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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착한 에너지’로 빈곤층 보듬는 송파구

    ‘착한 에너지’로 빈곤층 보듬는 송파구

    3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에 사는 나복덕(72) 할머니의 얼굴에는 오랜만에 웃음 꽃이 피었다. 손자와 함께 반찬가게를 운영하며 근근이 생활하는 기초생활수급자인 나 할머니는 최근 영하 10도 이하로 떨어지는 강추위에도 난방비가 무서워 변변한 난방을 하지 못했다. 그러다 이번에 송파구에서 도시가스 체납요금 50만원을 지원받으면서 오랜만에 꽁꽁 언 방을 녹일 수 있게 됐다. 나 할머니는 “이게 올겨울 들어 처음 튼 도시가스 보일러”라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송파구는 나 할머니같이 전기·가스 등을 사용하는 데 어려움이 큰 ‘에너지 빈곤층’을 위한 전기·가스 요금 지원 사업을 벌이고 있다. 기초생활수급자들은 정부로부터 광열비, 전기·가스 요금 할인 지원을 받고 있지만 난방비가 많이 드는 겨울을 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이에 구는 특히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대상들을 발굴해 올겨울 65가구에 총 2000만원의 에너지 비용을 지원하기로 했다. 에너지 빈곤층 지원금은 송파구가 운영하고 있는 공익태양광발전소 ‘송파나눔발전소’의 운영 수익금으로 충당한다. 나눔발전소는 구가 2009년부터 사단법인 에너지나눔과평화와 함께 운영한 친환경 발전소로, 여기서 전력을 팔아 얻은 수익금을 국내외 빈곤층 지원에 써 왔다. 구가 지난해까지 나눔발전소를 통해 생산한 전력은 482만㎾h가량으로 1만 6000여 가구가 한 달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현재 나눔발전소는 전남 고흥군, 경북 의성군, 송파구 장지동 자원순환공원 등 3곳에 자리 잡고 있다. 구는 올해 송파나눔발전소 4호를 추가 건립할 계획이다. 이경환 맑은환경과장은 “4호기가 완성되면 송파구는 향후 20년간 28억여원 규모의 에너지복지기금을 확보하는 셈”이라며 “지속가능한 에너지복지의 선도적 모형인 나눔발전소가 다른 지방자치단체에도 확산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서대문구 추위 녹이는 민·관 ‘사랑의 협력’

    서대문구 추위 녹이는 민·관 ‘사랑의 협력’

    서대문구와 주민센터, 주민단체들이 본격적인 한파를 앞두고 온정의 손길을 베풀기 위해 힘을 모아 눈길을 끈다. 26일 구에 따르면 남가좌2동은 매주 목요일 저소득층 35가구를 방문해 밑반찬을 나눠 주는 사업을 시작했다. 서울형 사회적기업인 행복나눔플러스가 반찬을 제공하고 배달 서비스는 주민센터에서 맡기로 했다. 양측은 지원 대상 가구를 50가구로 확대하고 중증장애인 치아치료 사업도 추진할 계획이다. 이현근 남가좌2동장은 “밑반찬 배달 서비스를 정기적으로 후원하게 돼 올겨울 어려운 이웃들이 겨울을 따뜻하게 보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북가좌2동 주민자치위원회는 최근 통장협의회, 새마을금고, 지역 주민들이 참여하는 김장 담그기 행사를 갖고 취약계층인 독거노인 모·부자가정 등 100가구에 김장김치 800포기를 전달했다. 주민자치위원회는 지역의 자투리 땅을 활용해 무, 갓 등 김장재료를 재배해 친환경 먹거리 나눔에 앞장섰다. 특히 어린이집 원생, 다문화가족, 지역 주민이 공동 작업으로 농작물을 재배해 마을공동체의 의미를 일깨웠다. 박상홍 북가좌2동 주민자치위원장은 “내년에도 지역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공동 텃밭을 활용해 인정이 넘치는 마을공동체를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이 밖에 새마을운동 서대문구지회는 새마을부녀회와 함께 최근 홍은1동 주민센터 앞에서 ‘온정의 연탄 나누기’ 행사도 열고 3가구에 600장의 연탄을 전달했다. 연탄은 총 3000장을 마련해 동별로 가구당 100~200장씩 전달할 계획이다. 구는 새마을운동 서대문지회와 연계해 홍제3동 개미마을 등 지역의 저소득층 밀집 지역에서 ‘사랑의 집 고쳐 주기’ 봉사활동도 펼치고 있다. 문석진 구청장은 “마을공동체 사업의 일환으로 소외 계층에게 희망과 용기를 북돋아 주는 사랑의 집 고쳐 주기 사업은 주거환경이 열악한 개미마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희망 온돌’ 소외층에 따뜻한 겨울

    ‘희망 온돌’ 소외층에 따뜻한 겨울

    금천구가 적극적으로 지역 단체와 연계해 취약계층의 따뜻한 겨울나기를 준비해 주민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15일 구에 따르면 ‘희망온돌 따뜻한 겨울나기’ 사업으로 한국열관리시공협회와 전국보일러설비협회, 사랑의 보일러 나눔단체가 뜻을 모아 금천구 취약계층 292가구의 보일러를 이달 한 달 동안 무상 점검하기로 했다. 보일러 시공업자들은 재능기부 방식으로 어려운 이웃을 돕겠다고 나섰다. 한국차양산업협회도 분기별로 취약계층 120가구에 커튼, 롤스크린 등의 차양제품을 설치해 실내 온도를 2~3도 높여 따뜻한 겨울나기에 동참하기로 했다. 차양제품을 설치하면 실내 온도를 높일 수 있는 것은 물론 미관상 보기도 좋아 저소득 가정의 주거환경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구는 설명했다. 이 밖에 구는 이마트, 서울시복지협의회 등과 협약을 체결해 이마트에서 후원하는 희망마차를 통해 취약계층을 찾아다니며 쌀·라면·밑반찬 등 5가지 생필품이 담긴 ‘희망꾸러미’를 내년 2월까지 매월 20가구에 전달할 계획이다. 구 관계자는 “어려운 이웃을 돕고 싶은 사람은 금천구 복지정책과 희망복지지원단(2627-1363)으로 연락하거나 인터넷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희망온돌’을 검색해 도움이 필요한 이웃을 등록하면 된다.”면서 “더 많은 이웃이 따뜻한 겨울을 날 수 있도록 도움을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동작공무원, 소외계층의 ‘두 번째 가족’

    동작공무원, 소외계층의 ‘두 번째 가족’

    동작구 신대방2동 주민센터 김미자 주민생활지원팀장은 지난해 2월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기초생활수급자 최모(24·여)씨와 결연을 맺었다. 동작복지재단의 후원금을 전달하고 공부에 전념할 수 있도록 정서적, 물질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런 노력으로 최씨는 지난 9월 한 시공무원에 임용됐다. 김 팀장은 최씨의 임용식에 보호자로 참석, 가족과 같은 사랑을 베풀었다. 7일 동작구가 추진하고 있는 ‘직원 일대일 결연 희망나누미 사업’이 취약계층 주민의 큰 호응을 받고 있다. 2010년 11월 이후 최근까지 직원 1058명이 저소득 가정을 비롯해 홀몸노인, 장애인, 소년소녀가장과 결연을 맺었다. 돌봄활동을 벌인 사례만 2만 3000건을 넘어섰다. 직원들은 말벗은 물론 빨래와 안마, 심부름, 간호, 병원동행, 안부전화 등 다양한 활동을 벌였다. 뿐만 아니라 쌀과 마른반찬, 김치 등 1억 9500만원 상당의 물품을 후원했다. 한 예로 직원 16명으로 구성된 사당2동 주민센터는 외롭게 살고 있는 저소득 독거노인 16가구와 결연을 맺고 자녀를 대신해 하루 동안 가족이 되는 ‘효 나누기’ 행사를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구는 연말을 맞아 직원 결연가구 방문을 더욱 활성화할 방침이다. 소외이웃들의 따뜻한 겨울나기를 위해 성금 10억원을 모금하는 ‘따뜻한 겨울 보내기 사업’을 내년 2월까지 진행할 계획이다. 문충실 구청장은 “주민을 가족처럼 여기며 취약계층 돌봄에 앞장서고 있는 직원들에게 감사드린다.”면서 “지역사회 나눔문화 확산을 위한 소외이웃 돌봄에 더욱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마을기업에 활력소 ‘맞춤형 컨설팅’

    마을기업에 활력소 ‘맞춤형 컨설팅’

    경기 가평의 ‘아하카페’. 주변 중국·베트남 출신 이주여성 5명이 기술을 익히고 직접 만든 빵·커피를 판매하는 곳이다. 지난해 행정안전부의 마을기업으로 선정, 5000만원을 지원받아 어엿한 ‘기업’으로 첫걸음을 내디뎠다. 마을기업이 최근 ‘맞춤형 컨설팅’으로 제2의 도약기를 맞고 있다. 올 5월 한국디자인진흥원·한국조리사회중앙회·사회적기업지원네트워크 등 전문기관의 도움으로 빵의 모양이나 질을 개선하고 카페 실내장식 아이디어도 얻었다. 또 올해 말까지 사회적 기업 등록을 목표로 경영전략도 세웠다. 7일 행안부에 따르면 이렇게 전문기관 ‘맞춤형 컨설팅’이 시행되고 있는 마을기업은 전체 501곳 중 281곳이다. 각기 다른 분야별 전문가 281명이 올 11월까지 기업을 직접 방문해 경영·회계·세무·금융·디자인·마케팅 등 마을기업의 애로사항을 듣고 해결책을 제시한다. 조옥화(36·여) 아하카페 부장은 “처음에는 권유에 의해 별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컨설팅을 받고 나니 그간 답답했던 부분이 다 해결된 것 같은 기분”이라고 말했다. 행안부 관계자도 “단순히 지원금만 주는 것을 넘어 마을기업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자, 전문가 컨설팅을 하고 있다.”면서 “컨설팅을 받으려는 마을기업이 점차 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마을기업 컨설팅에 참여한 전문기관은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소기업협력센터, 중소기업진흥공단, 한국공인회계사회, 한국세무사회, 대한법률구조공단, 한국디자인진흥원,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대한변리사회, 농협중앙회, 새마을금고중앙회, 한국소상공인마케팅협회, 한국조리사회중앙회, 함께일하는재단, 사회적기업지원네트워크 등 14곳이다. 한국세무사회는 반찬가게인 ‘성동희망나눔’ 등 서울의 3개 기업을 방문, 법인설립 절차와 세무상담 등 컨설팅을 했다. 또 지방의 56개 기업에 대해서는 세무사회 지부와 1대1 매칭으로 언제든지 컨설팅에 응하고 있다. 한국 소상공인마케팅협회도 지난달 서울 성동구 마장동 상점가 협동조합이 운영하고 있는 ‘고기익는 마을’을 방문했다. 이 마을기업은 최근 주변에 유사업종이 서너 곳 생겨나 차별화된 마케팅 전략을 세우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협회는 ▲데이터베이스(DB)구축·고객분석을 통한 단골확보 ▲전단지 중심에서 벗어나 블로그·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한 마케팅방식 다양화 ▲고기먹는 손님이 적은 ‘비 오는 날’ 할인행사 등 각종 이벤트 전략 등을 제안했다. 김양진기자 ky0295@seoul.co.kr [용어 클릭] ●마을기업 마을주민이 지역 자원을 활용해 일자리와 소득을 창출하는 마을단위 기업이다. 선정되면 최대 2년 동안 지원받고, 그 다음해 예비 사회적기업으로 전환하게 되면 인건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 지원금은 국비·지방비 50%씩으로 충당한다. 첫해에는 5000만원, 재선정되면 3000만원 이내다.
  • “사랑이란 이름의 돈으로 넉넉히 살아요”

    “사랑이란 이름의 돈으로 넉넉히 살아요”

    “언니, 무생채 5000사랑어치 준 거 서명 좀 해줘.” “비누 세개 10000사랑 주고 샀네.” 22일 오후 1시 서울 관악구 청룡동 관악사회복지 사무실, 지역 주민 10여명이 모여 통장을 펼쳐놓고 한바탕 수다를 벌였다. 이들은 지난 한달간 각종 반찬거리와 생필품 등을 주고받은 내역을 통장에 정리하고 있었다. 그런데 통장에 적혀 있는 화폐 단위는 ‘원’이 아닌 ‘사랑’이다. 주민들은 한국은행권이 아닌 지역화폐를 만들어 서로 사고 파는 ‘사랑방품앗이’의 회원들이다. ●반찬거리 거래 많아… 강아지 간식 인기 사랑방품앗이는 지난 2010년 9월 시작됐다. 관악지역 시민단체인 관악사회복지에서 중고물품 거래장터인 ‘이웃사랑방’을 운영하다, 쓰지 않는 물건을 더 많은 지역주민과 함께 나눠보자는 취지에서 조직됐다. 회원수는 80여명. 20~30명 정도는 활발히 품을 나누고 있다. 지역화폐는 일종의 대안경제다. 돈이 없이도 필요한 것을 누리는 넉넉한 생활을 추구하면서도, 경제 개념을 도입한 덕에 탄탄하고 안정적이다. 이미 대전에서는 ‘한밭레츠’, 과천에서는 ‘과천품앗이’라는 지역화폐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이들은 ‘사랑’이라는 지역화폐로 물품을 주고받는다. 회원으로 가입하면 10000사랑을 지급받고, 사랑으로 주고받은 내역을 통장에 꼼꼼히 기재한다. 10000사랑을 주고 멸치를 샀다면 ‘받은 사랑’ 칸에 ‘10000’을 기재하는 식이다. 회원 중 주부가 많은 까닭에 반찬거리 거래가 가장 많다. 요즘은 회원들이 직접 만든 강아지 간식도 인기다. 물건 뿐 아니라 춤·기타 강습과 같은 재능, 김장·요리 등과 같은 ‘품’도 거래된다. ●살림에 보탬되고 이웃간에 정 오가고 전성현 이웃사랑방 대표활동가는 “나눠줄 수 있는 품을 찾는 과정에서 필요 없었던 물건을 새롭게 활용하게 되고, 숨어 있던 재능을 발견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웃 간에 오가는 정은 덤이다. 특히 단순한 나눔이 아니라 화폐를 주고받는 ‘거래’라는 점에서 품앗이하는 마음은 한결 넉넉해진다. 쓰지 않는 물건이라도 내놓기는 쉽지 않지만, 통장에 ‘사랑’이 쌓이기 때문에 선뜻 내놓게 된다. 물건을 받는 입장도 마찬가지다. 회원 김의인(45·여)씨는 “대가 없이 도움을 받는다면 부담스러웠을 텐데, 사랑이라는 화폐를 주고받기 때문에 도움을 받아도 당당하다.”고 말했다. 사랑방품앗이는 앞으로 보다 많은 주민들의 참여를 이끄는 한편 물건뿐 아니라 다양한 품을 나누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전 대표는 “품앗이를 통해 주민들의 살림에 보탬을 주고, 주민들 사이에 소통이 오가게 해 더 나은 마을공동체를 만들어가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글· 사진 김소라기자 sora@seoul.co.kr
  • “반값등록금 혜택 이웃과 함께해요”

    서울시립대 학생들이 이번 학기부터 적용된 반값 등록금 혜택을 지역 주민들을 위한 사회 봉사와 기부 활동 등으로 되돌려주고 있다. 7일 시립대 총학생회에 따르면 지난달 24~25일 시립대 학생 90여명은 지역사회 봉사 활동에 나섰다. 신입생 및 편입생, 재학생 등으로 이뤄진 봉사단원들은 동대문구 전농동 다일복지재단을 찾아 청소와 배식 봉사를 했다. 또 청량리동 쪽방촌을 찾아가서는 낡은 장판을 바꿔주고 직접 만든 반찬을 전달하기도 했다. 지난달 15~17일 진행된 새내기 새로배움터(새터)도 주로 술을 마셨던 지금까지의 새터 문화에서 벗어나 나눔 활동에 초점을 맞췄다. 과거에 장기자랑 우승 상품으로 술이나 안주를 내걸었던 것과 달리 우승팀 이름으로 우승 상금을 기부하도록 했다. 자연과학대는 이렇게 마련한 우승 상금으로 40만원어치의 도서를 마련해 서울시립대 종합사회복지관에 기증했고 공과대와 인문대는 1등 상금 100만원으로 연탄 1500여장을 구입해 중랑구 신내동 새우개마을 저소득층 가구에 전달했다. 시립대는 학기 중에도 봉사 활동을 이어가기로 했다. 총학생회도 사회공헌팀을 만들어 다양한 재능 기부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이런 차원에서 5월부터는 교내 컴퓨터실로 지역 노인들을 초청해 학생들이 직접 무료 컴퓨터 교육도 실시하기로 했다. 음악학과와 생활체육정보학과 학생들도 여름방학 중에 지역 주민들을 위해 악기 교실을 열거나 무료 체육 코치 활동에 나설 계획이다. 김경원(26) 시립대 총학생회장은 “반값 등록금을 실현시켜 준 시민들과 지역사회에 고마움을 전하기 위해 앞으로도 재능 기부를 통한 사회 봉사와 기부 활동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신진호기자 sayho@seoul.co.kr
  • 양천구도 ‘사랑의 김장’ 나눔 1만7000포기 어려운 이웃에

    양천구는 어려운 이웃들의 따뜻한 겨울맞이를 지원하기 위해 23일 오전 9시 30분 신정6동 양천공원에서 ‘사랑의 김장 나누기’ 행사를 연다고 22일 밝혔다. 자원봉사자로 나선 지역 복지단체 회원과 주민 1000여명이 김장 1만 7000여 포기를 담가 저소득 주민과 결혼이민자, 북한이탈 주민 등 어렵게 겨울나기를 해야 하는 5500여 가구에 전달할 계획이다. 25일에는 지역 새마을부녀회 회원 110여명이 3000여 포기를 담가 일촌 결연을 맺은 지역 독거노인과 무의탁 노인 300가구에 김장을 전달한다. 부녀회는 지난 8월 동별로 5명의 노인과 새마을 며느리 일촌결연 사업을 맺고, 매주 두 차례 노인들을 방문해 청소와 말벗, 밑반찬 전달 등을 해오고 있다. 더불어 구는 김장철을 맞아 24일과 25일 오전 10시~오후 6시 양천공원에서 ‘김장철 직거래 장터’를 개장한다. 추재엽 구청장은 “김장 나눔 행사는 지난 한해 동안 사랑의 저금통과 거리 모금행사 등 주민들의 후원금을 통해 준비한 것이어서 더욱 뜻깊다.”면서 “앞으로도 사랑 가득한 지역 공동체를 만드는 데 구정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자치구 공무원 ‘봉사 바이러스’ 확산

    자치구 공무원 ‘봉사 바이러스’ 확산

    자치구 공무원들이 주민들을 위한 ‘행복 돌보미’로 나서고 있다. 행정 최일선에서 일하는 이들은 쉬는 시간을 쪼개 행정의 손길이 부족한 어려운 이웃을 찾아가 봉사활동을 펴고 있다. 일부에 국한되던 활동이 전 직원, 나아가 퇴직자들로까지 확산되고 있어 ‘행복 바이러스’라고 할 만하다. 양천구 6급 이상 전 직원 255명은 31일 지역에 사는 독거노인과 소년소녀가장, 위기 가정 등과 1대1 자매결연을 맺었다. 수시로 이들 가정을 방문해 주거 환경을 살피고, 안부 전화를 거는 등 돌보미 역할을 한다. 명절이나 생일 등 기념일도 챙긴다. 9월부터는 모든 직원이 사업에 동참할 예정이다. 서초구 전 직원 1300여명은 매월 4시간 이상 자원봉사 활동을 한다. 자신의 재능을 살려 벼룩시장 안전 요원에서부터 주차단속 보조 등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마라톤 동우회에 가입한 직원들은 시각장애마라톤 동우회와 자매결연, 운동을 함께 한다. 기독신우회 회원들은 경기 용인시의 한 요양원을 찾아가 목욕·김장 도우미를 하고 있다. 2006년 8월부터 470시간의 봉사활동을 한 직원은 최근 ‘봉사왕’에 뽑혀 6급(팀장급)으로 특별 승급하는 기쁨도 누렸다. 성동구 직원들은 자발적으로 지역 복지시설과 아동센터 등에서 청소와 배식, 작업 봉사를 하고 있다. 웃음트레이너 자격증 소지자로 구성된 ‘하하호호 봉사단’은 지역 경로당 등 노인복지시설, 보건소, 아동시설 등을 찾아 웃음 봉사를 하고 있다. 특히 퇴직자 170여명으로 이뤄진 성우회는 장애인 세상보여주기 봉사로 눈길을 끈다. 이들은 지난 28일 지적장애인 28명과 함께 왕십리에 있는 영화관을 찾아가 영화관람으로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중구 직원들은 자원봉사단을 꾸려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 등 주변의 어려운 이웃을 위해 6년째 도배나 집수리, 도시락·밑반찬 배달 봉사를 하고 있다. 1390회에 걸친 이웃 사랑이다. 독거노인들의 건강과 안부를 주기적으로 확인하는 한편 말벗도 돼 외로움을 덜어 준다. 강서구 직원들은 돌아가며 법정 지원금이 없는 시설을 찾아가 생활필수품을 전달하는 등 봉사활동을 한다. 손뜨개 봉사단으로 뛰는 직원들은 점심시간을 활용해 모자와 장갑 등을 떠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하고 있다. 광진구 공무원들은 지적 능력이 6~7세인 장애인들에게 사회성을 심어주는 재능 나눔 봉사활동을 펴고 있다. 30여명의 봉사단은 지난해 12월부터 월 1회 장애인시설을 방문해 풍선아트와 클레이아트 등을 가르치고 있다. 지난 16일에는 중곡동·능동·구의동 ‘작은 예수의 집’에서 장애인 20명과 풍선으로 동물과 꽃을 만들어 유치원생들에게 나눠 주기도 했다. 주민생활지원과 박용식씨는 “처음에는 말이 없던 아이들이 갈수록 밝아지는 모습을 보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조현석·강동삼기자 hyun68@seoul.co.kr
  • [독거노인 사랑잇기] (1부) 벼랑 끝에 선 노인들 ⑧ 어르신 찾아가는 대한적십자사

    [독거노인 사랑잇기] (1부) 벼랑 끝에 선 노인들 ⑧ 어르신 찾아가는 대한적십자사

    독거노인의 고독사 예방을 위한 안부 확인 전화서비스 ‘사랑 잇는 전화’ 활동을 펼치고 있는 보건복지부가 노인에 대한 가정방문 활동인 ‘마음 잇는 봉사’ 활동을 4월부터 시작했다. 먼저 대한적십자사와 협약을 맺고 적십자사 소속 자원봉사자 5277명과 함께 봉사활동을 시작했으며, 앞으로 민간기업과 단체 등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유도할 계획이다. “지난주에 갖다 준 동태탕이 정말 맛있었어요. 생선 머리가 특히 맛있더라고.”(구춘심 할머니) “동태탕을 제일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다음 주에 올 때 다시 조리해서 가져올게요.”(적십자사 봉사단 서문성씨) 지난달 27일 서울 가락동 구춘심(91) 할머니의 단칸방은 음식 이야기만으로도 진수성찬이 차려진 듯했다. 대한적십자사의 독거노인 봉사단인 서문성(오른쪽·59·여)씨와 이춘조(왼쪽·50·여)씨는 매주 구 할머니를 비롯, 가락동에 사는 독거노인 4명에게 반찬을 제공하는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반찬 배달과 함께 건강에 문제는 없는지, 생활에 다른 어려움은 없는지 등을 물으며 1시간 남짓 대화도 나눈다. 서씨와 이씨가 구 할머니를 찾은 이날은 마침 구 할머니의 친구이자 함께 적십자사의 반찬 봉사를 받고 있는 장운정(86) 할머니가 함께했다. 같은 동네에 사는 장 할머니는 일주일에도 서너번씩 구 할머니 댁을 찾아 대화를 나눈다. 할머니들을 위해 가져온 이번 주 반찬은 간장게장과 파전이었다. “할머니, 게장은 가위로 잘라서 드시면 돼요. 많이 가져왔으니까 두고 넉넉하게 드실 수 있을 거예요.” ●“반찬 남김 없이 드실 때 보람 느껴” 서씨가 게장 먹는 법을 가르쳐 주자 구 할머니는 자신의 치아를 보여주며 “간장 게장이 밥도둑이라잖아. 나는 이가 튼튼해서 아무거나 잘 먹을 수 있어요.”라며 걱정 말라는 듯 손짓을 해보였다. 서씨가 구 할머니와 인연을 맺은 것은 2008년이었다. 구 할머니는 2008년 4월 길을 걷다가 넘어져 다리를 다치는 사고를 당했다. 마침 지나가던 동 주민센터 직원이 걷지도 못하고 길가에 누워 있던 할머니를 발견, 병원치료를 도와주다가 구 할머니의 가난한 생활형편을 알게 됐다. 도움을 줄 방법을 찾던 중 송파구 적십자사가 흔쾌히 구 할머니를 돕겠다고 나서게 된 것이다. 서씨와 이씨는 자신이 만든 반찬을 늘 좋아하고 반겨주는 할머니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서씨는 “90세를 넘기신 나이에도 갈비탕 한 그릇을 너끈히 드신다.”면서 “가져다 드린 반찬을 남김 없이 드시는 모습을 보며 형언하기 어려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독거노인 봉사활동을 펼치는 적십자사 봉사원에게는 노인 1명당 월 1만원의 활동비가 지급된다. 서씨 등은 1만원의 활동비로 독거노인에게 전할 반찬을 만들어 제공한다. 서씨는 “사실 할머니들이 좋아하는 반찬을 만들기에 1만원이 적은 것은 사실이다.”라며 “어쩔 수 없이 사비를 써야 하지만 아깝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구 할머니와 장 할머니는 이달에 서씨, 이씨 등과 함께 ‘온천 나들이’에 나선다. 독거노인과의 온천관광은 어버이날 전후에 갖는 적십자사의 연례행사다. 이렇게 5월이면 적십자사는 지역별로 온천 나들이를 비롯한 경로잔치, 수의나눔 등의 행사를 펼친다. 구 할머니와 장 할머니는 벌써 얼굴에 기대가 가득했다. 이씨는 “할머니들이 언제 온천에 가느냐고 저를 볼 때마다 물어보신다.”면서 “그런 모습을 보면 꼭 소녀 같다.”고 전했다. 적십자사는 올해 행사를 2일부터 3000여명의 독거노인을 대상으로 실시할 예정이다. ●생활안정·가사 지원 서비스도 적십자사는 2005년부터 노인복지활동의 하나로 저소득층 독거노인 등 1만 4000여 가구에 자원봉사자를 1대1로 연결하고 생활안정서비스와 가사서비스, 정서지원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밑반찬 배달과 일용품, 부식 등을 제공하고 거동이 불편한 독거노인에게는 나들이도 지원한다. 더불어 적십자사는 기업과 연계해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전국은행연합회는 2006년부터 ‘은행사랑나눔 네트워크’를 통해 5억~10억원을 매해 적십자사에 기부하고 있다. 또 우리은행은 온라인 고객을 대상으로 한 기부 프로그램 ‘우리사랑나눔터 효심저금통’을 통해 적십자사의 노인복지 활동을 돕는다. 노인보건도 적십자사의 주요한 활동 중 하나다. 적십자사는 1993년 노인을 위한 건강생활체조를 개발했으며, 2006년부터 노인건강 교육프로그램을 만들어 노인건강교육 지도사를 양성해 오고 있다. 또 2008년 7월부터 시행된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에 발맞추어 노인요양시설에서 신체 및 가사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력을 양성하는 요양보호사 교육과정을 국가자격과정으로 운영하고 있다. 안석기자 ccto@seoul.co.kr
  • [독거노인 사랑잇기] 최수종씨 등 ‘100인 이사회’ 연예인·대학생 사랑의 밥 나누기

    [독거노인 사랑잇기] 최수종씨 등 ‘100인 이사회’ 연예인·대학생 사랑의 밥 나누기

    25일 오전 8시 서울 이화동 종로노인종합복지관. 일회용 도시락통에 흰 쌀밥을 담는 사람들 가운데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바로 태조 왕건으로, 대통령으로 TV 드라마에서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는 탤런트 최수종씨였다. 연예인 봉사단체 ‘좋은 사회를 위한 100인 이사회’ 이사장인 최씨는 이날 부인 하희라씨 등 연예인 13명, 대학생 40여명과 함께 ‘독거노인을 위한 사랑의 밥 나누기’ 활동을 펼쳤다. TV 속 배우가 아닌 평범한 ‘나눔인’으로 참여했지만, 인기 연예인들의 등장은 사람들의 눈길을 끌지 않을 수 없었다. 종합복지관에서 도시락배달 봉사를 한다는 이수련(67) 할머니는 “텔레비전에서만 보던 배우들을 보니 신기하다.”면서 “여기서 일하는 사람들도 이렇게 아침 일찍부터 일하지는 않는데, 참 고맙고 대견하다.”고 말했다. 최씨 등은 종로구에 사는 독거노인들에게 직접 도시락을 배달했다. 참여한 연예인 중 가장 나이가 많은 남능미씨는 종합복지관에서 30여분 떨어진 창신동의 독거노인댁을 사회복지사들과 함께 방문했다. 남씨는 “그동안 받은 사랑을 부족하나마 돌려 드리는 것 아니겠느냐.”며 “노인들을 직접 방문해 식사도 전하고 건강도 확인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봉사”라고 말했다. 남씨는 도시락 배달을 마치고 연이어 시작된 무료 점심 급식에서 노인들의 손을 하나하나 잡으며 인사를 건넸다. “체하지 않도록 급하게 드시지 마세요.” 여배우가 직접 말을 건네자 노인들은 아이처럼 “함께 사진을 찍자.”며 반가움을 전했다. 김흥수씨 등 배우들은 최수종씨와 함께 출연하는 드라마 ‘프레지던트’ 촬영을 아침까지 마치고 행사에 참여했다. 이들은 점심 급식판을 노인들이 앉은 자리까지 전하고 청소 등 뒷정리까지 하며 복지관 곳곳을 챙겼다. “모자란 반찬 있으면 말씀하세요. 제가 가져다 드릴게요.” 인기 여배우 왕지혜씨는 노인 한분 한분에게 부족한 반찬과 밥을 챙겨 드렸다. 홍창주(70) 할머니는 “꼭 손녀를 보는 것 같다.”며 반가워했다. 대학생 김기현(21·여)씨는 “오늘 자리를 통해 봉사의 의미와 더불어 노인들의 현주소와 독거노인 문제를 다시 한번 고민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안석기자 ccto@seoul.co.kr
  • [서울신문 2011 신춘문예-희곡 당선작] 아빠들의 소꿉놀이/오세혁

    [서울신문 2011 신춘문예-희곡 당선작] 아빠들의 소꿉놀이/오세혁

    ●등장인물 꾸부정 지금 막 해고된 초보 해고자. 40대 후반. 키 크고 꾸부정하다. 대머리 해고된 지 1년이 넘은 베테랑 해고자. 40대 후반. 키 작고 대머리다. 단발 꾸부정의 아내. 40대 초반 파마 대머리의 아내. 40대 중반 *연출에 따라 남편들이 부인들의 역할을 겸하는 2인극이 가능하다. ●시 간 현대 ●무 대 놀이터. 놀이터를 구체적으로 꾸밀 필요는 없다. 그네 두 개만으로도 연출이 가능하다. 바닥에 모래가 깔려 있으면 좋다. #1 해가 질 무렵의 저녁, 놀이터. 양복 차림의 남자가 힘없이 놀이터로 걸어 들어온다. 고개를 푹 숙이고 꾸부정한 모습으로 보아 무언가 고민이 있는 듯하다. 꾸부정한 이 남자, 그네에 주저앉는다. 멍하니 한참을 앉아 있다가 무언가 결심한 듯, 벌떡 일어난다. 꾸부정 (어색하게) 여…… 여보… … 나 오늘, 해, 해, 해고……. 고개를 흔들며 그네에 주저앉는다. 그러다가, 다시 벌떡 일어난다. 꾸부정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여보, 훌쩍, 나 오늘 해고당했어. 머리통을 때리며 그네에 주저앉는다. 그러다가, 다시 벌떡 일어난다. 꾸부정 (호탕하게 웃으며) 사랑하는 여보! 나! 오늘 짤렸어! 멋지지? 하하하! 머리를 쥐어뜯으며 주저앉는다. 한참을 그렇게 쥐어뜯다가, 무언가 결심한 듯, 결연히 일어나 열정적인 독백을 시작한다. 꾸부정이 열심히 말하는 동안, 양복 차림의 대머리가 천천히 걸어 들어와 옆에 있는 그네에 앉아 시계를 들여다본다. 자기 상상에 빠진 꾸부정은 대머리를 눈치채지 못한다. 꾸부정 여보. 우리가 결혼한 지 이십 년이 넘었구나. 단칸방으로 시작해서 전세를 거쳐서 우리 집을 갖기까지 오랜 세월이 걸렸어. 비록 평수는 작지만 우리 집이라는 게 중요하지. 애들도 건강하게 잘 컸어. 얼마 안 있으면 큰애는 대학에, 작은애는 고등학교에 가겠지. 이 정도면 우린 잘 산 거야 그렇지? 당신, 그동안 정말 고생 많았어. 아니? 뭐라고? 내가 제일 고생 많았다고? 십오 년을 변함없이 회사에 다녀주어서 고맙다고? 때론 가기 싫기도 하고 피곤하기도 했을 텐데 가족을 위해서 고생하는 모습이 안쓰러웠다고? 아이, 당신도 참 부끄럽게…… 뭐라고? 이제 나이도 먹고 간도 안 좋을 텐데 생각 같아서는 한 몇 년 푹 쉬었으면 좋겠다고? 이럴 수가, 당신이 나를 이렇게까지 생각해주다니! 정말 고마워 여보! 하하하하……말이 나와서 말인데 여보……사실……내가……오늘……회사에서. 대머리 (불쑥) 소용없을 겁니다. 꾸부정 (화들짝)네 넷? (돌아본다) 아니, 언제부터 거기? 대머리 죄송하군요. 들으려고 들은 건 아닙니다만. 꾸부정 괘 괜찮습니다. 그런데 방금……소용없다고……. 대머리 (단호) 네, 소용없습니다. 불쌍하게 말하든 호탕하게 말하든 부드럽게 말하든 소용없습니다. 해고라는 단어가 입에서 나오는 순간 부인께서는 엄청난 쇼크를 받으실 겁니다. 부인이 아무리 건강한 사람이라도 휘청거리거나 털썩 주저앉거나 뒤로 넘어가게 될 겁니다. 부인이 건강하신가요? 꾸부정 아……아니요, 혈압이 조금. 대머리 혈압이라, 뒤로 넘어가겠군. 꾸부정 새……생각해보니 골다공증도. 대머리 뒤로 넘어져서 뼈가 부러지겠군. 꾸부정 얼마 전부턴 심장이 답답하다고. 대머리 뒤로 넘어져서 뼈가 부러진 다음 호흡 곤란을 일으키겠군. 꾸부정 뭐……뭐라구요! 대머리 집이 몇 층이죠? 꾸부정 시……십오층인데? 대머리 완벽하군요. 해고라는 말을 꺼내는 순간 선생의 부인은 혈압이 높아져서 뒤로 넘어지고 골다공증으로 뼈가 부러진 다음, 심장 이상으로 호흡 곤란을 일으킬 겁니다. 놀란 선생은 어떻게든 해보려 하지만 방법이 없습니다. 혈압과 뼈와 심장이 동시에 문제를 일으켰거든요. 우물쭈물하다가 선생님은 119에 전화를 하겠죠. 119 요원들은 잽싸게 아파트에 도착하지만 선생님의 집은 십오층입니다. 마침 엘리베이터가 맨 꼭대기 층에 있군요. 요원들이 계단을 뛰어올라 옵니다. 일층 이층 삼층 사층 선생의 부인은 점점 호흡이 가빠집니다. 오층 육층 칠층 더더욱 가빠집니다. 팔층 구층 부인의 의식이 점점 없어집니다. 십층 십일층 선생이 말합니다. 여보, 조금만 참아. 십이층 십삼층 선생이 다시 한 번 말합니다. 여보, 제발 조금만 더 참아. 그렇게 십사층을 지나고 십오층에 도착해 마침내 선생의 집으로 왔을 때 선생의 부인은 이미……. 꾸부정 (이야기에 몰입해 있다가)아……안 돼! 안 돼! 여보오! 꾸부정, 털썩 쓰러진다. 대머리 그렇다고 말을 안 할 수는 없겠죠. 해고는 해고니까요. 이왕이면 부인의 컨디션이 최상일 때, 119가 바로 올 수 있는, 뒤로 넘어가도 뼈가 부러지지 않을만한 장소에서 하시죠. 부드러운 모래라든가……이 놀이터가 딱이로군요. (다시 그네에 앉아 시계를 들여다본다) 한참의 정적. 꾸부정 어떻게…… 어떻게 그렇게 잘 아시죠? 대머리 사실 저도 해고잡니다. 꾸부정 동업자…… 아니…… 동반자셨군요. 대머리 벌써 1년이 넘었습니다. 꾸부정 고참…… 이시네요. 혹시……선생님 부인께서도 뒤로? 대머리 아니요. 꾸부정 뼈가? 대머리 전혀. 꾸부정 호흡 곤란이라든가. 대머리 천만에요. 멀쩡합니다. 멀쩡함을 넘어 건강하죠. 김치찌개에다 밥을 두 그릇이나 비운 다음, 남은 찌개를 밥통에 넣고 비벼먹으니까요. 꾸부정 ……대단하군요. 대체……비결이……. 대머리 간단합니다. 해고됐단 얘기를 안했으니까요. 꾸부정 그, 그럼? 대머리 계속 다니는 줄 압니다. 꾸부정 아니 그게 일 년 넘게 가능한가요? 대머리 보통 사람은 불가능합니다. 꾸부정 하지만 선생님은? 대머리 전 보통 사람이 아닙니다. 자랑은 아니지만 어릴 때부터 영특, 기특,똑똑, 비범이란 말을 달고 다녔으니까요. 한마디로 머리가 좋았죠. 꾸부정 (대머리의 머리를 한참 쳐다본다) 대머리 지금, 대머리 주제에 머리가 좋아봤자 얼마나 좋을까라고 생각하셨죠? 꾸부정 그……그럴 리가. 대머리 어쨌든, 저 정도의 두뇌라면 충분히 속이는 게 가능합니다. 분명한 원칙 규칙 법칙만 확립한다면 말이죠. (시계를 가리키며) 이 시계도 그런 원칙 중의 하납니다. 퇴근시간 여섯시, 전철 타고 내리면 여섯시 삼십분, 역 앞에서 버스 타고 동네까지 오면 여섯시 오십분, 동네에서 아파트까지 오는 데 여섯시 오십오분, 아파트에서 우리 집까지 오면 딱 일곱시, 그렇지만 시간을 너무 딱 맞춰 오면 이상하니까 적당하게 일곱시 삼분 정도……마침 지금이 일곱시 삼분이군요. 더 늦으면 어색합니다. 그럼 이만. 대머리, 일어나서 가려고 한다. 꾸부정 (벌떡 일어나며) 자……잠시만요. 대머리 ……. 꾸부정 저한테도 그……원칙 규칙 법칙을 가르쳐 주시면 안 될까요? 대머리 (위아래로 훑어보며) 딱 보니 보통 사람이시군요. 불가능합니다. 꾸부정 (앞을 막아서며) 부탁드립니다. 대머리 일반인이 범접할 수 있는 세계가 아닙니다. 꾸부정 스승님으로 모시겠습니다. 대머리 미안합니다. 늦으면 의심합니다. (가려고 한다) 꾸부정 (바짓가랑이에 매달리며) 제발요, 제발. 이렇게 빕니다. 우리 집사람이 뒤로 넘어가고 뼈가 부러지고 호흡곤란을 일으키는 건 상상만 해도 끔찍합니다. 그 사람은 저 같이 별 볼일 없는 사람이랑……결혼을 해준 사람이에요. 그 사람이 그렇게 되는 건 절대 안 됩니다. 조금이라도, 일분일초라도 더 웃게 해주고 싶습니다. (무릎 꿇으며) 허락하실 때까지 꼼짝도 하지 않겠습니다. 무릎 꿇은 꾸부정을 계속해서 지켜보는 대머리. 꾸부정, 점점 다리가 저려온다. 대머리 다리 저리죠? 꾸부정 ……조금. 대머리 이쯤 되면 좀 봐주지 저 대머리 진짜 독한 놈이다,라고 생각하셨죠? 꾸부정 그……그럴 리가요? 대머리 다리 저리면, 꼼지락하세요. 꾸부정 아……아닙니다. 약속은 약속이니까. 대머리 괜찮습니다. 꼼지락하세요. 꾸부정 그럼……조금만 꼼지락을. 꾸부정, 슬며시 꼼지락거린다. 대머리 (시계를 들여다본다) 시간이 꽤 지났군요. 어중간한 시간입니다. 지금 들어가면 뭔가 부조리합니다. 이럴 때는 회식을 한 것처럼 아예 늦게 들어가는 게 좋은 방법이죠. (전화를 건다) 나야, 별일 없지? 부장님이 딱 한잔만 하자고 하시네. 당신도 알잖아 부장님이 회사일 힘들면 나한테 털어놓는 거. 일찍 갈 테니까 밥은 먼저 먹어. (전화 끊자마자 가방에서 반병 정도 남은 소주를 꺼내 한 모금 마신다) 회식이라고 했기 때문에 입에서 술 냄새가 나야 됩니다. (오징어 다리를 꺼내 우물우물 씹는다) 술 냄새만 나면 이상하니까요. 자, 그럼, 훈련을 시작해 볼까요? 꾸부정 (기쁨) 저……정말이십니까? 대머리 시간이 없으니까 3단계로 요약 학습을 하죠. 정신 똑바로 차리세요. 꾸부정 (차렷 자세로) 옛! 대머리 가장 중요한 1단계는, 변화입니다. 꾸부정 변화? 대머리 많은 해고자들이 그 사실을 숨기려고 하지만 대부분 들킵니다. 왜일까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어떠한 행동의 변화가 생겼기 때문입니다. 한숨을 쉰다든가, 소파에 푹 주저앉는다든가, 밥 먹다가 숟가락을 멈추고 한참을 멍하니 있는다든가, 밤이 깊도록 식탁에서 소주를 마신다든가, 아들한테 사립대 말고 국립대로 가는 건 어떠냐고 한다든가, 잠자리에서 등을 돌린 후 웅크리고 잔다든가, 자다가 자기도 모르게 흐느낀다든가. 이런 변화들이 해고를 들키는 가장 큰 이유죠. 꾸부정 (감탄) 그렇군요. 대머리 변화되지 않는 것. 일상적인 평범함을 유지하는 것. 이게 가장 중요합니다. 꾸부정 (감탄의 연속) 으음……. 대머리 이론만 가지고는 감이 안 옵니다. 실전훈련을 해보죠. 이 놀이터가 집이고 제가 부인이라고 설정을 해봅시다. 선생은 회사 일을 마치고 막 퇴근한 상탭니다. 바깥에서 벨을 눌러보세요. (꾸부정이 멍하니 있자) 시간 없습니다. 빨리. 꾸부정 (얼떨결에) 예…… 옛! (바깥으로 달려 나가) 띵동! 대머리 (부인 흉내) 당신 왔어? 밥은? 꾸부정 (대머리를 한참 바라보다가) 풉……. 대머리 ……. 꾸부정 그게……집사람이 대머리라고 생각을 하니까 너무 웃겨서……. 대머리 ……. 꾸부정 죄……죄송합니다. 제대로 하겠습니다. 띵동! 대머리 당신 왔어? 밥은? 꾸부정 아, 먹었어. 대머리 (손을 잡으며) 고생 많았지? 꾸부정 …… 흐흑. (흐느낀다) 대머리 뭡니까? 왜 울죠? 꾸부정 (흐느끼며) 집사람이 손을 잡아주니까 갑자기 미안하고, 고생만 시킨 것 같고, 젖은 손이 애처롭고……. 대머리 어허, 이러니까 들키는 겁니다. 마음을 강하게 먹으세요. 돌부처처럼! 꾸부정 네……넷! 돌부처! 다시 하겠습니다. 띵동! 대머리 당신 왔어? 밥은? 꾸부정 (과장되게) 밥? 먹었지! 아주 많이! 대머리 (손을 잡으며) 별일은 없었어? 꾸부정 (더더욱 과장되게) 별일은 무슨, 평소랑 또오오옥 같았어 하하하하! 대머리 잠깐, 왜 이렇게 들떠 있죠? 회사에서 좋은 일이 있었나요? 꾸부정 아니요. 대머리 월급날입니까? 꾸부정 아니요. 대머리 부인 생일인가요? 꾸부정 아니요……별일 없었는데 대머리 그런데 왜 그렇게 오버를 합니까? 별일 없었는데 그렇게 오버 하면서 별일 없었다고 하니까 마치 별일이 있는 것처럼 보이잖아요? 꾸부정 아……거기까지는 차마. 대머리 자, 눈을 감으세요. 상상을 해봅시다.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평범하고 반복적인 회사의 하루, 위에서 눌리고 밑에서 치이고 정리해고의 소문이 뒤숭숭하게 들려오고, 선생은 그 틈바구니에서 간신히 하루를 버티고 퇴근을 합니다. 지하철이 붐빕니다. 버스가 막힙니다. 심신이 지쳐있습니다. 터덜터덜 걸어옵니다. 그 상황에서 초인종을 누릅니다. 띵동! (부인 목소리) 당신 왔어? 별일 없었지? 꾸부정 (상상하다가 정말 지친 듯, 무심하게) 뭐, 똑같지 뭐. 대머리 나이스! 그겁니다! 하니까 되잖아요? 꾸부정 아? 정말? 정말 되네? 환호하는 꾸부정. 대견한 듯 지켜보는 대머리. 대머리 (느닷없이) 당신 왔어? 별일은? 꾸부정 (재빨리) 뭐, 똑같지 뭐. 하이파이브 대머리 당신 왔어? 별일은? 꾸부정 (능숙하게) 뭐, 똑같지 뭐. 하이파이브 대머리 당신 왔어? 별일은? 꾸부정 (완전 능숙) 뭐, 똑같지 뭐. 엄지손가락을 치켜드는 대머리. 대머리를 부둥켜 안는 꾸부정. 암전. 암전을 감싸는 작은 멜로디. #2 불이 켜지면 꾸부정이 초조한 듯 그네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다. 이상하게도 잠옷 차림. 그의 발밑에 수북이 쌓인 담배꽁초들. 대머리가 체육복 가방을 들고 놀이터로 들어온다. 그네에 타고 있는 꾸부정을 의식 못한 채 양복바지와 윗도리를 벗는다. 아아, 그 속에 입고 있는 축구 유니폼. 대머리 (부인에게 전화하는 듯) 나야. 사내 축구대회가 이제 끝났어. 오늘은 두골밖에 못 넣었어. 부장님은 후보였지 뭐. 밥?……부장님이 같이 먹자고는 했는데…… 정 그렇다면 집에서 먹지 뭐. 금방 갈게. 전화를 끊고, 곧바로 모래밭에 뒹굴며 유니폼을 더럽히는 대머리. 만족한 듯 어깨를 으쓱거리며 주위를 둘러보다가 꾸부정을 발견하고는 놀란다. 대머리 뭐……뭡니까? 꾸부정 오랜만……입니다 스승님. 대머리가 꾸부정을 잡아채어 그네 밑으로 숨는다.(숨어질 리가 없으니 웃기다) 대머리 오랜만? 헤어진 지 하루 만에 만났는데 오랜만이라구요? 꾸부정 오랜만은……아니네요. 대머리 이 놀이터는 제가 찜했으니까 다른 놀이터에서 시간을 때우라고 몇 번을 말했습니까? 꾸부정 그건……알지만. 대머리 대체, 40대의 못생긴 남자 둘이 놀이터 그네에 앉아 있다는 게 주민들이 봤을 때 얼마나 평범하지 않은 일인지 모르시는 겁니까? 꾸부정 ……. 대머리 방금, 솔직히 이 대머리보다는 내가 더 잘생겼는데 라고 생각하셨죠? 꾸부정 그……그럴 리가. 대머리 (쌓여있는 담배를 본다) 맙소사, 이 아까운 담배. 이 담배값이면 김밥이 두 줄이거늘…… 왜 이런 비행을 일삼는 겁니까? 혹시…… 걸린 겁니까? 꾸부정 ……. 대머리 세상에, 하루 만에 걸리다니……시키는 대로 안 했죠? 꾸부정 아…… 아닙니다. 배운 그대로 하려고 했어요. 그런데……변수가 있었어요. 대머리 변수라니요? 꾸부정 스승님께 배운 1단계를 계속 되뇌면서, 심호흡을 하고, 현관문을 여는 순간. 대머리 순간? 꾸부정 첫째 둘째가 쪼르륵 달려오더라구요. 그러고는 갑자기……. 대머리 갑자기? 꾸부정 아빠 생일을 축하한다면서 첫째 놈이 어깨를 주무르고 둘째 놈이 노래를 부르는 거예요. “아빠,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 이러면서 .(갑자기 목이 멘다) 대머리 세상에……본인 생일인지도 몰랐나요? 꾸부정 저는 집사람이랑 애들이랑 부모님이랑 장인 장모랑 부장님 상무님 전무님 사장님 생일밖에 모릅니다. 대머리 ……. 꾸부정 자식들이 생일노래를 불러주는데 어떤 아빠가 목이 안 멥니까. (흐느낀다) 대머리 잠깐, 이상하군요. 선생 말대로 대한민국의 모든 아빠들은 자녀들이 생일을 챙겨줄 때 웁니다. 자녀들의 생일 축하에 감동한 아버지가 고개를 돌리고 조용히 운다. 이건 튀는 게 아닌데? 평범한 건데? 꾸부정 조용히 운 게 아니라……. (갑자기 바닥에 뒹굴며 통곡한다) 대머리 음 ……그렇게 울었군요. 꾸부정 (끄덕이며 계속 통곡) 대머리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나 할 법한 울음을 생일 축하를 받는 자리에서. 꾸부정 (더 크게 통곡) 대머리 가족들은 가장의 뜬금없는 대성통곡에 당황했을 테고. 꾸부정 (그야말로 대성통곡) 대머리 그래서……그 다음 행동은? 꾸부정 갑자기 부끄러워져서…… 도망치듯 안방으로 들어왔습니다. 대머리 도망치듯 이라, 이런. 꾸부정 그러고는 저도 모르게 안방 문을 잠그고. 대머리 맙소사. 꾸부정 밖에서 두들겨도 열어주지 않다가 . 대머리 하느님. 꾸부정 눈을 떠보니 아침이더군요. 대머리 ……부인은? 꾸부정 ……거실에서. 대머리 ……. 꾸부정 눈을 뜨자마자 너무 당황스러워서……몰래 집을 나왔습니다. 대머리 씻지도 않고, 드라이도 안 하고, 더군다나……잠옷 차림. 꾸부정 공원에 계속 숨어 있다가 시간 맞춰서 나온 겁니다. 스승님…… 저 어쩌죠? 대머리 일반인이 범접할 수 있는 세계가 아니라고 그렇게 얘기했거늘. 꾸부정, 흐느낀다. 대머리, 눈을 감은 채 한참을 말없이 서 있다가 천천히 축구 유니폼을 벗는다. 속옷 차림으로, 꾸부정에게 축구 유니폼을 건네는 대머리. 대머리 회사원인 남자가, 씻지도 않고 드라이도 안 하고 나왔다는 것은 말이 안 됩니다. 그러나 체육대회를 했다면 알리바이가 생기죠. 입으세요. 꾸부정 ……하지만……스승님도……. 대머리 저는…… 심판 봤다고 하겠습니다. (가방에서 호루라기를 꺼내 목에 걸며) 이건……다음 달에 쓸 거였는데……. 꾸부정 이 은혜……잊지 않겠습니다. 스승님. 대머리 들어가자마자 아버님 사진을 꺼내세요. 꺼내자마자 사진 부여잡고 우세요. 어제 선생은, 돌아가신 아버님 때문에 울었던 겁니다. 꾸부정 (경이로움) 과연……스승님은……. 대머리 이제, 뒹구세요! 꾸부정, 열심히 모래바닥에 몸을 뒹군다. 암전. 암전을 감싸는 작은 멜로디. #3 불이 켜지면 단발머리를 한 여성이 놀이터에 서 있다. 그녀는 양손에 커다란 가방을 들고 있다. 단발 (냉랭하게) 여보, 솔직히 말 안 하면 나, 집 나갈 거야…… 짤렸지? 그네 위에 주저앉는다. 다시 벌떡 일어난다. 단발 (울먹이며) 당신 나 죽는 꼴 보고 싶어? 빨리 말해? 짤렸지? 그네 위에 주저앉는다. 다시 벌떡 일어난다. 단발 (화통하게) 호호호호! 괜찮아 여보! 딱 보니까, 짤렸네? 호호호호!! 힘없이 주저앉는 단발머리. 한참을 그렇게 앉아 있다가 천천히 일어나 차분하게 독백을 시작한다. 단발머리가 독백을 하는 동안 파마머리를 한 여성이 조용히 들어온다. 그러고는 옆 그네에 앉아 벼룩신문을 보기 시작한다. 단발 (이성적으로) 여보, 나 당신과 지금까지 함께 했고 앞으로도 함께할 거야. 당신도 알겠지만 우린 부부야. 부부가 뭔데? 비밀이 없는 게 부부야. 내가 열을 셀 동안 당신이 끝까지 비밀을 말 안 해준다면 나……집 나갈 거야. 이게 당신의 마지막 기회야. (눈을 감고) 하나, 둘, 셋, 넷……. 파마 (불쑥) 대답 안 할 거예요. 단발 (화들짝) 네 넷? 파마 그쪽 아저씨한테 짤렸냐고 추궁해도 대답 안 할거라구요. 단발 ……. 파마 오히려 추궁하면 추궁할수록 그쪽 아저씨는 위험해질 거예요. 단발 위험해……진다구요? 파마 남편 성격이? 단발 조금……소심해요. 파마 소심하다라……열을 세자마자 바로 집을 뛰쳐나가겠네. 단발 약간 다혈질이기도. 파마 다혈질이라……바로 옥상으로 올라가서 뛰어내릴 수도 있겠네. 단발 조금 고전적인 면도. 파마 고전적이라……고전적으로 약국마다 돌면서 수면제를 살 수도 있겠네. 단발머리, 비틀거리다가 그네에 주저앉는다. 파마 너무 걱정하진 말아요. 뛰쳐나가면 잡으면 되고 옥상 문은 잠가놓으면 되고 약 먹어도 응급실이 있으니까. 그래도……상처는 남겠죠. 돈 없어도 살지만 자존심 없으면 못사는 게 남자니까. (일어나며)그럼 이만. 단발 저……저기……. 파마 ……. 단발 어떻게……그렇게……잘……. 파마 우리 아저씨도 짤렸거든요. 그것도 1년째. 단발 그쪽 아저씨가 혹시……뛰쳐나가셨나요? 파마 전혀. 단발 혹시 옥상에서? 파마 전혀. 단발 혹시 약을? 파마 전혀, 1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아요. 건조하고, 재미없고, 대머리고. 단발 그게 어떻게 …… 가능하죠? 파마 모르는 척 했거든요, 해고당한 걸. 단발 모르는 척……그게……그렇게 쉽게……. 파마 평범한 주부들은 안 돼요. 어느 정도 비범해야만 가능하죠.(시계 본다)늦었네요. 잠시 후면 우리 아저씨가 이 놀이터로 올 거예요. 항상 여기 들렀다가 시간을 맞춰서 퇴근한 척하거든요. 파마머리, 벼룩시장을 챙겨서 집으로 걸어가는데. 단발 사모님! 파마 ……. 단발 저도……저도 비범하게 만들어주시면 안 될까요? 파마 일반 주부가 범접할 수 있는 세계가 아니에요. (다시 걸음을 옮기는데) 단발 (무릎 꿇으며) 부탁이에요, 사모님. 저희 남편이 때때로 소심하고 때때로 한심하고 때때로 답답하기는 하지만……좋은 사람이에요. 오로지 집이랑 애들이랑 저밖에 모르는……그 사람이 옥상으로 올라가거나 약을 사러 돌아다니는 건 상상만 해도 끔찍해요. 그 사람이 계속해서 맘 편히 집으로 오게 만들어주고 싶어요. (무릎 꿇으며) 부탁드려요! 한동안의 정적. 파마 제자로 받아주면……가끔 소금 설탕 간장 같은 거 빌려줄 수 있어요? 단발 그럼요! 파마 맛있는 반찬 하면 나눠줄 수도 있고? 단발 그럼요! 파마 그쪽 애들 통닭이나 피자 시켜주면 우리 애들도 불러 먹일 수 있고? 단발 그럼요! 파마 좋은 마음가짐이에요. 제자님이 그렇게 해주면 나도 제자님한테 그렇게 해주겠어요. 서로 서로 나눔으로써 감소된 경제력을 최대한 이겨내는 거예요. 단발 방금, 제자라고? 파마 그래요. 제자로 받아주겠어요. 단발 (큰절) 스승님! 파마 (대머리에게 전화하는 것일까) 여보, 퇴근하는 중이지? 미안한데 올 때 계란 좀 사다줘요. 동네 슈퍼 말고 꼭 유기농 파는 데로 가서, 그래 큰길가에 있는, 고마워요. (전화 끊는다) 우리 아저씨가 놀이터로 오는 시간을 지연시킨 거예요. 수업을 해야 하니까 단발 그런 깊은 뜻이! 그럼 저도 전화할까요? 파마 비싼 거 말고, 계란이나 당근처럼, 싸면서도 깐깐하게 골라야 하는 걸로, 그래야 남편에게 부담이 안 가면서 시간도 벌어지니까. 단발, 꾸부정에게 열심히 전화한다. 파마, 대견하게 지켜본다. 통화가 끝나고 본격적으로 수업에 들어가는 두 사람. 파마 상태 체크부터 해보죠. 그쪽 아저씨가 해고당했을 거라는 판단을 하게 된 이유는? 단발 그게……집에 왔을 때만 해도 평소랑 똑같았어요. 별일 없었냐고 물어보니까. 파마 “뭐, 똑같지 뭐.” 라고 했죠? 단발 (놀란다) 그걸 어떻게? 파마 그게 1단계니까요. 단발 그런데 그날이……남편 생일이었거든요. 그래서 애들이 노래를 불러줬어요. 그런데. 파마 그쪽 아저씨가 한참을 가만있다가 대성통곡을 한 거죠? 단발 맞아요! 파마 그러다 울먹이면서 안방으로 뛰쳐들어갔을 테고. 단발 맞아요! 파마 문을 잠가놓고 밤새 안 열어주다가 다음 날 아침에 잠옷 바람으로 나갔는데 들어올 때는 축구 유니폼을 입고 들어오더니 아버님 사진을 꺼내놓고 울지는 않던가요? 단발 맞아요! 그것도 멀쩡히 살아계신 아버님을……. (흐느낀다) 파마 분석을 해보니, 짤린 지 일주일쯤 되었을 때 나오는 증상이네요. 지금이 가장 위험할 때에요. 걸릴까 말까 말할까 말까 집에 들어올까 말까를 가장 고민할 때죠. 단발 그……그러면……어떻게? 파마 제자님이 실력을 발휘할 때인 거예요 일명 ‘모른 척’의 실력을. 단발 모른 척의 실력? 파마 생각해봐요. 남편들이 “아, 걸릴지도 모르겠구나.”라는 생각을 언제 하게 될까요? 단발 글쎄……. 파마 바로 ‘눈빛’이에요. 단발 눈빛? 파마 가장들이 고달프고 괴로운 하루를 보낼 수 있는 힘이 뭘까요? 그건 바로 가족들의 눈빛이에요. 힘들게 일을 마치고 돌아 왔을 때, 자신에게 향하고 있는 가족들의 애정 어린 눈빛. 그럴 때 가장들은 힘을 얻는 거예요. 단발 아! 그렇다면, 앞으로 그 눈빛을 더 열심히 보내주면 되겠네요? 파마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군요. 그건 그 사람들이 ‘일’을 할 때잖아요. 단발 ……. 파마 지금은 일을 못 하고 있는 상태죠. 일을 못 구해서 미안하고 돈을 못 버니까 미안하고, 그런 가슴 아픈 상태에서 집에 들어왔는데 가족들이 애정 어린 눈빛을 보낸다고 생각해봐요. 어떻겠어요? 단발 (서서히 깨달음을 얻는다) 아아……. 파마 애들이 노래를 불렀을 때 그쪽 아저씨가 왜 대성통곡을 했는지 알겠죠? 단발 (깨달음) 이제야 알겠습니다. 스승님. 파마 그렇기 때문에 그 1단계가 바로 ‘눈빛 돌리기’ 인 거예요. 단발 눈빛 돌리기! 파마 시간이 없으니 바로 실전으로 들어가 봐요. 남편이 퇴근한 척하고 집에 들어왔어요. 대꾸를 해 보세요. “여보, 나 왔어.” 단발 (눈빛을 의도적으로 피하며) 으……응……별일 없었어? 파마 그렇게 어색하게 눈빛을 돌리면 의도적으로 피한다는 느낌이 바로 오잖아요. 단발 그렇네요. 파마 다시 한 번 해봐요. “여보, 나 왔어.” 단발 (처음부터 딴 데를 보며) 응, 별일 없었지? 파마 그렇게 처음부터 딴 데를 보면서 얘기하면 냉랭해져 있다는 느낌이 들잖아요. 단발 아아…… 어렵네요. 파마 눈빛을 피하되, 의도적이지도 냉랭하지도 않게 자연스러운 느낌으로 피해야 되는 거예요. 상상을 해봐요. 남편이 집에 왔을 때 눈빛을 돌리고 있을만한 자연스러운 무엇. 단발 자연스러운 무엇이라……. 파마 시범을 보여주죠. 역할을 바꿔 봐요. 단발 (남편 흉내) 여보, 나 왔어. 파마 (뒤돌아 요리하는 척) 왔어? 계란 사왔어? 단발 (계란 건네주는 척) 응, 여기. 파마 (계란 받자마자, 다른 곳으로 가며) 빨래가 다 됐나? 당신은 빨리 씻어. 단발 (씻으러 가는 척) 응, 그래. (씻으러 들어갔다 나온 듯) 다 씻었는데? 파마 (식탁을 가리키는 듯) 밥 차려놨어. 단발 당신은? 파마 당신 기다리다 배고파서 먹었어. 아이고, 내 정신? 드라마 녹화해 놨는데. (거실로 달려가는 시늉) 단발 (껄껄 웃는다) 허허 당신도 참! (편하게 밥을 먹는 시늉을 하다가) ……어머? 한 번도 안 마주쳤어요! 파마 그리고 자연스럽죠? 단발 남편 입장에서도 정말 자연스럽고 편하겠어요! 파마 이 1단계를 여러 가지로 조합해서 써먹으세요. 요리-빨래-드라마, 드라마-요리-빨래 같은 식으로. 여기서 중요한 건, 요리가 맨 마지막에 가면 안 된다는 거예요. 그러면 밥을 같이 먹게 되고, 같이 먹게 되면 눈이 마주치게 되니까. 단발 (경이로움) 스승님……. 파마 통닭 시키면, 꼭 우리 애들 불러줘요. 단발이 파마를 껴안는다. 암전. 암전을 감싸는 작은 멜로디. #4 불이 켜지면, 꾸부정이 한 손에 비닐봉지를 들고 대머리를 기다리고 있다. 대머리가 생일 때 쓰는 고깔모자를 쓰고 천천히 걸어온다. 꾸부정 스승님! 대머리 (고깔모자가 부끄러운 듯) 오늘, 생일이거든요. 오늘 컨셉은 직원들이 해준 생일파티 컨셉입니다. 1년에 한번밖에 못 써먹는 게 아쉽긴 하지만…… (꾸부정의 상태를 보고) 좋아 보이는군요. 꾸부정 그럼요! 집사람이 완전히 속아 넘어갔습니다. 우연의 일치이긴 하지만 집에 갈 때마다 빨래를 하거나 요리를 하거나 드라마를 보고 있더라구요. 눈이 안 마주치니까 더더욱 마음이 편합니다. 하하하하! 대머리 참으로……대단한 우연의 일치로군요. 꾸부정 네? 대머리 아닙니다. 그런 우연이 겹칠 때가 있죠……저도 그랬으니까. 어쨌든 다행입니다. 꾸부정 (비닐봉지를 내밀며) 저어……이거……. 대머리 이건? 꾸부정 스승님 생신 선물입니다. 대머리 ……해고자들끼리는……경조사를 모른 척 하는 게 불문율인데……. 꾸부정 그건 알지만, 스승님의 생신이니까요. 자판기 커피를 서울역에서 영등포 쪽으로 옮기니까 50원이 절약되더라구요. 그걸 두 달 동안 모아서 산 겁니다. 대머리, 천천히 봉지를 열어본다. 그 안에는 소주 한 병이 들어있다. 꾸부정 한 달 치 회식 아이템입니다. 대머리 ……직원들도……챙겨준 적 없었는데……선물……. 꾸부정 ……약소합니다. 한동안 말없이, 소주병을 만지작거리는 대머리. 대머리 (분위기 전환) 흠흠, 두 달이 지났으니 2단계로 들어갈 차례로군요. 꾸부정 그 생각을 하니까 두근거려서 잠이 안 왔습니다. 대머리 배우고 익히면 때때로 즐겁지 아니하죠. (선물 받은 소주를 따서 권하며) 일단, 한 모금 하시죠. 꾸부정 하지만……이건 스승님의 대머리 오늘은 제 생일이니까 특별히 보름치만 마시죠 (오징어 다리 네 개를 꺼내며) 안주도 사치스럽게 1인당 무려 두 개씩. 소주병을 주거니 받거니 하며 맛있게 소주를 마시는 두 남자. 대머리 자본주의 사회에서 직장에 다니고 있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가 뭐라 생각하십니까? 꾸부정 글쎄요, 명함? 대머리 (고개 흔든다) 꾸부정 그럼, 양복이나 작업복? 대머리 이렇게 물어보죠. 직장에 다니는 이유가 뭡니까? 자아실현 같은 뻔한 답 말고. 꾸부정 돈을 벌기 위해서죠. 돈을 벌어야 가족들 먹여 살리고 집도 사고. 대머리 그렇습니다. 돈, 바로 월급이죠. 직장을 다닌다는 가장 큰 증거는 바로 꼬박꼬박 나오는 월급입니다. 꾸부정 (이마를 치며) 아아 그렇구나. 대머리 선생이 그 어떤 실수나 튀는 행동을 하더라도 월급을 꼬박꼬박 가져다주는 한 쉽게 의심받지 않습니다. 1단계보다 더 강력한 2단계는 바로 ‘월급’입니다. 꾸부정 월급이라……무슨 수로 월급을……. 대머리 퇴직금과 저축과 비자금을 포함하면 얼마나 됩니까? 꾸부정 한……삼천 정도……. 대머리 적군요. 꾸부정 당겨쓰는 바람에……. 대머리 월급은? 꾸부정 이백이 조금……. 대머리 적군요. 꾸부정 성과급제 인지라……. 대머리 봅시다, 재취업의 목표를 일 년으로 잡았을 때, 총자본 삼천에서 하루 용돈 만원 곱하기 365해서 빼면 2635만원. 중간 중간 부인과 아이들 생일 선물 챙겨주고, 가끔 부모님 외식도 시켜드리고, 아프면 병원 가야되고, 친구 만나면 술 한잔도 해야 되니까 100만원 빼면 2535만원. 이걸 열두 달로 나누면 211. 25만원. 딱 맞아떨어지는군요. 꾸부정 이럴 수가! 이토록 맞아 떨어지다니! 대머리 아직 감탄은 일러요. 변수를 따져봅시다. 올해 안에 큰돈 들어갈 가능성이 있는 것들이 뭐가 있죠? 꾸부정 음……올해 봄에 어머니 금니를 해드리기로. 대머리 돈 더 모아서 내년에 임플란트 해드린다고 하세요. 꾸부정 음……올해 여름에 가족들하고 제주도를. 대머리 돈 더 모아서 내년에 하와이 가자고 하세요. 꾸부정 처제가 연애를 하는데 가을쯤 결혼하고 싶다고. 대머리 어떻게든 둘이 깨지게 만드세요. 꾸부정 겨울에 큰애가 수능을 보는데 그럼 대학 등록금을. 대머리 어떻게든 재수하게 만드세요. 꾸부정 이럴 수가! 이토록 쉽게 해결되다니! 선생님은 천재예요! 대머리 지금 당장, 은행으로 가서, 입금 하세요. 꾸부정, 대머리를 부둥켜안는다. 암전. 암전을 감싸는 작은 멜로디. #5 불이 켜지면, 단발과 파마가 그네에 앉아있다. 단발은 통닭을, 파마는 장조림 통을 들고 있다. 그들의 발밑에는 반쯤 남은 소주병(남자들이 마신)이 남아있다. 단발 다 먹으면 살찐다고 애들한테 강제로 뺏어 온 통닭이에요. 파마 우리 애들 좋아하겠네. 이건 우리 엄마가 보내준 장조림이야. 단발 이 귀한 걸. 파마 미국산일 거야. 단발 찬밥 더운 밥 가릴 때가 아니죠. 두 여자, 웃는다. 단발 (소주병을 내려다보며) 회식을 보름치나 빠뜨려놓고 갔네요. 불쌍한 그이. 파마 남은 보름은 축구대회로 때우겠지. 모래판에 뒹굴고 있을 생각을 하니 가슴이 아파. 단발 이번 달엔 월급을 두 번이나 입금했더라구요. 파마 우리 아저씨는 실수로 우리 딸한테 입금한 적도 있어. 두 여자, 웃는다. 파마 월급날이니까 당당하게 들어오겠네. 오랜만에……하자고 할지도 몰라. 단발 어머, 스승님도. 파마 안 좋아도……좋은 척해 줘야지 뭐. 단발 난 그냥……좋은데. 파마 역시, 젊구나. 두 여자, 웃는다. 파마 (소주병 집으며) 이 회식 보름치는, 우리가 마시자구. 곗날이었다고 하지 뭐. 단발 곗날이라……짤린 지 1년 넘은 곗날. 파마 난 2년. 두 여자, 한참을 웃다가, 사이좋게 소주를 나눠 마신다. 파마 그 아저씨들…… 앞으로 1년 버티기도 간당간당할 거야. 퇴직금은 한계가 있지. 단발 우리 남편은…… 당겨썼을 텐데. 파마 중간에 큰돈 들어갈 일 있으면 알아서 짤라줘. 어머니 금니라든가 제주도로 떠나는 가족 여행이라든가 자식들 학자금이라든가 동생 결혼식 같은 것들 있잖아. 단발 어머? 어떻게 그렇게 잘 아세요? 파마 사는 게 비슷비슷하니까 돈 들어가는 것도 비슷비슷하겠지 뭐. 단발 정말이지……스승님은. 파마 대놓고 짜르면 의심하니까 자연스러워야 돼. 나 같은 경우는 뉴스를 많이 활용해. 요즘 뉴스에 경제 어렵다는 얘기 많이 나오잖아. 등록금에 목숨 끊고 효도 못 해 목숨 끊고 결혼 못 시켜줘서 목숨 끊고……그런 뉴스 나올 때마다 호들갑을 떠는 거야. “어머머머, 저걸 어떡해? 우리라고 안심하면 안 되겠네. 여보, 경제도 어려운데 당분간 허리띠 좀 졸라맵시다.” 그럼 남편이 그러겠지. “그래도……할 건 해야 되잖아?” 그럼 이러는 거지. “그거 안 한다고 당장 죽어? 다 내년에 합시다. 금니는 임플란트로, 제주도는 하와이로, 그리고 첫째 너는 조금만 더 공부하면 ‘인 서울’ 가능해. 그냥 재수해. 그리고 동생 결혼식은……으이그 나 그 남자 맘에 안 들어!” 두 여자, 배꼽을 잡다가, 다시 기분 좋게 마시는 소주. 파마 자기도…… 빨리 일을 구해야 돼. 단발 ……그래야죠. 파마 일을 구할 때도 튀지 말아야 돼. 집에만 있으니까 갑갑하다, 옆집 엄마들이 마트에 가서 일하니까 돈도 벌어 좋고 심심하지도 않아서 좋지 않느냐, 일도 엄청 편하다더라…… 물론 편하지는 않지……자존심도 많이 상하고……. 단발 ……. 파마 그래도 마트를 구하면 다행이야. 술집을 돌면서 전병을 파는 아줌마들도 있어. 단발 ……. 파마 더 심하면……도우미로 나서는 거지. 단발 ……. 파마 남자들도 마찬가지야……일을 도저히 못 구하면 아빠방 같은 데로 가기도 하거든. 알지? 그, 남자 도우미 같은……. 단발 ……. 파마 대단한 거야……그렇게 해서 가족이 유지되니까. 단발 대단하네요……저로서는 엄두도 못 낼……. 파마 더 지나면……엄두가 날 거야……. 단발 ……. 파마 ‘뭐든’이라는 단어가 중요해. 뭐든. 단발 ……뭐든. 파마 2단계가 바로 그 ‘뭐든’ 이야. 단발 ……. 파마 (벼룩시장을 건넨다) 생일 축하해. 선물이야. 단발 ……고마워요. 파마 꼼꼼히 읽어 보면 일을 구할 수 있을 거야. (소주병을 들고) 마시자고……곗날인데 말없이, 소주를 마시는 여자들. 암전. 암전을 감싸는 작은 멜로디. #6 불이 켜지면, 꾸부정이 축구 유니폼 차림으로 모래판에 열심히 뒹굴고 있다. 잠시 후, 천천히 걸어 들어오는 대머리. 그러나, 대머리가 아니다. 윤기 흐르는 리젠트 헤어스타일에 삐까번쩍한 양복, 광나는 구두. 그러나, 왠지 어색한. 어찌 보면 우스꽝스러운. 꾸부정 스승님! …… 머리가? 대머리 가발입니다. 꾸부정 결혼식이라도? 대머리 (대답 없는 미소) ……이제, 완벽하게 홀로서기를 하셨군요. 꾸부정 스승님 덕분이죠……덕분에 집사람이 뒤로 자빠지지 않을 수 있게 되었네요. 우연의 일치인지 모르지만, 어머니 금니도 가족들 여행도 다 내년으로 미뤄졌어요. 처제는 결혼 상대가 갑자기 마음에 안 들고 아들놈은 갑자기 ‘인 서울’을 노리겠다더군요. 4년제도 힘든 놈이……. 대머리 그건 정말로……완벽한 행운이군요. 꾸부정 예……그야말로 완벽한……. 대머리 ……. 꾸부정 집사람이 일을 시작했어요. 집에만 있으니까 심심하다면서. 대머리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기겠군요. 꾸부정 전병을 팔고 있더라구요……술집을 돌아다니면서. 대머리 ……. 꾸부정 심심하다고 할 만할 일일까요……전병을 파는 게……. 대머리 ……. 꾸부정 ……심심해서겠죠……분명……. 좋은 건지, 씁쓸한 건지 모를 미묘한 미소를 지으며 그네를 타는 두 남자. 대머리 마지막 3단계를 배울 차례로군요. (양주를 꺼낸다) 양주 한잔 하시죠. 꾸부정 양주가……어디서? 대머리 (대답 없는 미소) 졸업 선물입니다. 어떠한 영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양주를 받아 마시는 꾸부정. 대머리 3단계는 ……시간입니다. 꾸부정 ……시간. 대머리, 그네에서 일어나 놀이터를 천천히 거닌다. 대머리 어릴 때 놀이터에서 소꿉놀이를 하면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꾸부정 ……. 대머리 의사도 됐다가 선생님도 됐다가 과학자, 대통령, 경찰관, 소방관, 백화점 사장, 옷가게 사장, 슈퍼마켓 사장……그렇게 소꿉놀이를 하면 정말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시간이 더 많으면 나는 더 많이 놀 수 있을 텐데, 이렇게 생각했죠. 시간이 많다는 게 그렇게 좋지만은 않다는 걸……이제야 깨닫게 되는군요. 꾸부정 ……. 대머리 선생님이 해고된 순간부터 선생님에게는 엄청난 시간이 생겼습니다. 이제 선생님은 직장을 구할 때까지 평범함을 연기하기 위해서 엄청난 양의 시간과 싸워야 합니다. 늦잠을 잘 수 없습니다. 출근 하는 척해야 되니까요. 밖에서 시간을 때워야 합니다. 퇴근 시간이 되어야 집에 갈 수 있으니까요. 밥도 혼자 먹어야 됩니다. 다른 사람들은 직장에서 먹으니까요. 비싼 걸 먹으면 안 됩니다. 돈이 없으니까요. 꾸부정 ……. 대머리 동네 주변에 있으면 안 됩니다. 아는 사람을 만날 수도 있으니까요. 극장도 있고 피씨방도 있고 커피숍도 있지만 갈 수 없습니다. 돈이 드니까요. 아침이 되면 꾸역꾸역 밖으로 나가서 저녁이 될 때까지 아는 사람 없는 곳에서 돈 안 드는 방법을 택해서 시간을 죽여야 됩니다. 시간이 많다고 책을 읽어서도 안 됩니다. 취직을 위해서 교차로 벼룩시장 가로수만 죽어라 읽고 읽고 또 읽어야 합니다. 매일매일 그런 시간과 싸워야 됩니다. 그게……마지막 3단계입니다. 꾸부정 ……. 대머리 (놀이터를 둘러 본 후) 어릴 때는 이 놀이터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았지만 이제는 그럴 수도 없습니다. 놀이터에서 대머리의 어른이 미끄럼틀을 타고 있으면 웃기잖아요……어른이니까……. 꾸부정 ……. 대머리 (시계를 본다) 이제 가야겠군요. 저도 오늘은 축구대회라고 한지라 ……. 대머리, 가발을 벗고, 비까번쩍한 양복을 벗으면, 그 안에 입혀져 있는 유니폼. 그 상태로 모래바닥에 사정없이 뒹굴고, 꾸부정도 말없이 뒹굴고. 꾸부정 (뒹굴면서) 스승님……우리…… 소꿉놀이 한다고 생각하면 되겠죠? 어릴 때처럼? 대머리 (역시 뒹굴면서) 우리 같은 중년의 가장에겐……조금은 괴로운 소꿉놀이군요. 그런데……어릴 때 소꿉놀이 할 때는 왜 한번도……회사원 역할을 안 했을까요. 꾸부정 ……. 대머리 시시해서였을까요? 꾸부정, 말없이 더욱 열심히 뒹굴고, 대머리도 그런 꾸부정을 보며 더더욱 열심히 뒹굴고……. 암전. 잠시 후 들려오는 초인종 소리. 그리고, 동시에 들려오는 두 남자의 목소리. 목소리 나 왔어…… 별일은 무슨…… (심호흡을 한번 하고) 뭐, 똑같지 뭐. 작은 멜로디. -막-
  • “따뜻한 연말을 함께 나눠요”

    ■중랑구, 한땀 한땀 뜬 목도리 234개 전달 직원들과 이웃을 위해 손뜨개질에 동참한 중랑구 장흥기(47) 문화체육과 팀장은 27일 “털실은 거짓말하지 않더군요. 한올 한올 마음을 담아 뜨지 않으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죠.”라며 이색 경험을 털어놨다. 여직원 130여명 사이에 장 팀장 등 남성도 2명 끼었다. 장 팀장은 “코뜨기와 풀기를 수십번 반복하면서 소중한 시간을 가졌다.”며 “어깨는 아프지만 집중도가 높아져 감정조절을 하는 데 그만이다.”고 말했다. 처음엔 일주일 걸려 겨우 하나 떴지만 나중엔 놀라운 손놀림으로 이틀만에 거뜬히 완성했다. 구 여직원회 130여명은 지난 16일 손뜨개 강사를 초빙해 강의를 듣고 실천에 옮겼다. 아이디어를 제안한 일자리창출추진단 이명순(50) 주무관은 “신세대 직원들의 호응이 어떨까 했지만 기우였다.”면서 “어떤 여직원은 애를 재우고 새벽까지 뜨기도 했다.”며 웃었다. 이들은 28일 목도리 234개를 신내노인요양원에 새해 선물로 전달한다. 강동삼기자 kangtong@seoul.co.kr ■중구, 직원 봉사단이 직접 도배·집수리 중구청 직원들로 구성된 봉사단이 6년째 변함없이 불우 이웃을 돕고 있다. 27일 중구에 따르면 직원봉사단은 2005년 결성된 뒤 관내 기초생활보장수급자나 차상위계층 등 어려운 이웃을 위해 도배나 집수리와 같은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홀로 사는 노인의 안부를 수시로 확인하고 말벗이 돼 주는 등 지금까지 1390차례 봉사활동을 했다. 올해도 10개조 32명으로 이뤄진 회원들은 거동이 불편한 주민 등 20가구에 매주 월∼금요일 도시락과 밑반찬을 전달하고 있다. 도시디자인과 직원 조은영(46·여)씨는 “10년째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면서 “하루 종일 홀로 계시는 어르신을 뵐 때마다 자식처럼 반가워 해주시는 모습에 자원봉사를 거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용갑 관광홍보과장은 “시내 25개 자치구 중 우리 직원봉사단의 도시락 배달봉사가 가장 활발하다.”면서 “분기별로 평가회의를 열어 봉사활동의 효율적인 추진방향도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양천구, 사랑의 쌀독 3년째 ‘화수분’ 양천구 신월5동 주민센터에는 1년 내내 숨쉬는 ‘사랑의 쌀독’이 있다. 27일 구에 따르면 매일 10여㎏, 연간 1400여㎏의 쌀이 소리 없이 쌓여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되고 있다. 2008년 2월부터 운영된 쌀독은 올해도 800여 가구에 삶의 끈을 이어줬다. 나눔의 마법을 실천하려는 주민은 쌀을 독에 부으면 된다. 동 복지담당에게 전달된 쌀도 1㎏ 단위로 예쁘게 포장해 넣는다. 쌀이 필요한 주민은 동에 신청하고 쌀을 꺼내가면 된다. 우병진 동장은 “다른 곳에는 없는 ‘사랑의 쌀독’이 3년간이나 마르지 않는 것은 우리 동의 자랑거리”라면서 “갑작스러운 실직이나 사고 등으로 어려움에 놓인 주민들이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구는 내년부터 사랑의 쌀독을 모든 주민센터에 설치하기로 했다. 신월5동 주민센터는 노인, 중증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저소득가구 겨울나기 맞춤서비스 사업’을 실시한다. 이미 25가구를 발굴해 지원했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경기 지자체 곳곳에 이색 나눔매장

    경기 지자체 곳곳에 이색 나눔매장

    최근 경기지역 자치단체들이 ‘나눔’을 실천할 수 있는 매장을 곳곳에 열어 눈길을 끈다. 저소득층이 만든 제품을 판매하는 매장에서부터 유아용품을 서로 나눠 쓸 수 있는 매장, 지역 농산물 판매촉진을 위한 반찬가게 등 종류도 다양하다. 노인들이 참여하는 짚풀공예점과 국수전문점, 커피전문점 등 실버매장은 노인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경기 수원시는 지난 25일 전국 최초로 자활상설매장 ‘행복드림’ 1호점을 팔달구 화서동에 개설했다. 이 매장은 근로능력이 있는 저소득층이 제작한 자활 생산품을 직접 판매하는 곳으로 무소포제 두부, 100% 우리밀 빵, 생활도자기, 쿠션 등 130여종을 판매한다. 행복드림은 또 간병, 청소, 장애인방문지원 등 다양한 자활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카페운영을 통해 지역주민들에게 휴식공간도 제공한다. 염태영 수원시장은 “근로 빈곤층의 빈곤 탈출과 자립기반을 조성하기 위해 행복드림 1호점을 개설했다.”며 “앞으로 경쟁력 있는 자활상품 개발과 체계적인 유통망을 구축하기 위해 제2, 제3호점을 잇따라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평택시는 영유아용품을 서로 나누어 쓸 수 있는 ‘영유아용품 나눔 전문매장’을 설립한다. 자녀양육비 경감과 재활용을 활성화하기 위한 이번 사업은 유모차 및 장난감, 의류와 책 등을 수집 또는 기부받아 수리해 판매하게 된다. 전문매장은 송탄보건복지센터와 근로자문화복지관과 같은 공공시설을 활용하고, 운영인력은 매니저와 수리 및 수집자 등 모두 5명을 채용할 계획이다. 평택시는 이와 함께 지역 농산물로 만든 반찬을 맞벌이 부부가정이나 음식점 등에 주문 생산방식을 통해 판매하는 ‘슈퍼오닝 반찬가게’도 차릴 계획이다. 주민들에게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농산물을 공급하고, 농가 소득과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기 위해서다. 화성시는 노인 일자리 창출의 하나로 짚풀공예품 판매점을 운영하고 있다. 서해안 고속도로 상행선 화성휴게소 편의점에 들어선 수공예점 ‘지프로’ 1호점은 장안면 장안7리 노인들이 만든 짚 공예품을 판매하고 있다. 안양시가 지원하는 실버매장은 대박을 터뜨리고 있다. 시가 2500만원을 지원해 지난해 11월 3일 동안구 호계동 호계도서관 앞에 문을 연 국수전문점 ‘잔치하는 날’은 월매출 500만원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시는 ‘잔치하는 날’이 성공을 거두자 만안구 안양8동 성결대학 입구에 2호점을 차렸다. 이곳도 1호점에 버금갈 정도로 손님을 끌고 있다.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사랑나눔’은 행복입니다

    성북구 길음2동에 사는 최옥순(가명·74) 할머니는 일주일에 두번 18세 소녀로 되돌아간다. 통장과 안암교회 봉사단이 찾아오는 날들이다.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고 거울을 보며 마을버스도 닿지 않는 작은 골목을 지나 외진 곳까지 오는 그들이 더없이 고맙다. 최 할머니는 현재 전세 700만원에 보일러도 들어오지 않는 방 한 칸짜리 집에 홀로 살고 있다. 9년 전 남편을 여의고 건물청소와 안암동 2가 주변 아이들을 돌봐 가며 어렵게 생활해 왔으나 퇴행성 관절염과 노환 등이 심해져 일을 그만둔 상황이다.. “통장님과 교회봉사단이 반찬과 과일을 가져다 줘. 말벗도 해주고…, 그런데 어딘지 모르지만 회사직원들이 매달 20만원씩 후원금을 보내줘. 이렇게 받기만 해도 되는 건지….” 성북구가 구청 홈페이지에 운영하는 성북사랑나눔 코너에 할머니의 안타까운 사연을 실었는데 이를 접한 MIG 무역 직원들이 십시일반 후원금을 거둬 매달 계좌로 이체하고 있다. 9일 구에 따르면 성북사랑나눔 코너에 1개동에 2건씩 그늘진 이웃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실어 소외계층 ‘1대1 희망나눔’ 운동을 펼쳐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홈페이지에 실린 이웃들은 모두 홀몸노인이거나 소년소녀가장, 한부모가정, 저소득장애인 등 취약계층이다. 후원금 기탁은 물론 쌀·반찬·생활용품 나눔, 말벗·간병 등 정(情)나눔을 통한 1대1 결연사업이 희망바이러스로 멀리 퍼져 나가 지친 이웃들의 주름을 조금이나마 펴준다. 현재 1대1 희망나눔에 동참한 이웃들은 모두 40명. 작은 나눔이지만 깊고 큰 울림이 되어 되돌아오고 있다. 최갑수(가명) 할아버지에게도 이 희망나눔이 한줄기 빛이 되고 있다. 뇌병변 장애를 지닌 아내와 정신장애 아들을 둔 할아버지의 딱한 사정이 알려지면서 여기저기서 후원이 잇따르고 있다. 인근 길상사에서는 매주 금요일 맑고 향기로운 반찬을 배달하고 있으며, 동네식당에서도 매달 5만원씩 정기후원을 하고 있다. 특히 사회 초년생 송모(29)씨도 할아버지의 사연을 접하고 따스한 손을 내밀었다. 첫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 월급의 일정액을 후원하기로 했지만 알릴 일은 아니라며 이름 밝히기를 꺼렸다. “사회 초년생이라 보태는 돈이 적어 죄송하다.”는 말을 들은 할아버지는 “아들 병원비에 보태겠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정법권 복지정책과장은 “아직도 우리 주변에는 어려운 이웃들을 보듬는 이웃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고 감동했다.”면서 “1%를 나누면 누군가는 100%의 행복을 얻을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사랑나눔을 몸소 실천하려는 후원자는 성북구청 복지정책과(920-4439)로 문의하면 된다. 강동삼기자 kangtong@seoul.co.kr
  • 성동구 푸드뱅크 2회연속 최우수

    서울 성동구는 서울시 ‘푸드뱅크·마켓’사업평가에서 2회 연속 최우수구로 선정됐다고 22일 밝혔다. 3년에 한번씩 이루어지는 ‘푸드뱅크·마켓’ 사업평가는 푸드뱅크·마켓의 기탁과 배분 실적 평가뿐 아니라 사업내용과 배분처 관리 등 ‘질적 평가’로 실시됐다. 성동푸드뱅크는 질적평가 부분에서 2006년 1회 평가에 이어 이번 평가에서도 서울시 전체 1위를 차지했다. 성동종합복지관에서 위탁운영하고 있는 성동푸드뱅크는 어려운 이웃들과 음식을 나누고자 하는 주민들로부터 식품을 기탁받아 결식아동, 무의탁 노인, 노숙자, 실직자 등 저소득계층과 사회복지시설 등과 나누는 먹거리 나눔사업이다. 성동푸드뱅크는 후원자와 가족을 위한 성격유형검사, 나눔의 밤, 문화공연 등 다양한 이벤트를 여는 등 독특하고 체계적인 후원자 관리에 나선 점이 심사위원들의 눈길을 끌었다. 또 신규 후원자 발굴을 위한 노력, 물품 기탁과 분배 등 모든 측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자원봉사자들이 직접 삼일에 한 번씩 홀몸노인과 중증장애인들에게 반찬을 만들어 제공하는 ‘반찬나누기’사업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호조 구청장은 “앞으로도 지속적인 기부자 발굴을 통해 나눔문화가 확산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면서 “모두가 행복하고 즐거운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선진형 복지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현장 행정] 서초구 현대판 품앗이제도

    [현장 행정] 서초구 현대판 품앗이제도

    #장면1. 정보기술(IT)업계에 종사하는 이종민(31)씨는 얼마 전 ‘품앗이센터’에 등록된 한 회원에게서 컴퓨터 수리를 부탁받았다. 이달 초 교통사고로 다리를 다쳤을 때 다른 회원으로부터 병원이동과 대리운전 등을 도움받은 ‘품삯’을 지불하는 셈이다. #장면2. 서초동에 사는 주부 김정미(40)씨는 최근 돈 한푼 들이지 않고 아들에게 영어과외를 시켰다. 맞벌이 부부를 위해 반찬을 만들어준 대가로 얻은 품 ‘10’개와 회화교육 ‘10시간’을 맞바꾼 것이다. 도움이 필요할 때 이웃끼리 서로 거들며 품을 지고 갚던 우리의 미풍양속 ‘품앗이’를 되살리려는 프로젝트가 서초구에서 시작됐다. 서초구는 돈 대신 가상화폐인 ‘품(Poom)’을 활용해 다양한 서비스를 주고받는 현대판 ‘서초품앗이’ 제도를 도입하고 본격 운영에 들어간다고 21일 밝혔다. 서초품앗이는 일대일로 노동력을 주고받던 기존의 품앗이 방식을 현실에 맞게 지역 내에서 통용되는 공동 체화폐로 바꿔 교육, 가사 등 능력을 교환하는 제도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도움이 필요한 다른 사람에게 제공하고, 본인도 다른 사람으로부터 맞춤형 도움을 받는 일종의 ‘릴레이 방식의 다자간 품앗이’인 셈이다. 노동의 종류와 상관없이 1시간의 품앗이는 ‘1품’ 가치로 인정받기 때문에 계산도 수월하다. 겨울철 김장을 담그거나 이사 일손돕기 등 평소 사소하게 여겨졌던 노동력이나 기술도 당당하게 인정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A씨가 교통사고를 당한 B씨를 위해 운전 서비스를 제공해 주면, IT업에 종사하는 B씨는 C씨의 고장 난 컴퓨터를 고쳐주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A씨와 B씨는 자신들이 제공한 ‘품’의 대가로 회원들끼리 통용되는 가상화폐를 받게 되며 이 가상화폐를 적립해 자신이 필요한 또 다른 서비스를 요청할 수 있다. 이 현대판 품앗이제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구는 회원들끼리 직접 서비스를 신청하고 거래할 수 있도록 지난 10월 인터넷 홈페이지 ‘서초품앗이센터(www.poombank.net)’를 개설했다. 이 센터의 회원으로 가입하면 현금 없이도 아기돌보기와 과외, 부동산 상담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다양한 서비스를 이웃에게 제공하거나 받을 수 있게 된다. 서비스 분야 또한 다양하다. ▲강의 ▲외국어·컴퓨터 교육 및 수리 ▲스포츠 강습 지도 ▲가사서비스 ▲요리·홈패션 도우미 ▲수리 및 제작 ▲도색 및 도배 등 15개 분야 총 88개 항목에 달한다. 품앗이 제도를 이용하려면 우선 홈페이지 ‘품나누기’ 게시판에 받고 싶은 서비스와 주고 싶은 서비스를 등록한 다음, 거래하고 싶은 이웃과 연락해 거래하면 된다. 박성중 서초구청장은 “나눔을 통해 지역사회에 기여하고 자신이 어려울 때 다시 도움을 받는 옛 조상들의 지혜를 현대적 품앗이로 계승한 것”이라면서 “내가 제공한 만큼 제공 받아야겠다는 각박함보다는 나의 능력을 이웃과 나누려는 넉넉한 마음이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백민경기자 white@seoul.co.kr
  • [사회공헌 특집] GS건설 - 홀몸노인들 월1회 방문 맞춤형 봉사

    [사회공헌 특집] GS건설 - 홀몸노인들 월1회 방문 맞춤형 봉사

    GS건설은 2006년 2월부터 매칭그랜트 방식의 ‘자이 사랑나눔단’을 발족, 본격적인 사회공헌 활동에 나섰다. 이는 산발적으로 이뤄지던 소규모 봉사활동을 통합한 것으로, GS건설의 대표적인 사회공헌활동이다. 자이 사랑나눔단의 맞춤형 봉사활동은 미국이나 유럽에서 사회보장대책으로 정착된 제도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한방향 지원 대신에 봉사활동자-수혜자를 1대1로 연결, 개인별 수요를 파악한 뒤 내용을 달리하는 봉사활동이다. 현장과 본사를 123개 조직으로 나눠 연간 400여차례 맞춤형 릴레이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건설공사현장 주변의 사회시설을 방문해 시설물 보수 등의 활동을 펼친다. 올해는 대상과 범위를 확대, 기아 대책과 공동으로 결손가정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푸른 꿈나무 영어캠프’를 열어 좋은 반응을 얻었다. 환경운동단체와 한강 살리기, 해비탯 사업도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서울 중구와 자매결연을 맺고 홀몸노인 및 소외계층에 대한 맞춤형 봉사활동도 펼치고 있다. 본사 20개 봉사팀이 각 5가구를 전담, 월 1회 방문해 수요자들이 원하는 봉사를 한다. 매주 수요일에는 회사 주변 홀몸노인들에게 식당에서 준비한 밑반찬을 전달하는 활동도 펼친다. 최근에는 ‘남촌재단’과 공동으로 경기 광주에서 임직원 300여명이 김장 담그기 행사를 벌여 1200가구에 김장김치와 난방 기름을 전달했다. 현장과 본사 부서간의 ‘조인트 봉사’도 활성화됐다. 전직원의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사보에 활동사례를 적극 알리고 있다. 맞춤형 봉사활동을 강화하기 위해 봉사 대상자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 [4회 농협문화복지대상] 개인 7명·단체 3곳 9일 시상

    전통 농촌문화를 계승하고 효(孝)를 실천하는 우수농가를 발굴하기 위한 농협문화복지대상(주최 농협문화복지재단)이 올해 4회째를 맞았다. 농업을 천직으로 여기며 흙과 함께 살아가는 농민들의 자긍심을 일깨우고 잊혀가는 미풍양속을 보존하는 데 이바지하고 있다는 평가다. 상의 권위를 높이기 위해 3단계에 걸친 정밀한 심사 작업을 거쳤다. 지역농협의 추천을 받아 농협 지역본부의 예비심사를 거친 뒤 농협 중앙회와 재단 담당자들이 현지 실사를 했다. 마지막으로 관련 학계 등 외부인사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의 본심사를 통해 ▲최우수농가 ▲농업발전 ▲농촌문화 ▲농촌복지의 4개 부문에 걸쳐 개인(상금 2000만원) 7명, 단체(상금 3000만원) 3곳의 수상자를 선정했다. 시상식은 9일 오전 11시 서울 충정로 농협중앙회 대강당에서 열린다. 임일영 유대근기자 argus@seoul.co.kr ■최우수농가 임병길씨 - 고당도 ‘야미방울토마토’ 생산 공로 세도 토마토연합회장 임병길(53)씨는 자체 상표인 ‘야미방울토마토’로 부여 토마토 농가의 수익을 올리고 지역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또 임씨와 아내 양재분(54)씨는 팔순 노모에 대한 극진한 효성으로 부여군과 대한노인회 등에서 상을 받는 등 지역사회의 모범이 되는 점도 심사과정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80년대 초 토마토 재배에 뛰어든 임씨는 여러차례의 시행착오 끝에 고품질의 토마토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익혔다. 하지만 양질의 농산물을 생산하고도 규모가 작은 탓에 위탁상에 헐값으로 출하하는 게 현실이었다. 임씨는 지역 농가들과 작목반(작목별·지역별로 5인 이상으로 구성해 공동생산 및 공동출하로 소득을 높이기 위해 농협이 주관해 만든 조직)을 조직해 공동출하로 물류비를 줄이는 동시에 ‘규모의 경제’를 이뤄 협상 경쟁력도 끌어올렸다. 소비자가 원하는 당도 높은 방울토마토를 생산하려고 세도면의 토질에 맞는 재배법을 연구했다. 특히 친환경 농업에 일찌감치 눈을 떠 미생물배양기를 이용, 흙을 살리는 것은 물론 균형 잡힌 영양을 갖춘 토마토를 생산했다. 연 2회 부여군 농업기술센터에 토양성분 분석을 의뢰하고, 분기마다 부여농업기술센터 방문교육을 받는 등 품질을 유지하기 위한 각별한 노력을 기울였다. 자체개발한 상표인 ‘야미’를 특허 출원해 부여 방울토마토의 위상을 높였다. ■최우수농가 서귀석씨 - 단맛 일품인 ‘동진감자’ 만든 주역 서귀석(67)씨는 알이 굵고 단맛이 일품인 부안 동진감자를 만든 주역이다. 간척지를 개간해 농가소득을 올리고 지역사회에 재배기술을 전파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치매를 앓던 노모가 2004년 세상을 떠날때까지 정성을 다해 모셨다. 서울에 살던 아들 부부까지 귀농해 3대가 농촌을 지키는 점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새로운 소득작목을 찾던 서씨는 1986년 부안에서는 처음으로 7곳의 농가와 함께 9개 동의 연합작목반을 만들었다. 살아남으려면 조직화가 절실하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서씨가 사는 부안군 동전리 일대는 간척지를 개간한 땅에 벼농사로 생계를 잇던 곳이다. 잘사는 법에 골몰하던 서씨는 농업기술센터와 함께 시행착오를 거친 끝에 서해안 해풍과 알칼리성 토양이 어우러져 당도가 높고 알이 굵은 감자를 재배했다. 쪘을때 속이 포근포근하고 단맛이 일품인 것은 물론, 겨울철에 노는 땅을 이용하는 데다 물 걱정을 할 필요도 없었다. 더 맛있는 감자를 생산하려고 농협에서 생산하는 왕겨 숯과 왕겨 액을 이용했다. 친환경 감자로 알려지면서 유명해졌다. 작목반이 만들어진 지 23년이 흐른 현재 70곳의 농가와 925개동으로 규모가 커진 것은 물론, 연간 4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서씨는 또한 마을의 청장년 모임을 결성해 몸이 불편한 노인들을 모시고 무료로 이·미용 봉사를 하는 한편, 수시로 마을회관에서 음식을 장만해 대접하기도 한다. ■최우수농가 이채철씨 - 3대가 한집에… 선진 농업기술 도입 주도 이채철(48)씨는 경북 경주시 외동읍 방어리에서 친환경 농업을 하는 평범한 농촌 가장이다. 이씨가 이번에 최우수농가 부문에서 수상의 영광을 안은 것은 3대가 한 집에 살면서 전통의 미풍양속을 계승하는 동시에 선진 농업기술의 도입을 주도했기 때문이다. 그는 딸만 낳은 큰어머니와 대를 잇기 위해 온 친어머니를 동시에 모시며 지극정성으로 효(孝)를 실천했다. 친어머니보다 몸이 불편한 큰어머니를 더 먼저 생각했고, 배다른 형제 간에 우애를 깊이 다져 다양한 갈등 요인에도 불구하고 어느 집보다 화목한 가정을 이뤄냈다. 이씨는 과수농사와 쌀농사, 부추농사를 하면서 한우 18마리를 키우고 있다. 뛰어난 추진력으로 작목반의 불모지였던 외동농협에 8개의 쌀 작목반과 배 작목반을 정착시켰다. 이씨가 재배하는 벼와 쌀은 친환경 인증을 받았으며 부추는 농약은 물론이고 비료조차 쓰지 않는다. 자신이 운영하는 아리아 쌀작목반에 우렁이 농법을 정착시키는 데도 큰 역할을 했다. 이를 통해 방어리의 전체 쌀 농가가 농협과 전량 친환경 계약재배를 하고 있다. 부인 남명숙(46)씨도 방어리부녀회 총무를 맡아 직접 생산한 쌀로 강정공장을 설립, 전통 수작업으로 강정을 만들어 농촌 일감 늘리기에 기여하고 있다. 남씨의 노력으로 명절 때 강정바구니 500개와 배 1500상자를 한꺼번에 자매결연 기업에 판매하는 실적을 올리기도 했다. ■농업발전 여상규씨 - 친환경·무농약 새송이 버섯 재배 여상규(49)씨는 ‘새송이 박사’로 불린다. 친환경·무농약 재배기술을 통해 우리 농업의 수출 활로를 개척한 대표적인 인물로 평가받는다. 경북 김천 조마면 대방리에서 대규모 버섯 재배단지를 운영하고 있는 그는 상주대 농대를 졸업한 뒤 1985년 영지버섯을 시작으로 버섯농사에 뛰어들었다. 끊임없는 기술 개발로 2005년 친환경 농산물 인증을 얻었고 경북 친환경농업인연합회로부터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영지·느타리·팽이 버섯을 거쳐 2000년 새송이 버섯 재배에 눈을 돌린 여씨는 첫해에 버섯 종균 분양에 성공, 2002년부터 지금까지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과 농협 하나로마트에 최고의 가격으로 출하하고 있다. 2006년 백산 새송이 공동선별작목반을 조직해 버섯 농가의 소득 향상을 이끌었다. 농산물 수입검역이 까다로운 호주, 캐나다, 미국에도 수출하고 있다. 2007년 미국식품의약청(FDA)으로부터 안전성을 인정받은 뒤 본격적인 수출 물꼬가 트여 지금까지 130만달러(약 15억원)의 수출 실적을 올렸다. 현재 여씨의 새송이 재배 기술을 탐내는 곳은 중국. 그동안 중국 푸순(撫順)현 등지의 정부 관계자들이 여러 차례 여씨의 농장을 방문해 새송이 버섯 농장을 자국 내에 설립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여씨는 독자적으로 개발한 기술력이 유출되지 않을 안전장치가 마련될 경우 거대 시장인 중국에 진출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농업발전 조규식씨 - 천마 영농기술 개발·상품화 성공 조규식(54)씨는 천마(天麻)의 재배와 가공, 유통에 관한 한 독보적인 인물이다. 혁신적인 재배기술을 개발해 전북 무주군 안성면을 전국 최대의 천마 주산지로 만들었다.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중학교밖에 못 나왔지만 꾸준히 새로운 천마 영농기술을 개발하고, 거듭되는 실패에도 포기하지 않는 열정으로 천마의 상품화에 성공했다. 조씨의 노력 덕에 중국산 인삼의 대량 수입으로 타격을 입고 실의에 빠졌던 안성지역 농가들은 천마 산업을 통해 재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 조씨는 140여명의 작목반원을 이끌고 안성지역 곳곳을 현장 답사하며 토양 검사 및 배수, 일조시간 등이 맞는 적합한 토지들을 찾아냈다. 주변농가에 적당한 장소를 찾아주느라 정작 자신의 천마 재배는 맨 나중에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갖은 노력 끝에 ‘속성밀식 다수확 재배’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천마는 2000년 이전에는 식품으로 쓸 수 없는 규제품목이었지만 꾸준히 식품의약품안전청에 민원을 제기해 사용 허가를 얻어냈다. 작목반원과 공동으로 가공공장을 설립한 뒤 천마를 솥에서 찌지 않고 증기압으로 찌는 공법을 고안했다. 2007년 천마축제 개최를 주도했고 지난해에는 천마가 무주군의 식품클러스터 사업으로 선정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TV 광고, 소책자, 팸플릿, 홈페이지 등을 통해 천마를 홍보하는 데도 공을 들였다. ■농촌문화 양주농악보존회 - 양주농악의 발굴과 원형 전승 양주농악 보존회(대표 황상복)는 농촌에서 모심기와 김매기 등을 할 때 농기(農旗)를 앞세우면서 농악에 맞춰 일터로 나가는 형식의 ‘양주농악’(경기도 무형문화재 제46호)을 보존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보존회는 광무 7년(1903년) 농상공부(농업·상업 등에 대한 업무를 처리하던 관청)로부터 농기를 하사받으면서부터 본격적인 농악놀이 보존·발전 활동을 벌여왔다. 63명의 회원으로 구성된 양주농악 보존회는 회원 중 90%가 경기 양주시 농협 조합원으로 생업인 농업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종사해 왔다. 힘든 농악의 옛 모습과 가락을 100년 넘게 원형 그대로 지켜오면서 경기도 민속 예술 경연축제 등 각종 대회에 참가해 6차례 수상한 경력도 있다. 또 매년 양주농악 정기 공연회를 열어 지역주민들과 어울림의 자리를 만들어 왔다. 이 밖에 지역 대학 공연과 방송 프로그램 출연 등을 통해 농악놀이, 장기작두 등 민속문화를 알려왔다. 2006년부터는 매년 8주간 수업을 열어 중·고등학생 및 일반인에게 양주농악 놀이를 가르쳐왔다. 지금까지 1700여명이 양주농악 보존회로부터 전통 놀이문화를 전승받았다. 또 관내 모든 경로잔치 행사에 무료로 참여해 지역 노인들에게 문화 향유의 기회를 제공했다. 양주농악 보존회는 인터넷 문화가 주류인 현시점에 농촌 문화를 전수, 계승시켜 우리 농악의 명맥을 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농촌문화 횡성태기문화제委 - 횡성지역의 전통문화 계승 발전 횡성태기 문화제위원회(대표 홍성익)는 강원도 횡성 지역의 전통문화를 계승, 발전시켜온 공로를 인정받았다. 1977년 9월 처음으로 제1회 강원도 태백문화제에 참여해 농악과 미나리타령 공연으로 입상하면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 한국농민요대회 등에 참가해 이름을 알렸다. 회다지소리 공연 등을 통해 제2회 강원도 민속예술경연대회 최우수 도지사상, 제25회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 최우수 대통령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서울 국립극장과 서울 예술의 전당 등에서도 횡성 회다지소리 공연을 벌여 강원지역 향토문화를 널리 전파했다. 이러한 노력으로 1984년 횡성 회다지소리는 강원도 무형문화재 제4호로 지정됐다. 또 강원도 횡성군 정금마을은 도에서 지정한 회다지 소리 전승마을로 뽑혔다. 횡성태기문화제위원회는 ‘태기문화제’를 올해까지 23차례 개최했다. 80명의 회원들은 육례 놀이, 두레 농요, 연자방아 소리 등의 공연에서 관객들의 열띤 반응을 얻었다. 문화제에서는 민속놀이 체험, 만장 전시 및 쓰기, 장례문화 사진전, 사후세계 체험장 등의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횡성태기 문화제위원회는 이 밖에 횡성 한우축제 등 지역 행사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 향토문화공연을 벌여 군민들의 애향심을 높이는 데도 큰 역할을 한 것을 인정받았다. ■농촌문화 김군천씨 - 제주 김녕·만장굴 개척·보존 한평생 김군천(87)씨는 1962년부터 현재까지 김녕굴(천연기념물 제98호)과 만장굴(세계자연유산)을 개척하고 보존하는 데 일생을 바쳤다. 특히 만장굴을 세계에 널리 알려 제주도 관광산업을 일으키는 데 선구자 역할을 한 점이 높게 평가됐다. 김녕중학교 서무주임으로 일하던 김씨는 1961년 김녕의 천연동굴들이 황폐화하는 현실을 보고만 있을 수 없어 직장에 사표를 던지고 사재를 들여 동굴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온 가족이 힘을 보태 진입로를 닦고 나무를 심어 김녕사굴과 만장굴을 개발했다. 1968년 한국동굴협회의 답사가 이뤄지고 나서 만장굴은 관광지로 개발되기 시작했다. 자칫 오랫동안 묻힐 뻔했던 세계적인 천연동굴의 존재를 학계에 알린 주인공이다. 또한 제주도의 지역전설과 생활풍습을 소재로 한 민속놀이 연출가로도 명망을 쌓았다. 1973년 제주에서 열린 한라문화제에 ‘사굴처녀제’의 각본 및 연출을 맡아 금상을 받은 게 시작이었다. 이후 ‘멸치 후리는 노래’ ‘김녕리 서낭굿놀이’ 등 다수 작품을 연출해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 등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민속학자도, 연출가도 아니었지만 오로지 끊임없는 열정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팔순을 훌쩍 넘긴 나이지만 올해에도 ‘성세깃 당풍어 기원걸궁’이란 작품으로 자신이 설립한 김녕노인대 학생들과 졸업생으로 팀을 만들어 출연했다. ■농촌복지 권경희씨 - 30년간 농촌지역 복지사업 앞장 강원도 농업기술원 권경희(50) 생활지원과장은 30년 동안 농업기술원에서 일하면서 남다른 사명감과 창의력으로 농업 및 농촌 복지사업을 해온 성과를 인정받았다. 권씨는 1979년 횡성군 농촌지도소의 생활지도사로 공직에 첫발을 내디딘 이후 지금까지 농촌생활 지원사업에 헌신했다. 다양한 자료를 수집하고 포럼 등을 통해 전문지식을 습득해 농민들에게 정확하고 신속한 행정서비스를 제공하는 공무원으로 지역사회에 자리매김했다. 또 농민에 대한 적극적이고 체계적인 홍보 전략의 중요성을 인식해 농민들이 많이 이용하는 매체에 적극적으로 알려나갔다. 특히 농촌 고령화에 대해 10년 전부터 남다른 문제의식을 느끼고 대학원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해 2004년 ‘강원도 농촌지역 노인의 실태와 정책지원 방안에 관한 연구’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전문성을 인정받아 농민들과 공무원을 대상으로 연간 30여 차례나 출강하는 인기 강사이기도 하다. 2001년 농림부, 2007년 국무총리실에서 우수공무원으로 표창을 받았다. 지난 4월에는 한사랑농촌문화재단에서 농촌지도봉사 부문 수상을 하기도 했다. 업무뿐 아니라 가정에서도 똑소리 나는 살림꾼이다. 고령의 시부모를 모시는 종갓집 맏며느리의 본분을 다하는 것은 물론 이웃들의 어려움을 자기 일처럼 여기고 해결방법을 찾아내는 ‘해결사’로도 인정받고 있다. ■농촌복지 한경농협봉사단 - 노인봉사·보육시설 후원 한경농협 농촌사랑 자원봉사단(단장 김순연)은 산간지역인 제주도 제주시 한경면 농민들의 복지를 위해 애써온 공로를 인정받았다. 2005년 30여명의 자원봉사자로 발족한 한경농협 농촌사랑 자원봉사단은 지역 내 복지타운과 연계해 노인 무료이동목욕봉사, 경로식당 운영 등 자원 봉사활동을 벌여왔다. 또 농림수산식품부가 추진하는 ‘취약농가인력사업’에 참여해 65세 이상 고령자들이 거주하는 농가를 방문, 청소 및 밑반찬 마련 등 가사도우미 역할을 충실히 해왔다. 자원봉사단은 매년 설, 추석을 맞아 보육시설 아동들과 지역 내 이주여성, 독거노인 등에게 쌀과 생필품도 전달해왔다. 김장철에는 우리 농산물로 직접 담근 김치를 불우이웃들과 함께 나눴다. 자원봉사자들은 봉사에 필요한 교육을 받으며 사랑나눔을 실천하기 위한 노력도 해왔다. 2005년에는 자원봉사자 18명이 간호인 교육을 수료한 뒤 지역 내 노인 돌봄 활동을 벌였다. 또 복지타운 내에서 노인들을 대상으로 무료 한방 진료도 벌였다. 동지팥죽 나눔행사 등 지역민들과 정을 나누는 이벤트도 정기적으로 개최해 왔다. 이와 같이 자원봉사단은 농촌문화 퇴조,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등으로 소득이 급감하면서 점점 더 취약해지고 있는 농촌의 복지문화 개선에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 재능·기술로 나눔실천… 관악구 新두레운동

    재능·기술로 나눔실천… 관악구 新두레운동

    조선시대 우리네 마을에는 어김없이 ‘두레’라는 조직이 있었다. 두레 덕분에 모내기와 물대기에서부터 김매기, 벼베기뿐만 아니라 타작에 이르기까지 농사의 전 과정을 주민들이 함께 도와가며 우애와 결속을 다질 수 있었다. 전 마을 주민들을 형제처럼 여기며 서로 돕던 두레의 ‘상부상조’ 정신은 물질적으로 풍요롭지만, 이웃과 교류가 끊긴 지금 우리 사회에서 반드시 복원할 가치이기도 하다. 지금 관악구에는 새로운 형태의 두레 운동이 한창이다. 직능단체와 종교기관·지역주민들이 자신이 가진 재능이나 기술을 지역 소외계층에 지원하고, 자신 또한 다른 이들로부터 필요한 도움을 돌려받는 청룡동의 ‘두레 프로젝트’가 그것이다. 청룡동주민센터에서 근무하는 명문대 출신 공익근무요원 이요셉(27)씨 등 3명은 자신의 재능을 저소득 청소년들을 위해 쓰고 있다. 학원 수강 한 번 제대로 받기 어려운 초·중·고생 10명에게 ‘맞춤식’ 과외 수업을 무료로 해주고 있다. 지역 주민 10명은 저소득층 가정의 학생 17명에게 학자금 마련을 위한 적립식펀드를 대납해준다. 후원자들은 학생 한 사람당 매월 5만원씩을 펀드 납입을 위해 대신 적립해주고 있다. 특히 지역 6개 중·고교 자원봉사자 60여명으로 이뤄진 ‘크린살피미’는 홀몸노인과 중증장애인의 가정을 직접 방문해 청소와 안마는 물론, 빨랫감을 수거해 세탁한 뒤 배달까지 해줘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달 15일 크린살피미들이 차려준 생일상을 받은 이옥순(가명·67) 할머니는 “지금까지 외롭고 힘들게 살아오면서 이렇게 고맙고 행복한 생일상은 처음”이라며 눈물을 글썽거리기도 했다. 청룡동주민센터에서는 ▲모범청소년 장학금 지급 ▲소년·소녀가장 및 부자(父子) 가족을 위한 밑반찬 봉사 ▲이·미용협회 봉사 및 혈압체크 등 다양한 두레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따뜻한 관심이 지속되어야만 건강한 사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우한우 청룡동장의 설명이다. 관악구는 청룡동의 사례를 면밀하게 분석해 지역 주민센터를 두레 프로젝트 운영센터로 만들어 간다는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두레 프로젝트를 통해 지역 노인과 전업 주부들을 활용한 영·유아 보육시설, 자원봉사 인센티브 확대 추진 등 아이디어도 구체화해 나간다는 생각이다. 박용래 구청장 권한대행은 “청룡 두레 프로젝트가 각박한 지역사회를 하나로 묶는 공동체운동의 좋은 본보기가 됐으면 한다.”면서 “아무리 부강한 국가도 어려운 이웃을 모두 보살필 수는 없는 만큼 남을 도우려는 지역 주민들의 자발적인 협조야말로 우리를 행복하게 만드는 가장 큰 힘”이라고 말했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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