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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 쇳물 쓰지마라’…정쟁속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외치는 정의당

    ‘그 쇳물 쓰지마라’…정쟁속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외치는 정의당

    ‘그 쇳물 부르기 챌린지’…정의당, 이재명 등 참여 정의당 국회서 법안통과 촉구 1인 시위 입법청원 10만명 넘어 통과추미애 법무부장관, 박덕흠 의원, 이상직 의원 등 여야를 가리지 않고 상대의 허점을 물어뜯는 와중에 ‘법안’만을 가리키는 곳이 있다. 정의당은 3일 릴레이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통과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사업주가 유해·위험 방지의무를 위반해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하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5천만원 이상 10억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의당은 제21대 국회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1호 법안으로 발의했다. 산업 현장 사망 사고 등 중대 재해에 대한 기업 책임을 강화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며 지난 7일부터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고 노회찬 의원이 20대 국회에서 발의했지만, 임기 만료와 함께 폐기된 법안이다. 이번에 발의된 법안은 당시 노 의원의 안보다 더 강화됐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정의당의 5대 입법과제 중 하나다. 정의당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전국민 고용보험제 도입, 그린뉴딜추진특별법 제정, 차별금지법 제정, 비동의강간죄 도입 등 5대 법안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정의당은 국회에서 1인 시위를 하며 피해를 입을 수 있는 노동자의 모습으로 분해 퍼포먼스를 보이고 있다. 류호정 의원은 소프트웨어 개발업계에서 마감을 앞두고 장시간 근무를 하는 ‘크런치 모드’상태의 IT노동자를 표현했고, 심상정 대표는 반도체 공장 근무자를 표현했다. 성과도 있었다. 국회는 22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에 관한 청원’이 국민 10만명의 동의를 얻었다고 밝혔다. 해당 청원은 2018년 충남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작업 중 사망한 고 김용균 씨의 어머니인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이 지난달 26일 제기했다. 김 이사장은 청원에서 “전태일 이후 50년간 일터는 달라지지 않았다”며 “노동자 시민의 반복되는 죽음을 막고, 안전한 일터와 사회를 위해 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세월호 참사, 가습기 살균제 참사 등 다중이용시설, 제조물의 사용과정에서 발생한 중대재해에 대해 기업 및 공무원의 실질적인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에 따라 해당 법률안은 정의당 발의안과 함께 국회 상임위에서 논의될 예정이다.각계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통과를 촉구하는 상황이다. ‘근로기준법 준수’를 외치며 분신사망한 고 전태일 열사의 ‘50주기’를 맞아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등 ‘전태일3법’의 입법을 추진 중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해당 법안의 연내 입법을 촉구했다. 민주노총은 국정감사를 앞둔 국회에 전태일3법의 중요성을 지속적으로 피력하는 동시에 전국 각지에서 이를 홍보하는 활동도 이어갈 방침이다. 시민들의 요구도 커지고 있다. 산업재해로 숨진 청년 노동자를 기리는 노래인 ‘그 쇳물 쓰지마라’가 퍼지고 있어서다. 그 쇳물 쓰지마라는 지난 2010년 9월 충남 당진의 한 철강공장에서 일하다 숨진 김씨를 기리며 ‘제페토’(활동명)라는 이름의 누리꾼이 쓴 글에 가수 하림이 멜로디를 붙인 곡이다. 시민들은 노동현장의 변화를 촉구하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 노래 ‘그 쇳물 쓰지 마라’를 부른 영상을 올리고 있다. 가수 하림은 ‘그 쇳물 쓰지 마라’ 함께 노래하기 챌린지를 제안했는데, 가수 호란, 정의당 장혜영·배진교 의원, 고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씨, 일반 시민의 참여가 이어지고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챌린지에 참여했다. 결국 해당법안이 통과할 수 있을지는 민주당과 국민의힘에 달렸다. 우선 민주당은 긍정적인 모습이다. 이 대표가 취임 인사차 심상정 정의당 대표를 방문했을 때 전국민고용보험의 신속한 제도화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처리에 의견을 모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관련법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 상황이다. 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 1일 뉴욕증시 0.13% 상승 마감

    1일 뉴욕증시 0.13% 상승 마감

    실업 감소, 소비 증가했지만 개인소득 감소 집계돼 1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가 전 거래일보다 35.20포인트(0.13%) 상승한 2만 7816.90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7.80포인트(0.53%) 오른 3380.80에, 나스닥은 159.00포인트(1.42%) 상승한 1만 1326.51에 장을 마쳤다.미국 신규 부양책 협상과 주요 경제 지표 발표에 따라 지수는 장중 등락을 반복했다. 장 초반 부양책 합의 낙관론이 우세했지만, 백악관이 제시한 약 1조 6000억달러 부양책에 대해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민주당)이 부정적이란 보도가 이어지며 시장의 기대감을 꺾었다. 펠로시 의장과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이날 오후 전화 협상을 시도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한 여파로 다우지수가 장중 한때 하락세로 돌아서기도 했다. 미국 경제 지표도 예상보다 나쁘지 않았을 뿐 경제 회복세 정체에 대한 우려를 씻어낼 정도로 양호하지 않았다. 미국 노동부는 지난주 실업보험 청구자수가 전주보다 3만 6000명 감소, 83만 7000명(계절 조정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 8월 개인소비지출(PCE)는 전달 대비 1.0%(계절조정치) 증가했지만, 개인소득은 2.7%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문재인 정부 4년… 야당은 왜 해마다 거리로 나섰나

    문재인 정부 4년… 야당은 왜 해마다 거리로 나섰나

    “대한민국 대통령을 찾습니다” 출범 네 달간 ‘장외투쟁’을 자제하고 ‘원내투쟁’ 기조를 이어온 국민의힘 지도부가 최근 청와대 앞에서 피켓을 들었다. 서해상 실종 공무원이 북한군 총격에 사망한 사건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해명에 나서지 않자 이를 요구하고자 국회를 벗어난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2017년부터 집권 4년차인 올해까지 야당은 해마다 거리로 나섰다. 시기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결국 장외 투쟁을 선택하는 일이 반복됐다. 정쟁만 일삼는 것 아니냐는 여론의 부담에도, 정부·여당이 주도권을 쥔 정국에서 원내에서만 목소리를 내서는 한계가 있다는 인식 때문으로 풀이된다. 문 정부 취임 후 야당의 첫 장외투쟁은 김장겸 MBC 사장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에서 촉발됐다. 이를 ‘언론장악’을 규정한 자유한국당은 9월 정기국회 일정 전면 보이콧을 선언하고 방송통신위원회, 대검찰청 등 항의방문을 진행했다. 보이콧 선언 다음날 북한이 6차 핵실험을 진행하자 야당은 문 정부의 안보·복지 정책까지 문제 삼았고 ‘대국민 보고대회’로 이어졌다. 자유한국당의 정우택 초대 원내대표는 “언론 장악의 발톱을 드러내고, 언론 본래의 자유민주주의 수호기능을 말살해가는 문재인 정부를 규탄하기 위해 국회 일정을 보이콧했다”고 했다.2017년 12월 한국당 2대 원내대표에 취임한 김성태 원내대표는 이듬해 5월 ‘드루킹 댓글조작 의혹’에 대한 조건 없는 특별검사 도입을 촉구하며 무기한 노숙단식투쟁에 돌입했다. 단식 사흘째에는 30대 한 남성이 악수를 청하는 척하다가 김 원내대표의 안면을 가격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김 원내대표의 건강이 악화되자 한국당 의원들은 단식 중단 촉구 결의안을 채택했고 단식농성은 9일 만에 종료했다. 이후 한국당은 드루킹 특검을 관철시켰다. 2019년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 체제 하에서 장외투쟁은 어느 때부터 뜨겁게 불붙었다. 그해 4월 문 대통령이 해외 순방 중에 전자결재로 주식투자 논란이 제기된 이미선 헌법재판관 임명을 강행하자, 황 대표는 광화문광장에서 취임 후 첫 장외집회를 벌였다. 이후 범여권의 선거제 개혁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패스트트랙 지정 등을 막기 위해 전국 당협위원장·당원 등이 동원된 대규모 집회가 반복됐다.8월 ‘조국 사태’가 터지면서 장외투쟁은 최고조를 이뤘다. 문 정권 규탄집회에는 한국당 추산 10만명의 시민이 모여들기도 했다. 황 대표는 청와대 앞에서 야당 대표 처음으로 삭발 승부수까지 던지면서 장외집회에 힘을 쏟았다. 한국당의 장외집회 기조는 마지막 원내대표인 심재철 원내대표 취임 후에도 지속됐다. 황 대표는 같은 해 11월 청와대 앞에서 패스트트랙 법안 철회를 요구하는 단식농성을 하다 쓰러지기도 했다. 또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의혹, 우리들병원 거책 대출에 친문 핵심 인사 연루 의혹 등이 잇따라 터져나오자 야당은 이를 ‘문 정권 국정농단 3대 게이트’로 규정하고 거리로 향했다. 해가 갈수록 격화된 야당의 장외투쟁은 정부에 대한 비판 여론을 드러내는 역할도 했지만, 점차 일상화되고 국민적 피로도가 누적되면서 지난 4·15 총선의 야당 참패로 귀결됐다는 분석이 따랐다. 이 때문에 중도로의 확장을 내건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주 원내대표 체제의 국민의힘은 장외집회와는 줄곧 선을 그어왔다.하지만 북한의 공무원 피격 사건이 발생하자 국민의힘은 문 대통령에 항의하며 결국 청와대로 향했다. 지난 27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 선 주 원내대표는 “장외투쟁이라기보다 대통령이 계시는 곳에서 그 의무와 직책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지 (답변을) 촉구하기 위한 것”이라며 장외집회로 보이는 것을 경계하면서도 “대통령께서도 ‘대통령의 24시간은 공공재’라고 했다. 국민은 국가 최고 통수권자인 대통령의 24시간 조치들을 알아야 할 권리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간 보수단체의 광복절, 개천절 집회 등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온 김 위원장도 주 원내대표의 1인 시위 현장에 깜짝 방문해 힘을 보탰다. 국민의힘 비례의원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공무원 피살 사건 진상조사를 촉구하는 청와대 앞 릴레이 시위는 추석 연휴 기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지역구의원들과 전국 시·도당위원장, 당협위원장들도 각 지역에서 저마다 ‘대한민국 대통령을 찾습니다’라고 쓰인 피켓을 들었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도쿄 증시 거래 중단…증권거래소 시스템 장애 반복

    도쿄 증시 거래 중단…증권거래소 시스템 장애 반복

    도쿄증권거래소가 시스템 장애로 인해 1일 종일 거래가 중단되면서 증권업계와 시장이 큰 혼란을 겪었다. 각 증권사는 고객으로부터 항의와 문의가 쇄도했다. 이날 이치요시증권에과 노무라증권, 다이와증권, SMBC닛코 증권 등 대형 증권사는 거래 중단을 안내하고 고객의 문의에 대응하느라 바쁜 하루를 보냈다. 투자자들 또한 곤란한 상황에 빠졌다. 전날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가 대폭 상승한 영향이 도쿄주식시장의 닛케이평균주가(225종, 닛케이지수)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 상황에서 거래가 묶이자 투자자들도 곤란한 상황에 처했다. 교도통신은 시장 관계자들이 성난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도쿄증권거래소는 과거에도 같은 문제로 장애를 겪었음에도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도쿄증권거래소는 2005년 11월 3시간 동안 거래가 중단돼 간부들이 감봉 처분 등의 징계를 받았고, 2006년 1월에는 라이브도어 주식을 사려는 주문이 쇄도하면서 거래가 일시적으로 전면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2012년 2월에는 대규모 매매 정지 사건이 있었고 2018년 10월에는 시스템 장애로 인해 대형 증권사 등에서 고객의 주문이 일시 중단되는 문제가 벌어진 바 있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추석 연휴 첫날, 귀성길 고속도로 정체 계속…오후 7∼8시 해소될 듯

    추석 연휴 첫날, 귀성길 고속도로 정체 계속…오후 7∼8시 해소될 듯

    추석 연휴 첫날이자 수요일인 30일 귀성객이 몰리면서 전국 고속도로 곳곳에서 차들이 정체 현상을 빚고 있다. 한국도로공사는 오후 7∼8시쯤 정체가 풀릴 것이라고 전망했으며 귀경 방향 정체는 오후 5~6시쯤 해소될 것으로 내다봤다. 도로공사에 따르면 이날 낮 12시 기준 경부고속도로 부산 방향은 목천부근∼남이분기점 부근 29㎞ 구간을 비롯해 반포∼서초, 신길분기점∼수원, 화덕분기점 부근∼비룡분기점 등 합계 길이 47㎞ 구간에서 차들이 시속 40㎞ 미만으로 서행하고 있다. 서울 방향은 달래내부근∼반포, 기흥∼수원 등 합계 길이 13㎞ 구간에서 정체를 빚고 있다. 수도권제1순환고속도로(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일산 방향은 소래터널 부근∼송내, 서울분기점∼자유로 등 23㎞ 구간에서, 구리 방향은 서운분기점∼송내, 송파∼토평 등 24㎞ 구간에서 소통이 원활하지 않다. 서해안 고속도로 목포 방향은 서평택분기점 부근∼서해대교 등 10㎞ 구간에서, 서울 방향은 일직분기점∼금천 등 4㎞ 구간에서 차들이 가다가 서기를 반복하고 있다.영동 고속도로 강릉 방향은 원주 부근, 이천 부근∼여주휴게소 부근, 덕평∼호법분기점 부근 등 26㎞ 구간에서 정체가 빚어지고 있다. 오후 1시 기준 승용차로 서울요금소를 출발할 경우 전국 주요 도시까지 소요 시간은 부산 6시간, 광주 4시간 30분, 울산 6시간 10분, 대구 5시간, 대전 2시간 20분, 강릉 3시간 30분으로 예상된다. 이날 전국 예상 교통량은 457만대로,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이동하는 차량이 47만대,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이동하는 차량이 31만대일 것으로 예상된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엄중 낙연’은 정말 달라졌을까?

    ‘엄중 낙연’은 정말 달라졌을까?

    “더 이상 ‘엄중 낙연’이란 별명은 유효하지 않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의 사정을 잘 아는 당 관계자는 최근 이낙연 대표의 행적을 두고 이렇게 평가했다. 전당대회 이전까지 현안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상황을 엄중히 지켜보고 있다”는 답을 반복하며 ‘엄중 낙연’이라 불렸던 이 대표가 최근 달라졌다는 것이다. 30일 정치권에 따르면 대표 취임 한달이 지나면서 당내에서는 이 대표의 분위기가 달려졌다는 평가가 적잖게 나오고 있다. 엄중 낙연은 정말 달라졌을까. “DJ 아들도 제명, 단호한 결단” 우선 민주당 인사들이 이 대표가 달라졌다고 평가하는 근거 중 하나는 최근 당내 현안에 대해 ‘단호한 결단력’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부동산 재산 신고 누락 논란에 휩싸인 김홍걸 의원에 대한 제명 조치다. 민주당은 지난 16일 윤리감찰단을 출범시켜 김 의원 사건을 ‘1호 감찰 대상’에 올렸다. 정치권에서는 김 의원 논란이 처음 불거졌을 당시 당 차원의 조사가 진행되더라도 처리까지는 제법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은 비단 김 의원만 문제가 아니었고 복수의 야당 의원들도 같은 의혹을 받고 있었다. 게다가 민주당에서는 상징적인 DJ(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인 김 의원을, 지역 기반이 호남인 이 대표 체제에서 쉽게 자를 것이라 예상하긴 어려웠다. 하지만 최고위는 감찰단 출범 이틀만에 김 의원을 전격 제명했다. 한 최고위원은 “윤리감찰단에서 비상징계 제명을 이 대표에게 요청해왔고 조사 결과를 보고 받은 지도부가 별 이견없이 바로 제명을 결정했다”고 전했다. 이를 두고 당내에서는 이 대표가 의원 징계에 관해서는 ‘정무적 판단’에 대한 부담을 줄이기 위해 당내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는 판사 출신 초선 최기상 의원을 전략적으로 윤리감찰단장으로 임명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또 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부동산 문제가 워낙 예민한 이슈였던만큼 감찰 결과를 본 이 대표가 시간이 끌 수는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도 말했다. 대량 해고 사태를 일으킨 이스타항공의 창업주인 이상직 의원이 탈당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엄중 주시’에서 ‘엄중 경고’로 엄중히 지켜보기만 해 ‘고구마 같다’는 평가를 받았던 이 대표의 메시지도 한층 강도가 강해졌다. 당 소속 윤영찬 의원이 ‘카카오 들어오라고 하세요’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 포털 길들이기 논란이 일자 이 대표는 다음날 바로 “어제 우리 당 소속 의원이 국회 회의 중 포털매체에 부적절 문자 보낸 게 포착됐다”며 “엄중히 주의를 드린다”고 경고했다. 지난 22일 김창룡 경찰청장을 만난 자리에서는 일부 극우단체의 개천절 집회 예고에 대해 ‘결연한 의지’를 강조하며 “공권력을 가볍게 여기는 세력에 대해서도 엄중한 경고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 생명을 위협하는 불법 행위는 엄단하겠다고도 했다. 자신을 통제하는 데 쓰던 ‘엄중’이란 단어가 확연히 외부로 향하고 있는 것이다.정치권에서는 이 같은 변화의 원인 중 하나로 대권 경쟁자인 이재명 경기지사를 뽑는다. 이 지사는 이 대표와 정반대되는 청량감으로 지지세를 넓혀가고 있다. 이 대표는 한때 차기 대권 주자 지지율에서 독보적 1위였지만 최근에는 이 지사와 엎치락뒤치락을 반복하고 있다.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 21∼25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2553명을 대상으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1.9%포인트)한 결과, 이 대표 지지율은 지난달보다 2.1% 포인트 내린 22.5%였다. 이 지사는 오차범위 내인 21.4%였다. 이재명 지사를 의식한 변화? 더구나 이 대표 지지율은 하락세인 반면, 이 지사 지지율은 꾸준히 상승하는 추세다. 이 지사가 예민한 정치이슈들에 대해 자기 목소리를 분명히 내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만큼 이 대표도 엄중히 지켜볼 수만은 없는 상황인 셈이다. 현 민주당 지도부 구성이 이 대표의 언행에 긍정적인 변화의 자극을 주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직전 민주당 지도부가 이해찬 전 대표의 카리스마에 기반해 운영되는 것과 달리 이낙연 체제 지도부는 의견교환이 원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최고위원은 “이 대표는 자기 의견을 먼저 말하기보다는 다른 지도부 의견을 경청하고 이를 합리적인 선에서 종합하는 능력이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특히 이 대표가 지명한 24살 대학생 출신의 박성민 최고위원, 기초단체장으로서 처음으로 민주당 지도부에 입성한 염태영(수원시장) 최고위원 등이 지도부에 가세하면서 기성 여의도 정치의 시각을 벗어난 논의들이 가능해졌다고 한다. 그럼에도 엄중 낙연이 진짜 달라졌다는 평가에는 아직 ‘물음표’가 많이 나온다. 횡령 등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된 윤미향 의원에 대한 거취 등 일부 현안은 아직 정리되지 않았고, 메시지의 성격도 시원함보다는 여전히 안정감과 합리성이 더 강하기 때문이다. “엄중 낙연이 왜 달라져야 하나” 이 대표를 가까이서 지켜보는 사람들은 ‘엄중 낙연이 달라져야 한다’는 명제 자체를 거부하기도 한다. 이 대표의 한 측근은 “이 대표가 정치인으로 살아온 인생이 20년”이라며 “그 정치 여정의 결과로 남은 게 지금은 이 대표의 모습인데 이제와서 사람이 바뀌어야 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 특히 이 대표 주변에서는 이 대표가 이 지사를 의식해 변하고 있다는 분석에 상당한 거부감을 드러낸다. 이 지사는 이 지사대로 ‘사이다 발언’으로 대중적 지지를 받는 것처럼 이 대표는 안정감과 합리성이 곧 정치적 자산이기 때문에 이 지사를 따라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 대표 측에서는 이 지사의 행보를 이슈를 만들어 존재감을 나타내는 ‘2위 전략’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아직 엄중 낙연의 변화를 따질 시점이 아니란 분석도 타당성이 있다. 이 대표의 지지율 상당 부분이 문재인정부 지지율과 겹치는 상황에서 이 대표가 급하게 눈에 띄는 ‘자기 목소리’를 낼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 대표는 전당대회 과정에서도 짧은 6개월 당대표 임기의 목표에 대해 “코로나19 등 국난의 안정적 극복”이라고 반복해서 말한 바 있다. 대표 임기 동안은 현재 위기상황 극복을 위해 정부·여당이 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것이 이 대표 생각인 것이다. 이에 이 대표의 ‘자기정치’는 2022년 대선을 1년 앞둔 내년 3월, 이 대표가 대표직을 벗고 본격적으로 대선 행보를 시작할 때 시작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대선 정국이 되면 대통령보다 주요 대권 주자의 말과 행동에 자연스럽게 더 무게가 실리게 된다”면서 “대권 주자에 대한 평가는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박상익의 사진으로 세상읽기] 처칠의 ‘뻐끔담배’

    [박상익의 사진으로 세상읽기] 처칠의 ‘뻐끔담배’

    교차로에서 자동차가 신호 대기 중이다. 앞차 운전석 창문이 열린다. 운전자의 왼손이 밖으로 빠져나온다. 손가락 사이에는 담배가 있다. 보기가 불편하다. 아니나 다를까. 신호가 바뀌자마자 담배꽁초를 길에 툭 던져 버리고 냅다 달아난다. 뒤에서 지켜보던 이는 불쾌감이 확 밀려온다. 아파트 아래층에서 올라오는 담배연기는 윗집 사는 이웃과의 물리적 충돌까지 초래한다. 우리 시대의 풍속도다. 1970년대와 80년대, 아니 90년대까지도 이렇지는 않았다. 영화관에서, 찻집에서, 심지어 열차 객실에서도 대놓고 담배를 피우던 시절이 있었다. 거리에서 불붙은 담배를 손에 들고 다니다가 지나던 행인의 옷에 구멍을 내는 경우도 드물지 않았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담배 풍속은 급격히 변했다. 상전벽해라 할 만하다. 간접흡연의 해악이 널리 알려지면서 애연가들은 다들 죄인이라도 되는 듯이 움츠러들고 있다. 보기에 안쓰러울 지경이다. 그깟 담배 좀 끊으면 안 되냐고? 애연가로 유명한 미국 소설가 마크 트웨인은 “세상에 담배를 끊는 것보다 쉬운 일은 없다. 나는 천 번도 더 끊어 봤다”는 명언을 남겼다. 그만큼 담배 끊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흡연 부스에서 눈치 보며 피우는 데는 그럴 만한 사연이 있는 것이다. 담배 하면 떠오르는 정치인으로 영국 총리 윈스턴 처칠(1874~1965)을 빼놓을 수 없다. 처칠은 시가만 따로 보관하는 특별보관실이 따로 있었을 정도였다. 그 방에는 그가 선호하는 아바나(쿠바)산 시가인 로메오이훌리에타가 보관돼 있었다. 처칠이 시가를 손에 들고 있는 사진을 못 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는 대중과 카메라맨 앞에서 종종 시가를 손에 들고 있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보기와 달리 시가를 많이 피우지는 않았다. 하루에 12개비를 넘긴 적이 결코 없었다고 한다. 게다가 처칠은 시가 연기를 들이마시지 않았다. 그는 시가를 피운다기보다는 시가에 불을 붙였다가 다시 끄기를 반복했다. ‘뻐끔담배’였던 것이다. 처칠은 라이터를 절대 사용하지 않았고 언제나 특별 주문한 아주 커다란 성냥을 썼다. 시가를 피우는 것보다는 피우는 과정을 즐겼다. 91세까지 장수한 처칠이 골초였다는 사실을 들어 담배 무해론을 끌어내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실망스럽게도 처칠은 ‘무늬만 골초’였다. 삼례농협 창고위로 흘러가는 구름처럼 담배는 그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 꽃길만 걸어봐요, 지친 맘 걷어내요… 서초맘 여기 어때

    꽃길만 걸어봐요, 지친 맘 걷어내요… 서초맘 여기 어때

    셀프바·원목식탁·안마의자 등 풍성요리·컬러세러피·플라워아트 수업육아 스트레스 1대1 심리상담 가능엄마를 위한 전용 휴식공간이 서울 서초구에 들어선다. 반복되는 일상 속 육아에 지친 엄마들에게 웃음을 찾아주고, 몸과 마음을 힐링시켜 줄 수 있는 공간이다. 지난 28일 찾은 서초엄마힐링센터는 내곡동 서초내곡SH상가에 있다. 서초엄마힐링센터가 다른 자치구의 커뮤니티시설과 확연히 다른 점은 오롯이 엄마의 휴식에 초점을 맞췄다는 것이다. 엄마와 자녀의 육아를 돕는 육아센터나 장난감 도서관 등은 자녀를 돌보는 데 중점을 두지만 서초엄마힐링센터는 고급 호텔이나 펜션에 놀러온 것처럼 엄마를 위한 공간으로 꾸몄다.현관에 들어서면 파스텔 핑크와 골드가 어우러진 출입문이 반겨 준다. 현관 바로 옆에는 화사한 부케 모양의 꽃이 가득 차 있어 ‘포토존’으로 안성맞춤이다. 주방 한켠에 마련된 셀프바에서는 커피와 차를 마시며 휴식을 취할 수 있다. 10명이 앉을 수 있는 대형 원목식탁 ‘우드슬랩’이 주방 중간에 위치해 있다. 이곳에서는 가족을 위한 식사를 준비하느라 자신의 취향을 미처 신경쓰기 어려웠던 엄마를 위한 요리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다. 와인과 어울리는 핑거푸드, 브런치, 디저트 등 아기자기한 요리를 배울 수 있다.남향의 통창을 뚫고 햇볕이 한가득 들어오는 곳에는 최신식 전자동 안마의자 2대를 비치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안마의자에 몸을 맡긴 채 쉴 수 있다. 육아 스트레스로 우울감을 느끼는 엄마를 위해 별도로 마련된 작은 방에서는 1대1 심리상담을 받을 수 있다. 총 6차례 무료로 제공되며, 더 상담을 받고 싶은 경우 서초구 건강가전지원센터나 외부 전문 상담기관을 연결해 준다. 스트레스 해소 프로그램도 준비돼 있다. 컬러세러피, 캘리그래피, 플라워아트 수업에서 편안하게 대화하며 고민과 스트레스를 풀어낸다. 서초엄마힐링센터 운영시간은 평일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토요일은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다. 각종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화요일과 목요일 오전 10~12시를 제외하고는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센터를 처음 방문한 엄마에게는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기념사진도 촬영해 준다. 코로나19로 인해 개관 일정이 연기됐지만, 10월 개관을 목표로 하고 있다.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서초엄마힐링센터는 육아에 지친 엄마를 위해 디자인과 공간에 신경을 쓴 엄마 전용 힐링 공간”이라며 “문화나 여가 시설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내곡동에 있는 엄마들에게 활력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거세진 北風, 여전한 秋風… 추석 밥상머리 민심 어디로

    거세진 北風, 여전한 秋風… 추석 밥상머리 민심 어디로

    野, 국감 전까지 공세 동력으로 유지할 듯與, 추경 집행에 집중… “정치 공세” 맞서해양수산부 공무원 북한 피격 사건으로 정국이 들썩이는 가운데 30일부터 닷새간 추석 연휴가 시작되면서 밥상머리 민심이 어디로 향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국회 차원의 대북규탄결의안이 불발되면서 이를 둘러싼 공방이 가열되고 있는 데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문제도 말끔하게 해소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으로선 연휴 내내 이 문제를 안고 가야 하는 부담스런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연휴 후 시작되는 국정감사 때까지 공세의 동력을 유지하겠다는 전략이다. 민주당은 일단 추석 전 4차 추가경정예산(추경) 집행에 최대한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29일 원내대책회의에서 “4차 추경이 순조롭게 집행돼 약속드린 대로 추석 전에 지원금 70% 이상을 국민께 전달할 수 있게 됐다”며 “추경이 국회 통과된 지 1주일도 안 돼 70% 집행된 건 사상 처음”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아동돌봄특별지원금도) 최대한 이른 시일 내 지급이 이뤄지도록 예산집행이 완료될 때까지 세심하게 살피겠다”고 말했다. 공무원 피격 사건과 관련한 야권의 공세에 대해선 “비극적 사건을 이용한 정쟁”이라며 역공에 나섰다. 김 원내대표는 “야당이 우리 국민의 안타까운 사망 사건을 이용해서 상식에 벗어난 과도한 정쟁으로 갈등과 분열을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추 장관 아들 문제에 대해서도 ‘야당의 정치 공세’라는 말을 반복하고 있다. 김영진 원내수석부대표는 “야당이 추 장관 흔들기로 남긴 건 고성과 가짜뉴스뿐”이라며 “야당은 추미애 흔들기에 실패하자 지금은 서해상 우리 공무원 사망 사건을 이용해 분초 단위로 무차별 북풍정쟁을 일삼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위법성 여부를 떠나 추 장관이 보좌관에게 지원장교의 연락처를 전달하고 관련 보고를 받았다는 사실은 야당에 공세의 빌미를 준 셈이 됐다. 민주당 김종민 최고위원은 이날 MBC 라디오에서 “이건 무슨 부당한 압력을 외압을 행사한 게 아니고 엄마로서 휴가 연장과 관련해서 보좌관의 도움을 받은 것”이라고 옹호했지만, 보좌관이 전화한 사실에 대해선 “보좌관이 등장하는 것 자체가 조금 적절하지 않은 건 맞을 텐데 그게 어떤 배경에서 등장을 하게 됐는지 사실관계가 확인돼야 판단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얼버무렸다.국민의힘은 추석 연휴 동안 지역구 등에서 공무원 피격 사건, 추 장관 아들 검찰 수사 등과 관련해 문재인 정부의 무능함과 무도함을 알리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정부 비판 여론을 동력 삼아 다음달 7일부터 시작되는 국정감사에서 정부·여당에 대한 압박 수위를 극도로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전날 “추석 연휴 동안 지역에 가서 북한의 만행, 대통령이 48시간 동안 없어진 문제점들을 충분히 설명하고 홍보해 달라”고 당부했으며, 비례대표 의원들은 이날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진행했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秋, 면죄부 받았지만… ‘거짓 해명’에 더 위태로워진 법무장관직

    秋, 면죄부 받았지만… ‘거짓 해명’에 더 위태로워진 법무장관직

    장남의 ‘군 휴가 특혜’ 관련 의혹을 받아 온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 28일 검찰의 불기소 처분으로 면죄부를 얻었지만 법무부 장관 교체가 필요하다는 요구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정치권과 법조계 일각에선 추석 연휴 이후 개각이 전망되는 만큼 추 장관도 포함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9일 법조계에서는 추 장관과 아들 서모(27)씨, 추 장관의 전 보좌관 최모(51)씨 등을 모두 불기소한 서울동부지검의 수사 결과와 관련해 형사처벌 여부보다는 추 장관의 거짓 해명이 더 큰 문제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검찰 출신 변호사들은 “애초 의혹 자체가 법적인 처벌 가능성이 작아 기소 여부는 중요하지 않았다”며 “국가의 법무행정을 총괄하는 장관으로서의 도덕성과 자질에 흠결이 있음이 확인됐다는 게 더욱 심각한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추 장관은 그간 아들 관련 의혹에 대해 “보좌관에게 전화하라고 시킨 적이 없다”며 반박해 왔지만 검찰이 공개한 수사 결과 자료에서는 추 장관이 보좌관에게 아들 휴가와 관련한 전화 등을 지시한 정황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검찰과 법무부 요직을 두루 거친 한 변호사는 “추 장관은 아들 군 휴가와 관련해 보좌관에게 지시하거나 관여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반복해 왔는데, 이는 결국 거짓말이었던 것”이라며 “국회와 국민을 상대로 거짓된 주장을 반복해 온 사람이 장관직을 계속 수행한다면 국민이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검찰 출신의 또 다른 변호사는 “정무직 중 가장 높은 수준의 도덕성을 요구하는 법무부 장관으로서는 사실상 부적격 판정을 받은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하면서 “추 장관 스스로가 개혁 대상인데 검찰을 개혁하겠다고 외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이날 보수 성향의 시민단체인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법세련)가 추 장관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법세련은 “추 장관이 인사청문회에서 거짓말로 청문위원들의 검증 업무를 방해하고 인사권자인 대통령이 그릇된 직무행위를 하게 했다”고 주장했다. 아들 관련 의혹을 넘은 추 장관은 딸과 관련한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됐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 권상대)는 보수 시민단체가 추 장관을 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최근 배당받고 관련 자료 검토에 착수했다. 앞서 야당은 추 장관이 기자간담회 등의 명목으로 딸이 운영하는 음식점에서 정치자금을 사용하는 등 정치자금을 부정 사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 秋, 면죄부 받았지만… ‘거짓 해명’에 더 위태로워진 법무장관직

    秋, 면죄부 받았지만… ‘거짓 해명’에 더 위태로워진 법무장관직

    지난해 12월 법무부 장관 후보자 시절부터 아들의 ‘군 휴가 특혜’ 관련 의혹을 받아 온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 28일 검찰의 불기소 처분으로 면죄부를 얻었지만 법무부 장관 교체가 필요하다는 요구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정치권과 법조계 일각에선 추석 연휴 이후 문재인 대통령의 개각이 전망되는 만큼 추 장관도 포함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9일 법조계에서는 추 장관과 아들 서모(27)씨, 추 장관의 전 보좌관 최모(51)씨 등을 모두 불기소한 서울동부지검의 수사 결과와 관련해 형사처벌 여부보다는 추 장관의 거짓 해명이 더 큰 문제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검찰 출신 변호사들은 “애초 의혹 자체가 법적인 처벌 가능성이 작아 기소 여부는 중요하지 않았다”며 “국가의 법무행정을 총괄하는 법무부 장관으로서의 도덕성과 자질에 흠결이 있음이 확인됐다는 게 더욱 심각한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추 장관은 그간 자신과 아들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보좌관에게 전화하라고 시킨 적이 없다”며 반박해 왔지만 검찰이 공개한 수사 결과 발표 자료에서는 추 장관이 최 보좌관에게 아들 휴가와 관련한 전화 등을 지시한 정황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추 장관은 최 보좌관에게 서씨가 복무한 미2사단 지역대 지원장교 김모(23) 대위의 연락처를 카카오톡 메시지로 보냈고, 이후 최 보좌관의 조치 상황을 보고받았다. 검찰과 법무부 요직을 두루 거친 한 변호사는 “추 장관은 후보자 시절 인사청문회와 최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도 아들 군 휴가와 관련해 보좌관에게 지시하거나 관여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반복해 왔는데, 검찰 수사 결과를 보면 이는 결국 거짓말이었던 것”이라며 “국회에서 국민의 대표를 상대로 거짓된 주장을 반복해 온 사람이 법무부 장관직을 계속 수행한다면 국민이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검찰 출신의 또 다른 변호사는 “정무직 중 가장 높은 수준의 도덕성을 요구하는 법무부 장관으로서는 사실상 부적격 판정을 받은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하면서 “추 장관 스스로가 개혁 대상인데 검찰을 개혁하겠다고 외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아들 관련 의혹을 넘은 추 장관은 딸과 관련한 의혹으로 검찰의 새로운 수사를 받게 됐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 권상대)는 보수 시민단체가 추 장관을 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최근 배당받고 관련 자료 검토에 착수했다. 앞서 야당은 추 장관이 기자간담회 등의 명목으로 딸이 운영하는 음식점에서 정치자금을 사용하고, 2017년 1월 3일 경기 파주 제1포병여단을 방문한 날 추 장관의 정치자금 카드가 충남 논산에서 사용됐다며 정치자금 부정 사용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공동조사 불발 땐 플랜B도, 강경 유턴도 어려워… 靑의 딜레마

    공동조사 불발 땐 플랜B도, 강경 유턴도 어려워… 靑의 딜레마

    시신 훼손 여부·월북·총살 결정 주체 등남북 발표 완전 엇갈려 공동조사 불가피일각 “北 침묵 일관·거절할 것” 관측도靑 묘수 없어 고심… 관건은 김정은 결단 서해에서 북한군에 의해 피살된 공무원 이모씨 사건과 관련, 정부의 공동조사 제안에 대해 북측이 이틀째인 29일에도 침묵을 지키는 가운데 청와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공동조사 제안을 북측이 거절한다면 ‘플랜B’도, 강경 모드로의 ‘유턴’도 어려운 딜레마적 상황이기 때문이다. 국민 분노를 임계치까지 끌어올린 ‘트리거’(방아쇠)가 된 총격 후 시신 훼손 여부는 물론 이씨의 월북 의사와 사살 결정 주체 논란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공동조사는 불가피하다. 남북 발표가 완전히 엇갈리는 터라 논란을 매듭짓지 못한다면 이 사건을 계기로 대화의 불씨를 살리고, 협력의 물꼬를 터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다시 궤도에 올리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구상은 한 걸음 나아가기 어렵기 때문이다. 관건은 북의 반응이다. 지난 25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대남 사과는 북한 체제 속성상 지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북측은 27일 “남측에 벌어진 사건의 ‘전말’을 조사 통보했다”며 사건을 일단락 짓고 싶어 하는 속내를 드러냈다. 일각에서 북이 공동조사 요청에 대해 계속 침묵을 지키거나 거절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까닭이다. 문제는 대응 방안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청와대는 지난 25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에서 ‘필요시 공동조사도 요청’을 결정한 데 이어 27일 긴급안보관계장관회의에서 ‘공동조사 요청, 군사통신선 복구 및 재가동’을 요청했다. 28일에는 문 대통령이 군사통신선만큼은 먼저 복구해 재가동하자고 거듭 제안했다. 29일 열린 NSC 상임위는 “정확한 사실관계 규명을 위한 노력을 지속하는 가운데 주변국들과의 정보 협력도 계속 진행해 나가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처럼 청와대가 반복적으로 요구하고 있지만, 전적으로 김 위원장의 결단에 달린 사안으로 강제할 수단은 없다. 그렇다고 북측 지도부를 비난하거나 압박하기도 쉽지 않다. 지난 25일 북측 통지문이 전달된 이후 청와대는 ‘위기관리’에 초점을 맞춰 대북 메시지를 관리하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북과 사전 교감을 가지고 공동조사를 제안했던 게 아니라 사실관계 규명이 향후 남북 관계를 위해 양쪽 모두에 절실한 일이기 때문에 한 것이고, 김 위원장도 고민이 적지 않을 것”이라며 “당장 반응을 보이지 않아도 집요하게 요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현장 공동수색이 아니라 각각의 해역에서 수색하고 정보를 교환하자고 한 만큼 제한된 형태라도 수용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코로나19 바이러스, ‘진화의 벼랑’에서 극적 사멸할까

    코로나19 바이러스, ‘진화의 벼랑’에서 극적 사멸할까

    어떤 바이러스는 인류 역사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진 반면, 어떤 바이러스는 수 세기를 반복해 인류를 괴롭힌다. 이들의 차이는 무엇인지 과학자들이 연구하기 시작하면서 당대 최대 위협으로 등극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사멸 여부에 대해서도 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BBC가 최근 전했다. 과학자들은 올해 초 11세기 영국 왕 에델레드 2세에 의해 처형된 37개의 유골 DNA를 분석하다 이들 중 한 명이 천연두를 앓고 있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런데 이는 우리가 역사에서 알고 있던 천연두 바이러스, 1970년대 예방접종 프로그램으로 인해 멸종된 종류가 아니라 현저하게 다른 변종에 속했다. 그보다 앞서 수 세기 전에 조용히 사라진 종류였다. 즉 천연두는 인류 역사에서 두 번 멸종됐다는 설명이다.쳔연두 외에 가장 최근에 지구상에서 사라지다시피 한 바이러스 중 하나는 사스 바이러스다. 이 바이러스는 세계보건기구(WHO) 베이징 사무소가 1주일 만에 100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상한 전염병’을 보고한 이메일을 받은 직후인 2003년 2월 10일 처음으로 세상에 존재가 알려졌다. 당시 중국 남동부 해안 지방인 광둥성의 지역시장은 산 채로 팔거나 참수해서 요리하는 너구리, 오소리, 야자수, 비둘기, 토끼, 꿩, 사슴, 뱀 등으로 유명했는데, 사스는 이 지역에서 유통되던 박쥐를 통해 인간에게 감염된 것으로 학자들은 보고 있다. 사스는 RNA 바이러스로 빠르게 진화할 수 있어 당시 전문가들은 세계인구의 3분의1을 감염시켜 5000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1918년 스페인 독감 대유행같은 사태까지 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2년 전까지 8096명이 감염돼 774명이 숨지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스는 비교적 빨리 사멸했다. 시카고대 역학 전문가 사라 코비는 “사스는 정교한 접촉자 추적과 바이러스 구조 자체의 특이성으로 인해 (사실상) 멸종됐다”고 말했다. 사스는 치사율이 높은 반면 체내에서 전염력을 갖게 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는데, 그 사이 세계 보건 당국이 빠르게 대응한 덕분이 컸다는 분석이다. 반면 인류에 의해 의도적으로 멸종된 바이러스는 단 세 종류 뿐이다. 천연두와 소에 영향을 미치는 라인더페스트이다. 소아마비 역시 전세계적인 백신 캠페인으로 1980년대 이후 환자가 99% 감소했다.백신 접종은 바이러스를 퇴치하기 위한 인간의 면역체계 작용에 도움을 주고 바이러스의 확산도 어렵게 만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행히도 몇몇 바이러스들은 멸종될 것 같지 않다. 에볼라나 돼지 독감 바이러스가 이에 해당한다. 1976년 첫 보고된 에볼라 바이러스 역시 사스처럼 박쥐에서 인간으로 옮겨간 유형으로 추정된다. 이들 바이러스의 문제는 변종이 엄청나게 많다는 점이다. 캠프리지 대학 연구진의 분석 결과, 그동안 미묘하게 다른 종류의 에볼라 바이러스는 동물에서 사람 간에 118차례 옮겨진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에볼라 6종 중에서는 한 종류의 에볼라 백신만 있다. 이 바이러스를 멸종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야생 상태의 바이러스를 제거하는 것인데, 이는 사실상 거의 불가능하다. 독감 바이러스도 흥미롭다. 독감에는 크게 인간과 수생 조류를 감염시키는 A형 독감과 유행을 크게 유발하지 않는 B형 독감이 있는데, 약 210년 전 지구상에 존재했던 독감 바이러스는 현재 모두 멸종했다고 한다. 1918년 스페인 독감 대유행을 일으켰던 변종 바이러스 및 1957년 미국에서 11만 6000명의 사망자를 낸 조류독감도 모두 사라졌다. 기존의 독감 변종은 다른 경로로 계속 진화하다가 갑자기 멸종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경우 이미 변종들이 보고되고 있는데, 특정 바이러스 변종은 스스로에게 해로운 돌연변이를 충분히 축적해 완전히 사라질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바이러스가 놀라운 속도로 변이하는 반면 스스로 사멸하는 ‘진화의 벼랑’으로 향할 수도 있다는 극적인 가설이다. 코로나 바이러스와의 싸움이 계속되고 변종 역시 속속 출현하면서 백신 개발 시점을 앞당기기 위한 인류의 분투도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인류의 집단지성과 방역 노력이 계속되는 한 간단하게 독감 백신을 맞듯 코로나 백신을 맞거나, 아예 천연두처럼 코로나가 사멸할 날이 오지 않을 거라고 장담할 수 있는 이는 없을 것이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⑧자치분권의 꽃 마을민주주의 [박준희의 정담은 자치]

    ⑧자치분권의 꽃 마을민주주의 [박준희의 정담은 자치]

    구청장이 된 이후 가장 많이 접한 단어는 아마도 ‘협치’, ‘자치’가 아닐까 싶다. 구청의 ‘민관협치과’나 ‘자치행정과’를 필두로 각 과마다 위원회, 회의, 추진단, 자치회, 자치의회, 자문단, 주민연대, 네트워크 등등 주민이 자신의 이해가 걸린 구정에 직접 참여하고, 스스로 마을의 문제들을 고민하고 해결하기 위해 생성된 민관 조직들은 여기에 일일이 나열하기 어려울 만큼 많다. 참여하는 주민들은 나름대로 구정과 지역발전에 관심이 많은 분들이라 구청에서도 이런 조직, 일명 ‘거버넌스’에 특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가령 청년들이 주로 참여하는 청년정책위원회는 청년들의 일자리, 주거, 복지 등 각 분과위별로 구청의 청년정책 전반에 대해 의견을 내고, 청년 대상 정책이나 공모사업에 대해 심의 권한을 가지고 직접 결정을 내린다. 청소년자치의회는 고등학생 이하 청소년들이 모여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의결해 구청에 전달하고 100인 원탁회의는 주민들이 각 분야별 민관협치과제와 예산 등을 직접 결정하는 식이다. 모든 것이 지역의 발전을 위해 주민, 시민단체, 공무원 등이 머리를 맞대고 함께 고민하고 함께 해결해 나가자는 취지를 가진 제도이므로 원론적으로는 다다익선, 많으면 많을수록 좋고 잘 되면 잘 될수록 좋은 것이다. 그러나 이런 협치, 자치의 실속을 들여다보면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중 가장 아쉬운 것은 스위스의 지방자치와 같은 ‘마을 민주주의’가 실현되기에는 아직 멀었다는 점인데 그 이유가 주민들의 자율적이고 광범위한 참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기대만큼 주민 참여가 부족한 원인은 절대로 주민들에게 있지 않다. 우리나라의 자치분권 범위가 매우 협소한데다 엄격한 선거 관련법 등으로 인해 주민들의 자발적, 적극적 참여를 유도할 동기부여 수단에 제한이 많은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주민의 이해관계가 걸린 특정 문제에 대해 해당 주민들이 직접 토론과 합의, 투표를 통해 해결책을 결정’하기 어려운 대신 참여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수준의 주민자치나 협치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 현재 실정인 것이다. 협치, 자치에 적극적인 각종 시민단체 역시 조직과 활동가의 존속이 우선이다 보니 순수한 협치나 자치를 위해 헌신할 여력이 부족한 경우도 많다. 이런저런 부족함과 한계를 드러내다보니 실속 없는 전시행정으로 끝나고 마는 각종 협치, 자치 제도는 차라리 없애는 것이 부족한 예산을 봐서도 낫지 않느냐는 주민들의 의견도 자주 접한다. 그때마다 나는 다음과 같이 대답을 반복하고 있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지 않겠습니까. 비록 기대만큼 잘 되지는 않더라도 끊임없이 협치와 자치를 시도해야 주민참여의 폭도 넓어질 것입니다. 그러다보면 언젠가는 신림동 주민들이 동네 느티나무 아래 모여 인근 학교 운동장이나 체육관, 주차장 등 시설을 주민들에게 공개할지 말지, 공개하면 어디까지 할지, 주민센터 뒤 공터를 공원으로 할지 주차장으로 할지, 동네에 배정된 장학금을 어떤 가정의 학생들에게 지급할지를 직접 결정하는 토론과 투표가 열리는 날이 오게 될 것입니다. 지금 국회, 학계, 지자체 등 여러 분야에서 논의 중인 자치분권이 법적으로 구체화되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 추미애 아들 무혐의… 변호인 “검찰수사 사필귀정”

    추미애 아들 무혐의… 변호인 “검찰수사 사필귀정”

    카투사 복무 시절 휴가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서모씨(27) 등에 대해 서울동부지검이 무혐의로 판단, 불기소 처분했다. 서씨의 변호를 맡은 현근택 변호사는 29일 “처음부터 문제가 될 수 없는 사건이었다”면서 검찰 수사 결과를 ‘사필귀정(事必歸正)’이라고 표현했다. 현근택 변호사는 불거진 의혹들을 하나하나 짚었다. 현 변호사는 “문서가 없다고 명령이 없는 것이 아니다”라며 ‘전 대대원은 10분 내 완전군장하고 연병장에 집합한다, 실시’를 외쳤을 때 이병이 ‘문서로 해주세요’라고 하는 상황을 예로 들었다. 현 변호사는 “문서보관 책임은 부대에 있지 병에게 있는 것이 아니다. 카투사는 한국군 소속이지만 미군 지휘를 받고, 한국군망과 미군망으로 동시관리하다 보니 누락도 많다”라고 말했다. 현 변호사는 “미필이라 모르는 것일까, 아니면 장관 아들 사건은 결정을 미루고 계속 갖고 있는 것이 유리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일까”라고 소회를 밝혔다. 현 변호사는 “정상적으로 휴가 연장이 안됐는데 집에 있을 수 있는 군인이 있을까. 의무복무하는 군인이 아프면 휴가나가서 치료받게 해줘야 하지 않을까. 민원실로 전화하는 것을 외압이나 청탁이라고 하면 민원실을 전부 폐쇄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물었다. 현 변호사는 “업무를 못할 정도로 사무실로 항의전화가 많이 왔다. 대부분 ‘몇년도 어디에서 군복무했는데’로 시작, ‘나 때는 말이야’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 것이었다”며 “(이와 달리) 이름을 밝히지 않고 중요한 제보를 해주신 분들께 머리숙여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지난 20여일간 2만건이 넘는 기사가 쏟아지는 등 한 사람 진술에 의존한 정치공세와 언론보도는 너무나 많은 사회적 비용을 낭비하게 만들었다”며 “앞으로는 이러한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방법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장관의 아들과 총장의 아내·장모, 그리고 혼외자…검찰 영욕사

    장관의 아들과 총장의 아내·장모, 그리고 혼외자…검찰 영욕사

    지난 1월부터 9개월 가까이 쏟아졌던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아들을 둘러싼 각종 의혹은 검찰의 ‘혐의 없음·불기소’ 처분으로 일단락됐다. 추 장관은 아들의 군 휴가 특혜 의혹과 자신의 부정청탁 의혹이 나올 때 마다 이를 전면 부인하며 ‘검찰개혁 완수’를 외쳤다.이는 사실상 자신과 아들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는 쪽을 ‘검찰개혁 반대 세력’으로 규정한 것으로, 사실에 기반한 의혹 제기가 아닌 단순 정치공세로 일축하려는 의도로 풀이됐다. 검찰 안팎에서는 “또 정치권이 수사기관을 정치 도구화한다”, “어떤 수사 결과를 내놓더라도 자신들이 보고 싶어하는 것만 보고 주장할 것” 등의 하소연이 나오기도 했다. 정치권이 검찰을 정쟁에 이용하면서 법무·검찰 전체 이미지를 정치검찰화 하고, 국민 신뢰를 떨어뜨린다는 지적은 정권을 가리지 않고 반복됐다. ●추미애의 아들 VS 윤석열의 아내와 장모 국민의힘(전 미래통합당)을 중심으로 한 범보수 세력은 지난 1월 추 장관의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 당시부터 아들의 군 휴가 특혜 의혹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대선과 총선의 연이은 참패 이후 당 지지율 또한 지지부진한 상황 속에서 조국 전 법무장관의 조기 퇴진에 이은 추 장관 관련 의혹은 현 정권에 치명타를 입히면서 당의 지지율을 끌어올릴 절호의 기회였다. 국민의힘은 추 장관 관련 의혹을 검찰에 고발했고, 이후 보수언론을 중심으로 각종 의혹 제기가 이어졌다. 의혹 제기 출처 대부분은 국민의힘 의원들이었다.반면 현 정부와 추 장관을 지지층에서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아내 김건희씨와 장모 최모씨 의혹 수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이는 윤 총장의 장모 최씨의 과거 사업 동업자 정대택씨와 황희석 열린민주당 최고의원 등이 검찰에 고발한 의혹으로, 정씨는 과거 최씨와의 소송에서 최씨 측의 모의로 자신이 패소해 재산상 손해를 봤다며 최씨를 사기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또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와 황 최고위원 등은 윤 총장 아내 김씨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관여했다며 고발장을 냈고, 장모 최씨에 대해서는 파주의 한 의료법인 비리에 연루됐다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고발한 바 있다. 해당 의혹은 현재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부장 박순배)가 재배당 이후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법조계에서는 추 장관 관련 수사와 윤 총장 가족 수사 모두 외형적으로는 개별적인 고소·고발에 따른 것이지만 본질은 ‘정치 논리에 따른 법무·검찰 수장 흔들기’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저마다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법무장관과 검찰총장의 가족에 대한 의혹을 실체 이상으로 제기한다는 의미다. ●추·윤의 대리전 ‘검사 육탄전’ 지난 7월 29일 오후 서울중앙지검 출입 기자단에 수사팀장으로부터 폭행을 당했다는 내용의 입장문이 배포됐다. 입장문을 보낸 측은 서울중앙지검의 ‘검언유착’ 의혹 수사 피의자인 한동훈 검사장이었다. 자신에 대한 압수수색을 나온 정진웅 당시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이 돌연 자신을 바닥에 넘어트리고 몸 위로 올라타 얼굴을 누르는 등의 폭력을 행사했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형사1부는 한 검사장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여권 인사를 겨냥한 이동재 전 채널A 기자 측의 협박성 취재에 결탁했다는 의혹을 수사 중이었다. 수사팀은 한 검사장 측 주장에 반박하며 “피압수자(한 검사장)의 물리적 방해 행위 등으로 담당 부장검사가 넘어져 현재 병원 진료 중”이라면서 정 부장이 병상에 누워있는 사진까지 공개했다.사상 초유의 현직 검사 육탄전을 두고 검찰 안팎에서는 윤 총장과 이성윤 중앙지검장의 대리전, 윤 총장과 추 장관의 대리전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한 검사장과 정 부장의 몸싸움 너머에는 조국 전 법무장관 수사를 계기로 정권과 대립한 윤 총장과 수사지휘권까지 발동하며 해당 수사에서 윤 총장을 배제한 추 장관, 그리고 추 장관의 신임을 받는 이 지검장의 대립이 있다는 시각에서다. 몸싸움 소동 이후 정 부장은 광주지검 차장으로 승진했고, 이 전 기자를 재판에 넘긴 수사팀은 한 검사장에 대해서는 여전히 한 검사장 휴대전화(아이폰) 분석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근혜 ‘역린’ 건드린 채동욱…혼외자 논란에 사퇴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한 2013년 2월. 검찰에서는 특수부 검사들의 집단 항명에 물러난 한상대 검찰총장의 후임 총장 인선 작업이 진행 중이었다. 당시 검찰과 정치권에서는 박 대통령이 김학의 당시 대전 고검장을 총장에 낙점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김 고검장은 검찰 외부 인사가 참여하는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고, 채동욱 서울고검장이 총장에 올랐다. 당시 검찰에는 사법연수원 같은 기수에서 검찰총장이 나오면 동기 검찰 간부들이 일괄 사직하는 문화가 있었는데, 박 대통령이 채 총장과 연수원 14기 동기인 김 고검장을 법무부 차관에 임명하면서 법조계에서는 “채 총장은 2년 임기 보장은커녕 얼마 못 가 김 차관으로 교체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이런 우려는 곧 현실이 됐다. 그해 9월 6일 조선일보는 1면 머리기사로 ‘채동욱 검찰총장 혼외아들 숨겼다’는 제목의 기사를 단독 보도했다. 이에 황교안 당시 법무부 장관은 채 총장에 대한 감찰을 지시했고, 채 총장은 감찰 개시 전인 13일 스스로 총장직에서 물러났다. 채 총장의 자리를 꿰찰 것으로 전망된 김 차관은 앞서 ‘별장 성접대 의혹’이 제기되며 이미 법무부에서 사퇴한 상황이었다. 채 총장의 혼외자 보도와 낙마에는 채 총장이 박 대통령의 ‘역린’을 건드렸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오기 시작했다. 당시 검찰 내 최대 현안은 ‘국정원 여론조작 의혹’ 수사였다. 이명박 정부가 차기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를 당선시킬 목적으로 국정원을 조직적으로 동원했다는 게 의혹의 골자다. 박 대통령으로서는 정권 탄생의 정통성을 뿌리째 흔드는 수사였지만, 채 총장은 청와대와 여당의 외풍을 막으며 원칙대로 수사팀을 이끌었다. 그러나 채 총장의 사퇴 이후 특별수사팀장이던 윤석열 여주지청장도 대구고검으로 좌천되며 수사팀 와해로 이어졌다. 국정원 여론조작 의혹은 문재인 정부 들어 재수사가 진행됐고 이명박 정부의 국정원과 국방부의 조직적 여론조작 개입은 물론 국정원의 채 전 총장 뒷조사도 사실로 확인됐다. ●총장도 날린 최재경과 특수부 사단의 대립 현직 시절 ‘특수 수사의 달인’이라는 찬사와 ‘정치검사의 표상’이라는 비난이 함께 따라다녔던 최재경 전 대검 중앙수사부장의 ‘항명’은 당시 검찰총장의 사퇴로 막을 내렸다. 2011년 1월 서울중앙지검장에 발탁된 한상대 전 검찰총장은 이명박 당시 대통령의 신임을 받으며 그해 8월 검찰총장으로 초고속 영전하면 MB정권에서 ‘꽃길’만 걸어왔다. 하지만 총장 취임 이후 자신과 친분이 있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수사와 이 대통령 내곡동 사저 관련 수사에 개입한 정황이 알려지면서 입지가 흔들리기 시작했다.이때 한 총장은 위기 돌파 카드로 ‘대검 중수부 폐지’ 방안을 꺼내 들었다. 당시는 차기 대권 유력 주자들인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모두 검찰 개혁 공약으로 대검 중수부 폐지를 내걸어 여·야 모두가 한 총장의 ‘셀프 개혁안’을 반길 상황이었다. 당장 최 중수부장이 반기를 들었고, 한 총장은 최 부장에 대한 감찰을 지시했다. 이에 대검 중수부와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를 비롯한 전국의 특수부 검사들이 연대해 반발했고, 사태는 2012년 11월 한 총장이 사퇴하고 최 부장의 지방 좌천으로 일단락됐다. 대검 중수부는 2013년 4월 박근혜 정부 때 폐지되며 32년 역사를 마감했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닥치는 대로 반려견 입양한 남자, 알고보니 뱀 먹이로?

    닥치는 대로 반려견 입양한 남자, 알고보니 뱀 먹이로?

    닥치는 대로 반려견을 입양한 뒤 연락을 끊어버리는 멕시코 남자가 검찰에 고발됐다. 남자에게 반려견을 넘겨준 사람들은 개들이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멕시코 아구아스칼리엔테스에 사는 남자 케빈 페랄타는 멕시코 SNS 사용자 사이에선 꽤나 알려진 인물이다. 반려견을 입양할 사람을 찾는다는 글을 보면 놓치지 않고 접촉해 개를 데려가기 때문이다. 페랄타는 지난 4개월 동안 최소한 11마리 반려견을 입양했다. 모두 생후 3개월 남짓한 새끼들이었다. 그는 개를 데려가면서 "많이 사랑해주고 잘 키우겠다"고 약속하지만 이후 행적은 미스터리다. 반려견을 입양시킨 옛 주인이 "데려간 개는 잘 지내고 있죠?"라고 아무리 물어도 그는 답을 하지 않는다. 그리고는 페이스북과 모바일 메신저에서 차단해 완전히 연락을 끊어버린다. 약 20일 전 남자에게 새끼 반려견 2마리를 넘겼다는 클라우디아 가예타도 이런 일을 겪은 사람 중 한 명이다. 가예타는 "데려간 반려견들의 안부를 묻자 이혼한 처와 살고 있는 딸이 반려견들을 잘 데리고 있다. 주말에 사진을 찍어 보내주겠다고 하더니 갑자기 나를 차단했다"고 말했다. 남자가 이런 짓을 반복하자 멕시코 네티즌들은 수사(?)에 나섰다. 페이스북엔 페랄타로부터 비슷한 일을 겪은 사람들의 사례를 모아놓은 페이지가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수집된 사례는 모두 비슷했다. 페랄타는 반려견을 입양한 후 옛 주인들을 연락처에서 차단했고, 개들의 종적은 묘연했다. 결국 한 여성이 최근 그를 검찰에 고발했다. 혐의는 동물학대였다. 지난 5월 페랄타에게 새끼 반려견 2마리를 건넸다는 이 여성은 "인터넷을 뒤져보니 수법이 동일했고, 피해 사례도 적지 않았다"면서 "입양한 반려견들에게 못된 짓을 하고 있다는 확신이 들어 당국에 수사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SNS엔 "매우 난폭한 사람으로 개들을 죽이고 있다" "미신에 빠져 개들을 죽여 제사를 드리는 것 같다"는 등 다양한 소문이 돌고 있다. 가장 유력한 설은 남자가 개들을 먹잇감으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네티즌들이 추적한 결과 남자는 아구아스칼리엔테스에 뱀 사육장을 갖고 있다. 반려견을 입양한 뒤 뱀들에게 먹잇감으로 던져주고 있다는 게 사건을 추적하고 있는 네티즌들의 분석이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페랄타는 현재 행방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 SNS에 자신의 얼굴사진과 사라진 반려견들의 사진이 공개되고, 검찰에 고발이 접수되자 그는 돌연 종적을 감췄다. 남미통신원 임석훈 juanlimmx@naver.com
  • 추석, 좋아하십니까?/김신회

    추석, 좋아하십니까?/김신회

    일 년 내내 여름만 기다리는 ‘여름 마니아’로서 추석이 다가오면 기분이 가라앉는다. 추석이 지나면 공식적으로 여름이 끝나는 것 같아서다. 어느새 반팔 아래로 닿는 공기가 싸늘해지고, 시원한 음료와 음식도 차게 느껴진다. 집안 곳곳에 자리한 여름용품을 정리해야 할 타이밍이기도 하고, 깊숙이 넣어둔 동절기 옷을 꺼낼 시기이기도 하다. 기분이 가라앉는 이유는 하나 더 있다. 바로 추석 연휴 때문이다. 얼마 전, 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추석’이라는 단어를 검색해 보니 ‘강제 이동 명령’, ‘이동제한’이라는 말이 연관 검색어로 떴다. 팔 개월 남짓 기승을 부리는 코로나19에 대한 염려를 담은 게시물인가 싶었지만, 내용을 살펴보니 공감의 탄식이 흘렀다. 여성들의 가사노동으로 유지되는 추석 명절이 역병의 시대에도 지속돼야 할 이유가 있겠느냐는, ‘도시 간 이동제한’을 통해서라도 뭐라도 바꿔 보자는 성찰이 담긴 게시물이었다. 줄줄이 이어지는 성토를 들여다보고 있으니 몇 년 전 나 역시 SNS에 냉소적인 한마디를 올렸다는 게 기억났다. ‘주위를 둘러보면 추석 좋아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는데 추석, 왜 있지?’ 추석 때마다 큰댁에 갔다. 친척들이 모일 때마다 큰엄마는 냉장고와 다용도실에 빈 공간이 없을 만큼 많은 음식을 마련했다. 도착하자마자 손을 씻고 주방으로 향하는 엄마와 언니들과 나와는 다르게, 아빠를 포함한 남자 친척들은 자연스럽게 빈 상 앞에 앉아 TV를 봤다. 그 시간 동안 우리는 안부 인사를 나누는 대신 빠르게 두 손을 움직여 국을 끓이고, 갈비를 익히고, 갖가지 전을 데우면서 추석 물가에 대해, 음식 만드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했다. 커다란 상 앞에 옹기종기 모여 밥 먹는 동안에도 큰엄마와 엄마는 여러 번 몸을 일으켜 누군가가 내민 그릇에 국을 다시 담아오고, 어느새 빈 접시에 고기와 나물을 채웠다. 나와 언니들은 주전자와 컵을 갖다 놓거나 모자란 앞접시를 챙겼다. 밥을 먹고 나서는 일사불란하게 빈 그릇을 정리하고, 남은 반찬을 찬통에 옮겨 담고, 싱크대 앞에 나란히 서서 한 명은 설거지하고, 한 명은 행주로 물기를 닦고, 한 명은 말끔해진 그릇을 찬장에 옮겨 담았다. 식탁에 앉은 누군가는 묵묵히 과일을 깎고 커피를 탔다.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남자들은 아까처럼 오래, 가만히, 상 앞에 앉아 있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는 답답한 공기가 흘렀다. 운전대를 쥔 나는 뭐라 말할 수 없는 헛헛함에 휩싸였고, 뒷자리에 앉은 언니와 엄마는 지쳐 보였다. 뚫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 도시 고속도로 위에서 우리 셋의 마음속에는 비슷한 감상이 자리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드디어 끝났다.’ 그 와중에도 아빠만 그저 평소처럼 보였다. 아빠는 여전히 추석을 반가워한다. 묻고 싶다. 당신은 추석을 좋아하는지, 그렇다면 왜 좋아하는지. 이제껏 주변에서 추석을 반가워하는 사람은 거의 보지 못했다. 특히 여성 중에는 그 수가 0에 가깝다. 추석에는 오랜만에 만나는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이 주는 만족감보다 묵직한 가사노동과 감정노동이 기다리고 있다. ‘다 그러고 살았다’, ‘그깟 게 무슨 고생이냐’는 말로 오랜 시간 반복돼 온 관습을 견뎌야 하는 날들이며, 그 일을 ‘노동’이라 일컫는 사람들에게 쏟아지는 비난의 눈초리를 감당해야 하는 시간이다. 추석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마 그 시간을 몰라도 됐을 사람들일 것이다. 가장 중요한 건 가족의 화목이라고 말하는 사람, 그를 위해 수도 없이 당연시돼 온 누군가의 한숨과 희생을 그러려니 해온 사람, 가족이 모이는 일에 누가 일하고 누가 일하지 않는지가 뭐가 중요하냐고 생각하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추석 때마다 일하는 사람은 계속 일하고, 앉아 있는 사람은 계속 앉아 있다는 것이 어째서 중요하지 않은가. 민족 고유의 명절은 늘 비슷한 방식으로 유지돼 온 것을, 추석 역시 이제껏 여성들의 노동으로 만들어져 왔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있는가. 매년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이 되면 나는 좁은 내 집으로 돌아가 혼자 대자로 누워 커다란 충만함과 죄책감을 동시에 느낀다. 아무것도 바꿀 힘이 없어서 올해도 어김없이 팔을 걷어붙이고 말았구나. 가족들의 얼굴을 마주하는 즐거움과 기쁨이 자꾸 퇴색돼 가는구나.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나뿐만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런 나도 추석을 좋아하고 싶다. 추석이 마냥 반가운 날이었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뭐부터 하면 좋을까. 이런 일에서조차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먼저 생각하는 나를 어쩜 좋을까. 추석이 되면 자꾸 마음이 복잡해진다.■김신회 작가는 1978년 서울에서 태어나 십여 년 동안 TV 코미디 프로그램의 작가로 일했다. 이후 13년 동안 13권의 에세이를 내며, 현재는 전업 에세이스트로 살고 있다. 에세이 ‘서른은 예쁘다’, ‘여자는 매일 밤 어른이 된다’, ‘모든 오늘은 떠나기 전날’,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 ‘열심과 심심’, ‘아무튼, 여름’ 등을 썼다.
  • [시론] 야구에도 못 미치는 한국 정치의 염치없음

    [시론] 야구에도 못 미치는 한국 정치의 염치없음

    지난 8월 27일 프로야구 NC 다이노스는 김해고 3학년인 투수 김유성에 대한 신인 드래프트 1차 지명을 철회했다. 김유성은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우수투수상을 받는 등 차세대 에이스로 손색이 없는 재능을 지닌 선수다. 그럼에도 1차 지명을 한 뒤 불과 3일 만에 NC 다이노스가 지명 철회라는 강수를 둔 이유는 그가 중학생 시절에 학교폭력을 저질러 사회봉사명령 등을 받은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1차 지명 철회라는 전례 없는 선택을 한 NC 다이노스의 결정은 학교폭력 등 부적절한 처신을 한 선수는 프로야구에서 뛰지 못한다는 선례를 남겼다. 메이저리그에서 아시아 출신 내야수 중 가장 뛰어난 성적을 올렸던 강정호도 음주운전 유죄 판결이 확정되면서 국내 복귀가 물거품이 됐다. 기자회견을 통해 연봉 반납, 유소년 야구 재능기부 등을 약속하며 사과까지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2004년 50명이 넘는 선수가 병역 기피에 연루돼 무려 23명이나 구속됐음에도 무거운 제재가 뒤따르지 않는 바람에 지금도 현역으로 뛰고 있는 선수가 있는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隔世之感)을 느낄 수밖에 없다. 야구 선수에 대한 도덕적 요구치가 굉장히 높아진 셈이다. 정치권은 어떠한가. 야구는 팬들의 응원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지라 여론의 눈치를 본다. 하지만 정치권은 국민으로부터 직접 선출된 대표들이 활약하는 장소다. 응원을 넘어 직접 표로 선출된 대표들이라면 최소한 야구 선수보다 도덕적 기준이 높아야 하는 것이 정상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가 못하다. 지난 14일 기소된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의혹이 제기된 초반부터 국민에게 제대로 된 사과를 하기보다는 온갖 변명과 검찰에 대한 유감을 표하며 반발했다. 600명이 넘는 노동자가 대량 해고되고, 250억원대에 달하는 임금이 체불된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의원이나, 부동산 투기 의혹과 총선 재산신고 당시 아파트 분양권을 누락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김홍걸 의원의 경우는 아무 일도 없는 듯이 남은 국회의원 임기를 채울 태세다. 야당인 국민의힘도 마찬가지다. 건설사 최고경영자(CEO) 출신의 박덕흠 의원이 국토교통위원을 맡았을 때 박 의원 일가 회사들이 거액의 공사를 따냈다는 ‘이해충돌 의혹’이 제기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당사자인 박 의원은 지난 23일 탈당할 때까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결국 수사기관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국회 발의 후 7년을 묵힌 ‘이해충돌방지법’은 이제서야 주목받는 모양새다. 정부·여당이 잇단 실책을 범해도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 데에는 탄핵 후 쇄신한 모습을 보여 주지 못한 이런 이유에서다. 지난 6월 한화 이글스 한용덕 감독이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프로야구 도입 이래 임기를 마치기도 전에 사퇴를 한 감독은 부지기수다. 어찌 됐든 경기에 진 감독은 그 결과에 대해 팬들에게 진심으로 고개를 숙인다. 그러나 선출된 대표들은 자신을 뽑아 준 국민에게 제대로 된 사과보다는 일단 책임을 모면하고자 화살을 다른 곳으로 돌린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상대편을 공격하다가 자기편 비위에 대해 편들어 주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정치판에 혐오가 들 수밖에 없다. 솔직히 이젠 지친다. 야구가 팬들의 요구치를 충족시키지 못한다면 야구를 끊으면 된다(물론 팬 입장에서 쉽지는 않겠지만). 그러나 정치는 누군가는 해야 한다. 우리 헌법이 대의민주제를 채택했기 때문이다. 야구 선수들은 플레이 하나하나에 최선을 다하면서도 팬들의 눈치를 본다. 팀들은 자정 능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한다. 키움 히어로즈의 핵심 불펜 투수인 윤영삼은 품위 손상을 이유로 웨이버 공시됐지만 다른 9팀 중 영입 의사를 밝힌 팀은 하나도 없었다. 그런데 국민의 대표들은 국민에게 명목상 ‘투표’라는 칼자루만 주었지 자기편의 비위를 감싸기에 급급하다. 재산 허위신고는 당을 가리지 않고 드러나고 있지만, ‘단순 실수’, ‘몰라서 그랬다’는 등 무책임한 뭉개기만 반복될 뿐이다. 이해충돌 제재 강화나 국민소환제 도입도 좋다. 그 이전에 국회가 비위 의혹이 농후한 국민 대표들을 모두 제명해야 한다. 친절하게 헌법에 제명 결정에 국회의원 3분의2 이상 찬성이 있으면 된다고 설명돼 있다. 당에서 탈당하거나 제명되더라도 신분에는 아무 걸림돌이 없다. 재판을 받더라도 대개 임기를 마친다. “불법은 아니다”, “무죄 추정이 있지 않으냐”는 변명은 법정이나 정치권 밖에서 하길 바란다.
  • 막노동 뛰던 이 남자 위해 ‘고스트’ 주인공을 늘렸다

    막노동 뛰던 이 남자 위해 ‘고스트’ 주인공을 늘렸다

    당초 주원·김우형으로만 확정됐었던 배역 앙상블 지원한 김진욱 매력에 캐스팅 변경 “첫 대극장 오디션서 얻은 믿기지 않는 기회” 지난해 9월 열린 뮤지컬 ‘고스트’ 1차 오디션에는 1500명이 몰렸다. 영화 ‘사랑과 영혼’을 원작으로 한 애틋한 사랑이야기를 ‘매지컬’로 불릴 만큼 화려한 무대로 그리는 작품에 뮤지컬을 꿈꾸는 배우들의 관심이 높았다. 제작사는 초연에 함께한 배우 주원과 김우형을 샘 위트로 확정하고 나머지 배역을 캐스팅할 계획이었다. 그 결심을 무너뜨린 건, ‘뮤지컬 엑스칼리버 대학생 앙상블’이 뮤지컬 경력의 전부였던 김진욱이었다. 최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만난 김진욱은 1년 전 이야기를 하는데도 눈빛이 떨렸다. “믿을 수 없었다”는 말을 몇 번이고 반복했다. 당시 앙상블에 지원했던 그는 “대극장 오디션은 처음이라 그저 좋은 경험 한다고 생각하려고 했다”고 떠올렸다. 그가 뮤지컬 ‘미스터 마우스’ 넘버 ‘둘 만의 이야기’를 부르고 오디션장을 떠난 뒤 제작진은 그야말로 난리가 났다. 대체 누구냐며 수소문을 하는데도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었다. 며칠 뒤 김진욱은 다른 배우 8명과 다시 오디션 기회를 얻었고, 자정쯤 캐스팅 확정 전화를 받았다. 극 중 샘은 잘생기고 능력 있고, 사랑스런 연인까지 둔 ‘다 가진 인물’이다. 김진욱의 첫인상도 그리 보이지만 그는 “제 삶에서 쉽게 얻은 건 아무것도 없다”며 많이 다르다고 했다. 2012년 연습생부터 시작해 3년 만에 겨우 가수(그룹 하트비)가 됐는데 잘 안 풀렸다. 친구들은 벌써 취업하는데 할 줄 아는 게 노래밖에 없으니 막막할 뿐이었다. 유튜브에 커버 영상도 올리고 프로듀싱·작곡도 배우며 어떻게든 음악을 해 보려 했다. 생활비는 새벽 6시마다 건설현장에 나가 일하거나 에어컨 설치 작업을 도우며 벌었다. 앞이 너무 캄캄하니 오히려 다시 처음부터 하기로 했다. 법학을 전공하다가 2018년 연극영화과로 재입학하면서 뮤지컬 무대를 꿈꾸기 시작했다. ‘고스트’ 오디션 이후 그의 경력에는 ‘원모어’와 ‘베어 더 뮤지컬’ 주연 배우가 더해졌다. 대학로 소극장과 중극장을 한 작품씩 한 뒤 다음달 9일 ‘고스트’ 무대에 선다. 김진욱은 “사실 이제부터가 더 두렵고 어렵다”고 말했다. 두 달째 모든 일상을 작품 준비로 채우며 땀을 한 바가지씩 쏟는 이유다. “연출님이 ‘좀더 당당하게 연기해도 된다’고 해 주시는데, 겸손할 수밖에 없어요. 아무것도 없던 저를 믿고 뽑아 주셨으니 기대에 부응해야죠. 실망시켜 드리고 싶지 않고 작품을 함께하는 많은 분들의 노력을 헛되게 하고 싶지 않아요.” 겸손하게 조곤조곤 말하면서도 “열심히 할 테니 잘 봐 달라”며 웃어 보였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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