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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군산 옛도심에 짬뽕거리 만든다

    전북 군산시가 지역 대표 음식인 짬뽕을 주제로 한 거리를 옛 도심에 조성한다. 시는 국비와 지방비 15억원을 들여 짬뽕거리를 만들기로 했다고 29일 밝혔다. 시는 짬뽕거리 지정과 함께 짬뽕의 날을 만들고 짬뽕 먹기, 각종 짬뽕 전시회, 짬뽕 요리대회 등도 추진할 방침이다. 시는 군산에서 생산되는 쌀, 보리, 밀을 원료로 짬뽕과 짜장면에 넣을 국수 개발도 검토하고 있다. 시가 짬뽕거리 조성에 나선 것은 군산에 전국적으로 유명한 중국음식점이 즐비하기 때문이다. 복성루, 지린성, 빈해원, 영화반점, 홍영장, 서원반점 등은 전국 미식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맛집으로 유명하다. 영화동, 미원동, 흥남동 등 옛 도심권에 있는 이들 음식점의 대표 메뉴는 짬뽕과 짜장면이다. 특히 짬뽕을 먹으려고 일부러 군산을 찾는 관광객을 쉽게 만날 수 있을 정도다. 군산 짬뽕은 군산에 정착한 중국 화교들이 1960년대 초마면에 해물, 고기, 고춧가루 등을 넣어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짬뽕거리가 생기면 전국적인 명소인 옛 도심권, 시간여행마을 등과 연계해 관광객 유치와 경제활성화가 이뤄질 것으로 시는 기대한다. 시 관계자는 “중국음식점 160곳 가운데 상당수가 옛 도심권이 모여 있고 특히 짬뽕으로 이름을 날리는 중국음식점이 많아 짬뽕거리가 충분히 성공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옷감 손상 없이 빠르고 보송보송하게

    옷감 손상 없이 빠르고 보송보송하게

    이제 건조기는 필수 가전으로 여겨지고 있다. 예비부부의 혼수품으로 찾는 발길도 늘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는 건조기의 단점으로 꼽혔던 옷감 손상에 대한 우려를 없앤 기술을 선보이며 건조기 시장을 견인하고 있다. 한 가전업계 관계자는 올해 건조기 판매량이 100만대 이상 기록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히기도 했다.●환경·인테리어 관심 속 건조기 인기 급부상 이같은 건조기 시장의 성장은 휴식 공간으로서 집에 대한 가치가 높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집에서 여가를 보내는 사람이 늘면서 집에서 운동하고, 최신 영화를 인터넷 TV로 보는 등 다양한 문화 활동을 집에서 해결하면서 집안 환경을 개선하는 건조기를 찾는 발길이 늘고 있다.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도 건조기 대중화의 원인 중 하나다. 최근 ‘#집스타그램’, ‘#랜선집들이’ 등의 해시태그와 함께 인테리어 관련 게시물이 SNS에서 많이 등장하고 있다. 눈에 보이는 곳에 빨래를 널어둘 필요 없이 늘 깔끔한 환경을 유지해주는 건조기가 이같은 경향에 부합하고 있다. 집안일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기계의 도움을 마다하지 않는 현대인의 생활 방식도 건조기 인기에 한몫한다. 최근 주목받는 식기건조기, 로봇청소기와 함께 의류건조기는 귀찮고 힘든 집안일을 대신해주는 대표적인 가전제품이다. 세탁기에서 젖은 빨래를 꺼내 건조기에 넣으면 1~2시간 내로 말릴 수 있어 빨래를 널어야 하는 번거로움을 줄여준다. 건조기의 인기에는 환경적인 요인도 작용했다. 빨래를 햇빛·바람에 자연 건조하는 것이 일상이었던 과거와 달리 갈수록 미세먼지, 매연 등 대기 오염 우려로 야외에 빨래를 널 수 없는 날이 많아졌다. 베란다가 없는 주상복합이나 원룸은 빨래를 널 공간조차 마땅치 않기 때문에 이를 위한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옷감 손상 개선한 건조기 ‘그랑데’ 건조기의 편리함에도 불구하고 그동안의 제품들은 실제 자연 건조와 달리 옷감 손상을 유발한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뜨거운 바람으로 빨래 속 수분을 증발시키는 건조 방식으로는 옷감 손상이 불가피했던 것. 최근 삼성전자는 이런 단점을 개선하고, 빨래를 화창한 날씨에 자연 바람으로 말린 듯한 효과를 구현하는 건조기 ‘그랑데’를 선보였다. 제품은 건조통 내부 최고 온도가 60도를 넘지 않도록 설계해 옷감 손상을 최소화했다. 또한 건조통 뒤판에 있는 360개 에어홀에서 나오는 풍부한 바람으로 두꺼운 겨울 이불·의류도 자연 건조한 것처럼 보송보송하게 건조한다. 그랑데 건조기는 건조 초반 히터가 빠르게 드럼 내부의 온도를 올린 후 히트 펌프로 건조하므로 온도가 낮은 겨울철에도 건조 시간이 크게 늘어나지 않는다. 김태곤 객원기자 kim@seoul.co.kr
  • [현장 행정] 어린이로 북적… 관악 전통시장의 ‘작은 기적’

    [현장 행정] 어린이로 북적… 관악 전통시장의 ‘작은 기적’

    “요즘 아이들은 부모님을 따라 대형 마트나 쇼핑몰에 가지 전통시장에 잘 오지 않잖아요. 하지만 어린이집에서 전통시장의 의미도 배우고 직접 장을 보는 경험을 하면 계획적으로 돈을 쓰는 경제관념을 살뜰히 배울 수 있죠. 또 집에 가서 부모님을 시장으로 이끌며 시장을 살리게 되니 ‘일석이조’ 아니겠어요.”지난 23일 서울 관악구 인헌동 인헌시장. 인근 어린이집 7곳에서 나온 3~5세 아이들이 제법 야무진 손길로 빵, 귤, 잡채 등을 골라 장바구니에 집어넣자 박준희 관악구청장은 흐뭇하게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평소 한산하던 시장 골목골목이 어린이 200여명으로 가득 차는 진풍경이 빚어진 건 박 구청장이 추진하는 ‘지역 경제 활성화’의 첫 방안이 이날 실현됐기 때문이다. 관악을 살릴 ‘경제 구원투수’로 나선 박 구청장은 지난달 말 구청 38개 전 부서에서 골목상권과 자영업자를 살리기 위한 아이디어를 모아 30개 과제를 뽑아냈다. 그 첫 번째인 ‘유아 전통시장 나들이 체험’이 이날 처음 이뤄졌다. 각자 3000~5000원씩을 들고 나온 아이들은 “엄마에게 돼지고기를 사다 드리겠다”, “나는 떡 대신 양말을 사겠다”며 머릿속에 사고 싶었던 것들을 고사리손으로 잘도 골라냈다. 오전에 이미 어린이집에서 선생님에게 전통시장의 개념, 장보기 계획과 방법 등을 배운 터였다. 원생들을 데리고 시장 체험에 나온 인헌동 예은어린이집 이지은 원장은 “평소엔 엄마들이 사는 대로 이끌려 다니던 아이들이 스스로 결정해 물건을 사보면서 성취감도 느끼고 집에 돌아가 엄마한테 ‘시장에 뭐 사러 가자’고 엄마를 이끌어 실제 아이들과 함께 시장에 다녀간 어머니들도 꽤 많았다”며 “아이들은 전통시장에 가는 재미를 배우고 시장 상권도 살리게 되니 뜻깊은 행사가 됐다”고 했다. 이날은 또 인헌시장이 생겨난 지 38년 만에 처음 고객편의센터(지하 1층~지상 4층 규모)도 들어서 상인과 주민 모두가 혜택을 누리게 됐다. 상인들이 함께 교육을 받고 운영 방향을 논의할 수 있는 회의실, 배송센터, 물품보관실, 화장실 등 백화점 부럽지 않은 시설을 갖췄다. 박 구청장은 “우리 지역에만 20곳의 전통시장이 있는데 시장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낡은 시설을 정비하고 주차장, 배송센터 등 다양한 편의시설도 단계적으로 늘려갈 것”이라며 “골목상권에 보행자 우선도로를 조성해 주민들의 발길이 더욱 활발하게 닿게 하고 상권 입구에는 오가는 이들의 연령대·성별·방문 시간대 등 빅데이터 분석을 할 수 있는 스마트시티 시스템도 조성해 더욱 효과적인 지역 경제 활성화 방안을 발굴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이미혜의 발길따라 그림따라] 삶의 터전, 예술의 요람

    [이미혜의 발길따라 그림따라] 삶의 터전, 예술의 요람

    청어를 먹었다는 기록은 적어도 기원전 30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람들은 청어를 굽거나 튀겨 먹고, 절이고 말려서 저장했다. 차가운 북대서양에는 풍부한 청어 떼가 있었고, 유럽인들은 청어를 ‘바다의 은’이라 불렀다.이 그림은 미국 북동부에 있는 메인주 아일스버로섬의 어부들을 그린 것이다. 배를 가득 채운 은빛 청어, 비린내를 맡고 모여든 흰 갈매기 떼가 화면을 환하게 만든다. 물고기가 유난히 반짝이는 것은 유화 물감 대신 템페라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잡아 온 물고기를 작은 보트에 옮겨 싣는 반복적이고 지루한 작업을 기록했지만,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선을 택해 극적인 분위기를 조성했다. 미국 예술에서 메인주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거친 풍광과 바위투성이 해안은 참신한 소재를 찾던 예술가들을 끌어당겼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이곳 삼림을 탐사한 후 1864년 ‘메인주의 숲’이라는 책을 펴냈다. 소로는 이 책에서 메인주의 자연을 열렬히 예찬했다. 조지 벨로스에서 록웰 켄트에 이르기까지 여러 화가가 여름이면 화구를 꾸려 메인주로 향했고, 와이엇도 이 대열에 합류했다. 보통 N C 와이엇으로 불리는 뉴웰 컨버스 와이엇은 1910~1920년대에 삽화가로 명성을 날렸다. 매사추세츠의 한 농가에서 태어나 말을 돌보고, 밭일을 거들고, 장작을 팼던 와이엇은 사람들이 일할 때 어떤 근육을 쓰고 어떤 자세를 취하는지 잘 알았다. 이 경험은 훗날 그림에 생생함을 불어넣는 데 도움이 됐다. 와이엇은 스무 살 때 ‘새터데이 이브닝 포스트’지의 표지를 그려 50달러를 받은 것을 시작으로 평생 수많은 삽화를 그렸다. 스크리브너 출판사와 손잡고 펴낸 ‘로빈 후드’, ‘보물섬’, ‘로빈슨 크루소’ 같은 책들은 지금도 명품 삽화로 기억되고 있다. 나이가 들면서 본격적으로 회화에도 손을 댔다. 일러스트레이션에서 너무 큰 성공을 거두었기 때문에 회화에서의 성취가 가린 점이 있으나 매력적인 작품들을 남겼다. 다섯 아이 가운데 세 명이 화가가 됐는데, 막내아들 앤드루가 가장 유명하다. 사실적이면서도 미스터리한 분위기가 감도는 그림으로 아버지에 버금가는 명성을 얻었다. 미술평론가
  • 강동 꿈의 창업공간 ‘엔젤공방’

    강동 꿈의 창업공간 ‘엔젤공방’

    성안로 일대 제과·커피 공방 등 12곳 성업 경쟁률 7~8대 1 후끈…새달 2곳 추가 자발적 협동조합으로 자생력도 키워“창업을 하려면 큰돈이 필요하니 선뜻 결정이 쉽지 않잖아요. 실패하지 않을까 겁도 나고요. 그런데 구에서 보증금도 부담해 주고 월세 절반을 대 주니 비용 걱정 없이 마음껏 꿈을 펼쳐 볼 수 있게 됐어요.” 서울 강동구 성내동 성안로에 둥지를 튼 요리 체험 공방 ‘잰아틀리에’ 이재인(35) 대표는 요즘 한창 의욕을 부려 보고 있다. 성내동에서 신혼살림을 차리고 초등학생 아들 둘을 키워낸 지 올해로 14년째. 하지만 살림과 육아 때문에 요리 교사로서 자신의 일은 프리랜서로 영위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하지만 강동구의 대표 청년 정책인 ‘엔젤공방’ 사업에 지원하면서 그는 마음껏 꿈을 펼쳐 볼 창업 공간을 꾸리게 됐다. 이제 창업 한 달째, 유아부터 성인까지 아우르는 다양한 요리 수업을 이끄는 이 대표는 “한적한 동네라 수요가 많을까 걱정을 했는데 아이들, 어머니들이 수업에 관심을 갖고 많이 찾아주셔서 ‘어떤 걸 더 해 볼까’ 의욕이 자꾸 생긴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강동구의 살뜰한 청년 정책이 지역 내 청년들의 삶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이 대표가 차린 엔젤공방은 특히 고용 상황이 엄혹한 요즘, 창업을 꿈꾸는 청년들에게 탄탄한 지지대가 되고 있다. 엔젤공방은 2016년부터 성안로의 변종업소 밀집 지역을 정비해 청년들에게 창업 공간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기술, 열정은 있으나 자금이 부족해 선뜻 창업을 꿈꾸기 어려웠던 청년들에게 공방 임대 보증금을 100% 지원하고 1년간 월세 50%를 부담해 준다. 1500만~2000만원에 이르는 인테리어 비용까지 대주기 때문에 호응이 높다. 현재 금속공예, 도자기공예, 제과, 커피 등 12곳의 다양한 엔젤공방이 성업을 이루며 과거 변종업소들로 채워져 발길이 드물던 거리는 아기자기하고 볼거리 많은 공방 거리로 변하고 있다. 정영환 강동구 사회적경제기획팀장은 “사업 초기에는 2~3대1 정도의 경쟁률을 보였으나 요즘에는 7~8대1까지 치솟을 만큼 창업하려는 열기가 뜨겁다”며 “다음달 14호까지 문을 열 예정이고 최근에는 엔젤공방 대표들이 모여 협동조합까지 만들 정도로 자생력을 키워 가고 있다”고 말했다. 구의 청년 일자리 창출, 지역 경제 활성화 노력은 더 보폭을 넓힐 예정이다. 2020년에는 엔젤공방 허브센터를 세워 창업을 꿈꾸는 이들을 위한 종합적인 지원 공간을 마련해 준다. 기존의 엔젤공방과 인근의 강풀만화거리, JYP엔터테인먼트, 올림픽공원을 연계한 엔젤공방거리(거리 1.4㎞, 면적 18만 2376㎡)도 조성해 청년 문화와 경제가 함께 발전하는 거리로 꾸민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글로벌 인사이트] 난민 76만명과 더불어 사는 요르단… 일부선 “내 일자리 잃을라”

    [글로벌 인사이트] 난민 76만명과 더불어 사는 요르단… 일부선 “내 일자리 잃을라”

    서너 살쯤 된 난민 사내아이가 지난 13일 요르단의 자타리 시리아 난민 캠프 초입에서 기자에게 손을 흔들었다. 아이는 맨발이었다. 자신과 다른 외모의 한국 기자가 신기했던 것일까. 숱 많은 속눈썹 아래 까만 눈동자가 기자를 응시했다.기관총을 어깨에 맨 요르단 군인들 십수명이 지키는 출입구 바리케이드를 지나 캠프에 발을 디뎠다. 캠프는 거대한 도시였다. 셀 수 없이 많은 컨테이너 집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기자를 안내한 유엔난민기구(UNHCR) 관계자는 “자타리는 요르단 최대 난민 캠프다. 현재 난민 8만명이 산다”고 말했다. 컨테이너 집 외벽에는 색색의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UNHCR 관계자는 “난민들이 직접 그린 것”이라고 설명했다.●난민 범죄 심각하지 않아 캠프 치안을 담당하는 알 수디 요르단 시리아 난민국 대령은 “요르단은 2011년 시리아 내전 발발 직후부터 인도주의적 이유에서 난민을 수용했다. 난민들이 시리아 국경에서 가까운 자타리에 모여들었다. 요르단 정부는 2012년 7월 자타리 캠프를 정식으로 열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난민 캠프 내부 범죄율은 요르단의 다른 도시와 비교했을 때 보통 수준”이라면서 “국경에서 보안검사를 거쳐 난민을 받는다. 지금까지 테러 등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 적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캠프 내 학교와 별개로 난민들의 교양 교육, 여가 등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커뮤니티센터’에 들어갔다. 센터는 방 1개짜리 건물 대여섯 개로 구성돼 있었다. 이 가운데 한 개 건물은 전시장이었다. 시멘트 벽면에 난민들이 그린 그림을 걸었다. 울 것 같은 눈으로 캔버스 밖을 응시하는 소년, 한쪽 다리를 잃은 어린이 등을 그렸다. 내전의 아픔이 전해졌다. 그림을 그린 탐만 알나벨시(26)는 “시리아에 돌아가면 군대에 징집되고 싸우다 죽을 것”이라면서 “고국에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내전으로 형 죽어···시리아로 안 돌아가” 센터에서 나와 22세 청년 아흐마디 살림의 집으로 발길을 옮겼다. 10평이 채 안 되는 컨테이너 집에는 거실, 침실, 화장실이 있었다. 살림은 “2013년 시리아에서 탈출했다. 내전으로 형을 잃었다. 다른 형제는 옥살이를 하고 있다.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요르단에서 지내고 싶다”고 말했다. 오후 5시 땅거미가 내려앉았다. 거리에 불이 하나 둘 켜졌다. 서방 언론이 프랑스 파리 중심가에 빗대 ‘샹젤리제’라고 부르는 자타리 캠프 내 시장이 난민들로 북적이기 시작했다. UNHCR 관계자는 “자타리에 상점이 3000개쯤 된다”고 했다. 이튿날 아즈락의 시리아 난민 캠프를 방문했다. 아즈락 캠프 관계자는 “자타리는 자생적으로 만들어진 캠프다. 아즈락은 자타리가 포화상태에 이른 2014년 4월 건립했다. 아즈락은 자타리의 문제점을 보완해 계획적으로 지었다”면서 “최대 12만명을 수용할 수 있다. 지금은 약 4만명이 머문다”고 밝혔다. 아즈락은 컨테이너 가옥 배치부터 정연했다. 자타리에 비해 아즈락 난민들의 표정은 어두웠다. 자타리 난민들은 기자에게 먼저 다가와 말을 걸고 악수를 청했다. 아즈락 난민들은 좀처럼 미소를 보이지 않았다. UNHCR 관계자는 “아즈락에는 국경을 건너다가 요르단 정부에 억류되는 등 고초를 겪은 난민들이 모여 있다. 경계심이 강한 편”이라고 말했다. 아즈락 커뮤니티센터는 자타리의 그것보다 더 컸다. 입구에 커다란 일장기가 걸려 있었다. UNHCR 측은 “일본 정부가 아즈락 내 커뮤니티센터 4개를 다 지어줬다”고 말했다. 센터 중심에는 축구장이 있었다. 남학생 몇몇은 헤진 운동화를 신고 뛰었고 몇몇은 맨발로 달렸다. 굳은 얼굴로 캠프 거리를 걷던 학생들은 축구장에서는 웃음을 보였다. 축구장 옆 건물에서는 가수 싸이의 대표곡 ‘강남 스타일’이 흘러나왔다. 문을 열어보니 청년 너댓 명이 웃통을 벗고 역기를 들었다. 운동 중인 한 청년에게 “한국 기자가 온다는 소식을 듣고 일부러 이 음악을 틀은 것이냐”고 물었다. 그는 “아니다. 평소 운동할 때 강남 스타일을 즐겨 튼다”고 답했다. 아즈락에는 그럴듯한 병원이 있었다. 난민 20여명이 복도 의자에 앉아 차례를 기다렸다. 병원 관계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주 5일 운영한다. 하루 평균 200명의 난민을 진료한다”면서 “의사 3명, 인턴 1명, 간호사 8명이 있다. 큰 환자가 발생하면 응급차를 불러 인근 큰 병원으로 옮긴다”고 말했다. 자타리와 아즈락 캠프가 이렇게 건강하게 돌아가는 것은 국제사회의 도움 덕분이라고 UNHCR 암만 사무소에서 만난 스테파노 세베레 요르단 대표가 말했다. 그는 “지난 10월까지 요르단에 미국, 유럽연합(EU), 캐나다 등 각국의 공여금 1억 9750만 달러(약 2236억원)가 전달됐다”면서 “하지만 내전의 장기화로 각국의 피로도가 쌓여 공여금이 줄어드는 추세”라고 우려했다. 세베레 대표는 “요르단에는 정부 추산 130만~150만, UNHCR 추산 76만명의 난민이 산다. 이 가운데 80%가 요르단 도시에서 요르단인과 어울려 살아간다”면서 “요르단 청년 실업이 83%에 이를 정도로 사정이 심각하다. 일부 정치인이 난민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한다. 다행히 요르단인들은 난민들의 사정을 이해하고 공감한다. 지역사회와 난민의 갈등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난민들 요르단인과 공존 과연 도시 난민의 삶은 어떨까. 지난 15일 요르단 수도 암만에 거주하는 예멘 난민 가정 두 곳에 들렀다. 할리마(45·여)는 가족과 함께 근근이 산다. 할리마는 “UNHCR의 지원금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한다. 가정부 일을 가끔 하지만 일이 별로 없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내전으로 아들 하나를 잃었다. 남은 아들과 두 딸의 목숨이 걱정돼 2015년 도망쳤다”면서 “난민들은 어쩔 수 없는 상황 때문에 고국을 떠난 사람들이다. 한국에 간 예멘인들도 전쟁이 아니었다면 결코 한국에 가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할리마의 어머니 아틀리아 후세인(72)은 “내전이 끝나면 눈 깜빡할 사이에 예멘에 돌아가겠다. 예멘의 공기와 흙 모두 다 그립다”면서 “아들들이 예멘, 사우디, 쿠웨이트, 이집트에 흩어져 있다. 걱정된다”며 울먹였다. 또 다른 예멘 난민 하마드(60) 역시 생활고를 호소했다. 그는 “나는 심장질환 때문에 일할 수 없다. 아들이 일자리를 찾고 있지만 실업난이 심해 취직이 안 된다. 한국에라도 가고 싶다”면서 “우리 가족은 예멘에서 행복했다. 내전 때문에 예멘에서 탈출할 수밖에 없었다. 좋아서 난민이 되는 사람은 없다”고 강조했다.●난민 일자리 제한… 암암리 타 직종 취업도 하지만 시리아와 이라크 등 주요 무역국의 정치적 혼란으로 인한 요르단의 경제난이 지속되면서 난민을 바라보는 요르단의 시선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운송업에 종사하는 40대 요르단 남성은 “난민들은 그럭저럭 살만한 것 같다. 그들은 요르단인 절반 임금만 받고 일해 그나마 직장을 구한다”면서 “이러다가 내 일자리까지 빼앗길까 걱정된다. 난민들을 시리아로 되돌려 보내자는 것은 아니지만 착잡하다”고 토로했다. 현지 사정에 밝은 소식통은 “법적으로 난민들은 건설업, 농업, 요식업, 수공업 등 4개 업종에만 종사할 수 있다. 요르단인과 일자리 경쟁을 하지 않게 하려는 것”이라면서 “그런데 암암리에 다른 직종에서 일하는 난민들이 있어 요르단인들이 속앓이를 한다. 한 시리아 난민이 프리랜서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일한다는 소문도 있었다”고 전했다. 글 사진 자타리·아즈락·암만(요르단) 강신 기자 xin@seoul.co.kr
  • 사자 3마리에 겁 없이 맞선 벌꿀오소리

    사자 3마리에 겁 없이 맞선 벌꿀오소리

    자신보다 몸집이 10배 이상 큰 사자에게 겁 없이 덤벼드는 벌꿀오소리의 모습이 포착됐다. 22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남아프리카공화국 리보니아주의 토니부시 자연 보호 구역(Thornybush Nature Reserve)에서 촬영된 벌꿀오소리와 사자 무리의 긴박한 대치 영상을 소개했다. 당시 사자를 보기 위해 지프 투어에 나선 관광객들은 벌꿀오소리와 사자의 대치 상황을 목격하고 휴대전화로 영상을 찍었다. 영상에는 벌꿀오소리 한 쌍이 암컷 사자들을 향해 으르렁거리는 모습이 담겼다. 벌꿀오소리들은 반복적으로 포효하면서 사자를 향해 달려들기도 한다. 벌꿀오소리의 맹렬한 모습에 사자들은 주춤거리며 당황하는 모습이다. 사자들이 공격한다면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지만, 오소리들은 도망치는 대신 오히려 이를 드러내고 다시 달려들며 사자를 공격한다. 사파리 관계자는 “벌꿀오소리는 극도로 사나운 동물이고, 사자들은 보통 그들에게서 멀리 떨어져 있다”면서 “사자들은 그들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새로운 교훈이 필요해 보였다”고 전했다. 벌꿀오소리의 사나운 기세에 사자들은 조용히 발길을 돌리는 것으로 영상은 끝난다. 한편 벌꿀오소리는 식육목 족제비과 동물로 덩치는 작지만 성질이 매우 난폭하고 독에 대한 내성도 지녀 지구상에서 가장 겁이 없는 동물로 알려졌다. 사진·영상=바이럴호그/유튜브 영상팀 seoultv@seoul.co.kr
  • 故허수경 시인을 추억하며… 22년 만에 다시 나온 ‘모래도시’

    故허수경 시인을 추억하며… 22년 만에 다시 나온 ‘모래도시’

    산문집 ‘나는 발굴지에…’ 재출간도“외국 사람만 사는 하늘 아래에 외국 사람만 걷는 거리에 외국어로만 사용해야 하는 자리에 다시 가서 살지는 말아 주길.”(이병률 시인 추도사 중) 일찍이 고향을 떠나 머나먼 타국에서 인간 내면 깊숙한 곳의 허기와 슬픔, 그리움을 노래했던 고 허수경(1964~2018) 시인. 지난달 3일 세상을 떠난 시인의 49재에 맞춰 소설과 산문집이 재출간됐다. 각각 22년, 13년 만에 다시 세상에 나오는 ‘모래도시’(문학동네)와 ‘나는 발굴지에 있었다’(난다)다. ‘모래도시’는 시인의 첫 장편소설이다. 마치 시인처럼 고향과 가족을 떠나 독일의 한 대학에서 만난 세 젊은이의 이야기를 그렸다. 시인은 1987년 ‘실천문학’으로 등단한 이래 1992년 돌연 독일로 건너가 뮌스터대에서 고대근동고고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소설 속에는 서울을 떠나 독일로 유학 간 ‘나’, 천체망원경으로만 보이는 머나먼 곳을 꿈꾸는 ‘슈테판’, 내전 중인 레바논을 떠나 기원전의 사람들이 동경했던 이상향 딜문을 지금 여기서 그리는 ‘파델’이 등장한다. 셋 다 비슷한 듯 다른 시인의 분신들이다. 산문집 ‘나는 발굴지에 있었다’는 2005년 첫 출간 당시 제목이 ‘모래도시를 찾아서’였다. 오리엔트의 폐허 도시 바빌론을 중심으로 고대 건축물 발굴 과정에 참여했던 시인의 경험을 토대로 하고 있다. 시인은 책에서 전 인류의 역사를 막론하고 흔적을 남기고 싶어 한, 불멸을 탐한 인간 욕망의 부질없음을 탓한다. “모래먼지 속 모래먼지가 될 제 운명을 예견이나 한 듯, 발굴터에서 써 나간 이 아픈 기록들은 시인의 유서로도 읽히기에 충분하다”는 것이 출판사 측 설명이다. 지난 20일 경기 고양 북한산 중흥사에서 열린 시인의 49재에는 동료 문인들과 독자 50여명이 참석했다. 김민정 시인은 송사에서 “산 자와 죽은 자가 삶과 죽음이 섞인 바둑돌처럼 뒤섞인 채 흔들리다 가는 게 삶인가. 그걸 언니가 알려 준 것 같아서 기쁘다”고 말했다. 함성호 시인이 스무살 이상 나이 차가 나는 김지하 시인을 ‘지하형’이라 불렀던 시인을 추억하며 “뻔뻔스러운 사람이라 생각했다”고 말할 땐 간간이 웃음도 터져 나왔다. 그러나 이어지는 함 시인의 말엔 모두들 조용해졌다. “나는 왠지 당신이 뮌스터에 있어서 좋았다. 아파도 모르는 곳에 있어서 좋았다. 그래서 위로할 수 없는 곳에 있어서 좋았다. 너무 먼 곳이었으니까.” 먼 곳에서 더욱 먼 곳으로 떠난 이의 넋을 다들 한 마음 한 뜻으로 달랬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향토사·다문화박물관 세우는 용산, 역사문화박물관 특구로

    향토사·다문화박물관 세우는 용산, 역사문화박물관 특구로

    ‘한국 속 작은 지구촌’으로 불리는 서울 용산구가 역사문화 박물관 특구로 거듭난다. 용산구는 내년 ‘역사문화 박물관 특구’ 지정과 용산 향토사·다문화박물관 건립을 함께 추진한다. 이를 통해 우리 근현대사 흔적을 곳곳에 품은 용산의 역사를 후대에 고스란히 전하면서 용산 속 다채로운 세계 문화를 압축적으로 보여주겠다는 구상이다. 지난 20일 오후 2시 한강로3가 옛 용산철도병원 본관 앞에서 만난 성장현 용산구청장은 고운 단풍을 뽐내는 담쟁이로 감싸인 붉은 벽돌 건물을 가리키며 말문을 열었다. “이 옛 철도병원만큼 용산의 정체성을 잘 보여줄 수 있는 건축물이 있을까요. 용산은 일제 강점기 철도를 중심으로 병원과 학교 등 도시 기반을 다진 곳입니다. 때문에 용산의 근현대사, 주민 삶을 담은 향토사박물관, 그리고 용산에서 퍼져 나간 다양한 해외 문화를 보여주는 다문화박물관으로 삼는 데 이보다 더 어울리는 장소는 없겠죠.”5년에 걸쳐 향토사·다문화박물관 건립을 구상해 온 성 구청장은 최근 2008년 등록문화재 428호로 지정된 옛 철도병원 본관을 박물관 자리로 확정했다. 1904년 러일 전쟁 이후 철도공사로 부상자가 속출하면서 1907년 처음 지어져 병참기지로 쓰였던 철도병원은 1929년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인 현재의 붉은 벽돌 건물로 신축됐다. 1984년부터 2011년까지는 중앙대 용산병원 연구동으로 쓰였다. 초기 병원 모습을 보여준다는 건축적 가치와 철도를 중심으로 발전해 온 용산의 과거를 담고 있다는 역사적 의미를 함께 지녔다. 성 구청장은 왜 지금 용산에 향토사·다문화박물관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을까. “지금은 이태원관광특구를 중심으로 외국 관광객이 매년 300만명 찾아오고 번성하는 지역이지만 일제 강점기, 6·25전쟁 등 100여년 새 대한민국의 아픔을 고스란히 겪어 온 땅입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이런 역사가 용산구만의 독창적인 문화로 자리를 잡아 사람들의 발길을 이끌고 있죠. 앞으로도 용산은 곳곳에서 펼쳐지는 재개발과 미군기지 이전, 용산공원 조성 등으로 거대한 변화를 겪게 될 겁니다. 때문에 소실될 수 있는 용산이 지닌 가치를 보존하고 후대에 남기는 작업, 용산의 삶과 문화, 다른 민족의 다양한 문화를 재조명하고 공유할 수 있는 작업을 지금 해놔야 자라나는 아이들이 깊이 있는 통찰을 얻고 새로운 미래도 그려 나갈 수 있는 것이죠.”지난달 용산 향토사·다문화박물관에 대한 용역 연구를 끝낸 구는 내년 7월쯤 문화체육관광부 심사를 받아 2021년 준공을 목표로 추진한다. 1층에 꾸며질 향토사박물관은 용산 근현대사, 문화, 생활, 교통, 산업 등 주제를 모두 아우르며 다양한 전시기법으로 대중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체험, 성찰할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다. 2층에 들어설 다문화박물관과 관련, 용산에만 106개 대사관·관저가 몰려 있고 2만여명의 외국인들이 살고 있는 만큼 이런 자산을 충실히 활용해 콘텐츠와 아이디어를 모을 생각이다. 이를 위해 성 구청장은 지난 5월부터 지역에 둥지를 튼 57개국 주한 외국 대사들과 릴레이 면담을 이어 가며 자료 제공과 기획전 참여 등을 요청하고 있다. 그는 “벌써부터 다문화박물관 기획전에 참여하고 싶다거나 행여 기획전에서 빠질까 봐 걱정하는 나라가 있을 만큼 관심이 뜨겁다. 박물관을 다채로운 문화와 역사 교류의 장으로 만들겠다”며 웃었다. 내년 7월 중소기업벤처부에 신청할 ‘역사문화 박물관특구’ 지정도 이와 맞닿은 장기 구상이다. 현재 용산에는 국립중앙박물관, 국립한글박물관, 전쟁기념관, 백범김구기념관 등 박물관 7곳과 삼성미술관 리움, 아모레퍼시픽미술관 등 미술관 4곳이 자리해 있다. 구는 새로 지을 향토사·다문화박물관, 11곳에 이르는 기존 박물관과 미술관뿐 아니라 용산공예관, 효창공원, 내후년 상반기 문을 열 이봉창기념관, 용산공원 등 지역 내 주요 문화시설을 모두 연계해 국내외 관광객들의 발길을 끌 ‘박물관 투어 버스’도 꾸리기로 했다. “우리 용산은 한 걸음만 걸어도, 한 치의 땅만 봐도 곳곳이 역사의 현장이고 유물 전시장입니다. 용산4구역에서도 재개발이 끝나면 서울시에서 2000평 규모의 부지에 서울시도시건축박물관을 2020년 목표로 세우겠답니다. 이처럼 풍성한 역사문화 콘텐츠와 시설들은 용산의 빼놓을 수 없는 경쟁력입니다. 해외 관광객 2000만 시대에 역사문화 박물관특구로 지정돼 더 많은 이들에게 공동체와 역사, 타 문화의 중요성을 되새기게 하고 지역 경제도 살리도록 애쓰겠습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생태 돋보기] 새들이 갈 곳을 만들자/정길상 국립생태원 생태기반연구실장

    [생태 돋보기] 새들이 갈 곳을 만들자/정길상 국립생태원 생태기반연구실장

    겨울은 생물들에게 혹독한 계절이다. 먹이를 찾기도, 쉴 곳을 찾기도 쉽지 않다. 몇몇 생물은 ‘동면’이라는 기막힌 생리적 장치가 진화해 날이 따뜻해질 때까지 대사율을 극히 낮춰 겨울을 난다. 새 중에는 북중미 서부산의 쏙독새 일종만 동면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대개 철을 따라 이동하며 지낸다. 도요류나 기러기처럼 바닷가 또는 농경지에 가야 볼 수 있거나 비둘기처럼 도심에 많이 보이는 새, 숲이 많은 산에 가야 볼 수 있는 새 등 그 살아가는 곳 또한 다양하다.우리나라에서 소음과 분뇨로 민원의 대상이 된 백로류는 유럽에서 약 100년 전 모자 장식으로 쓰기 위해 수천만 마리가 무분별하게 포획돼 흔하지 않은 새가 됐다. 한국, 일본, 중국 등에서 흔하던 따오기는 인간을 두려워하지 않은 ‘죄 아닌 죄’로 잡아먹히는 등 멸종 직전까지 갔다가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인기 있는 여가 활동 중 하나가 등산이다. 전 국토의 70%가 산인데, 산에 길이 나지 않은 곳을 찾기 어려울 정도다. 깨끗하고 경치가 좋은 곳엔 여지없이 사람들의 발길이 닿는다. 새 생명이 태어나는 봄과 결실을 맺는 가을은 더욱 심하다. 그곳에 살던 생물은 어디 갔을까. 아무도 살지 않았을까. 가끔은 박새나 곤줄박이처럼 사람에게 다가와 먹이를 얻어먹는 놈들이 있지만 대개 숨는다. 숲속에 길을 내는 것이 새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숲에 길을 내는 것 자체가 서식처를 교란하는 것이지만, 더 큰 문제는 사람들의 출입이라고 한다. 숲에 사는 새들은 시간이 지나도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것에 절대 익숙해지지 않는다. 동물도 마찬가지다. 자연환경 보전 측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근 국립공원 내 출입금지 구역을 늘리고 휴식년 제도 도입 등을 통한 생태계 훼손 예방과 서식지 단절에 대한 복원 노력 등이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법적인 구속력보다 자발적 노력의 결과가 더 클 수 있는 부분이다. 최근 우리나라도 붉은불개미와 붉은배과부거미 등 외래 독충에 대해 유해성 문제로 유입을 차단하는 데 비상이 걸렸다. 자연계에서 진정한 독충 역할을 하는 생물은 무엇일까. 막을 수 없는 생물이 있을까. 문제를 내기도 전에 정답은 정해져 있다. 이를 오답으로 만들 수 있는 능력을 우리는 가지고 있다. 그 능력을 발휘할 때다.
  • 가계빚 관리 성공했지만 고금리 대출 늘어 ‘경고음’

    가계빚 관리 성공했지만 고금리 대출 늘어 ‘경고음’

    신DTI·대출 규제 효과 60조 증가 그쳐 올 주택대출 작년 44조 비해 26조 ‘안정’ 비은행 신용·자영업 대출 빠르게 늘어 금융당국 DSR규제 내년 全금융권 확대지난해 정부가 내놓은 ‘8·2 부동산 종합대책’과 올해 1월부터 시행된 신(新)총부채상환비율(DTI) 등의 영향으로 금융 당국이 가계부채 총액 관리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 들어 10월까지 가계부채 증가 규모가 60조 5000억원으로 3년 만에 가장 적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잇따른 대출 규제 강화로 비은행권 대출이 빠르게 늘고 있어 이제는 대출의 ‘질’(質)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금융위원회는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금융감독원 및 금융업계 관계자들과 ‘가계부채관리점검회의’를 개최했다. 회의를 주재한 손병두 금융위 사무처장은 “가계부채의 안정화 추세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며 그 원인을 주택담보대출 증가세 감소에서 찾았다.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44조 5000억원 늘었던 주택담보대출은 올해 같은 기간에는 26조 3000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금융 당국은 9·13 대책으로 주택담보대출 규제가 한층 강화됐고, 지난달 은행권부터 도입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내년 2월 상호금융, 4월 보험, 5월 저축은행 등으로 확대되는 만큼 한동안 가계부채가 급격하게 늘어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최근 서울의 아파트 가격이 조정 양상을 보이고 있어 주택담보대출 급증 가능성이 더욱 줄고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 당국은 2021년까지 가계부채 증가율을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수준인 5% 초·중반으로 묶겠다는 계획이다. 2016년 11.7%였던 가계대출 증가율은 지난해 8.5%로 떨어진 뒤 올해 10월까지 6.1%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불안 요인도 있다. 가계대출 증가 규모가 전년보다 낮아졌지만 신용대출을 중심으로 한 기타대출 증가액은 지난해 29조 9000억원에서 올해 34조 2000억원으로 급증했다. 특히 올해 6월 기준 자영업대출 증가율은 은행이 10.8%인 반면 상호금융 45.7%, 저축은행 41.3%, 여신전문금융회사 15.9% 등 제2금융권의 증가폭이 컸다. 대출 규제가 은행을 중심으로 이뤄지면서 대출을 받으려는 개인사업자와 서민들이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제2금융권으로 발길을 돌린 결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은 금리가 1% 포인트 오르면 대출을 갚기 어려운 고위험 가구가 4만 2000가구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손 사무처장은 “자영업 대출을 과도하게 제약할 경우 서민의 어려움이 가중될 우려가 있는 만큼 체계적인 부채 관리와 맞춤형 지원 방안을 함께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민·관협력 모바일 지역화폐 시흥시 ‘시루’ 타지자체 벤치마킹 줄잇는다

    민·관협력 모바일 지역화폐 시흥시 ‘시루’ 타지자체 벤치마킹 줄잇는다

    경기 시흥시가 발행하는 시흥화폐 ‘시루’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타 지방정부들의 발길이 잇따르고 있다. 시흥시는 지난 14일 대구시 일자리주무국장과 관계공무원·지역신문 기자가 시흥시 관내 삼미전통시장의 시흥화폐 시루 유통 현황을 견학했다고 19일 밝혔다. 이들은 부시장실에서 시루 유통성과 향후 사업계획 설명을 들었다. 시흥화폐 시루 벤치마킹 방문은 대구시가 11번째로 양주·김포·성남·광양시 등이 다녀갔다. 이처럼 시흥화폐 시루 사례가 주목받는 것은 먼저 민·관협력으로 도입됐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또 시루유통이 시작되자마자 매우 성공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고, 내년 2월 지자체 최초로 한국조폐공사와 함께 스마트폰 기반 모바일 지역화폐를 도입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타 지자체 방문뿐 아니라 행정안전부와 경기도, 국회의 지역사랑상품권 관련 설명회에서도 시흥화폐 시루 사례가 모범사례로 소개되고 있다. 시루는 지난 9월 17일 출시 후 한 달 만에 올해 유통목표 20억 시루를 조기 달성해 지난달 말 10억을 추가로 발행했다. 가맹점 모집 수는 출시 2개월 만에 4500개에 이른다. 내년 2월 출시할 예정인 ‘모바일 시루’는 한국조폐공사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만들어진다. 스마트폰 앱을 다운받아 시루를 충전한 뒤 가맹점에서 QR코드로 결제할 수 있게 해 매우 편리하다. 시는 모바일시루 출시에 이어 경기도 청년배당과 산후조리지원비를 지역화폐 지급과 연계해 2019년 유통목표를 200억 시루로 정하고 철저히 준비하고 있다. 이명선 기자 mslee@seoul.co.kr
  •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 해리포터 연결고리 “떡밥의 향연”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 해리포터 연결고리 “떡밥의 향연”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가 개봉했다. 오늘(14일) 개봉한 영화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가 이미 예매량만으로도 전편을 능가하는 흥행을 예고하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세대의 판타지 마니아를 형성할 다양한 힌트들로 화제다. ‘신비한 동물사전’의 다음 이야기인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는 파리를 배경으로 전 세계의 미래가 걸린 마법 대결을 그린다. 마법 세계와 인간 세계를 위협하는 검은 마법사 그린델왈드의 음모를 막기 위한 뉴트의 활약과 다양한 캐릭터들이 얽힌 더욱 강력해진 마법 액션을 선보인다. 더욱 거대해진 스케일로 관객들을 사로잡는 한편 새로운 신비한 동물들도 대거 등장해 화려한 화면을 완성했다. 특히 주드 로가 연기한 ‘덤블도어’라는 캐릭터를 중심으로, 마법 학교인 호그와트의 등장, 어둠의 마왕 볼드모트를 추종하는 ‘레스트랭’ 가문과 수현이 분한 ‘내기니’, 마법사의 돌을 만든 연금술사 ‘니콜라스 플라멜’ 등 단 한 장면도 놓쳐서는 안 될 ‘떡밥’이 펼쳐진다. 이 때문에 해리 포터 시리즈와의 연결고리가 기존 팬들에게 최고의 만족감을 더하고 있다. 여기에 총 5편으로 이어지는 시리즈의 2편으로서 이후 펼쳐질 이야기들의 이해를 돕는 중간 다리가 되어 새로운 세대를 위한 판타지 세계로의 입문을 돕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해리 포터’ 시리즈 팬들을 칭하는 일명 ‘해덕(해리 포터 덕후)’에서 ‘신비한 동물’ 시리즈의 팬층인 ‘신덕(신비한 동물 덕후)’으로의 새로운 판타지 팬층을 형성할 조짐을 예고하고 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나는 금주 주말에 더욱 많은 학생 관객들의 발길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14일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의 집계 기준으로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는 44%의 예매점유율, 22만 명이 넘는 예매관객수로 금주 박스오피스 독보적인 흥행을 예측하게 하고 있다. 예매 수치만으로도 최종 466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던 전편 ‘신비한 동물사전’과 비교해 2배가 넘는 수치로 이를 뛰어넘는 흥행을 거둘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다시금 판타지의 마법이 관객들을 사로잡을 채비를 갖췄다. 일반 상영관은 물론 스크린X, 4DX with ScreenX 융합관, IMAX 3D까지 특별관들에서 절찬 상영 중이다.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사계절 소비자의 건강까지 생각하는 발릴라 에어탑 매트

    사계절 소비자의 건강까지 생각하는 발릴라 에어탑 매트

    여름철 냉방비만큼 두려운 것이 겨울철 난방비이다. 최근 경기침체에 따라 소비자들의 심리가 가성비에 맞춰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가성비에서 예외로 해야할 것은 겨울용 난방제품 중 하나인 전기장판과 온열매트이다. 한국소비자원의 소비자위해감시시스템의 조사 결과 최근 2년간 전기장판과 관련된 사고 접수는 총 1,367건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더욱 안전하면서도 따뜻한 겨울을 나기 위한 소비자들의 발길을 잡기 위해 국내기업인 (주)CNB마스터스에서 핀란드의 유명 브랜드인 ‘VALLILA(발릴라)’와의 브랜드 계약을 맺고 전기 효율과 안전성을 모두 갖춘 온풍순환식 매트를 소비자들에게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내에서 발릴라의 에어탑 온풍매트의 판매·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는 인투코아의 설명에 따르면 ‘VALLILA(발릴라)’의 온풍매트는 ‘에어 크로스 서큐레이션(Air Cross Circulation)’ 방식을 이용해 천연 바이오폼으로 이루어진 매트 전체의 공기통로를 통해 따뜻한 바람이 골고루 스며들어 에너지 효율을 높였다고 밝혔다. 내부 실험 결과 최저 소비전력 200W로 하루 8시간씩 사용 시 한달 동안 4,150원의 전기세가 발생될 것으로 예상되며, 겨울 뿐만 아니라 여름에도 사용할 수 있도록 여름송풍 기능을 추가하여 매트 내부에 열기를 식혀 체온 상승을 억제함으로써 한번의 구매로 4계절을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라고 설명하였다. 또한 열선이 없는 온풍히터를 사용하여, 전자파 위험에 대한 걱정을 덜어주고 열선의 노후화 및 단선으로 인한 화재위험과 누전, 감전 위험을 원천 제거하여 소비자들이 보다 안전한 겨울을 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사용온도 설정 운전시 자동 내부 과열온도 감지센서 2개와 설정 온도 센서 1개가 온풍히터 온도를 3중으로 감지하는 마이콤 제어 자동시스템을 채택하여 안전성에 더더욱 유의하여 생산되었다고 소개하였다. ‘VALLILA(발릴라)’ 온풍매트는 홈쇼핑, 티커머스, 온라인쇼핑몰 등에서 구입할 수 있으며, 오프라인 매장 진입이 예정되어 있다.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이미혜의 발길따라 그림따라] 파리의 하늘 밑

    [이미혜의 발길따라 그림따라] 파리의 하늘 밑

    천장에 창이 나 있는 다락방. 한 남자가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양말을 신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 일터로 나갈 준비를 하는 노동자인 것 같다. 방안은 누추하다. 방 전체를 차지하는 간이침대, 좁은 탁자, 물병과 단지, 액자 몇 개로 이루어진 살림살이가 그의 고단한 삶을 요약하고 있다. 하지만 사선으로 비쳐 드는 햇빛 속에서 묵묵히 옷을 입는 남자의 모습은 위엄을 지니고 있다.막시밀리앙 뤼스와 친구 사이였던 화가 귀스타브 페로가 이 그림의 모델이 돼 주었다. 뤼스는 점묘법을 사용해 창문으로 들어오는 빛과 그 빛이 만들어 낸 색채의 유희를 기록했다. 보라색, 분홍색, 녹색, 오렌지색 점으로 벽에 비친 햇빛을 표현하고 빨간색, 적갈색, 연녹색, 진녹색 점으로 그림자를 표현했다. 무수한 점은 덩어리져 형체를 만들고 공간을 분할한다. 약간 물러나서 보면 물감으로 찍은 점이 아니라 미세하게 진동하는 빛의 입자처럼 보인다. 점묘법은 빛의 효과를 중시한다는 점에서 인상주의와 형제간이지만 빠르고 짧은 붓질을 중첩시켜 빛을 묘사하는 인상주의와 달리 빛을 색점으로 해체한 후 재조합했다. 조르주 쇠라에서 시작된 점묘법은 신인상주의라고도 하며 프랑스, 벨기에, 이탈리아로 퍼졌다. 이 기법은 일일이 점을 찍어 화면을 메우는 방식이라 시간과 수고가 많이 들었다. 노고 끝에 완성된 그림은 꿈꾸듯 아련하고 아름다우나 유약한 느낌을 준다. 음악이 소거된 영화 장면처럼 빛이 넘치지만 적막하다. 점묘법이 풍경화, 초상화 또는 정적인 장면을 묘사하는 데 주로 이용된 것은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신인상주의 화가들 가운데 뤼스는 유독 노동자의 삶에 대해 관심을 보였다. 이 그림에서 점묘법이 장점을 발휘하는 것은 인물이 거의 정지된 상태에 있기 때문이다. 뤼스는 노동자들이 일하는 광경도 그렸으나 점묘법으로 노동 현장을 표현하는 데에는 아무래도 제약이 있다. 이 글을 쓰던 중 종로의 한 고시원에서 화재가 일어나 노동자 여럿이 숨졌다는 뉴스가 들려왔다. 19세기 노동자보다도 못한 거처에서 근근이 살다 세상을 떠난 사람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무겁다. 미술평론가
  • 지자체 첫 ‘색채도시’ 관광 마케팅

    지자체 첫 ‘색채도시’ 관광 마케팅

    “온 도시가 노란색으로 화려하게 물든 ‘옐로우시티’를 아시나요.”전남 장성군이 ‘옐로우시티 프로젝트’라는 컬러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대한민국 자치단체 최초의 ‘색채도시’ 프로젝트다. 장성은 천혜의 자연환경과 사통팔달의 교통환경을 갖추고 있음에도 관광지로는 특화되지 못했다. 지역 이미지 또한 별다른 특색이 없어 방문객들에게 특별한 인상을 안기지 못했다. 군민 자긍심도 떨어져 지역을 획기적으로 바꿀 아이디어가 절실했다. 이에 유두석 장성군수가 1992년부터 3년간 영국에서 유학하던 시절 세계 최대 정원 및 원예 박람회인 ‘첼시 플라워쇼’를 관람하고 느꼈던 경험을 살려 ‘색채도시’를 착안했다. 스페인 안달루시아는 파랑, 그리스 산토리니는 순백과 파랑을 관광 자원으로 만들어 성공했다. 장성군도 유 군수가 2014년 취임하면서 이들 유명 도시처럼 ‘노랑’을 통해 주민 소득을 올리고 삶의 질을 높이는 구상을 실현 중이다. 마을마다 노란 황금빛이 가득하고 따사롭게 빛나는 색깔 있는 도시를 통해 장성의 미래를 열어간다는 포부다.장성군은 ‘옐로우시티’라는 고유의 도시 브랜드를 만들고 독자적으로 쓸 수 있게 특허 등록도 이미 마쳤다. 예로부터 장성은 노란색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장성의 젖줄인 황룡강에는 황룡(黃龍), 즉 누런 용이 마을 사람들을 수호했다는 전설이 있다. 가온이라는 이름의 황룡이 인간 모습을 하고 마을로 내려와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도와주고 덕을 많이 쌓은 이들의 소원을 들어줬다는 얘기다. 군은 전국에서 유일한 이름을 가진 황룡강을 지역 경제 디딤돌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벌써 ‘옐로우시티 프로젝트’의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과거 황룡강은 황량하고 잡초만 우거져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강이었다. 유 군수는 황룡강의 숨은 가치를 깨닫고 군민들과 함께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작업에 나섰다. 이렇게 해서 태어난 결과물이 ‘장성 황룡강 노란꽃잔치’다.20만㎡(약 6만평) 강변에 백일홍 황화 코스모스 등 10억 송이 꽃을 심어 전국에서 가장 길고 아름다운 꽃강을 조성했다. 말 그대로 ‘대박’이 터지면서 관광객들의 발길을 사로잡았다. 지난해 축제 첫 주말에만 20만명이 찾아와 장성군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몰린 것은 장성군이 생긴 이래 처음”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몰렸다. 지난달 12일 개막해 28일 막을 내린 올해 노란꽃잔치에도 93만명이 다녀갔다. 2016년 시작해 올해로 3회째지만 2년 연속 100만명 가까운 관람객을 모으는 데 성공하면서 명실상부한 전국 규모 축제로 정착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전라남도 가볼만한 곳’ 1위로 떠오르기도 했다. 최근 3~4년 사이 옐로우시티로 이름이 차츰 알려졌지만 장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줄 만한 콘텐츠가 없었다. 방문객들에게 ‘컬러도시 장성’의 인상을 강하게 남길 상징물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옐로우시티 문을 여는 장성의 관문 ‘옐로우게이트’를 세우게 된 배경이다.국도 1호선을 따라 광주에서 장성으로 가다 보면 만날 수 있는 독특한 조형물이다. 가로 34m, 높이 28m의 철골 구조물이다. 세모와 네모가 겹쳐진 형태로 도로 위를 가로질러 웅장하게 서 있다. 군이 지난달 완공한 옐로우게이트는 장성이 바라는 미래 모습인 안정·상승·희망을 함축하고 있다. 삼각형은 장성의 안정·상승·희망을, 사각형은 호남의 중심과 화합을 의미한다. 노랑, 빨강, 파랑 세 가지 색이 쓰였다. 삼각형을 받치는 노란색은 ‘옐로우시티 장성’을 나타낸다. 사각형은 태극무늬를 상징하는 빨간색과 파란색으로 물들였다. 이곳을 오방색의 중심이기도 한 노란 삼각형이 통과하면서 호남의 중심, 나아가 대한민국과 세계의 중심으로 성장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준다. 군은 이 과정에서 주민들의 의견을 거치는 등 신중을 기했다. 유 군수는 “지역을 대표하는 콘텐츠에 예술적 가치와 스토리텔링을 담아 멋진 조형물로 만들어 선보일 때 큰 자산이 될 수 있다”며 “하지만 전시행정과 혈세낭비라는 지적을 받고 흉물로 전락한 조형물들도 있어 지역 주민들과 충분한 교감을 통해 설립했다”고 설명했다. 군은 2년이 넘는 기간 동안 폭넓은 의견 수렴을 해왔다. 디자인이 아무리 훌륭해도 주민이 외면하면 상징물로서의 가치가 없기 때문이다. 3차례에 걸쳐 전문가와 관계 공무원, 주민을 상대로 디자인 용역보고회를 열고 군민과 군의원, 공무원 등 1800여명을 상대로 선호도 조사를 했다. 이후 이장과 동장 76명의 의견을 다시 한번 물어 최종적으로 디자인을 결정했다. 군 관계자는 “조형물이 한 번 세워지면 최소 십수년 이상 이어지기 때문에 주민과의 공감대를 넓히는 것에 중점을 두고 추진해왔다”고 말했다. 옐로우게이트 이름도 여러 사람이 머리를 맞댄 결과물이다. 명칭 공모로 29개 이름을 제안받고, 전문가와 군민으로 구성된 ‘네이밍 선정단’이 최종 결정했다. 유 군수는 “덴마크 코펜하겐에 있는 인어공주 동상은 길이가 80㎝에 불과한 작은 동상이지만 매년 수백만명의 관광객을 끌어 모으고, 프랑스 ‘에펠탑’이나 런던의 상징 ‘런던아이’가 도시의 가치를 더 높여준다”며 “강렬한 첫인상을 주는 옐로우게이트가 장성의 미래를 여는 상징물이 되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장성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옐로우시티는 꽃·나무·물·사람이 공존하는 자연도시”

    “옐로우시티는 꽃·나무·물·사람이 공존하는 자연도시”

    “우리 역사상 노란색은 최고를 상징했습니다. 노란색을 통해 장성을 호남의 중심으로 만들고, 더 나아가 전국 최고의 도시로 만들어가겠습니다.”더불어민주당 텃밭에서 무소속으로 재선에 성공한 유두석 장성군수는 건설교통부(현 국토교통부) 이사관 출신이다. 건교부 시절 신도시건설기획단 업무를 맡아 지금의 분당, 일산, 평촌 등을 탄생시킨 신도시 건설 전문가로 명성을 날렸다. 추진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 유 군수는 건교부 근무 30년 경력을 살려 지역 곳곳에 부의 상징인 노랑을 접목시켜 성공을 거두고 있다. 수십년간 장성 입구에 칙칙하게 서 있는 고려시멘트의 대형 사일로에 황룡을 그려 도시 분위기를 바꿨다. 장성역 앞에는 노란색으로 대표되는 화가 빈센트 반 고흐의 명작을 감상할 수 있는 ‘빈센트 정원’을 조성해 관광객들의 발길을 사로잡고 있다. 아름다운 장성호를 한눈에 바라보며 건너는 길이 154m의 ‘옐로우출렁다리’는 주말이면 수천명이 찾는다. 야간 조명도 멋들어지게 돼 있다. 지난 6월 개통 이래 10만명 넘게 다녀갈 만큼 새로운 관광명소로 자리잡았다. 그가 의욕적으로 만든 ‘장성호 수변길’도 한국관광공사로부터 대한민국 대표 걷기 길로 선정될 정도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유 군수는 12일 “옐로우시티는 사계절 내내 노란 꽃과 나무가 가득하고 물과 사람이 공존하는 자연친화적인 도시를 뜻한다”며 “자연과 환경, 경제, 문화, 관광을 비롯해 모든 분야가 골고루 발전하는 장성의 미래 모습을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국 최초로 색깔 마케팅을 펼치면서 옐로우시티 이름이 알려지고, 노란꽃잔치가 크게 성공하면서 군민들도 많은 자신감을 갖게 됐다”면서 “옐로우게이트를 통해서도 행복과 관광객들이 밀려오는 부자 농촌으로 가꿔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장성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난개발·공사 중단·소송… ‘묻지마 투자 유치’에 누더기 된 제주

    난개발·공사 중단·소송… ‘묻지마 투자 유치’에 누더기 된 제주

    제주는 2006년 국제자유도시를 지향, 고도의 자치권을 가진 특별자치도로 출범하면서 외국자본 투자 유치에 올인했다. 때마침 중국인 관광객이 밀려들면서 중국자본의 제주 투자가 봇물이 터졌다. 각종 개발사업의 인허가가 줄을 이었다. 환경단체 등 시민사회가 우려의 목소리를 냈지만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며 투자 유치에 매달렸다. 개발바람에 편승한 부동산은 폭등했고 한라산 중산간까지 파헤쳐지는 등 난개발에 신음하고 있다. 투자 유치 개발사업 과정에서 인허가 업무 착오 등으로 손해배상 소송에 휘말리는 등 ‘묻지 마’ 투자유치 부작용이 불거지기도 했다. 외자 유치 등 제주국제자유도시 건설을 위해 2002년 설립한 국토교통부 산하 공기업인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와 제주도가 주도한 외국자본 투자 유치 개발사업의 민낯을 8일 들여다봤다.●인적 끊긴 서귀포 예래휴양형 주거단지 지난 7일 서귀포시 예래동 예래휴양형 주거단지 공사장. 서귀포에서도 가장 바다 경치가 뛰어나다는 이곳에는 공사가 중단된 건물만 덩그러니 남아 있고 인적이 끊어진 지 오래다. 예래주거단지 조성 사업은 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첫 대규모 외국자본 투자 유치 사업이다. 예래주거단지는 1997년 서귀포시가 이곳을 유원지로 지정하는 도시계획시설 결정을 하면서 시작됐다. 2003년 사업 시행 예정자로 JDC를 지정했다. JDC는 2005년 10월 서귀포시로부터 유원지개발사업 시행 승인과 도시계획시설사업실시계획 인가를 받았다. 이듬해 토지를 매수한 뒤 2007년부터 부지 조성과 외국 자본 투자 유치 등에 나섰다. 말레이시아 버자야그룹 투자를 유치했고 버자야그룹은 2013년 3월부터 1단계 사업으로 콘도 147가구 등의 곶자왈빌리지 공사를 진행하다 2015년 7월 중단했다. 1단계 공정률은 70%, 전체 대비 공정률은 15%였다. 버자야는 당초 지난해까지 2조 5000억원을 투자, 중화권 부자를 상대로 한 고급 휴양단지를 조성할 계획이었다. 공사 중단은 공공 성격이 요구되는 유원지에 영리 추구가 목적인 사업을 인허가한 게 화근이 됐다. 토지를 수용당했던 토지주들이 ‘토지수용 재결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고 대법원은 “예래주거단지 사업은 ‘주민 복지 향상에 기여하기 위한 오락 휴양시설’인 유원지의 개념, 목적과 다르다”며 무효 판결을 내렸다. 이후 토지주가 제기한 공사중지 가처분 신청도 법원이 받아들였다. 결국 버자야 측은 2015년 11월 JDC를 상대로 3500억원대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소송 결과에 따라 JDC는 버자야 측에 거액의 손해 배상금을 물어줘야 할 처지가 됐다. 예래동 한 주민은 “투자 유치에만 급급하다가 아름다운 해안이 짓다가 만 건물로 흉물로 변했고 손해배상 소송 등으로 공사가 언제 재개될지 예측할 수도 없는 실정”이라며 “손해배상 소송 등이 끝나면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중국자본 리스크 제주신화월드 8일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면 서광리 복합 리조트 제주신화월드. 몇 달 전만 해도 손님들로 북적였던 외국인 전용카지노는 한산했다. 2월 말 문을 연 이 카지노는 상반기에만 369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4개월여 만에 제주지역 8개 카지노가 지난해 1년 동안 올린 매출(1365억원)의 3배를 기록했다. 중화권 거부들이 앞다퉈 찾았다. 하지만 지난 8월 제주신화월드 오너인 양즈후이(仰智慧) 회장이 캄보디아에서 중국 공안에 체포되면서 카지노에는 손님이 뚝 끊어졌다. 양 회장과 친분이 두터운 중화권 거부들이 발길을 돌렸다. 아직 양 회장이 어디에 있는지, 어떤 사건과 연관된 건지 알려진 게 없다. 당시 홍콩 매체들이 ”양 회장이 중국 최대 자산관리공사 화룽그룹의 라이샤오민(賴小民) 전 회장 부패 스캔들과 관련이 있다“고 보도한 게 전부다. 양 회장은 중국 상하이 서부 안후이성 출신으로 2006년 안후이성 허페이에서 신도시 개발 사업으로 중국 부동산 재벌 반열에 올랐고 자신의 중국 자산을 처분해 제주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비 2조원을 들여 서광리 250만㎡ 부지에 조성한 제주신화월드는 2015년 착공한 뒤 3년여 만인 지난 3월 1단계 사업을 완공됐다. 프리미엄 콘도미니엄인 서머셋 제주신화월드와 5성급 호텔인 메리어트 리조트관 등 3개 숙박시설이 들어섰다. 놀이시설인 신화테마파크와 내국인 면세점 등도 입점했다. 신화월드는 2020년까지 추가로 신화리조트, 테마파크 ‘라이언스게이트 무비월드’, 포시즌스 호텔 등을 건립하는 2단계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었지만 양 회장이 체포되면서 2단계 사업 추진이 불투명해진 상태다. 신화월드 측은 최근 시설관리 등 일부 외주업체 등에 계약 해지를 통보하는가 하면 1박 시 1박을 무료 제공하는 이벤트를 하는 등 자구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이곳에는 한국인 직원만 1800여명에 이른다. 한 직원은 “일부 직원들은 벌써 이직하는 등 동요하고 있다”면서 “육지에서 일자리를 찾아 제주에서 취업한 직원들도 많은데 앞으로 회사가 어찌 될지 불안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신화월드는 개발 과정에서 상하수도 인허가 특혜 의혹이 불거져 제주도의회가 행정사무 감사를 추진 중이다. 지역 관광업계 관계자는 “중국당국의 눈 밖에 난 양 회장이 운영하는 카지노에 중화권 거부들이 찾아올 리가 없다”며 “복합 리조트는 카지노가 핵심사업인데 카지노에 손님이 없으면 리조트 운영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며 “제주 신화월드는 중국 투자 자본의 리스크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우왕좌왕 국내 1호 제주 영리병원 중국 자본이 조성 중인 의료복합단지인 서귀포 헬스케어타운에 들어선 제주 영리병원은 장기간 표류하고 있다. 국내 1호 제주 영리병원은 박근혜 정부 보건복지부가 사업계획을 승인했지만 제주도가 허가 여부를 두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중국 녹지그룹은 서귀포시 토평동 헬스케어 단지 내 2만 8163㎡ 부지에 778억원을 투자해 지하 1층, 지상 3층, 연면적 1만 7678.83㎡ 47병상 규모의 녹지국제병원을 완공해 지난해 제주도에 병원 개설허가 신청서를 접수했다. 진료과목은 성형외과와 피부과, 내과, 가정의학과 등 4개며 의사 9명, 간호사 28명, 약사 1명, 사무직 92명 등 인력 134명도 채용했다. 영리병원은 제주도와 인천 자유경제구역 등에 허용돼 있으며 외국인은 물론 내국인도 이용아 가능하다. 건강보험은 적용되지 않는다. 제주도는 정부가 바뀌면서 영리병원에 대한 입장이 부정적으로 변한데다 시민사회단체 등이 의료 양극화를 초래한다며 반발하자 숙의형 공론조사에 붙였고 지난달 반대 58.9%, 찬성 38.9%라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공론조사위원회는 이 같은 조사결과를 토대로 ‘개설 불허’를 권고했다. 도는 이해 당사자와 협의, 결론을 낼 계획이지만 이를 받아들일 것으로 보인다. 불허 결정을 내리면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앙정부가 사업계획을 승인한 데다 막대한 시설 투자와 운영비 등이 투입돼 손해배상 소송전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헬스케어타운 주변 지역 주민들은 일자리 창출과 지역발전 등을 앞세우며 영리병원 개설 허가를 요구해왔다. 반면 지역 시민사회단체는 JDC 등이 녹지국제병원을 인수해 낙후된 서귀포지역 공공의료시설로 활용할 것을 주문한다. 좌광일 제주주민자치연대 사무처장은 “영리병원 허용은 당초 반대 여론에도 정부와 제주도가 검증되지 않은 의료관광 활성화 효과 등을 앞세우며 밀어붙이는 등 첫 단추가 잘못 끼워져 파행을 맞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글 사진 제주 황경근 기자 kkhwang@seoul.co.kr
  • 은빛 바람에 낭만을 띄우다…붉은 물길에 마음을 보내다

    은빛 바람에 낭만을 띄우다…붉은 물길에 마음을 보내다

    지나는 산마다 스며든 노랗고 붉은 단풍에 가을의 한복판을 지나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호수에 빠진 자연은 한 폭의 그림이라는 말로는 표현이 부족하다. 경남 합천의 요즘 풍경이다. 가야산을 머리에 이고 낙동강 지류인 황강을 중심으로 펼쳐진 합천은 가을의 품에 푹 안겨 이 계절을 만끽하고 있다.●단풍잎 한가득 떠가는 해인사 홍류동 계곡 합천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해인사에는 팔만대장경만 있는 게 아니다. 수장고에 고이 잠들어 있는 800년 세월의 국보 못지않게 절에 오르는 길가의 절경이 여행객의 마음을 빼앗는다. 대장경기록문화테마파크 인근에서 시작해 가야산국립공원 내 해인사 근처까지 약 6㎞ 이어지는 소리길을 따라 걸으면 물소리, 바람소리, 새소리를 들을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소리길이라는 이름이 붙었구나 싶지만 불교용어로 극락으로 가는 길이라는 뜻으로 지어졌다고 한다. 중의적 의미를 가진 셈이다.그 중 4㎞ 구간은 홍류동 계곡을 따라 이어진다. 가을 단풍이 비친 계곡물이 너무 붉게 보인다해 붙은 이름이다. 기암괴석이 우거진 계곡에는 붉고 푸른 나무들이 그늘을 드리우고 계곡 사이 졸졸 흐르는 물 위로는 단풍잎이 한가득 떠간다. 소리길 중간쯤 나뭇가지에 걸린 ‘하심’(下心)이란 팻말을 보기 전 마음은 이미 유유히 흘러가고 있었다. 농선정, 낙화담, 분옥폭포 등 홍류동의 19명소를 하나씩 짚어가며 오르는 것도 재미다.국내 3보 사찰 중 하나인 해인사는 신라 애장왕 3년(802년)에 창건됐다. 한국불교의 성지이자 국보·보물 등 유물 70여점이 산재해 있다. 일주문을 통과해 절 안으로 들어선다. 장엄한 봉황문 계단을 오르고 해탈문을 넘어서면 청아한 풍경소리가 바람에 실려 온다. 팔만대장경 보관 장소인 장경각은 한때 입장이 통제되기도 했지만 지금은 개방돼 있다. 다만 내부로는 들어갈 수 없어 방문객들은 나무창살 틈으로 슬며시 대장경을 들여다본다.절에서 욕심을 버리고 오니 배가 출출해졌다면 근처에서 식사를 해도 좋다. 해인사 일주문에서 산 아래로 도보 25분쯤 떨어진 주자창 근처에 식당들이 모여 있다. 자연산 송이버섯의 향이 입안 가득 퍼지는 송잇국정식을 추천한다. 반찬 20여 가지가 함께 나온다.●타임머신 탄 듯… ‘미스터 션샤인’ 촬영한 합천영상테마파크 합천의 또 다른 매력을 맛보기 위해 합천영상테마파크로 이동한다. 차를 타고 남쪽으로 1시간가량 걸리는 거리다. 2003년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의 평양시가지 세트장이 만들어진 것을 계기로 이듬해 7만 5000㎡ 면적에 본격적인 촬영장이 조성됐다. 조선총독부, 경성역, 반도호텔, 파고다극장 등 일제강점기 경성시가지 모습과 1960~1980년대 서울 소공동거리 등이 재현된 테마파크에 들어서면 영화 속으로 빨려 들어온 듯한 착각마저 든다. 운이 좋다면 당시 복장을 차려입은 배우들이 거리를 거닐며 촬영하는 모습을 볼 수도 있다. 최근 종영한 ‘미스터 션샤인’을 비롯해 ‘란제리 소녀시대’, ‘시카고 타자기’ 등 드라마와 ‘박열’, ‘밀정’ 등 영화가 다수 촬영됐다.영상테마파크 바로 인근에 위치한 청와대 세트장도 둘러보면 좋다. 실제 청와대의 67% 크기로 제작된 건물 내부에는 대통령 집무실 등이 고스란히 재현돼 있다. 집무실 의자에 앉아 대통령이 된 듯한 포즈로 인증샷을 찍는 재미가 있다. 어른 기준 입장료 5000원에 영상테마파크와 함께 구경할 수 있다.●파도처럼 출렁이는 황매산 오토캠핑장 억새밭 합천의 은빛 가을 풍경을 만나러 황매산군립공원으로 발길을 옮긴다. 내비게이션에 ‘황매산 오토캠핑장’을 찍고 가면 산 정상에서 멀지 않은 주차장에 닿는다. 영상테마파크에서 차로 25분 거리다. 주차장에 내리자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멀리 보이는 억새밭은 파도처럼 출렁인다. 억새 수풀 사이로 난 길을 따라 천천히 전망대를 향해 오른다. 억새꽃은 햇볕을 받는 각도에 따라 조금씩 다른 빛깔을 띠면서 등산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황매산 억새꽃은 이제 막 절정을 지났다. 바람에 흩날리는 은빛 ‘꽃잎’에 휩싸여 낭만에 빠져보기 좋은 시기다.합천에 하룻밤 묵어갈 계획이라면 아침 물안개를 꼭 보길 권한다. 동이 트고 대지가 서서히 태양의 온기를 받으면 굽이쳐 흐르는 황강에서 아스라이 물안개가 피어난다. 어느새 강변의 논밭과 갈대 언덕을 자욱하게 메우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일교차가 큰 가을이 주는 선물이다. 부지런한 사진가들은 아침나절에만 만날 수 있는 장관을 찍으러 일찍부터 모여든다. 글 사진 합천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여행수첩 →KTX 김천구미역과 합천군을 연결하는 합천시티투어가 이달부터 선보인다. 김천구미역까지 오는 관광객이 대상이다. 서울에서 합천까지 차로 4시간 넘게 걸리지만 KTX와 셔틀버스를 이용하면 3시간이 채 안 걸린다. 시간 절약과 함께 장거리 운전 부담을 덜 수 있다. 군은 시티투어 신규 관광 콘텐츠를 발굴하고 전용 정류소를 설치하는 등 관광 체계를 구축할 예정이다. 비용은 어른 9만 8200원. 참조은여행사(www.cjt0533.com)를 통해 구매할 수 있다.
  • 상장사 3분기 실적 ‘뚝’… 목표주가 하향 쏟아져

    실적발표 114곳 중 58%가 기대치 이하 32%는 기대보다 10% 이상 추락·적자 현대차 등 신용도 하락…IPO 철회도 11월 들어 코스피와 코스닥지수 하락세는 약해졌지만, 주식시장에서 한파는 멈추지 않고 있다. 국내 주식시장 안팎에서 여전히 불안감이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최근 3분기 실적이 시장 평균 전망치(컨센서스)를 밑도는 기업이 60%다. 목표 주가를 내린 증권사 보고서와 신용등급이 떨어진 기업이 속출하고 있다. 투자 심리가 얼어붙으면서 주식시장에 진입하려던 기업도 발길을 돌리고 있다. 7일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3곳 이상 실적 추정치를 내놓은 상장사 중 지난 4일까지 3분기 실적을 발표한 곳은 총 114개사다. 그중 66개사(57.9%)는 시장의 기대를 밑도는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기대치보다 10% 이상 낮은 영업이익을 거뒀거나 적자로 돌아서 ‘어닝 쇼크’(실적 충격)를 맞은 기업도 37개사(32.5%)다. ‘어닝 서프라이즈’(흑자 전환 포함)를 낸 기업은 22개사(19.3%)에 불과했다. 실망스러운 실적과 나아질 기미가 없는 경기 상황에 목표 주가를 낮춘 보고서가 쏟아졌다.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지난달 214개 기업의 목표 주가를 내린 보고서가 629개 나왔다. 사실상 ‘매도’ 의견이 하루에 20개꼴로 쏟아진 셈이다. 올 들어 지난 9월까지는 매달 평균 200여개 보고서가 목표가를 낮췄다. 신용등급 하락의 ‘이중고’를 맞은 기업도 적잖다. 현대자동차는 20년 만에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신용등급이 ‘A-’에서 ‘BBB+’로 떨어졌고, 현대캐피탈 등 계열사 신용등급도 줄줄이 흔들리고 있다. 기업공개(IPO) 철회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6일 하반기 IPO 시장의 ‘대어’로 불리던 CJ CGV 베트남홀딩스마저 “회사의 가치를 적절히 평가받기 어려웠다”며 코스피 상장을 철회했다. 이로써 올해 들어 카카오게임즈, SK루브리컨츠, HDC아이서비스 등 7개 기업이 상장을 연기하거나 취소했다. 회계 감리가 길어진 여파도 있지만,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수요 예측에서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는 게 주된 이유다. 보통 주식시장이 호황을 누릴 때는 높은 주가에 상장해 기업 자금을 조달할 수 있어 IPO도 늘지만, 시장이 얼어붙으면 반대로 IPO가 위축된다. 주가가 상승세를 타던 지난해는 스팩 합병상장을 시도하던 기업 1곳만 공모를 철회했다. 연말까지 상장을 철회하거나 연기하는 기업이 더 나올 수 있다는 불안감도 높다. 이달 말까지 15개 기업의 수요 예측이 예정돼 있다.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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