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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연녀에 준 돈은 ‘불법자금’ 못 돌려받아

    내연녀에 준 돈은 ‘불법자금’ 못 돌려받아

    배우자가 있는 사람이 불륜 상대에게관계 유지를 위해 건넨 돈은 돌려받을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서부지법 민사12부(부장 이우철)는 A씨가 재일교포 B씨를 상대로 최근까지 교제를 하면서 전달한 약 5억원을 돌려달라는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기각했다고 31일 밝혔다. 2005년 인터넷 카페를 통해 알게 돼 불륜 관계가 된 A씨와 B씨는 둘 다 기혼자였다. A씨는 일본에서 작가로 활동하는 B씨를 만나기 위해 수년간 한 해에 적게는 3회에서 많게는 10회에 걸쳐 일본을 방문했다. B씨 역시 A씨를 만나기 위해 한 해 2~3회 한국을 찾았다. 밀회를 이어가면서 B씨는 급기야 A씨에게 “한국에서 함께 살자”고 말했다. 이 말을 철석같이 믿은 A씨는 한국에서 살기 위해 돈이 필요하다는 B씨에게 2008년부터 2012년까지 모두 약 4억 2000만원을 보냈다. 특히 2009년 8월에는 서울 영등포구의 오피스텔 1가구 소유권을 넘기기도 했다. 그런데 이 같은 지극정성에도 B씨가 영구적으로 한국에 넘어올 기미를 보이지 않자 A씨는 2013년 11월 “배우자와 이혼하거나 한국에서 살 생각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함께 살자고 했다”며 현금과 오피스텔 시가를 합한 약 5억 1000만원을 돌려 달라고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법원은 B씨가 A씨를 속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가 일방적으로 경제적 이익만 제공한 것이 아니라 B씨의 작품을 여러 점 가져 가 보관하거나 전시했고, A씨가 2013년 12월 B씨를 사기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지만 정작 경찰 조사에서는 ‘연인 사이라서 돈을 줬을 뿐 B씨의 거짓말에 속아 돈을 준 것은 아니’라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또 “A씨의 주장이 전부 사실이라고 해도, A씨가 B씨에게 지급한 돈과 오피스텔 소유권은 배우자가 있는 사람이 다른 배우자가 있는 사람과의 부적절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지급된 것으로서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므로 원고는 피고로부터 배상받을 수 없다”고 판시했다. 민법 746조는 선량한 풍속 또는 기타 사회질서를 위반한 불법 행위로 재산 또는 노무를 제공한 경우 그 이익(불법원인급여)의 반환을 청구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만약 B씨의 사기 혐의가 입증됐으면 정반대의 결론이 났을 수도 있다는 것이 전문가의 설명이다. 김보람 한국여성변호사회 공보이사는 “불법원인급여를 따질 때는 두 사람의 불법성 여부를 고려한다”며 “B씨가 A씨를 상대로 사기 행위를 했고, B씨의 불법성이 더 크다는 점이 인정됐다면 A씨가 돈을 돌려받았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너무 먼 1초… 세계육상선수권 여자 마라톤 디바바 1초 차 1위

    너무 먼 1초… 세계육상선수권 여자 마라톤 디바바 1초 차 1위

    42.195㎞를 달렸는데 1~3초 차로 메달 색깔이 갈렸다. 마레 디바바(26·에티오피아)가 30일 중국 베이징 국립경기장에서 끝난 2015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세계육상선수권 여자 마라톤에서 2시간27분35초에 결승선을 통과하며 조국에 대회 마라톤 첫 금메달을 안겼다. 헬라 키프롭(케냐)이 1초 뒤져 은메달을 목에 걸었고, 지난해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에우니세 젭키루이 키르와(바레인)가 키프롭보다 3초 늦어 동메달을 땄다. 예미마 젤라갓 숨공(케냐)은 키르와보다 3초 늦게 결승선을 통과해 아깝게 메달을 놓쳤다. IAAF 홈페이지는 넷이 어울려 결승선까지 손에 땀을 쥐는 레이스를 펼친 것에 놀라움을 표시했다. 사상 초유의 대회 3연패를 노리던 에드나 키플라갓(케냐)도 후반 중반까지 2위 그룹에서 역주했으나 2시간28분18초의 기록으로 5위에 그쳤다. 예민한 선수들은 스모그 때문에 경기 내내 고통을 호소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67명 가운데 13명이 중도 포기하고 2명이 실격돼 52명만 완주했다. ‘북녘 쌍둥이 자매’의 언니 김혜성이 반환점 언저리에서 시게토모 리사(일본)와 선두 각축을 벌였으나 종반 체력이 달려 9위에 머물렀다. 동생 김혜경은 중도 포기했다. 김성은(26)은 2시간42분14초로 30위를, 이 종목 최연소 출전자인 염고은(21·이상 삼성전자)은 2시간46분46초로 41위에 머물렀다. 한편 전날 남자 400m 계주 결선에서 자메이카 대표팀의 마지막 주자(앵커)로 나선 우사인 볼트(29)는 바통 실책을 저지른 미국 대표팀을 앞지르며 37초36에 결승선을 통과, 세계선수권 세 번째 3관왕의 꿈을 이뤘다. 자메이카는 4대회 연속 우승했다. 미국은 2위로 골인했으나 나중에 바통 존을 넘은 사실이 확인돼 실격 처리됐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42.195km를 달렸는데 1~3초 차로 메달색 갈려

    42.195km를 달렸는데 1~3초 차로 메달색 갈려

     42.195km를 달렸는데 1~3초 차로 메달 색깔이 갈렸다.  30일 중국 베이징의 동로 순환코스를 돌아 국립경기장 스타디움으로 돌아오는 여자마라톤에서 마레 디바바(26·에티오피아)가 2시간27분35초에 결승선을 통과하며 금메달을, 헬라 킵프롭(케냐)이 1초 뒤져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케냐 출신으로 지난해 바레인으로 귀화해 지난해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딴 에우니세 젭키루이 키르와가 킵프롭보다 3초 늦은 2시간27분39초로 동메달을 따냈다.  케냐와 여자 마라톤을 양분한 에티오피아는 이상할 만큼 세계선수권과는 인연을 맺지 못해 디바바가 조국에 대회 첫 마라톤 금메달을 안겼다. 지난 1월 샤먼마라톤대회에서 2시간19분52초로 시즌 최고 기록을 작성한 그녀는 이번 대회 여자 1500m를 제패한 겐제베 디바바와 아무런 혈연이 없다.  예미마 젤라갓 숨공(케냐)도 키르와보다 3초 늦게 결승선을 통과해 아깝게 메달을 놓쳤다.  IAAF 홈페이지는 네 선수나 뭉텅이로 결승선 근처까지 손에 땀을 쥔 레이스를 펼친 것에 엄청난 놀라움을 표현했다. 2011년 대구, 2013년 모스크바까지 우승해 이번 대회 사상 초유의 3연패를 노리던 에드나 키플라갓(케냐)도 후반 중반까지 2위 그룹에서 역주했으나 2시간28분18초의 기록으로 5위에 그쳤다.  현지시간 오전 7시 30분에 옅은 안개가 깔린 가운데 출발한 선수들은 반환점을 돌 무렵 스모그가 더 심해져 일부 예민한 선수들은 고통을 호소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67명 가운데 13명이 중도포기하고 2명이 실격돼 52명만 완주했다. 폴라 래드클리프(영국)가 작성한 세계기록(2시간17분42초)은 물론, 이날 우승한 디바바의 시즌 최고 기록(2시간19분52초)보다 이날 기록들이 한참 뒤처진 것도 무덥고 습한 베이징 날씨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반환점 언저리에서 ‘북녘 자매’의 동생 김혜성이 시게토모 리사(일본)과 함께 선두를 내달렸으나 종반 체력이 달려 9위에 머물렀다. 언니 김혜경도 중간에 포기했다.  김성은(26·삼성전자)은 세 번째로 나선 대회에서 2시간42분14초로 30위를 차지했다. 이번 대회 참가자 중 가장 나이 어린 염고은(21·삼성전자)은 2시간46분46초로 41위에 그쳤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책꽂이]

    [책꽂이]

    50대, 이력서 쓰는 아빠(박영재 지음, 국일미디어 펴냄) 인생의 반환점에 서 있는 50대 초중반 퇴직자들의 새로운 시작을 도와주는 다양한 정보와 지원 정책을 소개한다. 현실적 도움부터 금전적 도움까지 받을 수 있는 취업정글 탈출 비법들을 담았다. 224쪽. 1만 2800원. 12감각을 깨워야 내 아이가 행복하다(김현경 지음, 물병자리 펴냄) 모든 교육을 예술로 접근하는 발도르프 교육 철학을 쉽게 안내한다. 몸과 마음이 조화롭고 균형이 잡힌 자아로 성장할 수 있는 촉각, 생명감각, 고유운동감각, 균형감각, 후각 등 12감각을 차례로 만난다. 312쪽. 1만 4000원.
  • “남북회담 기간 눈 실핏줄 터져”… 朴대통령 극한 긴장 암시

    1년 7개월여 만에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의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26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오찬은 임기 반환점을 맞아 당·정·청의 결속력을 재확인하고 노동개혁 등 4대 개혁·경제활성화 완수에 여당의 협조를 당부하기 위한 ‘단합대회’였다. 앞서 박 대통령은 취임 1주년을 앞둔 지난해 1월 7일 당 소속 의원·원외 당협위원장 240여명을 불러 만찬 회동을 한 바 있다. 이날 오전 충남 천안에서 1박 2일 연찬회 일정을 앞당겨 마무리한 의원들은 버스를 나눠 타고 단체로 이동했다. 무박 4일의 마라톤협상 동안 잠을 거의 이루지 못한 박 대통령은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 참석자들이 “입장하실 때 얼굴이 안 좋아 보이더라”고 하자 박 대통령은 “눈에 실핏줄이 터졌다”며 초긴장 속에 진행됐던 협상 지휘 상황을 암시하기도 했다. 이장우 대변인은 “(대통령의) 목소리가 갈라지기도 했지만 일이 잘돼서 표정은 좋아 보였다”고 전했다. 연보라색 재킷 차림의 박 대통령이 김무성 대표, 원유철 원내대표와 함께 오찬장에 나타나자 의원들은 박수와 함성으로 맞았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 당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많은 노력을 해주신 데 대해서 감사를 드린다”며 “특히 오랫동안 해내지 못한 공무원연금 개혁을 이루는 데 앞장서 주신 데 대해 감사를 드린다”고 했다. 김 대표는 “대통령님, 오늘 기분 좋은 날”이라며 “박근혜 정부의 성공이 새누리당의 성공이고 국민이 행복한 생활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우리 모두 대통령이 성공적인 국정 수행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화답했다. 이어 “(연찬회에서) 이제 남은 임기 반 동안 대통령이 추진하는 4대 개혁을 새누리당이 반드시 뒷받침을 잘해서 성공해 좋은 나라를 만드는 데 앞장서자는 다짐을 단단하게 했다”고 밝혔다. 70여분간 비공개로 진행된 오찬은 연신 웃음소리가 새어나오는 등 화기애애했다. 박 대통령은 김 대표에게 “딸 결혼식을 축하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청원·김을동 최고위원, 오신환 의원이 포도주스로 건배사를 했다. 서 최고위원은 “남북회담의 결과가 대통령의 좌우명인 원칙의 승리였다”며 극찬한 뒤 ‘원칙, 승리’를 외쳤다. 김 최고위원은 ‘새누리당 만세, 대한민국 만세’, 오 의원은 ‘여기, 저기’(여러분의 기쁨이 저의 기쁨)로 건배를 했다. 헤드 테이블에는 박 대통령과 김 대표, 원 원내대표, 서청원·김을동·김태호·이정현 최고위원, 김정훈 정책위의장, 정갑윤 국회부의장 등 9명이 앉았다. 청와대에서는 이병기 비서실장,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현기환 정무수석 외 수석비서관들이 함께했다. 오찬 중 박 대통령은 북한과 관련해 “오랫동안 힘들었고, 원칙을 지키고 (협상을) 해나갔다. 남북관계도 경제적 측면에서 풀어갔으면 하는 기대감이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원 원내대표는 마무리 발언에서 “대통령이 남북 현안에 대해 원칙과 확고한 리더십으로 대처하셔서 긴장 속에 진행될 수도 있었을 연찬회를 화합과 축제의 장으로 만들어 주셨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유승민 전 원내대표는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 파동 이후 박 대통령과의 대면 여부에 관심이 쏠렸지만 이날 의원들과 한 명씩 악수하는 순서가 빠지면서 직접 마주치진 않았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사설] ‘초당적 협력’ 개혁과 경제살리기로 이어가야

    일촉즉발로 치달았던 남북 간의 무력대치가 극적으로 대화국면으로 전환되면서 이제 국민의 시선은 4대 개혁과 경제살리기에 모이고 있다. 남북 당국의 ‘8·25 합의’로 현 정부 출범 이후 지속됐던 군사적 긴장 관계가 다소 완화된 만큼 내치(內治)에 전념할 수 있는 상황을 맞은 것이다. 5년 임기의 현 정부가 반환점을 도는 시점과 맞물리면서 집권 후반기 국정운영의 새로운 동력을 모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은 것이다. 임기 절반을 넘긴 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새누리당 국회의원들을 1년 7개월 만에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하는 자리를 만든 것도 여권의 결집으로 국정 동력을 확보하자는 취지다.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이제는 경제를 활성화시키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개혁에 매진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사실상 19대 국회의 마지막 정기국회에서 노동개혁을 비롯한 4대 개혁 관련 법안과 산적한 민생 경제 활성화 법안 처리를 간곡하게 당부했다. 현재 우리가 처한 상황은 어느 하나 녹록지 않다. 최근 중국발 쇼크 등의 글로벌 악재가 겹치면서 경제적 불확실성은 더욱 증폭되고 있고 서민들의 고통은 가중되고 있다. 추동력이 떨어지는 집권 후반기에 민생을 살리고 4대 개혁을 완수하려면 기업을 포함한 국민의 전폭적인 지지와 협조가 필요한 시점이다. 제1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 역시 9월 정기국회에서 경제에 초점을 맞춰 대안을 제시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이종걸 원내대표가 어제 “중요한 것은 국민의 신뢰를 얻고 인정받는 것이며 박근혜 정부 정책 전반에 대한 종합적 대안을 제시하는 게 기조”라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민생을 챙기는 ‘유능한 경제정당’이자 수권정당으로서의 면모를 부각하겠다는 전략에 따른 것이지만 소모적인 정쟁을 접고 건전한 정책 토론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밝힌 만큼 국민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다행스러운 것은 지난 4월 노사정 대화 결렬 선언 이후 4개월 만에 한국노총이 어제 중앙집행위원회를 열어 노사정 대화 재개를 선언하면서 정부가 핵심 과제로 추진하는 노동개혁이 탄력을 받게 됐다. 핵심 쟁점인 일반해고 지침과 취업규칙 변경 문제가 아직 불씨로 살아 있지만 한국노총의 노사정 복귀는 비정규직 격차 해소나 근로시간 단축 등 산적한 노동현안에 대해 노동자의 이익을 대변하겠다는 노조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갔다고 볼 수 있다. 앞으로 노사정위원회가 정상 가동되더라도 상당한 진통이 예상되지만 노사 모두 상생의 노동개혁에 총력을 기울여 달라는 국민적 당부를 잊지 말아야 한다. 더는 물러설 곳이 없다. 경제 활력을 되살리지 못하면 대한민국 자체가 위기에 봉착하고 그 후유증은 고스란히 국민에게 전가된다. 경제 살리기와 개혁에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이번 남북 대치국면에서 여야는 실로 오랜만에 한목소리를 내는 초당적 대처로 국민의 박수를 받았다. 내년 총선에서 국민의 심판에 앞서 여야 정치권은 마지막 ‘골든 타임’인 이번 정기국회에서 개혁과 경제살리기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남북이 25일 추석 이산가족 상봉에 합의하면서 많은 이산가족들이 감격의 재회에 대한 희망을 갖게 됐다. 현재 정부에 등록된 이산가족 중 생존자는 6만 6000여명에 이른다. 64년 전 북에 두고 온 딸을 단 한시도 잊지 못했던 김윤희(90·여)씨와 조카를 만날 날을 손꼽아 기다려온 최은범(81)씨의 사연을 들어봤다.
  • [사설] 고위급 합의 실천이 남북 상생 출발점이다

    북한의 비무장지대(DMZ) 목함지뢰 도발과 서부전선 포격으로 초래된 한반도 군사적 긴장이 일단 해소됐다. 남북이 어제 새벽까지 무박 4일간 43시간에 걸친 마라톤 협상을 극적으로 타결하면서다. 북한은 지뢰 도발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우리 측은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기로 해 외형상 남북 고위급 간 윈·윈 합의를 도출했다. 다만 지뢰 도발을 저지른 북측의 명시적 사과와 재발 방지 확약이 없었다는 건 아쉬운 대목이다. 그러나 이산가족 상봉과 민간 교류 활성화 등을 담은 공동보도문의 함의를 과소평가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북한이 군사적 대치나 도발 대신 대화와 협력의 트랙으로 돌아온 것만으로도 남북 관계의 불확실성은 상당 부분 해소된 셈이다. 무엇보다 북측이 지뢰 도발에 대한 유감을 표명한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 북한의 도발을 적당히 넘기지 않고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을 받아 낸다는 박근혜 정부의 확고한 협상 원칙이 주효한 결과라는 점에서다. 다시 말해 북(北) 도발-위기감 고조-협상-남(南) 보상이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 냈다는 뜻이다. 물론 북한의 사과 수준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공동 발표문 2항은 “북측이 최근 비무장지대 남측 지역에서 발생한 지뢰 ‘폭발’로 남측 군인들이 부상을 당한 데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고 명기됐다. 지뢰를 몰래 매설한 주체가 북측임이 명시되지 않아 우리 국민들이 보기에는 미흡하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주체를 명시해 유감을 표명한 것은 1996년 강릉 잠수함 침투 사건 이후 처음이라고 한다. 그런 맥락에서 보면 박 대통령이 이번에 단호한 원칙을 지킴으로써 남북 관계에서도 ‘비정상의 정상화’를 이룩하는 개가를 올린 셈이다. 우리는 이번 사태를 통해 대북 심리전이 김정은 세습정권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리는 일임을 새삼 확인했다. 확성기 방송을 통해 북한 내부로 남한과 외부 세계의 진실이 전달되는 것을 북측이 가장 두려워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는 뜻이다. 북측도 이를 막기 위해 지뢰 도발에 유감을 표명했을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일각에서 우리 측 비대칭 전력인 대북 확성기 카드를 너무 쉽게 내줬다는 비판론이 제기되는 이유다. 그러나 어차피 상대가 있는 만큼 진선진미한 합의는 불가능한 법이다. 북한 체제의 불안정으로 인한 리스크를 줄인 것만으로도 반환점을 돈 박근혜 정부로선 다행한 일일 수 있다. 동북아 평화 구상이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등 새로운 외교 지평을 넓혀 나갈 기반을 다졌다는 차원에서다. 이번 합의로 박근혜 정부의 대북 정책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도 본격적으로 진도가 나갈 계기를 맞았다. 북한이 핵 도발을 자제하는 등 신뢰를 보여 주는 것을 전제로 해서다. 이번에 남북은 추석 이산가족 상봉과 당국회담 개최를 합의했지만, 북측은 그간 상황이 바뀌면 합의를 뒤집는 일이 다반사였다. 북측이 이번에는 확성기 방송 중단까지 결단한 우리 측의 선의를 곡해하지 말아야 한다. 부디 북한 당국이 8·25 합의를 하나하나 실천, 남북이 상생의 신천지를 함께 열어 나가기를 바란다.
  • 시민과 만나는 ‘덕혜옹주 유품’

    시민과 만나는 ‘덕혜옹주 유품’

    지난 6월 고국에 돌아온 덕혜옹주(德惠翁主·1912∼1989) 복식 7점이 25일 일반에 공개됐다. 국립고궁박물관의 ‘돌아온 덕혜옹주 유품’ 특별 공개를 통해서다. 특별 공개에선 덕혜옹주가 입었던 어린이용 당의(唐衣·조선 시대 여성들이 입었던 예복), 스란치마, 돌띠 저고리, 풍차바지, 속바지(단속곳), 어른용 반회장저고리(깃, 고름, 소매 끝에 다른 색 천을 대어 지은 저고리), 치마 등 7점이 전시됐다. 이들 복식은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을 기념해 지난 6월 24일 일본 문화학원 복식박물관으로부터 기증받은 것이다. 박물관 측은 “당대 최고 수준의 왕실 복식 유물로 복식사 연구의 귀중한 자료”라고 설명했다. 이 복식들은 소 다케유키가 1955년 덕혜옹주와 이혼하면서 영친왕 부부에게 돌려보낸 것으로, 이듬해 영친왕 부부가 문화학원 전신인 문화여자단기대학의 학장이었던 도쿠가와 요시치카에게 기증하면서 일본에 남았다. 덕혜옹주는 1962년 귀국했지만 복식은 1979년 개관한 일본 문화학원 복식박물관에서 소장해 왔다. 덕혜옹주는 조선 제26대 왕이자 대한제국 초대 황제인 고종이 환갑을 맞은 1912년 낳은 고명딸이다. 어머니는 궁녀 출신인 복녕당 양귀인이다. 어머니가 정실이 아닌 까닭에 공주 대신 옹주라는 호칭이 붙었다. 일제강점기인 1925년 강제로 일본 유학을 떠나 20세에 소 다케유키와 정략결혼 했다. 특별 공개는 다음달 6일까지 박물관 1층 ‘대한제국과 황실’ 전시실에서 13일간만 진행된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홍용표 “北협상 고비 때마다 ‘국민이 지켜본다’ 압박”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25일 남북 고위급 접촉 결과에 대해 “북측이 우리 대한민국 정부에 북한을 주어로 해서 사과, 유감 표명을 확실하게 한 첫 번째 사례”라고 자평했다. 홍 장관은 이날 충남 천안시 우정공무원교육원에서 열린 새누리당 연찬회의 남북 관계 현안보고에서 “과거 북한이 사과문을 발표했을 때는 주어가 없거나 ‘남북’이 주어였다”며 “한 차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주어가 된 사과 성명이 있었는데 당시 대상은 대한민국이 아니라 미국이었다”고 덧붙였다. 홍 장관은 “4일간에 걸친 마라톤 협상에서 협상 결렬의 고비 때마다 ‘국민이 지켜보고 있습니다’는 말로 북측을 압박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홍 장관은 이날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북한의 명백한 사과, 재발방지(문구)가 없어 미흡하다고 느끼는 분도 있을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 “직접적으로 남측한테 유감 표명을 한 건 처음 있는 일이라 굉장히 의미가 있고, 재발 방지 문제는 실질적 장치가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박근혜 대통령은 26일 새누리당 소속 의원 전원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하기로 했다. 임기 반환점을 맞은 시점에서 여당과의 소통을 더욱 잘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여 주기 위한 취지로 보인다. 여당에 노동개혁 등 4대 개혁의 뒷받침을 호소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도 예상된다. 천안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천안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 [남북 8·25 합의] 朴의 ‘원칙’… “사과 없이 타결 없다” 고수로 北 변화 이끌어내

    [남북 8·25 합의] 朴의 ‘원칙’… “사과 없이 타결 없다” 고수로 北 변화 이끌어내

    남북 고위급 간의 막바지 협상이 한창이던 지난 24일 오전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 박근혜(얼굴) 대통령의 ‘고강도’ 발언에 참석자들은 깜짝 놀랐다. “이번 회담의 성격은 무엇보다 현 사태를 야기한 북한의 지뢰 도발을 비롯한 도발 행위에 대한 사과와 재발 방지가 가장 중요한 사안이다. 매번 반복돼 온 도발과 불안 상황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확실한 사과와 재발 방지가 필요하다.” 협상이 진행 중이므로 박 대통령의 발언은 우회적인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그렇지 않으면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고 확성기 방송도 계속 유지할 것”이라는 대목은 회의장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군을 신뢰할 것과 단결을 강조할 때에는 비장함까지 느껴졌다. 최악의 상황도 감수하겠다는 의지로도 읽혔다. 북측은 이로부터 남측의 확고한 의지를 분명하게 확인한 것으로 청와대는 보고 있다. 박 대통령은 회담 기간 내내 새벽까지 협상 내용을 챙기며 거의 잠을 이루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어떤 측면에서는 회담을 지휘했다고 보기 어렵다. ‘사과 없는 협상 타결은 불가하다’는 분명한 원칙이 서 있었기 때문에 여느 협상과 같은 ‘주고받기’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했고, 협상 당사자인 김관진 청와대 안보실장으로서는 이를 관철하는 일이 가장 중요했다.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을 보고하고 일일이 청와대의 훈령을 기다리고 말 게 없었다는 얘기다. 남측은 사과 표명, 북측은 확성기 중단이라는 각각의 목표가 분명했던 만큼 협상 당사자인 김관진-황병서 라인은 도리어 풍부한 ‘재량권’을 행사했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회담 후반부에는 폐쇄회로(CC)TV 없이 담판을 이어 간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도,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도 협상 당사자 간의 구체적인 줄다리기를 실시간 확인하지는 못했음을 의미한다. 박 대통령은 군사 대치 상황이 이어지는 가운데서도 경제와 국내 문제를 신경 쓰는 ‘여유’를 보였다. 24일에는 노동개혁의 시급성을 강조하며 노사에 책임 있는 대승적인 결단을 촉구했다. 또한 중국 위안화의 평가절하, 미국 금리인상 움직임, 북한 리스크에 따른 국내 주가 하락 등을 언급하고 글로벌 리스크에 대한 선제적 대응을 주문했다. 박 대통령은 합의문이 도출된 25일에도 ‘길지 않은’ 평가를 내놓고 경제 행보를 이어 갔다. 이날은 5년 임기의 반환점을 찍은 날로 박 대통령은 집권 후반기 첫날 경기도 이천의 SK하이닉스 반도체 신공장 준공식에 참석해 적극적인 투자를 독려하고 올 하반기 핵심 국정과제로 삼은 노동개혁을 강조했다. 이지운 기자 jj@seoul.co.kr
  •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 21만명 일자리 만들 것”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 21만명 일자리 만들 것”

    박근혜 대통령은 25일 “최첨단 스마트 공장과 혁신적인 연구소도 낡은 노사제도로는 잘 돌아갈 수 없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경기 이천 SK하이닉스 신규 D램 반도체 메모리 공장 준공식에서 “경제 재도약을 위해서는 설비투자 못지않게 이를 뒷받침하는 소프트웨어인 제도 혁신이 중요하다”며 노사제도의 개혁을 역설했다. 이날로 임기 반환점을 맞은 박 대통령이 집권 후반기 첫날 SK하이닉스 메모리 반도체 공장 준공식에서 올해 하반기 핵심 국정과제로 내세운 노동개혁을 강조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준공된 신공장에 대해서도 “신공장이 가동되면 21만명의 고용유발 효과를 가져와서 일자리 창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최근 세계경제 침체 장기화와 내수시장의 더딘 회복으로 자동차, 조선, 반도체와 같은 우리 주력 산업이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면서 “제조업의 위기를 극복하고 경제 재도약을 이루기 위한 특단의 각오와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46조원 규모의 SK하이닉스 투자 계획을 발표한 뒤 “투자 조기 집행 및 확대를 통해 경제 활성화를 달성하고, 양질의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는 프로젝트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최 회장은 이날 박 대통령에 대해 “존경하는 대통령님”, “대한민국의 안녕과 발전을 위해 밤낮으로, 정말 밤낮으로 여념이 없으신 대통령님”, “개인적으로 감사드린다”라고 말하는 등 극존칭을 사용하며 예우를 갖췄다. 이지운 기자 jj@seoul.co.kr 주현진 기자 jhj@seoul.co.kr
  • “노동개혁 올인…靑, 적극적 행동 나서라”

    25일로 임기 반환점을 맞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정치원로들과 전문가들은 ‘마무리’를 강조했다. “시간이 별로 없다”는 게 대체적인 인식이었다. 2016년과 2017년 총선, 대선이라는 정치 일정을 고려해 대통령이 온전한 권능을 행사할 수 있는 시기가 사실상 올해까지임을 받아들여야 한다고들 보고 있었다. 그런 만큼 그 마무리마저도 “버릴 것은 과감히 버려야 한다”며 ‘선택과 집중’을 요구했다. 마무리 수행에는 ‘정치력의 극대화’, ‘소통 강화’ 등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사회적 대타협 위한 소통 선행 필요” 김수한 전 국회의장은 “이번 북한 사태에서는 기대 이상으로 큰 용단과 영도력을 보여 주었다. 조금 더 소통의 폭을 넓히고 민심을 잘 수렴해 나가면 성공하는 대통령이 되지 않을까”라고 총평했다. 이만섭 전 국회의장도 “후반기 소통 문제가 중요하다. 좀더 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바란다”고 부탁했다. 박관용 전 국회의장은 외교안보 문제에 후한 점수를 준 뒤 “행정부의 일은 국회를 통해서 실현되는 만큼 정치인들과 함께 비행기도 타고 밥도 먹으면서 설득하는 모습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집중의 대상으로는 ‘노동개혁’이 많이 꼽혔다. 박 전 국회의장은 “우리나라는 노동개혁 없이는 아무것도 안 된다. 그런 점에서 방향 설정은 굉장히 잘했다”면서 “다만, 사회적 대타협은 이를 이루기 위한 적극적인 청와대의 행동이 있어야 국민이 신뢰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특히 전직 경제 관료들과 전문가들은 정부가 남은 기간 4대 부문 구조 개혁 중 노동 개혁에 올인해 일자리를 늘리고, 정치적 리더십 복원에 힘 쓰라고 조언했다.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 장관은 “정권 초기에 끝내야 하는 구조 개혁의 타이밍이 늦었지만 심각한 청년 실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노동 개혁만큼은 반드시 성과를 내야 한다”면서 “공공기관과 대기업에 임금피크제를 확대하고 노사 양보를 이끌어 낼 정치적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했다. ●“시간이 없어… 버릴 것 과감히 버려야”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도 “노동 개혁을 통한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백용호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이 너무 자주 바뀌어서 국민에게 혼선을 줬다”며 “경제는 심리인 만큼 일관된 메시지 전달에 좀 더 신경 쓰라”고 했다. 이 전 국회의장은 “재정적자 해소 및 내수를 살리는 게 중요하다. 현 단계에서 내수 살리기에 나서면 그것이 결국 국민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고 조언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사설] 반환점 돈 박근혜 정부, 4대 개혁 성공시켜야

    박근혜 대통령이 오늘로 임기 반환점을 돌았다. 북한의 지뢰·포격 도발에 따른 안보 정국에서 산적한 과제와 함께 집권 후반기를 맞았다. 박근혜 정부의 전반기 공과에 대해서는 정치적 시각에 따라 평가가 엇갈릴 게다. 애초 기대했던 국정 목표에는 미달했던 여론도 적지 않은 것 같다. 그러나 경제부흥과 국민행복, 문화융성, 평화통일 기반 구축 등 이 정부의 4대 국정기조가 중절되지 않고 이어져야 한다는 당위성에 토를 다는 국민이 누가 있겠나. 청와대를 포함한 당·정·청이 심기일전해 당면한 안보 위기를 극복하고 여세를 몰아 4대 구조개혁에 속도를 낼 때다. 박근혜 정부는 지난 2년 6개월 동안 국정 각 부문에서 적잖은 결실을 거뒀다. ‘비정상의 정상화’ 차원에서 법치주의를 강화하고 전국 17개 창조경제센터를 설립해 미래 성장 기반도 확충했다. 전통의 한·미 동맹을 공고히 하면서도 중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는 등 한·중 관계도 한 단계 심화시켰다. 이런 국내적·외교적 안전판을 구축했기에 이번에 비정상적 도발을 자행한 북한도 더는 막 나가지 않고 대화 트랙에 머무르고 있지 않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5년 임기의 절반을 끝낸 현시점에서 여론은 그다지 후한 점수만을 주는 것 같지 않다. 세월호나 메르스 사태 등 외생적 악재도 겹쳤지만, 잇단 총리 낙마 사태에서 보듯 인사검증 실패와 성완종 리스트 파문 등 현 정부의 자책점도 적지 않았던 탓이다. 물론 야권의 국정 발목 잡기도 문제였지만 말이다. 이런 대내외적 환경은 임기 후반기에도 단시일 내에 달라지진 않을 것이다. 개혁에는 늘 고통 분담을 요구받는 계층의 반발과 저항이 따르게 마련이다. 과거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가 이끈 독일의 사민당 정부는 노동 개혁에 성공하고도 정권을 내줬지 않는가. 그렇다면 반환점을 돌면서 박 대통령이 깊이 되새겨야 할 대목이 뭐겠나. 무엇보다 부족하다는 비판을 사온 소통 역량을 강화해 국민의 지지를 동력으로 개혁을 완수해야 한다는 점이다. 박 대통령은 얼마 전 대국민 담화에서 침체된 우리 경제의 재도약을 위해 근본적 체질 개선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그 연장선상에서 집권 후반기에는 공공·노동·교육·금융 등 4대 구조개혁을 본격 추진하겠다고 했다. 우리는 노동 부문에서의 임금피크제 도입 등 박 대통령이 설정한 각종 개혁의 기본 방향은 시대적 대의에 부합한다고 본다. 엊그제 한 여론조사에서도 국민 10명 중 거의 7명꼴로 “청년 일자리를 위해 대기업 정규직의 양보가 필요하다”는 박 대통령의 발언에 공감했다. 박근혜 정부의 남은 임기는 이제 2년 6개월이다. 컵에 물이 반밖에 안 남았다는 말과 아직 반이나 차 있다는 말은 뉘앙스가 다른 법이다. 남은 절반의 임기 동안 국민 각계각층의 이해에 영합해 인기를 얻으려면 아마 시간이 모자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선진 대한민국’의 초석을 다지기 위해 꼭 필요한 개혁을 하는 데는 짧지 않은 시간임을 강조한다. 이 정부의 핵심 구성원들이 후자와 같은 긍정적·적극적 사고로 경제 활성화와 남북 관계 정상화 등 단기 과제는 물론 4대 구조개혁에 앞장서기를 당부한다.
  • “추경 편성·4대 구조개혁 등 정책 방향 옳지만 성과는 미흡”

    “추경 편성·4대 구조개혁 등 정책 방향 옳지만 성과는 미흡”

    [경제] “전반전에 작전은 괜찮았는데 골을 넣지 못했다.” 반환점을 돈 박근혜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한 전직 경제 관료들과 전문가들의 평가는 이 한마디로 요약된다. 경제 활성화를 위한 두 번의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부동산·주식 시장 부양, 4대 부문 구조 개혁 등 정책 방향은 바람직했지만 성과는 미흡했다는 지적이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노동 개혁을 통한 일자리 창출이 해법이라는 조언이 많았다.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세계적인 경기 침체와 세월호·메르스 사태 등 대내외 여건이 좋지 못한 상황에서 3%대 성장률을 유지한 점은 점수를 줄 만하다”면서 “하지만 경제 민주화에서 경제 활성화로 급변하는 등 정책에 일관성이 없어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남은 2년 반 동안 노동 개혁에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잠재성장률이 오르고 청년 일자리도 늘릴 수 있다”고 말했다. 국세청장을 지낸 백용호 전 청와대 정책실장도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이 너무 자주 바뀌어 혼선을 자초한 측면이 있다”면서 “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게 (경제주체들의) 심리라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 전 실장은 “기업이 투자를 해줘야 고용이 늘고 경제가 성장할 수 있는데 (롯데 사태 등으로) 반기업 정서가 발목을 잡고 있다”며 “정부와 대기업이 반기업 정서 해결에 좀 더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 또 “법인세율 자체를 인상하기보다는 비과세, 감면을 대폭 줄여 실효세율을 끌어올리고 정부의 낭비성 예산도 먼저 줄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추경 등 재정 확대 정책으로 국가 부채가 다소 늘었지만 지금은 재정건전성보다는 경제 활성화에 무게를 둬야 한다”면서 “복지 공약 예산을 늘리기보다는 성장 잠재력을 키울 수 있는 신성장동력 산업, 연구개발(R&D) 등에 재정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진표 전 경제부총리도 “일자리 창출에 모든 정책 역량을 쏟아야 한다”면서 “정부가 재정을 직접 투입해 저소득층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임금피크제 도입 등 노동 개혁에서 노동자에게만 양보하라고 하면 저항이 더 심해진다”면서 “기득권층인 재벌 대기업이 자발적으로 일자리를 늘리고 세금도 더 내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은 “급증하는 가계부채도 결국 일자리를 늘려줘야 월급으로 갚아 나갈 수 있다”면서 “정부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재정 확대, 금리 인하 등 모든 조치를 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는 “금리가 충분히 낮은 상태이고 재정 적자가 이례적으로 늘어난 상황이어서 금리·재정 정책은 이미 한계에 이르렀다”고 진단했다. 박 전 총재는 “이제 쓸 수 있는 카드는 노동 개혁을 비롯한 구조개혁뿐”이라며 “여기에 (남은 반환점의) 성패가 달렸다”고 잘라 말했다. 김동원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는 “최경환 경제팀이 부동산 시장을 살렸다고 자평하지만 금리 인하와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완화 등에 기반한 부채 주도 성장이었다”면서 “지금은 4대 구조 개혁 중 노동 개혁이 가장 시급하다”고 역설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중국 증시 폭락 등 국제 경제상황이 나빠지고 있고 디플레이션 우려도 커지고 있다”면서 “정부가 대내외 위험 관리에 더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단기적으로 국제 금융시장 불안에 대비해 한·중·일 환율 공조 체제를 만드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세종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서울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소통 넓혀 국정 추진력 강화… 南北정상 대화로 대결 극복을”

    “소통 넓혀 국정 추진력 강화… 南北정상 대화로 대결 극복을”

    2013년 2월 25일 시작된 박근혜 대통령 임기가 25일로 반환점을 맞았다. ‘국민 행복, 희망의 새 시대’를 국정 지향점으로 내걸고 출발한 박근혜 정부는 2년 반 동안 적폐 개혁, 경제활성화 및 대외 관계에 매진했지만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의혹, 세월호 참사,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등 연이은 고비를 맞으며 견고했던 ‘40% 지지율’도 무너지는 등 여러 차례 위기를 맞았다. 리얼미터가 24일 주간 집계한 대통령 국정 수행 지지도는 41%로 북한 도발 강경 대응 조치에 힘입어 메르스 사태 이후 3개월 만에 처음으로 40%대를 회복했다. 한국갤럽에 따르면 역대 대통령의 임기 반환점 지지율(3년차 2분기 기준)은 이명박(49%)-김대중(38%)-박근혜(36%)-노무현(34%)-김영삼(28%)-노태우(18%) 순으로 박 대통령이 3위에 올랐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대한 부정 평가도 55%로 노태우(62%)-노무현(53%)-이명박·김영삼(41%)-김대중(25%) 전 대통령과 비교해 두 번째로 높았다. 서울신문은 분야별로 현 정부의 국정 수행을 진단하고 원로들로부터 후반기 국정 운영의 방향과 방법론에 대한 제언을 들어 봤다. [정치] 박근혜 정부의 2년 6개월은 다사다난했다. 첫해부터 국가정보원 댓글 논란으로 여야 관계는 얼어붙었다. 이듬해 세월호 참사로 ‘관피아’(관료+마피아)에 대한 비판 여론이 고조됐고, 연말에는 정윤회 문건 파문으로 비선 실세 논란이 가열됐다. 올 들어 성완종 리스트 파문과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국회법 개정안과 유승민 사태로 정국은 소용돌이쳤다. 고비마다 악재가 터졌고 야당은 물론 당·청 관계마저 원활하지 못했다. 공무원 연금개혁을 제외하면 성과를 내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정치원로와 전문가들은 남은 임기 동안 박 대통령이 노동개혁 등 국정과제를 풀어가려면 ‘소통’을 강화하고 비판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고언했다. 역설적으로 소통 확대를 통해 조기 레임덕(권력누수)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불통의 리더십 ‘만기친람식’ 바꿔야 정치원로들은 공공·노동·금융·교육 등 4대 구조개혁을 성공하려면 불통 리더십과 만기친람식 국정운영 스타일을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관용 전 국회의장은 “대통령은 많은 얘기를 듣고, 소통한 뒤 판단하고 결정하는 역할이지 국민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아니다”라고 에둘러 지적했다. 김수한 전 국회의장도 “국정쇄신도 좋지만 소통의 폭을 넓혀가면 보다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면서 “야당이나 시민사회단체 등과 소통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고 조언했다. 이만섭 전 국회의장은 “장관들에게 서면보고만 받지 말고 대면보고를 받고 국정현안 해결에 신속하게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국정운영과 인사에 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많았다.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는 “노태우 정권 후반기는 역대 정부 가운데 지지율은 가장 낮고 YS(김영삼 대통령)에게 권력을 내주긴 했지만, 덕망 있고 능력 있는 분들을 내각과 청와대에 중용해 성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센터장은 “국회에, 야당에 밀려서는 안 된다는 대결적 사고를 버려야 한다. 100%를 관철시키려 하지 말고 양보하고 타협을 해 70~80%라도 성과를 내는 실리적 사고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노동 개혁 방법론을 바꿔야 박 대통령이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노동개혁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은 컸다. 다만 개혁 대상인 노동자의 양보를 끌어내려면 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 진정성을 보이고 사회통합을 먼저 이뤄야 한다고 충고했다. 박 전 의장은 “방향 설정은 굉장히 잘했지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는 게 순서”라면서 “여당에 맡겨둘 게 아니라 대통령이 나서야 한다. 여야 대표에게 노동개혁을 할 수밖에 없는 당위성을 설명하고 사회적 대타협을 이루기 위한 적극적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제안했다.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 윤리위원장을 지낸 인명진 목사는 “노동개혁은 꼭 필요한 일이지만, 총선을 코앞에 둔 여당에서 노동계 저항을 딛고 대통령을 뒷받침할지 의문이고, 정권 후반기에 공무원들이 총대를 메기를 바라기도 쉽지 않다”면서 “방법은 딱 하나다. 국민만 바라보고 손을 내밀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YS 때 노동개혁을 시도하면서 존경받는 전직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고 각계각층 대표들을 위원으로 위촉해 노동개혁위원회를 만들었던 일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내년 총선 전후로 레임덕이 가시화될 수도 있는 만큼 전략적 선택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박명호 동국대 교수는 “총선 전까지가 대통령이 힘을 가질 수 있는 유일한 시기이기 때문에 시간이 별로 없다”면서 “국민 피부에 와닿는 성과를 내려 한다면 예컨대 노동개혁 등 특정 분야에 대한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외교안보]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등으로 대표되는 박근혜 정부의 외교·안보정책은 지난 2년 6개월 동안 굳건한 한·미 동맹 확인과 한·중 관계의 발전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반면 남북 관계는 최근 북한의 비무장지대(DMZ) 지뢰 및 포격 도발로 긴장감이 최고조에 이르는 상황을 맞는 등 시련을 겪었다. 한·일 관계 역시 수교 이래 최악이라고 할 만큼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따라서 임기 후반은 남북 간, 한·일 간 관계 개선이 과제로 지적된다. ●꼬일 대로 꼬이는 남북 관계 임기 출범 후 남북 간 대화와 협력을 통해 신뢰를 쌓는다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대북정책 기조로 내세웠지만 박근혜 정부는 아직까지 남북 관계에서 뚜렷한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는 게 대체적 평가다. 전임 이명박 정부가 비핵화 없이는 남북 관계 진전도 없다는 강경 기조를 내세웠던 것과 달리 현 정부는 올 들어 북한에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대화를 제안하며 유연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북한은 호응하지 않았다. 정부는 올해 광복 70년·분단 70년을 계기로 꽉 막힌 남북 관계에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고위급 회담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러나 북한이 최근 DMZ 목함지뢰 도발에 이어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로 맞선 우리 쪽을 향해 포격 도발까지 감행해 긴장이 준전시 상태로 치달았다. 이런 상황에서 오는 10월 10일 노동당 창건일을 전후로 장거리 로켓 발사라는 전략적 도발에 나설 경우 우리 측 역시 강력한 대북 압박책을 사용할 수밖에 없어 정세는 더욱 어두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북핵 문제 역시 6자회담이 재개되지 못한 채 북한의 핵 능력만 고도화되는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현안마다 워낙 입장 차가 커서 실무회담을 통해서는 풀 수 있는 사항이 거의 없다”며 “결국 최고지도자가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미동맹 속 對中 협력, 최악 한일관계 2013년 5월 박근혜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에서 ‘한·미 동맹 60주년 기념선언’을 통해 “한·미 동맹이 안보협력을 넘어 정치, 경제, 문화, 인적 교류 등의 분야에서 폭넓은 협력으로 나가는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진화했다”고 강조했다. 이를 반영하듯 북핵 문제를 비롯해 최근 북한의 지뢰 및 포격 도발 등에서 확고한 동맹 관계를 대내외에 과시했다. 또 이러한 관계를 바탕으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 전시작전권 전환 시기 재연기, 한·미 원자력협정 재개정 등을 이끌어 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한·미 관계를 두고 ‘빛 샐 틈이 없다’고 말할 정도였다. 중국과의 전략적 소통 역시 강화했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인적·문화적 교류 확대를 통해 이른바 ‘정열경열’(政熱經熱) 관계로 발전시켰다. 특히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한반도에서의 핵무기 개발에 확고히 반대한다”고 밝혀 북핵에 대한 중국 측의 ‘확고한 반대’ 입장을 사실상 처음으로 확인했다. 하지만 중국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한반도 배치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하며 외교적 압력을 가하기도 했다. 한·일 관계 악화는 아베 신조 총리의 과거사 왜곡 움직임이 원인으로 꼽히지만 우리 정부 역시 유연한 대처를 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나마 6월 국교정상화 50주년을 계기로 대화의 물꼬를 트고 지난 14일 아베 담화를 기점으로 정부가 다소 유연한 자세를 보이면서 관계 개선의 실마리는 일정 부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덕민 국립외교원장은 “대미, 대중 관계는 더욱 심화시키면서 한·일 관계 개선에 남은 힘을 더 쏟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훈 기자 parti98@seoul.co.kr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노동개혁 올인… 靑, 적극적 행동 나서라”

    25일로 임기 반환점을 맞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정치원로들과 전문가들은 ‘마무리’를 강조했다. “시간이 별로 없다”는 게 대체적인 인식이었다. 2016년과 2017년 총선, 대선이라는 정치 일정을 고려해 대통령이 온전한 권능을 행사할 수 있는 시기가 사실상 올해까지임을 받아들여야 한다고들 보고 있었다. 그런 만큼 그 마무리마저도 “버릴 것은 과감히 버려야 한다”며 ‘선택과 집중’을 요구했다. 마무리 수행에는 ‘정치력의 극대화’, ‘소통 강화’ 등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사회적 대타협 위한 소통 선행 필요” 김수한 전 국회의장은 “이번 북한 사태에서는 기대 이상으로 큰 용단과 영도력을 보여 주었다. 조금 더 소통의 폭을 넓히고 민심을 잘 수렴해 나가면 성공하는 대통령이 되지 않을까”라고 총평했다. 이만섭 전 국회의장도 “후반기 소통 문제가 중요하다. 좀더 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바란다”고 부탁했다. 박관용 전 국회의장은 외교안보 문제에 후한 점수를 준 뒤 “행정부의 일은 국회를 통해서 실현되는 만큼 정치인들과 함께 비행기도 타고 밥도 먹으면서 설득하는 모습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집중의 대상으로는 ‘노동개혁’이 많이 꼽혔다. 박관용 전 국회의장은 “우리나라는 노동개혁 없이는 아무것도 안 된다. 그런 점에서 방향 설정은 굉장히 잘했다”면서 “다만, 사회적 대타협은 이를 이루기 위한 적극적인 청와대의 행동이 있어야 국민이 신뢰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특히 전직 경제 관료들과 전문가들은 정부가 남은 기간 4대 부문 구조 개혁 중 노동 개혁에 올인해 일자리를 늘리고, 정치적 리더십 복원에 힘 쓰라고 조언했다.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 장관은 “정권 초기에 끝내야 하는 구조 개혁의 타이밍이 늦었지만 심각한 청년 실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노동 개혁 만큼은 반드시 성과를 내야 한다”면서 “공공기관과 대기업에 임금피크제를 확대하고 노사 양보를 이끌어 낼 정치적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했다. ●“시간이 없어… 버릴 것 과감히 버려야”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도 “노동 개혁을 통한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백용호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이 너무 자주 바뀌어서 국민에게 혼선을 줬다”며 “경제는 심리인 만큼 일관된 메시지 전달에 좀 더 신경 쓰라”고 했다. 이만섭 전 국회의장은 “재정적자 해소 및 내수를 살리는 게 중요하다. 현 단계에서 내수 살리기에 나서면 그것이 결국 국민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고 조언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한류, 산업 생태계 한 축으로 양성

    [문화]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월 문화창조융합벨트 출범식에 참석해 “문화콘텐츠 산업은 21세기 연금술이다”고 밝힌 바 있다. 반환점을 돈 박근혜정부 2기 문화정책의 핵심 방점은 ‘문화융성’으로 대표되는 문화콘텐츠를 산업적 형태로 가시화하는 데 찍혀 있다. 케이팝, 한식, 한복, 드라마, 영화 등 구체적인 한류 문화콘텐츠를 산업 생태계의 한 축으로 연결 짓겠다는 계획이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항공이 경복궁 옆 3만 7000㎡(1만 1192평)의 송현동 부지에 복합문화공간 건립 계획을 밝혔듯 서울 한복판에 문화창조융합벨트의 한 축으로서 상업적 결과물을 구현하는 공간을 짓는 것은 그 상징적인 조치 중 하나다. 문화융성 시나리오의 큰 그림은 명확하다. 서울 홍릉 문화창조아카데미에서 교육·양성된 문화콘텐츠 창작자, 제작자들이 서울 상암동의 문화창조융합센터에서 융복합 콘텐츠를 기획한다. 이를 기반으로 해서 실제 문화벤처기업들이 서울 청계천 옆 문화창조벤처단지에서 콘텐츠를 제작하고 수출할 수 있는 인프라를 제공받는다. 그리고 서울 잠실의 케이팝 공연장 혹은 송현동 복합문화공간에서 상업적으로 구현된 콘텐츠를 국내외 대중들에게 소개한다. 이를 통해 ‘교육→기획→창작→제작투자→공급→기획’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생태계가 구축될 수 있다는 복안이다. 2016~2017년 말, 즉 박근혜 정부 집권 마지막까지 건립을 마무리해 체계를 완성시킨다는 계획이다. 김종덕 문체부 장관은 “설령 이번 정부에서 성과가 나타나지 않더라도 단기적 성과에 연연하지 않고 필요한 일을 추진하겠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2017년까지 문화재정 2%를 달성하겠다는 목표와 공약 사항이었던 문화기본법 제정은 첨예한 이해 관계가 없는 만큼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다. 또 올해 말까지 국가브랜드 개발과 정부상징체계 개선을 마무리해 통일적인 이미지로 한류 문화의 홍보에 나설 계획이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대한항공 퇴사 조종사들 ‘노예 계약’ 소송

    대한항공이 퇴사 조종사들과 ‘노예계약’ 공방을 벌이게 됐다. 계약 근속 연수를 채우지 않고 퇴사한 조종사들이 반납한 비행교육비 일부를 되돌려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20일 서울남부지법과 대한항공 조종사노조에 따르면 대한항공에서 6년여간 근무한 조종사 김모씨 등 3명은 지난 4월 대한항공을 상대로 모두 1억 9000여만원의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을 냈다. 퇴직 조종사들은 소장에서 “대한항공이 대기업으로서 충분히 근로에 필요한 교육을 제공할 여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육비를 임의로 정해 근로자에게 모두 부담토록 하고 10년간 근속하지 않으면 교육비를 일시에 반납하게 하는 것은 노예계약과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소송 인원은 현재 7명으로 늘어났다. 대한항공은 입사 전 비행교육훈련 계약을 체결해 초중등훈련비용 약 1억원과 고등교육 훈련비용 1억 7000여만원을 근로자 본인이 부담하게 했다. 이 비용은 대한항공이 대납해 주는 대신 10년간 근속하면 상환 의무를 면제해 준다. 김씨 등은 대한항공과 비행교육훈련 계약을 체결해 각각 2년간 무임금 상태로 교육을 마치고 나서 대한항공에 입사해 6년여만 근무했다. 대한항공은 이들에게 8500만~9300여만원을 청구해 입금토록 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日징용자 115명 유골 반환

    한국과 일본의 시민단체로 구성된 ‘강제노동 피해자 추도·유골 봉환 위원회’가 17일 태평양 전쟁 중 징용으로 끌려가 희생된 조선인 노동자 115명의 유골을 한국으로 반환키로 결정했다고 일본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훗카이도에서 기업의 모집에 응하거나 징용에 징발돼 탄광이나 건설 현장에서 강제노동을 한 조선인들의 유골은 1970년대 발굴되기 시작해 일본 각지 사찰 등에 보관됐다. 위원회가 나서 지금까지 4차례에 걸쳐 16명의 유골을 반환했지만, 일본 정부는 방관해왔다. 위원회 공동대표인 사찰 이치조지의 도노히라 도시히코 주지는 “전후 70년을 맞아 신원을 특정할 수 없는 유골도 반환하기로 했다”면서 “동아시아 사람들과 평화를 키워가고 싶다”고 말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서울신문이 만난 사람] 주택시장 문제점 진단·해법 내놓는 남희용 주택산업연구원장

    [서울신문이 만난 사람] 주택시장 문제점 진단·해법 내놓는 남희용 주택산업연구원장

    주택시장이 정상화를 찾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월간 거래량이 매달 최고를 기록하고 집값도 안정세를 띠고 있다. 미분양 물량이 소진되고 건설업체들의 자금난도 어느 정도 해결됐다. 주택시장에 훈풍이 돌기는 참으로 오랜만이다. 그런데도 왠지 불안한 구석이 남아 있다. 전·월세 시장 불안과 신규 아파트 공급 시장 과잉 우려가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임대차 시장이나 과잉공급 문제는 정부가 적극 개입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닌 데다 수단도 마땅치 않다. 모처럼 활기를 찾은 주택시장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주택시장 전문가인 남희용(62) 주택산업연구원장을 만나 주택시장 문제점과 해결 방안을 들어 봤다. 남 원장은 아파트 공급과잉에 따른 시장 혼란 예방, 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하기 위한 다주택 보유자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 변화를 주문했다. →주택시장이 안정을 되찾았다고 하는데 임대차 시장은 여전히 불안하다. -전셋집 부족과 보증금 급등이 문제인데 이는 구조상 문제다. 전세 기간이 끝난 주택이 대부분 월세로 전환되는 급격한 월세 전환도 상황을 어렵게 하고 있다. 주택 임대차 시장 특징은 전체 임대차 주택 물량이 부족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단지 전셋집이 부족한 것이 문제다. →구조적인 문제라고 해도 연착륙 방안은 없나. -인위적으로 막을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금리가 낮고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없기 때문이다. 집주인은 자선사업가가 아니지 않나. 그동안은 집을 사면 자산가치 상승 기대감에 전세를 끼고라도 구입했다.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집주인 입장에서는 임대수익률이 떨어지고, 수요자 입장에서는 집을 살 욕구가 생기지 않는 구조다. 최근의 전세난은 주택 구매 욕구가 떨어지고 전셋집을 찾는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에 생겨난 현상이다. →그래도 전셋값 상승 폭이 너무 크다. 부작용도 많다. -전셋값 상승으로 가장 큰 충격을 받는 계층은 서민층이다. 그동안은 집값이 오르기 때문에 서민들이 다소 무리해서라도 집을 샀다.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주택 구입 능력이 없는 데다 주택 구입 욕구(집값 상승 기대감)도 떨어졌다. 결국 전세를 찾을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구조적으로 전세시장 불안이 계속될 수밖에 없지 않나 싶다. →전세시장 불안을 해결할 수 있는 대책은 없나. -답은 간단하다. 전세임대주택을 대량 공급하는 것이다. 하지만 실현까지는 어려움이 많이 따른다. 당장 효과를 거두기도 어렵다. 전세주택을 많이 공급하는 길밖에 없는데, 대형 건설사들은 전세 임대주택사업에 적극 뛰어들지 않는다. 유인책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수익률이 보장되지 않고, 이미지 추락도 우려되기 때문이다. 분양 전환 과정에서 분양가를 놓고 세입자들과 분쟁이 생기기 마련인데 자칫 이미지를 훼손할 수 있다는 생각에 적극 달려들지 않는다. 투자금 회수가 느린 데다 보증금을 부채로 잡는 것도 건설사들이 적극 참여하지 않는 이유다. →뉴스테이(중산층 임대주택) 사업이 지지부진한 것도 같은 이유인가. -그렇다. 중산층 세입자를 겨냥한 상품으로 구성은 좋지만 시각차가 너무 크다. 비판적인 시각도 많다는 지적이다. 중산층을 위한 임대정책에 각종 혜택을 주는 것은 특혜라는 인식이 강하다. 관련 법 제정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이유다. 결국 저소득층도 함께 입주할 수 있게 사회주택을 함께 짓도록 변질됐는데, 과연 이뤄질지 미지수다. 사회주택에 투자할 만한 자선단체가 얼마나 될지 회의적이다. 하지만 업계는 수익률이 담보되고 보증금을 부채로 잡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건설사는 수익성이 보장돼야 참여한다. 정부도 잘 알고 있다. 전폭적인 택지 공급이나 세제 지원을 해 주고 싶지만 특혜 시비에 휩싸여 그러지도 못한다. →월세시장도 불안하다. 월세 전환 연착륙 방안은 없나. -원인이 두 가지다. 집주인 입장에서는 수익률을 따진다. 금리가 낮은 상황에서 전세를 주는 것보다 월세를 놓는 것이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집을 담보로 대출받아 전세 보증금을 빼준 뒤 이자를 내더라도 월세를 받는 게 훨씬 유리하다. 전월세 전환율이 급격하게 이뤄지고 있는 이유다. 비자발적인 월세 세입자가 증가하는 것이다. 폭등하는 전세 보증금 부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전세를 사는 경우도 있지만 자발적인 월세 세입자도 적지 않다. 이는 집값 움직임과 연관지을 수 있는데, 전세를 살고 싶어도 집값이 오르지 않거나 떨어질 우려가 제기되면서 보증금 반환을 걱정한 나머지 자발적으로 월세를 사는 경우다. →월세 전환율이 높다는 지적이 많다. -정부는 월세 전환율을 6%까지 보고 있다. 하지만 지켜지지 않고 있다. 8~10%를 받는 경우도 있다. 문제는 강제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새로운 임차인을 들일 때는 기준이 정해지지 않는다. 월세 전환율을 권장 수준으로 그치지 말고 좀 더 규제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월세 전환율이 전세가를 결정하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한쪽 축(월세 전환율)을 잡아 주면 다른 축(전세 보증금)도 잡힌다. →그렇다면 전월세 시장 불안을 잠재울 대책은 없나. -방법은 한 가지라고 본다. 다주택자에 대한 편협된 시각이 바뀌어야 한다. 집을 여러 채 갖고 있다고 죄악시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투기 시대에 응급처방으로 도입됐던 제도를 과감히 폐지해야 한다. 종합부동산세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손봐야 한다. 개인들이 집을 많이 구입하도록 장려해 소규모 임대사업자가 많이 등장해야 전셋집이 늘어난다. 다음에는 집주인이 시장 상황에 따라 전세를 주든, 월세를 주게 하면 된다. 그래야 거래량도 꾸준히 증가한다. 주택시장 정상화와도 맥을 같이한다. →주택시장에 대한 정부와 민간의 역할은. -정부가 주택정책을 이끌고 가는 것이 어렵다. 시장경제 볼륨이 커져 주택시장에서 정부의 역할은 한계에 직면했다. 시장에서 맡겨 결정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부 주도의 임대주택 정책이 홍보 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시장에서의 효과는 미미하다. 또 지자체가 적극 참여할 수 있는 판을 깔아 줘야 한다. 행복주택정책 추진 과정에서 드러나지 않았나 싶다. 뒤늦게나마 정부 주도 사업에서 지방자치단체 제안 사업으로 돌린 것은 다행이다. →분양시장을 점검해 보자. 공급과잉 우려는 없나. -조심스럽지만 공급과잉이 걱정된다. 미분양보다 심각한 것은 입주 시기에 집이 팔리지 않아 이사를 못해 생기는 미입주 사태를 걱정해야 한다. 미입주 사태가 생기면 업체나 집주인 모두 엄청난 고통이 따른다. 미분양은 사업을 멈추고 계약금을 돌려주면 그만이지만, 다 지어 놓고 입주가 안 되면 사업을 변경하지도 못한다.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앞으로 2~3년 뒤가 걱정된다. 과거처럼 정부가 나서서 통제할 수 없다. 고작해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급하는 공공택지 공급을 조절하는 수준이다. 하지만 LH는 부지를 빨리 팔아야 할 입장이다. 건설업체들도 제 살을 깎아 먹는 폭탄 돌리기 사태가 올 수도 있다는 점을 알고 있지만 한 번 잡은 호황을 놓칠 수 없다는 생각에 밀어내기 분양을 서두르고 있는 것이다. 분양이 잘 되는 곳은 수도권 신도시, 혁신도시, 대규모 개발 호재가 있는 몇몇 지역에 불과하다. 서울도 변두리는 주택사업이 어렵다. 확실한 타깃을 맞춰 추진해야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이럴 때일수록 사업성을 잘 판단할 필요가 있다. →분양가가 너무 올랐다는 지적도 많다. -재건축 아파트에서 분양가 상승세가 눈에 띈다. 민간택지이기 때문에 정부가 통제할 수도 없다. 서울 마포구 아현동 아파트 분양가의 경우 2~3년 전 3.3㎡당 1700만원에 분양하던 것이 최근 2100만원으로 올랐다. 입지가 좋다고는 하지만 분양가 상승 폭이 너무 가파르다. 건설업계는 지나친 분양가 상승이 자칫 새로운 분양가 규제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남희용 원장은 누구 주택 정책에 깊이 관여했다. 국책연구기관인 국토연구원에 오랫동안 몸담으면서 주택공급·기금 등 주택시장 전반에 걸친 연구를 해 왔다. 민간 주택건설업체들이 출연한 주택산업연구원 원장을 6년간 맡아 각종 제도 개선을 제안하는 등 주택산업 연구를 이어오고 있다. 주택공급제도 검토위원, 주택관리공단 경영지원 이사, 기금 정책심의회 민간 위원도 맡았다. 공공기관 경영평가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현재도 한국주택학회 이사, 재정정책자문회의 민간위원, 주택정책심의위원, 소비자만족도 주택품질 평가위원을 맡고 있다. ▲한국외국어대 스웨덴어과 졸업 ▲미국 털리도대 사회학 석사 ▲미국 네브래스카대 도시사회학 박사 ▲국토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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