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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암 교통사고 피해 모두 6080 노인들…농촌 고령화의 그늘

    8명의 사망자를 낸 지난 1일 전남 영암군 버스 사고는 심각한 농촌 고령화의 자화상을 여실히 보여 주고 있다. 25인승 버스를 타고 밭일을 나갔다가 변을 당한 탑승자 모두가 60대 후반~80대 초반 고령자로 확인됐다. 농촌 고령화 문제가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는 말이 도시인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미니버스 타고 무리지어 농사 일반화 버스에는 나주시 반남면에 사는 노인 15명이 타고 있었는데, 운전기사(72)를 뺀 승객 전원이 할머니들이었다. 반남면은 인구 1670명 중 65세 이상 노인이 666명이다. 젊은층이 있긴 하지만 나주시나 광주 등 도회지로 출퇴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농사 일은 주로 노인들 몫이다. 노인들 입장에서도 마땅한 소일거리가 없는 데다 돈벌이도 할 수 있어 미니버스를 타고 무리 지어 일을 하러 나가는 게 일반화됐다. 타지에 나가 있는 자식들이 용돈을 부쳐 주면서 농사 일을 하지 말라고 해도 듣지 않는 노인도 적지 않다고 한다. ●비공식 인력 중개… 사고 시 책임 불분명 사고 버스에 탔던 할머니들은 평소 버스 기사의 알선으로 밭일을 하러 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일손이 필요한 농장주가 기사에게 연락하면 기사는 ‘반장’ 역할을 하는 할머니를 통해 인력을 모집해 왔다. 할머니들은 보통 농장주에게서 일당 7만 5000원을 받으면 기사에게 중개수수료, 차비 등의 명목으로 1만 5000원을 떼어줬다. 하지만 농협이나 지자체가 운영하는 인력 중개소가 아닌 비공식적 중개의 경우엔 사고 시 책임을 떠안을 주체가 없다. 하루 12시간 넘는 노동에도 상해보험 보장은 언감생심이다. 젊은 남성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인 농촌에서 할머니들의 존재감은 더해 가지만, 근로 체계는 주먹구구인 셈이다. 이번 사고 운전기사가 별도 보험료를 내고 유상운송 위험을 담보하는 특별계약을 해 사고 보험금이 지급되는 게 그나마 다행스럽다는 말도 나온다. 전남의 한 지자체 관계자는 “농사일을 오가는 노인들이 탄 트럭이나 승합차 사고가 날 때마다 교통안전 등의 문제가 지적되기는 했지만, 노인 근로와 관련한 논의는 부족했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영암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연이은 호재로 각광받는 루원시티…지난해 완판에 이어 또 한 번의 흥행조짐

    연이은 호재로 각광받는 루원시티…지난해 완판에 이어 또 한 번의 흥행조짐

    인천시와 LH가 공동으로 도시재생 사업이 진행 중인 루원시티(인천 서구 가정동)에 ‘인천시 제2청사’ 건립 등 호재에 힘입어 지난해 공급한 주상복합용지가 높은 가격에 완판 되는 등 루원시티는 투자가치가 확실한 사업지역으로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다. 인천시 제2청사는 루원시티 내 공공복합업무용지 1만5500㎡에 지하 2층, 지상 20층 규모로 건립되며 이곳에는 인천도시공사, 종합건설본부, 인천발전연구원, 인재개발원, 도시철도건설본부, 시설관리공단, 보건환경연구원, 인천신용보증재단 등 시 산하 8개 기관(상주인원 1000여 명)이 입주하게 된다. 루원시티의 관심은 획기적인 교통망 확충에서 비롯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6년 인천도시철도2호선 개통에 이어 지난해 3월에는 제2외곽순환고속도로 인천김포 구간이 개통되었고 경인고속도로 지하화 및 일반화는 물론 서울지하철 7호선 부평구청역과 석남역이 2020년 연결 예정이고 석남역에서 청라지구 구간도 예비타당성 조사가 통과되어 2026년 개통예정 등 더블 역세권의 가치는 물론 서울 강남까지도 편리한 출, 퇴근 환경을 갖추게 된다. 이러한 가운데 인천시와 LH는 루원시티 내 주상복합용지 2필지를 오는 5월 초에 공급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번에 공급되는 주상복합용지는 인천 지하철 2호선 가정역(루원시티역)을 도보로 이용할 수 있고 경인고속도로 서인천 나들목으로의 접근도 빨라 건설사는 물론 디벨로퍼들의 관심이 뜨거울 전망이다. 이번에 공급되는 주상복합용지는 주거비율을 90% 미만까지 허용하고 주택규모까지 자유롭게 할 수 있어 인기가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지난해 루원시티에서 공급된 주상복합용지는 모두 완판 되었고 매각가격 또한 3.3㎡기준 최고 1,600만원으로 업계의 부지확보 경쟁이 치열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LH 관계자에 따르면 대규모 택지개발사업 제한으로 공공택지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교통과 문화, 주거 외 기능은 물론 인천시 제2청사까지 건립계획까지 수립되어있는 루원시티에 대한 관심은 예전보다 더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커버스토리] 명예로운 감빵생활

    [커버스토리] 명예로운 감빵생활

    억압·폐쇄적 ‘간수’ 이미지에 공시생 외면… 수용자 폭행? 되레 맞거나 고발당해… 누군가는 꼭 해야 하는 일, 정당한 평가 해주길 “교정·교화 업무는 어렵고 힘든 과정이지만 사회 구성원 중 누군가는 꼭 수행해야 하는 일이지요.” 정진우(안양교도소 총무과) 교감은 “국내 1만 6000여명의 교정공무원은 경찰·소방공무원과 마찬가지로 업무의 경중과 가치의 차이가 없는, 국가의 근간을 유지하는 직렬”이라면서 “충분히 인정받을 자격과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법무부 직무 분석에 따르면 교정직 공무원 대부분은 ‘교정 업무가 사회적으로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유능한 인재 끌어오려면 교정행정 개선돼야 교정직 공무원은 공시생 사이에서 비인기 종목으로 꼽힌다. 지난 2월 23일 마감한 인사혁신처의 2018년 국가공무원 9급 공개채용시험 원서 접수 결과 교정직 경쟁률은 507명(남자) 모집에 1만 839명이 지원, 21.4대1로 나타났다. 행정직(전국)이 232명 선발에 3만 7543명이 지원, 161.8대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 것과는 차이가 크다. 9급 공채 전체 경쟁률인 41대1의 절반 수준인 셈이다. 지난 10년간 교정직 지원자 수는 2009년 5215명에서 올해까지 2배 넘게 꾸준히 증가하는 등 긍정적인 부분도 있지만 유능한 인재를 끌어모으기 위해서는 교정행정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잠재적 위험에 항상 노출돼 있는 교정직 공무원은 정당하지 못한 사회의 평가, 수용자의 고소·고발 및 진정, 열악한 근무환경, 교정사고 발생 두려움 등으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일이 많다.우선 사회의 부정적 인식과 편견은 교도관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일제강점기 우리 민족을 괴롭히던 일본인 ‘간수’에 대한 인식이 해방 이후 지금까지 이어져 사회 전반에 퍼져 있다는 시각이 많다. 일반인의 교정에 대한 이해 부족과 폐쇄적인 교정행정이 부정적 인식을 심화하는 데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형사정책연구원의 ‘교정행정 국민의식’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5.1%가 ‘가장 잘 모르는 공무원’으로 교정직 공무원을 꼽았다. 이정용 법무부 교정기획과 사무관은 “경찰과 달리 교정행정 특성상 국민이 변화된 모습을 잘 모른다”면서 “국민 세금이 들어가는 교정업무가 어떤 과정을 거쳐 이뤄지는지 형 집행에 좀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진정 폭탄·자살 등 교정사고도 트라우마 또 교도소를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 영화 속 교정직 공무원의 모습이 과장·왜곡되는 일도 문제다. 정 교감은 “폭력, 폭언을 일삼으며 수용자를 억압하는 교도관이 많이 나오는데 수용자의 고소·고발, 진정이 잇따르고 있어 교도관의 구타나 욕설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영화·드라마를 본 가족이나 친구가 ‘실제로 진짜 그러냐’라고 물어올 땐 서글프고 안타깝다”고 호소했다. 2017년 교정통계연보의 ‘교정사고 발생 현황’을 보면 최근 5년간(2012~2016년) 수용자의 직원(교도관) 폭행은 256건인 반면 교도관의 수용자 폭행은 3건(법무부 자료)에 불과했다. 교도관이 수용자로부터 폭행을 당하는 일이 다반사라는 얘기다. 이뿐 아니라 수용자의 고소·고발, 진정, 청원에 따른 교도관의 심리적 부담도 크다. 이로 인해 정당한 업무 집행조차 위축될 수 있다. 최근 5년간 수용자의 고소·고발은 3371건, 인권위원회 진정은 1만 9103건에 이른다. 피소되면 사건 조사를 위해 교도관은 잘못이 있든 없든 검찰의 수사나 인권위원회의 조사를 받아야 하고 진술서를 작성해야 한다. 정 교감은 “수용자가 수용생활 편의 등 부정한 목적으로 이를 남발해도 마땅히 대응할 방법이 없어 교도관의 좌절감과 무력감이 심하다”고 말했다. 대량의 정보공개 청구도 교도관을 괴롭힌다. 수용자가 법무부에 요청한 최근 5년간 정보공개 청구는 무려 10만 2000여건에 달한다. 안양교도소 보안과에서 정보공개를 담당하는 김윤수(고충처리팀) 교위는 “부당한 요구 사항을 관철하려고 필요하지도 않은 정보를 대량, 반복적으로 청구해 행정력이 낭비되고 있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교도소 22곳 30년 넘고 수용자 과밀화도 부담 교정사고에 대한 두려움은 교도관의 심리적 부담감을 증가시킨다. 최근 5년간 복역자 사이에서 일어나는 교정사고 중 자살은 26건, 폭행치사와 폭행치상은 2104건에 이른다. ‘수용 인원 과밀화’와 ‘노후된 교정시설’도 교도관의 업무 부담을 가중시키는 원인이다. 형사정책연구원의 연구보고서 ‘교정시설 과밀수용 현상과 대책’에 따르면 교도소 내 보안과 질서유지를 어렵게 만드는 과밀 수용으로 교도관은 정신적, 육체적으로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국 교정기관의 일일 평균 수용 인원은 5만 7655명(2017년 8월 말 기준)으로 적정 수용 정원을 20.6%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52개 교정시설 정원은 4만 7820명으로 수용자 1인을 수용할 수 있는 기준 면적에 따라 산출된 거실별 수용 인원을 합산한 수치다. 2016년 12월 헌법재판소는 이런 과밀수용 행위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가장 오래된 안양교도소를 비롯해 대전·대구·원주 등 8개 교정시설에 대한 현대화 사업을 진행 중이다. 전국 52개 교정시설 중 22곳이 준공 30년이 지난 노후 시설이다. 교정통계연보에 따르면 노후된 안양교도소에 비해 남부교도소 등 현대화된 교정시설은 처우가 개선돼 수용자의 국가인권위원회 진정, 징벌 횟수가 훨씬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4부제로 근무 일부 개선… 인원 부족은 여전 열악했던 근무 형태는 4부제 시행 이후 어느 정도 개선됐다는 평이다. 기존 3부제(주근-야근-비번)는 3일 주기로 1년 내내 야간근무가 이어져 긴장감과 피로감이 매우 높았다. 근무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교정본부는 2014년부터 전국 모든 교정시설의 근무 형태를 4부제로 전환했다. 주간근무-야간근무-비번-윤번(격주근무)의 4일 주기로 순환하는 이 제도는 8일에 한 번꼴로 48시간을 쉴 수 있다. 교정시설에 따라 근무 여건이 달라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3부제에 비해 대체로 할 만하다는 평이다. 하지만 교정본부에 따르면 근무 인원 부족으로 전체 윤번 휴무자 중 40%(2017년 기준)가 출근하고 있다. 한범석(안양교도소 보안 2과) 교위는 “윤번휴무만 잘 지켜진다면 근무할 만하다” 그럼에도 “근무시간이 많고, 일근 직원은 야근 지원이나 수용자 입원 시 계호(戒護·경계하여 지킴) 등 주말에도 출근해야 하고, 출정과 직원은 검찰조사가 길어지면 늦은 밤이 돼야 퇴근하는 일도 부지기수”라고 덧붙였다. 윤옥경 경기대 교정보호학과 교수는 “교정 현안을 해결하려면 교정본부가 독립적으로 정책을 기획하고 예산과 인력 수급을 탄력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권한이 있어야 한다‘면서 “이는 형의 집행과 교정·교화라는 두 개의 임무를 수행하는 동력이 될 수 있고. 교정직 공무원의 사기를 진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상인 기자 sanginn@seoul.co.kr
  • 건보리새우 머리에 기준치 초과 카드뮴 검출

    건보리새우 머리에 기준치 초과 카드뮴 검출

    밑반찬이나 국물용으로 쓰이는 건보리새우의 머리를 떼어내고 몸통만 먹는 것이 안전하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12일 경기도에 따르면 도 보건환경연구원이 지난해 도내에 유통 중인 844건의 수산물을 대상으로 중금속 검사를 한 결과 국산 건보리새우 검체 3건(상반기 1건, 하반기 2건)에서는 모두 기준치를 초과한 카드뮴이 검출됐다. 건보리새우의 생물기준 카드뮴 기준치는 1.0㎎/㎏인데 3건은 각각 1.4㎎/㎏, 1.6㎎/㎏, 1.7㎎/㎏이었다. 건보리새우 카드뮴 검사는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공전에 따라 건보리새우 300g을 가루로 만든 뒤 이 가운데 0.3g을 취해 카드뮴을 검출, 생물기준으로 환산한다. 카드뮴은 인체에 유해한 중금속으로 1급 발암물질이며, 골연화증, 간장 및 신장장애 등을 일으키는 이타이이타이병의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식품 중에는 곡물류, 어패류 및 해조류 등에 미량 분포되어 있다. 도보건환경연구원이 3개 건보리새우 검체 가운데 지난해 하반기에 검사한 2개 검체를 대상으로 몸통, 머리, 전체로 나눠 카드뮴 재검사를 한 결과 몸통은 평균 0.2㎎/㎏이 검출돼 기준치의 5분의 1에 그쳤다. 그러나 머리는 평균 2.9㎎/㎏, 전체는 1.4㎎/㎏의 카드뮴이 검출돼 기준치를 넘겼다. 도 보건환경연구원 관계자는 ”최근 5년 사이 건보리새우에 대해 중금속 검사를 의뢰받은 것은 지난해가 처음인데 3건 모두에서 카드뮴이 기준치를 초과해 부위별 재검사를 했다“며 ”이번 연구결과를 일반화하기는 어렵지만, 안전을 위해 건보리새우를 섭취할 때 가급적 머리를 떼어내고 몸통만 먹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 “건보리새우 머리 떼고 조리해야…카드뮴 초과 검출”

    “건보리새우 머리 떼고 조리해야…카드뮴 초과 검출”

    밑반찬이나 국물용으로 쓰이는 건보리새우의 머리를 떼어내고 몸통만 먹는 것이 안전하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12일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도내에 유통 중인 844건의 수산물을 대상으로 중금속 검사를 한 결과 국산 건보리새우 검체 3건(상반기 1건, 하반기 2건)에서는 모두 기준치를 초과한 카드뮴이 검출됐다. 건보리새우의 생물기준 카드뮴 기준치는 1.0㎎/㎏인데 3건은 각각 1.4㎎/㎏, 1.6㎎/㎏, 1.7㎎/㎏이었다. 건보리새우 카드뮴 검사는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공전에 따라 건보리새우 300g을 가루로 만든 뒤 이 가운데 0.3g을 취해 카드뮴을 검출, 생물기준으로 환산한다.도보건환경연구원이 3개 건보리새우 검체 가운데 지난해 하반기에 검사한 2개 검체를 대상으로 몸통, 머리, 전체로 나눠 카드뮴 재검사를 한 결과 몸통은 평균 0.2㎎/㎏이 검출돼 기준치의 5분의 1에 그쳤다. 그러나 머리는 평균 2.9㎎/㎏, 전체는 1.4㎎/㎏의 카드뮴이 검출돼 기준치를 넘겼다. 도보건환경연구원 관계자는 “이번 연구결과를 일반화하기는 어렵지만, 안전을 위해 건보리새우를 섭취할 때 가급적 머리를 떼어내고 몸통만 먹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경제 뉴스 깊이 보기] 담배밀수 적발 1005건… 처벌수위 높인다

    [경제 뉴스 깊이 보기] 담배밀수 적발 1005건… 처벌수위 높인다

    그동안 모호했던 담배 밀수 행위에 대한 처벌 기준이 명확하게 바뀐다. 밀수 담배를 유통·판매하려는 행위가 독버섯처럼 솟아나고 있기 때문이다. 담뱃값 인상에 따른 풍선 효과로 풀이된다.기획재정부는 밀수 담배에 대한 과태료 부과 기준을 담은 담배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한다고 10일 밝혔다. 개정안에 따르면 허가 없이 담배를 제조하거나 밀수·장물 담배를 판매한 제조·수입판매·도매업자에게 최대 2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소매인은 1회 위반 때 100만원, 2회 이상 위반하면 200만원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관세청에 따르면 2014년만 해도 88건에 불과했던 밀수 담배 적발건수는 2015년 593건으로 급증했다. 지난해에는 적발건수가 1005건에 달해 말 그대로 폭발적 증가세다. 관세청 관계자는 “대규모 밀수 사건은 수사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연간 통계는 들쭉날쭉할 수 있다”면서도 “단일 사건당 적발 규모는 2009년 35만갑에서 지난해 11월에는 158만갑이 될 정도로 밀수 규모가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담배값 인상과 맞물린 것으로 해석된다. 기존 한갑당 2500원 수준이던 담배값은 세금 인상에 따라 2015년 1월부터 4500원으로 뛰었다. 담뱃값에서 차지하는 각종 세금과 부담금 비중도 같은 기간 62%에서 74%로 상승했다. 밀수를 통해 세금을 내지 않고 담배를 유통시키면 그만큼 경제적 이익이 커졌다는 의미다. 실제 담배 밀수에는 속칭 ‘박스갈이’와 ‘커튼갈이’ 등 다양한 수법이 동원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부산세관이 적발한 밀수조직은 정식 수출된 국산 담배를 외국 현지에서 대량 구매한 뒤 일반화물로 위장한 뒤 컨테이너에 실을 때 눈에 띄지 않도록 정상물품 뒤에 숨겨(커튼치기) 국내로 들여오려다 적발됐다. 또 밀수 담배를 인형이라고 신고한 뒤 보세창고에 반입하자마자 밀수 담배는 빼돌리고 미리 준비해둔 인형을 갖다놓았다가(박스갈이) 당국에 걸리기도 했다. 이러한 대규모 밀수는 위험 부담도 클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이른바 보따리상을 통한 소규모 밀수도 활개를 친다. 해외여행에서 귀국할 때 1인당 1보루만 갖고 올 수 있지만 몇 보루씩 더 갖고 오는 수법이다. 걸리더라도 자신이 피울 담배라고 우기기도 쉽다. 여기에 정품 증명서까지 위조한 가짜 담배를 위장 수입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이렇게 밀수된 담배는 부산 국제시장, 서울 남대문시장, 대구 교동시장 등을 통해 전국으로 유통되고 있다. 정부 입장에서 밀수 담배는 곧 세입 감소다. 지난해 12월 부산세관에서 적발한 밀수조직만 해도 부당이득은 15억원, 탈세액은 52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5월 적발된 밀수조직은 한갑당 850원에 들여온 뒤 3500원에 되팔아 4배의 폭리를 취했다. 세종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대마초 합법화한 우루과이, 9개월새 구매자 5배 폭증

    대마초 합법화한 우루과이, 9개월새 구매자 5배 폭증

    세계 최초로 여가용 대마초를 합법화한 우루과이에서 대마초 구매자가 폭등하고 있다. 일각에선 우려했던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며 대마초 중독이 일반화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최근 공개된 공식 통계를 보면 우루과이 대마초 통제규제국에 등록하고 합법적으로 대마초 구매자격을 얻은 소비자는 2만3000명을 넘어섰다. 합법적인 대마초 판매가 시작된 지난해 7월 당국에 등록한 소비자는 4900명이었다. 합법적으로 대마초를 즐기는 사람이 9개월 만에 5배 가까이 불어났다는 얘기다. 대마초를 재배하는 사람도 급증하는 추세다. 당국에 등록을 마치고 자가소비를 목적으로 대마초를 재배하는 사람은 현재 8400여 명, 클럽은 90개에 이른다. 대마초를 합법화하면 오히려 소비가 줄어들 수도 있다는 관측은 일단 빗나가고 있는 셈이다. 2013년 법이 제정된 후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부터 제도가 시행되면서 우루과이에선 국민이나 영주권을 갖고 있는 사람은 누구나 등록만 하면 약국에서 대마초를 구매할 수 있다. 5g 단위로 포장된 대마초의 가격은 g당 1.40달러, 우리돈 1500원 정도다. 소비자가 급증하고 있지만 우루과이 정부는 판매채널을 확대할 예정이다. 판매가 약국으로 제한돼 원활한 유통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우루과이 정부는 "합법적인 대마초를 공급하면서 암시장은 완전히 죽어가고 있다"며 "마약범죄 감소 등 적지 않은 반사이익이 기대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자료사진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
  • 수업은 실험적으로… 교실은 별나게… 부산, 교육을 디자인하다

    수업은 실험적으로… 교실은 별나게… 부산, 교육을 디자인하다

    부산 교육이 변화하고 있다. 무엇보다 교육 현장이 맑아진 게 눈에 띈다.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 가운데 최하위권에 머물렀던 청렴도가 4년 만에 1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지난해 교육부의 전국 시·도 교육청 평가에서도 ‘최우수 교육청’으로 선정되는 등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뤄 냈다. 부산시교육청이 교직원을 비롯한 교육 가족들과 함께 지혜와 힘을 모아 노력한 결과다. 부산시교육청은 2014년 7월 1일 김석준 교육감 취임 이후 청렴한 교육 환경을 만들고자 다양한 청렴 정책을 추진했다.5일 부산시교육청에 따르면 먼저 인사철마다 관행적으로 행하던 떡 돌리기, 화분 보내기를 금지했다. 상징적인 의미가 컸다. 또 학교 운동부 등 부패 취약 분야에 대한 선택과 집중 감사를 하고 영역별 전문가로 구성한 시민감사관제를 확대했다. 대구·울산·경남교육청과 교차 감사를 하는 등 비리 척결에 앞장섰다. 적발 위주의 감사를 지양하고 지원 중심의 ‘컨설팅’ 감사도 청렴 정책에 한몫했다. 이와 함께 지난해부터 시행에 들어간 중학교 무상급식도 값진 성과다. 영남권에서는 부산이 처음이다. 획일적인 주입식 교육에서 탈피, 독서와 토론 위주의 교육으로 수업 방법을 전환하는 등 학교 수업 및 평가 방법에도 변화가 일어났다. 하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지만, 아직도 일부 학교 현장에서는 변화를 제대로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교사들이 수업과 학생 지도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학교업무 정상화’ 등 다양한 업무경감 정책을 펴고 있으나 교사들의 체감도가 낮아 아쉬운 점으로 지적된다. 부산시교육청은 ‘변화하는 학교, 성장하는 학생’이라는 슬로건 아래 독서·토론교육 활성화, 미래 교육 기반 조성, 학생 자치활동 강화, 다행복교육지구 추진 등 4개 역점 과제를 설정해 추진한다.●수동적인 학습자→능동적 학습 주체 교육혁신의 핵심은 수업 방법과 평가 방법이다. 초등학교는 올해부터 객관식 평가를 전면 폐지하고 서술형 평가를 한다. ‘주입식·암기식 수업’과 ‘정답 고르기 평가’로는 미래사회에 필요한 인재를 기를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학생들을 수동적인 학습자가 아닌 능동적인 학습 주체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현재 중학교 1학년 한 학기를 지필 평가 없이 학생 활동 중심 수업과 연계한 과정 중심으로 수행평가하는 자유 학기제를 자유 학년제로 확대한다. 부산시교육청은 시행 3년째를 맞는 자유 학기제를 확대해 올해부터 41개 중학교를 대상으로 자유 학년제를 시범 운영한다. 고등학교는 그동안 수행평가만 가능했던 교과목을 실험탐구 중심 교과와 체육 및 예술교과(군) 등으로 확대하고 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학생들에게 소통하는 능력, 창의적 사고 능력, 문제 해결 능력 등 미래 핵심 역량을 키워 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독서와 토의·토론”이라며 “독서 활성화와 토의·토론 교육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자율과 자치의 민주적 학교 문화 조성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민주협의문화 조성, 전문학습공동체 확산, 학교 문화 혁신 일반화 등 세 가지 과제를 추진하고 있다. 특히 아직 학교에 남아 있는 불합리한 관행이나 갑질 문화 등을 없애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학교 문화를 만드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부산시교육청은 학생인권 보호에도 앞장서고 있다. 지난해 전국 처음으로 국가인권위원회와 함께 모든 학교규칙(학칙)을 컨설팅하고 현실적이지 않거나 인권 침해 소지가 있는 학칙을 개정하도록 했다. ‘학생자치활동 길라잡이’를 개발, 초·중·고에 보급하는 등 학생들의 자치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김숙정 부산시교육청 유·초등교육과장은 “올해부터 초등학교 평가 방법을 객관식에서 서술형으로 바꾼 것은 학생들의 생각하는 힘과 쓰는 역량을 길러 주기 위한 것으로 교육혁신의 핵심”이라고 말했다.●시·구·교육청이 함께 만드는 교육 부산시교육청이 운영하는 부산형 혁신학교인 ‘부산다행복학교’도 학교 문화 혁신의 견인차 구실을 톡톡히 하며 부산 교육의 새 지평을 열어 가고 있다. 2015년 부산에 처음 도입된 이후 올해 43개교에서 운영한다. 김성미 반송중학교 교사는 “다행복학교가 아이들의 소질을 발견하고 역량을 키워 주는 데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며 “학부모들도 다행복 교육 과정에 만족해하고 있다”고 말했다.또 부산시교육청과 부산시, 자치구가 협약을 통해 지역공동체를 구축하고, 학교와 지역사회가 지역 특색에 맞춰 교육사업을 펼치는 ‘다행복교육지구’ 사업도 눈길을 끈다. 다행복교육지구는 부산시교육청과 부산시, 자치구가 지역교육공동체를 구축하고, 학교와 지역사회가 공동으로 학생들의 교육력 향상을 위해 각종 교육사업을 추진하는 지역을 말한다. 교육 격차 해소와 함께 교육 공공성 확대 등의 기반이 조성될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부터 북구, 동구, 영도구, 사하구, 사상구 등 5개 자치구에서 처음 시작한다. 이 교육지구들은 교육협력사업의 새로운 모델로 주목받는다. 학생들의 소질과 적성에 맞는 진로교육을 위한 ‘진로교육지원센터’도 확대했다. 2015년부터 시작해 현재 해운대구, 사하구, 사상구, 기장군, 영도구, 북구, 동래구, 동구 등 8개 자치구에 설치됐다. 올해는 강서구, 금정구, 남구, 수영구 등 4곳에 추가 설치한다. 이 센터는 학생들이 자신의 적성과 진로를 탐색하고 설계하는 진로교육의 명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박희자 해운대구 진로교육지원센터장은 “학생들의 요구에 맞춘 체험 프로그램 및 지역에 특화된 체험 프로그램과 진로정보를 제공하는 등 학생들의 진로활동 허브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네모 반듯한 건물이 ‘별별공간’으로 우리나라 학교 건물은 비슷비슷한 직사각형의 정형화된 형태, 즉 ‘판박이 건물’이 대부분이다. 부산시교육청은 새로 짓거나 개축하는 학교 건물의 개성을 살리고 교실 등 내부 공간 디자인도 확 바꾸기로 했다. 지하에 긴급 상황에 대비한 대피시설을 만들고, 태양광과 지열 등을 활용한 에너지 절약형 학교로 짓는다. 학교 교실 등 유휴공간을 다양하게 꾸미는 ‘스토리가 있는 별별공간 만들기’ 사업도 추진한다. 올해는 동항중학교 등 12개 중·고교 27개 교실에 이를 적용할 계획이다. 네모 반듯한 공간에 일렬로 책상을 놓았던 교실이 소통공간, 토의토론실, 문화카페 등으로 다양하게 꾸며진다. ●AI 대비하는 독서·토론 교육 활성화 인공지능(AI)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교육 환경도 급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부산시교육청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하는 미래교육 기반 조성에도 힘쓰고 있다. 주입식·암기식의 낡은 교육에서 탈피, 독서, 토론교육을 활성화하고 올해부터 개선한 초등학교 평가방법을 조기 안착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 또 소프트웨어 교육을 강화하는 한편 아이들의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실제 만들어 볼 수 있는 ‘메이커교육’을 전면 실시해 창의력과 문제 해결 능력을 키워 가고 있다. 2022년까지 5년간 사업비 300억원을 투입해 부산 지역 모든 초·중·고에 ‘메이커 스페이스’를 구축하기로 했다. 김석준 부산시교육감은 “4차 산업혁명 등으로 교육환경이 급변하고 있어 이에 맞춘 교육혁신을 이뤄 나가지 않으면 부산 교육의 도태는 물론 우리 아이들의 미래까지 망치게 된다”며 “교육 가족들과의 소통을 바탕으로 더욱 강력하게 교육혁신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부산 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 [현장 행정] 소외 아동 길벗 된 도봉표 ‘드림스타트’

    [현장 행정] 소외 아동 길벗 된 도봉표 ‘드림스타트’

    “문제가 있는 가정은 있을 수 있지만, 처음부터 문제 있는 아이는 없습니다.” 지난달 29일 서울 도봉구청에서 열린 2018년 드림스타트 사업 운영위원회. 이동진 도봉구청장은 청소년 문화예술체육공간, 초등학교, 병원 등 민간기관에서 위촉된 드림스타트 운영위원들에게 드림스타트 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드림스타트란 취약계층 아동에게 맞춤형 통합서비스를 제공해 아동의 건강한 성장과 발달을 도모하고, 공평한 출발 기회를 보장할 수 있도록 돕는 사업이다. 끊어진 ‘계층 이동 사다리’를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도봉구는 2011년 9월 창동권역에서 드림스타트 사업을 시작했고, 2012년 9월 전국 최초로 14개 전 동으로 확대해 운영하고 있다. 이 구청장은 “처음 정부의 시범사업은 1~2개동을 대상으로 하는 소규모 사업이었지만, 도봉구는 모든 동으로 확대해서 시행했다”며 “지금은 지방정부에 속해 있는 읍, 면, 동 전체에서 시행하는 것이 일반화된 것을 보면, 도봉구가 드림스타트 모델을 구축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드림스타트 사업은 일방적으로 물질적 지원을 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민간의 자원을 연결하고 각종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것”이라며 “민간 네트워크의 참여가 없었다면 전체 동으로 확대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날 송귀채 서울북부범죄피해자지원센터 사무처장, 김성아 쌍문동청소년랜드 센터장, 박주미 성모샘병원 대표원장 등이 올해 드림스타트 운영위원으로 위촉됐다. 송귀채 운영위원은 “아동 성폭력, 아동학대 등과 관련해 법률적 상담이나 해결 방안이 필요하면 언제든 돕겠다”고 말했다. 박주미 운영위원은 “병원과 함께 대안학교를 운영하고 있는데, 정서적 어려움이 있는 친구들을 도울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지난해 드림스타트 활동 내용과 올해 계획에 대한 발표도 있었다. 도봉구는 올해 취약계층 아동으로 이뤄진 두(DO)드림 축구단 창단 계획을 밝혔다. 지정코치 지휘로 주 1~2회 축구 훈련을 하고 유소년축구시합에 나가는 것이 목표다. 또 올해 12월 드림스타트 사업 참여 아동, 가족, 자원봉사자, 관계기관 등이 참석하는 드림캐처 페스티벌도 열 계획이다. 이 구청장은 “최근 들어 사회가 불안정해지고 저소득계층의 가구수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면서 “아이들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위원들이 적극적으로 활동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 “진로 고민 적기는 고교” “형편 따른 격차만 키워”

    “진로 고민 적기는 고교” “형편 따른 격차만 키워”

    ‘한국에서도 갭이어(gap-year)가 가능할까.’정부가 ‘중·고교 휴학제’ 도입을 본격 추진한다. 학생들이 1년쯤 교실을 벗어나 꿈을 찾도록 돕겠다는 취지다. 고등학교 휴학제(의무교육인 중학교는 유예제) 도입은 문재인 대통령의 교육 분야 공약이기도 하다. 국어, 영어, 수학 중심의 입시 공부에만 매몰된 학생들에게 1년쯤 스스로를 알아볼 시간을 주겠다는 것인데 기대만큼 우려도 크다. 26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부는 최근 ‘중·고등학교 휴학제 개선 방안’ 정책 연구를 발주했다. 중·고교에서 현재보다 휴학을 폭넓게 할 수 있도록 사유와 기간, 절차 등을 정비해 ‘휴학제 표준안’을 만드는 게 목표다. 또 휴학 기간에 학생들을 어떻게 관리할지, 휴학이 끝난 뒤 어떻게 복학시킬지 등도 검토한다. 휴학제가 도입되면 중·고교생이 약 1년간 봉사, 여행, 직업 활동 등을 하며 진학·진로의 방향을 정할 수 있어 목표 의식을 가지고 학교 생활을 하게 될 것이라는 게 교육당국의 기대다. 지금도 고교에서 휴학을 할 수는 있지만 사유가 질병 등으로 제한적이다. 교육부는 2022년까지 전면 도입할 ‘고교 학점제’(희망 진로에 맞춰 과목을 선택해 배우고, 기준 학점을 채우면 졸업하는 제도)와 휴학제가 맞물려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 오디세이학교의 정병오 교사는 “학생들이 교육 과정을 떠나 진로를 고민해볼 적기는 대학이 아닌 고등학교 때”라면서 “진로교육은 교실에 앉아 적성검사를 받거나 직업의 종류를 공부한다고 되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영국 등 유럽에서는 이러한 갭이어 제도가 일반화돼 있다. 여행, 진로 교육, 강연 등 갭이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한 업체 관계자는 “지난해 방학 등을 이용해 프로그램에 참가하고 싶다는 청소년 층의 문의가 전년보다 50% 이상 늘었다”고 귀띔했다. 교육당국은 특히 학교의 교육 방식과 맞지 않거나 또래 관계 등에서 어려움을 겪다가 학업을 중단하는 학생들을 위해서도 휴학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면 보통 자퇴하는데 휴학제가 있다면 일정 기간 등교하지 않아도 공교육 안에서 진로를 찾아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작용 우려도 적지 않다. 우선 학교 밖 체험 프로그램이 별로 없는 상황에서 휴학제부터 도입하면 실효성을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 김재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현재 시행 중인 중학교 자유학기제는 대도시와 농어촌 간 학교 밖 프로그램의 차이가 커 문제인데 같은 문제를 답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가정 형편이 좋은 학생들만 휴학제를 활용해 학생 간 격차를 더 벌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동엽 한국교육개발원 박사는 “학생들에게 진로 고민의 시간을 준다는 취지는 공감한다”면서도 “휴학 뒤 해외연수나 사교육을 집중적으로 받을 수 있는 아이들과 그렇지 못한 아이 간 차이가 벌어지고 학교를 다니기 싫은 아이들이 휴학을 남발하는 부작용 등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또 한국은 유럽 사회와 비교해 또래의 집단 문화가 강하기 때문에 1년을 쉰 뒤 복학하면 1살 어린 학생들과의 생활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 [열린세상] ‘혁명’ 용어 남용의 시대/서상문 환동해미래연구원 원장

    [열린세상] ‘혁명’ 용어 남용의 시대/서상문 환동해미래연구원 원장

    지난번 청와대에서 공개한 개헌안엔 4·19의거가 ‘4·19혁명’으로 돼 있다. 현 헌법전문을 이어 받은 것이다. 박근혜는 대통령 후보 시절 ‘5·16쿠데타’를 “구국의 혁명”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심지어 작년 촛불시위까지도 ‘촛불혁명’이라고 칭하는 이들이 많다. 작년 7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 캐나다 총리와 가진 정상회담에서 ‘촛불혁명’ 때문에 대통령에 당선됐다고 한 문재인 대통령도 그중 한 분이다. 혁명의 개념정의가 개인의 찬반, 호오(好惡) 차원에 머물고 있음을 보여 주는 사례들로서 실로 ‘혁명’ 용어 범람의 시대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혁명’ 용어가 일반화된다고 해서 그것이 객관성을 담보하는 건 아니다. 바르게 적용된 용어인지는 숙고해 봐야 한다.역사 용어 오남용은 언어상의 사회적 약속을 저버리는 행위이기에 지속되면 혼란이 빈발해 질서가 서지 않게 된다. 사과를 배라고 부른다거나, 악행을 선행이라고 우길 경우 일상생활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해 보라. 특히 역사인물을 포함해 과거사를 지칭하는 역사 용어엔 해당 인물이나 사건에 대해 찬반, 선악, 정부(正否), 호오 등의 가치평가가 내포돼 있는데, 반민주적 쿠데타를 혁명으로 부른다든지 혹은 독재자를 민주주의자라고 기록하면 평소 언어소통, 교육, 재판, 국가기록 등의 광범위한 영역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겠는가. ‘5·16쿠데타’에 대한 평가가 정권이 바뀜에 따라 오락가락하고 그로 인한 정쟁으로 여태까지도 불필요한 국민적 에너지를 허비하지 않았는가. ‘혁명’을 무개념적으로 오남용하는 이유는 일반인은 물론 학계에서도 이 용어의 개념정의가 엄밀하지 않고 애매한 데서 연유한다. 쿠데타, 복고반동, 유신, 폭동과 달리 상대적으로 긍정적 가치평가가 내포된 혁명을 어떻게 정의해야 객관성이 확보될까. ‘혁명’의 한글어원이 된 한자의 ‘革命’과 영어의 ‘Revolution’이 함의하는 바를 보면 공통분모를 추출해낼 수 있다. 먼저 사전적 정의에 의하면 “이전의 관습이나 제도, 방식 따위를 단번에 깨뜨리고 질적으로 새로운 것을 급격하게 세우는 일”이다. 중국에서 혁명이라는 말은 주역에서 처음 나오는데 천자가 ‘천명’(天命·mandate of Heaven)을 부여받아 국가를 개창했어도 백성의 지지를 받지 못하면 하늘의 뜻으로 보고 그 왕조(命)를 제거(革)하는 것을 의미했다. Revolution은 원래 중세 서양에서 별이 궤도를 한 바퀴 돌고난 뒤 처음 출발점으로 되돌아가는 ‘회귀’와 ‘순환’을 가리킨 천문학용어였다. Revolution의 정의가 대체로 근대적 진보개념으로 수렴돼 합의가 도출된 것은 프랑스혁명을 거치면서부터였다. 즉 혁명이란 대략 정치권력의 급격하고 폭력적인 변화이고 통치절차와 주권, 정통성의 공적 기반 및 사회질서 개념에서 근본적 변화를 가져다줘 새 시대를 알리는 사건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됐다. 그 뒤 러시아혁명을 거치면서 혁명은 폭력을 수단으로 삼은 새 계급의 국가권력 획득, 기존 정체의 전복, 사회생활변화 수반의 조건들을 충족시키는 의미가 됐다. 위 정의들에서 공통점을 추려내면, 혁명이란 피지배 사회구성원 다수의 지지를 받는 계층이 귀족제, 과두제, 군주제, 민주공화제, 사회주의, 공산주의 등 기존 국체와 정체를 다른 국체와 정체로 바꾸고자 하는 분명한 동기와 목적을 가져야 한다. 또 국가권력을 전복하고자 사용한 수단이 폭력적이든, 평화적이든 비합법적이어야 하며 국가권력의 찬탈이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이뤄져야 한다는 4가지 조건을 동시에 충족시켜야 한다. 단순히 통치자의 제거나 독재정권의 혁파만 있고 체제변화를 지향한 동기와 목적성이 내재해 있지 않은 사건은 혁명이라고 불러선 안 된다. 이 점에서 4·19, 5·16, 5·18, 촛불시위는 모두 혁명으로 볼 수 없다. 4·19, 5·16, 촛불시위로 권력주체는 바뀌었지만 공화제, 자유민주주의라는 체제까지 바뀐 건 아니기 때문이다. 5·18도 독재정권에 저항했지만 권력주체가 바뀌지 않은 민주항쟁이다. 단 독재체제를 어떻게 볼 것인가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순 있다. 학계나 시민사회의 심층적 연구와 논의를 거쳐 객관성이 확보된 혁명 용어의 정의를 도출해 소모적인 정쟁을 종식시켜야 한다.
  • 美 우버 자율차 첫 사망사고

    美 우버 자율차 첫 사망사고

    횡단보도 바깥쪽 걷던 여성 치어 보행자 주의 구역 인식 못한 듯 안전·법적 책임문제 논란 전망 차량공유 업체 미국 우버의 자율주행차가 시험 운행 도중 보행자를 치어 숨지게 하는 첫 사고가 발생함에 따라 안전성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19일(현지시간) 미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운전자가 앉은 상태에서 자율주행 모드로 운행하던 우버 차량이 전날 밤 10시쯤 애리조나주 피닉스 인근 도시 템페 시내 커리 로드와 밀 애버뉴 교차로에서 길을 건너던 여성 보행자 엘레인 허츠버그를 치었다. 차에 치인 허츠버그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사망했다. 자율주행차가 시험 운행 과정에서 보행자 사망 사고를 낸 것은 처음이다. 현지 경찰은 “자율주행차는 커리 로드 북쪽 방향으로 진행하던 중이었고, 보행자는 서쪽 편에서 횡단보도 바깥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다”고 밝혔다, 사고가 난 교차로는 모든 방향으로 복수의 차선이 있는 복잡한 교차로라고 경찰은 전했다. 우버는 지난 몇 개월 동안 피닉스와 템페에서 자율주행차 시험 운행을 진행해 왔다. 사고 차량에는 운전석에 앉은 시험 운전자 외에 다른 승객은 없었다. 미 연방교통안전위원회는 조사팀을 현지에 급파해 사고 원인 조사에 들어갔다. 일각에서는 보행자가 횡단보도 바깥쪽으로 건너던 상황이어서 자율주행 모드 차량이 보행자 주의가 필요한 구역이 아닌 것으로 인식했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버는 사고가 발생하자 애리조나주 피닉스·템페와 피츠버그, 샌프란시스코, 캐나다 토론토 등지의 자율주행차 시험 운행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다라 코스로샤히 우버 최고경영자(CEO)는 “애리조나에서 들려온 믿을 수 없이 슬픈 소식을 접했다. 희생자 유족을 생각하며 법 집행기관과 함께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파악하려 하고 있다”고 밝혔다. 첫 사망 사고의 발생으로 자율주행차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소비자단체인 컨슈머 워치도그 존 심슨 국장은 “자율주행차의 안전성이 완전히 입증될 때까지 모든 공공도로에서 테스트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로보틱스 전문가인 미시 커밍스 듀크대 교수는 “운전자 없는 차량 운행 기술의 급속한 전환은 위험하다”며 “컴퓨터 버전의 자율주행 모드는 익숙하지 않은 운행 환경에서 매우 불안정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행자 사망 사고로 인해 향후 법적 책임 문제도 제기될 전망이다. 티모시 캐로인 노트르담대 교수는 “자율주행차 시험 운행이 일반화하면 이런 사고는 점점 더 늘어날 것”이라며 “그렇지만 도로 주행만이 유일한 시험 방법이란 점이 문제”라고 말했다. 이번 사고가 기술 발전의 장애로 작용해서는 안 된다는 반론도 있다. 자율주행차 전문가인 로비 다이아몬드 미국미래에너지확보 자문그룹 회장은 “연방기관이 조사해 정책 결정자들이 안전하게 테스팅 조건을 갖출 수 있도록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대리운전·배달앱…2020년 ‘플랫폼 노동자’ 늘어난다

    2020년부터 대리운전, 배달대행 등 디지털 플랫폼을 기반으로 일하는 특수고용 노동자가 늘어나 일자리 부문에서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한국고용정보원과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은 20일 ‘인간기술융합 트랜스휴먼 시대에 따른 미래직업세계 연구’ 보고서에서 이런 예측을 내놨다. 이번 예측은 지난해 하반기 시민 100명과 공무원 101명, 의료·바이오·인공지능·로봇·일자리 전문가 125명 등 32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미래 이슈에 대한 인식 조사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다. 2020년 기준 발생 가능성과 사회적 영향력이 모두 높은 미래 이슈로는 ‘플랫폼 노동 증가로 특수고용 종사자의 확산’, ‘국내 10대 기업 인공지능을 활용한 채용 및 부서 배치’, ‘치료용 인공장기를 원하는 환자 증가’, ‘디지털 생체정보 해킹 사례 발생’ 등이 꼽혔다. 플랫폼 노동은 애플리케이션 등 디지털 플랫폼을 기반으로, 사용자에게 종속된 노동자가 아닌 자영업의 형태로 일하는 것을 말한다. 플랫폼 노동은 노동 형태가 특수고용 노동자와 유사해 ‘디지털 특고’라고 불린다. 아울러 2037년에는 정찰병·테러감시직 등 특수직업군에 증강현실(AR) 기술 적용이 일반화되고, 산업재해 위험 직업군 감소, 혁신적 보건시스템 직업군 증가 등의 경향이 확산될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이 시기에는 로봇에 시민권과 법적 지위를 부여하는 것과 관련해 사회적 논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박가열 고용정보원 연구위원은 “앞으로 지능화된 일자리 플랫폼을 통한 노동 거래가 확대되면 현재의 일반적 고용 관계는 변할 것”이라며 “자동화와 지능화에 의해 노동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취약해질 계층들의 직업능력 개발, 일자리 연계 및 사회적 일자리 창출에 힘을 쏟을 때”라고 설명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하지현의 사피엔스와 마음] 하와이안 피자의 혁신

    [하지현의 사피엔스와 마음] 하와이안 피자의 혁신

    주말 저녁에 피자를 먹기로 했다. 피자 취향을 통일하기 어려워 ‘해프앤해프’를 주문했는데, 한쪽이 하와이안 피자였다. 파인애플이 토핑된 피자를 먹으면서 유래가 궁금해졌다. 나는 김치만 얹으면 뭐든지 한국풍이 되듯이 발 빠른 일본일 것이라 말했다. 그러자 아들이 캐나다에서 처음 시작했다고 말했다. 웬 캐나다? 피자를 먹다 말고 폭풍 검색에 돌입했다. 헉, 아들이 맞다. 하와이안 피자의 창시자는 캐나다 온타리오에서 식당을 경영하던 샘 파노폴로스라는 사람이었다. 파노폴로스는 1934년 그리스에서 태어나 18세에 캐나다로 이민 가던 중 나폴리에서 처음 피자를 먹어 봤다. 형제들과 토론토에서 식당을 운영했는데, 중국인 요리사를 고용해 탕수육 비슷한 요리를 내기도 했다. 1962년 당시 10대들이 열광하는 피자를 메뉴에 추가했고, 우연히 파인애플을 올려 봤는데 의외로 인기가 있었다. 그 후 하와이안 피자라는 이름으로 전 세계로 퍼졌다. 이런 무근본 피자에 대해 호불호가 명확해서 아이슬란드 대통령은 할 수만 있다면 파인애플 토핑을 법으로 금지하고 싶다고 말해 논란이 일어났다. 이에 맞서 캐나다 트뤼도 총리는 캐나다에서 시작한 이 음식을 지지한다고 트위터에 올려 자유로운 사고의 일환으로 옹호하는 반박을 했다. 피자 하나를 두고 국제적 설전이 일어날 정도였다니, 나 말고도 많은 사람이 먹으면서도 해괴하다 여기는 것만은 사실인 듯하다. 만일 파노폴로스가 이탈리아 사람이었다면 감히 파인애플을 피자 위에 올릴 시도를 할 수 있었을까? 다시 피자를 한입 베어 물면서 든 생각이었다. 이탈리아 사람이라면 쉽사리 할 수 없었을 것 같았다. 바로 가족이나 이웃의 비판을 받을 테니까. 이를 과학저술가 마크 뷰캐넌은 집단지성의 압력 문제라고 말한다. 주변 집단의 사회적 영향이 개인의 판단에 큰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모두의 판단을 따르는 것은 안전한 선택이 되지만 예측과 판단의 다양성은 현저하게 떨어뜨린다. 여럿이 모이면 자신의 의견을 다른 사람과 비슷하게 바꾸면서 결국 집단의 의견은 한두 사람의 의견인 것처럼 좁아진다. 그 결과 선택의 범위가 전체적으로 감소해 버리고, 가끔은 매우 부정확한 결론으로 끝이 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집단의 영향에 의한 판단은 ‘옳다’는 확신으로 이어진다. 집단 내에서 어떤 사안에 대해서 서로 예측을 하고 그 의견을 주고받게 하자, 정답의 정확도는 올라가지 않았지만 결론에 대한 확신만은 강해졌다는 것이다. 파노폴로스는 그리스 이민자로 피자란 이래야 한다는 믿음이 없었고 주변 집단의 압력도 없었다. 중국인 요리사가 일을 하면서 시고 단 중국 음식을 올렸던 기억이 피자 위 토핑으로 파인애플을 올릴 시도를 해보도록 했다. 연고도 없는 이탈리아 음식에 중국식의 경험을 얹어 가보지 못한 하와이의 이미지를 만들어 낸 것이다. 이처럼 자유로운 아이디어를 내고 과감히 시도해 보는 것은 과거, 전통과의 연결이 없어서 가능했다. 이에 반해 우리 사회는 어떤가? 사람들 사이가 매우 촘촘히 엮여 서로 영향을 주고, 이미 자리를 잡은 사람들의 기득권은 새로운 혁신이 비집고 들어온 틈을 주지 않는다. 이미 외국에서는 일반화된 우버와 같은 공유자동차 서비스는 택시사업자의 강한 반발에 법적으로 막혀 있다. 혁신적 통화 체계가 될지도 모를 블록체인 기술의 비트코인은 투기의 온상으로 여겨질 뿐이다. 1865년 영국에서는 자동차 최고속도를 시속 6㎞ 이내로 제한하는 ‘적기 조례’라는 법이 제정됐고 30년 동안이나 지속됐다. 자동차로 인해 일자리를 잃을 마부들의 반발로 만들어진 법이었다. 아마 당시에는 서민을 보호하는 법이라 찬사를 받았을 것이다. 지금 우리는 사회적 법으로 단단히 울타리를 쳐 놓은 것뿐 아니라 개인의 판단과 선택도 주변 시선의 영향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이런 삶은 안전할지 모르나, 혁신적 발상에서 멀어질 뿐이다. 4차 산업혁명으로 변혁이 일어날 거라면서 공무원을 최고의 직장으로 믿으며 살아간다. 여기서 벗어나려면 이제부터라도 나를 연결해 놓은 여러 끈을 과감히 끊을 용기에서 시작해야 한다. 하와이안 피자가 입맛에 맞지 않았는지 피자 한 조각 먹으면서 너무 생각이 많았다.
  • “여성 스태프 성폭행에 임신, 낙태까지” 전 조감독, 김기덕 성폭력 추가 폭로

    “여성 스태프 성폭행에 임신, 낙태까지” 전 조감독, 김기덕 성폭력 추가 폭로

    “이미 알 사람들은 다 알고 있었다”며 “방송을 통해 밝혀진 ‘여배우’뿐만 아니라 여성 제작스태프들을 포함해 일반 여성들까지 피해사례가 더 많다” 9일 방송된 MBC ‘아침발전소’에서 김기덕 감독과 다수 작품을 함께한 조감독의 추가 폭로가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조감독의 인터뷰는 충격적이다. 김 감독이 ‘소통’을 핑계로 여성 스태프를 모텔로 불러 성폭행을 하는가 하면, 이 때문에 임신과 낙태를 한 이도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시 촬영 현장에서 김 감독을 제지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 했다. 이에 대해 “김 감독은 현장에서 ‘신’ 적인 존재였다. 아무도 그에게 문제 제기를 하는 사람은 없었다. 후폭풍이 일어날 게 뻔했다”며 당시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또한 김 감독에게 성폭행당한 여성 스태프가 조감독에게 하소연했다는 것을 인지한 김기덕 감독이 이후 조감독을 작품에서 퇴출했다고도 밝혔다. 그는 “(당시) 직접 나서지 못했음에 미안하고 (지금도) 신분을 밝히지 못하고 인터뷰하는 것도 죄송하다”며 “이 같은 문제로 영화인 전체를 일반화시켜 생각하지 말았으면 한다. 영화란 꿈을 가진 약자들이 더 많은 게 현실이지만 (앞으로) 노력하겠다”며 인터뷰를 마쳤다. 한편 지난 6일 MBC ‘PD 수첩’은 ‘영화감독 김기덕, 거장의 민낯’에서 김 감독의 영화에 참여했던 여성 배우들의 인터뷰를 통해 그가 상습적인 성추행 및 성폭행을 일삼아 왔다는 증언을 방송해 큰 충격을 안겼다.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 ‘카이스트·포스텍 강의’ 일반인도 온라인으로 수강

    카이스트, 포스텍 등 국내 최고 과학기술 특성화대에서 개설한 강의를 일반인도 온라인으로 마음껏 들을 수 있게 됐다. 카이스트, 광주과학기술원, 울산과학기술원, 대구경북과학기술원 등 4개 국립 과학기술 특성화대와 포스텍,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는 ‘스타 무크’라는 온라인 공개강좌(MOOC)를 공동 개발해 본격 운영에 들어간다고 8일 밝혔다. 스타 무크는 그동안 6개 대학들이 개별 운영하던 온라인 공개강좌 서비스를 통합해 일반인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것이다. 이번에 개설된 강의는 ▲유학과 취업을 위한 문서작성법 ▲데이터 구조 및 분석 ▲인공지능 및 기계 학습 심화 ▲자료 구조 및 알고리즘 개론 ▲일반화학 특강 등 15개 과목이다. 현재 수강 신청을 받고 있으며 오는 12일부터 선택한 강의를 들을 수 있다. 이들 대학은 올 하반기까지 온라인 강좌 수를 25개로 확대하고 2021년에는 100개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홈페이지(starmooc.kr)에서 회원 가입을 하면 강의를 들을 수 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허백윤 기자의 남과 如] 최순실이 남자였다면?

    [허백윤 기자의 남과 如] 최순실이 남자였다면?

    ‘최순실씨가 남자였다면?’엉뚱한 상상이 이어진 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감싸는 “여성으로서의 특수성”이라는 말이 싫어서였다. 재판이 마무리되는 시점까지도 박 전 대통령의 ‘문고리 3인방’은 “의상 문제로 드나든 사람”(이재만), “대통령의 여성·독신인 특수성 때문에 챙겨 준 사람”(정호성)이라고 최씨를 설명했다. 대통령에게 보고를 하는 동안 아무도 최씨에게 나가라고 하지 않을 정도로 ‘하찮은’ 존재였다는 뜻이다. 최씨가 저지른 농단을 짚어 보면 신뢰하기 어려운 말들이지만 그 존재를 꽤 그럴싸하게, 그리고 가벼이 여기게 하는 좋은 핑계였다. 국정농단이 드러난 2016년 말 많은 친박 인사들이 “최씨를 몰랐다”고 했다. 그나마 알았다는 일부는 “옷이나 속옷, 액세서리를 사다 주는”, “허드렛일 하는 사람”, “그냥 무수리”로 최씨를 규정했다. 한마디로 별로 알 만한 가치도 없었다는 거다. 역시 신뢰할 순 없지만 “일개 강남 아줌마”가 “어디서 감히” 대통령 옆에서 나라를 뒤흔들었냐는 분노는 진심 같았다. 여성 대통령, 비선 실세를 향한 시선에 대한 불쾌함은 ‘강남 아줌마’에서 시작돼 “이제 여성 대통령은 나오기 힘들게 됐다”는 한탄을 거쳐 “대통령이기 전에 여성으로서의 사생활”이란 말에서 폭발했다. 당시 여당과 변호인에게서 나온 말들이다. 대통령을 등에 업고 ‘문화계 황태자’로 군림한 차은택씨를 향해선 누구도 ‘강남 아저씨’라고 비아냥거리지 않았고,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게 “어디 감히”라고 말한 정치인도 없었다. 전 남편 정윤회씨가 실세로 지목된 뒤에도 최씨는 청와대와 정부, 기업과 대학까지 농락했다. ‘여성’이자 ‘아줌마’인 최씨는 웬일인지 쉽게 숨겨졌다. 공무원 인사까지 쪽지를 받으며 좌지우지했던 만행보다 대통령과 함께 드라마를 보며 낄낄대고 피부 미용을 한 데 대한 조롱이 더 커졌다. 박 전 대통령에겐 분명 특수성이 있다. 청와대에서 자라 불행하게 부모를 잃은 뒤 은둔하며 정상적인 사회생활이라곤 해본 적 없는 한 인간으로서의 그것이다. 그런데 언제나 ‘여성’의 것으로 포장됐다. 국정농단 사태는 기막힌 무능과 무책임, 교만함에서 비롯됐고, 이들이 남자였다고 해서 죄의 무게가 달라지는 것도 아니지만 법정에서조차 박 전 대통령과 최씨는 여성이었다. 20대 여성 국회의원 비율 17%, 여성 법관 비율 28.8%, 여성 언론인 비율 27.4%(2017년 기준). 주요 분야에서 여성은 여전히 특수한 존재인 동시에 전통적(남성적)으로 짜여진 틀로 일반화되곤 한다. 성공한 여성에게도 낮춰 볼 만한 흠이 주어진다. 얼마 전 종영한 드라마에서 유능한 법관 출신의 카리스마 넘치는 로스쿨 교수는 거물 정치인 남편에게 매를 맞는 아내로 그려졌다. 요즘 방영 중인 드라마에선 성공 지향적인 ‘독한’ 앵커가 아기를 낳지 못한다며 시어머니에게 모욕을 당하고 무릎을 꿇었다. 드라마 속 여성 판사들과 언론인들은 화장실에서 파운데이션을 두드리며 다른 여성의 흉을 본다. 여성은 아직도 여성을 벗어나지 못했다. ‘최씨가 남자였다면 과연 그 지경까지 갔을까’라는 엉뚱한 상상은 나를 여자가 아닌 나로 봐 달라는 외침의 시작이다. baikyoon@seoul.co.kr
  • 도시안전건설위, 화재안전성 강화를 위한 소방시설 법령 개정 촉구

    최근 대형화재 급증에 따른 피해가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현행 소방시설법령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회적 비난에 부응하여 서울시의회가 소방시설법령을 대폭 강화하는 쪽으로 개정해 줄 것을 촉구하고 나서 귀추가 주목된다. 시의회 도시안전건설위원회(위원장 주찬식)는 지난 23일 제278회 임시회 중 상임위원회 제2차 회의(소방재난본부 신년 업무보고)에서 화재에 취약한 피난약자시설물과 복합건축물에 대한 소방시설 설치기준을 대폭 강화한다. 소방특별조사 전 건물주 및 관계인에게 7일전 서면으로 통지하도록 하고 있는 현행 규정을 삭제하고, 소방안전과 관련된 불법행위에 대한 과태료 기준을 대폭 강화하는 쪽으로 소방시설법령 개정안을 마련하여 정부와 국회에 이를 촉구하는 건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이날 도안위는 최근 많은 인명피해를 남긴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17.12.21)’ 및 ‘밀양 세종병원 화재(‘18.1.26)’를 살펴보면 과거 화재사례와 조금도 다르지 않게 유사한 문제점들을 보여 주고 있음에도 현행 소방관계 법령은 여전히 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예를 들어, 대형참사를 야기한 이들 건축물의 소방안전설비를 법적기준 측면에서 보면 건축물의 용도를 고려하지 않고 획일적으로 면적기준만을 적용해 자동소화설비인 스프링클러 설치 대상에서 제외되었던 점과, 사망자 중 연기에 의한 질식사가 상당수임에도 불구하고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제연설비 설치 기준이 지하층이나 무창층에만 한정되어 적용되었던 점, 그리고 소화전이나 스프링클러 등 소방 설비가 화재 발생 시 정상작동되도록 평시부터 유지관리가 철저하게 이루어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법규정을 무시한 채 방치되었던 점, 소방특별조사 역시 조사 7일 전에 관계인에게 서면으로 통보하도록 하고 있어 조사 후에는 도로 불법상태로 회귀하는 문제점 등을 강하게 지적하고 이에 대한 개선책으로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ㆍ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및 같은 법 시행령 개정 촉구 건의안을 발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건의안의 주요 내용은 현행 옥내소화전 설치 기준에 대해 특정소방대상물의 경우 현행 연면적 3,000㎡ 이상에서 연면적 1,500㎡ 이상으로, 지하층·무창층·4층 이상에 대해선 현행 바닥 면적 600㎡이상에서 바닥면적 300㎡이상으로 2배 강화시킨다. 스프링클러설비 설치 기준은 의료시설?노유자 시설의 경우 현행 바닥면적 600㎡이상에서 면적과 상관없이 전 층에 확대 적용하는 것으로 한다. 제연설비는 지하층이나 무창층에 설치되는 근생, 숙박, 위락, 의료, 운수시설 등에 설치토록 되어 있는 현행에서 지하층, 무창층을 삭제하여 모든 시설에 제연설비를 설치토록 개정한다. 소방특별조사는 조사 7일전에 관계인에 서면으로 통보토록 하고 있는 현행에서 사전 서면통지 규정을 삭제하여 불시 조사가 일반화되도록 하는 한편, 화재 발생 시 소방안전설비가 정상적으로 작동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고장상태로 방치하거나 폐쇄 혹은 훼손하는 경우가 발생함에 따라 소방시설 유지관리 관련 불법행위에 대한 과태료 기준을 대폭 상향하여 건물주 및 관계인의 책임의식을 고취시키고자 하였다. 주 위원장은 소방시설법령이 대폭적으로 강화되면 우리나라의 화재안전 수준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조속한 제도개선을 이루어 달라고 힘주어 촉구했다. 한편, 23일 도시안전건설위원회가 채택한 건의안은 3월 3일 본회의에서 의결되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정부의 행정안전부와 소방청 등으로 이송된다. 뉴스팀 seoulen@seoul.co.kr
  • 이승철 시인, 최영미 시인 ‘미투’에 “피해자 코스프레 남발”…‘2차 가해’ 논란

    이승철 시인, 최영미 시인 ‘미투’에 “피해자 코스프레 남발”…‘2차 가해’ 논란

    최영미 시인이 시 ‘괴물’로 원로시인 ‘En’의 상습적인 성폭력을 폭로해 문단이 떠들썩한 가운데 한국작가회의 사무총장을 맡았던 이승철 시인이 최영미 시인 비판글을 올려 ‘2차 가해’ 논란이 일고 있다.이승철 시인은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전날 JTBC 뉴스룸에 출연한 최영미 시인의 인터뷰를 언급하며 ‘피해자 코스프레를 남발했다’고 표현했다. 이승철 시인은 “인터뷰를 보면서 내내 심기가 불편했다”면서 “최영미는 참으로 도발적인 발언을 아무렇지 않게 자신의 잣대로 마치 성처녀처럼 쏟아냈고, 천하의 손석희는 한국문단이 ‘아, 이럴 수가 있나’하며 통탄하고 있었다”고 평했다. 이어 “(최영미 시인은) 메이저 출판사와 무소불위의 평론가들의 묵계를 강조하면서 그녀는 피해자 코스프레를 남발했다”고 비난했다. 그는 “최영미 인터뷰는 한국문단이 마치 성추행 집단으로 인식되도록 발언했기에 난 까무라치듯 불편했다”면서 최영미 시인의 과거 행적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으로 늘어놓았다. 이승철 시인은 최영미 시인에 대해 ‘튀는 성격’, ‘유아독존적’, ‘무례함’, ‘민족문학은 사실상 최영미 현상으로 인하여 절단나고 있었다’, ‘표절’, ‘난리 부르스’, ‘안하무인’, ‘싸가지 없던 악다구니’, ‘제기럴’ 등등 원색적인 표현을 동원해가며 비난했다. 그러면서 최영미 시인의 ‘돼지들’이라는 시집에 대해 “그 시집을 보면 시적 소재로 등장한 수많은 문화계, 문학계 인사들이 나온다. 시의 요점은 모두들 그녀에게 했다는 성적 추행의 이력이다”라면서 “어찌보면 지독한 남성혐오에 가까운 트라우마일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이와 함께 그는 ‘En’ 시인을 적극 옹호했다. 이승철 시인은 “‘En’ 시인의 기행에 대해서 숱한 얘기를 들은 적 있지만 먼먼 소싯적 얘기를 현재진행형하여(현재진행형인 것처럼) 매도하는 것은 조금도 납득할 수 없다”고 썼다. 그는 “난 ‘미투’가 두렵지 않다. 나도 한때는 여자사람을 좋아했는데 누가 나를 20년, 30년 전 일로 ‘미투’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잠시 옛날을 되돌아본다”고 심경을 밝혔다. 이어 “허나 ‘미투’ 투사들에 의해 다수의 선량한 문인들이 한꺼번에 도매금으로 매도되는 현실이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라며 글을 맺었다. 이승철 시인의 글에는 80여개의 댓글이 달리며 뜨거운 반응을 불러왔다. 이승철 시인의 글에 공감하는 댓글도 있었지만, 이승철 시인이 최영미 시인에 대해 ‘2차 가해’를 한 것이라는 의견도 눈에 띄었다. 한 댓글은 “지금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에 동참하고 있는 중이란 걸 알아야 한다”면서 “아무리 오래 됐어도 범죄는 범죄고, 피해 사실의 흔적은 평생을 간다. 비록 최순실이라도 지나가다가 누군가에게 폭행을 당해 쓰러지면 가해자는 처벌받아야 하고, 피해자는 치료부터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이승철 시인이 올린 글 전문. 최영미 시인이 갑자기 떴다. 미투라고 했다. JTBC 손석희-최영미 인터뷰를 보면서 내내 심기가 불편했다. 문단에 만연한 성추행이라니, 최영미는 참으로 도발적인 발언을 아무렇지 않게 자신의 잣대로 마치 성처녀처럼 쏟아냈고, 천하의 손석희는 한국문단이 “아 이럴수가 있나” 하며, 통탄하고 있었다. 메이저 출판사와 무소불위의 평론가들의 묵계를 강조하면서 그녀는 피해자 코스프레를 남발했다. 최영미의 그런 발언에 대해 절실성이 느껴지지 않았지만, 그래도 왠지 내가 그녀의 가해자가 된듯 나도 모르게 안절부절하고 있었다. 최영미 인터뷰는 한국문단이 마치 성추행집단으로 인식되도록 발언했기에 난 까무라치듯 불편했다. 왜 그녀가 이 시점에서 자기 체험을 일반화해서 문단 전체에 만연한 이야기로 침소봉대해 쏟아내는지 조금 의아했다. 지난번 호텔 집필실 사건이 터졌을 때 썩 달갑지 않았지만 그래도 난 그녀를 옹호했었다. 시인도 인간이기에 욕망에 자유로울 수 없지 않은가. 하긴 그녀는 손석희와 인터뷰 때 추악한 문단을 떠난지 오래였다고 했다. 허나 그 오랜 기억이 문단의 현재적 풍토인양 뉴스화됐다. 내가 1993년에 김남주 시인을 상임이사로 모시고 민족문학작가회의(현 한국작가회의) 사무국장으로 일할 때 황석영 선생 귀국 문제가 조직의 현안으로 대두된 적이 있었다. YS 정권 초창기였다. 그해 4월에 황석영 작가가 오랜 망명생활 끝에 귀국하여 안기부(국정원)에 체포되었기에 ‘국제 엠네스티’ 등이 긴급행동요구를 발동해 황석영 석방문제가 최대 현안으로 대두되었다. 그러던 어느날 최영미 시인이 작가회의 사무실에 놀러온 적이 있었는데 때마침 영국 엠네스티 본부에서 황석영 문제로 전화가 와서 (서)울대 출신인 그녀에게 바꿔준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녀가 매우 유창하게 영어를 구사했기에 난 그녀에게 작가회의 사무국 간사로 일할 수 있냐고 요청했고, 그녀가 흔쾌히 수락했기에 이후 한동안 사무실에서 함께 일한 적이 있었다. 최영미 시인, 그녀는 선병질적으로 튀는 성격이었다. 매우 완강한 자존의 소유자였고, 어찌 보면 유아독존적 처신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자기 시에 대해 추호의 비판도 허용하지 않았다. 그건 어찌보면 창비와 언론이 만들어낸 ‘최영미 현상’이 불러온 결과였기에 그녀의 무례함에 대해 누구도 대놓고 반박하지는 못했다. 그즈음 이 땅의 민족문학은 사실상 최영미 현상으로 인하여 절단나고 있었다. 그녀의 시 구절 - “컴퓨터와 씹하고 싶다”는 말만이 오랫동안 술좌석에 회자되었을 뿐, 그때 우리는 그녀가 야기한 환멸의 미학에 얼마나 통탄스러워했던가. 1994년 어느날이었을 것이다. 서울 마포 아현동 작가회의 사무실에서 ‘민족문학작가회의 시분과 합평회’가 열렸다. 그날 창비에서 출간된 그녀의 첫시집 ‘서른 잔치는 끝났다’(“잔치는 끝났다”는 표현은 서정주 시의 표절이었다)에 대해 수십명의 시인들이 참가한 가운데 토론회를 가진 적이 있었다. 저자인 그녀는 물론 민영 시인 등 원로 문인들도 자리를 함께 했는데, 몇몇 시인들이 그녀 시에 대해 사소한 비판을 했는데, 그때 그녀는 좌중이 놀랄 정도로 난리 부르스를 쳤다. 숫제 안하무인이었다고 할까. 그 싸가지없던 악다구니가 지금도 생생하게 떠오른다. 합평회란 시의 문제점에 대해 이런저런 비판이 오가는 게 상례건만 합리적 대화가 불가능한 정도로 그녀는 피해의식으로 부르르 온몸을 떨었다. 그무렵 그녀를 둘러싼 이런저런 소문이 있었다. 그녀 시집에 등장한 첫남편(노무현 정권 시절 청와대에 근무했었다)에 대한 트라우마에 대해서도 얘기를 들었다. 남녀간 사랑이란 순탄치 않게 파국을 맞으면 둘 사이의 과거는 시쓰는 시인에게 증오로 표출될 수도 있다. 철학자 니체가 루 살로메의 가혹한 채찍을 언급한 것처럼 최영미는 그 남자의 혁띠를 들먹거렸다. 물론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사랑의 파탄은 통상 상대에 대해 좋지 않은 기억만을 뇌리 깊숙이 각인시키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그즈음 그녀와 사귀고 있던 어느 소설가(유명 출판사 사장이었다)가 내게 무심결에 한 말을 듣고 난 깜짝 놀란 바 있었다. “야, 이승철 네가 최영미한테 무슨 잘못을 한 거야. 혹시 너, 달라고 추근거린 거 아니야. 최영미가 네 이야기가 나오면 그딴 인간과 왜 자주 만나냐고 난리치더라. 너와 다시는 만나지 말라는데 네가 무슨 잘못을 한 거야.” - 아, 잘못이라뇨? 형님! 내가 그 잘난 여자한테 무슨 잘못을ᆢ 다만 황석영 석방대책 건으로 사무국 간사로 선임했는데, 모 선배시인이 그 (미친) 여자를 왜 작가회의서 일하게 하냐고 해서, 할수없이 본의 아니게 한 달도 못되어, 그만두라고 한 적이 있었을 뿐입니다. 어쨌든 내가 미안하다는 사과편지를 건네주었고, 그 후로 사적으로 만난 적 이 없는데, 이런 제기럴 영미ᆢ. 그 선배작가는 최 시인이 날 우습게 여기더라는 말을 이후로도 안주삼아 몇번이나 했는데, 그럴 때마다 난 이런 씨부럴 하며 울화를 달래야 했다. 최영미 시인이 십여년 전인가 실천문학사에서 ‘돼지들’이란 시집을 펴낸 적이 있었다. 그 시집을 보면 시적 소재로 등장한 수많은 문화계, 문학계 인사들이 나온다. 시의 요점은 모두들 그녀에게 했다는 성적 추행의 이력이다. 어찌보면 지독한 남성혐오에 가까운 트라우마일 수도 있다. 왜 그녀는 그 시집에 등장한 수많은 유명인사들과 일부러 만나 그런 사건을 만들어야 했는가. 어찌보면 난 그게 의문스러웠다. 그 시집을 읽고 이걸 팩트로 믿어야 하나, 물론 시적 장치이지만, 여러 의구심이 들었다. 최영미 발언이 용기 있다고 한다. 어허 그렇다면 한국문학의 상징, 우리 En시인은 어찌할꼬나. 물론 En 시인의 기행에 대해서 숱한 얘기를 들은적 있지만 먼먼 소싯적 얘기를 현재 진행형하여 매도하는 건 조금 납득할 수 없다. 남자의 성적 욕망이란게 얼마나 무서운가. 그리고 그 욕망의 피해자가 받는 고통은 또 얼마나 지속적이고 치유 불가능한가. 그걸 최영미 발언을 통해서 확인해본다. 1994년이던가? 소설가 이문열이 <시인>이란 소설로 En를 매도하다가 자신의 소설을 폐기처분한 바 있는데, 이제 최영미가 다시 등장했다. 난 미투가 두렵진 않다. 나도 한때는 여자사람을 좋아했는데 누가 나를 이십년, 삽십년 전 일로 미투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잠시 옛날을 되돌아 본다. 타인의 불행이 더이상 나의 행복은 아니다. 허나 미투 투사들에 의해 다수의 선량한 문인들이 한꺼번에 도매금으로 매도되는 현실이 되지 않기를 바랄뿐이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4000년 역사 고스란히 간직…신비한 中동굴 주택

    4000년 역사 고스란히 간직…신비한 中동굴 주택

    황토고원에 굴을 파고 4000년 전부터 동굴 주거 생활을 해오고 있는 신비한 마을이 소개됐다. 24일(이하 현지시간)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중국 허난성 서부 싼먼샤시 주변으로 자리잡은 중국 고유 동굴 주택 ‘야오동’(Yaodong)의 사진을 공개했다. 야오동은 평탄한 땅에 땅과 수직으로 사각형 구멍을 파서 지하 중정을 만들고 이를 중심으로 그 사방으로 굴을 파서 주거공간을 마련하는 형식의 집이다. 자연 절벽을 이용해 그 내부에 굴을 파서 주거지를 확보하기도 한다. 야오동의 기원은 사람들이 깊은 구덩이 안을 거처로 삼았던 청동기시대로 추정되며 명·청 시대에 널리 유명해졌다. 당시 빈번한 전쟁으로 목재 수요가 늘어나 집을 짓는데 필요한 나무를 구할 수 없어 동굴 주택이 일반화됐다. 저렴한 건축비와 높은 냉난방 효과를 지니고 있으며, 황토로 이루어진 땅은 공사하기도 쉬웠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가장 신비한 마을로 알려진 야오동은 전 세계적으로도 매우 독특한 주거 형식과 문화를 평가받고 있으며, 2011년 중국 당국에 의해 무형문화유산의 한 형태로 등재됐다. 최근 허난성 정부는 해당 지역을 보호해 관광명소로 바꿀 계획임을 밝히기도 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야오동스'(Yaodongs)라 불리는 거주민들은 한때 1만 가구를 이루기도 했는데 현재는 약 3000명의 사람들이 남은 상태다. 그 중에는 여섯 세대가 대를 이어 200년 넘게 살고 있는 집도 있다. 야오동의 내부 구조는 내진력과 방음 기능을 포함해 에너지 효율적이다. 반면 환기가 제대로 안되고 어두워 생활에 불편한 점도 많다. 최근에는 황토의 자연적 특성을 살리면서 전기와 다른 시설을 설치해 야오동을 현대식으로 개량하는 연구도 펼치고 있다. 안정은 기자 netiner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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