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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통신] 별다른 이변없는 日프로야구 순위표

    [일본통신] 별다른 이변없는 日프로야구 순위표

    최근 몇년간 일본 프로야구는 강팀과 약팀의 순위가 일률적으로 정착 돼 있다. 시즌이 끝날 쯤, 순위를 보면 센트럴리그는 요미우리 자이언츠와 주니치 드래곤스가 항상 우승을 다투고 있었다. 그리고 포스트시즌 진출 마지막 한장의 티켓을 놓고 야쿠르트 스왈로즈와 한신 타이거즈가 싸움을 벌린다. 올해는 히로시마 도요 카프가 중반까지 3위 싸움을 했지만 결국 막판 부진으로 야쿠르트의 3위가 유력시 되고 있다. 센트럴리그에 비해 그 정도는 덜 하지만 퍼시픽리그 역시 마찬가지다. 전통의 강호 세이부 라이온스가 2008년 우승 이후 주춤하고 있지만 거의 매년마다 소프트뱅크 호크스와 니혼햄 파이터스가 우승 싸움을 한다. 라쿠텐 골든이글스와 지바 롯데는 안정적인 전력을 갖추지 못해 시즌 도중 반짝 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강호로 불리기엔 역부족이다. 올해도 일본야구는 이러한 흐름이 지속 되고 있다. 이미 요미우리는 사상 최고의 전력으로 리그 우승을 확정했고 2위 주니치, 그리고 3위 야쿠르트의 포스트시즌 진출 역시 확정적이다. 다만 예전에 비해 다른 점이라면 1위와 2위 팀의 승차가 무려 11경기, 2위와 3위 팀의 승차 역시 10경기 차이가 날 정도로 상위권 팀들간의 승차가 어마어마 하다. 10경기도 채 남겨놓지 않은 현재 1위 요미우리와 3위 야쿠르트의 승차는 무려 21경기 차이다. 보통 때 같으면 1위 팀과 꼴찌 팀의 승차라 해도 의심하지 않을 정도다. 막판 순위 싸움이 치열한 퍼시픽리그는 이대호의 소속팀인 오릭스 버팔로스의 꼴찌가 확정 됐고, 3팀(니혼햄, 소프트뱅크,세이부)의 순위 싸움, 라쿠텐의 3위 싸움만 남아 있다. 현재 리그 1위 니혼햄과 3위 소프트뱅크의 승차는 4경기다. 9경기를 남겨 놓고 있는 소프트뱅크의 1위 탈환은 현실적으로 힘들지만 2위 세이부에 2.5경기 차이 밖에 나지 않기에 2위는 노려 볼만 하다. 니혼햄과 2위 세이부의 승차가 1.5경기 차이기에 막판 세이부의 역전 우승 가능성도 충분하다. 4위 라쿠텐은 3위 소프트뱅크에 3경기 차로 뒤지고는 있지만 가장 많은 경기(12)를 남겨 놓고 있기에 막판 역전의 희망을 품고 있다. 이처럼 일본야구가 별다른 이변 없이 순위표가 정해져 있다는 느낌을 받는 것은 상위권 팀들과 하위권 팀들간의 전력 차이가 너무나 뚜렷하기 때문이다. 올 시즌 꼴찌가 확실한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스는 지난해까지 4년연속 리그 최하위를 기록했던 팀이다. 올해 신임 나카하타 기요시 감독이 팀을 변화 시킬 것으로 기대했지만 최하위 기록을 5년연속 늘린 것 이외에는 별다른 전력 변화가 없었다. 2001년 모리 마사아키 감독 이후 요코하마는 최근 12년간 꼴찌만 무려 9회를 차지하는 전무후무 한 기록을 쓸 예정이다. 퍼시픽리그의 오릭스도 마찬가지다. 한때 신생 구단 라쿠텐의 도움으로 리그 꼴찌를 면하긴 했지만 올 시즌 꼴찌를 포함하면 2000년대 들어 꼴찌만 무려 여섯번을 기록했다. 오릭스가 요코하마와 다른 점은 전력 보강을 위해 돈을 아끼지 않았음에도 성적이 나지 않는 다는 점이다. 그리고 도미노처럼 이어지는 부상 선수들의 속출도 팀 전력 상승에 발목을 잡고 있다. 올 시즌 가장 안타까운 팀은 지바 롯데 마린스다. 6월 중순때까지만 해도 리그 1위를 달리며 팬들을 놀라게 했지만 후반기 들어 연전연패 하며 5위로 내려 앉았다. 유망주 카쿠나카 카츠야(타율 .312)의 일취월장, 그리고 잊혀졌던 외국인 투수 세스 그레이싱어의 부활(12승) 외에는 특별할게 없는 시즌이었다. 니시오카 츠요시(미네소타)의 메이저리그 진출 후 그를 대신 할만 한 선수의 부족과 좋은 외국인 타자가 없는 것도 팀이 추락했던 원인 중 하나였다. 오무라 사부로, 오마츠 쇼이치, 이구치 타다히토 등 중심타자들의 부진과 오카다 요시후미의 성장 정체도 지바 롯데의 현주소를 보여줬던 시즌이기도 했다. 센트럴리그에선 히로시마가 안타까운 팀이었다. 선발 전력은 상위권 팀들과 비교해도 결코 떨어지지 않는 팀이지만 역시 타선의 구멍은 예상 외로 컸다. 히로시마는 평균자책점 1위를 달리고 있는 마에다 켄타(13승 6패, 평균자책점 1.51)와 신인 노무라 유스케(9승 10패, 평균자책점 2.02), 외국인 투수 브라이언 바링턴(6승 14패, 평균자책점 3.41)를 제외하고 규정 이닝을 채운 투수들이 없다. 올 시즌 현재, 히로시마에서 2할 5푼 이상의 타율을 기록하고 있는 선수가 없다는 것도 팀 상황을 대변해 준다. 기존의 소요기 에이신(타율 .249 10홈런), 유망주 도바야시 쇼타(타율 .239 12홈런 42타점)를 제외하면 정교함, 그리고 장타력 있는 선수가 전무하다. 팀 타율 리그 꼴찌(.232)에도 불구하고 시즌 막판까지 3위 싸움을 할수 있었던 것도 투수력(팀 평균자책점 2.81) 때문이었는데 돈 없는 구단의 분전은 분명 아름다웠지만 결국 올 시즌도 여기까지였다. 히로시마가 가을 잔치에 초대 받은지도 벌써 15년이나 됐다. 야구는 의외성이 큰 운동이다. 그리고 그 의외성은 생각지도 않던 선수의 출현이나, 하위권으로 예상했던 팀들의 분전이 일어날때 특히 돋보인다. 하지만 일본 프로야구는 저변이 넓은 아마야구로 인해 특급 선수들의 출현은 있었지만, 최근 들어 강팀과 약팀의 경계가 매우 뚜렷해 보나마나 한 시즌이 계속되고 있다. 내년에는 히로시마나 요코하마, 그리고 지바 롯데나 오릭스가 A클래스 후보팀으로 거론 될수 있을까. 요미우리나 주니치, 그리고 소프트뱅크나 니혼햄은 틀림없이 우승 후보 팀으로 거론 되겠지만 이 팀들이 상위권으로 분류 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사실(순위)이 팬들의 머리속에 깊이 인식 돼 있어 강팀과 약팀을 미리 구분할수 있다는 점에 있다. 지금의 각 팀 전력을 놓고 보면 예측 할수 없는 시즌이 언제 다시 찾아 올지 알수가 없다. 사진=히로시마 에이스, 마에다 켄타 일본야구통신원 윤석구 http://hitting.kr
  • [영화프리뷰] ‘우리도 사랑일까’

    당신이 꿈꾸는 사랑은 어떤 색깔인가. 햇빛에 반짝이는 물빛 같은 설렘인가, 저녁에 지는 석양 같은 편안함인가. 노부부의 삶과 사랑을 섬세하게 담아내 호평을 받은 ‘어웨이 프롬 허’의 세라 폴리 감독이 내놓은 신작 ‘우리도 사랑일까’는 이런 진정한 사랑의 의미에 관한 질문을 던지는 영화다. 아무리 뜨겁고 열정적으로 시작된 사랑도 시간이 지나면 환상이 깨지면서 익숙해지고 빛이 바래기 마련이다. 영화는 20대 후반의 여주인공 마고(미셸 윌리엄스)를 통해 반짝이는 사랑 뒤에 찾아오는 씁쓸한 공허감과 불안한 현실에 대한 고민, 또다시 완벽한 사랑을 찾으려는 인간 심리를 통찰력 있게 들여다본다. 다정하고 유머러스한 남편 루(세스 로건)와 함께 살고 있는 결혼 5년차 프리랜서 작가인 마고. 남편을 사랑하지만 더 이상 두근거림이 없는 그녀의 결혼 생활은 겉으로 보기엔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그녀는 어느 날 우연히 여행길에서 대니얼(루크 커비)을 만나 서로에게 강한 끌림을 느끼고, 그가 바로 자신의 앞집에 산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마고는 점점 커져 가는 대니얼에 대한 감정과 남편과의 사랑 사이에서 흔들리는 자신의 모습에 한없이 괴로워한다. 언뜻 보기엔 불륜 드라마같지만 영화는 사람이 사랑에 빠지는 순간과 감정이 무르익으면서 찾아오는 고민, 사랑이 변해 가는 과정을 세밀하게 따라간다. 이를 통해 열정의 단계를 지나 삶의 일부분으로 한 단계 성숙해지는 사랑을 이야기한다. 삶에 대한 꿈과 환상을 갖고 결혼 생활을 시작했지만 나른한 권태감과 막연한 불안감을 느끼고, 빈틈을 완벽히 채워줄 수 있을 것 같은 다른 대상을 찾아 헤매는 모습에서 현대인들의 심리를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폴리 감독은 “인간은 영원히 만족하지 못하는 존재라고 나는 믿는다. 우리는 항상 무언가를 필요로 하고 원한다. ‘우리도 사랑일까’는 커플 관계에서 생기는 결핍과 그것을 채우는 노력에 관한 영화”라고 말했다. 여성 감독 특유의 감수성이 장면 곳곳에 묻어 있다. 감독은 캐나다 토론토의 아름다운 풍광을 배경으로 다양한 채도와 색감을 통해 시시각각 변하는 인물의 감정을 이야기한다. ‘마릴린 먼로와 함께한 일주일’과 ‘블루 밸런타인’에서 연기력을 인정받은 미셸 윌리엄스는 인생의 정체 상태에 불안감을 느끼는 여성의 심리를 섬세하고 실감나게 표현했다. 세스 로건도 아내를 변함없이 사랑하는 남편 역을 자연스럽게 소화하며 코미디 배우로 굳어진 기존의 이미지에서 변신했다. 1980년대 팝송이 잔잔하게 깔리면서 가을의 감수성을 자극하지만 밋밋한 전개는 자칫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27일 개봉.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10월의 진주, 유등 ‘반짝’ 드라마 ★들 ‘반짝’

    10월의 진주, 유등 ‘반짝’ 드라마 ★들 ‘반짝’

    10월, 경남 진주 지역에는 가을축제가 넘친다. 2년 연속 대한민국 대표축제로 선정된 남강 유등축제가 1일부터 14일까지 남강 일원에서 화려하게 펼쳐져 남강을 환상적인 빛으로 물들인다. ‘물·불·빛 그리고 우리의 소망’이 올해 축제의 슬로건이다. 촉석루 아래 남강 강물 위에 세계 풍물등과 한국등 100여개가 설치된다. 남강 둔치에도 형형색색의 유등이 불을 밝히는 등 진주성과 남강 일대에 모두 1200여개의 다양한 유등이 설치돼 도심 가을밤을 화려하게 연출한다. 남강 수상특별무대에서는 매일 저녁 뮤지컬 ‘유등’을 공연한다. 진주남강유등축제는 지난해 세계축제협회(IFEA)의 축제평가에서 금상 3개와 동상 1개를 수상했고 내년 2월 캐나다 오타와에서 열리는 윈터루드 축제에 초청을 받는 등 세계적인 축제로 평가받고 있다. 유등축제와 같은 기간에 경남문화예술회관과 칠암동 둔치에서는 대한민국 드라마와 스타 배우들을 만나는 ‘2012 코리아드라마페스티벌’이 펼쳐진다. 2일에는 레드카펫과 개막식, 시상식 및 축하공연이 열린다. 우리나라 지방종합예술제 행사의 효시인 제62회 개천예술제가 3일부터 10일까지 시가지 일원에서 이어진다. 의식행사, 예술경연, 종야축제, 축하행사 등 모두 9개 부문에 걸쳐 58개의 다채로운 행사가 펼쳐져 관광객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한다. 2일부터 7일까지 진주전통소싸움경기장에서는 우리나라 민속 소싸움 대표 대회인 제120회 진주전국민속소싸움대회가 열려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싸움소 300여마리가 출전해 자웅을 겨룬다. 지역의 우수한 공예작품을 선보이는 진주공예인 축제 한마당 행사가 경남문화예술회관 앞 남강둔치에서 1일부터 10일까지 이어진다. 실크의 고장 진주에서 생산되는 품질 좋은 실크 제품을 전시·판매·체험하는 진주실크 박람회도 있다. 진주시는 10월 축제기간 시내 곳곳의 임시주차장에서 축제장까지 셔틀버스 13대를 운행한다. 진주 강원식기자 kws@seoul.co.kr
  • [길섶에서] 구리개/노주석 논설위원

    초가을 햇볕을 쬐며 600년의 역사가 깃든 서울 도심을 걷는 것은 복 받은 일이다. 가는 곳마다, 발걸음이 닿는 곳마다 사연이 숨 쉬고 있기 때문이다. 그냥 지나치기 쉽지만, 서울시에서 세운 길가의 작은 표석은 ‘옛날 옛적에 훠어이 훠이’로 떠나는 타임머신이 돼 준다. 태조실록에 의하면 구리개는 지금의 중구 을지로 1가와 2가 사이에 있던 나지막한 고개였다. 땅이 몹시 질어서 마치 구리가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것 같다고 하여 붙여진 지명이다. 구릿빛이 나는 고개, 구리고개를 줄여서 마을이름이 됐다. 일제는 구리개를 황금정이라고 맘껏 부풀려 불렀다. 한전 서울본부와 롯데쇼핑 앞 큰길이다. 구리개는 유행과 관광, 금융 중심지로 변했지만 본래 조선 개국 초 혜민서와 구한 말 제중원 같은 서민구휼의료기관이 자리잡고 있어서 주변에 약재상이 즐비했다. 치료받고 약 구하러 온 백성들로 붐비던 거리였다. 정겨운 우리 지명이 표석 속에만 존재하는 것이 못내 아쉽다. 노주석 논설위원 joo@seoul.co.kr
  • 文지지율 가파른 상승세 ‘컨벤션효과’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 후보의 지지율이 대선 후보로 확정된 전후를 기점으로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19일 대선 출마 여부를 밝힐 계획이라 당 대회 직후 지지율이 상승하는 ‘컨벤션효과’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주목된다. 17일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가 지난 10~14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문 후보와 안 원장 간의 야권단일화 양자대결에서 문 후보는 41.9%의 지지율을 얻어 36.9%를 얻은 안 원장을 5% 포인트 차이로 추월했다. 모노리서치가 실시한 야권 단일후보 적합도 조사에서는 문 후보가 48.6%의 지지율을 기록, 31.8%에 그친 안 원장을 16.8% 포인트 차로 앞섰다. 이 같은 상승세를 몰아 문 후보 캠프 공동선거대책본부장 노영민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담판에 의한 단일화가 설득력이 있다.”면서 안 원장 측을 압박했다.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잠시 유보적 자세를 보였던 전통적 지지층과 부동층이 다시 문 후보에게 돌아가면서 계속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문 후보가 얼마만큼의 변화를 이끌어 내느냐가 중요하다.”면서 “10월 초 여론조사에서 누가 앞서느냐가 1차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현재 문 후보의 지지율 상승세는 반짝 효과에 그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고성국 정치평론가는 “문 후보가 안 원장을 추월한 것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의 3자 대결이 아닌 야권 단일화 양자대결”이라면서 “안 원장 지지층은 결집력이 약하고, 안 원장이 기존 정치권에 들어가는 것에 대해 부정적이기 때문에 소극적인 답변을 내놓았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병일 엠브레인 이사는 “문 후보는 컨벤션 효과로 지지율이 최고로 오른 상태이고 안 원장은 출마 선언이 늦어지면서 지지율이 바닥까지 내려온 상태다. 제대로 된 지지율은 안 원장이 출마 선언을 한 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송수연기자 songsy@seoul.co.kr
  • 지금 절정… 봉평 메밀꽃밭

    지금 절정… 봉평 메밀꽃밭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붓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이효석의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한 구절입니다. 해마다 메밀꽃 필 때면 여기저기서 간단없이 흘러나오는 문구지요. 달 뜬 밤, 메밀꽃밭을 거닐자면 이효석의 묘사가 얼마나 정확하고 또 아름다웠는지 실감하게 됩니다. 달빛 받은 메밀꽃이 별처럼 반짝이는 풍경, 상상이 되시나요. 그 메밀꽃이 지금 강원 봉평에 가득합니다. 전국에 메밀밭은 많습니다. 하지만 문학의 향기가 깃든 메밀밭은 봉평이 유일할 겁니다. 메밀은 희다. 반면 껍질은 검다. 예전엔 맷돌에 그냥 갈았다. 껍질과 알곡을 함께 빻았으니 메밀가루도 거무스름할 수밖에. 요즘엔 도정 방식이 개량됐다. 껍질 가운데를 잘라 메밀만 쏙 빼낸다. 그래서 요즘 메밀은 희다. 하지만 뜻밖에 사람들은 흰 메밀을 믿지 않는다. 빛깔도 탁하고, 맛도 덜한 옛것만 찾는단다. 구황식물이었던 메밀이 볼거리가 될 거라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너른 들녘이며, 비탈진 산허리, 심지어 집 텃밭까지 흰 메밀꽃 천지다. 봉평의 메밀 재배면적은 66만㎡(약 20만평)에 이른다고 한다. 과장을 좀 보태면, 봉평 땅 전체에 메밀꽃 하얀 융단이 깔린 듯하다. 가산 이효석(1907∼1942)이 읊조렸던 그 문장에 가장 걸맞은 풍경을 품은 곳은 봉평면 창동리의 ‘효석 문학의 숲’이다.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줄거리를 재현한 숲속문화 체험공간이다. 전체 면적은 52㏊에 이른다. 장돌뱅이 허 생원이 나귀 몰아 향했던 봉평장터, 동이와 허 생원이 상봉한 주막집인 충주집, 허 생원이 성씨 처녀를 통해 일생 처음으로 여자를 알게 된 물레방앗간 등이 조성됐다. 주변엔 자작나무와 소나무 등을 심어 운치를 더했다. 500m의 소설길과 2.7㎞의 등산로 등을 조성하고, 돌배나무와 벌개미취 등도 식재했다. 메밀꽃밭은 문학의 숲 초입과 산자락 중턱 등 두 곳에 조성됐다. 거추장스러운 부대시설 없이 자연 그대로의 수수한 메밀꽃밭과 마주할 수 있다. 특히 산허리에 조성된 메밀밭이 장관이다. 멀리 회령봉 등 1000m가 넘는 고산준령들이 아련하고, 그 안쪽의 산촌마을 위로 메밀꽃이 차분하게 내려앉았다. 문학의 숲은 오후 6시가 넘으면 문을 닫는다. 봉평은 이효석이 나고 자란 곳이자, 그의 대표작 ‘메밀꽃 필 무렵’의 배경이 된 곳이다. 소설의 무대였던 현장들도 재현되어 있다. 봉평면소재지에서 남안교를 건너면 효석문화마을이다. 공원에 세워진 이효석 동상 뒤로 충주집이 보인다. 장돌뱅이들이 술추렴을 하던 주막을 재현해 놓은 곳이다. 오래전 실재했던 충주집은 이효석이 학창시절에 도시락을 맡겨놓았다가 점심을 먹곤 했던 곳이라 전해진다. 실제 집터는 봉평장터 옆 주택가에 표지석으로만 남았다. 남안교 옆은 물레방앗간이다. 손으로 돌리던 재래식 탈곡기와 먼지가 내려앉은 방아가 여행객을 맞고 있다. 효석문화마을 산자락엔 복원된 이효석의 생가와 그가 평양에서 살던 푸른집 등도 조성되어 있다. 언덕 위의 이효석 문학관엔 그의 유품 등이 전시돼 있다. ●소설의 향기 좇아 걷는 길 소설 ‘메밀꽃 필 무렵’에서 장돌뱅이 허 생원은 흥정천을 따라 밤길을 걸었다. 봉평에서 장평을 거쳐 대화에 이르는 팔십 리 길이다. 이효석이 생전 걸었던 길도 그와 닮았다. 봉평에서 태어난 그는 당시 대처였던 평창에서 초등학교를 마쳤다. 필경 평창에서 하숙을 했을 텐데, 일요일이나 방학 때면 허 생원이 다녔던 그 길을 따라 평창과 봉평을 오갔을 게다. 대화는 봉평과 평창 사이에 있다. 평창군에서 ‘효석문학 100리길’을 조성하고 있다. 이효석과 허 생원이 걸었던 봉평에서 평창까지 49.2㎞에 이르는 길이다. 현재는 5개 코스 가운데 제1구간인 ‘문학의 길’(7.8㎞)만 열렸다. 봉평관광안내센터를 출발해 흥정천교~팔석정~백옥포마을∼용평여울목까지, 소설의 향훈이 가장 많이 남아 있는 길이다. 난이도는 높지 않다. 자박자박 걸어도 채 3시간이 안 걸린다. 이 길에서 만나는 뜻밖의 풍경이 팔석정이다. 강릉부사 양사언이 빼어난 경치에 반해 정사를 멀리한 채 8일간 노닐었다는 곳이다. 바위 여덟 곳에 석대투간(石臺投竿·낚시하기 좋은 바위) 등의 글을 새겨 놓아 팔석정이라 불린다. 맑은 흥정천이 적송이 어우러진 팔석정을 휩쓸며 흘러가는 모양새가 제법 도도하다. 평창효석문화제(www.hyoseok.com)가 오는 16일까지 봉평면 효석문화마을 일원에서 열린다. ‘효석문학 100리길 걷기’ ‘효석백일장’ 등 다채로운 문학행사가 줄을 잇는다. 이효석문학관에서는 1968년 제작된 영화 ‘메밀꽃 필 무렵’을 감상할 수 있다. 마당놀이·인형극 등 풍성한 공연도 마련된다. ●봉평장에서 만나는 넉넉한 풍경들 봉평장을 둘러봐도 좋겠다. 봉평장은 매달 2, 7일로 끝나는 날에 선다. 여느 재래시장과 달리 ‘신식’ 건물로 지붕을 이지 않아 흐릿하게나마 옛 정취가 살아 있다. 봉평장은 예부터 대화, 진부장 등 보다 규모가 크기로 유명했다. 요즘엔 메밀축제나 스키 시즌에 외지인들이 놓치지 않고 들르는 관광지가 됐다. 봉평에 전을 차린 상인들은 내일이면 진부, 모레는 대화, 글피에는 평창이나 둔내에 같은 전을 다시 펼친단다. 수수 부꾸미 하나 입에 넣고 장터를 기웃댄다. 메밀 모주와 막걸리를 거푸 들이켜 불콰해진 어르신이며, 메밀 전병과 메밀전을 앞에 놓고 자지러지게 웃는 동네 아주머니들의 모습들을 보자니 시간이 옛날로 회귀한 느낌이다. 장터에 각설이 노래판이 빠지랴. 이들이 해학 넘치는 ‘트로트 메들리’를 이어갈 때면 손님들의 입가엔 웃음꽃이 매달린다. 장터에서 가장 많은 건 역시 메밀 관련 제품들이다. 삼천포 왕쥐포, 계절의 진미 전어 등 갯것들도 눈에 띈다. 봉평장에선 ‘글로벌리즘’도 유효하다. 제법 너른 좌판을 깐 외국인들이 눈에 띈다. 케냐에서 왔다는 모자는 다양한 목각 소품들을 전시했고, 터키에서 온 남정네는 연신 ‘형제의 나라’를 강조하며 케밥을 ‘강매’하고 있다. 수수 부꾸미로 배를 채웠고, 주전부리로 산 옥수수 알들은 입안에서 청포도처럼 터지니, 이보다 더한 호사가 없다. 글 사진 평창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지역번호 033) 가는 길:수도권에서 승용차로 출발한다면 영동고속도로 장평나들목으로 나오는 게 좋다. 구불구불 옛 국도를 따라 천천히 가겠다면 면온나들목도 좋다. 평창군청 문화관광과 330-2771. 우리테마투어(www.wrtour.com)는 23일까지 매주 금~일요일 서울에서 봉평, 대관령 양떼목장 등을 다녀오는 당일 여행상품을 판매한다. 3만 3900원. 맛집:봉평 읍내 미가연(335-8805)은 메밀음식 특허를 3개나 보유한 식당. 메밀싹 육회 비빔밥·쓴메밀 국수·메밀싹 주스 등 별미를 맛볼 수 있다. 평창한우마을(334-9777)에서는 30% 이상 싸게 한우숯불구이를 즐길 수 있다. 상차림비 4000원은 별도다. 잘 곳:평창 북쪽에 용평리조트(1588-0009), 휘닉스파크(1588-2828) 등 대형 리조트가 있다. 봉평 쪽에서는 W모텔(333-2004)이 깨끗하다.
  • ‘신비의 구슬’ 닮은 열대 과일 비밀 밝혀졌다

    해외 연구팀이 지금까지 알려진 세상 모든 과일을 통틀어 ‘가장 빛나는’ 과일을 발견하고 그 비밀을 공개해 학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아프리카 열대우림에서 나는 이 과일은 ‘폴리아’(Pollia)라고 부르며, 작고 둥글며 보랏빛과 푸른빛이 섞인 반짝반짝 빛나는 표면을 가지고 있다. 표면은 유리처럼 매끄럽고 빛을 받으면 작은 알갱이들이 저마다 다른 빛깔의 색을 뿜어내 짙은 유리구술을 보는 듯한 신비로운 느낌을 준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연구팀이 가나에서 이를 처음 발견한 뒤 꾸준히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이러한 놀라운 컬러는 빛이 표면의 작은 섬유질과 반응하면서 시각화 되며, 확대하면 비규칙적인 원형의 세포들마다 각기 다른 색을 내포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주로 에티오피아와 앙골라, 모잠비크 등지에서 자라며 씨가 많아 쥬스로 만들어 먹는 등 식용으로 쓰기에는 부적절하다. 폴리아 연구를 이끈 실비아 비그놀리니 케임브리지대학 물리학 박사는 “매우 흥미로운 시각적 현상”이라면서 “자연에서 이 같은 물질이 발견된 사례는 많지 않다. 다른 색소보다 10배 밝고 강렬한 빛을 낸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작의 깃털이나 나비의 날개 등 동물에서 비슷한 구조가 나타나긴 하지만 과일에서 이 같은 빛 반사 구조가 발견되기는 처음”이라고 덧붙였다. 반짝거리는 파란 색, 보라색 빛깔의 이 과일의 비밀을 밝히기 위해 과학자들은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지난 10일 미국 국립 과학 아카데미 회보(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에 실렸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유통업계 추석 알바 불황탓에 11% 감소

    불황 탓에 추석 ‘반짝 알바’도 줄고 있다. 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올 추석 주요 백화점과 대형마트는 총 1만 4000여명의 단기 근로자를 고용할 예정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지난해보다 11% 줄어든 것이다. 백화점 채용은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소폭 증가한 반면 대형마트는 채용 인원을 대폭 감축하고 있다. 이마트는 추석 행사 단기 근로자를 지난해보다 25% 줄인 2000여명을 모집한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3000여명을 뽑았지만 올해는 그 절반도 안 되는 1300명만 모집한다. 대형마트 중에선 롯데마트만 추석 단기 채용 인력을 늘렸다. 롯데마트는 지난해 추석보다 10% 늘어난 1000여명을 선발한다. 한편 롯데백화점은 이번 추석을 위해 6500여명의 단기 근로자를 채용한다. 현대백화점도 지난해보다 400여명 늘어난 2000여명을 채용한다. 현대는 선물 판매 추이를 지켜보면서 100~150명을 추가 채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해 추석보다 20% 늘어난 1000여명을 채용하고 AK플라자도 지난해보다 50여명 많은 200여명을 뽑는다. 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 ‘수구꼴통’이 못마땅하다고? 더 매혹적인 대안을 내놔봐

    ‘수구꼴통’이 못마땅하다고? 더 매혹적인 대안을 내놔봐

    붉은색이 한반도 거의 대부분 지역을 물들인 가운데 몇몇 대도시와 일부 지역에서만 군도처럼 노란 불빛이 반짝이던 지난 4·11 총선 당시 개표 중계방송 화면을 기억하는지. 붉은색과 노란색의 명백한 대비는 경제 영역 못지않게 정치 영역에서도 양극화가 심각하다는 점을 드러내주는 증거로 간주할 만하다. 저자도 2004년 미국 대선 중계방송을 보고 충격받았다고 했다. “공화당(붉은색)은 시골 지역인 중서부, 남부, 남서부 대부분에서 이겼고, 민주당(파란색)은 동부 도시 지역, 서부 해안 지역, 북부 산업 지역을 가져갔다.”면서 “두 포괄적 문화 사이의 분리”를 보여준다고 했다. 파란 문화는 “세련됨”을 추구하고 “수입 와인 취향”을 가지고 있고 “글자 많은 신문”을 읽고 “종교적 신념이 있더라도 철학적이고 약화되고 보편적인 모습”을 보인다. 붉은 문화는 “투박한 진실성”을 추구하고 “맥주”를 마시고 “텔레비전에서 카레이싱”을 보고 “종교는 단순하고 복음주의적이고 전투적인 편”을 좋아한다. 이것이 “국가패권을 두고 경쟁하는 두 시대정신 사이의 깊고도 진정한 분열”을 드러내는 것이든 “놀라울 정도로 잘 먹히는 정치적 발명품에 불과”하든 정치적 양극화와 두 문화의 출현은 “정치적 생명을 가진 이론임에 분명하다.”는 것이다. ‘민주주의는 가능한가’(로널드 드워킨 지음, 홍한별 옮김, 문학과지성사 펴냄)는 이런 정치적 양극화 상황 속에서 민주주의적인 논쟁과 토론이 가능하긴 한 것이냐는 고통스러운 질문을 던졌다. 드워킨은 미국의 대표적 자유주의 법철학자. 드워킨을 읽는 맛은 느릿느릿한 균형감각이다. 당연하게도 드워킨이 말하는 자유주의는 편협한 시장자유를 가리키는 게 아니다. 그의 책 가운데 한 권의 한국어판 제목이 ‘자유주의적 평등’(염수균 옮김, 한길사 펴냄)이라는 데서 짐작할 수 있듯, 드워킨은 자유주의의 기본 조건이 평등임을 강조한다. 동시에 ‘정의란 무엇인가’로 한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마이클 샌델 교수의 공동체주의를 두고서도 자유주의 기준에서 봤을 때 전체주의로 흐를 위험성이 있다고 비판했다. 공동체주의에서 일종의 가부장주의의 냄새를 맡아낸 것이다. 이번 책에서도 드워킨의 이런 면모는 유감없이 발휘된다. 그는 정치적 양극화가 소통 불가 상황 - 우리 식으로 말하자면 서로를 ‘수구꼴통’, ‘종북좌파’라 지칭하는 상황 - 으로 치닫고 있는 데 대해 깊은 우려를 나타내면서, 정치적 토론과 논쟁을 위해 기본 원칙 두 가지를 제안한다. 하나는 “본질적 가치의 원칙이라 부르려 하는데 모든 인간의 삶은 특별한 객관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의무적 윤리를 강조하는 칸트의 정언명령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다른 하나는 “개인 존엄의 원칙으로 누구나 자기 삶을 성공적으로 실현할 특별한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미국식 개인주의가 떠오른다. 이 둘을 합쳐 저자는 “존엄의 원칙 혹은 조건”이라 부른다. 이 두 가지가 “앞의 것은 평등의 이상을, 뒤의 것은 자유를 추상적으로 언급”하는 것으로, 그래서 함께 묶이기 어려운 원칙처럼 보이지만 저자는 이 두 가지를 합친다. “평등과 자유가 상충한다는 가정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두 가치가 양립가능하며 실질적으로 서로가 서로의 또 다른 면임을 이해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고 단언한다. 자유와 평등을 ‘갈등과 배척’이 아니라 ‘균형과 배합’ 문제로 간주하는 드워킨의 입장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드워킨은 인권, 종교, 과세 등 3가지 문제에 대한 나름의 해법을 이런 원칙 아래 도출해낸다. 인권, 종교는 한국 상황과는 거리감이 있으니 과세 문제만 보자면, 드워킨은 ‘본질적 가치의 원칙’을 내세우는 사람답게 기본적인 복지 정책에 대해서는 우호적인 입장을 분명히 한다. 그러면서도 ‘개인 존엄의 원칙’을 내세워 무조건적인 평등지향 복지에는 반대한다. 이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드워킨은 복지 문제를 홉스류의 사회계약론에서 빌어오는 계약의 은유 대신 ‘보험의 은유’를 쓰자고 제안한다. 보험의 은유를 쓸 때 ‘사회적 연대감’, ‘개인의 책임감’, ‘경제적 합리성’ 등에서 유리하다는 것이다. 오늘날 한국의 복지국가 논의에 하나의 포인트처럼 보인다. 그리고 총론적으로는 소수를 배제하는 다수결 민주주의보다 소수라 해도 함께 가는 동반자 민주주의를 제안한 뒤 교육, 선거제도 개혁방안 몇가지를 내놓는다. 다수결과 동반자를 대립시키는 부분에서는 판결문에서 읽을 수 있는 다수 의견과 소수 의견이 떠올라 슬쩍 웃음이 난다. 가장 기본적이고 추상적인 원칙을 세운 뒤 논쟁적인 몇개의 분야에서 세부적 원칙을 하나씩 하나씩 수립해 가는 법철학자 특유의 건조한 논리 전개를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이런 논리전개 밑에 깔린 드워킨의 태도다. 수구꼴통에 대한 분노와 반감이 밑바닥 깊숙이 깔려 있긴 하다. 드워킨 스스로도 조지 부시 전 대통령,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공화당)을 끊임없이 비판한다. 그럼에도 드워킨은 “논쟁하는 상대에 대한 믿음 없는 논쟁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확언한다. 수구꼴통의 어이없는 짓거리 때문에 미국의 민주주의가 이 모양 이 꼴이 됐다고 분노하는 것은 정치적 양극화를 해소하기보다는 더 악화시킨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걸음 더 나아가 드워킨은 명백하게 말했다. “자유주의자들은 아직 자유주의의 기본 원칙을 현대적으로 기술해내지 못하고 있으며, 그래서 최근 선거에서 불필요하게 수세적인 입장을 취해야 했다.” 한국적 맥락에 대입하면 이렇다. 박근혜가 그렇게도 못마땅하다면 ‘독재자의 딸’, ‘유신공주’ 같은 소리만 목청 높여 외칠 게 아니라 스스로 더 매혹적인 대안을 생산해내야 한다는 것이다. 드워킨의 논리를 더 깊이 이해하고자 한다면 ‘미국을 발칵 뒤집은 판결 31’(레너드 케스터·사이먼 정 지음, 현암사 펴냄)을 보충해서 읽어볼 만하다. 후대에 큰 영향을 끼쳤던 미국 연방대법원 판결 31가지를 설명하되 다수의견뿐 아니라 소수의견도 요약 정리해놓고 그 뒷얘기까지 함께 실었다. 가령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의 뉴딜 정책에 대해 드워킨은 “평등주의적 자본주의를 향해 한계가 있긴 했으나 진지한 한 걸음을 내디뎠다.”고 평가했을 뿐 아니라, 보수적 대법원의 체질 개선을 위해 종신직인 대법관의 임기를 15년으로 제한하자는 제안을 내놓고 있다. 루스벨트 대통령 역시 뉴딜 정책의 주요 입법안에 대해 보수적 대법원이 위헌을 선언하자, 대법원의 체질 개선을 위해 대법관의 나이를 70세로 제한하고 대법관 수를 9명에서 15명으로까지 늘리는 방안을 추진한 바 있다. 각권 1만 2000원, 1만 8000원.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투병 고통 영화 보며 웃음으로 싹~

    투병 고통 영화 보며 웃음으로 싹~

    지난달 30일 오후 3시, 서울대병원 강당에 아이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반짝이는 눈빛은 여느 아이들과 다름없었지만 작은 몸에 딸려 온 여러 개의 주사액에서 아이들이 쉽지 않은 시간을 보내고 있음이 느껴진다. 불이 꺼지고 지난 방학 때 극장에서 상영됐던 만화영화 ‘도라에몽’이 시작되면서 강당 안은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채워졌다. 이날 시사회가 두 번째라는 권예람(13)양은 “지난번에 ‘새미의 어드벤처’를 본 뒤 이번 시사회를 손꼽아 기다렸다.”며 활짝 웃었다. 롯데시네마가 2010년부터 진행해 온 병원 시사회가 환자와 그 가족은 물론 병원 관계자 및 자원봉사자들에게 큰 기쁨이 되고 있다. 병원 시사회는 롯데시네마의 대표적인 사회 공헌 활동으로 자사가 투자·배급한 최신 영화를 월 1~2회 제공한다. 1년 8개월 동안 서울대병원을 비롯해 세브란스병원, 안동병원, 강동경희대병원, 건국대병원, 보라매병원 등 6개 병원을 돌며 총 90회의 시사회를 열었고 관람 인원은 12만명에 달한다. 롯데시네마 관계자는 “몸이 아파 웃을 기회가 많지 않은 환자들이 영화를 보면서 큰 웃음을 터뜨릴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며 “앞으로 더 많은 병원으로 시사회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아동 성범죄 무방비 도시] ① 어쩌다 이 지경까지…

    [아동 성범죄 무방비 도시] ① 어쩌다 이 지경까지…

    “어린 여자와 성행위를 하고 싶었다.” 지난 1일 이명호 전남 나주경찰서장은 나주 A(7·초등 1년)양 납치·성폭행 사건에 대한 최종 수사 브리핑을 통해 범인 고종석(23)의 범행 동기를 이렇게 규정했다. 평소 아동이 나오는 일본 포르노물을 보면서 어린 여자와 성행위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특히 술에 취하면 이런 충동을 더 강하게 느꼈다는 것이다. 결국 고종석의 범행은 모텔을 전전하며 인터넷을 통해 일본 야동을 탐닉한 결과였다. 범죄심리학자인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아동이 등장하는 포르노물을 보면서 오랫동안 성적 환상을 길러 온 것”이라며 “상당히 장기간에 걸쳐서 포르노에 등장하는 장면들을 현실에서 실행하려는 생각을 했기 때문에 초범이라고 볼 수 없는 잔인한 폭력을 행사했다.”고 분석했다. 전 세계 인터넷 사이트에 수록된 콘텐츠의 40% 가까이가 포르노물이라는 한 보안업체의 조사 결과가 발표된 적이 있다. 세 번 클릭하면 적어도 한 번은 포르노물에 노출된다는 뜻이다. 덴마크와 노르웨이가 아동 포르노물의 인터넷 공개를 금지하는 것도 그 폐해의 심각성 때문일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의 현실은 이와 정반대다. 현행 ‘아동 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은 아동이나 청소년이 나오는 음란물을 제작하거나 수출입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배포하거나 전시하는 자는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돼 있다. 단순히 소지하는 자도 2000만원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개인이 아동 포르노물을 소지해 처벌받은 일은 거의 없을 만큼 법은 사문화된 지 오래다. 영국 인터넷감시기구인 IWF가 2009년 기준으로 세계에서 아동 포르노물이 가장 많은 나라 ‘톱 5’에 한국을 올린 것은 수치스럽기도 하지만 그만큼 심각한 상황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정부의 허술한 대책도 서둘러 보완해야 한다. 사건이 터지면 반짝 며칠 긴장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식이다. 주변에 성범죄자가 거주하는지를 알아보는 ‘성범죄자 알림e’ 사이트는 들어가기도 어렵고 성범죄자를 찾기도 쉽지 않다는 얘기가 나온다. 나영이 아빠 송모(58)씨는 “누가 이런 사이트에 접근하겠느냐.”며 “성범죄자가 주변에 있으면 가정이나 교육기관에 우편으로 고지한다고 했는데 단 한 번도 우편물을 받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니 아동 대상 성범죄가 줄어들기는커녕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경찰청 조사에 따르면 만 12세 미만의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 건수는 조두순 사건이 있었던 해인 2008년 1207건에서 2009년 1007건, 2010년 1179건, 2011년 1054건, 2012년 6월 현재 411건으로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아동 성폭행범에 대해 형량의 한계를 정하지 않고 종신형에까지 처하는 미국 등 외국과 달리 우리는 솜방망이 처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2008년 기준으로 강간 피의자 8832명 중 재범자는 4427명으로 재범률이 50%를 넘는다는 사실은 성범죄자 관리의 허점을 그대로 노출한 대목이다. ‘신(新)한국병’을 치유하기 위해선 법과 제도의 정비가 다는 아니다. 목원대 도중만 교수는 “이번 사건은 범인과 A양 어머니의 삶의 태도, A양을 보고도 모른 척 지나간 행인 등 사회 병폐를 고스란히 드러냈다.”며 “사람을 사람답게 길러내는 교육에 대한 가치관의 재정립 등 근본적인 해결책이 나와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광주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광공업 생산 두달째 후퇴… 제조업 가동률 7개월來 최저

    광공업 생산 두달째 후퇴… 제조업 가동률 7개월來 최저

    제조업을 포함한 광공업 생산이 두 달 연속 뒷걸음질쳤다.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7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위기 등 나라 안팎의 불확실성이 계속되고 있어서다. 정부가 돈(재정)을 앞당겨 푼 영향 등으로 공공부문 생산은 크게 늘었다. 지금의 경기상황을 보여 주는 7월 동행지수와 앞으로의 경기국면을 말해 주는 선행지수는 다소 개선됐다. 통계청이 31일 발표한 ‘7월 산업활동 동향’의 주된 특징이다. 광공업생산은 전월보다 1.6% 감소했다. 제조업 생산이 1.8% 줄어든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특히 수출 주력업종인 반도체 및 부품(-5.7%), 자동차(-5.8%)의 감소폭이 컸다. 통계청 관계자는 “수출이 감소하고 자동차업체가 부분파업에 나서면서 생산이 줄었다.”고 분석했다. 수출이 부진하다 보니 공장에는 재고가 쌓여 가고 있다. 제조업 재고율(107.8%)은 전달보다 1.8% 포인트 올랐다.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77.2%로 전월보다 0.9% 포인트 하락했다. 지난해 12월(76.9%)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다만 공공행정(3.1%)과 서비스업(0.7%) 생산이 늘어난 덕분에 전체 산업생산은 전월보다 0.3% 늘었다. 서비스업 생산은 큰 폭의 증가세를 보인 보건·사회복지업(7%)이 주도했다. 부동산 경기침체 장기화로 감소폭이 더 깊어진 부동산·임대업(-3.8%) 생산과 대조된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공공행정이나 보건·사회복지 등 공공부문 지출이 늘어난다는 것은 그만큼 경기 하강이 심각하다는 것”이라며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경기 부양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소매판매는 3.4% 늘었다. 하지만 더운 날씨 탓에 일시적으로 냉방기기 등 내구재(7.3%) 판매가 급증한 데 기인한 것이어서 이런 흐름이 계속될지는 불투명하다. “삼성 갤럭시S3가 출시되고, 7월 평균기온(25.5도)이 평년보다 1도 정도 높았던 데다 런던올릭픽 개최 등도 소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게 통계청의 분석이다. 백화점(6.6%), 사이버쇼핑(6.1%), 편의점(4.3%), 슈퍼마켓(1.2%) 등이 모처럼 전월 대비 판매 증가세를 맛봤다. 지난해 7월과 비교하면 전체 소매판매는 2.7% 늘었다. 기계류 투자(4.5%) 등이 늘면서 설비투자도 전월보다 2.5% 늘었다. 경기동행지수(순환변동치)가 상승세로 돌아선 점도 눈에 띈다. 전월 대비 0.2 포인트 올랐다. 이 지수가 증가세로 돌아선 것은 지난 2월 이후 처음이다. 경기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전월보다 0.2 포인트 오르며 두 달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윤창용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6월에 비해 지표가 다소 개선됐지만 그렇다고 저점을 통과한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면서 “경기선행지수의 일부 항목이 여전히 부정적이어서 회복세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양진기자 ky0295@seoul.co.kr
  • [김문이 만난사람] 별과 함께 30년… ‘별박사’ 이태형

    [김문이 만난사람] 별과 함께 30년… ‘별박사’ 이태형

    ‘별처럼 아름다운 사랑이여~’ 노랫말이든, 시나 소설이든 사랑을 표현할 때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 중 하나를 꼽는다면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이겠다. 추억과 사랑, 행복의 상징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생텍쥐페리는 ‘어린 왕자’에서 ‘그 사람은 그 별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할거야.’라고 했고, 윤동주는 ‘별 헤는 밤’에서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라고 읊었다. 우리나라에서 1년 중 하늘이 가장 청명한 계절은 가을이다. 그만큼 별이 잘 보이고, 또 별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주어진다. 맑게 갠 가을 저녁 잠시 도시를 떠나 시골에서 별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저절로 ‘저 별은 나의 별, 저 별은 너의 별’ 이라는 노랫말이 흘러나오면서 누구나 시인이 되고 우주 탐험가가 된다. 특히 영화나 만화에 자주 등장했던 ‘안드로메다 은하’가 가장 크게 나타나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은하철도 999’를 타고 즐겁게 우주 여행을 하는 상상을 할 수 있는 계절이 바로 가을이다. 어떻게 하면 가장 즐겁게 별과 만날 수 있을까. ‘별박사’로 소문난 이태형(49)씨. 그에게는 최초라는 수식어가 몇 가지 있다. 대학 때부터 별이 좋아 별을 쫓아다니다가 1989년 국내 처음 별자리 여행 안내서인 ‘재미있는 별자리 여행’을 펴내 베스트셀러(30만부) 작가가 됐다. 또한 1998년 한국인 최초로 ‘통일’이라는 우리말 이름의 소행성을 발견해 화제가 됐다. 아울러 1999년 국내 최초로 시민천문대(영월, 대전, 김해 등)의 기획과 기본 설계를 맡아 과학기술부 선정 ‘신지식인’으로 뽑혔다. 요즘에도 또 하나의 최초를 만들어내고 있다. 200자 원고지 1800쪽 분량의 책 ‘생활천문학’ 발간을 앞두고 있는 것. ‘생활천문학’은 그가 맨 처음 개척한 분야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그는 11년째 충남대 겸임교수로 있으면서 국내 유일의 ‘생활천문학’을 강의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다. 그는 백령도, 독도, 백두산과 한라산 등 국내는 물론 극지방의 오로라, 킬리만자로의 밤하늘 등 세계 각국을 다니면서 별을 관찰해 오고 있다. 이쯤 되면 그의 인생은 말 그대로 ‘별따라 30년’인 셈이다. 지난 27일 오후 서울 동작구 사당동에 위치한 연구실에서 이씨를 만났다. 먼저 ‘생활천문학’에 대한 얘기부터 나왔다. “대개 ‘천문학’이라고 하면 어렵게 생각하잖아요. ‘생활천문학’은 딱딱한 물리나 수학 없이 생활과 근접시켜 하늘과 우주를 이해해 보자는 것이지요. 예를 들면 하늘이 왜 파란색을 띠는지, 별은 수소이기 때문에 스스로 탄다고 해서 스타(star)라는 것, 블랙홀은 뚱뚱한 돼지의 시체라는 식으로 접근하는 것입니다. 아울러 달을 보고 시간을 계산하는 방법 등 일반인들의 눈높이에 맞춘 교육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지요.” 그가 ‘생활천문학자’로 불리는 까닭이기도 하다. 설명이 다시 이어진다. “밤하늘에 관심이 많은 아이들의 질문에 좋은 부모가 되려면 귀찮다고 아무렇게나 대답하면 안 됩니다. 부모와 함께 시골에 놀러 가면 아이들이 별을 보고 ‘별이 몇개나 돼요’라는 질문을 던지는 경우가 있지요. 그러면 부모들은 ‘아주 많아’라고 대충 넘어가려 합니다. 궁금한 아이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요. 그럴 땐 이렇게 대답해 줘야 좋습니다. ‘아빠도 세어 본 적이 없는데 우리 같이 세어볼까’라고 한 뒤 같이 누워서 별을 세어 보는 것입니다. 육안으로 셀 수 있는 반짝이는 별은 1000개가 넘지 않습니다. 그런 다음 별자리를 알고 또 별자리 지도를 그려 보는 재미를 느끼게 해주는 것이지요. ‘생활천문학’의 출발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그 다음 단계로 달이 지구의 자전을 일정하게 방해하기 때문에 하루 24시간이 유지되고 있다는 내용과 함께 음력의 시간이 정해지는 과정을 알면 더욱 흥미를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가을철 별자리는 어떻게 다가가야 할까. “가을은 천고마비의 계절이라고 하잖아요. 별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하늘 높은 곳에 살찐 말의 별자리가 있는 계절’로 번역됩니다. 가을 밤 하늘의 중앙 높은 곳에는 살찐 말의 별자리가 늠름하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거든요. 그 주인공이 바로 천마 페가수스입니다. 말이 있으면 백마탄 왕자와 공주가 있기 마련이잖아요. 그래서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페르세우스 왕자와 안드로메다 공주 두 별자리가 페가수스 자리 바로 앞에 나와 있습니다.” 이를 알면 나머지 별자리는 쉽게 찾을 수 있다고 했다. 공주와 왕자가 결혼한 뒤 맑게 갠 어느 날 사랑하는 천마 페가수스를 타고 바닷가로 놀러 간 모습을 떠올리면, 어렵지 않게 남쪽 바다에 물병자리, 물고기 자리, 고래 자리가 있음을 알게 된다는 것이다. 여름에는 견우와 직녀성이 별자리 여행의 중심축이라면 가을에는 페가수스 자리를 찾으면 즐거운 여행을 할 수 있다고 이씨는 강조한다. 아울러 추수 때가 되면 풍성한 수확의 계절을 알리는 것처럼, 은하수 역시 우리의 머리 위에서 가장 풍성하게 자리한 것을 관찰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화제를 바꿨다. 천왕성을 발견한 사람이 별에 관심이 많은 오르간 연주자였던 사실을 상기하면서 ‘통일’이란 소행성을 발견하게 된 과정을 물었다. 우주에는 행성보다 작은 소행성이 무수히 많으며 지금까지 명명된 것만 6000여개에 이른다. “1998년 9월이었지요. 날씨가 너무 좋아 얼른 비무장지대 인근의 경기도 연천으로 달려갔습니다. 조용한 시골일수록 별이 더 밝게 보이거든요. 그날 따라 유난히 반짝거리는 별 2~3개를 보게 됐습니다. 못 보던 별이었지요. 이튿날 밤 같은 시간에 다시 그곳으로 가서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며칠 후 대전에서도 똑같은 별을 발견한 뒤 자신감을 얻어 국제천문연맹(IAU)을 통해 고유번호를 받았고 나중에 ‘통일’이라는 명칭을 붙이게 됐지요.” 이전에 일본인 천문가들에 의해 발견된 ‘세종’, ‘관륵’ 등의 한국명 소행성이 있었지만 한국인이 최초로 발견한 소행성은 ‘통일’이 처음이었다. ‘통일’로 명명한 이유에 대해 그는 “휴전선 부근에서 발견한 것도 있지만 별을 바라보는 모든 사람의 생각은 똑같다는 의미에서 그렇게 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를 계기로 한국천문연구원들에 의해 ‘보현산’, ‘최무선’, ‘이천’, ‘장영실’, ‘이순지’ 등의 소행성을 잇따라 발견하게 됐다. 이씨는 어떻게 별과 인연을 맺었을까. 강원도 춘천에서 태어나 시골에서 자랄 때에는 항상 많은 별을 봤기 때문에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서울생활을 하면서 밤하늘에 별이 보이지 않자 별의 소중함을 깨닫고 별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대학 2학년 때 ‘별보는 동아리’에 가입한 뒤 한 달에 한 번씩 시골에 가서 밤하늘의 별을 보며 밤을 새웠다. 이런 과정을 대학노트에 깨알같이 적어 놨다가 책을 펴낸 것이 ‘재미있는 별자리 여행’이었고 뜻하지 않게 베스트셀러가 돼 유명해졌다. 원래 그는 대학 때 화학을 전공했고 도시행정으로 석사과정을 마쳤다. 하지만 별의 대중화에 앞장서기 위해 박사과정은 전공을 바꿔 천문학을 공부했다. “요즘 성폭행이며 묻지마 범죄 같은 각종 사건이 생기고 있잖아요. 그런데 천문대 주변에서 사건이 생겼다는 얘기는 못 들어 보셨을 겁니다. 그것은 별을 바라보는 천문대에는 정서적으로 꿈과 낭만이 있기 때문입니다.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별을 보게 하고 별 이야기를 들려준다면 정서적으로 안정이 되고 분명 더 좋은 꿈을 이룰 것입니다. 아버지와 아들, 별 이야기만큼 세대를 뛰어넘는 것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사람은 별의 부스러기’라고 표현했다. 별에서 뻥 터져나온 물질이 지구가 됐고 인간은 그런 지구에서 태어났기 때문이란다. 그러니 별을 조금이라도 안다면 아무리 ‘웬수 같은’ 사람이라도 본질적으로 사랑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또한 별은 자신에게 변치 않는 믿음이요 사랑이라고 강조한다. 언제 어디에 가든 항상 그 자리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인터뷰를 마치고 연구소를 나서면서 ‘어린 왕자’의 대목이 새삼 떠올랐다. 선임기자 km@seoul.co.kr ■ 이태형 박사는 ‘재미있는 별자리 여행’ 베스트셀러 저자… 시민천문대 기획 신지식인에 1964년 강원도 춘천에서 태어났다. 서울대 화학과에 입학한 뒤 동아리 ‘아마추어 천문학회’에 가입해 과학캠프에서 초등학생을 상대로 별에 대해 상담을 해주었다. 대학 3학년 때에는 ‘전국 대학생 아마추어천문회’ 회장을 맡아 여러 행사를 주도했다. 대학 졸업 후 동대학 환경대학원에서 도시행정을 전공했고 경희대 우주과학과에서 천문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1998년 한국인 최초로 소행성 ‘통일’을 발견했으며 1999년 국내 처음으로 시민천문대(영월, 대전, 김해)를 기획해 과학기술부 신지식인으로 선정됐다. 사단법인 한국아마추어천문학회장(2001~2005)과 대전시민천문대장(2001)을 지냈다. 과학기술부 차세대 교과서 집필위원(고등학교 지구과학, 2004~2006), 교육과학기술부 교육과정 심의위원(지구과학, 2005~2008) 등을 지냈다. 지난해 조선시대 화가 신윤복의 월하정인 제작일자를 고증했으며 지금은 천문우주기획 대표이사, 충남대학교 천문우주과학과 겸임교수로 있다. 주요 저서로는 ‘재미있는 별자리 여행’(1989, 김영사), ‘별밤 365일’(1990, 현암사), ‘쉽게 찾는 우리 별자리’(1993, 현암사), ‘YTN 사이언스플러스 어린이우주백과 10권’(2005, 리틀어문각), ‘별난 선생님이 들려주는 우주견문록’(2009, 사이언스주니어) 등이 있다.
  • [23일 TV 하이라이트]

    ●현장르포 동행(KBS1 밤 11시 40분) 세 살 지현이와 8개월 된 현지를 두고 집을 나온 지 3개월. 눈 질끈 감고 잊어버리면 그만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스물세 살의 엄마 정미씨는 몸이 고될수록 아이들이 눈에 밟힌다. 엄마가 떠난 뒤 보호시설에 맡겨진 아이들. 정미씨는 폭염의 날씨에 전단지를 돌리고, 힘든 식당 서빙을 하면서도 늘 두 아이 생각뿐이다. ●쿵푸 공룡수호대(KBS2 오후 3시 35분) 제트는 수호대들과 삼엽충 놀이를 하다 자신의 몸에서 악취가 난다는 걸 알게 된다. 다른 수호대원들이 매우 괴로워하자 우디는 냄새 전문 의사에게 제트를 데려가고, 제트는 보정 기구를 장착하게 된다. 그러던 중 보정 기구 덕분에 팔을 움직일 수 없는 상태에서 메갈로모어 산에 스코 일당이 나타난다. ●스탠바이(MBC 밤 7시 45분) 정우가 시완을 나무란 후 시완의 책과 옷가지들이 없어진다. 식구들은 정우 때문에 시완이가 가출했다며 정우를 몰아세우지만 곧 집에 있는 시완이를 발견한다. 한편 기우는 석진이 빈정거리며 한 말과 똑같은 말을 수현에게 듣게 되자 화가 나 자리를 박차고 나간다. 오해를 한 수현은 지금껏 기우를 잘못 봤다며 유치한 복수를 시작한다.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일이(SBS 밤 8시 50분)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매일 반복되는 의문의 도난 사건을 풀기 위해 제작진이 찾아갔다. 유일하게 범인이 노리는 것은 반짝반짝하고, 화려의 극치를 달리는 신상 패션 아이템들이었다. 그런데 범인은 바로 한 지붕 아래에서 살고 있는 남편이었다. 아내의 옷이며 액세서리를 계속 탐낸다고 하는데…. ●달라졌어요(EBS 밤 7시 35분) 학습지 교사를 하며 악착같이 살아가는 아내. 가정을 위해 새벽부터 운전 일을 하며 성실히 일하는 남편. 딸은 어려운 형편 속에서도 대학 작곡과에 진학해 꿈을 키우고 있고, 아들은 특목고에 재학 중이다. 겉보기엔 남부러울 것 없는 가족이지만 이들에게는 말 못할 사연이 숨어 있다. 과연 이 가족들은 행복해질 수 있을까. ●올리브(OBS 밤 11시 5분) 뮤지컬의 여왕 전수경과 함께 담석증에 대해 알아보고 검진을 진행한다. 이미 담석 진단을 받고 시간이 몇 년이 흐른 만큼 그는 현재 담석의 진행 상태에 대해 초조함을 감추지 못한다. 담석 진단 이후 과연 그의 건강은 안전할까. 뮤지컬 배우 전수경의 열정적인 삶과 남자 친구와의 따뜻한 사랑 이야기도 들어본다.
  •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촉법소년/김산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촉법소년/김산

    꼬마 자동차 붕붕을 훔쳐 타고 읍내를 질주합니다. 꽃향기를 맡으면 힘이 솟는다고 했지만 죄다 거짓부렁. 꼬마 자동차 붕붕을 질질 끌며 소년은 신작로를 새로 만듭니다. 당신은 전진하고 당신은 따라오고 당신은 넘어지고 당신은 융기합니다. 저수지 숲속에는 밧줄을 맨 나무 교수대들이 엄마엄마 울고. 공중에는 까마귀가 까치까치 웃고. 천둥과 번개가 소년을 심문하고. 장대비와 먹장구름이 소년을 구금합니다. 반짝 해가 뜨고 소년은 만기출소합니다. 터번을 휘감고 양탄자를 탄 소년이 읍내를 질주합니다. 죽은 엄마를 찾아 시장을 지나 들판을 날아 다닙니다. 소년은 크레파스를 들고 크레바스의 품으로 추락합니다. 안녕 안녕 얼음의 입구가 따뜻합니다.
  • [열린세상] 말은 마음의 거울이다/문흥술 서울여대 교수·문학평론가

    [열린세상] 말은 마음의 거울이다/문흥술 서울여대 교수·문학평론가

    딸을 키우는 아버지로서, 대학에서 여학생을 가르치는 선생으로서 요즘처럼 참담할 때가 없다. 국민의 대표로 높으나 높은 자리에 있으면서 공개 석상에서 서슴지 않고 여성을 비하하는 욕설을 하고, 문제가 되자 말도 안 되는 변명을 늘어놓는 ‘분’. 그런 ‘분’을 두둔하는 또 다른 높으신 ‘분’들. 나아가 이 사태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는 여성 지도자라 자처하는 ‘분’들. 가관이 아닐 수 없다. 여름 방학을 시작할 때마다 제자들에게, 여름에 피서 가지 말고 도서관에 틀어박혀 열심히 책 읽으면서, 어떻게 하면 사회에 나가 옳고 그름을 분명히 구분할 수 있는 비판적 지식인이 될 수 있을지를 고민하라고 늘 말한다. 그러면서 2학기 개강할 때 시커멓게 탄 모습으로 나타나면 피서 간 것으로 생각하고 엄청난 과제를 낼 테니 각오하라고 엄포를 놓는다. 그러면 학생들은 눈빛을 반짝이면서 큰 소리로 ‘예’하고 답한다. 나는 흐뭇한 마음으로 그렇게 1학기를 끝낸다. 그런데 이제 그런 엄포도 놓지 말아야 할 듯하다. 앞서 언급한 그런 높으신 ‘분’들이 한국 사회의 지도자로 있는 한, 제자들이 열심히 공부해서 사회에 나간다 한들 욕먹는 여성밖에 더 되겠는가. 박완서의 소설 ‘친절한 복희씨’에는, 반신불수가 된 상태에서도 자신의 성욕을 채우려고 할머니를 무던히도 괴롭히는 추악한 할아버지가 등장한다. 그런 할아버지 밑에서 평생 고통스럽게 살아온 할머니는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마지막 버팀목으로 늘 비상약을 품고 있다. 남성의 폭력에 전면적으로 노출된 여성이 비상약으로 자신을 보호할 수밖에 없는 극한 상황이 소설에서나 일어나면 좋으련만, 이번 일을 보면서 현실에서도 그런 상황이 충분히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여성에게 욕을 하고, 또 그런 행위를 두둔하는 이들의 행동의 이면에는 남성중심주의에 침윤된 무의식이 강하게 작동하고 있다. 지난 시절만 하더라도 한국 사회에서 여성은 남성 중심의 사회를 번영시키는 데 필요한 도구처럼 여겨져 왔다. 여성 직원에게 커피를 타게 하는 일, 회식 자리에서 술 시중을 들게 하는 일 등과 같이 여성을 폄훼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난 것도 다 남성 중심의 사고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21세기 선진 한국 사회에서 여성을 남성의 도구로 보는 시선은 많이 사라져 가고 있다. 여성은 집에서 밥하고 빨래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지금 과연 몇이나 되겠는가. 여성과 남성의 사회적 역할에 따른 성 차별은 더는 한국 사회에서 통용되지 않는다. 여성과 남성 모두 고귀한 인간 존재로 존중받으면서 각자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열린 장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인식이 우리 사회에 널리 퍼져 있다. 그런 인식 덕분에 오늘날 사회 각 분야에서 여성은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하면서 한국 사회를 이끌어갈 선두 주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사회적 분위기가 이러한데도 불구하고, 어찌하여 사회 지도층에 있는 사람들은 이 분위기를 역행하는 것일까. 혹시나 이 사람들은 우리 사회의 올바른 변화를 전혀 감지하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오정희의 소설 ‘옛우물’을 보면, 여성으로서의 어머니는 모든 생명체의 근원이자 탄생의 신비로움과 부활의 풍요로움을 지닌 위대한 존재로 규정되고 있다. 그렇지 않은가. 우리 모두 어머니 뱃속에서 생명을 부여받은 존재가 아닌가. 폭염으로 정신마저 혼미해지는 이번 여름, 졸업을 앞둔 제자 두 명으로부터 메일을 받았다. 한 명은 교사가 되려고 도서관에 틀어박혀 시험 준비를 하고 있고, 다른 한 명은 12월의 신춘문예를 위해 집에서 밤 새워 소설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두 학생 모두 자신이 꿈꾸는 바를 이루고자 청춘의 끓는 피를 공부와 습작에 쏟아붓는 것이다. 이들의 열정과 노력이 뿌린 만큼 열매를 맺을 수 있는 사회야말로 21세기 한국이 나아가야 할 올바른 방향이다. 말은 마음의 거울이다. 여성을 폄하하는 말이 횡행하는 사태를 지켜보면서, 진정으로 뜯어고쳐야 할 것이 너무 많은 듯해 심히 개탄스럽다.
  • 꼴찌 김수지 4년 뒤엔 금빛 입수

    꼴찌 김수지 4년 뒤엔 금빛 입수

    “다이빙을 하는 매 순간이 무섭다.”던 키 149㎝의 가냘픈 소녀가 10m 높이의 다이빙대에 올랐다. 파란 눈의 외국인 관중들이 부담스러울 법도 하지만 그녀는 거침없이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런던올림픽에 출전한 한국선수단에서 가장 나이가 어린 김수지(14·천상중)가 9일 다이빙 여자 10m 플랫폼 예선전을 마쳤다. 결과는 215.75점으로 출전 선수 26명 가운데 최하위. 예선 1위인 천뤄린(중국·392.35점)에 176.60점이나 뒤질 만큼 세계무대의 벽은 높았다. 그러나 김수지는 5차례 시기를 모두 끝내며 “후회하지 않는 시합을 하겠다.”던 자신과의 약속을 지켰다. 김수지가 다이빙을 처음 시작한 건 초등학교 1학년 때. 수영을 배우러 갔다가 ‘멋있어 보여서’ 그만 뛰어들었다. 2011 전국소년체전에서 다이빙 종목 3관왕을 거머쥐며 가능성을 보인 김수지는 지난해 11월 13세 어린 나이에 국가대표에 ‘깜짝 발탁’됐다. 지난 2월에는 런던에서 열린 국제수영연맹(FINA) 다이빙 월드컵에서 플레이오프까지 가는 접전 끝에 올림픽 진출권을 거머쥐었다. 김수지는 런던으로 떠나기 전 “서양 사람들과 대화를 한 번 해보고 싶다.”는 다소 엉뚱한 목표를 밝혔다. “키 크고 눈이 파란 사람이 너무 신기하다.”는 게 이유였다. 런던에 가면 꼭 놀이공원을 가고 싶다는 소녀다운 계획도 세웠다. 김수지는 “런던 놀이공원에는 한국보다 더 무섭고 스릴 넘치는 기구가 많다고 들었다. 한국 놀이동산이랑 많이 달라 무척 기대된다.”며 눈을 반짝였다. 꿈 많고 감수성이 풍부한 건 여느 또래들과 같지만 태극마크를 단 김수지는 올림픽을 위해 강행군을 거듭했다. 새벽 5시 20분에 일어나 밤 10시에 잠이 들 때까지 하루 종일 물에 뛰어들었다. 고된 훈련을 묵묵히 소화할 수 있었던 건 자신을 지켜보는 가족 때문이었다. 김수지는 “국가대표가 되자 무뚝뚝한 아빠 얼굴에 미소가 가득 넘쳐흘렀다.”면서 “두 오빠들도 ‘우리 수지가 올림픽에 나가게 돼 너무 좋다’고 얘기하더라.”고 전했다. 김수지는 15세 나이로 2004아테네올림픽에 출전한 박태환보다 어린 ‘유망주’다. 조성원 다이빙 대표팀 코치도 “기술 습득 속도도 빠르고 나이에 비해 굉장히 승부욕이 강하다.”면서 무궁무진한 발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김수지에게 이번 올림픽은 ‘연습’이다. 4년 뒤 리우올림픽에서는 부쩍 성장한 김수지의 ‘금빛 다이빙’을 볼 수 있지 않을까. 맹수열기자 guns@seoul.co.kr
  • 누구나 외로운 ‘투명인간’이다

    누구나 외로운 ‘투명인간’이다

    전시장에 척 들어서면 적막하다. 그래서 좀 안 어울려보이기도 한다. 카메라를 움켜쥔 연인, 가족 단위 나들이객들이 북적대는 곳이니 말이다. 거꾸로 그렇기에 외롭고 힘들어 하는 작품들에게 ‘투명 인간’(Invisible Man)이란 제목을 붙여둔 것이 잘 어울려 보이기도 한다. 23일까지 경기 파주 헤이리 갤러리이레에서 열리는 최태훈(47) 개인전은 그런 느낌이다. 조각으로 표현한 인물은 정말 투명인간이다. 사람은 싹 지워졌고 후드티, 바지, 신발로만 묘사되어 있다. 존재감은 인물 안에 숨겨진, 명멸하는 불빛으로 대체됐다. 후드티와 바지는 워낙 오래 입어서 닳아버린 듯 빛이 반짝일 때마다 옷 위로 떠올랐다 사라진다. 분명 스테인리스스틸이 재료인데 직조물의 느낌을 내준다. 전시는 1층에서 3층까지 이어졌는데 층을 밟아 올라갈수록 위안을 찾아 헤매는 모습, 그리고 마침내 스테인리스스틸 옷을 다 벗어던지고 이불을 뒤집어 쓰고 누운 모습으로 끝맺었다. 이게 부검을 앞둔 변사체의 모습인지, 자포자기의 몸부림인지, 피로를 풀기 위한 깊은 잠인지는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겠다.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언제나 열심이지만 결국 겉도는 게 우리의 인생 아닌가라는 생각에서 만들었다는게 작가의 말이다. 너무 우울해할 필요는 없다. 전시는 연극적으로 구성되어 있어 한편의 심리드라마 같아서다. 다시 문을 열고 나와 헤이리 길을 걸으면 더 큰 삶의 기쁨을 맛볼는지 모른다. (031)941-4115.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사설] 농어촌·쪽방촌 폭염대책 있긴 한가

    20여일째 이어진 폭염에다 열대야 장기화로 인명 피해와 가축들의 폐사가 잇따르고 있다. 전국 응급의료기관들의 집계를 보면 폭염이 시작된 지난달 21일 이후 어제까지 열사·일사 등 온열 질환자가 800여명에 이르고 사망자도 20명 가까이 된다. 피해자는 주로 60대 이상 노인들이라고 한다. 축산농가의 피해도 적지 않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어제 닭·오리·돼지 등 83만 마리가 폐사했다고 밝혔다. 일부 바다양식장도 적조현상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그런데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이 쏟아내는 보상 및 예방책들은 임시변통에다 주먹구구 수준을 못 벗어나 그 실효성이 의문시되고 있다. 지자체들은 폭염 피해가 확산되자 독거노인 등 취약계층을 위해 주거지 방문·전화 도우미를 활용한다고 앞다퉈 발표했다. 또 경로당·관공서 등을 ‘무더위 쉼터’로 운영하고 경로당에 매월 전기료 5만원을 지원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큰 피해가 예상되고 정작 도움이 필요한 쪽방촌 노인들에게는 있으나마나한 대책일 뿐이다. 더구나 거동이 불편해 경로당 등을 이용할 수 없는 노인들은 지원 사각지대에 방치된 것이나 다름없다. 보상책도 구체적이지 않아 피해 농민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실정이다. 피해조사를 위해 현장에 나온 공무원들은 농민들에게 “안타깝다.”는 말로 때운다고 한다. 정부의 폐사 가축피해 집계도 하루 만에 42만 마리에서 83만 마리로 오락가락하며 종잡지 못하고 있다. 피해 현황조차 정확히 모르는데 제대로 된 대책을 기대하긴 어렵다. 예상치 못한 장기 폭염이란 점을 고려하더라도 대응 수준이 이렇듯 허둥지둥해서는 안 된다. 119만명에 이르는 독거노인들을 비롯한 여러 취약계층에게 각종 천재지변에 대처할 맞춤형 보호시스템을 갖춰 놓아야 한다. 농어가의 폭염재해 보상도 더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 시·군·구당 피해규모가 3억원 이상이면 정부가, 그 미만이면 지자체가 지원한다지만 피해 기준 때문에 보상·보험에서 제외되는 농어가를 배려해야 한다. 일이 터진 뒤 반짝 대책을 남발할 게 아니라 상황별로 구체적이고 실효적인 매뉴얼을 짜놓기 바란다.
  • [런던통신] 런던 시장, 비치발리볼 선수보고 수달이라고?

    [런던통신] 런던 시장, 비치발리볼 선수보고 수달이라고?

    최근 런던올림픽과 함께 연일 런던 시장 보리스 존슨(48)의 말과 행동이 화제다. 지난 1일(현지시간) 존슨 시장은 올림픽 주경기장 근처에서 영국 국기를 흔들며 와이어를 타고 내려오다 문제가 발생해 10분간 대롱대롱 매달려있기도 했다. 이에 대해 신문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한동안 패러디가 유행할 정도였다. 와이어에 매달리기 바로 전 날에도 존슨 시장은 올림픽 최고 인기종목 중 하나인 비치발리볼 경기장에 깜짝 등장했다. 비치발리볼의 인기 요인은 분명 선수들의 반쯤 벗은 의상 때문. 그리고 어김없이 존슨 시장은 가족들과 함께 하는 관람에도 불구하고 ‘남자다운’ 자연스러운 행동을 보였다. 바로 비치발리볼 남자팀과 여자팀 경기 때 보여준 정 반대의 모습 때문. 남자팀 경기에서는 등을 뒤로 기댄 채 하품하며 시간을 견디다, 여자팀의 순서 때는 어깨가 앞으로 쭉 나오고, 눈은 크게 커지고, 급기야 휴대전화로 여자 선수들의 사진을 담기 시작한 것. 이 사진들은 고스란히 런던의 무가지신문 ‘이브닝스탠다드’에 소개됐다. 그는 ‘반쯤 벗은’ 여자 비치발리볼 선수들을 ‘반짝반짝 빛나는 수달’(glistening otters)이라고 묘사했다. 영국 내에서는 이번 올림픽을 계기로 그의 지지도가 높아져 차기 총리 추대설 까지 거론될 만큼 또 다른 런던 올림픽의 스타로 떠오르고 있다. 윤정은 런던 통신원 yje07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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