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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말 인사이드] 그 ‘아저씨’ 속 전당포는 없다…명품백 전문·IT 전문으로 화려한 변신!

    [주말 인사이드] 그 ‘아저씨’ 속 전당포는 없다…명품백 전문·IT 전문으로 화려한 변신!

    지난 9일 서울 종로3가 귀금속 상가 거리. 허름한 건물들 사이로 ‘전당포’ 간판이 간간이 눈에 띈다. 세월을 머금은 탓일까. 색 바랜 전당포 간판은 북적거리는 종로 거리와 어딘가 어울리지 않았다. 영화 ‘아저씨’에서 봤음 직한 음침한 계단을 지나 굳게 닫힌 전당포 쇠문을 두드렸다. 돌아오는 대답은 “장사 안 되니 해 줄 말도 없다”일 뿐. 10여곳을 찾아 헤맨 끝에 간신히 J전당포 주인 공모(54)씨의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영업이 잘돼야 인터뷰할 마음도 생기지…. 언론에 대고 맨날 죽는소리 하면 뭐 하나. 바뀌는 것도 없는데….” 같은 날 서울 압구정 로데오 거리. 값비싼 수입차와 명품숍이 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그중 유리벽 너머로 구찌, 프라다 등 여러 종류의 명품 백이 가득 진열된 상점이 곳곳에 있었다. 찾고 있던 ‘명품 전당포’였다. 두 블록당 한곳꼴로 위치한 명품 전당포는 로데오 거리에서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었다. 도산공원 옆에 자리한 노블캐시 이성형(37) 대표의 얘기다. “전당포가 캐피털사처럼 금융회사로 변모하고 있다. 미국의 ‘캐시 아메리카 인터내셔널’ 전당포는 500여개의 지점을 갖고 있다. 우리나라 전당포들도 곧 기업화될 것이다.” 노블캐시만 해도 전국에 가맹점을 네 곳이나 둔 기업형 명품 전당포다. 전당포가 진화하고 있다. 1900년대 초반 본격 등장해 1960~1980년대 전성기를 맞았던 전당포는 서민의 애환과 추억이 담긴 공간이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아직도 전당포가 있느냐”는 반문이 나올 정도로 급격하게 쇠퇴하는 추세다. 대신 명품 전당포나 정보기술(IT) 전당포 같은 현대식 전당포들이 빈자리를 채우고 있다. IT 전당포는 노트북 컴퓨터나 스마트폰 등의 IT 기기만 전문으로 취급하는 곳이다. 19일 한국대부금융협회에 따르면 이날 현재 협회에 정식으로 등록된 전당포는 1036개다. 숫자는 급감했지만 명맥은 유지되고 있다. 전당포의 흥망성쇠는 매출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공씨가 종로에 터를 잡고 전당포를 처음 시작했던 2005년에는 수입이 꽤 쏠쏠했다고 한다. 매달 20여명의 고객이 물건을 맡기고 돈을 빌려 갔다. 공씨는 “지금은 법정최고이율(연 39%)이 정해져 있지만 그게 없던 당시에는 한달에 5부(5%), 6부(6%)까지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요즘 수입은 2005년의 딱 절반이란다. 한달에 10건 물건을 잡으면 ‘선방’한 편이다. 단골 취급 품목인 금의 값이 오른 것도 전당포의 사양길을 부추긴 한 요인이다. 공씨는 “3~4년 전까지만 해도 1돈당 5만원 하던 금값이 최근엔 20만원을 웃돌면서 사람들이 금을 전당포에 맡기기보다는 아예 팔아버리는 추세”라고 전했다. 현대식 전당포는 어떨까.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IT 전당포 ‘아이티캐시’의 직원 김모씨는 “하루 평균 5~6건 물건이 잡힌다”면서 “한달로 치면 150건 정도”라고 말했다. 주로 고가의 아이패드나 노트북, 카메라 등을 맡기고 돈을 빌리기 때문에 이자 수입은 전통 전당포보다 나은 편이다. 방송용 캠코더 등 1000만원이 훌쩍 넘는 초고가 전자기기도 종종 들어온다. 김씨는 “전자제품 시세의 50~60% 수준에서 전당이 나간다”면서 “이자는 월 3% 수준으로 대출 기간은 한달이 기본이지만 2~4개월 연장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2011년 개업한 아이티캐시는 IT 전당포 호황을 타고 2년 만에 지점이 8곳으로 늘었다. 눈에 띄는 변화는 외국인 고객의 증가다. 엄밀히 말하면 ‘코리안 드림’을 꿈꾸는 외국인 노동자들이다. 김씨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스마트폰을 맡기고 돈을 빌려 가는 경우가 크게 늘었다”면서 “은행 등 제도권 금융에서 대출받기가 어려우니 전당포를 찾는 것 같다”고 말했다.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은 2030세대도 IT 전당포의 주요 고객이다. 신용카드 결제일이 몰려 있는 매달 25일 전후로 젊은 고객의 발길이 부쩍 늘어난다. 얼마 전엔 한 30대 남성이 아이티캐시에 찾아와 아기 돌 선물을 사야 한다며 노트북을 맡기고 10만원을 빌려 가기도 했단다. 예나 지금이나 전당포의 단골 고객은 급전이 필요한 사람이다. 노블캐시의 이 대표는 “우리 전당포가 서울 강남에 있다고 잘사는 사람들만 대출을 받는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라면서 “가계 빚 때문에 급전이 필요한 주부들이 인터넷으로 상담을 받고 전국에서 명품 백을 보내 오기도 한다”고 전했다. 노블캐시의 한달 평균 고객은 70~80명이다. 대출 금액도 평균 300만원 선으로 IT 전당포보다 건당 이자 수입이 높다. 롤렉스 등 고가 시계의 평균 대출 가격은 3000만원대로 월 3%를 적용하면 이자 수입만 건당 90만원이다. 하지만 현대식 전당포도 포화 상태에 접어들었다는 시각이 있다. 노블캐시 측은 “예전에는 1억 5000만원짜리 롤렉스 시계를 맡기고 투자금을 빌려 가던 고객도 있었는데 지금은 경기가 안 좋다 보니 이런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졌다”면서 “가장 호황이었던 2011년과 비교하면 요즘 매출이 10%가량 줄었다”고 밝혔다. IT 전당포도 전국에 100개가 넘는다. 그러다 보니 리스크(위험) 관리는 필수다. 특히 명품 전당포는 ‘열공 모드’다. 새 명품이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새 명품이 나올 때마다 공부하지 않으면 언제 사기를 당할지 모른다”면서 “가맹점 교육을 위해서라도 진품 구별법 공부는 필수”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른바 ‘짝퉁’을 구분해 낼 줄 아는 능력이 리스크 관리의 첫걸음인 셈이다. 문제는 장물이다. 한 동거 커플이 지난해 고가의 카메라(DSLR)를 들고 왔지만 이 대표는 돌려보냈다. 기본적인 카메라 조작법조차 모르는 게 수상쩍었기 때문이다. 알고 보니 이 커플은 카메라 대여점에서 물건을 빌린 뒤 전당포에서 돈을 빌리는 수법으로 시가 2억원 상당을 빼돌린 사기범이었다. 이 대표는 “대출해 줄 때 본인 소유인지 꼭 확인한다”고 말했다. 아예 경찰과 공조 체제를 갖추고 있는 곳도 있다. 장물로 확인되면 곧바로 경찰서에 넘기는 식이다. 지난해엔 식당에서 일하는 아주머니가 손님이 두고 간 300만원 상당의 노트북(‘맥북프로 레티나’)을 들고 전당포를 찾았다가 현행범으로 입건된 적도 있다. 김씨는 “일을 오래 하다 보니 딱 보면 어느 정도는 장물인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장물을 다룬다는 소문이 나는 순간 사업을 접어야 한다”면서 “누가 그런 물건을 사 가려고 하겠느냐”고 되물었다. 전당포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앞서 공씨의 경우 명함에 ‘전당포’라는 문구를 아예 넣지 않는다. 딸이 자신의 직업을 안 것도 불과 얼마 전이라고 한다. 공씨는 “사람들의 편견도 안타깝지만 불법 사채업자 단속을 게을리하는 정부도 야속하다”고 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경북 경산 삼색 유혹

    경북 경산 삼색 유혹

    경북 경산은 대구의 위성도시, 혹은 산업도시 정도로 인식되는 곳입니다. 그 탓에 수도권 사람들이 여행 삼아 발걸음하는 경우는 흔하지 않습니다. 한데 복사꽃 필 때는 다릅니다. 도시 안팎이 죄다 분홍빛으로 현란해집니다. 반곡지 물 위로 아름드리 왕버들과 복사꽃이 담기고, 인근의 계정숲은 신록의 싱그러움으로 가득 차지요. 도시의 겉옷을 걷어내면 원효, 설총, 일연 등 삼성현(三聖賢)의 역사가 튀어나옵니다. 여기에 경산의 ‘아이콘’ 팔공산 갓바위 부처까지 돌아본다면 봄날의 여정으로 모자람이 없겠습니다. 반짝이는 회백색 가지 위에 연분홍 꽃술이 얹혔다. 빛깔은 화사하고 향기는 은은하다. 시간이 지날수록 빛깔도 향도 짙어진다. 귀밑머리 간질인 봄의 훈풍이 진분홍 복사꽃잎을 날릴 때면 처녀 가슴이 까닭 없이 달뜬다. 이러니 선인들이 여염집 마당에 복숭아나무를 심지 말라 했을 게다. 경북 영천에서 고속도로를 버리고 경산 방면 국도로 갈아탄다. 사방이 복사꽃 천지다. 아랫녘에서 시작된 ‘꽃전선’이 내륙까지 확대된 모양새다. 하얀 배꽃도 한창 벌과 희롱하는 중이다. 경산시농업기술센터에 따르면 경산은 복숭아 재배 면적이 1470㏊로 전국 3위다. 동북쪽으로 이웃한 영천시가 1위(이상 2012년 기준), 남쪽과 경계를 이룬 청도는 한때 2위에 올랐던 지역이다. 그 덕에 해마다 이맘때면 영천과 경산, 그리고 청도를 잇는 진분홍 ‘복사꽃 벨트’가 펼쳐진다. 하지만 경북 영덕의 지품면처럼 복사꽃을 관광상품화하려는 움직임은 아직 엿보이지 않는다. 복숭아 농사가 말 그대로 농업의 영역에 머무르고 있기 때문일 터다. 그나마 경산에서 복사꽃 명소로 알려진 곳이 남산면 반곡리다. 보다 정확히는 마을 안쪽에 있는 반곡지의 유명세 덕에 지역 전체가 복사꽃 마을로 알려지게 됐다. 해마다 이맘때면 온 마을이 전국에서 몰려온 사진작가들로 몸살을 앓는다. 이때를 놓치면 일년을 더 기다려야 복사꽃 핀 반곡지를 카메라에 담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른 새벽, 그리고 저녁 무렵이면 마을 주변이 차량들로 가득 찬다. 이쯤 되면 마을 주민들이 싫은 내색을 할 법도 한데, 아직 그런 분위기는 아닌 듯하다. 주민과 방문객 간에 험악한 상황이 연출되기 전에 자치단체에서 주차공간을 확보하는 등 대책을 세울 필요가 있어 보인다. 반곡지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선정한 ‘사진 찍기 좋은 녹색 명소’다. 근동의 사진작가들 사이에선 진작부터 봄 풍경 빼어난 곳으로 입소문 났다. 복사꽃 필 무렵 찾으면 단박에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바람이 잦아들 때면 파란 하늘이, 그리고 진분홍 복사꽃과 신록의 새 옷으로 갈아입은 왕버들이 저수지에 풍덩 빠져 있다. 자연이 그린 데칼코마니다. 반곡지의 둑길로 들면 분위기는 또 달라진다. 100m 남짓한 둑길에 십여 그루의 아름드리 왕버들이 뿌리를 내리고 섰다. 수백 년을 살아왔을 왕버들은 둥치가 어른 두어 명이 양 팔을 벌려야 맞닿을 정도로 굵다. 회오리처럼 휘휘 돌아간 나뭇결도 이채롭다. 늙고 거무튀튀한 가지 끝엔 올봄 새로 나온 연둣빛 잎들이 매달려 있다. 말 그대로 신록(新綠)이다. 이런 곳에서라면 누가, 어떤 카메라로 찍은들 작품이 되지 않으랴. 뷰파인더가 싱그러운 신록으로 가득하다. 반곡지가 있는 남산면 일대는 경산 최대의 복숭아 산지다. 그 덕에 저수지의 주변이 온통 복사꽃 꽃구름에 잠겨 있는 듯하다. 출렁대던 꽃구름은 마을 초입의 별밤곡 고개에서 마침내 파란 하늘과 맞닿았다. 마을 뒤편 삼성산도 볼만하다. 산벚꽃이 솜뭉치처럼 몽실몽실 피어나 산허리를 에워싸고 있다. 반곡지에서 차로 10여 분 거리에 계정숲이 있다. 구릉지에 조성된 숲으로, 이팝나무와 말채나무, 느티나무, 참느릅나무 등이 빼곡하다. 짙은 숲그늘에서 산책하기 맞춤하다. 계정숲 안에는 한 장군 묘와 사당, 자인현청 등이 보존돼 있다. 해마다 단오 때만 되면 계정숲에서는 자인단오제가 열린다. 중요무형문화재 제44호로 지정된 단오 축제다. 한 장군은 이 자인단오제에 여원무(女圓舞)의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한 장군이 왜구의 침략에 맞서 누이동생과 함께 여장(女裝)을 하고 적을 유인해 물리쳤다는 게 춤의 내용이다. 경산은 삼성현(三聖賢)의 고장으로 불린다. 신라 승려 원효와 그의 아들이자 학자였던 설총, 삼국유사를 쓴 고려시대 승려 일연 등 3성인이 경산에서 태어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와 관련해 가볼 만한 곳은 많지 않다. 올 6월께 삼성현역사문화공원이 완공되고 나면 다소 체면이 설 것으로 보인다. 경산 남쪽이 복사꽃 무릉도원이라면, 북쪽은 팔공산 관봉석조여래좌상(보물 제431호)이 굽어보는 불국의 영토다. 경산의 아이콘으로 꼽히는 관봉석조여래좌상은 흔히 ‘갓바위 부처’로 알려져 있다. 해발 850m에 달하는 팔공산 관봉(冠峰)의 암봉들 사이에 조성됐다. 축조 시기는 신라 선덕여왕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의현 대사가 어머니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갓바위 부처를 조성하는 동안 밤마다 큰 학이 날아와 지켜 줬다는 전설이 전해 온다. 갓바위 부처로 오르는 길은 연중 기도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정성껏 빌면 한 가지 소원은 반드시 이루어 준다는 영험 많은 부처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방문객 숫자만 한 해 500만명에 달한다. 특히 입시철에는 자녀의 합격을 기원하는 부모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팔공산은 경산 와촌면에 속해 있다. 흔히 대구 쪽을 들머리 삼지만, 경산 쪽에서 오르는 게 더 가깝고 수월하다. 일반 산행에 견줘 오르기가 고된 편은 아니다. 다만 몇 군데 깔딱고개가 있어서 ‘거의 다 왔다’는 말을 몇 번쯤 들을 각오는 하는 게 좋다. 갓바위 주차장에서 걸어가면 왕복 세 시간 정도 걸린다. 시내버스를 타고 좀 더 위쪽의 선본사 주차장까지 오르면 왕복 두 시간 이내에 다녀올 수 있다. 애견가라면 ‘경산의 삽살개’를 방문하는 것도 좋겠다. 삽살개는 귀신이나 액운(살)을 쫓는(삽)다는 뜻의 한국 토종견이다. 갓바위 가는 길의 대조농원, 삽사리테마파크 등에서 보호·육성되고 있다. 갓바위는 포항~대구고속도로 청통·와촌나들목, 반곡지는 대구~부산고속도로 수성나들목으로 빠지면 수월하다. 경부고속도로 경산나들목도 있다. 경산 시내에선 919번 도로를 타고 용성·자인·남산 방면으로 가다 석원석재 앞에서 925번 도로로 갈아탄 뒤 상대온천 앞 500m 지점에서 좌회전하면 별밤곡 고개다. 경산역에는 새마을호와 무궁화호 열차가 선다. 동대구역까지 고속철(KTX)로 간 뒤, 20분 간격으로 경산역까지 운행하는 무궁화호 열차를 타도 된다. 경산시장 입구에 돼지국밥 등을 맛볼 수 있는 ‘돼지골목’이 형성돼 있다. 인근에 개성 넘치는 벽화마을도 조성돼 있다. 숙소는 갓바위 들머리인 와촌면 일대에 몰려 있다. 여행의 피로를 풀려면 상대온천이 좋겠다. 반곡지에서 승용차로 10분 거리다. 경산시 새마을문화과 (053)810-5362~5365. 글 사진 경산 손원천 여행전문기자 angler@seoul.co.kr
  • 단 하루, 부산 상륙작전

    단 하루, 부산 상륙작전

    꽃 피는 동백섬에 봄이 왔다. 무작정 서울에서 부산으로 가는 KTX에 몸을 실었다. 동백섬이 선연하게 보이는 해운대는 싫었다. 대신 자갈치 아지매가 손짓하는 ‘남포동’과 부산 속 작은 섬인 ‘영도’를 단 하루 만에 돌았다. 화통한 남포동 꼬불꼬불 미로엔 ‘없는 게 없다’ 부산에 몇 년을 살았다는 이유로 “눈을 감고도 ‘부산 가이드북’ 정도는 쓸 수 있다”고 종종 허풍을 떤다. 그건 부산을 아끼고 좋아하는 내 마음의 표현법이었다. 누군가 부산 여행을 도와 달라 손을 내밀기라도 하면, 나는 넓은 오지랖을 쫙 펴곤 여행 멘토를 자처했다. 부산 초보자의 단골 질문 중 하나는 “부산역에서 해운대까지 멀어?”다. 멀다. 부산역에서 해운대까지 지하철을 타면 최소 45분이 걸린다. 시간도 시간이지만, 해운대에선 맨얼굴의 부산을 느낄 수 없다. ‘짠’하고 ‘찐’한 부산을 만나고 싶다면, 부산역에서 신평행 1호선 지하철을 타면 된다. 부산역에서 지하철로 5분이면 남포역과 자갈치역에 도착한다. 큰 도로를 중앙에 끼고 왼쪽이 자갈치시장, 오른쪽이 남포동이니 두 역 중 어디에 내려도 무관하다. 그곳엔 “어서 오이소” 하고 두 팔을 내젓는 부산이 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정신없이 돌아가는 남포동엔 없는 게 없다. 먹을 것도 ‘천지 삐까리매우 많다는 뜻의 경상도 사투리’, 입을 것도 ‘천지 삐까리’, 볼 것도 ‘천지 삐까리’. 남포동의 초입은 대영시네마와 메가박스 부산극장이 마주 보고 서 있는 ‘BIFF부산국제영화제’ 광장. 광장에는 현재 영화인 48명의 손이 박제돼 있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기간에는 베니스영화제 황금 사자상을 수상한 김기덕 감독, 프랑스의 뤽 베송 감독과 배우 이자벨 위페르, 홍콩의 욘판 감독도 핸드 프린팅 대열에 합류했다. 남포동 인근의 낡은 극장에서 시작된 ‘작은 영화제’ 앞에는 이제 ‘국제’라는 호칭이 붙는다. 보물찾기 게임을 하는 심정으로 좋아하는 영화인의 손도장을 찾다 정신을 차리니 구불구불한 골목 안이었다. 얼키설키 뒤엉킨 골목은 거대한 미로 같았다. 지하철역을 등지고 남포동 BIFF광장에 서면, 앞으로 창선동 먹자골목이 펼쳐지고 왼쪽으로 부평동 족발골목, 오른쪽으로 광복동 패션거리가 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노릇노릇한 씨앗호떡과 굵직한 부산 떡볶이가 차려진 노점상을 비집고 쭉 직진하면 ‘아리랑거리’다. 목욕탕에서나 볼 수 있는 자그마한 의자에 몸을 실은 사람들은 분주하게 비빔당면, 국수 등을 흡입하고 있다. ‘도떼기시장, 깡통시장’ 등 다양한 별명을 자랑하는 국제시장도 아리랑거리와 멀지 않다. 1945년 해방 이후 각종 군수 물자가 시장을 통해 풀렸는데, 지금도 국제시장에선 일제, 미제 등 각종 수입품이 팔리고 있다. 왁자지껄 수다스러운 남포동을 떠나 자갈치 시장으로 발길을 옮겼다. 횡단보도 하나만 건너면 되니, 찾아가기 참 쉽다. 오랜만에 찾은 자갈치 시장엔 여전히 사람 사는 냄새가 진동했다. 얼마 전 고인이 된 최민식 사진작가가 그리워졌다. ‘날 것의 사진’을 고집한 그가 왜 그토록 자갈치 시장을 사랑했는지, 시장 주변을 한 바퀴만 돌면 알 수 있다. 자갈치 시장은 펄떡이는 물고기의 마지막 몸부림처럼 언제나 역동적이다. “회 한 접시 먹으소.” 권하는 호객행위도 여기선 거추장스럽지 않고 정겹다. 자갈치 시장 뒤편에선 영도다리가 훤히 보였다. 1 자갈치시장에선 영도가 한눈에 들어온다. 시장 주변에서 그림을 그리는 화가의 손길이 분주하다 2 신신한 해산물이 가득한 시장 남포동 길거리 음식 트로이카 씨앗호떡 BIFF광장엔 긴 줄이 여기저기 늘어서 있다. 사람들이 줄을 서는 이유는 단 하나. 씨앗호떡을 먹기 위해서다. 기름이 흥건하게 둘린 판 위에 찹쌀 반죽을 떨어뜨리면 금세 오동통하게 부풀어 오른다. 호떡의 가운데를 가위로 쭉! 그 속으로 땅콩, 해바라기 씨 등의 견과류가 두둑하게 들어간다. 뜨끈뜨끈한 호떡을 한 입 베어 물면, 쫀득한 찹쌀이 입 안에 엉겨 붙고 견과류가 오도독 씹힌다. 위치 부산시 중구 남포동 5가 BIFF광장 일대 가격 900~1,000원 비빔당면 국수만 비벼 먹는 건 아니다. 새하얀 당면도 부산에서는 새빨간 양념 옷을 입는다. 들어가는 내용물은 거창하지 않다. 면과 양념장을 분주하게 섞은 뒤 토핑으로 올라온 김치, 시금치를 곁들여 젓가락질 하면 된다. 위치 부산시 중구 창선동 2가 아리랑거리 일대 가격 2,000원 충무김밥 속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은 순수한 ‘김밥’과 함께 부추 김치, 무 김치, 오징어 무침이 반찬으로 나란히 따라 나온다. 하얀 종이가 깔린 쟁반 위로 검정, 빨강의 조화는 참 곱다. 정신없이 김밥 하나, 반찬 하나를 떠 먹는 동안, 할머니의 칼칼한 목소리가 들린다. “오징어는 남기지 말고 다 챙겨 무래이, 안 그럼 혼낸다.” 위치 부산시 중구 창선동 2가 아리랑거리 일대 가격 3,000원 영도등대는 태종대 여행의 메인요리다 ©나명선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수줍은 영도 한 맺힌 다리 너머, 외로운 섬 가수 현인의 노래 <굳세어라 금순아>의 화자는 영도다리를 서성이는 어느 사내다. “일가친척 없는 몸이 지금은 무엇을 하나…금순아 보고 싶구나. 고향 꿈도 그리워진다.” 흥남부두에서 누이 금순이의 손을 놓친 오라비는 영도다리 난간 위에 걸린 외로운 초승달을 보며 흐느꼈을 것이다. 어디 금순이와 금순이의 오라비만 헤어졌을까.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그때, 피란민들은 하나같이 “영도다리에서 만나자”고 간절한 주문을 외웠다. 언제 만날지 모르는 잔인한 약속은 마음의 덫이었다. 희망고문에 시달리던 사람들은 너덜너덜해진 가슴을 부여잡고 영도다리를 서성거렸다. 오늘은 오려나, 내일은 오려나…. 자갈치 시장에서 버스를 타고 피란민의 애끓는 애환이 덕지덕지 붙은 영도다리를 건넜다. 그림자가 따라올 수 없을 정도로 빠른 말절영도·絶影島이 살았다는 섬이 바로 영도다. 실제 신라시대부터 조선 중기까지 영도에선 말이 자랐다고 한다. 신석기 사람들에게도 영도는 살기 좋은 고장이었다. 신석기 유적인 ‘동삼동 패총’은 영도의 역사를 말해 준다. 국립 해양대학교 입구에 들어선 동삼동 패총 박물관에 바로 그 ‘패총’이 잠들어 있다. 먼 길을 온 여행자가 영도까지 찾아드는 이유는 뻔하다. 신라시대 태종 무열왕이 활을 쏘곤 했다는 ‘태종대’가 영도에 있기 때문이다. 바다를 배경으로 달리던 버스가 태종대에서 멈췄다. 나는 태종대와 무려 세 번이나 만났다. 자갈마당이 내려다보이는 곳에서 직접 싼 도시락을 먹었던 기억, 태종대 축제에서 반딧불이를 봤던 기억이 생생하게 되살아났다. 변한 건 하나도 없었다. ‘太宗臺태종대’라 쓰여 있는 묵직한 대형 돌덩이도 그대로였고, ‘다누비’ 열차도 여전히 손님을 태우고 씽씽 달리고 있었다. 나지막한 경사를 따라 쭉쭉 뻗은 나무가 조성돼 있고 그 사이사이로 살짝살짝 바다가 보이기 시작했다. 보여줄 듯 말 듯 애간장을 녹이던 바다는 남항 조망지에서 인심을 썼다. 부산의 대표 항구인 남항이 한눈에 들어오는 ‘남항 조망지’는 야경 촬영지로 사랑받고 있다. 그러나 남항 조망지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쓸 필요는 없다. 조금만 발길을 옮기면, 태종대 최고의 명당인 전망대와 영도등대가 나오니까. 전망대엔 두 아이를 끌어안은 모자상이 세워져 있다. 전망대로 나가면 모자상의 비밀이 풀린다. 고개를 빼꼼 내밀자 신선이 노닌다는 신선바위와 자살바위가 양쪽으로 보였다. 모자상을 세운 건 다 자살바위 때문이다. 한때 한 해 평균 30명이 자살바위 인근에서 목숨을 끊었는데, 신기하게도 모자상을 세운 뒤로는 자살 횟수가 줄어들었다고 한다. 주전자를 닮았다 하여 이름 지어진 ‘주전자섬’은 스토커처럼 끈질기게 내 눈을 따라다녔다. 어느 지점에서 보든 바다 위에는 주전자섬이 떠 있었다. 전망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바다의 정중앙엔 주전자섬, 그 뒤로 대마도, 거제도가 나란히 서 있다. 물론 대마도와 거제도는 날씨가 쾌청한 날에만 볼 수 있는 귀한 손님이다. 당일치기 여행이라 마음이 급하겠지만 영도등대는 놓쳐선 안 된다. 영도등대를 봐야 태종대를 다녀갔다고 ‘인증’할 수 있다. 1906년 설립된 영도등대는 벌써 100살이 넘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당당했다. 태종대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육지와 바다의 경계가 불투명해졌다. 어느덧 기차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영도등대 위에 자리한 태종사는 끝내 오르지 못하고, 다시 뭍으로 나가는 버스에 올라야 했다. 버스를 타고 영도다리를 지나던 순간, 신기하게도 배 멀미를 느꼈다. 1 영도등대 일대는 예술이 꽃피는 문화공간이다 2 바다가 펼쳐지는 태종대 산책로에선 봄을 만끽할 수 있다 3 여행객을 태우고 씽씽 달리는 다누비 열차 글·사진 구명주 기자 취재협조 한국관광협회중앙회 www.koreatravel.or.kr 태종대 짬뽕 태종대에 도착하면 범상치 않은 중화 요릿집이 하나 버티고 있다. 이름부터 정직한 ‘태종대 짬뽕’. 문 밖에서 발을 동동 구르는 손님이 많은 걸 보니, ‘맛집’이 분명하다. 짬뽕을 주문하면 종업원의 질문이 되돌아온다. “태종대 짬뽕 맞지예?” ‘태종대’ 세 글자에 유독 힘을 싣는 데는 이유가 있다. 살이 오른 꽃게, 입을 살짝 벌린 홍합, 도톰한 오징어 등…. 국물을 한 입 떠 먹으면 “살아있네.” 소리가 저절로 나온다. 주말에는 점심시간이 지난 오후 2~3시에도 손님이 줄어들지 않는다. 빨리 후루룩 먹고 일어나는 건 암묵적인 예의다. 찾기도 쉽다. 버스 정류장에서 태종대 입구 쪽으로 걸어가면 왼편으로 식당이 보인다. 주소 부산시 영도구 동삼 2동 986-9 문의 051-405-2992 대표메뉴 일반 짬뽕 4,500원, 태종대 짬뽕 6,000원, 태종대 짜장 5,500원, 하얀 짬뽕 6,000원 ▶travie info 추천 여행사 서울에서 부산까지 KTX를 타면 약 3시간. 비싼 기차 비용을 들여서 내려갔건만, 초행길이라 헤매면 곤란하다. 더구나 주말이면 부산행 티켓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 수도권 거주자라면 열차 티켓부터 현지 이동까지 도와주는 여행사의 힘을 빌려도 좋다. 기차 상품을 전문으로 판매하는 홍익여행사는 다양한 부산 여행 상품을 갖추고 있다. 상품가격도 KTX 왕복 비용과 크게 차이나지 않아 저렴한 편이다. 문의 홍익여행사 www.ktxtour.co.kr 02-717-1002 태종대 탐방 코스 태종대를 돌아보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다. 걷기, 다누비 탑승, 유람선 탑승. 이중에서 4.3km의 순환도로를 운행하는 열차 ‘다누비’를 타면 태종대 관광은 훨씬 편하다. 단, 주말이면 탑승객이 워낙 많아 기다리는 시간이 꽤 길다. 주요 코스 광장 승차장→태원자갈마당→구명사→전망대→영도등대→태종사→정문 입구 하차장 탑승료 1,500원 부산역에서 태종대 가기┃1호선 9번 출구, 시내버스 88번, 101번 남포역에서 태종대 가기┃1호선 6번 출구, 시내버스 8번, 30번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위 기사는 기사콘텐츠 교류 제휴매체인 여행신문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에 관한 모든 법적인 권한과 책임은 여행신문에 있습니다.
  • [투데이 인사이드] 평범한 부모는 왜 두 딸을 죽였나… 포천 자매 살해사건 재구성

    [투데이 인사이드] 평범한 부모는 왜 두 딸을 죽였나… 포천 자매 살해사건 재구성

    성탄절 분위기가 채 가시지 않은 2011년 12월 30일. 경기 포천시 이동면 여우재고개 6부 능선 계곡에서 처참하게 일그러진 진청색 중소형 승용차와 10대 초반으로 보이는 두 소녀의 시신이 유골 상태로 발견됐다. 경찰은 “동반 자살하겠다”는 편지를 매형과 누나에게 보낸 이모(46)씨가 아내 정모(37)씨와 함께 두 딸을 살해한 것으로 보고 전국에 지명수배했다. 지난 10일 사건 발생 2년 2개월 만에 부산의 한 농장에서 이씨 부부가 경찰에 붙잡혔다. 세상은 이씨 부부가 천륜을 저버리고 몹쓸 짓을 했다며 혹독한 비난을 퍼붓고 있다. 한 평범한 젊은 부부가 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어린 두 딸을 목 졸라 살해하고 동반 자살을 기도했을까. 부인 정씨는 아동학습지 판매 회사인 A사의 경기 고양 시내 모 지점 영업팀장을 지내면서 1억 3000만원에 가까운 빚을 져 괴로워했다. 당시 1년간의 지역국 매출 6억원 가운데 4억 5000만원이 정씨 실적이었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빚은 늘어만 갔다. 급한 김에 책을 팔고 고객에게서 받은 현금으로 돌려 막기를 한 사실이 회사에 적발돼 팀장에서 평사원으로 강등된 것은 물론 1000만원의 벌금까지 물게 돼 빚을 내 해결해야 했다. 이 때문에 월급은 본부장이 직접 관리하고 정씨는 고작 50만원만 손에 쥐게 됐다. 공금에 손을 댄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람 취급을 받지 못했다. 회사 빚은 매달 600만~700만원씩 상급자 신용카드를 빌려 상환했으나 빚은 줄지 않았고 모든 짐은 정씨 책임이 됐다. 설상가상으로 이씨 부부가 얹혀살고 있던 누나 집도 몇 개월째 월세를 못 내 어려운 처지에 몰렸다. 한 달 후면 중학생이 될 큰딸(당시 12)의 교복은 구입하지도 못한 상태였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곤궁한 처지에서 벗어날 방법이 없었다. 정씨는 2011년 2월 15일 포천시 이동면 백운계곡의 한 민박집 주차장에서 남편 이씨의 누나에게 쓴 유서에서 당시 참담한 심정을 이렇게 표현했다. “처음 ‘형님’이라 불러 보네요. (중략) 아이들을 키울 자신도 없고 미래도 보이지 않기에 이리 죽을 결심을 했습니다. 세상이 참 무섭다는 거 너무 늦게 깨달아 죄송합니다. (중략) 제가 사치스러운 것도 아니고 제 욕심만 채우자고 했던 일도 아닙니다.” 정씨는 옴짝달싹 못할 처지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은 죽음밖에 없다고 생각했고, 남편 이씨는 그런 아내를 달래기 위해 2011년 2월 14일 새벽 4시 고양시 일산 집을 나섰다. 누나와 매형에게는 “바람 쐬러 간다”는 메모를 남겼다. 이씨 부부는 집을 나선 지 13시간 만인 오후 5시쯤 이동면 백운계곡의 한 민박집 3호실에 투숙했다. 큰딸 민이(가명)와 둘째 영이(10·가명)는 일찍 재우고 이씨는 밤을 새워 가며 아내 정씨를 설득했지만 정씨의 자살 의지는 확고했다. 이씨도 “차라리 함께 죽자”며 체념했다. 이튿날 오후 1시 20분쯤 이씨는 지인에게서 21만원을 입금받아 근처 편의점에서 유서를 작성하기 위해 편지지와 편지봉투, 볼펜을 구입해 민박집 주차장으로 돌아왔다. 아이들은 부모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방에서 놀고 있었고 부부는 주차장에 세워 놓은 승용차 안에서 각자 유서를 써 내려갔다. 이씨는 매형에게, 정씨는 처음으로 남편의 누나인 시누이에게 편지지 한 장 가득 꾹꾹 눌러 유서를 썼다. 정씨는 유서에서 “잠시 후 저희 손으로 아이들 목을 졸라야 합니다. 이런 부모가 또 있을까요? 사는 것보다 죽는 게 모든 사람에게 더 큰 피해를 주지 않는 것입니다.” 남편 이씨도 눈물로 매형에게 유서를 써 내려갔다. “아이들에게 미안합니다. 남아 있으면 천덕꾸러기가 될 것 같아 저희가 데려갑니다. 불쌍한 우리 아이들에게 정말 미안합니다. 죽을 각오로 잘 살아보려 했는데 현실은 너무 무섭습니다. 어제도 결정을 해서 행동으로 옮기려 했으나 아이들의 눈을 보니 차마 할 수 없었습니다.” 오후 5시쯤 근처 이동우체국에서 남편이 우표를 구입해 편지를 우체통에 넣고 밤 11시쯤 다시 민박집에 투숙했다. 민이와 영이는 잠시 뒤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지 못한 채 이내 잠이 들었다. 이씨는 천천히 이부자리에서 일어나 주방 가스레인지와 연결된 LPG의 호스를 칼로 반쯤 잘랐다. 정씨는 말없이 옆에 서서 물끄러미 지켜봤다. 이씨는 밖으로 나가 낮에 민박집 주인으로부터 고기를 구워 먹는다며 받은 번개탄 2장에 불을 붙였다. 냄비에 담긴 번개탄을 방 안 출입문 앞에 놓은 이씨 부부는 꼭 안고 자리에 누워 조용히 눈을 감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꽈당’ 하고 냄비 떨어지는 소리와 누가 넘어지는 소리에 가족들이 잠에서 깼다. 막내 영이가 화장실을 가던 중 그만 번개탄이 들어 있는 냄비를 밟고 넘어진 것이다. 이씨는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에 즉시 창문과 출입문을 열어 환기시키고 번개탄을 밖으로 던졌다. 이튿날 오전 11시 민박 집을 나온 일가족은 일동면 화대리 제일유황온천 부근 음식점에서 늦은 아침 겸 점심 식사를 했다. 주차장으로 나온 정씨는 아이들에게 “엄마 아빠는 죽기로 했으니 너희들은 보육원에 보내 주겠다”며 처음으로 죽음을 암시했다. 큰딸은 울면서 따라 죽겠다고 했고 작은딸은 울기만 했다. 오후 6시쯤 지인에게 빌린 돈 15만원을 근처 농협에서 찾아 산정호숫가의 한 숙박업소로 이동했다. 길가 마트에서 막걸리와 소주를 각각 2병 사고 번개탄을 3장 구입했다. 새벽 2시쯤 졸음을 이겨내지 못하는 아이들을 가까스로 다독여 차에 태우고 호숫가 공터에 차를 세운 후 불붙은 번개탄 3장을 냄비에 담아 차량 안 정씨 다리 밑에 놓았다. 잠을 청한 지 2시간쯤 지난 새벽 4시. 두 딸이 괴로워하며 고통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이씨는 아이들이 있는 뒷자리로 넘어가 작은아이부터 목을 졸랐고 정씨는 발버둥치는 아이들 다리를 잡았다. 폭풍 같은 시간이 지나 고요함과 두려움이 엄습했다. 두 딸을 뒷자리와 그 밑에 각각 눕힌 이씨 부부는 차량을 추락시킬 장소를 찾아 1시간여 동안 주위를 배회했다. 여우재고개 6부 능선 계곡이 적당해 보였다. 차량을 그대로 몰아 돌진했다. 70m 아래로 떨어진 자동차는 휴지 조각처럼 구겨졌고 두 딸의 시신은 차장 밖으로 튕겨져 나갔지만 안전띠를 맨 이씨 부부는 멀쩡했다. 가까스로 차량을 빠져나온 부부는 소나무 가지에 줄을 걸어 나란히 목을 맸지만 나뭇가지는 두 사람의 체중을 견뎌내지 못했다. 2월 중순 여우재 계곡은 한겨울 날씨 그대로였다. 가만히 있으면 저체온증으로 죽을 수도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질긴 목숨은 4~5일이 지나도 이상이 없었다. 결국 부부는 계곡을 걸어 나와 산정호수로 갔고 화장실, 빈 컨테이너 등에서 며칠을 더 보냈다. 2월 25일 오후 1시 40분쯤. 부부의 편지를 받은 이씨의 매형 차모씨가 급히 일산경찰서 실종수사팀을 찾아가 유서를 전달했다. 그러나 이때 이씨가 산정호수 부근 현금지급기에서 지인들이 보내준 현금을 3회에 걸쳐 인출하자 경찰은 단순 가출로 봤다. 여러 차례 목숨을 끊으려 했으나 실패하자 부부는 3월 1일 버스를 이용해 의정부 시내로 들어갔다. 다시 지인들에게 소액을 통장으로 받아 인출한 다음 병원을 찾아갔다. 이씨는 동상에 걸려 걷기가 어려웠다. 정씨는 상태는 덜했지만 치료가 필요했다. 열흘간 의정부에 머물면서 병원 치료를 받은 부부는 강릉 주문진으로 몸을 옮겼다. 강릉에서도 이씨는 병원을 오가야 했다. 같은 달 23일까지 강릉을 배회하던 부부는 눈에 잘 안 띄는 시골로 도피하기로 하고 PC방에서 일자리를 찾았다. 마침 충북 진천의 한 오이 재배 농가에서 낸 구인광고를 보고 한달음에 달려갔다. 부부는 월 230만원을 받기로 했다. 3개월 후인 6월 30일 말없이 편지만 한 통 써 놓고 충남 보령(대천)으로 이동했다. 약 1주일간 모텔을 전전하며 발길 닿는 대로 움직였다. 이후 경북 상주 버섯농장, 경북 청도 염색 공장, 새마을 농장을 돌며 하루벌이를 했으나 힘에 부쳤다. 다시 인터넷 구인광고를 검색해 7월 21일 경남 밀양의 한 펜션에서 둘이 250만원을 받기로 하고 몸을 의탁했다. 그러나 다른 종업원과 마찰을 빚어 한 달을 겨우 채우고 경남 마산, 전남 여수, 충남 강경, 전남 해남을 떠돌았다. 9월 추석 명절 직전 부산의 한 농장에서 사람을 구한다는 광고를 봤다. 명절 연휴가 지난 뒤 오라고 했다. 부부는 220만원을 받기로 했다. 1년 6개월 지나는 동안 월급도 오르고 잘 지내는가 싶었지만 천륜을 어기고 이 하늘 아래 숨을 곳은 아무 데도 없었다. 지난 10일 오후 4시 ‘중요 지명 피의자 종합수배’ 전단을 본 한 주민의 신고로 부부는 사건 발생 2년 2개월 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부산 경찰로부터 신병을 넘겨받은 포천경찰서는 12일 이씨와 정씨 부부를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로 구속했다. 두 자녀 살해범인 이들도 평범한 대한민국 엄마 아빠였다. 이씨는 전문대학과 같은 2년제 동국대 전산원을 졸업하고 용산 전자상가 등에서 컴퓨터 관련 일을 했다. 집 전세금 전체를 털어 지인들과 함께 하던 사업이 잘못돼 누나 집에 얹혀살게 됐지만 닥치는 대로 일을 할 만큼 가족들에 대한 책임감이 강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씨 역시 고등학교 졸업 학력으로 조금이라도 살림에 보탬이 되고자 맞벌이에 나섰다. 국내 유명 아동학습지 회사에 입사해 영업팀장직에 올랐다. 한 질에 70만~100만원 하는 교재를 팔면 13%의 판매 수수료가 수당으로 떨어졌다. 실적 부담에 쫓겨 허위 판매를 하고 허위 판매 대금을 입금하기 위해 고객으로부터 현금으로 받은 책값을 유용한 것이 화근이 됐지만 누구보다도 열심히 일했다. 그러나 회사는 돈을 벌었지만 자신과 직원들의 빚은 줄기는커녕 점점 늘어만 갔다. 그런 부모 밑에서 자란 민이와 영이는 교우 관계가 매우 좋았다. 성적도 중상위권이었다. 두 자매의 담임교사들은 “민이는 특히 남을 배려할 줄 알고 책임감도 강했다. 어머니 역시 아이들에 대한 사랑과 관심이 다른 엄마들보다 강했다”면서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조사를 맡은 포천경찰서 김중기 형사는 “이씨 부부 모두 지극히 평범한 엄마 아빠였지만 자식을 자신의 소유물로 생각하는 잘못된 판단을 했다”며 안타까워했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 그들은 왜 어린 두 딸을 목졸랐나…포천 자매살해사건 재구성[단독]

    그들은 왜 어린 두 딸을 목졸랐나…포천 자매살해사건 재구성[단독]

    성탄절 분위기가 채 가시지 않은 2011년 12월 30일. 경기 포천시 이동면 여우재고개 6부 능선 계곡에서 처참하게 일그러진 진청색 중소형 승용차와 10대 초반으로 보이는 두 소녀의 사체가 유골 상태로 발견됐다. 경찰은 “동반자살 하겠다”는 편지를 매형과 누나에게 각각 보낸 이모(46), 정모(37·여)씨 부부가 두 딸을 살해한 것으로 보고 전국에 지명수배했다. 지난 10일 사건 발생 2년 2개월 만에 부산의 한 농장에서 이씨 부부가 경찰에 붙잡혔다. 세상은 이씨 부부가 천륜을 저버리고 몹쓸 짓을 했다며 혹독한 비난을 퍼붓고 있다. 평범한 한 30~40대 젊은 부부가 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어린 두 딸을 목졸라 살해하고 동반 자살을 기도했는지를 심층취재했다.  동반 자살 배경  부인 정씨는 아동학습지 판매회사인 A사 경기 고양시내 모지점 영업팀장을 지내면서 1억 3000만원에 가까운 빚을 져 괴로워했다.  당시 1년간의 지역국 매출 6억원 가운데 4억 5000만원이 정씨 실적이었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빚은 늘어만 갔다. 급한 김에 책을 팔고 고객으로부터 받은 현금으로 돌려막기를 한 사실이 회사에 적발돼 팀장에서 평사원으로 강등된 것은 물론, 1000만원의 벌금까지 빚을 내 해결해야 했다. 이 때문에 월급은 본부장이 직접 관리하고 정씨는 고작 50만원만 손에 쥐게 됐다. 공금에 손을 댄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람 취급을 받지 못했다. 회사 빚은 매달 600만~700만원씩 상급자 신용카드를 빌려 상환해야 했으나 빚은 더욱 늘어만 갔고, 모든 짐은 정씨 책임이 됐다.  설상가상으로 이씨 부부가 얹혀 살고 있던 누나집도 몇 개월째 월세를 못내 어려운 처지에 몰렸다. 다음 달 중학생이 될 큰 딸(당시·12)의 교복은 아직도 구입하지 못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곤궁한 처지를 벗어날 방법이 없었다.  정씨는 2011년 2월 15일 포천시 이동면 백운계곡의 한 민박집 주차장에서 남편 이씨의 누나에게 쓴 유서에서 당시 참담한 심정을 이렇게 표현했다.  “처음 ‘형님’이라 불러 보네요(중략) 아이들을 키울 자신도, 미래도 보이지 않기에 이리 죽을 결심을 했습니다. 세상이 참 무섭다는 거 너무 늦게 깨달아 죄송합니다(중략) 제가 사치스러운 것도 아니고 제 욕심만 채우자고 했던 일도 아닙니다”  마지막 가족 여행  정씨는 옴짝달싹 못할 처지를 벗어 날 수 있는 길은 죽음 밖에 없다고 생각했고, 남편 이씨는 그런 아내를 달래기 위해 2011년 2월 14일 새벽 4시 고양시 일산 집을 나섰다. 누나와 매형에게는 “바람 쐬러 간다”는 메모를 남겼다.  이씨 부부는 집을 나선지 13시간 만인 오후 5시쯤 포천시 이동면 백운계곡 한 민박집 3호실에 투숙했다. 민이(가명·당시 12), 영이(가명·10)는 일찍 재우고, 이씨는 밤 새워가며 아내 정씨를 설득했지만, 정씨의 자살 의지는 확고했다. 이씨도 “차라리 함께 죽자”며 체념했다. 이튿날 오후 1시 20분쯤 이씨는 지인에게 21만원을 입금 받아 근처 편의점에서 유서를 작성하기 위해 편지지와 편지봉투, 그리고 볼펜을 구입해 민박집 주차장으로 돌아 왔다.  아이들은 부모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방에서 놀고 있었고, 부부는 주차장에 세워놓은 승용차 안에서 각자 유서를 써 내려 갔다 이씨는 매형에게, 정씨는 처음으로 남편의 누나인 시누이에게 편지지를 한 장 가득 꾹꾹 눌러 썼다.  정씨는 유서에서 “잠시 후 저희 손으로 아이들 목을 졸라야 합니다. 이런 부모가 또 있을까요? 사는 것 보다 죽는 게 모든 사람에게 더 큰 피해를 주지 않는 것입니다”  남편 이씨도 눈물로 매형에게 유서를 써 내려갔다.  “아이들에게 미안합니다. 남아서 천덕꾸러기가 될 것 같아 저희가 데려갑니다. 불쌍한 우리 아이들에게 정말 미안합니다. 죽을 각오로 잘 살아보려 했는데 현실은 너무 무섭습니다. 어제도 결정을 해서 행동으로 옮기려 했으나 아이들의 눈이 밟혀 못했습니다”  오후 5시쯤 근처 이동우체국에서 남편이 우표를 구입해 우체통에 넣고, 밤 11시쯤 다시 민박집에 투숙했다.  민이와 영이는 잠시 뒤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지 못한 채 이내 잠이 들었다. 이씨는 천천히 이부자리에서 일어나 주방 가스레인지와 연결된 LPG가스의 호스를 칼로 반 쯤 잘랐다. 정씨는 말 없이 옆에 서서 물끄러미 지켜봤다. 이씨는 밖으로 나가 낮에 민박집 주인으로부터 고기를 구워 먹는다며 받은 번개탄 2장에 불을 붙였다. 냄비에 담겨진 번개탄을 방안 출입문 앞에 놓은 이씨 부부는 꼭 안고 자리에 누워 조용히 눈을 감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꽈당’ 냄비 부서지는 소리와 누가 넘어지는 소리에 가족들이 잠에서 깼다. 막내 민이가 화장실을 가던 중 그만 번개탄이 들어있는 냄비를 밟고 넘어진 것이다. 이씨는 ‘이건 아니다’는 생각에 즉시 창문을 열고 출입문을 열어 환기 시키고 번개탄을 밖으로 던졌다.  이튿날 오전 11시 민박 집을 나온 일가족은 일동면 화대리 제일유황온천 부근 음식점에서 늦은 아침 겸 점심식사를 했다. 주차장으로 나온 정씨는 아이들에게 “엄마 아빠는 죽기로 했으니 너희들은 보육원에 보내주겠다”며 처음으로 죽음을 암시 했다. 큰딸은 울면서 따라 죽겠다고 했고, 작은 딸은 울기만 했다.  오후 6시쯤 지인에게 빌린 돈 15만원을 근처 농협에서 찾아 산정호숫가에 한 숙박업소로 이동했다. 길가 마트에서 막걸리와 소주를 각각 2병 사고, 번개탄을 3장 구입했다. 새벽 2시쯤 졸음을 이겨내지 못하는 아이들을 가까스로 다독여 차에 태우고 호숫가 공터에 차를 세운 후 불붙은 번개탄 3장을 냄비에 담아 차량 안 정씨 다리 밑에 놓았다. 잠을 청한지 2시간쯤 지난 새벽 4시. 두 딸이 괴로워 하며 고통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이씨는 아이들이 있는 뒷자리로 넘어가 작은 아이부터 목을 조르고, 정씨는 발버둥치는 아이들 다리를 잡았다. 폭풍같은 시간이 지나 고요함과 두려움이 엄습했다.  두 딸을 뒷자리와 그 밑에 각각 눕힌 이씨 부부는 차량을 추락시킬 장소를 찾아 1시간 여 동안 주위를 배회했다.  여우재고개 6부 능선 계곡이 적당했다. 차량을 그대로 몰아 돌진했다. 70m 아래로 떨어진 자동차는 휴지조각처럼 구겨지고, 두 딸의 사체는 차장 밖으로 튕겨져 나갔지만 안전띠를 맨 이씨 부부는 멀쩡했다. 가까스로 차량을 빠져 나온 부부는 소나무 가지에 줄을 걸어 나란히 목을 맸지만 나뭇가지는 두 사람의 체중을 견뎌내지 못했다. 2월 중순 여우재 계곡은 한 겨울 날씨 그대로였다. 가만히 있으면 저체온증으로 죽을 수도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질긴 목숨은 4~5일이 지나도 이상이 없었다.  결국 부부는 계곡을 걸어 나와 산정호수로 걸어갔고, 화장실, 빈컨테이너 등에서 며칠을 더 보냈다.  2월 25일 오후 1시40분쯤. 부부의 편지를 받은 매형 차모씨가 급히 일산경찰서 실종수사팀을 찾아가 유서를 전달했다. 그러나 이씨는 이때 산정호수 부근 현금지급기에서 지인들이 보내준 현금을 3회에 걸쳐 인출하자 경찰은 단순 가출로 봤다.  자살 포기  여러 차례 목숨을 끊으려 했으나 실패하자, 부부는 3월 1일 버스를 이용해 의정부시내로 이동했다. 다시 지인들에게 소액을 통장으로 받아 인출한 다음 병원을 찾아갔다. 이씨는 동상에 걸려 걷기가 어려웠다. 정씨는 상태는 덜했지만 치료가 필요했다. 열흘간 의정부에 머물면서 병원 치료를 받은 부부는 강릉 주문진으로 이동했다. 강릉에서도 이씨는 병원을 오가야 했다. 같은 달 23일까지 강릉을 배회하던 부부는 눈에 잘 안 띄는 시골로 도피하기로 하고 PC방에서 일자리를 찾았다.  마침 충북 진천의 한 오이 재배농가에서 낸 구인광고를 보고 한달음에 달려갔다. 부부는 월 230만원을 받기로 했다. 3개월 후인 6월 30일 말 없이 편지만 한 통 써놓고 충남 보령(대천)으로 이동했다. 약 1주일간 모텔을 전전하며 발길 닿는 대로 움직였다. 이후 경북 상주 버섯농장, 경북 청도 염색공장, 새마을 농장을 돌며 하루벌이를 했으나 힘에 부쳤다.  다시 인터넷 구인광고를 검색해 7월 21일 경북 밀양의 한 펜션에서 둘이 250만원을 받기로 하고 몸을 의탁했다. 그러나 다른 종업원과 마찰을 빚어 한 달을 겨우 채우고 경남 마산, 전남 여수, 충남 강경, 전남 해남을 떠돌았다. 9월 추석 명절 직전 부산의 한 농장에서 사람을 구한다는 광고를 봤다. 명절연휴가 지난 뒤 오라고 했다. 부부는 220만원을 받기로 했다. 1년 6개월 지나는 동안 월급도 오르고 잘 지내는가 싶었지만 천륜을 어기고 이 하늘 아래 숨을 곳은 아무데도 없었다.  지난 10일 오후 4시 ‘중요 지명 피의자 종합수배’ 전단을 본 한 주민의 신고로 부부는 사건 발생 2년 2개월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부산 경찰로부터 신병을 넘겨 받은 포천경찰서는 12일 이씨와 정씨 부부를 살인 및 사채유기 혐의로 구속했다.  친자매 살해범도 평범한 엄마 아빠였다  부부는 평범한 대한민국 엄마 아빠였다. 이씨는 전문대학과 같은 2년제 동국대 전산원을 졸업하고 용산 전자상가 등에서 컴퓨터 관련 일을 했다. 집 전세금 전체를 털어 지인들과 함께 하던 사업이 잘못돼 누나 매형집에 얹혀 살게 됐지만, 닥치는 대로 일을 할 만큼 가족들에 대한 책임감이 강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씨 역시 고등학교 졸업 학력으로 조금이라도 살림에 보탬이 되고자, 맞벌이에 나섰다. 국내 유명 아동학습지 회사에 입사해 영업팀장직에 올랐다. 한 질에 70만~100만원 하는 교재를 팔면 13%의 판매수수료가 수당으로 떨어졌다. 실적 부담에 쫓겨 허위 판매를 하고, 허위 판매대금을 입금하기 위해 고객으로부터 현금으로 받은 책값을 유용한 것이 화근이 됐지만 누구보다도 열심히 일했다. 하지만 회사는 돈을 벌었지만, 자신과 직원들의 빚은 줄기는 커녕 점점 늘어만 갔다.  그런 부모 밑에서 자란 민이와 영이도 교우 관계가 매우 좋았다. 성적도 중상위권이었다. 두 자매의 담임교사들은 “민이는 특히 남을 배려할 줄 알고 책임감도 강했다. 어머니 역시 아이들에 대한 사랑과 관심이 다른 엄마들 보다 강했다”면서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조사를 맡은 포천경찰서 김중기 형사는 “이씨 부부 모두 지극히 평범한 엄마 아빠였지만, 자식을 자신의 소유물로 생각하는 잘못된 판단을 했다”며 안타까워 했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 집단주의에 질린 日 ‘하루키스트’들 열광… 열도 들썩

    집단주의에 질린 日 ‘하루키스트’들 열광… 열도 들썩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64)가 3년 만에 내놓은 장편소설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의 순례의 해’가 12일 출간되면서 일본 열도는 물론 전 세계 ‘하루키스트’(하루키 팬을 칭하는 용어)들이 열광하고 있다. 도쿄 등 일본 주요 지역의 서점에서는 전날 저녁부터 책을 사려는 하루키 마니아들이 줄지어 서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사전 예약 주문만 50만권에 달했다. 출판사인 분게이슌주(문예춘추)는 첫날 반응에 고무돼 초판 발매량을 60만부로 늘렸다. 신작은 한 남자가 마음의 상처에서 회복해 가는 과정과 연애를 둘러싼 이야기다. 주인공 다자키는 나고야 출신의 철도회사 남자 직원이다. 다자키는 고교 시절의 친한 친구 4명으로부터 대학 2학년 때 절교를 당한다. 큰 상처를 입은 그가 과거의 자신과 마주하며 점차 고통에서 회복돼 가는 여정이 책에 담겨 있다. 370쪽으로 된 작품 제목에 등장하는 ‘순례의 해’는 헝가리 태생의 낭만파 작곡가 프란츠 리스트의 피아노 소곡집에서 따왔다. 책 표지에는 20세기 미국 추상화가 모리스 루이스의 작품이 사용됐다. 발매 시간인 이날 0시 이전부터 ‘하루키 독서회’를 연 도쿄 다이칸야마의 쓰타야 서점에는 150여명이 넘는 사람들이 늘어서면서 북새통을 이뤘다. 산세이도서점 도쿄 진보초 본점은 11일 밤 옥외 간판에 ‘무라카미 하루키도(堂)’라고 쓰인 패널을 부착하며 아예 간판을 바꿔 달았다. 일본 언론들은 발매 시간부터 주요 서점들의 ‘발매 실황’을 트위터로 생중계하는 등 열기에 동참하고 있다. NHK 등 방송사 출판담당 기자들은 신간을 구입하자마자 즉석에서 읽은 뒤 아침 프로그램에 출연해 서평을 하는 발 빠른 모습을 보였다. 일본에서 하루키 열풍이 식지 않는 이유는 다양하다. 우선 이번 신작이 3년 만에 나와 독자들의 관심이 절정에 달했다. 또한 갈수록 도전의식이 희박해지는 ‘우치무키’(내향화) 현상을 겪고 있는 일본인들에게 외국에서 집필 활동을 하고 있는 하루키는 세계로 연결되는 ‘창’으로 여겨지고 있다. 실제로 하루키는 ‘다른 것’을 인정하지 못하고 ‘서로 봐줘 가며 일하는’ 일본 특유의 집단주의에 신물을 느끼며 세계를 무대로 자유롭게 소설 작업을 하고 있다.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출판 대국’의 명성이 잦아들고 있는 시점에 유명 작가의 새 책은 다시 서점으로 일본인들의 발길을 돌리게 했다. 이런 차원에서 분게이슌주 출판사는 신작의 내용을 발매 이전까지 비밀에 부치는 ‘신비주의 마케팅’을 구사해 독자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다. 하루키는 1979년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로 문단에 데뷔한 뒤 왕성한 창작 활동으로 전 세계에 두터운 팬층을 확보한 인기 작가다. 수년째 노벨문학상 후보로도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주요 작품으로는 ‘노르웨이 숲(상실의 시대)’, ‘댄스 댄스 댄스’, ‘렉싱턴의 유령’, ‘해변의 카프카’ ‘1Q84’ 등이 있다. 이 중 ‘노르웨이 숲’은 일본에서만 1100만부, ‘1Q84’는 770만부가 판매됐다. 도쿄 이종락 특파원 jrlee@seoul.co.kr
  • 南北 긴장 팽팽할수록 안보관광은 늘었다

    南北 긴장 팽팽할수록 안보관광은 늘었다

    최근 수년 동안 남북 간 긴장 속에도 제3땅굴 등 서부전선을 찾는 국내외 관광객들은 오히려 크게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12일 경기 파주 민북관광사업소에 따르면 최근 남북 관계가 극도로 냉각돼 북의 미사일 발사가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서부전선 안보 관광지를 찾는 국내외 관광객들의 발길은 여전히 끊이질 않고 있다. 평일 평균 2200~2700명이 찾는 등 전년 같은 기간보다 비슷하거나 오히려 조금 늘었다. 특히 북한당국이 최근 남한에 있는 외국인들에게 전쟁에 대비해 대피 대책을 세울 것을 경고했지만 외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은 아직 줄지 않고 있다. 한반도 긴장 상황이 내외신에 연일 보도되면서 지구촌 유일의 동족분단 현장이 외국인 관광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외국인 관광객 가운데 중국인 비중이 70%로 압도적이다. 민통선 북쪽(민북) 안보관광지를 찾은 관광객은 2006년 34만 6956명이었으나 천안함 폭침(3월)과 연평도 포격 도발(11월)이 발생한 2010년 50만명을 돌파하고 2011년 60만명을 넘어섰다. 또 장거리 로켓발사(4월, 12월)로 시끄러웠던 지난해에는 82만 9234명을 돌파해 1년 새 무려 22만 6200명이 급증했다. 외국인들의 비중은 더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2007년 13만명에 불과했으나 2010년 24만명을 돌파하고 지난해에는 50만명을 넘어서면서 처음으로 내국인 관광객 수 30만명을 추월했다. 내외신에 보도된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사건 등이 오히려 홍보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남북 간 긴장이 더 지속되거나 악화될 경우에는 사정이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비무장지대(DMZ) 관광 상품을 비롯해 국내 호텔이나 항공편의 예약 취소나 문의 전화가 최근 들어 부쩍 늘고 있기 때문이다. 한 DMZ 외국인 관광 전문 업체 관계자는 “최근 예약 취소율이 30~40%에 이르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도 “꾸준히 취소 전화가 늘고 있으며 북의 전쟁 위협 때문에 한국 방문 자체를 취소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파주 민북관광사업소 매표소 관계자도 “12일 일본 학생 400명이 방문하기로 돼 있었으나 안보 문제로 취소됐다”고 밝혔다. 파주시 민북관광사업소 문창기 팀장은 “한반도 긴장감이 극도로 고조되면 일시적으로 관광객 수가 줄 수는 있지만 앞으로 다시 늘어날 것이다.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사건 이후 외국인들이 부쩍 늘어난 것만 봐도 그렇다”고 말했다. 또 문 팀장은 “7월 도라산 평화공원이 재개장하고 새로운 볼거리를 늘려가다 보면 평화의 소중함을 체험하기 위한 관광객이 100만명을 돌파할 날도 머지않았다”고 덧붙였다. 앞서 파주시는 관광객이 급증하자 시 문화관광과에 있던 민북관광팀을 지난해 11월 서부전선 안보를 총괄하는 민북관광사업소로 개편했으며 6급 팀장이 맡던 업무는 5급 소장이 맡게 했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 南北 긴장될수록 안보관광 오히려 늘었다

    南北 긴장될수록 안보관광 오히려 늘었다

    최근 수년 동안 남북 간 긴장 속에도 제3땅굴 등 서부전선을 찾는 국내외 관광객들은 오히려 크게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12일 경기 파주 민북관광사업소에 따르면 최근 남북 관계가 극도로 냉각돼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서부전선 안보 관광지를 찾는 국내외 관광객들의 발길은 여전히 끊이질 않고 있다. 평일 2200~2700명이 찾는 등 전년 같은 기간보다 비슷하거나 오히려 조금 늘었다. 특히 북한당국이 최근 남한에 있는 외국인들에게 전쟁에 대비해 대피 대책을 세울 것을 경고했지만 외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은 아직 줄지 않고 있다. 한반도 긴장 상황이 내외신에 연일 보도되면서 지구촌 유일의 동족분단 현장이 외국인 관광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외국인 관광객 가운데 중국인 비중이 70%로 압도적이다. 민통선 북쪽(민북) 안보관광지를 찾은 관광객은 2006년 34만 6956명이었으나 천안함 폭침(3월)과 연평도 포격 도발(11월)이 발생한 2010년 50만명을 돌파하고 2011년 60만명을 넘어섰다. 또 장거리 로켓발사(4월, 12월)로 시끄러웠던 지난해에는 82만 9234명을 돌파해 1년 새 무려 22만 6200명이 급증했다. 외국인들의 비중은 더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2007년 13만명에 불과했으나 2010년 24만명을 돌파하고 지난해에는 50만명을 넘어서면서 처음으로 내국인 관광객 수 30만명을 추월했다. 내외신에 보도된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사건 등이 오히려 홍보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남북 간 긴장이 더 지속되거나 악화될 경우에는 사정이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비무장지대(DMZ) 관광 상품을 비롯해 국내 호텔이나 항공편의 예약 취소나 문의 전화가 최근 들어 부쩍 늘고 있기 때문이다. 한 DMZ 외국인 관광 전문 업체 관계자는 “최근 예약 취소율이 30~40%에 이르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도 “꾸준히 취소 전화가 늘고 있으며 북한의 전쟁 위협 때문에 한국 방문 자체를 취소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파주 민북관광사업소 매표소 관계자도 “12일 일본 학생 400명이 방문하기로 돼 있었으나 안보 문제로 취소됐다”고 밝혔다. 파주시 민북관광사업소 문창기 팀장은 “한반도 긴장감이 극도로 고조되면 일시적으로 관광객 수가 줄 수는 있지만 앞으로 다시 늘어날 것이다.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사건 이후 외국인들이 부쩍 늘어난 것만 봐도 그렇다”고 말했다. 또 문 팀장은 “7월 도라산 평화공원이 재개장하고 새로운 볼거리를 늘려가다 보면 평화의 소중함을 체험하기 위한 관광객이 100만명을 돌파할 날도 머지않았다”고 덧붙였다. 앞서 파주시는 관광객이 급증하자 시 문화관광과에 있던 민북관광팀을 지난해 11월 서부전선 안보를 총괄하는 민북관광사업소로 개편했으며 6급 팀장이 맡던 업무는 5급 소장이 맡게 했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 [사설] 개성공단 최악의 시나리오에 선제 대비해야

    북한이 공언한 대로 어제 개성공단 가동이 전면 중단됐다. 극히 일부 경비인력을 제외한 북측 근로자 5만 3000여명 대부분이 출근하지 않으면서 123개 입주업체의 공장들이 일제히 멈춰 섰다. 2003년 6월 개성공단 건설의 첫 삽을 뜬 지 9년 10개월 만에 벌어진 초유의 사태다. 북한이 빨리 냉정을 되찾아 공장을 정상가동하는 게 최선이겠으나, 이미 막가파식 자해 행위에 나선 그들이 쉽사리 공단 가동에 응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북측 근로자들과 가족 등 20여만명의 생계수단을 포기해 가며 ‘남북 가운데 누가 더 아픈지 보자’고 덤벼든 마당에 딱히 얻은 것도 없이 발길을 돌리지는 않을 것으로 보는 게 냉정한 상황판단일 것이다. 그럴수록 정부의 의연한 대응이 중요하다. 상황을 신중하게 관리하면서 다각도로 대화의 모멘텀을 만드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야당인 민주당은 대북특사를 즉각 파견하라고 요구했으나, 대화에는 상대와 때가 있는 만큼 당장 정부 차원의 대화는 여의치 않은 게 현실이다. 북한이 응할지도 의문이거니와 자칫 잘못된 메시지, 즉 자신들의 위협과 압박이 효과를 보고 있다는 인식을 북측에 줄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할 것이다. 다만 개성공단기업 대표들의 기업 대표단 방북 요청은 전향적으로 검토할 만하다고 본다. 비록 공단 파행을 타개할 실질적 권한을 쥔 대표단은 아니지만 대화의 물꼬를 트는 차원에서, 나아가 정부의 대화 의지를 내보이는 차원에서 마다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공단 폐쇄로까지 이어지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다. 무엇보다 공단을 지키고 있는 우리 직원들의 신변 안전이 급선무다. 당장은 시설과 원자재 보호를 위해 최소 인력의 잔류가 불가피하다지만, 남북 간 상황 변화에 따라 언제든 이들이 북한 당국에 억류되는 상황을 배제해선 안 될 일이다. 현지와의 연락 체계를 가다듬어 북측의 이상동향이 나타나면 즉각 철수할 수 있도록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각 업체의 피해 보전 역시 선제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국무회의에서 강조했듯 남북협력기금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 유효한 방법일 것이다. 피해보전 계획 등을 미리 제시함으로써 업체들의 동요를 막고, 이를 통해 공단 가동 중단이라는 극단적 카드가 결코 남한 사회를 흔들 무기가 될 수 없으며 오히려 북한 자신의 피해만 키울 뿐임을 깨닫게 해야 한다.
  • ‘용산개발 꿈’ 사실상 좌초… 분노의 서부이촌동 가보니

    ‘용산개발 꿈’ 사실상 좌초… 분노의 서부이촌동 가보니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의 무산이 사실상 확정된 다음 날인 9일 서울 용산구 서부이촌동은 침울한 분위기였다. 골목엔 ‘단계 개발 2020년 보상 웬말이냐’, ‘통합개발 포기하고 주민고통 배상하라’는 등의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가 갑자기 몰아친 강풍에 찢어질 듯한 소리를 내며 흔들렸다. 개발사업 좌초 소식에 반발이 가장 큰 사람들은 철도정비창 부지와 서부이촌동을 묶는 통합개발에 찬성해 온 주민들이었다. 개발 찬성 주민 모임인 ‘11개 구역 동의자대책협의회’ 측은 코레일과 시행사 드림허브, 서울시 등을 상대로 소송을 준비 중이다. 김재철 협의회 총무는 “2300여 가구 중 약 1250가구가 2011년 당시 평균 3억 5000만원 정도 대출을 받았는데 사업이 지연되면서 이자를 내기 위해 또 대출을 받고 있다”면서 “2007년 이후 원리금 상환을 못해 110여채가 경매로 넘어갔고 지금도 15건에 대해 경매가 진행 중”이라고 했다. 소송 대리인인 법무법인 한우리 관계자는 “가구당 보통 8000만원에서 1억원, 많게는 3억원까지 손해를 본 사람도 있어 소송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면 개발을 반대해 온 주민들은 두 손 들어 환영했다. 이촌동 시범아파트 자치위원회 관계자는 “개발사업 청산을 환영하는 플래카드를 곧 내걸 예정”이라면서 “서둘러 도시개발구역을 해제해 그동안 묶여 있던 주민들의 재산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서울 한복판에서 도시개발법을 근거로 주민들을 강제수용하려 한 것부터 잘못”이라고 했다. 6년간의 재개발 논란 속에 동네는 이미 황폐해진 상태였다. 골목 상점 중 태반이 빛바랜 간판만 남은 채 문이 굳게 잠겨 있었다. B공인중개사무소 임현택(48) 대표는 “사업구역에 편입된 2007년 8월 말 이후 부동산 거래가 끊겨 상권이 완전히 죽었다”면서 “인근 부동산 23곳 중 20곳이 문을 닫았고 철도정비창과 우편집중국이 옮겨 가면서 식당도 대부분 망했다”고 전했다. 이사를 오는 사람도 나가는 사람도 없었다. 인테리어 가게부터 열쇠집, 가구점 등도 손님의 발길이 뚝 끊겼다. 35년간 붙박이가구점을 해온 조모(59·여)씨는 “보상이 나온다고 해서 장사도 못 접고 집 담보로 1억 8000만원이나 대출을 받아 근근이 버텼는데 이렇게 되니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가장 큰 문제는 개발을 놓고 서로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찢어진 이웃이다. 30년 넘게 이곳에서 열쇠가게를 운영해 온 전병융(55)씨는 “이곳 주민들 대부분 20~30년간 살아온 토박이라 서로 형님 아우, 언니 동생하던 사이였다”면서 “개발에 대한 입장차 때문에 서로 인사는커녕 삿대질과 폭행으로 고소·고발이 이어지면서 동네 분위기가 살벌해졌다”며 안타까워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열린세상] 박근혜정부 위기관리 잘하고 있나/허만형 중앙대 행정학과 교수

    [열린세상] 박근혜정부 위기관리 잘하고 있나/허만형 중앙대 행정학과 교수

    냉전기간 중 가장 위험한 핵 전쟁의 순간은 1962년의 쿠바 미사일 사건이었다. 이 사건은 그해 10월 22일부터 11월 2일까지 11일 만에 종결되었지만 파장은 역사에 남을 정도로 대단했다. 당시 구소련이 핵탄도미사일을 쿠바에 배치하려 하자 미국이 반발하면서 양국이 대치해 핵 전쟁 발발 직전까지 갔다. 군사 전문가들은 지금 한반도 상황이 쿠바 사건 이후 가장 위험한 핵 전쟁의 위기라고 말한다. 올 2월 12일 북한의 핵 실험과 3월 8일의 유엔 안보리의 대북 추가제재 결의 이후 고조된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두고 하는 말이다. 한반도 남쪽에 둥지를 튼 우리는 지금 핵 전쟁의 위험지대에 있다. 속내를 드러내지는 않지만 전쟁의 공포를 억누르며 떨고 있는데, 박근혜 정부는 이 땅의 5000만 국민 안위를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지금 대한민국은 중대한 안보 위기 상황이고, 강도는 준전시 수준이다. 환율 급등, 주가 급락, 외국인 투자 감소에 이어 외국 관광객이 발길을 돌리는 등 경제적 피해도 심상치 않다. 국지전이라도 발발하면 전장은 우리의 땅일 텐데도 미국과 북한의 장군 멍군만 있을 뿐 대한민국의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는다. 북한은 3월 26일 1호 전투근무태세 진입, 3월 27일 남북한 군 통신선 단절, 3월 30일 전시상황 선언에 이르기까지 협박 수위를 높였다. 개성공단으로 가는 길도 반은 막았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마치 숨어 있는 그림자 같았다. 동맹국이라고 미국이 대신 북한의 위협에 맞섰다. 3월 31일 B52 핵 폭격기와 B2 스텔스 폭격기, F22 전투기 등 첨단 무기를 한반도에 보냈고, 이를 공개했다. 각 언론에서는 레이더에 잡히지 않아 북한 주석궁 등 전략 목표 타격이 가능한 전투기라고 소개했다. 4월 1일에는 탄도미사일 탐지 전용인 X밴드 레이더를 한반도 쪽으로 이동·배치했다. 그제야 우리 군은 북한의 핵무기 사용이 임박해 있다면 미사일로 선제 타격도 가능하다고 발표했다. 국가의 안보 주권이 누구에게 있는지 묻고 싶을 정도였다. 안보위기 관리의 핵심은 평화이고, 전쟁의 공포로부터 해방과 국민의 생존권 보장이 최우선이다. 세계가 지켜보는데 정부의 역할은 독립변수가 아니라 종속변수로 일관하고 있다. 국민을 안심시키는 브리핑조차도 찾기 어렵다. 다만 3월 27일 장관 14명을 대동하고 천안함 용사 3주기 추모식에 간 박근혜 대통령은 북한의 변화를 촉구하는 정도의 행동만 보였다. 4월 3일에는 북한의 개성공단 출경 금지를 놓고 국방장관은 만약의 사태가 발생하면 군사조치가 가능하다는 발언을 했다가 바로 다음 날 “오늘 아니면 내일 전쟁”이라는 북한의 협박에 속수무책으로 당해야 했다. 북한이 핵 실험을 한 2월 12일은 이명박 정부 말기이자 박근혜 정부로의 정권 교체기였다. 당시 주가는 올랐지만 지금은 폭락하고 있다. 미국 다우 및 일본 닛케이 지수는 호황인데 우리 코스피 지수는 곤두박질이다. 오늘 아니면 내일 전쟁이라고 위협하던 4월 4일 주가는 23.77포인트 떨어진 1959.45, 평양의 외국 대사들에게 철수 고려를 운운한 4월 5일 종가는 32.22포인트 추락한 1927.23이었다. 환율은 3월 초 1달러에 1090원선이었지만 4월 5일에는 1135원으로 치솟았다. 이는 북한의 전과이고, 우리의 위기 관리 실패의 증거이다. 이건희 삼성 회장의 귀국에 누리꾼들의 일성이 “이젠 전쟁 걱정 접자”라고 했다니 곱씹어 보아야 할 말이다. 정부의 믿을 만한 행동이 얼마나 간절했으면 그랬을까. 안보위기 관리의 핵심은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의 최소화이다. 그래서 전쟁을 하면서도 성역은 건드리지 않고, 전쟁 중에도 대화는 끊지 않는다. 현재 남북한 관계의 성역은 무엇이며, 이 성역에 대한 대화가 있어야 한다. 남북 당사자가 그런 행동을 보여야 국제문제 중개인이 나설 수 있다. 한반도의 긴장이 얼마나 컸으면 쿠바 미사일 사건의 한 축이었던 피델 카스트로 전 쿠바국가평의회 의장까지 나서 북한의 자제를 촉구했을까,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긴장이 길어지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가 짊어져야 한다. 현재의 치킨 게임을 중재할 인사의 암중모색을 기대한다.
  • [사설] 4월 임시국회… 국익 지키고 민생 챙겨라

    임시국회가 오늘 개회한다. 2월과 3월 임시국회에서는 여야가 정부 조직 개편을 놓고 팽팽하게 맞선 탓에 민생법안은 뒷전으로 밀려나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그런 만큼 이번 임시국회에서는 산적한 민생현안 처리에 더욱 분발해야 할 것이다. 대립과 정쟁이라는 구태를 접고 이제 대화와 타협의 새로운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 주기를 기대한다. 지금 우리의 경제 상황은 설상가상이다. 미국과 일본 등은 올 들어 경기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우리는 침체 국면에서 한 치도 벗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이런 판국에 한 달 넘게 지속되고 있는 북한의 전쟁 위협은 경제를 짓누르고 있다. 북한이 오는 10일을 전후해 미사일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그런가 하면 국가 부도 위험을 가늠하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급등하고 있고, 개성공단 통행이 닷새 동안 제한되면서 13개 공단 입주 기업의 공장이 멈춰 섰다. 북한 리스크에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에서 발길을 돌리지 않을까 걱정스러운 현실이다. 엄중한 안보·경제 위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정부는 물론 정치권도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이번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처리돼야 할 60~80개 법안의 대부분은 경제·사회·복지 등 민생 관련 법안들이다. 여야 지도부가 민생·경제 법안 처리에 의지를 보이고 있는 점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여당은 서민의 팍팍한 삶을 개선하기 위해 민생 관련 경제법안을 시급히 처리하겠다고 다짐하고 있고, 야당 또한 여당에 협조할 것은 협조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럼에도 경제 살리기의 핵심이라 할 ‘4·1 부동산 활성화 대책’과 추가경정예산안 처리 전망이 밝다고 장담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부동산 대책 가운데 올해 말까지 9억원 이하 주택을 구입할 경우 5년간 양도세를 면제해 주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에 여야는 셈법을 달리한다. 민주당은 ‘9억원·85㎡ 이하 주택’의 기준을 6억원으로 낮추고 면적 기준을 없애자는 입장이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지역적 형평성을 감안해 면적 기준을 없애는 데는 동의하지만 금액 기준을 너무 낮추면 부동산 매입 활성화가 안 된다며 반대한다. 여야 간 대승적 타협을 이뤄 내지 못하면 일부 부동산 대책은 다음 달 임시국회로 넘어갈 가능성도 없지 않다. 뿐만 아니라 추경안에 대해서도 여야 입장이 팽팽해 경기 부양의 타이밍을 놓칠지도 모른다. 여야는 경기침체와 북한의 대남·대미 위협이라는 위기상황을 결코 외면해서는 안 된다. 요컨대 국익을 지키고 민생을 챙기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여야 6인협의체 가동을 통한 정치력 복원이 절실한 시점이다. 4월 재·보선 선거전에 중앙당 차원의 개입을 줄이는 것도 임시국회를 민생국회로 만드는 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中 신종AI ‘사람끼리 전파’ 등 괴소문… 공포 확산

    中 신종AI ‘사람끼리 전파’ 등 괴소문… 공포 확산

    “열이 나는가?” “최근 닭, 오리 등 살아 있는 가금류를 접촉했나?” “최근 어느 지역을 다녀왔나?” H7N9형 조류 인플루엔자(AI) 감염 사망자 두 명이 발생한 상하이 민항(閔行)구 푸단(復旦)대 부속 제5인민의원 응급실 접수창구는 4일 고열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끊임없이 몰려들었다. 고열, 두통 등이 이번 신종 AI의 주요 증상으로 알려지면서 체온 이상을 느끼는 지역 주민들이 모두 병원을 찾고 있다. 마스크로 중무장한 접수창구 간호사들은 환자들의 입에 온도계를 물리며 닭, 오리 등 가금류와의 접촉 여부 등을 꼼꼼히 따져 물었다. 병원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위치한 민항구 징구(景谷)로의 징촨(景川) 재래시장. 지난달 10일 신종 AI로 사망한 남성(27)은 이곳에서 지난 3년간 돼지고기 판매점을 운영했다. 지금은 그의 장인과 부인이 가게를 지키고 있지만 AI 발병 소식이 전해진 이후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부인 우샤오야(吳曉雅)는 “건강했던 남편이 감기 증상을 보인 지 10여일 만에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며 오열했다. 우샤오야의 남편은 2월 말쯤 고열 등 감기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해 지난달 3일 제5인민의원에서 폐렴 판정을 받고 입원했다가 1주일 만에 숨을 거뒀다. 우샤오야는 “병원에서 의사가 남편의 병은 감염성이 있다고 경고했지만 병실에 다른 환자 3~4명이 함께 있었다”며 신종 AI 감염 확산을 우려했다. 실제 또 다른 사망자(87)가 같은 기간 우샤오야의 남편과 이 병원에 함께 입원했던 것으로 드러나 상하이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당국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신종 AI의 사람 간 전파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에는 당시 노인의 아들 두 명도 중증 폐렴 증세를 보여 함께 입원했으며 그 가운데 한 명이 이미 숨을 거뒀으나 당국이 이 같은 사실을 은폐하고 있다는 소문도 전해지고 있다. 상하이 보건당국은 신종 AI 감염 경보를 발동했으며 사망자가 발생한 민항구 지역의 재래시장에서는 살아 있는 닭을 제외한 비둘기, 오리 등 가금류의 도축 및 판매가 전면 금지됐다. 징촨재래시장 내 닭 도축 업소들은 사흘 전부터 영업을 중단했다. 하지만 부근 닝구(寧谷) 재래시장에서는 당국 몰래 상인들이 오리 등을 판매하고 있어 AI 확산 위험성을 높이고 있다. 상하이 한국총영사관도 이날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며 교민들에게 감염 예방요령 숙지를 당부했다. 이날 저장(浙江)성 후저우(湖州)에 사는 64세 농민 한 명이 AI 감염자로 확인된 가운데 앞서 장쑤(江蘇)성에서 닭·오리 수송업에 종사하던 남성 한 명이 기침과 함께 발열 증세를 보이다 지난 3일 숨지는 등 신종 AI 감염자가 잇따르고 있다. 이 남성이 AI 감염자로 밝혀지면서 신종 AI 감염자는 11명, 사망자는 4명으로 늘었다. 공포감은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베이징에서도 이미 수백 명이 감염됐다’ ‘상하이에 유사 증상을 보이는 환자가 수백 명이나 있다’는 등의 확인되지 않은 소문도 급속히 퍼지고 있다. 감염 경로 등이 정확히 밝혀지지 않은 데다 치료 백신을 만드는 데 6개월 이상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10년 전 사스(중증 급성 호흡기증후군) 악몽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중국에서는 2002년 11월부터 이듬해 7월까지 총 5328명이 사스에 감염돼 349명이 숨졌다. 수도 베이징까지 확산돼 외국인들을 비롯한 수십만 명이 사스를 피해 ‘대탈출’에 나서는 등 큰 혼란을 야기했다. 상하이 시민 리젠차오(李健超·38)는 “닭, 오리 등 가금류는 물론 정부가 AI와 관련성이 없다고 말하는 돼지고기도 먹지 않고 있다”면서 “페트병에 담아 파는 물도 끓여 마실 만큼 불안하다”고 호소했다. 현재까지 신종 AI 감염자는 상하이와 저장성, 장쑤성, 안후이(安徽)성 등 장강삼각주 지역에서 주로 발생하고 있다. 글 사진 상하이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 개성 가는 길 막혔다… 北, 사실상 공단 폐쇄 수순

    개성 가는 길 막혔다… 北, 사실상 공단 폐쇄 수순

    북한이 3일 우리 측 인원이 개성공단으로 들어가는 것을 금지하고 남측으로의 귀환만 허용하겠다고 통보해 왔다. 공장 가동을 위한 원자재 반입도 금지했다. 개성공단 폐쇄를 언급하지 않았을 뿐 사실상 폐쇄 조치 수순으로 보인다. 김형석 통일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개성공단 담당 기관인 북측 중앙특구 개발지도 총국이 이날 오전 8~9시 사이 개성공단관리위원회를 통해 이 같은 입장을 밝혀 왔다고 말했다. 지난달 31일 북한이 개성공단 차단 및 폐쇄 조치를 언급하자 박근혜 대통령이 다음 날 국방부 업무보고에서 “도발을 한다면 정치적 고려를 하지 않고 초전에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힌 데 대한 맞대응 성격으로 풀이된다. 북한의 개성공단 출경 금지로 이날 개성공단에 들어가려던 우리 측 인원 484명은 발길을 돌려야 했다. 개성공단을 떠나면 다시 들어갈 수 없는 상황에서 공장 가동에 비상이 걸린 입주 기업들은 체류 인원을 최대한 유지하기 위해 33명만 남쪽으로 보냈다. 개성공단에 체류하고 있는 우리 국민 861명 가운데 33명이 귀환해 현재 828명이 개성공단에 남아 있다. 그러나 생활하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물자 반입마저 어렵게 된 상황이어서 장기 체류는 쉽지 않아 보인다. 통일부는 성명을 통해 “개성공단 출입을 정상화시키지 않는 것은 남북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의 비난과 고립을 초래할 것”이라며 즉각적인 정상화를 촉구했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에서 열린 북핵 안보전략특별위원회 회의에서 개성공단에 있는 우리 근로자의 신변이 위협받을 경우를 대비해 군사 조치 등의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이종원 선임기자 카메라 산책] ‘산림귀농’ 교육현장을 찾아서

    [이종원 선임기자 카메라 산책] ‘산림귀농’ 교육현장을 찾아서

    4월이다. 새순을 틔우는 나무들이 싱그러운 계절이다. 산을 본다. 꽃샘추위는 결코 봄을 막지 못한다. 해마다 돌아오는 4월이지만 묘목시장에는 나무를 심으려는 손님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활기차다. 식목일이 지정된 지도 올해로 68회다. 나무 심기를 독려하기 위해 공휴일로 지정된 적도 있었다. 그러나 식목일은 이미 쉬는 날이건 아니건 간에 나무를 생각하고 나무를 심는 날로 자리잡고 있다. 그 덕에 세계가 놀랄 만큼 산은 푸르고 울창해졌다. 특히 최근 숲의 혜택과 산림자원 보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산에서 인생의 2모작을 맞으려는 사람들도 적잖다. 강원도 강릉시 연곡면의 ‘산림조합중앙회 임업기계훈련원’은 산림인재와 산림소득증대를 위한 교육 훈련기관이다. 올해로 개원한 지 30년이 넘은 이른바 ‘산꾼 사관학교’다. 바다 냄새가 정겨운 주문진 해안도로를 달려 훈련원 입구에 들어서자 소나무 향기가 먼저 맞이했다. 목재를 쌓아 놓은 실습장에서는 교육생들이 한창 기계톱을 이용한 벌목교육을 받고 있었다. 임업기능인교육과정은 3주로 나뉘어 있다. 제2기 교육생 60명은 임업기계를 실습했다. 교육생들은 다양하다. 꿈도 각양각색이다. 하지만 열정은 하나같이 뜨겁다. 이동환(54)훈련원장은 “산림사업을 하려는 귀농·귀촌 희망자부터 산림조합 직원, 지자체 공무원, 산림사업법인 직원, 임학전공 대학생에 이르기까지 모든 직업군을 아우른다”고 설명했다. 교육 과정은 숲가꾸기, 선목(選木), 수라(修羅·나무운반 미끄럼틀)설치, 트랙터 윈치 실습, 산림 바이오매스 수집 등으로 빡빡하게 짜여져 있다. 오후 수업 첫 시간은 ‘숲가꾸기’다. 나무의 생장 촉진과 우량목재 생산을 위해 덩굴 제거와 솎아베기를 배우는 교육이다. 5m 높이의 잔가지를 치기 위해 3단 접이식 고지(高枝)절단 톱을 들고 있는 교육생들의 이마에서는 땀이 흘렀다. 전남 화순에서 온 김필영(53)씨는 “어릴 적에 감을 따먹을 땐 쉬웠는데…장난이 아니네요”라며 배움에 만족했다. 김씨는 지난해 췌장암 수술을 한 아내의 건강을 챙겨 주기 위해 산으로 들어가 호두나무를 재배하며 생활할 계획을 세웠다. 최돈영(33)씨는 “교육을 마치면 산림사업법인을 차리는 것이 꿈”이라며 “현재 약 70%에 이르는 우리나라 사유림시장에 희망을 건다”고 말했다. 시민단체에서 환경운동을 하던 서정옥(48)씨는 ‘고유가시대에 산림바이오매스 에너지를 통한 대응방안’이란 내용으로 박사논문을 준비하고 있다. 강원도 동해시 ‘동부목재유통센터’는 귀농인 산주들이 키워낸 국산목재제품을 생산, 판매하는 곳이다. 또 전원생활을 꿈꾸는 귀농인을 위한 목조주택을 직접 설계, 시공하는 곳이기도 하다. 김현근(56) 본부장은 “소나무 원목과 건조목을 구매하거나 한옥목조주택을 짓는 귀농인에게는 센터 내 치목장(治木場)을 무료로 빌려준다.”고 밝혔다. “풍수에 맞는 목조주택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최흥식(57)씨는 현재 인천에서 살지만 귀농을 결심, 이곳에서 목수 기술을 익히고 있다. 우리나라 국토의 3분의2가 산림 지역이다. 임업이 녹색성장시대의 핵심 산업으로 부상하면서 다양한 소득을 얻을 수 있는 블루오션으로 역할이 기대되고 있다. 때문에 산림귀농이 삶의 질과 행복을 높이는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산림귀농에 나선 ‘선배’들은 무엇보다 철저한 사전준비와 자연 앞에 늘 겸손하고 매사에 성실한 삶의 자세를 주문하고 있다. 자연은 언제나 모든 이들의 도전을 받아주지만 모두에게 결실을 보게 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글 사진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 [이슈&이슈] “산악·해양·생태·산업 차별화된 이미지 구축”

    [이슈&이슈] “산악·해양·생태·산업 차별화된 이미지 구축”

    “울산은 올해 천혜의 자연경관과 세계적인 산업현장을 연계한 관광산업 육성으로 ‘신(新)관광도시 울산’의 기틀을 확실히 다질 계획입니다.” 박맹우 울산시장은 31일 “‘신관광도시 울산’ 기치를 세운 올해 1700만명의 국내외 관광객을 유치하겠다”고 밝혔다. 박 시장으로부터 관광산업 활성화 전략을 들어봤다. →부·울·경 방문의 해의 의미와 협력 방안은. -3개 시·도는 광역적 관광자원을 활용해 동남권의 관광클러스터 및 광역네트워크를 구축해 국내외 관광객을 유치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동남권의 풍부한 관광자원을 활용한 연계상품 개발과 관광객 유치를 위한 공동 마케팅 등 협력사업을 벌인다. 해외마케팅 및 관광객 유치는 해외 시장 개척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울산 관광산업의 특징은. -울산은 산업도시일 뿐 아니라 관광도시로서도 손색이 없고, 한번 다녀간 사람들은 수려한 자연경관에 놀라움을 금하지 못한다. 산악, 해양, 생태, 산업 등 네 가지 테마의 차별화된 관광자원을 활용해 관광도시 울산의 이미지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태화강, 산업관광, 영남알프스, 고래 등 울산만의 특화된 자원을 활용해 이야기와 체험, 감동이 있는 관광상품을 개발하고 있다. →인기 있는 관광상품은. -영남알프스는 KTX 출범 이후 국내의 유명 산악관광지로 뜨고 있다. 국내 산악관광 1번지로 개발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영남알프스를 중심으로 한 산악관광은 국내를 넘어 스위스, 뉴질랜드, 중국, 일본 등과 적극적으로 협력하면서 국제적인 관광지로 발돋움하고 있다. 일명 ‘알프스’ 관광을 앞세운 세계 5개국이 산악관광 활성화를 위해 서로 협력하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 유치 계획은. -울산 관광의 네 가지 테마는 외국인이 선호하는 매력적인 관광자원이다. 국제도시 간 교류협력 네트워크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그 중심 사업이 중국, 일본, 뉴질랜드, 스위스와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는 산악관광자원 활성화가 될 것이다. 세계 알프스 도시와의 산악관광 활성화는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또 사후면세점 확대 등 쇼핑 전략과 비즈니스호텔 건립 등 숙박시설 확충도 한몫할 것으로 기대한다. →관광객의 발길을 머물게 할 체류형 관광계획은. -체류형 관광계획의 핵심은 숙박시설 확충이다. 주요 숙박시설의 ‘굿스테이’ 지정을 확대하고, 문수축구장 내 유스호스텔 리모델링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국내 호텔업계의 대표 브랜드인 신라와 롯데 비즈니스호텔도 건립된다. 2015년부터는 국내외 행사를 차질 없이 추진할 만큼의 숙박시설을 갖추게 된다. 관광산업 육성과 함께 숙박시설이 확충되면 머물고 싶은 울산에 한발 다가서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 울산 박정훈 기자 jhp@seoul.co.kr
  • 서울국제모터쇼 홈피서 관람계획 미리 짜라

    기아차는 한 해 성과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올해로 11호를 맞는 지속가능보고서 ‘무브’(MOVE)를 잡지 형태로 발간했다. 표제 ‘무브’는 ‘자동차를 통해 세상에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 가는 움직임’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경제와 환경, 사회적 측면에서 경영성과와 세계적 이슈에 대한 기아차의 대응 활동을 담았으며, 특히 올해의 테마를 ‘사회공헌 대표사업 론칭’으로 정해 글로벌 기업으로서 경영성과에 걸맞은 철학과 비전 등에 이 같은 내용을 포함했다. 앞서 기아차 지속가능보고서는 2012년 미국 커뮤니케이션연맹(LACP)이 주관하는 세계적 연차보고서 평가 ‘비전 어워드’에서 금상을 받았다. “에이, 자동차는 못 보고 길바닥에서 시간 다 보내고 사람 구경만 실컷 하다 왔네.” 무작정 서울모터쇼가 열리는 경기 고양 일산 킨텍스를 찾았다가 고생만 하고 나오는 관람객이 많다. 특히 이번 주말 20만명 이상의 관람객이 몰리면서 주변 도로의 혼잡뿐 아니라 전시장 안도 북새통을 이룰 전망이다. 좀 더 편안하게 서울 모터쇼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보자 이번 모터쇼는 제1전시장과 2전시장을 모두 사용하는 등 전시면적(10만 2431㎡)이 축구장 15개를 합쳐 놓은 크기다. 전시에 참가한 13개국 331개 업체가 1, 2전시장에 나뉘어 있다. 1, 2전시장이 따로 독립적으로 운영되면서 두 곳에서 모두 입장권을 보여줘야만 관람할 수 있다. 즉, 1전시장에서 입장권을 내고 들어갔다고 해서 2전시장 입장이 가능한 것이 아니다. 입장권 일부(고객 회수용)를 가지고 있어야 나머지 전시장도 관람할 수 있다. 또 업체별로 전시장이 다르고 넓어서 미리 동선을 정해야 한다. 계획 없이 발길 닿는 대로 구경하면 우왕좌왕하거나 꼭 봐야 할 자동차를 놓치기 쉽다. 성인 남자 걸음으로 1, 2전시장을 대충 돌아보는 데도 2시간이 넘게 걸린다. 따라서 미리 서울모터쇼 홈페이지(www.motorshow.or.kr)의 부스 안내도에서 꼭 가보고 싶은 업체를 고른 뒤 동선을 정하는 편이 좋다. 행사가 열리는 고양 킨텍스의 주변 도로는 비교적 교통이 원활한 편이지만 주말 봄나들이객이 가세하면 강변북로와 자유로 등이 정체를 빚기 십상이다. 따라서 될 수 있으면 버스·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게 편리하다. 고양 킨텍스는 지하철 3호선 대화역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이다. 정체된 도로와 복잡함을 싫어하는 관람객에게 최고 이동수단이 될 것이다. 또 조직위가 준비한 셔틀버스를 이용하면 서울 시내에서 킨텍스까지 편하게 이동할 수 있다. 셔틀버스는 합정역(10번 출구)·서울역(14번 출구) 앞에서 오전 9시부터 주중에는 30분 간격, 주말에는 20분 간격으로 운행된다. 축구장 크기의 다섯 배만 한 전시장을 걸어야 한다. 따라서 딱딱한 구두나 여성용 하이힐 등을 신으면 매우 불편하다. 편안한 운동화와 가벼운 차림으로 가는 것이 좋다. 또 각 업체에서 브로셔나 간단한 기념품 등을 나눠줄 수 있으니 조그만 배낭을 하나 메고 가는 것도 ‘상식’이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 기성용, “한혜진과 결혼?” 묻자…

    기성용, “한혜진과 결혼?” 묻자…

    축구 국가대표 기성용(25·스완지시티)이 배우 한혜진(33)의 열애 사실을 공개했다. 기성용은 27일 오전 자신의 트위터에 “(한혜진과)잘 만나고 있다”면서 “교제 기간이 얼마되지 않아 조심스러웠지만 서로 큰 힘이되기에 사실 당당하게 만나고싶었다”고 밝혔다. 기성용은 이날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영국으로 떠나기 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도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다”면서 다시 한 번 교제 사실을 인정했다. 기성용은 “지난 1월부터 진지하게 만나고 있다”면서 “종교적으로도 의지하고 서로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축구하는 데에도 여러모로 배려받고 있다”고 말했다. 기성용은 일부에서 불거진 결혼설에 대해서는 “주변에서 여러 이야기가 있는데 나중에 생각할 일”이라며 “떳떳하게 만나고 있고 이런저런 루머에는 해명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한혜진 역시 소속사인 나무액터스를 통해 “기성용과 이전부터 친분이 있다가 교제한지 두달 정도 됐다. 잘 만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온라인 연예매체 디스패치는 이날 기성용이 전날 카타르와의 2014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 A조 5차전이 끝난 뒤 비밀리에 한혜진과 데이트를 하는 장면을 포착했다고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기성용은 고등학교 동창인 배우 김우영(25)을 통해 한혜진을 데이트 장소로 데려왔다. 김우영은 이날 밤 12시 서울 반포동 한혜진의 자택에서, 한혜진을 태운 뒤 기성용이 있는 논현동으로 이동했다. 당시 자리에 있던 김우영과 김우영의 여자친구, 또 다른 기성용의 지인은 한혜진이 온 뒤 자리를 피했고 두 사람은 2시간 가량 데이트를 즐겼다. 데이트가 끝나자 김우영은 다시 한혜진을 자택까지 배웅했다. 기성용은 한혜진을 보낸 뒤 청담동에 위치한 한우집으로 이동, 데이트를 도와준 친구들과 식사를 했다. 매체는 “이날 기성용은 연인을 만난 기쁨에 시종일관 미소를 잃지 않았다”고 전했다. 기성용은 이날 새벽 3시쯤 친구들과 만남을 정리하고 혼자 한혜진의 자택을 방문했다고 매체는 밝혔다. 기성용은 직접 승용차를 몰고 한혜진의 자택 주차장까지 갔지만 다음날 녹화가 있는 것을 알고 다시 발길을 돌린 것으로 전해졌다. 매체는 두 사람은 누나와 동생 사이에서 올해 초 연인으로 발전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기성용의 최측근은 매체와의 전화통화에서 “두 사람은 8살이라는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서로 교감하는 부분이 많다”면서 “올해 여름쯤 더 좋은 소식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지난해 8월 한혜진이 진행을 맡고 있는 SBS ‘힐링캠프’에 기성용이 출연하면서 급속도로 가까워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2일 기성용이 ‘HJ SY 24’가 새겨진 축구화를 신은 모습이 포착되면서 열애설은 급속도로 확산됐다. 이니셜 ‘HJ’가 한혜진이라는 추측이 더해진 것이다. 하지만 당시 한혜진의 소속사는 “정확한 사실은 확인해봐야 알 것”이라며 말을 아꼈고 기성용 역시 대답을 피해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서울시 “이제는 식목일이 아니라 식목월”

    서울시 “이제는 식목일이 아니라 식목월”

    서울시는 다음 달 20일까지 한달을 ‘식목월’로 정하고 삭막한 도시 콘크리트를 꽃과 나무로 채우는 ‘서울, 꽃으로 피다’ 캠페인을 진행한다고 26일 밝혔다. 캠페인은 ▲6개 생활권 중점 구역에 꽃, 나무 심기 ▲나무돌보미 사업 등의 시민, 기업 참여 캠페인 및 콘테스트 ▲철도 폐선 부지, 한강 등에 꽃씨 뿌리기와 교각, 육교, 터널 입출구에 녹색 옷 입히기 ▲서울광장 퍼포먼스 등의 시민 주도 행사로 진행된다. 우선 시민이 피부로 직접 느끼는 생활권인 아파트, 상가, 학교, 골목길, 동네, 가로변 띠 녹지 등 6개 생활권 중점 구역을 대상으로 녹색 가꾸기 운동을 시작한다. 또 삼청동길, 대학로 등 걷고 싶은 거리나 시내 주요 관광지 중 10곳에 ‘꽃이 있는 상가’를 시범 조성한다. ‘북촌한옥마을’을 특별 시범 구역으로 선정해 한국화훼협회와 함께 우리 꽃 가꾸기를 추진해 지역 상권 활성화도 유도할 방침이다. 삭막한 도시 분위기를 자아내는 회색빛 콘크리트 교각과 육교, 터널의 출입구에 식물을 가꾸고 경의·경춘선 폐철도 부지와 지상 지하철 구간, 한강변, 안양천 등 시민의 눈길과 발길이 닿는 공간에도 꽃을 심을 예정이다. 이 밖에 가상의 나무 가꾸기 게임을 통한 실제 나무 심기 확대, 매뉴얼 제작·보급, 식수 장소 안내 시스템 구축 등을 통해 시민의 자발적 녹색 활동을 지원한다. 시는 6월과 11월 2차례에 걸쳐 자발적 녹화 활동 우수 마을, 단체, 자치구를 평가하고 36개 단체와 10개 자치구를 선정해 총 1억원의 상금을 줄 계획이다. 문승국 시 행정2부시장은 “이번 캠페인이 서울의 가치를 상승시키는 것은 물론 시민이 녹색 갈증을 풀고 자긍심을 갖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싸게, 더 싸게… 아웃렛 전성시대

    싸게, 더 싸게… 아웃렛 전성시대

    극심한 불황이 소비자들의 제품 구매 성향까지 바꿔놓고 있다. 경기와 상관없이 선전하던 해외 고가 수입 브랜드가 무릎을 꿇었고, 중저가 브랜드들이 중심이 된 아웃렛형 쇼핑몰들은 승승장구하고 있다. 2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해외 명품 브랜드의 대명사로 불리는 루이뷔통은 지난해 국내 매출이 처음으로 두자릿수 감소했다. 불황이 지속되고 다양한 가격대의 명품·준명품 브랜드들이 쏟아지면서 소비 성향도 변화하고 있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반면 지난 1월18일 문을 연 롯데아울렛 서울역점은 개장 3일 만에 30만명 이상이 다녀갔고, 개점 후 지난 17일까지 두 달간 3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당초 목표(200억원 안팎)보다 50% 이상 초과 달성했다. 지난해 9월 세 번째 거래점을 연 서울 금천구 가산동 마리오아울렛도 매출이 2배 가까이 늘었다. 경기에 덜 민감하던 백화점 고객들이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아웃렛으로 발길을 돌리는 것으로 분석된다. 온라인 쇼핑몰들도 유명 브랜드 제품을 파격적인 가격에 내놓으며 고객을 유인하고 있다. 초특가닷컴(cutcutprice.com)의 경우 유명브랜드 상품들을 모아 최대 98%까지 할인한 가격에 선보이고 있다. 크로커다일 여성용 바지가 95% 할인된 5000원, 프랑스 잡화 브랜드 랑카스터의 아웃포켓 백팩이 91% 할인된 3만 9900원, 16만 8000원짜리 켈빈 클라인 진바지가 1만 5000원에 판매 중이다. 온라인 아웃렛인 패션플러스(www.fashionplus.co.kr), 마리오 아웃렛, AK플라자 등 온·오프라인 유통 채널들과 연계 마케팅이 한창이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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