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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푸틴이 ‘히틀러도 유대인 피‘ 외무장관 발언을 왜 대신 사과했나

    푸틴이 ‘히틀러도 유대인 피‘ 외무장관 발언을 왜 대신 사과했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의 발언에 대해 이스라엘 총리에 대신 사과했다는 소식은 놀랍기만 하다. 온 세상을 상대로 전쟁을 벌이는 그가 왜 유독 이스라엘에 대해선 잘못을 솔직히 인정하는 대인배 풍모를 보였을까 하는 것이다. 라브로프 장관은 지난 1일(이하 현지시간) 이탈리아 언론과의 인터뷰 도중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유대인인데 어떻게 우크라이나의 탈나치화가 군사작전의 명분이 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히틀러도 유대인 혈통”이라고 답했다. 그의 답을 조금 더 들어보자. “내가 틀릴 수는 있다. 하지만 히틀러도 유대인의 피를 갖고 있다. (젤렌스키가 유대인이란 말은) 절대 아무런 의미도 없다. 지혜로운 유대인이라면 가장 열성적인 반유대주의 발언자들이 때로는 유대인이라고 말한다.” 당연히 이스라엘은 뒤집어졌다. 야이르 라피드 이스라엘 외무장관이 “용납할 수 없는 터무니 없는 발언이자 끔찍한 역사적 오류”라고 비판했고, 나프탈리 베네트 총리는 “정치적 목적을 위해 홀로코스트를 들먹이지 말라”고 반박했다. 그런데 이스라엘 총리실은 푸틴 대통령이 5일 베네트 총리와 전화 통화를 갖고 나치 독일의 지도자인 아돌프 히틀러의 혈통을 둘러싼 라브로프 장관의 최근 주장에 대신 사과했다고 밝혔다. 총리실은 푸틴 대통령의 사과를 진지하게 수용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베네트 총리가 사과를 받아들였고, 홀로코스트에 대한 기억과 유대인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해준 데 푸틴에 감사를 표했다.” 푸틴 대통령이 이렇게 대신 사과한 것은 대인배여서 였을까? 그보다는 러시아가 서방의 일원이면서도 분명히 선을 긋고 있는 이스라엘을 배려한 정치적 동기가 더 커 보인다. 이스라엘은 러시아가 지난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미국 등 서방 국가들과 달리 러시아를 자극할 수 있는 비판을 자제해 왔다. 적성국 이란의 세력이 시리아 등 중동에 뻗어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러시아의 협조와 묵인이 필요하기 때문이란 관측이다. 그러나 최근 러시아군의 전쟁범죄 정황이 도드라지자 이스라엘도 비판으로 돌아서고 미국을 비롯한 서방과 보조를 같이하면서 양국관계에 긴장이 형성됐다. 라브로프 장관의 ‘히틀러 유대 혈통’ 얘기는 그런 상황에 나와 양국 관계를 급격히 악화시키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푸틴 대통령의 대신 사과는 외교적으로 고립되는 러시아가 이스라엘마저 등을 돌리게 하지 않으려 노력한 결과로 보인다. 아울러 역내 활동에 러시아의 협조가 필요한 이스라엘로서도 더 이상 갈등이 번지는 현상을 막으려 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어쩌면 당연할 수도 있는데 러시아 측이 공개한 두 정상의 통화 내용에는 푸틴 대통령이 사과했다는 내용은 없었다. 크렘린궁(러시아 대통령실)은 두 정상이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 통화했다고 밝혔다. 특히 최근 유엔과 국제적십자위원회 대표들이 협력해 이뤄진 우크라이나 남부 마리우폴의 아조우스탈 제철소 민간인 대피 등 인도주의 조치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크렘린궁은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 군인들이 이전과 마찬가지로 민간인들의 무사한 대피를 보장할 준비가 돼 있다며 우크라이나 정부가 아조우스탈 제철소에 남아있는 우크라이나 전투원들에게 무기를 내려놓도록 명령해야 한다고 주문했다고 전했다. 크렘린궁은 양국 정상이 러시아와 이스라엘이 오는 9일 2차 세계대전 승전을 기념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홀로코스트(나치 독일의 유대인 대학살) 희생자 등 모든 전몰자를 추도하는 양국 국민 모두에게 이 기념일이 중요하다는 점에 공감했다고 설명했다. 베네트 총리는 지난 3월 초 직접 크렘린을 찾아 푸틴 대통령과 회담했고 같은 달 말 통화를 통해 우크라이나 사태를 논의할 정도로 긴밀히 소통하는 것도 러시아에 거는 기대가 적지 않다는 방증일 것이다. 나치 독일을 꺾어 유럽을 해방시켰다고 주장하는 러시아가 탈나치화를 명분으로 우크라이나 침공을 정당화하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모르는 척 넘어가려는 이스라엘 지도부의 행동이 위선적으로 다가온다.
  • “히틀러도 유대인 혈통” 러 외무 발언에 이스라엘 격앙

    “히틀러도 유대인 혈통” 러 외무 발언에 이스라엘 격앙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우크라이나의 ‘탈나치화’라는 침공 명분을 정당화하며 아돌프 히틀러가 유대인 혈통이라는 발언을 해 이스라엘의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1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민영방송 ‘레테4’의 대담 프로그램을 통해 방영된 인터뷰에서 라브로프 장관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유대인인데 우크라이나의 탈나치화가 전쟁 명분이 될 수 있나’라는 취지의 질문에 “히틀러도 유대인 혈통”이라며 “그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현명한 유대인들이 ‘가장 열렬한 반유대주의자들은 대개 유대인 자신들’이라고 말하는 것을 오랫동안 들어왔다”고 덧붙였다. 러시아는 지난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며 ‘탈나치화’를 주요 목표 가운데 하나로 내세웠으나 국제사회는 이에 냉담한 반응이었다. 오히려 친러 정권 수립 혹은 영토 확장을 위한 ‘구실’에 불과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라브로프 장관은 인터뷰에서 이러한 시각을 일축하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내세운 침공 명분이 정당하다는 점을 재차 강조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하지만 2차 세계대전 당시 600만명이 희생된 ‘홀로코스트’(나치 독일의 유대인 대학살)의 주범 히틀러가 유대인 혈통이라는 언급은 이스라엘을 자극하며 거센 반발을 불렀다. dpa·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스라엘 외무부는 2일 오전 라브로프 장관 발언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며 자국 주재 러시아 대사를 초치했다. 아울러 야이드 라피드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2일 별도 성명을 통해 “라브로프 장관의 발언은 용납할 수 없는 터무니 없는 발언이자 끔찍한 역사적 오류”라고 직격했다. 그는 “유대인은 홀로코스트에서 스스로를 죽이지 않았다. 유대인을 겨냥한 가장 저급한 인종차별은 유대인을 반유대주의자라고 비난하는 것”이라며 러시아 측의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나프탈리 베네트 이스라엘 총리도 “그러한 거짓말은 유대인을 겨냥해 저질러진 역사상 가장 끔찍한 범죄에 대한 비난의 화살을 유대인에게 돌리려는 의도가 있다”면서 “정치적 목적을 위해 홀로코스트를 들먹이지 말라”고 경고했다. 러시아 측은 라브로프 장관의 발언이나 이스라엘 측 반발과 관련해 아직 공식적인 입장 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
  • [마감 후] 혐오는 답이 아니다/이두걸 사회2부 차장

    [마감 후] 혐오는 답이 아니다/이두걸 사회2부 차장

    서울올림픽이 열렸던 1988년 9월 28일. 서울 잠실체육관에서 남자농구 준결승전이 열렸다. 냉전의 맞수 미국과 소련이 맞붙었다. 누구나 유력한 우승 후보였던 미국의 낙승을 예상했다. 하지만 이변이 벌어졌다. 소련이 82대76으로 미국을 꺾은 것이다. 경기 결과는 전 세계로 타전됐다. 하지만 국내외 언론은 체육관의 분위기를 더 주목했다. 체육관은 마치 모스크바 홈경기장 같았다. 붉은 바탕에 낫과 망치, 그리고 별이 그려진 소련 국기 수백 개가 나부꼈다. 당시 우리 관중들은 미국 선수가 자유투를 던질 땐 야유를 보냈다. 미국 언론은 ‘혈맹의 배신’이라는 납득할 수 없는 현상이 벌어졌다고 보도했다. 십수 년간 지속됐던 군부 독재와 몇 해 전 남도에서 벌어졌던 참사의 ‘뒷배’가 바로 자신들이고, 이에 대한 한국 국민들의 분노가 표출된 결과라는 점을 이해하지 못했다. 30여년이 흐른 요즘엔 당시 미국의 자리에 중국이 대신 들어선 격이다. 2020년 미국 여론조사 기관 퓨리서치센터가 설문조사한 결과 한국 응답자의 75%가 ‘중국은 비호감’이라고 응답했다. 반중 정서는 2030세대가 주도하고 있다. 2018년 20대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이뤄진 한 조사에서 중국에 대한 호감도는 5점 만점에서 2.14점이었다. 일본(2.83)보다 낮은 수치였다. 베이징동계올림픽이 열리고 있는 현시점에서 조사를 벌이면 결과는 더 나쁠 게 자명하다. 쇼트트랙에서의 편파 판정과 개막식에서 한복을 입은 여성이 중국 소수민족 대표로 등장한 것 등은 반중 정서에 기름을 부은 격이다. 스포츠에서 편파 판정 논란은 언제나 있기 마련이지만 게임의 룰 자체를 훼손하는 것까지 용인될 수 없다. 지금까지의 숱한 문화공정 시도와 ‘이웃사촌’을 무시하는 듯한 태도를 어떻게 용납할 수 있겠는가. 최근의 중국은 집단지도체제의 묘를 살려 수십 년간 고도성장을 이뤄 냈던 국가조차도 특정 지도자의 10년 장기 집권으로 얼마나 망가질 수 있을지 여실히 보여 주는 사례다. 그럼에도 혐중 발언을 이어 가는 대선 주자들의 태도는 무책임에 가깝다. “청년 대부분 중국을 싫어한다”(윤석열 후보)거나 “불법 영해 침범한 중국 어선을 격침해 버려야 한다”(이재명 후보)고 공공연히 밝히는 게 국익에 어떤 도움이 되는가. 젊은층의 지지는 얻을 수 있겠지만 군사령관이 아닌 대통령 후보가 꺼낼 말이 아닐뿐더러 30여년 전 반미 발언만큼이나 비현실적이다. 이 후보와 윤 후보에게 지금 필요한 건 ‘미선이 효순이 사건’이 벌어졌던 2002년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 개정과 관련해 무작정 찬성 서명을 하는 대신 “임기 안에 개정하겠다”고 약속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현실 감각이다. 2000년 무렵까지 이스라엘 공연장에서 독일 작곡가 바그너의 음악은 금기시됐다. 바그너와 그의 후손들은 반유대주의의 선봉에 섰고, 히틀러 역시 바그너를 흠모했다. 그의 음악은 홀로코스트를 연상케 했다. 그러나 터부를 깬 최초의 음악가는 다니엘 바렌보임이다. 명피아니스트이자 지휘자인 그는 아르헨티나 출신 유대인이다. 바렌보임은 2001년 7월 베를린 슈타츠카펠레를 이끌고 예루살렘에서 ‘트리스탄과 이졸데’ 발췌부를 연주했다(‘경계의 음악’ 중). 이를 두고 20세기 지성사를 대표하는 팔레스타인 출신 미국 비평가 에드워드 사이드는 “예술가의 부도덕적 행위는 비판받아야 마땅하지만, 예술가의 작품을 판단하는 유일한 잣대가 돼서는 안 된다”고 역설했다. 이는 중국에 대한 우리의 자세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혐오는 답이 아니다.
  • 국제앰네스티 “이스라엘, 팔레스타인에 인종차별 정책 시행” 비난

    국제앰네스티 “이스라엘, 팔레스타인에 인종차별 정책 시행” 비난

    팔레스타인은 “참혹한 현실 확인” 환영이스라엘 “현실 외면…반유대주의” 반발세계 최대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는 300쪽 가까운 분량의 보고서를 통해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주민에게 인종차별정책(아파르트헤이트)을 시행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국제앰네스티는 4년 동안 작성한 280쪽 분량의 보고서를 통해 “(팔레스타인을 상대로 한) 이스라엘의 잔혹한 분리, 추방, 배제 정책은 명백하게 아파르트헤이트에 해당한다”는 입장을 냈다. 보고서는 “이스라엘 내 팔레스타인 영토와 재산 압류, 불법 학살, 비인간적인 강제 이송, 시민권·자유 등에 대한 부정을 포함한 비인간적 행위가 자행되고 있다”고 지적하며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제도화된 체제 속에서 조직적인 억압과 지배를 받았다”고 서술했다. 이어 국제앰네스티는 이스라엘이 이스라엘에 거주하는 아랍 시민, 이스라엘 점령지 일대에 있는 팔레스타인 주민들 그리고 해외에 거주하는 팔레스타인인들을 열등한 비유대인종으로 취급하고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인종차별과 분리 정책을 뜻하는 아파르트헤이트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유래한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자신들의 팔레스타인에 대한 차별은 안보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지 의도적이거나 제도적인 인종차별이 아니라며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자행됐던 아파르트헤이트와의 비교를 거부해왔다.하지만 앞서 이스라엘의 유력 인권단체인 비티셀렘(B‘Tselem)도 이스라엘 정부의 대팔레스타인 정책을 아파르트헤이트로 규정했고, 국제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도 지난해 4월 보고서를 통해 같은 주장을 폈다. 당시 HRW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주민의 이동을 제한하고 1967년 3차 중동전쟁(일명 6일 전쟁)으로 점령한 영토에서 유대인 정착촌 건설을 위해 팔레스타인 주민의 땅을 빼앗은 것이 반인륜 범죄의 증거라고 지적했다. 국제앰네스티의 보고서에 대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극명하게 엇갈린 반응을 내놓았다. 팔레스타인 외무부는 성명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와 총회는 국제앰네스티와 다른 주요 인권단체들이 제시한 강력한 증거에 귀를 기울이고 팔레스타인 국민에 대한 범죄와 제재에 대해 이스라엘에 책임을 물을 의무가 있다”고 지지했다. 이스라엘과 가장 우방인 미국은 이 보고서를 거부했다. 이스라엘은 이 보고서가 “혐오 단체들의 거짓말을 통합하고 재활용한다”며 “반유대주의의 불씨를 부채질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 “안네 배신자는 유대인, 아버지 알고도 덮어”

    “안네 배신자는 유대인, 아버지 알고도 덮어”

    2차 세계대전 독일 나치의 참혹함을 알린 ‘안네의 일기’ 주인공 안네 프랑크의 가족이 유대인 밀고자에 의해 나치에 발각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7일(현지시간) 미 CBS방송은 전직 미국 연방수사국(FBI) 수사요원 빈스 팬코크와 그의 연구팀이 안네 프랑크와 가족을 나치에 밀고한 용의자로 유대인 공증사인 아르놀트 판덴베르흐를 지목했다고 보도했다. 2016년부터 관련 조사를 해 온 팬코크의 연구팀은 암스테르담 유대인 평의회의 일원인 판덴베르흐가 자신의 가족을 지키기 위해 안네 일가를 배신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판덴베르흐는 당시 유대인들의 은신처 목록을 볼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조사팀은 안네의 아버지 오토 프랑크는 판덴베르흐를 강력히 의심했지만 반유대주의 정서가 확산될 것을 우려해 해당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고 추정했다. 오토는 당시 판덴베르흐를 지목한 익명의 메모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안네는 연합군의 승리를 약 한 달 앞둔 1945년 2월 독일 베르겐벨젠 수용소에서 15세의 나이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 상상의 발명품 유대인

    상상의 발명품 유대인

    만들어진 유대인슐로모 산드 지음/김승완 옮김/사월의책/670쪽/3만 4000원  ‘2000년 동안 추방되고 고립되고 방황하다가 마침내 고향 땅으로 돌아갈 특별한 운명을 지닌 민족’이라는 서사는 이스라엘의 존재 이유를 뒷받침하는 가장 강력한 신화였다. 이스라엘 국가 선언문에는 유대 민족이 이스라엘 땅에서 발원해 고국에서 추방당했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슐로모 산드 이스라엘 텔아비브대학 교수는 ‘만들어진 유대인’에서 “유대민족이라는 정체성은 역사적 근거가 없고, 상상으로 만들어 낸 발명품”이라면서 이스라엘의 건국 서사를 정면으로 반박한다. 이스라엘을 넘어 세계의 거대 유대인 권력에 도전한 이 책은 2008년 히브리어 출간 이후 24개국 언어로 번역되며 전 세계 학계에 큰 파장을 일으킨 문제작이다. 특히 홀로코스트 생존자 가정에서 태어나 이스라엘 국적 유대인인 저자가 ‘이스라엘의 금기’를 건드렸다는 점 때문에 더욱 주목을 받았다.산드 교수는 민족이라는 개념에 대한 재정립에서 시작해 단일 종족으로서 유대인이라는 신화, 단일 민족국가로서 이스라엘이라는 신화를 해체한다. 저자는 “유대인은 공통된 종교 문화를 가진 종교 공동체이지 혈연으로 이어진 종족 공동체는 아님에도 불구하고 ‘유대인의 나라’ 이스라엘은 이런 종족적 동질성의 신화를 국가의 기본원리로 삼고 있다”고 지적한다. 저자에 따르면 유대교 신앙체계의 근간에는 ‘죄로 인한 추방’과 ‘성지로의 귀환’이라는 관념이 있다. 이는 특정한 장소를 뜻하는 게 아니라 구원이 아직 오지 않았다는 상황에 대한 관념이다. 하지만 유대민족주의는 성서의 신화를 역사적 사실로 둔갑시켰다. 출애굽은 존재하지 않았던 사건이며, 이집트에서 탈출한 이들이 정복했다는 가나안은 당시 이집트 땅이었다는 사실은 고고학계 연구로 밝혀진 바 있다. 로마인들이 유대인을 강제 추방한 적도 없고, 7세기 이후 이슬람 지배하에서도 토착 유대인 농민들이 고향을 떠난 일은 없었다. 그렇다면 전 세계에 무수히 퍼져 있는 유대인의 존재는 무엇인가. 저자는 그 원인을 과거 유대교 왕국들의 활발한 포교 활동에서 찾는다. 하스몬 왕조는 정복과 강제 개종정책을 통해 이웃 민족국가에 유대교를 포교하고, 헬레니즘 문화와 결합했다. 때문에 그리스식 이름을 가진 유대교인들이 대거 출현했다. 더욱 결정적인 것은 이스라엘 국가 수립 이전에 팔레스타인에 거주하던 사람들은 7세기 무렵 아랍인들이 이 땅을 점령한 이후 개종한 유대 농민의 후손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스라엘이 그토록 배척하고 핍박하는 팔레스타인의 뿌리가 유대인과 다르지 않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유대 민족이 19세기 독일과 동유럽에 거주하던 유대 지식인들이 만들어 낸 창작품이라고 역설한다. 근대 시대에 한 민족에 속하는 한 똑같은 민중이라는 민족주의는 평등이라는 민주주의 이념을 내재하고 성장했다. 하지만 시민적 평등권이 정착된 서유럽과 달리 상대적으로 민주주의 정착이 늦었던 동유럽에서는 종족적 민주주의가 먼저 득세했다. 결국 독일, 러시아, 동유럽의 종족 민주주의의 배타성이 유대인 탄압을 불러일으켰고, 시민적 평등권을 요구하던 유대인들이 대항적 민족주의를 탄생시켰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 모든 역사 창작이 여전히 이스라엘의 정치를 지탱하는 수단으로 작동하고 있으며, 민족이라는 의식이 국가 이념이 될 때 차별과 폭력을 정당화하는 극히 위험한 도구가 될 수 있음을 경고한다. 그는 “‘유대인의 나라’라는 이념이 오늘날 이스라엘의 폭력적 패권주의를 정당화하고, 이제는 반유대주의를 부채질하는 이데올로기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유대 민족주의가 동질성이라는 이름 아래 내부 불평등과 배제의 정치를 강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감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 [열린세상] 포퓰리즘과 증오의 정치로 얼룩진 대선/유창선 정치평론가

    [열린세상] 포퓰리즘과 증오의 정치로 얼룩진 대선/유창선 정치평론가

    두 달 앞으로 다가온 대통령 선거의 광경이 무척이나 혼란스럽다. 우선 유력 후보들이 지지율에 따라 시시각각 변신하는 모습은 유권자들의 이성적 판단을 방해한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함께해 왔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실패했다”며 부동산 세제 완화 정책을 쏟아낸다. 국토보유세를 신설하고 불로소득을 뿌리뽑겠다며 서슬퍼런 규제를 예고했다가 부동산 민심이 아님을 파악한 순간 돌변한다. 대장동 의혹에 대한 특검을 하겠다고 했다가 여론의 관심이 잦아들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그냥 지나가기로 작심한 모습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에게 TV토론을 제안했다가 막상 하겠다고 하니까 “조급하다”면서 피하려 한다. 여론에 따라 너무도 태연하게 말을 바꾸는 모습들이 줄곧 이어져 왔다. 한때 신지예씨와 이수정 교수를 영입해 여성주의 인사들까지도 껴안는 모습을 보였던 윤석열 후보는 반페미니즘의 ‘이대남’(20대 남성) 지지를 얻기 위해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일곱 글자 구호를 던진다. 곧이어 재벌 회장의 ‘멸공’(滅共) 챌린지에도 참가한다. ‘펨코’에서 열광적인 환호를 얻고는 있지만, 갈등을 조정해야 할 대선후보가 갈라치기에 편승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의 갈라치기에 염증을 내고 돌아섰던 사람들이 다른 것은 다 잊고 ‘윤석열의 갈라치기’만 기억하게 만들지 모른다. 그런 갈라치기 행보는 ‘이대남’을 얻는 대신 세상의 절반인 여성들과 다른 세대들을 잃게 만드는 우가 되기 쉽다. 극단으로는 극단을 이길 수 없다. 후보들의 일관된 철학은 찾아보기 어렵고, 눈앞의 여론만을 쫓아다니는 포퓰리즘이 기승을 부리는 선거가 되고 있다. 포퓰리즘은 이성을 멀리하고 정념을 친구로 삼는다. 선악의 이분법에 근거해 자신을 연민의 대상으로 연출하고 상대를 악마로 만들어 지지자들의 분노를 선동하는 것이 포퓰리즘이다. 정치학자 얀 베르너 뮐러가 ‘누가 포퓰리스트인가’에서 지적했듯이 “포퓰리즘은 갈등 속에 번창하고 정치 양극화를 조장할 뿐 아니라 정치적 반대 세력을 ‘국민의 적’으로 취급하고 배제”하려 든다. 지금 우리 앞에 펼쳐지는 대선 광경이 그러하다. 상대에 대한 증오만이 넘쳐 ‘악마의 집권’을 허용할 수 없다는 결기만 넘칠 뿐 자신들의 집권이 어떻게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얘기들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말았다. 대선 때마다 죽기 살기 식의 전쟁이 벌어지는 것은 승자독식의 권력구조에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 선거 결과가 51대49로 승패가 갈리더라도 승자는 100의 권력을 독점하는 것이 지금의 권력구조다. 51과49를 가진 세력의 협치가 아니라 승자만이 정의가 되고 패자는 불의가 되는 비합리적인 상황이 전개된다. 그래서 선거판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기고 봐야 하는 전쟁터가 되는 것이다. 그 피투성이 상처는 우리 공동체의 가장 깊숙한 곳에 두고두고 남게 된다. 제2차 세계대전 후 프랑스에서 지식인 숙청을 주장했던 카뮈는 막상 숙청이 진행되는 과정을 지켜보며 ‘증오의 숙청’을 우려했다. 카뮈는 “가해자들의 증오에 희생자들의 증오가 화답했다”며 가해자들이 떠난 프랑스에서 피해자들이 증오에 중독된 마음을 치유해야 한다고 말했다. 잔인한 숙청 속에서 카뮈가 강조했던 것은 “우리가 지성을 간직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인종주의, 성차별, 반유대주의 같은 증오의 정치로 무장된 ‘트럼피즘’이 미국의 지성주의와 민주주의를 몰락시킨 과정도 우리는 지켜봤다. 우리는 어떨까. 증오에 중독된 대선을 거치고 과연 공동체의 지성을 지켜 낼 수 있을까. 정념에 앞서 성찰이 필요한 시간이다.
  • 엠마 왓슨 ‘팔레스타인 지지’ 인스타 게시물에 이스라엘 ‘발끈’

    엠마 왓슨 ‘팔레스타인 지지’ 인스타 게시물에 이스라엘 ‘발끈’

    배우 엠마 왓슨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게시물에 이스라엘 정부 고위 인사들이 날을 세우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의 게시물이 팔레스타인 독립운동을 지지하는 듯한 메시지를 담고 있어서다. 4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은 “엠마 왓슨의 친(親) 팔레스타인 게시물이 ‘반유대주의’ 분쟁을 촉발시켰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왓슨은 이날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시위 장면 위에 “연대는 동사다(Solidarity is a Verb)”라는 글귀를 합성한 사진을 올렸다. 이 사진은 지난해 5월 이스라엘이 11일동안 가자지구를 폭격한 당시 ‘배드 액티비즘 컬렉티브’라는 단체가 게시해 각국의 유명 인사들이 공유한 것이라고 가디언은 전했다. 왓슨은 또 파키스탄 출신의 영국 페미니스트 철학자로 ‘페미니스트로 살아가기’ 저자인 사라 아메드가 ‘연대’의 의미를 제시한 문구를 인용했다. 이 게시물에 이스라엘의 전·현직 유엔(UN) 주재 대사들이 한목소리로 그를 비판하고 나섰다. 유엔 주제 이스라엘 대사와 네타냐후 정부의 과학장관을 역임했던 대니 다논은 그의 게시물을 자신의 트위터에 공유하고, 영화 ‘해리포터’ 시리즈에 등장하는 호그와트 기숙사 ‘그리핀도르’의 감점 제도를 패러디해 “반유대주의로 그리핀도르 10점 감점”이라고 덧붙였다.길라드 에르단 현 유엔 주재 이스라엘 대사도 자신의 트위터에 왓슨의 게시물을 공유한 뒤 “소설이 해리포터에서는 통할지 몰라도 현실에서는 통하지 않는다”면서 “만약 그랬다면 마법으로 여성을 억압하고 이스라엘의 전멸을 추구하는 하마스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폐해를 없앴을 것”이라고 말했다. 왓슨이 영향력 있는 페미니스트라는 점을 비꼰 것으로 보인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에 대항해 설립된 비영리단체 ‘인디비지블 프로젝트’ 공동 이사로 2019년 타임지가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도 올랐던 레아 그린버그는 다논 전 대사의 비판에 대해 “기본적인 표현마저 가로막기 위해 반유대주의를 악의적으로 무기화하고 있다”고 맞받아쳤다. 팔레스타인 언론인 겸 활동가인 모하메드 엘 쿠르드는 자신의 트위터에 왓슨의 게시물에 대해 “아주 단순한 진술일 뿐”이라면서 “유대주의자들은 어디에서나 광분한다. 정말 우습다”고 비꼬았다. 왓슨의 게시물은 100만명 이상의 ‘좋아요’를 받았으며, 팔레스타인 독립을 지지하는 네티즌들이 ‘#FreePalestine’, ‘#PalestineWillBeFree’ 등의 해시태그를 달며 응원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 우크라이나 ‘반러 횃불 시위’를 이스라엘이 비난한 까닭

    우크라이나 ‘반러 횃불 시위’를 이스라엘이 비난한 까닭

    최근 우크라이나 내 반러시아 정서가 고조된 가운데 새해 첫날 우익 민족주의자들이 수도 한복판에서 나치에 부역한 급진파 민족 운동가의 생일을 기념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스라엘은 이에 항의했고, 러시아 관영 매체들은 이를 다시 이용했다. 2일(현지시간)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 RT 등에 따르면 전날 밤 키예프에서는 2차 세계대전 전후로 ‘우크라이나 민족주의자 조직’(OUN)을 이끈 스테판 반데라를 기리는 ‘횃불 행렬’이 벌어졌다. 집회에 참가한 약 3500명(현지 경찰 추산)의 시민들은 반데라의 초상화를 들고 “반데라, 와서 질서를 회복하라”며 행진했다. “영광”, “우리 땅” 등을 외치는 소리도 이어졌다. 시내 중심가를 가로지른 행렬은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마무리됐다. 키예프 주재 이스라엘 대사관은 이날 성명에서 “나치 이데올로기를 지지한 이들을 미화하려는 시도는 우크라이나 홀로코스트 희생자들에 대한 기억을 더럽히는 것”이라며 “우크라이나 정부는 행렬 도중 발생한 반유대주의 징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진 ‘러시아 타도’ 시위를 이스라엘이 비난하고 나선 것은 반데라에 대한 상반된 평가 때문이다.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시절 우크라이나 거주 지역인 갈리치아·로도메리아 왕국에서 태어난 반데라는 왕국이 독립해 수립된 서우크라이나 인민공화국이 폴란드에 재합병당하자 민족주의 활동에 뛰어들었고, 1929년 리비우에서 무장조직 OUN 창설을 주도했다. 1939년 폴란드를 침공한 나치의 반폴란드·반소련 정책에 동조하면서 반공 무장투쟁을 지속했는데, 이 과정에서 OUN의 폴란드인·유대인 학살이 자행됐다. 2차 대전 종전 후엔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지원을 받아 반소련 투쟁을 주도했으나, 1959년 소련 국가보안위원회(KGB) 요원에게 암살됐다. 현대 우크라이나에서는 주로 반러시아 성향의 극우 진영에서 우크라이나 민족주의를 위해 투쟁한 인물로 추앙받는 반면, 반대 성향의 사람들로부터는 전쟁범죄자로 비판받는다.러시아 관영 매체들은 새해 첫날 키예프에서 벌어진 횃불 시위를 ‘네오 나치’ 시위로 표현하는 한편 이스라엘 대사관이 우크라이나 민족주의자들을 비난한 점에 초점을 맞춰 보도했다. 최근 우크라이나를 둘러싸고 러시아와 미국·나토(북대서양조양기구)가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럽의 반나치 정서를 자극해 우크라이나에 부정적인 이미지를 덧씌우려는 시도로 읽힌다. 이와 관련 이스라엘 영자지 예루살렘포스트는 이날 홈페이지에 게재한 기사에서 “지난 주말 우크라이나 네오 나치 행진에 반대하는 이스라엘(대사관)의 트윗이 실제 전쟁을 앞두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설전에 이용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스라엘 외무부는 이번 성명은 “원칙적인 입장”이었다며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긴장 관계와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 “여성 죽이지 마라” “성별 갈라치기”… 정치권 페미니즘 논쟁 또 불붙었다

    “여성 죽이지 마라” “성별 갈라치기”… 정치권 페미니즘 논쟁 또 불붙었다

    전 남자친구의 스토킹으로 경찰의 신변보호를 받던 여성이 살해당한 사건을 계기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장혜영 정의당 의원과 연일 맞붙으며 설전을 벌이고 있다. 지난 5월 이 대표가 당대표 경선 공약으로 내건 ‘여성할당제’ 폐지를 놓고 세 사람이 격렬하게 맞붙었던 이후 다시 정치권 페미니즘 논쟁에 불이 붙었다. 처음 논란의 불씨를 댕긴 건 데이트 폭력 사건에 대해 의견을 밝힌 장 의원을 이 대표가 ‘성별 갈라치기’라며 저격한 글이었다. 장 의원은 지난 20일 페이스북에 “이별통보했다고 칼로 찌르고 19층에서 밀어 죽이는 세상에서 여성들이 어떻게 페미니스트가 되지 않을 수 있냐”며 “페미니즘이 싫으면 여성을 죽이지 마라”고 적었다. 이 대표는 이튿날 페이스북을 통해 “선거 때가 되니까 이런저런 범죄를 페미니즘과 엮는 시도가 시작되고 있다”며 “과거의 반유대주의부터 인종차별 등 모든 차별적 담론이 이런 스테레오 타이핑과 선동에서 시작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전남편을 살해한 ‘고유정 사건’을 언급하면서 “고유정의 살인이나 이번 살인 사건 모두 ‘gender-neutral’(성 중립적)하게 보는 게 정답인데 이것을 젠더 이슈화시키는 멍청이들이 바로 (성별을) 갈라치기하는 시도”라고 말했다. 이에 장 의원은 “젠더 기반 폭력에 대해 관점이 없고 안티페미 선동에만 관심이 있으니 본질을 포착 못한다”고 맞받았다. 진 전 교수도 논쟁에 가세했다. 그는 지난 21일 “안티페미로 재미 좀 보더니 정신줄을 놓은 듯”이라고 이 대표를 직격했다. 그는 페이스북에서 “교제 살인에서 가해자와 피해자의 성비가 50:50이라면 모를까”라며 “정말 몰라서 하는 소리인지, 아니면 당무 우선권이 넘어간 상황에서 안티페미와 마초들의 지지가 필요해 알면서 하는 X소리인지”라고 이 대표의 글을 정치적 선동이라며 비판했다. 진 전 교수는 22일에도 “여성들이 성폭력, 스토킹, 데이트 폭력, 젠더 살인의 공포를 느끼지 않아도 되는 사회를 만드는 것은 당신들의 책임이자 의무”라며 “상황을 변화시키려 노력해야 하는데, 하는 일이 고작 남초 커뮤니티에 죽치는 안티페미들의 심경 관리해 주는 것이었냐”고 힐난했다. 그러나 이 대표도 물러서지 않을 태세다. 이 대표는 이날 최근 ‘여경 대응 논란’이 불거진 인천 층간소음 사건을 염두에 둔 듯 “치안활동 시 제압능력을 측정할 수 있는 체력검정 등은 성비를 맞추겠다는 정치적 목적 등을 기반으로 자격조건을 둘 게 아니라 철저하게 국민 재산, 생명을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치안능력을 확인하는 것이 돼야 한다”며 논쟁의 대상을 넓혔다.
  • 정치권 ‘페미니즘’ 다시 불 붙었다…“죽이지 마라”vs“성별 갈라치기”

    정치권 ‘페미니즘’ 다시 불 붙었다…“죽이지 마라”vs“성별 갈라치기”

    전 남자친구의 스토킹으로 경찰의 신변보호를 받던 여성이 살해당한 사건을 계기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장혜영 정의당 의원과 연일 맞붙으며 설전을 벌이고 있다. 지난 5월 이 대표가 당대표 경선 공약으로 내건 ‘여성할당제’ 폐지를 놓고 세 사람이 격렬하게 맞붙었던 이후 다시 정치권 페미니즘 논쟁에 불이 붙었다. 처음 논란의 불씨를 댕긴 건 데이트 폭력 사건에 대해 의견을 밝힌 장 의원을 이 대표가 ‘성별 갈라치기’라며 저격한 글이었다. 장 의원은 지난 20일 페이스북에 “이별통보했다고 칼로 찌르고 19층에서 밀어 죽이는 세상에서 여성들이 어떻게 페미니스트가 되지 않을 수 있냐”며 “페미니즘이 싫으면 여성을 죽이지 마라”고 적었다. 이 대표는 이튿날 페이스북을 통해 “선거 때가 되니까 이런저런 범죄를 페미니즘과 엮는 시도가 시작되고 있다”며 “과거의 반유대주의부터 인종차별 등 모든 차별적 담론이 이런 스테레오 타이핑과 선동에서 시작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전남편을 살해한 ‘고유정 사건’을 언급하면서 “고유정의 살인이나 이번 살인 사건 모두 ‘gender-neutral’(성 중립적)하게 보는 게 정답인데 이것을 젠더 이슈화시키는 멍청이들이 바로 (성별을) 갈라치기하는 시도”라고 말했다. 장 의원은 “젠더 기반 폭력에 대해 관점이 없고 안티페미 선동에만 관심이 있으니 본질을 포착 못한다”고 맞받았다. 진 전 교수도 논쟁에 가세했다. 그는 지난 21일 “안티페미로 재미 좀 보더니 정신줄을 놓은 듯”이라고 이 대표를 직격했다. 그는 페이스북에서 “교제 살인에서 가해자와 피해자의 성비가 50:50이라면 모를까”라며 “정말 몰라서 하는 소리인지, 아니면 당무 우선권이 넘어간 상황에서 안티페미와 마초들의 지지가 필요해 알면서 하는 X소리인지”라고 이 대표의 글을 정치적 선동이라며 비판했다. 진 전 교수는 22일에도 “여성들이 성폭력, 스토킹, 데이트 폭력, 젠더 살인의 공포를 느끼지 않아도 되는 사회를 만드는 것은 당신들의 책임이자 의무”라며 “상황을 변화시키려 노력해야 하는데, 하는 일이 고작 남초 커뮤니티에 죽치는 안티페미들의 심경 관리해 주는 것이었냐”고 힐난했다. 그러나 이 대표도 물러서지 않을 태세다. 이 대표는 이날 최근 ‘여경 대응 논란’이 불거진 인천 층간소음 사건을 염두에 둔 듯 “치안활동 시 제압능력을 측정할 수 있는 체력검정 등은 성비를 맞추겠다는 정치적 목적 등을 기반으로 자격조건을 둘 게 아니라 철저하게 국민 재산, 생명을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치안능력을 확인하는 것이 돼야 한다”며 논쟁의 대상을 넓혔다.
  • “환골탈태합니다”… 페북, 맞춤형 광고 중단

    세계 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회사인 페이스북이 정치와 종교 등 민감한 주제에 대한 맞춤형 광고를 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내부 고발자의 폭로로 궁지에 몰린 페이스북이 ‘환골탈태’에 나서려는 시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9일(현지시간)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최근 사명을 ‘메타’로 변경한 페이스북은 자사 블로그를 통해 정치나 인종, 종교, 성적 지향 등 민감한 주제에 대한 세부적인 맞춤형 광고 기능을 제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예컨대 광고주들이 ‘세계 당뇨병의 날’, ‘LGBT 문화’, ‘유대인 명절’ 등과 같은 카테고리를 지정해 광고할 수 없게 한다는 의미다. 페이스북은 “맞춤형 광고가 이용자들에게 부정적인 경험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고 설명했다. 이런 변화는 내년 1월 19일부터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 모든 플랫폼에 적용된다. 페이스북의 맞춤형 광고는 사용자들의 편향을 강화하고 차별을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미국의 온라인 탐사보도매체 ‘프로퍼블리카’는 2017년 페이스북에서 반유대주의 카테고리에 관심을 보인 이용자들에게 유대인 혐오 광고를 보여 주는 게 가능하다고 보도해 논란을 일으켰다. 2019년에는 미국 주택도시개발부가 인종과 성별 등에 따라 부동산 광고를 차별적으로 노출했다며 페이스북을 고소했다. 페이스북은 연간 매출 860억 달러(약 102조원)의 대부분을 광고 수익에 의존한다. 페이스북은 지난 9월 증오 콘텐츠와 허위 정보를 방치했다는 내부 고발자 프랜시스 하우건의 폭로로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다. 페이스북은 ‘메타버스’ 기업으로 변화한다며 지난달 28일 사명을 ‘메타’로 변경한 데 이어 지난 2일 사용자 얼굴 인식 시스템을 폐지했다. 이날 페이스북은 보고서를 통해 지난 3분기 페이스북 게시물 1만건당 14~15건꼴로 이용자를 괴롭히는 콘텐츠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포브스는 “페이스북이 정책에 많은 변화를 주고 있지만, 미국 의회에서는 거대 정보기술(IT) 회사들을 규제하는 방안을 계속 찾고 있다”고 전했다.
  • 헝가리 찾은 교황 “형제애로 반유대주의 위협 막아야”

    헝가리 찾은 교황 “형제애로 반유대주의 위협 막아야”

    12일(현지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 영웅광장에서 개최된 세계성체대회 폐막미사에 참석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전용차를 타고 군중들 사이로 퍼레이드를 하고 있다. 지난 7월 장 절제술 치료를 받은 이후 첫 해외순방 일정에 나선 교황은 헝가리에 이어 슬로바키아로 이동할 예정이다. 이날 폐막미사 참석에 앞서 극우 성향인 오르반 빅토르 총리와의 면담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유럽과 다른 지역에 도사린 반유대주의 위협을 막는 가장 좋은 방법은 형제애를 고취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다페스트 AP 연합뉴스
  •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아코디언 연주할 사람? 거짓으로 손 든 그녀 96세에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아코디언 연주할 사람? 거짓으로 손 든 그녀 96세에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의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가 자행된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를 운영하던 나치 친위대(SS) 경비원들이 여성 오케스트라의 아코디언 연주자를 찾는다는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된 그녀는 자원했다. 사실은 아코디언을 연주하는 방법은 몰랐지만 무거운 돌을 나르는 중노동보다는 낫겠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 선택이 자신의 목숨을 구했다. 홀로코스트에서 살아 남은 마지막 생존자 중 한 사람인 에스터 베자라노가 10일(현지시간) 독일 함부르크에서 96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헬가 오벤스 아우슈비츠위원회 이사는 한 유대인 병원에서 “새벽에 평화롭게 영면에 들었다”면서 “고통스러워하지 않았다”고 dpa 통신에 알렸다. 영국 BBC 보도에 따르면 1924년 독일 자루이스에서 유대인 성가대 지휘자 겸 교사인 아버지 아래 5형제 중 막내로 태어난 베자라노는 1941년 부모가 나치에 의해 리투아니아에서 살해당하고 언니마저 세상을 떠난 뒤 수용소에서 강제노동에 시달리다 1943년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로 보내졌다. 베자라노는 당시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의 여성 오케스트라에서 아코디언을 연주해야 한다고 손을 들고 나서 극적으로 살아남았다. 당시 열여덟 살이었다. 40명으로 구성된 여성 오케스트라는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유대인들을 가득 실은 기차가 도착할 때마다 연주해야 했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오케스트라의 일원이었던 셈이다. 그녀는 2014년 한 인터뷰를 통해 “그들이 가스실로 보내진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거기 서서 연주하는 것뿐이었다”고 돌아봤다. 나중에 그녀는 여성들만 수감하는 라벤스부르크 강제수용소로 보내졌는데 그곳에서 탈주에 성공했다. 전쟁이 끝난 뒤 이스라엘로 이주했던 베자라노는 가수가 됐다. 1960년 함부르크로 돌아와 극우주의와 외국인 혐오에 항거하는 활동에 앞장 섰다. 여러 학교를 방문해 홀로코스트의 참상을 알리는 데 주력했다. 이디시 노래들과 유대인 저항 노래들을 어린이들과 함께 부르기도 했다. 그녀는 언젠가 “학교들을 돌아다니는 일이 내 복수다. 그 때로 돌아가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그 때로 돌아가는 일이 절대 있어선 안된다고 사람들에게 얘기한다”고 말했다. 나치 범죄자에 대한 재판이 열리면 빠지지 않고 얼굴을 내밀었다. 쾰른의 힙합 밴드 마이크로폰 마피아와 함께 독일 전국을 돌며 파시즘에 반대하는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하이코 마스 독일 외무장관은 트위터에서 “인종주의, 반유대주의와의 싸움에서 중요한 목소리를 내온 베자라노는 생명력과 놀라운 이야기로 확신을 심어줬다”면서 “우리는 그의 목소리를 그리워하게 될 것”이라고 추모했다. 안네 프랑크 교육센터의 메론 멘델 센터장은 “에스터 베자라노는 아우슈비츠 수용소 오케스트라에서 아코디언을 연주했다는 이유로 살아 남았다. 일생을 음악에 헌신했고 인종주의와 반유대주의에 맞서 싸웠다”고 죽음을 안타까워했다.
  • 佛 극우의 상징 르펜 ‘내우외환’ 위기...“변절자” 당내 비난

    佛 극우의 상징 르펜 ‘내우외환’ 위기...“변절자” 당내 비난

    프랑스 유력 야당인 국민연합(RN)의 대표로 유럽 극우세력의 상징으로 통해온 마린 르펜(53)이 내우외환의 시련에 직면했다. 지난달 말 광역 지방선거에서 참패를 당한 가운데 인종차별과 반유대주의 등 극우 색채를 약화시키려는 그의 행보를 놓고 당내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미국 ABC 방송은 3일(현지시간) “르펜 대표가 자신이 이끄는 국민연합을 (상대적으로 온건한) 주류 우파쪽 성향으로 몰고 가면서 극단주의의 예봉을 무디게 하고 내부 의견을 무시하고 있다는 이유로 과거와 현재의 당원들로부터 혹독한 비판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에서는 내년 4월 대통령 선거에서 표를 주지 않겠다며 경고를 보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르펜 대표를 비난하는 사람들은 그가 극우 정당 특유의 반체제 이념을 지워나가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동안 르펜 대표는 국민연합의 모태인 국민전선의 창설자로 자신이 축출한 아버지 장 마리 르펜(93)의 인종차별, 반유대주의 등 과격한 색채를 떨쳐내는데 상당한 공을 들여왔다. 1972년부터 40년간 국민전선을 이끌어 온 아버지를 2015년 몰아낸 뒤 2018년 당명을 현재의 국민연합으로 바꾼 것도 그런 맥락에서였다. 장 마리 르펜은 딸이 현실에 타협하며 정권은 물론이고 평범한 우파와도 협력하는 태도를 취하면서 극우의 신념을 변절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그는 딸의 정치적 판단 미스 때문에 내년 대선에서 패배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ABC는 “극우 원로 정치인의 비판은 현재 르펜 대표가 당의 정체성에 혼란을 주고 있다고 생각하는 온건한 당내 구성원들의 의견을 반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당내 비판을 의식한 듯 르펜 대표는 지난 2일 이탈리아 극우 정치인 마테오 살비니, 헝가리의 빅토르 오르반 총리 등 15명의 극우 지도자들과 유럽의회 내 대연합을 선언하며 극우 민족주의의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르펜은 지난달 27일 실시된 프랑스 광역 지방선거에서 큰 타격을 입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이끄는 여당 ‘전진하는 공화국(LREM)’과 더불어 12개 본토 지역구 중 한 곳도 의석을 얻지 못하는 대참패를 당했다. 특히 여당의 패배가 어느 정도 예견됐다는 점에서 마크롱 대통령보다는 르펜 대표의 타격이 더 컸다. 그는 이번 선거가 자신이 내년 대선에서 권력을 잡는 전조가 될 것이라고 큰소리를 쳤지만, 당초 승리를 자신했던 남부 프로방스알프코트다쥐르에서까지 중도우파에 고배를 마셨다.
  • 마크롱·르펜 참패… 佛 내년 대선 안갯속

    ‘모두 패배’(NYT), ‘둘 다 휘청거렸다(WSJ)’, ‘수모(SkyNews)’. 27일(현지시간) 실시된 프랑스 광역 지방선거 결선투표를 주변국 언론들은 이렇게 요약했다. 프랑스여론연구소(Ifop)의 출구조사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전진하는 공화국(LREM)’이나 극우 지도자 마린 르펜의 국민연합(RN)이 광역 선거구 어느 한 곳에서도 승리하지 못한 것으로 예측했다고 프랑스24, AP통신 등이 이날 보도했다. 광역 지방선거에서 범우파는 기존 7개 지역을, 범좌파는 5개 지역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예상되는 전국 종합 득표율은 범우파 38%, 범좌파(녹색당, 사회당 등) 34.5%, RN 20%, LREM 7% 순이다. 선거 결과는 우선 마크롱 대통령에게 대단히 실망스러운 것이었다. 여당 LREM은 1차 투표에서 선두를 달린 곳이 한 곳도 없었고 3개 지역에서는 결선에도 진출하지 못했다. 득표율 추정치는 7%로 꼴등이다. AP는 “집권당에 대한 실망”을 그 배경으로 꼽았다. RN은 1차 투표에서 프로방스알프코트다쥐르(PACA)에서 1위를 차지했으나 사회당과 좌파연합 후보가 사퇴하는 등 반(反)RN 연대가 결성돼 공화당(LR)이 승리했다. 공화당, 사회당 등 주류 정당들은 1차 투표가 끝나면 RN을 막는 데 공조해 왔다. AP는 “반이민, 반유럽연합(EU), 반유대주의 등 국수주의에 대한 프랑스인의 거부감이 여전하다는 것이 입증됐다”고 분석했다. 르펜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전면에 나서지는 않았지만 일정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RN의 전신 국민전선(FN)은 6년 전 선거에서도 광역 단체장을 차지하지는 못했어도 전국 28% 득표율로 돌풍의 주인공으로 등장했었다. 내년 4월 대통령선거가 예정된 가운데 진단은 엇갈린다. 역대 최저 투표율을 기록한 만큼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다는 해석도 나온다. 1차 투표, 결선투표에서 각각 66%가량 불참했다. 그럼에도 뉴욕타임스는 “내년 대선이 예상보다 더 크게 열릴(wide open) 수도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 하마스 지지 의사가 백신 독려…獨 정부 코로나19 대책 홍보 잇단 구설

    하마스 지지 의사가 백신 독려…獨 정부 코로나19 대책 홍보 잇단 구설

    독일 정부의 코로나19 방역대책 홍보 활동이 지난해부터 올해에 걸쳐 거듭 물의를 빚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의 인기 배우 데이빗 핫셀호프가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독려하는 영상이 공개되자 비판의 목소리가 더욱더 커졌다고 CNN이 14일(현지시간)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처음 논란이 됐던 독일 정부의 홍보 활동은 지난해 11월 공개된 영상으로, 앞으로 몇십 년 뒤인 미래의 영웅들이 코로나19바이러스와의 전쟁을 회고하는 모습을 그렸다. 그런데 이들 영웅은 젊은 시절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자택 소파에서 누워지내던 이들이다. 이에 대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대변인실은 “젊은이들에게 외출 자제를 촉구하는 것이 목적이었다”고 해명한 바 있다. 트위터상에서는 이런 유머를 칭찬하는 의견도 나왔지만, 많은 사망자가 나오고 있는 국가적인 위기를 가볍게 여기는 내용이라는 비판이 집중됐다. 최전선의 의료 종사자들을 비롯해 자택에서 편안하게 있을 수 없는 사람들에 관한 배려심 부족도 지적됐다. 심지어 영상 제작에 38만6887달러(약 4억3200만 원), 홍보와 배포에 213만8159달러(약 23억9000만 원)의 정부 예산이 들어간 사실도 드러나 논란을 키우기도 했다.최근에는 백신 보급을 위한 캠페인이 반감을 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독일 정부의 영상에서 아랍계 사람들에게 접종을 촉구했던 베를린의 한 의사가 반유대주의 조직으로 평가받는 하마스 지지자로 추정되는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독일 대중지 빌트가 지난 8일 이를 보도하자 정부는 즉각 문제의 영상 방영을 중단하고 조사 부족에 대해 유감을 나타냈다.게다가 독일 보건부가 백신 접종률을 높이기 위해 만든 홍보 영상도 화근이 됐다. 얼마 전 트위터에 공유된 이 영상에는 미국의 유명 배우 데이빗 핫셀호프가 출연해 “난 백신으로 자유를 찾았다. 여러분도 찾아낼 수 있다”고 독려하지만, 공급 부족으로 접종을 받고 싶어도 받을 수 없는 사람이 많다는 주장이 잇따랐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특사 자리’ 늘리는 바이든, 효과 있을까

    ‘특사 자리’ 늘리는 바이든, 효과 있을까

    폴리티코 “노드스트림 특사 검토”최근 100일간 3번째 특사 임명 될듯 대외적 외교활동 노출 효과 있으나행정부 비해 전권 없어 실패도 많아독일과 러시아 간 해저 천연가스관 연결 사업인 노드스트림-2 건설 사업과 관련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특사 임명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실화되면 최근 100일 만에 3번째 특사다. 주로 정치인을 보내는 특사는 해당 사안에 대해 대통령이 직접 관심을 갖고 있으며, 대외적으로 외교적 활동을 노출해 관심을 집중시키는 순기능이 있다. 반면 최근 들어서는 꼭 필요하지 않은 경우에도 정치적인 이유로 특사를 남용하는 경향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바이든의 경우는 갈등에 직접 개입해 위험 변수를 높이기 보다 ‘상황 관리’에 치중하는 외교를 펼치기 위해 특사 자리를 지나치게 늘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11일 바이든은 리처드 노랜드 리비아 주재 미국 대사에게 리비아 특사라는 직위를 하나 더 주었다. 국무부는 오는 12월 24일 리비아 대선을 앞두고 “정치 절차를 정상 궤도에 오르게 하고 리비아에서 외세를 제거하는 노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23일에는 제프리 펠트먼 전 유엔 사무차장을 ‘아프리카의 뿔’로 불리는 이집트, 수단, 에티오피아 지역의 특사로 임명했다. 에티오피아는 청나일강에 거대 댐을 조성 중이며 강 하류에 있는 이집트·수단 등은 식수 부족 등을 우려하며 반발 중이다. 해당 직위는 이 분쟁을 조율하는 자리다. 이미 기존에 아프가니스탄, 시리아, 수단, 홀로코스트, 인질문제, 반유대주의, 비확산 특사 등이 있다. 또 아직 공석인 대북인권 특사도 있다. 특사는 통상 백악관 및 국무부가 직접 개입했을 때 정치적 위협 요소나 변수가 아주 많은 사안일 때 쓰는 방식이다. 하지만 특사에게 대통령이나 국무장관이 자신의 권한을 위임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게 통설이다. 특사 기용이 실패로 끝나는 경우가 많은 이유다. 아담 에렐리 전 바레인 대사는 폴리티코에 게재한 기고에서 “특사는 미국에 가장 중요한 외교적 사안만을 위해 보류하는 게 좋다”며 “다른 업무는 대통령이나 국무장관이 처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kdlrudwn@seoul.co.kr
  • 반미에 ‘코로나 지옥’ 인도 조롱까지…중국의 말썽

    반미에 ‘코로나 지옥’ 인도 조롱까지…중국의 말썽

    주일본 중국대사관이 반유대주의 및 반미 메시지를 담은 내용을 트위터에 올렸다가 이스라엘 당국의 연락을 받고 삭제했다. 예루살렘 포스트는 2일 주일 중국대사관이 지난 29일 공식 트위터에 “미국이 민주주의를 가져왔다면 아마도 이럴 것”이란 일본어 메시지와 함께 성조기를 두른 죽음의 신이 이스라엘 국기가 새겨진 큰 낫을 들고 방방의 문을 두드리는 모습을 게재했다고 보도했다. 죽음의 신은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이라크, 리비아, 시리아, 이집트라고 새겨진 방을 모두 지나다니며 핏자국을 남겼다. 주일 이스라엘 대사는 중국측 상대방에게 즉각 이스라엘을 악마화한 것에 대해 항의했고, 중국측은 이스라엘 이미지가 만평에 포함된 것을 몰랐다고 해명했다. 이스라엘 외교부가 주이스라엘 중국 대사관에 트위터의 내용에 대해 항의하자 메시지는 삭제됐지만, 중국 측의 사과는 없었다. 이 만평은 백인 우월주의자와 유대인 대학살 홀로코스트를 부정하는 사람들과 같은 몇몇 극단주의 사이트에서 인기를 끌었다. 만평은 이미 지난해 주프랑스 중국 대사관에서 트위터에 올렸던 내용이기도 하다.한편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는 공산당 공식계정이 코로나19로 많은 사망자가 발생한 인도를 비하하는 내용을 올렸다가 비난을 샀다.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정법위원회가 주관하는 정무신문사이트인 중국장안망 웨이보 게정은 1일 ‘중국 점화 VS 인도 점화’란 제목으로 중국의 로켓 발사 사진과 인도의 코로나로 사망한 시신을 화장하는 사진을 나란히 올렸다. 중국 주재 인도대사관의 항의를 받은 장안망 계정은 다음날 이 사진을 삭제했지만 네티즌들의 비난을 샀다. 인도에서는 최근 하루 40만명 안팎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 확진자가 갑자기 많이 늘어난 바람에 인도 전역의 병상과 의료용 산소 등이 동난 상태다. 민족주의적 성향의 후시진 환구시보 편집장도 “지금은 인도주의의 깃발을 높이 들고 인도에 동정을 베풀며 중국 사회를 도덕적 우위에 놓을 때”라고 꾸짖었다. 하지만 인도에 의료용 산소농축기와 산소호흡기를 가장 많이 수출하는 나라가 중국이지만, 이 의료장비들이 가난한 환자가 아니라 부유층을 위해 쓰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강남순의 낮꿈꾸기] 4개의 국적을 가진 사람

    [강남순의 낮꿈꾸기] 4개의 국적을 가진 사람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과제가 있다면 그것은 무엇일까. 자크 데리다는 “함께 잘 살아감”(living-well-together)이라고 한다. 너무나 당연해서 상투적으로 들릴 수 있다. 그런데 이 당연한 듯한 말이 구체적인 우리의 현실 세계에 들어오면 복잡하고 심오한 의미를 지닌다. ‘함께 잘 살아감’이란 개인의 사적 영역에서만이 아니라 정치, 경제, 종교, 생태 등 우리 삶의 거의 모든 영역과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여전히 남과 북으로 분리된 한반도에서 이 ‘함께 살아감’은 더욱더 커다란 도전을 받게 된다. ●코로나 시국, 모두의 삶이 연결되어 있더라 코로나 사태를 거치면서 지구 온난화와 같은 생태위기의 문제가 더이상 정치가들이나 환경전문가들만의 문제가 아님을 우리는 경험하고 있다. 당연한 듯한 일상이 돌연히 중지됐다. 내 아이들, 친척들과 이웃 등 내가 아는 사람만이 아니라 알지 못하지만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이 모두 나와 연결돼 있다는 것을 절실하게 경험하게 됐다. 나의 안전은 언제나 너의 안전과 분리불가하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함께 잘 살아감’이라는 것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 ‘함께 살아감’의 과제는 낭만적인 구호가 아니다. 이 ‘함께’에 우리는 누구를 포함하고 배제할 것인가. 우리가 생각하는 이 ‘함께의 원’은 얼마나 작거나 또는 큰가. 또한 ‘잘 살아가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남북한 국적 모두 가질 수 있는 날이 올까 ‘만약 가능하다면, 언젠가 남한과 북한의 국적을 모두 가지기 원한다.’ 만약 어느 정치인이 이런 발언을 했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그 사람은 한국 사회에서 어떤 취급을 받을까.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단번에 ‘종북’, ‘빨갱이’라는 주홍글씨가 붙고, 보수정치인들과 기독교인들은 광화문에 모여 탄핵을 외치며 성토대회를 할지도 모른다. 언젠가 북한과 남한의 국적을 모두 가지고 싶다고 표현하는 교육자, 작가, 종교지도자, 언론인 또는 예술가가 있다면 단번에 학교에서는 직위 정지되고, 출판계약은 파기되고, 예정됐던 공연은 취소되면서 온갖 사회적 지탄과 공적 활동이 지극히 제한될지도 모른다. 이렇듯 가장 적대적인 관계 속에서 끊임없는 폭력과 살상이 벌어지고 있는 두 나라, 그 두 나라의 국적을 모두 가지는 꿈을 꾸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이런 위험하고 불가능할 것 같은 질문을 현실로 옮긴 사람이 있다. 2020년 8월 이스라엘과 아랍권 국가(UAE) 간 평화협정이 맺어지지 직전까지도 남한과 북한 이상의 적대관계를 가지고 테러와 폭력을 가해 오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이 ‘원수’ 관계에 있는 두 나라의 국적을 세계 최초로 동시에 획득한 사람이 있다. 세계적인 피아니스트이자 지휘자인 다니엘 바렌보임이다. 그는 아르헨티나, 스페인, 이스라엘, 팔레스타인의 명예 시민권을 포함해 모두 네 나라의 시민권을 가지고 있다. 그뿐이 아니다. 유대인인 그는 많은 유대인이 여전히 ‘원수’로 생각하는 나라인 독일에서 거주하며 일하고 있다. 1999년 유대인인 바렌보임과 팔레스타인 출신 학자이며 미국 뉴욕의 컬럼비아대 영문학 교수였던 에드워드 사이드는 이집트, 이란, 이스라엘, 요르단, 레바논, 팔레스타인, 시리아 그리고 스페인 배경을 가진 청년들을 단원으로 하는 오케스트라를 함께 창단했다. 사이드는 학자로서만이 아니라 행동하는 지성인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음악 평론가이기도 하며 스스로 콘서트 피아니스트를 꿈꾸었던 사람이다. 바렌보임과 사이드는 오케스트라의 이름을 괴테의 시에 등장하는 구절을 따서 ‘웨스트이스턴 디반 오케스트라’(West-Eastern Divan Orchestra)로 명명했다. 이 오케스트라는 2012년 제9회 광주비엔날레에 참여하기도 했고, 2016년 유엔은 이 오케스트라를 ‘평화와 일치’를 추구하는 모델로 선정하기도 했다. 남한과 북한의 관계 이상으로 갈등과 분쟁이 끊이지 않는 중동 지역의 청년들을 모아 오케스트라를 창단한 바렌보임과 사이드는 어떠한 역할을 한 것일까. 바렌보임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 오케스트라는 사랑 이야기도 아니고 평화 이야기도 아닙니다.… 이것은 무지에 대항하는 프로젝트로서 태동했습니다. 우리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이해하고자 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서로의 생각이 다를 수 있고 서로 동의하지 않을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칼을 빼 들 필요는 없다는 것을 경험하게 하는 기반을 마련하는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01년 7월 7일 베를린 국립오페라단을 이끌고 이스라엘을 순회공연 중이던 바렌보임이 바그너의 음악을 연주하기 전까지, 이스라엘에서는 반유대주의자로 알려진 바그너의 음악이 연주되지 않았다. 그는 앙코르곡으로 바그너의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일부를 연주하겠다고 하면서, 연주에 앞서서 청중에게 혹시 이 음악이 불편한 이들은 연주회장을 떠나도 좋다고 했다. 실제로 일부 청중은 연주회장을 떠났다. 이 사건 이후 바렌보임은 이스라엘의 문화부 장관을 비롯해 다양한 사람들에 의해서 강력한 비난을 받았고, 지휘자로서의 바렌보임을 보이콧하는 운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바렌보임은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났지만 이스라엘에서 자란 유대인이며, 자신을 이스라엘인이라고 생각했다. 히틀러가 가장 좋아하는 작곡가로 알려진 바그너의 음악이 거의 금기시돼 온 이스라엘에서, 자신도 유대인인 바렌보임이 왜 바그너의 곡을 연주했을까. 바렌보임과 함께 ‘웨스트이스턴 디반 오케스트라’를 만들었던 에드워드 사이드는 “바렌보임과 바그너 타부”라는 글에서 이 세계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고 한다. 한 종류의 사람은 기존의 관습적 구조에 묻혀서 그대로 따라가는 다수의 사람이다. 이들은 자신들과 조금이라도 다른 견해나 행동방식, 사유방식을 가진 사람을 참지 못한다. 한국에서 단골메뉴로 등장하는 ‘종북몰이’는 자신과 조금이라도 다른 견해를 악마화하는 이 ‘다수의 횡포’의 예증이다. 그런데 또 다른 종류의 사람이 있다. 그들은 소수이지만, 다수의 입장이라 해도 그것이 평화로운 삶, 함께 사는 삶에 옳지 않다고 생각될 때 그 다수의 물결에 도전하면서 새로운 문을 여는 이들이다. 바렌보임은 이들 소수에 속한다고 사이드는 평가한다. ●진정한 일치란 긴장관계 속 포용·포괄돼야 이러한 소수의 존재는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상이한 입장을 지닌 이들의 평화로운 공존을 가능하게 하는 이들이다. ‘일치’란 모두가 똑같이 행동하고, 똑같이 생각하는 ‘동질성의 늪’으로 빠지는 것이 아니다. ‘진정한 일치’란 서로가 지닌 상이한 입장을 인내심 있게 듣고, 토론하고, 차이를 좁혀 나가는 지난한 노력을 포기하지 않고 그 긴장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포용과 포괄의 원을 확장하는 ‘목적’에 동조하는 ‘일치’다. 이들 소수야말로 한 사회가 보다 평등하고 정의로운 사회로 나아가는 데 동력을 제공하는 이들이다. 진영 논리에 따른 상대방 죽이기에만 몰두하는 정치가 판을 치는 한국 사회에,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게 필요한 존재들이 바로 바렌보임과 같은 창의적이고 용기 있는 소수들이다.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인류사회에 모든 분야가 이전과 전적으로 다른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세계적인 장에서는 국가 간 지리적 영토를 넘어서는 북반구와 남반구 나라들 사이의 불균형 문제를 다루는 전 지구적 정의, 생태 위기를 극복하고자 하는 환경 정의, 젠더 정의, 성적 지향에 근거한 차별을 넘어서고자 하는 성적 정의, 인종적 정의 문제 등 국제적으로 또는 국내적으로 산재해 있다. 2021년 한국의 정황에서 보자면 남북한의 긴장과 갈등 관계를 넘어서서 진정한 ‘함께 잘 살아감’의 긴급한 과제가 또한 있다. 인류의 역사는 ‘불가능한 질문’과 씨름하던 소수에 의해 새로운 장을 열었다. 바렌보임은 이스라엘과 대척 관계에 있는 팔레스타인의 청년들이 함께 음악을 연주할 수 있을까라는 ‘불가능한’ 질문을 가능한 현실로 바꾸었다. ‘불가능해 보이는 질문’을 하기 시작하던 소수에 의해 우리의 현실세계는 ‘함께 잘 살아감’의 의미를 확장하게 됐다. ‘불가능한 상상’을 ‘가능한 현실’로 만들어 간 것이다. 함께 잘 살아감의 세계를 위해 만들어진 ‘웨스트이스턴 디반 오케스트라’처럼, 우리도 ‘남북한 청소년 오케스트라’가 언젠가 만들어질 수 있을까. 남한과 북한이 식량을 함께 나누고, 코로나 백신을 함께 나눌 수 있을까. 지금 한국 사회에서 이러한 불가능한 낮꿈을 꾸는 소수의 사람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글 텍사스크리스천대(TCU) 브라이트신학대학원 교수그림 김혜주 서양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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