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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과 채권의 역설

    금과 채권의 역설

    “금값이 오르면 뭐합니까. 거래가 없는데….” 9일 금 도매상가가 몰려 있는 서울 종로3가를 찾았다. 금값이 치솟는데도 손님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A 금은방 사장 최모(53)씨는 “몇 시간 단위로 금값이 바뀌어서 얼마에 금을 사야 하는지, 팔아야 하는지 가늠하기 어렵다.”면서 “금을 팔겠다는 사람들은 하루에 10여명 정도 전화로 문의하지만 실제 거래는 없다. 앞으로 금값이 더 오를 거라고 보는 것 같다.”고 전했다. 한국귀금속판매업중앙회 관계자는 “하루에 한번 국제 금값을 반영해 도·소매 금값을 정했는데 이달 들어서는 하루에도 2~3차례 금값을 바꾸고 있어 상인들이 혼란스러워한다.”며 현재 분위기를 설명했다. 그는 “금값이 올라도 상인들은 달갑지 않다. 금반지 등을 비싸게 매입한 뒤 이를 녹여서 골드바로 만들어도 살 엄두를 내는 소비자가 없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금의 몸값이 그야말로 ‘금값’이다. 미국발 쇼크로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면서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금의 가치가 오르고 있는 것이다. 국제 및 국내 금값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거래는 실종된 상태다. 또 다른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도 가격이 오르고 있다. 미국의 신용등급이 70년 만에 강등되는 수모를 겪었는데도 국채의 인기는 오히려 올라가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금지금업체 한국금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국내 금 소매가는 3.75g(1돈)당 24만 3200원(부가가치세 10% 제외)으로 하루 만에 1만 1200원이 올랐다. 이 업체는 오전 금값을 전날보다 8900원 오른 24만 900원으로 정했다가 국제 시세가 계속 오르자 오후에 2300원을 더 올렸다. 국내 금값은 지난 7일 22만 5500원이었는데 이틀 만에 1만 7700원이나 오른 것이다. 국제 금값도 상승세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12월물 금 선물가격은 한국시간으로 이날 오후 1시 30분 1769.40달러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다시 썼다. 미 국채는 안전 자산으로서의 가치를 입증하고 있다. 8일(현지시간) 오후 2시 50분 기준으로 뉴욕시장에서 미국 국채 10년 만기물의 금리는 지난 주말보다 0.21% 포인트 하락한 2.35%를 기록했다. 채권 금리는 사려는 사람이 많을수록 내려가는데 금리 하락은 곧 국채 가격의 상승을 의미한다. 시장에서는 금을 제외하고 미 국채를 대체할 안전 자산을 찾기 어렵기 때문에 국채의 인기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본과 유럽, 중동 등 미 국채를 다량 보유한 나라들도 변함 없는 신뢰를 보여주고 있다. 국내 채권 금리도 외국인 매수세에 힘입어 6일 연속 하락세를 이어 갔다. 이날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3.57%로 전날보다 0.03%포인트 하락했다. 외국인 매도세로 연일 폭락 중인 주식시장과 대비되는 모양새다. 오달란기자 dallan@seoul.co.kr
  • [부고] 영화음악 작곡가 이철혁씨

    이철혁(본명 이경수) 한국영화음악작곡가협회 회장이 8일 오전 5시 25분 별세했다. 77세. 전남 영암 출생인 고인은 1971년 영화 ‘아름다운 팔도강산’을 시작으로 ‘푸른교실’(1976), ‘감자’(1987), ‘싸울아비’(2001) 등 40년간 400여편에 이르는 영화음악 작업을 했다. 1992년에는 317편의 영화음악을 작곡해 기네스북 예술장르 부문 영화음악 편에 ‘최다 작곡 기록 보유자’로 등재됐다. 대중가요도 많이 남겼다. 이미자의 ‘동백아가씨’를 편곡한 것을 비롯해 최정자의 ‘처녀농군’, 김상희의 ‘빗속의 연가’, 패티김의 ‘추억 속에 혼자 걸었네’, 정훈희의 ‘풀꽃반지’ 등을 작곡했다. 유족은 부인 김희자씨와 2남 1녀. 차남 태규씨는 2004년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로 대종상영화제 음향상을 받았다. 빈소는 고려대 안암병원 305실. 발인은 10일 오전 8시. 장지는 경기 양평군 팔당공원묘지. (02)923-4442.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영화프리뷰] ‘혹성탈출:진화의 시작’ -CG만 의지한 허술한 프리퀄

    [영화프리뷰] ‘혹성탈출:진화의 시작’ -CG만 의지한 허술한 프리퀄

    1968년 작 ‘혹성탈출’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4편의 속편이 이어지면서 공상과학(SF) 영화의 위상을 바꿔놓았다. 시리즈를 묵혀두기 아까웠던 미국 영화사 20세기폭스는 30년 만인 2001년 팀 버튼에게 원작 리메이크를 맡겼다. 하지만 평단의 반응은 혹독했다. 또 10년이 흘렀다. ‘죽은 자식’을 살려내는 데 맛 들인 할리우드의 ‘프리퀄’(시리즈의 기원을 다루는 얘기) 유행에 20세기폭스가 가세했다. 오는 17일 개봉하는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은 원숭이 지도자인 ‘시저’가 어떻게 지능을 갖게 됐는지 근본적인 질문을 좇는다.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아버지(존 카사베츠)의 치료약 개발을 위해 유인원을 이용한 임상시험에 몰두하던 과학자 윌(제임스 프랭코)은 ALZ-112란 시약을 개발한다. 하지만 ALZ-112를 제약회사 이사회에서 발표하던 날, 유인원이 흥분해 날뛴다. 회사는 유인원 안락사와 실험 중단을 지시한다. 그런데 유인원에겐 갓 태어난 새끼 ‘시저’가 있었다. 윌의 집에서 자란 시저는 세 살 때 인간의 지능을 넘어서는데…. ‘혹성탈출’이 고전으로 자리 잡은 것은 인간성에 대한 성찰은 물론, 시대의 공포를 끌어와 인간의 오만함에 대한 섬뜩한 경고를 던졌기 때문이다. 1968년 1편에서 인간은 침팬지의 노예가 아니다. ‘짐승’이다. 말하는 법도 잊었다. ‘말할 줄 아는 짐승’ 테일러(찰턴 헤스턴)를 대하는 침팬지의 태도는 ‘인간적’이다. 하등한 테일러의 재주에 호기심을 갖기도 하지만 우리를 탈출한 테일러와 맞닥뜨렸을 때는 공포를 느낀다. 과연 무엇이 ‘인간적’인가. 1970년 ‘혹성탈출2: 지하도시의 공포’는 미국과 옛 소련의 핵 대결을 비웃는다. 오만한 인류의 미래는 결국 종말일 뿐이라는 묵시론적 경고다. ‘혹성탈출’은 장르영화의 공식을 개척했다. 1971년 ‘혹성탈출3: 제3의 인류’는 지구가 핵폭발하기 전 우주선으로 탈출한 원숭이 부부가 다른 시대의 지구에 불시착한다. 미래와 과거가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설정은 훗날 ‘터미네이터’ 등 수많은 SF 영화에서 되풀이된다. 하지만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에서는 문제의식을 담은 은유나 철학을 찾아보기 어렵다. 침팬지가 지능을 갖게 된 과학적 근거도 허술하다. 원숭이의 지능을 끌어올리는 시약이 왜 인간에게 바이러스성 전염병을 일으키는지 설명이 없다. 윌의 여자 친구 캐롤라인의 입을 빌려 “자연의 법칙을 거슬러선 안 된다.”는 교과서적인 설명을 되풀이할 뿐이다. 주사로 혈관에 투입하던 시약을 기체 상태에서 호흡기로 들이마신 침팬지의 지적 능력이 향상된다는 설정도 난센스다. 영화의 장점은 정반대에 있다. ‘아바타’와 ‘반지의 제왕’을 탄생시킨 특수효과의 메카 웨타디지털의 기술은 유인원의 미묘한 표정 변화와 눈빛까지 잡아낸다. 신체 곳곳에 센서를 부착한 뒤 센서의 위치값을 통해 가상캐릭터가 같은 동작으로 움직이게 하는 모션캡처 기술은 전문 배우와 어우러져 시너지를 낸다. ‘반지의 제왕’에서 골룸을 맡았던 앤디 서키스는 시저로 다시 태어났다. 샌프란시스코 금문교에서 펼쳐진 유인원 반란군과 경찰의 전투 장면은 블록버스터다운 스펙터클을 뽐낸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선입견 걱정했었는데… 업무·대우 차별없어”

    “선입견 걱정했었는데… 업무·대우 차별없어”

    2009년 처음 도입한 ‘9급 국가직 공무원 저소득층 구분모집’ 합격자 22명이 교육과정을 모두 마치고 지난해 말~올 초 정부 각 부처에 배치됐다. 이들을 수개월 동안 지켜본 한 해당 부처 관계자는 “일반모집 합격자들보다 부족하다는 점을 전혀 못 느끼겠다. 오히려 더 열심히 하려고 한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들의 빠른 공직 적응이 도입 초기 ‘일반지원자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일부 논란을 잠재우고 정부가 앞으로 구분모집 선발모집 비율을 점차 늘려가는 데 힘을 더해 주고 있다. 올 2월부터 경기도의 한 세무서에 근무하는 김형우(가명·27)주무관은 2009년 처음 시행된 ‘저소득층 구분모집’에 합격해 9급 세무직 공무원이 됐다. 10년 전 사업실패로 집을 나가 행방불명이 된 아버지 때문에 자신을 홀로 돌보던 할머니(71)가 늘 채무문제로 힘들어했던 것을 보며 자랐던 김 주무관은 금전문제 때문에 국세청을 찾는 민원인들에게 특별한 감정을 느낀다. 김씨는 “연세 지긋하신 민원인들이 울면서 사정 얘기를 하면 돈 때문에 고생하시던 저희 할머니 생각이 나요. 현실적으로 해결이 안 되는 문제라도 그냥 돌려보내지 못하게 돼요.”라면서 “지금까지 늘 남들한테 도움을 받아왔는데 이제 국민을 위해 봉사할 수 있어 행복해요.”라고 덧붙였다. 3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내년부터 ‘저소득층 구분모집’의 모집대상을 늘리고 선발비율도 점차 높여갈 방침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내년부터 저소득층 선발 비율을 애초 1%보다 늘리고 구분 모집 응시자가 일반모집 합격선보다 높은 점수를 받은 경우는 선발 예정 인원을 초과하더라도 필기시험에는 합격시킨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정책·고시·취업>최신 뉴스 보러가기 고용노동부 소속 일반행정직 9급 공무원으로 경기도의 한 지청에 근무하는 이유진(가명·23)주무관도 ‘저소득층 구분모집’으로 공직자가 됐다. 2008년 서울의 한 간호학과에 진학한 지 1년 만에 휴학해야 했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인 이 주무관이 부담하기엔 등록금이 너무 비쌌기 때문이다. 좌절도 잠시, 이 주무관은 공무원시험 준비에 뛰어들었다. 학원에 다닐 형편도 안 돼 도서관을 다니면서 교재 한 권씩 8~9차례 정독했다. 그런 이씨도 ‘저소득층 구분모집’ 공고를 봤을 때는 선뜻 지원을 할 수 없었다. 남들이 선입견을 가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씨는 “공직에 들어올 때는 차이가 있었을지 몰라도 막상 들어오고 보니 (일반모집과) 아무런 차이가 없다.”면서 “맡은 업무나 대우 등 아무런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거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있을 공무원 시험 수험생들에게 “조금도 꺼릴 필요없이 기회라고 생각했으면 한다. 적극적으로 지원해서 자기 꿈을 펼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양진기자 ky0295@seoul.co.kr
  • “제보 거의 사실로… 민원대장은 공무원 살생부 다름없다”

    “제보 거의 사실로… 민원대장은 공무원 살생부 다름없다”

    지난 3월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에 ‘지난해 10월 말 제주에서 열린 환경부 공무원들의 워크숍 때 A씨 등 5명의 공무원이 산하기관으로부터 향응·접대를 받았다.’는 익명의 민원(진정)이 접수됐다. 총리실은 즉각 사실 여부 파악에 들어갔다. 조사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A씨 등은 목·금요일 이틀간의 워크숍 뒤 주말 내내 제주에 머무르며 산하기관으로부터 식사 등의 접대를 받았다. 이 중에는 내연녀까지 동행해 접대를 받은 공무원도 있었다. 유인상 전 대전지방국토관리청장의 비리 적발도 마찬가지다. 지난 7월 초 유 청장이 이임식을 전후해 금품을 수수할 것이라는 민원이 접수됐다. 총리실 조사 결과, 유 청장은 이임식 뒤 전별금 명목으로 수백만원대의 금열쇠와 진주반지 등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총리실 고위 관계자는 “민원(진정) 중에는 금품수수나 기강 문란 등 공무원 비리가 많은데, 공무원의 실명이 거론된 경우 조사해 보면 거의 제보 내용이 맞다.”고 밝혔다. 2일 서울신문이 단독 입수한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원(진정서) 접수 대장’은 공무원들의 살생부나 다름없다. 현 공직복무관리관실의 민원처럼 정부부처를 비롯해 지방자체단체 등 전 공직기관 공무원들의 금품수수부터 부도덕한 여자관계까지 온갖 비리들이 망라돼 있다. ‘민원(진정서) 접수 대장’에 따르면 공무원 비리 고발 건수는 정부부처(청 포함)와 지방자치단체가 각각 17건으로 가장 많다. 식품의약품안전청 비리가 5건으로 최다였고, 검찰과 경찰이 4건으로 나란히 2위를, 국세청·국토해양부·법무부가 3건으로 3위를 차지했다. 진정서가 가장 많이 접수된 지역은 서울(23건)이었고, 경기 12건, 경남 9건 등 전국 곳곳에서 공무원들의 비위를 제보했다. 총리실 관계자는 “민원(진정)은 문서, 전화, 이메일, 팩스 등 다양한 형태로 접수된다.”면서 “공무원 비리는 직접 조사하고, 정부기관의 업무처리와 관련해 억울함을 호소하는 내용일 경우에는 해당 기관에 이첩한다.”고 말했다. 민원 접수 대장에는 공무원들의 실명과 함께 고발 내용이 간략하게 적혀 있다. 진정서는 지원관실이 신설된 2008년 후반기에는 2건, 2009년에는 65건, 2010년에는 민간인 불법 사찰로 이인규 전 공직윤리지원관이 물러나기 전(7월 13일)까지 35건이 접수됐다. 주된 내용은 공무원들의 비리 고발이다. 서울의 경우 경찰병원 고위 간부 부조리와 총리실·국세청·서울시·송파구청·서대문구청·국민권익위원회·북부지검 고위 공무원 비리 고발 등이고, 경기 지역은 지식경제부·군포시청·오산시청·식약청·국가정보원 공무원 고발 등이다. ‘한국전력 ○○○의 부도덕한 여자관계’ ‘재향군인회 비리’ 등 정부 산하단체 인사들의 고발 내용도 있고, 교육공무원의 사기 행위 및 불법 자금 지급 요구 등 교육 비리 제보도 있다. 익명으로 접수된 내용도 많다. ‘식약청 정보화 사업비리 및 금품수수, 인사 청탁’, ‘○○○ 골프장 운영권 관련 권력비호 및 지방 토착 비리’ 등 사실관계가 입증될 경우 정·관계에 메가톤급 사정 태풍이 몰아닥칠 내용도 적지 않다. 총리실 관계자도 “익명이나 가명으로 접수된 것 중 사안이 클 경우 별도 조사도 한다.”고 말했다. 김승훈기자 hunnam@seoul.co.kr
  • 우면산 피해보상 갈등

    ‘우면산 산사태’ 피해 주민과 서울 서초구와의 보상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특히 수해의 직격탄을 맞은 세입자들은 자체적으로 모임을 구성, 보상 요구에 나섰다. 1일 소방방재청 등에 따르면 침수 피해를 입은 가구는 복구지원금으로 최대 100만원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방배동 전원마을의 반지하에 살다 피해를 입은 세입자들은 보상 금액이 ‘쥐꼬리만하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단독주택 200채가량이 있는 전원마을에는 300~400가구가 반지하 세입자인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 세입자 대부분이 산사태와 홍수로 큰 피해를 입었다. 세입자 주민 김모(54)씨는 “살림살이 중 건진 것이 하나도 없는데 보상금 100만원으로는 어림도 없다.”고 말했다. 피해 세입자들은 보상 문제와 관련, 집단 대응하기 위해 모임을 만들었다. 지난달 29일 모임 공고를 낸 윤모(36)씨는 “50~60명의 세입자들이 보상 논의에 참여하겠다고 알려왔다.”고 전했다. 일부 세입자는 이사 문제를 놓고 집주인과 보증금 논란을 벌이고 있다. 윤씨는 “거처를 옮기려는 세입자들이 보증금을 돌려줄 것을 요구했으나 일부 집주인은 계약기간이 남아있다는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다.”고 전했다. 우면산 밑에 비닐하우스에 살던 피해 주민들도 살 길이 막막하다고 호소한다. ‘비닐하우스 주민’ 허모(57)씨는 “20년간 살아온 곳인데 한순간에 무너졌다. 피해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소방방재청 관계자는 “비닐하우스와 같이 무허가 건물에 사는 주민들은 복구 지원금 지급 대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신진호기자 sayho@seoul.co.kr
  • 24시간도 모자라… 자치구 수해복구 구슬땀

    24시간도 모자라… 자치구 수해복구 구슬땀

    최악의 기습폭우로 수해피해를 당한 자치구들이 피해 복구에 힘을 쏟고 있다.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었던 강북지역 자치구들은 피해가 큰 강남지역 자치구에 도움의 손길을 보탰다. 우면산 산사태로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한 서초구와 대규모 침수피해를 겪은 강남구는 지난달 27일부터 전 직원들이 비상근무를 하며 피해복구에 매달리고 있다. 서초구는 피해 주민들에게 신속한 도움을 주기 위해 전국재해구호협회와 함께 구청에 ‘수재의연금 접수창구’를 설치했다. 진익철 구청장은 “피해의 규모가 크고 범위가 넓어 복구에 오랜 시간이 예상되는 만큼 성금과 자원봉사 모두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라며 “하루라도 빠른 복구를 위해 많은 관심과 애정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성금과 성품 접수는 복지정책과(2155-6636)로 문의하면 된다. ●서초, 수재의연금 창구 설치 강남구는 신연희 구청장이 직접 주택가 침수지역을 돌며 물빼기 작업을 돕는 등 24시간 수해복구 작업을 진두지휘했다. 구는 단전·단수로 불편함을 호소하는 은마아파트 등 주민들의 식수와 생활용수를 해결하기 위해 5t짜리 급수차 2대를 투입하고, 3개 지역 33곳에 비상용 수도시설을 설치했으며, 생수 12만병을 긴급 지원했다. 또 직원 200여명과 자원봉사자 50여명은 노인·장애인 등 노약자 가구에 식수를 배달했다. 성동구는 이번 폭우로 침수차량의 신속한 정비를 위해 지역 5개 초·중학교 운동장을 침수차량 주차장으로 제공했다. 구는 이번 폭우로 서울에서 5000대 이상의 차량이 침수피해를 입어 차량정비업체마다 주차공간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말을 전해듣고 이같이 결정했다. 성동구에 있는 100여곳의 대형 자동차 정비업체에는 침수 차량 피해가 큰 서초구와 강남구의 차량이 몰렸다. 영등포구는 지난달 29일 신정교 아래 안양천 시민공원에서 주민 등 150여명이 합심해 집중호우로 떠밀려온 토사 등을 제거하기 위한 대청소를 실시했다. 구는 물차 4대와 바스켓 2대 및 소방차 등을 동원해 안양천·도림천으로 떠밀려 온 쓰레기와 토사 등을 제거했다. ●직원·봉사자, 노약자에 식수 배달 기습폭우로 3000여건의 침수피해가 발생한 관악구는 전 직원이 비상근무를 하고 있으며, 1000여명의 소방서와 군 인력 등을 지원받아 수해복구를 위해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구는 자매결연 도시인 전남 함평군으로부터 10㎏ 사랑의 쌀 1000포대를 전달받아 집중호우로 피해를 입은 주민들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성북구는 침수가옥 80여채와 붕괴된 축대와 담장, 도로 등 340여곳에서 수해 복구작업을 했다. 또 우면산 산사태 피해복구 지원을 위해 물청소 차량, 포클레인 등 장비 10대와 인력 153명 등을 지원했다. 330건의 침수피해가 접수된 동대문구는 주민들과 함께 중랑천 등 피해현장에서 복구작업을 했다. 수해를 입은 7명의 직원들에게 수해복구를 위한 특별휴가를 줬으며, 지역 봉사단체 회원 수십명은 우면산 형촌마을을 찾아 복구작업을 지원하기도 했다. 양천구는 일선 공무원이 목동빗물펌프장 등 5곳의 수방 시설을 점검하고 저지대인 신월동과 신정동 등 피해지역을 점검했으며, 금천구는 반지하 가구가 밀집한 시흥3동에서 토사 제거와 물빼기 작업을 했다. 조현석기자·서울종합 hyun68@seoul.co.kr
  • 박근혜 수해현장 ‘조용한 방문’

    박근혜 수해현장 ‘조용한 방문’

    “집도 절도 없이 비닐하우스에서 살고 있는데 비 피해까지 입게 되니 살아갈 일이 막막하네요.” “오갈 데가 없어 아이들을 일단 교회에 맡겼는데, 일요일이라 예배를 본다고 해서 데리고 나왔습니다. 복구 작업을 해야 하는데 아이들을 딱히 맡길 곳이 없습니다.” 31일 오후 1시 30분 적잖은 비가 내리는 가운데 산사태로 피해를 입은 서울 방배동의 남태령 전원마을에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조용히’ 나타났다. 우의를 입고 장화 차림에 비닐 모자를 눌러쓴 모습. 수행 인사라고는 비서실장 격인 이학재 의원과 수행 비서 1명이 전부였다. 주민들은 깜짝 놀랐다고 한다. 뒤늦게 박 전 대표를 알아본 수해 주민들은 하나둘 저마다의 고충을 털어놓았다. 박 전 대표는 수해 복구에 방해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취재진은 물론이고 가까운 의원들에게도 연락하지 않았다고 한다. 대변인 역할을 하고 있는 이정현 의원조차 뒤늦게 현장 방문 소식을 듣고 부랴부랴 현장으로 달려가 박 전 대표를 수행했다. 박 전 대표는 현장에 도착해서도 관계기관의 브리핑마저 고사하고, 현장에 나와 있던 공무원들에게도 자신을 수행하지 못하게 했다. 박 전 대표는 이날 두 시간 가까이 산사태에 쓸려간 비닐하우스와 서민들이 많이 생활하는 반지하방에 들어가 피해 상황을 직접 확인하고 주민들의 고충을 들었다. 몇몇 주민들은 급작스레 닥친 불행 앞에서 참았던 눈물을 쏟기도 했다는 게 수행한 이학재 의원의 전언이다. 그는 이재민들에게 “무얼 좀 드셨느냐, 아픈 데는 없느냐.”며 물어본 뒤 “얼마나 억장이 무너지시겠느냐.”, “빨리 복구되도록 저도 노력하겠다.”며 관심을 표했다. 이에 이재민들은 박 전 대표의 손을 잡고 “군인들이 너무 많이 도움이 된다. 일찍 철수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요청하기도 했다. 아이들 맡길 곳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하소연도 나왔다. 박 전 대표는 이어 복구 작업에 투입된 공무원과 군 장병들에게 “피해가 완전히 복구될 때까지 함께 최선의 노력을 다하자.”고 격려했다. 앞서 박 전 대표는 지난 30일 자신의 미니홈피에 올린 글을 통해 “기후변화뿐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롭게 강화된 기준으로 선제적 예방을 하지 않으면 각종 위기와 재난, 재해로부터 국민의 안전을 지켜내지 못할 것”이라며 “국가 재난 시스템의 기본 방향과 틀을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허백윤기자 baikyoon@seoul.co.kr
  • “현대판 노예”… 다단계 피해 어머니의 절규

    “현대판 노예”… 다단계 피해 어머니의 절규

    무려 8년간이었다. 서울 유명 사립대에 재학 중인 아들이 ‘다단계’에 빠져 가족을 속여온 것도, 업체에서 나올 바에는 차라리 죽겠다며 완전히 딴사람이 된 것도. 어머니 한모(56)씨는 최근 그 사실을 알고 억장이 무너졌다. 아들을 망가뜨린 불법 다단계 업체를 수사해 달라며 지난 5월 경찰서를 찾았다. 내성적이고 착실한 모범생이었던 아들 김모(31)씨가 변한 것은 제대한 지 사흘 만인 2003년의 어느 날. 군대 고참을 만난 뒤 “돈을 벌겠다.”며 나가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대전에서 직장을 구했다며 방값으로 1000만원이 넘는 돈만 받아 갔다. 다시 1년여의 시간이 흐른 뒤엔 우수사원으로 뽑혀 영국으로 연수를 떠난다며 손을 내밀었다. 어머니는 없는 돈을 긁어 모아 생활비를 부쳤다. 그렇게 3년이 지났다. 복학한다는 소식이 들렸다. ‘등록금이 필요하다, 교환학생으로 선발돼 학비가 필요하다.’는 아들의 말만 믿고 부모는 8년간 5000만원을 쏟아부었다. 그러나 올 초 졸업 뒤 호주에 갔다던 아들이 돌아오지 않자 한씨는 의심을 품기 시작했다. 결국 계좌와 인터넷 쇼핑 주소지 등을 확인한 끝에 아들이 그동안 서울 송파구 인근에서 머물렀던 사실을 알게 됐다. 마침내 한씨는 지난 5월 서울 오금동의 다단계 업체 반지하 합숙소에서 아들을 찾아냈다. 그곳에는 이미 10여명의 남녀가 혼숙을 하며 ‘감금’되다시피 한 상태였다. 그러나 아들은 “죽어도 여기서 죽겠다.”며 부모를 거부했다. 한씨는 “아들이 업체 말에만 복종하는 ‘현대판 노예’가 됐다.”면서 “어리숙하고 정 많은 사회 초년병들을 세뇌시켜 바보로 만들었다.”며 울먹였다. 경찰도 청년층을 유혹하는 불법 다단계 범죄가 도를 넘었다고 판단,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송파경찰서는 거여동·마천동 일대 다단계 업체에서 5000명의 판매원이 활동 중인 것으로 보고 특별수사팀을 꾸렸다. 이미 지난달 21일 무허가 다단계 판매업체 대표 A씨 등 피의자 25명을 방문판매업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검거했다. 경찰청은 1일부터 9월까지를 불법 다단계 특별단속 기간으로 정했다. 경찰이 파악한 이들 업체 수법 중 대표적인 것이 ‘8일 요법’이다. 조사 결과 다단계 업체들은 처음 1~3일간은 피해자의 가입을 유도하기 위해 지인을 동원해 비위를 맞추고, 4일째엔 잠을 재우지 않거나 고소득을 미끼로 현혹해 가입 승낙을 얻어내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피해자가 가입 결정을 하면 5~8일째 되는 날 제2금융권 등을 통해 물품구입, 방값 명목으로 돈을 대출받게 만들어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만드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 8일이 지난 뒤부터는 군대 동기나 선후배, 친구를 유인하거나 자사의 물건을 비싼값에 사들이게 하는 등 본격적인 업무에 투입하기도 했다. 또 한 사람을 유인할 때마다 통상 150만원의 수당을 줬다. 송파서 관계자는 “방문판매업법 위반 등은 처벌이 강하지 않아 재발이 우려된다.”면서 “취업 재수생이나 등록금을 마련하려는 대학생들은 불법 다단계 업체가 사실상 사기극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백민경기자 white@seoul.co.kr
  • 국토부 또 비리

    국토해양부가 다시 금품수수의 여진에 휩싸였다. 29일 국토부에 따르면 국토부 황모 주무관이 2009년 도로공사를 담당한 한 건설업체 현장소장으로부터 4000만원 안팎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수원지검 안산지청에 최근 구속됐다. 당시 간선도로과 소속이던 황씨는 금품 수수 혐의를 부인하고 있으나 검찰은 자금 흐름을 파악한 뒤 기소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황씨 외에도 시흥시청 6급 공무원인 이모씨에 대해서도 같은 혐의로 구속 수사하고 있다. 애초 수도권의 재건축·재개발 비리 내사를 벌이다 돈이 공무원들에게 흘러들어간 혐의를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직 국토부 직원이 구속된 것은 올 들어 두 번째다. 지난달 부동산 리츠의 인허가를 담당해온 백모 과장이 서울 남부지검에 구속됐고, 담당 사무관 등은 소환조사를 받았다. 이 밖에 지난 13일에는 수백만원짜리 행운의 열쇠와 진주반지 등을 전별금 명목으로 받은 국토부 지방청장과 이를 제공한 과장이 총리실 감찰반에 적발돼 직위해제됐다. 한편 국토부는 이날 금품·향응수수로 징계를 받으면 승진에서 제외한다는 조직문화 선진화 방안을 내놨다. 지난달 20일 ‘더치 페이’, ‘골프 금지’ 등이 담긴 행동준칙을 발표한 뒤 나온 종합대책이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수해현장 ‘민폐 정치인’ 눈살

    수해현장 ‘민폐 정치인’ 눈살

    “이럴 바에야 차라리 오지를 말지….” 29일 오전 서울 방배동 전원마을의 한 주민이 파란 점퍼를 입은 20여명의 무리를 향해 볼멘소리를 쏟아냈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홍준표 대표를 비롯해 한나라당 사무처 당직자 등 300여명이 총출동해서 피해지역 복구를 위한 봉사활동에 나섰지만 주민들의 눈에는 탐탁지 않은 듯 했다. 홍 대표는 온몸에 진흙을 묻혀가며 30분 동안 반지하 집을 청소했다. 홍 대표가 의원들과 함께 마을입구 놀이터에서 자원봉사자 격려품인 컵라면으로 점심을 먹는 동안에는 3~4명의 주민이 찾아와 고성을 지르기도 했다. “누구는 일하느라 먹지도 못하는데….”,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주민들을 소방대원들이 막았다. 몇몇 여성 의원들은 컵라면과 함께 먹을 김치를 가져오라고 거듭 요구하기도 했다. 봉사활동은 당초 오후 3시까지 예정됐지만 홍 대표는 1시간 30분 만에 황급히 전원마을을 떠났다. 그나마 김정권 사무총장과 이철우 당 재해대책위원장, 이종구 서울시당위원장, 권영진 의원 등과 사무처 당직자들이 오후까지 현장에 남아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 된 채 총 32가구의 복구활동을 마쳤다. 민주당도 피해복구를 위해 서울 서초구 우면산 부근의 송동마을로 출동했다. 손학규 대표가 총동원령을 내렸지만 각자 지역구의 피해현장을 챙기느라 의원들의 참석률은 매우 저조했다. 정장선 사무총장, 김성순 서울시당위원장, 추미애 의원만 참석했다. 당직자, 보좌진 등 150여명도 함께했다. 그런데 일부 민주당 당원들의 ‘철없는’ 행동이 주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삼삼오오 모여 “내년에 총선에 나가려면 이런 사진이 꼭 필요하다.”는 농담을 주고받으며 기념사진을 찍자 주민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일부는 장화와 밀짚모자 차림으로 진흙을 삽으로 퍼내고 있는 손 대표를 찾아와 인사하며 눈도장을 찍기에 바빴다. 한 50대 여성 주민은 “와서 도와주는 것은 고마운데 우르르 몰려다니며 망가진 집 앞에서 사진을 찍고 웃으니까 더 서럽다.”고 토로했다. 강주리·허백윤기자 baikyoon@seoul.co.kr
  • 외국인의 ‘나눔’

    외국인의 ‘나눔’

    현관 입구에 어지럽게 널려 있는 낡은 옷가지, 흙탕물에 휩쓸려 시멘트 속살을 드러낸 벽지, 퀴퀴한 냄새를 풍기며 쌓여있는 이불더미까지…. 29일 오전 서울 마포구 신수동의 10㎡ 남짓한 단독주택 반지하 단칸방. 수마가 휩쓸고 간 권태훈(65) 씨의 작은 보금자리에 반가운 손님들이 찾아왔다. 파란색 조끼를 입고 고무장갑을 낀 채 권씨의 집을 찾은 이들은 구청 공무원도, 경찰도 아닌 외국인 자원봉사단이었다. 연남글로벌빌리지센터 소속의 봉사단 10여명은 이날 하루종일 지역 곳곳을 돌며 수해를 입은 가정의 집수리와 청소 등 복구작업을 도왔다. 가장 먼저 권씨 집 대문을 열고 들어온 이는 중국인 정야리(?雅莉·36·여). 중국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일했던 그는 3년 전 회사원인 노모(39)씨와 결혼하면서 한국으로 왔다. 2006년 중국 화남 지방에 상륙한 5호 태풍 ‘개미’로 많은 주민들이 피해를 겪었을 때도 발벗고 나섰다. 뉴스에서 폭우 소식을 접한 뒤 서울 방배동에서 한걸음에 달려왔다. 큰 고무 대야 안에 이불을 넣고 발로 밟으며 빨래를 하던 그는 “이사갈 때나 길을 헤맬 때 친절하게 도와주던 한국인들이 고마워 도움을 주고 싶어 나왔다.”고 말했다. 아프리카 부룬디에서 온 대학생 샤넬(24·여) 역시 “한국은 제2의 고향이나 마찬가지”라면서 “모두 힘을 내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글 사진 백민경기자 white@seoul.co.kr
  • “아무리 퍼내도 흙탕물…” 복구중 폭우로 대피

    전날 사상 최악의 폭우와 산사태로 18명의 생명을 앗아 간 서울 우면산 일대는 28일에도 아비규환의 현장이었다. 오전 8시쯤 방배2동 전원마을은 가구와 가재도구 등이 떠밀려온 토사와 나뭇가지 등으로 뒤엉켜 폭격을 맞은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낮은 지대인 전원말2길 쪽 주택가에는 진흙과 쪼개진 나무조각들이 가득 들어차 당시의 처참한 상황을 보여주고 있었다. 마을 위쪽 우면산 자락에서는 거센 흙탕물이 콸콸 쏟아져 내려오고 있었다. 주민들은 섣불리 복구작업에 나서지 못했다.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 막막하다고 했다. 산기슭 아래 쪽에 사는 최기숙(58·여)씨는 새벽 6시부터 4시간이 넘도록 반지하 주차장에 가득 들어찬 진흙을 걷어내던 중이었다. 5명의 소방대원이 양동이를 들고 힘을 보탰지만 흙탕물 수위는 좀체 낮아지지 않았다. 최씨는 “이 마을에서 20년을 살았는데 이런 난리는 처음”이라면서 “작년 여름 태풍 때 위태위태하던 나무들을 뽑아달라고 했는데 그냥 둬 이렇게 화를 불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27일 오전 이 마을 주민 엄모(33)씨는 출근길에 나서다 토사와 나무에 휩쓸려 숨졌다. 임시대피소인 남태령 마을회관은 성토장이 됐다. 마을주민 손모(49·여)씨는 “산을 가만두질 않고 계속 깎아대니 안 무너지고 배기겠느냐.”면서 언성을 높였다. 이에 대해 서초구청 관계자는 “지난해 태풍 곤파스로 뽑힌 나무가 많아 지반이 완전히 안정되지 못한 상태에서 집중호우가 쏟아져 산사태가 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오전 9시쯤 방배3동 래미안아트힐 아파트에서는 경찰·소방·군 병력 600여명이 동원돼 아파트 1~4층을 뒤덮은 진흙을 퍼내고 있었다. 한 삽씩 일일이 퍼내야 해 속도가 더뎠다. 우면산 쪽에 가까운 103·104동의 피해가 가장 컸다. 주민 홍윤상(56)씨는 “지난해에도 우면산 계곡쪽 토사가 남부순환도로 위로 넘어온 적이 있다.”면서 “이 때문에 구청이 배수로와 맨홀을 넓히는 공사를 하고 있던 것으로 알았는데 여름이 다 돼서 하면 뭘 하느냐.”고 지적했다. 이 아파트를 마주 보고 있는 예술의전당도 복구작업이 더디긴 마찬가지였다. 오전 내내 내린 비에 흙탕물 계곡은 전날에 비해 줄지 않았다. 오락가락하던 빗줄기가 오전 10시쯤 점차 굵어지자 복구작업 지원을 나온 공무원 20여명은 결국 삽을 놓고 버스정류장 밑으로 들어가 비를 피했다. 한편 27일 방배동 윗성뒤마을에서 산사태로 실종됐던 김모(67·여)씨가 이날 오전 10시 20분쯤 자신의 집에서 250m 떨어진 곳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또 방배동 전원마을에 매몰됐던 이모(68·여)씨와 우면동 송동마을의 김모(77·여)씨의 시신이 발견되는 등 사망자 수는 전날에 비해 3명 늘었다. 윤샘이나기자 sam@seoul.co.kr
  • 휴 헤프너의 굴욕…전 애인이 성적 무능력 폭로

    휴 헤프너의 굴욕…전 애인이 성적 무능력 폭로

    성인잡지 ‘플레이보이’의 창업주 휴 헤프너(85)와 파혼한 모델 크리스털 해리스(25)가 헤프너의 성적 무능력을 노골적으로 폭로해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해리스는 26일(현지시간) 위성방송 시리우스 XM의 하워드 스턴 쇼에 나와 헤프너와의 은밀한 성생활 경험을 적나라하게 공개했다. 그녀는 “헤프너와 사귄 지난 2년 동안 단 한차례 섹스를 가진 게 전부였다.”고 주장했다고 뉴욕 데일리 뉴스가 전했다. 해리스는 특히 “(헤프너와의) 섹스는 단 2초에 불과했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아 참!”이라며 고개를 내저었다. 이어 “나는 서둘러 끝내고 걸어나가야 했다.”고 말한 뒤 “전혀 무드가 잡히지 않았는데…. 야속했다.”고 털어놨다. 나이 차이가 무려 60살인 두 사람은 지난 6월 18일 플레이보이 맨션에서 성대한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었다. 그러나 10만 달러 상당의 청혼반지까지 받았던 해리스는 결혼식 불과 5일 전 잠적, 헤프너로부터 파혼통보를 받았다. 한편 해리스는 헤프너와 결별하기 전부터 유명 TV 토크쇼 사회자인 닥터 필 맥그로의 아들 조던(26)과 내연관계였다는 소문에 휩싸여 있다. 그러나 그녀는 스턴 쇼에서 “조던과는 어떠한 로맨틱한 관계를 가진 적도 없다.”고 ‘오리발’을 내밀었다. 두 차례 결혼 경력이 있는 헤프너는 첫 부인 밀드레드 윌리엄스와의 사이에 자녀 둘을 뒀다. 또 ‘플레이보이 메이트’출신의 킴벌리 콘래드와 재혼해 역시 아들 둘을 두었지만 지난 2009년 이혼했다. 사진= 뉴욕 데일리 뉴스 캡처 서울신문 나우뉴스 nownews@seoul.co.kr
  • 노르웨이 테러범, 범행 때 ‘반지의 제왕’ 들은 이유

    노르웨이 연쇄 테러범 안데르스 베링 브레이빅이 영화 ‘반지의 제왕’의 전투 신에 삽입된 음악을 들으며 학살극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영국의 일간지 데일리 메일은 26일 브레이빅이 광란의 학살극을 벌일 당시 아이팟에 미리 다운 받은 음악을 듣기 위한 헤드세트를 착용하고 있었다고 생존자들이 진술했다고 보도했다. 총격시 희생자들의 비명을 외면하기 위한 방편이었다는 것이다. 브레이빅이 학살극을 자행하면서 들은 영화 음악은 반지의 제왕 속에 삽입된 ‘영원한 빛( Lux Aeterna)’이라는 곡이다. 영국의 가수이자 작곡가인 클린트 만셀이 작곡한 곡으로, ‘영원한 빛으로 죽은 자를 비춰라’라는 느낌의 제목이다.. 브레이빅은 이번에 끔찍한 테러를 저지르기 며칠 전에 인터넷에 올린 장문의 성명서에서 범행시 이 음악을 사용할 것임을 예고한 바 있다. 즉 “필요할 때 공포심을 억누르기 위한 도구로, 믿기 어려울 정도로 파워풀한 이 노래를 아이팟의 최대 볼륨으로 틀 것”이라고 밝힌 것이다. 범행시 격정을 불러일으키고 피해자의 비명을 듣지 않기 위해서 이 곡을 선택한 셈이다. 한편 98명이나 되는 무고한 인명을 앗아간 이번 연쇄 테러를 저지른 브레이빅의 부친 젠스 브레이빅은 25일 “아들은 그렇게 많은 사람을 죽이기보다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 했다.”고 개탄했다. 외교관 출신인 그는 이날 프랑스 남부 쿠르나넬에서 가진 노르웨이 TV2와의 인터뷰에서 “이는 아들에게 하기에는 너무 심한 말이라는 것을 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알았을 때 절망했고, 아직도 이런 일이 어떻게 벌어졌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이런 일을 저지를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난 15년간 아들과 연락을 주고받은 적이 없고 앞으로도 절대 연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서울신문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주말 하이라이트]

    ●SBS 스페셜(SBS 일요일 밤 11시 10분) 산악인 고(故) 고미영씨는 생전 “포기란 배추를 셀 때 하는 말”이라고 얘기할 만큼 강인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유품으로 발견된 일기장에는 뜻밖의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2009년 14좌 경쟁이 치열했을 무렵 히말라야 산중에서 작성된 그의 일기장에는 사랑하는 연인 때문에 흔들렸던 여자로서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는데…. ●걸어서 세계속으로(KBS1 토요일 오전 9시 40분) 사모아는 남태평양에서도 폴리네시아적 전통을 가장 잘 지켜오고 있는 나라로 꼽힌다. 우폴루 섬과 사바이 섬 등 두 개의 큰 섬을 중심으로 남태평양 특유의 화산 풍경과 아름다운 바다를 품고 있다. 남태평양의 작은 천국 사모아의 속살을 찾아 떠나본다. ●사랑을 믿어요(KBS2 토요일 밤 7시 55분) 영희는 기창에게 온갖 비위를 맞추며 드라마 아이디어를 구한다. 기창은 이런저런 조건을 내세우며 영희와 아이디어 거래를 한다. 둘 사이의 살벌했던 분위기가 조금씩 서로 협동해 가는 파트너십으로 바뀌어 가는데…. 수봉은 며느리도 들어오는 마당에 더 이상 지하에서 지낼 수 없다며 화영에게 방을 달라고 요구한다. ●그것이 알고 싶다(SBS 토요일 밤 11시 10분) 인터넷 도박 업계는 최대 32조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 속에는 오늘도 여전히 자신들의 삶을 송두리째 도박판에 갖다 바치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도박을 즐기는 사람들이 아니다. 게임머니를 돈으로 바꿔주는 환전상을 하거나, 일명 ‘짱구방’ 등 일반 이용자들에게 속임수를 쓰는 사람들인데…. ●KBS 스페셜(KBS1 일요일 밤 8시) 1970년대 뉴욕은 빈곤과 범죄의 상징과도 같은 도시였다. 그러나 현재는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모인 멜팅폿이다. 뉴욕은 전 세계 금융자산의 40%가 모여 있는 금융의 도시, 수준 높은 문화 예술의 도시, 패션의 도시로 불린다. 21세기 명품도시로 새롭게 태어난 뉴욕, 그 과정을 따라가 본다. ●영상앨범 산(KBS2 일요일 오전 7시 40분) 천상의 트레킹 코스인 스위스 융프라우. 빼어난 알프스의 고봉들 가운데 최초로 2001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됐다. 등재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융프라우의 예측 불가능한 날씨 덕분이다. 그만큼 융프라우는 변화무쌍하다. 이렇게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날씨 속에서 과연 일행은 무사히 등반을 마칠 수 있을까. ●신비한 TV 서프라이즈(MBC 일요일 오전 10시 30분) 동화 피터팬 속의 팅커벨과 영화 반지의 제왕 속의 레골라스, 그리고 노르웨이 전설 속에 등장하는 트롤까지. 이들은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불가사의한 마력을 지닌 초자연적인 존재다. 실제로 요정을 보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그들이 만났던 것은 과연 무엇일까.
  • 버냉키 한 마디에 금값 최고가

    버냉키 한 마디에 금값 최고가

    국제적인 금값 상승에 따라 국내 금 가격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세계적인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미국 신용등급 하향 경고에 달러가 약세를 보이면서 원·달러 환율이 하락했다. 15일 ㈜한국금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금 소매가는 살 때 기준으로 3.75g(1돈)에 21만 7200원을 기록해 국내 금값으로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 양적 완화 조치를 추가로 취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언급함에 따라 달러화 가치 하락을 우려한 투자자가 금 투자로 선회한 것이 주원인이라고 풀이된다. 통상 금으로 만든 반지나 팔찌 등에는 1만원 이상의 세공비가 추가된다. 정상거래라면 소비자가 1돈짜리 금 세공품을 구매할 때 체감하는 가격은 25만원 이상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금값은 지난 2일 20만 9000원까지 떨어졌으나 5일부터 꾸준히 오르기 시작했고 14일에는 지난달 18일 가격인 21만 6700원을 넘었다. 금 소매가는 2008년 8월 16일에 살 때를 기준으로 3.75g당 10만 9670원까지 폭락했지만 이후 오르내리기를 반복하며 전반적인 상승 곡선을 그렸고, 지난해 6월 9일에 20만원을 돌파했다. 뉴욕상품거래소(COMEX)의 8월물 금 선물 가격은 13일 오후 3시 30분 기준 전날보다 온스당 4.50달러가 오른 1566.80달러였고 14일 같은 시간에는 1586.30달러를 기록하는 등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업계 관계자는 “버냉키 의장의 발언이 금값 인상의 가장 큰 원인이며 유럽발 경제난으로 인플레이션이 촉진돼 장기 투자자들이 금으로 돌아선 것도 가격 상승과 관련이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0.30원 내린 1058.10원에 마감됐다. 환율은 S&P가 미국의 신용등급을 하향할 수 있다는 소식에 달러가 약세를 나타내면서 하락세를 보였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사설] 청렴선언 한 국토부 전별금은 또 뭔가

    연찬회 파동으로 홍역을 치른 국토해양부가 이번에는 전별금으로 황금 열쇠와 진주 반지 등을 받은 직원이 총리실에 적발돼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국토부는 그제 직원들로부터 행운의 열쇠 2개(410만원 상당)와 현금 100만원을 전별금 명목으로 수수하고 업체 관계자로부터 진주 반지 1개(250만원 상당)를 받은 전 대전지방국토관리청장 유모씨와 금품 제공을 주도한 고모 과장 등 2명을 직위해제했다. 과장급 간부의 뇌물수수와 제주 연찬회 참석 직원들의 향응 파문에 이은 세번째 추태다. 나사가 풀려도 너무 풀렸다는 한탄이 나올 법하다. 이번 사건은 권도엽 국토부 장관이 지난달 20일 제주도 하천협회 연찬회 사건 이후 가진 확대간부회의에서 “금품, 향응, 뇌물 수수 사실이 적발된 직원에게 최대한 인사상 불이익 조치를 하겠다.”고 공언한 지 한달도 채 안 된 시점에서 보란듯이 뇌물수수 행위가 자행됐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도덕적 해이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단적으로 말해 준다. 규모를 보면 더 놀랍다. 지방청장이 열심히 근무하다 퇴임하면서 받은 직원들의 성의치고는 너무 과하다. 여기다 업체 관계자한테서 수백만원어치의 진주 반지까지 받았으니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이러니 장관의 영(令)이 서겠는가. 문제는 이 같은 부패 관행이 국토부에만 있겠는가 하는 점이다. 총리실이나 감사원 등에서 아무리 부패와 비리를 발본색원한다고 해도 스스로 정화하지 않으면 제2, 제3의 사례가 또 적발될 것이다. 적발되면 혼내고, 아니면 그냥 넘어가는 일이 되풀이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감사원 등은 중앙 부처와 산하단체의 유착관계, 또는 부처 및 산하단체 내에 고질적으로 이어져 내려오는 부패 관행에 대해 수시로 감시하고 비리로 인식되는 사례·유형을 매뉴얼로 만들어 선도해야 한다. 전별금 같은 관행도 아예 없애든지, 그러지 않으면 ‘작은 정성’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할 것인지 등을 명확히 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래야 이런 것쯤은 괜찮겠지라는 도덕적 불감증을 막을 수 있다. 미국, 영국 등 선진국들의 모범 사례 등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적발보다는 인식전환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 직접 채취한 금으로 프로포즈 반지 만든男

    무려 1년에 걸쳐 직접 채취한 금으로 약혼 반지를 만들어 프로포즈한 남자가 있어 화제에 올랐다. 강에서 금을 채취하는 것을 취미로 가진 조지 맥키버(53)는 2년 전 같은 취미를 가진 티나 리어(31)와 만나 사랑에 빠졌다. 그녀와 결혼을 결심한 그는 프로포즈 고민을 하다 특별한 선물을 하기로 마음 먹었다. 바로 자신이 직접 채취한 금으로 만든 약혼 반지를 제작하기로 한 것. 맥키버는 그녀를 처음 만난 곳인 스코틀랜드 고지 ‘하일랜드’의 강에서 1주일에 3번 씩 무려 1년간 금 채취에 나섰다. 과거 모은 금을 합해 그가 채취한 금의 가격은 무려 5000파운드(약 850만원). 그는 이 금 대부분으로 프로포즈용 반지를 제작해 선물했다. 이 로맨틱한 반지를 받은 티나는 “몹시 아름답다. 이 반지는 우리 둘의 관계를 완벽하게 상징한다.”며 기뻐했다.     아직 결혼식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으나 맥키버는 이번엔 결혼반지 제작을 위한 금 채취에 들어갔다.  맥키버는 “금 채취하는 실력도 많이 늘었고 좋은 장소가 찾아냈다.” 며 “이번에는 몇달 만에 금을 모아 멋진 결혼 반지를 만들 것” 이라며 웃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전사 해리’의 마지막 전쟁

    ‘전사 해리’의 마지막 전쟁

    암흑의 세계를 지배할 수 있는 ‘죽음의 성물’(딱총나무로 만든 지팡이·투명망토·부활의 돌)의 단서를 좇던 해리 포터(왼쪽·대니얼 래드클리프)와 친구들은 마법사들의 은행인 그린고트에 볼드모트(오른쪽)의 영혼이 담긴 ‘호크룩스’가 하나 있다는 사실을 알아챈다. 영혼이 담긴 호크룩스를 모두 파괴해야만 볼드모트의 부활을 막을 수 있기 때문에 해리와 론 위즐리(루퍼트 그린트), 헤르미온느 그레인저(에마 왓슨)는 그린고트에 침투한다. 그린고트 은행원인 도깨비의 함정에 빠지지만, 악전고투 끝에 호크룩스를 얻는 데 성공한다. 이들은 또 다른 호크룩스가 숨겨진 호그와트 마법학교로 향한다. 해리가 호크룩스를 파괴할 것을 직감한 숙적 볼드모트(랠프 파인스) 역시 해리를 죽이기 위해 호그와트로 돌아온다. 마침내 불사조기사단과 호그와트의 교사·학생 연합군이 볼드모트를 추종하는 ‘죽음을 먹는 자들’, 거인족 등과 벌이는 최후의 전쟁이 시작된다. 13일 세계에서 가장 먼저 개봉하는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2’의 연출을 맡은 데이빗 예이츠 감독은 영리했다. 해리포터 1~7편의 평균 상영시간은 무려 149분. 하지만 ‘죽음의 성물 2’는 시리즈 사상 가장 짧은 131분에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전작들은 캐릭터를 촘촘하게 묘사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지만, 더 이상은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죽음의 성물 2’는 더 이상 소년·소녀들의 판타지 마법영화가 아니다. 호그와트에서 벌어지는 마지막 전투신은 제2차 세계대전을 다룬 전쟁영화만큼 비장한 스펙터클을 보여준다. ‘죽음의 성물 1’에서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혹평을 들었던 3차원(3D) 입체영상은 진가를 드러낸다. 고풍스러운 호그와트 교정이 볼드모트 일당에 의해 쑥대밭으로 변하는 장면은 서글프지만, 묘한 시각적 쾌감을 안긴다. 해리와 볼드모트의 대결도 빼놓을 수 없다. 볼드모트의 지팡이에서 나오는 푸른 빛과 해리의 요술봉에서 나오는 붉은 빛이 충돌하는 장면은 아름답다. 수적 우세를 지닌 볼드모트 일당이 일제히 호그와트로 달려드는 장면은 ‘엑스맨-최후의 전쟁’을, 거인족과 거대거미 아크로맨투라와 선한 마법사들이 싸우는 모습은 또 하나의 판타지 걸작 ‘반지의 제왕-왕의 귀환’을 떠올리게 한다. 1~7편까지 존재감을 꼭꼭 숨겨온 네빌 롱바텀(매튜 루이스)과 론의 어머니 몰리 리즐리(줄리 월터스), 맥고나걸(매기 스미스) 교수도 깜짝 놀랄 만한 전투력을 뽐낸다. 학창시절 해리의 부모에 대한 세베루스 스네이프(엘런 릭맨) 교수의 회상 등 원작소설에 없는 장면도 포함돼 있다. 완결편의 최대 관심사는 주요 등장인물의 죽음일 터. 개봉을 앞두고 티저 영상이 공개되면서 팬들 사이에 해리의 죽음에 관한 소문이 나돌기도 했다. 그림자처럼 해리를 지켜주던 불사조기사단의 주요 인물과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1편)부터 줄곧 출연했던 두 캐릭터가 숨을 거둔다. 어둠의 세계에 몸담았던 한 마법사는 전격적으로 ‘전향’을 한다. 판타지의 위대한 역사는 끝났다. 이젠 해리와 친구들을 떠나보낼 시간이다. 너무 슬퍼하지는 말자. ‘죽음의 성물 2’의 마지막 장면처럼 영국 런던 킹스크로스역의 9와 4분의3 승강장에서는 오늘도 호그와트행 특급열차가 출발할 테니까.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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