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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 월드 포커스] (7) 중동 평화는 요원한가

    |파리 이종수특파원|‘지구 화약고´ 중동에는 올해도 평화가 요원할 전망이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라는 고질적 갈등구조에다 이란의 패권주의, 이라크·레바논·팔레스타인의 내전 위기 등 여러 악재가 얽히고 설키면서 언제 폭발음이 터져 나올지 모르는 형국이다. ●팔레스타인 지난해 1월 하마스가 총선에서 압승한 이후 구여권인 파타당과의 크고 작은 폭력충돌은 계속됐다. 한때 내전 직전까지 갔다가 12월17일 잠정휴전에 합의했다. 그러나 지난 6일 파타 소속인 마무드 압바스 자치정부 수반이 가자지구내 하마스 내각의 통제를 받는 보안군 조직을 불법이라고 선언하자 하마스는 무장세력 규모를 두배로 늘릴 것이라고 맞받아치면서 전운은 다시 감돌고 있다. ●이라크 사담 후세인 전 대통령의 처형 이후 이라크는 시아파와 수니파의 갈등이 정점을 향해 달리고 있다. 두 종파간 분쟁은 중동에서 시아파의 주도권을 강화하려는 이란과 그를 견제하려는 사우디아라비아·쿠웨이트의 갈등이 맞물려 쉽게 해법을 찾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진퇴양난에 빠진 미국의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악화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2만명의 미군 추가 파병,10억달러(약 9400억원)의 재건 자금 지원 등 새로운 이라크 전략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후세인 시절 집권파인 수니파가 미군과, 누리 알 말리키 정부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고, 시아파 내부의 강·온 대립도 확대되면서 이라크 안정화는 요원해 보인다. 민주당이 장악한 미국 의회의 반발로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 전략이 계획대로 순항할지도 미지수다. ●레바논 전문가들은 레바논의 내전도 중동 평화를 위협하는 큰 요인으로 꼽는다. 수니파인 현 정권과 이에 반대하는 시아파 무장세력인 헤즈볼라는 지난해 말부터 충돌해 왔다. 특히 시리아와 이란의 지원을 받는 헤즈볼라는 야당 세력을 규합해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벌이면서 조기 총선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 등 서방 국가의 지원을 받는 푸아드 시니오라 총리가 시아파와 연립 정부를 구성하는데 실패할 경우 심각한 내전으로 비화될 것이란 분석이다. ●이스라엘 vs 이란 3개국 내전 가능성에 직·간접 관련된 나라가 이란과 이스라엘이다. 두 나라가 향후 ‘중동 맹주’의 패권 다툼을 벌이는 한 평화는 기대하기 어렵다. BBC의 중동 전문가 제레미 바우엔은 “이란이 핵 개발을 강행할 경우 미국과 이스라엘이 선제 공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영국 선데이타임스도 7일 “이스라엘이 전술 핵무기를 사용해 이란의 우라늄 농축시설을 파괴하기 위한 비밀 계획을 세웠다.”고 보도했다. vielee@seoul.co.kr
  • ‘이라크 해법’ 다시 꼬일 듯

    ‘이라크 해법’ 다시 꼬일 듯

    반(反)시리아 노선을 걸어온 피에르 게마일 레바논 산업장관이 21일 무장괴한들에게 암살되면서 중동정세가 거세게 요동치고 있다. 배후에 시리아가 있다는 의혹이 확산됨에 따라 개선 조짐이 희미하게 비치던 미국과 시리아 관계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시리아를 이라크 문제 해결의 지렛대로 삼으려는 부시 행정부 일각의 구상에도 예기치 못한 변수가 돌출한 셈이다. ●대규모 反시리아 시위 계획 게마일 장관 피살 소식이 알려지자 레바논의 기독교 정파 지도자들은 일제히 시리아를 비난하고 나섰다. 지난해 자살폭탄 테러로 사망한 라피크 하리리 전 총리의 아들 사드 알 하리리는 “시리아의 마수가 레바논 전역에 뻗쳐 있음을 확신한다.”며 지지자들을 향해 장례식이 열리는 23일 대규모 시위에 나서줄 것을 호소했다. 반시리아 정치지도자 왈리드 줌블랏도 로이터 통신 인터뷰를 통해 “오직 국제법의 심판만이 다마스쿠스의 살인자를 제지할 것”이라고 가세했다. 수도 베이루트에서는 기독교인들이 친시리아계 에밀 라후드 대통령의 관저를 향해 행진을 시도했다. 게마일의 시신이 안치된 병원 주변에서도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했다. 기독교인들은 하리리 전 총리 암살사건처럼 이번에도 시리아가 깊숙이 개입돼 있다고 믿고 있다. 이번 사건이 하리리 사건의 시리아계 용의자들에 대한 국제 재판이 임박한 시점에 발생했다는 점도 이들의 확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시리아 배후설’엔 의견 분분 시리아는 배후설을 완강히 부인했다. 무셴 빌랄 시리아 정보부 장관은 “우리를 비난하는 사람들은 일말의 진실과 신빙성도 갖고 있지 않다.”고 비난했다. 바샤르 자파리 유엔주재 대사도 “문제의 해결을 바라는 우리가 새로운 문제거리를 만들 이유는 없다.”고 반박했다. 시리아가 자국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 분명한 이 사건을 배후에서 조종했으리라 예단하기는 무리라는 지적도 만만찮다. 친시리아계 무장정파인 헤즈볼라가 사건 직후 역풍을 우려해 예정된 반정부 시위의 연기를 검토한 것도 이 같은 주장에 설득력을 더한다. 그러나 미국과 관계개선 가능성에 자신을 얻은 시리아가 약화된 레바논내 영향력을 회복하기 위해 ‘모험’을 감행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체니 등 강경파에 힘 실릴 것” 이번 사건으로 이라크 철군을 위해 시리아 정부의 도움을 얻으려던 구상이 차질을 빚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일간 가디언은 딕 체니 부통령 등 대(對)시리아 강경파들의 목소리가 힘을 얻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레바논의 종파갈등이 악화돼 잠복해 있던 내전의 불씨를 되살릴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외신들의 태도는 조심스럽다. 일간 인디펜던트는 “위기에도 불구하고 레바논 사회가 충분히 성숙한 만큼 또 다른 내전이 일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가디언은 레바논이 새로운 종파간 유혈충돌에 바짝 다가섰다고 보도했지만 ‘내전’이란 용어는 사용하지 않았다. 로이터 통신도 이번 사건이 “정치적 긴장을 확실히 고조시킬 것”이라고만 내다봤다. 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서방·이슬람 대립은 문명충돌 아닌 이·팔레스타인 정치적 갈등이 원인”

    “서방·이슬람 대립은 문명충돌 아닌 이·팔레스타인 정치적 갈등이 원인”

    “문명 충돌 따윈 없다.” 서방과 이슬람의 긴장 해소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지난해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의 제안으로 소집된 유엔 ‘현인(賢人)회의’가 논쟁적인 첫 보고서를 내놓았다. 이슬람과 서방세계 사이의 긴장이 ‘문명충돌론’에서 얘기하듯 신앙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등 정치적 갈등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것이다.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남아공의 데스먼드 투투 주교, 모하메드 하타미 전 이란 대통령 등 20명의 저명인사들로 구성된 현인회의는 13일 보고서를 통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갈등이 서방·이슬람 긴장의 유일한 원천은 아니지만 두 세계의 문화·정치적 관계를 규정하는 핵심적 상징이 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고 진단했다. 9·11 테러와 이라크 전쟁에 대해서도 “침공의 명분이 됐던 테러집단과 이라크의 관계는 결코 확인된 바 없다.”면서 “결국 정의롭지 못한 공격이 서방으로부터 가해지고 있다는 인식을 무슬림 사회에 확산시켰다.”고 지적했다. 폭력적인 이슬람 저항운동의 확산에 대해서는 서방과 중동 권위주의 정권의 공동책임론을 제기했다. 서방국가의 암묵적 지원을 등에 업은 권위주의 정권이 반정부 세력의 활동을 탄압하고 표현의 자유를 억누름으로써 극단적인 반서방·폭력노선이 부상하도록 부추겼다는 것이다. 코피 아난 사무총장도 보고서 발간에 맞춰 발표한 성명에서 “신앙이 아니라 신앙을 가진 사람, 그들이 서로에 대해 행동하는 방식이 문제”라면서 “두 세계간 긴장의 근원에 종교가 자리잡고 있지 않다는 사실은 명백하다.”고 거들었다. 보고서는 서방과 이슬람의 ‘문명동맹’을 위한 방안으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에 대한 국제사회의 분석보고서 작성과 문명간 긴장해소를 위한 유엔의 고위급 대표 임명 등 11가지를 제안했다. 일간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는 보고서를 “문명 충돌이 임박했다는 보수적 기독교계의 주장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고 평가하면서도 “미국과 이스라엘의 잘못을 지적하는 데 무게를 두고 있어 미국 정부의 호의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후세인 ‘사형선고’ 이모저모

    5일 사담 후세인 전 대통령에 대한 ‘사형 선고’가 종파간 대충돌의 뇌관이 될 조짐이 커지고 있다. 후세인과 같은 종파인 수니파는 사형 선고를 일종의 ‘순교’로 추앙하며 시아파에 대한 무력 보복을 다짐하고 있다. 이라크 정부가 이날 선고에 대비, 바그다드 국제공항을 폐쇄하고 비상사태에 들어갔다. 수도 바그다드, 살라헤딘과 디얄라 등 2개주에서 이날 오후 6시까지 통행 금지령을 내렸지만 거리에는 찬반 세력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분노하는 수니’‘환호하는 시아’ 이날 선고 소식이 이라크 전역에 알려지자 시아파는 ‘후세인의 말로’에 환호했지만 수니파는 폭발 직전의 용암처럼 들끓었다. 저항은 후세인 전 대통령의 고향 마을인 티크리트에서 시작됐다. 주민 2000여명이 교수형 선고에 항의,“우리의 피로 사담을 되찾자.”고 총을 쏘아대며 항전을 다짐하고 나섰다. 후세인 집권기 경찰·관리 거주지인 바그다드 서부 안바르도 반정부 저항이 예상되는 곳이다. CNN은 시아파 세력이 모인 바그다드의 사드르시티에서 1000여명이 “사담을 처형하라.”며 행진했다고 보도했다. 시아파 출신 누리 알 말리키 이라크 총리는 “후세인의 사형은 그를 반대하며 죽어간 순교자의 피 한 방울과도 비교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시아파 맹주이자 과거 후세인과 전쟁을 벌였던 이란은 “후세인은 전범이며 현대사의 흡혈귀”라고 환영했다. ●사형수 후세인 “대국민 메시지 발표” 이날 선고는 속전속결이었다. 후세인 전 대통령에게 교수형이 선고되는 순간 아수라장이 됐다. 후세인은 코란을 든 채 “신은 위대하다.”고 외쳤고 거친 욕설도 이어졌다. 그는 “젠장할 재판관, 법정”이라고 삿대질을 했다. 후세인 전 대통령은 이날 “침략자인 미국에 복수를 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칼릴 알 둘리아미 수석변호사는 “후세인 전 대통령이 종파 분쟁보다는 단결을 촉구했다.”고 밝혔다. 이어 “후세인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사형이 선고될 것을 미리 알고 있었고 메시지를 나에게 전달토록 했다.”고 강조했다. CNN은 “재판이 혼란 속에서 벌어진 한 편의 비극적인 코미디였다.”고 보도했다. ●조기 ‘사형 집행’ 가능성은 후세인 정권 붕괴 후 폐지된 사형제는 2004년 6월 부활했다. 이라크 정부는 올해 3월 테러 혐의로 13명을 처형하는 등 이미 집행 전력이 있다. 곧바로 후세인의 형 집행이 될 가능성은 낮다는 게 공통된 분석이다. 후세인 변호인단이 1심 판결에 불복, 항소 의사를 밝힌데다 그의 반인륜적 범죄는 쿠르드족 학살 등 10건이 넘게 남아 있다. 잘랄 탈라바니 대통령도 후세인의 모든 혐의가 사법적 판단을 받기 전까지 사형이 집행되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했었다. 미국도 후세인 처형을 서둘러 내전 위기에 불을 당길 이유는 없다. 항소심 등 법적 절차와 다른 혐의에 대한 재판 경과를 지켜보며 시기를 조율할 것으로 보인다. ●미 중간선거 ‘D-2’ 선고 토니 스노 백악관 대변인은 “오늘은 이라크인들에게 기쁜 날”이라고 환영했다. 하지만 중간선거를 코앞에 둔 부시 행정부와 공화당의 이해득실은 따져볼 문제다. 이라크전을 ‘실패한 전쟁’으로 보는 여론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얼마나 큰 변수가 될지 의문이다. 일단 후세인의 ‘반 인륜적’ 범죄를 민주적 사법과정을 통해 단죄한다는 것은 부시 행정부로서는 포기하기 어려운 ‘전리품’이다. 후세인 제거가 과거 청산의 의미와 중동에서 이라크를 민주화의 촉매로 삼을 한 단계를 넘는다는 점에서 적지않은 성과가 될 수도 있다. 미국이 줄곧 정치적 보복이 아닌 두자일 학살 사건의 처벌임을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비록 이라크 사법부의 독립적 선고였다고 해도 선거 전략의 일환이 아니냐는 정치적 해석은 큰 부담이 된다. 향후 전개될 종파간 대규모 충돌과 그 과정에서 증폭될 반미 저항을 부시 행정부가 순조롭게 잠재울 수 있을지 여전히 회의적이다. 안동환기자 sunstory@seoul.co.kr
  • [이 한권의 책] 예루살렘의 아이히만/한나 아렌트 지음

    버림받은 동족으로부터 또 버림받은 사람!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를 두고 하는 말이다. 그는 버림받은 국외자(pariah)일 수밖에 없었다. 이는 인간의 연약함 속에서 이루어진 평범한 악의 드라마를 보여주려는 용기 때문에 아렌트가 지불해야만 했던 대가이다. 오늘 탄생 100주년을 맞는 아렌트는 이 책에서 수많은 유대인들을 인간도살장으로 내모는 아이히만의 정치적 악행을 이야기 형식으로 전개하고 있다. 이야기는 결말부터 시작된다. ‘정의의 집’이라는 법정 정리의 외침과 더불어 드라마는 시작된다. 아이히만은 법정의 유리보호대 속에 보이지만, 벤구리온은 막후 진행자로 법정에서는 보이지 않는다(제1장). 이어 평범한 시민이며 친유대적이었던 아이히만이 생존과 성공 욕구 때문에 나치당에 가입해 유대인 문제 전문가, 인간 도살자로 부상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2∼3장). 유대인들을 인간도살장으로 내모는 조직적인 과정(추방, 수용, 학살)에서 ‘인간됨’을 포기한 가해자와 피해자의 모습은 전율을 느끼기에 충분하다(4∼6장). 드라마의 주역은 반제(Wannsee)에 위치한 한 가정의 저녁모임을 계기로 본디오 빌라도라도 된 듯이 양심을 버린 채 ‘국가적 의무’를 충실히 수행하는 인간 도살자로 변신한다(7∼8장). 이후 유럽 전역에서 유대인의 소거과정을 구체적으로 묘사한다(9∼13장). 종결부에 이르러 아이히만은 “모두 만날 것입니다.”라는 말을 남긴 채 사형당한다(15장). 아렌트는 바로 이 장면에서 ‘악의 평범성’이란 말로 드라마 전체를 아우르며 이야기를 종결한다(15장과 후기). 이 책에 드러난 주옥같은 정치적 지혜들을 짧은 지면에 담기에는 부족하다. 이 가운데 하나를 들자면, 그것은 바로 ‘악의 평범성’이란 개념이다. 아렌트는 사유하지 않고 판단하지 않는 삶은 정치적 악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명제를 제시했다. 유대인들은 아렌트가 악마인 아이히만을 용서하고 동족의 정체성을 심각하게 손상시켰다고 비난했다. 아울러, 아렌트는 유대인위원회와 유대인 경찰의 나치 동조를 부각시켰다는 이유로 반유대주의자로 낙인찍혀 소모적인 논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되었다. 악의 평범성을 둘러싼 논쟁은 이후 수없이 제기되었으며, 오늘날에도 여전히 쟁점이 되고 있다. 이외에도 아렌트는 양심 문제, 조직화된 범죄와 책임 문제, 인간성 문제, 정치적 의무, 정치행위와 말의 관계 등 다양한 문제를 부각시키고 있다. 삶의 근본 문제를 새롭게 조명한 이 책은 치열한 학문적 논쟁의 계기를 제공하였으며, 정치평론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평범한 것 같지만 심오한 정치적 의미를 담고 있기에 저자의 의도를 생생하게 살려 우리말로 옮기기 어려운 책이다. 아렌트 연구의 권위자인 숭실대 김선욱 교수의 진지한 노력으로 비로소 빛을 보게 되어 다행이다. 일반정부를 총독관구로, 죽음의 수용소를 인간도살장으로 표기했으면 하는 아쉬움은 남지만, 전반적으로 우리 언어감각에 맞게 생소한 용어와 문장을 옮기려고 고심했으며 정화열(미국 모라비언대) 교수의 해제를 포함시킬 정도로 독자들을 배려한 역서이다. 홍원표 한국외대 정치철학 교수
  • 헝가리 8만여명 반정부 시위

    |파리 이종수특파원|주르차니 페렌츠 헝가리 총리가 6일(현지시간) 의회의 신임투표에서 승리했다. 그러나 주르차니 총리의 사임을 촉구하는 야당의 주장과 국민들의 시위는 갈수록 규모가 커져 정국이 혼미에서 벗어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총리 사임을 촉구하는 반정부 시위대의 규모는 더 커져, 제1 야당인 청년민주동맹이 이날 오후 4시 부다페스트시에서 주도한 반정부 시위에는 8만여명이 참가했다. 이는 지난달 17일 반정부 시위가 시작된 이래 최대규모라는 분석이다. 앞서 주르차니 총리는 자신이 ‘거짓말 사건’과 지방선거 패배로 증폭돼온 사임 압력에 맞서 ‘의회 신임투표’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날 투표 결과 신임에 필요한 193표를 넘는 207표를 얻어 정국 돌파 발판을 마련했다. 불신임 표는 165표에 그쳤다. 그러나 이날 신임 투표는 예고된 결과였고 그것이 야당과 반정부 시위대를 더 자극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주르차니 총리가 이끄는 사회당과 연정 파트너인 자유민주연맹의 의석수를 합치면 전체 386석 가운데 210석인데다 양당 모두 총리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기 때문이다. 야당의 장외집회에서 오르반 빅토르 청년민주연맹 총재는 “국민의 말을 들지 않는 총리의 말에 국민이 귀를 기울이지 않을 것이고 앞으로도 마찬가지”라며 공세를 강화했다. 오르반 총재는 정부 여당에 대한 경고의 의미로 알람 시계를 시위 장소에 가지고 나오라고 지지자들에게 호소했다. 이어 총리가 물러날 때까지 국회의사당 앞에서 시위를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농민들도 지방으로 가는 모든 도로를 점령한 채 반정부 시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맞서 정부도 강경 대응할 방침이어서 정국 혼미가 가속화될 전망이다. 경찰은 이날 시위에 대비, 물대포를 동원하고 전국에서 인력을 차출해 시위진압 인력을 대폭 늘렸다.vielee@seoul.co.kr
  • 헝가리 시위… 폴란드도 연정 붕괴 EU가입 후 닮은꼴 ‘후유증’

    헝가리 시위… 폴란드도 연정 붕괴 EU가입 후 닮은꼴 ‘후유증’

    중동부 유럽이 유럽연합(EU)에 늦깎이 가입한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헝가리에서 연일 이어지고 있는 반정부 시위가 2004년 EU에 가입한 뒤 국민들의 개혁 피로감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이때 함께 가입한 폴란드의 우파 연립정부가 21일(현지시간) 붕괴됐다. 두 나라 집권세력의 무늬는 다르지만 EU 가입 염증 때문에 정치적 혼란을 겪고 있는 것은 똑 닮았다. 유럽정책연구센터의 세바스티앙 쿠퍼 애널리스트는 “모든 나라에서 EU 가입은 개혁 추진의 목적이 돼 왔다.”며 “목적이 성취되자 사람들은 그것이 기적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됐고 개혁 피로감이 표출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폴란드 연정은 출범한 지 불과 4개월만에 무너졌다. 연정 주도세력인 ‘법과 정의당(PiS)’ 출신인 야로스와프 카친스키 총리는 이날 특별연설을 통해 연정 파트너인 자위당 총재 겸 부총리인 안드즈 레퍼가 “연정에 남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놓쳤다.”며 그를 해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두 사람은 내년도 예산안과 아프가니스탄 주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군 증파 문제로 부딪쳐왔다. 카친스키 총리는 연정 재출범을 위해 다른 정당과 접촉할 계획이지만 여의치 않을 경우 조기 총선도 불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지 언론은 그 시기를 11월 하순으로 보고 있다. PiS는 지난해 9월 총선에서 제2당인 ‘시민강령당’에 가까스로 승리를 거뒀으나 연정 구성에 실패한 뒤 지난 4월 자위당, 가톨릭 민족주의 성향의 ‘가족연합당(LPR)’과 연정을 출범시켰다. 국경을 접하고 있는 헝가리는 반정부 시위 때문에 ‘늦깎이 모범생’이라는 자부심에 금이 가고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22일 전했다. EU 가입 이후 미뤄온 유로화(貨) 도입을 위해 재정적자 규모를 2009년까지 EU 기준인 3%대로 줄인다는 정부 발표가 시위를 불러온 근본 원인으로 풀이된다. 총선을 치르면서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난 재정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국민에게 고통을 전가시켰다는 분노인 것이다. 부가가치세가 인상되고 무상으로 누려온 교육·의료 혜택이 사라지자 국민적 저항이 시작됐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천수이볜·아로요 대통령등 ‘탁신 꼴 날라’

    ‘혹시 우리도 탁신처럼’ 무혈 쿠데타로 하루아침에 실각해 다른 나라를 전전하고 있는 탁신 치나왓 태국 총리의 급전직하가 남의 일 같지 않은 국가 지도자들이 적지 않다. 천수이볜(陳水扁) 타이완 총통, 글로리아 아로요 필리핀 대통령, 주르차니 페렌츠 헝가리 총리 등이 피플 파워에 의해 내쫓길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점쳐지는 이들이다. 현재 태국의 정정 불안과 가장 흡사한 모습을 보이는 나라는 바로 타이완. 탁신 총리 사임 여부를 놓고 1년여 정치적 혼란이 지속된 것처럼 타이완 역시 지난 6월부터 총통 퇴진운동이 지루하게 계속되고 있고 최근에는 수도 포위로까지 번져 일대 위기를 맞고 있다. 집권 6년째를 맞고 있는 천 총통은 부인과 사위 등 일가와 측근의 부패 의혹으로 하야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9일 시작된 수도 타이베이에서의 퇴진 시위는 이날까지 12일째 이어지고 있다. 지난 15일에는 타이완 사상 최대 인원인 100만명이 시위에 가담했고 고교생부터 화이트칼라, 공무원도 동참해 정권 교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야당 등은 최대 국경일인 쌍십절(10월10일)에 맞춰 하야를 촉구하는 전국적인 시위를 준비하고 있다. 선거 부정을 저지른 데다 부패 의혹까지 겹쳐진 아로요 대통령은 2년 사이 두번이나 탄핵안이 제출될 정도로 정치적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지난 8월 가까스로 탄핵안이 부결됐지만 땅에 떨어진 권위를 되살리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2001년 집권 이후 학생과 정치인 등 730명이 의문사를 당하는 극심한 정치적 혼란이 이어지면서 사실상 계엄 상태가 유지되고 있는 점도 아로요의 발목을 잡고 있다. 피플 파워에 의해 집권한 그가 국민들의 압력에 못 견뎌 하야한다면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주르차니 총리도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했음을 시인’한 녹음 테이프가 공개되는 바람에 결정적 위기를 맞고 있다.18일 밤부터 시작된 총리 퇴진 시위는 19일에도 이어져 부다페스트 국회의사당 앞 광장을 메운 1만 5000여 시위대는 자정을 넘기면서까지 시위를 계속했다. 이들 가운데 수천명은 광장을 빠져나가 여당인 사회당(MSZP) 당사 쪽으로 몰려갔으며 당사 앞에서 진압에 나선 경찰에 돌과 폭죽 등을 던지며 격렬히 저항했다. 특히 이날 반정부 시위는 미슈콜츠, 베케슈처버, 니레지하저, 줄러, 세게드, 에게르, 솜버트헤이 등 전국의 거의 모든 도시로 번져가 주르차니 총리의 속을 바짝 태우고 있다. 그는 “어제는 제3공화국 사상 가장 길고 암울한 밤을 보냈다.”면서 “그러나 나는 떠나지 않고 일을 계속할 것”이라고 퇴진 요구를 일축했지만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모른다. 함혜리 안동환기자 lotus@seoul.co.kr
  • 에티오피아인 12명 망명 신청

    국가보훈처 초청으로 방한 중이던 에티오피아 참전용사 자녀들과 공연단 등 12명이 14일 오전 법무부 서울 출입국관리사무소에 난민 신청을 했다. 이에 따라 법무부는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 등과 협조, 이들에게 난민지위를 부여할지 여부에 대한 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이들은 이날 “야당인 ‘통합과 민주주의를 위한 연합(CUD)’ 당원으로 활동한 경력이 있어 조국으로 돌아가면 정치적으로 박해받을 우려가 있다.”고 난민신청 이유를 밝혔다.맬레스 제나위 총리가 집권중인 에티오피아에서는 지난해 11월 부정선거를 규탄하는 반정부 시위대에 경찰이 발포해 40여명이 사망하는 참극이 빚어지기도 했다. 에티오피아 당국은 시위 배후로 제1야당인 CUD를 지목, 야당 지지자 3000여명을 체포하고 수뇌부의 사법처리 방침을 세웠다. 난민신청을 한 12명 가운데 6명은 에티오피아 한국전쟁 참전용사의 자녀이고 공연단 6명은 에티오피아 현지에서 음악 공연 활동을 하는 청소년들이다. 나이는 20세 전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에티오피아인들은 13일 오후 10시 숙소인 서울 장충동 소피텔 앰배서더 호텔을 이탈했다. 앞서 보훈처는 강원도 춘천에 건립된 에티오피아 한국전 참전기념관 준공식 공연을 위해 한국전쟁 참전용사 12명과 그들의 손자녀 12명, 공연단 9명을 초청했다. 현재 이들은 서울 모처에서 법무부의 보호를 받고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난민 신청자들에 대한 인터뷰 등의 절차를 거쳐 최종적으로 난민지위를 부여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기초조사에만 최소 3개월이 걸린다.”고 말했다.김상연 홍희경기자 carlos@seoul.co.kr
  • [문화마당] ‘창공클럽’과 문인/고운기 연세대 국문학 연구교수

    “이번 전쟁이 결코 전투만으로 결정지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문화―즉 정치, 경제, 사상에 있어서도 승리해야만 최후의 승리를 가질 수 있는 것이다.” 무슨 비장한 결의문의 첫 머리 같다. 이는 1951년 3월, 전쟁이 한창인 와중에 결성된 공군문인단의 자취를 적은 마해송(1905∼1966)의 글이다. 전쟁이 한창일 때라는 점을 다시 상기하자. 총이 아니면 펜을 들어야겠다는 절실한 심정이었겠다. 동족을 향한 총부리를 용인할 수 없지만, 생존의 처절한 마루턱을 어떻게든 넘어야겠다는 일념도 거기에 있었을 것이다. 먼저 공군문인단이 만들어졌다. 어떻게 공군이 먼저이고, 그를 이어 육군과 해군문인단이 만들어졌는지 자세한 상황을 나는 모른다. 그때 문인들은, 전선에 나간 병사들을 위로하고, 군과 민 사이 가교 역할은 다른 누구보다도 문인의 펜 끝에서 이루어질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것 같다. 마해송은 공군문인단의 단장이었다. 그러나 공군문인단은 ‘창공구락부(蒼空俱樂部)’라는 이름으로 우리 문단사에 남아 있다.“군 냄새가 풍기지 않는 일반이 친분을 느낄 수 있는 이름이 없을까. 하여 별칭 ‘창공구락부’라 이름짓게 되었던 것”이라고 마해송은 설명한다. 육군과 해군에 비해 먼저 만들어져서 그런지 창공구락부의 회원은 쟁쟁하다. 소설가로 김동리, 최인욱, 최정희, 유주현, 황순원 등이, 시인으로 조지훈, 박두진, 박목월, 이한직, 김윤성 등이 참여하고 있다. 마해송이 말한 ‘문화의 승리’란 무엇일까. 그는 다음과 같이 설명을 이어간다.“유엔군의 병력과 화력과 기술로 상승적(常勝的)인 전투를 계속한다 하더라도, 그간에 우리나라의 정치가 부패하고, 경제가 불안하고, 문화의 발전 예술의 창조가 두절된다면, 전승(戰勝)의 영광이 유엔군에 가는 동시에, 우리나라는 내부로 붕괴하는 길밖에는 없는 것이다.” 정치·경제·문화 등을 아울러 큰 의미의 ‘문화’라는 개념으로 묶고 있다. 전쟁은 전투만이 아닌 바로 문화의 싸움임을 그들은 자각하고 있다. 남의 힘을 빌려 싸움에서만 이기는 것은 곧 남이 이기는 데 지나지 않는다. 청일전쟁이나 러일전쟁 때는 우리 땅에 남의 나라 군대가 들어와 싸우더니, 이제는 제 땅에서 제 동포끼리 싸우는 현실이다. 이 기막힌 현실 앞에 문인들의 작은 목소리는 묻혀버리기 십상이다. 그러나 그런 소리가 있었다는 역사가 이제 와서 조금 안도의 한숨을 쉬게 한다. 냉정히 따져보건대, 전쟁이 끝나고 반세기가 넘게 흐른 지금까지 우리는 마해송이 말한 ‘최후의 승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그것을 설명하기 위해 지난 역사를 여기서 들추기란 번거로울 뿐이다. 남이건 북이건 마찬가지이다. 창공구락부가 슬그머니 활동을 멈추어버린 것처럼, 비원했던 최후의 승리 또한 그렇게 요원한 뒷전으로 밀려버렸다. 더 안타까운 일이 있다. 내 또래 문인들은 군대 이야기를 잘하지 않는다. 우리들의 군대는 보람차고 즐거운 경험으로보다, 치욕스럽고 고통스러운 기억으로 남아 있다.70∼80년대에는 반정부적인 활동을 하는 학생들을 강제로 군대에 보내는 일도 있었고, 심지어 거기서 의문의 죽음을 당한 일도 있었다. 이문열의 ‘새하곡’, 황석영의 ‘몰개월의 새’, 조성기의 ‘라하트 하헤렙’, 신상웅의 ‘심양의 정담’, 홍성원의 ‘디데이의 병촌’ 같은, 이 시기에 나온 쟁쟁한 ‘전선문학’이 비인간적인 군대의 이면을 그리는 데 할애되었음을 아쉽게 생각한다. 군대와 문인은 마치 상극처럼 벌어졌다. 그렇게 잊혀지고 멀어진 것 같던 군대와 문인 사이에 새로운 가교가 열리는 모양이다. 역시 이번에도 공군이 먼저다. 끊겼던 공군구락부의 전통을 잇는 공군클럽(대표 도종환 시인)의 결성이 그것이다. 새삼 문화의 승리가 무엇인지, 더불어 생각과 도움을 나누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고운기 연세대 국문학 연구교수
  • ‘쿠르드족 대학살’ 실체 드러났다

    ‘대학살 증언’이 이어지는 동안 이라크 사담 후세인 전 대통령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피고인석에 앉아 있었다. 쿠르드족 생존자의 증언이 이어지자 발끈한 후세인은 “누가 그따위 말을 하도록 시켰느냐.”고 증인들을 윽박질렀다. 22일(현지시간)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열린 후세인 2차 공판은 여전히 공포와 슬픔에 잠긴 생존자들이 눈물을 떨구고 가해자가 큰 소리로 결백을 주장하는 풍경으로 일관됐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안팔작전’으로 불리는 후세인 정권의 쿠르드족 대학살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라크군이 살포한 화학무기로 인해 2000여개의 쿠르드족 마을이 초토화됐고 5만명 이상이 숨졌다. 후세인 정권은 1987년부터 1년 동안 쿠르드족 분리독립 운동을 진압한다는 명분으로 인종 청소를 자행했다. 1987년 4월 이라크 북동부 쿠르드족 바라산 마을의 생존자 알리 무스타파 하마는 피고인석에 앉은 후세인을 바라보면서 “사방에서 비명을 질러댔고 신을 부르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고 증언했다. 그는 이어 “이라크 전투기와 헬리콥터가 투하한 폭탄에서 마치 과일 썩은 냄새가 진동했다. 몇분 후 사람들은 토하기 시작했고 눈이 타들어가는 격렬한 고통을 느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마을의 주민인 나지바 아메드는 “오로지 신만이 그날 밤의 참상을 정확히 알 것”이라고 법정에서 울부짖었다. 후세인은 끝까지 안팔 작전은 반정부 쿠르드족 게릴라와 이라크에 침투한 이란 군인을 소탕하기 위한 것으로 무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재판부는 학살 심리를 계속키로 했다.안동환기자 sunstory@seoul.co.kr
  • [열린세상] 피델이 죽으면/이성형 이화여대 정치외교학 교수

    피델이 죽으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또 한 번 세계 언론은 호들갑을 떨다가 슬그머니 꼬리를 내렸다. 장출혈 수술로 잠시 동생에게 권력을 이양했을 때 마이애미의 이민사회는 물론 미국 언론들도 덩달아 포스트-카스트로 시나리오를 열심히 그렸다. 동생 라울이 체제이행을 협상하기 편한 상대라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불과 1주일도 되지 않아 카스트로가 수술 후 건강을 빨리 회복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해야 했다. 마이애미와 미국 정부의 바람과는 달리 쿠바 내 반체제 세력은 미동조차 하지 않았고, 쿠바 사회는 평일과 다름없이 평온한 가운데 질서를 유지했다. 가톨릭주교회의는 신도들에게 피델의 쾌유를 바라는 기도를 해주길 바라는 공지문도 보냈다. 피델 사후의 시나리오에 따라 예행연습을 한번 해본 것일까? 피델이 죽으면 쿠바의 사회주의 체제가 급변하리라는 주장을 쿠바 연구자들은 피델-중심주의라고 부른다. 피델-중심주의는 일종의 영웅사관이다. 영웅이 죽으면 왕조국가는 붕괴한다는 논리이다. 하지만 다른 사회와 마찬가지로 쿠바도 복잡한 제도 속에 움직이고, 정치사회 세력들이 움직이는 사회이다. 그러니 제도와 세력들의 추이를 봐야 포스트-카스트로 체제를 가늠할 수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피델이 죽는다고 해도 쿠바 사회가 급격한 민주화와 시장경제로 이행할 가능성은 많지 않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국가와 당이 허약한 시민사회 위에서 군림하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지니고 있어서다. 특히 군부는 물리적 폭력에 대한 통제를 넘어 부(富)의 3분의 2를 통제하고 있는 체제수호의 보루로 자리를 굳혔다. 둘째, 정치 엘리트의 세대교체도 이미 이루어져 제도의 안정성도 확보되어 있다. 정치국의 평균연령은 50세 미만이고, 의회 의원 601명의 평균연령은 45세이다. 이들 모두 체제와 혁명의 성과를 방어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 셋째, 대부분 국민은 혁명방위위원회나 향군협회, 여성협회, 그리고 공산당청년연합에 적을 둬 동원 대상이 된다. 반체제 세력의 힘은 어떠한가? 반정부 인권단체의 숫자는 약 500개 라고 한다. 하지만 분열된 내부를 통합시킬 지도자도 없고, 단체들 대부분이 미국이익대표부가 제공하는 지원금으로 운영되고 있기에 대중적 기반이 없다. 이들은 외신기자들과 인터뷰를 열심히 하지만 거리에서 삐라 한 장 살포하는 담대함조차 없다고 한다. 게다가 반정부운동의 중심이 될 법한 가톨릭교회는 정부와 사이가 좋다. 카스트로가 교회와의 역사적 화해를 주도했기 때문이다. 아마도 체제에 가장 비우호적인 세력은 20,30대 젊은이들일 것이다. 이들은 고등교육을 받았지만 그것을 실현할 기회가 없는 체제를 원망한다. 젊은이들은 혁명을 전혀 무관심한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게 만드는 유토피아라 본다. 전자공학이나 컴퓨터공학을 공부했지만 전혀 쓸 데가 없는 이 현실이 안타까운 것이다. 그러나 이들도 정치적 무관심층이지 적극적으로 반체제에 동원될 가능성은 없다. 테크노음악과 럼주와 파티가 반체제운동이나 정치 이야기보다 더 매력적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1990년대의 개혁과 개방정책의 성공도 사람들의 체제 이탈을 막고 있는 이유가 된다.2004년을 기점으로 관광객 수는 200만명선을 넘어섰고,23억 달러의 소득이 들어온다. 베네수엘라는 국제 고유가에도 불구하고 배럴 당 27 달러에 4백만 t을 지원한다. 국제시세로 환산하면 8억 달러 이상의 보조금을 받고 있는 셈이다. 캐나다·중국·베네수엘라, 그리고 브라질의 자원과 에너지 산업 투자도 증가하고 있다. 덕분에 작년에는 8%의 성장을 시현하였다. 미국과 마이애미의 대쿠바 강경책과 경제봉쇄의 명분은 나날이 그 효력이 약화되고 있다. 이성형 이화여대 정치외교학 교수
  • [사설] 주목되는 정치범 인도 거절 첫 판결

    국내 법원에서 외국인에 대한 ‘범죄인 인도(引渡) 거절’ 첫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은 어제 베트남인 우엔 후 창(55)씨에 대해 인도심사를 벌여 사상 처음으로 ‘인도거절’ 결정을 내렸다. 베트남 정부는 지난 5월 사업차 내한했다가 우리 당국에 체포된 우엔씨가 베트남내 폭발물 투척기도 등 범죄를 저질렀다며 범죄인 인도를 강력히 요청해 왔다. 법원은 그러나 우엔씨를 국제법(범죄인인도법 제7조4항)상 ‘절대 넘겨서는 안 되는 정치범’으로 인정, 이같이 결정한 것이다. 우리는 법원이 베트남과의 경제적·외교적 관계에도 불구하고 국제법의 기본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결정했다고 판단한다. 특히 ‘정치범 불인도’라는 국제관례와 원칙을 지킨 첫 사례이며, 인권국가의 면모를 보였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하고자 한다. 사실 우엔씨는 현 베트남 정부에서 보면 ‘테러리스트’로 간주될 수 있다. 그러나 그가 1982년 베트남을 탈출한 뒤 망명정부를 결성하고 ‘반정부 민주투사’로서 활동해왔다는 점이 이번 판결에서 고려됐다고 한다. 따라서 우엔씨에 대한 송환을 거절하고 제3국으로 출국을 허용한 것은 인권과 정의 차원의 적절한 조치라고 하겠다. 다만, 이 판결로 인해 한해 50억달러에 이르는 한·베트남 교역과, 어렵게 구축한 정치적·외교적 우호관계가 손상돼서는 안 될 것이다. 정부는 또한 이를 계기로 까다롭고 지지부진한 난민인정 부분에 대해서도 국제관례를 충실히 따름으로써 외국인 인권문제에 보다 적극적으로 접근하기 바란다.
  • “ ‘北미사일 日에 맞장구’ 한국 신문 맞나”

    “ ‘北미사일 日에 맞장구’ 한국 신문 맞나”

    이병완 대통령 비서실장이 작심하고 국내 일부 극우 언론과 한반도의 긴장 파고를 높이는 일본 정부를 강도높게 비판했다. 이 비서실장은 21일 서귀포 롯데호텔에서 가진 ‘참여정부의 국정운영 방향’이라는 주제 강연에서 “북한 미사일 사태에 대한 극우 언론의 태도를 보면 이게 대한민국 신문인지, 일본 신문인지 (분간이 안 갈 정도로)분통이 터진다.”면서 “극우 언론은 한반도 내 전쟁을 부추기는 일본 정부보다 참여정부가 더 싫은 모양”이라고 밝혔다. 이어 “일본 정부의 태도도 참으로 고약하다.”면서 “미사일 사태를 빌미로 일본 정부는 군사대국화를 과감하게 드러내고 있으며, 자국 정치에 정파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 ‘미사일 사태’와 관련,“북한이 미국이나 일본과 전쟁하자고 미사일을 발사한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은 없을 것”이라고 전제하고 “이런 ‘정치적인 사건’을 갖고 벌집을 쑤셔놓은 듯 야단법석을 떠는 일본 정부나, 연일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에서)고립됐다거나 (한·미·일)삼각동맹에 이상이 왔다는 극우 언론의 보도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참여정부가 ‘미사일 사태’에 대해 대북 강경론에 동참하지 않고 일본 정부를 견제하고, 비판하는 것은 한반도의 평화를 위한 것”이라며 “일본에 맞장구치는 것은 한반도 평화를 저당잡힐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도 발사 이유가 무엇이든 규탄받아야 하며, 또 (미사일 발사로)일본에 빌미를 준 것은 더 더욱 이해할 수 없다.”면서 “북한은 하루 빨리 6자회담으로 돌아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실장은 “극좌·극우 세력들은 참여정부와 노무현 대통령을 저주·왜곡·타도의 대상으로 보고 있으며, 매일 2건 이상 노무현 정부를 비판하지 않으면 소화가 안 되는 듯한 여론 지형을 만드는 언론도 있다.”고 비난했다. 특히 “극단 세력들은 모든 것을 반미냐 친미냐, 친북이냐 반북이냐, 자주냐 동맹이냐, 반정부냐 친정부냐, 친노냐 반노냐, 분배냐 성장이냐로 양분하고 참여정부를 공격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때문에 참여정부는 3년반 동안 맷집도 커졌지만 속으로는 골병도 많이 들었다.”면서 “극우 세력은 참여정부를 태어나서는 안될 정권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고, 그로 인해 맞고 멍드는 것은 참여정부의 숙명인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서귀포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부시-푸틴 G8 앞두고 신경전

    오는 주말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리는 서방 선진 8개국(G8) 정상회담을 앞두고 주최국 러시아와 미국의 신경전이 치열하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1일 “국내사안에 대한 어떠한 간섭행위도 용납치 않겠다.”며 회담기간 러시아 정치상황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을 미리 차단하고 나섰다. 다분히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을 겨냥한 발언이다. 두 나라의 관계는 지난 5월 “러시아가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풍부한 자원을 이웃나라에 대한 협박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딕 체니 미국 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급속히 냉각됐다. 지난해 2월 정상회담에서는 러시아의 민주주의 문제를 두고 두 나라 정상이 논쟁을 벌인 전력도 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미국 NBC 방송과의 회견에서 “선의의 비판은 받아들이겠지만 내정에 간섭할 목적으로 러시아에 민주화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것에는 절대적으로 반대한다.”면서 “체니의 발언은 ‘오발 사고’”라고 비꼬았다. 체니 부통령이 지난 2월 메추리 사냥을 하다 실수로 친구를 쏴 부상을 입힌 사실을 꼬집은 것이다. 프랑스 LCI 방송과의 인터뷰에서는 “나라마다 존중받아야 할 고유한 가치 기준들이 있다.”면서 “이것을 무시한 채 민주화를 요구하는 것은 ‘문명화’를 구실로 아시아와 아프리카 국가를 수탈한 19세기 식민주의자들의 논리와 다를 바가 없다.”고 말했다. 로이터 통신은 푸틴 대통령의 강도 높은 발언이 최근 러시아 반정부 단체들이 G8회담에 참석하는 서방 지도자들에게 국내 정치상황을 비판해달라고 요청한 사실을 의식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물론 부시 대통령이 회담 주최국인 러시아의 심기를 건드리면서까지 정치문제를 쟁점화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도 적지 않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부시 대통령은 러시아가 이란과 북한에 대한 제재에 반대하는 기존입장을 재고해주길 원한다.”면서 “체니 부통령의 발언으로 화가 나 있는 러시아를 향해 부시 대통령이 유사한 발언을 할 것이란 기대는 접는 게 낫다.”고 전했다. 잡지는 그러나 “푸틴이 우크라이나와 그루지야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에 대한 미국의 지지 철회를 요구한다면 부시의 인내심도 한계에 다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네팔 시위대에 발포… 또 통금

    네팔 수도 카트만두 일원에 23일에도 전날에 이어 또다시 주간통금령이 내렸다. 갸넨드라 국왕이 지난 주말 권력이양을 발표했지만 민주화시위가 격화되자 다급해진 당국이 다시 통금을 실시한 것이다. 야당과 시민들은 국왕 하야와 군주제 폐지, 보다 확실한 민주화 일정 제시 등을 요구하며 충돌을 향해 치닫는 상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없지 않다. 22일 수도 카트만두에서는 통금령에도 불구하고 10만여명의 군중이 참가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열려 당국을 긴장시켰다. 시내 중심가에서의 대규모 시위는 처음이었다. 이날 경찰은 국왕의 궁 주변으로 몰려드는 시위대를 해산시키기 위해 고무탄과 최루가스에 이어 실탄까지 발사해 부상자가 속출했다. 7개 정당으로 구성된 야당연합은 지난 21일 국왕의 권력 이양 발표에 대해 거부의 뜻을 밝히고 국왕의 즉각적인 하야를 요구했다. 야당측은 “국왕의 발표가 의회 재개, 새 헌법 제정을 위한 특별위원회 구성 등 요구사항과 거리가 많다.”면서 반대 시위를 계속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다. 제 1야당인 네팔의회당 등 야당측은 “국왕의 발표는 사기극에 불과하다. 행정권만 넘기겠다는 갸넨드라 국왕의 조치에 결코 만족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001년 즉위한 갸넨드라는 전임 비렌드라 국왕의 입헌군주제 및 복수정당제 도입 등 개혁노선과 달리 정치인 권한 제한 등을 시도했다. 지난해 2월1일 ‘친위 쿠데타’를 통해 정부를 전격 해산하면서 절대왕정을 부활, 국내·외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미국·영국·인도 등 전통적 우방들이 다당제 민주화 압력을 넣으며 군사원조를 중단하자, 갸넨드라는 중국·파키스탄 등과의 유대강화 전략으로 버텨왔다. 한편 지난 6일 야당측이 공산반군과의 조율 속에 총파업을 시작하면서 촉발된 네팔 민주화사태로 지금까지 보안군에 의해 최소 14명이 사망하고 150여명이 부상하는 등 사태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이석우기자 jun88@seoul.co.kr
  • 네팔 국왕, 권력이양 선언

    네팔 국왕, 권력이양 선언

    히말라야 산맥에 수천년 은둔해온 네팔 왕국이 드디어 ‘피플 파워’의 감격에 휩싸였다. 지난해 2월 친위 쿠데타를 일으켜 내각을 해산한 후 직접 국정을 장악했던 갸넨드라 국왕이 21일 대국민 연설을 통해 권력을 국민에게 내놓겠다고 선언했다. ●총파업 16일만에 백기 투항 갸넨드라 국왕은 이날 미리 녹화된 연설에서 “입헌군주제와 다당제를 향한 신조에는 변함이 없다.”면서 가능한 한 빨리 7개 야당이 총리를 지명할 것을 요구했다. 그는 특히 “행정 권력은 오늘 이 시간부터 국민에게 돌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왕은 또 “이른 시간안에 선거를 통해 정통성 있는 기구들이 가동됨으로써 민주주의의 실천이 담보될 것”이라며 “현 각료협의회는 새 총리가 임명될 때까지만 운영될 것”이라고 밝혔다. 평화와 질서가 회복되길 희망한다는 말도 보탰다. 그러나 그는 선거 일정이나 권력 이양의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전날에 이어 이날도 수도 카트만두 시내 진입을 시도하던 15만명의 시위대는 외곽지대로 물러나 국왕 연설을 경청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연설이 끝난 직후 일부 시민은 거리를 행진하며 “민주주의 만세!갸넨드라는 이 나라를 떠나라!”고 외치고 있다고 통신은 덧붙였다. 대체로 시위대는 국왕 연설을 환영하는 것으로 전해졌지만 정치 일정이 구체화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투쟁을 계속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리헨드라 슈레스타는 “싸움에서 이겼지만 아직도 이겨내야 할 전투가 남아있다.”고 말했다. 주요 정당 지도자도 연설 직후 회합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그 내용은 즉각 전해지지 않았다. 이로써 지난 6일 국왕 하야를 요구하는 전국적인 총파업에 돌입한 지 16일만에 국왕의 투항으로 네팔은 새로운 민주주의 역사를 쓰게 됐다. ●“평화 티켓을 놓친 것이 결정적 실책” 갸넨드라 국왕은 7개 야당 연합의 총파업에 맞서 지난 6일 통금령을 발포한 데 이어 20일에는 사살령까지 내리는 강압 조치로 일관했으나 결국 무릎을 꿇게 됐다.16일 이어진 반정부 시위로 모두 14명이 목숨을 잃었고 수백명이 다쳤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날 “갸넨드라 국왕의 도박은 사실상 실패했다.”고 전했다. 신문은 “국왕의 ‘권력 배후’인 보안군의 가족들까지 시위에 동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업인과 전문직, 공무원까지 시위에 참여하거나 지지를 보냈다. 마지막 외부 지원세력인 미국과 중국, 힌두 민족주의 세력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미 국무부는 최근 “(전제정치가) 모든 분야에서 실패했다.”고 밝혔으며 제임스 모리아티 네팔 주재 미국 대사는 이날 “그의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는 말로 결정타를 날렸다. 일부 전문가는 갸넨드라 국왕의 가장 큰 실정(失政)으로 ‘평화 티켓’을 놓친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마오이스트 반군이 제안한 평화협정도 거부했다. 그렇다고 사회적 갈등을 봉합한 것도 아니었다. 경제 안정과 도덕성 측면에서도 국민의 신임을 얻지 못했다.1999년 50만명이었던 해외 관광객은 지난해 27만명으로 크게 줄었다.3주째 접어든 총파업으로 생필품 가격은 폭등했다. 국왕은 왕자 시절부터 뺑소니 사건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또 왕실 총기 사건을 직접 일으켰다는 의혹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그동안 왕실 예산은 6배가 늘었고 국민의 기본권을 억압하는 정책은 민심을 돌려세웠다. 국토의 40%를 점유한 마오이스트 반군은 가난한 농촌을 중심으로 꾸준히 세력을 키웠다. 피폐한 현실에 절망한 농민들이 마오쩌둥(毛澤東)의 혁명 이론에 동참하고 있는 것이다. 안동환기자 sunstory@seoul.co.kr
  • “국가안보 제2보루 역할 해내겠다”

    “국가안보 제2보루 역할 해내겠다”

    대한민국재향군인회 제31대 회장에 박세직(73·육사 12기) 전 서울올림픽조직위원장이 21일 선출됐다. 보수 성향의 박 신임 회장이 보수진영의 선봉장격인 향군을 3년 임기로 이끌어가게 됨에 따라 향군은 일단 보수노선을 유지하게 될 것 같다. 이번 선거에서는 후보 등록 전부터 현 정권의 특정후보 지원설이 나돌면서 이념적 노선 변화 가능성을 놓고 주목을 끌기도 했었다. 향군은 국가보안법 폐지반대 운동 등 반정부 집회도 몇 차례 가진 데다가 감사원의 감사도 받는 등 안보관련 예산의 삭감까지 거론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앞으로 변화의 추이에 관심을 모으고 있다. 박 신임 회장은 이날 서울 잠실 향군회관에서 전국 향군 대의원 365명 가운데 359명이 투표한 선거에서 204표를 얻어 여유있게 당선됐다. 천용택(68·육사 16기) 전 국가정보원장은 현재 곤경에 처한 향군을 구할 적임자를 자처하며 도전했지만 113표를 얻어 2위에 머물렀다. 노무식(73·갑종 20기) 전 향군 부회장은 42표에 그쳤다. 박 회장은 취임사에서 “향군은 정치적으로 엄정한 중립을 지키면서 할 말은 하는 조직으로 위상을 정립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또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부정하고 국가안보를 저해하는 행위나 이를 자행하는 집단에 대해 강력히 대처하겠다.”면서 “자유민주주의 체제 수호를 위해 향군이 국가안보의 ‘제2보루’ 역할을 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예컨대 주한미군 철수 반대, 한미동맹 강화, 국가보안법 유지 활동을 벌여나갈 계획이라고도 했다. 박 회장은 “정부 보조금에 기대지 않고 ‘장례 토털서비스’ 등 고부가 가치를 창출하는 사업을 발굴하는 한편 투명한 경영을 통해 재정자립 기반을 조속히 구축하겠다.”고 약속했다. 박 회장은 대통령 안보담당 특별보좌관, 수도경비사령관 등을 거쳐 총무처 및 체육부 장관 등을 지냈다. 또 국가안전기획부장에 이어 서울시장,14·15대 국회의원도 역임했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네팔 경찰 발포… 40여명 사상

    네팔 갸넨드라 국왕의 하야를 요구하는 3만여명의 시위대에 경찰이 총격을 가해 적어도 3명이 숨지고 40여명이 다쳤다. 네팔 당국의 25시간 통금령과 사살령 경고에도 불구하고 시위대들은 여러 방향에서 수도 카트만두 외곽에 집결해 중심가 진입을 시도했다. AFP통신은 카트만두 북동부 공가부 지역에 모여든 시위대가 깃발을 흔들며 “갸넨드라 타도, 민주주의 만세” 등의 구호를 외쳤고, 여성과 어린이도 시위대열에 합류했다고 전했다. 시위 현장에서 환자 수송을 도왔던 시민운동가 쿤둔 아르얄은 “경찰이 최루탄과 진압봉에서 고무탄으로 무기를 바꾸더니 결국 무차별 실탄 사격까지 자행했다.”며 분개했다. 네팔에서는 지난 보름 동안 계속된 반정부 시위와 이를 막으려는 경찰의 대치 과정에서 모두 8명이 목숨을 잃고,100여명이 다쳤다. 한편 이날 정부는 카트만두 지방법원에 석달째 송치돼 있던 야당지도자 2명을 석방하는 화해 제스처를 취했다.그러나 야당인 네팔공산당(UMI) 사무총장은 “주권이 전면적으로 국민에게 돌아올 때까지 반정부 시위를 효율적이고 강력하게 전개할 것”이라고 천명했다.정치 분석가들도 갸넨드라 국왕의 양보가 너무 늦게 나와 사태를 수습하기에는 모자란다고 지적했다. 국왕은 시위가 공산주의 반군의 선동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경찰과 군대는 시위대를 체포하고 왕궁 앞에 기관총으로 무장한 장갑차를 배치하는 등 강경한 입장이다. ‘네팔의 봄’을 원하는 시민들은 지붕 위에서 소리를 지르며 시위대를 응원했으며,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이용해 시위 참가를 권유했다. 학생 산감 포우델(22)은 “나라를 위해 목숨을 희생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피플 인 포커스] 총리권한대행 칫차이

    태국 총리 권한대행에 5일 지명된 칫차이 와나사팃야(59) 제1 부총리 겸 법무장관은 사의를 밝힌 탁신 치나왓 총리의 최측근이다. 탁신과 오랜 친구 사이로 미국 유학을 함께 했으며 경찰에서 한솥밥을 먹기도 했다. 3년 전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탁신 총리에 의해 마약통제국장으로 발탁되면서 전국적인 인물로 떠올랐다. 당시 ‘마약과의 전쟁’에서 2500여명이 희생돼 인권단체의 거센 비난의 표적이 되기도 했다. 지난해 탁신에 의해 내무장관으로 기용돼 경찰을 진두 지휘하며 남부지역의 이슬람 반군 문제를 처리했다. 또 탁신 총리가 이끄는 집권 타이락타이당(타이애국당)의 표밭인 시골 지역에서 확고한 지지 기반을 다졌다. 칫차이는 지난달 중순 부패 및 권력남용 혐의를 받고 있는 탁신 총리에 대한 시민들의 반정부 시위가 최고조에 이르자 제1 부총리에 기용됐다. 전문가들은 “칫차이의 총리 대행 발탁은 반정부 시위에 대한 탁신의 우려를 반영한다.”고 지적했다. 그가 경찰 출신으로서 반정부 시위에 잘 대처할 수 있고 탁신이 믿을 수 있는 강력한 성향의 인물이라는 것이다. 야당과 일부 국민들의 칫차이에 대한 반감도 거세다.‘충복’을 내세운 탁신의 수렴청정에 강한 거부감을 보이고 있는 까닭이다. 이석우기자 jun88@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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