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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문열 소설 정치성 논란] “문학인가 정치인가”… 이문열씨 美 전화 인터뷰

    [이문열 소설 정치성 논란] “문학인가 정치인가”… 이문열씨 美 전화 인터뷰

    소설가 이문열(58)씨가‘세계의 문학’겨울호에 연재를 마친 장편 ‘호모 엑세쿠탄스’를 놓고 문학이냐 정치냐는 논쟁이 뜨겁다. 현 정권과 386세대를 원색적으로 공격했다는 비난이 있는가 하면, 소설은 소설로 봐야 한다는 옹호론까지 다양하다. 미국에 체류 중인 그와 8일 전화인터뷰를 통해 한국에서의 논쟁과 작품에 대한 속내를 50분간 들어봤다. ▶이번 소설을 놓고 여러가지 말들이 많다. -(신문에서)자기 좋은 대로 쓰는 것 같다. 소설에서는 극단적인 사람들의 이야기인데 마치 그게 전부인 양 쓴다. ▶정치적이라는 비판이 있는데. -소설이란 게 대부분 정치 아니냐. 황석영의 ‘객지’나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 다 정치 아니냐. 내 소설은 45장으로 이뤄져 있는데 그 중에 한두 장을 가지고 본 것이다. 전체를 본다면 다를 것이다. 정치 얘기만이 아니고 근본적이고 존재론적인 부분이 있다. 문학적 부분은 얘기하지 않고 극단화된 일부를 갖고 얘기하니 못마땅하다. ▶정치를 할 생각은. -정치를 하려면 2800장짜리 원고를 쓰고 있었겠느냐. 대선이 1년 남았다고 하지만 한국은 언제나 선거철 아니냐. 이 소설에 관해 조선일보가 가장 먼저 썼는데 구미에만 맞게 썼다는 점에서 비난받아야 한다. 조선일보가 쓰니 한겨레가 비판하고 중앙일보는 약간 중립적으로 썼다. 소설이 전제가 되지 않는 것은 문학 기사가 아니다. ▶정치성을 띤 문학에 대한 생각은. -문학에는 여러 방식이 있다. 이런 의문을 제기하고 싶다. 문학에 정치적 견해를 넣어야 하느냐, 문학이 정치에 간섭을 해야 하느냐, 문학인이 정치를 해야 하느냐. 그런데 봐라.80년대 이후 주류문학은 정치적이 아닌가. 넘어져도 왼쪽으로 넘어지면 괜찮고 오른쪽으로 넘어지면 안 된다는 건가.‘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도 그러지 않느냐. 그 소설은 정부의 잘못된 분배정책에 대해 항의한 게 아니었나. 우리 세상은 좌파적 사회주의 세계였던 것 같다. 우파적인 것을 욕하면 용기있고 명작이라고 하지만 우파적 시각에서 좌파를 비판하면 안 되는 것인가. ▶작품의도는 뭐였나. -LA에서 강연을 한 적 있다. 구원과 해방에 관한 것이었다. 어느 시대가 되면 사회모순이나 부조리가 축적되는데 그것을 해결하는 것은 종교적으로는 구원이고, 정치적 용어로는 해방이며, 사회학적으로는 문제해결이다. 그러면 우리 사회에서 만약 구원과 문제해결을 생각할 때 그 문제가 무엇이고 해결방식은 무엇이냐 하는 게 내 소설의 기본이다. 첫째는 50년 동안 쌓인 자본주의 사회의 모순인 경제적 불평등이다. 둘째는 분단이고 다른 말로 하면 통일이다. 분단의 문제에는 외세가 개입이 돼 있고 외세가 문제이다. 통일을 지금 안하면 안 된다는 소수의 의견이 은연 중에 지금은 적어도 절반 이상의 동의를 받아낸 것이다. 외세라고 하면 미국 문제이다. 예전에는 미국이 너무 오래 간섭하고, 자주권을 침해한다는 의심을 소수만 갖고 있었다. 식민주의 통치를 하는 게 아니냐는 사람이 10%를 넘지 않았다. 상당수는 우방이라고 해석했고 도와준 나라였다. 그런데 이것도 많은 사람이 미국이 우리를 착취했고 착취하려 하고 있고 정치적으로 자주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생각이 퍼져 반미기류가 최근에 형성된 것이다. 문제는 그것들을 어떻게 해결하는 가이다. 불평등이나 배분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사회주의적 개혁 밖에 없다. 외세문제는 반미투쟁으로 해결해야겠지. 통일문제는 결국은 힘의 논리에 의해 흡수통일이나 점령통일해야 하는데 저쪽은 평화통일, 공존통일이라고 한다. 지금 일부에서 보여지는 것은 오히려 북한과 협력해 미국과 투쟁하는 형태의 통일을 추구하는 것 같다. 전부는 아니지만 일부 사람은 명백히 그것을 지향하고 있다. 수령론을 믿었던 사람들이 한번도 전향했다거나 포기했다는 의사표시 없이 권력핵심에 투입됐다. 실제로 5년간 반미는 진척이 되었고 그것에 비례해 친북도 진척됐다. 반미·친북 형태의 통일이 눈에 보이는 한 방향이 되어가고 있다. 유대는 종교적 메시아를 포기하고 현실적으로 정치·군사적으로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였다. 그래서 유대 전쟁사를 떠올리고 소설에 우화 구조를 썼다. ▶비판들이 못마땅한가. -정치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 난 정치적 견해도 있다. 사람들이 문제삼는 부분은 내 견해라기보다 “지금 당신(현 정권)이 추구하는 것을 보면 극단적으로 비판하고 표현하는 사람들도 있고 이렇게 말하는 사람도 있소!” 이런 것이다. 이런 게 만일 내 보편적인 결론이라면 소설 한 구석에 처박아 뒀겠냐. ▶정치적 견해는 뭐냐. -내 견해는 지금 이뤄지고 있는 이 방향, 급진적인 해결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조심스럽게 해야 하는데 오기나 근시안적인 당리당략으로 해결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작품 평가가 엇갈린다. -80년대부터 느끼는 어려움인데 나와 같은 생각을 갖는 사람은 문단에는 없다. 좌파라고 하면 색깔론이 되지만 80년대 후반에는 사회주의적 해결이 진실하고 의식있는 해결로 여기는 사람만 있다. 평론 쪽은 더하다. 황성기 논설위원 marry04@seoul.co.kr
  • 북한을 ‘조국’ 남한은 ‘敵後’로 불러

    검찰이 8일 공개한 일심회의 보고문과 북한 지령에는 섬뜩한 내용이 적잖이 담겨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보고문에는 북한을 ‘조국(祖國)’, 대한민국을 ‘적후(敵後)’로 호칭하고 있으며 김정일에 대한 충성맹세도 여러번 나온다. 반미에 필요한 시민단체, 정치권 등의 동향 파악과 국내정세 등도 총망라돼 있다. ●지령은 이메일 등 인터넷으로 지령은 주로 인터넷과 북한 공작원의 접선을 통해 전달됐다. 건수만도 20여건이나 된다.12건은 인터넷 지령이었고,10여건은 중국과 태국에서 북한공작원으로부터 직접 받았다. 지난해 10월 일심회에 보낸 북한의 지령문에는 “부시가 아펙수뇌자회의에 참가하기 위해 11월 방한하는 것과 때를 맞춰 광범한 대중단체들과 군중을 조직동원해 대규모의 반대투쟁을 벌이도록 해야 할 것이다.”고 적혀 있었다. 시민단체를 겨냥한 지령도 있었다.“○○연합은 민노당과 긴밀한 련계 밑에 진보세력 후보들을 밀어주도록 하며 지난 시기와 마찬가지로 시민단체들과 함께 락선락천운동을 하여야 하겠다.”는 지침이었다. 이에 대한 일심회 회원들의 보고 내용이 검찰에 확인된 것은 30여건. 손정목·최기영은 민노당 중앙당, 이정훈은 민노당 서울지역, 이진강은 시민단체의 동향 등 국가기밀을 수집, 장민호(장마이클)씨를 통해 보고했다는 것이 검찰의 주장이다. ●보고 내용 반미, 정치권 동향이 대부분이다. 보고 내용 중에는 북한의 핵실험 이후 국내 여론도 포함돼 있다. 검찰이 밝힌 대북 보고내용은 반미·반전을 위한 문건투쟁의 일환으로 “5·31 지방선거의 교훈과 진보정당의 과제, 민족의 운명을 가늠하는 미사일 정국의 본질” 등을 실천연대, 전국연합 홈페이지 등에 게시되기도 했다. 보고는 주로 장씨를 통해 보고했거나 98년부터 올해 9월까지 장씨의 주선으로 중국 베이징에서 북한 공작원을 직접 만나 개별적으로도 보고한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김정일은 장군님 보고문 가운데는 김정일을 찬양하는 충성 문구도 다수 포함돼 있다. 북한을 조국(祖國)으로, 대한민국은 ‘적후(敵後)’로 표기했다. 검찰은 장씨가 대북 보고문에서 이같은 호칭을 사용해 김정일에 충성맹세한 것을 공개했다. 북한은 지난 9월 일심회에 보낸 지령문에서 민노당을 ‘민회사’로, 시민단체는 ‘연회사’로, 반미투쟁은 ‘수출’로, 김정일은 ‘사장님’으로 표기했다. 또 접선을 ‘생일파티’로, 활동중지는 ‘입원치료’로, 체포는 ‘급성장염’ 등으로 바꿔 쓰는 치밀함도 보였다. 이진강은 신년편지에서 “수령을 결사옹위, 결사관철하는 충직한 전사로 만들어 나가며…”라고 결의했다. 최씨는 사상교육을 받은 후 “장군님의 선군영도가 유일한 정답입니다. 새로운 세기의 수령임을 뼈저리게 느낍니다.”라고 충성맹세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간첩단인가, 이적단체인가 검찰 관계자는 “일심회 사건은 6·15 공동선언 이후 최대 간첩사건이다.”라고 말했다. 일심회를 간첩단으로 볼 수 있느냐는 질문에도 “간첩단은 법률 용어가 아니지만 이적단체 활동을 하는 단체를 구성해 간첩활동을 했다는 의미에서 간첩단으로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대법원 판례 70여건을 분석하고 수사에 투입된 검사들이 모두 모여 난상토론을 벌여 일심회를 당초 국정원이 송치한 반국가단체가 아닌 이적단체로 의율해 기소하기로 결론을 내렸다. 국가 변란을 직접적이고 1차적인 목표로 했다는 증거가 있어야 반국가단체로 규정할 수 있는데 그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다. ●치열한 법정공방 예상 검찰이 밝힌 기소내용과 달리 관련자 5명은 ‘일심회’의 존재 자체를 부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변호인단도 “이들은 ‘일심회’라고 하는 조직의 실체는 물론이고 명칭조차도 몰랐다고 주장한다.”며 법정에서 진실을 밝히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검찰은 장씨 외 다른 4명이 북한 공작원을 만난 것으로 결론짓고 이들에게 국가보안법상 회합 및 통신 혐의 등으로 기소했지만 변호인단은 이를 지나친 법 적용으로 보고 있다. 이동구 홍희경기자 yidonggu@seoul.co.kr
  • “북핵문제 군사 억지력·외교로 해결”

    |워싱턴 이도운특파원|로버트 게이츠 미국 국방장관 지명자가 5일(현지시간) 상원 국방위원회의 인사청문회에서 만장일치로 인준을 받았다. 게이츠 지명자는 금명간 실시될 상원 전체회의 표결에서도 인준이 확실시된다.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으로부터 자리를 물려받게 될 게이츠 지명자는 이날 인사청문회에서 한반도와 이라크 정책 등에 대한 구상을 비교적 소상하게 밝혔다.●“외교가 가장 좋은 길” 게이츠 지명자는 청문회에서 한·미동맹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으며, 북한 핵 문제에 대해서도 외교적 해결을 강조했다. 그는 현재의 한·미동맹이 “강력하고 활력 있다.”고 평가하고 주한미군 재배치, 전시작전권 이양 등 양국간의 군사 현안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게이츠 지명자는 주한미군 감축 및 재배치에 대해 “냉전시대의 미군 배치 구조를 변화한 안보 현실에 맞도록 바꾸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전시작전권 이양문제와 관련,“미국과 한국이 이양 시기의 범위에 관해 합의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한국 국방장관과 계속 협력해 이 절차를 마무리지을 것”이라고 말했다. 게이츠 지명자는 북한 핵 문제와 관련,“북한의 핵무기와 기술, 핵물질 확산 가능성은 미국과 동맹국, 지역, 국제사회에 중요한 안보적 도전”이라고 심각성을 강조하면서도 군사적 억지력과 외교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1994년 1차 북핵 위기 당시 북핵 시설 공격을 주장한 적이 있으나, 이날 청문회에서는 “외교가 가장 좋은 길이라고 믿고 있다.”고 명확하게 말했다. 게이츠 지명자는 북한의 미사일을 억지하기 위한 미사일방어체제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비록 초기에는 실전능력이 제한된 것이라 하더라도 미사일 방어가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게 낫다.”고 말했다. 한반도 정책에 대한 그의 발언은 우리측에서 볼 때 특별한 ‘무리’가 없었다고 관계자들은 평가했다. 이에 따라 최근의 한·미동맹 상황에 대해 다소 냉소적이고, 북한에 대해서도 강경책을 주장해 왔던 럼즈펠드 전 장관 시절과 비교할 때 한국측으로서는 다소 한숨을 돌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이라크에서 승리 못하고 있다.” 게이츠 지명자는 청문회에서 “미국이 이라크 전쟁에서 승리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이라크 정책과 관련한 모든 대안들에 대해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라크 사태가 향후 1∼2년 내에 안정되지 않으면 “지역적 재앙으로 번질 것”이라고 경고하고, 이 기간 내에 이라크를 안정시킬 수 있는 특단의 조치와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게이츠 지명자는 이라크전 초기부터 병력을 너무 적게 투입했다고 군사 전략적인 문제점을 지적했다. 또 이란에 대한 군사공격은 ‘최후의 수단’이 아니라며 반대하고, 시리아에 대해서는 어떠한 공격도 지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이란을 공격할 경우 이란은 걸프만 봉쇄로 대응해 석유 수출을 막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하고, 중동과 유럽뿐만 아니라 미국 내에서도 “테러의 물꼬가 터질” 가능성도 지적했다. 게이츠 지명자는 또 시리아에 대한 군사공격이 중동에서 엄청난 반미 감정을 촉발하는 등 미국에 예상치 못한 값비싼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이란 및 시리아와 대화 채널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청문회에서 줄곧 진지한 답변 태도를 보여 공화 및 민주당 의원들로부터 능력과 성품에 대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한편, 토니 스노 백악관 대변인은 “미국이 이라크전에서 승리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이츠 지명자의 발언에 대해 “내가 아는 한 부시 대통령은 미국이 실제로 이라크에서 승리하고 있다는 기존 입장을 철회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dawn@seoul.co.kr
  • 버시바우 “美, 작통권 환수 2012년 고려”

    한·미간에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전시작전통제권(작통권) 환수시기와 관련,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가 “한국측의 입장인 2012년이 고려되고 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져 향후 작통권 시기협상의 추이가 주목된다. 버시바우 대사는 5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국내 뉴라이트 전문가들과 비공개 조찬간담회를 갖고 한·미동맹과 6자회담, 작통권, 한·미자유무역협정(FTA) 등 현안에 대해 2시간 가까이 질의응답을 통해 서로의 의견을 나눴다. 이 자리에서 버시바우 대사는 “국내에 작통권 환수에 따른 심리적 불안이 큰데, 정권이 바뀌면 협상을 다시 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참석자의 질문에 “정권과 무관하게 재협상할 여지는 없지만 한국측이 주장하는 2012년을 받아들이는 쪽으로 고려되고 있다.”고 밝혔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작통권 환수·이양 자체에 대한 재협상은 어렵지만 시기는 한국측의 입장을 감안해 융통성을 보일 수 있다는 뜻을 전달한 것이다. 다른 참석자는 “버시바우 대사가 한국의 작통권 환수에 따른 심리적 아노미를 이해한다며, 한국의 군사능력 등을 감안해서 한국측에 불리하지 않게 결정될 것임을 시사했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는 당초 양측이 대북정책 등에서 상당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어 ‘코드 회동’이 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서로 자국의 이익과 논리를 확인하면서 긴장감마저 느껴졌다는 것이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특히 FTA와 관련,“농민들의 반발 등 반미 감정이 커져 선거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참석자의 질문에 버시바우 대사가 “일자리 창출 등 서로 전략적으로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에 꼭 이뤄져야 한다.”고 말해 FTA 체결의 시기·방법 등에 대해 상당한 의견 차를 보였다는 후문이다. 간담회에는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인 김종석 홍익대 교수, 뉴라이트 싱크넷 운영위원장인 김영호 성신여대 교수, 뉴라이트전국연합 상임대표인 이석연 변호사, 이춘근 자유기업원 부원장, 신지호 자유주의연대 대표, 김태효 성균관대 교수 등이 참석했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차베스이후 남미’ 전문가 진단

    차베스의 당선은 예견된 결과이다. 미주기구도 선거가 평화적이고, 대중참여도 활발했다고 평했으니, 야권의 선거 불복 캠페인도 힘을 얻지 못할 것이다. 8년간 대통령직을 수행한 그는 내년부터 2013년까지 6년간 ‘베네수엘라 볼리바르 공화국’을 이끌게 된다. 인구 2600만명의 소국 대통령이 왜 이렇게 국제여론에서 논란거리가 되는가? 모두 석유 덕분이다. 고공행진하는 유가 덕분에 라틴아메리카에서 그는 반미적 볼리바르주의의 핵심인물로 부상했다. 볼리바르주의란 미국에 대항하는 중남미의 연대를 강조하는 사상이다. ●차베스 모델은 카스트로 그의 외교적 행보에는 영웅적 대망이 숨어 있다. 독립 영웅 볼리바르나 쿠바 지도자 카스트로를 자신의 역할 모델로 생각한다. 군인 출신인지라 모든 것을 대결로, 전략과 전술로 생각하는 지정학적 사고도 보인다. 노조 지도자 출신이기에 모든 것을 협상으로 바라보는 룰라의 리더십과는 완전히 딴판이다. 미국이 중동문제에 몰두하는 사이에 공백 상태로 남은 라틴아메리카에서 석유외교를 통해 새로운 지역맹주로 발돋움하는 꿈을 꾼다. 그는 이미 미국이 주도하는 미주자유무역지대(FTAA)에 대항하는 ‘볼리바르적 대안의 미주’(ALBA)를 내세웠다. 경제통합 이외에도 중남미의 공중파를 통합하는 체인인 텔레수르, 베네수엘라에서 아르헨티나까지 연결되는 남미가스망, 빈국의 시력상실자에게 시술하는 ‘기적의 미션’, 나아가 다자간군사조약인 남미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만들겠다고 기염을 토한다. 하지만 사정은 간단치 않다. 석유외교의 실태를 한번 보자. 베네수엘라의 석유 생산량은 지난해 기준으로 하루 250만배럴이다. 석유수출국기구의 쿼터량은 360만배럴이지만 시설의 노후화와 투자 부족으로 할당량도 못 채운다. 하지만 2005년 배럴당 67달러까지 오르면서 국가재정은 든든해졌다. 그래서 그는 주변국가들에 맘껏 돈을 뿌린다. 카리브 소국들에 석유를 저가에 좋은 금융 조건으로 공여하는 ‘페트로카리베’가 있다.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 국가들에는 페트로아메리카를 통해서 특혜를 주고 있다. 나아가 베네수엘라는 안데스공동체에서 탈퇴, 메르코수르에 정회원으로 가입했다. 하지만 안데스 국가들에도 페트로안디나를 만들어 비슷한 조건 아래 석유를 공급하고 있다. 특별히 쿠바에는 석유를 연간 460만∼580만t을 제공한다. 쿠바 국내소비량의 절반에 해당하는 양을 고정가격인 27달러(2005년)에 제공해 약 10억달러의 보조금을 준다. 아르헨티나 정부의 채권도 10억달러어치를 사서 키르치네르 정부의 시름을 덜어줬다. 선심 공세 덕분인지 지난해 5월에 미주기구의 사무총장 선출에 이변이 생겼다. 항상 미국이 미는 후보가 당선된 전례와 달리, 메르코수르 국가들과 카리브 17개국이 미는 칠레의 미겔 인술사 장관이 당선됐다. 그러나 랠리는 오래가지 않았다. 이어 열린 미주정상회담에서 카리브 국가들은 미국과 반미 노선의 갈등 속에서 미국 주도의 미주자유무역지대안을 지지했고, 볼리바르적 대안에는 등을 돌렸다. 미국의 지중해인 카리브 해역의 소국들이 미국의 영향권을 벗어날 수 없음이 확인된 것이다. 룰라의 브라질도 실리추구형 외교를 실행한다. 반미적 수사의 부담은 베네수엘라나 아르헨티나에 돌리고, 자신은 중간에서 이익만 챙긴다. 지역대국의 경험이 있는 브라질이나 아르헨티나가 베네수엘라의 리더십을 받아들일 리 없다. 고공행진하는 유가가 쉽게 떨어질 것 같지는 않기 때문에 베네수엘라의 석유외교도 장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아직은 갈길 먼 볼리바르적 대안 하지만 반미 블록이 차베스의 리더십 아래 결성되기에는 아무래도 어려운 것 같다. 한때 유엔총회 연설에서 그는 부시를 ‘악마’라고 묘사한 바 있다. 하지만 라틴바로메트로의 조사를 보면 인지도나 긍정적 평가에서 모두 부시에게 밀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직 응답자의 26%만 차베스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부시의 경우는 29%로 3%포인트나 높았다. 볼리바르적 대안이 갈 길은 너무 멀고 험하다.
  • 남미 ‘좌파 열풍’ 재확인

    2006년 내내 중남미 대륙을 들썩이게 했던 대선 정국이 세계 5위 석유 수출국인 베네수엘라를 마지막으로 끝났다. 초강국 미국의 턱 아래서 반미 좌파 리더십의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는 우고 차베스(52)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4일 새벽(한국시간) 종료된 대선에서 3선에 성공했다.60% 안팎의 득표율이었다. 앞으로 6년간 석유의 힘을 바탕으로 거침없는 반미 전선 구축에 나설 전망이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앙숙이자 중남미 좌파의 맹주로 떠오른 차베스 현 대통령의 승리로 중남미의 ‘좌파 열풍’을 재확인한 셈이다. 차베스 대통령은 이날 승리가 확정되자 수도 카라카스의 대통령궁 발코니에 올라 “혁명만세”를 외치며 “베네수엘라는 21세기 사회주의 건설과 혁명적 민주주의의 확장에 표를 던졌다.”며 급진적 국내외 정책의 지속을 천명했다. 베네수엘라 중앙선관위는 이날 오후 4시16분 현재 78% 개표된 가운데 차베스 대통령이 61%를, 로살레스가 38%를 얻었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5일 니카라과 대선, 같은달 26일 에콰도르에 이어 ‘라틴 아메리카’의 반미·좌파 블록을 차단하려던 부시 대통령은 중남미에서 정치적 패배를 맛보게 됐다. 전문가들은 빈곤·서민층을 공략한 차베스의 포퓰리스트(대중주의) 정책과 유가 고공행진으로 인한 ‘오일 붐’을 승리의 견인차로 꼽는다. 올해 베네수엘라 경제성장률은 10%가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남미 국가 중 가장 빠른 경제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차베스는 막대한 오일 달러로 국내 지지기반을 탄탄히 구축하는 동시에 ‘좌파 동맹’의 유지 비용으로 사용했다. 집권 8년동안 소외계층에게 막대한 자금을 퍼부었다. 차베스는 ‘정치적 아버지’로 부르는 피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 노선을 따르고 있다. 헌법을 개정, 카스트로식 영구집권을 노리고 있다. 그가 공약으로 내건 새 국명도 ‘베네수엘라 볼리바르 공화국’이다. 차베스 대통령의 과제는 적지 않다. 대중주의로 재집권에 성공했지만 포퓰리스트의 한계, 국론 분열, 제도정치의 부패와 경제 확대 등 그가 제시한 ‘차베스식 사회주의’가 진정한 신자유주의의 대안이 될 것인지는 미지수다. 안동환기자 sunstory@seoul.co.kr
  • 차베스 우세속 베네수엘라 대선 투표 실시

    베네수엘라 대통령선거가 좌우파간 일촉즉발의 대결 속에서 3일 치러졌다. 우고 차베스 대통령의 우세속에 국민동맹 마누엘 로살레스의 추격전 구도로 투표가 이뤄졌다고 BBC 등은 전했다. 시내 곳곳에서 양측 지지자들 간의 물리적 충돌이 있었고, 선거 후 정국 불안을 우려한 생필품 사재기 열풍으로 수도 카라카스 등 주요 도시의 교통이 마비되기도 했다. ●양극화 속의 좌·우 대결 극심한 사회적 양극화 속에 차베스는 농토 분배, 주요 기업 국유화 등 ‘좌파 개혁’의 속도를 높이겠다고 공언하면서 저소득층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반면 베네수엘라 최대 유전지역 술리아주 주지사를 두 차례 성공적으로 지낸 로살레스는 무너진 시장경제의 복원 및 해외투자 유치 정책을 주장하면서 중·상류층이 중심이 된 야권의 힘을 모았다. 최근 발표된 AP통신과 중남미 전문 여론조사기관 입소스 공동 여론조사 결과 유권자의 절반을 넘는 59%가 차베스 지지로 나타났다. 반면 로살레스 지지는 27%에 불과했다.13%는 결정을 못했거나 답변을 거부했다. ●좌파 개혁 가속화? 선거의 최대 관심사는 차베스의 장기집권 여부.1999년 2월 취임 후 8년 동안 집권중인 차베스가 대선에서 승리하면 대통령 연임제한을 없애는 헌법 개정을 공언하고 있기 때문이다.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 평의회 의장처럼 지속적인 사회주의 혁명을 지휘하는 영구 집권자로 남겠다는 것이다. 선거에서 이기면 나라 이름도 ‘베네수엘라 사회주의 볼리바르 공화국’으로 바꾸겠다고 말했다. 옛 소련이나 중국식이 아닌 ‘차베스 방식’의 총체적 사회개혁과 국가개조를 밀어붙이겠다는 태도다. 전 국토 및 주요기업의 국유화, 대토지 분배, 경제에 대한 국가통제, 특별법에 따른 사유재산 압류 등도 포함돼 있다.2001년 발효된 반기업법을 중심으로 시장경제가 무너지고 있어 차베스가 연임에 성공할 경우 ‘좌파 개혁’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또 원유, 광물, 농업 등에 투자한 외국인 회사도 국유화 조치의 예외 대상이 아니다. 외국투자와 다국적 기업에 대한 가격·대출통제, 압류조치 등도 더 확대될 전망이다. 그는 이번 선거에서도 총체적 혁명과 변화를 의미하는 ‘볼리바르주의’와 ‘차베스식 21세기 사회주의’를 내걸었다. ●선거 후 정국불안 심화 우려 차베스는 미국에 확실하게 각을 세우는 반미·좌파 정책으로 남미 좌파권의 맹주로 부상했다. 세계 제5위의 원유 수출국으로서 막대한 석유 수입을 바탕으로 국제무대에서 좌파세력의 영역 확대를 시도할 것으로보여 미국과의 갈등 심화가 예상된다. 한편 대선 이후 정국 불안 우려가 확산되면서 선거 며칠 전부터 시작된 생필품 사재기로 주요 도시 시장에서 식량과 주요 식료품 등이 바닥이 나고 주요 도시들의 교통이 마비되는 혼란이 거듭됐다. 이석우기자 jun88@seoul.co.kr ●볼리바르주의 노동자계급이 중심이 된 총체적인 사회적 변혁운동을 말한다. 반(反)제국주의적, 민중적 정치혁명을 지향한다. 세계화 및 신자유주의의 확산과 이로 인한 빈부격차의 심화속에서 남미 베네수엘라를 중심으로 부각되고 있다. 스페인 식민지였던 남미 여러 나라를 민중혁명으로 해방시켜 ‘라틴아메리카의 해방자’로 추앙받아온 시몬 볼리바르의 이름에서 따왔다. 볼리바르는 1819년 뉴그라나다(콜롬비아),1821년 베네수엘라,1822년 키토(에콰도르)를 독립시킨 뒤 3국을 합해 대콜롬비아공화국을 수립했었다. 그의 이상은 ‘범아메리카주의’의 기초가 됐다.
  • 부시 “이라크美軍 계속 주둔”

    중간선거 참패 이후 이라크 문제 해결의 전기를 마련하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는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군의 이라크 조기 철수 가능성을 거듭 일축했다. 또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이라크 분할안에 대해서도 분명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부시 대통령은 30일 요르단의 수도 암만에서 누리 알 말리키 이라크 총리와 조찬 회동 후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밝히고, 말리키 총리의 지도력을 높게 평가했다.2003년 개전 이후 최악의 상황이 수주간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불거진 미·이라크 갈등설을 일축시키려는 모습이 역력했다.●“이라크 국민은 분할을 원치 않는다”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 분할에 대해 “말리키 총리는 이라크 국민이 원하는 바가 아니며 상황을 악화시킬 뿐이란 견해를 밝혔다.”며 “여러개의 자치주로 분활돼선 안 된다는 데 공감했다.”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은 또 “그는 강력한 지도자이고, 이라크가 자유롭고 민주적인 국가가 되길 바라고 있다.”며 말리키 총리의 지도력을 높게 평가했다. 이같은 언급은 말리키 총리의 통치능력에 의문을 제기하는 미 행정부 기밀문건이 폭로된 뒤 증폭된 미국·이라크 정부간 갈등설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27일 스티븐 해들리 백악관 안보 보좌관이 작성한 기밀 보고서를 보도했다. 지난 8일 작성된 5쪽 분량의 이 문서는 “말리키는 강해지길 원하지만, 이를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는 지도자”라고 묘사하고 있다. 또 미국이 말리키에게 급진 반미 그룹인 사드르 그룹과 거리를 두도록 압력을 넣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회담에서도 마흐디 민병대의 해체 문제를 집중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담에 배석한 이라크 고위관계자는 AP통신에 “부시 대통령과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은 말리키 총리에게 시아파 지도자인 무크타다 알 사드르의 민병조직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를 반복해 물었다.”고 밝혔다.●“말리키 정부가 원하는 한 미군은 주둔할 것”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 정부가 원하는 한 임무를 완수할 때까지 이라크에 병력을 계속 주둔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라크의 치안유지 책임을 이라크 정부에 넘기는 일을 서두르는 데도 합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두 지도자는 이라크의 수니·시아파간 분쟁 해소를 위한 방안으로 시아파 국가인 이란을 활용하는 문제를 놓고는 견해차를 보였다. 부시 대통령은 이란을 이라크 안정화 작업에 끌어들이는 것에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다. 그러나 말리키 총리는 내정 불간섭 원칙을 전제로 이란과 시리아의 도움을 받는 것에 긍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말리키 총리는 이란이 이라크 시아파 민병조직을 지원, 이라크 안정을 해치고 있다는 미국의 시선과 관련,“그 정보는 사실이 아니고 과장됐다고 믿는다.”며 이란을 적극 옹호했다. 앞서 부시 대통령과 말리키 총리는 29일 저녁 라가단 궁에서 압둘라 국왕이 참석하는 3자 회담을 할 예정이었으나 취소됐다. 시아파 지도자 압둘 아지즈 알 하킴은 “요르단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까지 논의하길 원한다는 사실을 알고 말리키 총리가 3자 회담을 회피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오는 6일 발표될 초당파 그룹인 ‘이라크연구그룹(ISG)’의 보고서에 따라 미국의 대 이라크 정책 변화폭이 정리될 것으로 보고 있다. 보고서는 이라크 주둔군의 성격을 전투에서 지원으로 전환하고, 이란·시리아를 포함한 지역협력체를 설립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김수정기자 crystal@seoul.co.kr
  • 관악구 통·반장들 ‘지역문제 해결사’

    관악구(구청장 김효겸) 봉천3동 통·반장들이 지역문제 해결사로 나섰다. 통·반장 100여명이 지난 28일 봉천3동사무소 3층 다목적실에 모여 연석회의를 열고 ‘행복한 동네 만들기’에 앞장서자고 결의한 것이다. 특히 서울시 건축물관리자의 제설·제방에 관한 조례가 제정됨에 따라 내 집, 내 점포 앞 눈 치우기 운동에 적극 참여키로 했다. 또 연말을 맞아 저소득 주민이 겨울을 따뜻하게 보내도록 도울 계획이다. 최윤호 동장은 이날 구가 추진 중인 ‘영어마을 유치사업’‘통합신청사 건립사업’‘신림뉴타운 개발사업’‘도림천 복원사업’‘난곡 신교통수단 도입사업’ 등을 통·반장들에게 설명했다. 반미자(43·20통3반) 반장은 “지역 현안을 파악할 좋은 기회였다.”면서 “연석회의에서 뜻을 모아 행복한 도시를 만드는 데 힘을 보태자고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이라크·미군 운명 알 사드르 손에?

    이라크·미군 운명 알 사드르 손에?

    26일(현지시간) 누리 알 말리키 이라크 총리는 지난 23일 폭탄테러 등으로 200명 이상이 한꺼번에 희생된 사드르 시티를 찾았다. 그러나 시아파들의 해방구 격인 이곳의 ‘영주’를 만날 수는 없었다.올해 33세의 땅딸막한 키에 쏘아붙이는 눈매가 매섭기 짝이 없는 무크타다 알 사드르는 중부 나자프에 머무르고 있었다.종파간 보복의 악순환에 빠져 있는 이라크와 미군의 운명이 마피아 후계자를 연상시키는 그의 손에 쥐어져 있으며,마음만 먹으면 자신이 선택한 새 정부를 전복시킬 수 있어 이라크에서 가장 위험한 존재라고 시사주간 뉴스위크가 27일 발행된 최신호(12월4일자)에서 지적했다. 최근 그는 나자프 근거지에 머물며 기회를 엿보고 있다.힘이 빠질 대로 빠진 미군이 물러나기만 하면 다수를 차지하는 시아파 지지를 등에 업고 정국을 한손에 틀어쥘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미군 점령 초기부터 영적 지도력을 활용해 반미의 구심점 역할을 했다.민족주의 성향과 극단적인 이슬람 교리도 하나로 통합했다.수니파인 사담 후세인 정권에 핍박받은 시아파 주민들은 미군과 수니파 저항세력의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지켜줄 수호천사 이미지를 그에게 부여했다. 잡지가 인터넷을 통해 ‘이라크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세력’을 묻는 설문에는 그가 통솔하는 알 마흐디 민병대를 비롯한 시아파 무장집단이 57%로 수니파 저항세력(19%)과 미군(24%)를 크게 앞섰다. ●민족주의와 극단 이슬람 교리 통합 사드르 시티는 바로 그의 가문 이름을 딴 것이다.이곳뿐만 아니라 나자프·바스라에선 그의 ‘살인 명령’이 통한다는 게 공공연한 얘기다.반면 수니파 저항세력은 바그다드와 사마라·라마디·팔루자 등을 근거로 삼고 있다. 그의 행동 양식은 ‘존경받으려면 누군가를 죽일 수 있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는 마피아식 불문율로 설명될 수 있다고 잡지는 짚었다.권한의 범위도 모호하기만 하다.군대나 경찰에서의 지위가 있는 것도 아니고,민병대는 탱크도 전투기도 갖고 있지 않지만,미군들도 함부로 그와 추종자들을 건드리지 못한다.미군의 역할이라야 유혈 보복이 이들 지역 밖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차단하는 데 그치고 있다. 그의 위상은 미국이 직면한 딜레마를 압축한다.미군이 조기 철수하면 무장조직 지도자들이 활개쳐 전면적인 내전으로 이어질 것이 분명하지만,점령 기간이 길어지면 미군은 인기를 잃고 그의 지지도만 올라갈 것이다. 미군은 점령 초기 그의 역할을 과소평가하는 잘못을 저질렀다.시아파 금융가문 출신의 아마드 찰라비 전 주미 대사,영국에 망명했다 돌아와 미 중앙정보국(CIA) 자금으로 친미 공작을 한 압둘 마지드 알 호에이 등의 말에만 귀기울인 것이다. 미군의 이러한 방관은 후세인 정권이 모스크,율법학교,친교모임 등 다양한 인적 네트워크를 아버지로부터 고스란히 물려받은 이 젊은이를 주목하고 끊임없이 감시해 발을 묶어둔 것과 대조된다. 이렇게 방치된 사이 알 사드르는 이슬람교에서 신비로운 존재로 추앙받는 열두번째 이맘,즉 세계를 구원할 메시아 이미지를 민족주의적 성향과 버무렸다.시아파 주민들의 지지에 힘입어 그는 알 호에이 암살 의혹에서 풀려나 지난해 1월 총선에 참여,시아파 새정부 구성에 일조할 수 있었다. 사드르 블록은 당시 275석 의석 가운데 23석을 차지했고 현재는 30석으로 늘린 상태다.지난달 괴한에 피랍된 통역사를 찾기 위해 미군이 사드르 시티 수색에 들어가자 알 말리키 총리가 철수를 종용한 것은 그의 권능에 대한 신화를 공고히 했다. 미군도 사드르 시티 주민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1억 2090만달러(약 1024조원)를 들여 건설 프로젝트를 벌였는데,알 사드르 추종자들은 재빨리 ‘미군 기증’ 딱지를 ‘보스’의 것으로 바꿔버렸다고 잡지는 전했다. 마흐디 민병대는 바그다드 전역의 주유소를 장악하는 한편,천연가스 판매권을 독점해 자체 수익원을 갖고 있는 한편,주민들을 보호해주는 명목으로 기금을 증식하고 있다.알 사드르 자신은 모스크에서 모금되는 헌금 ‘쿰’을 장악했다. ●이란과도 소원…미국 해법 요원 최근 미국 일각에서 이란과 시리아의 영향력을 지렛대로 이라크 유혈을 종식시키는 대안을 모색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아마도 이란과 이라크 모두 시아파 주민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이라크 정부가 시아파 주도라는 점이 이런 모색의 배경이 되는 것 같다. 하지만,이런 접근은 알 사드르나 시아파 주민들의 민족주의 성향을 간과한 것이라고 잡지는 지적했다.알 사드르는 옛 페르시아 제국의 영화를 기억하는 이란과 이란 민족을 태생적으로 경원하고 있다.그의 부관은 벌써 민병대 조직에 이란 스파이들이 적잖이 침투해있어 알 사드르가 이들을 극히 경계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라크 정부에서 흘러나오는 수니,시아파,쿠르드족 3분할안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그는 미국과 영국,이스라엘 등 ‘저주받을 트리오’가 이라크인들을 이간질하는 데 놀아나선 안된다고 단언한다. 미국과 이라크 외교관들은 알 사드르가 추종자들을 다독일 수 있도록 그를 정치적 틀 안에 가둬놓으려 노력하고 있다.따라서 열쇠를 쥔 것은 미군이나 이라크 새 정부가 아니라 알 사드르 자신인 것으로 보인다. 그가 이라크인의 단결을 외칠 때 거짓말을 하는 건지,실제론 전면적인 내전을 준비하는 것인지 알 길이 없다.그러나 분명한 건,그를 과소평가하는 일은 당장 그만둬야 한다는 것이라고 잡지는 결론 내렸다. 한편 잘랄 탈라바니 이라크 대통령은 27일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과의 테헤란 회동을 위해 바그다드를 출발해 회동 결과가 주목된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피플 인 포커스] 에콰도르 대선 결선투표 승리 코레아

    미국에서 공부한 제2의 차베스? 26일(현지시간) 에콰도르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에서 승리한 ‘조국주권 고양운동(PAis)’의 라파엘 코레아(43) 후보는 성향과 정책 면에서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꼭 닮았다. 그러나 미국 유학파라는 성장환경이 군부 출신인 차베스와는 매우 다르다. ●중남미 이념지형 복잡해졌다 이날 57%를 얻어 43%의 알바로 노보아(56) 후보를 크게 따돌린 코레아는 출구조사 직후 승리를 선언했다. 그는 “우리는 국민권력의 도구일 뿐”이라며 이른 ‘취임사’를 했다. 벌써 내각 명단도 흘리고 있다. 좌파 성향의 리카르도 파티노를 경제장관에, 알베르토 아코스타를 에너지장관에 내정했다고 로이터 통신에 밝혔다. 이는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에 반대하고 161억달러의 ‘부당한’ 외채를 더는 갚지 않겠다는 뜻이다.1992년 탈퇴한 석유수출국기구(OPEC)에 다시 가입하고 외국 석유사와의 재계약도 추진하기로 했다. 코레아의 승리로 중남미 대륙에 불던 중도좌파, 이른바 실용적 좌파의 득세는 주춤해졌다. 그는 다음달 재선을 노리는 차베스,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과 함께 ‘에너지 민족주의’를 내세운 반미 벨트를 확고히 할 전망이다. ●교수,3개월 장관의 정치신인 코레아는 지난 13일 1차투표에서는 바나나 재벌 노보아에 밀렸었다. 그 사이 과격한 ‘시민혁명’ 구호는 살짝 감춰졌고 젊고 카리스마 넘치는 큰 키의 연설가가 우뚝 섰다.3개월가량 재무장관을 한 게 고작인 교수 출신의 정치신인 꼬리표는 부패가 만연된 정치권에서 오히려 약이 됐다. 미국 일리노이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고 부인도 벨기에인이어서 영어, 프랑스어, 원주민의 케추카어 모두 능통하다. 한마디로 글로벌 인재이지만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에 대한 반감을 숨기지 않는다. 차베스가 부시를 악마에 비유하자 “악마의 감정이 상했을 것”이라며 한 술 더 떴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이념보다 정치안정과 빈곤탈출이다. 에콰도르는 1979년 이후 3명의 대통령만이 임기를 채웠고 최근 10년간 3명의 대통령이 축출됐다. 코레아는 ‘제헌의회’를 발족하겠다고 밝혔지만 지난달 총선에서 전체 100석 중 28석을 확보한 노보아의 ‘민족행동을 위한 제도재건당(PRIAN)’이 가만히 있을 리 없다. 인구 1340만명 중 4분의3이 빈곤층인 나라에서 한낱 포퓰리스트가 돼 원유수출로 번 돈을 까먹고 마느냐, 진정한 개혁가로 거듭나 국부를 쌓을 것이냐가 코레아의 어깨에 달려 있다. 박정경기자 olive@seoul.co.kr
  • 계속 꼬이는 靑 ‘인사권’

    베트남과 캄보디아 순방에서 돌아온 노무현 대통령이 속내는 드러내 놓지 못하지만 답답할 듯싶다. 미국을 비롯한 주변국들과는 순방외교를 통해 쟁점을 조율하고 돌아왔지만, 국내 현안은 꽉 막혀 있는 탓이다. 전효숙 헌법재판소 소장 임명동의안 처리뿐만 아니라 이재정 통일부 장관과 송민순 외교부장관의 임명 절차도 야당의 반발에 부딪쳐 있다. 노 대통령은 23일 이 장관과 송 장관 내정자를 뺀 채 김장수 국방부장관과 김만복 국정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특별한 언급이 없었다고 한다. 한나라당은 이 장관과 송 장관 내정자에 대해 ‘친북’ 혹은 ‘반미’ 성향을 들어 각각 ‘절대불가’와 ‘불가’ 판정을 내려 청문보고서 채택에 동의해 주지 않고 있는 상태다. 더욱이 3개월 정도 끌어온 전 소장 후보의 처리와 관련해 여당 내부에서마저 ‘자진사퇴’‘지명철회’라는 등 청와대를 겨냥한 ‘주문성’ 의견들이 흘러나오고 있다. 표결 처리라는 일관된 방침을 고수하는 상황에서 ‘현실 수용론’ 쪽의 목소리인 셈이다. 그러나 현재로선 청와대의 기류에 변화 조짐이 없다. 적어도 외형상으로는 대응에서의 강약이 있을지언정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이다. 향후 국정운영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오는 29일까지 여야가 협의한다고 한 만큼 국회상황을 지켜본다는 게 청와대 입장”이라고 밝혔다. 윤 대변인은 ‘전 소장 후보의 자진사퇴 표명설’에 대해 “청와대가 확인한 바로는 전 후보가 그런 얘기를 했다는 말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청와대의 방침은 원칙대로”라면서 “국회가 여야 합의를 통해 정치력을 발휘해 주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송 장관과 이 장관 내정자의 국회에 대한 대응에서는 다소 차이를 뒀다. 물론 박남춘 청와대 인사수석의 “권한남용”이라는 말마따나 국회에 대한 불만은 만만찮다. 청와대는 송 장관 내정자에 대해 우선적으로 국회에 청문보고서의 채택 동의를 ‘특별히’ 요청했다. 다음달 초 필리핀에서 예정된 ‘아세안+3’ 회의의 수행을 위해서다. 송 실장은 사실상 지난 18∼19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서 외교장관 역할을 도맡았다. 이 장관 내정자의 경우, 송 장관 내정자에 비해 야당의 반발이 거센 점을 감안, 청문보고서 채택을 위한 최대 시한인 다음달 6일까지 기다릴 방침이다. 이 때문에 특단의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는 한 노 대통령의 늦가을 속앓이는 당분간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박홍기기자 hkpark@seoul.co.kr
  • [열린세상] 지정학적 낙관주의의 종언/이성형 이화여대 국제정치학 교수

    북핵실험으로 이제 당사국의 패가 대충 드러났다. 미국의 압박 전술도 한계를 드러냈고, 한국과 중국은 역시 북·미관계의 인질임이 판명되었다. 오히려 북한의 노련한 수읽기가 돋보였다. 북핵 사태의 인질인 한국과 중국이 부산하게 뛰어다녀 봤지만 결과가 신통치 않았다. 결국 미국이 결자해지하지 않으면, 또는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북한이 핵무장을 스스로 해제하지 않으면 별로 움직일 공간이 없는 셈이다. 이번 사태는 한국의 지정학적 입지를 다시 한번 숙고하게 만들었다. 무엇보다 햇볕정책과 평화번영 정책의 바탕에 깔린 지정학적 낙관주의가 북·미대립이란 엄중한 현실 앞에서 좌초되었다. 동북아의 핵위기도 이제 충분히 장기화되었다. 왜 위기는 장기화되고 있고, 그 끝은 보이지 않는 것일까? 미국의 입장에서 보면 이라크나 이란 문제보다 훨씬 쉽게, 적은 비용으로 해결할 수 있을 터인데. 비용은 어차피 우리와 중국이 가장 많이 부담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미국은 도대체 무엇을 바라는 것일까? 1989년 냉전의 붕괴로 소련이 사라지자, 역설적으로 초강대국인 미국의 입지도 함께 흔들렸다.‘제국’ 미국도 대치하던 상대방이 사라지자 내외로 어려움에 노출되었다. 쌍둥이 적자로 경제적 입지가 약해졌고, 국내정치와 경제도 양극화의 길을 달렸다. 저명한 사회학자인 마이클 만은 현단계 제국 미국의 입지를 이렇게 표현했다.“군사적으로는 거인, 경제적으로는 자동차 뒷좌석에 앉은 간섭꾼, 정치적으로는 정신분열증 환자, 이데올로기적으로는 허깨비.” 국제정치에서도 점차 지정학적 다원주의 경향이 등장했다. 유럽이 홀로서기를 시도했고, 핵심 맹방인 독일에서도 사민당과 녹색당의 반미주의 수사(修辭)가 등장했다. 이라크 전쟁이 터지자 프랑스와 독일이 반대했고, 나아가 러시아까지 가세하여 미국은 외로운 형국에 빠졌다. 미국으로서는 가차 없이 위축되고 있는 상대적 국력과 위세에 어려움을 느꼈을 것이다. 일방주의 독트린도 바로 그런 심리적 위축감의 산물로 읽으면 큰 무리가 없다. 그동안 동북아에서도 안정적인 세력균형이 흔들렸다. 특히 중국의 급격한 경제적 부상, 한·중 수교와 경제협력, 남북 데탕트로 인해 동북아의 대치선이 불분명해졌다. 특히 반미적 수사가 동원된 한반도의 민족주의적 열기는 3만명 이상의 미군을 주둔시킨 미국의 입장을 난처하게 만들었다. 미국에서 보면 현상 타파의 주된 모멘텀이 북한보다는 남한에서 나왔다고 볼 것이다. 중국은 특유한 노련함으로, 낮은 포복으로 대미외교를 수행했다. 중국은 외교노선을 도광양회(韜光養晦)에서 화평굴기(和平掘起)로, 나아가 평화발전(平和發展)으로 말을 바꾸며 미국을 자극하지 않는 쪽으로 움직였다. 하지만 한국의 시민사회나 정부는 그렇지 못했다. 미국의 입장에서 북핵 위기는 동북아 판세를 새롭게 짜는 거대한 팻감이다. 비단 북한 문제만이 아니라, 한·미관계, 남북한관계, 중·미관계, 양안문제, 미·일관계 모두를 엮어내는 지정전략적 게임인 것이다. 그러니 동북아시아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확고히 인정받는 강력한 역외 균형자로서 위치를 굳히는 카드로 이를 이용할 것이다. 6자회담이 곧 재개된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북·미 양자회담이 성사되지 않는다면, 회담은 춤을 추되 진행되는 것은 아무 것도 없을 것이다. 다행히 미국의 중간선거 결과가 민주당의 압승으로 귀결되어 북·미 양자대화를 촉진시키는 촉매 구실을 하리라 한다. 이제까지 미국과 중국은 서로 공을 상대방에 떠넘기면서 북핵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했지만, 결국 핵실험을 용인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북핵문제에 관한 한 한국과 중국은 어떤 해결책이 나오든지 비용만 대부분 부담할 수밖에 없는 인질의 입장이다. 인질 상태라면 누구도 자극하지 않고 신중하게 행동하는 눈치꾼이 되어야 하는 법이다. 이성형 이화여대 국제정치학 교수
  • 이재정 “남북관계 개선 핫라인 추진”

    이재정 “남북관계 개선 핫라인 추진”

    이재정 통일부 장관 후보자는 17일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의 인사청문회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핫라인’ 구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열린우리당 장영달 의원이 “남북간 핫라인이 마비돼 있다. 핫라인이 있어야 남북간 충돌을 피할 수 있다.”고 지적한 데 대해 “공감한다. 그런 방향으로 추진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이 후보자는 정부의 유엔 대북인권결의안 찬성방침에 대해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한 국가로서 전세계 국가의 보편적 인권을 위해 책임질 필요가 있다.”면서도 “그러나 대북관계가 손상되지 않도록 보완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열린우리당 최성 의원이 남북장관급회담 재개 의사를 묻자 “조만간에 열릴 수 있으리라 보고 적절한 통로를 통해 북측에 의견을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쌀·비료 등 인도적 지원은 6자회담 결과를 보면서 검토하겠지만 국회에서 합의해 주면 재개할 수 있다.”고 답한 뒤 “이산가족 상봉 재개는 남북 신뢰구축을 위해 가능한 한 빠른 시간내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사업 존폐논란에 대해서는 “남북간 긴장완화와 군사적 충돌을 막기 위해 중요하다.”며 지속의지를 표명했다.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북핵실험 이후 대북 포용정책 지속 여부와 남북관계 개선방안을 집중 질의했다. 반면 한나라당 의원들은 이 후보자의 내정을 청와대의 ‘코드·보은인사’로 규정하고 사상적 편향성을 물고 늘어졌다. 열린우리당 임종석 의원은 “핵실험으로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일관된 원칙이나 입장이 변화된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최성 의원은 “북한 인권결의안에 찬성 의사를 밝힌 것이 6자회담 성사와 북핵폐기의 장애가 되면 안 된다.”고 주문했다. 이 후보자의 전문성 부족을 거론하며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장직을 겸임하면 안 된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이 후보자가 2002년 대선 때 기업으로부터 10억원의 채권을 받아 전달한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전력을 거론하며 전형적인 보은인사라고 비판했다. 이 후보자의 ‘부시 행정부는 북한체제 붕괴유도 정책을 포기해야 한다.’는 등의 과거 발언에 대한 질책도 쏟아졌다. 한나라당 박진 의원은 ‘북핵용인’ 발언과 ‘북한 2차 핵실험 필연’ 발언을 거론하며 “이 후보자는 정치적 중립과 전문성은 물론 이념적 균형까지 상실했다.”고 몰아세웠다. 이에 대해 이 후보자는 “미국이 6자회담 틀에서 북·미 양자회담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말이지, 반미적인 발언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무소속 정몽준 의원이 “6·25 전쟁이 북침이냐, 남침이냐.”고 질문하자 처음에는 “여기서 말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말한 뒤 추궁이 계속되자 뒤늦게 ‘남침’이라고 대답했다. 특히 ‘핵우산’에 대한 설명을 요구하는 정 의원의 질의에 충분한 답변을 하지 못해 “청문회에 나오면 사전에 공부를 하고 나왔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핀잔을 들었다. 전광삼 구혜영기자 hisam@seoul.co.kr
  • [사설] 미국산 쇠고기 뼛조각 수입 안된다

    미 농림부 척 램버트 차관보 일행이 어제 한국 농림부를 방문,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검역 및 수입 기준을 완화해달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우리나라가 ‘광우병 파동’ 이후 2년 10개월만인 지난달 말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재개하면서 뇌와 뼈, 장기 등 광우병을 유발할 수 있는 특정위험물질(SRM)의 함유 여부를 전수 조사를 통해 엄격히 규제한 데 따른 불만을 제기한 것으로 이해된다. 우리는 이번에 미국의 압력에 떠밀려 쇠고기 수입을 재개하면서 ‘30개월 미만 소의 뼈를 제거한 살코기’로 한정했지만 광우병 불안이 완전히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이뤄진 성급한 조치임을 지적한 바 있다. 국내 여론이 이러함에도 미국측이 자국의 축산농가만 보호하려는 목적으로 수입 및 검역 기준 완화를 요구하는 것은 반(反)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차원을 넘어 반미정서까지 부채질하는 결과를 빚지 않을까 우려된다. 이미 민주노동당과 일부 시민사회단체들은 ‘미친 소가 몰려온다.’는 구호 아래 미국산 쇠고기 안 사고 안 팔고 안 먹는 3불(不)운동을 펼치고 있지 않은가. 정부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와 한·미 FTA는 별개라는 논리를 내세웠지만 수입 및 검역 기준에서 밀리게 되면 광우병 공세에서 버텨낼 명분을 잃게 된다. 일본은 지난 8일 수입금지 품목인 가슴샘이 함유됐다는 이유로 해당 수출작업장에서 나오는 미국산 쇠고기의 반입을 전면 중단했다. 우리가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 고수하려는 수입 및 검역 기준도 일본과 다를 바 없다. 만약 미국이 부당한 압력을 계속한다면 일본과 타이완 등 미국산 쇠고기 수입국들과 공동대응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본다. 거듭 강조하지만 국민의 건강과 직결된 식탁의 안전은 어떤 이유에서든 절대 양보해선 안 된다.
  • 송민순 “난 반미주의자 아니다”

    송민순 “난 반미주의자 아니다”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와 국방위는 16일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김장수 국방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열었다. 송 후보자에 대한 청문에서는 대북 포용정책 수정 논란과 안보관,‘코드인사’ 등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한나라당 남경필 의원은 통외통위에서 “송 후보자가 외교부 차관보 시절 ‘외교관들이 냉전시대의 이분법적 사고를 한다.’는 대통령의 발언을 부정했는데 이후 대통령 코드에 맞는 발언을 했다.”며 코드 인사의혹을 제기하고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같은 당 박진 의원은 “참여정부의 북핵 낙관론에는 송 후보자가 중심에 있다.”면서 “북핵사태로 모든 외교안보정책이 변해야 하는데 송 후보자가 적합한 인물인지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반면 열린우리당 정의용 의원이 “왜 자꾸 반미성향이라는 지적이 나오느냐.”고 묻자 송 후보자는 “반미주의자라는 말에 동의할 수 없다.31년 외교관 생활을 하면서 반미적 발언이나 행동을 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같은 당 최재천 의원은 “정부가 북한 인권결의안에 찬성입장을 밝힌 이유는 북핵실험 이후 한반도 상황변화에 따른 정치적 결정이 아니냐.”고 추궁했다. 이에 송 후보자는 “북핵실험 이후 국제사회의 북한 인권인식이 더 나빠진 점, 한반도 긴장고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했다.”고 답했다. 김장수 국방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방위 청문회에서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참여 유보논란과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에 대한 견해를 따져 물었다. 열린우리당 김명자·조성태 의원은 “PSI에 참여하지 않겠다면서도 유사시 미국으로부터 도움을 받겠다면 문제다.”며 “당연히 참여하고 상황에 따라 신축적으로 대응해야지,‘가담할 수 없다.’는 원칙을 천명한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김 후보자는 “PSI는 정부 결정대로 시행하고 추후 검토하면 추가방안이 있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생각한다.”면서 “동맹관계가 다시 굳건히 되도록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송영선 의원이 김 후보자가 지난 1988년 국방대학원 안보과정 수료시 제출한 보고서를 인용,“당시 명분론에 입각한 작통권 환수 내지 주한미군 철수는 매우 위험하다고 밝혔는데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김 후보자는 “지금은 선택 시기가 지났다.”고 잘라말했다. 같은 당 공성진 의원은 “김 후보자는 92년 분양받은 경기 일산 후곡마을 아파트의 입주 시점에 태릉에서 근무했고 가족은 서울 반포동에 살았음에도 혼자 일산으로 주민등록상 주소를 옮긴 뒤 전세를 줬다.”면서 “거주하지 않는 주택으로 주소를 옮기는 것은 주민등록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중국의 구애, 인도 받아들일까

    ‘친디아’(China+India) 시대 열릴까.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의 인도 국빈 방문으로 두 나라가 어느 정도의 협력관계를 이끌어낼지 관심사다. 두 거인이 손 잡을 때 생길 정치·경제적 후폭풍 때문이다. “‘전략적 동반자관계’의 틀을 만들고 구체화하는 데 있다.”는 쑨위시(孫玉璽) 인도주재 중국대사의 발언(16일자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은 20일부터 3박4일 일정으로 진행되는 후 주석의 방문 목적을 보여준다. 지난해 4월 두 나라는 전략적 동반자관계’에 합의했지만 큰 진전은 없다. 인도가 중국과 급격한 협력 확대에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기 때문이다. 월등한 중국의 경제·정치적 영향력의 진출을 우려해서다. 정보기술(IT)과 아웃 소싱 등 서비스업을 축으로 경제성장을 이뤄나가고 있지만 취약한 제조업의 인도로서는 물밀듯이 쏟아져 들어오는 중국 제품과 기업들의 지배를 경계하고 있다. 이례적으로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하며 원자력산업 협력 가속화 등 관계 강화를 원하는 미국과 유럽국가들의 잇단 ‘러브 콜’도 인도의 콧대를 높였다. 균형외교로 더 많은 이익을 챙기겠다는 인도의 심사는 중국을 애타게 한다. 이 때문에 ‘새침데기 처녀처럼 몸을 빼는’ 인도에 달려드는 열정적인 중국의 구애 작전이 얼마나 먹혀들 것인지가 이번 후 주석 방문의 ‘관전 포인트’다. 중국으로선 서아시아 진출이나 서부지역 국토개발을 위한 ‘서북공정’을 위해서도 인도와 협력 확대는 절실하다. 인구 11억명의 선점되지 않은 광대한 시장과 자원. 열악한 제조업과 세계 수준의 IT기술 등은 중국에 보완적이다. 국제 역학관계에서도 인도에 기대, 미국 압박을 견제하고 역내 영향력 확대를 꾀하고 있다. 인도가 중국과 협력에 소극적인 것만은 아니다. 두 나라는 올 1월 제3세계에서 상대방의 원유 확대 노력을 건드리지 않기로 ‘신사협정’을 맺었다. 이미 수단과 시리아에선 손을 잡고 함께 원유 탐사 작업을 벌이고 있다. 유엔 개혁, 세계무역기구내 농산물분야 조정 등에서도 보조를 맞추고 있다.10억명이 넘는 인구에 농촌·농민문제에 골머리를 앓는 동병상련의 두 거대 국가는 사안별 협력으로 국익을 배가시키겠다는 입장에는 다르지 않다. 상대방을 국제무대에서 영향력 확대의 지렛대자 ‘카드’로 활용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인도는 후 주석에게 의회 양원합동 연설을 요청하는 등 최상급 귀빈 대우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방문한 조지 부시 미 대통령도 양원에서 연설하지 못했었다. 후 주석은 뉴델리에 도착한 다음날인 21일 만모한 싱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는다. 투자보호협정, 핫라인 설치를 비롯, 고위급 회담의 제도화 등이 타결될 것이라고 현지언론들은 전했다. 2020년쯤이면 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전세계의 40%가량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두 나라는 지난해 11월 합동군사훈련을 실시하는 등 군사분야의 관계발전 속도도 빠르게 진전시켰다. 인도는 중국 주도의 상하이협력조직 옵서버로 참가, 미국을 긴장시켰다. 정치 협력이 반미 성향으로 흐르지 않을까하는 우려에서 주시받고 있다. 자유무역협정(FTA) 성사를 위해 양국은 전문가그룹 발족 등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조기 체결은 어려운 상황이다. 가뜩이나 취약한 제조업이 중국 바람에 무너질 것이란 우려가 높다. 카슈미르 북부지역 등 영토분쟁은 여전히 두나라 미래의 발목을 잡는 핵심요소다. 의욕적인 중국과 조심스러운 인도사이에 갈 길은 멀다. 이석우기자 jun88@seoul.co.kr
  • “반미면 어떠냐던 외침 이젠 우리들 생존 위협”

    무소속 정몽준 의원이 4년 만에 ‘침묵’을 깼다.10일 국회 대정부질문에 나서 16대 대선을 하루 앞둔 2002년 12월18일 밤의 ‘공조 파기’ 사건을 처음으로 공식 거론한 것이다. 정 의원은 이날 본회의장 발언대에 서자마자 “오늘 무거운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면서 “4년 전 현 정부의 태동기를 지켜보면서 가졌던 우려가 지금 현실화되고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4년 전 ‘북한과 미국이 싸우면 우리가 말리겠다. 반미면 어떠냐.’고 하던 외침이 이제 비수로 돌아와서 우리 모두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면서 “누구에게 책임을 묻고 누구에게 갈 길을 물을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정 의원이 소개한 4년 전의 ‘외침’은 당시 국민통합21 대표였던 그가 노무현 민주당 후보와의 공조 파기를 전격 선언할 때 이유로 들었던 노 후보의 ‘문제 발언’이다. 당시 국민통합21의 김행 대변인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공조 파기를 선언한 뒤 “이 표현은 매우 부적절하고 정책공조 정신에도 어긋난다.”고 밝혔다. 그러나 다음날 노 후보는 대통령에 당선됐고, 정 의원은 정치적인 입지가 급격히 축소되는 비운을 맛봤다. 이후 그는 당시 일에 대해선 함구해 왔다. 때문에 이날 발언이 본격적인 정치 재개의 신호탄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박지연기자 anne02@seoul.co.kr
  • 후세인 ‘사형선고’ 이모저모

    5일 사담 후세인 전 대통령에 대한 ‘사형 선고’가 종파간 대충돌의 뇌관이 될 조짐이 커지고 있다. 후세인과 같은 종파인 수니파는 사형 선고를 일종의 ‘순교’로 추앙하며 시아파에 대한 무력 보복을 다짐하고 있다. 이라크 정부가 이날 선고에 대비, 바그다드 국제공항을 폐쇄하고 비상사태에 들어갔다. 수도 바그다드, 살라헤딘과 디얄라 등 2개주에서 이날 오후 6시까지 통행 금지령을 내렸지만 거리에는 찬반 세력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분노하는 수니’‘환호하는 시아’ 이날 선고 소식이 이라크 전역에 알려지자 시아파는 ‘후세인의 말로’에 환호했지만 수니파는 폭발 직전의 용암처럼 들끓었다. 저항은 후세인 전 대통령의 고향 마을인 티크리트에서 시작됐다. 주민 2000여명이 교수형 선고에 항의,“우리의 피로 사담을 되찾자.”고 총을 쏘아대며 항전을 다짐하고 나섰다. 후세인 집권기 경찰·관리 거주지인 바그다드 서부 안바르도 반정부 저항이 예상되는 곳이다. CNN은 시아파 세력이 모인 바그다드의 사드르시티에서 1000여명이 “사담을 처형하라.”며 행진했다고 보도했다. 시아파 출신 누리 알 말리키 이라크 총리는 “후세인의 사형은 그를 반대하며 죽어간 순교자의 피 한 방울과도 비교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시아파 맹주이자 과거 후세인과 전쟁을 벌였던 이란은 “후세인은 전범이며 현대사의 흡혈귀”라고 환영했다. ●사형수 후세인 “대국민 메시지 발표” 이날 선고는 속전속결이었다. 후세인 전 대통령에게 교수형이 선고되는 순간 아수라장이 됐다. 후세인은 코란을 든 채 “신은 위대하다.”고 외쳤고 거친 욕설도 이어졌다. 그는 “젠장할 재판관, 법정”이라고 삿대질을 했다. 후세인 전 대통령은 이날 “침략자인 미국에 복수를 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칼릴 알 둘리아미 수석변호사는 “후세인 전 대통령이 종파 분쟁보다는 단결을 촉구했다.”고 밝혔다. 이어 “후세인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사형이 선고될 것을 미리 알고 있었고 메시지를 나에게 전달토록 했다.”고 강조했다. CNN은 “재판이 혼란 속에서 벌어진 한 편의 비극적인 코미디였다.”고 보도했다. ●조기 ‘사형 집행’ 가능성은 후세인 정권 붕괴 후 폐지된 사형제는 2004년 6월 부활했다. 이라크 정부는 올해 3월 테러 혐의로 13명을 처형하는 등 이미 집행 전력이 있다. 곧바로 후세인의 형 집행이 될 가능성은 낮다는 게 공통된 분석이다. 후세인 변호인단이 1심 판결에 불복, 항소 의사를 밝힌데다 그의 반인륜적 범죄는 쿠르드족 학살 등 10건이 넘게 남아 있다. 잘랄 탈라바니 대통령도 후세인의 모든 혐의가 사법적 판단을 받기 전까지 사형이 집행되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했었다. 미국도 후세인 처형을 서둘러 내전 위기에 불을 당길 이유는 없다. 항소심 등 법적 절차와 다른 혐의에 대한 재판 경과를 지켜보며 시기를 조율할 것으로 보인다. ●미 중간선거 ‘D-2’ 선고 토니 스노 백악관 대변인은 “오늘은 이라크인들에게 기쁜 날”이라고 환영했다. 하지만 중간선거를 코앞에 둔 부시 행정부와 공화당의 이해득실은 따져볼 문제다. 이라크전을 ‘실패한 전쟁’으로 보는 여론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얼마나 큰 변수가 될지 의문이다. 일단 후세인의 ‘반 인륜적’ 범죄를 민주적 사법과정을 통해 단죄한다는 것은 부시 행정부로서는 포기하기 어려운 ‘전리품’이다. 후세인 제거가 과거 청산의 의미와 중동에서 이라크를 민주화의 촉매로 삼을 한 단계를 넘는다는 점에서 적지않은 성과가 될 수도 있다. 미국이 줄곧 정치적 보복이 아닌 두자일 학살 사건의 처벌임을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비록 이라크 사법부의 독립적 선고였다고 해도 선거 전략의 일환이 아니냐는 정치적 해석은 큰 부담이 된다. 향후 전개될 종파간 대규모 충돌과 그 과정에서 증폭될 반미 저항을 부시 행정부가 순조롭게 잠재울 수 있을지 여전히 회의적이다. 안동환기자 sunstory@seoul.co.kr
  • [함혜리기자의 프렌치 리포트] (3) 그들의 영어콤플렉스

    [함혜리기자의 프렌치 리포트] (3) 그들의 영어콤플렉스

    “파리에 가서 영어로 길을 물어보면 절대 안된대. 영어를 다 알아 들으면서도 못 알아듣는 척한다는군.” 프랑스어에 대한 프랑스인들의 자부심과 자존심이 얼마나 강한지를 논할 때 우리가 흔히 하는 얘기다. 이라크전을 계기로 프랑스와 미국이 외교적 마찰을 빚고, 국제무대에서 서로 껄끄러운 사이가 됐을 때 프랑스인들의 반미감정을 방증하는 듯한 이 ‘가설’은 더욱 그럴듯하게 들렸다. 프랑스인들이 자국어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언어라고 여기고, 사랑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영어를 다 알아들으면서 일부러 알아 듣지 못하는 척하면서 길잃은 관광객을 외면한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 정확히 말하자면 프랑스인들은 영어를 안하는 게 아니라 못하는 거다. ●영어는 뜨고 평균적으로 프랑스인들은 영어를 잘 못한다. 발음도 엉망이다. 중장년층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그 이유를 분석해 본 결과 지금까지 영어를 잘 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나름대로의 결론을 내렸다. 프랑스는 20세기 초반에는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위기를 겪었지만 2차대전 이후 30년간 엄청난 경제적 성장과 사회적 변화를 이룩했다. 현재의 중장년층은 ‘영광의 30년’으로 일컬어지는 이 시기에 청소년기를 보낸 사람들이다. 미국의 경제력과 정치력이 세계를 주도하기 시작했지만 최고 수준의 예술과 문학, 철학을 바탕으로 풍부한 문화자본을 지니고 있었던 프랑스인들에게 그것은 큰 의미가 없었다. 굳이 영어를 하지 않아도 프랑스를 중심으로 지구는 돌아갔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미국은 정치·경제는 물론 문화계까지 접수해 세계 최강국으로서 영향력을 휘두르고 있으며, 국제어로서 영어의 중요성은 말하면 ‘잔소리’인 시대가 됐다. 급속하게 진전되는 세계화와 인터넷의 보급으로 영어의 위력은 더욱 커졌다. 프랑스인들에게도 이제 영어 실력은 주류 사회 진출을 위한 필수사항이 됐다. 우리처럼 영어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정도는 아니지만, 프랑스에서도 영어를 못하면 좋은 직장을 얻을 수 없다고 봐야 한다. 경영학을 전공하던 얀이 “기고만장하면서 세계의 보안관을 자처하는 미국이 얄밉기는 하지만 글로벌 시대의 엘리트로 경쟁력을 갖추려면 영어는 필수”라고 했던 것이 생각난다. 때문에 우리가 영어에 공을 들이는 것에는 비교할 수 없지만 프랑스인들도 영어를 배우려고 많은 노력을 한다. 방학 때면 가까운 영국으로 홈스테이 언어연수를 떠나거나 좀 여유가 있는 집에서는 중고등학생 자녀들을 미국의 대학에서 하는 서머스쿨에 보낸다. 책방에도 영어학습서가 예전보다 훨씬 많아졌다. 특히 비즈니스와 파이낸스 분야의 실용 영어학습서들은 무척 다양하게 나와있다. 파리의 지하철 객차안에는 ‘Do you speak Wall Street English?’라는 카피를 단 영어학원 ‘월스트리트’의 광고판이 출근길 샐러리맨들의 눈길을 끈다. 프랑스의 대문호 빅토르 위고가 지하에서 분노할 일이지만 아무리 콧대 높은 프랑스인들이라도 ‘영어의 국제어화’라는 대세를 거스를 수는 없는 것이다. ●프랑스어는 지고 프랑스인들의 모국어 사랑도 예전만 못하다. 학교에서는 여전히 프랑스어 수업을 가장 중요시하지만 청소년들은 프랑스 고전문학을 읽기보다는 미국 가수 에미넴의 랩과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에 열광한다. 어린 아이들은 컴퓨터 앞에 앉아 영어로 진행되는 온라인 게임에 심취한다. 가족들이 모이면 즐겨하던 프랑스어 철자법 맞히기 놀이기구는 이제 다락방으로 밀려났다. 20년 전 프랑스에서 유학하던 시절 부러움을 느끼며 즐겨 본 텔레비전 프로그램이 있다. 전 국민이 참가해 받아쓰기 경연대회를 하는 ‘디코 도르(Dico d’or)’다. 디코 도르는 황금사전이라는 뜻이다. 이 경연대회에는 매년 수십만명의 남녀노소가 도전해 예선을 거쳐 결선을 벌인다. 프랑스어는 영어와 달리 단어마다 성(性)이 존재하며 이에 맞게 관사와 형용사를 써야 하고, 시제와 주어의 성에 따라 동사도 달라지기 때문에 받아쓰기가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다. 결선 방송이 있는 날에는 참가자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펜과 종이를 들고 TV 앞에 앉아 진행자의 구술에 따라 자신의 프랑스어 실력을 테스트하느라 전국이 떠들썩했던 것이 기억난다. 이 프로그램도 지난해 막을 내렸다.20여년간 이 프로그램을 진행,‘프랑스어의 수호자’란 찬사를 받기도 했던 베르나르 피보는 프로그램을 마치면서 “디코 도르가 대중과 사회를 싫증나게 하기 전에 그만 둘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을 남겼다. 국제무대에서 프랑스어의 영향력도 현저하게 줄고 있다. 프랑스어는 현재 60개국에서 약 5억명이 공용어, 혹은 제 1외국어로 사용한다고 하는데 최근 2∼3년 사이 그 숫자가 현저히 줄어들고 있다. 아프리카권의 알제리, 르완다, 민주콩고공화국 등에서는 프랑스어가 영어로 대체되는 실정이다. 프랑스어권 국가수반회의에 참석하는 곳은 40개국에 불과하다. 유럽에서조차도 설자리를 잃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영어를 공식어로 사용하고 있으며 유럽연합(EU)에서도 일반적인 회의나 문서에 주로 영어를 쓴다. 지난해 EU에서는 이런 일도 있었다. 한 공식행사에서 프랑스 대표가 영어로 연설했다는 이유로 그 자리에 있던 자크 시라크 대통령이 얼굴을 붉히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EU설립의 주축국인 프랑스로서 자존심이 무척 상했던 모양이다. 프랑스어를 사용해야 엘리트 귀족 대접을 받던 시절도 있었다.17∼18세기의 일이다. 당시 파리는 유럽 최대의 도시였으며 유럽의 귀족들과 엘리트들은 프랑스어를 자연스럽게 구사하며 자신의 교양과 우아함을 과시했다. 이런 건 이제 영화속에서나 볼 수 있는 옛날 얘기가 돼 버렸다. lotus@seoul.co.kr ■ 아카데미 프랑세즈 프랑스인들은 아름다운 자신들의 언어를 지켜 나가기 위해 오래 전부터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프랑스어의 통일과 순화를 위한 목적으로 이미 4세기 전에 아카데미 프랑세즈(Academie Francaise·프랑스 한림원)라는 공적기관을 만들었을 정도다. 파리 센강의 좌안에 자리한 아카데미 프랑세즈는 1635년 당시의 재상 리슐리외가 문예 동호회 모임을 아카데미 프랑세즈라는 명칭으로 발족시킨 것이 그 유래다. 그 후 루이 14세가 후원자가 된 이래, 아카데미 프랑세즈는 역대 국가 원수의 관할 아래 놓이게 됐다. 아카데미시엥이라고 불리는 회원은 프랑스 국적을 가진 시인, 작가, 철학자, 의사, 과학자 등 각 분야의 권위자 40명으로 구성된다. 아카데미 프랑세즈의 회원을 ‘불멸(immortel)’이라고 할 정도로 회원에 선발되는 것 자체가 프랑스인으로서 최고의 영광이다. 당대 일류 문학자 가운데서 선출된다는 아카데미 프랑세즈가 몰리에르, 디드로, 보들레르와 같은 거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그 보수성이 비난 받기도 한다. 여성에 문호를 개방하는 것도 최근의 일이다. 지금까지 700명의 아카데미시엥이 있었는데 그중 여성 회원은 5명뿐이었다. 하지만 미국 문화와 영어의 범람속에서 프랑스어를 수호하는 본연의 역할은 누구도 대신하지 못한다. 아카데미 프랑세즈는 엄연히 프랑스어 단어가 있는 데도 고의로 외국어를 사용하면 처벌할 수 있도록 한 1975년 바스 로리올 법 제정을 주도했다. 최근에는 컴퓨터와 인터넷 관련 용어, 건축 용어 등을 프랑스어로 정리했다. 아카데미 프랑세즈 사전은 1964년에 처음 편찬한 이후 현재 9판까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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