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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호모 리터니즈/진보경

    [서울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호모 리터니즈/진보경

    나는 빈 칸에 그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한다.‘해당 정보와 일치하는 아이디는 다음과 같습니다.jeonghyuns**’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끝 두 자리는 별표로 표시한다는 설명이 붙지만 나머지 철자는 뻔하다.정현수.그러니까 숨겨진 두 글자는 알파벳 ‘oo’인 셈이다.화면 상단의 비밀번호 찾기로 들어간다.아이디와 이름,주민등록번호,휴대전화 인증번호를 차례로 채운다.마지막으로 새 비밀번호를 입력하라는 창이 뜬다.정현수의 보안장치는 너무 허술했다.현실과 가상으로 나누어진 그의 공간.탐사 삼 일째,잠입은 성공적이다. 첫째 날은 집 안을 둘러보고 청소하는 일로 시간을 보냈다.불청객을 가장 먼저 맞이한 건 냄새였다.숙성이라고 해야 할까,부패라고 해야 할까.여러 소(素)들이 섞여 오랜 시간 묵은 냄새.증발된 삶의 흔적들이 좁은 공간을 빠져나가지 못한 채 고여 있었다.음식 냄새,담배 냄새,가구 냄새,하수구 냄새…….그리고 그의 체취.좀 더 강한 냄새부터 잔향까지.모두가 뒤섞여 도무지 구분되지 않는,냄새들의 저장소.금세 두통이 도졌다.발코니로 다가가 창을 열었다.앞 동은 층고가 낮고 뒤쪽은 야트막한 산이 배경인 아파트의 21층.벌거벗고 집안을 활보해도 될 만큼 자유로운 높이에 그는 살고 있었다.발밑으로 솜뭉치 같은 먼지들이 풀풀거렸다.청소기를 돌리고 썩은 음식들을 내다 버렸다.자정이 넘은 시각,음식물 쓰레기통 뚜껑을 여는 남자를 눈여겨보는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둘째 날은 늦잠을 잤다.퀴퀴한 냄새가 배어 있는 그의 침구 속에서,나는 배가 고파 눈을 떴다.냉장고 안에 먹을 수 있는 음식이라곤 생수 두 통뿐이었다.주방 수납장에서 라면 몇 봉지를 발견했다.계란도 단무지도 김치도 없이,끓인 라면을 뚜껑에 덜어 두 끼를 때웠다.정현수의 휴대전화를 충전해 전원을 켰다.다행히 잠금 설정은 되어있지 않았다.전화번호 저장함은 텅 비어 있었다.통화목록도 모두 지워져 아무런 기록도 남아있지 않았다. 수신함에 읽지 않은 메일 수백여 통이 쌓여 있다.나는 잠깐 망설인다.메일들을 클릭하는 순간 벌어질 수 있는 일에 대해.스팸메일이야 그렇다 쳐도,수신 확인은 그의 실존을 증명할 수 있는 단서가 되지 않겠는가.어쩌면 나에겐 그것이 더 나은 일인지도 모른다.우선 광고메일들을 체크해 휴지통으로 보낸다.발신자가 백화점이나 은행,식당,웹사이트 등의 상호로 표시되거나 제목에 ‘대출’,‘오빠’,‘신제품’ 같은 키워드가 포함되어 있으면 무조건 삭제한다.그러고 나니 순수한 의도와 목적을 가진 듯한 메일 여섯 통이 남는다.지난달에 수신된 두 통은 결혼식과 돌잔치 안내가 제목으로 올라와 있고,한 통은 ‘형 잘 지내요?’로 안부를 전하는 메시지다.네 번째 메일의 제목은 ‘수정 관련사항입니다’,발신인은 ‘한강병원’이다.언뜻 봐선 그의 사적인 일에 관한 내용인 듯싶다.정현수는 유부남이었을까.내용을 살펴본다.안녕하세요.한강병원 원무과 김 대리입니다.제작해 주신 홈페이지에 오류가 발생하여 문의 드립니다.추가로 수정을 원하는 부분도 상세하게 적어두었으니 첨부파일을 참고하세요.비용 관련 협의는 전화로 했으면 합니다.연락 기다리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발신인이 ‘리쉬케쉬’인 메일 두 통을 놓고 고민한다.리쉬케쉬는 실명일까,닉네임일까.‘제목 없음’이 제목인 이 메일은 광고일까,아닐까.얼핏 대부업체 상호 같은 느낌도 든다.인터넷 새 창을 열어 검색어를 입력한다. 요가와 명상의 도시 리쉬케쉬.갠지스 강의 상류에 위치한 히말라야의 관문이다.힌두교인의 성지이므로 이곳에서 푸자를 하고 꽃접시를 띄워 보내며 소원을 빌기도 한다.요가의 본고장이라 수많은 아쉬람과 요가선생들이 있고,비틀스가 구루(guru) ‘마하리쉬 마헤쉬’를 찾아와 머무르면서 더욱 유명해진 도시.장기간 요가와 명상을 즐기고 싶은 여행자에게 최적의 장소이며 금주와 채식의 고장.술은 어디서도 구할 수 없고 100% 채식을 하므로 이곳에서는 달걀조차 먹을 수 없다……. 수행자의 도시에서 온 메일.역시 판단하기가 어렵다.어쩌면 그가 가입한 인터넷 카페나 동호회의 이름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가입한 카페 목록을 열어본다.삼십대 중반의 남자라면 대부분 가입했음직한 성격의 카페들이 주르륵,여섯 개가 뜬다.등산,음악,사진,재테크,여행 그리고 마지막으로 CEO클럽.정현수의 직함은 대표이사였다.회사명은 ‘펨토테크놀로지’.첫째 날,그의 명함에 찍힌 회사 전화번호를 눌러보았다.결번이었다.명함 우측 상단엔 ‘네트워크 솔루션’이라는 단어가 인쇄돼 있었다.회사 도메인을 주소창에 입력했다.웹페이지를 표시할 수 없다는 메시지가 떴다.어떤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문을 닫게 된 그 회사의 CEO가 정현수였다.한강병원에서 발주를 받은 건 회사를 폐업하기 전이었을까,아니면 이후일까.그가 되기 위해선 그를 완벽히 알아내야 한다.나는 리쉬케쉬에서 온 메일을 열어보기로 결심한다. 수신날짜가 8월 5일인 첫 번째 메일은 사진 한 장과 두 줄의 메시지가 전부였다. 내가 지금 이곳에 머무는 이유에 대해 잊으려고 노력 중이야.마음이 편안해지고 있어.요즘 사귄 새 친구를 소개할게. 허름한 골목길,얼룩소 한 마리가 수도꼭지에 입을 대고 물을 마시는 사진.소의 턱을 타고 흘러내리는 게 물인지 침인지 모르겠다. 두 번째 메일은 내용 없이 인물 사진만 첨부돼 있다.통통한 체형에 단발머리인 여자는 무표정하다.그렇지만 딱딱하게 굳지 않은,오히려 편안해 보이는 모습이다.아마도 발신인의 사진 같다.두 통의 메일로는 아무것도 추측할 수가 없다.그녀는 정현수와 어떤 관계일까.수신된 날짜는 10월 17일.내가 그를 발견하기 하루 전에 도착한 것이다. 마른 낙엽을 수북이 덮고 그는 얌전히 엎드려 있었다. 평일 오후의 등산로는 한산했다.매표소 앞 매점에서 김밥과 라면을 사먹고 네 시쯤 오르기 시작한 산행이었다.중년부부 두 쌍과 젊은 여자 한 명,대학생으로 보이는 일행 대여섯 명 정도가 그날 마주친 사람 전부였다.어디서 넘어왔는지 모르지만 그들은 모두 하산 길이었다.조용한 산길에서 서로 말없이 길을 터주며 걸음을 재촉했다.깔딱고개를 지날 땐 평소보다 심하게 헉헉거렸다.지난밤 과도하게 마신 술과 담배 때문이었다.계곡을 치고 올라온 지 한 시간이 지났다.정상이 눈앞에 보였다.숨이 턱까지 차올랐다.마지막에 사람을 가장 고통스럽게 담금질하는 건 산행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조금 있으면 해가 질 시간이었다.산속의 어둠은 모든 것을 까마득하게 지워버린다.주변은 물론,시야에서 사라진 길 위에 서있는 내 모습 까지도.검은 하늘과 더 짙은 능선의 경계만 구분할 수 있을 뿐이다.야간산행을 준비하지 않은 사람들에겐 당혹감을 넘어 두려움으로 온몸을 굳게 만드는 어둠.나는 산속의 어둠쯤 두렵지 않았다.거의 매일 오르내린 덕분에 눈 감고도 헤칠 수 있는 길이었다.호흡은 가빠도 마음은 더없이 고요했다.등산객 이외의 어떤 것으로도 나를 판단하지 않는 산.그곳에 있을 때 나는 가장 자유롭고 평등했다. 물든 단풍은 정상 근처에서만 볼 수 있었다.발밑에선 낙엽들이 사각,소리를 내며 부서졌다.가을은 아직 오지 않고 가뭄이 세상을 바짝바짝 말리고 있었다.나는 용변 볼 장소를 찾아 길을 등졌다.널찍한 바위 뒤편에 쭈그리고 앉아보았다.굽이진 길 위로 하산하는 일행이 보였다.소변이야 대충 돌아서서 금방 끝낼 수 있지만 엉덩이를 까고 앉아야 하는 일은 더 은밀한 장소여야 했다.아래쪽은 급경사였다.다른 길을 찾아볼 여유는 없었다.나는 내리막 경사를 따라 미끄러지듯 뛰었다.이 정도면 됐다 싶은 곳에 바지를 내리고 앉았다.어느새 파리들이 다가와 윙윙거렸다. 발끝으로 낙엽을 모아 용변을 덮었다.역시 어제 마신 술 때문인지 냄새가 심했다.시큼하고 들큼하고 구렸다.손가락으로 코를 싸쥐고 발로 계속 낙엽을 찼다.사위는 이미 어둑해지고 있었다.대충 정리를 끝내고 비탈길을 오르던 나는 문득 뒤를 돌아보았다.누가 불러 세운 것 같기도,알 수 없는 신호를 받은 것 같기도 했다.내가 앉아있던 주변을 몇 발짝 떨어진 곳에서 내려다봤다.불룩하게 솟은 무언가가 보였다.바위도 아니고 흙도 아니었다.나는 슬금슬금 내려가 다시 그 자리에 섰다.그리고 가까이 다가가 그것을 유심히 살폈다.수북한 낙엽 사이로 푸른 옷자락이 보였다.손바닥으로 낙엽을 헤쳤다.역한 냄새가 훅 끼쳤다.푸른 상의에 검은 바지 차림의 누군가가 엎드려 있었다.그의 등에 손바닥을 댔다.차가웠다.이봐요.나는 푸른 옷의 오른팔을 들춰보았다.표피가 터질듯 부풀어 오른 파리 유충들과 딱정벌레 무리가 굼실거리고 있었다. 요동치는 마음과 달리 나는 한 발짝도 뗄 수 없었다.불현듯 오한이 들고 온몸이 떨려왔다.나는 망설였다.그냥 모른 척 되돌아가고 싶었다.후들거리는 발이 붙박인 듯 움직이지 않았다.휴대전화를 꺼내 ‘119’를 눌렀다.깊은 계곡 안이라 통화불능이었다.조금 높은 곳으로 올라가 통화를 시도하기로 마음을 고쳐먹었다.조금만 기다려요.그 말은 오히려 나를 안심시키는 효과가 있었다.천천히 몸을 움직여 일을 진행했다.구조대원들이 발견하기 쉽도록 그를 덮은 흙과 나뭇가지,낙엽들을 옆으로 치웠다.벌레들이 놀란 듯 꼬물거렸다.파리들이 머리 위를 맴돌았다.냄새 때문에라도 더는 머물러 있을 수 없었다.현장 정리를 마치고 돌아서려던 그때,또다시 무언가 내 시선을 잡아끌었다.그의 바지 뒷주머니 위로 반쯤 삐어져 나온 지갑. 나는 침착하게 등산장갑을 손에 꼈다. 어차피 이 사람에겐 소용없는 물건 아닌가.발견한 구조대원이 유족들을 수소문해 돌려줄 수도 있겠지.하지만 나와 같은 누군가가 이것을 먼저 발견한다면…….장갑 낀 손으로 지갑을 빼냈다.몇 장의 카드와 신분증,현금은 십만 원도 채 안 됐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내 의도와 상관없이 유예된 삶에서 벗어날 방도를 궁리 중이었다.좀 더 잘살기 위해 선택한 길인데 어쩌다 보니 한가운데 갇혀버린 채 덜컥 문이 닫혔다.세상은 나를 필요로 하지 않았고 사람들 또한 그랬다.서른 살 넘은 무직자인 나와 관계를 유지하는 사람은 어릴 적 친구들뿐.누구도 나를 달가워하지 않았다.나는 이제껏 그 흔한 연애조차 못 해봤다.더 나은 모습으로 더 좋은 상대를 골라야 한다는 강박 때문이었다.현재의 나를 설명할 수 있는 수식어는 없었고 그런 내가 적응할 수 있는 집단이나 장소 역시 없었다.하지만 그건 명백히 내 잘못이 아니다.나는 열심히 노력해 왔다.단 한 번도 샛길로 빠져보지 않은 그야말로 모범생이었다.그렇다 해도 나를 그럴듯하게 돋보일 수식어가 없는 한,내 삶은 유예 중인 거였다.이제 와 새로운 계획을 세우고 전면적인 궤도 수정을 하기엔 너무 늦었다.벌써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내집마련을 목전에 두고 있는 또래들을 보면 더욱 극심한 절망감에 빠졌다.그렇다면 어떻게 바꿀 것인가.오던 길 계속 가는 것도 불안하고 새 길을 찾아내는 것 역시 자신 없다.나는 내 인생의 판을 새로 짜고 싶었다.도저히 불가능한 일이었다. 지갑에서 현금 대신 신분증을 꺼냈다.아이 손바닥만 한 작은 플라스틱 판 안에 그의 정보가 고스란히 들어있었다.이름은 정현수.나와 동성(同性)이고 나보다 한 살이 많다.뿔테 안경에 회색 스웨터 차림의 증명사진 속 그는 나이보다 조금 더 늙어 보였다.주소지는 서울의 남쪽 신도시에 위치한 아파트……. 순간 아찔한 현기증을 느꼈다.이제껏 한 번도 품어보지 못한 생각이,그야말로 섬광처럼 떠올랐다.나는 세차게 고개를 흔들어댔다.아니다.그것은 전부를 버려야 가능해지는 일이다.지금까지의 나,나의 생활,인간관계,과거 행적까지 모두. 그럴 수 있겠는가. 모든 일은 순식간에 처리됐다.‘그럴 수 있겠는가’에 대한 결단은 내리지 못한 채였다.나는 내 지갑의 신분증을 꺼내 그의 것과 맞바꿨다.신용카드 한 장과 그의 명함도 몇 장 챙겼다.현금은 건드리지 않았다.주머니에 지갑을 원래대로 꽂아두었다.오른쪽 앞주머니를 더듬어 휴대전화와 열쇠꾸러미까지 갈취했다.딱딱한 그의 골격이 손가락에 닿았다.헤친 낙엽과 흙을 다시 그의 몸 위에 덮었다.더 이상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깜깜한 그곳을 어떻게 등지고 하산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가을밤,산중의 바람은 차가웠다.땀에 젖은 바지가 다리에 자꾸 휘감겼다.어지러워 더 이상 걸을 수 없어 주저앉았다.멀리서 매점 불빛이 반짝였다.내 삶을 최초로 이탈하는 순간이었다. 두 통의 메일로 봐선 정현수와의 관계를 가늠하기가 어렵다.현재 인도에 머물고 있는 여자는 두 달 간격으로 소식을 전해왔다.그것도 너무나 간략하게.여자의 이전 소식을 알 수 있을까 싶어 메일 보관함을 뒤졌다.정현수가 따로 보관 중인 메일은 없었다.휴지통마저 텅 비어 있었다.그는 관리가 철저하고 주변정리가 깔끔한 사람이었다. 컴퓨터에 저장된 자료들은 폴더 별로 분리되어 탐사하기가 수월했다.‘사진방’ 폴더를 클릭한다.날짜 및 장소별로 지정된 폴더 안에 인물 사진은 그의 독사진 몇 장뿐이다.나머지는 모두 풍경사진.내친김에 앨범을 찾아보기로 한다.서랍과 책꽂이,장식장,심지어 다용도실까지 뒤졌지만 그 흔한 졸업앨범조차 찾을 수가 없었다.그는 누구일까.나는 갑자기 불안해진다.그를 빌리기로 결심한 이후 가장 걱정되는 점이 그의 인간관계였다.휴대전화에 저장된 이름과 통화목록이 하나도 없다는 것에 용기를 내지 않았던가.그러니 오히려 다행한 일인지 모른다.그래도 설마 했지만 관계를 가늠할 수 있는 단서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최소한의 관계인 가족조차도.모든 인연에 무관한 그의 삶이 어쩌면 의도에 의한 것은 아닐까,궁금해진다. 사흘간의 탐사 끝에 비로소 나는 그가 되어 사는 일에 첫발을 내디딜 수 있었다. 아파트 정문 현금인출기에서 돈을 뽑아 상가 식당에서 백반을 사먹었다.식사 후엔 동네 주변을 산책했다.나는 정현수 대신,아니 정현수가 되어 거리를 쏘다녔다.그의 옷은 내게 헐렁했다.살을 좀 찌워야 하지 않을까,나는 잠시 고민했다.키는 더 늘일 수 없으니 소매와 바짓단을 줄여야 할 것이다.거대한 체구와는 다르게 정현수는 심플한 취향을 가졌다.살림살이 역시 단출했다.옷장,침대,컴퓨터 책상,주방가구.거실엔 한쪽 벽을 책장으로 채웠을 뿐 마땅히 갖춰야 할 티브이와 소파가 없다.드문드문 꽂혀 있는 책들은 대부분 IT와 경영관련 서적이고 간간이 ‘줄리아나의 리더쉽’,‘협상의 원포인트 레슨’ 같은 처세 관련 책들이 눈에 띈다.옷장 서랍 밑바닥에 통장 대여섯 개가 나란히 깔려 있었다.모든 공과금은 정해진 날짜에 자동이체로 빠져나갔다.그는 통장마다 맨 앞 장 귀퉁이에 연필로 비밀번호 네 자리를 적어두었다.잔고는 얼마 남아있지 않았다. ‘관계없음’으로 인한 정현수의 삶은 외로웠을지 모르지만 그것이 익숙한 내게는 무척 다행한 일이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나는 혼자가 되었다.아버지는 내가 중학생이던 때 엄마와 이혼하고 다른 여자와 결혼했다.엄마는 늘 내게 말했다.명심해라.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는 걸.아버지와 결혼할 당시 엄마는 항공사 승무원 시험 최종합격을 앞두고 있었다.사랑에 빠져있던 엄마는 결혼을 선택했고 그 때문에 자신의 인생이 어긋난 거라고.그때 내가 승무원의 길을 택했더라면…….평생을 잊지 못할 아쉬운 선택에 엄마는 탄식했다.그건 모르는 일이죠.그 길에서 또 어떤 일이 엄마를 어긋나게 했을지.어쩌면 지금보다 더 참혹했을 수도 있어요.나는 혼자 중얼거렸다.알밤을 맞을 일이 두려워서가 아니었다.잘못된 선택으로 자신의 고귀한 인생이 나락으로 떨어졌다고 믿는 일이,원래 주어진 참혹한 삶을 인정하는 것보단 나을 것 같아서였다. 졸업 후 여기저기서 취업 제의가 들어왔다.금융권의 계약직 사원으로 취직한 동기들이 앞다퉈 나를 데려가려고 나섰다.나는 공인회계사 시험에 이년째 낙방 중이었다.마음만 먹으면 중소기업 정규직 자리도 널려 있었다.서른이 넘도록 용돈을 타 쓰는 일이 괴로웠던 나는 솔깃했다.하지만 엄마가 고집을 부렸다.출발점이 어디냐에 따라 네 인생이 달라지는 법이야.지금 그렇게 아무 곳에나 들어가면 너는 평생 그 좁은 바닥에서 푸드덕거리다 끝날 게다.어려워도 더 넓고 깊은 물에 뛰어들어야 해.나중에 후회 없으려면 엄마 말 잘 들어라.그렇게 삼 년이 더 흘렀다.취업문은 좁아졌고 동기들은 제 밥줄 잡고 있기도 힘겨워했다.엄마는 내가 큰 물에 몸을 던지는 일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그리고 나는 지금 첫 단추를 새것으로 갈아치웠다. 받은 편지에 대한 답신을 보낸다.기쁜 날 참석 못해 미안하다.개인적인 사정이 생겨 당분간 메일로만 연락이 가능할 것 같다.안부를 물어온 정현수의 후배에게도 마찬가지 내용이다.리쉬케쉬의 여자에게는 답장을 보내지 않는다.마지막으로 한강병원 김 대리에게 짧은 메시지를 적는다.보내주신 수정안 잘 받았습니다.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 마감이 겹쳐 당장은 진행이 어렵습니다.조금만 말미를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며칠 후에 전화 드릴게요. H은행 통장정리기 앞에서 한참을 기다린다.입출금 명세를 기록하는 기계음이 찌익 찍,지루하게 이어진다.다른 은행에 비해 시간이 길다.인쇄되는 내용이 많은 걸로 보아 이곳이 정현수의 주거래은행인 모양이다.답신을 보낸 다음날 전화가 걸려왔다.정현수의 휴대전화가 울리는 건 처음 있는 일이었다.받아야 하나,말아야 하나.벨소리는 길게 이어졌고 나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잠시 후 문자메시지가 도착했다.한강병원 김 대리입니다.유지보수비 외에 수정비용을 따로 지불해드려야 할까요.도통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었다.응답을 하지 않으면 또 전화가 걸려올지도 몰랐다.나는 간단히 답신을 보냈다.그건 알아서 처리해 주세요.투입구에서 빠져나온 통장을 받아 살핀다.한강병원으로부터 매달 일정금액이 입금되고 있었다.김 대리가 말한 유지보수비,프로그램에 대한 사후관리비쯤 되는 것인가.그러잖아도 잔고가 떨어져 걱정하던 참이었다. 전화벨이 울린다.발신번호를 확인하고 수신버튼을 누른다.네,정현수입니다.나는 또박또박,이름을 밝혔다.웹마스터 P가 인사말도 없이 웅얼거린다. “요청하신 작업은 사흘이면 마무리될 것 같습니다.” “아,예.그렇게 처리해 주세요.” “결제는 어떻게 하실 건가요?” 지갑에서 정현수의 신용카드를 꺼내 일련번호 열여섯 자리를 불러준다. 홈페이지 수정작업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정현수의 실력까지 덮어쓸 순 없었으니까.김 대리에게 답신을 보낸 후 컴퓨터에서 ‘한강병원’ 폴더를 찾아냈다.나로서는 알 수 없는 파일들만 수두룩했다.집에서 가까운 홈페이지 제작업체를 찾아가 기존 프로그램의 수정과 보완이 가능한지를 물었다.담당자는 원본 파일들을 가져오라고 했다.집으로 돌아와 저장장치에 파일을 복사했다.그리고 어제 그것들을 P에게 건네주고 왔다. 지하철 역 입구에 서서 잠시 고민한다.오늘 저녁으론 무얼 먹을까.내가 살던 집 근처엔 할머니 혼자 삼십 년 넘게 꾸려온 순댓국집이 있다.좁은 공간에 테이블 여섯 개가 전부여도 끼니때가 되면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할 정도로 맛 소문이 났다.요즘 자꾸 그 맛이 당긴다.정현수의 집으로 가는 길과 순댓국집으로 가는 길은 서로 반대 방향이다.어떻게 할까.주변을 무심히 둘러본다.길 건너 환한 불빛,‘병천○○순대’ 체인점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횡단보도 쪽으로 몸을 돌려 걷는다.어쩌면 할머니 순대를 다시 먹을 수 없을 거라 생각하니 조금 우울해진다.내 안에 축적된 기호와 습성들을 완전히 지울 방법은 없을까.나는,정현수니까. 온라인 원격교육 사이트에 로그인한다.첨삭해야 할 리포트가 다섯 개 올라와 있다.통신교육업체의 수강생들이 문제지를 풀어 올리면 그것을 채점하는 일이 나의 몫이다.각 과정별로 교재는 무료로 제공된다.나는 그 교재를 읽고 함께 제공된 답안지를 참고삼아 점수를 매긴다.의뢰일로부터 일주일 이내에 완료하면 되는 일이다.딱히 어렵거나 촉박하지도 않다.외부활동 없이 집에서 책을 읽고 인터넷에 접속만 하면 된다.대신 보수는 적다.리포트 한 건당 삼천 원.그럭저럭 웬만큼만 하면 먹고사는 데 지장은 없을 것 같다. 며칠 동안 인터넷 취업사이트를 돌며 일을 찾았다.남은 잔고와 한강병원에서 입금되는 유지보수비로는 관리비와 공과금 납부도 빠듯했기 때문이다.앞으로 생존에 관한 문제는 스스로 해결해야 할 것이다.정현수의 떡고물을 축내려고 이곳에 온 것은 아니니까.결과물을 보고 김 대리는 아주 만족해했다.이번에는 그의 전화를 피하지 않았다.윗선에서 따로 비용지불은 어렵다고 합니다.대신 제가 술 한 잔 사도록 하죠. 수강생의 이름을 클릭하고 점수 칸을 채운다.참고가 될 만한 사항은 교재에서 발췌해 따로 코멘트를 달기도 한다.객관식과 주관식 문항에 꼼꼼히 답을 단 사람들에게서 성실한 삶의 태도가 느껴진다.대부분 공공기관이나 대기업에 근무하는 사람들이다.교재 내용은 직장 내 소통과 개인적인 성공에 관한 것들이 주를 이룬다.회사 내에서 상사가 지켜야 할 점,동료들끼리의 커뮤니케이션 방법,설득과 대화의 심리학…….틈틈이 다른 일자리를 더 알아봐야겠다.언제까지나 방구석에 처박혀 지낼 수만은 없다.정현수의 전공과 이력이라면 부족함은 없을 것이다.그러기 위해선 공부도 많이 해야 하겠지.새로운 영역을 배우는 일,마음이 설렌다.그리고 상황이 된다면,아니 무엇보다 먼저,연애를 하고 싶다. “선배님,오랜만입니다.” 몸집이 작고 다부진 체구의 남자가 다가와 인사를 건넨다.나는 한강병원 로비의 회전문을 등지고 서 있었다.김 대리와 만나기로 약속을 정해놓고 전전긍긍했다.지난번 빚진 거 갚아야죠.정 선배님 얼굴도 보고 싶고,한 잔 사겠습니다.처음엔 핑계를 대며 몇 번 거절했다.서슴없이 ‘선배’라는 호칭을 사용하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그가 정현수의 어느 시절 후배인지,그저 의례적으로 사용하는 호칭일 뿐인지,알아낼 방법이 없었다.하지만 무작정 미루고 있는 것도 불안했다.세 번째 전화를 받았을 때 어쩔 수 없이 수락을 한 거였다.나는 최대한 정현수처럼 보이도록 치장했다.사진 속 그의 것과 비슷한 뿔테안경을 구입했다.옷장에서 가장 낡은 옷을 골랐다.낡은 것은 오래 묵었다는 증거 외에 그만큼 애용했다는 뜻이기도 하니까.두툼한 회색 니트를 꺼내 입었다.키높이 구두를 신었더니 바짓단을 접지 않아도 되었다. “작년 봄 제작 회의 때 뵙고 이번이 두 번째네요.살이 좀 빠지신 것 같습니다.제가 기억하는 선배님 첫 인상은 꽤나 듬직한 체격이었는데요.허허.” 당혹스런 속내와 달리,나는 머쓱하게 웃었다.불판 위에서 고기가 지글거리며 익어간다.김 대리가 잔을 든다. “과묵한 건 여전하시네요.” 선후배 사이긴 해도 두 번째 만남이라고 하니 저쪽도 어색한 건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취기가 오르면서 분위기는 조금 부드러워졌다.티브이에서 저녁뉴스가 방영되고 있지만 취객들의 소음에 뒤섞여 내용은 알아들을 수 없다.화면과 자막을 흘끔거린다.불콰해진 김 대리는 말이 많아졌다.이 나라 국민치고 내일이 불안하지 않은 사람 없습니다.침체의 늪에 이제 막 첫발이 빠졌을 뿐인데요,자신이 어떤 나락으로 떨어질지 모르는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요.저희 병원도 감원의 칼바람이 언제 휘몰아칠지 몰라 매일 살얼음판입니다.나는 간간이 고개를 끄덕이고 그에게 동조와 연민이 담긴 눈길을 보냈다.따끈한 온돌 방바닥에 엉덩이를 지지며 우리는 조금씩 노곤해졌다. “그런데,신 선배는 아직 연락 없어요?” 우물거리던 입놀림을 멈추고 그를 건너다본다.기어이 우려하고 있던 일이 일어난 것이다.그는 정현수와 사적인 관계였다.둘의 공통분모,신 선배라니. “아직…….” “참,세상 일 알 수 없고 믿을 놈 아무리 없다 해도 어떻게 신 선배가 그럴 수 있어요?” 나는 고개를 숙였다.이쯤에서 자리를 정리하고 일어서야 할까.이런 식으로 이야기가 이어지면 곤란한데. “정 선배님이야,회사 일로 알게 됐지만 신 선배하고 저는 수업도 같이 듣고 꽤 가까웠거든요.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고요.” 그가 고기와 술을 추가로 주문하고 담배연기를 후,뱉으며 말을 잇는다. “선배님 많이 드세요.형수님 소식도 들었습니다.지난여름 동문 모임에서요.어딘가로 떠나셨다면서요…….혼자서 얼마나 힘드세요.” 나는 점점 궁금해진다.신 선배라는 사람은 정현수에게 무슨 짓을 한 걸까.정현수의 아내는 누구이며 어떤 이유로 그에게서 떠난 걸까.혹시 리쉬케쉬의 여자일까.이대로 묵묵히 김 대리의 말을 듣고 있어도 괜찮으리라.아마 정현수였더라도,지금의 분위기에선 그랬을 것이다.그의 몸이 시계추처럼 좌우로 흔들린다. “이게 다 신 선배 때문 아닌가요?그 사람 절대 용서하지 마세요.동업자이기 전에 둘도 없는 친구였다고 들었습니다.자기 혼자 잘살자고 그런 짓을 하다니요.결국 경쟁사만 좋은 일 시키고,회사 문 닫고,자기는 도망쳐버리고,친구도 잃고,이게 뭐예요.어떻게 정 선배한테 그럴 수 있냐고요…….” 풀썩,김 대리가 옆으로 쓰러진다.불판 위에선 까맣게 눌어붙은 고기조각이 오그라들고 있다. 김 대리의 말을 정리해 보면 신 아무개와 정현수는 절친한 친구이며 동업자였다.그런데 신씨가 정현수를 배신하고 회사를 닫게 만들었다.이후 정현수의 아내가 그의 곁을 떠났다. 만취해 그대로 잠이 든 그를 힘겹게 깨워 밖으로 데리고 나왔다.선배님 잘살아요.김 대리가 눈을 꿈뻑이며 중얼거렸다.나는 그의 등을 두어 번 다독이고 택시를 잡았다. 메일함을 연다.리쉬케쉬에서 메일이 도착했다.‘회귀’라는 제목이 붙어있다. 삶의 의미를,내가 사는 이유를 찾아내고 싶어 떠나온 지 벌써 이 년이 지났어.나는 아무것도 깨닫지 못했지만 그것이 내가 찾아낸 정답이라면 당신은 아마 웃을 테지?아무것도 알 수 없기 때문에 살아야겠어.다시 나로 돌아가 내 삶을 찾는 것이 방법일 거야.이곳에서의 삶도 그곳과 별반 다르지 않더라.사람 사는 모습은 엇비슷하고 어디에 머물든,어떻게 살든,나는 그저 나일 뿐이더라고…….당신 많이 보고 싶다. 여자의 도착 예정일은 11월 28일이라고 했다.앞으로 일주일 후면 그녀는 정현수를 찾아 이곳에 올 것이다.그들이 공유하고 있는 사연은 무엇일까.나는 그녀를 맞이해야 할까,피해야 할까.그렇게 되면 나의 일생일대 프로젝트는…….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 내가 다른 삶을 원했던 이유는 현실에 대한 불만족 때문이었다.나는 무능한 사회부적응자였으니까.새로운 길을 찾아볼 수도 있었지만 스스로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기가 어려웠다.그동안 쌓아온 것들을 모두 접고 다른 일을 시작하기에 나는 너무 많이 와버렸기 때문에.한 번만 더,이번엔 되겠지.미련을 쉽게 접을 수 없었다.모든 것을 내 손으로 허물어야 하는 일이 아직은 자신 없다.그곳으로 돌아가 다시 내가 된다면 똑같은 고민과 패배감에 휩싸여 매일 산에 오르는 일만 반복할지 모른다.나는,나로 사는 것이 두렵다. 서가에 꽂힌 책들을 멍하니 바라본다.우측 선반 맨 위,낯익은 제목이 시야에 들어온다.만년수험생으로 타 분야 서적을 읽을 시간이 없던 내게 친구 녀석이 선물해줬던 책.‘잠깐 머문 곳도 내게는 고향’이라는 인상적인 구절이 떠오른다.의자를 놓고 올라가 그것을 꺼내든다.툭.발밑으로 무언가 떨어져 내린다.누런 서류봉투가 반으로 접혀 있다.도톰하다.책을 내려놓고 봉투 안의 내용물을 꺼낸다. 모두 같은 장소에서 찍힌 수십 장의 사진이다.리쉬케쉬의 여자와 정현수.새하얀 예복을 입은 그들은 행복해 보인다.그와 그녀가 공유했던 삶의 윤곽…….봉투와 책을 원래 있던 자리에 꽂아두고 쫓기듯 도망치듯 나는 밖으로 뛰쳐나온다.정현수 당신,고작 이런 거였어?그를 빌리기로 작정했던 순간 내가 바라던 상황은 이런 게 아니었다.적어도 나보다 나은 인생일 거라 믿었는데…….이런 삶을 나더러 어떻게 살아내라고.아파트 단지를 벗어나 뒷산을 오르고,다시 내려와 걷는다.인도를 따라 무작정 뛰고 헉헉대며 걷다가 호흡이 잦아들면 다시 뛴다.어느 방향이든 상관없다.지극히 외롭고 무거운 그의 삶을 벗어날 수 있는 곳이면 어디라도. 정현수도 나와 같은 생각이었을지 모르겠다.그의 죽음은 우연한 사고였을까.어쨌든 그는 실족하지 말았어야 했다.그렇게 마침표를 찍은 삶을 내가 이어 사는 일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이것은 무늬만 다른 삶 외에 어떤 뜻이 있는가.지금의 삶이 차곡차곡 쌓여 미래가 되고 어느 지점쯤에 다다르면 나는 또 새 판을 짜고 싶어질까. 리쉬케쉬의 여자처럼 나도,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야 하는 걸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옷장 안 깊숙이 넣어두었던 등산복을 꺼내 입는다.두꺼워진 허리에 바지 지퍼가 올라가지 않는다.허리띠 버클을 조정해 간신히 채운다.배낭을 메고 그의 신분증과 휴대전화,신용카드와 명함,열쇠꾸러미를 주머니에 넣는다.현금카드,통장,그동안 사용하던 물품들은 모두 제자리에 돌려놓았다.마지막으로 현관에 서서 집안을 둘러본다.돌아온 그의 여자가 낯선 흔적을 발견할 수 없길 바라며. 어둑해진 산길을 천천히 오른다.사각거리던 낙엽들이 어느덧 수북이 쌓여 발목을 푹신하게 감싼다.오랜만의 산행이라서일까,무거워진 몸 때문일까.걸음이 쉽지 않다.리쉬케쉬의 편지 내용이 떠오른다.다시 나로 돌아가 내 삶을 찾는 것이 방법일 거야.나는 그저 나일 뿐이더라고.새 삶을 살 수 있는 방법은 이런 것이 아니었다.남의 인생을 덮어쓰는 일,그것은 결국 누구의 삶도 아니었다.과거를 버려둔 채 현재의 나를 바꿀 수는 없는 거였다.그런데 길이 낯설다.그날 내려왔던 그대로 마른 계곡을 따라 길을 잡았는데 이쯤 나타나야 할 바위가 보이지 않는다.하산 길 이정표를 지나 얼마 떨어지지 않은 거리였는데. 이정표 지점부터 다시 시작한다.부쩍 떨어진 기온에 으슬으슬 한기가 든다.그를 다시 만나야 하는 일이 내키진 않지만 내 자리로 돌아가려면 이곳을 꼭 거쳐야 한다.빌린 물건을 돌려주고 맡긴 내 물건도 되찾아야 하니까.이제 회계사 시험공부 따윈 하지 않을 것이다.다시 나로 돌아가 모든 것을 엎고 새 삶을 시작할 것이다.조만간 납골당의 엄마에게 인사드리러 가야겠다.발걸음이 빨라진다.계곡 깊이 내려앉은 어둠에 더 이상 앞을 분간하기가 힘들다.랜턴을 켠다.십여 미터 전방에 그날의 바위가 보인다.나도 모르게 진저리를 친다. 바위 뒤를 돌아 내려선다.낙엽더미에 무릎이 푹,빠진다.벌레도 냄새도 거의 사라졌다.춥고 건조한 초겨울의 바람 덕분이리라.발견 당시 유충들의 먹잇감이나 다름없었던 정현수.죽음 이후의 삶은 이곳에서 더 의미 있고 유용했을지 모르겠다.장갑을 끼고 낙엽을 헤집는다.정확한 지점이 어딘지 헷갈린다.앉아 있던 자리 주변을 몇 군데 파헤친다.다시 몇 걸음 옮겨본다.일어서서 발로 바닥을 굴러본다.어느 지점쯤,돌출된 나무뿌리를 밟은 듯 딱딱한 느낌.자리에 앉는다.장갑 낀 손으로 그곳을 더듬어 굴곡을 살핀다.머리끝까지 소름이 돋는다.잘 있었어요…….나도 모르게 울컥,감정이 솟는다. 수분이 빠져나간 그의 둔부는 아래로 쑥 꺼져 있다.지갑이 꽂힌 자리만 조금 도드라질 뿐.나는 챙겨온 정현수의 물건들을 하나씩 꺼낸다.먼저 휴대전화와 열쇠꾸러미를 그의 바지 앞주머니에 밀어 넣는다.어쩐지 이전보다 헐렁해진 느낌이다.뒷주머니에서 지갑을 빼낸다.휴대전화의 감촉이 손끝에 와 닿는다.채우고 흐르던 내용물이 사라지고 지지대만 남은 그의 몸.갑자기 누군가 머리칼을 잡아챈 듯 정수리에 극심한 통증이 인다.떨리는 손으로 지갑을 펼쳐 신분증을 교환한다.꽂혀있던 내 것을 꺼내고 가져온 그의 것을 쑤셔 넣는다.그리고 재빨리 지갑을 원래 있던 자리에 꽂아둔다. 모든 것은 끝났다.이제 나는 돌아가 내 삶의 새 판을 짤 것이다.그럼,잘 있어요.인사를 마치고 신분증을 내 지갑에 꽂는다.그런데 뭔가 이상하다.손끝에서 느껴지는 낯선 이물감.신분증을 다시 꺼낸다.바닥에 두었던 랜턴을 집어 그것을 비추어 본다.경련으로 요동치는 내 손바닥 위의 이것은……,이것은 내 것이 아니다. 그의 주머니에 있던,내가 꺼낸 신분증에 기록된 낯선 사진과 정보.이름 한재우.주민등록번호 690125……. 무릎이 꺾인 듯 나는 자리에 털썩 주저앉는다.그의 지갑에 넣어두었던 내 신분증이 어디로 사라졌단 말인가.정현수가 보관하고 있어야 마땅할 내 물건.대체 누가 나와 똑같은 짓거리를 한 걸까.여기 이렇게 얌전히 엎드려 있는 이 사람은……,누구인가!나는 거칠게 그를 뒤집어 가슴팍을 움켜 일으킨다. 손에 들린 파란 등산복 밑으로 우수수,무언가 떨어져 내린다.
  • 올 이통사 베스트셀러 휴대전화 특징

    올 이통사 베스트셀러 휴대전화 특징

    올해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휴대전화는 무엇일까.한창 인기를 끌고 있는 화면을 눌러 조작하는 방식의 풀터치스크린폰일까.아니다.올 한 해 가장 많이 개통된 휴대전화는 올해 출시된 제품이 아니라 이전에 팔린 제품들이다. 물론 이동통신사에서 개통된 제품과 삼성전자나 LG전자 등 제조사에서 인기를 끄는 제품은 다르다. 이동통신사에서 휴대전화를 판매하는 우리나라의 특성상 시기에 따라 어떤 회사의 제품에 보조금을 실어 주느냐에 따라 개통량은 다를 수 있다. 또 물량이나 가격으로 승부하는 히트제품과 기능이나 고품질의 인기제품과의 차이는 분명히 있다. 이런 특성들을 감안해 역시 30만~50만원대의 중저가에 영상통화,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등 다양한 기능을 갖춘 실속형이 개통 순위 상위를 차지했다. SK텔레콤에서는 모토로라의 ‘레이저’가 1위를 차지했다.이어 공짜폰으로 유명해 버스폰이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던 ‘이효리폰(V840)’이 2위를 차지했다.KTF의 1위를 차지한 ‘주얼리폰’이 3위를 차지했다.또 1위와 함께 개통 5위에도 모토로라의 ‘크레이저’가 차지하는 등 모토로라가 SK텔레콤 휴대전화 제품 중에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KTF에서는 삼성전자의 ‘주얼리폰’이 37만원대라는 저렴한 가격으로 인기폰 1위를 차지했다. 2위 ‘오렌지폰(KH1800)’과 4위 ‘레인폰(S240K)’은 광고 덕을 보아 인기를 모았으며 5위 ‘쇼폰(W4700)’은 비싸지 않은 가격에 지상파 DMB가 탑재되는 등 고기능으로 좋은 반응을 보였다. LG텔레콤의 인기폰 1위는 중장년층을 겨냥해 만든 ‘와인폰(LV3000)’이다.기존 휴대전화보다 버튼이나 글씨체 등을 2배 정도 크게 하고 사용 빈도가 높은 메뉴로 바로 갈 수 있는 4개의 단축 버튼도 마련하는 등 중장년층이 쓰기 편하게 한 것이 큰 반응을 얻었다. 또 5위에는 파스텔톤 색상과 겉에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을 달아 전화가 걸려 오면 조명이 반짝여 여성과 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았던 ‘아이스크림폰(LH5000)’이 차지했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NOW포토] 홍지민 ‘반짝이는 블랙 드레스 입고’

    [NOW포토] 홍지민 ‘반짝이는 블랙 드레스 입고’

    홍지민이 31일 오후 서울 등촌동 SBS 공개홀에서 진행된 ‘2008 SBS 연기대상’ 시상식에 참석해 포토월에서 멋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서울신문NTN 한윤종 기자 han0709@seoulntn.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KBS 연기대상] ‘노바디’’허니’ 발랄깜찍 댄싱드림팀

    [KBS 연기대상] ‘노바디’’허니’ 발랄깜찍 댄싱드림팀

    지난 한 해 연기로 사랑받았던 스타들이 춤과 노래를 부르는 팔색조 무대를 꾸며 눈길을 사로잡았다. 31일 오후 9시 50분부터 생방송된 KBS ‘연기대상’은 배우 이덕화, 최정원 아나운서 김경란의 사회로 진행됐다. 특집 문학관 단막극상과 청소년 연기상의 트로피가 수여된 후 특별한 공연이 마련됐다. 첫번째 ‘댄싱드림팀’으로 무대에 오른 공현주·홍아름·오연서·서효림은 금색 반짝이 무대 의상을 맞춰입고 나와 원더걸스 ‘노바디’ 안무를 선보였다. 뒤이어 탤런트 이필모 박재정 정겨운과 그룹 소녀시대의 멤버이자 탤런트로 활동중인 윤아가 박진영 ‘허니’의 노래와 춤을 췄다. 특히 남자 탤런트를 사이에서 홍일점으로 발랄한 무대를 꾸민 윤아는 이날 신인상과 네티즌상을 수상해 눈물의 수상소감을 밝혔다. 서울신문NTN 김예나 기자 yeah@seoulntn.co.kr / 사진=설희석 기자@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마이 앤트 메리 “인디음악으로 대중에 감동”

    마이 앤트 메리 “인디음악으로 대중에 감동”

    요즘 인디음악계는 모처럼만에 받아보는 대중과 언론의 ‘스포트라이트’에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장기하와 얼굴들’ 등 홍대 앞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스타들이 TV 음악프로그램에 소개되면서 속칭 ‘비주류’ 음악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이를 바라보는 모던록그룹 ‘마이 앤트 메리(My Aunt Mary)’의 정순용(32·보컬),한진영(32·베이스),박정준(31·드럼)의 감회도 남다르다.고교 동창인 이들은 1999년 홍대 클럽 문화의 부흥기에 데뷔해 국내 대표적인 모던록그룹으로 성장했다. “주류냐 비주류냐는 보는 사람의 관점 차이인데,요즘처럼 매체가 발달한 상황에선 언제든지 상황이 역전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문제는 음악으로 감동을 줄 수 있느냐 없느냐에 달려 있죠.”(정순용) “아직도 홍대에는 주머니 사정은 넉넉하지 않지만,감성 표현을 자기 삶의 최우선으로 여기는 재능있는 뮤지션들이 참 많아요.지금 좋은 눈과 귀를 지닌 사람들의 ‘레이더망’에 걸린 셈인데,반짝 인기에 그치지 말고 쭉 이어졌으면 좋겠어요.”(한진영) 미국으로 이민 간 고모가 한국에 올 때마다 방안 한가득 풀어놓았던 선물 같은 음악을 해보겠다는 이름에서 붙여진 이름 ‘마이 앤트 메리’.이들은 3집 수록곡 ‘공항 가는 길’,‘골든 글러브’ 등이 평단과 대중의 고른 호평을 얻으며 ‘마이너 가수’의 그늘에서 벗어났지만,음악적 순수함만큼은 여전하다. 최근 발매한 5집 ‘서클’은 앨범 전체가 마치 하나의 노래를 듣는 듯 매끈하고 잘 다듬어진 사운드를 자랑한다.이들은 “지금까지 선보인 앨범 가운데 색깔이 가장 잘 드러났다.”고 흡족해한다. “앨범 재킷의 이미지로 음악을 표현했어요.자세히 보면 큰 동그라미 안에 세 가지 색깔의 원이 그려져 있지요.검정은 세련되고 도회적인 느낌을,흰색은 자연스러우면서도 팝적인 색깔을,빨간색은 발랄하고 열정적인 음악을 의미합니다.”(한진영) 이전엔 세 사람의 교집합을 찾아 일관된 컨셉트를 고집했다면,이번엔 서로의 개성을 인정하고 각자 따로 가진 감성을 최대한 활용했다.멜로디는 한진영,편곡과 사운드는 정순용,비트나 샘플링은 박정준이 맡아 20곡을 만들었고,절반을 앨범에 실었다.타이틀곡은 아날로그 신시사이저,피아노와 기타 연주가 어우러져 경쾌한 느낌을 주는 ‘푸른 양철 스쿠터’.답답한 도시와 차가운 현실을 탈출하자는 가사가 담겼다. “겨울엔 보통 따뜻한 노래를 들고 나오기 마련인데,의외성을 좀 노렸죠(웃음). ‘사일런스’는 저희가 공통적으로 인정하는 그룹 ‘롤러코스터’의 조원선씨와 노래했고,‘다섯 밤과 낮’은 4박 5일 동안 여행지의 낯선 기억을 담았어요.정순용씨가 피아노 한 대를 놓고 부른 ‘내 맘 같지 않던 그 시절’은 빛나던 우리의 20대를 추억하는 노래죠.”(박정준) 사실 ‘마이 앤트 메리’는 동료 가수들이 그 음악성을 더 인정하는 그룹이다.보컬 정순용은 김동률 5집 ‘점프’를 같이 불렀고,최근 발매된 윤상과 가수 이소라의 앨범에도 참여했다. “다른 분들의 앨범도 100% 감성이 충만한 상태에서 최선을 다합니다.까다로운 뮤지션들이 불러주는 게 고맙잖아요.이소라씨는 제가 곡을 만드는 작업을 하는 옆에서 그림을 종이 한가득 그렸는데, 노래 제목대신 그림으로 표현된 앨범을 내더군요.”(정순용) 내년이면 벌써 데뷔 10년.처음엔 비주류 장르였던 ‘모던록’은 발라드와 댄스음악으로 양분된 가요시장의 틈새에서 주류 음악으로 떠올랐고,철없던 20대였던 이들도 어느덧 30대에 들어섰다. 세 사람은 “서로 구사할 수 있는 무기가 무엇인지 알게 된 5집이 진짜 게임의 시작”이라면서 “셋중 누구든지 조금이라도 감이 떨어지면 과감히 팀을 떠날 것”이라고 말한다. 어떻게 보면 이들의 ‘비장한’ 각오는 최근 주목받는 인디음악계를 향한 것이기도 하다.인터넷 등 다양한 매체의 발전으로 대형기획사와 방송미디어의 조종에서 벗어나 진정한 ‘아래로부터의 음악’이 가능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누구나 조금만 ‘까치발’을 하면 다양한 음악을 쉽고 넓게 접할 수 있는 세상이잖아요.꼭 주류를 지향하자는 것은 아니지만,이런 때일수록 홍대에서 제2의 ‘크라잉넛’ 같은 슈퍼스타가 나와줘야 한다고 생각해요.뭔가 하나 ‘뻥’하고 크게 터져야 그동안 막힌 것들이 시원하게 뚫릴 수 있어요.”(정순용)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IMF ‘글로벌 대공황’ 경고

    IMF ‘글로벌 대공황’ 경고

    국제통화기금(IMF)이 ‘제2의 대공황’을 경고하고 나섰다.미국과 영국 등 주요국가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일제히 마이너스권으로 진입했다. 올리비에 블랑샤르 IMF 수석이코노미스트는 23일(현지시간) 프랑스 일간 르몽드와의 인터뷰에서 “향후 수개월은 매우 힘들 것”이라면서 “경기침체 단계에서 대공황으로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신뢰를 회복하고 경기 부양책을 쓰고,개인 소비를 촉진해야 한다.”고 대공항 진입 가능성을 시사했다.블랑샤르는 “각국은 적어도 GDP의 3% 이상 경기부양책을 준비해야 할 것”이라며 정부 차원의 대책을 촉구했다. 이런 가운데 미 상무부는 이날 3·4분기 GDP가 전분기에 비해 -0.5% 성장했다고 발표했다.이는 2001년 9·11 테러의 영향으로 그해 3·4분기에 -1.4% 성장률을 보인 이후 가장 급격한 하락을 보인 것이다.2·4분기의 경우 경기 부양책으로 2.8% 성장률을 기록했지만 ‘반짝’ 상승세에 그친 셈이다.3·4분기 마이너스 성장 원인은 3년 연속 감소하고 있는 주택 판매가 지난달 2.9% 감소,18년 이래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기 때문이라고 상무부는 설명했다. 카를로스 구티에레즈 상무부 장관은 “자동차 업계가 무너질 경우 GDP는 더욱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전문가들은 4·4분기 경우 -6~-4%를 기록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워싱턴포스트 등 다른 외신들도 4·4분기에 대해 어두운 전망을 내놓았다. 영국의 경우 같은 분기에 미국보다 더 심각한 -0.6% 성장률을 기록했다.이는 1990년 이후 최악의 수치로 지난 10월 잠정치인 -0.5%보다 더 하락한 것이다.특히 제조업이 -1.4%를 기록,평균치에 한참 모자라는 성장률을 보였다. 뉴질랜드도 최근 8년사이 최악의 성장률인 -0.4%를 기록했고 스페인도 GDP 추이를 나타내는 ISA 활동 지수가 10~12월에 연 성장률 기준 -1.5%를 기록,15년 만에 처음으로 경기 침체를 기록했다.덴마크의 경우 3·4분기에 -0.4% 성장률을,독일은 제로(0) 성장률을 보였다.이탈리아는 10월 소비 지출이 0.3% 감소했다. 프랑스의 경우 주요 경기 지표인 공산품에 대한 가계 소비가 전달 대비 0.3% 증가했지만 연말 특수를 생각하면 만족하기 어려운 수치다.파리의 제르피 연구소의 알렉산더 로는 AFP와 인터뷰에서 “크리스마스 특수가 이렇게 작게 나타난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Let’s Go]태양이 머무는 곳, 거제도

    [Let’s Go]태양이 머무는 곳, 거제도

    거제도의 바다는 웅장하다.특히 남쪽 홍포의 빨려들 듯 망망한 바다는 거제바다의 본성이라 할 만하다.몇 해 전 홍포와 태양을 주제로 한 사진으로 세인들의 입에서 탄성을 뽑아낸 작가가 있다.‘시간을 찍는 사진가’ 서성원(44)씨.전남 순천에서 태어나 고등학교를 졸업한 직후 거제도의 방위산업체에서 근무하다 홍포의 아름다움에 빠져 여태 떠나지 못하고 있다.그의 작품은 태양과 달,그리고 별의 궤적이 대부분이다.특히 사진 전문가들이 태양의 궤적을 담는다는 것은 무모한 도전이라 여길 때도 그는 공장의 용접용 필터로 해를 찍었다.짧게는 2~3시간,길게는 며칠씩 셔터를 열어 빛을 빨아들였다.광기에 가까운 그의 지독한 열정 덕에 일상적인 풍경들이 새로운 사진의 영역이 되었고,작품으로 다시 태어났다.그의 손에 이끌려 햇살 가득한 거제의 이곳저곳을 들여다보았다. ●무지개 마을로 알려진 홍포의 비경 거제는 지금 피보다 붉은 동백이 한창이다.동백은 필 때보다 떨어졌을 때가 더 아름다운 꽃.머지않아 꽃봉오리가 통째로 질 때면 거제의 해안도로는 온통 붉은빛으로 물들 터다. 서 작가 작품 대부분의 모태가 된 곳이 홍포다.주민들은 저녁 노을에 무지개가 뜬다고 해서 ‘무지개 뜨는 마을’이라고도 부른다.새벽녘 무지개마을을 출발해 여차~홍포간 해안도로를 따라 여차방향으로 가던 서 작가가 도로변 샛길을 따라 갯바위 아래로 내려섰다.도로 위에서라면 전혀 볼 수 없는 곳이다.열흘이건 보름이건 사진을 찍을 때면 늘 텐트를 치던 곳이란다.왼쪽으로 대·소병대도가 지척이고 오른쪽으로는 거대한 바다와 통영의 섬들이 주르륵 펼쳐져 있다.가운데 멀리로는 일본땅 대마도가 아련하다.이런 곳에서의 해맞이는 얼마나 특별한 경험이 될까. 여명의 바다 위로 점점이 떠있는 고깃배의 불빛들이 별처럼 반짝인다.수평선 주변이 서서히 여명으로 꿈틀대기 시작했다.뭍과 바다 모두가 숨을 죽인 순간,시뻘겋게 달궈진 해가 거제 바다를 뚫고 솟아올랐다.순간이고 찰나였다.해가 뿜어내는 빛으로 사위는 온통 붉게 물들었다.홍포(紅浦)란 이름에 걸맞은 풍경.거제 사람들은 이 광경을 보며 한려수도에 대비해 혁파(赫波)수도,혹은 적파(赤波)수도라고 부르기도 했다. ●홍포에선 일출·일몰 다 볼 수 있어 홍포는 앉은 자리에서 일출과 일몰을 동시에 볼 수 있는 곳이다.단 해가 대·소병대도 사이에서 떠 통영 쪽으로 지는 이맘 때라야 가능하다.홍포의 이름도 따지고 보면 해넘이 풍경에서 비롯된 것.그러나 정작 서 작가가 해넘이 전망 포인트로 이끈 곳은 상동동 계룡산(566m)이었다.거제도 중심부에 우뚝 솟은 산으로,정상 못 미친 곳에 한국전쟁 당시 포로수용소 통신대 건물의 잔해가 남아 있다. 서 작가는 “건물 잔해 너머로 지는 해가 슬프도록 아름다워 이곳을 자주 찾는다.”고 했다.용광로처럼 타올랐던 태양이 뉘엿뉘엿 다도해의 섬들 사이로 자취를 감출 무렵,통신대 건물이 길게 땅그림자를 남기며 미묘한 분위기를 연출했다.다도해 해넘이 풍경의 절정.거제만과 통영쪽 다도해 사이로 빨려들어가는 해가 더없이 장엄하고 화려하다.장승포에서 상동동 방향으로 가다 용산마을에서 좌회전해 임도를 따라 오르면 계룡산 통신대 유적지가 나온다. ●에티오피아 황제가 일곱 번 ‘원더풀’ 외친 ‘황제의 길’ 거제도가 자랑하는 절승의 하나가 해안도로다.길이가 무려 398㎞에 달한다.면적으로는 제주도에 이어 두 번째이지만 해안도로 길이는 제주도보다 길다.바다를 품은 해안도로를 따라 섬 전체를 도는 데 걸리는 시간은 대략 4시간쯤.다만 장승포항을 기준으로 북쪽보다는 홍포,해금강 등 경승지들이 늘어선 남쪽이 권할 만하다.거제의 남쪽은 그야말로 비경의 연속이다.명승 2호로 지정된 해금강과 신선대,바람의 언덕(작은 사진),학동몽돌해수욕장 등은 물론이려니와 해안 마을 어디를 가도 넉넉하고 아름다운 풍경들과 마주할 수 있다. 가장 많이 알려진 도로는 ‘황제의 길’이다.망치삼거리와 구조라해수욕장을 잇는 14번 국도의 한 부분으로 길이는 4.5㎞ 남짓.1968년 거제도를 비공식 방문했던 에티오피아의 셀라시에 황제가 망치고개에 올라 거제바다를 바라보며 일곱번 ‘원더풀’을 외쳤다고 해서 이름지어졌다. 하지만 황제도 보지 못한 도로가 있다.여차와 홍포를 잇는 비포장길이 그것으로,거제에서 가장 빼어난 풍광을 펼쳐 보인다.3.3㎞ 구간에 대·소병대도와 매물도 등 아름다운 섬들이 들어차 있다. 한적한 섬을 원한다면 소매물도가 좋다.등대섬으로 잘 알려진 곳.행정구역상 통영에 속하지만 거제도에서 더 가깝다.저구항에서 소매물도까지 30분쯤 걸린다. 글·사진 거제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지역번호 055) ▲가는 길:대전~통영고속도로→통영→거제도 ▲맛집:요즘 거제엔 굴이 제철.거제면 내간리 송곡굴구이는 굴을 쪄서 내는 굴구이 ‘원조’로 입소문 난 집이다.굴구이(4인 기준)는 1만 8000원,굴무침 1만 2000원.632-7255. ▲잘곳:최근 문을 연 관광호텔 ‘상상속의 집’이 정갈하다.객실 크기나 시설 등이 특급호텔에 버금가는 수준.바다쪽 전망도 좋아 모든 객실에서 해오름의 장관과 마주할 수 있다.창가 쪽에 자쿠지시설도 갖췄다.장승포에서 지세포 쪽으로 우회전하면 된다.평일 14만원,주말 17만원.inspirationpoint.co.kr,682-5251~2.
  • [우주를 꿈꾸다](중)우주 꿈나무들 앞에 선 이소연 박사

    [우주를 꿈꾸다](중)우주 꿈나무들 앞에 선 이소연 박사

    “5학년 온유반 박도연 학생 어디 있죠? 일어나 보세요.왜 일어나라고 했는지 알겠어요?” 지난 10일 서울 서초구 계성초등학교 멀티미디어강의실에 한국 최초의 우주인 이소연 박사가 들어서자 초등학생들의 환호가 쏟아졌다.강당을 가득 메운 300여명의 학생들은 TV 화면으로만 봤던 이 박사의 등장에 어쩔 줄을 몰라했다. 이 박사는 박도연 학생을 일으켜 세우더니 대뜸 “저도 사랑해요.”라고 말을 건넸다.이 박사가 “박도연 어린이가 내가 우주로 가기 전에 편지를 보내서 ‘사랑한다.’고 말했다.”고 이유를 설명하자 강당 안에는 웃음꽃이 만발했다.이 박사가 이 학교를 찾은 것은 지난 4월 우주로 출발하기 직전에 계성초등학교 5학년 온유반 학생들이 써서 보낸 응원편지에 대한 보답인 셈이었다. 이 박사는 예상 외로 많이 모여든 학생들에 놀라는 표정이었다.남궁순옥 교장은 “처음에는 5학년 학생들에게 강의를 하려고 했는데,많은 학생들이 이 박사를 만나서 경험담을 듣도록 전체 고학년들에게 자율적으로 들을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고 말했다.이 박사는 “어렸을 때 만화나 영화를 보면 우주에 쉽게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막상 어른이 되고 나니 그게 생각만큼 쉽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다.”면서 “(우주인 후보에)지원을 한 3만 6206명 중 마지막 한 사람이 돼 우주에 가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이어 “1차 245명 안에 들었다고 통보를 받았을 때만 해도 모든 꿈을 이뤘다고 기뻐했다.”면서 “테스트를 받다 보니 나보다 더 똑똑하고 체력도 좋고 공부를 잘하는 사람도 많아서 지원한 경험만으로 만족하겠다고 생각했었다.”고 덧붙였다. ●“러시아 훈련센터 전화·인터넷 열악” 이 박사는 ‘꿈을 이루기 위한 노력’을 강조하면서 러시아 훈련과정에서의 경험을 학생들에게 자세하게 설명해 주었다.그는 “40년 전에 우주선을 쏘고 우주인을 배출했던 러시아 가가린 훈련센터가 최고급 호텔 같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전화나 인터넷도 잘 안 될 정도로 정말 열악했다.”면서 “그런 환경에서 최고의 우주기술을 갖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했을 것이고,우리나라는 그런 면에 있어서 노력이 부족하다고 할 수 있다.”고 했다.또 “사람들이 노력의 결과를 인정받고 칭찬을 받는 데는 환경적인 요소가 많이 작용한다.”면서 “남들보다 좋은 환경에 있는 사람들은 더 많이 노력을 해야 칭찬을 받을 수 있는 만큼 어린이 여러분도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우주인 한 끼 식사값 40만원” 학생들은 이 박사가 우주여행과 어려운 훈련 과정에 대한 경험을 들려줄 때마다 탄성을 질러댔다.우주복의 무게가 10㎏이나 된다거나 우주인의 한 끼 식사 값이 40만원이나 된다는 점,우주정거장까지의 거리가 부산보다 가깝다는 점 등 이 박사의 설명 하나하나에 학생들은 눈을 초롱초롱하게 반짝이며 귀를 기울였다.특히 훈련 과정 중 가장 힘든 순간으로 꼽은 ‘해양 생존훈련’과 ‘겨울철 생존훈련’을 설명할 때는 고통을 자신들이 체험하는 듯 모두 얼굴을 찡그리기도 했다. 이 박사는 우주에 다녀와서 지구가 얼마나 고마운 존재인지 느꼈다고 말했다.숨을 쉬고 물을 마시고 화장실에 가기 위해서 엄청난 돈을 지불해야 하는 우주 공간과 달리 이 모든 것을 공짜로 제공하고 있는 지구에 감사해야 한다고 했다. 이 박사는 과학기술홍보대사답게 어린이들의 과학에 대한 관심을 당부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휴대전화,내비게이션 등 실생활에 꼭 필요한 기기들이 없다면 어떤 생활을 하고 있을지 상상해보도록 주문했다.이 박사는 “러시아는 1961년에 우주인을 배출했고,미국은 달에 사람을 보내기도 했지만 한국도 앞으로 더 많은 우주인을 탄생시킬 수 있는 등 충분한 역량을 갖고 있다.”면서 “어린이 여러분도 과학자들의 노력을 칭찬하고 고마워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꿈의 에너지 헬륨3 잡아라” 中·印·日 달 탐사 경쟁 흔히 아시아 3강이라 하면 ‘한국,일본,중국’을 떠올리게 마련이다.그러나 우주 분야에 관한 한 아시아 3강은 한국 대신 인도를 포함시키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진다. 중국,인도,일본 등 아시아 3국은 지난 반세기 동안 미국의 ‘아폴로’와 러시아의 ‘소유스’로 상징되던 우주개발의 역사를 ‘아시아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막대한 자본을 투자해 기술개발에 나서고 있다.특히 구소련 붕괴 이후 러시아가 현상유지에 머물고 있고,미국 역시 투자에 부담감을 느끼고 있는 데 반해 아시아 3국의 성장세는 놀랍다. ●中 “2020년 자체 우주정거장 건설” 올해 세 번째 유인 우주선 ‘선저우(神舟) 7호’를 발사한 중국은 현재 아시아 수준을 벗어나 미국,러시아와 경쟁할 수 있는 수준이다.중국은 이미 1950년대에 미사일 제작에 나섰고,1964년에는 생쥐를 탑재한 생물학 로켓을 발사했다.70년 세계에서 5번째로 인공위성을 쏘아올렸고 1999년 무인 우주인 ‘선저우 1호’,2003년 유인 우주선 ‘선저우 5호’를 발사했다.또 지난해에는 달탐사위성인 ‘창어 1호’를 통해 우주강국의 이미지를 전세계에 심었다.중국은 2010년 ‘선저우 8호’와 ‘선저우 9호’를 발사하고,오는 2020년에는 자체적으로 우주정거장을 건설한다는 목표다. 1962년 우주탐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인도는 1975년 구소련 로켓을 이용해 첫 번째 인공위성을 발사했다.그러나 인도는 고작 5년 후인 80년 세계 7번째로 자체 인공위성 ‘로히니 1호’를 성공적으로 발사했고,2003년에는 원격감지위성 ‘리소스셋 1호’를 쏘아올리며 강국 대열에 진입했다.지난 10월 발사한 달탐사선 ‘찬드라얀 1호’는 11월 초 달궤도에 진입해 지금 이 시간에도 탐사가 진행 중이다.무엇보다 인도는 미국의 10분의1에 불과한 비용으로 우주선을 쏘아올리며 경제적 효율성에 있어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2012년 러시아와 협력해 달에 탐사 로봇을 보낸다는 찬드라얀 2호 계획을 추진 중이며,1억달러에 가까운 예산을 책정해 놓았다. 반면 일본은 1990년에야 로켓 자체 개발에 뛰어들었다.2002년 자체 개발 로켓 H2A를 발사했고 지난해 달탐사위성인 ‘가구야 1호’를 쏘아올렸다.그러나 일본은 95년부터 국제우주정거장(ISS) 사업에 참여해 지속적인 연구결과물을 쌓아올리며 학술적으로 결코 중국과 인도에 뒤지지 않는 기반을 닦고 있다. ●t당 40억달러 달 에너지 선점 노려 이들 세 나라의 최근 동향에는 공통적으로 ‘달 탐사’가 등장한다.이들 모두 지난해와 올해 달 탐사위성을 쏘아올렸다.다른 분야가 아닌 ‘달’에 집착하는 배경에는 달의 경제적 가치가 있다.달에는 지구에 없는 ‘헬륨3’가 대량 매장돼 있다.핵융합 발전에 사용할 수 있는 헬륨3는 에너지 효율이 석유의 1400만배에 이르는 꿈의 에너지다.전문가들은 헬륨3의 가치가 t당 40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달을 조금이라도 많이 아는 나라가 에너지 경쟁에서 유리할 수밖에 없다.또 우주개발은 원거리로 로켓을 쏘아올리는 기술 자체가 미사일 기술과 직결되기 때문에 방위사업에 대한 포장용으로도 훌륭한 역할을 한다.실제로 일본이 갖고 있는 지구 관측위성은 북한을 포함한 동북아 정세를 한눈에 살필 수 있는 강력한 무기로 꼽힌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관계자는 “일본과 중국은 달탐사선 발사를 자국의 기술을 국내외에 과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하면서 많은 이익을 보고 있다.”면서 “아시아 국가들의 발전 속도가 빨리지면서 미국와 러시아 등 우주선진국들이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협찬: 한국항공우주연구원
  • ‘슈퍼맨의 여자’ 노엘 닐, 곱게 늙은 모습…”미모는 여전해”

    ‘슈퍼맨의 여자’ 노엘 닐, 곱게 늙은 모습…”미모는 여전해”

    영화 ‘슈퍼맨(1954)’의 여주인공 로인스 레인 역을 맡았던 배우 노엘 닐(87)의 근황이 공개돼 눈길을 끌었다. 미국의 한 연예매체는 50년대 미국에서 최고의 미모를 자랑했던 닐의 최근 모습을 보도했다. 영화 개봉 후 50년이 지난 닐은 팔순의 노인이 됐다. 한 행사장에 참석한 닐은 머리가 하얗게 세었고 주름이 자글자글한 할머니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세월의 흔적에도 불구하고 왕년의 미녀 스타다운 분위기는 여전했다. 얼굴에 주름은 가득했지만 눈빛만큼은 초롱초롱 반짝였다. 또 고른 치아를 드러낸 채 환하게 웃는 모습에선 활기가 넘쳐 보였다. 특히 사진 속에서 눈에 띄는 점은 닐이 입은 슈퍼맨 복장이다. 닐은 노랑 재킷 안에 S자가 그려진 슈퍼맨 상의를 입고 있었다. 닐은 “여러 의상 중 슈퍼맨 유니폼을 가장 좋아한다”며 “과거를 추억할 때 자주 이 옷을 입고 산책을 한다”라고 밝혔다. 오랜만에 닐의 모습을 본 해외팬들은 “예전의 인형같은 미모를 찾아볼 수 없지만 우아한 분위기는 여전하다”며 “오래오래 건강하길 바란다”라고 응원했다. 한편 닐은 2006년 개봉된 ‘슈퍼맨 리턴즈’에 특별 출연해 슈퍼맨을 사랑한 팬들의 향수를 자극하기도 했다. 기사제휴/스포츠서울닷컴@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2008 문화계 히트상품](2)가요계

    [2008 문화계 히트상품](2)가요계

    2008년은 한국 가요사에서 아이돌 그룹이 최전성기를 구가한 해로 기록될 것이다.한국 갤럽이 최근 발표한 ‘올해의 10대 가수’에서도 ‘원더걸스’, ‘빅뱅’, ‘소녀시대’ 가 모두 5위권 안에 들었다. 10대 소녀팬의 전유물에 그치던 아이돌 그룹이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른 것은 지난해 하반기부터.원더걸스의 ‘텔미’와 빅뱅의 ‘거짓말’이 히트를 쳤지만,당시만해도 가요계에서는 비와 세븐 이후 더이상 빅스타를 내놓지 못하던 대형기획사 JYP엔터테인먼트와 YG엔터테인먼트의 ‘자구책’으로 일회적인 성공에 그칠 것이라는 시각이 많았다. 그러나 기존 가수에게서 찾아볼 수 없는 참신함을 내세운 아이돌 그룹은 뛰어난 라이브 실력과 다재다능한 ‘끼’로 가요계 세대교체를 선언했고,이들을 실력없이 얼굴만 내세우는 ‘애들 그룹’으로 치부하던 20~30대까지 팬층으로 흡수했다.특히 학창시절 서태지와 아이들,H·O·T,god 등의 팬덤문화에 익숙한 성인 팬들은 보다 쉽게 달라진 변화를 받아들였다. 덕분에 한때 반짝 인기에 지나지 않을 것 같던 기존 아이돌 그룹은 자리 굳히기에 들어갔고,기획사들은 더 많은 신생 아이돌 그룹을 내놓느라 바빴다. 대표적으로 올해 ‘소핫’,‘노바디’로 연타석 홈런을 친 ‘원더걸스’의 소속사인 JYP는 2PM 등 신인 그룹을 내놨고,‘10점 만점에 10점’ 등의 데뷔곡을 히트시키며 적잖은 성과를 냈다.‘동방신기’가 소속된 SM엔터테인먼트도 남성 5인조 그룹 ‘샤이니’를 성공적으로 데뷔시켰다.수준급의 가창력으로 입소문을 탄 ‘샤이니’는 ‘누난 너무 예뻐’라는 다소 저돌적인 제목의 노래로 10대팬뿐 아니라 연상의 ‘누나팬’들을 적극적으로 공략하는 대담한 전략을 구사하기도 했다. 10대라는 확실한 수요층을 기반으로 다양한 세대를 겨냥하고 있는 아이돌 그룹은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또한 디지털 싱글 앨범 발매가 활성화된 요즘은 ‘연중무휴’에 가까울 정도로 1년 내내 활동할 수 있기 때문에 과거보다 유리해진 측면도 있다. 때문에 ‘슈퍼주니어-T’처럼 일부 멤버들을 모아 ‘유닛’(팀)의 형태로 운영하는 ‘따로 또 같이’활동이 증가하고,멤버의 개별 활동으로 그룹 전체의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기도 한다.KBS 일일극 ‘너는 내운명’의 주인공 윤아나 ´꽃보다 남자’의 주인공으로 캐스팅 된 ‘SS501’의 김현중,뮤지컬 배우로도 활약 중인 ‘빅뱅’의 대성과 승리 등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한 여성그룹의 매니저는 “요즘은 워낙 유행이 빨리 변하고,잠시라도 활동을 중단할 경우 대중에게 금세 잊혀지기 때문에 살아남으려면 더 자주 매체에 노출되는 수밖에 없다.”면서 “때문에 아이돌 그룹들이 공백기에도 쉬지 않고 일부 멤버들의 각자의 역량을 선보이는 ‘각개 전투’로 그룹 전체의 인지도와 실력을 높이는 솔로 활동에 매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Smile again]아낌없이 웃고, 꾸어서라도 웃자

    역사 속의 리더 중에서 링컨만큼 큰 고통을 겪은 사람은 없다. 하지만 그는 고통 속에서도 웃음과 유머로 자신의 삶을 멋지게 후대에까지 남겼다. 링컨이 남북전쟁 동안 침울한 각료회의에서 유머집을 크게 읽으며 한 말은 지금도 후세들에게 꾸준히 회자된다. “여러분, 왜 웃지 않는 것입니까? 만약 내가 웃지 않았다면 나는 이미 죽었을 겁니다. 그리고 웃음은 나뿐만이 아니라 여러분에게도 필요한 것입니다.” 세상에 웃음과 유머가 필요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그런 의미에서 “꾸어서라도 웃어라”라고 말한 로버트 슐러 목사의 말은 가슴으로 느껴진다. 2차 세계대전 패전으로 전 국민이 실의에 빠져 있었을 때 독일을 일으켜 세웠던 것이 꾸어서라도 웃었던 사례 때문이다. 당시 패전으로 전 국민이 실의에 빠져서 어깨를 늘어뜨리고 지낼 때 한 독일인이 웃음운동을 권했다. 아침마다 동네사람들이 공회당에 모여서 크게 웃었다. 웃을 일이 없었던 당시, 많은 사람들이 비웃었지만 점차 많은 사람들이 웃음의 놀라운 기적을 경험하게 되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웃음으로 활력을 되찾아 독일은 이후에 라인강의 기적을 만들고 다시금 세계 최강국의 하나로 부상하게 된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광고 문구 중에 이런 문구가 있다. “물감을 아끼면 그림을 그리지 못하고, 꿈을 아끼면 성공을 이루지 못한다. 그리고 웃음을 아끼면 행복할 수가 없다.” 웃음은 국가뿐만이 아니라 한 개인의 행복과 성공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나는 지난 6년 동안 사람들과 웃음을 나누면서 수많은 행복한 사람들과 불행한 사람을 만나왔다. 두 종류의 사람을 보면서 행복과 불행의 차이는 백지장 한 장의 차이도 아님을 배우게 되었다. 말기 위암인데도 “말기 위암 빼고는 다 좋아”라면서 자신의 위암을 가지고 노는 할머니도 만나보았고 또한 수백억 원대의 재산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남편이 실수로 던진 말 한마디에 마음 속에 통째로 불행을 끌어안고 사는 사람도 보았다. 또한 똑같은 상황인데도 “우린 잘 될거야”와 “우린 실패할 것 같아”라고 말하는 두 사람의 인생이 어떻게 풀리고 막히는지도 봐 왔다. 그러한 사람들을 보면서 무엇보다도 철저하게 느끼는 것은 ‘나는 진정 행복한가’라는 질문이었다. 나를 향한 이러한 질문은 나에게 언제나 말보다는 실천을 강권했다. 실천이 없는 지식이 도대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행동이 없는 이론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유태인의 속담에 이런 말이 있다. “지금이 아니라면 도대체 언제란 말인가!” 아낌없이 웃고 꾸어서라도 웃어야 한다. 그것이 아픔을 이겨내는 길이며, 가정과 국가가 살아나는 몸부림이기 때문이다. 나는 천상병 시인의 <귀천>이라는 시를 매우 좋아한다. 마지막 구절은 언제나 삶의 나침반이 되어 준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 인생을 소풍이라고 말했다. 인생에는 왕복 차표가 없다. 가면 오지 않는 인생길. 밤잠을 설레며 기다리고 기다렸던 그 소풍처럼 웃음바람 날리는 笑風이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 좋은 인생길. 어느 모퉁에서 독자님과 만나더라도 기쁘고 행복한 서로였으면 좋겠다. *^^* 최규상의 유머발전소 [성적 올리는 방법] 채소가게 자식은? 쑥쑥 올린다. 점쟁이 자식은? 점점 올린다. 한의사 자식은? 한방에 올린다. 성형외과 자식은? 몰라보게 올린다. 구두닦이 자식은? 반짝하고 올린다. 자동차 영업사원 자식은? 차차 올린다. 총알택시 기사 자식은? 따불로 올린다. 배추농사 자식은? 포기하지 않는다. 그리고 목욕탕집 자식은? 때를 기다린다. [재미있는 유머] 한 남자가 아내의 씀씀이가 너무 커서 늘 불평했다. 어느 날 이 남자가 직장동료에게 말했다. “아내가 신용카드를 도둑맞았는데 벌써 석 달이 지났다네.” 그러자 듣는 동료가 물었다. “그럼 당연히 분실 신고는 했겠지?” 그러자 이 남자 왈.. “아니, 신고 안 하고 그냥 뒀어.. 도둑이 내 아내보다 훨씬 덜 쓰더라구!” ‘최규상의 유머편지’를 받으실 분은 한국유머발전소(www.humorletter.co.kr)에서 유머편지를 신청하시면 됩니다. 글 최규상 웃음코치, 유머코치, 한국유머발전소 소장, 최규상의 유머편지(www.humorletter.co.kr), 유머발전소 카페(http://cafe.daum.net/nowhumor)
  • 美 제로금리 훈풍,금융한파 녹일까

    ‘반짝 꿈틀’이냐,‘추세 전환’이냐.미국발 훈풍과 국내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 호재 등에 힘입어 국내 금융시장 표정이 완연히 좋아졌다.그러나 ‘아랫목 온기가 윗목까지는 이르지 않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진단이다. ●“좋아질 때 다잡자” 국책기관 전방위 지원 사격주택금융공사는 17일 대우·롯데 등 8개 건설사들이 발행한 회사채를 한데 묶어 4000억원 규모의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을 발행한다고 밝혔다.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의 신용 보강을 거쳐 공사가 원리금을 전액 보장한다.이에 따라 건설사들은 미분양 적체에 따른 극심한 자금난 부담을 덜게 됐다.투자자들은 떼일 염려가 없는 고금리(연 8%대) 투자 상품을 확보하게 됐다.건설사 회사채에 공사가 지급보증을 서기는 처음이다.산업은행은 전날 5개 건설사와 4개 조선사 협력업체 총 9곳에 자금을 직접 지원하기로 했다.17일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간 채안펀드도 건설사 회사채나 P-CBO,여전·할부채를 집중 사들일 방침이다.책임운용사인 산은자산운용측은 “일시적 유동성 위험이 있는 견실한 기업에 자금 공급이 이뤄지도록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은행 후순위채와 하이브리드채를 매입 대상에서 배제하는 대신 대기업과 은행 계열 카드채를 추가 편입시킨 것도 이 때문이다.●한은 앞 ‘돈 타기’ 장사진도 줄어돈을 타기 위해 한국은행에 몰려들던 금융기관들의 아우성이 줄어든 것도 자금시장 호전 기대감을 낳는 요인이다.한은은 이번주 들어 채안펀드 출자 금융기관들을 대상으로 자금 지원을 실시했다.지원 규모는 1차 출자액 5조원의 절반인 2조 5000억원이었다.그러나 정작 금융기관들이 타간 돈은 2조 692억원에 그쳤다.한은측은 “출자금액이 소액인 일부 금융기관들은 자체적으로 전액 돈을 조달하겠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각자 사정이 있기는 하지만 그만큼 ‘절박하지 않다’는 방증이다.다음날 달러 스와프(교환) 입찰에서도 비슷한 풍경이 벌어졌다.10억달러를 입찰에 부쳐 18억 5000만달러가 응찰했으나 5000만달러만 낙찰됐다.금융기관들이 적어낸 입찰금리가 한은이 책정한 최저금리에 못 미쳐 대거 유찰된 것이다.불과 2주일 전 한·미 통화스와프 40억달러 입찰에 78억달러가 몰려 전액 낙찰된 것과 대조적이다.한은은 “금융기관들이 입찰금리를 낮게 적었다는 것은 시중의 달러 사정이 개선됐다는 신호”라고 해석했다.한은이 RP거래 기관에 증권사를 추가 편입시킨 뒤 은행보다는 증권사 보유 채권을 집중적으로 사들인 것도 자금시장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한은은 “지금까지 총 3조 5000억여원의 은행채를 사들였는데 이 가운데 대부분은 증권사가 보유한 채권”이라며 “(돈을 수혈받은)증권사들의 양도성 예금증서(CD)나 기업어음(CP) 등 단기물 매입이 늘어나 시장금리를 끌어내릴 것”이라고 기대했다.●전문가들 “고래 등장…낙관 일러”이성권 굿모닝신한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달러 유동성 위험은 사라졌다고 봐야 한다.”면서도 “장기적 안정을 예단하기는 어렵다.”고 경계했다.그는 “고용,부동산 등 미국 지표가 사상 최저치를 갱신하고 있어 앞으로의 상황 전개를 주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심재엽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미국 정부가 국채까지 사들이면 시중금리 하락 속도가 빨라질 수밖에 없고 이런 영향은 고스란히 우리에게 온다.”면서 “연말 전에 코스피 지수가 1300선을 넘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오히려 상황이 더 위험해졌다는 진단도 있다.전효찬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자동차 빅3,금융사기 등 묵혀져 있던 ‘고래’들이 나오고 있는 게 지금 국면”이라면서 “추가 악재들이 더 불거지면 미국의 (제로금리 등의)극약 처방은 수포로 돌아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그는 “당장은 국내 금융시장이 호전 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추세인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내년 1~2월이 지나봐야 안다.”고 말했다.안미현 조태성기자 hyun@seoul.co.kr
  • “테이블 세팅 이렇게 하세요”

    “테이블 세팅 이렇게 하세요”

    식탁 위에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내고 싶지만 1년에 한번 쓸까말까한 소품을 굳이 돈 들여 사고 싶지 않다.하지만 아무리 조촐한 모임이라도 상차림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음식 맛도 살고 기분도 산다.돈도,힘도 안 들이는 아이디어 테이블세팅 팁을 쿠킹아트센터 이지현 실장에게서 들어봤다. ●그릇이 없다고 걱정마라 보통 세트 구매를 선호하는 주부들이라면 상을 차릴 때도 그릇을 통일시켜야 한다는 강박을 가지고 있다.그래서 손님 수에 맞춰 그릇이 없으면 불안해한다.그럴 필요 없다.옆사람끼리는,다르게 마주보고 앉은 사람들끼리는 같은 그릇을 놓아보라.밥상 위도 단조롭지 않고 동일한 그릇에서 느껴지는 ‘사소한 유대감’이 더욱 친밀한 식사 시간을 만든다.평소 커피를 담아 마시던 넓고 큰 머그컵도 편견을 깨고 훌륭한 국 또는 스프 그릇이 된다는 것도 명심할 것! ●근사한 테이블보 없어도 된다 크리스마스의 대표 색상은 빨강과 녹색.지금 당장 집 앞 문구점에 가서 빨강,녹색의 부직포를 살 것.사각 또는 원형으로 오려 식탁 매트를 만들어 깔아주면 값비싼 테이블보 부럽지 않다.식기가 모두 화이트일 경우,부직포를 엇갈리게 또는 마주보게 같은 색상으로 배치하면 활기 넘친다. ●다 쓴 랩 심지 요긴하네 요즘 대형할인점에 가면 예쁜 냅킨이 많다.그냥 식탁 위에 놓아도 장식미를 주지만 손님에게 특별한 기분을 선사하려면 냅킨링 하나쯤 있으면 좋다.굳이 돈 들여 살 필요 없다.다 쓴 랩이나 쿠킹 호일 심지를 길이 3cm 정도로 자른 뒤 금색 리본으로 깔끔하게 말고 가장자리는 풀로 고정시킨다.솜씨가 있다면 여기에 황금색 구슬,솔방울 등을 붙이면 근사한 냅킨링이 완성된다.자신 없다면 손님의 이름을 넣은 카드를 붙여도 세심한 배려를 느끼도록 할 수 있다.와인잔 다리에 작은 이름표를 달거나 리본을 달아도 좋다. ●화려한 꽃,촛대 아쉽지 않다 키가 작고 입구가 넓은 민무늬 유리컵(언더락잔)에 물을 3분의1쯤 담아 초를 띄워 테이블 한편에 쭉 배치하는 것도 방법.디저트로 먹으려고 사온 머핀이 있다면,초코파이로 생일 케이크 만드는 방법으로 쌓아 맨 꼭대기 머핀 위에 반짝이 종이로 오려 만든 별모양 하나 꽂아줘도 식탁을 근사하게 만들 수 있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그는 예뻤다?”…할리우드 여장남자 ‘비포&애프터’

    “그는 예뻤다?”…할리우드 여장남자 ‘비포&애프터’

    영화 ‘가위손’과 ‘캐리비안의 해적’ 등에서 멋진 외모와 남성적인 카리스마로 수많은 여성팬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던 조니 뎁이 여자로 변신한다면 어떤 모습일까? 조각같은 얼굴을 가진 뎁이지만 여장을 한 그는 보통 여자보다 더 섹시한 자태를 자랑했다. 이 외에도 여러 인기 남자 배우가 영화를 위해 여장을 시도했고 각기 색다른 매력을 발산했다. 주로 코미디 영화에 출연한 존 트라볼타는 여장으로 분해 팬들에게 더 많은 웃음을 선사했다. 또 ‘귀여운 악동’ 마틴 로렌스도 영화에서 뚱뚱한 할머니로 둔갑하며 파격적인 변신에 도전했다. 영화 속에서 여장으로 분한 할리우드 남자배우는 누가 있는지, 또 어떻게 변했는지 살펴봤다. 조니 뎁은 조각 같은 얼굴과 콧수염, 커다란 골격 등 남성적인 외모를 자랑했다. 그동안 여러 작품 속에서도 강한 카리스마를 보여줬다. 하지만 뎁은 2000년에 개봉한 영화 ‘비포 나잇 폴스(Before Night Falls)’에서 동성연애자 역을 맡으면서 매혹적인 여성으로 변신했다. 영화 속에서 뎁은 짙은 화장과 핑크빛 머리띠를 한 웨이브 헤어스타일 등 여장으로 분해 요염한 자태를 뽐냈다. 이에 상의를 벗고 목에 화려한 장식이 달린 머플러를 감고 치마를 입어 완전한 여자로 거듭났다. 존 트라볼타는 인상이 좋은 배우 중 한 명으로 평소 포근한 ‘옆집 아저씨’이미지였다. 그는 주로 코미디나 액션 영화에 자주 출연하며 팬들에게 친근감을 주는 배우로 각인됐다. 이런 트라볼타가 2007년 영화 ‘헤어스프레이(Hairspray)’에서 뚱뚱한 엄마 에드니 역으로 출연해 코믹한 연기를 선보였다. 트라볼타는 영화에서 ‘일명’ 사자머리로 불리는 한껏 부풀린 헤어스타일과 반짝이는 드레스를 입고 매우 유쾌한 연기를 펼쳤다. 당시 완벽한 엄마 역을 소화해내기 위해 목소리까지 변조했던 트라볼타의 모습은 영화팬들을 폭소케 했다. 마틴 로렌스는 동그란 눈과 콧망울 등 귀여운 얼굴을 자랑하는 배우이다. 그는 깜찍한 이미지와 어울리는 영화 ‘거친 녀서들(Wild Hogs)’과 ‘경찰서를 털어라(Blue Streak) 등 코믹한 연기를 해왔다. 하지만 2000년 영화 ‘빅마마 하우스(Big Momma’s House)’에선 파격적인 변신에 도전했다. 로렌스는 영화 속에서 몸무게가 무려 147kg인 뚱뚱한 할머니로 둔갑했다. 그는 육중한 몸매를 만들기 위해 살을 붙였을 뿐더러 레게머리를 따고 노랑색 여자 수영복을 입어 팬들에게 웃음을 줬다. 거구 할머니가 된 로렌스는 살떨리게 춤을 추는 등 개성 넘친 연기로 팬들에게 사랑받았다. 영화에서 할머니가 된 남자배우 중 로빈 윌스엄스를 빼놓을 수 없다. 윌리엄스는 평소 미소가 따뜻하고 중후한 매력을 자랑했다. 그동안 윌리엄스가 주로 맡아온 캐릭터도 자상한 아버지 역할이었다. 그러나 1993년에 개봉한 영화 ‘미세스 다웃파이어(Mrs. Doubtfire)’에서는 할머니 가정부로 변장했다. 윌리엄스는 노년 여성으로 보이기 위해 곱슬 머리를 틀어 올리고 커다란 돋보기 안경을 착용했다. 이에 파란 스웨터와 빗자루를 들어 푸근한 이미지의 할머니로 완벽 변신했다. 윌리엄스는 이 영화를 통해 팬들에게 ‘연기파’ 배우로 인식되게 되는 행운도 얻었다. 영화 ‘눈먼 자들의 도시(Blindness)’의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은 큰 눈망울과 긴 속눈썹, 하얀 살결 등 예쁘장한 얼굴을 가진 꽃미남 배우이다. 가르시아 베르날은 2004년작 영화 ‘나쁜 영화(Bad Education)’에서 여장을 하면서 여자보다 더 아름다운 미모를 자랑했다. 영화에서 가르시아 베르날은 레트로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웨이브 헤어스타일과 빨강 메니큐어를 바르고 다홍빛 꽃 한 송이를 들어 여성스러움을 극대화 했다. 또 입을 살짝 벌린 포즈는 남성팬들을 유혹하는 것처럼 보였다. 영화 ‘리틀 맨(Little Man)’의 숀 웨이언스와 마론 웨이언스 흑인 형제는 각진 얼굴과 남성다운 외모를 가진 배우로 코미디 연기를 펼쳤다. 두 사람은 2004년에 개봉한 영화 ‘화이트 칙스(White Chicks)’에서 하얀 살결을 가진 섹시한 백인 여성으로 변신했다. 웨이언스 형제는 영화에서 똑 닮은 일란성 쌍둥이로 분했다. 두 사람은 굵은 웨이브 금발 헤어스타일과 두꺼운 화장을 했다.여기에 커다란 가슴이 드러나는 상의를 입고 푸른빛이 도는 컬러 렌즈를 착용하는 등 섹시한 여자로 거듭났다. 기사제휴/스포츠서울닷컴@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글로벌 시대] 편견의 벽을 넘는 2009년/정희섭 주한 덴마크 대사관 투자담당관

    [글로벌 시대] 편견의 벽을 넘는 2009년/정희섭 주한 덴마크 대사관 투자담당관

    난 고등학교 때 보이스카우트 활동을 했다.매년 겨울방학이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같은 단원들과 함께 고아원으로 봉사활동을 갔던 그때의 기억이 새롭다.고아원에서 아이들과 성탄절 노래도 부르고 준비해 간 케이크도 먹고 게임도 하다 보면 곧 헤어질 시간이 된다.고아원 정문 밖으로 나가는 우리를 보며 잘 가라는 인사가 아닌 언제 다시 올 것이냐는 원생들의 물음에 그들이 안고 있는 마음속 외로움을 실감했던 오래전의 일이 생각나는 연말이다. 사회인이 된 후로는 해외에 나가 오래 생활을 했던 이유도 있었지만,늘 바쁘다는 이유로 제대로 된 봉사활동 한번 하지 못하게 되었다.생각은 있지만 실천하지 못하는 게으름과 핑계를 일소하기 위해 2006년에는 매달 서울의 모 고아원을 방문해 봉사활동을 했다.그런데 20년 전 고등학교 시절이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아이들은 인사가 아닌 질문으로 나의 방문을 마무리한다는 것이다.“또 언제 오실 거예요.” 정에 굶주린 그들은 떠나는 나를 보고 잘 가라는 인사 대신 다시 만날 날을 계산하고 있는 것이다.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먹을 것도 아니고 입을 것도 아닌,자신이 누군가로부터 관심을 받고 있다는 사실임이 절실히 느껴져 고아원을 떠나는 발걸음이 늘 무거웠다. 어떤 사회든 소외된 계층이 있기 마련이다.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말로 대변되는 사회 복지 선진국인 북유럽 국가에도 여러 가지 이유로 소외된 계층은 있다.다만 그들을 바라다보는 사회의 인식과 관심의 정도가 다를 뿐이다.연말에만 반짝하고 마는 우리의 그것과는 달리 늘 지속적인 애정과 관심이 있다는 것이 작아 보이지만 큰 차이일 것이다. 우리나라도 급격한 산업화와 글로벌화가 진행되다 보니 소외라는 말이 우리가 늘 강조해 왔던 단일 민족 내에서의 소외가 아닌 글로벌화된 소외로 존재하게 되었다.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이 100만명에 육박하고 있으며,외국인과 결혼하여 가정을 이룬 경우도 수만 건에 달한다.이렇다 보니 우리 주변에서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을 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지역적으로 다르겠지만 경기도의 어떤 지역에 가보면 외국인 반,한국인 반이라는 말이 농담처럼 들리지 않는다. 외국인과 결혼하여 태어난 혼혈인,아니 공공연히 ‘코시안’이라고 불리는 다문화 가정아.우리 사회의 소외 지도가 단순히 많이 갖고 덜 갖고의 차원을 넘어 어디서 온 사람이고,국적이 어디냐에 따라 다르게 그려지는 현상을 우리는 이미 심각하게 고민할 때가 되었다.어떻게 보면 코시안이라는 말 자체도 다분히 지역적이고 인종적인 편견에서 파생된 단어라고 생각해볼 때,우리 사회의 편견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엄연히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성장해야 할 그들이 ‘다문화 가정아’라는 말로 표현되는 우리의 현실이 소외 아닌 소외를 만들어 가는 것은 아닐까. 다가오는 2009년부터는 글로벌 시대에 도움이 전혀 안 되는 얄팍한 순혈주의적 발상에서 벗어나 적어도 국적에 의한 소외,특정 인종에 대한 편견에서 발생하는 소외현상이 없어졌으면 좋겠다.부모로부터 물려받은 피부색과 외모 때문에 발생하는 그들의 정서적 고통도 함께 사라졌으면 좋겠다.미국 44대 대통령으로 당당하게 당선된 버락 오바마처럼 사회적 편견이라는 인생의 장애물을 뛰어넘는 사람이 많아져야 하고 또 그런 용기와 희망을 줄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아울러 전 세계 200여개 국가 중 한국 회사와 한국인이 진출하지 않은 나라를 세는 것이 훨씬 빠른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고,수백만명의 해외교포가 현지 사회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마음속에 새겨 넣어야 한다. 정희섭 주한 덴마크 대사관 투자담당관
  • 英캠페인 선정 ‘워스트 CF’에 삼성 9위 굴욕

    英캠페인 선정 ‘워스트 CF’에 삼성 9위 굴욕

    국내최대 기업인 삼성전자의 해외용 TV광고가 자사가 후원하는 영국프리미어 축구팀 첼시의 선수들을 대거 출연시켰음에도 해외언론에서 선정한 ‘최악의 TV광고 10편’에 포함됐다. 최근 영국 유명산업주간지 캠페인은 올 한해 방송된 TV 광고 중 ‘최악의 CF 10편’(Campaign’s Top 10 turkeys of 2008)을 선정했다. 해당 언론은 자사 홈페이지에 거론된 10편의 CF의 동영상과 선정이유를 게재했다. 주목할 만 한 점은 삼성전자가 올해 방영한 TV의 광고가 이 순위에 포함됐기 때문. 특히 삼성은 공식 후원하는 첼시 팀의 선수를 4명이나 출연시켰음에도 ‘창의력이 결핍된 광고’란 비난을 받으며 ‘최악의 CF’ 리스트에 거론됐다. 30초 분량의 해당 CF의 내용은 단순하다. 첼시 팀 주장 존 테리를 비롯해 페트르 체흐, 마이클 에시엔, 니콜라스 아넬카 등 4명의 선수들이 유니폼이 아닌 정장을 차려입고 카메라 앞에서 현란한 공차기 기술을 선보인다. 마지막으로 아넬카가 카메라를 향해 공을 차면 이를 집에서 지켜보는 여성이 TV에서 튀어나온 공을 발로 잡는다는 내용. 이 같은 내용에 대해 캠페인은 날선 비평을 가감 없이 게재했다. 주된 내용은 창의력은 없고 후원 팀의 선수들을 출연시켜 반짝 효과를 기대했다는 것. 캠페인은 “이 광고에서 보여준 골은 이번 시즌 최악의 골”이라고 비꼬면서 “첼시의 유니폼 스폰서 삼성이 영국 스포츠 스타들을 하이테크 TV를 홍보하게 만들었다. 뭔가 진짜 창조적인 것을 만들려는 노력이 부족했다. 이보다 더 나쁠 수는 없다.”고 꼬집었다. 이밖에도 해당언론은 골프천재 타이거우즈가 출연한 질레트 면도기 광고와 사망한 가수 故에디트 피아프의 생전 영상을 담은 안경판매회사 스펙세이버의 광고가 각각 1위와 2위를 차지했다. -다음은 캠페인 선정 ‘최악의 TV광고 10편’ 1 Gillette 2 Specsavers 3 Renault 4 Warburtons 5 Country Life 6 Kellogg 7 Orangina 8 Premier Inn 9 Samsung 10 DFS 사진=해당 CF화면 서울신문 나우뉴스 강경윤기자 newsluv@seoul.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NOW포토] 브아걸 “반짝이는 미니스커트 어때요?”

    [NOW포토] 브아걸 “반짝이는 미니스커트 어때요?”

    여성그룹 브라운아이드걸스가 10일 오후 7시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리는 ‘2008 골든디스크’ 시상식에 참석해 레드카펫을 밟고 있다. 서울신문NTN 한윤종 기자 han0709@seoulntn.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베이비 패셔니스타’ 수리 크루즈, 패션 잇(IT)아이템은?

    ‘베이비 패셔니스타’ 수리 크루즈, 패션 잇(IT)아이템은?

    2008년도 최고의 베이비 패셔니스타의 주인공은 누구일까? 바로 톰 크루즈와 케이티 홈즈의 딸 수리 크루즈이다. 수리는 깜찍한 외모뿐만 아니라 남다른 패션감각으로 미국 언론과 팬들에게 관심을 받았다. 수리가 입은 옷이나 신발 등은 전 세계의 베이비들이 따라할만큼 유행 아이템이 됐다. 이러한 인기와 파급력 때문에 파파라치들은 수리의 일거수일투족을 포착한다. 수리의 일상이 담긴 사진들을 살펴보면 그가 선호하는 옷과 신발, 색상 등을 확실히 알 수 있다. 수리는 원피스 마니아다. 원피스라도 평범한 스타일은 거부한다. 선명한 레드 컬러가 돋보이는 원피스나 도트, 스트라이프, 꽃무늬가 아름답게 디자인된 사랑스러운 패션을 고수한다. 50달러짜리 올드 네이비 원피스에부터 1000달러짜리 아르마니 원피스까지 다양한 가격대의 원피스도 맞춰 입은 옷처럼 완벽히 소화했다. 원피스와 더불어 수리하면 떠오르는 패션 아이템은 플랫 슈즈다. 수리는 골드빛 메리 제인 슈즈를 신지 않으면 외출을 하지 않으려 할 정도로 플랫 슈즈를 사랑한다. 2008년 전 세계 언론 매체와 팬들이 열광한 할리우드 최고의 베이비 패셔니스타 수리의 패션 잇(IT)아이템들을 모아봤다. ◆ 좋아하는 스타일 ‘원피스’ 수리는 수 백벌의 원피스를 소장하고 있는 ‘원피스 매니아’이다. 수리의 일상 모습들을 살펴보면 화려한 공주풍의 원피스부터 실크 소재의 고급스런 원피스까지 다양한 의상들을 가지고 있다. 수리를 걸음마를 뗄 때부터 사시사철 줄곧 원피스만을 고집했다. 봄에는 아래 폭이 풍성한 스타일, 여름에는 푸른 빛의 민소매 원피스를 입었다. 가을과 겨울에는 재질이 고급스럽고 다소 차분한 느낌의 원피스를 입고 ‘꼬마 숙녀’로 변신했다. ◆ 좋아하는 색상 ‘빨강’ 수리가 좋아하는 색상은 빨간색이다. 다양한 디자인의 빨간색 원피스를 입은 모습이 심심치 않게 발견되기 때문이다. 옷 뿐만 아니라 우산이나 인형 등과 같은 소폼도 빨간색이 많다. 수리가 유독 빨간색을 사랑하는 이유는 여성스러움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수리가 원피스나 플랫슈즈를 찾는 이유도 얌전한 공주처럼 보이기 싶어서다. ◆ 좋아하는 무늬 ‘꽃·물방울·줄무늬’ 패션감각이 뛰어난 수리는 밋밋한 원피스는 입지 않는다. 원피스 뿐만 아니라 우산, 가방 등도 자세히 살펴보면 단조로운 무늬가 거의 없다. 수리는 항상 독특하고 아기자기한 모양이 그려진 의상을 선호한다. 수리가 좋아하는 무늬는 꽃, 도트, 스트라이프 모양이다. 그중 특히 물방울 모양의 도트 무늬를 가장 선호한다. ◆ 좋아하는 신발 ‘골드 플랫슈즈’ 수리는 원피스만큼 반짝이는 골드 플랫슈즈도 사랑한다. 엄마 홈즈와 함께 나들이를 나갈때마다 거의 매일 골드 플랫슈즈를 신고 있다. 매일 다른 옷을 선보이는 것과 달리 신발은 늘 플랫슈즈만을 고른다. 얼핏 보기엔 같은 신발처럼 보이지만 디자인과 색상이 약간씩 다른 플랫슈즈이다. 수리가 특히 좋아하는 플랫슈즈는 금빛 색을 띄고 앞이 둥근 모양을 가진 신발이다. 기사제휴/스포츠서울닷컴@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택배업계 “불황에도 우린 씽씽 달려요”

    택배업계 “불황에도 우린 씽씽 달려요”

    불황에도 불구하고 택배업계는 씽씽 달리고 있다.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택배 차량을 굴려도 배송이 지연될 정도로 일손이 부족하다.내용물도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먹을거리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농어촌에서 생산한 농수산물 배송이 크게 늘어났다.외출을 자제하면서 홈쇼핑이 의뢰한 택배도 부쩍 증가했다. 5일 새벽 5시.서울 용산 서빙고동 대한통운 중부사업소 마당과 주변 도로는 지방에서 올라온 트럭들로 교통체증이 빚어졌다. 문을 열자마자 직원 110명이 달려들어 짐을 내리기 시작한다.군포에서 온 11t짜리 컨테이너 차량 3대 물건을 금방 분류해 옮겨 실었다.동대구에서 올라온 11t짜리 컨테이너 택배도 금방 내렸다.쌀,고추장,김치,배,감자 등 농산물이 주를 이룬다.부피가 크고 무겁다.대부분 고향 부모가 자식들에게 보내는 농수산물이다.추석 이후 농산물 택배 물량이 늘어나지만 올해는 특히 중국발 멜라민 파동으로 농수산물 택배 물량이 지난해보다 2배 가까이 늘었다. 내린 물건은 다시 배달 지역별로 구분해 작은 트럭으로 싣는다.이곳으로 올라온 택배는 용산·서초구로 나간다.하루 1만 3000~1만 5000개 상자가 들어온다.동시에 전국으로 배달할 물건도 2만 3000~2만 5000 박스나 접수된다. 다른 지역으로 나가는 물량의 70%는 용산전자상가에서 나온다.마재규 택배기사는 “지난해까지는 완제품 김치가 많았는데 올해는 절인배추 물량이 부쩍 늘었다.한집에 5~6상자씩 배달하다보면 허리가 부러질 정도”라고 말한다. 생산지와 직거래하는 물품도 많다.용산구 한 아파트 부녀회가 주문한 20㎏ 짜리 쌀 20포대도 이날 배달됐다.과메기철을 맞아 포항 과메기 택배로 반짝 특수도 누렸다.2.5t 트럭 5대에 과메기만 채워서 올라오기도 한다. 올해 택배 물량은 지난해보다 15% 정도 늘어난 10억 1500만 박스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농산물과 함께 홈쇼핑·인터넷 쇼핑 등 통신판매 이용자가 늘어난 것도 택배 물량 폭주를 불러왔다.기름값을 아끼고 외출을 자제하기 때문이다. 통신판매 의류는 파우치(작은 비닐봉지)로 오는 물품은 늘었고 옷걸이에 걸린 옷은 줄었다.단벌이나 액세서리 등 저렴한 의류 구입은 늘어난 반면 남자 양복,정장 등 비싼 의류 소비는 줄어들고 있음을 보여준다.비싼 것 하나보다는 싼 것을 2~3개 구입하는 식으로 구매패턴이 바뀌면서 덩달아 택배 물량도 증가한 것이다. 그렇다고 택배업계가 불황의 그늘에서 완전히 비켜난 것은 아니다.택배업계 1위인 대한통운은 올 4분기 성장률이 22%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3분기까지 30% 성장률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해 낮은 성장이다.중부영업소가 담당하는 용산전자상가는 불황의 단면을 그대로 보여준다.환율이 900~1000원에서 1500원대로 급등하면서 택배 물량이 3분의1로 줄었다. 택배기사 13년차인 김형태씨는 “7월 이전까지만 해도 작은 전자제품을 담은 행낭이 2박스 정도 들어왔는데 요즘은 절반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 연말 모임 멋 좀 내볼까

    연말 모임 멋 좀 내볼까

    주머니 안에도 바람이 들어 더욱 춥게 느껴지는 겨울.우울함을 잊기 위해서인지 이번 시즌 유독 크고 굵게 반짝이는 ‘오버사이즈드 주얼리’가 각광을 받고 있다. 올 겨울,눈부심을 발산하는 액세서리 군단의 등장으로 어두웠던 마음과 도심이 화사한 빛을 되찾을 수 있겠다.잘 고른 저렴한 ‘인조 보석’이면 어떤 모임에 가서든 열 의상이 부럽지 않을 수 있다. 여심이 쏠리고 있는 아이템들은 허전한 손목을 부피감 있게 채워주는 뱅글,새 옷을 걸치지 않아도 목에 힘을 줄 수 있도록 상당한 존재감을 뽐내는 큼직한 목걸이,손가락을 다 가려도 전혀 흉이 안 되는 칵테일링 등이다.화려함의 상징 스와로브스키는 크리스마스 한정판 목걸이를 내놓고 특별한 자리가 예정된 여심을 유혹하고 있다. 저렴하게 사치하고 화려하게 치장할 수 있는 아이템이 즐비한 곳은 단연 인터넷 쇼핑몰들.옥션(www.auction.co.kr)은 1000원대 초저가에 선보이는 주얼리 기획전은 물론,하나 사면 하나 더 주는 ‘ONE+ONE’ 행사까지 실시하고 있다. 이번 시즌 뱅글의 변신은 무죄다.무심한 듯 크고 굵직한 뱅글 두 세 개 겹쳐주면 할리우드 패셔니스타 못지 않다.두툼한 크리스털과 큐빅이 박힌 화려한 제품부터 도트(물방울)무늬,시계 프레임이 달린 뱅글,펀칭 장식의 가죽 밴드까지 스타일이 다양하다.별,열쇠 모양의 참 장식이나 큐빅으로 촘촘히 장식된 풍성한 느낌의 제품도 눈길을 끈다. 클래식한 옷차림에는 골드,실버 컬러의 화려한 금속 뱅글이 제격.가느다란 뱅글은 7~8개를 겹쳐 차면 여성스러운 원피스와도 잘 어울린다.셔츠와 팬츠만 걸친 캐주얼한 의상에는 가죽 뱅글이나 플라스틱 뱅글이 잘 어울린다.양쪽 손목을 뱅글로 장식하고 싶다면 서로 다른 소재와 디자인으로 언밸런스한 느낌을 주는 것이 좋다. 그린,핫핑크,오렌지 등 달콤한 색상의 칵테일링도 인기가 뜨겁다.칵테일링은 1950년대 여성들이 칵테일을 마시면서 착용하던 데서 기원한다.화려한 액세서리로 멋을 부리기보다 투명한 느낌의 칵테일링 하나만으로도 우아함을 뽐낼 수 있다. 레드 컬러의 칵테일 반지는 손이 하얗고 예뻐 보일 뿐 아니라 전체 분위기에 방점을 찍기에도 알맞다.심플한 수트나 파티용 드레스 모두 잘 어울린다.자칫 나이 들어 보일 수 있으니 핑크,오렌지,그린 등의 밝은 파스텔 색상으로 스타일에 생기를 불어넣는 것이 포인트.유색 주얼리를 착용할 때 화사한 색조 메이크업이 필수.무엇보다 반지를 낄 때는 네일 컬러에 신경을 써야 한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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