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반복
    2026-07-25
    검색기록 지우기
  • 파리
    2026-07-25
    검색기록 지우기
  • 웃돈
    2026-07-25
    검색기록 지우기
  • 동생
    2026-07-25
    검색기록 지우기
  • 무산
    2026-07-25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41,534
  • ‘인서울 4년제’ 10년간 학생 수 0.9% 늘어 … 지방 전문대는 ‘3분의2 토막’

    ‘인서울 4년제’ 10년간 학생 수 0.9% 늘어 … 지방 전문대는 ‘3분의2 토막’

    “지방 대학들은 잘나가던 과도 한 해 충원율이 떨어지면 곧바로 정원을 줄여야 하는 상황입니다. 수도권 대학들은 그렇지 않은데….” 의료기기정보과 등 3개 학과의 폐지를 추진하는 한림성심대의 이명헌 교수는 “교육부의 ‘충원율’ 기준이 지방대를 구조조정으로 몰아넣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원 춘천에 있는 한림성심대는 2021학년도 입시에서 신입생 충원율이 81.5%에 그치자 이번 입시에서 충원율이 가장 저조한 3개 학과를 없애기로 했다. 이 교수는 “지방 전문대는 지역사회와 긴밀히 연결돼 필요한 인재를 공급하는 등 4년제 대학이 하지 못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대학 구조조정을 하려면 제대로 해야 모두가 발전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방대의 위기는 학령인구 감소와 수도권 쏠림이라는 구조적인 문제에서 기인한다. 산업과 자본, 일자리가 수도권에 몰려 있는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대학 구조조정은 지방대에 불리할 수밖에 없다. 서울신문이 최근 10년간의 대학 정원과 입학생 수 등을 분석한 결과 이른바 ‘인(in)서울 4년제’가 학생 수 감축 압박을 비껴간 사이 지방 전문대는 ‘3분의2 토막’이 나는 등 양극화가 심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대는 지방 인구 유출과 산업 붕괴를 막는 댐과 같은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전문가들은 지방대의 위기가 지방 소멸을 가속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19일 종로학원하늘교육과 한국교육개발원 교육 통계에 따르면 2010년 69만 267명이던 대학 학부(일반대학·교육대학·전문대학 등) 입학생은 2020년 59만 9924명으로 9만 343명(13.1%) 줄었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대학들은 정원 감축과 학과 통폐합 등 구조조정에 나섰지만, 서울 소재 4년제 대학은 구조조정의 무풍지대나 마찬가지였다. 서울 소재 4년제 대학의 입학정원은 10년 사이 7만 4562명에서 7만 2666명(2.5%) 줄었으나 정원 외 입학을 포함한 총 입학생 수는 8만 4086명에서 8만 4818명으로 오히려 증가(0.9%)했다. 오종운 종로학원하늘교육 평가이사는 “서울 소재 4년제 대학은 정원 외 선발인원을 늘리고 이를 대부분 충원하면서 정원을 줄여도 실제 입학자 수가 늘어나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서울 4년제’가 학생들을 진공청소기처럼 빨아들이는 사이 지방의 대학 생태계는 속절없이 무너져 가고 있었다. 8개 도 지역 및 세종시 소재 4년제 대학은 최근 10년간 입학생 수가 15만 564명에서 13만 5158명으로 14.2% 감소했다. 같은 기간 비수도권 5개 광역시(부산·대구·광주·대전·울산)에 위치한 4년제 대학 입학생 수는 8만 8766명에서 8만 1021명으로 8.7% 줄었다. 서울 소재 대학들이 학과를 60개 늘리는 사이 도 지역 및 세종시에서는 108개 학과가, 비수도권 광역시에서는 140개 학과가 사라졌다. ‘가장 약한 고리’인 지방 전문대는 존립마저 위협받았다. 10년간 전문대 입학생 수는 도 지역 및 세종시에서 34.1%, 비수도권 광역시에서 26.8% 줄었다. 사라진 학과 수는 전국적으로 847개(2.7%)에 달한다. 줄어든 학령인구로 인한 고등교육의 위기를 지방대와 전문대의 뼈를 깎는 구조조정으로 버텨 내고 있는 셈이다. 임은희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2023학년도까지 대학 정원 16만명을 줄이겠다는 교육부의 정책이 사실상 실패하면서 지방대의 위기가 가속화됐다”고 지적했다. 2015~2023년 9년간 대학생 정원 16만명을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운 교육부는 첫 3년 동안 (2015~2017년) 총 4만 6000명을 줄였다. 최우수 등급을 받지 못한 모든 대학이 대상이었다. 그러나 ‘획일적·강제적 정원 감축’에 대한 반발이 거세지자 두 번째 평가(2018~2020년)는 하위 대학만을 대상으로 총 1만명을 줄였다. 대학 평가에 교원 확보율과 취업률, 학생 충원율 등 지방대에 불리한 지표가 포함된 탓에 실제 구조조정 대상이 된 대학의 70%가 지방대였다. 세 번째 평가(2021~2023년)는 정원 감축을 이른바 ‘시장 원리’에 맡겼다. 교육부가 재정지원 대상 대학을 선정할 때 주요 지표로 활용하는 대학기본역량진단에서 신입생·재학생 충원율 지표 배점을 10점에서 20점으로 높여 재정지원을 받으려는 대학은 스스로 정원을 줄이는 구조를 만들었다. 지방대학들은 신입생 충원율이 저조한 학과를 대상으로 대대적인 통폐합에 나섰다. “벚꽃 피는 순서대로 알아서 망해라”라는 자조마저 나온다. 임 연구원은 “평가가 이어질수록 수도권 대학 정원은 건드리지 못한 채 지방대만 쪼그라들고 있다”면서 “이미 정원을 줄인 지방대들이 또 정원을 줄이면서 재정이 줄고 교육 여건이 악화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지적했다. 김소라·손지민 기자 sora@seoul.co.kr
  • “올림픽 경제효과 긴급사태가 다 까먹는다”…GDP 폭락 대책 찾는 日

    “올림픽 경제효과 긴급사태가 다 까먹는다”…GDP 폭락 대책 찾는 日

    일본의 지난해 실질 국내총생산(GDP)가 역대 최악의 감소폭을 기록한 가운데 도쿄올림픽이 경제 회복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일본 정부의 기대와 달리 효과가 거의 없다는 분석이 나왔다. 일본 국민의 반대가 큰 올림픽을 겨우 열어도 영업시간 제한 등이 핵심인 긴급사태선언이 올림픽으로 발생한 경제적 이익을 모두 깎아 먹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일본 내각부가 18일 발표한 일본의 지난해 실질 GDP는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인 2019년보다 4.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도별 비교가 가능한 1995년 이래 가장 큰 감소폭인 데다 2008년 전 세계 금융위기를 일으킨 리먼브러더스 파산 때보다도 감소폭이 컸다.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가장 큰 원인은 일본 GDP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개인 소비가 올해 1분기 1.4%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긴급사태선언으로 백화점과 음식점 등의 영업시간이 단축된 영향이 컸다. 현재 도쿄도 등에 3번째 긴급사태가 발령됐는데 이대로라면 올해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 때문에 일본 정부는 도쿄올림픽 개최로 마이너스 성장을 반등시킬 수 있다는 기대가 크지만 일본 전문가들은 기대만큼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미쓰비시 UFJ리서치&컨설팅의 코바야시 신이치로 연구원은 19일 마이니치신문에 “올림픽을 개최하더라도 (관중 수 제한 등) 상당 규모 축소해서 열릴 것이기 때문에 플러스 효과는 한정적”이라며 “반대로 중단되더라도 개최 기대가 거의 없는 현 상황에서 놀라울 것도 없기 때문에 마이너스 효과도 거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도쿄올림픽 개최 시 조 단위의 경제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긴급사태선언이 그 효과를 상쇄시킬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다이이치생명 경제연구소의 나가하마 토시히로 수석 이코노미스트가 추산한 데 따르면 올림픽 개최 시 관중을 일본 국민으로만 한정했을 때 GDP 상승효과는 1조 5000억엔이다. 무관중이라면 GDP 상승효과는 3분의 1 이하로 떨어져 3000억~4000억엔 정도로 줄어든다. 일본 정부가 지난달 25일 도쿄도와 오사카부, 교토부, 효고현 등 4곳에 긴급사태를 발령한 뒤 2주간 경제적 손해 부분은 4460억엔으로 추산됐다. 나가하마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무관중으로 올림픽을 개최해도 긴급사태선언이 이뤄지면 개최의 플러스 효과는 바로 날아가는 것으로 계산된다”고 밝혔다. 다이와 종합연구소의 칸다 케이지 시니어 이코노미스트도 이 신문에 “경기장 건설 등에 따른 올림픽 경제 효과는 대부분 이미 나왔다”며 “무관중으로 치러지면 경제적 효과는 4000억엔을 크게 밑돌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올림픽 강행이 코로나19 감염 확대로 이어지면 더 큰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닛세이 기초연구소의 사이토 다로 경제조사부장은 “긴급사태선언을 반복해도 코로나19가 수습되지 않는데 국민의 초조함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이런 가운데 올림픽을 강행하고 감염자 증가로 이어지면 쌓인 불만이 폭발할 수 있다. 개최의 큰 플러스 효과는 기대할 수 없고 강행한 부작용이 점점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해고 통보드립니다^^”…경비원은 마지막까지 ‘을’이었다

    “해고 통보드립니다^^”…경비원은 마지막까지 ‘을’이었다

    “갑질을 당해도 살아남으려고, 휴가도 안 쓰며 열심히 일만 했는데….” 지난달 29일 서울 노원구 중계그린아파트에서 근무하던 16명의 경비원은 근로계약 갱신을 이틀 앞두고 일방적인 해고 통보가 남긴 문자를 받았다. 새로운 경비 용역업체는 44명 중 16명을 해고하면서 “애석하게도 같이 근무할 수 없음을 통보드립니다^^ 행복하세요^^”라며 웃음 이모티콘이 다섯 개나 포함된 문자를 보냈다. 아파트 관리주체인 입주자대표회의와 신규 용역업체에 해고 이유를 문의했지만 서로 책임을 떠넘기며 답을 하지 않았다. 경비업체는 ‘해고가 아닌 재계약을 하지 않은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를 알게 된 아파트 입주민들은 복직을 촉구하는 온라인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입주민들의 인터넷 카페에도 “다시 와서 일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응원 댓글이 달렸다. 주민들은 구청장과 지역 국회의원에게 서명 내용을 전달하고 경비용역 업체와 아파트입주자대표를 부당해고로 고용노동부와 서울시에 고발하기로 했다. 경비원들은 지난 14일 노원구청에 진정을 냈다. 진정서에는 아파트와 입주자대표회의가 오랜 시간 경비원들을 대상으로 부당한 업무지시와 갑질을 했다는 주장이 담겼다. 수당도 제대로 받지 못했고, 해고가 두려워 연차 휴가도 쓰지 못하고, 휴게 시간에도 일을 하고, 빗자루 같은 소모품도 자비로 썼다는 내용이었다. 경비원들은 이는 공동주택관리법과 서울시 주택관리규약을 위반한 행위인 만큼 구청에서 아파트에 대한 진상조사에 착수해달라고 요청했다. 노원구청장은 지난 17일 경비업체와 아파트 관리업체, 입주자대표회의 관계자를 불러 면담을 진행하며 중재에 나섰다. 오승록 구청장은 업체들이 관리하는 아파트단지가 많으니 경비인력에 결원이 생기거나 추가로 필요할 경우 해고경비원을 우선 채용하는 방안을 요구하는 한편, 법적 하자가 없더라도 업체 측이 정서적으로 접근해 관련 문제의 재발을 막아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반복되는 경비원들 부당 해고 이유는 ‘2019년 전국 아파트 경비노동자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설문 참여 경비원 3388명 중 94.1%가 ‘1년 이하 계약’을 맺고 있었고 ‘3개월 계약’도 21.7%나 됐다. 간접고용 형태인 경비원들은 길어야 1년에 한 번씩 계약을 갱신해야 하고, 2~3개월의 단기 계약으로 일하는 경비원들도 많기 때문에 고용을 유지하기 위해 갑질을 당해도 참을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노원구의 사례처럼 아파트 입주자대표자회의가 새로운 경비용역업체가 계약을 맺을 경우 이전 업체 소속 경비원들의 고용을 승계할 의무가 없어 집단 해고가 이뤄지는 경우가 빈번하다. 입주자 대표에 대한 지도·감독 권한이 있는 지자체에서 관리를 강화하는 등 고용 구조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제2의 최희석이 나오지 않게 도와달라 지난 10일 강북구청 앞에서는 서울 강북구의 한 아파트에서 입주민의 갑질로 고통받다 극단적 선택을 했던 경비원 최희석씨의 1주기를 기리는 행사가 열렸다. 최희석씨는 지난해 4월 21일부터 계속해서 아파트 입주민 심모씨의 폭언과 폭행에 시달렸다. 심씨는 최씨를 경비원 화장실에 감금한 채 12분간 구타하고 사직을 종용하기도 했다. 최씨는 “더는 나와 같은 사람이 없게 해달라”는 말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심씨는 지난해 12월 1심에서 징역 5년 형을 선고받았고 항소해 2심 판결을 앞두고 있다. 최희석씨의 안타까운 죽음으로부터 1년이 지났지만 경비원들의 갑질 피해와 부당해고는 계속되고 있다. 최씨의 형은 유족 대표로 참여해 “사회적 문제가 되도록 이슈화에 나서준 아파트 입주민들께 감사하다. 더는 제2의 최희석이 나오지 않도록 모든 분께 도와주십사하는 마음이 있다”고 말했다.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열린세상] 모두가 안전해지기 전까지는/김세정 SSW 프래그마틱 솔루션스 변호사

    [열린세상] 모두가 안전해지기 전까지는/김세정 SSW 프래그마틱 솔루션스 변호사

    지난해 말 영국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됐을 때 한국의 한 라디오 프로그램과 현지 상황을 전하는 짧은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백신에 대한 영국인들의 반응은 어떠냐(대답: 세계 최초로 백신을 맞게 된 것을 자랑스러워하고 있다), 백신 안 맞겠다는 사람은 없냐(대답: 주변에서는 아직 못 봤다) 등의 문답이 오고 가다가 한국인들을 포함해 영국에 있는 외국인들에 대해 백신과 관련한 차별이 있지는 않으냐는 질문을 받았다. 즉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백신 순서가 늦어지거나 접종에서 배제된다거나 하는 일이 있을 것 같으냐는 질문이었을 것인데, 오히려 그 질문을 듣고 좀 놀랐다. 그런 식으로는 전혀 생각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해서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만일 그런 일이 있다면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될 것이고, 다만 문제는 NHS(National Health Serviceㆍ영국의 국가 보건 서비스를 총괄하는 시스템)에 등록이 돼 있느냐 여부일 거라는 대답을 했다. NHS 등록 여부는 불법체류자 문제와 관련이 있다. 영국의 경우 유럽에서 독일 다음으로 불법체류자가 많다고 한다. 영국 정부가 2005년에 조사한 바에 따르면 당시 불법체류자 수는 43만명에 달했다고 하는데, 혹자는 100만명이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대개 위험도가 높은 노동에 종사하고, 보다 열악한 주거 환경에 노출돼 있지만 NHS에 등록이 돼 있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GP(담당 가정의ㆍ영국에서는 거주지 근처의 GP에 등록해 일차 진료를 받아야 한다)에 등록할 때 신분증과 거주지를 증명할 서류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서류를 구비하기 어렵거나 제출을 꺼리기 때문이다. 백신 접종 역시 대개 GP를 통해 절차가 진행되므로 NHS에 등록된 사람만을 대상으로 백신을 맞도록 한다면 불법체류자는 접종을 받기 어렵게 된다. 그런데 이 문제와 관련해 영국 당국은 지난 2월 백신 접종은 인권과 관련한 사안이라면서 영국에 살고 있는 모든 외국인은 적법한 비자를 갖췄는지 여부를 불문하고 영국인과 동일한 조건으로 백신을 접종받을 수 있고, 이 과정에서 불법체류자인지 여부를 추적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즉 증빙 서류가 전혀 없이도 백신 접종을 신청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영국 당국의 조치는 방역을 우선 목표로 해서 내린 것이다. 바이러스가 국적이나 합법적 체류자인지 여부를 따져 인체에 침투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당연히 내국인이든 외국인이든 가리지 않고 가능한 한 빨리, 더 많이 백신을 접종하도록 해야 사회가 집단면역 상태에 도달한다. 그러니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백신을 접종하지 않거나, 순위를 뒤로 미루거나, 비용을 지급하라고 하거나, 합법적으로 체류하는지 여부를 따지는 것은 가장 중요한 목표, 즉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이 백신을 맞도록 하겠다는 목표를 위협하는 요소가 되는 것이다. 한편으로 저 질문을 받고 보니 한국인들은 스스로 당하는, 혹은 당할 가능성이 있는 차별에 대해서는 매우 예민하고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사실을 새삼 떠올리게 됐다. 반면 한국인에 의해 벌어지는 차별에 대해선 중요한 문제로 받아들이지 않거나 심지어 무시하는 경향을 종종 보인다. 즉 본인들을 피해자의 위치에 놓는 데 더 익숙한 것인데, 여러 분야에서 국제적 위상을 자랑하는 마당에 이제는 스스로 차별을 행하는 가해자의 위치가 되기도 한다는 것을 인식해야 하지 않나 싶다. 한국의 불법체류자 역시 40만명에 달한다고 한다. 다행히 한국 방역 당국은 지난 4월 초 불법체류자도 불이익을 받을 걱정 없이 백신 접종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보다 열악한 보건 환경에 처해 있는 이들이 걱정이나 불안 없이 하루의 노동을 쉬고 접종을 받을 수 있게 되도록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조치가 취해지기를 바란다. 전 세계가 코로나로 인해 꼼짝 못 하고 있는 이상한 시절에 주문처럼 반복되는 문구가 있다. ‘모두가 안전해지기 전까지는 누구도 안전하지 않다.’(No one is safe, until we are safe) 선진국들이 백신을 독점하겠다는 태도를 경계하는 말이다. 한국 내에 있는 모두가 안전해지기 전까지는 한국인들 역시 안전하지 않다.
  • [김가경의 배회의 기술] 할머니와 장미와 나

    [김가경의 배회의 기술] 할머니와 장미와 나

    배가 많이 고픈 날이었다. 시장에서 장미나무 한 그루를 사들고 오다가 국숫집이 보여 들어갔다. 점심시간이 한참 지나 그런지 손님이 없었다. 국수 한 그릇을 주문하고 앉았는데 할머니 한 분이 막 들어섰다. 가게 안을 살피다가 나를 발견하고는 얼굴에 잠시 반기는 기색이 흘렀다. 무언가 안심하는 표정으로 내 옆자리에 앉았다. 때를 놓친 사람들의 연대라고나 할까, 쓸쓸한 날도 아니었는데 이상하게 나도 마음이 놓였다. 할머니가 국수를 주문하자 주인이 끓는 물에 두 사람 몫의 국수를 넣었다. 텅 빈 가게에서 혼자 밥을 먹어야 하는 멋쩍음을 서로 피한 듯 아주 짧은 시간 호의적인 눈빛이 오갔다. 할머니가 장미나무를 보고 실하다며 얼마 주었느냐고 물었다. 오천 원이라고 하니 싸게 샀다고 어디서 샀느냐고 다시 묻는다. 나는 손을 뻗어 가며 꽃집의 위치를 설명했다. 다 삶아진 두 사람분의 국수가 고명과 함께 각자의 그릇에 담겨 나오기까지 할머니와 나는 장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서로 붉은 장미가 필 거라는 것 외에 장미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었다. 그런데도 다른 무언가를 가져다 붙여도 장미 이야기가 되고 있었다. 할머니는 뭘 사도 심을 데가 없다며 꽃이 피면 예쁘겠다는 말만 반복했다. 작년에는 트럭에서 꽃이 활짝 핀 동백나무를 샀다. 비닐봉투에 담아 집으로 오는데 지나가는 사람들 시선이 모두 동백나무로 쏠렸다. 그 순간 굳어 있던 사람들 얼굴이 저절로 풀어지는 것을 보니 나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졌다. 동백나무로 향한 거였지만 그들의 시선에서 남다른 평화가 느껴졌다. 지친 날도 아니었는데, 소박하게 다가온 짧은 평화에 부질없는 욕심이 생겼다. 끈이 있다면 매달아 놓고 싶었던 것이다. 그때 인간을 향한 누군가의 절박한 문장 하나가 느닷없이 떠올랐다. 그대, 살인하지 말라. 장미 이야기를 하면서도 할머니는 자신의 소소한 일상 이야기를 더 많이 했다. 할머니에게 “같이 앉아서 먹을까요”라고 하지 않은 것은 장미를 사이에 두고 자신의 공간을 향해 앉은 몸의 다소 완고한 각도 때문이었다. 내 몸은 경박하다는 소리까지 들어가면서도 상대에게 과하게 기우는 경향이 있었다. 이미 할머니 쪽으로 몸이 기울어져 있었고 장미나무를 좀더 보이기 쉬운 위치로 옮긴 상태였다. 할머니도 나도 국물을 거의 다 남겼다. 주인이 잠깐 나간 틈을 타 할머니가 내게 속삭였다. “내가 만 국수가 더 맛있는데.” 그 말이 진심으로 들렸고 할머니의 국수 솜씨를 밑도 끝도 없이 믿게 되었다. 할머니가 집의 위치를 나에게 알려주며 친구들과 모여 칼국수도 끓여 먹고 비빔밥도 해 먹으니 놀러 오라고 했다. “네”라고 막연한 약속을 하면서도 국수에 대한 욕심이 사라지지 않았다. 나도 모르게 두 사람분을 계산하고 사거리까지 같이 걸어오다가 서로 손을 흔들며 헤어졌다. 그분도 나처럼 한쪽이 헐린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할머니 집에 장미를 심을 조그만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서 동백나무가 자라든 장미가 자라든.
  • 여성 91% “혐오표현 접해”… 37% “미약한 처벌에 폭력 반복”

    여성 91% “혐오표현 접해”… 37% “미약한 처벌에 폭력 반복”

    경기 지역에 사는 직장인 오모(25)씨는 지난해 8월 집 근처에서 당한 일 때문에 귀갓길이 공포스럽다. 그날 오후 11시쯤 뒤쪽에서 소리가 나 고개를 돌리니 한 중년 남성이 오씨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이 남성은 오씨와 눈이 마주치자 갑자기 바지에 손을 넣고 음란행위를 하기 시작했다. 오씨는 머릿속이 하얘졌고 몸이 굳어 한참을 움직일 수 없었다. 그 후로 그는 한동안 다른 길로 돌아서 출퇴근을 해야 했다. 2016년 5월 17일 30대 남성이 서울 강남역 근처의 한 건물 공용화장실에서 일면식 없는 여성을 숨지게 했다. 이른바 ‘강남역 살인사건’ 직후 여성들은 강남역 10번 출구 앞에 모여 “나는 우연히 살아남았다”고 외쳤고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범죄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두려움을 호소했다. 사건이 일어난 지 5년이 지났지만 여성이 일상에서 느끼는 공포는 여전하다. 18일 서울신문과 비영리 공공조사네트워크 ‘공공의창’, 여론조사기관 ‘피플네트웍스’가 전국 만 18세 이상 여성 71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48.3%가 강남역 살인사건 후에도 여성폭력 발생 위험은 변함이 없다고 답했고 37.0%는 여성폭력 발생 위험이 오히려 더 증가했다고 했다. 위험이 감소했다는 의견은 14.7%에 그쳤다. 여성들이 범죄 피해의 공포를 느끼는 상황은 다양했다. 강남역 사건처럼 공중·공용화장실을 이용할 때(30.9%)가 가장 많았고, 길거리를 지날 때(24.2%), 불법촬영 피해에 대한 두려움(11.4%)이 뒤를 이었다.응답자의 절반에 가까운 48.5%는 스토킹 피해를 당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가해자의 56.7%는 ‘모르는 사람’이었고 ‘친구 또는 연인’(13.7%), ‘직장 동료 및 상사’(13.4%)가 그 뒤를 이었다. 스토킹은 경범죄로 분류돼 처벌 수위가 최고 벌금 10만원에 그쳤지만 오는 10월부터는 가해자를 최고 징역 5년에 처하는 스토킹범죄처벌법이 시행된다. 김모(25)씨는 지난해 8월 일면식도 없는 남성에게 뒤를 밟힌 적이 있다고 털어놨다. 인기척을 느끼고 뒤를 돌아보자 한 남성이 김씨에게 다가오면서 “지하철에서 보고 이상형이라 따라왔다”며 일방적으로 구애했다. 김씨는 “집 위치가 드러날까 봐 그 남성이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10분 넘게 길에 서 있다가 귀가했다”며 “또 나타날까 봐 무섭다”고 말했다. 설문조사에 응한 여성의 91.3%가 온·오프라인을 통틀어 여성혐오 표현을 접한 적이 있다고 답할 만큼 여성들의 여성혐오 표현 노출 정도는 심각했다. 권김현영 여성현실연구소장은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와 ‘남초 커뮤니티’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거나 비하하는 혐오 표현이 만연한 상황이다. 표현 하나하나를 규제해 봤자 여성혐오를 드러내는 표현은 새로 계속 나올 것”이라면서 “페미니즘에 대한 백래시(반발 심리)를 동반하는 가짜뉴스부터 성범죄를 모의하는 글 등 기존 법령에서 충분히 범법이라고 할 만한 문제부터 정부가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여성폭력이 근절되지 않는 이유로 ‘여성폭력 가해자에 대한 미약한 처벌’을 꼽은 의견이 37.1%로 가장 많았다. 이어 ‘남성 중심적인 성차별적 사회 구조’(20.1%), ‘여성을 성적 대상화 또는 상품화하는 왜곡된 성 인식’(17.3%)도 주된 이유로 꼽혔다. 신지예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는 “여성폭력 가해자에게 그 죄에 합당한 엄중한 처벌을 하는 것이 피해자 입장에서는 사법 정의의 시작을 알리는 일”이라면서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문제뿐만 아니라 임금 격차 등 노동시장에서의 성차별 문제를 해결하고 여성의 재생산권을 보장하는 등 성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계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오세진·손지민 기자 5sjin@seoul.co.kr ■공공의창 2016년 문을 연 ‘공공의창’은 리얼미터·리서치뷰·우리리서치·리서치DNA·조원씨앤아이·코리아스픽스·타임리서치·한국사회여론연구소·휴먼앤데이터·피플네트웍스리서치·서던포스트·세종리서치·소상공인연구소·DPI·지방자치데이터연구소 등 15개 여론조사 및 데이터분석 기관이 모인 비영리 공공조사네트워크다. 정부나 기업의 의뢰를 받지 않고 자체적으로 공공조사를 실시한다.
  • 여성 91% “혐오표현 접해”… 37% “미약한 처벌에 폭력 반복”

    여성 91% “혐오표현 접해”… 37% “미약한 처벌에 폭력 반복”

    “스토킹 피해 당한 적 있어” 49% 달해공중화장실·길거리에서 두려움 느껴경기 지역에 사는 직장인 오모(25)씨는 지난해 8월 집 근처에서 당한 일 때문에 귀갓길이 공포스럽다. 그날 오후 11시쯤 뒤쪽에서 소리가 나 고개를 돌리니 한 중년 남성이 오씨를 빤히 쳐다봤다. 남성은 갑자기 바지에 손을 넣고 음란행위를 하기 시작했다. 오씨의 머리는 하얘졌다. 도움을 청할 만한 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그 후로 그는 한동안 다른 길로 돌아서 출퇴근을 해야 했다. 2016년 5월 17일 30대 남성이 서울 강남역 근처의 한 건물 공용화장실에서 일면식 없는 여성을 숨지게 했다. 이른바 ‘강남역 살인사건’ 직후 여성들은 강남역 10번 출구 앞에 모여 “나는 우연히 살아남았다”고 외쳤고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범죄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두려움을 호소했다. 사건이 일어난 지 5년이 지났지만 여성이 일상에서 느끼는 공포는 여전하다. 18일 서울신문과 비영리 공공조사네트워크 ‘공공의창’, 여론조사기관 ‘피플네트웍스’가 전국 만 18세 이상 여성 71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48.3%가 강남역 살인사건 후에도 여성폭력 발생 위험은 변함이 없다고 답했고 37.0%는 여성폭력 발생 위험이 오히려 더 증가했다고 했다. 위험이 감소했다는 의견은 14.7%에 그쳤다. 여성들이 범죄 피해의 공포를 느끼는 상황은 다양했다. 강남역 사건처럼 공중·공용화장실을 이용할 때(30.9%)가 가장 많았고, 길거리를 지날 때(24.2%), 불법촬영 피해에 대한 두려움(11.4%)이 뒤를 이었다.응답자의 절반에 가까운 48.5%는 스토킹 피해를 당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가해자의 56.7%는 ‘모르는 사람’이었고 ‘친구 또는 연인’(13.7%), ‘직장 동료 및 상사’(13.4%)가 그 뒤를 이었다. 스토킹은 경범죄로 분류돼 처벌 수위가 최고 벌금 10만원에 그쳤지만 오는 10월부터는 가해자를 최고 징역 5년에 처하는 스토킹범죄처벌법이 시행된다. 김모(25)씨는 지난해 8월 일면식도 없는 남성에게 뒤를 밟힌 적이 있다고 털어놨다. 인기척을 느끼고 뒤를 돌아보자 한 남성이 김씨에게 다가오면서 “지하철에서 보고 이상형이라 따라왔다”며 일방적으로 구애했다. 김씨는 “집 위치가 드러날까 봐 그 남성이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10분 넘게 길에 서 있다가 귀가했다”며 “또 나타날까 봐 공포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설문조사에 응한 여성의 91.3%가 온·오프라인을 통틀어 여성혐오 표현을 접한 적이 있다고 답할 만큼 여성들의 여성혐오 표현 노출 정도는 심각했다. 권김현영 여성현실연구소장은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와 ‘남초 커뮤니티’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거나 비하하는 혐오 표현이 만연한 상황이다. 표현 하나하나를 규제해 봤자 여성혐오를 드러내는 표현은 새로 계속 나올 것”이라면서 “페미니즘에 대한 백래시(반발 심리)를 동반하는 가짜뉴스부터 성범죄를 모의하는 글 등 기존 법령에서 충분히 범법이라고 할 만한 문제부터 정부가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여성폭력이 근절되지 않는 이유로 ‘여성폭력 가해자에 대한 미약한 처벌’을 꼽은 의견이 37.1%로 가장 많았다. 이어 ‘남성 중심적인 성차별적 사회 구조’(20.1%), ‘여성을 성적 대상화 또는 상품화하는 왜곡된 성 인식’(17.3%)도 주된 이유로 꼽혔다. 신지예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는 “여성폭력 가해자에게 그 죄에 합당한 엄중한 처벌을 하는 것이 피해자 입장에서는 사법 정의의 시작을 알리는 일”이라면서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문제뿐만 아니라 임금 격차 등 노동시장에서의 성차별 문제를 해결하고 여성의 재생산권을 보장하는 등 성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계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오세진·손지민 기자 5sjin@seoul.co.kr ■공공의창 2016년 문을 연 ‘공공의창’은 리얼미터·리서치뷰·우리리서치·리서치DNA·조원씨앤아이·코리아스픽스·타임리서치·한국사회여론연구소·휴먼앤데이터·피플네트웍스리서치·서던포스트·세종리서치·소상공인연구소·DPI·지방자치데이터연구소 등 15개 여론조사 및 데이터분석 기관이 모인 비영리 공공조사네트워크다. 정부나 기업의 의뢰를 받지 않고 자체적으로 공공조사를 실시한다.
  • 차세대 메모리의 에너지효율 높일 반강자성체 제어기술 개발

    차세대 메모리의 에너지효율 높일 반강자성체 제어기술 개발

    DGIST 신물질과학전공 홍정일 교수 연구팀이 차세대 메모리에 적용되는 반강자성체에 기계적인 진동을 가해 자기정렬을 제어하는 기술을 최초 개발했다. 기존의 이진법을 뛰어넘는 멀티레벨(Multi-Level) 컴퓨터 기반 차세대 메모리 소자 등에 적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1990년대부터 자성체를 활용한 스핀트로닉스 전자공학이 본격 도입되면서 더 많은 정보의 저장 및 처리가 가능한 차세대 메모리 및 정보처리 소자가 개발되고 있다. 스핀트로닉스는 자성체의 자기 상태를 전기적으로 제어해 정보를 처리하고 저장하는 기술로, 기존의 실리콘을 이용한 반도체 소자보다 훨씬 빠르고 효율적으로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다. 스핀트로닉스 기술을 활용한 차세대 메모리인 ‘스핀 메모리’를 포함한 다양한 스핀소자는 강자성체와 반강자성체의 결합 구조로 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강자성체의 내부 자기 배열상태는 똑같은 방향으로 배열되어 있어 외부자기장을 이용해 원하는 자기정렬 상태로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제어가 용이하다. 하지만 반강자성체의 내부 자기 배열상태는 서로 반대 방향으로 되어 있어, 외부자기장에 의한 제어가 어렵다. 이 때문에 반강자성체 제어를 위해서는 현재까지 주로 열과 자기장을 이용해 원자들을 원하는 자기정렬 상태로 만드는 교환바이어스 교환바이어스(Exchange Bias) : 2018년부터 양산되고 있는 차세대 스핀 메모리의 핵심 동작 원리로, 스핀 정보의 안정적인 저장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 교환 바이어스 크기가 크면 정보저장 안정성이 좋아지고, 작으면 안정성이 떨어진다. 이에 DGIST 홍정일 교수 연구팀은 열을 가하지 않고 기계적 진동을 이용해 원자 결정 구조의 미세 변형을 가해 원자간 자기 결합(Magnetic Coupling)의 변화를 유도했다. 연구팀은 전압을 가하면 형태가 바뀌는 압전물질(piezo-electric materials)로 구성된 기판 위에 반강자성체로 된 박막을 덧씌웠다. 여기에 교류전압을 통한 기계적 진동을 주면 압전물질의 변형이 일어남과 동시에, 덧씌운 반강자성체 박막에 진동이 전해지면서 내부 자기배열상태를 임의로 변경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또한 이를 반복적으로 인가(印加)하여 자기 결합 상태를 재설정할 수도 있음을 추가로 알아냈다. 연구팀이 최초 개발한 이번 공정은 기존의 열을 이용한 방법보다 국소부위에 적용이 가능하고, 상온에서도 적용 가능해 에너지 효율면에서 훨씬 유리하다. 또한 반복된 작동으로 인해 자기정렬도가 떨어진 소자의 재설정이 가능해 소자의 기능회복을 통한 내구성을 높일 수 있게 됐다. 무엇보다 자기 정렬의 미세 패턴화가 가능해, 기존의 소자와는 완전히 다른 작동 메커니즘의 스핀 소자를 설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홍 교수는 “기존 교환바이어스 설정법의 단점과 한계를 극복한 새로운 설정 방법을 제시해 반강자성체의 스핀트로닉스 활용 가능성을 높였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다”면서, “향후 지속적으로 반강자성체의 제어 메카니즘을 이해하고 개발하여 스핀 신소재 연구를 발전시키고자 한다”고 밝혔다. □한국연구재단이 지원하는 ‘중견연구자지원사업’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는 DGIST 신물질과학전공을 졸업한 김현중 박사가 제1저자로 참여했으며, 재료과학분야의 최고권위지인 Acta Materialia에 지난 15일자 지면판으로 게재됐다. 대구 한찬규 기자 cghan@seoul.co.kr
  • 엉성한 이야기, 퍼즐 맞추는 재미에도 찜찜하다…홍상수의 ‘인트로덕션’

    엉성한 이야기, 퍼즐 맞추는 재미에도 찜찜하다…홍상수의 ‘인트로덕션’

    이야기 구조가 참 엉성하다. 주인공의 행동을 좀처럼 이해하기 어렵다. 막바지에 이르러서야 전체적인 내용을 파악할 수 있다. 퍼즐을 맞춘 느낌이 들지만, 시원하지가 않다. 27일 개봉하는 홍상수 감독 새 영화 ‘인트로덕션’은 여러모로 독특하다. 영화는 영호(신석호 분)가 각각 아버지, 연인, 어머니를 찾아가는 3개의 여정으로 구성됐다. 영호는 아버지가 불러 한의원을 찾는다. 그러나 아버지는 바쁘다는 핑계를 대고, 영호는 온종일 기다린다. 그다음은 독일로 패션디자인을 공부하러 간 영호의 여자친구 주원(박미소 분)을 보여준다. 영호는 주원을 만나려 충동적으로 독일에 갔다. 세 번째는 영호가 어머니의 호출을 받고 친구와 동해안의 횟집을 찾는 장면이다. 가보니 그곳에는 아버지의 한의원에서 본 연극배우가 어머니와 함께 있다.이야기 중간 중간을 의도적으로 가위질했다. 예컨대 첫 번째 이야기에서는 영호가 아버지의 한의원에서 유명 연극배우(기주봉 분)를 만났던 장면이 빠져 있다. 그는 당시 영호에게 “넌 배우하면 좋겠다”란 말을 했는데, 이 내용이 세 번째 이야기에서 언급되는 식이다. 물음표를 단 채 영화를 보다가 결국 엔딩크레딧이 올라가야 전체 이야기를 조합할 수 있다. 다만, 이마저도 속 시원하지 않다. 관객은 그저 유추만 할뿐 있다. 불완전한 이야기 속에서 힌트를 찾고, 의미를 나름대로 부여하는 건 영화의 묘미다. 홍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 처음으로 영어 제목을 썼다. “소개, 입문, 서문, (새것의) 도입 등의 뜻을 다 포기하고 싶지 않아서 한국 제목도 영어를 그대로 썼다”고 밝혔다. 이야기마다 소개하는 장면이 나온다. 영호가 어려움을 이겨내려는 포옹이 매번 나온다는 점도 눈여겨볼 부분이다.모든 장면에서 최대 4명의 인물만 들어가게 했다. 배경은 보이지 않고 대화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 작위적인 줌인과 줌아웃을 반복하지만, 대사 전달이 워낙 탁월해 눈에 거슬리지 않는다. 홍 감독의 트레이드 마크인 ‘찌질한’ 남자들의 향연을 피식 거리며 보는 재미 역시 쏠쏠하다. 영호는 너무 순진하고, 아버지는 소심하다. 연극배우는 술자리에서 궤변을 늘어놓는다. 줄담배 피우는 모습, 만취로 치닫는 술자리 장면도 양념처럼 곁들였다. 상영 시간이 짧은 터라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면 허무할 수 있다. 그러나 흑백영화, 그것도 한 시간 남짓한 분량으로 대사에만 의존해 이야기를 구성하고 끌어갔다는 점은 분명 매력적이다. 지난 3월 베를린국제영화제가 은곰상 각본상을 안겨준 것도 아마 이런 이유일 터다. 홍 감독 영화 가운데 ‘밤의 해변에서 혼자’(2017, 여우주연상), ‘도망친 여자’(2020, 감독상)에 이어 세 번째다. 66분, 12세 이상 관람가.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수만 년 전 암벽화, 기후변화로 훼손…돌이킬 수 없다(연구)

    수만 년 전 암벽화, 기후변화로 훼손…돌이킬 수 없다(연구)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동굴 암벽화들이 기후변화로 인해 훼손되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우려가 나왔다. 호주 퀸즐랜드 그리피스대학 연구진이 인도네시아 남부 술라웨시에 있는 한 석회암 동굴에서 발견된 4만 5000여 년 전 암벽화 11개를 분석한 결과, 이중 상당수의 벽화가 벗겨지면서 훼손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전문가들은 고대 암벽화의 훼손 원인으로 벽화 뒤쪽에 생성된 소금 결정을 꼽았다. 해당 지역은 수천 년에 걸친 환경 변화를 견뎌왔지만, 현대에 들어 온실가스 증가로 극한의 기후가 이어졌고, 고온·다습 또는 고온·건조한 날이 반복적으로 이어지면서 벽화 뒤쪽의 소금 결정 크기가 커지는 현상이 나타났다.연구진은 “날씨가 매우 덥고 건조한 날에는 소금 결정의 크기가 평상시보다 3배에 달할 수 있고, 이러한 결정이 벽화를 벗겨내고 훼손되는데 영향을 준다”면서 “소금 결정의 팽창과 수축이 벽화의 안료(물감 재료)를 약화시키고, 불과 수개월 만에 일부 부분에서는 손바닥 크기의 그림이 벗겨지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현상의 속도를 감안했을 때, 우리는 (고대 문화재를 지키기 위한) 시간 싸움을 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라며 “수만 년 전 문화재가 눈앞에서 사라지고 있다”고 경고했다.고고학자 및 암벽화 전문가들은 습도 상승으로 인해 벽화의 부패가 증가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기후변화로 인해 고온·다습한 날씨가 이어지면 벽과 벽화 사이의 공간에 곰팡이 또는 기타 미생물이 발생할 수 있고, 이것이 벽화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기후변화와 더불어 벽화가 있는 동굴 인근의 교통량 증가와 채굴 등 인간활동도 고대 벽화 훼손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인도네시아에서 고대 동굴 벽화 탐사에 참여했던 이탈리아 파도바대학 인류학자 프랑코 비비아니는 “술라웨시의 암벽화 훼손은 지구 기온이 오를수록 심해질 것이다. 이 놀라운 유산들은 아마도 사라지거나 줄어들 운명에 처했다”면서 “이에 따라 연구진은 이를 자료로라도 남기기 위해 열심히 사진을 찍는 등 기록하고 있다”고 말했다. 훼손되고 있는 고대 동굴 암벽화의 연구결과는 네이처 자매지인 사이언티픽 리포츠에 공개됐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트윗 하나에 출렁이는 시세…머스크의 이유있는 도발

    트윗 하나에 출렁이는 시세…머스크의 이유있는 도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자신을 팔로우하는 5500만 명을 통해 암호화폐 시세를 쥐락펴락한다. 머스크가 트위터에 올린 알파벳 여섯 자 ‘Indeed(정말이야)’ 때문에 17일 비트코인의 가격은 8% 이상 급락하며 지난 2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그의 트윗은 블로거 ‘미스터 웨일’이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비트코인 투자자들은 다음 분기에 테슬라가 비트코인 보유분 나머지를 처분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자책할 것”이라며 “머스크에 대한 증오가 점점 커지고 있지만 나는 머스크를 탓하지 않겠다. 그가 이미 엄청난 비난을 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쓴 것에 대한 댓글이었다. 정말 비트코인을 전량 처분했다는 것인지, 물음표가 생략된 질문이었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현지 언론들은 일제히 “테슬라가 나머지 비트코인 보유분을 팔았거나 팔 수도 있다는 점을 머스크가 암시했다”고 보도했고, 이는 시세에 영향을 미쳤다. 머스크는 이날 오후 “테슬라는 어떤 비트코인도 팔지 않았다”고 재차 트윗하면서 비트코인 시장은 조금 진정되는 모습을 보였다. 머스크는 지난 13일 비트코인 채굴 과정에서 환경이 파괴된다는 이유로 비트코인을 통한 테슬라 자동차 결제를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15일에는 도지코인이 비트코인과 비교해 거래 속도와 규모에서 10배 낫고 수수료도 100배 저렴해질 수 있다고 주장했고, 16일에는 비트코인이 몇 안 되는 거대 채굴 회사들에 의해 지배된다며 비판했다. 테슬라가 보유하고 있는 비트코인은 팔지 않겠다고 했지만 사실상 반(反) 비트코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이 과정에서 설전도 오갔다. 비트코인 팟캐스트 진행자 피터 매코맥은 “형편없는 정보에 따른 머스크의 비트코인 비판과 도지코인 지지는 완벽한 ‘트롤’(온라인 공간에서 다른 사람의 화를 돋우는 사람)일지 모른다”고 비난했고, 머스크는 “이러한 의견들은 도지코인에 올인하고 싶게끔 한다”며 반박했다. 처음엔 머스크의 행보를 유머와 암호화폐에 대한 관심으로 받아들이던 투자자들은 머스크의 발언이 일관성을 잃고 오락가락하자 그에 대한 감정이 분노로 바뀌는 분위기다. 머스크의 종잡을 수 없는 행보를 두고 자신이 대량 보유한 도지코인을 띄우기 위해 시세조종에 나섰다는 의심의 눈초리도 커지고 있다. 현재 도지코인은 익명의 개인 투자자가 전체 유통량의 4분의1가량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 투자자가 머스크 아니냐는 추측과 미국 사법 당국이 세계 최대 거래소인 바이낸스를 자금세탁 혐의로 조사하는 등 각국 정부에서 규제 강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머스크가 버블 붕괴 가능성에 부담을 느끼고 ‘출구 전략’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도지파더’ 머스크의 코인 띄우기실제로 비트코인은 머스크 등장 이전에도 가상화폐 시가총액 1위로 ‘대장주’ 노릇을 했지만, 도지코인은 머스크가 직접 띄운 코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기에 머스크의 일거수일투족에 고스란히 영향을 받고 있다. 머스크가 도지코인을 처음 언급한 것은 2019년 4월 만우절에 자신이 선호하는 암호화폐로 도지코인을 꼽은 것이다. 이후에도 머스크는 트위터에 ‘도지코인의 아버지’란 의미를 담아 스스로를 ‘도지파더’로 칭하기도 했고, 도지코인을 ‘우리 모두의 가상화폐’라고 부르며 응원했다. 머스크의 도지코인 띄우기는 확실히 성공했다. 2019년 4월 0.002달러에 불과했던 도지코인의 가격은 올해 초 0.04달러에 이어 4월 0.36달러를 거쳐 5월 초에는 0.6달러 선을 넘기도 했다. 불과 2년여 만에 가격이 300배가량 상승한 것이다. 머스크가 도지코인의 가격을 올리기만 한 것은 아니다. 지난 8일 미국 인기 코미디 프로그램인 SNL에 출연해 “도지코인은 사기”라고 했다. 프로그램 특성상 농담조의 발언이었지만, SNL 이후 도지코인의 가격은 30% 이상 폭락했다. 이후 머스크는 스페이스X를 통해 내년 1분기 ‘도지-1 달 탐사’라는 이름의 임무에 착수하면서 전액 도지코인으로 지불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반복된 장난에 돌아선 여론국내 암호화폐 커뮤니티에서는 머스크를 희대의 사기꾼 조희팔에 빗대 ‘미국판 조희팔’이라고 부르는 한편 “머스크를 사형시켜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와대 국민청원 패러디 게시물도 등장했다. 온라인에서는 머스크를 비판하는 흐름이 이어지면서 테슬라 차 불매를 촉구하는 `돈트 바이 테슬라(Don’t Buy Tesla) 해시태그가 나오기도 했다. “머스크는 올해 안에 감옥에 가야 한다”는 반응도 나왔다. 머스크가 사실상 주가조작에 해당하는 행동을 하고 있어 강력한 제재와 처벌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를 두고 블룸버그 통신은 “머스크가 5500만 명 트위터 팔로워를 통해 시장에 반복적으로 장난을 치는 것도 지겹고, 가상화폐 도박꾼들이 안쓰럽다고 느끼기도 힘들다”며 꼬집었고, 포브스는 “머스크는 비트코인을 붕괴시키는 1인 임무를 띤 것 같다. 장기적으로 그의 영향력은 거의 없어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박철현의 이방사회] 코로나19 투병기

    [박철현의 이방사회] 코로나19 투병기

    지지난주 토요일 아침 일어나자마자 몸 상태가 이상했다. 온몸에서 열이 나는 것 같고 식은땀에 근육통도 느껴졌다. 전형적인 감기몸살 증세였는데 중요한 견적서를 써야 해서 사무실에 나갔다. 서류 작업을 끝낸 후 근처 한국 식당에서 일부러 매운 육개장을 먹었다. 원래 매운 음식을 좋아하지 않지만 감기나 몸살 증세가 있을 땐 일부러 먹는다. 땀을 확 빼서 나아지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그때도 일시적으로 몸이 괜찮아지는 듯했다.오후 서너 시쯤 되자 열이 확 올라온다. 체온을 재어 보니 38.3도. 어지럼증과 두통도 몰려왔다. 여전히 감기몸살 가능성이 더 컸지만 시절이 하수상한지라 사무실 소파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시판용 갈근탕 가루약과 따뜻한 녹차를 몇 잔 마신 덕분인지 다음날 아침 몸이 한결 나아졌다. 집에 간다고 아내에게 메시지를 보내니 아내가 기사 링크를 보내왔다. ‘반복적 고열’이 강조된 칼럼이다. 일시적으로 열이 내렸다가 재발열하는 코로나19 증상이 구체적으로 소개돼 있다. 즉 아내는 혹시 모르니 집에 당장 오지 말고 하루 더 상태를 보자는 거다. 내심 섭섭하긴 했지만 매우 적확한 판단이라 생각해 하루 더 사무실에서 머물렀는데 아니나 다를까 그날 밤 다시 38.5도의 고열이 찾아왔고, 이번엔 기침에 숨가쁨 현상까지 같이 왔다. 즉시 사무실 근처 빈 건물의 조그마한 방으로 갔다. 사무실 바로 옆에 호텔도 있지만 코로나용 격리 호텔이 아니다. 혹시라도 내가 코로나에 걸렸다면 이웃 호텔에 묵는 것조차 민폐를 끼칠 수 있었다. 집에는 당연히 못 가고, 월요일부터 사람들이 출근하니 사무실에 계속 머물 수도 없었다. 보건소에 문의 전화를 할까 했지만 아직 코로나인지 아닌지 확신할 수 없었다. 도쿄 지역은 하루에 1000명씩 나오던 시기였다. 안 그래도 궤멸적 상황에 빠진 보건소 분들에게 코로나인지 아닌지도 모르는데 괜한 부담을 주기 싫었다. 그렇게 텅 빈 방에서 얇은 홑이불 두 개와 회사 직원들이 엘리베이터 앞에 놔두고 간 컵라면 몇 개, 과일, 갈근탕, 물 몇 병, 우유, 삼각김밥 등으로 일요일과 월요일을 버텼다. 그리고 ‘운명의 화요일 아침’ 미각과 후각이 완벽하게 사라진 불가사의한 세계와 조우한다.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걸렸다고 확신했다. 바로 보건소에 전화를 했다. 보건소는 이것저것 구체적인 것을 물었다. 하지만 PCR 검사는 금요일에나 가능하다면서 지금 격리 중이라면 자체적으로 관리를 해 달라며 상황이 안 좋아지면 바로 연락하라고 했다. 화요일 전화했으니 금요일이면 나흘 뒤였다. 증상 발현 후 일주일이었다. 일주일간 코로나에 걸렸는지 안 걸렸는지조차 모르면서 혼자 버텨야 한다는 말이었다. 물론 발열 외래를 전문적으로 하는 사설 병원이나 클리닉을 찾아가면 된다. 하지만 검사 비용이 만만치 않고 나 같은 경우엔 이미 한 고비를 넘긴 상황이었기 때문에, 이미 자가격리를 철저히 하고 있었기 때문에 굳이 밖으로 나돌아다녀서 다른 사람들에게 옮기기라도 하면 오히려 사회에 피해를 줄 수 있었다. 아예 지금까지 해 왔던 대로 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엿새째인 목요일부터 겨우 몸 상태가 호전됐다. 미각과 후각은 여전히 돌아오지 않았지만 반복적 고열과 근육통, 어지럼증, 숨가쁨 증상은 깨끗히 사라졌다. 몸 상태가 나아지자 문득 이러한 ‘일본적’인 생각, 이를테면 PCR 검사 결과가 나와 봤자 치료제가 딱히 있는 것도 아니고, 외출했다가 다른 사람에게 옮기기라도 하면 더 큰 일이며, 실제로 보건소 등 공공의료기관에서 검사받기도 힘드니 그냥 혼자서 버티자는 나 같은 사람들이 얼마나 많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16일자 아사히신문은 오사카부에서 양성 확진자 중 1만명 이상이 자가격리한다고 했다. 도쿄에서도 병원이 포화상태라 양성 판정 후 홀로 자택 투병이 허다하다. 5월 전국 각지에서 기저질환이 없던 20대 청년들이 알아서 격리하던 중 갑자기 죽었다는 뉴스가 종종 나온다. 나처럼 양성인지 음성인지 아직 모르지만 일단 격리부터 하는 사람은 당연한 말이지만 통계에도 안 잡힌다. 전국의 나 같은 사람이 만약 죽기라도 한다면(나 역시 증상 발현 후 처음 5일간은 너무너무 아팠다) 사후 검사를 할까? 일본의 코로나 관련 수치들을 불신할 수밖에 없다.
  • 추상화가 이정지 화백 별세

    추상화가 이정지 화백 별세

    추상화가 이정지 화백이 16일 별세했다. 80세. 홍익대 미술대학과 대학원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고인은 1980년대까지 단색화 그룹에서 활발히 활동하며 독창적인 영역을 개척해 왔다. 1990년대 들어서 안진경체, 추사체 등 서체를 활용한 다양한 실험으로 변화를 모색했다. 안료를 덧칠하고 긁어내는 작업을 반복해 시공간의 변화를 화면에 구현하고, 붓으로 획을 긋는 대신 팔레트 나이프로 긁는 방식은 이 화백 작품의 특징이다. 지난해 10월에도 개인전을 여는 등 왕성히 활동했으나 심장마비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7호실. 발인은 19일 오전 10시, 장지는 용인 천주교 묘지. 이순녀 선임기자 coral@seoul.co.kr
  • 美민주 “팔레스타인 목숨도 소중하다”… 바이든은 응답할까

    美민주 “팔레스타인 목숨도 소중하다”… 바이든은 응답할까

    100년간 이어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이 다시 중동의 평화를 위협하고 있다. 지난주 처음 로켓포를 발사한 데 이어 이스라엘군과 팔레스타인 무장 세력 하마스의 충돌이 본격 전면전 양상으로 커지면서 피해가 잇따른다. 이 같은 규모는 하마스와의 마지막 대규모 충돌 이후 7년 만인데, 비교적 잠잠하던 이 지역에 다시 피바람이 불어닥치며 국제사회의 긴장도 높아지고 있다.●“유대인 국가 지지” 영국의 밸푸어 선언 시초 익히 알려졌듯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갈등은 1917년 유대인의 민족국가 수립을 지지한 영국의 밸푸어 선언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를 바탕으로 이스라엘이 1948년 건국을 선언하며 서예루살렘을 차지하고 팔레스타인 원주민은 동예루살렘과 요르단 등으로 밀려났는데, 1967년 6일간의 3차 중동전쟁 끝에 동예루살렘까지 점령하며 갈등이 커졌다. 언제든 폭발해도 이상하지 않은 화약고 같은 지역이었다. 하지만 이 지역이 최근에 와서 갑자기 전쟁으로까지 치닫게 된 배경은 따로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4월부터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며 “가자지구에서 첫 로켓이 발사되기 약 한 달 전, 이스라엘 경찰관들이 동예루살렘에 있는 이슬람 성지 알아크사 모스크에 들어가 기도문이 방송되던 스피커의 케이블을 끊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 레우벤 리블린 대통령이 현충일을 맞아 인근에서 연설을 하고 있었는데, 이게 사원의 기도 소리에 묻힐까 봐 케이블을 끊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날이 이슬람교의 신성한 달인 라마단 기간 첫날이었다는 점이다. 이슬람력에서 가장 중요한 기념 기간에 ‘난입’한 이스라엘에 대해 무슬림들의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여기다 최근 셰이크 자라 지역을 둘러싼 유대인의 퇴거 소송이 불을 붙였다. 예루살렘 구시가지에서 북쪽으로 2㎞ 정도 떨어진 셰이크 자라에선 이스라엘 정착촌 유대인들이 부동산을 갖기 위해 수십년간 팔레스타인인과 법적 분쟁을 벌여 왔다. 이 지역은 이스라엘 건국 이후 유엔에 의해 중재된 팔레스타인 정착민 지역이다. 2016년 통과된 유엔 안보리 결의도 “팔레스타인 점령지에 있는 이스라엘 정착촌은 법적 타당성이 없다”고 명시했으며,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라고 밝혔다.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실(OHCHR)은 “이스라엘 민간인의 점령지 이양이 국제인도법에 의해 금지돼 전쟁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이스라엘 법원이 팔레스타인 주민을 추방하라고 판결하며 반발이 커졌다. 지난 10일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팔레스타인 가족이 항의 시위를 벌인 데 이어 인근 국가 아랍인들이 가세하며 긴장은 더욱 고조됐다. CNN은 “셰이크 자라의 집을 둘러싼 법적 분쟁은 누가 도시와 성지, 그리고 역사를 지배하는지에 대한 논쟁을 다시 불러일으켰다”며 “복잡한 상황에서 일어나는 작은 변화는 대규모 시위를 촉발한다”고 했다. 올해 이슬람교와 유대교의 중요한 기념일이 겹친 것도 한몫했다. 라마단 기간 중 가장 신성한 날인 ‘라일라트 알 카드르’(무슬림 권력의 밤)가 8일이었고, 이스라엘군이 구시가지를 점령한 날을 기념하는 유대교 ‘예루살렘의 날’이 9~10일이었다.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라마단 기간 계속 이스라엘 당국과 충돌했다. 이스라엘이 신앙생활을 탄압하고 정착촌에서 주민들을 내쫓으려 한다는 이유였다. 여기다 라마단 기간 매일 저녁 금식을 끝낸 이슬람교도들이 식사하거나 여가를 보내는 다마스쿠스 광장이 폐쇄되며 결국 격렬한 시위가 벌어졌다. 세계 시온주의 기구(WZO) 전 의장인 아브라함 부르그는 “이번 사태는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봉쇄와 제한, 이스라엘 내 아랍인에 대한 차별의 결과”라며 “모든 것이 폭발 직전이었고, 방아쇠가 필요했다. 그 한 방이 알아크사 모스크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이로 인한 피해는 현재 진행형이다. 양측이 “끝까지 가겠다”고 결사항전을 다짐하면서 도심은 불길에 휩싸였다. 예루살렘에서 벌어지던 전쟁은 팔레스타인이 자치권을 행사하고 있는 가자지구로 옮겨붙었다. 팔레스타인 보건부는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가자지구에서만 180여명이 사망하고 최소 1000여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전역에서는 유대인과 아랍인 사이 싸움과 갈등이 벌어졌다. BBC는 “팔레스타인 난민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 예루살렘을 공유해야 하는지, 팔레스타인도 이스라엘과 다른 국가로 건립돼야 하는지 등 양측이 합의할 수 없는 많은 문제가 있다”며 “평화 회담이 25년 넘게 오갔지만 아직도 갈등은 그대로”라고 전했다.●‘친이스라엘’ 미국의 변화 아픈 역사가 끊임없이 반복된다는 점에서 전 세계가 이 분쟁에 주목하고 있지만, 현재 이 사태가 중요한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바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중동 정책을 시험하는 잣대가 되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줄곧 노골적인 친이스라엘 기조를 강조하며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했다. 2018년 미국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옮겨 팔레스타인과 인근 아랍인들의 반발을 샀고, 임기 말에는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수단과의 관계 정상화 협정을 중재하며 ‘평화 정부’라고 자찬했다. 반면 바이든은 중동 외교에 거리를 뒀다. 트럼프식 접근을 수용하면서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평화 협상을 주요 목표로 삼지 않았다. CNN은 “바이든은 중동에서 벗어나 중국, 러시아, 그리고 사이버 공간 등 더 현대적인 위협에 대응하려고 했다”며 “몇 년 만에 최악의 폭력사태가 발생하며 이 오래된 전투는 바이든을 다시 미묘한 정치적 균형으로 끌어들이고 있다”고 봤다. 특히 과거와 달라진 점은 이스라엘 대응방식을 둘러싼 미국 정치권 내 이견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앞서 이스라엘의 방어권 등을 주장하자 민주당 내에서도 “명백한 인권 탄압을 묵인한다”는 비판이 터져 나온 것이다. 민주당 크리스 밴홀런 상원의원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주민 축출은 국제법을 위반하고 있으며, 정부의 인권 개선 의지에 의문을 제기한다”고 했다. 그는 “바이든 행정부가 외교정책의 핵심에 법과 인권을 둔다면 지금은 미온적인 성명을 발표할 때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이자 유대계 출신이기도 한 무소속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NYT에 기고한 글에서 “미국은 더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위해 변명하지 말아야 한다”며 “모든 나라가 자위권이 있다는 건 이론의 여지가 없지만 왜 팔레스타인 주민의 권리는 묻지 않느냐. 팔레스타인의 목숨도 소중하다”고 강조했다. 외신들은 이처럼 민주당 내에서도 팔레스타인을 옹호하는 여론이 커진 이유로 미국 내에서 인종차별 역사를 반성하는 분위기가 높아지고,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M) 시위가 거대한 흐름으로 자리잡은 것을 꼽았다. CNN은 “인종차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며 진보주의자들은 이 개념이 외교 정책에도 적용돼야 한다고 본다”며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팔레스타인 난민들을 향한 이스라엘의 대응에서 인종차별주의를 읽어 낸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미국이 외교 정책 기조를 바꿔 이스라엘을 압박하는 데 국제사회에 동참할 가능성에도 무게가 실린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이건희 미술관’ 불붙여 놓고… 유치 과열에도 손 놓은 문체부

    ‘이건희 미술관’ 불붙여 놓고… 유치 과열에도 손 놓은 문체부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국가에 기증한 2만 3000여점의 미술품을 두고 지자체들이 ‘이건희 미술관’ 유치전에 나섰다. 아예 미술관 위치까지 확정해 발표하는 등 점점 과열 양상을 보인다. 정작 불을 붙였던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방에서 전화 문의가 꽤 들어오지만 아직 결정 사항은 아무것도 없다”고 방어만 하는 중이다. 과열로 부작용이 더 심해지기 전에 최소한 공모 절차 등을 내놓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미술관 유치 의사를 밝혔던 박형준 부산시장은 13일 부산시립미술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부산 북항에 유치하겠다고 공식화했다. 박 시장은 “부산 북항은 세계적 미항으로 재탄생시키겠다는 목표로 개발하는 곳”이라며 “새로운 랜드마크가 될 부산 오페라하우스가 건립 중인데, 이건희 미술관이 들어선다면 시너지 효과가 엄청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기도도 북부 지역에 미술관을 건립하는 방안을 정부에 14일 공식 건의하면서 맞불을 놨다. 문재인 정부 공약이자 국정과제인 ‘미군 반환공여지 국가개발’과 연계한다는 계획이다. 여수시에서는 이건희 회장이 생전 하트 모양의 섬을 샀다는 점을 언급하며 유치위원회를 발족했고, 대구시는 이 회장의 출생지이고 삼성그룹의 모태가 된 삼성상회 출발지라는 점을 내세운다. 대전·세종·창원·청주·인천·새만금개발청 등 지자체와 시민단체, 공립기관도 경쟁에 뛰어든 상태다. 앞서 기증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미술계 관계자 100여명이 나서서 이건희 컬렉션 중 근대 미술품만 빼내어 ‘국립근대미술관’을 설립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미술계가 문체부와 상의한 적도 없는데 서울 종로구 송현동과 정부서울청사를 특정해 근대미술관을 짓자고 나서면서 이에 대응하느라 어려움이 많았다. 지자체에서도 유치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어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그러나 문체부가 미술관 건립에 불을 댕겼다는 점에서 이해 관계자들뿐 아니라 문 대통령과 황희 문체부 장관에 대한 비판이 함께 나온다. 황 장관은 지난달 28일 발표에서 “소장품이 워낙 많아 미술관 건립을 고려해야 할 것 같다”고 했고, 다음날 문 대통령이 “별도 전시실을 마련하거나 특별관을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하면서 미술관 건립이 기정사실화됐다. 미술계 관계자는 “삼성이 어느 날 갑자기 기증하겠다고 하지 않았다. 이 정도 규모면 몇 주에 걸쳐 문체부와 협의를 했을 텐데, 황 장관이 발표하는 날에서야 미술관 건립을 검토하겠다고 말한 게 난센스”라면서 “결과적으로 벌집만 쑤셔 놓은 꼴이 됐다. 지금이라도 최소한 공모 절차나 가이드라인을 시급하게 만들어 발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체부 내부에서도 “일이 이렇게 커질 줄 몰랐다”는 말이 들린다. 전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지만, 이야기를 섣불리 꺼냈다가 논란이 커질까 봐 “아직 결정된 게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해당 부서는 현재 추진 과정에 대해 “중요한 것은 이 회장의 기증품을 국민이 잘 향유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이다. 전문가들을 불러 이야기를 들으며 다양한 대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답변을 내놨다. 내부 다른 관계자는 “황 장관이 개략적인 계획을 조만간 공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산업안전보건청 신설… 신고 의무자 확대 추진

    평택항 컨테이너 작업 중 숨진 이선호씨의 산업재해 사고를 계기로 출범한 더불어민주당 산업재해 예방 태스크포스(TF)가 17일 첫 회의를 열었다. TF는 산업안전보건청을 신설하고, 현장 신고 의무 대상 확대를 추진하기로 했다. 다만 노동계와 정의당의 개정요구가 끊이지 않는 중대재해처벌법은 내년 1월부터 시행되는 만큼 우선 시행령을 대폭 강화하되, 개정 여부는 추후 검토하기로 했다. ●송영길 “일터 나간 가족들 비극 반복 안 돼” 송영길 대표는 첫 회의에서 “다시는 일터에 나간 우리의 아들, 딸, 엄마, 아빠들이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민주당이 앞서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TF의 과제는 정부조직법 개정을 통해 산업안전보건청을 신설, 산재 예방과 관리감독, 처벌까지 아우르는 산업안전 컨트롤타워를 마련하는 게 핵심이다. 또 구조·구급이 필요한 사고 현장의 신고 의무를 강화하는 소방기본법 개정도 필요하다. 현행법은 현장을 발견한 사람에게만 신고 의무가 있어, 이선호씨 사례처럼 업체 상급자 등에게 보고하느라 신고가 지체되는 일이 되풀이됐다. 이에 ‘사고 발생 사실을 인지한 관계인’을 신고 의무자에 추가하기로 했다. ●중대재해법, 강화된 시행령 만든 후 논의 민주당 일부에서도 개정안이 발의된 중대재해법은 강화된 시행령을 먼저 만들고 추후 개정 여부를 논의하기로 했다. TF 단장인 김영배 최고위원은 통화에서 “개정이 우선 과제는 아니다”라며 “꼼꼼하게 시행령을 먼저 구성하고 추후 개정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정의당은 현행 중대재해법의 5인 미만 사업장 적용제외 조항 삭제와 50인 이하 사업장 적용 유예 단축을 요구하고 있다. 최근 이선호씨 빈소를 조문하고, 산재 관련 메시지를 집중적으로 내온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도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산재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의 답을 현장에서 찾도록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곳곳에서 발생하는 산재 사망사고 소식에 매우 안타깝고 송구한 마음”이라며 “문제 해결은 회의에서 마련하는 대책에 있지 않고, 현장에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명심해 주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나온 정부의 산재 대책이 ‘탁상행정’에 그치고 있다는 ‘질타’로도 풀이된다. 손지은·임일영 기자 sson@seoul.co.kr
  • 가수 정바비, 또 ‘여성 폭행·불법촬영’ 혐의로 檢송치

    가수 정바비, 또 ‘여성 폭행·불법촬영’ 혐의로 檢송치

    한 차례 무혐의 처분 받았으나 또다시 여성 폭행, 불법촬영 반복경찰, 정씨 휴대전화서 관련 증거 확보정바비, 블로그에 “고통스러운 시간 보내”어쿠스틱 팝 듀오 ‘가을방학’ 멤버 가수 정바비(본명 정대욱)가 교제하던 여성을 폭행하고 성관계 영상 등을 불법 촬영한 혐의로 검찰에 넘겨졌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17일 폭행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촬영) 혐의로 정씨를 불구속 송치했다. 경찰은 지난 1월 중순 정씨로부터 폭행당하고 신체를 동의 없이 촬영 당했다는 피해 여성 A씨의 고소장을 접수한 뒤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정씨의 휴대전화와 컴퓨터 등에 대해 디지털포렌식 작업을 진행해 관련 증거를 확보했다. 또 정씨와 피해자, 목격자 등을 불러 조사했다. 앞서 정씨는 A씨가 아닌 교제하던 다른 여성의 신체를 동의 없이 촬영하고 성폭행한 혐의(강간치상 등)로 지난해 5월 고발됐으나 올해 1월 말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또 다른 여성에 대한 폭행 치상과 성폭력범죄처벌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로 최근 다시 입건됐다. 경찰 관계자는 “당사자와 참고인 진술을 비롯해 압수된 여러 자료 등을 분석한 것을 토대로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해 송치했다”고 밝혔다. 정씨는 지난 2월 자신의 네이버 블로그에 지난 1월 자신의 혐의에 대한 검찰의 무혐의 결론을 전하며 “수사에 최대한 성실히 임했고 저의 억울함을 차분히 설명했다”면서 “제 처음 주장대로 검찰은 최근 고발사실 전부에 대해 혐의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지난 몇 달간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다. 언론 보도로 많은 이들이 상처를 입었다”고 밝혔었다.소속사 “신변상 이유로 멤버 해체” 앞서 지난 3월 정바비의 소속사 유어썸머는 지난 9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가을방학의 두 멤버는 소속사에게 각자 신변상의 이유로 앞으로의 활동을 더 이상 진행하기 어렵다는 의사를 밝혔다”면서 “이에 가을방학이 해체함을 알려드린다”고 공지했다. 멤버 계피는 개인 SNS를 통해 “실은 작년에 4집 앨범 녹음을 끝내면서 4집을 마지막으로 가을방학을 마무리 지으려 마음먹고 있었다”면서 “이제 저는 새 분야에서 새 출발을 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가을방학은 보컬을 맡은 계피와 작사·작곡을 맡은 정바비로 구성된 혼성 듀오로, 2010년 1집 ‘가을방학’을 시작으로 네 장의 정규앨범을 냈다. ‘취미는 사랑’, ‘가끔 미치도록 네가 안고 싶어질 때가 있어’ 등 서정적인 곡들로 사랑받았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독창적 단색화 개척한 이정지 화백 별세

    단색화 분야에서 독창적인 영역을 개척한 이정지 화백이 16일 별세했다. 향년 80세. 1941년생으로 홍익대 미술대학과 대학원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이 화백은 1980년대까지 단색화 그룹에서 활발히 활동했다. 1990년대 들어서는 작품에 안진경체, 추사체 등 서체를 끌어들여 다채롭게 조형적으로 변주하는 실험으로 변화를 모색했다. 고인은 안료를 덧칠하고 긁어내는 작업을 반복해 시간과 공간의 변화를 화면에 나타내는 작업을 했다. 붓으로 획을 긋지 않고 팔레트 나이프로 긁는 독특한 방식으로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했다. 지난해 10월에도 선화랑에서 개인전을 여는 등 고령에도 예술혼을 불태우며 왕성히 활동했으나 심장마비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빈소는 종로구 혜화동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7호실. 발인 19일 오전 10시, 장지 용인 천주교 묘지. ☎ 02-2072-2028. 연합뉴스
  • 송영길의 첫 산재예방TF…산업안전보건청 신설·현장 신고 의무 확대

    송영길의 첫 산재예방TF…산업안전보건청 신설·현장 신고 의무 확대

    평택항 컨테이너 작업 중 숨진 고 이선호씨의 산업재해 사고를 계기로 출범한 더불어민주당 산업재해 예방 태스크포스(TF)가 17일 첫 회의를 열었다. TF는 산업안전보건청을 신설하고, 현장 신고 의무 대상 확대를 추진하기로 했다. 다만 노동계와 정의당의 개정요구가 끊이지 않는 중대재해처벌법은 내년 1월부터 시행되는 만큼 우선 시행령을 대폭 강화하되, 개정 여부는 추후 검토하기로 했다. 송영길 대표는 첫 회의에서 “다시는 일터에 나간 우리의 아들, 딸, 엄마, 아빠들이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민주당이 앞서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TF의 과제는 정부조직법 개정을 통해 산업안전보건청을 신설, 산재 예방과 관리감독, 처벌까지 아우르는 산업안전 컨트롤타워를 마련하는 게 핵심이다. 또 구조·구급이 필요한 사고 현장의 신고 의무를 강화하는 소방기본법 개정도 필요하다. 현행법은 현장을 발견한 사람에게만 신고 의무가 있어, 이선호씨 사례처럼 업체 상급자 등에게 보고하느라 신고가 지체되는 일이 되풀이됐다. 이에 ‘사고 발생 사실을 인지한 관계인’을 신고 의무자에 추가하기로 했다. 민주당 일부에서도 개정안이 발의된 중대재해법은 강화된 시행령을 먼저 만들고 추후 개정 여부를 논의하기로 했다. TF 단장인 김영배 최고위원은 통화에서 “개정이 우선 과제는 아니다”라며 “꼼꼼하게 시행령을 먼저 구성하고 추후 개정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정의당은 현행 중대재해법의 5인 미만 사업장 적용제외 조항 삭제와 50인 이하 사업장 적용 유예 단축을 요구하고 있다. 최근 이선호씨 빈소를 조문하고, 산재 관련 메시지를 집중적으로 내온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도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산재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의 답을 현장에서 찾도록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곳곳에서 발생하는 산재 사망사고 소식에 매우 안타깝고 송구한 마음”이라며 “문제 해결은 회의에서 마련하는 대책에 있지 않고, 현장에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명심해 주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나온 정부의 산재 대책이 ‘탁상행정’에 그치고 있다는 ‘질타’로도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 11일 산재 태스크포스 구성을 지시한 것을 비롯해 내부 회의에서 여러 차례 이 문제를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사고 예방도 매우 중요하지만 사고에 대처하는 성의도 못지않게 중요하며 자식을 잃은 가족의 아픈 심정으로, 진정성을 다해 발로 뛰며 해결하는 자세를 가져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손지은·임일영 기자 sson@seoul.co.kr
  • 성동구, ‘로봇재활치료기’로 장애인 재활 집중치료

    성동구, ‘로봇재활치료기’로 장애인 재활 집중치료

    서울 성동구는 이번달 말부터 로봇재활치료기기 ‘스마트 글로브(Smart Floves)’를 도입, 상지기능장애가 있는 장애인에게 집중적인 로봇재활치료를 시작한다고 17일 밝혔다. ‘스마트 글로브’는 손과 팔의 재활을 위해 개발된 손 재활기기다. 훈련과정을 시각적인 데이터로 제공하며 다양한 훈련 게임을 통해 손가락, 손목, 아래팔 기능의 재활훈련을 할 수 있다. 또 치료사의 역량에 전적으로 의존했던 기존 전통적인 치료와는 달리 재활치료에서 중요한 반복적인 훈련도 흥미를 가지고 할 수 있게 돕는다. 환자 스스로의 움직임을 유도, 작업치료사의 업무 부담을 줄여 환자에게 보다 많은 치료기회를 제공한다. 구는 국내 재활치료의 대부분이 입원 치료를 통해 이뤄져 치료에 많은 사회적 비용이 발생, 퇴원 후 지역사회에 복귀한 환자들은 치료받을 곳이 없어 기능 저하와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 주목했다. 지난 1월 한 달 간 ‘스마트 글로브’를 시범적으로 도입, 환자들의 높은 호응과 치료 효과를 확인했다. 이어 로봇개발진흥원에서 시행하는 ‘로봇활용 사회적 약자 편익지원사업’에 성동재활의원과 함께 공모, 이번달 선정됐다. 공모를 통해 선정된 로봇재활치료기기는 성동재활의원에 배치, 이달 말부터 별도 이용료 없이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필수조건은 ‘포용성’”이라며 “로봇재활 치료기기와 같은 스마트 기술을 다양한 분야에 적용시켜 앞으로도 장애인, 노약자와 같은 사회적 약자가 손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