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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기철의 노답 인터뷰]“우리 문화재, 우리 손으로 파괴한 것 많아 통탄스러워”

    [이기철의 노답 인터뷰]“우리 문화재, 우리 손으로 파괴한 것 많아 통탄스러워”

    문화재 수난사 연구하는 정규홍씨가 말하는 ‘문화재’“우리 문화재의 과거사를 정리하다보면 ‘정말 이럴 수가 있을까’ 하는 가슴 아픈 일이 많아요. 예를 들면 일제 강점기 골동품상 이희섭(李禧燮)은 1934년부터 1941년까지 일본에서 조선대공예전람회를 7차례 엽니다. 전람회 한 번에 우리 문화재 1500점에서 3000점을 도쿄와 오사카에서 전시하고 모조리 팔아치웁니다. 이희섭은 도록을 7권 만들었지요. 도록에 실린 문화재 일부가 일본 국보와 중요 문화재로 지정됐습니다. 7차례 전람회에 진열된 문화재가 1만 4516점입니다. 이뿐 아니라 이희섭은 서울에 ‘문명상회’라는 본점을 두고 도쿄와 오사카에 지점을 개설해 우리 문화재를 상설 전시해 팔아먹었습니다. 이렇게 일본으로 팔려나간 문화재가 최소 3만점에서 5만점에 이를 겁니다. 한 나라의 문화재가 통째로 옮겨진 것인데요, 한 개인이나 상인이 그렇게 한 것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습니다. 통탄할 일이지요.” ●“조씨 문중, 가전 서적 700여권 일본에 스스로 갖다바쳐” 우리 문화재 수난사를 30년째 연구해 정리하는 정규홍(62)씨는 광복절 다음날인 16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우리 문화재의 우수성을 알아본 일본이 빼앗아 간 것도 있지만 더 충격적인 것은 우리나라 사람이 스스로 갖다바친 것이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이완용(1858~1926)은 일본 야스쿠니 신사에 고려시대의 것으로 추정되는 갑옷과 투구를 바쳤다는 기록도 나온다고 설명했다. “어느 조씨 가문에서는 일본 도쿄대박물관에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서적 700여권을 아주 싼 값에 넘겼다는 기사가 고고학 잡지에 나옵니다.” 어느 문중이냐고 묻자 정씨는 “기사에서 그것은 언급되어 있지 않고, 한자로 조나라 조(趙)가 적혀 있더라.”고 소개했다.정규홍씨는 1981년 교직 연수를 받으면서 석굴암에 대한 일본인들의 참담한 취급 이야기를 듣고 충격을 받았다. 그 후 헌책방 등을 돌아다니면서 본격적으로 우리 문화재와 관련된 자료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그는 우리 문화재 수난일지와 우리문화재 수난사, 유랑의 문화재 등을 펴낸 수난 문화재 전문가다. 문화재 수난사를 깊이 있게 연구하기 위해 중학교 교사직도 그만뒀다. 그동안 정부나 관계당국의 지원은 전혀 없었다. 경북지역 문화재 수난사를 쓰면서 용역 의뢰받은 것이 당국의 지원 전부였다. - ‘돈 안 되는’ 우리 문화재 역경사를 정리하는 이유는.☞ 무슨 엄청난 사명감이나 그런 것이 있어 하는 건 아닙니다. 이 일이라는 게 희한하게도 새로운 것을 찾아내는 희열감도 있고, 또 어떤 부분에서는 자존감이랄까 자존심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측면도 있고···. 일종의 중독성이 있어요. 한번 빠져들면 잠자면서도 술마시면서도 그 생각이 들고, 꼬투리가 잡히면 잊으려해도 그게 안돼요. 강단에 있는 사람들은 강의 때문에 중도에 끊기는데, 난 그런 것도 없기에 이것 하나만 파고 들어갑니다. ●“문화재 수난사 정리 이유?···중독성에 희열감이죠”- 많이 힘들겠다.☞ 돈 안되는 일을 하니깐 무엇보다 집사람에게 미안하죠. 교직에 있을 때 월급받아 상당액을 이것 연구에 쏟아부었으니깐. 지방에 한번씩 현지 조사 다니면 교통비에 숙박비도 만만찮죠. 책도 사고, 도서관에서 자료 복사도 엄청 합니다. 처음 이 일을 시작할때 복사비가 한장에 3원이었는데 이젠 50원으로 16배가 됐어요. 문화재 수난사에 관한 책을 냈는데, 잘 팔리는 분야가 아니라서···. 출판사에서 저자에게 책 몇 권 주고 그걸로 끝이예요. 그래도 도서관에서 살다시피하니 시간은 잘 갑니다. - 그만 하고 싶었던 적은 없었나.☞ 이번에 ‘요것만 정리하고 손 떼야지’하는 생각이 들 때도 가끔 있지요. 그런데 한 건을 정리하다 보면 다른 게 파생되어 나오고, 그기에서 또 다른 게 파생되어 나오고···. 그러다보면 숙제처럼 이만치 쌓입니다. 그러니깐 계속 손을 놓지 못하고 이러고 있습니다.- 수난 문화재가 그동안 왜 공식적으로 정리가 안 됐나.☞ 1945년 해방 직후에 박물관 관계자들이 우리 문화재에 대해 정리해 뒀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일제 강점기에는 일본이 우리 문화재와 관련된 고적조사와 유적연구 등에 한국인의 근접을 못하게 했어요. 일본인들이 독점했거든. 해방 이후 이 분야에 관한 지식을 가진 한국 사람이 없었어요. 일본이 떠나고 나니깐 총독부박물관과 경주박물관에 남은 고적조사, 발굴보고서 등의 정리를 전혀 못한 채 박물관에 쳐박혀 있었던거지요. 아직도 다 정리가 안 된 상태입니다. 그리고 유물 목록과 실물과의 대조가 정확하게 안 되어 있는 실정입니다. 인력 부족 탓이지만 국가적으로 재원을 투입해서라도 빨리 했어야 했는데···. 참, 안타까운 일이예요. ●“일제시대 한국인 유적연구 차단···유몰 목록과 사료 대조 못 해”- 문화재 수난 분야, 처음 연구는 어떻게 했나.☞ 처음엔 마땅한 자료가 없으니 헌책방을 많이 기웃거렸죠. 1981년 이후 헌책방에 다니면서 문화재 관련 책을 사모았죠. 그리고 황성신문과 대한매일신보 축쇄본을 돋보기로 보면서 자료를 모았죠. 또 일본인이 남긴 조사자료와 잡지 이런 것을 위주로 연관지어 보죠. 연관성이 있으면 메모를 해두는 거죠. 예컨대 발굴사업 보고서가 나오면 이게 당시 신문 기사에도 나옵니다. 기사와 고적조사 보고서가 약간 차이가 날 경우가 있거든요. 무덤 발굴의 경우 일본인들이 1차적으로 유물명을 기록하고 바로 박물관에 수장시키지 않고 1년간은 걔네들이 연구를 해요. 그 기간 유물이 분실될 수가 있어요. 실제로 분실이나 망실 그런 문헌이나 문서가 나와 있어요. 이를 비교해서 불법적인 것들을 찾아내는 것이지요. - 당시 일본이 얼마나 우리 문화재에 혈안이 됐나.☞ 일본의 각 대학이 잔치를 벌이듯이 우리문화재를 진열해 놓고 경쟁적으로 전람회도 가졌지요. 낙랑 유물부터 그때까지. 도쿄대 공과대와 문과대가 별도로 진열할 정도였으니. 당시 전람회 도록이나 기록들이 감춘 게 없이 매우 정확해요. 일본이 우리나라를 영구 통치할 줄 알았던 게지. 식민지 정착을 위한 하나의 사료로 삼기 위해 우리 문화재를 무자비하게 파괴하고 수집해 가져갔지. 그때 조선에는 1908년 설립된 ‘이왕가박물관’ 뿐이었거든. 1915년 12월에서야 조선총독부 박물관이 생기면서 법으로 유물 반출이 금지돼 있었지만 자신들이 보고서 작성을 핑계로 얼마든지 일본으로 가져갔지. 이런 단체로는 조선고적연구회가 대표적이지요. 당시 일본 도굴꾼들이 대거 몰려들어 우리나라 무덤을 다 파헤쳤죠. 1908년 이전에 고려 무덤의 경우 거의 다 파괴됐다고 보면 됩니다. 조선실록을 보면 수시로 어느 무덤이 파괴되고, 어떤 무덤은 4~5회에 걸쳐 도굴됐지요. 심지어 대낮에 총칼을 갖다놓고 후손들이 보는 앞에서 도굴하고···. ●“고려 무덤 마구 도굴···日대학들, 우리 문화재 진열 경쟁도”- 해방이 되면서 문화재 수난이 줄었나.☞ 1945년 9월8일 미군이 인천에 진주합니다. 그리고 9월20일 미군 300명이 부산항에 들어오지요. 미군은 가장 먼저 일본 군인의 무장해제와 퇴출이예요. 미군이 부산에 들어오기 전에 눈치빠른 일본인들이 문화재를 잔득 가지고 일본으로 나갔던 거죠. 미군이 10월 말쯤부터 일본 민간인을 퇴출시키죠. 그때 귀국 일본인에게 돈 1000원과 작은 옷보따리 정도만 허용하고 귀중품은 모두 압수했든거죠. 그러니깐 일본인들은 어선같은 것을 빌려서 밀항을 합니다. 오구라 다케노스케(小倉武之助)와 이치다 지로(市田次郞), 공주에 있던 가루베 지온(輕部慈恩) 같은 이들이 어마어마한 유물을 가져간 것이지요. 이들에 빌붙어 밀한을 도운 게 한국사림이예요. - 미군에 의한 문화재 유출도 있었나.☞ 일본인들이 자신들의 귀국을 원활히 하기 위해 ‘세화인회(世話人會)’이라는 것을 만들었죠. 일본인들의 물품 같은 것을 맡아서 일본으로 보내는 일을 맡은거지요. 당시 서울역에서 화물을 부산으로 보내면 중간인 대전역에서 미군이 화물을 압수해 물자영단(物資營團)에 넘겨버리는 것이지. 그 물자영단 창고를 미군이 관리했는데, ‘우리 문화재나 귀중품은 박물관에 넘기고 나머지는 P.X에 넘긴다’고 말하지만 미군들이 마음대로 가져가거나 처분해버린 경우도 많았죠. 해방전후 골동계에서 유명한 이영섭이 부산에서 미군들과 친하게 지내며 물자영단에 있는 그림 1000점 이상을 싼 값에 샀지. 그가 샀던 그림들이 어떻게 흩어졌는지 알 수 가 없어. 또 한때 현재 심사정(1707~1769)의 그림으로 잘못 알려진 ‘맹호도’ 출처는 흥미롭지. 1946년 한 미군이 골동품 상인 두명을 일본인 창고로 데려갔지요. 골동품 상인들에게 감정을 요청해 감정해 주니 미군이 그 댓가로 주었던 게 맹호도이지요. 나중이 국립중앙박물관이 거금을 주고 사들였지만 미군에 의해 흩어진 문화재도 부지기수예요. ●“미군정기와 6·25 전쟁서 문화재 수난도 어머어마”- 6·25 한국전쟁 때도 문화재가 많이 파괴·유출되었다.☞ 6·25 때도 어마어마하게 많이 파괴됐지. 성보문화재(불교문화재) 파괴가 가장 심했지요. 유엔군이 주민 소개령을 내리고 초토화작전을 펼쳤던거죠. 소개령이 떨어지니 사찰에선 중요 유물들을 갖고 나옵니다. 작전이 끝나고 돌아가보면 절은 없어지고 재만 남은 거예요. 그러면 그 유물들이 절로 들어가지 못하고 흩어진 것이죠. 전국을 돌아다녀보면 오래된 절인데 건물만 새로 짓고, 유물이 없는 사찰이 많아요. 또 부산으로 피난 간 문화재는 극히 일부인데, 이마저도 용두산 대화재로 많이 불타버렸지요. 미처 피난하지 못한 우리 문화재는 미군들이 찾아내 저희들끼리 나눠 가졌습니다. 예를 들면 종묘에 있는 옥새와 금보(金寶·선왕이나 선비에게 올리는 추상존호를 새긴 도장) 이런 것이 상당히 분실됐지요. 1952년 신문을 보면 미군들이 옥새와 금보를 금은방에 가져와 감정해달라고 하다가 다른 미군에 의해 검거되는 그런 기사가 몇건 나옵니다. - 그 이후엔 문화재 수난이 더 없었나.☞ 1960~70년대에는 왠 도굴이 그렇게 많았는지 모르겠어요. 그때, 일본인 밑에 따라다니면서 도굴을 배운 기술자들이 그렇게 많이 도굴을 해요. 일재 잔재지요. 심지어는 집 짓는다하고 장막을 두르고 밤에 도굴을 하기도 했어요. 이런 유물은 1970년대엔 이삿짐으로 위장해 미국에 갖다나르다 적발된 경우가 많지요. 유물을 모조품처럼 가장해서 밀수출하다 걸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일본 밀수전문가들과 한국의 중간 브로커들하고 짜고 가져간 것도 감당을 못할 정도로 많지요.- 지금까지 수난당한 문화재는 몇 점이 되나.☞ 1981년부터 올 4월까지 조사해 파악한 국외유출 문화재는 17만 2300여점에 이릅니다. 이것은 관공서·도서관·박물관 등 공식기록을 비교 조사한 것입니다. 임진왜란 당시를 포함한 것으로 낙랑시대부터 구한말까지의 유물입니다. 제 조사는 관공서 위주여서 개인소장은 거의 포함돼 있지 않거든요. 오구라가 반출한 문화재의 경우에는 극히 일부인 1100여점만 도쿄박물관에 기증됐고, 나머지 수천점은 일본 전역에 흩어져 있어요. 이런 식으로 개인이 소장한 것을 포함하면 100만점이 해외에 떠돌고 있지 않겠느냐고 추산합니다. ●“파악된 수난 문화재 17만 2300여점···실제론 100만점 넘을듯”- 국외 유출 문화재를 환수하려면 어떻게.☞ 현재 파악된 17만 2300여점은 물론이고 앞으로 소재가 확인되는 문화재에 대해 정부와 민간단체가 합심하여 경로 추적에 나서야 할 것입니다. 개인이 하기엔 너무 벅차지요. 어떤 과정을 거쳐 발굴해 소장했느냐는 경로 파악을 위해 고적 조사자료, 잡지에 실린 논문, 신문기사 한 줄까지도 축적해 종합적으로 정리해야 합니다. 이렇게 계속 쌓아나가다 보면 불법성 드러날 것입니다. 불법성이 드러난 것은 환수 운동을 펼칠 수가 있는 것이지요. 한일협정 때의 ‘청구권 포기 규정’ 때문에 정부가 일본에 공식적으로 나서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면 환수 부분은 민간단체가 적극 나서야지요. 정씨는 “문화재는 미래 세대에 전해야 할 귀중한 유산”이며 “과거와 현재 미래를 연결하는 혼이자 공동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남아 있는 문화재 가운데 우리 손으로 파괴하는 것 즉, 함부로 관리하고 방치한 것은 없는지 반성해야 한다”며 일침을 가했다. 글·사진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새달부터 외국인 시내면세점 ‘현장 인도’ 일부 제한

    관세청은 다음달부터 외국인 관광객의 쇼핑 편의를 위해 시내면세점에서 구입한 물품을 바로 받을 수 있는 ‘현장 인도’가 일부 제한된다고 20일 밝혔다. 그동안 시내면세점에서 구입한 물품은 출국장에서 받는 것이 원칙이지만 국산품 판매 촉진 등을 위해 외국인이 구매하는 국산면세품에 한해 현장 인도를 허용해 왔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현장 인도 금액이 2조 5000억원에 이르는 등 국산면세품 판매에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문제는 시내면세점에서 구입한 국산면세품이 외국으로 밀반출되거나 국내에 불법 유통되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 유학생과 보따리상 등이 제도를 악용해 불법 유통에 가담하고 있는 게 드러났다. 최근 시내면세점 직원이 화장품 판매업자와 짜고 중국인 명의로 17억원 상당의 샴푸를 구매한 뒤 국내에 유통했다가 적발됐다. 이에 따라 관세청은 계도 기간을 거쳐 다음달부터 외국인의 현장 인도를 제한하기로 했다. 대상은 항공권 예약을 자주 취소하거나 장기간 출국하지 않으면서 시내면세점을 자주 이용하고 고액의 국산면세품을 사는 외국인이다. 이들은 시내면세점에서 국산면세품을 사더라도 현장에서 물건을 받지 못하고 출국할 때 공항과 항만에서 받은 뒤 출국해야 한다. 부정 구매자는 국세청에 통보해 면세받은 세금(부가가치세)도 추징된다. 관세청 관계자는 “앞으로 시내면세점 구매 내역과 ‘현장 인도’받은 외국인의 출국 여부를 확인해 국내에서 불법으로 유통되지 않도록 관리를 강화하겠다”면서 “다만 국산면세품 판매 위축이 되지 않도록 개선된 현장 인도 방법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전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사설] “평화가 경제”, 남북 공동 번영이 진정한 광복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광복절 73주년 경축사를 통해 “남북이 하나의 경제공동체를 이루는 것, 그것이 우리에게 진정한 광복”이라면서 “평화가 경제”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경축식에서 북한 비핵화를 전제로 한 남북 경협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문 대통령은 경축사에서 ‘평화’를 21차례나 언급했다. ‘경제’라는 단어도 19번 꺼냈다. 통일로 가는 길목에서 남북의 평화로운 공존·공영과 경제협력이 선결 과제임을 강조한 셈이다. 문 대통령은 또 “완전한 비핵화와 함께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돼야 본격적인 (남북) 경제협력이 이뤄질 수 있다”며 경기도와 강원도의 접경 지역에 통일경제특구를 설치할 뜻도 밝혔다. 국책연구기관의 연구 결과를 제시하며 남북 경협에 따른 경제적 효과가 최소 170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이 재개되고 북한의 일부 지하자원 개발 사업을 더한 수치다. 이는 남북 관계와 북·미 관계의 선순환을 바탕으로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가 실현되면 본격적인 남북 경협을 추진해 경제 성장의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뜻을 역설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특히 남북 경제공동체의 토대가 될 철도·도로 연결 사업과 관련해 “올해 안에 착공식을 갖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처음으로 ‘연내’라는 목표 시한을 제시한 것에 주목한다. 올해 안에 비핵화에 진전이 있어 경협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동북아 6개국과 미국이 함께하는 ‘동아시아 철도 공동체’도 제안했다. 남북 경협에 관해 매우 포괄적이고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제시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문 대통령은 이런 경제협력의 선결 조건으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정착’을 강조했다. “평화 정착이 진정한 광복”이라고 언급해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북·미 간 의견 차이를 좁히고 비핵화 합의를 앞당기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이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이달 말 방북과 9월 평양에서 열릴 3차 남북 정상회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 등을 통해 비핵화 협상의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북·미가 지난주 판문점에서 실무협의한 것이 뒤늦게 밝혀져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해체, 국외 반출, 폐기 핵무기 리스트 제출과 북한 체제 보장을 위한 ‘종전선언’을 맞교환하는 데 의견 접근이 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자’론에 큰 기대를 건다.
  • 통일부 “방북시 안전 본인 감수 확인서” 논란

    통일부 “방북시 안전 본인 감수 확인서” 논란

    북한을 방문하는 유소년 축구단이 ‘안전사고 발생 시 책임을 본인이 감수한다’는 내용의 확인서를 요구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통일부는 이에 책임 회피를 위한 것이 아니라, 방북시 주의해야 할 부분에 대해 환기 시키려는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12일 통일부 등에 따르면 지난 10일 평양으로 떠난 유소년 축구대회 방북단은 첫머리에 ‘본인의 말과 행동이 남북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깊이 인식하고 다음 사항을 성실히 이행하겠다’고 돼 있는 확인서를 받았다. 확인서에는 축구대회 참가라는 방북 목적에서 벗어나는 행동, 대한민국의 국가 정체성 훼손 행위, 대북제재에 위반되는 현금이나 물품의 제공, 승인을 받지 않은 물품의 반출·반입 등 방북 과정에서 주의할 사항이 나열돼 있고 말미에 서명을 하도록 돼 있었다. 문제는 ‘방북 과정에서 신변 안전에 유의하고 안전사고 발생, 관련 법규 위반 시 이에 대한 책임은 본인이 감수한다’는 마지막 항목이다. 북한의 특수성을 감안해도 정부의 책임을 개인에게 떠미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이 확인서는 통일부의 권고에 따라 민간 교류 주최 측이 방북단에 요청해 받고 있다는 게 통일부의 설명이다. 그러나 ‘통일부와 사전협의한다’는 문구 등으로 미뤄볼 때 사실상 통일부가 요구한 것으로 관측된다. 통일부 관계자는 “방북 과정에서 주의해야 할 부분들에 대해서 환기하려는 차원의 내용이지 개인에게 책임을 미루려는 뜻은 아니다”라며 “만에 하나 안전사고 등이 발생하면 정부가 외면하겠느냐”라고 말했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100년 만에 귀향한 아문센 북극 탐험선

    100년 만에 귀향한 아문센 북극 탐험선

    노르웨이의 세계적 탐험가 로알 아문센(1872~1928)이 북극 탐험에 사용한 목선인 ‘모드’호가 지난 6일(현지시간) 바지선에 올려진 채로 노르웨이 베르겐항에 입항하고 있다. 1911년 세계 최초로 남극점에 도달한 아문센은 1918년 7월 모드호를 타고 북극해 항해에 나섰지만 사고로 부상을 입어 세계 두 번째로 북동 항로를 횡단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이후 계속된 탐험 실패로 빚더미에 앉게 되자 1925년 이 배를 캐나다 유통업체 허드슨베이에 매각했다. 모드호는 1931년 캐나다 북부 케임브리지만에서 침몰했다. 모드호가 처음 건조됐던 지역인 아스케르시 정부는 1990년 바닷속에 있던 이 배를 단돈 1달러에 인수했고 반출을 시도했다. 2016년 7월 인양된 모드호는 6일 베르겐항에 입항했고, 18일 아스케르시로 옮겨져 박물관에 전시된다. 베르겐 EPA 연합뉴스
  • 새 차 사면 개소세 30% 덜 낸다

    연말까지 새 승용차를 사면 개별소비세를 30% 덜 낸다. 지난 19일부터 출고된 차량이 대상이다. 정부는 31일 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개별소비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지난 19일부터 연말까지 출고 또는 수입 신고된 승용차는 개별소비세율이 현행 5%에서 3.5%로 1.5% 포인트 내린다. 출고가격 2000만원짜리 차량은 약 43만원, 2500만원짜리 차는 약 54만원의 세금이 깎인다. 현대자동차는 차종별로 21만원에서 최대 87만원, 제네시스는 69만원에서 288만원, 기아자동차는 29만원에서 171만원까지 차값이 할인되는 효과가 있다. 지난 18일 전에 반출됐더라도 19일 기준으로 판매 대리점 등에서 제조업자 등이 보유한 승용차라면 인하된 세율이 적용된다. 다만 차량 판매확인서와 재고물품 확인서, 환급신청 등 증명서류를 첨부해 국세청장 또는 관세청장에게 오는 10월 5일까지 신고해야 한다.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부산 상반기 유통 농산물 0.7%에서 잔류농약 검출

    올해 상반기 부산에서 유통된 농산물의 0.7%에서 허용 기준치를 초과한 잔류농약이 검출됐다. 부산시 보건환경연구원은 올해 상반기 도매시장 반입및 시중에 유통된 농산물 2090건을 수거해 잔류농약 검사를 한 결과 9개 품목 15건(부적합률 0.7%)에서 허용 기준치를 초과한 농약이 나와 부적합 판정을 내렸다고 26일 밝혔다.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된 농약은 주로 살충제와 살균제 계통이다. 엄궁과 반여 농산물도매시장에 반입된 경매 전 농산물 1345건 가운데 부적합 판정을 받은 농산물 14건(2486㎏)은 반출을 금지하고 폐기 조치했다. 부적합 농산물 생산자를 대상으로는 과태료 처분과 함께 재배지 재조사 등 행정처분을 해당 기관에 의뢰했다. 시내 대형마트,백화점,전통시장 등에서 판매 중인 유통 농산물 745건 가운데는 부적합 농산물 1건을 확인해 수거 조치하고 해당 품목을 압류했다. 올해 부적합 판정을 받은 농산물은 얼갈이배추와 들깻잎 각 3건,시금치와 머위 각 2건,취나물,부추,열무,치커리,파 각 1건 등이다. 부산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 “적폐청산도 사치”… 을의 절규, 끝내 비극

    “적폐청산도 사치”… 을의 절규, 끝내 비극

    “법조타운 공사 중 2억어치 자재 빼돌려”반출 영상 증거로 냈지만 ‘불기소 처분’ “동부지법 공사 유착· 부실 수사” 주장도 檢 “두 차례 수사 모두 정상적 절차 따라”“갑질과 도둑질을 일삼는 회사는 잘사는데 힘없고 열심히 일한 국민은 억울해서 못살겠습니다.” 한 건설사 하청업체 직원 유모(52)씨는 지난 24일 이런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법 앞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유씨는 유서에서 “(대기업의 갑질에 대한 고발을) 밀어붙였으나 이길 수가 없었다”면서 “새벽 일찍 일어나 열심히 일한 대가가 이렇다. 적폐청산도 사치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음에는 이렇게 바보 멍청이같이 살고 싶지 않다. 국민에게 진실을 알려달라”고 덧붙였다. 유씨는 앞서 A건설사 직원들이 송파구 문정법조타운 동부지법 신청사를 건축하는 과정에서 최소 1억 9000만원 상당의 관급 자재를 몰래 빼돌렸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해당 직원들을 검찰에 고발한 인물이다. 유씨는 지난 3년 동안 A건설사가 갑질과 횡령 등 비리를 수년간 저질러 왔다고 줄곧 주장해 왔다. 유씨에 따르면 건설사 측은 지급해야 할 비용을 임의로 깎아버리거나 공사장의 흙 처리 비용을 하청업체에 떠넘겼다. 유씨는 A건설사의 갑질을 입증할 자료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건설사 직원이 자재를 몰래 반출하는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을 확보하고 이를 수사기관에 증거자료로 제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검찰은 A건설사에 대한 두 차례의 수사에 대해 모두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지난해 7월부터 진행된 관급자재 횡령 혐의에 대한 수사는 같은 해 11월 증거불충분으로 인한 ‘혐의 없음’으로 일단락됐다. 이에 유씨는 항고했고, 사건은 지난 2월 서울고검에서 서울동부지검으로 넘어오면서 재수사가 시작됐다. 하지만 지난달 26일 ‘혐의 없음’이라는 똑같은 결론이 내려졌다. 이후 유씨는 변호사와 함께 재항고 준비에 돌입했다. 유씨는 당시 “일반인이 조사할 수 있는 최대치를 모아 수사기관에 제출했는데도 검찰은 공사장 CCTV를 압수수색하거나 자재 반출 차량 번호를 추적하지도 않고 사건을 종결했다”며 검찰의 부실수사를 강하게 주장했다. 이어 “검찰·법원과 건설사 간의 유착이 있다는 소문이 사실인 것 같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유씨는 공정거래위원회 등 다른 여러 기관의 문도 두드렸지만 소용없었다. 높은 벽을 실감한 유씨는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말았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25일 “처음 수사가 진행됐을 때 증거불충분으로 마무리됐고 유씨의 항고에 따른 재수사도 모두 정상적인 절차로 진행됐다”고 밝혔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 “적폐청산도 사치”… 을의 절규, 끝내 비극

    “적폐청산도 사치”… 을의 절규, 끝내 비극

    ‘건설사 갑질·횡령 의혹 고발’ 하청업체 직원석연찮은 수사 종결 반발 극단적 선택“법조타운 공사 중 2억어치 자재 빼돌려”반출 영상 증거로 냈지만 ‘불기소 처분’“동부지법 공사 유착·부실 수사” 주장도檢 “두 차례 수사 모두 정상적 절차 따라” “갑질과 도둑질을 일삼는 회사는 잘사는데 힘없고 열심히 일한 국민은 억울해서 못살겠습니다.” 한 건설사 하청업체 직원 유모(52)씨는 지난 24일 이런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법 앞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유씨는 유서에서 “(대기업의 갑질에 대한 고발을) 밀어붙였으나 이길 수가 없었다”면서 “새벽 일찍 일어나 열심히 일한 대가가 이렇다. 적폐청산도 사치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음에는 이렇게 바보 멍청이같이 살고 싶지 않다. 국민에게 진실을 알려달라”고 덧붙였다.유씨는 앞서 A건설사 직원들이 송파구 문정법조타운 동부지법 신청사를 건축하는 과정에서 최소 1억 9000만원 상당의 관급 자재를 몰래 빼돌렸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해당 직원들을 검찰에 고발한 인물이다. 유씨는 지난 3년 동안 A건설사가 갑질과 횡령 등 비리를 수년간 저질러 왔다고 줄곧 주장해 왔다. 유씨에 따르면 건설사 측은 지급해야 할 비용을 임의로 깎아버리거나 공사장의 흙 처리 비용을 하청업체에 떠넘겼다. 유씨는 A건설사의 갑질을 입증할 자료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건설사 직원이 자재를 몰래 반출하는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을 확보하고 이를 수사기관에 증거자료로 제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검찰은 A건설사에 대한 두 차례의 수사에 대해 모두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지난해 7월부터 진행된 관급자재 횡령 혐의에 대한 수사는 같은 해 11월 증거불충분으로 인한 ‘혐의 없음’으로 일단락됐다. 이에 유씨는 항고했고, 사건은 지난 2월 서울고검에서 서울동부지검으로 넘어오면서 재수사가 시작됐다. 하지만 지난달 26일 ‘혐의 없음’이라는 똑같은 결론이 내려졌다.하지만 검찰은 A건설사에 대한 두 차례의 수사에 대해 모두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지난해 7월부터 진행된 관급자재 횡령 혐의에 대한 수사는 같은 해 11월 증거불충분으로 인한 ‘혐의 없음’으로 일단락됐다. 이에 유씨는 항고했고, 사건은 지난 2월 서울고검에서 서울동부지검으로 넘어오면서 재수사가 시작됐다. 하지만 지난달 26일 ‘혐의 없음’이라는 똑같은 결론이 내려졌다. 이후 유씨는 변호사와 함께 재항고 준비에 돌입했다. 유씨는 당시 “일반인이 조사할 수 있는 최대치를 모아 수사기관에 제출했는데도 검찰은 공사장 CCTV를 압수수색하거나 자재 반출 차량 번호를 추적하지도 않고 사건을 종결했다”며 검찰의 부실수사를 강하게 주장했다. 이어 “검찰·법원과 건설사 간의 유착이 있다는 소문이 사실인 것 같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유씨는 공정거래위원회 등 다른 여러 기관의 문도 두드렸지만 소용없었다. 높은 벽을 실감한 유씨는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말았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25일 “처음 수사가 진행됐을 때 증거불충분으로 마무리됐고 유씨의 항고에 따른 재수사도 모두 정상적인 절차로 진행됐다”고 밝혔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 [서울광장] 융복합시대 혁신 정치가 갈 길/박현갑 논설위원

    [서울광장] 융복합시대 혁신 정치가 갈 길/박현갑 논설위원

    #1. 한강공원에서 취미나 레저활동으로, 출퇴근 이용 수단으로 전기 자전거나 전동 휠, 전동 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수단’(personal mobility·PM)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이 세 가지 개인형 이동수단 가운데 자전거도로 이용이 가능한 것은 페달 보조 방식의 전기 자전거다. 지난 3월 22일 자전거 이용 활성화법이 개정돼 자전거도로를 면허 없이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전기 자전거를 제외한 전동 휠, 전동 킥보드는 여전히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도로교통법상 원동기장치 자전거로 분류돼 2종 원동기 면허 소지자가 안전장비를 착용하고 차도에서만 달려야 해서다. 음주운전 단속 대상에도 포함된다.#2. 2016년 6월 30일부터 혈압, 혈당, 피부노화, 피부탄력, 색소침착, 비타민C 농도, 탈모, 모발 굵기 등 12가지 항목은 병원을 가지 않고 유전자 검사 업체에 의뢰해 검사를 받는 맞춤형 의료서비스가 시행 중이다. 그러나 정작 유전자 검사로 알고 싶은 유방암이나 치매 등 질병, 나아가 음주, 수면, 스트레스, 흡연 등 건강과 관련된 유전자 검사는 앞으로 최소 1년 이상을 더 기다려야 한다. 미래 헬스케어 육성의 토대가 되는 국민 보건의료 데이터를 갖춘 데다 이를 연계 활용할 정보기술(IT) 인프라도 구비돼 있으나 개인정보 보호 가치와 공익적 활용의 가치 충돌로 혁신이 더디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 국민 편의 저하는 물론 국가경쟁력 약화가 우려되는 사례들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현대증권 등에 따르면 2015년 4000억원 규모였던 세계 PM 시장은 올해 2조원을 거쳐 2030년 26조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자동차·소재·2차전지·화학·사물인터넷·친환경 기술 등 융복합산업 측면이 강해 산업 전반에 미치는 연관 효과가 높아서다. 올해는 문재인 대통령의 집권 2년차. 집권 1년차에 비해 국정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 1년간 국정 운영에 대한 국민 지지도는 매우 높았다. 남북 정상회담, 북·미 정상회담 등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외교·안보 행보가 후한 점수를 받았다. 그러나 앞으로 종전선언과 비핵화 프로세스가 성사된다 하더라도 판문점 선언을 능가할 신선함은 기대하기 어렵다. 게다가 지방선거 압승에도 불구하고 경제민생 악화로 그 후 5주 연속 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은 동반 하락 중이다. 경제지표도 하락세다.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에서 2.9%로, 신규 취업자 규모는 32만명에서 18만명으로 낮추었다. 왜 그럴까? 대통령의 국정 운영 철학을 정책과 제도로 구체화해야 할 공무원 조직의 소극성과 여당의 안이함이 컸다고 본다. 공무원은 ‘관료주의’로 대변되듯 기본적으로 변화에 소극적이다. 지난 1년간의 적폐청산 과정을 지켜보면서 이러한 심리는 더욱더 뿌리 깊게 내렸는지 모른다. 여당도 마찬가지다. 문 대통령이 규제혁신 점검회의를 긴급 취소한 이후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가 규제 혁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으나 규제 혁신 관련법 처리 부진을 야당 탓으로 돌리는 등 달라진 모습은 찾기 어렵다. 규제프리존법, 서비스발전법 등 지난 정부 때 추진된 규제 완화 관련 법안이 현 여당의 반대로 무산됐는데 자신들의 과거 행태에 대한 반성 없이 야당의 비협조로 처리하지 못한다고 비판하는 태도는 말이 되지 않는다. 국내 정치가 규제 혁파에 지지부진한 사이 세계는 바뀐 산업환경에서 신성장동력을 확보하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자율주행차, 5G 등이 새로운 성장 모델이다. 여러 분야의 학문이 융복합돼야 확산성이 높다. 기존의 단선적 지식은 쓸모가 없다. 미국의 보잉과 프랑스의 에어버스, 영국의 롤스로이스는 ‘하늘을 나는 택시’ 개발에 착수했다. 미국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은 바이오 전담 자회사를 설립해 노화 예방, 헬스케어 데이터 등을 연구한다. 미국의 페이스북은 인체를 움직이는 세포지도를 만들고 에이즈·알츠하이머 등 난치병을 연구한다. 중국은 자국민 유전자 데이터의 국외 반출을 금지하는 등 헬스케어 산업 육성에 혼신을 다하고 있다. 자동차나 비행기 속도만큼 눈부신 IT발전에 걷기 수준의 정책과 제도보완으로는 혁신할 수 없다. 대통령의 혁신정치가 필요하다. 최근 문 대통령이 다달이 규제개혁 점검회의를 주재한단다. 국민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해선 단기간에 성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관료사회에 혁신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되짚는 일은 임기 내내 계속할 일이다. eagleduo@seoul.co.kr
  • 국민이 지뢰밟아 사망했는데 국가는 “탐지 안되는 지뢰라…”

    국민이 지뢰밟아 사망했는데 국가는 “탐지 안되는 지뢰라…”

    법원, 민북 지역 도로 공사 중 지뢰사고 사망 노동자 유족에게 3억원 배상 판결 민간인 통제선 이북지역(민북 지역) 근처에서 도로 공사를 하다가 지뢰 사고로 숨진 노동자의 유족에게 국가가 3억원대의 배상금을 물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6부(부장 김지철)는 A씨의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피고는 3억 40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24일 밝혔다.강원도 철원군은 지난 2015년 민북 지역에 인접한 구간의 도로 개선 사업을 발주했다. 군부대는 철원군의 요청으로 이듬해 4월부터 7개월간 공시 지역 내 미확인지뢰 지대에서 지뢰제거 작업을 벌였다. 이후 하도급 업체의 땅파기 공사가 시작됐는데, 그 해 11월 29일과 30일 오전 사토장(퍼낸 흙을 버리는 곳)에서 대전차지뢰와 대인지뢰 등 3점이 발견돼 군 부대가 회수해 갔다. 그런데 30일 오후 하도급 업체에 고용된 A씨가 몰던 덤프트럭이 사토장 주변을 지나다 사토에 섞여 있던 대전차지뢰를 밟았고, 지뢰가 폭발하며 A씨는 현장에서 사망했다. 정부 측은 재판에서 “지뢰 탐지기 성능 등을 고려할 때 지면에서 50㎝ 깊이의 지뢰만 탐지할 수 있다”며 “A씨가 밟은 지뢰는 지면에서 7∼8m 깊이에서 채굴한 흙 속에 있었던 것이라 국가에 과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이 사고는 지뢰 위험지대에 묻혀 있던 지뢰가 완전히 제거되지 않은 채 반출돼 발생한 사고”라며 “지뢰제거 작업은 군부대가 전담할 수밖에 없는 전문적이고 고유한 업무 영역”이라며 지뢰 제거작업 소홀로 사고가 났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A씨가 밟은 지뢰가 지면에서 50㎝를 넘는 깊이에서 채굴된 것으로 단정하기도 어렵다”며 “해당 군부대는 사고 전날과 당일 오전 지뢰가 발견돼 수거해 갔는데도 추가 제거작업을 하지 않았고, 사람이나 차량의 출입도 제지하지 않는 등 주의 의무를 게을리 했다”고 지적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檢, 임종헌 은닉한 USB 확보…‘사법 농단’ 수사 탄력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보고 문건도 담겨 행정처, 상고법원 지지 기고 대필 정황도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실시한 첫 강제수사에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은닉한 자료를 다량으로 확보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신봉수)는 22일 “임 전 차장이 재직 시 관여한 행정처 자료를 별도로 백업해 숨겨둔 이동식저장장치(USB)를 그의 변호사 사무실에서 입수해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이 USB에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게 보고된 것으로 보이는 문건도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검찰은 임 전 차장의 서초동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던 중 임 전 차장 컴퓨터에서 U SB의 존재 사실을 확인하고 사무실 여직원의 개인 가방에 있던 기기를 입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임 전 차장은 “백업 USB를 직원에게 보관시켰다”고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전까지 그는 재직 당시 생산하거나 보고받은 문건을 반출하긴 했지만 최근 하드디스크와 업무수첩을 모두 버렸다고 주장했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특별조사단이 지난 5월 임 전 차장의 문건 반출에 대해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다”라고 결론 내리자 관련 자료를 폐기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번 USB의 발견으로 임 전 차장이 거짓말을 했고, 보기에 따라 증거를 은닉했다고 해석될 수 있는 정황이 포착됐다. 이 같은 정황은 수사가 임 전 차장 신병 확보 단계까지 진전될 경우 검찰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사법농단 핵심 관련자들에 대한 검찰의 강제수사 시도 명분도 한층 공고해졌다. 사법부 자체적으로 이미 3차례 조사한 데다 대법원이 2주 넘게 행정처 PC 속 일부 문건을 임의제출하고 있어 강제수사 없이도 필요한 자료를 검찰이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는 법원 측 견해가 무색해졌기 때문이다. 당장 이언학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임 전 차장 외에 영장을 기각했던 양 전 대법원장,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김모 전 기획제1심의관에 대한 압수수색을 검찰이 재시도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다만 검찰이 임의제출을 요청한 행정처의 법인카드 사용, 관용차 운행 내역에 대한 강제수사는 요원하다는 전망이 많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범행 의심 기간을 한정하지 않고 재임 기간 전부에 대한 내역을 달라는 영장은 지나치게 포괄적이라 일반 사건이더라도 기각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2015년 조선일보가 전직 서울대 총장 A씨의 상고법원 지지 기고를 싣는 과정에서 법원행정처가 대필한 정황을 포착하고 최근 A씨를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검찰, ‘런닝맨’ 임종헌 숨겨둔 USB 찾아…사법농단 수사 전환점 되나

    검찰, ‘런닝맨’ 임종헌 숨겨둔 USB 찾아…사법농단 수사 전환점 되나

    박근혜 정부 청와대와 법원행정처의 재판거래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핵심 당사자인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은닉한 자료를 확보해 분석 중이다. 법원의 자료제출 거부로 난항을 겪던 ‘사법농단’ 수사에 전환점이 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22일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신봉수)는 전날 임 전 차장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법원행정처 자료를 별도 백업해 둔 USB를 발견해 분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자료에는 그가 행정처 시절 작성하거나 보고받은 재판거래 의혹 문건 다수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법원이 각종 자료제출을 거부하며 수사에 난항을 겪는 상황에서 검찰이 ‘판도라의 상자’를 손에 넣은 게 아니냐는 전망도 제기된다. 임 전 차장은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과 행정처 차장으로 근무하면서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각종 ‘재판거래’ 의혹 문건을 작성하거나 작성을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지난해 법원을 떠나면서 재직 시절 생산하거나 보고받은 문건들을 빼돌렸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임 전 차장은 이 같은 공무상비밀누설 혐의와 관련해 전날 검찰 조사에서 지난 5월 법원 조사단이 자신을 처벌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한 뒤 반출 문건이 담긴 하드디스크 등을 모두 버렸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숨겨둔 USB가 있었다는 점에서 임 전 차장의 진술은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커졌다. 이에 따라 검찰이 증거 인멸의 우려를 이유로 임 전 차장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임 전 차장은 지난 10일 방송된 MBC PD수첩 ‘양승태의 부당거래’에서 인터뷰를 요청하는 취재진을 따돌리려고 도망가는 모습을 보여 ‘런닝맨’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한편 검찰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 등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핵심 인물의 자택과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도 청구했지만 대부분 기각됐다. 이언학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주거권을 침해할 만큼 범죄 혐의가 소명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영장을 기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장판사는 2010년 박 전 처장과 서울고법 재판부에서 함께 근무한 경력이 있어 영장기각 결정 배경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검찰, 양승태 사법부 시절 수뇌부 ‘강제수사’ 착수

    검찰, 양승태 사법부 시절 수뇌부 ‘강제수사’ 착수

    검찰이 양승태 사법부 시절 대법원 수뇌부 인사들을 상대로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신봉수 부장검사)는 21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했다. 임 전 차장은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과 행정처 차장으로 근무하면서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각종 ‘재판거래’ 의혹 문건을 작성하거나 작성을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뿐만 아니라 임 전 차장은 법원 내 학술단체인 국제인권법연구회 소속 판사들을 뒷조사하거나 이들에게 불리한 인사조치를 하도록 지시하는 문건 등을 작성했다는 의혹도 받는다. 검찰은 이날 오전 임 전 차장의 서초동 자택과 변호사 사무실에 검사와 수사관들을 보내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비롯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또 임 전 차장에게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업무방해 등 혐의를 적용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았다. 그러나 임 전 차장은 지난해 법원을 떠나면서 이미 재직할 때 생산하거나 보고받은 문건들을 빼돌렸다는 의혹이 있다. 검찰은 임 전 차장의 주거지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하면서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임 전 차장은 이날 검찰에 문건들을 반출한 사실은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난 5월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라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의 판단에 따라 최근 문건들이 담긴 하드디스크와 업무 수첩을 모두 버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은 임 전 차장을 비롯해 문건 작성에 관여한 법원행정처 간부·심의관들의 PC 하드디스크를 임의로 제출해 달라고 요구했다. 검찰은 대법원 청사에 마련된 별도 공간에서 임 전 차장 등이 재직 때 쓰던 PC 하드디스크에서 의혹 관련 자료를 제출받고 있다. 그러나 법원행정처는 하드디스크에서 추가로 발견된 의혹 문건들의 원본 제출을 대부분 거부하고 있다. 검찰은 법원의 자료제출 거부로 기초자료 확보에 난항을 겪자 강제수사로 전환한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검찰, ‘사법농단’ 임종헌 전 차장 자택 압수수색…강제수사 돌입

    검찰, ‘사법농단’ 임종헌 전 차장 자택 압수수색…강제수사 돌입

    사법농단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대법원 수뇌부 인사들에 대한 강제 수사에 착수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신봉수)는 21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했다. 지난달 21일 법관 사찰·재판 거래 의혹과 관련해 고발인 조사를 시작하며 수사에 들어간 지 한달 만이다. 검찰은 이날 오전 임종헌 전 차장의 서초동 자택에 검사와 수사관들을 보내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비롯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검찰은 임종헌 전 차장에 대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업무방해 등의 혐의를 적용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을 비롯해 의혹 문건 작성에 관여한 법원행정처 간부 및 심의관들의 PC 하드디스크를 임의 제출해달라고 요구했다. 검찰은 대법원 청사에 마련된 별도 공간에서 임종헌 전 차장 등이 재직 시절 쓰던 PC 하드디스크에서 의혹 관련 자료를 제출받고 있다. 그러나 법원행정처는 하드디스크에서 추가로 발견된 의혹 문건들의 원본 제출을 대부분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검찰은 법원이 자료 제출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기초자료 확보에 어려움을 겪자 강제수사로 전환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등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핵심 인물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도 청구했으나 대부분 기각된 것으로 전해졌다. 임종헌 전 차장은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과 행정처 차장으로 근무하면서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각종 ‘재판 거래’ 의혹 문건을 작성하거나 작성을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또 법원 내 학술단체인 국제인권법연구회 소속 판사들을 뒷조사하거나 이들에게 불리한 인사 조치를 주도록 하는 문건 등을 작성했다는 의혹도 받는다. 임종헌 전 차장이 지난해 법원을 떠나면서 재직 시절 생산하거나 보고받은 문건들을 빼돌렸다는 의혹도 있다. 검찰은 임 전 차장의 주거지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하면서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종헌 전 차장은 이날 검찰에 문건들을 반출한 사실은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난 5월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다”라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의 판단에 따라 최근 문건들이 담긴 하드디스크와 업무수첩을 모두 버렸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임종헌 전 차장은 MBC ‘PD수첩’ 제작진이 찾아와 ‘사법 농단’ 의혹에 대해 묻자 전력 질주를 하며 제작진을 따돌리는 영상이 공개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대법원 “PC자료 그 자리서 봐라” 몽니… 발목 잡힌 檢 수사

    대법원 “PC자료 그 자리서 봐라” 몽니… 발목 잡힌 檢 수사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의혹이 법조계와 정치권, 언론 등으로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검찰이 주요 혐의자들이 사용한 PC 하드디스크 분석 작업으로 확보한 자료의 반출을 대법원이 불허하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있고 있다. 21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신봉수)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 사법농단 주요 혐의자들이 사용한 PC의 하드디스크 분석 작업을 대법원 내에서 진행하고 있다. 법원행정처 관계자 입회 하에 ‘재판거래’ 와 ‘법관사찰’ 의혹 등 사법농단 관련 키워드로 하드디스크를 검색해 관련 문건을 추출하는 식이다. 검찰은 이같은 분석 작업을 통해 양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특정 정치인들과 언론사 관련 재판 동향을 별도로 관리한 정황이 담긴 자료를 확보했다. 일각에선 당시 대법원이 상고법원 설치를 위해 정치인에게 치명적인 선거법 관련 재판과 여론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언론사들의 재판을 활용했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재판거래 의혹에 대해선 이야기 하기 어렵다”면서도 “단순한 정보 보고 수준은 훨씬 넘어서는 자료들”이라고 말했다. 이들 자료는 기존 대법원 특별조사단이 밝혀내 검찰에 넘긴 410개 문건에는 포함되지 않는 내용들이다. 이렇듯 하드디스크 분석 작업을 통해 새로운 의혹이 드러나고 있지만, 검찰 수사는 속도를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다. 법조계에선 그 원인을 분석 작업을 통해 추출한 문건을 검찰이 대법원 밖으로 반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찾고 있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임의제출 형식으로 자료를 제공받기로 되어 있기 때문에, 자료를 받으려면 결국 대법원의 결단이 필요하다”면서 “뽑아낸 자료를 분석하고 혐의점을 찾으려면 시간이 좀 더 필요한데, 대법원 안에서만 분석을 하게 될 경우 시일이 지체될 수 있고 또 제한된 인력만 자료를 보기 때문에 수사에도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원칙적으로 자료의 외부 반출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하드디스크에서 나온 자료가 재판거래와 관련이 있는지가 불명확하고, 개인정보가 담긴 자료를 임의로 냈다가 증거 능력이 훼손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법원이 이율배반적인 이야기를 한다고 지적한다. 법조계 관계자는 “법원은 검찰이 강제수사를 통해 관련 증거를 모두 확보하는 것이 증거 능력 훼손이 되지 않기 때문에, 압수수색을 통해 자료를 가지고 가라고 하고 있지만, 현재 검찰이 확보한 자료로는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 받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법원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면서 “증거 능력 훼손에 대한 우려로 자료를 못 주겠다는 것은 그야 말로 핑계”라고 꼬집었다.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애니멀구조대] 온몸에 산탄총 맞은 떠돌이 개의 구사일생기

    [애니멀구조대] 온몸에 산탄총 맞은 떠돌이 개의 구사일생기

    지난 10일. 케어 이메일로 날아든 한통의 제보. “총포사가 개를 총으로 쐈습니다.” 인천 강화로부터 온 제보였다. 제보자의 근무지 주변을 자주 떠돌던 검은 개 한마리의 이야기였다. 내용인즉슨, 8일 오후 사무실 인근, 검은색 RV차량에서 한 무리가 내리더니 “저 개 주인에게 허락 맡았으니 데려가겠다” 하고는 이내 느닷없이 그 검은 개에게 총을 쐈다는 것이다. 목격자가 담은 현장 영상을 보면, 개는 축 늘어진 채 풀숲에서 피를 철철 흘리며 쓰러져 있었고 더딘 숨만 겨우 이어가고 있었다. 발포자는 개를 데려가지는 않았다. 작은 몸에 스무 발 이상 박힌 ‘전신 총상’ 현장 목격자는 황급히 119에 신고했고, 개는 지자체 위탁 동물병원으로 이송됐다. 이런 경우 ‘골든타임’이 몹시 중요한데도, 즉각적이고도 효과적인 조치가 단번에 이뤄지는 경우가 드물다. 총상의 경우 관련 전문가의 집도가 아니면 다루기 몹시 까다로운 측면도 사태의 심각성에 한 몫 했다. 케어 동물구호팀은 급히 동물병원으로 달려갔다. 처음 마주한 개의 상태는 처참함 그 자체였다. 개는 차가운 뜬장에 죽지 못해 살아있는 듯한 모습으로 누워 있었다. 케어는 서울 소재 대형 동물병원으로 급히 개를 이송했다. 검진 결과, 온 몸에 산탄이 박혀 있었다. 일부 총탄은 깨져서 파편으로 몸 구석구석 박혀 있는 상황이었다. 신경계까지 건드린 끔찍한 총상이었다. 이 작은 개와, ‘전신 총상’이라는 검사결과는 너무나도 어울리지 않아 보였다. 게다가 질염을 포함해 심장사상충, 골절상까지. 온 몸이 성한 데가 없었다.‘개가 동네를 어슬렁거려...’ 유해조수단 사주한 마을 이장 케어는 즉각 인천 강화경찰서에 수사의뢰를 했다. 동물보호법, 총포도검화약류단속법 위반 여부를 살펴야 했다. 인근 파출소 총기반출내역을 통해 용의자는 특정됐다. 알고 보니 총을 발포한 자들은 ‘유해조수단’ 엽사들이었다. 이들은 8일 오후 유해조수 탐방 중 사건발생지에서 검은 개를 발견했으며, 데리고 다니던 사냥개와 시비가 붙자 총을 쐈다고 진술했다. 또한 개가 동네를 어슬렁거리고 사람을 위협한다는 이유로 마을 이장으로부터 개를 잡아 달라는 요청이 있었다고 진술했다. 마을 이장은 참고인 진술에서 “잡아오라고 부탁한 적은 있으나, 죽이라고 한 적은 없다”며 책임을 회피했다. ‘눈에 조금 거슬린다고, 유기견을 총 쏴 잡을 생각을 할 수도 있구나...’ 사건의 윤곽이 차츰 드러나는데, 머리가 잠시 아득해졌다. 연약한 생명의 지위를 실감했다. 약자들은 언제든 손쉽게 위태로운 처지로 고꾸라질 수 있는 것이다. 비극을 희망으로 비극적인 운명에 처한 이 검은 개에게 케어는 ‘까뮈’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다. 지금까지 까뮈는 고맙게도 잘 견뎌주었다. 현재 까뮈는 서울대 동물병원에서 국내 최고의 의료진에게 최선의 치료를 받고 있다. 하지만 후유증과 합병증이 너무 심각해 까뮈의 여생이 불확실하다. 까뮈의 치료비는 현재 천만 원을 훌쩍 상회했다. ’살려야 한다‘는 일념으로 케어와 의료진들은 총력을 다하고 있다. 케어는 제보 당일날 바로 모금코드를 열고, 까뮈의 치료비를 위한 모금을 시작했다. 해피빈 모금 참여를 통해 비극을 희망으로 전환할 수 있다. 동물권단체 케어 김태환 PD  해피빈 모금 참여=http://goo.gl/D8oV2M
  • 주먹구구식 학교석면제거, 학부모가 직접 점검한다

    주먹구구식 학교석면제거, 학부모가 직접 점검한다

    올 초 초·중·고에서 석면 잔재물이 남아 문제가 됐던 방학 중 석면해체 공사에 대한 사후 관리가 강화된다. 교육부는 학부모가 포함된 ‘학교 석면모니터단’의 조사를 의무화하고, 이를 지키지 않았을 경우 처벌도 강화한다.교육부는 올 여름방학 기간 중 석면 해체·제고 공사를 실시하는 전국 641개 학교에 대해 특별관리 대책을 시행한다고 18일 밝혔다. 이번 대책에는 ‘학교 석면모니터단’이 석면해체 공사 과정과 결과 등을 직접 점검하는 안이 포함됐다. 학교 석면모니터단은 각 학교 교장 또는 교감을 단장으로 학부모와 시민단체, 외부전문가, 학교관계자 등으로 구성된다. 이들은 공사 전 집기류 이동과 사전청소 상태, 비닐밀폐 등이 제대로 이행되었는지 확인하고, 공사 중 석면분진이 밖으로 퍼지지 않는지 조사한다. 석면해체·제거 작업 이후에는 석면 잔재물이 남았는지 직접 확인한다. 교육부는 사전에 학교 석면모니터단을 보집한 결과 학부너 2143명, 학교장 등 학교관계자 1156명, 101개 시민단체, 외부전문가 210명이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환경부, 고용노동부와 함께 학교 석면공사 집행 및 설계 등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과 단계별 작업절차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만들었다. 작업 전 사전청소와 이동가능한 모든 집기류를 반드시 반출하도록 하고 비닐밀폐를 2중으로, 석면가루가 남을 수 있는 경량철골(천장텍스를 고정하는 홈이 있는 철제 틀)도 반드시 철거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석면 해체·제거업체 및 조사기관에 대한 처벌기준도 강화된다. 석면해체작업을 관리 감독하는 감리인이 감리를 부실하게 한 경우 3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고용노동부는 작업기준을 미준수하여 벌금 또는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 받은 경우 처벌을 기존에 1차 업무정지 1개월, 2차 업무정지 3개월을 1차 업무정지 6개월, 2차 지정취소로 각각 강화한다. 교육부는 학교 석면모니터단과 별도로 갈등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 학교를 대상으로 ‘전문가 현장지원단’도 운영할 예정이다. 류정섭 교육부 교육안전정보국장은 “이번 여름방학 기간에는 학교 석면공사로 인해 학부모들과 지역주민들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관리 감독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 대학교수, 군사기밀 집에 가져갔다가...

    대학교수, 군사기밀 집에 가져갔다가...

    대법원 “업무 관련 보유는 수집으로 볼 수 없어 유출 없으면 법 위반 아냐”국방 관련 자료를 빼내 보관하다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전직 대학 교수가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자료를 빼냈지만 유출하지 않아 유죄 선고를 피했다. 대법원 1부(주심 김신)는 2006년 3월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민주통합당 김명자 전 의원 수석보좌관으로 일하며 전투함과 전투기 통신장비 등 사업내용이 담긴 군사 3급 비밀 7건을 반출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박모(47) 전 K대 교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7일 밝혔다. 박씨는 보좌관을 그만두고 방위사업청 과장으로 근무하던 2009년 3월쯤 ‘2011~2025 핵심기술 기획서’ 등 군사기밀 8건을 빼돌린 혐의로도 기소됐지만, 법원은 이 혐의 역시 무죄로 판단했다. 대법원 재판부는 “군사기밀보호법 11조 등에서 처벌하도록 규정한 군사 기밀 ‘수집’은 말 그대로 어떤 자료를 새롭게 입수하는 경우를 뜻한다”면서 “박씨는 이미 업무상 갖고 있던 자료를 반출했는데, 이는 소지의 방법이나 장소가 달라진 경우에 불과해 ‘수집’으로 볼 수 없다”고 본 원심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박씨는 2004~2009년 공무상 취득한 국방 자료를 반출해 자신의 서재에 보관한 혐의로 2012년 8월 기소됐다. 박씨는 재판 동안 자료 반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자료를 외부에 유출하는 누설은 없었다고 주장했고, 1·2·3심에서 전부 무죄 선고를 받았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마약 반입 상반기 4배 급증

    국제우편·특송화물 반입이 90% 美·캐나다 대마초 제품 6배 늘어 마약류 밀수 단속에 비상이 걸렸다. 200만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메스암페타민(필로폰)이 적발되는 등 국제 범죄조직의 밀수 시도가 빈번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해외 직구 등 편리해진 무역 환경을 악용해 국제우편과 특송화물을 이용한 개인 소비용 소량의 밀반입도 급증하고 있다. 16일 관세청에 따르면 올 상반기 세관에 적발된 마약류는 352건으로, 중량과 금액도 각각 146.9㎏, 2033억원에 이르렀다. 전년 동기(214건·28.9㎏·329억원) 대비 건수는 64%, 중량 409%, 금액은 386% 각각 증가했다. 최근 10년간 최대 적발 규모다. 품목별로는 국내 대표 남용 마약류인 필로폰이 60.1㎏으로 가장 많았고 대마류(19.0㎏), 코카인(8.2㎏) 등의 순이다. 필로폰 60.1㎏은 200만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규모로 지난해 적발량(30.9㎏)를 넘어섰다. 관세청은 마약류 밀수 증가와 관련해 국제 범죄조직에 의한 대형 필로폰 밀반입 시도가 늘면서 중량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했다. 올해 1㎏ 이상 적발된 필로폰은 9건(57.2㎏)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건·10.2㎏)보다 5배 이상 증가했다. 또 중국에 집중됐던 마약 반출국이 미국, 대만, 브라질 등으로 다변화되는가 하면 대마 합법화 영향으로 미국과 캐나다 등에서 반입된 대마초와 관련 제품이 145건(14.4㎏)으로 전년 동기(23건·2.5㎏) 대비 급증했다. 경로별 적발 건수는 국제우편이 193건(55%)을 차지했고 특송화물(123건), 항공여행자(24건) 등으로 나타났다. 국제우편와 특송화물은 자가 소비 목적의 소량 밀반입 시도로 지난해 상반기 176건, 19.6㎏에서 올 상반기 316건, 78.9㎏으로 크게 늘었다. 특히 특송은 31건(1.6㎏)에서 123건(61.9㎏)으로 급증해 관리 강화가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대전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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