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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자와 차 한 잔] ‘주식9단 서울맛집 유랑’ 펴낸 이영승씨

    [저자와 차 한 잔] ‘주식9단 서울맛집 유랑’ 펴낸 이영승씨

    ‘개화의 짜장면이 조자룡이 휘두르는 군더더기 없이 모범적인 청홍검의 칼날이라면 신승관의 짜장면은 묵직하게 바람을 가르는 관운장의 청룡도와 같달까.’ 짜장면 맛이 이렇게 비유된다는 게 놀랍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했다. 이틀에 걸쳐 점심에 두 곳을 다녀왔다. 개화는 서울 중구 명동 중앙우체국 쪽에, 신승관은 북창동 깊은 골목에 있다. 직선 거리로 400m쯤 떨어진 두 집의 짜장 맛이란, 당대를 호령한 두 호걸의 범상치 않은 기상을 빼닮았다. 신승관이 조금 깔끔했고 개화가 여러 맛이 반짝이는 느낌으로 다가왔다. 신문과 방송을 타거나 대형 문고의 베스트셀러 추천 없이도 일주일 만에 재판에 들어간 ‘주식(酒食)9단 서울맛집 유랑’(출판사 올)을 쓴 이영승(38)씨를 21일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 로비에서 만났다. 책에 쓴 대로 약간 무서움이 느껴지는 첫 인상. 지면에 실릴 사진부터 급하게 찍은 뒤 한 식당으로 옮겨 보리굴비로 점심을 들었다. 한창 때 친구와 10시간 동안 소주 스무 병을 비웠다고 책에서 털어 놓았던 술꾼과 2시간 동안 꾸덕한 굴비를 뜯어 안주삼아 술잔을 털었다.   -(기자보다 열한 살 아래라 별로 그렇다고 느끼지 않으면서도) 실례지만 정말 나이들어 보이네요. 좋아하는 음식으로나 그걸 표현하는 문체로 보나 마흔쯤은 됐을 것이라 짐작했는데요. 네. (남들이) 애늙은이라고들 합니다. -그런데 어릴 적부터 서울에서 사신 분이 어떻게 꾸덕하다는 표현도 알고 그래요. 2006년 무렵 식도락동호회 다인포유와 인연을 맺게 됐는데요. 처음엔 낯도 가리고 해서 피하기도 했는데 술은 워낙 좋아했으니까 술자리 있다고 하면 어울리곤 했습니다. 그런데 그 분들이 하나둘 블로그를 시작하길래 구경하곤 했죠. 마침(? 6년동안 사랑했던 여인도 떠나고 해서) 나도 한번 해보자 시작하게 된 거죠. 연배가 한참 위인 사부들이나 형님, 누님들과 어울려 음식먹는 법을 배우게 됐지요. 그때야 술먹는 재미가 거진 다이기도 했고요.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재미있어지고 욕심도 생기더라고요. 해서 ‘사진 참 못 찍네’ 이렇게 구박맞기도 하면서 열심히 블로그 질 했어요. 이게 뭐가 맛있어요, 제가 그러면 그분들은 씩 웃으면서 너도 나중에 알게 돼, 이러시더라고요. 정말 그대로 됐고요. 그런 분들과 어울리면서 그런 말과 표현도 배우고, -주식9단이란 블로그 명(名)은 어떻게. 당시 모임의 한 누님이 제 이력을 보고 술 주에 음식 식, 주식 9단이라 하지 그러냐고 하세요. 음 괜찮네, 하고 쓰게 됐죠. -책 제목을 검색해보니 신문 등에선 전혀 소개되지 않았는데도 인터넷에선 상당히 많이 소개됐더군요. 상당히 객관적이고 공정한 입맛이라고. 그런 건 아니고. 정반대로 누가 뭐라고 하든 제 입맛에 맞는 음식을 솔직하게 글로 풀어내려 하는 것뿐이지요. 이제 블로그는 그만 둘 생각인데 그동안 제가 7년 동안 발품팔아 돌아다니며 느꼈던 것들을 정리했다는 생각에 고맙고 그렇더라고요. -블로그는 왜 정리하는데요. 처음엔 많은 이들이 몰려와 글 읽고 댓글 달고 그러면 신나서 또 카메라 챙겨 떠나곤 했지요. 뭣도 모르고 그랬어요. 한없이 교만해지고. 입맛도 간사해지고. 다른 블로거들이 공짜로 밥 먹거나 터무니없는 대가를 원하는 경우도 봤어요. 저도 제안을 받기도 했는데 그런 게 싫어 손사래를 치곤 했어요. 그런데 하루 오천명씩 들어와 제 글 읽고 그러니 제가 뭐 대단한 존재라도 되는 것처럼 여기게 되는 것도 싫고. 제가 자꾸 그런 남의 시선을 의식한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런 이유로 이제 그만 두려고 하지요. -책은 잘 나가나요. 전 관심없어요. 2년 전쯤 출판사에서 연락이 와 책을 내보지 않겠느냐고 하더군요. 내 주제에, 하는 생각에 몇 차례 고사하다 지난해 초 시작해 올해 초 책을 낼 수 있는 준비를 마쳤어요. 그런데 출판사 쪽에서 다른 책 일정도 있고 맛집 얘기를 다뤘으니 봄과 여름보다는 가을에 내는 게 좋겠다고 해서 이번에 나오게 된 겁니다. -그런데 관심없다는 건 좀 그렇지 않나요. 제가 7년 가까이 정말 좋아하는 일을 열심히 했고 그 성과를 한 데 모아 정리했으니 그걸로 된 겁니다. 출판사가 제 책 때문에 돈 많이 벌면 그걸로 만족합니다. 얼마 전 재판 들어간다는 얘기를 듣기는 했어요.   증권사 펀드매니저, 투자자문사 대표를 거친 그는 지금은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일을 하고 있다. 승부근성이 있어 보였다. 주위에선 한번 빠져든 일에는 무섭게 빠져드는 그의 성격대로 책이 나왔다는 평을 한다고 했다. 서른다섯 가지 음식의 역사나 식재료의 유래로 글머리를 열고 서울의 맛집 다섯 곳을 꼽은 뒤 음식에 얽힌 개인사를 풀어냈다. 어릴 적부터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았던 그가 중학교 2학년 가을, 청계천 들러 ‘빽판’ 사들고 간절히 구하던 Keith Jarret의 앨범이 폐점하는 음악카페 가면 있을 것이라는 말 듣고 난생 처음 찾아간 명동에서 난생 처음 명동칼국수를 먹고 행복했던 추억 등이 동시대를 산 이들에게 즐거운 삽화로 다가온다. 술친구와 해장술 푼 사연, ‘빠돌이’로 한창 놀 때 순대해장국 먹은 사연 등 쿡쿡 거리고 읽을 객담도 빠뜨릴 수 없다. 혼자 지내는 이들을 위한 레시피를 곁들인 것도 눈에 띈다.   -어느 정도로 열심이었나요. 블로그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을 때 서울 안의 화상(華商)이 하는 중국집 서른다섯 곳을 모두 돌아보겠다고 다닌 적이 있습니다. 석달을 중국 음식만 먹으니 입에서 느끼한 맛이 떠나질 않았던 적도 있지요. 동호회에서나 누군가 어디가 맛있더라, 하면 거리를 따지지 않고 다녔어요. 그러다보니 어느 달은 신용카드 청구서가 천만원을 넘은 적도 있었고요. -출간 시기가 늦춰지면서 가격이 올랐다든지, 재개발로 문을 닫거나 이전했다든지 해서 다시 점검했을 것 같은데요. 음식별로 다섯 집씩 골랐으니 모두 175곳이 소개됐는데 맨 앞의 TOP PICK은 한 번씩 다 돌았어요. 그리고 나머지 집들의 절반 정도도 다시 확인했어요. 값뿐만아니라 내가 표현한 내용이 진짜로 맞나 의심스러워 다시 찾기도 했고요. 사진을 다시 찍은 곳도 여러 곳인데 음식 사진이란 게 차라리 옛것이 좋은 경우도 적지 않았어요. -그렇게 다섯 곳씩 고르기가 쉽지 않았을텐데. 어느 메뉴를 가장 고민했나요. 짜장이었습니다. 이품(서대문구 연희동)이냐 개화냐를 놓고 한참 고민했어요. 특별히 싫어하는 사람이 없는 메뉴이고 모두들 ‘거기에서 거기 아냐’ 생각하기 쉬워서요. 골라놓고 보니까 동전던지기 아니었나 싶기도 하더라고요.”   멏 갈피만 들춰보면 그의 몸피에 어울리지 않게 참 꼼꼼한 성품을 알 수 있다. 6000원 남짓으로 포만감과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김치찌개집부터 정말 소중한 이에게 대접하고 싶은 값비싼 코스 요리까지 망라했다. 기자도 가끔 찾는 하동관 주인의 면면이 바뀐 사연, 을지면옥과 필동면옥 주인 가계도 등등 “아는 척 좀 할 수 있게” 두루 꾸며 놓았다.   -결국 책에서 하고 싶었던 얘기는 뭘까요. 사람이 음식 맛의 절반을 넘는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전라도 구례의 허름한 중국집에서 짜장면을 시켰더니 갓김치 등 여염집에서 먹는 반찬을 내주시더라고요. 죄송하기도 하고 해서 탕수육을 시켜 소줏잔을 부딪히고 있자니까 이번엔 홍어회를 내오시더라고요. 중국집에서 홍어회 먹어본 사람 있으면 나와보라고 하세요. 푸하하. 그런데 몇 년 뒤 그 집을 찾았더니 없어졌더라고요. 요 뒤 배춧국을 잘 끓이던 ‘내강’도 주인 부부가 나이 들어 도저히 못하겠다고 두손 들어 버렸어요. 저도 책에 담지 못했는데 얼마 전 들렀더니 주인도 바뀌고 메뉴도 여러 가지로 늘었는데 너저분하기만 하더라고요. -그런 집 중에 인사동 ‘할머니 칼국수’와 ‘유진식당’도 있어요. 책에 써놓은 것을 보니 반갑더라고요. 유진식당 어르신은 저희들 가면 뭐 하나라도 더 주시려고 했어요. 가끔 큰아들이 말 안 듣는다고 푸념도 늘어놓으셨지요. -그래도 요즘은 마음잡고 가게를 보는 것 같던데요. 그런데 얼마나 드나들면 그렇게 주인과 대화가 통하게 돼요. 아, 저희가 워낙 시끄러워서요. 그냥 이런저런 얘기 나누다보면 그런 얘기도 주고받게 돼요. 그건 그렇고 하여간 그런 식당들이 개발 논리에 떠밀려 사라진다는 게 안타깝죠. 인사동 칼국수집만 해도 체인점을 낸다 하면서 예전같지 않은 것 같고요. -에필로그로 왕십리 해장국집 ‘대중옥’에서 느낀 소회를 풀어냈어요. 그런데 왜 날짜가 그렇게 한참 전인 거지요. 2010년 12월 31일이라고 돼 있죠. 블로그에 썼던 글인데 느낌이 좋아 그대로 책에 옮겼어요. 대중옥은 강남으로 옮겼는데 그 집도 한 번 가봤어요. 아무래도 그 때 맛이 살아나지 않더라고요. 깔끔하고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이미지의 맛집을 좋아하는 세상의 흐름에 잘 따라가지 못하는 것 같아요. 제가, 어쩌다 한번, 이런저런 이유로 고급스럽게 접대할 일이 있을 때 찾아갈 만한 집을 소개하긴 했지만 그보다 사람 냄새 나는 맛집, 노포(老鋪·대를 이어 내려온 가게)를 좋아하는 거지요.   그는 에필로그에 이렇게 적었다. ‘긴 세월 국밥을 끓여내 묵은 때가 진하게 묻은 타일, 하루에 수십 수백 그릇의 국밥을 잉태하던 듬직한 무쇠솥, 요새 웰빙족들이 알면 난리가 날 귀여운 퍼런색 플라스틱 국장, 이젠 어떤 것 위에 올려져도 진이 다 빠져 초연할 것만 같은 나무 솥뚜껑, 오로지 국물맛과 토렴에만 집중하시는 아주머니까지 모든 게 사라져간다.’ 좋은 요리란 뭘까. 그런 맛을 부르는 서늘하고도 알싸한 가을바람이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저자와의 차 한잔] ‘주식(酒食)9단 서울맛집 유랑’ 작가 이영승씨

    [저자와의 차 한잔] ‘주식(酒食)9단 서울맛집 유랑’ 작가 이영승씨

     ‘개화의 짜장면이 조자룡이 휘두르는 군더더기 없이 모범적인 청홍검의 칼날이라면 신승관의 짜장면은 묵직하게 바람을 가르는 관운장의 청룡도와 같달까.’  짜장면 맛이 이렇게 비유된다는 게 놀랍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했다. 이틀에 걸쳐 점심에 두 곳을 다녀왔다. 개화는 서울 중구 명동 중앙우체국 쪽에, 신승관은 북창동 깊은 골목에 있다. 직선 거리로 400m쯤 떨어진 두 집의 짜장 맛이란, 당대를 호령한 두 호걸의 범상치 않은 기상을 빼닮았다. 신승관이 조금 깔끔했고 개화가 여러 맛이 반짝이는 느낌으로 다가왔다.  신문과 방송을 타거나 대형 문고의 베스트셀러 추천 없이도 일주일 만에 재판에 들어간 ‘주식(酒食)9단 서울맛집 유랑’(출판사 올)을 쓴 이영승(38)씨를 21일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 로비에서 만났다. 책에 쓴 대로 약간 무서움이 느껴지는 첫 인상.  지면에 실릴 사진부터 급하게 찍은 뒤 한 식당으로 옮겨 보리굴비로 점심을 들었다. 한창 때 친구와 10시간 동안 소주 스무 병을 비웠다고 책에서 털어 놓았던 술꾼과 2시간 동안 꾸덕한 굴비를 뜯어 안주삼아 술잔을 털었다.    Q. (기자보다 열한 살 아래라 별로 그렇다고 느끼지 않으면서도) 실례지만 정말 나이들어 보이네요. 좋아하는 음식으로나 그걸 표현하는 문체로 보나 마흔쯤은 됐을 것이라 짐작했는데요.  A. 네. (남들이) 애늙은이라고들 합니다.  Q. 그런데 어릴 적부터 서울에서 사신 분이 어떻게 꾸덕하다는 표현도 알고 그래요.  A. 2006년 무렵 식도락동호회 다인포유와 인연을 맺게 됐는데요. 처음엔 낯도 가리고 해서 피하기도 했는데 술은 워낙 좋아했으니까 술자리 있다고 하면 어울리곤 했습니다. 그런데 그 분들이 하나둘 블로그를 시작하길래 구경하곤 했죠. 마침(? 6년동안 사랑했던 여인도 떠나고 해서) 나도 한번 해보자 시작하게 된 거죠.  연배가 한참 위인 사부들이나 형님, 누님들과 어울려 음식먹는 법을 배우게 됐지요. 그때야 술먹는 재미가 거진 다이기도 했고요.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재미있어지고 욕심도 생기더라고요. 해서 ‘사진 참 못 찍네’ 이렇게 구박맞기도 하면서 열심히 블로그 질 했어요. 이게 뭐가 맛있어요, 제가 그러면 그분들은 씩 웃으면서 너도 나중에 알게 돼, 이러시더라고요. 정말 그대로 됐고요. 그런 분들과 어울리면서 그런 말과 표현도 배우고,  Q. 주식9단이란 블로그 명(名)은 어떻게.  A. 당시 모임의 한 누님이 제 이력을 보고 술 주에 음식 식, 주식 9단이라 하지 그러냐고 하세요. 음 괜찮네, 하고 쓰게 됐죠.  Q. 책 제목을 검색해보니 신문 등에선 전혀 소개되지 않았는데도 인터넷에선 상당히 많이 소개됐더군요. 상당히 객관적이고 공정한 입맛이라고.  A. 그런 건 아니고. 정반대로 누가 뭐라고 하든 제 입맛에 맞는 음식을 솔직하게 글로 풀어내려 하는 것뿐이지요. 이제 블로그는 그만 둘 생각인데 그동안 제가 7년 동안 발품팔아 돌아다니며 느꼈던 것들을 정리했다는 생각에 고맙고 그렇더라고요.  Q. 블로그는 왜 정리하는데요.  A. 처음엔 많은 이들이 몰려와 글 읽고 댓글 달고 그러면 신나서 또 카메라 챙겨 떠나곤 했지요. 뭣도 모르고 그랬어요. 한없이 교만해지고. 입맛도 간사해지고.  다른 블로거들이 공짜로 밥 먹거나 터무니없는 대가를 원하는 경우도 봤어요. 저도 제안을 받기도 했는데 그런 게 싫어 손사래를 치곤 했어요.  그런데 하루 오천명씩 들어와 제 글 읽고 그러니 제가 뭐 대단한 존재라도 되는 것처럼 여기게 되는 것도 싫고. 제가 자꾸 그런 남의 시선을 의식한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런 이유로 이제 그만 두려고 하지요.  Q. 책은 잘 나가나요.  A 전 관심없어요. 2년 전쯤 출판사에서 연락이 와 책을 내보지 않겠느냐고 하더군요. 내 주제에, 하는 생각에 몇 차례 고사하다 지난해 초 시작해 올해 초 책을 낼 수 있는 준비를 마쳤어요. 그런데 출판사 쪽에서 다른 책 일정도 있고 맛집 얘기를 다뤘으니 봄과 여름보다는 가을에 내는 게 좋겠다고 해서 이번에 나오게 된 겁니다.  Q. 그런데 관심없다는 건 좀 그렇지 않나요.  A. 제가 7년 가까이 정말 좋아하는 일을 열심히 했고 그 성과를 한 데 모아 정리했으니 그걸로 된 겁니다. 출판사가 제 책 때문에 돈 많이 벌면 그걸로 만족합니다. 얼마 전 재판 들어간다는 얘기를 듣기는 했어요.    증권사 펀드매니저, 투자자문사 대표를 거친 그는 지금은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일을 하고 있다. 승부근성이 있어 보였다. 주위에선 한번 빠져든 일에는 무섭게 빠져드는 그의 성격대로 책이 나왔다는 평을 한다고 했다. 서른다섯 가지 음식의 역사나 식재료의 유래로 글머리를 열고 서울의 맛집 다섯 곳을 꼽은 뒤 음식에 얽힌 개인사를 풀어냈다. 어릴 적부터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았던 그가 중학교 2학년 가을, 청계천 들러 ‘빽판’ 사들고 간절히 구하던 Keith Jarret의 앨범이 폐점하는 음악카페 가면 있을 것이라는 말 듣고 난생 처음 찾아간 명동에서 난생 처음 명동칼국수를 먹고 행복했던 추억 등이 동시대를 산 이들에게 즐거운 삽화로 다가온다. 술친구와 해장술 푼 사연, ‘빠돌이’로 한창 놀 때 순대해장국 먹은 사연 등 쿡쿡 거리고 읽을 객담도 빠뜨릴 수 없다. 혼자 지내는 이들을 위한 레시피를 곁들인 것도 눈에 띈다.    Q. 어느 정도로 열심이었나요.  A. 블로그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을 때 서울 안의 화상(華商)이 하는 중국집 서른다섯 곳을 모두 돌아보겠다고 다닌 적이 있습니다. 석달을 중국 음식만 먹으니 입에서 느끼한 맛이 떠나질 않았던 적도 있지요. 동호회에서나 누군가 어디가 맛있더라, 하면 거리를 따지지 않고 다녔어요. 그러다보니 어느 달은 신용카드 청구서가 천만원을 넘은 적도 있었고요.  Q. 출간 시기가 늦춰지면서 가격이 올랐다든지, 재개발로 문을 닫거나 이전했다든지 해서 다시 점검했을 것 같은데요.  A. 음식별로 다섯 집씩 골랐으니 모두 175곳이 소개됐는데 맨 앞의 TOP PICK은 한 번씩 다 돌았어요. 그리고 나머지 집들의 절반 정도도 다시 확인했어요. 값뿐만아니라 내가 표현한 내용이 진짜로 맞나 의심스러워 다시 찾기도 했고요. 사진을 다시 찍은 곳도 여러 곳인데 음식 사진이란 게 차라리 옛것이 좋은 경우도 적지 않았어요.  Q. 그렇게 다섯 곳씩 고르기가 쉽지 않았을텐데. 어느 메뉴를 가장 고민했나요.  A. 짜장이었습니다. 이품(서대문구 연희동)이냐 개화냐를 놓고 한참 고민했어요. 특별히 싫어하는 사람이 없는 메뉴이고 모두들 ‘거기에서 거기 아냐’ 생각하기 쉬워서요. 골라놓고 보니까 동전던지기 아니었나 싶기도 하더라고요.”    멏 갈피만 들춰보면 그의 몸피에 어울리지 않게 참 꼼꼼한 성품을 알 수 있다. 6000원 남짓으로 포만감과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김치찌개집부터 정말 소중한 이에게 대접하고 싶은 값비싼 코스 요리까지 망라했다. 기자도 가끔 찾는 하동관 주인의 면면이 바뀐 사연, 을지면옥과 필동면옥 주인 가계도 등등 “아는 척 좀 할 수 있게” 두루 꾸며 놓았다.    Q. 결국 책에서 하고 싶었던 얘기는 뭘까요.  A. 사람이 음식 맛의 절반을 넘는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전라도 구례의 허름한 중국집에서 짜장면을 시켰더니 갓김치 등 여염집에서 먹는 반찬을 내주시더라고요. 죄송하기도 하고 해서 탕수육을 시켜 소줏잔을 부딪히고 있자니까 이번엔 홍어회를 내오시더라고요. 중국집에서 홍어회 먹어본 사람 있으면 나와보라고 하세요. 푸하하.  그런데 몇 년 뒤 그 집을 찾았더니 없어졌더라고요.  요 뒤 배춧국을 잘 끓이던 ‘내강’도 주인 부부가 나이 들어 도저히 못하겠다고 두손 들어 버렸어요. 저도 책에 담지 못했는데 얼마 전 들렀더니 주인도 바뀌고 메뉴도 여러 가지로 늘었는데 너저분하기만 하더라고요.  Q. 그런 집 중에 인사동 ‘할머니 칼국수’와 ‘유진식당’도 있어요. 책에 써놓은 것을 보니 반갑더라고요.  A. 유진식당 어르신은 저희들 가면 뭐 하나라도 더 주시려고 했어요. 가끔 큰아들이 말 안 듣는다고 푸념도 늘어놓으셨지요.  Q. 그래도 요즘은 마음잡고 가게를 보는 것 같던데요. 그런데 얼마나 드나들면 그렇게 주인과 대화가 통하게 돼요.  A. 아, 저희가 워낙 시끄러워서요. 그냥 이런저런 얘기 나누다보면 그런 얘기도 주고받게 돼요. 그건 그렇고 하여간 그런 식당들이 개발 논리에 떠밀려 사라진다는 게 안타깝죠. 인사동 칼국수집만 해도 체인점을 낸다 하면서 예전같지 않은 것 같고요.  Q. 에필로그로 왕십리 해장국집 ‘대중옥’에서 느낀 소회를 풀어냈어요. 그런데 왜 날짜가 그렇게 한참 전인 거지요.  A. 2010년 12월 31일이라고 돼 있죠. 블로그에 썼던 글인데 느낌이 좋아 그대로 책에 옮겼어요. 대중옥은 강남으로 옮겼는데 그 집도 한 번 가봤어요. 아무래도 그 때 맛이 살아나지 않더라고요. 깔끔하고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이미지의 맛집을 좋아하는 세상의 흐름에 잘 따라가지 못하는 것 같아요. 제가,  어쩌다 한번, 이런저런 이유로 고급스럽게 접대할 일이 있을 때 찾아갈 만한 집을 소개하긴 했지만 그보다 사람 냄새 나는 맛집, 노포(老鋪·대를 이어 내려온 가게)를 좋아하는 거지요.    그는 에필로그에 이렇게 적었다.  ‘긴 세월 국밥을 끓여내 묵은 때가 진하게 묻은 타일, 하루에 수십 수백 그릇의 국밥을 잉태하던 듬직한 무쇠솥, 요새 웰빙족들이 알면 난리가 날 귀여운 퍼런색 플라스틱 국장, 이젠 어떤 것 위에 올려져도 진이 다 빠져 초연할 것만 같은 나무 솥뚜껑, 오로지 국물맛과 토렴에만 집중하시는 아주머니까지 모든 게 사라져간다.’  좋은 요리란 뭘까.  그런 맛을 부르는 서늘하고도 알싸한 가을바람이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소비심리 ‘꽁꽁’… 대형마트 매출 ‘뚝’

    소비심리 ‘꽁꽁’… 대형마트 매출 ‘뚝’

    국내 소비자들이 좀처럼 닫힌 지갑을 열지 않고 있다. 특히 대형마트의 식품과 의류, 가전제품 등의 매출이 큰 폭으로 줄면서 전형적인 ‘불황 소비구조’를 보이고 있다. 지식경제부가 21일 발표한 10월 유통업체 매출동향에 따르면 대형마트는 전년 동월보다 6.6%, 백화점은 0.4% 매출이 각각 감소했다. 품목별로는 대형마트의 경우 식품(-9.2%), 의류(-6.9%), 가전문화(-6.3%), 가정생활(-3.4%), 스포츠(-5.5%) 등 모든 부문의 매출이 줄었다. 지난 9월 대형마트는 추석 명절 효과로 매출이 0.2% 늘어나면서 올 2월 이후 6개월째 이어갔던 하락세를 멈췄다. 하지만 사라진 명절 특수와 경기 위축 등으로 한 달 만에 다시 매출이 하락세로 돌아섰다. 신선식품 가격상승과 소비심리 위축에 따른 과일, 축산물 등의 판매 부진이 두드러졌다. 의류는 경기영향과 신상품 프로모션 부진으로 7개월째 부진을 거듭하고 있다. 가정생활품은 주택경기 침체, 전세금 상승으로 이사 수요가 줄어들면서 가구, 인테리어, 주방용품의 판매가 감소했다. 여기에 의무휴업에 따라 구매 고객이 전년동기보다 4.4%가량 준 것 등이 대형마트 판매 부진의 이유라고 지경부는 설명했다. 백화점은 여성정장(-10.6%), 남성의류(-10.6%), 여성캐주얼(-6.1%)·, 잡화(-5.7%), 식품(-2.7%) 등의 매출이 감소했다. 가정용품(5.6%), 해외유명브랜드(4.8%)는 소폭 증가했다. 하지만 결혼시즌을 맞아 고가의 프리미엄 TV, 냉장고 등 가전제품과 남성시계, 보석류 등 일부 혼수용품 판매는 증가했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서울 전세시장 찬바람… 급매도 거래실종

    서울 전세시장 찬바람… 급매도 거래실종

    쌀쌀해진 날씨만큼이나 부동산 시장도 냉랭했다. 매매시장이 얼어붙은 것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지만 최근에는 전세 거래도 드물다. 가을 이사철이 끝나기도 했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사람들이 이사 자체를 가지 않고 있어서다. 서울의 전세 가격이 0.01% 오른 것 외에는 모든 지표가 제자리를 지켰다. 바닥론이 나오고 있지만 시장에 뛰어드는 사람은 없고 지켜보자는 사람만 있다. 9·10 부동산 대책의 효과도 한달 반짝이 전부였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강동구에는 급매 물건이 나오고 있지만 거래가 이뤄지지는 않고 있다. 상일동 고덕주공7단지 79㎡는 2500만원 내려 6억~6억 3000만원, 고덕주공6단지 59㎡는 2000만원 하락해 4억 3000만~4억 5000만원에 호가가 형성됐다. 강남구 압구정동 미성1차 165㎡는 6000만원 내려 16억 8000만~18억원, 청담동 삼익 152㎡는 5000만원 떨어져 13억 5000만원부터 급매가 나와 있다. 노원구에서는 드물지만 거래는 이뤄지고 있다. 월계동 한진한화그랑빌 109A㎡는 1650만원 하락해 3억 3100만~4억 300만원에 매물이 나와 있다. 월계 삼창 119㎡도 1000만원 떨어져 3억 1000만원부터 집을 구할 수 있다. 전세는 거래 없이 호가만 오르고 있다. 중구 신당동 삼성 79㎡는 1000만원 상승해 2억 4000만~2억 6000만원에 전세를 구할 수 있다. 도봉구 창동 신도브래뉴2차 112B㎡는 1000만원 올라 1억 8000만~1억 9000만원에 물건이 있다. 부동산 관계자는 “물건을 구하기가 힘들어 계약이 쉽지 않다.”고 전했다. 김동현기자 moses@seoul.co.kr
  • [중국통신] 계란? 탁구공? 또 가짜 계란 논란

    한 동안 잠잠하던 중국 식품 안전 문제가 다시금 도마 위에 올랐다. 작년 ‘탄성’을 지닌 가짜 계란 사건에 대한 불안감이 채 가시기도 전에 가짜 계란에 대한 신고가 최근 다시 빗발치고 있다고 런민왕(人民網)이 18일 보도했다. 베이징(北京)시에 사는 왕(王)씨는 최근 동네 길거리에서 계란을 샀다. 근(500g) 당 3위안(한화 약 540원)으로 시장에서보다 1위안 싼 가격이라 의심 없이 샀지만 믿음은 결국 화로 바꼈다. 집에 돌아와 자세히 살펴보니 빛깔부터 일반 계란과 달랐던 것. 왕씨는 “계란 특유의 냄새도 없고, 삶은 계란을 만져보니 탱탱한 느낌이었다.”며 “말로만 듣던 ‘탁구공 계란’이었다.”고 말했다. 인근에 살던 또 다른 주민은 “시장에서 사온 계란의 흰자와 노른자가 섞여 있었다.”며 “탁구공 계란은 아니었지만 가짜 계란이 확실하다.”고 폭로했다. 가짜 계란 구입 피해사례가 또 다시 발생하자 시내 주요 마트들은 식품 안전 확보를 위해 노력하겠다면서 동시에 소비자들의 자발적인 주의를 당부했다. 계란 유통 관계자는 “가짜 계란은 껍질이 유난히 반짝 거리고, 냄새도 없으며 껍질 표면을 건드렸을 때 느낌이 다르다.”고 가짜 계란 구별법을 소개했다. 한편 지난 해 5월과 올해 2월에도 각각 시안(西安)과 광둥(廣東)에서 비슷한 피해사례가 접수되면서 소비자들을 바짝 긴장시켰다. 조사에 나섰던 관계 당국이 “인체에 무해하다.”는 발표를 냈지만 시민들은 불신을 감추지 못했다. 중국통신원 홍진형 092tct07woori@hanmail.net
  • 아파트 거래 느는데 가격은 하락 왜?

    9·10 부동산대책 이후 아파트 거래가 늘어나는데도 오히려 가격이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런 분위기가 주택가격 연착륙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2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신고일 기준으로 서울의 아파트 거래건수는 9월 2122건에서 10월 3944건으로 한달 새 85%나 증가했다. 이달 들어서도 1247건의 계약이 이뤄지면서 9월에 비해 거래량이 늘어난 모습이다. 반면 주택가격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국민은행 전국주택가격동향 조사 결과 서울의 전체 주택 매매가격은 9월 0.4%, 10월 0.4% 각각 떨어졌다. 수도권 매매가격도 9월과 10월에 0.4%씩 하락했다. 거래가 증가하면 급매물 물량이 줄어들면서 가격도 자연스럽게 상승하는 것이 일반적인 부동산 상식이나 이와 반대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9·10 대책 발표 이후 반짝 상승세를 보였던 재건축 단지와 강남권 아파트마저 가격이 원상복귀하는 추세다. 부동산 관계자는 “9·10 대책 이후 주택거래 물량이 확실히 늘었지만 가격은 계속해서 하락하고 있다.”면서 “급매물을 거둬들이는 사람보다 거래가 이뤄질 때 빨리 물건을 정리하자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10월 거래량 급증이 9·10 대책 때문이 아니라 9월 거래가 워낙 적어 발생한 기저효과라는 분석도 있다. 함영진 부동산서브 실장은 “9·10대책 발표 이후 혜택 부여 날짜가 확정된 24일까지는 사실상 거래가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거래가 정상화됐다기보다 기저효과가 발생했다고 보는 것이 맞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주택 거래가 늘고 가격은 하락하는 것이 주택가격 연착륙의 신호라고 말한다. 급매로 나오는 악성 매물이 일정 부분 해소되면서 이런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팀장은 “주택가격은 지표보다 늦게 현실화되는 측면이 있다.”면서 “일단 거래가 이뤄지면서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한다는 것은 악성 매물이 사라지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김동현기자 moses@seoul.co.kr
  • 전셋값 3년째 고공행진… 내년엔?

    전셋값 3년째 고공행진… 내년엔?

    3년째 전셋값 고공행진이 계속되고 있다. 잠잠해졌다고 생각되면 다시 뛰고, 상승세가 둔화됐다는 이야기가 들리면 또 꿈틀거린다. 올가을 전세 시장이 조용하게 넘어가나 싶더니 벌써 내년 전셋값이 심상찮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내년 전셋값 상승이 심상찮다는 주장의 근거는 대략 두 가지로 압축된다. 첫 번째는 수도권 아파트 입주물량이 감소한다는 것이다. 내년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수도권의 아파트 입주 물량은 8만 6942가구로 1992년 관련 통계를 조사한 이후 최저치다. 수도권 입주 물량은 2004년 20만 5638가구로 꼭짓점을 찍은 뒤 지속적으로 감소해 올해는 10만 7193가구가 공급됐다. 전셋값 상승론의 두 번째 근거는 전세 수요와 재계약 물건이 늘면서 기존 주택 부문에서도 공급이 이를 따라가지 못할 것이라는 것이다. 지난해 전국 전·월세 주택 거래량을 거꾸로 계산했을 때 내년에 계약 만료되는 임대주택 수는 내년 상반기에 68만 8863건, 하반기에 63만 2379건이다. 업계 관계자는 “내년 2분기까지 상승세가 이어질 확률이 높다.”면서 “특히 내년 3월은 올해보다 재계약전·월세 물량이 11.6%나 늘어나 상승세가 높게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지난 7일 열린 ‘2013년 건설·부동산 경기전망 세미나’에서 내년 전세가격이 올해(3.8% 추정)와 비슷한 4%의 상승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내년 전세시장이 생각보다 잠잠할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지난 3년간 전셋값이 급등한 탓에 더 이상 오르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2010년 10월을 기준으로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2년간 23%가 상승했고 서울은 17.2%, 수도권은 18.3%가 올랐다. 김규정 부동산114 본부장은 “결혼이나 봄·가을 이사철에 반짝 상승세는 나타날 수 있지만 지난 3년간의 급등으로 인한 피로감이 적지 않아 전반적으로는 상승세가 둔화되거나 현재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10년부터 공급이 늘어난 도시형생활주택과 오피스텔이 전세난에 완충장치 역할을 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김동현기자 moses@seoul.co.kr
  • 다 좋아질 거라 말하지 마요 하루하루 살아내기도 버거워요

    다 좋아질 거라 말하지 마요 하루하루 살아내기도 버거워요

    “난 절박해서 말하는 거거든. 너희들은 소중하지 않다고. 그런데 애들은 그냥 웃고 말아. 난 답답해서 그러는 건데.” 머금었던 맥주 한 모금을 뿜을 뻔했습니다. 이상한 선생님 아닙니다. 실력으로 꽤 인기 높은 여고 수학 선생님의 푸념입니다. 대학만 졸업하면 곧장 전문직 여성이 될 것이라 ‘착각’하는 게 안타까워서 하는 말이라 했습니다. 멘토, 힐링, 참 인기였습니다. 지금도 그렇습니다. 소중한 너는 뭐든지 할 수 있다, 진정한 너만의 무언가를 찾도록 해라, 참 화려한 말들의 성찬입니다. 그런데 그런 말들이 공허하게 여겨질 때면 몇 년 전에 들었던 ‘너희는 소중하지 않아.’라던 저 수학 선생님의 일갈이 떠오릅니다. 따스한 위로의 말을 시니컬하게 비웃을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수평적 대화를 내세우는 멘토나 힐링을 볼 때면 좀 뜬금없어 보이지만 위르겐 하버마스에 대한 비판이 떠오릅니다. 하버마스는 근대 이성의 수호성인답게 의사소통이론이란 걸 만들었습니다. 이성적으로 대화해서 잘 풀자는 거지요. 비판도 거셉니다. “대화? 좋긴 좋은데 왜 의사진행봉은 당신이 잡고 있는데?”라는 겁니다. 그러니까 사장님이 직원들 고충을 직접 듣겠다고 할 때 정말 솔직하게 말하는 사람은 바보입니다. 사단장님이 힘드냐고 묻는데 힘들어 죽겠다고 대답하는 병사는 바보입니다. 서로가 너무 잘 아는 이런 게임 같은 상황이 소통이란 이름으로 벌어지는 까닭은 겉으로만 동등한 척하려 들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위선적이라고 비난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버마스는 근대 이성을 전 세계에 퍼뜨린 사람이 유럽인이니 어떻게 해서든 고쳐 써야 한다고 선언한 사람입니다. 의사소통이론을 두고 순진하다고 비판할 수는 있겠지만 서구 문명에 대한 하버마스의 절박한 책임감까지 부정할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힐링도 그렇습니다. 멘토들이 내세우는 말은 대부분 ‘기성세대로서의 책임감’입니다. 그 선의와 진정성은 존중받아야겠지요. 다만 형식적인 동등성에 그치는 건 아닌지 고민해 볼 여지가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강상중의 ‘살아야 하는 이유’(송태욱 옮김, 사계절 펴냄) 출간을 계기로 조금 다른 방향에서 힐링을 말하는 책을 꼽아 봤습니다. 빅토르 프랑클의 ‘책에 쓰지 않은 이야기’(박현용 옮김, 책세상 펴냄), 윌리엄 어빈의 ‘직언’(박여진 옮김, 토네이도 펴냄)까지 모두 3권입니다. 이들은 따뜻한 낙관보다 차가운 비관 쪽에 기울어 있습니다. ‘소중한 나는 무엇이든 할 수 있어!’라고 외치기보다 ‘우리는 소중하지 않다는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이냐.’에 초점을 맞춥니다. 각자의 색깔도 제각각이어서 매력적입니다. 강상중은 문학에서, 프랑클은 심리학에서, 어빈은 철학에서 답을 찾습니다. 구체적으로 강상중은 나쓰메 소세키, 프랑클은 자신이 정립한 심리학 로고테라피, 어빈은 로마시대 스토아철학을 거론합니다. 더 구체적으로 한 꼭지씩만 뽑아 볼까요. 재일교포로서 정체성 혼란을 겪었고 3·11 대지진으로 2만명의 사람들이 한꺼번에 사라지는 것을 지켜봤고 오랫동안 신경증을 앓던 아들을 마침내 먼저 떠나보낸 강상중은 이렇게 말합니다. “우울증에 걸린 사람, 집 안에 틀어박혀 있는 사람, 자살에 실패한 사람 등 어려움에 빠져 있는 사람들을 그저 아무 생각 없이 시대의 병리로 취급하지 않고, 자기 실현에 실패한 평범한 무리로 보지 않고, 정신적으로 약한 사람이라며 잘라 버리지 않고, 그들을 닥치는 대로 자기다움의 탐구로 내모는 현실을 분명히 직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치의 유대인 박해를 피해 달아날 수 있었으나 부모를 버릴 수 없어 오스트리아에 남았고, 사랑을 버릴 수 없어 나치 당국의 허락 아래 결혼하는 마지막 유대인 커플이 됐고, 결국 여동생과 자신을 제외한 모든 가족을 수용소에서 잃어버렸으나 그 경험을 로고테라피로 승화시킨 프랑클은 이렇게 말합니다. “심리 치료 속의 심리주의와 싸우면서 아픈 것이 절대로 비정상적인 게 아니라는 점을 부각하고 싶었다. 나는 요즈음 이것을 로고이론이라 부르곤 한다. 로고테라피는 모든 것을 병리학적인 것으로 환원시키는 주장과 맞서 싸울 것을 선포한다.” 둘에 비하면 어빈은 굉장히 소박합니다. 행복하고 싶어 한때 선불교에 심취했으나 “너무나 분석적”인 성격 탓에 스토아철학으로 옮겨 갑니다. 대표적인 스토아철학자는 세네카지요. 아시다시피 네로 황제의 스승으로 최고의 명예를 누리다 광폭해진 네로에게 내쳐져 자진하라는 명령을 받고 손목을 긋는데 그게 안 되니 발목 등 다른 곳을 긋고, 그래도 안 되니 증기탕에 들어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입니다. 울부짖는 주변 사람들에게 평온한 얼굴로 “스토이즘을 잊지 말라.”고만 말했습니다. 그런 세네카는 자신의 목표에 대해 “현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매일매일 악덕을 줄여 나가고 실수를 책망하는 삶을 사는 것이며 그렇게만 해도 충분히 발전하는 것”이라 해 뒀습니다. 이런 접근들이 와 닿는 이유는 이들이 섣불리, 그러니까 지식, 지위, 경험을 발판으로 미래를, 희망을, 내일을 얘기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먼 미래의 찬란한 삶보다는 오늘 하루하루를 잘 버텨 내는 것이 우리의 삶이고 그것이 삶의 참된 의미라고 조용히 일러 줍니다. 반짝거리는 힐링의 말씀들에 비해 훨씬 더 민주적이고 그 덕에 한층 더 윤리적으로 다가옵니다. 그래서일까요. 이들은 한결같이 종교보다 인간 이성을 앞세우는데도 함부로 행복과 영생을 얘기하는 종교인들보다 훨씬 더 짙은 종교 냄새를 풍깁니다. “이성과 영성은 양립 가능하다.”는 강상중, “삶의 최종적인 의미는 우리의 수용 능력을 넘어서는 것일 수밖에 없다.”는 프랑클, “(스토이즘은) 내세관이 없을 뿐 종교와 다를 바 없다.”던 어빈의 얼굴은 하루하루 버텨 내는 우리의 얼굴과 닮았다고 해야 할까요. 이쯤이면 형식뿐 아니라 실질적으로도 동등해졌다고 해도 될까요.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현장 행정] 강동구청장의 ‘통 앤 토크’

    [현장 행정] 강동구청장의 ‘통 앤 토크’

    “성폭력과 성교육처럼 흩어져 있는 업무를 한데 모을 상설 기구는 어떨까요.” “여성 복지사 성폭력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2인 1조 방문도 검토해야 합니다.” 7일 강동구청 소회의실, 정상업무가 시작되기도 전인 오전 8시부터 직원들의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토론 주제는 ‘성폭력 방지 및 피해자 지원 대책’. 사실상 구 업무와는 관련성이 크지 않은 이슈지만 직원들은 최근 뉴스에다 서울시 및 정부 정책까지 폭넓게 인용하며 이야기를 풀어갔다. 그러면서 새롭게 나오는 얘기들을 어떻게 구정에 적용할지를 두고 끊임없이 의견을 교환하기도 했다. 강동구의 직원 토론 프로그램 ‘통앤토크’(通&Talk) 현장 모습이다. 통앤토크는 구청장 및 직원들 간 격의 없는 소통의 장을 만들고 정책 비전을 공유하자는 취지로 지난 8월 처음 열렸다. 매주 이해식 구청장을 포함해 7~8명의 직원들이 사회이슈, 정책현안, 화제의 책을 놓고 토론을 벌인다. 이날까지 총 8회, 50여명이 참가하며 자살 예방, 예산 효율화, 1인가구 생활편의 등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토론은 이 구청장이 사회를 맡고 토론 주제와 관련성이 큰 주무부서 직원이 발제를 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여기에 지정토론자, 자유토론자 등 역할을 정해 토론이 활성화될 수 있게 했다. 이날 발제는 가정복지과 한원모 팀장이 맡아 주제 선정 배경, 구 관련 사업 등을 소개했다. 토론에는 가정복지과 직원, 사회복지사 등 업무 관련성이 있는 직원들뿐 아니라 민원여권과, 청소행정과 등 주제와 무관한 분야의 직원들도 나섰다. 이 구청장은 “직원들이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갖고 역량을 키우라는 취지”라며 “업무와 무관해 평소 이런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없는 직원들과 대화하다 보면 오히려 반짝 아이디어가 나오기도 한다.”고 전했다. 통앤토크는 결론을 내는 게 목적은 아니다. 하지만 구정 아이디어가 나오면 바로 주무부서의 연구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날도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오자 이 구청장은 “진전된 형태의 사업계획안으로 만들어 보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통앤토크는 토론 문화를 활성화한다는 취지도 있다. 이 구청장은 “공무원 사회는 뚜렷한 상하관계 때문에 토론 문화가 자리 잡지 못했다.”며 “일에 관해서는 자기 생각을 활발하게 말하는 토론 문화가 활성화되면 구정 창의력 제고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연극리뷰] 삼국유사 네 번째 시리즈 ‘멸’

    [연극리뷰] 삼국유사 네 번째 시리즈 ‘멸’

    세 개 면이 너덧 칸짜리 계단으로 둘러싸인 어두운 무대. 요상한 음악과 랩이 흐르더니 남녀가 또는 남남이 뒤엉켜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동작을 한다. 노골적이다. 거친 총성 후 이들이 바닥에 널브러졌다. 겨우 목숨을 부지하고 있는 경애왕 머리에 김부가 총구를 겨눈다. 야비한 웃음으로 포장한 김부는 사촌형 경애왕에게 마지막 한 발을 날렸다. 왕위를 찬탈한 김부는 경애왕이 견훤에게 능욕을 당하고 나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문을 퍼뜨렸다. 김부는 집권 후 쓰러지는 신라를 일으키고자 고군분투하지만, 경애왕의 죽음을 안 후백제의 위협과 고려의 압박, 열패감에 휩싸이며 끝없이 나락으로 빠져든다. 김부는 통일신라의 마지막 왕 경순왕으로 고려에 나라를 넘겨 준다. 국립극단이 내놓은 삼국유사 프로젝트 중 네 번째 작품 ‘멸’(滅)은 삼국유사 2권, ‘기이 2편’에 있는 김부대왕을 무대에 올렸다. 신예 작가 김태형은 원전에 상상력을 첨가하고 비틀었다. 경순왕 김부, 마의태자 김일, 죽방왕후, 고려 낙랑공주 등 등장 인물은 역사 기술 그대로지만, 성격이나 의상, 배경은 현대적이다. 알려진 것이 많지 않은 죽방왕후는 남편에 대한 환멸과 증오에 휩싸여 아들 김일을 왕으로 추대하고자 위험한 선택을 하는 인물로 그렸다. 마의태자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새로운 신라를 만들고자 했다. 희망이 깨지자 금강산에 들어가 일생을 보냈다고 알려졌지만, 왕위를 노리던 동생 김굉에게 살해당했다. 머리에 꽃을 꽂고 “나 미친 년 같죠?”라고 거침없이 말하는 낙랑은 신라를 쉽게 접수하기 위해 자신을 김부에게 내줄 정도로 목표가 확실하다. 현대적인 옷을 입은 신라 멸망의 이야기는 처음엔 다소 어색하다. 극 초반에 나오는 교합제는 너무 적나라하고, 김일에게 연정을 가진 낙랑의 모습은 다소 부자연스럽다. 남자 배우들 귓불에 반짝이는 커다란 귀고리, 긴 코트에 목도리를 두른 정장 차림이 눈에 익기 시작하면 서서히 극의 목표점이 보인다. 결국 정치는 힘을 가진 자들에 의해 좌우되는 마피아의 법칙과 다르지 않다는, 냉혹한 현실이다. “세상에 영원한 게 딱 하나 있지. 그게 뭔 줄 아니?” 역사는 대의(大義)가 아닌 개인의 욕망으로 움직인다는 것을 상기시키는 김부의 대사에서 현 정치 상황이 투영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연출가 박상현은 “정치적 의도도 없고 현실에 딱 들어맞는다고도 할 수 없지만, 시각에 따라서는 (현실 정치의) 비유로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처절하고 간사하면서 비겁한 김부를 연기한 정보석은 “(음흉한 권력자로 알려진) 리처드 3세를 떠올리기도 했지만, 어느 정도 틀이 생긴 뒤에는 그 모습을 지우려고 노력했다.”면서 “연극 자체가 시대를 규정하지 않아 권력을 좇는 인간의 모습을 드러내는 데 자유로웠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의 연기는 TV 드라마를 보는 듯 자연스럽다. 공연은 서울 서계동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18일까지 계속된다. 1만~3만원. 1688-5966.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생산·소비·투자 반짝 반등

    생산·소비·투자 반짝 반등

    추락하던 생산·소비·투자 등 실물경제 지표들이 9월 들어 방향을 약간 틀었다. 광공업생산은 넉달 만에 증가했고, 소비·설비투자도 조금 늘었다. 일각에서는 “바닥을 다지는 중”이라고 해석한다. 하지만 앞으로의 경기를 예고하는 선행지수가 두 달 연속 뒷걸음질쳐 아직 예단하기는 이르다는 신중론도 적지 않다. 통계청이 31일 발표한 ‘9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광공업생산은 전달보다 0.8% 늘었다. 제조업 평균 가동률도 75.2%로 전달(73.7%)보다 나아졌다. 숙박·음식업 생산은 0.8% 줄었지만, 금융·보험 생산 쪽은 1.8% 늘었다. 서비스업 생산도 0.7% 증가했다. 소매판매액은 승용차(4.5%) 등 내구재를 중심으로 1.5% 증가했다. 백화점(-2.9%)과 사이버쇼핑 등 무점포 판매(-7.6%)를 제외하고 대형마트(0.5%), 슈퍼마켓(1.5%), 편의점(0.5%) 등의 판매가 모두 전달보다 늘었다. 강중구 LG경제연구원 연구원은 “내구재 소비가 늘어난 점 등으로 볼 때 경기가 저점을 찍은 것으로 보여진다.”면서 “정부가 14조원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쓴 것이 영향을 미쳐 4분기 지표 개선도 기대할 만하다.”고 분석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열린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대부분의 실물지표가 그간의 부진에서 다소 벗어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소비와 투자 심리 회복 지연 등으로 대내외 불확실성이 여전히 큰 상황”이라며 “위기에 대응하는 역경지수(AQ, Adversity Quotient)를 지속적으로 높여 나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양진기자 ky0295@seoul.co.kr
  • 디자인으로 만나는 핀란드 Helsinki Style

    디자인으로 만나는 핀란드 Helsinki Style

    헬싱키 대성당이 바라다보이는 골목의 풍경이 고즈넉하다 / 사진 김병구 디자인으로 만나는 핀란드 Helsinki Style 많은 사람들이 알게 모르게 북유럽 디자인에 빠져 있는 이즈음 헬싱키 출장에 나섰다. 유독 ‘좋은 디자인’을 고르고 따지는 적극적인 선택자의 입장에 있지만 작금의 디자인 환경은 왠지 지나치고 넘친다는 생각에 뭔지 모르게 불편하던 차였다. 글·사진 한윤경 기자 취재협조 유레일 www.EurailTravel.com/kr 터키항공 www.turkishairlines.com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1 핀란드의 대표적인 패션 브랜드인 마리메꼬는 원색의 과감한 패턴을 사용한 디자인으로 유명하다 2, 3 헬싱키 아라비아 팩토리에서는 아딸라를 비롯해 다양한 생활 도자기 제품들을 만날 수 있다 4 헬싱키 디자인 디스트릭트로 선정되었음을 나타내는 스티커 매사에 디자인이 들먹여지는 세상이다. 디자인을 기준으로 세상 천지의 물품들이 고품격과 저품격으로 나뉘고 디자인을 논하는 사람의 품격까지 그가 내린 판단을 기준으로 결정되기도 한다. 형태를 가진 모든 것들을 디자인하다 못해 이젠 삶을 디자인하라고 외치는 세상이다. 점차 나도 모르게 자신의 디자인 선호 취향을 스스로 탐색하고 눈치보고 검열하게 돼 버린 이즈음, 눈에 보이는 디자인 만사형통의 세상이 의심스러워지기 시작한다. 예술 디자인과 상업 디자인, 더 나아가 공공 디자인까지 자극적이고 모든 것을 이겨먹으려는 강렬함을 앞에 내세우고 유효기간조차 알 수 없는 1회성 디자인까지 출몰을 거듭하는 상황이라면 만성 디자인 피로가 쌓이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하물며 헬싱키 이전에 ‘세계 디자인수도’였던 서울의 디자인 행정은 또 얼마나 많은 논쟁거리가 되어 사람들 입에 오르내렸던가. 디자인 피로가 쌓이는 데는 어디엔가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었다. 마음을 끌어당기는 디자인 떠나기 전부터 짧은 헬싱키 여행에서 눈여겨봐야 할 것은 유독 ‘디자인’이라고 했다. 한 가지 주제를 유심히 봐야 한다는 강박은 자유로운 여행을 방해하지만 한편으로는 게으른 여행자를 생각하게 만든다. 기차에서 내려 푸르스름하게 어스름이 내려앉은 헬싱키로 들어서니 깔끔한 도심의 건물과 초록색 트램이 오가는 거리 위로 하늘이 시원하게 내려앉았다. 북유럽의 대표 복지 국가의 안정감이란 화려한 네온사인의 양과 비례하지 않는다는 다소 초딩스러운 자각이 우선적으로 드는 저녁 무렵이었다. 오랜 세월, 스웨덴과 러시아의 지배 아래 있었던 역사와 추운 겨울이 오래 계속되는 혹독한 자연환경 등은 핀란드 곳곳에 자리하고 있는 건축물은 물론, 디자인 분야 도처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이런 핀란드 특유의 역사와 자연을 통과한 디자인 결과물들이 어떤 이유로 전세계 사람들에게도 보편적인 기호로 자리잡게 된 것일까? 헬싱키 아라비아 팩토리Arabia Factory 안, 매력적인 생활 도자기들 앞에서 나 또한 어쩔 수 없이 구매욕구에 시달리고 있었다. 과도한 캐리어의 무게를 감당하기 힘든 처지라 출장길에 가능하면 쇼핑하지 말아야지 다짐하곤 했었는데 나도 모르게 묵직한 그릇 몇 점을 주섬주섬 싸들고 계산대 앞에 서 있는 것이 아닌가? 이딸라Iittala의 그 오묘한 잿빛 블루에 홀딱 빠진 탓이다. 세일 중인 스프 접시 네 점을 득템, 돌아오는 길 내내 따로 고이 들고 다니다가 무사히 집으로 모셔 오기까지, 그 과정을 곰곰이 따져 보면 번거롭기 짝이 없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과는 대만족. 그릇 안에 담기는 샐러드나 파스타, 된장찌개와 김치찌개, 때로 청양고추 송송 썰어 넣은 라면까지 일관성 없고 무원칙한 내용물에도 불구하고 식탁 위에 오르면 그 어떤 경우에도 흡족하게 입맛을 돋워 주었다. 이성적인 판단을 마비시키고 몸이 먼저 반응하게 하는 그 끌림은 무엇인지 그것의 정체를 찾아 짧은 헬싱키 여정을 마치고 찾아 든 책이 <핀란드 디자인 산책>이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1 시벨리우스 기념비이자 시벨리우스 공원의 대표적인 상징물인 파이프 오르간 2 바위와 빛의 조화로 감동을 이끄는 템펠리아우키오 암석교회 3 핀란디아홀 건물 위에 드리운 나무 그림자가 주변과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 같다 4, 5 핀란드 디자인은 자연과의 소통을 특히 중요시한다 핀란드를 품은 핀란드 디자인 핀란드 디자인에 대한 탐색을 앞에 내걸고 있지만 저자는 한 나라의 문화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든 명상가의 자세를 취한다. 먼 나라 핀란드에서 이방인은 조심스레 그곳의 자연과 분위기를 탐색한다. 자연스럽게 다가오는 빛과 공기, 스산할 만큼 정갈한 주변 풍경 속에서 반짝이는 일상과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문화를 들여다보고 그 진심과 가치들을 따뜻한 마음으로 읽어내고 있다. 그곳, 그 시간이 머금은 특유의 빛깔과 삶의 방식을 디자인을 통해 발견해 내고 있는 것이다. 저자 스스로 말했듯 이 책은 객관적인 관찰과 비평의 산물이기 이전에 저자 개인의 취향이 십분 반영되어 있는 문화 에세이다. 그의 취향과 합일하는 핀란드 사람들의 삶의 원칙들을 디자인이라는 창을 통해 들여다보는 것이다. 그의 책은 핀란드 디자인에 오롯이 들어앉은 핀란드의 사계절, 핀란드에서만 볼 수 있는 나무, 새, 순록 등 핀란드의 자연풍광과 그곳 사람들의 감정선을 따라가는 작업이다. 더불어 핀란드의 풍광과 대비시켜 핀란드의 대표적인 디자인 작품들을 이해하기 쉽게 함께 나열해 놓은 도록이기도 하다. 핀란드의 아름다운 자연과 디자인이 돋보이는 공공 시설물들 소개는 물론 핀란드 대표 건축가 알바 알토Alvar Aalto부터 유명한 공예가인 사미 린네Sami Rinne, 오이바 또이까Oiva Toikka, 펭귄 유리공예로 잘 알려진 아누 뺀띠넨Anu Penttinen, 재활용 디자인 상품을 만들어내고 있는 글로베 호프Globe Hope 브랜드와 마리메꼬Marimekko까지, 저자가 책에 소개하고 있는 디자인 안에는 자연과 사람을 우선시하는 핀란드 디자인의 원칙이 절절히 흐르고 있다. 책을 보다 보면 자연과 사람을 이어 주고 일상 속에서 이용자의 편의와 안정감을 최대한 고려하는 디자인, 자연을 들여다보고 자연과 소통하는 것을 우선시하며 그런 방식으로 자연을 고스란히 디자인으로 구현하는 핀란드식 디자인은, 궁극적으로 친환경적일 수밖에 없음을 깨닫게 된다. 자연훼손의 세상에 사는 이 시대 사람들의 고통에 어떤 해답과 위안을 주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핀란드 디자인의 향취만큼이나 담백하고 순한 디자인 단상과 더 나아가 마땅히 그래야 할 삶의 모습들에 대한 그의 생각들을 들여다보면서 내가 처해 있는 디자인 환경을 돌아보고 반성하게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순서다. 내가 느끼는 막연한 불편함의 원인은 무엇인지, 우리가 지향해야 할 좋은 디자인이란 무엇인지 한없는 부러움과 함께 잔잔한 공감을 나눌 수 있었다. 핀란드 디자인 입문서이면서 핀란드 문화 입문서이기도 한 <핀란드 디자인 산책>은 헬싱키 여행을 떠나기 전 필독서로 자리매김하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아는 만큼 보일’ 헬싱키 여행과 보다 단순하고 조촐하게 나 스스로를 디자인하기 위하여. ▶travie book 핀란드 디자인 산책 Design Finland in My Perspective 핀란드 디자인의 힘은 단연 소통에 있다. 자연과 사람, 이웃 개개인에서 이웃 지역 및 물자에까지 소통을 확대하고 있는 그 유연함과 자연스러움은 전세계 많은 사람들의 디자인 취향과도 잘 부합되고 있다. 이렇게 핀란드의 디자인이 세계적인 트렌드로 자리잡아 가고 있는 상황에서 핀란드에서 20년 가까이 활동하면서 핀란드 문화를 꿰뚫고 있는 저자가 핀란드의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를 차분히 들려준다. 저자는 상업적인 디자인 제품들부터 공공 디자인까지 핀란드의 대표적인 디자인 작품들을 소개하면서 그 안에 깃들어 있는 심성과 삶의 태도를 들여다볼 수 있게 유도한다. 핀란드 사람들이 자연과 사물을 대하는 태도와 자세를 통해, 단순하고 효율적이며 아름다운 디자인이란 과연 무엇을 담아내야 가능한 것인지 이야기하고 있다. 3부로 구성된 이 책은 먼저 핀란드 사람들의 환경과 일상이 반영된 디자인들을 소개하는 동시에 100년을 내다보고 추진하는 헬싱키 도시계획 프로젝트 등을 통해서는 핀란드 공공 디자인이 지향하는 사람 우선, 약자 배려의 원칙들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사우나, 크리스마스 등 핀란드의 생활 문화를 조망하는 마지막 장에서는 핀란드 특유의 자연과 문화 속에서 살아가는 핀란드 사람들의 일상을 함께 소개한다. 이에 더해 우리의 자연과 전통과 문화 속에서 우리가 만들어 가야 할 디자인 세상에 대한 애정 어린 걱정 또한 빼놓지 않는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1 마켓스퀘어가 자리한 헬싱키 항구에서는 멀리 우스펜스키 성당이 바라다보인다 2 깔끔하고 단정한 헬싱키 기차역 주변 풍경 3 키아즈마 현대미술관 벽면에 그려진 까마귀 4 군더더기 없이 간결해서 더욱 엄숙하게 느껴지는 헬싱키 대성당 내부 5 헬싱키의 다양한 디자인 제품들을 만날 수 있는 디자인 포럼은 헬싱키 디자인 디스트릭트에 자리하고 있다 매력적인 헬싱키 명소들을 거닐다 2012년부터 2년간 세계디자인수도로 선정된 헬싱키. 그곳에서 디자인 트렌드를 탐색하기 원한다면 먼저 에스플라나디Esplandi 거리 근처에 자리한 헬싱키 디자인 디스트릭트Helsinki Design District로 찾아 들어가면 된다. 그곳에는 여러 가지의 재료를 이용해 다양한 제품들을 선보이고 있는 200여 개의 갤러리와 숍 그리고 레스토랑들이 자리해 있어 그중 몇몇 곳만 둘러보아도 현재 세계 디자인 트렌드를 이끄는 핀란드 디자인의 힘을 느껴 볼 수 있다. 눈에 띄는 디자인 제품들을 전시·판매하고 있는 디자인 포럼Design Forum을 비롯해서 특유의 텍스타일 패턴으로 많은 사람들의 잇아이템으로 자리잡은 마리메코, 알바 알토의 디자인 제품들을 판매하고 있는 아르텍Artek, 핀란드의 자작나무로 만든 공예 제품을 선보이고 있는 아리까Aarikka 등, 디자인 탐색을 떠나 저절로 군침을 흘릴 만한 숍 산책이 끝날 줄을 모른다. 헬싱키 도심에서 20분 정도 외곽에 자리한 아라비아 팩토리는 또 어떤가. 넓은 매장을 가득 채운 생활 도자기와 각종 물품들이 발걸음을 붙잡는다. 생활 도자기로 유명한 이딸라, 정원용 삽과 가위 등으로 잘 알려진 피스까스Fiskars, 핀란드 대표 캐릭터 무민Moomin을 이용한 도자기에, 유머가 뚝뚝 떨어지는 유쾌한 생활 도자기까지. 절제할 자신이 없다면 아예 발길을 돌리는 편이 낫다. 하지만 핀란드 사람들의 문화와 역사와 자연이 그 모든 디자인의 모태라면 헬싱키의 대표적인 명소들 또한 놓칠 수는 없는 일. 20세기 실용 디자인 작품들을 전시해 놓은 헬싱키 디자인 박물관과 키아즈마 현대미술관The Museum of Contemporary Art Kiasma, 핀란드 국립미술관인 아테네움 미술관Athenaeum Art Museum은 물론, 알바 알토가 디자인한 핀란디아 홀Finlandia Hall과 시벨리우스Sibelius를 기념하기 위해 조성한 시벨리우스 공원 또한 꼭 챙겨 보아야 할 명소들이다. 헬싱키를 돌아다니다 발길이 닿게 되는 마켓스퀘어와 마켓홀. 그곳에서는 푸른 하늘과 바다, 싱싱함을 뽐내며 탐스럽게 쌓여 있는 야채와 생선 등, 자연의 색깔이 눈부시게 빛나는 핀란드의 일상을 읽어낼 수 있다. 교회 건물들 또한 빼놓을 수 없다. 붉은 외관이 아름다운 우스펜스키Uspensky 성당과, 성당 앞 너른 원로원 광장과 인상적인 계단, 그 위로 높고 푸른 하늘이 어우러져 더욱 돋보이는 헬싱키 대성당은 회당 내부의 모습이 간결하고 정갈해 오히려 더욱 엄숙해 보이고 바위 아래 자리잡은 템펠리아우키오Temppeliaukio 암석교회는 바위와 지붕 사이를 덮고 있는 천장 유리를 뚫고 실내로 떨어지는 은은한 빛으로 평화로운 시간을 선물한다. ▶travie info 헬싱키로 가는 또 다른 선택, 터키항공 헬싱키로 가는 다양한 항공편이 있지만 이번 헬싱키 여행에는 인천에서 터키 이스탄불을 경유하는 터키항공편을 이용했다. 이스탄불 경유편을 이용할 경우 환승을 위해 대기해야 하는 시간 등을 고려해야 하지만 짧지 않은 대기 시간에 이스탄불 시티 투어 등, 또 다른 도시를 잠깐이나마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는 매력적이다. 더구나 지난 3월부터 운항을 시작한 터키항공의 컴포트 클래스Comfort Class를 이용한다면 합리적인 가격에 넉넉하고 여유 있는 좌석에서 최신 기내 설비와 비즈니스 클래스급의 서비스를 이용하며 장거리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컴포트 클래스는 이코노미 클래스와 비즈니스 클래스의 중간 개념으로 현재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 주 2회 운항 중이다. 운항 기종은 B777에 좌석 수는 63석으로 넓은 터치 스크린이 구비된 기내 엔터테인먼트 시스템과 USB, I-POD 이용도 가능해 더욱 편리하다. 더구나 컴포트 클래스의 기내식은 식전 타월 서비스부터 애피타이저, 메인요리와 디저트 및 각종 음료까지 정성껏 제공해 여행의 기쁨을 배가시켜 준다. 마일리지는 클래식 플러스 마일 & 스마일 멤버의 경우 이코노미 클래스의 1,24배가 적립되고 비즈니스 클래스의 트래블 키트도 제공된다. 동절기 운항은 미정. 문의 터키항공 02-3789-7054~6 www.turkishairlines.com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위 기사는 기사콘텐츠 교류 제휴매체인 여행신문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에 관한 모든 법적인 권한과 책임은 여행신문에 있습니다.
  • 美 재정파탄 공포·日 인수합병 잔치 ‘극과 극’

    美 재정파탄 공포·日 인수합병 잔치 ‘극과 극’

    ‘재정 절벽’ 공포에 떨고 있는 미국 기업들이 투자를 대폭 축소한 반면 엔(円)고를 등에 업은 일본 기업들은 사상 최대의 해외 기업 인수·합병(M&A) 잔치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 3분기 미국 기업들의 투자는 전년 대비 1.3% 줄어 2009년 이후 처음으로 감소세를 기록했다. 재정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로 각 기업이 공장 설비를 속속 철수시킨 탓이다. 지난 2분기에 반짝 3.6% 증가했지만 또다시 대폭 축소됐다. 워싱턴포스트는 28일(현지시간) “미국 경제 전반이 이미 재정 절벽의 영향을 깊이 받고 있다.”며 기업들의 이 같은 투자 축소 실태를 전했다. 무디스애널리틱스 마크 잰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세계 경제 둔화나 유로존 위기도 영향을 주고 있지만 재정 절벽 이슈가 기업 투자에 부담을 주는 가장 큰 요인”이라고 말했다. JP모건도 미국 기업들이 재정 절벽의 현실화 위험 때문에 투자나 고용을 하지 않고 현금 보유액만 늘리고 있다고 우려했다. JP모건에 따르면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에 편입된 기업들이 보유한 현금은 3분기 기준 1조 5000억 달러(약 1642조원)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보다 14% 증가한 것으로 사상 최대 증가 폭이다. 미국 기업들이 이처럼 크게 위축된 반면 일본 기업은 훨훨 날고 있다. 특히 일본 기업들의 해외 기업 M&A가 22년 만에 사상 최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29일 M&A 조사 회사인 레코프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지난달까지 9개월 동안 일본 기업의 해외 기업 M&A는 364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7.4% 증가했다. 이 같은 추세라면 한 해 동안 기업 M&A가 463건이나 됐던 1990년의 기록을 22년 만에 경신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 최근에도 소프트뱅크가 미국 3위 이동통신업체인 스프린트를 1조 5700억엔(약 21조 6000억원)에 매입하기로 하는 등 일본 기업의 M&A 기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이는 일본 국내 시장이 축소되면서 엔고를 등에 업고 해외 사업에 진력하는 기업들이 늘어난 결과로 풀이된다. 일본 기업이 해외 기업을 인수할 경우 엔화로 환산하면 저비용으로 매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최근 엔·달러 시세는 유럽 재정 위기 등으로 1달러당 70엔대 후반으로 엔화 강세를 이어 가고 있는 중이다. 올해 들어 발표된 굵직한 M&A 사례를 보면 광고 대기업인 덴쓰가 영국 이지스그룹을 3900억엔에 인수한 데 이어 에어컨 전문 대기업인 다이킨공업은 미국 굿맨그룹을 2900억엔에 사들였다. 미쓰비시, 스미토모, 이토추, 도요타 등 종합상사의 해외 자원·에너지 사업체 인수·합병도 잇따랐다. 하지만 일본 기업의 M&A 공세는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문제로 냉각된 중·일 관계로 중국과의 자원·에너지 분야 공동사업이 잇따라 무산되고 있어 제동이 걸릴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서울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보고 듣고 즐기세요]

    [대중음악] ●이승기 희망 콘서트 12월 1~2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 만능 엔터테이너 이승기가 배우나 MC가 아닌 가수로 돌아와 펼치는 콘서트. 4년째를 맞는 이번 콘서트에서 이승기는 한층 더 새롭고 향상된 음악과 공연으로 화려한 무대를 꾸민다. 5만 5000~13만 2000원. 1544-1555. [국악·무용] ●무용 ‘공간, 그 무한의 가능성Ⅶ’ 11월 3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2002년부터 진행한 김명숙 늘휘무용단의 ‘공간’ 시리즈의 일곱 번째 무대. 무용단의 젊은 안무가들이 다른 영역과의 접목을 시도하는 실험적인 무대를 꾸미며 무용 공연의 가능성을 넓힌다. 2만~3만원. (02)3277-2590. ●국악 ‘예인의 만남’ 11월 8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서울시국악관현악단의 젊은 국악인 4인이 농익은 연주를 들려준다. 이건용 서울시오페라단장의 ‘풀’, 박경훈의 ‘여명’을 초연하고 김성경 추계예대 교수의 ‘소리로 오는 비’, 최재륜 전남대 교수의 ‘최옥산류 가야금 산조’도 들려준다. 2만~3만원. (02)399-1114~6. [연극·뮤지컬] ●애니 뮤지컬 ‘로보카 폴리’ 11월 3~4일 경기 고양 어울림누리 어울림극장. 어린이들에게 ‘폴총리’로 불리며 인기를 끄는 ‘로보카 폴리’가 애니뮤지컬로 태어났다. 뽐내기 대회에서 1등을 하려다가 에너지를 낭비해 마을 전기가 바닥나는 이야기를 그리면서 생활 속 부주의와 무관심이 위기를 일으킬 수 있다는 교훈을 담았다. 만화를 그대로 재현한 무대, 캐릭터가 로봇으로 변신하는 장면이 생동감을 더한다. 3만~5만원. 1544-5974. [미술·전시] ●최재은 ‘오래된 시’전 11월 22일까지 서울 소격동 국제갤러리. 해 질 녘부터 동틀 때까지 8시간 동안 별이 반짝이는 장면을 찍은 영상을 보여주는 암실, 그날의 느낌을 담은 짧은 문구를 낡은 책 표지에다 목탄으로 일일이 새겨 놓은 작품 등이 눈에 띈다. 조금 더 개념적인 작업을 하고 싶어 일본에서 독일로 활동 무대를 바꾼 작가의 고민이 묻어 나온다. (02)735-8449. ●포케르트 더 용 ‘더 불스 아이’(The Bull´s Eye)전 12월 9일까지 서울 소격동 아라리오갤러리삼청. 화학회사들이 제작한 원색 그대로의 스티로폼, 폴리우레탄과 같은 소재를 활용해 식민주의와 자본주의가 창출해낸 인물 군상들을 풍자하는 작품들을 선보인다. (02)723-6190.
  • 반짝 아이디어 區政 반짝반짝

    서울 양천구는 ‘2012년도 공무원 제안 활성화 평가’에서 국무총리 표창을 수상했다고 25일 밝혔다. 이번 평가는 행안부에서 지난 9월 중앙기관과 전국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실시했으며, 엄정한 평가와 현지 실사를 통해 최종적으로 8개 기관을 선정했다. 구는 2011년 7월부터 시행해 오고 있는 ‘창의 기안 제도’가 높은 평가를 받았다. 창의 기안 제도는 자신의 소관 업무 중 처리방식이 불합리하거나 개선이 필요한 사항, 또는 다른 기관의 우수사례 벤치마킹을 통해 업무 개선이 가능한 사항에 대해 수시로 개선 계획 방침을 수립해 즉시 시행하는 제도다. 구는 이 제도를 통해 철거주택의 가정배수관 폐쇄, 차량 블랙박스를 활용한 담배꽁초 무단투기 단속, 토지경계정보 QR코드화 사업 등에서 업무 개선을 이뤘다. 전귀권 구청장 권한대행은 “창의기안 제도는 실행력 높은 아이디어로 중앙우수공무원 제안 및 서울시 창의행정 우수사례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면서 “앞으로도 주민을 위한 각종 사업들을 직원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통해 개선될 수 있도록 공무원 제안제도를 적극 장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시론] 겨울철 전력대란 막을 수 있다/조영탁 한밭대 경제학과 교수

    [시론] 겨울철 전력대란 막을 수 있다/조영탁 한밭대 경제학과 교수

    지난여름, 무더위로 전력대란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았지만 다행히 큰 사고 없이 넘겼다. 하지만 다가올 겨울이 더 걱정이다. 최근 우리나라는 여름철보다 겨울철 전기소비량이 더 많고 전력 피크도 더 높다. 발전소 1기 건설에 수년이 걸리는 만큼 당장 코앞에 닥친 전력 부족은 공장과 사무실, 상가, 가정에서 최대한 절약하고 정부가 비상대책을 제대로 운용하는 것 이외에 뾰족한 대책이 없다. 예고된 위기는 위기가 아니라는 말을 믿고 이번 겨울철 전력대란도 무사히 넘기기를 기원할 뿐이다. 겨울철 전력대란 자체도 문제지만 그것이 매년 되풀이되는 일회성 행사로 인식된다는 점이 더욱 큰 문제다. 언제부터인지 겨울철 전력대란은 찬 바람이 불면 가을맞이 정기세일처럼 반짝 등장했다가 사라지는 일회성 이벤트가 되어 버렸다. 전력 부족에 대한 우려와 경고가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제는 겨울철 전력대란의 원인을 짚어보고, 궁극적인 처방을 모색해야 할 때가 아닐까? 고온다습한 여름 기후를 가진 우리나라에서 겨울철 전력 수요가 여름철보다 더 높다는 것 자체가 이례적이다. 냉방은 전기로 할 수밖에 없지만 난방을 전기로 하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수년간 우리나라에서는 동절기 난방연료나 산업체의 열원(熱源)이 유류에서 전기로 바뀌고 있다. 그 이면에는 우리나라 에너지 가격정책, 즉 유류세제와 전기요금 문제가 숨어 있다. 그동안 정부는 세수 확보를 위해 유류세제는 가능한 한 높게, 물가안정과 산업체 지원을 위해 전기요금은 가능한 한 낮게 유지하는 정책을 펴왔다. 고유가로 발전연료비가 대폭 상승했음에도 전기요금은 지난 몇 년간 계속 원가 이하로 억제해 왔다. 일부 산업용 전기요금이나 밤 시간대 전기요금은 수십년간 원가 이하로 운용했다. 이런 상황에서 고유가가 진행되자 전기요금이 유류가격보다 훨씬 더 저렴해졌고, 난방연료나 산업용 열원이 유류 대신 값싼 전기로 몰리는 ‘전력쏠림’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사계절 중 가장 낮았던 겨울철 전력 수요가 지난 10년간 폭발적으로 증가하여 다른 계절을 압도하고, 최근 동절기 전력대란이 발생하게 된 이유다. 전기요금보다 유류가격이 불리해진 것은 고유가 때문에 어쩔 수 없는 현상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와 여건이 비슷한 일본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에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전기를 난방연료나 산업용 열원으로 사용한다는 것은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 전기가 모든 에너지 중에서 가장 값비싼 에너지이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모든 에너지원에서 전기가 가장 저렴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전기쏠림 현상이 수요자 개인 차원에서는 합리적이고 경제적 선택일 수 있으나 사회 전체적으로 정반대의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공장이나 사무실에서 전기로 난방을 한다는 것은 경제적인 손실뿐 아니라 에너지 낭비와 온실가스 배출 등 어마어마한 사회적 비용이 증가한다. 즉, 발전과정에서 60% 이상의 열을 낭비하면서 화석연료를 전기로 바꾼다. 이렇게 만든 전기를 다시 열로 바꾸어 사용하면 결과적으로 연료가 2배 이상 소요되고 온실가스도 그만큼 더 배출된다. 매년 찬 바람이 부는 시기가 되면 겨울철 전기대란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일부에서는 걱정을 넘어 겨울철 전력대란이 발생할 것처럼 호들갑을 떨기도 한다. 하지만 그 기간만 지나면 끝이다. 관심도 우려도 사라진다.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겨울철 전기 수요 억제를 위해 전기요금 등 에너지가격정책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논의나 목소리도 없다. 겨울철 전력대란도 문제지만, 이를 다루는 사회분위기 역시 문제라고 보는 이유다. 겨울철 전기대란에 대해 ‘요란한 호들갑’으로 사전 경각심을 일깨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잘못된 가격정책에 대한 ‘답답한 침묵’을 깨는 것이 아닐까?
  • ‘이것이 미래의 자동차다’

    공상과학영화에나 등장할 것 같은 ‘잘 빠진’ 자동차는 아니었다. 차량 내부에는 전선들이 어지럽게 널려있었고,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솔라셀(태양열 집적판)로 덕지덕지 뒤덮인 루프에 카메라 한대가 달랑 솟아있었다. 바퀴가 보이지 않았다면 이 물체를 자동차라고 단정하기도 어려웠다. 21일 경기도 화성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 이곳의 따가운 가을 햇살 아래서 친환경 에너지와 무인자동차 기술을 결합한 세계 최초의 ‘무인 태양광 자동차 경주대회’가 열렸다. 대회에 참가한 자동차들은 외관이 어설픈데다 사람을 태울 수준도 아니었지만 현실에 상상을 버무린 ‘미래 기술’이라는 점에서 흥미를 끌기에 충분했다. 세계의 자동차 기술은 지금까지 무인 주행과 태양열 등 친환경 에너지 개발 부문 등 두개의 큰 축에서 연구를 거듭하고 있다. 애석하게도 한국은 이 부문에서 아직은 초보적인 수준. 우리나라는 올해 20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호주 태양광 경주대회에 한 팀을 파견했지만 하루만에 탈락의 고배를 마시고 말았다. 이에 비해 일본은 3일 동안 3000㎞를 수차례 완주하며 뛰어난 태양에너지 기술을 선보여 대조를 이뤘다. 이번 대회를 기획한 서승우 서울대 전기정보공학과 교수는 “무인자동차 기술은 미국이 압도적으로 앞서 있고, 에너지 기술은 일본과 호주가 강세”라면서 “한국은 강점이 있는 융합기술을 토대로 미래 자동차 기술을 이끌어야 할 것”이라는 견해를 피력했다. 대회에는 11개 대학·일반팀이 참여했다. 이들은 자신들이 직접 제작한 차들이 장애물을 피해 달릴 때마다 환호성을 내질렀다. 중간에 차가 멈추거나 장애물을 들이받는 등 고전하는 팀도 있었다. 장거리 부문에서는 계명대 VISA-SOLAR 팀이 우승을 차지했다. 이 팀은 주어진 20분간 시속 20㎞로 6.96㎞를 주파했다. 최해운 지도교수는 “이번 대회는 전체 배터리의 10%만 사용하도록 해 전기에너지를 최소화 는 게 핵심”이라면서 “태양광 에너지를 많이 모으기 위해 솔라셀을 많이 붙이면 중량이 무거워져 그만큼 에너지 소비량이 늘어나기 때문에 이런 점을 미리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명희진기자 mhj46@seoul.co.kr
  • 화성 땅 파서 나온 ‘반짝 물질’ 분석…외계 금속?

    화성 땅 파서 나온 ‘반짝 물질’ 분석…외계 금속?

    지난 8월 화성에 착륙해 임무수행 중인 미항공우주국(NASA)의 탐사로봇 큐리오시티가 ‘미스터리 물질’을 포함한 흙 한 줌을 떠서 분석에 들어갔다. 이 미스터리 물질은 최근 큐리오시티가 땅을 파다가 발견한 것으로 유난히 반짝반짝 빛나 화성 고유의 광물 혹은 미지의 금속 물질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앞서 지난 7일에도 큐리오시티가 전송해 온 사진에 쇳조각 같은 물질이 발견돼 논란이 인 바 있으나 하루만에 큐리오시티에서 떨어져 나온 플라스틱 조각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이번 미스터리 물질에 대해 나사 측은 화성 고유의 물질로 파악하고 있다. 연구팀은 “눈에 띄는 이 물질은 흙과 다른 화성 고유의 광물일 가능성이 높다.” 면서 “분석이 끝나는 다음주 초 쯤 이 물질에 대한 정체가 밝혀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조사는 ‘CheMin’(화학·광물학 장치)을 사용하는 첫번째 케이스가 됐다. 큐리오시티 프로젝트 책임자인 존 그로칭거 캘리포니아 공대 교수는 “CheMin은 과거 X-레이 회절(X-ray diffraction)보다 더 정확하게 광물의 정체를 확인할 수 있다.” 면서 “광물에는 환경 조건등이 기록되어 있기 때문에 이를 확인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화성 토양들에 대한 조사와 생명체 흔적을 찾고 있는 큐리오시티는 화성에서 1년(지구기준 687일)간 활동하며 관측 결과를 지구로 전송할 예정이다.  인터넷뉴스팀 
  • 화성 땅 속에서 발견된 ‘반짝반짝 물질’ 정체는?

    화성 땅 속에서 발견된 ‘반짝반짝 물질’ 정체는?

    지난 8월 화성에 착륙해 임무수행 중인 미항공우주국(NASA)의 화성표면 탐사로봇 큐리오시티가 ‘미스터리 물질’에 대한 본격적인 조사에 들어갔다. 밝은색을 띤 이 물질은 최근 큐리오시티가 탐사 중 발견한 것으로 곧 ‘화학·광물학 장치’(이하 CheMin)로 성분을 분석할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지난 7일에도 큐리오시티가 전송해 온 사진에 쇳조각 같은 물질이 발견돼 논란이 인 바 있으나 하루만에 큐리오시티에서 떨어져 나온 플라스틱 조각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이번 밝은색 물질은 그같은 가능성은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나사 측은 “큐리오시티가 땅을 파다가 이 반짝이는 물질을 발견했다.” 면서 “인간이 만들어 낸 물질일 가능성도 있으나 화성 고유의 광물인 것 같다.”고 추측했다. 특히 이번 조사가 의미가 있는 것은 ‘CheMin’을 사용하는 첫번째 케이스이기 때문이다. 큐리오시티 프로젝트 책임자인 존 그로칭거 캘리포니아 공대 교수는 “CheMin은 과거 X-레이 회절(X-ray diffraction)보다 더 정확하게 광물의 정체를 확인할 수 있다.” 면서 “광물에는 환경 조건등이 기록되어 있기 때문에 이를 확인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화성 토양들에 대한 조사와 생명체 흔적을 찾고 있는 큐리오시티는 화성에서 1년(지구기준 687일)간 활동하며 관측 결과를 지구로 전송할 예정이다.  인터넷뉴스팀  
  • “필드 떠나도 후배지도 꿈 더 커 눈물 안나”

    “필드 떠나도 후배지도 꿈 더 커 눈물 안나”

    별이 진 자리에는 새 별이 뜨기 마련. 김미현(사진 오른쪽·35)과 김효주(왼쪽·17·롯데) 얘기다. 국내 유일의 미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하나외환 챔피언십 개막을 하루 앞둔 18일 인천 영종도의 스카이72골프장 오션코스. 박세리와 함께 국내 LPGA 투어 ‘1세대’로 불리던 김미현이 은퇴 기자회견을 가졌다. 1999년 미국 무대에 데뷔한 뒤 통산 8승을 수확하고 13년 만에 물러나는 자리. 김미현은 “눈물이 나야 울죠. 눈물보다 앞으로 할 일에 대한 기대가 더 커요.”라고 눈을 반짝였다. “갑자기 은퇴하게 돼 많은 분이 놀라신 것 같다.”고 말문을 연 김미현은 “올해 1월 발목과 무릎 수술을 받았는데 선수생활을 계속할 몸 상태가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1996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에 데뷔한 김미현은 3년 뒤 LPGA로 진출, 그해 신인상을 받았고 2007년 셈그룹 챔피언십까지 모두 8차례 투어 대회 정상에 올랐다. 155㎝의 키에도 아이언샷에 버금가는 정확도를 자랑하는 ‘우드 샷’과 정교한 쇼트게임을 앞세워 투어에서 통산 862만 달러(약 96억 5000만원)의 상금을 벌었다. 3년 전 인천에 골프아카데미를 연 그는 “내 장점이기도 한 쇼트 게임이나 코스 운영 등을 후배들에게 가르쳐 지도자로 성공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현역 시절 가장 기억에 남을 대회는 아무래도 은퇴 무대인 이 대회가 될 것 같다.”고 말한 김미현은 “올해 투어에 한 번도 나가지 않아 출전 자격이 없었는데도 초청해 주신 대회 관계자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김미현을 12년 동안 후원한 KT는 ‘영원한 LPGA 우승자를 위하여’라고 새긴 감사패를 전달했다. 김미현의 자리에 앉은 건 최근 프로로 전향해 이번 대회에서 데뷔전을 치르는 김효주. 그는 김미현의 인터뷰 말미에 단상에 올라 대선배와 포옹하며 ‘코리안 시스터스’ 대표 주자 자리를 인계받는 듯했다. 올해 아마추어 신분으로 한국과 일본, 타이완 프로 대회를 줄줄이 제패했던 김효주는 “프로 데뷔전이라고 특별한 느낌은 없다. 편안한 느낌으로 경기에 나서려고 생각하고 있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이어 “프로 자격으로 처음 나오는 대회이기 때문에 성적에 연연하지 않고 배운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하겠다.”고 다짐했다. 지난 15일 롯데그룹과 후원 계약을 맺은 김효주는 “프로 첫 승을 언제 거둘 것인지에 대해선 아직 생각해 보지 못했다. 골프 명예의 전당에 들어가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는데 그것도 가입 자격을 알고 보니 정말 어려운 일이더라.”며 웃었다. 박세리를 롤 모델로 삼고 있다는 김효주는 “대회장에서 몇 번 공을 쳐봤는데 날씨 때문에 칠 때마다 다른 느낌이었다.”며 “날씨나 환경에 맞춰 플레이를 하고 빠른 그린에 잘 적응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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