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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광식의 문화유랑기] 버들가지 꺾어 주는 뜻은…

    [이광식의 문화유랑기] 버들가지 꺾어 주는 뜻은…

    봄날은 간다. 나뭇가지에 어린싹들이 움트기 시작하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5월 초순, 벌써 봄날은 저만치 가고 있다. 올해는 늦추위 탓으로 마당의 산벚나무가 예년보다 열흘 정도 늦게 꽃을 피우더니, 벌써 매화 지고 목련 지고 라일락이 피고 있다. 이제 마당귀를 떠돌던 라일락 향기가 스러지고 나면 올해의 봄도 가뭇없이 멀어지리라. 봄날 산과 들과 강가 여기저기 피는 어린잎이나 꽃들 중 아름답지 않은 것이 있으랴마는, 그중에서도 가장 나의 마음을 빼앗는 것은 연둣빛 고운 버드나무 신록이다. 아침 햇살을 받으며 한강 제방 도로를 달리다 보면, 김포 너른 들녘과 한강 변에 마치 연둣빛 고운 너울을 뒤집어쓴 듯한 버드나무들을 볼 수 있다. 멀리서 보면, 그것은 아슴푸레한 연둣빛 안개처럼 보이기도 하고, 때로는 커다란 연둣빛 솜사탕처럼도 보인다. 막 새 움이 트기 시작한 버드나무의 신록은 참으로 눈부실 정도로 매혹적이다. 아름다운 봄꽃이 허다히 많지만, 어느 꽃이 저 신록처럼 아름다우랴. 그런 버드나무 신록을 보고 있노라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얼굴에 소름이 오소소 돋곤 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버드나무 신록이 가장 아름다울 때는 4월 초순 한 주간뿐이다. 그때의 신록이야말로 아련한 몽환적인 아름다움으로 사람의 넋을 빼앗는다. 세류춘풍(細柳春風). 바람이 불면 늘어진 신록의 가지들이 한쪽으로 스르륵 스르륵 밀리는 모습이 마치 연둣빛 주렴이 흔들리는 것 같다. 그런 주렴을 걸어놓은 청루가 있다면 서슴없이 그 주렴 걷고 들어가 기꺼이 풍류 한량이 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예로부터 흔히 나긋한 미인에 비유되기도 한 버들가지는 또한 멀리 낭군을 떠나보낼 때 꺾어주던 것이기도 했다. 청춘은 더없이 짧으니 속히 돌아오시라는 간곡한 뜻을 담은 징표라 한다. 버들가지가 봄에 가장 잎이 빨리 피는 까닭에서다. 그러한 연유로 나중에는 친구를 전송할 때도 버들가지를 꺾어주며 작별의 아쉬움을 표했다고 한다. 우리 옛시조 중에도 버들가지를 꺾어 보내며 님을 떠나보내는 애틋한 마음을 더없이 살갑게 표현한 것이 있다. 기생 시인 홍랑의 ‘묏버들 갈해 것거’가 바로 그 시조다. 묏버들 갈해* 꺾어 보내노라 님의손대* 자시는 창 밖에 심거두고 보소서 봄비에 새잎 곳 나거든 날인가도 여기소서 (*갈해/가려 *님의손대/님에게) 예전엔 이 시조 역시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실려 있었다. 국문학자 양주동 박사는 이 시조를 두고 우리 시조사상 최고의 걸작이라고 평했고, 작가 이태준은 “그 뜻의 그윽함과 소리의 매끄럽고도 사각거림이 묘미”라고 극찬했다. 여기에 ‘사각거림’이라고 표현한 것은 시 전편에 ‘ㄱ' 음이 반복적으로 나타나 읽는 맛을 더해주기 때문으로 보인다.홍랑이 이 시조를 바친 사람은 자신의 정인인 고죽(孤竹) 최경창이었다. 함북 경성에서 함께 지내다가 고죽이 한양으로 돌아가게 되었을 때, 그녀는 고죽을 전송하려고 따라나서, 한양까지 여정의 절반이나 되는 천리를 따라와서는 쌍성에 이르러서야 발길을 돌렸는데(역사상 최장의 배웅일 듯. 기네스북에 알려야 한다), 그러고도 아쉬운 마음을 추스르지 못해 한참을 되돌아가다 함관령 고갯마루에서 이 시조를 지어 산버들 한 가지와 함께 보냈다고 한다. 그뿐 아니라, 고죽이 병석에 누웠다는 말을 듣자, 한양 2천리 길을 이레 동안 밤낮으로 걸어 서울에 도착(이것도 기록이다), 지극정성으로 간병해 그를 일으켰고, 나중에 고죽이 죽어 파주 땅에 묻히자, 다시 경성에서 달려와 묘 옆에 초막을 짓고 9년 동안 시묘살이를 했다. 임진란이 일어나자 고죽의 유고를 거두어 고향으로 피난했는데, 오늘날 <고죽 시집>이 전하는 것은 순전히 그의 덕이라 한다. “내가 죽거든 남편 옆에 묻어달라”고 한 그녀는 고죽 무덤 앞에서 고단한 삶을 스스로 마감했는데, 다행히 유언대로 고죽 옆에 묻혀 후생에서나마 고죽과 같이하게 되었다. 몇 해 전인가 파주 땅으로 찾아가 보니, 고죽 부부 묘의 발치께에 그녀의 무덤이 묏버들 시비와 함께 있는 것을 보았다. 나는 홍랑이야말로 조선조 최고의 순애보라 생각한다. 버드나무의 곁가지가 너무 길어져버린 감이 있지만, 이 모두가 덧없이 멀어져가는 봄에 대한 아쉬움 탓으로 돌리자. 우리네 인생 역시 봄날처럼 덧없으니, 내년, 잎 돋고 꽃 피고 새 우는 봄, 다시 볼 수 있으리라 장담할 이 뉘 있으랴. 그런 아쉬움을 노래한 송순(宋純)의 시조 한 수나 더 읊으며 멀어져가는 이 봄에 대한 아쉬움을 달래보도록 하자. 꽃이 진다 하고 새들아 슬허 마라 바람에 흩날리니 꽃의 탓 아니로다 가노라 휘짓는 봄을 새와* 무슴 하리오. (*새와/시샘하여) 이광식 칼럼니스트 joand999@naver.com
  • 40억 들인 경북도 신도시홍보관 애물단지 전락…용도 변경 등 30억 추가 투입

    40억 들인 경북도 신도시홍보관 애물단지 전락…용도 변경 등 30억 추가 투입

    경북도가 수십억원으로 건립된 신도시 홍보관이 관리 부실 등으로 애물단지로 전락하자 또다시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효과가 의문시되는 사업 추진에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24일 경북도에 따르면 신도시 홍보관은 안동시 풍천면 호수공원 2길 70번지 5423㎡ 부지에 지하 1층·지상 4층(연면적 1163㎡) 규모로 지어졌다. 2016년 12월 문을 열었고, 예산 40억원 가량이 투입됐다. 홍보관은 전시실·영상실·회의실·고객쉼터·주차장 시설을 갖췄다. 하지만 개관 초기부터 전시 내용이 부실해 방문객이 거의 없는 등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개관 후 지금까지 2년 6개월 동안 누적 관람객이 2만여명을 겨우 넘기는 수준이다. 최근에는 방문객의 발길이 뚝 끓겼고, 홍보관에 들어섰던 커피 전문점도 결국 문을 닫았다. 이런 실정에도 연간 운영비로 2억원을 투입해 ‘세금 먹는 하마’로 전락했다. 급기야 도는 신도시 홍보관을 청년 예술인 창작·창업센터로 탈바꿈시키기로 했다. 이를 위해 경북도와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는 지난 1월 상호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문제는 홍보관 건립 취지와는 달리 리모델링과 관련 프로그램 운영에 세금 수십억원을 추가 투입한다는 것이다. 도는 리모델링 사업에 3억원, 창작·창업공간 조성에 12억원을 들일 계획이다. 리모델링과 관련, 2017년 한국건축문화대상 우수상을 받은 홍보관의 외형은 살리고 내부만 재단장한다고 도 관계자는 설명했다. 또 한예종에 올해부터 3년간 모두 15억원의 프로그램 운영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한예종은 신도시 주민이 참여하는 개방형 예술연구 모임인 ‘아트리빙랩’ 및 문화예술기획자 양성 과정, 청년 창업공간을 조성해 운영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청년 인구가 많지 않은 신도시의 특성과 프로그램 참가 청년에 대한 별다른 지원책이 없어 실질적인 성과를 낼지는 의문이라는 지적이 벌써 나온다. 게다가 2022년 2월까지 진행될 경북도청 신도시 2단계 사업을 남겨 놓은 상태에서 홍보관을 없앨 경우 고유 목적 달성이 어려울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신도시 주민들은 “경북도와 경북개발공사의 부실한 신도시 홍보관 운영이 문제가 되니까 다른 용도로 활용해 보겠다는 의도는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에서 비롯된 것으로 결국 행·재정적 낭비만 초래할 것”이라며 “청년 일자리는 급하고 인구 유입책 부재 등 암울한 신도시 2단계 사업에 대한 홍보는 내팽개 쳐도 되는지 묻고 싶다”고 반발했다. 글·사진 안동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예술의 태양이 지지 않는, 낭만의 도시…전쟁의 아픔 감도는, 잃어버린 도시

    예술의 태양이 지지 않는, 낭만의 도시…전쟁의 아픔 감도는, 잃어버린 도시

    한국은 어느덧 여름의 길목으로 접어든 5월 중순 무렵, 러시아 서쪽 끝 발트해 연안에 자리 잡은 상트페테르부르크는 이제 막 봄으로 물들고 있었다. 4월까지 밤이면 영하로 떨어지고 눈발이 날리던 매서운 날씨는 북극으로 물러가고 한결 따뜻해진 봄바람에 도시 곳곳 꽃나무마다 꽃망울이 움텄다. 밤 10시가 돼야 어두워지기 시작하고 새벽 4시면 이미 환해진 도시는 해가 지지 않는 백야의 계절을 만끽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혹독한 겨울에 대한 보상이었을까. 길고 긴 낮만큼 아름답게 빛나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예술과 역사의 흔적을 찾아 걸었다.●‘제정러시아 컬렉션’ 에르미타주 박물관 상트페테르부르크 시내에서 가장 먼저 찾게 되는 관광명소는 에르미타주 박물관이다. 화사한 민트색 외벽과 화려한 황금 장식이 눈에 띄는 바로크 양식 건물이 ‘겨울궁전’으로 불리는 박물관 본관이다. 정면 꼭대기에 삼색기가 휘날려 이곳이 러시아의 자랑임을 말해 주는 듯하다. 겨울궁전 앞 궁전광장 한복판에는 높이 50m에 이르는 알렉산드로프 전승기념비가 우뚝 솟아 있어 위엄을 더한다. 러시아에서는 ‘조국전쟁’으로 부르는 나폴레옹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1834년에 세웠다. 에르미타주 박물관은 유럽 미술품을 가장 많이 소장한 세계 최대 미술관 중 하나로 영국 대영박물관,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300만점 이상의 소장품이 1000여개의 방에 나뉘어 전시되고 있다. 대영박물관과 루브르 박물관의 많은 소장품이 식민지 약탈품인 반면 에르미타주 박물관의 컬렉션은 제정러시아 시대부터 이어온 미술품 수집으로 완성됐다는 차이가 있다. 본관 1층에는 고대 이집트부터 그리스, 로마의 유물들이 전시돼 있다. 2층에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마돈나 리타’, 렘브란트의 ‘돌아온 탕자’, 루벤스의 ‘바쿠스’ 등 중세와 르네상스, 바로크 시대 서유럽 명작들이 빼곡하다. 마티스의 대표작 ‘춤’을 비롯해 모네, 고갱, 피카소 등의 근대 회화 작품은 궁전광장 맞은편 참모본부관에 따로 전시돼 있다. 러시아의 다른 관광지에서는 보기 힘든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를 유료로 이용할 수 있다. ●10세기~근대 미술품 품은 러시아 박물관 꼬박 한나절을 둘러보고 박물관을 나서니 전승기념비 앞에서 버스킹 공연이 한창이다. 상트페테르부르크 시민들과 여행객들이 지나던 걸음을 멈추고 바닥에 앉아 귀를 기울인다. 뭉게구름 사이로 내리쬐는 햇살에 한결 가벼워진 사람들의 옷차림이 상트페테르부르크에도 봄이 왔음을 다시 한 번 실감하게 한다. 에르미타주 박물관에서 수많은 유럽 미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지만 러시아 본연의 멋을 느끼기엔 부족하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렇다면 도보로 20~30분가량 떨어진 곳에 있는 러시아 박물관을 찾아가 보자. 알렉산드르 3세의 동생 미하일로프를 위해 지어진 궁전이던 이곳에는 러시아가 비잔틴제국에서 기독교를 받아들인 때인 10세기의 이콘화부터 근대 러시아 화가들의 명화, 각종 민속공예품 등이 전시돼 있다. 풍랑이 몰아치는 바다가 압도적인 이반 아이바좁스키의 ‘파도’, 제국 시대 말기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축제 풍경을 생생히 보여 주는 블라디미르 마콥스키의 작품, 러시아의 전설과 종교적 신비주의를 담아낸 니콜라스 로에리히의 작품 등을 보다 보면 러시아의 옛 시간 어느 한가운데에 뛰어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대문호 도스토옙스키 흔적이 그대로 세계적으로 이름난 러시아 예술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 중 하나는 문학이다. 러시아 근대문학의 아버지이자 국민시인으로 불리는 푸시킨 동상이 정문 앞에 서 있는 러시아박물관을 떠나 대문호 도스토옙스키의 발자취를 따라가 본다. 관광지가 몰려 있는 시내 중심에서 조금 떨어진, 지하철 1호선과 4호선이 만나는 곳 부근에 도스토옙스키박물관이 있다. 박물관으로 향하는 길 블라디미르성당 맞은편에는 오전부터 꽃과 과일, 직물 등을 파는 아주머니들이 나와 있다. 전통시장에서 나물을 파는 우리네 할머니 같다. 러시아에는 ‘츠베트이’라고 불리는 꽃집이 곳곳에 자주 보인다. 가판에서부터 고급스러워 보이는 상점까지, 꽃을 파는 가게가 다양하고 꽃을 들고 다니는 사람들도 종종 눈에 띈다. 꽃 선물을 많이 한다는 러시아 사람들의 감성이 낭만적인 예술을 꽃피운 원동력 아니었을까.박물관은 눈에 띄는 간판도 없이 나무 문을 닫아 놓고 있다. 반지하 로비에서 시작되는 박물관은 2층 규모로 크지 않다. 작가를 기념해 따로 지어진 박물관이 아니라 그가 말년을 보내면서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등을 집필한 아파트를 박물관으로 복원했기 때문이다. 작은 박물관에는 그를 좋아하는 전 세계 방문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작가가 생전에 사용했던 필기구와 원고, 흑백사진 등 전시물을 본 뒤 남아 있는 사진을 토대로 그대로 재현해 놓은 방들을 둘러보며 작가의 삶을 상상해 본다. 또 다른 대표작 ‘죄와 벌’의 주무대가 된 센나야 광장을 찾아가 본다. 주인공 라스콜리니코프의 집이 있었을 거리와 그가 살해한 전당포 노파의 집 등이 이곳의 오래된 골목에 있었을 거라고 추정된다. 지금은 지하철 3개 노선이 지나는 번화가로 관광객보다는 현지 젊은이들이 모여들고 어스름이 질 무렵엔 주변 옛 건물들에 노란 불빛이 환하게 켜지면서 빛의 광장을 만든다. 상트페테르부르크까지 왔다면 발레 공연을 놓치기 아깝다. 모스크바 볼쇼이극장과 함께 러시아 공연예술을 대표하는 마린스키극장이 있다. 구시가지에 거미줄처럼 뻗어 있는 수로를 사이에 두고 1860년 개관한 본관과 신식으로 지어진 신관이 마주보고 있다. 러시아 발레를 대표하는 ‘백조의 호수’, 고골의 원작을 바탕으로 한 ‘코’ 등 공연을 비롯해 클래식, 오페라 등이 매일 다양하게 펼쳐진다. 시기를 맞춰 간다면 마린스키극장 최초 동양인 수석발레리노인 김기민의 공연도 직접 볼 수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는 팽창하던 제국의 새로운 수도로 건설된 계획도시다. 도시의 출발은 페트로파블롭스크 요새였다. 표트르 대제는 1703년 네바강 삼각주에 위치한 토끼섬에 스웨덴 해군의 공격을 막기 위한 요새를 짓기 시작했다. 이후 예카테리나 2세 때에 이르러 지금의 형태로 완성됐다. 요새 한복판에는 건물 본채만큼이나 뾰족하게 솟은 첨탑이 인상적인 성당이 있다. 높이 122.5m의 성당은 섬 주변 어디서든 눈에 띈다. 표트르 대제를 비롯한 로마노프 왕조 황제들의 유해가 안장된 곳이기도 하다. 러시아의 다른 정교회들과 달리 외관은 직선 형태의 서유럽 양식이지만 황금으로 치장된 내부는 러시아 정교회 스타일로 화려하다. 요새 내 입장은 무료지만 네바 강가를 따라 조성된 요새 위 산책로는 입장료를 내야 들어갈 수 있다. 성벽 위에 나무데크로 조성된 산책로를 따라 걸으면서 강 건너편 에르미타주 박물관과 성 이삭 성당 등 시가지를 건너다 볼 수 있어 매력적이다. 제국 시절 수도의 화려함을 엿볼 수 있는 또 다른 장소는 도시 외곽의 ‘여름궁전’ 페테르고프다. 에르미타주 박물관 앞에서 바로 연결되는 배편을 이용할 수 있다. 지하철 1호선 발치스카야, 아프토바, 레닌스키 프라스펙트 등 역에서 미니버스로 가면 훨씬 저렴하다. 여름궁전의 백미는 발트해를 마주하고 있는 정원의 대폭포다. 궁전 앞에서 계단식 폭포를 따라 물이 흘러내리고 60여개의 크고 작은 분수에서 하늘 높이 물살이 솟구친다. 궁전 자체는 프랑스 베르사유궁전보다 작지만 수로를 따라 바다로 이어지는 화려한 분수만큼은 베르사유궁전이 부럽지 않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멀지 않은 곳에 국내 여행객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독특한 분위기의 도시가 있다. 핀란드 국경에서 불과 25㎞ 정도밖에 떨어지지 않은 항구도시다. 이곳에 가려면 핀란드역에서 열차를 타야 한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는 모두 5개의 기차역이 있는데 주요 행선지에 따라 이름이 붙었다. 핀란드역에서는 상트페테르부르크 북쪽 도시로 향하는 열차뿐 아니라 핀란드 헬싱키까지 가는 열차도 출발한다. 핀란드역 앞 넓은 광장에는 레닌 동상이 네바강을 바라보며 위풍당당하게 서 있다. 공산주의 혁명의 시초이자 소비에트연방의 창시자로 러시아뿐 아니라 세계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인물인 레닌에게 이곳은 각별히 의미 있는 장소다. 반정부 활동을 하다 투옥되고 시베리아 유배를 당한 레닌은 이후 서유럽에서 망명 혁명가로 활동한다. 1917년 러시아에서 2월 혁명이 일어났다는 소식을 들은 그는 동료 혁명가들의 도움을 받아 스위스에서부터 열차를 타고 핀란드를 거쳐 이곳에 도착한다. 8일간 3200㎞를 달린 잠입 여정은 성공했고 열렬한 군중이 그를 맞았다. 세계 역사를 뒤바꾼 볼셰비키 혁명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비보르크로 가는 길은 시작부터 느낌이 조금 다르다. 관광객이 넘쳐나는 상트페테르부르크 도심에서와 달리 핀란드역에 들어서자 보안검사를 하는 역무원의 눈길이 따갑다. “핀란드로 가는 역인데 제대로 온 것 맞냐”고 묻는 역무원에게 “비보르크까지만 갈 것”이라고 설명한다. 자작나무숲이 가로놓은 들판과 러시아 시골 풍경을 따라 1시간가량 달리면 비보르크다. 이곳 역 입구에서도 역무원이 주민이 아닌 낯선 이방인에게 깐깐한 여권 검사를 요구한다. 국내에 출판된 러시아 여행 안내책자에도 없는 비보르크를 일부러 찾아간 것은 1·2차 세계대전 동안 러시아와 핀란드가 여러 차례 쟁탈전을 벌인 아픈 역사가 남아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핀란드는 비푸리로 부르던 제2의 도시를 1944년 소련의 침공으로 빼앗겼다. 시민들이 산책을 하고 있는 해안공원을 따라 시내의 옛 거리로 발걸음을 옮긴다. 시내 쪽으로 들어서자 뚱뚱하고 납작한 모양의 우스꽝스러운 탑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도시를 둘러싸고 있던 성벽 중간에 있던 ‘둥근 탑’으로 사라진 성벽과 달리 지금까지 남아 있다. 1층은 레스토랑으로 운영되고 있다. 인근에는 노란색의 아담한 성당 두 개가 마주 보고 서 있다. 그중 하나에는 성서를 핀란드어로 번역하면서 핀란드어 철자법을 확립한 16세기 종교개혁가 미카엘 아그리콜라의 동상이 서 있다. 이 성당 어느 곳엔가 그가 묻혔다고 전해진다. 핀란드 사람들이 ‘잃어버린 도시’로 부르며 이곳으로 여행을 오는 데에는 아그리콜라의 흔적을 찾기 위한 이유도 있을 것이다. 비보르크 최고의 명소는 조그마한 섬에 자리한 비보르크성과 그 중심의 성 올라프탑이다. 으리으리한 성채는 아니지만 중앙의 초록 지붕 하얀 탑과 그 둘레를 둥글게 에워싸고 있는 성벽에서 중세 분위기가 느껴진다. 러시아보다는 스웨덴이나 에스토니아 등 발트해 주변 나라들과 비슷한 건축물이다. 이곳 전망탑에 오르면 비보르크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다. 역시 중세풍의 오래된 시계탑과 라트하우스탑 등을 돌아본다. 유럽의 여느 중세도시들처럼 가지런하고 예쁘게 꾸며져 있지는 않다. 폐허로 남겨진 옛 골목에서는 때때로 을씨년스러운 분위기가 느껴지기도 한다. 중세의 낭만, 핀란드의 쓸쓸함, 러시아의 황량한 분위기가 뒤섞인 도시는 어디에서도 느낄 수 없는 이곳만의 묘한 분위기를 풍긴다. ‘타베르나’라는 이름의 음식점에서 중세 평민들과 귀족들이 먹었던 식사를 즐기면 비보르크 여행의 색다름이 배가된다. 글 사진 상트페테르부르크·비보르크(러시아)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여행수첩 →상트페테르부르크 명소 곳곳을 돌아볼 예정이라면 상트페테르부르크카드를 이용해 보는 것도 좋다. 카드를 구입하면 일정 기간 동안 에르미타주 박물관을 제외한 대부분의 박물관과 성당을 추가 금액 없이 입장할 수 있다. 다만 관광지 투어보다 비교적 여유로운 여행을 원한다면 카드를 사는 게 손해일 수도 있으니 여행 계획에 따라 꼼꼼히 비교하는 것이 좋다.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미리 구매하면 편하다. →비보르크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멀지 않은 도시지만 열차편이 자주 있지는 않다. 미리 열차 시간표를 확인해 보고 여행 계획을 짜는 편이 효율적이다.
  • [노무현 10주기]“이익 떠나 옳고 그름 따졌던 대통령” 서울에도 추모 물결

    [노무현 10주기]“이익 떠나 옳고 그름 따졌던 대통령” 서울에도 추모 물결

    ‘벌써 10년, 당신이 그립습니다’서울 대한문에도 나부낀 노란색 바람개비평일에도 분향소에 시민발길 이어져“제게는 정치적인 우상이세요. 시대를 앞서 가면서 많은 것을 이루려 하셨던, 안타까운 분이란 생각이 들어요” (김동현 군·17)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인 23일 서울 대한문 앞에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차린 분향소가 마련됐다. 10년 전과 같은 장소에 차려진 분향소에는 노 전 대통령의 상징인 노란색 바람개비가 나부꼈다. 이 자리에서 시민들은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을 함께 나누며 고인을 추억했다. 오는 25일까지 운영되는 시민분향소는 10년 전인 2009년과 같은 자리인 대한문 앞에 차려졌다. 주최 측인 ‘고 노무현 대통령 10주기 대한문 시민분향소 합동추모제 준비위원회’의 백은종 ‘서울의소리’ 대표는 “노 전 대통령은 권력자이기보다 서민적이고 소박했던 분”이라면서 “10년 전 분향한 장소에서 시민들이 그를 함께 추억할 수 있도록 분향소를 차렸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분향소를 찾은 김군은 “서울로 수학여행을 왔다가 우연히 분향소를 보고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면서 “그 시절 나는 어렸지만 이후 학교 도서관에서 노 전 대통령 책을 읽고 감명을 받았다”고 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이 노무현 정신을 이어 정책을 펴는 것을 보면, 노 전 대통령이 정말 시대를 앞선 분이 아닌가 싶다”고 했다. 시민들은 분향소 옆에서 상영된 노 전 대통령의 연설 장면을 보며 눈물 짓기도 했다. 경남 김해 봉하마을 대신 서울 분향소를 찾았다는 김소영(46·여)씨는 “당시엔 먹고 살기 바빠 노 전 대통령을 못 지켜 드렸다는 미안함과 고마움이 여전히 남아있다”면서 “후손들이 그 뜻을 이어 사람 사는 세상을 꼭 만들겠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어서 여기에 왔다”고 말했다. 분향소 한 켠에는 노 전 대통령에게 전하는 편지를 쓰는 코너도 마련됐다. 노란 종이에는 ‘늘 그립습니다. 사람 사는 세상 꼭 만들겠습니다’, ‘새로운 노무현, 그게 바로 우리입니다’ 등 노 전 대통령에게 전하는 시민들의 마음이 적혔다. 김포에서 분향소를 찾아 대한문까지 왔다는 김미숙(44·여)씨는 편지에 ‘일상 속에서 나에게 이익이 되느냐에 따라 행동하지 않고, 옳고 그른 게 무엇인지 분명하게 생각하고 행동하겠다’고 적었다. 김씨는 “노 전 대통령은 말씀과 행동이 같으신 분이라 지지해 왔다”면서 “부조리한 일에 맞서주고 시민들에겐 진심으로 대해주셨던 노 전 대통령처럼 나 역시 행동하겠다고 다짐하게 된다”고 말했다. 주최 측 관계자는 “오전에만 500여명의 시민들이 노 전 대통령을 향한 편지를 적어 주었다”면서 “이 편지들을 모아 봉하마을로 전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25일 오후 10시까지 운영될 시민분향소는 편지쓰기 행사 외에도 추모공연과 종교행사, 3D 입체 출력으로 실물 모습과 같이 구현된 노무현대통령과 포토존, 추모사진전, 노랑바람개비 만들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함께 운영할 예정이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서울포토] 추모객들로 가득 찬 봉하마을

    [서울포토] 추모객들로 가득 찬 봉하마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10주기 추모식이 열린 23일 오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 추모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 [서울포토] 노무현 전 대통령 사진모형과 함께

    [서울포토] 노무현 전 대통령 사진모형과 함께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10주기 추모식이 열린 23일 오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 추모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 유시민, 모친상에 조의금 받지 않은 이유

    유시민, 모친상에 조의금 받지 않은 이유

    “조의금 받으면 또 갚아야 해서 서로 부담 없이 하자”윤후덕 “조의금 안 받으면 정치행보 아직 헷갈리는 것”문재인 대통령 조화 보내…조문객에게 가족문집 선물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22일 모친상을 당해 다음날 있을 2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리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10주기 추도식에 참석할 수 없게 됐다. 유 이사장은 이날 경기 일산병원에 차려진 모친 서동필씨의 빈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저희 어머니가 못 가게 붙잡으신 것 같다”면서 “여기 있으라고 하신 것 같아서 (추도식에 가지 않고) 그냥 있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님은 나중에, 10주기 행사에 못 가니까 어머니 장례가 끝나고 따로 찾아뵈면 된다”면서 “제가 거기(추도식)에서 하기로 했던 역할은 (재단의) 다른 이사님들이 나눠서 하시도록 해서 (권양숙) 여사님하고도 통화해서 양해말씀을 청했다”고 밝혔다. 노무현재단은 유 이사장의 모친이 최근 위독해진 점을 고려, 유 이사장이 추도식에 불참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대비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유 이사장은 이날 자신의 팬클럽인 ‘시민광장’ 회원들에게 ‘어머니의 별세에 대하여’라는 글을 보내 “제 어머니가 여든 아홉해를 살고 세상을 떠나셨다”고 알렸다. 그는 “어머니는 병상에 계셨던 지난 2년 반 동안 자신의 삶에 대한 만족감과 자부심을 여러차례 표현하셨다”면서 “다시는 목소리를 듣고 손을 잡을 수 없게 된 것은 아쉽지만, 저는 어머니의 죽음이 애통하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저를 위로하러 오실 필요는 없다. 슬프거나 아프지 않으니까요”라면서 “마음 속으로 ‘서동필 어머니, 안녕히 가세요’라고 인사해주신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말했다.유 이사장은 조의금과 꽃을 받지 않았다. 유 이사장은 조의금을 받지 않는 것에 대해 “받으면 제가 나중에 또 갚아야 해서, 서로 조문을 마음으로만 부담없이 (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빈소를 찾은 윤후덕 의원은 “우리 직원하고 올 때 ‘(유 이사장이) 부조금을 받으면 다음 정치행보를 안 하는 것이고, 안 받으면 아직도 헷갈리는 것’이라고 농담을 하고 왔다”며 뼈 있는 말을 던지기도 했다. 유 이사장은 대신 조문객들에게는 고인과 유 이사장 등 6남매가 함께 쓴 ‘남의 눈에 꽃이 되어라’라는 제목의 가족 문집을 나눠줬다. 유 이사장은 기자들에게 “어머니가 2년 반 전에 편찮으시고 나서 언제일진 모르지만 (이런 날이 오면) 조문 오신 분들에게 감사표시로 하나씩 드리면 좋지 않을까 해서 자녀와 손주들이 글을 쓰고 묶고 어머니 구술기록을 받은 것”이라고 가족문집에 대해 설명했다. 유 이사장은 ‘정치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여의도 등 정치권과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여왔지만, 이날 빈소에는 정치인들의 발길이 이어졌다.문재인 대통령은 빈소에 조화를 보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민주당 원혜영·홍익표·김정호·박경미·윤후덕·윤준호 의원, 김현 미래사무부총장,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 민주평화당 장병완 의원, 정의당 이정미 대표와 윤소하 원내대표 등은 빈소를 찾아 고인을 추모했다. 배우 문성근씨와 방송인 김제동씨, 김구라씨,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등도 조문했다. 유 이사장과 유시춘 EBS 이사장을 비롯한 유족은 이날 빈소에 식사 대신 간단한 다과와 샌드위치만 준비했다. 유 이사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고인의 인연에 대해 “(노 전 대통령이 돌아가셨을 때 어머니가) 서울역 분향소에 오셔서 많이 우셨다”면서 “당신 아들을 아껴주는 대통령이라 많이 눈물이 나셨던 듯하다. 저희 어머니는 노 전 대통령이 대통령 되신 뒤로는 뵌 적이 없다”고 말했다. 고인은 생전 노 전 대통령을 각별하게 생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대통령 서거 당시 서울역 광장의 분향소에서 “내 아들아, 내 아들아”라며 오열하고 “너무 원통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서울포토] 눈물 흘리는 봉하마을 추모객

    [서울포토] 눈물 흘리는 봉하마을 추모객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 추도식을 하루 앞둔 22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 시민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2019. 5. 22.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 [서울포토] 10주기 앞두고 봉하마을 찾은 추모객들

    [서울포토] 10주기 앞두고 봉하마을 찾은 추모객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 추도식을 하루 앞둔 22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 시민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2019. 5. 22.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 [여기는 남미] 멕시코 주민들, 여자 도둑들 옷 벗기고 집단 린치 응징

    [여기는 남미] 멕시코 주민들, 여자 도둑들 옷 벗기고 집단 린치 응징

    멕시코의 한 시장에서 붙잡힌 도둑들이 참혹하게 린치를 당하는 장면이 영상으로 공개됐다. 상인들은 "경찰이 범죄에 전혀 손을 쓰지 않고 있어 우리가 나설 수밖에 없다"며 린치는 정당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멕시코 치아파스의 타파출라에서 최근 벌어진 사건이다. 1분21초 분량의 영상은 바닥에 쓰러져 있는 2인조 여자 도둑들의 모습과 함께 시작된다. 도둑 중 한 명은 이미 상의가 벗겨진 채 바닥에 엎드려 있고, 상인들은 손에 가위를 들고 또 다른 여자 도둑에게 달려들고 있다. 상인들은 도둑의 상의와 바지를 가위로 잘라 벗겨낸다.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다른 상인들은 그런 도둑들에게 욕설을 퍼부으며 발길질을 서슴지 않는다. 잔뜩 겁에 질린 도둑들은 전혀 저항하지 못한다. 시장 한복판에서 순식간에 알몸이 된 도둑들은 주요 신체부위를 가리며 부끄러워 어쩔 줄 몰라 하지만 잔뜩 흥분한 상인들의 분노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속옷만 남겨두고 도둑들의 옷을 벗겨낸 상인들은 이번엔 가위로 도둑들의 머리털을 마구 자르기 시작한다. 자칫 가위가 흉기로 변할 수 있는 아찔한 상황. 도둑들은 묵묵히 당하고만 있다. 영상은 만신창이가 되어 현장을 떠나는 도둑들을 보여주면서 끝난다. 그런 도둑들에게 상인들은 여전히 욕을 퍼붓고 있다. 상인들은 "이미 여러 차례 도둑질을 한 상습범들"이라며 "소극적인 경찰이 대응하지 않아 상인들이 직접 심판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멕시코에선 범죄자들에 대한 린치가 관습법처럼 뿌리를 내리고 있다. 경찰에 대한 불신이 가장 큰 원인이다. 하지만 억울한 피해자도 발생해 사회적 우려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8월 푸에블라에선 50대 남자와 20대 조카가 주민들에게 화형을 당했다. 주민들이 두 사람을 유괴범으로 오해하고 벌인 일이다. 경찰은 뒤늦게 "두 사람은 학교 근처에서 술을 마셨을 뿐 어떤 죄도 짓지 않았다"고 했지만 두 사람은 이미 목숨을 잃은 후였다. 사진=영상 캡쳐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
  • [이미혜의 발길따라 그림따라] 사랑은 가도 옛날은 남는 것

    [이미혜의 발길따라 그림따라] 사랑은 가도 옛날은 남는 것

    페더 세베린 크뢰이어는 1888년 파리에 갔다가 같은 덴마크 화가인 마리 트리페크를 만나 사랑에 빠졌다. 크뢰이어는 서른여덟 살, 트리페크는 스물두 살이었지만 두 예술가에게 나이 차이는 문제 되지 않았다. 두 사람은 다음해 결혼식을 올리고 유틀란트반도 끝에 있는 스카겐에 자리잡았다. 한적한 어촌 스카겐은 19세기 말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화가들이 모여들면서 북구 인상주의 운동의 중심지로 떠올랐다. 인상주의의 핵심 개념인 근대성과 현장에서 그림을 그리는 ‘사생’은 떼어 놓을 수 없는 관계였다. 1874년 파리에서 열린 첫 번째 인상주의전은 악평과 조롱 속에 끝났지만 젊은 화가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던졌다. 인상주의의 목표는 역사, 신화, 종교 같은 낡은 주제에서 벗어나 당대 현실의 단면을 묘사하는 것이었다. 화가들은 바깥에 나가 거리, 일터, 카페, 기차역에서 소재를 찾았고, 즉석에서 그림을 마무리함으로써 시시각각 변하는 빛과 일상생활의 역동성을 포착하려 했다. 북구 화가들은 스카겐에서 삶의 현장을 발견했다. 크뢰이어는 1882년부터 매년 스카겐을 방문했고, 결혼한 뒤에는 아예 이곳에 정착했다. 두 사람은 행복했다. 크뢰이어는 열정적으로 작업에 몰두했다. 이 시기 그는 덴마크 인상주의의 기념비로 남게 될 그림들을 그렸다. 해변에 나가 일하는 어부들을 그렸지만, 사랑스런 아내도 여러 점 그렸다. 코펜하겐에서 손꼽히는 미인이었던 트리페크는 행복과 예술적 영감의 원천이었다. ‘장미’는 신혼 시절 찍었던 사진을 서너 해 뒤에 그림으로 옮긴 것이다. 꽃이 만발한 장미나무가 뒤편 집채를 가리고 있다. 트리페크는 야외용 의자에 앉아 신문을 읽고 있다. 발치에는 애완견이 웅크리고 있다. 행복은 짧았다. 1900년대 초 정신질환이 크뢰이어를 덮쳤고 시력까지 약해졌다. 치료를 받느라고 부부는 떨어져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트리페크는 스웨덴 작곡가 후고 알벤과 사랑에 빠졌다. 크뢰이어는 트리페크를 놓아 주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1905년 트리페크와 알벤 사이에 아이가 생기자 더이상 어쩔 수 없었다. 크뢰이어는 1909년 스카겐에서 눈을 감았다. 변덕스런 운명의 손아귀에서 자유로운 자, 어디 있으랴. 미술평론가
  • 中 모바일 결제 ‘즈푸바오’, 전 세계 간편 결제 시장 삼키나?

    中 모바일 결제 ‘즈푸바오’, 전 세계 간편 결제 시장 삼키나?

    무려 90%에 달하는 국민이 신용카드 사용 내역 및 신용 거래 내역이 없는 국가가 있다. 필리핀 현지 금융 사정이다. 더욱이 약 66%의 필리핀 국민은 본인 명의의 은행 계좌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같은 사정은 대도시 거주 시민에도 유사하다. 필리핀 마닐라 거주 시민의 약 34%에 달하는 이들은 자신들이 거주하는 지역 인근에 이용할 만한 은행 지점이 없는 탓에 불편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약 1억 명의 필리핀 인구는 크고 작은 7000여 곳의 섬에 널리 분포되 거주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 국토를 통괄할 만한 금융 기관의 부재와 ‘섬’이라는 자연적 환경 탓에 필리핀 현지에서 가장 많이 통용되는 주요한 거래 수단은 단연 ‘현금’이다. 이와 관련, 최근 중국의 알리바바 그룹이 이끄는 ‘즈푸바오(支付宝, 알리페이)’가 필리핀을 포함한 전 세계 9개국 진출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한국에는 알리바바 그룹을 이끄는 마윈의 ‘알리페이(alipay)’로 더 익숙한 해당 모바일 결제 시스템은 현지에서는 지불한다는 의미의 ‘즈푸’와 ‘보물‘의 의미인 ‘바오’가 합쳐진 ‘즈푸바오’로 불린다. 최근 알리바바가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필리핀 내의 즈푸바오 가입자 규모는 향후 3년 내에 2000만명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1억 명의 필리핀 국민 중 약 5분의 1에 해당하는 이들이 즈푸바오에 가입, 사용할 것이라는 기대다. 더욱이 지난해 12월 기준 전 세계에 분포, 즈푸바오를 주요 지불 수단으로 활용하는 가입자 수는 약 10억 명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3억 명의 회원은 중국을 제외한 해외 거주 사용자다. 지난 2004년 처음 온라인 시장에 진출, 2009년에 이르러서야 오프라인 상점에서의 상용화가 시도된 이래 약 9년 만이다. 앞서 지난해 3월 가입자 수 8억 7000만 명을 넘어선 이래 불과 9개월 만에 1억 3000만 명의 회원이 추가 가입했다는 점에서 알리바바 그룹 내에서는 기대 이상의 쾌거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즈푸바오’가 진출에 성공한 대표적인 국가로는 단연 말레이시아가 꼽힌다. 말레이시아의 인구는 약 3000만명으로 현재 2000만명에 달하는 인구가 일명 ‘TnG(Touch ‘n Go)’로 불리는 대중교통 전용 전자 지불 서비스를 이용해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TnG’는 현금 대신 충전된 카드를 활용, 버스, 지하철, 톨게이트 요금 지불 등 다양한 교통 수단 요금 지불 시 사용되고 있다. 알리바바 측은 최근 현지 TnG와 합작, 일명 ‘TnGD(Touch’n Go Digital)’로 불리는 회사를 설립했다. ‘TnGD’를 통해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 내에서 운행 중인 버스, 지하철, 철도, 고속도로 등의 일체의 교통 수단 이용 시 중국의 ‘즈푸바오’ 사용이 가능해진 셈이다. 이 같은 중국의 모바일 결제 시스템의 전 세계 확산 현상은 곧장 알리바바 그룹이 모바일 결제 시스템이라는 단순한 기능의 서비스로 십 수억 명에 달하는 회원의 개인 정보와 물건 구매 취향, 일상 생활과 관련한 일체의 빅데이터를 소유할 수 있다는 의미와 일맥한다. 실제로 현재 즈푸바오를 활용해 지불할 수 있는 영역은 단순히 상품을 구매하는 지급 수단 외에도 공과금 납부, 택시요금, 송금, 축의금, 세뱃돈, 용돈 등 거의 모든 금전 거래가 가능하다. 때문에 지난해 12월 기준 10억 명의 전 세계 즈푸바오 이용자의 실생활과 관련, 알리바바 측은 빅데이터 구축 및 활용이 가능해진 셈이다. 더욱이 최근 전세계 9개국으로의 수출 전략이 성공, 알리바바 그룹이 공개한 자사 회원 가운데 상당수는 중국 대륙을 포함한 9개 국가의 서로 다른 국적을 가진 이들이 상당한 상황이다. 대표적인 국가로 인도, 태국, 필리핀, 중국 홍콩, 말레이시아, 인도네이시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등이 꼽힌다. 즈푸바오 수입국에는 우리나라도 포함돼 있다. 실제로 한국의 명동, 동대문 일대에서는 즈푸바오 결제를 안내하는 홍보문이 게재된 편의점과 다수의 상점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중국인 유학생이 즐비한 대학가에서도 즈푸바오 모바일 결제 방식은 오고 가는 손님의 발길을 붙잡기 위해 빼놓지 말고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결제 수단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즈푸바오’의 해외 활약상은 일상 생활에서 쉽게 발견된다. 실제로 말레이시아에서 일하는 파티스탄계 말레이시아 국민 A씨는 즈푸바오가 제공하는 블록체인 서비스를 활용, 자국에 거주하는 사업 지인들에게 사업 상 거래 금액의 일부를 송금해오고 있다. ‘즈푸바오’를 이용해 송금할 시 기존의 서로 다른 국가의 금융 기관에 A씨가 지불해야 했던 송금 수수료 등의 비용 일체가 소요되지 않는다는 장점을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또한 현장에서 전송하는 즉시 세계 반대편 국가에서도 바로 받아볼 수 있다는 점에서 타국 간의 송금 시 최대 2주, 최소 2~3일의 송금 기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 한편, 지난해 6월부터는 같은 중국이지만 대륙과는 다른 화폐를 통용해오고 있는 홍콩에서도 즈푸바오의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 홍콩과 대륙 사이의 금전 거래가 보다 쉽고 편리하게 이뤄질 수 있게 됐다. 이 때문에 즈푸바오 등 모바일 결제 시스템 이용자의 수는 향후에도 빠르게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실제로 지난해 기준 지난해 중국 시장 내 지불방식에서 모바일 결제가 차지하는 비중은 78.5%에 달했다. 대부분이 QR코드 결제다. 신용카드나 현금을 이용한 일반 결제는 21.5%에 불과했다. 임지연 베이징(중국) 통신원 cci2006@naver.com 
  • 면세점 양극화 뚜렷… 추가 출점 약 될까

    서울 롯데·신라·신세계 점유율 90% ‘빅3’ 제외 중소 면세점은 적자 시달려 업계 “수수료 늘리는 치킨게임” 부정적 출혈경쟁 불가피… 자본력 있어야 살아 한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렸던 국내 면세점 업계의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중국의 사드 보복 사태 이후 중국인 관광객(유커)들의 발길이 끊기면서 롯데·신라·신세계 등 ‘빅3’ 면세점을 제외한 중소 면세점들이 적자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정부가 신규 시내 면세점 6곳을 추가로 출점할 것을 결정하면서 향후 면세점 간 과잉 경쟁으로 인한 생존게임이 펼쳐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전국의 면세점은 모두 26곳이며 서울에 있는 대기업 시내면세점은 10곳이다. 이 가운데 ‘빅3’ 점유율은 90%에 육박한다. 최근 들어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극명해졌다.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의 1분기 영업이익은 각각 330% 증가한 1065억원, 10% 증가한 822억원을 기록했다. 신세계면세점은 인천공항 1터미널 면세점 임대료 부담으로 영업이익이 236억원에서 127억원으로 줄었다. 나머지 면세점들의 적자는 쌓여 가고 있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올해 1분기 236억원의 적자를, SM면세점은 14억원 적자를 냈으며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는 지난 3년간 1000억원이 넘는 영업손실로 아예 면세점 사업에서 철수했다. 이는 유커의 자리를 대신해 최근 면세점 ‘큰손’으로 떠오른 중국 보따리 장사(다이궁)들이 많은 종류의 물품과 물량을 갖춘 대형면세점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특히 다이궁을 유치하기 위한 송객 수수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자본력은 곧 면세사업 성공 여부의 잣대가 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 기획재정부는 지난 14일 보세판매장(면세점) 제도운영위원회를 열고 대기업 기준 서울 3개, 인천과 광주 각각 1개, 중소·중견기업은 충남 1개의 시내면세점 특허를 확정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신규 면세점 진입으로 면세점 간 수수료만 늘리는 ‘치킨 게임’이 과열될 수 있어서다. 한 관계자는 “면세점의 주 고객이 해외 고객이기 때문에 초기에는 마케팅 수단이 수수료밖에 없어 출혈 경쟁은 필연적”이라며 “결국 이 경쟁을 견딜 수 있는, 자본력 있는 업체만 살아남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 전통도자에 팝아트… 지역 명물로 뜨는 순창 ‘우슴자기’

    전통도자에 팝아트… 지역 명물로 뜨는 순창 ‘우슴자기’

    전통도자기에 팝아트를 입힌 ‘우슴자기’가 전북 순창군의 새로운 문화상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20일 순창군에 따르면 우슴자기는 청자기능보유자인 고정(古正) 권운주 선생의 전통적인 자기에 팝아티스트인 피터 오 작가의 기법을 가미해 순창만의 새로운 도자기로 탄생했다. 우슴자기는 순창읍 옹기체험관에서 만들어진다. ‘웃음’을 통해 내 주변의 이웃들을 행복하게 하고 싶다는 피터 오 작가의 인생철학에서 시작됐다. 슴자가 한자인 합(合)자와 유사해 두 작가의 마음이 하나로 합해져 만들어진 합작품을 뜻한다.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기쁨과 행복이 하나로 합치라는 뜻도 품고 있다. 권운주 선생이 초벌작업을 한 자기는 피터 오의 스트레이 기법, 흩뿌리기, 그리기 작업 등을 더해 재벌과정을 거쳐야 최종 작품으로 나온다. 하얀 백자에 스마일 문양을 한 생활자기로 접시, 공기, 국그릇 등 20여 종류다. 강천산휴게소, 발효소스토굴 등 순창지역 관광지 6곳에서 우슴자기를 판매하고 있다. 최근 공중파와 종편 등 방송사 프로그램에서 지속적으로 선보이며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공항 면세점과 백화점 등 대형 유통업체들과도 협상이 진행 중이어서 미래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순창 옹기체험관은 청자의 은은한 매력과 더불어 화려함으로 뽐내는 우슴자기로 체험객들의 발길이 잇따르고 있다. 한편 피터 오 작가는 올 하반기 유럽 전시회에 우슴자기를 선보여 국내는 물론 해외까지 순창의 새로운 문화상품을 널리 알릴 계획이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동영상] 남자들에게 무차별 구타 당한 트랜스젠더 여성 한달 뒤 총격 사망

    [동영상] 남자들에게 무차별 구타 당한 트랜스젠더 여성 한달 뒤 총격 사망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의 집 근처 거리에서 18일(이하 현지시간) 아침 트랜스젠더 여성이 총격을 받고 숨을 거뒀다고 영국 BBC가 20일 전했다. 멀레이시아 부커(23)는 불과 한달 전 교통사고를 냈다는 이유로 남성들로부터 복싱 글로브를 낀 채 폭행 당하는 장면이 동영상으로 소셜미디어에 올라와 충격을 안겼던 인물이다. 그 사건이 이날 증오 범죄로 연결된 것이 아닌가 추정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댈러스 경찰은 이날 총격이 있기 전까지 그녀를 대상으로 살해 위협이 있었는지에 대해 밝히길 거부했다고 방송은 전했다. 경찰은 지난달 그녀를 공격한 혐의로 기소된 29세 남성 에드워드 토머스를 이날 살인 사건과 연결지을 증거는 아직 없다고 밝혔다. 지난달 10일 교통사고 당시 부커는 아파트 단지 안 주차장에서 후방 주차를 하다 다른 차의 뒤를 받았는데 상대 운전자가 총구를 겨누고 그녀가 손해 배상을 하지 않으면 현장을 떠나지 못하게 했다고 주장했다. 구경꾼이 몰려들었고 그 중 한 명인 토머스에게는 부커를 때리면 200 달러를 제공하겠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동영상을 보면 토머스는 복싱 글로브를 낀 채 그녀에게 되풀이해 주먹을 휘둘렀고 부커는 뇌진탕과 손목 뼈가 부러졌다. 부커는 병원 치료를 받고 퇴원한 뒤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은 내가 당했지만 다음은 여러분 가까이 있는 분이 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토머스는 폭행 혐의로 기소됐는데 그는 부커가 들었다고 주장하는 동성애 혐오 발언을 하지는 않았다고 부인했다. 부커에게 발길질을 가한 두 번째 남성도 체포됐지만 그는 기소되지 않았다. 인권단체 휴먼 라이츠 워치는 지난해 미국에서 적어도 26명의 트랜스젠더들이 살해됐으며 그 중 대다수는 아프리카계 미국인 트랜스젠더 여성이라고 밝혔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지난해 11월 미국 연방수사국(FBI)가 내놓은 가장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에만 미국에서 7175건의 증오범죄가 발생했는데 이 가운데 1130건이 성적 지향에 근거한 것이며, 119건은 성 정체성을 둘러싼 편견 때문에 발생한다고 집계했다고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전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노무현 10주기 추도식 참석하는 부시…직접 그린 ‘盧 초상화’ 들고 봉하 간다

    노무현 10주기 추도식 참석하는 부시…직접 그린 ‘盧 초상화’ 들고 봉하 간다

    오는 23일 오후 2시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 추도식에 참석하는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이 직접 그린 노 전 대통령의 초상화를 노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에게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부시 전 대통령은 2009년 퇴임 후 화가로 변신해 재임 기간 만난 각국 정상의 초상화를 그려 왔다. 노무현재단 관계자는 19일 “부시 전 대통령이 권 여사에게 초상화를 직접 전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며 “아직 우리도 작품을 보지 못했고, 23일 공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재단 측은 부시 전 대통령 측이 두 달 전쯤 노 전 대통령 초상화를 제작하고 싶다고 연락해 오자 노 전 대통령의 인상이 잘 드러날 수 있는 사진 10여장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초상화는 현재 공사 중인 서울 시민센터나 봉하마을 기념관에 상설 전시될 전망이다. 재임 중 두 전직 대통령은 때로 이념적으로 충돌하거나 국익을 위해 협력하는 파란만장한 관계를 보였다. 그랬던 부시 전 대통령이 노 전 대통령을 추억하며 초상화를 그렸다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부시 전 대통령은 40세에 그림을 시작한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의 사례를 본보기로 삼아 그림을 배운 것으로 알려졌다. 부시 전 대통령은 각국 정상의 초상화를 그리는 이유를 “우리의 우정을 담았다. 그들을 지도자로서 존경하고 있고, 내가 그들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일반 사람들에게도 알려주고 싶다”고 설명한 바 있다. 부시 전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을 기리는 추도사도 준비 중이다. 또 추도식에 앞서 23일 오전에는 청와대를 방문해 문재인 대통령을 만난다. 문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 재임 시절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근무한 경험 등을 부시 전 대통령과 공유하며 환담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추모식을 앞둔 경남 김해 봉하마을은 벌써부터 추모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노 전 대통령 묘역에는 수많은 국화꽃이 놓였다. 재단 관계자는 “추도식이 평일이어서 참석 못하는 시민들이 주말을 이용해 먼저 찾고 있다”고 했다. 손지은 기자 sson@seoul.co.kr
  • 대치동 초교 학부모들 “우리 학교는 혁신학교 안돼”…강남 혁신학교 지정 갈등

    대치동 초교 학부모들 “우리 학교는 혁신학교 안돼”…강남 혁신학교 지정 갈등

    대치동 대곡초 학부모들, 혁신학교 지정 반대 시위강남 지역 혁신학교 지정 두고 학교vs학부모 갈등 이어질 듯서울교육청이 이달 말 혁신학교 공개모집을 앞두고 각 학교에서 혁신학교 신청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강남 지역 학부모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혁신학교가 학생들의 학교 참여율을 높인다는 긍정적 평가와 학력을 떨어뜨린다는 부정적 평가가 여전히 엇갈리는 가운데 지정 확대를 둘러싼 갈등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17일 교육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위치한 대곡초등학교 학부모들은 전날 학교의 혁신학교 전환 계획에 반대하며 교문 앞에서 피켓 시위를 벌였다. 당초 학교는 이날 학부모 연수와 함께 혁신학교 공모 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이 시위로 무산됐다. 학부모들이 들고 나온 피켓에는 “학부모가 싫다는데 혁신학교 웬말이냐” “학부모 동의 없는 혁신학교 반대한다” 등이 적혀 있었다. 일부 학부모는 설명회에 참석하려 했으나 시위로 무산돼 발길을 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혁신학교 신청은 학교 교사와 학부모, 외부인사 등으로 구성된 학교운영위원회(학운위) 심의에서 안건이 통과돼야 할 수 있다. 대곡초는 7일 교원 53명을 대상으로 한 찬반 투표에서 92.4%가 찬성해 안건 상정 요건(찬성 과반 이상)은 갖췄다. 그러나 학교운영위를 통과하지 못하면 혁신학교를 신청할 수 없다. 혁신학교는 각 학교에 교육과정 운영의 자율성을 더 부여해 주고 체험이나 토론 중심의 수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학교다. 학교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교육과정을 개발해 학생들의 참여율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대입 준비에 불리하다는 인식이 많아 고등학교로 갈 수록 혁신학교 기피 현상이 커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서울교육청의 경우 혁신학교로 지정되면 학급·학생 수에 따라 다르지만 연간 4000만원 가량의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현재 강남구에 혁신초등학교는 7곳이 있지만 중학교와 고등학교는 혁신학교가 아직 없다. 교육계 한 관계자는 “초등학교의 경우 학생들의 학교 적응을 빨리 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중·고등학교에 비해 선호도가 높았다”면서 “그러나 초등학교 때 부터 입시에 관심이 높은 강남의 경우 혁신학교에 대한 학부모들의 저항이 크다”고 말했다. 지난 3월 개교한 송파구 해누리초·중도 혁신학교로 지정될 예정이었지만 예비 학부모들의 거센 반대에 부딪혀 지정 여부를 내년에 결정하기로 미뤘다. 서울교육청은 오는 29일부터 다음달 7일까지 각 학교로부터 혁신학교 지정 신청을 받은 뒤 심사를 거쳐 7월 중 혁신학교를 지정할 계획이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 대치동 초교 학부모들 “우리 학교는 혁신학교 안돼”…강남 혁신학교 지정 갈등

    대치동 초교 학부모들 “우리 학교는 혁신학교 안돼”…강남 혁신학교 지정 갈등

    대치동 대곡초 학부모들, 혁신학교 지정 반대 시위강남 지역 혁신학교 지정 두고 학교vs학부모 갈등 이어질 듯 서울교육청이 이달 말 혁신학교 공개모집을 앞두고 각 학교에서 혁신학교 신청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강남 지역 학부모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혁신학교가 학생들의 학교 참여율을 높인다는 긍정적 평가와 학력을 떨어뜨린다는 부정적 평가가 여전히 엇갈리는 가운데 지정 확대를 둘러싼 갈등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17일 교육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위치한 대곡초등학교 학부모들은 전날 학교의 혁신학교 전환 계획에 반대하며 교문 앞에서 피켓 시위를 벌였다. 당초 학교는 이날 학부모 연수와 함께 혁신학교 공모 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이 시위로 무산됐다. 학부모들이 들고 나온 피켓에는 “학부모가 싫다는데 혁신학교 웬말이냐” “학부모 동의 없는 혁신학교 반대한다” 등이 적혀 있었다. 일부 학부모는 설명회에 참석하려 했으나 시위로 무산돼 발길을 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혁신학교 신청은 학교 교사와 학부모, 외부인사 등으로 구성된 학교운영위원회(학운위) 심의에서 안건이 통과돼야 할 수 있다. 대곡초는 7일 교원 53명을 대상으로 한 찬반 투표에서 92.4%가 찬성해 안건 상정 요건(찬성 과반 이상)은 갖췄다. 그러나 학교운영위를 통과하지 못하면 혁신학교를 신청할 수 없다. 혁신학교는 각 학교에 교육과정 운영의 자율성을 더 부여해 주고 체험이나 토론 중심의 수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학교다. 학교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교육과정을 개발해 학생들의 참여율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대입 준비에 불리하다는 인식이 많아 고등학교로 갈 수록 혁신학교 기피 현상이 커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서울교육청의 경우 혁신학교로 지정되면 학급·학생 수에 따라 다르지만 연간 4000만원 가량의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현재 강남구에 혁신초등학교는 7곳이 있지만 중학교와 고등학교는 혁신학교가 아직 없다. 교육계 한 관계자는 “초등학교의 경우 학생들의 학교 적응을 빨리 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중·고등학교에 비해 선호도가 높았다”면서 “그러나 초등학교 때 부터 입시에 관심이 높은 강남의 경우 혁신학교에 대한 학부모들의 저항이 크다”고 말했다. 지난 3월 개교한 송파구 해누리초·중도 혁신학교로 지정될 예정이었지만 예비 학부모들의 거센 반대에 부딪혀 지정 여부를 내년에 결정하기로 미뤘다. 서울교육청은 오는 29일부터 다음달 7일까지 각 학교로부터 혁신학교 지정 신청을 받은 뒤 심사를 거쳐 7월 중 혁신학교를 지정할 계획이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 [세종로의 아침] 시민은 배제된 버스 파업 협상/류찬희 산업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시민은 배제된 버스 파업 협상/류찬희 산업부 선임기자

    서울에 살다가 지난해 가을 수도권 2기 신도시로 이사했다. 서울까지 지하철이 연결되지 않는 데다 교통체증으로 승용차 이용을 포기하다 보니 전용차로를 달리는 버스는 유일한 출퇴근 수단이다. 그래서 긴 배차 간격, 좌석 부족, 병목현상 등과 같은 불편 같은 것이 나에겐 사치다. 제시간에 탈 수만 있다면 그저 고맙게 받아들인다. 버스를 이용하는 많은 서민이 같은 생각일 것이다. 걱정했던 버스 운행 중단이 고비를 넘겼다. 하지만 시한폭탄 뇌관을 그대로 둔 채 봉합, 언제 다시 터질지 몰라 불안은 여전하다. 수술을 하면서 암세포를 완전히 떼어내지 못하고 꿰맨 것과 다르지 않다. 버스 애용자가 볼 때 이번 사태의 해결 과정은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먼저 정부는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한다. 이번 버스 사태는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으로 촉발됐고, 사태를 해결하려는 과정에서 정부가 탄력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아들여야 한다. 지난해 5월 발표한 노사정 선언문의 제목은 ‘노선버스 근로시간 단축 연착륙을 위한 노사정 선언문’이다. 선언문엔 자동차노조와 버스사업자, 고용노동부 장관과 국토부 장관이 서명했다.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운전자의 임금감소 보전과 운전자 신규채용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한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버스 사태가 근로시간 단축과는 무관하다고 말한다. 컨트롤타워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문제 해결 노력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수긍해야 한다. 노사정 선언 이후 정부는 지난해 말 ‘버스 공공성 및 안전강화 대책’을 내놓았다. 대책은 특정 부처가 만들어 낸 작품이 아니라 국가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나온 결과물이다. 버스 운영체계를 개편하려고 준공영제를 비롯한 문제를 다루고자 중앙정부와 지자체, 전문가가 함께 참여하는 특별기구(TF)까지 운영하기로 했던 문제다. 그러나 진일보한 대책을 내놓지 못했고, 서민들의 발길이 묶일 위기를 맞고도 중앙정부와 지자체, 지자체와 지자체 간 이견을 달리하는 꼴불견을 연출했다. 결과물이 만족스럽지 않은 것은 물론 협상 과정에서 시민이 배제됐다는 오점도 남겼다. 구조적인 문제는 그대로 둔 채 겉으로 드러난 불을 끄고자 버스 이용자의 호주머니를 털고 세금만 동원했다. 재정 지원과 요금 인상, 일부 지자체는 기금을 활용해 운전자 임금을 보전해 주는 방식을 택했다. 준공영제를 확대한다는 대책 또한 앞뒤가 바뀌었다. 준공영제는 정부나 지자체가 직영 또는 공기업 위탁이 아니다. 민간 업체가 버스 운영을 맡고, 운영 적자를 공공이 지원하거나 공공이 소유한 노선을 민간에 위탁하는 제도다. 하지만 준공영제는 버스 사업자의 도덕적 해이를 막는 장치가 완벽할 때만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격이다. 사업자의 경영 투명성 강화, 근로자의 실질 임금 향상 대책이 먼저 이뤄져야 성공할 수 있는데, 겉으로 드러난 불길을 잡는 데만 급급했다. 시민들이 원하는 건 버스의 안전과 편리성이다. 시민의 발을 담보로 협상이 이뤄지는 잘못된 행태, 그나마도 언제 다시 터질지 모르는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불안이 가시지 않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chani@seoul.co.kr
  • 박인비·유소연 두산매치 첫 관문 가뿐히 통과

    박인비·유소연 두산매치 첫 관문 가뿐히 통과

    박인비 12번~14번홀 3연속 보기로 허다빈에 백기4년 만에 국내 무대 유소연 16개호 8개 보기로 낙승 박인비(31)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 2연패를 향해 가볍게 첫걸음을 내디뎠다.박인비는 15일 강원 춘천의 라데나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대회 첫 날 조별리그 1차전에서 허다빈(21)을 4홀 차로 가뿐하게 제압했다. 출전 선수 64명 가운데 최하위 시드(64위)의 허다빈을 상대로 일방적인 경기 도중 15번홀에서 일찌감치 백기를 받아냈다. 2번홀(파5) 허다빈의 보기로 1홀 차 리드를 시작한 박인비는 3번홀(파3) 첫 버디로 1홀을 더 따내고 6번홀(파5)에서 상대의 홀 포기로 손쉽게 3홀 차까지 달아났다. 7번홀(파3) 보기로 1홀을 내줬지만 12번~14번홀 3연속 버디로 승부를 갈랐다. 박인비는 “전반홀 핀에 가깝게 붙는 샷이 많지 않았지만, 후반에는 좋은 샷이 나와 쉽게 경기를 했다”면서 “간신히 이겼던 작년보다 출발이 훨씬 좋다”며 활짝 웃었다. 그는 또 “이잔과 달리 오늘 퍼트감은 만족스럽다”면서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2009년 이 대회 9차 연장 끝에 최혜용을 따돌리고 우승했던 유소연(29)도 신인 임희정(19)을 2홀 차로 따돌리고 1회전을 승리로 장식했다. 유소연은 16개 홀에서 무려 8개의 버디를 쓸어담아 낙승을 거뒀다. 첫 홀(파4) 3m 버디 기회에서 3퍼트 보기를 저지른 유소연은 “너무 오랜만에 출전한 한국 대회라 긴장한 나머지 실수했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유소연은 2015년 하이원 리조트 여자오픈 우승 이후 국내 무대에 발길을 끊었다가 4년 만에 KLPGA 투어 대회에 출전했다. 자신의 장기인 아이언샷 정확도가 이번 시즌 뚝 떨어져 고전 중인 유소연은 “날씨가 추운 곳에서 겨울 훈련을 한 탓에 스윙이 좀 망가졌다”면서 “지난달 롯데챔피언십 때부터 샷 감각이 돌아오기 시작했다”고 털어놓았다.그는 이어 “16개홀에서 버디 8개면 이제 정상적인 샷을 되찾았다는 긍정적인 신호”라면서 “아이언샷 정확도도 높아졌다는 뜻”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유소연은 2차전에서도 “버디를 노리는 적극적인 경기를 하겠다”고 되찾은 샷 감각에 기대를 잔뜩 걸었다. 최혜진(20)도 류현지(21)에 3홀차 승리를 따내 첫 관문을 무난하게 통과했다. 6개의 버디를 수확한 최혜진은 “퍼트는 조금 아쉽지만, 워낙 샷이 좋아서 (버디) 찬스가 많았다”면서 “작년에는 16강전에서 졌는데 올해는 최대한 오래 남아 결승전이 열리는 일요일까지 경기하고 싶다”고 투지를 내보였다.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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