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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정책, 돈으로 살 수 있다”… 트럼프 재선 바라는 푸틴·시진핑

    “美 정책, 돈으로 살 수 있다”… 트럼프 재선 바라는 푸틴·시진핑

    지난달 13일(현지시간) 브라질 브라질리아에서 열린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신흥경제 5개국) 정상회의에서 특별한 ‘동료애’를 과시한 정상 두 명이 있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다. 이들은 앞선 10월 초 양국 수교 70주년 기념일에 따로 만남을 갖지 못했던 만큼 이 자리에서 별도 회동을 하고 밀월관계 강화에 한목소리를 냈다. 이날 회동은 미국이 중국에 무역·군사 압박 강도를 높인 가운데 이뤄졌다. 이들은 앞서 서로 상대 모교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으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반미 연대 경고’를 보내기도 한 사이다. 그렇기에 둘의 만남은 늘 미국을 견제해 온 양국 의지를 재확인하는 의미도 있었다. 양국은 지난달 27~29일에도 동해상에 번갈아 전투기를 띄우며 미국 동맹인 한국과 일본을 도발했다.이런 가운데 내년 재선에 도전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 미 하원 탄핵조사에 직면해 있다. 민주당은 자당에 트럼프와 대적할 뚜렷한 강자가 없는 가운데, 탄핵조사를 대선의 큰 변수로 띄웠다. 푸틴 대통령과 시 주석은 트럼프의 위기 상황을 반길까? 수많은 외신은 전혀 그렇지 않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자국 중심주의를 외치는 트럼프 외교의 최대 수혜자로 떠올랐다. 시 주석은 트럼프와 무역 전쟁을 벌이고 있지만 생각을 훤히 들여다볼 수 있어, 그가 4년 더 미국 대통령으로 지내길 바란다. 시리아 미군 철수는 푸틴에게 이득을 준 가장 대표적인 트럼프 정책이다. 앞서 수년간 시리아에 공을 들여 온 푸틴은 미군이 빠지고 터키가 진군하는 시리아 동북부 국경지대에서 새로운 중재자로 자리매김했다. 내전 중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와 쿠르드 전사들이 치열한 전투를 벌이며 뺏고 빼앗겼던 전략적 요충지에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걸어 들어갔다. 시리아 독재정권, 터키, 쿠르드,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에서 대립하고 있는 모든 세력과 두루 관계를 다져 놓았다. 이를 이용해 시리아 내전을 끝내기 위한 헌법위원회를 구성했다. 내전이 끝난 뒤 시리아 대규모 유전들이 제 주인을 찾으면 지분을 요구할 자격이 충분히 갖춰졌다. 트럼프는 실제로 푸틴을 도와주는 듯한 행동을 많이 했다. AP통신에 따르면 트럼프는 2016년 미 대선을 방해한 해킹이 러시아가 아닌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났다는 신빙성 없는 주장을 지지했다. 또 구소련 군축에 대응하기 위해 창설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를 지속적으로 폄하했으며, 탈퇴를 제안하기도 했다. CNN도 ‘트럼프는 25번 러시아를 감쌌다’는 취지의 기사를 보도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당시 러시아에 가했던 제재가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고 나서 약화되거나 해제된 점, 2017년 5월 러시아 고위 관리들과 IS 관련 기밀 정보를 공유한 일, 러시아의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복귀를 제안한 사실 등이 예로 제시됐다. 트럼프는 러시아가 2014년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강제로 병합 것을 두고도 “크림반도는 러시아와 함께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민주당 테드 리우 하원의원은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정책은 러시아에 이익이 됐다는 점만 빼고는 하나같이 혼란스럽고 일관성이 없었다”고 말했다. 최근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불공정 무역 국가로 지목하고 ‘세계의 위협’으로 규정해 온 지난 18개월 동안 미중 관계가 험난했지만 중국 권력층의 많은 사람은 트럼프가 내년에 재선에 성공하길 바란다고 보도했다. 그가 예측불허인 것처럼 보이지만 매사를 거래·사업적 마인드로 접근하는 그가 원칙과 소신만 읊는 다른 정치인보다 상대하기 낫다는 얘기다. 한 중국 정치관계자는 “트럼프를 다른 후보보다 선호하는 이유는 그가 ‘사업가’이기 때문”이라면서 “우리에게 돈이 있는 한, 언제든 그를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관리들은 트럼프의 트윗을 통해 그의 ‘수’를 쉽게 알 수 있다고 전했다. 롱융투 전 대외무역부 부부장은 “트럼프의 여과 없는 트윗이 중국의 협상에 도움이 된다”면서 “우리는 트럼프가 재선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옌쉐퉁 칭화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도 “트럼프 덕에 중국은 냉전 이후 최고의 전략적 기회를 맞고 있다”고 썼다. 국제사회 비판을 받고 있는 중국의 민주주의, 인권 정책과 남중국해 등 영토 문제에 관해서 트럼프는 중국에 반대하지 않는다. 엘리자베스 이코노미 미 외교위원회 아시아 담당 선임연구원은 “대만, 홍콩, 신장, 인도·태평양의 자유와 개방 등은 트럼프가 통상적으로 다루지 않는 문제”라면서 “그는 이런 문제를 중국과의 협상에서 기꺼이 경제 이익과 교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역협상에서도 중국은 서두를 필요가 없다. 조급한 건 내년 재선에 도전하는 트럼프 쪽이다. 버락 오바마와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아시아 담당 고문을 맡았던 폴 헤넬은 “중국 지도자들은 빨리 나아갈 필요가 없다”면서 “선거 전에 포괄적인 협정을 미국에 선물할 이유가 어디 있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지금 많이 주면 만일 내년 트럼프 2기가 돼도 줄 게 없다”고 말했다. WP는 “트럼프가 4년을 더 생각하는 동안 시 주석은 더 많은 걸 생각하고 있다”면서 “66세로 트럼프보다 젊은 시 주석은 임기 제한까지 폐지해 사실상 남은 생애 동안 중국을 계속 이끌 수 있다”고 썼다. 트럼프 대통령을 등에 업은 두 독재자가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세계는 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자국 중심주의, 고립주의를 앞세운 트럼프는 미국이 더 이상 세계 민주주의와 안전을 보장하는 일을 하지 않도록 했다. 두 정상은 이를 기회로 세계 곳곳에서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러시아는 정보기관을 활용해 스웨덴에서 인종주의와 외국인 혐오를 조장하는 일을 비밀리에 진행하고 있다.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에선 TV 광고를 구매하고 후보들에게 뇌물을 줘 선거를 흔들었다. 현지 크롬 채굴 회사 지분을 유지하기 위해서였다. 시리아에선 독재자 바샤르 알아사드의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자국 군대를 배치하기도 했다. 우간다 독재자가 야권 정치인의 도전에 직면하자, 러시아 연방보안국은 중국 화웨이를 통해 반체제 인사들의 메시지를 도청했다. 최근 호주에 망명을 신청한 전직 중국 정보부 스파이는 당국 지시에 따라 내년 1월 대선을 앞둔 대만에서 여론을 조작하기 위해 ‘공작’을 벌였다고 폭로했다. 그는 언론과 시민단체를 매수하고 온라인 공작부대를 꾸려 여론을 조성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홍콩에 있는 중국계 투자회사로 위장한 첩보기관에서 홍콩 독립운동을 저지하기 위한 스파이활동도 벌였다고 말했다. 중국은 홍콩과 대만에서 민주주의 갈망이 움트는 것을 극도로 경계한다. 이들 자치구역 시민들이 본토의 공산당원에게 ‘거짓된 주장’을 심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시 주석은 사우디아라비아 자말 카슈끄지 기자 살해 사건의 배후로 의심받고 있는 왕세자 무함마드 빈살만을 감쌌다. 사우디는 중국이 서부 신장에서 무슬림을 잔인하게 탄압한 데 대해 아무 비판도 하지 않는다. WP는 칼럼을 통해 프랭클린 루스벨트, 로널드 레이건, 빌 클린턴, 조지 부시 등 역대 미국 대통령들이 이런 독재적인 침략에 맞서고 모든 인간이 자유롭게 살 수 있는 권리를 옹호했지만, 오늘날 미국 대통령은 민주적인 동맹국보다 러시아, 사우디, 터키, 북한 등 독재국가를 선호한다고 꼬집었다. 푸틴 등이 트럼프의 당선을 도와주기 위해 2016년 미 대선에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헌법을 뜯어고쳐 앞으로 몇 년을 더 집권할지 모르는 두 정상은 관계를 나날이 다지고 있다. 지난 1일 로이터에 따르면 러시아 동부 아무르주의 블라고베셴스크와 중국 헤이룽장성 헤이허를 연결하는 다리가 이날 준공됐다. 또 이날 양국 간 핵심 경제협력 프로젝트인 길이 약 3000㎞ 규모의 천연가스 파이프 ‘시베리아의 힘’이 개통됐다. 약 470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계약으로, 러시아는 앞으로 30년간 매년 천연가스 380억㎥를 중국에 공급한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트럼프 재선 바라는 두 독재자 : 푸틴, 시진핑

    트럼프 재선 바라는 두 독재자 : 푸틴, 시진핑

    지난달 13일(현지시간) 브라질 브라질리아에서 열린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신흥경제 5개국) 정상회의에서 특별한 ‘동료애’를 과시한 정상 두 명이 있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다. 이들은 앞선 10월 초 양국 수교 70주년 기념일에 따로 만남을 갖지 못했던 만큼 이 자리에서 별도 회동을 하고 밀월관계 강화에 한목소리를 냈다. 이날 회동은 미국이 중국에 무역·군사 압박 강도를 높인 가운데 이뤄졌다. 이들은 앞서 서로 상대 모교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으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반미 연대 경고’를 보내기도 한 사이다. 그렇기에 둘의 만남은 늘 미국을 견제해 온 양국 의지를 재확인하는 의미도 있었다. 양국은 지난달 27~29일에도 동해상에 번갈아 전투기를 띄우며 미국 동맹인 한국과 일본을 도발했다. 이런 가운데 내년 재선에 도전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 미 하원 탄핵조사에 직면해 있다. 민주당은 자당에 트럼프와 대적할 뚜렷한 강자가 없는 가운데, 탄핵조사를 대선의 큰 변수로 띄웠다. 푸틴 대통령과 시 주석은 트럼프의 위기 상황을 반길까? 수많은 외신은 전혀 그렇지 않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자국 중심주의를 외치는 트럼프 외교의 최대 수혜자로 떠올랐다. 시 주석은 트럼프와 무역 전쟁을 벌이고 있지만 생각을 훤히 들여다볼 수 있어, 그가 4년 더 미국 대통령으로 지내길 바란다.시리아 미군 철수는 푸틴에게 이득을 준 가장 대표적인 트럼프 정책이다. 앞서 수년간 시리아에 공을 들여 온 푸틴은 미군이 빠지고 터키가 진군하는 시리아 동북부 국경지대에서 새로운 중재자로 자리매김했다. 내전 중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와 쿠르드 전사들이 치열한 전투를 벌이며 뺏고 빼앗겼던 전략적 요충지에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걸어 들어갔다. 시리아 독재정권, 터키, 쿠르드,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에서 대립하고 있는 모든 세력과 두루 관계를 다져 놓았다. 이를 이용해 시리아 내전을 끝내기 위한 헌법위원회를 구성했다. 내전이 끝난 뒤 시리아 대규모 유전들이 제 주인을 찾으면 지분을 요구할 자격이 충분히 갖춰졌다. 푸틴, 트럼프 외교정책 최대 수혜자美 빠진 시리아서 중동 중재자 등극美中 무역전쟁도 급한 쪽은 트럼프 中, 수 훤히 읽히는 트럼프 재선 바라중·러 영향 확대에 세계 민주주의 위협 트럼프는 실제로 푸틴을 도와주는 듯한 행동을 많이 했다. AP통신에 따르면 트럼프는 2016년 미 대선을 방해한 해킹이 러시아가 아닌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났다는 신빙성 없는 주장을 지지했다. 또 구소련 군축에 대응하기 위해 창설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를 지속적으로 폄하했으며, 탈퇴를 제안하기도 했다. CNN도 ‘트럼프는 25번 러시아를 감쌌다’는 취지의 기사를 보도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당시 러시아에 가했던 제재가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고 나서 약화되거나 해제된 점, 2017년 5월 러시아 고위 관리들과 IS 관련 기밀 정보를 공유한 일, 러시아의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복귀를 제안한 사실 등이 예로 제시됐다. 트럼프는 러시아가 2014년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강제로 병합 것을 두고도 “크림반도는 러시아와 함께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뉴욕과 메릴랜드에 있는 러시아 외교부 소유 건물을 스파이 목적으로 사용한다는 의혹이 일어 오바마 행정부가 압수한 건물을 2017년 러시아에 되돌려주려 했었다는 보도도 있다. 민주당 테드 리우 하원의원은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정책은 러시아에 이익이 됐다는 점만 빼고는 하나같이 혼란스럽고 일관성이 없었다”고 말했다.최근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불공정 무역 국가로 지목하고 ‘세계의 위협’으로 규정해 온 지난 18개월 동안 미중 관계가 험난했지만 중국 권력층의 많은 사람은 트럼프가 내년에 재선에 성공하길 바란다고 보도했다. 그가 예측불허인 것처럼 보이지만 매사를 거래·사업적 마인드로 접근하는 그가 원칙과 소신만 읊는 다른 정치인보다 상대하기 낫다는 얘기다. 한 중국 정치관계자는 “트럼프를 다른 후보보다 선호하는 이유는 그가 ‘사업가’이기 때문”이라면서 “우리에게 돈이 있는 한, 언제든 그를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관리들은 트럼프의 트윗을 통해 그의 ‘수’를 쉽게 알 수 있다고 전했다. 롱융투 전 대외무역부 부부장은 “트럼프의 여과 없는 트윗이 중국의 협상에 도움이 된다”면서 “우리는 트럼프가 재선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옌쉐퉁 칭화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도 “트럼프 덕에 중국은 냉전 이후 최고의 전략적 기회를 맞고 있다”고 썼다. 국제사회 비판을 받고 있는 중국의 민주주의, 인권 정책과 남중국해 등 영토 문제에 관해서 트럼프는 중국에 반대하지 않는다. 엘리자베스 이코노미 미국 외교위원회 아시아 담당 선임연구원은 “대만, 홍콩, 신장, 인도·태평양의 자유와 개방 등은 트럼프가 통상적으로 다루지 않는 문제”라면서 “그는 이런 문제를 중국과의 협상에서 기꺼이 경제 이익과 교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역협상에서도 중국은 서두를 필요가 없다. 조급한 건 내년 재선에 도전하는 트럼프 쪽이다. 버락 오바마와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아시아 담당 고문을 맡았던 폴 헤넬은 “중국 지도자들은 빨리 나아갈 필요가 없다”면서 “선거 전에 포괄적인 협정을 미국에 선물할 이유가 어디 있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지금 많이 주면 만일 내년 트럼프 2기가 됐을 때 줄 게 없다”고 말했다. WP는 “트럼프가 4년을 더 생각하는 동안 시 주석이 더 많은 걸 생각하고 있다”면서 “66세로 트럼프보다 젊은 시 주석은 임기 제한까지 폐지해 사실상 남은 생애 동안 중국을 계속 이끌 수 있다”고 썼다. 트럼프 대통령을 등에 업은 두 독재자가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세계는 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자국 중심주의, 고립주의를 앞세운 트럼프는 미국이 더 이상 세계 민주주의와 안전을 보장하는 일을 하지 않도록 했다. 두 정상은 이를 기회로 세계 곳곳에서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러시아는 정보기관을 활용해 스웨덴에서 인종주의와 외국인 혐오를 조장하는 일을 비밀리에 진행하고 있다.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에선 TV 광고를 구매하고 후보들에게 뇌물을 줘 선거를 흔들었다. 현지 크롬 채굴 회사 지분을 유지하기 위해서였다. 시리아에선 독재자 바샤르 알아사드의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자국 군대를 배치하기도 했다. 우간다 독재자가 야권 정치인의 도전에 직면하자, 러시아 연방보안국은 중국 화웨이를 통해 반체제 인사들의 메시지를 도청했다. 최근 호주에 망명을 신청한 전직 중국 정보부 스파이는 당국 지시에 따라 내년 1월 대선을 앞둔 대만에서 여론을 조작하기 위해 ‘공작’을 벌였다고 폭로했다. 그는 언론과 시민단체를 매수하고 온라인 공작부대를 꾸려 여론을 조성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홍콩에 있는 중국계 투자회사로 위장한 첩보기관에서 홍콩 독립운동을 저지하기 위한 스파이활동도 벌였다고 말했다. 중국은 홍콩과 대만에서 민주주의 갈망이 움트는 것을 극도로 경계한다. 이들 자치구역 시민들이 본토의 공산당원에게 ‘거짓된 주장’을 심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영향력을 거두지 않는 이유도 비슷하다. 국경 너머의 민주주의가 자국민에게 ‘위험한’ 생각을 심어주기 때문이다. 시 주석은 사우디아라비아 자말 카슈끄지 기자 살해 사건의 배후로 의심받고 있는 왕세자 무함마드 빈살만을 감쌌다. 사우디는 중국이 서부 신장에서 무슬림을 잔인하게 탄압한 데 대해 아무 비판도 하지 않는다. WP는 칼럼을 통해 프랭클린 루즈벨트, 로널드 레이건, 빌 클린턴, 조지 부시 등 역대 미국 대통령들이 이런 독재적인 침략에 맞서고 모든 인간이 자유롭게 살 수 있는 권리를 옹호했지만, 오늘날 미국 대통령은 민주적인 동맹국보다 러시아, 사우디, 터키, 북한 등 독재국가를 선호한다고 꼬집었다. 푸틴 등이 트럼프의 당선을 도와주기 위해 2016년 미 대선에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헌법을 뜯어고쳐 앞으로 몇 년을 더 집권할지 모르는 두 정상은 관계를 나날이 다지고 있다. 지난 1일 로이터에 따르면 러시아 동부 아무르주의 블라고베셴스크와 중국 헤이룽장성 헤이허를 연결하는 다리가 이날 준공됐다. 이날 두 지역 사이에 대규모 천연가스 파이프인 ‘러시아의 힘’도 개통됐다. 규모 약 460조원에 달하는 양국 계약으로 러시아는 앞으로 30년 간 매년 천연가스 380억㎥를 중국에 공급한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진상 관광객 막으려 ‘트레비 분수’에 보호벽 세우자는 伊 시의원

    진상 관광객 막으려 ‘트레비 분수’에 보호벽 세우자는 伊 시의원

    고전영화 ‘로마의 휴일’에서 공주로 나온 여배우 오드리 헵번이 동전을 던져 유명해진 이탈리아 로마 명물 트레비 분수는 전 세계에서 온 관광객으로 언제나 붐비는 탓에 문제가 끊이지 않는다. 워낙 많은 사람이 찾는 데다가 셀카 명장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다투거나 먹던 음료를 버리고 심지어 분수대 안에 들어가는 진상 관광객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이런 몰상식한 관광객들에게 화가 난 한 의원이 트레비 분수 주위에 보호벽을 쌓아 문화재 훼손을 막겠다는 새로운 제안을 내놨다고 CNN 등 외신이 27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의회에 이같은 법안을 제출한 이는 로마 시의회 상업위원회 위원장으로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 소속인 안드레아 코이아 의원이다. 코이아 의원이 지난 15일 제출한 이 법안에는 트레비 분수와 스페인 계단, 콜로세움 그리고 포리 임페리알리 거리를 로마의 상징으로 규정하고 지금보다 예의를 중시하는 관광의 필요성이 강조돼 있다. 또한 코이아 의원은 현재 상태에서는 경찰관이 예의 주시하며 관광객이 분수에 뛰어들거나 하는 행위를 직접 막아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이번 제안이 실현되면 경찰은 불법 노점을 단속하는 활동 등에 집중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밖에도 코이아 의원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소를 지켜야 한다면서 트레비 분수나 콜로세움 등에 검문소를 설치하거나 상시 순찰해야 한다고 제안했다.한편 로마시는 트레비 분수의 동전을 기부하는 대신 예산에 귀속하려고 했으나 가톨릭계와 여론의 강한 반발로 취소한 바 있다. 한 해 동안 트레비 분수에 관광객이 던진 동전의 가치는 무려 19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123rf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중국 작가 옌롄커, 홍콩 사태에 “어떤 이유든 폭력에 반대”

    중국 작가 옌롄커, 홍콩 사태에 “어떤 이유든 폭력에 반대”

    2008년 광우병 시위 참여 경험 털어놔중국 3대 문호…노벨상 단골 후보 거론한국을 방문한 중국의 반체제 작가 옌롄커가 홍콩 사태와 관련해 “인류의 자유와 존엄을 향한 노력을 소중하다”며 “그 어떤 이유든 폭력이 자행되는 것은 반대한다”고 말했다. 대산문화재단·교보문고 초청으로 한국을 찾은 옌롄커는 이날 광화문 한 음식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뉴스에서 홍콩에서 일어난 사건을 접했다”며 “사람의 목숨은 그 무엇보다도 소중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옌롄커는 중국 정부의 시위 진압 방식이나 홍콩 민주화 시위의 정당성 등에 대한 구체적 평가는 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옌롄커는 지난 2008년 한국에서 광우병 의혹 규명을 요구하는 촛불시위에 참여해 가두행진을 했다고 털어놨다. 당시 자신의 책 번역자와 함께 “오랫동안 걸었다”고 전했다. 옌롄커는 광우병 시위와 홍콩 민주화 시위를 비교해달라는 질문에는 “광우병 시위도 그렇고, 홍콩 민주화 시위도 그렇고 인간의 자유를 위해 노력하는 영역”이라며 “두 시위 중 무엇이 가치 있는지, 무엇이 민주화, 인권과 관계있는지 비교하는 건 내 능력 밖”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을 “정말 나약한 사람”, “구경꾼”으로 정의했다.그는 “중국 사회 여러 현상에 대해 비판한 적이 없다. 사실을 그대로 적었을 뿐”이라며 “내 인생과 문학을 성찰해보면 나의 나약함과 유약함이 드러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와 관련해 중국이 내정 간섭 수준의 경제 보복을 한 데 대해선 “사드는 흘러간 문제일 뿐”이라고 했다. 그는 “이런 질문을 한국에서 하는 게 이상하다”면서 “중국 사람은 다 잊어버렸다. 사드에 대해 기억하는 시민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옌롄커는 지금까지 자신의 문학 역정도 ‘실패’로 규정했다. 그는 “나는 인생과 글쓰기에서 실패한 사람”이라며 “글쓰기 면에서 나는 위대한 작품을 쓰지 못했다. 내 작품 중 진정한 독창성 갖고 창조력을 발휘한 작품은 없다”며 겸손해 했다. 옌렌커는 위화, 모옌과 더불어 중국 현역 3대 문호 중 한 명으로 꼽히며 노벨문학상 후보로도 언제나 거론된다. 다수 작품이 중국 당국에 의해 금서로 지정될 만큼 문제 작가로 불린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소련, 반체제인사에 약물 주입” 폭로 부콥스키 별세

    “소련, 반체제인사에 약물 주입” 폭로 부콥스키 별세

    구(舊)소련이 반체제 인사들을 정신병동에 가둬 약물을 투입해 무기력하게 만드는 만행을 처음으로 서방 세계에 폭로한 러시아 출신 작가 블라디미르 부콥스키가 별세했다. 76세. AFP통신 등에 따르면 부콥스키는 지난 27일 밤(현지시간) 영국 케임브리지의 한 병원에서 심장마비로 숨졌다. 그는 소련 당국이 의사들에게 허위로 정신병 진단서를 발급하게 해 반체제 인사들을 정신병동에 감금해 탄압한 것을 전 세계에 알린 인사 가운데 한 명이다. 1960년대에 잡지에 글을 쓰며 학생운동가로 이름을 알린 부콥스키는 1963년 금서를 소지했다는 이유로 체포된 것을 시작으로 35세에 소련의 전체주의 체제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도합 12년을 감옥과 노동교화소, 정신병원을 전전했다. 부콥스키는 구소련이 정신병을 허위진단해 반체제인사들을 탄압한 사실을 구체적으로 폭로한 인사로 서방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1971년 6명의 반체제 인사들의 정신병력이 기록된 의료 문서를 빼돌려 서방에 제공하면서 소련의 가혹한 체제 유지 방식에 대한 국제적 비판 여론을 불러일으켰다. 소련에서 추방된 뒤 1978년 펴낸 회고록을 통해 강제노역과 정신병동에서 갇혀 지낸 경험을 구체적으로 알렸다. 블라디미르 푸틴이 이끄는 러시아가 구소련과 별로 다르지 않다면서 푸틴을 자주 비판했다. 2008년 러시아 대선 출마를 선언하기도 했지만 후보 자격을 얻지 못했다. 말년에는 아동 포르노 사건에 휘말려 2014년 영국 경찰에 기소되기도 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위구르족 지식인의 ‘사하로프 인권상’ 수상이 중국에게 미치는 영향

    위구르족 지식인의 ‘사하로프 인권상’ 수상이 중국에게 미치는 영향

    종신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중국의 위구르족 반체제 인사이자 경제학자인 일함 토티가 24일(현지시간) 유럽의회로부터 ‘사하로프 인권상’을 수상했다. 사하로프 인권상은 1988년 소비에트의 반체제 인사이자 과학자인 안드레이 사하로프를 기리기 위해 만들어졌으며 유럽의회가 수여한다. 수상의 영광은 주로 정치적 반체제 인사나 지식인이게 돌아간다. 첫해 수상자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자 흑인 인권운동가인 넬슨 만델라였으며 1990년 수상자는 아웅산 수치 미얀마 국가고문, 2013년은 말랄라 유사프자이였다. 올해 수상자인 토티가 누구이며, 이번 수상이 중국에 어떤 의미인지, 향후 중국과 유럽연합(EU)과의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짚어봤다. ●일함 토티는 누구인가 미국 외교전문매체 포린포리시(FP)에 따르면 토티는 2014년 중국 당국에 체포돼 지금까지 복역 중인 인물로 체포 전까지 위구르족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위구르 온라인’ 사이트를 개설해 운영했다. 베이징에서 수학한 경제학자인 토티는 중국중앙민족대학에서 경제학 교수로 재직하면서 동시에 위구르족의 자치권 보장과 그들에 대한 차별반대법 도입 등을 위해 활동했다. 위구르족이 대다수를 이루는 중국 신장 지역에서 위구르족에 대한 탄압이 강화되자 이를 비판하는 데 앞장섰다. 2000년대까지만 해도 중국 내부에서 공산당의 체재를 비판하는 지역 단위의 운동과 소수민족의 움직임이 어느 정도 허용됐다. 그러나 2009년 7월 신장 우루무치 지역에서 폭동이 일어나면서 모든 것이 바뀌었다. 젊은 위구르족 청년들이 수십 명의 한족 시민들을 살해하며 중국 공안의 탄압이 거세지기 시작한 것이다. 위구르족을 위해 활동하던 토티의 입지는 그 사건을 계기로 더욱 위태로워졌다. 폭동 직후 공안에 체포된 토티는 얼마 뒤 미국 정부의 도움으로 겨우 풀려날 수 있었다. 그러나 시진핑 중국 주석 치하에서 표현의 자유가 더욱 위축되며 2014년 결국 토티는 함께 활동하던 동료 학자들과 함께 체포됐다. 위구르족에 있어서는 중국 내에서 자신들을 옹호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잃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토티는 위구르족 분리주의와 유언비어 유포, 정부에 대한 비판 등의 혐의로 체포됐다. 심지어 도티가 동투르크스탄 이슬람 운동 같은 테러리스트 그룹과 연관이 있다는 혐의도 제기됐는데 FP는 이러한 시도가 매우 황당하다고 지적했다. 문제의 단체는 2000년대 중반 짧게 활동하는 데 그쳤음에도 중국 당국이 매년 이 단체를 체제 선전에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토티의 체포는 신장 지역에서 정부에 반대하는 어떠한 시도도 용납될 수 없음을 보여주는 메시지였던 셈이다.●위구르족이 처한 상황은 현재 중국 내 위구르족들은 문화 말살의 대상이 되고 있다. 위구르의 언어와 문화 등을 물론 그들의 서적까지 모두 파괴되고 있으며 100만명이 넘는 위구르족 주민들은 중국 정부가 만든 구금 시설에 갇혀 강제적인 세뇌를 당하고 있다. 수십만명의 위구르족 아이들은 부모로부터 분리돼 정부가 운영하는 고아원에 수용돼 있다. 위구르족의 저명한 학자와 지도자들은 대부분 체포됐다. 위구르족이 처한 상황에 대한 국제 사회의 경각심도 더욱 확대되고 있다. 이번 토티의 수상이 이를 대변한다고도 볼 수 있다. 사하로프 인권상 홈페이지에는 “위구르족은 자신들의 독특한 문화와 정체성을 이유로 중국 정부로부터 최근 몇 년간 유례없는 억압을 받는 민족”이라면서 “2017년 4월 이후 100만명이 넘는 무고한 위구르족 주민들이 수용소에 억류돼 있으며 그곳에서 그들의 민족적 정체성과 종교적 신념을 버리고 중국 정부에 대한 충성심을 맹세하도록 강요받고 있다”고 묘사됐다. ●상이 달갑지 않은 중국 정부 2008년 유럽의회는 중국 내 반체제 인사이자 인권 운동가였던 후자(胡佳)에게 사하로프 인권상을 수여한 바 있다. 당시 중국 정부는 거의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았다. 베이징 올림픽이 열리던 때라 대외적으로 긍정적인 이미지를 만들려고 애를 쓰고 있었고, 내부적으로도 제한적이나마 개혁과 변화를 할 수 있으리란 기대감이 있었다. 시 주석의 통치 아래 중국은 외국의 영향과 간섭에 대해 더욱더 편집증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부 관리들은 자신들에게 화살이 돌아오지 않도록 더욱더 체제에 충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신장 지역의 위구르족에 대한 탄압과 정부가 저지르는 만행에 대해서는 더욱 기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위구르족의 구금 캠프를 직업 교육 시설에 불과하다고 거듭 강조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수상이 향후 중국과 EU 간 관계에 균열을 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중국은 앞서 노르웨이와도 비슷한 갈등을 겪었었다. 2010년 노르웨이 노벨위원회가 중국의 인권 신장을 위해 비폭력 투쟁을 해온 인권운동가 류사오보(1955~2017)에게 그 해의 노벨평화상을 수여하면서 이후 6년간 양국의 외교는 거의 단절되다시피 했다. 물론 사하로프 인권상이 노벨상만큼 중국의 아픈 부분을 건드리는 것은 아니다. 류샤오보의 수상은 중국 최초의 노벨상 수상자가 반체제 인사라는 기록을 영원히 남게 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EU는 노르웨이보다 훨씬 더 큰 경제 규모를 갖고 있다. FP는 최소 몇 개월간은 이번 수상과 관련한 중국 국영 언론들의 비방과 외교관들에 대한 문책 등이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중국 정부는 지난 8월 토티가 바츨라프 하벨 인권상 후보자로 지명되자 국가전복과 테러 지원 혐의 등으로 유죄판결을 받은 점을 들어 지명 철회를 요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토티는 해당 상의 공동 수상자로 선정됐으며, 올해 1월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 의원들로부터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받았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 英컨테이너서 발견된 39명 “영하 25도에 10시간 동안 갇혀”

    英컨테이너서 발견된 39명 “영하 25도에 10시간 동안 갇혀”

    영국 에식스주의 한 컨테이너에서 사망한 채로 발견된 39명의 사람들이 영국에 도착하기 전 이미 갇혀있었다고 가디언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들은 모두 중국인으로 벨기에 해안부두에 도착하기 전 이미 내부에 갇혀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벨기에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8명의 여성과 31명의 남성은 지난 22일 오후 벨기에 제브뤼헤 부두에 도착한 후 영하 25도에서 최소 10시간동안 갇혀있었다. 트레일러는 이튿날 새벽 벨기에에서 영국으로 들어왔으며 1시 40분경 에식스 경찰에 발견됐다. 피해자들의 정확한 사망 시점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제브뤼헤 항구 관리 책임자인 조아킴 코엔즈는 벨기에 언론에 “부두로 들어오는 냉동 컨테이너는 완전히 밀폐된 상태에서 들어온다”면서 “들어오는 과정에서 번호판을 확인한 뒤 컨테이너가 밀폐됐는지를 살펴본다”고 말했다. 숨진 피해자들이 제브뤼헤 항구에 도착하기 전 이미 밀폐 상태의 냉동 컨테이너에 탔을 것이란 의미다. 디르 드 포 제브뤼헤항만청 회장도 VRT와의 인터뷰에서 “컨네이너는 페리에 실리기 전까지 촬영된다”면서 “아무도 모르게 밀폐된 상태를 풀고 39명의 사람들을 태운 뒤 다시 밀페할 가능성은 지극히 적다”고 설명했다. 이는 이번 사건의 피해자들이 난민일 가능성보다는 범죄 조직이 연관된 인신매매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가디언은 덧붙였다. 피해자들의 국적이 중국이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중국 정부는 정부 관계자를 현장에 급파했다고 전했다. 중국 외무부는 성명을 통해 “영국 주재 중국 대사관에서 관련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 현장으로 가고 있다”고 전했다. 벨기에 주재 중국 대사관도 벨기에 경찰로부터 심도있는 조사를 요구받았다. 그러나 25일 영국 주재 중국대사관은 사망자들의 국적이 중국으로 확인되지는 않았다고 웹사이트를 통해 밝혔다. 아일랜드 정부도 조사에 협조하고 있다. 영국 내에서 컨테이너를 실었던 트럭이 아일랜드 회사였기 때문이다. 회사는 그러나 운전자인 북아일랜드 출신 모 로빈슨(25)과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부정했다. 로빈슨은 지난 20일 아일랜드 더블린을 거쳐 영국 홀리헤드로 입국한 사실이 확인됐다. 경찰은 북아일랜드에 있는 로빈슨의 집 등 세 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한 관계자는 수사관들이 이번 사건과 관련해 북아일랜드 국경 부근을 근거지로 삼아 활동하는 범죄조직원 3명을 쫓고 있다고 밝혔다. 데일리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수사관들은 사우스 아마 지역에서 활동하며 반체제 준군사조직과 관련이 있는 범죄조직을 배후로 의심하고 있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 홍콩의 대규모 시위 촉발 ‘임신한 여친 살인범‘ 찬퉁카이 풀려나

    홍콩의 대규모 시위 촉발 ‘임신한 여친 살인범‘ 찬퉁카이 풀려나

    “홍콩 사회와 홍콩인에게도 죄송한 마음을 금할 수 없으며, 홍콩인들이 속죄할 기회를 주기 바란다.” 지난 6월 초부터 다섯 달째 홍콩을 뒤흔들고 있는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대규모 시위를 촉발한 살인범이 홍콩과 대만 정부가 신병 처리를 놓고 다투는 사이에 결국 풀려났다. 지난해 2월 대만에서 여자친구를 살해하고 홍콩으로 도주한 찬퉁카이(陳同佳·20)가 23일 오전 홍콩 픽욱 교도소에서 출소했다. 찬퉁카이는 교도소 앞에 몰려든 많은 취재진 앞에서 허리를 숙이며 사죄의 뜻을 나타낸 후 “피해자의 가족에게 용서받을 수 없는 잘못을 저질렀으며, 대만으로 가서 죗값을 치르고 싶다”고 말한 뒤 홍콩인과 홍콩 사회를 향해 사과의 뜻을 밝혔다. 홍콩 정부가 지난 4월부터 범죄인 인도 법안을 추진하게 된 것은 지난해 2월 그가 대만에서 저지른 살인사건에서 비롯됐다. 당시 찬퉁카이는 대만에서 임신한 여자친구를 살해하고 시신을 대만의 한 지하철역 부근에 유기한 후 홍콩으로 도망쳐왔다. 홍콩은 ‘속지주의’를 채택하고 있어 영외에서 발생한 범죄에 대해서는 처벌하지 않는다. 결국 찬퉁카이에게 적용된 것은 여자친구의 돈을 훔쳤다는 절도와 돈세탁방지법 위반 혐의뿐이었고, 재판에서 29개월의 징역형이 선고됐다. 홍콩 정부는 찬퉁카이를 대만으로 인도하길 원했지만, 대만과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하지 않아 실행할 수 없었다. 그러자 홍콩 정부는 중국을 포함해 대만, 마카오 등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나 지역에도 사안별로 범죄인들을 인도할 수 있도록 하는 범죄인 인도 법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홍콩 야당과 시민단체의 강력한 반발을 불렀다. 이들은 중국 정부가 반체제 인사나 인권운동가를 중국 본토로 송환하는 데 이 법을 악용할 수 있다면서, 범죄인 인도 법안이 홍콩의 민주주의와 표현의 자유를 결정적으로 침해할 것이라고 주장하며 강행하려는 홍콩 행정 수반인 캐리 람(林鄭月娥) 행정장관과 친중파 의원들에 반대하는 시위를 이어왔다. 29개월 징역형을 선고받은 찬퉁카이는 모범수로 감형돼 18개월만 복역한 후 이날 출소했다. 최근 그는 심경 변화를 일으켜 홍콩 정부에 서한을 보내 살인죄에 대한 자수 후 대만에서 복역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런데도 홍콩과 대만 정부는 신병 처리를 놓고 실랑이를 이어가고 있다. 홍콩 정부는 대만이 찬퉁카이의 신병을 인수할 것을 요청했지만, 대만 당국은 ‘정치적 조작’이라며 그의 인수를 거부했다. 공식 사법 협조가 없는 상태에서 신병을 인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과 매튜 청 홍콩 정무사장(총리 격)은 전날 기자회견 등을 통해 상대방이 정치적으로 사건을 악용하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전날 대만 정부가 “우리 경찰을 홍콩으로 보내 찬퉁카이를 데려가겠다”고 밝혔지만, 홍콩 정부는 “홍콩의 사법권을 존중하지 않는 것으로, 전적으로 수용할 수 없다”고 맞섰다. 홍콩은 찬퉁카이가 자수할 명백한 의지가 있다는 점에서 대만이 찬퉁카이에 대한 입경 금지 조치를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대만 당국은 그가 개인 자격으로 비자를 신청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하나의 국가임을 주장하면서 사법권을 행사하고 싶어하는 대만 정부와 대만을 중국 영토의 일부로 보는 홍콩 정부의 시각이 충돌한 결과란 분석도 나온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3500명 희생 ‘피의 분쟁’ 못 잊어… 브렉시트 복병 된 북아일랜드

    3500명 희생 ‘피의 분쟁’ 못 잊어… 브렉시트 복병 된 북아일랜드

    영국 국민의 52%가 유럽연합(EU) 탈퇴에 찬성표를 던지며 브렉시트가 추진된 지 40개월이 지났다. 당초 지난 3월 성사됐어야 할 브렉시트는 합의 없는 ‘노딜’ 브렉시트를 피하고자 오는 31일로 연기됐다. 그러나 지난 19일(현지시간)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의 합의안이 의회에 상정되지도 못한 채 보류되며 브렉시트는 내년 1월 31일로 또다시 연기될 상황에 처했다. 거듭된 연기의 배경에는 아일랜드와 국경을 접한 북아일랜드가 있다. 영국 연방의 하나인 북아일랜드는 과거 영국 잔류파와 독립파로 나뉘어 오랜 갈등을 빚은 역사가 있다. 브렉시트 합의안에서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의 통행·통관 절차가 가장 핵심이 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북아일랜드는 왜 브렉시트의 ‘복병’이 됐나 영국이 브렉시트 논의를 시작할 때부터 북아일랜드는 논쟁의 중심에 있었다. 바다에 둘러싸인 영국 본토(잉글랜드·웨일스·스코틀랜드)와 달리 북아일랜드는 EU 회원국인 아일랜드와 직접 국경을 접하고 있기 때문이다. EU 탈퇴는 EU 관세동맹에서의 탈퇴를 의미하지만 아일랜드와 310마일(약 500㎞)에 이르는 국경을 마주한 북아일랜드가 EU 관세에서 탈퇴하는 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양국 사이의 국경은 주민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국경’이나 마찬가지다. 아무런 제재 없이 사람과 물자 모두 오갈 수 있기 때문이다. 북아일랜드에 이러한 평화가 찾아온 건 불과 20여년밖에 되지 않았다. 영국계 신교도의 비율이 높은 북아일랜드는 20세기 아일랜드가 독립할 당시 영국 연방에 남기로 했는데, 내부에서는 아일랜드와의 통일을 주장하는 구교도와 영국과의 결속을 주장하는 신교도가 수십년간 갈등을 빚었다. 갈등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진 건 1972년 ‘피의 일요일 사건’이 터지면서다. 아일랜드계의 시위를 진압하러 온 영국군이 시위 중이던 비무장 시민에게 발포하며 14명이 사망하게 된 것이다. 이후 30여년간 3500명 이상의 사망자를 낳은 북아일랜드 분쟁은 1998년 벨파스트협정(성금요일협정)이 체결되며 겨우 봉합됐다. 영국과 아일랜드는 ‘북아일랜드인의 귀속 문제는 북아일랜드인이 결정한다’는 기치 아래 아일랜드섬 안에서의 자유로운 통행과 통관을 보장했다. 브렉시트는 이러한 안정을 깬 장본인이다. 2016년 6월 23일 국민투표에서 EU 잔류에 표를 던진 북아일랜드 주민은 55.8%에 달했지만 이들도 ‘(영국) 국민의 뜻’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북아일랜드 달랠 ‘복안’이 없다 영국 의회에서는 북아일랜드의 여러 정당 중 친영국파이자 강경한 연합주의 노선을 띤 민주연합당(DUP·10석)만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이 북아일랜드 전체를 대표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북아일랜드 신페인당(7석)은 민족주의 성향으로 영국에서의 의정 활동을 보이콧하고 있기 때문이다. 의회에 명부는 올라가 있으나 투표를 하지 않기 때문에 찬반을 가릴 때도 이들의 숫자는 제외한 채 계산된다. DUP는 영국 의회에서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다. 2017년 총선 결과 집권당인 테리사 메이 전 총리의 보수당이 과반 의석을 달성하지 못하면서 연정을 구성하게 됐다. 그러나 DUP는 메이 전 총리가 EU와 맺은 합의안에 번번이 퇴짜를 놨다.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 간 엄격한 통관 절차인 ‘하드보더’를 피하기 위해 마련한 백스톱(안전장치)이 북아일랜드를 영국 본토와 더욱 멀어지게 할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DUP는 지난 17일 EU와 존슨 총리가 극적으로 타결한 브렉시트 합의안에도 반기를 들며 제동을 걸었다. 존슨 총리의 합의안은 북아일랜드에 법적으로는 영국의 관세체계를 적용하되 실질적으로는 EU 관세동맹 안에 남도록 했는데, 이는 북아일랜드가 EU의 상품 규제를 따름으로써 북아일랜드와 영국 본토 사이에 ‘규제 국경’이 세워지는 것을 의미했다. 영국의 미래 무역정책에 따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지만 북아일랜드가 영국 본토와는 다른 지위를 갖게 하는 것에는 변함이 없었다. 당초 존슨 총리는 취임하기 전 “영국 본토와 북아일랜드에 다른 관세나 규정을 적용하는 것은 영국 연방을 해치는 일”이라면서 “그러한 법안을 승인하거나 승인해야만 하는 보수 정권은 없다”고 단언했다. 그러나 존슨 총리도 종국에는 북아일랜드를 EU 관세동맹에 남겨 두는 것을 택했다.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 사이에 하드보더가 생길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가능한 한 피하고 싶었을 가능성이 높지만, 가디언은 존슨 총리가 영국 연방의 결속보다 브렉시트를 감행하는 데 더 무게를 뒀기 때문이라고 평했다. 존슨 총리의 합의안은 또 북아일랜드 의회에 2024년부터 4년마다 EU의 관세체계 안에 남을지를 결정하도록 했다. 2017년 총선 이후 DUP와 신페인당의 갈등으로 기능이 정지돼 사실상 무정부 상태에 놓인 북아일랜드 의회는 친유럽 성향의 의원들이 과반을 차지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의 통일을 지지하는 민족주의 정당인 신페인당이 존슨 총리의 합의안에 조심스레 지지를 표명한 것도 이 때문이다. 존슨 총리가 오는 31일 노딜 브렉시트를 감행한다면 북아일랜드의 혼란은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드보더에 회의적인 DUP는 북아일랜드가 영국으로부터 떨어져 나올 가능성이 있는 ‘나쁜 합의’보다는 오히려 노딜이 낫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메리 루 맥도널드 신페인당 대표는 지난 7월 “노딜 브렉시트가 진행되면 영국 연방을 탈퇴하고 아일랜드와 통일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DUP와 날을 세웠다. 양당이 양보 없이 맞서는 상황에서 북아일랜드 전체를 만족시킬 브렉시트 합의안은 사실상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아일랜드와 통일” 무장단체 세력화 키워 브렉시트 논의가 진행되는 동안 북아일랜드 내부의 반체제 공화주의 단체들도 서서히 힘을 얻기 시작했다. 북아일랜드 분쟁 당시 아일랜드와의 통합을 요구하며 무장투쟁을 벌였던 ‘IRA’(아일랜드공화군)의 정신을 계승한다고 자처하는 ‘신(新)IRA’의 부상이 대표적이다. 신IRA는 올해 1월 북아일랜드 런던데리의 법원 건물 바깥 차량에 폭탄을 설치했다. 폭발로 인한 사상자는 다행히 발생하지 않았지만 불과 3개월 뒤 기자 리라 매키가 반체제 공화주의자들이 쏜 총에 맞아 숨지면서 주민들의 불안은 더욱 증폭됐다. 피의 금요일 당시 남동생을 잃었던 케이트 내시(70)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브렉시트로 인해 폭력 사태가 더욱 늘어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벨파스트 퀸스대 역사학자인 에몬 피닉스는 브렉시트에 따른 위험이 가시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브렉시트가 북아일랜드의 평화에 실질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며 “브렉시트 논의가 진행된 지난 3년간 북아일랜드는 급작스러운 불안정 상태에 접어들었다”고 설명했다. 미국 외교전문매체 포린폴리시는 브렉시트가 북아일랜드 무장세력의 정치화에 기름을 붓고 있다고 분석했다. 북아일랜드 청년층의 높은 실업률과 약물 중독 등 사회적 문제로 인해 무장세력에는 새로운 회원들이 끊임없이 유입되고 있다. 문제는 브렉시트가 이들을 ‘아일랜드와의 통일’이라는 하나의 목표로 향하게 하는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신IRA의 한 회원은 선데이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브렉시트는 우리로 하여금 북아일랜드를 포함한 아일랜드섬이 영국과 어떻게 분리될 수 있는지에 집중하게 한다”며 “브렉시트라는 절호의 기회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것은 우리에게는 태만”이라고 말했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 파리 활동 반이란 언론인 체포 미스터리... 프랑스 정보기관 속았나

    파리 활동 반이란 언론인 체포 미스터리... 프랑스 정보기관 속았나

    프랑스에서 활동하던 반체제 이란 언론인이 이란 당국에 전격 체포되면서 그 배경에 의문이 더하고 있다. 그가 체포된 직후 프랑스 정부는 16일(현지시간) 이란에 억류된 자국 학자들의 석방을 촉구하면서 그의 체포 미스터리가 도마에 올랐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지난 14일 루홀라 잠을 ‘국외에서’ 체포해 이란으로 신병을 송환했다고 발표했다. 혁명수비대는 또 “우리 정보조직의 영리한 작전이 성공을 거뒀다. 수준 높은 공작으로 ‘외국 정보기관을 속여’ 체포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루홀라 잠은 정치적 망명자 신분으로 프랑스에 체류하고 있었다. 혁명수비대가 루홀라 잠의 신병을 확보한 장소는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았지만, 국외로 특정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었다. 이란 이외의 나라에서 체포한 것은 주권침해와 관련돼 있다. 이와 관련해 루홀라 잠이 이란이 보낸 한 여성의 꾐에 넘어가 출국했다가 이라크 나자프에서 이란 요원팀에 의해 체포됐다고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일부 이란 현지 언론은 프랑스에 있던 루홀라 잠을 이란에 오도록 유인해 체포했다고 전했다. 반면 이란 현지 언론에서는 루홀라 잠의 체포 경위에 대해 혁명수비대와 프랑스 정보기관이 상대국이 원하는 인사를 비밀리에 맞교환하기로 했다고 추정하는 보도가 잇달아 나왔다. 이란은 미국, 호주 등 서방과 수감자나 억류자를 종종 맞교환했다. 혁명수비대는 이란 정권을 비판하는 루홀라 잠을, 프랑스는 이란에 수감 중인 프랑스 국민의 석방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혁명수비대가 프랑스 정보기관의 묵인 또는 용인 아래 루홀라 잠의 신병을 확보한 뒤 대화 통로를 차단했다는 게 의혹의 골자다.]소설같은 이런 추론에 불을 붙인 것은 프랑스 정부가 이란에 공식적으로 자국민 석방을 요구하면서 되살아났다. 프랑스 외무부 아녜스 폰 데어 뮐 대변인은 16일 브리핑에서 6월 이란에 억류된 파리정치대(시앙스포) 소속 인류학자 파리바 아델카, 아프리카 전문가인 롤랑 마샬을 당장 석방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이어 “이란 당국이 이 문제를 푸는 데 투명성을 보이고, 용인할 수 없는 이 상황을 즉시 끝내길 원한다”고 밝혔다. 프랑스가 그간 이들의 석방을 공개적으로 요구하지 않았고, 파리에서 활동하던 루홀라 잠을 이란이 전격 체포한 점을 연결 지어보면 ‘비밀 맞교환’에 실패한 프랑스 정부가 이 문제를 수면 위로 꺼냈다는 해석이 나오는 상황이다. 르 피가로는 루홀라 잠의 체포 과정에서 프랑스 당국이 묵인했을 수도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프랑스가 이란이 억류한 자국 학자들의 석방을 이란과 교섭하기 위해 이란의 반체제 인사를 사실상 이란에 내줬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루홀라 잠은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이란을 비판하는 뉴스를 유포했다. 이란 당국은 그가 이슬람혁명에 반하는 이적 행위를 하고 이란 내부에서 폭동이 일어나도록 선동했다는 혐의로 그를 꾸준히 추적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여기는 남미] 군부대서 발견된 유해, 알고보니 독재정권 암매장한 실종자

    [여기는 남미] 군부대서 발견된 유해, 알고보니 독재정권 암매장한 실종자

    독재정권에 붙잡혀 실종된 남자가 44년 만에 싸늘한 유해로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다. 우루과이 언론은 8일(이하 현지시간) "최근 군부대에서 발굴된 유해가 DNA 감식 결과 군사정권 시절 실종된 에두아르도 블레이에르 오로비트스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군부대에서 군사정권 때 실종자 유해가 발굴된 건 14년 내 이번이 다섯 번째다. 유해는 지난 8월 28일 우루과이 제13부대에서 발견됐다. 제13부대는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군사정부(1973~1985)가 '300카를로스'이라고 불리던 불법 수용시설을 설치, 반체제 인사들을 무더기로 체포해 감금했던 곳이다. 군은 이곳에서 무자비한 고문과 살인을 자행했다. 군부대에서 유해가 발굴되자 우루과이 정부는 서둘러 DNA 감식을 실시했다. 정확성을 보장하기 위해 이웃국가 아르헨티나의 과학경찰도 감식에 참여하도록 했다. 감식 결과 유해는 1975년 군사정부에 끌려간 에두아르도 블레이에르 오로비트스(당시 47세)인 것으로 확인됐다. 4자녀의 아버지이자 치과의사였던 그는 공산당에 가입, 열렬히 정당활동을 하다가 군에 체포돼 '300카를로스'에 수용됐다. 1975년 10월 29일에 벌어진 일이다. 오로비트스는 여기에서 갖은 고문을 당했다. 함께 수용생활을 한 복수의 생존자들은 "오로비트스가 야만적인 고문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결국 그는 끌려간 지 약 8개월 만인 1976년 7월 초 사망했다. 우루과이 군은 2005년 낸 인권보고서에서 오로비트스가 1976년 7월 1~5일 사이 사망했다고 확인했지만 사망한 직후 시신이 화장돼 유해는 발견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번에 유해가 발견되면서 군의 이 같은 발표는 거짓으로 드러났다. 한편 유해가 발견되면서 뒤늦게 장례를 치르게 된 유족들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진실을 밝혀준 국민에게 감사한다"는 메시지를 발표했다. 오로비트스의 장남은 "아버지가 붙잡혀 계시던 곳에 지금까지 계셨지만 모르고 있었다는 게 죄송하다"면서 "역사적 진실을 규명하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루과이 군사정권 때 실종돼 아직까지 생사가 확인되지 않는 사람은 약 200명에 이른다. 사진=유해가 발견된 곳에 표식이 꽂혀 있다. (출처=옵세르바도르) 남미통신원 임석훈 juanlimmx@naver.com
  • 포퓰리즘에 등 돌린 민심… 유럽의 극우당, 전성기는 끝났다

    포퓰리즘에 등 돌린 민심… 유럽의 극우당, 전성기는 끝났다

    지난주 그리스 북부의 번화가 메소지온 거리에 있는 5층짜리 건물에 일꾼들이 나타났다. 이들은 건물에서 가져갈 수 있는 걸 전부 들고 나와 차에 실었다. 뜯어내다 만 간판엔 ‘황금’(Golden)이라는 글자가 사라지고 ‘새벽’(Dawn)만 남았다. 건물은 최근 몇 년 동안 그리스를 넘어 유럽을 강타했던 신나치 정당 황금새벽당을 상징해 왔다. 하지만 이제 너덜너덜한 깃발과 부서진 간판이 이 극우 정당의 상황을 보여 주고 있다. 2010년 아테네 시의회 입성, 2012년 국회 진출, 2015년엔 7% 득표율로 제3당까지 올랐던 이 정당은 지난 7월 2.93%를 득표해 의회 진출에 실패했다. 국가 지원금을 받지 못해 건물을 유지할 수 없게 됐다. 최근 가디언, 폴리티코 등 외신은 그리스뿐 아니라 유럽 전역에서 극우 정당들의 전성기가 끝났다고 잇달아 진단했다. 유럽에서는 사회·경제적으로 고통받던 서민들이 전통적 정당·의회 정치와 유럽연합(EU)에 반감을 가지면서 국수주의, 민족주의, 반세계주의 등을 내세운 극우 정당들이 큰 호응을 얻었다. 극우 정치세력은 소득 불평등과 실업, 이민자 증가와 저숙련 일자리 부족 현상으로 불안에 빠진 서민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 줬다. 소셜미디어는 가짜뉴스를 증폭시켜 이들의 효과적인 선거운동 도구가 됐다. 2010년 초 강세를 보이기 시작한 극우 정치세력은 최근 수년 새 급격하게 성장해 2017년 전후로 유럽 대부분 국가 의회에서 의석을 얻었다. 지난 5월 유럽의회 선거에서는 전체의 4분의1에 가까운 의석을 차지했다. 이들은 지금도 범유럽 정치세력으로 조직화를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오스트리아 조기 총선 결과는 유럽에서 극우 정당의 상승세가 꺾이고 있다는 걸 보여 주는 예시라고 가디언은 보도했다. 2015년 서유럽을 관통한 난민 이슈를 타고 인기를 거둔 자유당은 2017년 총선에서 보수 국민당과 연정을 이뤄 부총리, 국회부의장 등을 배출했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점유율이 약 10% 포인트 떨어지며 무너졌다. 당 대표이자 부총리였던 하인츠크리스티안 슈트라헤는 자신이 일으킨 부패 스캔들 탓에 실시된 조기 총선에서 참패하자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이탈리아 극우 정치인 마테오 살비니는 극우 동맹당을 이끌며 지난해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과 연정을 구성, 내무장관과 부총리에 올랐다. 최근까지 인도주의 단체의 난민 구조선을 자국 항구에서 몰아내며 반이민 정책을 강행해 왔다. 그는 EU 회원국 내 다른 극우 정당들과 연합해 유로화에 반대하는 범유럽 연합체 조직을 추진했다. 그는 여론조사 지지율만 믿고 조기 총선을 통해 총리가 될 생각으로 이탈리아 연정을 붕괴시켰다. 하지만 오성운동은 그가 주장한 조기 총선을 거부하고 중도좌파 민주당과 연정을 구성했다. 당연히 살비니와 동맹당 인사들은 모든 공직을 내려놓고 정부에서 물러났다.2012년 프랑스 대선에서 약 18%의 지지율로 파란을 일으킨 극우 국민전선(FN)의 마린 르펜 대표는 결국 당을 주류 정치권으로 끌어올린 뒤 2017년 대선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현 대통령과 나란히 결선에 진출해 약 34%의 지지를 확보했다. 그러나 올 초 노란조끼 운동의 격렬한 시위에 힘입어 마크롱 대통령을 흔들었음에도 그의 지지율을 빼앗아 오지 못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2018년 7월 이후 가장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대선 뒤 ‘국민연합’으로 당명을 바꾼 국민전선은 지난 5월 유럽의회 선거에서 프랑스 정당 중 1위를 차지해 승리한 듯 보이지만 2014년 선거보다 훨씬 적은 득표율을 기록했다는 게 가디언의 분석이다. 스페인에서 지난 4월 무려 24개 의석을 확보하며 처음 국회에 입성한 극우 복스당은 불법 이민자를 추방하고 성폭력 관련 법률들을 폐지하겠다는 공약을 펼쳤다. 2017년 10월 분리독립이 무산된 카탈루냐 지역에 대해 자치권 회수를 주장하며 큰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상승세는 거기까지였다. 사회당 페드로 산체스 총리가 정부 구성에 실패했음에도 인기를 잃지 않고 있으며, 복스당은 여론조사에서 계속 지지율이 빠지고 있다.영국의 대표적인 극우 인사 나이절 패라지가 이끄는 브렉시트당은 지난 5월 유럽의회 선거에서 보수당과 노동당을 격파했다. 그러나 보수당의 의제를 선점했으면서도 지난 6월 자국 보궐선거에서는 의석 확보에 실패했다. 보리스 존슨 총리가 조기 총선 추진에 성공, 보수당의 잔류파를 쳐내고 진정한 브렉시트당을 만들길 기대했지만 이 계획도 실행이 어려워졌다. 최근 독일 지방선거에서는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브란덴부르크주와 작센주에서 돌풍을 일으켰지만 결국 어느 곳에서도 승리하지 못했다. 폴리티코는 독일 주류 정당들이 지방의회나 국회 어디에서도 AfD에 권력을 주지 않기로 결심한 듯하다고 평가했다. 지난 5월 유럽의회 선거에서도 AfD는 11% 정도 득표하며 2017년 총선 득표율(12.6%)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표를 받았다. 폴란드와 헝가리에선 아직 극우 포퓰리즘이 번창하고 있다. 하지만 사실상 폴란드를 대표하는 정치 지도자인 야로스와프 카친스키 법과 정의당 대표는 인종주의적 포퓰리즘과 가톨릭 국가주의, 사회보수주의에도 불구하고 다음 총선에서 과반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폴리티코의 분석이다. 체코에선 극우 성향의 총리가 공산주의 몰락 이후 가장 큰 규모의 시위에 직면하고 있다. 슬로바키아에선 진보당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됐다. 유럽 유권자들은 극우 포퓰리즘 정책이 빈곤과 사회 불평등의 대안이 되지 못한다는 걸 확인하기 시작했다. 유럽에서 극우 정당의 무서운 상승세가 꺾이게 된 공통의 이유다. 시민들은 달콤하게 들렸던 말들이 가짜뉴스였다는 걸 인식하기 시작했으며, 반자유주의적이고 극단주의로 흐르기 쉬운 정책과 언어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이런 인식 전환의 이유는 각 나라에서 다르게 나타난다. 프랑스의 경우 실업률이 떨어지고 물가가 안정돼 여권이 견고한 지지를 받아서다. 오스트리아에선 자유당의 부패 스캔들이 크게 작용했다. 그리스에선 황금새벽당 당원 69명이 살인 사건 등 폭력 사건에 연루돼 재판을 받고 있다는 극단적인 이유도 있지만, 포퓰리즘 정권의 긴축정책 실패가 근본적인 원인이다. 극우 세력의 가장 큰 에너지원이었던 이민자·난민 문제가 국제사회의 최우선 의제에서 밀려났다는 분석도 있다. 특히 최근 유럽을 강타한 이상고온현상과 청소년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의 유엔 호소 등으로 유럽의 의제가 기후변화 쪽으로 급격히 전환되고 있다. 기존 정치세력은 극우 포퓰리즘을 견제하기보다 녹색 이슈를 선점하는 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극우주의가 다시 팽창할 가능성은 여전하다. 불평등, 긴축과 난민에 관한 두려움, 세계화·자동화에 따른 실업 등 포퓰리즘이 들어섰던 근본적인 원인은 아직 그대로 남아 분노의 정치에 싹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극우 정치세력은 주류 정치 무대에 완전히 뿌리를 내렸다. 폴리티코는 이들이 더이상 의제를 정하기 위해 권력을 유지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분석했다. 특히 난민·이민과 같이 언제든 뜨거워질 수 있는 문제에 관해선 이미 의제가 전환됐다는 설명이다. 난민과 유로존 내 이민자들을 잘 받아들일 방법을 고민하던 유럽은 이제 타당한 난민 신청도 허가되기 어려운 진입장벽과 ‘유럽요새’를 강화할 방법을 논의하고 있다. 폴리티코는 “흐름은 바뀌었을지도 모르지만, 아직 처리해야 할 문제가 많다”고 썼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홍콩 시위 불러온 ‘여자친구 살인범’ 23일 석방

    지난 6월 초부터 홍콩을 뒤흔드는 ‘범죄인인도법안’(송환법) 반대 시위를 불러온 살인범이 오는 23일 석방된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30일 보도했다. 홍콩 정부가 지난 4월부터 송환법을 추진하게 된 것은 지난해 2월 대만에서 일어난 한 살인사건에서 비롯됐다. 당시 홍콩인 찬퉁카이(20)가 대만에서 임신한 여자친구를 살해하고 홍콩으로 도망쳐온 사건이 발생했다. 하지만 홍콩은 ‘속지주의’를 채택하고 있어 영외에서 발생한 범죄에 대해서는 처벌하지 않는다. 찬퉁카이에게 적용된 것은 여자친구의 돈을 훔쳤다는 절도와 돈세탁방지법 위반 혐의뿐이었고, 재판 결과 그에게는 29개월의 징역형이 선고됐다. 홍콩 정부는 찬퉁카이를 대만으로 인도하길 원했지만, 대만과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하지 않아 이를 실행할 수 없었다. 이에 홍콩 정부는 중국을 포함해 대만, 마카오 등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나 지역에도 사안별로 범죄인들을 인도할 수 있도록 하는 송환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홍콩 야당과 시민단체는 이를 강력하게 반대했다. 이들은 중국 정부가 반체제 인사나 인권운동가를 중국 본토로 송환하는 데 이 법을 악용할 수 있다며 송환법이 홍콩의 민주주의와 표현의 자유를 결정적으로 침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홍콩 행정 수반인 캐리 람 행정장관과 친중파 의원들은 홍콩 사법체계의 허점을 더는 방치할 수 없다며 법안 추진을 강행했고, 이는 송환법 반대 시위로 이어졌다. 송환법 반대 시위를 불러온 찬퉁카이는 지난해부터 구속됐던 기간 등을 고려해 오는 23일 출소할 것이라고 SCMP는 전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카슈끄지 살해 1주기 앞둔 빈살만 “책임 있지만 ‘지시’는 없었다”

    카슈끄지 살해 1주기 앞둔 빈살만 “책임 있지만 ‘지시’는 없었다”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지난해 살해된 사우디 출신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사건에 대한 책임은 인정하면서도 직접 지시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거듭 부정했다. 워싱턴포스트는 30일 빈살만 왕세자가 전날 오후 CBS 프로그램 ‘60분’에서 노라 오도넬과의 인터뷰 대본에서 “내가 (카슈끄지 살해를) 지시했다는 직접적인 증거가 있다면 대중에게 공개되길 원한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사우디 정부가 고용한 이들이 카슈끄지를 살해했다는 점에서 자신의 책임은 인정했으나 직접적인 지시는 내리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빈살만 왕세자는 지난 28일 온라인에 공개된 PBS 다큐멘터리 ‘프론트라인’에서도 “그것(카슈끄지 살해 사건)은 내가 모르는 사이 벌어졌다”며 선을 긋기도 했다.빈살만 왕제사의 잇따른 혐의 부정은 카슈끄지 살해 1주기를 며칠 앞두고 나왔다. 미국에 거주하며 사우디 정부를 비판하는 기고문을 써온 카슈끄지는 지난해 10월 2일 터키 주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총영사관에서 사우디에서 파견된 암살팀에 의해 살해됐다. 사우디 당국은 카슈끄지가 영사관에서 목숨을 잃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으나 빈살만 왕세자와의 관련성은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지난해 11월 빈살만 왕세자가 이 암살을 지시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유엔 특별조사관도 지난 6월 빈살만 왕세자가 배후에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놓으며 조사를 촉구했다. 지난 1년간 카슈끄지 살해 혐의를 받아온 빈살만 왕세자는 미국 등 세계 무대에서 반인륜적인 지도자로 낙인찍히자 이미지 쇄신에 안간힘을 쓰는 모양새다. 왕세자는 ‘60분’ 인터뷰에서 “사우디 당국이 언론인으로부터 받는 위협은 없다”면서 “진정한 위협은 언론인을 억압하는 조치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여성 인권운동가에 대한 당국의 고문 의혹에 대해서도 “그런 일이 실재한다면 괘씸한 일”이라면서 “이 문제에 대해 개인적으로 조사하겠다”고 답했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 운동장도 포퓰리즘 극우열풍…인종차별 몸살앓는 유럽축구

    운동장도 포퓰리즘 극우열풍…인종차별 몸살앓는 유럽축구

    “인종차별에 대해 선수들이 할 수 있는 가장 분명한 메시지는 경기장에서 스스로 걸어 나오는 것입니다.” 유럽 축구를 관람하는 팬이라면 경기장 안팎에서 ‘인종차별 반대’(No to racism) 메시지를 자주 보게 된다. 흑인을 비하하는 특정 언어, 동양인의 외모를 비하하듯 눈을 찢는 행위 등 조금이라도 방심하면 아프리카 출신이나 비백인, 이슬람교도 선수들을 향한 팬들의 인종·종교차별적 행태가 어김없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축구 등 스포츠에서의 인종차별이 근절되지 않자 아예 선수가 스스로 퇴장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이 같은 주장을 한 인물은 국제축구연맹(FIFA) 역사상 최초의 여성·비백인·비유럽 사무총장인 파트마 사모라였다. 새 시즌이 시작된 유럽 축구에서는 또다시 피치 안팎의 인종차별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특히 이탈리아 세리에A가 최근 인종차별 논란으로 비판의 중심에 섰다. 1970~1980년만 해도 경기장에서 인종차별 구호를 듣는 것은 흔한 일이었다. 전사회적인 인권의식의 진전으로 1990년대 들어 스포츠계의 풍경도 바뀌었다. 경기장에서의 인종주의적 행동과 언행 등을 범죄로 규정한 ‘축구폭력법’이 1991년 제정됐고, 2006년 독일월드컵을 시작으로 경기 시작 전 선수들이 인종차별 반대 메시지를 알리는 세리머니를 보여 주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유럽 축구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이 같은 노력을 무색하게 한다. 영국의 스포츠 인종차별 반대 켐페인 ‘킥 잇 아웃’에 따르면 영국과 웨일스의 축구경기에서 인종차별을 포함한 증오범죄가 일어난 경기가 2017~2018시즌 131개에서 2018~2019시즌 193개로 약 4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장 내 각종 증오범죄로 체포된 인원은 지난 시즌 1381명으로, 전 시즌 대비 10% 감소했지만, 발생 횟수는 급증한 것이다. 인종차별 수위와 빈도가 높다는 지적을 받아 왔던 대표적인 리그는 세리에A였다. 특히 벨기에 국가대표 출신 ‘득점기계’ 로멜루 루카쿠가 최근 인종주의의 표적이 되며 세계 스포츠계의 여론을 환기시켰다. 영국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이탈리아 인터밀란으로 이적한 루카쿠는 9월 초 경기에서 골을 넣은 뒤 상대팀 칼리아리의 팬들로부터 ‘원숭이 울음소리’를 들었다. 여기에 한 이탈리아 축구 해설위원은 방송에서 “루카쿠를 이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바나나 10개를 건네는 것”이라고 말하며 논란에 불을 지폈다. 사석에서도 입에 담기 어려운 흑인 비하 발언이 방송을 통해 버젓이 시청자들에게 그대로 전달됐다는 점에서 축구계는 충격을 받았다. 결국 해당 매체는 문제의 발언을 한 해설위원의 출연을 정지시켰다. 루카쿠는 SNS에 인종차별을 비판하는 장문의 글을 올리며 “지금은 2019년이다. 나는 선수로서 축구를 즐기는 모두를 위해 이 문제에 대해 연대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 인종주의를 막기 위한 내부 전담팀을 구성한 구단이 지난 20일 세리에A에서 처음 나왔다. 프리미어리그 아스널에서 온 이반 가지디스 AC밀란 최고경영자(CEO)는 “다양성과 포용, 관용은 팀과 구단, 사회 전체의 힘을 증대시킬 것이다. 우리는 이 문제(인종차별)를 해결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야 할 도덕적 의무가 있다고 믿는다”고 전담팀을 만든 이유를 설명했다. 경기에서 인종·종교 등 차별 문제가 불거질 경우 유럽의 프로구단들은 대체로 무관용 원칙을 적용한다. 반면 이탈리아 등 일부 리그는 무관용 원칙보다는 다소 소극적으로 대응하며 문제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앞서 소개한 루카쿠의 경우 리그 당국은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칼리아리 구단을 징계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축구장 내 증오범죄의 근본 원인에 정치사회적 배경이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이탈리아는 지난 14개월간 반체제 정당인 ‘오성운동’과 극우 정당 ‘동맹’이 서유럽 최초의 포퓰리즘 연정을 구성해 왔다. 반(反)난민·반유럽연합(EU)을 기치로 하는 정당이 국가 운영의 중심에 설 수 있었던 것은 아프리카 난민 문제에 대한 이탈리아 국민들의 불만이 커졌기 때문에 가능했다. 루카쿠에 대한 인종차별 역시 난민 문제에 배타적인 사회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2016∼2018년 영국 첼시를 지휘한 뒤 지난 5월 인터밀란 감독을 맡은 안토니오 콘테는 팀내 핵심 선수가 당한 인종차별을 본 뒤 “3년 만에 돌아온 모국에서 엄청난 증오와 원한을 경험했다. 이탈리아의 인종차별 문제는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브렉시트’ 사태를 겪고 있는 영국 내 분위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유럽 전역의 극우 정치지도자들의 출연, 민족주의적이고 포퓰리즘적 의제들, 분열적이고 외국인 혐오적인 발언들이 루카쿠를 비롯한 흑인이나 아시아 선수들이 겪는 인종차별적 학대를 부추기고 있다”면서 “이 같은 암울한 모습은 일요일 아침 조기축구부터 국제대회까지 확대되고 있다”고 전했다. 나아가 스포츠에서의 다양성 결여가 경기장 안팎의 각종 차별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FIFA와 유럽축구연맹(UEFA) 등 세계 축구계를 이끄는 스포츠 권력기구나 각 구단의 감독·수뇌부 등이 여전히 백인·남성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는 문제 제기다. FIFA에서 최초의 여성·비백인 출신 사무총장이 탄생하기까지 110년이 넘게 걸린 셈인 사모라의 사례는 이를 단적으로 증명한다. 실제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와 챔피언십 등 영국 프로축구 4개 리그 전체 92개 구단 가운데 감독이 흑인이나 소수 인종인 경우는 6개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모습을 두고 전 리버풀 선수인 에밀 헤스키는 “피부색으로 쉽게 감독직을 얻는 선수들이 있는 반면 흑인 감독들은 최하위 리그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그는 이 같은 백인 감독의 사례로 스티븐 제라드, 프랭크 램파드 등 실명을 거론하기도 했다. 루카쿠의 국가대표 동료인 세계적인 수비수 빈센트 콤파니(RSC 안더레흐트)는 “스포츠계 최고 권력기구 내의 다양성이 실현되지 않는다면 축구에서 인종주의를 막을 수는 없을 것”이라며 “진정한 인종차별은 이들 기구에 루카쿠가 겪고 있는 일을 이해할 수 있는 대표들이 없다는 점”이라고 일갈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극우에서 좌파연정으로 선회한 伊

    새 내각 인선 발표… ‘反난민’ 변화 예고 이탈리아 차기 정부를 이끌 주세페 콘테 총리가 4일(현지시간) 새 내각 인선 결과를 공식 발표했다. 이에 따라 반체제 정당인 오성운동과 중도좌파 민주당이 구성한 새 연립내각이 출범 초읽기에 들어갔다. 극우 정당 동맹과의 연정 붕괴 한 달 만에 좌파 포퓰리즘으로 선회한 셈이다. ANSA통신에 따르면 이날 콘테 총리는 차기 내각을 이끌 신임 장관 21명의 인선 결과를 공개했다. 지난 2주간 민주당과의 새 연정 협상을 진두지휘해 온 오성운동 대표 루이지 디 마이오 부총리 겸 노동산업장관은 외교장관으로 자리를 옮겨 내각 업무를 이어 간다. 33세인 그는 이탈리아 역사상 최연소 외교장관으로 기록될 예정이다. 재무장관직은 친(親)유럽연합(EU) 성향의 경제학자인 로베르토 구알티에리 유럽의회 의원이 맡게 됐다. 오성운동과 1년 2개월간 연정을 맺었던 동맹의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 겸 내무장관은 자리에서 물러난다. 이 자리에 정통 치안 관료 출신이자 난민 전문가인 루치아나 라모르게세가 내무장관직에 지명되며 살비니식 반(反)난민 정책의 변화가 예상된다. 21개 부처 중 10개는 오성운동이, 9개는 민주당이 가져갔다. 관료 출신인 라모르게세는 당적이 없으며, 나머지 하나는 소수 정당인 자유평등당에 돌아갔다. 새 연정 출범을 위한 상·하원 신임 표결은 6일 실시될 예정이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 이탈리아 새 연정 수반에 콘테 총리 재추대 발표

    이탈리아 새 연정 수반에 콘테 총리 재추대 발표

    오성운동·민주당 연정 출범 초일기...‘극우’ 살바니 부총리 위기 자초새로운 연립정부 구성을 협의 중인 이탈리아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과 중도좌파 민주당이 주세페 콘테 현 총리에게 차기 내각을 맡기기로 합의했다. BBC 등은 28일(현지시간)은 오성운동과 민주당이 연정 구성에 합의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정치적 성향이 다른 두 정당은 연정 구성 시한 막판까지 합의에 난항을 겪다가 콘테 총리를 재추대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루이지 디 마이오 오성운동 대표(부총리 겸 노동산업장관)는 이날 대통령 집무실이 위치한 퀴리날레 궁에서 세르조 마타렐라 대통령과 연정 관련 협의를 한 뒤 취재진에 이같은 합의 내용을 공식 발표했다. 극우정당 ‘동맹’과 오성운동 간 연정을 14개월간 이끌었던 콘테 총리는 동맹을 이끄는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가 연정 붕괴를 선언함에 따라 지난 20일 총리직 사임 의사를 밝혔다. 그는 사의를 표명한 이후 연정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기존 내각을 이끌어달라는 마타렐라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직위를 유지하고 있었다. 전날까지 오성운동과 민주당은 콘테 총리 유임 여부를 놓고 평행선을 달렸다. 오성운동을 이끄는 디 마이오 대표가 현재의 부총리 직위를 유지하겠다고 하면서 양당의 갈등이 더욱 커지기도 했다. 민주당이 일단 오성운동과 가까운 성향인 콘테 총리를 받아들이기로 하면서 양당의 연정 협상은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이르게 됐다. 콘테 총리는 향후 오성운동과 민주당이 협의한 내각 명단과 정책안을 마련해 대통령 승인을 받게 된다. 이후 상·하원에서 새 연정 신임 표결을 진행해 가결되면 다시 새 연정을 이끌게 된다. 이 과정에서 양당이 갈등할 경우 이탈리아 정계가 또다시 표류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앞서 연정 붕괴를 선언하며 이탈리아 정계를 요동치게 한 살바니 부총리는 오성운동과 민주당이 손을 잡으며 정치적 위기를 자초하게 됐다. 반(反)난민 정책으로 인기를 끌며 서유럽 최초의 포퓰리즘 연정을 출범시켰던 그는 부총리까지 맡아 승승장구했다. 연정 파기라는 승부수를 띄운 그와 동맹은 새로운 연정 출범으로 다시 야당이 될 처지가 됐다. BBC는 “살비니는 자신의 정적들이 손을 잡을 가능성을 간과했다”고 분석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연정 붕괴’ 伊 대혼돈… 새 연정·조기 총선 갈림길

    ‘연정 붕괴’ 伊 대혼돈… 새 연정·조기 총선 갈림길

    합종연횡 실패 땐 10월 조기 총선 실시이탈리아가 연립정부의 주세페 콘테 총리가 사임 의사를 밝히면서 정치적 공백 상태에 빠졌다. 세르조 마타렐라 대통령은 21일 조르조 나폴리타노 전 대통령과 전화 논의를 하는 등 정치적 파행 타개에 나섰다. 마타렐라 대통령은 새 연정 구성을 요청하든지 조기 총선을 요구할지를 결정한다. 지난해 6월 출범한 이탈리아의 연정은 ‘극우 포퓰리즘’이었다. 콘테 총리가 속한 중도좌파의 민주당은 반체제 정당인 ‘오성운동’과 반(反)이민 정책을 내세운 극우정당 ‘동맹’과 연정을 형성했다. 연정 출범 이후 오성운동과 동맹은 부유한 북부지역의 자치권 확대와 감세, 주요 인프라 건설, 유럽연합(EU)과의 관계 설정 등 핵심 정책에서 사사건건 부딪쳤다. 그러다 동맹이 강력하게 지지해 온 리옹(프랑스)~토리노 간 고속철도(TAV) 사업 관련 상원 찬반 표결에서 오성운동이 반대표를 던지자 동맹의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 겸 내무장관은 지난 8일 정책 이견을 극복하기 어렵다며 연정 해체를 선언했다. 이에 콘테 총리는 20일 상원 연설에서 “연정 위기로 정부 활동이 손상을 입게 됐다. 현 정부는 여기서 끝을 맺는다”며 연정 종식을 공식화했다. 그는 동맹 소속 의원들이 야유하는 가운데 1시간여에 걸친 연설에서 “시민들이 투표하는 것이 민주주의 본질이지만 시민들에게 해마다 투표하라고 요구하는 것도 무책임하다”며 차기 총리가 되고자 조기 총선을 겨냥한 연정을 붕괴시킨 살비니 부총리를 비판했다. 이탈리아 정계는 새로운 연정 구성이냐 조기총선이냐를 놓고 갈림길에 섰다. 동맹의 살비니 부총리가 반이민 및 반LGBT(성소수자)를 표방한 ‘이탈리아 형제들’과 전직 총리 실비오 베를루스코니가 이끄는 ‘전진 이탈리아’와의 연정 구성 가능성도 점쳐진다고 AFP가 전했다. 이럴 경우 살비니 부총리가 총리가 된다. 반면 살비니 부총리를 겨냥한 적과의 동침 가능성도 제기된다. 최근 EU 투표에서 인기가 크게 떨어진 오성운동이 ‘반(反)살비니’를 기치로 민주당과 손을 잡을 수도 있다. 이럴 경우 균형감 있는 중립적인 콘테가 총리직을 계속 맡게 된다. 이런 합종연횡이 실패하면 3년 앞당긴 조기 총선이 오는 10월 실시된다. 그동안 콘테 총리가 임시 정부를 이끌게 된다. 한편 이탈리아 정부의 입항 거부로 19일간 표류했던 스페인 난민 구조선 오픈암스와 난민 83명이 20일 밤늦게 이탈리아 남단의 람페두사섬에 정박했다. 난민에 대해 강경 정책을 주도한 살비니 부총리기 이들의 입항을 거부하면서 논란이 이어졌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佛 스파이더맨 홍콩 마천루 올라 ’손 맞잡아라’ 플래카드

    佛 스파이더맨 홍콩 마천루 올라 ’손 맞잡아라’ 플래카드

    ‘프랑스 스파이더맨’이라 불려온 알랭 로베르트(57)가 16일 아침 홍콩의 68층 짜리 충콩 센터를 맨손으로 올라 홍콩기와 중국 국기 오성홍기 아래 손을 맞잡는 그림이 그려진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로베르트는 “평화와 홍콩 주민들과 그들의 정부가 머리를 맞댈 것을 바라는 긴급한 요청”에 따라 건물을 올랐다고 설명했다. 언론에 배포한 성명을 통해선 “어쩌면 내가 한 일이 이런 분위기를 누그러뜨리고 아마도 미소짓게 할지 모른다. 그게 어쨌든 내 희망”이라고 밝혔다. 그는 전에도 세계 최고층 건물인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있는 부르즈 칼리파 타워,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페트로나스 타워, 대만 타이베이 101 빌딩, 영국 런던의 헤론 빌딩 등을 올랐다. 충콩 센터를 비롯해 홍콩의 많은 마천루들을 올라 지난해 8월 홍콩 법원으로부터 1년 동안 금지 명령을 받았는데 이 기간이 완료된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다고 영국 BBC는 전했다. 원래 그는 사전에 알리거나 허가를 신청하지 않고 스턴트를 해왔다. 올해 초에도 필리핀 수도 마닐라의 47층 타워를 올랐다가 체포됐다. 그의 행동에 대한 반응도 엇갈린다. 호주에서 활동하는 중국 반체제 예술가 바디우카오는 트위터에 “정말로 도살자, 독재자와 손을 맞잡길 원하는 것이냐?”고 되물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日 전시중단된 소녀상, 스페인 영화제작자가 매입 왜?

    日 전시중단된 소녀상, 스페인 영화제작자가 매입 왜?

    베넷 “‘검열 반대 전시’서 소녀상 중단은 이중모순”“전시 제외 얘기 듣고 작가 접촉해 작품 매입”일본 아베 정부의 압력과 극우세력의 테러 협박 속에 일본의 대형 예술제인 ‘아이치 트리엔날레’가 전시를 중단한 ‘평화의 소녀상’을 스페인의 영화 제작자가 매입했다고 스페인 언론들이 보도했다. 이 제작자는 자신이 내년에 바르셀로나에 사비를 털어 세우는 ‘자유 미술관’에 소녀상을 전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14일(현지시간) EFE 통신과 푸블리코 등 스페인 언론에 따르면, 스페인 카탈루냐 지방에서 주로 활동하는 영화제작자이자 독립언론인 탓소 베넷씨는 최근 일본 아이치 트리엔날레 측이 전시를 중단한 ‘평화의 소녀상’을 사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작품은 김운성·김서경 작가의 조각 작품으로 작가들이 2015년 일본 시민들에게 맡긴 것이다. 이 소녀상은 서울의 주한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과 같은 모습의 작품으로, ‘아이치 트리엔날레 2019’의 기획전 ‘표현의 부자유전·그 후’에서 전시됐다가 일본 극우세력의 협박과 일본 정부의 압력으로 전시가 중단됐다. 탓소 베넷은 EFE통신과 인터뷰에서 “예술작품이 검열을 당했다는 사실 뿐만이 아니라 검열에 반대하는 내용의 전시도 끝났기 때문에 이는 이중적인 모순”이라면서 “소녀상이 전시에서 제외됐다는 얘기를 듣고 작가들과 접촉해 작품을 매입했다”고 말했다.그는 “다른 나라들의 상황에도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뒤부터 전 세계에서 (검열과 표현의 자유와 관련한) 작품들을 사들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베넷은 평화의 소녀상을 사비를 털어 바르셀로나에서 내년 개관을 계획하고 있는 ‘자유 미술관’에 전시할 계획이다. 그는 평화의 소녀상 외에도 중국의 유명한 반체제 예술가 아이웨이웨이가 레고 블럭으로 만든 작품, 미국의 화가 일마 고어가 그린 도널드 트럼프의 인물화 등을 사들였다. 모두 예술에 대한 검열에 저항하는 작품들로 자신이 설립하는 미술관에 전시할 예정이다. 아이웨이웨이의 작품들은 중국에서 전시가 전면 금지됐으며, 일마 고어는 트럼프의 누드 그림으로 소셜미디어에서 화제가 된 뒤 살해 협박은 물론 거리에서 트럼프 지지자에게 폭행을 당하기도 했다. 베넷은 이 밖에도 스페인 카탈루냐 지방의 분리독립을 추진하다 기소돼 감옥에 간 카탈루냐 정치인들의 초상 사진들도 자유 미술관에 전시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베넷은 스페인 카탈루냐 출신으로 독립언론인과 영화 제작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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