시 망할 것이다.”고 썼다. 장제스는 당시 중국과 일본 양측의 군사력 격차를 파악하고 단지 개전 시기를 연장, 중국이 시간적 여유를 두고 만반의 전쟁준비 태세를 갖추려 했다는 것이다. 장제스는 1930년 12월 일기에선 “장쉐량과 작별인사를 나누면서 만일 내가 죽거든 국사를 맡기겠다고 했다.”고 적었다. 당시만 해도 동북지역 최대 군벌의 아들인 장쉐량을 자신의 후계자로 염두에 두고 있었으나 1936년 서안사변 이후 장쉐량에게 거리감을 느끼고 후계 구도에서 그를 배제했다. 장제스는 젊은 시절 자신의 ‘호색’기질부터 부인 쑹메이링(宋美齡·오른쪽)에 대한 애틋한 사랑까지 개인적인 감정도 솔직하게 기록했다. 젊은 시절 일기에는 “오늘 저녁에는 밖에 나가 꽃을 따자.”는 말이 수시로 등장했다. 홍콩 여행 중엔 향락가에 대한 호기심으로 결국 기생집을 다녀왔다는 일화도 소개됐다. 장제스는 쑹메이링과 정략결혼했다는 세간의 설과 달리 부인에 대한 애틋한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홍콩 연합뉴스
  • 30일부터 은평 파발 축제

    30일부터 은평 파발 축제

    조선시대의 통신망이었던 파발(擺撥)이 통일로에서 재현된다. 은평구는 30일부터 10월5일까지 구파발 인공폭포, 연신내 물빛공원, 구청광장 등에서 ‘은평파발축제’를 연다고 27일 밝혔다. 이번 축제는 김종엽, 윤문식, 김성녀 등이 출연하는 마당놀이 ‘토선생전’(30일)을 비롯해 20개의 다양한 문화행사로 꾸몄다. 10월1일 오후 2시에는 구파발 인공폭포에서 ‘통일로 파발제’가 열린다. 파발의 지역노선 중 하나인 서발(西撥)의 첫 역참이었던 구파발의 지리적 역사성을 재조명하고,400여년 전 파발을 재현하는 행사다. 파발제의 개막을 알리는 북소리를 시작으로 320명으로 구성된 파발단이 구파발 인공폭포∼연신내 물빛공원∼불광사거리∼녹번삼거리∼구청광장에 이르는 약 5㎞ 구간에서 장대한 행렬을 선보인다. 파발단이 구청 광장에 도착하면 극단 ‘미추’가 파발문 전달 등의 파발 재현극과 파발무를 펼친다. 이 밖에 자치센터 프로그램 경연대회, 민속장기대회, 맛자랑 경연대회, 어린이 동요부르기 대회, 물빛공원 음악회, 영화상영 등이 주요 행사로 열리고, 각 동별로 곳곳에서 축제를 진행한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신당 후보 경선 갈수록 ‘혼탁’

    신당 후보 경선 갈수록 ‘혼탁’

    ‘감동은 없고 상처만 있다?’ 한나라당과의 차별화를 위한 ‘아름다운 경선’을 공언했던 대통합민주신당의 경선이 각종 의혹과 논란으로 얼룩지고 있다. 박스떼기 접수·버스떼기 투표 논란, 당권 거래설에 이어 선거인단 명부가 공개되는 일까지 발생했다. 여기에 당 지도부의 특정 후보 지지 논란까지 점입가경이다. ●李측 “불법선거운동 날로 지능화” 정동영·이해찬 후보는 추석 연휴 내내 ‘명부떼기’ 공방을 주고받았다. 지난 23일 오후 5시43분쯤 정 후보 홈페이지에 올라온 ‘긴급입수-광주 이해찬 지지하는 선거인단 명단’이라는 글이 발단이다.1시간가량 게시된 이 글에는 광주지역 선거인단 1870명의 개인정보와 ‘정 후보의 압승을 위해 이해찬 지지자들에게 전화해 설득하자.’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 후보측 김형주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박스떼기, 조직동원, 당권 뒷거래 등 구태정치의 본색을 유감없이 발휘하고도 모자라 불법 ‘명부떼기’까지 하는 등 불법선거운동이 날로 지능화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정동영 후보측은 “해당 글에 대해 사이버수사대에 수사를 의뢰해 둔 상태”라면서 “모든 일을 공식적인 캠프 활동인 양 매도하며 또다시 낙인찍기에 나서는 모습에 참담함을 느낀다.”고 반박했다. ●鄭측 “홈피 글 수사 의뢰” 정 후보측은 다른 후보들의 ‘조직선거’ 공격에 ‘관권 선거’와 ‘꼼수정치’ 의혹으로 대응했다. 정 후보측 문학진 선대본부장은 26일 국회 브리핑에서 “이 후보가 현 정부 인사와 전·현직 관료 등을 총동원해 신종 관권선거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문 선대본부장은 지난 24일 손 후보측이 ‘이낙연 대변인 등 대통합민주신당 8인 모임이 손학규 후보를 지지하기로 내부 결의했다.’는 요지의 보도자료를 발송했다가 실무자의 착오였다고 해명한 것에 대해 “허위사실을 문자메시지를 통해 발송한 것은 이중 선거법 위반이다. 동네 반장선거도 이런 식으로 하지 않는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 후보측 윤호중 전략기획본부장은 “당 중진·구 민주당 출신 의원이 자신을 지지한다는, 손 후보측의 언론 플레이를 보고 ‘오죽하면 저럴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고 거들었다. 이에 대해 손 후보를 돕고 있는 우상호 의원은 “이낙연 대변인이 손 후보에 대해 덕담하며 자신의 의견을 피력한 것을 두고 중립 위반이라고 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반박했다. ●모바일투표 대리접수 허용 잡음 당이 사활을 걸고 추진 중인 모바일 투표 과정에서도 잡음이 일고 있다. 당 경선위는 모바일 투표도 1인당 1명에 한해 대리접수를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이같은 결정은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됐고 각 후보측에 미리 알려주지도 않았다. 이 후보측 양승조 대변인은 “당의 의견을 존중하지만 부작용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서울광장] 언론폭력의 자유/육철수 논설위원

    [서울광장] 언론폭력의 자유/육철수 논설위원

    일본 마이니치신문 임원출신인 가와치 다카시는 ‘신문사-파탄한 비즈니스 모델’이란 최근 저서에서 마이니치가 내리막길을 걷게 된 원인들을 소개했다. 그 중에는 1972년에 일어난 ‘니시야마 사건’이 들어있다. 당시 국가기밀 유출 혐의로 마이니치 정치부 니시야마 다키치 기자와 그의 내연녀인 외무성 여성 사무관이 체포됐다. 니시야마가 내연녀를 통해 ‘오키나와 반환협정에 따라 미국이 부담해야 할 토지원상복구 비용 400만달러를 일본이 대신 낸다.’(오키나와 밀약)는 외무성 문서를 입수해 보도한 게 발단이다. 이 사건으로 일본 정부와 국회는 발칵 뒤집혔다. 일본 국민도 배후의혹에 온통 관심이 쏠렸다. 외무성 내부 조사에서 문서유출자로 드러난 여성 사무관은 호텔에서 니시야마에게 기밀문서를 넘긴 사실을 털어놨다. 나시야마도 취재원을 밝혔다. 결국 이들은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니시야마의 소속사인 마이니치는 ‘국민의 알 권리’를 내세워 취재활동의 정당성을 주장하면서 대대적인 ‘언론자유 캠페인’에 들어갔다. 마이니치는 니시야마가 불륜관계를 이용해 기밀을 입수한 사실을 알았지만, 이를 숨기고 캠페인을 계속했다. 밀약에 따라 당장 세금이 나갈 판이니 독자들의 격려와 호응은 대단했다. 그러나 나중에 검찰의 기소장을 통해 진실이 밝혀지기 시작했다. 마이니치가 자사 기자의 ‘섹스 스캔들’을 덮으려던 시도는 백일하에 드러났다. 독자들의 시선은 싸늘하게 돌변했다. 마이니치의 판매부수는 순식간에 30만부 이상 떨어졌고 불매운동으로 불길이 옮겨 붙었다. 마이니치의 사례는 언론사가 떳떳하지 못한 취재로 보도윤리를 거스르고, 도덕성을 훼손했을 때 어떤 대가를 치르는지 잘 보여준다. 경우는 다소 다르나, 지난주 어느 신문의 신정아씨 누드사진 게재는 보도윤리 면에서 지나치기 어려운 문제다. 사생활은 응당 법으로 보호받아야 한다. 죄를 짓고 안 짓고를 떠나 누구도 침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느닷없이 이런 사진을 등장시킨 것은 선정적 보도일 뿐이다. 해당 신문사는 이 사진을 근거로 신씨의 ‘성로비’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러나 취재내용을 보도하는 정도(程度)는 언론의 정도(正道)를 벗어났다. 네티즌이 들끓은 것은 사회적 상식으로도 용납하지 못하겠다는 뜻일 것이다. 또 여성단체들은 “알권리와 언론자유를 빙자한 성폭력”이라고 비난했다.‘언론동업자’로서 정말 낯뜨겁고 할말이 없다. 이 사건과 관련한 다른 언론의 보도도 오십보 백보였다. 권력비호 의혹이라는 본질은 어디가고 신씨의 이성관계를 필요 이상으로 부각한 점은 부끄럽다. 물론 언론의 집요한 추적으로 사건 핵심 관련자들의 범법행위가 차차 드러나고 있다. 그러나 열 개를 잘하면 뭐하나. 한 개를 잘못해도 현명한 국민은 언론의 일탈을 꿰뚫어 본다. 신씨 누드사진 보도로 국민의 눈에 모든 언론사가 ‘폭력 공범’으로 비치지 않을까 심히 두렵다. 어쩌다 언론이 악착스럽게 따라다니는 취재대상이 된 사람들 중에는 치열한 취재·보도경쟁 속에서 과장·허위사실로 울화통 터지는 일이 적지 않을 것이다.‘조폭언론’이니,‘경기(驚氣)가 들 지경’이라는 불평은 꼭 삐뚤어진 언론관을 가진 사람들만의 악담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래서 어떤 경우에도 보도에 무제한은 없으며, 언론에 폭력의 자유는 없다는 점을 새삼 마음에 새겨본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열린세상] 신정아 사건을 바라보는 마음/김정란 시인ㆍ상지대 교수

    [열린세상] 신정아 사건을 바라보는 마음/김정란 시인ㆍ상지대 교수

    신정아 사건을 바라보는 마음은 처참하고 비통하다. 문제의 발단은 신정아씨 자신이 학력을 속였다는 사실인 것처럼 보이지만, 그 자체는 이 사건 안에서 그리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그 사실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모든 일은 괴이쩍고 차마 마주보기 민망하다. 그 사건이 터져나오게 된 계기의 추악함, 그리고 이어서 불거진 권력형 비리의 개연성, 그리고 이 사건을 다루는 언론의 선정성과 폭력성은 마음속 깊은 곳에서 슬픈 비명이 나오게 만든다. 외국 출장길에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나는 옆 자리의 승객이 펼쳐든 살색 신문지 위에서 신정아씨의 누드 사진을 보았다. 누군가 둔기로 머리를 내리치는 듯한 충격. 아, 그렇구나, 한국에 돌아왔구나. 무지막지한 정글에. 약한 자는 어떻게 하든 난도질하고 보는 잔인한 습성의 하이에나 언론을 가진 나라. 아, 그렇구나. 내 생은 이 나라에서 흘러가는구나. 언론이 진실의 중계자가 아니라 정글의 싸움판의 최전방에 서서 폭력을 휘두르는 나라에. 언론이 자신에게 주어진 말의 힘을 정보의 공정한 분배와 분석이 아니라, 폭력적 무기로 사용하는 나라에. 가슴이 덜덜 떨렸다. 공포였을까? 아닌 것 같다. 한국 언론에 대한 나의 절망은 이미 그 단계를 벗어나 있다. 그것은 깊은 좌절감, 뼈마디까지 쑤시게 하는 슬픔과 아픔이었다. 나는 신정아씨의 학력위조와 또 그것과 관계하여 거론되고 있는 권력형 비리를 옹호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신정아씨가 잘못을 저지른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한 사람의 인격을 그토록 잔인하게 난도질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거론되고 있는 모든 의혹 중에서 학력위조를 제외하면 사실로 증명된 것은 아직 아무것도 없다. 그렇다면, 모든 사실이 분명하게 밝혀질 때까지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마치 모든 의혹이 확정적인 것처럼 보도하고, 그것도 모자라 누드사진까지 실어서 한 사람의 인격을 짓밟는 것은 너무나 야만적인 행동이다. 그 사진을 게재한 신문사는 “국민의 알 권리” 차원이라는 뻔뻔스러운 핑계를 대고 있는데, 대체 한 여성의 누드 사진이 국민의 알 권리 어떤 부분에 해당된다는 말인가. 더욱이 일부 언론이 신정아 사건을 몰아가는 데에는 일정한 정치적 목적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 사건을 정도 이상으로 키우는 데에는 청와대 인물과의 연관성이 중요한 계기로 작용한 것처럼 느껴진다. 청와대 아니라 청와대 할아버지라도 비리가 있으면 당연히 책임져야 한다. 검찰은 청와대 눈치 보지 말고 끝까지 파헤쳐서 책임이 있다면 추상처럼 책임을 묻기 바란다. 그러나, 이 사건이 전개되는 정황 안에는 어떤 쓰라림이 있다. 그 사이 숱하게 제기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의혹에 대해서 왜 검찰과 언론은 그토록 무력할까? 신정아 사건에서는 메모쪽지까지 찾아내고, 중간중간 개인적 프라이버시에 해당되는 사안까지 언론에 흘려주는 검찰은 어째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에 대해 제기되는 모든 혐의의 수사에 대해서는 그토록 무력할까? 검찰은 도곡동 땅에 대한 ‘제3자’가 누구인지조차 밝혀내지 못할 정도로 형편없는 수사력을 보여준 바 있다. 또한 무수하게 제기된 다른 의혹에 대해서도 전혀 수사 능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언론 또한 마찬가지이다. 한 여성의 누드사진까지 찾아내는 취재 실력으로 언론은 왜 이명박씨에 관한 의혹들은 밝히지 못하는 것일까? 내 앞의 생은 너덜너덜하다. 일생 동안 시를 쓰며 나는 언어가 진실의 도구임을 줄기차게 믿었다. 그러나 그 언어는 나의 고국에서는 전혀 진실의 도구가 아니다. 모든 룰은 공평하게 적용되지 않는다. 언론에 밉보인 사람의 잘못은 한없이 부풀려지고, 언론의 마음에 드는 사람의 죄는 결코 비판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나는 언어를 붙들고 통곡한다. 나는 이 땅에서 누구로 살아야 하는지 정말 모르겠다. 김정란 시인ㆍ상지대 교수
  • [시론] 한국 우주영토 개발에 첫걸음/최기혁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우주인개발단장

    [시론] 한국 우주영토 개발에 첫걸음/최기혁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우주인개발단장

    2008년 4월 러시아 소유스 우주선에 탑승해 국제우주정거장에서 과학임무를 수행할 ‘한국 최초 탑승우주인’으로 고산씨가 최종 확정됐다. 태고부터 인류는 우주를 꿈꿔왔다.1957년 러시아 스푸트니크 인공위성이 발사되었고,1961년 4월12일 러시아의 유리 가가린이 인류 최초의 우주비행사가 됐다. 가가린이 4.75t의 유인 우주선 보스토크 1호를 타고 지구궤도를 한 바퀴 비행하고 지상으로 돌아왔을 때 세계는 구 소련의 과학기술에 찬사를 보냈었다. 우주를 정복하기 위한 인간의 끊임없는 욕구는 우주개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한 방편으로 우주정거장을 구상하게 되었다. 현재 지구궤도에 건설 중인 국제우주정거장(ISS)은 2010년에 완성 예정으로, 사람이 장기간 생활을 하면서 우주실험과 우주관측 등 우주개발에 필요한 임무를 수행하는 인류 우주개발의 전초기지가 될 것이다. 미국과 러시아는 물론 유럽과 일본도 독자적으로 개발한 실험모듈을 2008년 초 설치할 예정이다. 한국 우주인은 국제우주정거장 서비스 모듈로 별을 뜻하는 즈베즈다(Zvezda) 모듈에서 일주인간 체류하면서 18개의 과학실험을 수행함으로써 기초과학기술 능력제고, 국가의 위상 및 인지도 제고 등의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한다. 한국 최초 우주인 배출과 과학임무 수행은 인공위성, 발사체 등에 이어 본격적인 우주개발 시대에 대비한 유인우주 프로그램의 첫걸음을 열고, 우리나라가 선진국들의 전유물이었던 유인우주 기술개발 국가로 도약하는 데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이다. 인류의 우주개발이 이제까지는 로켓이나 우주선과 같은 대형 하드웨어 개발을 통한 강대국들의 국력과시라는 목적이 컸었다면,21세기의 우주개발은 전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즉, 보다 평화적이고 인류에게 행복과 안전을 가져다 주며, 규모는 작지만 효율적이면서 이익을 추구하는 ‘우주 활용’이 대세를 이룰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최근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우주관광 여행이다. 우주공간의 무중력을 활용하여 항암제, 특수반도체, 완벽한 단백질 결정 등의 우주상품 생산과 우주광고, 우주신혼여행 등도 가까운 미래에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산업화에는 뒤졌지만 정보화에서는 세계의 선두에 우뚝 섰다. 여기에는 우리민족 특유의 용기, 창조성, 집중력과 기민성이 큰 몫을 했다고 보인다. 우주활용은 발사체나 위성과 같은 인프라 구축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큰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진취적인 정신, 재빠른 적응력과 같은 문화적 요인과 정밀한 IT 기술과 기계, 화공 등 전통기술의 조화가 필요하므로 한국은 최상의 여건을 갖추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가 드디어 우주개발에서도 한 몫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이제 한국 최초 우주인이 우주로 갈 준비를 하고 있다.2008년 4월 한국 우주인의 발사는 한국의 본격적인 우주진출을 알리는 웅장한 상징이다. 국가의 비전 제시와 합리적인 전략수립, 국민의 뜨거운 지원, 과학도의 열정, 유능한 기업의 진출이 어우러지면 우주는 한국에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신천지로 다가올 것이다. 지구상에서 차지하는 한국의 영토는 비록 작지만 우주 영토는 우리의 의지와 기술로 무한히 커질 수 있을 것이다. 최기혁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우주인개발단장
  • 한·미정상 회견때 신경전은 통역 탓

    |워싱턴 이도운특파원|노무현 대통령과 조지 부시 대통령의 지난 7일 호주 시드니 한·미정상회담 ‘언론회동’을 놓고 양 정상이 ‘한국전 종전 선언’과 ‘평화조약’에 대해 거북하고 퉁명스러운 대화를 주고 받았다는 외신 보도가 잇따라 나왔다. 보도의 발단은 노 대통령이 부시 대통령 서두 발언에 이어 회담 결과를 설명하면서 두 번에 걸쳐 회담의 메시지를 보충 설명해달라고 부시 대통령에게 요청한 장면에서 비롯됐다. 추가 설명 요청은 부시 대통령의 발언을 현장에서 한국어로 번역해서 전달하는 미국측 통역의 잘못에서 출발했다. 통역은 부시 대통령의 원문을 그대로 옮기지 않고 대폭 축약한데다, 핵심적인 단어들을 제대로 옮기지 않았다. 부시 대통령은 “북한 지도자가 핵무기 프로그램을 전면 공개하고, 해체할 경우 우리는 모두가 바라는 평화 구축을 위한 ‘새로운 한반도 안보체제’를 이룩해낼 수 있다는 미국 정부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또 우리는 ‘동북아 평화안보체제’에 대해서도 논의·추진키로 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통역은 주요 단어와 내용들을 빼놓은 채 북한이 핵프로그램을 공개·해체할 경우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추상적인 표현으로만 짧게 번역했다. 한국어 통역을 들은 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체제 내지 종전선언에 대해 말씀을 빠뜨리신 것 같은데, 우리 국민이 듣고 싶어하니까 명확히 말씀을 해주셨으면 한다.”고 추가 설명을 요청했다. 이에 부시 대통령은 회담에서 표현했던 평화조약이라는 구체적 표현을 다시 사용하며 “한국전을 종결시킬 평화조약을 서명하느냐 하지 못하느냐는 김정일 위원장에게 달려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측 통역은 이번에도 평화조약이라는 개념적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이를 “평화체제 제안을 하느냐 안 하느냐가 중요한 것은 김정일 위원장에게 달려 있다.”라는 식으로 번역했다. 노 대통령은 통역 해석을 듣고 웃으면서 다시 “김 위원장이나 한국 국민은 그 다음 얘기를 듣고 싶어한다.”고 재차 보충 설명을 요청했고, 부시 대통령은 “더 이상 어떻게 분명히 말씀드릴지 모르겠다.”며 다시 자신의 입장을 설명하는 과정으로 이어졌다. 앞서 뉴욕타임스는 8일 노 대통령이 부시 대통령에게 대 북한 적대관계의 공식적 종료를 천명하도록 공개적으로 압박을 가했다고 보도했다. 또 노 대통령이 다음달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의 회담을 앞두고 부시 대통령과 함께 ‘사진 찍는 자리’를 평화협정의 공개 이슈화 기회로 활용하려 했다고 전했다.dawn@seoul.co.kr
  • 한명숙 ‘대리모 찬성 발언’ 진땀

    대통합민주신당의 한명숙 대선경선 후보가 대선주자 첫 TV토론회에서 ‘대리모 찬성 발언’으로 진땀을 뺐다. 한 후보의 발언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입양제도에 대한 의견을 언급한 것으로 보이지만, 발언 자체는 ‘대리모 허용’을 시사한 것으로 받아들여져 네티즌과 정치권의 비판이 거세지는 등 곤욕을 치르고 있다. 발단은 6일 밤 문화방송 100분토론에서 한 시청자가 아이가 없는 가정을 위해 대리모를 법적으로 허용하는 방안에 대한 질문에서 비롯됐다. 한 후보는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답했다. 한 후보는 “주변에 버려진 아이들이 많다. 버려진 아이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모르기 때문에 대리모 제도는 해야 하는 게 좋지 않은가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의 답변 직후, 문화방송 게시판에는 “이해할 수 없다.”는 네티즌의 반응이 줄을 이었다. 일부 네티즌은 “순간적인 실수”라며 감쌌지만, 한 후보가 여성계에 오래 몸담았던 점을 들어 “어이없는 대답”이라는 질책도 적지 않았다.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은 7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한명숙 후보 ‘대리모 적극 추진’, 그대 진정 ‘어머니’인가.”라는 글에서 “한 후보는 대통령 예비후보로서 정책적 소신에서 나온 것인지, 대리모 개념을 몰라 터져나온 돌발성 발언인지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이에 대해 한 후보는 성명을 내고 “대리모를 대리양육모로 오인했다.”면서 “토론 과정의 착오로 심려를 드린 점 죄송하게 생각하며 불필요한 오해가 없기를 바란다.”고 해명했다. 이어 대리모 문제에 대해서는 “불임부부를 위해 비상업적인 경우에 한하여 허용을 검토할 수 있겠지만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다양한 사회·윤리적인 환경들이 깊이 고려돼야 한다.”고 밝혔다.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공기업] 코트라 ‘선택과 집중’ 딜레마

    [공기업] 코트라 ‘선택과 집중’ 딜레마

    코트라(대한무역투자공사)가 기로에 섰다. 국내 기업과 교민의 해외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수요’가 급증한 것이 발단이 됐다. 넘쳐나는 수요를 감당못한 코트라는 얼마전 7개 해외 무역관을 전격 폐쇄했다가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코트라는 ‘선택과 집중’ 전략이 불가피하다고 항변한다. 하지만 “미래를 내다보지 못한 역주행 처사”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그러자 코트라는 폐쇄 무역관을 부활시킬 수도 있다며 슬그머니 한발 물러섰다. ●현지 진출 기업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 2일 코트라와 무역업계에 따르면 코트라가 해외에 운영 중인 무역관수는 현재 93개다.10년전(118개)보다 25개 줄었다. 지난달 1일에는 노르웨이 오슬로, 포르투갈 리스본, 캄보디아 프놈펜,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등 7개 무역관을 한꺼번에 폐쇄했다. 코트라의 ‘존재의 이유’를 둘러싼 논란에 기름을 끼얹은 기폭제였다. 캄보디아에서 의류사업을 하고 있는 박모씨는 국제전화를 통해 “40∼50개가 넘는 중소기업이 프놈펜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데 무역관을 없앤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비판했다. 우즈베키스탄에서 제조업을 하는 이모씨도 “종종 타슈켄트 무역관에 들러 시장 정보도 듣고 인맥도 쌓곤 했는데 (무역관이 없어져)당장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하다.”고 털어 놓았다. 강남훈 중소기업중앙회 정책개발본부장은 “중소기업들이 최근 우즈베키스탄 등에 투자를 계속 늘리고 있는데 코트라가 오히려 이들 지역의 무역관을 없애 당황스럽다.”면서 “대기업과 달리 자체 정보망이 약한 중소기업들의 타격이 크다.”고 전했다. 지난해 코트라 정보망을 이용한 기업체수는 약 1만 5300개(유료 회원 기준). 이 가운데 중소기업이 90% 이상이다. ●신규 시장·오지 선점효과도 중요 박기식 코트라 기획조정실장은 “한정된 인력과 조직 여건상, 수요가 폭증하고 수출이 유망한 거점지역 중심의 선택과 집중 전략이 불가피하다.”며 “최근 문을 닫은 7곳은 한 명이 상주하는 1인 무역관 형태로 거점 활용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고 해명했다. 그는 “무역관이 폐쇄된 곳은 해당국 대사관에 코트라 직원을 남겨 교민들과 기업의 불편을 최소화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코트라측은 폐쇄 지역 무역관의 재개설 가능성을 열어 두었다. 박 실장은 “캄보디아, 우즈베키스탄 등은 성장 잠재력이 높은 나라들이라 나중에 프놈펜과 타슈켄트 무역관 등을 재개설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사랑방´ 역할 넘어 실질 지원책 필요 류창무 한국무역협회 부회장은 “선택과 집중 전략도 좋지만 신규 시장이나 오지는 선점 효과도 중요하다.”면서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코트라가 당장 수요가 약하다는 이유로 무역관을 폐쇄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예컨대 아제르바이잔만 하더라도 신흥 ‘오일 머니’ 국가로 떠오르고 있지만 한국 무역관은 한 곳도 없는 실정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재계 인사는 “무역관수를 늘리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라면서 “한정된 예산을 잘게 나눠 우후죽순 운영할 것이 아니라 군소 무역관을 통폐합해 고정 지출비를 축소, 이 비용으로 무역관의 대형화·체계화를 모색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이번 기회에 코트라의 위상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해외지사 근무 경험이 있는 한 기업인은 “이름만 무역관이지, 현지 기업인과 교민들의 사랑방 역할에 그치는 무역관도 적지 않다.”면서 “사랑방 수준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실질적인 지원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 정윤재 봐주기 의혹 확산

    정윤재 봐주기 의혹 확산

    정윤재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이 세무조사 대상이던 부산지역 H토건 김모 대표와 정상곤 부산지방국세청장(현 국세청 부동산납세관리국장)의 ‘뇌물’만남을 주선했는지 여부와 그 배경 등을 놓고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정 전 비서관은 자신이 지난해 7월 김씨로부터 전화 부탁을 받고 정 전 청장에게 전화를 걸어 ‘기업인 전화를 받아주는지’를 물어본 뒤 김씨와 정 전 청장과의 2인 회동을 주선한 사실은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자신이 청와대 의전비서관으로 발탁된 직후인 지난해 8월26일의 ‘3자 만남’에 대해서는 정 전 청장이 전화를 걸어와 식사나 하자고 해 만났고, 이때 정 전 청장이 김씨에게도 동석하라고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한다. 이 만남에서 김씨가 정 전 청장이 타고 가는 택시에 현금 1억원이 든 가방을 밀어넣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씨가 정 전 청장에게 돈을 건넸는지 여부는 모른다는 게 정 전 비서관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검찰은 “정 전 비서관이 지난해 8월26일 만남을 주도적으로 주선한 정황이 드러나지 않았고, 만남을 주선한 대가로 금품을 수수한 정황도 없어 더 이상의 조사가 필요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정 전 비서관이 만남을 주선했는지 여부는 알 수 없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검찰은 또 정 전 비서관과 김씨 사이에 돈이 오고간 증거나 정황이 없어 알선수재나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처벌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말도 덧붙였다. 특히 정 전 비서관이 김씨의 부탁으로 정 전 청장에게 전화한 지난해 7월에는 민간인 신분이어서 직권남용이나 직무유기 혐의를 적용할 수도 없었다고 말한다. 검찰 관계자는 “뇌물을 주고받은 사람들이 깨끗하게 혐의를 모두 시인하고 정 전 비서관이 소개비를 받았다는 증거도 없었다.”면서 “형법에 수뢰 방조죄도 없고 수뢰 공모죄도 없는 마당에 정 전 비서관을 조사할 명분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대검은 현금이 오고갈 경우 입증이 어려운 뇌물사건에서 단기간에 사건을 깔끔하게 마무리해 오히려 잘된 수사라는 평가와 함께 감찰조사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검찰이 정 전 청장을 구속하는 한편 김씨도 형사처벌하기로 했지만, 정작 두 사람을 소개하고 만남을 주선한 정 전 비서관에 대해선 단 한차례도 소환 조사를 벌이지 않은 데 의혹의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그래서 ‘정 청장이 무엇 때문에 세무조사 대상이었던 기업인을 만났겠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노무현 대통령의 386 측근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정 전 비서관이 범죄 발단의 핵심이라는 지적이다. 17대 총선에 출마했었고 앞으로도 정치인의 길을 걸어갈 정 전 비서관이 무엇 때문에 정치 생명에 치명적일 수 있는 기업인과 공무원의 만남을 주선했는지, 국세청장을 바라보던 현직 고위 간부가 왜 뇌물을 받았고, 수사기관에 불려나와선 변명조차 한 번 안 하고 깨끗하게 승복했는지를 캘 의무가 검찰에 있다는 소리다. 하창우 서울지방변호사 회장도 “검찰이 정 전 비서관의 개입 사실을 확인하고도 제대로 된 조사조차 하지 않은 것은 특권층에 대한 특별대우다.”면서 “부산에서 사업하던 김씨가 무엇 때문에 서울까지 올라왔는지, 어떻게 정 청장을 알게 됐는지 등을 감안하면 두 사람을 소개하고 만남까지 주선한 정 전 비서관을 조사하지 않은 것은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홍성규기자 coo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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