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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섯 평 검사실서 마주한 사건 너머의 사람을 기억하다

    다섯 평 검사실서 마주한 사건 너머의 사람을 기억하다

    ‘부산 돌려차기’ 등 형사사건 담당공소장엔 못 담은 뒷이야기 풀어15년간 검사로, 개인적 고뇌 담아법의 관용·인간의 책임 곱씹게 해 사건이 법정에 정식으로 넘겨지기 전. 다섯 평 남짓한 수사실에서 피의자와 피해자를 마주한 기억들이 펼쳐진다. 15년 2개월 동안 검사로 재직하며 1만 9500건의 형사사건을 처리한 저자는 공소장에 담지 못한 수사 대상들의 속사정을 기록했다. 그리고 그 앞에 선 냉철한 수사 주체이자 뜨거운 인간인 그의 직업적 단상을 나열한다. 책은 침묵을 강요당하는 친족 성폭력 사건으로 문을 연다. 의붓딸들을 성폭행한 의붓아버지가 구속되자 어머니는 오히려 피해 자녀들을 다그쳐 진술을 번복하게 만들고 선처를 요구하는 합의서를 들이밀었다. 저자는 사건이 혈연과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어떻게 피해자를 고립시키는지, 또 피해자는 왜 그들의 피해를 진술하려 하지 않는지 설명한다. 사회적 공분을 일으켰던 ‘부산 돌려차기 사건’은 저자의 기억의 중심에 있다. 오피스텔 로비 CCTV에서 피고인이 피해자의 뒤를 쫓아가 무자비하게 가격했다. 쓰러진 피해자의 머리를 집중적으로 밟는 참혹한 범행 장면을 확인한 저자는 기록 속 ‘외상성 두개내출혈 등에 따른 우측 발목 폐용’이라는 절망적인 진단 앞에서 말을 잃었다. 훗날 피해자가 국정감사에 출석한다는 소식을 뉴스 화면으로 접한 순간 그는 화면 속 피해자가 스스로 걷는 모습을 확인하고 안도한다. 다섯 평 검사실의 문을 두드린 수많은 인간군상을 마주하며 저자가 겪어낸 당혹감과 연민은 페이지마다 생생하다. 수의를 입고 “성기 확장술을 했기 때문에 미성년자에 대한 범행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뻔뻔하게 무죄를 주장한 성범죄 피의자. 이에 맞서 남성 성기 평균치와 각종 의학적 분석 자료를 파헤쳐 대응했던 일화는 가해자에 대한 그의 인간적인 분노와 집요함을 드러낸다. 반면 초임 시절 자전거를 훔쳐 특수절도 혐의로 송치된 소년의 기록 속에서는 다른 친구들에게 휩쓸린 어리숙한 낌새를 발견한다. 소년을 소환해 조사한 뒤 나쁜 친구들과 어울리지 않겠다는 반성문을 받은 뒤 사건을 마무리했다. 훗날 주유소 직원으로 성실히 자라난 그의 모습을 우연히 발견하며 법이 품어야 할 선처와 온기의 의미를 되짚기도 한다. 마지막 장에 이르면 검사가 아닌 ‘인간 김세희’를 만난다. 헌신적으로 일에 매달리면서도 육아와 업무의 거대한 무게에 부딪히며 2024년 8월 마침내 사직을 결심하고 변호사로 전직한 그는 ‘직장’으로 검사 일을 대하던 초년병 시절에서 비로소 타인의 고통에 온전히 눈뜨게 되는 여정을 솔직하게 고백한다. 저자는 법이 모든 피해를 원상 회복할 수 없지만 법을 집행하는 인간의 태도는 결정적인 차이를 만든다고 말한다.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물러서지 않았던 시간들을 돌아보면서 저자는 법이 강제할 수 없는, 인간이라면 마땅히 가져야 할 책임이 무엇인지 곱씹게 한다.
  • “말하면 혼나”…아내 몰래 장모와 지적장애 10대 처제 추행한 30대 ‘징역 5년’

    “말하면 혼나”…아내 몰래 장모와 지적장애 10대 처제 추행한 30대 ‘징역 5년’

    정신장애가 있는 장모와 지적장애가 있는 10대 처제를 추행한 30대가 항소심에서도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6일 연합뉴스,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고법 청주재판부 형사1부(부장 김진석)는 최근 성폭력처벌법상 친족관계에 의한 장애인 강제추행·아동청소년성보호법상 강제추행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A씨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과 같은 징역 5년을 선고했다. A씨는 2023년 11월 5일 오전 3시쯤 청주시 흥덕구의 주거지 거실에서 함께 잠자던 처제 B양의 신체를 만진 혐의를 받는다. A씨는 자신과 아내 사이에 누워 잠자던 B양이 잠에서 깨자 B양의 입을 막은 뒤 “말하면 혼난다”고 겁을 주고는 범행을 이어간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그는 2023년 9월 10일 오전 세종의 한 모텔에서 함께 잠자던 장모 C(40대)씨의 신체를 만진 혐의도 있다. 그는 전날 밤 C씨와 함께 모텔에서 아내를 만나기로 했으나 아내가 일이 생겨 못 오게 되자 C씨와 함께 모텔에서 술을 마신 뒤 C씨가 잠이 들자 이같이 범행했다. C씨는 B양이 보호시설에 강제추행 피해 사실을 털어놓으면서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자신의 피해 사실도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1심에서 B양과 C씨를 추행한 사실이 없다고 혐의를 전면 부인하다가 중형을 선고받자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문을 제출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친족관계에 있던 피해자들을 추행하고, 미성년자이고 지적장애가 있는 처제도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며 “피고인이 잘못을 반성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원심의 형이 과도하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 불안을 파는 ‘성공 멘토’의 세계…정무 장편소설 ‘가난 치료사’ 출간

    불안을 파는 ‘성공 멘토’의 세계…정무 장편소설 ‘가난 치료사’ 출간

    - 유튜브·베스트셀러·고액 코칭으로 이어지는 성공 산업을 판매자의 시선에서 그린 사회파 블랙코미디- 2024년 밀리의 서재 ‘밀리로드’ 우수상 수상작…8월 1일 출간 유튜브와 자기계발서, 고액 코칭, 투자 상품이 하나의 사업으로 엮이는 ‘성공 산업’을 판매자의 시점에서 그린 장편소설이 출간된다. 출판사 메트릭(METRIC)은 정무 작가의 장편소설 ‘가난 치료사’를 8월 1일 출간한다고 밝혔다. 이 작품은 2024년 2월 밀리의 서재 창작 플랫폼 ‘밀리로드’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가난 치료사’는 대기업 7년 차 과장 정구민이 퇴사 브이로그를 시작으로 유명 유튜버와 베스트셀러 작가, 고액 강의 판매자, 투자 멘토로 변해 가는 과정을 그린 사회파 블랙코미디다. ※ 작품 속 인물과 단체, 사건은 모두 허구이며 특정 실존 인물이나 사업자를 지칭하지 않는다. 비상구 계단에 사원증을 던지고 카메라 앞에서 퇴사를 선언한 정구민의 영상은 평범한 직장인의 탈출기로 주목받는다. 그러나 채널은 곧 가난과 실패를 개인의 의지 부족으로 설명하는 독설 콘텐츠로 바뀐다. 구독자가 늘어나자 그는 자신을 ‘가난을 치료하는 사람’으로 내세워 자기계발서와 강연, 180만 원짜리 코칭 프로그램과 등급별 유료 강의를 판매하기 시작한다. 작품은 구매자가 아니라 판매자의 1인칭 시점을 택한다. 정구민은 시청자와 상담 신청자의 고민을 수집해 팔리는 문장으로 바꾸고, 지출을 자기 자신에 대한 ‘투자’로 받아들이도록 판매 과정을 설계한다. 소설은 성공담이 조립되고 신뢰가 형성되며, 사람들의 간절함에 가격표가 붙는 과정을 주인공의 머릿속에서 따라간다. 정무 작가는 “피해자 시점으로 쓰면 독자가 쉽게 안전한 자리에 앉게 된다. 파는 사람의 머릿속에서 보면 그 문장들이 왜 그렇게 잘 작동하는지가 보인다”며 “자기계발서를 읽는 사람의 간절함을 비웃기보다, 그 간절함이 어느 순간 수익 모델로 전환되는지를 묻고 싶었다”고 말했다. 정구민의 성공은 한 사람의 말솜씨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작품에는 날것의 경험을 팔리는 문장으로 가공하는 편집자, 투자판과 온라인 시스템을 설계하는 기술자, 후기와 팬덤을 관리하는 운영자가 등장한다. 편집과 기술, 플랫폼 알고리즘과 커뮤니티 운영이 결합해 한 사람을 ‘성공 멘토’라는 상품으로 만들어 가는 과정이 함께 펼쳐진다. 형식에서도 자기계발서의 문법을 차용했다. 각 부의 앞에는 ‘핵심 키워드’, ‘한 줄 공식’, ‘오늘의 체크리스트’ 등이 담긴 워크북 형식의 도입면이 배치됐다. 각 부의 제목도 ‘당신만의 선한 영향력을 구축하라’, ‘가난을 치료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라’, ‘당신의 약점을 브랜딩하라’, ‘위기를 성장의 발판으로 삼아라’ 등 자기계발서에서 접할 법한 문장으로 구성됐다. 독자는 성공 공식을 읽는 형식을 따라가면서, 그 공식이 어떻게 조립되고 복제돼 판매되는지를 마주하게 된다. 정무는 2023년 첫 장편소설 ‘맹인의 거울’을 출간했다. 이 작품은 미국 서평지 커커스 리뷰(Kirkus Reviews)에서 ‘GET IT’ 평결을 받았으며, ‘Kirkus Best Indie 2023’ 후보와 ‘IndieReader Approved’에 이름을 올렸다. 2025년에는 서간체 소설 ‘반성문’으로 문화체육관광부 중소출판사 출판콘텐츠 창작 지원 사업에 선정됐다.
  • “입금됐습니다” 전화에 ‘900억’ 날아갔다…신종 범죄에 난리 난 日

    “입금됐습니다” 전화에 ‘900억’ 날아갔다…신종 범죄에 난리 난 日

    최근 일본에서 금융 당국의 계좌 추적을 피하기 위해 현금 대신 금괴를 요구하는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23일 요미우리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 경찰청 집계 결과 금괴를 노린 사기 피해액은 지난해 약 58억엔(약 525억원)에 이어 올해 1~5월에만 45억엔을 기록했다. 최근 2년간 누적 피해액이 100억엔(약 900억원)을 넘어선 것이다. 최근 도쿄에서는 80대 여성이 경찰 등을 사칭한 범인들에게 속아 대만 국적의 20대 수거책에게 1㎏(약 2억원 상당)에 달하는 금괴를 넘겨주는 사건도 발생했다. 이 수거책은 “만난 적도 없는 사람으로부터 모바일 앱으로 지시받았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범죄 조직은 경찰이나 국세청 직원을 사칭해 “귀하의 계좌에 범죄 수익금이 입금됐다. 범죄에 악용됐으니 자금세탁을 해야 한다”며 현금을 금괴로 바꾸도록 지시한 뒤 수거책을 보내 받아 챙기는 수법을 쓰고 있다. 이런 수법의 범죄 증가는 최근 일본 주요 은행들이 경찰과 정보를 공유하며 불법 의심 계좌를 즉시 동결하는 등 금융권의 송금 감시를 대폭 강화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려는 범죄 조직의 의도에 더해, 최근 금 시세가 급등한 점도 금괴 사기 범죄 증가 요인으로 꼽힌다. 금괴 갈취 사기는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정부가 금괴 구입을 요구하는 일은 없다”며 주의를 당부하는 등 미국과 싱가포르 등에서도 잇따라 발생하고 있어 각국 수사 당국이 경계감을 높이고 있다. 국내선 피해자 고립시켜 돈 뜯어내는 ‘셀프 감금’ 기승“고립시키고 원격 대출까지…추적·피해 회수 어려워”국내에서는 보이스피싱 조직에 속은 피해자가 자신을 ‘셀프 감금’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군포에서 모텔을 운영하는 업주 A씨는 경찰 직통번호로 연락해 “젊은 손님이 혼자 대실을 하겠다는데, 휴대전화 2대에 유심을 갈아 끼우며 쓰고 있다”며 “보이스피싱 피해자 같기도 한데 조직원일 수도 있어 무섭다”고 신고했다. 곧바로 출동한 경찰은 모텔에 있던 20대 B씨를 확인, 보이스피싱 피해자임을 파악하고 계좌 송금 등을 막았다. 공무원인 B씨는 업무 중 서울중앙지검 검사를 사칭한 보이스피싱 조직원으로부터 “대포통장 사건에 연루됐다. 최대한 빨리 휴대전화를 새로 한 대 구입하고 가장 가까운 모텔에 투숙하라. 그리고 재산 증명이 필요하니 모든 계좌 잔고를 전송하라”는 지시를 받고 A씨 모텔을 찾은 상황이었다. A씨는 “피해가 의심되자 최대한 빠르게 막아야겠다는 생각에 직통번호로 신고했다”며 “범죄 피해를 예방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B씨는 “너무 무서웠는데 경찰과 A씨에게 감사하다”고 전했다. 지난해 대구에서 거주하는 20대 C씨 또한 ‘검찰 수사를 위해 협조가 필요하다’는 전화를 받고 대전의 한 모텔로 이동했다. C씨는 보이스피싱 조직으로부터 ‘그동안 살아왔던 일과 잘못한 일을 모두 반성문으로 써라’는 지시에 28일까지 A4 용지 10여장을 깨알 같은 글씨로 가득 채웠다. 현장을 찾은 경찰은 1시간이 넘도록 같은 피해 사례 등을 설명하며 C씨를 설득할 수 있었다. 이는 전형적인 ‘셀프 감금’ 수법이다. 셀프 감금 보이스피싱은 피해자 스스로를 모텔에 감금하게 해 고립시키고, 통화 원격제어 등으로 돈을 갈취당하는 신종 범죄다. 통장 잔고뿐 아니라 원격으로 각종 대출을 받게끔 한 뒤 이를 가로채기 때문에 피해가 크고, 고립된 상태라 용의자 추적 및 피해금 회수가 쉽지 않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기관은 전화로 수사를 진행하거나 특정 장소에 머물도록 지시하지 않으며, 외부와의 연락 차단이나 현금·골드바 구매를 요구하는 일은 절대 없다”며 “이런 요구를 받으면 즉시 전화를 끊고 112에 신고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 “미안하니까 아무한테도 말하지마”…친부가 12살 딸 성폭행

    “미안하니까 아무한테도 말하지마”…친부가 12살 딸 성폭행

    12살 딸을 성폭행한 40대 친부가 반성문을 24차례 제출하고도 혐의를 부인하며 항소했으나 2심에서도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형사1부(부장 이은혜)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42)씨의 항소를 기각하고 징역 10년을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 A씨는 2022년 9~10월 강원도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당시 12살이던 딸 B양을 안방으로 불러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범행 뒤에는 B양에게 “미안하다. 아무한테도 말하지 말라”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의 범행은 약 2년이 지난 뒤에야 드러났다. B양은 2024년 12월 A씨에게 신체적 학대를 당해 보호시설로 옮겨졌고, 이후 상담 과정에서 성폭력 피해 사실을 털어놨다. A씨는 일부 행위가 있었던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강간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 과정에서는 24차례에 걸쳐 반성문을 제출하며 선처를 호소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자녀가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보살필 의무와 책임이 있는데도 12살에 불과했던 피해자를 성폭행했다”며 “범행 방법과 내용, 피해자와의 관계 등을 고려하면 죄책이 매우 무겁다”고 지적했다. 이어 A씨가 피해자로부터 용서받지 못한 점 등을 고려해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A씨는 사실오인과 법리 오해, 양형 부당을 이유로 항소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2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당시 상황을 경찰 조사부터 원심 재판에 이르기까지 구체적이고 신빙성 있게 진술했다”며 “수사기관의 질문 취지를 이해하고 답변한 것으로, 진술을 번복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범행의 방법과 내용, 피해자의 나이와 피고인과의 관계 등을 고려하면 죄책이 매우 무겁다”며 “피해자가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겪었을 것으로 보이지만 항소심에 이르기까지 피해가 회복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 ‘장윤기 사건’ 조직적 증거인멸·은폐…‘윗선’ 개입했나 쟁점

    ‘장윤기 사건’ 조직적 증거인멸·은폐…‘윗선’ 개입했나 쟁점

    ‘광주 여고생 살해범’ 장윤기(23) 사건의 부실 수사·유착 의혹을 수사 중인 사정당국이 경찰 지휘부를 향해 전방위적인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사건 담당 강력팀장이 핵심 증거를 인멸한 혐의로 8일 밤 전격 구속된 데 이어 서장 등 지휘부 6명이 대기발령 조치되면서, 경찰 조직 차원의 ‘조직적 은폐 지시’를 밝히기 위한 수사가 본궤도에 올랐다. 9일 법조계와 경찰 등에 따르면 현재 최대 쟁점은 당시 수사팀장에 대한 윗선의 압박 여부다. 검찰이 이미 수사팀원과 장윤기의 부친(현직 경찰관) 간의 통화에서 “윗선에서 함구하라고 했다”는 취지의 음성 녹음파일을 확보한 만큼, 광산경찰서장 등 지휘 라인의 직접적인 개입과 묵인이 있었는지를 규명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구속기소 된 살인범 장윤기가 다음 주 예정된 재판을 앞두고 기습적으로 법원에 반성문을 제출한 사실이 알려져 공분을 사고 있다. 수사 단계에서는 단 한 차례도 반성하지 않던 장윤기가 부친과 경찰의 조직적 증거인멸 정황이 드러난 시점에 감형만을 노린 기만적 행위를 벌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피해자 고 이채원 양의 유가족들은 “가해자는 형량을 줄이려는 뻔뻔한 꼼수를 부리고 있다”며 법원에 엄벌을 탄원했다. 특히 이번 사건을 계기로 형법상 ‘친족 간 증거인멸 특례 조항’에 대한 폐지 여론이 전면에 부상했다. 현직 경찰관인 장윤기의 부친은 피해자의 혈흔이 묻은 차량을 운행하고 범행 동기를 입증할 리얼돌과 휴대전화 등 핵심 증거를 파손·소각했음에도, 가족이라는 이유로 처벌을 면하게 됐다. 유가족과 법조계는 “현직 경찰이 직무 지식을 악용해 사법 정의를 무력화한 독소 조항”이라며 입법 보완을 강력히 촉구하고 있어, 실체적 진실 규명을 가로막는 법적 허점을 둘러싼 사회적 논쟁은 더욱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 초등학생에 “사기꾼” 욕설한 교사…대법, 아동학대는 아냐

    초등학생에 “사기꾼” 욕설한 교사…대법, 아동학대는 아냐

    교사가 자신에게 큰소리치고 대드는 학생에게 부적절한 말을 했더라도 이를 곧바로 아동 학대로 처벌할 수는 없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초등학교 교사 A씨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지난달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법에 환송했다. 초등학교 담임교사로 일하던 A씨는 2019년 6월 체육수업 수행평가 과정에서 자신의 판정에 항의하는 학생에게 교실에서 “사기꾼”, “거짓말하는 애가 되지 말라”, “인생 그렇게 살지 말라” 등의 말을 하고 반성문을 쓰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A 씨는 같은 날 알림장 애플리케이션에 그 학생을 지칭하며 “거짓말을 그럴듯하게 꾸며서 자세히 울면서 억울하다면서 천연덕스럽게 하는 학생이 있습니다. 여러 사람이 봤다고 하는데도 끝까지 우기고 울면서 억울하다고 거짓말을 합니다”라는 글을 게시했다. 다음 날에는 학생의 부모와 통화한 뒤 학생을 불러 “너희 부모는 너 유치원 다닐 때도 난리였지? 아니 난리를 쳤겠지”라는 등 부모를 언급하며 훈계한 것으로 조사됐다. 1·2심은 이 같은 행위가 정서적 학대에 해당한다고 보고 벌금 200만원과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명령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학생의 행동이 다른 학생들의 학습권과 담임교사의 교권을 침해하는 수업 방해 행위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이어 A씨의 언행은 담임교사에게 인정되는 재량권 범위에서 이뤄진 교육적 조치로 볼 수 있으며, 아동의 인격을 직접적으로 비하하려는 목적이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당시 피고인이 피해 아동에게 보인 태도와 피해 아동의 성향, 그 발언과 게시행위의 정도와 태양 및 경위 등에 비추어 보면 그러한 행위들이 피해 아동의 인격을 직접 비하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교육적 조치 과정 중 피해 아동의 거짓말이 심각한 잘못이라는 점을 강조하다가 자신의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는 피해 아동을 따끔한 지적으로 진정시키려는 의도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 “구조적 문제 추적한 선관위 기획 돋보여… 다양한 의제 발굴을” [독자권익위]

    “구조적 문제 추적한 선관위 기획 돋보여… 다양한 의제 발굴을” [독자권익위]

    서울신문 독자권익위원회가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컨퍼런스하우스 달개비에서 제199차 회의를 열고 6월 한 달간의 서울신문 보도에 대해 논의했다. 회의에는 김춘식(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위원장을 비롯해 박경환(서울시 재무국장), 차윤주(연세드림세무회계 대표 세무사), 홍정석(법무법인 화우 GRC그룹장 파트너 변호사) 위원이 참석했다. 이명행(SK하이닉스 PR기획팀장·변호사), 이상은(고려대 대학원 미디어학과 석사과정·교사) 위원은 서면 의견을 냈다. 위원들은 서울신문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기획보도를 두고 구조적 문제를 집요하게 추적한 모범적인 기획이었다고 호평했다. 또 인터뷰이 발굴 능력이 돋보이는 시의적절한 인터뷰 기사와 현장성 있는 지역 정책 보도를 서울신문만의 강점으로 꼽았고 앞으로도 언론 산업 위기와 자산 양극화 등 구조적 의제를 지속적으로 다뤄 달라고 주문했다. 다음은 위원들의 주요 의견. 박경환 서울시 재무국장①작은 영화관 다룬 청년 기획 호평‘이건희 주치의’ 인터뷰 대상 탁월 6월 26일자 ‘청년, 지역의 내일을 만들다’ 기획은 문화 격차 해소를 위해 지역의 작은 영화관 사례를 중심으로 풀어내 다른 지방자치단체가 참고할 만한 기사였다. 정책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장의 사례를 담아낸 점이 인상적이었다. 5월 29일자 ‘낮엔 베테랑, 저녁엔 초보…성장통 거치는 로보택시’ 기사도 기술의 한계와 과제를 균형 있게 보여줘 신기술의 현주소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다. 6월 22일 박성국 기자의 ‘Vamos 월드컵’ 시리즈는 경기 승패만 보여주는 결과보다 현지의 팬 문화와 분위기를 전달해 현장 취재만이 줄 수 있는 강점이 잘 드러났다. 6월 29일자 월요인터뷰 ‘보건소로 온 이건희 주치의…“공공의료 새 모델이 마지막 소명”’ 기사는 이종철 강남보건소장이라는 인터뷰 대상 선정이 탁월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을 발굴해 철학과 정책 제언까지 담아내는 점이 서울신문 인터뷰 기사의 경쟁력이라고 생각한다. 차윤주 연세드림세무회계 대표②선관위 비판, 언론 감시 역할 신뢰‘비인기’ 여자 축구 다뤄 시야 확장 이번 달에는 ‘민주주의 망치는 선거관리위원회’ 기획 연재가 가장 인상 깊었다. 사건 발생 직후부터 칼럼과 오피니언, 또 기획이 종료된 이후 후속 보도까지 심층 기획을 연속 보도하면서 다양한 각도에서 문제를 분석했다. 독자 입장에서 언론이 감시자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다는 신뢰를 갖게 했다. 이번 기획을 계기로 다른 정부 기관에서도 비슷한 구조적 문제가 없는지 선제적으로 점검하는 보도가 이어졌으면 한다. 5월 29일자 ‘북한팀보다 못한 관심 씁쓸…이제 여자 축구 더 알려야죠’ 기사는 5월 중순에 경기가 종료된 이후 여자 축구 현장을 오랫동안 지켜온 박길영 감독 인터뷰로 비인기 종목의 구조적 문제를 짚었다. 특히 최근 월드컵 32강 탈락이라는 충격 때문에 독자들의 피로가 많은 상태에서 틈새를 파고든 ‘사이드잽’ 같은 기사라 한국 축구를 더 입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줬다. 유소년이나 여성축구 등 비인기 분야에서도 지변을 넓혀야 한다는 방향으로 시야를 넓혀준 좋은 기사였다. 오피니언면에서는 전경하 논설위원의 ‘고소득·저자산가에게 공정이란’, 황수정 논설위원의 ‘아무도 휘슬을 불지 않는다, 단타 공화국’ 등 자산 양극화를 다룬 칼럼들이 인상 깊었다. 현재 대한민국에 광풍처럼 불어닥친 자산과 관련된 구조적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해 주길 바란다. 홍정석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③재산등록제 방식 분석 흥미로워JTBC發 언론 산업 위기 다뤘으면 선관위 기획 시리즈는 단독 기사, 문제 구조 진단, 외부 통제 대안 제시 등 유기적으로 이어진 구성이 돋보였다. 기획 연재를 종료한 이후에도 ‘오류 알고도 덮은 전북 선관위…첫 보도 시점도 조작’ 등 추가 단독 기사를 이어가며 문제를 끝까지 추적하면서 독자들에게 ‘서울신문이 끝까지 물고 늘어진다’는 인상을 줬다. 6월 16일자 ‘수십만명 털어 비리 적발 0건… 말단 경찰들 잡는 재산등록제’ 기사는 통계에서 출발해 형식적인 행정 문제의 허점을 짚은 의미있는 보도였다. 단순 비판을 넘어 재산등록제라는 제도가 작동하는 방식 자체에 대한 분석이 흥미로웠다. 다만 최근 가장 큰 사건인 JTBC와 중앙그룹의 경영 위기 사태는 상대적으로 충분히 다뤄지지 않았다. 특정 기업의 사안을 넘어 유튜브 등의 영향으로 방송계 전체의 수익 모델이 약화됐다는 점, 언론계 전반의 구조적 위기와 성장 가능성 등 기획기사나 사설을 통해서라도 객관적인 시각에서 보도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을텐데 어떤 기사도 그런 문제를 지적하지 않아 아쉬웠다. 이명행 SK하이닉스 PR기획팀장④‘울릉 요양시설 폐쇄’ 후속타 기대인구포럼, 실질적 해법 모색 의지 6월 2일자 ‘울릉도 유일 요양시설 폐쇄 위기’는 서울신문이 2013년에도 보도했던 도서지역의 어려움이다. 15년이 지나도 지방에서 같은 문제가 반복, 방치돼왔다는 점을 드러내 의미 있었다. 지역 기반의 현장 취재를 통해야만 알 수 있는 사실이라 후속 보도를 이어가 주면 좋겠다. 6월 22일자 ‘소쿠리 반성문 쓰고도 못 고친 5대 실책’ 기사를 보고 지난 4년동안 서울신문이 사설과 칼럼 등을 통해 꾸준히 지적한 선관위 기사들을 찾아봤다. 당시 지적들이 지금 읽어도 그대로 유효할 만큼 정확하고 적절했다. 선거 관리 부실과 선관위의 책임성 문제를 장기간에 걸쳐 꾸준히 지적해온 덕분에 독자가 선관위의 자정 능력과 개혁 의지를 의심하게 됐다. 6월 22·24일자 ‘제4회 인구포럼’은 문제 제기에만 그치지 않고 실제 해법까지 모색하려는 의지가 돋보였다. 24일자 특별세션에서 10만원대 월세 지원, 마을방송을 활용한 돌봄과 소통 사례 등은 단순한 정책 소개를 넘어 지역 현실에 맞춘 생활밀착형 해법이라는 점이 인상깊었고 세부 정책 보도도 기대하게 만들었다. 이상은 고려대 미디어 석사과정⑤‘이 주의 법안’ 취지·부작용 잘 묶어재판 소원 쟁점 분석한 기사 눈길 6월 14일자 ‘상견례에 친오빠 목문신 어떡하죠?”…타투에 갈린 시선’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된 사연을 시작으로 사회적 시선과 통계까지 다뤘다. 시의적 갈등을 대중적인 문법으로 포착했다. 다만 기사가 ‘커뮤니티 사연’과 ‘후회·제거’라는 단면에만 초점을 맞춰 타투를 둘러싼 본질적인 법적·구조적 공백 문제는 깊이 다루지 않아 아쉬웠다. ‘주목, 이 주의 법안’ 시리즈는 한 주간 국회에서 대표 발의된 예비부모 지원강화법, 주민등록법 개정안, 형법 개정안의 취지와 내용을 간추렸다. 딱딱하고 어려운 국회의 법안 발의 소식을 일반 독자의 눈높이에 맞춰 사례와 부작용까지 유기적으로 묶은 일목요연한 구성이 돋보였다. 같은 날 ‘성폭행·장애인 이동권 새 기준 나올까…‘기본권’ 본격 검토하는 헌재 재판 소원, 쟁점은?’ 기사는 재판소원제라는 생소하고 전문적인 사법 제도의 정착 과정을 법조계의 흐름, 현직 판사·변호사 인터뷰 등을 통해 입체적으로 분석했다. 다만 기사 도입부로 던진 ‘장애인 버스 탑승권 사안’에 대한 구체적 설명이 기사 안에서 이어지지 않아 여전히 궁금증이 남는 기사였다. 김춘식 한국외대 교수⑥“보조금 증액” 교육청 행태 취재를국제면 기사, 출처 인용 정확해야 6월 10일자 이근면 전 인사혁신처장의 칼럼 ‘보고 있기 부끄러웠던 교육감 선거’, 진보 진영 교육감들의 정책을 정리한 ‘무상·민주시민 교육 진보의 바람 분다…AI 교육은 대세’ 등 교육 기사를 눈여겨봤다. 진보·보수 진영과 관계 없이 교육보조금을 늘려야 한다는 교육청의 이기주의적 행태를 짚어보면 좋겠다. ‘대한민국 생산적 금융 설계도’ 시리즈는 현장 르포와 인터뷰, 해외 분석, 포럼 기사가 섞인 기획으로 회차에 따라 저널리즘 성격의 편차가 크다. 익명 취재원을 통해 지적한 현장의 목소리가 특정 회차에만 치중돼 정부의 생산적 금융 프레임을 수용하고 확산시켰다는 아쉬움이 있다. 6월 22일자 ‘상처뿐인 브렉시트 10년…이별의 대가는 혹독했다’ 기사는 외신과 해외 자료를 간접 인용했다. 국내 언론이 국제 분야 기사를 작성하는 흔한 방식인데, 독자가 인용된 자료를 신뢰할 수 있도록 출처를 정확하게 밝혀주면 좋겠다.
  • [단독] ‘소쿠리 반성문’ 쓰고도 못 고친 5대 실책

    [단독] ‘소쿠리 반성문’ 쓰고도 못 고친 5대 실책

    4년 전 내부 진단 후속 조치 안 돼‘투표용지 부족’ 관리 실패 되풀이 2022년 대선 ‘소쿠리 투표’ 논란 직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파악한 부실선거 원인이 4년 뒤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서 판박이처럼 반복된 것으로 21일 파악됐다. ‘전국 수요 평균의 오류’, ‘시뮬레이션 부재’ 등 당시 지목된 핵심 문제를 바로잡지 못하면서 4년 전 작성된 ‘오답노트’는 무용지물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신문이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162쪽 분량의 선관위 혁신위원회 결과 보고서를 보면 혁신위는 20대 대선 직후인 2022년 4월 코로나19 격리자 사전투표 부실관리 사태를 자체 분석하며 ▲전국 평균에 의존한 수요 예측 ▲시뮬레이션 미비 ▲보고 없는 전결 처리 ▲선제 대응 실패 ▲선거 임박 인력난 등을 핵심 원인으로 꼽았다. 그러나 혁신위가 지목한 이 문제들은 이번에도 되풀이됐다. 소쿠리 투표 사태와 관련해 혁신위는 수도권 등 지역별 편차를 간과한 ‘평균의 오류’가 부실 관리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당시 수도권 격리자 투표 수요는 전국 평균 추산치의 두 배에 육박했지만 선관위는 전국 평균치를 기준으로 대책을 수립했다. 그 결과 서울 사전투표소 426곳 중 18.8%(80곳)만 오후 6시 30분 전에 투표를 마쳤을 만큼 격리자 등 사전투표 인파는 일부 투표소로 쏠렸다. 그러나 선관위는 이러한 교훈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12월 투표용지 인쇄 하한선을 기존 60%에서 50%로 낮추면서도 지역별 투표율 차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않았다.  결국 본투표율 50%를 넘기며 서울 송파·강남·서초·광진·동작구와 인천 연수구, 경기 화성시 등 전국 91곳에서 투표용지가 부족해졌다. 4년 전 지적된 평균의 오류가 다시 현실이 된 셈이다. 시뮬레이션 부재도 4년 전 지적과 다르지 않았다. 혁신위는 당시 보고서에서 “사전투표에 격리자 등 투표를 최초로 실시하면서 구체적 시뮬레이션이 미비하고 플랜B 강구가 부재하다”라고 썼다. 실제 조현욱 선관위 진상규명위원장은 지난 11일 “투표용지 부족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별도의 매뉴얼은 존재하지 않았다”고 했다. 돌발 상황에 대비한 안전장치가 4년 전이나 지금이나 마련되지 않았던 셈이다. 의사결정 구조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혁신위는 2022년 코로나19 격리자 특별관리대책이 위원장과 위원회 보고 없이 사무총장 전결로 처리됐다고 지적했다. 투표용지 인쇄 기준을 낮춘 결정 역시 지난해 12월 10일 사무총장과 24일 선거정책실장 전결로 처리됐고, 별도의 공식 회의는 거치지 않았다. 미흡한 현장 대응 역시 4년 전 지목된 문제점 중 하나였다. 혁신위는 당시 부실 사례를 인지하고도 임시기표소 운영 중단까지 약 20분, 공식 입장 표명까지 약 15시간이 걸렸다고 했다. 6·3 지방선거 당일 서울 송파구 현장에서는 오전 11시 40분쯤 무번호 투표용지 부족 가능성을 제기했지만 선관위는 최초 보고로부터 5시간가량이 지난 후에야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했다. 선관위 진상규명위원회도 지난 19일 조사를 마치고 노태악 전 위원장과 위철환 상임위원, 허철훈 전 사무총장 등 12명에 대한 수사 의뢰를 권고하면서 “상급위원회에 대한 신속한 보고체계가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고 했다. 4년 전 지적했던 보고체계 문제가 사실상 그대로였음을 재확인한 것이다. 혁신위가 지목한 인력난 문제도 여전했다. 당시 사전투표 관련 주요 업무를 맡은 상황반 3개 팀(선거상황팀·선거관리팀·선거운영팀) 구성원 12명 중 근무 기간 1년 미만 직원이 절반을 차지했다. 특히 사전투표 절차사무를 총괄하는 선거관리팀 주무관은 전원이 8개월 안팎 근무자로만 채워졌다. 혁신위는 “선거가 임박한 시기에 실무 인력이 교체돼 업무 파악 및 선거 준비에 필요한 충분한 시간 확보가 곤란했다”고 지적했다. 6·3 지방선거 직전인 지난 5월 말 기준 선관위 휴직자는 181명으로 정원(3034명)의 약 6%에 달해, 선거 때마다 반복돼 온 인력 공백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천 의원은 “선관위는 4년 전 스스로 만든 오답노트를 보고도 똑같은 실패를 토씨까지 재현했다”며 “자정능력을 완전히 상실한 선관위는 외부의 강력한 메스를 통한 전면 개혁 외엔 답이 없다”고 했다.
  • 미성년자 간음한 30대, 법정선 빌더니 반성문에 “억울”…실형 선고

    미성년자 간음한 30대, 법정선 빌더니 반성문에 “억울”…실형 선고

    미성년자를 간음한 30대 남성이 법정에서는 반성하는 척하다가 뒤로는 “왜 처벌받아야 하느냐”며 적반하장 태도를 보인 끝에 결국 실형을 선고받았다. 20일 법조계와 연합뉴스에 따르면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형사1부(부장 이은혜)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상 성 착취물 제작, 미성년자의제강간 혐의로 기소된 A(31)씨가 낸 항소를 기각하고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등에 7년간 취업제한 명령과 3년간 보호관찰 명령 등 보안처분도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A씨는 16세 미만 미성년자 B양을 5차례에 걸쳐 간음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중 한 번은 몰래 촬영한 혐의도 받는다. 1심 재판부는 “감수성이 예민하고 상처받기 쉬운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저지른 피고인의 범행은 반윤리적이고 죄질이 불량하며 불법성이 가볍지 않다”며 징역 4년을 선고했다. 1심 판결에 불복한 A씨는 항소심 법정에서 혐의를 모두 시인했다. 그러나 반성문에서는 ‘왜 내가 당했는데, 남자라는 이유로 처벌받아야 하느냐’ 등의 내용을 담으며 상반된 태도를 보였다. 이에 이 부장판사가 “법정에서는 잘못했다고 하다가도 구치소에 가면 억울한 마음이 드느냐. 너무 억울하다고 느끼는 듯한데 솔직한 마음을 얘기해달라”고 묻자, A씨는 “마음은 그게 아닌데 늘 약에 취해 있다 보니 제정신인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가 범행을 인정하며 반성하는 점, 폭력과 협박을 하지는 않은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 다만 피해자가 형사공탁금 수령을 거절하며 엄벌을 탄원하는 사정 등을 고려해 A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 대리기사 매달고 1.5㎞ 달려 숨지게 한 만취 30대… 징역 13년

    대리기사 매달고 1.5㎞ 달려 숨지게 한 만취 30대… 징역 13년

    法 “최소한 살인의 미필적 고의 인정돼” 만취 상태로 대리운전 기사를 차에 매단 채 운전해 사망하게 한 30대가 중형을 선고받았다. 대전지법 형사12부(부장 김병만)는 5일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A(35)씨에게 징역 13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11월 14일 오전 1시 30분쯤 대전 유성구 관평동의 한 도로에서 자신을 태우고 달리던 대리기사 B(60대)씨를 운전석 밖으로 밀쳐낸 뒤 B씨가 차량에 매달린 상태에서 1분 40여초 동안 운전해 B씨를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A씨는 B씨가 과속방지턱을 조심히 넘지 않아 불편했다는 등 이유로 격분해 B씨를 때리고 욕설하다 돌연 운전석 밖으로 밀쳐 운전대를 빼앗았고, 이후 차는 도로 연석과 중앙분리대 등을 여러 차례 들이받고 멈춰 선 것으로 전해졌다. B씨는 안전벨트에 걸려 머리 부위가 도로에 끌리고 부딪히는 등 약 1.5㎞를 매달린 채 끌려갔고 병원 치료 중 결국 숨졌다.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52%의 만취 상태였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운전자 폭행과 음주운전 혐의는 인정하면서도, 과도한 음주로 기억하지 못하는 ‘블랙아웃’ 상태로 살인의 고의가 없었다며 살인 혐의는 부인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미필적으로나마 살해할 의사가 있었던 것으로 보고 모든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범행 당시 완전히 기억하지 못한다는 사정만으로는 사망이라는 사실을 용인하지 않았다고 보기 어렵다”며 “최소한 살인의 미필적 고의는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고인은 상당한 양의 술을 마신 상태로 범행 당시 상황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했지만, 증거조사 결과 술에 상당히 취한 것을 넘어서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었다고 보기에는 어렵다”며 A씨의 심신장애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범행 사실을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고 주장하며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도 보이고, 피해자 유족과 합의를 못 했으며 유족들은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면서도 “심신미약 정도는 아니라 할지라도 술에 취한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이고 범행 기간 형사처벌 전력 없는 초범인 점을 유리한 양형 사유로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 판결에 대해 피해자 측 변호인은 “유족은 제대로 된 사과 한마디 듣지 못했는데 유불리 한 사정을 모두 참작해도 아쉬운 판결”이라며 검찰에 항소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A씨는 기소된 뒤 1심 판결이 나오기까지 법원에 14차례에 걸쳐 반성문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 [데스크 시각] MOU 반성문

    [데스크 시각] MOU 반성문

    “이날 산업통상자원부와 사우디 투자부는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한·사우디 투자 포럼’에서 26건의 계약·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협약별로 예정된 사업비만 조(兆) 단위에 달하는 대규모 협력 프로젝트로 모두 성사된다면 최대 수십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미국과 이란의 전쟁 중에 계속 MOU, MOU 하는 소리가 들린다. ‘Memorandum of Understanding’, MOU는 흔히 양해각서 또는 업무협약으로 해석된다. 보통은 우호적인 당사자들끼리 맺는 MOU를 서로 죽자고 싸우던 이들이 맺는다고 하니 아이러니하기도 하다. 생각난 김에 예전에 썼던 기사 중에 MOU와 관련된 게 어떤 게 있었나 찾아봤다. 우선 삼성전자와 SK매직이 MOU를 맺었다고 쓴 2021년 5월 기사가 보인다. 기자는 당시 MOU를 두고 ‘또 한 번 업계의 판이 흔들리고 있다’고 썼다. 같은 해 10월에는 ‘토스’가 ‘타다’를 인수하며 MOU를 체결했다는 기사를 썼다. 해당 기사 역시 MOU로 뭔가 좋은 일이 있을 것처럼 썼다. 그 밖에 다른 기사 중에 MOU가 유독 자주 나왔던 사례는 전임 대통령의 정상외교와 관련된 것들이 있었다. 맨 위에 언급된 산업부와 사우디아라비아의 MOU는 사우디 실권자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한·사우디 수교 60주년을 맞아 공식 방한했을 때 썼던 2022년 11월 기사의 일부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당시 최고의 예우를 보여 주겠다며 빈살만을 ‘한남동 관저’로 초청했는데, 실상은 전세계 최고 부호를 초대하기에 청와대에서 급하게 용산으로 이전한 대통령실이 너무 볼품없었기 때문이었다. 여하튼 필자는 위 기사를 쓰며 ‘사우디발(發) 제2의 중동특수가 본격화됐다’고 적었다. 이듬해 1월에는 윤 전 대통령이 아랍에미리트(UAE)를 국빈 방문했을 때 양국이 총 40건의 MOU를 체결했다고 쓰기도 했다. 필자는 현지에서 브리핑한 대통령실 고위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UAE가 “어떤 상황에서도 약속을 지키는 대한민국에 대한 신뢰로 300억 달러 투자를 결심했다”고 썼다. UAE 순방에서는 “우리의 적은 북한, UAE의 적은 이란”이라는 윤 전 대통령의 발언이 논란이 됐던 게 문득 기억난다. 3년여 전 ‘실언’이긴 하지만 지금 중동 정세를 보면 새삼 흥미롭게 보인다. 과거 썼던 MOU 기사를 다시 보니 ‘반성문’을 써야 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얼굴이 화끈거린다. 특히 당장 내일이라도 ‘중동특수’가 다시 올 것처럼 썼던 사우디, UAE 관련 기사들이 그렇다. 우리 기업의 노다지가 될 줄 알았던 네옴시티가 언제 건설될지, UAE의 300억 달러 투자가 언제 이뤄질지 모르지만, 현재로선 이번 중동전쟁이 끝나고 나서 따져볼 일이 됐다. MOU란 게 이렇듯 구속력도, 실효성도, 구체성도 없는 게 대부분이다. 신뢰를 바탕으로 맺는다지만, 지키지 않는다고 책임을 물을 일도 아니다. 그런데 미국과 이란은 이번 전쟁을 급한 대로 MOU로 마무리하려는 것 같다. 대략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하고 앞으로 두 달 동안 핵협상을 하고 제재도 일부 해제하는 내용인 듯한데, MOU를 맺은 다음날 호르무즈 해협에서 곧바로 폭발음이 들릴 수도 있겠다. 정상외교에서 맺는 MOU도 지키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하물며 적국끼리 맺는 MOU라면 당장 그다음날 깨진다고 해도 이상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 돌이켜 보면 MOU라고 쓰고 ‘휴지조각’이라고 읽는 경우도 허다하다. 글로벌 골칫거리가 된 전쟁의 당사자들이 맺는 MOU는 얼마나 오래갈 수 있을까. 기자가 되고 그동안 수많은 MOU 기사를 써왔지만, 이번 MOU만큼은 그대로 ‘받아쓰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 안석 국제부장
  • 안동 고교서 시험지 빼돌린 학부모·기간제 교사 항소심서 감형

    안동 고교서 시험지 빼돌린 학부모·기간제 교사 항소심서 감형

    대구지법 형사4부(성기준 부장판사)는 29일 고등학교에 상습적으로 침입해 시험지를 빼돌린 혐의(특수절도 등)로 기소된 학부모 A(50)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 4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3년 4개월을 선고했다. 함께 범행한 기간제 교사 B(30대)씨에 대해서도 징역 5년의 원심을 깨고 징역 4년 4개월에 추징금 3150만원을 선고했다. 이들은 2023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11차례에 걸쳐 A씨의 딸이 재학 중인 경북 안동 소재 모 고등학교에 무단 침입, 7차례에 걸쳐 중간·기말고사 시험지를 빼돌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범행을 도와준 대가로 B씨에게 16차례에 걸쳐 3150만원을 건넸으며, 그의 딸은 이 기간 유출된 시험지로 미리 공부해 고등학교 내신 평가에서 전교 1등을 유지했다. 이들의 범행은 학교 사설 경비 시스템이 작동하며 발각됐다. A씨와 B씨는 항소심 재판 기간 반성문을 재판부에 10∼20여 차례 냈다. 재판부는 “학교 시험과 행정 시스템을 훼손했고 공교육에 대한 신뢰를 근본적으로 흔든 범행”이라며 “다만 자신들의 잘못을 뉘우치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앞서 1심에서 이들의 범행을 도운 혐의(특수절도방조 등)로 기소된 해당 학교 행정실장(30대)은 징역 1년 6개월, 빼돌린 시험지로 공부한 뒤 시험을 치른 혐의(위계에 의한 업무방해)로 A씨의 딸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그러나 이들은 항소장을 취하하거나 내지 않았다.
  • 싸움 말리던 교사 눈 찌른 초등생…실명 위기에도 ‘무처벌’ [여기는 중국]

    싸움 말리던 교사 눈 찌른 초등생…실명 위기에도 ‘무처벌’ [여기는 중국]

    중국 한 초등학교 여교사가 학생들 싸움을 말리다 금속 핀셋에 눈이 찔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교사는 두 차례 수술을 받았지만 아직 시야가 흐린 상태로 실명 위기에 처했으나 가해 학생은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았다. 21일 중국 언론 신문방에 따르면 피해 교사 송모씨는 저장성 루이안시의 한 초등학교에서 17년째 영어 교사로 근무했다. 사건 발생일인 지난 1월 7일, 송씨는 쉬는 시간에 두 명의 6학년 학생(남1, 여1)이 교실과 복도를 오가며 싸우는 모습을 보고 이를 중재했다. 송씨는 “처음에는 싸움이 끝난 줄 알았는데 다시 복도에서 언성이 높아졌고, 남학생을 달랜 뒤 교실로 돌아왔고 함께 싸운 여학생은 따로 혼내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수차례 두 학생의 몸싸움이 계속됐고 여학생은 문을 세게 닫은 뒤 자리로 돌아갔다. 그제야 이 여학생에게 “싸움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훈육을 하는 찰나, 학생이 갑자기 선생님의 손을 때렸다. 황당한 교사가 “이제는 선생님도 때리냐”라고 묻자 학생은 “때릴 거다”라고 중얼거리며 달려들었다. 처음에는 송씨가 여학생을 진정시켰고, 나중에는 다른 남자 교사가 달려와 학생을 붙잡았지만 여학생의 흥분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다. 송씨는 “계속 내 오른쪽에 서서 나를 쳐다봤고 갑자기 손을 들어 나의 오른쪽 눈을 향해 휘둘렀는데 순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병원에서 조사한 결과 이물질이 안구를 관통해 안구가 파열된 것으로 밝혀졌다. 병원 진단서에는 우안 안구 파열상, 전방 출혈 등이 적혀 있었고 동료 교사에게 확인한 뒤에야 자신이 주먹이 아닌 금속 핀셋으로 공격을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도 여학생이 고의상해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법의학 감정 결과는 ‘경상 2급’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가해 학생이 만 14세 미만인 초등학교 6학년생이라는 점이다. 현지 공안국이 발급한 ‘행정처벌 불가 결정서’에 따르면 “학생이 금속 핀셋으로 교사의 오른쪽 눈을 찌른 것은 사실이나 미성년자이므로 행정처벌은 하지 않는다”라고 적혀 있다. 대신 훈계 조치와 반성문 작성 명령만 내려졌다. 해당 사건이 언론에 알려지자 학교 측은 그제야 “경찰이 법에 따라 사건을 처리했고 교사 의견을 존중해 향후 공인 기관에 장애 감정을 의뢰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교사의 합법적 권익을 최대한 보장하겠다”며 해당 학생에 대해 별도 조치를 취했고 학교 안전 관리 강화에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네티즌들은 “미성년자 보호법이 범죄를 저지른 미성년자를 위한 방패가 됐다”, “교사 눈을 찔렀는데 처벌이 없다는 게 말이 되나”, “그 학생 부모도 책임을 져야 한다”, “이런 아이를 제대로 교육하지 않으면 사회에서 더 큰 문제가 생긴다”며 분노했다. 일부는 “시대가 바뀐 만큼 미성년자 범죄 관련 법도 더욱 강하게 손봐야 한다”며 법 개정 필요성을 주장했다.
  • ‘캐리어 시신 유기’ 조재복 “죽을 줄 몰랐다”…첫 재판서 장모 살해 고의성 부인

    ‘캐리어 시신 유기’ 조재복 “죽을 줄 몰랐다”…첫 재판서 장모 살해 고의성 부인

    장모를 무차별 폭행해 살해한 뒤 시신을 여행용 가방에 담아 대구 신천에 유기한 사위 조재복(26)이 첫 재판에서 살해에 고의가 없었다는 주장을 펼쳤다. 21일 대구지법 형사13부(부장 채희인) 심리로 열린 존속살해 및 시체유기, 특수중감금치상 등 사건 첫 공판에서 조재복은 “때려서 사람이 죽을 거라고는 진짜 몰랐고, 장모님을 죽일 생각도 없었다”고 밝혔다. 짙은 올리브색 수의를 입고 법정에 들어선 조재복은 재판부의 질문에 적극적으로 답변하며 살해 의도가 없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앞서 그는 재판부에 이달에만 ‘살해 의도가 없었다’는 취지의 반성문을 세 차례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재복의 변호인도 존속살해, 시체유기 혐의는 인정했지만, 특수중감금치상 등의 혐의는 부인했다. 이를 두고 채 부장판사는 “사람을 계속 때리다 보면 ‘이러다 죽을 수도 있겠는데, 죽어도 어쩔 수 없지’라고 생각하는 게 미필적 고의”라며 “왜 아내에게 장모가 살아있는지 확인해달라고 했나”라고 질문했다. 이에 조재복은 “그 생각까지는 못 했다. 살아계시면 병원에 모셔가려고 했다”며 “아내가 ‘어머니가 숨을 안 쉬는 것 같다’고 말해 (위독한 상태라는 걸) 인지한 뒤 심폐소생술(CPR)을 하기도 했다”고 주장했고, 재판부는 그가 살인의 고의도 부인한 것으로 정리했다. 재판부는 조재복의 양형 기준을 정하기 위해 다음 공판에는 아내 A씨를 증인으로 불러 신문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한편, 조재복은 지난 3월 18일 새벽부터 대구 중구에 있는 오피스텔에서 함께 살던 장모를 손과 발로 폭행해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그는 범행 직후 장모의 시신을 세로 50여㎝·가로 40여㎝·두께 30㎝ 크기의 여행용 가방에 억지로 넣은 뒤 도보로 20분가량 떨어진 북구 칠성시장 인근 신천변에 유기했다. 숨진 장모의 시신이 담긴 가방은 약 2주가 지난 같은 달 31일 신천에서 발견됐다. 검찰은 범행에 가담해 함께 구속됐던 A씨의 시체유기 관여 혐의에 대해 불기소 처분하고 석방했다.
  • 조종사 동료 살인계획 김동환 첫 법정 출석…반성 없이 국민참여재판 요청

    조종사 동료 살인계획 김동환 첫 법정 출석…반성 없이 국민참여재판 요청

    항공사에서 함께 근무했던 동료 기장 6명을 살해할 계획을 세우고, 실제로 1명을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동환(49)이 19일 법정에 처음 출석했다. 부산지법 형사7부(부장 임주혁)는 이날 오전 살인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동환의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재판부는 당초 공판 기일을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국민참여 재판을 원한다는 김동환의 의사에 따라 준비기일로 절차를 변경해 진행했다. 준비기일은 재판에 앞서 쟁점과 증거관계를 정리하는 절차다. 피고인이 공판준비기일에 출석할 의무는 없지만, 김동환은 이날 연두색 수의를 입고 법정에 들어섰다. 법정에서 재판장이 인적사항, 국민참여재판 희망 여부 등을 묻자 김동환은 “네, 맞습니다”라고 짧게 답했다. 이날 김동환의 국선변호인은 김동환이 조종사 공제회에 면허 상실에 따른 상조금을 요청하고, 지급액이 작다며 소송을 제기했을 때 이 사건을 담당했던 변호사 1명, 과거 근무했던 항공사 기장 일부를 증인으로 신청했다. 김동환이 지난 3월 17일 전 직장 동료였던 항공사 기장 A씨를 흉기로 살해한 사실이 알려지자 다른 동료 기장들이 신변보호를 요청한 것과 관련한 사실 조회도 요청했다. 김동환은 현재까지 재판부에 반성문을 1건도 제출하지 않았다. 반면 김동환을 엄벌해달라는 탄원서는 56건 제출됐다. 김동환은 지난 3월 17일 오전 5시 30분쯤 부산 부산진구 한 아파트에서 옛 직장 동료였던 A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A씨를 살해하기 하루 전에는 경기도 고양시 한 주거지에서 다른 직장 동료 B씨에게 몰래 접근해 도구로 목을 졸라 살해하려다 실패하고 도주한 혐의도 있다. 김동환은 A씨 살해 직후 추가 범행을 위해 경남 창원에 있는 다른 직장 동료 C씨의 주거지를 찾아갔지만 실행하지 못하고 울산으로 도주했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김동환은 공군사관학교와 공군 조종사 출신 피해자들이 파일럿 출신이 아닌 자신을 조직적으로 음해하거나 불이익을 줬다고 여기면서 4명을 우선 살해하고, 상황에 따라 나머지 2명을 살해하려 한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국민참여재판 진행 여부를 검토하고, 오는 6월 16일 공판준비기일을 한 차례 더 진행할 예정이다.
  • 순천 이수초 학부모, 1년간 집단 따돌림 하소연 ‘행정심판 청구’

    순천 이수초 학부모, 1년간 집단 따돌림 하소연 ‘행정심판 청구’

    순천 이수초 학생이 전학 온 후 1년 동안 집단 따돌림을 당했지만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가 ‘학교 폭력 아님’ 결정을 내리자 학부모가 이에 반발해 최근 전남교육청에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학부모는 특히 학폭위 심의 과정에서 심의위원 중 한 명이 피해 학생에 대해 “일반 학생과 다르다”는 식의 악의적인 ‘장애인 프레임’을 형성했다며 중대한 인권침해를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3월 5학년 신학기 때 이수초로 전학 온 A군의 학부모에 따르면 같은 반 학생들에게 반복적인 배제와 조롱, 경멸적 언행 등 집단 따돌림이 학기 말까지 계속됐다. A군과 몸이 닿으면 손을 털거나 급하게 손을 씻는 행동을 하고, 같은 공간에 있는 행동을 피하는 등의 행위가 지속됐다. 심리적 고통을 가하는 집단적 괴롭힘의 형태가 지속되면서 A군은 극심한 불안감과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손톱을 물어뜯는 증상이 생겼다. 오히려 이 행위 때문에 더욱 심한 괴롭힘도 시작됐다. 심지어 지난해 11월에는 화장실에서 출입문을 밀고 나가려다 발로 세게 찬 문에 맞아 쓰러지며 머리를 바닥 타일에 부딪쳐 뇌진탕의 상해를 입는 사고도 발생했다. 이같은 집단 괴롭힘이 1년간 지속되면서 A군은 “학교 난간에서 떨어져 죽고 싶다”는 말을 여러 차례 반복할 정도로 극심한 정신적 트라우마를 겪었다. 현재까지도 우울증 약을 복용하고 있는 상태다. 신체적 폭행으로 확대된 ‘화장실 문 사건’이 터지자 그동안 보복성 집단 따돌림이 두려워 학교폭력 신고를 주저했던 부모는 그해 12월 같은 반 남학생 6명을 학교 폭력으로 신고했다. 부모는 이들 중 사과를 하고 재발 방지 약속을 한 학생 4명에 대해서는 학폭 신고를 취하했다. 이 중 2명은 현재는 집을 오가고 지낼 정도로 친하게 지내고 있다. 하지만 사과문을 작성한 학생들로부터 “집단 따돌림을 주도하고, 정도가 가장 심했다”고 지목된 B·C군은 전면 부인한 데 이어 A군을 학교 폭력으로 맞신고했다. 소변을 본 후 손을 씻지 않은 채 책상을 만지고, 침 묻은 손으로 자신들의 물건을 만졌다는 이유 등에서다. 지난 2월 순천교육청 학폭위는 A·B·C군에 대해 초등학생 수준에서 일상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갈등 이상의 학교폭력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 ‘학교 폭력 조치 없음 결정’을 내렸다. 이 과정에서 가해자 측 학생과 보호자는 A군에 대해 “장애가 있다”, “인지장애가 있다”는 취지의 허위 표현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A군의 부모는 “우리 아이는 장애 진단이나 관련 사실이 전혀 없음에도 가해자 측과 학폭위가 조직적으로 ‘이상한 아이’라는 인식을 씌워 집단 따돌림의 심각성을 단순 소통 문제로 축소·왜곡했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학부모 측은 “진정 어린 사과 한마디 받았으면 해결될 사안이었다”며 “담임의 생활지도 정황이나 반성문, 같은 반 학생들의 진술 자료가 있음에도 ‘사실로 보기 어렵다’는 부당한 결론에는 수긍할 수 없어 행정심판을 청구하게 됐다”고 눈물을 떨궜다. 이어 “아이들은 미성숙하기 때문에 순간적으로 잘못된 행동을 할 수 있는 만큼 특정 아이들을 낙인찍거나 과도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며 “다만 반복적인 배제와 신체적 장난이 누군가에게는 실제 큰 고통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교육기관이 제대로 바라보고 판단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 오물테러에 역협박까지…2차 범죄 양산하는 ‘텔레그램 대행소’[취중생]

    오물테러에 역협박까지…2차 범죄 양산하는 ‘텔레그램 대행소’[취중생]

    1994년 성수대교가 무너졌을 때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한 기자가 있습니다. 삼풍백화점이 무너졌을 때도, 세월호 참사 때도 그랬습니다. 사회부 사건팀 기자들입니다. 시대도 세대도 바뀌었지만, 취재수첩에 묻은 꼬깃한 손때는 그대롭니다. 기사에 실리지 않은 취재수첩 뒷장을 공개합니다. 흥신소, 심부름센터, 탐정사무소. 개인의 사적 의뢰를 맡아 해결해주는 업장들입니다. 2020년 신용정보법이 개정되면서 ‘탐정’이라는 직업이 제도권 안으로 들어왔지만, 여전히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빼내는 등 불법 행위가 만연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최근에는 불법 업소들이 텔레그램으로 본거지를 옮기면서 2·3차 범죄까지 발생하고 있습니다. 9일 경찰에 따르면 불법 사채업체에서 일하던 A(33)씨는 2024년 퇴사하면서 고객 대출 정보가 담긴 USB를 무단으로 반출했습니다. 사채업자 B(34)씨는 불법 사채를 신고당할까 봐 흥신소에 USB를 되찾아달라고 의뢰했죠. 그러자 흥신소 업자 C(31)씨는 A씨와 손을 잡고 해당 USB를 빌미로 B씨를 협박해 8000만원을 갈취했습니다. C씨는 또 텔레그램에서 신상을 유포하는 일명 ‘박제방’ 운영자 D(26)씨를 흥신소 직원에게 소개받아 B씨와 B씨의 배우자 사진 등 개인정보를 박제방에 올린 뒤, 이를 삭제하는 대가로 3000만원을 추가로 뜯어냈습니다. 이들이 피해자를 협박해 갈취한 돈은 총 1억 1000만원.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공갈 등 혐의로 A씨 등 4명을 구속하고 1명을 불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겼습니다. 최근 이처럼 흥신소 등에 의뢰했다가 2차 범죄가 파생되는 사례가 빈번해진 모습입니다. 경찰은 “흥신소 등을 이용한 개인 의뢰가 ‘불법이 불법을 낳는 행태’로 발전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흥신소에 불법 행위 해결을 사적으로 의뢰한 것이 오히려 협박·갈취 등 추가 범죄 표적이 된 것입니다. 또 박제방 운영자 D씨는 박제방 홍보를 위해 성적인 허위 영상물을 게시하고, 불법 자금 세탁 채널로 참가자들을 연결한 사실도 적발됐습니다. 특히 이들은 추적이 어려운 텔레그램의 익명성 뒤에 숨어 2차 범죄를 낳고 있습니다. 앞서 서울남부지검은 지난달 돈을 받고 타인의 집에 오물을 뿌리는 등 ‘보복 대행 테러’를 한 일당을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습니다. 이들은 텔레그램을 통해 의뢰를 받았고, 일당 중 한 명을 배달 플랫폼 외주 협력사에 상담사로 위장 취업시켜 개인정보를 탈취했습니다. 텔레그램 흥신소들의 ‘영업 방식’을 살펴보니 주로 불륜 조사, 통화 내역 추적, 복수하는 방법 등을 홍보하고 있습니다. 모두 불법이지만, 텔레그램에서 이들을 찾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습니다. 이들은 복수 방법 중 하나로 소액을 송금하고 보이스피싱 피해금이라고 신고해 계좌 이용을 막는 이른바 ‘통묶(통장 묶기)’을 안내하기도 했습니다. 또 타인의 신상을 올리는 ‘사신’이라는 이름의 박제방은 여성의 얼굴 사진과 핸드폰 번호 등 신상을 음담패설과 함께 올리고, 신상을 내리기 위해선 반성문을 쓰라고 지시하기도 했습니다. 방에는 불법 도박 사이트의 계좌 매입 광고나 대포폰 광고들이 게시되어 있었습니다. 타인의 신상이 불법 광고물 홍보 수단으로 사용된 셈입니다. 염흥열 순천향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텔레그램은) 서버가 해외에 있다 보니 법 집행 기관의 관할 범위를 벗어나 수사 협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한계가 있다”고 “수사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다각적인 대책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 [단독] 국제학교 학폭 264건… 학폭위 0회, ‘물고문’에도 피해자만 일반 학교로

    [단독] 국제학교 학폭 264건… 학폭위 0회, ‘물고문’에도 피해자만 일반 학교로

    2024년 제주의 한 국제학교에 입학한 A군은 동급생 B군에게 상습적으로 괴롭힘을 당했다. 머리를 툭툭 치고, 목을 조르고, 물건을 던지는 등의 행위가 반복됐다. 수영장에서 수업을 할 땐 ‘물고문’하듯 괴롭히는 일도 있었다. 학교와 교육청은 B군에 대해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고,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도 열리지 않았다. A군은 결국 제주의 일반 초등학교로 도망치듯 떠났다. 그러는 사이 B군은 해외로 유학을 갔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학폭위가 도입된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인가 국제학교 7곳에서 발생한 학교폭력 건수가 264건에 달했지만 학폭위는 단 한 차례도 열리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이 5일 교육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제학교가 문을 연 2010년부터 발생한 학폭 건수는 총 415건이었다. 2020년 이전까지 학교폭력 건수는 매년 10~20건에 불과했지만 2021년 54건, 2023년 56건 등 최근 들어 급증하는 추세다. 국제학교의 경우 학교폭력예방법의 적용을 받지 않아 사각지대에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학교폭력예방법은 초·중등교육법 제2조에 규정된 학교가 적용되는데, 일반 초·중·고는 물론 대안학교나 외국인학교까지 포함되지만 국제학교는 빠져 있다. 제주 소재 국제학교는 ‘제주특별법’, 기타 국제학교는 ‘외국교육기관법’에 근거하고 있다. 학폭위와 별개로 학교가 징계를 하지만 5일 미만 정학, 면담, 반성문 작성 등 경미한 처분이었다. 국제학교의 가해 학생은 대입에서도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 교육부는 “제주국제학교와 외국교육기관은 학교폭력예방법에 따른 조치 사항을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할 의무는 없다”고 밝혔다. 학폭위 등 강제력 있는 수단이 없다 보니 문제 제기 자체가 어려운 분위기도 있다. 고위 공직자나 재력가 자녀들이 다수 재학 중인 국제학교 특성상 피해 학생이 가해 학생 부모의 지위나 재력을 보고 위축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국제학교 학폭 피해 변호를 담당한 심규덕 법무법인심 대표 변호사는 “가해 학생이 대기업 오너의 손자여서 피해 학생의 부모가 무기력해지는 걸 봤다”고 전했다.
  • [단독] “초범이라” “반성해서”… 성착취범 절반이 풀려났다 [소녀에게,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단독] “초범이라” “반성해서”… 성착취범 절반이 풀려났다 [소녀에게,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피해자 고통보다 무거운 반성문?“나이 몰랐다” 인정받아 최저 형량“성착취물 유포는 안 해” 사유 참작피고인 가족 탄원서까지 감경 요인“가해자에게 맞춰진 사법 시스템 탓”법원은 왜 반성문에 관대한가가장 많은 감경 요인 ‘진지한 반성’초범·합의 공탁도 처벌 수위 낮춰집행유예 49%, 실형 평균 3년 9개월SNS 제한 등 재범 방지도 소극적로펌은 ‘가해자 모시기’ 경쟁“유리한 채팅 기록은 캡처해 둬라”“합의 최선, 공탁금 무조건 걸어야”‘감형 패키지’ 내걸고 가해자 대리꼼수가 판결의 잣대로 자리잡아 “피고인 가족이 선처를 구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 지난 1월 6일 오후 2시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 백모(33)씨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이 열렸다. X(옛 트위터)로 알게 된 13세 아동을 간음한 혐의였다. 피해 아동은 2차 성징이 막 시작된 나이였고, 또래보다 체구가 작았다. 검찰은 징역 13년을 구형했다. 이날에 앞선 공판에서 백씨 어머니는 발언권을 얻은 뒤 재판부를 향해 무릎을 꿇었다. 백씨 측은 피해자의 나이를 몰랐다고 주장했다. 피해자 가족과 연락이 닿지 않아 합의가 어렵다는 하소연도 늘어놨다. 재판부는 양형 기준과 감경·가중 요인을 길게 설명했다. 유독 ‘피고인’이라는 단어를 자주 입에 올렸다. 백씨가 받을 수 있는 형량 범위는 징역 3년 6개월에서 16년이었다. 선고는 3년 6개월.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재판부는 방청석의 백씨 어머니를 향해 “감경 요인을 최대한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피해 아동을 담당해온 성착취 피해 아동·청소년 지원센터 관계자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두 눈을 감았다. 백씨 측은 “형이 무겁다”며 항소했다. #솜방망이 처벌 법원은 온라인 성착취 범죄에 관대했다. 4일 서울신문이 2025년 1월부터 2026년 2월까지 선고된 1심 판결을 분석한 결과, 피고인 두 명 중 한 명꼴인 49.0%(206건 중 101건)가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실형이 내려진 99건의 평균 형량은 3년 9개월에 그쳤다. 아이들의 환심을 산 뒤 노골적인 성적 언사를 건네고, 유사성행위를 강요하고, 강간한 가해자들에게 내려진 처벌의 수준이다. 전종호 변호사는 가벼운 처벌의 이유를 감경 요인의 폭에서 찾았다. 피해 아동 측과의 합의, 진지한 반성, 피고인 주변인의 탄원이 모두 형량을 깎는 사유가 된다는 것이다. 미성년자의 성을 매수하고 성착취물을 제작·소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신모씨는 지난해 4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피고인의 아내와 부모, 처제와 처형 등 온 가족이 탄원서를 제출했고, 어린 자녀가 있다는 점이 형량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신씨가 2023년 11월과 12월 익명 채팅 앱으로 만난 아이는 14세였다. 대가는 성관계 한 번에 담배 한 보루. 4만 5000원이었다. #‘진지한 반성’이 뭐길래 감경 요인은 다양했다. ‘범행을 인정하고 진지하게 반성하고 있다’(87.9%)는 가장 자주 등장한 사유다. 피고인이 로펌의 도움을 받아 써낸 반성문 몇 장이, 아이의 평생을 바꾼 트라우마보다 무거웠다. ‘동종 전과가 없거나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초범’(77.2%), ‘피해자 측과 합의했거나 형사공탁금 등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을 했다’(54.4%)는 점도 주된 감경 요인이었다. ‘성착취물을 제작했지만 유포는 하지 않았다’(35.0%), ‘성착취 과정에서 강제력을 행사하지는 않았다’(17.0%)는 사유도 처벌 수위를 낮추는 데 영향을 미쳤다. 익명 채팅앱을 통해 알게 된 13세 아동을 한 달 넘게 그루밍한 김모씨는 피해자에게 몸에 음란한 문구를 적고 만나자고 요구했다. 넉 달간 피해자를 네 차례 간음하고 성희롱과 유사성행위 강요를 일삼은 김씨에게 법원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초범인 데다 반성하고 있고, 강제력을 행사하지 않았으며, 공탁금을 거는 등 피해 회복 노력을 했다는 점이 감경 사유였다. 가해자의 가족·지인·직장 동료가 써준 탄원서는 사회적 유대 관계가 양호하다는 판단의 근거가 됐다. 법원이 거론한 사유들은 피해 아동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피고인이 취할 수 있는 조치다. 정작 성착취로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고 살아야 하는 아이들의 목소리는 법정에 닿지 않는다. 피해 아동 가족들은 “사법 시스템 자체가 가해자에게 맞춰져 있다”고 토로한다. 법원의 관대함은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2024년 1~12월 판결을 분석한 보고서에서도 확인된다. ‘성착취 피해 아동·청소년 법적 지위 변화에 따른 법제도 운영 현황’ 보고서를 보면, 전체 373건 중 집행유예가 선고된 비율은 66.3%에 달했다. 감경 요인은 ‘진지한 반성’(83.2%), ‘형사처벌 전력 없음’(76.8%) 순이었다. 학계도 같은 진단을 내놓는다. 법은 피해 아동을 모두 보호 대상으로 보도록 바뀌었지만, 법원은 여전히 아이가 스스로 응했는지를 따진다. 19세 미만 피해 아동의 성매매 사건에서 ‘청소년의 적극적 유인’이 주요 감경 사유로 자리 잡은 것이 그 단면이다. 박상민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성매수자 및 알선업자에 대한 유의미한 처벌 강화 기조는 보이지 않는다”며 “피해 청소년을 처벌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도 여전하다”고 짚었다. 피해 청소년의 저연령화와 피해 노출 범위 확대도 분명한 흐름이라고 박 부연구위원은 덧붙였다. #15분 5만원, 1시간 20만원 법원은 가해자의 교화와 재범 방지에도 소극적이었다. 신상정보 공개 고지가 이뤄진 경우는 11건(5.3%), 보호관찰 명령이 내려진 경우는 14건(6.8%)에 그쳤다. 온라인 범행의 특성상 효과적 제재 방안으로 거론되는 소셜미디어(SNS) 사용 제한 조치도 16건(7.8%)에 불과했다. 가해자에게 관대한 분위기를 떠받치는 또 하나의 축은 로펌이다. 가해자들은 15분에 5만원(전화 상담), 1시간에 20만원(방문 상담)을 내면 성착취 사건 대응법을 안내받을 수 있다. 로펌들은 ‘감형 패키지’를 내걸고 가해자들을 대리한다. 기자가 한 로펌에 전화를 걸자 곧장 답이 돌아왔다. “죄를 인정하는 형태의 소감문이나 반성문은 필수적입니다. 향후 인생 계획서나, 과거에 얼마나 성실하게 살아왔는지도 써서 제출하셔야 합니다.” 이 조언은 ‘범행을 인정하고 진지하게 반성하고 있다’는 감경 사유와 그대로 맞닿는다. 통화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강제력이 없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려면 SNS 채팅 기록 중 유리한 내용을 모두 캡처해두라고 했다. 대가를 지급한 정황이 있으면 관련 증거도 따로 확보하라고 했다. 강제성이 있는 경우엔 피해자와의 합의가 최선이고, 피해자 의사와 무관하게 공탁금은 무조건 걸어야 한다는 말도 보탰다. 이런 정보는 가해자들이 모이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피해자와 합의할 때 주의점, 반성문의 적정 분량 등 이미 범죄를 저지른 뒤 재판을 받는 가해자들의 경험담이 오간다. 수사기관 조사 후기와 재판 준비 자료도 공유된다. 일부 경찰과 검찰의 시선도 여전히 왜곡돼 있다. ‘당할 만한 아이여서 그런 것 아니냐’는 선입견은 가해자를 ‘재수 없어서 걸린 사람’ 정도로 바라보는 관대함으로 이어진다. 피해 아동을 돕는 한 지역 지원센터 관계자는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에게서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고 했다. “그런 애들 도와준다고 뭐 달라지나.” 서울신문은 시리즈와 함께 온라인 성착취 징후와 대응법을 담은 인터랙티브 웹페이지를 개설했습니다. QR코드를 통해 각각 10대 자녀를 둔 부모용, 청소년 당사자용 가이드의 내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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