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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복 60년-국민여론조사] ⑤ 전문가 좌담

    [광복 60년-국민여론조사] ⑤ 전문가 좌담

    광복 60주년을 맞아 서울신문이 한국사회과학데이터센터(KSDC)와 공동으로 기획해 정치·경제·역사·통일 등 4개 분야로 나눠 보도한 국민 여론조사 결과는 우리의 현 주소를 다시금 확인케 했다. 우리 사회의 성숙함에 기반한 북한 포용의 필요성,5·16를 평가하는 인식, 경제 회복에 대한 낙관적 기대, 정치적 무당(無黨)층의 확산 등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를 토대로 학계 전문가들의 좌담을 통해 지나간 60년을 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갈 길을 조명해봤다. ●경제 재도약과 강한 리더십 갈망 김형준 KSDC 부소장 근현대사에서 가장 획기적인 사건으로 예상과 다르게 5·16을 꼽은 것은 정치심리적으로 새로운 리더십에 대한 추구가 작용한 것이 아닌가 싶다. 이명진 국민대 사회과학부 교수 5·16이 가져온 메시지는 경제적인 함의가 더 크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 경제가 어렵다보니, 경제 재도약에 대한 갈망이 담긴 것 같다. 노재봉 한국태평양경제협력위 사무국장 최근 경기가 침체돼 있고, 어렵다보니 우리 사회를 발전시킨 중요한 계기로 5·16을 꼽은 것 같은데 이는 미래에 대한 비전과 연결돼 있다. 이번 조사에서 68%가 장래가 나아질 것이라고 내다본 것은 우리가 앞으로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의 발로다. 지금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 듯해도 이런 긍정적 평가를 한 것은 의미가 있다. 김 부소장 현재 우리 사회는 리더십의 위기다. 열심히 일하면 보상받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치를 높일 수 있는 변혁적 리더십의 출현이 절실하다. 이 교수 국민들은 현재 ‘사자형 정치 지도자’를 원하는 게 아닐까 싶다. 그 맥락에서 5·16을 꼽은 것으로 보인다. 노 국장 국민들이 정치에 염증을 느끼고 있는데, 아무리 그렇더라도 정치의 기능이 사회에서 원활하게 작용해야 다른 모든 사회 부분이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다. 다양성의 보장이라는 측면에서 ‘싸움의 긍정적 측면’을 살펴보는 고찰이 필요하다고 본다. ●성장·분배의 조화로운 병행 필요 노 국장 경제는 심리적 요소가 크다. 낙관하면 낙관적 결과가, 비관하면 비관적 결과가 나오곤 한다. 미래에 우리 경제가 전반적으로 회복될 것이라는 긍정적 평가의 비율이 높게 나온 점은 주목할 만하다. 다만 기업가들이 수익을 내면서도 투자하지 않은 채 뭔가 리스크를 두려워하고 있다. 또한 중산층의 붕괴가 가장 큰 걱정이다. 이렇게 되면 경제가 회복되고 국가 경제는 그럭저럭 갈지 몰라도 양극화 현상은 더욱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이 교수 중산층이 줄어들고 있는 것은 경제 기반이 옅어졌기 때문이다. 안정된 중산층을 키우는 문제에 소홀하게 되면 모든 상황이 극단적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 김 부소장 빈부 격차 문제와 함께 반부패 문제가 중요하다. 얼마전 시민사회단체 주요 인사 150여명이 모여서 반부패사회협약을 발표했다. 선진한국의 지향점도 ‘강소국’인데, 강소국으로 가기 위한 전제로서 ‘부패 없는 사회’로 가는 게 중요하다. 이 교수 우리 사회 부패도가 그리 나쁜 정도는 아니지만 너무 절대적인 기준만을 생각하며 칭찬에 인색한 것 아닌가. 노 국장 투명하게 돈을 벌고 그렇게 쌓은 재산을 인정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자본주의에서 성취한 것에 대해 인정하는 풍토를 조성하기 위해 기업가가 먼저 노력해야 할 것이다. 김 부소장 작년 경제 키워드는 ‘성장과 분배’였고 정치권에서 갑론을박했지만 국민들은 병행 가능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정치권이 이러한 국민적 인식을 끌어안아 달라고 주문하고 싶다. 이 교수 국가 정책이란 것이 실질적으로 성장만 할 수도 없고, 분배만 할 수도 없는 것이다. 두 가지가 조화를 이뤄야 한다. 김 부소장 성장과 분배의 필요성과 문제점이 동시에 나타났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성의 강화가 필요하다. 사회적 책임성이 함께 병행되어야지 성장과 분배의 동시 추구가 가능할 것이다. 노 국장 삼성의 이재용씨가 백몇십 억을 상속받으며 세금을 제대로 물지 않는 것은 잘못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말하기 이전에 원래 해야 할 최소한의 상식적이고 투명한 경영이 필요하다. 이후에 사회적 책임까지 덧붙여진다면 성장이냐, 분배냐 하는 소모적 논쟁을 종식시킬 수 있을 것이다. ●북한, 위협 아닌 지원의 대상 노 국장 한·미관계 설정에서 잘 하고 있다는 평가와 잘못 하고 있다는 평가가 엇비슷하게 나타났다. 평가의 세부적인 원인이 궁금하다. 이 교수 젊은층은 미국과의 관계를 매우 평등한 관계로 인식하고 싶어한다. 그 심리가 현실과 관계없이 긍정적 평가로 나타난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우려스럽다. 지나치게 이상적으로 보는 것 같다. 김 부소장 친미도 반미도 아닌 용미(用美)로 가야 한다. 이번 조사에서 잘·잘못 평가가 비슷하게 나온 점은 실용적 노선과 자주적 노선을 병행하는 우리 정부의 이중적 외교에 대한 평가다. 이는 여야가 따로 없는 부분인 만큼 초당적으로 대처해주기를 주문하고 싶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마저도 정쟁의 대상으로 삼는 모습이다. 유아적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또 하나 특이할 만한 점은 북한에 대한 인식이다. 위협으로 느낀다는 평가보다는 지원의 대상으로 보고 있는 평가가 훨씬 많았다. 노 국장 더 이상 친북에 대한 거부감이 우리 사회에서 없어야 할 것이다. 통일 방식에 있어서는 남측이 주도권을 갖고서 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 상황에서 친북을 과거와 같이 용공의 인식으로 볼 필요가 없다. 서로 평화롭게 살고 통일 시대에서 북한 주민들의 생활 수준이 높아져야 할 것이며, 국제사회에 편입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도 일종의 친북 아니겠는가. ●대선 후보 검증 과정 개선 필요 이 교수 인기투표 방식이 아니라 어젠다, 정책 내용 등 정치지도자에 대한 검증 과정을 강화하면서 일반 국민의 참여 제도를 보완해야 할 필요는 있다. 관훈토론, 여론조사 등은 첫 단계다. 더 나아가서 정책을 명확히 하고, 실현 가능한 정책 검증이 필요하다. 김 부소장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 과정을 통해 정치적 리더십도 강화될 수 있다. 정치는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다는 점에서 볼 때 잠재성 및 실현 능력에 대해 검증을 위한 검증이 아니라 내용 있는 검증이 필요하다. 노 국장 여론조사를 보니 정책 등 구체적 사안에서 보수적 사고를 하면서도 진보적이라고 스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김 부소장 이념은 일관성이 가장 중요하다. 예컨대 네 개의 이슈를 놓고 두 개는 진보고, 두 개는 보수일 경우 이는 중도가 아니라 이념이 없는 무정향이다. 지난 대선 때 보면 일관성 있는 진보가 일관성 있는 보수보다 많았다. 최근에 보니 일관성 있는 진보의 비율이 더 많아졌다. 우선은 이념 정당이 구체화되어야 한다. 이후 정책정당으로 변화해야 한다. 이념이 바탕이 되지 않는 정책은 공허하다. ●2005년 우리 사회는 이렇게 김 부소장 정치 리더십을 회복해야 한다. 자기방어적 리더십에서 벗어나 국민과 같이 갈 수 있는 미래지향적 리더십을 보여줄 때다. 여당은 야당의 기능을, 야당은 여당의 기능을 인정해야 한다. 선진화의 요체는 인물과 우연에 의해 지배되지 않고 시스템에 의해 지배될 때 선진화라고 한다. 이를 위해서 관용과 화해가 필요하다. 노 국장 모든 경제 정책에서 우선순위를 두고 움직여야 한다. 지속적 성장과 함께 기업할 수 있는 환경 조성, 상위 20% 계층의 지갑을 열 수 있는 소비진작 정책을 펴주기 바란다. 이 교수 이때까지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국민 인식은 자기방어적이었다. 집권 3년차에 어떤 세력이나 정당의 리더가 아니라 국민의 지도자로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 정권으로부터 소외된 집단 계층을 감싸안는 것은 어느 정도 해왔고, 이제는 국민 전체를 통합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정리 전광삼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사진 이종원기자 jongwon@seoul.co.kr
  • 北신년사 ‘3대 공조’ 제시

    북한은 1일 발표한 신년사에서 노동당 창건 60돌을 기념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내부 결속을 강화하고, 농업생산 증대를 최우선 과제로 제시하는 한편 미국의 대북한 적대정책을 버릴 것을 촉구했다. ‘전당·전군·전민이 일심단결하여 선군의 위력을 더 높이 떨치자.’는 제목의 신년사는 김 국방위원장을 중심으로 정치사상과 군사력을 한층 강화할 것을 강조했다. 또 당면한 식량난을 감안한 듯 올해 경제건설과 인민생활의 문제를 푸는 열쇠를 ‘농업증산’이라고 역설했다. 지난해까지 중공업분야 강화를 주장한 것과 대비된다. 대외정책에서는 지난해에 비해 반미와 반제, 핵문제에 대해서는 공세적인 언급이 없었다. 다만 남한에서 미군을 철수시켜 핵전쟁의 근원을 없애는 반전평화투쟁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미국에 대한 수세적인 방어의 성격을 벗어나 한민족끼리의 반전평화 투쟁을 강조하고 결국 민족공조를 통해 미국의 대북 압력을 약화시키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남북관계에서는 ▲민족자주 ▲반전평화▲통일애국 등 ‘조국통일 3대공조’를 제시했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미국상품 사기 싫다”

    미국의 일방주의적인 행동이 국제사회에서 미국 상품의 선호도를 떨어뜨리고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30일 “프랑스인 4명 중 1명, 독일인 및 중국인은 5명 중 1명꼴로 미국의 일방주의와 독선적인 군사행동에 대한 반감 때문에 미국 상품을 사려던 당초 생각을 바꾼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전했다. FT는 조사전문기관인 글로벌 마켓 인사이트(GMI)의 조사를 인용, 국가에 대한 반감이 미국 기업활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GMI는 지난달 8개국에서 8000명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이같은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독일에서는 미국을 상징하는 대표적 상품인 코카콜라 매출액이 올 3·4분기에 16%나 줄었다. 말버러 담배 매출도 같은 기간 중 프랑스에서 24.5%, 독일에서 18.7% 각각 감소했다. 스위스 금융회사들은 중동지역을 비롯해 프랑스, 독일에서 씨티그룹의 영업 실적을 뛰어넘었다고 신문은 전했다. 중동과 일부 유럽 자산가들은 미국이 자기 멋대로 자산 동결조치를 단행하며 금융업의 생명인 신용과 중립성을 훼손하고 있다고 반발하면서 미국계 은행을 기피하고 있다. 일방주의 정책으로 가장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 업종은 서비스 및 식품업계. 아메리칸 에어라인(AA), 유나이티드 에어라인(UA) 등 항공사들은 일방주의의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테러공격 위험성 증가로 캐나다, 유럽 항공사들에 손님을 빼앗기면서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셰라턴호텔 체인 회장인 배리 스턴리히트씨는 “정치인들은 미국의 사업들이 국제적이며 해당 국가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상황의 심각성을 인정한 코카콜라의 새 최고경영자인 네빌 인스델은 “현지 지원사업 확대 등을 통해 미국 브랜드가 아닌 세계의 브랜드란 이미지를 심어줘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세계 100대 브랜드 가운데 64개를 점하고 있는 미국기업들은 반미감정의 확산 속에 매출액 감소 및 브랜드 가치 하락으로 전전긍긍하고 있는 셈이다. 또 여론조사기관 NOP월드의 톰 밀러는 “앞으로 미국에 대한 혐오가 미국제품에 대한 거부로 더욱 확연하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라틴아메리카 소비자들을 조사한 NOP월드는 젊은층일수록 미국을 상징하는 상표에 부정적으로 반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정치학자인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교수는 “국가적 매력과 이미지가 기업활동의 기본자산”이라면서 “국가 브랜드와 기업 브랜드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이란 브랜드’를 쓴 사이먼 안 홀트는 “미국의 상표가치가 완전히 사라져버린 것은 아니지만, 과거처럼 미국 브랜드가 무조건적으로 환영받던 시대는 끝났다.”면서 국가 이미지 개선을 주장했다. 한편 코닥, 질렛, 클리넥스, 비자 등은 비교적 부정적인 영향을 적게 받는 브랜드로 조사됐다. 이석우기자 swlee@seoul.co.kr
  • [씨줄날줄] 黨同伐異/이기동 논설위원

    당동벌이(黨同伐異)는 말 그대로 같은 사람들이 무리를 지어 다른 사람을 친다는 뜻이다. 후한의 역사를 기록한 후한서(後漢書)에 나오는 말이다. 동서고금의 역사치고 당동벌이 아닌 역사가 있었을까마는 후한때는 좀 별났던 모양이다. 전한은 외척이 망쳤고, 후한은 환관이 망쳤다고 한다. 황실의 비호를 받은 후한의 환관들이 외척과 선비들을 탄압, 그 결과 관료집단인 선비들이 황실에 등을 돌려 후한의 멸망이 초래됐다. 교수신문이 시사칼럼을 쓰는 교수들을 상대로 2004년 한국의 정치·경제·사회를 나타내는 대표 사자성어가 무엇이냐는 설문조사를 했는데 당동벌이가 뽑혔다. 돌이켜보면 후한에 결코 뒤지지않는 당동벌이로 지새운 한해였다. 연초부터 시작해 공격의 주도권을 쥔 쪽은 4월 총선을 앞두고 똘똘 뭉친 친노(親盧)단체들이었다. 일방적 선거몰이에 야당은 어설픈 탄핵카드로 반격했지만, 총선 참패로 거세당한 환관꼴이 됐다. 후한 황실의 외척이 되거나, 아니면 이들을 치기 위해 황실이 내세운 환관편이 된 듯 정치권과 언론, 시민단체, 학자, 일반시민들이 가세해 죽기살기로 싸워댔다. 진보와 보수, 개혁과 친시장, 가진자와 못 가진 자, 친북반미…등등 녹슨 무기고에 쌓여있던 온갖 무기들이 다른 쪽을 치는, 벌이(伐異)에 동원됐다. 청와대까지 “세상을 바꾸자.”며 독전에 가담했고, 야당은 철 지난 색깔론으로 응수했다. 역사는 어떤 당동벌이에도 일방적인 승리를 안겨준 적이 없다.600만명의 유대인을 가스실로 보낸 히틀러식 혈통 당동벌이의 말로가 그랬고, 그의 아류를 자처하며 코소보 인종청소를 감행했던 밀로셰비치의 말로 또한 그렇다. 홍위병들이 벌인 문화혁명의 당동벌이는 지금 중국인들의 가장 부끄러운 과거사가 됐다. 킬링필드로 170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공산 크메르 루주의 말로는 또 어떠했나. 행정수도 이전, 국보법 폐지, 언론개혁 등을 놓고 벌이는 죽기살기식 싸움이 우리의 목숨을 떼로 앗아가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 소모전에 지금 우리의 경제발목이 꽉 잡혀있다. 지난해와 그 전해에도 ‘우왕좌왕’‘이합집산’처럼 부정적인 뜻의 사자성어들이 뽑혔다. 언제쯤이면 구동존이(求同存異)나 화이부동(和而不同)처럼,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사자성어가 대표로 뽑힐 수 있을까. 이기동 논설위원 yeekd@seoul.co.kr
  • 자이툰 테러 비상

    이라크 저항단체가 이라크 북부 아르빌에 주둔중인 한국군 자이툰부대에 대한 테러공격을 지시했다는 첩보가 입수돼 자이툰부대가 경계태세를 강화하는 등 군 당국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라크 수니파 저항단체인 안사르 알 순나의 지도부가 최근 조직원들에게 자이툰부대에 대한 차량폭탄 공격을 지시했다는 첩보를 입수했다고 23일 밝혔다. 합참 관계자는 “첩보에 따르면 테러공격 시기는 성탄절 및 연말연시를 전후로 한 시기이며, 안사르 알 순나의 조직원들이 이란을 통해 아르빌까지 침투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안사르 알 순나 지도부는 자이툰부대에 대한 공격과 함께 아르빌 북부 터키 국경지대인 다후크 소재 쿠르드족 특수부대에 대한 테러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자이툰부대는 평화재건활동 등 부대 방호 목적 이외의 모든 영외활동을 중단한 가운데 다국적군간의 정보교류를 강화했다. 한편 합참측은 이번 테러 첩보에 따라 연말로 예정했던 국내 언론사들의 자이툰부대 취재 계획을 취소했으며, 이미 현지에 나가 있는 일부 언론사 취재진에 대해 귀국하도록 권유에 나섰다. 조승진기자 redtrain@seoul.co.kr ●테러설 ‘안사르 알 순나’는 자이툰부대에 대한 테러공격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진 안사르 알 순나는 이슬람 수니파 저항단체로 대표적인 반미 무장투쟁 조직의 하나다. ‘수니 무슬림 공동체를 지지하는 사람들’이란 뜻으로 알카에다의 경쟁단체였던 안사르 알 이슬람에서 파생한 조직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체는 거의 파악되지 않고 있다. 알카에다와 연계된 것으로 추정되며 지난 2월 200여명의 희생자를 낸 아르빌 폭탄테러와 키르쿠크 경찰서 폭탄공격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하면서 널리 알려졌다. 또 지난 21일 22명이 숨지고 57명이 부상한 이라크 북부 모술의 미군기지 폭탄공격도 자신들의 소행으로 주장했다.
  • [누드 브리핑] ‘시장님 실제 말씀’과 보도 자료

    지난 20일 서울시청 기자실에 ‘시장님 실제 말씀 원고’라는 이상한 보도자료가 뿌려져 기자들의 눈을 휘둥그레하게 했다. 사건은 이날 이명박 시장이 세종문화회관에서 주한미군 위문 오찬을 가진 뒤 벌어졌다. 이날 처음 배포된 보도자료에는 이 시장이 인사말을 통해 “한국내 반미 감정이 수그러지지 않기 때문에 한·미 양국간의 오래된 관계를 위험에 빠뜨리는 것 같다.”고 말한 것으로 돼 있었다. 또 “반미를 외치는 사람은 극소수이며, 대다수는 미국을 가장 중요한 동맹국으로 여기고 있다.”는 말도 들어 있었다. 이 내용은 곧바로 통신으로 타전됐다. 그런데 이를 읽은 이 시장이 “하지도 않은 말이 어떻게 보도된 것이냐.”며 대노했다. 이 시장의 인사말 ‘원본’을 부랴부랴 찾아내 다시 배포한 게 바로 ‘시장님 실제 말씀 원고’다. 바로잡은 내용은 이렇다.“반세기 전 미국인들이 한국을 위해 피를 쏟은 것과 같은 희생 없이는 한국민들이 이제는 당연하게 여기는 민주주의 체계와 경제성장을 이룰 수 없었을 것”이라고 돼 있다. 이어 “한국민 대부분은 도움받은 데 대해 고맙게 여기며, 이제 양국은 일방적으로 받기만 하는 관계가 아니라 서로 이득이 되는 상호적인 관계가 되도록 한국이 역할을 찾아 보답할 때”라고 이 시장이 말했다는 게 골자다. 그렇다면 왜 하지도 않은 인사말이 취재진의 손에 쥐어졌을까. 의례적으로 서울시장의 연설문 초안은 행사를 주관하는 실무부서에서 작성해 비서실에서 다듬도록 돼 있다. 이날 또한 주한미군 위안 행사를 주관한 국제교류과에서 기초문안을 만들어 시장에게 올렸다. 그러자 이 시장이 신경질적인 반응과 함께 ‘반미주의‘ 운운하는 부분을 지웠다고 한다. 그런데 이날 현장을 찾은 취재진들이 궁금하게 여길 것이라고 본 직원들이 행사장에서 배포한 원고가 하필 국제교류과에서 만든 초안이었다. 비서실과 손을 맞추지 못한 결과였다. 중요한 것은 이같은 ‘해프닝 아닌 해프닝’이 재발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는 점이다. 주한미군 철수, 북핵문제 등 산적한 현안을 놓고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한·미 관계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는 발언이 보도자료로 버젓이 배포됐기 때문이다. K국장은 “통신보도가 나온 뒤 시장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있었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日 역사교과서 왜곡 실체와 해법은] (중) 역사왜곡, 누가 주도하나

    [日 역사교과서 왜곡 실체와 해법은] (중) 역사왜곡, 누가 주도하나

    ‘새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의 힘은 그들 주장의 논리성이나 합리성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이들에게 역사는 사실이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라 일본에게 자부심을 주느냐 못 주느냐의 문제일 뿐이다. 이런 주장이 받아들여질 수 있는 것은 정·재계는 물론 언론계 등에까지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일본 우익의 뒷받침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 政·財·言 ‘새역모’ 전방위 지원 한때 1만명의 회원을 자랑했던 ‘새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새역모)은 최근 회원수가 줄고 있다. 해마다 200∼300명씩 떨어져 나가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새역모 주장의 설득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뜻일까. 그것보다는 무관심이 늘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는 지적이다. 반면 정·재계에 흩어져 있는 ‘새역모’의 배후 지지 세력들은 우익을 중심으로 해마다 성장을 거듭해 왔다. 일반 대중의 무관심에다 집요한 우익의 결집까지 더해지면 결정적인 기회가 만들어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다 2001년의 패배를 설욕하기 위해 새역모는 더욱 집요해지고 있다. 새역모는 단순한 연구모임이나 단체가 아니다. 역사문제를 다루는 우익 모임으로는 자유주의사관연구회, 일본교육연구소, 역사교과서시정을 요구하는 모임 등이 있다. 이 가운데 가장 두드러지는 조직이 바로 새역모다. 자유주의사관연구회의 회원 대부분은 새역모 회원이다. 자유주의사관연구회는 일본교육연구소와 연결돼 있다. 일본교육연구소의 핵심인물은 전 자민당 중의원 에토 세이이치(衛藤晟一)다. 그는 자민당 역사검토위원회, 밝은일본국회의원연맹, 일본의 앞날과 역사교육을 생각하는 모임 등 우익 국회의원 단체들을 주도하고 있다. 이들이 중앙에서 활동하는 단체라면 실제 교육현장에서 뛰는 조직도 있다.2000년 결성된 ‘교과서개선협의회(개선협)’가 대표적이다. 문화청 장관 출신 미우라 슈몬(三浦朱門)이 관여한 이 조직은 각 지역단체와 연계해 교육위원회에 새역모 교과서를 쓰라고 압력을 넣고 있다. 이들은 역사서술에서 주변국의 이해를 고려하겠다며 1982년에 교과서 검정기준으로 삽입된 ‘근린제국조항’을 빼라는 등의 요구를 55만명의 서명과 함께 문부과학성에 제출했다. 뿐만 아니라 새역모는 정·재계에 광범위한 응원조직을 갖추고 있다. 미요시 도루(三好達) 전 최고재판장관이 97년 결성한 ‘일본회의’가 대표적이다. 평화헌법 개정을 요구하는 ‘일본회의’의 주요인물 가운데는 모모시마 유조(桃鳥有三) 일본청년회의소 대표, 이나바 고사쿠(稻葉興作) 일본상공회의소 회장 등이 눈에 띈다. 일본회의와 연결된 국회의원 간담회 멤버로는 현재 경제산업상인 나카가와 쇼이치(中川昭一), 자민당 간사장 대리 아베 신조(安倍晋三) 등 유력 정치인들을 포함,240여명의 의원이 가입해 있다. 일본회의는 그 아래 헌법연구회·정책연구회·국제위원회 등을 두고 있는데 이 모임들에는 새역모 멤버들이 대거 참가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마루베니, 도쿄미쓰비시공업, 후지쓰, 미쓰비시 종합연구소 등 이름만으로도 쟁쟁한 100여개 이상의 기업이나 기업 관련단체가 새역모를 후원하고 있다. 언론계에는 대표적인 극우신문 산케이를 비롯해 새역모 교과서를 출판하는 후소샤(扶桑社)를 계열사로 둔 요미우리신문도 새역모 주장에 동조하고 있다. 종교계의 ‘원시복음·그리스도의 막사’라는 천황주의 단체도 지원세력. 이들의 전방위적인 지원을 등에 업은 새역모는 자체 구성 멤버도 탄탄하다. 한일합방은 한국인이 원했다고 주장하는 평론가 니시오 간지(西尾幹二)가 명예회장으로 있다. 다쿠쇼쿠대 교수인 후지오카 노부카쓰(藤岡信勝)·우에하라 다카시(上原卓) 같은 학계인사는 물론 우치다 사토시(內田智)·다카이케 가쓰히코(高池勝彦) 변호사 같은 법조인, 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는 엔도 고이치(遠藤浩一)·이치다 히로미(市田ひろみ) 등 다양한 인물들로 구성돼 있다. 일본 우익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역시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도쿄도지사다. 공식적으로는 어느 단체에도 속하지 않았지만 매스컴에서 떠들썩하게 취급하는 그의 발언은 일본 우익의 심중을 대변한다. 특히 주목되는 점은 도쿄도가 내년 4월 개교할 첫 도립 중고일관교인 하쿠오(白鷗)고교 부속중학교에 새역모 교과서를 쓰기로 지난 8월 결정했다는 점이다. 중·고등학교 교육과정을 합친 ‘중고일관교’라는 개념 자체가 일제시대 명문학교 교육과정에서 따온 데다 왜곡교과서까지 채택한 것이다. 반면 일본 우익의 이런 전방위 공세에 대항할 시민사회단체들의 힘은 차츰 약화되고 있다. 아시아평화와 역사교육연대 양미강 상임공동운영위원장은 “세대교체가 이뤄지지 않아 조직의 활력이 떨어지는 데다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가 이슈로 부상하면서 일본 우익이 시민단체에 붙인 ‘친북적’이라는 딱지가 장애물이 됐다.”고 전했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민족·국가 초월성 집착 韓우익, 日우익 ‘닮은꼴’ 사실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보다 더 큰 문제는 일본 우익의 자유주의사관 논리에 대한 우리의 반박논리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못하다는 데 있다. 외려 ‘대한민국의 정체성’이라는 이름으로 일본 우익식 논리에 푹 젖어 있는 게 현실이다. 공주대 지수걸 교수는 “일본 우익의 특징은 국가·민족의 초월성이나 신성성에 대한 집착”이라면서 “그런 점에서 유구한 민족을 강조하는 우리도 일본과 별로 다르지 않다.”고 지적한다. 일본은 ‘일본사’를 공부하는 데 반해 우리는 ‘국사’를 공부한다는 점도 시사적이다. 지 교수는 특히 대한민국 수도는 서울이어야 한다는 식의 역사정통론적인 시각은 더 치명적이라고 지적했다. 일본 우익도 한국역사교과서의 이런 부분을 집중적으로 부각하며 반격하고 있다. 여기에다 우리에게는 색깔론도 걸림돌이다. 지난 5월 금성출판사의 고등학교 ‘한국 근·현대사’가 친북·반미라는 한나라당 권철현 의원의 주장이 대표적이다.‘반공적이다’‘천박하다’는 비판도 있었다. 하지만 금성출판사 교과서를 ‘민중사관’이라 몰아세우는 한국 우익들의 논리는 자학사관을 코민테른사관이라 비난하는 일본 우익과 다를 바 없었다. 현 집권세력을 수구좌파로 규정하는 자유주의연대는 아예 창립선언문에 자학사관을 버리자는 일본 우익식 주장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특히 자유의 한계와 책임에 대한 논의를 무조건 좌파라고 몰아붙이는 우리네 우익과 주변국들의 역사교과서에 대한 문제 제기에 대해 ‘내정간섭’이라며 반발하는 일본 우익은 닮았다. 재미있는 점은 문제가 된 금성교과서의 대표 집필자였던 한국교원대 김한종 교수는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 문제를 심층적으로 파고든 연구자였다는 사실이다. 일본 우익과 한국의 반공·우익이 묘하게 만나는 한 단면이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日우익 자유주의 사관 ‘새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새역모)에 집약된 일본 우익의 역사인식은 ‘자유주의 사관’이라 칭해진다.‘수정주의’라는 용어도 쓰지만 단순히 ‘고친다’는 의미로만 비춰질 수 있어 자유주의라는 말을 쓴다. 이는 기존 역사서술이 좌파적 시각에서 비롯된 ‘자학사관(自虐史觀)’이라는 비판에서 출발하는 것과도 관련 있다. 91년부터 자학사관을 비판하고 나선 새역모의 핵(核) 도쿄대 후지오카 노부카쓰(藤岡信勝) 교수는 자유주의 사관을 ‘사관(史觀)의 자유주의’로 정의하고 있다. 역사를 보는 데는 다양한 관점이 있을 수 있고, 이 다양한 관점을 억누르지 말고 공개적으로 토론해 보자는 논리다. 언뜻 19세기식의 낭만적 자유주의의 색채가 묻어나는 이런 주장은 역사서술에 대한 ‘책임’을 굳이 지지 않겠다는 의지가 녹아 있다. 기존 사관에 대해서는 마르크시즘, 다시 말해 소련의 국익이라는 관점에서 서술됐다는 ‘빨간칠’도 빼놓지 않는다. 이 때문에 자학사관은 ‘코민테른사관’이라고도 불린다. 후지오카 교수는 ‘오욕의 근현대사’라는 글에서 자유주의 사관의 핵심 테마로 5가지를 제시했다.▲메이지유신(明治維新)은 위대한 민족주의 혁명이다 ▲일본의 근대화는 위로부터가 아니라 아래로부터의 근대화다 ▲러시아의 위협이 없었다면 군사대국화로 가지 않았을 것이다 ▲대동아 전쟁은 전략적인 선택의 오류에 지나지 않는다 ▲전쟁에 대해 무조건 선과 악의 이분법으로만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일본은 서구제국의 침략에 대한 방어막이었고 동아시아 국가들의 근대화에 도움을 줬다는 대동아공영권의 또 다른 표현이다. 후지오카식 주장은 관점의 자유에서 ‘사실에 대한 자유’라는 반역사학적인 단계로까지 확대된다. 난징대학살이나 강제동원, 위안부 문제 등에 대해 ‘그 시대 전쟁 중에 흔히 있었던 일로 일본만 지나치게 가혹했다고 볼 수는 없다.’는 불만 섞인 투덜거림에서 아예 ‘그런 사실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거짓 주장으로까지 발전한다. 이는 곧 역사교과서에서 관련 서술을 빼야 한다는 논리로 옮아간다. 올해 1월 일본 우익을 분노케 했던 대입시험 문제가 단적인 예다. 세계사 문제에서 정답으로 2차대전기간 동안 일본에 의한 강제연행이 있었다는 문항이 제시된 것. 우익세력은 문제 자체를 아예 무효화하자고 요구했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서울광장] 노(NO)라고 말하는 한국/이기동 논설위원

    [서울광장] 노(NO)라고 말하는 한국/이기동 논설위원

    청와대의 한 고위인사는 한·미 관계의 현주소를 설명하면서, 실제 아무 문제가 없는데 언론이 큰 문제가 있는 것처럼 쓰는 게 탈이라고 했다. 그는 하도 답답해 노무현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의 통화내용을 공개했으면 좋겠다는 말까지 했다. 두 정상의 대화는 마치 오랜 친구처럼 그렇게 화기애애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정상회의 참석차 출국하기 직전에 들은 이야기다. 하지만 노 대통령은 APEC정상회의 참석길 LA에서부터 시작해, 유럽순방을 마치기까지 작심한 듯 충격적인 외교발언들을 쏟아냈다. 자주외교를 내세웠지만, 발언상대는 누가 봐도 미국이다. 발언수위도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높아갔다.‘북한핵은 자위수단이다. 누구든 한국 국민의 뜻을 벗어나는 걸 강행할 수 없다. 북한체제 붕괴는 가능하지 않다. 한반도야 깨지든 말든 핵문제만 해결되면 된다는 식은 안 된다….’ 하이라이트는 미국과 일부 서구 국가들에서 북한체제가 결국 무너져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 북한이 더 불안해한다는 요지의 프랑스 동포간담회 발언이었다. 물론 북한을 향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핵무기를 포기하고, 대화에 응하라는 요지의 주문이다. 하지만 주 과녁은 역시 미국이다.1기 부시행정부는 북한의 정권교체를 추구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2기때도 그러리라는 보장은 없다. 노 대통령은 아마도 이점을 염두에 두고 있는 듯하고, 한국 대통령으로서는 할 만한 발언이기도 하다. 문제는 그런 발언이 한·미 동맹과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가질 신뢰와 효율성의 저하이다. 앞서 소개한 청와대 인사의 말과 달리 외교부내 많은 인사들은 부시 1기때부터 한·미간에 실질적인 대화가 단절된 지 오래라고 말한다. 노 대통령의 집권과정과 반미정서를 떼놓고 생각하기는 힘들 것이다. 두 여중생의 비극적인 죽음과 반미촛불시위속에 탄생한 정부다. 초기 미국 신용평가기관들의 ‘한국 때리기’가 있었고, 이어 자주와 동맹논란을 겪고, 주한미군의 감축결정이 있었다. 어차피 겪어야 할 반미의 대가로 치부하면 그뿐 아니냐고 하는 이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한·미동맹을 아주 버릴 생각이 아니라면,2기 부시행정부를 1기때처럼 보낼 수는 없지 않으냐는 게 식자들의 생각이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미·일관계를 모델로 한 새 안보공동선언을 만들어 새 출발을 다짐하고, 또한 양국의 전문가들이 나서서 ‘와이즈멘(Wisemen)그룹’이라도 가동해 소원한 거리를 좁혀보자는 의견들을 내놓았다. 하지만 노 대통령의 순방길 발언들은 대미외교 기조가 ‘미국에 대해 할 말을 좀 하는 편’ ‘여기에 대해 미국이 좀 놀라는 편’의 수준에서 요지부동임을 보여준다. 미국은 이번에 좀더 많이 놀라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미국은 바보가 아니다. 노 대통령 발언의 최종 지향점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미국은 그것이 남북정상이 만나, 핵문제를 포함한 모든 문제를 자주적으로 풀겠다는 의도로 볼지 모른다. 카드를 다 내보이고 하는 외교는 없다. 중국과 한국은 북한의 붕괴를 바라지 않는데 미국은 바라고, 얼굴을 붉히는 일이 있더라도 무력사용은 막겠다고 공개하면서 제대로 된 외교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동맹을 버리고 자주로만 살겠다는 각오가 아니라면, 이제부터라도 대미외교의 기반을 다시 잡아야 한다. 너무 자주파 인사들로 짜여져 방향선회가 어렵다면, 외교안보 라인업을 새로 짜는 것도 생각해봐야 한다. 당국자끼리 최소한의 스킨십이라도 있어야 신뢰가 생기고, 신뢰 없는 외교는 무망하다. 적어도 참여정부가 지향하는 자주외교가 ‘노(No)라고 말할 수 있는 일본’을 내세워 폐쇄적 국수주의의 대명사로 치부받는 이시하라 신타로와는 다른 유의 자주라야 하지 않겠는가. 이기동 논설위원 yeekd@seoul.co.kr
  • [열린세상] 부러운 사진, 답답한 사진/김정기 한양대 신문방송학 교수

    지난달 20일자 국내 신문에는 부러운 사진이 하나 실렸었다. 미국 전현직 대통령 내외들인 부시 대통령과 로라, 클린턴과 힐러리, 부시와 바버라, 카터와 로잘린이 아칸소주 리틀록에서 열린 클린턴도서관의 개관식에 참여한 모습이었다. 당적으로 보면 두 사람은 민주당, 다른 두 사람은 공화당이다. 아버지 부시는 카터에게, 클린턴은 아버지 부시에게 대통령 선거에서 패배를 안겨주었다. 또한 얼마전 클린턴은 민주당 후보 케리를 위한 시카고 선거유세에서 부시 대통령을 몰아붙였다. 카터도 부시가 자의로 이라크 전쟁을 선택했다고 심하게 비난했었다. 우리식 정치행태에서는 상종하기 어려운 사람들이다. 대조적으로 우리 정치를 전하는 사진은 답답했다.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일어서 있고 한나라당 의석은 퇴장으로 텅 빈 모습이었다. 공정거래법개정안을 단독으로 통과시키는 국회 정무위 법안소위의 처리과정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국무총리의 발언을 둘러싸고 한나라당 의원들의 철수로 공전하던 국회가 겨우 원상회복된 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서였다. 너무 다른 모습이었다. 사진보다 더 다른 것은 정치에서 주고받는 말의 내용과 품격이다. 국정의 상대방에 대해 ‘차떼기당’ ‘열우당’이라고 하고,‘극우 전체주의 세력’ ‘수구꼴통’ ‘좌익 반미 친북 정권’으로 매도한다. 그뿐인가. 대통령, 정당지도자, 총리를 욕설로 비하한다. 상대방 존재에 대한 원천무효의 똬리 속에 우리 사회 공동체의 꿈을 위한 말과 논쟁은 실종된 채 후안무치한 저주의 막말이 설치고 있다. 이에 비해 위싱턴포스트의 지난달 19일자 클린턴도서관 개소식에 대한 기사는 그야말로 천양지차이다. 정치가 제대로 된 말을 만날 때의 아름다운 감동을 보여준다. “클린턴 도서관 개소식, 국가의 단결은 빗속에서도 반짝인다.”는 제목부터 다르다. 전현직 대통령들은 소신과 정당의 입장은 지키면서도 공존의 철학과 유머를 담은 말의 향연을 쏟아냈다. 클린턴은 미국의 역사에서 보수주의자는 계승해야 할 중요한 가치를 지킬 수 있는 경계를 지켜왔으며 진보주의자는 더 이상 필요 없는 사회의 문제들을 찾아내 개혁해 왔다고 연설했다. 보수주의자들이 재정 억제와 가족의 가치를 중요시해온 점은 옳으며, 진보주의자들이 교육의 기회를 확대하고 사회의 다양한 문제들에 대처해 온 점은 옳다는 것이다. 부시 대통령과 존 케리 상원의원 두 사람 모두 인격이 훌륭하고 조국을 사랑하는 인물이라면서 그들은 단지 세상을 다르게 볼 뿐이라고 했다. 목표는 같되 방법이 다름을 상호인정하면서 보수와 진보가 각각의 강점을 통하여 국가의 번영에 기여하는 동반자임을 강조한다. 지난달 19일에는 서울프레스센터에서 의미있는 모임이 있었다. 여야의 끝없는 막말 정쟁을 우려하는 사회 인사들이 국회의원들을 초청하여 시국간담회를 개최하였다. 몇가지 간곡한 주문 중에는 여당은 개혁의 명분과 수를 앞세워 4대입법을 일방적으로 처리하지 말고, 야당은 반대를 위한 반대를 일삼지 말고 옳은 것은 수용해 합의를 도출해 달라는 것과 감정을 폭발하지 말고 토론을 하라는 것이다. 토론이 되기 위해서는 상대방에 대해 언어적 폭력이나 공격을 해서는 안 된다. 언어적 공격은 쟁점에 대한 논리적인 비판과 설득이 아니라 상대방의 자아와 정체성을 공격하고 훼손하는 행위이다. 상대방을 모욕하고 적대감을 표출함으로써 관계를 단절시키거나 해체한다. 이제부터라도 여야는 언어적 공격을 자제하고 논쟁과 토론의 대화를 해야 한다.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오는 공격과는 다르게 논쟁과 토론은 매우 긍정적인 결과를 낳는다. 주제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여 학습효과를 높이고, 다른 사람의 입장을 이해하여 이기적인 사고를 줄이고 성숙된 이성을 이끌어낸다. 무엇보다도 논쟁을 통한 토론에서 얻는 합의는 국민으로부터 높은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짜증스러운 사진과 막말 정치를 보며 다수결이라는 수적 우위보다 합리적인 말과 토론이 지니는 설득의 우위가 민주주의의 요체임을 상기한다. 김정기 한양대 신문방송학 교수
  • “경찰력 낭비” vs “불상사 예방”

    인천시 중구 송학동 자유공원에 있는 맥아더동상에 대한 경찰의 24시간 경비가 2년 5개월째 이어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인천 중부서는 지난 2002년 6월 미군 장갑차에 의한 여중생 사망사건 이후 미군을 상징하는 맥아더동상 앞에서 경비활동을 펴고 있다. 사건 직후 1개 중대가 투입됐다가 1개 소대로 바뀌었으며, 지난해 6월부터는 경찰관 1명과 의경 9명이 3교대로 24시간 경비를 하고 있다. 경찰은 “여중생 사건 이후 일부 반미시위가 있었고, 동상 훼손시 한·미관계에 악영향이 우려돼 소규모 경찰로 경비활동을 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미군 시설이 아닌 기념조형물에 불과한 동상에 귀중한 공권력을 낭비하는 것은 한심한 일”이라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평화와 참여로 가는 인천연대’ 박길상 사무처장은 “남의 나라 장군 동상까지 24시간 경비를 서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된다.”고 말했다. 아예 동상 자체를 송도에 있는 인천상륙작전기념관으로 옮겨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평화의 상징이었던 자유공원에 냉전적 유물을 존속시키기보다는 맥아더와 관련이 있는 인천상륙작전기념관으로 동상을 옮기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설명이다. 반면 이북5도민회, 재향군인회 등 보수단체들은 이에 대해 “일고의 가치도 없는 주장”이라며 비난하고 있다. 김기성 인천 중구의회 의장은 “동상을 옮기고 경비경찰을 철수하라는 것은 지극히 단편적인 사고”라면서 “우리나라를 기사회생시킨 공로를 기려야 한다.”고 일축했다. 맥아더동상은 인천상륙작전을 성공시킨 맥아더를 기리기 위해 1957년 자유공원 정상에 높이 5m, 둘레 7m의 크기로 세워졌다. 인천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 [씨줄날줄] 자학사관/이기동 논설위원

    위태위태하게 대치하던 이 땅의 진보·보수진영이 엉뚱하게 ‘자학(自虐)사관’을 매개로 공개 일합을 겨루었다. 뉴라이트(New Right)운동을 내건 자유주의연대가 창립선언문에서 “노무현정권은 자학사관을 퍼뜨리며…과거와의 전쟁에 자신의 명운을 걸고…”운운하자, 한 친노(親盧)인터넷 매체가 곧바로 “자학사관 운운하는 자유주의연대는 일본 극우파와 쌍둥이…”라고 반격하고 나선 것이다. 자유주의연대가 자학사관을 언급한 취지에는 무한경쟁의 시대에 과거사에 매달리지 말고 미래를 논하자는 뜻이 담겨 있다. 하나 ‘자학사관’이란 단어를 쓴 것은 분명 잘못이다. 일본 극우파들은 과거 일제가 자행한 난징학살, 위안부 등에 대해 사죄하자는 진보진영의 목소리를 자학사관이라고 반박한다. 자유주의연대는 자신들의 진의를 왜곡한 사이버테러라고 항변하나, 한치의 허점도 용납되지 않는 전장에서 이런 용어를 쓴 것은 큰 실수다. 신지호 교수 등 운동권 출신 486지식인들이 모여 극우와 극좌를 모두 배격하고, 여야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다원주의 사회건설에 이바지하겠다며 나선 게 뉴라이트운동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의 지적풍토는 이들이 추구하는 중간을 용납하지 않는다.“내 눈에는 올드(old)라이트와 구분이 안 된다.”는 열린우리당 유시민의원의 반응은 일찍이 예견된 수순이었던 셈이다. 급기야 뉴라이트를 한국판 네오콘(신보수주의자)이라고 부르는 목소리까지 등장하자, 자유주의연대는 인터넷 매체를 향해 이달말까지 공개토론에 응하라고 요구했다. 한바탕 이념전이 눈앞에서 벌어지게 된 것이다. 아무래도 좌우와 진보·보수, 여기에 민족주의와 반미친북, 친노·반노까지 가세해 피아구분도 안 되는 일대 혼전이 벌어질 것 같다. 자유주의연대는 일제와 6·25를 겪은 이 땅에서 순수한 이념논쟁이 가능하다고 진정 믿는 것일까. 자유주의연대는 출범 일주일이 채 못돼, 이렇게 진보세력의 최대 공격목표가 되고 말았다.‘보수는 바꾸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치부하는 진보의 오만은 배격돼야 하지만, 이런 척박한 지적 풍토까지 포용하는 것은 뉴라이트운동의 과제다. 하지만 아직 이들의 내공이 여기에는 못 미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정치권 친위대들의 천박하고 비열한 궤변을 보고 싶은 게 아니다. 진지한 지적 토론속에서, 유연한 대안 이념의 출현에 대한 기대가 이렇게 끝나서는 안 된다. 이기동 논설위원 yeekd@seoul.co.kr
  • 물건 팔고 싶으면 ‘USA’ 티내지마라

    |워싱턴 이도운특파원|“기업 브랜드에서 미국을 지워라.” 조지 부시 대통령의 재선은 미국의 다국적 기업에 색다르면서도 심각한 과제를 던져줬다. 전세계적으로 고조되는 반미 분위기 속에 앞으로 4년간 어떤 생존 전략을 세워나갈 것인가라는 문제이다. 국가 브랜드 전문가인 사이먼 안홀트는 “미국이 부시의 재선이라는 메시지를 세계에 던졌다.”면서 “이제는 세계의 소비자들로부터 오는 ‘역풍’을 기다릴 차례”라고 말했다. 안홀트는 영국, 스위스, 네덜란드, 크로아티아 정부와 유엔, 세계은행 본부의 브랜드 이미지를 자문해주고 있는 세계적으로 권위를 인정받는 브랜드 전문가이다. 안홀트는 경제전문지인 ‘비즈니스 2.0’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4년간 세계속에서 미국의 국가 브랜드는 계속 하향 곡선을 그려왔다.”면서 “이제는 미국의 대외정책에 대한 각국의 반대가 너무 심해 미국의 기업과 문화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단계에 도달했다.”고 진단했다. 안홀트는 상품과 서비스가 국경을 넘나드는 국제화 시대에도 기업의 상품은 국가 브랜드의 후광을 크게 받는다고 지적했다. 한국이 만든 품질좋은 현대보다 독일이 제작한 BMW가 훨씬 비싼 가격에 팔리는 것, 벨기에 초콜릿이 똑같은 재료를 사용한 영국산보다 훨씬 잘 팔리는 것이 그 단적인 사례라는 것이다. 안홀트는 현 단계에서 미국의 국가 브랜드는 ‘뚱뚱하고 오만하고 석유를 탐닉하며 권력에 굶주린 카우보이’라고 규정하고 “현재 세계 최고 브랜드의 63%가 미국 기업의 것이지만 4년 뒤에는 얼마나 남아 있을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뉴욕에 본부를 둔 광고업계, 학계 및 정책담당자 연합체인 BDA의 카리 에그스퓨얼러도 “반미감정이 전세계 지역과 산업분야 전반에서 미국 기업의 이익을 감소시킬 것”이라고 예상했다. 안홀트는 그렇다고 해서 미국의 코카콜라에 대항해서 어느 나라에 ‘메카 콜라’라는 상품이 등장하는 식의 대응이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며, 그런 대응이 성공할 가능성도 작다고 분석한 뒤 “예컨대 독일의 레스토랑들이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카드를 받지 않는 식의 반응부터 시작될 것”으로 예측했다. 안홀트는 이에 대해 “하루빨리 미국이라는 브랜드를 벗어던져라.”고 충고하고 기업 고유의 브랜드 강화를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이어 “해외시장에서 믿을 만한 현지 파트너와 ‘동맹’관계를 형성하고 사업의 운명이 달린 것처럼 윤리적 경영에 힘쓰라.”고 주문했다. 에그스퓨얼러도 “현지 시장을 샅샅이 파악해야 성공할 수 있다.”면서 “반미감정도 시장 조사의 주요 항목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dawn@seoul.co.kr
  • [열린세상] 미국은 한국이 아니다/임현진 서울대 사회학 기초교육원장

    얼마전 가까운 후배교수가 미국에서 연수를 마치고 돌아오면서 자식들을 두고 왔다. 철저한 반미주의자인 그에게 물었다.“반미주의자가 미국에 애들을 두고 오다니 말이 되는가.” 내 힐난에 대한 그의 대꾸가 흥미롭다.“애들이 반미(反美)를 하려면 미국을 알아야 하지 않습니까.” 앞뒤가 안 맞는다. 그의 두 남매는 미국을 알기 전에 미국화될 것이 십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의 이중성을 탓하기에 앞서 한국의 교육제도가 갖는 모순을 생각하면 그의 처지가 이해된다. 우리의 경우 일년에 5조원 정도가 해외유학 비용으로 빠져나간다. 여러 나라들 중 미국에 유학생이 제일 많이 나가 있다. 흥미롭게도 미국에서 공부한 사람들은 많지만 전문가는 별로 없다. 미국은 더 이상 용광로 사회가 아니다.‘샐러드바’(salad bar)다. 여러 인종들이 문화적으로 융합되던 예전과 달리 지금은 다양하게 살아간다. 부시 재선의 일등공신 칼 로브는 바로 그것을 이용했다. 서로 다른 문화적 코드를 가진 사람들을 적대하게 만드는 전략을 통해 부시를 당선시킨 것이다. 분열을 더욱 분열시킨 격이다. 미국은 한국민에게 멀고도 가까운 나라지만, 한국은 미국민에게 멀고도 먼 나라다. 한국에 지미(知美)가 없는 것보다 미국에 지한(知韓)은 더욱 적다. 한국의 초등학생도 지구의에서 미국의 위치를 알지만, 미국의 대학생 중 삼분의 일은 한국이 아시아 대륙 어디에 있는지 잘 모른다. 미국민에게 한국은 그리 중요한 나라는 아니다. 그러나 한국민에게 미국은 매우 중요한 나라다. 지금까지 남북한은 대미자세와 입장을 바꿔왔지만 자신에게 각기 여전히 가장 중요한 국가로 미국을 상대하고 있다. 이것은 미국이 세계초강대국으로서 한반도에 깊은 이해관계를 광복 이후 줄곧 지녀왔기 때문이다. 항미(抗美)로 일관한 북한이 핵개발을 통해 용미(用美)의 몸짓을 하는 것이나, 친미(親美)로 얼룩진 남한이 미국의 대북공세 이후 반미의 바람을 맞고 있는 것도 미국의 위상을 되새기게 한다. 사실 미국 없는 남북한의 미래는 상상이 불가능하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한반도의 통일국가 수립 여부도 미국의 이해관계와 직간접으로 맞물려 있다.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인접 국가들에 한반도가 갖는 지정학적 중요성 못지않게 미국으로서는 세계-아시아-동북아 전략 차원에서 통일문제에 접근하고 있기 때문다. 비록 남북통일이 기본적으로 민족 내부의 문제이긴 하지만, 남·북·미관계의 기조와 변화에 의해 그 향방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현실을 눈여겨봐야 한다. 최근 노무현 대통령이 로스앤젤레스에서 미국의 대북강경정책에 반대하는 발언을 했다. 찬사와 비난이 엇갈린다. 미국에 대해 할 말을 했다, 혹은 미국의 심기만 그르쳤다는 비판이 그것이다. 세계 여러 나라들이 미국을 상대하는 방식에는 세 가지 유형이 있다. 첫째, 프랑스형으로, 미국에 대해 제한된 저항을 하는 것이다. 둘째, 영국형으로 미국이라는 제국의 대세에 영합(surfing)하는 것이다. 셋째, 일본형으로 일단 자국의 이익을 위해 수동적 지지를 보내는 것이다. 과연 한국은 어디에 서 있는가. 이것도 저것도 아니다. 참여정부에 들어와서 대미외교의 원칙이 오락가락하기 때문이다. 한·미관계는 현실이지 신화가 아니다. 미국을 일방적인 걸림돌로 여기는 민족공조나 미국을 무조건 디딤돌로 보는 한·미동맹은 똑같이 논리비약에 의한 현실왜곡의 위험성을 안고 있다. 미국은 구세주가 아니다. 미국도 자신의 국익을 추구하는 하나의 국가이다. 그러나 초강대국이다. 지구제국(global empire)에 대한 비판적 독해가 필요하다. 반미, 친미, 용미, 연미(聯美), 극미(克美) 다 좋다. 그러나 비미(批美)없인 다 헛것이다. 임현진 서울대 사회학 기초교육원장
  • 한국 IDB가입 사실상 확정

    |브라질리아 박정현특파원|우리나라의 미주개발은행(IDB) 가입이 사실상 확정됨에 따라 우리나라 기업들이 연간 140억달러 규모의 중남미 정부 조달시장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브라질을 국빈방문 중인 노무현 대통령은 17일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디 실바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브라질이 우리나라의 IDB 가입을 지지해 준 데 사의를 표시했다. 두 정상은 한국과 남미공동시장간 교역증대를 목표로 한 한·메르코수르(남미공동시장) 무역협정 타당성에 관한 공동연구를 개시한다는 등의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정우성 청와대 외교보좌관은 “이르면 이번 주말에 우리나라의 IDB가입 전자투표가 끝날 것”이라면서 “우리나라 기업들은 IDB 차관으로 발주되는 연간 140억달러 규모의 중남미 정부 조달시장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IDB가 우리나라의 가입을 결정하면, 우리나라는 국회동의 비준을 거치게 된다. 룰라 대통령은 이날 브라질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진출과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선거에서 한국의 지원을 당부했다. 노 대통령은 내년 5월 서울에서 열리는 정부혁신 세계포럼에 룰라 대통령의 참석을 요청했으며 룰라 대통령은 이를 수락했다. 한편 노 대통령은 이날자 브라질의 일간지인 에스타도 데 상파울루와 가진 회견에서 “한·미 양국이 주요현안에 대해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을 받는 건강한 협력관계를 유지할 때 반미정서는 자연스럽게 극복될 것”이라고 밝혔다. jhpark@seoul.co.kr
  • 美 ‘힘의 외교’ 탄력 받을듯

    |워싱턴 이도운특파원|콜린 파월 국무장관의 퇴진은 미국 정부내 파워게임에서 네오콘(신보수주의자)을 중심으로 한 강경파가 승리한 것을 의미한다. 파월 장관과 함께 리처드 아미티지 부장관 등 국무부 내의 대표적인 온건론자들이 대부분 빠져나갈 것으로 보인다. 콘돌리자 라이스 장관 체제의 국무부는 강경론의 수장인 딕 체니 부통령의 직접적인 영향력 아래 놓이게 될 것으로 보인다. 라이스가 떠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자리에도 체니 부통령의 측근이었던 스티븐 해들리 부보좌관이 승진할 가능성이 크다. 부시 2기 행정부 대외정책의 최우선적인 관심사는 중동이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전쟁이 마무리되지 않았고, 야세르 아라파트의 사망으로 팔레스타인 평화협상이 새로운 현안으로 등장했다. 네오콘 세력은 냉전 이후 미국의 국제전략을 ‘중동의 혁명’ 또는 ‘중동의 민주화’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이라크 문제가 정리되면 미국은 이란과 시리아 등 다른 중동의 반미 이슬람 국가들을 대상으로 중동전을 확대할 것으로 워싱턴의 싱크탱크들은 전망한다. 이 때문에 안보 전문가들은 북한 핵 문제의 경우 부시 정부에 ‘부차적인’ 사안이거나 아니면 중동문제에 집중하기 위해 신속히 처리해야 할 현안 정도로 치부하고 있다. 물론 한반도 정책에서도 부시 정부의 일방주의적인 강경정책이 나타날 우려가 있다. 그러나 미국의 대외 정책이 부시 대통령이 마음 먹은 대로 추진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일방주의 정책의 ‘힘의 기반’인 군사력의 운용이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이라크 개전 이후 지적돼온 대로 현재의 미군 병력은 ‘너무 넓은 전선에 너무 얇게’ 전개돼 있다. 까닭에 미국기업연구소(AEI)의 토머스 도넬리 선임연구원은 부시 행정부가 충분한 병력과 우방과의 관계 강화를 추구하는 현실적인 대외정책으로 전환할 수도 있다고 예측했다. 그러나 유럽 국가들과의 관계 개선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파월 장관의 퇴진이 미국으로서는 큰 손실이었다는 사실만 확인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국무장관이 라이스라는 요인을 고려하면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에선 크고 작은 변화가 올 수 있다. 소련 전문가인 라이스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옛 소련 지역에서 러시아의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는 것을 매우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과 러시아는 현재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명분 아래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동유럽과 중동, 중앙아시아 등지에서 전략적으로 이해관계가 충돌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dawn@seoul.co.kr
  • [씨줄날줄] 카페 USA/이기동 논설위원

    최근 주한미국대사관 주최 행사에는 인터넷 매체 관계자들이 자주 얼굴을 내민다. 전에 없던 일이다. 토머스 허바드 대사 때까지만 해도 정치·경제계, 문화계 인사들, 그리고 언론계에선 일간지, 방송사 관계자들이 단골 손님이었다. 그러던 것이 크리스토퍼 힐 대사 부임 뒤부터 인터넷 매체 인사들이 다수 초청되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 정부가 우리 사회내 인터넷의 영향력에 눈을 돌렸음을 보여주는 의미있는 변화일 것이다. 주한미국대사관이 이달초 인터넷 다음에 개설한 온라인 커뮤니티인 ‘카페 USA’가 화제다. 개설 일주일만인 15일 현재 가입회원수가 4500명을 넘어섰고,‘대사관 게시판’ ‘한줄 메모장’ 등 대화방에는 네티즌들이 올린 글이 성황이다. 기존의 대사관홈페이지에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의 장점까지 가세해 탄탄한 홍보수단으로 자리잡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대사관 관계자들은 카페 개설이 힐 대사의 아이디어라고 말한다. 지난 8월 부임 직후 대사가 인터넷을 이용한 ‘대화의 장’ 구상을 내놓았고, 이후 인터넷 다음과 제휴해 카페가 개설됐다는 것이다. 한국내 반미정서를 젊은 네티즌들과의 직접 대화로 풀겠다는 힐 대사의 적극적인 자세가 작용했음은 물론이다. 힐 대사는 언제, 어디서, 누구든 만나겠다는 말을 자주 한다. 일주일에 서너번은 조찬, 오찬 강연을 다니고, 미국대사로는 처음으로 광주 5·18묘지를 찾아간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사실 반미정서는 한국뿐 아니라,9·11이후 미국의 일방주의 외교에 대한 반감과 이라크전 반대정서가 합쳐 전세계적인 현상이 됐다. 하지만 인터넷 카페를 개설한 것은 전세계 미국대사관중 한국이 처음이라고 한다. 힐 대사의 적극적인 자세가 큰 역할을 했겠지만, 한국민의 반미정서가 유별난 데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친노·반노세력이 이 카페로 자리를 옮겨와 국내이슈를 가지고 치고받고 하는 것도 별스럽다. 급기야 힐 대사가 한국 정부에 대한 반대견해를 피력하기에 적합한 곳이 아니라며 자제를 호소하는 글을 올리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어쨌건 대통령과 여당 의원들의 발언이 미국대사관 사이트에서 친미·반미 논란의 소재거리가 되고 있는 것은 유감이다. 네티즌들의 자제는 말할 것도 없고, 우리는 미국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도 한번쯤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이기동 논설위원 yeekd@seoul.co.kr
  • [열린세상] 한국을 이해하고 싶지않은 사람들/임춘웅 언론인

    지난 10월27일자 이 난에 모 대학 교수가 ‘한국은 이해하기 힘든 나라’라는 글을 썼다. 사람들은 때때로 남의 눈을 통해 자기를 재발견하게 되는데 외국인들이 한국을 이해하지 못하는 몇가지 사례를 들어 주었다. 그런데 그 교수가 지적한 것들은 외국인뿐 아니라 한국인중에도 이해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 적지 않은 것 같아 이 글을 쓴다. 외국인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첫번째는 한국인이 이라크전에 대해 세계에서 가장 반미적이라는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반미적이라는 근거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한 여론조사 결과가 그렇다는 것인데 어떤 여론조사인지 적시해주었으면 좋았을 것을 그랬다. 한국은 이라크에 미국 영국 다음으로 많은 수의 파병을 했고 그것도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 동의를 얻어 파병한 것이다.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반미적”이란 근거가 빈약하다. 한국에서 이라크 파병과 관련해서 심한 반대가 있었고 아직도 이라크전의 부당성을 지적하는 지식인들이 적지 않다. 미국에서도 이라크전을 두고 반반이 갈려 있는데 한국에서 반대자가 없을 리 없고 명백한 침략전쟁을 비판하는 여론마저 없다면 그런 나라는 죽은 나라일 것이다. 두번째로는 한국인들이 북한의 핵위협에 대해 비교적 태평하다는 것이다. 북한의 핵문제는 미국이 제기했다. 그런데 한국사람들이 태평하다면 그것은 미국이 한국사람들에게 알아듣기 쉽게 설명을 해주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미국은 북한의 핵문제를 제기하면서도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증거를 제시한 일이 없다. 핵무기를 갖고 있다는 것인지 핵개발 프로그램을 갖고 있다는 것인지도 분명히 하지 않고 있다. 필요가 있을 때 불쑥불쑥 북한이 핵폭탄 4∼5개를 갖고 있다고 했다가, 또 어떤 때는 7∼8개를 갖고 있다고 한다. 어느 경우든 한국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증거를 제시해주어야 한다. 북한이 핵폭탄을 이미 갖고 있다면 그 연료가 되는 플루토늄이나 농축우라늄이 왜 새삼 문제가 되는지도 의문이다. 세번째는 북한의 인권문제였다. 최근 미국의회가 북한인권법안을 통과시킨 이후 한국의 일부 여당의원들이 미국을 비판하는 성명을 내놓았는데 이해하지 못하더라는 것이다. 통일은 왜 하자는 것일까. 일차적으로는 분단된 국토의 통합이겠지만 보다 기본적으로는 북한에 사는 국민들의 생존권과 인권을 회복시키자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남북관계는 북한을 국제사회로 이끌어 내기 위해 화해 협력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걸음마 단계다. 인권문제는 그 기준이 애매하고 증거도 불충분해서 따지자면 삿대질부터 오가야 하는 성질의 것이다. 그런 문제를 들고 나오면 남북관계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매우 커진다. 여기에 인권 문제를 꺼내기 조심스러운 이유가 있는 것이다. 네번째는 연간 수출 2000억달러를 넘어선 한국이 세계화와 신자유주의에 대해 거부감을 갖고 있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한국이 그런 문제에 거부감을 갖고 있다는 근거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아마도 대부분의 한국사람들은 세계화가 무엇인지, 신자유주의가 무엇인지 개념파악도 안 된 상태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통제되지 않는 세계화와 신자유주의가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는 이미 세계의 지식인들이 누누이 지적해온 것이다. 그리고 수출 2000억달러가 세계화 때문이라는 논리도 비약이다. 국제무역은 신라때도 있었고 조선때도 했다. 그러나 지금 약소국가들은 세계화를 막을 현실적인 대안이 없는 것이다. 피할 수 없는 현상이긴 하나 세계화는 어떤 방법으로든 다스려져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열심히 대안을 찾고 문제점을 지적해야 하는 것이다. 사람은 본시 보고 싶은 것만 선택해서 보려는 속성을 갖고 있다. 외국사람이 그들의 잣대로 현상을 보려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한국인마저 한쪽 눈을 감고 사물을 보려는 것은 곤란한 일이다. 임춘웅 언론인
  • ‘발톱’ 숨긴 美 통상전략

    100년도 지난 얘기다.1889년 미 워싱턴에서 범아메리카 회의가 열렸다. 당시 미 국무장관 내정자인 제임스 블레인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브라질이 남반구에서 가진 영향력은 미국이 북반구에 미치는 것과 같다.” 미국은 이후 50년간 브라질을 ‘세계적인 강대국’으로 부르며 협력관계(?)를 유지했다.2차대전 이후 브라질 수출입의 절반은 미국이 차지했다. 워싱턴 정가에선 소련의 브라질 접근을 차단하기 위해 아마존 열대우림을 지나는 ‘대륙횡단철도’를 건설해야 한다는 황당한 ‘아이디어’까지 등장했다. 1963년 후아오 굴라토 좌파정권이 미군 지원의 군사 쿠데타로 무너지자 백악관은 ‘민주주의의 진전’으로 평가했다. 이어 자본과 공산품을 브라질에 쏟아붓고 브라질로부터는 1차산품을 얻었다. 이른바 ‘종속경제’다. 노동당 출신인 현 룰라 좌파정권이 개혁을 추진하지만 한번 덫에 걸린 브라질 경제의 회복은 더디기만 하다. 지난 6월 미 의회 산하 ‘미·중 경제안보재검토위원회’는 색다른 보고서를 냈다. 중국이 아시아에서 무역투자를 늘리고 정치적 영향력을 증강시킨다며 미국은 대중(對中) 관계를 전면 재검토하고 ‘실질적’ 대응 방안을 강구하라고 촉구했다. 중국의 통화체제를 변동환율제로 바꾸는 것이 그 출발점이 돼야 한다고도 말했다. 중국과 브라질은 모건 스탠리가 명명한 ‘브릭스(Brics)’의 멤버다. 자원과 노동력이 풍부해 인도, 러시아와 함께 세계가 주목할 국가군으로 분류했다. 그러나 단순한 동경의 대상이 아니라 이들을 통제권에 둬야 한다는 모종의 ‘암수(暗數)’가 내포됐다. 윌슨의 ‘민족자결주의’는 식민지 국가의 독립심을 고취시켰다고 한다. 그러나 경제적 측면에선 미국이 선점한 ‘시장’을 유럽 등 경쟁국에 내놓지 않겠다는 일방적 선언으로 풀이된다. 과거 브라질에 그랬듯이 미국은 중국 등의 브릭스에 ‘윌슨식’ 접근법을 취하고 있다. 모건 스탠리는 사실상 미 국익을 대변하는 월가의 첨병이다. 의회는 말할 것도 없다. 자유무역을 내세우는 친기업 성향의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재선됐다. 하지만 밑바탕에는 늘 19세기의 ‘시장 약탈전’이 꿈틀댄다. 중국에는 환율 문제로, 브라질에는 국제통화기금(IMF)을 우회한 차관 문제로 이미 개입 중이다. 중국은 연말 복수통화 바스켓 제도로 전환할 계획이다. 브라질도 IMF의 정책 권고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중국과 브라질이 호락호락 당할 성싶지는 않지만 ‘미소’로 시작해 ‘발톱’으로 끝나는 게 미국이다. 그만큼 집요하고 끈덕지다. 우리도 친미, 반미를 뛰어넘는 이성적 변별력이 필요할 때다. mip@seoul.co.kr
  • 저항세력 소탕 ‘2차 이라크전’

    이라크 임시정부는 8일 바그다드 공항 48시간 폐쇄, 수니파 이슬람 저항세력의 거점인 팔루자와 라마디에 대한 통금 실시, 시리아와 요르단 국경 폐쇄 등 팔루자 대공세를 위한 사전준비절차를 발표했다. 이번 조치는 내년 1월27일 치러질 이라크 총선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될 저항세력을 소탕하려는 것이다. 팔루자는 이번 총공세가 시작되기 전에도 수개월째 공습과 대포공격을 받아 이미 폐허가 됐다. 미군은 유프라테스강 동쪽, 특히 저항세력이 밀집한 조란지역에서 가장 치열한 시가전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왜 팔루자인가 수니 삼각지대에 위치한 팔루자는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의 집권기반인 바트당의 집단 거주지였다. 후세인 정권 몰락 이후 반미감정이 거셌던 지역이기도 하다. 팔루자 주민은 30여만명으로 추산되며 이 가운데 80∼90%가 이미 도시 밖으로 피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군은 이곳에 3000명의 무장세력이 은신 중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요르단 출신의 테러범 아부 무사브 알 자르카위의 은신처라는 것이 미군의 주장이다. 이번에 미군이 장악한 유프라테스강 서안의 교량 중 하나는 지난 3월말 미국 경호업체 직원 4명이 살해된 뒤 시신이 내걸렸던 곳이다. 미군은 이 사건에 이어 4월 대공세를 시작했지만 이라크인 730여명과 미군 130여명 등 양측에서 800여명의 사상자만 낸 뒤 어정쩡하게 휴전했었다. 당시 대선을 앞둔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에서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하는 작전을 계속하기 어렵다는 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번의 팔루자 공세는 재선에 성공한 부시 대통령의 첫 외국정책인 셈이다. 이번에 미군은 지난번 공격에서 민간인 피해를 외국에 알리는 역할을 했던 팔루자 종합병원을 우선 장악했다. 이곳에서 38명이 체포됐으며 외국 국적의 테러범들도 있다고 미군 당국이 밝혔다. ●대공세 역효과도 우려 팔루자 공세에 맞춰 저항세력들은 이라크 곳곳에서 테러를 감행하고 있다. 자르카위는 8일 이슬람 무장단체들과 관련된 웹사이트에 “성전이 시작됐다.”며 이슬람교도들에게 미군과의 교전을 촉구하는 글을 올렸다. 이미 팔루자를 떠난 저항세력은 이라크 곳곳에서 테러를 감행하고 있어 팔루자 점령이 저항세력 소탕효과보다 확산효과를 가져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후세인 정권 붕괴 이후 숨죽여온 수니파가 대규모 저항에 나설 우려도 있다.8일 바그다드에서는 아델 압둘 마흐디 이라크 재무장관을 겨냥한 차량폭탄 공격이 발생했다. 경호원 2명은 사망했으나 마흐디 재무장관은 무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팔루자 공습과 비상사태에 대한 비난도 커지고 있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팔루자에 대한 대규모 공세가 수니파의 반발을 불러일으켜 내년 1월 총선 실시를 불가능하게 만들 것이라고 비난했다.7일 발표된 비상사태 등 이라크 임시정부의 각종 강압조치들이 후세인 정권의 독재로 회귀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사설] 국·공립학교장 시위가담 될 말인가

    사학단체들이 어제 벌인 사립학교법 개정반대 궐기대회에 국·공립학교 교장들이 참여한 것은 명백히 잘못된 일이다. 이날 시위는 사학단체들이 여당의 사학법 개정안 통과시 학교를 자진 폐쇄하겠다는 결의를 재천명한 자리였다. 교육기관이 존재 목적인 학생을 볼모로 사익을 챙기겠다는 것은 극히 비상식적인 일이다. 여기에 국·공립 교육기관의 장들이 동참했다는 것은 더더욱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들이 시위에 참여한 것은 우선 공무원의 집단행동 금지 원칙에 어긋난다. 평소 학교장들이 교원단체들의 집단행동을 반대해 온 행동과도 모순된다. 교장단은 교장단대로, 교원은 교원대로 각자 집단행동에 나서고 그것이 용인된다면 교육현장이 어찌될 것인지 걱정되지 않을 수 없다. 국·공립 고교장회 회장이 밝힌 시위 동참 이유 또한 극히 정치적이다.“사학법이 개정되면 편향된 이념교육과 반미 친북 교육을 하는 전교조 집단이 사학을 지배할 우려가 크고 사학이 무너지면 국·공립도 똑같은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사학법 개정안 논의를 내용이 아닌 이념문제로 변질시키는 것밖엔 안 된다. 교사회 등이 전교조 지배가 될 것이라는 예단도 근거가 없다. 사학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공감대가 이뤄져 있다. 그동안 많은 수정이 이뤄진 개정안에 대해 사학단체 등이 ‘전체폐기’를 주장하는 것은 옳지 않다. 교육계는 학생과 교사, 사학운영자 모두를 위한 사학법 개정에 중지를 모아야 한다. 여기서 국·공립 학교장들도 예외가 아니다. 국·공립 학교장들의 실망스러운 처신이 되풀이돼선 안 된다. 교육부의 분명한 입장 표명이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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