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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분기 ‘실적↓·주가↑’ 관심

    하루 단위로 증시를 들었다 놨다 해온 기업들의 올 3·4분기 실적발표 마무리를 앞두고 시장의 눈길은 벌써부터 4분기 실적으로 쏠리고 있다.예상대로 3분기 실적은 내수 업종은 맑고,수출 업종은 흐린 편이다. 전문가들은 4분기 실적이 3분기보다는 좋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경기침체에 따른 전세계적 수출시장 축소 우려감이 여전한데다,올초 폭발적 소비 증가세를 주도했던 정부의 각종 부양책이 차츰 방향을 틀고 있는 점을 이유로 든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바닥을 다진 뒤 반등할 것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현재 수준이 미래 악재에 대한 우려를 대부분 반영하고 이미 바닥권에 와 있다고 분석하기 때문이다. ◆3분기,실적 명암 엇갈려 3분기 실적 호조를 보인 LG상사의 주가는 지난 22일 1.7% 뛰었다.대림산업,제일모직 등을 비롯,건설·유통 등 내수주의 실적이 견조했다.삼성전자도 지난 18일 사상 최대의 순이익 실적을 발표하며 예상대로 순항했다.하지만 주가에 이미 반영됐다는 분위기가 강해 당일 하루 반짝 상승에 그쳤다.반면 수출주인 삼성SDI는 환율하락 등의 여파로 예상보다 부진한 실적을 발표,주가는 지난 22일 직격탄을 맞고 떨어졌다.최근 발표된 가계대출 억제책 영향으로 은행업종이,연체율 상향조정 등으로 카드사의 실적이 좋지 않을 것으로예상된다.금융업종의 실적부진은 소비를 주축으로 경제를 떠받쳐온 내수경기의 악화를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에 향후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란 우려를 갖게 한다. ◆4분기,“실적은 둔화돼도 주가는 상승” 경제에 내우외환이 겹치면서 4분기 실적 증가율은 다소 둔화될 조짐이다.현대증권 이상재 연구원은 “현대증권 집계에 따르면 3분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3.1%의 증가율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4분기는 증가율이 23.5%에 그칠 것”이라고 예측했다.금융권 가계대출에 대해 정부가 제동을 걸고 나선데다,최근 꼭지를 찍은 것으로 분석되는 부동산가격의 하락이 추세화한다면 자산 감소효과로 지난 상반기 우리 경제를 떠받쳤던 소비가 위축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소비의 둔화조짐이 주가를 추가로 끌어내리지는 못할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홍춘욱 한화투신 투자전략팀장은 “주가가 고점 대비 30∼40% 하락했지만 기업들의 EPS(주당순이익) 예상치의 하락률은 20∼30%에 그치고 있다.”면서 “실적 상승률이 둔화돼도 주가는 저평가된 상태”라고 말했다.삼성증권 이강혁 연구위원은 “증시는 알려진 악재에는 새삼 동요하지 않는 법”이라면서 “부동산 버블 붕괴 같은 돌발 악재가 터지지 않으면 올 연말까지 600선은 바닥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주식투자 전략은? 관망하라는 의견과 바닥 매집의 적기라는 의견이 엇갈린다.이강혁 위원은 “경기 위축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내년 상반기는 돼야 반도체 경기의 바닥 여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삼성전자 부품업체와 관련해서는 대중국 수출주인 핸드셋 업종으로 관심의 폭을 좁히라.”고 조언했다.이상재 연구원도 대중국 수출관련 테마로 석유화학주를 추천했다. 한편 종목 차별화 논리도 여전히 설득력을 얻고 있다.삼성증권 백운 팀장은 “금융주라도 신한지주는 선전했고,외환카드는 죽을 쒔다.”면서 “4분기 실적악화는 불가피하지만 최근의 연체율 상승이 기조적으로 장기화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손정숙기자 jssohn@
  • 새달 방영 SBS ‘흐르는 강물처럼’ 주연 김주혁/“능청스러운 백수役 어울리나요?”

    “목에 힘도 안 주고 닭살 돋는 대사도 없어 정말 다행이에요.” 최근 종영한 SBS 주말극 ‘라이벌’에서 매너 좋은 재벌2세 태훈 역을 맡아 스타덤에 오른 김주혁(31)을 곧 다시 볼 수 있게 됐다. 주연급으로 발돋움한 그는 오는 11월2일 첫 방영되는 같은 방송사의 드라마 ‘흐르는 강물처럼’(토·일 오후8시45분)에서 능청스러운 백수로 변신한다. 그가 맡은 역은 김도현(장용)과 박순애(고두심) 사이의 장남 김석주.성년이 됐으면서도 부모에게 기생하는 게으르고 밉살스러운 인물이다.월급쟁이는 싫고,7년 사귄 애인 박상희(김지수)와는 애인으로만 지내고 싶다.결국 대책없이 결혼하지만,벤처사업이 대박을 터뜨리면서 해피엔드를 맞게된다. “실제로도 이번 역할처럼 장난기 많고 능청스러운 성격이에요.진지한 것을 못견디는 데 어찌된 게 매번 진지한 역할만 했어요.‘라이벌’에서 맡았던 역할처럼 느끼(?)하지 않아 큰 부담이 없더라고요.” 그는 동국대 연극영화학과(91학번)를 졸업한 뒤 1년 동안 대학로에서 ‘보이첵’등 연극을 하다 98년 SBS 공채 8기로 연예계에 입문했다.드라마 ‘카이스트’‘서울탱고’,영화 ‘세이 예스’‘YMCA야구단’에서 조연으로 기본기를 다졌다.‘누구의 후광’으로 반짝스타가 됐다는 말을 들을 이유가 없는 이력이라고 강조한다.그는 탤런트 김무생씨의 둘째아들이다. “아버지는 연기에 대해 한번도 지적하신 적이 없어요.뜬구름 같은 인기에 연연하지 말고,항상 겸손하라고 충고하실 뿐이지요.실제로 ‘라이벌’로 얼굴이 알려지다 보니 왜 아버지께서 그런 말씀을 자꾸 하셨는지 이제야 알 것 같더라고요.” 그는 이런 이유에서 쉽게 대중성을 확보할 수 있는 연예·오락 프로그램의 출연을 자제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최근 그의 현안은 금연이다.주량이 소주 석잔이다 보니 스트레스를 풀 마땅한 수단이 없어 하루 담배를 두 갑이나 피운다.그에게 이상형을 물었다. “밝고 명랑한 여자가 좋죠.예쁘면 더 좋고요.그런데 연예인은 절대 싫어요.” 주현진기자 jhj@
  • 책꽂이/ 꿈의 부족 外

    ◆꿈의 부족(김별아 지음) ‘내 마음의 포르노그라피’ 등 장편소설을 발표했던 작가의 첫 소설집.말레이시아 원주민을 다룬 표제작 ‘꿈의 부족’을 비롯,중국 후한시대 남녀의 사랑을 그린 ‘삭매와 자미’,네팔 여행경험을 작품화한 ‘샹그리라 빌리지’와 자전적 소설 ‘대관령’ 등 지난 96년부터 발표한 단편을 묶었다.문이당.8500원. ◆인문학과 소설 텍스트의 해석(서정철 지음) 한국외국어대 교수로 언어학과 기호학 관련 글을 다수 발표한 저자의 문학이론서.소설에 적용하는 일반화된 장르 개념에 의문을 제기하고 소설을 ‘이야기 텍스트’라는 개념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자크 라캉,미셸 푸코,미하일 바흐친 등의 문학텍스트에 대한 분석방법과 성과 등을 조명했다.민음사.1만 8000원. ◆연탄길3(이철환 지음) 가난한 이웃들의 삶에서 가슴 뭉클한 정서를 이끌어낸 시리즈의 마지막편.아들의 대학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장기를 팔려는 아버지의 모습을 그린 ‘등대’와 매일 아침 육교 계단을 청소하는 할아버지의 사연을 담은 ‘눈 치우는 할아버지’ 등 실화를 위주로 한 짧은 이야기들이 실렸다.삼진기획.7500원. ◆도선장 불빛 아래 서 있다(강형철 지음) 숭의여대 문예창작과 교수이자 민족문학작가회의 상임이사인 지은이가 10년만에 내놓은 신작 시집.고향 전북군산을 소재로 삼은 ‘도선장 불빛 아래’를 비롯,지나치기 쉬운 일상 속에서 건져올린 반짝이는 시편들이 시에 대한 시인의 고뇌를 짐작하게 한다.‘야트막한 사랑’ ‘아현시장’ ‘떡살은 허리부터 익는다’ 등 62편이 실렸다.창작과 비평사.5000원. ◆그대,핏줄 속 산불이 시로 빛날 때(이행자 지음) 전태일문학상을 수상한 시인의 시화집.소아마비로 불편한 몸을 이끌고 문화운동의 궂은 일을 도맡아온 시인의 정성에 보답하고자 민족문학작가회의 소속 문인들이 꾸며낸 시집.홍선웅 남궁산 오경영 강행복 유근택 등 화가들의 그림을 곁들였다.삶이 보이는 창.6000원. ◆검은 설탕이 녹는 동안(전경린 지음) ‘염소를 모는 여자’ ‘아무곳에도 없는 남자’ 등을 통해 여성적 삶의 정체성 문제를 감각적 문체로 다룬 작가의 다섯번째장편소설.스무살 여성의 감정과 상황을 회상 형식으로 기술한 성장소설이다.문학동네.8000원. ◆한계전의 명시 읽기(한계전 지음) 서울대 교수인 저자가 1920년부터 최근까지 우리 나라를 대표하는 시인 53명의 시 104편을 추려 해설을 붙였다.중·고교 교과서나 참고서에서 만날 수 있는 시들을 분석한 것으로,한국 현대시의 변천과정을 살필 수 있다.수험서로도 활용할 수 있다.문학동네.1만 2000원. ◆침묵(한대수 지음) ‘물 좀 주소’ 등 저항가요로 잘 알려진 포크가수 겸 사진작가,시인으로 활동 중인 한대수의 사진을 곁들인 작품집.지난 97년 태국과 미국 뉴욕에서 촬영한 사진에 한국 및 외국의 시를 곁들여 엮었다.푸른미디어.1만 5000원. ◆호연연가(손호연 지음,이승신 엮음) 이방자 여사의 장학생으로 도쿄제국여대에 유학했던 저자가 60여년간 지은 일본 단가인 와카(和歌) 중 대표작을 간추려 엮었다.저자는 2년 전 한·일 문화교류에 기여한 공로로 정부로부터 문화훈장을 받았으며 최근에는 일본 외무성으로부터도 표창을 받았다.샘터.8500원.
  • 견본주택 손님끌기 반짝마케팅

    아파트 견본주택에 웬 ‘사상(四像)의학이…’ 대림산업은 이달 16일부터 분양하는 청주 용암 ‘e-편한 세상' 견본주택에 인기 드라마 ‘태양인 이제마'의 원작자인 한의사 최형주 박사를 초빙,방문객들을 대상으로 사상체질을 무료로 감별주고 있다.12·13일 이틀동안에만 무려 8000여명이 견본주택을 찾았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견본주택도 둘러보고 자신의 체질도 알 수 있어 인기를 모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청주시 용암동 용암택지지구에 지어지는 용암 ‘e-편한 세상'은 39평형 187가구,48평형 176가구,57평형 58가구 등 총 421가구이며 지난 12일 견본주택을 개관했다.(043)222-3303. 김성곤기자 sunggone@
  • 오피스텔 다시 ‘기지개’

    오피스텔 투자 다시 ‘잰걸음’. 공급과잉과 규제강화로 투자 열기가 급속히 위축됐던 오피스텔시장이 최근 기지개를 켜고 있다. 정부의 연이은 집값잡기 정책으로 재건축아파트에 몰렸던 시중 여윳돈이 오피스텔 등 수익성 부동산 상품으로 되돌아 오고 있기 때문이다.그동안 쌓였던 미분양 물량이 빠르게 소진되면서 공급과잉이 해소된 것도 한몫했다. 이에 따라 오피스텔 분양을 연기했던 건설업체들도 하반기 분양일정을 다시 마련하고 있다. 내집마련정보사 김영진 사장은 “연말까지 서울에서 오피스텔 2500여실이 공급될 예정이지만 투자 열기가 다시 상승세를 타면서 물량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투자자 다시 몰려온다. 지난달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에 오피스텔 ‘르네상스 한강’을 분양한 삼부토건은 공개추첨 당시만 해도 청약 미달로 대규모 미분양 사태를 걱정했지만 이달 들어 몰려드는 투자자로 계약률이 90%를 넘었다. 삼부 관계자는 “국세청이 오피스텔을 주택으로 간주한다는 방침에 분양은 물건너 갔다고 생각했지만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투자자들이 대거 몰려오면서 성황리에 분양을 끝마칠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6월에 분양했던 대우건설의 ‘동대문 디오빌’도 초기 계약률이 20%도 안되다가 최근 투자 열기에 힘입어 100% 분양됐다. SK건설이 지난달 27일부터 서울 마포구 도화동에 418실을 분양한 오피스텔 ‘SK허브그린’도 계약률이 70∼80%에 이르고 있다. ●오피스텔 가격 오름세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의 오피스텔 매매가 상승률은 1.09%로 월간 상승률로는 지난해 12월(1.44%)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분양권값 상승률도 1.01%로 지난 8월(0.07%)보다 대폭 뛰었다.또 전셋값 상승률도 지난 8월 0.49%에서 0.78%로 높아졌다. 부동산114 관계자는 “정부의 9·4 주택시장 안정대책 이후 아파트 시장이 주춤한 가운데 토지,상가,오피스텔 등 수익상품으로 부동산 투자수요가 몰리면서 오피스텔값이 상승세를 탔다.”고 설명했다. ● “투자 아직은 신중해야” 부동산 전문가들은 오피스텔의 투자 열기가 ‘반짝 장세’일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한다.오피스텔의 수익률이 나아졌다기 보다는 상대적으로 마땅한 투자 상품이 없어 반사효과를 얻고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섣부른 ‘묻지마 투자’는 금물로 임대 목적의 투자보다 실수요자중심으로 청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김경두기자 golders@
  • 日반도체 ‘빅뱅’ 藥될까 毒될까

    일본 반도체업계의 ‘빅뱅’이 한국측에 약이 될까,아니면 독이 될까. 일본 반도체업체들이 합종연횡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NEC와 히타치가 메모리부문을 합쳐 탄생시킨 세계 D램업계 5위 ‘엘피다 메모리’에 4일 미쓰비시가 합류했다. 이에 따라 세계 반도체업계의 판도 변화는 불가피해졌으며 특히 삼성전자 등 국내 업체들에게 미칠 영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口일본 업체들 왜 합치나?= 세계 반도체업계는 지난해의 회복 국면이 ‘반짝상황’으로 끝나면서 일부 업체들의 경우 이미 한계상황에 봉착했다는 게 정설이다.특히 DDR 등 고부가가치 제품으로의 신속한 전환에 실패한 일본 메모리업체들은 위기감이 팽배해지면서 그 해결 방안으로 ‘몸집 불리기’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엘피다는 미쓰비시를 끌어안음으로써 인피니온을 제치고 D램분야 세계 4위에 올라서게 된다.이들이 타이완의 파워칩과 미세회로 공정에 대한 전략적 제휴를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몸집을 키운 뒤 공정 개발이 앞선 타이완업체와 ‘공동전선’을 펴겠다는 의미다.이들은 또 궁극적으로 미국 인텔까지 합류시킬 계획이다.어쨌든 이번 통합으로 일본 D램업계는 사실상 엘피다 1사체제로 정리가 끝났다. 비메모리분야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물론 생존에 대한 위기의식은 같지만 이들이 염두에 둔 경쟁자는 일본 업체.히타치와 미쓰비시가 내년 4월 출범시킬 ‘리네사스 테크놀로지’는 연간 매출이 9000억엔에 달해 반도체 메이커로는 도시바를 제치고 인텔사에 이어 세계 2위 업체로 부상한다. 의미 심장한 대목은 이들이 이번 통합을 계기로 반도체 업에서 사실상 손을 떼게 된다는 점이다.이번 합의로 히타치는 반도체 사업을 대부분 새 회사로 넘기게 됐으며 미쓰비시도 반도체 사업의 80%를 떼내게 됐다. 口시너지 효과 나올까? =삼성전자 등 국내 반도체업계는 일본 업체들의 통합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눈치다.시너지 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반도체사업은 빠른 의사결정이 필수적인데 통합 회사의 특성상 의사결정 단계가 복잡할 수 밖에 없어 대규모 투자 등의 시점을 놓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삼성전자 관계자는 “일본업체들이 한국의 집적화된 반도체 단지를 보고 크게 놀란다.”면서 “의사결정의 속도가 반도체 사업 성패의 열쇠”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몸집보다는 얼마나 경쟁력을 갖고 시장을 선도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NEC와 히타치의 통합 모델인 엘피다 자체가 시너지 효과 부진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또 다시 미쓰비시 D램사업을 합쳐봐야 기대만큼의 성과가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비메모리부문에서도 통합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히타치와 미쓰비시 모두 세트업체인 소니의 추격에 부담을 갖고 있던 차에 통합을 빌미삼아 비메모리사업에서 손을 떼겠다는 뜻이 숨어 있다는 것이다. 이는 세트업체인 삼성전자가 향후 비메모리 부문을 크게 강화하겠다고 밝힌 것과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업계 관계자는 “비메모리는 시장을 주도하는 세트 업체들의 경쟁력이 강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박홍환기자 stinger@
  • 안동 宗宅 나를이/ 옛것이 그리워지는 가을....

    안동의 가을은 종택(宗宅)흙마당에 구르는 낙엽에서 시작된다.곱게 비질한 마당엔 높은 하늘만큼이나 깊은 추녀 그늘이 드리우고,석양에 반사돼 반짝거리는 대청 마루에선 수백년의 연륜이 읽힌다. ‘선비의 고장’으로 불리는 경북 안동.도산서원 등 이곳 서원들이 선비들의 학문의 장이었다면 종택은 이들의 숨결이 깃든 살림공간이었다.옛것이 그리워지는 가을,수백년 역사의 종택이 모여 있는 안동을 찾았다. 안동에서도 한꺼번에 여러 채의 종택들을 구경할 수 있는 곳은 풍천면 하회마을.풍산 류(柳)씨가 대대로 살아오는 전형적인 동성(同姓)마을로,겸암 류운룡,그의 동생인 서애 류성룡 등 조선시대의 대유학자를 많이 배출한 곳이다. 마을 중심에는 풍산 류씨 대종가인 류운룡 선생의 종택인 양진당(養眞堂)이 자리잡고 있다.임진왜란 당시 건축된 500여년 역사의 종택으로 안동에서 가장 오래된 주택.경북 내륙의 적송을 썼다는 기둥과 대들보가 앞으로도 몇백년을 버틸 수 있을 만큼 단단해 보인다. 양진당이라는 이름은 겸암의 6대손인 류영(柳泳)공의아호에서 땄다.류영공이 이 종택을 크게 중수하였고 문중 족보를 완성한 업적이 커서라고 한다.현재 22세째인 종부가 종택을 지킨다. 양진당은 사랑채·안채·행랑채·사당으로 구성돼 있다.사랑채에서 안채로 쉽게 드나들 수 있도록 했으며,이 때문에 사랑채 서쪽은 맞배지붕,동쪽은 팔작지붕이 됐다. 양진당과 골목을 마주한 곳에 자리잡은 충효당(忠孝堂)은 서애의 종택이다.청렴했던 서애는 낙향후 규모가 큰 집에서 살 수 없다며 아담한 집에서 살았는데,그의 사후 손자 유원지가 종택을 지었다.살림살이가 그리 넉넉하지 않아 100여년에 걸쳐 지었다고 한다.종택 안에는 서애의 흔적을 보여주는 유물전시관이 있다.서애가 관직을 제수받은 교지들,대표 저서인 징비록,착용하던 관복과 갑옷·투구·가죽신·갓 등을 전시했다. 이곳에는 13세 종부인 박필순(86) 할머니와 14세 종부인 며느리 최소희(74) 할머니가 살고 있다.스무살에 출가해 66년째 종택을 지키는 박 할머니의 요즘 일과는 조각보 만들기.옷짓고 남은 베조각을 바느질로 일일이 연결해 다과상이나 밥상을 덮는 조각보를 만들어낸다. “조각 하나는 쓸모 없지만 이렇게 이으면 귀한 살림살이가 돼요.주한 외국대사 등 외국 귀빈들에게 선물로 주면 아이들처럼 좋아하지요.” 수시로 찾아드는 사람들이 귀찮을 법도 하건만 최 할머니는 손수 차를 내며 “찾는 사람 없는 것보다는 훨씬 낫지요.”라며 명문가 종부다운 넉넉함을 보여준다.하회마을 입구를 지나자마자 보이는 북촌댁도 원형이 잘 보존된 종택중 하나다.북촌택은 140여년 전 철종 때 99칸집으로 지었으나 지금은 54칸만 남아 있다. 하회마을 말고도 안동엔 불천(不遷)제사를 모시는 명문 종택만 40여곳에 이른다.불천제사란 4대·5대 봉사에 관계없이 큰 업적을 세운 분을 계속 모시는 제사다. 이들 종택 중에서 조선 중기 지은 임하면 의성 김(金)씨 종택,그 지파의 종택인 학봉종택과 지촌종택,도산면 퇴계 이황의 종택,임동면 전주 류(柳)씨 무실종택 등지가 들러볼 만하다. 안동 임창용기자 sdragon@ ■여행 가이드/ 고택서 묵어야 제격-닭찜·헛제삿밥 별미 ◇가는 길-중앙고속도로 서안동IC에서 빠져야 편하다.34번,916번 도로를 차례로 갈아타고 상주 방향으로 가다 보면 왼쪽으로 하회마을 입구가 나온다.다른 종택들은 하회마을 반대방향으로 34번 도로를 타고 가야 한다.학봉 종택은 924번 도로로 갈아타고 가다가 오른쪽에 있다.의성 김씨 종택은 34번도로를 타고 임하댐 방향으로 40분 정도 달리면 왼쪽으로 나온다.퇴계 종택은 안동시 북쪽 도산서원 위에 자리잡고 있다. ◇숙박-안동에서는 운치있는 고택에서 묵어야 제격이다.의성 김씨 지파 종택인 임동면 박곡리 지례예술촌(054-822-6661),전주 류씨 집성촌의 고택들인 임동면 수곡리의 수애당(054-822-2590)이 묵을 만하다.수애당은 안동시내에서 가까운 점이,지례예술촌은 접근은 불편하지만 한적한 점이 장점이다.요금은 지례예술촌의 경우 깔끔한 한식 메뉴의 아침·저녁 식사를 포함해 1인당3만원(초등생 이하 2만원)이다. ◇먹거리-안동에선 제사음식을 평소에 만들어 먹는 헛제삿밥,닭을 토막내 고춧가루 없는 양념으로 버무려 찐 안동닭찜,남동 연근해에서 잡은 고등어를 염장 처리해 하룻밤 재운 안동간고등어,안동식혜 등이 유명하다.시내 식당에서 헛제삿밥 정식은 5000원,간고등어 정식 6000원,둘이 먹기에 충분한 닭찜은 1만 2000원에 맛볼 수 있다.대부분의 식당에서 후식으로 나오는 안동식혜는 고두밥에 무·고춧가루·생강즙·엿기름을 섞어 발효시킨 것으로 약간 매콤하면서 시원한 맛이 독특하다.문의 안동시청 문화관광과(054-851-6393).
  • 민중미술가 임옥상 조각전/“미군 철조망 걷어 자유의 기념비 만들고파”

    ‘철(鐵)’의 꿈은 무엇일까.밭을 가는 쟁기가 되고 싶었을까,비행기에 달려 하늘을 펄펄 나는 미사일이 되고 싶었을까. 25일부터 새달 7일까지 서울 관훈동 인사아트센터 제3전시장에서 여는 민중미술가 임옥상(52)의 조각전 ‘철기시대 이후를 생각한다’는 ‘철의 꿈’을 상상해 본 것 같다. 작가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당시 소련은 ‘군함을 녹여 논밭 가는 보습을 만들자.’는 구호를 외쳤다.”면서 이와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전체를 기지촌으로 만드는 주한미군의 철조망을 걷어내 자유의 기념비를 만들자는 생각을 표현했다고 말한다.철의 원래의 이용가치,평화적 가치에 주목했다는 것이다. 이번 전시는,주한미군의 사격연습장인 매향리의 폭탄을 소재로 2000년 연개인전 ‘철의 시대·흙의 소리’의 연장선장에 있다.당시에도 매향리에서 폭탄의 파편을 주어모아 녹을 벗기고 갈고닦아 반짝거리는 조각품을 만들어 ‘USA가 새겨진 철의 폭력’에 집중해 분노를 표출했다.하지만 이번에는 폭탄 파편으로 만든 식탁과 의자,조명기구 등을 함께 전시함으로써 철이 ‘평화와 정의,인류 해방’의 도구가 돼야 한다는 직접적인 작가의 외침을 들려준다. 날마다 이어지는 폭격 연습으로 몸 전체를 찢는 듯한 폭음에 시달리는 매향리 사람들이 폭탄 파편을 모아 고철로 팔거나,종을 만들어 마을 사람들에게 신호를 보내거나,역기로 만들어 운동을 하는 등 다소 이율배반적으로 사는 모습도 그에게 사고의 전환을 요구했다고 한다. 그의 작품은 직설적이다.불발탄을 남성의 거대한 성기로 차용해 남성성(男性性)의 폭력성과 파괴성을 고발한 ‘위대한 미국의 성기(The Great American Phallus) 연작이나,터미네이터같이 철골만 남은 고철 인간이 스푼과 포크·나이프로 만든 날개를 달고 비상하려는 모습의 ‘철의 꿈’연작 등을 돌아보면,통렬한 분노보다 폭력으로 비틀린 인류 역사가 스쳐지나는 듯해 서글픈 생각이 든다. 이번 전시는 세프코리아가 후원했는데,임씨는 “반미적 요소가 짙은 작품을 하면서,외국계 다국적기업의 후원을 받는다는 점이 처음에는 마음에 걸렸다.하지만 작가가 제 뜻을 펴기 위해 시대와어떻게 만나는가가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솔직하게 말한다. 작가는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작품은 따로 있다.”고 운을 뗀 뒤 “전혀 예기치 못한 장소에서 예술작품을 만날 수 있는 그런 작업(공공 미술)을 하고 싶다.그럴 힘과 순발력과 열정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마지막으로 “상업화랑의 전속작가가 아니라 대한민국 전속작가,세계인의 전속작가로 커갈 수 있도록 적극 활용해 달라.”고 부탁했다.(02)736-1020 문소영기자 symun@
  • 北 신의주특구 지정이후/ 北개혁후 돈·물품 유통 활기

    북한당국이 신의주를 특별행정구로 지정함에 따라 그 배경뿐만 아니라 향후 전망에 대해 국내외적인 관심이 쏠리고 있다.신의주특구 지정이 북한은 물론 한국,중국,일본,미국,러시아 등 동북아 관련국에 미칠 파장과 특구가 성공적으로 기능하기 위한 전제조건들은 무엇인지 경제적 측면을 중심으로 조명해 본다. ■신의주 접경 中 단둥 르포 [단둥(丹東) 김규환특파원] 특별행정구로 지정된 북한의 신의주를 마주보고 있는 중국 대륙 최대의 국경도시인 랴오닝(遼寧)성 단둥. 압록강을 사이에 둔 양안(兩岸)에는 이질적인 두 개의 세계가 펼쳐지고 있다.산을 넘어 달리는 송전선,굴뚝의 검은 연기,꼬리에 꼬리를 물고 달리는 자동차 물결 등은 역동적인 경제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중국을 알리는 지표들이다.맞은편,헐벗은 민둥산과 잿빛 건물,어렴풋이 눈에 들어오는 힘없이 어슬렁거리는 주민들의 모습이 눈에 잡히는 곳은 북한 땅이다. 해가 저물어가면서 어둠이 깔리면 두 도시의 색깔은 더욱 더 큰 차이가 난다.화려한 네온사인이 반짝이는 단둥과는 달리,강건너 신의주에는 전깃불을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죽음의 도시’를 방불케 하고 있다.1970년대만 해도 신의주가 훨씬 더 번창했으나 지금은 개혁·개방을 실시한 중국은 고도성장을 지속한 반면,폐쇄적인 경제운용을 한 북한은 경제난이 심화되면서 명암이 완전히 뒤바뀌고 말았다. 23일 단둥 주민들의 최대 화제는 북한이 잃어버린 지난날의 화려한 신의주를 되찾기 위해 북한 최초로 신의주를 ‘홍콩식 특별행정구’로 개방하기로 했다는 소식이다.북한과의 무역에 종사하는 사람은 물론이고 일반 주민들도 북한이 신의주를 국제적인 금융·무역·상업·공업·첨단과학·오락·관광지구로 개발키로 했다는 내용을 담은 ‘신의주 특별행정구 기본법’의 내용을 매우 상세히 알고 있었다. 단둥 주민들은 신의주 특구 결정에 대해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단둥시 정부의 한 관계자는 “신의주 특구 기본법에는 과거 중국의 선전 개방때보다 훨씬 과감한 내용들이 포함돼 있어 중국 정부가 상당히 기대를 걸고있다.”며 “신의주 성공의 관건은 외부 지원보다완전한 시장경제 도입과 대외 신뢰성 확보”라고 강조한다. 이곳의 기업인들 중에는 신의주의 투자여건만 조성된다면 들어가 보겠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지난 7월 경제개혁 조치 이후 이곳을 왕래하는 북한 보따리상들의 표정이 밝아지고 있다는 점도 단둥 사람들의 기대를 밝게 하는 요인 중 하나다. 지난달 양강도 혜산에 있는 친척을 만나고 돌아온 중국인 둥젠팡(董建芳·38·여)은 “6년 전에는 대부분 걸어다녔는데 자동차도 좀 늘었고,자전거도 많아졌어요.길에 서서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고,대체로 표정이 밝아진 것 같아요.”라고 신의주쪽 분위기를 전한다.경제개혁 조치로 돈이 돌면서 신의주 등에는 생맥주점과 음식점,포장마차 등이 하나 둘 생겨나고 있다. 최근에는 시내 상점은 물론 장마당에도 중국 및 동남아산 생필품들이 넘쳐나고 있다고 한다.신의주에 있는 외삼촌을 방문하고 돌아온 조선족 김광일(金光日·41)씨는 지난 7월 경제관리개선(경제개혁) 이후 생활이 어떻게 변했느냐고 외삼촌에게 물었더니 “물건 가격이 5배 정도 올랐지만,임금이 20배 가까이 더 올라 살기 편해졌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귀띔한다. 하지만 지금은 통제에 익숙한 북한 경제에서 ‘1국 2제도’가 뿌리내리고,신의주 특구가 실제로 자율성을 가질 수 있을지 조금 더 두고봐야 한다는 시각이 우세하다.무역중개상인 중국인 쑹(宋)모씨는 “중국은 개방초기 시장지향적 개혁을 빠르게 전개한 덕분에 특구를 중심으로 외국자본이 흘러들 여지가 많았지만,북한체제는 폐쇄적이어서 중국과 같은 성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라고 지적한다. khkim@
  • 참여연대 후원의 밤/ “눈도장 찍자”정치인 장사진

    지난 10일 오후 6시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참여연대 8주년 후원의 밤 행사에는 연말 대선을 앞두고 한국의 대표적 시민단체에 ‘눈도장’을 찍으려는 유명 정치인이 장사진을 이뤘다. 예년 후원의 밤 행사 때는 볼 수 없었던 광경으로 마치 유명 정치인의 후원회를 방불케 할 정도였다. 이날 행사장에는 이회창 한나라당 대선후보,노무현 민주당 대선후보 부인 권양숙씨,권영길 민주노동당 대선후보,정몽준 의원 등이 속속 몰렸다.이부영·김근태·김민석 의원 등도 눈에 띄었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시민단체의 위상이 언제 이처럼 높아졌느냐.”며 가시 있는 말을 던졌다. 참여연대측은 오히려 시민단체를 묵묵히 지켜주는 일반 시민의 참여에 무게를 두고 있다.정부의 지원이 미진한 현실에서 시민의 회원 참여는 조직의 활성화는 물론 소액 다수를 통한 재정 확보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정치인의 ‘반짝 지원’보다는 열성적인 시민의 꾸준한 참여가 시민단체의 바람직한 위상 정립에도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이날 행사에도 열성적인일반회원 350여명이 참가했다. 참여연대 이정희 사무국장은 “유력 정치인과 기념사진 한장 찍으려고 모여드는 다른 후원의 밤 행사에 비해 일반 시민이 주도하는 행사는 순수한 열정 그 자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현재 참여연대의 재정자립도는 81%에 이른다.시민단체 가운데 ‘회원에 의한 재정자립’ 비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총 회원 수는 1만 3000여명으로 시민단체들 사이에 모범적인 회원 확보 사례로 꼽히고 있다. 나머지 재정은 수익사업이나 후원행사 등을 통해 충당한다.하지만 참여연대를 비롯,거의 모든 시민단체는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에 비해 재정 상황이 턱없이 열악하다. 유영규기자 whoami@
  • 책/인듀어런스-어니스트 섀클턴의 위대한 실패/극한 상황서 빛난 위기관리 능력

    마르코 폴로,페르디난드 마젤란,로알 아문센….인이 박히도록 들어온 세계적 탐험가들 뒤에 나란히 놓여 마땅한 이름이 하나 더 있다.어니스트 섀클턴.미국의 자유기고가 캐롤라인 알렉산더가 쓴 ‘인듀어런스-어니스트 섀클턴의 위대한 실패’(뜨인돌 펴냄)는 목숨을 담보한 그의 남극탐험기를 다큐멘터리처럼 보여주고 있다. ‘새삼 웬 남극탐험기?’라며 의아해할 독자들도 있겠다.그러나 술술 책장이 넘어가는 당의정 같은 신간들 틈바구니에서 오히려 책은 진가를 더한다.책의 원제인 ‘인듀어런스’(The Indurance)는 1914년 27명의 탐험대를 태우고 남극탐험을 떠났던 배의 이름.예기치 않은 재난으로 사투를 벌이다 전원이 무사생환하기까지 634일간의 투쟁기인 책은,그대로 스크린에 옮겨질만한 한편의 인간승리 드라마다.위기를 극복하는 자세와 지혜,특히 CEO 독자들에게는 위기관리 능력과 진정한 리더십을 제시한다. 1914년 12월5일.아일랜드 태생의 패기만만한 극지 탐험가 어니스트 섀클턴은 26명의 탐험대원들을 이끌고 남극대륙횡단길에 올랐다.‘인내’를 뜻하는 배 이름도 자신이 직접 붙였다.그러나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탐험은 실패하고,그것이 ‘위대한 실패’로 두고두고 세인들의 입길에 오르내릴 것이란 사실을. 인듀어런스호는 남극권의 관문인 사우스 조지아 섬의 포경기지를 출발,어마어마한 얼음 장애물들을 헤치며 1600㎞를 무사히 항해했다.그런데 운명이 장난을 걸어왔다.부빙(떠다니는 얼음덩어리)들 사이에 배가 갇히더니 설상가상 기온 급강하로 다음날엔 꼼짝없이 얼음바다에 묶이고 만 것.1915년 1월24일.최종 목적지까지 고작 150㎞를 남겨놓고서였다. 남극의 망망한 얼음바다 위에서 뱃길을 열려는 대원들의 투쟁의지는 눈물겨웠다.칼과 쇠지렛대로 부빙들을 잘라내봤지만 계란으로 바위치기.부빙에 묶인 지 꼭 한달만인 2월24일 탐험대장 섀클턴은 눈물을 머금고 항해중단을 선언했다. 대원 들의 면면은 다양했다.일반선원에서부터 전문선원 의사 사진작가 조각가 목수….이 책의 탄생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이가 사진작가 프랭크 헐리다.대자연을 상대로 한 대원들의 피나는 투쟁과정을 사진으로 기록해둔 덕분에 책은 그 어떤 재난영화보다 더 사실적 감동이 있는 다큐멘터리가 됐다. 1916년 8월30일.전 대원들이 온전히 구조되는 마지막 순간까지 섀클턴은 냉정을 잃지 않는 리더십을 발휘했다.그러나 책은 단순히 섀클턴 개인의 탐험일지 쪽에 무게를 싣진 않았다.죽음의 바다에 갇혀서도 대자연의 질서 앞에 겸손했던 대원들의 자세도 오래도록 뇌리에 남을 듯하다.“환상적인 저녁이다.반짝거리는 서리가 대기를 가득 채웠다.”“아침햇살에 반짝이는 얼음꽃은 분홍색 카네이션이 만발한 꽃밭을 닮았다.”(헐리의 일기) 남극의 광활한 얼음바다,부빙에 갇혀 점점 기울어가는 배,섀클턴과 대원들의 지리한 투쟁일지 등을 현장사진들로 음미하는 맛은 매혹적이기까지 하다. ‘과정으로서의 실패’가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을까,무릎을 칠만하다.죽음의 사우스 조지아 섬을 마침내 빠져나오며 섀클턴은 되뇌었다.“고통당하고 굶주렸지만 승리했고,기었지만 영광을 잡았다.” 3만원. 황수정기자 sjh@
  • 종금사 他금융업 전환시 5년간 종금업 겸영 허용, 전환 유도 지원책 강화

    금융감독위원회는 종합금융사의 업종전환 유도를 위해 다른 금융회사로 전환하는 경우 5년간 종금업무 병행을 허용키로 했다.현재는 3년까지만 겸영을 허용하고 있다. 금감위 관계자는 12일 “종금사의 업종전환을 꾸준히 유도하고 있으나 별 성과가 없어 전환에 따른 지원책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종금사가 증권사 등 다른 금융회사와 합병할 경우에는 겸영 허용기간이 7년으로 늘어난다.업종전환후 종금업무를 취급할 수 있는 점포수도 6개까지로 확대 허용키로 했다.현재는 전환 당시의 점포수(1∼4개)로 제한하고 있다. 국내 종금사는 한때 30여개에 이르렀으나 외환위기 이후 쇠락의 길을 걷기시작해 지금은 한불·금호·우리 종금 3개만 남아 있다.이들 3사는 지난해 총 2조원대의 적자를 기록했으나 1년만에 102억원 흑자(표참조)로 돌아서 종금업계의 ‘마지막 파수꾼’으로 남을 지,업종전환에 나설 지는 미지수다. 금감원측은 “종금업계가 올들어 반짝 살아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장기적 추세는 사양산업이라며 업종전환을 통해 생존기반을 미리 확보하는 것이 낫다.”고 강조했다. 안미현기자 hyun@
  • [충무로 산책] 배우들의 ‘노래연기’

    [충무로 산책] 배우들의 ‘노래연기’

    1996년 영화 ‘박봉곤 가출사건’에서 반짝이 드레스를 입고 직접 서툰 노래솜씨를 뽐낸 여배우 심혜진의 모습은 적잖은 ‘파격’이었다.배우가 더빙없이 노래 실력을 그대로 드러낸다는 설정 자체가 낯설었기 때문이다. 격세지감이다.요즘 한국영화에서는 배우의 ‘노래연기’가 아예 큼지막한 감상포인트로 자리잡고 있다. 멜로영화 ‘연애소설’(13일 개봉)에서는 한창 주가상승 중인 손예진이 ‘내가 찾는 아이’를 피아노 반주에 맞춰 끝까지 부른다.생일파티장에서 남자친구에 대한 우정을 노래로 표현하는 주요장면이다. 코미디 ‘가문의 영광’(13일 개봉)에서 여주인공 김정은의 노래연기는 후반부 극의 흐름을 풀어가는 열쇠 구실을 했다.직접 피아노를 치며 ‘나 항상 그대를’을 불렀는데,알고본 즉 들인 공력이 대단했다.문제의 장면에 유별난 애착을 보인 김정은이 연습시간을 버느라 크랭크업 날까지 촬영을 미뤘을 정도.제작사인 태원엔터테인먼트 측에서는 “그 노력이 가상해 감독이 노래 2절까지 2분여 분량으로 고스란히 편집했다.”고 밝혔다. ‘오아시스’에서도 여배우 문소리의 서툰 듯한 노래는 몸짓·대사 연기보다 더 인상깊게 남았다.중증장애를 앓는 여주인공이 환상 속에서 긴 노래(‘내가 만일’)로 사랑을 고백하는 장면이다.이미 촬영을 끝내고 10월쯤 개봉할 ‘굳세어라 금순아’에서도 배우의 노래연기는 굵직한 감상포인트.남자주인공인 김태우가 진지한 이미지를 단숨에 털어내고 변신을 노리는 대목이 노래장면이다.만취한 그가 트로트 ‘굳세어라 금순아’를 개사해 부르는 장면에서 관객들은 배꼽을 잡지 않을까. 출연배우가 주제곡을 부르고 OST(오리지널 사운드 트랙)에 참여하는 건 다반사다.‘패밀리’의 김민종,‘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의 강타,‘연애소설’의 차태현,‘굳세어라 금순아’의 김태우·배두나 등이 그런 경우.안성기 주연으로 국내 최초의 뮤지컬 영화까지 찍는 중이다. 그렇다면 노래를 ‘덤’으로 연기해야 하는 배우들에겐 개런티를 더 줄까?그런 일은 없다.한 홍보 관계자는 “노래나 OST 참여 등은 출연료 계약시 ‘적극적 홍보활동’의 범주에 암묵적으로 포함된 사안”이라면서 “끼많은 배우들은 오히려 시나리오상의 노래연기 설정을 반가워한다.”고 말했다.노래연기는 ‘전천후 배우’를 가늠하는 최신 덕목이 된 셈이다. 황수정기자 sjh@
  • ‘벽돌’ 그림만 30년, 극사실주의 화가 김강용 개인전

    서양화가 김강용(51)을 ‘벽돌작가’로 부르는 이유는 이렇다.홍익대를 졸업한 그가 지난 79년 국전에 벽돌을 소재로 한 작품으로 특별상을 받은 뒤로 내리 30여년 벽돌만 그려왔기 때문이다. 모래벽돌은 마치 진짜 벽돌을 캔버스에 붙여놓은 듯한 극사실주의적인 그림이다. 하지만 이 3차원적 그림은 소실점을 조작한 원근기법(트롬프 로위-눈속임 기법)때문에 착시나 환영을 일으킨다.즉 그림을 보는 위치에 따라에 벽돌이 움직이는 듯 느낌이 달라진다.이 점에서는 초현실주의적이기도 하다.캔버스의 옆면까지 벽돌을 그려 ‘평면회화의 돌파구를 열었다.’는 평가도 받는다. “사실적인 그림에 자신이 있었지만,어느 날인가 ‘야! 잘 그렸다.’고 감탄하는 사람들의 속마음에는 ‘내가 속을 줄 알고…이건 그림이잖아.’라는 시선이 감춰져 있다는 걸 발견했어요.벽돌을 똑같이 그리는 손재주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특징을 그렸어요.그랬더니 “진짜 벽돌이네.”하고 봅디다.사실 모래벽돌은 존재할 수 없는 점조차 잊는 것이죠.” 작업 과정은 이렇다.우선 동해 해변가에서 모래를 퍼온다.주로 철책 주변에서다.퍼온 모래를 가는 채로 밭쳐 알이 고운 것만 모은다.모래와 아교를 섞은 뒤 캔버스에 흙손으로 1∼2㎜두께로 바른다.이때 검은 규석과 사금이 뒤섞인 모래를 알알이 세우듯이 발라 빛에 반짝일 수 있게 하는 것이 포인트.바탕이 완성되면 벽돌의 그림자를 그려,화면에 벽돌만 남긴다.올빼미처럼 새벽 4∼5시까지 밤을 꼴딱 새우며 작업한다. 붉은 벽돌,젖은 벽돌,이끼 낀 벽돌 등등을 30여년 그리면서 그는 자신의 그림이 과연 생존력이 있는가 고민을 많이 했다.그러나 1999년부터 참가한 쾰른아트페어는 그에게 새로운 용기를 심어줬다.반응도 좋았고 작품도 많이 팔았다. 그의 그림은 초기 ‘현실(Reality)+장(Place)’에서 ‘현실+상(Image)’으로 변화했다.이제 벽돌만 있는 올오버페인팅(전면구성)에서 또다른 발걸음을 시도할 준비를 마친 듯하다.19일까지 박여숙화랑(02)549-7574. 문소영기자 symun@
  • 종목분석/ 휴맥스-중동정세 직격탄 상승반전 맥못춰

    ‘코스닥의 삼성전자’로 통하는 휴맥스가 중동 정세불안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휴맥스 주가는 9일 개장과 함께 미끄러져 오전장 한때 2만 100원까지 빠졌다가 전날보다 7.46% 떨어진 2만 1100원으로 마감했다.휴맥스가 비틀거림에 따라 상승반전을 시도하던 코스닥지수도 맥없이 주저앉았다. 지난 3월 6만 4700원까지 치솟았던 휴맥스 주가는 유럽 거래선인 바이억세스로부터 라이선스계약 해지를 당한 사실을 한달여나 뒤늦게 공표하는 등 기업 투명성이 도마위에 오르는 바람에 8월초 1만 7000원대까지 무너졌다.하지만 8월 중반 이후 매출호전을 바탕으로 회복세에 탄력을 붙여가던 중이었다. 이날 증권가에서는 ▲불법 역외펀드 설립 관련업체의 하나로 휴맥스가 거론된 언론보도 ▲중동지역 매출이 35%에 이르는 가운데 미·이라크전 확대 가능성 등이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는 얘기가 돌았다.이에 대해 휴맥스측 관계자는 “불법 역외펀드 문제는 지난해말 불거져나와 제재금까지 다 낸 만큼이미 주가에 반영됐다.”고 반박했다.“중동지역 매출비중이 큰 것은 사실이지만 사우디·아랍에미레이트연합 등에 집중될 뿐 이라크는 우리 주요 수출선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유사한 중동발 충격이 가해졌던 지난해 9·11테러 때도 휴맥스의 주가는 오히려 반짝 반등세를 보였다.시장 관계자들은 알려지지 않은 악재가 없는 이상 9일의 폭락세는 심리적 요인의 영향이 크다고 분석했다. 손정숙기자
  • 새 비디오/ 록 마니아들의 디스코 체험

    열혈 록마니아의 지옥은? 물론 1970년대 반짝이 의상과 디스코 음악으로 가득찬 술집이다.게다가 같은 록마니아인 단짝친구가 점점 디스코 팬으로 변해간다면…. ‘X파일’을 연출한 브라이언 스파이서가 감독을 맡은 ‘환상특급-죽음의환타지’(Strange Frequency)가 비디오로 출시됐다.X파일의 에피소드들을 연출한 감독답게 스파이서는 ‘환상특급…’에서 SF·판타지·미스터리·공포·코미디 등 다양한 장르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상상력을 과시한다.디스코 지옥에 빠진 록 마니아들의 모험,열성팬들을 대상으로 한 연쇄살인마와 한술더 뜨는 겁없는 열성팬의 아옹다옹 싸움,인기가수와 호텔 종업원의 룸서비스를 둘러싼 한판 대결,재능 있는 신인을 발굴하고도 요절시키는 ‘재능’을가진 프로모터 이야기 등 음악을 모티프로 한 다양한 에피소드가 가득하다. 배우 줄리아 로버츠의 오빠 에릭 로버츠,80년대 영국 댄스그룹 듀란듀란의 존 테일러,80년대 청춘영화의 주드 넬슨 등 개성 있는 출연진이 재미를 더해준다. 채수범기자 lokavid@
  • [대~한민국 24시] ‘노인천국’ 종묘광장

    ‘환갑을 훌쩍 넘긴 당신의 외로운 아버지는 오늘도 어느 공원 한 구석에서 짝을 찾고 있을지 모른다.’3일 오후 4시 서울 종로구 훈정동 90 종묘 앞 광장.어떤 이들은 이곳을 종묘공원으로 잘못 알고 있기도 하다.아무튼,이 무렵 종묘 입장권 매표소 앞 잔디밭에서는 한바탕 춤판이 벌어졌다.앉은 이들도 빈 페트병을 두드리며 장단 맞추기에 골몰했다. 덩실 더덩실 돌아가는 춤판의 주인공은 남녀 노인 8명이었다.옆에 나뒹구는 술병이 말해주듯 얼굴은 불그레 물들어 취기가 오른 모습들. 노인 쉼터의 ‘원조’는 종묘에서 버스한 정거장 거리인 종로3가 탑골공원(파고다공원)이지만 지난해 3월부터 독립운동 발상지 성역화 사업의 일환으로 새 단장을 하느라 1년간 폐쇄하면서 ‘놀이터’로는 잊혀져 버렸다.그렇다고 새 둥지를 멀리서 찾을 이유도 없었을 것이다. ◆그들은 ‘낙원동’이라 부른다= 이 역시 인근 동네 이름이 낙원동이어서 잘못 붙여진 것.하지만 적어도 이곳을 찾는 사람들 사이에 아직까지 ‘토’를 다는 이는 없다. 해가 일찍 뜨는 요즘 4만2000평에 이르는 드넓은 광장의 하루는 오전 8시쯤 하나 둘 노인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열린다.이날도 신문지나 두툼한 마분지,바둑·장기판 등을 옆구리에 낀 노인들이 약속이나 한 것처럼 모여들기 시작했다. 아직은 이른 아침이라 인원이 많지 않은 데다 바삐 날갯짓을 하는 비둘기의 울음소리가 크게 들릴 정도로 평화로운 분위기가 느껴지건만 노인들의 표정은 그다지 밝지만은 않다. 오죽 몸을 기댈 곳이 없는 형편이라면 약간은 찌뿌드드한 날씨에 움직이기가 수월찮은 노구를 이끌고 벌써부터 도심 광장까지 찾아왔을까.생각이 여기까지 미치면 이곳도 결국 그들에게 ‘낙원’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금세 깨닫게 된다. 그러나 어쩌면 이 광장이 마지막 남은 ‘노인 천국’인지도 모른다.아니나 다를까. 오전 10시쯤 되자 광장 구석구석에 놓인 벤치는 이미 만원사례를 이뤘다.가져온 신문지나 마분지 등을 벤치에 깔고 앉은 노인들은 이제야 ‘동지’를 만난 기쁨으로 조금씩 들뜨기 시작했다.동시에 소란스러워졌다. 노인들은 화장실에 갈 때도 벤치에돌을 하나 올려놓곤 했다.자리를 빼앗기지 않을까 하는 염려 때문에 ‘영역 표시’를 해놓는 것. 한 노인이 옆자리로 눈을 돌려 ‘까치’담배를 사러 인도(人道)의 매점을 다녀왔는데 한개비에 100원이나 하더라고 넌지시 말을 건네며 대화를 청했다. “내 나이쯤 돼 보이는데 자녀가 몇이오?”“아들만 둘인데 집 한채씩 물려줬지요.”“그렇다면 자식들에게 제법 대접받고 살겠는데….”“그게….” 몇년 전만 해도 사업이 번창해 한때는 10억원대의 돈을 다루기도 했다는 A(73)씨는 “잘 나가던 시절엔 부도란 말은 내 사전에 없다고 생각했는데,방심한 게 탈이었는지 그만 당하고야 말았다.”면서 “막상 돈이 떨어지자 사회는 물론 식구들조차 그리 달갑잖은 눈치”라고 단골로 광장에 나오게 된 사연을 들려줬다. ◆광장은 작은 ‘공화국’= 끼니를 때워야 할 낮 12시.웬 일인지 많은 노인들이 꿈쩍도 않은 채 자리를 지켰다.더러 아낙네들이 머리에 받치고 나르는 김밥이나 떡 따위를 느릿느릿 삼켰을 뿐이다.길 옆 ‘24시간 포장마차’에서 비스킷 몇 조각,또는 삶은 달걀 등을 안주 삼아 술잔을 기울이는 사람이 늘어만 갔다. 이같은 상인이나 종교 전도자들이 많은 것은 인파로 북적대기 때문에 ‘약발’이 먹힌다는 사실을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는 뜻일 게다.사람들은 이곳에도 없는 것 빼고는 다 있다고 자랑을 늘어 놓듯 말하곤 한다. 점심시간을 다른 곳에서 보내고 뒤늦게 광장에 출연하는 ‘오후반’의 가세로 이젠 발 디딜 틈조차 없어질 무렵 내기 바둑이나 장기판 구경에 ‘단물’이 빠지면 노인들은 ‘쇼핑’에 나선다.‘호르몬을 생성해 온 몸에 다 좋다.’고 선전하는 만병 통치약을 파는 곳도 몇 군데 된다.깔끔한 노인들은 광장 한복판에만 2∼3곳 되는 구두 수선소에서 반짝반짝 광을 내거나 닳아빠진 굽을 갈아치울 수도 있다. 오후 1시20분쯤 이번엔 40대로 보이는 신사가 확성기를 들고 전도를 위한 설파를 시작했다.종교를 가져야 축복받는다는 말에 말쑥하게 차려 입은 백발 노인은 “선생 말대로 신(神)이 존재한다면 왜 멀쩡한 사람들을 물난리로 고생시키고,노인들을 버림받게 만드느냐.”고따져 물었다.설교하던 사나이는 몇 마디 응수를 하다가 지쳐버린 듯 어디론가 사라졌고 대신 기독교 신자인 다른 노인이 끼어드는 바람에 무신론 시비는 급기야 일파만파로 번지고 말았다. 이곳엔 이밖에도 조금 특별한 게 있다.바로 ‘박카스 아줌마’.저마다 들고 다니는 크고 작은 가방은 음료로 가득 차 불룩 튀어나온 게 특징이라면 특징으로 꼽힌다.‘박카스 드세요.’라며 손님을 끄는 게 보통이다.하지만 요구르트도 많이 판다. 음식이나 음료를 판매하는 통로는 이른바 ‘일천냥 가게’인 셈이다.요구르트 가격은 500원.비싼 이유는 ‘팁’이 붙기 때문이다.여성이 드물다 보니 이성(異性)으로서 말 동무가 돼 주는 대가다.만약 술을 같이 하고 싶으면 ‘위험수당’까지 합해 1만원 정도를 팁으로 내놓아야 한다. ◆가슴은 아직 뜨겁기만= 잔디밭 춤판이 달아오를 대로 달아오를 무렵인 오후 4시30분쯤 광장 관리사무소 앞에서 갑자기 싸움판이 벌어졌다.하루에도 심심찮게 열리는 ‘시국 강연회’가 비화된 것이다. 1시간 전 관리사무소 옆 종로국악정소광장에서 열린 강연회는 사뭇 진지하게 출발했다.70세쯤 되어 보이는 첫 출연자를 중심으로 빙 둘러싼 청중은 족히 100명은 됐다.노인은 “각 정권에 워낙 속아 살아온 국민들이라 서로 믿지 못해 헐뜯는 습성이 있다.”고 지적한 뒤 “이젠 나쁜 얘기는 서로가 하지 않기로 하자.”고 제안했다. 시간이 흐르자 이제까지 듣기에 열중하던 청중들은 옆 사람들과 짝을 지어 소주제를 놓고 의견을 주고받았다.말하자면 분임토의가 이뤄진 셈. 모두가 흥미진진하게만 여기던 강연이 변질된 것도 이 대목에서 비롯됐다.한 노인이 “정권이 바뀌면 보복한다더라.”며 한 마디 불쑥 내뱉은 게 화근이었다.청중 가운데서 “누구한테 여당 편 들라고 하느냐.”는 가시 돋친 말이 쩌렁쩌렁 울려나왔다. 상대가 “그게 편 들라는 말이냐.그렇게 보는 당신이야말로 특정 정당 손들어주기야.”라고 하자 건너편에서도 “무식한 놈”이라고 맞받아쳤고 결국 멱살잡이로 이어졌다.어떤 이는 이를 다들 나라 걱정이 많은 탓으로 돌리기도 했다. 오래 입어 해진 셔츠의 단추가 모두 날아가면서 어둑어둑해질 때까지 1시간이 넘도록 다툼은 계속됐지만 볼썽사나운 싸움판만 있는 건 아니다. 7∼8시가 되면 그나마 가족들이 기다린다는 생각에 급해졌거나 돌아갈 곳이 있는 노인들은 이제 하나 둘씩 서서히 자리를 뜨기 시작한다. 그러나 아직도 술이 고픈 노인들은 포장마차를 쉽게 떠나지 못한다.또 캄캄해진 벤치에서는 요즘 유행어로 ‘작업’을 하느라 여념이 없는 사람도 심심찮게 발견된다.이따금 치마를 살짝 들어올리면서 유혹해 오는 ‘박카스 아줌마’의 손을 떨치지 못한 것.물론 이러한 유혹은 대낮에도 없지 않다. 여관행에 드는 기준비용은 3만원이다.그러나 역시 에누리 없는 장사는 없는 법.‘있어 보이는’사람이라고 여겨지면 5만원까지 치솟지만,반대 경우라면 값은 형편에 따라 1만원 안팎까지 떨어지기도 한다. 목수 일을 한다는 C(62)씨는 “보통 ‘○○동 아줌마,△△ 여사’로 불리는 매춘부들끼리는 서로가 알아보는 눈치”라면서 “나이가 주로 50대 안팎이지만 최근에는 젊은 여성들이 가세해 10여만원을 받고 소개비를 떼 주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가뜩이나 시대가 낳은 갖가지 시련을 헤쳐온,오늘날 어르신들의 하루는 이런저런 해프닝 속에 힘겨운 표정으로 지나가고 있었다.‘당신도 늙어 보라.’고 꾸짖는 듯이 말이다. 송한수기자 onekor@
  • 노벨·호암재단 주최 ‘노벨상 100주년 기념전’/노벨상에 감춰진 ‘창조성’ 찾아라

    소설 ‘닥터 지바고’를 쓴 러시아 작가 보리스 파스테르나크는 “창조성은 예술가(과학자)가 경험하는 현실 속의 특별한 ‘온도’의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1958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지명됐지만,옛소련 정부의 압력을 받아수상을 거절했다. 서울 태평로 로댕갤러리에서 11월3일까지 열리는 ‘노벨상 100주년 기념전’은 노벨상 수상자 734명의 ‘특별한 온도’,즉 창조성에 깊은 관심을 표현한 전시회다.창조성은 무엇인가,창조적인 결과를 만들어내는 데 개인과 환경 중 어떤 것이 더 중요할까 등을 전시물과 다양한 영상 다큐멘터리를 통해볼 수 있는 체험장이다. 노벨은 유언장에서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발명’하며 인류의 삶을 ‘개선’하는 사람들에게 상을 줄 것을 요구했다.그가 소중히 여긴 것은 ‘업적’이 아니었다. 해외 순회전시를 기획한 스반테 린스퀴비스트 노벨박물관장은 “이번 전시는 환경이 어떻게 개인의 창조적인 활동을 이끌어냈는가를 보여준다.”며 “한국 중고생 등 청소년에게 꿈과 야망을 심어주는 전시가 될 것”이라고말한다. 전시회는 입구에 설치된 핀란드 조각가 힐레나 히데타난의 ‘네트워크’로시작된다.은빛 광섬유를 코일처럼 빽빽히 감은 설치물로 광섬유 안쪽에서 반짝거리는 꼬마 전구들이 ‘지구에서 세계인들이 경쟁과 협력을 통해 과학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하는 듯하다. ‘돈을 바꿀 수 있는 나머지 모든 유산은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처리해야한다….’는 내용의 노벨의 유언장과 안경,나이프·포크까지 챙겨다닌 여행용 가방,서재에 꽂은 책,부를 안겨준 다이너마이트 등을 전시했다.각 노벨상에 따른 메달의 종류와 의미도 흥미롭다. 관객의 움직임을 센서가 포착해 영상을 보여준다든지,볼 수는 있으나 만질수 없는 홀로그램,인터넷으로 스웨덴 노벨재단과 연결된 6대의 컴퓨터,노벨상 수여기관의 모형 전시,창조성에 관한 두 종류의 영화 상영,노벨상 수상자들의 발명품 전시 등이다. 스웨덴 왕립 과학아카데미(물리학,화학상),카롤린스카 연구소(생리학·의학),스웨덴 아카데미(문학상)등 노벨상 시상기관과 그 내부를 보여주는 나무로 만든 입체 모형도 관심거리다. 초기 시상식의 부대행사에서 점차 ‘축제’로 변한 노벨 만찬장의 테이블세팅도 눈여겨 볼 만하다.이번 만찬장 세팅은 1991년,노벨상 제정 90년이 되는 해의 것을 재현했다.기본테마가 ‘4’이다.스웨덴에서 수여하는 4가지 상,물리학,화학,생리학·의학,문학상을 상징한다.다소 전위적인 디자인의 접시 등 식기가 인상적이다. 만찬장에서는 오래된 수상자들의 모습부터 최근 수상자들의 연설까지를 보여주는 영상물들을 계속 상영한다. 관람 시간은 일반 전시에 비해 2시간30분이상 넉넉히 준비하는 것이 좋겠다.볼 만한 영화 두 편이 기다리기 때문이다.‘개인의 창조성’은 러닝타임 1시간으로 수상자 1인당 3분씩 32명에 관해 그 창조성을 자세히 설명한다.‘창조적 환경’은 8편의 짧은 영화를 통해 노벨상과 관련 깊은 환경에 대해 소개한다.러닝타임 1시간30분.꿈많은 청소년뿐만 아니라 삶에 찌든 어른도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를 생각케 하는 시간이 될 듯하다. 노벨재단과 함께 이 전시를 주최한 호암재단이 이번 전시에 투자한 돈은 20여억원.그 투자만큼의 효과가 엿보인다.‘창조성의 문화’라는 전시회 도록은 별도로 노벨상 수상자들에 관한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한다.2만5000원. 문소영기자 symun@ ■메달 뒷면에 새겨진 상징성/환자 갈증 달래려는 의학의 신, ‘풍요의 뿔' 들고있는 자연의 신 노벨상 메달의 앞면에는 알프레드 노벨의 초상이 담겨 있다.그러나 뒷면이 부문별로 다른 상징적 모습을 가졌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스웨덴왕립과학아카데미가 주관하는 물리학상과 화학상의 메달엔 자연을 상징하는 이시스 여신이 풍요의 뿔을 들고 구름에서 솟아난다.옆에선 과학의 신이 그녀의 차갑고 엄격한 얼굴을 가리던 베일을 들어올리고 있다. 카롤린스카연구소가 만든 생리학·의학상 메달은 무릎에 책을 펼쳐놓은 의학의 신이 소녀 환자의 갈증을 달래주려고 바위에서 흘러나오는 물을 그릇에 받는 모습을 담았다.스웨덴아카데미가 주관하는 문학상 메달에선 한 젊은이가 월계수 아래 앉아 뮤즈의 노래를 받아적는다. 스웨덴에서 만든 이 메달들에는 모두 ‘그리고 새로 발견한 지배로 지상에서의 삶을 더 낫게 만든 그들’(Inventas vitam juvat excoluisse per artes)이라는 베르길리우스의 ‘아이네아스’에 나오는 라틴어 구절이 들어 있다. 노르웨이 노벨위원회가 만든 평화상은 서로 팔을 내밀어 어깨를 굳게 잡은세 사람이 형제애를 보여주는 장면이다.‘민족들 사이의 평화와 우애를 위해’(Pro pace et fraternitatet gentium)라고 쓴 것도 조각의 의미와 통한다. 한편 스웨덴은행이 1968년 신설한 경제학상 메달의 뒷면엔 스웨덴왕립아카데미의 상징문양이 들어 있다. 서동철기자 ■역대 수상자들의 발자취/ 기존 관행 거부하고 소신껏 연구 노벨이 노벨상을 만든 까닭은 창조적인 사람들의 공헌에 보상해 주기 위해서였다고 한다.유언장에서 가장 강조한 세가지 단어도 바로 ‘발명’과 ‘발견’‘개선’이었다. 노벨상 수상자의 궤적을 살펴 보면 창조적인 공헌이 어떻게 가능한지 해답을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그러나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교훈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데 그 묘미가 있다. ◆ 마리 퀴리= (1903년 남편 피에르와 공동으로 물리학상,1922년 화학상)는 관행을 거부하고 주류에 거스르는 성격이었다. 마리는 실험실 바깥 세상에는 관심 없이 연구에만 몰두한 여성과학자로 부당하게 묘사되어 왔다.그러나 그는 자신의 발견이 의학과 산업에 실용적으로 응용되도록 신경을 썼다.과학연구가 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가졌기 때문이다. ◆ 아마르티아 센 = (1998년 경제학상)의 어린시절 인도 벵골에는 가난과 문맹이 넘쳐났다.센은 14살때 마을 어린이를 위한 학교를 열었다.그의 열정은 다른 사람들까지 전염시켰다.그에게는 가장 가난한 이들의 생활조건을 개선하고자하는 욕구가 넘쳤다.그 결과 가난의 본질과,사회의 자원이 어떻게 분배되는지를 연구하게 되었다. ◆ 베르너 포르스만 = (1956년 생리학·의학상)은 1929년,말의 정맥을 통해 관을 밀어넣은 방법으로 심장기능을 실험했다는 글을 읽고 큰 감명을 받았다.여기서 힌트를 얻은 그는 주위의 반대를 무릅쓰고 자기 팔꿈치를 통해 실험기구를 심장까지 집어넣어 X선 사진을 찍었다.그러나 그는 “당신의 묘기강의는 서커스에서는 좋지만,독일 대학에서는 안된다.”는 비난과 함께 해고당했다. ◆ 리처드 파인먼 = (1965년 물리학상)은 식당에서 쟁반을 공중으로 회전 원반처럼 던지는 것을 보았다.쟁반은 회전하면서 요동쳤고,파인먼은 그 운동을 방정식으로 만들어 분석했다.빛과 같은 전자기 복사가 원자와 어떻게 상호반응하는지를 설명하는 기본이론을 찾기 위한 것이었다. 그가 양자전기역학 이론을 만들어내는 데 영감을 불어넣은 것은 바로 이 순간적인 관찰이었다. ◆ 막스 페루츠 = (1962년 화학상)가 헤모글로빈의 구조를 발견하는 탐구과정에는 방대한 자료수집과 어마어마한 계산,엄격한 분석이 필요했다.본격적인 연구에 들어가기 전 X선으로 헤모글로빈 결정의 모양이라는 기초자료를 얻는데만 6년이 걸렸다. 모두 16년의 연구 기간에서 7년에 걸친 연구는 물거품으로 돌아갔다.그가 받은 노벨상은 ‘노고에 대한 보상’이었다. ◆ 알렉산더 플레밍 = (1945년 생리학·의학상)은 1928년 어느날 세균을 배양하다 버려둔 접시 하나를집어올렸다.곰팡이가 자라는 곳에는 세균이 죽어 있었고,이 발견은 페니실린 개발로 이어졌다.그는 습관적으로 세균을 배양한 표본을 그냥 내버려두곤 했다.플레밍은 실험실을 늘 질서정연하게 유지했다면,어떤 발견도 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그에게 과학 연구란 모든 것을 쏟아부어야 할 위대한 일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 어니스트 헤밍웨이 = (1954년 문학상)는 그날 하루 사용한 단어의 총수를 벽에 기록했다.그것은 기자생활을 할때의 버릇으로,전송하는 단어 하나하나에 돈이 든 만큼 비용에 걸맞게 문장을 최대한 흥미있게 만드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이다.또 피곤하여 질이 떨어지지 않도록 하루에 여섯시간 이상은 글을 쓰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서동철기자 dcsuh@
  • [2002 대선 대해부] 鄭風 허실과 신당/왜 鄭風 인가

    ■‘鄭風'은 정치권 반감 반사이익 한나라당이 8·8 재·보선에서 압승하면서 원내 다수당으로 부상했음에도 불구하고 대선후보 가상 대결에서는 제3세력을 대표하는 무소속 정몽준 의원이 비록 오차범위 내에서지만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앞섰다는 것은 한마디로 기존 정치권에 대한 유권자들의 강한 반감의 표출로 해석된다. 본 조사에서는 유권자들이 기존 정치인에 대해 어느 정도 호감을 갖고 있는지를 심층 분석하기 위해 현재 잘 알려진 10명의 정치인에 대한 호감도 조사를 실시했다.여기서 0점은 아주 싫어하는 느낌을 나타내며,100점은 아주 좋아하는 느낌을 말한다. 조사 결과,유권자들이 정치지도자들에 대해 느끼는 반감의 정도가 예상대로 상당히 높았다.단 한 명도 호감도 평균 점수가 60점을 넘지 못했다.20점대1명(김종필),30점대 3명,(이인제,이한동,권영길),40점대 5명(이회창,노무현,박근혜,고건,김대중),50점대는 1명(정몽준)에 불과했다. 일반적으로 정치인 호감지수는 특정 정치인에 대해 ‘좋아하는 느낌(매우 좋아함+약간 좋아함)’을가진 사람의 비율을 ‘싫어하는 느낌(매우 싫어함+약간 싫어함)’을 가진 사람의 비율로 나눈 수치로 나타낸다.정치인 호감지수는 유권자가 특정 정치인의 대국민 이미지,자질과 비전,정치적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평가하는 수치라는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특정 정치인의 호감지수가 1이면 그 후보를 좋아하는 사람과 싫어하는 사람의 비율이 똑같다는 것을 의미한다. 호감지수가 1보다 크면 그 후보를 좋아하는 사람의 비율이 더 많다는 뜻이고 1보다 작다는 것은 싫어하는 사람의 비율이 더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몽준 의원의 호감지수는 1.59로 10명의 정치인 가운데 유일하게 1을 넘었다.싫어하는 사람보다 좋아하는 사람이 약 1.6배 정도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반면 유력한 대선 후보인 이회창 후보의 경우 좋아하는 사람의 비율이 27.7%,싫어하는 사람의 비율은 40.3%였다.노무현 후보도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있다. 제3신당의 중심 인물로 부각되고 있는 이한동,이인제,김종필의 경우 싫어하는 사람의 비율이 좋아하는 사람의 비율보다약 5배에서 10배 정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이는 예상을 뛰어넘는 강한 거부감이다. 당내 경선을 통해 선거의 장에 이미 들어와 있는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와 민주당 노무현 후보는 철저한 도덕성의 검증과정에서 서로 많은 상처를 받았다.이 과정에서 기존 여야 후보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확산된 반면,정 의원의 경우 도덕성 검증이라는 절차 없이 ‘월드컵 4강신화’가 가져다 준 이벤트성 후광 효과로 인해 높은 긍정적 이미지를 얻은 것이 아닌가 추론된다. 특정 후보가 갖는 높은 호감도는 궁극적으로 지지도 상승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현재 정 의원의 지지도 상승은 이와 같은 기존 정치권에 대한 반감에서 나오는 정서적 반사이익이라는 측면이 강하다. 97년 15대 대선 투표 성향과 현재의 후보별 지지도 간에 상관관계를 살펴보면 흥미로운 결과가 발견된다.97년 대선에서 김대중 후보에게 투표했던 사람들 중 34.9%가 정 의원을 지지한 반면,이 후보와 노 후보에 대한 지지는 각각 18.6%,23.9%에 불과했다. 이회창 후보에게 투표했던 사람들 중 64.3%가 이 후보를 지지했고 14.8%는 이탈하여 정 의원을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당시 제3후보였던 이인제 후보에게 투표했던 사람들 중 33.8%는 현재 제3후보로 거론되는 정 의원에게 지지를 보낸 반면,이 후보와 노 후보에 대한 지지는 각각 21.1%,26.8%로 나타났다. 종합하면 DJ 지지자의 상당수가 정 의원을 이 후보에게 대적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고 여당도 싫어하고 야당도 싫어하는 전통적인 제3후보 선호세력이 서로 상승작용을 하면서 정풍을 일으키고 있는 것으로 추론된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 확인되었듯이 정 의원의 주요 지지층이 20∼30대,수도권 및 호남,화이트칼라 등으로 나타나 지난 3월 노무현 후보 돌풍의 양상과 비슷하다는 것이 특징이다. ■‘鄭風' 실체 규명 경로분석 ‘정풍’(鄭風)의 실체를 보다 명확하게 규명하기 위해 이번 조사에서는 지난 7월 조사에서와 같이 경로분석을 실시했다. 경로분석은 유권자가 어떤 이유와 경로를 거쳐 지지 후보를 결정하는지를 보다 심층적으로 분석하기 위한 통계기법으로,여러 변수들 사이에 존재하는 인과관계의 효과를 정확히 알아낼 수 있다. 특히 경로분석 결과 주어지는 표준화된 계수들은 후보 지지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들이 차지하는 상대적 중요성을 비교할 수 있다. 경로분석 결과 후보자 호감도와 후보 지지 간에는 강한 상관관계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이회창 후보에 대한 호감도와 지지 간의 상관계수는 0.55로 노무현 후보에 대한 호감도와 지지 간의 계수 0.49 및 정 의원에 대한 호감도와 지지 간의 계수 0.45보다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이 후보 지지는 자신의 호감도 평가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는 반면 정 의원의 경우는 덜 받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정 의원의 경우 자신에 대한 호감도가 지지로 연결되는 강도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후보를 좋아하면 이 후보를 지지할 확률이 높지만 정 의원의 경우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을 의미한다.다시 말해 정 의원을 좋아하더라도 정 의원을 지지할 확률이 세 후보 중 가장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단순한 호감도 평가에서 가장 높은점수를 받은 정 의원이 이러한 호감도가 지지로 연결될 때 강도가 가장 낮은 이유는 정 의원이 아직까지 정식 대선후보로 부각되지 않았고 후보로서의 이미지가 강하게 형성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한편 이 후보와 노 후보에 대한 지지는 ▲대북지원 확대 ▲빈민지원 확대▲경제 분배 ▲안보관련 미국 존중 등 4개 정책분야 중 대북지원 문제와 연계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반면 정 의원에 대한 지지는 4개 정책 영역과 무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현재 정 의원에 대한 지지는 정책변화라든지 개혁이라든지하는 구체적인 정책 비전이 결여돼 있는 가운데 이루어진 일시적 인기의 성격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다. 즉,정 의원의 일시적 지지도 상승은 유권자의 심리 속에 월드컵 4강신화로 탄생된 히딩크 감독,김남일 선수 등의 일시적 인기와 같은 반열에 서 있다고 볼 수 있다. 현재 정치권에서 논의되고 있는 신당이 지지부진한 이유는 뚜렷한 비전을 중심으로 한 연대가 아닌,반짝 인기를 중심으로 하여 기존 정치 질서에서 패배한 사람들의 정략적 연대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바람직한 정치연대의 모습은 밀실야합에 의한 정치인 중심의 이합집산이 아닌 유권자 중심의 연대이다.유권자 중심의 연대란 특정 후보와 정당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이 선거에서 정책·이념을 따라 한 방향으로 투표할 때 비로소 성공할 수 있다. ◇상관계수- 호감도가 지지율로 연결되는 정도를 표시하는 지수.호감도가 1단위 올라갔을 때 지지도도 그대로 1단위 올라가면 두 변수간의 상관계수는 1이다.전혀 영향을 안 미치면 0이다. ■‘鄭風'과 바람직한 여론조사 이번 조사결과 정몽준 의원의 지지도란 한마디로 선거의 장에 들어오지 않은,검증받지 않은 지지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당내 경선을 통해 선거의 장에 이미 들어와 있는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와 민주당 노무현 후보는 철저한 도덕성의 검증과정에서 서로 많은 상처를 받았다.정 의원의 경우는 떳떳하게 대권선언을 하고 선거의 장으로 들어가 같은 조건에서 평가를 받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여야간 네거티브 공방 속에서 어부지리를 향유해온경향이 강하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동등한 조건을 갖추지 않은 인물을 대선 가상 대결구도에 대입하여 특정인에게 엄청난 정치적 특혜를 부여한 것도 정 의원 지지도 급부상에 일조한 것으로 사료된다. 이제는 한국 선거보도의 자세를 가다듬을 때다.왜냐하면 여론조사 보도 자체가 기존의 사실들을 여과없이 국민에게 전달한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기능을 하는 것이지만,선거과정에서 특정인에게 혜택을 주는 불공정한 보도는 민주 정치 과정을 크게 위협하기 때문이다.특정인은 전혀 검증받지 않은채 조사대상이 되고 다른 경쟁후보는 검증과정에서 만신창이가 된 채 조사대상이 된다면 그 자체가 불공정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바람이라든지 거품이라는 것은 검증을 거치지 않은 대상에 대한 일시적인 지지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 그러나 특정 시점에 특정 인물이 일시적인 인기를 얻는 것을 언론에서 중요하게 취급하는 것은 역사성이 있고 지속적인 발전을 도모해야 하는 기존의 정치시스템에 미치는 충격이 너무나 크다. 한국 정당들이 선거전에 이합집산을 반복하고 정당체계가 아직도 한국정치에 착근하지 못하는 후진적 정치는 이러한 불공정한 보도 관행에도 큰 책임이 있다. 언론은 보다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한국 정치 체계가 일시적인 인기를 향유하는 특정 인물이나 정파에 의해 휘둘리지 않도록 다음과 같은 선거보도원칙을 준수해야 한다. 첫째,당내 경선 또는 출마 선언을 한 후보만을 여론조사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 둘째,단순한 조사 결과만을 보도하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결과가 도출되는 원인 규명에 치중해야 한다. 셋째,한국 정치의 질을 높이기 위해 선거과정에서 발견되는 문제점을 파악하고 대안을 제시함에 있어 여야 모두에게 유익한 지식을 창출해야 한다. 넷째,선거보도에 있어서 흥미위주가 아니라 진지하고 공정한 자세로 임하고 동시에 보도에 대한 생산적인 비판이나 의견을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우리는 총리인준 청문회라는 공직자 검증 과정을 통해 사회에서 존경받았던 대학총장,신문사 사장들이 그동안 쌓아왔던 허구적인 위상이 처절하게 부서지는것을 보아왔다. 한 나라의 대통령을 하겠다는 사람은 거침없이 국민 검증의 장으로 나와야한다.정 의원의 경우 대선후보로 선언도 하지 않은 채 신당참여에 대한 자신의 명확한 의견을 밝히지 않고 있다.검증의 시간을 단축하고 허구적 인기를 연장함으로써 선거경쟁 과정을 크게 왜곡시키려는 의도로 해석될 수도 있다.좀더 거시적인 측면에서 보면 이는 정당정치의 공고화를 저해하는 요인이 된다. ■어떻게 조사했나/ 응답률 63%… 1002명 전화인터뷰 이번 여론조사는 대한매일과 한국조사연구학회(회장 朴龍治 서울시립대 교수)가 공동으로 한국사회과학데이터센터(KSDC·소장 李南永 숙명여대 교수)에 의뢰,지난 16일부터 20일까지 5일간 실시했다. 전국의 20세 이상 남녀 유권자 1002명을 다단계 층화표집방식(multi-stagestratified random sampling)으로 추출해 전화인터뷰를 했다.표본 오차는 문항별로 차이는 있으나 95% 신뢰 수준에서 최대 ±3.1% 포인트이며,응답률은 63.4%였다. KSDC는 통계학적 원칙을 엄밀히 적용하는 정밀한 조사모델을 수립하여 응답률을 향상시켰다. 우선 확률표집의 원칙에 따라 통화 가정내 응답자를 선정해 표본의 대표성을 높였다.또 거주자가 전화를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표본당최소 2일간 6회의 재통화를 실시했고,무작위로 선정된 응답자와 약속 시간을 정해 인터뷰하는 예약시스템을 적용했다. 한편 여론조사를 심층 분석하기 위해 지난 20일 조사를 마쳤기 때문에 민주당 이해찬(李海瓚) 의원이 21일 ‘병풍 쟁점화 요청’ 발언을 한 것은 조사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한국조사연구학회- 정치학,사회학,행정학,통계학,경영학 등 조사 관련 분야의 학자들과 주요 여론조사기관을 회원으로 둔 국내 최고의 조사연구 학술단체. ◇KSDC(Korean Social Science Data Center)- 정치학,언론학,사회학 등 사회과학분야 교수들이 97년에 설립한 사회조사 전문기관으로 국내외 통계 및 조사자료를 DB화해 웹상에서 제공한다. ■공동집필 교수 프로필 대한매일이 민영화 원년을 맞아 선거보도에 일대 혁명을 가져오기 위해 기획·보도 중인 ‘2002 선거 대해부’시리즈의 일환으로 12월 대선 관련 3차 여론조사를 실시했습니다. 분석·정리는 한국조사연구학회와 한국사회과학데이터센터(KSDC) 학자들로 구성된 ‘대한매일 2002년 대선 조사분석위원회’위원들이 공동으로 맡았습니다.집필자 약력은 다음과 같습니다. ◇이남영(李南永·50·위원장) 숙명여대 정치학과 교수·KSDC 소장,미국 아이오와대 정치학박사 ◇김형준(金亨俊·45) 국민대 정치대학원 겸임교수·KSDC 부소장,미국 아이오와대 정치학박사 ◇안순철(安順喆·40) 단국대 정외과 교수,미국 미주리대 정치학박사 ◇조성대(趙誠帶·36) 한신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미국 미주리대 정치학박사
  • ‘노동해방’으로 일제 맞섰다, 이데올로기에 희생된 좌파시인 권환

    시대의 질곡을 외면한 ‘서정(抒情)’이 얼마나 허튼 배앓이인지,민중의 아픔이 싹틔운 ‘과격’이 때로는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잃어버린 시인’권환을 통해 새삼 확인한다. 시인 권환(1903∼1954)의 문학세계를 탐구해 온 황선열(영남대 강사)씨가 최근 전집 ‘아름다운 평등’(도서출판 전망)을 펴내 우리 문학사에 권환의 존재를 새롭게 부각시켰다.연구에 따르면 권환은 일본 유학시절 사회주의에 심취해 적극적으로 카프 활동을 한 지식인이자,문학에서는 ‘경향’과 ‘서정’을 두루 섭렵한 문인이었다.그 시절,그의 독특한 문학성을 보자. ‘기계가 쉰다/괴물같은 기계가 숨죽은 것같이 쉰다/우리 손이 팔짱을 끼니/돌아가던 수천 기계도 명령대로 일제히 쉰다/위대도 하다 우리의 노동력!(중략)동녘 하늘이 아직 어두운 찬 새벽부터/언 저녁별이 반짝일 때까지 돌리는 기계’(정지한 기계.굵은 글씨는 일제 검열에서 삭제된 것을 복원한 부분) 마치 박노해의 초창기 시를 읽는 느낌과 크게 다르지 않을 만큼 짙은 참여성을 보여준다. 그는 해방후에도 홍명희 임화 이태준 등과 함께 조선문학가동맹을 중심으로 문학활동을 계속했다.그러다 6·25 직전 지병인 폐결핵으로 고향 마산에서 요양하다 1954년 52세로 숨졌다.그의 문학도 냉전이데올로기에 밀려 함께 사장됐다. “동무들아 나 어린 소년공 동무들아/ 마음아프다고 울기만 하지 말고/×하다고 한탄만 하지 말고(중략) 수백만 우리처럼 가난한 사람들/맡은 ×를 ×한테 지니기만 하는 동무들/이리가나 저리가나 ×을×…우리들을 위해서 싸우자 응 싸우자!”(×는 검열에서 삭제돼 복원하지 못한 부분)는 ‘소년공의 노래’나 “일본놈의 전장 속에/일본놈을 위해 개처럼 죽지 않은 그대/조선민족을 위해 싸우다/조선의 땅 북악산 앞마당서 죽은 그대.”의 ‘조학병(弔學兵)’에는 유산계층에 대한 증오와 항일 의지가 배어 있다. 참여문학의 맹점이 ‘의도에 집착해 미학적 가치를 소홀히 한 데 있다.’는 오늘날의 시각으로 보자면,이 작품에서 미학적 가치를 읽어내기는 쉽지 않다.그러나 생명체적 본질을 가진 것,특히 문학에서의 미학적 가치는 그 작품을 낳게한 시대상과 함께 해석해야 한다는 점에서 보면,아무도 저항을 꿈꾸지 않은 그 때 ‘해방’과 ‘노동’을 말한 ‘선각’은 재해석의 여지를 남겨 둔다. 지금 같으면 ‘계층간 위화감 조성’이나 ‘충동질’정도로 여겨질 이런 시가 정당성을 갖는 까닭은 ‘당시의 재산가나 권력자들이 일제의 비호로 부를 축적하고,권력을 키웠다.’는 냉정한 현실인식 때문이다. 사회를 이분법으로 보는 시각,이를테면 “가난한 집 여자이라고/ 너들 맘대로 해도 될 줄 아느냐/고래같은 너들 욕심대로 마른 우리들의 몸을/젓 빨듯이 마음대로 빨어도 될 줄 아느냐.”(‘우리를 가난한 집 여자이라고’)처럼 극단적 현실인식이 이물질처럼 걸리는 것 역시 지금의 눈으로 이 시를 읽기 때문이다.그가 아닌 누가 이런 목소리를 낼 수 있었겠는가. 그렇더라도 문학의 토양은 서정이다.다시 ‘한역(寒驛)’을 읽자.“납같은 눈이 소리없이/외로운 역을 덮다/무덤같이 고요한 대합실/벤치 위에 혼자 앉아/조을고 있는 늙은 할머니/왜 그리도 내 어머니와 같은지/귤껍질같은 두볼이/젊은역부의 외투 자락에서/툭툭 떨어지는 흰 눈/한 송이 두 송이 식은 난로 위에/그림을 그리고 사라진다.” ‘설경(雪景)’에 나타나는 그의 시심도 정갈하다.“아름다운 평등(平等)을 보려거든/이 설경을 보라/아름다운 차별(差別)을 보려거든/이 설경을 보라.”틀림없는 것은 그가 서정을 몰랐거나,서정 그리기에 서툴지 않았다는 점이다.다만 시대가 그를 서정에 안주할 수 없게 했을 뿐. 심재억기자 jesh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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