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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영화] 해피피트

    먼저 팝 뮤지컬 애니메이션 ‘해피피트’의 귀여운 포스터에 속지말 것. 탭댄스를 추는 별난 펭귄 멈블의 모험과 시련을 그린 이 영화는 겉보기와 달리 환경보호라는 묵직한 주제 의식을 담고 있다. 신나는 노래와 화려하고 속도감 있는 영상으로 도배된 초반을 넘어가면서 대다수 아이들은 집중력을 잃고 몸을 배배 꼬기 십상이다. 전체 관람가이지만 초등학생 이상 정도 돼야 영화의 재미와 의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겠다. 노래로 구애를 하는 남극 황제펭귄 왕국에 사는 멈블은 타고난 음치. 부화할 때 발이 먼저 나온 데서 알 수 있듯이 그는 감정을 춤으로 표현하는 특별한 재주를 가졌지만 다른 펭귄들은 그를 ‘대재앙’이라며 혀를 끌끌 찬다.‘다름’은 곧 ‘왕따’를 의미하는 것. 원로들은 탭댄스를 추는 그를 못마땅하게 여긴다. 가뜩이나 (물고기가 줄어들어)경제가 어려운데 사회질서를 흐린다는 이유로 그를 추방한다. 쫓겨난 멈블은 이웃 왕국 펭귄 친구들과 물고기가 줄어드는 이유를 찾아 길을 떠난다. 물고기를 싹쓸이하는 원양어선을 쫓아 인간세상으로 오게 된 멈블은 수족관 신세가 된다. 배불리 먹지만 활력을 잃은 멈블은 어느날 자신을 보는 꼬마 앞에서 특유의 탭댄스를 펼친다. 멈블은 곧 화제가 되고 인간들에 의해 고향으로 돌아오게 된다. 등 뒤에 추적장치를 달고서. 그는 물고기를 돌아오게 하려면 춤을 춰야 한다고 설득한다. 환경 보호대가 도착하고 펭귄들은 화려한 군무를 펼친다. 춤은 소통이다. 교감을 이룬 인간들은 탭댄스를 추는 이 별난 펭귄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을 시작한다. ‘미운 오리새끼’에 비견되는 멈블의 성장 영화라 할 수 있는 이 작품은 생각할 거리를 많이 준다. 개인의 독특한 개성은 위기에 빠진 전체를 구할 수 있는 가치있는 대상이라는 것과 족쇄가 채워진 독수리, 비닐 캔 패키지가 목에 걸린 펭귄의 모습을 통해 환경파괴를 일삼는 인간들에 대한 따끔한 경고도 담고 있다. 또한 보수적인 원로들과 젊은 펭귄들의 갈등은 인간사회의 복사판이다. 무엇보다 할리우드의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직접 부른 노래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 팝 뮤지컬 애니메이션을 표방한 작품답게 유명한 팝 명곡들이 전편에 흘러 넘친다. 브로드웨이 무대도 장악한 ‘엑스맨’의 휴 잭맨,‘물랭루즈’에서 가창력을 뽐냈던 니콜 키드먼, 가수 겸업 활동을 하고 있는 브리트니 머피,1인 3역을 소화한 로빈 윌리엄스,‘반지의 제왕’의 프로도 엘리야 우드 등이 목소리 연기뿐 아니라 뛰어난 노래 실력도 발휘했다. 다양한 장르의 노래들이 재치있게 개사돼 가사를 새롭게 음미하는 맛까지 준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패션 단신] 발리 연말 여성 선물세트 제안

    발리가 연말연시를 맞아 여성을 위한 선물 세트를 제안한다. 최고급 송아지 가죽으로 만든 은은한 보라색의 반지갑은 아담하지만 넉넉한 카드 포켓으로 실용적이다. 진한 초콜릿 색의 부드러운 양가죽 장갑은 송치 소재를 가미해 고급스러움을 더했으며 손목 부분을 퍼플 컬러로 마무리하여 감각을 높였다. (02)3718-2203.
  • ‘영화같은 드라마’ 새해 안방 접수

    2007년에는 영화처럼 다양한 볼거리와 탄탄한 시나리오로 무장한 TV 드라마가 안방을 찾아 온다. 영화 시나리오를 작업하던 초특급 작가들은 물론 뛰어난 연출가, 배용준·문소리·설경구 등 영화에서만 볼 수 있었던 배우들까지 드라마에 출연한다. 우선 드라마 `장미와 콩나물´, 영화 `국경의 남쪽´ 등을 연출한 안판석 PD가 ‘하얀 거탑’을 들고 온다. 이어 `여명의 눈동자´,`모래시계’로 한국 드라마의 새 장을 열었던 김종학 PD와 송지나 작가가 함께하는 ‘태왕사신기’도 탄탄한 구성과 뛰어난 영상미로 안방 시장을 노크한다. `실미도´,`공공의 적´ 등의 시나리오를 썼던 김희재와 `올드보이’의 황윤조,`주먹이 운다’의 전철홍 작가가 함께하는 ‘에이전트 제로’는 벌써부터 주목을 받고 있다. 이렇게 영화에서 뛰어난 실력을 보였던 작가들과 연출자들이 대거 등장하며 드라마의 내용도 다양해졌다. 일본 야마자키 도요코의 소설을 드라마로 만든 ‘하얀 거탑’은 한 천재 의사의 야망과 사랑을 그린 본격 메디컬 드라마이다. 자문단을 실제 의사들로 구성해 수술도구 등 아주 세밀한 부분까지 챙겨 보다 사실적인 화면을 제공한다. 또 국내에선 최초로 병원 세트장을 만들어 실감나는 수술장면 등을 보여준다.MBC를 통해 오는 1월6일부터 방송 예정이다. 태왕사신기는 한류스타 배용준이 출연해 화제를 모았던 드라마로 `주몽´의 열풍을 이어갈 것으로 기대된다. 고구려 광개토대왕의 사랑과 인생 역정을 담은 판타지물로 TV판 ‘반지의 제왕’이다. 화려한 컴퓨터그래픽(CG)은 물론 배용준이 마치 ‘반지의 제왕’의 간달프처럼 백발에 지팡이를 드는 등 분장도 볼거리를 제공한다. 또한 한국판 CSI를 표방하는 과학범죄수사물 ‘에이전트 제로’도 내년의 기대주이다.24부작이면서 편당 60분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드라마에는 설경구와 차인표, 손예진 등 연기파 배우가 대거 포진해 있어 벌써부터 시청자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고 있다. 내년 상반기에 방영을 목표로 제작중이다. 허영만의 만화를 드라마화한 ‘식객’도 일찌감치 김래원과 서지혜를 주연으로 확정했다. 스크린에서 만날 수 있는 배우들과 재미난 소재의 드라마로 내년 안방극장은 한층 더 풍성해질 전망이다.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英 매춘여성들 연쇄피살 공포

    英 매춘여성들 연쇄피살 공포

    한국의 화성 연쇄살인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영국판 ‘살인의 추억’으로 ‘신사의 나라’가 발칵 뒤집혔다. 살인무대인 인구 12만명의 작은 항구도시인 영국 서퍽주의 입스위치는 공포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희생자가 늘어나면서 1888년 런던의 밤거리를 공포로 몰아 넣은 전설적인 살인마 ‘잭 더 리퍼’가 부활했다는 소문까지 일고 있다. 리퍼는 당시 런던에서 최소 6명의 매춘 여성을 잔인하게 살해, 영국 최초의 연쇄살인범으로 기록됐지만 붙잡히지는 않았다. 경찰 당국은 12일(현지시간) 실종 신고가 접수된 2명의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고 발표했다. 지난 2일부터 불과 열흘 사이에 5명이 살해됐다. 용의자에 대한 작은 단서조차도 없어 두려움이 확산되고 있다. 영국 인디펜던트, 더 선,BBC 등 언론들은 일제히 ‘얼마나 더(How many more?)’라며 사건을 ‘대중에 대한 테러’로 규정했다. 희생자들의 공통점은 거리에 나와 성매매를 하던 미모의 젊은 여성이라는 점. 또 모두 옷이 벗겨진 채 발견됐지만 성폭력 흔적은 없었다. 서퍽주 경찰국 스튜어트 걸 경무관은 “1명 혹은 그 이상의 동일범 소행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지난 2일 젬마 애덤스를 시작으로 입스위치 A14번 도로를 따라 연이어 시신들이 발견되고 있다.10일 발견된 세번째 희생자는 부검 결과, 목이 졸려 숨진 것으로 나타났다. 다섯번째 희생자인 폴라 클레넬은 지난 5일 TV에 출연,“위험해도 (생계를 위해) 거리로 돌아가야 한다.”고 인터뷰를 했지만 끝내 살해됐다. 심리학자인 윌슨 박사는 “범인이 크리스마스 파티를 하는 기분으로 살인을 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현재 정황으로 볼 때 붙잡히기 전까지는 결코 살인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맨체스터 메트로폴리탄대학 마이크 베리 교수는 “범인이 희생자들의 옷을 벗긴 것은 DNA 검사를 걱정했거나, 혹은 살인을 축하한 의식으로 보인다.”면서 “희생자들의 반지와 귀고리를 기념품처럼 보관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경찰 당국은 여성들에게 홀로 외출하지 말 것을 권고하고 나섰다. 영국에서는 1970년대에도 13명의 성매매 여성이 잇달아 살해되는 사건이 있었고 당시 주범은 검거됐었다. 안동환기자 sunstory@seoul.co.kr
  • 에피소드 광고 “눈에 쏙”

    에피소드 광고 “눈에 쏙”

    일상생활의 에피소드를 모은 광고가 요즘 많이 나오고 있다. 이런 광고는 여러가지 짧은 상황을 연이어 보여줘 궁금증을 극대화한 다음 광고 후반부에 메시지를 전달하는 형식이다. 에피소드 광고는 종전의 ‘옴니버스’ 형식의 광고와는 좀 다르다. 옴니버스는 대형 브랜드들이 주축이 된 광고다. 삼성전자 애니콜의 경우 에릭·문근영·권상우가 등장하는 30초짜리 광고물 3편을 연이어 방송하는 형식이다. 반면 에피소드 광고는 15∼20초에 여러가지 상황들을 한꺼번에 보여준다. 빠른 리듬으로 주목도가 높은 것이 특징. 감각적인 영상미와 유머가 있는 에피소드 광고의 대표적 사례는 신일건설의 아파트 브랜드 해피트리이다. 신일건설 해피트리는 ‘광고계의 전쟁터’ 아파트 광고에서 이런 형식을 처음 도입해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광고는 전망대 위에서 전망은 보지 않고 반대쪽을 바라보는 모습, 근육질의 남성 누드모델을 데생 중인 여대생들이 순간 다른 쪽으로 고개를 돌리는 장면, 관제탑의 신호를 기다리던 조종사들이 다른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모습, 곤히 자던 강아지가 갑자기 귀를 쫑긋 세우는 모습 등의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먼저 소개했다. 메인 모델인 최지우씨가 나중에 나온다. 광고 내용은 일반적으로 볼 수도, 들을 수도 없다고 생각하는 ‘행복’이 실제로 보이고 들리는 것 같은 에피소드를 나열한 형식이다. 적절한 반전을 이용해 흥미를 이끌어내면서 해피트리는 행복이 사는 아파트라는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KTF 아이러브요금제와 하이트 광고도 에피소드 광고이다. 하이트는 남자친구의 청혼반지 케이스를 닫는 등의 여러가지 ‘닫는’ 상황을 보여 준 뒤 ‘열어라!’는 카피와 맥주병이 열리는 모습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KTF 아이러브요금제는 코믹한 에피소드로 공감을 이끌어 낸 사례이다. 하루 종일 아이를 졸졸 따라다니는 아빠의 코믹한 상황들을 그려내며 소비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고 있다. 삼성카드는 이나영씨과 장동건씨를 앞세워 분할된 화면 안에서 해외여행, 주말 외식 등 카드를 통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여러가지 에피소드를 보여 준다. 휴대전화 SKY의 ‘개성’편 광고 역시 최근의 에피소드를 모은 사례이다. 여고생들, 결혼식장의 하객들, 건달들이 모두 사진을 찍을 때 똑같이 ‘V’자로 자세를 취하는 사례를 연달아 보여준 다음 ‘개성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조동율 제일기획 CS 6팀 국장은 “빅 모델에 의존하지 않고 참신하고 기발한 상황 설정과 깜짝 반전 등을 통해 기업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에피소드 광고는 소비자의 인지도를 높인다.”며 “비용을 감안한 효과도 좋은 광고 형태”라고 말했다. 이기철기자 chuli@seoul.co.kr
  • [주말탐방] 세밑 녹이는 구세군 3인

    [주말탐방] 세밑 녹이는 구세군 3인

    ‘땡그렁∼, 땡그렁∼’8일 밤 서울 명동 거리에 은은한 종소리가 울려퍼지자 팔짱을 낀 커플이 자선냄비 앞에 발길을 멈췄다. 남녀는 약속이나 한 듯 동시에 지갑을 꺼내 들었다. 자신들의 행복을 어려운 이웃들에게 나눠주고 싶었을까. 자선냄비로 향하는 그들의 아름다운 손길은 차가운 겨울바람을 녹이기에 충분했다.2006년 겨울. 차가운 잿빛 도심에 올해도 어김없이 붉은 자선냄비가 등장해 거리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바쁜 일상에 주위를 둘러보지 못했던 각박한 도시민들의 마음을 열게 만든다. 매서운 추위를 훈훈하게 만드는 아름다운 종소리. 빨간 사랑을 전하는 구세군의 세계를 들여다봤다. # 31년째 종소리를 울리는 양웅철(75)옹 “춥긴요, 더운데요?” 찬바람이 계단을 타고 밀려 들어오는 서울 영등포역 지하 대합실.31년째 겨울마다 종을 울리는 양씨는 코트도 걸치지 않은채 짙푸른 제복만 입고 있었다. 춥지 않으냐는 질문에 손사래를 치며 “예나 지금이나 여기 서있으면 마음이 따뜻해진다.”며 활짝 웃었다. 그는 “경제가 나빠지면 사람들 마음마저 각박해진다고 하는데, 자선냄비에 대한 관심은 오히려 나날이 늘어가는 것 같다.”면서 “어제는 한 남자분이 300만원이 든 봉투를 넣고 갔다.”고 말했다. 사실 그에게는 300만원이나 3000원이나 금액 상관없이 똑같이 소중하다.10년 전 시각장애인이 손에 쥐어주었던 돈처럼. “먼 발치에서 ‘여기 자선냄비 어딨냐.’고 소리를 치고 있더군요.‘저 여기있습니다.’라면서 다가갔더니 주머니에서 3000원을 꺼내 ‘이것 좀 냄비에 넣어달라.’고 하더라고요.” 머리에 과일 바구니를 이고 ‘앞주머니에서 돈을 꺼내가라.’던 과일행상 아주머니, 크리스마스에 아이들 주려 샀다는 케이크를 냄비 옆에 놓고 가던 아저씨도 있었다.30년동안 직장 생활을 하면서 틈틈이 자선냄비 앞으로 나오고, 퇴직을 한 뒤 다시 구세군 모자를 쓴 것도 그 ‘꼬깃꼬깃한 돈’ 때문이었을 게다. 그는 사람들의 훈훈한 마음은 여전하다고 한다. 살기가 좋아졌기 때문인지, 냄비쪽으로 와 ‘이거 날 달라.’며 떼쓰는 사람들이 없어졌을 뿐이다. 적으나마 자선냄비에 모금액을 넣는 사람은 오히려 늘고 있다고 느낀다. “어떤 분들은 적은 돈을 넣으면서 미안한 표정을 짓기도 하지만 돈의 많고 적음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관심이 점점 늘고있다는 게 중요한 거죠.” 그의 곁에는 빨간 자선냄비와 함께 버스 무인요금 계산기를 변형시킨 ‘디지털 자선냄비’가 있다. 현금을 가지고 다니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 최근 새로 나온 자선냄비를 보며 흐뭇한 표정을 짓는다. 그는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평생 여기 서있겠다.”며 환하게 웃었다. # 연봉 4000만원 접고 구세군된 김기석(33)씨 “연봉이 딱 4분의1로 줄었지만 직장다닐 때 느끼지 못했던 기쁨이 있어 행복합니다.” 김 사관후보생은 지난해만 해도 한해 4000만원을 버는 촉망받는 대기업 사원이었다.‘배고파도 의미있는 일을 하면서 살겠다.’는 결심에 구세군의 길로 들어섰다.“허름한 옷차림의 할아버지가 주머니에 구겨넣은 돈을 통째로 털어 냄비에 넣었습니다. 그러더니 폐지가 잔뜩 쌓여있는 리어커를 끌고 가는 거예요. 그게 아마 저녁 값이었을 텐데….” 명동 한복판에서 마이크를 쥐고 진지하게 모금을 하는 젊은 구세군도 그럴 때면 ‘울컥’한다고 한다.“직장인일 때는 노숙자도 이해할 수 없었는데 이제는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는 그는 “밑바닥 사람들에게 중요한 것은 희망인데 우리는 그것을 주고 싶은 것”이라고 말했다. 신세대 구세군답게 그는 모금에 적극적이다.‘오른손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가르침보다는 더 많이 알려 더 많은 사람들을 도와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왜 여름에는 자선냄비가 나오지 않느냐, 연초에도 구세군이 나와있으면 신년 분위기가 더 좋지 않겠느냐는 주변 사람들의 얘기를 귀 기울여 들어요. 기본을 지키되 시대의 흐름에 맞게 모금 형태는 다양화해야겠죠.”그러나 그는 무엇보다도 기본을 지키는 구세군이 되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소외되고 경쟁에서 뒤처지는 사람들을 위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면서 “세월이 아무리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것은 자선냄비가 밑바닥 사람들을 위한 것이라는 점”이라고 자신했다. # 3대째 자선냄비 지키는 여성사관 박은영(38)씨 사당역 자선냄비 옆에 선 박 사관에게 양복을 잘 차려입은 남성이 걸어왔다.“백화점이 어느 쪽이죠?”생긋 웃으며 길을 가르쳐준 박 사관에게 또 누군가가 다가와 “11번 출구가 어디냐.”고 묻는다.“도움을 요청하는 것은 그만큼 구세군을 믿기 때문 아닐까요.”15살때부터 자선냄비 모금 활동을 시작했다는 박 사관이 이 길에 들어선 것은 같은 일을 한 아버지 때문이었다. 종로2가로 아버지를 따라가 모금 활동을 하면서 이 일을 천직으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고민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취객들이 와서 행패를 부릴 때가 제일 힘들죠. 지난해 크리스마스 이브때는 자정까지 한 시간동안 앞에 서서 주정을 하는 통에 혼이 났죠.”종소리가 시끄럽다는 상인들, “내가 불우이웃”이라면서 모금함을 통째로 들고 가려는 사람들도 있지만 감동적인 순간이 훨씬 많았단다. “올 들어 처음 모금을 시작한 지난 2일, 목발을 짚고 힘겹게 걸어와 돈을 넣고 가는 장애인의 뒷모습을 한동안 바라봤어요. 택시를 타고 가다가 잠깜 멈춘 뒤 돈을 넣고 가기도 하고, 어떤 분은 따듯한 차와 귤을 건네요.”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 아버지와 어머니에 이어 3대째 구세군 활동을 하고 있는 박씨는 자녀들이 ‘구세군이 되겠다.’고 한다면 어떨까. 그는 “큰아들이 이미 사관이 되고 싶다고 하는데 자랑스럽고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아이들의 학교 행사에 단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데 엄마를 자랑스러워하는 것 같아 너무 고맙다.”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글 서재희기자 s123@seoul.co.kr 사진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 105년 역사 구세군 변천사 매서운 겨울 추위를 녹이는 빨간 사랑을 담은 구세군 냄비가 첫 종소리를 울린 지 105년이 흘렀다. 구세군 자선냄비의 은은한 종소리는 올해도 어김없이 도심 곳곳에서 지나가는 이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올해는 지난 2일 오전 11시 시종식을 시작으로 오는 24일 자정까지 전국 76개 지역 230개 장소에서 사랑의 손길을 기다린다. 올해의 목표액은 30억원이다. 빨간 자선냄비가 종소리를 울린 것은 1891년 미국 샌프란시스코. 당시 도시 빈민들과 갑작스러운 재난을 당해 슬픈 성탄을 맞게 된 1000여명의 사람들을 먹여야 했던 구세군 사관 조셉 맥피 정위가 난민을 구제할 방법을 고심하다가 떠올린 게 바로 쇠솥이었다. “쇠솥을 끓게 합시다.”란 구호와 함께 오클랜드 부두에 내걸린 주방용 쇠솥은 바로 불우한 이들에게 식사를 제공할 만큼의 충분한 기금으로 가득찼다. 현재 전세계 107개국으로 확산된 자선냄비의 시작은 이렇게 작고도 옹골찼다. 자선냄비가 우리나라에 처음 도입된 것은 1928년 12월15일 명동거리다. 당시 한국 사령관으로 재직하고 있던 스웨덴 선교사 조셉 바이(한국명 박준섭) 사관이 구세군 운영자금과 불우 이웃돕기의 활성화를 위해 들여왔다. 그 해 명동, 충정로, 종로 등 서울시내에 20여개의 자선냄비를 설치해 당시 화폐로 812원을 모았다. 그 시절엔 나무막대 지지대에 가마솥을 매달았다고 한다. 이어 자선냄비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빠르게 변모해 왔다.10년 전부터 톨게이트 모금, 소형 자선냄비를 통한 모금이 등장했고, 최근 들어서는 ARS, 휴대전화, 신용카드, 교통카드, 인터넷뱅킹 등에 의한 결제로 영역을 확장했다. 이에 따라 기부금 형태도 달라졌다. 과거에는 현금 위주였으나 지금은 현금, 수표, 금반지를 넣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로또복권도 종종 보인다. 온라인상에서는 신용카드 포인트, 싸이월드의 사이버머니인 ‘도토리’도 디지털 시대에 등장한 새로운 기부금이다. 이렇게 한푼 두푼 모아진 모금액은 기초생활보호자 지원, 심장병·백혈병 환자 치료지원,AIDS예방 및 말기암 환자 지원 등 여러가지 사회구호 사업에 쓰여진다.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구세군이 되려면? 구세군 하면 자선냄비 모금원을 떠올리기 쉽지만 구세군은 어디까지나 하나의 교회다. 구세군 사관학교가 있는데, 신학대학이 목사를 배출하듯 목회자인 사관을 배출한다.2년 기숙사 생활을 이수하면 사관 자격이 생기고, 이후 2년 통신 과정과 대학원 3년 과정을 의무적으로 이수해야 한다. # 구세군은? 1865년 윌리엄 부스가 런던 슬럼가에서 창립했고,1908년 11월에 한국 첫 교회인 서울 제일영이 개영됐다. 현재 우리나라 구세군 규모는 교회 241개, 교인 10만명 정도다. # 구세군은 왜 제복을 입나? 구세군이 준군대식 조직이기 때문이다. 일반 구세군 신도는 ‘병사’로, 성직자들은 다양한 계급으로 나눠진 ‘사관’으로 불린다.
  • [여성&남성] 크리스마스 ‘두얼굴’ “그리워” - “괴로워”

    [여성&남성] 크리스마스 ‘두얼굴’ “그리워” - “괴로워”

    ■ 기억에서 지우고 싶은 그날 슬슬 캐럴이 거리에 울려퍼지기 시작한다. 크리스마스에 맺어진 사랑에 관한 영화들도 제철을 맞았다. 화려한 거리나 TV 영상의 한가운데 사랑스러운 젊은 남녀 커플이 서있다면 딱 어울릴 법하다. 그러나 ‘나도 그 주인공’이 되기엔 현실의 벽이 너무 높은이들이 있다. ‘돈 때문에…일에 밀려…기대보다 늘 실망해서’로맨스의 절정일 것 같은 크리스마스를 오히려 피하고만 싶은 젊은 남녀들의 속사정을 들어봤다. ●‘크리스마스=공연’ 허리 휩니다 “언젠가부터 ‘크리스마스=공연’이라는 등식이 성립된 것 같아요. 여자친구 몰래 고액의 공연비를 마련하느라 허리가 휘어집니다.” 지난해 크리스마스에 여자친구와 함께 1인당 15만원짜리 발레 공연을 본 대학원생 구모(30)씨는 올해도 주머니 사정부터 떠올린다. 여자친구에게 초라해 보이기 싫어서 근사한 공연을 예약했지만, 빠듯한 용돈에서 공연비 할부금을 메우느라 3개월을 고생했다. 구씨는 “평범해 보이는 크리스마스 이벤트가 정작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무척이나 부담스럽다.”면서 “꼭 이래야 하나 싶다가도 실망하는 눈빛을 보기 싫어서 ‘중간’은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크리스마스가 연말인 게 한스러워 직장인 임모(28)씨는 크리스마스만 생각하면 식은땀이 줄줄 난다. 대학생 때부터 늘 크리스마스 때 심한 몸살로 방안에만 누워서 지내야 했기 때문이다. “대학생 때는 크리스마스가 기말시험 치고 동아리 종강 행사 하느라 긴장했던 몸과 마음이 막 느슨해지는 때였죠. 그래서 꼭 고열로 앓아 눕게 되었는데, 직장인이 되니 연말 업무에 송년회 러시로 똑같은 상황이 되더라고요.” 그는 침상에서 TV 리모컨이나 만지며 느꼈던 외로움보다 여자 친구의 원성이 더 두렵다고 한다.“크리스마스 때 잘못 보이면 그 후유증이 일년은 가죠. 크리스마스가 꼭 일 많은 연말에 있는 게 원망스러워요.” ●크리스마스 소개팅, 말리고 싶어요 싱글 남성의 크리스마스는 더욱 씁쓸하다. 올해도 크리스마스를 혼자 맞이하는 직장인 정모(31)씨는 “아무리 외로워도 분위기에 휩쓸려 크리스마스 때 소개팅을 해서는 안 된다.”고 당부한다.“크리스마스에 소개팅을 하면 ‘연애를 부추기는 듯한’ 주변의 들뜬 분위기 때문에라도 잘 될 것 같았어요. 사람이 북적이는 거리를 걸으면 데이트가 더 잘 된다는 얘기도 들었죠.” 현실은 반대였다. 가는 곳마다 사람이 많아서 상대방의 얘기를 듣기도 힘든 데다 자리를 옮기려면 한 시간씩 기다리면서 어색한 분위기를 견뎌야 했다. 정씨는 “돈은 돈대로 깨졌고 고생스러웠던 기억만 남아 있다. 몇 년째 크리스마스 때마다 혼자이지만 집에서 맥주 한잔 하는 게 낫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감동받은 척 연기하는 것도 힘들어요 직장인 황모(27·여)씨는 올 크리스마스에도 남자친구와 콘서트를 볼 계획이지만 그다지 설레지 않는다. 그동안 클래식, 대중가요, 뮤지컬 등 숱한 크리스마스 공연을 봤지만 그다지 감동적이지 않았다.“남자친구가 바뀌어도 꼭 그날엔 ‘크리스마스 주제’의 공연을 보게 되는데, 실망스러워도 티를 낼 수 없더라고요. 기대보다는 ‘기뻐해야 한다.’는 중압감이 큰 것 같아요.” 선물도 마찬가지다. 황씨는 “주머니 사정은 알지만 선물을 아예 주고받지 않을 수도 없고, 해마다 카드마저 비슷하니 꼭 챙겨야 하나 싶으면서도 실망할까봐 생략하자고 할 수도 없다.”면서 “아무 부담없는 가족들과 보내고 싶어 할 때도 있다.”고 고백했다. ●내가 초라하게 느껴져요 “슬픈 솔로 징크스만 남았죠.”회사원 박모(27·여)씨는 이상하게 크리스마스만 되면 혼자가 된다. 잘 지내다가도 무슨 ‘마’가 끼었는지 연말만 다가오면 꼭 남자 친구와 다투게 되었다. 회식 횟수가 늘어나 자주 못 보기도 하지만, 다른 커플들과 비교해 서로 상대방이 자신한테 소홀히 대하는 게 아닌가 하는 회의가 드는 게 더 문제였다. “왜 드라마에선 항상 커플들이 그날을 화려하게 보내잖아요. 주위에서도 으레 그럴 거라 예상하고요.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못하니, 내가 초라하게 느껴졌죠.” ●모두가 오매불망 크리스마스 기다리진 않죠 대학원생 전모(25·여)씨는 연말이면 들뜨는 분위기 자체가 달갑지 않다.“나는 학기말 보고서를 쓰고 있는데 남자 친구는 ‘너는 여자인데도 왜 크리스마스를 챙기지 않냐.’며 핀잔을 줘요. 모든 여자가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건 아니잖아요?” 그는 “경쟁 사회에서 여성에게도 일과 공부가 우선인데 이를 무시하는 얘기를 들으면 화가 난다. 그런 이유로 남자 친구와 싸운 적이 많아서 ‘메리’ 크리스마스보다 ‘매운’ 크리스마스 기억만 많다.”고 말했다. 서재희 강아연기자 s123@seoul.co.kr ■ 특별한 로맨스 꿈꾸는 그날 크리스마스를 계기로 사랑을 얻었다는 ‘성공담’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특히 화려한 파티, 값비싼 선물 없이도 크리스마스 로맨스를 만든 이들은 주변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그들만의 특별한 크리스마스 사랑 쟁취법을 들어봤다. ●삼겹살 크리스마스로 결혼에 골인 “삼겹살도 죽만 맞으면 최고의 크리스마스 만찬이죠.” 직장인 김용(가명·29)씨는 지난해 크리스마스날 여자친구와 기다란 장사진의 한가운데에 서 있었다. 서로 지친 눈빛을 확인한 김씨 커플은 건너편 삼겹살 집을 쳐다봤다. 둘 다 자취생이어서 늘 고기에 목말라 있었기에 김씨는 용기를 냈다. “시간 버리는 것보다 격식 차리지 않고 좋아하는 음식 먹으면서 노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차라리 삼겹살 집 가는 게 어떻겠느냐.’고 말했더니 기다렸다는 듯 좋아하더군요.”그는 “형식을 갖추는 것보다는 상대방의 취향과 욕구를 읽는 게 중요한 것 같다.”고 조언했다. ●양말에 담아준 귀여운 선물 잊지 못해 1년차 주부 이지영(32)씨는 결혼 전 남편이 크리스마스때 준 선물을 잊지 못한다.“어려서 아빠가 양말에 담아 줬던 사탕과 연필 세트를 받고 얼마나 좋았는지 모른다.”고 했던 그의 말을 귀담아 들었던 남편은 어린이 양말을 구해 사탕과 반지를 담아 줬다. 이씨는 “상대방이 좋아하는 기억을 잊지 않고 재연하는 센스가 돋보였다. 나를 그만큼 배려해 준다는 느낌을 크리스마스를 계기로 확인한 셈이다.”며 웃음 지었다. ●크리스마스 야근이 안겨준 행운 “당직 피하고만 볼 일은 아니에요.” 유난히 야근이 많은 직장에 다니는 민규성(가명·30)씨는 크리스마스에 또 근무를 서게 되자 한숨을 내쉬었다. 솔로인 것도 서러운데 근무까지 해야 하다니 지지리 복도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생각지도 못한 기적이 일어났다. 같이 야근을 하게 된 동료와 눈이 맞게 된 것이다.“내가 크리스마스 로맨스의 주인공이 되다니 꿈만 같았죠. 때가 때이니만큼 사무실 안에서 외로움을 달래주는 말 한마디가 마음에 팍팍 와 닿더군요. 불행도 행복으로 바꿀 수 있는 긍정적인 사고가 필요한 것 같아요.” ●콘서트장에서 반쪽을 만나다 대학생 곽진석(26)씨는 지난해 10월 큰맘 먹고 크리스마스 당일 콘서트표를 두 장 끊었다.‘그때까지 꼭 여자친구를 만들어 오붓하게 함께 보겠다.’는 당찬 계획과 함께. 그러나 현실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크리스마스 이브가 되도록 옆구리는 시리기만 했다. 하는 수 없이 혼자 공연장을 찾은 곽씨.“그렇게 보고 싶었던 콘서트였건만 집중이 잘 되지 않았죠. 그때 옆사람이 제 눈에 들어왔어요. 쓸쓸한 표정이 나와 비슷한 처지구나 싶었죠.”아무말 없이 앉아 있는 그녀에게 그는 용기를 내어 말을 걸었고, 이후 한두 번 연락하던 것이 인연으로 맺어졌다.“사랑은 예고 없이 찾아온다잖아요. 가장 절망스러웠던 순간이 가장 특별하게 변해서 행복해요.” 강아연 서재희기자 arete@seoul.co.kr
  • 전셋값은 5년새 70% ‘껑충’

    지난해 서울 지역 아파트 평균 전셋값이 최근 5년 동안 무려 70%나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이 27일 발표한 ‘2005년 인구주택 총조사 표본 집계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지역 아파트 전셋값은 1억 2998만원으로 2000년의 7683만원보다 69.2%나 급등했다. 전국의 평균 전셋값은 5109만원으로 5년전 3210만원보다 59.1% 올랐다. 아파트 전셋값은 4488만원에서 7409만원으로 65.1% 상승했다. 지역별로는 서울의 평균 전셋값이 7191만원으로 가장 높고, 경기도가 5404만원으로 뒤를 이었다. 전셋값이 1억원을 넘는 가구는 11.7%로 2.6%에 그쳤던 5년전보다 4.5배 늘어났다.서울 지역의 경우 전셋값이 1억원을 넘는 아파트에 사는 가구는 19만가구로 전체의 63.4%를 차지했다.5년전 7만 4000가구보다 2.6배 늘어난 규모다. 특히 2억원 이상인 전세 아파트도 4만 8867가구(16.3%)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같은 서울 지역이라도 다세대주택과 연립주택 전셋값은 각각 6172만원과 6165만원으로 아파트 전셋값의 절반에 불과했다. 단독주택은 4323만원이었다. 전체 가구의 4%인 63만 8000가구는 지하 혹은 반지하, 옥탑방 등에서 거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가구의 94%는 수도권에 집중돼 있었다. 전체 가구의 8%인 127만 2000가구는 부엌과 수도, 화장실과 목욕시설 등을 갖추지 못한 ‘주거시설 미비가구’로 나타났다. 부부가 함께 사는 가구 1031만 5000가구 가운데 맞벌이 가구는 35.2%인 363만 3000가구로 조사됐다. 전체 가구의 61.4%는 자동차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5년전보다 3.2%포인트가 상승했다. 연령별로는 30대 가구주의 자동차 보유비율이 76%로 가장 높았다.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광고 표현기법의 진화… ‘크로스 오버’ 확산

    광고 표현기법의 진화… ‘크로스 오버’ 확산

    스타 모델과 한 줄의 카피로 대표되던 광고계의 과거 표현 양식이 최근에 다양화되고 있다. 광고 형식이 게임과 영화, 순정 만화 등의 영역을 넘나들고 있는 것이다. 대중문화 전반을 넘나드는 이른바 ‘크로스 오버(cross over)’ 현상이다. 이는 대중문화 장르간의 경계가 점점 모호해지고 최근의 광고가 소비자들에게 익숙한 표현 방식을 많이 활용하기 때문이다. 광고 콘텐츠가 다양해지는 것도 이유이다. 자동차부품 제조회사인 현대모비스의 ‘게임편’은 한 편의 ‘레이싱 게임’을 즐기는 듯한 느낌이 든다. 지난달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 근처 사막에 촬영된 광고는 자동차에서 보이지 않는 첨단 기술의 구현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순간에 급제동하며 멈추는 ABS, 미끄러운 길이나 고속 회전하는 순간 차체를 안정시키는 ESC 등의 작동 능력을 표현하기 위해 광고에는 3차원 자동차 경주대회의 컴퓨터 게임처럼 시각적, 음향적 효과가 사용되고 있다. 광고에서 주행 코스, 시작을 알리는 기계음, 모더레이터(조정자)의 목소리 등이 게임처럼 박진감을 더해준다. 광고를 제작한 김재광 이노션 차장은 “보이지 않는 기술을 현실 속에서 역동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현실과 가상의 선을 넘나드는 ‘게임’을 차용하게 됐다.”고 말했다. 롯데칠성음료의 석류 음료 ‘미녀는 석류를 좋아해’는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순정만화 형태의 광고이다.TV로 5편의 시리즈가 방송되는 광고는 이야기가 이어지는 순정만화 양식이다. 인기만화 ‘풀하우스’의 작가 원수연씨가 광고 제작에 그림으로 참여했다. 모델로 기용된 영화 배우 이준기씨를 좋아하는 층과 순정 만화를 많이 보는 층은 10∼30대 여성층으로 제품을 즐겨 마시는 타깃과 일치하고 있다. 광고의 효과 극대화를 노린 전략이다. 대규모 스케일과 막대한 제작비를 자랑하는 영화 형식의 광고는 이미 오래됐다. 영화는 광고계가 가장 활발하게 크로스 오버를 펼치는 장르이다. 영화 일부분을 그대로 쓰는 광고도 나오고 있다. 르노삼성자동차의 SM3는 최근 광고 ‘SM3와 고스트의 대결’편은 영화 ‘반지의 제왕’과 분위기가 흡사하다. 말을 탄 고스트들이 숲속에서 SM3를 추격하는 장면이 영화처럼 역동적이다. 또 전지현씨를 메인 모델로 한 삼성전자 휴대전화 애니콜 광고 ‘슬림&모어 팩토리’편은 동화 ‘찰리와 초콜릿 공장’을 연상시키는 판타지 형식의 광고이다. 광고에서는 공장에서 초콜릿 대신 휴대전화가 만들어진다. 영화 속의 캐릭터 같은 일꾼들도 아기자기하게 표현됐다. 삼성화재 올라이프가 최근 선보인 광고는 영화배우 한석규씨가 출연한 영화 속의 장면을 그대로 차용해 새로운 광고를 만들어 냈다. 영화 형식을 빌리거나 패러디를 넘어 영화 장면을 그대로 삽입하는 독톡한 광고 형식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이기철기자 chuli@seoul.co.kr
  • [씨줄날줄] 청혼의 벽/황성기 논설위원

    《저것은 벽/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그때/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 남을 수 없는/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중략…/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개를 이끌고/결국 그 벽을 넘는다.》 시인 도종환은 ‘담쟁이’에서 도저히 넘지 못할 절망 같은 벽을 담쟁이의 생명력, 수천개의 잎과 함께 이끌고 가는 형상에 빗대 희망을 노래한다. 벽. 마음먹은 일이 제대로 안 될 때 “벽에 부딪혔다.”고 하고,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을 만나면 “벽을 느낀다.”고 표현하곤 한다. 소통이나 전진을 가로막는 장애물, 자신과 외부를 차단하고 격리하는 유형·무형의 것을 아우른다. 이청준의 단편 소문의 벽도 6·25때 좌우 색출이란 트라우마(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지닌 소설가 박준을 등장시킨다. 자유로운 정신을 억압하는 것들을 총칭해 소문의 벽으로 표현했다. 일본의 의학자 요로 다케시는 몇 년 전 베스트셀러가 된 그의 책 바보의 벽에서 자신이 알고 싶은 것만을 바라보려 하는 것을 바보의 벽이라고 정의하고 벽을 오브제로 썼다. 앞의 것들이 무형의 벽이라면 유대인의 성지 예루살렘의 통곡의 벽,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진 베를린 장벽 같은 것들은 유랑이나 이념대립의 절절한 사연과 역사의 함의를 담은 유형의 벽들이다. 그렇다고 해서 벽이 몽땅 어두운 이미지만 지닌 것은 아닌가 보다. 프랑스 파리의 몽마르트에 가면 한글을 비롯해 세계 여러나라 언어로 ‘사랑해’를 써넣은 사랑의 벽이 있다니 말이다. 서울시가 내년 청계천 두물다리(용두동) 부근에 청혼의 벽을 설치한다고 한다. 재밌는 발상이다. 영상데이터를 칩이 달린 반지에 전송한 뒤 벽에 대면 청혼의 메시지가 재생되는 형식이다. 명소가 될지는 두고봐야 하지만 청혼의 그 숨가쁜 순간에 소통을 차단하는 느낌의 벽이라니 왠지 마음에 걸린다. 청혼마당이랄지, 청혼의 다리랄지, 다른 이름을 생각해볼 여지는 없을까. 황성기 논설위원 marry04@seoul.co.kr
  • [토요일 아침에] ‘이것 역시 곧 지나가리라’/손희송 신부 가톨릭대 교수

    어느덧 11월 하순이다. 계절은 가을을 지나 겨울의 문턱을 성큼 넘어섰다. 잎이 다 떨어진 앙상한 나뭇가지와 거리에 뒹구는 낙엽을 보면서 세월의 무상함을 새삼 느끼게 된다. 세상만사는 결국 지나간다. 꼭 붙잡고 싶은 가슴 뿌듯한 순간, 감미롭고 아름다운 순간도 멈추지 않고 지나간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가 버리는 것이 때로는 위로가 되기도 한다. 슬프고 괴로운 시간, 견디기 어려운 고통스러운 시간도 아름다운 순간과 마찬가지로 지나가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유대인들의 성서 해석집인 ‘미드라시’의 한 대목은 세월의 무상함이 종종 약이 된다는 사실을 깨우쳐 준다. 어느날 다윗 왕이 보석 세공인을 불러서 이런 명령을 내렸다.“반지 하나를 만들되 거기에 내가 큰 승리를 거둬 기쁨을 억제하지 못할 때 감정을 조절할 수 있고, 동시에 내가 절망에 빠져 있을 때는 다시 기운을 북돋워 줄 수 있는 글귀를 새겨 넣어라.” 좀처럼 그런 글귀가 생각나지 않자 보석 세공인은 지혜롭기로 소문난 솔로몬 왕자를 찾아갔다. 도움을 청하니 왕자가 대답했다.“그 반지에 ‘이것 역시 곧 지나가리라.’라고 새겨 넣으십시오. 왕이 승리감에 도취해 자만할 때, 또는 패배해서 낙심했을 때 그 글귀를 보면 마음이 가라앉을 것입니다.” 가슴 벅찬 성공도, 쓰라린 실패도 흘러가는 세월에 실려서 지나간다. 얼마 전에 수능시험을 치른 학생들이 이 사실을 마음에 깊이 새겼으면 좋겠다. 수능 성적이 예상대로 혹은 예상보다 좋게 나온 이들은 기쁨을 만끽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높은 점수도 결국은 지나간다는 것을 생각하면서 자만하지 않기를 바란다. 반대로 수능에서 원하는 성과를 얻지 못한 이들은 큰 실망과 낙담 속에서 괴로워하겠지만, 그 실패 역시 지나간다는 것을 생각하면서 마음을 추스르기 바란다. 무엇보다도 수능 점수 몇점 때문에 자신의 인생이 완전히 끝난 것처럼 절망하는 학생이 한 사람도 없으면 좋겠다. 혹시라도 참담한 마음에서 극단적 선택을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면 다음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 미국에서 어떤 교수가 강의 도중 갑자기 100달러짜리 지폐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청중에게 물었다.“이거 가질 사람 손들어 보세요” 당연히 모든 사람이 손을 들었다. 그것을 본 교수는 갑자기 100달러짜리 지폐를 주먹에 꽉 쥐어서 꾸기더니 다시 물었다.“여러분은 아직도 이 돈을 가지기 원하십니까?” 사람들은 갑작스러운 교수의 행동에 놀라면서 역시 손을 들었다. 그러자 교수는 꾸겨진 지폐를 다시 바닥에 내팽개쳐서 발로 밟았다. 지폐는 꾸겨지고 신발자국이 묻어서 더러워졌다. 교수는 사람들에게 아직도 그 지폐를 갖고 싶은지를 물었다. 또다시 모든 사람들이 손을 들었다. 이때 그 교수는 힘찬 어조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제가 아무리 100달러짜리 지폐를 마구 구기고 발로 짓밟을지라도 그 가치는 전혀 줄어들지 않습니다. 여러분도 인생이라는 무대에서 여러번 바닥에 떨어지고 밟히며, 더러워지는 일이 있습니다. 실패라는 이름으로, 또는 패배라는 이름으로 겪게 되는 그 아픔들. 그런 아픔을 겪게 되면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이 쓸모없는 사람이라고 평가절하합니다. 하나 놀라운 사실은 실패를 하는 한이 있더라도 당신의 가치는 여전하다는 것입니다. 마치 구겨지고 짓밟혀도 여전히 가치를 가진 이 지폐처럼 말입니다. 그러니 실패라는 것은 별로 두려워할 것이 못 됩니다. 오히려 먼저보다 더 풍부한 지식으로 다시 일을 시작할 좋은 기회일 수 있는 것입니다.” 누군가가 그랬다. 인생에서 겪는 많은 실패 중에서 시험의 실패는 가장 작은 것이라고. 맞는 말이다. 그리고 인생의 가장 큰 걸림돌은 실패가 아니라 희망을 포기하는 것이다. 절망하는 자는 하느님도 도울 수 없다. 하느님은 한쪽 문을 닫으시면 다른 쪽 문을 열어 주신다. 손희송 신부 가톨릭대 교수
  • [책꽂이]

    ●뎅기(박정규 지음, 멘토프레스 펴냄) 고등학교 과학교사인 저자가 쓴 신과 진화에 관한 이야기. 저자는 “천상과 지상의 법칙이 같은 것처럼 과학과 종교는 같다.”고 주장한다. 멕시코의 ‘깃털 달린 뱀’인 케찰코아틀 신화, 비라코차라 불리는 신비한 존재들에 의해 세워진 잉카문명, 키체 족의 마야문명 등을 소개하며 불가사의한 문명의 배후에 외계인이 있었음을 시사하기도 한다. 뎅기는 ‘영원한 푸른 하늘’이라는 뜻의 옛 우리말.8500원.●임종국 평전(정운현 지음, 시대의 창 펴냄) 탁월한 인문학자이자 친일문제 연구가인 임종국의 삶을 다룬 평전. 스승인 조지훈의 아이디어로 시작한 서울신문의 ‘흘러간 성좌’ 연재는 임종국이 친일 문제를 연구하게 된 단초가 됐다. 거머리가 무서워 모심기도 못한 소심한 성격, 독서회 사건으로 경성사범학교를 중퇴한 일 등의 일화가 실렸다.1만 6500원.●아이의 인생을 결정하는 36가지 습관(탕웨이훙 등 지음, 전인경 옮김, 럭스미디어 펴냄) 중국 전국시대의 시인 굴원은 창공을 바라보며 ‘천문(天問, 하늘에 묻다)’이라는 시를 썼다. 그는 천지 변화와 날씨의 변화를 물었다. 이런 물음이 철학가들의 깊은 사고를 불러왔고, 당나라 시인 유종원은 ‘천대(天對, 하늘에 대답하다)’라는 글로 화답했다. 의문을 던지기 좋아하는 사람이 큰 업적을 이룬다.“교만한 사람은 교만더미에서 자기를 망친다.”는 셰익스피어의 말을 들려주며 겸손의 덕목도 강조한다.1만 3000원.●신기한 나라의 앨리스(루이스 캐럴 지음, 남기헌 옮김, 책세상 펴냄) 영국의 수학자이자 논리학자 동화작가인 저자의 대표작.1866년 출간 당시 2000부의 초판이 다 팔릴 정도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당시 어린 오스카 와일드와 빅토리아 여왕도 이 책의 열렬한 독자였다. 앨리스가 꿈속에서 겪는 기이한 모험을 다룬 이 작품은 난센스, 은유, 언어유희 등 다양한 언어적 실험을 보여준다.5900원.●말이 먼저, 음악이 먼저(정준호 지음, 삼우반 펴냄) 베토벤은 실러의 시 ‘환희에게’를 평생 간직하고 있다가 최후의 교향곡인 ‘합창 교향곡’을 완성했고, 토마스 만은 베토벤의 32번 소나타에서 받은 감동을 소설 ‘파우스트 박사’로 표현했다.T S 엘리어트는 바그너의 서사극 ‘니벨룽의 반지’를 재해석해 명시 ‘황무지’를 썼으며, 스트라빈스키는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즈’를 음악으로 번역하고자 했다. 이렇듯 음악가들은 문학작품을 통해 영감을 얻었고, 작가들 또한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경지에 도달하는 음악을 동경했다. 예술 장르간의 ‘교류’를 다룬 에세이.1만 2000원.●아이의 심리학(조혜수 지음, 아울북 펴냄) 선택적 함묵증이란 게 있다. 아이가 특정한 상황에서 말을 할 수 없는 증상으로, 소극적이고 내성적인 아이들에게서 자주 나타나는 증상이다. 이런 증상에는 인지 치료가 효과적이다.‘미운 네 살 죽이고 싶은 일곱 살’의 마음을 읽는 법,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긍정적인 마음의 틀을 만들어주는 상황별 대처법이 실렸다.1만원.
  • [김형효 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46) 지성에서 본성에로

    [김형효 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46) 지성에서 본성에로

    맹자는 철학적으로 매우 주목할 만한 점을 지적했다. 그는 이 세상의 도(道)를 두가지로 분류하여, 요·순(堯舜)의 도와 탕·무(湯武)의 도를 구분했다. 요순은 중국역사의 새벽에 있었던 전설같은 성군을 가리키고, 탕왕은 무도한 하(夏)나라의 걸(桀)왕을 징벌하여 은(殷)나라를 세운 임금이고, 무왕은 역시 무도한 은나라의 주(紂)왕을 토벌하여 주(周)나라를 건설한 성군을 말한다. 요순의 도는 생이지지(生而知之)로써 요순의 마음이 바로 그 자연의 도와 일치하여 백성이 유순한 풀처럼 그 도의 덕화에 감응되었다는 것이다. 맹자는 그 요순의 덕을 성자(性者=마음의 본성 자체)나 성지(性之=본성이 그대로 작용함)라고 읊었다. 그 반면에 탕무의 도는 학이지지(學而知之)로써 탕무가 후천적으로 마음을 가다듬고 노력하고 배워서 세상을 후덕한 성선(性善)으로 다스렸다는 것이다. 이런 탕무의 도를 맹자는 반지(反之=본성을 돌이켜 되찾음)나 신지(身之=몸으로 본성을 닦으려 노력함)라고 말했다. 맹자의 저 분류는 성인의 세계를 두 가지로 분류한 것인데, 저 분류가 철학적으로 대단한 의미를 띠고 있다고 여겨진다. 요순의 도는 무위적(無爲的) 성선의 도를 뜻하고, 탕무는 능위적(能爲的) 성선의 도를 말하는 셈이겠다. 무위적 성선의 도는 자연의 자발성으로 나타나는 성선의 도를 말하고, 능위적 성선의 도는 사회의 인위적 학습으로 이루어지는 성선의 도를 가리킨다고 봐도 좋겠다. 그런데 탕무는 후천적 노력으로 요행히 요순의 경지에 이르렀겠지만, 모든 인간이 저렇게 해서 곧 자연적 본성인 성선을 회복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 증거로는 유가의 역사에서 중국 고대의 준 신화적 성현들을 제외하고 저 본성을 되찾은 화신들을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주자(朱子)도 특출한 대학자이지 성인으로 추대되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주자학에서 성학(聖學)을 공부한 그 많은 학자들도 성인이 못되고, 다만 지성인의 수준으로 끝난 이유가 무엇인지 자문해 보지 않을 수 없다. 맹자가 모든 인간은 다 요순이 될 수 있다고 가르쳤는데, 실제로 요순이 된 사람이 현실적으로 얼마인가? 공자를 제외하고 요순과 유사한 위치에 오른 분이 있는가? 유가적 성인공부의 후천적 방식에 어떤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 탕무의 공부는 요순처럼 자연적이고 자발적인 인간 본성의 발로가 아니고, 이미 사회적인 문명의 구도 안에서 일어난 본성의 회복 공부다. 자연적 무위와 사회적 능위는 다르다. 자연적 무위는 자연의 본래적 존재방식을 말한다.18세기 프랑스의 철학자 루소는 본래적 자연의 상태를 ‘좋은 야생’(le bon sauvage)이라고 읊었다. 주위에 경쟁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기에 남들과 생존 경쟁심에 불타서 질투에 어린 소유욕이 일어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어떤 이웃이 도움을 요청하면 자기 일처럼 헌신적으로 도와주는 마음의 성향이 그대로 나타난다고 하겠다. 그런 자연상태에서 마음은 늘 여유가 있고 고요해서, 성선의 본성을 그냥 그대로 발양할 수 있었겠다. 루소나 하이데거가 잘 묘사했듯이, 거기에 인간은 ‘놀이하는 아이’처럼 그렇게 즐기면서 존재할 수 있다. 그렇다고 자연을 순수 낭만으로 보려는 것은 아니다. 자연도 생존하기 위하여 타자의 생명을 빼앗는다. 처절하다. 그러나 그 생존법칙은 생물학적 본능에 충실할 뿐이지 그 이상의 악의가 없다. 자연에서 생존의 상극적 본능과 존재의 상생적 관계가 다르지 않다. 동식물은 서로 먹고 먹히면서 동시에 서로 존재하도록 도와준다. 생사일여(生死一如)와 같다 하겠다. 존재의 상생관계는 자연에서 타자가 존재하도록 도와주는 상즉상입(相卽相入)의 작용을 가리킨다. 자연은 본능적 상극과 본성적 상생의 두 가지 법칙이 천 짜기처럼 오가는 이중성의 모습을 지닌다. 그런 인간이 사회생활을 형성하게 되었다. 사회생활은 인간이 자연생활을 떠난 문명을 만들기 시작했음을 말한다. 문명은 인간이 만들어가야 하는 능위적 세계를 말한다. 자연이 보시해 주는 것으로 만족하지 못하고, 인간이 주인이 되어서 자연을 종속시키는 행위를 시작했다. 자연의 주인이 되고 인간이 사회의 지배자가 되기 위한 무기는 지성(지능)과 의지다. 높은 지성과 강한 의지를 가진 인간이 그 동안 역사와 사회의 주인이 되어왔다. 지성과 의지가 그간 인류의 역사를 설명하는 원동력이라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지성과 의지의 철학은 인간이란 주체와 세상이란 객체를 둘로 나누는 이분법을 논리적 원칙으로 여겨왔다. 그래서 지성(지능)은 과학을 불렀고, 의지는 도덕을 만들었다. 앞에서 거론한 탕무의 도는 지성과 의지의 노력으로 다시 요순의 도를 복원시킨 인물로 맹자에 의하여 기술되었다. 그러나 실제로 역사의 실상에서 탕무와 같은 능위적 도가 인간을 요순의 본성에로 되돌린 성공의 사례가 너무나 희박하다. 여기서 나는 지성과 의지의 노력으로 과연 본성의 성선이 회복될 것인가 하는 데에 회의를 갖지 않을 수 없다. 지성과 의지가 인간으로 하여금 본성을 회복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지성은 주체적 인간의 활동에 방해가 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과학기술을 낳았고, 의지는 인간사회에서 마음의 탐욕을 해소시킬 수 있는 당위적 도덕규칙을 가까이 했다. 지성은 주체가 늘 문제로써의 객체를 공략하는 전투적 공격성을 버린 적이 없고, 의지는 선의 세상을 만들고 악을 제거하기 위한 선의지의 전투정신을 선양하는 데 모든 정력을 쏟아 왔다. 이것이 서양의 정신과 그 철학의 기본정신이라 하겠다. 그래서 서양철학이 과학기술의 발전을 도모했고, 서양도덕은 자기 것이 아닌 것을 악으로 규정하고, 그것을 개종시키든지 아니면 항복시키든지 하는 전략을 성전의 사명이라고 역설해 왔다. 이런 서양사상의 자기중심주의를 철학적으로 반성하는 운동이 최근에 일어났다. 데리다와 같은 프랑스의 철학자는 그런 서양중심주의를 ‘백색신화’(white mythology)라고 풍자했고, 독일의 하이데거는 서양의 지성과 의지의 철학을 만듦의 철학으로 규정하면서 그 만듦의 사상이 결국 세상을 서양중심으로 집단심문(Ge-stell)하는 의도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다. 인간중심이라고 말하지만, 그것은 백인 중심주의적 사상을 보편성이 있는 양 알리기 위한 수사학적 장식에 지나지 않는다. 인간중심주의는 곧 백인중심의 자아주의와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서양이 만든 지성의 과학이 지금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 그러나 하이데거는 ‘과학은 사유하지 않는다.’라고 그의 저서인 ‘무엇이 사유라고 불려지는가?’에서 언명했다.‘과학이 사유하지 않는다.’라는 말은 충격적이겠다. 왜냐하면 과학은 지성적 사고의 정상인데, 그런 과학이 사유하지 않는다는 것은 말이 안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이데거가 말한 사유는 ‘내가 생각한다.’는 그런 자아의 문제해결식 사고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본성의 사유를 일컫는다. 그 동안 지성이 모든 사고를 전담함으로써 오히려 본성이 사유하는 기회를 잃게 되었다는 것이 하이데거의 지론이다. 지성적 사고는 인간주체가 객체를 문제로써 설정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객관적 사고가 전부다. 주체가 바깥의 문제를 과학기술적으로 해결하면, 문제가 자동적으로 다 해소된다고 주체로서의 인간은 착각해 왔다. 그리고 하이데거는 그의 사상에서 도덕을 말하지 않았다. 그가 비도덕적이라서 도덕을 그의 사유에서 제외시켰는가? 아니다. 세상의 악과 불의를 선의지로 극복하겠다는 도덕주의적 구원론적 생각을 그는 허망한 짓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악과 불의는 선의지의 주체 앞에 선 객체로서의 문제가 아니고, 오히려 마음이 어떤 미망(errancy)으로 생긴 집착(insistence)의 결과에 다름 아니라고 보기 때문이다. 하이데거는 과학도 본성의 사유가 아니고, 도덕도 악에 대한 선의 승리를 기약하는 결의로 봐서도 안 된다고 본다. 그는 ‘진리의 본질’(the essence of truth)을 ‘본성의 진리’(the truth of essence)와 유사한 의미로 읽어야 함을 그의 논문 ‘진리의 본질에 관하여’에서 강조한다. 이제 진리의 본질을 과학적이거나 도덕적이라고 여기지 말고, 본성의 진리로 깨달을 것을 종용한다. 무엇이 본성인가? 그가 말한 본성은 인간본성만을 지칭하지 않고, 이 우주의 자연성과 일치하는 그런 차원을 뜻한다. 그 본성은 마치 마명(馬鳴)대사나 원효대사가 말하는 일심(一心)과 유사한 의미로 읽혀진다. 일심은 우주자연의 모든 삼라만상이 다 한 마음으로 일체적 상응을 이루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그런 점에서 요순의 마음은 이 일심의 마음처럼 일체 자연과 다 상응하는 그런 형제애를 말한다. 이 요순의 마음은 부처의 마음과 그리스도의 마음과 다르지 않겠다. 이것이 본성이다. 앞으로 인류의 사유는 인간의 마음속에 이미 와 있는 이 본성의 마음이 스스로 사유하고 활동하도록 돕는 데 있다 하겠다. 이것이 미래 종교와 철학의 역할이겠다. 하이데거는 이 본성의 마음을 허공의 무(無)를 닮은 자유(무애)의 마음이라 불렀다. 무를 닮은 마음은 인간의 지성적 의지적 소유욕을 버린 마음이다. 무를 닮은 마음은 인간을 포함한 자연의 일체존재를 한없이 아끼고 보살피는 너그러움에 다름 아니다. 그 마음은 자아가 조금이라도 거기에 작용하면 일체존재가 깨어지고 자아중심으로 세상의 존재가 다 산산조각으로 박살난다는 것을 안다. 도덕적 선에의 자의식으로 무장된 결의의 도덕적 인간에게 그런 무를 닮은 본성의 마음이 나타나지 않는다. 결의에 찬 인간의 마음은 물이나 공기처럼 자연스럽게 유연하지 않고, 고체처럼 얼음처럼 딱딱해지기 때문이다. 본성은 자아에 의하여 만들어지지 않고, 자아가 사라지는 곳에 돌연히 등장하는 지혜고 자비다. 나는 그 본성이 베르그송이 말한 ‘공평무사한 본능’(disinterested instinct)과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연에서 본능과 본성은 일치한다. 자연성으로서의 본성은 사욕이 전혀 없는 공평무사한 본능과 다를 바가 없겠다. 본능이기에 그것은 좋은 것을 자발적으로 실천하는 힘을 지녔고, 공평무사하기에 그 본능은 이기적인 짓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공펑무사한 본능’은 자리이타적(自利利他的)인 사유를 결행한다. 그것이 본성의 사유다.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철학
  • [의사 한송이의 요리짱건강짱] 겨울 보양식 양고기

    [의사 한송이의 요리짱건강짱] 겨울 보양식 양고기

    ‘양고기’하면 그 특유의 냄새 때문에 꺼리는 마음부터 드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양고기는 우리나라에서 즐겨먹는 고기는 아니지만 서양이나 중국에서는 가장 즐겨먹는 육류 중 하나이다. 우리나라에서 여름에 보신음식으로 개고기를 먹는다면, 중국에서는 겨울에 보신음식으로 양고기를 주로 먹었다. 생강장에 담갔던 양고기를 양배추, 양파, 숙주나물 등과 함께 구워서 먹는 칭기즈칸 냄비 요리는 일본의 양고기 요리 중에서 대표적인 것이다. 양고기는 젖을 뗀 후 생후 1년 미만의 새끼 양을 ‘램’, 생후 1∼7년 정도 된 것을 ‘머튼’이라고 한다. 머튼은 육질이 약간 질기며 독특한 냄새가 있지만 램은 머튼보다 연하고 먹기 좋다. 양고기는 섬유질이 연하므로 돼지고기의 대용으로 사용되지만 특유한 냄새가 난다. 냄새를 없애는 데는 생강·마늘·파·후춧가루·카레가루·포도주 등이 사용되며 끓는 물로 한번 데쳐도 된다. 처음에는 이 독특한 냄새 때문에 거부감이 생기지만 좀 먹다보면 독특한 향 때문에 더욱 맛있다고 느낄 수 있다. 사실 양고기는 맛이 있다. 쇠고기보다 육질이 더 쫀득하면서 진한 맛이 난다. 양고기 요리로는 흔히 양식당에서 맛볼 수 있는 스테이크나 일본식 칭기즈칸요리, 향신료와 양념을 발라 재워 구워먹는 양꼬치 구이나 뜨거운 육수에 양고기를 익혀먹는 중국식 냄비요리인 훠궈(火鍋)가 있다. 양고기는 비타민 B2와 철이 풍부하다. 쇠고기나 돼지고기와 마찬가지로 원기 회복, 혈액 증가, 몸을 튼튼하게 하는 등의 작용을 한다. 양고기는 부드러워서 소화가 잘 되며 필수아미노산을 갖추고 있는 양질의 단백질 공급원이다. 다른 고기에 비해 지방이 적고, 미네랄의 균형이 좋아 건강식품, 미용식으로도 주목 받고 있다. 서울 신천역 근처의 한적한 주택가 골목길을 들어가면 신천 양꼬치를 찾을 수 있다. 이 곳은 원래 중국사람이 운영하던 곳인데 현재의 사장이 인수받아 이전의 맛을 그대로 재현한다. 자신만의 비법이라고 하는 특별 양념을 발라 초벌구이 해오는 양꼬치는 숯불 위에 올려 익히면서 겉에 기름이 반지르르 돌며 맛나게 익는다. 여기에 6가지 향신료를 배합했다는 소스를 살짝 찍어 먹으면 입에 ‘쩍쩍’붙는다. 부드럽고 쫄깃한 양고기와 독특한 향신료가 어우러진 꼬치를 와인이나 중국술 한잔과 곁들이면 그야말로 ‘예술’이다. 양꼬치는 양의 뒷다리 고기를 재료로 만든다. 양고기의 냄새를 걱정하는 사람들도 전혀 저항감이 없을 만큼, 냄새가 거의 없고 부드러운 맛이 난다. 그 외에 얼큰한 양고기찌개도 양고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추천하고 싶다. 주택가에 호젓하게 자리잡은 곳이니만큼 재료와 맛에 비해 가격이 매우 저렴한 것도 장점이다. 양고기를 먹고 나면, 물만두나 옥수수 국수로 식사를 대신할 수 있다. 양꼬치(5개) 5000원, 양근육(5개) 5000원, 고급양갈비(2대) 1만4000원, 양고기찌개 5000원이다.(02)2203-6064. 여성전문병원 ‘한송이 W클리닉’원장
  • [기고] ‘미터법’ 단속은 모기 보고 칼빼든 격/김장중 정보와 컨설팅 대표 정책컨설턴트·행정학박사

    지난달 22일 산업자원부는 내년 7월부터 ‘평’이나 ‘돈’ ‘근’ 등 비(非)법정 계량단위의 사용단속과 처벌 방침을 밝혔다. 1961년 ‘계량법’을 제정해 시행했지만 아직도 미터법이 정착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계량 오차로 인한 피해와 거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도량형을 통일하려는 정부의 의지에 공감한다. 하지만 내년부터 모든 분야에 법정 계량단위 사용을 강행하는 것은 무리라고 본다. 시민들은 일상생활에서 널리 사용돼 익숙한 전통적 계량단위가 하루아침에 폐지될 때 발생할 혼란과 불편을 벌써부터 우려한다. 가장 큰 문제는 ‘평’과 ‘돈’이다. 예를 들어 109.09㎡형 아파트가 어느 정도인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는다.3.3058로 나누는 복잡한 계산과정을 거치거나 33평형이라는 부연 설명이 필요하다. 백일이나 돌반지 반(半)돈짜리를 살 때도 1.875g을 달라고 말해야 할 판이다. 산자부도 밝혔듯이 부동산 중개업자 88%가 ‘평’을, 귀금속 판매업자 71%가 ‘돈’을 사용하는 현실을 무시할 수 없다. 산업계에서는 현장에 미칠 파장과 추가비용(손실)을 염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인치’는 TV나 타이어의 규격 표기와 옷의 허리 사이즈 등에 널리 쓰이며, 에어컨의 냉방 능력은 ㎾ 외에 ‘평형’으로 표시해왔다. 특히 수출상품은 미터법을 무리하게 적용하면 해외시장에서 혼란을 초래할 수도 있다. 달거나 재는 도량형은 인류의 발명품이자 사회적 약속이다. 역사 이래 국가체제 확립의 핵심은 율령(律令) 반포와 도량형 통일이었으며, 이를 어기거나 함부로 쓰는 것을 엄히 다스려 왔다. 세종대왕의 큰 업적 중 하나도 황종관(黃鐘管)을 기준한 도량형 확립이었고, 중국 진시황과 미국 워싱턴대통령도 도량형 통일에 주력했다. 더구나 요즘 같은 세계화 시대에 국제적으로 통용되지도 않는 ‘우리만의 단위’를 계속 고집할 수는 없다. 하지만 “계량 1% 오차는 소비자 피해 2조 7000억원”이라거나 “계량단위 착오로 미국의 화성 기후탐사선이 폭발했다”는 산자부의 경고(?)가 가슴에 와닿지 않는다.‘마’와 ‘마장’(거리) ‘마지기’와 ‘정보’(넓이) ‘홉’과 ‘석’(부피) ‘냥’(무게) 등 전통적 계량단위는 사용 빈도가 드물고 젊은 세대가 아예 몰라서 곧 소멸될 처지다. 무게는 ‘근’과 ‘관’에서 g이나 ㎏으로 사용이 보편화되고 있으며,‘리’라는 거리는 ㎞로 통용되고 있다. 법정단위인 미터법이 그만큼 정착됐다는 증거다. 상황이 이런데도 “이번에는 범부처가 협조하여 법정계량단위를 반드시 정착시키겠다.”는 정부의 강행과 처벌불사 방침은 ‘모기를 보고 칼을 빼는(見蚊拔劍)’격이다. 우리에게 익숙했던 5리나 10리 같은 거리는 이제 시골 어르신들만 쓰거나 문학작품에 겨우 나올 정도다.‘리’가 ‘㎞’ 또는 ‘몇 분 거리’로 급속히 대치된 것은 정부의 노력과 교육 효과도 크지만, 자동차의 증가와 여행문화가 한몫했다. 이처럼 사람들은 누가 강제하지 않아도 자주 쓰고 편리한 것을 선택하기 마련이다. 전통이나 관행처럼 익숙한 것들과 결별을 위해서는 정부가 자연스러운 진화를 유도하고 변화를 장려해야 한다. 특히 ‘평’과 ‘돈’처럼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연상되어 오랫동안 쓰인 계량단위는 우리 문화의 일부인데, 이것을 억지로 막는 것은 큰 불편과 저항을 자초한다. 계량정책은 국민의 편의를 도모하고 산업계의 애로를 덜어주는 방향으로 지혜롭게 추진돼야 한다. 시민과 기업이 적응할 수 있도록 10년 정도 유예기간을 두어 정부안처럼 법정단위의 정수 표시를 원칙으로 하되, 통용되는 단위를 부기하는 게 현실성이 있다. 가령 아파트 면적은 80㎡형(24.2평형)이나 145㎡형(43.9평형)처럼 5㎡단위로 표기하고, 귀금속은 2g(0.53돈) 또는 4g(1.02돈) 등으로 나타내게 한다. 음식점에서는 100g(0.5인분)이나 200g(1인분)과 같이 사용하면 될 것이다. 아울러 산자부는 자(尺)와 저울을 속이는 반칙행위를 더 철저히 감시하고 엄격하게 다스려야 한다. 김장중 정보와 컨설팅 대표 정책컨설턴트·행정학박사
  • [토요영화]

    ●트로이(SBS 오후11시5분) 고대 그리스 시대. 트로이 왕자 ‘파리스’는 스파르타 왕비 ‘헬레네’를 꼬여내 트로이로 온다. 졸지에 아내를 뺏긴 스파르타 왕 ‘메넬라오스’는 형이자 미케네 왕 ‘아가멤논’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그리스 제패를 꿈꾸던 아가멤논은 도시국가 연합군을 구성, 트로이를 침공한다. 그러나 과단성 있는 왕 ‘프리아모스’와 뛰어난 지략가인 왕자 ‘헥토르’가 버티고 있는 트로이는 호락호락하지 않다. 아가멤논은 최고의 전사 ‘아킬레스’를 투입해 승리를 노리지만, 전리품으로 얻은 트로이 여사제 처리 문제 때문에 그만 사이가 틀어져 버린다. 아킬레스가 전장에서 빠지자 양쪽은 지루한 공방전만 거듭하게 되고 연합군 진영에서는 그 유명한 ‘트로이의 목마’ 작전이 논의되기 시작하는데…. 섹시 스타의 대명사 브래드 피트,‘헐크’·‘뮌헨’의 에릭 바나,‘반지의 제왕’의 올란도 블룸, 발레리나 출신 독일 여배우 다이앤 크루거 등 쟁쟁한 배우들이 총출동한 데다 2억달러의 제작비를 들인 컴퓨터 그래픽과 7만명의 엑스트라로 만들어낸 웅장한 스케일은 볼거리가 차고도 넘칠 정도다. 더 재밌는 점은 호머의 대서사시 ‘일리아드’를 원작으로 했음에도 신화적인 요소를 철저히 배제했다는 사실이다. 원작 일리아드는 신과 인간의 얽히고 설킨 인연을 주요 테마로 삼고 있기 때문에 모든 인물과 사건의 배경에는 신들이 있다. 그러나 영화는 이런 설정을 완전히 거부한다. 저승의 강 스틱스에 온몸을 던졌으나 잎사귀 하나 때문에 발뒤꿈치가 약점이 됐다는 ‘불사신’ 아킬레스가 대표적이다. 영화에서 아킬레스는 불사신이냐는 한 꼬마의 질문에 “그럼 내가 왜 방패를 들고 싸우겠냐?”고 묻는다. 합리적이기도 하지만 대서사시를 스케일 큰 사랑타령으로 바꿔놨다는 비판도 여기서 나온다.2004년작,163분. ●갱스터 초치(KBS2 밤12시25분) KBS가 토요영화를 통해 선보이고 있즌 제2회 KBS프리미어영화제 상영작 시리즈 가운데 마지막인 네번째 작품. 인종차별 문제를 다룬 남아공의 작가 아솔 푸거드의 소설을 원작으로 삼았다. 폭력배 아버지와 에이즈에 걸린 어머니 사이에서 자란 초치는 가학적인 성격 파탄자다. 그러던 어느날, 자동차를 훔치려다 죽인 여인의 갓난아기를 돌보게 되면서 슬슬 변화가 찾아오기 시작하는데….‘초치’는 남아공 원주민어로 깡패를 뜻한다.2005년작,95분.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프로젝트 그룹 ‘란’ 2대보컬 정현선

    프로젝트 그룹 ‘란’ 2대보컬 정현선

    ‘어쩌다가’란 노래로 온라인과 모바일 음악시장에서 선풍적인 인기몰이를 했던 가수 ‘란’이 1년만에 2집 앨범을 들고 컴백해 돌풍을 이어가고 있다.2집 앨범 타이틀 곡 ‘멍하니’와 ‘그런 사랑’,‘나쁜 여자’ 등이 공개된 지 사흘만에 음악전문 사이트와 모바일 음원 제공업체 등이 집계한 각종 순위에서 10위권내에 진입하는 등 고공비행을 거듭하고 있는 것. 란은 지난 2004년 결성된 프로젝트 그룹으로, 일종의 브랜드 네임이다.‘반지의 제왕’이란 제목 아래 몇 편의 영화가 만들어졌듯, 란이란 이름으로 활동하는 여성 보컬리스트도 벌써 2대째 내려오고 있다. 슬로 템포와 애잔한 멜로디로 지난해 온라인상에서 커다란 인기를 얻었던 ‘어쩌다가’는 특별한 프로모션 없이도 10억원대의 매출실적을 올린 온라인 음악시장의 핵탄두였다. 란의 소속사 ls엔터테인먼트의 강인석 대표는 “급변하는 디지털 음악시장의 트렌드와 뮤티즌(뮤직과 네티즌의 합성어)들의 기호를 읽어 새로운 음악시장을 선점한 것이 주효했다.”면서 “1대 보컬 전애영에 이어 두번째 앨범에는 성량이 풍부한 정현선이 2대 보컬로 참여해 음악적 변화를 시도했다.”고 밝혔다. 란의 2대 보컬을 맡은 정현선은 충북 청주 주성대학교 실용음악과를 졸업한 음악학도. 고등학교 시절부터 밴드활동을 통해 다져온 뛰어난 가창력으로 2집 앨범의 12트랙을 완성도 높게 담아 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노래 부를 때가 가장 행복한 순간이에요. 무대에만 서면 나도 모르게 타고난 광기가 뿜어져 나오는 듯해요.” 이제껏 얼굴을 알리지 않고 노래로만 굳건한 인기를 다져오다 얼마 전부터는 TV 등 지상파 음악프로그램 등에도 간간이 출연하고 있다.“얼굴을 알리지 않은 건 신비주의 전략때문만은 아니었어요. 오로지 음악으로만 승부를 걸고 싶었던 거죠. 결국 뮤티즌의 선택이 오늘의 란을 만들었던 것이고요. 예전엔 그들의 음악적 욕구만 충족시켜 주면 충분했죠. 요즘 출연하는 라디오 토크쇼나 TV오락프로그램에서는 개인기 같은 것들을 선보여야 하는데, 그런 것들에 적응하기가 힘이 드네요.” 얼마전 항상 든든하게 지켜줬던 어머니를 잃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실의에 빠져있던 그에게 남자가수 에스진과 함께 부른 ‘가슴이 아려와’란 곡이 도시락과 뮤즈 등 인터넷 음악전문 사이트 인기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다는 소식은 다시한번 힘을 낼 수 있는 계기가 됐다.“어머니는 지난 4월 제가 가수로 데뷔할 때부터 누구보다 더많은 격려를 해주신 분이었죠. 방송출연 등 모든 활동을 포기하고도 싶었지만, 이럴 때일수록 더 힘내서 활동하는 것이 어머니의 바람일 것이란 생각이 들더군요. 어머니를 보내며 무대에서만큼은 누구보다도 빛나는 가수가 되겠다고 다짐을 했어요.” 그동안 소속사와 갈등을 빚어왔던 1대 보컬 전애영씨와의 관계가 회복된 것도 무척 고무적인 일이다.“서로 오해가 풀려 참 기뻐요. 오는 12월쯤 1,2대 란이 함께 디지털 싱글을 낼 계획이에요. 그동안 란을 애정어린 시선으로 지켜보셨던 분들에게 좋은 선물이 될 것 같아요.” 글 사진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돈줄 막고 허위감자설로 싼값 합병”

    법원과 검찰의 갈등을 불러온 외환카드 주가조작 의혹 사건은 무엇일까.2003년 8월 외환은행을 인수한 론스타는 외환은행 자회사였던 외환카드의 합병을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론스타가 고의로 외환카드 감자설을 퍼뜨려 주가를 떨어뜨렸다는 의혹을 받아 왔다. 6000원대였던 외환카드 주가는 감자설이 퍼지자 열흘 만에 2500원대까지 폭락했다. 주가가 떨어지자 론스타는 감자는 하지 않은 채 외환카드의 2대 주주였던 올림푸스캐피탈의 보유주식을 일괄 매입한 뒤 외환카드를 외환은행에 합병했다. 검찰은 론스타가 이 과정에서 최소 226억원의 합병비용을 줄였지만 소액투자자 등은 그만큼 손해를 본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법원은 검찰이 이 같은 과정에서 론스타가 얼마의 이익을 본 것인지가 밝혀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226억원이라는 것은 손해를 입은 사람들의 손해액이지 론스타의 이득액이 아니라는 것이다. 민병훈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범죄행위를 한 사람이 현금을 가져간 것이 아니다. 주주간 자금의 이전일 뿐”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일련의 과정이 합병비용을 줄이고 외환은행의 과반지분을 유지하기 위한 론스타의 계획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론스타는 2003년 10월 중순 외환은행의 외환카드 유동성 지원을 막아 외환카드 주가를 떨어뜨린 뒤 외환은행과 합병시키는 계획(Project Squire)을 세웠다. 외환카드 경영진에도 알리지 않았다. 검찰은 론스타가 외환카드의 유동성 위기를 조장했다고 결론내렸다. 유회원 론스타코리아 대표는 론스타의 계획을 모르던 이달용 부행장의 지원 요청을 거부했다. 앞서 2003년 10월 유동성 위기극복을 위한 외환카드의 1500억원의 해외신주인수권부사채(BW)발행 계획도 반대했다. 감자내용을 발표하기 하루 전인 11월19일 엘리스 쇼트 부회장 등 론스타측 외환은행 사외이사들은 합병이 발표되면 주가가 폭등한다면서 합병과 감자 계획을 동시에 발표하기로 했다.다음날 이사회에서 외환은행 경영진은 시장 안정을 위해 유동성 지원계획을 발표할 것을 주장했지만 묵살됐다. 검찰은 외환은행 이사회의 이런 논의과정을 직원이 몰래 녹음한 테이프도 확보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법원은 근본적으로 급락 전 외환카드 주가에는 합병기대감으로 인한 거품이 들어있었다고 지적했다. 감자 발표 등을 통해 주가 거품이 빠진 것이라고 재판 등에서 인정된다면 주가조작 혐의 자체가 무죄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민 판사는 “내부정보를 이용하거나 몇년간 분식회계를 하는 등의 행위와는 다르다.”고 말했다.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좋아도 다시한번」은 통하지않아

    「좋아도 다시한번」은 통하지않아

    영화『미워도 다시 한번』은 돈을 벌었지만,「논·픽션」『좋아도 다시한번』은 뜻대로 되지 않는 모양-. 지난 2월28일 밤 11시30분쯤「코로나·택시」운전사 金모(25)란 친구는 부산 국세청 앞에서 차를 기다리고 서있는 손(孫)모여인(27·전남 나주(羅州))을 태우고 대신(大新)동 방면으로 달리던 중「백미러」에 비친 여인의 삼삼한 자태에 군침이 돌았것다. 그래서 차를 갑자기 세우고는 들락 날락 수선을 피우며 차가 고장이 나서 더 갈 수가 없다고 수작, 통금시간이 될 때까지「필리버스터」작전(?)을 펴 마침내 H여관에 까지 유인하여 달콤한 하룻밤의 성을 쌓는데 성공한 것까지는 좋았는데…. 다음날 아침. 이 친구, 이번에는 물욕이 발동해서 여인이 끼고 있던 반지를 뺏어 달아나려고 하다가 손여인의 고발로 결국 경찰 신세를 지게됐다고. [선데이서울 70년 3월 15일호 제3권 11호 통권 제 76호]
  • 연세대 ‘김대중 전시실’ 개관 수의·국정노트등 3600점 한자리

    연세대 ‘김대중 전시실’ 개관 수의·국정노트등 3600점 한자리

    우리나라 최초의 전직 대통령 전시기념관인 ‘김대중 전시실’이 문을 연다. 연세대 김대중도서관은 2일 김대중 전 대통령의 물품과 관련 사료 3600여점을 모은 전시실을 개관한다. 전직 대통령의 이름으로 단독 전시실이 마련되기는 처음이다. 전시실은 2003년 11월 개관한 김대중도서관의 내부를 리모델링한 것으로 지상 1,2층 전시실과 지하 1층 카페형 서가로 구성돼 있다. 전시 내용은 김 전 대통령이 기증한 사료 및 해외 수집 사료 500여건과 대통령 재임 때 해외 정상들로부터 받은 선물 183점, 김 전 대통령 기증 장서 3000여권, 각종 영상자료 등이다. 대부분 이번에 처음 공개되는 것들이다. 1층 전시실에는 김 전 대통령의 1950년대 각종 언론기고문, 재야 정치인 시절 활동 관련 문서, 노벨평화상 수상 자료 등이 일대기 순으로 전시된다. 목포상고 재학시절 학적부, 옥중에서 가족들과 주고받은 서간문, 결혼 반지 등 김 전 대통령의 인간적 면모를 엿볼 수 있는 개인물품도 여럿 공개된다. 김 전 대통령이 1980년 사형선고를 받았을 때 입고 있던 수의와 부인 이희호 여사가 직접 떠준 털장갑 등도 이번에 처음 공개된다. 대통령 취임 직후 국정노트에 적은 ‘대통령 수칙’도 공개돼 눈길을 끌었다.15가지 항목으로 나뉜 수칙은 ‘인사정책이 성공의 길, 아첨한 자와 무능한 자를 배제’‘불행한 일도 감수해야, 다만 최선 다하도록’‘국회와 야당의 비판 경청, 그러나 정부 짓밟는 것 용서 말아야’ 등 대통령으로서의 다짐들이 적혀 있다. 동교동 옛집을 복원한 미니어처,1987년 망월동 묘역 방문 때 영상, 대통령 집무실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대통령 되어보기’ 코너 등도 마련됐다. 특별기획전시실에서는 대통령 재직 당시 세계 여러 나라에서 받은 공직자 선물 중 183점과 정상회담 때 입었던 의상 등도 전시된다. 입장료는 없다. 개관식은 2일 오전 11시 김 전 대통령, 한명숙 국무총리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다.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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