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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검찰, 김종학PD 강압수사 여부 감찰해야

    검찰 수사를 받던 도중 스스로 목숨을 끊은 김종학 PD에 대한 강압 수사 논란이 점점 커지고 있다. 김 PD는 유서에서 담당 검사의 실명을 밝히며 검사의 공명심과 검찰의 꿰맞추기 수사를 지적했다. 그러나 검찰은 고인의 주장을 대부분 부인하고 우울증을 못 견뎌 죽음을 택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강압수사 의혹은 가시지 않고 있다. 검찰의 수사 행태는 지난 20여년 동안 많이 개선됐다. 물리적 가혹행위는 거의 사라졌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검찰 조사를 받은 경험이 있는 사람들의 말을 종합하면 조사 방식이 선진화되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 여전히 강압수사의 잔재가 남아 있다는 말이다. 우선 피의자의 인격을 무시하며 제압하려 하는 방식이 문제다. 김 PD도 그랬듯이 조사를 받는 사람들은 여기서 모멸감을 느낀다. 또 결론을 미리 내놓고 몰아붙이는 식의 수사를 진행하기도 한다. 김 PD가 언급한 꿰맞추기 수사다. 그러면서 진행하는 대로 따라오지 않거나 진술을 거부하면 “구속시키겠다”는 등 협박에 가까운 말로 피의자나 피고소인을 압박한다. 이런 잘못된 수사 관행이 대다수 검사들에게 일반화돼 있다면 심각한 일이다. 그동안 강압수사의 부작용이 불거질 때마다 검찰은 개선책을 내놓았다. 밤샘 조사를 없애고 조사 과정을 녹화하거나 피의자의 인권을 고려해 높임말을 쓰겠다는 등의 대책이 그것이다. 하지만 저변에 깔려 있는 나쁜 관행은 없어지지 않고 있다. 도리어 선배 검사들은 후배들에게 결코 온당치 못한 조사 관행을 전수하고 있는 실정이 아닌가. 물론 출연료를 받지 못했다며 김 PD를 고소했지만, 그의 죽음으로 피해 보상에 대한 말도 꺼내지 못하고 있는 다른 피해자들도 있다. 또 검찰의 해명대로 강압수사가 없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진실을 규명하려는 노력도 하지 않고 무조건 덮으려고만 한다면 정의를 추구하는 검찰의 참모습이 아니다. 그러니 해당 검사를 감찰해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게 마땅하다. 그것이 죽음으로 억울함을 호소한 고인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일 것이다. 그래서 검찰은 이번 일을 잘못된 수사 관행을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기 바란다.
  • [씨줄날줄] 패키지 관광의 허실/서동철 논설위원

    국립민속박물관은 경복궁 제 모습 찾기 계획에 따라 현재의 자리를 비워줘야 한다. 유력한 이전 대상지의 하나가 국립중앙박물관 동쪽의 용산가족공원. 하지만 민속박물관이 새로운 둥지를 틀기에는 궁벽하고 부지도 비좁다. 무엇보다 외국인 관람객이 크게 줄어들 것이 불을 보듯 뻔해 고민스럽다. 중앙박물관도 경복궁에서 용산으로 이사한 뒤 외국인 관람객이 대폭 감소했다. 민속박물관의 지난해 외국인 관람객은 162만명으로 내국인 102만명보다 훨씬 많다. 멀지도 않은 서울시내인데도 외국인 감소를 걱정하는 것은 패키지 관광의 관행 때문이다. 경복궁과 민속박물관을 한데 묶어 외국인 패키지 관광객들에게 주어지는 시간은 보통 한 시간 남짓에 불과하다. 민속박물관마저 쇼핑 동선(動線)에서 벗어난 용산으로 옮겨가면, 박물관은 관광코스에서 아예 제외될 수밖에 없다. 한국관광공사와 한국소비자원이 조사한 패키지 여행의 민낯은 충격적이다. 중국과 동남아로 나가는 30만원 미만 상품의 경우 가이드팁과 선택관광 등 명목의 추가 비용이 평균 86.4%나 됐다. 34만 9000원짜리 여행을 떠나 47만 6000원이 더 들어간 방콕 패키지도 있었다고 한다. 값싼 패키지 여행이 그러려니 하지만 해도 너무한다. 한국인의 해외 여행 케이스지만, 외국인의 한국 여행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잘못된 여행 산업의 구조 때문이다. 원가도 안 되게 손님을 끌어들인 현지 여행사는 국내 여행사에 하청을 준다. 현지 여행사는 여행비를 모두 챙기지만 부담하는 것은 항공료 정도. 처음부터 손해를 떠안은 국내 여행사는 그야말로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해야 한다. 그럼에도 수익원은 상점에서 받는 커미션이 유일하니 너무나도 ‘떳떳하게’ 쇼핑을 강요한다. 싸구려 관광의 악영향은 굳이 강조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관광 산업 진흥의 선봉에 서야 할 관광가이드들이 정해진 보수 없이 알아서 수입을 챙겨야 하는 상황이다. 당연히 관광은 ‘인증 사진’ 남기기에 그치고, 쇼핑은 바가지 업체만 전전한다. 여행의 즐거움인 먹거리에서조차 커미션이 나와야 하니 맛을 이야기할 처지가 아니다. 숙소는 서울에서 한 시간 넘게 떨어진 외곽도시의 이른바 러브호텔이 일반화됐다. 가족 단위 여행객이 아니더라도 야릇한 분위기가 달가울 리 없다. 이런 상황에서 여행업계가 ‘한국은 싸구려’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겠다며 제값을 받는 고품격 맞춤형 상품을 개발하는 데 스스로 나서고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스럽다. 세상을 둘러보면 알 수 있다. 싸구려 패키지 관광이 없는 나라가 선진국이다. 서동철 논설위원 dcsuh@seoul.co.kr
  • “한·중 AEO 상호인정 약정으로 경제효과 年 2조 7000억 이를 것”

    “한·중 AEO 상호인정 약정으로 경제효과 年 2조 7000억 이를 것”

    “자유무역협정(FTA)이 관세를 낮춰 교역 확대 목적이라면 수출입안전관리 우수인증업체(AEO)는 물류 흐름에 기여한 업체에 혜택을 주는 제도입니다.” 백운찬 관세청장은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AEO’를 FTA와 함께 국제무역환경 변화의 큰 흐름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6월 27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켜보는 가운데 한·중 관세청장 간 AEO 상호인정약정(MRA)을 체결한 것은 의미가 크다. 중국은 우리나라의 최대 무역국이지만 관세행정은 뒤떨어져 있다. 중국과의 MRA 체결에 따라 국내 AEO 인증 기업은 중국 통관 시 저위험군으로 분류돼 세관검사 축소와 우선통관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이에 따른 물류비용 절감, 수출물품 적기 납품 등 경제적 효과가 연간 2조 7000억원으로 추산됐다. 백 청장은 “화물검사 생략 시 컨테이너 1TEU당 500~1000달러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면서 “AEO는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확실한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에서 일반화물 검사율이 3%인 반면 AEO 화물은 0.7%에 불과하다. 국내 H사와 S사가 미국에 풍력발전기 부품을 수출하는 데 인증업체인 H사는 검사가 생략된 반면 S사는 세관검사를 받느라 납품이 4주간 지연됐다. 그러나 국내 수출입 기업 등의 AEO 인증은 476개(복수인증 110개)에 머물고 있다. 혜택이 필요한 중소기업 참여가 저조하다. 신청에서 인증까지 6개월이 소요되고, 업체 규모에 따라 수천만원에서 수억원까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백 청장은 “AEO 인증기업은 한국의 대표기업이라는 상징성이 있기에 정확한 검증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면서 “수출 중소기업에 한해 컨설팅과 교육 비용 등의 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지하경제 양성화’와 관련해서는 ‘소리없이, 강한’ 추진 의지를 밝혔다. 기업의 경영활동 위축과 반(反)기업 정서 확산 등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 관세 분야와 관련된 지하경제는 밀수와 탈세, 불법 외환거래 등 연간 47조원으로 추산된다. 백 청장은 “합리적 과세가격 조정 및 가격 조작죄 신설 등 지하경제 양성화 관련 법률이 임시국회를 통과했다”면서 “하반기부터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자신했다. 금융정보분석원(FIU)의 고액현금거래(CTR) 정보 접근 확대가 이뤄짐에 따라 수출입과 관련된 자본거래에 대해서도 금감원과 공동검사를 할 수 있도록 외환검사권을 강화하는 외국환거래법 시행령 개정도 추진한다. 의심 자금을 추적, 관리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 구축을 의미한다. 현재 관세청은 2000만원 이상 현금거래 및 환전 중 관세범죄 혐의가 있는 건에 대해 FIU로부터 정보를 제공받는데 앞으로는 관세 탈루 및 체납자에 대한 CTR로 확대된다. 2011년 기준 조세피난처와 수출입 실물거래는 전체 수출액의 15%인 1615억 달러이지만 외환거래는 3238억 달러로 실물거래의 2배에 달했다. 또 2008년 2건, 156억원이던 페이퍼컴퍼니 관련 불법외환거래는 2012년에 13건, 8867억원으로 증가했다. 액수로는 5년 만에 56.8배나 껑충 뛰었다. 백 청장은 “외환검사권이 확대되면 조세피난처를 통한 불법외환거래를 사전에 파악해 차단할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백 청장은 또 부유층의 신용카드 해외 사용 내역을 매월 파악·관리하는 법 개정을 의견 수렴을 거쳐 다시 추진할 계획도 밝혔다. 현행 ‘1년에 한 차례’에서 ‘매월’로 횟수를 늘리려고 했지만 사생활 보호와 충돌해 좌절된 적이 있다. 미화 400달러인 여행자 휴대품 면세기준 상향과 입국장 면세점 설치와 관련해서는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불편한 진실’도 공개했다. 면세는 400달러 이내 물건 이외에 술 1병, 담배 1보루, 향수(60㎖ 이내)까지 인정하는데 이를 포함하면 1000달러에 달한다. 더욱이 국제선 이용국민은 100명 중 16명으로 일부에 혜택이 집중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는 판단이다. 쇼핑 편의, 외화유출 차단 등을 위한 입국장 면세점에 대해 “면세는 내수용이 아닌 외국에서의 소비가 목적”이라고 선을 그었다. 대전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백운찬 관세청장은… 1956년 경남 하동 출신으로 진주고와 동아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행정고시 24회로 재정경제부 조세정책과장, 기획재정부 관세정책관, 세제실장 등을 거쳐 지난 3월 관세청장으로 임명됐다.
  • [여론조사] 시·도지사 지지도 울산 72%·경북 71%·충북 70% 순 높아

    [여론조사] 시·도지사 지지도 울산 72%·경북 71%·충북 70% 순 높아

    16개 광역단체장의 자치단체 운영에 대해서는 긍정 평가가 평균 58.2%로 부정 평가의 평균 26.4%보다 2배 이상 높았다. 광역단체장의 업무수행 지지도는 충청권-호남권-수도권-영남권-강원·제주권 등의 순이었다. 재신임도는 충청권-영남권-수도권-호남권-강원·제주권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광역단체장에 대한 지지도가 가장 높은 곳은 충청권으로 62.1%였다. 시와 도의 운영을 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22.3%에 불과했다. 재신임하겠다는 응답도 39.8%로 가장 높았다. 여야의 텃밭에서는 재신임이 엇갈렸다. 새누리당 텃밭인 영남권은 지지도가 57.5%로 평균과 비슷했지만 재신임도는 38.0%로 충청권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편이었다. 반면 호남권은 지지도는 60.2%로 높았지만 재신임도는 34.3%로 비교적 낮은 편이었다. 이른바 안철수 신당으로 흔들리는 호남 민심을 보여 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강원·제주권은 지지도도 56.5%로 가장 낮았고 재신임도도 29.4%로 가장 낮아 교체 희망 욕구가 큰 것으로 조사됐다. 강원도는 현 도지사가 민주당 소속이지만 지난해 총선에서는 새누리당이 9석을 석권했다. 대선 때도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62%로 수위를 보이며 대구·경북(TK)을 제치고 새누리당의 새로운 지지 기반이 되고 있다. 여야가 치열한 접전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은 지지도가 57.6%, 재신임도는 37.4%였다. 조재목 에이스리서치 대표는 18일 “단체장의 수행 지지도는 긍정적이지만 단체장을 새 인물로 바꾸자는 교체 희망 욕구도 높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잘하고 있어도 안심할 수 없다”는 얘기다. 재선에 도전하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시정수행 지지도는 58.7%로 부정적 평가 29.1%에 비해 29.6% 포인트 더 높았다. 하지만 다음 선거에서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는 응답이 43.0%로 지지할 것이라는 응답(37.5%)보다 5.5% 포인트 더 높았다. 3선 출마 여부를 검토 중인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도정수행 지지도도 60.5%로 부정평가(23.2%)에 비해 37.3% 포인트 높았다. 김 지사의 재신임도는 지지 응답이 39.1%로 반대 36.4%보다 높았다. 박 시장과 김 지사의 지지도가 엇비슷함에도 재신임도의 결과가 갈린 것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여권 후보를 선호하는 경향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10명 가운데 4명 정도(41.6%)는 국정 안정을 위해 여권 후보를 지지할 것이라고 답했다. 반면 국정 견제를 위해 안철수 신당을 포함한 야권 후보를 지지할 것이라는 응답은 28.2%였다. 현 시점에서는 여권 후보에 대한 지지가 야권 후보 지지를 크게 상회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총선·대선 결과가 지방선거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풀이된다. 여권 후보를 지지할 것이라는 응답은 60대 이상에서 59.7%, 50대에서 55.1%에 달하는 등 연령이 높을수록 많았지만, 야권 후보를 지지할 것이라는 응답은 20대 49.5%, 30대 37.8% 등 연령이 낮을수록 높아 세대 간 대결 양상은 지난 총선·대선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40대는 여권 후보 지지가 39.6%, 야권 후보 지지가 29.5%였다. 이념 성향에서도 비슷했다. 전체적으로는 보수 34.5%, 진보 31.6%, 중도 29.4%로 균형을 보였지만 연령대별로는 차이를 보였다. 20, 30대는 진보 성향이 상대적으로 높았고 50, 60대는 보수 성향이 높았다. 변수로 작용할 중간층인 40대는 보수 34.1%, 진보 31.1%로 전체 평균과 비슷했다. 40대와 중도층의 향방이 내년 지방선거의 승패를 결정짓는 요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 조 대표는 “지방선거까지 1년 가까이 남은 데다 지방선거가 박근혜 정부의 중간평가 성격을 얼마나 띨지, 안철수 의원의 신당 창당 파괴력이 얼마나 될지 등에 따라 지지 유형은 크게 요동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광역단체장 재신임도 조사에서는 3선 연임 제한이 걸린 부산, 울산, 전남은 제외했으며 서울과 경기를 제외한 지역은 표본수가 400명 미만이어서 일반화하기에는 다소 제한적일 수 있다. 김효섭 기자 newworld@seoul.co.kr
  • ‘수익성 악화’ 은행들 수수료 올린다

    금융당국이 은행 등 금융권의 수수료를 인상하는 방안을 본격적으로 추진키로 하면서 향후 수수료 체계 개편의 방향과 폭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6일 기자들과 만나 “금융권의 각종 수수료를 적정한 수준으로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수수료를 올리겠다고 직접적으로 말한 것은 아니지만 금융업계 수익기반 확충 방안의 하나로 언급한 만큼 어떤 형태로든 인상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관심은 가장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은행의 수수료 개편에 쏠릴 수밖에 없다. 그동안 은행의 수수료 체계는 복잡하고 천차만별이고 주먹구구 식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타은행 송금의 경우 수수료를 안 받는 은행도 있고 1500원을 받는 은행도 있다. 현금 인출도 면제부터 1000원까지 제각각이다. 체계적인 규정을 마련하지 않고 다른 은행을 따라 수수료를 산정하는 눈치보기 관행도 일반화돼 있다. 예를 들어 A은행이 은행시간 마감 후 현금입출금기(ATM) 인출 수수료를 면제할 경우 B은행도 따라하는 식이다. 금감원도 은행들의 수수료 체계에 대한 분석 자료가 없다. 수수료 개편은 큰 틀에서 인상 쪽으로 가면서 은행별 격차는 줄어들고 면제하는 곳은 없어지는 방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송금이나 현금 인출 등 소비자들이 많이 이용하는 쪽부터 개편이 이뤄질 전망이다. 수표를 현금으로 바꿀 때 내는 수수료(장당 1000원), 거래내역서 등 증명서 발급 때 내는 수수료(장당 2000원) 등도 손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일부 수수료의 신설도 예상된다. 소비자들이 당연히 ‘무료’라고 생각했던 부분에 서비스 비용을 받겠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프라이빗뱅킹(PB·고액자산관리)이나 기업 컨설팅에도 수수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이 고액 자산가 앞에서는 을(乙)의 입장이라 정당한 서비스를 하고 있음에도 그 대가를 받지 못했다”면서 “은행 수익 확보 측면에서 고액 자산관리 등에 수수료를 부과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대출 중도상환 수수료(1.5~2.0%)도 손보겠다고 했지만 인상 여부는 불투명하다. 이와 별도로 금융위원회가 대출 중도상환 수수료율의 인하를 검토 중이기 때문이다. 이미 관련 용역 연구를 맡긴 상태다. 금융위 관계자는 “중도상환 수수료율의 경우 너무 높다는 말이 많아 합리적으로 개선하는 방안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척추통증 주사제 ‘트리암시놀론’ 사용금지… 병원 “대체약물 효과 떨어져” 고민

    척추통증 환자들에게 지금까지 일반적으로 써 온 스테로이드 주사제 ‘트리암시놀론’의 사용이 금지되면서 수술 대신 약물치료를 해 오던 병원들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최근 의약품 품목허가사항 변경 지시를 통해 의약품 보존제 성분인 ‘벤질알코올’이 들어간 스테로이드 약물 트리암시놀론에 대해 경막외나 척수강내 투여를 금지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트리암시놀론을 경막외나 척수강에 주사한 환자에게서 사망 등 심각한 이상 반응이 나타났다는 안전성 정보를 공개한 데 따른 조치다. 이 안전성 정보에 따르면 트리암시놀론을 척수강에 주입할 경우 복부팽만이나 장·방광 기능 이상, 지주막염, 수막염, 하반신 마비 등의 이상 반응이 관찰됐다. 스테로이드 약물 치료는 일반화된 비수술 척추치료법으로, 디스크탈출증이나 척추관협착증에 주로 사용해 왔다. 실제로 급성 통증에도 효과를 볼 수 있었을 뿐 아니라 추간판탈출증도 수술 없이 치료되는 사례가 많았다. 전문의들은 “스테로이드 주사 치료가 일부 디스크 환자에게서 수술 없이도 매우 우수한 효과를 보인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트리암시놀론 대체 약물의 치료 효과가 크게 떨어진다는 점이다. 김용철 서울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트리암시놀론 사용 금지 이후 대체 약물을 써 봤지만 효과가 크게 떨어져 환자나 의료진 모두 난감한 상황”이라며 “국내에서는 안전성에 큰 문제가 없다는 의견을 학회 차원에서 세 차례나 식약처에 냈지만 묵살됐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미국에서 발생한 부작용은 이 약물에 함유된 보존제 때문인데, 국내에서는 완제품을 사용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전문의들은 스테로이드제제의 효과가 좋지만 맹신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한다. 규정대로 잘 사용하면 좋은 치료법이지만 임의로 적응증을 확대하거나 치료 효과를 과신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진동규 강남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다른 스테로이드제제에 비해 트리암시놀론은 작용 시간이 길기 때문에 효과도 우수했던 것”이라며 “정확한 규정 준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상호 우리들병원 이사장은 “트리암시놀론은 효과 여부를 떠나 외국에서 부작용이 여러 차례 확인된 만큼 국내에서도 안전한 대체 약물을 쓰는 게 바람직하다”면서 “신경성형술의 경우 수술 후 신경유착이나 신경통이 있는 환자에 국한해 사용하되 마비가 발생한 환자에게 남용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커버스토리-전국에 부는 캠핑 열풍] 아저씨가 된 X세대 초딩 아빠 오렌지족 SUV 끌고 캠핑 고고씽

    [커버스토리-전국에 부는 캠핑 열풍] 아저씨가 된 X세대 초딩 아빠 오렌지족 SUV 끌고 캠핑 고고씽

    서울 변두리에서 10여년째 작은 동물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김주성(44)씨. 김씨는 요즘 주말이면 병원 문을 닫고 가족들과 캠핑을 떠난다. 그동안 주말에도 병원 문을 여는 바람에 김씨는 가족여행 한번 제대로 못 갔다. 8살, 12살짜리 두 아이의 유치원 재롱잔치와 학교 운동회도 한번 못 갔다. 그렇게 집과 병원만을 오가며 열심히 일한 덕에 이제는 여유가 좀 생겼다. 김씨는 “이제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에 캠핑을 시작했다”며 “아파트에 쳐 박혀 TV만 쳐다보던 가족들이 주말이면 야생하는 캠핑의 재미에 푹 빠졌다”고 말했다. 전국에 불어닥친 캠핑 열풍은 가히 돌풍 수준이다. 누구는 ‘집 떠나면 개고생’이라 했지만 주말이면 전국의 캠핑장에는 도시의 집을 뛰쳐 나온 캠퍼들로 만원이다. 주인공은 40대 남성. 2030세대는 놀이동산에서 짜릿한 놀이기구를 타거나 워터파크에서 인공파도에 몸을 맡기며 여가를 즐겼던 리조트 세대다. 죽자고 일에만 매달렸던 워커홀릭 5060세대는 먹고 사느라고 놀 생각도, 놀 여유도 없었다. 하지만 40대는 한번쯤은 지리산 계곡이나 해운대 백사장에서 친구들과 텐트를 치고 야생으로 놀아 봤던 세대다. 트렌드 연구가 김용섭(날카로운 상상력 연구소장)씨는 “20대 시절에 오렌지족이니 X세대라 불리며 유행을 선도하고 좀 놀아 봤던 40대가 사회·경제적으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으면서 예전처럼 폼 나게 놀고 싶다는 욕구가 분출되면서 캠핑 열풍을 촉발시켰다”고 말했다. 또 “또 선배 세대와는 달리 40대는 가족과 함께 하는 일에도 관심이 많아 가족들끼리 유대감을 쌓을 수 있는 놀이로 캠핑만 한 게 없어 인기를 끌게 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가족 단위 캠퍼들이 주를 이루는 것도 이 때문이다. 캠핑 열풍에 불을 지핀 것은 1박2일 등 인기 야생 방송 프로그램. 20년여 전부터 국립공원 등지에 취사, 야영이 금지되면서 캠핑은 거의 자취를 감추었다. 텐트가 사라진 산이나 바닷가 주변에는 대신 펜션이나 콘도, 리조트가 들어섰다. 하지만 최근 자연에서 야생하는 방송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면서 ‘우리도 야영 한번 해볼까’라는 욕구가 분출됐다. 여기에다 SUV 차량 보급이 일반화되면서 어디서나 간편한 오토캠핑이 가능해져 캠핑 바람을 부채질했다. 거센 캠핑 바람은 스트레스에 찌든 마음을 치유받고 싶다는 도시민들의 힐링 욕구와도 무관치 않다. 분초를 다투는 정신없는 속도전과 무한 경쟁 속에 내몰리며 스트레스가 일상이 돼버린 도시를 벗어나 자연 속에서 가족이나 지인들과 교감하며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는 캠핑이야말로 최고의 힐링이라는 것이다. 제주올레 안은주 사무국장은 “사람들이 올레길 트레킹에 열광하는 것은 도시생활에 찌든 몸과 마음을 자연에서 치유받고 싶다는 욕구 때문”이라며 “캠핑 바람도 자연 속에서 스트레스를 모두 날려버리고 싶다는 도시민들의 힐링 욕구가 표출된 것이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캠핑은 다른 레저처럼 특별한 기술이나 경험이 없어도 누구나 즐길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다. 제주 국제대 김의근 교수(관광학)는 “캠핑은 야외에서 텐트 치고 밥 해 먹고 자는 게 목적인 단순한 여가문화”라며 “복잡한 일상을 벗어나고픈 도시민들에게는 단순한 캠핑이야말로 손쉽게 즐길 수 있는 여가문화로 제격인 셈”이라고 말했다. 캠핑장에서 벌어지는 새로운 네트워크 문화도 캠퍼들의 큰 즐거움이다. 처음 만난 사람들과도 캠핑을 매개로 자연스럽게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곳이 캠핑장이다. 펜션이나 리조트가 우리끼리만 존재하는 폐쇄된 공간이라면 캠프장은 옆 텐트와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열린 공간이다. 사설 캠핑장을 운영하고 있는 박성준(47·경북 영천시)씨는 “옆자리 텐트와 음식을 나누어 먹거나 스스럼없이 대화하는 등 자연스럽게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게 캠핑만이 가진 묘한 매력”이라며 “새로운 친구들을 편안하게 사귈 수 있어 캠핑장을 찾는 사람들도 많다”고 말했다. 회원수가 수천명이 넘는 온라인 인터넷 카페가 40여개나 생겨나는 등 캠핑 인구는 200만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수백만원짜리 캠핑장비가 날개 돋친듯 팔리고 전국의 경치 좋은 산자락엔 하루가 머다하고 캠핑장이 들어서고 있다. 하지만 40대가 촉발시킨 캠핑 바람이 앞으로 계속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한국 레저산업연구소 서천범 소장은 “캠핑 바람의 주축인 40대의 초등학생 자녀가 중학생이 되면 공부가 중요시되면서 학원이다 뭐다 해서 한가로운 가족캠핑은 사실상 어려워진다”며 “안락한 리조트 문화에 익숙한 지금의 2030세대가 40대 가장이 되더라도 야생의 불편한 캠핑에 관심을 가질지도 미지수”라고 말했다. 여기에다 가족의 여가문화 선택에도 여성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남성 주도의 캠핑 바람이 한계를 맞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캠핑의 최대 적은 여성이다. 아무리 캠핑 장비가 진화하고 있지만 야생의 텐트 속에서 하룻밤을 지내는 것을 불편해하지 않은 여성은 별로 없다는 것이다. 제주도의회 문화관광위원회 강창수 의원(관광학 박사)은 “캠핑은 국민소득 2만 달러 수준이 되면 활성화된다”며 “자연에서 힐링하고 싶다는 도시민들의 욕구가 워낙 강한 데다 단순하게 텐트치고 먹고 자는 캠핑이 문화와 결합하는 등 다양한 형태로 계속 진화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제주 황경근 기자 kkhwang@seoul.co.kr
  • 그린쇼핑 선도하는 ‘온라인 프리미엄 아울렛’ 눈길

    그린쇼핑 선도하는 ‘온라인 프리미엄 아울렛’ 눈길

    여름철 극심한 전력난이 대두하면서 지자체에서 해소방안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도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책을 세우는 한편 국민의 동참을 독려하는 가운데 최근 에너지 절약을 위해 온라인 쇼핑 이용하는 그린쇼핑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백화점과 같은 전력 다소비 (5000kw 이상) 업체의 경우 냉방온도를 제한해 최대 15% 전기를 절약하도록 정하고 있다. 이에 백화점들은 다양한 절전대책을 시행하면서도 소비자들의 불쾌지수가 올라가지 않게 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매장 안의 방문객이 늘어나고 무더위가 더해질수록 실내 온도는 상승하게 마련. 이에 온라인 프리미엄 아울렛은 집이나 사무실에서 백화점 정기세일보다 더 큰 할인 혜택을 받는 편안한 쇼핑을 하면서도 에너지 절약에 일조할 수 있다는 점이 관심을 끌고 있다. 실제 최근 온라인 프리미엄 아울렛 와이즈앤노블에서는 디자이너 브랜드 수입의류들을 50~80% 할인된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과거 백화점에서만 판매되던 고가의 상품들도 프리미엄급의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그린쇼핑의 영역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물론 명품의류 구매를 위한 유통경로에는 백화점 외에도 교외형 프리미엄 아울렛이 있다. 현재 여주와 파주, 부산 등에서 전국적인 단위로 아울렛 시장이 개막하는 분위기다. 온라인 아울렛 시장의 등장은 이러한 교외형 아울렛들이 주차난과 교통체증 등으로 소비자들이 시간을 소비해야 했던 문제를 고려해 진화한 유통형태로 분석된다. 미국에서는 이미 온라인 프리미엄 아울렛이 일반화된 상태다. 이는 유통업체 입장에서는 매장 운영 비용을 절감하면서 고객에게 더 큰 할인 혜택을 주고 있으며, 쇼핑객들로선 시간을 절약하면서 에너지 절감에 동참할 수 있으니, 친환경 그린 쇼핑이라는 평가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IT 인프라의 발달과 유통의 진화에 따라 프리미엄 아울렛에서의 명품구매도 온라인으로 할 수 있게 되었다”며 “과거 창고형 대형 매장에서 세일을 하기 위해 교외에 프리미엄 아울렛을 만들었다면 이제는 온라인에 가상으로 대형 세일 매장을 설치하는 시대가 왔다”고 전했다. 한편 온라인 프리미엄 아울렛 와이즈앤노블에서는 빠른 배송 서비스를 통해 전날 저녁에 주문한 상품을 다음날 받아볼 수 있도록 하며 주문자의 요청에 따라 퀵서비스로 즉시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효소’ 꼭 먹어야 하는가?

    전국적으로 효소 열풍이 불고 있다. 효소는 이미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꼭 챙겨 먹어야 영양소로 인정받고 있으며, 일본의 경우 밥에 뿌려 먹을 정도로 일반화됐다. 효소에 관한 다양한 연구를 통해 그 효능이 알려짐에 따라 최근 국내에서도 수많은 효소제품이 우후죽순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발효식품에 대한 수요도 급증하는 추세다. 하지만 우리나라 식약청은 ‘효소’를 건강기능식품이 아닌 일반식품으로 분류하고 있다. 식품 관련 법규만 준수하면 누구나 생산·판매가 가능하므로 제품에 대한 신뢰도는 떨어지고 불안요소를 야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언론매체에서는 효소제품의 무용론까지 제기하는 실정이다. 이러한 지적들은 대부분 효소의 효능에 대한 부정이 아니라 제품에 대한 의구심 측면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우리 몸에서 효소의 역할과 필요성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 효소는 인체 내에서 다양한 생명유지 활동을 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물질로서, 이는 우리 몸의 자체적인 생산 외에도 음식물을 통해 흡수된다. 특히 과일 채소 곡류 등에 많이 포함된 효소는 발효과정에서도 많이 생성되기 때문에 발효식품이 최근 건강의 화두로 떠오르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얘기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수암제약 이대실 박사팀은 80년의 역사와 세계적인 기술력을 자랑하는 NEC(National Enzyme Company)사와 제휴를 통해 정통 천연 프리미엄 효소 ‘내츄라자임’을 출시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이대실 박사는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서 30년 가까이 효소와 DNA에 관한 연구를 수행해왔다. 특히 미국 MIT 생물학과에서 연구한 DNA 합성기술을 국내에 최초로 도입, 구축하며 유전공학연구의 국내 정착에 앞장서는 등 국내 효소학의 권위자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에 출시한 내츄라자임은 과일과 곡류, 채소에서 현대인들이 꼭 섭취해야 할 효소들을 추출한 천연효소제품으로 미국 FDA 기준에 따른 NEC사의 진공동결건조시스템으로 가공되어 효소 활성이 낮은 기존제품들의 단점을 극복한 것이 특징이다. 수암제약 연구소 관계자는 “프리미엄급 천연효소 내츄라자임은 인간에게 필요한 모든 영양소는 자연 그대로의 천연에서 얻어야 한다는 원칙과 건강에 관한 최고의 성분과 기술만을 고집한다는 수암제약의 정신으로 탄생했다”고 전했다 한편 수암제약은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책임연구원을 역임하며 수많은 효소관련 특허와 연구실적을 보유한 이대실 박사가 설립한 국내 효소전문기업이다.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이슈 & 이슈] 경북 구미철도 컨테이너 적치장 재개 갈등

    [이슈 & 이슈] 경북 구미철도 컨테이너 적치장 재개 갈등

    경북 칠곡에 있는 구미철도 컨테이너 적치장(CY) 열차 운행 재개 문제를 둘러싸고 칠곡군과 구미시의 갈등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최근 구미시와 구미상공회의소의 구미철도CY 열차 운행 재개 건의를 수용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지자 칠곡군과 주민들이 “지역 실정을 무시한 처사”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2003년 준공된 칠곡 약목면 복성리 경부고속철도 보수기지에 있는 구미철도CY는 2005년 2월부터 열차가 운행되면서 구미지역 50여개 수출기업체들의 컨테이너를 하루평균 260개 처리했다. 하지만 CY는 고속철도 부지를 물류기지로 불법 용도 변경해 운영하는 논란 등으로 몇 차례 중단과 재개를 반복한 끝에 지난해 5월 전면 폐쇄됐다. 구미철도CY는 칠곡에 있지만 CY 측이 구미지역 물동량을 주로 처리한다 해서 붙인 것이다. 구미상공회의소는 지난 30일 “국토부가 7월부터 구미철도CY 열차 운행을 재개하기로 한 만큼 철도시설관리공단의 국유재산 사용 승인과 시설보수를 마치고 조만간 운영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이번 재가동 방침은 지난 5일 대구국가산업단지 기공식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이 김용창 구미상의 회장으로부터 지역 수출업체들의 현안이라며 이를 건의하자 검토를 지시한 데 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구미상의 등은 지역 수출 물동량의 운송이 육로에서 철도로 바뀌면서 연간 40억원의 운송비를 절감하게 돼 수출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업체들은 구미철도CY 폐쇄 이후 이와 같은 기능을 갖춘 인근 영남권내륙물류기지(영남물류기지)를 이용하지 않고 육로를 이용, 부산항으로 컨테이너를 운반했다. 영남물류기지가 CY보다 11㎞ 정도 멀어 물류비가 증가한다는 게 이유였다. 그러나 칠곡군과 주민들은 “주민 의사를 무시한 일방적인 결정”이라고 규정하고 대규모 집회 등 집단행동도 불사한다는 방침이다. 이우석 칠곡군 부군수와 군 관계자들은 최근 국토부를 방문해 “일방적인 CY 재가동에 동의할 수 없다”는 뜻을 전했다. 칠곡군 등이 반기를 드는 것은 이곳이 애초 불법시설인 데다 진출입로 개설 미비로 대형 컨테이너의 농로(편도 1차로) 출입에 따른 사고 위험이 높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CY 인근의 교통 장애와 소음, 진동 등으로 인한 주민 생활불편 또한 크다는 것이다. 이 CY는 토지 관리권자인 한국철도시설공단과 코레일 간의 복잡한 법적 공방 끝에 지난해 10월 대법원이 컨테이너 야적장 사용이 불법이란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철도시설공단은 CY가 실제로는 고속철도 보수기지인 만큼 야적장으로 사용할 수 없다고 주장했고, 결국 이것이 받아들여졌다. 칠곡군은 CY 재가동에 앞서 국비 등 총 2430억원이 투입돼 건립됐으나 극심한 영업 부진 등으로 개점휴업 상태를 면치 못하는 영남물류기지 활성화를 요구하고 있다. 화물취급장 7동과 집배송센터 3동의 시설을 갖추고 연간 일반화물 339만t과 컨테이너 33만TEU(1TEU는 6m짜리 컨테이너 1개)를 처리할 수 있는 영남물류기지는 개장 2년 반이 지났지만 현재 가동률이 42%에 불과하다. 군은 또 구미철도CY를 재가동하려면 먼저 재난·교통·환경영향평가 등을 통한 합법성 확보와 함께 진·출입로 확·포장, 약목보수기지 설치 당시 주민들에게 약속했던 고용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칠곡군 관계자는 “정부와 구미지역 경제계 등은 구미철도CY가 불법 운영이란 대법원 판결에도 한마디 상의없이 재가동에 나서고 있다”면서 “만약 이를 강행할 경우 강력한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구미시 관계자는 “구미철도CY가 어렵게 재개되는 만큼 구미의 수출물량이 효율적으로 처리될 수 있도록 지원 방안을 적극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국토부 관계자도 “빠른 시일 내에 구미철도CY가 재가동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면서도 “칠곡군과 CY 인근 주민들이 반대하고 있는 만큼 현지 실사를 통한 충분한 여론 수렴과 철저한 대책을 마련한 뒤 재가동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글 사진 칠곡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예수도 부처도 더 아끼는 제자 있었다

    예수도 부처도 더 아끼는 제자 있었다

    화염에 휩싸인 건물 안에 두 사람이 있다. 한 사람은 17세기 프랑스 대주교이자 사상가인 프랑수아 드 페늘롱. 장차 영향력 있는 인권 옹호서가 될 소설 ‘텔레마크의 모험’을 막 쓰려던 참이다. 다른 한 사람은 평범한 가정부다. 그런데 문제는 그 가정부가 내 어머니라는 사실이다. 철학자 윌리엄 고드윈(1756~1836)의 유명한 ‘사고 실험’의 한 장면이다. 딱 한 사람만 구할 수 있다면 누구를 택할 것인가. 고드윈은 ‘공리주의 원칙’(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에 따라 어머니보다 대주교를 먼저 구해야 마땅하다고 강조한다. 연로한 아버지에게 들어갈 비싼 의료비로 굶주리는 아프리카의 아이 10명을 구할 수 있다면 아버지의 생명을 포기하는 편이 윤리적이라는 이야기와 같다. 저자인 스티븐 아스마 미 컬럼비아대 철학과 교수는 “누구를 구할지 뻔하지 않은가”라고 되묻는다. ‘나’라는 단어 속에 소중한 모든 것이 들어 있다는 뜻이다. 한발짝 더 나아가 “여기 있는 모든 사람의 목을 졸라야 내 아들의 목숨을 살릴 수 있다면 기꺼이 그렇게 하겠다”고 단언했던 한 윤리학 토론회의 경험담을 늘어놓는다. 농을 던진 저자와 달리 옆에 앉은 가톨릭 사제는 공포로 낯빛이 싹 변했고, 자신을 공산주의자라고 소개한 한 여성은 자기 목에 손을 갖다대며 저자를 째려봤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스마 교수는 자신의 농담이 진심이었음을 깨닫는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없다지만, 남의 죽음보다 내 손가락의 상처가 더 아픈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아스마 교수는 ‘무조건적인 공정(fairness)’을 질타한다. 그렇다고 ‘능력에 따른 보상’(보수주의자)에 동의하지도 않는다. “‘공정’이란 말의 개념은 참 종잡을 수 없다”며 “편애가 정말 이기적인 것인가?”라고 화두를 던진다. 달리 말하면 “인간에게 편애는 본능”이란 이야기다. 저자는 예수와 부처의 사례도 언급한다. 예수는 밑바닥의 창녀와 세리, 부랑자들과 함께 식사하며 차별 없는 사랑을 설파했지만 성경에 따르면 가장 사랑하는 제자가 한 명 있었고 측근도 세 명이나 있었다. 부처라고 달랐을까. 사심 없는 자비심에다 하찮은 벌레조차도 공평한 가치의 생명체로 여겼던 부처도 아난다라는 제자를 오른팔처럼 아꼈다. 저자는 “편애는 우리 삶의 한 부분”이라고 주장한다. 또 포유류의 어미와 새끼가 유대감을 쌓아가는 과정, 옥시토신이란 뇌분비 호르몬의 역할, 감정을 공유하는 집단의 특성에 이르기까지 생물학, 뇌과학, 인류학, 사회학을 두루 섭렵하며 우리가 어떻게, 왜 편애하는가를 여실히 보여준다.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가 역설한 공정사회론의 대척점에 놓인 듯 보이겠지만 그렇지 않다. 철저히 계산된 이성적 판단이 인간의 삶 전체를 설명할 수는 없기에 새로운 접근방식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기독교에선 죄, 불교에선 집착으로 설명하는 시기심이야말로 공정의 이면에 자리한 또 다른 모습이라며, “평등은 시기심에 근거한 구호”라는 프랑스 철학자 토크빌의 말을 인용한다. 저자는 효나 가족애에 바탕을 둔 족벌주의나 부족주의도 잘 활용하면 효율적인 편애의 사례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족벌주의(가족)기업의 일처리 능력이 더 뛰어나며, 아프리카나 아시아에서 일반화된 부족 중심의 편애적 자선활동이 생판 모르는 남에게 베푸는 서구의 자선활동보다 더 따뜻하다는 이유에서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美백악관, 이번엔 문자메시지 소통

    美백악관, 이번엔 문자메시지 소통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대(對)국민 소통 방식이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24일(현지시간)부터 일주일간 국민들과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주고받는 이벤트를 시작한 것으로 25일 알려졌다. 누구든 오바마 대통령에게 ‘학자금 대출 문제’에 관한 질문을 문자메시지로 보내면 매일 1명의 질문을 택해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문자메시지로 응답하는 것이다. 요즘 정치인들에게 일반화된 트위터와 차별화한 아이디어인 셈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문자메시지 답장은 다른 질문자들에게도 송부되긴 하지만 질문자의 이름을 친근하게 부르는 등 1대1 소통의 친근함을 부각시키려 애쓰는 모습이다. 25일 오바마 대통령은 전날 받은 질문 중 1개를 선정해 문자로 ‘여러분, 나 버락이에요. 앤아버에 사는 댄에게서 우리 정부가 등록금 문제에 대해 무슨 일을 했느냐는 질문이 왔네요. 우리는 그동안 대학 당국에 보조금과 세제혜택 등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등록금 인하를 유도해왔습니다.…내일은 다른 질문에 답할 게요’라고 답했다. 문자메시지 질문을 받는 오바마 대통령의 전화번호는 일반 휴대전화 번호가 아닌 ‘38383’이라는 특수한 번호다. 이날 기자가 직접 본인의 휴대전화로 ‘PREZ’를 쳐서 전화번호 38383으로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그랬더니 ‘대통령과의 문자 교환 행사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대통령은 매일 학자금 대출에 관해 1개의 질문에 답합니다. 지금 받은 문자에 160자 이내로 질문을 쳐서 답장을 보내보세요. 대통령이 답 문자를 보내줄 겁니다. 농담 아닙니다’라는 답장이 왔다. 백악관은 “문자메시지 송신 요금은 질문자 각자의 부담이지만, 일반 문자 송신 요금과 같은 금액”이라고 밝혔다. 백악관은 다음 달 1일부터 학자금 대출 이율이 인상되는 데 따른 학생들의 우려가 커지자 이런 이벤트를 기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 김상연 특파원 carlos@seoul.co.kr
  • [사설] 한국사 대입수능 필수 과목화 왜 못하나

    우리 사회의 새로운 걱정거리는 한국사 인식에 대한 젊은 세대의 취약성이다. 특히 역사적 사실에 대한 최소한의 상식마저 갖추지 못한 모습에서는 실소를 금치 못할 지경이다. 실제로 고교생들의 인식 수준은 충격적이다. 한국전쟁이 남침인지 북침인지를 묻는 질문에 69%가 ‘북침’이라고 응답했다고 한다. 서울신문과 진학사가 공동으로 실시한 ‘2013 청소년 역사인식’ 조사 결과라니 놀랍다. 당연히 현행 6종의 한국사 교과서는 모두 한국전쟁을 ‘남침’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런 만큼 조사 결과가 차라리 좌편향 역사교육의 탓만이라면 우려가 크긴 해도 허탈하지는 않을 게다. 하지만 조사에 참여한 전문가의 설명은 이렇다. 학생들이 한국전쟁에 대한 관심 자체가 적은 데다, 북침(北侵)이라는 용어조차 정반대인 ‘북한의 침략’의 준말쯤으로 인식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부실한 한국사 교육이 역사인식의 오류를 넘어 인문학 기반의 황폐화로 치닫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국사에 관한 한 우리 사회는 젊은 세대에 이중적 가치관을 요구하고 있다. 국가관과 역사인식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는 삼일절이나 광복절이 아니더라도 넘쳐난다. 하지만 올바른 역사인식을 가질 기회는 학교 교육에서부터 사실상 박탈되고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대입 수학능력시험에서 한국사는 2004학년도까지 국사라는 이름으로 사회탐구 영역의 필수과목이었지만, 이후 선택과목으로 바뀌었다. 수능에서 한국사를 선택하는 비율은 2005학년도 27.7%에서 지난해는 6.9%까지 떨어졌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사는 골치 아픈 암기과목으로 좋은 점수를 받기 어렵다는 인식이 일반화되어 있다. 한국사는 필수과목으로 지정한 서울대 지원자가 아니라면 굳이 관심을 갖지 않아도 되는 과목으로 굳어진 것이다. 대부분의 청소년에게 한국사는 진학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계륵(鷄肋)보다도 못한 존재가 됐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한국사는 집중이수제 과목이어서 많은 고교에서 한 학기에 모든 과정을 끝내고 만다. 문제의 본질은 물론 젊은 세대의 한국사 인식을 정상화하는 것이다. 하지만 상당한 원인이 대학입시에 있다면 해결방안의 상당 부분 또한 그곳에서 찾으면 된다. 마침 박근혜 정부는 어느 정부보다도 ‘미래’를 강조하고 있다. 역사학자가 아닌 현실 정치가인 윈스턴 처칠조차 “과거를 더 멀리 볼수록, 미래도 더 멀리 볼 수 있다”고 설파하지 않았나. 지금처럼 박약한 역사인식을 양산하는 한국사 교육으로는 미래를 열어 나가기란 갈수록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정부는 하루빨리 한국사를 수능 필수과목으로 다시 지정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청소년들조차 다수가 그 당위성을 인정하고 있는 지금이 적기라고 본다.
  • [씨줄날줄] 장롱 속의 신사임당/오승호 논설위원

    고액권 발행에 대한 찬반 논란이 있었을 당시, 반대론자들은 불법 증여나 뇌물 제공 등으로 악용돼 지하경제가 창궐할 것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신용카드 사용이 일반화돼 있는데, 굳이 고액권을 발행할 이유가 없다는 논리도 폈다. 반면 찬성론자들은 1973년 만원권 발행 이후 물가 상승과 국민소득 증가 등을 감안해 불가피성을 주장했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결국 5만원권을 발행하기로 결정하고 지난 2009년 6월 23일부터 공급했다. 10만원권 발행은 추후로 미뤘다. 5만원권 지폐의 인물은 한국은행이 여론조사를 거쳐 신사임당으로 결정했다. 우리사회의 양성평등 의식을 제고하고, 여성의 사회 참여에 긍정적으로 기여해야 한다는 시대정신을 반영했다. 5만원권 인기가 폭발하고 있다. 전체 화폐 발행잔액 중 5만원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2년 전 49.2%에서 지난 4월 말에는 65.9%로 높아졌다. 그런데 정작 현금자동인출기 등에서는 5만원권이 품귀현상을 빚을 때도 있단다. 일부 부유층들이 5만원권을 뭉치로 인출해 장롱 속에 보관하고 있는 이유가 큰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난 1분기 5만원권 환수율은 58.6%로 지난해 4분기의 86.7%에 비해 훨씬 밑돈 것에서도 알 수 있다. 골드바 인기도 비슷하다. 올들어 한 시중은행의 골드바 월 평균 판매량은 500㎏ 정도로 지난해 200㎏의 2배를 웃돌고 있다. 1962년 6월 10환을 1원으로 바꾸는 화폐개혁(긴급 통화개혁조치)을 한 목적은 경기 활성화를 위해 장롱 속 현금을 산업자금화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부정축재자나 화교들로부터 회수된 자금이 많지 않아 목적 달성은 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부는 지난 2008년 중간도매상들이 금을 신고하면 세금의 일부를 감면해 주는 제도(고금 의제매입세액공제)를 시행, 장롱 속 금들이 공식 유통 채널로 나오게 한 적이 있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며칠 전 국회 교섭단체대표 연설에서 금거래소 설립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일부 부유층의 재산은닉 수단인 금거래를 양성화하기 위해서다. 이명박 정부 때인 지난 2010년 금거래소 설립 방안을 발표한 이후 교착 상태에 빠진 상황이어서 결과가 주목된다. 같은 목적에서 화폐개혁(리디노미네이션)설이 나돌기도 한다. 하지만 파장이나 비용, 시간 등으로 미루어볼 때 박근혜 정부에서 실행 가능성은 적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우리 경제가 소비와 투자 부진으로 저성장을 면치 못하고 있다. 부자들은 장롱 속 돈이 쌓이는 한 우리 경제에 희망이 없다는 사실을 인식했으면 한다. 오승호 논설위원 osh@seoul.co.kr
  • [미주통신] 매춘부 위장 수사에 79세 변호사 등 104명 남성 체포

    [미주통신] 매춘부 위장 수사에 79세 변호사 등 104명 남성 체포

    미국 뉴욕주 낫소 카운티 경찰국이 약 한 달간 매춘부를 위장하여 펼친 함정 수사에 79세의 변호사를 비롯하여 104명의 남성들이 걸려들어 체포되었다고 3일(이하 현지시각) 뉴욕데일리뉴스가 보도했다. 낫소 카운티 경찰국은 지난 4월 18일부터 5월 24일까지 한 인터넷 사이트에 위장 매춘 광고를 내고 8개의 호텔 방에 잠복 수사를 펼친 끝에 17세 소년에서부터 79세의 노인에 이르기까지 모두 104명이 매춘을 하려고 한 혐의로 체포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체포된 사람들은 법률회사 직원, 의료계 종사원 등 다양한 직업을 망라하고 있는데 가장 연장자인 변호사 이반 도터(79)의 아내 존(76)은 이러한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믿어지지 않는 듯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며 “나이가 79세인데, 평생 정말 들어보지도 못한 어이없는 일”이라며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체포된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들의 무죄를 주장하고 있으나 경찰은 이들이 매춘부로 만나러 온 호텔 방에 비밀 카메라를 설치하여 모든 증거를 확보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피의자들의 변호사들은 이 사건을 공개하는 것은 피의자 가족들의 상처를 생각하지도 않는 행위라며 비난했다. 하지만 낫소 경찰국은 “오히려 이러한 성 매수 행위는 매춘부가 희생자가 될 수도 있는 엄연한 범죄 행위”라며 걸려든 피의자들을 동정하는 여론을 일축했다. 미국에서는 마약 및 총기류 불법 판매 등 모든 범죄 행위를 척결하기 위한 함정수사가 일반화되어 있다. 뉴욕시 경찰국(NYPD)도 지난해 1월 같은 위장 매춘부 함정 수사를 벌여 186명의 남성들을 체포한 바 있으나 이들의 명단과 사진은 공개하지 않았다고 언론은 전했다. 사진=뉴욕 낫소 경찰국 제공 다니엘 김 미국 통신원 danielkim.ok@gmail.com
  • [위기의 공공의료] 초심으로 돌아가자

    [위기의 공공의료] 초심으로 돌아가자

    지난해 7월 영국 런던 올림픽 개막식장에선 간호사 600명이 침대 수백대를 끌고 나온 게 화제가 됐다. 우리나라 건강보험에 해당하는 국가보건서비스(NHS)를 형상화한 공연이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인 1948년부터 시행된 이 무상의료 제도를 영국인들이 얼마나 자랑스러워하는지 잘 보여준 장면이었다. 이런 NHS의 명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보고서가 지난 2월 발간됐다. NHS 산하 보건위원회가 2년이 넘는 조사를 거쳐 발표한 이 보고서는 스태퍼드 병원에서 2005년부터 2009년까지 최대 1200명에 이르는 환자들이 경영진과 의료진의 직무유기 때문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보고서의 한 대목은 우리나라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병원 직원이 모자라는 참에 간호사를 줄인 것을 보면 병원 이사회에 심각하게 문제가 있었다 … 병원 이사회 기록을 보면, 온통 인력감축으로 인한 경제효과 얘기만 있다.” 한국 의료제도는 NHS에 한참 못 미친다. 하지만 NHS에 비할 바 없이 ‘시장 패러다임’이 막강하다. 공공병원 병상수 비중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이 75%, 미국이 25.8%인 반면 한국은 10.4%에 불과하다. 불필요한 척추수술이나 무릎수술, 갑상선 초음파 등 과잉진료가 일반화돼 있다. 이런 현실에서 그나마 힘겹게 적정진료로 균형추를 맞추는 것이 지방의료원을 비롯한 공공의료라고 할 수 있다. 가령 2009년 신종플루가 유행할 때 민간병원은 물론이고 국립 서울대병원조차 환자 격리병원 지정에 반발한 가운데 정부정책을 수행한 곳은 지방의료원과 보건소 등이었다. 지방의료원은 수익이 나지 않는 응급의료나 감염병 대처 등 공공의료사업을 수행하는 반면 민간병원처럼 이익을 남기는 진료는 하지 않는다. 지방의료원 진료비는 규모가 같은 민간병원에 비해 입원 진료비는 71% 수준, 외래 진료비는 74% 수준이다. 더구나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투자하는 시설과 장비 비용은 고스란히 지방의료원 부채로 계산한다. 적자는 필연적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는 지방의료원에 대해 독립채산제를 적용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정기적인 운영진단을 통해 단기 순익을 평가하고 적자가 많은 지방의료원에는 ‘경영개선’을 요구한다. 수익을 위해 지방의료원은 공공성과 수익 사이에서 길을 잃어가고 있다. 일부 지방의료원에선 의사성과급과 연봉제까지 도입했다. 환자를 더 많이 진료하게 해서 경영성과를 높이자는 취지였지만 공공병원 특성상 성과는 나지 않고 의사들의 자긍심만 떨어뜨렸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은 “공공의료가 위기라면 그것은 공공의료기관이 공공성을 충분히 살릴 수 있도록 받쳐주지 못하는 제도가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국립대가 인력과 교육, 장비 등을 지방의료원에 지원하는 공공의료기관 네트워크 구축을 강조하면서 국립대병원과 지방의료원 관리체계를 일원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윤석화 - 김석기 부부·삼성 임원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

    윤석화 - 김석기 부부·삼성 임원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

    연극인 윤석화(왼쪽·57)씨와 남편인 김석기(오른쪽·56) 전 중앙종금 사장, 전성용(42) 경동대 총장, 이수형(49) 삼성전자 준법경영실 전무, 조원표(46) 엔비아이제트 대표 등 5명이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유령회사)를 세운 것으로 드러났다. 인터넷 언론 뉴스타파는 30일 국제탐사언론인보도협회(ICIJ)와 공동 취재한 조세피난처 페이퍼컴퍼니 설립자 3차 명단을 발표했다. 뉴스타파가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웠다고 폭로한 사람은 경제계·문화계·교육계 등에서 총 17명으로 늘었다. 뉴스타파는 다음 달 3일 4차 명단을 발표할 계획이다. 김 전 사장은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페이퍼컴퍼니를 6개 세웠다. 이 중 2개에 부인 윤씨가 참여했다. ‘에너지링크 홀딩스 리미티드’의 등기이사에는 이 전무와 조 대표도 올라 있다. 동아일보 기자 출신인 두 사람은 취재 과정에서 김 전 사장을 만났다고 밝혔다. 전 총장은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3개, 싱가포르에 1개 등 4개의 페이퍼컴퍼니를 갖고 있다. 전 총장은 경동대 설립자인 전재욱 명예총장의 장남이다. 페이퍼컴퍼니의 등기이사나 주주가 아닌 중개업자로 기재돼 있다. 특히 3개는 전 명예총장이 횡령 등의 혐의로 인한 검찰 조사를 피해 일본에 도피했던 2007년에 만들어졌다. 취재가 시작된 이후 일주일 동안 전 총장은 대학에 출근하지 않았다. 김 전 사장은 인터넷 벤처기업 골드뱅크의 주가 조작 혐의로 검찰이 수배 중인 인물이다. 2000년 8월 해외로 도피했다. 하버드대 경영학 박사에 증권과 국제금융 전문가다. 페이퍼컴퍼니를 1990년에 1개, 1993년에 2개 세우는 등 조세피난처 활용 이력이 꽤 길다. 김 전 사장은 뉴스타파 측에 “페이퍼컴퍼니는 홍콩에서 일반화된 형태”라며 “외국 기업의 중국 관련 사업을 컨설팅하는 게 목적”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을 관리했다는 소문, 이미경 CJ그룹 부회장과의 결혼과 이혼, 윤씨와의 재혼 등으로 언론에 자주 오르내렸다. 이 전무와 조 대표가 참여한 페이퍼컴퍼니는 2005년 6월에 세워졌다. 김 전 사장이 해외 도피한 이후다. 조 대표는 “김 전 사장의 요청으로 이름만 빌려 줬을 뿐”이라며 “2008년에 이름을 빼 달라고 한 뒤 김 전 사장과 연락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이 전무는 “조 대표를 통해 여권 번호와 영문 이름을 알려 줬고 회사가 페이퍼컴퍼니인 줄 몰랐다”며 “삼성과는 무관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윤씨도 단순히 이름만 빌려 줬다고 해명했다. 윤씨가 발행인으로 있는 공연 전문지 월간 ‘객석’ 측은 “윤씨가 남편의 사업을 돕고자 이름을 빌려 줬던 사실은 있지만,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했고 여기에 임원으로 등재한 사실은 몰랐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전경하 기자 lark3@seoul.co.kr 유영규 기자 whoami@seoul.co.kr
  • ‘통상임금 해법’ 정치권 갑론을박

    ‘통상임금 해법’ 정치권 갑론을박

    통상임금 문제에 정치권이 나설 채비를 시작했다. 27일에도 여야는 각각 간담회와 긴급토론회를 열고 의견 수렴에 들어갔다. 그러나 ‘입법으로 해결하겠다’는 의욕부터 ‘법으로 하면 안 된다’ ‘기술적으로 입법이 가능하겠나’ ‘정치권이 나설 일이냐’ 등에 이르기까지 어떤 현안보다 인식과 시각이 천차만별이다. 시작부터 이슈가 장기화될 조짐이다. ■당·정·청 “법제화보다 노사정 합의 우선” 정부와 새누리당은 27일 통상임금 산정 기준 변경 논란과 관련, 국회 법제화 논의에 앞서 노사정 합의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당·정·청은 이날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비공개 실무회동을 하고 이같이 의견을 모았으며 법제화를 통한 산정 기준 변경이 간단치 않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새누리당 원내 지도부는 개별 사업장의 임금체계에 대한 실증적 검증이 우선돼야 한다며 해결 방식에 대한 판단을 유보하고 있다. 김기현 정책위의장은 “우선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어느 정도인지 실증적 데이터를 수집해야 한다. 실증적 검증이 안 되면 어느 한쪽 방향으로 입장을 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6월 임시국회에서 당장 논의가 시작되더라도 관련 데이터나 근거가 부족해 해법을 마련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다만 최경환 원내대표는 “입법 보완의 필요성은 인정한다”면서 “6월 임시국회를 논의의 장으로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환노위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은 섣부른 법제화에 대한 우려를 갖고 있다. 법제화가 옳은지 검토를 먼저 하자는 의견이 다수다. 김상민 의원은 “계속 법을 만든다고 능사가 아니다. 수많은 토론과 합의가 필요한 부분인데 정치권이 법제화하자고 하면 더 혼란스러워질 수 있다”며 법제화에 반대했다. 서용교 의원도 “역사적인 과정을 거쳐 임금체계가 만들어졌고 기업별로 임금체계가 다른데 법으로 일반화시킬 수 있겠나”라면서 “법원의 판례도 제각각인 상황에서 기술적으로 입법화할 수 있는지부터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태 의원은 “통상임금 산정 기준을 변경한답시고 무턱대고 달려들면 개별 기업의 특성이 반영되지 못할 소지가 높고, 비정규직이 오히려 손해를 볼 가능성도 높다”고 우려했다. 반면 노사정 협의와 사회적 합의를 거친 뒤에는 반드시 법제화해야 된다는 입장도 있다. 기존 판례는 판례대로 인정하되 미래를 위한 법제화는 지금부터라도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종훈 의원은 “통상임금에 상여금을 넣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노동의 가치를 어떻게 규정할지 근본적인 개념 정리부터 시작해야 한다”면서 “지금이라도 노사정과 전문가들이 같이 논의해야 하며 미래를 위한 법제화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완영 의원도 선(先) 사회적 합의 후(後) 법제화 입장을 강조했다. 다만 개별 사업장마다 다른 임금체계를 일률적으로 규정하는 문제, 소급 적용 여부 등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의견이 개진되지 않고 있다.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민주, 내주 환노위 공청회서 의견 수렴 통상임금 문제 개선은 노동계의 숙원인 만큼 야권으로서는 호재이지만, 해결이 녹록지 않은 탓인지 아직 응집력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는 일단 ‘노동과 임금’문제의 공론화를 위한 태스크포스팀도 꾸리고 6월 임시국회에서 관련 입법까지 마무리하겠다는 목표는 정했지만, 내부적으로도 쉽지는 않겠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새로운 법안을 통해 문제를 개선하자는 데는 의견이 대체적으로 일치하지만,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차이도 적지 않다. 민주당 장병완 정책위의장은 “가급적 6월 국회에서 입법화할 예정이며 다음 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공청회 등 의원들의 의견을 들어 입법 방향을 보다 구체화할 방침”이라며 당 지도부의 뜻을 분명히 했지만 은수미 의원은 “내부적으로는 법제화하는 방법을 검토하고 있지만 (법제화는) 긍정, 부정 모두 있을 수 있다. ‘입법화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내부적으로 검토하겠다’는 것을 더 검토하겠다”는 말로 당내 다양한 시각의 일단을 드러냈다. 아예 통상임금에 대한 별도의 입법은 불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장하나 의원은 대법원의 판결을 존중해야 하는 것은 물론 현행법에서도 통상임금에 대한 규정은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장 의원은 “현행법을 고치지 않더라도 충분히 가능하다. 현행법에도 지급기간에 상관없이 일시적이지 않고 정기적·반복적으로 주는 것은 통상임금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장 의원은 ‘소급’ 문제를 크게 고민하지 않지만, 홍영표 의원은 “법 적용 시점은 현행 임금·채권의 소멸시효는 3년”이라며 3년 소급 적용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장병완 의장은 “소급적용 시점 등에 대해서는 사회적 협의를 거쳐 보다 유연하게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은수미 의원은 “내부 동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노사정 위원회가 이뤄지면, 거수기로 전락할 위험이 있어 적절치 않다”면서 노사정 형태의 ‘사회적 협의’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냈다. 정부의 입장 정리가 우선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한정애 의원은 “통상임금 논란은 행정해석을 두고 논란이 있었던 것으로 6월 국회가 열리면 고용노동부와 이야기를 해봐야 한다”면서도 “기본적으로는 정기적으로 지급된 것은 통상임금으로 판단한 법원의 판례에 따른 법안을 만들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효섭 기자 newworld@seoul.co.kr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용어 클릭] ■통상임금 각종 법정수당의 산정근거가 되는 임금이다. 연장·야간·휴일 근무수당, 연차휴가 수당 등을 산정하는 기준이 될 뿐 아니라 퇴직금 누적의 기준이 된다. 고용노동부는 1988년부터 통상임금 산정지침을 통해 상여금 등은 통상임금에서 제외했다. 이후 우리나라는 기업들이 임금 상승 과정에서 기본급을 올리기보다는 각종 수당을 신설하는 등의 방식을 채택, 오늘날과 같은 복잡한 임금체계를 갖게됐다. 업종은 같아도 회사별로, 직무별로 수당의 이름도 성격도 천차만별이다. 대법원이 지난해 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포함하는 등 인정범위를 넓히는 판결을 내리기 시작한 뒤 관련 소송만 100여건에 달하는 등 통상임금이 사회적 이슈로 부상했다.
  • [이은주 기자의 컬처K] MSG 안친 드라마 어디 없나요?

    KBS ‘개그콘서트’의 인기 코너인 ‘시청률의 제왕’에서 제작사 대표로 나오는 개그맨 박성광은 시청률이 떨어질 때마다 극약 처방을 내린다. 주인공이 갑자기 교통사고를 당해 기억상실증에 걸리거나 “내가 니 애비다”라며 출생의 비밀이 터지고 뜬금 없이 PPL(간접 광고)이 등장하는 식이다. 그런데 이것은 단순히 개그로 웃고 넘길 수 있는 대목이 아니다. 지금 TV에서 현재진행형으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기 때문이다. 요즘 안방극장은 말 그대로 출생의 비밀로 대동 단결했다. 철옹성같던 KBS 주말극 시청률 1위를 6년 만에 뒤집어 놓은 MBC ‘백년의 유산’은 남자 주인공 세윤(이정진)의 출생 비밀을 둘러싸고 설주(차화연)와 춘희(전인화)의 대립으로 극의 갈등이 고조됐다. 시청률이 신통치 못했던 KBS 주말극 ‘최고다 이순신’도 이순신(아이유)이 톱배우 송미령(이미숙)의 친딸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SBS 밤 10시대 주말연속극은 아예 제목부터 ‘출생의 비밀’이다. 드라마 ‘겨울연가´로 한류가 촉발된 지 10여년이 됐지만 한드(한국드라마)를 진부하게 만드는 3대 요소(기억상실, 불치병, 출생의 비밀)가 줄어들기는 커녕 점점 더 기승을 부린다. 그것도 모자라 이젠 신종 ‘MSG’(인공 조미료)까지 가세한 판국이다. 남자 주인공의 상반신 탈의는 거의 필수 코스. 첫회에서 노골적인 19금 러브신 장면으로 드라마를 ‘각인’시키는 매뉴얼도 일반화됐다. 임성한 작가의 신작 ‘오로라 공주’는 1회부터 강력한 MSG를 투척했다. 마사지숍에서 남편 오금성(손창민)에게 이혼을 통보받은 이강숙(이아현)이 따진다. “뭐가 그렇게 잘났는데. 나니까 살아줬어. 토끼 주제에” 금성이 맞받아친다. “식어빠진 사발면을 1~2분이면 해치우지, 20~30분 걸려 먹냐?” 시청률은 치솟았다. 그러나 가족시청 시간대(오후 7시)에 이 같은 노골적인 성적대사는 그야말로 ‘대략난감’ 그 자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드라마 속 MSG의 농도가 진해질수록 시청자들의 입맛은 속수무책으로 둔감해진다는 사실이다. 다음 번엔 더 강한 조미료라야 먹히는 악순환의 연속인 셈이다. 사정을 돌아보면 그럴만도 하다. 케이블, 종편 등이 가세해 드라마 시장의 경쟁이 가열되면서 고령화된 TV 시청자들을 겨냥해 가장 손쉬운 반전코드를 동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드라마 시장의 양적 팽창만 이뤄지면서 A급 작가들에겐 기회가 더 몰리는 반면 신인 등용문은 좁아져 결국 소재의 한계에 내몰린 측면도 크다. 드라마 시장 과열로 일부 작가들의 기형적인 독점은 심각해지고 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실험하는 단막극이 사라지면서 소재고갈도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지독하게 강렬한 MSG에 혀끝이 마비돼 가는 시청자들을 지키려면 이쯤에서 제동이 걸려야 한다. 아니, 바닥을 치는 드라마 막장 코드에 제동을 거는 ‘액션’은 시청자들 스스로의 몫이다. 시청률 잡기 특명 아래 날마다 일방적으로 MSG로 뒤범벅된 드라마 밥상을 받아야 하는 시청자들. 천연 조미료로 대중의 입맛을 원래대로 깔끔히 되돌려줄 드라마는 정녕 기대할 수 없는 것일까. erin@seoul.co.kr
  • [열린세상] ‘성추행’ 보도, 진실 규명에 초점 맞춰야/김춘식 한국외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열린세상] ‘성추행’ 보도, 진실 규명에 초점 맞춰야/김춘식 한국외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전 청와대 대변인 윤창중씨의 ‘성추행’을 둘러싼 진실게임이 시작됐다. 윤씨가 기자회견에서 청와대 홍보수석이 자신의 귀국을 종용했다고 해명했지만 홍보수석은 이를 부인했고, 대다수 언론들은 이들의 상충하는 발언을 헤드라인으로 뽑아 기사화했다. 일련의 뉴스를 읽고 나서 윤씨가 자신의 의도를 프로모션하기 위해 언론의 부적절한 뉴스생산 관행을 전략적으로 활용한 게 아닌가라는 의구심이 들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먼저, 언론이 고위공직자의 성추행에 주목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언론의 이러한 보도 관행은 지난번 ‘별장 접대’ 사건에서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일부 종편채널들은 동영상을 재연한 화면과 함께 상황을 구체적으로 묘사하는 문장을 전달하고, ‘나체 파티’ ‘포르노 영화’와 같은 자극적인 용어를 사용해 사건을 선정적으로 보도했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토요일 신문들은 1면 톱으로 삼고 여러 면에 관련기사를 편집했으며, 케이블 종편채널들은 다양한 전문가 패널 토론과 유명 영어 강사와의 인터뷰가 포함된 프로그램을 제작 방영했다. 둘째, 언론은 권력자 사이의 갈등에 높은 뉴스 가치를 부여한다. 귀국 종용과 비행기 티켓 예약에 관해 한때 상하관계였던 윤씨와 현직 홍보수석의 입장이 확연히 갈라져 상대방의 책임을 주장하는 상황을 언론이 간과할 리 만무하다. 셋째, 우리나라 언론은 취재원의 입을 빌려 사건을 공방식으로 보도하는 관행이 일반화되어 있다. 기사 헤드라인과 본문에서 인용부호를 이용해 당사자들의 발언을 전하여 사건의 갈등적 성격을 더욱 증폭시킨다. 지난 토요일 주요 포털의 모바일 인터넷뉴스 대부분은 윤씨, 홍보수석, 청와대 관계자의 발언을 헤드라인으로 삼은 기사들로 가득했다. 문제는 공방식 보도가 사건의 본질에 대한 접근을 방해한다는 데 있다. 넷째, 우리 사회의 일부 구성원은 인터넷과 사회연결망서비스에 나타난 반응을 이데올로기적으로 편향된 시각을 지닌 시민의 목소리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인터넷 언론들은 그들의 극단적인 주장과 비판적인 반응을 뉴스로 생산한다. 언론의 부적절한 관행은 사건의 진실에 다가서는 것을 힘들게 한다. 진실은 전직 대변인의 성추행 행위가 범죄에 해당되는 가이다. 결국 수사기관의 조사로 결정될 사안일 터인데, 대중의 흥미에 영합하는 보도만 넘쳐날 뿐 수사기관의 조사를 촉구하는 목소리는 찾을 수 없다. 성추행 진실이 아닌, 대처 과정에 대한 공방 중심의 뉴스생산 관행은 우리 사회에 많은 부정적 결과를 초래한다. 먼저, 국익보다 대중의 흥미에 영합하는 편집정책은 한·미 정상회담 합의 내용이 국익에 어떠한 영향을 줄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차원의 논의를 방해한다. 언론 담론에서 윤씨의 성추행 사건이 대통령의 미국 방문이 갖는 정치적 의미를 가릴 것이라는 청와대와 여권의 우려만 발견될 뿐 미국 순방 결과를 심층적으로 평가한 기사들은 부족했다. 둘째, 정부에 대한 신뢰 수준이 하락할 수밖에 없다. 윤씨는 일간지 논설위원으로 재직한 2006년 4월 25일 한 칼럼에서 청와대 대변인은 ‘대통령의 말을 단순히 옮기는 입이 아니라 대통령과 정권의 수준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얼굴이고 분신’이라고 평한 바 있다. 언론이 윤씨의 대변인 임명을 비판한 것도 이러한 사회의 시각을 반영한 것이 아닐까. 언론과 세간의 부정적 평가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국민 사이의 매개를 담당하는 인물로 윤씨를 임명한 최종 인사권자의 책임을 묻는 건 자연스럽다. 셋째, 성추행 진실보다는 고위공직자의 ‘네탓이오’에 주목하는 공방식 보도는 정치에 대한 냉소주의를 더욱 부추긴다. 학자들은 정치인들이 국민들의 생각에는 주목하지 않은 채 자신들만의 이해관계에 관심을 기울이고, 정부가 이익을 추구하는 소수의 이해집단에 의해 움직인다고 인식하는 유권자의 비율이 갈수록 증가한다고 보고한다. 정치에 대한 냉소적 감정이 만연하게 되면 정치에 더 무관심 해지고 결국 정치 참여를 포기하게 된다. 최근 주요 신문들은 분석보도, 탐사보도, 기획보도 중심의 지면편집 변화를 강조하면서 전통저널리즘의 부활을 천명한다. 뉴스생산 관행은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는다. 뉴욕타임스의 명성은 162년에 걸쳐 저널리즘 실천을 끊임없이 고민한 끝에 얻은 자산이란 것을 가슴에 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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