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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빛나는 아이디어로 용산을 빛내세요”… 용산구, 국민·공무원 제안 상금 최대 100만원

    “빛나는 아이디어로 용산을 빛내세요”… 용산구, 국민·공무원 제안 상금 최대 100만원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용산의 미래를 빛내주세요.” 서울 용산구가 구정 발전을 위한 제안 제도를 운영한다고 4일 밝혔다. 제안 대상은 용산구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행정 제도, 예산 절감, 지역 경제, 주민 복지, 문화, 환경, 주택 등 구가 시행하고 있는 모든 업무 분야가 대상이다. 구정에 관심 있는 국민·공무원이면 누구나 언제든지 제안에 참여할 수 있다. 용산구청 홈페이지 구민 참여란 ‘아이디어 뱅크’나 국민신문고 홈페이지에서 제안서를 작성해 제출하면 된다. 지역 동 주민센터에 마련된 창구에 제출해도 된다. 제안서에는 현황 및 문제점, 개선 방안, 기대 효과 등을 상세히 작성해야 한다. 필요한 경우 제안 설명서와 경비 내용 설명서, 예산 절감 산출 내역서 등도 첨부할 수 있다. 구는 접수된 제안을 해당 부서에 전달해 시행 가능성 여부를 살필 예정이다. 오는 11월 심사를 거쳐 12월 최우수상(100만원·2명), 우수상(70만원·4명), 장려상(50만원·6명)을 시상한다. 성장현 용산구청장은 “지난해 183건이 국민제안으로 접수돼 이 가운데 11건이 시행됐다”며 “주민들의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빛나는 용산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 바다와 땅 만난 동해안, 색색의 자연 환경이 숨 쉰다

    바다와 땅 만난 동해안, 색색의 자연 환경이 숨 쉰다

    한국 비무장지대·바닷가서 영감유화·드로잉 58점… 색·질감 화려앙상한 나뭇가지, 황량한 들판, 저절로 온몸이 움츠러드는 찬 공기. 겨울 하면 흔히 이런 풍경을 떠올리지만, 깊은 산속에 사는 한 화가의 눈에 비친 세상은 달랐다. 나무 사이로 내리쬐는 햇살 한 줌, 바위 틈에서 피어오르는 생명의 힘 같은 것. 그곳엔 색이 있었다. 스웨덴 작가 안드레아스 에릭손의 이야기다. 서울 종로구 학고재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개인전 ‘해안선’에서 에릭손은 겨울에서 봄으로 이어지는 미묘한 색을 한껏 뽐낸다. 제주도의 3배에 달하는, 유럽에서 손꼽히는 크기의 베네른 호수를 옆에 낀 숲속에서 20년 이상 생활하고 있는 작가는 일상의 자연에 큰 영향을 받았다. 봄과 가을의 풍성한 색감에 주목했다고 한다. 고독하지만 깊은 겨울의 색조에도 관심이 깊다. 특히 한국에서 두 번째로 여는 이번 개인전은 비무장지대(DMZ)와 동해안에서 모티프를 얻었다. 2019년 첫 개인전이 산에 관한 이야기였다면, 이번에는 물과 땅의 경계인 해안선에 집중했다. 전시는 캔버스나 목판 위에 유채, 아크릴, 템페라로 그린 회화 14점과 종이 드로잉 44점 등 총 58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크기가 3m가 넘는 ‘해안선 #1’부터 손바닥만 한 드로잉까지 다양하다. 그림 속 대상은 형태가 불분명하지만, 화려한 색과 질감은 꼭 자연의 모습을 닮았다. 푸른 색채는 동해의 빛깔을 떠올리게 하고, 햇빛이나 달빛이 비쳐 반짝이는 물결을 연상시킨다. 에릭손은 “DMZ는 남북으로 갈린 나라의 경계 지대이자 자연 본연의 모습을 간직한 땅”이라며 “예술과 회화에 대한 메타포로 여겨졌다”고 말했다. 물과 돌, 모래와 나무 등 두 가지 물질의 만남에 집중하는 작가에게 해안선은 다른 두 세계를 구분하는 동시에 연결 짓는 매개체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을 마주하며 환경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졌다. 드로잉 44점 중 36점을 2020년에 만들었다. 그는 “다수의 드로잉을 팬데믹으로 인한 격리 중에 제작했다. 그 기간이 없었다면 새로운 회화도 없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오는 20일까지.
  • ‘多多益山’ 이리저리, 거닐수록 빠져든다… ‘一喜一味’ 요리조리, 먹을수록 입맛돈다 [이우석의 미시여행]

    ‘多多益山’ 이리저리, 거닐수록 빠져든다… ‘一喜一味’ 요리조리, 먹을수록 입맛돈다 [이우석의 미시여행]

    미륵도 탐냈을 사통팔달의 도시… 기름진 땅만큼 걸음마다 보물… 이리역 폭발 아픔 뒤로하고 보석처럼 반짝반짝전주 뺨치는 황등비빔밥·칼칼 낙지곱창볶음 일품… 40년 노포 안줏거리·곰돌이 호두파이에 ‘훈훈달달’전북 익산시는 도내에서 두 번째, 호남에서 네 번째로 큰 도시다. 인구 기준이다. 약 28만명으로 광주광역시, 전주시, 전남 순천시에 다음간다. ‘다다익산’(多多益山)이다. 철도와 도로 교통도 좋다. 호남선과 전라선이 교차하고 충남 천안부터 이어진 장항선이 이곳에 종착한다. 호남고속도로를 비롯해 1번과 23번 등 국도와 지방도가 사방팔방 얽혀 있다. 금강과 만경강이 흐르는 너른 땅이다. 옥토의 드넓은 곡창지대 호남평야가 펼쳐졌다. 1970년대엔 이리수출자유지역이 생겼다. 당연히 사람이 많이 모여들었다. 익산군과 이리시는 1995년 통합됐다. 하지만 여전히 이리로 기억하는 이들도 많다. 그만큼 유명했던 까닭이다. 이리는 산짐승 이름과 같아 기억하기 쉽다. 이리는 원래 솜리, 솜니, 솝리 등으로 불렸다. 이리(裡里)의 뜻이 ‘속 마을’이란 뜻이라 그랬다. 작은 농촌 마을이던 솜리는 일제강점기 쌀 수탈 계획에 따라 갑자기 철도교통의 중심지가 되며 부쩍 성장했다. 호남선과 전라선이 차례로 놓이고 군산항까지 연결해 호남평야의 쌀을 깡그리 거둬 일본에 실어날랐다.●옛이름 ‘이리’와 지금의 ‘익산’ 하지만 익산이 중요한 지정학적 지위를 갖게 된 것은 사실 그보다 2000년 이상 먼저 일이다. 마한과 백제의 여러 유적으로 미뤄 볼 때, 이 지역은 일찌감치 발달한 고도(古都)였다. ‘익산 출신’인 무왕이 사비성(충남 부여)에서 익산으로 천도까지 시도했을 정도다. 앞서 기원전 청동기 시대에는 고조선 준왕이 내려와 건마국을 세웠고 이는 마한의 첫 수장국(수많은 소국 중 맹주 역할을 하는 국가)으로서 국력을 과시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과 백제역사유적지구로 등재된 미륵사지를 비롯해 왕궁리 궁성 유적, 익산 쌍릉 등은 한반도 고대사에서 익산이 얼마나 중요한 위치였는지를 알려 주는 유적이다. 익산(益山)의 뜻은 ‘첩첩 산이 많다’는 의미지만 실제 익산에는 그리 높은 산이 없다. 오히려 김제와 더불어 지평선이 보일 정도로 광활한 들이 많다. 북부 함열과 동부 금마 쪽이 원래 익산의 중심이었는데 이리역이 생겨난 이래 시내 중심이 바뀌었다. ● 지역 역사 송두리째 바꾼 ‘폭발사고’ 살기도 좋은 땅이다. 큰비도 눈도, 심지어 태풍도 거의 없고 강이 둘이나 지나니 가뭄 걱정도 없는 곳이다. 폭염과 혹한도 없다니 얼마나 좋은가. 재해라고는 딱 하나, 굉장히 유명한 ‘인재’(人災)가 있었다. 1977년 11월 11일 일어난 이리역 폭발 사고는 사망 59명, 부상 1158명에 이재민 1647가구 7800여명이 발생한 국내 최악의 화약 폭발 사고였다. 당시 한국화약의 화물열차에 실려 있던 다이너마이트와 뇌관 등 폭발물 40t에 호송 책임자가 켜 놓은 촛불이 옮겨붙어 대형 폭발로 이어졌다. 반경 500m 이내 건물이 깡그리 무너지고 폭발 지점인 이리역에는 지름 40m에 깊이 15m의 거대한 구덩이가 생겨날 정도였다. 초대형 폭격을 맞은 정도의 규모다. 기관차가 700m 떨어진 민가까지 날아갔다. 이 사고로 많은 것이 바뀌었다. 사라진 역사(驛舍)는 물론이며 지역의 역사(歷史)까지 달라졌다. 코미디언 고 이주일도 이 사고와 인연이 깊다. 사고 현장과 가까운 삼남극장 지붕이 무너졌다. 이날 ‘가수 하춘화 리사이틀’이 펼쳐지고 있었는데 날벼락을 맞은 하춘화를 당시 무명이던 이주일이 들쳐업고 구해 낸 것. 이 인연으로 이주일은 하춘화 전속 사회를 맡게 됐고 이후 국내 최고 스타덤에 오를 수 있었다. 공중분해된 이리역은 1년 후 당시 위치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새로 지었다. 인근 창인동 익산군청은 건물에 금이 가 2년 후 함열읍으로 이전했고 남성여중과 남성여고, 남성고도 영등동 소라산으로 옮겨야 했다. 건물 9000여 채가 무너졌으니 한마디로 폭발 사고 한 방이 도시 자체가 재건되는 계기가 된 셈이다. 통합시가 익산시로 이름이 바뀌게 된 것에도 당시 재난이 연상된다는 여론도 한몫했다고 한다. ●고대사 품은 ‘국보급 도시’ 풍요의 땅 익산에는 보물도 많다. 앞서 언급한 고대 한국사의 국보급 문화재는 국가가 공인한 보물이다. 여기에다 ‘보석 도시’란 예명에 맞게 금은보석 세공 등 보석가공산업이 일찍부터 발달했다. 석재로 유명한 황등석도 보석이다. 국가 공인 4대 종단 중 하나이자 국내 최대 토종 종교인 원불교를 열고 익산 땅에 잠든 소태산 대종사, ‘원불교의 바티칸’ 격인 익산 중앙총부도 익산시의 보석이라 할 수 있고, 호남에서 가장 큰 사학인 원광대학교도 미래의 보석이 아닐 수 없다.● 대각의 종교 ‘원불교’ 성지 익산을 설명하며 원불교 이야기를 빼놓을 수는 없다. 현재 국방부에서 군종 병과를 인정하는 종교는 가톨릭, 불교, 개신교, 원불교뿐이다. 원불교는 진리를 깨닫고자 하는 대각(大覺)의 종교로 1916년 소태산 대종사가 창시해 100여년의 역사를 지켜왔다. 이 원불교의 중앙총부가 익산 신룡동에 있다. 원불교의 교법을 편 전법성지(傳法聖地)인 이곳엔 중앙총부뿐 아니라 영모전, 대각전, 박물관, 원음방송 등이 함께 있다. 소태산 대종사 성탑, 정산종사 성탑, 성비 등도 자리하고 있다. 주변엔 원불교대학원대학교, 상주선원, 문화원, 퇴임 교무 정양소 수도원, 원로원 등이 갖춰져 있다. 일반인도 언제나 드나들 수 있도록 개방된 공간이라 익산시 관광 스탬프 코스로 지정돼 있다. 익산 시내 중심가와 가깝고 탁 트인 가람의 경내 분위기나 박물관, 솔숲 산책로 등이 좋아 이른 봄기운을 받으며 둘러보기에 딱이다. 원불교가 창시된 4월 28일 대각개교절에 맞춰 시민 참여 행사도 열 계획이다. 원광대가 시작된 ‘유일학림’ 등 건축물들은 조선 말기 건축 양식이 그대로 보존돼 있어 건축사적 가치도 높다. 소태산 대종사가 설법에 사용했던 탁상과 수첩, 교전 등 성품, 물품들이 박물관에 고스란히 보존돼 있다. 원광대 교정은 봄꽃과 건축물, 인공호수 등이 어우러진 분위기가 아름답기로 소문났다. 인터넷과 언론 등을 통해 국내에서 가장 아름다운 캠퍼스로 여러 번 선정될 정도로 유명하다. 상징인 봉황탑을 재치 있게 해석해 ‘닭다방’이란 애칭으로 불리는 호수 위 카페와 산책로, 오솔길, 대학박물관 등이 아기자기하게 배치돼 있어 교정을 둘러보다 쉬어 가기 안성맞춤이다.●모양도 이야기도 빛나는 보석박물관 국정교과서에 익산이 여러 번 나온다. 국사 교과서엔 마한·백제·미륵사지·원불교 등이, 지리 교과서엔 보석산업이 나온다. 보석 광산이 있는 것은 아니다. 보석 가공업체가 몰려 있다. 백제의 귀금속 가공술에 그 뿌리가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보석박물관에는 11만점의 보석과 원석, 공예품 등이 있다. 옆에는 보석을 보고 구입할 수 있는 보석산업센터가 함께 위치했다. 보석이라 하면 그저 반지, 목걸이와 왕관에 붙이는 형형색색의 돌덩이만 연상했는데 둘러보니 참 많은 종류가 있다. 식물성 호박부터 동물성 산호, 여러 광물이 보석의 범주에 든다. 다이아몬드, 수정, 옥 등 다양한 보석 전시물을 만날 수 있다. 보석은 생활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다. 바다색을 표현할 때 주로 쓰는 사파이어와 에메랄드 색조차 정확히 구분하지 못했던 필자가 매우 똑똑해져서 나올 수 있었다. 얼마나 현명해졌는지 살짝 자랑하자면 다음의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슈퍼맨이 자신의 뿌리를 찾아 북극으로 부모의 유물을 찾아갈 때 등장하는 크립토나이트는 수정이 아니라 집섬(Gypsum)이나 녹주석의 일종인 아쿠아마린을 닮았다는 것을 이번에 알았다. 또한 영화에서 마녀들이 요술이나 예언을 행할 때 쓰는 둥근 구슬은 호랑이 눈알을 의미하는 호안석(虎眼石)이 분명하다.● 익산의 상징 ‘미륵사지’ 익산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보물은 역시 미륵사지(사적 제150호)다. 백제 사찰 중 규모가 가장 큰 것으로 추정된다. 무려 3탑3금당 방식으로 다른 절터에 비해 2~3배 이상의 규모와 형식을 자랑한다. ‘서동’ 백제 무왕이 639년 창건했다는 기록까지 등장하니 이래저래 익산의 상징이다. 신라 황룡사와 고구려 금강사에 대응할 만큼 백제 대표 호국사찰로 꼽히는 절이며 백제의 가장 거대한 석탑을 품은 옛 절터다. 무너져 내려 반만 남은 미륵사지 석탑(서탑)은 더할 익(益)자를 모티브로 한 익산시 로고로도 쓰일 만큼 강력한 정체성을 지니고 있다.● ‘서동요’의 진실은 과연 실제 보물도 쏟아졌다. 2009년 미륵사지 서탑 해체 과정에서 첫 번째 심주석 안에 봉안된 사리병과 금제사리봉영기, 구슬 등 사리장엄구 9900여점이 나왔다. 세세하고 정교한 조각과 문양으로 가득한 사리병은 백제금동대향로에 견줄 만큼 아름다운 걸작으로 세상을 놀라게 했다. 특히 금판에 붉은 글자를 새긴 사리봉영기는 미륵사 창건에 관한 기록을 분명히 전하고 있다. 이로써 미륵사가 백제 무왕 재위 시절인 기해년(639년)에 창건됐음이 밝혀졌다. 하지만 같은 이유로 무왕의 왕후가 신라 선화공주가 아니라 백제 귀족인 사택씨 가문임도 함께 드러나 ‘서동요’ 이야기가 허구였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백제판 남자 신데렐라’ 서동의 성공담이 사라질 수 있는 ‘불상사’를 낳은 셈이다. 이후 일부다처설, 후처설 등이 대두되며 아직까진 서동 설화가 유지되고 있지만 사리봉영기에 선화공주 이름이 정확히 기록돼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반면 무왕릉으로 추정되는 익산쌍릉에선 신라제 토기가 출토돼 서동·선화공주 결혼설이 여전히 힘을 얻고 있다. 아무튼 미륵사는 여러 차례의 보수를 거쳐 조선 중후기까지 건재했지만 숭유억불책과 자연재해, 세월의 풍파를 견디지 못하고 17세기 들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는 기록이 전한다. 1990년대 초반 동탑을 서탑의 모양에 상상을 더해 복원(?)했지만 고증에 대한 근거도 없고 너무 급조해 만든 티가 난다. 21세기 들어 복원에 들어간 서탑만큼은 원래 석재를 최대한 사용하며 없는 형태를 상상해 만들지 않기로 했다. 젠가(블록빼기 게임)를 하다 망한 것처럼, 그나마 무너진 모습 그대로 유지하는 형식으로 복원을 마친 후 2019년 일반에 공개한 서탑에 더 많은 이들이 몰린다. 현재 미륵사지 석탑은 국보로, 미륵사지당간지주는 보물로 지정돼 있다. 2015년에는 유네스코위원회가 익산 미륵사지와 왕궁리 5층 석탑 등 유적, 공주·부여의 유적들을 ‘백제역사 유적지구’란 이름으로 묶어 세계유산으로 지정했다.경관을 해치지 않기 위해 지난해 초 미륵사지 지하 공간에 개관한 국립익산박물관은 미출토 유물과 백제의 여러 유물을 모아 전시 중이다. 내부엔 다양한 전시기법을 사용해 한눈에 익산의 여러 유적과 그 이야기를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세대불문 미각 깨우는 맛의 고장 물산이 풍요롭고 도시 규모가 제법 되는 익산이라 ‘먹는 보물’도 많다. 전주에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하는 황등비빔밥을 파는 여러 노포를 비롯해 푸짐한 인심이 돋보이는 부송국수, 칼칼한 낙지곱창볶음으로 입맛을 사로잡는 동서네 낙지, 수제만두로 유명한 태백칼국수, 매콤한 콩나물국밥을 파는 별미집 등이 유명한 식당들이다.곰 얼굴 모양의 귀여운 호두파이와 다양한 종류의 타르트를 만들어 파는 ‘빵곰언니와 호두파이 공장’은 전국적으로 젊은층에게 널리 알려진 디저트집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입소문을 타고 순례객을 양산하고 있다. 1982년 ‘역전할머니맥주집’에서 출발한 ‘호프 노포’ 엘베강도 익산역 앞을 지키고 있다. 맛집들은 창인동 중앙시장과 영등동, 원대입구(대학로), 모현동, 부송동, 황등면 등에 골고루 분포돼 있어 이동하기 편리하다. 마한의 첫 수장국으로 시작, 백제의 마지막 도읍이 됐을 곳. 그리고 근대 문화와 산업의 중심지 이리로부터 지금의 보석 도시 익산. 역사를 거슬러 봐도 언제나 풍요로움이 넘쳐나던 곳이다. 이리저리 돌아보며 ‘다다익산’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겨 본다. ■가기 전에 이건 꼭! -미륵사지와 익산박물관은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눈높이를 낮춘 전시물부터 다양한 체험까지 가능한 어린이박물관도 함께 있다. 왕궁리 유적 박물관은 현재 휴관 중이다. -서동공원 경내 마한박물관에는 율촌리 고분 출토 옹관 등 다양한 유물을 전시 중이다. 웅포면 입점리고분전시관은 익산 지역에 살았던 백제 귀족의 무덤에서 발굴한 금동관모와 장신구 등의 복제품이 전시돼 있다. -원광대 박물관도 알짜배기다. 마한과 백제 유물부터 옹기, 회화, 민속, 불교 예술 등을 모아 놓은 종합박물관이다. 천주교 유적지도 있다.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의 유해를 모신 나바위 성지가 익산에 있다. 백제의 석불로 국가 중대사에 앞서 땀을 흘린다는 익산석불좌상도 삼기면 석불사에 있다. 놀고먹기연구소장
  •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한달, 건설업 제조업 사고 잇따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한달, 건설업 제조업 사고 잇따라

    지난 1월 27일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한달을 맞았다. 법 시행 이후 한달 동안 일선 사업장에서의 사망사고는 전 업종에서 35건이 발생해 42명이 숨졌다. 법 시행 이전인 지난해 같은 기간의 52건, 52명에 비해 사망사고와 사망자는 각각 17건, 10명이 줄었지만, 건설업과 제조업 등을 중심으로 여전히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법 시행에 따른 반짝 효과로 일시적인 감소세를 보이고 있을 뿐 중대재해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서는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인천 지역에서는 처음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사례가 발생했다. 27일 중부고용노동청에 따르면 지난 16일 인천 남동인더스파크(옛 남동공단)의 자동차부품 제조공장에서 20대 노동자 A씨가 기계 끼임으로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해 수사가 진행중이다. 사고 직후 병원으로 옮겼으나 뇌사 상태에서 1주일만인 23일 숨졌다. A씨는 레이저로 표면을 가공하는 작업을 혼자 하던 중 기계에 상체가 끼였고 당시 안전센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중부노동청은 센서 불량 상태에서 작업을 하다 사고를 당한 것으로 파악하고 정확한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인천지역에서 발생한 첫번째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이다. 앞서 양주 채석장과 판교 공사장, 여천 공장에서 잇따라 중대재해가 발생하면서 산업재해 예방과 근로자 안전대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한편으로 노동단체에서는 이번 사고의 사례에서 보듯 시설이 오래된 노후 산단에서 산업 재해 발생 위험이 높다며 산재예방의 근본 대책으로 산단 안전관리 특별법을 제정하는 등 정부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은 20년이 넘은 노후 산단에서 중대사고가 집중되고 있고 40년 이상 된 산단에서 사망한 노동자가 중대사고 사망자의 65%를 차지했다며 국가산단에 대한 전면 조사를 촉구했다. 한국노총은 “중대재해처벌법은 처벌만이 목적이 아니라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준수하는 법률”이라면서 “처벌이 두려우면 법을 무력화 시키려 하지 말고 예방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죽음의 순간 주마등처럼 빛이 반짝이는 현상 확인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죽음의 순간 주마등처럼 빛이 반짝이는 현상 확인

    중국에서는 고대부터 정월 대보름에 온갖 등을 다는 풍습이 있었는데 대표적인 것이 ‘주마등(走馬燈)’이다. 등 위에 원반을 올려놓고 가장자리를 따라 말이 달리는 그림을 붙인 뒤 불을 밝히면 그 안의 공기가 대류 현상을 일으켜 원반을 돌게 하는데 그렇게 되면 말이 내달리는 것처럼 보였다. 덧없이 빠른 세월, 사물이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것을 비유하는 표현이기도 했다. 죽음을 맞는 순간, 삶의 모든 기억이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것을 가리켜 ‘주마등처럼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고 표현하곤 한다. 영미권에서도 비슷한 표현 ‘인생이 눈앞에 퍼뜩 펼쳐진다(Life flashed before my eyes)’가 있는데 23일(이하 현지시간) 영국 BBC 기사의 제목 ‘Life may actually flash before your eyes on death - new study’에 그대로 등장해 흥미롭다. 전날 발간된 ‘Frontiers in Ageing Neuroscience’에 실린 캐나다 연구진 논문에 따르면 지난 2016년 뇌전증(간질)에 걸린 에스토니아 타르투의 87세 환자 뇌파를 스캔하던 중 환자가 예상치 못하게 심장마비를 일으켜 사망했는데 그의 뇌파가 약 30초 가량 꿈을 꾸거나 과거의 기억을 끄집어내는 것과 같은 양상을 따른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공동 저자인 아지말 젬마 미국 켄터키주 루이빌 대학 교수는 죽어가는 이의 뇌파를 최초로 촬영할 수 있었던 것은 정말로 우연이었다고 강조했다. 신경외과 전문의인 그는 “뇌가 플래시백을 한다면 아마 나쁜 것보다는 좋은 것을 상기시켜주고 싶을 것이라고 추측되지만 기억에 남는 것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젬마 박사는 환자의 심장이 뇌에 혈액 공급을 멈춘 30초 전, 뇌파는 우리가 집중하거나 꿈을 꾸거나 기억을 떠올리는 것, 또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운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처럼 인지 능력이 높아질 때 나타나는 패턴을 따른다고 말했다. 심장이 박동을 멈추면 일반적으로 사망이 선고되는데 뇌파의 움직임은 30초 동안 계속됐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죽을 뻔한 고비를 넘긴 이들이 생명의 빛이 마지막 순간 번뜩였다고 확인할 길 없는 주장을 하거나, 관습적으로 ‘주마등처럼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는 표현이 완전히 근거없는 것은 아니란 뜻이 된다. 나아가 심장이 뛰는 것을 멈추는 순간과 뇌가 기능을 멈춘 순간 중 어느 쪽을 생명이 꺼지는 순간으로 볼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젬마 교수는 이 사례 하나만으로 결론을 도출하는 일은 성급하다고 했다. 특히 이 환자가 뇌전증을 앓았고, 출혈이 있었으며, 뇌가 부어 있었기 때문에 그런 양상이 포착됐을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한 가지 사례만으로 이런 보고를 하는 것이 결코 편하지 않다. 2016년 최초 (뇌파) 촬영 이후 비슷한 사례를 찾아봤지만 성공하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하지만 건강한 쥐를 대상으로 한 2013년 연구가 단서를 제공할지 모른다고 방송은 소개했다. 미국 연구진은 쥐의 심장이 멎은 뒤 30초 동안 높은 수준의 뇌파가 발생했다고 보고했다. 젬마 교수는 두 연구 사이의 유사점은 매우 놀랍다면서 뇌파 촬영 성공으로 일생의 마지막 순간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지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아주 짧은 순간이지만 좋은 기억만 떠올리기 위해서도, 후회를 남기지 않기 위해서도 참된 삶, 치유와 행복을 느끼고, 존중과 사랑을 받는 삶을 살아야 하는 이유는 충분하다.
  • “‘내가 누구게’ 대신 ‘뭘 잘하게’로 바꿨더니 행복해졌죠”

    “‘내가 누구게’ 대신 ‘뭘 잘하게’로 바꿨더니 행복해졌죠”

    ‘나는 왜 매일 행복하지? 하나하나 적다 보니 행복한 이유가 너무 많았다. 이거 책 한 권 내도 되겠는데?’ 개그맨 이정수(43)가 자신과 꼭 닮은 책 ‘어이쿠, 오늘도 행복했네’(브.레드)에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배경을 이렇게 소개했다. 어느덧 개그보다는 일상의 행복을 나누며 웃음을 주고 있는 그가 차곡차곡 쌓아 온 삶의 방식을 글로 전한다. 24일 만난 이정수는 “나의 그릇을 정확히 안다”는 것을 일상을 즐길 수 있는 핵심 이유로 꼽았다. “내가 누구게” 하며 많은 사람을 배꼽 잡게 했던 그가 자신을 제대로 이해하면서 ‘우격다짐’이 아닌 ‘행복다짐’을 하게 됐다는 것이다. 책에서도 ‘내 자리를 안다’는 것을 거듭 강조한다. ‘내가 잘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알았고 잘하는 것만 하겠다고 마음먹고 나니 이렇게 마음 편할 수가 없다.’(41쪽) 사실 그에게도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2002년 군 제대 넉 달 만에 KBS 개그맨 공채에 합격했고 데뷔 6개월 만에 ‘개그콘서트’ 스타로 승승장구했다. 당연히 ‘부푼 꿈’이 컸다. 그는 “개그맨의 성공 코스인 ‘국민 MC’가 되기 위해 예능 프로그램에 도전했는데 늘 ‘한 방’이 부족해 반짝이질 못했다. 배우가 되고 싶어 대학로에서 오래 굴렀는데도 연기가 안 늘었다”고 돌아봤다. 교양 프로그램 MC와 KBS ‘사랑과 전쟁’ 재연 배우로 가까스로 길을 이었지만 쉽지 않았다. “잘 보이려고 각고의 노력을 하며 매일 술을 마셔도 안 써 주더라고요. 그땐 세상 탓, 남 탓만 했는데 저의 실력과 소질이 부족했던 거죠.” 어렵사리 스스로의 크기를 인정하게 된 뒤부턴 멀고 높은 목적지가 아닌 가까운 꿈들을 찾아갔다. 개그 대본을 쓰던 솜씨로 블로그에 일상을 기록하며 작가가 됐고, 사람들을 웃기던 능력을 결혼식 사회나 강연으로 풀었다. 유쾌한 말씨로 몇몇 방송에도 고정 출연하고 있다. 평소엔 아빠와 주부 역할에 충실한다. “싸우는 어장이 달라졌다”는 그는 “100억대 부자를 목표로 삼고 부러워하면 괴로울 수밖에 없는데, 조금씩 활동을 쌓아 드디어 연봉 1억원을 만들었으니 얼마나 괜찮은 삶이냐”며 뿌듯해했다.이정수는 하루 120여장의 셀카를 찍는다. 인터뷰하는 1시간 남짓 동안에도 수차례 휴대전화로 순간을 남겼다. 꼭 좋을 때만 아니라 화가 나거나 급할 때도 사진을 찍으며 잠시 감정을 식힌다. 7년간 이어 온 블로그는 스스로를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했다. “내 실력과 인지도 정도면 기획사가 없어도 된다”며 온전히 혼자 힘으로 활동한 것도 그때부터다. 전화번호를 떡하니 공개한 소셜미디어가 바로 그의 매니저다. “보여 주고 싶은 건 콘텐츠와 이야기지 얼굴이 아니다”란 이유로 방송국에서 해 주는 메이크업 외엔 잘 꾸미지도 않는다. 앞으로 목표를 묻자 그는 바로 “13개월 둘째 딸을 어린이집에 보내는 거였는데 최근에 이뤘다”며 “이젠 아이가 적응을 잘하는 것”이라며 웃었다. 이렇게 오디션 보듯 늘 스스로를 돌아보고, 설령 바보 같은 모습이라도 기꺼이 받아들이며 눈앞의 또 다른 목적지를 향해 가는 삶. 그가 전하고 싶은 색다른 웃음과 행복이다.
  • 더 많은 나라 이야기 왜 안 돼?… 대학생 7명이 꾸려낸 ‘모래알’

    더 많은 나라 이야기 왜 안 돼?… 대학생 7명이 꾸려낸 ‘모래알’

    “세계에 200개가 넘는 나라가 있는데, 우리는 왜 선진국과 일부 나라의 이야기만 읽을 수 있을까.” 대학생 7명이 이런 아쉬움을 직접 풀어 보기로 했다. 십시일반 쌈짓돈을 모아 300만원으로 출판업을 시작한 게 2019년. “출판은 사양산업”, “출판사가 무슨 스타트업이냐”는 시선보다 해소하고 싶은 관심이 더 중요했고, 책의 힘과 가치가 더 소중했다. 아주 평범한 모래지만 그 안에서 진주가 발견되기도 하고 유리로 만들어져 반짝일 수 있듯, 세계에 흩어진 지식들을 모아 보자며 ‘모래알’이라는 출판사를 꾸렸다. 24일 만난 도서출판 모래알 김시연(23) 대표와 주민영(21)·정희석·백동영(이상 23) 이사의 앳된 얼굴들이 책 이야기에선 사뭇 진지해졌다. 학교도 전공도 모두 다른 이들은 경기 부천에서 고교 시절 ‘18세 선거권 확대를 위한 청소년·청년 연석회의’로 인연을 맺었다. 지역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현안에 목소리를 내며 자연스레 해외의 정세와 역사에도 관심이 크게 모였다고 한다. 그러다 ‘부천에도 외국인이 많은데 정작 그 나라 이야기를 담은 책이 없다’는 안타까움으로 무작정 2만 5000원을 부천시에 내고 출판사 등록을 했다. 7명이 재무, 번역, 교열, 서점 업무 등 역할을 나눴고, 지난해 3월 ‘봉고본두, 방글라데시의 국부를 만나다’로 방글라데시 초대 대통령이자 건국 지도자인 셰이크 무지부르 라만(1920~1975)의 평전 번역서를 첫 책으로 냈다. 출판기획안과 한지에 정성껏 쓴 편지를 방글라데시 총리실에 보낸 과정은 그야말로 맨바닥부터 부딪히는 일의 연속이었다. 약 2주 뒤 라만의 장녀인 셰이크 하시나 총리가 출판에 동의한다는 답신을 보냈고, 주한 방글라데시대사관의 지원으로 책이 나왔다. 곧바로 같은 해 6월 라만의 ‘미완성 회고록’ 번역본을 낼 만큼 방글라데시 측 반응이 좋았다. 지난 1일 나온 미얀마 아웅산 수치 고문의 측근이자 인플루언서인 판셀로의 ‘봄의 혁명’도 이들의 작품이다. 판셀로는 군부 쿠데타가 일어난 뒤 첫 체포 리스트에 오른 인물. 국내 전문가들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수소문해 도피 중이던 판셀로에게 연락을 건넸고 3주 만에 동의를 얻어냈다. 그동안 출판 경력이 미미해 많은 나라로부터 출판 제의를 거절당하기 일쑤였는데 판셀로는 이들이 대학생이라는 데 오히려 매료됐다. 김 대표는 “방글라데시와 미얀마는 한국을 롤모델로 삼고 있어 그 나라의 철학과 역사를 담은 책을 한국 청년들이 소개한다는 것에 매우 고마워했다”고 전했다. 대만, 이집트, 에티오피아, 카자흐스탄 등 세계 곳곳의 모래알을 모으기 위해 이들은 수십 통의 SNS 메시지를 보내고 고운 한지에 간절한 뜻을 담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 대학 졸업 후 진로로 정한 것도 아니고, 월급 한 푼 없어도 멈출 수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요즘 세대들이 가상현실(VR)이나 브이로그 등 간접 체험 콘텐츠들을 좋아하는데 책이야말로 지식의 가치와 공감을 나누는 가장 좋은 매개체”(정희석), “다양한 나라를 배우며 시각을 넓히는 진정한 공부를 하는 중”(백동영), “‘내가 꿈을 이루면 내가 누군가의 꿈이 된다’는 말을 좋아하는데 지금 우리의 활동이 미래의 대학생들에게 또 다른 길과 꿈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주민영), “현지 법인을 세워 국내 책을 해외에도 소개하고 싶다”(김시연)는 생각과 바람도 이들의 시야만큼 크다.
  • “평범한 모래알이 진주·유리로 반짝이듯” 세계 이야기 찾아 옮기는 대학생들의 출판사 ‘모래알’

    “평범한 모래알이 진주·유리로 반짝이듯” 세계 이야기 찾아 옮기는 대학생들의 출판사 ‘모래알’

    “세계에 200개가 넘는 나라가 있는데, 우리는 왜 선진국과 일부 나라의 이야기만 읽을 수 있을까.” 대학생 7명이 이런 아쉬움을 직접 풀어 보기로 했다. 십시일반 쌈짓돈을 모아 300만원으로 출판업을 시작한 게 2019년. “출판은 사양산업”, “출판사가 무슨 스타트업이냐”는 시선보다 해소하고 싶은 관심이 더 중요했고, 책의 힘과 가치가 더 소중했다. 아주 평범한 모래지만 그 안에서 진주가 발견되기도 하고 유리로 만들어져 반짝일 수 있듯, 세계에 흩어진 지식들을 모아 보자며 ‘모래알’이라는 출판사를 꾸렸다. 24일 만난 도서출판 모래알 김시연(23) 대표와 주민영(21)·정희석·백동영(이상 23) 이사의 앳된 얼굴들이 책 이야기에선 사뭇 진지해졌다. 학교도 전공도 모두 다른 이들은 경기 부천에서 고교 시절 ‘18세 선거권 확대를 위한 청소년·청년 연석회의’로 인연을 맺었다. 지역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현안에 목소리를 내며 자연스레 해외의 정세와 역사에도 관심이 크게 모였다고 한다. 그러다 ‘부천에도 외국인이 많은데 정작 그 나라 이야기를 담은 책이 없다’는 안타까움으로 무작정 2만 5000원을 부천시에 내고 출판사 등록을 했다. 7명이 재무, 번역, 교열, 서점 업무 등 각자 역할을 나눴고, 지난해 3월 ‘봉고본두, 방글라데시의 국부를 만나다’로 방글라데시 초대 대통령이자 건국 지도자인 셰이크 무지부르 라만(1920~1975)의 평전 번역서를 첫 책으로 냈다. 김 대표는 “우리의 김구 선생처럼 지금의 방글라데시 국민들을 이해할 수 있는 핵심 인물이라 국내에 더 자세히 소개하고 싶었다”고 돌아봤다. 출판기획안과 한지에 정성껏 쓴 편지를 방글라데시 총리실에 보낸 과정은 그야말로 맨바닥부터 부딪히는 일의 연속이었다. 약 2주 뒤 라만의 장녀인 셰이크 하시나 총리가 출판에 동의한다는 답신을 보냈고, 주한 방글라데시대사관의 번역과 지원으로 책이 나왔다. 곧바로 같은 해 6월 라만의 ‘미완성 회고록’ 번역본을 낼 만큼 방글라데시 측 반응이 좋았다.지난 1일 나온 미얀마 아웅산 수치 고문의 측근이자 인플루언서인 판셀로의 ‘봄의 혁명’도 이들의 작품이다. 판셀로는 군부 쿠데타가 일어난 뒤 첫 체포 리스트에 오른 인물. 국내 전문가들에 묻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수소문해 도피 중이던 판셀로에게 연락을 건넸고 3주 만에 동의를 얻어냈다. 그동안 출판 경력이 미미해 많은 나라로부터 출판 제의를 거절당하기 일쑤였는데 판셀로는 이들이 대학생이라는 데 오히려 매료됐다. 김 대표는 “방글라데시와 미얀마는 한국을 롤모델로 삼고 있어 그 나라의 철학과 역사를 담은 책을 한국 청년들이 소개한다는 것에 매우 고마워했다”고 전했다.대만, 이집트, 에티오피아, 카자흐스탄 등 세계 곳곳의 모래알을 모으기 위한 이들의 관심은 매우 넓다. 각국의 의미있는 글을 옮기기 위해 수십 통의 SNS 메시지를 보내고 고운 한지에 간절한 뜻을 담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 출판업을 대학 졸업 후 진로로 정한 것도 아니고, 월급 한 푼 없이 책이 나오면 다같이 맛있는 식사나 한 끼 하는 게 다지만 멈출 수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요즘 세대들이 가상현실(VR)이나 브이로그 등 간접 체험 콘텐츠들을 좋아하는데 책이야말로 지식의 가치와 공감을 나누는 가장 좋은 매개체라고 생각한다”(정희석), “코로나19로 학교 수업이 온라인으로 진행돼 출판에 더욱 집중할 수 있었는데, 다양한 나라를 배우며 시각을 넓히는 진정한 공부를 하는 중”(백동영), “‘내가 꿈을 이루면 내가 누군가의 꿈이 된다’는 말을 좋아하는데 지금 우리의 활동이 미래의 대학생들에게 또 다른 길과 꿈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주민영), “현지 법인을 세워 국내 책을 해외에도 소개하고 싶다”(김시연)는 생각과 바람도 이들의 시야만큼 크다.
  • “내 자리를 알면 행복할 이유가 많다”… ‘우격다짐’ 이정수의 ‘행복다짐’

    “내 자리를 알면 행복할 이유가 많다”… ‘우격다짐’ 이정수의 ‘행복다짐’

    ‘나는 왜 매일 행복하지? 하나하나 적다 보니 행복한 이유가 너무 많았다. 이거 책 한 권 내도 되겠는데?’ 개그맨 이정수(43)가 자신과 꼭 닮은 책 ‘어이쿠, 오늘도 행복했네’(브.레드)에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배경을 책에 이렇게 소개했다. 어느덧 개그보다는 일상의 행복을 나누며 웃음을 주고 있는 그가 차곡차곡 쌓아 온 삶의 방식을 글로 전한다. 24일 만난 이정수는 “나의 그릇을 정확히 안다”는 것을 인생을 즐길 수 있는 핵심 이유로 꼽았다. “내가 누구게” 하며 많은 사람을 배꼽 잡게 했던 그가 자신을 제대로 이해하면서 ‘우격다짐’이 아닌 ‘행복다짐’을 하게 됐다는 것이다. 책에서도 ‘내 자리를 안다’는 것을 거듭 강조한다. ‘내가 잘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알았고 잘하는 것만 하겠다고 마음먹고 나니 이렇게 마음 편할 수가 없다’(41쪽), ‘나름 대단한 삶의 언저리에 잠깐 가보기도 했지만 그 삶은 내 자유와 편의를 돈으로 바꾼 시간이었고 행복과 거리가 있었다’.(65쪽) 사실 그에게도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2002년 군 제대 넉 달 만에 KBS 개그맨 공채에 합격했고 데뷔 6개월 만에 ‘개그콘서트’ 스타로 승승장구했다. 정점에 오른 만큼 당연히 ‘부푼 꿈’이 컸다. 그는 “개그맨의 성공 코스인 ‘국민 MC’가 되기 위해 예능 프로그램에 도전했는데 늘 ‘한 방’이 부족해 반짝이질 못했다. 배우가 되고 싶어 대학로에서 오래 굴렀는데도 연기가 안 늘었다”고 돌아봤다. “머릿속으로는 항상 이병헌처럼 연기한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더라고요.”교양 프로그램 MC와 KBS ‘사랑과 전쟁’ 재연 배우로 가까스로 길을 이었지만 쉽지 않았다. “잘 보이려고 각고의 노력을 하며 매일 술을 마셔도 안 써 주더라고요. 그땐 세상 탓, 남 탓만 했는데 저의 실력과 소질이 부족했던 거죠.” 어렵사리 스스로의 크기를 인정하게 된 뒤부턴 멀고 높은 목적지가 아닌 가까운 꿈들을 찾아갔다. 개그 대본을 쓰던 솜씨로 블로그에 일상을 기록하며 작가가 됐고, 사람들을 웃기던 능력을 결혼식 사회나 강연으로 풀었다. 유쾌한 말씨로 몇몇 방송에도 고정 출연하고 있다. 평소엔 아빠와 주부 역할에 충실한다. “싸우는 어장이 달라졌다”는 그는 “100억대 부자를 목표로 삼고 부러워하면 괴로울 수밖에 없는데, 조금씩 활동을 쌓아 드디어 연봉 1억원을 만들었으니 얼마나 괜찮은 삶이냐”며 뿌듯해했다. 책속 저자 소개에도 스스로를 ‘주부이자 작가. 방송인, 강사, 행사 사회자. 한때 KBS 유명 개그맨, 잠깐 재연 배우이기도 했다’고 적었다. 다른 연예인이나 개그맨과 비교하거나 경쟁하는 것이 아닌, 그에게 주어진 시간에서 할 수 있는 능력을 차근차근 풀어내는 삶이 꽤 마음에 든다는 이유에서다.이정수는 하루 120여장의 셀카를 찍는다. 인터뷰하는 1시간 남짓 동안에도 수차례 휴대전화로 순간을 남겼다. 꼭 좋을 때만 아니라 화가 나거나 급할 때도 사진을 찍으며 잠시 감정을 식힌다. 7년간 이어 온 블로그는 스스로를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했다. “내 실력과 인지도 정도면 기획사가 없어도 된다”며 온전히 혼자 힘으로 활동한 것도 그때부터다. “‘사랑과 전쟁’을 함께 찍은 최영완씨를 보고 느낀 게 많았어요. 여배우라 준비할 게 많고 저보다 연기도 훨씬 잘하는데 매니저 없이 혼자 다 준비하는 모습에서 많이 배웠어요.” 전화번호를 떡하니 공개한 소셜미디어가 바로 그의 매니저다. “보여 주고 싶은 건 콘텐츠와 이야기지 얼굴이 아니다”란 이유로 방송국에서 해 주는 메이크업 외엔 잘 꾸미지도 않는다. 이제 자신의 겉모습이 어떻게 비쳐지는지는 크게 중요하지도 않다고 했다. 앞으로 목표를 묻자 그는 바로 “13개월 둘째 딸을 어린이집에 보내는 거였는데 최근에 이뤘다”며 “이젠 아이가 적응을 잘하는 것”이라며 웃었다. 이렇게 오디션 보듯 늘 스스로를 돌아보고, 설령 바보 같은 모습이라도 기꺼이 받아들이며 눈앞의 또 다른 목적지를 향해 가는 삶. 그가 전하고 싶은 색다른 웃음과 행복이다.
  • 롯데칠성음료, ‘처음처럼’ 대대적 리뉴얼… 부드러움에 새로움 더했다

    롯데칠성음료, ‘처음처럼’ 대대적 리뉴얼… 부드러움에 새로움 더했다

    올해로 출시 16년을 맞은 ‘처음처럼’이 지난해 대대적으로 패키지를 리뉴얼하고, 페트(PET) 제품의 라인업을 확대했다. 먼저 소주를 가볍게 마시는 것을 선호하는 저도화 음용 트렌드가 지속함에 따라 지난해 1월 처음처럼의 부드러움을 더욱 강조했다. 라벨 디자인은 대관령 기슭의 암반수를 사용한 제품 속성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게끔 산기슭에서 흘러내리는 물줄기를 모티브로 바꿨고 반짝이는 은박을 사용해 음영을 강조했다. 이어 6월에는 코로나19로 인한 가정시장 내 음용 비중이 높아진 점에 착안, 소비자들의 선택 폭을 넓히기 위한 페트 제품의 라인업을 확대했다. 또한 부드러움과 한국 대표 소주의 이미지를 표현하고자 부드러운 한국 곡선의 미(美), 소박·정갈함이 잘 드러난 전통 도기(陶器)류의 제품 패키지를 적용했다. 지난해 11월에는 다양한 재미·소비를 즐기는 트랜드에 맞춰 처음처럼의 부드러움에 색다른 즐거움을 더했다. 출시 후 40여년 동안 소비자들에게 사랑받아온 ‘빠삐코’와 함께 협업한 것. 처음처럼 본연의 부드러움과 초콜릿의 달콤함, 빠삐코 상징인 박수동 화백의 ‘고인돌 가족’이 더해진 제품 라벨 등 맛과 재미를 더한 ‘처음처럼X빠삐코’를 한정판으로 출시했다. 이보다 앞서 처음처럼은 2015년 인기 캐릭터 ‘스티키몬스터랩’과 협업한 ‘처음처럼 스트키몬스터’를 시작으로 2020년 래퍼 염따와 함께 한정판 ‘처음처럼 FLEX’를 선보이는 등 트랜드에 맞춘 컬래버래이션 마케팅을 진행했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올해 코로나 등으로 늘어난 홈술족을 겨냥해 리뉴얼 페트 제품을 중심으로 가정 시장에 대한 마케팅을 강화하고, 하반기에는 MZ세대를 타깃으로 한 라인업을 추가할 예정”이라며 “앞으로도 차별화한 아이디어와 소비자 중심의 제품 개발, 품질·서비스 향상 등을 통해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인에게 사랑받는 소주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 썰매 대신 자동차 밀던 자메이카, 감동의 완주로 쓴 ‘2022 쿨 러닝’

    썰매 대신 자동차 밀던 자메이카, 감동의 완주로 쓴 ‘2022 쿨 러닝’

    영화 ‘쿨 러닝’의 2022년 버전을 만든 자메이카 봅슬레이 대표팀이 뜨거운 완주를 마쳤다. 4명의 유쾌한 선수들은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엔딩을 완성한 후 서로 얼싸안고 눈물을 흘리며 깊은 감동을 줬다. 션웨인 스티븐스(32), 애슐리 왓슨(29), 로날도 레이드(29), 매튜 웨크페(33)로 이뤄진 자메이카 봅슬레이 대표팀은 20일 중국 베이징 옌칭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봅슬레이 4인승 경기에서 3차 시기 합계 3분03초42를 기록했다. 3차까지 1위였던 독일의 프란체스코 프리드리히 팀과는 8.25초 차. 그리고 순위는 28개팀 중 28위로 상위 20위까지만 허용된 4차 진출에는 실패했다. 보통의 꼴찌들이 아쉬움과 자책으로 조용히 경기장을 떠나는 것과 달리 자메이카 선수들은 결승선을 통과하고도 한참을 제자리에서 떠나지 못했다. 서로 부둥켜안고 울고. 웃고, 위로하고, 안아주느라 바빴다. 감정이 다 지나간 것 같았는데 파일럿인 스티븐스가 끝내 주저앉아 얼굴을 가린 채 울었다. 그런 스티븐스를 알고 레이드가 다가와 다독이며 눈물을 닦아줬다. 스티븐스만 운 줄 알았더니 모두 울었단다. 선수들은 “우리 모두가 큰 아기들(Big Babies)”이라며 웃었다.한국 나이로는 모두 30대인 다 큰 청년들이 이렇게 우는 이유는 그만큼 이번 올림픽에 오기까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카리브해 섬나라인 자메이카는 겨울철 평균 온도가 24도로 흔히 생각하는 겨울이 없는 나라다. 겨울 스포츠가 사실상 불가능한 나라지만 자메이카는 의외로 겨울 스포츠를 상징하는 나라로 유명하다. 1988년 캘거리동계올림픽에 출전한 자메이카 봅슬레이팀을 다룬 영화 ‘쿨 러닝’ 덕분이다. 이들은 이번 시즌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IBSF)이 주관한 16개 국제 대회에서 기록을 합산해 28위를 기록하며 28개국이 출전하는 올림픽에 나오게 됐다. 자메이카의 봅슬레이 4인승 출전은 1998년 나가노동계올림픽 이후 24년 만이다. 이번에 ‘쿨 러닝’의 후배들이 나선다는 소식에 전 세계 미디어가 주목했다. 당시에도 열악했던 준비 과정은 이번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았다. 2억원이 넘는 최신 썰매를 마련하기 위해 모금을 했지만 10분의 1도 모금이 되지 않았다. 결국 중고 썰매로 나서게 된 이들은 마땅한 훈련 장소도 없어 썰매 대신 자동차를 밀며 훈련했다.레이드는 “여기 오기까지 정말 힘든 과정을 겪었다”면서 “우리가 다시 모인 9월에도 주변에서 ‘안 될 거야’라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주변의 비관적인 시선은 선수들을 기죽이는 일이었지만 거기에 지지 않기 이들은 열심히 달렸다. 스티븐스는 “오늘 이룬 것을 보기 위해 지난 4년 동안 정말 열심히 했다”면서 “우리가 이 무대에서 올림피언이 된 것은 정말 감동적인 일”이라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스티븐스는 “오늘 정말 환상적이었다”면서 “자메이카 봅슬레이를 올림픽에서 보여줄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고 웃었다. 멋지게 경기를 마치고 온 이들은 꼴찌팀으로는 받을 수 없는 특급 스타 대접을 받았다. 미국의 한 방송사가 이들을 붙잡고 인터뷰를 했고, 올림픽 방송 또한 이들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미국 방송사가 울고 나온 신나는 음악을 틀어주자 이들은 곧바로 춤을 추는 모습으로 웃음을 자아냈다.이후 헝가리 기자와 잠시 인터뷰를 마친 자메이카 선수들이 2명의 한국 취재진과 만났다. 선수들에게 “한국에서 인기가 많다”고 전하자 놀라워하며 기뻐했다. ‘영화 쿨 러닝을 봤느냐’ 묻자 이들은 “많이 봤다. 정말 좋아한다”며 팬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1988년의 쿨 러너들은 봅슬레이가 뒤집어져 완주에 실패했지만 2022년의 쿨 러너들은 한 단계 발전한 모습으로 영화보다 더 멋진 엔딩을 만들었다. 이들의 다음 목표는 자메이카 봅슬레이의 미래를 위해 노력하는 일이다. 자메이카 선수들보다는 낫지만 못지않게 열악한 환경에서 달렸던 한국 썰매 종목 선수들의 바람과도 일맥상통했다. 스티븐스는 “스포츠의 발전과 저변 확대를 위해서는 젊은 사람들이 필요하다”면서 “우리가 지금은 거의 30대다. 돌아가서 젊은 선수들을 발굴하고 전진해서 다음 올림픽을 향해 나아갈 것”이라고 눈을 반짝였다.
  • [전의찬의 탄소중립 특강(4)] 기후가 뿔났다/탄소중립위원회 기후변화위원장

    [전의찬의 탄소중립 특강(4)] 기후가 뿔났다/탄소중립위원회 기후변화위원장

    2월 초라 아직 겨울이지만 한강은 살랑거리는 바람에 은빛으로 반짝이고 있다. 그 강변 가까이 갈매기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데, 자세히 보니 한 마리 한 마리 얇은 얼음 조각 위에 몸을 의탁하고 있다. 50년 전만 해도 남녀노소가 어울려 스케이트를 즐기던 곳이 아닌가. 서울에서 최초로 근대 기상관측이 이루어진 1906년에는 12월 23일부터 75일간 한강이 꽁꽁 얼어붙었고, 그 얼음을 톱으로 썰어서 얼음창고인 ‘동빙고’와 ‘서빙고’에 저장했었다. 그러던 것이 최근에는 2019년처럼 한강이 전혀 얼지 않거나, 얼어도 종잇장처럼 얇게 얼고 그것도 하루 만에 해빙되는 추세가 반복되고 있다. 과거에는 겨울이면 언제 어디서나 쉽게 즐길 수 있었던 스케이팅이 이제는 비싼 입장료를 내야 하는 실내 스포츠로 변한 지 꽤 됐다.  지난해 기상청의 ‘한반도 109년의 기후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약 100년 전에는 여름이 6월 11일 시작돼 9월 16일에 끝났는데, 최근 10년에는 5월 25일에 시작돼 9월 28일까지 계속됐다. 여름이 100년 전 98일에서 최근 127일로 한 달 늘어난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기후변화를 인정하지 않고, 대응도 제대로 못 한다.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은 13일 빨라졌고, 지난해 서울 벚꽃은 평균 개화일보다 17일 빠른 3월 24일 피었다. 이제는 기후가 수천 년 걸쳐 내려온 절기도 변화시키고 있다.  2020년 호주에서 발생한 산불은 이례적으로 6개월간 지속되면서, 서울 면적의 80배나 되는 산림을 불태웠다. 이 산불로 10만명 이상의 이재민이 발생했고, 고유종인 코알라의 3분의1이 죽었다. 지난해 미국 북서부는 50도 가까운 기록적인 폭염으로 큰 피해를 봤다. 2011~2020년 연평균 산불 발생 면적은 3만㎢를 넘어 1981~1990년보다 2.5배 이상 늘었다. 매년 서울 면적(605㎢)의 50배가 넘는 산림이 산불로 사라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폭염과 산불도 예외가 아니다. 2018년 전국 모든 지역에서 최고온도 기록을 새로 썼고, 그 이후로 매년 2018년과 최고온도를 놓고 다투고 있다. 산불도 급증하고 있다. 2011~2020년 산불 피해는 연평균 약 11㎢ 면적에 660억원이었다. 그러나 최근 5년간 산불 피해는 연평균 18㎢ 면적에 1140억원이다. 단기간에 1.5배 이상 늘었다. 다른 나라에서만 산불이 발생하는 것이 아니고 우리나라에서도 산불이 발생하고 있다. 옆 동네만 불타는 것이 아니라 우리 동네에도 불이 붙었다는 얘기이다.  기후변동에 관한 정부 간 패널(IPCC)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이 달성되지 않으면 이상기온이 10배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지만, 귀담아듣는 국가도 사람도 별로 없다. 유엔기후변화협약이 출범한 지 30년이 됐지만 아직도 지구촌 각국은 이해타산만 따질 뿐 정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그러니 기후가 뿔날 수밖에.
  • 찰칵! 코로나 키트 판독… 뚝딱! 홈술 일주일 완성…반짝! 미래 밝히는 생각

    찰칵! 코로나 키트 판독… 뚝딱! 홈술 일주일 완성…반짝! 미래 밝히는 생각

    지난 9일 서울 서초구 매헌로 ‘디아비전’ 사무실. 책상 위에 놓인 코로나19 자가진단키트의 결과는 분명 ‘음성’이었다. 이석용 디아비전 대표가 스마트폰으로 회사 애플리케이션(앱)을 연 뒤 진단키트 제조사, 이름 등을 입력하자 스마트폰 촬영 화면이 나타나며 “키트 반응 결과를 촬영해 달라”는 문구가 떴다. 스마트폰 촬영 화면에 표시된 T와 C 위치에 맞게 진단키트를 놓고 사진을 찍자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왔다. “자가 검사 결과가 ‘양성’입니다.”스마트폰으로 촬영만 했는데 육안으로는 음성으로 판단할 만큼 미세한 양성 반응 흔적을 포착해 오판의 위기를 막아 준 것이다. 국내 의료기관 임상시험 결과에서도 전문가 판독과 98% 일치했다. 최근 코로나19 진단키트 수요가 폭증하며 디아비전의 이 솔루션은 국내외 진단키트 업체 10여곳에서 러브콜을 받을 정도로 주목받고 있다. 미국의 대형 진단키트 회사와는 미국과 국내 진단키트 출시 때 해당 솔루션을 사용하기로 합의해 마지막 인허가 단계를 밟고 있다. 다른 제조사 2곳과도 논의 중이다.11~12년차 삼성전자 의료기기 사업부의 바이오·소프트웨어 전문가 네 명이 의기투합한 디아비전의 이 솔루션은 스마트폰 카메라와 이미지 분석 기술을 활용했다. 스마트폰 카메라로 키트 결과를 찍으면 자체 개발한 디지털신호 처리 기술로 이미지를 분석, 바이러스양을 측정해 수치화해 줘 눈으로 구분이 어려운 경우에도 판독이 가능하다. 디아비전은 이렇게 실생활에서 사용이 편리한 체외진단키트로 생체물질 데이터를 분석해 질병을 미리 예측하고 관리해 주는 플랫폼을 세우는 미래를 꿈꾸고 있다. 평균수명이 늘며 질병에 노출되는 시기가 길어진 현대인과 미래세대에게 더 윤택한 삶을 선사하겠다는 포부다. 이 대표는 “궁극적으로 대사성·노령·호르몬 질환 등도 측정해 관리할 수 있게 할 것”이라며 “키트로 모은 생체물질 데이터와 스마트워치 등 디지털디바이스로 모은 개인의 건강 기록을 인공지능 서버로 분석해 사용자들에게 정확하고 빠르게 질병 위험을 알리고 예방해 주는 ‘디지털 백신’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전문가와 98% 일치한 스마트폰 판독, 10여곳 러브콜… 내가 만드는 술, 홈브루잉 솔루션 ‘부즈앤버즈’는 “가장 맛있고 신선한 술을 집에서 만들어 마신다”는 기치를 내세운 스타트업이다. 이탈리아에 10년간 살며 여러 홈브루잉 국제대회에서 수상한 삼성전자 모바일 UX 디자이너 유관석 대표와 모바일 기구 개발 전문가인 심명근 부대표가 뜻을 모아 홈브루잉 솔루션을 개발했다. 높이 50㎝, 지름 25㎝의 동그란 원통형 기구에 자신이 원하는 재료를 넣으면 된다. 재료 키트를 ‘부즈앤버즈’ 전용 앱에서 주문해도 된다. 그러면 레시피가 담긴 큐알코드를 재료 키트와 함께 받아 볼 수 있다. 이 큐알코드를 스캔하기만 하면 내가 원하는 술을 만들기 위한 과정이 앱을 통해 자동으로 기계에 입력된다. 손 하나 안 대고 ‘나만의 술’이 완성되는 것이다. 다른 홈브루잉 기계와의 차이점을 묻자 유 대표는 “과일, 꿀, 쌀 등 원하는 재료를 직접 골라 넣을 수 있고 통상 한 달씩 걸리는 제조 기간을 7일로 대폭 단축한 것”이라고 꼽았다. 맥주, 막걸리, 스파클링 와인, 벌꿀 술 등 다채로운 종류의 발효 술을 만들 수 있고 제품 크기를 획기적으로 줄인 것도 특징이다. 이르면 내년 10월 출시된다. ‘루플’은 지난달 5~7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2’에 참가한 생체리듬 케어 테크 스타트업이다. 루플이 선보인 ‘올리 S’는 수면 장애를 겪는 사람들이 일상에서 더 명확하게 수면 장애 요인을 추적하고 개선할 수 있게 돕는다. 올리 앱과 올리 S 디바이스를 연동하면 수면 주기에 영향을 주는 햇빛, 운동, 식사, 카페인 섭취 등 수면 장애 유발 요인을 기록한다. 이를 통해 경향, 패턴을 분석해 사용자 개인에게 맞는 수면 솔루션을 제공해 준다.‘세상에 없던 아이디어’들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주도할 혁신을 빚어내는 이들은 삼성전자 사내 벤처 프로그램 ‘C랩 인사이드’ 출신 스타트업들이다. 삼성전자가 미래 성장 동력이 될 신사업을 찾기 위해 2012년 말 도입했다. 삼성전자는 이들의 아이디어가 사장되지 않도록 2015년부터 ‘C랩 스핀오프’로 독립을 지원하고 있다. 구스랩스, 디아비전, 부즈앤버즈 등이 모두 지난해 10월 분사했다. 삼성전자는 창업자들에게 수억원대의 초기 사업자금, 창업지원금 등을 제공한다. 지난 6년간 300억원을 투자해 57개 스타트업이 분사했다. 이를 통해 470여개의 일자리가 생겨났고 전체 기업 가치는 5200억원에 이른다. 생존에도 강하다. 국내 3년차 스타트업의 평균 생존율이 41.5%, 5년차 스타트업의 평균 생존율이 29.2%인 것과 비교해 C랩 스핀오프 스타트업의 3년차 생존율은 98%, 5년차 생존율은 65%에 이른다. ●면허·코드발급 등 규제 걸림돌…복수 의결권 주식 발행 개정안 통과 촉구 하지만 국내의 과도한 규제 환경은 이제 막 개척지에 발을 내딛는 스타트업들의 발목을 잡는 ‘덫’이다. 부즈앤버즈의 경우 제품을 팔기 위해 주류제조면허를 획득하려면 일정 기준 이상의 생산 설비를 갖춰야 한다. 면허가 없으면 술을 직접 팔 수 없고 판매를 위한 시음 행사조차 불가하다. 이 때문에 주류 제조업체들은 “‘몇 리터 이상의 생산 설비를 갖추어야 한다’는 조항 자체가 창업 초기 비용을 막대하게 증가시키고 성장을 가로막는다”고 지적한다. 한 주류업체 관계자는 “법이 안전망이 아닌 장애물로 인식되지 않으려면 사회적으로 지탄받을 행위가 아닌 이상 최소한의 규제만을 적용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현행법에 중구난방 흩어진 규제로 활동에 상당한 제약을 겪고 있다고 토로한다. 무역 거래를 위해 품목 분류 코드인 HS코드를 받아야 하는데, 기존에 없는 새 제품은 선행 기준이 없으면 코드 발급에 장기간이 소요돼 어려움이 크다. 스타트업계는 비상장 벤처기업 창업자에게 복수의결권 주식 발행을 허용하는 벤처기업법 개정안 통과도 촉구하고 있다. 창업 초기에 시급한 투자 유치를 위해선 복수의결권 주식 도입이 필수라서다. 업계 관계자는 “다수의 창업주들이 투자를 받는 과정에서 지분 희석을 우려하고 경영권을 뺏길까 아예 투자 유치를 포기하는 사례도 나오는 만큼 선진국처럼 울창한 창업 생태계를 조성하려면 복수의결권 도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 입어도 되는데 … 바지 입은 女 피겨 선수들 찾아보기 힘든 이유

    입어도 되는데 … 바지 입은 女 피겨 선수들 찾아보기 힘든 이유

    탈리에고르드는 지난 15일 열린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피겨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 출전한 선수 30명 중 유일하게 치마 대신 바지 의상을 입었다. 미국의 힙합 그룹 푸지스의 ‘레디 오어 낫’에 맞춰 허공에 주먹을 찌르거나 발차기를 하는 등 독특한 안무를 선보였다. 비록 프리스케이팅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그는 강렬하고 개성 있는 연기로 박수를 받았다. 여자 피겨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바지 입은 선수 단 1명 AP통신은 16일(현지시간) “여성 피겨 선수들이 바지 의상을 고르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보도했다. 싱글과 페어를 불문하고 여성 선수들은 치마나 바지 의상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지만, 올림픽과 같은 주요 대회에서 바지를 입는 여성 선수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AP통신은 “여성 피겨 경기에서는 파스텔 색상의 반짝이는 의상 등 발레리나의 미학과 여자 피겨 선수들의 전통적인 모습인 클래식 음악이 지배하고 있다”면서 “이번 올림픽 피겨 경기에서는 색다른 음악을 향한 발걸음이 있었지만 여자 선수들의 예술적 선택은 음악과 의상 모두에서 덜 진보적이었다”고 분석했다. 여성 싱글과 달리 아이스댄스 종목에서는 리듬댄스 경기에서 여성 선수 23명 중 6명이 바지 의상을 입었다. 이들 선수들은 힙합과 디스코, 펑크, 레게 등 다양한 음악에 맞춰 연기했다. 그러나 메달을 결정짓는 프리댄스 경기에서는 이들 선수들 대부분이 다시 치마 의상으로 갈아입었다. 바지보다 치마 의상을 주로 선택하는 건 한국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한국의 여자 싱글 간판 유영(18·수리고)은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 OST 음악을 바탕으로 한 프로그램에서 영화 속 해적들의 의상을 본뜬 붉은 색 바지를 입고 특유의 강렬한 연기를 선보이기도 했지만 그 외의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프로그램에 어울리는 의상 선택한다지만 … “바지 의상은 가볍고 편해” 선수들은 치마든 바지든 프로그램에 어울리는 의상을 입는다고 입을 모은다. 선수들이 연기를 할 때 펄럭이는 치맛자락은 심미적 요소이기도 하다. 다만 여성 선수들이 연습할 때 바지를 입는 것에서 알 수 있듯 바지가 치마보다 실용적이라는 건 부정하기 어렵다. 탈리에고르드는 “바지 의상은 치마 의상보다 화장실을 이용할 때 더 편하다”면서 “차가운 링크 위에서 치마와 얇은 타이즈를 입은 채 연기를 하면 춥다. 확실히 바지가 좋다”고 말했다.아이스댄스 리듬댄스 경기에서 바지 의상을 입은 마조리 라조이(캐나다)는 “바지를 입으면 스핀을 돌 때 치마의 무게를 느끼지 못한다. 연습하는 느낌과 가깝기도 하다”면서 “치마 의상을 강요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예술성’ 평가하는 종목 특성 탓에 ‘여성적’ 의상 선택 그럼에도 여성 선수들이 바지 의상을 꺼리는 것은 ‘예술성’을 평가하는 종목의 특성 때문이라는 게 AP통신의 분석이다. 스포츠와 젠더를 연구하는 셰릴 쿠키 미국 퍼듀대 교수는 “규정이 (여성 선수에게 바지를 허용하도록) 바뀌더라도 채점에서 중요한 부분이라면 문화적 기대가 달라지지 않는다”면서 “심사위원들은 자신들이 심미적으로 만족하는 것이 여성적인 이미지로 포장돼 있다는 것을 잘 안다”고 말했다. 피겨의 예술성을 평가할 때는 음악과 안무, 의상 등 종합적인 요소들에 대한 주관적 평가를 피하기 어려운 탓에, 여성 선수들은 ‘여성적인 의상’을 선택하는 일종의 ‘문화적 불안감’이 있다는 것이다. 쿠키 교수는 “스포츠는 성별의 차이가 받아들여지고 기념되는 마지막 문화적 현장”이라고 지적했다.
  • 산내음에 취해… 발길 머문 그곳, 쉬어 가다

    산내음에 취해… 발길 머문 그곳, 쉬어 가다

    외진 곳에 눈길이 쏠리는 시절이다. 코로나 오미크론 탓이다. 그 압도적인 전염력에 대한 걱정을 덜 수 있는 곳이 어딜까. 강원도의 산간마을에서라면 잠시나마 시름을 내려놓을 수 있지 않을까. 강원의 두메 하면 퍼뜩 떠오르는 곳이 정선이다. 뾰족 솟은 산 사이에 크고 작은 마을들이 보석처럼 박혀 있는 곳. 이 마을에 숨어드는 여정만으로도 바이러스들이 뚝뚝 떨어져 나갈 듯하다. 정선 들어가는 길. 곳곳에 현수막이 나붙었다. 산골의 대명사 정선에도 고속도로가 생긴다는 내용들이다. 하나같이 사투리로 내용을 썼다. “마커 베르고 베르던 고속도로! 역사를 새로 쓰는 기래요”라는 식이다. 입가에 실웃음이 배어 나온다. 현수막에까지 강원도 사투리가 등장할 줄이야. ‘마커’는 ‘모두’를 뜻하는 사투리다. 보통 ‘마카’라고 발음하는데, 지역에 따라 조금씩 다른 듯하다. ‘베르고 베르던’은 ‘벼르고 벼르던’이란 뜻이다.정선 사람들이 그토록 반기는 건 영월~삼척고속도로다. 동서6축 고속도로의 잔여구간이다. 경기 평택이 한쪽 기점인 이 도로는 현재 충북 제천에서 뚝 끊겼다. 최근 정부가 잔여구간에 대한 건설 계획을 밝혔는데, 정선도 그 노선에 포함됐다. 정선의 두메 마을들을 효율적으로 돌아보려면 구획을 나누는 게 좋다. 들머리를 어디로 삼느냐에 따라 진입하는 고속도로 나들목도 달라진다. 예컨대 개미들마을, 연포마을, 가수리 등은 남쪽으로 묶고 대촌마을이나 그림바위 마을 등은 북쪽으로 묶는 게 좋다. 이 경우 고속도로 진입로가 각각 중앙고속도로 제천 나들목과 영동고속도로 진부 나들목으로 달라진다. 남면의 개미들마을부터 간다. 진작부터 농촌체험 관광지로 명성이 자자한 마을이다. 지장천 물길이 굽어지는 곳마다 바위 절벽이 기세 좋게 솟구쳤다. 광덕리 어름에서 ‘미리내마을’ 이정표가 보이면 차를 잠시 세운다. 마을 옆 지장천에 조성된 ‘천년돌다리’를 보기 위해서다. 드라이브스루로는 그냥 지나치기 십상이다. 이름은 ‘다리’지만 사실 물고기 조형물에 더 가깝다. 수t에 달하는 화강석 수십 개를 징검다리처럼 늘어놓았다. 인증샷 찍기 딱 좋다. 조형물 끝자락의 여울엔 크고 작은 물고기들이 많다. 플라이 낚시를 즐기는 이들이 자주 눈에 띄는 이유다. 거대한 수직 절벽 아래에서 인조 미끼를 캐스팅하는 낚시인을 보자니, 속세와 동떨어진 비속의 땅에 와 있는 듯하다. 뱀처럼 휜 지장천을 따라 ‘안돌이지돌이’(‘안고 돌고 지고 돌고’의 사투리)하다 보면 가수리가 나온다. 동강과 접한 마을 가운데 가장 풍경이 빼어난 마을로 꼽히는 곳이다. 이제껏 곁을 지켰던 지장천은 이 마을 초입의 600년 묵은 느티나무 아래서 조양강과 합쳐진다. 하나 된 강물은 그제야 동강이란 이름을 얻고 영월 땅을 향해 흐른다. 동강 주변의 얼음은 벌써 다 녹았다. 물빛이 짙푸르다. 순결한 옥빛 강물. 눈이 정갈하게 씻기는 느낌이다. 가수리에서 길이 갈라진다. 왼쪽 연포 방향으로 접어든다. 오른쪽은 북쪽, 정선읍 방향이다. 가수리에서 2㎞ 남짓 떨어진 가탄마을엔 섶다리가 볼거리다. 갈수기가 시작되는 늦가을에 놓아 이듬해 봄까지만 쓰는 전통 나무다리다. ‘섶’은 땔감으로 쓸 만한 잔가지를 일컫는다. 굵은 둥치의 나무로 기둥을 세우고 그 위에 소나무 등의 ‘섶’을 깔아 만든다. 섶다리 주변의 버들개지들은 벌써 토실하게 부풀어 올랐다. 여전히 동장군의 기세가 등등하지만 이곳만큼은 완연한 봄이다. 동강을 따라 난 강변길은 여느 강변도로와 다소 다르다. 제방이 없고 강에 바짝 붙어 간다. 물길을 따라 도로도 유연하게 굽었다. 때로는 절벽과 강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지날 때도 있다. 얼추 30㎞ 정도의 이 강변길을 달리는 걸 ‘동강 드라이브’라 부른다. 정선을 찾는 이들 사이에서 꽤 ‘핫’하다는 여행 아이템이다. 도로 한켠엔 나리소 전망대 같은 볼거리도 있다. 나리소는 백운산에 부딪친 동강이 뱀처럼 휘어지며 만든 물돌이동 지형을 일컫는다. 크게 원을 그린 푸른 강물이 꼭 거대한 에메랄드 반지를 보는 듯하다. 백운산 쪽에도 전망대가 있다. 완벽한 원형의 나리소를 굽어볼 수 있다. 다만 발품을 좀 팔아야 한다. 목재 데크를 따라 십 분 남짓 걸린다. 이제 정선에서도 오지로 꼽히는 연포마을을 구경할 차례다. 하루 세 번 달이 뜬다는 마을이다. 마을 초입에 칼병(‘병’은 봉의 사투리)과 둥글병, 큰병 등 큰 봉우리 세 개가 어깨를 맞대고 서 있는데, 달이 봉우리 뒤에 숨었다 나오기를 반복한다고 해서 이 같은 별명을 얻었다.연포마을에선 ‘뼝대’(바위절벽의 사투리)의 진면목을 볼 수 있다. ‘베리꾀리’(뾰족한 절벽 꼭대기의 사투리) 아래로 우람한 절벽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 외지인들이라면 이 거대한 벽 앞에서 세상과의 단절을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영화 ‘선생 김봉두’(2003)에서 강남의 잘나가던 선생 김봉두(차승원)가 이 마을 연포분교에 발령받아 왔을 때, 왜 그리 기막히고 절망스런 표정을 지었는지 자연스레 알게 된다. 뼝대 위로 길이 나 있다. 연포마을에서 제장마을까지 4㎞쯤 된다. 트레킹 삼아 뼝대 위를 걷는 재미가 아주 쏠쏠하다. 제장마을 못 미쳐 ‘하늘벽 구름다리’가 있다. 갈라진 두 ‘베리꾀리’를 잇는 작은 다리다. 바닥이 강화유리여서 짜릿한 스릴을 맛볼 수 있다. 이 다리를 보기 위해 제장마을에서 오르는 이들도 있다. 연포마을보다 거리는 확실히 가깝지만 그만큼 심한 된비알을 올라야 한다는 걸 잊지 마시라.연포마을 인근의 신동읍도 둘러보는 게 좋겠다. 이 지역 특산의 수제맥주 공장이 있는 예미마을, 영화 ‘엽기적인 그녀’(2001)에서 그녀(전지현)가 견우(차태현)와 함께 타임캡슐을 묻었던 새비재 소나무 등의 볼거리가 있다. 초봄 무렵, 동강 여정에서 잊지 말고 만나야 할 것이 동강할미꽃이다. 석회암 뼝대에서 자라는 우리나라 특산종이다. 서덕웅 동강할미꽃보존연구회장은 “동해시 찬물내기 공원에서 복수초 개화 소식이 전해질 때쯤 동강할미꽃도 꽃술을 낸다”고 했다. 3월 초중순쯤이면 꽃을 볼 수 있다는 뜻이다. 서 회장의 손에 이끌려 해마다 가장 먼저 꽃을 틔운다는 녀석을 찾았지만, 이제 겨우 솜털 보송한 꽃대만 내밀고 있다. 이 거무튀튀한 벼랑에서 말간 보랏빛 꽃이 활짝 필 때의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울까. 동강할미꽃이 필 무렵, 바로 곁에 사는 동강고랭이도 꽃을 틔운다. 할아버지 수염처럼 늘어진 꽃대 위로 아주 작고 노란 꽃이 별처럼 반짝인다. 이 모습을 두고 한 호사가는 “5억년 된 석회암 돌침대에 할미꽃과 할아비꽃이 나란히 누웠다”고 했다지. 이 장면 하나만으로도 정선을 찾을 이유는 충분하지 싶다. 동강할미꽃 군락지는 가수리에서 정선읍 방향으로 올라가야 나온다. 피고 지는 시기가 달라 4월까지는 동강할미꽃을 만날 수 있다. 정선읍 쪽으로 조금 더 올라가면 대촌마을이 나온다. 원빈, 이나영 부부의 소박한 결혼식으로 유명해진 마을이다. 2015년 이 부부가 마을 뒤 야산에서 백년가약을 맺었다. 당시 결혼식을 치렀던 장소가 밀밭으로 전해졌지만 사실 청보리밭이다. 청보리는 농가에서 소먹이로 요긴하게 쓰이는 작물이다. 보통 5월 무렵에 어린아이 키만큼 웃자란다. 이때쯤 대촌마을 일대의 풍경도 절정에 이른다. ‘삼시세끼’, ‘1박 2일’ 등의 예능 프로그램도 이 마을에서 촬영됐다. ‘삼시세끼’를 촬영한 기와집은 지금도 남아 관광객들에게 볼거리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대촌마을에서 더 올라가면 덕산기 계곡이다. 오지 트레킹을 즐기는 이들이 국내 최고의 명소 중 하나로 꼽는 곳이다. 연이은 자연휴식년제 지정으로 일반인의 출입을 제한하다 오는 4월 말쯤 다시 문을 열 예정이지만 곧 닫힐 가능성이 높다. 화암면 쪽엔 그림바위마을이 있다. 마을이 속한 행정구역인 화암(畵岩)에 수미상응하는 이름이다. 정확히는 ‘반월에 비친 그림바위 마을’이다. 화암약수 쪽에서 흘러내린 계곡물이 마을 앞을 휘돌아 나가며 반달처럼 생긴 지형을 만들었다. 이 물에 비친 마을 풍경이 그림처럼 아름답다고 해서 그처럼 예쁜 이름을 얻었다. 그저 그랬던 산골마을이 환골탈태한 건 2013년이다. 마을 전체를 미술품처럼 단장하려는 계획이 수립됐고, 화가와 조각가 등 수십 명의 작가들이 마을 가꾸기에 참여해 지금의 모습을 일궈 냈다. 예전에 비해 다소 쇠락했다는 느낌도 있지만, 외려 그런 모습들이 더 정감 있게 느껴진다. 마을 초입의 ‘그림바위마을 예술발전소’를 들머리 삼아 자박자박 돌아보는 맛이 각별하다.그림바위 마을 초입에 천포금광촌이 있다. 1920~1980년대 화암면 일대는 금광으로 유명했다. ‘강아지도 금이빨을 하고 다닌다’는 우스갯소리가 전할 정도였다. 천포금광촌은 당시를 재현한 테마 공원이다. 광부들이 일하던 금광과 선술집, 각종 조형물 등을 빼곡하게 전시했다. 정선의 명소인 화암동굴 바로 아래 있다. 관광객들의 시선에서 살짝 비켜 있지만 은근히 볼거리가 많다.
  • ‘세계랭킹 1위’ 우상혁, 실내 높이뛰기 2회 연속 우승

    ‘세계랭킹 1위’ 우상혁, 실내 높이뛰기 2회 연속 우승

    유럽에서 남자 높이뛰기 세계 최정상급 선수들과 겨루고 있는 우상혁(26·국군체육부대)이 또 한 번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섰다. 우상혁은 16일(한국시간) 슬로바키아 반스카 비스트리차에서 열린 실내 육상대회에서 2m35를 넘어 우승했다. 2021년 실외 세계랭킹 1위 일리야 이바뉴크(러시아)는 2m31로 2021-2022시즌 실내육상 세계랭킹 1위 우상혁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이날 우상혁은 2m16, 2m21, 2m25, 2m28, 2m31을 모두 1차 시기에 넘었다. 2m33 1차 시기에서는 바를 건드렸지만 2차 시기에 통과했고, 2m35는 1차 시기에 성공했다. 2m33을 넘을 때 이미 대회 우승을 확정한 우상혁은 자신이 보유한 한국기록 2m36 보다 1㎝ 높은 2m37에 도전했지만, 1∼3차 시기에 모두 바를 건드려 한국 신기록 달성은 다음 기회로 미뤘다. 하지만 우상혁은 또 한 번 2m35를 넘어서며 ‘월드클래스’의 위상을 과시했다. 우상혁은 6일 체코 후스토페체에서 열린 세계육상연맹 인도어 투어 남자 높이뛰기 경기에 출전해 2m36의 한국 신기록을 세우며 우승했다. 세계육상연맹이 2021-2022시즌 시작일로 정한 2021년 11월 이후 나온 시즌 최고 기록이었다. 2021년 11월부터 이날까지 실내, 실외 경기에서 2m35 이상을 뛴 점퍼는 우상혁, 단 한 명뿐이다. 16일 반스카 비스트리차 경기장에는 235명의 관중이 입장했다. 우상혁의 특유의 밝은 에너지를 발산하며, 관중들의 박수를 유도했다. 우상혁이 2m35를 성공했을 때는 함성도 쏟아졌다. 우상혁은 “지난 6일 올 시즌 세계최고기록(2m36)으로 우승해 좋은 기분으로 이번 대회에 참가했다”며 “모든 관중이 손뼉을 치며 열정적으로 응원하는 환경에서 좋은 컨디션으로 재미있게 경기했다. 좋은 기록과 함께 열흘 만에 다시 우승해 기쁘다”고 말했다. 이어 “유럽 전지훈련과 세계육상실내투어에 참가할 수 있도록 지원한 대한육상연맹에 감사하다. 더 높은 곳을 향해 도약하겠다”고 다짐했다. 2021년 6월까지 우상혁의 목표는 2m31이었다. 우상혁은 지난해 6월 29일, 4년 만에 개인 최고 기록을 2m30에서 2m31로 바꾸며 ‘랭킹 포인트’로 도쿄올림픽행 막차를 탔다. 올림픽 기준 기록(2m33)은 통과하지 못했다. 도쿄올림픽 출전권을 어렵게 딴 우상혁은 본 무대에서 반짝반짝 빛났다. 지난해 7월 30일 도쿄올림픽 예선에서 2m28을 가볍게 넘어 결선 진출권을 따낸 우상혁은 “결선에서는 한국 기록(당시까지는 2m34)을 넘고, 메달 획득에 도전하겠다”고 했다. 실제로 우상혁은 8월 1일 결선에서 2m33을 넘어 개인 최고 기록을 세우더니, 2m35마저 넘어 ‘20세기’에 멈춰 있던 한국 남자 높이뛰기를 ‘21세기’로 인도했다. 우상혁은 한국 육상 올림픽 역사상 최고인 4위에 올랐다. 2m37을 넘어 ‘공동 금메달’을 차지한 장마르코 탬베리(이탈리아), 무타즈 에사 바심(카타르)과 격차는 2㎝였다. ‘높은 곳’에 올라선 뒤, 우상혁의 기량도 시야도 넓어졌다. 우상혁의 위상도 달라졌다.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참가하는 대회에서 우상혁을 초청했고, 우상혁은 지난해 말 유럽으로 건너가 새로운 시즌을 준비했다. 2022년 들어 우상혁은 2m35를 안정적으로 뛰는 세계 최정상급 선수가 됐다. 기분 좋게 2개 대회 연속 정상에 오른 우상혁은 이제 3월 19일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에서 개막하는 2022 세계실내육상선수권대회를 준비한다. 올해 우상혁이 빛날 대형 스포츠 이벤트는 또 있다. 우상혁은 도쿄올림픽에서 세계선수권대회 기준 기록(2m33)을 통과해, 2022년 7월 15일 미국 오리건주 유진에서 개막하는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출전권을 확보했다. 올해 9월에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도 출전한다. 사진은 우상혁이 16일(한국시간) 슬로바키아 반스카 비스트리차에서 열린 인도어(실내) 육상대회에서 우승한 뒤, 현지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 [안도현의 꽃차례] 스무 살에게 보내는 편지/시인

    [안도현의 꽃차례] 스무 살에게 보내는 편지/시인

    스무 살이여, 장 그르니에의 ‘섬’을 읽어 보았는지? 이 책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문장을 여기 옮긴다. “나는 혼자서,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낯선 도시에 도착하는 것을 수없이 꿈꾸어 보았다. 그러면 나는 겸허하게, 아니 남루하게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무엇보다 그렇게 되면 ‘비밀’을 간직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세상에 첫발을 들여놓을 때의 아련한 기대와 다짐을 이보다 더 신비하게 표현할 수는 없을 것이다. 스무 살은 인생에서 새로운 비밀을 만들기 시작하는 나이다. 그것은 나만의 성채를 갖는 주인이 된다는 뜻이다. 자기 영역을 구축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스무 살은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남루함에서 출발하므로. 스무 살이여, 부디 작당하고 모의하라. 지금까지는 머리를 맞대고 책략을 만들어 본 적도 없고 미래를 설계해 본 적도 없다. 그동안은 각자 자기 방에 뿔뿔이 흩어져 있었다. 혼자 공부하고 혼자 상상하고 혼자 고뇌했을 뿐이다. 스무 살은 모이기 좋은 나이다. 모여서 궁리하고, 모여서 먹고, 모여서 떠들어라. 누가 더 빛나는 아이디어를 내는지 살펴보고, 누가 더 맛있는 것에 젓가락을 먼저 대는지 지켜보고, 누가 더 목소리가 큰지 관찰하라. 잘 알지 못하는 것일수록 오래 들여다보라. 관찰하는 시간과 관찰하는 태도가 알지 못하게 자신의 능력을 상승시킬 것이다. 스무 살이여, 한 곳에 머물지 말고 매일 떠나라. 부모로부터 떠나라. 고정관념으로부터 떠나라. 마치 그것이 세상의 마지막 진리라고 믿었던 것에서부터 떠나라. 세상은 넓고 가야 할 곳은 많다. 목표가 불분명해도, 주머니가 헐거워도 무작정 떠나라. 남들이 밟고 다져 놓은 길은 길이 아니다. 아무도 밟지 않은 길을 찾아 떠나라. 무심코 땅에 찍는 발자국이 뒤에 오는 사람에게 길이 될 때까지. 스무 살이여, 모두 옳다고 고개를 끄덕거리지 말고 다른 사람이 제출한 의견에 브레이크부터 걸어라. 이게 아닌데 하고 회의하라. 자신의 견해가 맹폭을 당하더라도 두려워하지 말라. 후회는 자신의 잘못된 입장을 충분히 검증받은 후에 해도 늦지 않다. 그동안 온순하게 말 잘 듣는 아이로 커 왔으니 이제는 제발 좀 저질러라. 후회할 일을 만들어라. 스무 살이여, 매일 무엇이든 한 줄이라도 써라. 쓴다는 행위는 경험을 요약해서 기록하는 일이다. 전혀 쓸모없이 여겨지는 경험도 하나의 문장이 되는 순간 별이 되어 반짝이게 된다. 누군가 그 문장을 바라보게 될 수도 있으리라는 두려움 때문에 그다음 날의 문장은 또 세심하게 다듬어질 것이다. 형식을 생각하지 말고 써라. 번듯한 종이가 아니더라도, 주머니 속 쪽지에라도 써라. 휴대폰 메모장에라도 써라. 사유가 생성된 뒤에 쓰는 것이 아니다. 어떤 문장이라도 그 문장을 쓰는 순간 사유가 된다. 스무 살이여, 그래야만 바다 위를 걸을 수 있다. 천둥번개의 목을 손으로 휘어잡을 수 있다.
  • [INTO] 절박한 ‘안일화’ 승부수… 중도정치 숙명인가 철수정치 소산인가

    [INTO] 절박한 ‘안일화’ 승부수… 중도정치 숙명인가 철수정치 소산인가

    정치인들은 공개석상에서 잘 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여러 차례 울었고, 정치에 입문한 지 얼마 안 되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도 노무현 전 대통령을 언급하다가 울먹였다. 반면 이과생 출신인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10여년간 정치를 하면서 우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런 안 후보가 지난 13일 유튜브로 방송된 ‘야권 후보 단일화 제안’ 기자회견 중 울었다. 아내 김미경씨의 코로나19 확진 사실을 전하는 대목에서다. 안 후보 말대로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이 컸겠지만, 정치권에서는 지금 정치적으로 기로에 처해 있는 그의 절박한 처지를 담은 눈물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늘 양보하거나 패배했던 단일화 어쩌면 안 후보는 ‘단일화’를 더이상 입에 올리고 싶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단일화는 어느새 ‘정치인 안철수’의 트레이드 마크가 돼 버렸다. 한국 정치사상 안 후보만큼 많이 단일화 이슈를 끌고 다닌 정치인은 없었다. 그의 단일화는 늘 양보하거나 패배하는 쪽이었다.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2012년 대선 때는 ‘양보’했고 지난해 서울시장 보선 때는 ‘패배’했다. 그사이 그의 단일화 가격은 ‘결단’에서 ‘철수’(撤收)로 하락했다. 이번 대선에서 그는 줄곧 단일화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는 2017년 대선 때처럼 완주하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한때 15%를 넘나들던 지지율이 한 자릿수로 주저앉으면서 그는 또다시 단일화 얘기를 꺼내고 말았다. 단일화를 꺼내고 싶지 않았지만 꺼낼 수밖에 없었던 순간에 그는 눈물을 터뜨렸다. 정치권에서는 안 후보가 정치인생의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는 시각이 팽배하다. 일약 유망 정치인으로 떠올랐던 2011년에 서울시장 후보직을 양보하지 않았더라면 그는 벌써 대통령이 됐을 것이라는 얘기도 회자된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안 후보가 겪는 수난이 한국 정치에서 제3지대(중도) 정치인이 겪어야 할 숙명이라는 시각도 있다. 남북 분단의 이념적 분화와 영호남 지역기반을 토대로 한 완고한 양당 구도에 치여 한국의 중도 정치인은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다. 어떻게 보면 박찬종, 문국현, 반기문씨처럼 반짝 떠올랐다가 사라지지 않고 꾸준히 제3지대에서 도전하고 있는 안 후보야말로 매우 특이한 케이스라 할 수 있다. 당초 제3지대로 분류됐던 윤 후보가 정치 입문 후 바로 국민의힘에 들어간 것만 보더라도 안 후보의 경우가 얼마나 유별난지를 알 수 있다. 하지만 안 후보가 그동안 정치권에서 걸어온 길을 돌아볼 때 반드시 중도정치에 대한 소신의 발로라고만 평가하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단일화를 저울질하는 모습을 자주 보였고 이 당 저 당과 손잡았기 때문이다. 안 후보는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의 2014년 합당으로 새정치민주연합을 만들며 민주 진영에 몸담았다. 그곳에서 친문(친문재인)과 싸우고 나와 국민의당을 창당했다. 그런데 이번 대선에서는 정권교체를 명분으로 국민의힘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렇게 우왕좌왕하는 사이 참신함으로 대표되던 그의 정치적 이미지도 많이 퇴색했다. 일각에서는 안 후보가 중요한 순간에 결단을 못 내리고 우유부단하다는 혹평도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정치인 중에는 같은 성향의 지지층이 모인 게 아니라 섞여 있는 경우가 있는데 안 후보가 그런 경우”라며 “어떤 시점에 확실하게 어느 한쪽으로 갈아타야 하는 판단을 내려야 하는데 안 후보는 그 타이밍을 놓치기 일쑤였고 이번 대선에서도 그것이 쉽지 않게 됐다”고 했다. 안 후보는 지금 절박하다. 현재의 지지율이 투표일까지 이어진다면 그는 ‘의미 있는 3등’을 할 수 없고 수백억원의 선거비용도 보전받을 수 없다. 그런 약점을 파악해서인지 국민의힘은 안 후보에게 사실상 후보를 사퇴하라는 식으로 단일화를 압박하고 있다. 반면 안 후보의 지지층은 한 번만 더 ‘철수’하면 영원히 지지를 철회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완주를 거듭 다짐하던 안 후보의 이날 단일화 제안은 이런 진퇴양난 속에서 나왔다. ●“安 본인도 자신의 마음 모른단 의심” 안 후보를 만나 본 정치인들은 그의 속을 잘 알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이번 대선에서도 그가 정말로 완주하고 싶은 건지, 어느 시점에 가서는 못 이기는 척 단일화를 하려는 생각인지 파악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안 후보 본인도 본인 마음을 모른다는 의심도 든다”고 했다. 마라톤 관련 책까지 쓸 정도로 마라톤 마니아인 안 후보는 보통 사람은 감히 엄두도 못 내는 마라톤을 여러 차례 완주했다. 선거에서 완주를 자주 포기한 것과 비교하면 잘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다. 안 후보는 지난 1월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마라톤 철학’을 설파한 바 있다. 지금 다시 들어 보면 그 철학이야말로 지금 안 후보가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말인 것도 같다. “선거할 때마다 매번 새롭게 출발선에 서는 것과 같고, 결말을 모르니 용기를 가져야 합니다. 42.195㎞의 마라톤 코스라는 게 1㎞를 뛰고 다음 1㎞에 날씨가 어떻게 변할지, 갑자기 어디가 아플지 미래를 알 수가 없습니다.”
  • [INTO] 절박한 ‘안일화’ 승부수… 중도정치 숙명인가 철수정치 소산인가

    [INTO] 절박한 ‘안일화’ 승부수… 중도정치 숙명인가 철수정치 소산인가

    정치인들은 공개석상에서 잘 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여러 차례 울었고, 정치에 입문한 지 얼마 안 되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도 노무현 전 대통령을 언급하다가 울먹였다. 반면 이과생 출신인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10여년간 정치를 하면서 우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런 안 후보가 지난 13일 유튜브로 방송된 ‘야권 후보 단일화 제안’ 기자회견 중 울었다. 아내 김미경씨의 코로나19 확진 사실을 전하는 대목에서다. 안 후보 말대로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이 컸겠지만, 정치권에서는 지금 정치적으로 기로에 처해 있는 그의 절박한 처지를 담은 눈물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늘 양보하거나 패배했던 단일화 어쩌면 안 후보는 ‘단일화’를 더이상 입에 올리고 싶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단일화는 어느새 ‘정치인 안철수’의 트레이드 마크가 돼 버렸다. 한국 정치사상 안 후보만큼 많이 단일화 이슈를 끌고 다닌 정치인은 없었다. 그의 단일화는 늘 양보하거나 패배하는 쪽이었다.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2012년 대선 때는 ‘양보’했고 지난해 서울시장 보선 때는 ‘패배’했다. 그사이 그의 단일화 가격은 ‘결단’에서 ‘철수’(撤收)로 하락했다. 이번 대선에서 그는 줄곧 단일화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는 2017년 대선 때처럼 완주하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한때 15%를 넘나들던 지지율이 한 자릿수로 주저앉으면서 그는 또다시 단일화 얘기를 꺼내고 말았다. 단일화를 꺼내고 싶지 않았지만 꺼낼 수 밖에 없었던 순간에 그는 눈물을 터뜨렸다. 정치권에서는 안 후보가 정치인생의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는 시각이 팽배하다. 일약 유망 정치인으로 떠올랐던 2011년에 서울시장 후보직을 양보하지 않았더라면 그는 벌써 대통령이 됐을 것이라는 얘기도 회자된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안 후보가 겪는 수난이 한국 정치에서 제3지대(중도) 정치인이 겪어야 할 숙명이라는 시각도 있다. 남북 분단의 이념적 분화와 영호남 지역기반을 토대로 한 완고한 양당 구도에 치여 한국의 중도 정치인은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다. 어떻게 보면 박찬종, 문국현, 반기문씨처럼 반짝 떠올랐다가 사라지지 않고 꾸준히 제3지대에서 도전하고 있는 안 후보야말로 매우 특이한 케이스라 할 수 있다. 당초 제3지대로 분류됐던 윤 후보가 정치 입문 후 바로 국민의힘에 들어간 것만 보더라도 안 후보의 경우가 얼마나 유별난지를 알 수 있다. 하지만 안 후보가 그동안 정치권에서 걸어온 길을 돌아볼 때 반드시 중도정치에 대한 소신의 발로라고만 평가하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단일화를 저울질하는 모습을 자주 보였고 이 당 저 당과 손잡았기 때문이다. 안 후보는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의 2014년 합당으로 새정치민주연합을 만들며 민주 진영에 몸담았다. 그곳에서 친문(친문재인)과 싸우고 나와 국민의당을 창당했다. 그런데 이번 대선에서는 정권교체를 명분으로 국민의힘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렇게 우왕좌왕하는 사이 참신함으로 대표되던 그의 정치적 이미지도 많이 퇴색했다. 일각에서는 안 후보가 중요한 순간에 결단을 못 내리고 우유부단하다는 혹평도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정치인 중에는 같은 성향의 지지층이 모인 게 아니라 섞여 있는 경우가 있는데 안 후보가 그런 경우”라며 “어떤 시점에 확실하게 어느 한쪽으로 갈아타야 하는 판단을 내려야 하는데 안 후보는 그 타이밍을 놓치기 일쑤였고 이번 대선에서도 그것이 쉽지 않게 됐다”고 했다. 안 후보는 지금 절박하다. 현재의 지지율이 투표일까지 이어진다면 그는 ‘의미 있는 3등’을 할 수 없고 수백억원의 선거비용도 보전받을 수 없다. 그런 약점을 파악해서인지 국민의힘은 안 후보에게 사실상 후보를 사퇴하라는 식으로 단일화를 압박하고 있다. 반면 안 후보의 지지층은 한 번만 더 ‘철수’하면 영원히 지지를 철회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완주를 거듭 다짐하던 안 후보의 이날 단일화 제안은 이런 진퇴양난 속에서 나왔다. ●“安 본인도 자신의 마음 모른단 의심” 안 후보를 만나 본 정치인들은 그의 속을 잘 알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이번 대선에서도 그가 정말로 완주하고 싶은 건지, 어느 시점에 가서는 못 이기는 척 단일화를 하려는 생각인지 파악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안 후보 본인도 본인 마음을 모른다는 의심도 든다”고 했다. 마라톤 관련 책까지 쓸 정도로 마라톤 마니아인 안 후보는 보통 사람은 감히 엄두도 못 내는 마라톤을 여러 차례 완주했다. 선거에서 완주를 자주 포기한 것과 비교하면 잘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다. 안 후보는 지난 1월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마라톤 철학’을 설파한 바 있다. 지금 다시 들어 보면 그 철학이야말로 지금 안 후보가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말인 것도 같다. “선거할 때마다 매번 새롭게 출발선에 서는 것과 같고, 결말을 모르니 용기를 가져야 합니다. 42.195㎞의 마라톤 코스라는 게 1㎞를 뛰고 다음 1㎞에 날씨가 어떻게 변할지, 갑자기 어디가 아플지 미래를 알 수가 없습니다.”  
  • 소와 말달구지가 다니는 곶자왈 생태숲길 ‘산양큰엉곶’의 변신

    소와 말달구지가 다니는 곶자왈 생태숲길 ‘산양큰엉곶’의 변신

    “원래는 1935년부터 마을공동목장이었어요. 고향에 내려와 보니 곶자왈이 너무 방치되고 있어 마을에 건의해서 3년 전부터 하나하나 정비해 문을 열게 되었어요.” 지난 11일 정식 개장한 제주도 한경면 산양리(행정구역상 청수리) 곶자왈 ‘산양큰엉곶’ 첫날 방문객만 2000명을 넘었다. 반응이 너무 좋아 어떨떨하다는 관리책임자 김행진(39)씨가 “마을 주민들이 하나되어 만든 생태숲길이어서 더 의미가 크다”고 덧붙였다. 사실 산양리는 행정구역상에는 없는 마을이다. 한경면 청수리와 낙천리에 속해 있는 400여 주민들이 더 똘똘 뭉쳐 이 곶자왈을 복원시킨 것도 마을 이름을 되찾고 싶은 간절함에서 비롯됐다. 귀농한 젊은 청년의 반짝 아이디어에서 시작된 고향사랑이 마을 주민들의 마음을 움직였고 그 힘이 이젠 마을을 살고 싶은 곳으로 변신시켰다. 그리고 그 중심엔 이 곶자왈이 있다.산양큰엉곶은 그래서 여느 곶자왈과는 다른 테마가 있다. 제주도의 지원을 받아 꾸민 3.5km에 달하는 생태숲길을 걷다보면 마치 동화나라로 초대받은 기분이 든다. 숲길 양옆으로 노루모양의 나무조각과 백설공주에나 나올법한 박공지붕의 통나무집들이 즐비하다. 초승달 모양에 앉아있는 토끼, 조릿대로 엮은 집채만한 새들의 둥지, 다람쥐바퀴 모양의 그네, 빗자루를 타고 날아다니는 마귀 할멈까지 산책길이 지루할 틈이 없다. 꾸민 듯 안 꾸민 듯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자연과 어울리는, 어린아이들과 가족들을 위한 동화테마파크 속 포토존에 눈을 뗄 수 없다. 무엇보다 이 숲길의 장점은 유모차와 휠체어도 다닐 수 있는, 누구나 다 편하게 걷는 무장애길이라는 점이다. 메인 산책길 중간중간에는 오롯이 나와 마주하는 호젓한 숲길로도 통한다. ‘자연과 가까울수록 병은 없어지고 자연과 멀수록 병은 가까워진다’는 탐방로 입구 괴테의 팻말처럼 치유의 숲이다. 숲길 바닥은 야자수 멍석이 깔려 있어 걷기도 편하다. 소들과 말들이 먹던 봉천수 ‘엉알물’은 물론, 4.3사건 당시 삶의 터전을 잃은 주민들이 생계용 수단으로 생산했던 숯가마터와 마을주민들이 피신했던 궤(동굴)도 볼 수 있어 산양리 마을과 제주의 아픈 역사도 엿볼 수 있다. 특히 지금은 사라져버린 소달구지와 말달구지와의 조우는 산양큰엉곶의 백미다. 달구지 재현도 김씨의 아이디어. 지금은 볼 수 없는 옛 것을 복원시켜 과거로의 여행을 떠날 수 있게 한다. 3살 된 미니말 ‘다랭이’를 끌고 있는 이경은(62)씨와 52년 만에 다시 말달구지를 끈다는 강병호(66)씨 등 동네 어르신들이 연신 아이들과 함께 사진찍느라 여념이 없다. 갈옷을 입고 말을 끌던 강씨는 “땔감이 없던 10대때 한라산까지 끌고 가서 땔감을 구하고 오곤 했던 기억이 새록새록하다”며 “이제 달구지가 산양큰엉곶만의 자랑거리로 입소문을 타는 것 같아 더 감개무량하다”고 흐뭇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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