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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옴부즈맨 칼럼] ‘넘치는 범죄보도’ 경계하자/ 민영 고려대 언론학부 교수

    지난 주 뉴스의 화두는 단연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보복 폭행사건이었다. 국내 굴지 재벌 총수의 상식에 벗어난 범죄 의혹에 언론과 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 하겠다. 공인에게 기대되는 도덕성과 사회적 책임감은 일반인들의 그것에 비해 훨씬 높을 뿐더러, 사건의 전말에 대해 여러가지 의혹이 풀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사건이 한 주 내내 지면을 독점할 만큼 국가적, 사회적 중요성을 지니는지에 대해서는 반문하고 싶다. 이 사건과 관련,4월30일 월요일부터 5월5일 토요일까지 총 40개의 기사가 실렸으며 2개의 사설이 게재되었다.5월5일을 제외하고는 1면에 1개 이상의 기사가 실렸다.4월30일 1면 기사 “김승연 회장 빠르면 오늘 사법처리”를 통해 구속을 예측하며 독자의 관심을 모았지만, 아직까지도 사건의 진실이나 해결 방향은 뚜렷이 제시되지 않고 있다.5일자 “김승연 회장 폭행 가담한 듯”이나 “영장 발부엔 이견, 혐의는 구속 수준” 등 비슷한 수준의 추측 기사들이 게재되고 있을 뿐이다. 한편 한 주 동안 진행된 김승연 회장 부자의 검찰 조사나 가택 압수수색 과정은 드라마틱하게 생중계되다시피 했다. 반면 이 사건이 가진 사회적 함의가 무엇인지 진지하게 분석하며 수사의 바람직한 방향에 대해 제언하는 기사는 턱없이 부족했다.5월1일자 사설 “김승연회장 죗값 치러야 한다”와 3일자 사설 “한화가 김승연 회장 사유물인가” 등은 재벌 총수로서 처신의 부적절함을 지적하고 정당한 수준에서 처벌을 요구하는 정도에서 그쳤다.1일자 3면 기사 “검증없는 재벌 대물림, 빗나간 특권의식” 등에서 이 사건의 사회적 함의에 대한 전문가의 시각을 담아내려 했으나, 과연 이 사건을 전체 재벌의 문제로 일반화하여 그들이 누리는 사회적 권력의 문제나 경영권 세습의 문제 등에 대한 논의로 확대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보다 심층적인 진단이 필요했다. 재벌 총수의 보복 폭행 의혹이 단순한 일반 범죄사건으로 취급될 수는 없겠지만, 범죄에 대한 과잉된 반응과 해석은 오히려 독자에게 불필요한 후유증을 남길 수 있다. 범죄보도는 일반적으로 시민들에게 범죄에 대한 경각심과 안전의식을 일깨움으로써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도록 돕는 기능을 수행한다. 그러나 적정한 수준의 감시기능을 넘어선 범죄보도는 개인에게 불필요한 공포심을 불러 일으키고 현실에 대한 왜곡된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 이는 개인의 문제를 넘어서 사회병리로 발전될 수 있으며 과도한 심리적·경제적 비용의 지출로 이어진다. 실제로 범죄율, 특히 강도, 강간, 살인 등과 같은 중범죄율의 지속적인 하락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의 범죄에 대한 불안과 공포심이 날로 증가하는 것은 범죄뉴스의 과잉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독자의 눈길을 쉽게 끌 수 있는 선정성과, 취재나 기사작성의 편의성 등이 아마도 범죄보도의 범람을 부추길 것이다. 모든 언론매체가 극적인 범죄를 앞다퉈 보도하기 때문에 비슷한 수준에서 그것을 다룰 수밖에 없는 ‘팩저널리즘’ 관행도 한 몫 할 것이다. 그러나 범죄보도의 과잉이 가져올 수 있는 개인적·사회적 부작용을 생각할 때 범죄보도는 감시와 경고 기능 이상을 넘어서서는 안될 것이다. 지난 주 임시국회를 통해 처리되거나 처리되지 못한 법안들 중, 국민의 생활과 이해관계에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중요한 이슈들이 많다. 형사소송법 개정안, 사학법, 로스쿨 도입문제 등 각종 현안들이 한화 김승연 회장 사건에 가려 충분한 지면을 할애받지 못한 채 스쳐 지나갔다. 지면의 제약상 이슈의 취사선택은 늘 제로섬 게임이다. 독자를 대신해 세상사의 중요성을 저울질하는 신문사의 게이트키핑 과정에 더 큰 공적 책임감을 가져야 할 것이다. 민영 고려대 언론학부 교수
  • ‘제4 섹터’ 급부상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 활동과 자선활동 등 비영리행위를 하는 것이 융합된 이른바 ‘제4섹터(sector)’가 주목받고 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가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예를 들면 미국 코네티컷주 브리지포트에 있는 증권중개회사인 앨트루셰어 시큐리티는 월스트리트의 금융사들과 마찬가지로 주식을 거래하고 기업을 분석하는 등의 일을 하고 있다. 그런데 회사의 대주주가 2개의 자선기금인 점이 특이하다. 그래서 앨트루셰어가 영리사업을 하는 기업체인지, 아니면 비영리 기금 조성 기관인지 당국자들이 헷갈리고 있다. 생소한 영리와 비영리 사업 융합체이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 전역에는 이같이 새로운 분야의 융합체 수백개가 태동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전통적인 기업체와 자선기금의 중간쯤에 위치한 이 같은 영리·비영리 융합체들이 ‘제4섹터’로 불린다는 것이다. 제4섹터라는 말은 그 구성원들이 기존의 정부나 기업, 자선기관 섹터(분야)에 의해 운영되는 것과는 다른 융합체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에서 실험적으로 쓰이고 있다. 하지만 구성원들의 형태가 다양하고 대부분의 활동이 초기단계여서 일반화된 용어는 아니다.뉴햄프셔에서 비영리 모기지 대부 활동을 하는 ‘뉴햄프셔 커뮤니티 론 펀드’ 관계자는 “영리건 비영리건 간에 사람들이 갈수록 갈망하는 것은 자본주의의 활력을 모든 사람들에게 보다 공평한 방법으로 이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제4섹터가 출현한 원인이다. 제4섹터는 아직은 영리와 비영리 기관을 엄격하게 구분하는 법률과 세금체계 등에 따른 문제점을 많이 안고 있지만 제너럴 일렉트릭(GE) 등 몇몇 주요 기업들도 제4섹터 부상에 주목하고 있다.이춘규기자 taein@seoul.co.kr
  • 구연동화·음악회…도서관이 진화한다

    구연동화·음악회…도서관이 진화한다

    ‘도서관으로 봄 나들이 오세요.’ 포근한 날씨에 주말마다 봄 맞이 인파가 늘고 있는 가운데 도서관들이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상춘객을 맞고 있다. 예전의 책만 읽는 도서관이 아니다. 체험활동과 알찬 강좌 등 아이들은 물론 가족 모두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특히 지역 도서관은 집과 가까운 곳에서 대부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알짜 나들이 코스로 자리잡았다. 서울 지역 22개 공립 도서관과 평생학습관에서 이용할 만한 프로그램을 소개한다. 지역 도서관 프로그램은 단기와 장기 프로그램으로 구분할 수 있다. 단기 프로그램은 일회성 행사나 3개월 이하의 프로그램으로 특정 주제별로 이뤄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장기 프로그램은 도서관별로 매주 한 차례씩 연중 이뤄진다. 둘 다 대부분 무료이지만 직접 체험을 하는 프로그램의 경우 재료비나 참가비만 내면 참여할 수 있다. ●흥미 쑥쑥, 이색 프로그램 적지 않은 도서관들이 다양한 이색 프로그램을 올해의 중점 추진 사업으로 운영하고 있다. 강남도서관은 유치원과 초·중·고교생을 대상으로 상설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형아가 읽어주는 영어동화’는 어린이실 이용자를 대상으로 외국인 학교 자원봉사자와 함께 발음지도를 곁들여 영어동화를 읽는 프로그램이다.‘어린이 생각나눔’은 사서들이 진행하는 어린이 철학교실로, 영상 동화를 보고 주제별로 토론을 한다. 이 밖에 중·고생을 대상으로 현장 체험학습을 하는 ‘강남도서관과 함께 가는 선정릉’,‘도산 선생의 발자취를 찾아서’도 마련돼 있다. 강서도서관은 순은(純銀) 점토를 이용해 귀금속이나 장신구를 만들어보는 ‘클레이아트’를 신설했다. 고덕평생학습관은 봄, 여름, 가을로 나눠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자연관찰 학습체험을 하는 생태학교를 운영한다. 도봉도서관은 초등학생이 직접 사서로 활동하는 ‘어린이 명예사서’제를 운영하고 있다. 매주 두 차례 2시간씩 어린이실에서 도서관 안내 도우미로 활동하면서 동생들에게 책을 읽어준다. 서대문도서관은 매월 한 차례 어린이들이 동화책을 읽고 직접 애니메이션 영상으로 만들어보는 ‘그림책 애니메이션 만들기’를 운영하고 있다. 양천도서관도 매월 한 차례 ‘그림책 애니메이션 만들기’와 ‘나만의 책 만들기’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동작도서관은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매월 쉬는 토요일에 사자소학을 가르쳐 준다. ●가족이 함께 도서관 속으로 가족 단위로 이용할 만한 프로그램도 풍성하다. 강남도서관은 다음 달 26일 오후 2시 가정의 달 행사로 ‘도서관 앞 마당잔치’를 연다. 북 아트와 솟대·책갈피 만들기, 탁본 체험 등을 해볼 수 있다. 고덕평생학습관은 다음 달 27일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가족 백일장대회’를 연다. 어린이도서관은 다음 달 2일 개관 기념 행사로 놀이마당과 기념공연을 펼친다. ●도서관에서 공부도 해결 지역 도서관 사이에 일반화된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가 학생들 공부에 관한 것이다. 독서와 논술지도는 물론, 음악과 미술, 주산·암산, 발표력 교실, 동화구연 프로그램까지 다채롭다. 강동·개포·서대문·고척·구로·영등포·종로 등 대부분의 도서관에서는 독서와 논술을 연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고척·양천·영등포·정독도서관은 주산·암산 프로그램을, 개포·마포·양천·송파도서관은 발표력 교실을 운영 중이다. 마포평생학습관에는 성악과 단소, 바이올린에 발레 강좌까지 마련돼 있다. 미취학 어린이들을 위한 동화구연 프로그램은 강동·개포·고척·어린이도서관 등 8곳에서 운영 중이다. 일부 도서관들은 학생들을 위해 아예 별도의 공부방을 운영하고 있다. 용산도서관은 인근 초등학교 6학년을 대상으로 사서와 학습도움 교사들이 학교 교과과정에 맞춰 예·복습은 물론 독서지도를 해주는 학습도움방을 연중 운영하고 있다. 중계평생학습관도 중학교 2학년을 대상으로 매주 4일 3시간씩 국·영·수·컴퓨터를 가르쳐 주는 학습도움방을 운영하고 있다. ●소외계층 배려에 음악회까지 개포도서관은 ‘찾아가는 놀이터 도서관’을 운영하고 있다. 방과후 시간을 활용해 소외계층 학생들과 책을 읽고 함께 노는 프로그램이다. 고덕평생학습관은 6월까지 장애인을 찾아가는 동화구연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개포·도봉·서대문도서관 등에서는 연중 2∼4차례 지역 주민들을 위한 작은 음악회를 열고 있다. ●주말 이용 걱정 마세요 공공 도서관은 토·일요일 문을 닫지 않는다. 매월 두 차례, 평일 가운데 하루를 휴관일로 정해 쉬고 있다. 가족 단위로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개장 시간은 자료실과 열람실에 따라 다르다. 보통 자료실은 오전 9시부터 저녁 8시까지, 열람실은 오전 7시부터 밤 10시까지 시민들에게 개방하고 있다. 시민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개장 시간을 연장하는 곳도 있다. 송파, 정독, 강서, 도봉 도서관과 마포 평생학습관 등 5곳은 지난 2월부터 자료실은 밤 10시까지, 열람실은 밤 11시까지 연장 운영하고 있다. 김재천기자 patrick@seoul.co.kr
  • [이젠 포스트 BRICs] (5) 칠레 (상)

    [이젠 포스트 BRICs] (5) 칠레 (상)

    |산티아고(칠레) 김태균특파원|코트라 무역관이 자리한 칠레 산티아고 서부 프로비덴시아 지구의 셉티엠브레 11번가에는 기업체, 금융기관이 밀집해 있다. 깔끔하게 꾸민 상점, 카페, 레스토랑은 뉴욕 맨해튼의 중심가를 방불케 한다. 여기에서 동쪽으로 조금만 가면 산타아고시가 대대적으로 개발 중인 라스 콘데스 지구가 나온다. 하얏트, 메리어트 등 고급 호텔과 칠레 최대의 복합 쇼핑몰(아푸만케) 파르케 아라우코가 들어서 있다. 파르케 아라우코에서는 팔라벨라, 파리스 등 대형 백화점들이 패션의류·가전들을 진열해 놓고 손님들의 발길을 붙든다. 삼성,LG, 대우의 전자제품도 귀한 대접을 받는다. 최숙영 산티아고 무역관 과장은 “평균 1%대에 불과한 초(超) 저관세가 이곳 사람들의 소비성향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높여 놓았다. 칠레가 ‘세계의 테스트 마켓’으로 불리는 이유”라고 말했다. 칠레가 농업·수산업·광업(1차 산업)과 서비스업(3차 산업)으로 양극화된 산업구조를 바탕으로 ‘강중국(强中國)’으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지렛대는 정보기술(IT)과 생명공학(BT) 등 첨단산업이다. ●1차 산업의 확실한 경쟁력 칠레는 국내총생산(GDP) 중 제조업의 비중이 17%(한국 28%)에 불과하다. 북부 아리카 지역 등 일부를 빼면 산업공단이 없다. 대부분의 공산품을 수입에 의존하는 이유다. 제조업 수출도 표백펄프, 제재목, 포도주, 어분, 메탄올 등 농림수산물 가공제품이 태반이다. 산업의 원천은 세계 공급량의 40%에 이르는 구리다. 지난해 333억달러로 전체 수출액의 58%를 차지하며 최대 무역흑자를 견인했다.2004년 파운드당 1.30달러이던 국제 구리값이 지난해 2.27달러로 뛴 덕이다. 연어도 지난해 노르웨이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22억달러어치를 수출했다. 포도·아보카도 등 농산물도 경제의 큰 축을 담당한다. 서비스업에서는 유통과 통신, 금융이 강세를 보인다. 한국처럼 칠레에서도 카르푸 등 다국적 유통기업들이 팔라벨라, 파리스, 리플레이, 리데르, 에코노, 알마크, 소디막 등 경쟁력 높은 토착기업에 밀려 철수했다. 이동통신도 다른 중남미 국가들과 달리 텔레포니카 모빌, 엔텔PCS, 클라로 등 3개 토착기업이 시장을 100% 차지하고 있다. ●선택과 집중…1차 산업에서 3차 산업으로 칠레는 무역 빗장을 건 다른 중남미 국가와 달리 1970년대에 개방과 자유경쟁 시장체제를 구축했다.73년 쿠데타로 집권한 피노체트는 ‘시카고 학파’를 대거 기용해 개방정책을 폈다. 그 결과, 경쟁력이 없는 제조업은 몰락했지만 질 좋고 값 싼 공산품들이 들어와 국민들의 생활은 나아졌고 1,3차 산업도 안정 속에 성장할 수 있었다.90년 정권 교체 이후에도 이런 기조는 이어져 2003년에는 모든 수입상품에 일괄적으로 6%의 단일관세만 적용하고 있다. 각종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전체 평균 관세율이 1%대에 불과하다. 현재 56개국과 17건의 FTA를 맺고 있다. ●IT와 BT로 도약 칠레는 북유럽의 핀란드를 개발모델로 설정했다. 한선희 산티아고 무역관장은 “통신·화학·제약 등 IT와 BT를 강화하기 위해 핀란드를 벤치마킹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면서 “IT기업에 최고 70만달러까지 지원하는 생산진흥청(CORFO)의 ‘이노바 칠레’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자체 기술로 만든 고속도로 요금징수 시스템은 이런 노력의 결실이다. 산티아고에서 발파라이소로 가는 1시간 거리 고속도로에는 톨게이트가 없다. 과속감시 카메라처럼 생긴 장치가 도로 곳곳에 세워져 차량 안에 부착된 센서와 감응, 자동으로 요금을 기록한 뒤 매월 은행계좌를 통해 징수한다. 하지만 이런 IT 기술력을 바탕으로 올 초 추진한 ‘트란 산티아고’(산티아고 교통개혁) 프로젝트는 오히려 대혼란을 가져와 미첼 바첼레트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를 하는 상황을 맞기도 했다. ●투명성 높은 사회 카를로스 에두아르도 칠레 외국인투자유치위원회 부위원장은 “칠레의 진정한 경쟁력은 대외개방 외에 정치·사회적 안정, 공공부문의 투명성과 청렴성, 선진국 수준의 치안 등에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국제투명성기구 발표 부패인식지수에서 세계 20위(한국 42위)에 올랐고 지난해 산티아고의 인구 10만명당 살인범죄율도 2명(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48명)에 그쳤다. 부가가치세율이 19%나 되지만 조세행정이 철저해 구멍가게에서조차 영수증을 내주는 게 일반화돼 있다. 하지만 빈부격차는 사회통합의 걸림돌이다. 칠레 가톨릭대 학생 로만 조시프는 “부의 편중과 교육의 불균형 해소가 칠레 성장의 관건이라는데 대부분이 의견을 같이 한다.”면서 “중산층 이하 자녀의 교육수준 향상을 위해 재정지원을 확대해야 하지만 현재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windsea@seoul.co.kr ■‘칠리안’ 특징은 |산티아고(칠레) 김태균특파원|산티아고 공항에서 미국인들은 특별대우를 받는다. 미국인 전용 입국심사대가 따로 있다. 초강대국에 대한 배려가 아니다. 별도의 입국세를 받기 위해서다.“미국이 우리 국민에게 비자를 요구하니 우리도 미국인에게 비자 발급비용에 해당하는 만큼의 돈을 걷는다.”는 게 칠레 정부의 논리다. 칠레는 다른 나라보다 ‘반미감정’이 강하다.‘유럽의 후손’이라는 자부심 때문이기도 하지만 과거 미국이 피노체트 독재정권을 지원한 데 대한 반감이다.2004년 산티아고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 칠레 경호원들이 조지 부시 대통령을 따라 만찬장에 들어가는 미국측 경호원들을 제지하다 싸움이 크게 붙었던 것은 유명하다. 중남미 다른 나라들과 동일선상에서 비교되는 것 역시 좋아할 리가 없다.“중남미에서 가장 잘 산다고 으스대고 다른 나라를 무시하는 경향이 강해 질시를 받는다. 아르헨티나, 페루, 볼리비아 등 인접국들과 모두 사이가 좋지 않다. 일본에 대한 한국·중국의 국민감정과 비슷한 데가 있다.”(교포 장기현씨) 인구 중 백인이 29%로 아르헨티나와 함께 중남미에서 백인 비율이 가장 높다.60%에 이르는 메스티소(원주민·백인 혼혈)도 상당수가 육안으로는 백인인지 아닌지 구분이 안될 정도다. 스페인계와 독일계가 많아 정치·사회·경제 제도를 유럽에서 차용하는 경우가 많다. 감정적이고 친분을 중시하는 전형적인 중남미인들의 특징이 약한 반면 논리적·이성적이며 검소하고 신중한 편이다. 일부에서는 1800년대 중반에 대거 이주한 독일계의 영향으로 분석하기도 한다. 동양계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보기도 하지만 한국·중국 등의 빠른 성장에 대해 부러움도 갖고 있다. 이곳의 가족중심 문화는 유명하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저녁에 서둘러 퇴근해 집으로 직행한다. 저녁에 아이들 데리고 산책하고 놀아주는 것이 남자들에게 관행화돼 있다. 여성들의 직장생활 비율이 높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아내가 전업주부인 경우에도 하루종일 고생했으니 잠시 쉬라는 뜻의 배려라고 한다. 이런 관행이 간혹 회사의 잔업 등 요구와 충돌하기도 한다. windsea@seoul.co.kr ■비즈니스 환경은 |산티아고(칠레) 김태균특파원| 칠레인과 비즈니스를 하려면 높은 ‘언어의 장벽’을 넘어 꼭 닫힌 ‘마음의 문’을 열어야 한다. 다른 어느나라보다도 특히 그렇다는 얘기다. 스페인어권 국가들의 공통적 특징이긴 하지만 칠레에는 영어를 하는 사람이 극히 드물다. 길거리나 상점에서 영어로 의사소통을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칠레가 지리적으로 고립돼 있을 뿐 아니라 정규교육에 영어과목이 매우 빈약한 탓이다. 유럽을 종주국으로 생각하는 문화적 특성도 작용한다. 비즈니스를 할 때에는 스페인어가 기본이고 부득이하게 영어를 쓸 때에는 반드시 제대로 이해했는지 확인해야 한다. 칠레인들은 웬만해선 모험을 하지 않는다. 안전 위주의 신중한 거래가 철칙이다. 수입상의 시험주문의 개념도 다른 나라와 다르다.1회 시험주문을 해보고 품질이 확인되면 정식거래를 트는 게 보통이지만 칠레인들은 3회 시험주문이 보통이다. 기계·장비류는 통상 1∼2년간 시험해 본 뒤에 정식 거래를 시작한다. 오랜 철권통치의 여파로 사회에 아직 불신풍조가 강하다. 믿음을 주는 것이 그래서 더 중요하다. 설령 칠레인들이 미덥지 않더라도 속으로만 생각해야지 우리쪽에서 먼저 못 믿겠다는 식의 표정이나 몸짓을 하면 그걸로 거래협상은 끝이다. 코트라 산티아고 무역관 성기주 과장은 “구두로 협의한 내용은 나중에 번복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모든 거래는 반드시 문서로 남겨야 한다.”고 말했다. “칠레가 우리보다 소득수준이 떨어진다고 얕잡아 보는 듯한 태도를 취하면 안된다. 페루, 볼리비아, 파라과이 같은 데서는 혹시 먹힐지 몰라도 자존심 강한 칠레인들에게는 상종 못할 사람이라는 인식을 주게 된다.”(교포 방민수씨·식당업) windsea@seoul.co.kr ■후안 코이만스 칠레카톨릭대 교수 인터뷰 |산티아고(칠레) 김태균특파원| 칠레 최고의 명문으로 통하는 칠레가톨릭대학 경제학부 4층 연구실. 후안 코이만스 교수는 지구 반대편에서 온 ‘코레아’의 기자에게 하고 싶은 말이 꽤 많았던 모양이다. 예정된 인터뷰 시간을 1시간 이상 넘기면서 쉴 새 없이 설명과 주장을 쏟아냈다. 무엇보다도 칠레가 ‘제조업 없는 농산·광산물 수출국’이란 일부의 인식은 매우 잘못된 것이라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칠레의 포도와 아보카도가 왜 좋은지 아십니까. 단순히 기후 때문에 그런 게 아니지요. 우리나라 아보카도 농장에서는 물방울을 이용한 첨단농법을 씁니다. 과학과 기술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불가능한 우리만의 ‘과일 제조업’을 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는 컴퓨터·네트워크 등 뉴 테크놀로지에서도 세계적인 능력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칠레가 항공기 제작에 들어가는 첨단 전자장비 기술을 수출하고 있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 많습니다.” 코이만스 교수는 칠레 경제가 성장의 기틀을 마련한 계기로 ‘혁신적인 실험’을 꼽았다. 다른 어떤 중남미 국가도 시도하지 않았던 개방경제를 1970년대에 과감하게 받아들였다는 것이다.“성장-위기-성장-위기의 악순환을 무역장벽 완화와 자유시장체제 도입으로 끊은 것이지요.80년대에 시작한 세제·재정 혁신과 사회보장제도·노동시장 개혁은 거기에 촉매 역할을 했습니다.” “경제부문의 성공은 사회의 안정으로도 이어졌습니다. 빈곤계층 비율이 90년대 초반 전 국민의 절반 가량에서 지금은 18% 정도로 줄었고 생계 자체가 곤란한 극빈층은 5% 수준으로 급감했습니다.” 코이만스 교수는 이 대목에서 ‘피노체트 17년 독재’를 언급했다.“아우구스토 피노체트는 누가 뭐래도 국민을 탄압한 철권통치의 상징입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경제성장의 동력이 그의 통치기간에 나왔던 것도 일정부분 사실입니다. 자유경제, 개방경제, 관료사회 숙정 등은 잘 한 일이었습니다. 특히 공기업 민영화는 경제개혁의 완성작이었습니다.” 그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타결과 관련해 “한국의 일부 산업분야는 FTA로 상당한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농업에서 강점을 갖고 있는 칠레조차 FTA로 생과일 수출에서는 득을 봤지만 과일 통조림 수입에서는 큰 손해를 입었다. 시장개방으로 인한 산업간 득실 차이는 어쩔 수 없는 것이며 이를 어떻게 조화롭게 상쇄시켜 나가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windsea@seoul.co.kr
  • 대한항공·아시아나 국제선 증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해외 유명 휴양지 쟁탈전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는 특히 지방의 해외여행객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지방 출발 노선을 늘렸다. 대한항공은 20일부터 부산∼마닐라 노선 운항에 들어갔다. 주 4회다.B737-800(149석)기종을 투입했다. 골프 및 효도 여행이 몰리는 노선이다.22일부터는 인천∼세부 노선에 신규 취항한다. 주 2회 운항한다. 같은 기종이다. 여름 휴가철에는 부산∼괌 노선을 한시적으로 운영키로 했다.7월25일부터 8월19일까지다. 주 3회 취항할 예정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달 26일부터 부산∼호찌민 노선을 운항하고 있다. 주 3회다.A320(162석)을 투입했다. 부쩍 늘고 있는 관광객 수요에 맞추기 위해서다.6월부터는 부산∼웨이하이 노선을 취항한다. 주 3회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최근 이 지역에 있는 ‘범화CC’를 인수, 골프여행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해외 휴양지를 찾는 것이 일반화됐다.”며 “특히 지방의 여행객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최용규기자 ykchoi@seoul.co.kr
  • [美 교포학생 총기난사 파문]조승희가 올드보이 모방했다?

    버지니아공대 총격사건의 범인 조승희씨가 영화 ‘올드보이’를 모방했을까. 뉴욕타임스ㆍABCㆍCNN 등 미국 언론들은 19일 조씨가 NBC에 보낸 사진 중 한장을 예로 들어 “조씨의 사진이 영화 ‘올드보이’의 한 장면과 매우 흡사하다.”면서 영화가 범행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제기해 논란이 일고 있다. 문제의 영화장면은 주인공 대수(최민식)가 오른손에 망치를 들고 있는 모습으로, 미국 언론들은 조씨가 망치를 들고 있는 사진과 매우 흡사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뉴욕타임스 등은 문제가 된 조씨의 사진과 영화의 한 장면을 나란히 편집해 함께 실었다. 이를 보도한 기자는 뉴욕타임스에 뉴스블로그를 운영중인 마이크 니자로. 버지니아공대의 폴 해릴 교수도 이 영화와 조승희 사진의 유사점에 주목하고 뉴욕타임스 블로그에 알려왔다고. 미국 언론의 이같은 보도가 전해지자 국내 네티즌들은 대부분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이번 사건과 한국영화를 연결시키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것이 대체적인 지적이다. 미국 언론이 보도했듯 조씨가 ‘올드보이’를 봤다는 증거도 없어 이같은 주장은 ‘끼워 맞추기’식 보도일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는 것이다. 네티즌 ‘kwdemon’은 “이제 ‘올드보이’를 물고 늘어져 한국계라는 사실을 강조하려는 것 아니냐.”면서 인종주의적 시각을 비판했다. 영화평론가 심영섭씨는 “단 한장의 사진을 두고 비슷하다는 이유로 영화에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고 추정하는 것은 과잉 일반화의 오류”라면서 “재고할 가치도 없다.”고 못박았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사고없는 일터 만들기] 직원건강 회사가 책임진다

    [사고없는 일터 만들기] 직원건강 회사가 책임진다

    # 1 한국화장품㈜ 음성공장에 근무하는 이사라(여·42)씨는 8년전만해도 허리통증으로 고생했다. 육아와 가사로 생긴 만성질환쯤으로 여기며 한방치료도 자주 받았다. 하지만 이 회사에 취업한 뒤 1년여 만에 허리통증은 씻은 듯 사라졌다. 이씨는 “아침 출근과 함께 전사원이 함께하는 탈춤 때문”이라고 말했다.‘요통예방탈춤’이라 불리는 이 탈춤은 전통 민속탈춤인 송파 산대놀이의 춤사위 중 일부를 응용한 것이다. 근로자들의 경직된 자세를 풀어주고 근육을 고르게 강화시켜 요통 예방에 효과가 있었다. 이 회사의 탈춤은 1999년에 시작해 지금까지 아침시간 10분을 이용,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이후 요통환자가 급감했고 자연스럽게 노사화합도 이뤄졌다. # 2 남양유업 천안신공장은 사원 100%가 금연에 성공한 사업장으로 유명하다. 회사가 2년여 동안 적극적인 금연캠페인을 펼친 결과다. 식료품제조회사로 고객의 신뢰도 얻고 근로자 건강도 증진하기 위해 추진한 것이 계기가 됐다. 캠페인 초기 160명의 사원 가운데 77명(48%)이 흡연자였으나 1차 캠페인 이후 38%,2차 캠페인 이후엔 21%로 흡연자가 줄었들었다.2년후 3차 캠페인이 끝난 다음에는 흡연율 0%를 달성했다. ●근로자 건강, 사업장에서 관리 건강에 대한 욕구는 이제 일터에서도 예외일 수 없다. 종전 일과전후 근로자의 자발성으로 이뤄졌던 건강관리가 이제는 회사나 국가가 체계적으로 관리하는게 일반화됐다.“근로자의 건강관리가 곧 기업의 경쟁력”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정부는 산업안전보건법 4조 ‘정부의 책무’에 근로자의 안전 및 건강 보호증진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각 사업장은 노동부의 ‘사업장 건강증진운동 시행지침’에 맞춰 자율적인 건강프로그램들을 운영하고 한국산업안전공단은 이들에게 각종 기술적인 지원을 한다. 1994년 이후 지금까지 6만여개의 사업장이 정부의 건강증진사업 지원을 받았다. 지원은 업체특성에 따라 건강증진 운동지도사 양성, 금연·절주, 뇌심혈관질환 예방지원, 건강관리에 필요한 시설·장비 지원 등의 분야에 이뤄진다. 정부는 지난해 근로자 30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 1만 5999곳을 대상으로 건강진단과 근골격계질환 예방 등 근로자의 건강증진을 위한 기술지원을 실시,43.2%의 개선율을 보였다. 또 근로자에 대한 교육 및 건강상담 6155건, 혈압 등 간이검사 5만 1700건을 실시했다. 이를 토대로 근로자 건강개선 효과를 분석한 결과 뇌심혈관질환의 경우 대상자 6618명 가운데 정상 근로자가 당초 2621명에서 1년 만에 3539명으로 918명이 증가,31.5%의 개선율을 보였다. 고혈압은 32%가 개선되는 효과를 거뒀다. ●소규모 사업장 근로자 37%가 건강 이상자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업무상 질환으로 판명된 근로자는 7976명이었다.939명은 뇌심혈관질환과 진폐증 등으로 숨졌다. 업무상 질환 가운데 가장 많은 것은 근골격계 질환자로 4770명이나 된다. 다음은 뇌심혈관질환자로 1339명이었다. 근로자의 중·고령화와 생활습관 변화가 원인으로 분석됐다. 뇌심혈관질환자의 산재요양 급여 지급액은 2460억원(2005년 기준)으로 전체의 8.1%를 차지했다. 근골격계 질환자 가운데는 요통환자가 3398명(사고성 환자 포함)으로 가장 많았다. 열악하고 불편한 작업환경으로 근로자들의 건강이 위협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고령근로자, 여성·외국인 근로자 구성 비율이 높은 50인 미만의 소규모 사업장은 근로자의 건강관리가 매우 취약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2005년 기준 근로자 건강진단 결과 50인 이상 300인 미만 사업장에서 37.2%,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서는 36.9%의 근로자가 건강 이상자로 나타났다. 강승규 한국산업안전공단 산업보건국장(의학박사)은 “소규모 사업장은 사업주, 근로자 모두가 여전히 건강에 대한 관심도가 낮다.”면서 “건강증진 지원사업이 근로자들에게 건강의 중요성을 인식시키는 동기부여가 된다.”고 말했다. 이동구기자 yidonggu@seoul.co.kr ■ 英선 근로자 스트레스 해결도 법제화 ●BP의 안전문화 부재 지적 미국 화학사고 조사위원회는 최근 정유회사 BP사에 안전문화가 없다는 점을 지적하는 조사보고서를 발표했다. 위원회는 2005년 3월에 발생한 BP 텍사스시 정유공장 화재폭발사고 원인을 조사한 최종 보고서에서 BP가 안전관리에 대한 투자를 줄였고 안전문화에 대한 교육프로그램이 부족한데다 사고발생 위험이 높은 공정에 대한 개선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안전문화 부재를 지적했다.BP는 텍사스시 정유공장 화재 폭발사고로 근로자 등 15명이 숨졌고,200여명이 부상을 당해 2136만달러(한화 약 2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산업보건추진센터 사업성과 실태조사 일본 노동자건강복지기구는 일본 전역의 47개 산업보건추진센터에서 실시하는 근로자 건강상담 및 교육·연구 서비스가 근로자 건강상태 개선에 어떤 효과가 있는지 평가했다. 그 결과 산업보건의 및 산업보건 담당자의 업무능력 향상, 사업장 산업보건 활동 활성화, 근로자 건강상태 개선 등의 효과를 얻었다. ●스트레스 발생원인 컨설팅 영국 안전보건연구원(HSL)은 직업성 스트레스를 법적, 경제적, 도덕적 측면에서 기업의 책임으로 규정한 직업성 스트레스 관리 규정에 따라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스트레스의 원인과 실질적인 해결 방안에 대한 안내, 조직 차원의 스트레스 대응 방법에 대해 컨설팅을 실시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매년 500만명 이상이 직업성 스트레스 및 우울증 등을 호소하고 있다. 한국산업안전공단 ■ 모범사례-(주)실트론 이천공장 ‘왕(王)&S를 위하여….’ 경기 이천시 단월동 ㈜실트론 이천공장을 지난 5일 방문했을때 공장 입구에 내걸려진 이 현수막의 뜻을 알아채지 못했다. 연극이나 음악회 등 회사가 준비하는 공연쯤으로 여겼다. 사원대표 이우혁(34·생산팀)씨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말을 건넸다.“오는 7월로 예정된 전 직원 체력측정에 대비해 근로자들의 몸 만들기를 독려하기 위한 것이다.”고 말했다. 남성 근로자는 임금 왕자가 새겨진 몸을, 여성 근로자는 S라인 몸매를 만들자는 뜻이었다. 이 회사 근로자들은 7월로 예정된 한국산업안전공단의 근로자 체력측정에 대비, 전체 직원들이 몸 만들기에 나선 것이다. 몸 만들기에 성공한 근로자들에게는 푸짐한 경품도 준비하고 있다. 요즘 사원들 사이에는 “운동 열심히 하고 있느냐.”가 인사말이 됐다. 실트론 이천공장은 실리콘 와이퍼(반도체 기판)를 생산하는 모 대기업의 자회사다. 생산품은 국내 반도체·전자회사 등에 납품하고 해외수출도 한다.190여명의 남녀 근로자들은 하루 8시간씩 3교대로 근무한다. 근로자의 80%가 30∼40대 남성, 여성도 40여명쯤 된다. 밤과 낮을 바꿔가며 근무하는 특성상, 근로자의 건강 유지가 회사의 최대 과제가 됐다. 회사는 체력단련장, 족구장, 탁구장 등 각종 체육시설을 갖추고 한국산업안전공단의 근로자건강증진사업에도 참여했다. 지난해에는 ‘근로자 체력측정’도 경험했다. 일반 건강검진과 달리 근로자의 폐활량, 근력, 신체나이 등 종합적인 건강 상태를 평가하는 것으로 인기가 대단했다. 결국 근로자들의 요구에 의해 올 여름 한번 더 체력측정을 하게 됐다. 사원이 원하면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는 게 회사의 경영방식이다. 김희수 공장장은 “회사나 근로자 모두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근로자의 건강 상태가 갈수록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 근로자들의 5대 질환(고혈압, 간장질환, 신장질환, 당뇨, 고지혈증) 발생 건수는 2003년 22명,2004년 28명,2005년 33명이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시작된 근로자건강증진사업으로 회사는 근로자의 건강이 개선되고 있을 것으로 믿고 있다. 한국산업안전공단은 근로자건강증진 사업으로 이 회사에 뇌심혈관질환관리를 비롯해 금연운동, 체력측정, 근골격계질환 관리 등의 지원을 하고 있다. 회사는 최근 공장 주변에 산책로를 만들어 근로자들이 이용하도록 하고 있다. 풋살 잔디구장도 꾸미고 있다. 한국산업안전공단 보건기술팀 오선택씨는 “사업주나 근로자가 관심만 있으면 건강증진을 돕는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구기자 yidonggu@seoul.co.kr
  • [한·미 FTA 연장협상] 오렌지·사과·포도 45~50% 싸져

    [한·미 FTA 연장협상] 오렌지·사과·포도 45~50% 싸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면 경제·산업적 효과는 이해관계에 따라 득실이 다르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만 보면 그 그 혜택은 적지 않다. 일단 농산물 값이 싸진다. 특히 쇠고기 값 하락이 예상된다. 현재 한우 등심 500g은 3만 5000∼4만원 선이다. 호주산 등심은 9000원 안팎이다. 무려 4배 정도 차이가 난다. 서민들은 쇠고기 구경하기가 어려운 지경이다. ●美쇠고기 때문에 한우값 20%↓ 미국산 쇠고기가 들어오면 공급 증가의 효과로 한우 고기 값은 20% 정도 떨어질 전망이다. 또한 호주산과 가격경쟁을 벌여 수입산 쇠고기도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뼈있는 살코기마저 허용되면 LA갈비의 소비 증가로 다른 부위 쇠고기 가격은 낮아질 수 있다. 오렌지·사과·복숭아·포도 등의 과일은 국내 관세(45∼50%)가 낮아지는 만큼 가격도 내려간다. 미국산 자동차도 싸게 탈 수 있게 된다. 물론 자동차 관세(8%)가 철폐되는 기간과 폭에 따라 차이가 나지만 특소세 등을 감안하면 10% 정도 내려갈 전망이다.2000만원대 포드나 GM, 크라이슬러 등의 다양한 승용차가 수입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수 있다. 이준규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원은 “국내 자동차 업계가 정신차리지 못하면 쓰러질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배기량 기준인 국내 자동차세제가 가격과 연비 기준으로 바뀌면 미국산 중·대형 승용차뿐 아니라 미국에서 생산된 일본차들도 밀려올 수 있다. 미국에 있는 친지나 자녀들에게 선물을 보내는 것은 한결 쉬워진다. 일반화물은 48시간 이내, 특송화물은 4시간 이내에 세관을 통과하도록 합의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이같은 기준이 없어 농산물 등에 사소한 이유를 붙여 마냥 통관에 잡혀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타이레놀PM 등과 같은 미국산 신약을 접할 기회가 지금보다 많아진다. 다만 다양한 신약이 들어오면서 보험료 수가가 올라갈 가능성은 있다. 보험적용을 받지 않는 비아그라나 탈모치료제, 영양보충제 등은 관세(6%) 철폐만큼의 인하 효과가 있다. 의약품의 전반적 가격은 정부가 정하기 때문에 크게 오를 것 같지는 않다. ●고가 신약 들어와 건보료 인상 우려 안방에서도 미국 영화나 만화, 드라마·스포츠를 더 쉽게 볼 수 있다. 현재 20%와 50%로 각각 제한한 지상파와 케이블TV의 외국 방송물 편성비율(콘텐츠 쿼터)을 완화해 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골프채나 주부들이 좋아하는 주방용품,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게임기 등도 10% 정도 수입 가격이 싸질 전망이다. 전문가 상호인정 원칙에 따라 변호사·의사·간호사·회계사 등의 자격을 가진 한국인은 미국에서 취업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다만 주마다 관련법 적용이 달라 획일적인 기준을 적용하기는 어렵다. 백문일기자 mip@seoul.co.kr
  • 학원 교재비 현금영수증 내주부터 실태파악 착수

    경기도 일산에 사는 A씨는 얼마 전 초등학교에 다니는 딸 아이를 영어학원에 등록시키러 갔다 어처구니 없는 일을 당했다. 학원비 28만원을 신용카드로 결제했는데 학원교재비 30만원은 현금으로만 받는다는 학원측 말에 근처 은행에서 현금을 찾아서 냈다. 신용카드 결제가 안 되는데 현금영수증을 발급해달라는 말은 꺼내지도 못했다. 경기도 평촌에 사는 B씨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학원에서 교재비는 현금으로만 받고 현금영수증을 발급해주지 않아 항의하자, 학원측은 학생들 편의를 위해 책을 사다 팔고 있을 뿐 이익을 남기는 건 전혀 없어 어쩔 수 없다고 해명했다. 국세청은 이처럼 학원교재비와 관련한 민원이 끊이지 않자 다음주 서울과 수도권 등 학원 밀접지역의 학원들을 상대로 현금영수증 발급 실태조사에 나선다. 해당지역 일선 세무서들은 학원들이 교재비(책값)를 현금으로만 결제하거나 현금영수증을 발급해주지 않는 이유를 집중 확인하고 문제가 있을 경우 행정지도할 방침이다.●고액과외학원 영수증 발급 거부 많아 국세청 관계자는 23일 “학원 책값과 관련한 민원이 많아 실태확인을 하게 됐다.”면서 “일부 학원들 주장처럼 마진이 전혀 없고 학생들의 편의 도모 차원에서 책을 가져다 파는 것이라면 문제를 삼을 수 없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행정지도를 통해 시정해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국세청에 따르면 현재 학원들의 현금영수증 가맹률은 80%이며, 이들 가운데 실제로 현금영수증을 발급해주는 학원도 80%에 육박한다. 대형 입시학원들의 경우 현금영수증 발급이 일반화돼 있는 반면 소수 고액과외학원들은 상당수가 현금영수증을 발급해 주지 않고 있어 문제다. 국세청은 이에 따라 관할 세무서들에 각 지방 교육청들과 상시 협조체계를 구축, 학원들에 대한 현장지도를 정기적으로 실시하도록 했다. 국세청 강형원 전자세원팀장은 “관련 세법의 개정으로 오는 7월1일부터는 현금영수증 발급을 거부하면 건당 최고 50만원의 벌금과 가산세(미발급금액의 5%)를 물게 되고, 신고한 사람에게는 건당 5만원의 포상금이 주어진다.”면서 “소비자들의 권리의식이 강해지고 관련법이 강화된 만큼 사업자들사이에서도 현금영수증을 자진 발급해주는 풍토가 확산돼야 한다.”고 말했다.김균미기자 kmkim@seoul.co.kr
  • [‘3不정책’ 갈등 확산] ‘3不정책’ 정부-주요대학 전면전 양상

    ‘3불(不) 정책’을 둘러싼 논란이 교육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대학들이 자율성 보장을 촉구한 데서 시작된 이 논란은 서울대와 주요 사립대, 전·현직 총장들이 잇따라 ‘3불 폐지 또는 재고’를 정부에 촉구하면서 교육부와 전면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진지한 논의는 사라져 버렸고, 교육의 중심에 있어야 할 학생과 학부모들은 혼란에 빠졌다.3불 정책의 내용과 찬반 입장을 긴급 진단했다. ●본고사 대학별로 주관식·서술식 문제로 자체 기준에 따라 치르는 시험이다.1981년 대입 학력고사가 도입되기 전까지 실시됐다. 당시 본고사는 일본의 어려운 시험문제를 상당 부분 활용해 출제해 ‘절반만 맞혀도 합격한다.’는 얘기가 일반화될 정도였다. 대학들은 “본고사를 허용해 달라는 것은 과거로 돌아간다기보다는 현재 논술이나 면접 등 대학별고사를 대학 자율에 맡겨달라는 주장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수능 시험만으로는 학생들의 실력을 정확히 가늠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고등교육법 시행령에는 대학들이 논술고사 외 필답고사를 실시하지 못하게 규정돼 있다. 교육부가 시행령에서 제외돼 있는 논술에 대해 가이드라인을 만든 이유도 논술이 본고사로 변질될 것을 우려해서 나온 조치다. 교육부를 비롯해 학부모단체 등 본고사 도입을 반대하는 쪽에서는 사교육 부담을 이유로 들고 있다. 본고사를 보려면 사교육에 의존할 가능성이 높고, 교육환경이 열악한 지역 학생은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사교육에 따른 공교육 붕괴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서울 K여고 윤모 교사는 “본고사가 부활하면 고1까지 교육과정을 모두 마치고,2학년때부터는 입시에만 매달리게 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반면 본고사를 찬성하는 측에서는 본고사가 폐지됐지만 사교육이 줄어들지 않고 있다는 점을 들어 도입을 주장한다. 본고사 폐지로 하향 획일적인 학생을 양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고교등급제 학교간 학력 차이를 대입에 반영하는 제도다. 출신 고교를 기존 입학생들의 학력을 고려해 일종의 ‘등급’을 매겨, 이에 따른 성적을 대입 전형에 반영하는 방식이다. 고교등급제를 반대하는 쪽에서는 등급제가 학력을 이용한 ‘연좌제’라고 주장한다. 선배들의 학력 수준이 떨어진다고 해서 후배들의 진학에 불이익을 줘서는 안 된다는 논리다. 고교 서열화를 부추겨 경쟁을 지나치게 심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대학들의 생각은 다르다. 우수 학생을 뽑으려는 것은 인지상정인데, 학교별 내신 등급을 똑같이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주장이다. 대학에 우선 자율권을 주고 대학에서 알아서 참고자료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서강대 김영수 입학처장은 “학교간 실력 차가 현실적으로 엄연히 존재함에도 점수에 반영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교육부는 고교등급제를 ‘교육부 대입전형 기본계획’에 고시나 지침 형태로 금지하고 있다.2005년 3월에는 교육부가 이를 어긴 고려대와 연세대, 이화여대 등 전국 39개 대학·전문대에 행·재정적 제재 조치를 내리기도 했다. 그러나 교육부가 고교등급제를 금지하고 있는 정작 중요한 이유는 다른 데 있다. 고교가 등급화되면 이에 따른 고교 평준화 제도의 근간이 흔들릴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학생들의 고교 선택권이 전면 보장되지 않은 상황에서 추첨을 통해 배정받은 학교 때문에 대학 진학에 불이익을 받은 학생, 학부모들의 반발이 잇따를 것을 우려하고 있다. ●기여입학제 대학의 발전에 기여하거나 물질을 무상으로 기부해 재정적 도움을 준 사람의 직계 자손을 대학이 정하는 기준과 방법에 따라 입학시키는 제도다. 기여입학제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는 현재로선 대학들에서조차 꺼리고 있다. 신분계층의 상승을 중요시하는 우리나라 문화적 특성을 감안할 때 실력이 아닌 다른 배경과 조건으로 대학에 입학한다는 것 자체를 국민정서상 받아들이기 어려운 탓이다. 그러나 도입 주장의 배경의 중심에는 대학들의 재정난이 깔려 있다. 기부금을 받아 한 명을 입학시키면 가정형편이 어려운 여러 명의 학생에게 장학금 혜택이 돌아갈 수 있어 교육격차를 해소할 수 있다는 논리다. 특히 정원외 특별전형으로 선발한다면 다른 학생들의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 연세대 이재용 입학처장은 “기여입학제가 재정적으로나 대학 발전을 위해 필요한 부분으로, 사립대들이 사회적 공감대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기여입학제를 반대하는 쪽에서는 교육의 기회균등과 평등을 규정하고 있는 헌법 제31조 1항에 어긋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개인의 능력에 따른 선발이라는 기본 원칙을 훼손하고 중·고교 서열화와 과열 진학경쟁 등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라는 주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대학들이 자꾸 미국 사례를 드는데 법적으로 기여입학제를 허용하는 나라는 한 곳도 없으며, 미국의 경우 사회적 합의에 따른 대학 규정에 따라 처리하고 있다.”면서 “사회적 분위기가 허용하지 않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기여입학제를 도입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김재천 강아연기자 patrick@seoul.co.kr
  • [법률풀이] 뒤늦게 나타난 생부生父

    [법률풀이] 뒤늦게 나타난 생부生父

    최근 10대들의 열렬한 인기를 얻고 있는 아이돌그룹 ‘동방신기’의 멤버 영웅재중 군(20세)의 입양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이 사건은 영웅재중의 생부가 나타나 자신의 허락 없이 타인의 호적에 아들이 올려졌다며 ‘친자관계부존재확인의 소’를 제기하는 바람에 세간에 알려지게 되었다. 이를 두고 영웅재중의 팬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자식이 성공하니까 뒤늦게 아버지가 자식을 찾으려는 것이 아니냐며 영웅재중 군의 생부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비난의 소리가 거세지자 결국 생부가 소를 취하함으로써 사건은 원만히 해결되기는 하였다. 영웅재중의 사례처럼 이미 양부모가 있는 상태에서 한창 사춘기에 접어들었거나 청년이 되었을 때 친부모가 갑자기 나타나, 어릴 때 이런저런 사정으로 자녀를 버릴 수밖에 없었다며 다시 친부로서 권리를 행사하겠다고 할 경우 어떻게 해야 할까? 입양을 한다고 하더라도 원칙적으로 친부모와 관계가 끊어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입양을 하기 위해서는 친부모의 동의가 필요한데 일단 입양에 동의를 하였다면 친부모는 더 이상 자신의 양육권 등을 주장할 수 없다. 영웅재중의 경우 양자로 호적 신고한 것이 아니고 친자로 신고했기 때문에 부모 동의가 있었는지 여부가 논란이 되는 것이다. 법률상으로 양자와 친자는 아무런 차이가 없다. 양자 역시 친자와 동일하게 양부로부터 상속을 받을 권리가 있다. 물론 친부모와 관계가 단절되는 것이 아니므로 양자는 친부모로부터도 상속을 받을 수 있다. 외국에서는 일찍부터 입양이 일반화되어 있고 근래에 우리나라도 탤런트 차인표, 신애라 씨 부부의 사례처럼 입양 가정이 늘어나는 추세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입양을 하면 호적에 친자가 아닌 양자로 기재되고 성도 새 아버지의 성을 따를 수가 없다. 이 때문에 입양 가정의 90% 이상이 아이들이 학교에서 놀림을 받는 등 사회생활에 지장이 생길 것을 우려해 입양신고를 하지 않고 입양아를 친생자로 호적에 올린다. 양자는 부모로부터 버림받거나 부모가 입양에 동의하여 입양시설에서 보호되고 있는 아이들을 양자로 삼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이런 경우 양부모나 양자 입장에서 나중에 친부모들이 나타나 권리를 주장하면 상당히 곤혹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현재까지는 법적으로 이를 막을 수 없었다. 그러나 최근 민법이 개정되어 15세 미만의 양자를 입양할 경우 생부, 생모와의 관계를 단절시키고 자녀를 아예 양자가 아닌 친자로 호적에 기재할 수 있도록 하는 ‘친양자제도’가 도입되어 2008년 1월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이 제도에 따르면 재혼가정의 자녀나 양자도 호적에 친자식으로 기재되어 양부의 성을 따를 수 있게 되니 양자가 학교에서 수군거림을 당할 일도 없게 되었다. 친양자를 두려고 하는 가정은 가정법원에 친양자 입양 청구를 하면 된다. 기존에 입양되어 호적에 양자로 기재된 자녀도 가정법원에 친양자 입양 청구 신청을 하면 친자로 고칠 수 있다. 요즘에는 독신자 가정이 20%에 육박하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독신자도 입양으로 친양자를 둘 수 있을까? 우리 민법은 3년 이상 혼인한 부부에게만 친양자를 둘 수 있도록 허락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적 능력이 되고 자녀를 키우는 데 필요한 정서적 준비가 되어 있다면 독신자에게도 친양자를 허용하지 못할 이유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글 오명근 (희망법률사무소 변호사) 월간[샘터]2007.2
  • “2차원 옥외광고판 新 LED로 바꾼다”

    “건물 외관 등 기존 2차원적인 인테리어들을 확 바꿔 놓겠습니다.” 삼안전휘는 20일 투명유리에 발광다이오드(LED)를 부착, 문자·그림 등의 형태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투명 디스플레이인 ‘레이틴트’를 개발, 조명시장과 인테리어, 건축, 가전제품 시장을 뚫겠다고 밝혔다. 김형주(83) 삼안전휘 회장은 이와 관련,“기존 제품과 차별화된 LED 조명으로 조명 디자인 시장과 옥외광고 시장을 선점하겠다.”고 밝혔다. 투명발광유리를 이용, 광고 문화와 건축 인테리어를 접목시켜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뜻이다.레이틴트는 지난해 8월 삼안전휘가 세계 최초로 특허를 얻은 투명발광 전광판 브랜드다. 투명유리의 기능과 디스플레이 기능을 동시에 소화한다. 예를 들어 전면 유리건물 등 옥외광고에 투명발광 유리판을 이용하면, 일반 LCD 전광판과 달리 훨씬 입체적으로 이미지 전달이 가능하고, 전체 분위기도 우아한 느낌을 준다. 또 세탁기의 유리판에 이를 적용하면 불빛 시그널(표시)이 보여 청각장애자가 손쉽게 이용할 수 있다. 김 회장은 향후 2∼3년 뒤 LED 조명이 일반화될 것으로 전망했다.LED 효율은 백열전구보다 4배나 높고 수명이 반영구적이다. 김 회장은 내년에 ‘레이틴트’ 브랜드를 앞세워 해외시장에 진출할 계획도 굳혔다. 국제특허협력조약(PCT)과 중국, 일본에 이 특허를 출원한 상태다. 이를 위해 300억원을 들여 경기 평택에 3200평 규모의 관련 공장을 짓고 있다. 공장이 완공되면 국내외 시장을 공략할 판매 전담부서를 만들 계획이다. 싱가포르, 중국 등의 해외 건설업체를 통해 판매선도 확보했다. 중국에도 공장 설립을 검토 중이다.정기홍기자 hong@seoul.co.kr
  • [사설] 아이들 주머니 턴 대기업 ‘빙과담합’

    롯데제과·해태제과식품·빙그레·롯데삼강 등 빙과류 제조업체 4곳이 담합해 아이스크림 콘 값을 대폭 올린 사실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됐다. 이 업체들은 콘 값을 700원에서 800원, 다시 1000원으로 두 차례나 함께 인상했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즐기는 군것질거리의 가격을 2년새 42.9% 올려 주머니 돈을 털었으니, 연 1조원이 넘는 빙과류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대기업들치고는 참으로 치졸한 행태라 하겠다. 하긴 콘 종류뿐이겠는가. 유사한 과자류 값을 같은 시기에 같은 폭으로 올리는 걸 보면 제과업계 전반에 의혹의 시선을 보내지 않을 수 없다. 공정거래위가 지난 1년새 담합 혐의로 적발한 사례만 보더라도 정유·석유화학·주방세제·이동통신 등 산업 각 분야에 퍼져 있다. 그만큼 담합 행위가 일반화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든 것이다. 거듭 강조하거니와 시장경제 체제에서 담합은 중대한 범죄행위이다. 그런데도 이처럼 성행하는 까닭은 담합을 했다가 적발되더라도 그에 대한 징벌이 상대적으로 약하기 때문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2005년 이후 적발된 주요 담합 사례 9건을 분석한 결과 과징금은 소비자 피해 추정액의 7.7%에 불과했다고 최근 발표한 바 있다. 실상이 이러하니 기업의 도덕적 의무를 강조하는 것만으로는 담합 행위를 뿌리 뽑기 어렵다. 과징금 한도비율을 현행 매출액의 10%에서 대폭 인상하는 등 제도적인 보완책을 하루빨리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만 소비자인 국민을 대기업의 횡포로부터 보호할 수 있음을 정부는 명심하기 바란다.
  • ‘中 간판’ 국립교향악단의 감동무대

    한국 사람으로 세계에 가장 널리 알려진 음악을 작곡한 사람은 누구일까. 아마도 김정길 전 서울대 음대 교수일 것이다.그가 작곡한 1988년 서울올림픽 팡파르는 당시 시상식이 열릴 때마다 전 세계인에게 각인됐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의 팡파르는 아직 구체화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참가국의 국가를 녹음할 교향악단은 최근 결정됐다. 중국 국립교향악단(China National Orche stra)이다. 역시 시상식이 있을 때마다 금메달을 딴 선수와 이 나라 국민들은 이 악단이 연주하는 국가를 들으며 감격할 것이다. 이처럼 ‘국가대표 교향악단’으로 대접받고 있는 중국 국립교향악단이 내한한다.21일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과 23일 오후 7시30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이다. 한·중 수교 15주년과 2007 한·중 교류의 해를 기념하는 무대로 중국 정부가 자신들의 높은 문화수준을 한류(韓流)의 본거지에 보여주겠다며 고심 끝에 선택한 카드이다. 지휘자 리신차오는 1997년 프랑스에서 열린 제45회 브장송 지휘자 콩쿠르에서 2위에 입상하며 국제무대에서 인정받는 36세의 젊은 유망주다. 21일은 바이올리니스트 강동석이 시벨리우스 협주곡,23일은 피아니스트 강충모가 라흐마니노프의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광시곡’을 협연한다. 이 악단은 중국의 창작음악을 적극적으로 연주하고 음반화하는 데 힘을 기울인다. 최근 2년 동안 ‘용의 경험’ ‘냉산사의 독백’ ‘황금의 희년’ 등의 창작곡 음반을 내놓았다. 내한공연에서도 23일 중국 작곡가 추첸민의 ‘메이플 다리에 흐르는 달빛’을 연주한다.(02)2195-5150.서동철 문화전문기자 dcsuh@seoul.co.kr
  • [CEO칼럼]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효율성/ 이종수 현대건설 사장

    [CEO칼럼]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효율성/ 이종수 현대건설 사장

    영화에 대해 이야기할 기회가 많지는 않지만, 좋아하는 배우를 꼽으라면 폴 뉴먼을 이야기한다.‘스팅’,‘내일을 향해 쏴라’ 등의 작품에서 위기의 순간에 웃을 줄 아는 여유를 가진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할까. 실생활에서 원칙과 신념을 중시하는 까다로운 사람으로 알려져 있기에 더욱 매력적인 배우로 기억하고 있다. 폴 뉴먼은 1982년 ‘뉴먼즈 오운’이라는 회사를 설립해 기업가로도 활동 중이다. 뉴먼즈 오운은 인공조미료나 방부제가 들어가지 않은 친환경 드레싱을 제조·판매하는 회사이다. 그는 회사 창립 후 지금까지 세후이익의 100%를 자선기관에 기부하고 있다고 한다. 최근까지 뉴먼이 자선단체에 기부한 금액은 2억 2000만달러(약 2200여억원)에 이른다. 그는 회사로부터 단 한푼의 월급도 받지 않으며, 심지어 회사비용으로 쓴 돈이라고는 고작 36달러짜리 점심이 전부라고 한다. 폴 뉴먼의 경영은 ‘기업 비즈니스의 목적은 이윤창출이다.’라고 말했던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이 보면 깜짝 놀랄 일이다. 이윤을 목적으로 하는 기업이 그 이윤을 100% 사회에 환원한다면 과연 존재할 이유가 있는 것일까? 불과 20년 전만 해도 선뜻 대답할 수 없었던 질문이었지만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강조되는 요즘은 사정이 다르다. 최근 기업들이 앞 다퉈 사회공헌 활동을 벌이고 있다. 사회의 자원을 바탕으로 이윤을 얻었으니, 그 일부를 사회에 돌려주는 것은 당연한 이치라는 인식이 형성된 것이다. 경영학자 캐롤 교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네 가지로 분류하고 있다. 캐롤 교수에 따르면 기업은 경제·법·윤리·자선적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경제적 및 법적 책임’은 합법적인 구조 내에서 사회를 윤택하게 하는 경제활동을 하는 것으로, 기업의 1차적인 의무다.‘윤리적 책임’은 법으로 규정하지 않더라도 사회가 기업에 기대하는 깨끗하고 공정한 활동을 의미한다.‘자선적 책임’은 기업이 자체적인 판단에 따라 성금을 기부하고 사회복지시설을 운영하는 등 자발적 자선활동을 벌이는 것이다. 캐롤 교수는 이 네 가지 책임에 충실할 때라야 비로소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했다고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일반화하면서 단순히 얼마, 이윤의 몇 퍼센트를 사회에 환원했는가는 이제 큰 의미를 갖지 못한다. 사회적 책임이라는 개념이 단순한 ‘비용’의 문제가 아니라 ‘윤리’ 차원에서 해석되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가장 많은 이윤을 추구하고, 가장 많은 돈을 환원하는 기업이 존경받았다. 그러나 이제는 정당하고 성실하게 이윤을 추구하고, 그것을 윤리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으로 사회에 환원할 줄 아는 기업이 존경을 받게 됐다. 다행스럽게도 사회적 책임을 다하려는 기업 수는 날로 늘고 있다. 시간이 날 때마다 나부터 솔선수범하자는 마음으로 봉사활동 현장을 찾고 있다. 열심히 한다고 하지만, 돌아서는 발걸음은 무겁기 이루 말할 수 없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무한하며 이벤트성, 일회성이어서는 절대 안 된다는 것을 온몸으로 배우고 있다. 탈무드는 ‘물고기를 주지 말고,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치라.’고 했다. 그러나 당장 물고기가 필요한 우리 이웃도 있다. 더 많은 기업이 더 바람직한 형태로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이종수 현대건설 사장
  • [11일 TV 하이라이트]

    ●진실(YTN 오후 11시5분) ‘납북어부 가족은 간첩이 될 수 있다.’는 시각이 너무나 당연했던 시절. 가난과 차별, 감시의 3중고,4중고에 시달렸던 납북 어부 가족들의 문제를 다룬다.400여명에 이르는 납북 어부들. 북으로 끌려간 어부들과 가족들은 가장 기막힌 분단의 피해자들임에도 불구하고 보상과 위로 대신 오히려 가혹한 고통을 받았다. ●코리아 코리아(EBS 낮 12시50분) 남편은 하늘, 부인은 땅이라는 개념이 일반화되어 있는 북쪽. 그에 비해 남편과 아내가 수직 관계에서 수평 관계를 넘어 이제는 여성상위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남쪽. 새터민들에게는 충격적일 수밖에 없는 남쪽의 남편들. 남쪽에 정착한 새터민들의 솔직담백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도전! 1000곡(SBS 오전 8시30분) 33대 왕중왕전 2부를 펼친다. 지난 1부에서 가수 하동균을 꺾고 준결승에 진출한 뮤직컬 배우 최정원은 가수 현미와 노래 대결을 벌인다. 뛰어난 가창력과 카리스마로 가수들을 제치고 무대를 제압한 최정원이 강력한 우승 후보로 무대에 오른다. 최정원의 노래실력을 지켜 본다. ●신비한TV 서프라이즈(MBC 오전 10시50분) 1810년 영국. 남편 없이 혼자 어렵게 어린 딸을 키우고 있는 켈리. 그녀는 객식구가 있다는 이유로 일자리를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다른 조건 없이 주인과 마주치지만 않으면 된다는 특이한 조건을 내건 하녀 구인광고를 보게 되고, 딸과 함께 그 집을 찾아가게 된다. ●최강! 울엄마(KBS2 오전 8시55분) 직장에서 돌아온 강이 엄마는 초저녁부터 엎어져 자고 있는 강의 한심한 꼴을 보고 홧김에 강의 침대를 방에서 치워 버린다. 미니냉장고를 넣어 주며 이제는 물 마시러 나오지도 말고 가만히 틀어박혀 공부만 할 것을 강요한다. 엄마의 잔소리에 자존심이 짓밟힌 강은 욱해서 집을 뛰쳐 나가는데…. ●역사기행(고구려 음악 대탐사)(KBS1 오후 11시) 인도에서 만나는 고구려의 춤과 음악. 고구려 악기와 꼭 닮은 악기로 굿거리장단을 두드리고 고분벽화속 고구려 춤사위가 인도춤에 그대로 남아 있다.2000년전, 드넓은 세상과 교류했던 고구려의 문화. 인도, 파키스탄, 중국 등 3개국에 걸쳐 멀고도 험난한 고구려 음악루트를 추적한다.
  • [Seoul In] 중랑구 12일 화물차 유류보조금 신청

    중랑구(구청장 문병권) 12∼23일까지 중랑구청 1층 교통행정민원실에서 제1차 화물자동차 유류보조금 신청자를 받는다.2월말 현재 중랑구에 등록된 화물운송사업자(용달·개별화물·일반화물)를 대상으로 지난해 12월1일부터 2007년 2월28일(3개월)까지 유류사용분에 대해 보조금을 지급한다.2006년 7월1일 기준으로 유류가격 대비 실제 유류세액 인상분의 100%로, 경유는 바이오디젤(BD) 혼합 비율에 따라 1ℓ당 186∼283원선,LPG는 1ℓ당 186.50원을 지급한다. 교통행정과 490-3482.
  • [20&30] 추억의 무선호출기 ‘삐삐’

    ‘3207(LOVE),8282(빨리빨리),1010235(열렬히사모)’ 설 명절은 친구들과 어린 시절을 돌아보며 오랜만에 회포를 푸는 자리. 이 자리에서 빠지지 않는 것은 ‘삐삐’로 불리는 무선호출기에 관한 추억담이다. 지금은 휴대전화에 밀려 거의 사라졌지만 2030들에게는 아련한 추억 속의 물건이다. 중·고등학교와 대학교 시절 왠지 모르게 애틋한 ‘사랑의 메신저’ 역할을 했던 2030들의 ‘삐삐 추억담’을 들어봤다. ●숫자 부호로 사랑을 전하던 ‘사랑의 메신저’ 회사원 정모(30)씨에게 삐삐는 아련한 첫사랑의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고등학교 2학년이던 1994년 삐삐를 구입한 정씨는 당시 사귀던 첫사랑 여자 친구와 여러가지 숫자 부호로 사랑을 나눴다. 특히 ‘3207’이라는 숫자는 뒤집어 읽으면 영어로 ‘LOVE’처럼 읽혀 여자친구에게 음성메시지를 남길 때마다 이 숫자를 찍으며 자신임을 알렸다. 당시 추억을 잊지 못하고 있는 정씨는 지금도 은행 계좌와 인터넷 홈페이지 등에서 비밀번호로 ‘3207’을 쓰고 있다.“삐삐 음성메시지가 있을 땐 통화로 직접 하기 힘든 고백이나 사과를 혼자 주저리주저리 남길 수 있었는데 휴대전화가 일반화되면서 그런 수단이 사라진 것 같아 아쉽기만 합니다.” 회사원 문모(28)씨도 여자 친구와의 추억담을 떠올렸다. 고 1때 삐삐를 산 뒤 여자친구와 연락하던 문씨는 잠시 성적이 떨어지면서 아버지에게 자신의 삐삐를 압수당했다. 하지만 문씨는 여자친구의 삐삐 음성메시지 비밀번호를 공유하고 둘만의 비밀 대화를 나눴다.“매 쉬는 시간마다 공중전화로 달려가 서로에게 남긴 음성메시지를 확인하는 기분은 정말 최고였죠.” 회사원 김모(29·여)씨에게 삐삐 사랑은 최근까지 현재 진행형이었다. 김씨는 2년 전까지 4살 어린 남자 친구와 사귀었다. 부모가 어린 남자 친구를 극심하게 반대해 휴대 전화까지 검색해가며 만남을 거절하자 결국 은밀하게 교류할 수 있는 삐삐를 남자친구에게 선물했다.“뒤늦게 군대에 간 남자친구가 삐삐에 남긴 음성메시지를 듣는 것으로 2년 정도 하루하루 그리움을 달랬죠. 지금은 헤어졌지만 그때의 감미로움은 아직 가슴을 칩니다.” ●은밀한 비밀의 수단 음성 메시지 회사원 서모(27·여)씨는 삐삐를 생각하면 지금도 얼굴이 화끈거린다. 삐삐를 사용하던 시절 사모하던 남성에게 음성메시지로 고백을 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편지와 비슷한 느낌으로, 하지만 직접 음성을 통해 남기는 고백은 상대방이 일단 듣고나서 지울지 말지 판단하기 때문에 두근거림이 컸다. 하지만 큰 마음먹고 며칠을 준비해 삐삐 번호를 눌렀지만 이미 그 남학생의 삐삐 번호가 바뀐 뒤였다.“돌이켜보면 부끄러운 기억이지만 그래도 낭만이 있었던 것 같아요.” 공기업에 근무하는 문모(28·여)씨도 삐삐는 고백의 수단이었다. 대학교 1학년 때 첫눈에 반한 남자 선배에게 음성메시지로 당시 유행했던 사랑 노래를 남기고 ‘1010235(열렬히사모)’라는 번호도 지속적으로 보냈다. 물론 자신임을 감추고 보낸 뒤 나중에 슬쩍 흘리는 식이었다.“그 선배 오빠는 끝까지 저인 줄 알아채지 못하고 결국 제 친구랑 사귀더군요. 고백할 상황이 생기면 직접 전화해서 당당하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회사원 신모(29)씨에게 삐삐는 친구의 연애담에 대한 추억으로 가득하다. 완고한 아버지가 삐삐를 사주지 않아 고등학교 때 친구에게 헌 삐삐를 하나 얻었던 게 계기가 됐다. 당시 친구와 사귀다 헤어진 지 얼마되지 않았던 한 여성이 계속 음성메시지로 “돌아오라.”는 얘기와 연애시절의 소소한 이야기들을 다 남긴 것.“지금도 그 친구가 그때 그 여자친구 이야기를 할 때마다 피식피식 웃음이 나옵니다.” ●‘나만의 인사말’에 대한 추억도 삐삐 번호를 누르기 전에 나오는 음성이나 음악 인사말에 대한 추억도 남다르다. 회사원 김모(27·여)씨는 대학 2학년 때 한 타이완 화교출신 친구가 이별 선물로 남겨준 인사말 음악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PC통신 ‘비틀스 동호회’에서 만난 화교 친구는 비자 문제로 영구 귀국을 앞두고 마지막 선물이라며 김씨에게 직접 기타 연주로 ‘알람브라 궁전의 추억’이라는 곡을 녹음해줬다. 김씨는 이 음악을 6개월 동안이나 간직하며 친구에 대한 추억을 간직했다.“당시 삐삐 인사말은 지금 통화되기까지 기다리는 컬러링과 달리 ‘삐삐 주인에 대한 소개말’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었어요. 그 친구는 지금 뭐를 하고 있을지 궁금하네요.” 방송국 PD 황모(29·여)씨는 고등학교 시절에도 방송에 관심이 있어 인사말 녹음에 온 신경을 다 쏟았다. 당시 라디오 프로그램 오프닝을 준비하는 기분으로 카세트를 틀어 배경음악을 깔고 진지한 목소리로 인사말을 녹음했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추억은 추억일 뿐, 휴대전화가 더 편해 하지만 대학생 임모(26·여)씨의 삐삐에 대한 기억에는 스트레스만 가득하다. 고등학교 시절 삐삐를 사용하던 임씨는 당시 사귀던 남자 친구와 비밀번호를 교환하게 되면서 서로 의심만 늘게 됐다. 가끔 남자친구의 이성친구가 남긴 메시지는 서로 싸우는 빌미가 됐고 자신의 삐삐 음성메시지에 남겨진 이성친구의 메시지도 빨리 지워야 했다.“사이가 좋지 않을 땐 일부러 이성친구의 메시지를 지우지 않기도 했죠.” 회사원 신모(26·여)씨도 지금의 휴대전화 문화가 훨씬 좋다. 신씨는 중학교 3학년 때 삐삐를 사 남자 친구와의 연애 메신저로 사용했다. 하지만 매번 공중전화로 달려가 확인하는 불편함이 영 마뜩찮았다. “비싼 휴대전화비만큼 당시 공중전화로 쓰는 유선 전화비도 엄청나게 들었던 거 같아요. 간접적으로 전달되는 불편을 겪어야 하는 삐삐보다 보고싶고 듣고싶을 때 바로 걸 수있는 휴대전화가 훨씬 나은 거 같아요.”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쌀등 ‘민감 농산물’ 이견 여전

    |워싱턴 이도운특파원|김종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협상 우리측 수석대표는 11일(현지시간) 쌀을 포함한 민감한 농산물의 개방은 이날 시작된 7차 협상에서 결론을 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날 저녁 워싱턴 피닉스파크 호텔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국의 농산물 개방에 대해 “지금 미해결 기타로 분류돼 있는 235개 품목 중 진짜 민감한 품목은 7차 협상이 끝난 뒤 마무리 단계에서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러나 웬디 커틀러 미국측 수석대표는 이날 낮에 열린 기자회견에서 “쌀이 한국에 민감한 사안이라는 것은 잘 알고 있지만 쌀 시장 접근성의 개선을 요청할 것”이라고 밝혀 한국의 쌀시장 개방 문제는 계속 난항이 예상된다. 김 대표는 우리측의 핵심 관심 사항인 무역구제 문제에 대해 “수석대표간에 다양한 형태로 의견이 교환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날 합동 분과회의가 열린 투자와 서비스 분과 분야에 대해 “우리의 현행 제도가 유지되는 방향으로 의견이 좁혀지고 있다.”며 “예를 들면 일반화물을 이용한 택배와 화물운송 등은 현행제도를 유지하는 쪽으로 합의됐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협상단 관계자는 국내 화물 택배시장의 추가적인 개방은 없다는 의미라며 양측 현안이었던 우체국 택배는 계속 입장차가 있다고 설명했다.또 김 대표는 통신·전자상거래 분야에서도 국경간 정보이동 조항 등에 대한 실질적인 합의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그러나 의약품, 노동, 금융서비스, 지적재산권 분야에서는 특별한 진전이 없었다고 전했다.dawn@seoul.co.kr
  • [빚탈출 희망찾기-김관기 채무상담실] 과소비로 진 빚도 면책되나요

    Q감당할 수 없는 빚 때문에 파산 신청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재판을 하시는 판사님들은 나름대로 기준에 따라 면책 허가 여부를 결정하실 텐데, 가장 중요하게 보는 사유는 어떤 것인지 궁금합니다. 사실 저는 주제넘은 소비를 몇 달 하다가 빚이 늘어났는데 그 후 실직하여 감당 못하게 된 경우라 낭비라고 면책도 못 받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장미주(35) A좋은 질문입니다. 본래 파산 제도는 지급을 할 수 없게 된 채무자가 자기 재산을 전부 채권자들에게 내놓고 채권단을 구성하여 이를 채권자 사이에 공평하게 나누어 갖고, 그 대신에 채무자에게는 면책을 부여하는 상인들 사이의 관습에서 유래했습니다. 즉, 불운해 망했지만 자기 가진 것을 다 채권자에게 내놓은 정직한 사람에게 빚을 면해주어 새로이 재기의 기회를 주는 것입니다. 파산제도가 개인에게 확장된 것은, 현대의 대량소비사회에 일반화된 할부구매나 신용카드와 같은 소비자신용이 개인채무자를 실질적으로 구속하는 면에 주목하여 자영업자가 아닌 소비자라도 채무로부터 면책함으로써 사실상 강제노역에 시달리지 않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 파산을 선택하는 소비자는 실제로 처분하여 금전을 회수할 만한 재산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재도구라고 해야 일상적인 생활용품의 중고품으로서 가치가 떨어져 있기 때문에 실무상으로는 파산절차에서 무시됩니다. 그렇지만, 자신이 가진 것을 모두 내놓아야 한다는 것은 아직도 의연히 파산제도의 기본적인 규칙입니다. 그리하여 첫째, 채무자가 파산 신청 이전에 재산을 감추거나 가족과 친지에게 양도하거나 허위의 채무를 부담하는 것과 같이 나중에 채권자의 몫이 될 재산을 해쳐서는 안됩니다. 둘째, 채무자는 법원과 채권자들에게 진실해야 합니다. 재판이 열리면 성실하게 출석하여야 하며, 불리한 사항이라고 해서 감추거나 허위의 사실을 주장하여서는 안 됩니다. 재산을 드러내고 파산 절차의 원활한 운영을 위하여 반드시 필요한 요소입니다. 채무자가 이런 규칙을 위반하면 파산범죄로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채무자의 면책을 허가하지 않을 사유가 된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그로 인하여 침해된 이익이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실 채무자가 파산 신청 전에 재산을 감추었다고 하여도 민사상의 사해행위취소제도나 파산법상의 부인권행사로 쉽게 회복될 수 있으며, 채무자의 진술을 심사할 장치가 있기 때문에 채권자의 이익이 크게 영향받을 일은 거의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채무자가 이와 같은 위반사항을 저지른 경우에는 면책을 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그밖에 낭비를 한 경우, 채무를 변제하지 못할 상황에서 더 불리한 채무를 부담하여 상황을 더 악화시킨 경우, 사기죄로 유죄판결을 받은 경우 모두 법원은 면책을 해주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 경우에는 채무자가 진실한 진술을 하여 정직할 것을 조건으로 하여 법원은 자주 면책을 부여합니다. 흔히 이 경우를 재량면책이라고 합니다. 왜냐하면 그 상황에선 채무자가 그럴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동정심이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도 이 경우에는 파산법이 추구하는 기본적인 틀 즉, 채무자가 채권자를 위하여 모든 것을 다 내놓는다는 원칙을 깨지 않았기 때문에 이해할 수 있는 실무입니다. 파산법은 정직하지만 불운한 채무자를 위한 것입니다. 정직한 채무자라면 과거 약간의 과오를 저지른 바 있더라도 파산제도의 규칙을 깨지 않는 한 면책을 받을 수 있습니다. 파산을 신청함에 있어서 채무자가 가져야 할 태도는 무엇보다도 정직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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