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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시각] 檢, 제 몫을 해야 한다/박홍기 사회부장

    [데스크 시각] 檢, 제 몫을 해야 한다/박홍기 사회부장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2009년 5월 위원장 시절 일본을 방문했을 때다. 방문 3~4일 전 방통위 산하 기관의 선발대가 도쿄에 도착하더니, 또 하루 이틀 전 방통위 직원들이 입국했다. 행사 진행을 챙기기 위해서다. 장관급 위원장이었지만 장관이 아니었다. 그 이상이었다. 귀국길 하네다 공항의 출입국 심사대를 거칠 때 경고음이 울렸다. 최 위원장의 허리띠 버클이 문제가 됐다. 일본 공항 직원이 매뉴얼에 따라 허리띠를 풀 것을 요구하자 소리쳤다. “나, 위원장이야.” 최 전 위원장에게는 항상 대통령의 멘토 중 멘토, 실세 중 실세라는 화려한 수식어가 붙어 다녔다. 영향력과 힘이 그만큼 막강했다. 그런 그가 4월 30일 한밤중 “뭔가 많이 잘못됐다.”는 묘한 메시지를 남기며 서울구치소로 향했다. 실세의 위세도, 40대 같은 정열도 찾아볼 수 없었다. 여느 피의자와 다르지 않았다. #또 다른 실세, ‘왕(王)차관’으로 불릴 만큼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핵심 실세인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도 결국 법망에 걸렸다. 박 전 차관은 MB(이명박) 서울시장 시절 정무국장으로 일하다 집권 이후 실세로 등장했다. 그동안 SLS그룹 이국철 회장의 술접대 로비 주장, 아프리카 카메룬 다이아몬드 광산 개발과 관련된 CNK 주가 조작, 민간인 불법사찰 및 증거인멸 등 굵직굵직한 사건 때마다 끊임없이 이름이 거론됐다. 그러나 막상 검찰의 수사는 의혹 하나 확실하게 규명하지 못했다. 검찰 안팎에서 “검찰의 무능이냐.”, “봐주기냐.”라는 비아냥 섞인 비난이 나왔던 이유다. 그러다 복합유통센터인 파이시티 인허가 청탁 대가로 1억 7000만원 정도를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최 전 위원장의 구속 수감은 5월의 시작을 알렸다. 정권 말기의 이른바 권력형 비리 사건의 신호탄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 시절부터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빠짐 없이 대통령 가족이나 측근에서 부정 비리가 터져 감방 신세를 져야 했다. 1997년 5월 17일 당시 김영삼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 2002년 5월 18일 김대중 대통령의 3남 홍걸씨, 6월 21일 차남 홍업씨가 구속됐다. 2007년 5월은 넘어갔지만 2년 뒤인 2009년 5월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은 부엉이 바위 위에 섰다. 5년마다 반복되는 정권교체의 불행한 고질병 같다. 5월의 저주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듯싶다. #“이럴 줄 알았다.” 자조적이고 짜증 섞인 불평들이 곳곳에서 쏟아지고 있다. 떠도는 소문 속에 “설마” 하며 심증만 갖다 실체를 드러내는 의혹에 황망해하는 분위기다. 심화되는 정치 불신은 말할 나위도 없다. 막스 베버가 ‘권력은 상대방의 저항에도 불구하고 뜻을 관철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라고 정의했지만, 법의 테두리를 넘어서는 권력은 분명 법을 얕보고 조롱하는 것과 다름없다. 법의 범주에 있지 않는 한 부정과 비리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5년을 주기로 교도소의 담장 위를 아슬아슬하게 걷는 실세들도 적지 않았지만 여전히 학습효과는 없다. 경각심조차 내팽개친 격이다. 착잡하다. #검찰을 다시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실패한 정권은 투표로 단죄할 수 있다지만 비리 권력층의 죗값은 검찰의 칼로써 물을 수밖에 없는 까닭에서다. 해 넘어가는 권력만이 아닌, 살아 있는 권력에 ‘정의의 여신’ 디케의 칼을 휘두르며 검찰권을 발휘했으면 하는 게 더 큰 바람이다. 검찰은 최 전 위원장과 박 전 차관 등의 부패와 비리가 어제가 아닌 훨씬 이전, 정권 초기부터 움텄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뒷걸음치거나 미적거리지 말아야 한다. 냉정한 제도적 접근이 필요하다. 일찍이 살아있는 권력을 겨냥, 칼춤(劍舞)을 췄더라면 잔인한 현재의 5월을 맞지는 않았을 것이다. 편파·표적 수사라는 반발, 정치 검찰이라는 오명도 나름대로 씻을 수 있을 것이다. 검찰은 “성역 없이”, “나오는 대로” 한다는 수사 원칙을 상시 체제로 돌려 거악(巨惡)을 수시로 척결, 엄격·엄정한 사회적 기풍을 닦는 데 제대로 한몫을 해야 한다. 정말 5년 뒤 또다시 같은 일을 보고 싶지 않다. hkpark@seoul.co.kr
  • 한·미 北핵실험 대응책 본격착수

    한국과 미국이 북한의 핵실험에 대비한 대응책 마련에 착수했다. 1일 정부 당국에 따르면 한·미 양국은 북한의 3차 핵실험이 임박한 것으로 보고 이를 사전에 막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는 동시에 사후 대책에 대해서도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 한·미 양국은 앞서 지난달 26·27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제1차 한·미 통합국방협의체(KIDD)에서 북한의 3차 핵실험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보고 북한의 핵 시나리오에도 공동대응해 나가기로 했다. 유엔 산하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기구(CTBTO)도 북한 핵실험에 대비한 24시간 감시 체제를 가동하기 시작했다. 이와 관련, 임성남 외교통상부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은 2일 중국을 방문한다. 3~4일 중국 베이징에서 미·중 전략경제대화에 앞서 이뤄지는 중국 방문을 통해 임 본부장은 북한의 핵실험을 저지하기 위한 중국의 적극적인 역할을 요청하는 한편 핵실험 이후의 대북 제재 공조 방안 등도 집중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와 미·일 정상회담을 가진 뒤 공동기자회견에서 도발과 보상이 반복되는 대북정책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의 도발이 계속된다면 “더 강력한 제재가 이뤄질 것”이라고 거듭 경고했다. 북한은 2006년과 2009년 과거 두 차례 플루토늄을 이용한 핵실험을 했으나 이번에는 고농축우라늄(HEU)을 이용한 핵실험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은 군사적, 기술적으로는 당장에라도 핵실험을 할 수 있으며, 정치적인 판단만 남아 있다.”고 말했다. 우리 군은 북한의 도발에 대비해 1~3일 전군 각 부대를 대상으로 불시 군사대비 태세 점검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하종훈기자·워싱턴 김상연 특파원 artg@seoul.co.kr
  • [고규홍의 나무와 사람이야기] (76) 경북 구미 농소리 은행나무

    [고규홍의 나무와 사람이야기] (76) 경북 구미 농소리 은행나무

    농촌 마을에 봄이 깊어지면 농부는 유쾌함이 동반된 분주함으로 몸과 마음이 설렌다. 못자리를 살피고, 볍씨를 파종하는 농부의 손놀림이 한창 바쁘다. 길가에 줄지어 서서 꽃 피운 벚나무는 어느새 가지마다 연초록의 잎사귀를 한가득 돋웠고, 하얀 꽃잎은 봄눈이 되어 흩날린다. 농촌의 분주함은 길가의 낮은 둔덕에 아무렇게나 솟아오른 쑥을 캐는 할머니들의 손길에서도 느껴진다. 쌉싸름한 쑥개떡이라도 쪄 먹으려면 다 자라 쇠기 전의 여린 쑥을 뜯어야 한다. 환한 꽃으로 밝아온 농촌의 봄이 깊어지면서 마을의 풍요를 바라는 사람의 마음도 만개한다. 나무에 깃들어 살아가는 농촌의 봄은 그래서 햇살뿐 아니라, 사람들의 표정까지 한없이 밝다. ●해마다 찾아오는 정체불명의 일본 노인 낙동강변의 풍요로운 농촌 마을 경북 구미 옥성면 농소리. 마을 회관 앞 도로변의 낮은 둔덕 풀밭에 마을 노인들이 쑥을 캐러 나와 앉았다. 노인들의 굽은 어깨너머로 하늘을 찌를 듯한 기세로 솟구쳐 오른 한 그루의 큰 나무가 바라다보인다. 마을 회관 지붕에 놓인 대형 스피커에서는 ‘봄 노래’가 쉼 없이 흘러나온다. “나무 앞의 간판에는 저 나무를 400살이라고 해놨지만, 그건 잘못된 거야. 실제 나무의 나이는 1000년도 넘었어. 내 고조부 때부터 그렇게 이야기했고, 마을 사람들이 모두 그렇게 알고 있지.” 이 고장에서 태어나 군대 생활 몇 년 빼고는 마을을 떠난 적이 없다는 토박이 이성록(74) 노인은 나무를 이야기하려면 먼저 나이부터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한다. 누가 언제 심은 나무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적어도 400살이라고 쓰인 문화재청 안내판의 나이는 틀렸다고 단언한다. “어떻게 우리 나무를 알았는지, 일본 후쿠시마에 산다는 팔순 노인이 몇 해째 거푸 찾아왔어. 그 사람 말이 재미있어. 옛날 중국에서 매우 큰 은행나무의 자손으로 자란 암수 한 쌍의 은행나무가 있었다는 거야. 그 나무 중의 딸 나무가 바로 우리 은행나무고, 아들 나무인 수나무는 일본에 있다는 거지. 그러니까 일본 나무와 우리 나무가 남매라는 거야.” 지난해 가을에도 몇 사람의 동반자와 함께 찾아와서 한참 동안 나무만 바라보고 돌아갔다고 한다. 자신의 신분과 나무를 찾아온 목적을 또렷이 밝히지 않아 처음엔 그냥 관광객 정도로만 보았는데, 세 차례나 반복되는 그의 방문은 예사로이 여길 수 없었다고 한다. 전설을 뒷받침할 만한 어떤 문헌이나 증거도 없다. 곁에서 쑥을 캐며 이야기를 듣던 할머니들도 그 일본 노인의 태도가 대단히 진지했다고 덧붙인다. ●안녕을 기원하는 시월 동고사 그럴 수도 있고, 전혀 근거 없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 어느 쪽이 맞는지를 증명할 자료는 없다. 그러나 마을에서 오래도록 전해온 이야기나 일본 노인의 이야기가 모두 나무의 나이를 1000년 넘게 본다는 주장이다. 1970년에 문화재청은 구미 농소리 은행나무를 천연기념물 제225호로 지정하면서 나무의 유래는 정확히 알 수 없다고 전제했다. 전문가의 조사를 바탕으로 문화재청은 마을 근처의 지명 가운데에 ‘바윗골 절터 양지’라는 표현이 있어서 나무 곁에 절이나 장터가 있었고, 나무는 절집과 관계있을 것이라고 했다. 덧붙여 나무의 나이를 400살 정도 된다고 했다.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와 큰 차이를 보이는 결과이지만, 식물학적 생육상태로는 400살쯤으로 보인다는 이야기다. 지금 나무의 키는 21.6m, 줄기 둘레는 11.9m다. 이 정도면 우리나라의 모든 은행나무를 통틀어 무척 큰 나무에 속한다. 하지만 이 정도 규모의 나무가 1000년을 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결론이다. 그러나 어차피 나무의 나이를 정확히 측량할 어떤 근거도 없는 이상 마을 사람들의 말을 비과학적이라고 무시할 수만은 없다. 정확한 수령의 측정보다 마을의 살림살이를 지키며 살아가는 나무의 현재적 의미와 가치가 더 중요한 까닭이다. “시월 상달에 처음 드는 오(午)일에 동고사(洞告祀)를 지내지. 마을에서 제일 깨끗한 사람을 제주로 정하는데, 제주가 되면 몸을 더럽힐 일을 피하느라 바깥출입도 금하면서 제사를 준비해야 해. 옛날에는 집집이 쌀 한 되씩을 갹출해서 제수를 준비했는데, 요즘은 현금으로 40만원쯤 모아서 제수를 준비하지.” 15년 전쯤에 동고사를 지내지 않고 해를 넘겼던 적이 있다고 한다. 그러자 마을에 흉한 일이 빈발했다. 예상치 못한 사고가 생기는가 하면, 젊은 사람이 몹쓸 병에 걸려 쓰러지기도 했다. 궁리 끝에 다시 동고사를 올렸고 마을엔 평화가 돌아왔다고 한다. 이 은행나무가 마을 사람들의 안녕과 평화를 지켜주는 수호목으로서의 의미로 살아왔음을 증명하는 대목이다. “가을엔 단풍이 아주 좋지. 열매가 많이 맺혀서 냄새도 대단해. 해거리를 하기 때문에 그 양이 들쭉날쭉한데, 잘 열리는 때에는 다섯 가마 정도를 거두지. 그걸 내다 팔아서 동고사 지내는 비용에 보태.” ●앞으로도 천년의 세월을 살아야 할 나무 긴 세월 속에 정확한 나이를 잊은 한 그루의 커다란 은행나무. 사람이 닿을 수 없는 하늘 끝에 나뭇가지를 내걸고 마을의 살림살이를 화평하게 지켜온 나무다. 1000살이든 400살이든 말없이 사람의 마을을 지켜온 것처럼 앞으로도 수굿이 제자리를 지킬 것이다. 마을 어디에서라도 하늘을 바라보면 반드시 눈길에 걸리는 한 그루의 나무를 사람들은 언제까지라도 삶의 지킴이로 기억할 것이다. 파릇이 새잎 돋우고 늘어진 가지들이 지어낸 나무 그늘의 평화가 그지없이 아름답다. 글 사진 구미 고규홍 나무칼럼니스트 gohkh@solsup.com ▶▶가는 길 경북 구미시 옥성면 이곡1길 10(농소리). 중부내륙고속국도의 상주나들목으로 나가 낙동강을 따라 이어지는 낙동대로를 타고 선산 대구 방면으로 간다. 10㎞ 남짓 가면 낙단교차로가 나온다. 오른쪽 도로로 빠져나가서 낙단대교 아래를 지나 700m 뒤에 이어지는 교차로에서 오른쪽 도로를 이용한다. 국도 59호선을 이용해 6.3㎞ 직진하면 농소2리 마을회관이 나온다. 도로 위에서 마을회관 뒤편으로 높지거니 솟아오른 나무가 먼저 보인다. 나무 곁에 자동차를 세울 공간이 없으니 회관 앞 도로 옆에 주차해야 한다.
  • [18일 TV 하이라이트]

    ●환경스페셜(KBS1 밤 10시) 서식지를 빼앗긴 호랑이와 밀렵으로 생사의 기로를 넘나드는 물개, 관광수단으로 전락한 코끼리, 온난화로 굶주린 북극곰까지. 사는 곳도, 종도 다르지만 이들은 모두 위기에 처해 있다. 벼랑 끝에 선 이들은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생명체이다. 그러나 인간은 이들을 위기에 몰아넣었다. 이제 동물들에게 우리의 도움이 필요할 때다. ●적도의 남자(KBS2 밤 9시 55분) 괴로워하는 선우(엄태웅) 앞에 나타난 문태주는 자신이 아버지라고 밝힌다. 그렇게 태주와 함께 한국을 떠난 선우. 시간은 흘러 13년 후, 수미는 극사실주의 화가로, 지원은 호텔리어로, 장일은 유능한 검사로 살아가던 어느 날. 용배는 사라졌던 선우로부터 뜻밖의 연락을 받는다. 그리고 긴장한 장일과 용배는 선우를 만나러 간다. ●더킹 투하츠(MBC 밤 9시 55분) 재하와의 접견을 마친 봉구. 재하에게 선물을 건네지만 자신의 의도와는 다른 반응을 보이는 재하의 모습에 기분이 상하고, 계획을 바꿔 왕실에 거액을 기부하겠다는 뜻을 밝힌다. 한편 재강을 기리는 추모공원이 조성되는 가운데 공사현장에서 수상한 물체가 발견된다. 시경은 열심히 공부 중이던 항아를 찾아가는데…. ●옥탑방 왕세자(SBS 밤 9시 55분) 여 회장의 가족이 집들이차 방문한다. 박하는 왕세자 이각이 용태용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게 된다. 태무의 아버지 용동만은 태무에게 강제적으로 선을 보라고 하고, 여 회장은 세나에게 태용과 만나 보라며 적극 후원하겠다고 한다. 한편 박하 또한 선자리가 마련되어 왕세자와 3인방과 함께 쇼핑을 나선다. ●달라졌어요:고부가 달라졌어요(EBS 밤 7시 35분) 아내는 큰소리로 남편을 향해 불같이 화를 낸다. 남편은 작은 목소리로 그저 웃기만 하거나 회피하기 일쑤다. 55년의 시간을 함께했지만 아직도 불협화음인 황혼부부. 완전한 사랑을 이루어 가야 할 시기에 반복되는 전쟁과 냉전은 이들을 더 지치게 만들 뿐인데…. 황혼부부를 위한 특별한 솔루션이 시작된다. ●나는 전설이다(OBS 밤 11시 5분) 중년계 차도녀 김청과 화끈한 들꽃 같은 여인 김혜정이 함께한다. 어울릴 듯 어울리지 않는 두 여인은 알고 보니 미인 대회 동기라고 털어놓았다. 그리고 보이는 것과 다른 모습을 품고 있는 두 여인은 진정한 푼수가 무엇인지 선보인다. 한편 촬영 도중 똥물 먹은 김청의 사연과 전원일기 촬영 중에 밥만 먹은 사연도 공개한다.
  • 층간소음 민원 3배↑… “상담받고 해결책 찾으세요”

    층간소음 민원 3배↑… “상담받고 해결책 찾으세요”

    국민의 65%가 공동주택에서 생활을 할 정도로 주거환경이 변화됐다. 그러나 아파트나 연립 등 공동주택은 생활의 편리함을 가져왔지만, 불편함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높다. 특히 층간소음은 사회문제가 된 지 오래다. 환경부 관계자는 15일, 최근 5년간 공동주택 층간소음으로 인한 민원이 3배 이상 급증했다고 밝혔다. 층간소음 문제는 단순히 민원을 넘어서 이웃 간 몸싸움으로까지 번져 경찰이 출동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때론 분쟁조정 신청으로 이어지지만 당사자 문제로 치부될 뿐 속시원한 해결책은 없는 상황이다. 정부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갈등을 사전에 조율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우선 수도권에 층간소음 전문 상담센터를 마련해 시범 운용에 들어갔고, 올해 하반기에는 전국 권역별로 확대한다는 복안을 세웠다. ●층간소음 분쟁… 해결 사례 찾아보기 힘들어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H아파트 7층에 살고 있는 회사원 김범운(44)씨. 요즘 위층에서 나는 소음 때문에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라고 하소연한다. 한달 전 위층에 비슷한 연령의 부부가 이사를 온 이후부터 하루도 편할 날이 없다. 위층에는 운동(축구부)을 하는 중학생 아들이 있는데 시도 때도 없이 실내에서 공을 가지고 놀아 고스란히 아래층에 소음이 전달된다는 것. 여러 차례 항의도 했지만 부모들은 ‘아이에게 주의 시키겠다.’는 말뿐 시간이 지나면 마찬가지라고. 매번 싸울 수도 없고 이제 지쳐 이사갈 준비를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서울 관악구 봉천동 K아파트에 사는 주부 심영숙(50)씨. 얼마 전 위층에 사는 사람들과 심하게 다퉜다고 한다.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그는 늦은 밤 귀가해 잠자리에 들려고 하면 위층에서 들리는 소음으로 잠을 설치기 일쑤다. 매일 반복되는 일에 더이상 참지 못하고 항의 방문했더니 “내집에서 내가 소리내는데 웬 간섭이냐.”고 핀잔을 줘 한바탕 싸움을 벌였다는 것이다. 위층 부부는 개인사업을 하는 사람들로 늦둥이 아들(3)이 하나 있는데 낮에는 유아원에 맡겼다가 밤 늦게 귀가할 때 데려온다는 것. 낮시간 함께 못한 것을 만회라도 하려는 듯 자정 넘어서까지 참기 힘든 소음을 낸다는 것. 장난감 던지는 소리, 청소기와 세탁기 돌리는 소리 등 한밤중에 집안 일을 하는 통에 성인군자라도 참기 힘들 것이라고 볼멘소리를 했다. ●센터 개설 한달 만에 상담 건수 1100건 넘어 이처럼 층간소음 문제로 속앓이를 하는 사람이들이 많지만 해결책을 기대하기란 힘들다. 분쟁 조정을 신청한다 해도 해결된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대표적인 층간소음은 위층에서 나는 걷는 소리, 어린이가 뛰는 소리 등인데 불규칙적이어서 유해소음이란 판단을 내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이웃들 간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발벗고 나섰다. 환경부는 지난달 15일 한국환경공단 내에 ‘이웃사이 센터’(1661-2642)를 개소하고 시범 서비스에 들어갔다. 분쟁으로 이어지기 전 상담서비스를 통해 해결방안을 모색하자는 취지다. 필요시 전문가들과 함께 현장에 출동해 소음 발생원인을 정밀 진단하기도 한다. 센터 관계자는 15일 현재 상담 건수가 1100건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이 중 250여건은 현장 측정과 진단이 필요한 경우로 분류됐다. 상담이 폭주하고 때론 건당 1시간 이상 상담을 하는 경우도 많다. 상담센터 김영성 대리는 하루 종일 상담하다 보면 파김치가 될 지경이라고 하소연했다. 그는 “전화와 e메일을 통해 상담 건이 밀려든다.”면서 “뚜렷한 해결 방안을 제시하기보다 이해와 배려를 당부할 수밖에 없는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올해 말까지 층간소음 기준 강화… 상담소 전국 확대 상담건 중에는 아래층에서 보복 소음으로 위층이 피해를 보는 사례나, 이웃끼리 싸워서 경찰까지 개입된 경우도 많다고 귀띔했다. 환경부 주대영 생활환경과장은 “센터가 개설됐다고 해서 문제가 일시에 해결될 것으로 생각되진 않지만, 향후 정책보완 등을 통해 합리적 해결 방안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올해 말까지 층간소음 기준(주간 55㏈, 야간 45㏈)을 현실에 맞게 재조정하고, 상담소도 전국 권역별로 확대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공동주택의 층간소음 갈등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보다 강력한 규제 항목을 정해 의무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2년 전부터 시민단체 주도로 층간소음 규제 항목을 마련해 의무화할 것을 국회에 건의했지만 전혀 진전이 안 되고 있다. 글 사진 유진상기자 jsr@seoul.co.kr
  • 선거사무소 앞 욕설·격려 난무…김용민 “완주하겠다”

    선거사무소 앞 욕설·격려 난무…김용민 “완주하겠다”

    서울 노원구는 6일 온종일 들썩거렸다. 김용민 민주통합당 후보의 ‘막말’ 파문이 나흘째를 맞은 가운데 공릉역 근처에 있는 김 후보의 선거사무소 주변에는 아침부터 시위가 줄을 이었다. 피켓을 든 1인 시위도 있었고 수십명이 몰려와 김 후보와의 면담을 요구하며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김 후보의 노인 폄하 발언에 분개한 지역 노인회와 안보단체협의회 회원 20여명은 선거사무소 앞에 모여 “패륜아 김용민 자폭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김용민 너도 욕하는데 우리도 욕 좀 하자.”며 한바탕 욕설을 쏟아내는 회원도 적지 않았다. 항의시위만 있었던 건 아니다. 김 후보 지지 모임인 ‘정봉주와 미래권력들’(미권스) 회원들도 김 후보 선거사무소를 찾아 “쫄지 마, 김용민!”을 외쳤다. 당연히 양측의 ‘충돌’도 뒤따랐다. 한 보수단체 대표가 ‘국회가 포르노방송국? 발정난 더러운 돼지 닥치고 사퇴해’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김용민은 후보 자격이 없다.”고 외치자 지지자들은 “새누리당은 더 자격이 없다.”고 맞받아쳤다. 지지자들과 반대론자들의 날선 공방이 종일 이어졌다. 선거사무소 안이라고 다를 게 없었다. 전화통이 불났다. 비난 전화, 지지 전화가 빗발쳤고 그때마다 곳곳에서 언쟁이 벌어졌다. 김 후보의 사퇴를 요구하는 전화에는 “김용민이 아닌 MB(이명박)·새누리당을 심판해 달라.”며 운동원들이 언성을 높였다. 절대 사퇴하지 말라는 지지 전화에는 상기된 목소리로 “감사하다.”라는 답변이 이어졌다. 사무실 입구에는 ‘○○일보, ○○방송 기자 출입금지’라고 쓰인 B4 용지가 붙어 있었다. 모두 8개 언론사 이름이 적혀 있었고 보수매체와 진보매체가 다 들어 있었다. 김 후보를 일방적으로 매도했거나, 사퇴를 요구하는 언론사들이라고 관계자는 전했다. 실제로 이날 해당 언론사 기자들과 김 후보 측 선거운동원 간에 밀고 밀치는 몸싸움이 시시각각 반복됐다. 지난 3일부터 따가운 여론을 의식해 선거 운동을 잠정 중단했던 김 후보는 오전 월계동의 한 경로당을 방문하는 것으로 유세 활동을 재개했다. 김 후보는 노인 폄하 발언을 의식한 듯 경로당 노인들에게 큰 절을 올리고 사죄했다. 전날 밤에는 부산으로 내려가 민주당 문재인 상임고문, 박지원 최고위원 등이 출연한 ‘나는 꼼수다’ 방송을 녹음했다. 선거사무소에 모습을 드러낸 김 후보의 표정은 잔뜩 굳어 있었다. 김 후보는 기자들에게 “당에서 (사퇴와 관련해) 어떤 연락도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옆에서 지켜보던 김 후보 캠프의 문상모 시의원은 “끝까지 완주한다. 한 번 후보가 되면 후보 마음대로 사퇴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거들었다. 그러자 김 후보는 작은 목소리로 “이분 말씀이 제 입장이라고 생각하시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기자들이 ‘사퇴를 안 하는 것이냐.’고 묻자 “동의한다.”고 했다. ‘완주하느냐.’라는 물음에도 “동의한다.”고 말했다. ‘나꼼수 패널들과 사퇴 논의를 했느냐.’는 질문에는 “출마 여부는 논의했지만 거취와 관련해 논의한 적은 없다.”고 부인했다. 김 후보는 이날 오후 늦게 트위터에 “완주가 목표가 아니다.”라면서도 “우리에게는 승리해야 할 이유가 많다. 모든 건 제가 짊어지고 간다. 다시 지인을 찾아서 설득시켜 달라. 반드시 이기겠다.”며 완주 의지를 거듭 밝혔다. 캠프 측 관계자는 “후보 사퇴는 새누리당 당선을 의미하고 민주당도 젊은 층의 지지를 잃게 된다.”며 ‘절대 불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노회찬 선대본부장과 나꼼수, 이정희, 유시민 등 많은 분들이 트위터나 여러 방법으로 힘을 주고 있다. 어제는 가수 이은미씨가 왔고 손학규 전 대표는 ‘힘내라’는 지지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를 종종 보내 온다. 7일에는 방송인 김구라씨, 그리고 8일에는 모 선대위원장도 오기로 했다.”고 전했다. 김 후보의 막말 파문을 지켜보는 노원갑 주민들의 반응은 냉랭했다. 동네 아주머니들은 김 후보 측이 내건 ‘천만이 부러워하는 동네로 만들겠다’는 대형 현수막을 가리키며 “천만이 부끄러워하는 동네가 됐다.”고 혀를 찼다. 공릉역 인근에서 만난 박진영(53)씨는 “민주당이 어떻게 저런 후보를 전략 공천이라고 노원갑에 보냈느냐.”며 “동네가 망신을 당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인들은 김 후보 얘기를 꺼내자 아예 손사래를 쳤다. 김옥정(62·여)씨는 “망나니를 국회로 보낼 수 있느냐. 노원 주민들은 품격 있는 대표를 원한다.”고 말했다. 직장인 유재민(27)씨는 “20대라고 다 나꼼수 팬도 아니지만 우리 지역 후보로는 더 이상 호감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대학생 김지수(21·여)씨는 “정규 방송도 아니고 인터넷 라디오 방송 자체가 직설적으로 말하는 스타일인데 8년 전의 발언을 문제 삼는 건 지나치다고 생각한다.”며 “눈치 보지 않고 속시원히 할 말 하는 국회의원이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옹호했다. 이정혜(36·여)씨도 “김 후보 공천 자체가 잘못됐다고 생각하지만 반성하고 있고 아직 젊으니까 기회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나꼼수 멤버인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는 몇몇 언론과의 접촉에서 “젊은이들이 ‘김용민이 사퇴하면 나꼼수도 여기까지구나’ 하고 생각해 투표장에 안 나올 것”이라며 민주당 내 사퇴론을 반박했다. 최지숙기자 ipsofacto@seoul.co.kr
  • 경기, 그린벨트 불법행위 수수방관

    경기도 내 개발제한구역에 들어선 음식점들이 농지를 주차장으로 불법 용도변경해 사용하고 있으나 관할 지방자치단체들이 ‘봐주기 행정’을 하고 있다. 5일 경기도에 따르면 개발제한구역에서 음식점 부속 농지를 주차장 등으로 불법 사용하다 적발되면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에 따라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3년 이하 징역형을 받게 된다. 관할 지자체는 허가 없이 불법 용도변경한 현장을 적발할 경우 첫 번째는 계고 등의 절차로 자진 원상복구 하도록 하고, 2회 이상 적발되면 계고 절차 없이 곧바로 사법기관에 고발할 수 있고 별도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그러나 개발제한구역에서 영업 중인 도내 상당수 음식점은 부속 농지를 콘크리트·모래·자갈 등으로 덮어놓고 수년째 주차장으로 불법사용하고 있지만, 고발된 사례는 극히 드물어 불법행위가 반복되고 있다. 고양시 덕양구 용두동 서오릉 근처 D음식점의 경우 686㎡의 밭을 주차장으로 불법사용하다 지난 2년여 동안 3차례나 적발됐다. 특히 지난달 중순 세번째 적발되자 일부 면적만 밭으로 원상복구한 뒤 구청 단속반의 현장 확인 후 곧바로 주차장으로 불법 용도변경했다. 근처 다른 음식점들과 벽제동 D음식점과 I음식점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덕양구청은 민원이 제기될 때 마다 계고장만 내보내고 있다. 덕양구청 관계자는 “개발제한구역 불법행위가 너무 많아 몇몇 음식점만 단속할 경우 왜 우리만 갖고 그러느냐고 난리를 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단속과 처분이 어렵다.”고 해명했다. 남양주시 진건읍 진관리 D음식점도 제한구역의 농지 1498㎡를 1년째 주차장으로 쓰고 있다. D음식점 지번에는 지난 몇년간 단속에 적발된 기록이 없다. 삼패동의 또 다른 제한구역내 음식점도 480㎡ 규모의 밭을 주차장으로 사용하다 지난해 하반기에 이어 지난 2월 단속에 들통났다. 단속 공무원은 “몇 차례 시정을 요구하기 위해 방문했으나 주인을 만나지 못했고 연락도 없어 행정조치를 미루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공무원은 서울신문이 취재에 나서자 이날 오후 건물주와 음식점 관계자를 만나 원상복구를 촉구했다. 한상봉기자 hsb@seoul.co.kr
  • 이스라엘, 성지와 날선 긴장이 공존하는 곳

    이스라엘, 성지와 날선 긴장이 공존하는 곳

    이스라엘의 정신적 수도, 예루살렘의 구시가지(Old City)는 1㎢의 성벽으로 둘러쳐진 땅입니다. 이 좁은 땅 안에 유대교와 이슬람교, 기독교의 성지가 다 들어 있습니다. 아랍인과 유대인, 그리고 기독교를 믿는 여러 민족이 성벽 안에 나뉜 4개의 구역에 뒤섞여 삽니다. 예루살렘은 기원전 10세기 초 다윗 왕이 이스라엘 왕국의 수도로 삼은 뒤, 약 3000년 동안 외침을 겪으며 부서지고 재건되기를 40여 차례나 반복했다고 합니다. 오늘날에도 성지를 둘러싼 민족 간 갈등은 계속되고 있지요. 종교 성지와 날선 긴장이 늘 공존하는 곳, 이스라엘을 다녀왔습니다. ●무슬림과 유대인의 공통 성지 ‘바위의 돔’ 사원 벤구리온 국제공항에서 동쪽으로 약 50분간 차를 달린다. 무장한 군인의 검문을 통과해 예루살렘에 들어서면 곧 황금빛 돔 지붕이 모습을 드러낸다. 예루살렘 사진에 자주 등장하는 이 이슬람 사원의 이름은 ‘바위의 돔’이다. 사원 가운데 놓인 널찍한 바위 때문에 이름지어졌다. 바위는 이슬람교의 창시자 마호메트가 말을 타고 승천한 자리인 동시에 아브라함이 아들을 제물로 바치려 했던 제단이라고 알려졌다. 유대교와 이슬람교의 공통 성지다. 구약성서는 또 이 바위가 다윗의 아들 솔로몬이 성전을 지어 언약궤(모세의 십계명 석판을 보관했던 도금형 나무상자)를 안치한 장소라고 전한다. 이스라엘과 요르단은 1967년까지 이곳을 두고 싸웠다. 다른 아랍국가들도 탐을 내는 중요한 성지다. 이스라엘의 땅이 된 뒤인 지금도 입장할 때는 무장 군인의 소지품 검색을 받는다. 반바지나 어깨가 드러난 옷을 입어도 입장이 제한된다. 사원의 벽면은 푸른빛의 페르시안 타일과 코란의 문구로 장식돼 있다. 금요일이 되면 수천 명의 무슬림들이 사원을 찾아 기도한다. 다른 종교 시설 출입을 엄격히 금하는 유대인들도 아침 한 차례 이스라엘 군의 보호를 받으며 마당까지 입장한다. 적대적인 두 종교가 긴장 속에 공존하는 시간. 그 옛날 로마와 십자군, 무슬림이 공통으로 손에 넣고 싶어 하던 곳도 바로 이 바위를 중심으로 한 모리야 산과 예루살렘이었다. ●유대인의 자존심-통곡의 벽 ‘바위의 돔’ 사원 바로 아래엔 저 유명한 ‘통곡의 벽’이 있다. 솔로몬이 기원전 957년에 처음 세운 성전의 서쪽 벽이다. 유대인이 바빌로니아로 강제 이주 당할 무렵 처음 무너졌다. 페르시아에 의해 해방된 유대인이 재건한 성전과 벽을 로마 시대에 헤롯왕이 대대적으로 개축했다. 서쪽 벽은 폭 485m의 거대한 벽으로 거듭났지만 로마의 티투스 장군이 6년 만에 다시 무너뜨린다. 티투스 장군은 서쪽 벽의 일부를 남겨 놓았다. 유대인은 서기 135년 예루살렘에서 완전히 추방당하고 비잔틴 시대가 돼서야 1년에 한 번 들어올 수 있게 됐다. 유대인은 해마다 성전이 무너졌던 날 성안으로 들어와 서쪽 벽의 잔해를 두드리며 통곡하기 시작했다. 통곡은 근현대까지 이어졌다. 유대인이 지금처럼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게 된 건 1967년 3차 중동전쟁이 끝난 뒤부터다. 칸막이를 사이에 두고 남녀 유대교인이 따로 벽 앞에 선다. 기도하는 모습이 제각각이다. 벽에 머리를 대고 서서, 의자에 앉아서, 바닥에 무릎을 꿇고, 어떤 이는 허리를 연신 구부렸다 펴며 기도에 열중한다. 독실한 유대교인 중 살림에 여유가 있는 사람은 따로 직업이 없이 통곡의 벽에서 기도하는 것을 업으로 삼는다. 벽의 높이는 18m 정도. 벽돌 크기는 위로 올라가면서 달라진다. 여러 번 다시 세운 흔적이다. 돌 틈엔 쪽지가 무수히 꽂혀 있다. 오스만제국 시대부터 전 세계에서 순례 온 유대교인들이 소원을 적어 끼워 넣고 기도했다. 교인이 아니더라도 소원을 적어 꽂아 보는 것도 좋겠다. 쪽지는 정기적으로 수거된다. 운이 좋다면 서쪽 벽 부근에서 군인의 선서식, 13세가 된 아이의 유대교 성인식 등을 구경할 수 있다. 해가 진 뒤 성곽 서쪽 다윗의 탑 박물관에서 운영하는 레이저 쇼 ‘예루살렘 라이트 더 나이트’(Jerusalem Light the Night)는 예루살렘의 4000년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성벽 안쪽 면을 스크린 삼아, 프로젝터로 영상물을 보여 준다. 외국인을 염두에 둔 듯 언어를 최대한 배제하고 시청각으로만 의미를 전달한다. 여러 대의 프로젝터가 나눠 비추는 하나의 영상은 형태와 내용이 성벽 모양에 맞춰 치밀하게 계산돼 있다. ●기독교의 수난사-비아 돌로로사와 성묘교회 오는 8일은 부활절. 예수가 십자가를 짊어지고 걸어가 죽은 뒤 부활했다는 500m의 길 역시 이 좁은 구시가지 안에 있다. 이 십자가의 길(비아 돌로로사, Via Dolorosa)은 전 세계의 순례자를 끌어들인다. 지난해 이스라엘을 방문한 한국인 약 3만 2000명 중 90%가 이 길을 찾았다. 길은 14개의 지점으로 나뉘어 있다. 예수가 재판을 받은 빌라도 법정 자리부터 로마군에 희롱당한 곳, 십자가를 지고 처음 쓰러진 곳 등을 지나 십자가에 못 박히고 죽어 묻힌 곳까지 지점마다 교회나 작은 예배당이 있다. 통곡의 벽이 유대교의 수난을 상징한다면 이 십자가의 길의 종착지인 성묘교회는 기독교의 고난을 대변한다. 지금의 교회는 십자군에 의해 세워진 이래 개보수를 계속해 온 것이다. 10지점부터 14지점까지가 교회 안에 들어있다. 입구로 들어서면 한 사람 누울 정도의 편평한 돌이 보인다. 예수의 시신을 놓았다는 13지점이다. 윗면은 닳아서 반들반들하다. 신자들이 무릎을 꿇고 돌 위에 물을 붓는다. 돌을 정성스럽게 닦다가 입을 맞추기도 하고, 눈물을 펑펑 쏟기도 한다. 예수가 묻히고 부활했다는 14지점은 작은 교회당처럼 생겼다. 밖에선 토굴 같은 내부를 들여다볼 수 없으므로 길게 줄을 서서라도 들어가 보기를 권한다. 교회 주변의 크리스천 구역 상점가는 특히 쇼핑하기 좋다. 간혹 남다른 솜씨로 만든 기념품들을 찾을 수 있다. ●예루살렘 밖 여행지들-텔아비브·마사다 요새 예루살렘 성지 순례가 아니라도 이스라엘엔 즐길 거리가 충분하다. 사막의 모래바람과 터번 쓴 아랍인을 상상했던 여행자는 텔아비브의 도시 풍경에 충격 받을 수도 있다. 짙은 청색 바다에 이는 파도는 아침부터 서퍼들을 불러들이고, 파라솔 밑에 누운 비키니 여성들은 남성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선착장에 늘어선 수많은 요트의 돛대들은 하늘을 찌를 듯 빽빽하게 솟아 있다. 육지 쪽으로는 고층빌딩들이 스카이라인을 만든다. 아침엔 해안가 산책로를 따라 남쪽으로 욥바까지 걸어가 그리스 산토리니 뺨치는 해안 도시 풍경을 감상하고 해가 떨어지면 텔아비브 도심으로 들어가 ‘잠들지 않는 도시’를 즐길 수 있다. 사해 인근의 마사다 요새도 빠트려선 안 된다. 유대인이 로마군을 상대로 2년간 최후의 항전을 벌인 곳. 434m 높이의 벼랑으로 둘러싸인 약 7만㎡의 편평한 땅에 지은 요새다. 로마군이 흙을 쌓아 경사로를 만들어 요새를 함락했을 때, 유대인은 굴복 대신 죽음을 택했다. 오늘날 이스라엘 장교 후보생들은 훈련 마지막에 이 언덕 꼭대기까지 행군한 뒤, 뜨는 해를 보며 임관 선서를 한다. 어떤 적에게도 항복하거나 민족을 내주지 않겠다는 의미다. 가파른 언덕을 걸어 오르려면 40분 이상 걸린다. 케이블카를 타고 오를 수도 있다. 창밖에 펼쳐지는 풍경도 그럴싸하지만 꼭대기에 오르면 사해가 한눈에 보이는, 이스라엘 최고의 파노라마를 볼 수 있다. 글 사진 예루살렘·텔아비브(이스라엘) 김민석기자 shiho@seoul.co.kr ●여행수첩 날씨 3~4월이 여행 적기다. 우기가 끝날 무렵이라 광야에 초원이 형성되고 꽃이 핀다. 햇살이 따갑고 일교차가 크므로 선글라스와 겹쳐입을 얇은 옷 여러 벌을 준비하는 게 좋겠다. 바람도 강하다. 예루살렘 국제마라톤 예루살렘 국제 마라톤의 풀, 하프, 10㎞ 코스는 구시가지를 통과하고 박물관이나 대통령 관저 등 시내 명소도 지나간다. 지난달 16일에 2회째를 맞은 대회는 세계 40여개 국가에서 1만 5000명의 마라토너가 참가했다. 지난해 첫 대회보다 50%정도 늘어난 수치다. 내년 대회는 3월 1일 열릴 예정인데, 시는 스폰서 기업의 기념품 외에도 참가자에게 시내 관광지와 음식점에서 할인혜택을 받을 수 있는 쿠폰 책자를 준다. 환전 우리나라에선 이스라엘 세켈(1세켈=약 303원)을 환전할 수 없다. 달러를 가져가 현지에서 환전하는 게 좋다. 달러도 통용은 되지만 거스름돈을 세켈로 받는 등 손해 보는 경우가 많다. 시내에 수수료를 받지 않는 환전소가 있다. 안식일 피할 수 없으니 즐겨야 한다. 금요일 일몰부터 토요일 일몰까지는 유대인의 휴일인 안식일(샤바트)이다. 유대인은 이때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 상점은 오후 2시를 전후로 문을 닫는다. 선물 구시가지의 크리스천 구역 상점을 이용하면 좋다. 안식일에도 문을 닫지 않고 신앙과 상관없이 살 물건이 많다. 가톨릭 신자의 선물을 사려면 프란체스코 수도원에서 운영하는 성물 판매점을 찾아가길 권한다. 은퇴한 수도사들이 직접 깎은 십자가나 성모상, 묵주 등이 예술작품에 가깝다. 값은 바깥보다 오히려 싸다.
  • [Weekend inside] 힐러리 “오바마 재선땐 국무 연임 않겠다”… 그녀의 다음 행보는

    [Weekend inside] 힐러리 “오바마 재선땐 국무 연임 않겠다”… 그녀의 다음 행보는

    ‘슈퍼스타, 힐러리 클린턴의 부재’ 오는 11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재임에 성공하면 닥칠 가장 큰 악재다. 글로벌 대사이자 최고의 보좌관으로서, 오바마와 미 정계의 가장 큰 자산이었던 클린턴 국무장관이 “연임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녀는 22일(현지시간) 이코노미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지난 20년간 아주 특별한 시간을 보냈다. 진정 미국 정치인 인생의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녀는 “이제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고 그간의 고속질주에서 잠시 벗어날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힘든 결정이었지만 지난해 결심했고 오바마 대통령과 주변에도 이미 알렸다.”고 했다. 지난해 말 미국인 70%는 클린턴의 성과를 인정했다. 하지만 그녀의 대권 도전은 아직 미지수다. 대선 도전 의사를 묻자 그녀는 “모르겠다.”는 말을 두 차례 반복했다. 하지만 부정은 하지 않았다. 2016년 대선 때면 69살. 최고령으로 미국 대통령에 취임한 로널드 레이건보다 1살 적은 나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정치 인생 ‘최고의 영예’(대통령직)라는 유혹을 물리치긴 어려울 것이라며 그녀의 대선 도전을 낙관했다. ●지난해 결정, 오바마에게 알려 클린턴 장관은 2009년 취임 이후 지난달까지 3년간 95개국을 방문했다. 거리로 따지면 117만㎞를 다닌 셈이다. 하루 12건이 넘는 회의를 소화하는 것은 예사였다. 그녀는 2008년 민주당 대선 후보 자리를 놓고 겨뤘던 오바마의 ‘2인자’로 들어가게 되면서 장관 취임 초부터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라이벌 간의 긴장이 남아 있다는 의혹을 잠재워야 했다. 때문에 지난 3년간 한 차례도 공개 석상에서 오바마와 언쟁을 벌이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오바마와 언제든, 무엇에 대해서든 회의를 갖는 데 전혀 어려움이 없었다.”고 말했다. 2011년 말까지 백악관에서만 600여 차례의 회의를 열 정도였다. 싸울 이유가 없었던 것은 오바마와 클린턴 모두 전임자인 조지 W 부시 대통령 재임 이후 ‘미국이 궁지에 몰렸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기 때문이다. 클린턴은 “당시엔 고통스러웠다.”면서 “특히 아시아 국가들이 미국이 동맹을 유지할지에 매우 불안해하고 있었기 때문에 옛날의 균형을 다시 찾을 때였다.”고 돌아봤다. ●하루 12건 회의 소화… 백악관서만 600번 오바마 행정부가 기치로 내건 ‘아시아로의 중심축 이동’에 클린턴 장관의 역할이 컸음을 보여 주는 대목이다. 그녀가 1961년 딘 러스크 국무장관 이후 처음 아시아를 첫 순방지로 택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클린턴은 부시 행정부 당시 소외됐던 아시아 동맹들과의 관계를 되살리고 미국을 아시아 다자관계의 중심으로 돌려놓는 데 집중했다. 지난해까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을 지낸 제프리 베이더는 “힐러리가 한국의 한 대학을 찾았을 때는 수천명의 여학생 팬들이 그녀를 ‘최고의 여성 롤 모델’이라며 반겼다.”고 회상했다. “21세기 외교관은 상대국 외교관을 만나듯 현지 마을의 부족장과도 만날 수 있고, 줄무늬 양복을 입듯 카고팬츠도 입을 수 있다.”고 강조한 그녀는 다른 나라 시민사회와 격의 없이 어울리면서 ‘민간역량’(civilian power)의 중요성을 몸소 보여 줬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이용철의 영화만화경] ‘밀월도 가는길’ -‘교내폭력’ 주제에는 공감 하지만…

    [이용철의 영화만화경] ‘밀월도 가는길’ -‘교내폭력’ 주제에는 공감 하지만…

    동조는 인천 소재 신문의 신춘문예 소설 부문에 당선돼 오랜만에 고향을 찾는다. 애당초 인천에 길게 머물 마음은 없었다. 평소 친구와의 술자리에서 고향 말만 나와도 버럭 화를 내는 그였다. 상을 받고 출판계 사람과 인사를 나눈 뒤 곧바로 떠나려던 생각은 과거의 문턱에 걸려 바뀐다. 동조는 전학 가면서 헤어진 재호, 유진과 만나 고등학교 시절 이야기를 하나씩 꺼낸다. 그때마다 여지없이 불려나오는 기정이란 이름의 소년. 사실 동조가 이번에 쓴 소설은 오래전 기정, 유진과 떠난 짧은 여행에 기초한 작품이다. 무의식적으로 기정의 이야기를 창작에 반영한 동조는 그가 남긴 혼란스러운 기억을 되살린다. 머릿속에서 떨쳐내고 싶은 기억,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은 과거는 유령이 되어 동조와 마주한다. 교내폭력 문제를 소재로 선택한 몇 편의 독립영화가 근래 주목받았다. 그 밖에도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은 무수한 장·단편영화들이 비슷한 소재를 다뤄 오고 있다. 20~30대 감독들이 바로 앞 시절에서 건져낸 조각들을 화두로 삼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학창시절을 낭만적으로 그리는 상업영화와 달리, 그들은 십대 중후반이라는 시간을 어두운 기운이 지배하던 때로 기억한다. 그런데 우연인지 그들의 영화는 일정한 패턴을 따른다. 하나, 무덤덤하게 현실을 살아가던 인물 앞으로 끔찍했던 십대의 기억이 문득 찾아온다. 둘째, 방문자의 손에는 집단 따돌림과 폭력의 통증이 치유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 ‘밀월도 가는 길’도 그러하다. 운명처럼 고향으로 돌아간 인물은 지우지 못할 흔적과 싸워야 한다. 반복되는 패턴에도 십대를 다룬 독립영화들이 하나의 뭉치로 읽히지 않는 건 제각기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기 때문이다. 일군의 작품 가운데 가장 쓰라린 상처를 간직한 ‘밀월도 가는 길’은 비참한 상황에 부닥친 인간이 소망했던 무엇을 이야기하려 한다. 기정은 현실의 고통을 잊으려고 아지트를 꾸미고 미지의 세계인 웜홀에 의지하는 소년이다. 겉으로 그의 슬픔은 집단 따돌림이나 가난의 비참함에서 비롯된 듯하다. 진짜 비극은, 소년이 소망하는 바를 아무도 믿지 않음으로써 일어난다. 소년이 규정하는 ‘금지구역’의 개념은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잠입자’(혹은 영화의 원작인 ‘노변의 소풍’)에서 따왔는데, 구역이란 희망을 버린 이들을 살려주는 도피처이자 기적으로 기능한다. 현재와 과거가 소설 속 이야기와 뒤섞여 전개되는 ‘밀월도 가는 길’을 따라가기란 쉽지 않다. 몇몇 장면과 대사에서 ‘잠입자’의 영향이 감지되지만 2~3분 정도는 쉽게 넘기는 타르코프스키 특유의 길게 찍기 같은 건 여기 없다. ‘밀월도 가는 길’은 때때로 빠른 편집과 현란한 움직임으로 현대 스릴러의 리듬을 취한다. 30여년 전 타르코프스키가 희망과 믿음을 잃은 사람들을 보며 느낀 절망의 속도가 현 시점으로 오면서 빨라지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인지 주제에 공감하면서도 선뜻 지지하기엔 망설여지는 영화다. 시야에서 사라진 인물을 불러내는 데는 성공했으나 두 인물의 관계를 기계적으로 봉합했다는 생각이다. ‘잠입자’와 ‘밀월도 가는 길’은 서늘한 계절의 긴 한나절에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면의 이야기를 아래로 묻어둔 전자와 너무 많은 이야기를 끄집어내고 이어붙인 후자 중 과연 누가 더 진실에 접근했을까?
  • 새누리당 의원 연쇄 사이버테러

    새누리당 의원들의 홈페이지에 대한 사이버테러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4·11 총선을 앞두고 특정 정당 소속 의원들이 표적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정치적 의도성이 있는 공격으로 분석되고 있다. 28일 새누리당 권영진·한선교 의원에 따르면 두 의원 홈페이지에 지난 27일 밤부터 카지노와 도박 사이트 홍보물이 다량으로 반복 게시됐다. 권 의원의 경우 자유게시판이, 한 의원 홈페이지는 사이트 방문자들이 글을 올릴 수 있는 참여게시판이 공격받았다. 이 때문에 한 의원의 경우 글 작성 기능을 일시 차단했다. 새누리당 박근혜 비대위원장 홈페이지도 26일 같은 수법의 해킹 피해를 당했으며, 정두언 의원의 경우 25일 홈페이지 해킹으로 모든 데이터가 삭제됐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와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피해 의원 측의 신고에 따라 수사를 벌이고 있다. 허백윤기자 baikyoon@seoul.co.kr
  • [테마로 본 공직사회] (35) 권익위 민원 접수·처리 실태

    [테마로 본 공직사회] (35) 권익위 민원 접수·처리 실태

    무대응이 상책? 어떤 민원이든 낮은 자세로 귀 기울여야 하는 민원 담당 공무원에게도 이 대응책이 유일한 해법일 때가 있다. 제아무리 설명하고 설득해도 똑같은 민원을 수년씩 반복하는 일명 ‘고질 민원’을 상대할 때다. 사무실로 찾아와 드러눕다시피 하거나 피켓시위를 하는 건 예사. ‘스토커 전화’로 다른 업무를 하지 못하게 만들거나, 민원처리가 무성의하니 기관장에게 징계를 요구하겠다는 막가파식 으름장에 민원 담당자들은 두 손 두 발 다 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행정에 대한 국민의 요구가 다양해지고 기대치가 높아짐에 따라 악성 민원도 덩달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일선 행정현장에서는 “고질 민원에 따른 행정력 손실을 더 이상 방관할 수가 없을 지경”이라는 한숨이 터져 나올 정도다. ●“더 이상 방관할 수 없을 지경” ‘고질(악성) 민원’의 개념에 대해서는 아직 행정적으로 통일된 정의는 없다. 관가에서는 동일·유사 민원을 5회 이상 반복 제기해 의도적으로 업무를 방해하거나 정당한 처리 결과에도 담당자에 대한 징계를 요구하거나 민·형사 고발을 했거나 하겠다고 협박하는 경우 등을 대략 악성 민원 범주에 넣고 있다. 지난해 국민권익위원회에 접수 처리된 고충 민원은 모두 3만 2082건. 지난 2007년 2만 3373건이던 고충 민원 처리건수는 2008년 2만 7509건, 2009년 2만 8163건으로 늘어나 2010년(3만 4510건)부터는 연간 3만건을 넘기 시작했다. 민원 건수가 증가하면서 악성 민원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2007년 96건이었던 것이 해마다 증가세를 보여 지난해에는 3374건으로 껑충 뛰었다. 한 조사관은 “민원을 넣는 일이 직업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공무에 심각한 스트레스를 주는 ‘공포의 민원인’이 많다.”면서 “고질 민원이 새로운 형태의 행정문제로 대두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권익위의 최근 집계에 따르면 고질 민원인으로 분류된 28명이 지난 5년간 반복제기한 민원은 무려 5734건. 5년간 한 사람이 평균 205건의 민원을 줄기차게 제출했다는 계산이다. 접수된 민원을 처리하는 과정에는 단일 사안에 최대 20명의 조사관이 투입되기도 했고, 건당 평균으로는 4.8명의 조사관이 동원됐다. 권익위는 “민원 1건의 행정처리에 최고 500시간이 소요됐으며, 그 과정에 474만원의 예산이 들어간 셈”이라고 설명했다. ●고질 민원 건당 조사관 4.8명 동원 고질 민원 가운데는 10년을 넘게 끄는 것도 7.1%나 된다. 그 밖에 장기 고질 민원은 5년 이상 42.9%, 3년 이상 28.6%, 3년 미만 21.4% 등으로 조사됐다. 악성 민원은 대개 상식적인 대화가 불가능한 상태로 편집증적인 억지주장을 반복하는 행태가 일반적이다. 밀양에 사는 A(71)씨는 한 달에 한두 번씩 꼭꼭 상경해 권익위 청사 앞에서 며칠씩 1인 시위를 하고 돌아가는 고질민원인. 친척들이 상속재산을 빼돌리려고 자신의 호적을 없애버렸다는 등의 일방적 주장을 펴며 관할 면사무소에 민원을 넣고 시위를 벌여 오길 올해로 무려 17년째다. 권익위 전문 조사관들이 면사무소와 법원을 찾아 호적이 그대로 있다는 사실을 수없이 설명하고 설득한 덕분에 최근에서야 억지주장을 조금씩 거둬들이려는 기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언제 다시 막무가내로 돌변할지 몰라 조심스럽게 정신과 치료를 권유하고 있는 중”이라고 권익위 측은 귀뜀했다. 고질 민원에 대한 대응 매뉴얼이 없어 부처마다 제각각 관리 방안을 만들어야 하는 것도 행정현장의 난제다. 민원인이 막무가내로 폭언이나 폭력을 행사해도 민원서비스 대응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을까봐 무조건 참는 것이 유일한 대응책인 경우가 대부분. 사정이 이렇다 보니 법원행정처는 아예 민원 담당자들에게 다달이 정신과 상담을 받게 하고 입원치료도 할 수 있도록 내부규정을 만들었다. ●법원 민원 담당자 매월 정신과 상담 같은 민원인데도 기관에 따라 처리 결과가 달라지는 것도 악성 민원 대응의 장애요인으로 꼽힌다. 고질 민원이 많은 부처인 국가보훈처의 경우 동일·유사 민원에 대해 지방보훈청들이 다른 결과를 내놓지 않도록 자체 지침을 마련해 활용하기도 한다. ●“대응 매뉴얼 보급·모범처리 사례 전파” 이연흥 권익위 고충처리국장은 “국가보훈처나 고용노동부 등 업무특성상 고질 민원에 많이 노출되는 기관들은 민원업무 담당자들의 역량을 제고하기 위해 민간전문 기관의 위탁교육을 받고 있기도 하다.”면서 “그러나 다양한 사례를 통한 사전예방 및 해결 기법에 대한 전문교육 프로그램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간부문에서 ‘블랙 컨슈머’에 대해 체계적으로 구사하고 있는 대응전략을 공공기관이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권익위는 고질 민원의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해 올해 다양한 해법을 모색할 방침이다. 박세기 민원조사기획과장은 “대응 매뉴얼을 만들어 각급 기관에 보급하고 모범 처리 사례도 적극 전파할 것”이라면서 “상반기 중에는 미국 고질민원학회 등을 방문해 선진국의 대응책을 벤치마킹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시진핑 방미 美·中 전문가 릴레이 인터뷰] (3)진찬룽 런민대 국제관계학원 부원장

    [시진핑 방미 美·中 전문가 릴레이 인터뷰] (3)진찬룽 런민대 국제관계학원 부원장

    “중국은 중국과 미국이 서로 필요한 상대란 점을 인지하고 쓸데없이 겁을 먹거나 과민반응을 보여선 안 된다. 평정심을 갖고 미국을 대해야 한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부주석의 방미를 앞두고 중국의 외교 싱크탱크 격인 런민(人民)대 국제관계학원 진찬룽(金燦榮) 부원장과 12일 런민대 연구실에서 인터뷰를 갖고 시 국가부주석의 방미 의미, 회담 의제, 중·미 관계와 전망, 한반도 문제 등에 대해 들어봤다. →시진핑 중국 국가부주석 방미의 의미와 목적은 무엇인가. -중국이 중·미 관계를 중시하고 있다는 정치적인 제스처를 보내는 것이다. 미국 내 중국 여론을 보면 공화당은 차치하고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조차 신년 연설에서 중국을 다섯 차례나 언급하며 미 경제 침체의 원인을 중국에 돌렸다. 그런데도 굳이 가려는 것은 미국에 우호적이란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서다. 향후 중·미 관계가 행여 냉랭해질 때에 대비해 “나는 할 도리는 다했다.”는 면죄부를 얻는 포석도 깔려 있다. →서방 학자들은 시 부주석이 겸손하고 화합을 중시해 대미 전략 역시 협력에 방점을 둘 것으로 기대하던데.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그의 과거를 돌아보면 과감하고 패기가 넘칠 때도 있었고, 안정적이고 신중한 시절도 있다. 어떤 쪽이 그의 천성인지 단언하기 어렵다. 또 중국은 집단지도체제여서 향후 국정 방향을 그의 성격에 기대어 유추하는 것은 무리다. 미국은 시 부주석이 어떤 사람인지 탐색할 수 있는 기회다. →펑리위안(彭麗媛) 여사가 동행하나. -아니다. 같이 가면 시선이 온통 펑 여사에게 쏠린다. 그렇게 되면 시 부주석의 방미 의미가 퇴색된다. 조 바이든 미 부통령도 방중 당시 (부인을) 동행하지 않았다. →예상되는 핵심 의제는. -양자 의제와 다자 의제가 있다. 양자 의제는 군사 현대화와 중·미 간 무역 문제다. 미국이 (대선을 의식해) 중국에 위안화 절상을 요구는 하겠지만 미국이 정말 중국에 요구하는 것은 중국 위안화를 기축통화로 격상하는 데 대한 속도 조절이다. 다자 의제는 이란의 핵 문제, 시리아 문제, 그리고 한반도 비핵화이다. 현 시점에선 이란 문제가 매우 중요하다. 중국이 이란에 무기를 판매한다면 미국의 체면이 뭐가 되겠나. 인권, 티베트 승려 자살, 언론 통제, 민주주의 등과 같은 의제도 으레 그랬듯이 미국은 요구하고 중국은 설명하는 식이 될 것이지만 중요 의제는 아니다. →‘미국은 공격, 중국은 방어’라는 중·미 대화의 패턴이 이번에도 되풀이되나. -그럴 것이다. 그동안 중국 외교부에서 반복했던 말 이외의 새 메시지는 없다. 호의를 표하기 위해 가는 것이지 강력함을 과시하려고 미국에 가는 것은 아니다. 중국이 그동안 관심을 갖고 가장 주시했던 것은 타이완 총통 선거였다. (중국이 지지하는 국민당의 마잉주 총통이)승리해서 아무런 걱정이 없다. →미국의 ‘아시아 회귀’ 정책에 대한 평가는. -중국 내 강경 성향의 인물들은 미국이 중국을 ‘C자’로 포위하려 든다고 우려한다. 미국이 아시아 회귀를 외치면서 베트남과 태국이 대담해졌고, 옛 친구(미얀마)는 믿을 수 없게 됐으며, 한국·일본 등 주변국도 중국에 대항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든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미국이 아시아에 중점을 두는 것은 중국의 영향력을 억제하려는 의도도 있지만 향후 세계 경제 성장의 엔진이 아시아로 이동하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오바마 미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 이후 아시아를 중시했던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과 커트 캠벨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그만둘 가능성이 있다. 또 러시아 대선이 끝나면 미국은 푸틴도 상대해야 하고, 반미정서가 강해진 라틴아메리카와 불안한 중동지역도 관리해야 한다. 힘이 분산될 수밖에 없어 중국에만 집중할 수 없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바람직한 중국의 대미 외교 전략은. -중국인들은 중국과 미국이 서로 필요한 상대란 점을 인지하고 쓸데없이 겁을 먹거나 과민반응을 보여선 안 된다. 평정심을 갖고 미국을 대해야 한다. →중·미 관계의 미래는. -과거처럼 앞으로도 경쟁과 협력 관계가 지속될 것이다. 복잡한 현안들이 많기 때문에 갈등 소지도 여전하지만 미국이나 중국 모두에게 양국 관계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한반도의 평화 안정과 관련, 미국과 중국의 목표에 차이가 있나. -한반도 문제에 대한 중·미의 목표는 일치한다. ‘불전’(不戰·전쟁하지 않고)·‘무란’(無亂·난리가 없고)·‘비핵’의 3원칙이다. 김정일 사후 이를 고수하기 위한 1단계는 새 정권의 안정이다. 그 다음이 새 정권에 대한 개혁·개방 유도이며, 이를 통해 결국 북한이 정상적인 국가가 되어 비핵화를 논의하길 바란다. 그러나 그 진행 속도에 대해서는 의견이 다르다. 미국은 중국이 더 압박을 가해 속도를 내야 한다고 보지만 중국은 ‘만만디’(慢慢的)로 추진하면서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북한은 취약해 너무 심하게 압박을 가하면 안 된다. →지난달 이명박 대통령의 중국 방문 당시 발표한 공동 성명에서 중국의 반대로 ‘비핵화’ 표현이 빠졌다는데 이번에는 어떨까. -(중·미가 성명에서)이전처럼 전략적 모호성을 견지할 공산이 크지만 비핵화가 공동 입장이란 점에서 원론적인 차원의 언급은 할 수 있다. 그러나 한반도 문제는 이번 중·미 회담의 여러 ‘작은’ 의제 중 하나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중국이 보는 한반도의 미래는. -장담하기 어렵다. 언제까지 북한 지도부가 지금처럼 단결하고 내부를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을지도 회의적이다. 중국이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이용해 북한의 개혁·개방을 유도하려 들겠지만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솔직히 회의적이다. →중국은 한반도의 통일을 바라지 않는다고 흔히들 생각한다. 어떤 조건이라면 통일을 지원할 수 있나. -중국은 남북이 한 민족인 만큼 외래 세력의 간섭 없이 자주·평화 통일을 실천해야 한다는 원칙을 견지한다. 한국인은 이런 중국의 이야기를 믿지 않는다. 그러나 중국이 변했다는 점을 상기해 달라. 향후 10년 내에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이 미국을 앞설 것이다. 강대국이라면 통일 한국을 받아들일 것이다. 조건도 없다. 오히려 통일을 두려워하는 것은 일본이다. 글 사진 베이징 주현진특파원 jhj@seoul.co.kr ●진찬룽(50) 교수는 당의 외교 싱크탱크 그룹 중 온건한 현실주의자로 꼽힌다. 개혁개방 이후 교육을 받은 신세대로 상하이 푸단대학 국제정치학과 학사, 중국사회과학원 대학원 석사, 베이징 국제관계학원 박사를 지낸 국내파. 현재 중국 런민대 국제관계학원 부원장 겸 미국연구센터 부주임. 미국 정치제도와 중·미 관계, 중국의 대외정책 등이 주요 연구 분야다.
  • ‘KTX 정읍역사 신축 공방’ 정치권도 가세

    호남 고속철도(KTX) 전북 정읍역사 신축 사업이 정치 쟁점화되고 있다. KTX 정읍역사와 지하차도 건설 여부를 놓고 정읍시와 한국철도시설관리공단이 이견을 좁히지 못하자 민주통합당과 지역 국회의원까지 가세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철도시설관리공단 김광재 이사장은 지난 2일 전북 정읍시청을 방문해 김생기 시장, 시의원, 시민대표 등에게 “2009년 KTX 정읍역사와 지하차도를 신축할 것을 검토했으나 최근 현 역사를 이용하기로 방향을 선회했다.”고 밝혔다. ●시설公 “교통불편 우려… 신축반대” 김 이사장은 이 자리에서 이용객 불편, 역사 이용 저조, 신축에 따른 도심 교통 불편, 역광장 이용의 어려움 등 현 역사 활용방침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또 “역사를 신축할 경우 호남선 KTX 개통 시한을 2014년 말까지 못 맞출 수도 있다.”면서 “국가재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이용객 편의를 위해 우선 기존 역사를 이용하면서 단계적으로 역사와 지하차도 공사를 해 가자.”고 시와 시민의 협조를 거듭 요청했다. 그러나 김 이사장의 이 같은 발언은 정읍지역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김생기 시장, 김철수 시의장, 김인권 정읍상공회의소 회장 등은 “서해안 7개 시·군의 교통중심지로 거듭나려는 시의 희망이 무너져서는 안 된다.”며 “새 역사와 지하차도는 국토 균형발전, 국가의 미래 발전, 국민과의 신뢰 유지 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특히 김 시장은 “지난달 31일 상위기관인 국토해양부 장관이 ‘당초 계획대로 반영하겠다’고 했는데 이사장은 안 된다는 말만 반복한다.”며 “원안대로 추진되지 않을 경우 불행한 사태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원 최고위원 “호남차별 말라” 민주통합당도 정읍역사 문제를 당론으로 채택하기로 하는 등 이를 정치 쟁점화하고 있다. 민주통합당 박지원 최고위원은 지난 5일 정읍역사 신축을 촉구하며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는 장기철 지역위원장을 찾아가 “역사 신축을 취소하고 현 역사를 리모델링하기로 한 것은 호남권 차별”이라면서 “문제해결을 위해 당론으로 채택할 계획인 만큼 단식을 중지할 것”을 촉구했다. 유성엽(정읍·무소속) 의원도 “공단이 정읍시에 보낸 공문에 역사 신축, 동서 연결도로 개설사업이 순조롭게 추진되고 있음을 내포하고 있었다.”며 “김 이사장 취임 후에도 공문을 주고받았는데 이를 백지화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한편 철도시설공단은 521억원의 예산이 소요되는 정읍역사 신축을 위해 2009년 8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공문을 통해 정읍시와 다양한 협의를 추진해 왔다. 전주 임송학기자 shlim@seoul.co.kr
  • 권익위 ‘고질민원’ 해결 팔 걷었다

    20년 전 군복무 중 군차량에 부딪쳐 머리를 다쳤던 김 모씨(50·광주광역시). 사고 이후 간질이 재발되자 국가보훈처에 국가유공자 신청을 했지만 군 병원의 치료기록이 없어 유공자로 인정받지 못했다. 다시 국가를 상대로 소송까지 했으나 대법원에서도 결국 패소했다. 간질로 취업이 어려워진 김씨는 억울한 마음에 그냥 물러나지 않았다. 지난 6년간 국민권익위원회에 민원을 제기한 것이 무려 4300여 차례. 담당 조사관이 김씨의 민원을 접수하고 답변하는 데 걸린 시간은 약 716시간. 조사관 한 명이 김씨의 ‘고질 민원’을 상대하느라 근 석달을 아무것도 못하고 묶여 있었다는 계산이다. 권익위가 ‘고충민원 특별조사팀’을 가동하는 등 행정력 낭비를 줄이기 위한 고질민원 해법찾기에 팔소매를 걷어붙였다. 민원조사기획과에 따르면 특별조사팀 등의 다각적인 대응노력 덕분에 지난 6개월여간 권익위에 접수된 악성·반복 민원 30여건 가운데 10건을 합의해결하는 데 성공했다. 특별조사팀이 발족된 것은 지난해 7월. 정부 부처로는 최초로 만들어진 고질민원 전담반으로, 평균 7년 경력의 베테랑 조사관 3명이 투입됐다. 고충처리국 관계자는 “지난 5년간 민원인 28명이 반복 제기한 민원은 5734건으로, 한 사람이 같은 민원을 5년간 평균 205차례나 계속 제기한 셈”이라면서 “고질민원 1건의 행정처리에 최고 500시간이 소요됐고, 약 474만원의 예산이 들어간 꼴”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6개월 동안 특별조사팀이 터득한 고질민원 해결책 가운데 가장 효력이 빨랐던 방식은 의심많은 민원인을 조사과정에 직접 대동해 두 말이 못 나오게 만드는 ‘현장확인형’. 특별조사팀 박세기 과장은 “광주의 고질민원인 김씨의 경우 그가 사고를 당했던 군 부대와 군 병원을 함께 방문해 당시의 기록이 없다는 사실을 직접 확인시킴으로써 조사결과를 신뢰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민간영역의 민원이라도 무조건 배제하지 않고 최대한 성의를 보여주는 ‘회유형’도 효과가 좋았다. 권익위는 이 같은 고질민원 처리 노하우를 체계적으로 정리해 향후 백서를 발간할 계획이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35개 정치테마주 집중조사

    금융당국이 정치 테마주 35개 종목을 집중적으로 조사하는 가운데 대표적인 정치 테마주인 안철수연구소의 주가가 25일 하한가에 육박하는 14.29% 하락했다. ●안철수연구소 주가 14.29%↓ 안철수연구소의 주가 하락 이유는 지난 21일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미국 방문을 마치고 귀국하는 자리에서 대통령 선거 출마에 대해 부정하는 뜻의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지난 6일 16만 7200원까지 올랐던 안철수연구소는 25일 12만 6000원으로 떨어졌다. 안철수연구소는 그동안 안 원장의 정치 관련 발언에 따라 급등락을 반복해 왔지만, 하한가 선까지 떨어진 것은 지난해 12월 1일 이후 처음이다. ●박근혜·문재인 테마주는 상승 대신증권의 강록희 연구원은 “안철수연구소의 주가는 대통령 선거 전까지 급등락을 반복하다가 대선 불출마가 확실하게 발표되면 단기간에 적정 주가 수준인 4만 5000~5만 5000원 선으로 급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안 원장 관련 정치 테마주로 분류되는 의료기기업체 솔고바이오도 11.22%, 네트워크 컨설팅업체 클루넷은 11.60%, 컴퓨터 부품회사 잘만테크는 12.35% 주가가 내려갔다. 솔고바이오는 정치 테마주가 아니라는 회사 측의 해명에도 사외이사와 안 원장의 친분 때문에 안 원장 관련주로 평가받고 있다. 대선 경쟁자인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과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관련주로 분류되는 종목들은 상승했다. EG 6.48%, 바른손 14.86%, S&T모터스 10.77%, 피에스엠씨 5.08% 등이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지난 9일 테마주 특별조사반을 설치하고 가격 왜곡이 심한 정치 테마주 35개 종목에 대해 직접 매매분석 작업을 벌이고 있다. 증권사의 정치 테마주 추천과 관련, 불공정거래 행위가 있었는지도 점검하게 된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단체장 ‘수상한 행보’

    단체장 ‘수상한 행보’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지방자치단체장들이 부적절한 처신으로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총선에 출마할 특정 후보를 간접적으로 지지하거나 근무시간에 자신과 가까운 출마 예상자가 주최하는 행사에 참석하는 등 단체장으로서 적절치 못한 행동을 하고 있다. 전남 영암군 선거관리위원회는 최근 민주통합당 소속인 김일태 영암군수에게 선거 중립을 지켜 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지난달 28일 열린 황주홍 전 강진군수의 출판기념회에서 김 군수가 한 행동과 발언이 문제가 됐다. ●특정후보 반복 지지·동행땐 선거법 위반 이날 김 군수는 김옥두 전 의원의 축사 도중 단상에 올라가 김 전 의원, 황 전 군수, 이명흥 장흥군수와 손을 잡고 “우리가 하나가 됐습니다. 여러분도 하나가 돼 주세요.”라며 황 전 군수를 지지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황 전 군수는 조만간 민주통합당에 입당해 총선에 출마할 예정이다. 충북 음성군 선거관리위원회는 이필용 음성군수가 같은 당 소속인 한나라당 경대수 예비후보의 선거를 돕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사실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이 지역 현역 의원인 민주당 정범구 의원 측과 경 후보와 공천경쟁을 벌이고 있는 한나라당 김영호 예비후보는 이 군수가 각종 행사나 모임에 경 후보를 참석시켜 지인들에게 소개하고 읍·면 방문 시 자주 동행하는 등 사실상 선거운동을 지원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선관위 “과도한 규제” vs 시민연대 “엄격 규제를” 선거법상 단체장이 특정인을 지지, 또는 치적을 홍보하거나 특정인의 인지도 향상을 위해 반복적으로 행사장에 동행하면 선거법 위반이 될 수 있다. 이 군수는 “선거 중립을 훼손하는 일은 절대 없었다.”고 반박했다. 이시종 충북지사는 지난 10일 옥천에서 열린 민주통합당 이재한 남부3군(보은·옥천·영동) 당협위원장 출판기념회에 참석하기 위해 이날 열린 도의회 본회의 중간에 자리를 떠서 적절치 못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이 지사는 앞서 민주통합당 노영민 의원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하기 위해 도의회 정례회 도중 본회의장을 빠져나온 적도 있다. 선관위는 별 문제가 없다는 안이한 인식을 하고 있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총선을 앞둔 민감한 시기인 만큼 단체장들이 행동을 조심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단체장의 출판기념회 행사 참석을 금지시켜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이는 과도한 규제”라고 말했다. 하지만 충북 참여자치 시민연대 송재봉 사무처장은 “직무 시간에 정치적 행사에 참여하는 것은 엄격하게 규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청주 남인우기자 niw7263@seoul.co.kr
  • 침략루트 열릴라 中, 北 못 버린다

    침략루트 열릴라 中, 北 못 버린다

    “우리는 원자탄과 미사일을 두려워 해선 안 됩니다.(중략) 제국주의자들이 우리에게 전쟁을 걸어 올 경우 우리는 3억 이상의 인명을 희생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중략) 전쟁은 어차피 전쟁입니다. 세월은 흐를 것이고, 우리는 다시 예전보다 더 많은 아이를 낳을 것입니다.”(212쪽) 인구 부문이 약간 이상하다고 느끼겠지만, 어디서 많이 들어본 주장 같지 않은가? 북한의 김일성이나 김정일의 발언인가 싶다. 속으로는 겁을 집어먹었을지언정 북한이 미국을 향해 독하게 쏟아내는 ‘벼랑 끝 전술’과 똑 닮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은 1956년 마오쩌둥이 소련의 흐루쇼프의 자본주의 진영과의 평화공존 정책을 비판하며 쏟아낸 발언이다. 1971년 비밀리에 중국을 방문해 미·중 수교의 첫 장을 연 헨리 키신저가 지난해 5월에 펴낸 ‘중국이야기’(민음사 펴냄)는 청나라의 이홍장을 시작으로 마오쩌둥-덩샤오핑-장쩌민 등의 중국 정치 지도자들 특유의 외교전략을 분석하고 설명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키신저는 21세기 G2로 성장한 중국의 국제관계나 외교정책을 이해하려면, 먼저 ‘분열하면 반드시 통일하고, 통일하면 반드시 분열했던’ 중국의 오래된 제국의 역사와 통치의 방식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다양한 이민족과 국경을 맞대고 있었던 중국에 ‘외교’란 풍성한 외교적·경제적 수단을 활용해 적대국이 될 수 있는 나라들을 중국이 감당할 수 있는 관계로 끌어들이는 것이다. 외교는 방어가 목적이고, 군사적 공격조차도 상대방에게 심리적으로 타격을 줘 도전하려는 마음을 일으키지 못하게 하려는 데 목적이 있다는 것이다. 문화혁명 등을 통해 전통사회를 철저히 깨부수려 했지만, 여전히 유교적 틀 안에서 사고하고, 제국이었던 중국이 국경을 맞대고 있는 오랑캐를 다스리듯 이웃나라와 관계를 만들어나가기 때문이다. 앞서 이야기한 1956년 마오쩌둥의 발언은 이런 중국적 외교의 특성 속에서 이해해야 한다. 따라서 그는 전쟁을 불사하겠다고 강경하게 발언하지만, 막상 군사적 대치 속에서는 미국과 전쟁을 하게 될까 노심초사했다. 마오쩌둥은 이념적 형제인 중국공산당 대신 국민당의 뒤를 봐주며 극동 해안과 만주, 신장 등에서 자신들의 잇속을 챙긴 소련에 대해 힘이 다 갖춰지지 않았을 때도 칼을 들이댔다. 그 덕분에 중국은 20년간 인연을 끊었던 미국과 수교를 맺게 된다. 오랑캐로 오랑캐를 다스리는 이이제이를 연상케 한다. 또한, 마오쩌뚱은 세계 초강대국이던 소련과 미국을 놓고 심리전도 벌인다. 제갈공명의 ‘공성계’(空城計)의 패와 같은 것이다. 이를테면 마오쩌둥은 1958년 미국에 대항해 타이완의 진먼과 마쭈에 대한 포격을 실시하는데, 이보다 3주 전에 흐루쇼프가 베이징을 방문케 한다. 모스크바가 사전에 타이완에 대한 포격에 동의하는 듯한 인상을 미국에 던져준 것이다. 이때 마오쩌둥은 미국이 실제로 전쟁을 걸어올까 걱정해 미국 선박을 피해 조심조심 포격할 것을 군대에 요청했다. 덩샤오핑도 비슷한 전술을 1978년에 썼다. 덩샤오핑은 1978년 말 미국 워싱턴을 방문해 1979년 베트남 침공을 통보했다. 막상 중국이 베트남을 침공하자 미국이 이 침공을 허락한 듯한 인상을 주게 돼 다른 강대국이 간섭할 생각을 못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장쩌민 역시 주권의 제약을 암시할까 봐 중국의 폭력 사용을 공식적으로 포기하지 않았지만, 30여 년 무력 사용을 자제했다. 키신저의 시각에서 보면 마오쩌둥을 비롯해 중국의 지도자들은 레닌보다는 손자병법이나 삼국지, 수호지와 같은 중국의 고전에서 더 많이 외교적 과제나 주도권을 계획한다고 평가했다. 1969년 당시 미국과의 수교전략에도 삼국지를 인용했다고 한다. 키신저의 중국이야기를 통틀어 한국에서 관심을 둘 부분은 한국전쟁이 발발하게 된 과정과 소련 대신 중국이 한국전에 직접적으로 개입한 원인을 분석한 대목이다. 키신저는 북측의 김일성과 남쪽의 이승만, 두 지도자가 그 나름대로 국가의 명분을 위해 평생을 싸웠기 때문에, 두 사람 모두 한반도 전체에 대한 리더십을 주장했다고 평가했다. 마오쩌둥은 북한의 남침이 중국이 타이완을 정복해 내전이 종식된 이후에나 가능하다고 판단했지만, 북한의 김일성은 타이완이 중국의 손에 떨어지면 남한에서 자신의 기회를 잃을 것을 간파했다. 그 때문에 맥아더 장군이 1949년 3월 한국을 미국의 방위선 밖으로 내놓고, 1950년 1월 딘 애치슨이 아시아 정책관련 연설에서 이를 확인해주자, 김일성은 중국과 소련에 남침을 허락받고자 집요한 설득 작업에 들어갔다. 결국, 김일성은 마오쩌둥의 지지를 얻어냈다. 젊은 김일성이 스탈린과 마오쩌둥 머리 끝에서 놀았던 셈이다. 키신저는 중국이 한국전에 참전한 이유를 맥아더 장군의 인천상륙 작전이 성공하자, 1894년 청일전쟁과 같은 비극적 역사가 반복될 가능성에 위기를 느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일제가 만주 점령과 중국 북부 침공을 감행했던 그곳에 미군이 등장하는 것을 중국이 묵인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는 1894년 일제의 ‘전통적인 중국 침략 루트’를 미국에 용인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키신저는 2011년 책을 쓰는 시점에서 북핵을 어젠다로 중국과 미국이 만난다는 것이 아이로니컬하다고 지적한다. 중국은 북핵 프로그램 초기 10년 동안은 북한과 미국이 풀어야 할 문제라고 방관했다. 그러나 북핵이 확산돼 일본, 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와 같은 다른 나라에도 핵확산 가능성이 발생하자, 아시아의 전략적 지형을 바꾸어 놓을 가능성 때문에 적극적으로 문제해결에 뛰어들었다. 중국은 북한의 붕괴도 두려워한다. 북한이 무너지면 중국이 60년 전 한국전에 개입해 방지하려고 했던 ‘전통적 침략 루트’가 다시 열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595~596쪽) 키신저는 북한이 붕괴할 가능성은 언제든지 있다고 지적하면서 중·미 대화를 기본으로 한 6자회담으로 복잡해질 수 있는 국제관계를 풀어나갈 것을 제안한다. 키신저가 소개한 중국 지도자들의 외교정책을 지켜보고 있으면, 전략적 사고보다 다양한 사안에 대해 대체로 ‘조용한 외교’로 대응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외교가 능사인지 의문이 생긴다. 2만 5000원.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마잉주 근소 우세… 美·中 지지 업고 재선?

    마잉주 근소 우세… 美·中 지지 업고 재선?

    타이완 총통 선거가 10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집권당인 국민당의 마잉주(馬英九) 후보가 민진당 차이잉원(蔡英文) 후보를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때 박빙 양상으로 판세가 뒤집히는 게 아니냐는 기대도 나왔으나 격차가 다시 벌어지고 있다. 3일 빈과일보(?果日報) 타이완판이 타이베이시립교육대학여론연구소에 위탁해 실시한 지지도 조사에 따르면 마 후보가 차이 후보를 6.5% 포인트 앞섰다. 지난해 12월 조사 당시 격차는 7.8% 포인트였다. 방송사인 TVBS의 조사에선 지난달 10일 두 후보 모두 39%로 나타나 차이 후보의 선전이 화제가 됐으나, 30일 조사에선 격차가 9% 포인트까지 벌어졌다. 타이완 연합보(聯合報)의 2일 발표 조사에서도 마 후보가 차이 후보를 8% 포인트 앞섰다. 양측 모두 자신이 승리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타이완 중국시보(中國時報)에 따르면 마 후보 측은 자신이 50만표가량, 차이 후보는 10만~15만표가량의 표차로 각각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2008년 총통 선거 당시 마 후보는 200만표 이상의 표 차로 압승했다. 전문가들은 선뜻 결과를 장담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민진당 천치마이(陳其邁) 대변인은 “야당 지지자들은 선거가 임박해야 지지의사를 밝히는 성향이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최근의 여론 조사들은 실제 민심과 거리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그동안 침묵했던 미국도 마 후보를 지원하는 제스처를 취하고 나왔다. 미국 에너지부 차관 등 주요 정관계 인사가 최근 타이완을 방문한 가운데 미국이 타이완 국민에 대한 비자면제 프로그램도 곧 허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홍콩 문회보가 3일 전했다. 이 같은 조치들은 마 후보가 연임하는 편이 미국의 국가이익에 부합한다는 판단이 전제된 것으로, 미국이 타이완 대선에 본격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의도를 깔고 있다고 신문은 풀이했다. 특히 양안 간 화해 분위기를 조성하면서도 미국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온 점이 마 후보가 높은 점수를 받은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중국도 안정적인 양안관계를 후진타오 국가주석의 최대 치적 중 하나로 꼽는 만큼 차이 후보를 반대하는 신호를 반복하고 있다. 타이완 당국은 지난 2일 중국 관광객들의 의료 관광을 전격 허용하면서 안정된 양안관계를 과시했다. 주현진기자 jhj@seoul.co.kr
  • GERMANY 어느 날, 독일이 말을 걸었다 ①Castle, Christmas

    GERMANY 어느 날, 독일이 말을 걸었다 ①Castle, Christmas

    GERMANY 어느 날, 독일이 말을 걸었다 반복된 여행이 준 큰 교훈 하나. “편견은 무지無知보다 무섭다.” 유럽을 늘 동경해 왔지만, 유독 독일만은 가고 싶지 않았다. 야만과 폭력의 시대를 이겨낸 나라, 후회로 얼룩진 과거를 재건설하기 위해 절치부심한 나라. 여행이란 것이 일상을 도피하기 위해 시작되는 것인데, 독일여행에서는 현실보다 더 아픈 현실을 마주할 것만 같았다. 그러나 완벽한 반전이었다. 그곳에는 눈을 의심하게 하는 아름다운 성들과 맥주 한 잔으로 소통하는 유쾌한 사람들이 있었다. 무엇보다 독일의 남부 곳곳에는 재미난 옛 이야기가 주렁주렁 달려 있었으며 이야기를 열면 역사, 정치, 문학, 과학 등이 줄줄이 엮어져 나왔다. 편견을 떨친 지금, 유럽 중 한 곳을 집어 여행하라면 나는 서슴없이 ‘독일’이라고 말할 것이다. 글·사진 구명주 기자 취재협조 독일관광청 www.germany.travel 루프트한자항공 www.lufthansa.com contents 독일과 친해지는 방법은 간단하다. 고풍스런 성과 크리스마스 숍에 들어서는 순간 당신은 이미 동화 속 주인공이다. 무엇보다 맥주와 자동차를 빼고 어찌 독일을 논할 수 있단 말인가. 시끌벅적한 곳에서 맥주 한 잔 짠! 자동차의 고장에 왔다면 BMW와 벤츠 탑승도 딱! Castle 노이슈반슈타인성 Christmas 케테 볼파르트 Beer 칸슈타터 민속축제 & 호프브로이하우스 Vehicle BMW 박물관 & 메르세데스-벤츠 박물관 1 디즈니랜드성의 모티브가 된 노이슈반슈타인성. 이곳에서만큼은 현실도 동화가 된다 2 퓌센에서는 가로등, 표지판 하나에도 눈길이 간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감성을 자극하는 Castle 퓌센 의외의 모습, 의외의 행동에서 우리는 호감을 느낀다. 의외성은 사람간의 만남이든 여행지와의 만남이든 항상 통한다. 퓌센은 의외의 여행지다.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지 않을 것 같은 독일은 온데간데 없고 앙증맞고 수줍은 소녀 같은 도시가 눈앞에 펼쳐졌다. 로맨틱 가도의 대표 지역답게 퓌센은 동화 속으로의 여행을 선사한다. [퓌센] 노이슈반슈타인성 Neuschwanstein Castle ‘백조의 전설’이 피어나는 동화 속으로 신랑, 신부의 입장을 알리는 ‘결혼행진곡’은 두 남녀가 하나 되는 순간에 울려 퍼진다. 이 노래를 들으면 행복한 기분이 들기 마련인데, 나는 외려 결혼식에 울려 퍼지는 결혼행진곡이 참 구슬프다는 생각을 자주했다. 결혼행진곡은 바그너의 오페라 <로엔그린> 3막에 나오는 ‘혼례의 합창곡’ 이다. 결혼행진곡이 슬픈 이유는 아마 <로엔그린>의 두 주인공인 엘자와 로엔그린이 끝내 사랑을 이루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두 사람이 헤어진 이유는 간단하다. 사랑하는 엘자에게 흑기사 로엔그린은 “절대 어디서 온 누군지 내 존재를 묻지 말라”고 당부하지만 엘자는 “당신의 이름만이라도 알려 달라”고 간곡한 청을 해버린다. 어쩌면 모든 금기는 영원할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백조의 기사 ‘로엔그린’에 감명을 받았던 사람이 여기 있다. 그는 바로 바이에른 4대 국왕 루트비히 2세다. 그는 바그너와 그의 오페라 <로엔그린>을 연상케 하는 노이슈반슈타인Neuschwanstein성을 짓기 시작한다. 성을 방문하기 전 바그너의 오페라 <탄호이저>, <니벨룽겐의 반지>, <트리스탄과 이졸데> 등을 미리 이해하고 간다면 성을 제대로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이 성은 디즈니랜드성의 모티브가 되어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다. 노이슈반슈타인성은 건물 벽화가 일품인 퓌센Fussen 중심부에서 5km 정도 떨어져 있다. 노이슈반슈타인성을 방문하기 전 미리 퓌센 도심을 둘러보면 좋다. 특히 아우크스부르크 대주교의 별궁인 ‘호에스성’을 찾아가는 길 곳곳에는 아기자기한 부티크숍들과 카페가 기다린다. 퓌센에서 떨어진 슈반가우 지역에 도착해 경사진 산길을 타박타박 올라가다 보면 노이슈반슈타인성을 만나게 된다. 노이슈반슈타인성보다 사실 가장 먼저 보게 되는 것이 루트비히 2세의 아버지인 막시밀리안 2세가 지은 호엔슈반가우Hohenschwangau성이다. 루트비히 2세 역시 호엔슈반가우성에서 동생 오토와 함께 어린 시절을 보냈다고 한다. 노이슈반슈타인성으로 올라가는 도중 성의 모습이 시시각각 변했다. 멀리서 볼 때는 동화 속의 성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신비한 매력이 느껴졌는데, 가까이 다가갔더니 웅장하고 근엄했다. 꼬불꼬불 똬리를 틀고 있는 계단을 따라 한참 올라가면 본격적으로 성의 내부가 펼쳐진다. 성 주인인 루트비히 2세의 고독이 ‘왕좌의 방’을 감돌았다. 천장에는 별과 태양 그리고 바닥에는 지상의 동식물이 돋보인다. 공중에는 왕관 모양의 샹들리에도 반짝반짝. 뿐만 아니라 예수의 열두 제자 그림이 왕좌와 같은 높이에 그려져 있고, 왕의 머리 바로 위에는 역사 속의 성스러운 왕들과 예수 그리스도가 함께 묘사돼 있다. 이 모든 장치는 왕이 천국과 지상을 연결하는 매개자임을 상징한다. ‘나는 왕이다’라는 절대권력을 과시해야만 했던 중세 왕들의 사명은 화려한 소품으로 도치돼 있었다. 루트비히 2세가 <로엔그린>을 좋아했던 만큼 성 곳곳에는 백조 장식품이 특히 많이 보이고, 문이나 벽면 등에서도 촘촘하게 새겨져 있는 백조 문양을 발견할 수 있다. 성 내부 관람이 끝날 무렵 대관홀의 서쪽 베란다에 닿는다. 이곳에서 눈이 살포시 내려앉은 바이에른주의 산과 호수를 느낄 수 있고, 아찔하게 서 있는 마리엔 브리케 다리도 구경할 수 있다. 마리엔 브리케 다리 위에서는 고고하게 바이에른 주를 내려다보는 노이슈반슈타인성이 한눈에 들어온다. 노이슈반슈타인성의 공사 기간은 무려 17년, 공사비만 약 7,000억원. 미치광이 왕이라 손가락질받기도 한 루트비히 2세는 결국 성을 완성하지 못한 채 베르크성에 유배된다. 이후 그는 슈탄베르크 호수에서 익사하는데, 물이 깊지 않았다는 점과 수영 실력이 뛰어났다는 2가지 단서 때문에 그의 죽음은 아직도 자살과 타살이라는 비밀을 풀지 못한 채 미스터리로 남아있다. 루트비히 2세는 성을 지음으로써 “공주님과 왕자님이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끝나는 평화로운 세상에서 살 수 있다고 믿었는지도 모른다. 현실은 동화가 아니지만, 많은 여행객들은 이곳에서 잠시나마 동화 속 주인공이 될 것이다. 3 백조의 기사 ‘로엔그린’을 형상화한 노이슈반슈타인성의 기념품. 끝내 이루지 못한 사랑 이야기가 흩날리는 눈발에 맺혀 있다 4 파스텔톤의 은은한 빛깔이 인상적인 퓌센의 건물들 낭만이 가득한 Christmas 로텐부르크 산타와의 이별은 순수의 끝을 의미한다지만, 어른인 우리의 내면에도 분명 아이의 감성이 숨어 있다. 로텐부르크는 어른들의 가슴 깊은 곳에 숨어 있는 욕망을 툭툭 자극해 어른들을 명랑하게 만든다. [로텐부르크] 케테 볼파르트 Kathe Wohlfahrt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크리스마스의 기적을 꿈꾸는 어른들을 위하여 로텐부르크Rothenburg에 도착하자 로텐부르크 여행이 두 번째라던 일행 중 한 명이 “이번에는 꼭 크리스마스 숍을 가겠다”며 잔뜩 부풀어 있었다. 빠른 걸음을 옮기는 그를 따라 나선 크리스마스 숍, 케테 볼파르트Kathe Wohlfahrt는 상상을 초월하는 감동을 주었다. 케테 볼파르트에서 사람들은 동심으로 돌아가 크리스마스의 기적을 꿈꾼다. 아이도 어른도 모두 함께 말이다. 이곳은 4계절 내내 크리스마스다. 비록 입구는 작고 아담하지만 그 속은 상당히 깊다. 천장에는 화려한 크리스마스 조명이 반짝이고 어디에 눈을 둬야 할지 모를 정도로 다양한 크리스마스 용품들이 제 모양을 뽐낸다. 익살스런 목재인형이 파이프를 물고 있는데, 가만히 다가가 보니 은은한 향이 코끝을 간질였다. 일명 ‘스모커’라는 향로인형이다. 오르골이 나오는 뮤직 박스, 든든한 호두까기 인형 등 소품이 너무 많아 헤아릴 수가 없다. 상점의 가장 깊은 곳에는 5m에 달하는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가 버티고 있다. 이 순간만큼은 산타가 떠나버린 우리의 공허한 마음도 따뜻한 기운으로 물든다. 로텐부르크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 속 세상이다. 샛노란 벽면에 새겨진 진한 갈색의 엑스X자 무늬부터 흰 벽면을 도배한 선명한 빨간 립스틱 자국의 꽃들까지…. 굳이 크리스마스 숍에 들어가지 않아도, 단지 아기자기한 로텐부르크의 거리를 걷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거리를 한참 걷고 있는데 어디선가 비누방울이 얼굴에 떨어졌다. 하나 둘 셋 퐁퐁퐁…. 비누방울이 눈 앞에서 ‘뽕’ 하고 터지는데 아무리 돌아보아도 비누방울을 부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고개를 들어 건물 위를 보고서야 비누방울의 범인이 뿔테안경 낀 테디베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인형을 빼놓고는 설명을 할 수 없는 도시가 바로 로텐부르크다. 로텐부르크의 입구라 할 수 있는 플뢴라인에서 슈미에트 거리를 몇 분가량 걸어가면 마르크트 광장이 나온다. 마르크트 광장의 왼쪽에 서 있는 건물이 시청사, 오른쪽에 서 있는 건물이 시의회연회관이다. 시의회연회관 위 ‘마이스터 트룽크 시계’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시계에서는 매일 ‘포도주 마시는 인형’이 나온다. 이 인형은 다름 아닌 ‘30년 전쟁’ 당시 적군으로부터 “마을을 구하고 싶다면 대형 컵에 담긴 포도주를 원샷하라”는 제안을 받고, 이에 성공한 시장의 모습이다. 크리스마스 숍에서 본 목각인형과 닮았는데 커다란 포도주 컵을 위 아래로 젖히는 모습은 이야기만큼이나 흥미롭다. 광장 뒤편으로 돌아나가면 로텐부르크에서 가장 큰 ‘성 야곱 교회’, 길을 따라 더 들어가면 특이한 조각상과 함께 ‘성 요한 교회’가 나타난다. 조각상을 한참 들여다보다 무릎을 탁 쳤다. 그 조각상은 스타벅스 로고 속 주인공이 아닌가. 꼬리를 양쪽으로 치켜 올린 인어, 바로 바다의 요정 세이렌이다. 반은 사람, 반은 인어인 세이렌과 모습은 똑같으나 성별은 신기하게도 남자였다. 로텐부르크 여행을 시작할 때 들어왔던 코볼트첼러 성문을 다시 통과했다. 성문을 떠나려다 말고 다시 뒤를 돌아보았다. 묘한 기시감을 피할 수 없었던 탓이다. 알고 보니 성문 주변은 로텐부르크를 소개하는 엽서에 항상 등장하는 명당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많은 사람들이 똑같은 자리에서 비슷비슷한 포즈로 ‘시공간’을 공유했다. 3 옹기종기 모여 있는 뽀족한 지붕의 집, 나무들이 펼치는 초록의 항연. 중세로 돌아간 듯한 로텐부르크의 정경이 눈부시다 4 인형의 도시 로텐부르크에서는 귀여운 기념품을 건질 수 있다 5 흰 벽면을 장식한 꽃들이 마치 붉은색의 립스틱 자국 같다 6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성 야곱 교회 앞의 조각상. ‘스타벅스’ 로고의 주인공인 세이렌과 닮았으나 신기하게도 성별은 남자다 T clip.1년 365일 크리스마스 케테 볼파르트Kathe Wohlfahrt 1년 365일이 크리스마스라면 얼마나 좋을까. 크리스마스 숍인 케테 볼파르트에서는 ‘말하는 대로’ 이뤄질 것만 같다. 로텐부르크뿐만 아니라 뤼데스하임, 하이델베르크, 뉘른베르크 등 독일의 주요 도시에도 점포가 있다. 외관이 소박한 탓에 아차 하면 건물을 지나치기 쉬운데, 숍의 입구에는 크리스마스 느낌이 물씬 나는 빨강 차가 세워져 있으니 놓치지 말자. 주소 Hrrngasse 1, 91541 Rothenburg ob der Tauber 개장시간 월~금요일 | 오전 9시~오후 6시, 토요일 | 오전 9시~오후 6시, 일요일·국경일 | 오전 11시~오후 6시 문의 49-9861-4090, info@wohlfahrt.com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위 기사는 기사콘텐츠 교류 제휴매체인 여행신문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에 관한 모든 법적인 권한과 책임은 여행신문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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