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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文 “민주당 호남 기득권 모두 내려놓겠다”

    文 “민주당 호남 기득권 모두 내려놓겠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가 28일 ‘호남 기득권’을 내려놓겠다는 ‘광주선언’을 했다. 민주당의 전통적 텃밭인 호남에서 안철수 무소속 후보에게 지지율이 밀리는 위기 상황을 정공법으로 헤쳐 나가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새로운 민주당을 위한 문재인 구상’을 통해 단일화 경쟁에서의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효과 극대화를 위해 발표 장소도 5·18 광주민주화항쟁의 심장부였던 금남로를 택했다. 문 후보는 “호남은 민주당의 뿌리이고, 민주당의 기득권이 가장 강고하게 유지되는 곳”이라면서 “새로운 민주당으로 거듭나기 위해 이 기득권 구조를 혁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역정치 공천을 국회의원이 좌지우지하다 보니 ‘리모컨 자치’라는 말까지 나온다.”면서 “호남에서 국회의원 공천권뿐 아니라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 공천권까지 돌려드리는 혁신을 하겠다.”고 밝혔다. 문 후보는 기득권 내려놓기의 적임자임을 강조하며, 새로운 인재 영입을 위해 문호를 개방할 것도 약속했다. 문 후보가 당의 기득권 타파를 앞세운 것은 ‘호남 내 여당’ 노릇을 하며 기득권 세력으로 치부되는 민주당에 대한 근본적 반성을 촉구하는 의미를 갖는다. 강도 높은 처방 없이는 안 후보에게 쏠리는 호남 민심을 되돌릴 수 없다는 절박감이 묻어 있다. 그러나 문 후보의 구애 전략이 자칫 전통적 민주당 지지층을 기득권 안주 세력으로 오인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호남의 한 의원은 “지역주의는 3김정치, 또는 3김이 물러났지만 영향력을 미칠 때까지 작용했으며, 2012년 한국 정치는 지역주의가 좌지우지하지 않는다.”면서 “광주선언은 노무현의 관점을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고 평가절하했다. 문 후보는 또 의원수 축소와 중앙당 폐지 등을 내세운 안 후보의 정치개혁안을 정당 무력화 또는 정치 축소로 규정하며 공개 토론을 요구했다. 정당을 기반으로 한 정치개혁을 내세워 전통적 지지층의 이탈을 막아 보겠다는 심산이다. 그는 안 후보의 ‘대통령 임명직 10분의1 축소 방안’에 대해서도 “인사권 대상 범위를 축소하는 것은 관료와 상층 엘리트의 기득권만을 강화시켜 기득권 재생산 구조를 고착화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문 후보는 안 후보와의 단일화 형식과 시기에 대해 “단일화를 압박하면 상대를 배려하지 않는 것으로 비칠 수 있어 조심스럽다.”고 전제한 뒤 “국민적 기반이 성숙되면 단일화 방안이 도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비웅기자 stylist@seoul.co.kr
  • [사설] 응급의료 현실만 일깨운 ‘전문의 당직제’

    우여곡절이 많았던 응급실 전문의 당직제도가 시행 두달 만에 대폭 수정될 지경에 처했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응급의료전달체계 개편방안 공청회를 열어 응급실 전문의 당직 원칙은 지키되 당직 필수과목을 최소화하는 쪽으로 응급의료법을 연말까지 개정하기로 했다. 의료정책의 혼선을 가져오고 신뢰를 떨어뜨린 복지부는 깊이 반성해야 할 것이다. 응급실 전문의 제도는 대구의 4세 여야가 병원 응급실을 전전하다 사망한 사건이 계기가 됐다. 지난해 8월 18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응급의료기관에서는 당직 전문의나 동등한 자격을 갖춘 의사가 직접 진료하도록 의원입법으로 응급의료법을 개정했다. 그러나 복지부가 동등 자격 의사의 조건을 세부규칙에 담으면서 의료인들과 병원의 반발에 부딪혀 우왕좌왕했다. 응급실 당직의를 레지던트(전공의) 3, 4년차로 제한하려다 레지던트들이 업무 과중을 이유로 반발하자 전문의가 당직을 서도록 물러났다. 병원들이 인력수급의 어려움을 들어 반발하자 복지부는 전문의가 대기하다 전화가 오면 나오는 비상호출체계(On Call)로 봉합했다. 그러나 비상호출체계도 전문의의 불필요한 당직을 줄여주지 못하는 데다 병원들도 응급실 인가를 반납하거나 취소하자 내과 등 4개 필수진료과목만 당직 전문의를 서고 응급의료기관을 중증환자와 경증환자로 이원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게 된 것이다. 응급실 전문의 제도가 갈팡질팡하게 된 것은 국회와 행정부가 의료인력수급체계 등 현실을 제대로 살피지 않고 의욕만 앞세웠기 때문이다. 보건행정은 국민의 건강, 생명과 직결된 민감한 분야다. 의사, 한의사, 약사, 간호사 등 직역과 병의원 등 단체의 이해가 첨예하게 엇갈려 분란의 소지가 많다. 그런 만큼 보다 철저히 준비했어야 했다. 이제라도 정책의 완성도를 높여 보건행정이 더 이상 표류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 [저자와 차 한 잔] ‘논어’ 입문서 펴낸 신정근 교수

    [저자와 차 한 잔] ‘논어’ 입문서 펴낸 신정근 교수

    인문고전 열풍 속에 서점에는 ‘논어’에 대한 각종 해설서와 주석서, 입문서가 나와 있다. 논어에 대한 대중강의와 글쓰기를 해 온 신정근(성균관대 유학동양학부) 교수가 여기에 입문서 한 권을 보탰다. 한길사 인문고전 깊이읽기 시리즈로 나온 신 교수의 ‘논어’는 뭐가 다를까. 가을색이 완연한 지난 24일 성균관에서 만난 신 교수는 “핵심 키워드를 뽑고, 책의 구조와 어떻게 물려 있으며 공자가 뭘 말하려 했는지 분석했다.”고 말했다. 그가 뽑아낸 핵심 키워드는 학(學), 명(命), 의(義), 군자(君子)와 소인(小人), 예(禮)와 서(恕), 미(美), 정(政), 인(仁), 효(孝)와 명(名) 등 총 아홉 가지. 신 교수는 특히 논어가 ‘학이시습지’의 배울 ‘학’자로 시작해 마지막 요왈 편에서 ‘부지명’의 목숨 ‘명’자로 마무리하는 것에 주목한다. “시작과 마무리에 ‘학’과 ‘명’을 각각 배치한 것은 다분히 의도적이라고 봅니다. 동아시아 문화권에서는 절대신을 믿지 않습니다. 삶을 향상시키는 유일한 방법은 스스로 배우고 노력하는 것밖에 없습니다. 그러면서도 인간으로서 자신의 한계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 ‘명’입니다. ‘부단히 노력하되, 한계를 알아야 한다’는 동아시아 문화의 특징을 함축적으로 보여 주는 것입니다.” 노력은 하되 한계를 알고 제동을 걸 줄 알아야 한다는 얘기다. 무언가를 배운다는 것은 더 나은 삶을 위해 필요하다. “인간은 완벽한 인간성을 가진 군자와 사리사욕을 탐하는 소인의 측면을 동시에 갖고 있다고 봅니다. 모든 문제의 원인이 나에게 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배우고 반성하고 노력하면 군자의 측면이 늘어나는 것이며, 그런 사람이 위정자가 되면 사회가 좋게 변화할 수 있으니 즐겁게 배우라고 공자는 가르쳤습니다.” 논어가 2500년이 더 지난 지식정보화시대에 각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논어에는 인생만이 아니라 정치, 사회, 경제, 문화와 관련해서 많은 질문과 대답이 오갑니다. 당대 ‘실패한 인간’으로 평가받았던 공자가 끝없이 고뇌하고 사색해서 얻은 해답들입니다. 인간이기에 부딪치는 질문들에 공자가 먼저 답을 한 것이죠. 그래서 논어는 처음에는 공자의 이야기이지만 몇 번 읽다 보면 결국 나 자신의 이야기를 읽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시대를 초월하는 것은 당연하죠.” 논어의 중심사상은 잘 알려져 있다시피 ‘인’이다. 신 교수는 인의 개념을 사랑으로 확장한다. 남녀 간의 사랑에 국한되지 않는 아주 큰 사랑을 말한다. “오늘날 이상으로 갈등하고 대립하던 시대를 살았던 공자는 평화와 화합을 일궈내는 덕목으로 ‘인’에 주목했습니다. 인은 공평무사한 큰 사랑입니다. 내가 하기 싫은 것은 남에게도 시키지 않는 것이나 예법은 이를 실현하는 데 필요한 덕목들입니다.” 공자의 사상 중 현재 우리 사회에 가장 필요한 가치는 무엇일까. 그는 ‘의’와 ‘리’의 조화라고 답했다. 경제민주화, 상생과 경제정의를 논하는 요즘, 이익과 정의에 대해 새롭게 관계 설정을 해야 하는데 가장 큰 원칙을 견리사의(見利思義·눈앞의 이익을 취함에 그것이 의리에 합당한지 먼저 생각하라)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경제적 이익 추구가 부정적인 것은 아니지만 반드시 정의에 부합돼야 합니다. 대기업이 골목 상권에서 돈을 벌어가는 걸 당연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것이라면 정당하다고 볼 수 없죠.” 공자가 우리나라의 대선 후보들에게 무슨 말을 해 주고 싶어 할지 묻자 신 교수는 주저 없이 수기안인(修己安人·자기 수양을 하고 나서 사람들을 편안하게 해 준다)과 박시제중(博施濟衆·넓게 베풀고 여러 사람을 구제하라)을 꼽았다. “대통령이 되려고 나서기 전에 수기가 되어 있는지 따져 봐야 합니다. 자기 절제를 할 줄 아는 사람이라야 다른 사람을 편안하게 해 줄 수 있습니다. 한 나라의 최고 지도자가 된다는 건 모든 사람의 고통을 해결하는 역할을 맡는 것입니다. 국민을 두 편으로 갈라 자기를 지지하는 사람에게는 많은 도움을 주고, 아닌 사람들은 무시해 버린다면 그건 대통령이 아니고 소통령이죠.” 글 함혜리 영상에디터 lotus@seoul.co.kr 사진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 [오늘의 눈] 교도소에서 온 편지/배경헌 사회부 기자

    [오늘의 눈] 교도소에서 온 편지/배경헌 사회부 기자

    “교도소에 있는 제가 이런 글을 보내도 될지 오랫동안 고민했습니다. 제가 경험하고 느낀 것들을 글로 보내오니 부족하지만 끝까지 읽어주십시오.” 얼마 전 편지가 왔다. 발신인은 성범죄로 징역 10년을 선고받고 부산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라는 A씨. 출소를 2개월 앞둔 전자발찌 소급적용 대상자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출소 후 사회의 구성원이 되고 싶다.”고 말문을 열었다. 하지만 전과자들을 사회에 안착시킬 대책은 턱없이 부족한 것 같다고 했다. 교도소에서 받은 성교육을 통해 “막연한 반성이 아니라, 평생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받으신 피해자분께 진심으로 용서를 빌게 됐다.”는 그는 교정 교육을 확대해야 한다고 적었다. “제대로 된 성교육을 받지 않고 출소하는 성범죄자가 부지기수”라며 안타까워했다. 또 “취업 지원 등 기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면서 “출소하면 잘 살아갈지, 노력해보고 안 되면 나쁜 짓을 저지르게 되는 건 아닐지 두렵다.”고 덧붙였다. 전자발찌 소급적용 등 강제적인 격리조치에 앞서 사회적응을 제대로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더 많이 늘려야 한다는 취지였다. 지난 4년간 보호관찰 대상자 5명 중 1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법무부에 따르면 2009년부터 올해 8월 말까지 보호관찰 대상자 956명 가운데 사망원인이 밝혀진 431명 중 85명(19.7%)이 자살한 경우였다. 교통사고로 97명(22.5%)이 사망한 데 이어 사망원인 중 두번째로 높다. 같은 기간 전자발찌 착용 사망자 7명은 모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지난해 우리나라 국민의 사망원인은 암(27.8%), 뇌혈관질환(9.9%), 심장질환(9.7%) 순이다. 자살은 전체의 6.2%를 차지해 네번째다. 수치로만 보면 전과자의 절망은 비전과자의 절망보다 깊다. 오는 28일은 교정의 날이다. 사전상 교정(矯正)은 ‘틀어지거나 잘못된 것을 바로잡음’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무엇보다 범죄에 대한 엄정한 처벌이 선행돼야겠지만, 우리 사회가 ‘바로잡음’ 대신 배제에만 몰두하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은둔형 외톨이가 되는 건 아닐지 두렵다.”는 A씨의 말이 자꾸 걸린다. baenim@seoul.co.kr
  • ‘신촌 대학생살인’ 10대 2명 징역 20년

    서울 신촌의 한 공원에서 지난 4월 발생한 대학생 살인 사건의 10대 피고인들에게 법정 최고형이 선고됐다. 서울서부지법 형사11부(부장 김종호)는 24일 휴대전화 채팅방에서 말다툼을 벌인 대학생을 불러내 살해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대학생 윤모(18)군과 고교 자퇴생 이모(16)군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이는 만 18세 미만(범행시점 기준) 피의자에게 내릴 수 있는 최고형이다. 특히 이군에게는 이례적으로 검찰 구형(징역 15년)보다 무거운 형이 내려졌다. 범행을 모의해 살인방조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고교 자퇴생 홍모(15)양에게는 장기 12년, 단기 7년의 징역형을, 대학생 박모(21·여)씨에게는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범행을 사전에 치밀히 계획했고 살해 수법이 잔혹한 데다 진심으로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고 중형 선고 이유를 밝혔다. 윤군 등이 휴대전화 메신저를 통해 “(피해자를) 죽여도 상관없다.”, “세상에는 하루에도 수많은 살인 사건이 일어나는데 한건 더 생긴다고 달라질 것 없다.” 등의 내용을 주고받았고 범행 현장에 흉기, 전화줄 등을 준비해 온 것으로 볼 때 치밀한 모의 끝에 살인을 저지른 것으로 볼 수 있다는 판단이다. 윤군 등은 지난 4월 30일 오후 9시쯤 휴대전화 메신저 채팅방에서 평소 말다툼을 자주 벌인 대학생 김모(20)씨를 서울 신촌의 공원으로 불러내 흉기로 40여 차례 찔러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세습 없는 교회 민주화 되어 하루빨리 간판 내렸으면…”

    “세습 없는 교회 민주화 되어 하루빨리 간판 내렸으면…”

    “빨리 없어져야 할 단체인데 벌써 활동한 지 10년이 됐네요. 아직도 해야 할 일이 많다는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25일 서울 동작구 숭실대 한경직기념관에서 창립 10주년 기념 행사를 하는 교회개혁실천연대(개혁연대) 공동대표 오세택(57·두레교회 담임) 목사. 23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교회의 부조리에 맞서 일그러진 모습을 바꾸자며 시작한 단체인 만큼 문을 닫는 그때가 교회가 좋아지는 날이 아니겠느냐.”며 웃었다. 초창기부터 줄곧 개혁연대 공동대표를 맡아 온 오 목사는 지금 단체를 이끌고 있는 4명의 공동대표 중 유일한 현역 목회자다. 그래서 목회 현장의 일그러진 모습을 볼 때마다 그 누구보다 더 참담하게 느낀단다. “어찌 보면 제가 가장 득을 많이 본 사람인 것 같아요. 잘못된 목회 현장을 보면서 자기 반성을 거듭해 왔으니까요.” 개혁연대는 지난 10년간 목회 세습 반대, 교회의 민주적 정관 갖기 운동, 교회 재정 투명화 캠페인, 상담을 통한 교회 분쟁 해결에 앞장서 온 단체다. 교회, 목회자의 일탈에 쓴소리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바꿔 보자’는 실천과 개혁의 몸짓으로 일관해 온 덕분(?)에 주류 교회와 목회자들로부터 미움을 톡톡히 받고 있다. 개혁운동의 출발은 ‘목회자부터 달라져야 한다’는 권력의 분산과 소통의 민주화다. “지금 회자되는 ‘한국 교회의 위기론’에는 목회자들의 책임이 가장 큽니다. 목회자가 자기를 비우고 종처럼 낮은 곳으로 임하지 않는다면 우리 교회엔 희망이 없습니다.” 그나마 개혁연대가 처음부터 타깃으로 삼아 지속적으로 펼쳐 온 목회 세습 반대 움직임이 교계에 번지고 있는 현상이 고무적이란다. 그러면서도 지금 이어지는 세습 반대 흐름에 대해 “선언에 그치지 않는 뼈저린 반성과 과감한 실천이 반드시 따라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25일에 있을 창립 10주년 기념 행사는 함께 활동해 온 이들에 대한 감사와 격려의 자리다. 개인 회원과 교회, 단체들이 모처럼 한자리에 모여 자축의 시간을 갖는다. 참석자들은 축하 행사에 이어 ‘한국 교회의 회개와 갱신을 위한 선언문’을 선포할 예정이라고 한다. 지난 10년간의 활동에 이어 앞으로 주안점을 두고 진행해 나갈 운동을 천명하는 셈이다. 오 목사는 인터뷰에서 바른 신학 세우기를 통한 ‘순수한 복음에의 회귀’를 거듭 입에 올렸다. “이제 번영과 성공의 신화로부터 벗어나 가난하고 아픈 이들의 현실로 눈길을 돌려야지요. 교회와 목회자들이 자기를 거듭 부정한 채 높은 꼭대기로 향할 게 아니라 아픔과 고난이 배어 있는 예수 그리스도 본연의 낮은 신학을 찾자는 것입니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씨줄날줄] 판사 모니터링/육철수 논설위원

    법정에서는 가끔 배석판사가 재판장(부장판사)에게 진지하고 공손한 자세로 쪽지를 건네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방청객들은 재판 관련 주요 전달사항으로 여기기 십상이다. 하지만 그게 아니다. 쪽지에는 대개 ‘오늘 점심은 어디서 누구하고 먹습니다.’라는 내용이 씌어 있을 뿐이다. ‘식사 쪽지’ 전달은 막내이자 총무 격인 좌배석 판사의 몫이라나? 서울중앙지법은 2007년 말 소통을 위한 특별 송별회를 마련하려고 부장판사와 배석판사 145명에게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부장판사들에게 ‘업무와 무관하게 평소 배석판사에게 서운함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라고 물었다. 대답은 ▲오랜만의 회식에 이런저런 핑계를 대고 빠질 때 ▲자기들끼리 수다를 떨다가 부장이 나타나면 입을 꽉 다물 때 ▲함께 야근하면서 부장만 빼놓고 밥 먹으러 갈 때 ▲식사 때 부장 혼자 말해야 하고, 부장이 말을 안 하면 적막감이 흐를 때 등이었다. 배석판사들은 ‘부장판사에 대한 뒷담화를 한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얘기가 나오면 가끔 한다(58명)거나 ▲자주한다(21명)고 응답했다. 대부분이 부장에 대한 험담을 한다는 얘기다. 판사들은 남들이 선망하는 직업을 갖고 있지만 후회할 때도 있다고 했다. ▲월급이 다른 친구들과 비교될 때 ▲일이 너무 많아 가족과 어울릴 시간이 없을 때 ▲ 근무평정이 확대·강화될 때가 바로 그렇다고 한다. ‘법정의 제왕’이자 ‘신(神)의 대리인’으로 불리는 판사들도 이렇게 속내를 들여다보면 여느 직장인들처럼 소소한 고민거리가 많다. 업무는 또 좀 많은가. 일주일에 재판은 한두 차례이지만 사건마다 수백~수만장에 이르는 소송기록을 읽고 기일에 맞춰 판결문 초고를 ‘납품’(판사들의 은어)해야 한다. 수백건이나 되는 벌금사건을 처리하고, 수형자들의 반성문·탄원서까지 모두 읽으려면 시간이 모자랄 지경이란다. 이런 가운데 통찰력과 판단력을 기르고 도덕성으로 완전무장을 해야 하니 그 스트레스를 짐작할 만하다. 법률소비자연맹이 대학생 5000명을 32개 법원에 투입해 최근 1년간 모니터링했더니 재판 도중 막말을 하고, 지각하거나 꾸벅꾸벅 조는 판사들이 이번에도 꽤 ‘적발’됐다고 한다. 그래서 이런 판사들이 미덥지 못하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판사들의 격무 탓도 있겠으나, 재판받는 당사자들에겐 인생이 걸린 중대사 아닌가. 법정에서 불량한 태도를 보인 판사들은 스스로 ‘감치(監置)명령’을 받은 심정으로 자세를 가다듬었으면 한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文 ‘기득권 내려놓기’로 정치개혁 올인

    文 ‘기득권 내려놓기’로 정치개혁 올인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가 안철수 무소속 후보와의 단일화를 앞두고 본격적인 정치개혁의 닻을 올렸다. 문 후보는 이번 주를 ‘정치개혁 주간’으로 삼고 강도 높은 정치개혁 행보를 이어 나갈 계획이다. 문 후보는 22일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새로운 정치위원회’ 1차 회의를 열고 “정치인들이 기득권과 특권을 내려놓는 것이 새로운 정치의 시작”이라고 역설했다. 문 후보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에게 정치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논의할 여야 정책협의회 구성을 제안하기도 했다. 안 후보에게는 새로운 정치를 위한 협의체를 제안하려고 내부 논의를 거쳤으나,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 ‘없던 일’로 하기로 했다. ●“지역구 200석·비례 100석으로” ‘기득권 내려놓기’는 문 후보가 이날 드러낸 정치개혁 구상의 키워드다. 이를 위해 문 후보는 대통령의 권한과 책임총리의 권한을 분산시킬 것을 강조했다. 또한 지역주의 타파를 위해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을 각각 200석, 100석으로 조정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여성 비례대표 20%를 제외한 기초지방자치단체 의원의 정당공천제는 한시적 폐지 입장을 재확인했다. 강도 높은 공천개혁과 반부패 방안을 마련할 것도 약속했다. 문 후보는 “선거 때 급하게 꾸려지는 공천심사위원회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면서 “공직후보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주겠다. 비례대표 공천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뇌물·알선수재 등 ‘5대 부패’ 행위자와 정치자금법·선거법 위반 등 ‘5대 비리’ 행위자는 고위공직 진출을 원천 봉쇄하기로 했다. 문 후보는 23일 당내 대선 후보 경선 경쟁자였던 손학규·정세균 전 대표, 김두관 전 경남지사와 만나 당의 혁신과 단합에 대해 논의한다. 이들이 경선 이후 한자리에 모이는 것은 처음으로, 경선주자 3인이 캠프에 본격 합류할지도 주목된다. 또한 민간인 사찰 피해자 등과 함께 반부패·공정정치를 주제로 한 타운홀미팅에도 참석한다. 24일에는 대학생들을 만나 20대 유권자의 정치혁신에 대한 의견을 들을 예정이다. 문 후보 측은 지난 21일 친노 핵심 참모 9명의 일괄 사퇴가 자기반성과 희생의 이미지 구축에 도움이 됐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당내 쇄신파는 이해찬 대표, 박지원 원내대표 등 지도부의 2선 후퇴로 인적쇄신을 마무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25일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초빙해 정치혁신 토론회를 열고 논의 결과를 캠프에 전달하기로 했다. ●오늘 손학규 등 ‘경선 3인’과 회동 캠프는 문 후보의 정치개혁 행보가 단일화 논의에 미칠 영향에도 주목하고 있다. 우상호 공보단장은 “이번 주말까지의 지지율 변화가 대선 정국에 상당한 변화를 줄 것”이라면서 “10월 말, 11월 초가 중요한 승부처”라고 내다봤다. 황비웅기자 stylist@seoul.co.kr
  • 한화 김승연 회장 항소심 첫 공판

    한화 김승연 회장 항소심 첫 공판

    회사에 수천억원대의 손실을 입힌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로 기소된 한화그룹 김승연(60) 회장이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주장하며 첫 공판부터 검찰과 열띤 공방을 벌였다. 22일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 윤성원) 심리로 열린 재판에서 김 회장 측 변호인은 “김 회장은 계열사 지원으로 조금도 이득을 받은 바가 없다.”면서 “회사 측의 조치는 사회·경제적 파급효과를 막기 위한 최선의 자체 해결 방안이었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준비해 온 프레젠테이션(PT)을 통해 1심 판단을 세세하게 언급하며 무죄를 호소했다. 그는 “부실 계열사에 지급보증을 한 것은 연쇄부도를 방지하기 위한 경영적 판단에 따른 것”이라면서 “근본적인 채무 해소를 위해 내부 부동산 거래를 한 것이므로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최근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간 LIG건설과 웅진홀딩스 등을 언급하며 “한화는 이들과 다르게 계열사 간 거래로 문제를 자체 해결해 시장에 피해를 주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또 동일석유 주식을 김 회장의 누나에게 헐값에 매각한 부분과 관련해 “어머니 소유의 주식을 누나에게 넘겨준 것일 뿐”이라며 “이를 그룹 전체에 대한 배임 행위로 보는 것은 부당하다.”고 밝혔다. 검찰도 40여분간의 프레젠테이션으로 변호인 측의 주장에 맞섰다. 검찰은 “부실한 기업에 자금을 지원해 줬다면 이후에 자금을 변제했더라도 배임죄가 성립된다는 대법원 판례가 있다.”면서 “원심이 법리를 오해해 지급보증과 관련된 업무상 배임 혐의를 일부 무죄로 판단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회장은 자신의 범행으로 거액의 피해가 발생했는데도 반성하지 않고 있다.”면서 “재벌 비리의 악순환을 끊으려면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의식한 듯 변호인 측은 “기업 총수에 대해 무조건 실형을 선고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대중선동일 뿐”이라면서 “(양형은) 사안에 따라 달라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하늘색 수의를 입고 목발을 짚은 채 법정에 나타난 김 회장은 공판 내내 굳은 표정으로 침묵을 지켰다. 김 회장은 구치소에서 이동하던 중 왼쪽 발목을 접질려 금이 간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치열한 공방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다음 재판은 다음 달 5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최지숙기자 truth173@seoul.co.kr
  • 朴 ‘정수 오발탄’…대선 중반 판세 뒤흔든다

    朴 ‘정수 오발탄’…대선 중반 판세 뒤흔든다

    대선을 50여일 앞둔 22일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의 ‘정수장학회 발언’이 박 후보의 두 번째 ‘과거사 논란’으로 비화되면서 대선 중반전의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야권은 박 후보의 역사관을 집중 공격했고 여권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적지 않아 파문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뭔가 다른 얘기가 나올 거라는 기대를 가졌는데 똑같은 얘기를 반복해 실망했다.”며 “박 후보의 퇴행적인 역사 인식, 국민의 상식이나 역사적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 과거사에 대한 인식이 문제”라고 밝혔다. 안철수 무소속 후보 측 유민영 대변인도 “2012년 대통령 후보인데 인식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면서 “대통령도 국민의 한 사람”이라며 박 후보의 ‘정체된 역사관’을 꼬집었다. 새누리당에서는 전날 박 후보의 정수장학회 발언이 나오게 된 배경을 놓고 참모진에 대한 불만과 당내 불통 문제가 다시 제기됐다. 비박(비박근혜)계인 이재오 의원은 “지난번 과거사에 대해 반성과 사과를 한 것이 진정성이 없다는 것을 단적으로 실토한 것밖에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상돈 정치쇄신특위 위원은 “실망을 넘어 걱정”이라고 했다. 반면 박 후보는 이틀째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의 자진 사퇴를 압박하며 정면 돌파를 시도했다. 박 후보는 이날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방문 후 기자들과 만나 “(최 이사장의 퇴진 거부와 관련해) 이 상황이 사퇴를 거부한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최 이사장 주변 지인들은 직간접으로 용단을 내리길 설득하고 있지만, 최 이사장은 2014년까지 임기를 채우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수장학회는 조만간 긴급 이사회를 열어 최근 상황과 대책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고(故) 김지태씨 차남 영우씨는 이날 보도자료에서 “(박 후보의) 회견 내용은 천박한 역사 인식을 드러냈으며, 돌아가신 분에 대한 명예훼손”이라며 법적 대응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황비웅기자 stylist@seoul.co.kr
  • “100년 애환’ 경전선 마산~진주간 4개역 사라진다

    경전선 마산역~진주역 복선구간의 개통으로 마산~진주간 열차 운행이 올 연말 중단된다. 함안역과 군북역, 반성역, 진주역은 이전하고 원북역과 평촌역, 진주수목원역, 남문산역 등은 역사속으로 사라진다. 코레일 부산경남본부는 ‘고마웠습니다! Good Bye 경전선 추억의 이벤트’를 연다. 기차여행 공식 페이스북(www.facebook.com/Gorailtour)에 이벤트 페이지를 마련하고 11월 1일까지 이설 및 영업정지역에 대한 추억의 글(22일까지), 인증샷 올리기(23일~11월1일) 등을 진행한다. 코레일은 연말 마산~진주간 복선전철 개통에 앞서 운행시간을 줄이기 위해 23일부터 비전철 구간을 우선 개통한다. 마산~진주간 운행시간은 1시간24분에서 42분으로 줄고 열차운임도 4000원에서 3100원으로 인하된다. 운행횟수는 편도 12회로 달라지지 않지만 곡선을 직선화 하고 정차하는 역의 수가 줄어든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CEO 칼럼] 교통시설투자 효율성 우선해야/김광재 한국철도시설공단 이사장

    [CEO 칼럼] 교통시설투자 효율성 우선해야/김광재 한국철도시설공단 이사장

    지난 추석 연휴에도 교통체증이 매우 심했다. 철도를 이용한 귀성객들은 편했겠지만, 자동차 이용객들은 막히는 길에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 환승하지 않고 문전까지 가는 자동차 선호 현상 때문이기도 하지만 열차표를 구하지 못해 부득이 자동차를 이용한 사람도 많다. 정부의 교통시설 확충은 타당성 조사와 효율성, 지역 균형 개발을 고려해 결정된다. 하지만 한정된 재원으로 많은 사업에 투자하다 보니 대부분 계획보다 수년씩 지연된다. 사업 간 우선순위를 정해 완공 위주로 집중투자해야 효율적인데, 지역 요구가 많다 보니 계속 신규 사업이 제기되고 재원이 분산되니 사업 지연의 악순환이 반복된다. 일부에서는 수조원이 드는 기존 철도의 지하화까지 요구하는데, 지역주의를 극복하기란 쉽지 않다. 지방자치단체와 정치인들은 지역사업 예산 확보에 주력하고 때론 지역감정까지 제기한다. 중앙 부처 관료들도 선출직이 되면 선거 때 얻어야 할 표를 생각하며 지역주의의 선봉에 서니 쉽게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다. 교통시설이 계획보다 지연되는 또 다른 이유는 민원 등에 기인한다. 지역 숙원사업으로 건설을 추진하면 환영하다가도 노선 선정, 용지 매수, 환경문제, 문화재 보호 등 온갖 민원이 생기고 때론 소지역 간 갈등도 생긴다. 법에 따라 지자체가 분담하기로 약속했던 사업비도 못 내겠다면서 정부가 다 부담하라고 떼를 쓰면 사업은 더 지연될 수밖에 없다. 시공사 입장에서도 예산 배정이 적어 매년 말이 가까워지면 인력과 장비를 놀리지만 인건비, 현장유지비 등 고정비용은 지출이 불가피해 사업성도 떨어지고 수익도 줄어든다. 근래 도로 체증을 해결하고 이산화탄소 배출 등 환경오염도 줄이는 녹색교통을 위해 철도건설 요구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이용되지도 않는 시설까지 크게 짓거나 완공 후 열차 운행이 늘지 않으면 세금을 낭비하게 된다. 일례로 KTX만 운행하는 광명역에서는 선행 열차가 후속 열차를 피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도 대피하는 부본선이 4개나 더 있고, 4개 승강장 중 2개도 개통 후 8년간 이용된 적이 없다. 열차가 섰다가 승하차하고 바로 출발하면 되는데도 열차 정차 선로와 통과 선로를 따로 건설하다 보니 선로전환기와 분기기가 과잉이다. 천안아산역, 오송역, 김천구미역, 신경주역, 울산역도 모두 그러하며 이용도 안 하는 임대용 회의실까지 역에 짓다 보니 역 규모가 커져 사업비가 더 많아졌다. 철도 건설에 대한 비용편익 분석을 하면 경제성이 낮게 되고, 비용이 더 드니 해외 진출에도 불리하다. 철도시설공단이 60%의 재원을 부담해 건설한 경부고속철도의 부채는 15조원에 이르는데, 채권으로 이자를 갚으니 부채는 계속 늘어난다. 철도시설공단은 종전의 잘못을 반성하고 중간역 배선 규모나 역사, 차량기지 등을 수요에 맞게 최적화해 세금 낭비도 없애고 부채도 최소화하도록 강한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어떤 구간은 시간 단축과 안전 개선효과 외에 운행 열차는 늘지 않은 곳도 있다. 일부 복합화물터미널 인입선과 대불공단 인입선 등은 개통 후에도 예측과 달리 화물열차가 거의 운행되지 않는다. 물류단지나 공단에 철도를 건설하면 이용될 것이라는 막연한 탁상공론 탓이다. 타당성 조사에서 입주 업체의 원재료와 완제품의 성격, 물량, 출발·도착지 등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잘못에 대해 책임지는 이는 없다. 물류나 산업단지, 항만도 물동량 상당수가 이용할 것인 만큼 반드시 철도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은 무리다. 최근 우리 제조업이 반도체, 전자 등 단소경량 제품 위주로 바뀌면서 무연탄, 시멘트, 유류 등 대량 화물의 철도 운송이 줄고 있다. 도로, 공항, 항만의 경우도 비효율적인 투자가 있다. 지역에서 요구하는 교통시설이 건설되면 많이 이용될 수 있는지, 수요를 도외시하면서 과잉 건설되는 것은 없는지 등을 면밀히 따져 보면서 건설해야 재원 낭비를 막을 수 있다. 특히 철도는 국민이 보다 편하고 빠르고 안전하게 이용토록 효율적으로 건설해야 하고, 경쟁을 통해 운영도 대폭 개선되도록 해야 한다.
  • 朴 “내가 세종시 지킬 동안 野는 뭐했나”

    21일 충남을 찾은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민주통합당과 문재인 후보를 향해 포문을 열었다. 최근 자신을 향한 공세가 잇따른 데 대해 “정책을 중심에 두고 약속을 지키는지에 대해 국민의 판단을 받아야 하는데 그보다는 매일 저에 대한 공세에만 몰두한다.”고 꼬집었다. 박 후보는 이날 오전 천안 독립기념관에서 열린 충남도당 선대위 출범식에서 문 후보를 겨냥해 “저는 세종시를 지키기 위해 정치생명을 걸고 맞섰는데 야당은 이제 와서 저에게 ‘숟가락만 얹었다’고 비난한다.”면서 “이것이야말로 국민을 기만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문 후보는 지난 17일 박 후보를 향해 “(세종시 수정을) 간신히 막으니 숟가락 올리고 자신이 세종시를 지킨 것처럼 말한다.”고 언급했다. 박 후보는 “제가 그렇게 세종시를 지킬 동안 야당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라고 되물었다.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 논란에 대해서도 박 후보는 “새누리당은 잘못한 일이 있을 때마다 국민 앞에 무릎 꿇고 깨끗하게 반성한다.”면서 “우리 장병들이 목숨 걸고 NLL을 지키는데 땅따먹기니 영토선이 아니니 하면서 안보를 무너뜨리는 것이 누구냐.”고 비판했다. 허백윤기자 baikyoon@seoul.co.kr
  • 정조·박지원·이옥 3인의 관계를 풀다

    ‘문체반정 나는 이렇게 본다’(김용심 지음, 보리 펴냄)는 문장론에 오롯이 집중한다. 정치적 맥락을 짚다보니 문장론도 나오는게 아니라, 문장론을 거론하려다보니 정치적 배경이 슬쩍 나오는 식이다. 결론부에 가서 “얼음 갑옷을 입은 반듯한 정조”, “누더기를 걸친 채 햇살을 즐기는 자유로운 박지원”, “허름한 홑겹 옷 사이로 빛나는 비단옷을 내비치는 멋진 이옥”으로 정리한 부분이 인상적이다. 각양각색의 문장론을 3명의 인물로 캐릭터화해둔 것이다. 왜 얼음갑옷 정조인가. 왜 문체반정을 했느냐는 질문이다. 하나는 공부를 멀리했던 아버지 사도세자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정조 스스로가 더 교조적 입장을 취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반정’이라면 옛일을 다 들춰내 일족을 멸해도 시원찮을 판인데 반성문만 써내면 다 용서해줬던 이유다. 더구나 정조어찰집에서 드러나듯 정조 스스로가 자유분방한 글을 구사했다. 시대의 햇볕에 녹아버릴 것임을 알지만, 그래도 군왕이기에 차디찬 갑옷을 껴입었다는 것이다. 왜 누더기 박지원인가. 혹독하진 않았다 해도 어쨌든 임금의 명이다. 모두들 열심히 반성문을 지어다 바쳤다. 박지원도 썼는데 교묘하다. 너무 큰 죄를 지어 반성한다고 될 것 같지 않다는 투로 써버린다. 더 재밌는 건 정조의 반응이다. 별 말 없다가 만날 기회가 생기자 이 참에 ‘이방익 사건을 적은 글’을 지어올리라 명한다. 이방익이라는 젊은 무인의 표류기인데 박지원 보고 쓰라한 것은 ‘열하일기’처럼 써보란 뜻이다. ‘열하일기‘ 때문에 반성문 쓰라 해놓고는 ‘열하일기’처럼 써보라 한 것이다. 누더기의 자유다. 왜 비단옷 이옥인가. 성균관 유생이었던 이옥은 끝끝내 뜻을 굽히지 않았다. 그러니 점점 더 가혹해졌다. 문체 문제로 3번이나 고치라 명 받더니 심지어 장원급제한 이옥의 답안지를 보고 정조가 급제를 취소해버리고 꼴찌 처리해버릴 정도였다. 그럼에도 이옥은 버텼다. 한술 더 떠 자신의 호를 경금자(絅錦子)라 지었다. 경은 얇고 허름한 겉옷, 금은 비단 옷이다. 얇고 허름한 겉옷 보고 비웃어라, 그런데 내 옷은 비단옷이란다, 고 일갈한 셈이다. 글에 관심있다면 한번 봐둘 만하다. 1만 5000원.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저자와 차 한 잔] ‘동대문운동장’ 글 쓰고 사진 찍은 김은식·박준수

    [저자와 차 한 잔] ‘동대문운동장’ 글 쓰고 사진 찍은 김은식·박준수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가 착공 3년 만에 가림막을 벗었다. 기하학적이고 유려한 곡선을 그리는 건물은 마치 언덕이나 파도 같다. 설계자 자하 하디드는 ‘환유의 풍경’(Metonymic Landscape)이라고 했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가 곧 동대문을 상징하게 될 것이라는 말인데, 일단은 맞는 것 같다. 적어도 사람들의 관심은 끈다. 서울시가 투입한 사업비가 무려 4300여억원-초기 사업비는 2274억원이었고 관계자는 5000억원 가까이 추정한다-이고, 교통 불편을 감수하면서 3년을 기다렸던 곳이 세상에 나왔으니 관심을 끌 수밖에. 그런데 어째 방향이 이상하다. 대단히 훌륭하다거나 서울의 랜드마크로서 가능성을 떠올리는 경우는 많지 않다. 누구는 “미확인비행물체냐.”고 묻고, 또 누구는 “다 지어진 것이냐.”고 묻는다. 물론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다. 프랑스 파리의 명소 퐁피두센터도 1977년 건립 당시에는 철골이 바깥으로 나와 흉측하다거나 버려진 공장 같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으니까. ●한국야구사 고스란히 품은 동대문운동장 사라져 분명한 것은 하나다. 이 건축물을 갖기 위해 우리가 잃어버린, 한국 야구사를 고스란히 품은 동대문운동장이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 대한 실망감은 동대문운동장의 상실감을 더욱 키운다. 그리고 때마침 그때 그 공간을 추억한 ‘동대문운동장’(브레인스토어 펴냄)이 나왔다. 18일 서울 서교동 출판사 사무실에서 만난 작가들은 모두 동대문운동장에 대한 추억을 한 아름 품고 있었다. 책을 기획한 사진작가 박준수(31)는 야구 명문인 신일중·고교를 나와 이곳에서 열띤 응원을 한 기억을 하고 있다. “이런 곳이 철거된다는 소리를 듣고 뭔가를 기록하고 싶었다.”는 그는 철거 직전에 열린 2007년 8월 제37회 봉황대기 고교야구대회를 사진기에 담았다. “기록이라는 것은 망각에 대한 저항이라는 말을 하잖아요. 없어질 동대문운동장의 추억에 나름대로 저항을 하려는 것이었죠.” ●“이런 곳이 철거된다는 소리를 듣고 뭔가를 기록하고 싶었죠” 동대문디자인플라자가 점점 모습을 갖춰갈 무렵 책을 내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야구전문작가 김은식(39)을 찾았다. 사진을 찍었던 5년 전 기억을 채우고,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가장 잘 풀어낼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야구 관련 책을 여러 권 쓴 김 작가는 “제안을 받았을 때 야구책이라는 게 그리 잘 팔리는 것이 아닌 데다 동대문운동장에 대한 추억을 가진 사람들에게나 관심을 끌 것이라 낼만한가라는 생각이 앞섰다.”고 털어놨다. 박 작가의 사진을 보고 생각이 바뀌었다. ‘이런 가치가 있던 곳을 잃어버렸구나’라고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김 작가가 “책의 테마는 반성”이라고 말하는 배경이다. “낡은 것을 버리고 새것만 취하려는 정책결정권자에 대한 비판이나 비아냥을 담아 글을 쓴 것이 아닙니다. 내가, 또 우리가 하나씩은 가지고 있을 추억이나 오랫동안 만들어온 역사를 심상하게 바라봤구나, 그래서 결국 잃어버렸구나 하는 반성이죠.” ●“누군가에게 아련한 추억이라도 됐으면…” 1925년 만들어진 동대문운동장은 90년 가까이 되는 세월 동안 많은 사람이 추억을 켜켜이 쌓은 곳이다. 수많은 학생야구대회 본선이 대부분 열렸고, 1982년에는 프로야구 역사가 시작됐다. 해마다 경기는 800번 안팎으로 열렸고, 선수 수천 명과 수백만 명 관객들이 야구장 구석구석, 객석 틈새를 메웠다. 책에 담긴 것은 그 수많은 일의 일부이지만 동대문운동장의 이야기를 떠올리기에 부족하지 않다. 대회를 알리는 커다란 현수막, 아직 남아있을까 싶은 고교야구대회 대진표, 아들을 응원하러 온 부모와 손자를 보러온 할머니의 모습이 보인다. 그저 야구가 좋아서 온 아저씨들과 지금 보면 촌스러운 응원단도 있다. 물론 치열하게 시합을 하는 야구선수들이 중심이다. 이제는 책을 보고서야 “아빠가 어렸을 때 여기서 응원을 했어.”라거나 “1976년 봉황기 대회 때 이곳에서 최동원이 20탈삼진을 기록했지.” 같은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됐지만. “무조건 옛것을 보존해야 한다는 낭만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은 아니에요. 다만, 우리가 잃어버린 기억을 한번 돌아볼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이죠.”(박 작가) “동대문운동장이 없어도 우리 삶은 계속되겠죠. 동대문운동장 철거는 그만큼 초라한 사건일지도 모릅니다. 이 초라한 기록이 누군가에게는 아련한 추억을 되새기게 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책은 충분히 의미를 갖게 될 겁니다.”(김 작가)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대선후보 정부조직 개편안] “現 大부처체제 효율성 떨어져… 전문부처주의 도입 바람직”

    [대선후보 정부조직 개편안] “現 大부처체제 효율성 떨어져… 전문부처주의 도입 바람직”

    이명박 정부는 앞서 정부들과 비교하면 가장 많은 조직 개편을 실시했다. 20개 조직을 폐지하고 12개 조직을 신설해 참여정부 시절 49개였던 중앙행정조직을 41개로 줄였다. 이른바 기능을 통합한 대부처주의와 작은 정부를 지향한 결과다. 하지만 이러한 조직 개편은 과거 정부와의 차별화에 중점을 두다 보니 정작 정책적,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았고 결과적으로 참여정부와 비교해 ‘정부의 크기’가 줄어든 것도 아니었다. 현재 일선 부처들은 “더 이상 인력을 줄일 여지가 없다.”고 하소연하며 정부 규모를 확대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주장하고 있다. 새 정부의 조직 개편은 시대정신을 반영하고 기존 문제점을 극복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는 것이 학계와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더불어 세종시 이전에 따른 새로운 행정 환경도 다음 조직 개편의 중요한 참조사항이다. 기능 간 연계를 강조한 현 정부의 대부처주의는 결과적으로 유기적인 통합을 이루지 못했다. 각 부처의 조정과 협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다 보니 관료제의 전문성 또한 약화됐다는 지적을 받은 것이 현 정부의 국정 운영이었다. 야권을 중심으로 책임총리제 도입 주장이 나오는 배경에는 청와대와 국무총리실로 이중화된 정책 조정 체계의 비효율성에 대한 문제의식이 자리하고 있다. 대부처주의가 본질적으로 지향했던 행정의 조정 책임은 총리가, 장기적인 국가 현안은 대통령이 맡도록 하자는 것이다. 5년 단임제인 현재의 대통령제에서 이러한 국정 모델은 역설적으로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 대통령은 5년 동안 ‘역사에 남을’ 과업에 집중하고 정책과 일상적인 국정은 책임총리제라는 ‘시스템’이 맡을 수 있도록 하기 때문이다. 시스템화된 국정 운영은 궁극적으로 국민의 ‘정책 효능감’을 높일 수 있다. 한국행정학회장인 이승종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등이 공동 연구를 통해 ‘전문 부처주의’의 도입을 주장한 배경도 국정 운영의 효율화, 수평화 주장과 맥을 같이한다. 정책 분야별 관계장관 회의를 활성화하고 분야별 선임장관이나 부총리를 설치하도록 해 유기적으로 기능을 통합하고 미시적인 정책 조정이 가능하도록 만들자는 것이다. 대선 후보들의 공통된 공약이자 시대 요구는 ‘일자리’ ‘복지’ ‘경제민주화’ 등으로 요약된다. 이를 위해 정부조직의 재설계가 바람직하다. 이창원 한성대 교수는 “이 같은 공약은 이명박 정부 5년의 반성이며 시대가 요구하는 과제”라며 “향후 정부 조직 개편에도 이러한 시대 요구가 반영돼야 한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청을 중소기업부로 승격하겠다는 야권의 공약, 거시경제 기능과 재무 기능이 통합된 기획재정부의 과도한 역할에 대한 지적 등은 경제민주화 가치를 반영하는 조직 개편안이다. 또 후보들이 강조하는 일자리와 복지 이슈는 사회안전망 확충, 기회의 불평등 해소 측면에서 함께 고려돼야 할 국정 과제다. 이는 ‘고용정책과 복지정책의 연계’라는 세계적인 흐름과도 다르지 않다. 고용노동부와 보건복지부를 개편한 ‘고용복지부’ 창설, 고용노동부 내 노동 분야의 위원회 분리 등 고용 창출과 분배 정의 실현이라는 두 가지 정책 목적을 이룰 수 있는 조직 개편안이 일부 학계를 중심으로 제시되고 있다. 이창원 교수는 “일자리 창출이라는 긴박한 행정 수요를 범정부 차원에서 대응하는 ‘컨트롤 타워’ 부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조직 개편 방향은 향후 정책 분야에서의 주도권 다툼과 부처 이기주의를 둘러싼 관료 집단의 조직적인 저항 등으로 의미가 훼손될 가능성도 크다. 대선이 끝난 뒤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정권 인수 과정에서 각 부처가 조직의 이익을 위해 각자의 목소리를 강조하다 보면 시대정신이 반영될 수도, 기존의 문제점이 극복될 수도 없다. “조직 개편 관련 연구용역을 하지 않도록 각 부처에 재차 주의를 주고 있다.”는 행정안전부 관계자의 말도 이러한 우려와 일맥상통한다. 안석기자 ccto@seoul.co.kr
  • [공직열전 2012] 공정거래위원회(하)주요 과장

    [공직열전 2012] 공정거래위원회(하)주요 과장

    기업에 대한 조사, 그중에서도 먼저 문제점을 찾아내 조사하는 직권조사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최대 무기다. 일감 몰아주기 근절, 동반성장, 소비자 권익보호 등의 정책과제도 기업을 조사해서 과징금을 부과하고 시정명령을 해야 술술 풀린다. 그런 사건 현장을 누비는 것이 ‘야전사령관’ 과장들이다. 현장 조사를 진두지휘해 근거를 수집하고 수천~수만 페이지의 보고서를 작성한다. 특히 공정위에는 과장만 10년 가까이 한 ‘만년 과장’들이 많다. 고위공무원 가급(옛 1급)에 해당하는 상임위원이 임기 3년을 보장받아 다른 부처보다 진급이 조금 늦기 때문이다. 현재 공정위 과장들은 행정고시 32~43회로 다른 부처보다 높다. 이런 조직구조 덕분에 ‘조사 베테랑’이 배출된다. 김윤수(행시 36회) 경쟁정책과장은 위원회 전체 주무과장이다. 각국 업무를 조정하고, 그 성과를 정책으로 만들어낸다. 그래서 경쟁정책과장은 조직에서 위아래로부터 가장 신망받는 인물이 된다. 2008년 서비스업경쟁과장으로 있을 때 10대 연예기획사를 조사, 연예인들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노예계약서’를 바로잡기도 했다. SK그룹의 SK C&C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나 SK텔레콤 등 통신 3사 휴대전화 가격 부풀리기 사건 등은 올해 공정위가 조사한 대표 사건들이다. 대기업을 상대로 수백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난이도 ‘가급’ 사건이다. 그 현장에 노상섭(행시 35회) 시장감시총괄과장이 있다. 시장의 왜곡을 가져오는 대기업들의 불공정 행위를 주로 담당, 물러섬이 없다. 지난해에는 뉴질랜드 키위 공급업체 ‘제스프리’가 국내 대형마트에 칠레산 키위를 못 팔게 하는 등 불공정 행위를 한 것을 적발, 4억여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소비자에게 돌아가야 할 자유무역협정(FTA)의 ‘단물’을 가로챈 다국적 기업을 처음으로 단죄한 사건이다. 과징금이 큰 사건은 주로 카르텔조사국의 몫이다. 주무과장인 김재신(행시 34회) 카르텔총괄과장은 올 5월에 대한치과의사협회가 네트워크치과인 유디치과그룹의 진료비 할인을 방해한 사실을 적발해 시정명령과 5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지금도 치과협회 측은 반발하고 있지만, 적법하고 원칙에 맡게 처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최근 검찰 고발 포기로 ‘봐주기’ 의혹이 인 4대강 공사 담합 사건의 담당과장으로 공정위 전속고발권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정진욱(행시 36회) 기업거래정책과장은 지난해 가맹유통과장 당시 대규모 유통업법 제정을 맡았다. 윤수현(행시 36회) 기획재정담당관은 올 5월 국제카르텔과장으로서 대한항공과 미아트 몽골항공의 신규 경쟁사 진입 방해 불공정 행위에 대한 시정명령을 주도했다. 양국 정부가 관련돼 외교문제까지 고려해야 하는 복잡하고 어려운 사안을 잘 처리했다는 평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파견된 이순미(42·행시 40회) 과장은 첫 여성 과장이다. 드물게도 생물교육학을 전공했다. 김정기(행시 37회) 소비자안전과장은 한국형 컨슈머리포트인 ‘비교공감’을 개발해 공정위의 소비자 정책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을 듣는다. 2006년 록밴드 동아리 라이징스타를 결성해 기타 연주를 맡고 있다. 김성환(행시 32회) 시장구조개선과장은 ‘최고참’ 과장이다. 지난달 지방자치단체의 홈페이지 전통주 판매를 허용하고 인천공항 면세점 내 주류·담배 판매의 독점체제를 깨는 등 틈새 규제까지 찾아내는 꼼꼼함을 보여줬다. 김양진기자 ky0295@seoul.co.kr
  • “을사조약이 아니라 ‘을사늑약’… 한일합방이 아니라 ‘일제의 한국강점 조약’ 제대로 된 이름 불러줘야 제대로 된 꽃이 돼”

    “을사조약이 아니라 ‘을사늑약’… 한일합방이 아니라 ‘일제의 한국강점 조약’ 제대로 된 이름 불러줘야 제대로 된 꽃이 돼”

    “을사조약이 아니라 ‘을사늑약’이 맞고, 한일합방이 아니라 ‘일제의 한국강점 조약’이 올바른 용어다. 을미사변이 아니라 ‘명성황후 암살 사건’인 것과 마찬가지다.” 임경석(54) 성균관대 사학과 교수는 막 출간돼 따끈따끈한 ‘한국근대외교사전’(사람의무늬 펴냄)을 펴들고 지난 15일 교수회관 4층 연구실에서 “제대로 된 이름을 불러 줘야 제대로 된 꽃(역사)이 되는 것 아니겠느냐.”며 이렇게 말했다. 임 교수는 “다소 뒤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외교사전이 발간돼서 다행”이라며 “한국사는 한국의 관점에서, 한국인의 시선으로 외교사건을 정리해야지, 한·일역사를 일본학계의 시선으로 정리해서는 본질적으로 맞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1876~1910년 한국 근대외교史 정보 ‘한눈에’ 임 교수는 “‘한국근대외교사전’은 1876년 개항부터 1910년 대한제국 멸망까지 한국 외교의 역사에 등장한 사건, 조약, 인물, 조직에 대한 정보를 담은 감히 ‘국내 최초의 외교사전’이라 자부할 수 있다.”면서 “한국사뿐 아니라 중국사, 일본사, 서양사를 각각 전공한 역사학자들과 정치학자, 외교사학자, 법학자 등 28명의 학자가 모여 239개 항목을 집필했다.”고 밝혔다. 임 교수와 그의 후배이자 역사학자인 김영수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 이항준 서울여대 사학과 강사가 대표 편·저자이고, 주요 저자로 연갑수 서울대 교수, 조재곤·하원호 동국대 연구교수, 주진오 상명대 교수, 한철호 동국대 교수, 홍준화 고려대 연구교수 등이 참여했다. 사전에 참고문헌과 책임 저자를 명시해 기술 내용의 정확성과 객관성을 높였다. 한국근대외교사전은 원래 2007년 교육인적자원부의 예산과 한국학중앙연구원(한중연)의 지원을 받아 3년 만인 2010년 결과물을 내놓았다. 당시에는 한중연의 ‘한국민속문화대백과’에 수록돼 있었다. 임 교수는 “여기에 2년 동안 수정·보완하고 20여개를 추가해 239개 항목으로 확대해 별도의 책으로 펴냈다.”고 말했다. ●가나다순 항목… 연구·실무자에게 최고의 길잡이 한국근대외교사전의 강점은 무엇인가. 역사를 공부하는 연구자나 역사와 외교관련 실무자들이 관련 항목을 가나다순으로 쉽게 찾아가며 공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임 교수는 “특히 한국 관련 근대사에 영향을 미친 외국인을 많이 발굴해서 실었다. 예를 들자면 대한제국 시절의 러시아 외교관이었던 포타포프가 있다. 그는 국권이 피탈된 상황에서도 러시아 정부와 임시정부 사이에서 외교를 통해 한국의 독립에 많은 도움을 줬다. 우리 독립운동에서 러시아가 많이 배제됐는데, 러·일전쟁에서 진 러시아는 일본에 복수하려는 의지가 강했기 때문에, 일본에 대항하는 조선의 독립운동에 호의적이었고, 그것은 1차 세계대전 직전까지 유지됐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러시아 연해주에 망명해서 독립운동을 했던 ‘권업회’나 권업회 산하의 항일무장단체였던 ‘대한광복군정부’ 등도 러시아 정부의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한국 근대외교史, 한국인의 시선으로 서술해야” 최근 국사편찬위원회가 을사늑약이라 쓴 역사교과서를 을사조약으로 고치라고 요구했던 것과 관련해 그는 “국사편찬위의 사고방식은 현재 한국 역사학계의 일반적인 분위기와 상당히 다르다.”며 “각국의 외교사는 국익의 충돌 속에서 존재하고 특히 한국의 근대 외교사는 외세 피침의 역사이기 때문에 한국인의 독자적인 시선으로 서술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더 나아가 임 교수는 “국사편찬위가 현 정부의 요구에 부응하다가 우경화됐다.”고 비판했다. 임 교수는 “일본이 대한제국을 식민지로 지배하는 과정이 조약과 같은 합법적인 외양을 띠고 있지만 이것은 형식논리”라며 “최근 ‘유럽식 근대’에 대한 반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여전히 전 세계 외교사가 강대국 위주로 서술돼 있기 때문에 침략을 당했던 사람들의 시각으로, 강대국의 편견이 가득한 시선을 배제한 채 다시 써야 한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단순히 외교사를 정리한 책이 아닌 만큼 오늘날 한국의 외교적 생존전략을 파악하고 정책수립에 도움을 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글 사진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경제민주화 정책 대해부] 46개 재벌 내부거래 41兆 늘어… 中企 납품단가 쥐어짜기도 여전

    [경제민주화 정책 대해부] 46개 재벌 내부거래 41兆 늘어… 中企 납품단가 쥐어짜기도 여전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그룹이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고 하청업체를 후려치는 사례가 더욱 늘고 있다. 그룹을 틀어쥐고 있는 오너가(家)에 그만큼 더 큰 이익을 안겨다 주기 때문이다. ●외부 매출 ‘제로’인 기업도 16일 공정거래위원회와 재계에 따르면 지난해 46개 대기업집단(그룹·연매출 5조원 이상)의 내부거래 비중은 2010년에 비해 1.2% 포인트 증가했다. 금액은 186조 3000억원으로 2010년(144조 7000억원)보다 41조 6000억원이 증가했다. 지난해 상위 10대 그룹의 내부거래 평균 비중은 14.5%로 2010년(13.2%)에 비해 1.3% 포인트 늘었다. 거래금액은 139조원으로 무려 28%(30조 4000억원) 급증했다. 30대 그룹 계열사에서는 외부 매출이 아예 ‘제로’(0)인 경우도 있었다. 유수 그룹들이 사회적 비난과 정부의 감시에도 계열사 밀어주기에 나서는 이유는 막대한 이익 때문이다. 흔한 사례로 오너나 그 가족이 비상장 계열사, 즉 기업공개가 되지 않은 회사를 세우고 그 지분의 대부분을 소유한다. 그리고 나머지 계열사들이 그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급성장한 비상장 계열사가 주식시장에 상장되면 결국 엄청난 시세차익이 오너가의 주머니로 들어간다. 정선섭 재벌닷컴 대표는 “계열사 밀어주기가 재벌 확장의 근본이며 경제민주화를 후퇴시키는 파렴치한 행위”라면서 “정부가 더 엄격한 규제로 이런 행태에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자재값 올랐는데… “단가 내려라” 한 대형 조선사의 2차 협력사인 경남 김해의 ○○테크. 하도급 발주량이 2년 전보다 40% 이상 급감하고 원자재값 상승으로 부품 단가의 15% 인상이 불가피한데도, 얼마 전 거꾸로 부품값을 10% 내렸다. 이 중소기업의 사장은 “원청업체가 불황으로 어렵다면서 부품값을 내리라고 강요하는데, 이를 거절했다가는 아예 문을 닫아야 한다.”면서 “경영자금 압박이 심해 결국 다시 금융권 급전에 손을 대고 말았다.”며 한숨을 쉬었다. S사는 납품업체에 주문을 해놓았다가 무분별하게 발주 취소를 일삼으며 재고 부담을 중소기업에 떠넘기다가 최근 공정위로부터 16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H자동차부품사도 경쟁입찰 때 최저가를 제시한 납품업체와 추가 협상을 해 단가를 더 낮추는 이른바 단가 후려치기를 일삼다가 23억원의 제재를 받았다. 그런데 이들 대기업은 동반성장위원회의 ‘동반성장’ 평가에서 한결같이 최고등급(우수)을 받았다. 김한기 경실련 국장은 “중소기업과 상생한다는 평가에서 최고 등급을 받은 대기업이 이럴 정도면 중소 그룹의 하도급 부당 행태는 안 봐도 뻔하다.”면서 “덩치가 큰 편인 1차 하도급업체가 작은 2~3차 업체에 가하는 횡포는 더 심하다.”고 말했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한국식품 英테스코 정식 입점

    홍초, 빼빼로, 라면 등 한국 식품이 유럽인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홈플러스와 코트라는 16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대중소 동반성장을 위한 한국식품전’에 참가했던 19개 업체의 49개 제품이 영국 메이저 유통업체인 테스코 매장에 입점하고 18일부터 상시 판매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국내 식품업체의 상품이 영국에서 정식 판매된 것은 일부 할인마트를 제외하면 처음이다. 주요 제품들로는 CJ제일제당 ‘불고기 양념장’, 대상 ‘홍초 석류’, 롯데제과 ‘빼빼로’, 롯데칠성음료 ‘처음처럼’, 샘표식품 ‘진간장’, 삼양식품 ‘삼양라면’, 오뚜기 ‘진라면’, 동원F&B ‘야채죽’ 등이다. 당초 정규 입점은 테스코 뉴몰든 점포만 예정돼 있었지만 영국 현지의 반응이 좋아 점포를 늘렸다고 회사 측은 강조했다. 테스코는 이번 식품전으로 25개 식품업체가 총 22만 파운드(약 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면서 입점이 확정된 19개 업체가 추가로 연말까지 30만 파운드(약 5억 3000만원)의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한국식품전에는 국제식품, 한일식품, 해오름 등 중소기업부터 CJ제일제당, 롯데, 대상 등 대기업까지 총 25개 국내 식품 제조업체가 142종의 제품을 선보였다. 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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