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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신정권 균열의 시작 청년학생을 기억하다

    유신정권 균열의 시작 청년학생을 기억하다

    민청학련/민청학련계승사업회 지음/메디치미디어/712쪽/3만 2000원정문화가 말했다. “박정희 정권의 파쇼성이 핵심이니까, 여기에 대항하여 투쟁한다는 데 초점을 맞춰 ‘반파쇼전국학생연맹’이 좋겠네.” 김병곤이 덧붙였다. “민주 회복을 넣어서 ‘민주회복학생총연맹’ 같은 게 좋겠어요.” 황인성은 “민주 회복은 좀 약한 느낌이야. 학생뿐 아니라 근로자, 종교계, 양심세력도 동참한다는 뜻에서 학생 말고 청년학생이라고 하는 게 좋겠어”라고 말했다. 이철은 “그러면 전국적으로 동시 투쟁한다는 의미로 앞에 전국을 붙여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이라고 하면 어떨까”라고 제안했다. “그거 좋겠습니다.” 1974년 3월 27일 이른바 ‘민청학련’이 처음으로 세상에 나오게 됐다.(‘민청학련’ 본문 329쪽) 지난해 박근혜 전 대통령이 촛불 시민에 의해 탄핵당하고 ‘적폐 청산’이 사회 이슈가 됐다. 적폐의 뿌리를 따라가면 1972년부터 7년 동안 한국 사회를 장악했던 박정희의 유신 체제에 맞닥뜨리게 된다. 유신 체제에 대한 도전 가운데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1979년 ‘부마민중항쟁’이다. 그러나 이에 앞서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이하 민청학련) 항쟁을 빼놓을 수 없다.‘민청학련’은 1974년 4월 발생한 대규모 반독재 투쟁인 민청학련 항쟁의 원인, 전개 과정, 결과, 의의까지 모든 것을 정리한 책이다. 민청학련계승사업회가 4년 동안 200여명의 관련자들을 인터뷰하고 책, 신문 기사, 논문 등 80여개의 자료를 참조해 사건을 재구성했다. 1972년 유신 선포와 이에 대항하는 전국 학생 조직의 움직임부터 1975년 박정희 정권이 관련자들을 석방하기까지 850일의 기록이 온전하고 생생하게 담겼다. 1971년 대통령 선거를 끝으로 집권이 불가능했던 박정희는 1972년 10월 유신헌법으로 독재체제를 구축한다. 1년 뒤인 1973년 10월 서울대 문리대 학생 300여명이 반정부 시위에 나서고 이를 발판으로 유신체제 아래에서 침묵하던 각계 민주화 세력이 결집한다. 위기를 느낀 박정희는 1974년 1월 8일 ‘대통령 긴급조치 제1호’ 명령을 내린다. 유신헌법을 부정하는 일체 행위를 금지하며, 이를 어기면 비상군법회의에서 심판, 처단한다는 내용이었다.서슬 퍼런 정권의 칼날 앞에 서울대 사회학과 이철과 유인태 등은 물러나지 않고 1974년 4월 3일을 디데이로 정해 전국 동시다발적인 대학생 반대시위를 계획한다. 사전 움직임을 포착당해 항쟁은 수포로 돌아가고, 붙잡힌 학생들은 무지막지한 고문에 거짓 자백서를 쓰기에 이른다. 박정희 정권은 “민청학련은 공산계 불법단체인 인민혁명당(인혁당) 조직과 제일 조총련계의 조종을 받은 일본인 공산당원 및 국내 좌파 혁신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용공딱지’를 붙였고, 이윽고 7월 14일 민청학련 학생들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각계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힌 끝에 박정희는 결국 1974년 8월 23일 전격적으로 긴급조치 4호를 해제했다. 다음해인 1975년 2월 15일 대통령 특별조치를 통해 여정남을 제외한 민청학련 사건 관련자들 대부분을 석방했다. 책은 그 당시 재판 기록, 판결문 등을 참고해 민청학련 항쟁을 용공 사건으로 조작하거나 방조한 가해자들의 명단 또한 실명으로 그대로 수록했다. 사건을 주도적으로 조작한 중앙정보부 요원뿐만 아니라 당시 대법원장, 검찰총장, 국방장관 등 불법적인 체포, 구금, 고문을 막을 의무가 있었음에도 이를 방조한 이들의 명단, 수사 및 재판 담당 검사와 비상군법회의 판사 및 대법원 판사의 명단을 제시해 그들이 국가폭력 행위에서 어떠한 역할을 담당했는지를 낱낱이 보여 준다. 민청학련 항쟁 이후 수많은 반유신 투쟁과 부마민중항쟁이 이어져 박정희 정권을 붕괴시킬 수 있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민청학련 항쟁에 담긴 정신이다. 공포의 시대, 목숨을 내놓고 민주화에 투신한 대학생들의 항거에 가슴이 뜨거워진다. 민주쟁취국민운동본부 상임집행위원, 민족문학작가회의 상임이사 등을 지낸 유시춘 작가가 원고를 썼다. 수많은 관련 인물의 이야기를 속도감 있는 소설 형식으로 그려냈다. 712쪽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이지만, 상당한 흡인력을 발휘한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민주화 옥죈 ‘軍 위수령’… 68년 만에 역사 속으로

    촛불시위 당시 진압 의혹 제기에는 “군투입·무력 진압 논의 없었다” 군사정권 시절 민주화운동을 옥죄는 수단으로 악용해 온 ‘위수령’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국방부는 통치권자가 국회의 동의 없이 군대를 치안 유지에 동원할 수 있도록 규정한 이른바 ‘위수령’(대통령령)을 폐지하기로 했다고 21일 밝혔다. 위수령이 시민들의 민주적 집회와 시위를 탄압하는 데 이용됨으로써 헌법에 규정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오래된 논란에 따른 것이다. 국방부는 관련 부처 논의를 거쳐 이른 시일 안에 위수령을 폐지할 방침이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위수령이 위헌·위법적이고, 시대 상황에 맞지 않아 관련 절차에 따라 폐지키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계엄령은 국회의 동의가 필요하지만 위수령은 임의로 발동할 수 있다. 육군 부대가 시위 사태가 격화될 시 해당 지역에 계속 주둔하면서 시위 진압 등 질서유지 활동을 할 수 있도록 1950년 최초 제정됐다. 박정희 정부 시절인 1971년 10월 각 대학에서 반정부 시위가 격화하자 서울 시내 10개 대학에 휴교령을 내리고 무장군인을 진주시킨 것이 최초의 위수령으로 기록돼 있다. 1979년 10월 부마사태 때 두 번째 위수령이 발동됐다. 한편 국방부는 ‘2016년 11월 탄핵 촛불시위 당시 위수령 발동 등 무력 진압 계획을 세웠다’는 일각의 의혹 제기에 대해 50여명의 관련자를 상대로 조사한 결과 군병력 투입 또는 무력 진압을 논의한 자료나 진술이 없었다고 밝혔다. 위수령 논의가 없었다는 것으로 해당 의혹 제기가 사실과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만 수도방위사령부가 청와대 인근의 우발적 시위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시위집회 대비계획’을 작성한 것은, 촛불집회 참가 시민을 작전의 대상으로 삼았다는 오해를 줄 여지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국방부는 해당 문건에 병력 증원 및 총기 사용수칙 등이 포함돼 있는 것은 문제라고 판단해 향후 시민을 상대로 총기를 사용하는 것을 더욱 엄격하게 제한할 수 있도록 수칙 등을 수정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박홍환 선임기자 stinger@seoul.co.kr
  • [글로벌 인사이트] “혁명 7년간 나아진 게 없다”… 아랍국가들 ‘제2의 봄’ 조짐

    [글로벌 인사이트] “혁명 7년간 나아진 게 없다”… 아랍국가들 ‘제2의 봄’ 조짐

    “친구들이 앞, 뒤에서 경찰의 총에 맞아 쓰러져 죽어갔죠. 아직도 7년 전 그날을 선명하게 기억합니다.” 2011년 1월, 스물아홉 살 청년이었던 모하메드 소게이어는 ‘아랍의 봄’ 진원지인 튀니지에서 일어난 ‘재스민 혁명’ 주역이다. 소게이어는 시디부지드 시청 앞에서 청과물 노점상을 하던 20대 청년 모하메드 부아지지가 경찰의 노점 압수에 항의하며 분신자살을 하자 친구들과 함께 거리로 나와 ‘타도 (지네 엘아비디네) 벤 알리(당시 대통령)’를 외쳤다. 독재 정권과 실업 등으로 분노에 찬 시민들의 궐기로 벤 알리 전 대통령은 부아지지가 숨진 지 열흘 만에 사우디아라비아로 도망쳐야 했다. 마침내 시민들은 24년간 권력을 누려 온 벤 알리 전 대통령을 스스로의 힘으로 끌어내리는 데 성공했다. 중동·아프리카 사상 최초로 민중이 독재정권을 몰락시킨 것이다. 그해 혁명은 인근 이집트, 리비아, 시리아, 모로코, 예멘, 바레인 등으로 번졌다. 이집트에서는 독재를 이어 오던 무하마드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이 퇴진했고, 리비아에서는 무아마르 알 카다피가, 예멘에서는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이 정권에서 내려오면서 아랍의 봄이 찾아왔다.지난 1월 14일, 소게이어는 수천명의 시민들과 또다시 거리로 나왔다. 재스민 혁명 7주년을 맞은 이날 수도 튀니스에서는 혁명을 기념하는 행진이 평화롭게 진행되는 듯했다. 그러나 어둠이 내리면서 튀니스의 빈민가인 에타다멘을 중심으로 경찰과 시위대의 충돌이 발생했다. 시민들은 경찰에 돌을 던졌고 경찰은 최루탄을 쏘며 시위대를 진압했다. 매년 1월 튀니지에서는 재스민 혁명 기념일을 전후로 시위가 발생하지만, 정부의 긴축정책 발표가 나온 올해 초 시위는 그 어느 때보다 격렬했다. 20여개 도시에서 800명 이상의 시민들이 체포됐으며 시위 과정에서 1명이 숨졌고 수십여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란·요르단·알제리서도 반정부 시위 소게이어는 “튀니지에서 현재 젊은이들이 살아갈 방법은 없다고 보면 된다”며 “내 또래의 젊은 남성들이 결혼이나 가정을 감당하지 못하는 것은 정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오랫동안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현재 카페에서 일하며 일당 6~8달러로 생활한다는 그는 “혁명에 희망을 걸었지만,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면서 “아랍의 봄 이후 대중의 분노는 끊임없이 증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랍 각국에서 경제 불황에 대한 불만이 커져 ‘아랍의 봄’이 다시 발발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지난 5일 파이낸셜타임스(FT)가 전했다. 이란에서도 지난해 12월 정부의 경제정책 실패로 금융기관 도산, 고물가, 실업률 상승 등을 막지 못해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벌어진 데 이어 요르단과 알제리에서도 올해 초 식량 가격 인상과 공공 지출 삭감에 반발한 반정부 행동이 연쇄적으로 일어났다. 특히 튀니지는 2011년 혁명 이후 독재에서 민주주의로의 전환을 이룬 나라이지만, 정치적 업적이 경제적 성공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튀니지는 경제 붕괴를 피하기 위해 2015년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28억 달러(약 3조 130억원) 규모의 구제금융을 받았으나 경제는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최대 문제는 44%에 달하는 실업이었다. 튀니지 정부는 IMF의 긴급 조치 요구에 올해 초 공무원 채용 제한, 조기 퇴직, 임금 동결 등의 긴축 방안과 세금 인상안을 내놓았다. 고통스러운 긴축 프로그램이 가동되자 실업난과 생활고에 시달리던 시민들은 7년 만에 다시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사우디 반발 심해 며칠 새 보조금 부활 ‘아랍의 봄’ 당시 많은 아랍 국가가 혁명의 영향을 받았지만, 이후 대부분은 불안한 시민들을 억제하기 위해 강압적인 통치 체제로 되돌아갔다. 문제는 ‘경제’였다. 그동안 중동 국가 운영의 핵심은 시민들의 정치적 자유를 제한하는 대신 ‘오일 머니’로 벌어들이는 국가 수입을 보조금으로 지급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낮은 유가가 지속되면서 이들 국가들은 경제 불황과 예산 적자, 쌓여 가는 외채에 시달려 재정 고삐를 조여야 했다. 올 초 아랍 지역에서 연이어 벌어진 반정부 시위는 그동안 식량과 연료에 대해 보조금을 넉넉히 지급하는 것으로 민심을 달래 온 아랍 정부들이 재정적자 때문에 보조금을 줄이고 세금과 공공요금을 올리자 불만이 터져 나온 것이다. 이집트도 IMF 구제금융을 120억 달러(약 12조 9100억원)나 받았고 보조금을 대폭 삭감했다. 지난해 8월 전기요금을 최대 42% 인상하고, 부가가치세를 신설하면서 인플레이션은 한때 30년 이래 최고치인 30% 가까이 치솟았다. 이집트 청년 실업률은 30%를 웃돈다. 다만 독재정치가 강화된 탓에 국민 불만은 억눌려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실권자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는 개혁과 민심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 그는 경제구조 개혁의 일환으로 연료 보조금 축소와 부가가치세(5%) 도입을 단행했지만, 불만이 들끓자 며칠 만에 공무원과 군인에 대한 보조금을 부활시켰다. ●아랍 평균 실업률 30% ‘세계의 2.5배’ 전문가들은 강압적 통치와 국가보조금이 결합된 기존의 안정 유지 시스템을 근본적인 문제로 지적했다. 아랍 국가들이 아랍의 봄 이후 이 시스템을 개혁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위기를 맞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청년 인구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지역에서 실업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는 점이 치명적인 것으로 분석된다. 아랍 국가들의 평균 실업률은 약 30%로 세계 평균인 약 12%보다 2.5배 높다. 라구이 아사드 미국 미네소타대 교수는 “중동 지역의 문제는 교육 성취율이 높아진 새로운 구직자들을 취약한 민간 부문이 흡수하지 못해 더욱 악화된 것”이라면서 “국가가 물러나면 민간 부문이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아랍의 봄 이후 충족되지 않았던 것이 문제”라고 설명했다. 사태의 심각성을 느낀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도 지난 1월 “여러 아랍 국가에서 들끓는 국민들의 불만은 더욱 긴급한 조처가 필요하다는 것을 상기시킨다”면서 아랍 국가들을 향해 “일자리 창출을 가속화하라”고 경고했다. IMF는 아랍 국가들이 일자리를 늘리는 동시에 현재의 광범위한 보조금 제도보다는 빈곤층을 위한 현금 지급과 같은 보장 계층이 확실한 사회 보장 제도를 구축하기를 원하고 있다. ●“위기 극복 못하면 새로운 IS 나올 것” 마르완 무아세르 전 요르단 부총리는 “현 체제는 오래 지속될 수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새로운 정치·경제 담론을 내놓지 못하면 새로운 버전의 이슬람국가(IS)가 등장할 것이고, 현재의 사회 균열을 메우지 못한다면 더 극단적이고 폭력적인 아랍의 봄을 맞게 될 것”이라면서 “아무도 7년 전 아랍의 봄이 일어날지 예측하지 못했던 것처럼 제2의 아랍의 봄이 언제 어떻게 일어날지 누구도 예상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 [핵잼 라이프] “조혼·성폭력 그만” 수백만명 마음 움직인 걸그룹의 노래

    [핵잼 라이프] “조혼·성폭력 그만” 수백만명 마음 움직인 걸그룹의 노래

    에티오피아 북서쪽 바히르다르의 한 학교에 학생 수십 명이 몰려들었다. 최근 에티오피아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걸그룹’을 직접 보기 위해서다.영국 일간지 가디언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예냐’라고 불리는 이 그룹은 2012년부터 에티오피아에서 활동해 왔다. 암하라(에티오피아 공용어)어로 ‘우리의 것’을 뜻하는 예냐는 열광하는 많은 팬 앞에서 익숙하게 노래하고 춤춘다. 언뜻 보면 한국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걸그룹 같지만, 사실 이들이 그룹을 구성하게 된 계기 및 이들의 노래와 춤에는 결코 가볍지 않은 메시지가 담겨 있다. 예냐는 노래와 춤, 드라마 등을 통해 미성년자 결혼제도 및 성희롱과 폭력, 그리고 교육의 중요성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주력한다. 실제로 이곳에서 자라는 소녀 5명 중 1명은 15세가 되기 전에 어른들의 손에 떠밀려 결혼한다. 소녀들은 결혼과 동시에 고립되고, 사회적인 활동과는 전혀 동떨어진 환경에서 청소년기를 보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폭력에도 노출된 채 살아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 처한 에티오피아의 소녀들을 위해 예냐가 나섰고, 이미 850만명이 넘는 에티오피아인이 이들의 노래와 메시지를 접한 뒤 생각을 바꾸기 시작했다. 최근 예냐의 공연을 관람한 14세 소녀는 “예냐는 우리에게 할 수 있다는 가르침을 주었다. 사람들은 여자아이에 대해 별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지만, 이러한 그들의 생각은 예냐에 의해 달라졌다”고 말했다. ‘에티오피아인에 의한, 에티오피아를 위한’을 모토로 하는 예나의 결성 뒤에는 영국의 국제 원조 기구인 국제개발부(DfID)의 도움이 있었다. 영국 국제개발부는 2011년부터 몇 년간 예냐의 활동자금을 지원했지만, 지난해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밝히면서 위기가 찾아왔다. 하지만 예냐는 포기하지 않았다. 예나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디렉터인 가야트리 버틀러는 “예냐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브랜드 스폰서십과 라디오 쇼, 광고 수익 및 음원 판매를 모색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매우 포괄적인 방식으로 소녀들을 위한 장벽을 무너뜨리려는 브랜드”라고 소개했다. 가디언은 “예냐는 사회 관례와 논쟁적인 이슈를 전하기 위해 스토리 라인과 노래 가사를 사용하는 5명(현재 1명은 출산휴가 중)의 젊은 여성들”이라면서 “음악뿐만 아니라 드라마 등 다양한 방식으로 에티오피아 소녀들의 현재에 대해 이야기한다”고 소개했다. 한편 에티오피아는 아프리카 동부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국가지만 여전히 성차별이 심각한 국가로 꼽힌다. 지난해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2017 세계 성 격차 보고서’에 따르면 에티오피아는 총 144개국 중 115위를 차지했다. 2015년 후반부터는 민주화를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고 있으며, 지난 2월에는 국가 비상사태가 선포되기도 하는 등 불안한 정세가 이어지고 있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성폭력 메시지’ 전하는 에티오피아의 ‘걸그룹’ 아시나요?

    ‘성폭력 메시지’ 전하는 에티오피아의 ‘걸그룹’ 아시나요?

    에티오피아 북서쪽 바히르다르의 한 학교 안에 수 십 명의 학생이 몰려들었다. 최근 에티오피아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걸그룹’을 직접 보기 위해서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의 4일 보도에 따르면 ‘예냐’(Yegna)라고 불리는 이 걸그룹은 2012년부터 에티오피아에서 활동해왔다. 암하라(에티오피아 공용어)어로 ‘우리의 것’(Ours)을 뜻하는 예냐는 열광하는 많은 팬 앞에서 익숙하고 노래하고 춤춘다. 언뜻 보면 한국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걸그룹 같지만, 사실 이들이 밴드를 구성하게 된 계기와 이들이 내뱉는 노래와 춤에는 결코 가볍지 않은 메시지가 담겨있다. 예냐는 미성년자 결혼제도 및 성희롱과 폭력, 그리고 교육의 중요성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주력한다. 실제로 이곳에서 자라는 소녀 5명 중 1명은 15세가 되기 전에 어른들의 손에 떠밀려 결혼을 한다. 아이들은 결혼과 함께 고립되고, 사회적인 활동과는 전혀 동떨어진 환경에서 청소년기를 보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폭력을 경험해야 하는 에티오피아의 소녀들을 위해 예냐가 나섰고, 이미 850만 명이 넘는 에티오피아인들이 이들의 노래와 메시지를 접한 뒤 생각을 바꾸기 시작했다. 최근 예냐의 공연을 관람한 한 14세 소녀는 “예냐는 우리에게 할 수 있다는 가르침을 주었다. 사람들은 여자아이에 대해 별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지만, 이러한 그들의 생각은 예냐에 의해 달라졌다”고 말했다. ‘에티오피아인에 의한, 에티오피아를 위한’을 모토로 하는 예나의 결성 뒤에는 영국의 국제원조기구인 국제개발부(DfID)의 도움이 있었다. 영국 국제개발부는 2011년부터 최근까지 예냐의 활동자금을 지원했지만, 지난해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밝히면서 위기가 찾아왔다. 하지만 예냐는 포기하지 않았다. 예나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현지 디렉터인 가야트리 버틀러는 “예냐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브랜드 스폰서십과 라디오 쇼, 광고 수익 및 음원 판매를 모색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매우 포괄적인 방식으로 소녀들을 위한 장벽을 무너뜨리려는 브랜드”라고 소개했다. 가디언은 “예냐는 사회 관례와 논쟁적인 이슈를 전하기 위해 스토리라인과 노래 가사를 사용하는 5명(현재 1명은 출산휴가 중)의 젊은 여성들”이라면서 “음악뿐만 아니라 드라마 등 다양한 방식으로 에티오피아 소녀들의 현재에 대해 이야기한다”고 소개했다. 한편 에티오피아는 아프리카 동부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국가지만 여전히 성차별이 심각한 국가로 꼽힌다. 지난해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2017 세계 성 격차 보고서’에 따르면 에티오피아는 총 144개국 중 115위를 차지했다. 2015년 후반부터는 민주화를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고 있으며, 지난 2월에는 국가 비상사태가 선포되기도 하는 등 불안한 정세가 이어지고 있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씨줄날줄] 동구타 학살극/이순녀 논설위원

    [씨줄날줄] 동구타 학살극/이순녀 논설위원

    2016년 8월, 온몸에 먼지와 피를 뒤집어쓴 채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앰뷸런스 안에 홀로 앉아 있는 5살 소년의 모습이 전 세계를 충격과 분노에 떨게 했다. 시리아 내전 격전지인 알레포의 무너진 잔해 더미에서 막 구출된 아이의 텅 빈 눈빛은 그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의 참상이 얼마나 끔찍한지를 단번에 보여 줬다.반군에 장악된 북부 도시 알레포를 탈환하기 위해 시리아 정부군은 2012년부터 4년에 걸쳐 학살이나 다름없는 대대적인 공습을 펼쳤다. 이 과정에서 수천 명의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해 국제사회의 비난이 쏟아졌지만 정부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시리아군은 러시아군의 지원을 등에 업고 무차별 폭격을 가한 끝에 2016년 12월 알레포에서 피로 물든 승전을 선포했다. ‘알레포 대학살’의 비극이 채 잊히기도 전에 시리아군이 또다시 무자비한 반군 박멸에 나서면서 제2의 알레포 사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수도 다마스쿠스 인근 반군 지역 동(東)구타가 타깃이다. 동구타는 2011년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에 맞서 가장 먼저 반정부 시위를 벌인 곳이자 반군의 마지막 주요 거점 지역이다. 알카에다 계열인 하이아트 타흐리르 알샴 등이 장악하고 있다. 시리아 정부는 그동안 정권에 더 위협적인 홈스와 알레포 반군 격퇴에 집중하느라 동구타 지역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러다 알레포 탈환으로 전황을 주도하게 되자 수도 가까이에 있는 동구타까지 완전히 진압하는 작전에 나선 것이다. 시리아군은 지난해 중반부터 동구타를 전면 봉쇄했다. 이에 따라 40만명에 이르는 주민들은 식량, 의료품 등 기본적인 생필품 확보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18일부터 전투기와 헬기, 박격포 등을 동원한 무차별 공습과 포격이 자행되고 있다. 벌써 사망자 400여명 등 민간인 사상자가 2500명을 넘어섰다. 국제사회는 한목소리로 시리아군의 비인도적 행태를 비난하고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구상의 지옥”이라고 표현하며 전쟁 중단을 촉구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시리아 정권이 어린이들을 죽이고, 병원을 파괴하는 건 학살 행위”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22일 ‘30일 휴전’ 결의안 채택을 논의했으나 러시아의 반대로 표결 자체가 이뤄지지 않았다. 5·18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육군 헬기가 비무장 시민에게 사격까지 했다는 사실이 최근 밝혀진 우리로선 알레포에 이은 동구타의 비극이 남의 일 같지 않다. 이순녀 논설위원 coral@seoul.co.kr
  • 개혁의 꿈 움트자… 에티오피아 국가비상사태 선포

    개혁의 꿈 움트자… 에티오피아 국가비상사태 선포

    에티오피아 정부가 지난해 8월 이후 6개월 만에 또다시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차별과 인권탄압에 분노한 양대 부족의 반정부 시위를 틀어막기 위해서다. 민주개혁에 대한 희망이 부풀어 오른 가운데 정권의 폭압적인 조치가 나오면서 대규모 유혈사태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알자지라 등은 17일(현지시간) 에티오피아 정부가 6개월간의 국가 비상사태 돌입을 선언하고 시위를 금지했다고 보도했다. 약 1억명인 에티오피아 인구의 61%를 차지하는 오모로족과 암하라족은 정치적 의사 반영과 자유 보장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여 왔다. 이들은 인구의 6%에 불과한 티그레족이 정계와 군부를 장악하고 있는 데 대해 분노를 표출했다. 2016년 10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10개월간 이어진 1차 국가 비상사태 때에는 정부가 시위대를 강경 진압하는 과정에서 최소 500명이 사망하고 야당 인사, 반정부 성향 언론인 등 2만여명이 체포됐다. 에티오피아 정부는 1차 국가 비상사태가 종료된 뒤에도 시위가 잦아들지 않자 체포된 인사 중 6000여명을 석방하며 민심을 달래는 듯한 유화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5일 하이을러마리얌 더살런 총리가 사임 의사를 밝히면서 개혁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더살런 총리는 “평화를 되찾고 민주주의 개혁을 하려면 내가 물러나야만 한다”고 사임 이유를 밝혔다. 그의 갑작스러운 퇴진에 BBC는 “반정부 시위가 장기화하면서 집권연정인 인민혁명민주전선(EPRDF) 내부에 균열이 생긴 결과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튿날 EPRDF는 “우리나라의 헌법 질서를 보호하기 위해 국가 비상사태 선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26년간 권력을 장악했던 집단이 최대의 저항에 부딪히자 개혁에 대한 의지를 보여 주는 대신 국가 비상사태라는 수단을 택했다”고 평가했다. 국가 비상사태하에서 정부는 영장 없이 압수수색을 할 수 있고, ‘국가의 안녕’을 해칠 것으로 의심하는 사람을 구금할 수도 있다. 이와 관련, 시라즈 페게사 에티오피아 국방장관은 “대중을 선동하고 불화를 조장하는 출판물의 보급도 금지한다”며 언론을 통제하겠다고 밝혔다. 야당인 오로미아 연방주의회(OFC)의 물라투 게메추 사무차장은 “우리는 자유 선거와 헌법 준수 및 공정한 사법부를 원한다”면서 “이 정권이 살아남고 싶다면 진정한 변화를 꾀해야만 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조지아 그위넷칼리지의 에티오피아 정치학 교수인 요하네스 게다무는 “국가 비상사태는 임시방편일 뿐”이라면서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체제 변화라는 사실을 EPRDF가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해외에서 온 편지] “뭉치면 산다”… 베네수엘라 ‘혼돈의 7월’ 견뎌낸 우리

    [해외에서 온 편지] “뭉치면 산다”… 베네수엘라 ‘혼돈의 7월’ 견뎌낸 우리

    국제 유가가 하락하기 시작한 2014년 하반기부터 베네수엘라 경제는 몰락의 길을 걸었다. 경제가 나빠지면서 민생고는 악화되고 범죄율은 상승했으며 정치 갈등은 증폭됐다. 결국 지난해 상반기 전국적으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발생했다. 시위대와 경찰이 곳곳에서 충돌하며 수천명이 죽거나 다쳤다.# 반정부시위ㆍ치안불안에 함께 출퇴근ㆍ장보기 우리 대사관이 위치한 지역은 시위대의 주된 이동 경로였다. 덕분에 시위가 정점이던 지난해 5~7월 3개월 동안 모든 공관원들은 매캐한 최루탄 냄새를 맡고 눈물과 콧물을 쏟으며 근무해야 했다. 어떤 날은 진압 경찰이 쏜 총탄이 대사관 바로 아래층 외벽 유리창을 박살내기도 했다. 일반 국민의 관심을 끌어내기 위해 반정부 시위대는 시내 곳곳에서 도로를 봉쇄하곤 했다. 지리에 충분히 익숙하지 않은 공관원들은 출퇴근 과정에서 우회로를 찾지 못해 주변을 배회하기도 했다. 전 세계 살인율 1위 도시인 카라카스 시내에서 저소득층이 주로 거주하는 지역은 치안이 매우 불안한 곳이다. 시위 기간에 공관원들은 불상사에 대비해 한 차량으로 함께 출퇴근했다. 부인들도 식료품 구입을 위해 장 보러 갈 때는 날을 정해 단체로 이동해야만 했다. 시위가 최정점에 다다른 7월 말에는 대사관 인근 호텔에 비상사무실을 차리고 24시간 대응 체계를 구축했다. 도로 봉쇄로 집에 들르는 게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 외신 담당 직원은 일주일간 호텔에 상주하며 야간 근무를 했다. # 대사관ㆍ한인회 위기 상황별 대응책 머리 맞대 대사관과 한인회는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위기 상황별로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준비했다. 교민들은 오랜 현지 경험을 토대로 다양하고 현실적인 제안들을 제시했다. 위기 상황에서 당장 대피에 나서는 것이 오히려 더 위험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지역별로 거주지 가까운 곳에 1차 대피 거점을 구축하기로 했다. 사태가 악화되면 1차 대피 거점으로 모인 뒤 최악의 상황에 처하면 대사관저로 피난하는 단계별 대피 계획과 구체적인 행동 요령이 다듬어졌다. 대사관저는 물론 지역별 1차 거점에도 쌀과 물 등 비상식량을 비축했다. 기간통신망 붕괴에 대비해 거점별 책임자들과 대사관 간 비상통신수단도 마련했다. 전 교민들을 대상으로 비상연락망을 재정비하고 할당된 거점별 책임자 및 대사관과 연락 체계를 유지하도록 조치했다. # 우리 근로자 500명 현대건설도 수시 안전 소통 지방도시 푸에르토 라 크루스에서 현대건설은 베네수엘라 국영석유회사(PDVSA)가 발주한 30억 달러 규모의 정유공장 확충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대규모 사업이라 반정부 시위 기간에도 우리나라 근로자 500여명이 상시 체류하며 근무하고 있었다. 정부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어 우리 근로자들이 반정부 시위대의 공격 표적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실제 시위대가 현지인 근로자 통근버스를 탈취해 불태우는 불미스러운 사고도 생겼다. 현대건설 현장 및 근로자 안전 확보를 위해 대사관은 현장소장 등 책임자들과 수시로 소통하고 함께 고민했다. 7월 초에는 필자와 영사가 현장을 직접 찾아 안전대책을 검검하고 지역 치안책임자를 만나 협조와 지원을 당부했다. 대사관, 한인회, 현대건설 모두 세심하게 점검하고 분주하게 움직였다. 다행히 반정부 시위로 사회가 극도로 혼란스러웠던 베네수엘라의 지난해 7월을 우리는 별 피해 없이 잘 넘겼다. 2018년 올해 베네수엘라 경제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갈등도 다시 고조되고 있다. 그래도 우리는 대비태세를 재점검하고 대응 방안을 준비하며 힘을 합쳐 잘 헤쳐 나갈 것이다.
  • 대가뭄 케이프타운 ‘물 비상계엄령’

    대가뭄 케이프타운 ‘물 비상계엄령’

    사상 초유의 물 부족 사태를 겪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제2의 도시 케이프타운이 오는 4월 12일 수돗물 공급을 완전히 차단하는 ‘데이 제로’(Day Zero)에 돌입할 전망이다. 세계에서 유래를 찾기 힘든 ‘물이 말라버린 대도시’라는 오명은 차치하고라도, 도시 전체가 대공황 상황에 빠져 물을 둘러싼 대규모 소요사태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남아공 정부는 물 배급소에 군 병력 배치를 계획하고 있다. 사실상 물 비상계엄령이 선포되는 셈이다.3일(이하 현지시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케이프타운 최대의 급수원 디워터스클루프 댐의 수량은 평소의 13%에 불과하다. 앞서 지난달 31일 CNN이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서 입수해 공개한 디워터스클루프 댐 위성사진을 보면 2011년과 현재의 수량이 극명하게 대비된다.케이프타운이 최근 100년 내 전례 없는 가뭄을 겪는 것은, 지구온난화 등 기상이변으로 강수량이 급감한 데다 습기를 잔뜩 머금어 비를 몰고 오던 겨울 서풍이 자취를 감춘 탓이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연구에 따르면 장기적으로 케이프타운의 강수량은 현재의 60% 수준으로 감소한다는 암울만 관측만 남아 있다. 이 상태라면 데이 제로는 불가피하다. 데이 제로가 되면 케이프타운 400만 시민은 오직 도심 200곳의 배급소에서만 물을 구할 수 있고, 하루에 한 명당 25ℓ만 받게 된다. 현재 미국인 하루 평균 물 소비량인 약 350ℓ의 10분의1에도 못 미치는 양이다.●시민 간 충돌·반정부 시위 등 우려 남아공 정부는 데이 제로 이후 분노한 시민들이 대규모 소요를 일으키는 등 시 전체가 무정부 상태에 놓일 것을 우려해 물 배급소에 방위군 병력을 배치해 물을 둘러싼 시민 간 충돌 또는 반(反)정부 시위 등 돌발사태에 대비할 계획을 세웠다. 뉴욕타임스(NYT)는 “남아공 정부는 데이 제로 이후 제2차 세계 대전, 9·11 테러 이상의 공황에 대비하고 있다”면서 “정상적인 치안 유지가 불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벌써부터 용천수가 터지는 주변에 물을 구하려는 시민들이 몰려 몸싸움을 벌이는 등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물통을 들고 용천수 대기열에 서 있던 한 시민은 “데이 제로가 되면 이 일대에 군대가 깔릴 것”이라며 불안해했다. 현지 대형마트는 1인당 생수 구매를 제한하고 있다. 쓰레기통, 양동이 등 물을 받을 수 있는 물건은 동난 지 오래다. 시민들은 목욕한 물을 변기 물로 재활용하는 등 자구책에 나섰다. 케이프타운이 맞닥뜨린 상황은 자연재해가 원인이기도 하지만, 초유의 가뭄과 급격한 인구 증가를 손 놓고 바라보기만 한 시 당국의 무능력과 무대책이 빚은 합작품이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NYT에 따르면 남아공 수자원국은 2007년부터 케이프타운의 물 부족을 경고하고, 기후변화에 대비해 담수화, 지하수 등 수원을 다각화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시 당국의 담수화 및 지하수 개발은 지지부진했다. 물 공급원은 그대로인데 시민은 빠른 속도로 늘었다. 케이프타운의 인구는 2000년대에 들어 2배로 증가했다. 이안 닐슨 케이프타운 부시장은 NYT에 “새 급수원 개발 계획이 있었다. 하지만 물 부족 사태가 이렇게 빨리 올 것이라고는 예측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전 수자원국장인 마이크 뮬러는 “시 당국이 이번 사태의 주범”이라고 비판했다. 지독한 가뭄이 이어지자 남아공 정부는 지난해 6월 케이프타운을 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시 당국은 지난해 10월부터 1인당 하루 물 사용량을 87ℓ로 제한했다. 상황이 더 심각해지자 지난 1일부터 물 사용량을 50ℓ로 줄였다. CNN에 따르면 50ℓ는 설거지와 빨래에 18ℓ, 90초 동안 샤워하는 데 15ℓ, 변기 물을 내리는 데 9ℓ, 기타 음식에 쓰거나 마실 물 4ℓ를 합친 것이다. ●“부자는 피신… 결국 가난한 자의고통” 빈부 격차에 따른 불부족 체감도도 심각한 수준이다. 자가용이 없는 시민이자 8인 가족의 가장인 파리 카시엠은 “데이 제로가 시작하면 내가 우리 가족의 물을 배급소에서 받아 와야 한다. 배급소에서 집까지 어떻게 물을 옮길지 까마득하다”고 NYT에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부유층은 케이프타운을 떠나 잠시 다른 도시에 머무를 것이라고 들었다. 하지만 우리는 그럴 여유가 없다”고 했다. 케이프타운의 부촌 콘스탄티아 등 거주자들은 집 앞마당에 물탱크를 만드는 등 자체적으로 데이 제로에 대비하고 있다. 닐슨 부시장은 USA투데이에 “여러 대안을 검토하면서 일단 대서양과 접한 지역에 바닷물을 깨끗한 물로 바꾸는 담수화 공장을 짓고 있다”며 “3월부터 물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시 당국은 일단 이 공장에서 얻은 물로 6월 우기가 시작할 때까지 버틴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 USA투데이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드는 계획”이라면서 “시 당국은 이미 올해 수도 예산 중 절반을 초과하는 1억 3830만 달러를 썼다”며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푸틴 대항마’ 대선출마 막자… 러 대규모 反정부 시위

    ‘푸틴 대항마’ 대선출마 막자… 러 대규모 反정부 시위

    전국 수십 곳 푸틴 연임반대 시위 240명 연행 미신고 집회자 처벌오는 3월 대통령 선거를 앞둔 러시아에서 28일(현지시간) 전국 규모의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다. 시위대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4연임을 막을 유일한 ‘대항마’였던 알렉세이 나발니의 출마가 좌절된 데 대한 대선 보이콧을 촉구했다.AF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모스크바를 비롯한 러시아 대도시 수십 곳에서 나발니의 지지자들과 푸틴 대통령의 연임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모여 ‘가짜 선거’에 반대하는 집회가 열렸다. 모스크바 시민 4000여명은 푸틴 대통령을 향해 “사기꾼과 도둑들”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행진했다. 푸틴 대통령의 고향인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도 1000여명이 시위에 참여해 “푸틴 없는 러시아”, “푸틴은 도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위 참가자 안드레이 페트로프는 “변화를 원한다. 우리는 이 수렁에서 사는 데 지쳤다”고 언론 인터뷰를 통해 주장했다. 영하 45도의 혹한을 맞은 극동 시베리아 지역에서도 시위가 이어졌다. 우랄산맥 인근 예카테린부르크에서는 시장을 포함한 시민 1000여명이 나발니의 대선 출마를 막은 푸틴 정부에 항의했다. 나발니는 트위터에 “당신들은 나를 위해 결집한 게 아니라 당신과 당신의 미래를 위해 모인 것”이라는 글을 올려 시위 참여를 독려했다. 모스크바 시위대에 둘러싸였던 나발니는 시위대 수백명과 함께 연행됐으나 이날 밤 풀려났다. 그러나 경찰은 나발니가 허가받지 않은 집회를 주도한 혐의로 처벌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시위 과정에서 전국적으로 240명이 연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에선 이미 총리직까지 포함해 18년간 집권한 푸틴 대통령에 대한 피로감이 쌓이고 있다. 그가 3월 대선에서 4연임에 성공하면 2024년까지 집권하게 된다. 변호사이자 반부패 운동가 출신인 나발니는 푸틴 대통령의 당선이 유력한 이번 대선에서 그에 대적할 유일한 야권 후보로 꼽혀 왔다. 그러나 2009년 키로프주 정부 고문으로 일하면서 주 정부 산하 산림 벌채·목재 가공기업 소유 제품을 빼돌린 혐의로 최근 5년 징역,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아 출마가 좌절됐다. 나발니는 정치적 목적에 의한 정략적 유죄 판결이라며 맞서고 있다.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 국제 유가 3년 만에 고공행진

    올 들어 국제 유가가 매섭게 오르며 ‘고유가 시대’가 올지 주목된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지난 12일 배럴당 64달러를 돌파하면서 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글로벌 유가 시장의 벤치마크인 브렌트유도 69.87달러로 70달러에 육박한다. 전문가들은 최근 미국 원유 재고가 줄어들고 지정학적 리스크 때문에 유가가 올랐다고 분석했다. 또 미국에서 잠재적인 원유 공급량이 남아 있는 한 ‘고유가 시대’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연초 들어 공급 문제와 지정학적 리스크가 동시에 터지면서 국제 유가가 상승이 이어졌다. 가동 중단됐던 북해의 포티스 송유관이 재가동되고 이란의 반정부 시위가 진정 국면에 들어서도 유가가 오르자 ‘고유가 시대’가 온다는 전망이 나오기 시작했다. 미국의 벤치마크 원유인 WTI는 지난주에만 4.7% 뛰며 상승세가 가파르다. 셰일오일 업체들이 가격 상승에도 원유 공급에 소극적으로 변하며 유가 상승을 이끌었다. 과거와 달리 끊임없이 증산하기보다 주주 수익 극대화를 위해 배당 확대에 방점을 찍은 것이다. WTI가 배럴당 60달러를 넘어도 지난달 11일부터 지난 5일까지 미국 원유 시추기는 오히려 9개 줄었다. 미국 원유 재고도 8주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고유가 시대’가 올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전망한다. 1월부터 비수기에 진입하면 원유 재고는 증가세를 보여 왔기 때문이다. 서태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유가가 오르자 미국 원유 시추기가 5주 만에 늘어났다”며 “아직 고유가로의 회귀를 논하기에는 이른 시점”이라고 내다봤다.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 원화ㆍ유가 동반 상승… 서민 경제ㆍ수출 中企 ‘한숨’

    원화ㆍ유가 동반 상승… 서민 경제ㆍ수출 中企 ‘한숨’

    국제 유가와 원화 가치가 가파르게 동반 상승하면서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자칫 물가와 금리까지 끌어올리는 기폭제가 될 수 있어 서민 경제의 주름살을 키울 수 있다. 양대 복병을 넘지 못하면 경제 회복세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의미다.지난해 초 1200원을 웃돌던 원·달러 환율은 최근 3년 2개월 만에 최저치인 1060원대까지 떨어졌다. 새해 들어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060원대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지만 하락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라 1050원대 진입 가능성도 있다. 원화 강세 현상이 지속되면서 수출 기업에 비상이 걸렸다. 대기업보다는 환율 변동 대응 능력이 떨어지고 자금력이 취약한 중소기업의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중소·중견기업을 지원하는 중소벤처기업부도 환차손으로 인한 중소기업들의 경영애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조만간 무역보증기금이나 수출입은행 등과 연계해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환 리스크 관리 필요성에 대한 설명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9일 “대기업은 자체적으로 역량이 되니 헤지(위험분산)를 할 수 있는데 수출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중소기업들은 매출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면서 “환율 변동으로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들은 1000억원 규모로 조성된 긴급경영안정자금을 신청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배럴당 50달러 중반대였던 국제 유가는 지난해 10월 북해산 브렌트유, 11월 두바이유, 12월 서부텍사스중질유(WTI) 등의 차례로 60달러 선을 돌파했다. 세계 경제가 회복세로 돌아서며 원유 수요는 느는 반면 주요 산유국은 원유 생산을 줄여서다. 여기에 이란의 반정부 시위나 정세 불안 등 고질적인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겹쳤다. 국제 유가 상승세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미국이 원유 생산을 늘리면서 유가 상승은 제한적일 것”이라면서도 “원유 수요 증가세가 공급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되고 중동 지역의 정치적 긴장까지 고조되면서 유가 급등 가능성도 일부 제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름값이 오르면 석유·화학 업종을 중심으로 수출 기업의 원가 경쟁력이 떨어진다. 수입 물가가 올라 가계에도 부담을 준다. 물가가 오르면 가계는 지갑을 닫고, 이는 기업의 매출 감소로 이어진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소득주도 성장’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윤인대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과장은 “국제 유가와 환율은 정부가 통제하기 어려운 문제”라면서 “세계 경제 회복세가 그리 가파르지 않아 유가가 과거처럼 급등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환율의 경우 환변동보험 등으로 충격을 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은 국제 유가 상승을 원화 강세 현상이 일정 부분 상쇄하고 있지만 국제 유가 오름세가 수입 물가 상승을 주도하고 있는 만큼 소비자 물가 인상으로 전이될 가능성도 있다.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에도 최저임금 인상을 빌미로 각종 서비스 가격이 들썩이는 것과 유사한 구조다. 더욱이 물가 상승률이 당초 예상을 웃돌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 시기가 앞당겨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앞서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2일 기준금리 추가 인상 여부에 대해 “금융통화위원들이 물가를 많이 우려했기 때문에 신중히 할 것”이라고 했다. 금리 인상의 전제로 ‘물가 인상률’을 제시한 상황에서 물가가 자칫 한은의 목표치(상승률 2%)를 넘어서면 기준금리 인상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과거처럼 유가와 환율의 급변 가능성은 낮다는 입장이지만 대비책은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강명헌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제 유가가 오르면 미국이 셰일가스를 더 많이 생산하기 때문에 배럴당 최대 70달러 선을 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다만 유가 상승으로 물가가 더 오르면 기준금리 인상 시기는 빨라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원화 강세가 계속되고 있지만 미국과 환율 조작국 문제가 있어서 정부가 개입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개별 기업 차원에서 환변동 리스크를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배트맨이 사는 고담시, 빌런들의 공격에 회복 가능할까

    배트맨이 사는 고담시, 빌런들의 공격에 회복 가능할까

    뉴스를 보다보면 하룻만에도 여러 크고 작은 일들이 전세계 곳곳에서 발생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2011년 봄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에서 크게 확산된 반정부 시위 ‘중동의 봄’이나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후쿠시마 원전사고, 1990년대 말 한국의 외환위기 사태 등은 사회나 국가 시스템을 크게 흔드는 사건들이다. 그런데 비슷한 외부충격이 가해져도 나라나 지역사회에 따라 위기에 잘 대응해 빨리 원상복구되는 곳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못한 곳도 있다. 미국 콜로라도주립대 토목환경공학부 허샘 마후무드 교수팀은 영화 ‘배트맨’의 배경인 가상의 도시 고담시티를 대상으로 외부 충격에 대한 원상회복 능력인 ‘도시회복력’을 정량화해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해 ‘전산 토목·건축공학’ 최신호에 발표했다. 사회과학 용어인 ‘도시회복력’은 대형 화재, 홍수, 지진 같은 예상 밖의 재앙으로 발생한 불안정한 상태를 자체적으로 회복시킬 수 있는 역량을 말한다. 재난과 공동체는 비슷해보여도 모두 다른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회복력을 정확히 측정하기 쉽지 않았다. 연구팀은 토목공학 분야에서 건물의 기둥이나 빔 같은 구조에 가해지는 힘에 건축물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분석하는 컴퓨터 시뮬레이션 분석 기술인 ‘유한요소해석’ 기법을 활용했다. 이 기법으로 가상의 도시 ‘고담시티’의 도시 중심부, 외곽지역, 타 도시와 접경지역에서 각각 자연재해나 경제난이 발생했을 경우와 고담시티 외곽 감옥에서 폭동이 발생했을 때를 가정하고 도시회복력을 분석했다. 그 결과 경제적으로 취약하고, 사회적 결속력이 약하며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부터 무너지기 시작해 전체 사회의 붕괴를 가져온다는 것이 확인됐다. 또 도시가 갖고 있는 회복력 이상으로 빠르게 회복될 경우도 공동체 내부 불안정이 발생해 오히려 최악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결과도 얻었다. 마후무드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분석모델은 자연재해나 경제난, 사회 시스템 붕괴에 직면할 경우 지역사회에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지 사전에 판단해 대비할 수 있도록 해 줄 것”이라며 “지역사회는 일괄적인 도시계획보다는 경제적, 사회적, 인프라 각 분야별로 취약한 부분을 파악해 맞춤형 대비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서방은 이란 시위를 오해하고 있어”

    “서방은 이란 시위를 오해하고 있다.” 이란 혁명수비대가 7일(현지시간) 정부의 무능력, 부패 등을 비판하며 전역으로 번졌던 시위가 끝났음을 선포한 가운데 텔레그래프는 “이번 시위에 대한 서방의 시각은 (이란 전복에 대한) 비현실적인 기대와 곡해의 혼합물”이라고 보도했다. 현지에 2년간 거주했던 익명의 영국인 취재원과 이란 각계의 시민들을 인용해 “서방 언론은 마치 이란인 전부가 체제 전복을 바라는 것처럼 대서특필했다. 하지만 시위는 금세 흐지부지되고 말았다”고 덧붙였다.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서방의 가장 큰 착각은 이번 시위에 참여한 시민들이 ‘이란인 전체’를 대표하며, 이들이 체제 전복을 원한다는 것이다. 신문은 “시위대가 정부에 분노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반정부를 반체제와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으로 대표되는 개혁·개방파에 기대가 컸던 노동자 등 하위계층이 실망감을 표출한 것”이라고 전했다. “여전히 이란인 대다수는 보수적 성향을 띄며 ‘이슬람 공화국’을 지지한다”는 게 현지 분위기다. 이슬람 공화국은 종교인 출신의 최고지도자의 신정(神政)과, 투표로 뽑은 대통령으로 대표되는 민주정치를 융합한 이란만의 독특한 정치 체제다. 진보적 성향의 예술가 파하드(가명)는 이번 시위에 대해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단지 극단적인 주장을 하는 데 그쳤다”고 텔레그래프에 말했다. 테헤란의 여교사 파타메흐(가명)는 “혁명 가능성은 없다”고 밝혔으며, 익명을 요구한 한 시민은 “이번 시위를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일 것은 없다”면서 “잠깐의 소란”이라고 평가했다. 이외에도 시위를 이끄는 지도자가 없었다는 점, 통일된 의제가 없었다는 점 등을 한계로 지적했다. 혁명수비대는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불안을 야기한 폭동에 승리했다”며 시위가 끝났음을 밝혔다. 혁명수비대는 폭력 시위의 배후로 미국, 이스라엘, 영국, 사우디아라비아 등을 지목했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에티오피아 “정치범 석방” 깜짝 선언

    반대파·언론인 고문 등 악명 수용소 닫고 박물관으로 개조 에티오피아 정부가 정치범을 석방하고 잔혹행위로 악명이 높았던 수용소를 폐쇄하겠다고 깜짝 선언했다. 에티오피아에서는 2015년 말부터 민주화를 요구하며 반정부 시위가 이어져 왔는데, 정부가 이에 굴복한 것이다. AP통신에 따르면 하이을러마리얌 더살런 에티오피아 총리는 성명을 내고 “기소를 앞두고 있거나 이미 체포된 정치범들을 모두 석방할 것”이라면서 “수도 아디스아바바에 있는 메켈라위 감옥은 폐쇄하고 향후 박물관으로 개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에티오피아 정부가 정치범을 구금하고 있다고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AP는 전했다. 정부의 이 같은 깜짝 발표는 최근 몇 달간 중부 오로미아 주와 북서부 암하라 주를 중심으로 한 반정부 시위가 격화되면서 나왔다. 사상자를 내기도 한 이 시위는 현 정부가 정권을 잡은 1991년 이후 가장 심각한 것이었다. 에티오피아의 민주화 시위는 다른 동아프리카 국가들에도 퍼지고 있다. 국제 인권단체인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에티오피아 정부는 정권에 비판적인 야당 정치인이나 언론인을 체포해 왔다. 현재도 베켈레 게르바 오로미아 연방주의회(OFC) 부의장을 비롯해 국민들에게 신망이 높은 야당 정치인들도 구금 상태다. 에티오피아의 인권단체들은 “정부가 정치적 반대파를 탄압하면서 수많은 임의 체포와 고문, 학대, 불공평한 재판이 자행됐고 집회결사의 자유도 방해됐다”고 주장했다. 2015년 11월 시작된 민주화 시위로 인해 확인된 사망자만 수백명에 이르렀고 수만명이 체포됐다고 AP는 보도했다. 그러나 현재 에티오피아 정부가 구금하고 있는 정치범이 몇 명인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다. 에티오피아 국민들은 정부의 이 같은 방침에 환영 의사를 밝히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발표 직후 소셜미디어를 폐쇄해 이 같은 국민들의 움직임이 나라 밖으로 알려지지는 않고 있다고 AP는 덧붙였다. 김민희 기자 haru@seoul.co.kr
  • 트럼프 운명 쥔 러 스캔들… 11월 중간선거도 ‘양날의 검’

    트럼프 운명 쥔 러 스캔들… 11월 중간선거도 ‘양날의 검’

    2018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치적 운명을 좌우할 아주 중요한 한 해가 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2020년 재선 ‘가늠자’로 불리는 ‘중간 선거’가 예정되어 있다. 또 트럼프 대선 캠프와 러시아 간 공모 의혹인 ‘러시아 스캔들’ 수사 결과가 발표될 가능성도 크다. 이 정치적 빅 이벤트의 결과가 트럼프 대통령을 벼랑 끝에 몰 수도, 2020년 재선에 날개를 달아 줄 수도 있는 ‘양날의 칼’이 될 것으로 보인다.오는 11월 6일 치러지는 중간 선거에서 미 연방 하원의원 435명 전원과 상원의원 100명 중 33명을 새로 선출하게 된다. 워싱턴 정가는 벌써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에 대한 심판대가 될 중간 선거에 올해 모든 국내 정치 일정의 초점을 맞출 태세다.현재 미 하원 전체 435석 중 공화당이 241석을 차지, 민주당(194석)을 압도한다. 상원 역시 공화당이 100석 가운데 과반 이상인 51석을 차지하고 있다. 오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다수당을 유지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2020년 재선의 9부 능선에 올라서게 되며 더욱 강하게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울 전망이다. 반대로 민주당이 다수당으로 복귀한다면, 러시아 스캔들 수사 결과에 따라 최악의 경우 ‘탄핵’ 위기에 몰릴 수도 있다. 따라서 오는 11월 미국의 중간선거 결과는 국제사회뿐 아니라 미국 내 정지 지형의 중대한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속도를 내고 있는 로버트 뮬러 특검의 러시아 스캔들 수사 결과는 1년을 맞는 올 상반기에 발표될 가능성이 크다. 수사 결과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의 운명도 크게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뮬러 특검은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인 폴 매너포트 전 트럼프 대선캠프 선대본부장과 마이클 플린 전 국가안보보좌관 등 트럼프 대선캠프 관계자 4명을 기소했고, 이들의 금융거래 내역과 이메일 등 40만건의 문서를 분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플린 전 보좌관이 러시아 관계자와의 만남을 지시한 사람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맏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을 지목하면서 이제 뮬러 특검 수사의 칼끝이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의 핵심을 향하고 있다. 미국과 국제사회와 갈등은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새해 첫 트윗을 ‘330억 달러의 파키스탄 원조를 끊겠다’는 위협으로 시작했다. 그는 “미국은 어리석게도 지난 15년간 파키스탄에 330억 달러가 넘는 원조를 했다. 그리고 그들은 우리의 지도자들을 바보로 여기며 우리에게 거짓말과 기만밖에 준 것이 없다”고 비판했다. 미국은 파키스탄이 군부, 특히 정보기구를 중심으로 겉으로는 서방의 탈레반 소탕작전에 협력하는 듯하면서 내부적으로는 이들을 비호하는 이중 정책을 편다고 보고 있다. 파키스탄은 이에 발끈했다. 서방 언론들은 “미·파키스탄의 갈등은 역내에 중국을 불러들이게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다음 트윗 화살은 이란을 향했다. 그는 “이란은 그 끔찍한 합의에도 모든 수준에서 실패하고 있다”면서 이란의 반정부 시위를 지지하고 이란 정부를 비난했다. 예루살렘 수도 선언을 둘러싼 아랍 세계와의 갈등도 예고돼 있다. 여기에 북한과의 충돌 가능성은 ‘상수’로 고정되어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이 새해가 시작되자마자 불균형한 대중 무역에 칼을 빼들 것’으로 예상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개정 등 기존의 국제 무역협정에 대한 압박도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국내 경기 측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사업가답게 미국에 천문학적 자금을 쏟아붓는 ‘트럼프노믹스’를 본격화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바닥권인 지지율을 끌어올리고 지지층을 결집하려 하고 있다. 지난해 첫 입법 승리인 세제개혁안(감세안)에 이어 1월 첫째 주에 ‘1조 달러(약 1080조원) 인프라(사회기반시설) 투자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일자리 창출과 경제성장을 위해 공항·상수도·고속도로 등 미국 내 낙후된 인프라 개선에 1조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던 공약을 구체화하는 것이다. 천문학적 ‘자금’으로 살아나고 있는 미국 경기의 불꽃에 기름을 붓겠다는 의미다. 미국 경제는 글로벌 경기회복에 세제개혁과 트럼프노믹스 등이 더해지면서 높은 성장률을 이어 갈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2.3%에서 올해 3% 성장률을 기대하고 있다. 법인세 인하로 인한 해외 기업의 귀환과 투자 증가, 여기에 1조 달러 투자가 더해진다면 ‘3%’ 성장은 ‘꿈’이 아니라 ‘현실’이 될 수 있다. 정치적 수세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이 두 손을 굳게 잡고 경제 살리기에 올인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경제 호황=중간선거 승리’ 공식에 동의하기 때문이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중국 “이란 시위는 민주정치 제도 탓”

    중국 “이란 시위는 민주정치 제도 탓”

    중국 관영 환구시보와 영자지 글로벌타임스가 2일 이란의 반정부 시위를 지지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견제구를 날리는 한편 이란의 정치적 풍파가 서구의 정치체제를 그대로 이식해서 생긴 결과라고 주장했다. 두 신문은 이날 ‘이란의 혼란이 비서방 국가에게 주는 교훈’이라는 사설을 통해 “트럼프가 계속해서 이란의 시위대를 응원하면서 세계 여론은 ‘이란에 대체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에 대해 더욱 주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로 반정부 시위를 독려하면서 사태가 더 커졌다는 뜻이다. 환구시보는 특히 “서방 국가들은 중동의 혼란이 자신들의 국익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데도 유독 이란의 혼돈에 기뻐하고 있다”면서 “친미 팔레비 왕조를 무너뜨린 ‘이란 혁명’ 이후 이란은 서방의 적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 신문은 이어 “서방 국가들은 비서방 국가의 혼란을 지지하고 심지어 체제를 와해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면서 “세계 여론을 주도하는 강력한 언론을 동원해 비서방 국가의 혼돈과 반정부 시위를 ‘민주주의의 물결’이라고 포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글로벌타임스는 “이란은 종교국가이면서도 다당제와 경쟁선거를 도입했고, 언론의 자유도 다른 중동 국가보다 폭넓게 허용돼 거리 시위가 빈번하게 일어났다”고 지적했다. 섣부른 서구식 민주주의 체제 도입이 오히려 사회 불안을 증폭시켰다는 것이다.  환구시보와 글로벌타임스는 특히 “나라마다 역사와 문화가 다르고 경제·사회적 발전 정도도 제각각이어서 정치체제에 대한 해석권을 서방 국가가 독점해선 안 된다”면서 “이미 쇠락의 길에 접어든 서구식 정치체제는 비서방 국가와 개발도상국 민중의 이익을 결코 지켜주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이란 반정부 시위 ‘유혈낭자’…닷새째 14명 사망, 美 “시위대 지지”

    이란 반정부 시위 ‘유혈낭자’…닷새째 14명 사망, 美 “시위대 지지”

    이란 반정부 시위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1일(현지 시간)로 닷새째 이어지면서 14명이 숨지는 등 사상자도 늘고 있다. 미국은 노골적으로 시위대를 지지하고 나섰다.영국 BBC방송,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이란 보안군은 이날 밤 수도 테헤란 중심가의 교통 통행을 제한하고 집회를 막았으나 시위대는 구호를 외치며 차량에 불을 질렀다. 경찰은 소규모 시위대 해산을 위해 최루가스와 물대포를 사용했다고 외신은 보도했다. 소도시를 중심으로 다른 지역에서도 시위는 계속됐다. 소셜미디어에는 동부 비르잔드와 서부 케르만샤 등에서도 시위가 새롭게 일어났다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아랍권 위성방송 알자지라는 지난달 28일 시작돼 이란 전역으로 확산한 이번 시위로 지난 닷새간 14명이 사망하고 400명이 체포됐다고 이란 국영 매체를 인용해 전했다. 이란 경찰 대변인은 “나자프아바드에서 폭도가 쏜 사냥총에 경찰관 1명이 사망하고 3명이 다쳤다”고 밝혀 시위대뿐 아니라 공권력도 폭력에 희생됐다는 점을 부각했다. 이란 국영 매체는 또 “일부 무장한 시위대가 경찰서와 군기지를 점거하려고 했으나 군경이 이를 저지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중앙 정부는 아직 정확한 사망자 수를 확인하지 않고 있다. 이번 시위는 지난달 28일 이란 제2의 도시 마슈하드에서 물가 상승과 부패에 항의하며 시작됐으며 이란 전역으로 번지며 대규모 반정부시위로 확대됐다. FT는 이번 시위가 2009년 이란 민주화 시위 이래 거의 10년 만에 벌어진 최대 규모의 반정부시위이자 최악의 소요사태라고 평가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이란 국민은 당연히 비판하고 저항할 권리가 있다”면서도 “폭도와 범법자는 엄단하겠다”고 밝혔다. 이란 정부는 특히 이번 시위 과정에서 발생한 폭력 행위의 배후로 이란을 혼란하게 하려는 외부세력의 개입을 지목하고 나섰다. 로하니 대통령은 1일 ”외국에서 지령받은 소수의 폭도가 평화로운 저항을 납치하려고 했다“면서 ”단합된 이란은 이들 폭도에 단호하게 맞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로하니 대통령은 전날 시위 중 폭력을 선동하는 배후로 미국,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를 거론했다. 알리 샴카니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도 1일 이번 시위는 이란에 반대하는 미국과 영국, 사우디의 지휘를 받은 소셜미디어를 통한 대리전이라고 주장했다.미국은 연일 이란의 반정부 시위에 관심을 표명하며 지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트위터에 ”위대한 이란 국민은 수년간 억압 받았다. 그들은 음식과 자유에 굶주려 있고 인권과 함께 이란의 부가 약탈당하고 있다”며 “변화할 때!“라고 썼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보다 강한 어조로 이란의 반정부시위에 지지 입장을 표명했다. 펜스 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이고 내가 부통령인 한, 미국은 잔혹한 정권에 맞서 싸우던 이란 국민의 영웅적 저항을 무시하고 방관했던 과거의 부끄러운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만약 이란 정부가 시위대를 강압적으로 진압한다면 인권침해에 대한 대응으로 이란에 신규 제재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익명의 미국 관리들을 인용해 보도했다.주변국들도 평화 시위를 보장하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유럽연합은 이란 정부에 시민들에게 평화적 시위를 할 권리를 보장하라고 촉구했고, 보리스 존슨 영국 외교장관은 표현의 자유와 평화적인 집회의 권리를 존중할 것을 주문했다. 지그마어 가브리엘 독일 외무부 장관도 성명을 통해 ”이란 정부가 자유롭고 평화적으로 모여 목소리를 내는 시위자들의 권리를 존중하라“고 촉구했다. BBC는 이란에서는 만연한 억압과 악화하는 경제적 어려움으로 국민의 광범위한 불만이 비등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BBC 페르시아어판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10년에 걸쳐 평균적인 이란 국민은 15% 가난해졌다. 그러나 이번 시위는 참가자에 따라 경제 문제와 부패뿐 아니라 외교정책에 대한 불만도 표출하는 등 다양한 요구가 뒤섞여 있으며, 2009년 시위와는 달리 분명한 구심점이 없는 상태라고 BBC는 설명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새해 첫날 지구촌 사건사고

    2018년 첫날 지구촌 곳곳에서는 다양한 축제가 펼쳐져 74억 인구가 희망과 기대에 가득 찬 새해를 맞았다. 그러나 축제 분위기 속에서도 한쪽에서는 안타까운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고 1일(현지시간) 외신들이 전했다. 뉴질랜드, 지구촌 첫 새해맞이 전 세계에서 시간이 가장 빠른 뉴질랜드에선 지구촌 첫 새해를 맞아 수만명의 인파가 거리와 해변에 몰렸다. 뉴질랜드 도심부와 항구 등에서는 불꽃놀이가 이어졌고, 시민들은 입맞춤과 포옹을 하며 서로의 행운을 빌었다. 호주 시드니항에서도 불꽃놀이가 펼쳐졌다. 폭포처럼 흐르는 무지개색 불꽃과 화려한 디스플레이를 보며 시민들은 최근 동성결혼 합법화를 축하하는 것으로 새해를 시작했다. 세계 최고(最高) 빌딩인 두바이 부르즈 칼리파에서는 그동안 진행해 온 새해맞이 불꽃놀이 대신 레이저쇼가 펼쳐졌다. 아랍어 서체와 기하학적인 무늬, 아랍에미리트(UAE) 초대 대통령인 셰이크 자이드 빈 술탄 알 나흐얀의 초상 등이 레이저쇼를 통해 형상화됐다. 인도에서는 모스크(이슬람 사원), 시크교도의 예배당, 교회 등 종교별 사원 등에서 자정을 맞아 새해를 기념했다. 인도 서북부 암리차르에 있는 황금사원은 새해를 맞아 환하게 불을 밝혔다. 러시아는 다소 조용한 새해를 맞았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광장에서 열리기로 했던 새해맞이 행사가 준비에 문제가 생겨 취소됐기 때문이다. 새해를 전후해 주로 눈으로 뒤덮였던 모스크바는 올해 비와 흐린 날씨가 계속되면서 축제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중국은 새해를 기념해 여행을 떠난 관광객으로 북적였다. 중국신문망은 원단(元旦·양력설) 연휴 기간 중국 내 여행객 수가 1억명을 돌파했다고 전했다. 중국의 국가여유국이 추산한 결과 원단 연휴 3일 가운데 지난달 30일과 31일 이틀간 중국의 국내 여행객 수는 각각 5600만명, 5100만명으로 1억명을 넘어섰다. 이란 반정부 시위 최소 12명 사망 그러나 사고 소식도 잇따랐다. 이란에서는 계속되고 있는 반정부 시위로 지금까지 최소한 12명이 사망했으며 무장한 시위대가 경찰서와 군기지 장악을 시도하고 있다고 1일(현지시간) 관영 TV가 전했다. 이란 시위는 지난달 28일 북동부 최대도시 마슈하드에서 물가고와 경제난에 항의하는 내용으로 처음 발생했으며 이후 여러 도시로 확산돼 전국적 규모로 이어지고 있다. 수백명이 체포됐다. 유명 관광지인 중미 코스타리카 푼타 이스리타 삼림 지역에서는 지난달 31일 네이처 항공 소속 소형 비행기가 추락해 탑승객 12명이 모두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숨진 탑승객 가운데 10명은 미국인 관광객이며 2명은 현지인 조종사로 파악됐다. 현지인 조종사 1명은 2010~2014년 재임한 라우라 친치야 전 대통령의 사촌이다. 정확한 추락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중국에서는 시골에 홀로 남겨진 농민공 자녀가 난로에 불을 붙였다가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구이저우성의 한 빈민촌 어린 형제가 가스 중독으로 숨진 채 발견됐다. 숨진 어린이는 4살, 11살이었으며, 부모는 형제만 남겨 놓고 대도시인 쿤밍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서울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하메네이에게 죽음을”…이란 전역서 반정부·반체제 시위

    “하메네이에게 죽음을”…이란 전역서 반정부·반체제 시위

    정부 통제로 사상자 확인 안 돼 트럼프 “탄압 정권 지속 못해” 수도인 테헤란 등 이란 전역에서 대규모 반(反)정부·반체제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수천 명의 시위대가 경찰과 충돌했고 이 과정에서 상당한 부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위군중 일부가 경찰의 총격으로 사망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국민을 탄압하는 정권은 지속될 수 없다”고 이란 정부를 거세게 비난했다.AP통신 등은 30일(현지시간) 테헤란, 이스파한, 케르만샤, 아흐바즈, 하메단 등 이란의 주요 지역에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와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고 정부의 경제정책 실패를 규탄하는 대규모 시위가 3일째 이어졌다고 보도했다. 집회·시위를 극도로 통제하는 이란에서 대규모 시위가 발생한 것은 2009년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 당선 때 이후 처음이다. 당시에는 테헤란 일대에서만 집회가 열렸으나 이번에는 전국적인 상황이어서 향후 정국 추이가 주목된다. 영국 가디언은 시위대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동영상을 인용해 “대규모 시위 현장에 ‘하메네이에게 죽음을’이라는 구호가 울려퍼졌다”고 전하고 “최고지도자의 종교적인 권위에 대한 비난을 금기시하는 국가에서 이러한 일은 전례가 없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시위대가 올린 SNS 동영상에는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사진이 인쇄된 현수막을 끌어내리는 장면이 담겨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테헤란대 주변에 모인 100여명의 시위대가 모여 로하니 대통령을 비판하며 “독재자에게 죽음을”이라는 구호를 외쳤다고 전했다. 시위대는 특히 경제난에도 불구하고 팽창 정책을 고수하는 정부의 실정을 비판했다. 이란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통치하고 있는 무장정파 ‘하마스’와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지원하면서 해당 지역에서의 영향력을 키워 가고 있다. WSJ는 “시위대가 이슬람 개혁주의와 강경주의를 끝낼 것을 요구했다”면서 “이란 국민들은 이슬람 공화국을 원하지 않으며 개혁주의자와 강경론자들의 시대는 끝났다는 목소리가 나왔다”고 전했다. 이란 정부는 이번 시위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강경 진압을 벌이고 있다. 가디언은 “서부 로제스탄주의 도루드시에서 경찰이 시위대에 총을 쏴 2명이 사망했다”면서 “추가로 2명이 더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아직 확인되지는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AFP통신은 “각종 유언비어가 난무하는 가운데 거의 모든 언론이 현지에서 보도통제를 받고 있어 소문의 진위를 확인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영국 BBC는 지난 29일 정부 지지자 수천 명이 테헤란과 마슈하드에서 맞불 집회를 열었다고 보도했다. AP는 이란 정부가 사회 불안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이란인들이 가장 많이 쓰는 스마트폰 메신저 ‘텔레그램’을 폐쇄하려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번 시위는 지난 28일 시아파 순례자들이 모이는 성지이자 이란의 제2 도시인 마슈하드에서 시작됐다. 시위대는 정부에 물가 폭등과 실업률 상승 등에 대한 책임을 물었다. 당일 52명이 현장에서 연행되면서 시위가 한층 더 격화됐고 이튿날인 29일부터 전국으로 확산됐다. 주프랑스 이란 대사관과 주독일 이란 대사관 주변 등 해외에서도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다. 로하니 대통령은 2015년 핵협상을 타결하면서 경제 회생을 명분으로 내세웠으나 경제사정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이란 정부는 올해 6.5%의 경제성장률을 약속했으나 국제통화기금(IMF) 및 세계은행 등은 4%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WSJ는 “석유 생산·수출에도 불구하고 이란 국민들이 그 혜택을 느끼지 못하고 있으며 실업률도 12%를 웃돌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핵합의 파기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미국의 대이란 제재가 재개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는 “미국에 속았다”는 불만과 함께 핵협상을 주도한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극도의 불신으로 이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탄압하는 정권은 영원히 지속할 수 없다”면서 “세계가 (이란을) 지켜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 국무부도 “이란 국민의 기본권과 부패 종결에 대한 요구를 모든 국가가 나서 공개적으로 지지해 달라”는 성명을 냈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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