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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매닝家 진짜 황제 ‘일라이’ 납시오

    일라이 매닝(31)은 행복하거나 또는 불행했다. ‘풋볼 명가’에서 태어났다. 아버지 아치 매닝(63)은 1970~80년대 뉴올리언스 세인츠에서 이름을 떨쳤던 쿼터백. 세 형제 모두 풋볼 선수로 키웠다. 첫째형 쿠퍼 매닝(38)은 와이드 리시버였다. 하지만 미시시피 대학 시절 부상으로 일찍 선수생활을 마감했다. # 첫 우승 뒤에도 ‘페이튼 동생’ 꼬리표 둘째형 페이튼 매닝(36)은 집안의 자랑이었다. 인디애나폴리스 콜츠의 쿼터백으로 미프로풋볼(NFL) 역사를 바꿨다. 난다 긴다 하는 선수들 틈에서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에 4차례나 뽑혔고 올스타에도 11차례 선정됐다. NFL 사상 최단기간 5만 패싱야드-4000회 패스라는 대기록도 세웠다. 2007년에는 인디애나폴리스를 우승시켜 슈퍼볼 MVP의 영예도 안았다. 셋째 일라이는 ‘슈퍼스타’의 동생으로 관심을 끌었다. 한편으로 부담스러웠고 다른 한편 부담이 없었다. 아버지와 형에 이어 쿼터백으로 뛰었다. 2004년 뉴욕 자이언츠에 입단해 이듬해 주전 자리를 꿰찼지만 평가는 냉혹했다. 모든 플레이가 형과 비교됐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페이튼의 동생’이란 꼬리표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형은 가장 든든한 지원자인 동시에 넘어야 할 벽이었다. 이제 동생 일라이의 진짜 반격이 시작됐다. 시동은 2008년 슈퍼볼에서 걸었다. 일라이는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와의 슈퍼볼에서 경기종료 35초 전 역전 터치다운 패스를 성공시켜 자이언츠의 깜짝 우승을 이끌었다. 슈퍼볼 MVP도 꿰찼다. 하지만 반신반의하는 시선은 바뀌지 않았다. 그리고 마침내 6일, 일라이가 형보다 빛났다. 자이언츠와 패트리어츠가 4년 만에 다시 마주한 슈퍼볼은 정말 4년 전의 ‘데자뷰’였다. 형 페이튼이 안방으로 쓰고 있는 인디애나주 인디애나폴리스 루카스오일스타디움에서 일라이는 펄펄 날았다. 터치다운 패스 1개를 포함해 40개의 패스 중 30개를 적중시켰다. 296패싱야드로 상대 쿼터백 톰 브래디(276패싱야드)에 판정승을 거뒀다. 승부는 박빙이었다. 종료 1분 전까지 뉴욕이 15-17로 지고 있었다. 그러나 57초를 남기고 아메드 브래드쇼가 혼전을 틈타 터치다운에 성공했다. 사실 일라이는 돌진하는 브래드쇼에게 “득점하지 마(Don’t score).”라고 소리쳤다. 득점 후 공격권을 넘겨주기에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았기 때문. 시간을 다 쓴 뒤 필드골(3점)만 성공시켜도 이길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주춤하던 브래드쇼가 균형을 잡지 못한 채 터치다운을 찍었다. 21-17 역전. 일라이는 남은 57초 동안 마음 졸였지만, 결국 잘 버텨 축포를 쐈다. 반짝이는 빈스 롬바르디(슈퍼볼 우승 트로피)는 자이언츠 품에 안겼다. 통산 4번째 우승. 정규리그 9승7패로 꾸역꾸역 슈퍼볼에 올라온 자이언츠는 13승3패로 특급열차를 타고 온 패트리어츠를 꺾는 이변(?)을 연출했다. 이것도 4년 전과 똑같았다. # 슈퍼볼 두 번째 MVP 역대 5명뿐 그때처럼 슈퍼볼 MVP도 일라이의 몫이었다. 생애 두 번째 슈퍼볼 MVP. 역대 슈퍼볼에서 MVP를 두 차례 이상 차지한 건 5명뿐이다. 일라이는 “슈퍼볼 우승은 언제나 기쁜 일이다. 힘든 시즌이었는데 포기하지 않고 서로 믿어준 동료들이 있어 우승할 수 있었다.”고 웃었다. 일라이는 지난해 8월 인터뷰에서 “브래디급의 ‘엘리트’ 쿼터백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 급은 된다(in that class).”고 대답해 도마에 올랐다. 하지만 슈퍼볼에서 두 차례나 브래디를 쓰러뜨리면서 더 이상의 반박은 힘들게 됐다. 설움을 딛고 ‘매닝가’의 진정한 주인공으로 우뚝 선 것이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청년전용 창업자금 첫달 63억 지원

    “22살 때 창업했지만 경험 미숙으로 3년 만에 망했습니다. 하지만 (애플 공동 창업주인) 스티브 잡스처럼 새로운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꿈으로 다시 회사를 만들었습니다. 청년 창업이 활성화되려면 장기적인 지원이 절실합니다.” ●중진공, 마련 자금중 12.7% 투입 정부와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올해부터 ‘청년전용 창업자금’을 지원하고 있는 가운데, 제도 시행 첫 달인 지난달 63억여원이 지원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자금으로 창업한 ‘청년 최고경영자(CEO)’들은 회사 운영과 관련한 멘토제 활성화와 장기적 지원을 희망했다. 2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지난달 중진공에는 총 130건의 청년전용 창업자금 신청이 접수됐다. 이 가운데 102건(63억 4500만원)이 지원 대상으로 결정됐다. 창업을 준비 중인 예비창업자에게 12억 7000만원(21건), 창업 1년 미만 업체에 37억 3500만원을 지원해 주기로 했다. 중진공이 마련한 자금 500억원 중 12.7%가 한 달 만에 투입된 것이다. 청년전용 창업자금은 만 39세 이하 예비창업자 및 창업 3년 미만 기업 사업주에게 연 2.7%의 고정금리로 최고 5000만원(제조업은 1억원)까지 융자하는 제도다. 사업 실패 시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심사를 통해 최고 2000만원(제조업 4000만원)까지 상환금을 조정해 준다. 이달부터는 중진공 외 우리은행과 기업은행도 업무협약을 맺고 비슷한 조건으로 융자를 실시한다. ●정부, 상반기에 조기 집행키로 이 자금으로 창업한 청년 창업가들은 지난 1일 중진공 청년창업센터에서 김동연 재정부 2차관과 가진 간담회에서 ‘정부의 꾸준한 관심’을 한목소리로 주문했다. 최대웅(32) 트리버즈 대표는 “22살 때 창업했다가 한 차례 실패했는데 회계나 거래처와의 계약 등 경험이 부족했던 게 가장 큰 원인이었다.”고 털어놨다. 손민성 기업은행 컨설턴트는 “(청년 창업 기업의 경우) 수익구조와 모델은 좋은데 돈이 안 벌리는 쪽으로 운용되는 경우가 많다.”며 “구매와 물류, 마케팅 등 기업 운영을 하는 데 있어 장기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올해 마련된 청년전용 창업자금을 상반기에 조기 집행할 방침이다. 임주형기자 hermes@seoul.co.kr
  • 자치단체 이색 노인 복지행정 2제

    자치단체 이색 노인 복지행정 2제

    의학발달과 생활수준 향상으로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지자체의 복지행정도 세분화되고 있다. ‘80세 이상 노인전용 경로당’에 ‘우리마을 주치의제’ 도입 등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적지 않다. ■“안방까지 찾아가 치료해 드려요” #충남 아산시 송악면에서 홀로 사는 김모(87) 할머니는 오늘도 마을주치의를 손꼽아 기다린다. 일어서지 못할 정도로 관절염이 심하지만 고령이라 수술도 받지 못한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보건지소장이 직접 찾아와 치료를 해 줘 많이 나았다. 할머니는 “몸이 불편할 때면 수시로 전화를 걸어 물어보기도 한다. 기분도 쾌활해졌다.”고 말했다. #목이 뻣뻣해 고개를 움직이지 못했던 충남 청양군 장평면 유모(76) 할머니는 요즘 보건지소 한의사로부터 침을 맞는다. 할머니는 “침을 맞은 뒤 목이 잘 돌아간다. 허준이 따로 없다.”면서 “늙어서 가기 힘드니 더 자주 좀 오라.”고 활짝 웃었다.충남도가 자치단체 중 처음 도입한 ‘우리마을 주치의제’가 농어촌 주민들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은 자기 집 ‘안방’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어 여간 좋아하지 않는다. 1일 도에 따르면 지난해 4월 마을 주치의제를 도입했다. 간호사 1명이 혈압을 체크하고 파스 등을 건네는 방문 간호와 달리 의사와 간호사로 구성된 진료진이 마을을 정기적으로 찾아가 진료는 물론 치료까지 해 주는 제도다. 송기력 도 주무관은 “65세 노인이 30%를 넘는 의료 사각지대 농어촌이 많기 때문에 시·군 협조 아래 정기적·집중적인 주민 건강관리가 필요해 도입했다.”고 말했다. 보건지소당 1개 마을씩 모두 166개 농어촌 마을에 매달 한 차례 이상 복수의 의료진들이 ‘주치의’로 방문하고 있다. 사업착수 후 지금까지 4만 2393가구, 주민 9만 3347명 가운데 3만 9120명이 내과, 한의과, 치과 등의 진료를 받았다. 진료만 하는 게 아니다. 컵쌓기, 노래교실, 레크리에이션 등 각종 건강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해 주민들의 여가활동을 돕고 있다. 발 관리, 손마사지, 건강체조를 가르치고, 전립선 및 폭염 예방법 등도 알려준다. 대전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어르신 노후생활 걱정 잊으세요” 충북도 내 제천시 등 6개 기초 지자체에서는 장수하는 노인들을 위한 다양한 복지시책을 편다. 제천시는 90세 이상 노인 500여명의 건강한 노후생활을 돕기 위해 간호사 9명, 물리치료사 1명, 사회복지사 1명 등 11명으로 장수어르신 건강관리팀을 구성해 운영한다고 1일 밝혔다. 이들은 월 2~4회 노인들을 방문해 기초 건강체크, 낙상 예방교육, 영양관리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중증 질환이 있는 노인의 경우, 매주 목요일 건강관리팀과 의사가 함께 방문해 진료를 해 주고 기저귀 등 의료용 소모품 41종을 무료로 제공키로 했다. 제천시는 또 올해부터 100세가 되는 노인들을 방문해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장수패와 욕창 방지매트 등 10만원 상당의 생필품을 전달하고 있다. 청원군은 ‘노년이 행복한 효도 청원 만들기’를 역점사업으로 정하고 올해부터 85세 이상 노인들에게 월 4만원의 장수수당을 지급한다. 대상은 1700여명이다. 83세 이상 노인들에게 매달 3만원의 장수수당을 지원하는 단양군은 올해부터 차등을 둬서 100세 이상 노인에게는 월 10만원의 장수수당을 지급하기로 했다. 현재 단양지역 100세 이상 노인은 11명이다. 보은군은 최근 1억 6000여만원을 들여 보은읍 삼산리에 80세 이상 노인들만 출입할 수 있는 산수경로당을 마련했다. ‘산수’는 나이 80세를 의미한다. 초고령자 전용 경로당답게 문턱을 모두 없앴고, 화재예방을 위해 가스레인지 대신 전기레인지를 달았다. 마을마다 경로당이 한두 개씩 있는데도 이런 시설을 따로 마련한 것은 60~70대 젊은 노인(?)들이 경로당을 드나들면서 나이 많은 노인들이 이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등 부작용이 있어서다. 영동군은 지난해부터 읍·면을 돌면서 80세 이상 노인들에게 점심을 대접해 주는 장수어르신 상차려드리기 사업을 하고 있다. 청주 남인우기자 niw7263@seoul.co.kr
  • [생명의 窓] 한때 우리는 범신론자였다/구미정 숭실대 기독교학과 강사

    [생명의 窓] 한때 우리는 범신론자였다/구미정 숭실대 기독교학과 강사

    ‘뽀로로’에 빠져 한동안 정신을 못 차리던 조카가 요즘 부쩍 한눈을 판다. 낌새를 보아하니 ‘토마스’라는 새 친구한테 마음을 빼앗긴 것 같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뽀로로로 도배를 하고 있으면서도, 눈은 자꾸만 토마스 쪽으로 돌아간다. 그 눈에서 반짝반짝 레이저가 발사되는 게 영락없이 토마스와 사랑에 빠진 눈치다. 처음에는 몰랐다. 연봉이 축구 스타 박지성보다도 더 높은 뽀로로의 정체가 고작 펭귄이라는 사실을. 이상한 조종사 모자와 스키 고글로 변장하고 있으니, 단박에 알아볼 재간이 없었다. 게다가 그 친구들도 조금씩은 동글동글하게 성형되어 있어서 정체 파악에 시간이 좀 걸렸다. 거기에 비하면 토마스와 친구들의 정체는 무지 단순하다. 모두 똑같은 꼬마 기관차인데, 단지 성격만 다를 뿐이다. 펭귄과 기관차를 향해 맹목적인 사랑을 쏟아붓는 조카를 보고 있노라니, 모든 인간은 애초에 물활론자요 범신론자로 태어나는 게 아닌가 싶다. 조카의 눈앞에서 뽀로로와 토마스를 ‘한낱’ 동물과 사물로 대했다가는 누구라도 ‘공공의 적’이 될 터이다. 저 펭귄과 기관차는 적어도 그의 생활세계에서 살아 있는 유기체일 뿐만 아니라, 다른 무엇으로도 대체불가한 절대적인 사랑의 대상임이 분명하다. 모든 아이가 그렇지 않은가. 유치원에 가려고 집을 나서며 “잘 있어, 집아!” 인사하는 게 아이들이다. 유치원 차를 향해 “안녕, 차야!”라고 반가워하며, 심지어 변을 보고 나서도 “잘 가, 응가야!” 하며 아쉬워한다. 의인화는 아이들의 전매특허다. 아이의 눈에는 플라스틱 장난감도 다 살아 있는 신령한 생명체다. 못 믿겠으면 실험해 보라. 이까짓 거, 하면서 토마스를 집어던지는 시늉만 해도, 아이는 단박에 자지러질 것이다. 그랬던 우리 아이들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동식물은 물론, 생명 없는 사물까지도 극진한 사랑으로 대하던 아이들이 멀쩡한 사람을, 그것도 같은 반 친구를 어쩌다가 그리 매정하게 대하게 되었나. 신문 사회면에서 ‘학교’라는 단어만 나와도 지레 겁이 난다. 고등학교에서 중학교로, 다시 초등학교로 하향 조정된 ‘잔혹사’의 내용과 수법이 도저히 믿기지 않을 정도다. 일본 오사카부립대학에서 생명학을 가르치는 모리오카 마사히로 교수는 오늘 우리 사회에다가 ‘무통문명’(無痛文明)이라는 딱지를 붙였다. 쾌락을 추구하고 고통을 피하려는 신체의 욕망에 충실한 현대인들은 자신의 고통을 철저히 무통화(無痛化)함과 동시에 타인의 고통도 느끼지 못하고, 타인의 호소를 들으려고 하지 않으며, 타인을 일방적으로 짓밟으면서도 자기가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전혀 알아채지 못하는 마비증에 걸렸다는 것이다. 문명의 씨줄과 날줄은 정치와 경제가 짜나간다. 어른들의 정치와 어른들의 경제가 다중의 고통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소수의 쾌락만을 위한 것이니, 그 뒤틀린 토양에서 자란 아이들도 마취와 환각에 취하는 건 당연지사. 결국 우리 아이들을 ‘괴물’로, ‘좀비’로 키운 건 전적으로 어른들이 만든 무통문명 그 자체가 아닌가. 고통은 살아 있음의 표지다. 살아 있되, 생생하게 자기를 실현해 나가는 사람일수록 자기 자신의 고통에 정직할 뿐만 아니라, 남의 고통에도 민감한 법이다. 남의 고통을 자신의 것으로 여기는 능력을 가리켜 ‘대자대비’라 하고 ‘아가페’라 한다면, 그 경지야말로 인간이 신에 가장 가까운 존재로 승화되는 차원이 아닐는지. 자연만물을 죽은 물질로, 인간에게 필요한 자원 공급의 수단으로 보는 근대문명의 지식교육만 갖고서는 무통화된 아이들을 치유할 수 없다. 꽃대가 꺾이고 나뭇가지가 잘리면 내 팔에서도 피가 뚝뚝 떨어질 것 같은 느낌이 들어야 한다. 그래야 교실 안에서 가장 만만하고 무력한 아이를 찾아 무자비하게 약탈하는 문화가 근절된다. 결국 깨진 기왓장 하나에서도 신의 흔적을 찾을 수 있는 마음의 눈을 회복하는 게 관건일 것이다. 모든 인간은 세상에 올 때부터 그 눈을 가지고 태어난다. 한때 우리는 모두 범신론자였다!
  • [씨줄날줄] 당 간판 바꿔달기/구본영 논설위원

    한나라당이 마침내 당 간판을 바꿔 다는 모양이다. 당 비상대책위원회가 그제 국민 공모를 통해 새로운 당명을 정하기로 결정하면서다. 현존 국내 최장수 정당이 14년 3개월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는 셈이다. 이런 당명 교체는 현 정부에 대한 민심 이반에 따른 부정적 이미지를 탈피하려는 몸부림으로 풀이된다. 한나라당 입장에선 불가피한 선택일 수도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집권여당이자 제1당의 신장개업은 여간 안쓰러워 보이지 않는다. 연기력이나 가창력 대신 얼굴 화장만 고쳐 갈채를 받으려는 연예인처럼 부박(浮薄)한 한국정치의 단면이 드러났다는 점에서다. 이에 대해 제1야당은 “당 이름을 바꾼다고 측근 비리와 돈 봉투 의혹이 덮어지는 지는 알 수 없지만, 잘 바꾸기 바란다.”(김유정 원내대변인)고 비아냥거린다. 하지만 이것이야말로 번지수를 잘못 찾은 꼴이다. 민주통합당이야말로 지난 10년간 새정치국민회의-새천년민주당-열린우리당-대통합민주신당-중도통합민주당-통합민주당으로 현란한 ‘작명 쇼’를 벌여온 당이란 점이 그러하다. 한나라당은 15대 대선을 앞둔 1997년 11월 여당인 신한국당과 조순 총재가 이끈 민주당의 합당으로 탄생했다. 당 이름은 조순 총재가 지었단다. 지금은 빛도 바래고 갖가지 오물까지 뒤집어쓴 꼴이지만 한때는 반짝반짝하는 간판이었다. 기성 정치인들은 순한글 이름을 낯설어했지만, 젊은 유권자들이 호감을 표시한 적도 많았다. 딱히 당명으로 선거에서 손해를 봤다고 보기도 어렵다. 이회창 후보가 두 차례 대선에서 실패하긴 했다. 하지만,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가 한나라당 명찰을 달고 압도적 표차로 당선되지 않았던가. 한나라당은 영어로는 ‘Grand National Party’로 표기된다. 이름 그대로 지역과 남북으로 갈가리 찢긴 한민족을 ‘한나라’로 통합해 내겠다는 염원을 담은 작명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런 비전보다는 목전의 총선·대선이 더 다급한 것인가. 그 어느 때보다 속전속결로 새 당명 공모절차를 마치려 하고 있다. 정당정치를 꽃피운 영국의 보수당·노동당은 100~200년 당명이 그대로다. 미국 공화당도 전통을 존중하는 이미지를 담은 ‘Grand Old Party’란 애칭조차 한번도 버린 적이 없다. 2차대전 전후 20여년 야당으로 절치부심하면서도 당명을 바꾸는 대신 시대변화에 맞게 노선을 재정립해 아이젠하워나 레이건 등 인기 있는 대통령을 배출했다. 한나라당이 간판보다 체질을 먼저 개선해야 할 근거다. 구본영 논설위원 kby7@seoul.co.kr
  • 고아라, 스물둘 고와라… 배우라서 좋아라

    고아라, 스물둘 고와라… 배우라서 좋아라

    SM엔터테인먼트가 2003년 주최한 오디션에 전국에서 8000명이 몰렸다. 가수가 꿈인 친구를 도우려고 백댄서로 춤을 춘 한 소녀가 얼떨결에 1위로 뽑혔다. 또래 연예인 지망생들의 선망의 대상인 SM에 캐스팅됐는데 소녀는 시큰둥했다. 정작 소녀의 꿈은 아나운서였기 때문이다. “드라마 ‘이브의 모든 것’에서 채림 언니를 보고 반했어요. 그때부터 공부도 열심히 하고 학교 방송반에도 들어갔죠. 배우나 가수는 관심도 없었는걸요.” 경험 삼아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란 작은엄마의 권유로 그해 2월 SM에 들어갔다. 다른 연습생처럼 죽기 살기로 매달린 건 아니다. 직업군인인 아버지의 근무지를 따라 지방에 살던 소녀는 주말에만 기획사를 찾았다. 그런데 그해 10월 KBS 청소년드라마 ‘반올림’의 오디션에서 주인공 옥림 역에 털컥 붙었다. 시즌 2까지 이어질 만큼 인기를 얻었다. “얼떨결에 데뷔해서 매 순간 온 힘을 다했어요. 배우로서 어떤 길을 갈지에 대해 고민할 겨를도 없었죠. 솔직히 연기력보다는 외모로 주목받고 화보나 광고로 사랑받았어요. 오랫동안 제 이름은 모른 채 ‘보일락 말락’(그가 나온 모 음료광고의 노래)으로 부르는 분들도 있었죠.” 2006년에는 일본으로 건너갔다. 4만대1의 경쟁을 뚫고 ‘푸른 늑대-땅끝 바다가 다하는 곳까지’에 출연하는 등 영화와 드라마를 넘나들며 큰 사랑을 받았다. 외려 2009년 국내로 복귀해 찍은 드라마 ‘맨땅에 헤딩’은 좋은 반응을 얻지 못했다. 광고업계에선 여전히 러브콜이 많았지만 연기에 대한 소녀의 갈증은 더해 갔다. 그리고 2012년. 그가 영화 두 편을 거의 동시에 들고 나타났다. 지난 18일 개봉한 ‘페이스메이커’와 새달 1일 개봉하는 ‘파파’(작은 사진)에서 주연을 맡은 배우 고아라(22)를 최근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만났다. 하루에 인터뷰만 많게는 9개를 소화할 만큼 빡빡한 일정이라는데, 그의 눈빛은 반짝거렸고 속사포 랩을 하듯 말을 쏟아냈다. ‘페이스메이커’의 얼짱 장대높이뛰기 선수 ‘유지원’으로 지난해 봄부터 여름을 보낸 고아라는 9월부터는 미국 현지에서 ‘파파’의 ‘준’으로 전혀 다른 삶을 살았다. 장대높이뛰기 선수 역을 소화할 때는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끙끙 앓았는데 이번에는 또 다른 도전이 그를 기다렸다. ‘준’은 아프리카계, 스페인계, 인도계 등 인종도 제각각인 5명의 동생을 부양하는 짐을 떠안은 6남매의 큰언니다. 동생들을 보호시설로 떠나보내지 않으려면 천부적인 노래와 춤 실력을 지닌 준이 오디션에 도전해야 한다는 전직 가수 매니저 춘섭(박용우)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영화는 급물살을 탄다. 영화의 만듦새에 대해서는 ‘뚝심 있다’와 ‘진부하다’는 평가가 공존한다. 하지만 “고아라가 아니라면 준을 연기할 배우가 마땅치 않았을 것”이란 말이 나올 만큼 물 만난 고기처럼 재능을 뽐낸다. 춤과 노래, 기타 연주를 능숙하게 해내고 전체 대사의 60%는 영어로 소화했다. 그는 “‘페이스메이커’를 거의 다 찍었을 무렵 지난해 6월쯤 시나리오를 받았다.”며 “줄거리를 들었을 때 힘들고 준비 시간이 부족할 거란 걸 알았지만 캐릭터가 너무 매력적이어서 덜컥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페이스메이커’의 여운이 남아있는 상태(그는 장대높이뛰기 선수의 운동 메커니즘에 대해 몸을 이리저리 틀어 보이며 한동안 설명했다.)였는데 지원과는 또 다른 캐릭터를 연기한다는 게 좋았다. 비로소 배우로서 첫 걸음을 내딛는다는 기분이었다.”고 덧붙였다. 오랫동안 준비할 틈은 없었다. 크랭크인 한 달 전부터 춤과 노래, 영어, 기타 레슨을 받았다. 미국 로케이션 현장에서도 석달 내내 춤과 영어 선생이 함께했다. SM 출신이라 한결 수월했을 거란 기자의 짐작은 그저 짐작이었을 뿐. “회사에 춤과 노래 트레이닝 체계가 잘돼 있는 건 맞는데 들어간 지 8개월 만에 덜컥 데뷔했기 때문에 수업을 거의 듣지 못했어요. 영화에서 ‘준’에게 음악과 춤이란 스스로 영혼을 어루만지는 안식처이자 동생들을 달래고 생계까지 해결하는 도구이기 때문에 웬만큼 하는 척만 해서는 곤란했죠. 춤과 노래를 워낙 좋아하는 편이고 죽기 살기로 연습했는데 보기에 어땠는지 모르겠네요.” 영어 대사도 만만치 않았다. 그는 “발음보다는 감정을 살리는 게 힘들었다. 장음과 단음, 악센트의 미묘한 차이에 따라 전혀 다른 뉘앙스를 주기 때문”이라며 “예컨대 ‘당신을 죽일 거야’라는 의미의 ‘아이 윌 킬 유’(I will Kill You)라는 간단한 대사에서도 ‘아이 윌’과 ‘킬’ 가운데 어느 쪽을 강조하느냐에 따라 어감이 달라지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영어 대사의 의미 전달이 좋았다.’고 말을 건네자 그는 오른손을 불끈 쥐면서 ‘오, 예!’ 하고 탄성을 질렀다. ‘반올림’ 속 여중생 옥림이의 모습이 오버랩됐다. 이번에는 기자가 ‘한국어 발성, 발음은 더 노력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잠시 시무룩한 표정을 짓더니 “그래요? 더 열심히 공부해야겠어요. 그런 지적 해주시는 게 진짜 도움이 돼요.”라며 환하게 웃었다. 스물둘이지만 어느새 데뷔 10년 차다. 그는 “어휴, 10년 차란 말은 하지 말아 주세요.”라며 손사래를 쳤다. “너무 진부한 답 같긴 한데 흰 도화지 같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연분홍이든, 파랑이든, 빨강이든 어떤 색을 입혀도 그 색이 나오는 배우 있잖아요. 안성기·김명민(‘페이스메이커’)·박용우 선배님(‘파파’)과 함께 작업하면서 많은 걸 느꼈어요.”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기고] 눈 속에 피어난 무궁화/민병원 국립대전현충원장

    [기고] 눈 속에 피어난 무궁화/민병원 국립대전현충원장

    아무도 걷지 않은 새하얀 눈 위를 ‘뽀드득’ 소리를 내며 걷다 보면 마음도 새하얗게 맑아진다. 햇살을 받은 눈이 투명하게 반짝이면 현기증이 날 정도로 눈부시다. 세상은 순백의 설원이다. 소나무들은 흰 모자를, 들판은 두툼한 이불을 선물 받았다. 눈 속에 피어난 발자국을 따라가니 묘비 위, 친구인 나목들이 서 있다. 나목들은 어깨에 눈 외투를 걸친 채 상념의 잎사귀를 떨어뜨리고 임을 위해 추모 기도를 올리는 묵언 수행자다. 겨울 나목들과 악수하며 걷다 보면 ‘357 무궁화 언덕’이 보인다. 푯말에는 “2002년 6월 29일, 제2연평해전에서 장렬하게 전사한 대한민국 해군 참수리 357정 용사들의 영웅적인 희생정신을 영원히 기리려고 무궁화를 기념식수한 곳입니다.”라는 글귀가 쓰여 있다. ‘제2연평해전 전사자 추모회’가 여섯 전사자의 나라사랑정신과 숭고한 희생정신이 국민의 가슴속에 무궁화로 피어나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 언덕을 조성했다. 이 추모회는 무궁화 여섯 그루를 2005년 6월 6일, 무궁화 잔치를 개최하고 있는 홍천에서 가져와 장사병 제2묘역 뒷길 경사진 부분에 심었다. 이 무궁화 나무들은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치고 호국의 언덕에 피어난 제2연평해전 여섯 전사자의 현신이다. 대전현충원에서는 국기인 태극기는 언제나 볼 수 있지만, 국화인 무궁화를 연중 볼 수 없음이 못내 안타까웠다. 그래서 방문객들이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사계절 모두 무궁화 꽃을 보고 나라 사랑하는 마음을 갖게 하려고 가로 6m, 세로 6m, 높이 4m의 대형 무궁화 토피어리를 제작했다. 하얀 눈 속에 활짝 만개한 무궁화 토피어리는 반만년 겨레와 함께 고난과 역경을 이겨낸 강인한 모습을 닮았다. 대전현충원에는 3500여 그루의 무궁화가 있으며 품종은 아사달, 단심, 배달 등 100여종이 있다. 무궁화 품종은 200가지가 넘는다. 그중 일편단심은 백의민족이 즐겨 입던 하얀 옷에 독립을 위해 순국했던 선열들의 붉은 피가 맺힌 듯하며, 신태양은 우리 조국의 미래를 환하게 비출 다섯 개의 붉은 태양이 떠오른 듯하고, 옥토끼는 하얀 꽃잎 속에 달나라 토끼 한 마리가 숨어 있는 듯하다. 무궁화는 한 그루에 3000여 송이의 꽃이 피고 지는데, 은근과 끈기를 상징하며 왕성한 생명력을 가진 꽃으로 매일 피고 지는 영원불멸의 에너지를 갖고 있다. 나날이 새 꽃을 피우는 모습은 겨레의 진취적인 기상을 닮았다. 한순간 확 피었다가 바람에 날려 흔적 없이 사라지는 벚꽃과는 큰 차이가 있다. 무궁화 축전은 모르면서 벚꽃 구경을 가는 점이 안타깝다. 지금이라도 일본강점기 우리 겨레와 고난을 함께했던 무궁화를 관공서에도, 회사에도, 집 마당에도 심고 무궁화 차를 마시며 별이, 순이 등 예쁜 품종 이름으로 아이 이름을 짓자. 그리고 우리 모두 무궁화 축전에 아이들과 함께 참여하여 무궁화 묘목도 받고 무궁화 종이접기와 글짓기, 무궁화를 이용한 떡과 차도 마셔보며 무궁화를 우리 가슴에 심었으면 한다. 올해는 제2연평해전 10주년이 되는 해이다. 대전현충원을 가족과 함께 방문하여 ‘357 무궁화 언덕’에서 추모의 시간을 가져보고, 무궁화 토피어리 앞에서 기념사진도 찍으며 무궁화 한 송이를 헌화하여 나라 사랑정신을 키워보는 것이 어떨까.
  • [23일 TV 하이라이트]

    ●왕과 나(KBS1 밤 11시 30분) 젊은 미망인 안나는 태국 시암 왕의 초청을 받고, 방콕에 도착한다. 하지만 도착 첫날부터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는 왕에게 실망하여 영국으로 돌아가려한다. 그렇게 정숙한 영국 여인 안나는 거칠고, 자기밖에 모르는 왕과 사사건건 충돌한다. 그러는 사이 시암의 근대화를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는 왕에게 묘한 애정을 느낀다. ●설특집 글로벌 스타데이트 더 팬(KBS2 오전 9시 40분) 최근 케이팝 열풍이 불면서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적으로 다시 한류 바람이 불고 있다. 특히 국내 스타들의 일거수일투족들까지 많은 이들에게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한류 스타들을 만나고 싶어 밤잠 못 자는 해외 팬들이 직접 한국으로 스타를 만나러 오는 과정부터, 스타와 팬이 직접 만나는 현장을 공개한다. ●주부가요열창-여왕의 탄생(MBC 오전 11시 10분) 방송인 최유라가 11년만에 친정 MBC에서 오상진 아나운서와 함께 MC를 맡았다. ‘여왕의 탄생’에서는 총 12팀의 본선 진출자가 걸 그룹 못지않은 화려한 무대를 선보인다. 살림과 육아에 지쳐 스타탄생을 그저 바라보기만 했던 주부들. 1970년대 히트곡부터 걸그룹 최신곡까지, 다양한 명곡들이 무대를 가득 채운다. ●정글의 법칙 W(SBS 오후 6시 10분) 필리핀 팔라완섬 정글로 떠난 홍수아, 전혜빈, 김나영, 정주희, 김주희 총 5명의 여자들의 무모한 도전이 시작된다. 한편 원주민 바타크족 청년 진바이가 다섯 명의 여성 중 김주희 아나운서에게 한눈에 반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바타크족 최고의 장신구를 바치며, 동료들의 부러움 반 질투 반 속에서 결국 결혼식까지 올리는데…. ●도라 스페셜(EBS 오후 6시) 오늘은 영원한 우정을 기념하는 우정의 날이다. 이날 도라와 친구들은 우정의 팔찌를 차고 파티를 한다. 전 세계에 있는 친구들이 모두 우정의 팔찌를 차면 팔찌가 반짝거리면서 무지개 빛이 나온다. 그런데 이런, 도둑 여우가 헬리콥터를 타고 전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우정의 팔찌를 훔치기 시작하는데…. ●동고동락 다(多)정(情)한 퀴즈(OBS 오후 6시 35분) 네팔, 필리핀, 불가리아 등 다양한 국적의 개성만점 다문화 외국인 8명이 출연한다. 프로그램은 ‘한국어 바로 알기’ ‘자국어 스피드 퀴즈’ ‘노래 퀴즈’와 ‘장기’를 선보인다. 또 이들의 팀장으로 나선 연예인 성대현, 김새롬과 함께하는 퀴즈와 앙케이트 코너를 통해 한국과 외국의 다양한 문화를 소개한다.
  • 제주 “춘절 연휴 中 관광객 잡아라”

    중국 춘절 연휴기간(20~29일) 제주를 찾는 중국인 관광객이 1만 7000명가량 될 것으로 보여 제주지역 관광업계가 반짝 특수를 누릴 전망이다. 18일 제주도관광협회에 따르면 이는 지난해 춘절 연휴(8738명)와 비교하면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특히 설날인 23일 하루 동안 직항편으로 오는 중국인 관광객이 1000명을 넘을 전망이다. 도관광협회 관계자는 “지난해 춘절 때는 연평도 피격사건과 구제역 발생 등 불안한 국내 상황으로 인해 기대치를 크게 밑돌았지만 올해는 이 같은 불안요소가 없어 우리나라를 찾는 중국인들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제주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 베네수엘라 야생동물의 천국 ‘야노스’

    베네수엘라 야생동물의 천국 ‘야노스’

    두드러진 자연미와 극적인 대비를 품은 남미의 관문 베네수엘라. EBS ‘세계테마기행’은 베네수엘라의 속살을 담은 ‘자유의 고향, 베네수엘라’를 방영한다. 베네수엘라는 남아메리카 대륙 가장 위에 있는 나라로, 다양한 자연환경을 품고 있다. 북쪽은 낭만의 카리브 해안이다. 이곳에는 코코넛 야자수로 수놓아진 3000㎞에 이르는 하얀 백사장이 펼쳐진다. 북동부 끝 안데스 산맥에 놓인 최고봉 피코볼리바르(4979m)는 만년설을 자랑한다. 베네수엘라의 중심부 야노스 평원을 지나 남쪽으로 내려오면 찌는 듯한 아마존 분지를 만난다. 오리노코 강과 야노스로 대표되는 아마존 정글엔 아나콘다와 카피바라를 비롯한 진기하고 흥미로운 동식물이 풍부하다. 정글 인디오의 문화와 함께 남미와 스페인의 양식이 혼합된 크리오요 문화가 아직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16일 오후 8시 50분에 방송되는 베네수엘라의 모습은 야생동물의 보고(寶庫) 야노스를 담았다. ‘야생과의 만남, 야노스’에서 악어, 카피바라, 7m에 이르는 거대한 아나콘다와 희귀한 야생 새들을 살피고 야노스 평원을 질주한다. 앵무새와 아이들이 어울려 뛰어노는 작은 소학교에서는 아이들과 3박자의 베네수엘라 전통춤 ‘호로포’를 추며 남미의 열정적인 문화를 만끽한다. 17일 2부 ‘카리브의 추억, 로스로케스’에서는 크리스털처럼 반짝이는 바다, 고운 백사장, 산호들이 만든 군도로 이루어진 남미 최고의 휴양지 로스로케스를 소개한다. ‘어부들의 천국’으로도 불리는 로스로케스에서 280여 종에 달하는 물고기와 60가지가 넘는 산호 등으로 가득한 천연 수족관을 경험하는 시간이다. 이어 안데스 산맥에서 가장 높은 도시이자 만년설로 덮인 ‘메리다’에서 유쾌하고 친근한 여행자들과 송어 요리 트루차를 맛보는 ‘안데스의 선물’(18일), 남미를 해방한 시몬 볼리바르와 라틴 재즈의 발상지 카라카스를 조명한 ‘저항, 그리고 정착의 역사’(19일)를 각각 방송할 예정이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내 인생의 주인공은 바로 ‘나’… ‘나’에 집중하세요”

    “내 인생의 주인공은 바로 ‘나’… ‘나’에 집중하세요”

    “모두 내 스스로의 힘으로(all by myself). 누가 떠 먹여주는 것(Spoon feeding)은 노(NO)!” 세계적인 이벤트 디자이너로 명성을 떨치는 영송 마틴(54·여)의 인터뷰 화두는 한마디로 자수성가였다.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라고 힘줘 말했다. 동양인이라는 차별과 편견을 넘어 정상에 설 수 있었던 원동력도 “나를 믿고 집중한 덕”이라고 자신했다. 1980년 미국으로 이민간 한국계인 그녀는 현재 미국의 유명 이벤트 업체인 ‘와일드플라워 린넨’(Wildflower Linen)사 대표다. 미국 버락 오마바 대통령의 부인 미셸 오바마,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 영화배우 제니퍼 로페즈, 가수 엘턴 존 등도 주요 고객이다. 미국 상류사회의 파티가 그녀의 아이디어와 손에 의해 꾸며지고 치러지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30일 개봉한 할리우드 영화 ‘트와일라잇:브레이킹던1’에서는 화려하고 웅장한 결혼식 장면을 연출했다. 지난 12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방한한 그녀를 만났다. 그녀는 2010년 백악관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 부부와의 파티를 연출해 달라는 전화였다. 미셸 오바마의 요청이었다. 처음에는 귀를 의심했다. 볼을 꼬집어 봐도 현실이었다. 그녀가 준비한 백악관 파티에 미셸은 “원더풀”(wonderful)을 연발했다. 이후 백악관 1년치 일감을 몰아 줬다. ●“美 상류사회, 인간적이고 편안” 할리우드 스타들의 구애도 이어졌다. “보통 할리우드 스타들은 까다로우리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렇지 않아요. 인간적이며 소박하고 편안하기까지 해요.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아끼고 사랑한다는 공통된 특징이 있어요. 대부분 ‘자수성가한 사람들’(Self-made people)이기 때문에 자신이 성공할 수 있었듯 타인도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면서도 “미국 상류 사회에도 동양인에 대한 편견은 어김없이 있다.”고 전했다. 앞에 드러내 놓고 차별하진 않지만 동양인이라면 누구나 눈에 보이지 않는 싸늘함을 감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녀는 편견을 깨기 위해 자기 자신에 집중했다.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았다. 꿈만 생각했다. 뒤돌아보지 않고 묵묵히 앞만 보고 걸었다. “그렇게 노력하니 어느새 정상에 서 있더라고요.” ●‘내가 주인공’ 결혼식도 개성있게 나라별로 결혼 문화도 보인다고 했다. “중동의 두바이에서는 반짝이고 화려한 콘셉트를, 유럽은 아이보리 느낌의 수수한 분위기를, 미국에서는 오드리 헵번·인어공주 등 특정한 콘셉트를 요구하는 경향이 뚜렷합니다.” 여전히 한국은 천편일률적인 결혼식이 많지만, 차츰 개성있게 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녀에게 결혼식을 맡기고 내로라하는 스타들이 내는 돈은 수천만원에서 수십억원에 이른다. 허례허식이라는 지적에 대해 “자기 돈을 어떻게 쓰느냐에 대해서는 옳다, 그르다를 논할 수 없다.”면서 “그런 생각조차 편견일 수 있다.”고 대답했다. 명희진기자 mhj46@seoul.co.kr
  • 심판 일당 3만원, 참가국은 단 3곳… 더 서러운 건 무관심

    심판 일당 3만원, 참가국은 단 3곳… 더 서러운 건 무관심

    12일 강원 평창군 용평리조트 레인보슬로프에서 막을 올린 제21회 휠라컵 용평국제알파인스키대회. 첫날 출전한 118명의 선수들이 차례대로 스타트 하우스를 출발, 깎아지른 듯한 은백색 슬로프를 질주한다. 파랑-빨강색의 기문 사이를 커다란 원을 그리며 요리조리 통과해 나가는 대회전(Giant Slalom) 경기다. 코스 길이는 1607m. 지난 1992년 대회가 시작됐으니 벌써 22년째다. ●허승욱 등 배출한 한국스키 ‘화수분’ 그동안 이 대회는 한국스키의 ‘화수분’ 역할을 자처했다. 현재 지도자 생활을 하고 있는 한국스키의 간판 허승욱(40), 알파인 국가대표 감독 변종문(36)을 비롯해 2007년 창춘동계아시안게임의 스타 강민혁(32) 등이 예외없이 이 대회를 거쳐갔다. 지난해 1월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알마티 동계아시안게임 활강·복합경기 금메달리스트 정동현(24·한국체대)도 지난해 이 대회에서 2연패를 일궈냈다. 그런데 벌써 두 세대 이상의 세월을 겪은 이 대회를 바라보는 스키인들의 속내는 그리 편치 않다. 한국스키의 부침(浮沈)이 그대로 녹아있기 때문이다. 당초 극동지역에서 열리는 일반 국제스키연맹(FIS) 컵대회로 시작했다. 세계선수권, FIS월드컵대회, 그리고 콘티넨털컵 시리즈에 이은 최하위급 대회였다. 그런데도 참가국수는 10~18개국에 이를 만큼 북적였다. 가장 성황이었던 1995년에는 외국 선수단만 115명에 달했다. 그러나 올해는 한국과 일본, 러시아까지 달랑 3개국이다. ●참가국 18→3곳으로… 옹색해진 대회 줄어든 규모, 옹색한 대회를 한눈에 알 수 있는 건 심판 수당이다. 기문심을 포함, 55명의 심판이 받는 하루 수당은 고작 3만원. 슬로프에서 만난 한 기문심은 “심판비라고 하기엔 쑥스러울 정도다. 차라리 교통비로 불러달라.”고 당부했다. 스폰서난도 한몫했다. 용평리조트가 독자적으로 시작, 경영난 속에서도 계속된 이 대회는 4년 전부터 휠라코리아가 타이틀 스폰서로 나섰다. 올해 대회에는 1억원가량을 지원했지만 번듯하게 대회를 치르기 위해선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다. ●“관심은 동계올림픽 유치때만 반짝” 그러나 무엇보다 경기인들이 섭섭해하는 건 언론과 일반인들의 무관심이다. 변종문 알파인 국가대표팀 감독은 “20 18년 동계올림픽이 확정될 당시만 해도 모든 동계종목이 발전할 줄 알았지만 관심은 그때뿐이었다. 자세한 경기 기사는 고사하더라도 신문에 언제 무슨 경기를 한다고 한 줄이라도 나오면 바랄 게 없겠다.”고 말했다. 평창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서울 용적률 제한에 재건축시장 한파

    서울 용적률 제한에 재건축시장 한파

    새해에도 서울과 신도시에 주택시장의 한파가 몰아쳤다. 지난해부터 불거진 가계대출 규제와 글로벌 금융위기의 영향은 수도권 일부 지역을 제외한 곳곳에서 위력을 떨쳤다. 8일 한국공인중개사협회 등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반짝 상승세를 드러낸 서울지역 재건축 시장에선 추가적인 매수 움직임이 없어 내림세가 두드러졌다. 서울시가 용적률 상승의 기반이 되는 종상향을 엄격히 제한하겠다고 밝히면서, 시장은 완전히 관망세로 돌아섰다. 지난주 송파 가락시영과 잠실주공5단지는 500만~1500만원가량 떨어졌다. 가락시영2차(42㎡)는 5억 6000만원 안팎에서 시세가 형성됐다. 강남구에선 재건축 단지들이 잇따라 사업 진행에 제동이 걸리면서 가격이 하락했다. 삼성동 홍실아파트(102㎡)는 재건축 정비구역 지정안 보류로 9억~9억 8000만원 선에서 시세가 형성됐다. 일반 아파트 거래는 서울 양천·서초·영등포·강남·송파·구로 등에서 부진했다. 양천구는 매매가격이 소폭 하락했으나 여전히 거래가 이뤄지지 않았다. 신정동 목동신시가지10단지(125㎡)는 2000만원가량 내린 7억 8000만~10억 5000만원 선이다. 전세시장은 다소 혼란스러웠다. 겨울방학 수요가 뜸한 경기 남부지역에선 신규 입주 물량이 대거 풀리면서 전셋값이 크게 하락했다. 다만 다른 경기지역에선 전셋값이 소폭 올랐다. 강남구 청실아파트의 이주 수요로 전셋값이 급등했던 대치동과 개포동은 비수기를 맞아 가격이 조정되고 있다. 개포동 우성3차(59㎡)는 2억 6000만~2억 9000만원 선으로 2500만원가량 떨어졌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기고] 시민천문대는 서울 시민의 큰 꿈/정태연 풍문여고 교장·이학박사

    [기고] 시민천문대는 서울 시민의 큰 꿈/정태연 풍문여고 교장·이학박사

    어린 시절, 여름이면 으레 시골마당에 깔아놓은 멍석에 누워 밤하늘을 보곤 했었다. 금방이라도 쏟아져 내릴 것만 같이 초롱초롱하게 반짝이던 무수한 별들…. 어릴 적 내 감성과 인성은 그렇게 별과 함께 자라났다. 그때 그 아름답고 황홀한 별을 잊지 못해 늘 어린 가슴속에 이다음에 내가 크면 꼭 별 박사가 되어야지 하는 꿈을 안고 살았다. 소원했던 그 꿈이 이루어진 지금도 많은 별을 관찰하고 탐구하면 할수록 그 주체할 수 없는 황홀감에 빠져든다. 그런데 며칠 전 우연히 본 신문의 한 내용을 보고 깜짝 놀랐다. 김영종 종로구청장이 기고하신 글이었는데 나와 너무나도 같은 정서가 느껴져서 가슴이 방망이질치는 듯한 흥분에 젖었다. “아니 이분도 나처럼 어릴 적에 별을 동경하고 꿈을 그리던 시절이 있었구나. 그리고 그 꿈을 안고 별을 보며 인생을 설계하고 또한 인생의 성공을 이루신 분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제 우리 서울시민들에게 그 꿈의 씨앗을 드리우려고 하는 것을 보고 마치 내가 이루고 싶었던 그 소원, 아니 어쩌면 서울시민의 소원을 이루려고 하시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반드시 그 꿈이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소망하게 되었다. 김 구청장이 시민천문대를 낙산공원에 구상하는 것은 큰 희망의 프로젝트이며 그 입지조건 또한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첫째로, 낙산공원은 천문대 입지의 제일 조건인 주변의 빛이 자연적으로 차단되는 환경이라 할 것이다. 주변의 북한산이 자연스럽게 에워싸고 있고 구릉지가 공원 내에 있다는 것이다. 둘째와 셋째 조건은 천문대의 접근성과 활용성인데, 서울 각 지하철노선과 버스가 사통팔달로 연결돼 있으며 주변의 북한산·서울성곽·고궁·북촌마을·과학전시관 그리고 인사동의 고전문화공간과 대학로의 현대문화공간이 어우러져 있는 등 문화관광체험과 연계해 많은 활용인구를 흡수하여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입지조건이다. 넷째는 옛 천문관측소인 관천대가 근접해 있으며 혼천의, 대간의 등 옛 역사적 천문관측시설 및 기자재들이 있다는 점이다. 대학과 연구소, 정부기관이 근접해 있다는 것도 융합과학을 발전시키는 데 더없이 좋은 조건이라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런 것을 구상하고 실천하려는 의지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가 되듯이 아무리 좋은 입지조건이라도 실천하려는 의지가 없다면 절대로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다. 입지적 조건이 이렇게 좋은 자리에 시민천문대를 세우고 천체망원경을 통해서 그 황홀한 자연을 느끼고 꿈을 키울 수 있다면 얼마나 많은 사람이 대우주의 섭리를 깨닫고 참자연의 스승을 갖게 될까. 내 어릴 적 꿈과 서정적 감성을 키워줬던 수많은 그 별들을 지금의 서울 하늘에서는 볼 수 없는 것이 너무나도 안타깝다. 크고 둥근 하늘을 볼 수 없는 서울, 빌딩 숲 사이로 조각나고 네모난 하늘을 보는 서울시민들에게 좀 더 크고 무한한 둥근 하늘을 보게 하고 싶다. 그래서 알퐁스 도데의 아름다운 소설 ‘별’의 서정도 배우게 하고 싶다. 그리고 무한한 꿈을 키우며 우주만큼이나 넓고 별만큼이나 아름다운 사람들이 모여 사는 서울, 행복한 서울, 아름다운 서울이 될 수 있도록 소원해 본다.
  • 종편 “시청률 5%” 큰소리… ‘0%대 고착화’ 굴욕

    종편 “시청률 5%” 큰소리… ‘0%대 고착화’ 굴욕

    지난해 12월 개국한 종합편성채널(종편) 4개사의 한달 성적이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저조하다. 시청률 조사기관인 TNms가 12월 2일부터 31일까지 전국 16개 시·도 유료 매체 가입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종편 평균 시청률은 중앙일보의 JTBC가 0.417%로 가장 높았고 매일경제의 MBN(0.344%), 조선일보의 TV조선(0.321%), 동아일보의 채널A(0.302%) 순이었다. 개국 당시 시청률 1%를 공언했던 것과는 달리 종편 4사의 시청률은 바닥을 기고 있다. 새해 들어서 ‘바닥권 시청률’은 더욱 떨어지고 있다. JTBC는 1일 0.409%, 2일 0.453%, 3일 0.427%를 기록해 12월 평균 시청률과의 편차를 거의 나타내지 않았다. 하지만 MBN의 경우 1일 0.273%, 2일 0.286%, 3일 0.284%를 기록해 12월 평균치보다 0.06% 포인트 떨어지는 등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특히 MBN은 경제 전문 보도채널 시절에는 0.4%대의 시청률을 보이며 케이블 채널 순위에서 10위권에 들었으나 시청률 면에서만 본다면 거의 반토막이 났다. MBN의 시청률 하락분은 보도전문채널 YTN이 고스란히 챙겼다. 종편의 시청률 하락 경향은 하위권의 TV조선이나 채널A도 마찬가지. 이대로라면 0%대 시청률의 고착화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저조한 시청률의 배경에는 종편사들이 주력 상품으로 내놓고 있는 뉴스와 일부 드라마 이외에는 시청자들의 눈길을 잡을 만한 콘텐츠가 빈약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종편 4사가 지상파의 메인 뉴스시간대인 오후 8시와 오후 9시를 피해 오후 10시에 내보내고 있는 뉴스 프로그램의 지난 3일 시청률을 보면 JTBC와 MBN이 0.511%를 기록했고 채널A 0.440% ,TV조선 0.303%였다. 같은 날 지상파의 메인 뉴스프로그램 중 가장 시청률이 높은 KBS 9시뉴스는 20.3%를 기록했다. 간판 뉴스프로그램의 시청률을 놓고 볼 때 KBS는 JTBC, MBN과 40배, 채널A와 47배, TV조선과는 67배의 격차를 보였다. 또한 3일 방영된 드라마의 경우도 종평 4사 가운데 JTBC의 ‘빠담빠담’이 유일하게 1%가 넘는 1.324%를 기록했을 뿐이다. 같은 날 KBS1의 ‘당신뿐이야’는 23.8%의 시청률을 보였다. 콘텐츠 빈약은 편성을 봐도 확연히 드러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달 29일 내놓은 ‘종편의 프로그램 및 편성전략분석’에 따르면 종편 각사의 본방과 재방의 편성비율은 54.9%, 45.1%였다. 절반 가까운 프로그램이 재방삼방인 셈이다. 최영묵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조선, 중앙, 동아, 매경 등 종편을 소유한 신문사들이 12월 한 달 종편의 기관지처럼 홍보에 열을 올린 것이 12월 시청률 성적이라면 새해 들어 시청률 하락 경향을 보이는 것은 시청자들의 반짝 관심이 사라진 결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개국 준비가 제대로 안 되었던 것은 물론 각 종편 채널의 정체성이 모호하고 보도프로그램 등에서 보수성향의 당파성을 지나치게 강조한 점도 시청자들의 외면을 산 이유”라고 분석했다. 황성기기자 marry04@seoul.co.kr
  • [서울신문 2012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 홍루/김가경(본명 김숙희)

    [서울신문 2012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 홍루/김가경(본명 김숙희)

    소설 당선작 - 홍루/김가경(본명 김숙희) 녀석이 톱밥 속으로 숨어들었다. 녀석은 밀크셰이크처럼 어감이 달콤한 밀크스네이크 종이다. 먹이 줄 것과 따뜻하게 해 줄 것, 간단한 러시아 단어로 적어 놓은 메모지를 들여다보았다. 이반이 출항하기 전 남긴 글이다. 이반은 녀석의 등을 쓰다듬고 마지막 선물처럼 케이지를 앞에 내려놓았다. 한국 사람과 러시아 사람은 닮은 구석이 많아, 이반은 러시아 사람들도 개나 고양이, 새 같은 애완동물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뱀이라니, 나는 검정 바탕에 노랑, 빨강 줄무늬가 있는 이국의 낯선 뱀에게서 멀찍이 떨어졌다. 러시아에서 뱀은 집을 지키는 수호신과 같다고 생각해. 녀석을 보고 놀란 나에게 위로라도 하려는지 이반은 한국에도 그런 얘기가 있다는 걸 어디선가 들었다고 했다. 명자, 이반은 내 이름을 부르고 입으로 휘이휘이 휘파람 부는 흉내를 냈다. 그러면 집안이 텅 비게 돼, 녀석이 사라질지도 모른다고. 종종 휘파람을 불던 내게 이반은 러시아 속담을 빗대 말했다. 나는 멀찍이 녀석을 내려다보며 이반의 익살에 웃음을 내보였었다. 이반을 만난 것은 클럽 로즈에서였다. 로즈는 P시에서 속칭 텍사스촌으로 불리는 외국인 거리에 있었다. 예전에는 주로 미군들이 드나들었는데 미군이 철수하고 러시아 선원과 상인들이 주를 이루었다. 그날도 나는 로즈에서 맥주를 마시며 립스틱이 번지지 않았는지 거울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때 젊은 러시아 청년 하나가 보드카를 들고 내 앞으로 다가왔다. 마담 장 앞에서 한국 얘기를 듣던 선원 중 하나였다. 술을 마실 때 거울을 보면 안 돼요, 아름다움까지 먹어버리거든요, 귓불에 입술을 갖다 대며 그가 속삭였다. 흔한 작업멘트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나는 그의 나긋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이반이라고 했다. 그는 시베리아 횡단열차가 처음 출발하는 곳이 고향이라고 말했다. 나는 시베리아 열차가 끝없이 달리는 드넓은 숲과 초원을 떠올렸다. 그에게 러브 오브 시베리아란 영화를 본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는 양손을 허공에 올려 내 얼굴을 길게 그려보였다. 그의 손이 움직일 때마다 왼쪽 손목에 새겨진 푸른색 돛이 펄럭였다. 그는 눈을 반짝이며 내가 여주인공과 닮았다고 했다. 나는 그가 그린 얼굴이 허공에 그대로 떠 있는 것처럼 시선을 옮기지 않았다. 이곳에서는 러시아 사람과 첫 대면을 할 때 영화 이야기를 꺼낸다. 그러면 사람들은 영화 속 여주인공을 만난 것처럼 이국의 여자들에게 마음을 열었다. 하지만 이야기는 대개 영화 속 지명이나 주인공의 이름을 들먹이는 선에서 끝이 났다. 러시아말로도, 한국말로도 더 이상 대화를 나눌 수 없는 순간에 이르면 서로의 손을 잡았다. 그가 턱을 괴고 조용히 내 눈을 들여다보았다. 그의 눈은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낯선 여행지처럼 나를 설레게 했다. 음악이 흘렀고, 클럽 로즈는 마치 떠나는 사람과 돌아오는 사람을 품고 있는 대합실 같았다. 그의 손목에 새겨진 푸른 돛 때문이었을까, 나는 문득 그라면 함께 여행을 떠나도 좋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에게 같이 여행을 떠나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월요일만 아니라면 언제라도 좋아요, 월요일 여행은 불행하거든요, 러시아 속담이에요. 느닷없는 제안이었지만 그는 망설임 없이 답했다. 나는 벽면에 붙은 러시아 달력을 바라보았다. 그날은 금요일이었고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자리에서 일어섰다. 우리는 마치 오래 전에 만난 사람처럼 손을 잡고 아무 손님도 잡지 못한 나타샤를 지나쳐 거리로 나왔다. 밤하늘에는 만국기가 꽃잎처럼 나풀거렸고 만국기의 행렬이 끝나는 곳에서 우리는 입을 맞추었다. 두 블록 떨어진 내 숙소로 걸어올 때까지 손을 놓지 않았다. 지금도 이반이 러시아 속담을 말하며 내 입술에 입을 맞출 것만 같다. 시계가 밤 아홉시를 넘겼다. 녀석은 원색의 몸을 감춘 채 아직 기척이 없다. 나는 열선을 펴서 케이지 크기만큼 접었다. 그 위에 타월을 깔고 케이지를 얹었다. 사람 옷 입히는 것과 같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판매원이 열선 까는 방법을 일러주었다. 겨울철, 스스로 온도 조절을 하지 못하는 녀석에게 열선은 생명줄과 다름없다고 했다. 녀석에게 25도의 체온으로 이국의 땅에서 살아간다는 것이 어쩌면 불행일 수 있었다. 나는 콘센트에 코드를 꽂고 케이지에서 멀찍이 물러섰다. 거실의 불을 낮추고 이반이 남긴 메모지를 냉장고에 붙였다. 주방 창가로 가서 거리를 내려다보았다. 북향으로 나 있는 주방에서 밖을 보면 아래층에 있는 중국집 ‘홍루’의 뒤꼍이 훤히 보였다. 홍루 뒤꼍에 가로등 빛이 희미하게 새들었다. 쥐라도 쫓는지 고양이 한 마리가 쏜살같이 담자락을 타고 지나간다. 지난봄, 가게의 주인이 바뀌면서 홍루(紅樓)라는 간판이 내걸렸다. 홍루는 붉은 다락방이라는 뜻이지만 이곳에 사는 화교들은 늙은 기생의 방이라는 별칭으로 이해하고 있었다. 나는 변두리 사거리의 허름한 중국집 이름 홍루를 몇 번이고 되뇌었다. 거리는 스산할 정도로 빛이 꺼져 가고 휑하니 바람만 몰아 불었다. 멀리 텍사스 거리의 불빛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등 뒤로 손을 넘겨 자주색 민소매 드레스의 지퍼를 올렸다. 목선이 등 뒤로 깊게 파인 드레스였다. 이반을 만났을 때 이 드레스를 입었다. 이반이 긴 허리를 굽히고 마른 등에 입술을 댈 때면 나는 수줍은 소녀처럼 간지러움을 참아내곤 했다. 나는 거울을 보며 빨강 립스틱을 덧바르고 귓불 뒤에 향수를 뿌렸다. 구제를 구입해 수선한 밍크를 꺼내 걸치고 자투리로 만든 밍크 모자를 머리에 비스듬히 얹었다. 진주 귀걸이를 하고 장갑을 꼈다. 은색 스팽글이 촘촘하게 박힌 카우치를 들고 밖으로 나왔다. 바람이 몹시 차가웠다. 텍사스촌에 접어들자 겨울 내내 공중에 걸려 있던 해진 만국기가 바람에 나풀댔다. 그 아래, 술에 취한 러시아 선원 두 명이 러시아 혁명가 스텐카 라진을 부르며 지나갔다. 나는 시애틀 노래주점을 지나고 캄차카 노래방을 지나 클럽 로즈로 걸음을 옮겼다. 로즈에는 러시아 민요인 백만 송이 장미가 흐르고 있었다. 낮고 고혹적인 중년 여가수의 목소리가 담배 연기와 흐린 불빛에 섞여 들었다. 손님이라고는 한국 선원 두 명과 러시아 선원 두 명이 전부였다. 마담 장이 표정 없이 내 쪽을 바라보았다. 나는 이반을 만났던 자리에 앉아 장갑을 벗어 테이블 위에 얹었다. 한국 선원과 함께 있던 나타샤가 다가와 서툰 한국어로 언니, 마셔? 라고 물었다. 나는 보드카와 러시아 닭 꼬치인 샤실릭을 시켰다. 담배를 피워 물고 천천히 로즈 안을 둘러보았다. 마담 장이 무료하게 하품을 해댔다. 필리핀에서 온 구잘은 러시아 선원과 섞여 백만 송이 장미 노래를 따라 부르고 있었다. 음악이 끝날 무렵 나타샤가 보드카와 샤실릭을 내왔다. 나는 담배를 끄고 보드카를 한 잔 따랐다. 보드카를 한 모금 마시자 뜨거운 열기가 순식간에 목까지 치닿았다. 이반은 보드카를 마시는 순간이면 고향을 떠났다는 것도, 추운 바다 위를 떠돈다는 것도 모두 잊는다고 했다. 나는 열기가 되뿜어져 나오는 목을 진정시키기 위해 샤실릭 꼬치에서 닭 가슴살 한 점을 빼 마요네즈에 찍어 입에 넣었다. 내가 보드카를 마시기 시작한 것은 미군이 철수하고 나서였다. 러시아 선원들이 골목을 차지하고 거리의 젊은 여자들은 아메리칸 드림을 좇아 짐을 꾸려서 떠났다. 고작 러시아 선원의 비위나 맞추며 살지는 않을 거라고 했다. 마담 장도 미군을 따라 미국으로 갔던 여자였다. 나는 미군 대신 러시아 선원을, 맥주 대신 보드카를, 영어 대신 러시아어를 몸에 익혔다. 이 거리에 나타샤와 구잘이 찾아들었다. 나타샤는 러시아에서 발레리나였고 구잘은 필리핀에서 가수였다고 했다. 그렇게 누군가는 꿈을 찾아 이곳을 떠났고 또 누군가는 또 다른 꿈을 좇아 이곳으로 왔다. 하지만 텍사스촌으로 되돌아 온 사람들은 좀체 이 거리를 다시 벗어나지 못했다. 마담 장이 러시아 민요 대신 빠른 행진곡으로 음악을 바꾸었다. 선원들이 경쾌한 해군의 노래에 맞춰 무릎과 팔을 흔들며 춤을 추기 시작했다. 보드카 병이 순식간에 비어 갔다. 시계는 벌써 열한 시를 넘겼다. 한국 선원이 나타샤의 뺨을 비비며 등줄기를 훑었다. 선원 하나가 그녀의 치마 속으로 손을 넣는 순간 그녀가 마담 장에게 눈짓을 보냈다. 마담 장이 전화를 건다. 얼마 지나지 않아 러시아 아가씨가 클럽 안으로 들어왔다. 나이트클럽에서 춤을 추는 여자였다. 계산을 마친 그들이 클럽 안을 빠져 나갔다. 손님은 이제 러시아 선원만 남았다. 유난히 손님이 없는 밤이었다. 살집이 많은 러시아 선원 하나가 보드카를 마시며 계속 나를 주시했다. 눈이 마주치자 선원은 보드카 병을 쥐고 일행을 벗어나 내 쪽으로 걸어왔다. 구잘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비틀거리는 선원보다 구잘이 먼저 내 테이블 앞에 와 선다. 러시아 선원이 들으라는 듯 러시아말로 이번에도 손님을 채 가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말한다. 나는 담배를 피워 물었다. 선원이 멈칫거리는 사이 구잘이 밖으로 나갔다. 선원이 내 앞에 앉는다. 그는 잔에 보드카를 따르며 자신의 고향 이야기로 말을 건넸다. 나는 그에게 이반을 아느냐고 물었다. 그는 어깨를 추켜올리며 자신이 이반이라고 했다. 그리고 자주색 드레스가 마음에 든다며 슬쩍 어깨를 감싸 쥐었다. 해군의 노래가 끝나고 러시아 혁명가가 시작되었다. 구잘이 필리핀 친구와 함께 나타났다. 구잘의 친구가 러시아 선원의 팔을 꿰찼다. 멍청이! 저 언니 나이 많아, 주름 많아, 구잘이 선원에게 하는 말이 들려왔다. 구잘의 말에 선원이 내 앞에 앉은 선원에게 손짓을 보냈다. 동료가 만류하는 손짓을 무시하듯 선원이 지갑을 꺼내 보드카와 샤실릭 값의 두 배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지켜보고 있던 구잘이 거칠게 다가왔다. 언니 년 나빠! 그녀가 내 머리채를 휘어잡았다. 놀란 선원이 성급히 일어났다. 그리고 테이블의 돈을 챙겨 일행 쪽으로 가버렸다. 망할 년! 어린 년이! 마담 장이 구잘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언니 년, 나빠! 구잘이 악다구니 끝에 손을 풀었다. 그들이 모두 빠져나갔다. 샤실릭 꼬치가 꾸들꾸들 말라갔다. 러시아 혁명가가 끝나고 경쾌한 아코디언 연주와 함께 새로운 음악이 흘러나왔다. 유난히 손님이 없는 밤이었다. “이 짓도 이제 지긋지긋해, 러시아 년들을 한국 놈들에게 붙이고 필리핀 년들은 러시아 놈에게 붙이고, 이렇게 갈보 년들 불러대는 것도 신물이 난다구!” 그녀가 보드카를 마시며 넋두리를 해댔다. 쿨럭쿨럭, 천식 때문인지 잔기침이 뒤따랐다. “그래도 옛날에 이 바닥에서 명자, 하면 알아줬는데, 사내들을 홀리는 묘한 매력이 있었지, 그 시절에는 먹물 튄 년이 드문 때였으니…….” 그녀가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담배를 피워 물었다. 흐릿한 불빛을 타고 담배 연기가 피어올랐다. “그거에 혹해서 사내놈들이 많이 찝쩍댔지…… 그때 한 놈 잡아 떠나지, 무슨 미련이 있다구…….” 그녀의 목소리는 무대 위에 홀로 앉은 재즈가수의 독백처럼 한없이 낮았다. “너나 나나, 진즉에 이 바닥을 떴어야 하는데……, 사나운 팔자는 이래도 저래도 막히니…….” 그녀는 마치 거울을 보듯 나를 보고 있었다. 손님은 더 이상 들지 않을 것이다. 나는 코트를 걸쳤다. 카우치 백을 열어 계산을 마치고 조용히 로즈를 나왔다. 홍루의 간판이 바람에 흔들거렸다. 나는 홍루 앞에서 머리를 손으로 빗어 넘기고 모자를 반듯하게 썼다. 보드카 때문인지 속에서 열이 올랐다. 어두운 계단을 지나 2층 현관문을 열었다. 녀석은 아직도 톱밥 속에 파묻혀 있다. 녀석에게 다가가 케이지 밑에 조심스럽게 손을 갖다 댔다. 따뜻했다. 월요일에 길을 떠나면 여행이 불행하게 된다고 했던 이반은 정작 월요일에 떠났다. 이반이 돌아오지 않는다면 그건 단순히 그가 월요일에 떠났기 때문이리라. 나는 욕실로 들어가 화장을 지우고 드레스를 벗었다. 거울에 깡마른 몸이 드러났다. 이반이 명자, 라고 이름을 부른 뒤 커다란 손가락으로 무언가를 그려 보이면 나는 러시아 회화 책을 뒤지듯 그가 허공에 그려낸 그림을 꼼꼼히 살폈다. 이반은 종종 그렇게 자신이 탈 배가 지나갈 곳을 손으로 그려 보여주었다. 그럴 때마다 이반의 손목에 새긴 푸른 돛이 허공에서 움직였다. 이반은 지금 어느 바다를 지나고 있을까, 나는 깡마른 몸에 샤워기의 물을 뿌렸다. 이른 아침, 잠에서 깬 것은 녀석 때문이었다. 문득 녀석에게 아무 것도 주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반이 떠나고 녀석을 제대로 본 적도 없다. 나는 가운을 걸치고 거실로 나갔다. 케이지에서 멀찍이 떨어져 톱밥 위를 보았다. 녀석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이반이 떠나고 녀석은 줄곧 톱밥 속에 파묻혀 있는 것일까, 나는 케이지 안을 살폈다. 톱밥의 곡선이 흐트러짐 없이 처음 그대로였다. 나는 냉동실 문을 열고 이반이 사 놓은 먹이를 하나 꺼냈다. 먹이는 알루미늄 포장지에 싸여 있었다. 개수대에 따뜻한 물을 받아 포장된 먹이를 그대로 담갔다. 재스민 차를 우려내 창가로 간다. 눈이 흩날렸다. 홍루 지붕에는 엘피 가스통 4개와 물탱크, 남자의 것으로 보이는 작업복과 면장갑, 깨진 그릇이 나뒹굴었다. 그 낡은 지붕 아래 자장면과 짬뽕 옆으로 적힌, 익숙하나 한 번도 맛을 본 적 없는 횡서 끝자락의 낯선 메뉴를 떠올린다, 어쩌면 남자가 만들어 본 지 너무 오래되어 이제는 감조차 잃어버렸을지도 모를 그 메뉴 밑으로 삐뚤삐뚤하게 적힌 러시아 음식들. 흑빵과 함께 홍루의 남자는 육개장과 비슷한 쌀단까나 빈대떡과 비슷한 블린 같은 러시아 음식도 만들었다. 종종 러시아 사람들이 중국 음식 중에 끼어 있는 러시아 음식을 주문하였다. 눈이 내려앉는 홍루 뒤꼍에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남자가 등을 보이고 양파 껍질을 벗기기 시작한다. 내가 보는 것은 언제나 남자의 등이다. 남자는 마치 그림 속에 들어 있는 사람처럼 묵묵히 앉아 양파를 깠다. 넓은 고무 대야를 가랑이 사이에 끼우고 물에 붇고 있는 양파 껍질을 벗겨 낸다. 인조털이 달린 두툼한 점퍼에 가려진 남자의 양 옆 어깨가 끊임없이 움직인다. 나는 껍질과 뒤섞인 혼탁한 물에 한 쪽 손을 깊숙이 집어넣고 남은 양파 알을 찾는 남자의 기울어진 어깨를 본다. 언뜻언뜻 삐져나오는 남자의 붉고 물에 불은 손. 남자는 허리를 펴고 위를 올려다보는 법이 좀체 없다. 남자의 등 뒤로 살금살금 나타샤가 다가간다. 그녀는 고양이처럼 허리를 익살스럽게 굽히고 남자의 등 뒤에 몰래 다가섰다. 나타샤가 두 손으로 남자의 눈을 가린다. 남자가 양파 껍질이 묻은 젖은 손을 차마 나타샤 손에 포개지 못하고 주춤거렸다. 나타샤가 손을 풀었다. 나는 뒤돌아보고 멋쩍어하는 남자의 표정을 바라보며 식어가는 찻잔을 볼에 대고 눌렀다. 나타샤가 남자 앞에 턱을 괴고 앉는다. 분홍색 털 스웨터에 청바지를 입은 그녀의 모습이 클럽에서와는 달리 앳돼 보였다. 남자가 양파 껍질을 벗기는 일을 멈추었다. 나타샤가 일어서더니 뒤꿈치를 모으고 양발을 벌려 발레의 폴리에 자세를 취한다. 두 팔을 뻗어 머리 위로 올리고 천천히 발 앞굽을 세워 잔걸음으로 뒤꼍을 옮겨 다녔다. 한눈에 봐도 그녀가 백조의 동작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나타샤가 허리를 꼿꼿하게 세우고 총총걸음으로 뒤꼍을 돌아 남자 앞에 섰다. 그녀가 숨을 쉴 때마다 동그랗게 입김이 뿜어져 나왔다. 나는 남자를 향해 웃고 있는 나타샤를 보며 식은 찻잔을 내려놓았다. 개수대에 던져놓은 녀석의 먹이가 녹았다. 먹이를 건져서 접시에 담고 알루미늄 포장지를 벗겨냈다. 손가락 한 마디를 좀 넘긴 연한 핑크색 먹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순간 나는 숨을 멈추고 뒤로 물러섰다.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새끼 쥐가 녀석의 먹이라니. 처음 기지촌에 왔을 때처럼, 처음 러시아 선원을 만났을 때처럼 무섭고 낯설었다. 나는 숨을 가다듬었다. 집게로 새끼 쥐를 집어 올려 녀석에게로 갔다. 톱밥 위는 아직도 텅 비어 있었다. 케이지 뚜껑을 조심스럽게 열고 먹이를 내려놓았다. 휘파람을 분다. 녀석이 나타나기를 바라며 휘파람을 분다. 어릴 적 나는 늘 혼자였다. 혼자 있는 시간이면 아무도 없는 집 마루에 앉아 허공을 향해 휘파람을 불어대곤 했다. 설령 어른들의 말처럼 뱀이 나온다 해도 괜찮을 것 같았다. 휘파람을 불면 곁에 누가 있는 것처럼 무서움이 가셨다. 이반의 말대로 휘파람을 불어서 집이 비었는지 집이 비어서 휘파람을 불었는지 지금도 알 수는 없었다. 나는 케이지에서 시선을 거두고 소파에 앉아 여행자를 위한 러시아 회화 책을 폈다. 90쪽 ‘거리’에서부터 120쪽 ‘모자 가게’까지는 이반이 떠나기 전 러시아어로 읽어주었다. 151쪽 기차여행 편을 한글로 따라 읽는다. ‘그제야 마구 쎄스츠 나 보예즈제?’ 어느 기차에 타야 합니까? 홍루 뒤꼍으로 함박눈이 쌓였다. 나는 눈을 밟으며 홍루로 갔다. 홍루에는 나타샤와 한국인 두 명만이 앉아 있었다. 주방 안으로 남자의 뒷모습이 보였다. 종업원에게 이반이 즐겨 먹었던 쌀단까와 흑빵을 주문했다. 종업원 대신 나타샤가 내 쪽을 힐금거리며 주방 입구로 갔다. 그리고 주방 안으로 고개를 들이밀고 주문을 받아 전해준다. 나는 낮은 선반 위에 펼쳐진 러시아 회화 책을 잠시 쳐다보았다. 남자도 틈틈이 회화 책을 뒤지며 러시아 말을 익히고 있는 모양이었다. 나는 습관처럼 폴리에 자세로 발을 벌리고 서 있는 나타샤의 뒷모습이 왠지 서글퍼서 고개를 돌렸다. 쌀단까와 흑빵이 나왔다. 이반은 홍루의 쌀단까 맛이 고향의 맛과 같다고 했지만 홍루의 쌀단까 맛은 육개장과 별반 다름없는 맛이었다. 천천히 흑빵을 뜯어 입에 넣었다. 흑빵이 입안에서 거칠게 씹혔다. 나는 반쯤 뜯어 먹은 흑빵을 남기고 홍루를 나왔다. 케이지 안에 먹이가 그대로 있었다. 녀석이 처음부터 이곳에 있었나 하는 의심마저 들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케이지의 뚜껑을 열고 먼지떨이를 거꾸로 찔러 넣어 천천히 톱밥을 휘저었다. 녀석은 나타나지 않았다. 막대기로 커다랗게 원을 그은 뒤 안으로 조금씩 좁혀가며 톱밥을 감아 올렸다. 녀석은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반이 곁에 있었다면 아마도 내가 휘파람을 불어 모든 게 텅 비어버린 거라고 말했을 것이다. 녀석은 어디로 간 것일까. 눈이 녹고 있었다. 녀석이 사라진 지 일주일째, 부두에 배가 들어왔다. 텍사스 거리는 러시아 선원들과 보따리 상인들로 붐볐다. 나는 클럽 문을 열었다. 로즈도 러시아 선원들로 북적였다. 여전히 러시아 음악 백학이 흘러나왔고 조명은 더 흐려 있었다. 나는 이반을 만났던, 거울이 걸린 자리에 앉았다. 장갑을 벗어 테이블 위에 올리고 카우치 백에서 담배를 꺼냈다. 언니 머? 구잘이 퉁명스럽게 물었다. 나는 보드카와 샤실릭을 주문했다. 마담 장이 새로운 선원들을 앞에 두고 예전 텍사스 거리에 몰려들었던 미군들의 이야기를 늘어놓고 있었다. 선원들이 이야기를 채근하듯 마담 장을 향한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그 시절 마담 장의 사랑을 구하려는 한 미국 병사가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털어 백만 송이 장미를 사다가 거리에 뿌렸노라고 말하자 선원들이 속았다는 듯 몸을 털며 허탈한 웃음을 웃었다. 러시아에 전해 내려오는 백만 송이 장미에 얽힌, 가난한 화가의 슬픈 사랑이야기란 것을 이내 알아챈 모양이었다. 마담 장은 배가 들어올 때마다 선원들을 앞에 두고 그렇게 이야기를 만들어 내곤 했다. 선원들은 이국의 낯선 이야기에 자신들 나라의 이야기가 섞여 든 것을 알아채자 긴장이 풀렸는지 보드카를 연거푸 마셨다. 마담 장이 의자를 돌려 몸을 반쯤 틀고 있는 러시아 선원들을 달래듯 두 손을 들어 허공을 다독였다. 선원들이 다시 마담 장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나타샤는 한국인 선원들 사이에 섞여 있었고 이미 취해 보였다. 한국인 선원이 길고 곧은 나타샤의 등줄기를 더듬어 내려가다 허리를 감싸 안고 일어섰다. 마담 장이 재빠르게 나타샤와 눈길을 주고받았다. 나타샤와 한국인 선원이 계산을 마치고 클럽 밖으로 나갔다. 홍루의 남자가 클럽에 들어선 것은 내가 두 번째 담배에 막 불을 붙일 때였다. 남자는 이곳이 처음인 듯 두리번거리며 자리를 찾아 앉았다. 다소 들뜬 표정으로 구잘에게 주문을 했다. 그의 테이블에 맥주와 마른안주가 올려졌다. 나는 보드카를 한 모금 마셨다. 마담 장이 음악을 바꿨다. 빠르고 경쾌한 음악이었다. 러시아 선원들이 일어나 춤을 추기 시작한다. 러시아인들의 춤은 마치 목각 인형이 줄에 매달려 움직이는 것처럼 무릎과 팔이 절도 있게 꺾어졌다. 격렬하면서도 율동 사이사이에 강한 매듭이 있는 러시아 춤을 보고 있으면 이상하게도 정신이 맑아졌다. 춤이 격렬하면 할수록 더 그랬다. 나는 선원들이 원무를 이뤄 추는 가팍을 보며 이반을 떠올렸다. 이반도 어디선가 함성을 지르며 저들처럼 가팍을 추고 있을까, 나는 보드카를 마시고 샤실릭을 한입 베어 물었다. 바에 앉아서 계속 몸을 흔들고 있던 마담 장이 그들 사이에 끼어들었다. 육중한 그녀의 몸이 빠른 리듬에 맞춰 민첩하게 움직였다. 선원들의 함성이 추임새처럼 일정한 간격으로 이어졌다. 음악을 바꾸지 않는다면 그들의 춤은 자정까지 계속될 것이다. 구잘이 나타샤가 없는 빈자리를 대신하여 분주히 움직였다. 마담 장은 점점 술에 취하고 흥에 취해갔다. 가끔 이렇게 마담 장이 흥에 취해 선원들과 춤을 추면 그녀가 어김없이 해 오던 일, 러시아 아가씨를 한국 선원에게 붙이고 필리핀 아가씨를 러시아 선원에게 붙이는 일을 잊었다. 더불어 나의 존재도 잊었다. 그녀가 잊는 것은 단지 그것만은 아닐 것이다. 그녀의 천식처럼 오래된 이 거리의 모든 것들, 그녀를 되돌아오게 만들었던 익숙한 모든 것들, 그녀의 생 모두를 잊을 것이었다. 이반의 말대로 휘파람을 불면 무언가 텅 비게 되는 것처럼 그녀도 텅 비어가는 것이리라. 원무에 끼어 점점 격렬하게 몸을 흔들 때마다 그녀가 한줌씩 사라지는 것 같았다. 나는 그녀의 손을 잡기라도 할 듯 깡마른 손을 허공에 내밀었다. 홍루의 남자가 술을 마시기 시작한다. 남자는 무릎 사이에 손을 찔러 넣고 눈은 줄곧 나타샤를 찾았다. 나는 마지막 보드카를 입에 털어 넣었다. 남자가 취했는지 점점 고개를 떨궜다. 녀석은 어디로 갔을까, 나는 문득 잊고 있던 녀석을 떠올리며 휘파람을 불었다. 남자가 고개를 든다. 거짓말처럼 녀석을 찾은 것은 소파 밑에서였다. 환전소에 가기 위해 러시아 동전을 지갑에 넣는 중이었다. 소파 밑으로 굴러들어간 동전을 줍기 위해 허리를 굽혔다. 누렇게 바랜 벽지에 노랑 빨강 검정 색이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녀석은 소파 안쪽 벽 틈에 일자로 붙어 있었다. 나는 잠시 숨을 멈추고 가만히 녀석을 지켜보았다. 녀석도 움직이지 않았다.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켜 주방으로 갔다. 냉장고에서 먹이를 꺼내 따뜻한 물에 담근 다음 물기를 닦아 소파 입구에 놓았다. 집게를 들고 소파 위에 웅크리고 앉아서 바닥을 내려다보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녀석이 기어 나오기 시작했다. 나는 움직이지 않고 숨을 삼켰다. 먹이 앞까지 조심스럽게 다가간 녀석이 고개를 들며 혀를 날름거렸다. 녀석의 여린 혀가 재빠르게 입속을 반복해서 드나들었다. 녀석이 먹이 앞으로 다가가 먹이를 덥석 무는 순간 집게로 녀석을 집어 케이지에 넣었다. 녀석의 입에는 삼키다 만 새끼 쥐의 여린 몸이 반쯤 물려 있었다. 로즈 앞에는 며칠째 클로즈라는 안내판만 달려 있었다. 겨울이면 도지는 마담 장의 천식 때문에 잠시 문을 닫았다고 했다. 나타샤도 가끔씩 목욕탕이나 환전소에서 마주치곤 했는데 언제부턴가 보이지 않았다. 들리는 소문에 한국 선원을 따라 이곳을 떠났다는 말도 있었고 임신을 해서 로즈에서 쫓겨났다는 소문도 있었다. 텍사스 거리는 다 해진 만국기를 걷어내는 상인들로 분주했다. 나는 만국기가 끝나는 곳에서 발길을 멈추었다. 이반을 처음 만났던 날, 이반의 달콤한 입술이 나의 입술에 닿던 순간, 나는 내 여행이 이대로 끝이 나길 간절히 바랐었다. 이반은 지금 어느 바다를 지나고 있을까? 나는 만국기가 걷히는 하늘을 바라보며 블라디보스토크 행 비행기표 판매소를 지나 환전소로 갔다. 마지막 남은 먹이를 녀석에게 넣어주었다. 녀석이 조심스럽게 먹이에 다가간다. 잠시 목을 추켜세우더니 슬그머니 방향을 틀었다. 또 먹이를 먹지 않을 모양이었다. 온수에 목욕을 시키면 좀 도움이 될 겁니다. 수의사는 전화로 간단하게 처방을 내렸다. 소화불량이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그럴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럴 경우 정상적으로 탈피를 하기 힘들어진다고도 했다. 대야에 온수를 받아 케이지 옆에 놓았다. 케이지 뚜껑을 열고 널브러지듯 몸을 길게 풀고 있는 녀석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나는 집게를 들다가 내려놓았다. 녀석의 외피에 손을 조심스럽게 갖다 댔다. 녀석의 차가운 체온이 손끝으로 전해졌다. 천천히 선을 그으며 머리 쪽으로 손가락을 옮겼다. 녀석의 입을 지나 턱쯤에 손가락이 닿았을 때 녀석이 감미로운 몸동작으로 손에 감겨든다. 소름인지 전율인지 무언가 몸속으로 울려들었다. 나는 녀석을 안듯 들어올려 온수에 담갔다. 녀석이 천천히 물속으로 스며든다. 나는 물끄러미 녀석을 보다가 물속에 손을 집어넣었다. 미끄러지듯 내 손을 비켜나가는 녀석의 꽁무니를 따라가며 손을 저어 작은 물보라를 일으켰다. 녀석이 점점 생기를 찾은 듯 작은 원을 그리며 빠르게 움직였다. 잠시 뒤 작은 수건으로 민첩하게 손아귀를 벗어나는 녀석을 떠내 마른 수건을 깔아놓은 그릇에 옮겨 담았다. 녀석을 재빨리 수건 위에 굴린 뒤 케이지 안으로 털어 넣었다. 명자, 아주 잘했어, 이반이 보았더라면 그렇게 말했을 것이다. 나는 홍루를 지나고 로즈를 지나 도로 건너편에 있는 수족관으로 갔다. 파충류 먹이 있음. 간판 옆에 적힌 글씨를 확인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점원이 햄스터 케이지를 열다가 내 쪽을 본다. “뭘 드릴까요? 손님.” 점원이 케이지 안에서 햄스터를 꺼내며 물었다. “밀크스네이크 종인데……먹이 좀 사려고요.” 나는 나무토막을 기어오르는 비단뱀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말한다. “뱀을 키운 지 오래되셨나 봐요. 처음 키우는 사람은 그렇게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거든요.” 점원이 손에 쥔 햄스터를 비단뱀에게 던져주며 말했다. “이렇게 한창 클 때는 녀석도 산 먹이를 찾아요, 그래야 탈피를 제대로 할 수 있거든요.” 나무막대를 기어오르던 녀석이 슬그머니 방향을 틀며 혀를 날름거렸다. 케이지에 던져진 햄스터가 꾸물꾸물했다. 움직임을 감지한 녀석도 먹이를 견준 채 꼼짝 하지 않다가 입을 벌리고 먹이를 물어 삼켰다. 나는 고개를 돌리며 점원에게 휘파람을 불면 뱀이 나온다는 말을 아느냐고 물었다. “그런 속담이 있었나요?” 점원은 손에 묻은 햄스터 털을 털어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손님, 냉동 쥐로 드릴까요?” 점원이 물었다. 나는 햄스터의 하얀 몸이 비단뱀의 입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을 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점원은 케이지에서 꿈틀거리는 분홍색 새끼 햄스터 한 마리를 꺼냈다. “녀석들이 종종 냉동 먹이를 먹지 않는데…… 그건 아마도 탈피를 하려고 그럴 겁니다. 제대로 크고 있다는 증거죠.” 나는 점원에게서 새끼 햄스터를 받아 골목으로 돌아왔다. 날이 풀리고 있었다. 곧 부두에 배가 들어온다고 했다. 나는 문이 닫힌 로즈를 지나 홍루에 들러 쌀단까와 흑빵을 시켰다. 남자는 여전히 등을 보이고 주방에서 음식을 만들고 있다. 탁자 위에는 너덜너덜해진 러시아 회화 책과 비닐도 뜯지 않은 발레 슈즈가 올려져 있었다. 나는 흑빵을 뜯어 쌀단까에 적셔 먹었다. 맞은편 거울에 흑빵을 씹고 있는 내 모습이 보였다. 밥을 먹을 때 거울을 보면 안돼요, 아름다움까지 먹어버리거든요, 이반이 내 귓불 뒤에 입술을 갖다 대며 속삭일 것 같았다. 홍루의 간판이 바람에 흔들거렸다.
  • 노후 소방장비 교체 지연 불가피

    부처 간 이견, 국회의 무관심으로 노후 소방장비 교체가 지연될 위기다. 다행히 행정안전부가 특별 교부세로 205억원을 지원하기로 해 급한 불을 끌수 있게 됐다. 2일 소방방재청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소방장비 노후화율 제로화 5개년 계획’에 따라 국회에 요구했던 국비지원금 402억원이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전액 삭감됐다. 정부는 지난해 6월 노후화된 소방 장비를 개선하기 위해 2016년까지 국비 402억원, 지방비 938억원 등 1340억원을 투입한다고 발표했다. 국비 지원 불발은 행정부처 간 이견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지방자치법상 소방 사무는 지방자치 사무이며, 노후장비 교체는 지방세 가운데 시·도 목적세에서 부담하도록 하고 있어 국비 지원이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국회 예결위 위원들도 “장비 교체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정부부처 간 이견이 있는 상황에서 예산을 섣불리 결정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방재청 관계자는 “소방기본법상 국가가 시·도의 소방 업무에 필요한 경비를 보조한다고 돼 있으며, 지역을 가리지 않고 대형 재난재해가 발생하고 있는 만큼 소방사무는 국가사무”라며 국비 지원의 당위성을 주장했다. 방재청 개청 이후 해마다 상정됐던 소방장비 교체 국비 지원이 이번에도 불발로 끝나면서 소방관들의 불만도 높아지고 있다. 일선 소방관들은 “장비 노후화는 소방관의 안전과 직결된 문제인데, 정치권에서 순직 사고가 날 때만 반짝 관심을 둘 뿐 예산편성 등 실제 대책 마련에는 소극적”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고가의 소방장비 구입을 지자체에 미루는 것도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천소방본부 차량 담당자는 “예산이 부족한 지자체가 수억원이 넘는 인명구조 장비 구입에 예산을 투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면서 “국가가 장기적인 관점에서 책임지고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방재청에 따르면 사다리차·펌프차·구조차 등 각 지자체가 보유하고 있는 소방장비 노후화율은 17.4%에 이른다. 특히 소방관의 안전과 직결된 방화복, 방화헬멧, 공기호흡기 등 개인 안전장비 지급률도 71.2%에 불과하다. 전국에 있는 404대의 사다리차 가운데 44대는 15년이 넘은 것으로 집계됐다. 우리나라의 소방안전 분야 국가 부담률은 선진국과 비교해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평균 소방안전 국비 부담 비율은 67%가 넘는다. 일본 17.7%, 미국 15.9%, 프랑스 78.4%, 핀란드 73.5% 등이다. 우리나라는 1~2%에 불과하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날 오전 종로소방서를 방문, 노후 소방차 교체를 위해 각 시·도에 특별교부세 205억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7억원은 고가 사다리차 구입비로 곧 출범할 세종시에 지원될 예정이다. 김양진기자 ky0295@seoul.co.kr
  • [열린세상] 공감의 복지/이성규 서울시립대 교수·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

    [열린세상] 공감의 복지/이성규 서울시립대 교수·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

    2011년이 저물고 있다. 크리스마스를 보낸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올해는 거리에 울리던 흥겨운 캐럴도, 연말의 반짝 특수도 사라졌다 한다. 며칠 전부터 시작된 세밑 한파와 더불어 또 한해가 간다는 무겁고 착잡한 정적이 감돌고 있는 듯하다. 얼마 전 지하철 역 전동차에 방화를 시도하다 붙잡힌 한 노숙인이 노숙생활을 전전하다 너무 춥고 배고파 다시 교도소로 돌아가고 싶어 일을 저질렀다는 뉴스는 씁쓸한 역설의 현실을 느끼게 해준다. ‘크리스마스 선물’ ‘마지막 잎새’와 같이 물질적으로 빈곤하고 소외된 이들의 삶의 파토스를 잘 표현한 오 헨리의 단편소설에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 나온다. 뉴욕의 노숙인 소피는 겨울이 다가오자 갖은 범법행위를 통해 교도소에서 안락한(?) 생활을 누리고자 하지만 번번이 실패로 돌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교회의 찬송가를 듣고 자신의 절망적인 삶에 회환을 느껴 새로운 삶에 대한 희망을 꿈꾸게 되는 순간 경찰관에게 잡혀간다. 소피의 마음을 바꾸게 한 찬송가는 고단한 삶을 달래준 ‘위로’의 곡조가 아니었을까? 어긋나기만 하는 서민들의 삶의 애환을 다소 유머러스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낸 오 헨리의 단편은 시대가 변해도 공감하게 되는 그 무엇이 있다. 올해 서점가를 휩쓴 베스트셀러의 공통된 키워드는 ‘공감’과 ‘위로’, 그리고 ‘정치’라고 한다. 실업, 집값, 교육, 노후… 예전과 달리 젊어서부터 고된 짐을 지고 가는 ‘2040’ 세대의 애환과 불안을 잘 읽어주고 달래주는 주제의 책들이 인기를 끌었다. 특히 체감 실업률이 20%에 육박하고 있다는 청년층의 현실과 미래에 대한 불안을 잘 집어내는 ‘공감’ 도서들이 최고의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혹자들은 하반기부터 번진 ‘안철수 현상’은 ‘2040’ 세대에 대한 우리 사회의 ‘공감력의 부재’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복지’와 ‘정치’ 또한 2011년을 뜨겁게 달군 화두였다. 새해 벽두부터 시작된 복지 논쟁은 서울시장을 바꾸어 놓고 다가올 총선과 대선의 판도를 좌지우지하는 가장 강력한 동력이 되었다. 무상급식에서 비롯된 무상 시리즈에, 보편주의냐 선별주의냐를 판가름하자는 원초적인 복지 이데올로기 편가르기에 이르기까지 복지에 관한 공방과 공약이 쏟아져 나왔다. 사실 무상복지를 주장하는 측이나 이에 대한 재원 조달을 걱정하는 측이나 지금의 복지 지출보다 더 큰 규모의 복지에 대한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동일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 지출의 절반도 되지 않는 우리의 복지 시스템을 두고 본다면 어쨌거나 반가운 소리이다. 문제는 체감이다. 그 많은 혈세를 거두어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몸으로 느낄 수 있는 복지 수준의 향상이 이루어질 수 있을까? 무분별한 지출의 확대에 앞서 살기 힘들어 죽겠다는 국민의 고된 삶을 위로하고 그들의 욕구를 들어주고 ‘공감’하는 복지 체계로의 전환이 필요한 것은 아닐는지. 필자는 지금 재직하고 있는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 부임할 때 장애인을 위한 고용과 복지행정이 3E를 갖추어야 한다고 제시하였다. 공감(Empathy), 역량화(Enabilng), 책임(Ensuring)이 그것이다. 장애인이 느끼는 현실적인 고통을 공감하고, 일방적인 원조가 아니라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끝까지 책임지는 무한책임 네트워크를 구축하고자 하였다. 아예 이러한 3E를 기관의 핵심가치로 내걸고 직원들의 의식 속에 내재화할 수 있도록 장려하고 있다. 필경 이것이 필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연말이 가기 전 앞다투어 출판기념회를 열고 있는 국회의원들의 저서에도 예전과는 달리 더 낮은 곳으로의 지향, 배려, 상생, 존중과 같은 성찰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들의 가치가 현실에서도 그대로 실현되길 바란다. 복지가 정치로 변질되어 정치인들의 전략이 되고 무감각한 규모의 숫자로만 남아 있지 않길 바란다. 소외된 이들의 짐을 덜어주고 미래를 꿈꿀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사회 발전 시스템이 되길 바란다. 임진년 용의 해가 밝아온다. 생동력을 상징하는 용의 해에 우리 사회도 새로운 희망을 걸어보자. 새해는 분명 희망이다.
  • “2008년 촛불 꺼진 게 아니라 ‘종이 돌’이 되어 되살아나다”

    “2008년 촛불 꺼진 게 아니라 ‘종이 돌’이 되어 되살아나다”

    2008년 촛불 시위에 대한 평은 대개 두가지다. 한쪽에서는 비과학적 주장에 현혹된 종북좌파 전문 시위꾼들이 벌인 ‘광화문 습격 사건’쯤으로 본다. 다른 한쪽에서는 그 뜨거운 가슴은 알겠으나 그런다고 해서 세상이 달라지겠느냐고 되묻는다. 시위대의 순수성에 대한 의심이냐 믿음이냐의 차이일 뿐 결국 문제가 있을 때마다 촛불 들고 광화문에 모일 수는 없다는 얘기다. 한번 반짝 하고 말았다는 얘기다. 촛불 시위는 그렇게 끝나버렸는가. 이완범 한국학중앙연구원(한중연) 사회과학부 교수는 ‘아니다.’라고 답한다. 한번 울컥하고 분출하고 끝난 게 아니라 나름의 흔적을 남겼고, 동시에 아직도 여전히 영향력을 이어 가고 있다고 주장한다. 한중연이 펴내는 계간지 ‘정신문화연구’ 겨울호에 실린 ‘2008년 촛불 시위의 영향’이란 글을 통해서다. 이 교수는 미국의 정치학자 아담 셰보르스키가 쓴 ‘종이 돌’이라는 표현을 빌려 온다. 종이 돌이란 시위 때 쓰이던 돌멩이를 비유해 쓴 표현으로 투표용지를 뜻한다. “민주화 투쟁 시대에는 군부독재를 향해 돌멩이를 던졌지만 오늘날의 저항세대는 투표에 참여해 종이 돌멩이를 날린다.”는 의미다. 선거란 것이 “종이 돌로 상처 없이 승패를 가르는 민주적이고 신사적인 절차”라는 사실을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기도 하다. 이는 촛불 시위가 만족할 만큼 성공적이지 못했기 때문에 나오는 역설이다. 촛불 시위는 도심 대로의 노란색 중앙선을 밟아 볼 수 있었던 추억을 되살려 준다는 점에서 “1987년 6월 항쟁을 떠올리게 하지만” 한편으로는 “1987년 체제를 낳았던 것과 달리 2008년 체제라 불릴 만큼 파급력을 가진 것은 아니었다.”고 이 교수는 진단한다. 해서 촛불 시위자들은 “정부의 보수적인 정책 기조를 변화시켰지만 그 성과를 인정하기보다 무력감을 느낀” 쪽에 가깝다. “정부의 권위주의적인 행태가 근본적으로 수정되지 않았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 결과는 지방선거와 무상급식 찬반투표, 그 뒤를 이은 서울시장 선거에서의 ‘예상을 뛰어넘는’ 집권 여당의 참패로 나타났다. 선거 때마다 각종 여론조사 기관들은 ‘초박빙’ ‘혼전’ 등의 분석을 내놓지만 정작 투표 결과는 번번이 이런 예측을 비켜 간다. 그래서 나온 보완책이 휴대전화 응답자를 여론조사에 포함시킨 것이었다. 그럼에도 역시나 결과는 들쭉날쭉하거나 크게 어긋났다. 이 교수는 “답은 한 가지”라며 “지금 대중들은 평소 다른 선거 때처럼 지지하는 후보에게 표를 찍어 주는 게 아니라 ‘종이 돌’을 던지고 있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는 투표 독려, 투표 인증샷 놀이 등은 ‘종이 돌’에 대한 강한 욕망을 드러낸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종이 돌이 얼마만큼 지속력과 파괴력을 갖고 있는지는 내년 총선과 대선 때 다시 한번 측정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南조문단, 김정은과 ‘반짝 대화’… 새 남북접촉 시작됐다

    이희호 여사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등 민간 조문단 일행이 26일 오후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기념궁전에서 김정은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 등 유족에게 직접 조의를 표하면서 향후 남북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을 끌고 있다. 일각에선 예전 북한 최고 지도자들이 했던 대로 조문단 숙소인 백화원 초대소에서 김 부위원장과의 면담이 이뤄졌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오후 6시 20분 시작된 조문은 예상을 깨고 10분가량 진행됐다. 하지만 이 자리에선 화환을 놓고 묵상한 뒤 위로의 뜻을 전하는 의례적인 절차만 이뤄졌다고 조선중앙통신은 전했다. 이 여사와 현 회장은 애도의 뜻을 담는 조의록에 글도 남겼다. ‘6·15남북공동선언의 정신을 이어가 민족통일이 이뤄지길 바란다.’는 내용이다. 조선중앙통신은 “그 이께서 이에 깊은 사의를 표하시었다.”고 했으나 대화는 짤막하게 오간 것으로 파악된다. 현대아산과 통일부 등에 따르면 밤 9시쯤 북한에 체류 중인 현대아산 측 조문단으로부터 유선전화로 ‘조문을 마쳤다’는 내용이 서울 종로구 연지동 본사에 전달됐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조문을 마치자마자 숙소인 백화원 초대소로 출발했다.”면서 “이후 만찬을 가졌는지 여부에 대해선 알려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북측 보도에도 불구하고 조문단의 평양 행적은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백화원 초대소에서 오후 1시부터 오찬을 갖고 휴식을 취했다는 소식을 접했다.”면서도 “누구와 어떻게 식사했는지는 알 수 없다.”고 밝혔다. 현대아산 측은 “식사 뒤 곧바로 휴식을 취했다는 점으로 미뤄 간단한 오찬이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조문단 숙소인 백화원 초대소(평양 대성구역 임흥동)가 조문 장소인 금수산기념궁전(평양시 대성구역 미암동)과 지척이라는 데 주목하고 있다. 평양 중심가에서 북동쪽으로 8㎞ 정도 떨어진 모란봉(금수산) 기슭에 위치해 곳곳에 지도층의 안가가 자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빈관인 백화원 초대소에 머문다면 북 최고지도자와의 개별 면담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뜻이다. 이곳은 지난 2000년과 2007년 제1, 2차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대중·노무현 당시 대통령의 숙소였다. 현 회장도 2007년 11월 백두산 및 개성관광 등을 협의하기 위해 방북,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면담을 가졌을 때 백화원초대소를 숙소로 썼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김 부위원장이 이 여사 일행과 차 한잔 정도 마시며 따로 대화를 나눌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한 대북 소식통도 “적어도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나 후견인인 장성택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과 깊은 대화를 나눌 시간이 주어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앞서 조문단은 이날 오전 11시 30분 예정대로 평양에 도착했고, 30분 뒤 백화원 초대소에 짐을 풀었다. 북한 리종혁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위) 부위원장이 이 여사와 현 회장을 북측 통행검사소에서 영접한 점으로 미뤄 간단한 환영오찬이 이어졌다면 아·태위가 주재했을 가능성이 높다. 상중인 김정은 부위원장은 직접 오찬을 주재하거나 참석했을 가능성이 희박한 것으로 보인다. 공식 환영만찬도 생략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27일 오전 8시 이뤄질 조찬을 누가 주재할지는 관심을 끌고 있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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